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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산 용오름, 원인 알고보니… 기상청 “대기불안” ‘일산 토네이도’ 또 오나

    일산 용오름, 원인 알고보니… 기상청 “대기불안” ‘일산 토네이도’ 또 오나

    ‘일산 토네이도’ ‘일산 회오리바람’ ‘일산 용오름’ ‘토네이도’ ‘용오름’ 기상청은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발생한 이른바 ‘일산 토네이도’(일산 회오리바람) 현상이 용오름이라고 밝혔다. 10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쯤 경기도 고양시 장월 나들목 부근 한강 둔치에서 회오리 바람이 발생해 1시간 동안 지속됐다”고 밝혔다. 이 ‘일산 토네이도’(일산 회오리바람)으로 인해 하우스를 덮고 있던 비닐이 찢긴 채 하늘로 치솟았다. 또 땅 위에서는 전기가 합선된 듯한 강한 불꽃이 발생했다. 바람에 날린 각종 비닐과 천이 전선을 덮치면서 인근 29가구가 정전됐다. 기상청은 11일 “전날 오후 7시 30분쯤 최대 시간당 70mm 이상의 강한 호우를 유발할 수 있을 정도로 비구름이 가장 강하게 발달하면서 용오름(강한 회오리 바람)이 발생했다. 당시 구름 정상 부근의 고도는 지상 12km까지 매우 높게 발달해 대류권을 넘어 성층권 하부까지 도달한 것으로 관측된다”고 설명했다. 용오름이란 지표면 가까이에서 부는 바람과 비교적 높은 상공에서 부는 바람이 서로 방향이 달라 발생하는 기류현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울릉도 부근 해상에서 2001년과 2003년, 3005년, 2011년 등 여러차례 발생했었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이번 일산 회오리바람이 마치 토네이도와 같았다면서 ‘일산 토네이도’라고 부르고 있다.  기상청은 ‘일산 토네이도’ 현상이 발생한 것에 대해 계절 변화로 대기 상태가 매우 불안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대기 상층에는 아직 찬 공기가 남아 있지만 하층에는 남서풍의 영향으로 따뜻한 공기가 유입돼 두 공기가 격렬하게 섞이면서 대기가 매우 불안정한 상태가 됐다는 것이다. 대기 위아래 공기의 온도 차가 크면 클수록 에너지가 커지는데, 온도 차가 많이 나다 보니 따뜻한 공기가 급히 상승하면서 수직으로 크게 발달하는 적란운의 형태인 용오름까지 발생한 것이다.  기상청은 “우리나라 북쪽에는 저기압이, 남쪽에는 고기압이 버티고 있어 두 기압의 접점에 있는 우리나라 대기의 상층에는 북쪽의 찬 공기가, 하층에는 남쪽의 따뜻한 공기가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에 며칠 동안은 대기 불안정 상태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일산 토네이도’, 알고보니 ‘일산 용오름’…기상청 “일산 회오리바람 발생은…”

    ‘일산 토네이도’, 알고보니 ‘일산 용오름’…기상청 “일산 회오리바람 발생은…”

    ‘일산 토네이도’ ‘일산 회오리바람’ ‘일산 용오름’ ‘토네이도’ ‘용오름’ 기상청은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발생한 이른바 ‘일산 토네이도’(일산 회오리바람) 현상이 용오름이라고 밝혔다. 10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쯤 경기도 고양시 장월 나들목 부근 한강 둔치에서 회오리 바람이 발생해 1시간 동안 지속됐다”고 밝혔다. 이 ‘일산 토네이도’(일산 회오리바람)으로 인해 하우스를 덮고 있던 비닐이 찢긴 채 하늘로 치솟았다. 또 땅 위에서는 전기가 합선된 듯한 강한 불꽃이 발생했다. 바람에 날린 각종 비닐과 천이 전선을 덮치면서 인근 29가구가 정전됐다. 또 ‘일산 토네이도’ 근처에 있던 80살 김모 씨가 날아온 파이프에 맞아 부상을 입는 등의 피해가 이어졌다. ‘일산 토네이도’ 발생 당시 인근 주민들은 “10분 사이에 완전히 지나가면서 초토화를 만들어버렸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11일 “전날 오후 7시 30분쯤 최대 시간당 70mm 이상의 강한 호우를 유발할 수 있을 정도로 비구름이 가장 강하게 발달하면서 용오름(강한 회오리 바람)이 발생했다. 당시 구름 정상 부근의 고도는 지상 12km까지 매우 높게 발달해 대류권을 넘어 성층권 하부까지 도달한 것으로 관측된다”고 설명했다. 용오름이란 지표면 가까이에서 부는 바람과 비교적 높은 상공에서 부는 바람이 서로 방향이 달라 발생하는 기류현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울릉도 부근 해상에서 2001년과 2003년, 3005년, 2011년 등 여러차례 발생했었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이번 일산 회오리바람이 마치 토네이도와 같았다면서 ‘일산 토네이도’라고 부르고 있다.  기상청은 ‘일산 토네이도’ 현상이 발생한 것에 대해 계절 변화로 대기 상태가 매우 불안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대기 상층에는 아직 찬 공기가 남아 있지만 하층에는 남서풍의 영향으로 따뜻한 공기가 유입돼 두 공기가 격렬하게 섞이면서 대기가 매우 불안정한 상태가 됐다는 것이다. 대기 위아래 공기의 온도 차가 크면 클수록 에너지가 커지는데, 온도 차가 많이 나다 보니 따뜻한 공기가 급히 상승하면서 수직으로 크게 발달하는 적란운의 형태인 용오름까지 발생한 것이다.  기상청은 “우리나라 북쪽에는 저기압이, 남쪽에는 고기압이 버티고 있어 두 기압의 접점에 있는 우리나라 대기의 상층에는 북쪽의 찬 공기가, 하층에는 남쪽의 따뜻한 공기가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에 며칠 동안은 대기 불안정 상태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고양시 토네이도에 주민 1명 부상…일산 회오리바람 발생 원인은?

    고양시 토네이도에 주민 1명 부상…일산 회오리바람 발생 원인은?

    ‘고양시 토네이도’ ‘일산 회오리바람’ 고양시 토네이도(회오리바람)으로 부상자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10일 오후 7시 50분쯤 경기도 고양시 일산 서구에 있는 한 마을에 갑자기 강한 회오리바람이 불었다. 이 때문에 김모(80)씨가 날아온 파이프에 맞아 부상을 입었다. 또 장미를 키우는 비닐하우스 수십동이 주저앉거나 뼈대가 휘어지고 비닐 곳곳이 뜯겨져 나갔다. 또 땅 위에서는 전기가 합선된 듯한 강한 불꽃이 발생했다. 바람에 날린 각종 비닐과 천이 전선을 덮치면서 인근 29가구가 정전됐다. 한 마을 주민은 “토네이도처럼 한쪽으로 쭉 훑고 지나갔다”면서 “10분 사이에 완전히 초토화가 됐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기상청은 11일 “전날 오후 7시 30분쯤 최대 시간당 70mm 이상의 강한 호우를 유발할 수 있을 정도로 비구름이 가장 강하게 발달하면서 용오름(강한 회오리 바람)이 발생했다. 당시 구름 정상 부근의 고도는 지상 12km까지 매우 높게 발달해 대류권을 넘어 성층권 하부까지 도달한 것으로 관측된다”고 설명했다. 용오름이란 지표면 가까이에서 부는 바람과 비교적 높은 상공에서 부는 바람이 서로 방향이 달라 발생하는 기류현상이다. 기상청은 이번 회오리바람이 발생한 것에 대해 계절 변화로 대기 상태가 매우 불안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대기 상층에는 아직 찬 공기가 남아 있지만 하층에는 남서풍의 영향으로 따뜻한 공기가 유입돼 두 공기가 격렬하게 섞이면서 대기가 매우 불안정한 상태가 됐다는 것이다. 대기 위아래 공기의 온도 차가 크면 클수록 에너지가 커지는데, 온도 차가 많이 나다 보니 따뜻한 공기가 급히 상승하면서 수직으로 크게 발달하는 적란운의 형태인 용오름까지 발생한 것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장애 넘어서 만난 빛, 캔버스에 담다

    장애 넘어서 만난 빛, 캔버스에 담다

    “‘잘 팔린다’는 게 나쁜 뜻은 아니잖아요. 소유하고 싶다는 건 그만큼 작품성이 있다는 얘기죠. 골프 선수가 상금보다 성적을 염두에 두듯 작가도 그림을 그릴 때는 좋은 작품만 꿈꿉니다.” 오치균(58)은 미술계의 ‘블루칩’으로 불린다. 강원 사북과 미국 산타페 등을 그린 풍경화는 미술 시장이 활황이던 2007년을 전후해 해외 경매에서 최고 6억원을 호가했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 고향집 뒷마당의 감나무를 화폭에 담은 감 그림은 그의 대표작이다. 또 30년간 아크릴 물감을 손가락에 찍어 캔버스에 두껍게 발라 온 따뜻한 마티에르 기법이 ‘전매특허’다. 지난해 말 전두환 일가의 추징금 환수를 위한 경매에서도 오치균의 작품은 빠지지 않았다. 최근 경매시장에서는 이우환·김창열·김종학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다. 그렇듯 ‘잘나가던’ 작가가 한동안 화단과 소식을 끊었다. 지난해 봄 갤러리현대에서 열린 개인전을 마지막으로 미술계에서 그의 근황을 아는 이가 드물었다. “작품에 매진하고 있을 것”이란 추측만 무성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관훈동 노화랑에서 만난 작가는 “갑자기 찾아온 공황장애 탓에 숨어 지냈다”고 털어놨다. 밀폐된 공간에서 작업하던 습관 탓에 그간 앓아 온 질환이 갑자기 도졌다는 것이다. “1990년대 말부터 조금씩 심장이 두근거리고 소화가 안 되고 그랬어요. 지난해 여름 아침에 일어나 보니 무릎 아래쪽으로 감각이 없었죠. 처음에는 움직이지도 못했습니다.” 하반신 마비 증상은 오랫동안 그를 괴롭혔다. 3개월가량 집 안에만 틀어박혀 지내다 보니 모든 게 새롭게 눈에 들어왔다. 침대 머리맡의 컵이나 작업실의 램프, 맞은편 벽의 그림들이 모두 새삼스러웠다. 창문 틈으로 빼곡히 들어오던 ‘빛’도 마찬가지였다. 작가는 곧바로 그 빛에 천착했다. 공포감을 털어내는 매개체가 빛이었다. 언제나 작가의 곁을 지켜 온 작업실의 램프가 처음으로 화폭에 담겼고, 작업실의 커튼을 헤집고 창문으로 들어온 한 줄기 빛을 반가운 손님처럼 캔버스로 맞이했다. 이렇게 세상과 다시 소통했다. “1980년대 말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유학할 때 작은 아파트의 좁은 창으로 들어오던 빛이 낯설기만 했지요. 적응도 안 되고 두렵기도 했죠. 당시 느꼈던 빛이 다시 생각났습니다.” 작가는 애초 굴곡진 빛과 색의 변화를 표현한 ‘인체’ ‘TV’ ‘홈리스’ 시리즈 등을 통해 30년 가까운 기나긴 무명 시절을 버텨 온 경험을 갖고 있다. 갑자기 화제가 ‘보호색’으로 바뀌었다. 보호색이란 “인간 세상은 동물의 왕국”이라며 작가가 온몸에 새겨 온 문신을 일컫는 말이다. “10여년 전 영화 ‘빠삐용’을 모티브로 나비 문신을 처음 몸에 새겼죠. 이후 호랑이 등 다양한 문신을 몸에 둘렀어요. 우리나라에선 조폭들의 전유물로 인식됐지만 외국에선 팔찌 같은 치장품 성격이 강해요.” 왜소한 몸의 콤플렉스를 극복하려 탄탄하게 만든 다부진 몸매와 문신은 역설적으로 그의 심리적 허약함을 드러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 작가가 극복해야 할 장애는 ‘상업적’이란 꼬리표를 떼는 일이다. 서울 강남의 작업실과 빌딩을 소유한 ‘부자 작가’에게 물감을 짓이겨 평면 위에 색을 쌓아 올리는 작업은 여전히 구도의 과정일까. 작가는 11일부터 25일까지 노화랑에서 개인전을 연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이민기 “질리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

    이민기 “질리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

    20대 남자배우의 기근에 시달리는 영화계에서 최근 이민기(29)의 행보는 단연 돋보인다. 2011년 액션 영화 ‘퀵’으로 영화 첫 주연을 따낸 그는 멜로 ‘연애의 온도’(2013), 스릴러 ‘몬스터’(2014)로 거침없이 연기의 폭을 넓혀 왔다. 그런 그가 남자배우들의 ‘로망’인 누아르에까지 도전했다. 소년 같은 이미지, 광기 어린 눈빛. 12일 개봉하는 누아르 ‘황제를 위하여’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강렬한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누아르를 선택한 데 대해 “캐릭터보다는 장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 결과”라고 답했다. “20대 배우가 할 수 있는 연기의 폭이 크지 않잖아요. TV 드라마라면 캐릭터가 중요하겠지만 영화는 작품 자체의 색깔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장르의 변화를 계속 주려는 건 그 때문이구요.” 패션모델 출신으로 2005년 MBC 일일연속극 ‘굳세어라 금순아’로 연기 데뷔를 한 그는 미니시리즈 ‘달자의 봄’ 등에서 연하남 캐릭터로 안방극장에서 인기를 끌었다. 2007년 영화 ‘바람피기 좋은 날’ 이후에는 영화 쪽에서 더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TV 단막극 오디션을 거쳐 영화 주연까지 연기자로서의 길을 차근차근 밟아 왔지만 처음부터 연기자를 꿈꿨던 것은 아니다. “스무 살에 처음 고향(김해)에서 올라와 모델 일을 시작했어요. 그때는 고시원이나 친구네 농장 컨테이너에서 지내기도 했지만 새로운 세상을 경험한다는 생각에 힘든 줄 몰랐죠.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단막극 오디션을 봤는데 덜컥 합격했어요. 당시만 해도 연기자가 될 생각은 없었어요. 그런데 일일연속극에 캐스팅되면서 매일 TV에 얼굴이 나오게 생긴 거예요. 그때부터 연기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시작했죠.” MBC 드라마 ‘태릉선수촌’에 출연하면서 연기에 인생을 걸어 보겠다는 생각을 했다. 촬영장에서 감독에게 혼나고 상대 배우에게 연기를 배웠다. 현장에서 직접 부딪치면서 몸으로 연기를 깨우친 것. 영화 ‘해운대’까지만 해도 그저 눈길을 끄는 조연쯤으로 평가됐던 그는 ‘퀵’으로 단박에 주연을 꿰차는 행운을 누렸다. “촬영현장이나 무대 인사 자리에서 늘 막내였는데 어느 순간 제가 맨 앞에 서 있더라구요. 내가 울타리가 돼야 하는 시간이 왔구나, 그런 생각이 들면서 타이틀롤에 걸맞은 역할을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들더군요.” ‘황제를 위하여’는 19금 누아르 영화다. 그런 만큼 어둠 속 모텔에서 조직원들끼리 벌이는 액션 장면의 수위가 상당히 높다. “액션 장면은 세트가 아닌 실제 좁은 모텔에서 조명도 거의 없이 촬영해 힘들었어요. 하지만 머리는 덜 힘들었어요. 전작인 ‘몬스터’에서의 액션은 비인간적인 감정을 표현해야 해서 정신이 피폐해졌는데, 이번에는 다들 감추고 사는 욕망이란 감정을 표현하는 거여서 덜 힘들더라구요. 베드신도 그래요. 사랑의 감정이 아닌, 소유욕과 집착을 보여주는 장치인 거죠.” 내심 연기에 대한 독기를 품고 살아왔다는 그다. 엇비슷하게 누아르 영화를 개봉한 장동건(우는 남자), 차승원(하이힐)과는 본의 아니게 흥행 경쟁을 하게 됐다. “모두 대선배들이지만 작품으로 승부해 보고 싶다”는 그는 “이번 영화에서는 바짝 날이 서 있고 예민해진 이민기의 모습을 집중적으로 살펴봐 달라”며 웃었다. 한창 여진구와 함께 촬영 중인 영화(‘내 심장을 쏴라’)에서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한다. “제 30대는요? 물론 저만의 대표작을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겠죠. 제 스스로도 질리지 않는 모습을 개발하는 것, 거기에 온 힘을 쏟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글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사진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 [길섶에서] 정동길 뚜벅이/박찬구 논설위원

    뚜벅이로 정동길과 벗한 지 8년째다. 무릎 수술을 받고 나서부터다. 저녁엔 가끔 거르기도 하지만 출근 때는 어김없이 정동길이 마지막 코스다. 정동 네거리에서 정동아파트, 옛 러시아공사관 입구, 제일교회, 주한 미대사관저, 구세군 중앙회관을 거쳐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으로 이어진다. 곳곳이 근·현대사의 흔적이다. 걷기는 중독이다. 발뒤꿈치에서 시작된 울림이 온몸으로 퍼져 뇌세포에 이르면 가물거리던 낱말이 튀어오르고 언어와 개념이 살아난다. 끊을 수 없는 관성이다. 사람 피하랴 승용차 눈치 보랴, 번잡한 큰길에선 누릴 수 없는 호사다. 어린 학생의 재잘거림에 가게 노인의 비질 소리까지 생생하고 넉넉한 정동길이 제격이다. 정동길은 하루도 같은 아침이 없다. 봄이면 정동극장 옆 매화, 여름엔 성당의 장미, 가을 골목길의 낙엽과 은행, 덕수궁 기와 돌담의 눈꽃…. 정작 발길을 잡는 곳은 따로 있다. 학교 앞 담벼락의 두꺼운 돌벽, 그 바늘구멍만 한 틈새로 잡초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눈비에도 당당하다. 민초의 오랜 생명력을 정동길에서 본다. 박찬구 논설위원 ckpark@seoul.co.kr
  • [쌀 미래는 있다] 잡초에서 병충해까지…쌀 한톨에 농민손길 88번

    [쌀 미래는 있다] 잡초에서 병충해까지…쌀 한톨에 농민손길 88번

    ‘농부의 수고가 얼마나 많이 들었는데, 쌀 한 톨도 남기지 말라’던 부모의 잔소리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실제로 쌀 한 톨이 나오려면 88번의 손길이 필요하다. 벼에 붙는 병충해를 없애기 위한 노력을 말하는 것이다. 6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봄에는 강피, 논피, 방동사니, 물달개비, 올방개, 벗풀 등의 잡초가 벼의 생육을 방해한다. 이 잡초들은 양분흡수능력이 어린 벼보다 월등하기 때문에 양분을 빼앗는다. 늦봄인 5월 중순부터는 벼물바구미, 굴파리 등 해충들이 산란을 하는 시기다. 벼물바구미의 유충은 벼 뿌리를 갉아먹어 벼의 성장을 억제한다. 굴파리는 벼의 잎이나 줄기에 알을 낳고 연한 부분을 파먹는다. 끝동매미충은 벼의 즙을 빨아먹는다. 이때 키다리병이 육안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키다리병은 식물체가 가늘고 연약하게 자라 말라 죽거나 멀쑥하게 키만 크게 자라 열매를 맺지 못하는 병이다. 초여름인 7월부터 벼꽃이 피는 8월 초까지는 갖가지 병이 문제다. 도열병은 벼의 수확량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며 흰잎마름병은 비에 침수될 때 생기는 것으로 벼의 에이즈로 불린다. 해외에서 바람을 타고 들어오는 벼멸구는 벼가 말라 죽을 때까지 즙을 빨아먹는다. 벼 해충 방제에 국가 간 협력이 필요한 이유다. 낟알이 맺히는 8월 중순 이후에도 해충의 공격은 계속된다. 이화명나방 어린벌레는 8월 초에 깨어나 벼 줄기를 갉아 먹는다. 줄기만 남기고 모두 먹어치우는 메뚜기 떼의 공격도 있다. 벼를 수확한 후에도 화랑곡나방, 보리나방, 쌀바구미 등 저장한 쌀을 갉아 먹는 해충이 있다. 그렇다면 왜 벼는 이렇게 약할까. 벼는 논에서 자라도록 개량되어 온 식물이다. 자연에서 치열한 다툼을 벌이며 이긴 자만이 살아남는 생존 경쟁에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농부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손이 많이 가는 식물이라는 의미다. 무농약, 무화학비료로만 재배한다면 50년 내에 인구 50억명 중 90%인 45억명이 굶어 죽을 것이라는 일부 학자의 견해도 있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투표시간까지 연장하며… 각본대로 권좌 오른 그들

    ■ 이집트 시시, 대통령 당선 확정… 최종 투표율 50%도 안 돼… 정당성 얻으려다 출발부터 ‘굴욕’ 압둘팟타흐 시시(60) 전 이집트 국방장관이 결국 새 대통령이 됐다. 선거일을 하루 연장하면서까지 투표율을 끌어올리려고 했지만 예상보다 저조한 결과에 시작부터 ‘굴욕’을 겪었다. 3일(현지시간) BBC방송 등에 따르면 이집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6~28일 치러진 대선 개표 결과 시시가 득표율 96.9%로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안와르 엘아시 선관위원장은 유권자 5400만명 중 시시가 2378만 표를 획득했으며 유일한 경쟁자인 함딘 삽바히는 3.1%의 득표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최종 투표율은 47.4%에 불과했다. 2012년 대선 투표율 52%보다도 4% 포인트가량 낮다. 당초 시시는 대선 투표율이 74% 정도는 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7월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전 대통령을 몰아낸 그는 이번 투표율을 통해 전 정권 축출의 정당성을 인정받고, 국민의 지지를 확인하려고 했으나 되레 정치적 타격만 입었다. 시시는 첫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제 이집트 재건을 위해 일해야 할 시간”이라며 자축했지만 당장 해결할 과제가 산더미다. 무르시 지지파는 ‘제3의 혁명’을 촉구하며 벌써부터 반발하고 있다. 빈약한 경제도 걱정이다. 낮은 외국인 투자와 관광객 축소로 이집트는 수년간 빈곤 상태다. 아랍의 봄 이후 가계경제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못 느낀 이집트인들이 민주화보다 경제 부흥을 외친 시시를 선택한 만큼 경제난 타파가 시급하다. 일각에서는 이런 상황 속에서 시시가 공포정치를 펼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미 이집트 내무부는 인터넷 감시를 확대하기로 했다. 미 백악관은 이날 “정치적으로 제약된 상황에서 선거가 치러졌다는 주장이 나오는 만큼 대통령이 국민의 보편적 권리를 보호하는 개혁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시리아 알아사드 3선 연임 확실시… 투표자 많단 이유로 5시간 연장… 동·북부선 투표 못해 ‘반쪽 대선’ 3년 넘게 이어진 내전으로 16만명이 숨진 시리아에서 3일(현지시간) 대선이 실시됐다. 결과는 5일 나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바샤르 알아사드(48) 대통령의 3선 연임이 확실시된다. 어차피 이번 선거는 알아사드가 당선될 수밖에 없도록 설계된 ‘반쪽짜리’ 선거이기 때문이다. 반군이 장악한 동·북부 지역에 투표함조차 설치되지 않아 수백만명의 표가 공중에 날아갔고, 상대 후보들은 인지도가 낮아 경쟁력조차 없었다. 투표는 당초 오후 7시 종료 예정이었지만 “투표 대기자가 너무 많아 시간을 연장한다”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원칙 없는’ 발표에 밤 12시쯤 끝났다. 시리아 국영 사나(SANA) 통신 등은 이날 오전 7시부터 유권자들이 전국 9601곳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앞으로 7년 동안 시리아를 통치할 대통령을 선출하는 투표권을 행사했다고 보도했다. 시리아 내무부는 유권자가 1580만명이라고 밝혔지만 알레포를 비롯해 약 60%에 이르는 정부군 통제 밖의 지역에선 투표가 진행되지도 않았다. 난민 270만명 가운데 20만명만 투표권이 허용됐다. 이에 대해 CNN은 “역사상 가장 괴이한 민주주의의 패러디”라고 촌평했다. 마리 하프 미 국무부 부대변인도 이번 대선에 대해 “불명예스러운 선거”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대선 후다. 알아사드가 또다시 당선되면 아버지 하페즈 알아사드 전 대통령에 이어 일가가 60년 동안 시리아를 통치하며 2대째 장기 독재를 이어가게 된다. 이미 알아사드 일가의 독재 정권 타도를 내걸고 2011년 3월부터 이어진 내전으로 시리아 국민 3분의1이 난민이 됐다. 특히 선거를 통해 명분을 쌓은 알아사드가 대대적인 반군 진압에 나설 것으로 예측돼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전셋값 5월 0.14% 올라 63개월째↑

    전셋값이 잡힐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고 있다. 상승폭이 다소 둔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오름세 자체는 방향이 바뀌지 않고 있다.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에서나마 아파트 전셋값이 하락세로 돌아섰고,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또다시 만지작거리고 있어 시장에 변화가 올지 주목된다. 3일 KB국민은행의 ‘5월 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주택 전셋값은 전달보다 0.14% 올랐다. 이로써 전월 대비 전셋값은 2009년 3월부터 올 들어 지난달까지 63개월 연속 상승했다. 조사를 시작한 1986년 이래 최장기간 상승 기록이다. 직전 기록은 2005년 2월부터 2008년 10월까지 45개월이었다. 63개월간 전세가격지수 상승률(76.04→106.75)은 40.4%다. 2009년 봄에 전셋값이 2억원이었다면 지금은 2억 8000여만원이라는 얘기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4%, 주택 매매가 상승률은 12.7%에 그쳤다. 집값은 물가와 비슷하게 오른 반면, 전셋값은 물가의 4배 가까이 급등한 셈이다. 특히 아파트 전셋값의 오름세가 여전히 가파르다. 지난달 말 서울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3억 557만원으로 전체 주택(아파트·단독·연립주택 등) 전셋값 평균 1억 5825만원의 두 배다. 이 은행의 박원갑 부동산전문위원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별로 없어 집을 사지 않는 데다 저금리 장기화로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 현상이 여전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전셋값 상승 폭은 올 2월 0.48%, 3월 0.53%, 4월 0.35%, 5월 0.14%로 점차 둔화하는 추세다. 상승세를 주도하던 강남과 송파지역 아파트 전셋값은 소폭이나마 하락세로 돌아섰다. 각각 0.04%씩 떨어졌다. 전·월세 임대소득 과세 방침이 방향을 제대로 설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대비 시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정부는 과세시기 추가 연장 등 완화책을 검토하고 있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임대 물량 확대를 위해서는 사업 등록자에게 비과세 혜택을 더 줘 세원 노출 충격을 완화해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 주부9단이 말하는 “포장이사업체 잘 선택하는 방법”

    주부9단이 말하는 “포장이사업체 잘 선택하는 방법”

    처음 포장이사를 준비하던 주부 윤모씨는 포장이사추천 업체 선정을 위해 인터넷으로 ‘포장이사 잘하는 곳’을 검색해봤다. 이용해본 소비자들의 후기 글들을 살펴봤지만 광고성 글들만 난무할 뿐 결국 원하던 정보를 얻을 수가 없었다. 베테랑 주부들은 포장이사가격비교를 위해 광고성 글들을 신뢰하기 보다는 적어도 3군데 이상의 이사짐센터에서 무료이사견적으로 이삿짐센터 가격비교를 받아보길 조언했다. 이삿짐 익스프레스들 중 저렴한 포장이사비용만을 내세워 질 낮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많은 까닭이다. 이사견적비교에 앞서 베테랑 주부들에게 포장이사 잘 하는 방법에 대해 배워보자. 첫째, 이사체크리스트를 만들자 이사를 준비하며 체크해야 할 사항들을 미리 체크리스트로 만드는 것 역시 좋은 포장이사준비 방법이라고 베테랑 주부들은 설명했다. 이사에는 포장이사, 일반이사, 반포장이사, 보관이사, 원룸이사, 용달이사, 사무실이사 등 많은 서비스가 있는데 이 중 내게 알맞은 이사 서비스를 선택하고 손없는 날, 주말 이사 등을 피해 이사날짜를 정해주는 것 역시 방법 중 하나다. 둘째, 포장이사업체의 정식 허가 여부를 확인하자 베테랑 주부들은 아무리 유명한 이사브랜드라고 하더라도 전국 프랜차이즈 지점 모두가 허가 업체가 아닐 수 있다고 충고했다. 포장이사 관허업체의 경우 피해보상보험의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되어있어 이사 진행 시 생기는 돌발사항이나 이사 후 A/S를 받기에도 용이하다. 그러므로 포장이사가격 비교에 앞서 업체의 관허업체 여부를 확인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셋째, 이사비용보다는 이사의 서비스를 먼저 생각하자 포장이사란 TV나 냉장고 같은 대량생산 및 생산성 증대에 따른 원가절감이 쉽지 않다. 공산품이 아닌 인적 서비스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할인 쿠폰을 신뢰하거나 여기저기 전화로 금액만을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턱 없이 저렴한 포장이사 비용을 제시 하는 이삿짐센터의 경우 아래 사항들을 의심해 봐야 한다. * 복수의 이사계약을 통한 이사절감 (하루 2번 이사) * 정상적인 포장이사가 어려운 적은 수의 인원 투입 * 이사 당 일 이사물량을 허위로 과대 산출하여 가격 상승 * A/S 비용은 아예 고려하지 않은 금액 (추후 A/S보상 받을 수 없음) 넷째, 이사업체의 비용절감 무조건 좋은 것 만은 아니다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돈을 지불하고 집을 얻어서 규정보다 비싼 부동산 수수료를 지불하고 이사를 준비하며 수십만 또는 수백만원을 돈을 주고 도배, 장판, 인테리어를 하는 소비자들이 수백, 수천만원 어치의 가구, 전자제품을 옮겨야 하는 이사에 있어서는 단돈 몇 만원에 인색해 하곤 한다. 포장이사를 진행해 본 베테랑 주부들은 무조건적인 절약보다는 지혜로운 소비가 필요한 것이 이사라고 충고했다. 또한 내 이사서비스에 알맞는 1톤, 2.5톤, 5톤포장 이사비용 및 보관이사비용을 꼼꼼히 확인해봄으로써 경제적 손실을 줄일 수 있다. 한편 KGB연합이사(www.KGB24mall.com)에서는 이삿짐센터 선정에 있어 이용해본 고객들의 후기 글 역시 찾아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국내 포장이사를 선도해온 KGB연합이사는 알뜰한 이사짐센터가격과 보관이사비용은 물론 신속하고 안전한 이사 서비스로 베테랑 주부들의 신뢰를 받고 있는 믿을 수 있는 포장이사업체다. 인터넷에 올라온 광고성 글보다는 해당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고객이 직접 작성한 후기글을 참고하고 무료방문견적을 통해 정확한 이사조건을 파악해야 좋은 이사업체를 선정할 수 있다고 전했다. KGB연합이사의 24시간 잠들지 않는 포장이사 서비스는 서울(강북구, 도봉구, 노원구, 성북구, 중랑구, 종로구, 중구, 은평구, 서대문구, 마포구, 용산구, 광진구, 강동구, 송파구, 강남구, 서초구, 동작구, 관악구, 영등포구, 금천구, 양천구, 구로구, 강서구)과 경기도(수원시, 용인시, 화성시, 안양시, 오산시, 평택시, 동탄시, 시흥시, 안산시, 광명시, 군포시, 남양주시, 구리시, 일산시, 고양시, 성남시, 하남시, 의정부시, 분당시, 의왕시, 광주시)외 전국(인천시, 부산시, 대구시, 대전시, 김해시, 창원시)에서 받아볼 수 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열린세상] 세월호 참사 이후의 경기회복/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열린세상] 세월호 참사 이후의 경기회복/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세월호 참사 여파로 침체되고 있는 소비 진작을 위해 정부가 1000억원 규모의 온누리 상품권을 특별할인 판매하기로 했다. 현재 5% 할인율을 배로 확대하는 것이다. 정부는 공공부문 종사자를 대상으로 주 1회 이상 청사 외부식당을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자영업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소모성 정부경비를 8월 말까지 70% 이상 지출하도록 독려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지엽적인 조치들로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면 정부는 큰 오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개발연구원, 한국금융연구원 등 연구기관들이 지난주에는 속속 금년도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률 전망을 3.5% 내외로 하향조정하고 있다. 금년 들어 우리 경제는 복합적 요인에 의해 경기회복의 지연 내지는 하강요인을 잉태하고 있었다. 첫째는 대외요인으로 미국의 1분기 성장률은 수십년 만의 혹한과 폭설로 마이너스 1%를 기록했다. 2011년 1분기(-1.3%) 이후 3년 만에 기록한 마이너스 성장이다. 중국경제도 지난해 7.7%의 성장률을 기록했는데, 1999년(7.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일본은 소비세 인상조치로 지난 3월 일시적으로 소매 판매가 11% 증가했으나 4월에는 작년 4월에 비해 4.4%나 줄어들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올 2분기 일본의 성장률이 마이너스 5.9%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럽은 디플레이션(장기 물가하락) 리스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출발점이 된 1994년 상반기와 비슷한 상황이다. 유럽 중앙은행은 북유럽에 대해서는 지급준비금을 초과해 중앙은행에 맡겨둔 예금에 일종의 과태료를 물리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고려하고 있다. 한편 남유럽에는 양적완화 정책을 사용하는 이중적 금융정책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경기회복세는 극히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이와 같은 주요 교역국의 경기회복 지연 내지는 하강추세를 외면하면서 시행된 경제정책이 초래한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봄 발표된 임대소득과세 방안은 전·월세 가격만 올려놓고 그나마 살아나려고 하는 부동산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려 놓고 말았다. 본인의 유언여부에 상관없이 배우자에게 무조건 50%를 상속한다는 상속세 개정방안은 노후생활에 대비하지 못한 대부분의 연금 생활자들의 소비 심리를 불안하게 만들고 위축시킨 정책이었다. 대내외적 요인들을 고려해 볼 때 세월호 참사 이전에도 한국경제의 전반적인 추세는 경기회복의 지연 내지는 하강추세에 있었다. 물론 세월호 참사는 엄청난 경기 위축을 가져왔고 아직도 당분간 이 분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자체가 현재와 같은 경기 위축의 전부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무엇보다 경기하강 내지 위축의 징표는 기업부문의 부실화 확산 현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한 6개 그룹에 이어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 6일 부채비율이 900%에 육박한 현대그룹 등 13개 그룹을 한꺼번에 ‘관리대상’ 대기업으로 주채무계열에 포함시켰는데, 이는 사상최대 규모였다고 한다. 이상과 같은 대내외 경제환경과 경기위축을 자초한 경제정책들을 점검해 볼 때 지금과 같은 경기하강 추세가 세월호 참사가 잊히는 단계에서는 멈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안이한 태도다. 그리고 현재와 같은 경기위축과 경기하강이 일부 자영업에만 국한된 것이라는 판단도 아주 위험하다. 정부는 부처 간 심도 있는 논의로 보다 근본적인 경기회복 정책을 내놓지 않으면 안 된다. 첫째, 임대소득과세정책을 무기한 유예시키거나 취소해야 한다. 둘째, 상속법개정방안 등 수십년 동안 유지해 온 민법과 일종의 관습법에 대한 개정을 졸속 처리할 것이 아니라 중장기 세제개혁 과제의 하나로 보다 신중하게 도입을 검토해 나가야 한다. 셋째, 공기업 개혁도 모든 공기업에 일률적 잣대를 적용할 경우 부채 감축에만 몰두하고 안전을 위한 시설 개·보수가 등한시되며 전반적 투자 기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추진해 온 창조경제 정책의 중간 점검을 통해 추진 방향을 점검해 어떻게 해서든 경기회복 정책에 도움되는 방향으로 재조정해 나가야 할 것이다.
  • 관광객 급증 전북, 전문인력은 제자리

    전북을 방문하는 관광객은 해마다 크게 늘고 있으나 관광안내소와 안내 인력, 해설사 등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전북도에 따르면 도내 관광객 수는 2009년 5190만 9000명에서 2010년 6335만 8000명, 2011년 6350만 1000명, 2012년 6862만 9000명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관광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관광안내소와 안내 인력은 늘어나지 않아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도내 관광안내소는 47곳으로 5년 전과 같고 종사하는 안내 인력도 63명에 머물고 있다. 도내 14개 시·군 76개 역사문화유적지와 관광지에 종사하는 해설사도 192명으로 관광객이 몰리는 봄·가을에는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더구나 중국 관광객이 크게 늘어나고 있으나 도내에 중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안내 인력은 18명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어나 일본어를 구사하는 안내 인력이 없는 지자체가 각각 5개 시·군과 4개 시·군에 이른다. 이에 대해 관광 전문가들은 “관광객이 늘어나는 것에 비례해 안내소와 안내 인력을 보강하고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대책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서울광장] 2014년 6월 지방선거와 노란 리본/문소영 논설위원

    [서울광장] 2014년 6월 지방선거와 노란 리본/문소영 논설위원

    1987년 6월, 서울 광화문 일대의 20, 30대 직장인은 퇴근하면 “최루탄이 싫어요”라고 쓴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서울 명동성당을 향했단다. 얼마 전 점심을 먹다가 50대 선배의 그 말에 순간 울컥했다. 연대생 이한열이 직격탄에 맞아 죽은 뒤 시민과 정부가 치열하게 공방해 6·29선언에 도달했던 그 시기가 떠올랐다. 미개한 탓인지 사회적 우울에 쉽게 오염된다. 요즘 공감능력이라 좋게 불러준다. 대학 입학 이듬해인 1987년은 참으로 지랄 같은 해였다. 1979년 12·12 군사반란으로 권력을 장악한 전두환 소장은 1980년 ‘서울의 봄’을 억눌렀고 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도 무력으로 짓밟았는데, 이후 ‘체육관 선거’로 대통령이 된 그가 국론분열 운운하며 1987년 ‘4·13 호헌’을 선언한 탓이다. 직선제 개헌을 요구하던 시민들은 부글부글 끓었다. 대학생이 먼저 수업과 중간·기말시험 거부로 호헌철폐를 요구했다. 사립대 수험료가 아까웠지만 함께할 수밖에 없었다. 1987년 1월 ‘박종철 물고문 사건’과 6월 이한열의 죽음은 ‘호헌철폐, 직선 쟁취’로 폭발해 정치지형을 바꿨다. 젊은 ‘넥타이·하이힐 부대’가 합류한 덕분이다. 그 시절의 수많은 대학생처럼 한여름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최루탄과 지랄탄에 시달리면서 이한열처럼 직격탄에 죽지는 않아도 폐병으로 일찍 죽을지도 모르겠다고 자조했었다. 6공화국 헌법으로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뽑게 됐고, 낮은 수준이지만 민주주의 국가가 됐다는 생각에 세상은 더디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전진한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 직장인이 된 뒤 부정한 세력과 타협하지 않고 양심적으로 보도하면 그 나름대로 사회에 이바지한다고 믿었다. 그 후로 사회적 운동과 담을 쌓고 살았다. 돌아보면 ‘죽 쑤어 개 준’ 것 같았던 1988년 노태우 정부에서도 ‘5공 청문회’가 진행됐고 중국·소련 등 수교한 북방외교가 이뤄졌다. 1993년 문민정부, 1998년 국민의 정부, 2003년 참여정부로 진행되는 20년 동안 사회는 의미 있는 첫걸음을 내디뎠다. 전두환 재산환수의 밑거름이 된 전두환·노태우 구속 수사, 하나회 척결, 금융실명제 시행, 정부수립 50년 만의 수평적 정권교체, 남북화해시대 개막, 권위주의 해체 등이다. 그런데 그 믿음에 균열이 시작됐다. ‘부패했지만 유능한 정권’이라던 이명박 정권 때다. 규제완화라며 ‘전봇대’를 뽑기 시작하더니 KBS·MBC 등 공영방송에 재갈을 물렸다. ‘용산 재개발 참사’와 ‘청와대 민간인 사찰 사건’이 일어났다. 그래도 정부를 믿고 ‘어떻게 쌓아 온 민주주의인데 무너지겠나’ 하며 낙관했다. 특히 독재 시절처럼 정보기관이 개입된 정치조작은 불가능할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국정원의 18대 대선 개입이 드러나 충격이었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의혹 증거조작 사건도 국정원 작품이었다. 법과 정의가 제때 구현되지 않는 중에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 20여년 만에 공감능력이 되살아났다. 함께 울고 분노했다. 세월호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 시위에도 참여했다. 이런 ‘앵그리 맘(분노한 엄마)’을 정부는 불순세력이라고 불렀고, 일부에서는 미개하다, 백정이라고 했다. “국가안보실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는 청와대 측의 발표를 묵인하던 여당 의원들이 박 대통령의 대형 사진을 들고 “도와주세요”라며 동정표를 구하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한국의 대통령은 거대 여당에 국정원, 검찰, 군인, 경찰까지 공권력을 다 틀어쥐었다. 어떻게 더 도와준단 말인가. 또한 여당은 지방선거 압승으로 안정적 국정운영을 도모하겠다는 의도겠지만, 지역선거에 대통령을 개입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공정 선거 논란을 낳을 수도 있다. ‘최루탄이 싫어요’라던 1987년의 노란 리본은 6·29선언으로 완성됐다.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는 노란 리본이 완성되려면 그 첫 걸음은 국회의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안에서 시작해야 한다. 세월호 같은 참사를 재발방지하기 위해서 이번 6·4지방선거에서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 symun@seoul.co.kr
  •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채만식 ‘탁류’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채만식 ‘탁류’

    ‘서울대 추천도서 100선’이라는 이름으로 서울대에서 공부하려는 학생들이라면 이 정도는 읽어야지 하며 발표한 책들에 많은 수험생 학부모들이 관심을 갖는다. 우리 사회에서 서울대는 우리 국민 전체의 로망이며 성공이라는 이름과 동격으로 통하기도 한다. 그런 서울대에서 좋은 책 중에서 고르고 골라 추천한 책들이니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이 당연하다. 추천 도서 해제를 소개한 책조차 2만원 넘는 정가에도 불구하고 잘 팔린다. 추천 도서들의 목록 중 제일 재미있다고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책이 바로 채만식의 ‘탁류’다. 나는 책의 평가를 묻는 다수의 사람들로부터 신용을 잃었다. 재미있으니 읽어보라고 할 때마다 ‘네가 재미없는 책이 있냐’고 ‘흥’ 하는 반응이 먼저 나온다. 물론 내가 말하는 재미는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세상살이의 모습이 다양해지는 것에 반비례해 재미의 다양성이 떨어지는 시대라 어렵게 느껴지는 책들의 면면에서 재미를 발견하는 일이 쉽게 공감을 사지 못한다. 그래도 ‘탁류’는 재미있으니 읽어 보시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드라마 저리 가라 하게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니. ‘탁류’의 내용은 이렇다. 선비의 후손으로 한때 군청에서 일하기도 했던 정주사는 도박의 일종인 미두장에 빠져 가산을 탕진한다. 그의 큰딸 초봉은 하숙생 남승재를 좋아하지만 아버지의 장사밑천을 대주겠다는 사기꾼이자 난봉꾼 고태수와 결혼한다. 하지만 고태수는 초봉을 탐내는 장형보의 계략으로 맞아 죽게 된다. 졸지에 과부가 된 초봉은 장형보에게 강간을 당하고, 군산을 떠나 아버지 친구인 박제호의 첩이 돼 아비가 누군지도 모르는 딸을 낳고 살아간다. 박제호는 초봉에게 싫증을 느끼던 차에 장형보가 초봉이 낳은 딸의 아비라 주장하자 초봉을 형보에게 냉큼 넘겨 버린다. 형보와의 삶이 힘겨웠던 초봉은 형보가 자신의 동생 계봉까지 넘보자 형보를 죽이고 자결하려 하나, 계봉과 승재의 권유로 자수를 결심하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주인공 중심으로 벌어지는 독하디 독한 스토리, 수많은 사건과 단순한 해결, 권선징악, 살벌한 복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감이 가는 등장인물들이 요새 자주 접하게 되는 막장 드라마를 많이 닮았다. ‘탁류’를 굳이 막장 드라마에 비유하는 것은 이 작품을 비하하려는 뜻보다는 친숙하게 보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사람들이 드라마를 말이 안 된다, 지겹다며 욕을 하면서도 보는 근저에는 우리 삶에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사실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체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초봉의 결혼을 빌미로 한밑천 잡으려 했던 자신의 욕심 때문에 딸의 인생을 그르치게 한 정주사, 자신의 인생을 다른 사람의 손에 쉽게 맡겨 버린 초봉, 남의 것을 죄의식 없이 가지려 한 태수와 형보. 이런 인물들의 공통점은 모두 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의식이 없었다는 점이다. ‘탁류’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숱하게 저지르는 실수들을 보며 쯧쯧, 하고 혀를 찬다. 사건 속에 있는 인물들로서는 보기 어려운 것들을 독자는 또렷하게 볼 수 있어 각 인물들이 그릇된 판단을 하는 대목에서 그러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을 쉽게 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후회스러운 감정에 휩싸일 때가 많다. 지나간 일들에 대한 미련이 진해질 때면 과거 어느 대목에서 ‘그렇지 않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이라고 곱씹게 마련이다. 그때는 그 길밖에 없었다고 생각하고 행했던 일들이 시간이 지나고 보면 다른 길도 있었고 그 길로 갔더라면 다른 결과에 이르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등장인물들에 대한 시시비비는 익숙한 우리의 후회와 만나며 몰입도를 높인다. 채만식의 문장은 참 맛이 있다. 맛 중에서도 진미다. 인물들의 대사가 살아있어 읽으면서도 귀에 들리는 듯하다. 인물의 외양을 묘사하고 됨됨이를 평가함에 있어서도 너나 할 것 없이 같이 쓰는 훈민정음 스물넉 자로 어찌 이렇게 표현할 수 있지 싶게 감칠맛이다. 막노동을 하자고 해도 힘이 달려 하지 못하고 미두장의 천덕꾸러기로 지내며 양식을 구하지 못하면 처자를 데리고 굶고 앉아 있는 정주사를 표현하기를 입만 가졌지 손발이 없는 사람에 비유한다. ‘진도라고 하는 섬에서 나는 개(珍島犬)하며, 금강산의 만물상이며, 삼청동 숲속에서 울고 노는 새들이며, 이런 산수고 생물이고 간에 천연으로 묘하게 생긴 것이면 ‘천연기념물’이라고 한다. 그럴 바이면 입만 가졌지 수족이 없는 사람, 정주사도 기념물 속에 들기는 드는데 그러나 사람은 사람이니까 ‘천연기념물’은 못 되고 그러면 ‘인간기념물’이겠다’는 대목은 무릎을 탁 치며 박장대소하게 한다. 이런 부분은 쌔고 쌨다. 채만식의 ‘탁류’는 1937년부터 이듬해까지 조선일보에 연재된 풍자적인 장편 소설이다. 금강을 서사의 공간적 배경으로 삼고 있는데, 탁류가 금강의 혼탁한 흐름을 연상하게 하지만 사실상 좁게는 개인의 삶을, 넓게는 식민지의 역사적인 흐름을 빗댄 것이다. 이 작품은 국가의 주권은 물론이고 삶의 터전마저 잃어버린 채 탁한 물결에 휩쓸려 살아가던 식민지 아래서의 우리 민족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정주사와 그의 딸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서사의 중심을 이루고 있지만 이를 넓게 보면 당대의 시대상과 우리 민족의 삶을 담아냈다고 할 수 있다. 각 인물들은 그 시대를 대표할 성격을 가지고 있다. 무능하지만 가부장적 권위를 행사하는 정주사,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지 못하고 물질에 희생되는 초봉, 부도덕의 전형을 보여주는 태수와 형보, 혼란 속에서도 희망을 바라보는 승재, 이런 인물들은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물은 탁하지만 그 속에서 물고기가 살고 그 물은 온갖 물류를 나르고 그것을 기반으로 사람들도 산다. 물이 흐름을 멈추지 않는 한 삶도 계속되듯이 어느 시대에나 어디에서나 있을 법한 인물들의 이야기여서 더 공감이 간다. 요즘 시절이 어수선하고 경기가 안 좋다고들 한다. 내가 체감하는 경기가 좋았던 적이 없어 새삼스럽게 흔들릴 것도 없지만 나 또한 전체 속에 묻혀 비슷한 삶을 살게 마련이어서 중심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사회 전체적으로 불안하니 자꾸 안 좋은 사건들에 눈이 더 가고 쉽게 화가 난다. 안 그래도 울고 싶은데 때려주니 옳다구나 울음을 터뜨린 격이라고나 할까. 살면서 좋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지만 지나고 보면 그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지금 살아있고 또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젊음은 인생을 꽃피우는 시기인 반면 그만큼 시련도 따르는 시기다. 꼭 꽃이 필 때 비바람도 함께 온다. 슬퍼하고 분노하지만 그걸 견뎌내는 꽃이 열매를 맺는다. 강물이 탁하든 그렇지 않든 그래도 흐르듯 우리의 삶도 흘러갈 터인데 인생의 대하드라마 같은 ‘탁류’를 보며 묵묵히 견뎌 봄이 어떠할까 싶다. 최영주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책임연구원 ■소설가 채만식은… 냉소·풍자적 문체 돋보여 10여년간 기자 생활 대표적 친일 작가 ‘태평천하’ 등을 쓴 채만식(1902~1950)은 냉소적, 풍자적 문체를 활용한 작가다. 막이나 장에 대한 설명이나 지문 없이 대화와 대사로 이뤄지는 ‘대화소설’ 형식을 즐겨 사용했다. 1924년부터 동아일보, 개벽, 조선일보 기자로 근무하며 창작 활동을 병행한 채만식은 1936년 기자를 그만두고 작품 활동에 매진했다. 기자 시절 발표한 작품은 ‘인형의 집을 나와서’와 ‘레디메이드 인생’이 있고, ‘태평천하’와 ‘탁류’ 등을 전업 작가 시절에 썼다. 일제시대 농촌의 수탈상이나 룸펜으로 전락하는 조선 지식인들의 실상을 풍자하던 채만식은 일제 말기 친일 작품으로 분류되는 ‘아름다운 새벽’과 ‘여인전기’를 발표했고, 1943년 조선문인보국회 평의원으로 가담했다. 해방 이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는 친일반민족행위 704인 명단에 채만식을 포함했고, 2008년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에도 그의 이름을 오르며 대표적인 친일 작가로 규정됐다. 채만식은 1947년 자전적 성격의 단편인 ‘민족의 죄인’에서 스스로의 친일 행위를 변명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친일 행적을 최초로 인정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사설] ‘제2 세월호’ 없게 폭염·폭우 대책 긴요하다

    지난달 31일 경북 의성의 화물열차 탈선 사고는 기상재해 대비책의 시급함을 일깨웠다. 화물열차 20량 가운데 무려 9량이 탈선했지만 인명피해가 없었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코레일 측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찾고 있지만 선로가 엿가락처럼 길게 휘었다는 점에서 폭염이 영향을 줬을 개연성은 커 보인다. 이날 의성의 기온은 5월의 관측 사상 가장 높은 36.3도를 기록했다. 코레일은 일단 때이른 폭염에 따른 사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날 사고는 자연재해와 관련해 많은 점을 시사한다. 코레일은 그동안 6~8월을 폭염 기간으로 정해 기온이 35도가 넘고 레일 온도가 55도를 넘어서면 선로에 물을 뿌리고 열차 속도를 늦추는 조치를 취해 왔다. 매뉴얼에 따른 사고예방 작업이다. 그런데 이날 폭염이 기승을 부렸는데도 선로의 열을 식히는 작업을 하지 않았다. 때이른 5월 폭염을 단발성으로 여겼던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선로가 열을 받아 늘어나면서 선로 사이의 작은 여유 공간이 팽창하고 선로가 휘어진 것이다. 사고 지점이 급커브란 점도 원인이 됐을 것으로 짐작된다. 물론 이날 비슷한 폭염을 기록한 다른 지역은 탈이 없어 섣불리 사고 원인을 폭염으로만 단정지을 수는 없다. 비슷한 기상재해 피해로는 봄이 완연한 4월 말 울진과 동해 등 동해안 일대에 내린 장대비로 붕괴와 침수 피해를 입은 사례가 있다. 이 또한 쏟아진 폭우를 예상치 못했다. 이들 지역엔 4월의 관측 사상 최고인 하루 180~200mm의 비가 쏟아졌다. 지난 2월 115명의 사상자를 낸 경북 경주의 리조트 붕괴도 겨울 끝자락의 폭설에 따른 사고였다. 당시 경주에는 습기를 머금은 폭설이 80cm나 내렸지만 리조트 건물은 눈의 무게를 이겨낼 만한 건축구조가 아니었다. 리조트 측은 설마 지붕이 눈에 무너질까 하는 안일함에 쌓인 눈을 치우는 작업을 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가 아물기도 전에 여름이 성큼 다가섰다. 한반도는 수년 전 아열대기후 지역으로 들어서 올해도 국지성 폭우가 예상된다. 주위에는 20~30년 전에 건설된 건물과 교량, 댐 등 재난에 취약한 대형 건축물들이 많다. 태풍과 폭우로 인한 붕괴 등의 우려가 높은 실정이다.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재해와 재난을 총괄하는 국가안전처가 곧 신설된다. 자연재해로 인한 사고는 계절과 무관하게 발생할 우려가 매우 커졌다. 현장 매뉴얼 등 사계절의 변화에 맞춰진 지금의 재난 및 인력운영 체계를 총체적으로 재점검해야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을 수 있다.
  • 명료하거나…복잡하거나

    명료하거나…복잡하거나

    “우리가 생각하는 남북 관계란 대체 무엇일까요. 지금 우리는 어떤 이데올로기의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고 있죠?” 설치미술가 김기라(40)가 웅변하는 메시지는 간단명료하다. 아주 사소한 것에 주제를 담아 회화, 설치, 영상 등으로 점차 확대해 풀어 간다. 이념과 계층, 지역, 환경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는 진솔한 대화나 영상에 담겨 날것 그대로 관람객에게 전달된다. 작가는 다음 달 5일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페리지 갤러리에서 열리는 ‘마지막 잎새’전에서 이념의 무게를 한없이 가볍게 들춰낸다. 예컨대 영상 ‘이념의 무게’(왼쪽) 시리즈의 ‘마지막 잎새’는 올 2월 금강산에서 이뤄진 남북 이산가족 상봉의 대화록을 발췌해 만들었다. 영상은 봄을 알리는 진달래꽃의 모습으로 시작해 라디오 드라마 같은 성우들의 목소리로 이어진다. ‘북쪽으로 보내는 서한들-수취인 불명-황해’에선 냉면이라는 아주 사소한 대상에서 시작한 편지 내용으로 남북 관계의 단상을 그려 냈다. 영상은 “냉면을 먹다가 북쪽의 당신 생각이 났다”는 독백으로 출발한다. 이렇게 각각의 영상들은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논란부터 쌍용자동차 노사 문제, 천안함 사건 등 갈등과 대립을 이어 온 상황들을 풀어 간다. 작가는 “우리의 눈을 가리고 있는 안개와도 같은 이분법적 이념의 장막을 하나씩 걷어 내야 할 때”라며 “‘마지막 잎새’는 결국 해결되지 않은 희망이나 절망 같은 이야기”라고 말했다. 반면 설치작가 김명범(38)은 ‘다의성’을 품었다. 망치와 곡괭이의 손잡이에 달린 지팡이(오른쪽), 물고기와 사랑니를 매단 풍선으로 관람객의 상상력을 한껏 자극한다. “뒤뚱거리고 꼬여 있는 듯한 삶을 보여 주고 싶었다”는 의도처럼 작가는 되도록 많은 질문을 끌어내려 한다. 서울 종로구 팔판동 갤러리 인에서 오는 21일까지 이어지는 개인전 ‘시소’(SEESAW)에는 커다란 졸참나무로 만든 시소가 등장한다. 마치 위아래로 움직일 듯 생명력을 과시한다. 스테인리스로 만든 삽과 망치, 곡괭이에 연결된 나무 지팡이는 숭고한 노동의 가치를 뜻한다. 작가는 “열정과 시간을 들인 내 모습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은 비현실적이지만 결코 달콤하지 않다. “미국에서 활동할 때 인근 주민들이 죽은 나무를 베어 손질하던 내 모습을 보고 ‘잔인하다’고 표현하더군요. 그런데 집집마다 어김없이 목재 식탁과 의자가 있었어요.” 모순이랄까, 왕성하게 생장한 나무가 베어져 삶을 마감하고 재탄생하는 순환처럼 작가는 작품마다 삶과 죽음, 위안과 공포를 숨겨 놨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사투리 뉴스] “나 보는 기 매해서, 들구번질 저는, 입두 쩍 않구~”

    [사투리 뉴스] “나 보는 기 매해서, 들구번질 저는, 입두 쩍 않구~”

     #1: 김소월의 ‘진달래꽃’(참꽃)  “나 보는 기 매해서, 들구번질 저는, 입두 쩍 않구 신질루 보내 드릴 기래요. 영변에 약산 빈달배기, 참꽃, 한 보탱이 따더 내재는 질가루 훌훌 뿌레 줄 기래요. 내걸리는 발자구 발자구, 내꼰진 참꽃을, 찌져밟구 정이 살페가시우야. 나 보는 기 재수바리 웂서, 내튈 저는, 뒈짐 뒈졌지 찔찔 짜잖을 기래요.”  #2: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  “한 대둥 서리꽃으 피우니야구, 봄 호랑새북버텀 솥즉다새는, 그닷하게 삐죽거렌 기다야. 한 대둥 서리꽃으 피우니야구, 천둥은 시컴뎅이구룸 뒈씨구, 그닷하게 베락으 넹게친 기다야. 보구수운 아수움에 중치 죄이던, 꽤나 먼 날으 빙도는 질에서, 인재는 되곱체와 우째 체겡 앞에 센, 이쁘다한 누우 지접아맨치 생긴 꽃이여. 누리끼한 니따구 낯반데기가 필라구, 읒지넉엔 무태서리가 저닷하게 쏟아지구, 내인덴 거치데기귀신두 안 네레완 기다야.”  “이러 강릉 사투리루 시를 을퍼 주문 어르신드리 한참 파대 우숨으 웃잔소.”  강릉사투리보존회(회장 조남환)는 지난 4월 강릉지역 복지관과 노인대학, 노인회관 등을 찾아 강릉 사투리를 테마로 한 공연 프로젝트 ‘마커 지그레 봐요’를 운영하고 있다. 일주일에 화·금요일 두 차례씩 회원들이 구수한 사투리로 진행해 웃음을 준다. 잊혀 가는 강릉 사투리를 알리고 발굴하자는 취지에서다.  ‘마커 지그레 봐요’ 가운데 가장 즐거워하는 프로그램은 시 낭송이다. 시를 한 사람은 원문을 읽고 한 사람은 사투리로 번역, 한바탕 웃음을 준다. 웃음치료사 레크리에이션 강사가 초청돼 노래를 곁들인 ‘건강 박수’ 시간도 즐겁다. 회원 두 사람이 사투리 정답이 적힌 낱말 카드를 들고 어르신들 한 사람씩 문제 설명을 하게 해 답을 맞히는 ‘사투리 낱말 맞히기 게임’도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지렁, 고벵이, 소꼴기, 인나세, 절루가, 일루와, 소갈비, 말랭이, 해다, 언나, 낯쎄요, 곧쎄요, 상그두쎄요, 수구레, 요모텡이….’ 이는 잊힌 새로운 사투리 단어를 발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모두 강릉 사투리 대회 입상자인 회원들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 등을 콩트로 풀어내는 ‘야그한마두’와 분위기에 따라 출연자가 즉석에서 무반주로 노래하는 ‘노래한마두’도 흥겹다.  조남환 회장은 “강릉 사투리는 촌스럽지만 정겹고 독특한 맛이 일품”이라고 말했다.  강릉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봄 가뭄에 빠른 이상고온…낙동강 중상류 녹조 비상

    낙동강 일대 녹조가 올해도 비상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지난달 29일부터 낙동강 중상류 지역에 녹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2일 밝혔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이 배를 타고 조사한 결과 경북 고령군 우곡면 우곡교 아래에서 대구 달성군 구지면 도동서원 앞까지 13㎞에 이르는 낙동강변에서 녹조띠가 발견됐다. 녹조띠는 ‘녹조 라테’라고 불릴 만큼 강 표면을 녹색 조류로 완전히 뒤덮고 있었다. 정수근 생태보존국장은 “이 같은 녹조띠는 지난해의 경우 6월 중·하순에나 볼 수 있었다”며 “올해의 녹조 현상은 지난해보다 1개월 가까이 빨리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봄 가뭄이 지속되는 데다 일찍 찾아온 고온 현상 때문이란 분석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이보다 더욱 심각한 건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보로 인해 물이 흐르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낙동강 보가 건설된 2012년부터 매년 녹조 현상이 일어나고 있으며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녹조띠는 독성물질을 함유하고 있는 남조류의 대량 증식으로 인해 나타난다. 이로 인해 낙동강을 식수로 사용하는 대구·경북과 부산·경남 등 영남권 주민들의 건강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지금이라도 낙동강 물이 흐를 수 있도록 4대강 보의 수문을 열어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4대강 보 해체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녹조 발생에 대비해 대구지방환경청과 함께 매일 순찰하는 등 낙동강 일대의 순찰을 강화하겠다. 하지만 취수장에서는 녹조를 거르기 때문에 마시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몸의 대향연 2제] 몸·움직임…역동적 표출

    [몸의 대향연 2제] 몸·움직임…역동적 표출

    무용과 무용극, 연극과 신체극은 어떻게 다를까. 모두 몸을 쓴다는 공통점을 품지만, 기반이 다르다. 무용극은 무용을 바탕으로, 신체극은 연극적 전통에서 태어났다. 몸으로 표현한다는 개념이 중심이 되지만, 어떤 예술 장르를 전통에 두고 시도하느냐에 따라 나뉜다. 이해하기 어렵다면 직접 보는 수밖에. 신체극의 향연으로 불리는 ‘피지컬 시어터 페스티벌’과 연극과 무용이 결합한 ‘플레이 & 댄스 아트 페스티벌-파다프’에서 그 본색을 확인할 수 있다. ‘신체’와 ‘움직임’의 표현 방식에 조금 더 집중한 ‘피지컬 시어터 페스티벌’이 3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서강대 메리홀소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 극장 봄에서 열린다. 공식 참가작은 ‘크리스토퍼 논란 클럽’(3~4일)과 ‘혀의 기억’(5~6일)이다. ‘크리스토퍼 논란 클럽’은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들을 모티브 삼았다. 미디어와 영화 속에 내재된 힘의 논리를 역동적으로 표출하면서 모호해진 가상과 현실의 구분에 대한 논쟁을 던진다. 모다트의 ‘혀의 기억’은 변화한 현대의 삶 속에 남아 있는 한 여인의 추억을 따라간다. 과거를 찾아 옮기는 걸음걸음에서 옛 추억을 되새기고 삶의 본질을 찾아내려는 시도다. 두 작품 모두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3관에서 공연한다. 7~8일 대학로예술극장 3관에서는 15~20분짜리 신작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 ‘나 누구랑 얘기하니?!’, ‘직시’, ‘사물의 본질’, ‘세레모니: 누구를 위하여’는 움직임과 소리, 의식과 무의식 등에 대한 진지한 탐구를 담았다. 창작개발 프로그램 ‘벽난로가에서의 꿈’은 12~14일 마포구 신수동 서강대 메리홀에 오른다. 비운의 천재 조각가 카미유 클로델과 그의 동생인 극작가 폴 클로델을 중심으로 삶과 예술, 광기를 그린다. ‘댄스 인 아시아 커뮤니티’는 6~8일 서울 성북구 삼선동 극장 봄에서 공연한다. 2만 5000원. (02)764-7462.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빨리 온 무더위… 물 섭취 충분히, 낮엔 시원하게

    빨리 온 무더위… 물 섭취 충분히, 낮엔 시원하게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무더위에 미세먼지까지 겹치면서 여름철 건강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겨울 동안 움츠러들었던 신진대사기능이 봄을 맞아 활발해지면서 일종의 피로 증상인 춘곤증이 나타나듯 계절 변화에 적응하기까지는 적어도 1~2주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초여름을 느끼기도 전에 준비도 없이 한여름을 맞은 우리 몸은 이미 과부하가 걸린 상태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서울의 여름철 고온현상 사망자 발생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요즘같이 때 이른 무더위가 닥쳤을 때 한여름보다 고령자들의 사망률이 급증했다. 하루 평균기온이 똑같이 30도까지 치솟아도 한여름에는 사망자가 23% 늘어난 데 비해 초여름에는 36%까지 늘어났다. 대개 6월의 이른 더위보다 다가올 한여름의 뙤약볕을 걱정하지만 요즘 같은 이른 더위가 몸에 훨씬 해롭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여름철 평균기온과 폭염일수 빈도, 강도는 해마다 상승하고 있으며 특히 올해 여름철 기온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기상청은 예상했다. 여름철 건강을 관리하는 최선의 방법은 물을 자주 마시고, 시원하게 지내고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가장 더운 시간대에는 쉬는 것이다. 야외 활동과 작업이 불가피한 경우라면 적어도 자신의 건강상태를 살피며 활동 강도를 조절해야 일사병을 피할 수 있다. 흔히 ‘더위 먹은 병’이라고 불리는 일사병은 더운 공기와 강한 태양의 직사광선을 오래 받아 우리 몸이 체온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해 생기는 질환으로, 수분과 전해질이 떨어져 무력감, 현기증, 심한 두통이 나타난다. 시원한 곳에서 쉬며 열을 식히고 수분을 보충하면 보통 증세가 금방 가라앉는다. 그러나 생명까지 위협하는 열사병은 그렇지 않다. 일사병은 체온의 변화가 크지 않지만 열사병은 체온조절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40도 이상의 고열이 난다. 얼굴이 창백해지고 식은땀이 나면서 탈진 상태를 보이기도 하고 의식이 흐려져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쉽다. 지난해도 살인적인 폭염이 계속되면서 14명이 열사병 등으로 사망했다. 땀을 많이 흘리고 극심한 무력감과 피로가 나타나는 열탈진, 팔과 다리 등 근육 부위에 경련이 일어나는 열경련,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거나 어지러움증이 나타나는 열신실, 손이나 발목 등에 부종이 생기는 열부종 등도 모두 주의해야 할 온열질환이다. 만약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일단 온열질환부터 의심하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더위로 면역력이 떨어지는 여름에는 피부에 물집이 생기면서 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대상포진도 조심해야 한다. 대상포진은 과거 수두에 걸렸거나 수두 예방 주사를 맞은 사람의 몸속에 잠복해 있던 수두 바이러스가 면역력이 떨어진 틈을 타 다시 활동하면서 신경을 따라 피부에 병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노령 환자의 경우 약 절반 정도에서 마약성 진통제가 필요할 정도로 통증이 심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대상포진은 이상기온 등의 영향을 받아 최근 5년간 연평균 8.3% 증가했고, 주로 7~9월에 환자가 집중됐다. 대상포진을 예방하려면 지금부터라도 체력을 단련해 면역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 한여름에는 밤이 짧은데다 열대야까지 기승을 부려 잠을 설치는 사람이 많은데, 이 때문에 생체리듬이 깨지면 질병에 대한 면역력도 함께 약해진다. 따라서 이런 악순환을 피하려면 미리미리 수면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해 잠자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고혈압보다 위험하다는 저혈압도 주로 여름에 나타난다. 인체의 수분량은 콩팥에서 만드는 소변과 땀 등을 통해 조절되는데, 여름철에는 땀을 많이 흘리게 돼 몸 안의 수분량 변화가 심해지면서 조절 기능이 한계에 도달해 혈압이 낮아질 수 있다. 가장 일반적인 저혈압 증상은 현기증이나 두통, 무기력증이지만 심한 경우 시력장애나 실신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열사병, 대상포진, 저혈압 등은 병에 걸리기 쉬운 60대 이상의 고령층이 여름에 특히 주의해야 할 질환들이다. 어린아이들은 여름철 수족구병을 조심해야 한다. 수족구병은 가벼운 미열과 함께 혀, 잇몸, 뺨의 안쪽 점막과 손, 발 등에 빨갛게 수포성 발진이 생기는 질환으로 대부분 가벼운 감기 증상으로 끝나지만 면역체계가 아직 발달하지 않은 신생아가 걸리면 사망할 가능성도 있다. 덥고 습한 여름의 불청객 땀띠도 아이들을 괴롭히는 대표적인 여름철 질환이다. 건보공단이 땀띠로 병원을 찾은 환자를 월별로 분석한 결과 전체 방문 횟수의 절반가량이 7~8월에 집중됐다. 땀띠는 땀관이나 땀구멍의 일부가 막혀서 땀이 배출되지 못해 생기는 발진으로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잘 생긴다. 땀띠가 생겼을 때 비타민 C를 복용하면 도움이 된다. 춥지 않다고 방심했다가는 겨울 감기보다 지독한 여름 감기에 걸릴 수도 있으니 개인위생은 항상 철저히 해야 한다. 2012년에는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PIV) 감염에 의한 감기환자가 급증해 때아닌 감기환자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일사병도 문제지만 거꾸로 냉방병도 문제다. 냉방이 잘되는 실내에서 생활하면 인체가 기온 변화에 적응할 기회를 갖지 못해 자율신경계 탈진 증상이 계속된다. 우리 몸이 적응할 수 있는 온도변화는 5도 내외이므로, 실내와 외부 온도 차이는 5도 정도를 유지하는 게 좋다. 강한 에어컨 바람을 계속 쐬면 안구건조증이 생길 수도 있다. 여름만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무좀도 개인위생관리로 충분히 피해갈 수 있다. 무좀을 일으키는 피부사상균은 고온다습한 상태에서 잘 번식하기 때문에 외출 후에는 따뜻한 물과 비누로 발가락 사이까지 깨끗이 씻고 수건과 드라이기를 사용해 완전히 건조시키는 것이 좋다. 또 통풍이 잘되지 않는 하이힐, 부츠, 스타킹 착용은 되도록 피하고 가급적 면 양말을 신거나 실내에서 슬리퍼를 착용하는 게 도움이 된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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