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2026-06-15
    검색기록 지우기
  • 2026-06-15
    검색기록 지우기
  • 물리
    2026-06-15
    검색기록 지우기
  • 2015년
    2026-06-15
    검색기록 지우기
  • 4위
    2026-06-15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7,296
  • 6월엔 꼭 봄

    6월엔 꼭 봄

    공연계 주간 매출 4월 첫주 최저점 이후 증가세 거듭하다클럽發 확진으로 하락 반전 마스크 의무화 등 수칙 엄격히 ‘렌트’·‘모차르트!’ 준비 완료!서울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재점화를 향한 공연계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5월 들어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던 ‘관극 심리’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늘면서 급격히 꺼졌고, 바닥을 치고 반등하던 공연계 총매출액 하락으로 이어졌다. ‘5월의 봄’을 준비하던 공연계는 뮤지컬 대작이 쏟아지는 6월을 재도약의 기회로 보고 있다. 18일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공연계 주간 총매출액은 지난 4월 첫째 주(5~11일) 3억 7465만원으로 최저점을 기록한 뒤 매주 증가세를 거듭했으나, 이태원 일대 클럽을 다녀온 뒤 코로나19에 감염된 경기 용인시 66번 환자 관련 첫 언론 보도가 나온 지난 7일부터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주간 단위 공연계 총매출액은 3월 셋째 주 19억 9873만원, 3월 넷째 주 19억 5393만원, 3월 마지막 주 9억 3208만원 등 점진적인 하락 곡선을 보이다 4월 둘째 주 7억 2962만원, 4월 셋째 주 16억 1122만원으로 조금씩 증가했다. 부처님오신날부터 어린이날까지 황금연휴가 시작된 4월 마지막 주 총매출액은 27억 4917만원까지 올랐다. 이런 흐름은 5월 첫째 주까지 이어졌지만, 지난 7일을 기점으로 끊겼다. 공연 총매출액을 공연과 관객이 특히 많이 몰리는 금~일요일 3일 단위로 나눠 집계한 결과 4월 3~5일 2억 1908만원을 시작으로 지난 1~3일 15억 7870만원으로 매주 상승했지만 이태원 클럽 관련 보도가 쏟아진 직후인 8~10일 매출액은 11억 6156만원으로 감소했다. 이와 관련해 한 뮤지컬 제작사 관계자는 “공연계는 관객이 공연장을 안전한 곳으로 인식하고 자유롭게 즐기는 관극 심리 회복이 중요한데, 결과적으로 이태원 클럽이 조금씩 되살아나던 관극 심리 불씨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연계 관계자는 “국내 코로나 확진자가 줄고 지난 6일 정부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방역으로 전환하면서 공연계는 무대 정상화를 시작했고, 공연장을 찾으려는 관객 분위기도 조금씩 느껴졌으나 이태원 클럽 탓에 이런 분위기가 확 꺼졌다”며 허탈해했다.관객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와 사전 문진표 작성 등 코로나19 예방 수칙을 엄격히 따르고 있는 공연계는 작품성과 대중성이 검증된 대작을 중심으로 다시 관객 맞이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국내 뮤지컬 최고의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배우 김준수의 뮤지컬 데뷔작 ‘모차르트!’(11일·세종문화회관 대극장)와 2000년 초연 이후 한국 뮤지컬 시장 규모를 키운 작품으로 꼽히는 ‘렌트’(13일·디큐브아트센터)가 6월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출연 배우의 코로나19 확진으로 지난 4월 3주가량 공연을 중단했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는 애초 6월 27일까지였던 서울 공연 일정을 8월 8일로 연장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점순이가 ‘나’를 꼬시던 동백숲길…실레마을에선 사랑이 이뤄지리라

    점순이가 ‘나’를 꼬시던 동백숲길…실레마을에선 사랑이 이뤄지리라

    내게 강원 춘천은 ‘소설가의 분홍색 집’과 ‘소설가들’의 고장이었다. 처음 춘천 가는 기차를 탔을 적엔 이미 너무도 많은 사람과 사랑들이 다녀간 뒤였고, 102보충대에 입소하던 이를 배웅하러 오긴 왔지만 친오빠의 일이어서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울고 있는 엄마 뒤에서 오빠가 군대에 있을 동안에 그가 남기고 간 물건들을 쓸 생각에 약간 신이 났던 기억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춘천? 노래에나 나오는 거기 아냐?” 미안한 말이지만, 여튼 그랬다.대학원 재학 시절의 단체 MT에서야 ‘춘천’ 혹은 ‘봄내’에 관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됐다. 그때만 해도 아주 작았던 김유정 생가터와 소양댐, 청평사를 거쳐 자연 휴양림의 방갈로 안에서 ‘술 마시러 갔던’ MT.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 교수님들이 타고 있던 앞차가 갓길에 섰다. 그리고 물안개가 짙게 깔린 소양댐을 배경으로 두 작가의 옥신각신이 이어졌다. “춘천이 고향인 최수철 소설가 집에 들렀다 가자”는 임철우 소설가의 제안, 동료 교수의 다정하고도 장난기 어린 제안을 거절하는 ‘옛날의 집주인’. 숙취가 가시지 않은 판에 흥미진진한 주거니 받거니를 보면서 “그럼 수철 교수님 생가에 가는 거예요?”라고 묻자 눈앞에 뻔히 살아 있으니 ‘생가’가 아니라 ‘본가’라고 해야 한다고 한 사람이 누구였더라. 결국 그냥 떡전거리(병점역)로 돌아가자고 했는데 봉고차 두 대가 선 곳은 어느 우아한 핑크색 주택이었다. 모두가 웃고 있는 단체사진 속에서 최수철 소설가만 망연자실한 얼굴이었다. “핑크라니….” 집주인이었던 이가 내뱉은 이 한마디가 춘천의 화룡점정으로 남았다. 대학원생에서 등단한 소설가가 되는 동안 춘천은 사랑과 낭만, MT와 봄 강의 고장에서 김유정의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장소로 변모했다. 그사이에 자그마했던 김유정 생가는 김유정 문학촌으로 바뀌었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던 소설가 김유정의 고향이자 그가 병을 얻어 내려와 요양을 하며 야학을 세우고 사랑하던 이에게 끊임없이 연서를 보내던 곳이라는 사실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셈이었다.왜 김유정 문학관이 아니라 김유정 문학촌일까. 올해 문학촌장으로 부임한 이순원 소설가에게 물었더니 마을 곳곳이 김유정 소설의 배경이기 때문이라는 말이 돌아왔다. 동시에 문학촌으로 들어오면서 내내 ‘김유정로, 김유정 우체국, 김유정역, 김유정 농협지점’ 등등의 이름들을 스쳐온 것이 떠올랐다. 2004년 12월 1일부터 신남역(무궁화호, 경춘선)은 김유정역이 됐다. 2010년 경춘선이 복선 전철로 바뀌어 다시 김유정전철역이 된 사연이 길게 이어졌다. 한국 최초로 문인의 이름을 딴 길과 마을, 전철역과 우체국이라니! 이는 가히 마을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고서야 성립될 수 없는 크기이기도 했다.ㅁ자로 지어진 생가터에서부터 뻗어 나온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김유정 문학촌과 그 일대를 ‘소설 속 공간’으로 탈바꿈해 놓았다. 떡시루의 강원도 방언이라는 실레는 어쩌면 소설가 김유정으로부터 이야기를 빚어내기 위해 만들어진 동네가 아닐까. 김유정은 1908년생이다. 그리고 1937년 3월 29일에 이곳 실레(실제 지명은 신동면 증리)에서 생을 마감했다. 2년 후에 경춘선이 처음 개통됐다. 그가 병사하지 않고 천수를 누렸더라면 실레에 기차가 들어온 것을 보고도 이야기를 지어냈을 법한 옴폭한 자리였다. 서울 재동공립보통학교를 졸업하고 휘문고보를 거쳐 연희전문 문과에 진학한 수재였던 김유정은 어릴 적 양친을 잃고 나서 얻은 말더듬이병과 애정 결핍을 갖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그러던 중에 당대 명창인 박녹주를 만나 열렬한 구애를 펼쳤으나 실패했다. 박녹주의 가마를 지키고 서 있다가 마음을 전했으나 완강한 거절의 뜻을 전해 듣고 쓴 혈서는 그의 간곡한 마음을 가히 짐작하고도 남았다. 실연과 재적이라는 연이은 아픔에 고향으로 돌아온 김유정은 야학의 일종인 ‘금병의숙’을 설립하기에 이른다. 서울살이의 도회적 감수성과 연희전문까지 재학할 정도의 뛰어난 수재였던 김유정의 눈에 비친 고향 마을은 어떤 모습이었을까다. 고향에서 몸과 마음을 어느 정도 회복한 후에 다시 서울로 올라간 그는 글쓰기에 매진해 193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와 조선중앙일보에 입선했다.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펼쳤고, 구인회의 후기 동인으로도 활동한다. 이때 시인 이상과의 교류가 이어지는데, 이들은 부모를 일찍 여의고 타지에서 글을 쓰는 같은 처지의 동료로서 우정이 깊어졌다. 두 사람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폐병을 얻기까지 한다. “각혈이 여전하십니까?” “네, 그저 그날이 그날 같습니다.” “치질이 여전하십니까?” “네, 그저 그날이 그날 같습니다.” 이 대화 끝에 그들은 자살을 모의하기도 하지만 실패했다. 이상은 일본으로, 김유정은 다시 낙향해 투병과 작품 활동을 이어 간다. 이 대화를 나눈 이듬해에 그들은 다시 나란히 세상을 등졌다.김유정은 1937년 다섯째 누이 유흥의 과수원집 토방에서 투병 생활을 하며 휘문고보 동창인 안회남에게 생의 마지막 편지를 쓴다. 자신이 쓴 추리소설을 보낼 터이니 돈 백원을 융통해 보내 달라는 내용이었다. 닭 30마리와 살모사와 구렁이 10마리를 고아 먹고 너끈하게 일어나겠다고도 했다. 남은 생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강인하게 나온 편지가 오히려 아리게 다가온다. 김유정은 그해 3월 29일 새벽에 생을 마감한다. 사인은 폐결핵과 치질. 김유정의 엽서와 유품들은 이 편지를 받은 안회남이 보관하고 있었으나, 안회남의 월북으로 인해 김유정의 흔적들은 모두 사라졌다. 아이러니하게도 김유정 문학촌은 김유정의 유품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롯이 김유정의 소설로 다시 태어난 문학촌인 것이다.채 서른이 되기 전의 죽음이었지만 그가 남긴 30여 편의 단편소설은 아직도 빛나고 있다. 그 빛이 절정에 달하는 곳이 바로 이 김유정 문학촌이 존재하는 신동면 증리, 실레마을이다. 문학촌에서는 김유정의 소설과 생애만 담아둔 것이 아니라 기념전시관과 이야기집, 민속공예 체험방과 김유정 생가를 비롯해 그의 소설을 배경으로 한 ‘실레이야기마을’이 꾸려지고 있다. 금병산 밑의 옴폭한 시루 같은 마을 곳곳에 그의 소설의 배경과 인물들이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김유정 문학촌은 ‘이야기가 복작대는 마을’이 됐고 그 이야기들을 따라 한 해에 백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몰려오는 장소로 변모했다. 그 길의 이름은 다음과 같다. “들병이들 넘어오던 눈웃음길, 금병산 아기장수 전설길, 산국농장 금병도원길, 점순이가 ‘나’를 꼬시던 동백숲길, 덕돌이가 장가가던 신바람길, 복만이가 계약서 쓰고 아내 팔아먹던 고갯길, 춘호 처가 맨발로 더덕 캐던 비탈길, 도련님이 이쁜이와 만나던 수작골길, 산식각 가는 산신령길, 응칠이가 송이 따먹던 송림길, 응오가 자기 논의 벼 훔치던 수아리길, 근식이가 자기 집 솥 훔치던 한숨길, 금병의숙 느티나무길, 장인 입에서 할아버지 소리 나오던 데릴사위길, 김유정이 코다리찌개 먹던 주막길, 맹꽁이 우는 덕만이길”이 바로 그것이다. 김유정 사후에 발간된 소설집의 표지는 빨간 동백꽃이다. 그의 소설에 나오는 동백꽃은 노란 동백, 즉 강원도 사람들이 부르는 생강나무꽃을 일컫는다. 촌장님의 안내에 따라 문학촌 곳곳에 있는 생강나무들을 찾아봤다. 그 ‘알싸한 향기’ 역시도 이 노란 동백꽃에서 나온 것임을 거듭 강조하는 촌장님의 생강나무 사랑이라니. 문학촌은 여러모로 이야기와 사랑이 넘치는 곳이었다. 시루에 담긴 이야기들이 작가의 품을 떠나 그곳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새롭게 읽히고 쓰여지는 공간이자 후배 문인들을 독려하고 창작의 길을 열어 주는 마을이 봄내, 춘천에 있다. 김유정의 생애는 다소 불행하고 끝내 사랑도 이루지 못했지만 그가 펼친 문학의 자리, 이야기들은 아직도 살아 있음으로 그 스스로의 힘을 증명해 냈다. 오죽하면 여태 ‘나’의 장인이 점순이의 키를 재고 있을까. 김유정은 현실에서의 사랑은 실패했지만 끊임없이 인물들에게 사랑과 인간애를 부여하는 매파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 사랑들이 모두 이어졌는지는 소설을 읽어 보거나 김유정 문학촌에 와서 확인해 볼 일이다.이제 내게 춘천은 김유정 문학촌과 소설가들 그리고 (여러 의미의)사랑과 아직도 분홍색인 소설가의 집이 있는 곳이다. 오정희, 전상국, 최수철 소설가를 비롯해 현재 김유정 문학촌의 상주 작가로 근무하는 전석순 소설가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 멋진 소설가들의 등 뒤에 병풍처럼 서 있는 김유정 문학촌의 위상이라니. 김유정의 춘천은 다소 무정했을지언정 그가 남긴 춘천에서의 이야기들은 하나의 문화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내게도, 이곳을 찾는 백만 명의 발길에게도 그리고 그의 작품을 잇는 후대의 독자들에게도. 우리들의 사랑은 부디 유정하기를!
  • 그날, 그 광장서 울린 ‘임을 위한 행진곡’… “오월 정신은 모두의 것”

    그날, 그 광장서 울린 ‘임을 위한 행진곡’… “오월 정신은 모두의 것”

    文대통령 “5·18정신이 만개하지 않았다 민주주의 수호·세대 이어 거듭 태어나야” 유족 편지 낭독 끝나자 손잡으며 위로 작년 숨진 희생자 묘역 찾아 헌화·참배“5·18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자격이 따로 있다면, 그것은 아직 5·18정신이 만개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광주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40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사에서 한 청년의 말(계간지 ‘문학들’ 2020년 봄호 중 박은현의 ‘지금-여기-이곳을 위한 5·18’ 중)을 인용해 오월 정신과 핵심인 연대의 힘이 ‘누구의 것도 아닌 우리 모두의 것’으로, ‘정치·사회 민주주의를 넘어 가정·직장·경제에서의 민주주의’로 재해석되고 미래 세대에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그것이 그날, 도청을 사수하며 죽은 자들의 부름에 산 자들이 진정으로 응답하는 길”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기념식 주제인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와도 맞물려 있다. 5·18에 대한 이념적 논쟁과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항거한 5·18 정신을 미래 세대에 계승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입술이 부르터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단호하게 “‘오월 정신’은 누구의 것도 아닌 우리 모두의 것”이라며 “더 널리 공감되어야 하고 세대와 세대를 이어 거듭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고 했다. 또한 1980년 당시를 언급하며 “광주는 철저히 고립됐지만 한 건의 약탈도 일어나지 않았다. 서로 격려하는 마음이 계엄군에 맞서는 힘이었다”고 떠올린 뒤 “그 정신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에 깃들어 있고 코로나 극복에서 세계 모범이 되는 저력이 됐다”고 말했다.기념식이 망월동 국립 5·18민주묘지가 아닌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것은 1997년 국가기념일 지정 이후 처음이다. 청와대는 “옛 전남도청 앞 광장이 항쟁 당시 본부였고, 광장 분수대를 연단 삼아 항쟁 의지를 불태웠던 역사적 현장이라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행사는 경과 보고, 유족 편지 낭독, 대통령 기념사, 헌정 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특히 항쟁 당시 희생된 고 임은택(당시 36세)씨의 아내 최정희(73)씨는 눈물을 참으며 사부곡을 낭독했다. 최씨가 “밥이 식을 때까지 오지 않은 당신을 열흘 만에 교도소에서 시신으로 만났지요. 이 억울한 마음을 세상천지에 누가 또 알까요”라고 한 대목에서 소복 차림의 ‘오월 어머니’들은 눈물을 훔쳤다. 담양에 살던 최씨는 5월 21일 수금하러 광주에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선 남편의 뒷모습이 마지막이 될 줄 꿈에도 몰랐다. 귀갓길에 계엄군의 사격을 받아 숨진 임씨는 같은 달 31일 광주교도소 인근에서 암매장된 채 발견됐다. 낭독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 눈물을 쏟은 최씨를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손을 잡으며 위로했다. 문 대통령 부부는 참석자 전원과 함께 주먹을 쥐고 흔들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이어 국립 5·18민주묘지 추모탑 및 새로 조성된 2묘역을 참배했다. 문 대통령은 2묘역에서 전남대 학생 신분으로 계엄군에 체포돼 고문당하고 평생 트라우마로 고통받다 지난해 숨진 시민 이연씨 묘에 헌화·참배했다. 이씨의 부인은 “트라우마가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에게까지 이어졌다”면서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이씨 딸의 손을 잡고 “아빠의 트라우마는 어쩔 수 없어도 따님은 아빠를 자랑스럽게 생각해 달라”며 위로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이태원 클럽 ‘66번’ 나오자 공연 매출액 4억 1700만원 증발

    이태원 클럽 ‘66번’ 나오자 공연 매출액 4억 1700만원 증발

    서울 이태원 클럽 발 코로나19 재점화를 향한 공연계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5월 들어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던 ‘관극 심리’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늘면서 급격히 꺼졌고, 바닥을 치고 반등하던 공연계 총 매출액 하락으로 이어졌다. ‘5월의 봄’을 준비하던 공연계는 뮤지컬 대작이 쏟아지는 6월을 재도약의 기회로 보고 있다. 18일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공연계 주간 총 매출액은 지난 4월 첫째 주(5~11일) 3억 7465만원으로 최저점을 기록한 뒤 매주 증가세를 거듭했으나, 이태원 일대 클럽을 다녀온 뒤 코로나19에 감염된 경기 용인시 66번 환자 관련 첫 언론보도가 나온 지난 7일부터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주간 단위 공연계 총매출액은 3월 셋째 주 19억 9873만원, 3월 넷째 주 19억 5393만원, 3월 마지막 주 9억 3208만원 등 점진적인 하락곡선을 보이다 4월 둘째 주 7억 2962만원, 4월 셋째 주 16억 1122만원으로 조금씩 증가했다. 부처님 오신 날부터 어린이날까지 황금연휴가 시작된 4월 마지막 주 총 매출액은 27억 4917만원까지 올랐다. 이런 흐름은 5월 첫째 주까지 이어졌지만, 지난 7일을 기점으로 끊겼다. 공연 총 매출액을 공연과 관객이 특히 많이 몰리는 금~일요일 3일 단위로 나눠 집계한 결과 4월 3~5일 2억 1908만원을 시작으로 지난 1~3일 15억 7870만원으로 매주 상승했지만 이태원 클럽 관련 보도가 쏟아진 직후인 8~10일 매출액은 11억 6156만원으로 감소했다. 이와 관련해 한 뮤지컬 제작사 관계자는 “공연계는 관객이 공연장을 안전한 곳으로 인식하고 자유롭게 즐기는 관극 심리 회복이 중요한데, 결과적으로 이태원 클럽이 조금씩 되살아나던 관극 심리 불씨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연계 관계자는 “국내 코로나 확진자가 줄고 지난 6일 정부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방역으로 전환하면서 공연계는 무대 정상화를 시작했고, 공연장을 찾으려는 관객 분위기도 조금씩 느껴졌으나 이태원 클럽 탓에 이런 분위기가 확 꺼졌다”라며 허탈해했다.관객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와 사전 문진표 작성 등 코로나19 예방수칙을 엄격히 따르고 있는 공연계는 작품성과 대중성이 검증된 대작을 중심으로 다시 관객 맞이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국내 뮤지컬 최고의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배우 김준수의 뮤지컬 데뷔작 ‘모차르트!’(11일·세종문화회관 대극장)와 2000년 초연 이후 한국 뮤지컬 시장 규모를 키운 작품으로 꼽히는 ‘렌트’(13일·디큐브아트센터)가 6월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출연 배우의 코로나19 확진으로 지난 4월 3주가량 공연을 중단했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는 애초 6월 27일까지였던 서울 공연 일정을 8월 8일로 연장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전경하의 시시콜콜]9월 학기제

    2003년 8월생인 쌍둥이 아들은 초등학교 1학년을 두번 다녔다. 해외 연수를 위해 2008년 8월 영국에 갈 때 함께 갔는데 그 해 9월 1일 영국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2008년 9월 1일 기준으로 만 5세였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1학년을 끝내고 한국에 만 6세로 돌아왔지만 한국의 학제는 달랐다. 6개월 동안 유치원을 다니고 2010년 3월 초등학교 1학년에 다시 들어갔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는데 영국보다 1년 6개월이 늦었다. 영국은 대학은 3년, 대학원은 1년이 기본이다. 학점이 안돼 졸업을 못하는 경우가 제법 있지만 한국보다 대학과 대학원 모두 1년씩 짧다. 공부를 열심히 해 제 때 졸업하면 대학까지는 2년 6개월, 대학원까지는 3년 6개월이 한국보다 빠르다. 학교 공부도 중요하지만 졸업 이후 배우는 것이 더 많은 시대, 학사 일정을 빠르고 짧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코로나19로 등교 개학이 계속 연기되면서 9월 학기제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전 세계의 70%, 유럽의 80%가 9월 학기제를 실시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남반구에 위치한 호주를 제외하고 봄에 신학기를 시작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요미우리신문은 15일 코로나19로 인한 휴교 장기화로 9월 학기제 전환을 검토하는 차관급 범정부팀이 설치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9월 학기제 전환을 위해서는 예산 5조엔(약 57조원)과 학교교육법 등 33개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추산한단다. 일시적인 학생 증가로 인한 교실과 교직원을 늘리는 문제는 물론 입시와 자격시험, 채용 및 취업활동 등 사회 전반의 일정 조율도 필요하기에 이런 과제가 해결 가능한지 신중히 검토한 뒤 최종 판단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한국 정부도 김영삼 정부 이후 9월 학기제를 여러 번 검토했지만 번번히 중장기 검토 과제로 남겨뒀다. 예산은 물론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은 2014년 10조원의 예산을 들여 12년에 걸쳐 9월 학기제로 전환하는 방안도 내놨다. 초등학교 입학을 6개월 앞당겨 9월 학기제를 실행하는 방안이다. 이는 우리나라에 학기제가 처음 도입된 1890년대와 같은 기준이다. 일제 강점기에 4월 시작의 3학기제로 바뀌었다가 1961년 이후 3월 학기제가 됐다. 현행 3월 학기제에서는 12월 기말고사가 끝나면 사실상 모든 학사 일정이 끝난다. 1월 한달은 겨울방학이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2월 봄방학이 길어진다. 대입이 결정되는 고3 2학기 후반부의 교실 풍경은 “이보다 더 황량할 수 없다”다. 학생들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니 학교도 일률적으로 강요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 고3은 코로나19로 등교 개학이 5월 20일로 미뤄지고 수능은 12월 3일로 연기되는 등 학사 일정이 더욱 꼬인 상태다. 9월 학기제가 되면 이도저도 아닌 2월 학사일정이 재정비되고, 길어질 여름방학으로 인해 새 학년 준비기간이 늘어난다. 다른 나라와 학사 일정이 같아 교육의 국제경쟁력도 높아질 것으로 평가된다.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누리과정 등 유아교육의 공교육화로 전환 비용이 생각보다 적게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전환 과정에 놓인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불평등을 당할 수 있다. 이해관계자가 많은 사회적 변화일수록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장기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코로나19로 9월 학기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은 우리 사회가 장기간에 걸친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느냐는 질문과 함께 가야 한다. 논설위원 lark3@seoul.co.kr
  • [속보] 코로나19 최전선 간호사 72.8% “부당처우 경험”

    15일 대한간호협회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4일까지 의료기관 종사 간호사 24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2.8%가 부당처우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부당 처우(복수응답)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환자 감소를 이유로 강제휴무를 당한 경우(45.1%)가 가장 많았고 개인연차 강제 사용(40.2%), 일방적 근무부서 변경(25.2%), 무급휴직 처리(10.8%) 순으로 나타났다. 또 유급휴직시 평균임금의 70%를 지급해야 한다는 규정에도 불구하고 이보다 적은 급여를 받은 사례(2.9%), 가족돌봄휴가를 허용하지 않고 계약을 연장하지 않은 사례(13%)도 있었다. 무급휴직 조치 후 권고사직 조치를 한 간호사도 6명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간호협회는 “이번 설문은 의료기관 내 약자인 간호사들의 불합리한 고용사례를 점검해 열악한 근무환경과 처우에 대해 실질적인 개선안을 마련하고자 진행했다”며 “정부차원의 조사와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김지희 작가 개인전 ‘찬란한 소멸의 랩소디’ 개막

    김지희 작가 개인전 ‘찬란한 소멸의 랩소디’ 개막

    오는 22일부터 다음달 20일까지 표 갤러리(대표 표미선)는 안경과 교정기를 착용한 인물 작품 ‘Sealed smile’ 시리즈로 유명한 김지희 작가의 개인전을 진행한다. 2019년 Sealed smile 대작에서는 코끼리, 용, 기린 등 기복적인 도상들이 화면 주변부에 등장하였는데, 본 전시에서는 이 기복적인 동물들을 화면 전면으로 등장시킨 Sealed smile 시리즈390cm 대작 신작이 공개된다. 동양화 채색 기법으로 5개월의 제작 기간이 소요된 이번 신작은 개별적이면서 삼면화로 연결되는 작품으로, 우리가 희망을 의탁하는 기복의 소품들을 거대한 화면으로 바라보는 것을 통해 우리 안의 욕망과 희망을 반추하게 한다. 또한 전통 재료인 장지의 물성을 활용하여 번지고 튀긴 물 자욱이 선명한 배경에 해골 일루전이 그려진 120호 작품 또한 작가의 새로운 기법적 변주가 시도된 신작이다. 지난 12년간 ‘욕망’과 ‘존재’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파고든 작가는 소멸을 전제로 살아가는 존재의 의미를 허무로 규정짓는 것이 아닌, 희망하고 욕망하며 찬란하게 빛나는 모든 순간을 한 편의 랩소디 처럼 표현하였다. 결국 김지희 작가의 Sealed smile의 미소는 생과 소멸의 허무한 필연 속에 의미를 찾아가는 삶에 대한 희망이다. 본 전시 서문을 쓴 국립현대미술관 김유진 학예사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 상서로운 동물과 기도하는 손 등의 이미지는 욕망과 희망 사이에서 인간의 존재와 삶을 추동하는 목적에 대해 다시 한 번 질문하게 한다“며 ”김지희 작가가 한 겹 한 겹 쌓아 올린 안료처럼 욕망과 희망 사이에 켜켜이 쌓인 시간들은 작가 자신의 희망과 가능성을 증명하는 과정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평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표갤러리 1, 2, 3층 전관에서 열리며, 화사한 봄의 기운이 느껴지는 평면 작업과 화려한 보석 오브제가 부착된 디아섹 작업이 전시된 1전시장은 ‘생’, 동물과 해골의 이미지가 전시된 2전시장은 ‘소멸’, 입체 신작 및 지난해 부산 뮤지엄 다 개관기념전에서 공개되었던 콜라보 영상작업, 다채로운 소품들이 전시된 3전시장은 욕망과 희망의 의미를 묻는 ‘경계’를 주제로 압축된다. 한편 김지희 작가는 2008년 전통 재료를 사용한 파격적인 인물 작품 Sealed smile 시리즈를 처음 발표하며 주목받았다. 이후 서울, 뉴욕, LA, 홍콩, 워싱턴, 쾰른, 마이애미, 런던, 도쿄, 오사카, 베이징, 싱가폴, 타이페이, 상하이, 두바이 등 국제적으로 200여 회의 전시를 가졌으며 홍콩 수퍼리치 컬렉터 사브리나호를 포함해 국내외 많은 컬렉터이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홍콩 뉴월드그룹 대형 쇼핑몰 D Park와 콜라보레이션을 했고, 중국 화장품 리미, 스톤헨지, 앙드레김, 이랜드, 크록스, LG생활건강, 미샤, 소녀시대 의상 콜라보레이션 등 갤러리를 넘어 다양한 문화 전반에서 관객들을 만났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레스토랑 반만 채우면 외로움 느낄까 싶어 마네킹으로 장식

    레스토랑 반만 채우면 외로움 느낄까 싶어 마네킹으로 장식

    오는 29일 다시 문을 열어야 하는 미국 버지니아주 인 앳 리틀 워싱턴 레스토랑의 오너 셰프 오코넬에겐 적잖은 고민 거리가 있었다. 주 정부는 문을 다시 열더라도 손님을 50%만 채우도록 했다. 4인용 식탁이면 둘만 앉혀야 할 상황이다. 사회적(물리적) 거리를 둬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손님들이 고립됐다는 느낌을 주면 안될 일이었다. 사람들이 주변에 많이 있다고 느끼면 웬지 편안한 느낌 속에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했다. 해서 그가 생각해낸 것이 마네킹이었다. 그는 “그네들은 불평 한마디 하지 않는다. 재미있게 차려 입은 그네들이 손님 여러분 주위에 널려 있게 된다”고 허프 포스트에 보낸 이메일 답변을 통해 밝혔다. 덩달아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는 ‘핫플레이스’로 뜰 수 있을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마네킹들은 프로퍼즈를 하거나 서로 뭔가에 열중하게 만들어 다른 사람이 돌아볼 수 있게 만들었다. 버지니아 시그니처 극장과 의상 이벤트 전문업체인 메릴랜드 디자인 파운드리와 협업한 결과였다. 시그니처 극장의 무대 감독 매기 볼란드는 1940년대 의상과 머리, 분장 스타일로 전후 파티 풍을 꾸몄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경제적 피해 직격탄을 맞은 곳이 바로 외식업계다. 많은 가족 경영 식당들이 파산 신청을 하는 형편이다. 그런데 이 레스토랑은 역사적 호텔일 뿐만아니라 지난 2018년 미슐랭 별 셋을 따내 꼭 찾아야 할 식당이란 찬사를 들어왔다. 올 봄에는 공영방송 PBS가 ‘맛있는 다큐멘터리’란 제목으로 다룰 정도였다. 랄프 노섬(민주당) 버지니아주 지사는 지난달 30일 재택 대피 명령을 내렸고, 그 뒤 음식점 영업은 테이크아웃이나 배달 서비스만 하도록 했다. 그는 15일 경제 재개의 첫 단계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데스크 시각] ‘한국의 키신저’, 다음을 고민할 때/임일영 정치부 차장

    [데스크 시각] ‘한국의 키신저’, 다음을 고민할 때/임일영 정치부 차장

    “북핵 위기와 우리의 안보 상황에서 외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안보 개념이 더 확장적이고 종합적이어야 하는 이유입니다.”(2007년 5월 21일 문재인 대통령) 문 대통령이 1기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정의용 전 제네바대사를 임명했을 때 다수가 의아해했다. 외교 현장을 떠난 지 10여년이 지났고, 주미대사나 북한 경험이 없는 ‘통상 전문가’여서다. 박근혜 정부의 김장수·김관진 실장은 군 출신이었기에 특히 보수진영에서 우려를 쏟아냈다. 안보를 국방의 틀로 바라본 과거 정부와 생각이 달랐기에 가능한 선택지였다. 문 대통령은 안보와 외교를 동전의 양면으로 봤다. 당시 외교지형은 박근혜 정부가 엎질러 놓은 난제들로 난맥상이었다. 북핵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등 안보와 외교·경제가 엉킨 실타래를 풀어야 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외교 다변화를 구상했던 문 대통령은 정 실장을 적임자로 판단했고,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2018년 ‘한반도의 봄’의 주연은 남북미 정상이었지만, 정 실장도 정상들 못지않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2018년 3월 8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만난 직후 백악관 기자들에게 북미 정상회담 합의를 알린 것도 그였다. 앞서 5일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남북 정상회담에 합의했고 12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방북·방미 성과를 공유했다. ‘한국의 키신저’라는 별명을 얻은 것도 이즈음이다. 올 들어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봄, 시즌2’를 위한 발걸음을 떼려 한다. 지난해 2월 하노이에서 김 위원장이 모든 ‘패’를 내놓고도 빈손으로 돌아간 뒤 얼어붙은 남북 관계를 되살리려면 북미 대화만 바라보지 않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미가 새로운 변곡점을 찾기 어려운 11월 미국 대선까지 기다리지 않고, 하노이 이후 바뀐 패러다임에 걸맞은 새 접근법을 찾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머지않아 정 실장의 ‘아름다운 퇴장’과 시즌2를 이끌 새 조타수를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도 된다. 후임은 북이 대화 상대로 존중할 존재감을 갖춘 동시에 제재라는 이름으로 남북 협력에 브레이크를 걸어 온 워싱턴 조야(朝野)의 메커니즘과 언어에 밝아야 한다. 대통령의 평화경제 구상을 실천할 과단성은 물론 경직된 관료들을 리드할 그립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상상력이 절실하다. ‘제재 위반 아닐까’란 의문을 품는 순간, 사고는 움츠러든다. “일부 저촉된다 하더라도 예외 승인을 받을 수 있는 사업들도 있기 때문에 함께해 나가자고 제안하는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취임 3주년 발언도 같은 맥락일 터. 여권에선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와 서훈 국정원장이 거론되는 모양새다. 둘 다 2012년 대선부터 문 대통령과 인연이 깊지만, 각각 장점이 분명한 만큼 쓰임새도 달라 보인다. 2012·2017년 문재인 캠프의 외교안보 분야를 자문했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얼개를 만든 문 특보는 평양에서 열린 세 번의 정상회담에 민간인으론 유일하게 동행했다. 미국 조야에 네트워크를 가졌고, 특보를 맡아 거침없는 ‘스피커’ 역할도 했다. 다만 참모가 된다면 절제가 필요하다는 평가다. 노무현 정부부터 남북 접촉에 관여했던 서 원장은 국정원ㆍ통일전선부 간 내밀한 소통을 통해 한반도의 봄 진전에 기여했다. 하지만 ‘게임의 룰’이 바뀐 상황에서 등판한다면 대북 소통과 정보 분석을 뛰어넘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정 실장은 외교관 출신임에도 수석급 이상 중 가장 진보적 대북관을 지녔을 만큼 오픈마인드”라며 “후임은 북이 인정하고,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상상력을 지닌 인물이어야 한다”고 했다. argus@seoul.co.kr
  • 자택출산하고 아기 위탁한 미혼모 ‘아동학대’ 해당되나···‘공적돌봄체계 확충돼야’

    자택출산하고 아기 위탁한 미혼모 ‘아동학대’ 해당되나···‘공적돌봄체계 확충돼야’

    법적 위탁가정 아닌 ‘알음알음’ 맡겨 논란 위탁모 “친모 안쓰러워 아이 데려왔다” 법조계 “미혼모 처벌 가능성 낮아” 전망 복지부 “연내 가정위탁제도 개선할 것”대구에 사는 20대 후반 미혼모가 집에서 아이를 출산한 후 포털사이트를 통해 만난 위탁모에게 출생신고가 아직 되지 않은 아이를 맡겨 논란이 되고 있다. 위탁모가 아동복지법 시행규칙 등에 따라 법적으로 인정받은 위탁가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혼모 A씨는 아기의 출생신고를 위해 법원에서 출생 확인 절차를 밟고 있고 위탁모 B(28)씨는 현재 경남 진주에서 아이를 키우는 중이다. 해당 지역 미혼모 지원 단체가 “영아 유기·아동학대에 해당한다”며 미혼모 A씨를 고발하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4일 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 동부경찰서 관계자는 “유기나 학대를 판단할 때 중요한 것은 아이의 양육 환경”이라며 “그런 점에서 B씨의 신분이 확실하고 경제 여건 등 환경이 안정적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법적 근거 등 검토가 더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친모에게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이 작다는 게 법조계 판단이다. A씨는 “생계 때문에 출산 바로 다음날 출근을 해야 했는데 주변에 말할 수 없어 한 선택”이라며 “아이를 다시 키울 생각”이라는 입장이다. 위탁모 B씨 역시 “미혼모들이 안쓰러워 선의로 아이들을 맡아 왔다. 그때마다 친모를 설득해 결국 직접 아이들을 데려가 키우도록 유도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아동 위탁이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온라인상에서 알음알음 이뤄지는 것은 심각한 아동 인권 침해가 될 수 있다. 포털에서는 “한 달 뒤 출산하는 미혼모인데 좋은 분께 아이를 보내고 싶다”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런 게시물에는 신원 확인이 되지 않은 사람들이 “입양하고 싶다. 연락 달라”는 댓글을 달았다. 유미숙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외협력국장은 “출산 사실을 숨기고 싶어 시설 위탁을 꺼리거나 출산 후 대처 요령을 잘 모르는 미혼모들도 공적돌봄체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혼모를 위한 가정위탁제도는 있지만, 대리양육가정위탁(조부모에 의한 양육)과 친인척가정위탁, 일반가정위탁(혈연관계가 없는 일반인에 의한 양육) 가운데 일반가정위탁은 활성화되지 않은 게 현실이다. 출생신고 사실조차 숨기고 싶은 미혼모로선 선택지가 많지 않은 셈이다. 2018년 기준 일반 가정에 위탁된 아동은 전체 위탁아동 1만 1111명 중 913명(8.2%)에 불과했다. 가정위탁제도는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 소관이라 지자체 재정 여건에 따라 지원 편차가 크다.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인 아동권리보장원 관계자는 “가정위탁사업을 위해 충분한 재정을 확보하려는 지자체의 의지가 중요하다”면서 “출생 등록이 되지 않은 유기 아동도 지자체 아동복지 담당 공무원이 출생신고 등 절차를 거쳐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일반가정위탁에 대한 사회적 이해도가 낮고 지자체의 지원도 부족하다. 지자체가 가정위탁제도를 잘 활용하도록 올해 안에 제도를 개선하고 예비가정위탁부모도 더 발굴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문 대통령 “개헌 논의한다면…헌법 전문에 5·18 취지 담겨야”

    문 대통령 “개헌 논의한다면…헌법 전문에 5·18 취지 담겨야”

    “현재는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 설명하기엔 부족”문재인 대통령은 앞으로 헌법 개정 논의가 이뤄진다면 헌법 전문에 ‘5·18 광주민주화운동’ 정신이 반드시 담겨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광주MBC의 5·18 40주년 특별기획 ‘문재인 대통령의 오일팔’에 출연해 이같이 언급했다고 광주MBC가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했다. 문 대통령은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과 관련해 “다시 개헌이 논의된다면 반드시 그 취지가 되살아나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현재의 헌법 전문에 대해서는 “4·19 이후 장기간의 군사독재가 있었던 만큼 우리나라의 민주화운동을 설명하기에 부족한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5·18 민주화운동과 6월 항쟁이 헌법에 담겨야 우리 민주화운동의 역사가 제대로 표현되는 것이고, 국민적 통합도 이뤄질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1987년에 만들어진 현행 헌법 전문에는 3·1 운동과 4·19 혁명만 담고 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헌법 전문에 5·18 민주화운동 및 6·10 항쟁을 담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문 대통령이 2018년 3월 26일 국회에 제출한 개헌안의 전문에는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혁명, 부마민주항쟁과 5·18 민주화운동, 6·10 항쟁의 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는 대목이 포함됐다. 당시 개헌안은 같은 해 5월 24일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쳐졌으나, 투표수가 의결정족수에 미치지 못하며 ‘투표 불성립’이 선언됐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이듬해 39주년 5·18 기념식에 참석해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담겠다고 한 약속을 지금까지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 송구스럽다”고 밝히기도 했다.문 대통령은 40년 전 5·18을 처음 접한 사연도 소개했다. 당시 경희대 복학생 신분으로 학생운동을 이끌다 전두환 신군부의 예비검속으로 경찰에 구속된 상태에서 5·18 소식을 경찰로부터 들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경찰로부터 들었던 계엄군의 잔인한 진압과 시민군의 무장 저항 사실이 정작 언론을 통해 제대로 보도되지 않고, 왜곡됐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다고 술회했다. 문 대통령은 5·18 40주년을 맞아 지난 1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광주MBC와 인터뷰를 했으며, 약 50분 분량의 인터뷰 내용은 오는 17일 광주MBC와 청와대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된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이번 출연은 5·18 40주년을 맞아 그 역사와 남은 과제를 되짚어 봄으로써 5·18의 의미를 드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포털사이트로 만난 위탁모에게 자택출산 아이 맡긴 미혼모…‘공적돌봄체계 확충돼야’

    포털사이트로 만난 위탁모에게 자택출산 아이 맡긴 미혼모…‘공적돌봄체계 확충돼야’

    포털사이트로 위탁모 구한 미혼모영아유기·아동학대 등 혐의로 경찰 수사 중미혼모도 안전하게 위탁할 수 있도록 공적돌봄체계 확충되어야 한다는 지적도최근 대구의 한 20대 후반 미혼모 A씨가 집에서 아이를 출산한 후, 포털사이트를 통해 만난 위탁모 B(28)씨에게 출생신고도 아직 되지 않은 아이를 맡겨 논란이 되고 있다. B씨는 아동복지법 시행규칙 등에 따라 법적으로 인정받은 위탁가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B씨는 현재 경남 진주에서 이 아이를 키우고 있고, A씨는 출생신고를 위한 법원의 출생확인 절차를 밟고 있다. 사건은 지역의 한 미혼모 지원 단체가 “(이런 친모의 행동이) 영아유기·아동학대에 해당한다”며 미혼모를 고발해 경찰이 수사 중이다. 14일 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 동부경찰서 관계자는 “유기나 학대 등 여부를 판단할 때 중요한 것은 아이의 양육 환경”이라면서 “그런 점에서 B씨의 신분이 확실하고 경제 여건 등 환경이 안정적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법적 근거 등 검토가 더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친모나 위탁모에게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법조계의 판단이다. A씨는 “생계 때문에 출산 바로 다음날에도 출근을 해야 했는데 주변에 말할 수 없어서 한 선택”이라면서 “아이를 다시 키울 생각”이라는 입장이다. 위탁모 B씨 역시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미혼모들이 안쓰러워 선의로 전부터 여러 아이들을 맡아 왔다. 그 때마다 친모를 설득해 결국 직접 아이들을 데려가 키우도록 유도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포털에는 “좋은 위탁모 구한다” 글도 그러나 우려는 여전하다. 아동위탁이 온라인 상에서 알음알음 이뤄진다는 것 자체로 아동인권 등에 심각한 문제가 야기될 수 있어서다. 포털에는 “한달 뒤 출산하는 미혼모인데, 좋은 분께 아이를 보내고 싶다”는 등의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글에는 신원 확인도 되지 않은 사람들의 “진심으로 입양하고 싶다. 연락 달라”는 댓글이 달린다. 유미숙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외협력국장은 “미혼모도 공적돌봄체계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보완이 필요하다”면서 “출산 사실을 숨기고 싶어 아이의 출생신고나 시설 위탁을 꺼리거나, 출산 후 대처 요령을 잘 모르는 미혼모들이 많아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고 말했다.지자체에 맡겨진 가정위탁···“제도 보완 필요해” 지금도 미혼모 등을 위한 가정위탁제도가 있지만 제도를 이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2018년 기준 일반가정에 위탁된 아동은 전체 위탁아동 1만 1111명 중 913명(8.2%)에 불과했다. 오히려 친인척양육이나 대리양육(조부모)을 택하는 편이다. 가정위탁제도는 중앙정부가 아닌 지자체 소관이다 보니 지자체 재정여건에 따라 지원편차가 크다는 점도 문제다. 아동정책 수행을 위해 설립된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인 아동권리보장원 관계자는 “가정위탁사업에 충분한 재정을 확보하려는 지자체의 의지가 중요하다”면서 “지자체 아동복지담당 공무원이 출생등록이 되지 않은 유기아동도 출생신고 등 절차를 거쳐 아동을 보호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일반가정위탁에 대한 사회적 이해도가 낮고, 지자체의 지원도 부족한 상태”라면서 “지자체가 가정위탁제도를 잘 활용하도록 올해 안에 제도를 개선하고 예비가정위탁부모도 충분히 발굴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문화마당] 눈부신 세계를 꿈꾸며/김이설 소설가

    [문화마당] 눈부신 세계를 꿈꾸며/김이설 소설가

    인터넷 개학을 한 덕에 아이들 옆에서 수업을 같이 보곤 한다. 중학생 첫째아이의 수업보다 6학년 둘째아이의 수업이 재미있는데 특히 사회 과목이 그렇다. 6학년 1학기 사회 1단원은 ‘우리나라의 정치 발전’, 첫 번째 소단원 제목은 ‘민주주의의 발전과 시민 참여’다. 여기서 4·19혁명과 5·18광주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 등이 나온다. 5학년 때 시작한 한국사 영역의 마지막인 현대사를 다루는 과정인 것이다. 어느 인터넷 서점의 이달 이벤트는 ‘오월의 한국사 읽기’다. ‘지금 읽어야 할 우리역사 추천도서’라는 부제가 달렸다. 소개한 12권 중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은 아이와 함께 읽었던 책이다. 4권짜리 세트도서로 마영신, 윤태호, 김홍모, 유승하 작가가 각각 제주 4·3사건,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10항쟁을 그렸다.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올바르게 기억하고 젊은 세대에게 그날의 뜨거움을 생생히 전달하기 위해 기획’됐다. 올해는 4·19혁명 60주년,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이니 더욱 뜻깊은 책으로 남는다. 초등학교 정규과정에서는 4·19혁명의 의의를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졌고, 민주적인 절차와 과정을 무시하고 들어선 정권은 국민 스스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다’고 명시한다. 5·18민주화운동은 ‘부당한 권력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시민들과 학생들의 의지를 보여 주었다’, 6·10민주항쟁은 ‘불법적으로 권력을 잡고 유지하고자 민주주의를 탄압했던 정권에 맞서 싸우는 시민들의 민주화 의지를 보여’ 준 계기라 한다. 다시 말해 우리 사회 여러 분야에서 민주적인 제도를 만들고 그것을 실천해 나갈 수 있게 한 중요한 사건이라는 의미였다. 사는 데 바빠 국경일이 아닌 기념일들은 잊고 지나치기가 쉽다. 당일에서야 뉴스를 통해 알게 돼도 무심히 지나쳤을 가능성이 높다. 문득 봄만 되면 제주와 광주에 향 냄새가 가시지 않는다는 말이 떠오르자 숙연한 마음이 든다. 4월과 5월, 6월은 민주주의라는 빛을 찾는 과정을 겪어야 했다. 혹독한 겨울을 보내야 만나는 봄빛처럼 힘겹게 얻어낸 것이다. 아홉 살에 엄마 아빠 손에 이끌려 촛불시위에 참여했던 아이는 이제 열세 살이 돼 민주화운동에 대해 배우고 있다. 당시 아홉 살 아이에게 이 많은 사람들이 왜 촛불을 들었는지 설명해 주는 일이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욕심을 부렸다”고,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정도로 설명했지만, 이제 아이는 ‘권력’이라는 단어를 알게 됐다. 아이는 수업을 보고 매우 의아해했다. 왜 서로에게 총을 겨누는가. 도대체 권력이 무엇이길래 짐승 같은 일을 저지르게 되는가. 그리고 역사는 왜 되풀이되는가. 나는 이제 아이와 함께 조금 더 심화된 역사책을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역사를 배우는 일이란 우리에 대해서 알아가는 과정일 테니까. 아이와 함께 온라인 수업을 듣다 보니 이래저래 이야기할 거리가 생겨 좋다. EBS 수업, 학교 선생님들이 직접 촬영한 수업, 여러 영상 자료 등을 이용한 수업은 여전히 불편하고 불안하지만 그 와중에도 장점은 있었던 것이다(라고 위안을 삼아 본다). 그러나 모두가 이렇게 부모의 보살핌 아래에서 수업을 듣진 못할 것이다. 우리는 왜 이런 차이를 가지게 됐는지, 그 차이가 시간이 지나면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게 될지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등교 개학이 또 일주일 미뤄졌다. 어느 부모인들 이 시기가 힘들지 않겠는가. 종식되지 않은 전염병이 우리 곁에 계속 남아 있지만 너무 절망적으로 생각하지 말자. 곧 찬란한 여름 햇살 아래 눈부신 세계를 맞이할 테니까. 우리에겐 피 흘렸던 잔인한 봄을 이기고 멋진 세상을 만든 경험이 있지 않은가.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집에서 스테이크를 굽는 필승의 방법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집에서 스테이크를 굽는 필승의 방법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는 요즘 집에서 요리하는 사진과 글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주 눈에 띈다. 요리법을 알려 주는 유튜브 콘텐츠 조회수가 연일 상승 중이고 온라인 장보기 이용자도 늘었다. 외출을 삼가야 해 벌어진 풍경이다.또래의 사람들, 특히 남자들이 집에서 도전하고 싶어 하는 요리는 스테이크다. 태곳적 사냥하고 고기 굽는 일은 남자의 영역이었다고 하는데 그 때문일까. 고기를 굽는 건 의외로 세심함이 요구되는 일이다. 특별히 남자가 고기를 더 잘 구울 것이라는 생물학적 근거는 없다. 다만 고기를 뒤집는 몇 가지 사소한 일만으로도 얻을 수 있는 ‘요리를 했다’는 성취감과 잘 구운 고기를 통한 만족감이 기꺼이 남자들에게 집게를 들게 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스테이크 잘 굽는 법을 검색하면 엄청난 양의 정보가 쏟아진다. 유튜브만 봐도 수천, 수백 건의 ‘스테이크 굽는 법’이 검색된다. 유명 셰프부터 고기 좀 구워 봤다는 고등학생까지 저마다 노하우를 쏟아 낸다. 수많은 스테이크 전문가의 조언을 관통하는 핵심은 하나, 바로 ‘온도와의 치열한 싸움’이다. 스테이크를 굽는 방식은 가스불 위 팬에서 굽는 ‘팬 프라잉’, 숯 위 그릴에서 굽는 ‘그릴링’이 가장 기본이다. 아마도 당신이 집에서 고기를 굽는다면 팬 프라잉을, 야외라면 그릴링을 시도할 것이다. 온도와의 싸움을 하기 전에 먼저 전략을 세워야 한다. 적을 알기 전에 나부터 알아야 승리하는 법. 내가 가진 자원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보자.온도와의 싸움에서 필승하는 방법은 먼저 좋은 무기를 구하는 일이다. 스테이크의 성공 여부는 크게 두 가지로 평가할 수 있다. 먼저 고기의 겉면에 가능한 한 강한 열로 빠르게 마야르 반응을 일으켜 먹기 좋은 갈색으로 바꿔 놓는, 이른바 시어링이다. 강한 열을 지속적으로 고기에 가해 시어링을 만들어 내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효과적인 시어링을 위해선 최대한 뜨거운 열원이 필요하다. 집에 얇은 저가 코팅팬만 있다면 시어링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어렵다. 적어도 두꺼운 스테인리스팬이나 무쇠로 만든 주물팬 정도는 있어야 레스토랑에서 봄 직한 먹음직스러운 스테이크를 얻을 수 있다. 팬에서 열을 충분히 기대할 수 없다면 기름을 자작하게 부어 튀기듯 굽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시어링을 하기 전에 고기의 두께를 체크해야 한다. 고기가 너무 두꺼우면 속이 제대로 익는 데 시간과 노력이 꽤 걸린다. 너무 얇으면 시어링을 하다가 속이 너무 익어 버릴 수 있다. 적정 두께는 갖고 있는 팬에 따라 달라진다. 무쇠팬이라면 상관없지만 얇은 코팅팬이라면 두껍지 않은 고기를 사는 편이 낫다. 만약 오븐이 있다면 팬이 얇아도 두꺼운 고기 속을 안전하게 고루 익혀 줄 수 있다. 시어링을 잘했다고 전투가 끝난 건 아니다. 1㎝ 미만의 얇은 고기라면 시어링을 하는 동안 속도 점차 익어 먹기 좋은 상태가 됐겠지만 3~5㎝ 두께라면 겉이 탄 것 같은 갈색을 띠더라도 속은 거의 익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생각보다 열이 속까지 침투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자, 이제 두 번째 필승의 장비가 필요하다. 바로 고기 온도계다. 기다란 침으로 고기를 찔러 내부의 온도를 확인하는 도구다. 숙련된 요리사는 만져만 봐도 속 상태를 가늠할 수 있는데, 이건 스테이크를 적어도 50번 이상 구워 본 경험이 있어야 가능한 기술이다. 속이 촉촉한 선홍빛 미디엄 레어를 먹고 싶다면 고기 속 온도를 50도 정도로 만들어 줘야 한다. 오븐이 있다면 가장 편리하다. 160도든 180도든 큰 차이는 없다. 오븐 한가운데 고기를 두고 속 온도가 50도에 다다랐을 때 꺼내면 끝이다. 오븐이 없다면 팬 위에서 온도를 더 높이는 방법밖에 없다. 바로 ‘아로제’라는 기술이다. 뜨거운 버터나 오일을 숟가락으로 퍼서 고기 위에 반복적으로 끼얹어 주는 장면, 본 적 있지 않은가. 고기 위아래에 열을 고루 전달해 오븐 속에 있는 듯한 효과를 준다. 이런 아로제나, 같은 시간 동안 스테이크 양면에 열을 가하는 방식은 오븐의 대체법이다. 속을 적정 온도로 익혔다고 해도 아직 끝난 게 아니다. 금방이라도 칼질해 고기 맛을 보고 싶겠지만 잠시 다른 그릇에 올려놓고 3~5분간 잠시 휴식을 시켜 줘야 한다. 접시가 육즙으로 흥건해지고, 육즙 빠진 고기를 먹고 싶지 않다면 ‘레스팅’이 반드시 필요하다. 레스팅 과정에서 내부 온도는 조금 더 올라가 먹기 딱 좋은 상태가 된다. 복잡해 보이지만 몇 번 하다 보면 금방 먹음직스러운 스테이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동안 주방은 엉망진창이 되겠지만 잊지 말자. 설거지 또한 남자의 몫이라는 걸.
  • #각자_옥상_낭독회… #함께_랜선_북토크

    #각자_옥상_낭독회… #함께_랜선_북토크

    문학을 즐기는 일은 코로나19 시국에도 영화·공연 같은 여타 예술 분야에 비해 타격이 덜했다. 혼자 ‘집콕’하며 읽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토크나 낭독회처럼 문학을 ‘함께’ 즐기는 일은 여지없이 타격을 받았고 이들 모임은 잠정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사태 장기화에 이들이 찾은 해법은 ‘랜선’으로 즐기는 북토크·낭독회다. 시간과 장소, 인원의 제약이 없는 이들 랜선 모임은 비용 절감 효과도 높아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각자의 옥상에서… 시공과 인원, 등단·비등단 제약 허문 낭독회 지난해 봄·가을, 옥상에서 열리는 오프라인 시 낭독회를 진행해 왔던 박시하·육호수·김연덕 시인은 올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색다른 방식의 낭독회를 제안했다. 각자의 옥상에서 낭독하는 모습을 촬영 또는 녹음해 SNS에 공유하는 이른바 ‘각자옥상낭독회’. 이들이 공지한 낭독회 당일이었던 지난 10일 트위터에는 ‘#옥상낭독회’, ‘#각자옥상낭독회’라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 30여개가 올라왔다. 사람들은 자신의 옥상 또는 베란다, 덴마크 시골의 어느 집 지붕 등에서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애송시를 낭독했다. 이에 화답해 올해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이유운 시인의 옥상에서 비교적 최근에 등단한 젊은 시인 6명이 모여 낭독회를 열고 이를 트위터로 생중계했다. ‘각자옥상낭독회’를 기획한 박시하 시인은 “트위터라는 전 세계적 망을 통해 시인과 독자, 등단·비등단이라는 구분 없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출간 기자간담회, 북토크도 랜선 라이브로 한동안 잠잠했던 신간 출간을 기념한 기자간담회, 북토크도 랜선으로 부활했다. 지난 11일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그린 정도상 작가의 소설 ‘꽃잎처럼’ 출간 기자간담회는 유튜브 라이브로 진행됐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문학계 최초의 온라인 기자간담회였다. 20명 안팎의 기자들이 다산책방 유튜브 채널에 접속, 간담회에 참여했다. 지난달 27일 문학과지성사는 인스타그램 생중계로 ‘랜선 북토크’를 열었다. 최근 데뷔작 ‘타워’를 재출간하고 에세이를 펴낸 배명훈 작가가 편집자와 함께 출연, 독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누적 인원 800명 이상이 이를 지켜봤고 인기에 힘입어 편집본 영상이 유튜브에 업로드됐다. 행사를 진행·기획한 최지인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팀장은 “독자들을 직접 만나기 어려운 상황에서 책 프로모션 방법으로 기획했는데 첫 시작이 SF(과학소설)를 쓰는 배 작가여서 더욱 유의미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쉬엄쉬엄, 길이 보인다

    쉬엄쉬엄, 길이 보인다

    삼정능선 골짜기 따라 매달린 칠암자 천왕봉 등 수려한 봉우리들을 한눈에 가장 높은 곳 상무주암, 번뇌 씻어내다올해는 부처님오신날이 두 번이다. 공휴일인 부처님오신날은 지난달 30일이었고 공식 법요식은 오는 30일에 열린다. 코로나19 탓에 빚어진 초유의 일이다. 지난 공휴일에 바이러스가 창궐해 나들이가 어려웠다면 생활 방역으로 접어들며 맞는 부처님오신날엔 명상하기 좋은 암자라도 찾는 것이 어떨까. 지리산에 ‘칠암자 순례길’이 있다. 지리산 자락에 매달린 일곱 암자를 이은 탐방로다. 찾는 이 적으니 거리두기야 자연스레 이뤄질 테고, 오랜 기간 쓰지 않았던 몸 여기저기에 긴장감을 잔뜩 불어넣을 수 있다. 울림과 여운이 남는 수행의 여정을 원한다면 이 길이 딱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칠암자 순례길’의 들머리는 도솔암이다. 한데 문제가 있다. 도솔암 가는 길이 비법정 탐방로란 것이다. 일 년에 딱 하루, 부처님오신날에만 탐방로의 문이 열린다. 평일에 올랐다가 걸리면 꽤 많은 벌금을 물어야 한다. 그런데도 꾸역꾸역 찾아가는 이들이 있는지, 국립공원관리공단과 산객들 간에 막고 피하는 싸움이 꽤 치열하다고 한다. 오지 말라고 하는 곳을 굳이 찾을 필요가 있을까. 꼭 이름만큼의 구간을 돌아야 한다는, 명분에 너무 집착하는 건 아닐까 싶다. 대부분의 산객들이 선택하는 코스는 경남 함양 영원사에서 올라 상무주암~문수암~삼불사~약수암을 거쳐 전북 남원 실상사로 내려오는 것이다. 평일에는 사실상 도솔암을 뺀 ‘육암자 순례길’인 셈이다. 칠암자든 육암자든 무슨 상관이랴. 순례길을 걷는 목적이 숫자의 정복에 있지는 않을 것이다. ‘칠암자 순례길’은 지리산 안에서 또 다른 지리산을 보며 걷는 길이다. 등산로를 머릿속으로 그려 보면 이 말의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지리산 주능선의 삼각고지(1480m)에서 북쪽 방향으로 작은 능선 하나가 갈라져 나왔다. 이게 삼정능선이다. 칠암자는 이 삼정능선의 골짜기를 따라 매달려 있다. 그러니 암자와 암자를 잇는 순례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레 천왕봉 등 지리산 주능선의 수려한 봉우리들을 한눈에 담게 된다. 들머리는 함양 마천면의 영원사(920m)다. 1971년 중건된 절집이지만 거쳐 간 스님들의 법명은 그야말로 전설적이다.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이끈 서산대사와 사명대사, 일제강점기 불교계의 항일운동사에 큰 공적을 남긴 백초월 스님 등이 이 절집에서 일정 기간 수행했다. 109명에 이르는 고승들의 면면은 이 절집에서 여태 보관하고 있는 안록(역대 큰스님들의 행장이 수록된 책자)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한다. 영원사 공양간을 돌아서면 오르막이 시작된다. 영원사에서 영원령을 넘어 상무주암에 이르는 1.8㎞ 구간 중에 1㎞가 넘는 구간이 오르막길이다. 이후에도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지만 이 구간이 가장 힘들다. 코를 땅에 박고 오르다 보면 땅에 바짝 붙은 봄꽃들이 슬그머니 꽃술을 내민다. 하나를 찾고 나면 다른 녀석들이 눈에 띈다. 그제야 주변을 둘러보면 사방에 봄꽃들이 무성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여태껏 꽃길을 걷고 있었다는 걸 자신만 모르고 있었던 거다. 상무주암은 순례길 암자 가운데 가장 높은 해발 1162m에 있다. 부처님도 발을 붙이지 못하는 경계(上)에 있는, 머무름이 없는 자리(無住)라는 뜻이다. 고려 때 보조국사 지눌이 2년여를 머물며 “옷 세 벌과 바리때 하나만으로 지리산 상무주암에 은거했는데, 경치가 그윽하니 천하제일인지라 선객이 거주할 만했다”는 말을 남겼다고 할 만큼 전망이 빼어난 곳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암자와 달리 상무주암에선 사진을 찍을 수 없다. 암자 입구에 사진촬영금지 팻말이 걸려 있다. 하지만 그걸 보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낯선 객이 제집인 양 안마당을 헤집고 다니자 주지 스님께서 조용히 한마디 하신다. 사진 찍지 말라고. 멀리서 일부러 찾아왔다고 재차 읍소를 하니 단박에 나가라며 축객령이다. 따지고 보면 해발 1000m를 오르내리는 순례길의 암자들은 세상과 멀어지려 일부러 외진 곳에 터를 잡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사람들은 더 숨은 암자를 찾으려 하고, 결국 숨자고 들어선 곳이 외려 명소가 되는 희한한 역설이 생겨난다. 상무주암 주변에 홀로 명상에 잠길 만한 자리가 몇 곳 있다. 축객령으로 내쫓긴 이들에겐 그야말로 제격인 자리다. 눈앞에 펼쳐지는 지리산의 눈부신 봄 풍경 덕에 불편했던 마음 한 자락이 스르르 녹아내린다. 문수암은 커다란 바위 아래 터를 잡은 암자다. 순례길의 풍경을 말할 때 최고로 꼽는 이들이 많은 절집이다. 임진왜란 때 마을 사람 1000여명이 숨었다고 전해지는 천인굴과 늘 마르지 않는 석간수로 알려졌다. 문수암은 오랫동안 암자를 지키던 도봉 스님의 보시로 유명한 절집이다. 암자를 찾는 이와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고 먹거리를 나누곤 했다. 한데 도봉 스님이 암자를 내려간 이후로 절집은 적막한 공간이 됐다.산객들에게 풍경으로 보시하는 최고의 절집은 삼불사가 아닐까 싶다. 독특하고 소박한 건물과 비구니 스님의 손길이 묻어나는 각종 소품들이 산객의 마음을 산뜻하게 보듬어 준다. 무엇보다 좋은 건 암자 앞 작은 뜨락에서 맞는 너른 풍경이다. 지리산으로 향한 미닫이문이 활짝 열린 듯하다. 삼불사에서 남원 땅에 속한 약수암까지는 2.3㎞로 다소 길다. 내리막길이긴 해도 너덜지대의 연속이어서 결코 만만하지 않다. 약수암은 시원한 샘물이 유명하다. 목각탱화인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보물 421호)도 고색창연하다. 종착지인 실상사는 다른 암자들에 비하면 대찰이다. 평지에 있어 은둔의 느낌도 덜하다. 볼거리는 많다. 경내 극락전 앞의 석등(보물 35호)과 2기의 삼층석탑(보물 37호)을 비롯해 딸린 암자인 백장암의 삼층석탑(국보 10호) 등 문화재가 수두룩하다.산행 끝에 둘러볼 만한 명소 몇 곳만 덧붙이자. 함양 오도재는 지리산 전망이 멋들어지게 펼쳐지는 곳이다. 조망공원이 따로 마련돼 있다. 이웃한 지안제는 사진 좋아하는 이들이 즐겨 찾는 출사지다. 뱀처럼 휜 도로를 사진에 담을 수 있다. 글 사진 함양·남원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지리산 칠암자 순례길은 영원사 쪽에서 시작하는 게 낫다. 영원령 등 오르막 구간도 일부 있지만 대체로 내리막 구간이다. 반대로 실상사에서 오르면 급경사가 이어져 체력 부담이 커진다. 도솔암을 제외한 거리는 얼추 8㎞ 가까이 된다. 소요시간은 6시간 이상 잡아야 한다. -약수암에서 실상사까지는 구절양장 임도를 따라 내려와야 한다. 한데 영 산행하는 맛이 나지 않아 숲으로 난 샛길로 내려오는 이들이 많다. 다만 표지판이 없어 길을 잃고 함양 쪽 도마마을로 내려올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차를 가져갈 경우 실상사에 주차를 하고 함양 택시를 불러 영원사로 가는 게 보통이다. 영원사 앞에 차를 대고 실상사에서 택시를 불러도 된다. 어느 쪽이든 택시비는 2만 5000원이다.
  • 강렬한 붉은색 뽐내는 서귀포 홍가시나무 숲

    강렬한 붉은색 뽐내는 서귀포 홍가시나무 숲

    13일 오전 한 시민이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의 한 홍가시나무 숲을 찾아 휴대전화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있다. 남부지역에 자라는 홍가시나무는 상록활엽수로 봄에 나오는 새잎이 붉은색이라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서귀포 연합뉴스
  • 테니스 스타 샤라포바 ‘호텔·리조트 사업’ 제2의 인생 도전

    테니스 스타 샤라포바 ‘호텔·리조트 사업’ 제2의 인생 도전

    지난 2월 은퇴를 선언한 세계 여자 테니스의 슈퍼스타 마리야 샤라포바(33·러시아)가 호텔·리조트 사업 도전을 선언했다. 샤라포바는 13일 미국 경제 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이 개최한 웹 세미나에서 ‘제2의 인생’에 대해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7년 전부터 자신의 이름을 딴 사탕 회사 ‘슈가포바’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이날 “선수 시절 하루 24시간 테니스만 생각했으면 심리적 부담이 컸을 것”이라며 “다른 분야에 관심을 기울인 게 코트에서의 집중력을 더 높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매년 봄 ‘모든 것의 미래 축제’라는 세미나에 유명 인사를 초청해 질의응답 시간을 갖느데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 행사로 대체했다. 샤라포바는 17살이던 2004년 윔블던 대회 여자 단식 결승에서 세리나 윌리엄스(39·미국)를 꺾고 화려하게 데뷔한 뒤 4대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5차례 우승했다. 2005년부터 미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여자 스포츠 선수 수입 순위 1위에 11년간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스포츠 전 종목을 통틀어 역대 여자 선수 최고 수입인 3억 2500만 달러(약 3981억원)을 벌고 은퇴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올해 인구총조사에 1인가구·반려동물·활동제약돌봄 추가된다

    올해 인구총조사에 1인가구·반려동물·활동제약돌봄 추가된다

    올해부터 인구주택총조사 항목에 1인 가구, 반려동물, 활동제약돌봄 등이 추가된다. 종이가 아닌 태블릿PC로 면접조사를 실시하는 등 환경보호 측면도 강조했다.통계청은 13일 대전 롯데시티호텔에서 2020 인구주택총조사 자문위원 위촉식과 함께 첫 자문위원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통계청은 학계와 연구기관을 포함한 각계 전문가 20명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 올해 인구총조사에선 7개 신규항목이 추가된다. 우선 1인 가구원에 대해 1인 가구가 된 사유와 기간 등을 조사한다. 반려동물, 활동제약돌봄, 안전, 환경 등도 조사 항목으로 신설됐다. 특히 UN 권고사항인 활동제약돌봄 항목에선 장애인 등 활동제약이 있는 가구원뿐만 아니라, 그 가구원을 누가 돌보는지까지 조사한다. 7개 신규항목을 비롯한 총 조사항목은 56개다. 이 가운데 11개는 행정자료로 대체하고, 45개 항목에 대해서만 현장조사를 실시한다. 면접조사는 종이가 아닌 태블릿PC로 진행하는 등 전자조사 방식을 전면 도입했다. 국민 응답부담을 최소화할뿐더러 조사원들이 조사대상을 쉽게 찾고, 조사대상처 중복이나 누락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 통계청의 설명이다. ‘종이 없는 조사’를 통해 환경 보호에 이바지하는 효과도 있다. 이번 인구총조사 결과자료 공표는 전주기보다 3개월 앞당겨진 내년 9월부터 제공된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인구총조사는 우리 삶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중요한 자료”라며 “조사 결과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양질의 데이터로, 나와 이웃을 위한 정책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해 많은 국민이 인구총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참여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종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하늘 가까운 월드컵공원, 서울서 즐기는 별밤

    하늘 가까운 월드컵공원, 서울서 즐기는 별밤

    밤하늘을 제대로 관측하기 위한 최적의 조건은 무엇일까. 첫 번째로 도심의 빛공해와 매연이 없는 곳이어야 한다. 특히 빛은 밤하늘의 별을 관측하는 데 치명적이다. 두 번째로는 지대가 높은 곳이다. 공기가 맑아야 하늘이 잘 보인다. 마지막으로는 구름이 없어야 한다. 관측자와 별 사이에 최대한 아무것도 없어야 한다.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곳은 사막이다.사막이 없다고 한국에서 밤하늘을 즐길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원치복 한국 아마추어 천문학회 회장에게 한국에서도 별이 잘 보이는 명소 5곳을 추천받았다. 코로나19 사태가 걷힌 뒤에 연인, 친구, 가족과 함께 가 보면 좋을 듯하다. 우선 빛공해가 심할 것 같은 대도시 서울에서도 별을 관측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마포구 월드컵공원에 있는 ‘노을공원 별누리’와 관악구 ‘낙성대 과학전시관 천문대’다. 둘 다 서울에서 손꼽히는 천체 관측 명당으로 지대가 높고 전망이 트여 하늘 가까이에서 별을 들여다볼 수 있다. 충북 제천에 있는 ‘별새꽃돌 과학관’도 유명하다. 도심에서 떨어진 구학산 기슭에 자리잡은 곳으로 한가로이 천체 관측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전남 영광의 ‘내산서원’도 좋다. 불갑산을 끼고 있는 내산서원의 주차장은 천문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한 곳으로 서원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밤하늘과 잘 어울린다. 전북 무주의 ‘덕유산 향적봉 대피소’도 추천했다. 어둡고 탁 트인 산꼭대기에서 조용하게 밤하늘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경남 산청군의 ‘황매산’도 봄이면 철쭉이 활짝 피는 곳으로 하늘 가까이에서 쏟아질 듯한 은하수를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이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