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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렘의 시간, 수줍은 고백

    설렘의 시간, 수줍은 고백

    거창과 이웃한 합천도 가을이 차분히 내려앉고 있는 모습이다. 합천의 가을은 황강을 따라 온다. 합천 시내를 관통해 흐르는 강이다. 황강 주변만 차분하게 살펴도 하루해가 짧을 만큼 볼거리가 많다. 거리두기가 완화됐다고는 해도 아직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한 만큼 황강 변의 실외 공간들을 중심으로 소개한다.신소양체육공원으로 먼저 간다. 이름은 ‘체육’공원이지만 이 계절엔 합천읍을 통틀어 최고의 ‘풍경 맛집’으로 변한다. 핑크뮬리(꽃말 ‘고백’) 때문이다. 체육공원 평지에 동심원 형태로 핑크뮬리를 식재했는데, 이 풍경을 즐기려는 이들이 제법 많이 찾는다. 핑크뮬리는 사실 소개하기가 참 애매한, 계륵 같은 식물이다. 생태계 위해성 논란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우리말로 ‘분홍쥐꼬리새’로 번역되는 핑크뮬리는 ‘생태계 위해성 2급’ 식물이다. 강력한 제재는 하지 않지만 식재 자제가 권고되는 식물이다. 위해성 여부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하는 식물인 것이다. 한데 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그래서 여러 지방자치단체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너도나도 핑크뮬리를 심고 있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7년 정도 된 핑크뮬리가 이제 우리의 가을 들녘을 온통 점령한 듯한 형국이다.핑크뮬리는 벼과 식물이다. 농부들이 애면글면 가꾸는 벼와 친척인 셈이다. 다만 벼와 달리 오로지 조경용으로만 식재된다. 벼는 가을에 노랗게 물들지만 핑크뮬리는 연분홍으로 물든다. 동심원의 미로처럼 꾸며 놓은 핑크뮬리밭을 보자니 상큼발랄한 느낌이다. 두 갈래로 머리를 땋은 ‘빨강머리 앤’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지 싶다. 체육공원 옆으로는 산책로가 나 있다. 핑크뮬리에 홀린 관광객들의 시선에서는 살짝 비켜서 있지만, 억새와 갈대가 익어 가는 강변 흙길을 걷는 정취가 제법 깊다.합천읍 쪽으로 좀더 올라가면 함벽루가 나온다. 1321년 고려 충숙왕 때 세웠다는 정자다. 비가 올 때면 낙숫물이 지붕 처마에서 황강으로 곧장 떨어지도록 지어졌다고 한다. 참 낭만적인 설계다. 들보 아래로는 퇴계 이황과 남명 조식의 시가 적힌 편액이 마주 보고 있다. ‘경상 좌도에 퇴계가 있고, 우도에는 남명이 있다’는 말이 전할 정도로 쟁쟁한 두 인물의 시를 한자리에서 마주할 수 있다. 함벽루 뒤 암벽에도 우암 송시열이 쓴 ‘涵碧樓’(함벽루)가 각자돼 있다. 함벽루와 바짝 붙은 절집은 연호사다. 창건연대가 643년까지 거슬러 오르는 고찰이다. 합천을 대표하는 해인사(802년)보다 159년 앞서 창건된 셈이다. 함벽루에서 강 건너 맞은편은 정양레포츠공원이다. 인근에서 ‘내륙 바캉스’ 명소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바캉스’라는 표현에서 느껴지듯, 공원 앞으로 드넓은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다. 신발을 벗고 발에 닿는 모래알을 느끼며 걷기 딱 좋다. 황강을 따라 왕복 6㎞ 길이의 황강은빛모래길도 조성돼 있다. 오토캠핑장, 경관조명 등의 시설도 갖췄다. 레포츠공원에서 보는 함벽루의 자태도 빼어나다. 새벽 물안개가 감싸는 가을이나 눈 내린 겨울이면 이를 담으려는 사진가들로 붐빈다. 합천 읍내를 살짝 벗어나면 합천호가 기다린다. 1988년 황강 물줄기를 막아 합천댐을 만들면서 생긴 인공호다. 호수 주변 둘레길은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하다. 호수와 산허리를 번갈아 끼고 도는 길이 약 40㎞에 걸쳐 있다. 호수 주변엔 벚나무가 많다. 호수 조성 당시에 조경용으로 식재한 나무들이다. 어느새 굵은 둥치의 나무로 자라 짙은 숲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봄에는 백리벚꽃길로, 가을철엔 단풍길로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특히 물안개가 피는 가을 새벽이면 선경이라 해도 좋을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글 사진 합천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권성우의 청파동 통신] 한 권의 자서전이 준 감동과 여운

    [권성우의 청파동 통신] 한 권의 자서전이 준 감동과 여운

    최근에 간행된 ‘이정식 자서전; 만주 벌판의 소년 가장, 아이비리그 교수 되다’를 탐독했다. 그 독서의 먹먹한 여운과 잔상이 계속 마음에 남아 메아리치며 이 글을 쓰게 만든다. 로버트 스칼라피노 교수와 ‘한국 공산주의 운동사’를 함께 저술한 현대사 연구가인 펜실베이니아대 이정식 명예교수의 자서전인 이 책은 근래에 접했던 가장 인상적인 기록이자 감동적인 인생 회상기였다. 1973년에 영어로 처음 간행돼 1986년 한국어로 번역된 ‘한국 공산주의 운동사’는 현재까지도 이 분야에서 널리 인용되며 학문적 성과를 인정받는 노작(勞作)이다. 이 책에 의해, ‘가짜 김일성론’이나 ‘6·25 북침설’ 등이 극복되며 현대사 연구가 한층 진일보했다. 철저하게 자료와 균형 감각에 입각한 이정식 교수의 현대사 연구는 1970년대 초반이라는 엄혹한 역사적 상황에서 민감한 현대사 분야의 객관성 확보, 오도된 신화 걷어내기에 결정적으로 보탬이 된 선구적 성과이다. ‘이정식 자서전’을 읽으며, 뛰어난 자서전이 동시에 탁월한 문학작품이자 생생한 역사적 기록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실제로 이 책 곳곳의 서술은 어떤 기록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힘든 뜻깊은 역사적 증언이지 싶다. 1948년 봄부터 1950년 12월 사이에 평양에서 거주하며 쌀장사를 하던 체험, 랴오양(遼陽)의 집 바로 앞에서 목격했던 팔로군과 국민당군의 치열한 전투, 중국어로 중공군 포로통역을 수행했던 체험 등은 그 자체가 그동안 접하기 힘들었던 역사적 순간이다. 또한 한국전쟁 때 미군 비행기에서 투하된 폭탄이 집 인근에 떨어져 방과 벽이 모두 무너지기 직전 마루 밑에 피신한 끝에 구사일생으로 살아남는 장면은 운명이라는 말밖에는 설명하기 힘들다. “평양에서 살 때 인민군에 차출되지 않기 위해 목숨을 걸고 숨어 있었”던 그가 UCLA석사 직후에 할리우드 아르바이트로 영화에 출연해 인민군 병사 역할을 맡게 되는 대목은 인생의 통렬한 아이러니라 하겠다. 1931년 평안남도에서 태어난 그는 만주의 톄링~한커우~평양~랴오양을 오가는 유소년 시절을 보낸다. 해방 이후 일가족이 귀국길에 나서지만, 1946년 3월 아버지가 실종되면서 만 열다섯도 안 된 나이에 실질적인 가장이 돼 랴오양에 남게 된다. 이후 펼쳐진 이정식의 앞날은 ‘파란만장’이라는 상투적인 용어로 도저히 담을 수 없는 기구하기 그지없는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랴오양 면화공장에서의 직공 생활, 단둥에서 배로 신의주에 이르는 목숨을 건 조국행, 평양에서 맞이한 북한 사회와 전쟁 체험, 한국전쟁 와중의 월남, 부산에서의 통역병 생활과 전시대학 청강 등을 거쳐 결국 그는 미국 유학을 떠난다. 한국전쟁 70주년인 올해는 미국 대선이 있는 해이기도 하다. 그 결과에 따라 한반도 정세도 크게 요동칠 것이 예견되며 ‘종전선언’의 가능성이 타진되기도 한다. 이런 변화가 우리 사회에 실질적으로 스며들기 위해서는, 단지 정치적 선언에서 더 나아가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에 평화를 위한 열망이 새겨져야 한다. 그렇다면 이런 시기일수록 한국전쟁 시기에 남과 북의 역사를 온몸으로 체험했으며, 누구보다도 한반도 현대사에 대한 깊은 학문적 탐구를 수행한 이정식 교수의 자서전 내용을 되새길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정식 자서전은 저자가 한국 공산주의 운동사로 1974년 미국정치학회에서 가장 권위 있는 ‘우드로 윌슨 파운데이션 상’의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으로 끝난다. 이후에 전개된 그의 인생 행보를 엿보고 싶다는 소망을 가진 이가 나만은 아니리라. 과연 그의 자서전 후속편은 어떻게 끝을 맺을 것인가? 한 인터뷰는 이제 아흔에 이른 그가 ‘노인 홈’ 생활을 준비한다고 전한다. 그곳에서라도 자서전 후속편이 집필될 수 있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고대해 본다.
  • 마포구, 행안부 주관 지자체 평가서 최고등급 획득

    마포구, 행안부 주관 지자체 평가서 최고등급 획득

    서울 마포구는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2020년도 지방자치단체 정부합동평가’에서 서울시 자치구 최고등급인 S등급을 획득했다고 12일 밝혔다. 정부합동평가는 행정안전부가 전국 17개 시·도를 대상으로 지난 한 해 동안 수행된 국가위임사무, 국고보조사업, 국가주요시책에 대해 관계 중앙부처와 합동으로 실시하는 종합평가다. 구는 서울시가 실시한 25개 자치구별 실적평가 결과 자치구 정량지표와 준비노력도(정성지표 포함)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최고등급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특히 자치구 간 상대평가로 전환된 올해 평가에서 상위 30%에 해당되는 최고등급을 받은 구는 향후 서울시로부터 4000만원의 재정 인센티브를 지원 받게 됐다. 구는 평가 지표 전 분야에서 고른 성과를 거뒀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율 ▲노인돌봄서비스 제공률 ▲잠복결핵감염자 치료 실시율 ▲공동육아나눔터 설치 목표 달성률 등에서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유동균(사진) 마포구청장은 “평가에서 최고등급을 기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럼에도 평소 주민들께서 겪는 고민이나 문제, 불편을 하나라도 더 해결하려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며 “주민들이 만족하고 신뢰할 수 있는 행정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사건기자의 취재 중 생긴 일] 코로나 시대 장애학생에게 더 문턱 높은 학교들/김주연 기자

    [사건기자의 취재 중 생긴 일] 코로나 시대 장애학생에게 더 문턱 높은 학교들/김주연 기자

    “학교에서도 ‘장애아동도 긴급돌봄에 와도 된다’고 말해주지 않아요. 눈치가 보여서 주변 사람들에게 아이를 맡기죠.” 서울 성북구에 사는 프리랜서 방모(41)씨는 지적장애를 가진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긴급돌봄교실에 보내지 못했다. 학교가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온라인 개학이 이뤄지면서 맞벌이 부부 등을 위해 긴급돌봄이 제공되지만,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 초등학교에 다니는 특수학급 학생들은 사실상 배제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에 따르면 전체 초등특수교육대상자의 9.5%만 긴급돌봄교실을 이용하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키우는 윤모(42)씨는 “학교에 간곡하게 부탁해서 겨우 긴급돌봄에 보낼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장애학생들에게 제공되는 온라인 수업의 질도 떨어지는 편이다. 장애아동은 한 학기에 한 번씩 교사와 학부모 등이 만나 개별화 교육계획(IEP)을 짜야 하지만, 올해는 형식적인 서류 서명으로 끝났다. 결국 일부 학교는 특수학급 학생들에게 일부 강의를 개인별로 맞춤형 영상 강의를 제공하지만, 대부분 학교는 장애학생들이 이해할 수 없는 영상이나 유아용 영상을 제공한다. 교육부가 쌍방향 온라인 수업을 강화하는 추세지만, 이는 장애학생들에게 다른 나라 이야기다. 서울 성동구에서 지적장애를 지닌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키우는 임모(42)씨는 “통합반에서 쌍방향 수업을 시작했는데, 학교에서는 ‘카메라 끄셔도 된다. 참석 안 해도 된다’고 한다. 결국 비장애 아동은 발표 수업을 하는데, 우리 아이는 인사만 하고 카메라와 마이크를 계속 꺼 둔 채로 집에서 돌아다닌다”고 말했다. 각종 복지시설이 문을 닫고 학교를 가지 못하는 것만으로도 장애아동의 건강은 영향을 받는다. 발달장애 아동은 규칙적인 일상이 무너지면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윤씨는 “아이가 요일별 수업이나 치료로 요일을 기억한다”면서 “학교 등을 이용하지 못하면 문제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애부모연대에 접수된 사례에 따르면 한 장애아동은 무려 59시간 동안 운 경우도 있었다. 장애아동 부모들은 “코로나19로 우리나라 통합교육의 민낯이 드러나 회의감이 크다”면서 “지금 같은 상황에선 비장애학생은 같은 반에 장애학생이 있는지도 모를 것”이라고 토로했다. 자녀를 특수학교에 보내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 학부모들도 늘어나고 있다. 물론 특수학교가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코로나19로 대부분의 특수학교는 셔틀버스 운영이 중단돼 등하교가 쉽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수학교는 장애학생의 교육권을 우선적으로 보장해 준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지난해부터 초등학교 4학년 자녀가 국립 특수학교에 다니는 유모(36)씨는 “긴급돌봄교실을 고민하지 않고 이용할 수 있다”면서 “아이가 청각장애와 자폐성 장애가 있지만 특수학교는 언제든 참여할 기회나 지원을 해 주는 게 일반학교와 가장 큰 차이”라고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떨어진 뒤에는 사실상 코로나19 이전처럼 정상 수업을 한다.일반학교에서도 장애학생을 위한 등교 수업을 강화해 달라는 요구가 나온다. 방씨는 “2학기부터 1, 2학년들은 한 교실에서 20명 가까이 모여 수업을 하는데, 정원이 6명인 특수학급 학생들은 등교수업을 하지 않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취약한 아이들부터 등교수업을 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교육부와 교육청, 일선 학교는 코로나19 속에서 진정한 통합교육을 이어 갈 수 있을까.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특수학교는 긴급돌봄이 비교적 잘 이뤄졌는데 일반학교 특수학급은 충분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온라인 교육 지원도 불충분해 송구한 마음”이라며 “국립특수교육원을 통해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고 원격수업보다 학교에 직접 나와서 지원해 주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justina@seoul.co.kr
  • [취중생]장애학생에 문턱 높인 학교들…엄마는 긴급돌봄 애원했다

    [취중생]장애학생에 문턱 높인 학교들…엄마는 긴급돌봄 애원했다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도 세대도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취중생’(취재 중 생긴 일) 코너입니다.“일 때문에 초2 아이를 긴급돌봄을 보내겠다고 하니까 학교는 ‘어머니 괜찮으세요? 잘 생각해보세요’라고 하더라고요. 간곡하게 부탁했어요.” 경기도에서 자폐성 장애를 가진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키우는 윤모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학교는 “아이가 공격적 행동을 보이지 않는 순한 아이니까 받아줄 수 있겠다”고 했다. 긴급 돌봄을 가면 비장애 학생들과 똑같이 교육방송을 시청한다. 윤씨는 “학습 꾸러미를 보면 백지 상태로 오지만 아이가 또래와 함게 있는 것을 좋아하니까 다행이죠”라고 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개학이 이뤄지면서 긴급돌봄이 제공되지만, 이처럼 초등학교 특수학급 학생들은 사실상 배제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에 따르면 전체 초등특수교육대상자의 9.5%만 긴급돌봄교실을 이용하고 있다. 장애학생들에게 제공되는 온라인 수업의 질도 학교 마다 차이가 크다. 일부 학교는 특수학급 학생들에게 일부 강의를 개인별로 맞춤형 영상 강의를 제공하지만, 대부분 장애학생들이 이해할 수 없는 동영상 강의를 그대로 제공한다. 초6 아이를 양육하는 방모(41)씨는 “특수교사가 영상에서 아이 가족 사진을 보여주고 이름을 불러주면서 주의를 끌어줘서 다행이지만, 집에서 가르치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예체능을 주로 하는 통합반에서는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수업을 알려준다고 했는데, 1학기 때 5번 연락이 온 게 고작이었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 주민 임모(42)씨도 초6 자녀가 지적장애를 갖고 있다. “통합반은 쌍방향 수업을 하는데, 인사만 하고 카메라와 마이크를 계속 꺼 둔다. 학교에서는 ‘카메라 끄셔도 된다. 출석체크만 해도 됩니다. 참석 안해도 됩니다.’라고 한다. 다른 아이들은 댓글도 쓰고 발표 수업을 하는데, 우리 아이는 집에서 결국 돌아다닌다.” 장애아동은 한 학기에 한번씩 교사와 학부모 등이 만나 개별화 교육계획(IEP)을 짜야 하지만, 올해는 형식적인 서류 서명으로 끝났다. 긴급돌봄이 없는 중·고등학생 학부모들도 시름이 깊다. 박모(46)씨는 볼일이 생기면 다운증후군 중3 아이와 함께 나가서 아이에게 수업 영상을 틀어준다. 각종 복지시설도 운영하지 않아 아이를 홀로 돌볼 수 밖에 없어서다. 활동지원사는 학습 지도가 아니라 이동을 도와주는 역할을 주로 맡기 때문에 구하기도 쉽지 않다. 학교는 장애학생들이 교과과목을 배우는 동시에 사회를 이해하는 중요한 공간이다. 방모씨는 “‘코로나19 때문에 학교를 못 간다’고 하면 이해를 못했죠”라면서 “잠시 등교를 했는데 친구들이 다 마스크를 쓰고 책상에는 가림막이 있는 걸 눈으로 보니까 그제야 아이가 인지를 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발달장애 아동은 규칙적인 일상이 무너지면 불안감을 느낀다. 학교를 가지 못하는 것 자체로 건강에 영향을 준다. 윤씨는 “아이들이 요일별로 하는 수업이나 치료에 따라서 요일을 기억한다”면서 “학교나 복지시설이 문을 닫아서 가지 못하면 문제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애부모연대에 따르면 장애아동이 59시간 동안 운 사례도 있었다. 장애아동 부모들은 “코로나19로 통합교육의 민낯이 드러나 회의감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통합교육이 필요하다지만, 일반학교에서 비대면 수업이 계속되면 “같은 반 학생들이 내 아이가 있는지도 모를 것”이라고 했다. 자녀를 특수학교에 보내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 학부모들이 부쩍 늘어나는 분위기도 이 때문이다. 초등특수학교에서 돌봄교실 담당 교사도 특수교사는 아니지만, 적어도 아이들이 긴급돌봄에서 소외되지 않는다. 초4 자녀가 국립 특수학교에 다니는 학부모 유모(36)씨는 부러움을 산다. 학교나 선생님에게 부담이 될까봐 ‘돌봄교실에 가도 되냐’ 물어보는 일을 망설이지 않아도 된다. 아이가 청각장애와 자폐성 장애가 있지만, “참여할 기회가 주어지고 문제가 발생하면 지원할 방법을 만들어준다”고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떨어진 뒤에는 사실상 코로나19 이전처럼 정상 수업을 하고 있다. 다만 특수학교는 대부분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에, 셔틀버스 운영이 중단된 상황에서 집에 자가용이 없는 가정은 등하교가 쉽지 않다. 교육부가 쌍방향 온라인 수업을 강화하는 추세이지만, 이는 장애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윤씨는 “화상으로 눈을 마주치면서 출석체크를 하겠다는데, 자폐성 아이는 눈을 마주치는 것 자체를 어려워한다”고 했다. 방씨는 “2학기부터 1, 2학년들은 한 교실에서 20명 가까이 수업을 하는데, 정원이 6명인 특수학급 학생들은 등교수업을 하지 않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취약한 아이들부터 등교수업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교육부와 교육청, 일선 학교는 코로나19 속에서 진정한 통합 교육을 이어갈 수 있을까.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특수학교는 긴급돌봄이 비교적 잘 이뤄졌는데 일반학교 특수학급은 충분하지 않은 게 사실이며 온라인 교육 지원도 불충분해 송구한 마음”이라며 “국립특수교육원을 통해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고 원격수업보다 학교에 직접 나와서 지원해주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코로나 퍼질라’…北, 당 창건 행사장에 외국인 접근금지령

    ‘코로나 퍼질라’…北, 당 창건 행사장에 외국인 접근금지령

    코로나19 방역에 극도의 경계령을 펼치고 있는 북한이 평양 주재 각국 대사관과 국제기구 사무실에 노동당 창건 75주년 행사장에 접근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9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을 통해 “8일 외무성에서 평양 내 모든 대사관과 국제기구 대표 사무실 앞으로 보낸 공문을 받았다”며 “(공문에서는) 당 창건 75주년 경축행사장에 가까이 접근하거나 사진을 찍지 말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또 “북한 주재 외교단 관계자가 차량은 물론 자전거를 포함해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해서도 평양을 돌아다니는 것을 삼가고 호텔과 상점, 식당 등 공공장소에서 체온 측정이나 손 소독 등 방역 절차를 따를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환자나 이상 증상이 발생할 경우 평양친선병원에 보고하라고도 당부했다. 북한은 통상 열병식 등 대규모 행사를 열 때마다 평양에 주재하는 외국인들을 초청해 대외적으로 행사 규모 등을 과시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아예 접근을 차단한 것이다. 코로나19로 평양을 떠났던 주요국 대사들도 아직 북한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콜린 크룩스 평양 주재 영국대사는 9일 트위터를 통해 “올해 봄 영국 대사관을 임시 폐쇄하기 전에 평양에서 붓글씨를 배우기 시작했다”며 “조만간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영국은 지난 3월 주북 대사관을 임시 폐쇄하고 직원을 철수시킨 바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코로나 봉쇄에 불만’ 휘트머 美 미시간주 지사 납치 음모 적발

    ‘코로나 봉쇄에 불만’ 휘트머 美 미시간주 지사 납치 음모 적발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주 지사를 납치하려는 음모를 적발했다. 여섯 명의 남성 용의자들은 휘트머 지사가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더 엄격한 행정명령을 내렸으나 지난주 한 판사가 철회시키자 그를 납치한 뒤 목숨을 빼앗고 아예 주정부를 전복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데이나 네슬 미시간주 법무장관은 8일(현지시간) “이들의 납치 모의는 심각하고 실존적인 위협이었다”고 밝혔다. 체포된 사람은 모두 13명이었다. 이 중 여섯은 휘트머 지사의 거주지를 감시했으며, 급조된 폭발 장치를 시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일곱 명은 ‘울버린 야경꾼들’이란 단체를 결성해 테러행위에 대한 물적 지원과 폭력단체 가입, 총기관련법 위반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민주당 소속인 휘트머 지사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강도 높은 봉쇄 정책을 실시했다. 이후 극우성향 무장단체들은 주도 랜싱에서 봉쇄 해제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여왔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용의자들을 “사악하다”고 표현하며 미시간에서 “증오와 혐오, 폭력은 설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음모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몇개월 동안 해온 “불신 조장, 분노 촉발, 두려움과 증오, 분열을 획책하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대선 1차 TV 토론 과정에 대통령이 백인 우월주의자들을 비판하지 못했으며 그의 발언이 오히려 혐오 단체들의 “집단적 울음”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FBI의 공소장에 따르면 신분을 위장한 사법기관 요원이 지난 6월 오하이오주 더블린에서 미시간주 무장조직 멤버들이 주정부를 전복시키려는 음모를 논의했을 때 참석했다. 그들은 “주정부가 미국 헌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믿었다”는 것이다. “일부 멤버는 ‘폭군들’을 살해하고 현직 지사를 ‘데려오는’ 데 대해 얘기했다.” 한 동영상에는 용의자 중 한 명이 코로나 봉쇄령이 내려진 동안 피트니스 센터를 언제 재개장하느냐를 결정하는 주정부의 역할을 규탄했다. 영국 BBC는 검거된 용의자들이 애덤 폭스, 배리 크로프트, 칼렙 프랭크스, 대니얼 해리스, 브랜던 카서트, 타이 가빈이며 이들의 집을 전날 압수수색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200명의 남성들이” 주정부 건물에 난입해 휘트머 지사 등 인질들을 붙잡길 바랐다. 또 11월 대선 전에 자신들의 계획을 실행하길 바랐다. 만약 이 계획이 실패하면 지사의 별장을 습격하려고 계획했다고 관리들은 전했다. 아울러 지사의 여름별장을 “촘촘하게 감시”하고 경찰을 화염병으로 공격하고 테이저건을 구입하며 폭발물과 전술장비를 구입하기위해 기금을 조성하려 했다. 이들 중 다섯은 미시간주 사람이며 한 명만 델라웨어주 출신이다. 용의자들은 여러 주에서 무기 훈련을 해왔고, 때로는 직접 폭탄을 조립하는 훈련도 했다. 이들의 훈련 모습을 담은 동영상도 압수됐다. 앞서 지난 봄 주지사의 행정명령에 항의하기 위해 랜싱에 모인 수천명의 시위대 중 다수가 독일 나치의 상징과 남부연합기를 소지하거나, 반자동 소총을 들고 나온 장면이 눈에 띄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미시간을 해방시켜라!”는 트윗을 올려 시위를 부추기기도 했다. 휘트머 지사를 납치하려는 음모는 ‘우편투표는 사기’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시사로 대선 직후 소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염려가 커지는 가운데 적발된 것이다. 특히 미시간주는 1995년 오클라호마시티 폭탄 테러 사건의 범인들이 한때 활동한 ‘미시간 민병대’를 포함해 전통적으로 반정부 무장단체 활동이 활발한 지역이라고 일간 뉴욕 타임스(NYT)는 전했다. 이들 중 일부는 올해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에서 일부 폭력 사태가 벌어진 것을 계기로 “우리들의 집과 가게를 지키자”는 명분으로 총을 들고 다시 거리로 나온 것으로 관측된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문화마당] 가을이 쓸쓸한 이유/김이설 소설가

    [문화마당] 가을이 쓸쓸한 이유/김이설 소설가

    이 계절만 되면 여지없이 꺼내 드는 시집이 있다. 최승자 시인이 쓴 ‘이 時代의 사랑’. 그 시집에 이런 시가 실려 있다. ‘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온다./ 매독 같은 가을.’(‘개 같은 가을이’ 중) 시인이 말하는 그 가을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가을이 쳐들어온다는 건 어떤 이미지인지 알 것 같다. 가을은 가을로 변해 가는 것이 아니라 가을로 쳐들어오기 때문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에어컨과 선풍기 없이는 잘 수 없는 여름이었는데 오늘부터 하늘은 파랗게 질리고, 그늘 밑은 서늘하며 바람에서 외로움의 냄새가 맡아지는 계절이 되고 만다. 그것이 가을이 쳐들어왔다는 증거다. 가을에는 해가 지면 쓰레기도 버리러 가지 않는다는 친구가 떠오른다. 쓰레기 버리러 나간 차림 그대로, 그 길로 집을 나갈 것 같은 불길함이 들기 때문이라는 건데, 선선하고 쓸쓸한-사람을 순식간에 외롭게 만드는 바람이 가슴 한 구석을 후벼 파고 나가버려 사람을 어쩌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다소 황당한 이유였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 없이 고적해지는 기분, 까닭 없이 서글퍼지는 감정, ‘이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하는 의문이 들고 내가 쥐고 있는 것들이 모두 부질없이 느껴지는 순간이라면 나도 잘 알기 때문이다. 그것이 가을이 되면 더 자주 찾아온다는 것도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 누군가는 갱년기 때문이라고 한다. 누군가는 인간은 원래 외로운 존재여서 그렇다고도 하고, 가을이 본디 쓸쓸한 계절이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풍성하고 푸르던 세계가 한순간 저무는 색으로 변하는 계절이어서, 한여름같이 뜨거웠던 청춘이 끝나 버린 중년의 힘없는 발걸음처럼 느껴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계절은 변하기 마련이니, 가을 지나 겨울 끝에 다시 또 봄이 오고 여름이 찾아오겠지만 인생이란 한번 여름이 끝나면 다시는 그 여름이 찾아오지 않기 때문이지 않을까. 결국 청춘은 영원하지 않고, 젊음은 유한하며, 우리는 하루하루 늙어간다는 깨달음. 사전을 찾아보니, ‘젊다’는 단어에는 세 가지 의미가 있다. 모두가 알고 있는, 나이가 한창때에 있다는 의미이자 혈기 따위가 왕성하다는 의미. 또 보기에 나이가 제 나이보다 적은 듯하다는 뜻도 갖고 있다. 이 세 가지에 포함되지 않는 나는 분명 인생의 가을이며 중년이라는 방증이겠다. 당연하지 않은가. 어느새 40대 후반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내게 한창때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들은 너의 지금이 가장 젊을 때라고도 말할 것이다. 여름에 바라보는 가을은 늙음이지만, 겨울에 가을을 바라보면 젊음으로 치환되는 것이니까. 그러니 이렇게 쓸쓸한 까닭은 아직도 청춘을 못 잊었기 때문이다. 오늘보다 어제가 더 좋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생각은 얼마나 쓸모없는가.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어제보다 오늘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면 좀 덜 쓸쓸해질 텐데. 그러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사람의 마음인 것을. 도리가 없으니 쓸쓸할 수밖에. 이유야 어떻든 가을에는 마음껏 쓸쓸해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요즘의 우리 일상이 쓸쓸할 겨를도 없는 나날이지만 그래도 가을이 왔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있는 당신이라면 말이다. 그러니 가을마다 읽는 시를 한 편 더 읽어야겠다. ‘거기서 알 수 없는 비가 내리지/ 내려서 적셔 주는 가여운 안식/ 사랑한다고 너의 손을 잡을 때/ 열 손가락에 걸리는 존재의 쓸쓸함/ 거기서 알 수 없는 비가 내리지/ 내려서 적셔 주는 가여운 평화’ 최승자 시인의 ‘사랑하는 손’이다.
  • 노벨문학상 작가 잡아라… 단골 후보들 작품 출간 붐

    노벨문학상 작가 잡아라… 단골 후보들 작품 출간 붐

    노벨문학상 시즌을 전후한 출판계는 그야말로 전쟁터다. 통상 10월 첫째 주 목요일에 있는 수상 발표를 앞두고 ‘노벨상 마케팅’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출판사들은 연초부터 수상 가능성이 점쳐지는 국제적인 작가들에 관한 출간 계획을 10월에 맞춰 잡는다. 해당 작가가 수상하면 판매량이 비약적으로 증가하며 ‘노벨상 특수’를 누린다.9월부터 출간한 신간 가운데서는 토머스 핀천, 장 폴 뒤부아, 이언 매큐언의 작품이 눈에 띈다. 미국 포스트모더니즘 소설을 대표하는 토머스 핀천은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괴짜 은둔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신작 ‘블리딩 엣지’(창비)는 9·11 테러의 배후를 파헤쳐 나가는 여성 사기 조사관의 활약을 그렸다. 창비에서는 프랑스의 국민 작가 장 폴 뒤부아의 ‘모두가 세상을 똑같이 살지는 않아’도 선보였다. 지난해 아멜리 노통브를 제치고 프랑스 공쿠르상을 수상한 뒤부아는 ‘타네씨, 농담하지 마세요’ 등으로 국내에서도 팬층이 두껍다. 창비는 그 밖에도 이탈리아계 미국 작가인 돈 드릴로의 ‘침묵’을 오는 20일 미국 출간일에 맞춰 동시 출간할 계획이다.문학동네가 내놓은 이언 매큐언의 열두 번째 장편소설 ‘스위트 투스’도 눈여겨볼 만하다. 매큐언은 토머스 핀천, 돈 드릴로 등과 함께 현대 영미문학을 대표한다. 또한 문학동네는 이달 내 인도 출신 영국 작가 살만 루슈디의 소설 ‘무어의 마지막 한숨’과 ‘2년 8개월, 스물여덟번의 밤’, 네덜란드 소설가 세스 노터봄의 ‘계속되는 이야기’를 내놓는다. 노벨문학상 단골 후보로, ‘중국에서 가장 문제적인 작가’로 불리는 옌롄커의 책 2종(‘레닌의 키스’, ‘침묵과 한숨’)은 지난 8월 말 문학동네와 임프린트인 글항아리에서 동시에 선보인 바 있다.한편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군을 점찍는 영국의 유명 베팅 사이트인 나이서오즈와 래드브룩스의 ‘원픽’은 프랑스령 과들루프 출신의 여성 작가 마리즈 콩데다. 2018년 대안 노벨문학상으로 불리는 뉴 아카데미 문학상을 수상하며 유력한 후보군으로 급부상한 콩데의 책은 국내에 지난해 출간된 ‘나, 티투바, 세일럼의 검은 마녀’(은행나무)가 전부다. 은행나무는 콩데의 또 다른 대표작 ‘세구’ 출간을 검토하고 있다. 2위에 랭크된 러시아의 여성 작가 류드밀라 울리츠카야의 책은 을유문화사와 뿌쉬낀하우스, 비채, 들녘 등에서 다수 나와 있다. 3위 무라카미 하루키의 경우는 올해 일본에서 출간된 새 소설집의 국내 판권 계약에 관심이 쏠린다. 전자출판을 꺼리던 하루키가 올해부터는 국내에서도 전자책을 출시, 수상 시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마케팅이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 하루키와 공동 3위를 기록한 캐나다의 여성 소설가 마거릿 애트우드는 작품 다수가 민음사와 임프린트인 황금가지에서 출간돼 있다. 한국의 고은 시인도 공동 7위에 이름을 올렸다. 2020 노벨문학상 마케팅의 최종 승자는 8일 오후 8시(한국시간) 스웨덴 한림원의 발표로 판가름 난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600년 역사 품은 한양도성, 온·오프라인 축제로 만난다

    600년 역사 품은 한양도성, 온·오프라인 축제로 만난다

    AR 활용한 ‘내 손안의 한양도성’ 앱집에서 순성놀이… 돈의문 3D로 복원보물 1호 흥인지문에서 첫 국악공연유튜브 채널 ‘라이브 서울’로 생중계도전! 골든벨·온라인 가요제도 열려 “한양도성을 축조한 태조 이성계는 바뀌는 계절마다 도성을 따라 걸어봤을까, 성문을 지키던 수문장이 올려다봤을 달빛은 어땠을까. 과거시험을 보러 온 선비들은 봇짐을 내려놓자마자 한달음에 한양도성을 돌며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한양도성 안팎에서 살던 사람들의 삶은 어땠을까.” 도성은 도시를 지키는 벽이자 연결하는 길이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몸의 거리두기와 마음의 연결이 무엇보다 절실해진 지금,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서울을 둘러싼 600년 역사를 간직한 한양도성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축제가 열린다.서울시는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일상의 소중함과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담아 ‘한양도성, 다시 봄’이라는 주제로 제8회 한양도성문화제를 9~10일 개최한다고 7일 밝혔다. 특히 올해는 매년 핵심 행사였던 순성놀이를 집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내 손안의 한양도성’ 앱은 한양도성 18.6㎞ 중 한양도성박물관, 흥인지문, 한양도성 유적전시관, 인왕산, 돈의문, 창의문 등 대표명소 6곳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 앱을 실행해 한양도성문화제 홈페이지의 지도를 인식하면 된다. 이 중 한양도성의 서쪽 대문인 돈의문은 일제강점기에 철거됐지만 3D기술로 당시의 모습을 복원해냈다. 6개 명소마다 영상을 시청하거나 퀴즈를 푸는 등 미션을 수행하면 스탬프를 획득할 수 있다. 스탬프를 모두 모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인증 사진을 올린 후 댓글을 남기면 추첨해 선물을 준다. 9일 오후 8시부터 진행되는 ‘흥인지문 풍류 음악회’는 보물 제1호인 흥인지문에서 열리는 최초의 국악 공연이다. 서울시 공식 유튜브 채널인 ‘라이브 서울’로 생중계한다. 조선시대 도성의 동쪽으로 출입하는 성문이었던 흥인지문은 도성 성문 중 유일하게 옹성(지형적 약점을 보호하기 위해 반원형의 성벽을 한 겹 더 쌓은 구조)으로 돼 있어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소리꾼 오정해와 유태평양, 연주가 김효영 등 정통 국악 장인들, 서영호 명인과 전통 예술단체 ‘한국시나위악회’ 및 타악단과 무용단으로 구성된 종합연희예술단인 ‘고르예술단’ 등 퓨전 국악 예술가들이 함께 무대에 선다.코로나19 극복을 기원하는 릴레이 순성도 열린다. 조선시대에 과거를 보러 한양에 온 선비들이 한양도성을 한 바퀴 돌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믿어 장원급제를 빌며 도성을 돌았다는 설에서 유래했다. 9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되며 전국에서 보내온 코로나19 극복 응원 메시지를 등에 매단 참가자들이 도성을 완주하는 행사다. 참가자 120명이 10명씩 12개 팀으로 나눠 도성 걷기를 이어나간다. 각 지점에는 방역요원이 배치되며, 팀별 2명씩 방역 담당자를 지정한다. 사전 신청자 1000명을 대상으로는 지난달 28일부터 오는 31일까지 비대면 개별 순성놀이도 운영 중이다. 이 밖에도 전국의 초등학생이 참여해 서울의 역사에 대한 퀴즈를 푸는 ‘도전! 한양도성 골든벨’과 비대면 온라인 가요제 ‘한양도성으로 가요’, 서울에 사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한양도성 말하기대회’와 ‘외국인 도전! 골든벨’ 등 다양한 시민 참여 행사도 열린다. 행사가 열리는 한양도성 유적전시관에는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 화면이 설치돼 현장 진행자의 진행 아래 참가자들은 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비대면으로 대회에 참여한다. 한양도성은 조선왕조 도읍지인 한성부 도심의 경계를 표시하고 그 권위를 드러내며 외부 공격을 막기 위해 축조했다. 1396년 태조 5년에 백악(북악산), 타락(낙산), 목멱(남산), 인왕 등 내사산(조선시대 한양을 둘러싼 4개의 산) 능선을 따라 축조한 이후 여러 차례 개축·보수했다. 평균 높이 약 5~8m, 전체 길이 약 18.6㎞에 이르는 한양도성은 1910년까지 514년에 걸쳐 서울을 지켜 현존하는 전 세계의 도성 중 가장 오랫동안 도성의 기능을 수행했다.서울시는 2012년 9월 한양도성도감을 신설하고 2013년 10월 국제 기준에 맞는 한양도성 보존 관리 활용계획을 수립하는 등 ‘한양도성 살리기’에 나섰다. 2012년 11월 23일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됐다. 안중호 서울시 한양도성도감과장은 “가을이면 많은 분들이 한양도성을 방문하는데 올해는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온라인과 비대면으로 한양도성을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방법을 모색했다”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발달장애인 잇따른 죽음에도 정부 무관심… 코로나 시대 맞는 긴급돌봄체계 마련해야”

    “발달장애인 잇따른 죽음에도 정부 무관심… 코로나 시대 맞는 긴급돌봄체계 마련해야”

    코로나19가 창궐한 올해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이 잇따르고 있는 데 대해 장애인 단체가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추모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발달장애인을 위한 소규모 긴급돌봄 시스템 구축과 위기 가정을 위한 지원대책 마련 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발달장애인의 특성과 필요를 고려한 돌봄 지원체계와 기관이 존재했다면 재난 상황에서도 발달장애인의 죽음이 반복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참극이 계속 일어나고 있지만 정부는 무책임과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신문은 탐사기획 시리즈인 ‘코로나 블랙-발달장애인 가족의 눈물’ 첫 회 보도를 통해 지난 3월 제주도와 6월 광주시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발달장애인 모자와 최근 두 달간 서울 지역에서 잇달아 발생한 발달장애인 3명의 추락사 참상을 조명했다.<10월 7일자 1·4·5면> 이와 관련, 김종옥 부모연대 서울지부 대표는 추모사에서 “두 달 새 세 건의 발달장애인 추락사를 마주하는 심정은 새카만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 깊은 슬픔에 잠긴다”면서 “연이은 비극을 접하며 우리는 이것이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부모연대 측은 연이은 장애인들의 비극적인 죽음을 막기 위해 코로나19 팬데믹에 맞는 맞춤형 지원 정책을 촉구했다. 윤종술 부모연대 회장은 “현재 긴급돌봄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면서 “집단감염 우려를 줄이면서 도움이 시급한 발달장애인 가정을 지원할 수 있는 소규모 긴급돌봄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자해, 타해 등 도전적 행동이 표출되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활동지원 서비스 특례조항을 신설하고, 공적 돌봄지원 체계 등의 수립도 요구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당연한 법안” vs “살인 정당화” 14주 낙태 허용법 파장(종합)

    “당연한 법안” vs “살인 정당화” 14주 낙태 허용법 파장(종합)

    헌법 재판관 3명 14주·4명 22주女교수 일동 “생명 경시 풍도 조장하나”낙태 전면 금지 비판 제기한 의료계“당연히 바로 잡아야 할 법안” 주장정부가 여성계의 낙태죄 폐지 요구에도 현행 낙태죄를 유지하고 임신 초기인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7일 입법 예고한 가운데 반응이 엇갈리며 논란이 확산 되고 있다. 두 개정안은 임신 14주까지 임신 중단(낙태)을 처벌하지 않도록 하고, 15~24주까지는 유전병이나 성범죄에 의한 임신 등 기존 모자보건법상 허용 사유에 ‘사회·경제적 이유’를 추가했다. 이는 지난해 4월11일 임신한 여성이 스스로 낙태하거나 임신 여성 승낙을 받은 의사가 낙태하는 것을 처벌하는 형법 269조·270조가 임신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해 위헌이므로 올해까지 이들 조항을 개정하라는 헌재 헌법불합치 결정의 후속 조처다. 정부가 내놓은 낙태허용 기간인 ‘임신 14주 이내’는 헌재 결정 당시 단순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 3명의 주장과 같다. 이석태·이은애·김기영 재판관은 단순위헌 의견에서 “임신 14주 무렵까진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숙고와 판단 아래 낙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 재판관은 임신 14주 이내 낙태도 일률적·전면적 금지하는 것은 임신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해 단순위헌 결정을 해야 한다고만 했다. ‘임신 28주 무렵’을 언급한 것도 이때는 태아 성별이나 기형을 이유로 선별적 낙태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으니 일정한 한계가 지워져야 한다는 취지다.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유남석·서기석·이선애·이영진 재판관은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까지의 낙태에 대해선 국가가 생명보호의 수단 및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법무부 측은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죄 자체가 위헌이라고 한 건 아니라면서 결정 취지를 반영해 입법 예고안을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헌재는 낙태가 허용되는 범위에 대해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면이 있으니 위헌성이 있다는 취지였다”며 “헌재 결정 (이유) 그대로 가면 임신 14주 이내 전면 허용, 15~22주 이내 제한적 허용이 돼야 하는데 (개정안은) 24주까지로 규정했고, 기존 모자보건법과 비교해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넓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낙태죄를 사실상 존속하고, 임신 주 수를 기준으로 여성을 처벌하는 것은 정확한 주 수 확인이 어렵고 실효성도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앞서 법무부 자문기구인 양성평등정책위원회도 임신 주 수 구분 없이 낙태죄를 폐지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반면 여성계는 낙태죄 전면폐지, 종교계는 태아 생명권을 각각 주장하며 강경대치하는 상황에 정부가 합리적으로 후속 입법을 하려는 것 아니겠냐는 해석도 나왔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장영미 변호사는 “낙태를 형법으로 처벌하는 게 맞느냐는 문제의식은 타당하나, 법 개정은 현실적 문제고 종교단체 등의 반발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거셀 것”이라며 “법 개정은 사회적 합의고 입법적 결단 아니겠느냐”고 말했다.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 “당연히 바로 잡아야 할 법안”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은 “낙태를 금지하면 면허가 없는 사람들이 불법적으로 위험한 수술을 하게 된다. 당연히 바로 잡아야 할 법안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드물지만 24주 이후에서야 태아가 생존할 수 없는 질환이 확인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예외조항이 들어가야 한다”며 “개정안을 보고 의학적인 관점에서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전했다. 이번 개정안에 포함된 의사의 ‘진료 선택권’에 대해 “이런 것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종교적 신념 등에 따른 판단이 존중돼야 함은 물론, 병원의 역량 등을 고려해 임신 주 수가 높은 낙태 시술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女교수들 “ 태아 살인 정당화한 것” 반대성명 전국 대학교 여성 교수 174명이 임신 14주까지 중절을 허용하는 정부의 법 개정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태아 살인을 정당화하고 생명 경시 풍토를 조장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7일 ‘전국 174인의 여성 교수 일동’은 성명서를 통해 “우리 여성 교수들은 보건복지부의 낙태 일부 허용의 입법 추진을 강력히 반대한다”며 “태아는 여성 신체의 일부가 아닌 한 인간으로 성장하게 될, 생명권을 가진 독립된 생명체다. 이번 개정안은 낙태 허용범위를 심각하게 확대했는데 대부분의 낙태가 12주 안에 이뤄지는 점을 감안 했을 때 사실상 모든 낙태를 허용하는 셈”이라고 밝혔다. 이 법안에 대해 여성 교수 일동 모임은 “태아의 생명권을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인공 임신 중절 실태조사…임신 경험 여성 5명 중 1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2월 발표한 ‘인공 임신 중절 실태조사’를 보면 임신 경험이 있는 여성 5명 중 1명이 임신중절 수술을 했다고 응답했다. 성관계 경험이 있는 여성만을 대상으로 한 질문에서도 10명 중 1명이 수술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대대적인 낙태 실태조사가 이뤄진 것은 2011년 이후 7년 만이었다. 현행 모자보건법은 임부나 배우자에게 유전적 질환이나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성범죄에 따른 임신이나 근친 관계 간 임신, 임부의 건강이 위험한 경우만 임신 24주 이내에 낙태를 허용한다. 입법 예고안은 여기에 사회적·경제적 사유까지 추가해 24주 이내 낙태 허용범위를 확대했는데, 이 역시 헌재의 주문사항이다. 이를 놓고 24주까지는 낙태를 전면 허용한 것이라 해석도 나오고 있다.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아름다운 우리말 상표에 ‘잘풀리는집’ 선정

    아름다운 우리말 상표에 ‘잘풀리는집’ 선정

    아름다운 우리말 상표에 ‘잘풀리는집’, ‘비비고’, ‘머리에봄’ 등이 선정됐다. 특허청은 오는 9일 제574돌 한글날을 맞아 제5회 우리말 우수상표를 공모한 결과 응모작 40건 중 3개 부문, 8개 입상작을 선정했다고 6일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후원하고 특허고객과 심사관들이 참여한 공모전에서 아름다운 상표에는 잘풀리는집이, 고운 상표에는 비비고가 각각 뽑혔다. 잘풀리는집은 휴지 등에, 비비고는 냉동식품 등의 상표로 잘 알려져 있다. 정다운 상표에는 머리에봄·자연한잎·딤채·틈틈이·발라발라·빛이예쁜우리집 등 6개가 선정됐다. 머리에봄은 두피관리·미용업, 틈틈이는 문 부속품 등에 사용됐고 딤채는 ‘김치’의 옛말이다. 응모작은 특허청 요건심사를 거쳐 국어전문가가 참여하는 심사(규범성·고유어 사용 등)와 특허고객·심사관 투표를 합산해 수상작을 확정했다. 시상식은 8일 비대면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국토지리정보원이 한글날을 맞아 전국의 고시된 지명 10만개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지명은 대구 달성군 가창면에 있는 9자짜리 고유어 ‘옥낭각씨베짜는바위’인 것으로 파악됐다. 주암산 능선의 큰 바위로 옛날 옥낭각시가 베를 짜다가 총각에게 쫓겨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다시 문 닫는 유럽

    다시 문 닫는 유럽

    유럽이 가을에 접어든 이후 코로나19 2차 대유행 추세가 뚜렷하다. 유럽연합(EU) 31개국 중 4개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코로나 경보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등 감염자가 폭증하고 있다. 이에 올봄 1차 대유행 당시 강력한 봉쇄로 문을 걸어 잠갔던 유럽 각국이 재봉쇄 등 비상국면에 들어갔다. 5일(현지시간)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가 낸 주간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연합 31개국 중 4개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가 모두 인구 10만명당 확진자 수 20명 이상인 ‘코로나19 확산 경보’ 기준치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는 체코가 167.6명으로 가장 많았고 네덜란드(140.3명), 프랑스(120.3명) 순이었다. 경보 기준을 밑도는 국가는 독일(18.4명), 핀란드(15.5명), 키프로스(14.6명), 노르웨이(13.9명)뿐이었다. 특히 체코는 지난봄 1차 대유행 당시 코로나 방역을 잘한 동유럽 국가군에 포함됐지만, 최근 들어 동유럽 내 코로나 급속 확산의 거점이 되고 있다. ECDC는 최근 코로나 사망률이 70일째 상승 중이고 확진자 수 역시 급속한 증가 추세라고 경고했다. 코로나는 EU 수뇌부까지 파고든 모양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참석했던 회의의 보좌진 한 명이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이날 자가격리에 들어가기도 했다. 유럽 각국은 속속 봉쇄 조치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체코는 지난 3월에 이어 두 번째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 술집·식당에서 6명 이상 모이는 게 금지됐다. 아일랜드 보건당국은 전국을 방역단계 최고수준인 5단계로 올릴 것을 정부에 권고했다. 필수업종을 제외한 모든 소매업소는 문을 닫고 자택 5㎞ 바깥에선 운동이 금지된다. 프랑스 파리 역시 재봉쇄 조치가 임박했다. 장 카스텍스 총리는 파리를 ‘최대 경계’ 지역으로 분류해 6일부터 술집 문을 닫을 것을 지시했다. 유럽 내 확진자가 가장 많은 스페인은 수도 마드리드 등 10개 지역에 대해 2주간 타 지역 이동 금지령을 내렸다. 아이슬란드는 지난 5일부터 19일까지 체육관과 술집, 클럽, 카지노 등이 문을 닫고 장례식 등을 제외하곤 20명 이상 모임을 할 수 없다. 초·중등학교는 개교를 이어 가지만 대학은 25명 이상 같은 공간에 모일 수 없다. 5일 영국은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2일 사이 기술적 문제로 코로나 확진자 1만 5841건이 통계수치에서 누락됐다고 시인하면서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멸종위기 점박이물범, 서산 가로림만서 일광욕

    멸종위기 점박이물범, 서산 가로림만서 일광욕

    2016년 국내 최초로 해양생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충남 서산시 가로림만에서 천연기념물 제331호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점박이물범 5마리를 드론으로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고 서산시가 6일 밝혔다. 가로림만에는 국가보호종 10종을 포함해 총 402종의 해양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점박이물범은 이른 봄 가로림만을 찾아 서식하다 늦가을 발해만으로 돌아간다. 사진은 서산 가로림만 모래톱에서 쉬고 있는 점박이물범. 서산 연합뉴스
  • [단독] 애초 사회와 거리두기 강요당했던 그들… 코로나 시대 ‘활동 빈곤’이 비극 불렀다

    [단독] 애초 사회와 거리두기 강요당했던 그들… 코로나 시대 ‘활동 빈곤’이 비극 불렀다

    그나마 오갔던 장애인 시설 80% 휴관 상황 이해 못한 채 집콕 스트레스 커져미국선 보건 인력이 방문해 맞춤형 지원 “코로나 장기화 맞춰 촘촘한 대책 절실” “집 밖으로 처음 나온 날인데도 말 한마디를 안 하더라구요. 밝고 인사하기를 좋아하던 친구였는데….” 발달장애 청년 박성진(26·가명)씨가 지난 4일 아파트에서 추락하기 닷새 전 그를 만났던 황숙현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강남지회장이 전한 마지막 생전 모습이다. 박씨는 지난달 29일 어머니와 함께 새로운 건물로 이사한 복지관을 구경하러 집을 나섰다. 지난 8월 22일 자가격리에 들어갔던 박씨가 집에서만 지낸 지 한 달이 넘은 시점이었다. 황씨가 보기에 박씨는 오랜만에 바깥에 나와 좋아하는 듯했다. 황 지회장은 “아들을 돌봐온 어머니와 박씨 모두 추석 연휴가 끝나면 다시 복지관에 나갈 수 있다고 기대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몸은 성인이어도 사회적 지능이 영아 수준인 박씨가 베란다 창문으로도 밖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의학 전문가들은 인지능력이 부족한 발달장애인들이 자살을 의도했다기보다는 사고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김인향 한양대병원 발달의학센터장은 “발달장애인들은 왜 집에만 있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스트레스가 증가하면 인지 능력이 더 떨어진다”고 말했다. 조아랑 강동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답답하다는 생각이 앞서 뛰어내리면 다친다는 개념조차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인 단체들과 부모들은 지난 8월부터 두 달간 서울 지역에서만 발달장애인 3명이 추락사한 것을 두고 코로나19로 거리두기가 강화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반응이다. 발달장애인 재활 전문가인 지석연 작업치료사는 “장애인들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신체적, 정신적 이유로 사회와 거리두기를 해왔던 사람들인데 이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는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면서 “사회와의 단절이 누적되고 활동이 박탈되는 ‘활동 빈곤’에 빠질 수 있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은 할 수 있어도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국의 장애인 복지시설도 반복적으로 문을 닫거나 연다. 일상의 삶이 무너지는 스트레스가 발달장애인들에게는 신체적·정신적 영향을 미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국내 등록 장애인은 261만 8918명으로 이 중 24만 1614명(9.2%)이 발달장애인이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9월 8일 기준 전국 장애인복지관·주간보호시설 1033곳 중 약 80%에 달하는 822곳이 휴관 중이다. 주로 장애인 주간보호센터나 복지관이 발달장애인들과 가족들에 대한 긴급돌봄을 지원하지만 조건이 까다롭고 지역마다 운영 편차도 크다. 지석연 작업치료사는 “미국의 경우 마스크 착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자폐성 장애인들의 경우 보건 인력이 방문해 하루 한두 시간이라도 바깥에 데리고 나가 바람을 쐴 수 있도록 하는 등 개인 상황에 따른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국내 장애인들에 대한 촘촘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문 닫은 시설 대신 ‘천사 아들’ 받아 줄 곳은 정신병원뿐이었다

    문 닫은 시설 대신 ‘천사 아들’ 받아 줄 곳은 정신병원뿐이었다

    “○○ 정신병원!” 발달장애인 최모(24)씨는 하루에도 수십번 그 병원 이름을 기진맥진할 때까지 외쳤다. 자폐 증세가 심해진 최씨는 지난 2월 코로나19 확산으로 장애인 시설이 문을 닫자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하지만 석달 후 퇴원한 그의 상태는 더 악화됐다. 이혼 후 홀로 아들을 돌봐 온 어머니 한모(59)씨는 귀마개를 꽂고 아들의 곁을 묵묵히 지켰다. 모자는 지난 6월 3일 광주시 광산구의 승용차 안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서울신문 취재진과 만난 지인들은 한씨가 극단적 선택의 징후를 보였는데도 그를 막지 못했다며 자책했다. 한씨는 생전 아들을 ‘천사’, ‘선물’, ‘기쁨’이라 불렀다. 하지만 그녀가 2017년 아들을 향해 쓴 편지에는 ‘천사 아들아, 너와 함께할 수 있어 행복했다’는 글만 있지 않았다. ‘어디서 잘못된 거지? 내가 잘못해서 네가 이렇게 되었나?’라는 스무 해 넘게 묵은 상처가 짙게 배어 있었다. 한씨 모자의 비극은 어디서 움텄을까. 주변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돌봄 공백을 꼽는다. 올 들어 아들의 도전적 행동과 분노는 거세졌다. 한씨 혼자 돌보기는 어려운 상태였다. 아들이 다니던 장애인주간보호센터마저 휴관하면서 돌봄 부담은 한씨에게 가중됐다. 중증 발달장애인은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사회적 교감 기회가 줄어들수록 더 많은 행동적 문제가 표출되기도 한다. 한씨가 이따금 “너무 힘들다”, “차에 (죽을) 준비를 해 놨다”며 절박한 구조 신호를 보냈던 것도 그 즈음이었다. 어머니는 아들이 입소할 수 있는 장애인 시설을 수소문했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결국 선택지는 정신병원이 됐고 상태가 더 악화된 아들을 보면서 어머니의 정신은 무너졌다.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아들의 몸무게는 10㎏ 이상 빠졌다. 감염 우려로 모자의 만남마저 제한됐다. 한씨는 극도의 죄책감과 불안감에 쇠약해졌다. 그녀는 수면제 없이는 단 하루도 잠들지 못할 정도가 됐다. 한씨는 지난 5월 25일 아들을 집에 데려왔지만 별다른 도움은 없었다. 김유선 광주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당시 한씨가 찾아와 ‘앞으로 어떻게 아들을 돌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울먹였다”고 전했다. 한씨가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와 낮 시간 동안 지역사회 기반 활동을 하는 ‘주간활동서비스’를 이용했지만 아들의 자폐 증세가 심해지면서 그마저도 중단됐다. 한씨 모자는 자폐 증세가 심해져 가족마저 감당할 수 없게 돼 정신병원 입퇴원을 반복하는 ‘회전문 환자’의 기로에서 생을 마감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발달장애 돌봄이 부모뿐만 아니라 사회 책임이라는 인식 변화가 필요하고 적극적인 지원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말했다.지난 3월 발달장애인 A(18)군과 어머니 B(49)씨는 제주의 한 공동묘지 앞 승용차 안에서 숨졌다. 지인들에 따르면 B씨는 평소 쾌활한 성격에 다른 발달장애인들을 적극 도울 정도로 배려심도 깊었다. 무엇보다 아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는 헌신적인 엄마였다. 그런 B씨가 부쩍 부정적인 감정을 나타내고 어려움을 토로한 시점은 코로나가 창궐하기 시작한 올 초였다. 자택에서 발견된 B씨의 유서엔 ‘삶이 너무 힘들다’, ‘아이의 미래가 걱정된다’고 쓰여 있었다. 서귀포경찰서 관계자는 “아이가 성장하면서 삶이 버거웠던 것 같다”면서 “코로나로 단 며칠 부담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강경균 제주 장애인부모회 사무국장은 “방학과 코로나 상황이 연결돼 몇 달 동안 홀로 양육 부담을 지다 보니 부담감과 좌절감이 컸다”고 말했다. A군이 다니던 특수학교는 코로나19로 휴교하면서 오전에만 긴급돌봄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러나 이들 모자가 이용하기엔 현실적 여건이 맞지 않았다. 통학 거리가 20㎞가 넘었는데 하교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B씨가 매일 아들의 등하교를 챙겼다. 왕복 2시간에 비해 학교에 머무는 시간은 너무 짧았다. 두 모자가 긴급돌봄을 신청하고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 이유다. 게다가 사춘기에 이르러 자폐 증상이 심해지는 아들을 감당하기가 점점 버거워졌다. A군은 지난 1월 자해와 타해 행동을 반복하면서 장기 장애인거주시설 입소도 거부됐다. 장애인 재활 전문가인 정봉근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재난 상황에서 발달장애인 지원 기관과 서비스가 모두 중단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면서 “정부가 실질적인 정책 대안을 깊이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유럽 코로나 2차 대유행 만연…4개국만 감염자 감소세

    유럽 코로나 2차 대유행 만연…4개국만 감염자 감소세

    유럽이 가을에 접어든 이후 코로나19 2차 대유행 추세가 뚜렷하다. 유럽 연합(EU) 31개국 중 4개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코로나 경보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등 감염자가 폭증하고 있다. 이에 올 봄 1차 대유행 당시 강력한 봉쇄로 문을 걸어잠갔던 유럽 각국이 재봉쇄 등 비상국면에 들어갔다. 5일(현지시간)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가 낸 주간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연합 31개국 중 4개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가 모두 인구 10만명 당 확진자 수 20명 이상인 ‘코로나19 확산 경보’ 기준치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는 체코가 167.6명으로 가장 많았고 네덜란드(140.3명), 프랑스(120.3명) 순이었다. 경보 기준을 밑도는 국가는 독일(18.4명), 핀란드(15.5명), 키프로스(14.6명), 노르웨이(13.9명) 뿐이었다. 특히 체코는 지난 봄 1차 대유행 당시 코로나 방역을 잘 한 동유럽 국가군에 포함됐지만, 최근 들어 동유럽 내 코로나 급속 확산의 거점이 되고 있다.ECDC는 최근 코로나 사망률이 70일 째 상승 중이고 확진자수 역시 급속한 증가 추세라고 경고했다. 코로나는 EU 수뇌부까지 파고든 모양새다. 우르슐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참석했던 회의의 보좌진 한 명이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이날 자가격리에 들어가기도 했다. 유럽 각국은 속속 봉쇄 조치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체코는 지난 3월에 이어 두 번째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 술집·식당에서 6명 이상 모이는 게 금지됐다. 아일랜드 보건당국은 전국을 방역단계 최고수준인 5단계로 올릴 것을 정부에 권고했다. 필수업종을 제외한 모든 소매업소는 문을 닫고 자택 5㎞ 바깥에선 운동이 금지된다. 프랑스 파리 역시 재봉쇄조치가 임박했다. 장 카스텍스 총리는 파리를 ‘최대 경계’ 지역으로 분류해 6일부터 술집 문을 닫을 것을 지시했다. 유럽 내 확진자가 가장 많은 스페인은 수도 마드리드 등 10개 지역에 대해 2주 간 타 지역 이동 금지령을 내렸다. 아이슬란드는 지난 5일부터 19일까지 체육관과 술집, 클럽, 카지노 등이 문을 닫고 장례식 등을 제외하곤 20명 이상 모임을 할 수 없다. 초·중등학교는 개교를 이어가지만 대학은 25명 이상 같은 공간에 모일 수 없다. 5일 영국은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2일 사이 기술적 문제로 코로나 확진자 1만 5841건이 통계수치에서 누락됐다고 시인하면서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유럽, 2차 대유행 심각…신규확진자 규모, 지난 봄 수준 넘어서

    유럽, 2차 대유행 심각…신규확진자 규모, 지난 봄 수준 넘어서

    지난 봄 코로나19가 휩쓴 뒤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던 유럽에 다시 2차 유행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계절이 바뀌면서 유럽 일부 국가의 신규 확진자 수가 1차 유행 때 규모를 넘어서는 곳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최근 프랑스와 스페인, 영국 등의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3∼4월의 첫 대유행 당시 수준을 웃돌고 있다. 이탈리아와 독일 등의 신규 감염자 수도 최근 며칠간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유럽연합의 질병통제예방센터(ECDC) 통계를 보면 코로나19 중대 발병 상황에서 제외된 국가는 유럽 전체에서 4개국에 불과하다. ‘중대 발병’ 기준은 최근 7일간 인구 10만명당 평균 환자수가 20명을 넘는 경우를 말하는데, 독일(18.4명), 핀란드(15.5명), 키프로스(14.6명), 노르웨이(13.9명) 등만 이 기준 이하의 발병률을 보였다. 반면 체코공화국은 10만명당 환자가 167.6명, 네덜란드는 140.3명, 프랑스는 120.3명에 달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로 꽁꽁 얼어붙었던 경기 상황을 고려해 봉쇄 조치를 풀었던 각국 정부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일부 국가는 올 봄 유행 당시의 전면 봉쇄조치로 돌아가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최근 수도 파리의 감염 확산세가 심각해지자 카페와 술집 등의 영업을 최소 2주간 금지하는 강력한 방역 대책을 내놓았다. 지난 봄 유럽에서 거의 첫 직격탄을 받았던 이탈리아의 일부 지방 도시들은 코로나19 확산세를 차단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수도 로마 등은 길거리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고, 나폴리는 밤 11시 이후 술집 영업을 제한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달 하루 1500명선이던 신규 확진자 수가 최근 2600명선으로 급증하자 길거리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 조치를 전국으로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적(코로나19)은 아직 패배하지 않았다”며 올봄 강력한 봉쇄조치로 이뤄낸 방역 성과물을 허비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독일에서도 확진자 수가 지난 7월 중순부터 차츰 늘어나더니 최근 급증했다. 지난 1일 독일의 신규 확진자 수는 2731명으로 4월 이후 최다였다. 독일 방역업무를 담당하는 로베르트 코흐 연구소(RKI)는 결혼식, 생일파티, 장례식 등 집단활동이 코로나19 재확산의 원천이라고 진단했다.스페인 수도 마드리드는 코로나19 재유행의 중심지로 떠오른 지 오래다. 최근 스페인의 하루 신규확진자 수는 1만명 이상이다. 지난 7월의 10배 이상으로 급증했. 하루 사망자 수도 지난 여름 10명 안팎에서 최근 120명 이상으로 급증했다. 스페인 정부는 마드리드 시민의 불필요한 이동을 제한하는 한편, 11시 이후 식당 영업금지와 6인 이상 모임 금지 등 조처를 했다. 벨기에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 벨기에의 최근 신규 확진자 수는 2000명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 8월의 평균치인 500명의 4배 이상이다. 벨기에 당국은 코로나 19 입원환자가 늘어나자 수도 브뤼셀 병원 입원환자를 다른 지역으로 분산해 치료하기 시작했다. 도버해협 건너 영국의 경우 최근 1주일간 하루 확진자 수가 평균 8500명 선으로 한 달 전보다 5배 이상으로 늘었다. 하루 입원환자 수는 380명으로 전달의 3배, 사망자는 40명으로 4배가량 급증했다. 영국 북부지역에서는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어느 때보다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리버풀, 워링턴, 하트리풀 등 도시에서는 집합금지 및 술집 영업 중단 명령이 내려졌다. 영국 전역에서는 6명 이상 집회 금지와 범 10시 이후 술집 및 식당 영업이 제한된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경제를 보호하면서도 바이러스도 계속 제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바다를 통째로…매력만점·영양만점 ‘성게알’ 요리

    바다를 통째로…매력만점·영양만점 ‘성게알’ 요리

    성게알 요리는 10년 전만 해도 일본 수출로 고급 일식집에서나 맛볼 수 있을 정도로 귀했다. 일본 수요가 줄면서 가격이 내려 대중화되고 있다. 성게알은 비빔밥, 미역국, 초밥, 우동, 덮밥, 계란찜, 파스타, 전, 김밥 등 모든 요리에 쓴다. 쓴맛과 고소한 맛이 함께 있어 호불호가 갈리지만 독특한 맛 때문에 마니아들이 많다.[서식] 성게는 둥근 공 모양에 가시가 많은 극피동물이다. 주로 해조류나 바위에 붙어사는 수생 동물을 잡아먹는다. 암수가 구별되고 일정한 겉모습을 가진 정형류와 보는 방향에 따라 모습이 다른 부정형류로 나뉜다. 정형류는 보라성게, 부정형류는 염통성게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연안에 30종가량 서식하고 세계적으로는 900종이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연안에서는 주로 보라성게·분홍성게·말똥성게 등이 잡힌다. 성게는 알만 먹는다. 흔히 먹는 보라성게는 4월부터 6월까지만 알이 나온다. 이때는 물때에 관계없이 늘 알이 차 있다. 싱싱한 성게알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시기다. 요즘은 냉장 시설이 좋아 성게알을 발라내 냉동보관해 뒀다가 필요할 때 요리한다. 생으로 술안주를 하거나 초밥에 얹어 먹기도 하고 미역국, 죽, 비빔밥 등에 많이 사용된다. 이외에도 성게국, 성게알젓 또는 말리거나 가공식품 등으로 이용된다. 성게알을 손질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 가시에 독이 있어 찔리면 고통이 오래간다. 성게 입부터 제거하고 가위나 칼로 성게알이 다치지 않게 껍질을 두 조각으로 나눈다. 찻숟가락을 사용해 하나씩 성게알을 꺼낸다. 바닷물로 깨끗하게 씻으며 내장을 제거하면 알이 탱글탱글해지고 단맛도 강해진다. 절대 민물에 씻어선 안 된다. [효능] 성게알은 부드러운 식감에 특유의 향과 고소함을 자랑한다. 종류나 시기에 따라 쓴맛도 난다. 성게알은 맛뿐 아니라 영양성분과 효능도 뛰어나다. 성게알 100g에는 약 15g의 단백질이 포함돼 있고 세포를 구성하고 대사과정을 조절하는 아연이 풍부하다. 지방도 불포화지방산이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을 주고, 오메가3는 혈압을 낮추고 심장 질환의 위험을 줄여 준다고 한다. 또 성게알에 풍부한 비타민 B1은 당질의 대사를 촉진해 주고 신경·근육이 활동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비타민 B2 성분은 안구건조증과 구순염을 예방하고 지루성 피부염의 발병을 막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전문가들은 “성게는 영양학적으로 산모의 산후 회복과 알코올 해독에 좋은 아연이 함유된 강장식”이라며 “처음 먹는 사람들에게는 특유의 향 때문에 약간의 거부감을 일으킬 수도 있으나 대부분 향이 강한 음식들처럼 이내 익숙해지고 어느새 성게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요리] 제주에서는 성게를 ‘구살’이라고 한다. 구살을 미역, 오분자기 등과 함께 끓이면 ‘구살국’이 된다. 모자반으로 끓이는 몸국과 함께 경조사에 내놓는 제주의 대표 음식이다. 성게알과 미역은 환상의 조합을 이룬다. 성게알 미역국은 불을 끄기 직전에 성게알을 넣어야 한다. 성게에는 효소가 많이 들어 있어 술을 마시고 나서 성게 미역국을 먹으면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남해안과 동해안 사람들이 좋아하는 토속 음식에 성게알이 많이 들어간다. 성게를 넣은 비빔밥을 비롯해 미역국, 전, 계란찜, 된장국, 젓갈, 식혜(냉국), 청각무침 등 다양하다. 어민들은 “성게 넣어서 안 맛난 게 없다”고 말한다. 전남 완도 주민들이 즐겨 먹는 성게 식해는 끓는 물에 성게를 넣어 살짝 데치고 나서 데친 성게와 데친 물을 함께 냉장고에 넣어 저녁까지 숙성시킨다. 저녁 밥상 때 오이와 데친 양배추를 채 썰어 넣고 식초를 약간 곁들인다. 매운 고추나 부추를 다져 넣기도 한다. 시원한 맛은 이루 말로 할 수가 없다. 울산, 부산 등 동해안에서는 성게 미역국과 비빔밥을 많이 먹는다. 또 성게알을 살짝 졸여서 먹기도 한다. 생으로 먹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으면 살짝 졸이는 게 좋다.섬사람들은 성게 국수를 즐긴다. 멸치, 무, 다시마를 넣고 끓인 육수에 성게를 듬뿍 넣고 다시 끓인다. 거기에 국수, 호박, 당근, 양파 등 채소를 넣는다. 기호에 따라 간장이나 소금 간을 한다. 호텔에서는 성게알 코스요리도 있다. 회를 비롯해 초밥, 알 넣은 덮밥과 차가운 소바, 알 튀김, 알 계란찜, 알 크림 가리비구이 등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맛집] 울산 울주군~동구~북구로 이어지는 동해안을 따라 들어선 횟집에서는 비빔밥과 미역국, 찜, 알 등 다양한 성게 요리가 있다. 천혜의 동해안 절경을 즐기고 나서 맛보는 활어회와 성게 요리는 잃어버린 입맛도 찾아준다. 울산 북구 갯바위횟집은 여름철 해녀들이 잡아 온 성게알과 조림 등을 서비스 메뉴로 제공한다. 활어회를 먹기 전에 먹으면 씁쓸하고 고소한 맛이 입맛을 돋운다. 그중에도 말똥성게(앙장구)는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늦가을부터 이른 봄까지가 제철인 동해안의 말똥성게는 맛과 향이 뛰어나 최고로 대접받는 고급 음식재료다. 동해안 횟집들은 여름철 말똥성게 비빔밥을 메뉴로 내놓는다. 알을 넣고 김가루, 깨소금, 참기름을 더하면 된다. 한술 떠보면 기가 막힌다. 성게 비빔밥과 세트로 아귀탕(계절에 따라 변화)에 갈치구이, 멸치젓갈, 김치, 나물류 등 5~6가지 밑반찬도 나온다. 횟집 관계자는 “성게 비빔밥과 함께 아귀탕을 곁들여 제공해 성게의 고소함과 함께 아귀탕의 시원함을 느끼게 해 준다”고 말했다. 거제도 강성횟집도 성게 비빔밥이 유명하다. 해녀가 직접 공수하는 성게알을 사용한다. 거제 포로수용소 인근 생생게장백반 고현점도 성게 비빔밥을 먹으려고 찾는 사람들이 많다. 손님들은 “평소 쉽게 먹지 못하는 성게를 비빔밥으로 실컷 맛볼 수 있어 좋다”고 입을 모은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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