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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일밤 서해5도 황사 접근

    ‘봄의 불청객’인 황사가 또다시 한반도로 몰려오고 있어 시민들의 주의가 요망된다. 기상청은 14일 “서해안 북쪽에서 황사를 머금은 대기가 몰려오고 있다.”면서 “15일 밤 늦게 서해5도를 시작으로 한반도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며 16일에는 황사가 내륙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기상청 관계자는 “황사의 진행방향과 진행 속도만 파악이 된 상태이기 때문에 어느 지역에서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지는 15일쯤 예측할수 있을 것 같다.”며 “황사의 영향권에 가까워지는 15일쯤 관련 특보가 발표될 수도 있으니 나들이 계획이 있는 시민들은 기상정보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주말은 고기압의 영향으로 전국이 맑은 가운데 따뜻해 전형적인 봄 날씨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내 책을 말한다] 스트라빈스키 / 정준호 음악 칼럼니스트

    [내 책을 말한다] 스트라빈스키 / 정준호 음악 칼럼니스트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반대인 사람에게는 20세기 음악가 가운데 가장 독보적인 업적을 쌓은 인물이 스트라빈스키이다. 그러나 그의 이름을 아는 경우에도 어렵고 기괴한 음악을 쓴 사람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긴 마찬가지이다. 대표작인 발레 ‘봄의 제전’이 초연 당시 일으킨 스캔들이 워낙 유명해서 왠지 듣기 거북하다는 느낌이 그의 인상을 지배한다. 나는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얘기를 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스트라빈스키는 안데르센의 ‘나이팅게일’과 ‘눈의 요정’, 그리스 신화의 ‘오이디푸스 왕’,‘페르세포네’,‘오르페우스’ 그리고 우화 ‘르나르’, 또 러시아 민화 ‘병사 이야기’와 ‘페트루슈카’ 등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거나 재미있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를 소재로 곡을 쓴 사람이다. 그는 타고난 이야기꾼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이런 작품을 발레나 오페라로 만들기 위해 안무가, 화가, 시인 등 타 장르의 예술가와 끊임없이 교류했다. 니진스키, 발란신, 장 콕토, 앙드레 지드, 폴 발레리,W H 오든,T S 엘리엇, 피카소, 마티스 등이 스트라빈스키와 머리를 맞대고 무대를 장악할 계획을 세웠던 사람들이다. 무엇보다 스트라빈스키는 대중이 음악에서 원하는 바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곧 재미와 감동, 자극과 위로였다. 그는 이를 모두 만족시키면서도 전통에서 벗어나지 않는 방법을 만들어냈다. ‘신고전주의’라고도 불리는 이 방식은 과거의 것을 패러디하고 반전시키는 것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이 듣는 순간 모두 스트라빈스키의 것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독창성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혹자는 “절충주의요 기회주의자”라고 그를 비판했다. 궁극적인 소생 방법이 아닌 인공호흡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러나 그 인공호흡 덕분에 클래식 음악은 대중 속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스트라빈스키의 심폐소생술이 클래식 음악과 그것을 받아들이고 향유하는 청중의 기호를 지탱해 갈 수 있을지, 아니면 산소 호흡기를 떼자마자 사망하게 될지는 전적으로 환자의 의지에 달려 있다. 스트라빈스키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바흐나 베토벤 또는 스스로 존경했던 차이콥스키와 같이 위대한 예술의 창조자는 아니었다. 단지 그는 빼어난 기술자였다. 그는 소재를 선택해 갈고 닦는 데 일인자였지만, 그 안에 영혼을 불어넣지는 못했다. 당대에 그런 작업을 했던 더욱 진지한 음악가들은 오늘날 무관심 속에 묻혀 있다. 결국 스트라빈스키를 조명하는 것은 우리 시대의 클래식, 곧 고전이 무엇이며 어때야 하는가라는 문제로 이어진다. 이는 음악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예술 전반에 대한 인문학적인 고찰이다. 대중 속에 살아남기와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진지한 참여 정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아직 스트라빈스키는 유효하다. 정준호 음악 칼럼니스트
  • [길섶에서] 춘망사(春望詞)/최태환 수석논설위원

    봄의 미망일까. 하늘이 닫혔다. 며칠 동안 뿌옇다. 빗발이 날리는가 싶더니 사라졌다. 나뭇가지는 아직도 거칠다. 자세히보니, 초록을 내밀 태세다. 누군가가 야외로 나가 보라고 했다. 봄기운을 맡으라 했다. 아지랑이 피던 시골길이 생각난다. 머리를 땅에 대면 아지랑이는 물이고, 산이었다. 세상이 흔들렸다. 메마른 남천(南川)엔 안개 구름이 흘렀다. 가슴엔 꿈이 피어올랐다. 시골서 우편물이 왔다. 초등학교 동기생들이 산행을 하잔다. 객지 신세를 핑계대며 외면했지만, 친구들은 변함없이 부른다. 친구는 자연의 봄을 즐기자는데, 나는 아직도 삶의 봄을 꿈꾸며 헤맨다. 안부전화를 하는 친구들의 푸른 웃음을 떠올린다. 봄의 안부를 얼마나 더 주고받을 수 있을까. 메마른 나의 삶, 나의 생각은 언제쯤 푸근해질까. 시인은 “마음은 늘 비포장이었다.”고 했다. 울퉁불퉁한 마음을 언제 다스릴 수 있을까. 시골 친구들이 그립다.‘바람에 꽃들은 나날이 시드는데/아름다운 기약은 아득하기만 하네’중국 당대(唐代)의 시인 설도의 춘망사(春望詞)’다.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 [길섶에서] 행복론 제2막/구본영 논설위원

    지난 주말 친구 몇명과 이른바 ‘번개 산행’에 나섰다. 잔설이 녹아 질퍽거리는 북한산 자락에서 비로소 봄을 체감했다. 이미 경칩도 지나고 춘분을 앞두고 있건만…. 절기의 변화뿐만 아니라 친구들의 근황에도 무신경했음을 알게 됐다. 삼삼오오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면서, 화려해 보이는 외형적 일상의 이면에 깃든 애환까지 알게 되면서다. 대학 진학을 앞둔 자식 걱정에 여념이 없는 친구는 여럿이었다. 취직 대신 고시공부하는 아들 때문에 애태우는 친구도 있었다. 세상은 공평한 것인가. 누구나 부러워하는,‘잘 나가는’ 친구에게도 실은 말 못할 고민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남보다 더 많은 것을 쌓아놓은 이들은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최소한 그만큼 더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는 것도. 그렇다면 행복도 오늘의 삶을 겸허히 긍정하는 가운데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른 봄의 정취와 함께 그런 예감을 덤으로 느꼈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마라톤의 반환점처럼 정해져 있는 건 아닐 터이기에.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제2의 장가계’ 중국 구이저우성

    ‘제2의 장가계’ 중국 구이저우성

    하늘은 사흘 이상 맑은 적이 없고 땅은 3리 이상 평탄한 곳이 없으며 사람은 돈 서 푼도 없다(天無三日晴 地無三里平 人無三分錢·천무삼일청 지무삼리평 인무삼분전). 예로부터 중국에서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되는 곳이 수도 베이징의 서남쪽에 있는 구이저우(貴州)성이다.1년 중 3분의2는 비가 내리며 구릉과 산지가 전체 면적의 90%를 차지해 척박하기 그지없는 구이저우는 중국에서 가장 가난하기로 세 손가락 안에 꼽힌다. 낯선 데다가 듣기만 해도 갑갑할 것 같은 이곳을 그나마 친숙하게 만드는 하나는 ‘마오타이주´다. 중국의 국주로 여겨지는 이 술의 고향이 구이저우의 마오타이전(茅台鎭)이라는 곳이다. 또 하나, 후진타오 중국국가 주석은 20여년 전 43살 최연소의 나이로 구이저우성 당서기로 부임했다. 이곳에서 발휘한 뛰어난 내치 능력은 후일 그가 중국 지도부의 낙점을 받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일정 중 들렀던 부이족 마을에는 후진타오의 사진이 곳곳에 크게 걸려 있었다. 중국 대륙에서 유일하게 바다 또는 국경을 접하고 있지 않은 성 구이저우. 과거 이곳 사람들을 가난하게 만든 자연은 오늘날 구이저우를 ‘제2의 장가계´로 만들 축복이 되고 있다. 흠이라고 생각한 것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사람도 그렇고 구이저우도 그렇다. # 험난한 자연이 빚은 작품 해발 1000m 높이에 형성된 고원지구인 구이저우는 전형적인 카르스트 지형이다. 땅이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돌산이 솟아 있는 험한 지세는 눈부신 볼거리를 만들었다. 바다 밑 암적(巖積) 이 융기해 만들어낸 ‘봉우리숲´인 만봉림(萬峯林). 구이저우의 성도 구이양(貴陽)에서 비행기로 30분, 버스로 6시간 거리의 싱이(興義)라는 곳에 있는 대표적인 관광 명소다. 전동차(단체 57위안, 개인 77위안)를 타고 꼬불꼬불 올라가니 2만여개의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이 발 아래 펼쳐진다. 베일처럼 드리워진 희미한 안개 속에서 만봉림의 자태는 더욱 신비로웠다. 초점이 맞지 않는 안경을 쓴 것처럼 이중삼중 겹친 실루엣은 푸근한 수묵화를 보는 듯하다.“마치 꿈속에서 보는 것 같죠?” 어디선가 들려온 감탄사. 궂은 날씨가 그리 원망스럽지 않은 순간이었다. 30분 거리에 있는 마령하대협곡은 중국인들이 여름철 래프팅을 즐기는 곳. 제철이 아니라 거친 물살을 탈 수 없음이 못내 아쉽다. 구이양에서 100㎞ 떨어진 안순(安順)에는 또 다른 자랑거리 황과수 폭포와 용궁이 있다. 황과수 폭포의 낙차는 74m 너비는 81m에 달한다. 동양 최대라고 이 고장 사람들은 으쓱해 마지 않았지만 봄의 초입에 도착한 폭포는 물의 양이 많지 않아서 예상만큼 압도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폭포는 놀랍게도 6개의 자연 동굴을 품고 있어 여섯 방향에서 폭포를 감상할 수 있는 진기한 경험을 선사한다. 용궁은 배를 타고 직접 들어가서 볼 수 있다. 배삯은 120위안. 기괴하게 늘어진 종유석들은 과일모양, 동물모양 등 갖가지 형태로 늘어져 있다. 동굴 안은 ‘산소방´ 그 자체. 산소가 풍부하다고 정평이 나 있는 동굴 안으로 들어갈수록 온몸의 세포가 기운을 차리는 듯하다. # 해가 귀한 곳 구이저우성의 성도 구이양을 풀이하면 햇빛이 귀하다는 뜻이다.1년 중 비가 오는 날이 200일가량 된다. 궂은 날씨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풍부한 강수량은 수력 발전을 발달시켰고 압도적인 에너지 생산량은 구이저우를 동쪽 지역에 전력을 공급하는 ‘서전동송(西電東送)´의 대표 지역으로 우뚝 서게 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어떻게 돌아다닐까 싶지만 비의 70%는 특이하게 밤에만 내린다. 위도는 낮지만 해발이 높아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서늘해 중국 갑부들이 별장지로 선호한다. 평균 기온은 15℃ 정도.4월에서 9월이 구이저우를 발견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다. 여름엔 기온이 최고 32℃에 닿기도 하지만 ‘구이저우에서는 비가 오면 겨울이 된다.´는 이곳 사람들의 말처럼 낮과 밤의 온도차가 심해 두꺼운 옷은 빼놓지 말고 가져가야 한다. 구이저우로 가는 가장 큰 걸림돌은 항공·교통편이다. 직항편이 없어 김포∼상하이 훙차오(紅僑) 또는 인천∼상하이 푸둥을 거쳐 구이양으로 들어가야 한다.4월쯤 중국 남방항공은 인천∼구이양 공항 직항로를 열 계획이다. 관광지로 가는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아 아직 혼자서 여행하기는 무리다. 현지 여행사들은 공항에서부터 관광객을 픽업하는 3박4일 또는 4박5일 패키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봉우리마다 다른 풍속 구이저우 앞에는 ‘다채로운´이라는 형용사가 붙는다. 무지개를 빗대 ‘칠채´라고 자칭한 윈난(雲南)성을 다분히 의식해 넣은 수식어인데 구이저우에 분포해 있는 소수민족을 보면 그 말이 허사(虛辭)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현재 구이저우에는 묘족, 부이족, 동족, 요족, 토가족, 백족 등 생활과 풍습이 다른 17개의 소수민족들이 살고 있다. 만봉림 주변에 마을을 형성한 부이족은 우리처럼 개고기를 즐겨 먹는다. 반가운 두부도 밥상에 올라왔지만 웬만해선 손을 대기가 힘들었다. 으슬으슬한 기운을 백주 한 잔으로 달랠밖에. 묘족은 이곳의 대표적인 소수민족. 같은 묘족이라도 봉우리 하나 넘으면 약간씩 차림새와 풍습이 달라진다. 따라서 지명을 앞에 꼭 붙여 말한다. 구이양 시내에서 버스로 3시간30분을 꼬박 달려 레이산현 랑더(廊德)묘족 마을에 다다랐다. 묘족 여성들은 집안에 재물이 들어오는 족족 은(銀) 장신구를 만들어 몸에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의 연애 풍습이 가장 재미있다. 혼기가 꽉 찬 선남선녀들은 노래로 구애를 한다. 정해진 노래와 가락이 있는 것이 아니고 상대방에게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제멋대로 지은 곡조에 실어 보내 상대방의 임기응변을 바탕으로 총명한 배우자를 정한다는 것. 듬성듬성 떨어진 산봉우리에 사는 거주 형태가 가져온 독특한 풍습이다. 이쪽 봉우리에서 저쪽 봉우리로 목청껏 노래를 불러 날려 보내야 하니 ‘비가(飛歌)´라고 한다. 깍두기, 부침개 등 우리 음식과 비슷한 묘족 전통 음식을 먹을 때 들은 여성의 비가는 목소리가 얇고 높아 얼핏 새소리 같다. 소수민족 여성들은 대개 손님에게 술을 먹여 준다. 묘족 여성이 들고 오는 잔은 조심해야 한다. 소뿔 모양의 잔을 가지고 나와 입에 갖다 대는데 마시기를 거부하면 코를 틀어 막아 입을 강제로 벌리게 한 다음 냅다 술을 쏟아 붓는다. 끝까지 완강하게 거부하면 어떻게 될까? 묘족 여자들의 날카로운 손톱 세례가 기다리고 있다. 내 술을 거부했으니 당신은 손님이 아니라 적이라는 듯 여자들은 사정없이 당신의 얼굴을 긁을 것이다. 생활과 풍습이 상이한 소수민족의 공통점은 ‘말을 할 줄 알면 노래를 부르고 걸을 줄 알면 춤을 춘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가무를 좋아한다는 것. 구이양대극장에서는 다양한 춤과 노래를 보여 주는 ‘다채로운 구이저우풍´이라는 공연이 매일 저녁 열린다. 문의는 중국국가여유국 서울지국(02)773-0393. 구이양 글 사진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한강서 꽃배 타세요”

    “한강서 꽃배 타세요”

    화창한 봄을 맞은 한강에 ‘꽃배’가 뜬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새 봄에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운항 중인 한강 유람선 7척 가운데 1척을 ‘플라워 유람선’으로 개조해 5월까지 운항한다고 7일 밝혔다. 유람선은 매일 오후 두 차례씩 여의도 선착장을 출발해 성산대교와 반포대교 사이를 순환한다. 뱃놀이를 즐기며 신록의 밤섬과 유채, 개나리로 이름난 서래섬, 잠두봉 등 한강의 봄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유람선 선체 외부는 분홍색 조화로 장식되고,2층 객실 내부에 해바라기, 개나리, 철쭉, 유채 등 한강변 야생화들로 인공정원이 조성된다. 배 안에서도 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또 다음달부터는 꽃잎을 이용해 컵받침, 목걸이 등을 만들어보는 압화 체험전과 전문강사가 지도하는 레크리에이션, 마술쇼도 펼쳐진다. 지난해에도 일부 유람선을 ‘주몽선’ ‘해적선’ 등 테마 유람선으로 운영해 가족단위 나들이객에게 호응을 얻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평일에 30명 이상의 단체승객이 요청하면 정규 운항시간에 관계없이 운항할 계획”이라면서 “동창회나 계모임 등 친목모임을 갖기에 안성맞춤”이라고 소개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남녘으로 봄나들이 가세”

    “남녘으로 봄나들이 가세”

    “주말에 가족과 연인끼리 나들이에 나서 겨우내 남았던 칙칙한 분위기를 떨쳐내자.” 전국에 찬바람이 아직 남아 있지만 남녘에는 봄기운이 가까이 다가섰다. 봄을 먼저 알리는 동백꽃과 매화꽃이 활짝 피어났고, 냇가의 버들강아지에는 물이 올랐다. 바깥에 나서면 나들이를 재촉하는 봄바람도 살랑거린다. 관련 축제가 시작되는 곳도 있다. 주말 연휴인 8일과 9일에는 전국에 맑고 푸근한 날씨가 이어져 봄기운이 더 완연할 전망이다. ●광양 등 남녘선 꽃잔치 시작 섬진강 주변은 요즘 온통 매화꽃 천지다. 전남 광양시 다압면 섬진마을에는 100여만 그루의 매화꽃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이곳에서는 8일부터 매화축제가 시작된다.16일까지 계속된다.‘성미 급한’ 하얀 꽃잎이 발 아래 섬진강 푸른물에 떨어져 무릉도원을 연상케 한다. 강 건너편 화개장터를 오르내리는 하동에도 매화가 낮은 하늘을 수놓았다. 이웃 구례군 산동면에는 산수유 꽃망울이 손만 대면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상위마을을 비롯해 반곡·평촌마을과 주변 밭, 계곡에도 ‘봄의 왈츠’가 한창이다. 다음주에는 산수유 가지마다 노란색으로 물이 들기 시작해 동화나라가 연출될 전망이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인 여수 오동도에는 빨강 동백꽃이 바위틈과 숲속에서 살포시 수줍음을 드러냈다. 지난 주말엔 4000여명이 오동도를 찾았다. 김충만 오동도관리담당은 “지금 동백꽃이 30%가량 피었고 이달 말쯤 만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돌산대교 밑으로 즐비한 횟집에서는 봄의 미각을 찾는 발길이 분주하다. 순천시 순천만에도 끝이 안 보이는 갈대숲과 이를 배경으로 한 해질녘 낙조를 보려는 이들로 만원이다. 광양에서 목포로 가는 국도 2호선을 따라 가면 보성 녹차밭도 나온다. 언덕배기 다원마다 짙은 녹색으로 옷을 갈아 입어 시야가 시원하다. 또 장흥 토요시장 한우거리와 회진항, 강진 마량항, 완도항, 해남 땅끝 전망대 등도 둘러보기에 안성맞춤이다. ●경주 남산 하산 길 보문단지 유람선은 덤 신라 천년의 석불(石佛) 박물관인 경북 경주 남산은 한국관광공사가 이달의 가볼 만한 곳으로 선정한 아름다운 곳이다. 봄철 산불 예방을 위해 경주의 등산로가 대부분 막혔지만 남산의 약목골∼전망대 등 7개 길은 제외됐다. 남산 나들이는 등산을 하면서 남산의 명물 부석과 일천바위, 보물급 문화재들을 감상하는 데 있다. 산에서 내려온 뒤 아쉽다면 경주 보문단지와 불국사 등을 들러야 한다. 보문단지에서 자전거나 유람선을 타면 즐거움이 더한다. 세계적 작곡가인 윤이상의 고향인 경남 통영에도 갯바람에 봄내음이 진동한다. 그를 기리는 통영국제음악제가 21일부터 시작되지만 한산도와 수산과학관 등에는 벌써 봄을 느끼려는 상춘객들로 넘쳐난다. 부산에서는 부산경남경마공원이 주말 봄나들이 코스로 제격이다. 말 경주가 있는 금·일요일 입장료는 800원이지만 토요일과 평일에는 무료다. ●장흥 한우고기·강진 싱싱한 회 손짓 매화축제가 열리는 광양에는 백운산에서 고로쇠가 나온다. 신경통에 좋은 고로쇠는 뜨끈한 구들방에 앉아 흑염소 구이나 닭 백숙을 더하면 훨씬 많이 먹을 수 있다. 또 장흥 토요시장에서는 한우 특산지답게 값싼 한우고기와 수문항에서는 키조개 구이를 값싸게 맛볼 수 있다. 강진 마량항이나 완도항의 수산물 경매장에는 싱싱한 횟감이 손님들을 맞는다. 경북 한찬규·광주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Let’s Go] 남도서 들려주는 봄의 왈츠

    [Let’s Go] 남도서 들려주는 봄의 왈츠

    바람결에 촉촉한 습기가 묻어나는 초봄입니다. 남도 끝자락 나로도의 섬 사이를 휘휘 돌아온 봄바람이 섬진강에 상륙해 내륙으로 내달릴 기세입니다. 바다로 향하던 강과 바다에서 내륙으로 거슬러 온 봄바람이 만난 자리마다 꽃망울이 맺히고, 곰실거리는 봄내음에 처녀 가슴은 섬진강 은어처럼 요동칩니다. ‘나는 오늘 좀 달려야겠다.’국내 한 자동차 회사의 광고문구지요. 봄소식을 들은 두 발이 그랬습니다. 오는 봄을 앉아서 기다릴 수 없어 두 발로 달려가 안고 싶었던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봄과 만나는 가장 빠른 길은 역시 남도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이 땅의 해토머리(얼었던 땅이 녹아서 풀리기 시작할 때) 풍경을 찾아 내처 달려보리라 작정했습니다. 화신(花信)에 접한 섬진강을 지나 곧 대한민국의 우주시대를 열 전남 고흥반도의 나로도까지. 이 땅 끝에서 맞는 봄 풍경은 어떤 것인지 온 몸으로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섬진강은 언제봐도 어머니의 품처럼 넉넉한 모습이지요. 봄의 전령 자리를 두고 공명을 다툴 산수유, 매화 등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지만 그 강엔 봄빛이 완연했습니다. 산란을 위해 잠시 섬진강을 떠난 참게 자리는 경칩을 맞아 뛰쳐나온 두꺼비들 차지였습니다. 재첩이며 벚굴 등도 봄의 약동을 시작했지요. 사람 손도 덩달아 바빠졌습니다. 하동에서 곡성에 이르는 동안 아직은 찬 섬진강 물에 몸을 반쯤 담근 채 강이 준 선물을 채취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붉은 남천 잎들의 배웅을 받으며 고흥반도 끝자락 나로도로 향했습니다. 고흥땅엔 봉수대가 유난히 많지요.20여개쯤 됩니다. 적의 침입을 알렸던 예전과는 달리 이제 내륙으로 봄소식을 전하는 역할을 담당하는듯 했습니다. 특히 유주산 봉수대에서 보는 다도해의 봄 풍경은 정말 멋들어지지요. 재작년 완공된 ‘새내기 호수’ 고흥만은 또 어떻습니까. 끝간데 없는 듯한 제방 도로며, 경비행장이 들어설 간척지 등 정말 대단한 규모였습니다. 그 드넓은 수면 위에 떠있는 물새들의 깃털 사이사이로 봄의 훈풍이 가득차 있었지요. 주 초반 철없이 많은 눈을 뿌려대는 등 겨울의 시샘이 여전합니다. 시간을 다시 겨울로 되돌린 듯도 합니다만 봄은 분명 봄입니다. 남도의 이른 봄 풍경을 담아 왔습니다. 이번 주말엔 해토머리 풍경을 찾아 남도로 ‘달려’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글 사진 구례·고흥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축제로 여는 섬진강의 봄 해마다 이른 3월이면 구례 산수유마을, 광양 매화마을 등 섬진강변 마을에서 전해오는 꽃소식은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한없이 설레게 한다. 아직 꽃망울이 맺혀 있는 정도지만,3월 중순쯤이면 만개할 것으로 현지 주민들은 내다보고 있다. 매화꽃 동산 100여만그루의 매화가 하얀 꽃구름처럼 몽실몽실 피어오르고, 노란 물감을 흩뿌려 놓은 듯 노란빛 선연한 산수유마을 골목마다 한껏 물오른 봄의 정취가 흥건할 터. 가슴 빡빡해진 도시인이라면 필경 꽃멀미에 어지러워질 게다. 유명세에서 밀릴지언정 하동땅 매화도 아름답기로 치자면 광양에 못잖다. 특히 광양 청매실농원과 섬진강을 두고 마주한 흥룡리 흥룡마을과 먹점마을 등이 소문난 매화마을. 지리산에 기댄 마을 골짜기와 밭두렁, 고샅길과 개울가까지 온통 매화나무다. 열흘 붉은 꽃은 없는 법. 섬진강에 흩뿌려지는 꽃비를 맞으려면 서두를 일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축제 소식이 전해져 온다.8∼16일 광양시 다압면 일대에서 매화축제가 열리고, 구례의 산수유꽃축제도 13∼16일 산동면 상위마을 일대에서 열린다. 섬진강의 아름다움은 결코 꽃에만 있지 않다. 느릿느릿 흘러가는 섬진강물을 따라가 보시라. 모래톱 사이사이 반짝이는 은빛 물결이며 그 속에서 재첩잡이 벌이는 어민들의 모습에서 싱싱한 초봄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어디 그뿐일까. 강바람 일 때마다 춤사위를 펼치는 강변 대밭과 지리산 자락을 타고 오른 차밭, 그리고 하동 악양들의 보리밭 등이 뿜어내는 초록빛깔 또한 이방인의 가슴을 생동감으로 충만케 한다. ■ 고흥반도의 새내기 인공호수 고흥호 섬진강을 뒤로 하고 인물 자랑하지 말라는 순천과 주먹 자랑 말라는 벌교를 차례로 지나니 고흥반도. 나로1대교를 건너 마주한 나로도의 들녘은 간지러움으로 몸살을 앓는 듯하다. 그럴 법도 하다. 땅 속 어린 새싹들이 위로 솟아 오르려 오죽 긁어 대겠는가. 고흥반도 초입의 고흥호는 재작년 선보인 ‘새내기’ 인공호수다.15년간의 간척공사 끝에 3100㏊의 간척지와 280㏊의 인공습지,745㏊의 담수호를 얻었다. 파도처럼 넘실대는 갈대와 물새, 너른 남해 등이 어우러지며 장관을 이룬다. 약 3㎞에 달하는 고흥만방조제는 득량만과 고흥호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을 맞으며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맞춤하다.‘Z’자 모양으로 끝간데 없이 펼쳐져 있어 보는 것만으로 가슴의 체증이 뚫리는 듯한 느낌이다. 두원면 풍류리에서 시작해 도덕면 용동리로 이어지는 고흥만방조제에 서면 광활하게 펼쳐진 인공호와 농경지가 두 눈 가득 들어온다. 방조제 서쪽 끝은 고흥만수변공원. 대체로 드라이브는 이곳에서 시작된다. 공원을 나와 배수갑문을 거쳐 남쪽으로 방향을 틀면 호수와 나란히 달리는 호반도로가 나온다. 여기서 동쪽으로 간척지를 가로지르면 비룡교 지나 경비행장, 항공센터 등을 만난다. 이어 비아도와 비아마을, 인공습지 등을 차례로 지나면 고흥만 방조제 동쪽 끝에 이른다. 비아도 앞에서 간척지 중앙관리소로 이어지는 담수호 동편 도로변에는 3곳에 자연관찰용 데크를 만들어 놨다. 드라이브 도중 잠시 들러 경관을 감상하기에 좋다. 고흥반도 동쪽 포두면 옥강리에서 오도를 거쳐 영남면 금사리까지 이어지는 해창만 간척지도 멋진 드라이브 코스다. 갈대밭과 담수호 사이를 누비며 달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해창만 1,2방조제를 합친 길이는 약 3.5㎞ 정도. 방조제를 따라 늘어선 갈대밭은 저녁 무렵이면 황금빛으로 물든다. ■ 남해의 봉래산 삼나무숲 고흥반도 끝자락의 나로도는 외나로도와 내나로도 등 두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연륙교로 이어져 이제는 섬 아닌 섬이 됐다. 배를 타지 않아도 닿을 수 있는 섬이라는 것이 큰 매력. 하지만 그 때문에 섬 특유의 고적함을 조금씩 잃어가는 것도 부인할 수는 없다. 나로도는 지금 세계 13번째로 들어설 나로우주센터 덕에 유명관광지로 도약할 꿈을 꾸고 있다.4월쯤 고산씨가 우주로 향하게 되면 그 꿈은 더욱 가까워질 듯하다. 우주센터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돌아서면 봉래산 삼나무숲과 만난다. 일제 강점기 때 시험림으로 조성된 숲이다.30m 높이의 80년된 삼나무와 편백나무들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다. 잘 조성된 숲길을 걷다 보면 어디서보다 깊은 숨을 쉴 수 있다. 꽁꽁 언 대지를 뚫고 노랗게 피어난 복수초를 만나는 것도 봉래산이 주는 즐거움 중 하나. 올해도 삼나무숲에서 헬기장에 이르는 구간 곳곳에 무리지어 피어나고 있다.4월이면 별똥별이 쏟아지듯 노란 복수초가 숲을 환하게 밝힐 게다. 봉래산 앞자락 우주센터에서는 올해 말 대한민국 우주로켓 1호를 하늘로 쏘아 올리게 된다. 세계 9번째의 독자적 위성 발사국이 되는 순간.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삼나무숲에 올라 다도해를 가르며 힘차게 솟아 오르는 우리 위성을 지켜볼 날도 머지 않았다. 글 사진 구례·고흥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지역번호 061) ▶ 가는 길 : 수도권에서 섬진강 자락 구례·하동·곡성 등으로 가려면 우선 경부·중부고속도로로 대전까지 간 뒤 비룡분기점에서 중부고속도로(대전∼통영 구간)로 바꿔탄다. 함양분기점에서 88고속도로로 갈아타고 광주 방향으로 달리다 남원나들목으로 나와 19번 국도로 들어서면 구례다. 구례에서 나로도까지는 17번국도로 순천까지 간 다음,2번국도로 바꿔타고 벌교까지 간다. 벌교에서 77번 국도를 타고 끝까지 가면 나로도다. ▶ 가볼 만한 곳 구례군 다무락골, 운조루, 사성암, 압록유원지 등과 광양시 다압면 청매실농원 등은 반드시 둘러봐야 할 곳. 우리테마투어(wrtour.com)는 8∼23일 매주 수·토·일 광양 청매실농원, 구례 산수유마을 등을 다녀오는 여행상품을 준비했다.2만9000원.02)733-0882. 나로도에서는 한센병환자들의 애환이 서린 소록도를 찾아야 한다. 녹동항에서 1㎞ 거리에 있다.15분 간격으로 배가 왕복한다.1000원. 도양해운 844-2086. 올 하반기엔 나로도와 소록도를 잇는 연륙교가 개통될 예정이다. 염포 자갈밭 해변, 나로도 해수욕장 곰솔밭과 상록수림, 금탑사 비자나무숲, 유주산 봉수대 등도 잊지 말고 찾아야 할 곳. 뭍에 못지않게 해안 풍경도 아름답다. 나로도 일주 유람선이 나로도항에서 출발한다.2시간 남짓 소요된다.1만 5000원. 우주스타 833-7279. 금어호 833-6905. 고흥군청 문화관광과 830-5224, 구례군청 문화관광과 780-2450. ▶ 맛집 : 섬진강변 전원가든은 참게탕으로 유명한 집.3만∼5만원을 받는다.782-4733. 고흥군 도화면 중앙식당은 주꾸미 애호가들이 많이 찾는다. 주꾸미해물찜, 데침 1인분 1만원.832-7757. 읍내 ‘소문난식당´은 가자미·병어 등 생선구이 잘하기로 ‘소문났다’.1인분 1만원.833-7787. ▶ 잠잘 곳 : 화엄사 아래 한화리조트 지리산은 호텔객실 1박+조식+사우나 입욕권 등이 포함된 봄꽃패키지를 8만 7000원(2인 기준)에 판매하고 있다. 지리산에서 채취한 고로쇠 수액도 살 수 있다. 배송비포함 18ℓ 6만원,4.3ℓ 4팩 6만 5000원,782-2171. 나로도의 경우 나로2대교 앞 하얀노을모텔이 깔끔하고 전망좋다.4만∼5만원.833-8311∼3.
  • [길섶에서] 봄의 꿈/최태환 수석논설위원

    흘러흘러 만나는 게 강물뿐일까. 다시 3월이다. 겨울 끝자락에 휴가를 다녀왔다. 봄이 오는 줄도 몰랐다. 슈베르트의 ‘봄의 꿈’을 듣는다.‘겨울 나그네’ 24곡 가운데 하나다. 겨울 나그네는 무겁다. 젊은 음악가의 실연과 삶의 절망이 오롯이 녹아 있다. 하지만 ‘봄의 꿈’엔 희망이 담겼다. 미래를 기다리는 소망이 잔잔하다. 심장의 고동이 머릿속 혈관을 타고 전신에 맥동하는 것 같다.“시가 소리가 나도록 하고, 음악이 말을 하도록 했다.”는 그의 묘비명이 귓전을 울린다. 지인이 전화를 했다. 요즘 글이 보이지 않아 궁금했다고 한다. 어떤 이는 “전화는 왜 꺼 놓고 사느냐.”며 핀잔한다. 신문을 멀리했던 지난 며칠을 떠올린다. 신문이 아니라, 흘러가는 삶을 잠시 회피하고 싶지 않았나 자문한다. 흘러흘러 만나는 게 강물과 절기뿐일까. 삶의 여정도 마찬가지일 터다. 돌고돌아 만나고, 엉키는 이들이 있다는 게 행복하다. 나의 존재를 확인케 하는 이들이다. 나도 그들에게 삶의 존재를 확인하게 하는 살가운 존재가 됐으면 좋으련만….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yunjae@seoul.co.kr
  • [현장 행정] 성동구 명품 걷기 코스

    [현장 행정] 성동구 명품 걷기 코스

    꽃피는 춘삼월이 시작되자 겨우내 움츠렸던 성동의 뚜벅이들이 기지개를 시작했다. “할머니들, 동네 마실 나왔어요? 잡담은 나중에 나누시고 걷는 데 집중하세요.” ‘리더’ 조규상(81) 할아버지의 타박에 황필순(69) 할머니가 녹록잖은 말솜씨로 대꾸한다. “영감 욕에 며느리 흉 빼면 따분해서 어떻게 걸어요? 운동도 좋지만 즐겁게 걷자고요.” 3월 첫 주말인 지난 1일 서울 성수동 서울숲. 성동구 ‘펀펀펀 걷기동아리’ 회원 30여명이 아지랭이 피는 초봄의 흙길을 열 지어 걷고 있다. 구부정한 허리에 펑퍼짐한 몸매지만 걷기 경력 2년이 넘는 고수들이다. ●자연환경 100%활용 명품산책길 10분쯤 걸었을까. 행렬이 한강으로 이어지는 연결로 앞에 이르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와하하” 웃음을 터뜨린다. 발을 구르며 박수를 치는 사람도 있다. 누군가 “박장대소하기로 약속된 장소”라고 귀띔한다. “웃고 떠드는 게 젊어지는 데 직효래. 그런데 여럿이니 하지, 혼자서는 창피해서 못해.” 이날 회원들이 걸은 길은 서울숲을 가로질러 한강둔치를 지나 중랑천변 살곶이다리에 이르는 4㎞ 길이의 중급자 코스. 경사가 없고 곳곳에 숲과 강, 철새도래지, 역사유적을 고루 품고 있어 주변 경치를 감상하며 걷기에 제격이다. “봄에는 꽃길, 여름 오면 바람길, 가을엔 낙엽길, 겨울이면 억새길. 서울에 이 만큼 멋진 산책길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10년 전 뇌졸중으로 수술을 받은 뒤 걷기로 건강을 회복했다는 김우정(68) 할머니의 자랑이다. 성동구에는 이 같은 ‘명품’ 산책길이 4개나 더 있다. 청계천 고산자교에서 사근동에 이르는 청계천·중랑천 코스, 옥수동 체육공원에서 응봉동 체육공원으로 이어지는 오솔길 코스, 조선시대 왕들의 사냥터로 이용되던 응봉근린 공원 코스 등이다. 청계천에서 중랑천, 한강으로 이어지는 수경축과 남산에서 매봉산, 금호산, 응봉산으로 이어지는 산경축이 뚝섬 서울숲 앞에서 만나는 지리적 특성을 살려 개발한 산책 코스들이다. 성동 보건소의 이승철 운동처방사는 “서울숲∼중랑천 코스가 갖는 접근성의 한계 때문에 지역별 코스를 개발하게 됐다.”면서 “올해 안에 17개 동마다 동아리를 결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달에 한번꼴 구청 주최 걷기대회 구가 개최하는 각종 이벤트도 걷기 붐 조성에 일조하고 있다. 다음달 초 서울숲∼살곶이공원 코스에서 열리는 구민 걷기대회를 시작으로 5월에는 당뇨가족 걷기대회,6월 어린이 걷기대회 등 매달 한번 꼴로 구가 개최하는 행사들이 기다리고 있다. 주민들을 상대로 한 걷기동아리 회원 모집도 연중 계속된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길섶에서] 봄이 오는 소리/ 최종찬 국제부차장

    바람의 톱날이 점점 무디어간다. 햇살은 온기를 머금기 시작한다. 가로수의 빈 가지의 끝자락에서는 꽃눈이 새록새록 솟아나온다. 젊은 여심과 등산객들의 옷차림도 한꺼풀 얇아진다. 개울이나 강에서는 얼음이 쩍쩍 갈라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제주에선 유채꽃이 들녘에 노랑 물감을 퍼뜨린다. 남녘에선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린다. 대지에서 봄의 기운이 무르익어 가고 있는 것이다. 올겨울은 유난히 길고 추웠다.2월 들어 하루가 멀다 하고 수은주가 영하 10도 주위를 맴돌았다. 온난화로 지구가 더워진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바람마저 날을 세워 체감온도가 더 떨어진 날은 거리를 다니는 일이 너무 곤혹스러웠다. 하지만 계절의 달력은 어김없이 넘어가는 법. 겨울의 절정 속에서도 봄은 만물의 부활을 알리는 축제를 차곡차곡 준비해 왔다. 남녘으로부터 겨울과 교대식을 하기 위해 봄이 진군의 나팔을 불며 뚜벅뚜벅 걸어온다. 병색이 깊어가는 겨울이 계절의 무대에서 떠날 날이 다가왔다. 최종찬 국제부차장 siinjc@seoul.co.kr
  • [여행·레저 단신]

    ● 관광공사 `3월의 가볼 만한 곳´ 선정한국관광공사는 `3월의 가볼 만한 곳´으로 `지리산 정기 받은 물산이 다 모였네(전북 남원)´ `백두대간에서 캐온 봄나물(경북 상주)´ `시끌벅적 구수한 도심 속 송정 오일장(광주광역시)´ `산나물 먹고 봄!봄! 장터에서 찾은 봄의 흔적(충북 영동)´ 등 4곳을 선정했다.● 스키장 겨울 막바지 이벤트 봇물지산·양지 등 수도권 스키장이 3월 초, 휘닉스파크·용평·하이원 등 강원권 스키장은 4월 초 폐장 예정인 가운데 스키장마다 막바지 다양한 이벤트와 저렴한 패키지들을 내놨다. ▲휘닉스파크는 2월29일과 3월15일 뉴스쿨스키의 대부 김주용 프로가 운영하는 뉴스쿨스키 클리닉을 진행한다.3월1일에는 `제1회 휘닉스파크 뉴스쿨스키 페스티벌´이 개최돼 저무는 스키시즌을 달군다. ▲용평리조트는 3월2일∼4월초 매주 금, 토에 야간 개장(오후 6시30분∼오후 10시)한다. 타워콘도 1박+리프트주간권(2인)으로 구성된 새학기 특별 패키지도 준비했다. ▲현대성우리조트(www.hdsungwoo.co.kr)는 사이버 신규가입회원에게 오전리프트권을 무료로 제공한다.3월8일까지 선착순 1000명. ▲오크밸리는 주중 콘도 투숙객 중 여성에게 오전 리프트권,13세 이하 어린이에게는 오후 리프트권을 무료로 제공한다. ▲강촌리조트는 3월3일부터 모든 고객에게 리프트·렌털 요금을 50% 할인한다. ● 캐세이퍼시픽항공, 인도노선 할인캐세이퍼시픽항공은 인천-뭄바이, 델리 노선 55만원, 인천-방갈로, 첸나이 노선은 50만원에 판매하는 등 인도노선 할인행사를 벌인다.6월30일까지.● 한국인 탑승 우주선 가까이서 보세요오지로 투어(ojiro.co.kr)는 한국 최초의 우주인 고산이 탄 우주선 발사(4월 8일)과정을 지켜 볼 수 있는 참관 상품을 내놨다.3월3일 신청마감.350만원.02)773-5950.● 레포츠 축제 `스포엑스 2008´레포츠 축제 `스포엑스 2008´이 28일∼3월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다. 국내외 250여개 업체의 피트니스 기구, 아웃도어용품 등이 전시된다. 입장료 5000원.● 라미드 그룹, 여름휴가상품 이벤트호텔·레저 전문 그룹 라미드 그룹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2008 내나라 여행 박람회´의 자사 홍보관 방문 고객을 대상으로 `공짜 여름 휴가상품을 잡아라!´ 이벤트를 연다. 라마다서울 호텔 등 5개 호텔의 100만원 상당의 무료 숙박권 및 식사권, 스파 이용권 등을 추첨을 통해 매일 60명에게 증정한다. 새달 1일까지.(02)2189-7885.
  • 문경새재 ‘꽃밭서덜’을 아시나요

    문경새재 ‘꽃밭서덜’을 아시나요

    경북 문경의 옛 지명은 ‘기쁜 소식을 듣게 된다’는 문희(聞喜)다. 영남의 관문격인 고을인 탓에 항상 한양쪽 소식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던 데서 유래된 지명이 아닌가 생각된다. 주흘산과 조령산 사이 조령천을 따라 뚫린 새재(조령·鳥嶺)는 문경에서 한양으로 향하던 유일한 길이었다. 과거길에 올랐던 수많은 선비들이 장원급제의 소망을 안고 걸었던 길이자 고향에 기쁜 소식을 전해주는 희망의 길이기도 했다. 선비들뿐이랴. 보부상 등 민초들도 이런저런 소망을 품고 새재를 넘나들었을 터. 길모퉁이 돌부리 하나에도 그들의 소망이 깃들어 있는 듯하다. 최근 한반도대운하의 낙동강 구간 관문이 문경시 마성면 일대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땅값이 상승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의 희망도 생겼으니, 과연 지명대로 된 것일까. 계절은 우수를 지나, 긴 겨울의 끝이자 새봄의 시작인 정월대보름까지 와있다. 이번 주말엔 문경새재 트레킹 길을 자박자박 걸으며 소망을 빌어보는 것은 어떨까. 그 길에 돌을 세워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꽃밭서덜과 장원급제를 빌었던 책바위가 동행한다. # 새도 구름도 쉬어 가는 곳… 트레킹 코스로도 인기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라는 문경새재는 예로부터 조령산 마루를 넘는 가장 높고 험했던 고개다. 조선 태종 때 이후 근 500여년간 한양과 영남을 잇는 제1의 대로이기도 했다. 추풍령이나 죽령 등의 길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선비들은 유독 문경새재를 선호했다고 전해진다. 죽령길은 너무 멀었고, 추풍령길은 과거시험에 추풍낙엽처럼 떨어진다는 설이 있었기 때문이다. 호남의 선비들조차 멀고 먼 이 길을 휘휘 돌아갔다고 하니, 새재는 곧 소망의 길이란 믿음이 조선 팔도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던 모양이다. 문경새재의 총길이는 6.5㎞. 흙길이어서 트레킹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인기다. 제1관문 주흘관에서 제2관문 조곡관, 제3관문 조령관에 이르기까지 경사가 완만하고 길이 넓어 겨울철 아이들과 함께 걷기에 맞춤하다. 새재가 소망이 이루어지는 길임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 ‘꽃밭서덜’(서덜은 ‘너덜’의 사투리)과 ‘책바위’다. 먼저 꽃밭서덜을 찾아나섰다. 새재가 시작되는 제1관문 주흘관을 지나 1.2㎞ 정도 오르면 조령원터가 나온다. 거대한 자연석으로 돌담을 쌓은 조선시대 국영 여관이다. 원터에서 주막과 팔왕폭포, 조곡폭포 등을 줄줄이 지나면 제2관문 조곡관에 닿는다. 꽃밭서덜로 들어서는 길목이다. 이곳에서 조령산을 버리고 주흘산 등반로로 갈아탔다. 꽃밭서덜까지는 40분 거리. 양지바른 새재길과 달리 등산로 대부분이 음지여서 군데군데 눈길이 이어졌다. 험하지는 않은 편. 얼음 아래로 졸졸 소리를 내며 흘러가는 계곡물 소리가 상쾌하기 그지없다. # 뭇사람들 소망이 차곡차곡 쌓인 ‘꽃밭서덜´ 오르기 시작한 지 30분쯤 지나자 조곡계곡이 모습을 드러냈다. 계곡 양옆으로 드문드문 쌓여 있는 돌탑이 꽃밭서덜에 가까워졌다고 전하는 듯하다. 몇 개의 돌탑을 지나 급경사를 오르자 잔뜩 눈을 이고 선 돌탑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대단한 규모다.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지날 때마다 정성스레 돌을 쌓고 소원을 빌었을까. 등산로 오른편 50여m 위쪽에서부터 쌓아 내려온 돌탑은 길을 벗어나 계곡까지 이어져 있다. 들쑥날쑥 같은 모양은 하나도 없다. 인위적으로 조성하지 않았으니 조형미가 빼어나다고는 볼 수 없지만, 하나하나 공들여 쌓았을 사람들의 진정성이 오롯이 느껴졌다. 누가 언제부터 이곳에 돌탑을 쌓았는지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다만 근대사 이전에 형성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문경새재박물관 안태현 학예사는 “10여년 전 지역명에 관한 조사를 하던 중 70∼80대 노인들에게서 예전부터 꽃밭서덜이란 이름이 있었다고 확인했다.”며 “근대사 훨씬 이전부터 형성됐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추정했다. 주변이 너덜지대(암석들이 절편모양으로 조각난 지역)여서 쌓기 좋은 돌을 구하기는 어렵지 않았을 게다. 수십년 된 물박달나무가 진달래 등 야생화와 어우러지면서 ‘꽃밭서덜’이라는 예쁜 이름도 얻었다. 돌탑 사이사이 소복하게 쌓인 새하얀 눈이 운치를 더해 준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눈덮인 조령산 모습도 일품. # 장원급제길에 묵묵히 자리잡은 ‘책바위´ 다시 조곡관으로 내려와 솔숲 뒤편의 조곡약수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고 제3관문 조령관으로 향했다. 조곡관에서 600m쯤 오르면 도로변에 자연석을 깎아 새겨놓은 문경새재민요비를 만난다. 이곳을 지나 이진터 장원급제길에 오르면 마지막 관문인 조령관이다.‘책바위’는 3관문 500m 아래 장원급제길에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쯤에서 책바위에 얽힌 옛이야기 한 자락. 옛날 새재 인근에 살던 부자가 천신만고 끝에 아들 하나를 얻었다. 귀한 아들이 까닭없이 시름시름 앓게 되자 부자는 용한 도사를 찾아가 물었다.‘담장을 헐어 책바위 뒤에 쌓아 놓고 지극정성으로 기도를 하라.’는 도사의 말을 들은 아들은 집의 돌담을 헐어 3년 동안 책바위까지 날랐다. 돌을 지고 나르느라 많은 운동을 한 덕에 절로 몸이 튼튼해졌고, 공부를 열심히 해 장원급제까지 했다고 한다. 이후 새재를 넘어 과거를 보러 가던 선비들이 하나둘 찾아와 장원급제의 소원을 빌었고, 오늘날에도 해마다 입시철이면 학부모 등 하루 평균 400명 정도가 이곳을 찾아 합격을 기원한다. 돌을 책처럼 쌓아놓은 책바위는 지름 2m, 높이 2m 크기의 돌탑이다. 전설을 토대로 10년 전쯤 조성됐다. 뒤편 장대 위에 기러기 모양의 새를 나무로 깎아 만든 20여점의 솟대는 희망과 경사를 상징한다. 내친걸음 새재약수터까지는 가봐야 한다. 책바위에서 5분 거리. 조령관 좌측 길가에 자리 잡은 약수터는 ‘한국의 명수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예전엔 한양길을 재촉하던 선비와 길손들의 갈증을 풀어줬던 약수다. 한 바가지 퍼 마시니 산행으로 쌓인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진다.4월부터 매주 보름달이 뜨는 주말이면 ‘문경새재 달빛사랑 걷기대회’가 열린다. 쏟아지는 달빛 속에 자박자박 걸음을 옮기다 보면 희망이 절로 샘솟을 듯하다. 글 사진 문경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지역번호 054)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여주분기점→중부내륙고속도로→문경나들목→문경새재. ▶맛집 새재할매집(571-5600)은 40년 가까이 새재를 지킨 맛집이다. 더덕정식, 약돌돼지석쇠구이 등이 주메뉴.1만원. 소문난식당(572-2255)은 묵조밥 잘하기로 소문났다. 도토리묵조밥 6000원, 청포묵조밥 8000원. ▶머물 곳 문경관광호텔 571-8001 문경새재파크 571-6069 문경새재관광호텔 553-8000 ▶유용한 전화번호 문경시 문화관광과 550-6394 문경새재관리사무소 571-0709 문경새재박물관 550-6423 문경시문화원 553-2571.
  • “봄의 보약… 고로쇠 수액 드시러 오세요”

    “봄의 보약… 고로쇠 수액 드시러 오세요”

    남녘에 고로쇠 수액 채취가 한창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고로쇠 축제도 열려 휴일에 생산지에 들러 수액을 사고, 지역 축제도 즐길 수 있다. 올해는 추위가 아직 덜 풀려 예년보다 생산량이 적은 편이다. 기온이 올라가는 이번 주 후반부터 본격적인 채취가 시작된다. 지난해보다 보름 정도, 예년보다 열흘 정도 늦춰졌다.3월 중순까지 채취한다. 낮 기온이 영상 7도 이상, 일교차가 15도 이상이고 바람이 불지 않아야 수액이 나온다. 고로쇠 수액에는 포도당과 과당, 자당을 비롯해 뼈를 강화하는 성분인 칼슘과 칼륨, 마그네슘 등 무기질이 풍부해 골다공증, 위장병, 신경통, 관절염에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액은 장에서 흡수가 잘 되고 많이 마셔도 탈이 나지 않는다. ●지리산 뱀사골·경칩 전후 수액이 최상품 전남 구례·장성·광양지역에서는 이 달 중순부터 고로쇠 수액 채취가 본격화 됐다.3월 말까지 계속된다. 광양 백운산 고로쇠는 지난달 하순부터 출시됐다. 전북지역도 남원, 무주, 진안, 장수 등 동부 산간지역을 중심으로 이번 주부터 고로쇠 수액을 채취한다. 지리산을 끼고 있는 남원시 산내면은 이달 초부터 수액 채취를 시작했으나 생산량이 많지 않다. 강원·경북 일부지역에서는 고로쇠 수액이 채취되고 있으나 추위로 인해 본격 채취는 이달 말부터 될 것으로 보인다. 고로쇠 수액은 30∼40년생 나무에서 채취한다.1m 높이에 깊이 1∼3㎝의 구멍을 뚫고 호스를 꽂아 흘러 내리는 수액을 받는다. 수액은 나무 종류와 생산되는 지역에 따라 조금씩 맛과 향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바닷바람이 닿지 않는 지리산 기슭에서 채취한 것과 절기상 경칩 전후 보름간 채취한 것을 최고품으로 친다.18ℓ 1통에 전남산은 5만원, 전북 등 중부지방 것은 3만 5000∼4만원이다. 가격 차가 나는 것은 날씨가 따뜻해지면 생산량이 많아지기 때문이다.10ℓ짜리도 판다. 유통 업체에서는 팔지 않고 산지의 생산자단체, 가게, 축제장, 음식점 등에서 주로 판다. 전국에 택배도 한다. 해당 지자체에 문의하면 사는 방법을 쉽게 알 수 있다. ●생산량 전남이 가장 많아 고로쇠 수액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지역은 전남이다. 지리산을 비롯, 순천 조계산, 광양 백운산, 담양 추월산, 곡성 봉두산, 화순 모후산 등 2만여㏊에 14만여그루의 고로쇠 나무가 자생하고 있다. 올해는 전국 생산량의 20%인 126만여ℓ를 생산,31억여원의 소득이 기대된다. 백운산 수액은 맛의 대명사다. 통일신라 말 풍수지리의 대가인 도선국사가 백운산 옥룡사에서 수행 중 무릎을 다친 뒤 고로쇠 수액을 받아 먹고 나았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광양시장이 채취를 인증한 특허상표가 붙어 있지 않은 것은 백운산 고로쇠가 아니다. 3월5일 광양시 옥룡면 동곡리 약수제단에서는 고로쇠 약수제가 열린다. 지리산을 끼고 있는 구례군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고로쇠 수액을 생산한다. 간전·토지·산동·마산면 일대 270여농가가 올해 70만 4000ℓ의 고로쇠 수액을 생산할 계획이다. 전북 남원시 산내면 고로쇠 영농조합의 김영수 총무는 “고로쇠 수액은 지리산 뱀사골에서 생산되는 것을 최고로 치기 때문에 타지산을 몰래 들여와 팔기도 한다.”면서 “3월8일 고로쇠 축제를 개최할 예정이나 날씨 때문에 생산량이 많지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울산 울주 가지산 고로쇠 수액은 1월 말∼3월 초 채취한다. 울주군과 상북면 주민자치위원회는 상북면 궁근정리 신기마을 석재공장 광장에서 29일부터 3월2일까지 3일 동안 고로쇠 축제를 연다. 경북 영덕군 지품면 주민들은 명동산 산기슭에서 골리수(骨利水)로 불리는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고 있다. 하루 채취량은 하루 200ℓ 정도다.1.8∼2.0%의 당도를 유지하며 은은한 향이 자랑이다. ●현장서 마시면 더 큰 효과 강원 인제에서는 올해 상남면 미산리를 비롯해 인제읍 가아리, 하추리, 고사리, 북면 월학리 등 12개 마을에서 인제국유림관리소와 계약을 맺고 국유림 고로쇠 수액을 채취한다.503㏊ 규모다.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어난 5만 7800여ℓ의 액이 채취될 전망이다. 올해 처음으로 국제 인증인 COC인증 로고를 부착했다. 인제군 상남면 미산리에서도 3월15,16일 이틀간 마을에서 고로쇠축제가 열린다. 충남은 칠갑산 자락인 청양군 대치면, 정산면, 장평면과 성주산 자락인 보령시 성주면이 주 생산지다. 전남도 보건환경연구원은 “고로쇠 수액의 음용 효과를 확실히 느끼려면 고로쇠 채취 현장에서 싱싱한 수액을 마시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전주 임송학·춘천 조한종기자 shlim@seoul.co.kr
  • 청계천 봄맞이

    청계천 봄맞이

    다음달 8일부터 6월7일까지 실시하는 ‘청계천 봄 생태학습 프로그램’ 참가자를 모집한다. 11일 서울시설공단에 따르면 ‘생태 탐방교실’‘유아 생태교실’‘공작 체험교실’‘귀화식물 관찰교실’‘봄의 소리 듣기 교실’등 프로그램은 매주 30∼200명 단위로 진행된다. 특히 올해 신설된 ‘봄의 소리 듣기 교실’은 청계천 곳곳을 탐험하며 청진기로 식물 속으로 물이 흐르는 소리, 땅이 움트는 소리, 곤충들이 내는 소리 등을 들어보는 시간이다. ‘귀화식물 관찰교실’은 청계천에 터를 잡은 귀화식물이 무엇인지를 알아보고, 토종식물들에게 해를 끼치는 돼지풀, 도깨비가지, 서양등골나물 등도 직접 제거한다. 참가비는 무료이다. 공단 홈페이지(www.sisul.or.kr)를 참조하면 된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34년 교수생활 마감하는 성악가 엄정행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34년 교수생활 마감하는 성악가 엄정행

    나무에도 연꽃이 핀다.‘목련(木蓮)’이다. 한결같이 북쪽을 향해 꽃이 핀다. 왜? 떠나간 님이 애절하게 그립다. 유배지에서조차 임금을 향한 신하의 충절이 변함이 없다. 그래서 ‘북향화’라 한다. 목련은 또 ‘옥수’ ‘옥란’ ‘목란’ 등으로 불리며 오랜 세월 우리의 정서와 친숙해 있다. ‘오-내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사랑 목련화야/희고 순결한 그대 모습 봄에 온 가인과 같고/추운 겨울 헤치고 온 봄길 잡이 목련화는/새시대의 선구자요 배달의 얼이로다∼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나 값있게 살아가리라´ ●국민가곡 목련화 60번만에 OK 국민가곡으로 널리 애창되는 ‘목련화’의 노랫말이다. 탄생 배경에는 흥미로운 사연이 있다.1974년 경희대학교 개교 25주년 때였다. 교육자이자 경희학원 설립자인 조영식(87) 박사가 이를 기념해 ‘4반세기 칸타타’라는 시를 썼다. 이 가운데 ‘목련화’가 있었다. 작곡가 김동진 선생이 이에 감동하고 제2악장 첫머리의 아리아로 작곡했다. 그러자 당시 경희대 음대 강사였던 테너 엄정행이 이 악보를 받아들고 매일같이 김동진 선생한테 직접 찾아가 “이 부분은 부드럽게, 이 부분은 힘있게 부르라.”는 가르침과 함께 스스로 고쳐 부르기를 무려 60번이나 했다. 이 때문에 엄정행의 별명이 한때 ‘60번’이었다. 결국 추운 겨울을 모질게 이겨낸 외로운 꽃눈처럼 불후의 명곡 ‘목련화’는 이렇게 화려하게 피어났던 것이다. 성악가 엄정행 교수.‘목련화’와 함께 대학강단에 선 지 올해로 꼭 34년째.1943년 2월12일생이니 이달을 끝으로 정들었던 대학강단을 떠난다. 그동안 교육자이자 성악가로 활동하면서 레코드 22종,CD 9장을 냈다. 또 1년에 평균 90회를 넘는 공연을 해왔으니 어림잡아 나흘에 한 번꼴로 무대에 선 셈이다. 탄광촌이나 어촌 등 전국 구석구석 안 가본 데가 없다. ●대학강사급 이상 제자 50여명 길러내 대학강사급 이상의 애제자만 50여명에 이른다. 특히 하석배 계명대교수에 대해서는 “아주 훌륭한 성악가”라고 칭찬이 자자하다. 엄 교수는 이제 교육자의 길을 마감하고 홀가분하게 제2의 성악가의 길로 접어든다. 나름대로 감회가 깊을 듯싶어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돌아보니 어느새 30여년 세월이 흘러갔더군요. 언제 나이 먹었는지 제 자신이 깜짝 놀랐습니다. 정신연령은 아직 30대, 체력은 40대인데 말이죠, 허허. 그러나 앞으로도 노래를 계속 더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지요. 그래서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가질 예정입니다. 정년퇴임은 또다른 새로움이요, 배움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병원 환우를 위한 음악회로 사회봉사 최근 경희의료원에서 ‘환우를 위한 신년 음악회’를 열었다. 피아노 서혜경, 첼로 이종영 교수 등과 함께 수준 높은 연주와 노래로 환자들을 즐겁게 해주었던 것. 이에 대해 “(엄 교수 자신이)지난해 경희의료원에서 치료를 받아 완쾌된 것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달함과 동시에 적극적인 사회봉사 참여방법을 모색하고자 동료 교수들과 마련한 행사였다.”고 의미 부여를 했다. 오는 21일에도 이와 비슷한 음악회를 열 예정이다. 정년퇴임과 관련, 기념 음악회 같은 행사가 없느냐고 하자 “안 그래도 후배 제자들 100여명이 나서겠다고 했지만 노래하는 데 무슨 정년이 있느냐.”며 극구 말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최소 70세까지, 아니 그 이후라도 체력과 정열이 있는 한 계속 무대에 설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유학파들이 많은 음악계에 비유학파인 엄 교수가 많은 제자들을 길러낼 수 있었던 것도 남다른 열정에서 비롯된다. 퇴임후 예술고교를 설립하려는 뜻도 이와 다름 아니다. “요즘에는 50대 나이보다 오히려 몸의 컨디션이 더 좋습니다. 일년 중 노래가 잘 될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 방학 때인 1∼2월,8월,12월 등입니다. 이젠 긴 방학을 맞았으니 노래에만 전념할 수 있지요. 게다가 지난해 뇌에 이상이 생겨 지옥 문턱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왔으니 의욕도 더욱 생기는 것 같습니다.” 30여년 섰던 강단을 떠나면서 지난 세월 뒤돌아보며 잠시 쉴 법도 한데 이달부터 독창회로 전국투어에 나서는 것도 이같은 열정에서 출발한다. 인기 비결에 대한 질문에도 “무대에 쉬지 않고 섰다. 무대만큼 좋은 선생이 없다. 그게 바로 큰 재산이다.”면서 “많은 관객들과 호흡하고 어느 한 무대라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그는 원래 배구선수로 활동을 했을 정도로 체력 또한 남다르다. 경남 양산에서 태어난 그는 양산중학교 음악선생이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음악과 친숙하게 지냈다. 베토벤 9번 교향곡 ‘합창’을 암기할 정도로 음악적 재질도 있었다. 하지만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선생의 권유로 배구선수에 뽑혔다. 이어 체육특기생으로 동래고에 입학하면서 장차 배구선수로 가는 듯했다. ●음악교사 아버지 영향으로 성악과 인연 배구에서 성악으로 방향을 바꾼 것은 대학입시를 한 달 앞둔 시점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배구시합이 9인조 경기였는데 갑자기 새로운 경기방식인 6인조 국제식 배구로 바뀌었던 것. 신장 174㎝로는 장신이 유리한 6인조 배구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었다. 때마침 아버지가 “음악에 소질이 있으니 음대에 진학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했다. 원래부터 체육대에 진학하려고 경희대를 생각했던 터여서 아버지의 권유대로 곧바로 생각을 바꿔 경희대 음대에 응시, 합격했다. 하지만 방황이 계속됐다. 동급생들 대부분이 1∼2년 레슨을 받은 데다 이탈리아 칸초네 몇곡 정도는 기본으로 부를 줄 알았다. 이런 생각이 들자 대학 1년 내내 체육대학 근처에서 맴돌았다. 그러던 어느날 우리나라 초창기 테너가수였던 이상춘 교수로부터 “너는 운동을 해서 몸도 좋고 소리에 힘이 있으니 이를 악물고 해봐라, 틀림없이 대성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음악공부에 전념할 수 있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예그린악단에서 활동을 했다. 여기에서 지금의 부인(서울대 성악과 출신, 소프라노)을 만났다. 이어 대학원을 졸업하던 해인 1968년 서울 명동 국립예술극장에서 제1회 독창회를 열었다. 이 무렵 아이가 태어나자 우선 생활이 급해졌다. 신세계 백화점에서 악기상도 하고 부인과 함께 양장점도 해보고 커피숍도 운영했다. 그렇게 보낸 시간이 5년이었다. 1972년 어느날,MBC FM에서 장일남 선생이 제작한 우리 가곡을 우연히 듣게 됐다. 한동안 떠나 있던 성악에의 열정이 되살아났다. 엄정행은 장 선생을 찾아가 다짜고짜 녹음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성의가 가상해 보였던지 다행히 허락을 해주어 12곡을 녹음하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탄생된 레코드는 때마침 붐을 이루던 FM방송과 텔레비전 전파를 자주 타게 되었다. 그때는 방송국에 음반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던 터라 매일 방송국의 턴테이블에서 신나게 돌아갔다. 전국적으로 엄정행이라는 이름이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첫 창작집을 품에 안고 돌아와 아버지가 마련해 준 전축에다 걸어놓고 밤새도록 들으며 울기도 했다. 이렇게 음악인생을 시작한 그는 오늘날의 엄정행을 있게 만든 ‘목련화’를 만났다. “암담했던 시절에 가곡 레코드 취입도, 목련화의 탄생도 결코 쉽지 않았지요. 돌아보니 제게 주어졌던, 동료 선후배들과 같이 했던 간단치 않은 삶의 노정이 새삼 되새겨집니다. 추운 겨울을 헤치고 온 봄의 길잡이 목련화처럼 순결하고 더욱 향기로운 무대를 만들어 가야지요.”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43년 경남 양산출생 ▲동래고·경희대 음대 졸업 ▲68년 경희대 대학원 성악 음악학 석사. 제1회 독창회(명동예술극장) ▲74년 청주대·경희대 강사. 가곡 ‘목련화’ 앨범 제작 ▲76∼2008년 2월 경희대 교수 ■ 주요 음반 데뷔30돌 기념앨범-내 마음의 강물, 한국가곡(10집), 이탈리아가곡(3집), 성가집(6집), 기타반주 애창곡(1집), 애창곡(2집), 한국가곡-나의 인생 나의 노래 ■ 주요 저서 목련꽃 진 자리 휘파람새는 잠도 안 자고(95년), 예술가의 삶-목련화에 새긴 영혼(98년)
  • [길섶에서] 봄을 기다리며/염주영 논설실장

    요 며칠 추위가 매섭다. 수은주가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진 날.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평소보다 일찍 서둘러 집을 나섰다. 아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내 뒤통수에 대고 뭐라 한다.“출근 시간이 당겨졌어요?”“아니….”그 느낌을 설명하기가 구차해서 그냥 입을 다물고 말았다. 나는 예전부터 추위를 모르고 살았다. 한겨울에도 내복은 물론이고 외투 없이 지냈다. 홑 양복 차림으로 다니는 내 모습을 보고 놀라는 후배들이 많았다. 그런데 한두해 전부터 부쩍 추위를 타고 있다. 선천적으로 추위에 강한 체질을 타고 났다고 생각했는데 체질도 바뀌는 모양이다. 지하철에서 내려 회사로 향하는 짧은 시간에도 온몸이 한기로 얼어붙는 느낌이다. 그래도 내복은 싫다. 추운 날 서둘러 출근하는 것도 추위에 자꾸 움츠리는 내 모습이 싫었기 때문인 듯하다. 얼어붙은 아파트 화단 모퉁이에서 칼바람을 이겨내고 있는 사철나무가 안쓰럽다. 추위가 맹위를 떨칠수록 봄의 전령은 어딘가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을 것이다. 봄날이 기다려진다. 염주영 논설실장 yeomjs@seoul.co.kr
  • [서울신문 신춘문예-평론당선작] ‘여수’에서 식물성의 세계로, 그 타자 찾기 - 한강론/주지영

    1. 잃어버린 타자를 찾아서 우리네 일상은 끝을 가늠할 수 없는 경계의 반복적인 명멸과 대면하는 자리에 인간을 위치시킨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힘들에 의해 일상의 공간은 구획되고 짜여진다. 주어진 공간의 구획을 넘어서는 순간에도 경계 짓기는 끝없이 지속된다. 안주와 일탈의 길항은 일상의 작은 균열들 속에서 내파되고, 일탈의 가능성을 지속시키는 새로움을 향한 갈망조차 이미 기획된 미시적인 욕망의 파편들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번번이 실패한다. 그러기에 ‘가지 않은 길’을 향한 욕망은 달콤하면서도 씁쓸하다. 욕망을 충족시키고자 한다면 일상을 전복시킬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 그 위험을 고스란히 떠맡은 것, 그것이 소설의 운명이 아닐까? ‘길이 시작되자 여행은 끝났다.’는 루카치의 명제는 소설의 발생론적 배경을 논하는 자리에서 도출된 것이지만, 그것은 현대의 소설이 처한 위상을 거론할 때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 소설의 문법 속에는 고향으로 가는 길을 비추는 작가의 ‘별빛’이 있어야 하고, 또한 현실사회의 고해를 건너는 ‘모험’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모험을 통한 별빛 찾기, 이를 달리 잃어버린 타자 찾기라 명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근대적 인식이 현실을 지배하기 시작한 후, 인간은 이가 빠진 동그라미 같은 불구자로 전락해 버렸다. 이가 빠진 동그라미는 자신의 반쪽을 찾아 끊임없이 벌판을 방황한다. 그 벌판은 근대자본주의로 인해 황폐화된 불모지이다. 그곳은 산업사회일 수도 있고, 후기산업사회일 수도 있다. 동그라미는 그런 삭막한 곳에서 자신의 반쪽인 타자(the other)를 찾아 온전한 존재가 되고자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 반쪽을 찾지 못하는 한 동그라미는 영원한 불구자일 수밖에 없다. 잃어버린 타자를 찾아나서는 고독한 탐험가, 그가 작가이다. 잃어버린 타자는 인간이 황폐화시킨 자연일 수도, 남성에 의해 도구화되어 억압받는 여성일 수도, 도시에 의해 황폐화된 농촌일 수도, 자본가에 의해 착취당하는 노동자일 수도, 이성에 의해 감금된 비이성일 수도 있다. 소설은 잃어버린 타자를 되찾고 타자와의 합일을 이뤄내고자 하지만, 당연히 그러한 지향은 실패한다. 그러나 실패할 줄 알면서도 그 세계를 강렬하게 지향한다. 그래서 우리가 발 딛고 선 현실이 얼마나 황폐한가, 또 얼마나 폭력적인가를 깨달을 수 있게 한다.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우리는 어떠한 것에 가치를 두어야 하고, 어떠한 삶을 영위해야 하는가를 뼈저리게 깨우쳐 주는 것, 그것이 소설이 짊어져야 할 비극적 운명이다. 어떤 타자를, 어떻게 지향하는가, 바로 그 점에서 소설의 색채와 작가가 이뤄내고자 하는 세계는 다른 빛깔을 띠게 된다. 소설사적 흐름에서 위대한 작가로 평가받는 이들은 바로 이 잃어버린 타자를 찾기 위해 모험을 시도했고, 그 모험의 결과로 산출된 별빛들은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 앞에 빛을 밝혀준다. 인간에게 불을 내어 준 프로메테우스가 그 대가로 자신의 심장을 독수리에게 내맡기듯 그들은 우리에게 ‘지금, 여기’를 밝혀 줄 소설을 쓰기 위해 벌판을 고독하게 방황한다. 그렇다면 최근 소설에서 프로메테우스처럼 소설의 비극적 운명을 천형으로 짊어지고 가는 작가는 얼마나 되는가. 오히려 우리는 이러한 소설의 운명을 포기하는 경우를 더 많이 보고 있지는 않은가.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매스미디어적 메시지들을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재생산함으로써 소설의 고독한 운명을 방기하고 현상적이고 피상적이며 찰나적인 것에 쉽게 자리를 내어주는 작품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결여한 채 일상에 안주하여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쾌락들을 경탄해마지 않는 그런 소설들을 대하는 일은 무척이나 고통스럽다. 프로메테우스의 천형처럼 소설의 비극적 운명을 짊어지고 고독한 방랑의 길을 떠나는 작가가 더욱 고귀해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한강은 ‘모험을 통한 타자 찾기’에 충실한 작가이다. 한강의 ‘모험’은 현실사회 모순의 해부보다는 그 현실사회에서 불구자로 전락한 인간의 보편적인 존재 조건에 초점을 맞춘다. 그의 작품은 죽음과 광기, 소통의 법칙을 뒤집는 침묵이나 몸짓, 욕망의 금기를 위반하는 근친상간, 동물성에 대비되는 식물성 같은 언표들을 공적인 영역 속에서 가시화한다. 뼛속부터 밝음의 영역에 속해있던 기획된 욕망들을 삭제하려는 충동질로 가득한 그의 소설에서 인위적인 모든 것들은 부정된다. 제도나 관습 일반에 ‘길들여지는’ 것을 거부하고, 획일화된 것들을 거부한다. 먹고 마시는, 삶을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욕망들조차 깡그리 부정하고 난 뒤에서야 비로소 인간존재의 진정한 의미들을 힘겹게 터득해 나간다. 폭력적인 일상에 휘둘릴수록 본래의 육체에 깃들이고 있었을 법한 영혼에 대한 갈급이 더욱 증폭되는 것이다. 그 공간에서 가라앉았던 감정의 앙금들을 분출하고, 토해낼 때 비로소 영혼의 정화는 일단락된다. 의식(儀式)과도 같은 파토스가 지나가고 난 빈 자리에 ‘타자’를 향한 존재의 갈망이 채워진다. 그렇다면 한강 작품에 나타나는 ‘모험’은 무엇이며, 그 모험을 통해 찾고자 하는 ‘타자’는 무엇인가. 초기 작품에서는 죽음의 기억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여수’로 상징되는 타자가 설정된다. 타자의 자리가 설정된 이후 그 타자와의 합일 방법을 탐구하는 쪽으로 나아가는데, 그것이 ‘가면벗기와 맨얼굴 찾기’에서부터 출발하여 ‘언외언과 관의 사유’를 거쳐 ‘식물성의 세계에 대한 강렬한 욕망’으로 이어진다. 그 과정이 첫 창작집 ‘여수의 사랑’(문학과지성사,1995)에서부터 ‘내 여자의 열매’(창작과비평사,2000)를 거쳐,‘채식주의자’(창비,2007)로 전개되는 바, 이에 대한 검토를 통해 한강 작품의 의의를 탐색하고, 나아가 ‘지금 여기’에 대해 고민하는 소설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지평이 무엇인지를 점검하고자 한다. 2. 관념으로서의 여수(旅愁), 행(行) 일곱 편의 단편이 실린 첫 창작집 ‘여수의 사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일상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채 병적 징후에 시달리거나 심지어 자살 같은 극단적 행위를 통해 죽음을 택하기도 한다. 한강 소설에서 다루어지는 죽음은 인간의 육체에서 숨이 빠져나가는 생물학적 의미의 죽음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 죽음은 그 기억 속에 유폐된 인물들이 좌절하고 절망하도록 만드는 요인이면서, 한편으로는 그 인물들이 삶의 영역으로 나오도록 이끄는 통로이다. 그 통로의 끝에서 인물은 좌절과 절망 같은 심리의 장막 뒤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타자와 조우한다. 그런데 여기서 작중 인물의 병적 증후나 자살 등을 유발하는 가족의 죽음을 두고 죽음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물음으로써 현실에 내재한 모순이 무엇인가를 밝혀내는 일은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죽음의 기억은 인물의 내면에 일상에 적응할 수 없을 만큼의 정신적 상흔으로 남겨져 있다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어린 시절 농약을 먹고 자살한 아버지와 동네 아이들에게 매맞아 죽은 동생 진규에 대한 기억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질주’의 인규, 생모의 죽음에 대한 기억으로 일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저녁빛’의 제헌, 어머니의 죽음과 아버지의 동반 자살에 대한 기억으로 인해 심각한 결벽증을 앓는 ‘여수의 사랑’의 정선 등을 보면 그렇다. 누군가의 죽음이 현실을 살아가는 인물들에게 부적응이라는 요인을 촉발하는 정신적 상흔으로서 작동한다면, 그것은 작가의 인식이 현실의 모순에 대한 인식이 아닌 인간 존재의 보편적인 조건을 문제 삼는 쪽에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말하자면 한강의 관심은 불행한 존재로서의 인간을 드러내는 측면에 놓인다. 따라서 작가는 가족의 죽음을 인물의 기억 속에 저장해 두고, 삶과 죽음, 사랑과 미움, 용서와 증오 등과 같은 보편적 주제와 연결시킴으로써 특정 시대, 특정한 상황을 뛰어넘어 인간의 보편적인 존재 조건을 탐색하려 한다. 어린 시절 가족의 죽음과 관련된 기억, 그러한 정신적 상흔으로 인한 병적 징후, 죽음과 같은 음울한 기운이 만연한 일상에의 부적응, 기억을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 등으로 구성된 서사가 ‘여수의 사랑’ 전편을 관통한다. 이러한 서사구조를 깔고 작가는 삶과 죽음의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다. 어둡고 침울한 어조에도 불구하고 작품에 설정된 타자는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공간으로 한 폭의 아름다운 수묵화 안에 오롯이 담긴다. 가령,‘여수의 사랑’을 보자. 이 작품에서는 정선과 자흔이라는 두 명의 인물이 서사를 이끌어 나간다. 먼저, 정선의 경우. 여수에서 보낸 어린 시절, 어머니가 죽자 아버지는 술에 찌들어 살다가 결국 정선과 어린 동생과 함께 바다로 뛰어들어 동반자살을 꾀한다. 혼자 살아남은 정선은 서울에 살면서 직장에 다니고 있지만, 어린 시절의 끔찍한 기억으로 인해 일상에 적응하지 못한다. 정선은 서울을 죽음과 같은 음험한 기운이 만연하고, 온갖 병균이 득실한 곳으로 여긴다. 그곳에서 정선은 ‘결벽증’과 같은 병적 증세에 시달린다. 다음 자흔의 경우. 그녀는 두 살 때 서울역에 버려져 고아가 된 뒤 보육원 생활을 거쳐 입양이 된다. 돈에 대한 욕심도, 행동거지에 조심성도 없다.‘모든 것을 생각 없이’ 다루는 그녀는 아무 희망도 없이 도시를 옮겨 다닌다. 자흔은 일상의 ‘나’와 또 다른 ‘나’의 두 가지 모습으로 존재한다.‘핏기가 없는 데다가 입가와 뺨에 온통 하얗게 버짐이 피어 흡사 분가루를 뒤집어쓴 광대 인형’ 같은 것이 일상의 ‘나’이고, 늘 떠돌아다니면서 세상사에 무관한 채 ‘견고한 평화가 어른거리는 얼굴’,‘무구하고도 빛나는 웃음’,‘천진한 영혼’을 가진 것이 또 다른 ‘나’이다. 또 다른 ‘나’는 여수에 대한 사랑을 간직하고 있다. 고향도 모르는 자흔은 성인이 되어 문득 찾게 된 여수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여수를 고향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일상의 ‘나’를 버리고 또 다른 ‘나’로 거듭 태어나고자 한다. 그녀에게 여수는 풍경이 아름다운 공간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품은 공간으로 인식된다. 죽음과 같은 음험한 기운, 온갖 병균으로 득실한 ‘서울’에 대비되는 여수란 과연 어떤 곳인가. 길 여기저기에 소들이 쟁반만 한 똥을 갈겨놓은 진짜 시골이었어요.(중략) 그냥 ‘아름답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다시 길을 내려오는데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는 거예요. 마을 앞 버려진 부두에는 누더기 같은 천막이며 더러운 판자때기들이 뒹굴고, 검푸른 물결은 갯벌을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가 밀려가고……염소 울음 소리, 새소리, 바람, 두엄 냄새, 일하는 아낙네들……그 가운데 어느 하나도 낯익은 것이 없었는데도 마치 내가 얼굴도 모르는 어머니 품속에 돌아와 있는 것 같았어요.(‘여수의 사랑’,50∼51쪽) 따뜻한 산수화 한 폭을 보고 있는 듯한 여수의 풍경은 자흔에게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진 곳으로 각인된다.‘푸른 실 하나하나를 촘촘히 엮어 놓은 것같이 잔잔한 만’에 염소 울음소리와 새소리가 있고, 바람이 불고, 두엄 냄새가 나며, 그런 자연적인 것들과 어우러져 백발 성성한 노인과 머릿수건을 쓴 아낙네, 상고머리 소년들이 일을 하는 곳,‘무덤’마저 ‘착하고 둥글둥글’하게 생긴 곳, 그곳이 바로 자흔의 기억 속에 자리한 ‘여수’이다. 고향도 모른 채 고아로 자란 그녀에게 여수는 ‘어머니 품속’처럼 아늑하고, 아름답고, 따뜻한 마음의 고향으로 살아 숨쉰다. 여수로 표상되는 이 세계야말로 자흔에게 인간다운 삶을 가능토록 하는 타자이다. 그녀가 여수를 갈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녀는 도시의 삶을 견디기 위해 어항에 물고기를 키우기 시작한다. 그녀가 물고기 키우는 일에 정성을 들이는 까닭은 자신이 물고기가 되고 싶어서이다.“세상에 있는 모든 물은 바다로 흘러가고, 그 바다는 여수 앞바다하고 섞여 있”다고 생각하는 그녀에게서 물고기가 되고자 하는 일이란 어머니의 품속 같은 여수로 흘러들어 가는 일에 다름 아니다. 일상의 ‘나’를 거부하고 아름다운 어머니의 품속 같은 ‘여수’와 일체가 되고자 하는 또 다른 ‘나’를 지향하는 자흔을 통해, 정선은 어린 시절의 정신적 상흔으로부터 힘겹게 빠져나오기 시작한다. 정선에게 죽음의 기억이 서린 여수는 병적 증세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자흔은 그런 정선에게 여수를 이야기하고, 그럴 때마다 정선의 결벽증은 심해진다. 그러다가 정선은 차츰 자흔을 통해 환기되는 여수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되고, 결국 자흔이 그녀의 곁을 떠나자 정선 역시 여수행 기차를 탄다. 정선의 여수행은 자흔처럼 일상의 ‘나’로부터 벗어나 아름다운 여수를 사랑하는 ‘나’로 거듭 태어나기 위한 피할 수 없는 여행이다. ‘여수의 사랑’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어머니의 품속’ 같은 타자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그것이 ‘지금, 여기’라는 현실에 작가가 천착한 결과로 얻어진 것이 아니라,‘인간은 불행한 존재다.’라는 관념의 영역에서 설정된 것이어서 이 작품은 삶에 대한 리얼리티가 충분히 확보되어 있지 않다는 지적을 면할 수 없다.‘여수’라는 타자가 실현가능한 것으로서의 몸피를 얻기 위해서는 현실에 대한 작가의 천착이 심화되어야 하며, 더불어 그렇게 얻어진 타자와 합일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도 탐구해 들어가야 한다. 3. 맨얼굴에 담긴 관(觀)의 사유 실현가능한 것으로서의 ‘타자’가 되기 위해 작가의 인식이 구체적인 현실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 그리고 타자와 합일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탐구하는 것, 그것이 ‘어둠의 사육제’와 ‘아기부처’에서 이뤄진다. 이들 작품에서 ‘여수’로 상징되는 타자에 대한 직접적인 지향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대신 타자와의 합일이 가능할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하는 데 주력한다. 그 방법은 ‘가면 벗기를 통한 맨얼굴 찾기’와, 용서라는 마음이 우러나오도록 하는 ‘관’의 사유로 구체화된다. ‘어둠의 사육제’를 보자. 먼저 주목할 것은 ‘서울’을 바라보는 작가의 인식이다. 작가는 ‘서울’이라는 도시를 여전히 ‘어둠’이자,‘인간들의 더러운 그림자’가 지배하는 ‘무덤’으로 인식한다. 죽음의 기억이 이러한 인식을 이끌어내었던 초기작과는 달리, 이 작품에서는 서울의 구체적 현실에 천착하여 그 속에 내재된 동물적 폭력성을 감지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의 인식이 현실에 밀착해 있음을 보여준다. 얼마나 세상에 밟히고 뒤둥그러지면 저렇게 되는 것일까, 하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 여자의 동물적인 분노와 보복을, 번들거리는 눈과 기차 화통 같은 목소리를, 그 이상 철면피할 수 없을 되바라진 억양을 묵묵히 관찰하며 나는 연민이나 환멸이라고만은 설명하기 힘든 야릇한 슬픔에 사로잡히고 있었다.(‘여수의 사랑’,230쪽) 중년 여자는 자신의 얼굴을 실수로 때린 여대생에게 ‘동물적인 분노와 보복’으로 폭력을 휘두르고, 전철에서 뻔뻔스럽게 자리 양보를 요구한다. 비단 중년 여자뿐만이 아닌 이 작품의 여러 인물들에게서 모두 감지되는 동물적 폭력성은 이후 전개되는 한강의 소설에서 현실 인식의 한 증좌가 된다. 나(영진)와 인숙 언니는 같은 고향 사람으로 둘 다 서울로 상경한다. 영진은 ‘세상에 대해 좋은 것만 생각’하고 ‘착하게’ 살아왔다. 그리고 인숙 언니는 ‘커다랗고 감정이 풍부했던 눈이며 부드럽기만 했던 입매’를 가진 사람이다. 그러나 이들은 서울로 올라와 변화한다. 여직공이던 인숙은 ‘거친’ 말씨를 내뱉고 ‘나쁜 쪽만 생각’하는 ‘독한 사람’으로 변한다. 무역회사 경리를 하면서 돈을 모아 대학 영문과에 진학할 생각을 하던 영진은 인숙이 전세금을 빼들고 도망가자,‘악하게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잘 벼린 오기 하나만을 단도처럼 가슴’에 품고 ‘인간에게 살의를 느끼는 사람’으로 변한다. 명환 역시 ‘본래 선한 사람’이었으나, 교통사고로 아내와 뱃속의 아이를 잃고 ‘모든 인간들에게 살의’를 품는다. 간암을 치료하기 위해 전세금을 갖고 도망간 인숙이나, 그 인숙으로 인해 ‘독기’를 품은 ‘나’나, 돈으로 용서를 구해온 가해자에게 복수를 꾀하는 명환이나, 모두 중년 여인처럼 동물적 분노와 보복심으로 폭력을 휘두른다. 어둠 속에 꼿꼿이 네 발을 세운 채로, 경련하는 암고양이의 모습을 소리없이 주시하고 있는 검은 수고양이의 모습은 흡사 악령 같았다.(‘여수의 사랑’,223쪽) 쥐약을 먹고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암고양이를 냉혹하게 주시하는 악령 같은 수고양이는 동물적 폭력성이 난무하는 현실을 환유하는 장치이다. 영진과 인숙, 명환 등은 바로 이 동물적 폭력성에 길들여진다. 이러한 동물적 폭력성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인가. 우선 가면을 벗음으로써 맨얼굴을 찾는 것이 그 첫 번째 방법이다. 동물적 복수심으로 남을 괴롭혀 온 명환이 결국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고통스러워하다가 ‘빈손’,‘완전한 빈 몸뚱이’가 되기 위해 자살하는 모습을 보고, 영진 역시 그런 복수심을 버리고 간암 치료를 받는 인숙 언니의 행동을 이해하고 용서한다. 바로 이 과정에서 가면 벗기와 맨얼굴 찾기가 이뤄진다. 지하철 창문에 비친 객실의 음산한 풍경 속에 내 얼굴은 어딘가 낯설어 보였다. 나는 그 가면 같은 얼굴을 뒤집어쓴 사람이 더 이상 눈물 따위를 흘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여수의 사랑’,231쪽)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인 일상에 길들여진 자들의 뻔뻔스러운 얼굴을 표상하는 ‘가면 같은 얼굴’은 인간 존재의 본질을 은폐한다. 그 얼굴은 인간의 것이라기보다는 폭력적인 동물성을 표상하는 수고양이의 것에 가깝다. 작가는 가면을 쓴 비정한 일상의 인간들에게서 발견한 물질만능주의, 출세지향주의, 가족이기주의와 같은 현실의 모순을 비판의 목록에 등재한다. 동물적 폭력과 복수심에 길들여진 일상의 가면을 벗고 또 다른 ‘나’의 맨얼굴을 획득할 때 비로소 용서와 화해를 품을 수 있고, 또한 타자와의 합일이 가능하다. 요컨대, 맨얼굴 찾기가 타자와의 합일을 가능케 하는 일차적 방법인 셈이다. 맨얼굴로 도심의 일상에 나서는 영진에게서 현실을 향한 적극적인 대응 의지가 엿보인다. ‘어둠의 사육제´가 동물적 폭력성이 길들여진 가면을 벗고 그것에 오염되지 않는 맨얼굴을 되찾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면,‘아기부처´는 그 맨얼굴이 어떤 마음을 지녀야 하는지를 ‘언외언(言外言)´과 ‘관(觀)´의 사유를 통해서 강조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타자와의 합일을 가능케 하는 두 번째 방법이다. 주인공 선희는 프라임타임의 앵커인 남편과 소원한 관계를 유지한다. 남편은 어릴 적에 입은 화상 흉터를 감추려고 철저하게 긴 옷을 입는다. 선희가 감기에 들자 자신에게 감기를 옮길까봐 병원에 가보라고 강요하기도 한다. 그는 말실수 하나 용납하지 못하는 완벽주의자이고, 독단적인 인물로서 출세를 위해 자기관리를 철저히 한다. 선희는 처음엔 남편의 흉터를 보고 고됐을 그의 삶을 연상하지만, 결혼 후 이기적이고 권위적이고 철저히 자기중심적인 남편의 실체를 알고부터는 남편의 화상 흉터를 싫어하게 된다. 자신의 흉터를 보듬어 줄 사랑을 찾아 남편은 외도를 하고 선희는 남편으로부터 철저하게 버림받는다. 나는 한갓 짐승이었다. 땀에 젖어 산비탈에 엎드린, 누더기 같은 한겹 가죽만 남은 병약한 짐승이었다. 그 가죽 안에서 악취나는 거품처럼 부글거리고 있는 것은 오래 묵은 분노와 후회와 증오, 억울함과 자책감과 부끄러움이었다. 그것들이 내 살을 속에서부터 조금씩 조금씩 부식시켜 왔다(‘내 여자의 열매’,111쪽) 현실의 동물적인 폭력성에 선희는 철저히 희생당한다. 그 결과 남편과 세상을 향해 분노와 증오를 쌓아간다. 그렇지만 분노와 증오는 앞서 ‘어둠의 사육제’의 인물들처럼 스스로를 동물적 존재로 만들 뿐이다. 그런 동물적 삶으로 인해 선희는 황폐해져 간다. 그 삶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선희의 모습은 꿈 속 아기부처의 얼굴에 비춰진다. 아기부처가 짓는 표정들은, 음흉한 입꼬리와 날카로운 눈초리를 하거나, 차갑게 빈정대는 눈꼬리를 한 그녀의 내면과, 진흙이 끈적이며 달라붙기도 하고, 모래가 되어 부서지기도 하는 남편과의 현재 관계를 거울처럼 되비친다. 아기부처의 얼굴은 선희가 병약해가는 것이 “마음속에 맺힌 악취 나는 감정들” 때문임을 깨닫게 하는 경고의 스크린인 셈이다. 그렇다면 아기부처로부터, 동물성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인가? 먼저 그것은 ‘말’이 아니라 ‘침묵이나 몸짓’ 속에 현현하는 ‘언외언’에 있다.‘몸짓’으로서의 ‘언외언’은 ‘말’이 야기하는 폭력성으로부터 벗어나 있다. 남편, 어머니, 아기부처와 선희는 ‘말’이 아니라 ‘몸짓’으로 소통함으로써 화해한다. 어머니의 불화 그리기, 아기부처의 얼굴 빚기, 혹은 언어 장애 아동을 위한 삽화 그리기 등이 ‘언외언’의 도정에 가로놓인다. 아이, 까르르 웃는다. 처음으로 입을 열어 외친다. ‘가자!’ (중략) 아이의 손을 번쩍 들게 하고 엉덩이도 약간 띄워서 아이가 펄쩍 날아오르는 것처럼 해야겠다. 아빠의 몸까지 함께 날아오르려는 것처럼 해야겠다.(‘내 여자의 열매’,102쪽) 언어장애아동처럼 언어를 거부하는 것은 말의 논리와 체계, 즉 말을 배우면서 사회로 편입되는 사회화과정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말하자면 동물적 폭력이 난무하는 일상 현실의 ‘말’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가 아버지의 노력에 힘입어 자기 안의 성벽을 허물고 드디어 입을 연다. 선희는 그들이 느꼈을 법한 기쁜 감정을 몸짓에 담아 삽화로 그려내야 한다. 아이와 아버지의 “날아오르는” 듯한 몸짓에 ‘기쁘다’는 말로는 전할 수 없는 마음이 담긴다. 삽화를 그리며 깨닫게 된 ‘언외언’은 남편의 흉터를 어루만지는 몸짓에 담긴다. 남편이 다른 여자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입고 머리를 짓찧을 때 선희가 남편의 머리를 감싸안고 상처를 어루만지는 ‘몸짓’ 역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이다. 그 마음은 ‘말’ 그 자체에는 은폐된 ‘무엇’이며,‘침묵’의 빈 공간에, 말없이 이루어지는 ‘몸짓’ 속에 실재한다. 결국 언표화 되지 않는 마음을 환기시키는 방법은 ‘언외언’에 있다. 그러나 단지 그뿐인가. 이 작품에서 ‘언외언’의 심층을 ‘관(觀)’의 사유가 가로지른다.‘말’의 폭력성 때문에 갇혀 있던 용서와 화해의 마음은 ‘관’의 사유에서 풀려난다. 이쪽과 저쪽의 경계를 나누는 구분 자체를 초월한 곳에, 그리고 속물적인 욕망을 넘어선 자리에 “관”의 사유가 존재한다. 일상을 지배하는 논리규범에는 담길 수 없는 진정한 마음이 “관”의 사유 속에서 우러나온다. (i) “그 스님이 그러더라. 관세음보살은 내 속에 있다고. 내 몸이 용서하는 마음으로 그득해지면 그게 바로 관세음보살이라더라.” (‘내 여자의 열매’,104쪽) (ii) 관음의 입술은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귀가 퍽이나 예민한 이인가 보았다. 빗소리를 듣다가 깨달음을 얻었고, 늘 세상사람들의 소리를 관(觀)하고 있어 괴로이 부르는 음성을 듣는 즉시 곧 구제해 준다고 어머니는 말했다.(‘내 여자의 열매’,105쪽) 삶의 고통을 인내하고, 마음속에 관세음보살을 잉태하듯 용서와 사랑과 화해의 마음을 잉태하는 것, 그럼으로써 일종의 해탈의 경지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관’의 사유이다. 선희는 남편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자신이 바라는 진정한 부부 관계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깨닫는다. 자신이 그동안 봐왔던 남편의 모습은 실은 화상을 입은 그의 껍질에 지나지 않음을, 정작 남편의 마음은 화상으로 일그러진 피부 밑에 고통스럽게 감추어져 있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이런 마음을 가질 때,“목련은 나무에 핀 연꽃이라 목련(木蓮)이지. 그렇게 생각하며 올려다보자, 하오의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그 봉오리들은 마치 꽃잎 안에 흰 등불들을 감추고 있는 것 같았다.”(117쪽)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으며, 나아가 겨울 나무에서 봄의 생명력을 감지할 수 있는 경지로 나아갈 수 있다. 겨울부터 저 날카로운 솔잎들은 초록빛을 띠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보니 같은 푸른색이지만 분명히 달랐다. 방금 나온 어린 싹 같은 연푸른빛이 생생하게 차올라 있었다./ 겨울에는 견뎠고 봄에는 기쁘다.(‘내 여자의 열매’,125쪽) ‘아기부처’의 마지막 장면이다. 겨울 지나 봄으로 가는 문턱에서 자연을 보고 느낀 감상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리 단순하지 않다.‘같은’ 푸름에서 ‘다른’을 간취하고, 겨울부터 ‘지속’되는 것들 가운데 ‘방금 나온’ 생명의 시작을 발견한다. 봄에는 꽃이 피고, 가을에는 낙엽이 떨어진다는 획일적인 공식이 아닌, 한 나무 안에서도 서로 다른 색의 잎들이 공존하고 있음을 긍정하는 사유, 앙상한 겨울나무에서도 미세한 생명의 떨림과 그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는 사유, 그것이 바로 ‘관’의 사유이다. 이 관의 사유를 마음속에 지닐 때, 동물적 폭력이 난무하는 현실의 삶을 극복하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할 수 있는, 보다 인간다운 삶을 지향할 수 있다.‘겨울에는 견뎠고 봄에는 기쁘다.’라는 잠언과 같은 감탄은 아무나 도달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4. 식물성을 향한 욕망의 존재론 타자와의 합일을 이루는 방법으로서의 맨얼굴과 ‘관’의 사유는 작가가 죽음의 기억으로부터 벗어나 구체적 현실의 삶에 뿌리내리면서 발견한 중간 경유지이다. 이 방식들은 의식의 층위, 마음의 층위에서 이루어진다. 이 층위는 평면의 동심원에서, 외원을 이루는 동물적 폭력성이 강렬한 외파로 밀고 들어올 때 위태롭게 흔들리는 내원과도 같다. 그 어떤 외파도 견딜 수 있기 위해서는 의식과 마음이라는 동심원의 평면 저 아래 깊은 심연에 자리한 무의식의 영역으로 그것을 심화시켜야 한다. 요컨대 타자와의 합일을 향한 무의식의 강렬한 욕망이 있다면, 그래서 의식의 수면을 꿰뚫을 정도로 강렬하다면, 그럴 때 현실의 외파에 맞설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한강은 ‘내 여자의 열매’를 거쳐 ‘채식주의자’,‘몽고반점’,‘나무불꽃’ 연작에 이르는 도정에서 욕망의 영역으로 작가 인식을 심화시킨다. 식물성의 세계에 대한 욕망이 그것이다. 이 순간 타자와의 합일을 이루는 방법으로 무의식의 심연에 자리한 욕망의 영역이 설정되고, 그 결과 관념에 지나지 않았던 ‘여수’ 대신 ‘식물성’의 세계가 새로운 타자의 자리에 위치한다. 이 타자는 여수처럼 현실과는 동떨어진, 현실 저 너머의 또 다른 공간에 있는 어떤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욕망 속에 살아 꿈틀거리는 것이자, 현실 속에서 실현 가능한 타자이다. ‘내 여자의 열매’는 식물성의 세계로 들어가는 첫 관문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식물적 상상력이 길어내는 삶의 진실은 그 힘이 아직 미약하다. 현실도피의 차원에서 기획된 것이기 때문이다. 획일화된 일상이 싫어서, 도심의 똑같은 아파트가 싫어서, 지긋지긋한 피를 갈고 싶어서, 어머니처럼 되기 싫어서, 어디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없어서 결국 식물이 된다는 가정이 단순한 현실도피를 방증한다. 그리고 식물성의 세계에 대한 인물의 욕망 역시 미약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식물성의 세계를 강렬히 욕망하는 인물에 의해 식물성의 세계가 온전히 개화하는 작품은 ‘몽고반점’이다. 이 작품은 비디오아티스트인 그와, 몽고반점을 가진 처제와의 사이에서 벌어진 근친상간을 예술적 시선과 현실 윤리의 시선 속에서 포착해낸다. 이 작품에서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처제의 욕망과 그의 욕망이다. 우선 처제의 욕망을 보자. 그 욕망은 그의 눈에 포착된 몽고반점 속에서 엿볼 수 있다. 약간 멍이 든 듯도 한, 연한 초록빛의 분명한 몽고반점이었다. 그것이 태고의 것, 진화 전의 것, 혹은 광합성의 흔적 같은 것을 연상시킨다는 것을, 뜻밖에도 성적인 느낌과는 무관하며 오히려 식물적인 무엇으로 느껴진다는 것을 그는 깨달았다.(‘채식주의자’,101쪽) 처제의 몽고반점은 ‘순수성’ 혹은 ‘순수한 영혼’을 표상한다. 곧 ‘어린아이’처럼 처제는 일상의 폭력성에 물들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의 붓칠에 의해 ‘순수한 영혼’이 육체에 새겨진 ‘몽고반점’으로 가시화된다. 꽃을 그려 넣는 행위는 폭력적인 일상에 의해 상처받은 인간의 몸에 ‘순수한 영혼’이라 할 수 있는 식물성을 부여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그 결과 처제는 “뱃속의 얼굴”에 대한 무서움을 이겨낸다. “뱃속에서부터 올라온 얼굴”은 그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었던 진정한 욕망을 의미한다. 뱃속의 얼굴이 낯설고 무섭게 느껴진 까닭은 일상의 질서에 자신이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일상의 질서로부터 벗어날 때 그 얼굴은 자신의 본래 모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런 처제는 자신의 “순수한 영혼”을 가시화한 꽃 그림에 힘입고, 그녀 자신에게 내재해 있던 진정한 욕망을 발견함으로써,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게 된다. 그 결과로 풍겨 나오는 처제의 “배냇내”는 타자와의 합일이 뿜어내는 식물성의 ‘향기’인 셈이다. 몽고반점, 즉 꽃잎 그림자로서의 순수한 영혼과, 몸 혹은 꽃으로서의 진정한 욕망이 유기적 통일성을 이루는 세계, 그것이 ‘색채의 세계’로서의 식물성의 세계이다.“색채의 세계”는 “격렬한 세계”이자,“마술적” 세계이고,“전혀 다른 세계”이다. 식물성에 대비되는 동물성의 세계는 일상에 만연해 있는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폭력성을 함축한다. 그것은 육식성, 적자생존, 약육강식 등으로 점철된 일상이자 문명의 세계를 표상한다. 반면에 식물성은 순수성과 공존의 세계이자, 가족의 윤리마저 붕괴되는 탈일상이자 탈문명의 세계로 압축된다. 인간의 몸과 꽃, 그리고 짐승이 뒤섞인 교합에서도 드러나듯, 식물성의 세계는 “추악하면서도 아름답고” 동시에 “삶의 시작이자 끝”이기도 하고,“모든 것이 담겨 있는” 동시에 “모든 것이 비워진 곳”이기도 한, 차별상을 가진 일체의 것이 존재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는 공간인 것이다. 하기에 처제가 욕망하는 식물성의 세계는 처제와 형부의 불륜관계처럼 제도의 금기마저 초월한 곳에 있다. 현실 제도의 금기를 위반하는 욕망이 존재할 수 있는 방식은 오로지 ‘죽음’과 ‘광기’의 영역 안에서이다. 곧 식물성의 세계에 대한 욕망은 금기의 위반에서 맛본 죽음과도 같은 향유(jouissance)를 안은 채 죽음을 향해 돌진할 것인가, 아니면 ‘광기’로 내몰려 사회로부터 배제당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여 있다. 그것이 어떤 선택이건 모두 일상에서의 ‘죽음’과도 같은 귀결로 치닫는다. 처제는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자신의 욕망을 끝까지 치열하게 표출한다. 그렇다면 그의 욕망은 어떠한가. 그의 욕망은 육체적 욕망과 예술적 욕망 사이의 긴장 속에서 유동한다. 비디오 아티스트인 ‘그’는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마모되고 찢긴 인간의 일상”을 담아내는 작업을 통해,“강직한 성직자”로 불릴 정도로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강도 높게 비판해 왔다. 그러다가 처제의 자해사건을 겪으면서 그가 작업했던 것들 역시 일상에서 자행되는 폭력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는다. 처제의 ‘몽고반점’은 그가 찾았던 “더 고요한 것, 더 은밀한 것, 더 매혹적이며 깊은 것”으로서의 실재를 현현하고 있었다. 처제의 ‘몽고반점’은 비디오아티스트인 그에게 이미지가 갖는 재현의 한계를 깨닫게 한다. 그는 지금까지 작업해 온 일상의 폭력성을 담은 이미지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재현했든 간에 상관없이, 실재의 고통과 감정을 사라지게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 한계는 삶의 여러 국면에서 용솟음치는 욕망과 대면할 때마다 현실과 욕망의 경계 선상에서 그가 느꼈을 법한 환멸과도 같다. 그는 근친상간이라는, 현실의 금기를 위반하며 욕망의 극단에 잠시 도취된 결과, 잡으려 했던 욕망의 실재가 허망하게 스크린 너머로 사라지는 것을 보아야 한다. 그의 욕망은 처제가 보여주었던 내면으로부터 우러나온 욕망의 시선이 될 수 없다. 오히려 그 욕망은 현실과 예술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다리기를 하다 결국 자신의 육체적 쾌락 앞에 예술적 욕망을 무릎 꿇린 결과를 낳고 만다. 여기서 ‘그’의 욕망을 작가 한강의 글쓰기의 욕망과 연결시킬 수 있다. 처제와의 근친상간을 통한 식물성의 세계를 전면적으로 형상화하고자 하는 것이 작가의 애초의 글쓰기의 의도이다. 이 의도대로라면, 작중 인물은 ‘그’와 처제만으로 충분하다. 두 인물의 근친상간을 담은 캠코더의 화면처럼, 근친상간 그 자체만을 다루면서 식물성의 세계를 오롯이 드러내고자 하는 것, 그것이 작가의 본래 기획이고, 작가가 생각하는 예술이다. 그러나 그것은 밀실에서나 가능하다. 그것이 공적인 장으로 나올 때(발표될 때), 현실로부터 포르노그래피 혹은 외설로 집중 공격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비난을 피하고, 작가가 생각한 본래의 의도를 어느 정도 형상화하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그것이 ‘아내’이다.‘아내’는 현실 사회의 제도적이고 관습적인 윤리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이 ‘아내’의 등장에 의해 ‘그’와 ‘처제’의 근친상간은 작품 속에서 불륜으로 비판된다. 작가는 ‘아내’를 작품 결말 부분에 등장시켜 이 작품이 포르노그래피 혹은 외설이라는 비판을 비껴나가게 하고, 그러면서 자신이 본래 지향하는 예술(식물성의 세계를 형상화한 것)의 측면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은 한편으로는 작가 한강의 영민한 균형 감각에 기인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식물성의 세계를 전면화한 예술을 공적 영역으로 드러내기에는 아직도 현실의 억압과 금기가 완강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작가의 비판 의식에 기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작가의 본래적 욕망과 안전장치가 균형을 이루면서, 식물성의 세계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는 것이 ‘채식주의자’,‘몽고반점’,‘나무불꽃’으로 이어지는 연작이다. 이들 소설에서 영혜라는 인물은 그녀의 남편, 형부, 언니의 시선 속에서 포착된다. 세 인물은 각각 독특한 인물형을 표상하며, 그 인물형이 일상 속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드러낸다.‘채식주의자’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그녀의 남편(나)은 속물을,‘몽고반점’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형부(그)는 예술가를, 그리고 ‘나무불꽃’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언니(그녀)는 일상에 함몰되어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는 인간을 표상한다. 그들은 모두 길들여진 욕망에 사로잡힌 채 진정한 욕망을 추구하려는 영혜를 경계 밖으로 일탈한 인물로 취급하고 폭력을 휘두른다. 광인으로 내몰리는 가운데 영혜는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라도 자신의 욕망을 지켜내려 한다. 연작에서 교직된 인물들이 그려내는 삶의 진실은 무엇인가. 그들은 어떠한 삶이 진정한 삶이라고 인식하는가. 혹시 그것은 우리에게 진정한 욕망이란 ‘광기’와도 같은 것, 정상의 영역을 벗어난 것, 그래서 죽음과도 같다고 말하는 것은 아닌가.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채로 영혜는 죽음을 향해 한발 한발 다가간다. 그런 영혜에게 작가 한강의 깊고 고통스러운 숨결이 느껴지는데, 그것은 한강의 고민이 바로 진정한 욕망의 탐구 위에 있음을 방증한다. 5. 텍스트의 독법, 타자를 향하여 한강의 소설은 탄탄한 서사구성으로 인정받는다. 거기에 더해 텍스트 간의 긴장관계까지도 탄탄하게 조여 낸다. 그런 까닭에 한강의 소설 전체를 하나의 텍스트로서 파악하는 독법이 필요하다. 일종의 텍스트 간 소통의 재구성 방식이다. 그 하나로 고통스러워하는 주인공의 내면을 내밀하게 파헤치는 방식.‘여수의 사랑’에서 그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둘, 둘 이상의 고통스러워하는 인물들이 서로의 고통을 마주 보기.‘저녁빛’이나 ‘진달래능선’,‘어둠의 사육제’에서는 서로의 고통스러운 내면을 보듬어주는 중층적인 시선들이 교직된다.‘내 여자의 열매’에서는 식물 되기를 꿈꾸는 인물의 내면을 편지 형식으로 삽입하고 지켜보는 시선에 남편을 배치한다. 셋, 동일한 사건을 겪는 인물들의 다중초점화.‘채식주의자’,‘몽고반점’,‘나무불꽃’이 만드는 연작 형식. 영혜라는 인물을 중심에 두고 ‘채식주의자’는 그녀의 남편의 시선에,‘몽고반점’은 형부의 시선에,‘나무불꽃’은 언니의 시선에 초점을 맞추고, 영혜를 바라보는 중층적인 시선들을 세 작품에 나누어 배치한다. 그럼으로써 식물성의 세계를 지향하는 영혜의 욕망을 보여주고, 그녀의 욕망이 일상 속에서 어떻게 인식되는가를 부각시킨다. 더불어 텍스트마다 화자를 바꾸어 조명함으로써 각 인물의 내면을 포착하고 그 인물이 다른 인물들에게 어떻게 인식되는가를 보여주고자 한다. 그 결과 각 인물들은 세 텍스트 안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시선에 의해 입체적으로 살아 움직이면서 ‘지금, 이곳’의 리얼리티를 무수히 직조한다. ‘여수의 사랑’에서 자흔이 꿈꾸는 ‘여수’에서부터 출발하여 ‘채식주의자’ 연작에서 영혜가 꿈꾸는 ‘나무 인간의 세계’로 나아가는 한강의 소설들은 궁극적으로 인간 존재에게 결여된 빈 공간이자 잃어버린 ‘타자’를 찾아가는 지난한 행보를 보인다. 한강은 그러한 타자와의 합일을 지향함으로써 폭력적인 일상 속에서 위협당하는 나약한 인간 존재를 보듬고자 한다. 작가 한강이 어두움의 세계, 즉 은밀하고도 사적인 영역들에 은폐되어 있는 죽음, 성, 욕망 등을 공론화의 장으로 내어 놓고, 그럼으로써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사유의 깊이를 마련하려는 시도는 그래서 더욱 값진 의미를 갖는다.
  • [조선후기 신지식인 한양의 中人들] (51) 중인 지식인들이 꿈꾸었던 인왕산 공동체

    [조선후기 신지식인 한양의 中人들] (51) 중인 지식인들이 꿈꾸었던 인왕산 공동체

    중인들은 한 집안에서 같은 직업을 이어받으며 배타적인 기득권을 누렸다. 어려서부터 가정교사를 들여놓고 잡과 시험공부를 시켰으며, 자기네들끼리 추천하여 정원을 나눠 가졌다. 혼인도 같은 직업끼리 했다. 그렇지만 이웃과 어울려 즐길 줄도 알았다. 한 마을에서 자라며 같은 서당에서 공부하다보면 형제 이상의 우정이 생겨, 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하는 경우가 많았다. 장혼이 중심이었던 옥계사(玉溪社) 동인들은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하자고 계를 꾸렸으며, 장혼의 서당에서 글을 배웠던 장지완의 친구들도 형제처럼 밤낮 머리를 맞대고 지냈다. ●공동체의 규범인 사헌을 정하다 인왕산에서 태어난 장혼의 친구들이 1786년 7월16일에 옥계(玉溪) 청풍정사에 모여 시사(詩社)를 결성한 이야기는 제1회에 소개했는데, 이들은 옥계사의 정관이라고 할 수 있는 사헌(社憲)을 정해 공동체를 만들었다.22조 가운데 몇 조목만 살펴보아도, 이들이 꿈꾸었던 인왕산 공동체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1. 우리는 이 계()를 결상하면서, 문사(文詞)로써 모이고 신의(信義)로써 맺는다. 그러기에 세속 사람들이 말하는 계(契)와는 아주 다르다. 그러나 만약에 자본이 없다면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각기 한 꿰미씩의 동전을 내어서 일을 성취할 기반으로 삼는다. 이자돈을 불리는 것은 다섯 닢의 이율로 정한다. 1. 여러 동인들 가운데 우리의 맹약을 어기는 사람이 있으면 내어는다. 그래도 끝까지 뉘우치지 않으면 길이길이 외인(外人)으로 만든다. 1. 한 달에 한번씩 모여 노는데, 반드시 대보름, 봄과 가을의 사일(社日), 삼짇날, 초파일, 단오날, 유두(流頭), 칠석, 중양절, 오일(午日), 동지, 섣달 그믐으로 정하여 행한다. 낮과 밤을 정하는 것은 그때가 되어 여론에 따른다. 회계나 모임을 알리는 글은 다른 사람들이 보거나 듣지 못하게 한다. 1. 시회(詩會) 때마다 만약 시를 짓지 못하면 상벌(上罰)을 베푼다. 1. 우리 동인들이 정원에서 모이는 모습이나 산수(山水) 속에서 노니는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내어, 이야깃거리로 삼는다. 1. 우리 동인들 가운데 만약 부모나 형제의 상을 당하게 되면 한 냥씩 부의(賻儀)하고, 종이와 초로 정을 표시한다. 자식이 어려서 죽게 되면 술로써 위로한다. 집안에 상을 당하게 되면 성 밖까지 나가서 위로하며, 반드시 만사(輓詞)를 짓되 그 정을 속이지 않아야 한다. 만장군은 각기 건장한 종 한명씩을 내어 놓는다. 1.(벼슬을 얻어) 출사례(出仕禮)를 치를 때에는 후박(厚薄)에 따라 세 등급으로 한다. 상등은 무명 3필, 중등은 2필, 하등은 1필로 한다. 돈으로 대신 바칠 때는 두 냥씩 바친다. 1. 여러 동인들 가운데 상을 당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날로 각기 비석 한씩을 내어 세운다. 장례 하루 전까지 여러 동인들이 각기 만사(輓詞) 한 수씩을 지어 상가로 보내며, 만장군을 그날 저녁밥 먹은 뒤에 보내되 각기 만장을 가지고 가게 한다. 상가 근처에서 명령을 기다리게 하되, 상여가 떠날 때에 검속하는 사람이 없어서는 안되니, 여러 동인들 가운데 한 사람이 무덤 아래까지 이끌고 간다. 장례가 끝난 뒤에 신주를 모시고 돌아올 때에도 따라오되, 마세전(馬貰錢)은 거리가 멀고 가까움에 따라 곗돈 가운데서 지급한다. 1. 여러 동인들 가운데 기복(朞服)이나 대공복(大功服)의 상복을 입게 되는 사람이 있으면, 상복을 처음 입는 날 모두 함께 찾아가서 위문한다. ●인왕산 기슭, 옥계와 필운대 사이에 모여 살다 천수경이 옥계로 먼저 이사오자, 장혼이 찾아와 시를 지었다. “예전 내 나이 열예닐곱 때에/이곳에 놀러오지 않은 날이 없었지./바윗돌 하나 시냇물 하나도 모두 내 것이었고/골짜기 터럭까지도 모두 눈에 익었었지./오며 가며 언제나 잊지 못해/시냇가 바위 위에다 몇 간 집을 지으려 했었지./그대는 젊은 나이로 세상에서 숨어 살 생각을 즐겨/나보다 먼저 좋은 곳을 골랐네그려./내 어찌 평생동안 허덕이며 사느라고/이제껏 먹을 것 따라다느니라 겨를이 없었나./싸리 울타리 서쪽에 남은 땅이 있으니/이제부턴 그대 가까이서 함께 살려네./이 다음에 세 오솔길을 마련하게 되면/구름 속에 누워서 솔방울과 밤톨로 배 불리세나.” 어릴 적 친구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이웃에 살았는데, 이들의 서재 이름은 다음과 같다. 천수경:송석원(松石園) 장 혼:이이엄(而已), 다 허물어진 집 세 간뿐. 임득명:송월시헌(松月詩軒), 이웃에 지덕구가 살았다. 이경연:옥계정사(玉溪精舍). 적취원(積翠園)은 아들 이정린에게 물려주었다. 김낙서:일섭원(日涉園). 아들 김희령에게 물려주었다. 왕 태:옥경산방(玉磬山房). 뒷날 육각현으로 이사갔다. 이들은 인왕산 친구들끼리 모이면서, 마음에 맞지 않는 사람은 참석하지 못하게 했다. 그랬기에 남들이 보지 못하게 통문을 돌렸으며, 한때 동인이었더라도 일단 쫓겨나면 외인(外人)으로 취급했다. 이들의 계()는 진나라 시인 왕희지의 난정수계(蘭亭修)를 본뜬 문학적 모임이지만, 계(契)의 성격을 살려 기금을 모으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하였다. 이들의 직업은 다양해서 만호(차좌일), 규장각 서리(김낙서, 임득명, 김의현, 박윤묵), 승정원 서리(이양필), 비변사 서리(서경창), 훈장(천수경, 장혼), 술집 중노미(왕태) 등이었는데, 시 짓기 좋아하고 술을 좋아한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이들은 보고 싶을 때마다 이웃 집에 찾아가 시를 짓고 술을 마셨다. 그러나 직장 일에 얽매이다보니 자주 만날 수 없어, 일년에 며칠을 미리 정해 놓고 만났다. 친척들이 모이는 명절날마다 이들이 모여 시를 짓고 놀았던 것을 보면, 이들은 친척보다 옥계사 동인들과 더 친밀하게 지냈음을 알 수 있다. ●일년 열두달의 모임터 이들은 날짜와 장소를 정하고, 그날 할 일도 정했는데, 사자성어로 표현했다. 이들이 정한 ‘옥계사 십이승’은 다음과 같다. 7월. 단풍 든 산기슭의 수계(楓麓修) 8월. 국화 핀 뜨락의 단란한 모임(菊園團會) 2월. 높은 산에 올라가 꽃구경하기(登高賞華) 6월. 시냇가에서 갓끈 씻기(臨流濯纓) 1월. 한길에 나가 달구경하며 다리밟기(街橋步月) 4월. 성루에 올라가 초파일 등불 구경하기(城臺觀燈) 3월. 한강 정자에 나가 맑은 바람 쐬기(江淸遊) 9월. 산속 절간에서의 그윽한 약속(山寺幽約) 10월. 눈속에 마주앉아 술 데우기(雪裏對炙) 11월. 매화나무 아래에서 술항아리 열기(梅下開酌) 5월. 밤비에 더위 식히기(夜雨納凉) 12월. 섣닫 그믐날 밤새우기(臘寒守歲) 이들은 이따금 인왕산을 벗어나기도 했는데, 이들이 정한 우선 순위를 보면 역시 단풍 든 가을과 꽃 피는 봄의 모임을 좋아하고, 눈 내리는 겨울이나 더운 여름은 덜 좋아했다. 모일 때마다 자신들이 노니는 모습을 시로 짓고 그림으로 그렸는데,1786년 7월의 모임에서는 12승에 해당되는 달마다 동인들이 1수씩 시를 지었다. 이때 편집한 ‘옥계사(玉溪社)’ 수계첩에는 모두 156편의 시가 실리고, 겸재 정선의 제자인 임득명의 그림이 2월,1월,9월,10월의 시 앞에 실려 있다. ●인왕산 10경을 선정하고 그림 그려 즐기다 이들은 참석자 숫자만큼 수계첩을 만들어서 나누어 가졌는데,1786년 7월16일의 수계첩은 당시 가장 연장자였던 최창규의 소장본이 삼성출판박물관에 남아 있으며,1791년 유두(流頭)의 ‘옥계아집첩’은 김의현의 소장본이 한독의약박물관에 남아 있다. 갑자년(1804) 명단에 세상을 떠난 선배들 이름이 보이지 않더니, 무인년(1818) 수계첩에는 송석원 주인 천수경의 이름마저 명단에 보이지 않는다. 영국 대영도서관에 소장된 무인년 수계첩에는 임득명이 그린 옥계십경(玉溪十景)이 실려 있다. 경치가 아름답다는 것은 주관적인 평가인데, 아름다운 경치의 숫자를 정해놓고 하나하나 의미를 찾아내는 예술적 작업이 바로 팔경(八景), 또는 십경(十景)의 선정이다. 팔경이나 십경 앞에서 시인들은 시를 짓고, 화가는 그림을 그렸다. 그런데 이 경치에는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까지 포함된다.‘아름다운 나무의 무성한 그늘(嘉木繁陰)’은 한여름의 인왕산 모습이고,‘깊은 눈속의 이웃집(數隣深雪)’은 겨울의 인왕산 모습이다. 인왕산은 하나이지만, 철따라 다르게 다가온다. 옥계 외나무다리를 건너 이웃 친구를 찾아가는 시인의 모습에서 인왕산의 문기(文氣)를 엿볼 수 있다. 허경진 연세대 국문과 교수
  • 고양서 웨딩엑스포

    내년 봄의 웨딩 경향을 살펴볼 수 있는 ‘2008 봄 웨딩엑스포’가 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막됐다.50여개 업체가 참가했다. 9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웨딩 드레스, 신혼 여행, 한복, 가전제품, 예물 등 결혼에 필요한 상품을 살펴볼 수 있으며 10∼40% 할인된 가격에 살 수도 있다. 또 장인가구 등 가구업체들은 내년 봄 경향을 선도할 신 제품을 선보이며 레드캡 투어 등 여행사에서는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신혼 여행지를 소개하는 상품도 준비한다. 고양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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