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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
    2026-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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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 경산 삼색 유혹

    경북 경산 삼색 유혹

    경북 경산은 대구의 위성도시, 혹은 산업도시 정도로 인식되는 곳입니다. 그 탓에 수도권 사람들이 여행 삼아 발걸음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습니다. 한데 복사꽃 필 때는 다릅니다. 도시 안팎이 죄다 분홍빛으로 현란해집니다. 반곡지 물 위로 아름드리 왕버들과 복사꽃이 담기고, 인근의 계정숲은 신록의 싱그러움으로 가득 차지요. 도시의 겉옷을 걷어내면 원효, 설총, 일연 등 삼성현(三聖賢)의 역사가 튀어나옵니다. 여기에 경산의 ‘아이콘’ 팔공산 갓바위 부처까지 돌아본다면 봄날의 여정으로 모자람이 없겠습니다. 반짝이는 회백색 가지 위에 연분홍 꽃술이 얹혔다. 빛깔은 화사하고 향기는 은은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빛깔도 향도 짙어진다. 귀밑머리 간질인 봄의 훈풍이 진분홍 복사꽃잎을 날릴 때면 처녀 가슴이 까닭 없이 달뜬다. 이러니 선인들이 여염집 마당에 복숭아나무를 심지 말라 했을 게다. 경북 영천에서 고속도로를 버리고 경산 방면 국도로 갈아탄다. 사방이 복사꽃 천지다. 아랫녘에서 시작된 ‘꽃전선’이 내륙까지 확대된 모양새다. 하얀 배꽃도 한창 벌과 희롱하는 중이다. 경산시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경산은 복숭아 재배 면적이 1470㏊로 전국 3위다. 동북쪽으로 이웃한 영천시가 1위(이상 2012년 기준), 남쪽과 경계를 이룬 청도는 한때 2위에 올랐던 지역이다. 그 덕에 해마다 이맘때면 영천과 경산, 그리고 청도를 잇는 진분홍 ‘복사꽃 벨트’가 펼쳐진다. 하지만 경북 영덕의 지품면처럼 복사꽃을 관광상품화하려는 움직임은 아직 엿보이지 않는다. 복숭아 농사가 말 그대로 농업의 영역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일 터다. 그나마 경산에서 복사꽃 명소로 알려진 곳이 남산면 반곡리다. 보다 정확히는 마을 안쪽에 있는 반곡지의 유명세 덕에 지역 전체가 복사꽃 마을로 알려지게 됐다. 해마다 이맘때면 온 마을이 전국에서 몰려온 사진작가들로 몸살을 앓는다. 이때를 놓치면 일년을 더 기다려야 복사꽃 핀 반곡지를 카메라에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 새벽, 그리고 저녁 무렵이면 마을 주변이 차량들로 가득 찬다. 이쯤 되면 마을 주민들이 싫은 내색을 할 법도 한데, 아직 그런 분위기는 아닌 듯하다. 주민과 방문객 간에 험악한 상황이 연출되기 전에 자치단체에서 주차공간을 확보하는 등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반곡지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선정한 ‘사진 찍기 좋은 녹색 명소’다. 근동의 사진작가들 사이에선 진작부터 봄 풍경 빼어난 곳으로 입소문 났다. 복사꽃 필 무렵 찾으면 단박에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바람이 잦아들 때면 파란 하늘이, 그리고 진분홍 복사꽃과 신록의 새 옷으로 갈아입은 왕버들이 저수지에 풍덩 빠져 있다. 자연이 그린 데칼코마니다. 반곡지의 둑길로 들면 분위기는 또 달라진다. 100m 남짓한 둑길에 십여 그루의 아름드리 왕버들이 뿌리를 내리고 섰다. 수백 년을 살아왔을 왕버들은 둥치가 어른 두어 명이 양 팔을 벌려야 맞닿을 정도로 굵다. 회오리처럼 휘휘 돌아간 나뭇결도 이채롭다. 늙고 거무튀튀한 가지 끝엔 올봄 새로 나온 연둣빛 잎들이 매달려 있다. 말 그대로 신록(新綠)이다. 이런 곳에서라면 누가, 어떤 카메라로 찍은들 작품이 되지 않으랴. 뷰파인더가 싱그러운 신록으로 가득하다. 반곡지가 있는 남산면 일대는 경산 최대의 복숭아 산지다. 그 덕에 저수지의 주변이 온통 복사꽃 꽃구름에 잠겨 있는 듯하다. 출렁대던 꽃구름은 마을 초입의 별밤곡 고개에서 마침내 파란 하늘과 맞닿았다. 마을 뒤편 삼성산도 볼만하다. 산벚꽃이 솜뭉치처럼 몽실몽실 피어나 산허리를 에워싸고 있다. 반곡지에서 차로 10여 분 거리에 계정숲이 있다. 구릉지에 조성된 숲으로, 이팝나무와 말채나무, 느티나무, 참느릅나무 등이 빼곡하다. 짙은 숲그늘에서 산책하기 맞춤하다. 계정숲 안에는 한 장군 묘와 사당, 자인현청 등이 보존돼 있다. 해마다 단오 때만 되면 계정숲에서는 자인단오제가 열린다. 중요무형문화재 제44호로 지정된 단오 축제다. 한 장군은 이 자인단오제에 여원무(女圓舞)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한 장군이 왜구의 침략에 맞서 누이동생과 함께 여장(女裝)을 하고 적을 유인해 물리쳤다는 게 춤의 내용이다. 경산은 삼성현(三聖賢)의 고장으로 불린다. 신라 승려 원효와 그의 아들이자 학자였던 설총, 삼국유사를 쓴 고려시대 승려 일연 등 3성인이 경산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와 관련해 가볼 만한 곳은 많지 않다. 올 6월께 삼성현역사문화공원이 완공되고 나면 다소 체면이 설 것으로 보인다. 경산 남쪽이 복사꽃 무릉도원이라면, 북쪽은 팔공산 관봉석조여래좌상(보물 제431호)이 굽어보는 불국의 영토다. 경산의 아이콘으로 꼽히는 관봉석조여래좌상은 흔히 ‘갓바위 부처’로 알려져 있다. 해발 850m에 달하는 팔공산 관봉(冠峰)의 암봉들 사이에 조성됐다. 축조 시기는 신라 선덕여왕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의현 대사가 어머니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갓바위 부처를 조성하는 동안 밤마다 큰 학이 날아와 지켜 줬다는 전설이 전해 온다. 갓바위 부처로 오르는 길은 연중 기도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정성껏 빌면 한 가지 소원은 반드시 이루어 준다는 영험 많은 부처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방문객 숫자만 한 해 500만명에 달한다. 특히 입시철에는 자녀의 합격을 기원하는 부모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팔공산은 경산 와촌면에 속해 있다. 흔히 대구 쪽을 들머리 삼지만, 경산 쪽에서 오르는 게 더 가깝고 수월하다. 일반 산행에 견줘 오르기가 고된 편은 아니다. 다만 몇 군데 깔딱고개가 있어서 ‘거의 다 왔다’는 말을 몇 번쯤 들을 각오는 하는 게 좋다. 갓바위 주차장에서 걸어가면 왕복 세 시간 정도 걸린다. 시내버스를 타고 좀 더 위쪽의 선본사 주차장까지 오르면 왕복 두 시간 이내에 다녀올 수 있다. 애견가라면 ‘경산의 삽살개’를 방문하는 것도 좋겠다. 삽살개는 귀신이나 액운(살)을 쫓는(삽)다는 뜻의 한국 토종견이다. 갓바위 가는 길의 대조농원, 삽사리테마파크 등에서 보호·육성되고 있다. 갓바위는 포항~대구고속도로 청통·와촌나들목, 반곡지는 대구~부산고속도로 수성나들목으로 빠지면 수월하다. 경부고속도로 경산나들목도 있다. 경산 시내에선 919번 도로를 타고 용성·자인·남산 방면으로 가다 석원석재 앞에서 925번 도로로 갈아탄 뒤 상대온천 앞 500m 지점에서 좌회전하면 별밤곡 고개다. 경산역에는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열차가 선다. 동대구역까지 고속철(KTX)로 간 뒤, 20분 간격으로 경산역까지 운행하는 무궁화호 열차를 타도 된다. 경산시장 입구에 돼지국밥 등을 맛볼 수 있는 ‘돼지골목’이 형성돼 있다. 인근에 개성 넘치는 벽화마을도 조성돼 있다. 숙소는 갓바위 들머리인 와촌면 일대에 몰려 있다. 여행의 피로를 풀려면 상대온천이 좋겠다. 반곡지에서 승용차로 10분 거리다. 경산시 새마을문화과 (053)810-5362~5365. 글 사진 경산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 “봄날의 차茶를 좋아하세요?”

    “봄날의 차茶를 좋아하세요?”

    꽃차 메말랐던 꽃잎이 다시 피어나듯이 아침에 마시는 차로는 꽃차가 제격이다. 메마른 꽃잎이 따뜻한 물을 머금으며 서서히, 선명하게 피어나는 모습을 보면 하루의 시작이 상쾌해진다. 오늘 하루도 잘 살 수 있겠다는 확신이 절로 든달까. 꽃차는 크게 두 종류로 나눈다. 꽃잎이 크고 꽃받침이 단단해 떨기 채로 만드는 것은 ‘공예차工藝茶’, 얇고 잔잔한 잎파리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인 꽃차다. 공예차는 물을 부었을 때 꽃의 원형이 그대로 되살아난다. 때문에 만드는 사람의 손이 훨씬 많이 가고, 가격도 비싸 일종의 예술 작품으로 여겨지는 것. 중국에서는 예부터 귀한 손님들을 대접할 때, 모리화나 자스민 공예차로 찻잔 속 공연을 선보였다고 한다. 우리 조상들도 복숭아꽃차를 즐겨 마시며 찻잔 속 무릉도원을 꿈꿨다. 꽃차는 봄차와 가을차로도 구분할 수 있는데, 봄에 따는 봄꽃차는 꽃잎이 얇아 자연 그대로 말리고, 가을에 따는 국화와 구절초 등은 가볍게 쪄서 따뜻한 온돌방에서 말린다. 다 말린 꽃은 솥에 넣어 보관해 향과 색을 유지한다고 한다. 다양한 꽃차 중에서 봄에 어울리는 차로 해바라기꽃차와 벚꽃차를 추천한다. 차 주전자 속에서 샛노란 꽃잎을 활짝 틔우는 해바라기꽃차는 보기에도 신비롭고 맛도 좋다. 구수하고 달큰한 대추향이 난다. 전체적으로는 국화차와 비슷하지만 더 깔끔하고 향긋하다. 반면 벚꽃차는 은은하고 여성스럽다. 살아있는 벚꽃은 향기가 강하지 않지만, 꽃잎을 말려 우려낸 차에서는 진한 허브향이 난다. 부유하는 연분홍색 벚꽃잎과 차향을 음미하다 보면, 아직 오지 않은 봄의 절정이 미리 느껴진다. 바람에 하염없이 흩날리는 벚꽃의 아련한 이미지가 차 한잔에서 우러나는 것. 해바라기차는 어지럼증과 감기에, 벚꽃차는 숙취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외에도 청량감을 주며 두통에 효과가 있는 목련차와 춘곤증을 없애 주고 불면증에 좋은 제비꽃차도 추천할 만하다. 꽃차는 두 번째 우린 것이 가장 좋고, 3번 이상은 우려 마시지 않아야 한다. 꽃 자체가 식물의 영양소를 응축하고 있기 때문에 너무 많이 우리면 독성이 생길 수 있다고.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tea shop 꽃차 카페 사유思惟 국립박물관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사유는 제대로 된 꽃차를 취급하는 서울 시내에 몇 안 되는 카페다. 매화차, 목련차, 도화차, 벚꽃차, 아카시아차, 홍화차, 해바라기차, 국화차, 백화차 등을 위주로 만드는데, 메뉴에 있는 꽃차는 모두 꽃차 명인으로부터 직접 공수해 오는 것이라고 한다. 박물관 분위기와 어울리는 전통적이면서도 세련된 분위기와 함께 야외정원을 갖추고 있어 더욱 운치가 있다. 3월부터는 정원에 다양한 종류의 꽃을 심는다고 하니, 차를 즐기기 더 좋을 듯하다. 꽃차 이외에도 대추차, 식혜 등 직접 만든 전통차도 판매한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3층 영업시간 오전 9시~오후 6시(월요일 휴무) 문의 02-2077-9779 홍차 오후의 마법과 만나는 시간 나는 마들렌 한 조각을 적셔 부풀게 한 차를 한 수저 입술에 기계적으로 가져갔다. 그런데 과자 조각이 섞인 한 모금의 차가 입술에 닿은 순간 몸을 떨었다. 그 기쁨은 차와 과자의 맛에 이어지고, 그것을 무한히 넘어서, 도저히 같은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 이 기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마르셸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中 1 서양에서는 검은차black tea라고 부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붉은차紅茶로 부른다. 오후의 햇살을 머금은 듯한 홍차의 오렌지빛은 보는 것만으로 ‘힐링’이 된다 2 홍차 카페들은 우아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홍차의 원산지는 중국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홍차를 많이 마시는 나라는 영국이다. 한 통계에 의하면 영국인들은 1년 동안 홍차를 1인당 1,500잔 넘게 마신다고 한다. 하루에 4잔은 기본이고 많게는 7~8잔을 마시는 것이다. 마시는 시간에 따라 아침식사 전엔 얼리티early tea, 아침 식사 때는 모닝티morning tea, 점심 후에는 애프터눈티afternoon tea 등 별칭도 제각각이다. 영국 사람들이 이렇게 홍차를 좋아하게 된 것은 18세기 초, 와인 대용품으로 서양에 보급된 홍차가 유행을 타기 시작하면서다. 당시 영국에는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점심은 간소하게, 손님들을 초대하는 저녁은 8시 이후 성찬으로 즐기는 관습이 있었다. 오후 4시경이면 자연히 시장기가 감도는 시간. 영국의 부인들은 거실이나 정원에 모여 간식과 함께 홍차를 마시기 시작했고 이런 문화는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당시 영국에서는 ‘시계가 오후 4시를 치면 6시까지 영국 내의 모든 가정의 주전자가 한꺼번에 펄펄 즐겁게 소리를 내고, 도자기 찻잔에 설탕을 넣어 짤그랑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는, 다소 과장된 말이 있었을 정도다. 영국인들은 홍차를 통해 오후 4시라는 황금의 시간을 발견해냈다. 여유롭게 담소를 나누며 차를 마시는 동안 길어진 해가 차탁을 비추고, 도자기로 만든 예쁜 찻잔 속에는 따뜻한 오렌지빛 홍차가 가득하다. 그 순간의 나른하면서도 행복한 기분은 오후 4시의 홍차를 맛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애프터눈티 문화의 탄생은 홍차의 맛에도 있지만, 무엇보다 바로 이 마법 같은 시간에 있었던 게 아닐까. 실제로 홍차는 어떤 시간대에 마셔도 무난하다. 홍차에 들어있는 카페인 성분은 커피처럼 몸에 빠르게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 저녁에 마셔도 해롭지 않다고. 하지만 매일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오후 시간이 가장 지겹게 느껴진다면, 바로 그때가 홍차가 필요한 순간이리라. 찻집을 찾지 않아도, 예쁜 찻잔에 우린 티백 홍차 한잔이면 마음을 편히 다독일 수 있다. 홍차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순수한 홍차 잎으로만 우리는 기본차straight tea에는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기본차는 찻잎의 오래된 듯하면서도 고유한 향이 매력이지만,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그냥 나무껍질 맛이 되기 일쑤다. 특히 무발효차인 녹차를 즐겨 마시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찻잎을 80% 이상 발효시킨 홍차가 낯설 수밖에 없다. 홍차 입문자라면 아무래도 꽃이나 과일, 허브향을 더해 만든 가향차flavored tea를 선택하는 게 현명할 것 같다. 전문가의 추천을 받아 봄에 어울리는 가향차로 두 가지를 꼽아 봤다. 얼그레이 프렌치 블루Earl Grey French Blue와 애프터눈 애프리콧Apricot Tea. 두 가지 모두 꽃향기와 과일향이 일품이다. 얼그레이 프렌치 블루는 베르가못 향을 입힌 얼그레이와 블루콘플라워를 섞은 것으로 달콤한 꽃향기가 매력적이다. 화려하지 않고 온화한 향이라 초봄에 마시기 좋다. 애프터눈 애프리콧은 대표적인 오후의 홍차다. 살구의 상큼하고 달콤한 향이 기분을 전환시켜 주기 때문에 화창한 봄날 오후 느긋하게 즐기면 좋을 듯하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3 다르질링과 같은 기본적인 홍차는 달콤한 디저트와 함께 먹으면 좋다. 찻잎 본연의 향과 쿠키의 달달함이 잘 어우러진다 4 이대 앞 카페 ‘클로리스 티 가든’은 영국식 티룸tea room으로 인기가 높다 글·사진 Travie writer 도선미 ::tea shop 홍차 카페 클로리스 티가든Cafe De Chloris 홍차 카페 체인점인 클로리스 티가든은 신촌, 역삼, 홍대, 삼청동에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중 가장 오래된 신촌 본점이 분위기 면에서 가장 압도적이다. 영국 시골 가정의 티룸tea room을 그대로 카페에 옮겨온 듯, 가구 하나, 찻잔 하나에서도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실제로 영국 손님들이 와 보곤 고향집 생각이 난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고. 클로리스 티가든은 홍차 본연의 맛을 추구한다. 주로 프랑스와 영국제 브랜드 홍차 20여 종을 취급하며, 독창적인 레시피의 다양한 밀크티도 선보이고 있다. 고풍스런 티테이블에 앉아 예쁜 다기로 향긋한 홍차를 마시다 보면 마치 영국 귀부인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주소┃신촌점 서울시 서대문구 창천동 13-35 영업시간 오전 10시~밤 12시(연중무휴) 문의 02-392-7523 www.cafechloris.co.kr 홍차 반짝 정리! 홍차는 크게 순수한 홍차로만 만든 기본차straight tea, 꽃이나 과일, 허브향을 더해 만든 가향차flavored tea로 나눌 수 있다. 세계 3대 홍차로 꼽는 다르질링Darjeeling, 우바Uva, 치먼Qimen이 가장 대표적인 기본차. 다르질링은 인도 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서 재배되는 것으로 ‘홍차의 샴페인’이라 불리며, 시원한 맛이 매력이다. 우바는 스리랑카 중앙산맥 고지에서 재배되는 것으로 밀크티와 어울리며, 오렌지색을 띤다. 중국 치먼에서 재배되는 홍차의 원조 ‘치먼’은 난향, 장미향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가향차로는 얼그레이Earl Grey가 있는데, 기본 홍차에 베르가못 향을 입힌 것이다. 여러 산지의 차를 조합한 것도 있다. 잉글리시 블랙퍼스트English breakfast는 아삼 지방의 차와 스리랑카의 실론차를 합한 것으로 복합적인 향을 낸다. 홍차의 맛은 브랜드마다 차이가 나이도 한다. 같은 홍차라도 각 회사마다 차를 섞는 비율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홍차 브랜드로는 영국의 트와이닝, 포트넘 메이슨, 립톤, 프랑스의 포션티, 애플티, 미국의 티즈, 스톡홀름의 쥬뗌므 등이 있다. ●fun fun tea lesson 고단한 봄날의 한방차 ‘귤피차’ 한방차 중에는 직접 만들어 볼 만한 것들도 많다. 구하기 쉬운 재료들로 간편하게 만들어 시간 날 때마다 마시면 체내 독소를 없애고 몸을 가뿐하게 해준다. 비싼 돈 주고 하는 디톡스 대신 귤피로 만든 한방차 디톡스는 어떨까. 귤피는 간의 기능을 도와 줘 속을 편안하게 해주고 스트레스도 풀어 준다. 귤피차 만들기 1 귤을 먹고 난 후 껍질을 버리지 말고 모은다. 2 소금물로 불순물을 잘 씻어낸다. 3 껍질 안쪽에 흰색 내과피는 떼버린다. 4 흐르는 물에 가볍게 헹군 다음, 채 썰어서 잘 말린다. 5 다 마른 귤피는 종이 봉투에 넣어서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보관한다. 귤피차 마시기 1 귤피차는 끓이지 않고 뜨거운 물에 몇 조각 띄워서 마신다. 2 퇴근 후 저녁에 마시면 긴장으로 인한 피로를 풀어 주는 데 좋다. 3 스트레스만 받으면 체한다고 하는 사람이라면 귤피차를 가까이 두고 평소에 자주 마시면 마음이 안정된다. -이상재 <한의사의 다방> 中 왕과 왕비가 사랑한 예술품, 홍차 찻잔 1720년대 이래 다기세트는 유럽풍 홍차 문화의 상징이 되었다. 우아한 찻잔은 차 마시는 분위기를 북돋워 주고, 홍차의 품격마저 높여 준다. 귀하신 분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나라별 대표적인 홍차 찻잔 브랜드를 모아 봤다. 마이센 16세기 초, 못 말리는 도자기광이었던 독일 작센 공국의 아우구스트 2세는 최고의 장인들로 하여금 도자기를 만들도록 했다. 당시만 해도 서양 사람들에게 동양의 도자기 제작 기술은 최대의 수수께끼였는데, 마이센 장인들이 이 어려운 문제를 처음으로 풀었다. 1710년, 서양 최초의 도자기가 된 마이센 자기는 현재까지도 세계 최고로 꼽힌다. 웨지우드 1759년 설립돼 영국의 대표적인 도자기 브랜드로 군림하고 있는 웨지우드Wedgwood. 조지 3세의 아내인 샬롯 왕비에게 납품된 이후 ‘여왕의 도자기Queen’s Ware’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최근에는 재스퍼 콘란Jasper Conran, 베라 왕Vera Wang 등 유명 디자이너들이 만든 현대적인 제품들도 출시하고 있다. 로얄 코펜하겐 영국에 웨지우드가 있다면 덴마크에는 로얄 코펜하겐이 있다. 줄리안 마리 왕비의 후원으로 1775년 왕실 도자기로 인정받은 로얄 코펜하겐은 화려한 문양이 특징. 블루 플루티드(사진)의 문양은 모두 직접 그리는데 접시 하나를 완성하기까지 1,197번의 붓질이 필요하다고 한다. 한국도자기 도자기 종주국인 우리나라 도자기도 유럽에 뒤지지 않는다. 대표적인 것이 대통령 식기로 잘 알려진 한국도자기. 고故 육영수 여사가 일본 도자기 대신 처음 사용한 이래로 청와대에서는 쭉 한국도자기 제품을 쓰고 있다. 한국도자기는 최근 ‘프라우나’ 등 명품 브랜드를 선보이며 세련된 디자인으로 세계인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꺅!” 봄나들이 나온 겨울잠쥐의 미소

    ▶원문 및 사진 보러가기 따스한 봄 날씨에 미소가 절로 나오는 것일까. 마치 “꺅!” 소리라도 지르듯 활짝 웃는 모습의 겨울잠쥐가 카메라에 포착돼 눈길을 끌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15일(현지시간) 이탈리아의 사진작가 안드레아 잠패티(28)가 최근 촬영한 웃고 있는 겨울잠쥐의 사진을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작고 귀여운 겨울잠쥐가 서양 톱풀(Yarrow) 위에 올라가 봄날이 왔음을 느끼고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 겨울잠쥐는 활짝 웃는 듯 보이지만 사실 날리는 꽃가루에 재채기를 하는 모습이라고 작가는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장면을 찍기 위해 여러 날을 기다렸다고 한다. 한편 겨울잠쥐는 야행성 동물인데다가 서식지 감소로 거의 보기 어렵다고 한다. 이들은 주로 과일이나 열매, 꽃, 견과류도 먹지만 곤충도 잡아먹는 잡식성으로 최대 5년까지 살 수 있다고 알려졌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돌풍에 날아간 지폐 120장, 차량막고 찾아준 교통경찰

    돌풍에 날아간 지폐 120장, 차량막고 찾아준 교통경찰

     “저희도 놀랐는데 시민은 얼마나 당황했겠어요. 30만원도 마저 찾아드렸어야 하는데?.”  변덕스러운 봄날씨가 때아닌 진눈깨비와 강풍을 몰고 온 지난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경찰서 교통과 소속 이승한(43) 경사와 조귀석(35) 경사는 교통 단속을 위해 순찰차를 타고 경찰서를 나서던 중 도로에서 허공을 향해 팔을 허우적거리던 김모(43·여·회사원)씨를 목격했다. 이미 반쯤 넋이 나간 상태로 보였다. 긴박한 상황임을 감지한 두 경찰은 급히 순찰차를 세운 뒤 김씨에게 뛰어갔다. 알고 보니 바람에 날린 자신의 지폐 120장을 잡으려 필사적으로 몸부림치고 있었던 것이다. 경찰서 부근에 직장이 있는 김씨는 인근 은행에서 회사 공금 280만원을 5만원권 40장, 1만원권 80장으로 찾아 주머니 속에 넣어 회사로 돌아가다가 주머니 밖으로 빠져나오려는 일부 지폐를 정리하던 중 초속 15m의 돌발 강풍에 돈이 사방으로 흩날린 것이다. 지폐는 차량 통행이 많은 서대문 사거리까지 날아갔다.  조 경사와 이 경사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다. 그러고는 사거리 주변 차량을 급히 통제한 뒤 김씨를 도와 돈을 줍기 시작했다. 도로는 물론 인근 화단과 하수도 배수구 속에까지 손을 뻗었다. 흩날리는 지폐를 목격한 주변 시민 3~4명도 동참해 김씨의 돈을 찾아줬다.  10여분의 수색작전 끝에 김씨의 돈 가운데 행방을 알 수 없는 30만원을 제외한 250만원의 지폐를 회수했다.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린 김씨는 “이것만이라도 찾아서 정말 다행”이라며 경찰과 시민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돈이 날리자마자 급한 마음에 차도로 뛰어들었다”면서 “돈을 찾아준 경찰관들에게 밥이라도 한 끼 꼭 대접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경사는 “보상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닌 데다 돈을 모두 찾은 것도 아니어서 겸연쩍은 마음에 식사 대접 제의를 거절했다”며 웃었다. 놀란 김씨를 순찰차에 태운 뒤 돈정리까지 도운 두 경찰은 김씨를 내려준 뒤 업무 현장으로 떠났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바람에 흩날린 돈 120장, 車 막고 찾아준 교통경찰

    바람에 흩날린 돈 120장, 車 막고 찾아준 교통경찰

    “저희도 놀랐는데 그분은 얼마나 당황했겠어요. 30만원도 마저 찾아드렸어야 하는데….” 변덕스러운 봄날씨가 때아닌 진눈깨비와 강풍을 몰고 온 지난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경찰서 교통과 소속 이승한(43) 경사와 조귀석(35) 경사는 교통 단속을 위해 순찰차를 타고 경찰서를 나서던 중 도로에서 허공을 향해 팔을 허우적거리던 김모(43·여·회사원)씨를 목격했다. 이미 반쯤 넋이 나간 상태로 보였다. 긴박한 상황임을 감지한 두 경찰은 급히 순찰차를 세운 뒤 김씨에게 뛰어갔다. 알고 보니 바람에 날린 자신의 지폐 120장을 잡으려 필사적으로 몸부림치고 있었던 것이다. 경찰서 부근에 직장이 있는 김씨는 인근 은행에서 회사 공금 280만원을 5만원권 40장, 1만원권 80장으로 찾아 주머니 속에 넣어 회사로 돌아가다가 주머니 밖으로 빠져나오려는 일부 지폐를 정리하던 중 초속 15m의 돌발 강풍에 돈이 사방으로 흩날린 것이다. 지폐는 차량 통행이 많은 서대문 사거리까지 날아갔다. 조 경사와 이 경사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다. 그러고는 사거리 주변 차량을 급히 통제한 뒤 김씨를 도와 돈을 줍기 시작했다. 도로는 물론 인근 화단과 하수도 배수구 속에까지 손을 뻗었다. 흩날리는 지폐를 목격한 주변 시민 3~4명도 동참해 김씨의 돈을 찾아줬다. 10여분의 수색작전 끝에 김씨의 돈 가운데 행방을 알 수 없는 30만원을 제외한 250만원의 지폐를 회수했다.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린 김씨는 “이것만이라도 찾아서 정말 다행”이라며 경찰과 시민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돈이 날리자마자 급한 마음에 차도로 뛰어들었다”면서 “돈을 찾아준 경찰관들에게 밥이라도 한 끼 꼭 대접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경사는 “보상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닌 데다 돈을 모두 찾은 것도 아니어서 겸연쩍은 마음에 식사 대접 제의를 거절했다”며 웃었다. 놀란 김씨를 순찰차에 태운 뒤 돈정리까지 도운 두 경찰은 김씨를 내려준 뒤 업무 현장으로 떠났다. 글 사진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최동호 새벽을 열며] 책 읽는 대학생을 위한 축복

    [최동호 새벽을 열며] 책 읽는 대학생을 위한 축복

    봄꽃 축제가 절정에 이르려 하고 있다. 제주 유채꽃 축제에서 비롯된 축제는 바다 건너 진해 벚꽃 축제, 그리고 광양의 매화꽃 축제를 시발로 한반도 남부를 물들이더니 이제 중부를 넘어 서울로 진입하고 있다. 서울 도심을 걷다가 벚나무의 봉오리들이 바야흐로 꽃잎을 내밀고 있음을 보았다. 그런데 봄꽃축제에는 언제나 꽃샘바람이 뒤따르고 비바람이 몰아쳐 화려한 꽃들이 다 개화하지도 못한 채 허망하게 지는 것을 본다. 화려한 봄꽃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것이 대학의 신입생들이다. 교정을 가득 메운 그들의 발걸음을 보고 있으면 푸르고 빛나는 한국의 미래를 보는 것 같다. 오직 입시를 위해 질주해 온 그들의 지옥 같은 학교생활이 끝나 봄꽃처럼 만개한 자유와 해방의 기쁨을 누려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꽃샘바람처럼 매정하고 냉랭한 바람이 등 뒤에서 몰아쳐 올지 모른다. 관악산의 한 연못에서는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 신입생 중 한둘이 해마다 봄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한다고 한다. 다른 한 대학에서는 담당 교수가 자신의 책을 사지 않는 학생들에게 강제로 인지를 붙이라고 했다고 보도되기도 했다. 담당 교수를 질책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책을 거의 읽지 않는 대학생들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도 있었다. 또 다른 대학에서는 책을 읽지 않는 학생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무료로 선물했다고 한다. 대학생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은 그들이 제출하는 리포트에서 입증된다. 과연 과제로 제시된 책을 읽었는지 의심스러운 내용의 개성 없는 리포트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수업 시간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던 학생들도 리포트는 상당히 매끄럽게 정리해 제출하기 때문에, 인터넷 정보를 짜깁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책에 굶주린 시대가 있었다. 1960년대 청계천 책방을 헤매면서 읽고 싶었던 한 권의 책을 구했을 때 느낀 기쁨은 마치 구세주를 만난 것 같았다. 밤새도록 읽고 나서 책을 구하지 못한 동급생들과 함께 나누어 보던 것 또한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그런데 오늘날은 책이 도처에 넘쳐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책은 독자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아마도 그것은 정보를 접하는 통로가 달라진 결과일 것이다. 인터넷이나 컴퓨터가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시키는 오늘날 책, 특히 종이책은 오히려 골칫거리가 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책 읽는 대학생만이 그들의 미래를 헤쳐 나가는 귀중한 지혜를 터득한다는 것은 변할 수 없는 진리이다. 그것이 종이책이냐 전자책이냐 하는 것은 별도의 문제이다. 책읽기를 통해 인간은 체계적이며 실제 경험에 가장 근접한 세계를 접할 수 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며 그 생각의 깊이와 넓이에 비례해 그가 지닌 내재적 가치의 용량도 커진다는 것이다. ‘천재의 작품에서 잃어버린 자아를 발견한다’는 것은 오래된 금언이다. 다른 말로 풀이하면 책 읽기를 통해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게 된다는 뜻이다. 데카르트 이래 인간은 사고하는 존재로 자기 발견을 했다. 그것은 신으로부터의 인간 해방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디지털시대가 원하는 인간은 생각하고 창조하는 인간이다. 창조는 사색으로부터 나오고 사색은 책읽기로부터 나온다. 프랑스의 한 시인은 ‘모든 위대한 것은 책으로 돌아간다’고 했는데, 이를 변형시켜 ‘모든 위대한 것은 책으로부터 나온다’고 말할 수 있다. 나뭇가지에서 꽃이 피어나듯이 책에서도 새로운 것이 탄생한다. 봄꽃의 축제에 취하는 것도 기쁨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흩날리는 꽃잎을 바라보면서 책읽기의 축제로 승화시키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입시에 골몰해 온 자신의 내적 결핍을 충전시키기 위해 책읽기에 침잠하는 봄날을 만끽한다면 미래가 남다르게 풍요로울 것이라 확신하며, 그렇게 책 읽는 젊은 대학생들에게 봄꽃축제보다 기쁜 미래의 축복을 전해주고 싶다. 고려대 국문학과 교수·시인
  • ‘꽃등불’ 켠 남도의 선암·송광·대원사

    ‘꽃등불’ 켠 남도의 선암·송광·대원사

    선암사로 늙은 매화를 보러 갔습니다. 수시로 점검했으니 이젠 꽃 필 때가 됐다고 자신했지요. 한데 사람의 시간으로 꽃의 시간을 가늠했던 게 잘못이었을까요. 전남 순천까지 불원천리 달려갔으나 ‘선암매’는 끝내 제 자태를 보여주지 않더군요. 대신 처진벚나무에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능수버들처럼 늘어진 가지마다 꽃등불을 매달았는데, 수수한 절집과 어우러져 여간 곱지 않았습니다. 조계산 반대편의 송광사에선 노란 산수유가 한창이었습니다. 곱기로야 송광사 인근의 대원사 벚꽃길도 뒤지지 않지요. 섬진강 벚꽃들은 벌써 꽃비가 되어 흩날렸는데, 여기선 이제 팝콘처럼 부풀어 오르는 중입니다. 꽃이 전하는 싱싱한 봄날과 마주하지 못한 당신, 늙은 나무들이 전하는 짙은 꽃향기에 취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꽃의 시간에 여정을 맞추는 건 쉽지 않다. 한데 올해는 유난히 편차가 심했다. 그 탓에 국내 대표적인 꽃축제들이 개화시기를 놓칠까 전전긍긍해야 했다. 선암사 홍매도 마찬가지다. 홍매화축제가 열렸던 지난 6~7일에도 선암사의 늙은 매화는 채 절반도 꽃을 피우지 못했다. 광양 등 섬진강 주변의 매화들이 벌써 절정을 지난 것에 견줘 매우 이례적이다. 하지만 심술궂은 봄 날씨 ‘덕’에 여전히 고매(古梅)의 개화를 기다리는 즐거움이 남았으니, 이를 다행이라 해야 할까. 선암사로 향하는 순천 도심 곳곳에 정원박람회를 알리는 표지판들이 내걸렸다. 그런데 정원박람회를 열게 된 계기가 안타깝다. 순천만은 국내 연안습지 가운데 처음으로 2006년 람사르협약에 등록되는 등 생태계 보고로 꼽히는 명소다. 그런데 순천 도심이 팽창하면서 도시화가 목전에 이르렀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순천시 측은 순천만과 도심 사이에 에코 벨트, 이른바 생태 울타리를 치기로 결정했고, 부지로 쓰일 농지 등을 매입했다. 그곳이 바로 정원박람회장이다. 전시장은 박람회가 끝난 뒤에도 ‘순천의 정원’ 노릇을 계속하게 된다. 순천으로서는 박람회장 조성을 통해 새로운 풍경의 보물과 ‘순천만의 방패’를 동시에 ‘수확’하는 적시타를 터뜨린 셈이다. 봄의 선암사는 꽃대궐이라 했다. 200년 된 영산홍과 300년 된 철쭉, 목련, 보랏빛 수국 등이 번갈아 피고 진다. 가장 앞줄에 서는 건 역시 천연기념물(제488호) 홍매다. 그런데 ‘오호통재’다. 이제야 고매 끝자락에 한 두 개 꽃이 맺히기 시작했다. 600여 살의 무우전 홍매도, 원통전 뒤편의 백매도 꽃을 틔워내는 모습이 힘겹다. 늙은 매화들이니 초봄의 온기만으로는 몸을 달구기가 쉽지 않은 게다. 절집 스님인들 꽃의 속내를 알랴. 다만 13일께부터 “볼 만해질 듯”하단다. 그런데 잊은 게 있었다. 무량수각 앞 처진벚나무다. 수양버들처럼 가지를 축축 늘어뜨린 벚나무들이 가지 끝에 꽃등불을 매달았다. 해를 맞서고 보자니 반짝이는 꽃술들이 은하수를 닮았다. 고매들의 고아한 자태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아쉬움을 달래기엔 충분한 풍경이다. 동백꽃도 붉은 꽃불을 켰고, 흰 목련은 진작 만개했다. 무량수각 앞만 꽃잔치가 펼쳐진 셈이다. 송광사는 조계산을 사이에 두고 선암사와 마주하고 있다. 송광사가 서쪽, 선암사가 동쪽에 터를 잡았다. 둘 다 부처님 말씀을 따르는 건 같지만 종파는 다르다. 송광사는 조계종, 선암사는 태고종에 속한다. 절집의 풍모도 마찬가지. 선암사가 수수하고 소박하다면 송광사는 우아하고 세련됐다. 어느 모로 보나 확연히 구분되는 두 개의 옥구슬(雙璧)이다. 주암호를 휘휘 돌아 송광사로 향한다. 호숫가의 벚꽃은 벌써 폭죽처럼 터졌다. 송광사 진입로 또한 벚꽃터널이다. 노거수마다 뒤틀리고 거무튀튀한 가지 끝에 싱싱한 연분홍 꽃술을 매달았다. 이른 봄, 수 많은 객들이 송광사를 찾는 이유 중 하나다. 덜 알려졌을 뿐, 송광사에도 늙은 매화는 있다. 대웅전 앞마당 오르는 계단 옆을 지키고 섰다. 나무는 바닥에서 다섯 가지로 뻗어 올랐다. 호사가들은 이를 보고 오지벽매(五枝碧梅)라 부르기도 한다. 수령은 200년을 족히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꽃은 수수하다. 연녹색 꽃받침에 모시적삼 같은 흰 꽃술이 얹혀 있다. 절집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쉬 눈에 띄지 않는 건 이 같은 도드라지지 않은 외모 때문일 터다. 이달 중순께 절정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송광사에서 주암호를 따라 보성 땅에 들면 곧 대원사 진입로와 만난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길이다. 들머리에서 대원사까지 5㎞ 남짓한 구간에 왕벚나무가 빼곡하다. 역시 13일쯤이면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벚꽃길 끝자락의 대원사는 송광사의 말사다. 머리로 치는 왕목탁, 빨간 모자 쓴 불상 등 해학 넘치는 볼거리들이 많다. 경내 티베트 박물관은 티베트 불교의 진수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1000여 점의 티베트 미술품이 전시돼 있다. 글 사진 순천·보성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 [길섶에서] 도다리쑥국/정기홍 논설위원

    어릴 적 봄날, 밭두렁에 돋아난 쑥을 캔 뒤 한 바구니에 담는 재미가 참 좋았다. 가족이 함께한 나름의 ‘놀이’였던 셈이다. 쑥을 바구니에 담아 와 마당에 말렸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봄볕을 잘 받은 쑥잎은 나중에 쑥떡으로 빚어져 간식으로 나왔다. 더러 멸치와 된장을 넣은 쑥국도 밥상에 올랐지만, 그 쓴맛에 나의 숟가락은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30~40대 때는 잦은 음주로 간이 나빠져 말린 인진쑥을 사서 끓인 뒤 마신 적도 있다. 쑥잎을 찧어 만든 솜 모양의 뜸쑥도 요즘 널리 애용되는 침구술의 하나이다. 쑥은 이처럼 식용과 약용으로 생활에 유익하게 쓰인다. ‘삼년 묵은 쑥은 칠년 된 지병을 고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최근 점심 때 먹은 ‘도다리쑥국’의 쑥향이 일품이었다. 도다리와 쑥을 넣고 끓인 국으로,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경남 통영의 봄철 음식이란다. 육지의 햇쑥과 바다 도다리의 절묘한 만남, 이만한 ‘산해(山海) 진미’가 또 있을까 싶다. 누구나 어렵게 살던 때, 제철 식재료를 ‘버무린’ 지혜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 봄, 딸기야

    봄, 딸기야

    봄날 제철을 맞은 ‘딸기 전쟁’이 한창이다. 9일 유통 및 호텔업계에 따르면 이달 말까지 딸기를 활용한 다양한 식음 행사들이 열린다.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의 로비라운지 ‘앤 델리’는 딸기 와플과 딸기 마카롱이 곁들여진 딸기 주스와 아이스크림을 1만~2만원대에 내놓았다. 플라자호텔의 카페 ‘더라운지’는 ‘러브 인 베리’ 프로모션을 열고 딸기에 복분자를 더한 ‘스트로베리&복분자’, ‘스트로베리 요거트’ 등을 2만원대에 맛볼 수 있도록 했다. JW메리어트호텔 서울은 딸기 페스티벌을 연다. 금~일요일에 딸기를 초콜릿에 찍어 먹는 딸기 퐁뒤, 푸딩, 케이크 등 20종의 딸기 디저트를 뷔페로 즐길 수 있다. 뷔페는 5만원. 쉐라톤그랜드워커힐의 로비라운지 ‘더 파빌리온’과 카페 ‘더뷰’는 28일까지 주말마다 오후 2~5시 ‘베리베리 스트로베리’ 뷔페를 진행한다. 딸기 패스트리, 딸기 생초콜릿 등 30여 가지 딸기 디저트를 선보인다. 사전 예약제로 성인 5만 5000원, 어린이 3만원이며 오후 3시 이전 퇴장 시 15%를 할인해 준다. 스무디킹은 6월 13일부터 4일간 음악축제인 ‘스트로베리 익스트림 페스티벌’을 후원한다. 백지영, 에일리 등 가수들이 출연하는 공연장에서 스무디킹 음료 시음권을 준다. 게임 등을 통해 푸짐한 경품도 제공한다. 파리바게뜨는 당도가 뛰어난 산청 딸기를 넣은 ‘봄엔 딸기요거트’ 케이크 등 11종류를,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는 100% 딸기만 갈아 넣은 ‘봄을 부르는 생딸기’ 주스를 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딸기는 기미·주근깨 예방, 피로회복, 노화방지 등에 효과가 좋아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영화 프리뷰] ‘송 포 유’

    [영화 프리뷰] ‘송 포 유’

    한 일(一)자로 굳게 다문 입술,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날카로운 눈매. 스크루지 할아범이 한겨울 다 지나 찾아온 양 ‘까칠함’이 살아있는 아서(테렌스 스탬프). 말기암 환자라곤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언제나 미소를 잃지 않는 ‘연금술사 합창단’의 보배 메리언(바네사 레드그레이브). 영화 ‘송 포 유’(18일 개봉)는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을 것 같은 이 두 사람을 찰떡부부로 등장시켜 훈훈한 봄바람을 일으킨다. 평생을 아내 메리언만 바라보고 살았던 아서는 얼마 남지 않은 삶을 노래하며 긍정적으로 지내려는 아내가 탐탁지 않다. 결국, 메리언은 자신이 속한 연금술사 합창단이 대회 본선에 나가기 위한 오디션을 위해 맹렬히 연습하다 쓰러지고 만다. 그런 아내를 위로하기 위해 찾아온 친구들마저 까칠하게 쫓아버린 아서. 하지만, 아서의 속마음은 아내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하다. 아니 요즘 유행하는 단어 ‘바보’를 얹은 ‘아내 바보’가 분명할 만큼 아내를 극진히 사랑하는 남자다. 마침내 연금술사 합창단이 예선 오디션을 통과하고 본선에 진출하지만, 예정된 고통의 순간이 찾아오고, 세상에 남은 아서와 연금술사 합창단에게 새로운 미션이 주어진다. 그때까지 생각지 않던 아서의 새로운 능력이 관객들을 감동시키게 된다. 사실 이 영화는 보기 전 어느 정도 감동이 예상되는 작품이다. 요즘 관객들에게 대세로 여겨지는 신파적 감동, 그리고 남겨진 이들에게 주어진 미션 성공이라는 어쩌면 뻔한 이야기 전개로 가득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는 그렇게 뻔한 얘기를 들려주지 않는다. 과잉감동으로 가득한 요즘 영화에 비해 곳곳에 숨겨진 유머로 관객들을 빙그레 미소 짓게 한다. 아내를 위로하기 위해 찾아온 친구들을 문전박대하는 아서에게 시위하는 메리언과 합창에 율동을 추가하며 일어나는 소소한 해프닝, 허당연기로 양념역할을 해주는 합창단 멘토 엘리자베스 등이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몇 차례 만나게 되는 정점을 예상하기 어렵게 중요한 연습장면은 과감하게 생략해 놓음으로써 과잉감동을 유발하지 않았다. 영화에는 주옥같은 삽입곡들이 덤으로 안겨주는 선물처럼 귓가를 행복하게 해준다. 바네사 레드그레이브의 아름다운 목소리는 물론 실제 합창단원인 조연들의 선율을 담아낸 ‘트루 컬러’(True Color), ‘유 아 마이 선샤인 오브 마이 라이프(You Are My Sunshine Of My Life) 등 가슴을 움직이는 보너스 트랙이 가득하다. 아내에 대한 사랑, 남편에 대한 믿음, 가족의 소중함, 대화를 잃고 살아가던 가족에 대한 그리움, 거기에 노래를 통해 세상을 아름답게 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더해져 눈부시게 화창한 봄날을 더 아름답게 장식할 영화로 자리 잡을 것이다. 정지욱 영화평론가 nadesiko0318@gmail.com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멀고 먼 십이령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멀고 먼 십이령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섶다리 아래로 끊임없이 들려오는 여울물 소리가 그윽하고 오묘했다. 그래서 호음교라 부르기도 하는 빛내골(小光里 혹은 召造院) 계곡 위를 가로지르는 행상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갑신년 2월 하순, 시절은 봄빛이라지만 아직은 여우도 눈물을 짜낼 만큼 맵고 짠 추위는 가실 줄 모른다. 계곡이 내려다보이는 절벽의 벼랑을 정이나 자귀로 찍어 겨우 발 디딜 길을 낸 벼룻길(遷道) 역시 꽁꽁 얼어붙었고, 산기슭에 쌓인 눈도 녹지 않아 계곡을 가르는 여울물 소리 듣기는 이른 시절이었다. 눈밭 속으로 바라보이는 소나무둥치는 붓으로 찍어낸 듯 먹빛이었고, 방울나귀들이 벼룻길을 박차고 걸을 때마다, 눈의 무게로 휘어진 나뭇가지들에서 눈덩이들이 떨어져 벼랑 아래로 흩어졌다. 잎을 모두 떨궈 앙상한 활엽수 가지는 새벽바람에 오들오들 떨고 있다. 남쪽 산등성이에 남아 있는 잔설들을 바라보노라면, 흡사 은갈치떼가 산기슭을 따라 서 있는 소나무 가지들 사이를 요리조리 비켜가며 헤엄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겨울철에는 산속에 떨어진 열매나 갈잎으로 주린 배를 채우는 산양떼가 협곡을 가로질러 계곡으로 내려와 눈 속을 뒤지느라 정신이 없는데, 까마귀떼들은 눈 덮인 나뭇가지 사이를 요리조리 옮겨다니며 산양떼를 보고 지악스럽게 짖고 있었다. 일행은 밤마다 호랑이가 내려와 판자문을 긁는다는 빛내골 마방집에서 노루잠으로 눈을 붙이는 시늉만 하고 축시말(丑時末)에 일어나 채비를 가다듬기 시작했다. 나귀들을 선머리에 세우고 발행한 지 한식경 남짓, 이마에 와닿을 듯 가파른 자드락길을 피가 짚신을 적시도록 걸음을 재촉하였다. 열서넛을 헤아리는 상단 일행들은 그래서 숨소리만 거칠 뿐 농을 건네는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일행은 신표를 지닌 부상들이 향도하고 있었지만, 짐바리를 장시까지 져다주고 삯전을 받는 차인꾼들도 섞여 있었다. 울진 해안에 흩어진 염전이나 흥부장에서 내륙의 현동 저잣거리를 거쳐 내성장시까지는 줄잡아 160여 리 상거에 내왕 행보에는 눅게 잡아도 8, 9일이 걸린다. 북에서 남으로 뻗은 백두대간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십이령 내왕길에는 관원들의 숙소인 원집도 여럿이었다. 일행의 숙소참이었던 그곳 빛내골 숫막거리는 십이령 중에서도 가장 깊은 산속에 자리잡았다. 관원들이 묵는 원집이 있다지만, 일 년 열두 달에 도임하는 현령 일행이 한두 번 지나다닐 뿐 울적하리만큼 적막한 편이었고, 울진 포구 염전에서 현동과 내성장을 오가는 소금짐들과 고포 미역, 그리고 연안에서 거둔 염장품과 건어물 들이 열두 고개로 이름난 이 산협길을 분주하게 오갈 뿐이다. 십이령 고갯길 여기저기에는 샘수골, 시치재, 말래, 샛재, 저진터, 빛내골과 같은 숫막촌이 여럿이지만, 어느 숫막을 막론하고 해 질 녘에 찾아든 길손들에겐 끼니 값만 받을 뿐 봉놋방은 공짜로 내준다. 그래서 일행들 역시 숫막 울바자 곁에서 써늘하게 식은 새웅밥으로 겨우 허기만 모면하고 봉노에 끼어들어 노루잠으로 때운 것이었다. 외양은 잔망스러워 보잘것없었으나 걸음은 잽싼 네 필의 방울나귀 등에는 꽁꽁 묶어 잡도리한 시겟바리와 무명짐이 거북스럽도록 높이 실려 있다. 나귀들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걸음을 떼어놓을 때마다 자지러지는 듯한 워낭 소리가 가파른 벼랑길 아래로 따뜻한 봄날 나비떼처럼 흩어졌다. 꼭두새벽에 일어나 걸음을 재촉하고 있으나, 언제나 그랬듯이 길은 예상보다 줄어들지 않았다. 내장조차 얼려놓을 듯 사정없이 옥죄고 드는 된추위가 너무나 혹독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상단 일행은 나귀들과 더불어 쉴 참도 두지 않고 걷고 있었다. 문득 고개를 들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산등성이를 타고 몰아치는 삭풍 속으로 희끗희끗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갈개치는 눈발이 귓불을 할퀴고 볼따구니를 때릴 때마다 깊고 깊은 오한이 오장육부를 타고 핏속까지 파고들어 뼈마디를 얼어붙게 한다. 고개를 쇄골 깊숙이 박고 시선을 내리깔고 발걸음을 옮겨놓지만, 옷깃 속으로 파고드는 서럽고 매서운 설한풍은 막을 길이 없다. 갈 길은 여명 속에 희뿌옇게 깔려 이수(里數)조차 짐작하기 어려운데, 감발 속에 감춘 발은 언제부턴가 돌덩이처럼 얼어붙었다. 그런데 맨 뒤를 따르는 나귀 등에는 작은 부담농 하나만 달랑 얹혀 있다. 자세히 보니 그 나귀는 걸음을 옮겨놓을 때마다 절뚝거리고 있는 절음난 나귀였다. 등에 짐을 실은 채로 앞장 선 암놈 궁둥이에 올라타려 하다가 앞굽 하나를 돌덩이에 짓찧긴 모양인데, 아주 으스러지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동트기 전에 서둘러 발행할 만큼 여정이 다급한데 나귀 한 마리가 굽통을 다쳐 일행 모두의 심기가 불편하다. 사정이 그렇다 하더라도 숨죽이고 부지런히 걷는다면, 성황사와 비석거리가 있는 샛재까지 산길 30여 리는 아침 선반머리에 당도할 수 있을 것이었다. 샛재 들머리에 들어서면 깊은 산속인데도 여름에는 자지러질 정도로 차갑고, 겨울에는 김이 무럭무럭 오를 정도로 뜨거운 샘이 있어, 고갯길을 넘나드는 상단들이 부담을 풀고 요기를 하거나 유숙하고 떠나기도 하였다.
  • 가자, 4월 축제 속으로… 가볼 만한 5선

    가자, 4월 축제 속으로… 가볼 만한 5선

    투두둑, 봄꽃이 터진다. 매화와 산수유가 절정이고 벚꽃과 진달래 등도 뒤를 이을 태세다. 덩달아 여기저기서 축제도 펼쳐진다. 봄 축제의 ‘고전’ 진해 군항제와 여수 영취산 진달래축제 등이 줄을 잇는다. 이 좋은 봄날, 꽃구경이 전부랴. 고령 대가야축제, 남원 춘향제 등 역사와 문화, 이야기가 가득한 축제도 준비됐다. 벚꽃, 황홀의 궁극: 진해 군항제(1~10일) 해마다 이맘때면 온 국민의 시선이 경남 창원으로 쏠린다. 옛 진해의 여좌천 벚꽃이 얼마나 피었는지 궁금해서다. 창원기상대는 29일쯤부터 활짝 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올봄 유난히 포근한 날이 이어지면서 만개 시기가 일주일 정도 앞당겨졌다. 제51회 진해 군항제는 오는 31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4월 1~10일 열린다. 가급적 행사 기간 중에 찾는 게 좋다. 해군사관학교 등 여좌천에 견줄 만한 군부대 벚꽃 명소들이 일년에 단 한 번, 축제 기간에만 개방되기 때문이다. 함정과 거북선, 박물관 등 관련 시설도 문을 활짝 연다. 다음 세 가지는 꼭 기억하고 가자. 우선, 벚꽃 축제와 같은 기간 열리는 ‘2013 진해 군악의장 페스티벌’이다. 우리 육해공군 및 해병대 의장대와 군악대, 미8군 군악대 등이 역대 최대 규모의 퍼레이드를 선보인다. 둘째는 벚꽃 순환 열차다. 축제 기간 중 마산역∼진해역 구간을 1일 14회 운행한다. 만성적인 교통 체증을 피할 좋은 방법이 생긴 셈. 순환 열차는 마산역, 창원역, 신창원역, 진해역 등에 정차한다. 셋째는 올해 처음 선보이는 높이 136m 짜리 솔라타워다. 진해구 명동 음지도 해양공원에 세워진 타워형 태양광 시설이다. 원래 7월 1일 공식 개장이지만 벚꽃 축제 기간에 맞춰 임시 개방됐다. 무료다. 120m 높이의 전망대에 서면 거가대교와 부산항, 신항 등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홈페이지(gunhang.changwon.go.kr), 창원시청 축제지원담당 (055)225-2341. 봄날, 광한루, 사랑: 남원 춘향제(26~30일) 봄만 되면 사랑의 열기로 달뜨는 도시, 전북 남원이다. 올해로 83회째를 맞은 남원춘향제가 4월 26~30일 성춘향과 이몽룡이 ‘즉석 만남’을 가졌던 광한루원을 중심으로 열린다. 춘향 제향과 국악대전, 춘향 선발 등 전통에 기반한 대표 프로그램들이 여전한 가운데 춘향전 길놀이와 춘향시대 속으로, 춘향 프린지 공연 등의 체험 행사를 현대적 감각에 맞게 새롭게 꾸몄다. 특히 18세기 생활상과 풍류를 엿볼 수 있는 ‘춘향시대 속으로’와 가족, 연인 간의 사랑을 다짐하는 ‘사랑등 띄우기’ 등의 프로그램은 각별한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된다. 축제가 열리는 광한루원 자체가 대단한 볼거리다. 문화재청 홈페이지는 광한루원을 ‘신선의 세계관과 천상의 우주관을 표현한 우리나라 제일의 누원’이라 적고 있다. 은하수를 상징하는 연못가에 월궁을 상징하는 광한루를 짓고, 연못 가운데엔 전설의 삼신산(三神山), 봉래·방장·영주섬을 조성했다. 사랑의 광장 앞 요천 둔치엔 ‘춘향 캠핑장’도 새로 마련된다. 가족 단위 관광객과 연인들을 위한 캠핑시설 60여동이 들어설 예정이다. 홈페이지(www.chunhyang.org), 춘향제전위원회 (063)620-4861. 죽은 왕들의 도시: 고령 대가야체험축제(11~14일) 경북 고령은 옛 대가야의 수도다. 500여년 동안 고령 일대를 중심으로 번성했던 대가야는 562년 신라에 복속되면서 자신의 역사를 통째로 잃고 만다. 신라가 패자의 기록을 철저하게 짓밟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지산리 일대에 대가야 왕들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고분군이 광범위하게 남아 있는 건 다행이다. 대가야체험축제가 지산리 고분군 일대에서 4월 11~14일 열린다. ‘산성을 쌓아 궁성을 지키다’라는 주제관이 볼 만하다. 부대 프로그램도 알차다. 대가야산성 루트 체험과 금화 발굴 체험, 대가야용사 선발대회 등 58개의 프로그램으로 꾸려졌다. 고령 여행의 첫걸음은 고분군 트레킹이다. 최초로 순장 풍습이 확인된 44호 고분 등 주산 능선을 따라 늘어선 고분들을 둘러보는 데 2시간쯤 걸린다. 홈페이지(fest.daegaya.net), 축제추진위원회 (054)950-6424. 조상 氣 받고 힐링: 영암 왕인문화축제(5~8일) 월출산과 더불어 전남 영암의 대표 아이콘으로 꼽히는 인물이 왕인 박사다. 일본 아스카 문화의 시조가 된 백제 시대 학자다. 영암에선 해마다 벚꽃이 만개할 무렵 ‘영암 왕인문화축제’가 열린다. 왕인의 학문과 업적을 기리고 뜻을 전승하자는 취지의 축제다. 올해는 4월 5~8일 왕인 박사 유적지와 구림마을, 도기박물관 등에서 여행객을 맞는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왕인 박사 일본 가오’다. 왕인 박사의 탄생에서부터 일본으로 건너가기까지의 과정을 거리 퍼레이드로 재현한다. 올해는 특히 6~7일 이틀에 걸쳐 초대형 길놀이 축제로 진행된다. 영암의 전통문화를 즐기는 ‘도포제 줄다리기’와 세계의 타악기와 만나는 ‘드럼서클’ 등의 프로그램도 준비됐다. 홈페이지(wanginfs.yeongam.go.kr), 영암군향토축제추진위원회 (061)470-2255. 선홍빛 유혹의 山: 여수 영취산 진달래축제(12~14일) 해마다 4월이면 전남 여수 영취산은 진달래로 온 산이 붉게 물든다. 선정 기준은 불분명하지만 경남 창녕의 화왕산 등과 더불어 전국 3대 진달래 군락지 중 한 곳으로 꼽힌다. 5~30년생 진달래 수만 그루가 군락을 이뤘는데 면적만 15만평에 달한다. 축구장 140개와 맞먹는 규모다. 올해 21회째인 영취산 진달래축제는 4월 12~14일 돌고개와 흥국사 등 영취산 일대에서 열린다. 산신제, 산상문화공연 등의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가족 단위 여행객들은 대체로 상암초교 인근에서 시작해 봉우재를 거쳐 영취산 정상에 오른 뒤 흥국사로 내려오는 코스를 선호한다. 여수 인근 여행지를 도는 봄꽃 여행길 코스도 이름났다. 영취산(진달래), 오동도(동백꽃), 금오도 비렁길(산벚꽃), 하화도(야생화)를 연계했다. 지난 2월 개통한 이순신 대교는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다. 홈페이지(www.ystour.kr), 여수시청 문화예술과 (061)690-2041.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 [문화마당] 제복사회, 숨 막히는 사회/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문화마당] 제복사회, 숨 막히는 사회/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거리에 교복이 물결친다. 교복은 제복이고, 개성보다는 집단을 강조한다. 개별 상담보다는 집단 통제에 유효하다. 학생만 제복을 입는 것은 아니다. 직장인의 의상도 제복과 비슷하다. 지난해 어느 봄날, 서울 중구 의주로 근처에서 공식 간담회를 마치고 관계자들과 함께 경찰청 건너편에 있는 한 식당으로 이동했다. 점심시간에 맞춰 나와서 그런지 거리는 직장인들로 넘쳐났다. 그런데 길을 건너면서 나는 문득 주위 사람들이 거의 같은 복장을 하고 있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남자들은 거의 다 짙은 싱글 양복에 흰색 와이셔츠를 받쳐 입고 짙은 색 넥타이를 맸다. 한 명만 상의 양복을 벗어 팔에 걸쳤는데, 역시 짙은 색 바지와 흰색 남방에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여자들은 거의 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짙은 색 투피스 차림이었다. 혹시 다른 색상이 있을까 두리번거리기까지 했으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때 나는 베이지색 면바지에 하늘색 남방을 입었고, 짙은 남색의 면 양복을 상의로 걸쳤다. 단추는 채우지 않았으며, 넥타이도 매지 않았다. 또한 모두 물빨래하는 면이다 보니, 바지와 상의 모두 구겨진 상태였다. 간담회 참석차 제법 차려입은 의상이었지만, 평일 점심시간 의주로의 넓은 횡단보도에서 나는 왠지 모르게 이방인이 된 느낌이었다. 지난해 여름 아침 우연히 본 출근길 여의도의 풍경도 다를 바 없었다. 남자들은 하나같이 짙은 색 바지에 흰 반팔 남방 차림이었다. 속옷 상의도 죄다 흰색으로, 남방에 살짝 비쳐 보이는 것까지 서로 같았다. 이처럼 서울 거리는 학생과 직장인이 뒤섞인 제복의 거리다. 할머니들마저 ‘뽀글이 파마’라는 일종의 ‘제복’을 머리에 이고 다닌다. 사람만 제복을 갖추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다양한 모습의 아파트들이 생겨났지만, 획일적인 직육면체 15층 아파트는 지금도 도처에 우뚝 서서, 한국이 마치 사회주의국가였던 것은 아닐까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교복 착용 여부를 학교장 재량에 맡겼더니 다들 교복을 입혔다. 두발 자율화를 허용했더니, 역시 학교장 재량으로 규제를 가한다. 학교의 규제에서 벗어나 사회인이 되었으나 일터의 분위기에 눌려 다시금 유니폼 아닌 유니폼을 입고 다닌다. 이 땅에서는 무슨 자율화를 한다고 해도 우두머리 관리자들을 위한 자율화만 있다. 소속감 고취의 명목으로 제복을 입히지만 사실은 통제하기 쉽기 때문이다. 국가 차원의 정치적 획일화와 통제는 군사정권의 종말과 함께 많이 풀렸으나, 예로부터 겹겹이 싸인 획일 강요와 통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인 지금도 여전히 이 땅을 짓누른다. 민주사회의 생명에는 여럿이 있지만, 그 가운데 다양성이 으뜸을 다툰다. 겉으로 드러나는 외양의 다양함만이 아니라, 생각이나 의견에도 다양함이 매우 중요하다. 다양성의 반대어는 획일성인데, 우리사회는 현재 얼마나 다양한 사회일까? 아직도 ‘국론통일’을 외치는 분들이 많은 걸 보면, 아마도 ‘획일’을 미덕으로 여기고 남과 다른 걸 백안시하고 적대시하던 조선후기 문화의 유풍이 아직도 강하게 남아 있는 것 같다. 유니폼 사회는 숨 막히는 사회다.
  • 요리사 부부의 맛있는 제주도살이

    요리사 부부의 맛있는 제주도살이

    봄이 가장 먼저 인사하는 제주도. 한라산 중턱에는 여전히 하얀 눈이 쌓여있지만 섬 한편에는 유채꽃이 만발해 있다. 제주가 겨울과 봄의 만남의 장소이듯 제주에서 인생의 봄날을 맞이한 부부도 있다. 18일 오전 7시 50분 방영되는 KBS1TV의 ‘인간극장-우리는 날마다 행복을 굽는다’는 이들의 얘기를 담았다. 딱새우 파스타와 고등어 파스타, 흑돼지 브로콜리 피자로 손님을 끄는 제주의 한 레스토랑 요리사 부부의 삶이다. 박윤진(33), 여지현(30)씨는 일본 요리학교에서 유학생으로 처음 만났다. 요리하는 모습에 반한 두 사람은 2011년 6월 부부의 연을 맺었다. 실력파 요리사 부부는 함께 식당을 여는 게 꿈이었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맞벌이로 모은 돈을 합해 식당을 열려던 순간, 살인적인 보증금과 임대료에 꿈이 가로막히는 듯 했다. 남편이 제주행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반대하던 아내도 아들 준우를 임신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숨 막히는 도시 생활에서는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부부는 과감히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들은 한적한 시골마을인 제주 대평리에 자리를 잡았다. 제주에서 비로소 여유를 찾고 그토록 바라던 꿈을 실현한다. 한쪽에선 남편의 화덕 피자가 구워지는 냄새가 솔솔 풍기고, 다른 한쪽에선 아내의 당근 케이크 향이 풍겨온다. 손님들이 화덕피자를 굽는 과정을 볼 수 있도록 주방을 활짝 열었다. 도시의 레스토랑과 달리 부부의 레스토랑은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며 식사할 수 있는 여유까지 제공한다. 서로 음식을 나눠먹으며 맛과 마음을 주고받는 손님들. 모르는 사이로 왔다가 다음에 만날 기약까지 하고 가는 이들은 인연의 공간에서 진정한 행복을 느낀다. 이곳에서 매주 화요일은 온전히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가족의 날. 퇴근 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아들 준우와 함께하는 ‘준우 타임’이다. 또 출근 시간은 조금 늦추고 퇴근 시간은 임의로 정한다. 오후 3~5시는 휴식시간으로 부부만의 시간이다. 하지만 이들 부부에게도 갈등이 생긴다. 주말마다 사회인 야구 시합에 나가겠다는 남편과 이를 말리는 아내. 부부만의 행복 레시피를 위협하는 가장 큰 불안 요소다. 아내는 가장 바쁜 주말에 홀로 자리를 비우겠다는 남편이 야속하기만 하다. 날마다 행복을 굽는 부부는 이 갈등을 헤쳐나가기 위해 어떤 해법을 찾아낼까.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손현주의 계절 밥상 여행] (3) 통영 도다리쑥국

    [손현주의 계절 밥상 여행] (3) 통영 도다리쑥국

    파닥파닥. 경남 통영 앞바다에 내려앉은 금속성 볕은 사람을 무장해제시키기에 충분했다. 근육을 푼 흙, 툭툭 터져 오르는 기운들. 남녘은 완연한 봄이다. 이즈막, 납작모자에 옷깃을 닭 벼슬처럼 세우고 통영 거리를 어슬렁거린다는 것은 잠시 묻어놓았던 내면의 풍류와 객기를 끌어내는 것이며 가슴속에 낭만을 채우는 일이다. “도다리 쑥국 한 그릇 먹어야지.”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봄은 통영 도다리쑥국에서부터 시작됐다. 된장 살큼 푼 말간 국물에 통영의 그 푸른 기운처럼 동동 뜬 쑥과 도다리의 흰 살점. 국에서 파란 바다냄새가 난다고 해두자. 딱 두 달이다. 이때를 놓치면 다시 한 해를 기다려야 하는 애타는 봄 국. 그래서 통영의 봄은 가게마다 폼 잡고 양반글씨로 써 내려간 ‘입춘대길, 도다리쑥국’이 팔자걸음처럼 내걸리며 활기를 얻는다. 첫새벽. 시락국 집은 밤새 다찌에서 술을 마셨거나 서호시장 4시 경매를 끝낸 사람들이 아린 속을 움켜잡고 몰려드는 ‘해장 성지’다. 서성서성 포장마차에서 콩국과 빼대기로 허기를 때우는 모습도 흔히 만난다. 그 먹먹한 서민의 시간. 도다리쑥국과 멍게 비빔밥을 시켜놓고 객지의 아침을 맞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주방 노란 냄비에서는 국물이 새벽잠처럼 끓고 토막 친 도다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국물 속으로 던져진다. 쑥을 넣고 한 소큼 끓여 익숙하게 퍼내는 손놀림이 재봉틀 실 땀처럼 빈틈없다. 앞자락에 김 모락모락 오르는 도다리쑥국이 놓였다. 잠시 눈을 감아본다. 향긋한 해쑥 향이 멀미처럼 올라온다. 쑥을 수저로 지그시 누르고 국물부터 떠먹는다. 입 안 가득 향긋한 초록이 넘실댄다. 봄이다. 어느 한 곳으로 치우치지 않는 담박함이 온몸을 편안하게 다스려준다. 여린 쑥은 씹히는가 싶더니 목젖으로 넘어가고 수저로 편편하게 뜬 도다리 살점은 달다. 절로 시원하다는 소리가 나온다. 이래서 통영 사내들은 복이 많다. 종일 술독을 끼고 살아도 속 다스려 줄 해장국이 넘쳐나니까. 두부와 무쳐낸 톳나물이며 통멸치 젓갈, 간이 센 남도 김치가 국에 밀려 그대로 남았다. 30년간 맑은 국을 끓여왔다는 사내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음식을 추억하기에 바쁘다. “도다리쑥국은 말 그대로 도다리와 쑥만 들어가야 합니다. 콩나물이나 묵은지를 헹궈서 넣기도 하는데 재료의 향긋한 맛을 즐기는 것이 봄 밥상이잖아요? 쌀뜨물에 된장을 약간 풀기도 하지만 도다리가 비린 생선이 아닌데다 향긋한 쑥이 들어가니 맨 물에 끓여도 비리지 않아요. 바다와 육지의 오묘한 향이 어우러집니다.” 말마따나 통영 도다리쑥국은 바다를 건너온다. 봄이 이른 욕지도나 한산도, 소매물도 등 섬에서 해쑥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러니 가격도 제법 나가서 한 그릇에 1만원을 훌쩍 넘는다. 하지만 맛을 아는 토박이 미식가들은 “2월 쑥국은 이르다”고 말한다. 도다리 살이 얇기 때문이다. 먼 바다 살집 두터운 도다리로 끓여야 국물 맛이 깊은데 2월 도다리는 뼈째 썰어먹는 ‘세꼬시’용이다. 육지에서 늦은 쑥이 나오는 4월 초순 도다리가 더 뭉근한 맛이 나온다는 얘기다. “살갗이 거칠거칠한 옴도다리가 최고지요. 지금은 비싸기도 하거니와 구하기 힘들어요. 바닥부터 싹 쓸어 올리는 고대구리 배로 조업할 때는 싸고 많았는데, 이 옴도다리로 끓인 쑥국의 깊은 맛은 궁중음식 부럽지 않습니다.” 4월로 가야 하는 이유 중 또 하나는 멍게 때문이다. 이때가 돼야 멍게가 속이 차기 시작하니 도다리쑥국과 더불어 멍게 비빔밥을 맛봐야 통영이 시리게 다가올 테니까. 거개는 멍게 비빔밥이 생물인 줄 알지만 제법 알려진 주방에선 속과 향이 그렁그렁한 ‘그해 5월 것만’ 쓴다. 숙성해놓고 1년을 사용한다. 그러지 않으면 특유의 향이 적다. 갓 건져낸 멍게는 미끌미끌하여 밥과 겉돌아 비벼지지 않는다. 간을 하여 숙성시키면 참기름만 얹어 내도 그 향이 몇 시간 입안에 머문다. 멍게 비빔밥에 유곽을 넣는 곳도 있다. 유곽 얘기가 나오자 커피 집에서 만난 최진혁(62)씨의 눈빛이 촉촉해진다. 어머니 손맛이 떠올랐던가 보다. “유곽은 손이 많이 가서 예로부터 제법 사는 집이 아니면 해먹지 못하던 음식이에요. 개조개를 다져 된장에 물기 없게 볶아 내지만 본래는 개조개 외에도 돼지고기나 소고기, 게살을 함께 썰어 넣었어요. 여기에 방아이파리가 들어가야 합니다. 다시 개조개 뚜껑에 담아 숯불에 구워 낸 것이 정통이에요. 그런데 그렇게 해내는 집이 없어요.” 도다리쑥국 나오는 집은 어김없이 졸복국을 낸다. 졸복은 크기가 작아 독을 손질하려면 애통 터지는 생선이다. 한 입 크기다. 하지만 속 달래는 데 미나리 넣고 시원하게 끓여낸 졸복국만한 것이 없지 싶다. 또 통영 대표음식 시락국은 장어머리를 푹 고아 시래기와 된장을 넣고 끓여낸 건강식이다. 방아이파리나 부추를 듬뿍 얹어 먹는다. 500원에서 시작한 시장밥상이었으나 지금은 4000원이다. 밥 말아 뚝딱 비우게 되는데, 혼자라도 외롭지 않은 밥상이다. 서호시장의 시락국 전통은 반찬이 뷔페식이다. 찬 통에서 스스로 덜어 먹는데 가짓수가 10여개는 된다. 그 외에도 어부들의 점심이었던 충무김밥이며 우짜, 꿀빵 등 종일 입에 달고 다닐 만한 ‘한 끼형 간식’이 수두룩하다. 먹을 것 천국이다. 배를 꺼트리기 위해 산책을 나선 길은 곳곳이 ‘꽃 편지’다. 통영의 바람은 너무나 달아서, 동백꽃처럼 붉어서 사랑도 피우게 되었으니 먼저 간 풍류객들 동선을 따라 가는 것도 봄날의 애상이지 싶다. ‘미역오리같이 말라서 귤껍질처럼 말없이 사랑하다 죽을 듯’한 그녀 ‘경련’을 기다린 백석의 시가 핀 충렬사 계단이나 청마 유치환이 ‘정운’의 맘을 얻기 위해 5000여통의 시를 부쳤다는 중앙우체국에서 ‘행복’이라는 시비를 읽어보는 일은 애잔한 즐거움이다. 잠시 스쳐간 사랑의 상처로 동네사람들에게 미움을 사 끝내 명정동에 안기지 못한 박경리의 아리고 쓸쓸한 이야기들이 골목마다 숨어있는 곳이 통영이고 보면 도다리쑥국 한 그릇에도 연정이 묻어난다고 우겨도 될 법하다. 해는 길어지고 도다리는 살찌고 있다. 글· 사진 손현주 음식평론가 marrian@naver.com
  • [DB를 열다] 1979년 초봄 창경원 동물원을 찾은 인파

    [DB를 열다] 1979년 초봄 창경원 동물원을 찾은 인파

    1979년 3월 4일 옛 창경원 동물원을 찾은 사람들이 코끼리를 구경하고 있다. 겨울 추위가 이제 막 물러간, 벚꽃도 피지 않은 쌀쌀한 봄날씨에도 성급한 상춘객들이 나들이를 나왔다. 창경궁은 성종이 즉위 15년(1484)에, 당시 생존했던 선왕 세조·덕종·예종의 비(妃)인 정희·소혜·안순왕후를 위해 지은 궁궐이다. 창경궁은 임진왜란 때 경복궁과 함께 불에 탄 뒤 다시 지어져 조선 후기 역사의 중심 무대가 되었다. 여러 왕이 창경궁에서 태어났으며 취선당에서 주로 살았던 장희빈이 처형을 당한 곳도 창경궁이고 영조는 아들인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둔 다음 궁궐 안의 선인문 안뜰에 여드레 동안이나 두어 죽게 했다. 창경궁은 순종이 즉위하고 나서 일제에 의해 크게 훼손됐다. 일제는 전각을 헐어버리고 진귀한 동물과 식물들을 방방곡곡에서 채집해서 옮겨 놓고, 일본에서 벚꽃 나무 수천 그루를 날라다 심었다. 궁의 이름도 창경원으로 바꾸었다. 원(苑)은 사냥이나 놀이를 즐기는 곳이니 궁궐을 유원지로 격하시켜버린 셈이다. 이렇게 해서 동양 최대의 동·식물원이라며 창경원의 문을 연 것은 1909년 11월 1일이었다. 창경원은 광복 후에도 회전목마와 팽이차, 케이블카, 코끼리열차 등 놀이 시설을 갖추고 서울에서 거의 유일한 나들이 장소로서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벚꽃이 만개하는 봄철이 되면 수십만명씩 밀려드는 인파로 몸살을 앓았다. 봄날 휴일이면 아빠 엄마의 손을 잡은 아이들과 연인들의 발길로 종로 4가부터 혜화동, 원남동 일대는 북새통을 이루었다. 나들이 인파가 몰리는 휴일이면 가족의 손을 놓친 미아가 보통 100명은 발생했다. 종로 화신백화점의 에스컬레이터를 타보고 전차로 이동해 창경원의 동물 구경을 하는 것은 시골 사람들의 관광 코스가 되기도 했다. 창경궁은 1980년대 들어 옛 모습을 되찾게 되었다. 1984년부터 1986년 8월까지 동·식물원과 일본식 건물이 철거되고 문정전 등 전각이 복원되었다. 벚나무도 모두 뽑혔고 소나무나 단풍나무가 그 자리에 심어졌다. 800여 마리의 동물들은 1984년 5월 개장한 서울대공원으로 삶터를 옮겨 갔다. 손성진 국장 sonsj@seoul.co.kr
  • 봄과 겨울 사이-가평 보납산·북한강

    봄과 겨울 사이-가평 보납산·북한강

    설리춘색(雪裏春色). 봄은 이미 눈 아래 당도해 있다는 뜻이랍니다. 엄혹했던 계절이 지나고 봄이 발 아래까지 차오른 이맘때를 일컫기 적합한 표현이겠습니다. 경기 가평의 보납산(寶納山·330m)을 다녀왔습니다. ‘뒷동산급’의 높이에 ‘국립공원급’의 풍경을 매달고 있는 산이지요. 푸름은 아직 일러 당도하지 않았지만, 그 산에서 본 북한강엔 봄빛이 완연했습니다. 눈 녹은 물 흘러가는 가평천의 버들강아지는 꽃망울을 틔웠고, 나무들마다 봄물 올라 불그레해진 가지를 매달고 있었습니다. 가평은 산이 많다. 경기도 최고봉인 화악산(1468m)을 비롯해 명지산(1267m)과 석룡산(1147m) 등 높고 빼어난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다. 종종 ‘녹색백화점’이라고 불리는 것도 그런 이유다. 청평, 대성리 등 중·장년층이 청춘의 기억을 묻어둔 여행지들도 즐비하다. 전철도 놓였다. 상습적인 교통정체를 피할 수 있게 된 것. 가평 관내 여행지를 촘촘하게 잇는 경춘선은 요즘 ‘인기 폭발’이다. 주말이면 객차 안은 행락객들로 발디딜 틈을 찾기 쉽지 않다. 하지만 여럿이 부대낀들 어떠랴. 길 위에서 시간을 버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보납산은 낮다. 북한강과 가평천의 합수머리에 불쑥 솟았다. 산을 즐기는 이들의 시선에서 보자면 딱 마을 뒷산이다. 가평 주민들도 곧잘 운동 삼아 오르내릴 정도다. 한데 정상에서 보는 조망만큼은 국립공원 뺨친다. 굽이쳐 흐르는 북한강의 자태는 물론 마루금을 좁힌 주변 산자락들의 위세도 남다르다. 산행 들머리는 가평역이다. 북한강을 휘휘 돌아 보납산으로 향하는 코스다. 승용차라면 보납산 입구까지 쉬 가겠지만, 그 차이는 불과 한 시간 남짓이다. 특히 북한강변을 자박자박 걸으며 맞는 봄의 훈풍은 값으로 따질 수 없다. 가평역에서 내려 물안길, 이른바 ‘가평 올레길’에 오른다. 가평읍 주변을 에두르는 길이다. 그 가운데 1코스로 방향을 잡는다. 해마다 재즈 축제가 열리는 자라섬을 돌아보는 길이다. 자라섬은 줄달음치던 북한강이 춘천 끝자락, 그러니까 가평 초입에 이르러 숨 한 자락 내쉬며 만들어 놓는 반달모양의 예쁜 섬이다. 자라목처럼 생겼다 해서 이름지어졌다. 이름과 달리 뭍과 연결돼 있어 고립된 느낌은 들지 않는다. 예전엔 ‘중국섬’이라고 불렸다. 해방 이후 중국인 몇 명이 이 섬에서 농사를 지었기 때문. 그 이전에는 이름조차 없었다. 이웃한 남이섬보다 전체 면적은 넓지만 많은 비가 내리면 섬 일부가 물에 잠긴다는 단점 때문에 그동안 버려지다시피 했다. 그러다 2004년 국제재즈페스티벌이 열리면서 가평의 랜드마크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자라섬은 동도, 서도 등 4개 섬으로 이뤄져 있다. 서도에는 오토 캠핑장이 조성돼 있다. 캐러밴사이트, 오토캠핑 등 하루 최대 1500여명이 머물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또 다목적 운동장과 인라인장, 자전거대여소 등의 놀이시설도 마련돼 있다. ‘오토캠핑의 성지’다운 풍모다. 자라섬 초입의 자연생태테마파크 ‘이화원’(二和園)도 둘러볼 만하다. 국가 간(한국·브라질), 지역 간(수도권, 영호남, 지방) 화합을 꾀한다는 큰 화두가 이름에 담겼다. 경남 하동의 녹차나무, 전남 고흥의 유자나무 등 영호남의 식물과 커피나무 등 브라질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수목들이 온실 속에 식재돼 있다. 자라섬 강변길에서 맞는 바람이 싱그럽다. 바람 끝에 머물던 겨울의 결기는 사라졌고, 그 자리에 촉촉한 봄내음이 가득 찼다. 북한강물은 장판을 깐 듯 잔잔하다. 주변의 모든 풍경들이 물 위에 수렴된다. 그야말로 명경지수다. 봄날의 수채화를 그린다면 딱 이런 모습일 게다. 자라섬을 나와 가평교를 건너면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은 가평천 산책로, 오른쪽은 보광사로 향하는 길이다. 어느 길로 가도 보납산 정상에 오를 수 있지만, 가급적 보광사 코스를 이용하길 권한다. 산길이 완만하고 한결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왼쪽 길을 따르는 사람들도 많다. 정상으로 곧바로 오르는 급사면의 지름길이다. 종종 심술궂은 코스와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고도 차에 따른 조망의 변화는 빼어나다. 보납산을 말할 때 조선 최고의 서예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한석봉을 빼놓을 수 없다. 등산로 안내판에 따르면 한석봉은 선조 32년(1599년) 가평군수로 내려와 보납산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한석봉은 유난히 보납산을 아꼈다고 한다. 그의 호인 석봉(石峯)도 전체가 하나의 돌로 이루어진 보납산에서 따왔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보납산이란 이름도 그가 가평을 떠나며 아끼던 벼룻돌과 보물을 산에 묻은 데서 유래했다고 전한다. 후대에 ‘스토리텔링’이 덧씌워졌다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한때 그가 묻었다는 벼루 등을 찾겠다며 사람들이 찾아오는 등 작은 소동이 일기도 했단다. 보광사 초입에서 오른쪽 산길로 방향을 잡는다. 이리저리 휘고 굽은 산길이 제법 가파르다. 밭은 숨 몇 번 내쉬고 나면 정상이다. 노송 몇 그루가 벼랑 위에 매달려 있고, 주변에 목재 데크를 깔아 전망대를 조성해 뒀다. 예서 맞는 풍경이 장관이다. 봄빛 머금은 북한강이 물돌이동처럼 돌아가고, 강줄기 너머로 강원의 산들이 마루금을 좁히고 섰다. 노루의 뿔처럼 솟은 물안산이 손에 잡힐 듯하고, 삼악산과 굴봉산도 아련하다. 오래전 유행했던 광고문구처럼 ‘작은 산 큰 기쁨’이다. 전망대에서 정상 표지석까지는 10m 남짓. 예서 보는 풍경도 빼어나다. 가평천과 북한강의 합수머리, 가평 시가지, 자라섬, 그리고 유명산 등 가평 이남의 산들이 한눈에 들어찬다. 보납산은 정상 조망을 즐긴 뒤 원점회귀하는 가벼운 산행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자주 등산을 즐기는 이들에겐 싱거울 수 있다. 마루산(425m)이나 북쪽 물안산(443m)으로 이어지는 능선 종주를 즐기는 산꾼들이 느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앙상한 나뭇가지 너머로 검푸른 북한강과 동행할 수 있다는 건 이 계절만의 호사일 터. 야트막하게 이어진 잣나무 숲길을 따라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영화 ‘밀러스 크로싱’(1990)의 도입부를 떠올리게 하는 숲길이다. 겨우내 푸르렀을 잣나무 아니던가. 언제든 곁을 내주는 나무가 새삼 고맙다. 글 사진 가평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지역번호 031) →가는 길 서울 용산역, 청량리역에서 ITX-청춘을 타고 가평역까지 간다. 40분 안팎이면 닿는다. 서울 지하철 7호선 상봉역 또는 국철 망우역에서 경춘선으로 환승해 갈 수도 있다. 가평역에서 보광사 입구까지는 택시로 10분가량 걸린다. 승용차로 갈 경우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퇴계원나들목→46번 국도→가평, 또는 올림픽대로→팔당대교→45번 국도→샛터삼거리→46번 국도→가평순으로 간다. →맛집 가평과 청평, 설악 등 가평 관내 곳곳에 있는 한우명가는 가평축협에서 직접 운영하는 음식점이다. 1등급 이상의 가평 한우만 사용한다. 584-4220. 특산물 잣을 이용한 요리집도 많다. 명지쉼터가든(582-9462)은 잣국수, 잣손두부집(584-5368)은 두부 요리로 많이 알려졌다.
  • [글로벌 시대] ‘현명한 여성리더십’을 갈망하며/윤영미 평택대 외교안보전공 교수

    [글로벌 시대] ‘현명한 여성리더십’을 갈망하며/윤영미 평택대 외교안보전공 교수

    봄날이다! 필자가 10여년간 유학했던 영국은 이맘때가 되면 공원과 길가에 노란 수선화가 피고, 들판에서는 양떼들이 온종일 고개를 숙이고 풀을 뜯는 것이 일상이다. 비가 갠 뒤에는 자주 무지개가 뜨는 나라 영국, 가끔 그 풍경과 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는데, 올해 우리나라의 첫 여성대통령 취임을 보면서 당차고 강철 같았던 여성 한 명을 떠올리게 된다. 바로 영국을 대표하는 정치적 색깔이 분명하고 대찬 마거릿 대처 전 총리다. 아마 전 세계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지향해 왔던 이상주의적인 정치체제의 로망은 ‘신분과 성별’로 차별을 받지 않는 사회일 것이다. 하지만 불과 200여년에 달하는 현대 민주정치 역사상 ‘여성’ 리더십이 성공했던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그렇다면 영국 사상 최장기 집권의 총리로서 11년 반이나 영국을 이끈 대처 총리의 정치적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그녀는 귀족이거나 유명한 정치가 집안의 딸은 아니었다. 평범한 중산층 출신으로 아버지는 식료품을 파는 상점을 운영했다. 그녀 특유의 남다른 열성과 노력으로 옥스퍼드대학에 합격해 화학을 전공했고, 1953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데 이어 1959년 하원의원으로 당선되면서 정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1975년 영국 보수당 최초의 여성 총리이자 유럽의 첫 여성 총리가 되면서 영국 정치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필자가 막 영국 유학을 시작했던 1989년 말 그녀는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신자유주의 정책을 과감하게 펼쳤고, 만성적이던 경제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과감하게 산업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심지어 일하지 않으면서 복지 혜택만 받고, 세금은 많고 일자리가 없는 이른바 ‘영국병’을 고치고 국가 경제를 회복시키면서 ‘대처리즘’(Thatcherism)을 탄생시켰다. 또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아르헨티나의 포클랜드 침공을 군사적으로 응징해 영토를 지켜낸 것은 힘의 정치와 국가 안보를 중요시했던 ‘철의 여인’다운 뛰어난 지략이었으며 뚝심의 소유자임을 입증하는 하나의 사례가 아닐까 싶다. 그녀의 위대함은 바로 이것이다.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총리가 됐지만 난제를 현명하게 극복했고, 특히 대처의 ‘철의 리더십’ 이면에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지혜로움이 있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녀에 관한 평전들을 보면 주요 정책의 수립 과정에는 늘 합의가 뒤따랐다. 많은 사람의 의견을 수렴했고, 야당이었던 노동당과 지식인, 언론인, 정책 관계자들과 만나 국민이 합의할 수 있는 원칙을 찾기 위해 정력을 쏟아부었다. 포클랜드 전쟁 참전에 앞서서는 미국 펜타곤을 비롯한 세계의 지도자들을 만나 국제사회가 합의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지혜를 발휘했다. 그녀는 평소 “지혜가 없는 권위는 칼날을 세우지 못한 도끼와 같다”라고 말하곤 했다고 한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이 이끄는 ‘박근혜 호’가 국민행복시대의 출항을 전 세계에 알렸다. 지금 우리는 희망을 얘기한다. 그러나 북한 핵 문제와 경제 부흥, 복지 실현 등 여러 난제 앞에 놓여 있다. 그래서 국민의 합의를 원칙으로 하는 정책 추진과 함께 ‘소통하는 화합’의 리더십 발휘가 절실한 시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고질적인 한국병을 끄집어내고 해결해 보겠다는 대찬 뚝심과 지혜를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바란다.
  • [주말 인사이드] 유난했던 혹한에 수확량 급감… 화훼·과일·야채 재배농 ‘춘래불사춘’

    [주말 인사이드] 유난했던 혹한에 수확량 급감… 화훼·과일·야채 재배농 ‘춘래불사춘’

    강원 강릉시 경포에서 시설하우스 3000㎡를 운영하는 조원현(67)씨는 올겨울 딸기 농사를 망쳤다. 예년 같으면 새해 초부터 하루 20~30㎏씩 수확하며 고수익을 올렸겠지만 올겨울은 최저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내려가는 날씨가 지속되면서 냉해로 잎이 말라죽은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나머지도 생육이 더뎠다. 3중 보온 덮개를 씌우고 지하수를 끌어올려 하우스 온도를 올리는 수막시설도 매서운 한파에 속수무책이었다. 하룻밤 기름보일러를 돌리는 데만 25만원가량이 들어갔다. 생산도 보름쯤 늦어진 2월부터 시작됐다. 상품성이 떨어져 가격도 ㎏당 1만원으로 예년 수준에 그쳤다. 조씨는 “예년엔 매출 1억원에 5000만원을 남겼지만 8000만원에 3000만원도 남기기 어렵게 됐다”고 울상을 지었다. 유난했던 올겨울 혹한이 시설하우스 채소는 물론 과일과 화훼까지 가리지 않고 짓밟았다. 풍성한 결실을 기대했던 농심은 여지없이 무너졌고, 장밋빛 봄날을 꿈꾸었던 농부들에게는 ‘춘래불사춘’이 되고 말았다. 1일 찾은 강원 평창군 진부면 호명리 영동고속도로 인근의 국내 최대 칼라꽃 생산단지 ‘해피 700’. 경칩이 코앞인데도 고원지대인 탓에 체감온도는 영하 5~6도에 달했지만 비닐하우스는 20도가 넘는 봄이었다. 8000여㎡ 규모 하우스 안으로 들어서자 사람 가슴 높이의 칼라꽃들이 총천연색을 뽐냈다. 원산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어느 야생식물 군락지를 연상케 했다. 노랑, 자주, 분홍 등 눈이 멀 지경이었다. 하지만 농장 주인 계창석(55)씨는 “죽을 맛이다. 수십억원을 들여 하우스를 지은 뒤 어렵게 내수와 수출 길에 나섰는데 올겨울 눈과 추위 때문에 손해가 막대하다”고 막막한 심정을 털어놨다. 잦은 눈과 한파, 저온현상이 꽃 생장에 치명타를 입히면서 생산량이 예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탓이다. 계씨는 5년 전 농업법인 그린원을 세우고 처음 4000㎡ 하우스를 지었다. 이곳에서 해마다 18만~20만 포기의 꽃을 생산해 3억원씩 소득을 올렸다. 수입이 꽤 쏠쏠하자 지난해 하반기 하우스 시설을 두 배인 8000㎡로 늘렸다. 융자와 자부담 등 지금까지 21억원을 쏟아부었다. 올해부터 36만~40만 포기 꽃을 생산해 5억~6억원의 매출을 올리면 얼마 안 가 빚을 갚을 것으로 봤다. 최근에는 부가가치가 높은 구근까지 생산해 해외 수출길까지 타진했다. 인근 마을 다섯 농가에서 기술을 이전받아 1만㎡ 규모의 칼라꽃 작목반까지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일조량에 가장 민감했던 지난해 12월부터 눈이 4~5일 간격으로 쏟아졌다. 계씨는 비닐하우스가 눈 무게에 무너질까 봐 굵은 쇠 파이프로 기둥을 박고 지붕에도 쇠 파이프를 수없이 가로 얹어 골격을 만들었다. 이 덕에 하우스 붕괴는 막았지만 지붕에 쌓이고 쌓이는 눈이 문제였다. 눈 더미가 햇빛을 가려 어쩔 도리가 없었다. 하우스 내부 온도가 지붕의 눈을 녹일 틈도 없이 내려 쌓이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이때 칼라꽃들이 광합성작용을 하지 못하면서 성장이 신통치 않았다. 꽃대를 올린 것들도 꽃잎을 제대로 피우지 못하고 망울째 시들었다. 내리 석달 동안 꽃 생산량이 예년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한달에 적어도 5000만원 이상 매출이 나와야 하지만 20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직원들 인건비는 고사하고 하우스 유지비도 건지지 못했다. 난방비만 하루 평균 100만원 이상 들어갔다. 겨우내 적자를 면치 못해 석달간 손해만 7500만원을 봐야 했다. 꽃값도 화훼 수입이 늘면서 한 송이에 2000~3000원으로 예년 가격 수준을 넘지 못했다. 방울토마토 최대 생산지인 충남 부여군 세도면도 초상집이다. 세도면 청포3리 6600㎡의 하우스에서 방울토마토를 기르는 백승민(55) 세도농협조합장은 “막 따기 시작했는데 초장부터 수확량, 품질과 가격이 지난해만 못하다”고 말했다. 수확은 5~6월이 절정기다. 백 조합장은 올해 수확량이 25% 정도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매년 2억원 안팎의 소득을 올렸지만 올해는 1억 5000만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11월 하우스에 토마토 묘목을 심은 그는 날씨가 풀리는 다음 달까지 기름값으로 7000만원이 들 것이라고 했다. 지난겨울에는 6000만원이 들었다. 인건비는 지난겨울 4000만원에서 4400만원으로 10% 더 늘고, 약재값은 저온현상이 유난히 심해 1000만원이 들 것으로 보았다. 지난겨울 500만원의 두 배다. 비료값 1000만원과 비닐 구입비 700만원은 예년과 별 차이가 없다. 토마토 하우스는 해마다 비닐을 갈아줘야 한다. 모두 1억 4100만원이 투입돼 순수입이 1000만원 안팎에 머물 전망이다. 백 조합장은 “지난해 2만 5000원 안팎이던 5㎏ 방울토마토값이 지금처럼 1만 7000여원으로 피크 때까지 지속되면 올봄 토마토 농사는 그야말로 잿빛”이라고 불안해했다. 이날 찾은 충남 금산군 추부면. 전국 최대 깻잎 생산지다. 추부면 비례리의 비닐하우스로 들어서자 깻잎이 오종종하다. 시중에서 파는 것의 절반 크기밖에 안 됐다. 때깔도 뿌옇다. 농민 전재만(57)씨는 “이것들은 상품성이 떨어져 죄다 버려야 한다”면서 “겨울 깻잎은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연방 따는데 올해는 1월 중순에 끝나버렸다”고 혀를 찼다. 2중 하우스 모두 이런 피해를 당했다. 전씨는 “깻잎 농사를 15년 지었는데 올겨울 같은 냉해는 처음”이라면서 “예전에는 2중 하우스도 끄떡없었다. 얼어도 낮에 햇볕을 쬐면 회복됐는데 올해는 저온현상이 계속됐다”고 말했다. 전씨의 2중 하우스 면적은 1320㎡다. 이 깻잎 하우스의 3분의1은 이미 갈아엎은 상태였다. 금산군 깻잎 농가의 80% 이상이 2중 하우스다. 이는 바깥 비닐 안에 비닐을 한겹 더 설치한 뒤 그 사이로 지하수를 뿌려 하우스 온도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지하수 온도는 13도로 깻잎 재배의 최저 온도 11도보다 높다. 지하수로 안 되면 온풍기가 자동으로 돌지만 올겨울에는 허사였다. 전씨는 “밤에만 돌던 온풍기가 올해는 24시간 돌아도 잎이 얼더니 5월에나 피는 꽃대가 올라왔다. 깻잎 생산이 끝났다는 신호”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전씨는 10월부터 1320㎡ 하우스에서 석달 반 깻잎을 따 300만원밖에 벌지 못했다. 예년에는 5월까지 따 2500만원의 수입을 올렸었다. 반면 올겨울에는 온풍기를 쉴 새 없이 돌리고 면세유 값도 올라 기름값으로 매달 130만원이 들어 지난해 70만원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데다 인건비도 뛰어 900만원 가까이 손실을 봤다. 전씨는 “농산물값이 오르면 물가를 잡는다고 ‘수입하겠다’며 난리를 떨기만 했지 정부가 농촌에 해준 게 뭐가 있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서울 가락동시장에서 20~30% 비싸게 팔리는 충남 논산시 양촌면 하우스의 ‘양반상추’도 냉해를 입어 잎이 작고, 푸석푸석한 것이 많았다. 양촌면 임화3리 고일국(46)씨는 9900㎡ 규모의 하우스에서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9375만원을 올렸지만 올해는 7500만원에 그칠 전망이다. 매출액이 25% 감소했다. 그런데도 올겨울에는 오른 기름값과 인건비 등으로 적자가 날 판이다. 고씨는 “상품성이 떨어져 상추 잎을 다 따 버리고 있다. 냉해를 입은 상추는 날씨가 풀리면 썩어 들어가 봄이 와도 좋아질 희망이 없다”고 우울해했다. 평창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금산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훈련도 실전처럼’ 소방훈련 현장에 가다

    ‘훈련도 실전처럼’ 소방훈련 현장에 가다

    “실전과 같은 훈련으로 소방관들의 현장 대응능력을 키워, 어떤 상황에서라도 국민의 귀중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조선호 마포소방서장의 말이다. 1일 밤 8시, 케이블채널 서울신문STV로 방영되는 ‘TV 쏙 서울신문’은 소방관들의 화재진압 훈련 현장을 찾아가봤다. 지난 27일 서울 마포소방서는 철거예정 건물에서 실제 화재상황 재현을 통한 진화 훈련을 실시했다. 소방관들은 철저한 현장 브리핑과 사전 장비점검 등을 통해 만약에 생길지 모르는 2차 사고에 대비했다. 최근 발생하는 소방관들의 안전문제 예방과 신속한 출동을 위해 훈련은 실제상황처럼 진행됐다. 자욱한 연기로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사고현장에서도 소방관들은 구령에 맞춰 침착하고 신속하게 구조 대상자를 구출해냈다. 이 밖에도 TV 쏙 서울신문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미술관´도 소개한다. 여의도 63스카이아트 미술관은 개관 5주년을 맞아 ‘유럽-그림으로 떠나는 여행 전’을 열고 있다. 오는 24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1부 프랑스 편부터 5부 영국 편에 이르기까지 전후 유럽에서 활동하며 작품세계를 인정받은 각 나라의 대표 작가들을 만날 수 있다. 1부 프랑스 편에서는 버려진 일상용품을 통해 소비문명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아르망 페르난데스의 ‘봄날의 석양’ 등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2부 스페인 편에서는 후안 미로 등 초현실주의 화가들의 작품과 포스트 모더니즘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고, 3부 이탈리아 편에서는 공간주의 운동을 일으킨 루치오 폰타나의 ‘공간개념-극장’과 평면입체를 대비시킨 밈모 팔라디노의 ‘알레코’ 등이 전시됐다. 또 4부는 네덜란드·벨기에·독일 출신 작가들의 작품을 모은 코너로 구성됐다. 끝으로 5부 영국 편에서는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 꼽히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물결’ 등을 소개한다. ‘2013 구정을 듣는다’에서는 올해를 수확의 해로 만들겠다는 진익철 서초구청장을 만났다. 취임 직후부터 강조했던 ‘현장 소통’을 올해도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밝히는 진 구청장의 한 해 구상을 들어본다. SNS에 나타난 목소리를 통해 한 주일 동안 뉴스의 흐름을 짚어보는 ‘톡톡 SNS’ 에서는 박근혜 정부 출범, ‘4대강사업’과 ‘한식세계화’에 대한 감사청구안 가결 등과 관련한 다양한 목소리를 전한다. 글 사진 성민수 PD globalsm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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