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볼모
    2026-08-01
    검색기록 지우기
  • 복음
    2026-08-01
    검색기록 지우기
  • 도움
    2026-08-01
    검색기록 지우기
  • 5선
    2026-08-01
    검색기록 지우기
  • 민호
    2026-08-01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026
  • [열린세상] 어떤 5·18/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열린세상] 어떤 5·18/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얼마 전 어느 잡지에서 토론 사회를 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광주 문화중심도시를 둘러싸고 지역에서 벌어지는 논쟁이란다. 제안에 응했을 때만 해도, 사업 콘텐츠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를 놓고 서로 다투나 했다. 그런데 정작 나가 보니 논의의 수준이 어이가 없다. 논란의 요체는, 앞으로 설립될 아시아문화전당이 이른바 ‘랜드마크’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것. 공모에 당선된 설계안은 유선형의 유리 파사드를 끼고 지붕과 바닥이 서로 이어지는 구조다. 건물을 위로 올리지 않은 것은 무등산의 윤곽을 드러내고,5·18 기념물들을 보존하려는 배려일 게다. 오스트리아 건축가 훈데르트바서도 유치원 건물을 지을 때에 이와 비슷한 생태주의 컨셉트를 사용한 적이 있다. 그런데 지역의 일부세력이 당선된 계획안에 대해 ‘벙커’ 운운하며 반발하고 있다.‘랜드마크’의 역할을 하려면 건물이 위로 치솟아야 한다는 것이다. 건물을 무조건 지상으로 높이 올려야 한다는 발상도 한심하지만, 더 끔찍한 것은 그 뒷얘기다. 그 밖에도 5·18을 기념하는 518m짜리 탑을 쌓자,3000석짜리 오페라 하우스를 짓자, 혹은 거대한 규모의 박물관을 짓자는 제안까지 나오고 있단다. 5·18 기념비가 무슨 주체사상탑도 아니고, 자유와 민주를 위한 희생을 굳이 전체주의 거석문화로 기려야 할까? 또 대한민국에 오페라 단이 몇 개나 된다고 3000석 규모의 오페라 하우스를 짓는단 말인가. 그러잖아도 전국 지자체에서 화려하게 지은 공연장들은 막대한 관리비만 잡아먹으며 텅텅 비어 있다. 게다가 거대한 박물관을 지으면 뭐 하는가. 거기에 전시할 컬렉션은 어디서 구하고? 그런 주장을 펴는 이들은 자신들을 ‘지역의 여론’이라 부르며, 이를 증명하려고 관제 데모 비슷한 것을 조직하기도 했다. 당연히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질 수밖에. 듣자 하니 데모에 참여한 노인들의 대부분은 ‘랜드마크’가 뭔지도 모른 채 자리에 불려나왔고, 어느 할머니는 ‘그런 건 모르겠지만, 지역을 위해 저렇게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보니 마음이 짠하다.’며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단다. 심지어 이 논란을 정치 문제화하려는 시도도 있다. 즉 중앙정부가 지역주민을 무시하고 사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 한다고 선동을 하는 것이다. 관제데모에 동원된 어느 노인은 손가락을 깨물어 혈서로 ‘노’자 다음에 ‘ㅌ’자까지 썼다가, 거기에 x표를 하고 다시 ‘무현’ 이라고 적어 넣었다고 한다. 아직도 ‘노태우’씨가 대통령 하는 줄 알았던 모양이다. 이런 것이 광주가 그 중심에 서려고 한다는 ‘문화’의 실체다. 문화는 ‘문화관’을 짓는 문제가 아니라, 아무리 작더라도 그 건물에 채워 넣을 콘텐츠의 문제다. 이것을 논의해도 시원찮을 판에, 논의 자체가 정부에서 지원한다는 2조원의 예산을 누가, 어떻게 가져가느냐의 문제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물론 이게 광주시민의 일반적 정서일 리 없다. 그곳에서 만난 이들은 한결같이 이 해프닝의 배후로 낡은 지역주의 정당, 거기서 관급공사 따는 건설업체, 그 광고를 받는 지역 언론으로 이루어진 공고한 이익집단의 존재를 지적한다. 그들은 지역의 여론을 빙자한 지역권력의 망발을 막을 길이 없음을 답답해하고 있었다. 주민을 지역주의의 볼모로 잡고, 그들을 동원의 대상으로 전락시켜 놓고, 지역의 이해를 내세워 실은 자기들끼리 야합하여 주민의 진정한 이해관계를 배반하는 수법. 어디서 많이 보던 장면 아닌가? 5·18은 완성되지 않았다. 그것은 우리를 소백산맥 건너편의 지역주의만이 아니라, 그쪽을 그대로 빼닮은 산맥 안쪽의 지역주의로부터도 해방시켜야 한다.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 [윤설영 기자의 고시 블로그] “합격만 하면 다시는 안먹는다”

    사실 신림동 고시식당의 위생불량 문제는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인터넷 카페에 심심찮게 올라오는 고시식당에 관한 글을 읽어 보면 음식에서 머리카락이나 벌레가 나오는 건 예사다. 고시생들도 크게 개의치도 않는 분위기다. 한 고시생은 “미역국에서 전날 먹은 수프 맛이 나서 한술도 못뜨고 버렸다.”고 한다. 설거지도 제대로 안된 식기에 음식이 나온다는 얘기다. 그러니 “합격만 하면 다시는 먹나 봐라.”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실제로 들여다 본 고시식당 뒤쪽의 조리 실태는 고시생들에게 듣던 괴담의 수준 이상이었다. 부엌 한쪽에 놓여진 반찬은 음식물 쓰레기라고 하지만 다음 식사 때 재활용되어 나오지는 않을지 의심스러웠다. 기름때에 절어 냉장고인지 쓰레기통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곳도 있었다. 한 식당 부엌에 있었던 젖은 신발에서는 거무튀튀한 물이 빠지지 않았다. 대량으로 조리하느라 그렇다 하더라도 이건 좀 심하다 싶었다. 이날 방문한 식당 6곳 중 그나마 위생상태가 양호한 곳이 한 곳이 있었다. 지난해 10월 식당을 인수받아 운영하고 있는 서동효씨의 식당 창고에는 거의 재고가 없었다. “집에서 내가 먹는 것처럼 하려면 매일 새 재료를 받아서 해야지요.”라는 말이 겉치레만으로 들리지 않았다. 그는 요즘 수험생들이 눈치도 빠르고 입소문도 빨라 수입쌀을 조금만 섞어도 금방 알아챌 정도라고 했다. 때문에 학생들 신뢰를 얻기 위해선 자리가 잡힐 때까지는 손해를 감수하면서 장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신림동 고시생 수천명의 건강이 고시식당에서 먹는 음식에 달려 있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위생에 신경을 못쓴다는 식당 주인들의 말은 용납이 되지 않는다. 불결한 고시식당밥이 눈물 젖은 빵도 아니고 돈 때문에 건강이 볼모로 잡혀서 되겠는가. 관할 당국도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단속에 나서야 할 것 같다. 식약청은 취재 요청에 현장 인력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나마 이번 취재를 전후로 구청의 위생 점검이 잦아진 것은 다행이다. snow0@seoul.co.kr
  • [사설] 정당 외면한 재·보선 민의 직시해야

    4·25 재·보선이 한나라당의 참패로 끝났다. 그간 불패신화를 이어온 한나라당에 국회의원 1명, 기초단체장 1명 당선은 참패임이 분명하다. 공천 잡음 등 볼썽사나운 행태를 감안할 때 맞을 매를 맞은 셈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의 패배자가 과연 한나라당뿐인지는 다시 생각할 문제라고 본다. 먼저 6곳의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5곳을 무소속 후보가 차지했다.9개 광역의원 선거에서도 무소속 당선자가 6명에 이른다. 간신히 나머지 지역을 차지한 한나라당을 비롯해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민노당, 국민중심당 등 정당 모두가 유권자들로부터 철저히 외면 당했다. 원인이 무엇이든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선거 과정에서도 정치권은 철저히 패배했다. 명색이 집권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은 55개 선거구 가운데 14곳에만 후보를 냈고, 기초의원 1석을 건지는 데 그쳤다. 범여권 통합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멀쩡한 당내 후보의 출마를 가로막는 자해 정치를 서슴지 않았다. 그러고도 정세균 의장은 “평화개혁미래세력이 대통합을 위해 손잡으라는 국민의 지상명령”이라는, 얼토당토않은 관전평이나 늘어놓았다. 김홍업씨 당선은 우리 정치가 여전히 지역패권정치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입만 열면 지역구도 타파를 외치는 정치인과 정당들이 사실은 앞장서서 지역주의를 부추기고, 여기에 기대어 사익과 당리를 챙기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유권자들을 지역주의의 볼모로 삼고, 이념과 정책을 중심으로 한 정당정치를 철저히 파괴한 것이다. 선거 이후 모습도 한심하다. 한나라당에선 패배책임론 뒤로 두 대선주자의 세 싸움이 한창이다. 열린우리당은 당 해체를 놓고 갑론을박을 시작했고, 민주당과 국민중심당은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쥐게 됐다며 희색이다. 제 자신 패배한 것조차 모르는 이들에게 어떻게 다음 정권을 맡길지 걱정이다.
  • [데스크시각] 문화권력 진화할까/박선화 문화부장

    역시 시민의 힘이 정치인보다 낫다. 이번 재·보선 선거결과를 보며 민심의 저변에 서린 결기에 새삼 소스라친다. 즉, 정치든 어떤 분야이든 권력자들의 화법에, 그들을 바라보는 이들은 결코 휘둘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웅변해 줬다. 공급자 내지 칼자루를 쥔 이들은 시민·유권자·수요자들을 위한다며 온갖 미사여구를 늘어놓지만, 그들을 선택하는 수요자들의 판단은 적확하다. 수요자들은 실제 생활인이자 그들의 허실과 속셈을 너무 잘 읽기 때문이다. 일전 경제부처 장관을 지낸 한 인사는 그 좋다는 권력을 왜 선뜻 내놓았느냐는 질문에 의외로 담담했다.“할 만큼 했고, 더 이상 할 게 없더라.”였다. 차관 때도 그러지 않았느냐에 대해선 “그랬더니 권력주변 인사가 안분지족하는 걸 보고 장관에 천거했다고 하더라.”며 일관된 톤을 유지했다.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소신과 철학을 지닌 그가 공복으로서 정책 수요자를 위해 참 잘했겠구나 하는 믿음처럼 들렸다. 대선의 해를 맞아 적이 어지러운 즈음에 입증된 재·보선 민심의 본질은 어디에 있을까. 이민(利民)하려는 자보다 위민(爲民)하려는 이를 선택한 것이라면 지나칠까. 단지 정치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권력과 자리를 향한 줄달음은 문화예술계에도 엄존한다. 정책당국과 산하기관, 장르별 문화분야에도 정도의 차이일 뿐 비슷한 양태가 잠복해 있다. 지난 1980년대 이래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낸 인사들을 보자. 이광표 장관을 비롯한 21명 가운데 출신별로는 정치인 9명, 언론인 6명, 학계 2명, 관계 2명, 문화계 인사 2명이다. 그나마 참여정부 들어 문화계 인사 2명이 장관을 지냈을 정도이다. 출신과 개인별로 장·단점이 다르겠지만 최근 내정된 김종민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공교롭게도 관계와 업계를 고루 거쳤다. 20여년에 걸쳐 다양한 인사가 거쳐갔으니 김종민 장관의 내정은 그만큼 정책과 실물의 갭을 최소화하는 데 적합한 것으로 평가받았을 터이다. 이창동 장관과 현 김명곤 장관은 문화예술계 출신이어서 어느 때보다 동종업계의 이해관계를 소상히 정책에 반영하려 노력한 인사로 꼽을 수 있다. 정부가 균형추를 맞추려 노력한 점도 미래의 좌표를 제시해 준다. 또한 곧 있을 서울 예술의전당 사장 공모에서 최종후보 3인 가운데 누가 될지가 인사기준의 한 잣대를 제시해 줄 참이다. 관료의 정책장악력과 문화예술인의 전문성 사이에서 견제와 균형이 이뤄질지 자못 궁금해진다. 문화계 전반에서도 마찬가지다. 장르별로 시장지배력을 가진 메이저와 마이너의 양극화 현상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 영화산업에선 막대한 자본력을 동원한 오리온·CJ·롯데가 영화배급을 장악해 순수영화를 고집하는 김기덕 감독은 한때 국내 상영을 포기했을 정도다. 연예인을 키우는 엔터테인먼트사의 우월적 일방주의나 출판쪽의 경우 마케팅과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독·과점 현상이 대단하다. 학계와 문단에서조차 벌어지고 있는 ‘권력화의 폐단’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어느 대학 어느 학과 출신들이 판치고 다른 이들은 도외시하는 일단을 보노라면 아연 놀라울 따름이다. 문화예술계를 감싸고 있는 권력화 현상을 딱히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다. 그만큼 경쟁과 성취동기를 부여하는 촉매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현상이 심할수록 게임의 룰이 흐트러지고 수요자들은 점점 멀리 달아난다는 점은 분명하다. 목하 대선을 앞두고 적잖은 문화예술계 인사들도 예비후보자 캠프에 몸담고 있다. 본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치더라도 이번 재·보선의 교훈을 겸허하게 되돌아보길 바란다. 권력에 다가서려 수혜자들을 볼모로 삼지는 않았는지. 각종 문화권력도 수혜자가 없으면 쓸데없듯, 그 자리는 수요자로부터 나온다. 박선화 문화부장 pshnoq@seoul.co.kr
  • [강유정의 영화in] 우아한 세계

    [강유정의 영화in] 우아한 세계

    다 늘어진 러닝 셔츠를 입은 남자가 TV 앞에서 바닥에 흩어진 라면을 줍고 있다. 남자의 등 너머에 있는 50인치 TV 속에는 유기농 식탁, 미소를 머금은 아이들, 스프링클러 물빛이 가득 차 있다. 풍경에서 추방된 채 관객처럼 여자와 아이들의 모습을 감상하는 이 남자. 그렇다면 이 남자는 누구일까? 그 남자는 바로 화면 속 아이들을 낳고 키운 남자, 우리가 상식적으로 “아버지”라 부르는 사람이다. 문제는 이 완벽한 가족 풍경화 가운데 그에게 허용된 공간은 없다는 점이다. 아니, 가족들은 되레 그가 없어야만 이 그림이 완성될 수 있다고 쫓아낸다. 아버지의 부재가 가족에게 축복이 되는 아이러니, 만질 수도 안을 수도 없는 그림 속 아이들을 자식이라 부르는 불쌍한 우리 아빠. 이쯤 되면 그는 그저 한마리 수컷 기러기라 불리는 편이 더 옳을 듯싶다. 한재림 감독의 ‘우아한 세계’는 기러기가 돼버린 우리 시대 불쌍한 아빠들의 초상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부장’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지만 ‘형님’이라는 호칭이 더 익숙한 40대 남자 강인구. 조직내 서열 2,3위를 다투지만 예상과 달리 그의 생활은 초라하고 시시하다. 주목할 것은 이 남자를 초라하게 만드는 결정적 동인이 바로 ‘가족’과 ‘가정’이라는 사실이다. ‘생활 누아르’라는 부제에 걸맞게 조폭 강인구에게 전쟁터는 바로 일상이다. 집 한칸 마련해주지 못한다며 힐난하는 아내, 무식한 아버지는 차라리 죽어버리는 게 낫다고 저주를 퍼붓는 딸, 꼬박꼬박 체류비와 학비를 챙겨줘야 하는 유학생 아들에게 있어 아버지는 회피하고 싶은 치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 강인구는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이 지겨운 조직폭력배 생활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상 강인구에게 있어서도 가족은 빌미에 가깝다. 그는 자신이 중독된 폭력적 삶을 가족을 위한 희생이라고 자위하며 설득한다. 다 먹고살기 위한 일이라는 변명 속에서 범죄는 무마되고 폭력은 합리화되는 것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강인구라는 인물이 가족을 명분으로 협잡과 비리를 선택한 수많은 가장들의 표본이라는 사실이다. 우리 시대 아버지가 살아가고 있는 생활전선이란 조폭 아버지의 싸움판과 다를 바 없다. 칼 대신 펜을 들고 각목 대신 운전대를 잡았을 뿐,40대 아버지의 일상은 강인구의 전쟁터보다 나을 것이 없다. 자신만을 바라보고 신용카드 명세서에 서명하는 아내를 위해, 아이의 학원비를 벌기 위해 전쟁 같은 삶의 현장에서 아버지는 조금씩 소루한 존재로 사라져 간다. 이는 한재림의 ‘우아한 세계’가 아버지가 된 남자들이 만들어낸 지리멸렬한 세상에 대한 풍자로 받아들여지는 까닭이기도 하다. 범죄자 강인구가 ‘가족’을 이유로 폭력을 정당화하듯 수많은 아버지들은 가족을 볼모 삼아 불의를 자행한다. 피비린내 나는 아버지의 돈으로 영위되는 ‘우아한 세계’도 불온하긴 마찬가지이다. 가족 풍경화에서 추방된 채 현금지급기로 전락한 아버지 강인구, 그는 우리 시대의 우울한 초상인 셈이다. 영화평론가
  • 히스토리채널 10일 ‘드라큘라’

    케이블·위성TV 히스토리채널은 10일 오전·오후 10시 다큐멘터리 ‘루마니아의 영웅, 드라큘라’를 방영한다. 드라큘라는 영화나 소설에서 흡혈귀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1427년 왈라키아 공국(현 루마니아)의 왕자로 태어나 국가적 영웅으로 추앙받던 인물이다. 어린 시절을 터키와 헝가리에 볼모로 잡혀가는 불운을 겪다 1456년 본국으로 돌아와 터키와 헝가리의 침략전쟁에서 용감히 싸웠다. 하지만 그에게 불만을 품은 귀족들의 시기와 모략이 끊이지 않아 통치기간 내내 암살 위협을 견뎌야 했고 이 과정에서 피의 숙청이 이뤄졌다. 이 이야기가 18세기 말 유럽에 퍼지면서 드라큘라는 소설가 브램 스토커에 의해 흡혈귀로 묘사됐다.
  • [사설] 응급환자 죽음 부른 의사 집단휴진

    의사들의 ‘내 밥그릇 지키기’ 집단휴진이 끝내 한 생명을 앗아갔다. 그제 의사와 한의사, 치과의사, 간호조무사 5만여명이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의료법 개악 저지 궐기대회’를 갖는 동안 한 태국인 근로자가 병원을 전전하다 숨졌다. 점심식사 중 닭고기가 목에 걸려 의식을 잃은 이 근로자는 응급처치를 받았더라면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이 근로자는 의사들의 파업으로 간호사들만 지키는 병원을 헤매다가 길거리에서 숨을 거두었다. 억울한 죽음이 아닐 수 없다. 의사들은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의사들의 진료권을 침해하는 ‘악법’이라며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하면 의사 면허증을 반납하고 무기한 휴진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환자들의 생명을 볼모로 한 협박이다. 하지만 의사들이 개악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은 환자의 권익을 강화한 것이다. 질병과 치료방법을 자세히 설명토록 한 ‘설명의무’ 신설이나 ‘허위 의무기록 작성 금지’‘표준진료지침’ 신설 등은 선진국의 의료법에도 명시된 조항이다. 이를 의사들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제약하는 규제로 몰아붙이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이대로 두라’는 의사들의 요구는 국민 건강권 위에 계속 군림하겠다는 뜻과 다를 바 없다. 의사들은 의약분업사태 이후 툭하면 밥그릇 지키기의 수단으로 집단휴진을 남발하고 있다.‘인술’은 오간데 없고 온통 ‘상술’뿐이다.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유다. 병원을 전전하다 생명을 잃은 태국인 근로자에게 뭐라고 변명할 것인가.
  • 동아제약 경영권 다툼 점입가경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과 둘째아들 강문석 수석무역 대표간의 경영권 다툼이 심해지면서 ‘관제 데모(?)’까지 나왔다.29일 열릴 주주총회를 앞두고 양측의 세대결이 불을 뿜고 있다. 동아제약은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회사 광장에서 임직원 1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임직원 결의대회를 가졌다. 임직원들은 강 대표의 경영참여를 반대하는 결의서를 채택하기도 했다. 이들은 “외부세력과 결탁한 회사의 전 사장 등이 동아제약을 위협하고 있다.”며 강 대표를 공격했다. 이들은 또 “한국알콜 등 외부세력들은 동아제약의 발전을 위한 비전과 준비도 없이 자본의 논리만을 앞세워 동아제약의 경영에 간섭하려는 의도를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전 11시 집회에 맞추기 위해 지방에서 새벽에 올라온 참석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본사 뿐만 아니라 지방의 각 영업지점 직원 동원령이 내려졌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경영권 방어에 급급해 생계를 볼모로 직원들을 동원한 것은 회사측의 횡포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수석무역은 이날 “생계를 볼모로 직원들을 동원했다.”며 “지방에서 영업하기도 바쁜 사람을 동원한 70년대식 관제 데모”라고 비난했다. 수석무역은 “동아제약의 최근 혼란스러운 상황은 경영권 분쟁이 아니라 동아제약의 발전에 더 적합한 경영자를 선택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대표가 동아제약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지만 대주주로서 동아제약의 미래와 발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석무역측은 강 회장의 4남 강정석 전무의 경영 능력을 문제삼았다. 수석무역은 “강 전무는 지분이 0.5%에 불과하고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며 “더욱 심화될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제약환경이 열악해지지만 이를 헤쳐 나갈 능력과 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수석무역 관계자는 “주총을 통해 강 대표와 강 전무측의 회사의 비전에 대해 발표하고 논의하는 자리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동아제약과 강 회장측은 15일 의결권 대리 행사를 위한 주주 위임장 확보에 나섰다. 이에 맞서 수석무역과 강 대표측은 16일부터 주주 위임장 확보에 들어간다. 특수관계자를 제외한 미래에셋자산운용·KB자산운용 등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 등의 선택이 경영권 향배를 결정짓게 된다.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병자호란 다시 읽기] (10) 누르하치,명(明)에 도전하다 Ⅱ

    [병자호란 다시 읽기] (10) 누르하치,명(明)에 도전하다 Ⅱ

    건주여진을 통일하고, 해서여진과 몽골의 연합군마저 물리친 누르하치의 기세는 멈추지 않았다. 누르하치는 하다, 호이파, 울라 등 해서의 여러 부족들을 강온(强穩), 양면으로 통제하여 가장 강한 예허부(葉赫部)를 고립시키는 정책을 취했다. 당시 해서여진이 누르하치에게 맞서려면 4부 사이의 단결이 절실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그들 사이의 알력 때문에 누르하치에 대해 연합전선을 펼 수 없었다. 하다, 호이파, 울라는 차례대로 누르하치에게 각개격파되었고, 혼자 남은 예허는 결국 명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누르하치는 예허의 그 같은 전략을 꿰뚫었다. 그는 해서여진을 공략하는 동안, 자신을 견제했던 명에 몸을 낮추었다. 명의 견제를 받아들이는 태도를 취하여 명분을 축적하고, 내실을 다졌다. 결정적인 기회를 엿보기 위해 숨고르기를 했던 것이다. ●하다와 호이파를 멸망시키다 1599년 하다의 국주(國主) 멩게불루는 예허와의 갈등으로 전쟁을 하게 되자 누르하치에게 구원을 요청했다. 멩게불루가 셋째아들을 볼모로 보내자 누르하치는 2000명의 병력을 동원하여 하다를 원조하려 했다. 다급해진 예허는 개원(開原)에 주둔한 명군 지휘부를 움직여 멩게불루를 질책했다. 누르하치와 동맹을 맺은 것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한편으로는 멩게불루에게 자신을 딸을 아내로 주었다. 멩게불루는 예허의 요구를 받아들여 누르하치와의 동맹을 철회했다. 누르하치와 예허, 명 사이에 끼여 있는 약소국의 ‘눈치보기’였다. 격분한 누르하치는 하다를 공격하여 멸망시키고 멩게불루를 사로잡았다. 그러자 명이 개입했다.1601년 명의 만력제(萬曆帝)는 사신을 보내 누르하치를 질책하고, 하다의 유민들을 멩게불루의 아들 우루구다이(武爾古岱)에게 반환하라고 강요했다. 누르하치는 명의 요구에 따라 유민들을 송환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예허가 하다를 공격하여 우루구다이를 자신의 세력권에 편입시켰다. 누르하치는 명에 서신을 보내 항의했다. 자신이 하다를 격파한 것은 문제삼고, 예허의 침략은 그냥 넘어가는 이중적 태도를 따졌다. 하지만 명에 대해 정면으로 반발하는 것은 삼갔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호이파를 정벌하는 과정도 하다의 경우와 유사했다.1607년 9월, 호이파의 신료들이 모반하여 예허로 귀순하자, 국주 바인다리는 누르하치에게 구원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7명의 볼모를 보내왔다. 그러자 예허는 바인다리에게 “누르하치에게 볼모 보낸 것을 취소하면 귀순한 자들을 송환하겠다.”고 제의했다. 바인다리는 예허에게 속아 누르하치에게 다시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다. 누르하치는 결국 정벌에 나서 바인다리 부자를 살해하고, 호이파를 병합했다. 예허의 고립은 더욱 심화되었다. ●울라 격파와 조선에 미친 파장 누르하치와 예허 사이에서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었던 해서 부족 가운데 가장 늦게까지 살아남았던 것은 울라였다.1596년, 울라에서 내분이 일어났을 때 누르하치는 자신이 억류하고 있었던 부잔타이(布占泰)를 송환하여 국주로 즉위시킨 바 있다. 부잔타이는 누르하치의 은혜에 감사하여 혼인 관계를 맺고 동맹을 유지했다. 하지만 그는 수시로 향배를 바꾸어 배신과 복종을 반복했다. 부잔타이는 국주가 된 이후 모두 7차례나 누르하치에게 복종할 것을 맹세했다. 누르하치 또한 자신의 딸을 포함한 세 명의 여인들을 부잔타이에게 아내로 주어 다독였다. 부잔타이는 끝내 누르하치와 예허 사이에서 양단을 걸치는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누르하치가 압박하여 곤경에 처하면,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 조선에 손을 내민 것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1610년, 누르하치의 압박 때문에 위기에 처하자 부잔타이는 조선에 사신을 보내 직첩(職帖)을 하사해주고 교역을 허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울라의 세력은 두만강 너머까지 미치고 있었는데 광해군(光海君)은 부잔타이의 요구를 일부 수용했다. 그에게 직첩을 주고, 관복을 하사했다. 광해군의 의도는 그들을 회유하여 두만강 너머에서 벌어지고 있던 상황을 탐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광해군의 의도는 맞아떨어졌다.‘광해군일기(光海君日記)’를 보면 당시 조선 조정은 누르하치와 해서 부족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던 격변의 추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1610년 2월14일의 경우,‘이 오랑캐가 겉으로는 누르하치와 화해하고 있으나 속으로는 사이가 좋지 않은 형상이 있다. 예허와의 중간 길이 끊기고, 교역의 통로가 막혔기 때문에 우리나라 변방에서 교역하기 위해 우리의 의도를 떠보는 것이다.’라는 대목이 있다. 참으로 정확한 정세 판단이었다. 광해군과 조선 조정은 이 같은 정보를 기초로 누르하치의 실체를 명확히 인식했다. 나아가 곧 닥쳐올 ‘누르하치와 명의 대결’이라는 파장에 대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팔기제(八旗制)를 완성하다 누르하치는, 향배가 무상했던 부잔타이를 공격하여 1613년 마침내 울라부를 멸망시켰다. 예허만 빼놓고 해서여진을 통합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누르하치는 이윽고 1616년, 국호를 아이신(金)으로 고치고, 칸(汗·한)으로 즉위했다. 바야흐로 12세기 한족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아구다(阿骨打)의 위업을 계승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제 지배하는 종족이 다양해지고, 영역이 확대됨에 따라 새로운 통치 체제가 필요했다. 주목되는 것은 바로 팔기제(八旗制)였다. 팔기제는 니루(牛)라는 만주족 고유의 조직에서 기원했다. 만주인들은 수렵 등을 나갈 때 10명을 한 조로 삼고 그 가운데 한 사람을 우두머리로 뽑아, 그를 니루라고 불렀다.‘니루’란 ‘큰 화살’을 뜻한다. 누르하치는 성년 남자 300명을 1니루로,5개의 니루를 1자란(甲喇)으로, 다시 5개의 자란을 1쿠사(固山)로 편제했다.1쿠사는 결국 7500명인 셈인데 그것을 한자로는 기(旗)라고 했다. ‘기’는 군사조직이자 정치, 사회조직으로 모든 만주인은 예외 없이 여기에 소속되었다. 각 기에는 고유한 깃발이 있는데 황색, 백색, 홍색, 남색만으로 제작된 것을 정기(正旗), 황색, 백색, 남색 깃발에 홍색의 테두리를 두른 것과 홍색 깃발에 백색의 테두리를 두른 것을 양기(旗)라고 한다. 1616년 누르하치는 본래 4기였던 것을 8기로 확충했다. 해서여진을 통합했기 때문이었다. 이후 귀순해 오는 한족과 몽골족이 늘어나면서 한군팔기, 몽골팔기가 등장했다.“나가면 병사가 되고 들어오면 인민이 되는(出則爲兵 入則爲民)” ‘군민일체’,‘군정일체’의 팔기제의 효용성은 엄청났다. 평소 일상 생활과 전쟁에 동시에 대비할 수 있게 편제된 팔기제 아래서 후금(後金)의 백성들에 대한 통제력과 전투 능력은 획기적으로 향상되었다. 당시 쇠망의 조짐이 뚜렷했던 명군이, 조직화된 팔기를 감당하기는 쉽지 않았다. 실제 팔기는 1644년, 청이 베이징으로 입성한 뒤에도 중원(中原)을 제압하고 통치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중원 장악 이후, 팔기에 소속된 사람들을 기인(旗人)이라 불렀는데 그들은 별도의 호적에 편입된 특수 신분이 되었다. 그들은 기지(旗地)라 불리는 토지를 하사 받고, 그들만을 위한 독자적인 과거에 응시할 수 있는 특권을 누렸다. 중원 입성 이후 기인들은 오로지 만주어를 익히고 궁술(弓術)을 연마하여 관리나 군인으로 등용되었다. 다른 농공상의 직업을 갖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 특권도 컸지만 의무도 명확했다. 기인들에게 만주어를 익히게 하고, 궁술을 연마시킨 것은 결국 만주족이 지닌 정체성과 야성(野性)을 잃지 않으려는 몸부림이었다. 수십만에 불과한 만주족이 1억 이상의 한족을 270여년이나 통치할 수 있었던 비책이기도 하다. 요컨대 1616년, 팔기제를 완성하면서 누르하치는 명과 일전을 겨룰 수 있는 확고한 기반을 마련했던 셈이다.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
  • 한나라 주택법 ‘양보’에 열린우리 사학법 고심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주택법과 사학법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함에 따라 쟁점 조율이 한창이다. 그러나 양당이 1년 넘게 대치해 오며 격렬한 반대 입장을 펼쳤던 만큼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양당은 협상에 임하는 한편 각당 내부 강경론자들의 반발기류를 어떻게 무마할 것인지 등 ‘모양새 갖추기’와 해명 마련 등으로 고심하고 있다.●주택법, 법안소위 통과 안팎 한나라당에서는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주택법 개정안에 대해 벌써부터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분양원가공개, 분양가 상한제 등 법안의 ‘반(反)시장적’ 요소를 이름만 바꾼 채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통과시켜 줬다는 비난이 가장 크다. 또 외부에서는 한나라당이 자신들의 지지층인 일부 종교·사학 재단을 의식, 주택법 개정을 볼모로 사학법 문제를 풀려 한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김형오 원내대표는 “정부가 ‘부동산문제가 안정되지 않으면 책임지겠다.’고 장담하니 통과시켜 준 것”이라면서 ‘공’을 정부쪽으로 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또 한나라당 건교위 간사인 윤두환 의원은 “주택법은 위헌 소지가 있지만 국민 여론을 무시할 수 없다.”면서 ‘대선을 앞둔 여론’을 이유로 내세웠다.●사학법 통과에는 진통 주택법이 건교위 소위를 통과한 같은 날 양당은 정책위의장과 교육위 간사 협의를 갖고 사학법 재개정안에 대한 절충을 시도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주택법을 너무 쉽게 통과시켜 준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최대 쟁점인 개방형 이사의 추천 주체와 관련, 종단에 대해 예외적으로 개방형이사의 추천권을 주는 양보안을 제시했으나 한나라당은 종단 외에 동창회와 학부모회도 개방형 이사를 추천할 수 있도록 하자고 맞서 협상이 평행선을 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 열린우리당 소장파 의원들이 ‘사학법 재개정 불가’를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도 부담인 것으로 전해졌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사학법 재개정’에 있어서 최근 변화된 원내 역학구도에 따라 ‘전략적 후퇴’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민생법안들을 처리하지 못하고 끌게 될 경우, 재정비한 열린우리당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사설] 원내 1당 되고도 국회 발목잡을 텐가

    한나라당이 원내 제1당이 된 지 20여일이 지났다. 그런데도 민생국회를 표방한 2월 임시국회에서 한나라당이 보여준 독선적 당리당략은 매우 실망스럽다. 집값 안정을 위한 주택법 개정은 시장원리에 반하거나, 주택공급을 위축시킨다는 이유로 미적거리고 있다. 사학법 재개정의 결의를 보이겠다며 원내부대표인 김충환·이군현·신상진 의원은 어제 삭발까지 했다.1당으로서의 성숙한 면모를 보이기는커녕 민생을 볼모삼아 소수 야당처럼 정치투쟁으로 일관하는 듯한 모습이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지난 9일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민생문제에 적극 협조하기로 약속했다. 그래놓고는 핵심 민생법안인 주택법에 대해 분양가상한제와 원가공개 중 하나만 선택하자며 입법을 지연시키고 있다.2004년 총선 때 분양원가 전면 공개를 공약한 정당이 그럼 한나라당이 아니었단 말인가. 주택법의 입법이 지연되면서 지금 부동산 시장의 불신은 가중되고 있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시장불안은 현실화될 우려가 크다. 이 법이 시장원리에 반한다면 제대로 된 절충안이라도 내놓고 반대 정당을 설득시키고 있는가.1당이란 수적 우세로 시간을 끌면서 표결 자체를 가로막는 것은 횡포나 다름없다. 한나라당이 얼떨결에 1당이 되었다고는 하나, 이런 무책임한 행태를 보인다면 갈가리 찢어진 열린우리당과 뭐가 다른가. 임시국회를 열어놓고 한달동안 무얼 했는지 돌아보라.1당이 되자마자 민생과는 아무 상관없는 상임위원장 배분에 눈독들이고 있는데, 그게 그리 시급하고 중차대한 문제인가. 민생을 돌보기로 약속했으면 당 차원을 뛰어넘는 정치를 보여야 한다. 여권이 분열된 마당에 원내 1당이나마 중심을 잡고 믿음을 줘야 할 것 아닌가.
  • [어린이책꽂이]

    ●출동! 시간구조대(류가미 지음, 삼성출판사 펴냄) 동아시아 문명 발상지인 황하에서 문명이 성립되지 않았다면? 그리스에서 민주주의가 완성되지 않았다면? 이 책은 이같은 가정에서 출발, 역사를 뒤바꾸려는 시간테러단과 이를 지키려는 시간구조대간의 대결 형식을 빌려 인류역사를 재현해낸 역사 판타지.1권은 황하의 홍수를 막아 하나라의 첫번째 왕이 된 우임금 이야기,2권은 크레타 왕궁에 있는 미로 속에서 미노타우로스와 싸우는 테세우스 왕자를 구해내는 이야기다. 각권 9500원. ●십장생을 찾아서(최향랑 지음, 창비 펴냄) 십장생은 도교의 신선사상에 토대를 둔 것으로, 장수의 상징인 열가지 자연물을 가리킨다. 해, 소나무, 학, 사슴, 불로초(영지버섯), 바위, 물, 거북, 산, 구름. 때론 곧고 푸른 대나무와 신선의 땅에서 난다고 하는 복숭아가 포함되기도 한다. 십(十)은 상하좌우 모든 것이 갖춰진 완벽함을 나타내는 숫자이기도 하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쓴 십장생 이야기.1만원. ●맛있는 들풀(마루야마 나오토시 지음, 김창원 옮김, 진선아이 펴냄) 어린 잎을 따서 고명으로 쓰는 초피나무, 껍질을 벗겨 나물로 먹는 섬조릿대, 어린순을 무쳐 먹는 독활, 어린잎을 튀겨 먹는 호장근…. 봄이면 산과 들에 지천으로 깔리는 들풀은 잡초로만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의 소중한 먹거리다.60여종의 들풀을 세밀화로 소개한 생태교육 도감.7500원. ●그림으로 보는 세계 생활사(앤 밀라드 등 지음, 홍순철 옮김, 창해 펴냄)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빵 몇조각을 약간 구운 다음, 다시 물을 섞어 체로 걸러 맥주를 만들었다. 바이킹은 어떻게 살았을까. 선원이며 전사이자 탐험가였던 바이킹은 다른 나라를 공격하고 약탈하는 해적이었지만 훗날 아이슬란드 등 유럽의 여러 지역에 정착했다.‘사가’라 불리는 서사시는 용감한 바이킹 영웅들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인류의 첫 문명에서 20세기 초반까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다룬 세계사 그림책.2만 4000원. ●박쥐(팅 모리스 지음, 이충호 옮김, 베틀북 펴냄) 박쥐의 종류는 950종 이상. 얼음으로 뒤덮인 북극과 남극지역을 제외한 거의 모든 곳에서 산다. 보통 박쥐의 속도는 시속 10㎞. 그러나 박쥐 중에서 가장 빨리 나는 붉은박쥐는 시속 60㎞ 이상으로 날 수 있다. 박쥐는 종류마다 소리를 내는 곳이 다르다. 관박쥐는 코로, 갈색박쥐는 입으로 초음파를 낸다. 어린이 스스로 자연을 탐구하고 관찰할 수 있도록 꾸민 그림책.8500원. ●임경업전(하상만 옮김, 청솔 펴냄)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 군담소설. 우리나라 고전은 작가가 누구인지 모르는 이본(異本)이 많다.‘임경업전’의 이본은 36가지나 된다. 임경업은 병자호란 당시 호국(청나라)이 가장 두려워한 조선의 장수. 볼모로 잡혀간 세자와 대군을 구하기 위해 몰래 호국에 들어간 임경업은 독보의 배신으로 뜻을 이루지 못한다. 조선으로 돌아온 임경업은 역적 김자점의 음모로 죽고 만다.8000원.
  • [사설] 의료법 개정에 중지 더욱 모아야

    정부의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서울·인천 지역 의사들이 집단휴진을 감행한 데 이어 대한의사협회의 시·도 지부가 궐기대회를 잇따라 갖는 등 강력하게 맞서고 있다. 어제도 울산과 광주에서 집회가 열렸고 오는 11일에는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1만명 넘게 참여하는 전국 의사 궐기대회를 열 예정이라고 한다. 이틀 전에는 서울·인천 지역 의사 4500명이 집회에 참가하느라 집단휴진을 하는 바람에 해당 지역 환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음은 물론이다. 우리는 법 개정 작업에 동참해 온 의협이 막판에 일부 조항을 문제 삼아 개정안의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아울러 환자를 볼모로 한 집단휴진은 직역(職域) 이기주의에 불과하므로 정부와 머리를 다시 맞대고 합의점을 찾으라고도 촉구했다. 그런데도 의협이 힘으로 밀어붙여 기득권을 지키려는 행태를 보이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다. 이제라도 남은 궐기대회 일정을 포기하고 대화의 자리로 돌아오기 바란다. 현재 의료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의협 쪽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의료연대회의는 어제 기자회견을 열어 개정안에 병원을 돈벌이 수단으로 만드는 개악의 요소가 적지 않다면서 개정 중단을 요구했다. 의협 쪽 주장과는 전혀 다른 논리이지만, 의사단체들이 이처럼 갖가지 이유로 개정안을 반대하니 국민 불안은 높아만 갈 수밖에 없다. 정부는 개정 작업을 서두르지 말고 중지를 모으는 일에 다시 나서야 한다. 그래서 이번에야 말로 의사가 아닌, 환자를 위한 의료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사설] 의협, 의료법안 백지화 요구 지나치다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뒤늦게 전면 백지화를 요구해 말썽을 빚고 있다. 이 법안은 정부, 의협 등 6개 보건의료단체, 시민·사회단체, 관계 전문가 등이 참여한 가운데 6개월동안 실무협의를 거쳐 만들었다. 그런데 의협은 지난달 29일 예정이던 ‘의료법 개정 추진 공동발표회’ 당일 돌연 ‘수용불가’ 입장을 밝혔다. 의협은 정부와 법안 절충을 위한 추가 협상마저 거부하고 내일부터 궐기대회까지 열겠다고 한다. 의협은 의료법 개정안이 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하고 국민건강을 훼손하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의료행위에서 ‘투약’을 제외함으로써 의사의 고유권한이 약사에게 일부 넘어갈 수 있으며, 간호사 업무규정에서 ‘간호진단’도 의사의 업무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또 의료인이 환자나 환자보호자에게 질병·치료법을 설명토록한 조항 때문에 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하면 형사처벌될 수도 있어 이 조항을 없애라고 한다. 이런 조항들이 의사의 진료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면 의견조율 때는 왜 말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의협이 법 개정 철회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엄포는 환자들을 볼모로 한 집단 이기주의의 극치를 보여주는 듯하다. 잘못되거나 불만스러운 조항이 있으면 절충하면 된다. 이제와서 절충도 싫고, 다된 밥에 재 뿌리기식 행태를 보이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법을 아예 바꾸지 말라는 요구는 지나친 억지다. 의협이 진정 국민건강을 생각한다면 이성을 되찾아 정부와 다시 머리를 맞대라.
  • ‘童心 볼모’

    서울 양천구 목동 일부 주민들이 양천자원회수시설(쓰레기 소각장)에 다른 지역 쓰레기 반입을 중단하라며 초등학생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아 물의를 빚고 있다. 서울시와의 유리한 협상을 위해 자녀의 교육권을 볼모로 잡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2일 목원초등학교에 따르면 1300여 가구가 거주하는 양천구 목6동 한신ㆍ청구아파트 학부모들은 지난 1일부터 이틀째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전교생 792명 가운데 1일 결석자가 110명이었는데 2일에는 350명으로 늘어 전체 45%가 등교하지 않고 있다.”면서 “첫날 학부모들에게 전화를 돌렸지만 결석자가 더 늘어나 오늘은 가정통신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등교거부를 결정한 주민 김모(50·여)씨는 “소각장에서 다이옥신과 유해가스가 나오기 때문에 아이들 건강이 걱정되고 불안하다.”면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가 무섭다는 것을 알리려고 일단 봄방학(14일)까지 등교를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서교육청 관계자는 “일단 교육장의 호소문을 학부모들에게 발송했다.”면서 “의무교육 대상자들이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 만큼 관련 법령에 저촉되는 부분이 있다면 고발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녹색공간] 자전거가 넘치게 하자/김제남 녹색연합 사무처장

    얼마 전 독일 환경수도 프라이부르그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 자전거 도시로 환경연수를 다녀온 지역활동가들은 많은 감동과 부러움을 드러내었다. 이들 도시의 자전거 수송분담률이 30∼40%에 달해 공기가 맑고 사람이 건강하게 살 수 있으니 모두가 살고 싶은 아름다운 도시의 모습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문득 자동차가 도로와 골목길에 가득 찬 우리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공기는 오염되고 교통혼잡으로 짜증과 욕설이 난무하고, 아이들은 호흡기질환과 아토피성 질환으로 병원에 장사진을 이룬다. 건설교통부는 백두대간 생태축을 잘라내고 야생동물 로드킬을 뒷전으로 한 채 수없이 신규 도로를 건설해도 교통혼잡, 대기오염 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지나치게 중복, 과잉투자해서 소중한 시민의 세금을 5조원 이상 낭비하고, 차가 다니지 않는 도로만 늘어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2007년 국가 예산을 보면 사회일자리 창출 등 공공성을 갖는 예산은 줄고 수송, 교통 등 지역 민원성 예산은 늘었다.2007년 교통시설 특별회계 10조 7000억원 중 도로계정은 6조 4000억원으로 도로건설 비용이 60%에 이른다. 여전히 정부 교통정책은 자동차 이용을 늘리는 자동차 도로 건설을 위주로 하고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초대형 관용 전용차를 타는 고위관료와 정치인이 줄고 자전거와 도보를 즐기는 관료들이 늘면 교통정책이 바뀌려나. 그동안 정부가 대형 국책사업으로 주도해 온 사회기반시설은 이제 공급과잉에 있을 뿐만 아니라 생태계 파괴와 주민생존을 앗아가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공급 논리로 댐, 도로, 원자력 발전소, 갯벌 매립을 확대해 온 정책은 생태계 파괴와 환경 갈등으로 깊은 성찰과 발상의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녹색 상상력과 생활력 있는 정치와 행정이 필요하다. 대규모 토목프로젝트에 시민의 상상력과 생활력을 빼앗기고 있다. 소외된 지역민심을 볼모로 진행하는 도로 건설 등 토목프로젝트는 지역이 갖는 자생력과 주민의 상상력을 앗아가며 과거 선거 시기 주민을 동원하는 방식에 다름 아니다. 대선을 앞두고 유력한 대선후보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대권을 향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씨의 경부운하 구상도 그 중 하나이다. 백두대간에 24㎞ 터널을 뚫어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한다는 발상부터 괴이하다. 물은 산을 넘지 못하고 물은 산을 가르지 못한다는 자연의 이치와 물의 흐름을 한참 모르는 소리이다. 국가의 경제성장 동력을 환경파괴형 토목사업에서 찾는 낡은 수법이며 우리나라 교통과 물류체계를 근본으로 진단하지 못한 처방이다. 백두대간을 뚫고 하상을 정비하고 댐을 지어 경부운하를 건설한다는 것은 국민의 생명의 물줄기를 거덜 낼 일이다. 흐르는 물처럼 낮은 곳으로 흘러 생명을 부양하고 변화하는 자연의 이치를 아는 정치인과 관료들이 아쉽다. 시대정신과 시민의 공공가치를 실현할 대안과 생활력 있는 정책을 실천할 정치인 그리고 이를 지지하는 시민정신이 살아나길 기대한다. 경쟁과 불신, 개발이 만연한 사회에서 배려하고 공존하는 사회를 희망한다. 희망의 단서가 되어 준 자전거를 다시 생각한다. 자전거를 마음 놓고 타는 사회가 되면 배려와 공존의 가치가 보편성을 가질 것 같다. 비로소 생명과 평화에의 깊은 인식이 싹트는 것이다. 자전거가 자동차처럼 동등한 대우를 받고, 자전거 점포와 수선집이 정겹게 지역기반이 되고, 전국 자전거도로망과 지도를 가지고 20% 자전거 수송분담률을 자랑하는 미래를 준비하자. 국가 장기 교통계획안에 자전거 정책을 중요하게 세우고 시민들의 생활로 자리잡게 하는 새로운 상상력과 생활력이야말로 국가경쟁력이다. 무엇보다 대형 개발프로젝트에 민심을 내놓지 않고 시민가치를 지키는 시민의식이 중요할 것이다. 김제남 녹색연합 사무처장
  • [씨줄날줄] 외교 예술론/육철수 논설위원

    ‘라팔로 전략’(Rapallo Strategy)은 약소국의 기회주의적 줄타기 외교의 대명사 격이다.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독일이,1922년 전승국의 틈바구니에서 소련과 서로 적대적 행위를 하지 않기로 몰래 합의한 데서 유래됐다. 외교사에서는 이 말이 강대국간 라이벌 관계와 반목을 교묘하게 활용하는 약소국의 이중적 외교전략 용어로 통용되곤 한다. 국가간 협상 테이블에서는 품위있는 외교적 수사와 자비로운 웃음이 오고 가지만, 그 뒤에는 힘의 논리와 국익이 도사리고 있는 게 엄연한 외교현장이다. 그래서 약소국은 서럽기 짝이 없으며, 군말 없이 자존심을 접어야 할 때도 많다. 강대국이 큰 머리를 한 바퀴 굴릴 때, 약소국은 생존과 실익을 위해 잔머리를 서너 바퀴는 더 돌려야 한다. 하지만 국가간 역학관계를 잘만 활용하면 약소국에도 나름대로 살 길이 열려 있게 마련이다. 힘 없는 나라라고 해서 죽으라는 법은 없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며칠 전 귀를 솔깃하게 하는 말을 했다. 그는 북핵문제를 다루는 기자회견에서 “외교는 과학이 아니라 예술”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른바 ‘외교 예술론’인데, 북핵 협상에서 신의 경지에 가까운 ‘예술적’ 결과물을 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약소국이 아닌 강대국 외교사령탑이 예술적 외교를 강조한 것은 의외다. 라이스 장관의 ‘외교 예술론’을 접하면서 그런 외교전략이 정작 필요한 나라는 한국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국력으로 따지자면 지구촌에서 거뜬히 ‘1등급’에 속한다. 하지만 지난 한 세기, 미·중·러·일 등 외세 4강 교차점의 한 가운데 놓여 있다. 그래서 냉엄한 현실을 똑바로 보는 국가적 혜안과 처세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그런데도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일본에 대고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고 큰소리 쳤는가 하면, 노무현 대통령은 후보시절 “반미면 어때?”라는 발언으로 나라를 궁지로 몰았다. 사려깊은 지도자라면 국가와 국민을 볼모로 비외교적 언사를 남발하는 경솔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예술적인 외교는 못하더라도, 자주국가 만든답시고 쓸데없이 남의 나라 속을 벅벅 긁어서 득이 될 게 뭐가 있겠는가.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美産 쇠고기 뼛조각·다이옥신…검역 논란 확산

    美産 쇠고기 뼛조각·다이옥신…검역 논란 확산

    미국산 쇠고기에서 뼛조각에 이어 다이옥신까지 검출되자 검역 과정을 둘러싼 한·미간 논쟁이 감정싸움에 이어 통상마찰로 번지고 있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쇠고기 문제가 걸림돌로 부각되자 정부 부처간에도 방역당국의 조치에 의견이 엇갈리는 등 적잖은 혼선을 빚고 있다. 농림부는 22일 “다이옥신이 검출된 쇠고기는 이미 뼛조각 때문에 시중에 유통되지 않아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면서 “하지만 다이옥신이 가공단계가 아닌 사육단계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어 미국측의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농림부 “규정대로 금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위생조건에는 다이옥신 등 잔류물질이 허용기준치를 넘으면 미국내 해당 작업장에서의 선적만 중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전면 중단은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원인 규명에 따른 추가 조치도 미국내 작업장에 국한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미국측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검사방법과 시료 채취량, 쇠고기가 들어있는 박스 등에 관한 정보를 요구하는 문서를 보냈다. 한마디로 우리측 검사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뜻이다. 미국산 쇠고기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돼 공식 발표된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처음이어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60여개국에도 큰 파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농림부도 이점을 고려했으나 그렇다고 다이옥신 검출을 숨길 수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美“한국측 검사결과 못믿겠다” 불똥은 한·미간 통상과 FTA 협상으로 튀었다. 미 상원 상무위원회의 무역소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런 도건 의원은 “한국이 근거없는 구실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계속 막을 경우 청문회와 보복관세 부과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찰스 그래슬리 상원 재무위원장도 마이크 요한스 농무장관 등에게 편지를 보내 “한국이 쇠고기 검역에 ‘과학적인 정책’을 취하지 않으면 한·미 FTA 협상이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한국 대표들에게 알려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입쇠고기 다이옥신 검출은 세계 처음 국내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대응에 못마땅해 한다. 한·미 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다이옥신은 생식기능 장애와 면역체계 이상 등 다양한 질병의 원인물질로 지목되고 있다.”면서 “쇠고기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된 것은 처음으로 정부는 즉각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경부 “수입전량 퇴짜는 불합리” 하지만 김성진 재정경제부 국제업무정책관(차관보)은 “국민 건강이 대단히 중요하지만 미국산 쇠고기 문제를 다루는 데에는 보다 이성적이고 냉정한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샘플조사가 아닌 전수검사를 하고 작은 뼛조각 때문에 수입물량 전부를 돌려보낸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건강을 볼모로 국제사회에 맞지 않는 조치를 취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농림부는 미국과 수입위생조건에 대한 기술협상을 벌여도 뼛조각 기준을 양보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쇠고기 검역문제를 FTA와 연계시켜서는 곤란하다고 주장한다. 농림부 관계자는 “FTA 협상이 잘 안될 경우 그 책임을 쇠고기 검역에 씌우려는 의도”라면서 “미국은 뼛조각 문제보다는 아예 뼈있는 살코기 수입을 관철시키려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뼈없는 살코기만 수입하는 나라는 19개국이며 다이옥신에 대한 규제는 유럽연합(EU)과 한국만 하고 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사설] 사학법 논란 헌재 결정 기다리자

    사학법 재개정을 둘러싼 사회 갈등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아 심히 우려된다. 기독교 단체들이 잇따라 개정 사학법의 핵심인 개방형 이사제 폐지를 요구하는 성명을 내고 있고, 사학법 재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종단 산하의 사학을 폐교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개신교 목회자들은 집단 삭발식을 갖기도 했다. 사학법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는 만큼 합리적 절차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학생을 볼모로 잡는다든지, 과격한 행동으로 재개정을 강요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우리 사회는 사학법 논란으로 크게 홍역을 치렀다. 한나라당은 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하고 장외투쟁에 나섰다. 올해 예산안은 제1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변칙처리될 수밖에 없었다. 일부 사학 대표들은 학교 문을 닫겠다고 나서 새학기 학생 배정이 지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1년이 지난 지금 비슷한 상황이 다시 벌어져서는 안 된다. 한나라당이 내년 예산안 처리를 사학법 재개정과 연계시키지 않을 뜻을 밝힌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종교단체와 사학재단들도 과격 대응을 자제하고 사학법을 어떻게 고치는 게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를 차분히 논의해야 한다. 우리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일단 기다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개정 사학법을 놓고 헌법소원이 제기되어 있다. 개방형 이사제의 위헌성 여부를 중심으로 지난 14일 공개변론 절차가 있었다. 이르면 한두달 안에는 위헌 여부가 가려질 수 있다. 헌재 결정이 나기도 전에 위헌이라면서 전면 개정을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상당수 사학은 법이 재개정되기를 기다리며 정관개정 등 현행 법규에 따른 후속 절차를 늦추고 있다. 헌재가 정치권의 재개정 논의와 관계없이 빨리 결론을 내려줘야 사회혼란이 줄어든다. 헌재 결정 후 국회에서 법을 고치는 게 옳은 순서이기 때문이다.
  • 北 “핵군축 회담 불가피”

    |베이징 이지운 김미경특파원|제5차 북핵 6자회담 2단계 회의가 18일 오전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공식 개막했다. 북한은 이 자리에서 핵 군축회담 불가피론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기조연설에서 “조건이 성숙되지 않은 현 단계에서 핵무기 문제를 논의하고자 할 때는 핵 군축회담 진행 요구가 불가피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철폐와 제재 해제 뿐 아니라 경수로 지원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미국은 “인내의 한계가 초과됐으며, 이제는 행동이 필요할 때”라면서 “비핵화 시 모든 것이 가능하나 이것이 안 되면 모든 것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천영우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핵폐기 과정을 몇 단계의 큰 묶음으로 나눠 이행하는 ‘패키지식 접근방안’을 제안했다. 천 본부장은 기조연설에서 “전체 핵폐기 계획을 몇 단계로 나눠 작성, 이행하는 것이 유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는 “북측의 의무사항과 상응조치의 수순을 결정하고 이를 조합하는 데 있어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을 엄격히 기계적으로 적용해 모든 조치를 1대 1로 연계하려 하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모되고, 한 가지 조치의 지연에 이행과정 전체가 볼모가 되는 위험이 있다.”고 제안배경을 설명했다. 중국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은 개막식 인사말을 통해 “공동성명의 전면적 이행을 위한 구체적 조치를 토론해 확정하는 것과, 초기 단계에 각국이 해야 할 일을 확정하자.”고 말했다. 이날 전체회의 종료 이후 북·미간 양자회담이 예상됐으나 북한은 다른 나라와의 모든 회동을 사실상 거부했다. 한편 당초 이날 6자회담 개막과 함께 열릴 것으로 알려진 북·미간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 실무회의는 북한 대표단 사정으로 하루 늦춰져 19일 시작된다. jj@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