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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운위 파행 운영” 학부모 볼멘소리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7명 전원이 무투표 당선됐더군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학교가 민주적으로 운영되겠습니까.” 서울 A초등학교의 한 학부모는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 대표 선출문제로 화가 났다. 그는 지난 3월 대표 선출 총회를 알리는 가정통신문을 학교로부터 받았다. 당시 선출시기나 방법은 다시 공지한다고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뒤 아무 말이 없었다. 답답해서 알아 보니 이미 학부모 대표 7명이 전원 무투표로 선출돼 있었다. 이들은 지난해에도 학부모 대표였다. 학교는 첫 공지 이후 정작 중요한 일정 등은 홈페이지 게시판에만 올렸다. 공지 클릭수는 채 30이 안 됐다. 학교측은 “홈페이지 공지도 정상적인 절차인 만큼 문제될 내용은 없다.”고 했다. ● 총회 상세 일정 홈피에만 공시 학운위 구성과 운영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만이 높다. 학운위는 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 1999년 만들어졌다. 학부모와 교사가 함께 참여해 학교 주요 정책을 심의한다. 그러나 일부 학교들의 경우, 선출 과정에서부터 학교장 입김이 작용했다. 경기 B중학교 학부모 총회에선 학교장이 학부모 대표 후보를 추천했다. 후보 추천을 받아야 하지만 무시했다. 소견 발표도 없었다. 학부모들은 학교장이 추천한 후보를 선출할 수밖에 없었다. 경기 C중학교는 일정을 알리는 가정통신문조차 보내지 않았다. 서울 D초교에서는 학교장이 학운위원장을 내정했다. 참교육학부모회 전은자 교육자치위원장은 “학교 자율화 분위기로 학교장 권한이 강화되면서 이런 사례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4월에만 신고 전화가 수십건 걸려 왔지만 자녀가 불이익을 받을까봐 신원을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하더라.”고 전했다. ● 자녀 불이익 받을까 신고 쉬쉬 이러다 보니 잘못된 학교정책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경기도의 한 신설 학교장은 학운위 위원들에게 조경물 설치비로 500만원을 요구했다. 기부금 영수증은 발행하지 않겠다고 했다. 불법이지만 아무도 제동을 걸지 않았다. 서울 J고교는 학생들에게 학교 도서관 이용비를 3만원씩 받았다. 0교시 강사료 8만원도 따로 받았다. 학운위는 이를 막지 못했다. 경기 W초등학교 학운위원장은 “내가 먼저 200만원을 낼 테니 운영위원들은 100만원씩 내라.”고 불법찬조금 출연을 종용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엄민용 대변인은 “경쟁이 강조되고 학교장의 권한이 강화되면서 학부모들이 학교 행정에 참여하거나 항의하는 일에 소극적”이라면서 “교육당국에 항의해도 학교 자율로 떠넘기는 경우가 많아 학내 민주화가 점점 퇴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민주, 힘얻는 회군론

    민주, 힘얻는 회군론

    민주당 내에서 ‘회군론(回軍論)’이 확산되고 있다. 이제 국회에 들어가 싸울 것은 싸우고 챙길 것은 챙기자는 얘기다. 민주당이 여당의 단독 국회 개회에 반발해 국회 중앙홀을 점거하고 국회 상임위를 거부한 지 2주가 넘은 시점이다. 지도부도 회군의 명분과 시점을 고민하는 눈치다. 5선 중진인 박상천 상임고문이 총대를 멨다. 그는 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중요한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면서 “상임위 참여 문제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공개 제안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이 상임위에 불참하면서 중요 현안에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은 지금까지 비정규직법을 다루는 환경노동위에만 참여하고 있다. 8일과 13일 기획재정위와 법제사법위에서 각각 열리는 국세청장·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도 들어간다. 박 상임고문의 제안에 따라 이날 회의에서는 이번주까지 상임위 거부를 유지하되 다음주부터는 사안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자는 논의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는 초·재선 모임인 ‘국민과 함께하는 국회의원 모임’과 ‘다시 민주주의’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난달 23일 시작된 중앙홀 점거를 두고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지난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더 이상 이슈도 없고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 농성을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나.”라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당초 예상보다 농성의 영향력이 크지 않아 “헛심만 쓰고 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조문 정국을 계기로 정국 주도권을 잡아 나가던 민주당이 시간이 갈수록 서서히 동력을 잃어 가는 분위기다. 이에 반비례해서 국회 등원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은 정작 국회에는 관심이 없고 농성하고 투쟁만 한다는 이미지가 굳어질까봐 조심스럽다.”면서 “적당한 때에 국회에 등원해 민생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도부 일각에서는 여전히 “중앙홀 점거를 당분간 지속해야 한다.”는 강경 기류가 흐르고 있다. 정세균 대표가 ‘명분 있는 회군’을 고민하는 이유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관가 포커스] 행안부 서머타임제 두 시각

    “서머타임제 도입은 좋지만, 퇴근 시간은 꼭 지켜졌으면 좋겠습니다.” 1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행정안전부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대부분 평소보다 1시간 빠른 오전 8시에 출근했다. 이달곤 장관의 지시로 이날부터 업무시간이 오전 8시~오후 5시로 조정됐기 때문이다. 행안부 단독으로 서머타임제를 시작한 셈이다. ‘한 시간 에어컨 끄기 운동’의 일환으로 실시된 이번 ‘서머타임제’는 8월 말까지 시범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행안부 산하 정부청사관리소 측은 이에 따라 앞당겨진 업무시간에 맞춰 에어컨 가동을 기존보다 1시간 빠른 오후 4시30분에 중단한다. 통상 청사관리소는 오후 6시 퇴근일 경우 30분 전인 5시30분에 에어컨 가동을 중단한다. 청사관리소 관계자는 “근무시간 조절로 두 달간 약 800만원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면서 “한 시간 빨리 퇴근해 공무원들이 재충전할 여가도 줄 수 있을 것이다.”고 긍정적인 예상을 했다. 반응이 좋을 경우 내년부터 모든 중앙행정기관에 서머타임제 근무방식을 권고할 계획이다. 하지만 행안부 공무원들은 별로 달갑지 않은 눈치다. 일부 공무원들은 “과도한 업무 때문에 제 시간에 퇴근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서머타임제 도입으로 괜히 근무시간만 늘어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며 걱정했다. 또 실·국장 등 간부들이 주재하는 회의가 있는 날이면 일반 공무원들은 평소보다 1시간가량 일찍 출근해 준비하는 게 관례로 “새벽부터 출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특히 통상 한 시간 이상 잔업을 처리하고 퇴근하는 공무원 관행을 따르면 에어컨이 꺼지는 오후 4시30분 이후의 찜통 사무실은 피해 갈 수 없는 ‘고난의 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사관리소 관계자는 “오전 회의시간은 서머타임제를 도입하기 전보다 더 늦추도록 권고해 공무원들이 오전 8시 이전에 나와야 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며 “퇴근시간도 가능하면 지켜지도록 각 부서에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주리 임주형기자 jurik@seoul.co.kr
  • “주택담보대출 일괄규제 서민만 피해”

    “주택담보대출 일괄규제 서민만 피해”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구두(口頭) 개입’이 연일 강도를 높이면서 은행권에선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가 문제를 침소봉대(針小棒大)하고 있다는 것이 주된 불만이다. 특히 현 시점에서 규제는 서민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은행들은 우선 주택시장에 가수요(투기)가 끼어 있다는 정부의 견해에 동의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 팀장은 “대출 수요 가운데 대부분이 실수요자라는 점에서 주택담보대출이 투기의 수단으로 이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과열이라는 곳도 소수 물량이 호가를 올리는 상황이어서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를 반전시키는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홍석영 신한은행 개인금융부 부부장도 “현장(은행창구)에서는 여전히 대출자가 크게 늘지도 않고, 증가한다고 해도 그 원인이 가수요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장 직원들도 비슷한 목소리다. 한 시중은행 강남지역 PB센터장은 “수십억원씩 실탄을 재워둔 선수급 부동산 투자자들도 투자를 꺼리는 판에 숫자상 대출이 늘었다고 이를 모두 가수요로 보는 것은 현실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에선 대출총량제 등 일률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줄인다면 오히려 서민만 피해를 볼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집값이 오른 곳은 버블세븐 지역 등 일부에 불과한데, 부자동네의 현상만 보고 전체 대출을 줄이면 선의의 피해자만 늘어날 것이란 논리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 팀장은 “강남에는 굳이 대출에 기대지 않아도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이 많겠지만 다른 동네에선 주택담보대출은 내 집 마련을 위한 유일한 수단이기도 하다.”면서 “자칫 부자동네에서 생긴 일부 부작용에 서민들만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에 제동을 걸 채비를 하고 있는 이유는 있다. 최근 대출 신장세가 심상치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월 평균 증가액은 2007년 6월 이후 지난해 12월 말까지 1년 8개월 동안 1조 2574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1~5월에는 2조 2409억원으로 확대됐다. 자칫 이대로 놔뒀다간 가계 부실로 이어질 수 있으니 선제적 조치를 취하자는 것이다. 전국의 집값은 지난 4월 이후 3개월 연속 오름세다. 1일 국민은행의 ‘6월 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집값은 5월에 비해 평균 0.2% 올랐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금융연구실장은 현 상황은 집값 급등 우려로 너도나도 대출해 집을 사려고 덤비던 2~3년전과는 전혀 다르다.”면서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난 이유는 오히려 소득이 줄어든 영세 자영업자와 서민들이 집을 담보로 생활자금을 마련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는 “유동성이 풍부하다 보니 물가가 오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부가 출구전략을 논의하는 것 같은데, 지금 당장 물가가 뛴다고 보기도 어렵고 일부지역에서 집값이 오르는 현상을 물가 상승으로 인식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대출이 줄자 주택담보대출로 수요가 몰렸다는 분석도 있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금융위기가 결국 자산버블 때문에 일어났다는 점에서 정부의 선제적인 조치는 큰 틀에서 바람직하다고 본다.”면서 “하지만 수도권 안에서도 주택경기의 편차가 심한 만큼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차별성 있는 규제가 필요한 때”라고 조언했다. 유영규 최재헌기자 whoami@seoul.co.kr
  • [뉴스 다큐 시선] 엄마밥보다 더 맛좋은 짬밥

    [뉴스 다큐 시선] 엄마밥보다 더 맛좋은 짬밥

    건더기 없이 멀건 국, 고춧가루를 적게 쓴 탓에 허연 김치와 깍두기, 튀김옷뿐인 튀김 등 질 낮은 ‘짬밥’은 대한민국 남성들이 떠올리는 안 좋은 기억 가운데 하나다. 그런 군대급식이 달라졌다. 맛과 영양을 고려한 건강식단에 따라 좋은 국내산 재료를 위생적으로 조리해 낸다. 달라진 군대급식 현장에 가봤다. 글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사진 동영상 박성조기자 voicechord@seoul.co.kr 반짝반짝 윤이 나도록 닦은 스테인리스 솥과 조리도구들이 깔끔하게 정돈돼 있다. 가지런히 놓여 있는 삽 네 자루에 눈길이 멈춘다. 엄마의 부엌보다 깨끗할 정도로 잘 관리된 이곳은 ‘삽질’과 ‘칼질’에 일가견이 있는 여섯 남자가 400명의 끼니를 뚝딱 만들어 내는 군대식당이다. 경기 포천시 영북면 산정리에 위치한 제8보병사단 독수리연대의 독수리식당은 울창한 숲에 둘러싸여 있었다. 지난 4월21일 문을 연 식당은 육군 최초로 유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시스템이 도입된 최첨단 시설이다. 9억 8000만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400명의 장병들은 전투화에 묻은 흙을 샤워기로 털어낸 뒤 소독을 해야 식당에 들어올 수 있다. 급양담당관과 수의장교가 조리시설의 위생상태를 매일 점검하는 등 관리가 여간 깐깐하지 않다.평화로워 보이는 식당 바깥과 달리 안쪽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건장한 남성들이 조리실에 들어와 각자 맡은 위치에 섰다. ‘완전무장’ 차림이었다. 전투모 대신 망사모를 쓰고 전투복 대신 앞치마를 두르고 군화 대신 고무장화를 신은 조리병들은 비장한 표정이다. # 400명 먹을 쌀 80㎏ 삽으로 쓱쓱 씻어 밥 짓고 오늘의 점심 메뉴는 된장국, 감자조림, 게맛살볶음이었다. 조리병들은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시작했다. 황인용(21) 상병은 쌀을 씻었다. 들통에 쌀과 물을 쏟아부은 뒤 삽으로 골고루 돌려 젓는다. 황 상병은 “손목의 스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막걸리 색깔의 뽀얀 쌀뜨물이 떠오르면 따라내고 두 번 더 씻는다. 한 끼 식사에 한 가마니(80kg)의 쌀이 사용된다. 씻은 쌀을 50인분 용 솥 5개에 채우고 밥물을 맞춘 뒤 오븐에 넣는다. 황 상병은 “예전에는 네모난 찜기에 밥을 쪄 내서 먹으면 쉽게 배가 꺼지고 맛도 덜했는데 지금은 가스불로 조리해 밥맛이 좋아졌다.”고 귀띔했다. 김기동(21) 상병은 야채를 썰기 시작했다. 가로 1m, 세로 50㎝ 크기의 넓적한 도마가 그의 무대다. 애호박 한 개를 반으로 갈라 반달썰기를 하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1개를 써는 데 20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김 상병이 오늘 썰어야 할 야채는 게맛살볶음에 들어가는 피망 15개, 된장국에 들어가는 애호박 10개와 두부 1판, 감자조림에 들어가는 감자 50개와 당근 20개다. 이 모두를 써는 데 20분이 걸렸다. 이 정도면 ‘달인’ 수준이다. 김 상병은 “당근이나 무처럼 딱딱한 야채를 썰 때 가끔 손가락을 베이기도 하지만 썰기만큼은 자신 있다.”고 말했다. 전문대 푸드스타일리스트학과를 휴학한 김 상병은 조리병 경력이 벌써 1년 6개월째다. 제대 전에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따는 게 목표지만 공부를 안 해서 필기시험의 문턱을 매번 넘지 못했다. 그는 “실기는 자신 있는데 이론 공부는 영 자신이 없다.”며 쑥스러워했다. # 튀김실에선 섭씨 200도 넘는 기름과의 사투 조리병 중에서 가장 고참인 장형철(22) 병장은 오는 8월 제대를 앞두고 있다. 그래서인지 한결 여유있는 표정이었다. 그는 전(煎) 처리 담당이다. 재료를 씻고 썰고 다듬고 껍질을 벗겨 조리하기 쉽도록 하는 게 그의 임무다. 장 병장은 “밥, 국, 튀김, 전처리, 반찬 담당으로 역할을 나누고 3개월마다 한 번씩 교체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튀김이 제일 어렵다고 했다. 한여름에 지름 1.5m 크기의 튀김 솥 앞에 서면 숨이 턱 막힌다고 한다. 20분 넘게 섭씨 200도가 넘는 끓는 기름과 씨름하다 보면 온몸이 땀에 젖는다. 장 병장은 “장병들이 제일 좋아하는 메뉴가 닭튀김, 깐풍기, 탕수육 등 튀긴 고기요리”라면서 “몸은 고되어도 내가 만든 바삭한 튀김을 맛있게 먹어줄 때 뿌듯하다.”고 말했다. 주방 한편에 마련된 튀김실에는 4개의 커다란 솥이 걸려 있다. 설렁탕집에서나 볼 수 있는 크기의 솥이다. 이곳에서는 튀김뿐 아니라 국과 볶음 요리도 한다. 불을 사용하는 공간이라 튀김실의 온도는 섭씨 30도를 넘는다. 게다가 뜨거운 수증기 때문에 흡사 한증막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다. 조리실 막내인 김정수(20) 이병은 능숙한 솜씨로 된장국을 만들고 있었다. 자대 배치를 받은 지 60일 됐다는 김 이병은 “2주 동안 교육을 받은 뒤 처음 만들었던 음식이 된장국이었다.”고 말했다. 국은 쉬운 음식에 속한다. 끓는 물에 멸치, 다시마를 우려내고 된장을 푼 뒤 선임들이 썰어준 재료를 넣기만 하면 된다. 400인분의 된장국에는 된장 10kg과 고추장 1kg이 들어간다. 김 이병은 “된장이 타지 않도록 잘 저어주는 게 포인트”라고 일러줬다. 튀김실 안쪽에서는 고소한 기름냄새가 풍겼다. 곽경태(19) 일병이 제법 모양을 갖춘 게맛살볶음과 감자조림의 간을 보고 있었다. 군인들에게 ‘엄마의 손맛’을 전하기 위해 고용된 민간조리원 김영매(55·여)씨도 옆에서 거들었다. 김씨가 “감자조림이 너무 싱거워. 물이 너무 많잖아. 간장 좀 가져와.”라고 말하자 곽 일병은 “국물에 밥 비벼 먹으라고 일부러 자작하게 한 거예요.”라며 볼멘소리를 한다. 조리병들은 김씨를 ‘아줌마’라고 부른다. 간을 보는 게 아줌마의 역할이지만 김씨는 재료를 씻고 다듬을 때 손을 보탠다. 그는 “조리병들이 요리는 잘하지만 아무래도 남자다 보니 야채 손질이 어설프다.”고 말했다. # 땀 뻘뻘 1시간이면 요리사 뺨치게 조리 끝 오전 11시쯤 대부분의 조리가 끝나자 조리병들은 휴게실에 모여 앉아 한숨을 돌리고 수다를 떨었다. 땀에 젖은 망사모와 마스크를 벗은 병사들은 영락없이 해맑은 20대 청년들이었다. 장 병장은 “장병들과 우리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 때가 제일 신난다.”고 말했다. 황 상병은 “돼불(돼지불고기), 닭튀(닭튀김), 오볶(오징어볶음), 오삼(오징어삼겹살볶음) 등이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조리병들은 메뉴 이름이 길면 줄여 부른다. 일종의 은어인 셈이다. 이들은 하기 어려운 음식으로 ‘괴물밥’을 꼽았다. 김치콩나물밥을 뜻하는 ‘괴물밥’은 조리시간이 많이 걸리는 반면 장병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아 잔반이 많이 생긴다. 밥을 한 번 찐 뒤 김치, 고기, 콩나물 등 고명을 얹고 또다시 익혀야 해서 손이 많이 가지만 맛은 그만큼 뛰어나지 않다는 게 조리병들의 평가다. 군은 한 달에 한 번 급식만족도 조사를 실시한다. 그 결과를 군급식개선회의에 보고하면 급양대(식단을 짜고 식재료를 배분하는 곳)에서 식단에 반영하게 된다. 지난달에는 닭죽, 조기튀김, 쫄면 등이 조사 대상에 올랐다. 닭죽은 영양보충에 좋고 쫄면은 별미로 좋다는 이유로 선호도가 높았지만 조기튀김은 ‘발라 먹기 귀찮다.’ ‘비린내가 난다.’는 이유로 인기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 짬밥만 잘 먹어도 동안피부 저리가라! 12시가 되자 바지 춤에 수저통을 찔러 넣은 병사들이 우르르 식당으로 몰려들었다. 각 중대에서 파견된 6명의 취사지원병이 배식에 나섰다. 순식간에 밥과 국, 감자조림이 동이 나 조리병들은 음식을 나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김영석(19) 이병은 “어머니에게 죄송하지만 군대밥이 집밥보다 맛있다.”면서 “입대할 때 50kg이던 몸무게가 지금은 58kg”이라고 말했다. 새까맣게 탄 얼굴에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는 김 이병이 제일 좋아하는 메뉴는 오삼불고기와 돈가스다. 지난해 8월 입대한 안준성(21) 일병은 부대에서 알아주는 ‘피부미남’이다. 그는 “꼼꼼한 폼 클렌징과 ‘짬밥’효과가 피부관리의 비결”이라고 했다. 김종도(20) 일병도 군대에 와서 피부가 좋아지고 통통하게 살이 올랐다고 털어놨다. 그는 “입대 전에는 오리불고기에 손도 안 댔는데 군대에 와서 그 맛을 알게 됐다.”면서 “때마다 나오는 자장면 등 분식도 별미”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일병은 ‘군데리아’는 싫다고 했다. 빵, 고기, 치즈, 샐러드, 딸기잼을 따로 배식받은 뒤 조합해 먹는 군대식 햄버거는 영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것. 신세대 장병의 고기예찬은 그로부터 5분 넘게 계속됐다.
  • [뉴스 다큐 시선] 엄마밥보다 더 맛좋은 짬밥

    건더기 없이 멀건 국, 고춧가루를 적게 쓴 탓에 허연 김치와 깍두기, 튀김옷뿐인 튀김 등 질 낮은 ‘짬밥’은 대한민국 남성들이 떠올리는 안 좋은 기억 가운데 하나다. 그런 군대급식이 달라졌다. 맛과 영양을 고려한 건강식단에 따라 좋은 국내산 재료를 위생적으로 조리해 낸다. 달라진 군대급식 현장에 가봤다. 반짝반짝 윤이 나도록 닦은 스테인리스 솥과 조리도구들이 깔끔하게 정돈돼 있다. 가지런히 놓여 있는 삽 네 자루에 눈길이 멈춘다. 엄마의 부엌보다 깨끗할 정도로 잘 관리된 이곳은 ‘삽질’과 ‘칼질’에 일가견이 있는 여섯 남자가 400명의 끼니를 뚝딱 만들어 내는 군대식당이다. 경기 포천시 영북면 산정리에 위치한 제8보병사단 독수리연대의 독수리식당은 울창한 숲에 둘러싸여 있었다. 지난 4월21일 문을 연 식당은 육군 최초로 유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시스템이 도입된 최첨단 시설이다. 9억 8000만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400명의 장병들은 전투화에 묻은 흙을 샤워기로 털어낸 뒤 소독을 해야 식당에 들어올 수 있다. 급양담당관과 수의장교가 조리시설의 위생상태를 매일 점검하는 등 관리가 여간 깐깐하지 않다.평화로워 보이는 식당 바깥과 달리 안쪽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건장한 남성들이 조리실에 들어와 각자 맡은 위치에 섰다. ‘완전무장’ 차림이었다. 전투모 대신 망사모를 쓰고 전투복 대신 앞치마를 두르고 군화 대신 고무장화를 신은 조리병들은 비장한 표정이다. # 400명 먹을 쌀 80㎏ 삽으로 쓱쓱 씻어 밥 짓고 오늘의 점심 메뉴는 된장국, 감자조림, 게맛살볶음이었다. 조리병들은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시작했다. 황인용(21) 상병은 쌀을 씻었다. 들통에 쌀과 물을 쏟아부은 뒤 삽으로 골고루 돌려 젓는다. 황 상병은 “손목의 스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막걸리 색깔의 뽀얀 쌀뜨물이 떠오르면 따라내고 두 번 더 씻는다. 한 끼 식사에 한 가마니(80kg)의 쌀이 사용된다. 씻은 쌀을 50인분 용 솥 5개에 채우고 밥물을 맞춘 뒤 오븐에 넣는다. 황 상병은 “예전에는 네모난 찜기에 밥을 쪄 내서 먹으면 쉽게 배가 꺼지고 맛도 덜했는데 지금은 가스불로 조리해 밥맛이 좋아졌다.”고 귀띔했다. 김기동(21) 상병은 야채를 썰기 시작했다. 가로 1m, 세로 50㎝ 크기의 넓적한 도마가 그의 무대다. 애호박 한 개를 반으로 갈라 반달썰기를 하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1개를 써는 데 20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김 상병이 오늘 썰어야 할 야채는 게맛살볶음에 들어가는 피망 15개, 된장국에 들어가는 애호박 10개와 두부 1판, 감자조림에 들어가는 감자 50개와 당근 20개다. 이 모두를 써는 데 20분이 걸렸다. 이 정도면 ‘달인’ 수준이다. 김 상병은 “당근이나 무처럼 딱딱한 야채를 썰 때 가끔 손가락을 베이기도 하지만 썰기만큼은 자신 있다.”고 말했다. 전문대 푸드스타일리스트학과를 휴학한 김 상병은 조리병 경력이 벌써 1년 6개월째다. 제대 전에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따는 게 목표지만 공부를 안 해서 필기시험의 문턱을 매번 넘지 못했다. 그는 “실기는 자신 있는데 이론 공부는 영 자신이 없다.”며 쑥스러워했다. # 튀김실에선 섭씨 200도 넘는 기름과의 사투 조리병 중에서 가장 고참인 장형철(22) 병장은 오는 8월 제대를 앞두고 있다. 그래서인지 한결 여유있는 표정이었다. 그는 전(煎) 처리 담당이다. 재료를 씻고 썰고 다듬고 껍질을 벗겨 조리하기 쉽도록 하는 게 그의 임무다. 장 병장은 “밥, 국, 튀김, 전처리, 반찬 담당으로 역할을 나누고 3개월마다 한 번씩 교체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튀김이 제일 어렵다고 했다. 한여름에 지름 1.5m 크기의 튀김 솥 앞에 서면 숨이 턱 막힌다고 한다. 20분 넘게 섭씨 200도가 넘는 끓는 기름과 씨름하다 보면 온몸이 땀에 젖는다. 장 병장은 “장병들이 제일 좋아하는 메뉴가 닭튀김, 깐풍기, 탕수육 등 튀긴 고기요리”라면서 “몸은 고되어도 내가 만든 바삭한 튀김을 맛있게 먹어줄 때 뿌듯하다.”고 말했다. 주방 한편에 마련된 튀김실에는 4개의 커다란 솥이 걸려 있다. 설렁탕집에서나 볼 수 있는 크기의 솥이다. 이곳에서는 튀김뿐 아니라 국과 볶음 요리도 한다. 불을 사용하는 공간이라 튀김실의 온도는 섭씨 30도를 넘는다. 게다가 뜨거운 수증기 때문에 흡사 한증막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다. 조리실 막내인 김정수(20) 이병은 능숙한 솜씨로 된장국을 만들고 있었다. 자대 배치를 받은 지 60일 됐다는 김 이병은 “2주 동안 교육을 받은 뒤 처음 만들었던 음식이 된장국이었다.”고 말했다. 국은 쉬운 음식에 속한다. 끓는 물에 멸치, 다시마를 우려내고 된장을 푼 뒤 선임들이 썰어준 재료를 넣기만 하면 된다. 400인분의 된장국에는 된장 10kg과 고추장 1kg이 들어간다. 김 이병은 “된장이 타지 않도록 잘 저어주는 게 포인트”라고 일러줬다. 튀김실 안쪽에서는 고소한 기름냄새가 풍겼다. 곽경태(19) 일병이 제법 모양을 갖춘 게맛살볶음과 감자조림의 간을 보고 있었다. 군인들에게 ‘엄마의 손맛’을 전하기 위해 고용된 민간조리원 김영매(55·여)씨도 옆에서 거들었다. 김씨가 “감자조림이 너무 싱거워. 물이 너무 많잖아. 간장 좀 가져와.”라고 말하자 곽 일병은 “국물에 밥 비벼 먹으라고 일부러 자작하게 한 거예요.”라며 볼멘소리를 한다. 조리병들은 김씨를 ‘아줌마’라고 부른다. 간을 보는 게 아줌마의 역할이지만 김씨는 재료를 씻고 다듬을 때 손을 보탠다. 그는 “조리병들이 요리는 잘하지만 아무래도 남자다 보니 야채 손질이 어설프다.”고 말했다. # 땀 뻘뻘 1시간이면 요리사 뺨치게 조리 끝 오전 11시쯤 대부분의 조리가 끝나자 조리병들은 휴게실에 모여 앉아 한숨을 돌리고 수다를 떨었다. 땀에 젖은 망사모와 마스크를 벗은 병사들은 영락없이 해맑은 20대 청년들이었다. 장 병장은 “장병들과 우리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 때가 제일 신난다.”고 말했다. 황 상병은 “돼불(돼지불고기), 닭튀(닭튀김), 오볶(오징어볶음), 오삼(오징어삼겹살볶음) 등이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조리병들은 메뉴 이름이 길면 줄여 부른다. 일종의 은어인 셈이다. 이들은 하기 어려운 음식으로 ‘괴물밥’을 꼽았다. 김치콩나물밥을 뜻하는 ‘괴물밥’은 조리시간이 많이 걸리는 반면 장병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아 잔반이 많이 남는다. 밥을 한 번 찐 뒤 김치, 고기, 콩나물 등 고명을 얹고 또다시 익혀야 해서 손이 많이 가지만 맛은 그만큼 뛰어나지 않다는 게 조리병들의 평가다. 군은 한 달에 한 번 급식만족도 조사를 실시한다. 그 결과를 군급식개선회의에 보고하면 급양대(식단을 짜고 식재료를 배분하는 곳)에서 식단에 반영하게 된다. 지난달에는 닭죽, 조기튀김, 쫄면 등이 조사 대상에 올랐다. 닭죽은 영양보충에 좋고 쫄면은 별미로 좋다는 이유로 선호도가 높았지만 조기튀김은 ‘발라 먹기 귀찮다.’ ‘비린내가 난다.’는 이유로 인기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 짬밥만 잘 먹어도 동안피부 저리가라! 12시가 되자 바지 춤에 수저통을 찔러 넣은 병사들이 우르르 식당으로 몰려들었다. 각 중대에서 파견된 6명의 취사지원병이 배식에 나섰다. 순식간에 밥과 국, 감자조림이 동이 나 조리병들은 음식을 나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김영석(19) 이병은 “어머니에게 죄송하지만 군대밥이 집밥보다 맛있다.”면서 “입대할 때 50kg이던 몸무게가 지금은 58kg”이라고 말했다. 새까맣게 탄 얼굴에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는 김 이병이 제일 좋아하는 메뉴는 오삼불고기와 돈가스다. 지난해 8월 입대한 안준성(21) 일병은 부대에서 알아주는 ‘피부미남’이다. 그는 “꼼꼼한 폼 클렌징과 ‘짬밥’효과가 피부관리의 비결”이라고 했다. 김종도(20) 일병도 군대에 와서 피부가 좋아지고 통통하게 살이 올랐다고 털어놨다. 그는 “입대 전에는 오리불고기에 손도 안 댔는데 군대에 와서 그 맛을 알게 됐다.”면서 “때마다 나오는 자장면 등 분식도 별미”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일병은 ‘군데리아’는 싫다고 했다. 빵, 고기, 치즈, 샐러드, 딸기잼을 따로 배식받은 뒤 조합해 먹는 군대식 햄버거는 영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것. 신세대 장병의 고기예찬은 그로부터 5분 넘게 계속됐다. 글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사진 ㆍ동영상 박성조기자 voicechord@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열린세상] 李 대통령, 풀스윙할 때다 /김무곤 동국대 신문방송학 교수

    [열린세상] 李 대통령, 풀스윙할 때다 /김무곤 동국대 신문방송학 교수

    지난주 내내 이명박 대통령에게서 눈을 떼기 어려웠다. 21일의 검찰총장과 국세청장 파격 인사, 22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의 ‘중도 강화론’, 25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의 ‘친(親) 서민정부론’ 천명과 재래시장 탐방 등 일련의 행보 때문이다. 이 대통령에게서 보이는 변화의 기미(幾微)를 다음과 같은 점에서 환영한다. 첫째, 국정기조 전환의 의지가 엿보인다는 점. 둘째, 촛불정국·추모정국 이후 국민 통합의 첫 시도라는 점. 셋째, 대통령이 그 동안 외면해 왔던 ‘정치’ 복귀의 의도가 읽힌다는 점에서 그렇다. 시기도 적절하다. 내외적으로 취임 후 지금까지의 국정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될 객관적 조건이 차올랐다. 우선, 북핵 사태의 와중에 국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론 분열과 정국 혼란이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또 무엇보다도 경제위기 여파로 서민의 고통이 극심해지고 있다. 하위계층의 소득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임시·일용직의 실직과 영세 자영업자의 파산이 이어지고 있다. 거시경제 특성상 경기선행지표의 호전에도 불구하고 서민생활과 직접 연관되는 후행지표가 회복되려면 한참 멀었다. 이런 때에 민심(民心)과 민생(民生)을 동시에 추스르지 않는다면 남은 통치기간 국가경영을 원활하게 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따라서 이 정부의 아이덴티티 변화를 우려하는 보수층 일부의 볼멘소리에도 불구하고 국정의 근본적 쇄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우선, 변화 의지를 국민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기왕에 결심했다면 그것을 국민에게 보다 강하고 더 적절하게 전달할 일이다.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중도 강화론’을 피력한 것은 그 마음이야 이해할 수 있지만 방법론상으로는 충분하지 못했다고 본다. 조금씩 꺼내놓을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소회와 국정구상을 한꺼번에 종합적으로 천명하는 기회를 빠른 시일 내에 가지는 것이 좋다. 광장 한가운데서 직접 국민과 대화하는 절절한 심정으로 호소해야 한다. 실기(失機)해서는 안 된다. 고시연기, 추가협상, 대국민 사과까지 꺼내놓았지만 결국 민심은 떠나가고 상처만 남았던 ‘촛불정국’을 상기해야 한다. 구체적인 실천 방안도 봇물 터지듯 따라 나와야 한다. 말만 꺼내놓고 신속한 실천이 뒤따르지 않는 것이 최악의 시나리오다. 만약 이번 기획이 실패한다면 그 역풍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중간지대에 있던 선량한 다수 시민을 대통령과 정부로부터 아주 등 돌리게 만들 것이다. 대선 공약집 속에 잠자고 있는 진보적·중도적 정책들을 썩히지 말고 끄집어내야 한다. ‘국민통합’ ‘섬기는 정치’는 이 대통령 자신이 당선기자회견에서부터 강조한 바가 아니었던가. 국민이 국정 기조 변화를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실천요강의 첫 순서는 인사(人事)다. 인사가 바로 정치다. 대통령의 인사는 국정을 대하는 철학, 의지, 태도를 집약한 시그널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 정부의 인사가 던진 메시지는 실용도 통합도 아닌 연고(緣故)와 배제(排除)로 받아들여졌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검찰총장·국세청장 인사는 하나의 전진이다. 내정자들의 개인적인 소양에 대해서는 더 두고 봐야겠지만, 적어도 인사시스템의 내용적 변화란 면에서 진일보했다고 본다. 생업에 바쁜 일반국민들은 이번 인사의 의미를 헤아리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정치를 늘 관찰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다. 이번 인사가 이 정부의 인사시스템 자체를 근본부터 개조하는 첫 신호탄이 되기를 원한다. 이 대통령은 지금 크게 지고 있는 야구경기의 타석에 선 타자와도 같다. 민심의 풍향계가 가리키는 방향을 향하여 일단 제대로 섰다. 다음 기회는 없다. 방망이를 짧게 잡아서는 안 된다. 번트를 툭툭 대다가 자칫 삼진 아웃이다. 숨을 가다듬고 민심의 펜스를 향해 힘껏 풀스윙 하라. 김무곤 동국대 신문방송학 교수
  • [정부 경제기조 유지] ‘新내우+외환’… 본격 회복 힘 부치나

    [정부 경제기조 유지] ‘新내우+외환’… 본격 회복 힘 부치나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경제주체들의 심리 호전이 중요한데 정부가 희망적인 얘기를 너무 자제하는 것 같다.” 윤증현 장관을 비롯한 기획재정부 관료들은 요즘 외부 인사들을 만나면 이런 얘기를 자주 듣는다고 한다. 경기가 회복 기미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지표들이 하나둘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신중론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다. 하지만 정부의 고민은 요즘 들어 더욱 깊어졌다. 재정부 관계자는 15일 “경기가 저점(바닥)에 다다른 것 같긴 한데 위로 치고 올라갈 것이라는 느낌은 좀체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경기 하강이 시작돼 저점에 이르기까지의 ‘1라운드’는 비교적 선방한 가운데 끝났지만 뚜렷한 상승세로 이어지느냐가 관건인 ‘2라운드’에는 고전이 예상된다는 뜻이다. ●파란불과 동시에 켜진 빨간불 우리 경제는 지난 1·4분기에 전 분기 대비 0.1%의 플러스(+) 성장을 실현한 데 이어 2분기에도 2% 수준 성장률이 예상되는 등 기대 이상의 조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대내외 상황은 향후 여건이 결코 녹록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국내 수입원유의 기준인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11일 배럴당 71.19달러로 마감, 지난해 말의 2배 수준이 됐다. 다른 원자재 가격도 급등해 대두는 지난해 말 대비 30.3%, 구리는 73.4%, 알루미늄은 10.1% 각각 상승했다. 3월 초 달러당 1570원대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은 15일 1262원으로 하락해 수출 경쟁력을 위협하고 있다. 고용사정도 다시 나빠졌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21만 9000명이 줄어 10년래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미사일과 핵 실험 등 북한발(發) 리스크와 영국 및 동유럽의 금융 불안 등 우리 힘으로 어찌해 볼 수 없는 악재도 많다. ●글로벌 재정확대 부담도 우려 이런 가운데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각국의 막대한 재정 투입과 금리 인하 조치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세계 경제에 새로운 충격을 줄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세계경기가 오는 9~10월 전환점을 맞겠지만 위기가 끝나면 급격한 인플레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요 20개국(G20)이 내년 말까지 경기부양을 위해 5조달러를 집행하기로 하는 등 세계적 경기 부양 공조로 돈이 많이 풀린 데 따른 부작용을 우려한 것이다. 최악의 경우 경기는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부, 낙관론 버리나 정부가 향후 상황을 낙관하지 못하는 데는 재정집행 여력이 이전만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자리한다. 그동안 경제가 근근이 버텨온 데에는 재정을 통한 공공지출 확대의 힘이 컸다. 이를테면 올 1분기에 민간이 발주한 건설수주는 전년 동기 대비 38.4% 줄었지만 공공발주 물량이 22.0% 늘면서 전체 감소폭을 16.5%로 완화할 수 있었다. 올해 책정된 재정의 70%를 상반기에 몰아서 배정한 결과다. 당연히 하반기에는 재정투입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 공백을 민간부문(소비·투자)에서 메워 주면 다행이지만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쉬운 얘기가 아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스포츠 돋보기] KBO 정부입김 언제까지?

    5일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상국 사무총장 내정자가 전격적으로 자진 사퇴했다. 승인권을 갖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세 차례에 걸쳐 승인을 미루자 이 총장 내정자가 ‘알아서’ 물러난 것. 4월30일 KBO 이사회에서 차기 총장으로 내정된 이후 36일 만의 일이다. KBO는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신임 사무총장을 선출할 방침이다. 이 총장 내정자의 사퇴 과정은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프로야구 구단주 총회와 이사회에서 내정한 사무총장에 대해 문화부가 승인을 거부한 전례는 없다. 주로 총재 선출과 관련해 정부의 입김이 강했지만 행정 실무 책임자인 사무총장에 대해서는 총재의 의견을 존중해 왔다. 하지만 문화부는 세 차례나 보완하라며 신청 서류를 반려했고 결국 승인 거부 의사를 밝혔다. 문화부 김성호 체육국장은 이날 “여론이 좋지 않아 윗선에서 부적합하다고 판단해 지난주 김대기 문화부 제2차관이 유영구 총재를 만나 이같은 의사를 전했다.”고 말했다. 문화부는 이상국씨가 과거 총장 재직 시절 도덕적 흠결이 있었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배임수뢰 혐의 등을 문제삼은 것. 그러나 야구계에서는 이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계속 논란이 된 구 여권 인물에 대한 거부감이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전남 나주 출신인 이상국씨는 ‘마당발’이라 불릴 만큼 민주당 인사들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 예산을 한 푼도 쓰지 않는 민간조직 인사에 정부가 지나치게 간섭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KBO의 한 관계자는 “프로 4단체 중 아직까지 사무총장 승인권을 정부에서 갖고 있는 곳은 야구뿐이다. 실무 책임자에게까지 인사권을 행사하는 건 심하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사무총장 임면권을 자체적으로 행사하는 내용을 담은 KBO의 네 번째 정관변경 승인안이 지난 3일 문화부에 제출된 상태다. 김성호 체육국장은 “아마 그대로 승인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이 총장 내정자 사퇴와 KBO의 정관변경을 맞바꾼 셈이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쌀값 대란’ 오나

    ‘쌀값 대란’ 오나

    ‘전국에 쌀이 남아 돈다.’ 지난해 대풍으로 쌀 재고량이 넘쳐나면서 쌀값 폭락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쌀 단경기(端境期·농산물 수요량이 공급량을 앞서는 시기)인 늦은 봄과 초여름에는 쌀값이 오르기 마련인데도 전국 평균 6% 이상 곤두박질쳤다. 1일 전국 자치단체에 따르면 전남지역 벼 재고량은 지난 4월 말 기준 21만 7000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5만t에 비해 6만 7000t(44.7%) 증가했다. 농협들이 지난해 40㎏에 5만 3000~5만 5000원에 사들인 벼가 지금은 5만원선으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전남지역 벼 수확량은 90만t으로 2007년보다 10%가량 늘었다. 경북지역 벼 재고량은 10만 8000t으로 지난해 5만 8000t보다 46.3%나 늘었다. 지난해 경북지역 생산량은 65만 8779t으로 전년보다 10.8% 증가했다. 충북 보은의 한성미곡종합처리장은 지난해보다 두 배 많은 2000여t을 보관하고 있으나, 20㎏들이 쌀값은 4만 1000원에서 3만 5000~3만 8000원으로 내려가 울상을 짓고 있다. 강원지역에서는 지난해 벼 생산량 19만 9000t 가운데 25%가 창고에서 잠자고 있는 셈이다. 한국농업경영인 경북도연합회 관계자는 “경북지역 2008년산 벼 재고량은 지난 4년 동안 재고량 7만 8000t에 육박해 올해 벼 수확기까지 재고 물량이 소비되지 않으면 쌀값 파동이 불가피하다.”고 걱정했다. 강원도 농정담당 공무원은 “정부에서는 쌀값을 시장자율에 맡긴다고 해놓고 재고량이 쌓이면 자치단체가 적극 조정하지 못했다며 책임을 떠넘긴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지난해 벼를 사들여 도정한 뒤 내다 팔려던 지역농협들은 사들인 값보다 파는 값이 떨어져 적자폭이 커지면서 줄도산 위기에 놓였다. 반면 대형할인점 등 일부 유통업체들은 매입 주문을 내놓고도 쌀값 폭락 조짐을 보이자 매입을 취소해 쌀값 폭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박만선(61·전남 담양군 금성농협장) 광주·전남미곡종합처리장(RPC) 협의회장은 “농협창고에 보관 중인 벼가 지난해 사들일 때보다 가마당 3000원 이상 떨어졌다.”면서 “이렇게 되면 9월 말부터 시작될 올해 수매도 물 건너 가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쌀값이 폭락한 까닭은 지난해 사상 유례없는 풍작(쌀 484만t 수확)으로 벼가 무려 43만t 늘었으나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2007년 76.9㎏, 지난해 75.8㎏, 올해 74.3㎏으로 갈수록 줄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종합 광주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서울신문 다른기사 보러가기] 228명 탑승 佛여객기 사라져 천안 명물 호두과자에 ‘천안 호두’ 없다   “보이지 않게 날 밀어…” 盧추모 랩 화제 北 ICBM 왜 동창리로? 서울광장 연일 봉쇄 논란…법집행 vs 과잉대응 택시 기본료 오른 날…뿔난 승객 · 속탄 기사 불경기에 술도 안 마신다…소주 판매량↓   새달부터 승용차가격 최소 20만원 오른다
  • [현장 행정] 송파구 기록물 데이터베이스 구축사업

    [현장 행정] 송파구 기록물 데이터베이스 구축사업

    송파구가 자체 사업으로 추진 중인 종이기록물 데이터베이스(DB) 구축사업이 1석3조의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일자리 창출은 물론 DB 구축에 따르는 경제적 비용 절감과 ‘종이 없는 사무실’ 조성을 통한 ‘녹색뉴딜정책’에도 일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직원들 연가보상비 등 활용 재원마련 송파구는 27일 “종이기록물 DB 구축사업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면서 “연말까지 1일 기준 연인원 1만 8000명의 고용창출 효과와 DB 구축으로 연간 56억원의 경제적 비용 절감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종이기록물 DB 구축사업은 정부가 녹색성장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페이퍼리스 코리아’ 조성사업의 하나지만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용역사업이 아닌 자체사업으로 이를 추진하는 곳은 송파구가 유일하다. 구는 이 사업을 용역이 아닌 자체 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해 직원들의 연가보상비와 경상경비를 줄여 20억원의 특별재원을 만들었다. 직원들이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고통 분담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가장 많은 회의와 행사가 치러졌던 대회의실에서 DB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직원들이 감수해야 할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볼멘소리는 어느 곳에서도 들리지 않는다. 시행 1개월째를 맞은 이 사업에 투입된 인원은 일용직 기준 120명이다. 연말까지 일용직을 기준으로 연인원 1만 8000명이 투입될 예정이다. 특히 경제위기로 실직한 고학력 전문인력들에게 소중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컴퓨터 활용 등 작업특성상 근로 조건이 좋은 데다 급료도 한 달 기준 70만원 안팎인 행정 대체인력보다 훨씬 많은 120만원이 지급되기 때문이다. 현재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인원의 70% 이상이 대졸 이상 고학력자들이고, 채용과정에서도 총 363명이 지원해 3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월 120만원 급여에 참가자 만족 정부와 자치단체가 제공하는 대다수 일자리가 한 달 기준 80만원도 안 되는 임금을 지급하다 보니 고학력 청년층에게는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동국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쌍용자동차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뒤 개인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윤형찬(41·삼전동)씨는 “퇴직 후 친구와 함께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던 중 이 일에 참여하게 됐다.”며 “DB 구축 업무도 만족스럽지만 이곳에서 다양한 연령층을 대할 수 있어서 사회성을 기르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오는 12월 말까지 진행되는 이 사업은 현재까지 1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민원여권·교통행정·총무·주택과 등 4개 부서의 기록물 DB 구축을 완료한 상태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친박카드 ‘보이지 않는 손’ 논란에 역풍 맞아

    친박카드 ‘보이지 않는 손’ 논란에 역풍 맞아

    좌충우돌, 한나라당 의원들의 ‘표심(票心)’은 막판까지 큰 폭으로 요동쳤다. 21일 이뤄진 18대 국회 제2기 원내대표 선출이 단순한 당내 경선을 넘어서는 의미를 지녔음을 보여준다. 친 이명박(親李)계 주류가 당내 주도권을 그대로 쥐고 갈 것인지, 비주류인 친 박근혜(親朴)계와 권력을 나누며 화합의 모습을 연출할 것인지를 가늠하는 자리로 간주됐다.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친박계 최경환 정책위의장 카드→보이지 않는 손 논란→친이의 결집→친박계의 조정 노력 등이 숨가쁘게 이어졌다. ●시작부터 소동 이번 경선은 당 주류가 친박계를 배려하는 모습으로 시작했다.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이다. 그러나 절차의 미숙과 진정성 논란으로 소동을 겪으며 도리어 분위기만 더 악화됐다. 친이계 안상수·정의화 두 후보의 경쟁으로 진행될 듯하던 경선은, 막판 ‘최경환 카드’로 1차 전환점을 맞는다. 친박계 기용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주류 핵심들의 아이디어로 알려진다. 중도 성향의 황우여 원내대표 후보와 짝을 이뤘다는 점에서 상승 효과를 발휘했다. 당 화합의 방안으로 인식된 까닭이다. 박근혜 전 대표와 주류 핵심간 교감의 결과일 것이라는 관측이 더해지면서 단숨에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보이지 않는 손’ 논란으로 반전 하지만 경선은 ‘보이지 않는 손’ 논란으로 반전을 이뤘다. ‘최경환 카드’가 예상을 뛰어넘는 반향을 일으킨 데 대한 반작용이기도 했다. 초기 영향력은 미미했다. 그러나 “친박계에 생색도 못 내면서 자리만 넘겨주느냐.”는 불만이 주류 사이에서 확산되기 시작했다. “아무 대가 없이 원내대표, 정책위의장이 갖는 당연직 최고위원 두 자리를 넘길 필요 있느냐.”는 볼멘소리였다. 친이 일각에선 “집권 초기에 벌써부터 친박계에 무게가 실리면 곤란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향력이 있는 일부 주류 인사들이 친이계 의원들을 상대로 ‘사인’을 주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들리기도 했다. 경선 하루 전인 20일 오후 상황이다. ●애매한 ‘손’ 판세는 급격히 혼전으로 빨려들어 갔다. 누구도 쉽사리 판세를 예상하지 못했다. 특히 ‘보이지 않는 손’의 의중이 읽혀지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이런 와중에 친이는 빠르게 결집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손의 뜻’이 ‘황우여·최경환’조에 있는 것은 아님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주저하던 표심이 급격히 움직였다.”고 분석했다. ●‘주류들의 반란’ 이번에는 친박들이 반응했다. ‘이런 기회를 통해 접점을 모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들을 제시했다. 친박 중진 홍사덕 의원은 “황 후보처럼 중립인사가 일하는 게 화합의 한 단초가 되지 않겠느냐.”면서 ‘친이표 결집’을 만류했다. 친박의 핵심 인사는 “박 전 대표가 ‘최경환 카드’를 용인한 것은 화합책에 대한 어느 정도 화답이라고 봐야 한다.”고까지 했다. 일정 정도 ‘진정성’을 받아줄 수 있다는 신호를 분명히 던진 셈이다. “만약 안 후보가 몰표를 받는다면 진정성이 거짓이었음이 드러나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이런 때문인지 이날 경선 직전까지, 일부 주류 인사들은 6대4로 황 후보의 우세를 점쳤다. 그러나 한번 작심한 주류 전체의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경선이 끝나고 친박 의원들의 표정은 굳어졌다. 한나라당은 다시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지운 김지훈기자 jj@seoul.co.kr
  • [길섶에서] 호칭단상/김종면 논설위원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은 문학세계사 대표 김종해 시인은 지금도 여전히 사장이란 호칭을 듣기 거북해한다. 시인으로 불리는 것이 제일 편하고 좋단다. 번듯한 문학출판사의 사장임에도 왠지 없어 보이는 시인이란 이름을 즐긴다. 호칭의 연성화라고 할까. 최근 어떤 기업은 전 임직원의 직급 대신 성명 뒤에 님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직급호칭 폐지운동을 벌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딱딱한 공식 호칭을 고집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왜 차장이라고 부르지 않고 선배라고 부르냐.”며 후배에게 볼멘소리를 하던 까칠한 신문사 인사도 있었다. 기자사회의 지극히 자연스러운 호칭인 선배라는 말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다니 이쯤 되면 ‘과민성 호칭증후군’이라고 해야 할까. 아줌마, 아저씨라는 호칭도 복권되어야 한다. 언니, 오빠로 불리는 게 더 좋은가. 아줌마, 아저씨가 더 대접해 주는 말임을 왜 모를까. “장가도 안 간 내가 왜 아저씨냐.”라는 후배의 항변에 한마디 해줬다. “이 놈아, 네가 아저씨를 아느냐.” 아저씨는 세상의 눈물이다. 김종면 논설위원 jmkim@seoul.co.kr
  • “이기는 것만 가르치는 사회… 마음 움직이는 교육 실종”

    “이기는 것만 가르치는 사회… 마음 움직이는 교육 실종”

    류승국(왼쪽·86) 성균관대 유학동양학부 명예교수와 최일범(54) 교수는 같은 학과 선·후배 교수이자 30여년을 동고동락해온 사제지간이다. 1974년 이 대학에 입학해 박사 학위를 받고 1989년 교수로 부임할 때까지 최 교수는 류 교수의 품을 떠난 적이 없었다. 노()교수가 길러낸 제자 가운데 72명이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데, 이 학부 교수 9명 중 6명이 최 교수처럼 류 교수의 가르침을 받았다. 백발이 성성한 이들이 스승의 날(15일)을 맞는 감회는 그래서 남다르다. 예나 지금이나 꼿꼿함을 잃지 않는 류 교수는 달라진 사제지간의 세태를 이렇게 꼬집었다. “요즘은 선생은 있어도 스승은 없고 학생은 있어도 제자는 없는 세상이다.” 그러면서 “1년 365일 스승을 공경했던 예전과 달리 스승의 날을 정해 놓고 ‘하루만큼은 선생을 존경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각박해진 세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류 교수는 “그럴수록 가르치는 이들이 스스로에게 더 엄격해져야 한다.”는 충고도 했다. 갈수록 추락하는 교권에 대해서는 “경쟁을 우선시하는 입시위주 교육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도 선생을 판단할 때 이해득실만을 따져 ‘나에게 뭘 줄 수 있나.’는 식으로 구분해 득이 안 되면 선생을 무시한다.”면서 “이기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가르치는 교육제도에서 제자가 스승을 공경하길 바란다면 나무 아래서 물고기를 찾는 격”이라고 말했다. 두 교수는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모처럼 만나 학교 언덕의 퇴계 인문관 건물에서 못다 한 얘기를 나누다 20여분쯤 걸어내려와 정문 근처에 있는 명륜당을 찾았다. 초여름 햇살 때문인지 건물 마루에 걸터앉은 최 교수의 눈은 이미 30년 전으로 돌아가 있는 듯했다. . 류 교수는 제자들에게 ‘호랑이 교수’로 통했다고 기억한다. 학생들의 논문에서 조금만 논리적 허점이 보여도 몇 번이고 퇴짜를 놨다고 한다. 최 교수는 “류 교수와 면담을 가졌던 학생들은 ‘3~4시간은 기본이다. 진짜 엄하시다.’며 볼멘소리를 내뱉었다.”고 웃었다. 최 교수는 “류 교수는 남보다 스스로에게 더 엄격하셨던 분”이라며 참 스승의 자세를 되새긴다. 논문 집필에 들어가면 서너 달 동안 책상에 누워 잠든 적이 부지기수였고, 지금도 강의를 하면 4~5시간씩 쉬지 않고 열중할 정도로 스승으로서 한 치의 빈틈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제자들이 이견을 말해도 끝까지 경청한 뒤 다시 토론할 정도로 열린 자세를 유지했다.”면서 “내가 교수로 임용된 뒤로는 늘 동료 교수로 존중해 줬다.”고 전했다. 최 교수는 “학문적으로 엄하기만했던 스승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면서 존경은 강요가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게 할 때 생기는 것임을 느꼈다.”며 옷깃을 여몄다. 글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사진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 “한나라당도 못 살리면서 민생 살린다고?”

    “한나라당도 못 살리면서 민생 살린다고?”

    4·29 재·보선 참패에 따른 한나라당의 민심 수습책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 가고 있다. 재·보선에서 민심은 여권이 국정운영을 제대로 하라고 경고했지만, 정작 한나라당은 준엄한 심판을 또 다시 해묵은 친이·친박 갈등으로 변질시키고 있다. 국민은 “배가 고프다.”고 하는데 한나라당은 “밥 짓기를 같이 하나, 혼자 하나.”를 두고 싸우는 형국이다. 친이는 “손을 내밀어도 친박이 잡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를 낸다. 친이 쪽 한 의원은 12일 “친박에게 당을 통째로 갖다 바쳐야 하느냐.”고 비난의 화살을 친박 쪽으로 돌렸다. 친박은 “우리가 자리를 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시혜를 베푸는 척한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인다. 한 친박 의원은 “우리는 야당보다 더 못한 대접을 받고 있다.”고 씁쓸해했다. 한나라당은 10년 만에 정권을 잡았지만 친박에게는 ‘잃어 버린 15년’이 진행 중이라는 허탈감이 묻어 난다. ‘제1야당은 민주당이 아니라 친박계’라는 자조도 흘러 나온다. 친이·친박은 ‘비무장지대’를 만들어 놓고 서로에게 공격을 자제하는 어정쩡한 휴전 상태를 유지한 지 오래다.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살리기가 최우선”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친박의 지원을 기대하지 않는 모습이다. 여권 핵심에서는 친이만으로도 국정을 이끌어 갈 수 있다는 자신감도 엿보인다. 박근혜 전 대표는 여권의 위기 속에도 강 건너 불 구경 하듯 팔짱만 끼고 있다. ‘이미지 정치’, ‘나홀로 정치’에 매몰된 듯하다. 이처럼 한나라당은 ‘두나라당’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아무도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도리어 선거 때마다 공천을 놓고 내홍을 겪으며 정당정치의 위기를 넘어 파탄 지경까지 자초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자고 당 일각에서 기껏 내놓은 것이 민생과 동떨어진 조기 전당대회 정도다. 각 계파의 이해득실만 계산하며 내부 권력투쟁에 몰두하는 모양새다. 재·보선 패배 직후 가장 먼저 전면 쇄신을 요구한 ‘민본 21’의 공동간사 김성식 의원은 “분란의 틈에 숨어 국정기조와 운영방식에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쇄신파나 비주류에 책임을 돌리려 한다.”면서 “국정쇄신과 인적쇄신이라는 애초의 원칙을 다른 방향으로 몰아 가는 건 절대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니 야당이 여당 걱정을 더 한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이날 당 5역회의에서 “한나라당이 국민을 잊어 버리고 오직 내부의 친이·친박 갈등에 몰두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한나라당의 ‘창업주’이기도 한 이 총재는 “한나라당이 집권당이고, 정국의 주도적 영향력을 미치는 여당인 만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일침을 놓았다. 전문가들의 충고도 따끔하다. 김민전 경희대 정치학과 교수는 “‘한나라당’도 못 살리면서 ‘민생’을 살린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한나라당은 이미 2005년 혁신안을 통해 공천 문제 등 민주적 시스템을 잘 갖췄다. 그것만 잘 지켜도 지금처럼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강원택 숭실대 정치학과 교수는 “재·보선이 보여준 민심을 여당이 잘 봐야 한다.”면서 “민심은 지금까지의 국정운영 기조를 수정하라고 하는데 한나라당은 민심과 무관하게 권력투쟁만 일삼고 있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빨리 지긋지긋한 파벌정치를 청산하고 여당의 역할을 되찾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서울신문 다른기사 보러가기] “朴,PK에 깜짝놀랄 액수 뿌렸다” “있는 사람들이 더한 경우” 멀쩡한 우리말 동화책 영어판 내기 盧 수십만달러 “추가 수수” “원래 포함된 것” ‘트와일라잇’ 속편 대본 쓰레기통에 ‘터미네이터 4편’ 청출어람 고대 총장 “건설대학 세웠으면” 박지성 “리버풀의 추격 즐기고 있다”
  • 모건스탠리·웰스파고 “155억弗 확충”

    미국 정부의 위험대비 건전도평가(스트레스 테스트) 이후 해당 은행들이 발빠르게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모건스탠리와 웰스파고가 155억달러의 자금확충안을 내놨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당초 스트레스 테스트에 불만을 나타내던 은행들이 결국 정부 발표를 마지못해 수긍하는 듯 ‘테스트 이후’를 준비하는 모습들이다. 이런 움직임은 수백억달러의 자본확충 요구를 받은 다른 은행들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8억달러를 확충해야 하는 모건스탠리는 유상증자 40억달러와 회사채 40억달러 등 모두 80억달러를 조달할 계획이다. 137억달러 확충을 요구받은 웰스파고는 지난 7일 발표했던 60억달러보다 많은 75억달러를 신주 발행을 통해 확충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 모두 당초 계획보다 높은 수준의 자금확충안을 내놓은 셈이다. 씨티그룹도 520억달러의 우선주 전환에 이어 앞으로 2주 안에 추가 확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를 통해 36%에 이르는 정부의 씨티그룹 지분비율은 34% 정도로 내려갈 수 있을 전망이다. 은행들의 이같은 발 빠른 움직임은 일단 시장으로서는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의 뜻에 적극 보조를 맞추는 은행들의 행보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다소나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들이다. 하지만 모든 은행들이 정책에 부합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제너럴모터스(GM)의 금융 자회사인 GMAC는 유상증자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돼 결국 정부 지원을 받아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리전스파이낸셜과 선트러스트뱅크스 등 규모가 작은 회사들은 보통주로 전환할 우선주가 넉넉지 않은 만큼 정부의 공적관리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추는 한편으로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나온 전망이 지나치게 비관적이라며 볼멘소리를 터뜨리는 은행들도 적잖다. 올해 1·4분기 실적이 개선되는 등 금융시장이 회복되고 있다는 주장들이다. 예컨대 씨티그룹의 경우 향후 2년간 실적이 490억달러에 머물 것이라는 정부 예상과는 달리 800억달러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자체 전망을 내놓고 있다. 네드 켈리 씨티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정부는 우리가 기대하는 수준만큼 은행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웰스파고의 하워드 앳킨스 CFO도 역시 “정부와 우리의 예측결과가 너무도 다르다.”면서 “다음 2분기에 웰스파고의 수익이 정부 예측보다 더 높다면 웰스파고의 신용도는 오히려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희망근로 프로젝트 25만명 11일부터 접수… 지자체 이중고에 볼멘소리

    희망근로 프로젝트 25만명 11일부터 접수… 지자체 이중고에 볼멘소리

    정부가 6개월간 무려 1조 7070억원을 투입해 저소득층에 일자리 25만개를 제공하는 ‘희망근로 프로젝트’가 11일부터 참가자를 본격 모집한다. 복지혜택에서 소외된 이른바 ‘차상위계층’에도 한시적 일자리를 제공하는 야심찬 계획이지만, 이를 최일선에서 시행할 전국 246개 자치단체는 기존 공공근로사업 등과 겹치고, 재정 압박 등을 이유로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정부가 단기적이고 수치적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기대밖의 예산낭비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행정안전부는 희망근로 프로젝트에 참가할 25만명을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모집한다고 10일 밝혔다. 지역별 선발 인원은 서울 5만 1812명, 경기 5만 4375명, 부산 2만 438명, 경남 1만 6250명, 대구 1만 3563명, 인천 1만 3250명, 경북 1만 2875명, 충남 1만 438명 등이다. 신청은 주소지 읍·면사무소나 동 주민센터에서 받는다. 참가자들은 다음달부터 하루 8시간씩 주 5일 근무에 월 83만원(교통비 등 하루 3000원 별도) 정도의 임금을 받는다. 전체 사업비의 22.2%인 3790억원은 지방예산으로 충당된다. 이에 따라 울산시는 5375명의 대상자를 선발한 뒤 환경정비와 공공시설물 개·보수, 숲가꾸기 등에 투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울산시 관계자는 “정부가 총사업비의 75%를 무조건 인건비로 사용하도록 해 장비가 필요없는 사업을 찾다보면 기존 공공근로처럼 단순 노무직을 맡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울산지역에는 이미 공공근로 224명, 노인일자리 2940명, 자활근로 700명, 환경정비 30여명 등 총 3800여명의 한시적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다. 또 이번 희망근로가 최근 재정난을 겪는 자치단체들에 또 다른 부담을 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울산시는 다음달에 총 366억원(국비 312억원·지방비 54억원)을 투입해 하루 5000여명을 희망근로에 참가시킬 계획이다. 그러나 울산시는 예산조기 집행으로 재원이 이미 바닥을 드러내 지난달 말 250억원을 금융권에서 차입한 처지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와인 톡톡] 아이돌 취기에서 깬 ‘클릭비’ 오종혁

    [와인 톡톡] 아이돌 취기에서 깬 ‘클릭비’ 오종혁

    오종혁, 아이돌의 취기에서 깨어나다요즘 연예계에서 스타의 인기는 광속(光速)으로 흘러 다닌다. 이런 시대에 오종혁이라는 이름이 대중의 뇌리에서 흐릿해져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그 이름은 찬란하게 빛났다. 당시는 클릭비가 절정의 인기를 구가할 때였다. SS501의 김현중이 요즘 그렇듯, 그는 가장 주목받는 아이돌 스타 가운데 하나였다. 긴 머리와 여자보다 예쁜 얼굴, 그리고 얼굴과는 딴판인 호소력 있는 목소리가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소녀들은 열광했다. 그와 열애설이 불거졌던 한 슈퍼모델이 순식간에 100만 안티 팬을 얻었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그가 돌아왔다. 솔로로 독립한 후 두 번째 앨범을 들고. 방송을 비롯한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의 새 앨범과 음악을 얘기하는 중이다. 그러나 기자가 꽃미남의 본류이자 원조 아이돌 격인 그를 만나려는 이유는 정작 딴 데 있다. 한 때 최고의 아이돌은 어떻게 인기의 취기에서 깨어나는가? 취기에서 깨고도 일상적인 자신의 삶으로 복귀할 수 있을까? 그것이 궁금해서였다. 이런 껄끄러운 질문을 준비해두고 솔직한 답변을 기대하면서, 와인 한 잔 안 할 수야 없는 노릇이다. 와인 한 병을 미리 준비해두고 그를 기다렸다.오종혁을 만나기로 한 곳은 서울 홍대 앞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더 가브리엘’. 정확히 약속 시간에 맞춰 그가 나타났다. 오전 11시. 여느 연예인처럼 한 시간쯤은 늦을 것이라던 예상이 빗나갔다. 초대형 밴도 없었다. 그저 수수한 승합차 한대가 전부였다. 이렇게 격식을 따지지 않는다면 의외로 솔직한 답변이 나올 수도 있겠다 싶었다. 당초 예상처럼 취기가 오를수록, 아이돌의 숙취 해소기는 속도를 더했다.-와인 좋아해요? “술을 종류별로 다 마시는 편이지만 와인은 별로 안 좋아했어요. 쿨케이(가수) 형이 저를 와인에 입문하게 했죠. 처음엔 달콤한 모스카토 다스티 류를 마셔보라고 권하더군요. 레드와인에서는 상한 것 같은 맛이 나서 싫었고. 그렇게 해서 화이트 와인 마시다 보니까 레드를 마시고 싶어지더군요. 예전에는 빌라엠을 많이 마셨는데 이젠 그건 졸업했어요. 사실 전 소주를 좋아하는데, 쿨케이 형이 자꾸 와인을 마시자고 해서…”-오늘 와인(빌라 마르티스 랑게 2005)은 어때요? “과일 향이 짙어서 너무 좋은데요. 요즘 바빠서 술을 잘 못 마셨거든요. 가장 최근에 마신 게 올해 초 쿨케이 형이랑 더네임 형이랑 와인 마신 거예요. 화이트랑 레드랑 섞어서 한 다섯 병 마셨어요. 하하하.”-요즘 방송 활동은 거의 안하고 있죠? “지난해 10월부터 뮤지컬만 계속 했어요. 앙드레김 선생님 쇼에 몇 번 섰고요. 여성의류 쇼핑몰도 열었어요. ‘미스터마돈나’라고.”-쇼핑몰을 한다고요? “음…왠지 쇼핑몰이라고 하면 연예인들이 막장에 가서 하는 일이라는 느낌이 있잖아요. 그래서 저도 그 전에는 생각도 안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아무래도 시간이 많이 남으니까, 게다가 쉬지 않고 계속 뭔가를 하고 싶더라고요. 그러느라 요즘은 하루에 서너 시간 밖에 못자요.”-소위 얼굴 마담 아니에요? 직접 하는 거 맞아요? “논현동 집 근처에 사무실이 있고요, 직원은 네 명이에요. 물건 하러 동대문도 직접 다니고요. 동대문 도매시장에선 연예인이라고 잘 봐주는 것도 없어요. 연예인들이 쇼핑몰을 하도 많이 하니까. 열심히 거래하고 실적이 좋은 쇼핑몰이라는 인식도 심어줘야 해요. 안 그러면 물건도 안줘요.”-가수 활동은 안 할 거예요? “앨범 나온 지 일주일 정도 됐으니 이제 활동을 해야죠. 가요 순위 프로에도 나가야할 거구요. 사실 앨범은 작년에 녹음을 끝낸 건데요. 이래저래 미뤄져서 이제야 나왔죠. 겨울 보고 제작한 앨범인데. 휘성형이 작사해 준 곡도 있고. 더네임 형이 작곡해 준 곡도 있습니다. 전 이번에 작사나 작곡에 참여를 안 해서, 음원 매출이 발생해도 수입은 별로 없어요.”-군대 가기 전 마지막 앨범인가요? “그렇죠. 그런데 아직 영장도 안 나왔어요. 올 하반기쯤 나올 것 같아요. 왜 벌써 가냐고 그러는 분들도 계신데요, 추잡하게 미뤄본다고 해도 어차피 내년 중반은 못 넘겨요(웃음). 군대 간다고 하니까 걱정하시는 분들 많은데요. 전 피하고 싶지는 않아요. 당연히 갔다 오는 거죠.”-군대 갔다 오면 나이도 너무 많아질 거고, 걱정 안 되세요? 대신 대학에 갈 수도 있을텐데. “하긴 제가 아직 정상 궤도에 있는 연예인이 아니라 그런 면에서 좀 조급하긴 해요. 인기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군대를 가야, 다녀와서도 활동하는 데 지장이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대학에 가는 걸 그런 식으로 이용하고 싶진 않아요. 군대 갔다 와서는 뮤지컬에 전념하고 싶은데, 뮤지컬 배우나 가수가 꼭 대학을 나와야할 필요는 없는 것 같고. 서태지씨도 고등학교 자퇴하시고도 잘 활동하시잖아요.”-(화들짝 놀라)뮤지컬에 전념한다고요? “올 8월이면 저도 이제 연예계 10년차예요. 험한 꼴도 많이 봤고, 안 좋은 일도 많이 당했죠. 수준 이하의 대접이랄까, 그런 것도 받아봤고. 그런 모든 상처를 치유할 수 있었던 게 다 뮤지컬 덕분이에요. 그곳에 있는 많은 분들이 저를 다독여주시고 따뜻하게 감싸주셨죠. 최선을 다하는 삶이 어떤 것인가를 몸소 보여주기도 하셨어요.”-아이돌과 뮤지컬이라, 얼핏 어색하게 느껴지는 조합인데요? “저도 처음 뮤지컬을 시작할 때는 거의 패닉(panic) 상태였어요.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에서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조연급 배우들 회당 3만원씩 받으면서도, 새벽부터 밤까지 땀 흘리며 연습하고, 그러면서도 행복해하는 모습 보면서 많은 걸 느꼈죠. 연습 끝나고 땀에 전 상태로 만원씩 돈 걷어서 맥주 한잔 마시고…(잠깐 감상에 젖었다가) 아이돌로 주목받던 때에는 절대 알 수 없었던 소소한 행복과 값진 보람이었던 거죠. 뮤지컬은 정말 뭐랄까, 따뜻한 느낌이예요.”-화려했던 아이돌 시절이 그립진 않아요? “클릭비 시절에는 앨범 하나가 끝날 때, 아쉽다는 느낌보다는 ‘어휴, 이제 하나 끝났네’ 하면서 빨리 놀고 싶고 쉬고 싶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뮤지컬은 이번에 ‘온에어 시즌2’ 지방공연 끝났을 때 마지막 공연에서 펑펑 울었어요. 이제 세상 어디에도 이 공연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너무 아쉽고 슬픈 거예요.”-앞으로 연예계 활동을 계속 할 텐데, 연예인으로 사는 게 부담스러우세요? “사주를 봤더니 제가 연예인 사주가 아니래요. 그렇다고 공부도 싫은데(웃음). 저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많이 주는 성격인가 봐요. 어릴 적에는 그래도 쾌활한 성격이었는데. 클릭비 해체되면서 안 좋은 일을 많이 겪어서 그런지, 이젠 그게 잘 안되네요. 즐기면서 해야 무슨 일을 해도 잘 될 텐데 말이에요. 그런 면에서 (김)건모 형이나 (김)창완 선배님을 보면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그만큼 이뤄 놓으셨기 때문에 그렇게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주실 수 있는 거겠지만요.”-클릭비 해체되고 나서 도대체 무슨 일을 겪은 거에요? “(김)상혁군이 무너질 때(음주운전 사건으로) 한 명이라도 자리를 잡고 있었다면 팀이 이렇게 나락으로 떨어지지는 않았을 텐데. 정신 좀 차리고 열심히 할 걸, 후회도 했죠. 스케줄 잡히면 저는 우선 볼멘소리부터 했는데. 그때 상혁군이 참고 열심히 잘해줬어요.”-경제적으로도 많이 힘들었겠네요? 수입이 거의 없었죠? “그때 제가 저지른 잘못이 아닌데도 사람들이 다 저를 피하더라고요. 주변에 그렇게 사람이 많았는데, 인기 떨어지고 팀이 해체되고 그러니까, 그 많던 사람들이 다 떨어져 나갔어요. 돈 벌이가 없어서 모르는 사람 결혼식에 가서 축가 부르고 50만원, 100만원씩 벌기도 했어요. 천원이 없어서 밖에 나가질 못했던 적도 있고. 찜질방에서 6개월간 먹고 자고 한 적도 있어요.”-집이 서울이잖아요? 부모님께 손 벌리면 되지 않아요? “8년 동안 가수 생활한 아들이 천 원 한 장이 없다는 말을 어떻게 부모님한테 해요. 게다가 저희 부모님은 클래식 하던 분이라 아들이 대중음악 한다는 걸 못마땅해 하셨어요. 아이돌 출신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신세 지기도 눈치 보였고. 사기도 몇 번 당했어요. 포장마차를 하기로 했는데 동업자가 돈을 갖고 도망가 버렸죠. 그 빚 갚느라고 차도 팔고 월세 밀려서 쫓겨나고. 그런 일이 계속되다 보니까 여자친구는 별 일 아닌데도 헤어지자고 하고. 배우기 싫었는데도 배우게 됐어요. 인생이란 걸요. 사람은 계속 일을 해야 된다. 돈이 많지 않으니까 한심한 사람 취급을 받더라고요. 제가 너무 세파에 찌들었나요?”-그렇게 힘든 경험을 하셨으니까, 아는 동생이나 나중에 낳은 아들이 연예인 한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권하지는 못하겠군요? “제가 중3때 연습생으로 연예계에 발을 들여 놓았어요.어차피 말린다고 되는 일도 아니고. 대신 할 거면 단단히 하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힘든 일이 많겠지만, 마음 약해지지 말고 자기 자신을 포기하지 말라고요. 시간이 지나면 또 잊혀지니까 게을리 하지 말라는 말도. ”-그 얘기 들으니까 자살한 연예인들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요. “아, 그 얘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은데. 물론 목숨을 버리면 자기 자신은 편해지겠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해결될 수도 있는 게 사람 일인데. 그 사람도 나름대로 힘들었으니까 그랬을 거라는 생각도 들고. 이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뭐라고 답을 못 드리겠어요.” * 마르께시 디 그레시, 랑게 로쏘 ‘빌라 마르티스’ (Marchesi di Gresy, Langhe Rosso ‘Villa Martis’) 마르께시 디 그레시(Marchesi di Gresy) 와이너리는 이탈리아 피에몬테 랑게(Langhe)와 몽페라토(Monferrato)지역 내 세 개의 포도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피에몬떼 지역에서 질좋은 와인을 생산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이상적인 남향의 포도원 입지와 비옥한 토양, 그리고 재배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의 조합이 최상의 떼루아를 형성하고 있어 최고의 와인을 위한 우수한 포도가 만들어 지고 있다. 오종혁과 함께한 와인 ‘빌라 마르티스(Villa Martis)’는 이 와이너리의 대중적 라인으로 바르베라 60%와 네비올로 40%를 블렌딩한 DOC 등급이다. 맑고 깨끗한 색을 가지고 있고, 바르베라의 거친 맛이 독특한 여운을 남긴다. 그윽한 딸기향과 잘 익은 오렌지의 느낌처럼 싱그러운 산미, 그리고 길게 이어지는 뒷맛이 고급스러운 와인이다. 2005년 빈티지는 시중에서 6만 원대에 구입할 수 있으며 와인만 마실 때 보다 음식과 함께할 때 더 좋은 맛을 느낄 수 있다. 서울신문NTN 이여영 기자 yiyoyong@seoulntn.com / 사진=유혜정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지방교부세법 개정안’ 형평성 논란

    ‘지방교부세법 개정안’ 형평성 논란

    정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서울시와 25개 자치구가 “과세형평성에 어긋난 불이익을 받을 처지에 놓였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산세 등에 대한 감소분을 부동산교부세로 보전해 주는 내용의 개정안 중에서 서울시에 대해서만 다른 시·도와 달리 예외 조항을 둔 것이다. 서울시가 강남·북의 균형발전을 위해 자치구 재산세의 일부를 거둬 들인 뒤 자치구별 재정 상태에 따라 차등배분하는 행위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못박은 셈이다. ●재산세 감소 보전금 45%만 지급 서울시 관계자는 1일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특별시 공동과세분’은 엄연히 서울시청이 아닌 구청이 사용하는 세금이고, 과세표준과 세율, 납기 등도 다른 시·도와 동일한 만큼 개정안의 예외 조항은 삭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정안을 적용하면 서울시 25개 자치구는 올해 45%, 내년 이후 50%에 해당하는 재산세 감소분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강남북 균형발전 공동과세 인정 안해” 서울시는 지난해 7월부터 자치구 재산세의 일정비율(올해 45%)을 특별시분 재산세로 거둬 들인 뒤 자치구에 재배분하고 있다. 가령 서울시 자치구의 올해 재산세 총액이 종전 1조 5000억원에서 세제개편 이후 1조 4000억원으로 줄었다면, 감소분(1000억원)을 전액 보전해 주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가 공동과세하는 재산세 45%를 제외한 55%에 대해서만 보전해 주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25개 자치구로서는 450억원의 세수감소를 떠안아야 할 상황이다. 게다가 지난 2월 개정된 지방세법이 2008년 재산세 부과분부터 소급 적용됨에 따라 각 자치구는 과오납환부금 894억원을 돌려 줘야 하는 상황이어서 세제개편에 따른 상당한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방교부세법 제10조3항 개정안에 ‘(서울)특별시 자치구에는 감소분 중 자치구가 직접 부과하는 재산세 금액만 인정한다.’는 조항을 첨부했다. 서울시가 자치구에서 거둬 다시 분배하는 부분을 지원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이와 별도로 행안부는 지난달 27일 취·등록 등 거래세 감소분에 해당되는 교부세 3000억원에 대해서는 각 시·도에 예년과 같은 방식으로 조기에 배정했다. 그러나 이번 재산세 등 감소분에는 서울시에 다른 잣대를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취·등록세 감소분은 똑같이 배정…다른잣대 적용” 행안부는 “서울시의 경우, 세제 개편으로 재산세율이 떨어지긴 했지만 주택분에 대한 공정시장가액비율(부동산과표액 기준)을 지난해 55%에서 올해 60%로 상향 적용하기 때문에 재산세 감소분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예외조항을 적용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아울러 “서울은 다른 시·도에 비해 재정 상태가 나은 편 아니냐.”는 판단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부가 특별시에 대해서만 예외를 적용하겠다는 것은 결국 서울시의 강·남북 균형발전안을 포기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재정이 비교적 낫다는 것도 과세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관가 포커스] 대통령 호통에 “음매 기죽어”

    “잇단 호통에 사기가 안 꺾이는 게 이상하죠.” 이명박 대통령이 연일 공식석상에서 공무원 비리와 기강해이를 질타하자 공직사회에서는 조금씩 볼멘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의 혹평이 전체 공직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와 공무원들의 사기 저하를 낳고 있다는 것. 공무원들은 ‘당근’ 없는 ‘채찍질’에 ‘둔감’해질 지경이라고 입을 모은다. 28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를 비롯한 정부과천청사 등 관가는 착 가라앉은 분위기다. 비리공무원 보도가 하루 걸러 터져나오는 데다 이 대통령이 “공무원들의 애국심은 야구 선수만 못하다.”고 꼬집은 데 이어 “공직자들이 더 엄격한 윤리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지속적으로 훈계를 날리고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의 복무기강 담당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지난 연말부터 대통령의 지적에 따라 공금횡령과 금품수수시 착복금의 최대 5배까지 물어내는 경제적 징계, 징계시효 중지 등 강도 높은 대책들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호통’은 그치지 않고 있는 것. 한 과장급 공무원은 “대통령의 말씀이 동떨어진 것은 아니지만 바깥에 비쳐지는 공직사회 모습이 너무 안 좋아 사기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간부 공무원은 “대통령 말씀 때마다 후속조치를 취하기가 쉽지가 않다.”며 시간적 여유를 호소했다. 행안부는 매주 직장교육 등을 통해 윤리교육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너무 자주 호통을 치다 보니 둔감해지는 역효과도 나온다. 공무원노조의 한 관계자는 “계속 ‘머슴론’ ‘걸림돌’ ‘전봇대’ 등으로 혼나다 보니 이제는 긴장보다 무감각한 상태”라며 “공무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 줬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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