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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 캅스-수사 버전을 올려라] 금액 적고 사건 복잡하면 수사 기피… 사기 피해자 두 번 운다

    [뉴 캅스-수사 버전을 올려라] 금액 적고 사건 복잡하면 수사 기피… 사기 피해자 두 번 운다

    “사기를 당해 고소장을 접수시켰는데 적은 금액이라고 수사를 제대로 안 해 주시네요. 열심히 좀 해 주세요.” “사이버 피싱 신고를 했는데, 며칠이 지난 뒤에야 접수됐다고 메일이 오더군요. 오늘 그 업체 도메인 바꾸고 또 그 짓 하는데 뭘 하고 계신 건지….” 지난 7월 7일부터 20일까지 사이버경찰청에 들어온 국민의 ‘쓴소리’ 가운데 일부다. 경찰청이 국민의 신뢰를 받는 독자적 수사 주체로 발돋움하기 위해 국민 의견을 수렴한 결과, 2주간 332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민원 내용은 ▲‘공정·청렴’과 관련된 내용이 70건(21%) ▲‘언행·태도’ 69건(20.8%) ▲‘전문·신속’ 61건(18.4%) 등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국민들은 경찰이 작은 사건이라도 엄정하고 친절하면서도 빨리 처리해 주길 바라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고소 사건은 112신고와 마찬가지로 국민이 경찰에게 치안 서비스를 요청하는 첫 단계다. 국민들은 처리 과정과 결과를 보고 경찰 수사의 신뢰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선 현장에서는 경찰이 사기 등으로 고소장을 접수한 뒤 피해액이 적거나 조사 과정이 까다롭다는 이유로 수사를 기피하거나 소홀히 취급하는 일이 잦다는 목소리가 적잖다. 서울 동대문경찰서 A경사는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지난해 8월 ‘경고’ 조치를 받았다. 40대 여성 사업가가 제출한 고소장에 대해 “양식이 잘못됐다.”며 수차례 돌려보냈다. 게다가 접수 20여일이 지나서야 조사에 나섰다. 여성은 울며 겨자 먹기로 경찰관 출신의 행정사를 3차례나 찾아 50여만원을 주고 관련 서류를 작성해야 했다. 그럼에도 담당 경찰관은 이런저런 이유로 번번이 퇴짜를 놓았다. 특히 이 경찰관은 피고소인에게 보내야 할 우편 출석 요구서를 고소인에게 보내는 실수까지 저질렀다. 상관과 고소인에게 조사가 연기됐다는 통보도 하지 않았다. 결국 해당 사건은 사건 처리 기한인 두 달을 넘겼다. 뿐만 아니라 이 경찰관은 사건을 다른 경찰서로 떠넘기려고도 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나중에 피고소인 조사를 할 때 고소장에 누락된 내용을 추가로 채워 넣는 융통성을 발휘하면 되는데, 고소장 양식이 틀렸다고 수차례 돌려보낸 일은 치안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경찰의 본분을 망각한 것”이라면서 “업무태만, 행정과실, 내부규율 위반 등이 인정돼 직권으로 경고 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소액 사기 등 고소 사건은 다른 범죄 사건에 비해 수사의 속도가 더디다. 무엇보다 경찰관이 사건 자체를 사소하다고 여겨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한 경찰관은 “소액 사기 사건의 경우 다른 사건보다 수사 순위를 뒤로 놓는 관행이 있다.”고 털어놨다. 경찰의 현행 인사 시스템도 고소 사건 수사력을 떨어뜨리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고소·고발 사건를 담당하는 일선경찰서 경제팀은 지능팀 등 다른 부서보다 승진하기 힘든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기피 부서로 낙인찍힌 이유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 사건을 맡는 경제팀은 국민과 직접적으로 대면하는 부서인데도 강력팀·지능팀보다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다는 고정관념이 짙다.”면서 “고소 사건 담당 경찰관들은 상대적으로 상실감이 크며 수사 의욕도 낮은 만큼 순환 보직이나 우수 인력 배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인력 부족도 문제다. 고소·고발 사건 등을 담당하는 전국 경찰서의 경제팀 인원은 현재 2719명이다. 경찰 내부에서는 이 인원이 고소·고발 사건을 처리하기엔 역부족이라는 볼멘소리가 강하다. 경찰청에 따르면 고소·고발·진정은 2007년 57만 2613건, 2008년 54만 3120건, 2009년 52만 6871건, 지난해 44만 2924건이 접수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담당 경찰관 1명이 한 해 평균 160건 안팎의 사건을 처리하는 셈이다. 일본의 경우 경찰에 접수된 고소·고발 진정은 2007년 기준 1만 6985건이다. 우리나라의 33분의1에 불과하다. 갈수록 급증하는 사이버 범죄를 다룰 전문 요원도 적다. 경찰에 하루 평균 500건의 사이버 범죄 신고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 이 가운데 인터넷 사기는 2008년 3만 6591건에서 지난해 4만 7105건으로 28.7% 증가했다. 수사기관 홈페이지를 가장한 인터넷 피싱 사이트 사기도 올 들어 6월까지 125건이나 된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피싱 사이트 사기의 경우 소액 피해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경찰 수사가 상대적으로 소홀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독자의 제보를 받습니다 서울신문은 ‘뉴 캅스, 수사 버전을 올려라’ 기획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경찰 수사로 피해를 입었거나 비리 등을 목격한 독자의 제보를 받습니다. 사회부 경찰팀(전화 02-2000-9172~6) 또는 white@seoul.co.kr로 연락 바랍니다.
  • [지금&여기] 진짜 이기는 법/장형우 체육부 기자

    [지금&여기] 진짜 이기는 법/장형우 체육부 기자

    할아버지는 24살에 일제에 강제징용됐다. 다행히 기혼자라 전장은 면했고, 할머니와 함께 일본 나가사키의 어느 군수공장에 끌려갔다. 젊은 부부는 모든 것이 낯선 이국땅에서 아이를 낳을 생각도 못한 채 동물처럼, 노예처럼 살았다. 그리고 1945년 8월. 원자폭탄이 떨어진 그곳에서 운 좋게 살아남은 젊은 부부에게도 해방은 왔다. 약간의 일본 돈이 있었지만, 미련 없이 대한해협을 건넜다. 돌아가신 지 10년도 넘은 두 분은 생전에 일본에서의 생활에 대해 거의 이야기하지 않으셨다. 중학교 1학년 때 가족의 일대기를 써 오라는 숙제 때문에 꼬치꼬치 캐물었을 때 몇 마디 들은 게 전부다. 그때도 두 분은 협조적이지 않으셨다. ‘기억하기 싫은데 왜 계속 물어보느냐.’는 표정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하지만 두 분은 축구 한·일전은 꼭 챙겨 보셨다. 자세는 늘 똑같았다. 국민의례가 진행될 땐 두 눈을 감았고, 경기가 시작되면 소파에 기대어 앉아 두 주먹을 불끈 쥔 채였다. 골을 먹었을 땐 작지만 긴 탄식을 내뱉었고, 골을 넣었을 땐 두 팔을 파르르 떨며 들어 올리셨다. 한국이 지거나 비기면 그걸로 끝이었고, 한국이 이겼을 땐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꼭 용돈을 주셨다. 두 분에게 한·일전은 축구가 아니라 전쟁이었고, 하나의 성스러운 의식이었다. 축구기자 생활을 한 지도 2년이 다 돼 간다. 일반적인 A매치 현장에서는 국민의례에 동참하지 않는다. 응원이 아니라 취재하러 왔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한·일전만은 예외다. 한치의 흔들림 없이 꼿꼿하게 서서 가슴에 손을 얹고, 필승을 기원한다. 한·일전은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며칠 전 전주월드컵경기장에 한 팬이 내건 ‘지진 축하’ 문구가 논란이다. 중계도 하지 않는 방송사가 합성한 사진을 내보내고, 이동국의 ‘퍼펙트 해트트릭’을 외면했다는 등의 볼멘소리는 어디까지나 변명일 뿐, 잘못을 덮을 순 없다. 잘못했으면 다른 핑계 찾지 않고 사과하는 게 맞다. 그게 반인륜적 범죄에도 진심어린 사과 없이 독도마저 자기네 땅이라 우기는 저들과 우리의 차이다. 전북 구단은 잘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총리실, 정부 현안 해결사로 ‘우뚝’

    총리실, 정부 현안 해결사로 ‘우뚝’

    국정감사 준비로 분주하던 지난 국정운영 15일 오후 3시 50분. 김황식 국무총리는 YTN을 통해 대규모 정전 소식을 접하고 즉각 사태 파악을 지시했다. 다음 날부터 즉시 총리실 주재로 정부합동점검반(반장 육동한 국무차장)이 구성돼 현장 조사가 시작됐다. 김호원 국정운영 2실장을 비롯한 실무진들은 주말도 없이 지식경제부, 전력거래소, 한국전력 등 전력 당국에 대해 차례로 원인 파악에 나섰다. 책임 규명 보고서는 닷새 만에 청와대에 제출했다. 26일엔 정전 사태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다.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 요청도 부처에 지시했다. 점검단을 꾸린 지 11일 만의 일이었다. 국무총리 지휘를 받는 총리실은 잇따라 터지는 현안 뒤치다꺼리로 늘 분주하다. 당장 작년 연말부터 구제역 대응 및 개선 제도 마련, 상하이 스캔들 수사, 동남권 신공항 이전 갈등 해결,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입지 이전 조율, 과학벨트 입지 결정 등 현안 해결의 중심에는 언제나 국무총리실이 있다. 지금도 총리실에는 캠프 캐럴 고엽제 매립 의혹, 제주 강정마을 사태, 미군기지 이전, 재난 관리 등 각종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팀들이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다. 부처 간 이견을 조정하는 국정 조정 업무부터 범정부 차원의 이슈 관리·대응까지 모두 총리실의 고유 업무다. 하지만 총리실이 이런 갈등 사안들을 다룬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게다가 뒷마무리를 잘하면 그 성과는 해당 부처로 돌아간다. 공을 생색낼 기회는 거의 없다. 반대로 잘못되면 불평은 총리실로 쏟아진다. 자신들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부처마다 볼멘소리다. 언론의 평가는 부정적일 때가 훨씬 많다. 일을 원만히 처리한다고 국정 지지도가 갑자기 올라가는 것은 아니지만 잘못되면 국정 혼란이다. 일은 많고 영광은 없는 고달픈 신세인 것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정작 사건의 당사자가 되는 부처에선 부처 이기주의가 발동할 수밖에 없다. 자신들이 아쉬울 땐 있는 자료, 없는 자료 내놓다가도 좀 불리하다 싶으면 소극적인 자세로 방어에 나선다. 결과가 유리하면 응당 잘됐어야 하는 일이고, 기대와 다를 경우 ‘총리실이 전문성이 떨어진다’, ‘총리실이 편파적으로 한다’고 말이 많다. 그래도 공정하게 해야 하는 게 총리실의 소명”이라고 말했다. 정전 사태 처리 때도 그랬다. 지경부는 ‘도의적인 책임’을 묻는 선에서 사태가 정리되길 기대했다. 최중경 장관이 “예열한 뒤 2시간 이후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거래소가 예비력에 포함시켜 보고했다.”며 거래소의 ‘허위 보고’가 문제 발단의 핵심인 양 이야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총리실은 이번 사건의 대책을 마련하면서 지경부와 함께 일했고 사건을 맡은 담당 실·국장도 지경부 출신이었다. 읍소가 쏟아졌다. 그러나 총리실은 정부 규정을 근거로 ‘허위 보고’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오히려 주무 부처가 예비력에 대한 개념 없이 비상상황에서 사태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을 소홀히 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무자로서는 지경부가 억울한 점이 없지 않다는 점에서 마음이 아프지만 정부 기강을 다잡고 국민 정서를 고려했다는 평을 받는다. 국무총리실은 장관급인 임종룡 실장과 차관급인 육동한 국무차장, 김석민 사무차장을 비롯해 565명의 직원이 있다. 각종 국정 현안은 대부분 국무차장 소관으로 349명이 일하고 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시·도교육청 금고가 비었다

    시·도교육청 금고가 비었다

    지방자치단체가 해마다 교육청에 지원하는 ‘법정교육부담금’(법정전입금·이하 교육부담금)이 올해 제때 지급되지 않아 지역 교육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세수 부족을 이유로 교육부담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예년과 달리 절반 이상 지급된 경우가 거의 없다. 교육청은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꾸어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고 아우성이다. 25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인천시로부터 받아야 할 교육부담금은 총 4630억원이지만 지금까지 실제 지급된 돈은 38.2%인 1718억원에 불과하다. 교육부담금은 시세 총액의 5%, 담배소비세의 45%, 지방교육세의 100%로 이뤄진다. 경북도는 올해 교육부담금 2267억원 가운데 530억원(23.4%)만 도교육청에 지급했고 아직 1737억원(76.6%)이 남았다. 전남도는 올해 교육부담금 1500억원 중 468억원(31%)만 지급했다. 충북도 역시 1356억원 가운데 9월 현재 도교육청에 지급한 금액은 절반 수준인 620억원이다. 이런 ‘자린고비식’ 지급이 가능한 것은 교육지방재정교부금법에 법정 교육부담금 지급 시기가 월별·분기별로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4분기에 총액의 70%가량을 몰아서 지급할 수 있다. 심지어는 회계연도인 다음 해 2월 28일까지 지급이 미뤄지기도 한다. 이 덕분에 전체 예산의 22%(인천시교육청 기준) 가량을 교육부담금으로 충당하는 시·도교육청은 자금구조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은 489개 초·중·고교에 매월 초에 지급하는 학교기본운영비를 월말이나 그다음 달에 보내고 있고, 각종 공사의 선급금을 공사 중에 지급하고 있다. 방과후 학교 운영지원비 역시 학기 초가 아닌 매월 나눠주고 있다. 저소득층 학생 급식 지원과 무상급식 재원 확보에 지장을 초래하기도 한다. 급기야는 은행으로부터 급전을 대출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담금 지급 지연으로 자금을 일시에 차입해야 하반기 예산집행이 가능하다.”면서 “일시 차입금은 올해 안에 갚아야 하는데 시가 언제, 얼마의 교육부담금을 주겠다고 밝히지 않아 속을 태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부동산 경기침체로 세수입이 많이 줄어든 데다, 정부가 지방세인 취득세의 절반을 삭감한다고 방침을 밝히면서 시·도 예산 운용에 고충을 겪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경북도는 올 들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상반기에 예산을 조기 집행하다 보니 자금 여력이 없어 하반기로 교육부담금 지급을 미뤘다. 도교육청이 이자수입 감소를 비롯해 각종 교육사업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이다. 경북도교육청 관계자는 “매년 법정 교육부담금 수입이 연말에 몰려 예산집행에 어려움이 많다.”면서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교육과학기술부와 경북도에 건의한 상태”라고 말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사설] 국·공립대의 교직원 편법 보조급여 안된다

    국·공립대가 기성회비로 교직원들에게 편법 보조급여를 지급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비 명목으로 적게는 200만원, 많게는 2700만원까지 매년 주고 있다고 한다. 53개 국·공립대 중 서울대가 가장 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측은 “그래도 연봉이 사립대의 70%밖에 안 된다.”고 볼멘소리다. 하지만 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요구가 여전하고,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학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기성회비로 ‘돈잔치’를 하고 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국·공립대가 기성회비를 쌈짓돈처럼 쓰는 이유는 어디에 어떻게 쓰든 문제될 게 없다는 ‘무죄의식’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 기성회비는 수업료와 달리 국고로 편입되지 않는다. 학부모 등이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내놓는 후원금 형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회의 결산감사도 받지 않는다. 멋대로 써도 제재를 받지 않으니 ‘눈 먼 돈’이 되고 말았다. 유일한 심사기관인 기성회 이사회는 결산심의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니 속된 말로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다. 수당으로 주는 것도 모자라 장기근속자 순금메달 구입 비용으로, 건강검진비 등으로 배짱 좋게 쓴 이유가 이런 데 있다. 국·공립대 교직원의 모호한 보수규정도 이런 관행을 부채질하고 있다. 대통령령을 들이대면 편법 내지 불법으로 볼 수 있지만, 교육과학기술부 훈령을 적용하면 쓸 수도 있다. 이렇다 보니 국·공립대는 기성회비 인상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한나라당 김선동 의원이 공개한 ‘국·공립대의 등록금 중 기성회비 비중’에 따르면, 국·공립대 전체 등록금 중 기성회비 비중이 85.7%나 된다. 거센 비판과 험한 말이 터져 나오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정부는 사립대처럼 기성회비를 폐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때다. 미흡한 국·공립대 교직원 보수규정 정비도 더는 미룰 일이 아니다.
  • [열린세상] 반값등록금 감사/문명재 연세대 언더우드 행정학 특훈교수

    [열린세상] 반값등록금 감사/문명재 연세대 언더우드 행정학 특훈교수

    반값 등록금 문제가 개학과 함께 다시금 사회적 관심사가 되었다. 1990년까지만 해도 33.2%에 불과하던 대학 진학률이 80%에 육박하다 보니 등록금을 걱정하지 않는 집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등록금 마련에 허리가 휘는 부모가 많아졌고 당사자인 대학생들의 시름도 깊어졌다. 이러다 보니 ‘반값 등록금’ 해법에 귀가 솔깃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학등록금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이는 대학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대학의 경쟁력과 청년실업 문제와 맞물려 있는 사회적 문제다. 선진국에 비해 등록금 의존율이 높은 우리나라 대학들이 경쟁력 제고를 위한 재원 확보를 명분으로 등록금을 인상해온 것이 사실이다. 한편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이 힘들어진 상황에서 등록금의 투자 수익률(?)이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등록금의 인상 원인이나 대학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보다는 반값 등록금이라는 포장과 상표에 관심이 많다. 구체적인 정책 대안으로 문제를 추스르기는커녕 비난의 화살을 대학으로 돌리기에 급급하다. 시나브로 대학과 사회 그리고 학생 간의 불만과 불신이 증폭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러한 가운데 감사원이 직접 사립대학을 대상으로 초유의 감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달 66개 대학의 ‘교육재정 배분 및 집행실태’를 감사하기 위하여 감사인력 399명이 동원되었다. 학사일정을 고려하여 학기 시작 전에 감사가 종료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오히려 2차례 연장되어 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나가는데 감사가 여전히 진행 중인 대학도 있다. 수감기관인 대학은 감사에 매달리느라 본업인 교육과 연구지원 업무에 공백이 생길 지경이라며 볼멘소리를 낸다. 내부와 외부 감사는 건강한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통제기제다. 물론 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실제로 대학은 자체 감사와 함께 정기적으로 교육부의 감사를 받는다. 이러한 감사를 통해 대학은 뼈아픈 자정의 노력을 벌이거나 도약과 발전의 계기를 마련하곤 했다. 그러나 이번에 실시한 감사원의 사립대학 감사는 기존의 교육부 감사와 달리 좀 더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했다. 사립대학이 감사대상 기관이 되는지 여부도 문제일 뿐만 아니라 감사의 목적과 범위도 논란거리다. 정부의 특정한 재정지원에 대한 감사가 아닌, 사립대학에 대한 전반적인 감사는 자칫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교육재정에 대한 감사라고는 하나 ‘반값 등록금 감사’의 성격이 농후한 이상 특정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기획한 감사라는 의심을 받기 십상이다. 반값 등록금을 위한 해법도 혼란스럽다. 경상회계 중에서 감가상각비만 적립할 수 있도록 개정된 사학법 규정도 문제다. 현실적 책임을 강조하는 규정이 오히려 교육과 연구에 대한 대학의 미래투자를 원천적으로 막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국제경쟁력을 제고하라는 사회적 요구에 따라 체질을 개선해 오던 대학들은 미래에 대한 준비 대신 현재의 비용구조 개선을 통해 등록금을 인하하라는 갑작스러운 요청에 혼란스럽다. 이는 달리기 선수에게 경기 중에 빨리 뛰라고 독촉하다가 갑자기 제자리뛰기만 하라는 것과 같다. 최근 어떤 미국 주립대학은 주정부의 재정지원은 줄어드는 데 반해 간섭은 많아진다며 주립대학 신분을 포기하는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정부의 간섭에 대한 대학의 민감성을 보여주는 얘기다. 망치를 든 사람은 모든 게 못으로 보인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 반값 등록금의 눈으로 대학재정을 살펴보면 모든 게 등록금을 인상시키는 비용으로만 보인다. 시설 개선이나 우수교원 확보가 경쟁력을 위한 투자가 아닌 등록금 인상 요인으로 치부되면 대학의 미래는 어둡다. 무엇보다도 대학이 앞장서서 장학금을 늘리고 투명한 행정으로 사회적 책임을 제고해 나가야 하지만 정부도 부실한 대학을 정리하는 한편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대학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돕는 배필’이 되어야 한다. 망치를 든 손으로 못질과 함께 대패질도 해야 비로소 집을 지을 수 있다.
  • [사설] 엉터리인사 경고 받고도 큰소리 친 인권위

    국가인권위원회가 또 인사문제로 기우뚱거리고 있다. 어제 행정안전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인권위는 2008년 4월부터 3년간 총 20건의 ‘부적정’ 인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원을 초과한 특별채용과 승진임용, 적정하지 않은 특채 서류전형과 면접 등 형태도 다양하다. 지난 4월 5급으로 승진한 3명은 6급 재직기간이 5년 5개월로 중앙부처 평균 승진 소요기간(9년 7개월)보다 4년 이상이나 짧았다. 누가 봐도 수긍하기 어려운 인사다. ‘발탁’ 케이스가 아니라면 이는 그야말로 도덕적 해이의 완결판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인권위는 어느 국가기관보다도 높은 도덕성과 독립성이 요구되는 곳이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배려하는 인권위의 권고가 법적 구속력은 없어도 최대한 존중받는 것은 ‘인권의 마지막 보루’라는 위상과 도덕적 권위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인사 파행은 조직의 존립 근거마저 위태롭게 한다. 최근엔 인권위 노조 간부 해고에 항의하며 1인시위를 벌인 직원에 대해 징계를 강행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인권위 내부에서는 현병철 위원장이 인사 수단에 의존해 조직을 장악하려 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오는 모양이다. 지난번 인권위 상임위원 사퇴 때도 나온 얘기지만 현 위원장이 혹여 인사권으로 줄세우기라도 하려 한다면 문제다. 위원장에게 비판적이거나 코드에 맞지 않는 일부 인사는 업무에서 배제되거나 아예 그만뒀다는 소리도 흘러나오는 판이다. 2009년 출범 이래 현병철 인권위는 인사문제로 몸살을 앓아왔다. 현 위원장은 조직운영 방식에 대해 심각하게 재고해 봐야 한다. ‘인사 전횡’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자정선언이라도 해야 한다. “감사 결과만 두고 위원장이 조직을 마음대로 운용했다고 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인권위 측의 해명은 ‘변명’으로 들릴 뿐이다. 인권위의 자성이 필요하다.
  • 고속버스 여성 귀성객은 억울해?

    추석 연휴 귀경길 교통 정체가 가장 심했던 지난 12일 오후 5시 한 고속도로 휴게소. 부산에서 서울로 향하는 고속버스 안 승객들의 볼멘소리가 이어진다. 승객들에게 통보된 출발 시간이 지났지만 승객 한명이 돌아오지 않아 출발이 늦어져서다. 예정된 출발 시간보다 10분쯤 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급히 버스에 올라탔고, 가득 찬 승객들의 따가운 시선을 한 몸에 받아야 했다. 이내 좌석 뒤로 그녀의 억울한 듯한 항변이 들린다. “화장실 줄이 너무 길어. 뭐라도 사먹고 오느라고 늦었으면 억울하지는 않지….” 정부가 공중화장실 여성용 변기 설치를 확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남성용보다 부족해 많은 여성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유정현(한나라당)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 12월 말 기준 전국 5만 7913개의 공중화장실에 설치된 여성용 변기는 모두 64만 1252개로 남성용 변기 92만 5398개의 69%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남성용 변기와 여성용 변기는 같은 비율로 설치돼야 한다. 지역별 남성용 변기 대비 여성용 변기 비율은 부산 53%, 대구·광주·전남 각각 55%, 대전·경북 각각 56% 수준이다. 한편 화장실문화시민연대가 조사한 ‘전국 주요 공중화장실 청결 및 관리 실태’에 따르면 남성용 대비 여성용 변기 비율은 2001년 55%, 07년 66%, 올해 6월 기준 75%로 소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귀경길 그녀가 버스 동승객 눈총 받은 사연 알고보니…

    귀경길 그녀가 버스 동승객 눈총 받은 사연 알고보니…

     추석 연휴 귀경길 교통 정체가 가장 심했던 지난 12일 오후 5시 한 고속도로 휴게소. 부산에서 서울로 향하는 고속버스 안 승객들의 볼멘소리가 이어진다. 승객들에게 통보된 출발 시간이 지났지만 승객 한명이 돌아오지 않아 출발이 늦어져서다. 예정된 출발 시간보다 10분 쯤 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급히 버스에 올라탔고, 가득찬 승객들의 따가운 시선을 한 몸에 받아야 했다. 이내 좌석 뒤로 그녀의 억울한 듯한 항변이 들린다.  “화장실 줄이 너무 길어. 뭐라도 사먹고 오느라고 늦었으면 억울하지는 않지...”  정부가 공중화장실 여성용 변기 설치를 확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남성용보다 부족해 많은 여성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유정현(한나라당)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 12월말 기준 전국 5만 7913개의 공중화장실에 설치된 여성용 변기는 모두 64만 1252개로 남성용 변기 92만 5398개의 69%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남성용 변기와 여성용 변기는 같은 비율로 설치돼야 한다.  지역별 남성용 변기 대비 여성용 변기 비율은 부산 53%, 대구·광주·전남 각각 55%, 대전·경북 각각 56% 수준이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115%로 여성용 변기가 남성용 변기보다 많았다.  한편, 화장실문화시민연대가 조사한 ‘전국 주요 공중화장실 청결 및 관리 실태’에 따르면 남성용 대비 여성용 변기 비율은 2001년 55%, 07년 66%, 올해 6월 기준 75%로 소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 의원은 “여성용 변기 숫자를 늘려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크게 부족하다.”면서 “여성용 변기를 확충하는 등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통해 여성들의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구청행사가 봉?…서울시장 등 재보선에 자치구 행사 취소·연기

    구청행사가 봉?…서울시장 등 재보선에 자치구 행사 취소·연기

    “고교 입학전형 설명회가 서울시장 선거와 무슨 상관이라고 행사를 갑자기 취소하느냐. 말이 안 된다.” 서울 강서구가 6일 구민회관 우장홀에서 예정된 ‘2012학년도 고등학교 입학전형 방법 및 관내 고등학교 소개·설명회’를 갑자기 취소하자 학부모들의 항의가 잇따랐다. 10월 26일 열리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이유로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설명회의 개최 불허 통보를 했기 때문이다. 구청은 480만원 예산을 들인 60장짜리 고교 진학설명회 자료 1000부도 버려야 할 상황이다. 강서구 관계자는 “고입 수험생들의 혼란을 방지하고 학부모들의 이해를 돕고자 한 사업이 선거법에 저촉된다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볼멘소리를 했다. 10·26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서울 25개 자치구마다 9월과 10월에 계획했던 사업이나 행사를 취소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당연히 주민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강서 고교입학설명회 취소 선관위에서 여러 구청 행사들이 공무원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금지 등을 규정한 ‘공직선거법 86조’에 대체로 걸린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구에서는 “내년에 총선과 대선 등이 있기 때문에 민선 5기 구의 활동을 홍보하는 적기로 올해가 최적이었는데, 갑작스러운 시장 보궐선거가 돌출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주민투표 탓에 행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길수록 태산이라는 것이다. 성북구는 ‘주민자치위원 리더십 교육’ ‘공동주택리더 양성 아카데미’ ‘동선 보건지소 개소식’ ‘여성백일장’ ‘숲 유치원 가족참여 행사’ ‘생태체험 아카데미’ 등 9월과 10월에 예정된 주민 참여 행사를 선거 이후로 미뤘다. 금천구는 수요자 중심의 구정감시라는 모토로 추진 중인 시민명예감사관제도가 대폭 축소됐다. 위촉된 시민감사관들만 모여 워크숍만 한 차례 가졌다. 오는 15일 예정된 구민의 날 행사 역시 축소키로 했다. ●구청장 목요청소도 금지 영등포구는 9월과 10월로 일정을 잡아놓았던 장애인 체육대회, 동민 체육대회의 연기가 불가피하다. 깨끗한 명절을 보내자는 취지로 매년 해오던 추석맞이 대청소도 선거를 앞두고 주민들을 동원한다는 오해를 받을까 봐 아예 취소했다. 유종필 관악구청장은 매주 목요일 새벽 청소를 시작으로 ‘목요 동장’을 자처하며 현장 활동을 수개월째 해오고 있는데 이것도 선관위가 금지했다. 구청장이 업무에 필요한 통·반장회의도 전면 금지한 셈이다. ●마포 새우젓 축제 등은 강행 마포구는 ‘제3회 마포새우젓축전’를 연기했다. 새우젓축제는 과거 전국의 젓갈이 모여들던 마포의 모습을 재현해 당진, 강경 등 젓갈 특산지에서 젓갈을 가지고 올라와 판매하는 축제로 김장철을 앞두고 시작된다. 본래 10월 14~16일 예정돼 있었으나 보궐선거 때문에 11월 4~6일로 연기됐다. 강행하는 행사도 있다. 강동구는 ‘제16회 강동선사문화축제’를 예정대로 10월 7~9일에 진행한다. 강동구 관계자는 “매년 해오던 유서 깊은 행사라 그대로 하기로 했다.”면서 “문제를 삼는 쪽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관악구는 민간인들이 주체가 된 ‘제1회 북페스티벌’을 오는 26일에서 10월 8일까지 예정대로 연다. 구 관계자는 “도서진흥법에 따른 축제”라고 말했다. 문소영·강병철기자 symun@seoul.co.kr
  • “일보다 휴식”… 한달 130만원 수당 ‘황금 파견’

    “일보다 휴식”… 한달 130만원 수당 ‘황금 파견’

    미숙한 경기 운영과 상황 대처로 연일 지적을 받는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에 파견된 공무원들이 봉급 외에 최고 130만원의 파견 수당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 발전을 위해 대회 운영과 관리에 전력을 다해야 할 공무원들이 적지 않은 수당을 받으면서도 대회 분위기에 휩쓸려 자기들만의 잔치를 벌이고 있다. 1일 대회 조직위원회와 대구시 등에 따르면 이번 대회를 위해 파견과 근무 지원을 나온 공무원들은 직급에 따라 80만~130만원에 이르는 수당을 받는다. 4급은 한달 130만원, 7급은 100만원 등으로 급수당 10만원씩 차등지급된다. 이 수당은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보수규정’에 근거해 지급된다. 재원은 조직위 예산에서 나오고, 조직위는 대회 직전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재정 지원을 받기도 했다. 조직위 총인원은 자원봉사자와 계약직 등을 합쳐 6349명이다. 이 가운데 대구시 소속 공무원 118명, 시 산하 기관 직원 49명 등 시 공무원이 167명이다. 근무 지원을 나온 공무원도 114명이다. 이 밖에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중앙 부처에서 온 공무원도 14명이다. 이들 295명이 받는 대회 파견 수당은 행안부 규정상 4급 공무원에게 지급되는 직급보조비가 월 40만원인 것에 비하면 상당히 많은 수준이다. 그런데도 공무원들은 엉뚱한 소리만 하고 있다. 시에서 파견된 한 공무원은 “예산이 충분하지 못해 자원봉사자에게 제대로 식사도 챙겨주지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일 처리가 미숙해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공무원들이 돈 타령만 하는 사이 후반부로 접어든 대회에서 여전히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교통, 숙박, 식당 등의 문제는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근무 시간에 자리를 비우기 일쑤고 낮잠을 자는 등 태만한 모습이다. 대구·경북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이날도 일은 뒷전이었다. 경기장을 찾은 수백명의 학생들이 뜨거운 태양을 피해 경기장 입구 및 통로에 진을 치고 있었지만 같은 시간 스타디움 안의 한 사무실에서는 점심식사를 마친 직원이 책상 위에 엎드려 잠을 자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또 학생들이 그늘을 찾아서 통로로 쏟아져 나와 혼잡했지만 질서 관리를 담당하는 조직위 입장관리부 직원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자원봉사자들만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조직위 내부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조직위 관계자는 “효율적인 대회 운영을 위해 컨트롤 타워에 모든 정보가 모이고, 보고와 지휘가 일사불란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그게 안 된다. 수당받고, 시간 때우고 가자는 공무원이 태반이다.”라고 말했다. 이날도 오래전부터 대회를 차근차근 준비해 온 조직위 관계자들과 자원봉사자들만 동분서주하는 모습이었다. 대구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연세대 농어촌특별전형 특목고 포함 놓고 논란

    연세대 농어촌특별전형 특목고 포함 놓고 논란

    연세대가 올해 대입 수험생부터 농어촌특별전형에 읍·면 소재 특목고를 포함시키자 농어촌 일반고에서 볼멘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연세대는 “특목고생들에 대한 기회균등 차원”이라고 설명하는데, 농어촌에서는 지방의회가 “열악한 시골 학생들의 권리를 빼앗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충남 홍성군의회는 지난달 초 전국 80개 군의회에 연세대 입시정책 반대활동에 대한 동참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결과 경남 거창군, 전남 장성군 등 50여개 군의회로부터 의원들의 동참 서명부를 전달받았다고 1일 밝혔다. 홍성군의회는 이달 말쯤 동참 군의회들과 함께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연세대 총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등을 방문해 서명부를 전달하고 연세대 측에 특목고의 농어촌특별전형 철회를 요구할 계획이다. 홍성군의회는 지난 7월 이에 대한 특별위원회까지 구성했다. 앞서 연세대는 국내 처음으로 농어촌특별전형의 10%(13명) 이내를 읍·면 특목고(과학고, 외국어고, 예술고, 체육고)에서 선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읍·면이 있는 시·군은 모두 136개에 이른다. 이상근 특위 위원장은 “우수 학생을 뽑을 욕심으로 특목고를 특별전형에 포함시키면 일반고 학생의 명문대 합격 꿈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이 제도가 다른 대학으로 확산되면 농어촌 고교에는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1996년 농어촌특별전형이 처음 도입될 때도 연세대가 앞장선 이후 다른 대학으로 급격히 확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홍성이 유독 연세대 방침에 반발하는 것은 지역에서 홍성고와 홍성여고가 농어촌특별전형의 최대 수혜자였기 때문이다. 홍성고는 지난해 농어촌특별전형을 통해 연세대에 15명을 합격시켰다. 서울대와 고려대까지 이 학교의 이른바 SKY대 합격자는 모두 29명에 이르고 이중 28명이 농어촌특별전형으로 들어갔다. 김종수(47·수학 교사) 홍성고 3학년 부장은 “특목고는 일반고보다 정부 예산을 4배 더 받아 영재교육을 시키는데 특별전형 대상까지 되면 이중의 혜택을 누리는 셈”이라면서 “열악한 농어촌 학생을 배려하겠다는 본래의 취지에도 어긋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홍성여고는 지난해 연세대에 8명을 합격시켰다. 서울대와 고려대에는 각각 2명과 6명이 합격했다. 모두 농어촌특별전형을 통해서다. 홍성여고 3학년 부장 교사는 최근 감사원에 ‘특목고는 사회적 배려 대상이 아니다. 연세대의 농어촌특별전형에 특목고를 포함시키는 것은 부당한 일’이라며 감사를 요청했다. 감사원은 교육과학기술부에 이첩했고, 교과부는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대학 총장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회신했다. 현재 전국 읍·면에 있는 특목고는 과학고 6개, 외국어고 7개, 체육고 3개, 예술고 6개, 국제고 1개 등 모두 23개다. 이들 학교 학생은 올해 말 있을 연세대 농어촌특별전형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오주영 연세대 입학처 과장은 “우수학생 선점 차원이 아니라 형편이 어려운 농어촌 특목고 학생에게 더 나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농특전형 특목고 합격자는 2~3명에 불과할 것”이라며 “반대자들을 계속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홍성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달구벌에서] 이러려고 국제대회 유치?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경기장 안팎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기 운영 미숙으로 허점을 드러낸 데다 숙박과 식당 문제까지 겹치면서 곳곳에서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경기 운영의 허점은 지난 27일 개막 첫날, 첫 경기였던 여자 마라톤에서부터 나타났다. 출발 신호가 두 차례(?) 울리는 통에 선수들이 우왕좌왕하는 웃지 못할 풍경을 연출한 것. 오전 9시 50여명의 여자 마라토너들이 출발을 기다리던 대구시내 국채보상운동 기념공원 앞 도로 위에서는 ‘뎅’ 하는 종소리가 울렸다. 착각한 선수들이 뛰기 시작했지만 경기 운영 요원들은 출발 신호가 아니라며 선수들을 제자리로 돌려보냈다. 순간 ‘탕’ 하는 심판의 출발 총성이 울렸다. 스타트 라인으로 되돌아가던 선수들은 미처 자리를 잡지도 못한 채 다시 뒤돌아 뛰어야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마라톤 코스 위에 관광버스가 버젓이 주차돼 선수들의 주로를 방해했다. 또 결승선을 통과한 선수들이 지쳐 쓰러지자 남자 안전요원들이 여자 선수들을 끌어안아 올리는 민망한 장면도 연출됐다. 정작 탈진한 선수들을 위한 간이 침대는 뜨거운 햇볕에 달궈져 쓰러진 선수들을 오히려 벌떡 일으켜 세울 정도였다. 대구스타디움 안 일처리도 매끄럽지 못했다. 조직위는 입장권을 오전·오후권으로 나눠 판매했다. 하지만 오전 관중들을 일일이 내보내지 못해 오후 스타디움은 북새통을 이뤘다. 구매한 입장권 좌석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또 자원봉사자들은 봉사는 뒷전인 채 경기 관전에 여념이 없었다. 대회 개막 3일째인 29일 대구 공식 홈페이지에는 이 같은 불만을 토로하는 글이 줄지어 올랐다. 한 시민은 “일행이 있는 좌석을 찾기 위해 자원봉사자에게 위치를 물었지만 제대로 답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경기 보기에만 바빴다.”면서 “공짜 경기를 보기 위해 자원봉사를 신청한 것은 아니냐.”고 꼬집었다. 개막식을 보기 위해 5만원을 들여 가족 표를 산 한 시민은 “B32블록의 17열 5자리를 샀는데 실제 가보니 16열까지밖에 없어 황당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잠잘 곳이 턱없이 부족해 외국 취재진들이 원정 숙박을 가는가 하면 경기장 먹을거리도 불만의 대상이었다. 대회에 참가한 외국인은 선수와 임원, 취재진, 관광객 등 모두 3만 5000여명. 선수촌과 미디어촌에 들어간 인원을 제외한 나머지 3만여 명은 숙박 시설이 없어 발을 동동 굴렀다. 호텔과 모텔 등 대구시내 대부분 숙박시설은 예약이 이미 끝난 상태다. 이 탓에 모 통신사 국내 특파원은 경기장에서 자동차로 1시간 이상 걸리는 경북 경주에 숙소를 마련했다. 스타디움의 먹을거리는 특히 문제다. 공사 지연으로 스타디움 지하몰이 문을 열지 못한 탓에 식당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3000여 명에 이르는 내·외신 취재진은 경기장 내 미디어 레스토랑에서 겨우 식사를 해결하고 있지만 한끼에 무려 1만 3000원이나 받았다. 게다가 반찬 가짓수가 너무 적고 질도 떨어져 취재진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지난 28일 밤 11시쯤에는 조직위가 스타디움 출입구를 모두 걸어 잠그고 철수해 스타디움 내 프레스센터 등에서 기사 송고를 하던 내·외신 취재진들이 감금당하는 일까지 빚어졌다. 대구 한찬규·윤샘이나기자 cghan@seoul.co.kr
  • [시민들 ‘식판정쟁’에 냉정했다] ‘대략난감’ 박근혜 보선 지원 압박 예고

    [시민들 ‘식판정쟁’에 냉정했다] ‘대략난감’ 박근혜 보선 지원 압박 예고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개표가 무산되면서 박근혜(얼굴) 전 한나라당 대표의 입지도 다소간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그동안 오 시장 측의 거듭된 지원 요청에도 불구하고 투표 전날까지 거리를 둬 온 까닭이다. 박 전 대표는 투표 전날인 23일까지도 무상급식에 대해 “지자체마다 사정과 형편이 다르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서 해야 한다.”는 원칙론만 제시했다. 주민투표에 대해서도 “서울시민들이 판단하실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런 소극적인 자세 때문에 그동안 당내에서 적지 않은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를 향한 당내 시선은 이 같은 비판론보다는 향후 역할론에 쏠리고 있다. 무엇보다 오 시장 사퇴 후 치러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 전 대표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항이다. 일단 보궐선거가 치러질 경우 이번 주민투표에서처럼 이를 외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보수층 결집을 위해 박 전 대표의 ‘개입’이 절실하게 요구되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당 지도부가 지원을 공식 요청할 경우 거부할 명분도 적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번 주민투표를 계기로 보궐선거에서는 복지가 선거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 박 전 대표에게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압력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 친박계 의원은 “이번 결과가 당은 물론 박 전 대표에게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우선은 사태 추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2014학년도부터 고교 전 교과 선택과목화

    2014학년도부터 고교 1학년의 모든 교과가 선택과목으로 개설됨에 따라 학생들은 수준별로 과목을 골라 배울 수 있게 된다. 특히 과목 간 중복되는 내용은 뺌으로써 모든 과목에서 학습량이 20%가량 줄어든다. 또 국민공통 교육과정 기간이 10년(초등 1년~고 1년)에서 9년(초등 1년~중 3년)으로 단축된다. 교육과정이 너무 자주 바뀌는 데다 준비 기간도 짧은 탓에 일선 학교의 혼란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적잖다. 교육과학기술부는 9일 ‘2009 개정 교육과정’ 세부 교육과정을 담은 ‘교과 교육과정’을 고시했다. 초·중·고에서 중복됐거나 필요성이 떨어지는 내용은 축소해 교과 내용이 약 20% 줄어든다. 개정과정은 고교 전 교과목을 수준별로 기본·일반·심화 등 3개 과목으로 나눴다. 예를 들어 수학의 경우 기존에는 수학과 고급수학의 구분만 있었지만 앞으로는 기초수학·수학·고급수학으로 구분된다. 수준에 따라 선택이 가능토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특성화된 교실을 마련해 수업하는 ‘교과교실제’, 특정기간을 정해 중점 수업을 하는 ‘집중이수제’, 쪼개진 시간을 모아 집중해 가르치는 ‘블록타임’ 등도 활성화될 전망이다. 개정된 교과 교육과정은 2013학년도에 초1·2 및 중1, 고1 영어과목, 2014년에는 초3·4, 중2, 고1 나머지 과목과 고2 영어 등이 적용되는 등 해마다 학년 범위가 확대된다. 2015년 다만 필수로 지정된 한국사 과목의 경우, 2012학년도 고1부터다. 교과부는 개정 고시된 교과 교육과정에 근거해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교과용 도서개발계획을 수립·추진할 예정이다. 문제는 학교 현장이다. 당초 2014년으로 정해져 있던 새 교과 교육과정 예정 시기가 빨라지면서 일선 학교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또 교과서를 제작하는 출판업계도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2009년 개정에 따른 새 교과서로 올해 처음 가르치기 시작했는데 또 새 교과서가 나온다고 하니까 혼란스럽다.”면서 “교육과정 개정은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한 데 이렇게 급하게 변경하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2013년까지 새 교과서를 만들어야 하는 출판업계에서는 시간 부족으로 부실 교과서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013년이라고 하지만 내년에 교과서 심사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실제 교과서를 만들 수 있는 시간은 올해 남은 기간밖에 없다는 논리다. 출판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 교과서를 만들 때 최소 1년은 필요한데 현재로선 2013년에 맞춰 새 교과서 개발은 사실상 무리”라고 말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주40시간 근무제 확대 한달] 부작용 줄이려면

    전문가들의 주 40시간 근무제 확대에 대한 진단은 확연하게 갈린다. 사회적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반면 중소기업이나 영세업체에는 현실적으로 ‘추구하는 이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쪽에서는 전체적인 근무시간이 감소함에 따라 주말에도 일해야 하는 직원들이 늘어나 경영 부담이 느는 데다 직원들 입장에서도 여가문화나 자녀 교육문제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볼멘소리가 적지 않다.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 40시간 근무제가 대기업에는 근로시간을 줄여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하도록 만들 수 있지만 영세 업체에는 상당한 부담이 된다.”고 꼬집었다. 또 “제도가 천천히 정착할 수 있도록 유도해 부작용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면서 “20인 미만 업체에 한해 초과근무수당지급률 50%를 한시적으로나마 적용하지 않는 등 영세 업체의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영세업체가 추가로 직원을 고용하면 이에 비례해 정부 지원금을 늘려주는 방식으로 경영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의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유지수 국민대 기업경영학부 교수는 주 40시간 근무제가 중소 업체에는 ‘또 하나의 규제책’이라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영세업체의 인건비가 늘어 제품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면서 결국 소비자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조건 모든 업체에 제도를 강제할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사정이 어려운 20인 미만 영세업체에 대해서는 제도 적용을 유예하는 등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역시 “인건비 부담이 주 40시간 근무제 정착의 열쇠”라고 밝혔다. 중소기업 특성상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종이 많아 주말이라고 해도 쉴 수가 없는 현실 여건 때문이다. 게다가 연장 근무로 지출되는 인건비가 증가하면서 경상비의 지출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주 40시간 근무 확대로 중소기업 직원 1인당 월 15만원 정도의 비용 부담이 늘어났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연장근로수당 특례’의 확대가 필요하다.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연장근로수당 특례기간을 현행 3년에서 5년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면서 “영세업체는 내국인 근로자를 구하기 어려워 인력난이 심각한 만큼 외국인근로자 쿼터 확대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진아·김소라기자 jin@seoul.co.kr
  • ‘워크 포 밀레’ 김명숙 작가의 청원 작업실 가보니…

    ‘워크 포 밀레’ 김명숙 작가의 청원 작업실 가보니…

    난삽해 보인다. 어린아이가 얇은 펜으로 찍찍 그은 듯 선들이 어지러이 춤춘다. 형체가 쉬이 눈에 잡히지 않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키질하는 서양 농부의 모습이 보인다. 3점 연작인데 차이라면 키질하는 곳이 점점 밝아진다는 점이다. # ‘생짜 노동’서 느끼는 정신적 극치감 인터뷰를 위해 지난달 28일 충북 청원군 산막리, 그것도 마을과 조금 떨어져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작업실을 찾은 것은 이 작품, 김명숙(56) 작가의 ‘워크 포 밀레’(The Works for Millet) 때문이다. 밀레의 ‘키질하는 사람’을 모사해 재해석한 이 작품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왠지 모를 환희감에 젖게 한다. 동시에 이런 ‘생짜 노동’ 그 자체에 몰두하는 이가 궁금해진다. ‘만종’ ‘이삭줍기’로 유명한 밀레는 가난한 자들의 고된 노동이 지닌 경건함에 심취했던 작가다. 주 5일 마음껏 즐기다가 딱 하루 회개하고 안식을 구하는 ‘머릿기름 바른 교인’이 아니라, 비록 남이 버린 낱알을 주워 먹더라도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는 절대자’에게 고개 숙여 감사할 줄 아는 이들이야말로 종교적이지 않으냐고 반문한다. 작가의 연작은 이 얘기를 마치 동영상처럼 구현해놨다. 반복되는 고된 노동 속에 나타나는 세상에 대한 이해, 여기에는 동서양의 만남까지 깃들어 있다. 서양식으로 말하자면 지혜의 발견이다. ‘키’라는 도구 자체가 서양화 전통에서는 분별력, 지혜를 뜻한다. 그래서 왕이나 귀족 초상화에 자주 등장하는 소품 가운데 하나다. 동양적 맥락에서는 키 자체보다 반복적으로 키를 흔드는 팔 동작이 핵심이다. 소 잡는 백정의 칼 쓰는 법에서도 도를 발견했다는 장자의 얘기를 떠올리면 된다. 전반적으로 침침한 그림 속에서 점차 환하게 밝아오는 빛, 그것은 일종의 정신적 극치감이다. 노동은 노동이되 ‘레이버’(Labour)가 아니라 ‘워크’(Work)다. 그래서 밀레를 위한 ‘워크’다. 작가도 비슷한 말을 했다. “밀레를 그저 바르비종파 화가 정도로만 알았어요. 그러다 딸에게서 러시아 에미타주박물관 화집을 받았는데 ‘땔감 나르는 소녀들’이란 작품을 보고 충격 좀 받았지요. 집에 가서 저 땔감으로 불을 때면 몸뿐 아니라 온 정신이 따뜻해지겠구나 하는, 이름 없이 사라져간 저들이 바로 프로메테우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 겁니다.” 한 가지 더 있다. “혜능법사에게 하루는 고명한 스님이 수양을 많이 했느냐, 물어봅니다. 혜능의 대답은 ‘방아는 다 찧었으나 키질을 못 했습니다’였지요.” 어쩌면 키질하는 서양 농부는 동양 혜능법사의 미래인지 모른다. # 수세미로 누런 장지 위에 작업 정신적 극치감은 곧 자유다. “자유는 외줄타기 광대 같은 것이라 생각해요. 보는 사람들은 위태롭다, 불안하다 말하지만 광대 스스로는 가장 집중된 순간을 즐기죠. 고도의 집중이 이뤄지고 있는 그 순간, 그 사람은 자유로워지는 겁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작가답게 “잘 그려서 그리는 게 아니라 그리는 것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그린다.”고 했다. 이화여대 서양화과를 나와 미국 휴스턴대에서 공부한 작가가 유화를 버린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다. “유화를 그릴 때면 내가 무슨 대단한 영웅이 된 양 흥분해서 작업하게 돼요. 그런데 종이에다 수세미로 단색 톤 작업을 하다 보면 단출하게 되죠. 그 점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작업용으로 쓰는 특출한 수세미가 있나 싶어 둘러봐도 눈에 띄는 건 흔히 가정주부가 쓰는 수세미뿐이다. 전시에도 근사한 작품을 내놓는다기보다 그간 공부한 것을 정리한다는 심정으로 임한다. 그래서 자신의 작업을 배설에 비유했다. 작업실에는 책들이 엄청 많다. 미술책들이 아니라 역사나 철학에 관한 책들이다. “음식이에요. 저걸 맛있게 먹고 잘 소화시켜 똥을 싸는거죠.” 꾸준히 ‘싸둬서’ 뒷간이 꽉 차면 방출한다. “너무 많이 싸서 내 엉덩이에 묻을 정도가 되면 그냥 화랑에 전화해요. 이름 있는 작가도 아니고, 그림이 잘 팔리게 생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안면이 있는 것도 아니고…. 화랑마다 1년 정도 전시 일정은 미리미리 잡아두는데 중간에 끼어들 수가 없죠. 그러다 보니 (화랑이 밀집한 서울) 인사동에는 소문이 안 좋게 났어요. 하하하.” 솔직히, 쉽게 인기를 끌기는 어려워 보인다. 전반적으로 그림이 어둡다. 캔버스를 쓰지도 않는다. 수세미에 물감을 묻혀 누런 장지 위에 문지르듯 그린 뒤 핀으로 꽂아 벽에 고정시킨다. 종이에 물감을 두껍게 발랐으니 당연히 이리저리 우그러진다. 한 수집가는 “정말 사고 싶은 작품인데 사고 싶지 않게 작업한다.”고 볼멘소리를 내뱉었단다. 폼이 안 난다는 얘기다. # 포장 없이 둘둘 말아 직접 전시장 배달 한때는 정말 그런가 싶어 캔버스를 산 적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캔버스가 주는 덩치감이 불편하더라고요. 결국 다 부숴 버렸습니다.” 순간 작업실 앞에 있던 낡은 밴이 떠올랐다. “맞아요. 전시할 때면 조심스럽게 포장하는 게 아니라 둘둘둘 말아서 제가 직접 배달해요.” 작업실에는 “요즘 작업 중”이라는 작품이 몇 점 걸려 있었다. 대부분 대작이다. 그런데도 “그냥 손 풀기용으로 하는 작업”이란다. 그래 놓고는 나중에 한데 모아 불태운다. “한번 발동이 걸리면 미친 듯이 그려대는데, 다음 날 보면 참 가관도 아니에요. 그래서 불놀이 자주 해요(웃음).” 마련한 지 2년 된 아늑한 작업실을 버리고 싶다는 작가. 그 전에 7년간 살았던 외양간이 작업실로는 더 좋았다며 웃는다. 땔감을 주우러 다니는 소녀는 작가 본인이었을지 모른다. 김 작가의 ‘워크 포 밀레’는 서울 종로구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에서 9월 2일까지 열리는 ‘스터디’전에서 만날 수 있다. 스터디전은 김 작가처럼 아날로그적으로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한데 모아뒀다. 뒷담화를 재밌는 설치작품으로 표현한 박혜수, 분자생물학적 작업을 선보이는 양대원, 오래된 철도 침목으로 인간을 형상화한 정현, 귀신처럼 눈이 뻥 뚫린 인물들을 통해 사람의 내면에 접근하는 김정욱 등의 작품도 볼 수 있다. 오각형 모나드(Monad·그 자체로 완전무결한 하나의 단위)를 반복적으로 배열한 고낙범과 옵티컬 아트(시각 예술)를 선보이는 빅토르 바자렐리의 작품은 예술과 과학의 경계를 생각하게 한다. (02)736-4371. 글 사진 청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수해현장 ‘민폐 정치인’ 눈살

    수해현장 ‘민폐 정치인’ 눈살

    “이럴 바에야 차라리 오지를 말지….” 29일 오전 서울 방배동 전원마을의 한 주민이 파란 점퍼를 입은 20여명의 무리를 향해 볼멘소리를 쏟아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홍준표 대표를 비롯해 한나라당 사무처 당직자 등 300여명이 총출동해서 피해지역 복구를 위한 봉사활동에 나섰지만 주민들의 눈에는 탐탁지 않은 듯 했다. 홍 대표는 온몸에 진흙을 묻혀가며 30분 동안 반지하 집을 청소했다. 홍 대표가 의원들과 함께 마을입구 놀이터에서 자원봉사자 격려품인 컵라면으로 점심을 먹는 동안에는 3~4명의 주민이 찾아와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누구는 일하느라 먹지도 못하는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주민들을 소방대원들이 막았다. 몇몇 여성 의원들은 컵라면과 함께 먹을 김치를 가져오라고 거듭 요구하기도 했다. 봉사활동은 당초 오후 3시까지 예정됐지만 홍 대표는 1시간 30분 만에 황급히 전원마을을 떠났다. 그나마 김정권 사무총장과 이철우 당 재해대책위원장, 이종구 서울시당위원장, 권영진 의원 등과 사무처 당직자들이 오후까지 현장에 남아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된 채 총 32가구의 복구활동을 마쳤다. 민주당도 피해복구를 위해 서울 서초구 우면산 부근의 송동마을로 출동했다. 손학규 대표가 총동원령을 내렸지만 각자 지역구의 피해현장을 챙기느라 의원들의 참석률은 매우 저조했다. 정장선 사무총장, 김성순 서울시당위원장, 추미애 의원만 참석했다. 당직자, 보좌진 등 150여명도 함께했다. 그런데 일부 민주당 당원들의 ‘철없는’ 행동이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삼삼오오 모여 “내년에 총선에 나가려면 이런 사진이 꼭 필요하다.”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기념사진을 찍자 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일부는 장화와 밀짚모자 차림으로 진흙을 삽으로 퍼내고 있는 손 대표를 찾아와 인사하며 눈도장을 찍기에 바빴다. 한 50대 여성 주민은 “와서 도와주는 것은 고마운데 우르르 몰려다니며 망가진 집 앞에서 사진을 찍고 웃으니까 더 서럽다.”고 토로했다. 강주리·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전관예우 근절 ‘석달 공백’?

    ‘즉시 vs 3개월?’ 이른바 ‘전관예우 금지법’으로 분류되는 개정 공직자윤리법이 29일 공포된다. 법조계에 대해서는 지난 5월 변호사법 개정이 이뤄진 바 있어 공직자윤리법 개정은 전관예우 근절 조치의 ‘시즌2’ 격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두 법의 시행 유예 기간에는 3개월의 차이가 나 논란이 일고 있다. 공직자 취업이 제한되는 대상에 일정 규모 이상의 로펌 등을 포함시키고 직무 관련성 판단 기간도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 공직자윤리법은 법 공포 3개월 뒤부터 시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새 공직자윤리법 시행일은 오는 10월 29일이 된다. 국회에서 개정안이 처리된 것이 6월 29일, 국무회의에서 개정법 공포안이 처리된 것이 지난 26일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국회 처리부터 법 시행까지는 꼭 4개월이 걸리는 셈이다. 반면 퇴임 전 근무지 소속 사건의 수임을 제한한 개정 변호사법은 공포 즉시 시행됐다. 4월 29일 국회에서 개정안을 처리했고, 5월 11일 국무회의에서 공포안을 처리한 뒤 5월 17일 공포 및 시행됐다. 국회 처리에서부터 시행까지 불과 19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또 일각에서는 개정 공직자윤리법 시행 유예기간을 이용해 공직자들 사이에서 먼저 옷을 벗으려는 움직임이 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변호사법 개정 당시에는 국회 처리에서부터 법 시행까지 한 달도 걸리지 않았지만, 그 사이에 사직서를 제출한 판·검사들이 잇따라 혼란이 일었다. 이에 법무부와 대법원에서는 법 시행 때까지는 사표를 수리하지 않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혼란을 우려, 개정법을 최대한 빨리 처리해 달라고 김황식 국무총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부탁했다는 후문도 있다. 반면 통상적으로 봤을 때 신설되는 부분에 대한 시행령 정비 등 준비 절차와 사안의 중대성을 생각하면 일정 기간의 유예기간을 두는 것이 당연하다는 시각도 있다. 로펌이나 회계법인 등 새로 추가하게 되는 취업제한 심사대상을 현행 취업제한 대상처럼 자본금 50억원 이상이면서 외형거래액 150억원 이상으로 할 것인지 등 구체적 기준을 정하는 데 검토가 필요해서다. 정부 관계자는 “오히려 개정 변호사법을 공포 즉시 시행했던 것이 불합리한 것”이라면서 “전관예우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이를 의식해 급하게 처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사실 전관예우는 법조계에서 위력이 막강하고, 공직 사회는 법조계처럼 빠르게 반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야권통합 각 세우는 孫-文

    야권 통합 논의를 중심으로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대립각이 점점 선명해지는 양상이다. 야권의 시민사회 원로들이 야권 통합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면서 통합 논의가 두 사람의 양강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통합을 외치지만 온도 차가 뚜렷하다. 손 대표의 통합 지지는 다소 원론에 머물러 있다.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권교체 대의를 위해 희생과 헌신의 정신으로 야권 통합에 적극 나설 것을 다시 한번 천명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날 폭우로 피해를 입은 서울 양재동 일대로 달려갔다. 손 대표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당내에선 볼멘소리가 높아간다. 제1야당 대표 행보에 앞서 개인의 대권 행보에 치중한다는 비판이다. 반면 문 이사장은 26일 시민사회 원로 원탁회의 직후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따로 만나 차를 마셨다고 한다. 원탁회의 테이블이 정치 활동의 베이스캠프가 된 이상 ‘정치 선배’인 이 전 총리를 만나 이런저런 자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손 대표에 견줘 적극적이고 빠른 편이다. 부산 경남 지역은 김두관 지사를 비롯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 야권 통합의 대상이 모여 있다. 이 지역을 상징하는 문 이사장이 통합 국면에서 성과를 낸다면 주도권을 쥘 수 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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