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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류 거점, 중국만 있더냐 이젠 홍콩·동남아로 간다

    한류 거점, 중국만 있더냐 이젠 홍콩·동남아로 간다

    “흑송로버섯(트러플) 에센스를 담은 마스크팩을 중국, 홍콩, 베트남 쪽에서 판매할 생각이에요. 한국 화장품이 아이디어가 참신하고 알레르기도 적어서 중국 여성들이 좋아하거든요.”●케이팝·뷰티 등 中企 103개 참여 중국 정저우에 사는 런지안궁(31) W라인 대표는 2007년부터 한국 화장품과 미용기기를 수입했다. 최근에는 중국 본토를 넘어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로 판매망을 넓혔다. 런 대표는 “작년에는 월매출이 50억~60억원 정도였는데 올해는 사드 영향으로 매출이 20억~30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면서 “프리미엄 시장인 홍콩과 한류 인기가 많은 동남아로 거래처를 확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12일 홍콩 아시아월드엑스포(AWE)에서 2만여명이 참여하는 한류박람회를 개최했다. 사흘간 계속되는 박람회는 케이팝, K푸드, K뷰티 등 한류 인기를 지렛대 삼아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을 돕는다. 6대1의 경쟁을 뚫은 중소기업 103개사가 홍보·판매 부스를 차리고 홍콩과 동남아시아에서 온 바이어 350개 기업을 맞이했다. 박람회 첫날 메이크업쇼를 진행한 이희정 제니하우스 홍보실장은 “매달 150여명의 아시아 고객이 국내 매장을 방문해 100만원이 넘는 헤어, 화장 서비스를 받는다”면서 “앞으로 K뷰티 교육 서비스를 개발해 중국과 동남아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니하우스는 박신혜 등 한류스타의 헤어와 메이크업을 전담하는 뷰티숍이다. 올해로 9년째인 한류박람회가 홍콩에서 열린 것은 처음이다. 최근 2년간은 최대 한류시장으로 떠오른 중국 상하이, 선양, 충칭에서 열렸다. 지난해 말 사드 배치 여파로 한·중 관계가 경색되자 정부는 범중화권과 동남아로 눈을 돌렸다. ●11월 베트남 개최… 아세안 공략 정광영 코트라 중국지역본부장은 “홍콩은 국민소득이 4만 2000달러로 높고, 동남아와도 가까운 아시아 교두보”라면서 “한류문화와 소비재, 서비스를 전파할 수 있는 슈퍼 커넥터 거점”이라고 강조했다. 박진규 산업부 무역정책관은 “오는 9월 인도네시아, 11월 베트남에서도 한류박람회를 열어 세계 최대 소비재 시장인 중화권과 유망 시장인 아세안을 함께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콩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美, 사드로 중장거리미사일 첫 요격시험

    국방부 “알래스카에서 진행될 것” 미국 정부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이용한 요격시험에 나선다. 이는 지난 4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성공하는 등 미사일 위협을 고조시킴에 따라 미 정부에도 본토 방어를 위한 정밀한 요격 시스템 구축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7일(현지시간) CNN 방송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 국방부 미사일방어청(MDA)은 며칠 안에 알래스카주 코디액의 태평양 우주 발사 시험장에서 사드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요격하는 시험에 나설 예정이다. 사드는 단거리·중거리·중장거리미사일을 격추하기 위한 방어 시스템으로, 미국이 사드를 운용해 IRBM 요격시험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크리스 존슨 MDA 대변인은 로이터통신에 “이번 시험명은 ‘사드18의 비행시험’”이라며 “7월 초에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시험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계획됐으며 최근 북한의 ICBM 발사 도발과 무관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미 정부의 잇따른 사드 관련 시험이 북한 미사일로 긴장감이 커지고 있는 국제사회에 안정감을 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워싱턴의 한 북한 문제 전문가는 “미국이 IRBM 요격시험에 나서는 것은 여러 가지로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보는 것이 맞다”며 “미국도 요격시험을 거치면서 사드 등 미사일방어 시스템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는 북한 미사일 위협에 발맞춰 연일 미사일 요격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지난 5월 태평양 상공에서 미 본토를 겨냥한 ICBM 공격을 가정하고 요격시험을 실시해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지난달 일본과 공동 개발 중인 해상배치형 요격미사일 ‘SM3블록2A’를 이용한 요격시험에는 실패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로… 트럼프 “中 역할하라” 압박

    北 원유 제한 등 대북제재 합의 주목 미국 정부가 가장 강력한 대북 제재인 ‘세컨더리 보이콧’(제재 국가와 거래하는 제3국 기업·개인 제재)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지난 4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이후 미 본토 타격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미국이 ‘벼랑 끝 전술’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만찬회동에서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의 기업과 개인을 추가 제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로 중국을 직접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전날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대사가 “미국은 유엔 결의안을 위반하고 북한과 무역을 하는 국가들에 대한 교역을 단절할 준비가 돼 있다”며 북핵 문제 해결의 ‘키’를 쥔 중국을 직접 겨냥한 것과 연장선상에 있다. 따라서 북한 무역의 90%를 차지하는 중국은 ‘북한과의 거래’냐, 연간 3470억 달러(약 400조 6000억원·2016년 기준)의 흑자를 기록한 ‘미국과의 거래’냐를 선택할 갈림길에 서 있는 형국이다. 미국은 빌 클린턴 전 정부 때부터 다양한 대북 제재에 나섰지만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를 쓰지 못한 것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크기 때문이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의 자금줄을 차단하면서 경제적으로 고립시키는 가장 강력한 카드다. 하지만 북한의 혈맹인 중국의 반발뿐 아니라 중국 은행과 기업에 대한 전방위 제재가 미 경제에 미치는 파장 또한 만만치 않다. 미국으로서는 양날의 칼인 셈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달 29일 중국 단둥은행이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르면서 미 기업과의 거래 금지뿐 아니라 제3국 은행도 단둥은행과의 거래를 피하면서 사실상 국제 금융전산망에서 퇴출되는 효과가 있다”면서 “이런 효과로 세계 은행들이 북한과의 거래를 피하면서 김정은 정권의 자금줄이 끊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에는 중국과의 ‘갈등’이라는 부작용도 있다고 했다. 조 연구위원은 “미·중 갈등은 극도로 커질 것”이라면서 “북한과 직·간접적으로 거래하는 중국 기업의 제재는 바로 중국에 대한 경제 제재로 연결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내 이뤄질 미·중 정상회담 결과가 세컨더리 보이콧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미· 중 두 정상이 북한의 무기 개발에 유입되는 원유 수출 제한과 북한 노동자 송출 금지, 북한 고려항공 등 규제 강화를 골자로 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신규 대북 결의안에 극적으로 합의한다면 미국은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를 접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합의에 실패한다면 미국은 중국과의 ‘밀월’을 끝내면서 ‘독자 제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세컨더리 보이콧뿐 아니라 중국에 대한 관세 인상 등 다양한 무역 보복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 한 외교관은 “북한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 발사에 성공한 이상 미국은 모든 것을 걸고서라도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에 중국이 얼마나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느냐에 따라 미·중 무역 전쟁 결과도 판가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 의회에서 추진되고 있는 세컨더리 보이콧 관련 입법 문제에 대해 “의회가 다룰 사안이어서 답변하지 않겠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분명히 그것을 주시하고 있을 것”이라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서울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미국의 대북 ‘군사옵션·은···전술핵 재배치, 해상봉쇄 거론

    미국의 대북 ‘군사옵션·은···전술핵 재배치, 해상봉쇄 거론

    북한이 발사한 ‘화성-14형’을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평가한 미국이 외교적 수단뿐 아니라 군사적 카드까지 거론하고 있어 주목된다.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이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군사 옵션으로 △전략무기 전개와 한미일 미사일방어 훈련 강화 △전술핵무기 주한미군 재배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를 비롯한 북한 미사일 요격수단 증강배치 △대북 해상봉쇄 등을 꼽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선제타격’ 옵션도 검토할 수 있지만, 이는 전쟁을 의미하기 때문에 제한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우선 핵 추진 항공모함과 B-1B 전략폭격기, 핵잠수함 등의 한반도 전개를 통해 단순한 기동훈련을 떠나 유사시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과 지도부를 제거할 수 있는 실질적인 폭격훈련 등을 시현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항공모함 니미츠호(CVN-68)와 로널드 레이건호(CNV-76)는 현재 일본 요코스카기지를 거점으로 하는 미 제7함대 담당 서태평양 해역에서 활동하고 있다.명령만 떨어지면 한반도로 뱃머리를 돌릴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항공모함과 연합훈련 계획은 아직 없다”면서 “B-1B 폭격기가 조만간 한반도에 출력하고 항공모함도 전개해 연합훈련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태평양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 배치된 B-1B 전략폭격기는 이르면 이번 주말께 한반도에 전개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3대 전략폭격기 가운데 하나로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는 괌지에서 이륙하면 최대 2시간 30분 이내에 한반도 상공에 도착한다. 최대속도 마하 1.2인 B-1B는 한 번의 출격으로 다량의 폭탄을 투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북한은 이 폭격기의 한반도 출격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미국은 사드체계 조속한 배치를 우리 정부에 거듭 강하게 요청하는 것과 더불어 해상 미사일 요격수단도 증강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33척의 이지스 전투함(순양함 5척,구축함 28척)을 탄도미사일 대응용으로 운용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17대가 태평양에 배치되어 있다. 한반도 인근에 상시 활동하는 이지스 전투함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본토로 빼냈던 전술핵무기를 주한미군에 재배치해 북한을 압박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지난 3월 백악관 상황실에서 두 차례 열린 국가안보팀의 회의에서 전술핵무기 재배치 문제도 거론됐다는 미국 언론 보도를 감안하면 전술핵무기 배치 카드는 여전히 살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술핵무기는 국지전 등에서 전술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하는 소형 핵무기를 말한다.폭발 위력의 크기는 전장 상황과 목적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20kt 이하의 핵무기를 말한다.야포나 단거리미사일에 장착하는 핵탄두와 사람이 매고 다니다가 특정지역에서 폭발시키는 핵배낭,핵지뢰,핵기뢰 등이 전술핵무기에 속한다. 북한에 대한 해상봉쇄 가능성도 옵션의 하나로 전문가들은 거론하고 있다. 지난 5월 국내에서 열린 학술회의에서는 북한이 ICBM 개발에 성공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군사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크며,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북한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보다는 해상봉쇄나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으로 군사적 긴장 수위를 높이는 방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北 ‘레드라인’ 못 넘게 국제 공조 강화해 中 압박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시험 발사로 한반도의 안보 위기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정부가 이례적으로 어제 북 지휘부 타격을 목표로 한 탄도미사일 실사격 훈련을 한 데 이어 조만간 한·미 연합대테러훈련에 나서기로 한 것만 해도 이번 북 미사일 발사 시험이 지닌 파괴력의 일단을 말해 준다 할 것이다. 그제 자행된 북한의 ‘화성14’ 미사일 발사는 크게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우선 군사적으로 북한이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능력을 지니게 됐으며, 핵탄두 소형화와 함께 조만간 그들이 목표로 한 핵보유국의 지위를 공고히 할 시점이 임박했음을 뜻한다. 미국 동부 지역까지 타격할 능력을 갖추려면 아직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있으나,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점에서 그런 상황 판단은 별다른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외교적 측면에선 북한이 스스로 밝혔듯 현시점에서 그 어떤 대화 의지도 지니지 않고 있으며, 따라서 한·미 양국 정상 중 누가 대북 협상의 운전대를 잡든 외교적 해결에서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울 것임을 거듭 확인케 해줬다는 점이다. 미국에 대한 핵 공격력을 온전하게 구축할 때까지, 즉 판을 통째로 바꾸는 ‘게임 체인지’를 달성할 때까지는 그 어떤 ‘당근’도 마다할 것임을 북한이 재삼 분명히 한 셈이다. 당장 우려스러운 시나리오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하는 상황이다. 북한에게 미사일과 핵은 곧 바늘과 실의 관계라고 볼 때 핵탄두 소형화 달성을 위한 6차 핵실험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농후하다. 이는 곧 북한이 한·미 양국이 경고해 온 ‘레드라인’을 넘어선다는 의미이자 우리 정부로서도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 카드를 더는 고수할 수 없는 국면에 접어든다는 의미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전인 지난 4월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면 다음 정부(현 정부)에서도 남북 관계 개선은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당장 북핵으로 인한 안보 파국을 막을 시간조차 얼마 남지 않았다. 폭주 기관차와 다름없는 북의 핵 개발을 저지할 특단의 조치가 요구된다.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의 제1조건이 핵 개발 동결이라는 점에서 정부는 이를 위한 초강도의 제재와 긴밀한 국제 공조에 나서야 한다. 북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중국의 대북 원유 공급을 차단하는 방안까지도 이끌어 내야 하며, 이를 위해 유엔 차원의 다자 협력으로 중국을 압박해야 한다. 내일부터 시작될 G20 정상회의가 출발점이다. 문 대통령은 오늘 열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대북 원유공급 중단까지 포함한 능동적인 대북 압박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기 바란다. 동북아의 안보위협은 주한 미군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가 아니라 북의 핵 개발 야욕임을 분명히 밝히고 중국의 미온적 태도가 북핵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음을 인식토록 해야 할 것이다.
  • [세종로의 아침] 나는 北, 기는 南/박홍환 정치부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나는 北, 기는 南/박홍환 정치부 전문기자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어.” 모 업체가 마케팅에 이용하려고 영국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에 적힌 문구를 일부러 오역해 논란이 된 문장이다. 긴 세월 우물쭈물하다 결국 죽음에 이르렀다는 그럴듯한 표현으로 한동안 많은 사람들이 즐겨 인용했다. 의도된 오역에도 불구하고 원문의 감동을 압도할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표현의 절묘함 때문이다. 우물쭈물하다 때를 놓쳐 나중에 후회하지 말라는 경구라고나 할까. 북한은 지난 4일 미국 본토에 이를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4형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은 미 독립기념일에 맞춰 ‘선물 보따리’를 보냈다며 미국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했다. 지난 1월 1일 신년사에서 “ICBM 시험 발사 준비사업이 마감 단계”라며 언제 어디서든 ICBM을 발사할 수 있다고 위협한 지 반년 만에 실행에 옮겼다. 그동안 북한은 북극성 2형, 화성 12형 등 새로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들을 쏘아 올렸고, 고출력 미사일 엔진을 개발해 ICBM의 기반을 탄탄하게 다졌다. 강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의기양양 훨훨 날고 있는 양상이다. 그 여섯 달 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나. 촛불을 치켜든 국민은 비선 실세에게 국정을 내팽개친 자격 미달의 지도자를 준엄하게 내쫓았다. 자랑스러운 일이다.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할 만하다. 이어진 대선 국면에서 후보들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며 국민의 표심을 파고들었다. 희망도 보였다. 하지만 색깔론은 여전했고, 흑색선전이 넘쳤다. 일부 후보 진영은 조작된 증거물로 혹세무민을 꾀했다. 그럼에도 혜안을 가진 국민은 국정 운영 지지도 80%를 넘나드는 새로운 지도자를 뽑았다. 역시 자랑스러운 국민이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여기까지인 것 같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미사일 도발을 여섯 차례나 감행했다. 5월에 네 차례, 6월에 한 차례, 그리고 지난 4일 드디어 ICBM까지 발사했다. 그렇게 두 달 동안 북한 핵·미사일 위협은 점점 고조되고 있는데도 우리의 국방·군 사령탑은 여전히 ‘옛사람’들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한민구 국방장관이 보고하는 장면은 어색하기 그지없다. 이미 마음이 떠난 한 장관을 국회 국방위원들이 질책하는 모습도 마찬가지다. 신임 국방장관 임명이 지연되면서 군 내부도 동요하고 있다. 임기를 마친 일선 사단장을 비롯해 인사가 예정돼 있던 장성들이 이제나저제나 장관 임명만 고대하고 있으니 업무가 제대로 진행될 리 만무하다. 군 간부가 후배 여군을 성폭행하고, 사단장이 당번병에게 막말을 하는 등 불미스런 사건도 속출하고 있다. ‘국방부 시계’는 지금 멈춰 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쥔 채 훨훨 날고 있는 지금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안보 위기 상황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한가롭게 국방장관 후보자를 놓고 ‘기싸움’을 벌이며 기어가고 있다. 송영무 국방장관 후보자가 낙마하면 또다시 한 달 이상을 허송해야 한다. ‘우물쭈물하다 그럴 줄 알았다’는 푸념을 그때 또 늘어놓을 셈인가. stinger@seoul.co.kr
  • ‘北 리스크’ 증시 영향 제한적이지만 ‘경계태세’

    ‘北 리스크’ 증시 영향 제한적이지만 ‘경계태세’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성공 발표가 ‘잘나가던’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그간 12번의 북한 핵 관련 주요 사건과 도발이 있었지만 금융시장에 단기적이고 제한적인 영향만 끼쳤던 만큼 이번에도 흐름을 바꾸는 등의 변수는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러나 이번 발사체가 ICBM으로 확인된 만큼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될 수 있고 이 경우 상당 기간에 걸쳐 악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정부는 5일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 주재로 관계기관 합동점검 회의를 열고 ICBM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간밤 국제 금융시장은 미국이 독립기념일로 휴장한 가운데 별다른 변동을 보이지 않았다. 한국의 국가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54bp(1bp=0.01% 포인트)에서 57로 3bp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전날 북한의 중대발표 예고로 0.58% 하락했던 코스피는 이날 7.83포인트(0.33%) 상승한 2388.35에 거래를 마쳐 반등세로 돌아섰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0.1원 떨어진 1150.5원에 마감했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금융시장 등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과거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북한 도발이 우리 경제에 미친 영향도 일시적이고 크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미 통상마찰 가능성과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 대외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는 만큼 긴장감을 갖고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투자증권의 분석을 보면 2005년 2월 북한의 핵 보유 선언 이후 ▲1~5차 핵실험 ▲대청해전·천안함 사건·연평도 포격 ▲김정일 사망 등 총 12차례의 도발이나 주요 사건이 발생했다. 7차례는 이벤트 다음날 주가가 떨어져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2차례(2·4차 핵실험)를 제외하곤 10거래일 내에 주가가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송승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북한에 대한 추가 조치가 취해질 경우 지정학적 위험이 더욱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노무라증권은 “북한과 미국의 군사적 충돌 등 지정학적 위험 고조 시 한국은 물론 아시아 전반의 경제전망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대북 제재 강화” 목소리 높지만… 강력한 ‘한 방’없는 트럼프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4일(현지시간) 북한의 기습적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소식에 미 정가가 발칵 뒤집혔다. 백악관은 긴급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소집했고 미 의회는 트럼프 행정부에 ‘강경 대응, 중국 압박 강화’ 등을 요구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오후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주재로 긴급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하고 성명을 내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성명을 내고 ‘북한의 ICBM 절대 불용 입장’을 천명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북한의 위협에 맞서 전 세계적인 행동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미 의회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북한의 ICBM 발사를 강력하게 규탄하고 북한의 제재 수위와 중국의 압박을 강화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 아시아태평양소위원장은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나약한 대응이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잠재적 군사 충돌의 길로 치닫게 하고 있다”면서 “핵전쟁을 막기 위해서 우리가 가진 모든 외교적, 경제적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뎁 피셔 상원 군사위 전략부대 소위원장은 “북한과 그 후원자인 중국과 러시아에 영향을 미치도록 더 큰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드워드 마키 상원 외교위 아태소위 민주당 간사도 “중국의 대북 제재 압박을 통해 북한의 위험한 시험에 답해야 한다”면서 “북한은 계속되는 추가 미사일 시험으로 핵탄두를 미국의 도시까지 운반할 능력을 키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크리스토퍼 힐 전 주한미국대사는 CNBC 방송에 출연해 “(북의 도발은) 협상에 관한 문제이거나 호전적인 작은 국가가 미국의 공격이 두려워 일으킨 일이 아니다. (북한은) 미국을 한반도에서 몰아낼 수 있는 정황을 만들려는 것”이라며 “북한의 ICBM이 미 본토에 떨어져 대규모로 피해가 일어나는 상황을 우려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군 지원을 재고하고, 결론적으로 미군의 한반도 철수 결정을 내리는 것이 북한이 바라는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힐 전 대사는 “그들은 일단 미군만 나가면 자신들의 관점에서 한반도 통일을 이룰 기회가 있다고 믿는다”면서 “북한의 요구 사항에 따라 미국과 한국이 군사훈련을 중단한다고 북한발 위협이 줄어들지도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미 정가가 한목소리로 ‘대북 제재’ 강화를 주문한 데 대해 미 언론은 트럼프 행정부는 강력한 ‘한 방’이 없어 ‘딜레마’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북한은 공격적인 실험으로 머지않아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군사적 능력을 선명하게 보여 주고 있지만 미 정부는 북한을 위협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대북 옵션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NYT는 중국을 통한 대북 제재 강화와 한반도의 최신 전략자산 추가 배치 등에 나설 수 있지만 이는 지금까지 성공하지 못한 ‘옵션’이라고 평가했다. NYT는 “만약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대북 옵션이 성공했다면 지난 3일 김정은 정권이 ICBM 발사에 나서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과수술식 타격 등 선제타격 옵션도 1000만 서울시민을 비롯해 2만 8500여명의 주한미군을 한꺼번에 위험에 빠뜨릴 수 있어 사용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북한과의 ‘협상’은 이미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에 썼던 방법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시간만 벌어준 것으로 결론이 났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김정은 “미국에 ‘선물 보따리’를 자주 보내자”고 언급

    김정은 “미국에 ‘선물 보따리’를 자주 보내자”고 언급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고 주장하는 ‘화성-14’ 시험발사를 참관하며 미국과의 핵 협상 불가를 언급했다.북한 조선중앙통신은 5일 김 위원장이 전날 ‘화성-14’ 시험발사를 참관하고 나서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이 근원적으로 청산되지 않는 한 우리는 그 어떤 경우에도 핵과 탄도로켓을 협상탁에 올려놓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핵·미사일 협상에 대한 불가 입장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례적으로 주목된다. 나아가 김정은은 “우리가 선택한 핵 무력 강화의 길에서 단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면서 “앞으로 심심치 않게 크고 작은 ‘선물 보따리’들을 (미국에) 자주 보내주자”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현재로서는 미국과의 핵 협상에 나설 생각이 전혀 없을 뿐 아니라 자신들의 계획에 따라 핵·미사일 개발과 대미 도발을 지속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ICBM 발사와 관련해 “최고영도자 동지께서 올해 안에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보여줄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를 반드시 단행할 확고한 결심과 의지를 지니시고 그 준비사업을 진두에서 직접 조직·지휘했다”며 김 위원장의 결심과 계획에 따른 것임을 밝혔다. 앞서 김 위원장은 올해 1월 1일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 준비사업이 마감단계에 이르렀다”며 ICBM 발사를 예고한 바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한반도 평화’ 비웃고 전 세계 위협한 北 ICBM 실험

    북한이 미국 본토에 다다를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어제 밝혔다. 북한의 발표가 맞다면 미국이 말하는 ‘레드 라인’을 넘은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구상에 응하지 않고 레드 라인을 넘어설 경우 우리(한국과 미국)가 어떻게 대응할지 알 수 없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북한은 어제 ‘중대발표’를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를 최대 고각으로 발사해 2802㎞까지 올라갔으며, 39분간 933㎞ 날아갔다”고 주장했다. 대체로 한국과 일본 당국의 추정과 비슷한 수치다. 다각적인 검증이 필요하겠지만 주장대로라면 북한이 핵무기를 장착한 ICBM을 쏘아 알래스카, 하와이는 물론 1만㎞ 떨어진 미 서부까지 위협할 수 있는 무기를 손에 넣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의 도발은 ‘한반도 주도의 평화 프로세스’에 합의한 한·미 정상회담 나흘 만의 일이다. 직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와 전화회담을 갖고 비핵화와 대북 압박 강화를 강조했다. 그 같은 남한의 노력과 국제사회의 공조를 비웃기라도 북한은 도발을 저질렀다. 게다가 미국의 독립기념일(7월 4일)에 맞춘 미사일 발사다. 의도는 명백하다. 국제사회, 특히 한국과 미국을 향해 어떠한 압박과 제재에도 굴하지 않고 핵·미사일 개발을 완성시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겠다는 김정은의 의지를 과시하기 위한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이 그들의 주장대로 완성 단계에 이른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핵탄두의 소형화는 물론 미사일의 안정성이 단 한번의 시험 발사로 인정받기 어렵고 실전 배치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까지 발사한 미사일의 능력을 한 단계 이상 뛰어넘는 어제의 화성14 발사 성공은 북한의 말처럼 전 세계를 사정권으로 공포에 몰아 넣는 위협이다. 문제는 중국까지 가담한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날로 향상되고 있다는 점이다. 화성14 발사 성공은 북한을 비핵화의 장으로 끌어들이려는 국제사회를 무력화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이 추가로 도발하지 않고 핵·미사일을 동결하면 대화를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를 목격한 이상은 대북 정책을 근본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시절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북한이다. 북한이 핵 고도화 카드를 쥐고 미국만 바라보는 현실에서 ‘대화 무용론’까지 거론된다.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 대화의 길로 나오라”라는 어제의 정부 성명이 무기력하게 들린다. 상황이 달라졌으면 처방도 달라져야 한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문 대통령은 북한의 7·4 도발에 관한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고 대북 전략을 신중히 재검토해 국민에게 제시하기를 바란다.
  • 비상 걸린 韓 주도 대북정책… 文 ‘뉴베를린 선언’ 수정하나

    靑 “대화 기조 유지… 압박 커질것” ‘북핵 동결 땐 대화’ 원론 담을 듯 이산가족 상봉은 타진 가능성 북한이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남북관계에도 속도 조절이 불가피해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춘추관에서 “지금은 안보 위기 상황이고 압박과 제재 강도를 높여야 할 때이지만 대화 역시 필요하다는 기조 자체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압박과 제재의 강도가 지금보다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한·미 정상회담 직후 북한이 추가 도발을 감행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핵을 동결하면 대화를 시작하겠다는 정부의 제안을 북한이 단박에 거절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압박 제재가 최고조로 가면 북한도 출구가 필요한 지점이 있을 것이고 한·미가 합의한 방식의 대화가 효력을 발휘할 지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5~8일 독일 순방 기간 베를린에서 대북 정책의 장기적 원칙과 비전을 담아 ‘뉴베를린 선언’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북핵 동결을 전제로 남북 교류의 물꼬를 트고 8000만 시장의 남북 경제공동체를 형성해 한국 경제를 중국, 러시아, 유럽으로 확장해 가는 구상이 이 선언에 담길 것으로 예상됐다. 그렇지만 북한의 도발로 수위를 ‘톤다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따라서 ‘뉴베를린 선언’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동결과 폐기를 촉구하고 전향적 태도를 보이면 대화에 나서겠다는 기존의 원론적 입장이 담길 가능성이 커 보인다. IC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는 건 핵탄두를 탑재해 미국 본토까지 미사일을 쏠 수 있다는 의미다. ICBM 발사가 관련국 간 정보 검증을 통해 최종적으로 확인되면 정부의 운신 폭은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다만 북한의 ICBM 배치 성공은 예견된 일인 만큼 이를 경우의 수에 넣어 한·미 간 북핵 협의가 이뤄졌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또 다른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독일에서 발표할 메시지를 조정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민간 차원의 교류는 정치, 군사적 문제와 분리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수차례 대북 인도 지원과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인도적 차원의 문제로 북한 핵 문제와는 별개로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온 만큼 남북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차원의 교류 정도는 ‘뉴베를린 선언’을 통해 타진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北, 대화 뿌리치고 ‘미사일 마이웨이’… 美와 직접 협상 노려

    北, 대화 뿌리치고 ‘미사일 마이웨이’… 美와 직접 협상 노려

    北 핵 동결 땐 상응하는 보상 ‘2단계 비핵화’ 노골적인 거부 北 “美 찾아가 추태” 文 맹비난 文정부 들어 6번째 미사일 도발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지 나흘 만인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도발을 재개한 것은 한·미의 합의 결과와 무관하게 자신들은 핵·미사일 고도화 작업을 이어 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조치로 풀이된다. 북한은 앞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레드라인’(최후 금지선)을 넘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거침없이 공개하면서 비핵화 대화는 불가능하며 자신들은 오로지 핵보유국 지위 확보를 위한 길을 가겠다고 천명한 셈이다.그간 북한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동안 도발을 자제해 왔다. 북한 한성렬 외무성 부상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매주, 매월, 매년마다 더 많은 미사일 시험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고, 실제로 정부 출범 직후 매주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그러다 지난달 8일 강원 원산에서 미사일을 발사한 이후로는 26일간 침묵을 지켰다. 이에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보고 도발 중단을 결정하거나 ‘떠보기용’ 중·저강도 도발을 재개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그러나 북한은 이날 예상보다 훨씬 강도 높은 ICBM급 미사일 발사로 도발을 재개했다. 지난 4월 ‘한반도 위기설’이 확산될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동해에 핵항공모함 칼빈슨호를 전개하고 북한이 추가 핵실험 및 ICBM 시험발사에 나서면 ‘군사적 옵션’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후 핵실험 및 ICBM 발사 준비 동향은 계속 감지됐지만 북한은 지금껏 도발 강도를 조절해 왔다. 그러다 이날 ‘중대발표’를 통해 ICBM을 발사했다고 스스로 공개한 것이다. 과거 북한의 중대발표는 핵실험 및 장거리미사일 발사 성공 시에 주로 이뤄졌다. 북한이 거침없이 ICBM 발사 사실을 공개한 것은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무력시위’를 넘어 한·미 당국의 대북 정책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압박의 의미로 풀이된다. 남북대화 의지를 거듭 표명해 온 문재인 대통령은 방미 직전 ‘행동 대 행동’ 원칙에 기반한 ‘2단계 비핵화 접근법’을 제시했다. 북한이 우선 핵 동결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비핵화를 이행하면 우리 정부도 상응하는 보상을 한다는 취지다. 이번 회담에서 한·미 정상도 단계적 접근법에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북한은 여기에 전격적으로 거부의 뜻을 밝힌 셈이다. 북한은 이날 오전에도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미국 상전을 찾아가 추태를 부렸다”며 사실상 문 대통령을 비난했다. 북한 노동당 외곽기구인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 중앙위원회는 “남조선에서 골백번 정권이 교체되고 누가 권력의 자리에 들어앉든 외세 의존 정책이 민족 우선 정책으로 바뀌지 않는 한, 숭미사대의 구태가 민족 중시로 바뀌지 않는 한 기대할 것도 달라질 것도 없다”면서 제재와 대화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억지를 부렸다. 북한이 ICBM 시험발사를 공식화하면서 앞으로 북한의 핵 동결을 전제로 한 대화 재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미 본토 타격 능력을 앞세워 북·미 대화 및 국제사회의 제재 해제를 주장할 공산이 크다. 북한이 이날 ICBM급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사거리를 조절한 것도 미국과의 협상을 염두에 둔 조치로 파악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미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끝나면 북한이 무력시위를 할 것이란 예상은 있었다”며 “이날 미사일 도발은 동해를 넘지는 않았지만 고각 발사를 통해 거의 ICBM급에 상응하는 추진력을 시험하는 등 고도의 계산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ICBM 카드 쥔 北… 文대통령 “레드라인 넘지 마라”

    ICBM 카드 쥔 北… 文대통령 “레드라인 넘지 마라”

    美 독립기념일 맞춰 효과 극대화 美 맥매스터, 휴일 긴급회의 주재 북한이 4일 사상 최초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한·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난 지 불과 나흘 만이며, 현 정부 들어 여섯 번째 미사일 발사다.조선중앙통신은 오후 3시 30분 김정은 집권 이후 세 번째 특별중대보도를 통해 “조선노동당 위원장이시며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인 김정은 동지의 전략적 결단에 따라 대륙간탄도로켓 화성14형 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면서 “화성14형은 정점 고도 2802㎞까지 상승하여 933㎞ 거리를 비행했다”고 주장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오전 9시 40분쯤 북한은 평안북도 방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불상의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북한의 도발은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통일과 관련한 우리 정부의 주도적 역할과 남북대화 재개 등에 대해 미국의 지지를 얻은 직후에 이뤄진 것이란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 현지시간으로 독립기념일(4일) 전야에 발사를 감행, 극대화된 효과를 노렸다.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이란 ‘최상의 패’를 쥐고 한반도 안보 이슈의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이에 따라 “나쁜 행동에 대해 보상이 주어져서는 안 된다”면서도 미국과의 협의하에 핵 동결 단계부터 단계적 보상 등 대화에 ‘방점’을 찍었던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 기조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지 않기를 바란다”며 엄중 경고했다. 이날 오후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와의 면담에서 “오늘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한·미 정상이 합의한 평화 및 비핵화 구상에 호응하지 않고 ‘레드라인’을 넘어설 경우 우리(한·미)가 어떻게 대응할지 알 수 없다”며 “중국이 역할을 하고 있지만 지금보다 강력한 역할을 해야 근원적으로 해결이 가능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열어 “핵과 미사일 개발에 집착하는 북한 정권의 무모함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며 “무책임한 도발을 거듭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 당국의 초기 판단으로는 중장거리미사일로 추정하고 있으나 ICBM급 미사일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정밀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지금까지 가장 고도화된 것으로 평가받는 미사일”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태평양사령부는 성명에서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중거리로, 미국 본토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 행정부는 독립기념일로 휴일인 이날 오전(현지시간) 외교·안보 관련 장관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주재로 북한의 ICBM 발사에 따른 구체적인 대응책 마련을 위해 긴급 논의에 들어 갔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박홍환 전문기자 stinger@seoul.co.kr
  • 7월 4일은 북한 미사일 발사 데이?

    7월 4일은 북한 미사일 발사 데이?

    7월 4일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데이?북한이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지 불과 사흘 만의 도발이어서 충격을 던지고 있다. 북한은 이날 오후 특별중대 보도를 통해 발표한 국방과학원 보도에서 “국방과학원 과학자, 기술자들은 새로 연구개발한 대륙간탄도로켓 화성-14형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핵무기와 함께 세계 그 어느 지역도 타격할 수 있는 최강의 대륙간탄도 로켓을 보유한 당당한 핵강국으로서 미국의 핵전쟁 위협 공갈을 근원적으로 종식시키고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믿음직하게 수호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 주장대로 ICBM 발사가 성공이라면 북한이 미국의 본토를 미사일로 직접 공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은 현지시간으로 4일이 최대 국경일인 독립기념일이다. 이에 앞서 북한은 2009년과 2006년에도 미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에 맞춰 미사일 발사를 감행했다. 북한은 2009년 7월 4일 동해상으로 사거리 400∼500㎞인 노동미사일과 스커드-C 개량형으로 추정되는 스커드급 미사일 7발을 발사했다. 당시 미 국무부는 북한에 대해 즉시 긴장 고조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스커드 미사일과 노동 미사일은 모두 남한 전역을 사정권으로 하고 있다. 미 국무부의 칼 더크워스 대변인은 북한은 비핵화 회담과 2005년 9.19 공동성명 합의 사항을 준수하는데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라며,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관련국들에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충실하게 이행하는 것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2006년에도 현지시간으로 미 독립기념일인 5일에 맞춰 도발을 감행했다. 미국은 이날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 발사에 성공했으나 북 미사일 발사 충격에 묻히고 말았다. 당시 서주석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수석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정부성명을 통해 북한의 미사실 발사사실을 공식확인했다. 서 수석은 “북한은 오늘 오전 5시 함북 화대군 대포동에서, 오전 3시32분부터 강원도 안변군 깃대령 소재 발사장에서 각각 동해를 향해 대포동 2호와 수발의 스커드 및 노동급 미사일을 발사했다”며 “대포동 미사일은 현재까지 파악된 바로는 실패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북한이 미국의 독립기념일을 전후해 미사일 발사라는 ‘강수’를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미국을 향한 압박과 대화 유인책을 겸한 시도로 분석하고 있다.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에 맞춰 발사성공을 발표함으로써 북 미사일의 위협성을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에 확실히 각인시켜 자신들의 정치적 몸값을 높이려 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협상, 즉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한 상태에서 협상하자는 것이다. 박현갑 기자 eagleduo@seoul.co.kr
  • 정부 소식통 “북한 미사일, 최고 고도 2500㎞ 이상…ICBM 가능성”

    정부 소식통 “북한 미사일, 최고 고도 2500㎞ 이상…ICBM 가능성”

    북한이 4일 오전 발사한 탄도미사일의 최고 고도가 2500㎞를 넘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정부의 한 소식통은 이날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의 최고 고도는 지난 5월 15일 발사한 화성-12형(최고고도 2111.5㎞)보다 높이 올라갔다”면서 “비행 고도가 2300㎞ 이상으로 분석되고 있지만, 최고고도는 이보다 더 높다”고 연합뉴스를 통해 밝혔다. 정부 일각에서는 최고 고도가 2500㎞ 이상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다른 소식통은 “최고 고도는 2500㎞ 이상일 가능성도 있어 정밀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합참은 이날 발사된 미사일이 930여㎞를 비행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방위성은 이 미사일이 40여분간 비행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에 정상각도로 미사일을 발사했다면 7000∼8000㎞ 이상을 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정도의 비행거리라면 미국 본토에 닿을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이라고 전문가들은 추정했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북한이 화성-12형 중장거리미사일 엔진 2개를 결합해 발사했거나, 새로운 ‘북극성-3형’ 미사일을 발사했을 것으로 본다”면서 “북한은 ICBM을 발사한 것으로 봐야 하며, 정상각도라면 8000∼9000㎞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40여분 비행한 것으로 미뤄 최고고도는 2500㎞ 이상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화성-12형 중장거리 미사일을 재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북한이 주장한 것처럼 알래스카와 하와이를 겨냥한 것이 맞다는 주장을 증명해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홍콩증시를 쥐락펴락하는 중국 기업들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홍콩증시를 쥐락펴락하는 중국 기업들

     ‘중국이 홍콩증시를 쥐락펴락한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지 20년이 지나면서 홍콩증시가 중국 기업들의 투자전략에 따라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폭발적인 경제성장에 힘입어 대량의 실탄을 확보한 대륙의 투자자들이 홍콩증시로 몰려들어 장세를 움직이는’ 큰손으로 등장했다고 월스트리저널(WSJ) 등이 지난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상하이(上海)와 선전(深圳) 중국 2대 주식시장의 급성장에도 홍콩 주식시장은 여전히 아시아 금융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홍콩증시가 해외 투자자들의 대륙 투자 창구 역할을 담당하기보다 오히려 중국 대륙에서 들어오는 투자자금의 위세에 눌려 맥을 잃어버린 형국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에 따라 홍콩증시는 ‘글로벌 포식자’로 등장한 중국 기업들이 ‘장세를 조종’해 대량의 실탄을 확보하는 자금조달 창구로 철저히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기업들은 반환 당시인 1997년 홍콩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시가총액 기준으로 20%를 밑돌았으나 20년이 지난 2017년 현재 60%를 돌파했다. 앞으로 중국 기업들의 기업공개(IPO, 증시 상장)가 활발해지면서 이 같은 비중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지난해 홍콩증시 IPO 부문에서 물량 기준으로 92%라는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해외 투자금이 홍콩증시를 통해 본토 증시로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대륙에서 홍콩으로 나오는 이른바 남향(南向)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홍콩증시의 중요한 자금원이 되고 있는 것이다. WSJ은 “중국이 영국으로부터 주권을 반환받았을 때 홍콩증시는 해외 투자자들이 폐쇄적인 중국 본토를 공략하는 통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다”며 “하지만 20여년 뒤 홍콩을 뒤덮은 중국 대륙의 영향력이 해외 투자자들의 대중국 영향력을 압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홍콩증시 시가총액은 지난달 23일 기준 28조 3000억 위안(약 4781조 5000억 원)에 이른다. 1997년보다 무려 8배나 폭증했다. 하루 평균 거래액도 1997년(155억 위안)보다 5배 가까이 증가한 752억 위안이다. 중국의 파워는 홍콩증시의 시가총액 비중을 통해 쉽게 확인된다. 1997년 당시에는 홍콩의 재벌이나 HSBC홀딩스처럼 식민지 전통을 배경으로 성장한 홍콩 기업들이 득세했다. 당시 10대 기업은 HSBC 홀딩스(24.8%)를 비롯해 홍콩텔레콤(9.20%), 허치슨 왐포아(9.13%), 항성(恒生)은행(6.98%), 순훙카이(新鴻基地産, 6.26%), 청쿵(長江)실업(5.66%), 중뎬(中電)홀딩스(5.19%), 중신타이푸(中信泰富, 3.18%), 헝치디산(恒基地産, 3.07%), 홍콩일렉트릭(현 電能實業, 2.89%) 등이다. 중국 기업은 단 1개도 없었다. 그러나 2017년 현재 이들 10대 기업 중 홍콩기업은 4개로 쪼그라들었다. HSBC홀딩스(10.02%)만 온전히 살아남았고, 허치슨 왐포와는 청쿵 홀딩스와 합병한 덕분에 CK허치슨(長江和記實業, 3.27%)으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홍콩 AIA그룹(7.93%)과 홍콩거래소 2.72%)는 새로 이름을 올렸다  반면 중국 기업들은 약진했다. 중국 기업은 시가총액 10대 기업에 6개 업체나 등재됐다. 중국 정보기술(IT) 공룡인 텅쉰(騰訊)홀딩스(11.98%)를 비롯해 중국건설은행(8.30%), 중국이동통신(6.32%), 중국공상(工商)은행(4.58%), 중국은행(3.69%), 핑안(平安)보험(3.10%)이 그들이다. 중국 기업이 홍콩증시에 첫 발을 내디딘 것은 주권이 반환되기 전인 1993년이다. 그해 7월 15일 중국 기업 최초로 홍콩증시 상장기업이 탄생한 것이다. 주인공은 중국을 대표하는 맥주업체 ‘칭다오(靑島)맥주’다. 이후 중국 기업들의 홍콩행은 급물살을 탔다. 중국석유화공(Sinopec, 中國石化)그룹의 상하이석화(上海石化)와 이정(儀征)화학섬유 등 9곳의 중국 기업들이 첫번째 티켓을 거머쥐면서 탄력을 붙였다. 1997년 홍콩의 주권이 중국에 반환되자 중국 기업들은 본격적으로 홍콩증시 상장에 나섰다. 첫번째 주자는 국유기업인 중국 3대 이동통신 회사 중 하나인 중국이동통신(China mobile, 中國移動)그룹. 중국이동은 그해 10월 23일 IPO를 통해 323억 6300만 홍콩달러(약 4조 7500억원)로 대박을 터뜨리며 홍콩증시에 안착했다. 홍콩증시를 역외자본 흡수의 창구로 제대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서우두(首都)공항과 중국석화,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PetroChina, 中國石油), 중국해양총공사(Cnooc, 中國海油)에 이어 중국연합인터넷통신(China Unicom, 中國聯通)그룹이 입성하는 등 중국 거대 국유기업들이 잇따라 홍콩행에 몸을 실었다.  중국 민영기업들은 2001년부터 홍콩행에 가세했다. 저장(浙江)유리가 선두주자로 나섰고 세계적인 전기차 업체로 성장한 비야디(比亞迪, BYD)가 가속도를 붙였다. 비야디의 등장은 투자자의 새로운 형태, 새로운 분야의 중국 기업에 대한 관심을 높여 ‘비야디 현상’ 연구 열풍까지 일으켰다. 이 덕분에 소규모 민영기업과 스타트업(신생기업)들도 대거 홍콩증시의 문을 두드렸다. 텅쉰 홀딩스가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텅쉰이 중국 3대 IT 공룡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온라인 게임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지만, 상장 첫날인 2004년 6월 16일만 하더라도 시장의 철저한 냉대를 받았다. 텅쉰 주주 대부분이 무조건 팔고보자는 투매에 나서는 바람에 주가는 걷잡을 수 없이 곤두박질쳐 주당 4.2 홍콩달러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거래를 마감하며 눈물을 삼킨 것이다. 하지만 텅쉰의 주가는 현재 280 홍콩달러를 오르내리며 시가총액 1위 기업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이처럼 홍콩증시에 몰려드는 것은 공모 물량의 상당 부분을 사들이는 ‘코너스톤 투자자들’(Cornerstone investors) 덕분이다. 코너스톤 투자자는 IPO에 앞서 공모 물량 일부를 상당기간 되팔지 않기로 약속하고 확보하는 기관투자자를 뜻한다. 국유은행인 중국우정저축은행(PSBC, 郵儲銀行)은 지난해 9월 첫 IPO를 통해 74억 달러(8조 5000억원)를 끌어 모았다. 이 물량 가운데 80%는 코너스톤 투자자인 6개 국유기업들로부터 사전 주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너스톤 투자자의 존재는 기업들의 IPO를 쉽게 하는 장점이 있지만 홍콩 주식시장의 ‘질’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폴 그룬왈드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글로벌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홍콩 주식시장은 중국 대륙 투자자들의 안마당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2014년 11월 시행된 홍콩과 상하이증시의 교차거래를 허용하는 ‘후강퉁(滬港通)’, 2016년 12월 시작된 홍콩과 선전증시의 교차거래인 ‘선강퉁(深港通)’은 홍콩증시의 거래 패턴에 변화를 초래했다. 글로벌 증권사인 제퍼리스에 따르면 후강퉁을 통한 6월의 순매수액은 홍콩증시 거래량의 10% 가까이에 이른다. 중국 대륙 투자자들의 비중이 후강퉁이 시행된 지 2년반 만에 이같은 수준까지 확대된 것이다. 때문에 일부 증권 애널리스트들은 중국 대륙 투자자들이 주가를 조작하는 ‘작전세력’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이 국유기업을 포함한 중국 대기업들의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여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시진핑 “공산당 권위에 도전하는 홍콩 시스템 손보겠다”

    시진핑 “공산당 권위에 도전하는 홍콩 시스템 손보겠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일 홍콩 주권 반환 20주년을 맞아 홍콩 내에서 반중국 세력과 독립 세력이 확장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혔다.시 주석은 이날 홍콩 완차이(灣仔) 컨벤션전시센터에서 열린 주권 반환 20주년 기념행사에서 “국가 주권의 안전을 해치는 모든 활동과 중앙 권력·홍콩특별행정구 기본법(헌법 격) 권위에 대한 도전, 홍콩을 이용해 벌이는 중국 본토에 대한 침투·파괴 활동이 모두 마지노선을 건드리는 것”이라며 “절대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홍콩 시민들이 넘어서는 안 되는 ‘레드 라인’으로 ▲국가주권 훼손 ▲중앙권력 및 홍콩기본법 권위에 대한 도전 ▲홍콩을 이용한 중국 본토의 침투·파괴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선을 넘는 모든 행위를 절대 용인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시 주석의 경고는 홍콩에서 일기 시작한 독립 움직임에 쐐기를 박는 것이며 홍콩의 자치권 축소를 빌미로 중국 공산당 체제를 비판하는 서방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점점 더 거세지는 반중 감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홍콩을 중국과 일체화하는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선언으로 읽히기도 한다. 시 주석은 특히 중국에 큰 반감을 갖고 있는 홍콩 젊은이들을 직접 언급하며 “너무 많은 정치적 논쟁이 경제 발전을 저해하고 있으니 모든 것을 정치화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방침과 홍콩의 기반이 되는 중국 헌법을 분명히 이해하라고 촉구했다. 시 주석은 특히 “국가 주권·안전·이익을 지키기 위해 홍콩의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홍콩 언론들은 이를 홍콩기본법 23조를 구체화해 국가안전법을 제정하라는 명령이라고 해석했다. 중국은 영국으로부터 1997년 홍콩 주권을 반환받으면서 홍콩 체제를 규정하는 기본법을 제정했는데 이 중 23조는 한국의 국가보안법처럼 국가 전복, 반란 선동, 국가 안전을 저해하는 조직 등에 대해 최장 30년의 감옥형에 처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이와 관련한 법률을 제정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홍콩 정부는 2002년부터 국가안전법 제정을 추진해 왔으나 시민들의 반발로 아직 제정하지 못하고 있다. 시 주석은 2014년 우산혁명 이후 홍콩의 민심이 심각하게 이반되는 것을 보면서 홍콩특별행정구 정부에만 통치를 맡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제’보다는 ‘일국’을 강조해 홍콩을 중국에 확실히 묶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도 “일국이란 바탕이 견고해야 가지(양제)가 풍성해진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념행사에서는 캐리 람(林鄭月娥·60·여) 제5대 행정장관 취임 선서식도 진행됐다. 람 장관은 시 주석 앞에서 홍콩의 광둥화(廣東話) 대신 중국 본토의 푸퉁화(普通話)로 취임 연설을 했다. 람 신임 장관은 “일국양제 원칙 시행과 기본법 수호, 법치 방어, 중앙정부와 홍콩특별행정구 간 깊고 긍정적인 관계 촉진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다수 홍콩 주민들은 ‘일국’보다는 ‘양제’(자치권) 강화를 원한다. 시 주석이 떠난 홍콩에는 행정장관 직선제와 자치 강화를 촉구하는 ‘7·1 대행진’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경찰은 “거리 행진 참가자가 2003년 이후 최저인 1만 4000여명에 불과했다”고 깎아내렸다. 이에 주최 측은 “경찰의 과도한 규제와 압박 때문에 참가자가 예년에 비해 적었어도, 분노는 더 치솟고 있다”고 응수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성태윤의 경제 인사이트] 홍콩을 지키는 영국 금융제도

    [성태윤의 경제 인사이트] 홍콩을 지키는 영국 금융제도

    오는 1일은 홍콩의 주권이 중국에 반환된 지 20년 되는 날이다. 1839년 제1차 아편전쟁으로 1842년 홍콩 섬 지역이 영국에 할양됐고 1860년 구룡반도까지 영국 통치하에 들어간 뒤 1898년 신계(新界) 지역을 99년간 조차함으로써 완성됐던 영국령 홍콩은 제2차 세계대전 때의 일본 점령기를 제외하면 계속 영국의 통치를 받은 결과 중국 본토에 접하지만 영국 영향을 받으며 아시아에서 중국의 제도적 영향력과는 구분되는 무역과 금융 중심지로 특별한 위치를 지녔다.홍콩은 지금도 ‘일국가(一國家), 이체제(二體制)’ 원칙에 따라 별도의 경제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주권이 중국에 반환될 당시 아시아에서 독보적이었던 홍콩의 경제적 지위가 계속 유지될지 의문도 있었고, 최근 홍콩의 2%대 실질 경제성장률을 보면 주권의 중국 반환 이후 과거에 비해 경제력이 약화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홍콩과 함께 아시아 경제성장의 기적을 견인하는 네 마리 용(龍)으로 불리던 우리와 대만, 싱가포르 역시 모두 과거 고속성장기에 비하면 경제성장률이 크게 떨어졌음을 고려할 때 이것은 비단 홍콩만의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홍콩은 주권 반환 이후 더욱 커진 중국과의 실물경제 연계를 바탕으로 중국이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일 때는 성숙경제로서 경이적인 7~8% 성장률을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홍콩이 과거 아시아에서 누렸던 압도적인 위치를 유지할지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 광둥성과 홍콩의 경계를 이루는 선전(深圳) 지역은 과거 홍콩과 마카오의 배후 거점 정도로 이해됐지만, 경제특구로 지정된 이후 지금은 홍콩과 맞먹는 경제권으로 발전하고 있다. 비단 경제특구가 아니어도 과거 중국이 외부로 향하던 유일한 통로가 홍콩인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게 많은 대도시가 특히 실물 중심으로 홍콩에 필적하게 성장했다. 그러나 여전히 아시아에서 현재까지 다른 국가나 경제가 홍콩을 따라가기 어려운 것이 금융 분야다. 홍콩은 중국 경제와 연계된 위안화에 대해 역외시장의 기능을 하는 것과 별도로, 주권 반환 이전과 마찬가지로 아시아 지역 최고의 국제금융 중심지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국제금융 중심지 인덱스’나 ‘금융발전지수’같이 금융 중심지로서의 경쟁력이나 금융 발전 정도를 평가하면 홍콩은 런던·뉴욕·싱가포르와 함께 세계 최고 상위권에 속한다. 또한 국제 투자자들이 참고하는 투자처로서의 매력에 관한 각종 지표도 일본, 싱가포르와 함께 아시아에서는 여전히 가장 높다. 그런데 이러한 금융 안정성과 투자처로서의 매력은 영국에서 이식된 제도가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금융제도의 예측 가능성과 엄격한 투자자 보호, 그리고 사법 안정성 등 영국 제도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부분이 홍콩에 유효하게 이식된 것으로 평가된다. 예를 들어 홍콩 증권거래소는 기업공개에서 세계적인 수준인데, 이러한 기업공개가 가능한 이유 중 하나로 투자자 보호를 중요시하는 영국 금융의 전통이 역할을 하는 것으로 지적된다. 또한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 의사결정에서 투자 이후에 제도를 바꿔 버리는 제도 위험, 또는 국가 위험이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제도의 예측 가능성은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홍콩의 주권은 중국에 반환된 상태이지만, 1997년 중국에 주권을 반환하기로 약속한 1984년 중국?영국 협약에서도 50년간 기존의 자본주의적 시장경제 제도를 유지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이러한 제도의 안정성 여부가 앞으로 홍콩의 위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러한 홍콩의 상황은 우리에게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물론 인구나 경제규모 면에서 차이가 있고 중계무역에 의존하는 도시국가 성격이 강한 홍콩 제도를 그대로 모방하는 것 역시 타당하지 않다. 그럼에도 제도를 만들 때는 충분히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합리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일단 제도가 시행되면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성격을 장기간 유지해야 한다는 측면은 명심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 투자자들을 붙잡는 것은 금리나 환율뿐 아니라 국가와 정책, 제도의 안정성과 신뢰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 기저귀 보따리상·원정출산 ‘큰손’… 홍콩 반환 20년 중국과 풍경 역전

    기저귀 보따리상·원정출산 ‘큰손’… 홍콩 반환 20년 중국과 풍경 역전

    중국인 아파트 싹쓸이 땅값 폭등… 2㎡짜리 쪽방마저 월세 30만원 홍콩 지하철의 최북단 역은 로우역이고, 중국 선전시의 최남단 역은 뤄후역이다. 한자어 ‘나호’(羅湖)를 광둥어와 베이징 표준어로 각각 적은 것인데, 같은 역이다. 역사 중간에서 출입국 심사가 이뤄진다.27일 로우역은 홍콩과 중국의 경제 역전 현상을 잘 보여 주고 있었다. 홍콩에서 선전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트렁크는 가득 차 있기도 했고 텅텅 비어 있기도 했다. 짐을 가득 채운 이들의 가방엔 주로 홍콩에서 구입한 화장품과 의약품이 들어 있었다. 배를 이용해 중국으로 수출하면 높은 관세를 물기 때문에 지하철로 운반하는 듯 보였다. 빈 짐가방을 들고 가는 이들은 선전에서 물건을 가져와 홍콩에서 팔려는 사람들이었다. 둘 다 보따리상을 뜻하는 ‘다이궁’(代工)들이다. 예전엔 중국인이 많았지만 지금은 홍콩인 보따리상이 훨씬 많다. 빈 트렁크를 끌고 가던 중년의 홍콩 여성은 “똑같은 제품이라도 선전의 가격이 훨씬 싸다”고 말했다.바다 건너 선전의 롄화산 공원에는 홍콩 방향으로 걷고 있는 형태의 덩샤오핑 동상이 세워져 있다. 선전이 홍콩의 길을 좇아가야 중국이 살 수 있다는 덩의 지론을 웅변하는 동상이다. 1950~1980년대 100만명의 중국인이 선전에서 헤엄쳐 홍콩으로 밀입국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홍콩의 보따리상들이 지하철을 타고 선전으로 간다.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1997년 중국 본토의 국내총생산(GDP)은 9526억 달러였고, 홍콩은 1773억 달러였다. 홍콩의 GDP 규모가 본토 대비 18.6%나 됐다. 지난해 홍콩의 GDP 규모(3138억 달러)는 본토 대비 2.6%에 불과하다. 중국은 너무 빨리 성장했고, 홍콩은 너무 더뎠다.로우역 인근 성수이 지역은 중국의 급팽창 때문에 신음하는 곳이다. 홍콩인도 아니고 홍콩거주권자도 아닌 ‘솽페이’(雙非) 중국인들이 대거 원정출산에 나서 막상 이 지역 홍콩인들의 자녀는 가까운 초등학교에 입학하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인이 좋아하는 분유와 아기 기저귀를 공급하려는 약국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바람에 식당보다 약국이 많은 실정이다. 가장 큰 문제는 부동산이다. 중국의 큰손들이 쓸 만한 아파트를 싹쓸이해 홍콩인들의 주거환경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넓이가 66㎡(20평) 남짓한 아파트에 3~4가구가 공동으로 거주하는 현상이 보편화됐다. 독신자들은 몸만 겨우 눕힐 정도로 좁은 가로 1m, 세로 2m의 ‘관’(棺)으로 불리는 쪽방에서 살기도 한다. ‘관’의 월세도 2000홍콩달러(약 30만원)에 이른다. 홍콩 정부는 ‘관’에서 사는 이들이 20여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상수이역 주변엔 남루한 노인들이 길게 줄을 서서 온종일 주워 온 폐지를 업자에게 팔고 있었다. 한 할머니는 20홍콩달러(약 3000원) 지폐를 보여 주며 “그래도 오늘은 많이 벌었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요즘은 노인도 애들도 다 살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선전 롄화산의 덩샤오핑 동상 옆에는 “선전의 발전은 우리의 개혁·개방 정책이 옳았음을 증명해 준다”는 글귀가 있다. 앞으로 개혁·개방이 옳았음을 증명하려면 중국 정부는 ‘홍콩 살리기’에 나서야 할 것 같다. 글 사진 홍콩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데스크 시각] 2002년과 2003년, 그리고 오늘/임일영 정치부 차장

    [데스크 시각] 2002년과 2003년, 그리고 오늘/임일영 정치부 차장

    “(2003년 5월)당시 미국이 준비한 한·미 공동성명 초안에는 북핵 문제에 대해 ‘모든 옵션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 포함돼 있었다. 쉽게 말하면 (전쟁을 포함해) 모든 수단을 불사한다는 뜻이다. … 그 문장을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로 바꾸고자 안보팀이 무진 애를 썼다. 윤영관 (외교) 장관조차 미국이 우리 요구를 받지 않을 것으로 비관했다. 하지만 (노무현)대통령은 뚝심으로 밀어붙였다. 결국 우리 요청이 수용됐다.”(‘문재인의 운명’ 중) 노무현·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첫 대면이던 2003년 5월, 그리고 문재인·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만남인 2017년 6월은 14년 세월이 흘렀음에도 남북과 북·미, 한·미가 얽힌 모양새가 너무 흡사하다. 한국의 진보 대통령과 미국의 보수(공화당) 대통령 조합은 물론 한반도의 긴장이 한껏 고조된 상황 또한 닮은꼴이다. 노무현 정권 초 북핵 문제는 심각한 위기 국면으로 치달았다. 미국의 네오콘(부시 행정부의 신보수주의 강경그룹) 사이에서 북한 폭격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핵·미사일 위협이 최고조에 이른 현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당시 네오콘만큼이나 힘에 의지하는 일방통행식 대외 전략을 고집하는 건 트럼프 정부도 비슷하다. 오토 웜비어 사건으로 미국 여론 또한 북한에 어느 때보다 적대적이다. 중국과 맞물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고차방정식’도 풀리지 않는 숙제다. 이처럼 문 대통령은 역대 최단 기간은 물론 최악의 상황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치러야 한다. 문 대통령의 머릿속엔 양보할 수 없는 목표가 있다. 어떻게든 평화적 해결로 방향을 틀도록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는 것. 14년 전 노 전 대통령이 그랬듯 말이다. 상황과 목표는 비슷해도 ‘전략’은 다를 수밖에 없다. 협상은 상대가 있기 마련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지의 존재다. 문 대통령은 방미를 앞두고 과거 한?미 관계에 깊숙하게 관여했던 이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였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외교안보 핵심 참모였던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도 포함됐다. DJ도 한?미 정상외교에 어려움을 겪었다. 트럼프 대통령 못지않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미지가 강했던 부시 대통령의 취임(2001년) 직후 불확실성은 극대화됐다. DJ 스스로 “2001년 워싱턴 회담 때 한국을 변방으로, 나를 촌놈으로 알고 무시하려 했는지도 모른다”(김대중 자서전 중)고 느낄 정도였다. 고초를 겪고서 DJ는 2002년 초 부시의 방한에 철저하게 대비했다.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 대사에게 조언을 구했고, “격의 없는 ‘텍사스식 대화’를 하라”는 답을 들었다. 이에 DJ는 부시를 ‘햇볕정책’의 상징적 공간인 도라산역으로 안내했다. ‘결정적 한 방’도 준비했다. 부시가 이희호 여사처럼 감리교 신자임을 알고 반가움을 표시하면서 19세기 영국에서 감리교의 역할을 언급했고, “설명을 마치자 그(부시)의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고 할 만큼 효과적이었다. 결국 “햇볕정책을 지지한다”는 답을 받아 냈다. 문 대통령도 이런 유의 ‘꿀팁’은 충분히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조언과 철저한 사전 조율이 있더라도 정상외교의 성패는 대통령의 고독한 결단에서 갈린다는 사실을 문 대통령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터. DJ와 같은 맞춤전략, 노 전 대통령이 보여준 뚝심이 아울러 필요한 대통령의 시간이 다가온다.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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