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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불교 다시 서야 한다/여익구 전 민중불교운동연합 의장(기고)

    ◎불교 내부문제 사법부에 맡겨/종교적 위신 스스로 내팽개쳐/불자의 ‘화합 염원’ 겸허히 수용/개혁·발전의 힘찬모습 보여야 불교신자들이 많이 읽는 불서(佛書) 가운데 ‘보왕삼매론’이 있다. 이중에서 특히 많은 사람들이 즐겨 읽는 구절은 ‘세상살이 곤란이 없기를 바라지말라’는 말씀이다. 곤란이 없으면 나태해지기 마련이니 인간은 그 곤란을 약으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경책이다. 하긴 세상살이에 다툼이 없기를 바라는 것은 고려시대의 국사였던 보조국사 지눌스님이 ‘수심결’에서 비유하였듯이 ‘모래를 삶아 밥을 지어먹으려는’ 어리석음에 지나지 않는다. 문제는 그 곤란이나 다툼을 사전에 예방하던가 혹은 사후에라도 올바른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할 것이다. 영화 ‘소림사’에나 나올 법한 모습으로,아니 그보다도 더 적나라하고 다이내믹하게 폭력적 장면을 연출하여 세계적인 뉴스를 제공하더니,드디어 조계종은 지루한 법정다툼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사회법을 다루는 판사가 종교적 권위보다 우위에 서는 비극을 스스로 맞이하게 되었다. 그 어느쪽 주장이 옳든 그르든 불교내부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사법부의 판단에 맡겼다. 신도의 애환을 들어주고 해결해주어야 할 스님들이 스스로의 종교적 위신을 내버린 결과가 되고만 것이다. 4년전 조계종은 불교신자와 국민들에게 커다란 감동을 주고 새롭게 태어났었다. 대중의 열화같은 염원과 열정을 뒷받침으로 독재정권과 야합하고 정권의 시녀역할을 하면서 불교의 종교적 위엄을 상실했던 서의현체제에서 서의현의 3선출마를 저지하고 불교자주화와 민주화의 기치를 높이 들고 개혁불사를 성공리에 성취한 것이다. 그 성과로 출범한 것이 ‘송월주원장체제’이다. 그러나 개혁의 성과는 미진한채 송원장체제에 대한 대중의 불신은 날로 커졌다. 그의 3선출마가 종헌에 위배되느냐 아니냐는 본질이 아니다. 여러가지 종단운영상의 문제점으로 인해 지도자로서의 대중적 지지를 얻어내지 못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그런 상황에서 종권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종단을 파국으로 몰아가게 만든 것이다.무엇보다도 종단 최고어른인 종정의 ‘3선불출마’라는 질책을 ‘불순한 세력의 사주’라고 비하한 것은 실로 전대미문의 독선인 것이었다. 최소한 대중의 여론과 어른의 말씀을 받아들였다면 차기총무원장선거는 종단운영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정책과 인품의 대결로,개혁의 성과는 한층 발전하고 불자는 불자라는 자긍심에 기꺼워했을 것이다. 여론과 가풍을 무시한 결과는 너무도 참담하게 나타났다. 송원장 자신도 불명예스럽게 퇴진해야 했고 그후 종권을 둘러싼 물리적 공방은 4년전의 감동을 완전히 땅에 떨구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이 종권다툼에 재가자들 마저 개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종단운영을 감시하고 올바른 길을 제시하고 이끌어갈 책임이 재가자들에게도 있다. 바로 4년전 부패한 종권을 개혁하는데 헌신적으로 앞장을 섰던 모습이 진정한 재가불자들의 전형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광란의 현장을 연출하고 있는 무리들의 현장에 서서 분규를 부채질하는 것은 진정 올바른 불자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선과 정의는 어디에도 없다. 어느 편도 싹쓸이는 있을 수 없다. 모두가 승복할 수 있는 정당한 절차가 아니면 조계종의 내분은 끝이 없게 된다.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모든 당사자들의 대표가 자리를 함께 하여 타협과 화합의 길로 가서 원융한 종단으로 일어나 개혁과 발전의 힘찬 모습을 국민앞에 보여야 한다. 그래야 불교는 새로운 세기를 맞이하는 역사앞에 굳건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공동정권 현주소와 전망(정권교체 1주년:上)

    ◎與 시행착오 떨치고 정책정당 굳혀/金 대통령 내일 기념식서 2與단합 역설/공동정권에 힘실어 앞으로 4년 다지기 18일로 정권교체 1년을 맞는다. 여당으로 거듭난 국민회의는 ‘야당같은 여당’이라는 질타속에서도 건전한 정책정당으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고 야당은 초유의 ‘돈가뭄’속에 내홍(內訌)에 시달리며 위상찾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정치는 정쟁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정치개혁은 아직 먼나라 얘기로만 들린다. 정권교체 1년을 맞아 여야 정당의 변신 몸부림과정치행태의 변화,정치개혁 실제·전망 등을 짚어본다. 공동집권 1주년 기념식이 성대하게 열린다. 두 여(與)는 원래 조촐한 행사를 계획했다. IMF상황에 맞춘다는 취지였다. 조용히 공동정권 1년을 되돌아본다는 데만 뜻을 뒀다. 그러나 규모가 커졌다. 앞으로의 4년을 다지는 의미를 새로 부여했다. 국민회의는 처음에 趙世衡 총재권한대행을 최고위 대표로 했다. 자민련은 朴泰俊 총재로 했다. 그러나 金大中 대통령이 참석의사를 전해왔다. 격에 맞춰 金鍾泌 국무총리도 참석하기로 했다. 규모도 격상된 행사에 맞췄다. 참가인원을 늘렸다. 양당에서 500명씩 참석하기로 했다. 총재단 및 고문,국회의원,지구당위원장,중앙당 당직자들이 모두 참석한다. 외부인사 100명도 부른다. 직능단체 대표는 물론 대학생도 초청대상이다. 여기에 약간의 이벤트를 준비했다. 유공 당원에 대한 포상이 이뤄진다.양당에서 2명씩 뽑는다. 영상물 상영도 계획했다. 金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은 공동정권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뜻이다. 자민련을 안고 가겠다는 의지 표현이기도 하다. 자민련은 공동정권에 대한 소외감이 적지않다. 그동안 각종 정책을 둘러싼 이견도 자주 불거졌다. 국민회의측으로서는 자민련이 주요 대목에서 발목을 거는 모양새를 보인 데 대해 섭섭함을 표출했다. 내년에는 내각제 개헌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이를 놓고 양당간 기류는 엄연히 다르다. 金대통령으로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충돌마저 우려된다. 행여 정계개편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되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여당 어떻게 변했나/투사서 국정운영자로 거듭나기/‘초보운전’ 시선 불구 경제회생 발판 구축 평가 정권교체 1년은 국민회의로선 ‘초보운전당’이란 따가운 시선과 50년만의 정권교체라는 기대속에서 집권당으로의 착근(着根)을 시도한 시기로 볼 수 있다. 단정적 평가는 다소 이르지만 개혁과 경제회생의 ‘전위대’로서 비난과 찬사가 엇갈리는 형국이다. ‘야당투사’에서 ‘국정운영자’로 거듭나기까지 적지않은 시행착오도 겪어야 했다. 국가부도 위기에서 벗어나 금융구조조정 및 재벌개혁,외화유치 등에서 가시적 성과를 도출,경제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일단은 성공적 출발을 했다는 평이 우세하다. 하지만 아직 집권당으로서 체질개선과 원숙한 국정운영은 과제로 남아있다. 완전히 걸러내지 못한 ‘야당 체질’과 어설픈 ‘여당 변신’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정책혼선이 대표적 사례다. 그린벨트 재조정과 팔당 식수댐건설,교원 정년단축과 인권법 제정,중앙인사위원회 설치문제등 수를 헤아리기도 어렵다. 하루아침에 번복되는 각종 정책은 국정운영의 차질로 이어졌고 야당의 정치공세에 빌미를 제공한 측면도 컸다는 지적이다. 지도체제 정비도 시급한 과제다. 趙世衡 총재권한대행의 ‘과도체제’로는 험난한 개혁과제를 실현하기에 다소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정치권 사정 등 국정운영의 고비때마다 ‘청와대 지침’을 기다리는 소극적 자세도 시정돼야 할 대목이다. ◎한나라당의 야당 1년/內訌속 ‘야체질 익히기’ 몸부림/초당적 자세 결여… 李 총재 지도력 도마위에 고대 그리스신화는 바람직한 야당의 모습으로 주신(主神) 제우스에게 일관되게 냉철하고 이유있는 비판을 제기한 프로메테우스를 꼽고 있다. ‘반대를 위한 반대’ 차원이 아니라 강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지도자와 견제자의 균형을 깨뜨리지 않는 혜안(慧眼)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이 신화학자들의 해석이다. 그러나 유일 야당인 한나라당의 현재 모습은 판이(判異)하다. 한나라당이 처한 위기의 본질은 정체성 결여에 있다. 정권교체 1년이 되도록 야당다운 야당 모습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있다. ‘곧은 소리’로 정부여당을 비판하면서도 주요 국정에는 협조를 아끼지 않는 초당적 자세가 아쉽다는 지적도 같은 맥락이다. 대표적 사례가 金鍾泌 총리 인준동의안 처리문제. 당내 일부 초·재선의 강경한 목소리에 당 전체가 휘둘려 ‘건전 야당으로 변신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고 정부 여당의 발목이나 잡으려든다’는 비난여론을 떠안았다. 내부 불협화음도 정체성 결여에 한몫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정권을 잃은 뒤 줄곧 내홍(內訌)에 시달렸다. 강력 야당을 기치로 지난 8월 李會昌 총재 체제가 출범했지만 비주류의 ‘분파적’행동은 고비때마다 재연되고 있다. 당연히 李총재의 정치력이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시대를 초월한 야당의 위상을 한마디로 정의하긴 어렵지만 현재 한나라당이 고대 그리스신화의 지혜를 따르기엔 역부족인 셈이다. ◎정치행태 1년/정책중심 정치문화 새싹/여야 당리당략에 발목잡혀 입씨름은 여전 정치행태는 구태를 벗지 못했다. ‘식물국회’ ‘방패국회’라는 비난 목소리가 높았다. 당리당략에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정책중심의 정치문화가 싹트는 긍정적 측면도 있었다. 정치권은 노사정위 출범,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처리,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추경예산안,국회의장 선출,총풍·세풍 관련 정치인 사정,제2건국운동시비 등 일련의 쟁점을 둘러싸고 끊임없는 공방을 계속했다. 민생정치는 항상 뒷전이었다. 여당은 ‘야당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다’며 책임을 야당에 돌렸고 야당은 ‘표적사정,정치보복’이라며 여당을 몰아쳤다. 국회는 고성과 욕설이 난무했고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는 흑색선전과 인신공격으로 얼룩졌다. 새정부 들어 처음으로 맞이한 정기국회도 정쟁의 중심무대가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국정감사는 총풍·세풍·병풍 등 이른바 ‘3풍사건’의 연장이었다. 예산안도 법정처리 시한을 일주일 넘긴 뒤 한나라당 의원들의 퇴장 속에 여당의원들의 기립 표결로 처리됐다. 날치기만 아니었을 뿐 과거와 차이가 없었다. 제2건국운동 관련 예산편성이 빌미가 됐다. 그러나 나름대로 평가할 대목도있었다. 여야를 떠나 개혁성향의 초선의원들이 보여준 정책국감이나 각종 정책자료집 발간,각종 세미나와 공청회 개최등은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이와 함께 시민단체의 참여정치 확대는 정치제도 개혁과 더불어 정치행태의 변화 청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여야가 바뀐 의원들은 달라진 환경을 실감해야 했다. 중앙선관위가 지난 9월말 기준으로 집계한 의원들의 모금액은 국민회의 9,606만원,자민련 6,373만원,한나라당 4,293만원 등 순이었다. ◎정치개혁 어떻게 되나/政爭 휘말려 개혁 ‘소걸음’/여야 “조속추진” 합의만 해놓고 해 넘겨 정권교체 후 여권은 정치개혁 추진에 상당한 무게를 실었다. 정치권이 가장 후진적인 분야로 국민에게 인식돼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정치개혁은 ‘황소걸음’이었다. 여야 정치인들이 스스로의 개혁 채찍질에 인색했고 국회에서도 수많은 시간을 정쟁에 할애했기 때문이었다. 정치개혁은 지난달 10일 여야 총재가 ‘빠른 시일내 본격화한다’는 데 합의함으로써돌파구를 여는 듯했다. 국회정치구조개혁특별위원회(위원장 林采正 의원)가 구성돼 일단 국회·정당·선거제도개혁 가운데 국회개혁을 이번 정기국회 회기안에 마무리하기로 했다. 국회개혁에는 국회의장의 당적 박탈,상임위의 일문일답식 진행,예결위 상설화여부가 요체. 하지만 ‘총풍’ ‘세풍’ 등 정치적사건에 휘말리면서 회기내 국회법 개정은 물건너갔다. 여야가 오는 19일부터 20일동안의 회기로 임시국회를 열기로 했으나 올해안 처리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치개혁안 중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의 도입여부. 이 망국적인 동서(東西)지역구도를 타파하기 위해 국민회의가 내놓은 개혁안이다. 비공식적으로는 자민련과 한나라당이 이 제도의 도입을 반대하는 상황이다. 자민련은 정당지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비례대표’를 통한 의원 확보가 불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논란중인 국회의원 정수는 고비용 정치구조 해소를 위해 현행 299명 중 49명을 줄여 250명으로 하자는 데 여야간 이견이 없는 상태다. 국민회의 鄭均桓 사무총장은 “임시국회의 우선순위가 500여건의 민생법률안 처리여서 현재로서 정치개혁 협상은 더 미뤄질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정치개혁의 한 부분인 국회개혁 역시 내년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 ‘軍 의문사’ 모두 20여건/사례와 문제점

    ◎유족들 재수사 요구해도 묵살 예사/지금까지 대부분 자살·사고사 처리 자살 타살의 여부가 분명하지 않으면서 사인에 관한 진실이 은폐되거나 조작되었다는 의혹이 있는 죽음인 의문사는 특히 군부대 내에서 많이 발생해왔다. 군의 본질인 구성원간의 수직적 관계가 잘못되어 ‘석연치 않은 죽음’을 싹틔운 토양으로 변질되었다고 볼 수 있다. 독재 정권 시기일수록 이 토양은 비옥해져 의문사가 많았다. 전국 민족민주 유가족협의회(유가협) 등에 따르면 의문사는 총 40여건에 달하며 이중 군부대 의문사가 20여건으로 절반이 된다. 특히 유가협은 군사독재정권인 5공과 6공 초기인 80년부터 88년 사이에 무려 18건의 군 의문사가 있었다고 밝혔다. 국정감사가 부활된 지난 88년 10월 국방부는 이제까지 군대에서 안전사고로 3,723명이,군기사고로 2,670명이 사망했으며 군기사고중 2,254명이 자살,나머지는 폭행으로 죽었다고 공식 발표했었다. 유가협이 제기한 군 의문사는 모두 성격결함,환경비관 등의 염세성 자살이거나 사고사인 것으로 처리되었다. 즉군에는 한건의 의문사도 없음을 천명한 것이다. 군 의문사 관련 가족들은 군부대가 자식들의 죽음을 연락하는 데는 크게 지체하지 않았지만 부대에 도착해도 상황을 설득력있게 설명해주기는 커녕 돌연사태에 경황이 없는 틈을 타 화장동의서를 받는 데 급급했다고 불평하고 있다. 유가협이 제기하고 있는 군 의문사는 5공 초기 시국관련 문제 대학생들을 강제징집하고 강제순화 교육을 실시한 ‘녹화사업’에서 처음 발생했다. 강제징집된 6명의 학생들이 프락치 역을 강요받으며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는 소문이 83년말부터 학원가에 돌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 5공은 국방장관의 국회보고를 통해 이들의 죽음이 모두 염세성 자살이거나 군기사고라며 의문사 의혹을 부인했다. 84년에 사망한 허원근의 경우 아버지가 앞가슴에서 어깨뼈를 관통하여 갈비뼈가 어깨 등뼈를 뚫고 나왔는데 어떻게 팔을 움직여 다시 총을 잡아 제 2, 제3의 총알을 쏠 수 있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하자 부검의로 나온 군의는 “총을 일곱발이나 맞고도 살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87년에 사망한 이이동의 경우 아버지가 지문채취와 부검 미실시,사체검안 및 현장검증 등에서의 의문사항을 들며 재수사를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또 87년 박상구의 의문사에서는 농약을 먹고 병원에서 죽었다는 군부대의 설명과 달리 부대내에서 타살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우측 목 부근에 칼 자국이 있어 어머니가 손가락을 넣어보니 끝이 닿지 않았으며 목이 졸린 흔적이 역력했다.
  • 2與,중앙인사위 신설 대립

    ◎국민회의 “대통령 직속 정부안 국회회기내 처리를”/자민련 “각료 임명제청권 있는 총리의 직속으로” 공동여당이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또 대립하고 있다.국민회의와 자민련,행정자치부는 7일 당정회의를 열어 중앙인사위 신설 등이 골자인 이법 개정안에 대해 논의했으나 고성까지 오간 끝에 결론을 내지 못했다. 국민회의와 행자부측은 지난달 정부가 법안을 정기국회에 제출한 만큼 회기 내에 처리하자고 제의했다.그러나 자민련측은 대통령 직속으로 중앙인사위를 신설하는 내용에 위헌시비 등을 제기하며 반대했다. 자민련 金學元 의원 등은 “현행 헌법은 국무총리에 임명제청 및 해임건의 권을 부여하고 있으므로 중앙인사위를 대통령 직속에 두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의결권이 없는 순수한 대통령 자문기구로 하든지,총리 직속으로 두자는 입장을 제시했다. 그러나 국민회의 金元吉 정책위의장과 金正吉 행자부 장관 등은 “인사안은 행정 각 부처에서 총리를 거쳐 인사위로 올라오는 데다 국무회의 심의를 반드시 거치게 되어 있는 만큼 문제가 없다”고 반대논리를 폈다. 양측은 각 부처 실·국장급의 30%를 외부에서 영입하는 개방형 직위제의 도입을 놓고도 맞섰다.국민회의측은 정부원안 처리를 제의했으나,자민련측은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백지위임함으로써 자칫 엽관제로 흐를 우려가 있다”고 맞섰다. 양측은 고성을 주고받으며 격론을 벌였다.李행자위원장은 논의를 중단하고 퇴장하기까지 했다.결국 “앞으로 절충을 계속하자”는 국민회의 金의장의 제의에 따라 논의를 뒤로 미뤘다. 자민련 朴泰俊 총재는 오후 의원총회에서 진무에 나섰다.朴총재는 “내용의 본질을 충분히 공부한 뒤 토론해야 할 것”이라고 논란 중단을 주문했다. 그러나 국민회의 성토 분위기는 계속됐다.李행자위원장은 “국민회의 金의장은 폭언에 가까운 얘기를 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趙永載 의원은 “양당간에 총리 권한 강화를 약속해놓고 청와대가 인사문제까지 챙기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朴총재는 “토론이 끝났는데 왜 자꾸 얘기하느냐”고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 5대 그룹 개혁 본격화­정·재계 간담 ‘합의문’ 함축

    ◎재도약 발판 ‘구조조정 大憲章’ 마련/국가신인도 제고­外資 대거유입 등 경제회생 촉진/사실상의 재벌해체 수순… 철저한 이행­감시 필요 재벌개혁의 ‘대헌장(大憲章)’이 마련됐다. 지난 1월13일 金大中 대통령과 재벌총수들이 합의한 핵심 분야 설정 등 기업구조조정의 ‘5대 원칙’이 1년간의 산고(産苦) 끝에 제모습을 드러냈다. 정부의 ‘시장개입’이라는 논란과 거듭되는 재계의 반발로 개혁에 대한 의구심이 일었던 게 사실이나 정부와 재계가 ‘대타협’을 일궈냄으로써 한국 경제는 재도약의 ‘초석(礎石)’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대외적으로는 외국투자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대외신인도 제고와 외자유치의 가속화가 예상된다. 대내적으로는 주력업종으로의 재편으로 대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져 경제회복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재벌들은 1인 족벌체제가 와해돼 사실상 그룹 해체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金대통령이 7일 직접 주재한 간담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합의문에 명문화한 것은 金대통령의 개혁의지를 반영한것으로 가히 혁명적이다. 정부는 금융과 기업의 구조조정을 통해 우리 경제의 고질적 병폐인 ‘고비용·저효율’의 악순환을 끊고자 했다. 역대 정권들이 집권 초기에 재벌개혁을 강도 높게 외쳤으나 결과는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나 당초 개혁에 대한 낙관론과 비관론이 혼재했었다. 그러나 건국 이래 최대 국난(國難)으로 표현되는 IMF체제로의 이행이 재벌개혁에는 날개를 달아 주는 역할을 했다. IMF는 1년 이내에 금융과 기업구조조정을 끝낼 것을 요구했고 새 정부는 대외신인도 제고를 위해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개혁에 채찍질을 가했다. ‘위기에서의 탈출’을 위한 급박한 개혁이었기에 혼선을 빚기도 했으나 금융개혁은 9월 말을 전후로 일단락됐다. 이 과정에서 금융기관들의 ‘제몸돌보기’ 때문에 신용경색이 심화돼 실물경제는 때아닌 ‘홍역’을 겪었다. 자금시장에서의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심화되자 정부는 돈줄을 죄면서 재벌에 대한 개혁의 고삐를 더욱 죄었다. 그동안 기업구조조정은 현란한 수사가 따르는 빅딜에만 매달려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 그룹 차원의 ‘선단(船團)식’ 경영에서 개별기업 차원의 ‘독립적’ 경영으로 전환하려는 개혁의 본질이 빅딜에 호도되기도 했다. 청와대와 금융감독위원회는 조찬간담회 등을 통해 5대 그룹에 압박을 가했다. 부채비율 200%로의 감축에 이어 퇴출을 뜻하는 금융기관 여신중단이라는 ‘초강수’도 마다하지 않았다. 연내에 다른 업종간 상호 지급보증을 해소하라는 지침은 재벌개혁이 구두선(口頭禪)이 아님을 보여주는 ‘신호탄’이었다. 빅딜도 7개 업종으로 구체화하고 5대 그룹 계열사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으로 지정하자 결국 재계는 승복했다. 삼성전자와 대우자동차의 맞교환도 회생을 위해 추진된 그룹 차원의 자구노력이었다. 그러나 이제부터 시작이다. 7일 정·재계간담회에서 합의한 사항은 재벌개혁의 ‘초벌’일 뿐이다. 이를 시행하고 하지 않고는 주채권은행단과 5대 그룹에 달렸다. 정부가 이행 여부를 감시하겠지만 결국 주체는 재계일 수밖에 없다. 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한국의 원화표시 국채를투자적격으로 평가하면서 국가 신용등급 조정을 유보한 것은 재벌개혁의 골격이 마련되는 12월을 지켜보기 위해서다.
  • 軍은 심기일전 국민신뢰 회복하라/池萬元 군사평론가(기고)

    ◎재발없게 근본적 사고예방시스템 세워야/장관이 직접 나서 기강해이 바로잡도록 최근 사흘 사이에 3건의 군부대 사고가 발생했다. ‘공룡’ 같은 군이 통제력을 잃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국민들 사이에는 폭탄을 안고 사는 게 아니냐는 공포감도 일고 있다. 군이 받았을 충격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당황만 하지 말고,속히 정신을 가다듬기 바란다. 사고예방은 강력한 명령이나 당부로 실현되는 게 아니라 시스템을 바로 잡아야만 가능하다. 지난 3일 국방장관은 전군지휘관회의에서 사고예방을 각별히 당부했다. 그러나 그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사고는 연속해서 일어나지 않았는가. 군은 사고가 날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인 원인부터 먼저 규명해야 한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지대공미사일 나이키의 오발사고부터 분석해 보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군의 발표처럼 회로문제 때문에 발생한 단순사고는 아닐 것이다. 첫째,실전상황이 아니면 잠금 스위치는 언제나 안전(SAFE)에 놓여져 있다. 설사 발사단추를 잘못 누른다 해도 미사일은 발진될 수없다. 누군가가 안전장치를 풀어놓았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둘째,사고는 매일 실시하는 일일 훈련과정에서 발생했다. 군의 발표대로 회로에 이상이 생겼다고 하면 누군가가 사고 전날 밤에 회로를 변경시켜 놓았어야 한다. 회로기판이 설치된 이후 그 포대는 수많은 훈련을 되풀이했다. 회로기판이 낡았다고 해서 스스로 경로를 바꾸지는 않는다. 그 많은 날 이상없던 회로가 하루 사이에 저절로 바뀌어졌단 말인가. 셋째,점화스위치는 일일 훈련과정에서도 켜지 않는다. 누군가가 스위치를 올려놓았을 것이다. 넷째,발사 각도가 90도 가까이 하늘을 향했다면 마하 3.5의 빠른 속도를 갖는 유도탄은 3초 후에 포대 상공에서 폭발했어야 한다. 그러나 군은 300m 상공에서 폭발했다고 발표했다. 300m 공중에서 폭발한 파편이 5㎞ 밖으로 흩어졌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 유도탄의 고도와 방향을 정밀분석해야 한다. 다섯째,나이키 10개 포대 가운데 하필이면 인천 포대냐에 대해서도 눈길을 돌려야 한다. 강원도 고성에서의 포탄사고도 결코 병사 한사람이 몰래 일으킨 사고가 아닐 것이다. 포탄 캡슐은 아마도 제대병에게 주는 기념품으로 널리 통용되고 있었을 것이다. 군은 사고가 날 때마다 논리에 맞지 않는 내용으로 국민을 속이려 했다. 사고를 근본적으로 예방하려면 사고의 본질을 분석해서 교훈을 추출해야 한다. 그런데 군은 사고의 본질을 쓸어묻기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사고에서 교훈을 배우지 못하기 때문에 사고의 원인은 그대로 잠재해 있는 셈이다. 속이기 잘하는 상관들을 존경하지 않기 때문에 기강이 해이해지고,기강이 해이해지니까 사고가 증폭되는 것이다. 따라서 장관은 조사를 부하에게만 맡기지 말고 가장 위험한 사고가 발생한 나이키 포대에 가서 직접 문제와 맞부딪쳐야 한다. 그래야만 사고 예방시스템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다. 부하들로부터 속지않는 방법도 터득할 수 있다. 장군들도 그런 업무 스타일을 본받으려 할 것이다. 햇볕정책은 튼튼한 안보를 전제로 하고 있다. 튼튼한 안보는 이처럼 장관의 야무진 행동이 있어야 뿌리내릴 수 있다.
  • 인간 가치를 위한 경제/조비오 신부(대한광장)

    “누구든지 가톨릭 신자이면서 동시에 공산주의자가 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공산주의 사상은 ●생명관이 현세에 국한되고 ●사회복리에 최고 목표를 두고 생산을 제1목적으로 삼는 사회구조 형태를 지향하며 ●진정한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인정하지 않고 사유 재산권과 시장경제의 개인 영리추구나 자유경쟁을 부인하는 유물사관적 이념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체제는 그러나 공산주의 사상과는 반대로 사유재산과 시장경제·자유경쟁 등을 인정한다.그 때문에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는 거의 1세기동안 대립과 갈등을 보여왔다.지금은 자본주의가 완승을 거두었으나 아직도 불씨는 남아 있다. ○비민주적 사고 혁신 긴요 지금의 국민정부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양대 축으로 하여 제2건국을 선도해 나가고 있다.그러나 50년간 누적된 불합리하고 비민주적인 병폐와 인습 및 고정관념을 변혁하고 쇄신하는 데는 많은 장애와 어려움이 있다.그러므로 제2건국의 성공을 위해서는 혁명적 사고의 전환이 요구된다.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유로운 시장경제 이론이 거의 지배적이다.그러나 공산주의 이론을 극복한 교회와 미래를 내다보는 경제학자들은 현재를 주도하는 자본주의 체제와 시장경제의 불평등성과 부적합성을 지적하고 미래의 경제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약소국가 미개발국에 대한 강대국의 경제·정치적 지배와 약육강식의 결과로 시장경제라는 미명하에 약자는 도산하고 경쟁에서 탈락하거나 이익을 빼앗기며 부채가 늘어갈수록 종속되거나 경쟁력이 약화되어 도태당하는 비참한 경우가 수없이 발생하게 된다. 둘째,영적,인간적 가치를 망각하고 재물지상주의로 인하여 물질적 발달과 풍요를 삶의 질적 향상으로 생각하거나 지상천국의 성공으로 여기고 있다. 셋째,생활대책 없는 영세민과 국가간 불균형을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시장경제를 이끄는 것은 불가능하다. 넷째,시장경제는 경제,정치질서,사회구조,환경을 인간존엄성과 인간가치를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기 전에 이미 그것을 크게 해치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이러한 문제 때문에 미래 지향적인 경제이론은 다음과 같은 인간중심으로의 경제체제를 지향하고 있다.●국가는 공익을 보호하기 위해 시장경제의 무한 경쟁으로 빚어지는 강자의 횡포를 법적으로 규제해야 한다 ○독점행위 공익차원서 제재 ●공익차원에서 기업의 독점행위를 독점금지법으로 규제하고 부당 내부거래를 감독해야 한다 ●시장경제하의 이윤 극대화와 무제한 재산축적을 막기 위해 국가의 제재와 조절이 필요하다 ●재산은 개인의 이익과 공공이익을 도모해야 하는 것이므로 시장경제가 공익을 저버리는 경우 사회정의와 인간가치의 존엄을 위해 국가는 공정한 분배정의를 실현할 의무가 있다. 교회는 그러나 국가가 인간의 자연권(기본권)을 박탈하면서까지 공익을 도모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반대한다.하지만 교회는 인간본성과 본질적 성향으로 보아서 사회정의 구현과 공익의 균형을 이루기 위하여는 시장경제의 조절기능과 감독권을 국가가 강력히 행사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인간존엄성의 기초 위에 인간가치 구현을 위해 추진하는 개혁은 성공할 것이다.
  • 작가정신 ‘소설향 시리즈’ 6권 잇따라 출간

    ◎중편소설로 문학출판 활로 연다/이윤기 ‘진홍글씨’ 김채원 ‘미친상의 노래’ 등/장·단편에 대한 상대적 소외감 덜고/90년대 거품제거… 문학본질에 더 접근 침체된 국내 문학출판의 활로를 중편소설로 연다. 도서출판 작가정신이 ‘소설향 시리즈’란 이름으로 6권의 중편소설집을 내놓았다.‘소설향’이란 소설의 향기 또는 소설의 고향이란 의미로 붙여진 말.이윤기의 ‘진홍글씨’,김채원의 ‘미친 사랑의 노래’,이순원의 ‘해파리에 관한 명상’,윤대녕의 ‘장미창’,배수아의 ‘철수’,조경란의 ‘움직임’ 등이 그 이름에 값하는 책들이다. ‘노블레트’로도 불리는 중편소설은 장편소설보다 짧고 단편소설보다는 긴 소설을 가리키지만 그 한계는 뚜렷하지 않다.중편소설의 분량은 보통 200자 원고지 250∼300장 정도.멜빌의 ‘빌리 버드’,스티븐슨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제임스의 ‘나사의 회전’,콘라드의 ‘어둠의 속’ 같은 친숙한 외국작품들이 모두 중편이다.하지만 우리문학의 경우 중편소설은 상대적 무관심 속에 소외돼온 측면이 없지않다. 이번에 나온 ‘소설향 시리즈’는 중편소설이라는 출구를 통해 90년대 우리 문학의 거품을 걷고 문학의 본질에 한발 다가서게 한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소설향 시리즈’ 가운데 특히 주목할 만한 작품은 98 동인문학상 수상작가인 이윤기씨의 ‘진홍글씨’.남성작가로서는 처음으로 여성억압적인 현실을 문명사적 시각에서 비판한 작품이다.여성문제에 관한한 자각적이고 선진적인 의식을 지녔던 남편이 ‘가부장제의 종’으로 전락하면서 이야기는 본궤도에 오른다.남편의 배신을 계기로 주인공인 어머니는 여성이라는 성의 비극에 눈뜬다.그는 마침내 고대 여인국의 여전사인 ‘아마존’의 충실한 후예가 될 것을 선언한다.활을 쏠 때 시위에 걸린다고 오른쪽 유방을 잘라냈다는 잔인한 무인족속.그 길을 걷는 주인공에 대해 작가는 적극적인 해석을 내린다.“아마존의 오른쪽 젖 자르기는 병원의 무영등(無影燈) 아래서 벌어지는 현대의 매스텍터미(유방절제수술)가 아니다.그것은 모성의 일부를 포기하더라도 남성의 노예노릇을 거절하겠다는 피눈물나는 선택의 산물이다” 한편 작가정신측은 매달 한 두 권씩 신작 중편소설을 꾸준히 펴낼 계획이다.한수산 윤영수 은희경씨 등의 작품이 곧 나온다.
  • 경제청문회­각계의 목소리

    ◎예정대로 열어 환란원인·책임 규명”/재발방지 시스템구축에 목적둬야/국론분열·갈등증폭으로 가선 안돼/시민단체 ‘청문회 운영’ 감시활동을 오는 8일부터 열릴 예정인 경제청문회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아직 청문회 명칭,대상,특위구성,증인선정 등 어느 것 하나 합의된 게 없다.모두가 여야의 당리당략 때문이다.반면 IMF로 고통을 겪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은 청문회를 예정대로 열어 환란(換亂)을 불러온 원인과 책임자가 누구인지를 가려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민심(民心)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金潤煥 경실련 공동대표 경제청문회는 경제위기에 대한 철저한 책임규명과 재발방지 시스템 구축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꼭 열어야 한다.과거 정권에 대한 ‘정치재판’식으로 해서는 안된다.경제위기를 불러온 부실의 내용과 원인을 밝혀서 시장경제의 제도적 인프라를 구축,새로운 시장경제 메커니즘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청문회는 정치성이 개입되면 안된다.정치적 희생양을 찾는 식으로 운영되어서도 안된다.사람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사업단위별로 접근해야 한다.각 사업단위별로 발생한 부실사안을 조사하는 것으로 출발해 그 부실의 원인을 규명하고 부실이 발생한 원인을 제공한 책임자들을 밝혀내는 접근방법을 써야 한다. ●崔容碩 변호사 여야는 경제위기에 처한 원인을 규명하고 경제개혁의 교훈을 얻기 위해 경제청문회 개최에 합의했다.그러나 청문회 개최를 위한 국정조사 특위위원의 배분,위원장 선임 및 증인의 범위를 놓고 난항을 거듭한다.더욱이 새해 예산안도 경제청문회의 협상 테이블에서 ‘볼모’로 표류하는 것을 볼 때 심히 유감이다. 경제청문회는 국민에게 이처럼 고통을 안겨준 데 대한 사실규명을 위한 과정이고 합의이다.아픔을 딛고 일어서려는 우리 국민의 결연한 의지를 실행할 수 있는 초석이 되고,이런 국민의 뜻이 관철돼야 한다. 여야는 대승적 차원에서 청문회를 하는 목적과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수용해야 할 것이다. ●孫鳳淑 정치개혁연대 의회발전시민봉사단 공동대표 경제청문회를 열어 문민정부의 경제정책실정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정치권에서 경제청문회를 열기로 합의를 해놓고 열지 않는다면 과연 국민들이 납득을 하겠는가.그런데도 정치권은 金泳三 전 대통령을 부를 것인가,말 것인가 등 지엽적인 문제로 싸움을 벌이고 있는데 이것은 바람직하지 않다.金전대통령을 증언대에 세우는 문제가 중요한 본질은 아니다.청문회를 열어 정책의 난맥상을 따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 경제청문회가 정치권의 일정을 발목잡는 것으로 가서는 안된다.청문회를 구실로 중요 민생법안이나 개혁입법 등의 처리에 차질을 빚어서는 안된다. ●金榮培 경영자총협회 상무 경제청문회는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총체적 경제위기의 근원을 짚어내고,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해 현 경제위기 극복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 데 개최 목적이 주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국민에게 경제위기의 원인에 대한 실상을 알리는 것만큼이나,진상규명이 위기의 진단과 처방에 사용되도록 하며,책임자 규명이나 처벌에 경도되어 또다시 국론분열과 갈등 증폭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청문회가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국민적 여망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진력해 주길 바란다. ●趙己淑 이화여대 교수(정치학) 이번 경제청문회는 역사적 선례를 남긴다는 차원에서 반드시 열려야 한다.결과 자체에 큰 기대를 걸지 않지만 ‘책임정치’라는 측면에서 역사의 준엄한 심판대가 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이 “경제청문회를 반드시 열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한 상태에서 진통을 거듭하는 것은 정치력 부족 때문이다.선거법 개정이나 선거소송 취하 등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에 대해서는 하지 말래도 정치적 야합과 ‘뒷거래’에 능숙하지만 민생이나 정치현안에 대해서는 협상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국민들을 무서워하지 않는 우리의 정치문화가 주된 이유다.따라서 여론과 시민단체들이 합심해서 이번 청문회가 반드시 열리게 하고,또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감시활동이 필요하다.
  • 민주열사열전:17/88년 투신·분신3명의대학생(정직한역사되찾기)

    ◎‘허울뿐인 민주’ 항거… 생명의 불꽃 살라/조성만­민주화운동 통일논의 새장 열어/최덕수­광주항쟁 진상규명 국조권 요구/박래전­“양심수 석방… 죽음 더 없어야” 유서 16년만에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과 함께 1988년 6공화국이 시작되었으나 진정한 민주정부를 갈망하던 국민들은 허탈감과 패배의식에 사로잡혔다.직선제란 모양을 갖췄을 뿐 6공 盧泰愚 정권은 5공 군사정권의 연장이라는 인식이었다. 6공은 공식 출범 전부터 민주화추진위원회 등을 구성하며 ‘민주화’ 정책을 차례로 발표했다.군사독재 정권인 5공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선언인 셈이었다.그러나 6공 출범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5월 중순부터 20일간에 걸쳐 3명의 대학생들이 ‘노태우정권 타도’를 부르짖으며 젊은 목숨을 잇따라 내던졌다. 87년 12월 대선 때 문민정부의 도래를 꿈꾸었던 많은 사람들은 체념과 함께 6공 출범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나아가 일말의 기대감도 없지 않았다.80년 5·18 광주학살 피해자들이 처음으로 민주화추진위에서 증언하기도 했다.그러나6공이 요란한 선전과 함께 내놓은 민주화정책들은 군사정부의 연장이라는 정권의 본질적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진정한 개혁이 절실한 때에 어설픈 개랑주의의 깃발만 펄럭이는 모습이었다.세 젊은 학생은 이를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세 대학생의 잇따른 투신·분신을 두고 일부 사람들은 운동권의 좌절감과 방향감각 상실을 웅변해준다며 냉소적으로 바라보았고 정권도 이런 쪽으로 몰고갔다.그러나 수십,수만명의 시민·학생들이 이들의 장례식에 참석했다.세 학생은 직선제 정부의 출현에 만족해하려는 현실순응의 추세를 질타하면서 우리에겐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 해결해야만 하는 민주 현안이 산적해있음을 죽음으로 일깨웠다.이에 많은 국민들이 각성하고 공감을 표한 것이었다. ○시청앞 장례식 노제 30만 인파 운집 88년 5월15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민가협 등 재야 민주단체 주최로 ‘양심수 전원석방을 위한 범국민 결의대회’가 진행되고 있었다.다른 한쪽에서는 100여명의 청년들이 참가한 명동성당 청년단체연합회(명청) 주최 ‘광주항쟁계승 마구달리기 대회’가 열리고 있었다.출발신호를 기다리던 오후 3시38분.서울대생(화학과 2년)으로 명청소속 가톨릭민속연구회 회장인 趙城晩이 구내 교육관 4층 옥상에 나타나 핸드마이크로 사이렌을 울린 뒤 “양심수 가둬놓고 민주화가 웬말이냐” “공동올림픽 개최하여 민족통일 앞당기자” “광주학살 진상규명 노태우를 처단하자”는 구호를 1분여 동안 외쳤다.이어 흰색 농민복을 입은 조성만은 오른손에 든 칼로 복부를 찌르고 몸을 뒤로 날려 마당으로 떨어졌다.투신 직후 인근 백병원으로 옮겨진 조성만은 이날 저녁 7시쯤 운명했다. 5월19일 낮 서울시청 앞에서 치뤄진 조성만의 장례식 노제에 30만명에 달하는 인파가 운집했다.1년전 시민항쟁 당시의 열기가 느껴지는 군중모임으로 4월총선에서 여소야대를 이룬 당시 야당의 金大中 평민당총재와 金泳三 민주당총재도 참가했다.조성만이 중고등학교를 다닌 전주 도심을 지날 때와 망월동 묘역으로 떠나기 전 광주 도청앞에서 노제를 지낼 때도 수만명의 시민들이 장례 행렬을 뒤따랐다. 전북 김제 농촌에서 하급공무원의 아들로 태어난 조성만은 독실한 가톨릭신자로 대학을 졸업하는 대로 신부의 길을 걸을 계획이었다.그는 투신 오래전에 일기에서 ‘10년 세월에 휼륭한 사제가 되어 교회의 모습을 변화시켜야 하느냐 한순간에 나의 진실된 모습을 표현하는 것이 옳은가’라고 자문했다.조성만은 투신 당일 아침 작성한 유서에서 특히 한반도 통일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면서 자유로운 통일 논의를 소리높여 요구했다. 민주화 운동에서 통일논의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와 함께 ‘통일 전사’로 불리는 조성만은 유서 말미에 ‘지금 이 순간에도 떠오르는 아버님,어머님 얼굴,차마 떠날 수 없는 길을 떠나고자 하는 순간에 (그리스도가) 고행전에 느낀 마음을 알 것 같습니다’라고 쓰고 있다. ○“오월항쟁 계승 군부독재 타도” 외쳐 조성만의 장례식이 있기 하루전인 5월18일 오전 10시30분 단국대 천안 캠퍼스 시계탑 밑에서 이 학교 법학과 2학년에 다니다 휴학중인 崔德秀가 온몸에 신나를 붓고 분신했다.성명서를 통해 ‘광주학살 비리주범 노태우를처단하자’‘오월항쟁 계승하여 군부독재 타도하자’‘광주민중항쟁 진상규명 국정조사권을 발동하라’고 주장한 최덕수는 천안 순천향병원에 이어 서울 한강성심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분신 9일만인 26일 운명했다. 빈한한 가정사정으로 학교를 쉬고 공장과 고향 농촌을 오르내려야 했던 최덕수가 분신할 당시 정가는 4월 총선후 국회개원을 앞두고 광주항쟁 진상조사 특위구성을 놓고 대립하고 있었다.그의 30일 서울역 노제에는 1만5,000여명의 시민 학생들이 참가했고 광주도청 분수대 노제에는 3만여명이 모였다. ○“안일과 비겁을 깨뜨리고 투쟁” 호소 그리고 6월4일 오후 4시30분 대학생들의 통일논의가 급피치를 올리고 있는 가운데 숭실대 인문대 학생회장이던 朴來佺(국문3)이 학교 학생회관 옥상에서 “광주는 살아있다” “청년학도여 역사가 부른다.군사파쇼 타도하자”라고 외치며 몸에 신나를 뿌리고 불을 붙여 분신했다.박래전은 이미 분신 이틀전에 작성한 유서에서 ‘학살원흉 노태우 처단’ ‘통일논의 자유보장’ ‘양심수 즉각석방’ 등을 주장했다.그는 특히 학생들과 사회인 모두에게 안일과 무감각 그리고 분열의 씨앗을 제거하고 단결의 투쟁 대오를 갖추어 나갈 것을 호소했다. “저의 뒤로 저와 같은 죽음이 뒤따라서는 안됩니다.이제 더 이상 죽음은 우리의 손실일 뿐입니다.”“어두운 시대를 열정으로 살아가고자 했던 한 인간이 여러분의 곁을 떠납니다.87년 6월 투쟁을 기억하십시오.그리고 개량의 환상,안일과 비겁을 깨뜨리고 투쟁의 대오를 굳게 하십시오.”“지금은 슬프시겠지만 제가 원하는 그날이 오면,두분 부모님,아니 그날이 오기까지 힘드시더라도 눈감지 마세요.” 분신 이틀 뒤인 6일 운명한 박래전의 장례식은 12일 수천명이 참가한 시청앞 노제와 함께 치뤄졌다. ◎박래전의 형 박내군씨/인권운동 사랑방 사무국장 활동/동생보다 먼저 민주화운동 투신/유가협 일맡아 희생자 50여명 처리 인권 ‘지킴이’로 이름높은 인권운동 사랑방의 朴來群 사무국장(37세·연세대 국문과졸)은 분신자살한 숭실대생 박래전의 바로 윗형이다.민주 열사 가족들 가운데 스스로 민주화 운동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 그들이 세상을 뜬 다음이다.그러나 박래군 사무국장은 동생보다 먼저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렇다고 형이 동생을 의식화(?)한 것은 전연 아니다.그는 “대학 학회장으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바빴을 뿐이며 동생은 스스로의 길을 택했다”고 말했다. 두 형제는 수원에서 버스로 한시간 달려가야 하는 남양반도 끄트머리 시골 출신으로 부모는 가난한 농부였다.어렵게 대학에 보낸 두 아들이 모두 민주운동을 한다면서 감옥에 가고 그러다 끝내 분신하는 아들까지 나오게 된 시골 부모의 마음을 이리저리 헤아릴 필요는 없을 터이다.박래전이 유서에서 염려했던 부모는 지금도 고향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박래전이 대학 1학년 때인 82년 가을부터 가두 시위에서 형제는 서로 마주치곤 했다.박 사무국장이 86년부터 2년형을 살고 있던 감옥에서 87년 6월 항쟁으로 석방돼 나온 뒤에 형제는 자취방에서 같이 살았다. “그때 래전이는 특히 몇몇 운동한다는 사람들의 불성실 무책임에 가슴아파했다.” 동생이 죽은 후 그는 유가협 일을 맡아 5년동안 사무국장으로 있으면서 50구가 넘는 민주화 희생자들의 시신을 처리해야 했다. 그는 동생의 분신이 갖는 의미에 대해 따로 덧붙일 말이 없다고 하면서 오히려 같은 무렵 통일논의에 물꼬를 튼 조성만의 분신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연보 ◆박래전 63년 경기 화성 출생 82년 숭실대 국문과 입학 83년 휴학,입대 86년 제대 87년 복학 12월 민중후보 선거대책위선전국장 88년 숭실대 인문대 학생회장 88년 6월4일 학생회관 분신 88년 6월6일 운명 ◆최덕수 68년 전북 정주시 출생 87년 단국대 천안캠퍼스 법학과 입학 88년 휴학 88년 5월17일 교내 광주영령 추모식에서 성명서 낭독 88년 5월18일 분신 88년 5월26일 운명 ◆조성만 64년 전북 김제 출생 83년 전주 해성고 졸업 84년 서울대 화학과 입학 85년 군입대 87년 제대,복학,명동성당 가톨릭 민속연구회 회장 87년 12월 대선 구로구청 부정선거 규탄데모 관련 구류 10일 88년 5월15일 명동성당내 교육관 옥상 투신,운명
  • 일부 의원들의 질의 말투를 보며(박갑천 칼럼)

    말투에는 사람됨이 어린다.만무방들 몫다툼 말투와 법도있는 안방 고부간의 말투가 어찌 같겠는가.직업성도 나타난다.도떼기시장과 학교강단 같은.그뿐만이 아니다.말투에는 그 사회의 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된다.그것은 북녘의 방송을 들으면서도 느낄수 있는 일이다.남녘의 귓전으로는 무언지 모르게 거부반응이 와닿는 부자연스러운 소리.하기야 남녘도‘대한늬우스’시절의 이런저런 소식 전달하는 소리는 그런 유형이었다. 일부 국회의원의 대정부 질의 말투를 들으면서 위화감을 갖는 사람들이 있다.질의를 연설로 착각하는 듯한 태도부터 그렇다.‘선거구민용’이라는 말도 나온다.그건 그래도 나은 편.어떤 경우는 “이것이 의사당에서 내는 소리야!”라는 듯이 기묘한 억양과 가성을 배앝는다.거기서 느껴지는 것은 ‘연극성’일 뿐이다.더러 흥분해야 할 대목이 없다고야 할 수 없겠지만 말투만은 답변하는 사람들같이 대화형식의 ‘정상적’인 것이었으면 한다. 그런 말투다 보니 문책성 질의에서 듣기 거북해지는 표현도 나온다.그래야만 금배지의 권위가서는 것으로 여기는 듯하지만 국민도 이제는 자유당시절의 의식에 머물러 있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권위도 조작된 것이 아니라 충실한 내용에서 발산된 것이라야겠다는 뜻이다. 디즈레일리 전기를 쓴 프라우드는 그런 사례를 적절한 예화를 곁들여 전하고 있다.­런던극장에 여배우들이 모였다.그들은 디즈레일리와 글래드스턴중 누구와 결혼하고 싶은가를 화제에 올렸다.거기 있는 모든 여배우가 디즈레일리를 꼽았다.그런데 그 가운데 한 사람만이 글래드스턴쪽을 선택한다.“어머,웬일이야”하면서 모두가 의아해하자 그 여배우는 말한다.“왜들 이래.나는 글래드스턴과 결혼한 다음 디즈레일리와 사랑의 도피행을 하려고 해.그때의 글래드스턴 얼굴좀 볼까 하고”­.여러 결점에도 불구하고 특히 여자문제에 엄격했고 돈문제에 깨끗하게 처신하면서 ‘내면의 권위’를 지켜나간 것이 디즈레일리 인기의 본질이었다고 프라우드는 평가한다. 질의 하나에도 그런 내면의 권위는 나타나는 법이다.야릇하고 괴상한 말투에서 국민은 무엇을 느끼겠는가.국회는 말투의민주화부터 이뤄야겠다.다음 (101장)을 재담·기지를 쓰자는 말로 받아들여보자. “말은 착하고 부드럽게 하라.악기를 치면 부드러운 소리가 나듯이 말을 하면 몸에 시비가 붙지 않으리라”
  • 도올 김용옥씨 ‘이성의 기능’ 번역… 해설도 덧붙여

    ◎“氣철학·화이트헤드의 이성론은 상통”/이성은 살아가는 문제 해결하는 도구/모든 욕망 다스리는 ‘자기규율’이 정수 반항아들이 만났다. 수학자이자 물리학자,과학철학자인 알프레드 화이트헤드의 ‘이성의 기능’이 도올 김용옥씨에 의해 번역,출간됐다. 화이트헤드는 데카르트,칸트,헤겔 등 서양 근대철학의 주류들이 이성을 초월적이고 선험적으로 파악해온 것과는 달리 자연주의적 입장에서 분석한다. 즉 이성은 어떤 추상적 실체나 본질이 아니라 우리의 몸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일원적,유기적으로 연계되는 어떤 기능이라고 말한다.도올 역시 동양철학과 한의학을 공부한뒤 모든 것은 몸에서 비롯된다는 ‘기(氣)철학’에 심취한 인물.기성학계에 독설을 퍼부으며 반기를 들기로도 유명하다. 통나무출판사에서 펴낸 이 책은 화이트헤드가 1929년 대학에서 ‘이성’을 주제로 강연한 것. 도올은 원문과 함께 번역문을 싣고 번역에 대한 해설(案)을 덧붙여 난해한 ‘백두(白頭·화이트헤드)’의 이성론의 표피를 벗겼다.350여쪽 가운데 ‘안(案)’이 3분의 2 가량 된다. 화이트헤드의 이성은 실증적이고 현실적이다.이성은 초월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 몸안에 있는 것이다. 삶의 기본단위는 욕망이다.그러나 욕망은 제어가 안돼 무질서하다.욕망은 단순히 생존하기 위한 저급 욕망에서 부터 삶의 방법을 해결하려는 실천이성,최고단계인 자기세계를 이해하려는 사변이성(speculative reason)까지 다양하다.사변이성은 수학적 사고와 맥락을 같이한다. 서양은 사변이성을 기반으로 과학,자본주의,민주주의라는 근대문명을 낳았다. 이성은 간단히 말해 살아가는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라고 할수 있다.도올은 화이트헤드 이성론의 고갱이는 ‘이성은 욕망중의 욕망(Reason is the appetition of appetitions)’이라고 말한다.즉 모든 다른 욕망들을 결정하고 규제하고 다스리는 ‘자기규율’이 바로 이성의 정수라는 것이다. 도올은 ‘자신이 천착하고 있는 기철학과 화이트헤드의 이성론이 일맥상통,이 책을 소개하게 됐다’며 ‘백두와 두해 씨름하고 나니 스산하다’며 예의 독설적인 직설화법으로 소감을 표명했다. 미국 케임브리지에 있는 ‘뉴 잉글랜드 복잡계연구소(NECSI)’의 철학분과 위원장을 맡아 침(鍼)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그는 이달말 다시 미국으로 간다.
  • 세미나 주제발표 내용(IMF시대의 자화상:14­1)

    ◎국민들 경제회생 정부역할 큰 기대/소비·광고패턴도 바꿔야 25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대한매일 주관으로 열린 ‘IMF시대의 한국인 자화상과 진로’라는 주제의 학술세미나는 학계·업계 관계자 및 전문가·대학생 등 150여명이 참석,열기를 띠었다.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IMF체제 1년을 맞아 국민의식과 경제생활 전반에 걸친 변화상을 진단하고 한국인이 나아갈 방향을 다각도로 제시해 관심을 끌었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서울대 洪斗承(사회학),고려대 李斗熙 교수(경영학·마케팅연구센터 연구소장),한양대 趙炳亮 언론정보대학장(광고홍보학)의 발표 내용을 요약한다. ◎국민의식 변화/소득계층간 격차 갈수록 심화/재벌에 대한 부정적 시각 많아/난국 극복할 국민적 활기 시급/洪斗承 서울대 교수 우리나라가 IMF관리체제하에 들어간 지 이달로서 1년이 되었다.마이너스 경제성장,수출 감소,기업 도산,실업률 증가 등 경제 현실과 관련된 수없이 많은 문제점이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물론 이와 같은 사태가 앞으로 더 큰 도약을 위한 교훈을 얻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스스로 위로해 보지만 현재 겪고 있는 고통은 가까운 장래에 쉽게 경감될 것 같지 않다.그동안 우리는 내실을 함께 기하면서 성장해 왔다기보다는 앞만을 보고 허겁지겁 달려온 감이 있고,이 때문에 지금 우리에게 가해지는 충격과 좌절감의 강도는 더욱 큰 것이다. ○국민경제 생활 크게 위축 IMF관리체제의 영향은 일차적으로 국민의 경제생활 위축으로 나타나고 있다.우리 국민 대다수는 우리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지금이 ‘IMF시대’라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우리 사회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로 무엇보다도 실업이 손꼽히고 있다.IMF 이후 물가가 크게 상승하였음을 체감하고 있고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호전될 기미가 없는 것으로 인지하고 있다.다수 국민은 이 사태로 인해 여가활동을 억제해야 하고 재산 증식은 엄두도 낼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사태 파급효과는 계층별로 달리 나타나고 있다.최근 통계청은 소득 계층이 낮을수록 실질소득 감소율이 높아 소득 계층간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이러한 현상은 이번 조사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특히 IMF 이후 빈부 격차가 심화되었다는 점을 체감하고 있으며 스스로 평가한 자신의 사회계층적 지위에서 IMF 전과 비교하여 지위 하강을 겪고 있는 사람이 무려 46%에 달하고 있고,반면 상승되었다고 보고한 사람은 5%에 불과하다. ○“계층 지위 낮아졌다” 46% 이와 같은 상황으로부터의 탈출을 위해 정부에 기대를 걸어보았다.경제회생을 위해 정부가 주도적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는 듯하다.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는 신정부 출범 당시보다 지금은 그 기대가 낮아졌음을 밝히고 있다.정부의 정책 역시 이들을 만족시키기에는 크게 역부족이다.현정부의 정책수행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사람들이 그 평가를 유보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신정부 출범 후 아직 10개월이 되지 않은 시점에서 단정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결국 현재의 위기상황이 어떻게 극복되느냐에 따라 그 과정의 정당성과 합리성이 평가될 수밖에 없는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이 조사를 통해 볼 수 있는 것은 정치권,기업인을 포함한 사회지도층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명료하게 드러난다고 하는 사실이다.이들이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또한 사태를 지금 상태로까지 이르게 한 원인 제공자라는 생각도 떨쳐버리지 못한다. 그 중 하나는 재벌에 대한 부정적 견해로 나타나고 있다.재벌은 소수의 주력기업으로 재편성되어야 한다거나,기업에 대한 정부 규제가 강화되어야 한다거나,기업간 빅딜 과정에서 정부가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 등은 모두 이러한 의식 표출이라 볼 수 있다.민간 부문의 자율적 조정을 통해 스스로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기업의 자유의사에 맡겨두는 일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사회적 통합·화해 열망 지녀 경제적 어려움은 우리의 일상생활과 사고 폭을 크게 좁혀 놓았다.지금까지 우리가 그나마 지녀왔던 여유로움이 더욱 왜소화해가는 듯한 안타까움이 있다.국가적 어려움에 봉착해 있으면서도 사회적 통합과 화해에 대한 열망은 모두 지니고 있다.이는 정치적 수사(修辭)로서가 아니라 사회적 와해의 개연성에 대한 국민적 우려의 표현이기도 하다.현재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과연 일시적이고 일과적인 것인가,아니면 보다 심층적이고 근원적인 것인가.이를 판단하기에 아직은 이르다.그러나 일시적 현상이기를 바라고 있으면서도 여기에는 본질적이고 구조적 장애가 내재되어 있다는 점에 우려를 보이고 있다.크게 상처를 받은 민족적 자긍심과 자신감을 되살리고 현재의 좌절을 미래의 발전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국민적 활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요구된다 하겠다. ◎경제주체로서의 체감과 반응/“4∼5년후나 경기안정” 비관적 전망/70%가 실직불안감에 시달려/임금 깎여도 정리해고 최소화 바라/李斗熙 고려대 교수 ○가구당 월소득 20% 줄어 IMF 구제금융을 초래한 경제위기를 지난 1년간 겪으면서 국민이 경제주체로서 체감하고 있는 것을 한마디로 요약하면‘극도의 불안감과 무기력에 따른 위축’이다.우리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데 98%의 국민이 공감하고 있으며 많은 국민은 4∼5년또는 그 이후라야 경기가 안정될 것으로 비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이러한 불황 영향으로 우리나라 가구의 15.8%가 실직한 동거가족이 있으며 70%의 국민이 실직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고,실업자와 정리해고문제를 가장 심각한 문제로 80.2%의 국민이 인식하고 있다.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약 20%가량 감소함으로써 가정경제에 대한 불만족도는 매우 높아졌다.설상가상으로 대부분 국민은 물가가 인상되어 생활필수 항목의 지출이 더 많아졌다고 체감하고 있으며 내년 물가 역시 어둡게 전망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41%에서 급격히 줄어든 33.5%의 국민만이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인식하고 있다.이러한 인식은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최근에 두드러진다는 느낌과 맞물려 상당수 국민에게 자기 비하와 패배의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제위기를 초래한 원인 제공자는 정치인,대통령 및 경제각료순으로 인식하고 있는가 하면 현재 가장 덜 고통받고 있다고 느끼는 계층도 아이로니컬하게도 바로 이들이다.그리고 경제회생을 위해서는 정리해고가 불가피하다는 데 국민 과반수 이상이 동의하고 있으며 정리해고를 반대하는 노조의 시위는 외국자본 유입의 저해요인으로 생각하고 있다.이렇게 볼 때 난국의 원인 제공자와 피해자는 다르다는 인식과 함께 사회에 대한 신뢰는 약해져 국민은‘무기력한 자의 외로운 생존’을 절박하게 체감하고 있다. ○정치권의 솔선수범 있어야 이렇게 절박한 상황하에서 국민은 우선 모든 지출을 줄이고 대외 활동을 극도로 자제하면서 뾰족한 대안이 별로 없는 가운데 좋은 상황이 올 때까지 관망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대다수 국민은 임금이 삭감되더라도 정리해고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으며 의류 구입비,술값,경조사비,선물비 등 순으로 지출을 줄이고 있다. 지출의 절제는 대인관계 횟수와 유형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사람들은 각종 모임 등 사회활동을 자제하고 음주행위도 줄이고 있다.친구들과 만났을 때 비용을 각자 부담하는 비율이 급격히 늘어 개인주의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사회생활의 감소와 아울러 가정에서의 행동도 전과 다르게 변화하고있다. 가족과의 외식횟수도 줄었으며 여가활동에 사용하는 시간과 비용이 현저히 감소되었다.즉 국민은 경제적·심리적 부담으로 주로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과의 원만한 대화시간이 늘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었다.국민은 전에 없이 가정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으나 화목한 대화보다는 단지 텔레비전 시청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비디오테이프를 빌려 보는 것조차 절약하고 있어 여가활동의 일환이라기보다는 수동적으로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는 상태로 보인다.이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는커녕 심리적 불안감을 더욱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아 사회 전체의 무기력으로 나타나거나 오히려 우발적인 돌출행위로 나타날까 우려가 된다. ○자기비하·패배의식 늘어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 열쇠는 경제 회복에 있다.국민이 기대하고 있는 것은 공적인 구조조정과 정치권과 정부의 솔선수범이다.위정자들은 국민이 행동으로 보이는 이 조용한 외침에 귀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경제 회복은 시간이 걸리는 사안이다.문제는 경제가 회복될 때까지 국민이 이러한 극도의 심리적 불안상태를 어떻게 안정시킬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이론에 의하면 사람이 느끼는 삶의 질은 경제적 상황보다 가정생활의 만족도에 의해 더 많이 결정된다고 한다.따라서 지금부터 우리는 가족구성원간의 대화를 촉진하고 가족활동을 장려하고 협동정신을 함양할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을 갖추어주는 데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사회 각층이 참여하고 언론도 동참하는 이벤트와 캠페인을 제안한다. ◎소비패턴과 광고/‘현명한 지출’ 추세… 알뜰쇼핑 늘어/실속구매전략에 과학적 대처 시급/趙炳亮 한양대 학장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1년,이 기간 동안 가장 큰 변화를 겪은 부문 가운데 하나가 민간소비 부문의 급격한 침체이다.불과 몇년 전만해도 소비가 미덕이던 시대에서 무조건 안사고 안쓰고 보자는 소비억제시대로 접어들면서 “이제는 더 줄일 것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소비가 위축됐다.먼저 IMF 1년을 보내면서 국민이 겪은 가장 큰 변화는 소득과 소비의 감소라고 할 수 있다.이번 조사에 따르면 IMF 이전에 비해 월평균 소득이 약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이러한 감소 폭은 소득이 낮은 계층일수록 커 빈부 격차가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월 소득 100만원 미만 가구의 소득감소율이 35.9%로 300만원 이상 가구의 11.5%보다 3배 이상 높게 나타난 것이 단적인 예다. ○저소득층 수입 급감 소득 감소에 비해 소비 지출은 더 크게 줄었다.저축·보험·곗돈이 32.7%로 가장 많이 줄었으며 옷값,문화·레저비 등 순으로 감소했다.부문별 지출 감소를 보면 경조사비는 IMF 이전의 건당 4만∼5만원에서 3만원 이하로 줄었고,여름 휴가는 아예 가지 않았다는 응답이 46.6%였다.휴가를 가지 않은 이유는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가 1위로 나타나 지난해의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와 대조적이었다.승용차 이용률은 30% 정도 감소했고 10명 중 7명은 승용차 유지비에 부담을 느낀다고 응답했다.과외교육 형태는 개인과외 및 보습학원을 통한 과외가 줄어든 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학습지 교육이 증가해 1위를 차지했다. 쇼핑 및 구매 형태의 변화를 보면 충동구매보다 알뜰구매가 우세해졌다.응답자의 과반수 이상이 세일기간을 기다렸다가 상품을 구입하고 있으며 가격 비교 구매도 거의 과반수에 달했다.거품시대의 감성구매나 충동구매 대신 신중구매,실속구매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주 습관 크게 달라져 쇼핑비는 의류 구입비(47.2%),술값,식사비 등 순으로 줄어들었으며 남자는 술값과 의류비에서,여자는 의류비와 화장품 구입비에서 지출을 줄였다.가족과의 외식횟수 역시 지난해 월평균 2회에서 1.4회로 줄었으며 특히 월 3회 이상 외식을 하던 층은 절반 이하로 감소되었다.음주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크게 늘었고 주 2∼3회 이상의 잦은 음주빈도는 크게 감소해 많은 사람들이 음주횟수를 줄인 것으로 조사되었다.가장 많이 마시는 술 종류도 맥주 소주 순으로 바뀌었다. 그런 속에서도 광고에 대해서 자세히 보는 층은 TV광고가 20%,신문광고가 19.2% 정도로 비슷하게 나타났는데 20대와 30대,대학생층,미혼자 등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관심있게 보는 광고 종류로는 TV광고에서 식품 음료,정보 통신,관광 레저 영화,화장품 등 순이었고 신문광고에서는 관광 레저 영화,정보 통신,부동산 주택,의류 패션,도서 출판,기업PR 등 순이었다.도움이 되는 정도에서는 TV광고가 40.7%,신문광고가 40.4%로 비슷하게 긍정적 대답이 나왔으며 특히 젊은층이 광고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케이블 TV를 이용해 상품을 구입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가 39.2%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으며 30대 여자들은 62.2%가,주부들은 56.7%가 홈쇼핑을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어 다른 부문과 대조를 이루었다.이밖에도 이번 조사는 우리 국민들이 1년 사이에 얼마나 크고 급격한 변화를 겪었는가를 세부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무조건 안쓰는 것보다 현명하게 쓰는 지혜가 필효한 시점이라는 점을 말해준다고 하겠다. ○‘거품’시대 벗어날때 소비지출,소비패턴 등 소비생활과 내수시장 전 부문에서 전례없는 침체와 변화를 가져온 IMF 1년,과거 거품시대의 거품소비를 주도해온 광고역시 새롭게 전개되고 있는 실속구매시대에 걸맞도록 과학적인 메지시전략과 매체전략으로 재무장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건전한 소비확대를 통한 내수진작이 국내외적 과제로 등장한 시점에서 소비에 대한 인식변화는 물론 광고도 좀더 적극적인 역할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 현대미술 기류 점검 ‘매체와 평면전’

    ◎‘매체의 확산’과 ‘회화성 회복’ 쟁점으로 부각 90년대 한국 현대미술의 다양한 전개과정중 가장 두드러진 현상이라고 할 수 있는 ‘매체’와 ‘회화성의 회복’을 주제로 한 전시회 ‘매체와 평면전’이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성곡미술관(02­737­7650)에서 내년 1월31일까지 열린다. 매체와 평면을 아우르는 이 전시회에는 신문 잡지 책 사진 영화 등을 매체로 신선한 조형언어를 선보여온 작가들과 끈질기게 회화성의 회복을 촉구해 온 작가들의 작품이 같이 출품된다. ‘매체의 확산’전에는 사진 TV 비디오 등 다양한 매체를 소재로 한 작품이 선보인다. 오경화 육태진 문주 이윰씨는 TV와 비디오 등의 영상이미지로 새로운 감수성과 대중의 소통 요구의 분출을 담아내고 있다. ‘회화성 회복’전에는 설치미술의 강세속에서 ‘회화성의 회복’만을 줄기차게 외쳐온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출품된다. 최진욱 고낙범 강운 김정욱 정세라 박은영씨는 ‘회화’라는 2차원 표현영역에 대한 본질적 개념을 복원시키는 작업을 보여주며 도윤희 홍승혜 장승택씨는기존 모더니즘 추상회화와 다른 태도와 양식으로 새로운 추상의 지평을 열어간다.
  • 정책대안 없이 고성만 오갔다/국회 대정부질문 결산

    ◎여야 당리당략에 발목 잡혀/사상·세풍·총풍 논쟁 되풀이 제198회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이 18일 5일간의 일정을 마쳤다.金大中 대통령과 한나라당 李會昌 총재의 총재회담을 계기로 ‘생산의 정치’를 기대했지만 대정부질문 내내 소모적인 ‘정치공방의 장’으로 전락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대정부질문 초반부터 한나라당은 총풍(銃風)과 세풍(稅風),고문조작·불법감청 의혹 등을 앞세워 정치쟁점화를 시도했고 ‘崔章集 교수 사상논쟁’과 ‘鄭亨根 의원의 전력시비’ 등이 불거지면서 당리당략에 발목이 잡힌 고질적인 ‘국회병’이 도졌다는 평이다. 경제분야 질문에서도 햇볕정책이나 정치인 사정 등 비경제현안이 도마 위에 올라 ‘지루한 입씨름’으로 시간을 허비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이 때문에 적지않은 질문들이 ‘국정수행 비판과 대안제시’라는 본래의 취지를 무색케 해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정치·안보분야◁ 대북 햇볕정책 공방이 도마 위에 올랐다가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인 崔章集 교수의 사상문제를 놓고이른바 ‘분홍색 논쟁’으로 번졌다.한나라당과 자민련 일부 의원들은 “崔교수의 저서 일부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있다”며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고 국민회의측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자가당착”이라고 옹호,한치의 양보 없는 설전이 이어졌다. ‘제2건국 운동’을 놓고도 ‘신당 창당’ 의혹으로 연결시키려는 야당의 공세와 수세에 나선 여당의 논리가 맞서면서 본질 규명 등 내실있는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경제분야◁ 내달 8일로 예정된 ‘경제청문회’의 전초전 성격이 짙었다.여야는 환란위기부터 현정권의 정책혼선까지 전선(戰線)을 확대하면서 ‘힘겨루기’에 돌입,지루한 입씨름을 거듭했다.야당은 ‘현정권의 경제실정’ 부각에,여권은 ‘전정권의 경제실정’에 초점을 맞추면서 정작 경제청사진 등 생산성있는 대안제시에 등한시했다는 평이 많았다. 이외에 의원들의 참석률 저조로 인한 ‘텅빈 국회’도 국민들의 눈총을 받았고 정부부처의 ‘알맹이 없는 답변’도 반드시 시정돼야 할 사안으로 지적됐다.
  • ‘제2건국 운동’의 본질(사설)

    한나라당은 제2의 건국범국민추진위원회(제2건국위)가 불법행위를 하고 있다며 해체를 주장하고 나왔다. ‘제2건국위’는 대통령 자문기구로 전국적인 조직을 할 수 없는데도 전국적 조직결성을 추진하고 있으며,국가공무원이 참여해서 예산을 집행하는 것도 법적 근거가 없는 불법행위라는 것이다. 이에대해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는 행자부장관의 권고에 의해 각 시도지사가 꾸리는 자체조직은 제2건국 관련 개혁과제를 각 지역 실정에 맞도록 자문·실천하는 조직으로,대통령자문위와는 상하관계나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제2건국위에 공무원을 파견해서 예산을 집행하게 하는 것도 정부조직법의 규정에 따랐다는 것이다. 우리는 제2건국을 위한 범국민운동에 야당이 문제를 제기한 것을 보면서 이 운동의 본질을 다시 한번 짚어보게 된다. 제2의 건국운동은 지난 8월15일 대한민국 건국 50주년을 맞아 金大中 대통령이 제창했다. 金대통령은 역대정권의 정경유착·관치금융·부정부패가 사회 모든 부문의 총체적 부실과 국제경쟁력의 약화를 불러와 결국은 국제구제금융의 치욕을 자초했다고 진단했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저력을 바탕으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서둘러 완성하는 것만이 이같은 국난을 벗어나는 길이며,이를 위해 국민 모두가 발을 벗고 나서자고 제의했다. 金대통령은 제2건국을 흐트러진 국가의 기강(紀綱)을 바로 세우고 민족의 재도약을 위한 국정의 총체적 개혁이자 국민적 운동이라고 규정했다. 국민 모두가 제도·의식·생활개혁을 통해 ‘기본이 바로 선 나라’를 만들어 나가자는 것이다. 그럼에도 야당은 제2건국운동에 정치적 의혹을 제기한다. 제2건국위는 전국조직을 결성한 뒤 국민회의와 연계해서 전국 정당을 건설하려 한다는 것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결국은 자민련과 결별하기 위한 것이라고까지 말한다. 정계개편 가능성에 대한 야당의 의구심과 공동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을 이간하려는 의도가 읽혀지는 대목이다. 그러나 金대통령은 ‘인위적 정계개편’은 없다고 다짐했고,金鍾泌 국무총리 또한 제2의 건국운동이 정계개편등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무엇보다 이제는 순수한 국민운동을 정치에 이용하는 일을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는다. 오늘날 우리는 세계화의 격랑(激浪) 속에 21세기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날의 패러다임은 더 이상 작동이 안된다. 제2건국운동은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립해가는 국민적 노력이다. 이같이 엄중한 시대상황 앞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국민이면 너나 없이 이 운동에 적극 동참할 일이다.
  • 金 대통령 APEC 행보­정상회의 전략

    ◎‘換亂 극복’ 싼 역내 갈등 절충 모색/선진국 ‘지원’­개도국 ‘개혁’ 입장 견지/사교장 아닌 실질집행기구화도 거론 【콸라룸프르 梁承賢 특파원】 17일부터 이틀동안 열리는 제 6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에 참석하는 金大中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 최대 쟁점으로 아시아 금융위기 극복을 꼽았다.이와 연계해 APEC가 ‘정상들의 사교장’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협의·집행기구로서의 위상을 정립하는 본질적인 문제도 거론할 뜻임을 비췄다.“APEC가 아시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가하는 문제는 역내국가의 기대와 효용성을 좌우하게될 것”이라는 金대통령의 언급에서도 이러한 기조는 그대로 드러나 보인다. 그러나 이 문제에 둘러싼 회원국간 의견이 다르다.金대통령은 IMF(국제통화기금)의 논리를 수용,선진국과 가까운 자세를 취하고 있다.즉 시장경제에 따른 개혁,개방과 스스로의 자구노력에 비중을 둔 것이다.반면 개도국인 말레이시아 마하티르총리를 비롯한 아세안국가들은 IMF의 논리에 비판적인 입장을견지해왔다.리펑(李鵬) 중국 전인대상무위원장이 金대통령과 만나 “너무 경제세계화만 말하지 말아달라”고 주문한 것도 개도국과의 마찰을 우려해서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그러나 이런 우려는 기우(杞憂)라고 잘라말한다.金대통령이 이번 회의에서 선진국에게는 적극적인 금융지원을,개도국에게는 개혁을 통한 자구노력을 강조하는 ‘중간자적’ 자세를 취할 것이라는 설명이다.실제 金대통령은 금융안정을 위한 미·일·중 등 선진국의 역할을 꾸준히 촉구해온 터이다. 구체적으로는 헤지펀드 규제문제가 쟁점이 될 공산이 크다.미국은 민간자율로 통제에 반대하는 입장인 반면,말레이시아는 이미 정부 차원의 규제에 들어가 있다.金대통령은 정부의 직접 통제에는 반대하되 관련 정보관리나 건전성은 감독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을 갖고 있어 주목된다. 역시 매번 대립해온 무역자유화 확대(선진국)와 경제기술 협력강화(개도국) 문제도 같은 노선을 취하고 있다. 이처럼 한데 아우르기 곤란한 현안을 ‘중견국가의 대표격’인 金대통령이 어떻게 절충을 해낼지 관심이다.
  • ‘마녀사냥’에 쐐기(張潤煥 칼럼)

    ‘월간 조선’ 11월호가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인 崔章集 교수(고려대 정외과)의 해방 전후 인식과 6·25전쟁관을 문제 삼고 나와 벌어진 사회적 논란이 가닥을 잡을 것 같다. 서울지법 민사합의5부(재판장 申暎澈 부장판사)에서 11일 崔교수가 조선일보를 상대로 낸 ‘월간 조선’ 11월호에 대한 발행·판매·배포금지 가처분신청을 일부 받아들이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법원이 주요 중앙일간지가 발행하는 잡지에 대한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인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조선일보쪽이 이 결정에 불복하고 이의신청을 내겠다고 하니 상급심에서 어떤 결정이 나올지 알 수 없으나,이번 결정은 언론자유와 공인에 대한 검증,그리고 공정보도와 명예훼손의 경계(境界)등에 관한 법적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언론의 검증기능은 인정 재판부는 우리 헌법의 기본원리가 자유민주주의인만큼 국가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공인이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고 있는지 여부를 검증하는 것은 언론자유에 속한다고 판시(判示)했다. 공직 임명자에 대한 사전 청문회 등이 완비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과 다른 허위내용의 보도,대상인물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주장,비방 중상이나 과도한 인신공격,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일부 내용의 부각을 통한 왜곡,특정 부분의 의도적 발췌등은 명예훼손적 보도이기 때문에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논평은 자유로되,사실은 신성하다”는 언론의 일반원칙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재판부는 반국가단체 찬양·고무를 처벌하는 국가보안법이 엄존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어떤 사람이 좌경사상을 신봉한다는 사실적 주장은 물론,단지 그에 동조하거나 좌파적 또는 친북한적이라는 정도의 표현만으로도 그 사람의 인격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한마디로 말해서 언론은 공직자를 검증할 자유는 있지만,그 방법은 사실에 바탕을 둔 공정한 논평이어야 하며,검증 대상도 특정인의 ‘사상’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지 여부에 국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로써 조선일보 등에 의한 진보적 인사들에 대한 ‘사상검증’이라는이름의 ‘마녀사냥’은 쐐기가 박히게 됐다. 굳이 재판부의 판시가 아니더라도 우리 헌법의 기본원리는 자유민주주의다. 자유민주주의체제는 다양성을 강점으로 하는 체제다. 그 다양성에는 사상의 다양성도 물론 포함된다. 사상의 다양성이란 열린 정신과 관용성을 전제로 한다. 때문에 보수든 진보든 각자가 갖는 입장은 자유이고,또 그런 차이는 자유민주주의의 자산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의 주장을 공격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의 본질에 배치된다. 더구나 남북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현실에서 다른 사람을 색깔론으로 공격하는 것은 바로 테러행위나 진배없다. ○개혁 흔들기 경계해야 더구나 조선일보가 사상시비를 걸고 나온 崔교수가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이라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崔교수를 표적 삼아 공격함으로써 金大中 정부의 정체성에 ‘색깔’을 덧씌우려 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 목적은 물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개혁을 좌절시키는 데 있을 것이다. 金대통령은 반개혁세력의공세에 결코 밀려서는 안된다. 개혁이 좌절되면 우리 나라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 ‘崔章集 교수 논문’ 월간조선 販禁결정 반응

    ◎“발췌왜곡은 언론자유 아닌 언론 폭력”/사회단체 “당연한 조치” 일제히 환영/대책위,조선일보 불매운동 강력 전개 崔章集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고려대 정외과 교수)의 논문을 보도한 월간조선에 대해 법원이 판매 및 배포금지 결정을 내리자 고려대와 시민단체는 당연한 조치라며 환영했다. 고려대 대책위원회는 ‘조선일보 왜곡보도 근절을 위한 고려대 연석회의’(회장 김준형·고대대학원 총학생회장)를 오는 16일 열기로 하는 등 앞으로의 활동 일정 마련에 분주했다. 대책위 소속 위원들은 지난 10월16일 대책위가 결성된 뒤 27일만에 내려진 결정을 환영하며 학내 뿐 아니라 시민단체와의 연대를 강화할 것을 결정했다. 대책위는 조선일보 불매운동을 강력히 전개하여 조선일보의 반성을 촉구할 계획이다. 조선일보사가 일제시대에 저질렀던 친일기사 등 과거 행적에 대한 고발형식의 전시회 등을 마련하기로 했다. 오는 30일에는 조선일보사를 추가 방문,항의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PC통신 동호인들로 구성된 ‘언론개혁 통신연대’(대표 김동필·29)도 동호인들간 연대를 강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金씨는 “월간조선의 왜곡보도에 대한 법원의 결정은 정당하다고 본다”면서 “조선일보의 사과를 받아낼 때까지 여러 단체와 협의하여 유인물과 전단지를 배포하고 통신상에도 조선일보의 왜곡보도 자료를 폭로할 계획”임을 밝혔다. 시민단체도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13일 오후 1시 서울 마포구 불교방송 7층에서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경실련,참여연대,전교조 등 20여개 단체가 대책활동 간담회를 갖기로 합의했다. 경실련 魏枰良 연구위원(38)은 “언론 자유의 중요성을 인정하지만 학문자유의 기본권을 보호해 줄 수 있는 판결이라 생각한다”면서 “우리 사회는 이제 좌·우 대립을 넘어 개혁·반개혁의 새로운 구도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林崇澤 사무총장(48)은 “문제점을 여러번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뒤늦은 감은 있지만 일단 이번 조치를 환영한다”면서 “법원의 결정에도 불구,19개 문제항목 중 16개에서 이겼으니 자신들의 승리라고 아전인수(我田引水)적 해석을 하는 조선일보의 태도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행동”혹세 무민의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柳初夏 민교협의장(50·충북대 철학과 교수)은 “이번 사건은 국민적 동력을 집중하고 합의해야 할 시점에 불필요한 논쟁을 종식시켜준데 의미가 있다”면서 “정치권,언론,정부는 자유민주주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그 본질의 하나인 사상의 자유 원칙을 존중해야 하고 이에 반하는 수구세력을 청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金起式 사무국장(33)은 “언론이 검증한다는 명목으로 학문적 성과를 부분 발췌하여 왜곡하는 것은 일종의 언론 폭력이다”고 규정하면서 “이번 판결은 언론 자유의 범위를 벗어난 것임을 명확히 해준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노총 李敏壽 대외협력부국장(37)은 “법원의 결정이 정당하고 합리적인 것”이라면서 “조선일보사가 崔교수의 저작에 대해 필요에 따라 짜집기하는 등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을 적극적으로 바로 잡는 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소송 법적절차는/崔 교수측 ‘가처분’으로 정당성 확보/재판부 결정 번복 가능성 희박/명예훼손·사상검증 자유 맞서 조선일보사가 지난 11일 법원이 내린 ‘월간조선 11월호’ 발행·판매 및 배포 금지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기키로 함에 따라 崔章集 교수의 논문해석을 둘러싼 법정공방이 2라운드로 접어들게 됐다. 이의신청은 잠정적인 조치를 취하는 가처분 결정에 불복,정식 재판을 통해 결정을 취소해 달라고 요구하는 절차다. 심리는 이번 결정을 내린 서울지법 민사합의51부(재판장 申暎澈 부장판사)가 맡는다. 다음달 초부터 열릴 이의신청 공판에서는 “공인에 대한 언론의 사상검증은 헌법도 보장한 자유”라는 조선일보측 주장과 “사실을 왜곡해 명예를 훼손한 행위까지 언론의 자유로 볼 수 없다”는 崔章集 교수측 주장이 맞설 것으로 보인다. 또 ‘6·25는 金日成의 역사적 결단’ 등 문제가 된 10군데에 대한 견해를 밝힐 정치학자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과정에서도 설전이 예상된다. 정치학자의 증언은 판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증인의 중립성’ 여부가 논쟁거리로 부각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가처분 결정을 내린 재판부가 자신의 결정을 뒤집는 판결을 내릴 가능성은 희박하다. 어쨌든 양측은 이의신청 판결에 대해 서울고법에 항소할 수 있다. 이와는 별도로 崔교수측이 조선일보를 상대로 낸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같은 법원 민사합의25부(재판장 李性龍 부장판사)에서 따로 진행된다. 심리에서는 월간조선 기사로 인해 崔교수의 명예가 훼손됐는지와 훼손됐으면 그 위자료는 얼마인지를 결정한다. 崔교수가 승소할 경우 위자료 액수는 보도 경위,매체의 영향력,기사 분량,월간조선 11월호의 판매 정도 등을 감안해 결정된다. 이의신청과 손해배상 소송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예측할 수 없지만 현재까지는 가처분 결정을 얻어낸 崔교수측이 한층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상태다. ◎‘崔 교수논문’ 논쟁 전말/월간조선 ‘좌파적 시각’ 게재에 시민단체 등 “매카시즘” 강력 비난/崔교수측 손해배상 소송/국내 외 학자·단체들 조선일보 비난성명 봇물 崔章集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장(고려대 정외과 교수)의 논문에 대한 논쟁은 조선일보가 10월 18일 발간한 월간조선 11월호에 ‘崔章集 교수의 충격적 한국전쟁관’이라는 기사를 게재하면서 시작됐다. 월간조선은 96년 10월 출판된 ‘한국민주주의의 조건과 전망’이란 崔교수의 저서에 들어 있는 ‘한국전쟁에 대한 하나의 이해’란 논문을 문제삼았다. 이 논문은 崔교수가 90년 9월 ‘한국전쟁 연구’란 책에 발표한 것으로,월간조선은 ‘6·25는 金日成의 역사적 결단’ ‘南進은 민족해방전쟁,北進은 가공할 사태’라는 소제목 아래 崔교수의 논문이 좌파적 시각에서 쓰였다고 주장했다. 월간조선은 또 93년 4월에 발간된 ‘한국민주주의의 이론’이란 崔교수의 책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崔교수가 “한국전쟁은 미국이 金日成으로 하여금 남침을 하도록 유도한 결과로 일어났다”는 내용의 브루스 커밍스가 쓴 ‘한국전쟁의 기원’을 “한국 정치학의 연구수준을 비약적으로 높이면서 커다란 영향을 미친,또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미치게 될 매우 복합적인책”이라고 칭찬했다는 것이다. 崔교수는 월간조선의 보도가 논문 가운데 일부 내용만을 발췌해 왜곡했다며 지난달 23일 서울지법에 월간조선 11월호의 배포금지 가처분신청과 5억원 상당의 명예훼손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崔교수는 24일 모 일간지 인터뷰에서 “월간조선은 金日成의 6·25 개전 결정과 관련해 전후 맥락을 빼버린 채 ‘역사적 결단’이라고 인용함으로써 마치 내가 이를 찬양한 것처럼 표현하고,심지어 조선일보는 내가 쓰지도 않은 단어인 ‘위대한 결단’이라고까지 표현했다”고 반박했다. 조선일보는 연일 사설과 기고,우익단체들의 崔교수에 대한 비난 등에 상당한 지면을 할애해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그에 비례해 국내외 학자와 시민단체들의 조선일보에 대한 비난도 강도가 점점 높아졌다. 정치학회는 성명을 통해 “월간조선의 기사는 공정한 인용에 바탕한 합리적 비판이 아니라 논지의 부당한 왜곡에 근거한 이념적 폭력”이라며 매카시즘적 마녀사냥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민주노총 등은 “월간조선이 崔교수의 논문을 왜곡보도해 사상논쟁을 유발하고 용공조작을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정치연구회,민족예술인총연합,국민승리21,4월혁명회 등 조선일보를 비난하는 단체의 성명이 줄을 이었다. 특히 미국 UCLA의 신기욱 교수(사회학)와 존 던컨 교수(동아시아 언어문화사) 등 미국 캐나다 일본 호주의 한국학 학자 22명이 성명을 통해 “(조선일보 보도는) 냉전시대에나 통할 단순 흑백논리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11월 3일에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성명을 냈고,국민승리21은 조선일보사 사옥 앞에서 규탄집회를 가졌다. 6일에는 경실련,흥사단,환경운동연합 등 50여개 시민단체가 가입한 한국시민단체협의회가 조선일보사의 사상검증 시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언론개혁통신연대,고려대대책위 등 4개 단체는 이날 조선일보 앞에서 규탄집회를 가졌다. 조선일보를 옹호하는 우익단체들의 성명도 잇따랐다. 대한민국 건국 50주년기념사업위원회는 지난달 26일 ‘국가 정통성을 부인하는 崔章集 규탄 성명서’를 발표했다. 崔교수의 논문 논쟁은 11일 법원이 월간조선 11월호의 일부 내용을 삭제하지 않는 한 배포할 수 없도록 판결을 내림에 따라 1라운드는 崔교수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논문 논쟁 일지 ▲10월18일 ­월간조선 11월호,‘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장 崔章集의 충격적 한국전쟁관’이라는 기사에서 崔교수의 사상문제 제기. ▲10월20일 ­崔교수,월간조선 보도에 대한 반박문 발표. ▲10월23일 ­崔교수,서울지법에 월간조선 11월호 배포 금지 가처분신청 및 약 5억원의 명예훼손 손해배상 소송 제기. ▲10월26일 ­민주언론운동협의회와 고려대 정외과교수,조선일보 비난성명 발표 ▲10월27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조선일보의 과거 행적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 발표. ▲10월28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조선일보의 사상 시비중단을 촉구하는 성명 발표. ▲10월30일 ­미국 캐나다 일본 호주의 학자 22명,조선일보의냉전적 사고를 비판하는 성명 발표. ▲10월31일 ­예비역 영관 장교 모임인 대한청죽회,‘崔章集 건국사관 규탄 결의대회’ 개최. ▲11월2일 ­언론개혁시민연대,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참여연대,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협의회,학술단체협의회 등 5개 단체,‘崔章集 교수의 현대사 연구에 대한 조선일보의 보도태도­실태와 문제점’이라는 토론회 개최. ▲11월11일 ­서울지법,월간조선 11월호 배포 금지 결정.
  • 3당 입모아“정책감사 힘쓴 성공작”/막내린 국정감사 각당의 평가

    ◎국민회의­野 정치공세 선방… 대안제시 노력/자민련­노선 차별화 성공… 黨위상 재정립/한나라당­국정전반 문제점 조목조목 잘 지적 20일간의 국정감사가 끝난 11일 각 당은 모두 ‘성공작’으로 자체평가했다. 여야는 한결같이 대안을 제시하는 한편 정책감사에 주력했다고 입을 모았다. ▷국민회의◁ 집권 여당으로서 처음 임한 이번 국정감사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야당의 정치공세가 거셌지만 이를 잘 막아 오히려 ‘선방’했다는 판단이다. 鄭東泳 대변인은 이날 “야당의 파생적인 정치공세가 이어졌지만 잘 대처해 냈다”고 밝혔다. 각종 자료나 시민단체의 평가에서도 소속 의원들이 우수한 평가를 많이 받은 점을 내세웠다. 오전 여의도당사에서 열린 간부회의에서는 ‘우수 의원’들에 대한 격려가 쏟아졌다. 또 이번 국정감사에서 ‘일회성 폭로’를 지양,‘정책감사’에 치중해 국정감사의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고 자부했다. 과거 야당식의 ‘폭로주의’에서 벗어나 정책대안 제시에 역점을 둔 점을 꼽았다. 의원들의 정책보고서와 자료집 발간이 돋보였다는 점을 덧붙였다. 이밖에 집권여당으로서 새로운 ‘국감문화’를 만드는데 ‘소기의 성과’가 있었음을 부각시켰다. 예를 들어 피감기관장들이 소신껏 답변하도록 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피감기관으로부터 ‘접대’를 사절하는 작은 ‘변화’를 이끌어 냈다고 강조했다. ▷자민련◁ 각 언론사가 선정한 ‘국감인물’에 자민련 의원이 18%나 차지한점을 내세우며 ‘잘했다’는 입장이다. 具天書 총무는 “일부에서 낮은 평가도 있지만 정책감사에 치중하고 자민련 노선과 이념을 분명히 하는 차별화 정책에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車秀明 정책위의장도 “새 정부의 개혁을 점검하고 공동여당으로서의 책무를 다했다”면서 “특히 국방·외교·통일분야의 정책감사에 충실하는 등 우리당의 위상을 재정립하는데 무게를 뒀다”고 후일담을 소개했다. ▷한나라당◁ 야당으로서의 첫 국정감사가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다. 李會昌 총재는 이날 국회 총재실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우리 당 의원들이 여당 의원들보다 더 열심히 해언론이나 시민단체에서 우수 의원으로 많이 선정됐다”면서 “역시 여야가 바뀌어도 바탕은 그대로 드러난다”고 노고를 격려했다. 金炯旿 제1사무부총장도 “여당 할 때보다 거리낌이 없어 훨씬 내실있는 국정감사를 펼칠 수 있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安商守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고문·도청에 의한 인권유린 사태 등 국정 전반에 걸쳐 각종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성실히 노력했다고 자부한다”며 긍정 평가하고 “여당이 고의적 의사진행방해와 폭언 등 야당시절의 구습을 벗어나지 못한채 국정감사의 본질을 훼손시킨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安대변인은 특히 “정부·여당은 이번 국정감사를 계기로 모든 잘못을 지난 정권에 돌리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며 야당의 지적을 겸허히 수용,올바른 국정을 펴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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