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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낙천·낙선운동금지 합헌…시민단체 반응

    총선연대 활동에 참여했던 단체들은 30일 오후 ‘낙선운동을 금지한 선거법 관련 조항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결정을 전해듣고 허탈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환경운동연합 최열(崔冽) 사무총장은 “헌법에 명시된 국민들의 참정권과 다수 국민들의 정서를 무시한 결정”이라면서 “공익적 시민단체의 발은 묶어놓고 현역 의원들의 활동만 풀어준다면 제대로 된 참여민주주의는 요원하다”고주장했다. 참여연대 박원순(朴元淳) 사무처장은 “헌재의 결정은 자신이 당선되려고 이기적 목적에서 벌이는 후보자의 선거운동과 공익을 지향한 시민단체 낙선운동간의 본질적 차이를무시한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헌재는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이 특정 후보를 지원할 수도 있고 시민단체의 급조로혼탁양상이 벌어지는 것을 우려했지만 이는 지난번 낙선운동에서 보여준 우리 국민의 수준을 무시한 견해”라고 강조했다. 총선시민연대 홍보국장으로 활동했던 녹색연합 김타균(金他均) 정책국장은 “정치권이 불신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지난 총선 때의 낙천·낙선운동은 국민의 알 권리 차원의활동이었다”면서 “공익적 활동과 사적 이익을 위한 활동은 분명히 구별해야 함에도 헌재의 결정은 기계적 평등의오류에 빠져 실질적 형평성을 잃었다”고 말했다.시민단체들은 앞으로 선거법 개정을 추진하는 등 구체적인 대책을마련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최열 사무총장은 “대다수 국민들이 현 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정치 개혁을 원하는 만큼 국민의 힘을 통해 선거법 개정 활동을 벌이겠다”면서 “빠른 시간 내에 총선연대 간부와 변호사들과 논의해 계획을 세우겠다”고 밝혔다.박원순사무처장도 “이번 결정을 계기로 국민이 대법원 판결이나헌재 결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재판배심제 도입 등을검토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
  • [사설] 민간교류, 원칙은 지키면서

    북한의 ‘민족화해협의회’가 28일 ‘평양 8·15 민족통일대축전’에서 남북 민간대표들이 합의한 공동보도문의 사항을 실천에 옮기기 위한 실무접촉을 제의해 왔다.남측의 ‘6·15 남북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민족공동행사 추진본부’도북측의 제의를 “환영한다”면서 구체적인 실무협의에 나설것임을 밝혔다. 남북 민간교류가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실무접촉이 성사되기를 바란다.지금 상황에서 남북교류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현재 남한에서는 일부 평양 대축전 참가자들의 돌출행동으로 인해 심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임동원 통일부장관이 해임 논란에 휩싸여 있고,참가자 일부는 구속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이런 와중에 민화협의 제의는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일 수도 있다.그러나 갈등을 뛰어넘어야만 남북교류가 한단계 성숙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남북 당국과 민간단체들은 한번 더 마음을 다잡아야 할 것이다. 지난 평양 통일대축전에서 남북대표들은 민간급 협력·교류사업을 다방면으로 전개해 나가자는5개항의 공동보도문에합의한 바 있다.이런 성과에 대해서는 당연히 후속조치가 있어야 한다.일부의 돌출행동이 남북교류의 본질마저 훼손시켜서는 안된다는 뜻이다.정부 당국도 상처는 입었겠지만 범법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한 조치를 취하면서도 민간교류에 대해서는 지원의 폭을 넓혀 나가야 할 것이다.민간단체들도 평양축전을 교훈삼아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남한내부의 갈등을 야기시킨 데는 민간 행사를 정치적으로이용한 북한의 책임도 크다.북한도 앞으로는 민간 행사를 체제선전에 이용하는 등 갈등의 빌미를 제공해서는 안될 것이다.북한 민화협이 “평양 대축전에서 여러단체들이 합의한사항을 소중히 여기고 있으며 이를 이행하기 위하여 온갖 노력과 성의를 다하겠다”고 성명에서 밝힌 약속을 반드시 지키기 바란다.
  • [대한광장] 인터넷과 ‘중용의 길’

    보통 어떤 상품을 만들거나 기술을 개발할 때는 그 예상되는 쓰임새를 신중하게 고려한 뒤에 진행하는 것이 상식이다. 또한 그러한 고민의 과정을 거쳐 잉태되어 시장에 선보인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서도 우리는 그 사용여부를 생각한 뒤소비하게 된다. 그러나 현대사회 최고의 문명 이기이자 변화의 진원지인 인터넷에 대해선 과연 정부나 기업이나 소비자가 그 쓰임새에대해 본질적인 생각을 가지고 참여했는가에 대해선 고민이필요하다. 우리의 인터넷 현실을 한번 짚어보자.초고속 통신망 이용자는 400만명에 육박하고 인터넷 인구는 2,500만명을 넘어섰다.가구수로 따진다면 거의 전 인구가 인터넷 사용 영역권에들어왔다는 사실을 나타내 주는 통계수치다.양적지표로 따진다면 세계 최고라고 한다. 이번에 그 내면을 조금 더 살펴보자.인터넷 인구의 60%가진입 이용자층이다.즉,초보적인 이용단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또한 최근 인터넷 신규 이용자중의 60% 이상은 18세 미만의 청소년과 어린이들이다.인터넷에서 가장 활성화된 분야를 보면 기본서비스에해당하는 메일이나 홈페이지 서비스를제외하고는 흥미일색이다.청소년 이용층의 대다수가 채팅과게임을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위주로 사용한다. 무엇보다도 급성장한 분야는 인터넷 성인분야다.정보화 신드롬은 인터넷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본질적 이해가 없이 인터넷을 무조건 알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형성했다.그러한 사회분위기 속에서 학부모층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청소년층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또한 그로 인해 성년층의 초보 인터넷 이용 추세마저 오히려 10대들의 이용행태를 따라가는 모습이 나타난다. 우리사회 경제활동인구의 주체는 30∼50대다.그러나 인터넷에선 30,40대가 충분한 활용의 모범과 기준문화를 형성하지못한 상태에서 10대 이용자층이 급증했다.이제 인터넷에선 10대의 활동력이 가장 강하다.사이버 공간의 문화와 가치관이 부재한 상황에서 이들은 주변의 친구들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순간순간에 반응하며 움직인다.이들의 움직임이 오히려인터넷에선 주류 문화가 되고 있다. 흥미위주의 콘텐츠나 서비스가 나쁜 것은 아니다.이것도 분명히 필요하고 사업으로서의 잠재가치도 크다고 생각한다.문제는 균형이다.인터넷은 생산적 역할과 소비적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아주 뛰어난 매체이다.그러나 우리의 인터넷 사용은 지나칠 정도로 소비지향적이다.단순한 경제적소비만이 아닌,모든 형태의 소비를 포함한다는 뜻이다. 생산적 대상에 속하는 쪽은 사정이 다르다.중소기업이나 소규모 사업자의 정보화 수준은 지나칠 정도로 일반소비자와격차가 크다.이들은 인터넷을 이용해 사업적인 활동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직접적인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위한 촉진제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경제적인 지원뿐만이 아니라 사회적인 분위기도 그렇다는 뜻이다. 정부차원에서,사회적 차원에서 균형회복을 위한 움직임이필요하다.인터넷을 생산적 역할에도 충분히 올려놓고 그러한 역할이 충분히 수행되도록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그래야 부수적 효과(Side Effect)가 본질처럼 보이는 지금의 현상도 균형을 잡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청소년층과 민감한 관계에 있는 학부모나 선생님들도이러한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인터넷을 알아야 한다는 단순명제에서 벗어나 왜 사용해야 하고,어떻게 사용하는 게 선용하는 것인가에 대해 생각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자녀의 인터넷 활동을 위해 초고속 통신망을 설치해준 가정주부가 채팅을 통해 외도에 빠지는 일이 왜 나타나는가 말이다. 며칠전 사이버 문화와 관련한 간담회에서 “철학이 없는 기술이 가장 위험하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매우 공감하는 바다.현대문명의 총아인 인터넷은 우리의 태도에 따라서 ‘철학이 있는 기술’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아니할 수도 있다. 모든 것이 다 좋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불균형의 문제는 지금이 변곡점이길 바란다. ▲홍윤선 네띠앙 대표
  • [사설] 여야 ‘언론 국정조사’ 의지 있나

    여야가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한 국정조사를 합의해 놓고도,언론사 비리 진상규명과 세무조사의 정치적 의도 등 본질을 제쳐두고 청문회 출석 증인 및 참고인 선정 문제에 매달려 있는 것은 국정조사 의지를 의심케 한다. 언론국정조사특위는 이번 국정조사 목적을 ‘언론사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 대한 정치적 배경 여부 및 언론인 구속 등 조사결과 처리의 적정성문제에 대한 진상과 의혹 규명’으로 정했다.이는 그동안야당이 주장해온 것들을 거의 수용한 것이다.이를 규명하기위해서는 국세청 세무조사의 적법성, 언론사 탈세의 사실여부,그리고 추징액의 적정성 여부가 당연히 쟁점이 될 것이다.뿐만 아니라 해당 언론사들이 주장한 대로 ‘중소기업규모의 언론사’에서 천문학적 규모의 탈세가 어떻게 가능했는지,만일 그것이 관행이었다면 그 관행은 정당한 것이며이것이 언론사들의 ‘조세성역’에 해당하는 것인지를 엄정하게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그리고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 스스로 밝힌바 있는 1995년 언론사 세무조사결과 법정 추징액이 얼마였는지, 그리고 그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임의의 적정선에서 추징하고 끝낸 이유가 무엇인지도 밝혀내야 할 것이다.이는 이번 세무조사의 정당성 여부를 가리고 재발방지를 위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국정조사의 목적과 조사의 범위가 분명한 이상 청문회 증인이나 참고인 범위를 놓고 여야가 다툴 이유가 없다고 본다.국세청과 탈세 언론사 대표와 실무 책임자는 물론 야당에서 주장하는 정치적 배경을 추궁하기 위한 해당책임자,그리고 문민정부 시절 세무조사 실무책임자와 청와대 보고라인 관계자 등 조사목적상 당사자를 부르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그런 의미에서 한광옥(韓光玉) 청와대비서실장이 자진해서 출석용의를 밝힌 것은 원만한 국정조사 진행을 위해 잘한 일이다.야당이 한술 더 떠 정책,정무,공보수석까지 포함시키자고 하는 것은 진실규명보다 정치공세에뜻이 있다는 비난을 자초하는 행위다.이회창(李會昌) 총재를 포함시키자는 여당의 주장도 마찬가지다.1995년 언론사세무조사 당시 이회창 총리가 보고라인에 있지 않았다면 불러봐야 캐낼 것이 없을 것이다. 여야가 증인 및 참고인에 집착하는 것은 청문회를 지나치게 의식하기 때문이다.그러나 국정조사는 현장조사와 서류감정이 더 효과적인 수단이다.따라서 특위위원은 입심 좋은저격수도 좋지만 조세전문가라야 효율적인 조사를 할 수 있을 것이다.그리고 그것이 더 효과적인 정치공세가 될 것이다. 여야는 속보이는 ‘증인’ 싸움을 접고 실질적인 국정조사 의지를 보여 주기 바란다.
  • [클린 사이버 2001] (20.끝) 전문가 대담

    ■네티즌 윤리 정규과목으로 교육을. 지난 6월18일부터 기획시리즈 ‘클린 사이버 2001’을 연재해 온 대한매일은 마지막회로 깨끗한 사이버 공간의 대안마련을 위한 전문가 좌담을 마련했다.정보통신부 변재일(卞在一) 정보화기획실장,학부모정보감시단 주혜경(朱惠璟)단장,인터넷포털기업 네띠앙 홍윤선(洪允善)사장이 자리를 했다.이들은 인터넷공간을 ‘사이버토피아’로 가꾸기위해서는 현실사회의 기능을 정상화하고 가정과 사회가 한마음이 돼 범국가적인 사이버 정화캠페인에 나서야 한다고강조했다. [변재일 실장] 인터넷이 우리 생활을 엄청난 속도로 바꿔가고 있습니다.하지만 그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여기에서비롯된 역기능이 확산되고 있습니다.어느 사회나 새로운변화가 나타나면 처음에는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적 측면이훨씬 두드러지게 마련입니다. 그러다가 서서히 사회적인 합의를 통해 변화가 다듬어지면순기능이 커지고 역기능은 점차 줄게 되지요. 최근 일본의한 주간지는 ‘일본과 미국의 인터넷 사이트는 잡지같고,한국의 인터넷 사이트는 (동영상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때문에) TV같다’고 보도하며 우리나라를 최고 수준의 인터넷 선진국으로 평가했습니다.뒤집어 보면 부작용 또한 상당히 다양하고 고도화돼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포르노물 폭력 청소년성매매(원조교제) 음란채팅 등 다른나라에는 거의 없는 이런 부작용에 대해 우리가 잘 대처하면 세계적인 모범사례가 될 수도 있습니다. [홍윤선 사장] 인터넷을 통해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포괄적으로 확장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혹은 바람직하지 않은 관계도 크게 늘고 있습니다.최근 새로 인터넷을 접하는 계층의 60∼70%가 18세 미만의 청소년이며,이들은 주로 또래를 통해 인터넷 상에서의 가치기준을 답습하고 있습니다.채팅을 예로 들면 본질적인 커뮤니케이션 속성으로 볼때 유용한 점이 많은데도 실제로는 피상적인 재미만 강조되고 있습니다.적절한 교육이 필요한대목입니다.물론 인터넷사업자들이 돈을 벌기 위해 주로엔터테인먼트적인 접근을 하는 것도 이유가 되겠지요. [주혜경 단장] 과거에는 불량배들이나 쓰던 욕을 요즘은여학생들까지 아무렇지 않게 하는 현실입니다.오프라인 공간에서도 그러니 익명성이 보장되는 사이버 공간에서야 오죽하겠습니까.현재 우리의 인터넷문화는 10대를 중심으로매우 인성파괴적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성 의식의 왜곡도 심각합니다.이대로라면 정부에서 강조하는 정보통신 대국이라는 말은 무의미합니다.사이버세상이 현실세계와 동떨어진 별개의 곳이 아니고,표현의 자유 역시 남의인권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한도에서 유효하다는 인식을 네티즌들에게 심어주어야 합니다. [변 실장]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서로 밀접한 영향을 미칩니다.정부가 정보통신강국의 캐치프레이즈로 ‘사이버 코리아’를 내걸었다가 올들어 온라인-오프라인 통합개념인‘e코리아’로 바꾼 것도 이 때문입니다.통상 개인들은 오프라인에서는 얼굴을 드러내고 살지만 온라인에서는 익명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합니다.때문에 청소년들의 경우,오프라인에서는 부모 세대의 윤리의식대로 생활하다가 온라인에서는 자신들만의 윤리기준에 따라 행동하게 되지요.인터넷이90년대 후반들어 급속하게 확산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간 괴리가 너무 커져 버렸습니다. [주 단장] 일부에서는 무턱대고 자녀를 감시해야 한다고주장하지만 이는 옳지 않다고 봅니다.아무리 가족이라도아내가 남편의,또는 어머니가 아들의 인터넷 이용행태를뒤져보는 식이어서는 곤란합니다. 사생활 침해 이전에 가족간 신뢰를 허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부모가 맑은 정신으로 세상을 살고 자녀에게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행동으로 가르쳐 주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자녀의 인성을 풍부하게 해 줌으로써 자연스럽게 지혜로운인생의 가치를 찾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몸이 건강하면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병에 걸리지 않는 것처럼 나쁜 인터넷 사이트에 대해 별다른 욕구나 충동을 느끼지 않도록 만든다면 이런 사이트들은 문제될 게 없을 것입니다. [홍 사장] 과중한 학업과 과외 등으로 시달리는 우리나라청소년들에게 사이버 공간은 건전한 배설구 역할을 할 수있습니다.그러나 자연스런 통제의 테두리가 있는 현실공간과 달리 인터넷 공간은 자녀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돼 있습니다.중요한 것은 부모나 교사들의 역할입니다.이럴 때는이렇게,저럴 때는 저렇게 해야 한다고 시의적절하게 지도를 해 주어야 합니다.함께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자녀들이 나쁜 길로 빠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이런 과정을 무시한 채 무조건적으로 규제를 해서는 오히려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주 단장] 가장 나쁜 것이 ‘철학이 없는 기술’입니다.요즘 아이들은 철학을 배우지 못한 채 성급하게 인터넷을 접하다보니 인터넷을 자신과 시간을 죽이는 도구로 쓰고 있습니다.많은 청소년들이 인터넷의 존재이유를 단지 즐기는것,즉 재미와 욕구배설의 통로로만 인식하고 있습니다. 성인들의 경우도 예외는 아닙니다. 인터넷사업자나 컴퓨터제조업체,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성인에 대한 인터넷 교육을하지만 대개 ‘이거 클릭하면 이렇게 된다’정도의 피상적인 교육에 그치고 있습니다.예를 들어 채팅을 하다 외도를하게 되는 주부들도 이런 잘못된 교육의 영향이 큽니다. 평생 남편과 아이들에게 매달려오다 갑자기 재미있는 신천지가 전개되니까 그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잘못된 길로빠지게 되는 것이지요. 어떤 목적으로 어떤 교육을 받느냐가 인터넷 이용행태를 천양지차로 달라지게 만듭니다. [홍 사장] 두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인제 조카는 인터넷을 많이 이용하는 편이지만 음란물이나폭력물같은 것은 일절 접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삼촌인제가 자기보다 인터넷을 훨씬 잘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부모가 많이 아는 것만큼 좋은 예방책도 없다고 봅니다.또 하나는 얼마전 있었던 상담사례입니다.한 50대 아버지가 자기 아들이 초고속인터넷을 깐뒤 밤새 포르노사이트를돌아다니는 것같다는 고민을 전해왔습니다. 저는 아들에게e메일을 보내 터놓고 이야기를 해보라고 권했습니다. 덕분에 그 아들은 음란물을 완전히 끊을 수 있었습니다.용기를갖고 직접 대화를 해야 부모와 자식간에 신뢰가 쌓일 수있습니다. [변 실장] 유해매체물을 차단하는 소프트웨어가 충분히 공급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를 활용하지 않고 있습니다.학부모가 이를 다룰 수 있는능력을 기르는 게 급선무입니다.학교에서 인터넷상의 윤리와 사회적 책임을 정규과목으로 만들어 가르치는 것도 필요합니다.인터넷을 통한청소년성매매(원조교제)에 탐닉하는 남편,인터넷교육을 받은 뒤 외도하는 주부 등 성인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해서도 심각한 고민이 필요합니다.한 외국 방송사에서 한국을 ‘인터넷상에서 가장 빠르게 섹스파트너를 구할 수 있는 나라’라고 보도한 적이 있었습니다.억울한 면도 있지만 이를 완전히 부인하기도 어렵다고 봅니다.성인들의 인터넷에 대한 접근속도와 방향을 우리 사회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조절하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홍 사장] 유해 정보에 대한 지속적인 차단 노력도 중요합니다.게임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요즘 게임은 대부분 인터넷 상에서 겨루는 네트워크 게임이기 때문에 시중에 나오는 시점부터 ‘스스로 진화’하기 시작합니다.게이머들이 요구하는 수준에 맞추기 위해 사업자들이 갈수록 중독성이 강하고 자극적인 방향으로 업그레이드를 하는 것이지요.때문에 정부 심의를통과한 게임이라도 1년쯤 지나면전혀 다른 게임이 돼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연속성을 가지고 유해성 여부를 판단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변 실장] 명예훼손과 개인정보 침해의 문제도 심각합니다.‘인터넷에서 죽어간 사람’이 한두사람이 아닙니다.인터넷상 명예훼손의 경우 가해자를 처벌한다 해도 피해자의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습니다.이제는 이런 범죄행위에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 강력히 규제해야 합니다.해커를 영웅에서 범죄자로 인식 전환시키는데 얼마나 오랜시간이 걸렸습니까.그것은 강한 처벌이 이뤄졌기 때문에가능했습니다.인터넷이 표현의 자유만을 강조하는 무책임한 공간이 아니라,책임의식이 필요한 생활터전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합니다. [주 단장] 최근들어 긍정적인 현상이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얼마전까지만 해도 음란물 등 유해사이트 차단 소프트웨어 제조회사들은 거의 돈을 벌지 못했지만 요즘은 사정이 많이 나아졌다고 합니다.학부모들이 관심을 갖고 구입하니까 그런 것이겠죠.학부모들이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지는 못해도 ‘가랑비에 옷 젖는 식’으로 조금씩 인식이변화하고 있습니다. [변 실장]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전에도 청소년 포르노나매춘 등의 문제는 분명히 존재했습니다.그러나 이런 기존의 역기능들이 인터넷을 통해 봇물 터지듯이 확대되고 있다는 게 문제겠지요.해결책은 어른들이 인터넷의 주도권을쥐는 것입니다. 또 지속적인 교육과 캠페인을 해나가야 합니다.우리나라 사이버문화가 긍정적인 방향에서 꽃필 수있도록 정부 시민단체 언론 사업자 등이 힘을 합해야 할것입니다. [홍 사장] 요즘들어 사회 전반적으로 지나치게 상대적인가치를 강조하면서 가치관을 불분명하게 만드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연예인 하리수같은 트랜스젠더에 대한 상업적인 접근과 미화가 한 예가 될 것입니다.오프라인 공간에서 무너진 절대가치가 온라인을 타고 중복되면서 더욱심하게 바뀌고 있는 것이지요.아이들은 성인을 보면서 배운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주 단장] 부모들의 인식전환이 절실합니다.어떤 부모들은아이들이 컴퓨터를 다루고 인터넷을 이용하면공부도 잘하고 착실해지는 줄로 착각하고 있습니다.하지만 부모가 모르는 사이 아이들의 머릿속이 황폐해질 수 있음을 알아야합니다.집 안에 사창가가 들어와 있고 안방에 폭탄이 떨어져 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정리 박대출 김태균기자 dcpark@
  • 2001 길섶에서/ 갈등

    갈등(葛藤)이란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노사갈등’‘지역갈등’‘계층갈등’에 ‘세대갈등’이 자주 오르 내리더니 얼마전부터 ‘보혁갈등’이 등장했다.그리고 요즘에는 ‘남남갈등’으로 대체되었다.갈등이란 본래 심리학 용어로 정서나 동기가 다른 정서나 동기와 충돌하면서 표현되지 못하는 현상이라고 한다. 갈등의 원인은 대개 세가지로 도식화해 설명하는 게 보통이다.양자택일해야 하는 것이 첫번째로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을 하려는 경우가 해당된다.진퇴양난의 처지가 두번째 유형이다.호랑이에 쫓기는 사람이 절벽을 만난 격이다.마지막은 상반되는 두개의 요구가 충돌하는 경우다.돈은 벌어야하는데 취직은 하기 싫은 것이다. 우리 사회가 걷잡을 수 없이 휘말려 들고 있는 ‘갈등’의본질은 무엇일까. 혹시 ‘싸움’을 앞두고 어떤 성과를 확보하려는 포석이 아닌지 모르겠다.만에 하나 비슷한 의도가조금이라도 있다면 ‘병력이 상대보다 5배이상 많지 않으면공격하지 말라’는 손자병법의 가르침을 새겨 볼 일이다. [정인학 논설위원]
  • [씨줄날줄] 이브 몽탕과 송두율 교수

    1991년 타계한 프랑스 유명가수이자 배우였던 이브 몽탕이말년에 ‘친자확인 소송’에 휘말린 사건이 있다. 드로사르라는 소녀가 제기한 소송이었는데 몽탕은 소녀의 어머니와교제한 일은 있지만 결단코 자신의 딸은 아니라고 부인했다.그러나 몽탕이 혈액검사 등 친자확인에 필요한 어떤 조사도 거부하는 바람에 사람들은 그를 의심했다.공교롭게 두사람의 용모도 닮아 법원도 친자관계로 심증을 굳혔다.그러는 와중에 몽탕은 사망했고 사람들은 두 사람의 친자관계를거의 사실로 믿었다. 몽탕의 누명은 그가 죽은 지 7년만에벗겨졌다.몽탕의 유골을 채취,유전자 감식결과 아닌 것으로판명된 것이다. 정황만으로 생사람 잡는 경우가 종종 있다.황장엽(黃長燁)씨로부터 ‘북한조선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라고지목됐던 송두율(宋斗律·독일 뮌스터 대학)교수가 그 비슷한 케이스다.황씨가 누군가.김일성대학 총장을 역임했고 주체사상을 완성시켰으며 한때 김일성 부자의 측근이었던 사람이다.그런 사람이 한 말이니 그럴듯하지 않은가.더구나송 교수가 몇차례 북한을 다녀갔고 고 김일성주석과 면담까지 했으니 정황도 맞아떨어진다.대개 이런 경우 사람들은당사자의 해명을 귀담아듣기보다는 “본인이야 그렇게 말하겠지”쯤으로 치부하기 마련이다.이쯤되면 당하는 사람으로서는 미치고 뛸 수밖에….결국 송 교수는 이 문제를 법정으로 가져갔다.황씨를 상대로 명예훼손에 의한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 송사에서 서울민사지방법원은 “송 교수가 ‘김철수’라고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그리고“황씨의 주장은 송 교수가 북한의 지시를 받아 대남공작활동을 해온 자라는 인상을 줄 수밖에 없어 명예를 훼손”한 점도 인정했다.그러나 재판부는 “황씨의 의도는 북한체제의 허구성을 알리려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점을 들어 손해배상 책임은 없다고 판결했다. 누명을 벗는 것이 목적이었을 송 교수 입장에서 1심 판결은 실질적인 승소인 셈이다.그러나 송 교수의 누명이 이브몽탕처럼 개인적 사안이 아니라는 데 문제의 본질이 있다. 황씨의 말 한마디로 “노동당간부가 남쪽에 합법적 활동공간을 확보해도 괜찮은가”라는 소리가 나오는 등 지겨운 ‘색깔논쟁’이 재연됐으니 말이다. 김재성 논설위원 jskim@
  • [매체비평] 편향적 이념 부추기지 말라

    해마다 8.15 전후가 되면 통일문제로 나라 안이 시끄러웠던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올해도 예외없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8.15 민족평화 대축전' 민간 방북단의 방북 기간중에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을 중심으로 방북의 의미가 축소되고,지엽적인 일이 본질로 전도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언론이 여전히 한 몫을 하고 있다.아니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이번 방북은 통일을 위한 민간교류의 활성화 차원에서 다양한 이념의 스펙트럼을 지닌 단체들이 참여한 행사였다.물론우리나라에 좌파적 성향의 단체가 있다는 것 자체를 용납할수 없는 극우도 있겠지만,그러나 그들이 있다는 것이 우리가 북한보다 체제가 우월하다는 징표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그러나 현실의 해석에서는 이것이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이번방북기간 중에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은 언론이나,일부 보수세력들이 말하는 것처럼 국기를 뒤흔드는 사건이 아니라 통일운동에 대한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다양성의 일부인 것이다.물론 통일성도중요하다.그리고 그런 점에서 아쉬움도 있다.그러나 우리 언론과 보수세력들은 예전 방남단들이 보인 통일적 행동들을 긍정적으로만 보아주었는가?북한과 우리가 견해를 좁혀갈 수 있는 통로로서 다양한 견해와 방식들을 용인하지 않는 통일운동이 통일에 기여하겠는가? 문제는 언론이 이러한 인식을 가지지도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취재 편집 과정에서 지켜야 할 기본원칙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이다.몇가지만 예를 들면 중앙일보나 조선일보는 ‘괘씸죄 정도로 국민 비난 여론 잠재우기 어렵다(중앙,8월 18일기사 본문 중)',‘별 것 아니라고(조선,8월 23일 사설)',‘국기를 흔드는 방북단의 돌출 행동(조선,8월 24일 1면 기사)'등에서 방북 시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을 국기를 흔드는 중대 사건으로 의미 규정하고 은근히 강경한 처벌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특히 그동안 진보적 통일운동에 앞장 서 왔던강정구 교수의 행동에 대해서는 그의 해명이 있었음에도,그의 행동이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것처럼 묘사하는 모 인사의 발언만을 인용하거나 그의 글들이 보여준반미성을 강조하여 마치 친북 또는 북한찬양의 의도성이 있었던 것으로 만들고 있다(반미가 친북인가?).그리고 이를 계기로 통일운동에서 남남갈등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민간차원의 통일운동이 힘을 모아가고 있었던 현실의 가치를 간과하는 것이언론의 기능인가? 이번 행사의 의미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보다 더 안타까운것은 각 신문들이 ‘드러나지 않는 이념적 지향'에 따라 인용한 인사들의 성향이 편향적이라는 것이다.일련의 사건들 중심에는 통일연대가 있었다고 한다.그렇다면 당연히 통일연대쪽 사람들과 인터뷰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 23일 밤 KBS2TV ‘북한리포트’가 여러가지측면에서 이번 사건들을 조명하면서 다른 언론에서 보기 힘든 ‘처벌의 기준 (즉,고의성,계획성,이적성 등)을 지적한 것이나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준 점이었다. 또 조선일보가 방북참가 인사 4명을 대상으로(물론 통일연대쪽 사람은 없었지만) 마련한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비교적균형있는 발언을 했고 이언급들이 기사화되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들을 통해 독자들은 각 신문들의 이념적 지향이 무엇이며,그들이 원하는 것을 위해서 어떻게 기사를 편향적으로 다루는가를 다시 확인하게 되었을 것이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
  • 이총재, 영수회담 조건부 수용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23일 여야 영수회담과관련,“야당 총재로서 대통령을 만나 열린 마음으로 나라와 국민을 위해 중요한 국정 현안을 논의하고 해법을 찾는자리라면 언제 어디서든지 회담에 응할 자세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그러나 진실성과 신뢰의 바탕 위에서 국민을 위하는 영수회담을 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친일파’ 발언 등에 대한 여당의 선사과를 거듭 촉구했다. 이에 청와대측은유감을 표명한 뒤 “이 총재는 영수회담을 하자는 것인지,말자는 것인지 분명하게 답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해 영수회담 성사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신뢰 회복’이란민주당 안동선(安東善) 최고위원의 사퇴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유감 표명, 재발방지 약속 등 3가지 전제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현 시국에 대해 “정치·경제·안보 할 것 없이 그야말로 복합적인 위기 상황에 처해있다”고 진단하고,평양대축전 참가단의 돌출행동에 대해서는 “일부 방북단의 행태를 보면서 우리 사회의 이념적 혼란상과 내부 분열이 위험 수위를 넘었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관련자 엄벌을 요구했다.또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기본질서를 확고히 하는 바탕위에 원칙있는 대북정책을 추진해야할 것”이라며 대북정책의 재검토를 촉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은 경제와 민생,남북관계에 대해서만이라도최소한 여야가 대화를 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면서“이 총재가 이에 대해 분명하게 답할 것을 기대한다”고말했다. 강동형기자 yunbin@
  • [씨줄날줄] 육아급여 10만원

    모유는 강한 면역성분을 갖고 있다. 면역글로불린이 있어아기의 장을 튼튼하게 해주고 혈액에 침투하는 바이러스를막아준다.그래서 모유를 먹인 아기는 감기에 걸리지 않고설사,소화장애,호흡기 감염,알레르기 등에 걸릴 확률도 낮다.최근에는 모유가 산모의 건강에도 좋다는 결론이 나왔다.모유의 신비는 풀어도 풀어도 끝이 없다.생명창조의 신비는 모유의 신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유가 이렇게 좋은데 우리나라 어머니들은 10.2%만이 모유를 먹인다.세계에서 가장 낮은 모유 수유율이다.한 때 ‘팽팽한 가슴’을 유지하기 위해 모유 대신 분유를 먹이던시절이 있었다.그러나 지금은 세계에서 ‘멋’에 관한 한가장 앞서 간다는 프랑스 엄마들의 80%가 모유를 먹인다.멋보다 모자의 건강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우리나라도 1985년까지는 모유 수유율이 59%였다. 그것은여성들의 취업률이 낮은 덕택이었다.말하자면 우리나라 모유 수유율은 여성들의 취업률과 반비례 현상을 보인 것이다.그런데 여성 취업률이 우리나라보다 높은 프랑스 엄마들의모유 수유율이 우리보다 높은 것은 무슨 까닭인가. 우리나라 어머니들이 아직도 분유 신봉자여서 그런가? 결코 그렇지 않다.프랑스는 육아를 사회의 공동부담으로 여기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오로지 여성에게만 떠 맡기기 때문이다.그쪽엄마들은 직장 탁아소, 육아휴직 등 직장생활을 하면서도모유를 먹일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져 있고 우리나라 엄마들은 직장을 포기하지 않는 한,인기배우 채시라가 모유를먹이든 말든 형편이 그렇지 못하다는 데 문제의 본질이 있다. ‘육아휴직 급여 월10만원’은 아닌말로 기저귀값도 안되는 돈이다.그러나 ‘보험기금 적자 등을 감안하면 달리 방법이 없다’는 노동부 입장도 이해는 간다.문제는 우리나라맞벌이 가정 대부분이 ‘같이 벌어야 할 형편’이라는 점,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것은 아이를 맡길곳이 없거나 인건비 지출이 부담스러운 탓이라는 사실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월 10만원의 휴직급여는 “육아휴직 하지말라”는 말과 같다.출산율 하락을 걱정하고 모유 권장을위해 별도 예산까지 책정하는 마당에 육아 비용에 너무 인색해서 되겠는가. 김재성 논설위원 jskim@
  • 방북단 수사 어떻게 돼가나

    수사당국이 평양 민족통일대축전 참가자 가운데 긴급체포한 16명의 신병처리 및 처벌 수위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범민련 남측본부 관계자 5명과 만경대 방문록파문 당사자인 동국대 사회학과 강정구 교수 등 10여명을구속수사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범민련 관계자에 대해서는 고려해야할 변수가 많고 이번 사건이 미칠 파장을 고려하면 ‘10여명 구속수사’로 단정짓기도 어려운 상황이다.수사당국 관계자도 “이번 수사가 국가에 보탬이 돼야 하는데 ‘보·혁 갈등’으로 비춰지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우선 범민련 관계자들이 방북 전부터 북측과 교신,예정에없던 의장단 회의를 개최했는지 여부가 변수로 떠오르고있다. 수사당국은 범민련 관계자들이 의장단 회의에서 범민련강령을 개정한 것을 볼 때 사전 교신은 분명 있었다고 보고 있지만 물증 확보 여부에 대해서는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처음에는 물증을 확보한 듯한 태도를 보이다가 나중에는 함구로 일관하고 있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일각에서는사전 교신 사실이 확인되면 당국이 사전 교신을 왜 미리 확인하지 못했느냐는 문제 제기를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범민련이나 한총련 등이적단체에 방북 허가를 내줬다면 사전에 이적행위 가능성여부를 철저히 점검을 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부담이다. 수사당국은 지난해 5월 문규현 신부 방북사건의 1심 판결에서 보듯 최근 국가보안법에 대한 법원의 엄격한 법적용에도 신경쓰고 있다.문 신부는 지난 98년 북측과 사전에교신한 뒤 방북,북측에 우호적인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의 잠입·탈출,찬양·고무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법원은 문 신부가 국가의 존립이나 자유민주주의적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했다고 볼 수 없고 북한에 잠입한것이 아니라 통일부의 승인으로 방북했다는 이유로 잠입·탈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수사당국이 남북 민간교류가 가져온 성과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사건을 마무리하려 한다면 긴급체포된 16명중구속수사대상은 의외로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강충식기자 chungsik@
  • [사설] IMF 졸업장은 받지만

    정부가 환란 이후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빌린 195억달러 가운데 그동안 갚고 남은 1억4,000만달러를 오늘 전액 상환한다.당초 2004년 5월까지 상환하기로 했던 돈을 3년여앞당겨 모두 갚는 것이다. 이로써 한국은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3년8개월만에 공식적으로 IMF 졸업장을 받게 됐다.비로소 독자적인 경제주권을 완전히 회복했다는 뜻이 담겨 있는 만큼 여간 다행스럽고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IMF 졸업장을 받는 우리 마음은 무겁고 착잡하기만 하다.나라경제의 앞날이 미국과 일본 경제의 침체 등대내외 여건 악화로 매우 불투명한 상황에 놓여 있는 탓이다.연초만 하더라도 조기 회복에 대한 기대에 부풀었던경기가 빠른 속도로 나빠져 2·4분기 경제성장률은 2.7%로떨어졌다. 3·4분기에는 마이너스성장이 예상된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투자와 생산,수출실적이 일제히 격감하면서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지 모른다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경제주체들은 IMF를 졸업하는 순간에 다시 번지고 있는위기의 본질이 무엇인지부터 곰곰이 따져 보아야 한다.그런 다음에 IMF극복의 경험을 되살려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경제살리기에 나서야 한다.무엇보다 기업의 구조조정을마무리하고 경기부양책을 차질없이 집행하는 일이 시급하다.우리는 세계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한국이 연간 3∼4%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다면 경제체질을 강화하는데 지금처럼 좋은 기회가 없다고 본다.구조조정을 완성하지 못할 경우 경제구조의 취약성이 다시 노출되고 한국에대한 외국인들의 투자의욕이 살아나지 않을 것이란 점은두말할 나위가 없다. 국가경제의 고질적 불안요인인 하이닉스 반도체와 대우자동차,현대투신 등 부실 대기업 처리를 서둘러 마무리해 시장의 불안감도 씻어내야 한다.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시중을 떠도는 단기 부동자금을 증시로 끌어들여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복원하는 작업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이다. 정치권은 더이상 경제살리기에 장애물이 되어서는 안된다. 지난 21일 국회는 재정경제위를 열어 추경안을 처리하려했으나 정족수 미달로 의결하지 못했다.정치권이 경제에얼마나 무관심하고 무책임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말로는 민생정치를 떠들면서도 막상 가장 중요한 의정활동을 등한시하는 뻔뻔한 행태에 국민들은 이제 신물이날 지경이다. 정치권은 거시경제 정책이 실기하는 일이 없도록 협조를 아끼지 말 것을 촉구한다.
  • 국제사면위 첫 여성 사무총장

    세계적 인권기구인 국제사면위(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최고 책임자에 동양계 여성이 임명됐다.국제사면위 40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사무총장이자 아시아계 사무총장이다. 국제사면위는 17일(현지시간) 세네갈 다카르에서 국제지부회의를 열고 이렌느 칸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수석보좌관을 7대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사무총장 임명식은 전임 사무총장인 피에르 상이 국제사면위를 상징하는 촛불을 칸 여사에게 넘겨주는 것으로 이뤄졌다. 칸 신임 총장은 취임사를 통해 “인권에 대한 유린이 광범위하게 행해지고 있다”며 “국제사면위는 본질적으로 인권을 유린당한 개인들과 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개인들에 대한것”이라고 밝혔다. 칸 총장은 방글라데시 출신으로 영국 맨체스터대,미 하버드 법대를 졸업했다.UNHCR에서 21년간 근무하면서 스위스,파키스탄,영국 등지에서 일해왔다. 전경하기자 lark3@
  • [클린 사이버 2001] (18)인터넷 역기능 원인과 대책

    자살·폭탄·자퇴 사이트,사이버 중독증….사이버공간의 황폐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한창 감성이 예민하고 판단력이 익지않은 청소년들이 유해 환경에 노출되면 자칫 비뚤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과연 우리의 인터넷에는 희망이 없는 것일까.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사이버공간에는 이같은 어둠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편리함,공동체·대항 문화의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사회학에서는 ‘문화 지체’라는 용어를 쓴다.빠른 기술적진보를 기존의 가치관이나 인식이 따라 잡지못해 혼란이 생기는 경우를 일컫는 말이다.따라서 인터넷 낙관론자들은 현재 우리나라 인터넷에서 일어나는 파행성은 ‘문화 지체’를 보여주는 것일뿐,인터넷의 미래를 어둡게 볼 근거는 되지못한다고 말한다. 진보네트워크의 장여경 정책실장은 “인터넷에 대한 불안감은 새 매체가 등장할 때 마다 반복된 것”이라면서 “텔레비전이 등장할 때도 청소년들을 바보로 만든다고 많이 비판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치유기능이 향상된 것처럼 인터넷의부작용도 너무 걱정할 일만은 아니다”라고 밝힌다. [나는 기술 기는 가치관] 한국의 인터넷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했다.인터넷 이용자 수 세계 4위,세계 최고의 인터넷 보급 속도를 자랑한다.인터넷은 가히 선진국 수준이다. 그러나 이를 이용하는 실태는 극도의 후진성을 드러낸다.단적인 예가 최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지의 기사. 이 기사는 지난 1월 인터넷 음란물 사이트에 접속한 이용자수를 조사한 결과 한국이 1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우리의 인터넷 윤리 상실,도덕 불감증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해 온라인 상에는 ‘학부모 정보 감시단’‘한국 사이버 감시단’‘세이프 온라인’ 등 민간 감시 기구가 많이 생겨 활동중이나,아직 역부족이다. [규제만이 능사는 아니다] 정보통신부는 지난달 ‘정보 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시행,음란물 접속 등을 차단하는 등 규제에 나섰다.그러나 전문가들은이같은 규제나 검열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사이버문화연구소 민경배실장은 “감시 검열은 근시안적처방”이라면서 “인터넷 문화교육을 강화하고 그를 위한 인적 자원을 육성하는등 대책이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또 국내 1호 ‘미디어 교육’박사인 김양은씨는 “청소년들에겐 인터넷이 텔레비전보다 더 가까운 ‘생활’이기에 그것을 막는다고 해결되는게 아니다”면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자율적으로 규제하게 유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식의 전환이 중요하다] 인터넷 문화를 연구하는 관계자들은 인터넷에 대한 편협된 인식을 큰 원인으로 꼽는다.정부나 언론 등에서 인터넷을 ‘기술’의 측면에서만 강조했지 문화로서는 파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민경배실장은 “우리 사회는 인터넷을 실용적 도구나 테크놀로지 측면에서만 보았다”면서 “그 결과 ‘노다지 캐는공간’이라는 인식만 팽배해 부작용이 일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한다. 학교나 학원에서 인터넷을 이용하는 기술만 가르쳐왔지,인터넷 공간의 순기능 즉 공동체·대안문화 등으로 발전시키는 방법을 가르치는데는 소홀했다는 지적이다.다시말해 칼을잘 쓰는 법은 알려주지 않고,칼만 쥐어준 셈이라는 것이다. 당연히 찌르고 휘두를 수 밖에 없다는 얘기이다. [대안은 뭔가] 전문가들은 인터넷 문화를 제대로 가르치는게 시급하다고 주장한다.이를 위해 인터넷을 단순히 도구로 보는 현재의 시각을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양은 박사는 “얼마나 정확하게 기술을 사용할 수 있을까의 차원을 넘어서 어떻게 생활 속에서 기술을 의미있게 활용할 수 있을까를 가르쳐야 한다”한다고 지적한다. ‘교실밖 선생님’이란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대안적인 인터넷교육을 실시하는 함영기 양천중 교사는 “물량 공급 위주의 교육정보화 정책이 빚은 기능적인 정보통신기술(ICT)교육은 그만 두어야 한다”면서 “소집단 협동학습의 장점과 상호작용을 특징으로 하는 인터넷을 결합시켜 학습자들끼리 활발한 교류와 협동을 통해 공동의 목표를 성취하게 해야한다”고 제안한다. [외국의 대응] 미국 캐나다와 스웨덴 노르웨이 등 인터넷 선진국들은 10여년전부터 인터넷교육에 눈을 돌렸다. 미국은 교사·행정가 등을 네트워크로 연결시켜 다른 교육자들과 경험 및 교육자료를 공유할 수 있도록 ‘지식 공동체’의 역할을 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미디어교육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는 캐나다는 지난 93년부터 오리건대학을 중심으로 미디어폭력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연구하도록 하고 있다. 인터넷문화교육 연구자들은 이런 사례를 들면서 인터넷에대한 선입관을 버릴 것을 주문한다.인터넷의 올바른 이용에대해 지속적으로 교육하면 인터넷의 순기능이 발휘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최근 미국에서 인터넷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7%가 “인간관계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대답했다.인터넷이 인간을 소외시킨다는 인식을 뒤집은 것이다. 장여경 정책실장은 “인터넷은 편집자가 없는 매체여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 “인터넷의 효율성을 살리면 가장 완벽하고 민주적인 표현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온라인과 오프 라인을 연계해야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온라인에서 형성된 공감대를 실제 세계로 이전(移轉)시켜야 한다는 것이다.온라인 모임이 오프라인에서 ‘육체성’을 확인하고,그에 따라 유대가 강화된다면온라인의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현실화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종수기자 vielee@. ■사이버문화 비평가 홍성태씨. “인터넷은 백인백색(百人百色)이 꽃피는 공간입니다.저마다의 개성과 욕망,목소리가 넘치는 인터넷은 ‘열린 사회’를 만드는 엄청난 힘이죠.” ‘사이버공간 사이버문화’,‘사이보그 사이버컬처’등을펴낸 정보사회학 박사이자 사이버문화 비평가 홍성태씨는 “보수적인 사회를 전복하는 인터넷의 힘에 희망이 있다”고강조했다. “‘열린’ 인터넷은 국가·재벌·거대언론 등 기존의 ‘닫힌’권력을 견제,저항하는 역감시 역할을 통해 시민사회를튼튼하게 하는 중요한 토대가 될 것입니다.” 디스토피아의 주범이자 ‘악의 꽃’으로 불리는 자살·음란 사이트를 보는 눈도 사뭇 낙관적이다.자살 충동을 느끼게하는 사회와 성적 표현을 억누르는 분위기부터 고쳐나가는게 순리라면서 “역작용이있다고 입을 틀어막지 말고 자율자정 능력을 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디지털시대를 전망하는 그의 시선이 마냥 장미빛은 아니다.그는 “개인매체 성격이 강한 인터넷을 입맛에 맞는 도구로 길들이기는 어렵다”고 전제하면서도 “조지오웰의 소설 ‘1984년’처럼 첨단정보통신기술이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을 통제하는 사회는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식의 사적 소유권을 규정한 저작권을 사이버시대에 여과없이 적용하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전세계 컴퓨터 운영체제의 95%이상을 독점한 MS사는 전세계 정보사회기반을 뒤흔들 수 있는 권력체가 됐다.공유저작권을 주장하는 ‘카피레프트’(Copyleft)운동이 힘을 더하고 있는 것도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이 ‘제 5권력’이 될 것이라 일부의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과거에는 정보 수집-편집권을 독점해 거짓말을사실로 만들고 정치권력과 결합할 수 있었지만 인터넷에서는 거짓말을 하면 곧 정체가 드러나게 되어 있다는 얘기이다. 그는 인터넷을 전자상거래의 ‘도구’쯤으로 치부하는 세태에 대해 경고했다.“인터넷으로 떼돈을 벌 수 있다는 환상때문에 사람들은 무턱대고 기능교육에만 몰두합니다.그러나정작 인터넷의 본질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장이죠.어떻게만나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적 교육이 먼저입니다.”허윤주기자 rara@
  • [대한광장] 기초학문에 대한 인식전환

    위기에 처한 기초학문을 살려야 한다는 데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그러나 대의명분만 가지고 기초학문이 사는 것이아니다.기초학문을 제대로 육성하려면 연구자와 대학,정부와 기업들이 보다 진솔한 자기진단과 협력적 결단을 해야한다. 첫째로,대학과 교수들이 생각해야 할 것은 대학에서 연구하고 가르치는 학문의 내용과 방법이 너무 서구 의존적이라는 것이다.기초학문은 모든 학문의 기초가 되는 원자료를생산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주체적인 연구가 생명이다.따라서 기초학문 육성을 위해 많은 연구비를 투자한다고 해도서구 학문을 답습하거나 편린을 재구성하는 것이라면 위기가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근현대 100년은 인문,사회과학의 보고(寶庫)와도 같다.일제 식민지 강점,냉전체제에 의한 분단과 전쟁,빈곤과 경제개발,군사독재와 민주화 등의 역사는 결코 우리나라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고 인간,사회,세계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과 그 해결을 모색할 수 있는 연구의 원시림(原始林)이기 때문에 해외의 연구자들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우리나라는 학문의 기초가 빈약하고,세계화와 정보화시대에는 우리의 것을 자주적으로 연구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기초학문 육성은 우리의 원자료를 연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의 대학과 교수들은 지나치게 편협하고 배타적인학과주의에 포로가 되어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대학들은학문의 성격 및 편제와는 무관하게 증과·증원만을 위해 학과들을 임의적으로 세분화시킨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것이 학문발전이나 교육에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대학은 수입을 위해,교수들은 교수직 유지를 위해잘못된 학제를 그대로 고수하는 경향이 있다. 기초학문은그 성격상 학제간 공동연구를 필요로 하고,이미 지식정보사회의 학문은 인문,사회과학만이 아니라 자연과학까지 포함한 학제간 연구를 요청하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편협한 학과중심주의로서는 기초학문을 발전시킬 수 없다. 정부의 학술연구비 지원이 충분한 것은 아니지만 이마저도제대로 된 연구 업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주요 원인 중의하나가 학과주의 병폐이다. 반면에 학문의 성격을 고려하지 않고 단지 학생이 원한다는 단 한가지 이유만으로 학과를 무조건 통폐합하는 학부제도 마찬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따라서 학문의 본질에 맞게근본적으로 학제를 재편성하는 개혁을 해야 대학도 살고,교수도 살고,기초학문도 산다. 둘째로,정부와 기업은 기초학문에 대한 낡은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그동안 우리는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왔다.그 결과 경제는 세계가 놀랄만큼 성장했지만 이보다 앞서야 할 정신적,도덕적 가치와사회양식은 무너져버리고 말았다.오늘 우리사회가 신음하며갈등하고 기초학문이 죽어가는 것도 이런 결과 때문이다. 그런데 지식정보사회가 도래하면서 기초학문의 성격이 달라졌다.기초학문은 경제성이 없는 것이 아니라 기초학문이도리어 가장 경제성 있는 학문이 된 것이다.자연과학의 연구결과는 IT,BT산업과 직결된다.미국 스탠퍼드대학과 실리콘 밸리의 관계가 이것을 잘 입증해 준다.인문,사회과학도콘텐츠산업 및 문화관광산업과 그대로 이어진다. 이제기초학문은 단순한 연구차원을 넘어 지식정보사회 첨단산업의 기초가 되고 있다.더욱이 경제는 이제 물적자본(material capital),인적자본(human capital)에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경제와 무관한것 같은 삶의 목적과 사회적 관계가 경제를 좌지우지하게되는 것이다.몰가치적 경제가 가치의 경제로 전환되고 있는것이다. 그러므로 정부와 기업은 경제성장을 위해서도 우리사회의무너진 가치 회복과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도 기초학문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성재 학술진흥재단이사장
  • 민주-자민련, 외나무 다리에 선 ‘합당-대망’

    ‘공동여당 합당론’과 ‘JP 대망론’을 둘러싼 민주당과자민련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자민련은 14일 ‘JP 띄우기’를 계속 하면서도,민주당이제기하고 있는 합당론에 대해서는 경계감을 표출하며 ‘급제동’을 걸고 나섰다.반면 민주당은 자민련을 자극하지않으려는 제스쳐를 보이면서도,합당의 당위성을 거듭 역설했다. 자민련 이완구(李完九) 총무는 이날 “우리는 (민주당과의) 합당을 요구한 적도 없고,합당할 생각도 없다”며 “대단히 불쾌하고 유감스럽다”고 밝혔다.이양희(李良熙)사무총장도 MBC 라디오에 출연,“합당론은 시기상조”라고일축했다. 얼마 전 김종호(金宗鎬) 총재대행이 “JP에게 대권 후보를 주면,민주당과 합당할 수도 있다”고 여유를 부리던 태도에서 완강하게 변한 셈이다.자민련의 한 관계자는 “합당론이 대세가 될 경우,JP대망론을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하고 민주당에 흡수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반면,민주당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여권 3당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후보를 단일화해야 한다”며 ‘합당론’의 불씨를 이어갔다. 전날 “JP는 통합신당의 총재직 이상을 기대해선 안된다”고 해 자민련의 반발을 불렀던 이상수(李相洙) 총무는이날도 발언의 기조를 굽히지 않았다.그는 “어제는 우리당에서 그동안 합당을 해야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와 그대로 말한 것”이라며 “JP가 대선후보를 맡지않는 것이 좋겠다는 것은 내 말이 아니고 당내 분위기를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또 자민련의 ‘JP 대권후보론’에 대해그 본질을 평가절하하는 관측이 다수를 이뤘다.한 의원은“JP가 한나라당과의 제휴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은,실제자신이 대권후보가 되겠다는 의도보다는 몸값을 올려 지분을 담보받으려는 JP 특유의 정치 스타일 아니겠느냐”고분석했다. 김상연기자 carlos@
  • 中 대륙 反日기류 증폭

    중국 대륙에 반일(反日)기류가 증폭되고 있다.중국 언론과 일본문제 전문가들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일제히 비난하고 나선데 이어, 중국 해커가 일본 정부기관을 공격하고 네티즌들은 언론사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반일 목소리를 높이고있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人民日報)는 14일 평론을 통해“고이즈미 총리가 공공연히 침략전쟁의 상징인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것은 침략전쟁의 피해를 입은 아시아인들을모욕하는 행위”라며 “패전기념일인 15일을 피했다고 문제의 본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고 비난했다. 관영 신화통신(新華通訊)도 “야스쿠니신사 참배로 일본은 아시아각국들과 국제사회에 대한 신뢰감을 무너뜨렸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추이스광(崔世廣) 중국 사회과학원 일본연구소 부주임은“야스쿠니신사는 일종의 종교시설로 일본 헌법의 정교분리 원칙에 따라 총리가 참배할 수 없다”며 “그럼에도 고이즈미 총리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것은 바로 일본군국주의의 부활을 바라는 우익세력을 결집하기 위한 책동”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선런위안(沈仁安) 베이징(北京)대 역사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을 교훈으로 삼아 고이즈미 정부와는 중·일관계 개선에 대한 희망을 버려야 한다”며 “중국은 일본에 대해 보다 강력한 정치·경제·외교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집중 성토했다. 이에 앞서 13일 오후 4시쯤 일본 기상청의 컴퓨터 서버가중국인 해커의 공격을 받아 한동안 소동이 빚어졌다. 중국인 해커는 기상청이 지난해 설치한 해커방지시스템인 ‘파이어월(방화벽)’을 유유히 뚫고 들어와 중국어로 ‘고이즈미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엄중 경고한다’는 메시지를남겼다. 네티즌들도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다.인민일보 인터넷 게시판 등에는 고이즈미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마자,순식간에 “일본 제품을 보이콧해 일본경제를 고사시켜야 한다”,“이제 군사수단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할 때다.원자폭탄 50개면 충분하다”는 등의 일본에 대한 과격한 의견이 올라왔다. 베이징 김규환특파원 khkim@
  • [대한포럼] 신자유·질서자유·사회주의

    현 정부 출범이후 정책 색깔은 툭하면 도마위에 올랐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지난주말 “교육정책이 사회주의적이라는 비판도 있다”고 지적했다.김만제 정책위의장도얼마전 부실기업 지원에 따른 재정적자와 의료보험 개혁등을 ‘사회주의적’이라고 비판했다.2년전 당시 전경련산하 자유기업센터 소장은 “정부의 정책은 집단주의와 복지주의 성격이 짙어가고 있다”며 “노사정은 원래 사회주의체제하에서 태동했다”고 지적했다.반면 노조는 “DJ정부는 영국과 미국식 신자유주의를 채택하고 있다”고 불만을토로했다.근로자들의 해고 독려와 국가보조 없는 개인연금제도를 그런 예로 들었다. 흔히 ‘사회주의=공산주의’로 혼동하기 쉽지만 사회주의의 의미는 무려 260가지나 된다고 한다.히틀러의 ‘민족사회주의독일노동당’을 비롯해 복지중시의 유럽 ‘민주사회주의’까지 다양하다.루스벨트의 뉴딜 정책은 미국에서 ‘사회주의적’이라고 비판받았다.국내 노조와 학계가 환란직후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신자유주의적인 처방’이라고 주장했지만 이 프로그램을 주도한캉드쉬 전 IMF총재는 미국 공화주의자들에게 ‘프랑스의사회주의자’라고 불렸다.사회주의라는 말은 그만큼 상황에 따라 남용되기 쉽다. 따라서 ‘사회주의적’이라고 딱지를 붙이기 전에 현 정부 정책의 색깔을 알아야 한다.정책줄기를 입안했던 이진순 전 KDI(한국개발연구원)원장은 DJ노믹스의 구성요소를“신자유주의 60%,독일식 질서자유주의(Order Liberalism)가 40%정도”라고 밝혔다.독일에서 유래한 질서자유주의는 ‘자유방임은 상호 담합해 경쟁을 배제하는 자유’도 보장해주는 문제에 우선 주목한다.예컨대 경제권력화된 기업집단(콘체른)과 대은행들이 입법부를 마비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따라서 질서자유주의는 △독점규제 등 시장 질서 수립 △공정경쟁 보장 △최저수준의 생활 보장과 중소기업 지원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질서자유주의는 가격기구를 중시하는 점에서 신자유주의와 공통점이 있지만 규제철폐와 복지정책 축소 등을 골자로 한 신자유주의와 상당부분 상충된다. 그렇다고 해도 사실 각종 이념이 어떻게 정책에 반영됐는지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구체적인 쟁점 차원으로 내려오면 문제의 본질을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다.먼저 고교 평준화정책이나 정부의 부실기업정리 정책 등은 과거 정권때부터 시행되어온 것으로 ‘사회주의’레테르는 억지이다. 노사정위원회의 경우 노조가 전국적인 활동을 벌였던 영국에서도 도입된 제도로 특별히 이념적인 소산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야당과 재벌들은 집단소송제 도입,기업지배구조개선과 강력한 공정거래위원회 활동,실업수당과 주5일 근무제의 전격 도입 등을 ‘사회주의적’인 정책으로 간주할것이다. 복지제도와 경제력 집중 견제는 사실 유럽의 민주사회주의 국가들뿐 아니라 신자유주의 종주국격인 미국의 관심사다.또 과거 정권보다 현 정부가 크게 역점을 둔 부분이기도 하다.그런 메뉴를 단기간에 도입하고 강도를 높인 것이현 정부의 색깔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환란이후 문제된재벌의 과잉투자와 실업자 양산사태속에서 어느 정부라도복지제도를 정비하고 재벌을 규제하지 않을 도리가 있었을까.그런 점에서 설혹 사회적 약자를 부양하는 복지정책 등이 ‘사회주의적’으로 불린다고 해서 주눅들 필요는 없다. 구 소련이 붕괴된 후 1992년초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공산주의를 대신할 새로운 좌파가 필요하다’고주장했다.“가난한 사람을 돕는 행위가 결국 이 세상을 더안전하게 만드는 길이라는 주장은 그 나름대로 타당한 설명이다.…공산주의의 종언은 이 세상을 한쪽 다리로 서 있도록 만들고 있다.다른쪽 다리가 다시 돌아오지 않는 한인류에게 새로운 전진이란 있을 수 없다”그 뒤 10년남짓지났는데 아직 이 땅에서는 큰 전진없이 레드(red)콤플렉스를 조장하는 말만 무성하니 한심하다. 이상일 논설위원 bruce@
  • 美·러, ABM 이견차 못좁혀 국방 새달 다시 회동

    미국과 러시아는 전략적 안정화와 미사일방어체제(MD)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다음 번 실무자협의를 다음달 모스크바에서 하기로 합의했다고 도널드 럼스펠드 미국 국방장관이 13일 밝혔다. 럼즈펠드 장관은 이날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국방장관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잇따라 만난 뒤 이같이 밝히고,이와는 별도로 다음달 나폴리에서 이바노프장관과 다시 회동한다고 말했다.럼스펠드 장관은 푸틴 대통령과의회담에서 “안보 뿐 아니라 정치·경제 협력에 이르기까지광범위한 문제를 논의했다”면서 “지난 10년간 미·러 관계는 본질적으로 변했고 이같은 변화를 인정하고 강화해야할 시기가 도래했다”고 강조했다. 이바노프 장관은 “미·러 협력관계 구축을 위해 핵무기감축한도와 핵무기에 대한 통제및 신뢰 구축방안에 대한 (미국측) 대답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바노프 장관은또 러시아는 탄도탄요격미사일(ABM)협정을 탈퇴할 의사가없다고 밝혀 양국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모스크바 연합
  • 美·러 관계개선 MD가 변수

    [워싱턴 백문일특파원]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이 11일 저녁 모스크바로 떠났다.그의 서류가방에는 13일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국방장관과의 회동에서 전할 부시행정부의 ‘포괄적인 메시지’가 담겨있다.취임 이후 첫방문인 모스크바에서 어떤 제안을 내놓을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방향은 분명히 제시했다. 미 국방부는 이날 배경 브리핑에서 “냉전시대에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대화가 오고갈 것”이라며 “군사·안보 분야뿐 아니라 정치·경제·무역 등의 다방면의 분야에서 협력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국방장관 회담에서의 1차적 관심은 ▲공격형 핵전략무기의 감축 방안 ▲미사일 방어(MD) 계획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 문제이지만 ‘전략적 안정’에 관한 사항이라면 다른 분야도 광범위하게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미 국방부는 전했다. 이는 미국이 러시아와의 새로운 관계설정을 군축과 MD 협상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경제·무역 등 각 분야와 연계해서 진행하겠다는 의도다.9월 중 열릴 콜린 파월미 국무장관과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회담에서도 이같은 논의가 계속돼 10월 부시­푸틴 정상회담에서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겠다는 복안이다. 미국은 냉전체제와 달리 워싱턴과 모스크바의 대화가 경쟁적이고 제한적인 게 아니라 다양한 채널을 통해 서로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는 ‘협력적인 관계’로 나아갈 것을천명하고 있다. 미국은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지난달 모스크바를 방문,부시 행정부의 이같은 입장을 전했고 7∼8일 워싱턴에서 열린 양측의 군사고위실무회담에서 군사정보를 공유했다. 그러나 이번 국방장관 회담이 양측의 관계를 획기적으로개선하는 ‘물꼬’가 될지 여부에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의 접근 방식이 과거와 달라진 데 대한 국제적 관심이 쏠리는 것은 분명하지만 러시아가 아직까지는 ABM 협정의 준수를 ‘전략적 안정’을 위한 초석이라고 주장,미국의 계획과는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MD의 목표가 러시아의 ‘수천기의 미사일’이 아니라 불량국가들이 갖고 있는 ‘한줌(handfuls)의 미사일’이기 때문에 제한적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러시아는 곧이 듣지 않는다.미국이 정치·경제 등 포괄적 협상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MD의 모순점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미국이 러시아가 바라는 수준의 획기적인 전략핵무기 감축안 등을 제시하지 않으면 협상의 돌파구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다만 미국은 “기술적인 정보를 공유하고 MD 구축에 러시아의 참여를 유도하겠다”고공언했고 러시아는 “미국이 MD의 본질을 완전히 공개하지않았다”고 응수,협상의 여지는 남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m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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