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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빚탈출 희망찾기-김관기 채무상담실] 파산하면 밀린 국민연금·의보료는?

    Q은행 대출, 신용카드 사용대금을 갚기 위해 개인사업을 접었습니다. 대부분의 빚은 갚았지만, 세금 연체가 1000만원 정도 남았습니다. 국민연금과 의료보험료도 2년 동안 내지 못했습니다. 같이 일하던 직원 급여도 300만원 정도 밀렸는데, 도저히 갚을 여력이 안됩니다. -김은하(38) A세금은 파산절차로 면책되지 않습니다. 국민은 헌법과 세법에 따라 납세의무를 집니다. 국가는 세금을 걷을지 말지에 대해 개인과 계약을 맺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개인의 신용을 심사할 기회를 갖지 못합니다. 파산과 면책의 근거는 채무자가 금융채무를 갚지 않기로 선택했을 때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채권자에게 내놓으면 나머지는 면제받는다는 조항이 계약서에 쓰여 있는 것처럼 취급된다는 것입니다. 세금은 계약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면책을 받을 때 제외하는 것이 정당합니다. 가입과 징수를 강제하는 국민연금, 의료보험료도 세금이라고 부르지는 않지만, 세금과 본질적으로 같다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실무상 이런 부담도 파산절차에서 면책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종업원의 급여 역시 근로자 생활 안정을 위해 정책적으로 파산, 면책의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습니다. 사업이 기울어 임금이 체납되는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직장을 지킨 근로자에게 우선적인 특권을 인정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종업원 월급을 준다고 해도 일반 채권자의 이익을 해친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김은하씨가 지고 있는 세금, 국민연금, 의료보험료, 직원 급여 미지급금은 파산 절차로 면책되지 않습니다. 세금 체납이 남아 있으면 세무서에서는 사업자등록도 받아주지 않습니다. 따라서 사업자는 세금과 임금을 정리하기가 부담스러워지면 사업정리도 고려해야 합니다. 다만 전혀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시효 제도가 있습니다. 세금과 공과금은 통상 5년, 신고가 전혀 없었던 경우에도 10년의 시효가 적용됩니다. 임금도 판결로 확정되지 않으면 3년의 시효가 적용됩니다. 시효가 지나면 돈을 갚지 않아도 됩니다. 보통 가난한 사람이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을 밀리게 되는데, 이들을 배제하면 사회보장 혜택을 받아야 할 사람을 국가가 의도적으로 제외하는 부당한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건강보험공단과 국민연금관리공단은 부정기적으로 체납자들을 구제합니다. 새롭게 발생하는 납부금을 성실하게 납부하는 조건으로 과거 밀린 납부금을 유예하는 것으로, 시일이 지나면 연체된 것은 시효가 완성됩니다. 이를 이용하는 게 두 번째 방법입니다.
  • 한학수PD “진실 밝혀질것”

    MBC노동조합이 ‘PD수첩’의 취재윤리 위반과 관련,8일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노조는 ‘PD수첩’과 관련된 최근 언론보도에 강한 불만을 표시한 뒤 “‘논문의 진위 의혹’이라는 문제의 본질이 수면 아래 감춰져 있을 뿐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며 “황우석 교수의 논문에 제기되는 의혹은 투명하게 규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앞서 이번 논란의 중심에 선 ‘PD수첩’의 한학수 PD는 황우석 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 진위 문제에 대해 또다시 의혹을 제기했다. 한 PD는 MBC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현재까지 취재한 바로는 환자의 줄기세포가 1개라도 만들어졌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취재 과정상의 잘못이 진실을 막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나라당 정종복 의원은 8일 보도자료를 통해 “‘PD수첩’의 황우석 교수 관련 보도 파문으로 MBC 뉴스데스크의 광고 중단이 잇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한국방송광고공사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근거로 “황 교수 사태와 관련해 남양유업, 기탄교육, 교원 등 3개사가 한 차례씩 광고를 중지했고, 농협육가공, 동원F&B, 공문교육, 매일유업 등 4개사가 광고를 중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코드로 읽는책] 진단명:사이코패스/로버트 D 헤어 지음

    ‘사이코패스(psychopath)’. 겉은 멀쩡하면서도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반사회적인 성격장애자를 뜻한다. 사이코패스라는 개념이 국내에 알려진 것은 지난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사이코패시(정신병질) 진단을 받으면서다. 사이코패시는 내부에 잠재돼 있다가 범행을 통해서만 밖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주변에서는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러나 그들은 당신의 인생을 한순간 지옥으로 만들 수도 있다. 그들은 과연 누구인가? 사이코패시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심리학과 로버트 D 헤어 명예교수가 쓴 ‘진단명:사이코패스-우리 주변에 숨어 있는 이상인격자’(조은경·황정아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는 우리 사회의 안녕을 위협하는 인간유형에 대한 연구서다. 갈수록 늘어나는 강력범죄와 출소자의 높은 재범률, 가정폭력의 심각성, 각종 화이트칼라 범죄, 법적 제재가 어려운 일상생활 속의 ‘괴롭힘’행위 등의 본질을 이해하고 대책을 마련하려면 사이코패시에 대한 지식과 평가는 매우 필요하다. 저자는 이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지난 25년간 임상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사이코패시의 특징과 원인, 치료와 대책 등 전반적인 문제들을 일반인도 알기 쉽게 풀어썼다. 성격장애의 일종인 사이코패시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인성과 사회적 환경이 결합돼 나타나는 전인격적인 병리현상인 데다가, 발현 양상이 너무나 다양하고 죄질이나 피해 정도도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 연쇄살인범·성폭행범 등 범죄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변호사·의사·대기업 간부 등 상류층 전문직이나 여성·청소년·어린이에게서도 나타난다. 그들은 가족, 연인, 친구, 이웃, 동반자의 가면을 쓰고 우리 인생을 위협한다. 사이코패스 중 극소수만 교도소에 있고, 대부분은 우리와 함께 정상인의 얼굴로 살아가고 있다. 저자는 사이코패스와의 인터뷰, 그리고 그들에게 피해를 당한 사람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사이코패스에 대한 평가표를 제시한다. 그들은 냉담하고 충동적이고 무책임하며 이기적이다. 또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끼친 피해를 느끼지 못해 죄책감이나 후회도 없다. 저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가표를 보면서 주변사람들 중 한두명쯤 머릿속으로 떠올릴 수 있겠지만 이들을 함부로 사이코패스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만연된 개인주의와 타인에 대한 무관심, 경쟁을 부추기며 승자만을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는 사이코패스의 위장잠입을 수월하게 만들고, 심지어 그들을 이 사회의 최후 승자로 살아남게 만든다고 경고한다. 사이코패시는 타고나는 것으로 치료도 개선도 거의 불가능하지만 발현양상은 후천적인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안정된 보살핌을 제공하면 그들의 욕구를 법적·사회적 제재를 벗어나지 않는 방향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것. 사이코패스만의 맞춤형 치료법은 그들의 양심에 호소할 것이 아니라, 반사회적인 행동을 통해 그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점을 깨닫게 해 그들의 욕망을 다른 방식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길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1만 3800원.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학습+경험’ 실업계 명문고 다시 뜬다

    ‘학습+경험’ 실업계 명문고 다시 뜬다

    실업계 고등학교가 명문고로 거듭나고 있다. 특화 분야에 집중해 특성화고등학교로 새롭게 자리매김하는가 하면 기업은 물론 지방자치단체나 대학 등과 전방위로 연계한 다양한 산학 협동 프로그램으로 교육의 질을 크게 끌어올리고 있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우리나라 직업교육 시스템을 이끌어나가고 있는 학교 현장을 찾았다. ●이화여대 병설 미디어고 이대병설미디어고(전 영란여자정보산업고) 영상과 1학년 최윤정(17)양은 요즘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기말시험 준비도 그렇지만 영상반 동아리 활동 때문이다. 윤정이가 활동하고 있는 영상반 ‘E·W·H·A’(이화)는 전공과 관련해 기획, 제작 등 영상 제작의 모든 단계를 직접 경험해보는 전공 동아리다. 수업 시간에 배운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학생들이 중심이 돼서 실습 중심의 깊이있는 내용을 공부한다. 지난 1일 교정에서 만난 윤정이는 바쁜 가운데 은근히 들떠 있었다. 영상반에서 만들 다큐멘터리가 중랑구청 인터넷 방송국 정규 프로그램으로 오를 예정이기 때문이다. 영상반 학생들이 만들 다큐멘터리 주제는 오는 16일 학교 후문 앞에 개통하는 지하철 양원역. 개통을 앞두고 중랑구청에서 학생들에게 프로그램 제작을 요청해왔다. 분량은 10분으로 짧은 편이지만 교외 행사에 영상반이 참여하기는 처음이다. 영상반은 오는 12일 기말고사가 끝나는 대로 기획안을 마무리하고 촬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양원역 개통의 의미와 주민 인터뷰 등 구체적인 콘티 작업은 이미 마쳤다. 영상반 학생들이 이렇게 지역 문화활동에 적극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은 지난 8월 산학협력 우수실업고 지원사업 대상으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산업자원부와 노동부에서 매년 2억원씩 3년 동안 지원받는다. 이대병설미디어고의 특화 사업 주제는 ‘산학협력을 통한 미디어콘텐츠 분야 인재 양성’. 지난해 특성화고로 전환한 이후 개설된 영상미디어과와 미디어디자인과, 인터넷미디어과 등 3개 과가 참여한다. 정규 수업 외에 방과후 활동을 통해 대학이나 기업과 연계, 전공과 관련된 깊이있는 공부를 하게 된다. 이 학교와 협력을 약속한 곳은 기업과 공익재단, 지자체 등 모두 9곳이다. 이대 사회과학대학과 산업대 조형대, 한양대 사범대 등은 학생들의 위탁 교육과 교사 연수를 맡는다. 위탁교육은 방과 후나 방학을 이용해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열흘까지 전공과 관련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한양대에서는 사범대 응용미술학과 학생들이 보조교사로 참여하는 인턴 교사제를 제안했다. 이 학교 졸업생이 운영하는 컴퓨터그래픽업체 ‘그래픽 신화’는 후배들을 위해 현장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했다. 그래픽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이틀 동안 경험할 수 있다. 게임업체인 ㈜그라비티는 학생들이 만든 우수한 캐릭터 디자인을 직접 상품개발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영화 제작업체인 ㈜싸이더스도 학교와 연계, 학생들이 촬영 현장을 체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로 했다. 중랑구청은 인터넷방송국에 학생들을 VJ로 출연시키거나, 리포터로 활용하고 있다. 학생들은 실무 경험을 쌓고, 구청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활용하는 것이다. 한국언론재단과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도 교사 연수와 교재 개발, 전문가 특강 등 프로그램을 학교와 공동 운영할 계획이다. 미디어디자인과 1학년 안소리(17)양은 “대학 진학과 취업을 모두 고려할 수 있어 좋지만 무엇보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내 진로에 대한 동기부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편집 프로듀서가 꿈인 1학년 조혜리(17)양은 “실제 학교 밖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서울공고 서울공고 전기과 1학년 상종현(17)군은 얼마전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학교에서 2주 동안 방과후에 운영하는 ‘트리즈(TRIZ)’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후부터다. 예전에는 발명이 어렵게만 느껴졌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실생활에서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도 발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종현이는 “특별히 발명을 한다기보다 지금 공부하는 것이 발명의 여지가 많다는 것을 아는 계기가 됐다.”면서 “앞으로 유비쿼터스 분야에서 계속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기과 1학년 박종은(17)군은 “생각만 바꾸면 나도 발명을 할 수 있다는 긍정적 생각을 갖게 됐다.”면서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적용시키는 다양한 방법을 찾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트리즈는 러시아에서 개발한 창의력 교육방법 가운데 하나다. 고정관념을 깨고 사물의 본질에 접근하는 방법에서부터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스스로 생각해보는 과정을 통해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를 갖도록 하는 창의적 문제해결 프로그램이다. 지난 8월 산학협력 우수실업고 지원사업 대상 학교로 선정된 이후 도입한 서울공고만의 독특한 프로그램이다. 우수실업고로 선정된 서울공고의 제안 주제는 ‘국가 성장동력산업에 필요한 우수 인재 양성’. 전체 15개 학과 가운데 세라믹디자인과(디스플레이 분야)와 그래픽아트과(디지털콘텐츠〃), 전기과(지능형 홈네트워크〃), 시스템자동화과(지능형로봇〃), 중기자동차과(미래형자동차〃) 등 5개과가 참여하고 있다. 서울공고가 추진하고 있는 중점 사업은 트리즈를 비롯해 위탁교육, 산학협력 동아리 활성화, 외부 전문강사 강의, 교원연수 프로그램 운영, 산업체 현장체험학습 교육프로그램 운영 등 6개다. 위탁교육만 요업기술원과 ㈜우선제어,㈜케이엠씨, 두산인프라코어,㈜훼스텍,㈜큐빅테크, 서울산업대, 동양공전 등 16개 기관이 참여하는 43개 강좌가 예정돼 있다. 이 가운데 트리즈와 산학협력 동아리 활성화는 학교에서 가장 관심을 갖는 분야다. 산학협력 동아리는 15개 동아리에서 164명의 학생들이 활동하고 있다.5개 전공별로 서너개씩 개설된 학과 동아리들은 학생들이 방과후 교실에서 정규 관심 분야에서 수업시간에 배우지 못한 분야를 깊이있게 다룬다. 세라믹디자인과장 조승호 교사는 “다양한 전문동아리를 통해 교육과정이 다양해지고, 동아리 활동이 다시 수업으로 연계돼 학생들이 다양하고 깊이있는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라면서 “학생들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전폭적인 실업계고 지원사업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우수실업고 프로그램이란? 서울공고와 이대병설미디어고가 다양한 산학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게 된 것은 ‘산학협력 우수실업고 지원사업’ 대상 학교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은 산업자원부와 노동부, 교육인적자원부 공동사업으로 미래 첨단산업 분야를 이끌어 나갈 핵심 기능인력을 키우기 위해 올 초 출범했다. 대상 분야는 10대 차세대 성장동력산업. 디지털TV·방송, 디스플레이, 지능형로봇, 미래형자동차, 차세대 반도체, 차세대 이동통신, 지능형 홈네트워크, 디지털 콘텐츠 및 소프트웨어 솔루션, 차세대 전지, 바이오 신약장기 등이다. 대학과 전문대에 운영하고 있는 산학 연계 프로그램을 실업계고까지 확대, 고등학교 단계에서부터 핵심 인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올해 8월부터 3년 동안 시범사업으로 전국에서 20개 학교를 선정, 매년 2억원씩 연간 40억원을 집중 투자한다. 교육부는 학교별로 개설된 학과 가운데 성장동력산업과 연관된 전공의 사업 계획을 심사해 최종 20개교를 선정했다. 교육부는 시범 사업 결과에 따라 대상 학교를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농림부나 보건복지부, 문화관광부, 정보통신부 등 산학 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중앙 부처와 연계, 더 다양한 분야의 실업고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파주공고와 주엽공고가 참여하고 있는 협약학과 제도는 산학협력을 한다는 면에서는 우수실업고 지원사업과 비슷하다. 그러나 내용은 다르다. 실업계고 출신들의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면서 전공 분야로 진출하지 않는 등 핵심 기능인력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실업계고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할 수도 있지만 취업한 이후에도 관련 분야를 더 공부하고 싶을 때 쉽게 기회를 주자는 차원이다. 교육부 과학실업교육정책과 송달용 연구사는 “우수실업고 지원사업이 기존 산학협력 체계를 실업계고로 확대한 것이라면 협약학과 제도는 실업계고 학생들에게 취업과 진학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도록 평생교육 차원에서 실업계고와 대학, 기업을 구체적으로 묶는 것”이라면서 “두 제도 모두 실업계고가 산학 협력에 참여할 수 있는 구체적인 환경을 마련해 준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협약학과란 ? ‘협약학과를 아시나요?’ 산학협력이 산업·노동·교육계에 최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고등학교와 전문대, 기업이 하나의 덩어리(클러스터)로 움직이는 곳이 있다. 협약학과 제도를 통해 교육부 훈련을 한 곳에서 해결하고 있는 경기도 파주시가 그곳이다. 협약학과 제도는 실업계고 및 전문대가 기업과 협약을 맺어 기업은 전문 기능인력의 취업을 보장하고, 학교는 기업 인력을 재교육시키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파주의 경우 월롱면에 있는 LG필립스 LCD를 중심으로 한 IT-LCD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2007년부터 운영될 예정이다. 이 지역의 큰 특징은 교육과 훈련이 한 곳에서 이뤄진다는 점이다. 계획대로라면 이 지역 실업계고인 파주공고와 주엽공고의 LCD 관련 전공 학생들은 일정한 선발 과정을 거쳐 졸업 후 곧바로 LG필립스 LCD나 50여개에 이르는 주변 협력업체에 취업할 수 있게 된다. 취업을 위해 필요한 교육은 두원공과대와 LG측에서 공동 개발한 교육과정을 통해 이뤄진다. 강의는 두원공과대 교수진과 LG측 실무자가 직접 맡는다. 학생들은 LG를 비롯한 협력업체에 취업한 이후에도 공부를 더 하고 싶으면 두원공과대 야간과정을 이수하고 전문학사 학위를 딸 수 있다. 두원공과대는 이 지역 기업에 취업해서 일하고 있는 기능 인력을 재교육하는 일을 담당한다. 두원공과대는 이를 위해 경기도 안성캠퍼스와는 별도로 파주 LG필립스 LCD 옆에 파주캠퍼스를 세우고 있다. 파주 캠퍼스를 중심으로 LG와 협력업체, 실업계고가 한데 엮여져 있는 셈이다. 이렇게 학교와 전문대, 기업이 서로 밀접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전폭적인 지원과 전문대의 적극적인 투자 덕분이다. 경기도는 두원공과대의 관련 훈련기자재 구입비 등으로 1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파주시는 부지 매입을 비롯해 행정 편의를 도왔다. 두원공과대는 부지 매입비 등을 포함,2008년까지 모두 400억여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2008년까지 연간 780명에게 학사학위를 줄 수 있도록 재교육 과정을 파주 캠퍼스에 개설할 방침이다. 두원공과대 기계과 김영일 교수는 “그동안 우리나라 직업교육은 교육과 훈련이 철저히 분리 운영돼 왔지만 이제는 한 공간 안에서 보다 효율적인 교육과 훈련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파주는 직업교육이 수요와 일자리를 찾아가는 모범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이병완실장 “보수세력 권력착란 증세”

    이병완실장 “보수세력 권력착란 증세”

    이병완 대통령 비서실장은 7일 보수세력을 겨냥,“단 하루도 참여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을 짓밟고 비난하지 않으면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처럼 보인다.”고 비난해 파문을 일으켰다. ●“하루라도 현정부 짓밟지 않으면 잠못 이루는 사람들” 이 비서실장은 이날 조선대에서 ‘시대정신과 참여정부’란 주제로 특강을 갖고 “국민의 정부에서 권력의 금단현상에 떨던 세력들이 지금은 권력의 착란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면서 작심한 듯 구여권을 비판했다.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방 특강은 이례적인 일로 이 비서실장은 전남 장성 출신이다. 이 비서실장은 “참여정부, 노무현 정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본질적 비토세력이 사회의 중요세력을 형성하고 있다.”면서 “김대중 정권 이래 소멸돼 가는 수십년의 기득권을 기필코 되찾겠다는 수구보수 세력”이라고 공격했다. 그는 “2002년에는 노골적으로 한 덩어리가 돼 권력을 되찾으려 했는데 도도한 시대변화에 실패했다.”면서 “오는 2007년에는 기필코 되찾겠노라고 총동원령을 내리고 있고, 궐기하자고 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언론 정책얘기 빼고 우스운 표현만 트집” 그는 대통령 문화변화에 대한 일부 언론의 이중적 태도와 과도한 흠집내기가 있다면서 “정책에 대해 59분 이야기하고 1분 동안 우스개 표현을 하면 정책은 간 데 없고 1분짜리 표현만을 트집잡고 늘어졌다. 달을 가리키는데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이 보기싫다는 식”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 비서실장은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라는 이순신 장군의 말을 인용하면서 전남·광주가 ‘참여정부의 고향’이라고 예찬론을 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종교와 문화의 ‘따뜻한 만남’

    종교와 문화의 ‘따뜻한 만남’

    지난 4일 경기도 고양 어울림극장에서는 작지만 뜻 있는 문화행사가 열렸다. 김포시 고촌감리교회가 15년 전 시작한 교육선교 프로그램을 통해 악기 연주를 배운 청소년 60여명이 결성한 ‘김포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정기연주회를 개최한 것. 매주 토요일 교회에 모여 연습해온 실력으로 클래식은 물론 캐럴까지 연주해 갈채를 받았다. 연말을 맞아 종교와 문화가 만나는 훈훈한 행사들이 잇따라 열리고 있다. 대부분이 자선공연 형식으로 진행돼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고, 선교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선교에는 영화가 최고’ 문화선교연구원은 오는 12∼16일 서울 종로 서울아트시네마 등에서 ‘생명·소통·평화’라는 주제로 ‘제3회 서울기독교영화축제’를 연다. 경쟁부문인 단편영화제를 비롯, 애니메이션 상영, 특별기획전, 세미나 등으로 이뤄지며 기독교 관련 영화 20여편이 상영될 예정이다. 개막작으로 전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부흥의 역사현장 조명을 통해 부흥의 본질적인 풍경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린 ‘부흥’(김우현 감독)이 선보인다.(02)743-2535. 앞서 지난달 30일 서울 노량진 CTS아트홀에서 꿈이 있는 교회(담임 하정완 목사) 주관으로 열린 ‘수요영화예배 아이즈’ 행사에는 수험생과 일반인 등 500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연극과 찬양공연, 영화 ‘주먹이 운다’ 상영 등과 함께 설교·영화묵상이 곁들어진, 새로운 형식의 예배가 이뤄진 것. 하 목사는 “청년 신자들이 줄어드는 추세에서 영화·연극 등 다양한 문화요소들을 예배에 적용, 교회의 문턱을 쉽게 넘기 위한 시도”라면서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마다 영화예배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음악회에서 패션쇼까지 다양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대표회장 옥한흠)는 오는 22일 오후 7시 서울 저동 영락교회 베다니홀에서 모자가정을 위한 자선음악회 ‘One 母 Time’을 개최한다. 불의의 사망 등으로 남편을 잃고 아이들과 함께 살아갈 경제적 능력이 없어 가정해체의 위기를 겪고 있는 모자가정을 향한 관심을 촉구하는 행사다. 성악가 오현명 한양대 명예교수,CCM가수 소리엘 등 다양한 분야의 음악가들이 공연을 펼친다. 기독교 선교단체인 한시미션 코이디아연대는 9일 숭실대 한경직기념관에서 경남 함양군 어린이들을 초청, 자선 콘서트인 ‘제17회 다해사랑 콘서트’를 연다.‘피아노 치는 변호사’의 저자 박지영 변호사와 아침·김도현·타루·이어픽·티어즈 등 CCM·국악공연팀이 출연한다.(02)552-2449. 유니세프는 오는 13일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친선대사를 맡고 있는 영화배우 안성기씨의 사회로 ‘에이즈 고아를 위한 2005 유니세프 자선의 밤’ 앙드레김 특별패션쇼를 개최한다. 탤런트 이영애·김래원 등과 주한 외교사절 부인 등이 모델로 특별 출연한다.(02)735-2310. 앞서 한국불교종단협의회는 6일 서울 리틀엔젤스예술회관에서 ‘2005 대한민국 불교음악 페스티벌’을 열고, 창작 찬불가를 선보였다. 크리스챤 뉴스위크는 1∼4일 서울 교육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싱가포르 최고 마술쇼인 ‘매직오브러브’ 초청공연을 개최, 호평을 받았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도 4일 서울 혜화동 동성고 강당에서 휘성·장우혁·서지영·코요테 등 인기가수들이 공연을 펼치는 ‘생명의 밤’ 행사를 열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염주영칼럼] ‘황우석 재판’이 남긴 것

    [염주영칼럼] ‘황우석 재판’이 남긴 것

    수학자였던 갈릴레이는 천문학에도 조예가 깊었다. 그는 천체망원경을 만들어 하늘의 별들을 관찰했다. 관찰을 통해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천문대화’라는 책을 썼다. 그는 이 일로 교황청에 소환돼 재판을 받아야 했다. 이 재판에서 그 책의 내용을 부인하라는 자백을 강요받았다. 그는 파문돼 가택연금에 처해졌으며, 책은 금서처분을 당했다. ‘천문대화’는 그가 죽은 후 200년이 지나서야 금서에서 풀려났다. 갈릴레이가 완전복권을 받기까지는 이보다 훨씬 더 긴 세월을 무덤에서 기다려야 했다. 그가 재판장에서 풀려 나오는 날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 한 말이 지금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1633년에 있었던 ‘갈릴레이 재판’과 흡사한 일이 한국에서 벌어졌다.MBC의 ‘황우석 재판’이다. 재판의 주재자는 교황청에서 MBC로 바뀌었고, 피고인석에는 갈릴레이 대신 황우석 교수와 그의 연구원들이 앉았다. 세월이 흘러 등장인물들은 바뀌었지만 재판의 본질은 동일했다. 과학을 비과학의 잣대로 검증한다는 것이다. 갈릴레이 재판에서는 성서와 당대 신학자들의 성서해석이 과학을 검증하는 잣대로 사용됐다. 그렇게 한 검증의 결과를 수용하도록 하기 위해 ‘파문’의 협박이 가해졌다. 그리곤 자신의 연구결과물을 스스로 부인하도록 자백을 강요했다. MBC의 황우석 재판에서는 그 과학적 근거를 입증할 수 없는 악의적 제보가 검증의 잣대로 사용됐다. 황 교수의 연구원들에게 ‘구속’의 협박이 가해졌으며, 그들의 연구결과물인 사이언스 논문이 ‘페이크’(fake, 가짜)임을 자백하라고 강요했다. 갈릴레이 재판과 다른 것이 무엇인가. 필자는 황우석 재판의 전개과정을 지켜보면서 내내 가슴이 아팠다. 한 과학자가 평생을 바쳐 연구한 내용을 담은 논문을 비전문가들이 이리저리 재단하며 마치 ‘인민재판’을 하는 식으로 심판하는 것을 보고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400년 전으로 되돌아간 우리 사회의 과학문화의 후진성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이 땅의 과학자들이 느꼈을 마음의 상처가 고스란히 전해져 왔기 때문이다. 황우석 재판은 MBC PD 몇사람의 돈키호테적 만용에서 시작됐다. 돈키호테의 만용은 문학적 아름다움으로 승화될 수 있지만 언론기관의 만용은 사회적 흉기와 같은 것이다. 국내 과학자들은 과학의 문외한들이 세계 과학계를 상대로 ‘당신들이 틀렸다.’라고 외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황당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PD 몇사람의 불장난으로 돌릴 수 있을까. 과학에서 윤리문제를 감시하는 것은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이다. 그러나 그 선을 넘어 과학논문의 진위를 검증하겠다는 것은 지나친 일이다. 과학논문의 검증은 과학자들이 할 일이다. 세계 생명공학의 대가들이 지금 황우석의 논문을 검증하는 중이다. 그들은 같은 방법으로 실험을 할 것이고 오류가 발견되면 새로운 논문으로, 혹은 보다 진전된 논문으로 이를 수정할 것이다. 과학적 절차를 무시한 황우석 재판은 과학에 대한 만행이며, 과학자들에 대한 테러다. 과학을 비과학적으로 검증할 때 과학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이 400년 전의 갈릴레이 재판에서 배워야 할 역사적 교훈이다. 그럼에도 PD들의 위험한 불장난을 제지하지 않았던 MBC의 경영진들은 1차적인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그러나 결국은 우리 사회 전체의 책임이다. 우리 사회의 낙후된 과학문화를 되돌아 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yeomjs@seoul.co.kr
  • 대학별 어떤 주제 잘 나오나

    논술가이드라인 발표로 정시 논술고사도 영어지문 배제 등 다소의 변화가 예상된다. 수험생들은 지원하는 대학의 기출문제를 꼼꼼히 살피면서 공통된 주제나 제재 등을 확실히 파악하고, 예시문항이나 출제경향도 숙지해야 한다. ▲경희대 ‘문명에 대한 이해와 인류의 미래(2005)’‘환경 문제와 근본생태주의(2003)’ 등과 같이 시의성 있는 주제로, 사회 현상에 대한 관심과 비판의식을 토대로 논지를 전개하도록 요구한다. 시사 이슈에 관심을 갖고 연관된 인문·철학적인 가치와 개념 등을 익혀야 한다. ▲고려대 수험생 스스로 각각의 제시문을 이해해 공통 주제를 찾고 제시문 간의 연관 관계를 분석한 뒤 공통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도록 하고 있다.‘큰 것과 작은 것의 관계(2005)’‘사실과 인식(2004)’‘앎의 문제(2003)’ 등 주로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와 관련된 철학적인 주제들을 출제. 제시문은 현대 고전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서강대 ‘개인의 실존과 대중의 익명성(2005)’‘인간 자유의 구현과 책임성(2004)’‘노동(2003)’‘쾌락(2002)’ 등 주로 윤리적이고 철학적인 주제에 대해 수험생의 가치관을 묻는 문제들이 출제돼 왔다. 공통된 주제에 관한 다양한 견해의 제시문을 보여주면서, 그 주제에 관한 수험생들의 견해를 서술하도록 한다. ▲서울대 시사적인 주제를 벗어나 ‘사물에 대한 올바른 인식(2005)’과 같이 학문적 분석과 지적인 고찰을 요구하는 본질적인 문제를 주제로 삼는 경향이 강하다. 제시문의 길이와 답안의 분량(2500자)이 길고 고사 시간도 180분이기 때문에 시간 안배와 분량 조절이 필요하다. 제시문에는 한자가 혼용된다. ▲성균관대 4개 정도의 제시문으로 ‘크로스오버 현상과 문화 발전의 관계(2005)’‘인간의 전체성과 진화의 관계(2004)’ 등과 같은 논제를 선택해 문항을 세분화하고 다양한 요구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도표, 그림, 그래프 등이 수년간 제시문으로 출제돼 자료해석 능력이 중요하다. ▲연세대 일상생활 속에서 무심코 지나가기 쉬운 문제들을 제재로 한다.‘세월이 흘러감과 욕망의 관계(2005)’‘웃음의 사회적 기능(2004)’‘이미지에 대한 인식 차이(2003)’ 등 제시문에 나타나는 관점의 차이나 인물들과의 관계, 행동의 의미를 분석해 논제를 파악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성경, 고전, 인문서, 그림 등 다양한 형태의 제시문이 특징이다. ▲이화여대 ‘비일상성이나 비현실성이 지니는 기능(2005)’‘소문과 타인의 시선이 개인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2003)’ 등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 성찰이나 사회구조의 심층적인 측면을 탐색하는 문제를 선호한다. 직간접적으로 체험했거나 매스미디어를 통해 접했음 직한 사회의 쟁점과 관련된 문제들을 통해 통찰력·사고력을 요구하는 전통적 논술형이다. ▲중앙대 올해부터 인문계열에 한해 정시 논술고사를 부활한다. 자료를 제시해 주되 고등학교 교육과정 수준에 맞춘 인문·사회과학 주제의 일반 논술 형태이다. ▲한국외대 시사적인 주제보다는 윤리·철학적인 주제를 선호한다. 다양한 교과 영역이 혼합된 제시문을 여러 개 주고, 각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논지를 전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문화와 관련된 쟁점이 자주 출제된다. ▲한양대 자연계는 수학·과학의 교과 지식을 활용하여 타당성 있고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인문계열은 수험생 스스로 문제를 찾아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게 하는 논술 유형이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도움말 유웨이중앙교육, 종로학원평가연구실
  • [‘줄기세포 논란’ 진정국면] “몰카·협박은 강압수사와 동일”

    [‘줄기세포 논란’ 진정국면] “몰카·협박은 강압수사와 동일”

    MBC ‘PD수첩’이 황우석 교수팀을 취재하면서 지극히 비윤리적인 방법을 쓴 것으로 드러나면서 언론의 보도윤리가 논란의 핵으로 떠올랐다.MBC측은 취재윤리 위반을 시인하고 사과했지만 비난의 목소리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안기부 불법도청 사건이 터졌을 때 나왔던 ‘독수독과’(毒樹毒果·불법으로 얻은 자료는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론에 빗대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무턱 댄 비난보다는 정보접근이 차단돼 있는 상황에서 현실적인 대안 마련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악의 취재윤리가 가져온 결과” PD수첩의 취재방식에 대해 각계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이재진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PD수첩의 황우석 보도는 최악의 취재윤리가 가져온 결과물임이 드러났고, 이로 인해 MBC는 물론 모든 언론의 신뢰와 위상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단 터뜨리고 보자는 보도태도 때문에 한국 과학계는 물론 황 교수의 연구 자체도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면서 “언론계가 비윤리적 취재방법에 대해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워 스스로 관대해지는 경향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규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탐사보도뿐 아니라 어떠한 취재라도 언론은 취재원에게 정확한 보도방향을 밝히고 사실에 근거해 인터뷰를 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목적을 속이면 윤리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몰래카메라와 협박성 발언 등을 검찰과 경찰의 부당한 수사에 비유하기도 했다. 강병국 변호사는 “사실 확인 방법이 제한돼 있는 탐사보도의 경우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려면 범죄수사와 유사한 것이 많다.”면서 “이번 몰래카메라나 협박성 발언 등은 과거 수사관들이 용의자 검거나 범행 입증을 위해 고문이나 증거조작 등 불법수사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PD 저널리즘의 속성상 한계도 이른바 ‘PD 저널리즘’의 한계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특정 사안이나 특정 대상을 지속적으로 관찰해 온 기자와 달리 PD들은 특정 사안에 대해 기획을 해서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백선기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PD 저널리즘은 비판대상과 목표를 설정하고 파헤치려는 것이 본질”이라면서 “이번 사안도 확실한 증거 없이 무모하게 취재하고 보도하려다 보니 무리수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언론은 취재과정을 정확하게 알려주고 그 사람들이 양심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잘못된 과정을 그저 관행이라고 말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안동근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심층·탐사보도는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장기간에 걸쳐 객관적 사실을 추구하는 보도라고 볼 수 있다.”면서 “이번 PD수첩 보도는 전문적 지식과 경험과 시간이 필요한 탐사보도가 그러한 것들이 부족하면 사회적으로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고 했다. ●“언론의 감시역할 위축돼서는 곤란” 일각에서는 이번 일로 사회의 ‘감시견’ 역할을 해왔던 언론의 탐사보도가 위축돼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탐사기자 및 편집인협회’에 따르면 탐사보도는 ‘개인이나 조직이 숨기고자 하는 중요한 사안을 독자적으로 파헤치는 보도행위’를 말한다.1974년 미국 닉슨 대통령을 탄핵으로 이끈 ‘워터게이트’ 사건 보도가 대표적이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은 취재윤리만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취재원에 의한 여론 조작’이 문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조건 MBC만 비난할 것이 아니라 관련 정보에 대한 접근이 차단돼 있는 상황에서 탐사보도를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문제를 함께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보공개청구권 등의 보완만으로는 취재에 한계가 분명한 만큼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이제 시사보도 프로그램이 의제를 설정하고 접근하는 방식에 대해 전반적으로 고민해 볼 때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80∼90년대 파시즘적 분위기에서 PD수첩과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서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카타르시스를 느꼈나.”라면서 “그러나 상당수준 민주화가 진전된 지금까지도 그때의 접근법에 매여 있다는 점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억압적인 사회에서는 문제제기 자체만으로도 박수를 받을 수 있지만 지금과 같은 사회에서는 왜 여러가지 측면을 함께 다루지 않느냐고 역공당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얘기다. 유영규 조태성 김준석기자 whoami@seoul.co.kr
  • 돌아온 록키…스탤론, 15년만에 6편 촬영

    실베스터 스탤론(59)이 15년 만에 여섯번째 록키 영화 촬영을 시작했다고 BBC가 4일 보도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촬영이 시작된 이번 ‘록키Ⅵ’는 다시 링으로 돌아오는 노장 권투선수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 첫 촬영은 제르메인 테일러와 버나드 홉킨스와의 세계 미들급 챔피언전 실제 경기 장면을 찍었다. 영화 프로듀서는 필라델피아에서 공개 오디션을 열었는데 영화팬 수백명이 엑스트라로 참여하기 위해 줄을 섰다. 스탤론은 1976년 록키 영화 1편에서 주연을 맡아 그해 오스카상을 2개나 받았다. 1990년 개봉된 ‘록키Ⅴ’는 은퇴한 뒤 새로운 선수를 훈련시키다 파산하는 록키의 모습을 그렸다. 환갑을 앞둔 나이에도 여전히 건장한 체격을 과시한 그는 “록키의 승리가 아니라 은퇴 이후 다시 링에 서는 과정을 그릴 것”이라며 “록키 영화의 본질을 담아내겠다.”고 말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교보생명-故신용호 창립자家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교보생명-故신용호 창립자家

    “이 사통팔달, 한국 제일의 목에 방황하는 청소년을 위한 멍석을 깔아줍시다. 와서 사람과 만나고, 책과 만나고, 지혜와 만나고, 희망과 만나게 합시다. 이곳에 와서 책을 서서 보려면 서서 보고, 기대서 보려면 기대서 보고, 앉아서 보려면 앉아서 보고, 베껴 가려면 베껴 가고, 반나절 보고 가려면 반나절 보고, 하루종일 보고 싶으면 하루종일 보고, 그리고 다시 제자리에 꽂아 놓고 사지 않아도 되고, 사고 싶으면 사 들고 가도 좋습니다.” 고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는 ‘대산(大山) 신용호’라는 평전에서 당시 세인의 반대를 무릅쓰고 금싸라기 땅인 종로 1가 1번지 교보빌딩 지하에 교보문고를 세운 일에 대해 이같은 논리로 동의를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한국의 미래를 모토로 만든 교육보험에도 청소년들의 지적 수준과 나라의 성장은 비례한다는 확신이 담겨 있다. 창업 이념도 국민교육진흥과 민족자본 형성이다. ●독립운동 집안에서 태어난 다섯째 아들 신 창립자는 1917년 8월 전남 영암군 덕진면 노송리 솔안 마을에서 부친 신예범 선생과 모친 유매순 여사의 6남 중 5남으로 태어났다. 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하며 잦은 옥살이를 하는 바람에 어머니가 가장 노릇을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곱살 때는 폐병에 걸려 죽는다는 선고도 받았다. 열살 즈음 병이 나았지만 학교를 가진 못했다. 형편이 어려운 데다 형들이 각종 애국 운동으로 집안을 돌보지 않아 어린 마음에도 그가 살림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낮에는 밭에서 일하는 대신 ‘책속에 길이 있다.’는 어머니의 가르침에 따라 밤에는 책을 읽었다. 동생의 책은 물론 주변에 보이는 책은 닥치는 대로 가져다 보았다. 겨울엔 잠과 싸우기 위해 방에 불도 때지 않고 책을 읽다 동상에 걸리기 일쑤였다. 당시 ‘천일독서’를 목표로 각종 위인전, 철학서, 고전, 사서를 섭렵했다. 비록 학교 문턱에는 가지 못했지만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독서철학으로 스스로 내실을 다졌다. 함께 교보생명 창업을 도운 막내 동생 신용희(83) 전 회장을 제외하고 다른 형제들은 대부분 애국운동에 몸담았다. 큰형인 고 신용국옹은 일제시대에 항일운동을, 광복 후에는 청년 노동운동을 했다. 그 큰아들인 신동재씨가 2000년까지 교보의 부동산관리 전문 자회사인 교보리얼코의 회장을 지냈다. 둘째 형 고 신용율씨도 항일운동에 몸담았으며, 그의 둘째 아들 신평재(67)씨가 현재 교보생명 교육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한일은행 상무로 재직하다 1991년 제의를 받고 교보생명 사장 등을 역임했다. 셋째 형 신용원옹은 도쿄 음악학교를 졸업한 뒤 항일음악가로 활동하다 납북했다. 넷째 형 고 신용복옹은 일제 당시 조선생명지사장을 지냈다. 막내 동생 신용희 전 회장은 목포상고를 나와 산업은행에서 일하다 한국전쟁 이후 줄곧 신 창립자를 도와 함께 일했다.1967년 교보생명 창립 이후에는 30년간 교보에 몸담으며 부사장, 회장 등을 지냈다. 그의 아들인 신인재(39) 보드웰 인베스트먼트 사장(8%)과 함께 교보생명 지분을 13.25% 갖고 있다. 신 사장은 고 신 창립자로부터 경영권을 승계받은 큰아들 신창재(52) 교보생명 회장으로부터 함께 일하자는 제의를 받기도 했지만 자신의 길을 고집했다. 신 사장은 최근 이동통신사에 솔루션을 공급하는 코스닥 상장업체 무선인터넷솔루션 회사인 필링크의 대표이사 직함도 얻게 됐다. ●교육열을 사업으로 연결한 기지…교육보험의 탄생 문학가를 꿈꿨지만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사업에 뜻을 세웠다. 약관이 되던 해에 서울로 갔고 이어 1936년 중국에서 양곡 수송 사업을 벌였지만 광복과 함께 10년간 닦은 기반을 버리고 빈손으로 귀국했다.1946년. 귀국후 첫 사업으로 전북 군산에 ‘민주문화사’란 출판사를 냈으나 외상 책값이 회수되지 않아 간판을 내렸다. 그렇게 몇 차례 사업에 실패한 뒤 문득 중국에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논 한 뙈기 없어도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강한 교육열이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한국 부모들의 교육열은 무형원자재인 것이다.‘생·로·병·사’중 유일하게 보험이 빠져 있는 ‘생’ 부문에 교육보험을 끼워넣어 상품화하기로 했다. 당시 보험에 대한 인식은 형편 없었다. 일제시대 보험은 수탈 방식이자 보신(保身) 방편이었다. 더욱이 당시 1인당 국민소득이 50달러도 미치지 못해 보험에 들 여유가 없었다.1954년 정부가 보험업을 재개시켰으나 기존 생명보험 회사들이 대부분 휴면상태에 있을 만큼 보험업은 쑥대밭이었다. 그러나 세상이 험난해서인지 국민의 80%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때 그의 재기가 번뜩였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찾아가 “담배를 끊고 그 돈으로 보험을 들면 아들을 대학에 보낼 수 있다.”고 설득한 것이다. 창업 당시에는 ‘교육보험’이란 이름을 넣지 못했다.1958년 종로1가 60번지 2층짜리 건물에서 직원 46명과 함께 먼저 ‘태양생명보험주식회사’를 설립했다. 교육보험이란 업종상 생명보험으로 분류돼 상호에 교육보험이란 이름을 넣을 수 없었다. 교육열을 자원으로 만든 상품이었고 당시 생명보험에 대한 인식도 열악해 ‘교육보험’이란 이름을 포기하지 않았다.1958년 1월 창업한 뒤 관계 공무원을 끊임없이 설득, 같은 해 7월 상호변경 승인을 얻어 ‘대한교육보험’(현 교보생명)을 출범시켰다. ●슬하 2남2녀의 혼맥 1943년. 중국에서 한창 양곡수송 사업을 크게 벌이던 신 창립자는 당시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고 급히 귀국했다. 도착해 보니 아버지는 건강한 모습으로 그를 맞아주셨다. 더욱 놀라운 것은 “내일 모레가 네 장가가는 날이다.”는 아버지의 한마디. 결혼을 시키려고 거짓 소식을 보낸 것이다. 당시 남자 26세는 혼기를 놓친 나이였지만 그는 벌인 사업 때문에 아직 결혼할 때가 아니라고 여겼다. 도망칠 마음까지 먹었다고 고백하며 배려를 바랐으나 아버지가 식음을 전폐하고 드러눕는 바람에 결혼식을 치렀다. 부인 유순이(81)씨는 당시 보통학교를 졸업하고 2년제 전수학교까지 마친 명문가 출신 규수. 사업에 전력을 쏟느라 가정에 소홀했던 남편을 탓하지 않고 어려운 형편 속에서 묵묵히 2남2녀를 길러냈다. 자녀들의 혼사도 그와 비슷하다. 막내 아들을 제외하고 모두 중매 결혼이다. 명문 대가와의 정략 결혼은 눈에 띄지 않는다. 큰딸 신영애(56)씨는 전 서울대학교 의과대 의학과 마취과학교실 교수 함병문(58)씨와의 사이에 현진(32), 지훈(31), 세훈(25) 등 2남 1녀를 두었다. 신영애씨는 아버지로부터 상속받은 지분 평가로 지난 2004년부터 단번에 350억원대 자산을 보유, 연말마다 언론에서 선정하는 여성 부호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둘째 딸 신경애(54)씨는 법조인에게 시집가 1남1녀를 낳았다. 남편 박용상(61)씨는 서울대 법대에서 박사까지 마친 뒤 사법시험에 합격, 서울고등법원 등에서 판사로 활약한 뒤 방송위원회 위원,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국회 공직자윤리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변호사박용상법률사무소를 운영중이다. 박용상씨의 큰형 용설씨는 내외빌딩관리㈜ 대표, 동생 용삼씨는 내외엔지니어링 대표다. 고 신 창립자의 자리를 이어받은 큰 아들 신창재(52) 교보생명 회장은 부인 정혜원(48) 봄빛여성재단 이사장과의 사이에 중하(24)·중현(22)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서울대 의대 교수 출신인 신 회장은 불혹이던 지난 1993년 교보에 발을 들여놓은 뒤 현재 직계 중 유일하게 교보에서 일하고 있다. 정 이사장은 이화여대 영문과를 나왔다. 막내 신문재(44)씨는 이정숙(44)씨와의 사이에 딸 혜진(18)을 두고 있다. 형제들 중 유일한 연애 결혼이다. 미국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1991년부터 2005년 8월까지 광화문 교보문고내 문구 액세서리 음반 팬시용품 등을 판매하는 400여평 매장의 문보장을 비롯해 전국 6개 교보문보장을 운영해 왔다. 교보문고가 직접 문보장을 운영하기 위해 신씨로부터 지난 8월 문보장 사업권을 회수했다. 현재 새 사업을 구상중이다. ●지독한 완벽주의와 파격 인사 고 신용호 창립자는 지독하다 싶을 만큼 완벽하고 집요하다는 평을 받는다. 땅을 고를 때도 좋은 날, 궂은 날, 비온 다음날 등 두루 살피는 완벽주의자다.77년 명예회장,85년 창립자 등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도 1990년대 후반까지 신입사원 면접에 직접 들어왔다. 사업을 시작한 지 3년이 지나도 실적이 저조해 본사 부장, 실장, 중역까지 나서 손을 들라고 권하자 그들을 나가게 한 뒤 ‘급료는 후불로 주겠다.’는 광고를 통해 간부 사원을 다시 구한 일화는 아직도 회자된다. 창업 10년 만인 1967년 회장으로 물러난 뒤 2000년 아들 신창재씨가 교보생명 회장에 취임하기까지 33년간 무려 사장이 19번이나 바뀌었다. 평균 수명이 1.7년이었다. 경영 안정을 위해 최고경영진을 쉽게 바꾸지 않는 업계의 관행과는 다른 것이다. 교보의 임원 인사는 상식을 뛰어넘어 기발하고 파격적이란 평이 나오는 이유다. 신창재 회장의 인사 스타일도 재계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002년 5월 취임한 장형덕 대표이사 사장의 경우 사장직을 폐지하는 형식으로 취임 10개월 만에 퇴임시켰다. 단일 지도체제가 더 효과적이라며 사장을 없애고 대신 부사장 3명을 임명해 집단경영체제로 개편했던 것. 그때부터 ‘대표이사 회장’ 밑에 ‘대표이사 사장’ 없이 ‘대표이사 부사장’ 체제로 가고 있다. 이어 지난 2004년 2월 박성규 부사장을 선임,‘집단경영체제’는 다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맨손으로 생나무를 뚫어라’ 고 신용호 창립자는 ‘죽고 나면 손해’란 보험에 대한 당시 인식을 바꾸는데 초점을 맞춰 교육보험 1호인 ‘진학보험’을 세계 처음 내놓았다. 죽어야 혜택을 주는 게 아니라 부모가 돈을 적립해 자녀가 초·중·고등학교를 진학할 때마다 학자금을 주는 상품이다. 먼저 단체들을 공략했다. 군인 단체 저축성 보험인 일명 ‘화랑계약’을 고안했다. 잦은 군의 이동에 탈락계약이 늘어 성과는 없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군 이동에도 추적·관리되는 시스템을 도입,1967년 육군과 170억원의 단체 계약을 맺었다. 파죽지세로 해군·한전 등 대형 단체들과 꾸준히 계약하는 개가를 올리며 승승장구했다. 판매 창구도 강화했다. 종로기독청년회관(YMCA)에서 대학생을 모아 보험강좌를 실시한 것을 계기로 대학지부를 설치, 대학생도 판매 채널로 끌어들였다. 지방유지를 직접 찾아다니며 기관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상품에도 그의 기지가 엿보인다. 암 상품은 그가 처음 개발했다. 뿐만 아니라 보편적인 성인병도 하나씩 보험상품으로 만들었다. 보험업계 전산화 발상을 추진한 최초의 인물도 바로 그였다.1974년 학자금 선지급 업무를 처음 전산화했고 “컴퓨터를 모르면 간부가 될 수 없다.”며 전 사원을 상대로 ‘컴퓨터 활용능력 자격인증제’도 실시했다. 그가 인생을 이야기할 때 전반은 ‘맨손가락으로 생나무를 뚫는 과정’이고 후반은 ‘생나무 뚫는 것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보인 과정’이라 비유했다. 인생은 장애의 연속이지만 강한 정신력만 있다면 아무리 높고 힘든 목표라도 달성할 수 있다는 게 그만의 철학이다. 이같은 열성과 집념으로 1958년 당시 6대 생보사 중 막둥이로 태어난 교보생명은 창립 5년 만에 보유계약 56억원으로 업계 3위,1964년엔 보유계약 100억원 돌파로 업계 2위에 오른 뒤 1967년 설립 9년 만에 업계 정상에 섰다.‘맨손가락으로 생나무를 뚫은’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인생의 다른 한 축…교보문고 교육 보험은 대세가 아니었다.80년 들어 경제성장과 함께 늘어나는 사교육비를 감당할 수 없는 시절이 오면서 보험만으로 교육비를 해결할 수 없게 됐다. 변하는 고객 욕구에 따라 양로보험, 종합보장생활보험 등 일반 생명보험 상품의 비중이 커졌다. 교육보험만으로 경쟁력이 떨어지자 1995년 ‘교보생명’으로 사명을 바꾸었다. 삼성생명의 약진으로 교보는 1974년부터 업계 1위에서 2위로 밀려났다. 자산이 늘어나면서 관련 계열사도 속속 설립했으나 모두 보험으로 맡긴 고객의 돈을 운용하기 위한 금융 계열사였다. 부동산관리 전문회사인 교보리얼코(1979), 교보증권(1994) 등 총 9개 자회사를 세우면서 교보를 오늘날 35조원 규모의 금융 자본으로 성장시켰다. 그 중 금융과 동떨어진 업종이 하나 있다. 바로 교보문고(1980)다. 교육을 통한 민족부흥을 창업 이념으로 삼고 있는 만큼 따지고 보면 업종의 본질은 같다는 설명이다. 1980년 종로 1가 1번지에 사옥 교보빌딩이 세워지자 그는 지하에 서점 설립을 제안했다. 온갖 연줄을 동원하며 지하아케이드 자리 쟁탈전이 벌어지던 때였다. 간부들은 채산성이 약하다며 서점이 들어서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의견을 냈고, 손해가 나면 보험회사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당시 허가관청인 재무부도 반대하고 나섰다. “우리 회사가 돈벌이를 목적으로 한다면 이 자리에는 당연히 으리으리한 고급상가를 들여야 합니다. 하지만 이 값진 땅에 책방을 크게 열어 청소년과 시민이 자유롭게 이용토록 한다면 그 효과가 어느 정도나 될지 상상해 보시오.” 손해가 나더라도 청소년의 정신역량을 키우는 일인 만큼 자신이 떠맡겠다고 설득했다.1985년에는 일반 독자뿐 아니라 학자들을 위해 80만종의 세계 논문도 공급했다. 지방사옥이 세워질 때마다 학생과 시민들이 교보문고 지점 설치를 요구했을 정도다. 대전, 성남, 대구, 부산, 부천, 강남 등에 속속 지점을 열었다. 광화문에 있는 교보문고를 찾는 고객 수는 일평균 4만 5000여명, 연간 1500만명에 달한다. 삶의 두 축이 교보생명과 교보문고라고 지적했을 정도로 애착도 컸다. 그러나 말년을 맞아 또다시 병마가 찾아 왔다.77세가 되던 1993년. 회사 정기건강 검진에서 간 기능에 석연치 않은 증후가 발견됐다. 담도암이었다. 의사들은 그에게 맛있는 음식 많이 먹고, 기운 있을 때 여행을 다녀오라는 처방을 내렸다. 사형 선고였던 셈이다. 그는 암과 싸우며 여생을 보내느니 살든 죽든 결판을 내겠다고 마음먹고 불가능하다는 담도암 수술을 감행했다. 수술후 그는 중환자실에서 목에 구멍을 뚫고 2개월이나 암흑 속에서 지내야 했다. 중환자실에서 나온 뒤 재활물리치료 반년 만에 골프장에 다시 나갈 수 있었다. 근력운동과 식이요법으로 건강을 유지하면서 90년대 후반까지 업무를 보고받는 등 경영에 관여했다. 그러나 8년 뒤 암이 간으로 전이되면서 몸이 약해졌다. 결국 2003년 9월 19일 오후 6시1분 서울대병원에서 노환으로 숨을 거두었다. 그의 나이 86세였다. jhj@seoul.co.kr ■ 신창재회장과 정혜원 여사 “내조만 하며 살아온 탓에 사회공헌 사업은 꿈도 꿔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남편의 제의로 사회공헌 사업을 시작하게 됐지요. 내조와 아이들 뒷바라지에도 벅차지만 소명으로 여기며 열심히 하고 있어요.” 신창재(52) 교보생명 회장의 부인 정혜원(48)씨는 요즘 사회활동에 바쁘다. 그는 남편과 두 아들을 돌보는 일에 전념해온 전업 주부였다. 남편 신 회장으로부터 사회공헌 사업을 해보라는 제의를 받고 2004년 4월 성매매 피해여성 보호단체를 지원하는 봄빛여성재단을 창립,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순전히 남편 신 회장의 사재로 시작한 사회공헌 사업이다. 서울 종로구 적선동 사무실로 매일 출근하면서도 아이들이 완전히 홀로서기할 때까지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며 걱정이 많다. 그는 한사코 취재를 거부했다. 사회 활동은 하고 있지만 언론 대응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화여대 영문과 출신인 그는 소탈하면서도 적극적인 성격으로 책임감이 강하다는 평을 받는다. 중매를 통해 남편을 만났다고 밝혔다. 평범한 집안에서 데려온 며느리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고 신용호 창립자의 수수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는 남편 신 회장이 양복도 맞추러 갈 시간이 없을 만큼 바쁘다고 했다. 실제로 신 회장은 아버지의 유업인 교보문고와 교보생명을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지 고민이 많다. 아버지만큼 골프를 좋아하지만 교보로 옮긴 이후 거의 필드에 나가지 못할 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다. 교보생명은 지난 2000년 5월 신 회장 취임과 함께 ‘질´경쟁을 선언하면서 업계 2위에서 3위로 밀려난 뒤 여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먼저 교보문고는 교보생명이 증자해 전자책 등 문화 콘텐츠를 생산하는 지식문화 전문회사로 거듭나도록 하겠다는 포부다. 출판업이 사양산업으로 전락하다 보니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교보문고는 현재 부채비율이 416%로 은행으로부터 신규 여신이 어려운 처지다. 교보생명은 기존 주주가 여력이 없어 제3자 배정 방식으로 5000억원을 증자할 계획이다. 다른 생보사보다 상대적으로 지급여력비율(160%)이 낮다. 자기자본 확대가 이유다. 그러나 2대 주주인 자산관리공사가 난색을 표명하고 있어 문제다. 자산관리공사 소유·관리지분(41.26%)의 가치가 희석되지 않는 상태에서 잘 팔릴 수 있도록 협조해야 증자에 동의한다는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업계는 신 회장이 과연 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교보생명의 한 임원은 신 회장에 대해 “아버지를 닮은 완벽주의자”라고 말했다. 경기고, 서울대 의대를 나와 서울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로 살아오다 불혹이던 지난 1993년 아버지 고 신용호 창립자의 뜻에 따라 그간 배운 의학 공부를 포기하고 대산문화재단 이사장으로 교보생명에 발을 들여놓았다.1996년 11월 교보생명 부회장,2000년 5월 교보생명 회장으로 취임한 뒤 변화와 혁신을 기치로 삼고 전력 질주 중이다. 박성규 교보생명 부사장은 “과연 의사 출신이 기업을 어떻게 경영할지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를 보면 답이 나온다.”고 전했다. 의사 출신답게 깊은 통찰력과 분석력을 갖춘 데다 책을 많이 읽는 덕분에 멀리, 넓게 보는 안목이 있다고 평가했다. jhj@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 차장 이종락·이기철·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음악의 첫날밤/ 토머스 켈리 지음

    오페라든, 교향곡이든 음악의 초연 현장엔 흥분이 있기 마련이다. 청중에 대한 사전지식이 삽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초연은 새롭고, 연주자들의 본능이 살아 숨쉰다. 물론 새로움에 대한 기대와 함께 의혹과 야유가 가득차 있을 수도 있다. 헨델은 공연장에서 성악가에 맞추느라 ‘메시아’ 악보를 뜯어고쳐야 했고, 베토벤은 프로와 아마추어 연주자가 뒤섞여 급조된 악단을 이끌고 ‘교향곡 9번’을 지휘했다. 장 콕토가 ‘야성적 파토스가 가득하다.’고 찬사를 보냈던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초연은 청중들로부터의 엄청난 야유에 시달려야 했다. 하버드 음대 교수인 토머스 켈리의 역작 ‘음악의 첫날밤’(김병화 옮김, 황금가지 펴냄)은 고전음악의 걸작들이 맨 처음 사람들 앞에서 공연된 바로 그날 그 현장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최초의 오페라라고 일컬어지는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는 1607년, 최초의 오라토리오이자 할렐루야 합창으로 유명한 헨델의 ‘메시아’는 1740년, 실러의 ‘환희의 송가’에 곡을 붙인 베토벤의 ‘교향곡 9번’은 1824년,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은 1913년 각각 초연되었다. 저자는 이 작품들의 초연 당시 오고 간 편지, 당시의 신문기사, 관련 인물들의 인터뷰 등 다양한 자료를 토대로 최초 연주 실황의 느낌을 최대한 현실적이고 생생하게 전달하려고 한다. ‘오르페오’는 당시 만토바 귀족 빈첸초 곤차의 고용인이었던 몬테베르디가 학술 아카데미에서 연주할 음악을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탄생시킨 음악이었다. 초연장은 수십명의 아카데미 회원이 전부. 이 아카데미는 남성들만의 모임이었기 때문에, 여성배우를 기용할 수 없었고, 심지어 헤로인 ‘에우리디케’ 역마저 몸집이 작은 사제가 맡아했다. 베토벤은 아마추어가 포함된 급조된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오스트리아 빈에서 ‘교향곡 9번’을 초연했다. 그나마 리허설도 두 번밖에 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래도 마지막 악장의 연주가 끝났을 때 청중의 엄청난 박수가 쏟아졌다. 하지만 거의 청력을 잃은 상태였던 베토벤은 이마저 듣지 못했다. 헨델은 처음 방문한 더블린에서 알지도 못하는 음악가들을 수소문해 ‘메시아’를 초연했다. 하지만 악보를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는 가수를 위해 곡을 뜯어고쳐가면서 연주를 마무리했다. 그래도 최상류층 인사들이 운집한 가운데 초긴장 상태에서 치른 첫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거창한 흰색 가발을 쓰고, 작고 통통한 손을 흔들며 머리를 흔드는 초상화속 헨델의 모습은 그가 연주를 만족스럽게 생각한다는 표시로, 지금까지 남아 있다. 1830년 12월5일 프랑스 파리에서 펼쳐진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 초연(그림)은 아우성 천지였다. 자비를 들여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고용한 그는 연주 당일까지도 비올라 현 등을 사기 위해 동분서주했으며, 공연장은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의자를 달라는 소리, 촛불을 달라는 소리 등 혼란과 아우성이 가득했다. 책은 각 작품에 대한 전문적 연구서도, 작곡가들의 개별적 전기도 아니다. 통시적으로 음악사나 작곡가 인생 전체의 흐름을 보여주지도 못한다. 반면 음악사와 작곡가의 전체 일생에서 한순간을 잘라내, 그 단면에 드러난 큰 흐름의 무늬결과 본질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헨델이 ‘메시아’를 초연하며 통통한 손을 흔들며 신나게 연주하는 모습, 학교 음악실 석고상에서 볼 수 있는 찌푸리고 음울한 표정의 베토벤이 동료들에게 성질을 부리는 순간들은 음악사 단면에 새겨진 무늬결을 더욱 선명하게 한다. 초연에 감돌고 있는 흥분감과 예술 출산의 고통에 대한 생생한 묘사, 당시 작품이 지녔던 문화적 의미에 대한 분석은 걸작 탄생의 역사적 순간의 현장에 가보고 싶어하는 현대인들에게 대리만족의 기쁨을 선사한다.2만 8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신연숙칼럼] 과학으로 돌아가자

    [신연숙칼럼] 과학으로 돌아가자

    며칠전 케이블 TV에서 방영되고 있는 미국의 유명 드라마에 이런 장면이 나왔다. 여주인공이 길에서 남성 친구와 맞부딪치게 됐는데 옆에 동성애 파트너를 동반하고 있던 그 친구의 말.“안녕, 우리 결혼했는데 아기를 가지려고 대리모를 구했거든. 근데 아직 난자를 못 구했어. 혹시 네 난자를 줄 수 있겠니? 생각해 보고 결심이 서면 전화해 줘.”황당한 표정의 여주인공, 나중에 다른 친구에게 이 얘기를 해 주며 “졸지에 난자공장으로 전락한 느낌”이라고 씩씩거리는 것이었지만 이것이 결코 낯선 얘기가 아니라는 생각에 드라마를 더욱 유심히 지켜보게 되었던 것이다. 황우석 교수의 난자채취 의혹을 계기로 윤리논란이 뜨겁다. 드라마의 상황에는 생명윤리 문제뿐만 아니라 동성애자의 자녀양육 등 사회적 이슈들이 숨어있지만 현재까지 황우석 논란의 초점은 의외로 단순하다. 황교수가 과학자로서 연구윤리를 위반했는지의 여부와 그동안 거짓말을 한 데 대한 개인의 도덕성 문제다. 후자는 황교수가 해명을 했다. 연구윤리 문제는 생명과학윤리심의위원회가 서울대 수의대기관윤리위원회의 해명에 대해 재조사를 하기로 했다고 한다. 대통령산하의 국가최고 심의기구인 만큼 엄정한 조사로 국내외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주기 바란다. 사실 생명윤리의 본질적 쟁점도 아닌 단순한 연구윤리 문제를 이처럼 키워온 데는 정부와 일부 언론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작년 2월 황교수가 인간배아복제 줄기세포 배양을 발표했을 때 네이처지는 연구원의 난자사용 문제를 제기했었다. 연구원이 진술을 번복해 기사 내용은 유야무야됐지만 정부에서만큼은 자체대비를 했어야 했다. 이 기회를 놓치게 한 것은 본질을 흐려버린 비과학적인 태도다. 네이처지는 황 교수의 논문이 실린 사이언스지의 경쟁지로서 사이언스에 세계적 업적 발표의 선수를 빼앗긴 분풀이로 상대방 흠집내기를 시도했다는 해설이 나오자 “그러면 그렇지.”라는 식으로 이 문제를 없던 일로 만들어 버렸던 것이다. 그 후 생명윤리학회에서 공개토론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메아리없는 외침이 되고 말았다. 지난달 섀튼 교수가 황우석 교수와 결별선언을 했을 때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섀튼 교수가 결별이유로 연구용 난자 제공의 윤리문제를 제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이 문제를 검증하기보다는 줄기세포연구의 주도권 다툼이니, 독자적 연구서막이니 하는 추측만 쏟아냈다. 최근엔 특허권 불만 쪽이 그럴듯한 해설로 등장한 듯하다. 과학에 정치적 해설을 붙이고, 정치적 이해를 얹어 편가르기 하듯 사안을 판단하다 보니 볼 것을 못 보고 결국 문제가 터진 것이다. 과학기술이 물질적 풍요의 바탕이 되고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수단이 됨에 따라 정치권이나 언론의 관심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정치는 업적이 필요하고 언론은 스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심이 과학기술을 오도해 과학에 대한 신뢰가 깨졌을 때 과학이 받는 타격은 지난 과학사가 말해준다. 원폭투하와 환경파괴의 여파로 일어난 ‘반(反)과학’움직임이 그 실례다. 과학은 사실에 기초하여 검증 가능한 객관적 지식을 추구한다. 과학적 이성은 인류를 실망시키기도 했지만 ‘성찰적 과학’은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인류의 희망이 아니던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감정이나 이해가 아니라 과학으로 돌아가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것이 과학기술에 대한 진정한 애정이다. 생명윤리심의위원들에게 기대가 크다. 특히 과학기술계 대표들은 과학을 살려야 할 주체들이다. yshin@seoul.co.kr
  • [우리는 맞수 CEO] 새 선박 개발 앞장 VS 유전등 신사업 진출

    [우리는 맞수 CEO] 새 선박 개발 앞장 VS 유전등 신사업 진출

    김징완(59) 삼성중공업 사장은 2001년 취임 직후 ‘2006년 세계 1등 조선사’를 외쳤고, 정성립(55)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올초 ‘2015년 매출 20조원 달성’이라는 어마어마한 목표를 내걸었다. 삼성중공업은 연 50척 건조체제, 고부가선 비중 70% 이상 등 1등의 조건을 갖추는데는 성공했지만 아직 세계 1등인 현대중공업을 추월하지 못했다. 신사업 진출과 글로벌 생산체제 구축 등으로 매출 20조원을 달성한다는 대우조선의 목표 달성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두 CEO가 걸어온 길을 따라가보면 이들의 목표가 ‘꿈’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재무통에서 현장 경영자로 김징완 사장은 1년 중 130여일을 해외 출장으로 소화하고 나머지 시간은 대부분 거제조선소에서 보낸다. 모든 문제와 해답은 현장에 있다는 지론으로 직원들과 즉석에서 허심탄회한 대화를 즐긴다고 한다. 김 사장은 조선업계 출신이 아니다. 경북 달성의 현풍고를 졸업한 김 사장은 고려대 사학과 4학년이던 1973년 제일모직에 입사했다. 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부회장), 김인주 구조본 사장, 최도석 삼성전자 사장(CFO) 등 쟁쟁한 재무통을 배출한 제일모직 경리과 출신이다. 회장 비서실 재무팀, 운영팀장, 삼성물산 금융팀장 등 그의 화려한 이력은 대부분 재무계통이었다. 하지만 93년 삼성중공업 기획관리담당 임원으로 재직할 때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가장 큰 640m짜리 제3도크 건설을 마무리지어 삼성중공업의 경쟁력을 다져놓는 등 조선과의 인연도 만만찮다. 또 재무통답게 환율관리에 초점을 맞춰 환 리스크를 100% 헤지하는데 성공했다. 김 사장은 “제조업이 환율등락에 따라 희비를 겪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선박 수주 시점부터 환헤지를 통해 이익률을 확정짓고 제조업답게 원가절감, 생산성 향상 등 본질로 승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사장은 디지털 시대에서는 기존의 사고방식, 일하는 방법, 시스템 등을 180도 바꾸고 임직원들의 의식도 최첨단으로 무장돼야만 살아 남을 수 있다며 끊임없는 변화를 강조한다. 실제 삼성중공업은 신 선형 개발 등에서 앞서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뢰, 열정, 감성의 정통 조선맨 정성립 사장은 “CEO는 회사 일에 일일이 간섭할 게 아니라 비전을 만들고, 혁신을 주도하고,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정 사장은 루마니아 망갈리아조선소, 오만 수리조선소, 중국 옌타이 선박용 블록 공장 등 글로벌 체제를 기반으로 2015년 매출 20조원으로 세계 조선시장의 20%를 점유한다는 웅대한 비전을 발표했다. 조선업뿐만 아니라 나이지리아 유전개발에 참여했고 JR건설을 인수, 토건사업에도 뛰어드는 등 신사업 진출로 새로운 비전을 만들고 있다. 해양연구 장비·시스템 업체인 씨스캔을 계열로 편입하는 등 해저광물 탐사에도 적극적이다. 정 사장 역시 현장경영으로 유명한데 11월 말 현재 해외출장이 100일을 넘겼고 1년중 5개월은 옥포조선소에서 보낸다. 협력업체를 포함한 전 직원과 가족들에게 회사의 경영환경과 비전을 설명하는 편지를 13차례나 보낼 정도로 ‘소통’도 중시한다. 정 사장은 취임 당시 “조직내에서 권위주의를 없애자.”는 다소 ‘엉뚱한’ 목표를 내걸었다. 직원들간 벽이 없어져야 성장과 혁신이 가능하다는 취지였다. 정 사장의 혁신은 직급 관련 호칭(부장, 과장 등) 폐지, 조선업계 최초의 임금피크제 도입, 즐거운 직장을 만들어 주는 ‘펀 리더(Fun Leader)’ 도입 등으로 이어졌다. 금요일 무조건 일찍 퇴근하기, 호프데이, 월 1회 영화·연극 관람, 책 선물 등 대우조선의 ‘펀 경영’은 단순히 유행을 따르는 것이 아니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관악구민도 ‘황우석 살리기’

    서울 관악구 주민들이 황우석 교수 ‘전방위 보호’에 나섰다. 관악구 주민들로 구성된 ‘황우석 교수 관악구 후원회(공동대표 김태진·조윤정)’는 29일 성명을 내고 “황 교수 연구의 본질을 폄훼하는 어떠한 움직임도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후원회는 성명에서 “황 교수의 연구는 인류복지를 위한 선의”라면서 “인류의 진보와 문명의 진화를 이룩한 과학자들이 겪었던 많은 시련을 상기하면 이번 사태는 선구자에 대한 탄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황 교수의 연구가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절차나 세계 공통의 생명윤리법제마저도 마련되지 않았고 연구 초기 누구도 난자를 제공하지 않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황교수를 두둔했다. 또 이들은 “실낱같은 희망으로 ‘세계줄기세포허브’에 등록을 기다리는 난치병 환자와 가족들의 심정과 ‘월화수목금금금’연구에만 매진한 황 교수의 심정을 잊으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해당 언론사의 대국민 사과와 황 교수가 즉각 세계줄기세포허브 등 각종 공직을 다시 맡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가치관에 맞는 새로운 윤리기준을 정부 차원에서 마련할 것도 요구했다. 모임을 이끄는 조윤정(57·여·서울 관악구 신림1동) 공동대표는 “생명공학산업을 선점하려는 세계 각국의 노력의 이면에는 과학적 패권주의가 도사리고 있다.”면서 “이번 사태처럼 일부 언론에 의해 귀중한 연구성과와 국익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후원회는 황 교수의 연구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4월 관악구 김희철 구청장을 비롯한 주민들이 주축이 돼 발족됐다.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난자 파동’ 유감/황용석 건국대 신문방송학 교수

    최근 우리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많은 이슈 중 가장 두드러진 사건은 황우석교수 연구팀의 난자 획득과정에 대한 윤리논쟁일 것이다. 이번 사안은 어떤 가치가 더 중요한가에 대한 가치갈등을 동반했다. 생명윤리문제와 ‘국익’간의 대립구조로까지 발전하면서 이를 보도한 방송사가 여론압력을 받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 이슈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사나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할 때 신문이나 방송이 각별한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서울신문 역시 이 사안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11월27일에는 1개 지면 전체를 이와 관련된 내용에 할애했다. 그러나 이날 지면의 명칭은 매우 유감스러웠다.‘난자 파동’이라는 이름이 붙었기 때문이다. 기사 전체를 틀 지우는 이 제목은 서울신문의 품격에 맞지 않아 보인다. 언론은 특정 사안을 보도할 때 현실을 그대로 전달하기보다는 특정 시각을 중심으로 재구성한 틀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보도의 틀은 제목, 기사의 서두에 해당되는 리드 또는 사건을 이름 짓는 방식을 통해서도 이루어진다. 특히, 사건을 어떻게 이름 짓느냐는 것은 신문이 현상을 바라보는 가치와 수준을 반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신문은 노동자의 파업을 ‘사태’ 또는 ‘분쟁’이라는 부정적 이름을 붙이는 반면, 다른 신문은 ‘파업’ 또는 ‘쟁의’라고 중립적 이름을 붙인다. 같은 사안을 두고도 신문마다 서로 다르게 이름을 붙이는 것은 이들 신문이 갖고 있는 규범과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다루는 사건의 본질과 무관하게 언론이 어떻게 이름 붙이느냐에 따라 독자들이 사건을 이해하는 틀은 달라진다. 이러한 이름 짓기 또는 틀 짓기는 언론이 갖는 매우 큰 영향력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황우석교수 연구팀의 난자 획득과정에 대한 윤리 논쟁을 서울신문이 ‘난자파동’이라고 이름 붙인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하고 싶다. 그 이유는 이 사안이 난자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실험용 난자 획득과정의 윤리문제이기 때문이다. 난자는 윤리논쟁의 대상이지 본질은 아니다.‘난자파동’이라는 제목은 선정적으로 느껴진다. 다른 신문들에 비해 서울신문은 제목에서 ‘난자’라는 단어에 이슈의 초점을 더 부각시킨 면이 없지 않다. 예를 들어,“황우석교수 ‘난자의혹’ 풀고 가야”(11월15일 사설),“황우석팀 ‘난자진실’ 23·24일 발표한다”(11월21일), 그리고 “난자파동-의혹 전말과 남은 과제”(11월25일) 등의 제목들에서처럼,‘난자의혹’,‘난자진실’, 그리고 ‘난자파동’과 같은 단어가 자연스럽게 채택되고 있다. 물론 같은 시기에 일부 경쟁사들에서 ‘난자 파문(11월25일,A신문)’이라는 유사한 용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다수 신문들은 “황우석교수 ‘난자 채취과정’ 논란”(11월25일,B사),“황우석교수 ‘윤리 논란’”(11월22일,C사),“황우석 윤리논란”(11월25일,D사),“줄기세포 난자 논란”(11월22일,E사), 그리고 “생명윤리 논란”(11월25일,F사) 등 비교적 중립적인 제목을 사용했다. 이 사건은 ‘윤리논쟁’으로 바라보는 것이 적합하다. ‘파동’이라는 용어 역시 적합하지 않다. 파동이란 의미는 어떤 발원지로부터 사건이나 물질이 확산되는 것을 의미한다. 유사한 용어로 대변화 또는 격변 등이 있다. 사회적으로 영향이 큰 사건을 이야기할 때 자주 동원되는 용어이다. 김치파동이나 오일파동과 같이 국민 전체에 직접적인 피해나 영향이 가해지는 사건에 붙여지곤 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가치나 의식에 대한 논쟁과 진실을 규명하는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논쟁’,‘논란’, 그리고 ‘쟁점’ 등으로 불리는 것이 더 적합하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난자 채취 윤리논란’이나 ‘생명윤리 논쟁’으로 이름 붙이는 것이 적합하지 않을까? 향후에는 이런 부분에도 좀더 신중한 검토가 있기를 기대한다. 황용석 건국대 신문방송학 교수
  • [사설] 황 교수 연구 복귀로 논란 끝내야

    MBC가 황우석 교수의 연구용 난자출처 의혹을 보도한 이후로 이 문제가 심상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 걱정스럽다. 네티즌의 들끓는 여론에 못 이겨 이 방송프로그램의 대부분 광고주들은 광고를 중단했다. 황 교수의 인터넷 팬카페 회원들을 중심으로 촛불시위가 이어졌다.MBC가 취재과정에서 위압적이었다는 소문도 들린다. 급기야 노무현 대통령까지 나서 관용이 부족한 우리 사회를 우려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왜 간여하느냐.”며 핀잔을 주는 등 논란은 밑도 끝도 없이 이상한 쪽으로 가는 분위기다. 이래서는 안 된다. 진실을 밝히든 국익이 중요하든, 이런 식의 국론분열은 진실과 국익을 모두 잃을 뿐이다. 황 교수를 비롯한 연구팀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MBC는 진실 추적 여부를 떠나 취재과정에서 협박이나 무례함이 있었다면 스스로 진상을 밝히는 게 도리다. 네티즌도 취재와 보도를 맡았던 PD들의 가족사진을 인터넷에 공개하고, 촛불시위와 광고중단 등으로 압박한다면 이 또한 성숙한 자세는 아닐 것이다. 대통령이 상황을 염려하면서 지적한 말에 대해서도 본질과 달리 폄훼·왜곡하는 일은 자제했으면 한다. 이런 와중에 지난 24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백의종군을 밝힌 황 교수는 며칠째 연구를 접고 마음을 추스르고 있다고 한다. 그의 부재로 연구의 진척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니 안타깝기만 하다. 황 교수의 사과 당시, 우리는 윤리논쟁을 중단하고 연구에만 전념해 줄 것을 당부했었다. 이제 황 교수는 연구실로 돌아와야 한다. 국민도 그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것으로 믿는다. 연구팀의 전열을 정비하고 연구과제를 정리함으로써 국민에게 다시 희망과 믿음을 주는 것만이 혼란을 끝낼 수 있는 길이다.
  • 헌법재판소 결정 3題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송인준 재판관)는 25일 차량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면 무조건 운전면허를 취소하도록 한 도로교통법 제78조 1항 5호에 대해 재판관 8대1의 의견으로 위헌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범죄의 중함이나 고의성 여부를 고려하지 않고 운전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반면 조대현 재판관은 “자동차를 직접적인 범행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위험성이 크고 죄질도 불량하다.”며 합헌의견을 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송인준 재판관)는 또 재판관 7대2의 의견으로 회사가 근로자의 3분의2 이상을 대표하는 ‘지배적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게 한 노조의무가입제(유니온숍)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특정노조에 가입할 것을 강제하면 근로자의 단결선택권과 충돌하지만 권한남용을 제한하는 규정 등을 두고 있어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권성·조대현 재판관은 “특정노조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해서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은 근로자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에 어긋난다.”며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김경일 재판관)는 세녹스와 LP파워 등 유사석유제품 제조ㆍ판매 행위를 금지하는 구 석유사업법 26조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석유제품의 품질과 유통을 확보하고 탈세를 방지해 국민 건강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 만큼 입법목적이 정당하다.”고 밝혔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서울현대도예공모전] 대상에 전소영씨 ‘빛-어둠’

    [서울현대도예공모전] 대상에 전소영씨 ‘빛-어둠’

    서울신문과 스포츠서울이 주최한 제25회 ‘서울 현대도예공모전’에서 전소영(33)씨가 작품 ‘빛-어둠’으로 대상을 받았다. 우수상은 ‘숲에 이는 바람’을 출품한 최중열(46)씨와 ‘Eden in 0.3L’의 이정헌(30)씨가 공동 수상했다. 서울 현대도예공모전 심사위원회(위원장 김옥조 이화여대 도예과교수)는 25일 올해 모두 152명이 출품해 이가운데 대상 1명, 우수상 2명, 특선 5명, 입선 45명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노경조 심사위원은 “도예공모전으로 국내 최고의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서울현대도예공모전은 현대 도자의 다양한 기법과 예술성을 확인받는 자리여서 젊은 작가들에게 본격적인 도예작가로서의 등용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입상작은 12월13∼18일 프레스센터 1층 서울갤러리에서 전시된다. 시상식은 12월13일 서울갤러리에서 있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제25회 서울현대도예공모전 입상자 명단 ●특선 권현진 홍승철 한상현 박중원 이주희 ●입선 채효연 이정자 이경주 김하윤 조미현 여병묵 민들례 장형진 송지은 김인식 이규혁 신기철 김보겸 김여옥 윤경혜 박정근 손지민 권숙희 김민정 조은영 김유일 이혜순 양정훈 차동기 권소옥 정혜주 이정희 황연화 김성자 윤성원 최지민 성미로 차영미 박정원 전대숙 류석진 손은정 윤인경 이난희 전지현 박선신 백경민 안세현 이영란 이수복 ■ 심사평 서울현대도예공모전은 전국의 우수한 도자 예술가를 발굴·후원하고 수상 작품의 전시를 통해 현대 도자예술의 경향을 분석할 수 있는 뜻깊은 행사다. 특히 새로운 감각의 창의적인 작품을 부각, 한국 현대도자에 창조적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공모전을 심사할 때 작가의 새로운 아이디어와 작품의 완성도, 새로운 재료의 발굴 및 사용, 재료 사용에 대한 새로운 시각 등을 중요하게 취급한다. 또 독창적인 표현의 아이디어와 그것을 표현하기 위한 적절한 재료의 선택, 재료 자체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높아야 하며, 재료를 다루는 방법에 있어 기술적인 완성도를 보여야 한다. 올해 서울현대도예공모전은 이러한 심사기준에 부합되는 작품이 어느 때보다 많았다. 심사위원들은 현대 한국 도자의 현상 속에서 존재하는 조형, 전통, 디자인 부분 가운데 어떤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애정을 가지고 작품들을 골랐다. 도예작품은 어떠한 경우에도 흙으로서의 순수하고, 본질적이며, 내재적인 가치를 지녀야 한다는 명제를 달고 한마음으로 고민없이 짧은 시간에 입상 결정을 이루어냈다. 대상 작품인 전소영의 ‘빛-어둠’은 흙의 양감을 풍부하게 빚어낸 우수한 작품이다. 표면의 장식기법인 유약처리와 질감의 조화가 좋았고, 색의 에너지도 대비적으로 표현해냈다. 우수상 최중열의 ‘숲에 이는 바람’은 공간에서 흙의 가능성을 끝없이 전개해 나가는 설치작업으로 점토표현 기술능력을 높이 평가받았고, 이정헌의 ‘Eden in 0.3L’은 회화적으로 전개되는 화면을 흙을 통해 입체적으로 조형화해 우수상으로 선정됐다. 특선작품 중 박중원의 ‘분청모란항아리’는 전통적인 분청상감 및 항아리의 제작능력이 돋보였고, 권현진의 ‘dreaming-shine’은 실제 조명의 기능 외에도 현대도자에서 제품도자 영역의 확대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상현의 ‘면의 변주곡’은 점토 조형의 입체적 표현능력이 기술적으로 우수했고, 홍승철의 ‘내안의 또 다른 나’는 조소작품에 전개한 회화의 소묘능력이 높게 평가됐다. 이주희의 ‘wave’는 평면적인 흐름을 곡선과 직선의 유기적인 교차를 보이는 산업도자를 통해 잘 표현하였다. 그동안 많은 도예가를 배출, 한국 도예계의 큰 역할을 해온 서울현대도예공모전은 내년부터 대상, 우수상, 특선 작가들의 초대전까지 기획해 수상작가들의 향후 작품활동에 확실한 시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김옥조 이화여대 도예과 교수 노경조 국민대 조형대학장 ■ “생명의 탄생·소멸 이미지 표현” 대상 전소영씨 “권위있는 공모전이라 특선쯤 기대했을 뿐 대상은 꿈도 못꾸었어요. 가족들도 뭔가 잘못된 것 아니냐며 믿지 않아요.” 대상 수상자인 전소영(33)씨는 “이번 수상은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갖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됐다.”며 차분하게 소감을 밝혔다. 이미 서울현대도예공모전에서 입선 2회, 특선 1회의 수상 경력을 가진 그는 “작가들이라면 누구나 서울현대도예공모전의 수상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 ‘빛­어둠’은 빛과 어둠이라는 자연현상을 생명의 탄생과 소멸의 이미지로 표현,“현대 도예의 조형미를 잘 살렸다.”는 평가와 함께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의 작업 방식은 독특하다.1250도의 높은 온도에서 작품을 구워내는 고화도 유약과 1000도의 저화도 유약을 접목시킨 뒤 그 위에 문양을 새겨넣는 박지기법을 사용했다. 먼저 고화도 흑유로 구워냄에 따라 작품 바탕 색채는 검은색을 띠며 이는 ‘어둠’을 상징한 것. 그 위에 다시 노랑, 주황, 빨강 등 고채도 색상의 저화도 유약을 발라 색채를 입혀 ‘빛’을 표현했다. “빛과 어둠은 상반되지만 늘 같이 존재하잖아요. 어둠을 바탕으로 빛이 더욱 드러나도록 해 색채과 질감의 이미지를 대비시켰어요.” 그의 이번 작품은 서울 서초동 자택에서 매일 경기도 광주 작업실로 출근하면서 한달 반 정도 작업한 결실이다. 이 과정에서 남편인 최건 조선관요박물관장의 도움이 컸다며 전씨는 남편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앞으로의 작품 활동에 대해 “이번 수상으로 더욱 큰 책임감을 갖게 된 만큼 보다 다양한 작품세계를 펼쳐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덩어리 위주의 오브제를 주로 하는 작품 스타일은 그대로 견지하면서 “저화도 유약이 주는 색감에 대해 더 연구해 다양한 색감과 질감의 차이를 보이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대상자 등에게 주어진 내년 초대전에 대해서는 “작가들의 역량을 펼쳐 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고마움을 표시하면서 “어떤 작품을 해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흙을 엿가락처럼 뽑아내 기법상 불가능한것 이뤄” 우수상 최중열씨 “예술가는 나이와 관계없이 쉬지 않고 계속 작업을 해야 합니다. 공모전에도 계속 응모, 자기 연마를 해 나갈 것입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우수상을 받은 최중열(46)씨는 수상자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다. 지금까지 모두 7번째 서울 현대도예공모전에 도전한 그는 “작가의 입장에서는 상을 받기 위해 출품하는 것이 아닌데, 나이 들어 공모전에 작품을 내면 우습게 생각하는 도예계의 풍토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의 수상작 ‘숲속에 이는 바람’은 흙을 엿가락처럼 뽑아 대나무처럼 10개를 묶는 방식으로 3개의 기둥을 만든 뒤 하단과 상단을 숲의 모습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대나무의 마디는 인간의 군상이고 숲은 세상입니다. 기둥은 군중을 의미하고요. 개인들이 모여져 군중의 힘으로 모진 세파의 세상을 이겨나가는 것을 담았습니다.” 그는 “도자기법상 불가능한 것을 이뤄냈다.”며 자신의 작품에 긍지를 내보였다. 경기도 광주에서 부인과 함께 토원이라는 개인공방을 운영하는 그의 부인 장연자씨도 도예작가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대상 받을 때까지 도전” 우수상 이정헌씨 우수상 수상자 이정헌(30)씨는 말없는 조용한 성품이지만 “내심 특선 이상은 기대했다.”고 솔직하게 털어 놓을 정도로 자신의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의 작품 ‘Eden in 0.3L’은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이 기아에 허덕이는 현실 속에서도, 종교의 참뜻을 잊어버린 신앙자들이 거대한 빌딩에 예수를 매달고 살찌우게 하는 희화적 모습을 흙으로 잘 빚어냈다. 사람들이 꿈꾸는 유토피아인 에덴이 약육강식의 논리와 종교적 갈등 등으로 정반대 방향으로 흘러가는 우리 현실을 꼬집고 있다. 지난 22회 서울현대도예공모전에서 입선한데 이어 이번에 우수상까지 받았지만 “대상을 받을 때까지 도전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차라리 詩없는 세상 왔으면” 고은 시인 서울대서 강연

    “차라리 詩없는 세상 왔으면” 고은 시인 서울대서 강연

    ‘만인보’의 고은(72) 시인이 24일 서울대 강단에 섰다. 노벨문학상 수상이 무산되고 외부 행사를 자제하다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고은 시인은 이날 오후 멀티미디어강의동에서 열린 ‘관악초청강좌-시는 어디에 있는가’에서 “시가 죽었다는 위기담론은 거품”이라면서 “본질적으로 시를 믿고 있으면 밀물과 썰물처럼 드나드는 현상적인 부분에 대해 민감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시인은 우선 “시는 시집이나 책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가슴에서 매일같이 새로 만들어지는 ‘심장의 뉴스’”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시는 살아있다. 시는 죽을 수도 없고 살 수도 없지만, 인간이 시를 부르니 살아 있는 것”이라면서 “시를 비롯한 순수문학이 외면 받고 있다는 위기론은 독선”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시를 이끈다고 하는 이들에게는 위기라고 느껴질지 모르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이름없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시를 만나고 있다.”고 했다. 또 “시는 그동안 장기간에 걸쳐 농경사회에서 정서를 얻는 등 농업에서 길러졌지만, 지금은 농촌정신이 사라지고 전산문명으로 교체되는 시기”라면서 “환경이 변하면 그때에 맞는 시의 형식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은 시인은 “나는 차라리 이 세상에서 시가 없는 듯 하는 때가 왔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시가 사라지면 사람들이 시를 갈망하게 되고, 그러면 시가 다시 사람에게로 오게 된다는 것. 그는 “그렇게 시는 지구가 끝나는 마지막 날까지 살아있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시인은 또 자본주의 시대에 시까지 상업화되는 경향을 우려했다. 그는 “자본의 시대는 모든 정신적인 영역을 상품화하고 있으며, 칼 마르크스도 체 게바라도 자본주의 장식물이 돼 버렸다.”면서 “시 역시 광고 메시지와 같은 자본주의에 휘말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60년대에 마릴린 먼로가 시를 발표하며 시는 누구나 쓸 수 있다고 했는데, 이는 가슴에 와닿는 진리”라고 했다. 덧붙여 “어떠한 시의 영향을 받는 것은 그 시인의 운명의 극히 일부분이며, 그것이 시인의 전부가 되면 바보나 마찬가지”라면서 “시에는 교사가 없고 자신이 교사”라고 조언했다. 이어 “50년 가까이 썼는데도 아직도 시를 만날 때는 처음으로 만난다.”면서 “시의 길은 나에게도 익숙하게 펼쳐져 있지 않고, 늘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강의동에는 학생과 교수 100여명이 참석해 진지한 표정으로 2시간동안 강연을 경청했다. 애주가로 알려진 고은 시인이 반농담으로 “강단에 있는 물이 소주였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자 학교측에서 즉석에서 준비한 포도주 1잔을 반색하며 그자리에서 들이켜 좌중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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