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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정상회담 연기] 의제 ‘하향 조정’ 불가피

    2차 남북정상회담 연기는 향후 회담의 논의 수준과 의제의 강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상회담이 열리는 10월 초가 대선을 두 달 남짓 앞둔 시점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가 대선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노 대통령으로서는 정상간 합의사항의 이행 문제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정상간 논의 내용이 남북 경협과 한반도 평화, 통일 등 굵직하면서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합의 내용에 따라서는 한나라당을 비롯한 정치권 일각의 반발이 예상된다.9월로 예정된 북핵 6자회담 본회담과 6자외무장관 회담과의 조응 관계도 감안해야 한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당초 예상한 정상회담의 논의와 합의 수준, 의제의 강도 등을 일정부분 하향 조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재검토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로는 “시기가 미뤄진다고해서 남북정상회담의 성격과 의제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속으로는 “심리적으로나 실효적인 측면에서나 10월초 회담은 제약요인이 될 수 있다.”는 고민이 감지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직 특별히 논의하거나 입장을 정한 건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상식선에서 추진한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한 관계자는 “시기가 늦춰진 만큼 의제의 강도나 농도 문제도 수준에 맞게 조절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같은 청와대의 기류는 합의사항 이행과 시기 문제를 둘러싼 정치권의 논란으로 이번 정상회담의 본질과 의미가 희석되어선 안된다는 인식을 깔고 있다. 무엇보다 임기 만료를 얼마 남기지 않은 노 대통령과 북측 최고지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간의 회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논의나 합의, 선언 등에 양측의 배려가 반영될 것으로 관측된다. 민감하고 폭발력이 큰 의제에 대해서는 큰 그림과 접근 방식 등에 대해 합의하는 선에 그치고 구체적인 추인절차는 남한의 다음 대통령이 밟도록 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그럼에도 정상회담 이후 대선정국에서 양 정상간 합의사항을 비롯한 남북관계가 최대 이슈로 부각될 전망이어서 이를 둘러싼 범여권과 한나라당의 공방전은 불가피할 듯하다. 한나라당이 경선 후유증으로 인한 내부 출혈을 진정시키기 위해 전략적으로 ‘대선용 정상회담’에 공세의 초점을 맞출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佛 사르코지 개혁실험 3개월] (하) 개혁의 미래는

    [佛 사르코지 개혁실험 3개월] (하) 개혁의 미래는

    |파리 이종수특파원|니콜라 사르코지의 개혁은 어떻게 될까? 그가 추진하는 개혁 관련 법안이 이미 상·하원을 통과했기에 10월부터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또 그가 강조한 ‘변화’에 대한 국민적 공감도 높은 편이어서 사르코지호(號)는 순항이 낙관되고 있다. 미국 휴가로 물의를 빚기 전까지다양한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은 계속 60%대를 넘었다. 실제 취임 후 석 달 동안 그는 전방위로 활약했다. 영국·벨기에·독일 정상을 만난 데 이어 코소보 독립과 수단 다르푸르 사태, 리비아에 구속된 불가리아 의료진 석방에도 많은 영향력을 행사했다. ‘사르코지 리더십’이 일단 순항하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집념의 리더십’과 언론과의 친화력을 꼽을 수 있다. 대선 국면 당시 사르코지 대통령 스스로 “20년 전부터 대통령을 준비해 왔다.”고 말할 정도로 대권 의지를 불태웠다. 그 가운데 하나가 언론인과 형성한 네트워크다. 프랑스 정치인으로는 특이하게 그는 젊은 시절부터 오랫동안 언론인과 친분을 쌓았다. 대선 후보 시절 그는 인터뷰 시작 무렵 항상 “내가 당신 신문사 편집인(혹은 사주)이랑 친한데…”라고 스스로 공개할 정도였다. ●실용주의에 바탕 둔 실험 여기에 그의 ‘실용주의적 리더십’이 현재 프랑스의 문제점에 대한 우려와 맞물려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친미주의’ 혹은 신자유주의로 알려졌지만 본질은 실용주의라는 평가가 많다. 물론 사르코지는 시장경제주의를 신봉하고 노동법을 유연하게 고치고 세금을 줄이고 정부를 축소시키고 싶어 하는 보수주의자다. 그러나 그가 추진하는 경제개혁법안을 볼 때 그는 국가 주도형 경제정책에 비중을 둔다. 실제 재무장관이던 2003년에 그는 독일 지멘스가 파산위기에 처한 중공업체 알스톰사를 인수하려고 하자 공적자금을 투입해 살려냈다. 또 프랑스 식품회사인 다농그룹을 인수하려는 펩시코로부터 지켜내야 한다고 여론에 호소했다. 또 이런 강한 보호주의 성향으로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갈등을 빚을 정도다. 결국 사르코지 리더십의 본질은 국익을 위한 실용주의이고 국민들은 그에 환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넘어야 할 저항의 벽들 그러나 넘어야 할 산도 있다. 무엇보다 그가 한꺼번에 개혁을 추진하려는 데 대한 ‘사회적 저항’의 벽이 높다. 티에리 데디유 민주노동총동맹(CFDT) 사무총장은 “그의 개혁 추진은 합의 과정이 부족하다.”며 “그는 속도에만 매달려 있는데 노동시장 개혁 등을 위해서는 협상 파트너에게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정부가 더 속도를 낸다면 목표를 이루기 힘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좌파 성향 일간 리베라시옹의 프랑수아 세르제앙 편집장도 “그는 한꺼번에 해치우려고 한다.”고 꼬집은 뒤 “휴가 기간이 끝나는 9월이 되면 노동계의 반발이 본격 시작될 것이고 ‘밀월’은 끝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vielee@seoul.co.kr
  • ‘제국 아닌 제국’ 美國

    영화로 더욱 유명해진 소설 ‘반지의 제왕’에서 제국을 통제하는 ‘악의 축’ 사우론은 ‘절대반지’를 빼앗아 세계를 지배하려는 음모를 꾸민다. 반면 사우론에 대항하는 난쟁이 호빗족은 평화롭고 작은 공화국 샤이어에 살고 있는데, 샤이어는 뜻밖에 잉글랜드를 암시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소설을 쓴 영국작가 존 로널드 로웰 톨킨(1892∼1973)의 청년 시절 대중매체와 문화예술 속 제국의 이미지는 오늘날과는 사뭇 달랐다고 한다. 제국을 건설하는 자가 된다는 것은 모험가, 영웅,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되는 것을 의미했다는 것이다. 오늘날에는 얼토당토않아 보이지만, 샤이어가 ‘대영제국’을 암시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제국’이나 ‘제국주의’는 전 세계적으로 혐오스러운 존재가 돼버린 것이 사실이다.‘제국’(스티븐 하우 지음, 강유원·한동희 옮김, 뿌리와 이파리 펴냄)은 이처럼 ‘제국’이라는 단어가 혼란스러운 개념을 갖고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지은이는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정치학과 교수. 그는 20세기 후반 ‘제국’이나 ‘제국주의자’는 미국의 대외정책에 격렬하게 반대하는 이들만이 경멸적으로 쓰는 용어였지만, 최근에는 ‘미국 제국’이라는 개념이 대단히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제국´ 옹호하는 수정주의의 범람 물론 제국주의와 관련된 현상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지만, 미국이 제국 건설자의 역할을 떠맡는 것이 미국 자신을 위해서나 세계를 위해 좋은 일이라며 호감을 갖는 사람이 나타났다는 점은 놀랍다는 것이다. 그는 영국식 세계 지배와 미국식 세계 지배는 대비되는 점이나 비교 가능성이 별로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면밀하게 살펴보면 실은 그리 많이 어긋나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미국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미국의 지배와 통치의 확장이 공격성이나 부와 세계 제패에 대한 열망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예측하지 못한 위기에 대한 방어이거나 혼란 속에서 질서를 유지하고자 마지못해 수행하는 의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21세기 미국의 ‘좋은 의도’와 ‘피할 수 없는 반응’이 대개 오해와 원망을 사고 있다는 것은 19세기에서 20세기 초에 걸친 영국 제국에 대한 묘사에도 들어맞는다는 것이다. 또 미국은 자신들의 통제나 영향력은 지역의 정치체제를 통해 수행되고, 통제수단도 경제적·외교적·문화적이어서 사실상 ‘형식적인 식민주의’가 아니라 ‘비형식적인 제국’으로 작용해 왔다고 내세운다. 하지만 이 또한 영국 제국도 힘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는 형식적 지배 못지않게 상당 부분은 비형식적 지배를 수행하고 있었다고 반박한다. 영국의 비형식적 자유무역 제국은 라틴아메리카와 중동, 동아시아에서 아주 넓은 범위에 걸쳐 있었으며, 형식적 제국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내고 있었다. 따라서 당시 영국의 정치인들도 비형식적 통치를 선호했으며,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만 형식적 정복에 들어가는 비용지출과 위험을 감수했다. 과거의 제국과 오늘날 새로운 제국 사이에는 그렇게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미제국, 대영제국과 다를 바 없다” 이 책이 미국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제국과 식민주의 시대의 역사에 대한 개괄서라는 형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제국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오늘날 국제사회에 미치는 미국의 힘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가라는 과제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분명 ‘미국 제국’에 대한 이해를 염두에 두고 쓰여졌다. 지은이는 “군사적 관점에서 미국의 강력함을 강조하는 이들은 미국의 취약함을 희석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더구나 과거의 제국과 달리 형식적 지배가 없는 상황에서 균형을 잡는 일은 훨씬 복잡하고 위태로운 만큼 미국이 가진 힘의 본질을 이해하고 전망하는 데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충고한다.1만 5000원.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한나라당 경선후보 정책 검증] 李의 일자리 창출 공약

    이명박 후보가 내세운 일자리 창출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다. 이 후보 측은 대운하 건설기간 중 40만개, 건설 이후 3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장담한다. 다른 하나는 혁신형 중소기업을 연간 1만개 늘리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향후 5년 동안 새로운 일자리 50만개를 창출하겠다고 이 후보 측은 주장한다. 부동산 분야에서 눈에 띄는 공약은 ‘신혼부부 내집마련 지원정책’이다. 갓 결혼한 무주택 부부를 위한 주택 7만 2000가구를 지어 입주우선권을 주겠다는 공약이다.10년 동안 전매가 제한되지만 자녀가 2명이면 5년,3명이면 3년으로 기간이 줄어든다. ●비판-‘고성장=양질 일자리´ 논리는 무리 전문가들은 고성장이 곧 양질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이 후보의 논리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은 “비정규직과 같은 나쁜 일자리의 증가를 시장원리로 어떻게 풀 수 있는지가 불분명하다.”고 비판했다. 황기돈 한국고용정보원 고용조사분석실장은 “외환위기 이후 성장의 고용효과는 점차 약해지는 추세”라면서 “일자리는 대운하 등 일시적 방안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가의 신성장동력을 찾아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다. 신혼부부 주택지원 공약도 본질은 두고 변죽만 울린 공약이라는 비판이 많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20년간 무주택자인 사람도 많은데 신혼부부에게 우선권을 주는 게 형평성에 맞느냐.”고 반문하고 “특정 계층을 노린 선심성 공약보다 임대주택의 안정성을 제고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재반박-빈곤층 생활안정에 기여할 것 이 후보 측은 “7% 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공급하면 빈곤층의 생활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신혼부부 내집마련 지원정책’에 대해서는 “향후 주택공사 등에서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세울 때 한 부모 가정 등 특수사정을 반영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 “정상회담 의제 제한 안둔다”

    “정상회담 의제 제한 안둔다”

    노무현 대통령은 14일 제2차 남북정상회담 의제 논란과 관련,“한반도의 평화와 공동의 번영에 긍정적이고 발전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모든 일은 다 의제가 되어야 한다.”고 말해 ‘의제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 마무리 발언을 통해 “이번 정상회담의 본질은 미래의 민족 통합을 위해 어떤 진전을 이뤄내느냐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논란이 되고 있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재설정 문제는 북한이 당연히 의제로 제안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그 제안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NLL 재설정 문제가 의제에 포함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북핵이나 평화 문제를 놓치지는 않을 것이지만, 경제에 있어서의 상호의존 관계라는 것은 평화 보장에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말해 이번 정상회담의 초점을 ‘남북 경제협력’ 문제에 맞추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경제협력의 단계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리고 남북간 소위 경제공동체의 기반을 조성해 나가는 것, 장기적으로 경제공동체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한반도 평화에 가장 중요한 문제”라면서 “이를 위해 노력해 나갈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정부가 이번 회담 개최의 절차와 과정에서 북한에 끌려가고 있다는 정치권 일각의 주장을 거론하며 “일부에서 우리가 무슨 비위를 맞춰 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흠집내기를 계속하고 있지만 본질은 결국 무엇을 이뤄내느냐의 문제”라며 “지금부터 안 된다는 게 너무 많고, 뭐는 건드리지 마라 하는데 이것은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남북정상회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도 않겠지만 정치권이 흔든다고 할 일을 안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한나라당이 ‘NLL 재설정’과 ‘국민합의 없는 통일방안’,‘국민부담 가중하는 대북지원’ 등을 정상회담 ‘논의 불가’ 의제로 선정한 것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노 대통령은 “상대방이 원할 만한 것은 의논도 하지 말라고 딱 잘라버리면 결국 하지 말라는 얘기”라면서 “그렇게 꽉 막힌 사고방식을 갖고는 한반도의 미래를 열어 나갈 수 없다. 그런데 이것이 대선 때문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지방시대] 지역경쟁력 향상이 출산율 높인다/임정덕 부산대 교수

    미국 원정 출산이 사회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일부 계층에서 미국의 국적 취득 수단으로 원정 출산을 가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원정 출산의 옳고그름과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논하자는 게 아니다. 왜 이 현상이 나타나는지, 대책은 없는지 짚어봐야 한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은 본능적으로 환경이 더 좋은 곳, 더 경쟁력이 있는 곳을 원한다. 국경, 이동수단, 진입장벽 등의 제도적, 자연적 제약 때문에 실행하지 못할 따름이지 선택의 자유와 능력이 있다면 자신에게 보다 나은 곳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후진국가 국민들이 보다 살기 나은 선진국으로의 이민을 열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에는 중앙아시아, 동남아지역 외국인과 중국 등지 근로자들이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에 오기 위해 기를 쓰고 있다. 이는 자국보다 돈벌이가 났고 경쟁력이 있는 나라에서 일하고 싶고, 살고 싶기 때문이다. ‘사람은 나면 서울로, 말은 나면 제주도로’란 속담이 있다. 서울은 정치, 경제, 교육, 문화 등 모든 면에서 지방과 현격한 차이를 나타낸다. 따라서 부모들은 서울로 보낼 형편이 된다면 일찍부터 보내야 자식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판단했다. 광복 이후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지역간의 경제력 격차가 옛날보다 엄청나게 커졌다. 물물교환 시대와 달리 화폐 경제하의 생존경쟁 체제에서 개인이나 가족의 입지 결정은 전보다 훨씬 중요하게 됐다. 요즘처럼 제도적, 문화적 제약이 없어진 상태에서는 인구 이동으로 인해 지역 격차는 갈수록 커지는 양상을 보인다. 이 현상의 결과는 지역별 인구 규모 변화로 나타났다. 수도권은 인구가 밀집하는 반면 부산을 비롯해 일부 지방도시는 감소하고 있다. 정부는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셋째아이부터는 보험 혜택을 주지 않는 등 출산 억제를 위해 각종 시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온갖 출산장려 정책을 쏟아놓고 있다. 지역인구(노동력)의 유출과 함께 자연증가(출산율)의 감소라는 설상가상의 상태에서 지방자치단체들은 출산장려 정책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부산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출산율 증가 정책은 단기정책이 아닌 장기적이라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부산의 인구가 감소하는 것은 인구 유입보다 유출이 많기 때문이고,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도시에 비해 부산에 마땅한 일자리나 사업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뜻이다. 또 교육 경쟁력, 생활 여건, 도시의 활력이나 장래에 대한 기대감이 다른 지역에 비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부산이 ‘기업하기 좋은 도시’와 ‘살기 좋은 도시’라는 양대 축에서 비교해 볼 때 다른 지역보다 경쟁력이 높지 않다는 뜻이다. 아무리 떠나지 말라 호소해도 일자리와 보다 나은 환경을 찾아 떠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출산 장려정책에 힘입어 아기를 낳더라도 그 아기나 가족이 끝까지 남는다는 보장이 없다. 따라서 인구 유출을 막고 사람들이 찾아오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지역경제가 먼저 살아나야 한다. 문제가 있을수록 손해볼 것이 없는 것이 공무원 조직이다. 출산장려 정책의 효과는 장기적일 수밖에 없고 사회문화와 가치관에 의해 더 영향을 받으나 눈앞에 있는 약간의 금전적 혜택 때문에 특정 지역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시청이나 구청이 출산장려를 한다고 법석을 떨면서 인력과 예산을 마구 쓰는 것을 하지 말라고 말릴 수 없는 우리 사회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자고로 눈앞의 문제는 본질부터 파악해야 하고 해결은 멀리 내다보면서 해야 하는 법이다. 임정덕 부산대 교수
  • 김광규 시인 이산문학상 수상

    김광규 시인이 시집 ‘시간의 부드러운 손’으로 문학과지성사가 주관하는 제19회 이산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심사위원회는 “이 시집의 시들은 일상의 삶 속에서 우리 삶의 본질을 보게 해 준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시상식은 10월25일 서울 동교동 문지문화원 ‘사이’에서 열린다.
  • [2차 남북정상회담] 남북정상회담 북핵의제 韓·美 속내는?

    2차 남북정상회담과 북핵 6자회담은 어떤 함수관계를 가질까. 지난 8일 남북정상회담 발표 이후 일각에서는 이번 회담에서 다뤄질 북핵 의제와 관련해 한국과 미국 정부가 미묘한 시각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남북이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주도적’으로 논의하려 하고, 미국이나 일본이 이를 견제하려 한다는 시각이다. 한반도 분쟁 당사자인 남북이 한반도 비핵화를 주도적으로 협의하고 이를 4자와 6자의 마당으로 옮기려 한다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이 9일(현지 시간)정례 브리핑에서 “당면 외교노력의 진정한 무게 중심은 6자회담”이라고 피력한 것도 한·미 간 이견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한·미 간 입장의 뉘앙스 차이는 시각이나 의견 차이가 아니라 각국이 추구하는 목표와 강조점의 차이라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최우선 관심사를 남북관계 진전에 두고 있지만, 미국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 이번 회담이 어떤 도움이 될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의 1차 관심사가 자국민의 납치문제일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은 논리다. 나아가 이 같은 입장 차이를 한·미 간 갈등으로 보는 시각은 기본적으로 ‘강대국의 이익’을 한반도 문제의 상수로 간주하는 자세에서 비롯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매코맥 대변인의 언급은 오히려 한국 정부에 대한 주문일 수 있다는 해석도 같은 맥락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신안보연구실장은 “숀 매코맥 대변인의 발언은 남북 간 다른 현안이 있겠지만 비핵화 문제를 확실히 해달라는 당부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9월 초로 예정된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에서 북측이 예정된 프로그램을 이행할 수 있도록 강력 촉구해달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는 남북이 미국 등과 주도권 경쟁을 하기에는 북핵문제가 이미 민족의 범위를 넘어 국제적인 과제가 되어 버렸다는 현실적인 판단과 맥이 닿는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으로서도 북핵 논의는 6자회담에서 풀어나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 “남북 경제공동체 구상과 북핵 문제를 거래할 수 있다는 주장은 남북정상회담이나 6자회담 모두의 본질을 흐리는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맥락에서 4자 정상회담의 현실화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북핵 로드맵이 지연된 현 상황에서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 정부가 섣불리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서울광장] 우리 안의 반달리즘/ 구본영 논설위원

    [서울광장] 우리 안의 반달리즘/ 구본영 논설위원

    유치환 시인이 “알라의 신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의 끝”이라고 표현했던가. 그 시구에 어울리는, 아프가니스탄의 뜨거운 모래 언덕에서 한국인이 두 명이나 희생됐다. 탈레반 세력도 무고한 이들에게 몹쓸 짓을 할 만큼 처음부터 ‘막가파’는 아니었다. 세계인의 손가락질을 받는 ‘왕따’였을 리도 없다. 탈레반이 1996년 아프간 수도 카불에 입성했을 때를 돌아보라. 소련의 침공과 내전으로 고통받던 아프간인들이 그들의 개혁 깃발 아래로 모여들지 않았던가. 이슬람권 여성들은 외출 때 종교적 전통에 따라 베일을 두른다. 머릿수건인 히잡과 눈만 내놓고 얼굴까지 감추는 니캅 등 복식마다 가리는 정도는 다르다. 아프간 여성들은 발끝까지 덮는 부르카를 착용한다. 탈레반의 이슬람 근본주의가 스며들 만한 토양이었다. 하지만, 그런 탈레반 정권도 순식간에 민심과 국제적 지지를 함께 잃었다. 아니, 출발부터 자멸의 요인을 체화하고 있었다. 그 몰락의 DNA가 바로 반달리즘(vandalism)이었다. 문화재 파괴로 상징되는 반달리즘은 다른 문화와 섞이지 않는 데 그치지 않고 아예 말살하려는 게 본질이다. 그들은 2001년 로켓까지 동원해 아프간 내 불교 유적을 깡그리 파괴했다. 그해 9·11테러를 지휘한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품고 있다가 미국의 침공을 받았다. 이 때 이슬람 국가들조차 탈레반을 동정하지 않았다. 탈레반은 율법에 대한 자의적 해석을 일삼았다. 여학교 폐쇄와 여성 사회참여 금지를 자행했다. 텔레비전 시청 등 유흥문화를 원천봉쇄, 원성을 샀다. 가혹한 이슬람식 처벌의 부활도 세속 문화를 뿌리뽑으려는 반달리즘이었다. 눈을 대선정국으로 돌려보자. 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 두 유력주자 진영이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사는 서바이벌 게임을 하는 중”(김형준 명지대 교수)이란 지적을 받은 지 오래다. 이 후보 측이 “(대운하 비방 UCC 제작의혹과 관련)금품 게이트를 고백하라.”고 압박하면, 박 후보 측에선 “국정원과 내통, 추악한 공작을 벌이고 있다,”고 맞받아친다.“후보 사퇴하라.”란 말이 예사이니,‘반달리즘 정치’라 해도 무리가 아닐 듯하다. 여야가 격돌할 본선은 또 어떻겠는가. 상대 당의 노선을 단 한치도 인정하지 않는 ‘빙탄불상용’(氷炭不相容)의 정치가 불 보듯 훤해 보인다.‘반(反)한나라당’ 이외엔 지향점이 다른 범여 주자들이 대통합을 부르짖고 있다. 그러니 재집권 의지보다 야당 집권 저지 의식만 두드러져 보인다. 이들의 지지도를 합해도 야권 빅2 후보의 그것에 못미치는 게 현 판세이다.“한방에 보낼 수 있다.”(이해찬 전 총리)는 호언에선 판세를 일거에 뒤집으려는 ‘비대칭 전략’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재래식 무기로 안 되면 ‘핵무기급’ 네거티브 공세로라도 야권을 초토화하려는 의지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선거에 지면 모든 것을 잃는 부박한 풍토 때문인가. 흑백논리와 결과에 대한 승복 거부가 한국정치의 속성처럼 됐다. 하지만 상대를 전면부정하는 반달리즘에서 벗어난, 통합의 정치가 시대정신임은 분명하다. 최근 각종 국민여론조사가 이를 말해준다. 이·박 간엔 권력분점의 대타협, 여야 간엔 어느 쪽이 이기든 정치보복을 않겠다는 선언 등 찾아보면 대안이 없지도 않을 듯싶다. 승자독식의 환상에 취한 주자들이 귀담아 듣기나 하랴마는….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李·朴 ‘연설의 진화’

    李·朴 ‘연설의 진화’

    “당 대표를 뽑는 게 아니라 나라 살림할 대통령감을 뽑는 자리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면 현안을 확실히 해결하고 오십시오.” 10일 전주에서 열린 전북 합동연설회에서 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 대선 경선 후보의 주문은 본질적으로 궤를 같이했다. 그러나 그 문장을 이끌어내기까지의 과정은 달랐다. 이면에 담긴 철학도 달랐다.10차례 합동연설회를 거치며 두 후보를 차별화시키는 지점이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서로를 향해 첨예하게 공격하고 차별화 지점을 찾다가 어느새 두 후보의 연설이 ‘진화’하고 있다. “당 대표를 뽑는 게 아니라 대통령이 될 사람을 뽑는 자리”라는 말은 이 후보가 2∼3차례 연설회에서 애용한 말이다. 이 후보는 이 발언에 이어 자신을 “경험과 능력을 갖춘 후보”,“일 해본 후보”로 지칭하며 국정 운영에 필수적인 ‘성공한 경험’을 내세웠다. 박 후보는 당 외부 세력인 여권과의 본선 경쟁에서 책잡힐 일이 없다는 점을 내세우며 경선이 대통령 후보 뽑는 자리임을 부각시켰다. 그러면서 “5년 전 깨끗한 후보를 내놓고도 이 정권의 공격에 무너졌는데, 이번 대선에서 우리 후보가 부동산에, 세금에, 위장 전입에, 모든 것이 의혹투성이라면 이길 수 있겠냐.”며 이 후보의 약점을 다시 건드렸다.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서도 두 후보는 ‘강한 리더십’과 ‘남북 대화 경험’을 컨셉트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 후보는 “김정일 위원장과 노무현 대통령 모두 제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싫어하는 것 같다.”며 여권과 북한이 견제하는 후보라는 점을 부각시키려 했다. 이어 “둘이 만나 엉뚱한 일 하면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한 메시지를 보냈다. 박 후보는 “북한의 흉탄에 어머니를 잃었지만, 국민을 위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났다.”며 평화모드를 강조했다. 노 대통령보다 앞서 김 위원장을 만난 경력을 내세우며, 안보 현안에 대한 선점을 강조한 것이다. 박 후보는 노 대통령을 향해 “북핵 문제와 이산가족·국군포로·납북자 문제를 모두 해결하고 오라.”며 조목조목 지적했다. 두 후보는 서로에게 날을 세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 후보는 “6개월간 수많은 음해 공격 받았지만 한 가지도 나타난 게 없고 모두 거짓이었다.”면서 “남을 음해하고 남을 비난하는 3류 정치는 끝을 내야 한다.”며 박 후보측을 비난했다. 박 후보는 지난 8일 대전 합동연설회에서 이 후보가 자신을 두고 “독해졌다.”고 한 발언을 꺼내들었다. 그는 “저는 법 지키고 거짓말 안 하고 성실한 사람에게 누구보다 부드러운 사람이지만, 법 안 지키고 거짓말 잘하고 수단 방법 안 가리고 축재하는 사람에게는 누구보다 무서운 사람”이라고 이 후보와의 ‘대비’를 시도했다. 전주 홍희경 김지훈기자 saloo@seoul.co.kr
  • [美 ‘서브프라임’ 쇼크] ‘서브프라임’ 보고 놀란 가슴…진정될까

    [美 ‘서브프라임’ 쇼크] ‘서브프라임’ 보고 놀란 가슴…진정될까

    미국 비우량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이 전세계 증시를 억누르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은 우리나라는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투자심리가 급속히 위축됨에 따라 대책반을 구성, 실시간 점검체계에 돌입했다. 코스피지수는 10일 4%이상 폭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급등했으며 국고채 금리는 일제히 떨어지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금융권 보유 연관 채권 2000억원에 불과… 셀 코리아 없을 것” 정부는 1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김석동 재정경제부 제1차관 주재로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한국은행 부총재 등이 참석한 ‘금융정책협의회’를 열 예정이다. 서브프라임 문제를 포함해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 유동성 문제 등을 점검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이 갖고 있는 서브프라임모기지 관련 채권은 6월말 기준 8000억원 규모다. 다양한 등급의 주택저당채권(MBS)이 섞여 있어 직접 연관된 채권은 2000억원 정도로 평가된다.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금융기관 투자규모가 83억달러(7조 7215억원) 수준인 일본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밝힌 만큼 이보다 규모가 작은 국내 금융기관의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정대영 금융안정분석국장은 “선진금융기법을 많이 활용한 금융 선진국과 아시아권에서는 홍콩, 싱가포르 등이 직접적인 영향권”이라고 말했다. 허경욱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은 “서브프라임 문제 때문에 위험자산비율을 축소하는 움직임과 함께 국내 증시가 많이 올라 이익을 실현하는 측면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순매도를 ‘셀 코리아’로 볼 수 없으며 포트폴리오 조정에 따른 것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금융시스템의 실패 이번 사태의 본질은 금융회사들의 투자 실패, 좁게는 미국 금융시스템의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우리투자증권 오태동 연구위원은 “미국 가계의 소비여력 감소, 높은 재정적자 등 미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구조적으로 약해지는 상황에서 미국 금융시스템이 이를 간과하고 신용차입 파티를 방관한 것이 근본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백문일 문소영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서브프라임모기지 신용도가 일정 기준 이하이거나 금융거래 기록이 없는 개인을 대상으로 한 주택담보대출이다. 모기지회사들은 고객들에게 매달 일정액의 원리금을 받는데 금리가 오르거나 집값이 떨어지면서 연체가 급증했다. 주택관련 채권에 투자했던 투자펀드와 금융회사들이 손실을 보고, 채권 인수를 기피하면서 신용경색 조짐이 나타났고, 결국 글로벌 금융시장으로 불안이 확산됐다.
  • [염주영 칼럼] 농지제도 개혁 필요하다

    [염주영 칼럼] 농지제도 개혁 필요하다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은 농사짓는 사람이 농지를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오랜 세월 우리 농업을 지배해온 이데올로기다. 지주의 가혹한 수탈에서 벗어나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줌으로써 농민을 보호하는 기능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농업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지금에도 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우리 헌법은 경자유전을 농지제도의 기본원칙으로 선언하고 있다. 농지법은 그 헌법정신에 따라 농지제도의 구체적인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골자는 두가지다. 하나는 비농민의 농지 소유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농지의 전용을 엄격히 금지하는 것이다. 두가지 규제를 합치면 ‘농지는 농민만 소유하고, 농민은 농사만 지어라.’는 말이 된다.2005년 농지법 개정으로 규제가 일부 완화됐지만, 경자유전의 헌법 정신에 따라 본질적인 내용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보면 경자유전이 지향하는 가치는 소중하다. 소유집중을 완화시키는 경제개혁이며, 부의 고른 분배를 통해 사회정의를 실현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농업도 여러 산업 가운데 하나이며, 산업인 이상 주변 여건이 달라지면 거기에 적응해 가야 한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과거의 농업은 ‘수지 맞는 산업’은 아니라 해도 최소한 ‘보호 받는 산업’이었다. 손해가 나더라도 정부가 보전해 줄 테니 걱정 말고 열심히 농사를 지어라고 했던 것이다. 정부의 농업 보호가 전제됐기에 ‘농지는 농민만 소유하고, 농민은 농사만 지어라.’는 정책이 가능했다. 그러나 전제가 달라지면 얘기는 정반대로 바뀌게 된다. 자유무역협정(FTA) 체제에서 농업은 ‘수지 맞추기 힘든 산업’일 뿐 아니라 ‘보호 못받는 산업’으로 바뀌었다. 이제는 손해가 나도 정부가 보전해 줄 수 없게 됐다. 그래도 ‘농지는 농민만 소유하고, 농민은 농사만 지어라.’고 할 수 있을까. 경자유전의 원칙이 지금도 농민의 이익과 합치된다고 할 수 있는가. 그것이 아니라면 농민을 농지에 붙들어 매는 것은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다. 따라서 경자유전의 원칙에 기반한 현행 농지제도는 대폭 개혁돼야 한다. 농지제도의 개혁은 농업의 존속 기반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추진돼야 할 것이다. 농업이 ‘보호 못받는 산업’으로 변했지만 농업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누가 농지를 가져야 하는가. 그 답은 수입 농산물과의 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농업경영인들이다. 그들에게 농지를 몰아 주어야 한다. 몰아주려면 내놓아야 한다.FTA 시대는 농업도 글로벌 경쟁에 참여하게 됨을 의미한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농지의 고른 소유보다는 집중과 선택이 유리하다. 농업도 규모의 경제를 추구해야 살아 남을 수 있다. 규모화를 통해 대농을 키워야 한다. 새로운 농지제도는 단순한 ‘경자유전’이 아니라 ‘유능한 경자유전’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잠재력을 기대할 수 없는 농민에게는 퇴로를 열어 주어야 한다. 소유제한을 완화해 농지를 제값에 팔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특히 농지 전용을 폭넓게 허용해 농민이 자기 땅에서 도시의 선진자본·기술과 결합해 비농업 분야에서 소득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농지투기가 일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장치를 강구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농지제도가 FTA 시대에 맞게 시급히 개혁되기를 기대한다. 논설실장 yeomjs@seoul.co.kr
  • [사설] 취재기자를 공무원으로 여기는가

    노무현 정부가 추진해 온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의 실체가 구체적으로 밝혀졌다. 국정홍보처가 총리 훈령으로 만든 ‘취재지원에 관한 기준안’(본지 7일자 5판 단독 보도)을 보면 노무현 정부는 한마디로 언론사를 정부의 한 부서쯤으로, 취재기자를 공무원쯤으로 여긴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기자 신분, 브리핑 참석 여부, 보도 가치 판단, 보도 시점 선택 등 언론사가 자율적으로 정해야 마땅한 언론의 본질적인 영역을 정부 의도대로 조정하겠다고 나서겠는가. ‘기준안’은 홍보처에 등록한 ‘등록기자’만이 브리핑을 듣게 하겠다고 한다. 언론사 스스로 취재기자를 선정하는 당연한 권리에 등록제란 족쇄를 채운다는 뜻이다.‘기준안’은 또 브리핑에 일정 횟수 이상 참석하지 않은 기자에 대해서는 출입증을 빼앗겠다고 한다. 공무원 출퇴근 관리하듯 기자의 취재활동을 제 울타리 안에 일정 부분 가둬두겠다는 시도이다. 아울러 관리들로 구성된 ‘취재지원 운영협의회’를 만들어 보도금지와 엠바고(보도유예)를 설정하고, 이를 어기면 제재하겠다고 한다. 이쯤에 이르면 그 무지함과 무모함에 할 말을 잃게 된다. 보도할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또 어느 시점에 보도를 해야 하는지를 언론사 아닌 공무원협의체에서 정하려 하는가. 그렇다면 전체주의 국가의 언론탄압과 무엇이 다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엄혹하던 전두환 군부정권 시절에는 보도 여부와 기사 크기를 일일이 규제하는 ‘보도지침’이 있었다. 그러나 전 정권이 ‘6월 항쟁’으로 두손 든 뒤 우리사회는 지난 20년 동안 민주주의 체제에 걸맞은 언론자유를 누려왔다. 그런데 임기 만료 6개월을 남겨놓은 정부가 느닷없이 ‘보도지침’을 흉내내는 ‘취재지원 기준’을 만들려 하니 의도를 짐작 못해 당혹스러울 뿐이다. 노무현 정부는 맹성하고 하루빨리 언론통제 의도를 포기하기 바란다.
  • [거리 미술관 속으로] (39) 테크노마트 ‘빛-우주21’

    [거리 미술관 속으로] (39) 테크노마트 ‘빛-우주21’

    단 3초만에 상대방에게 호감이나 비호감을 갖게 하는 것은 첫인상이다. 건물의 첫인상 역할을 하는 것이 로비. 어떤 인상을 주느냐에 따라 건물에 대한 이미지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서울 광진구 테크노마트의 첫인상은 33m 높이의 보이드 공간(몇개 층을 관통해 뚫려있는 곳)에 달린 ‘빛-우주21’(27m·알루미늄)로 좌우됐다. 얼핏 크리스마스 장식줄을 꼬아 달아놓은 듯, 커다란 다슬기 모양의 용수철이 천장에 매달려 있는 듯, 육중한 몸이 바람을 타고 천천히 돌아가며 화려한 빛의 변화를 보여준다. 국내 최대 규모의 모빌인 이 조형물은 ‘빛의 화가’로 유명한 고 하동철(1942∼2006) 전 서울대 서양화과 교수의 작품이다. 천장에 철골을 박고 원판을 매달아 바람에 따라 움직이도록 했다. 그 움직임에 따라 색이 달라지고, 다채롭게 빛이 번지면서 신비로움 그 자체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30년 가까이 ‘빛’에 집중하며 작품활동을 해온 하 교수는 줄곧 “예술은 결국 우주의 질서를 닮으려는 몸짓이고, 빛은 우주 질서를 상징하는 불변의 요소이자 생명의 근원이다. 내 작품은 색의 변조를 통해 본질을 가리는 싸움의 연속”이라면서 그림이나 조형물에 빛을 담는 데 애써 왔다. 빛을 등지고 오는 어머니를 기다리던 고향의 모습, 어머니의 상여를 따라가며 본 태양의 눈부심, 비행기를 타고 북극을 지나며 본 오로라 등이 그에게 빛의 영감을 주었다. 그의 작품 세계를 단조로운 모노톤으로 고요한 명상의 빛을 담은 초기와 다양한 색으로 감성을 풍부하게 내보인 후기로 구분짓는다면, 이 작품은 단연 후반기 작업의 특성을 담고 있다. 그만큼 웅장하고 현란하다. 더불어 빛을 다루는 그의 내공이 작품의 면, 모서리, 꼭짓점 곳곳에 오롯이 녹아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20&30] 국내여행 마니아 vs 해외여행 마니아

    ‘뭐하러 해외로 가니. 몰라서 그렇지 국내가 훨씬 더 좋다.’(국내여행 마니아) ‘바가지에 북적대고, 차 막히고…, 해외가 속편하지.’(해외여행 마니아) 여름 휴가에 대해 국내여행 마니아와 해외여행 마니아는 서로 물러서지 않았다. 적은 돈으로 낯선 즐거움을 만끽하겠다는 알뜰 해외여행파. 국토의 속살을 거닐며 나만의 푸른 세상을 만난다는 국토사랑파. 내 형편껏 즐기면 남의 눈치 볼 것 없다는 내맘대로 해외여행파. 여행의 본질은 함께 하는 즐거움이므로 멀리 갈 필요가 없다는 당연지사 국내여행파. 여름휴가 장소를 두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는 20&30의 4색의 국내여행·해외여행 옹호론을 들어봤다. 류지영 이경주기자 superryu@seoul.co.kr ●해외 여행에는 ‘마음의 여유’가 없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조모(32)씨는 “아무리 해외여행 비용이 저렴해도 여행의 질을 고려할 때 국내 여행만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비싸게 주고 가는 해외 여행도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수박 겉핥기식’ 관광을 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조씨에 따르면 ‘아는 만큼 보인다.’는 명언은 여행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는 “우리 국토는 아는 자에게는 서슴없이 속살(?)을 내어준다.”면서 “외국에서 이런 진짜 관광을 하려면 돈으로는 힘들다.”고 주장했다. 산을 좋아하는 그가 최고로 치는 여행지는 지리산 3박4일 종주. 혼자 걷는 산속의 길은 마음의 푸른 평안과 정신의 넓은 자유를 얻기에 최고다. 물론 독일 슈발츠 발트의 흑림처럼 외국에도 좋은 곳이 있다. 그러나 20만원도 안 되는 저렴한 가격에 푸른 자연으로 몸보신(?)을 하는 데는 역시 이 나라의 산이 좋단다. 그는 “해외여행이 저렴해졌다고는 하지만 그건 패키지 여행에만 해당된다.”면서 “여행은 나만의 길을 걷는 것인데 해외 패키지 여행은 끌려다니는 것에 불과해 불쾌하다.”고 국내여행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좋은 여행을 결정하는 것은 장소가 아닌 사람이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이모(36)씨는 “해외여행이 싫은 것이 아니라 굳이 해외여행을 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여행은 장소보다 같이 간 사람이 중요하다. 해외나 국내나 개인이 들어가 보지 못한 자연은 무궁무진하며 못 먹어본 산해진미 역시 수없이 많다. 또한 놀이기구든지 동물구경이든지 즐길 것 역시 알고 보면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여행은 변하고 장소 역시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아침 일찍 연인과 오른 일출봉은 사랑의 시작이었고, 동료와 오른 설악산은 ‘뭉치면 할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기억된다. 이씨는 “아무리 비싼 해외여행이라 해도 연인이나 동료와 함께한 사랑이나 자신감의 추억만은 못하다.”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연인과 외국에 가면 더 좋지 않으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굳이 비슷한 경험에 몇 배의 돈을 들이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는 “이번 주말에 근처 산이나 계곡으로 좋은 사람과 1박의 여행이라도 떠나보면 몇십만원을 들인 거창한 계획보다 오만원짜리 작은 실천이 더 아름다운 추억을 남긴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해외여행에는 면세 쇼핑의 특권이 있다 서울 종로구 필동에 사는 최모(29)씨는 이번 여름휴가로 가족이 일본 규슈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하는 최씨는 유럽의 도시들을 미니어처로 만들어 놓았다는 하우스텐보스를 볼 생각에 들떠 있다. 부모님은 뜨거운 온천에 몸을 담글 즐거움을 꿈꾸고 있으며 동생은 일본 거리를 걸으며 맛난 음식을 먹고 싶단다. 하지만 그보다 더 여행을 기다리게 하는 것은 면세점이다. 질에 비해 비싸서 1년 동안 못 사고 부러워만 하던 화장품과 헝겊 가방을 살 계획이다. 김씨는 “남들은 면세점이라고 하면 명품만 생각하지만 국내 브랜드도 많아 평소 쓰는 화장품을 싼 가격에 살 수 있다.”면서 “요즘은 면세점에서 과소비를 하는 사람보다 알뜰쇼핑을 하는 사람이 더 많더라.”고 전했다. 또 1인당 100만원이 넘게 드는 해외여행을 계획했는데 주위의 질투 섞인 비난은 없냐는 질문에는 “분수란 사람마다 다른데 자신의 돈으로 여유를 즐기는 것까지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조금만 자신과 안 맞아도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있어 해외여행이 더욱 좋다.”고 말했다. ●성수기에는 제주보다 동남아가 저렴하다 지난해 어머니를 모시고 제주도로 여름 휴가로 다녀온 유모(31)씨는 올해 캄보디아로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해외로 다녀온 이유는 동남아가 제주도보다 오히려 여행 경비가 덜 든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제주도 여행 경비로 1인당 70만∼80만원가량 들었지만 유명 여행사를 통한 캄보디아는 1인당 50만∼60만원에 불과했다. 성수기 제주도 여행 비용은 중형 렌터카 비용이 하루에 7만원 정도이고, 비행기 비용이 왕복 1인당 20여만원이다. 또한 특산물로 식사를 하면 1인당 2만원은 필요하다. 게다가 캄보디아에서 묵는 호텔 정도에서 지내려면 1박에 20만∼30만원은 한다. 유씨는 어머니와 100여만원 남짓한 비용으로 좋은 시설에 맛깔난 음식, 여기에 앙코르와트도 원없이 구경했다. 원치 않게 지난 6월말 캄보디아 비행기 사고 다음날 출발하는 바람에 안전사고가 무섭기는 했지만 모녀와 한 외국인 3명이서 가이드를 독차지하는 행운(?)도 얻었다. 유씨는 “남들이 많이 가지 않는 기간에 다녀오면 직장에서 휴가 내느라 눈치도 안 보고 웬만한 국내여행보다 저렴하게 다녀올 수 있다.”면서 “해외여행을 비싸다며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감이 있다.”고 말했다.
  • [이춘성의 건강칼럼] 의료광고 감별법

    의료광고가 자유화된 요즘, 신문을 펼치면 병·의원과 한의원 등의 광고가 심하다 싶을 정도로 많다. 불경기여서 기업들이 광고를 많이 줄이는 현실에 비춰보면 기현상이라고 하겠다. 광고를 통해 환자를 끌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고, 남들이 다 광고를 하는 마당에 내 환자가 줄지 않을까 싶어 ‘울며 겨자먹기’의 심정으로 광고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넘쳐나는 의료광고의 홍수 속에서 혹시나 과대광고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의료광고를 허용한 대전제는 ‘그 효과가 객관적, 과학적으로 검증된 치료법만을 국민들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모두 각각의 협회 차원에서 광고를 심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들이 버젓이 광고되고 있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과대광고를 감별할 수 있는 안목이 절실한 시점이다. 과대광고의 유형은 다양하다. 치료가 어려운 병에 대해서 완치를 보장한다거나 연예인, 운동선수 등 유명인사의 추천을 활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물론 왜 나을 수 있는지 과학적인 근거는 대지 못 한다. 또 현재 멀쩡하게 널리 통용되는 치료법을 마치 해로운 것처럼 비난하면서 자신이 개발한 방법을 내세우기도 한다. 한 개인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방법은 검증되지 않은 방법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세계가 주목하는 치료법’ 등의 낯 간지러운 문구를 사용하는가 하면,‘맞춤형 수술’ 등 흡인력이 강한, 그러나 근거가 박약한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광고는 본질적으로 약간의 과장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한다. 그러나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의료광고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 의료 과대광고의 피해자는 대부분 ‘빽 없고 돈 없는’ 사람, 순박한 시골 사람, 판단력이 흐린 노인들이어서 더욱 그렇다. 의료광고에 전문가들도 감시의 눈길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되지만 아울러 국민들도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건강한 사회가 가능해지므로.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
  • [01일 TV 하이라이트]

    ●인간극장(KBS2 오후 7시30분) 빡빡한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이동하는 차 안에서까지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 SG워너비에게는 프로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매 순간 순간 끊임없이 노력하고 무대 위에서 준비한 모든 것을 펼쳐 놓는다. 오늘 세 남자가 무대에서 흘리는 땀이 아름다운 것은 그들의 모든 것이 노래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클로즈업(YTN 낮 12시35분) 미국산 쇠고기가 본격적으로 수입되면서 우리 쇠고기의 절반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야 가격이 싸면 좋은 일이지만 한우 농가가 타격을 입지 않을까 마음이 편하지 않다. 이제 우리 한우 농가도 수입 쇠고기에 맞서 당당히 품질로 승부할 때가 왔다. 남호경 전국한우협회장과 이야기를 나눠본다.   ●다큐 10(EBS 오후 9시50분) 마크 로스코(1903∼1970년)는 추상회화의 본질과 형상에 혁명을 일으킨 미국화가 세대에 속한다. 원래 이름은 마르쿠스 로트코비치.1903년 러시아에서 태어난 그는 일곱 살이 되던 해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간 유대계 출신 이민자다. 시그램 벽화 작업을 중심으로 로스코의 예술관과 작품 세계를 소개한다.   ●결정! 맛대맛(SBS 오후 6시50분) 고소한 참게는 연하게 씹히고, 칼칼하면서도 구수한 국물은 시원하게 넘어가는 참게탕. 탱탱한 흑돼지는 쫀쫀하게 씹히고, 감칠맛 나는 고추장양념이 고기 맛을 매콤하게 감싸주는 흑돼지불고기. 섬진강 참게와 지례 흑돼지가 자존심을 걸었다. 특별한 고추장과 만나 더욱 신명나는 이들의 맛 대결이 펼쳐진다.   ●개와 늑대의 시간(MBC 오후 9시55분) 태국에서 돌아온 수현은 중호와 아버지에 이야기를 나누고, 중호는 수현을 다독여준다. 정부장은 수현에게 잘만 끝내면 NIS로 복귀할 수 있다며 잠입 수사 요원으로 나서라고 제안한다. 지우는 수현에게 예쁘게 완성해 달라며 목조각을 내밀고, 지우를 바라보던 수현은 갑자기 힘껏 끌어안는다.   ●하늘만큼 땅만큼(KBS1 오후 8시25분) 자식이나, 남편이나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혜경의 말에 재두는 책임을 느끼며 일단 은주를 달래고, 혜경에게 여행을 제안해보지만 혜경은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은주는 분가를 위해서라도 살림을 배우겠다며 혜경에게 가르침을 청하고, 시댁 어른들에게 안부전화까지 하며 변한 모습을 보인다.
  • [서울광장] 종교가 살상의 명분이 되어서야/황진선 편집국 수석부국장

    [서울광장] 종교가 살상의 명분이 되어서야/황진선 편집국 수석부국장

    도올 김용옥은 21세기 인류의 과제로 첫째 자연과 인간의 슬기로운 공존, 둘째 모든 종교·이념간 배타의 해소를 꼽았다. 모두 인류의 생존과 평화 공존이 달려있는 중요한 문제들이다. 가톨릭 신학자 한스 큉은 특히 종교간 평화 없이 세계 평화는 없다고 했다. 멀리 십자군 전쟁까지 거슬러 올라갈 필요도 없이, 최근의 레바논·수단·보스니아 내전, 인도·파키스탄의 분쟁, 지구촌의 화약고라 불리는 팔레스타인 전쟁의 배경은 종교간 대립과 반목이다. 소련의 붕괴로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지면서 이념에서 비롯되는 냉전과 분쟁은 줄어들었다. 그러나 특정 종교를 믿는 민족간의 국지적 분쟁은 더 늘어나고 있다. 지금 시시각각 전해지며 가족과 온 국민의 가슴을 졸이게 하는 아프간의 한국인 피랍사태는 종교 갈등을 되새기게 한다. 한국의 기독교 신자와 선교사 등 23명은 봉사 활동을 위해 아프간에 입국했지만, 탈레반은 그들을 납치했다. 그 중 배형규 목사는 가슴 아프게도 목숨을 잃었다. 탈레반은 미국 9·11 테러의 배후인 오사마 빈라덴을 숨겨주었다가 아프간을 전쟁으로 몰아넣은 이슬람 무장세력이다. 여성에 대한 가혹한 처벌과 로켓을 동원한 아프간의 불교 유적 및 불상 파괴도 그들의 극단주의적인 면을 보여준다. 우리도 종종 주변 사람들 중 고집이 센 원칙주의자를 탈레반이라고 얘기할 정도다. 문화와 종교가 다른 민족과의 접촉은 위험할 수밖에 없다. 우리 역시 뼈아픈 경험을 했다. 한국천주교 초기 100년의 역사는 박해와 순교로 점철됐다. 중국·프랑스 신부들뿐 아니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신자들이 죽음을 당했다. 순교자 중 김대건 신부 등 103위가 1984년에 성인품에 올랐고, 현재 윤지충과 최양업 신부 등 또 다른 순교자 125위의 시복·시성을 추진하고 있는 데서도 충분히 어림할 수 있다. 우상숭배라 하여 제사를 금한 것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러나 그것은 효를 중시하는 유교체제를 부정하고 토착 문화를 무시한 것이었다. 종교 분쟁을 되새기면서 문득 떠오른 인물이 미국의 ‘반전 엄마’ 신디 시핸이다.2004년 4월 이라크 전장에서 아들을 잃은 시핸은 2005년 8월 조지 부시 대통령이 휴가를 보내던 텍사스주 크로퍼드 목장에서 1인 반전 시위를 시작했다. 아들을 숨지게 한 이라크를 원망할 법도 하건만, 그보다는 미국의 군사주의와 군수산업 확장이라는 이라크 전쟁의 본질을 꿰뚫으며 전 세계에 반전운동의 불을 지폈다. 지난해 눈길을 모은 종교 행사 가운데 하나는 삼소회(三笑會)의 세계성지순례다. 가톨릭 불교 원불교 성공회의 여성수도자 16명은 2월 전남 영광의 원불교 성지를 시작으로 인도의 불교, 영국의 성공회, 이스라엘의 기독교와 이슬람교, 이탈리아의 천주교 성지를 차례로 순례하며 서로 마음의 빗장을 열고 용서와 이해를 구하며 종교의 벽을 허물었다. 그리하여 서로 다른 형식으로 예배를 올릴지라도 모든 종교의 가르침은 평화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소문 그대로 일부 교회에서 제국주의적 사고 방식으로 해외선교를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면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 나라 문화와 종교를 존중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선교활동을 편다면 비극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인류를 구원하고 세계 평화를 가져다 준다는 종교가 더 이상 인간의 존엄을 무시하고 살상과 죄악을 저지르는 단서나 명분이 되어서는 안 된다. 피랍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한다. 황진선 편집국 수석부국장 jshwang@seoul.co.kr
  • [문화마당] 문학제와 지방자치단체/방민호 문학평론가·서울대 국문과 교수

    이효석은 어두웠던 일제 강점기에 자유와 사랑과 예술의 가치를 깊이 인식한 작가였다. 그는 문학인들이 밀집해 있던 서울이 아니라 고도(古都)인 평양에서 자신의 문학적 신념을 소설과 산문에 실어 세상에 내보내곤 했다. 이 글들에서 그는 정치나 역사가 인간 본연의 자유를 억압하는 현실에 주목하면서 인간이 사회적 존재 이전에 자연적 존재라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올해는 그런 이효석이 탄생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매년 대산문화재단과 민족문학작가회의가 주관하여 태어난 후 100년이 되는 작가들을 기념하는 심포지엄을 개최하는데, 이 자리에서 필자는 이효석의 문학세계를 다시 한 번 음미해 볼 수 있었다. 그는 인간이 정치적, 사회적 존재일 뿐만 아니라, 출생과 성장, 성숙, 죽음을 차례로 겪어나가는 자연적 존재이며 또 그러한 자연적 존재의 삶을 충만하게 영위해 나갈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이었다. 흔히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로만 알려져 있는 이효석에 대해서 새로운 관심과 애착이 생기면서 최근에 필자는 이효석의 장녀인 이나미씨를 만나 뵐 수 있게 되었다. 이나미씨는 아드님과 함께 창미사(創美社)라는 출판사를 설립하여 두 번에 걸쳐 ‘이효석 전집’을 출판한 분이다. 출판사도 차리고 전집같이 일품이 많이 나가는 사업까지 펼쳤으니 만나 뵙기 전 생각으로는 아주 유족(裕足)하지는 않더라도 생활고에 시달리고 계실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막상 신촌에서 천호동까지 물어물어 찾아가 보았을 때 그분은 단칸 반지하방에서 척추 디스크를 앓으면서 외롭게 지내고 계셨다. 아드님은 중국으로 사업을 하러 가셨다는데 언제 돌아오실지 명확한 기약이 없는 것으로 보아 상황이 간단치만은 않은 눈치였다. 이나미씨는 한국현대소설 연구자의 한 사람에 불과한 필자에게 작가 이효석을 둘러싼 문제들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하셨는데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이효석 문학제에 관한 것이었다. 이효석 문학제는 ‘메밀꽃 필 무렵’의 ‘고향’인 강원도 평창에서 해마다 개최하는 문화행사로 지방자치단체와 문학이 조화를 잘 이룬 사례로 손꼽히곤 한다. 그러나 이나미씨를 만나고 나서 생각하게 된 것은 이 연례행사가 외화내빈에 흐르지 않으려면 이효석 문학에 관련된 여러 문제들을 더 깊이 숙고해야 하리라는 것이었다. 지방자치단체가 작가나 작품을 매개로 해서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의 명예를 드높이는 일은 전혀 잘못된 것이 아니다. 경남 진해의 김달진 문학제, 경북 영양의 조지훈 문학제, 충북 옥천의 정지용 문학제 등은 문학이 사회적 ‘공익’을 창출한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일에서 결코 도외시해서는 안 될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문제를 행정편의적으로 해결해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문학을 빌미 삼아 경제적인 이득만 얻으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본래 문학은 정치나 운동 같은 것과 조화를 이루기 어렵고 오히려 현실 정치에 대한 비판의 기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행정 쪽에서 보면 작가, 작품, 유족, 관련 문학인 등 어느 하나 순탄하게 처리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또 요행히 ‘사업’이 잘 진척되어 정착 단계에 접어들게 되면 경제적 실적을 거두어 지역민의 지지를 유지해 나가야 한다는 새로운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이런 난제들로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 보면 축제를 만들려던 것이 계륵으로 변해 버리는 일도 종종 생겨날 수밖에 없다. 이효석은 정치적, 사회적인 문제들에 의해서 인간의 본질적인 측면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작가였다. 문학은 이 현대사회에서 환금적인 가치 이상의 것을 제공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것 가운데 하나다. 그런 것이 되어야 한다. 방민호 문학평론가·서울대 국문과 교수
  • [피랍 한국인 석방협상] ‘피랍사태 해법’ 전문가 제언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 23명이 피랍된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이슬람원리주의를 신봉하는 탈레반 무장 세력이 장악한 지역에 파병국인 한국 국민이 무리지어 들어간 것 자체가 아무런 안전장비 없이 외줄타기를 한 것과 다름없다고 분석했다. 피랍된 한국인들이 선교를 목적으로 아프간 땅을 밟은 것도 문제지만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요소라는 것이다. 최영길 명지대 아랍지역학과 교수는 23일 “미국 등 서방 세력에 의해 정권을 빼앗긴 탈레반 추종자들에게 피랍된 한국인들이 기독교인인지 불교신자인지는 부차적인 문제다. 그저 파병국이자 미국의 동맹국가인 한국 국민일 뿐”이라면서 “정부에선 우리 군이 아프간 재건을 돕기 위해 갔다고 말하지만 탈레반엔 위선적 주장일 뿐”이라고 말했다. ●“반미국가선 한국도 美동맹국일 뿐” 최 교수는 “이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선 분쟁 국가나 국군이 파병된 곳, 특히 반미 국가에는 어떤 이유에서든 가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좋은 목적으로 가더라도 ‘친미국가’로 낙인찍힌 한국 국민이 아프간이나 소말리아, 이라크 등에 가는 것은 너무 큰 위험 부담을 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중동학회장 겸 한국외대 중동연구소장인 장병옥 교수는 “이번 사건의 본질은 외국군의 철수, 아프간 정부에 붙잡힌 탈레반 동료들의 석방, 더 나아가 피랍자들의 모국과 이면 거래를 통한 투쟁자금 확보 등 정치적 행위”라고 못박았다. 장 교수는 일부 기독교인들의 공격적인 선교 방식에 대해서도 자제를 당부했다. 그는 “극히 일부이겠지만, 독실한 수준을 넘어선 기독교 원리주의자들이 의료사업 등을 구실로 이슬람 국가에 무리하게 선교를 하러 들어가는 것도 문제”라면서 “내 가족이 중요하면 남의 가족도 아껴야 하듯이, 내 종교가 존중받길 원하면 남의 종교도 존중하는 이성적 행동을 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기독교인들도 외형에 치중하는 선교, 문명 충돌을 야기하는 선교 방식을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전준비 없는 분쟁국 여행은 위험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아프가니스탄 같은 분쟁지역에 대해 충분한 사전답사나 준비없이 종교적 신념 만으로 덤벼드는 행태를 꼬집었다. 이 교수는 “아프간의 경우 알라와 기독교는 형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신론자보다는 기독교인에게 우호적”이라면서 “다만 선교는 이슬람 율법과 아프간 현행법에도 금지하는 범법 행위이기 때문에 존중해야 한다. 특히 가즈니, 칸다하르는 탈레반 거점 지역으로 정확한 정보에 의해 납치된 것으로 보이며 대규모 선교 자체가 위험한 곳이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군대를 파병하든 비정부기구(NGO)를 보내든 현지 문화나 언어에 소양을 가지고 보내야 한다. 충분한 사전 지식과 미묘한 사회적 갈등 구조를 알고 가야 한다.”면서 “아무리 좋은 목적이라도 열정 만으로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위험국가 문화·정치 소양교육 필요 장준희 한양대 세계지역문화연구소 연구원은 “국가가 나서서 소외된 지역에 대해 꾸준히 전문가를 양성해야 이런 일이 재발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서 “아프간은 아직은 유목 사회이기 때문에 많은 결정이 연장자그룹(부족원로회의)의 영향을 받고 젊은이들이 주축이 된 탈레반도 그들의 조언을 듣는다. 하지만 한국 정부나 학계에 연장자 그룹과의 채널은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장 연구원은 “90년대 중반까지 위험국가에 나가는 사람들을 위한 교육을 했던 것처럼 일부 국가에 한해서는 문화, 정치 등의 소양교육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임일영 이경주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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