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본질
    2026-08-09
    검색기록 지우기
  • 동대문
    2026-08-09
    검색기록 지우기
  • 부활
    2026-08-09
    검색기록 지우기
  • 복지
    2026-08-09
    검색기록 지우기
  • 활동
    2026-08-0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5,234
  • [美쇠고기 파문] 뻔한 해명 ‘촛불’ 설득 역부족

    과학계와 의료계가 광우병 공포를 잠재우기 위해 연일 입장 발표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과학계와 의료계의 입장이 지나치게 사태수습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는 9일 오후 서울 강남 과학기술회관에서 광우병과 조류인플루엔자(AI) 전문가를 참석시킨 가운데 기자회견을 갖고 일반인들 사이에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괴담 해명에 나섰다. 과총은 이날 광우병 논란에 대해 “일부에서 확실한 과학적 근거도 없이 제기하는 안전성과 관련된 문제들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왜곡돼 알려지고 있어 근거없는 오해와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도 광우병과 관련해 10문10답 형식의 해설자료와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의협은 “광우병은 잠복기가 수십년 이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위험성을 판단하기는 아직 어려운 상황”이라며 “30개월 미만의 소를 먹을 경우에는 인간에게 인간광우병이 발병할 위험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프리온 단백질 유전자형인 ‘MM형’에 대해서는 “한국인의 프리온 유전자 중 MM형이 서양인에 비해 빈번하다는 보고가 있다.”면서 “하지만 집단 유전학연구가 수행되어 상대비교위험도 평가 등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한국인이 인간광우병에 취약하다는 결론은 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과학계와 의료계의 이같은 입장 표명에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정부가 이미 상당 부분 언론을 통해 밝힌 해명성 내용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의협이 내놓은 문답 중에는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섭취하면 인간광우병(vCJD)에 100% 걸립니까.’라는 질문에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는다고 해서 사람들이 모두 ‘인간광우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라는 지극히 뻔한 얘기가 들어 있기도 했다. 의협은 광우병 대책에 대해서도 “확산을 막으려면 정부와 사육농가 및 학계의 지속적인 감시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상투적인 입장만 밝혔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오늘의 눈] ‘학생시위’ 韓·佛의 시각 차/이경원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학생시위’ 韓·佛의 시각 차/이경원 사회부 기자

    프랑스에서는 요즘 고등학생들의 시위가 한창이다. 사르코지 정부의 교육공무원 감원 정책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파리의 거리를 가득 메운다. 그렇다고 프랑스 정부가 학생들이 거리로 뛰어 나온 행위 자체를 문제 삼는다는 외신 보도는 듣도 보도 못했다. 단지 학생들의 생각이 잘못됐다는 정부의 비판논리가 있을 뿐이다. 프랑스 언론은 학생들의 목소리를 비중있게 다룬다. 고등학생들도 엄연한 사회참여자라고 인정하고, 존중하는 듯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요즘 많은 학생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며 촛불을 들고 청계천 광장을 메운다. 하지만 학생 집회를 바라보는 우리 정부의 시각은 프랑스와 사뭇 다른 것 같다.‘왜 나왔을까?’보다 ‘어떻게 모였을까?’에 더 관심을 갖는다. 학생들이 거리로 뛰쳐 나온 ‘현상 그 자체’보다는 ‘배후’를 캐기 바쁘다. 검찰도, 경찰도, 언론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을 거리로 이끈 유력한 배후로 ‘인터넷 괴담’이 떠올랐고, 전교조와 연예인도 배후 세력으로 지목됐다. 광우병이 인체에 얼마나 치명적인지, 검역주권을 왜 포기했는지에 대한 본질은 사라지고 괴담이라는 곁가지가 핫 이슈로 등장한 것이다. 촛불 문화제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만난 중·고등학생들은 ‘괴담’에 이끌려 나왔을 만큼 어리석어 보이지 않았다.‘슈퍼주니어 오빠’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해 우르르 따라 모인 것도 아니었다. 학생들은 “검증되지 않은 소를 먹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장차 미국산 쇠고기를 수십년간 먹게 될 젊은이들의 이유있는 항변으로 들렸다. 프랑스는 다음달이면 68혁명 40주년을 맞고, 우리는 지난달 4·19 혁명 48주년을 맞았다.68혁명의 정신을 이어가야 한다는 아버지와 68혁명을 재해석해야 한다는 앙드레 글뤽스만 부자의 진솔한 인터뷰 기사(서울신문 5월8일자 16면)가 가슴에 와 닿는다. 우리는 행여 4·19 혁명이 고등학생의 시위에서 출발했다는 역사를 잊은 건 아닐까. 이경원 사회부 기자 leekw@seoul.co.kr
  • [이용원 칼럼] 어버이에게 자식은 의자입니다

    [이용원 칼럼] 어버이에게 자식은 의자입니다

    계절의 여왕 5월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짙푸르러 가는 신록은 온 누리에 생명의 빛을 마음껏 발산합니다. 한여름의 풍성함, 가을의 결실을 제치고 이 계절이 ‘여왕’으로 꼽히는 까닭은 그 생명의 충만함에 있지 않은가 합니다. 그래서인지 5월은 가족과 사랑의 의미를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전해 줍니다. 물론 어린이날도 어버이날도 다 끌어 안고 있지요. 그뿐인가요, 장밋빛 미래를 꿈꾸는 아가씨들은 대개 ‘5월의 신부’를 희망합니다. 하지만 5월이 정녕 ‘가정의 달’인가요? 엊그제 어린이날은 여느 해와 다름없이 성황이었습니다. 거리에는 어린이와, 그 손을 잡은 부모들로 넘쳐 났습니다. 모두 행복해 보입니다. 축복받은 날이지요. 부모·자식간 사랑이 진하게 확인되는 날이니까요. 그런데, 어버이날인 오늘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언제부터인가 어린이는 ‘나라의 보배’이고 나이 드신 우리의 부모, 곧 어르신들은 ‘사회의 짐’이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동방예의지국에서 이 무슨 해괴한 주장이냐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지난 연말 공개된 한 논문이 밝힌 실상은 참으로 충격적이었습니다. 이 논문은 ‘부모 소득이 자녀와 만나는 횟수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열다섯 나라를 비교 분석한 결과 부모 소득이 낮을수록 자식이 부모를 찾는 일이 줄어드는 사회는 우리나라뿐이었습니다. 한마디로 ‘돈이 없으면 자식도 부모를 외면한다.’는 뜻입니다. 우리사회에서는 부모 소득이 1% 늘면 1주일에 한번 자녀를 만날 가능성이 2배 높아진다고 합니다. 그럼 다른 열네 나라는? 부모가 가난할수록 자식들이 자주 찾아 뵙는다고 합니다. 이논문 내용에 분개할 필요 없습니다. 신문·방송의 뉴스에는 재산을 탐내 부모를 해(害)하는 패륜, 자식에게 버림받아 쓸쓸히 살다 홀로 숨을 거두는 독거노인의 사연이 드물잖게 등장합니다. 지난해 6월 공개된 노인 학대 실태를 보면 1년 새 신고 건수가 11.6% 늘었습니다. 가해자로는 아들이 가장 많아 55.5%나 됐습니다. 우리사회에서 효(孝)는 이미 화석이 된 덕목인 것입니다. 우리 속담에 ‘내리사랑은 있지만 치사랑은 없다.’고 합니다. 부모가 자식을, 형이 아우를 사랑하는 건 당연해도, 거꾸로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사랑하기는 힘들다는 뜻입니다. 아마 혈연 사랑의 본질은 그럴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이 다는 아닐 겁니다. 지금 늙고 병드신 부모는 나 어릴 적에 내 손을 잡고 어린이날을 축하해 주었습니다. 또 훗날에는 나 또한 오늘날 내 부모처럼 늙고 병듭니다. 이정록 시인의 ‘의자’는 다 큰 자식이 부모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보여 줍니다.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후략).” 시는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로 끝맺습니다. 그렇습니다. 삶이란 ‘별거’ 아닙니다. 나 어려서 부모에게 의지하고, 부모 연로하면 장성한 나에게 의지하시고, 나 늙으면 다 큰 자식에게 의지하는 겁니다. 이는 계절이 바뀌는 것과 다름없는 섭리입니다. 오늘은 어버이날입니다.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 서청원 “공천수사 본질은 박근혜 고사 음모”

    서청원 “공천수사 본질은 박근혜 고사 음모”

    친박연대는 7일 서청원 대표가 비례대표 공천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출두하자 조사 결과에 촉각을 세우며 상황을 주시했다. 친박연대측은 검찰 수사를 ‘친박연대 죽이기’로 규정하면서도 비례 대표 공천 과정에 대해 적극적 해명에 나섰다. 친박연대는 이날 정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취소한 뒤 당직자와 당원들이 서울 중앙지검에 모여 서 대표가 출두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서 대표는 이날 오전 중앙지검에 도착해 “친박연대와 서청원을 죽이고 박근혜를 고사시키려는 음모가 바로 이번 사건의 본질”이라고 말한 후 9층 공안부 검사실로 걸음을 옮겼다. 이후 함께 온 홍사덕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자실을 방문해 “친박 당선자 26명을 (한나라당이) 받아들이지 않기 위한 책략으로 이번 사건을 발굴해 낸 것”이라면서 “서 대표가 배후가 있다고 말한 것은 나름대로 증거를 갖고 있으니 한 말”이라고 주장했다. 홍 위원장은 이어 “원래 1번은 문희 의원이었는데 후보 등록일 하루 전인 3월24일 갑자기 못하겠다고 해서 대표가 여러 저명 인사를 접촉했지만 모두 고사했다.”며 양정례 당선자의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 대해 해명했다. 송영선 대변인은 “18대 총선이 끝난 후 이 사건과 관련해서 친박연대 얘기가 매일 나오고 이렇게 질질 끌면 국민들이 정말 뭔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냐.”면서 “이것 자체가 친박연대에 대한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했다. 한상우기자 cacao@seoul.co.kr
  • 佛 저명 철학자 앙드레 글뤽스만 父子 인터뷰

    佛 저명 철학자 앙드레 글뤽스만 父子 인터뷰

    |파리 이종수특파원|68혁명 40주년을 맞아 그 의미를 되새기는 열기가 어느 해보다 뜨겁다. 최근 발간된 신간만 60여종에 이른다. 그 가운데 프랑스의 저명한 철학자 앙드레 글뤽스만 부자(父子)가 대담 형식으로 정리한 ‘사르코지에게 설명한 68혁명’(드노엘 출간)이 눈길을 끈다. 대표적 좌파 지식인이었던 글뤽스만은 지난해 사르코지 여당 후보를 공개 지원해 논쟁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출간 직후인 지난달 초 파리 10구 포부르 푸아소니에르 62번지 글뤽스만의 자택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인터뷰는 1시간 30분여 진행됐다.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43년의 터울을 둔 부자는 68혁명을 놓고 생각이 겹치기도 하고 달라지기도 했다. ●“사르코지가 68혁명을 왜곡…” 출간 배경이 궁금했다. 말문을 연 것은 아들 라파엘. 그는 “우리 집은 68혁명 뒤 권위주의가 없어진 가정이니까 내가 먼저 말하겠다.(웃음)”고 했다. 아들 (라파엘, 이하 아들) 지난해 여당 유세 현장에 참석했는데 사르코지 후보가 “68혁명의 유산을 청산해야 한다.”고 도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몹시 거북했다. 순간 68세대인 아버지를 쳐다 보았다. 예상과 달리 웃고 있었다. 유세장을 나온 뒤 “왜 아까 웃고 있었어요?”라고 물었다. 아버지가 “사르코지 말은 당시 대학생운동의 리더였던 다니엘 콘-벤디트가 자신을 공격하는 것과 같은 모순이어서 그랬다.”고 말했다. 그 뒤에도 질문이 이어져 아예 책으로 만들게 됐다. 아버지(앙드레, 이하 아버지) 책 제목 그대로 사르코지에게 68혁명을 설명해 주고 싶었다. 그가 68혁명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물론 68혁명 이후 상대주의가 난무하고 도덕의식이 무너졌다는 그의 진단은 맞다. 하지만 핵심을 비켜갔다.68세대의 본질적 실수는 ‘교조주의적 마르크시즘’에 빠진 것이다. 사르코지 후보는 이를 알고도 정략적으로 왜곡한 것이다. 나중에 한 대담에서 본인도 ‘정략적 이용’이라고 시인했다. ‘정치적 책략’이었다는 말에 담긴 의미를 물었다. 아버지 당시 사르코지가 지지율이 높았다. 그래서 좌파는 물론 중도·극좌파 후보들이 ‘반(反) 사르코지 전선’을 형성했다. 그러자 사르코지가 그들의 ‘정신적 공통분모’인 68혁명을 건드린 것이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사회당 세골렌 루아얄 후보가 처음엔 ‘무관심’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30분 뒤 사르코지를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말려들었다. 처음처럼 대응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그러자 아들이 끼어 들며 반론을 제기했다. 아들 전략적 연설이었다는 분석에는 동의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사르코지의 도발은 좌·우파 양 진영에 남아 있는 보수주의를 겨냥한 비판이었다. 그는 ‘프랑스 병’의 핵심을 정체성 상실로 본 뒤 그런 혼돈의 책임을 묻기 위해 68혁명이라는 ‘허수아비’를 세운 것이다. 이민자 출신에 이혼 경력이 있는 사르코지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68혁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런데 68혁명을 청산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일종의 ‘자해행위’인데 이를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프랑스 68혁명만이 공산주의 비판” 고정된 이념에 얽매이기보다는 탄력적 사유를 강조한 두 사람에게 68혁명의 본질은 어떻게 비칠까? 아버지 두 가지 의미에서의 ‘단절’이다. 하나는 프랑스의 전통적 정서, 특히 농촌에 뿌리를 내렸던 평온함을 중시하는 전통과 단절한 게 68혁명이었다. 그래서 ‘68의 아이들’은 뿌리가 뽑히고, 불확실해하고 미래에 대해서 늘 걱정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른 하나는 200년 동안 이어온 노동자·공산주의 중심 사상과의 단절이다. 당시 좌파 가운데 최대 정당인 공산당은 노동자를 ‘대안 사회’ 혹은 혁명을 담보할 주역으로 껴안고 있었다. 소련을 추종해야 한다는 생각도 강했다.68세대는 여기에 반기를 들었다. 아들 하나 더 추가해야 한다.68혁명은 권위주의에 대한 도전이면서 전체주의에 대한 도전이었다. 이 점이 프랑스의 독창성이다. 아버지인 앙드레 글뤽스만은 당시 프랑스를 대표하는 비판적 지식인으로, 혁명의 가운데에 있었다. 그만의 경험이 담긴 ‘육성’을 들려 달라고 했다. 아버지 소르본 광장에 학생들이 운집, 연좌 시위를 하면서 치열한 논쟁을 하고 있었다. 주위에는 경찰이 겹겹이 에워쌌다. 그곳에 레지스탕스이자 공산주의 시인 루이 아라공이 찾아 왔다. 그는 “나는 공산당과 노선을 달리한다. 여러분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콘-벤디트가 “당신이 왜 스탈린을 칭송했는지 대답할 수 있다면 당신 말에 동의하겠다.”고 말했다. 대답을 못하고 돌아가는 아라공을 향해 콘-벤디트가 “당신의 흰 머리 위에 피가 묻어 있다.”고 확성기로 말했다. 이 장면은 당시 공산주의에 대한 비판이 공개적으로 이뤄졌음을 의미한다. 이것이 (라파엘이 말한) 독일·이탈리아 등 유럽이나 일본의 68혁명과 가장 다른 프랑스만의 특징이었다. ●68혁명 이후 달라진 것들 68혁명이 이후 프랑스에 가져온 구체적 변화와 그에 대한 해석에서 두 사람은 조금 입장이 달랐다. 특히 라파엘은 68세대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아들 68혁명은 ‘수직의 세계’를 수평으로 바꾸었다. 문화·관습은 물론 사람과의 관계가 완전히 바뀌었다. 낙태도 허용됐고 여성이 일하기 시작했다. 아버지 중·고교도 남녀 공학이 됐지. 아들 그러나 프랑스 정치는 여전히 수직의 잔재가 남아 있다. 정치에서는 68혁명의 정신이 스며들지 못했다. 이런 점에서 나는 68세대를 비난한다. 프랑스는 여전히 중앙집권적이고 대통령에 집중돼 있다.. 이런 면에서 68세대라고 주장하려면 더 노력해야 한다. 아버지 그래도 사르코지가 대통령이 된 뒤 이민자 출신을 장관으로 임명하고 좌파를 등용한 것이 얼마나 열린 변화인가? 아들 아직 시작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 정국은 엘리트를 중시하는 전통적 의미의 정치집단과 사르코지가 갈등하는 형국이다. 이윽고 화제가 ‘68혁명의 현대적 의미’로 넘어 왔다. 아버지 앙드레 글뤽스만은 좌·우를 떠나서 인권과 자기 성찰, 유럽공동체 정신 등을 통해 민주주의를 튼실히 하면서 68혁명을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아들은 ‘68혁명의 재해석’을 강조했다. 아버지 68정신의 요체는 ‘감히 교수와 다르게 생각하기’다. 좌·우파를 아울러 한 진영에 종속되기보다는 항상 자신과 주위를 돌아 보면서 비판 정신을 잃지 않는 것이다. 내가 58년 부다페스트 사태 때 소련을 비판했다가 공산당에서 출당을 당한 것이나 70년대에 ‘배신자’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소련의 재야 인사들을 지지한 것도 그런 이유다. 아들 그러면 지금은 “우리는 티베트인”이라고 말해야겠다. 아버지 그렇다. 중국이 강국이라고 눈치를 봐선 안 된다. 아들 그런 의미에서 68혁명 지도자 가운데 한 명도 제도권 정치의 핵심에 들어간 사람이 없는 것도 흥미롭다. 다니엘이 속한 녹색당도 68년 이후에 생긴 당이어서 제도권 정당으로 보기 어렵고 베르나르 쿠슈네르 외무장관도 사회당원이었지만 당 내에서는 늘 변방에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68정신은 늘 프랑스의 전통적 중심부와 거리를 두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두 부자는 68혁명 리더들이 각자의 길을 걷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지 않았다. 아들 그건 다행아닌가. 혁명의 리더들이 한 길을 걷지 않은 것은 진영 구분짓기를 끝냈다는 의미다. 아버지 말대로 ‘스스로 운명 선택하기’를 실천했다는 거다. 꼭 좌파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틀지워진 고정관념이다. 또 68세대가 깨고 싶었던 ‘벽’이 아닐까? 다시 물었다. 좌파 지식인으로 알려진 앙드레 글뤽스만이 지난해 사르코지를 지지한 것도 같은 맥락이냐고? 아버지 그렇다. 대선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외교정책의 핵심으로 인권을 부활하겠다고 말한 이가 사르코지였다. 좌파의 비판이 예상됐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vielee@seoul.co.kr
  • [문화플러스] ‘깨달은 이를 보다’ 주제 강연회

    국립경주박물관은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이주형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를 초청하여 9일 오후 4시 대강당에서 특별 강연회를 연다.‘깨달은 이를 보다-불상의 세계’를 주제로 한 이번 강연회에서는 불상을 보는 법과 불상의 형상, 부처와 불상의 본질 등 깨달은 이를 형상화한 불상을 종교적, 심미적 차원에서 다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054)740-7541.
  • [베리타스·에듀PSAT硏과 함께하는 PSAT 실전강좌] 17. 상황판단

    문제해결능력을 검사하는 시험에서 행해지는 비교분석의 방법은 이원적 분석과 다원적 분석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는 그 비교분석의 대상이 두 가지인가, 여러 가지인가에 의해서 구분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원적 분석이란 한 가지의 사건에 대하여 두 가지의 관점에서 접근해 분석하는 기법을 말하는 것으로 각각의 접근 방법에 대한 빠른 비교를 통한 문제의 해결이 요구되는 분석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제> 다음에 제시된 내용에 따라,(A)와 (B)의 두 입장과 (가)∼(라)의 주장을 알맞게 연결한 것은? 오늘날 회계란 ‘정보이용자들이 자원배분에 관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기업실체의 경제적 활동을 화폐적으로 측정·기록하고 이에 관한 정보를 요약·수집해 정보이용자에게 전달하는 활동’을 말한다. 과거에는 회계정보의 생산측면을 강조했으나, 오늘날에는 회계정보의 이용측면을 강조해 의사결정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정보적 관점으로 변화된 것이다. 회계정보의 질적 특성이란 정보이용자의 의사결정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회계정보가 갖춰야 할 주요 능력을 말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질적 특성으로 목적적합성과 신뢰성을 들 수 있다. 목적적합한 정보란 ‘의사결정시점에서 과거 및 현재사건의 평가 또는 미래사건의 결과예측에 도움을 주거나, 과거의 평가를 확인 또는 수정함으로써 이용자의 경제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를 의미하며, 신뢰성 있는 정보란 그 정보에 중대한 오류나 편의(bias)가 없고 객관적으로 검증가능하며 그 나타내고자 하는 바를 충실히 표현하고 있다고 이용자가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의미한다. (A) 회계정보의 목적적합성은 신뢰성보다 중시돼야 한다. 회계정보의 본질은 이용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있으므로, 객관적인 검증 가능성에 약간의 문제가 있거나 다소의 주관이 개입된 정보라 하더라도 이용자의 의사결정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채택이 불가피하다. (B) 회계정보의 신뢰성이 목적적합성보다 중시돼야 한다. 동일한 경제적 사건에 대해 다수의 정보이용자들이 서로 다른 결과와 해석에 도달한다면 기업의 본질적 실체에 대한 이해관계의 조정이 불가능하며 이는 회계정보의 유용성을 부정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가) 기업의 정보를 일반 대중에게 공시하는 경우, 과거에 일어난 사건뿐만 아니라 미래 상황에 대한 예측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 미래 예측에는 주관이 개입된다는 이유로 미래 정보를 공시하지 않는다면 이해관계자에게 예상치 못한 손실을 유발할 수 있다. (나) 기업이 보유한 채권의 가치는 애당초 기업이 채권을 구입할 당시의 역사적 원가에 의해야 한다. 만약 현재의 시장가치를 반영할 경우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장상황에 의해 시점에 따라 기업의 가치가 변화하므로 다수의 정보이용자들이 동일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 (다) 기업의 수익은 재화를 상대방에게 제공하고 그 대가로 현금을 받은 시점에서 인식돼야 한다. 만약 거래가 발생한 시점에 수익을 인식한다면 여러 기간에 걸친 기업 활동에 있어 거래의 시점을 조작함으로써 기간별 이익을 조작할 가능성이 있다. (라) 건설회사가 상가 건물을 지어 분양하는 경우, 총 건설대금을 기간별로 건물의 완성도에 비례해 수익으로 인식하는 방법은 건물의 완성도 산정에 자의가 불가피하게 개입하므로 건물이 완성된 시점에서 한 번에 수익으로 인식해야 한다. (1)(가)(다) (나)(라) (2)(다) (가)(나)(라) (3)(가)(나)(다) (라) (4)(나)(다) (가)(라) (5)(가) (나)(다)(라) <해설> 논점 : 회계정보의 목적적합성 및 신뢰성에 대한 이해와 적용 (가)의 경우 다소간의 주관이 개입되더라도 미래예측에 도움을 주는 정보를 중시하는 입장으로 목적적합성을 강조하는 것이다.(나)(다)(라)의 경우 주관의 개입을 배제하고 객관적인 검증이 가능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신뢰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정답 : (5) 이승일 에듀PSAT 연구소 소장
  • [태안피해 보상 제대로 받자] “기업 무한책임”…佛 토탈社 6100억원 보상

    [태안피해 보상 제대로 받자] “기업 무한책임”…佛 토탈社 6100억원 보상

    ■ 에리카호 기름유출 사고 때는 1999년 11월11일 오후 6시34분 석유회사 토탈(Total)에 한 통의 음성메시지가 도착했다. 사흘 전 토탈의 연료유 3만 1000t을 싣고 프랑스 서북단 케르크항을 출발, 이탈리아 리보르노항으로 가던 몰타 유조선 에리카호의 선장이었다. “기상 악화로 운항 경로를 바꾸었다. 날씨가 좋아지면 돌아가겠다.” 선장은 메시지에서 이날 오후 2시8분 유조선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해안구조감독센터에 구조를 요청한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상태가 호전돼 구조 요청을 한 시간 만에 취소했기 때문이었다. 이튿날 오전 5시54분, 선장은 긴급구조를 재차 요청했다. 에리카호는 두 동강 났고 3시간 만에 수심 120m 해저로 침몰했다. 연료유 1만 4000t이 바다로 흘렀다. 이후 조사에서 에리카호가 심각한 부식 상태였음이 확인됐다. 토탈은 사고 발생일부터 적극 나섰다. 방제전문가로 구성된 대책반을 구성, 유출된 기름의 움직임을 감시했다.11일 만에 기름띠가 해안에 상륙했고 프랑스 남부해안 400㎞를 뒤덮었다. 토탈을 향한 비난 여론이 일었다. 낡은 유조선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아 사고를 냈다는 것이다. 유조선 선주회사가 어마어마한 피해를 보상할 능력이 없다는 점도 작용했다. 토탈은 ‘책임지는 기업’의 길을 선택했다. 피에르 구요넷 전략기획 고문은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국민이 엄청난 피해를 입은 사고라 법적 책임을 따지기 전에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토탈은 세계 4대 석유회사로 130개국에서 직원 9만 5000명이 총 매출액 1538억유로(약 240조 5463억원·2006년 기준)를 달성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프랑스 국민 57만여명이 토탈 주식을 갖고 있다. 그해부터 토탈은 방제활동에 2억유로(약 3100억원))를 쏟아부었다. 선주상호보험(P&I)과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이 지급하는 피해보상 한도액(1억 8000만유로)보다도 많은 액수였다. 99년 12월30일 해양전문가 800명으로 대서양 TF팀이 꾸려졌다. 이 팀은 2006년 2월까지 7년간 활동했다. 첫 임무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에리카호에 남은 연료유를 빼내는 일이었다. 교통부의 승인을 받은 토탈은 2000년 6월1일부터 9월6일까지 해양선 7대와 전문가 300명을 동원해 1만t 이상을 수거했다. 또 헬리콥터와 크레인, 고압세척기 등 방제설비를 제공하고, 지방자치단체와 협약을 맺어 루아르-아틀랑티크, 모르비앙 등 기름제거가 어려운 지역을 찾아다니며 지원했다. 방제가 마무리된 뒤에는 환경복원에 힘을 보탰다. 기름유출로 피해를 입은 새를 돌보는 낭트수의학교를 후원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토탈은 방제비로 쓴 2억유로를 IOPC에서 돌려받지 않았다. 피해규모가 어마어마한 터라 주민들이 먼저 보상받도록 권리를 포기했다. 토탈의 ‘사회적 책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프랑스 정부와 지자체, 환경단체 등이 토탈과 유조선, 선급 회사 등을 상대로 프랑스 파리 법원에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1월16일 법원이 토탈을 유죄로 판단하며 벌금 37만 5000유로(약 5억 8600만원)와 손해배상금 1억 9200만유로(약 3000억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토탈은 형사판결에만 항소했을 뿐 민사판결은 수용해 손해배상금을 모두 지급하기로 했다. 토탈의 행보는 ‘알래스카 오염의 주범’으로 낙인 찍힌 세계 최대 석유회사 엑손모빌과 비교된다.89년 엑손 발데즈호가 알래스카 프린스윌리엄사운드에서 좌초돼 기름 3만 8800t이 유출됐다. 해변 2000㎞가 오염됐고, 새 25만마리와 해달 2800마리, 대머리독수리 250마리, 범고래 22마리, 수십억마리의 연어와 청어알이 죽어갔다. 당시 회장이던 로렌스 렐은 일주일이 지나도 사과 한마디 없었다. 소비자는 분노했고 엑손은 뒤늦게 방제비로 21억달러(당시 2조 1851억원)를 퍼부었지만 비난 여론은 수그러지지 않았다. 법원은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엑손 모빌에 67억 500만달러(당시 7조 2000억원)를 배상하도록 했다. ■ 태안 기름유출 삼성重은 피해지역에 1000억원 특별 기금조성 태안 기름유출 사고의 ‘가해 기업´인 삼성중공업은 지금까지 어떤 조치를 취했는가. 삼성중공업은 1000억원의 발전기금을 출연하고 방제작업과 지역경제를 지원하는 등 사후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적극적인 책임 인정과 수습의 노력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7일 삼성중공업은 태안군 만리포 해상에서 ‘삼성1호’ 부선이 홍콩 유조선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회사 차원의 대책반을 구성했다. 부사장을 단장으로 현장에 대책본부를 만들고 방제작업을 시작했다. 주말 3000명, 평일 1000명의 직원들이 동원됐다. 또 해양경찰청과 태안군청에 기본 방제물품을 지원했다. 방제 작업에 필요한 고압세척기와 양수기, 포클레인 등의 특수장비도 내놓았다. 자원봉사자를 위한 무료 급식제공, 의료봉사활동, 지역 특산물 구매, 태안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지원활동도 이뤄졌다. 이같은 지원현황을 금액으로 추산하면 43억원 상당에 이른다. 하지만 이 같은 지원은 삼성중공업이 본질적인 책임을 회피하며 소극적인 지원에 그친다는 비난을 낳았다. 사고 두달 후 삼성중공업은 지원대책을 발표했다.▲서해연안 생태계 복원활동 지원 ▲피해지역에 발전기금 1000억원 출연 ▲그룹차원의 어촌마을 자매결연과 지역소외계층 후원 등이다. 하지만 이같은 지원대책은 발전기금 출연을 빼면 일반기업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회공헌활동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삼성 쪽이 1000억원을 ‘발전기금’이란 이름으로 내놓은 것은 법적 책임이 없음을 강조하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사고 초기 법률문제를 연구한 법무법인의 한 변호사는 ‘발전기금’에 대해 “책임은 회피하면서 도의적 차원에서 내놓은 선심성 기금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의 대책엔 방제 전문가와 환경전문가를 통한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수습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국내 조선업계 사상 최고가인 9억 4200만달러(약 9525억원)짜리 원유시추 선박을 비롯해 올들어 지금까지 수주액 60억달러(6조6700억원)를 기록했다. 특별취재반 ■ 삼성重 과실비율 새달 말께 결론날 듯 태안 기름유출 사고에서 홍콩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와 삼성중공업의 부선(艀船·바지선) ‘삼성1호’ 가운데 사고원인을 어느 쪽이 제공했는지 이르면 새달 말에 드러난다. 국토해양부 소속 해양안전심판원은 태안 기름유출 사고의 경위와 과실비율을 가리는 심판을 진행하고 있다고 5일 밝혔다. 특히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해 인천·부산·목포 지방해양안전심판원장 3명과 외부 전문가 2명으로 특별심판부를 구성, 지금까지 5차례 심판을 진행했다. 4차까지 인천해양안전심판원에서 사고조사·모두진술 등을 거쳤고, 지난달 16일 5차 심판 때는 예인선 선장 등을 심문하기 위해 홍성교도소 서산지소를 방문했다.6차 심판은 이달 중 열리며 사고 당시 항만관제실 담당 요원을 증인으로 부를 계획이다. 해양안전심판원은 태안 사고처럼 책임 소재를 둘러싸고 충돌이 발생하면 사고원인뿐만 아니라 사고당사자가 과실비율도 공표한다.1995년 씨프린스호 기름유출 사고 때도 해양안전심판원의 결정이 법원의 배상액을 결정하는 중요한 자료로 인용됐다. 따라서 태안 사고에서도 해양심판원이 충돌사고의 과실비율을 내놓으면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은 물론 법원도 보상액 산정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해양안전심판원은 해양사고 원인을 분석하는 준사법기관이라 심리기간이 상당히 필요하지만, 태안 사고의 중요성에 감안 올 상반기에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지방심판원이 1심을, 중앙해양심판원이 2심을 맡는다. 최종심은 대법원이 확정한다. ■ 특별취재반 도쿄·런던·파리·마드리드 정은주·오이석특파원 ejung@seoul.co.kr
  • [사설] 촛불집회를 사법처리한다는 발상

    경찰이 미 쇠고기 광우병 규탄 ‘촛불집회’ 주도자를 사법처리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진희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어제 전제를 달긴 했지만 이같은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촛불 문화제는 용인하되 불법집회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맥락에서 오늘 저녁 열릴 예정인 문화제는 그냥 둔다고 한다. 다만 성격이 변질될 경우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지난 2일과 3일 열린 촛불집회에서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등 정치구호가 불거지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법 집행을 책임진 경찰로서는 어쩔 수 없는 고육책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본질을 보자. 광우병 위험과 쇠고기 수입개방에 분노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였다. 교복 입은 여학생, 가정주부, 지방에서 올라온 회사원 등 면면을 보더라도 그렇다. 특히 여성·청소년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한다.2002년 미선·효순양 추모집회나 2004년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와는 성격이 확연히 다르다. 그땐 정치적 색채가 있었으나 이번에는 ‘안전한 먹거리’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고 할 수 있다. 일부 일탈이 있더라도 진정성 그 자체를 부인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경찰이 촛불집회를 섣불리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에 나서지 않을까 경계한다. 그 대신 집회 참가자의 안전에 신경 쓰기를 기대한다. 경찰이 행여 물리력부터 행사하려 든다면 더 큰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행사 주최측과 대화를 통해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도록 집회 시간과 장소, 내용을 조율하기 바란다.
  • [소설가 박경리 타계] 1999년 문 연 토지문화관은

    원주시 흥업면 매지리 오봉산 기슭에 고즈넉히 엎드린 토지문화관. 1998년 세인의 관심 속에 첫 삽을 뜨고 이듬해 6월 문을 연 이후 그곳은 환경과 생태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터전이 돼왔다. 토지문화관 설립을 앞두고 그 취지를 밝히던 고인의 육성을 지금도 많은 이들은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사고하는 것은 능동성의 근원이며 창조의 원천입니다. 그리고 능동성이야말로 생명의 본질입니다. 하여 능동적인 생명을 생명으로 있게 하기 위하여 작은 불씨, 작은 씨앗 하나가 되고자 하는 것이 토지문화재단 설립의 뜻입니다.(…)우리와 이웃 나라의 석학, 예술인이 모여 환경을 위하여 여러 방면의 현안 문제를 고민하고 토의함으로써 우리들 삶을 추구하고 미래를 모색해 보는 것입니다.” 청계천 복원 계획에 동조하다 이후 사업이 개발 위주로 흐르자 “발등을 찍고 싶을만치 후회와 분노를 느낀다.”고 일갈했던 그는 끊임없이 환경문제를 고민했던 문단의 큰 스승이었다.2003년 문학과 환경문제를 다루는 계간지 ‘숨소리’를 창간했고,2004년에는 1995년부터 신문과 잡지 등에 기고한 글로 엮은 환경 에세이집 ‘생명의 아픔’(이룸)도 출간했다. 호젓한 산기슭으로 글터를 옮겼음에도, 문단이나 독자들이 박경리를 ‘어머니 작가’로 한순간도 잊지 않고 있었던 데는 이유가 있다. 여러개의 집필실을 갖추고 있는 토지문화관은 이 시대를 고민하는 작가들에게 둘도 없이 아늑한 창작공간이었다. 숙식이 공짜로 제공된 창작공간에서 소설가 박완서, 박범신, 은희경, 천명관, 고진하를 비롯해 영화감독 이광모 등이 줄기차게 빛나는 작품들을 길어올렸다. 지난 10여년간 토지문화관은 마르지 않는 창작의 샘터였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사설] 납득 안되는 ‘돈 공천’ 영장 기각

    친박연대 양정례 당선자의 어머니에 대한 구속영장이 최근 기각됐다. 비례대표 공천과 관련해 17억원이 오갔는데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돈이 모두 당 공식계좌로 입금돼 대가성 공천헌금으로 볼 수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이같은 결정을 놓고 법원과 검찰 사이에 감정싸움이 한창이다. 검찰은 “면죄부를 준 결정”이라며 강력히 반발했고, 법원은 “형사소송법이 정한 원칙을 적용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무엇보다 두 기관의 힘겨루기로 ‘돈 공천’ 수사가 흐지부지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우리는 먼저 법원의 판단이 성급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영장전담 재판부는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 등을 감안, 구속 여부에 국한된 판단을 하는 것이 옳다. 그럼에도 본안재판에 가까울 정도로 적극적인 법 해석을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거액의 헌금과 비례대표 공천이라는 인과관계를 무시하고 절차상의 정당성만을 인정한 부분도 아쉬움을 남긴다. 법원 판단대로라면, 공천과 관련해 금품수수 행위를 처벌하도록 개정한 공직선거법이 앞으로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가 증거주의를 배척하는 것은 아니다. 피의자 자백만으로는 용납되지 않기에 엄격한 수사를 요구하는 것이다. 검찰도 이런 맥락에서 수사를 소홀히 하지 않았나 되돌아 봐야 한다. 이번 ‘돈 공천’ 사건의 본질은 자격 없는 인물이 당에 거액을 내고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되었다는 의혹에 있다. 법원·검찰의 갈등이 그 실체를 밝혀내는 데 짐이 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 [68혁명 40돌] (2) 혁명은 살아있다-佛 대표적 68세대 이냐시오 라모네 교수 인터뷰

    [68혁명 40돌] (2) 혁명은 살아있다-佛 대표적 68세대 이냐시오 라모네 교수 인터뷰

    |파리 이종수특파원|“모든 종류의 권위주의와 싸웠던 68혁명의 정신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그런데 현대인들이 30주년이니 40주년 하면서 68혁명을 자꾸 ‘의례화’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프랑스의 대표적 앙가주망(현실 참여) 지식인으로 불리는 이냐시오 라모네(65) 파리7대 교수는 68혁명 40돌을 맞이한 심정이 약간 착잡한 듯했다.2일(현지시간) 파리 13구 ‘비판적 저널리즘의 상징’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건물에서 만난 그는 68혁명의 ‘계승’을 거듭 강조했다. 그래서인지 혁명 주역들의 ‘변신’을 뼈아프게 꼬집었다.“당시 학생운동 리더였던 다니엘 콘-벤디트가 녹색당의 일원으로 유럽의회에 진출한 것은 흥미로웠다. 그러나 정작 그가 한 일은 무엇인가. 현재의 그는 정치적 부르주아에 불과하다.” 68혁명 당시 마오쩌둥(毛澤東)주의자로서 비판의 칼을 빼들었던 철학자 앙들레 글뤽스만에 대한 평가는 더 혹독했다.“그는 아예 신보수주의로 돌아섰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지지하더니 지난해에는 사르코지를 공식 지지했다. 그의 모습에서 타락·부패를 연상했다. 깨끗하지 못한 ‘늙음의 형태’라고나 할까.” 인터뷰 도중 그의 휴대전화가 끊임없이 울렸다.1997년부터 10여년간 맡았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주간직을 지난 3월에 그만뒀지만 여전히 분주했다. 프랑스의 대표적 68세대로서 68혁명의 정신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그에게 68혁명의 본질과 현대적 의미를 물어보았다. 그는 차분한 어조(이제껏 인터뷰 한 인사 가운데 가장 듣기 쉬운 프랑스어였다는 느낌이었다)로 68혁명의 어제와 오늘을 정리해줬다.“68혁명은 20세기에 가장 중요한 사건이었다. 정치적 혁명이라기보다는 ‘삶을 변화시키자.’는 문화 혁명이었다. 칼 마르크스는 ‘세계를 변혁시키자.’고 했지만 68세대는 ‘삶을 바꾸자.’고 거리로 나섰던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현대 서양사가 68혁명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어 68혁명의 현대적 계승에 대해서는 “여전히 할 일이 많다. 특히 세계화라는 거센 물결과의 싸움은 매우 중요하다. 각국의 경제 주권을 훼손시키는 국제 자본의 거대한 야망과 싸우는 것은 68혁명과 맥이 닿는다.” 그는 1990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와 인연을 맺은 뒤 세계화를 비판하는 날카로운 기고문을 남겼다. 또 세계화에 반대하는 시민운동단체 ATTAC(Association for a Taxation of financial Transactions in Assistance to the Citizens)를 세워 세계화와 싸우고 있다.ATTAC는 지난해 5월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위험등급을 결정하는 국제수역사무국(OIE) 총회장 앞에 항의 시위를 하러 왔던 한국 농민단체와 함께 지지 시위를 했다. 이어 68혁명의 현재적 의미와 관련, 최근 벌어지고 있는 고교생들의 시위를 주목했다.“교원 정원 감축에 항의하는 고교생들의 시위는 겉으로 보면 교사들의 권익을 옹호하는 것 같지만 실제는 일방적으로 감원안을 밀어붙이는 정부 입장에 반발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68혁명의 정신을 이어받은 움직임이다.” 당시 상황을 설명해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지방 도시 보르도에서 공부하고 있어서 파리 시위 현장에는 없었다. 그러나 당시 프랑스 전역이 혁명의 열기에 휩싸였다. 보르도에서 열린 시위와 정치 논쟁에 참가했는데 ‘새 사회’의 대안으로 마오쩌둥주의, 체게바라주의자 등 다양한 이념들이 분출됐다. 당시 열기는 혁명적 낭만주의에 비유할 수 있다.” 이어 68년 5월혁명의 정점이었던 5월 ‘바리케이드의 밤’에 참여한 많은 친구들의 경험담을 들려줬다.“경찰과의 대치 속에 팽팽한 긴장이 오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시위 현장에 참여한 남녀노소가 모두 하나가 돼 갔다.”고 들려주었다. 화제는 프랑스의 현안으로 넘어갔다. 기자가 지난해 대통령선거 2차 국면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이 “프랑스가 발전하려면 68혁명의 유산을 청산해야 한다.”고 도발적인 주장을 해 거센 논란이 일었다고 환기시켰다. 그러자 라모네 교수는 즉각 냉소적 표정으로 “사르코지 대통령이 68혁명의 유산을 청산하자고 한 것은 자가당착이다.”라고 맞받았다. 구체적 이유를 묻자 “68혁명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이혼 경력이 있고 이민자 출신의 가정에서 태어난 그가 프랑스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프랑스와 한국 등 최근에 일고 있는 실용주의 ‘열풍’에 대한 우려도 잊지 않았다. 그는 한국을 네차례 방문할 정도로 한국의 시민운동에 관심이 많았다. “한국과 프랑스 대통령이 모두 ‘실용주의’를 주창하고 나섰는데 실용주의가 무엇인가. 돈이 되면 다 한다는 것 아닌가. 연대와 공동체 정신이 훼손될 가능성이 많아 걱정스럽다. 또 한 국가의 경제가 쉽게 개선될 수 있는가. 한 국가의 경제는 국제 경제와 맞물려 있다.” 그 연장선에서 자신이 비판해온 세계화가 첫 위기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파동에서 시작한 세계 금융 위기는 결국 세계화의 위기를 의미한다. 또 석유·곡물 가격의 폭등과 환경 파괴 등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맞물려 있어 국제 경제의 사이클이 달라지는 시기에 직면했다. 이와 관련 미국 대통령 선거가 주목된다.” vielee@seoul.co.kr ●이냐시오 라모네는? 프랑스에서 68혁명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대표적 지식인.1943년 스페인 레돈델라에서 출생. 기호학자 롤라 바르트의 제자로 파리 고등사회과학연구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파리7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로 임용됐다.1997년부터 지난 3월까지 국제문제 전문 월간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편집주간으로 활동. 이 신문에 실은 세계화에 대한 날카로운 기고문으로 유명하다. 피델 카스트로 쿠바 전 국가평의회장과 단독 인터뷰를 할 정도로 친분이 두텁다. 한국에도 번역 출간된 ‘커뮤니케이션의 횡포’를 비롯 ‘상업의 제물, 커뮤니케이션’‘세계의 새로운 권력과 지배자’‘조용한 프로파간다-대중, 텔레비전, 영화’‘마르코스, 반역의 존엄성’ 등 다수의 책을 펴냈다.
  • [열린세상] 정략은 접고 민생을 보라/윤성이 경희대 한국정치 교수

    [열린세상] 정략은 접고 민생을 보라/윤성이 경희대 한국정치 교수

    미국산 쇠고기 수입 허용을 둘러싼 네티즌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인터넷 사이트에 개설된 ‘이명박 대통령 탄핵 청원’에는 며칠 만에 30만여 명이 서명을 했다. 이명박 대통령 미니홈피는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을 비난하는 네티즌들이 단시간에 10만 명 이상 접속하면서 사실상 폐쇄되었다. 국회는 이 문제의 논의를 위해 7일부터 청문회를 열기로 합의하였다. 문제의 본질에 대한 합의는 아니라 하더라도, 얼마 만에 보는 여야 간의 합의 모습인지 모르겠다. 청문회를 갖는 것까지는 합의했지만 과연 그 청문회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는 사실 의문이다. 쇠고기 논쟁이 격해지면 친미, 반미 공방으로 변질될 것이고, 이는 다시 이념논쟁으로 확전되어 결국 ‘빨갱이’와 ‘수구꼴통’ 간의 진흙탕 싸움이 될 우려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정권 하에서 많은 쟁점들이 이런 식으로 변질, 확전되었다. 국가보안법은 말할 필요도 없고, 정치이념과는 별 상관도 없는 스크린 쿼터제나 천성산 터널공사까지도 빨갱이와 수구꼴통 대결로 귀결되었다. 이러다 보니 사회적 합의는 애당초 기대할 수도 없었다. 이같이 왜곡된 갈등구도에 대한 근본적 책임은 패거리 정치에 길들여진 정치권에 있다. 주요 쟁점 사안마다 소위 당론이라는 것을 정하여 의원들을 옭아매니 자연히 여야 갈등은 세 싸움으로 갈 수밖에 없다. 청와대와 여당이 한 편이고 야당이 맞상대가 되어 으르렁거리고 있으면, 이번에는 언론과 시민단체들이 이들 편싸움에 가세하고, 결국 온 나라가 양단이 나는 형국이 반복되었다. 사안을 세밀히 살피고 조목조목 따져 가며 해결점을 찾아 보려는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다만 정파 간의 죽고살기식 싸움이 있을 뿐이다. 어차피 당론이 정해지고 거기에 맞서기란 불가항력이니 의원들도 쟁점을 들여다 보며 합의점을 찾기보다는 상대를 누를 수 있는 정략 짜기에 골몰하게 된다. 이 와중에 민생은 사라지고 정파싸움과 세 대결만 남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이 지긋지긋한 편싸움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 우선 매사 청와대와 여당이 한 목소리를 내어 야당에 맞서는 세 싸움의 틀을 깨야 한다. 대통령제 하에서 국회가 해야 할 본연의 기능은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여당은 청와대의 지휘감독에서 벗어나 어엿한 국회의 일원이 되어야 한다. 야당의 허물과 빈틈 찾기에만 고심할 것이 아니라 행정부에 대한 감시와 비판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그러자면 여당 의원들이 소신을 갖고 자기 판단에 따라 의정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때로는 당론과 달리 야당 의원들과 한 목소리로 청와대를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합의했더라도, 그리고 당 지도부가 이에 동조하더라도, 본인의 소신에 따라 반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우리 정당의 권력구조 하에서 그런 의원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자신들의 공천 여부가 당 지도부의 손아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누가 자칫 다음 선거의 공천을 받지 못할 수도 있는데 지도부 뜻에 반해 ‘아니오!’라고 외칠 수 있을까? 의원들의 자율성이 지켜지고 국민의 대표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민주적인 공천제도가 반드시 확립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무한대결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지금의 정쟁구도를 깰 수 있다. 부질없는 이념대결로 점철된 17대 국회였지만, 쇠고기 협상 청문회에서만큼은 다른 모습을 보여 주길 기대한다. 어차피 절반 이상의 의원들은 다음 국회로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이다. 당론에 얽매이지 말고, 당 지도부 눈치도 보지 말고, 오직 무엇이 국민을 위한 일인지만을 생각하면서 소신껏 판단하고 행동하길 바란다. 그것이 상생의 정치를 위한 첫 걸음이다. 윤성이 경희대 한국정치 교수
  • 휴대전화에 대한 경고음

    휴대전화에 대한 경고음

    탄생 20년도 채 되지 않아 지구촌 60억 인구 가운데 20억명을 꼼짝없이 포섭해 버린 휴대전화. 새삼 궁금해진다. 현대사회를 ‘접수’한 휴대전화의 막강파워는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고려대 언어학과 김성도 교수가 쓴 ‘호모 모빌리쿠스’(삼성경제연구소 펴냄)는 휴대전화의 힘을 인간학적 차원에서 짚고 동시에 그것이 현대사회에 끼친 문화생태학적 변화를 고찰한, 일종의 문명비평서이다. 휴대전화 저력의 근거를 저자는 “인류가 오랫동안 꿈꾸어온 편재성의 욕망 즉, 이곳과 동시에 저곳에 존재하는 꿈을 실현시켜 주었기 때문”이라고 우선 단언한다. ●휴대전화가 현대인에 미치는 변화 고찰 맨먼저 주목한 것은 모바일 미디어(이 책에서는 ‘휴대전화’를 지칭)에서 비롯된 사회·문화적 변동이다.21세기로 진입하면서 인간의 노동, 놀이,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급변하게 만든 디지털 혁명의 중핵은 다름아닌 휴대전화. 모바일 미디어는 과거엔 상상하지도 못했을 심층적이고도 포괄적인 문화 파급력을 발휘했다.‘나는 비록 혼자 있지만,(휴대전화로 누구와도 함께 할 수 있기에)혼자가 아니다.’라는 식의 사고변화는 결국 커뮤니케이션의 본질까지 뒤흔들어 놓았다. 모바일 미디어의 위력과 배경을 고찰한 읽을거리는 그동안 심심찮게 소개돼 왔다. 그러나 인문학적 시각으로 집요하게 그 문제를 따져 묻는다는 대목에 책의 특장이 놓였다. 적정 비용의 기술, 편재성의 욕망을 더욱 강력하게 부추기는 자본주의 사회의 진화 등이 휴대전화의 성공요인으로 꼽힐 만하다. 하지만 저자는 태곳적부터 있어온 인류 본연의 편재성 욕망, 그 자체에 특별히 주목했다. 고대 신화에서 현대 SF 장르문화에 이르기까지 인간 상상계에 자양분을 공급해온 주역이 어디에나 존재하고 싶은 편재성에 대한 갈망이었다는 것. 휴대전화의 출현으로 청각과 목소리의 범위확장이 가능했고, 그로 인해 ‘언어’의 편재성 욕구는 간단히 해소될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휴대전화가 일으킨 문화생태학적 변화를 돌아 보자면 가슴 한쪽이 서늘해진다. 외부를 향한 커뮤니케이션에 매몰된 나머지 대면 관계로 형성되는 정담(情談)의 감정은 원천봉쇄된다. 공공장소에서 타인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자기노출 행위, 시시콜콜한 사생활을 누설하지 못해 안달하는 ‘다변증(多辯症)’의 병리현상까지 야기시킨다는 지적은 문득 따가운 경고음으로 들린다. 휴대전화 접속자의 정신계를 들여다 보며 주제의식을 확장하기도 한다. 고독과 피상적 대인관계를 극복하려는 현대인의 갈망을 표출하는 도구 역시 휴대전화라는 단정이 그렇다. 일부 사회학자들이 휴대전화 통화를 ‘누에고치 짓기’(cocooning)라 명명한 것은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들에게서 끊임없이 위안받으려는 현대인의 심리상태를 압축한 결과이다. ●“사회적 야만인 양산” 신랄한 비판 지은이는 휴대전화가 사회적 야만인을 양산한다는 점을 신랄히 꼬집는다. 공공장소를 더럽히거나 알몸으로 나다니는 반사회적 행동만 야만적인 게 아니다. 지칠 줄 모르고 수다를 떨어대는 병적 다변증도 신(新)야만인군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통렬한 비판이다. 책의 의미는 먼 데 놓여 있지 않다. 현대인들이 손 안의 신무기처럼 인식하는 휴대전화의 진면목을 한번쯤 거리를 두고 객관시할 필요가 있다. 시간을 절약해 더 많은 기회를 잡고, 더 많은 권력을 가지려는 욕망의 전위대로 휴대전화는 지금도 우리 모두의 손에 들려 있을 것이다. 휴대전화의 사회학적 의미를 따져 보는 작업은 그러니까 결국 ‘지금, 우리들’을 냉철히 성찰해 보는 작업 그 자체이다.1만 8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내 책을 말한다] 공학과 경영학의 만남을 위하여

    [내 책을 말한다] 공학과 경영학의 만남을 위하여

    학문세계에서는 무엇보다 공학과 경영학 사이의 거리가 멀고 벽이 높다. 데카르트적 이원주의는 세상을 ‘자연계’와 ‘사회계’로 양분했다. 그로 인해 공학과 경영학은 오랫동안 서로 다른 기준으로 생각했고, 서로 다른 언어로 말해왔다. 차이의 폭이 커지면서 단절의 골은 더 깊어졌다. 지난 세월, 나는 교육과 실무의 현장에서 두 세계의 사고체계와 표현방식이 얼마나 다른가를 실감하면서 공통의 주제를 찾고 양쪽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공용어를 만드는 작업을-흔히 테크노경영이라고 부르는-계속해 왔다. 그러나 기술의 본질을 바라보는 공학자의 시각과 경영학자의 시각이 같아지기는, 아니 적어도 비슷해지기에는 아직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공학자에게 기술은 비타민 같은 것이다.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고 여기저기 쓸모가 많은 기술일수록 더 가치 있는 기술이라고 믿는다. 눈앞의 문제를 치료하기보다는 미래의 문제를 예방하는 게 기술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경영학자에게 기술은 진통제 같은 것이다.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 있고 한 가지라도 분명한 쓸모가 있어야 가치 있는 기술이라고 믿는다. 기술의 역할은 문제의 진단에 있지 않고 처방에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대상을 놓고 서로 다른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나는 지금까지 중간자의 위치에 서서, 공학자의 생각을 경영학자에게 설명해주고 경영학자의 얘기를 공학자에게 전달하는 심부름을 해 왔다. 이 책은 그 심부름의 기록이다. 먼저 기술의 속성에서는 기술의 본질적 성격이 무엇인가를 얘기하고 있고, 이어서 기술과 경제에서는 기술혁신이 거시적으로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오는지를 말하고 있고, 그 다음 기술의 탄생에서는 무슨 기술을 어떻게 만들어낼지를 논의하고 있다. 이어지는 기술과 사업에서는 만든 기술을 어떻게 돈벌이로 연결할지를 고민하고, 기술과 지식에서는 필요한 기술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와 가지고 있는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다루고 있고, 마지막으로 기술의 전환에서는 기술변화의 큰 흐름을 정리하고 있다. 공학자가 이 기록을 읽는다면 더 넓은 외부를 조망할 수 있는 큰 눈을 가지게 되고, 경영학자가 읽는다면 더 깊은 내부를 탐색할 수 있는 날카로운 눈을 가지게 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박용태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 정세균 ‘세 규합’… 秋·千·文은 ‘장고’

    정세균 ‘세 규합’… 秋·千·文은 ‘장고’

    오는 7월 통합민주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출마가 거론되고 있는 유력 후보들이 색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단 정세균 의원의 움직임이 가장 활발하다. 추미애 당선자와 천정배·문희상 의원 등이 아직 출마를 공식화하지 않고 장고(長考)를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외연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손학규 대표 체제 이후 당의 ‘구심점’이 된 386의원들을 비롯해 전북을 중심으로 한 호남권 의원들, 친노(親盧)계, 대표 경선 불출마를 선언한 손 대표측의 측면 지지까지 받고 있는 상태다. 정 의원측은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거의 매일 오영식·윤호중·한광원 의원 등이 중심이 된 핵심 참모회의를 갖고 있다. 당 대변인으로 활동했던 우상호 의원도 최근 정 의원의 지지를 선언한 뒤 “386들은 제각기가 아니라 함께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말해 386의원들의 정 의원 지지가 구체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까지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정 의원은 최근 18대 총선 당선자와 낙선자들을 잇따라 만나는 등 지지 세력 결집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영식 의원은 “오는 7월 전당대회는 민주당이 수권정당으로 발돋움하느냐의 여부가 가려지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민주당과의 통합 이후 치러지는 전대가 사실상 창당대회 성격을 띠고 있는 만큼 검증된 지도력을 갖춘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미애 당선자는 정 의원과 달리 대면 접촉과 세력 확대보다는 당 대표 경선에 임하는 모토 수립 등 본질적인 전략에 대해 고민 중이다. 지난 26일과 27일 핵심 참모 10여명과 함께 경기도 콘도에서 워크숍을 가지며 ‘강력한 야당’을 수립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추 의원의 한 측근은 “추 당선자가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좌표를 확실하게 정립한 이후에야 대표 경선 의사를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천정배 의원도 당의 정체성과 노선, 구체적인 정책 비전이 정립돼야 출마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7월에 열리는 전당대회가 당권 싸움보다는 정체성 논쟁의 장이 돼야 한다.”며 당원과 국민을 대상으로 전국 순회 토론회를 제안했다. 4선에 성공한 문희상 의원도 수도권과 중진 의원들로부터 출마를 권유받고 있어 그의 선택이 주목된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신세대들의 엇갈린 평가

    |파리 이종수특파원|‘열정과 냉정 사이….’ 68혁명 40돌을 맞는 프랑스 대학생들의 표정이다. 혁명 주축이었던 대학생들의 2세들은 자신이 처한 조건 등에 따라 평가나 전망도 나뉘었다. 지난달 28일 68혁명의 상징인 파리 소르본 대학 앞 광장.‘그날의 함성’을 증언하는 즐비한 사진 앞에서 어떤 모녀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도미니크 뒤부아(60)는 소르본대 역사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딸 에바(20)에게 “엄마가 이곳 시위에 참가했는데 처음엔 너무 무서웠어.”라고 당시 경험을 들려준다. 딸이 “구체적으로 어땠어요?”라고 묻자, 어머니는 “모든 세대들이 터놓고 이야기하는 일종의 코뮌(공동체) 분위기였단다.”라고 답한다. 이들에게 68혁명은 소중히 간직해야 할 역사적 경험이다. 도미니크는 “젊은 세대와 여성들의 자유·권리를 크게 늘린 대사건으로, 본질적 정신은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부모들의 증언에 무관심한 대학생도 있다.22일 파리5대 앞에서 만난 샤를-앙리 브누아(22·수학과)는 “올해가 40주년인가?”라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는 “딱히 떠오르는 생각이 없다.”며 “부모님 세대의 큰 사건 정도로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파레스 압델리(23·의대)도 “특별히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이에 견줘 현재적 의미를 강조하는 이도 있다. 파리1대 영화학과 석사2과정의 로낭 고비스(25)는 “68혁명은 ‘좌절된 꿈’이 아니라 강력한 신화로 남아 있다.”며 “혁명에 대한 기억이 생생해야 사르코지 대통령으로 대변되는, 우리의 삶을 옥죄려는 세력에 맞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더 급진적인 시각도 있다. 파리8대에서 비교문학 박사학위를 마친 로르 코레(30)는 “68혁명은 기성세대의 도덕적 규범과 가치관이 주는 중압감을 견딜 수 없었던 당시 대부분 젊은이들을 각성시킨 ‘비등의 순간’이었다.”며 “대학생과 노동자가 처음으로 어깨를 맞대고 처음으로 여성투쟁이 가능했던 문화적 열광, 혁명·유토피아의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프랑스 대학생들의 이런 생각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할까. 파리7대에서 언어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글로리아 셰레(25)의 말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그녀는 “나는 68혁명을 불합리한 전통에서의 해방운동으로 생각하는데 남편은 일종의 폭동으로 바라본다.”며 “우리 부부의 이런 극단적 차이는 부모님의 시각과 계층에서 비롯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골에 살던 그녀의 어머니에게 68혁명은 여학생에게 바지도 못 입게 하는 권위주의적 전통을 바꾸려 한 운동이었고, 파리의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시부모들은 보수적 시각으로 바라봤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vielee@seoul.co.kr
  • 중년부부 위기로 본 ‘인생의 본질’

    중년부부 위기로 본 ‘인생의 본질’

    이번에는 정통 미스터리 멜로다. 뒤늦게 찾아온 사랑의 열병으로 30,40대 주부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내생애 마지막 스캔들’의 뒤를 이어 MBC가 새롭게 마련한 것은 ‘달콤한 인생’(정하연 극본·김진민 연출). 중년 부부의 위기와 청춘의 잔혹한 방황을 그릴 예정이다. 지난 29일 오후 경기도 일산 MBC 드림센터에서 진행된 MBC 새 주말드라마 ‘달콤한 인생’ 제작발표회에는 연출을 맡은 김진민 프로듀서와 주연배우 오연수, 정보석, 이동욱, 박시연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개와 늑대의 시간’ 이후 8개월 만에 돌아온 김진민 PD는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중년 혹은 청춘의 현실과 욕망을 적나라하게 펼쳐보여 다소 파격적으로 느낄 수도 있겠지만, 단순히 야한 드라마, 불륜 드라마는 아니다.”면서 “현실의 모순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우리네 자화상을 때론 가볍게 때론 무겁게 담았다.”고 말했다. 오연수(37)는 동시통역사의 꿈을 접고 결혼을 택하지만, 우연히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후 인생에 대해 회의하게 되는 여주인공 혜진 역을 맡았다. 오연수는 “‘주몽’ 이후 처음 출연하는 작품이라 이미지 변신을 위해 머리도 짧게 잘랐다.”며 “주부들을 대변할 수 있는 역할로 대리만족을 안겨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보석(46)도 “결혼도 유효기간을 두고 10년마다 갱신할 수 있으면 어떨까 하는 얘기를 주위 사람들과 나눠본 적이 있다.”며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 품어보지만 제도상 실현하기 어려운 욕망들을 표현하고 있어 공감하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정보석은 예쁜 아내와 두 아이를 두었지만 젊은 여자와 불륜관계에 빠지는 펀드매니저 하동원 역을 연기한다. 삶의 중심축을 잃고 무모한 열정에 몸을 내맡기는 홍다애와 이준수는 박시연(29)과 이동욱(27)이 각각 맡았다. 다애는 물질적 욕망을 채우기 위해 동원과의 관계를 시작한 주얼리 디자이너. 박시연은 “처음에는 다애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이제 ‘그럴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실종된 친구의 흔적을 찾아나선 길에 혜진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준수 역의 이동욱도 “준수는 미스터리의 키를 쥔 매력적인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첫방송은 3일 오후 9시 40분.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편협한 中華’에 편협한 대응

    ‘편협한 中華’에 편협한 대응

    중국 유학생들이 지난 27일 베이징올림픽 성화 서울봉송 행사에서 보여준 폭력 시위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비난하는 한국인들의 대응도 도를 넘어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학생들의 무분별한 폭력 행위를 국내법에 따라 엄벌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왜곡된 ‘중화 민족주의’를 편협한 민족주의로 맞대응하는 것도 성숙한 자세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중국인 유학생 살생부 떠돌아 폭력 시위 이후 인터넷에서는 ‘중국인 유학생 살생부 명단’까지 떠돌고 있다. 살생부에는 봉송행사에 참여한 중국 유학생들의 이름과 학교, 이메일, 심지어 휴대전화 번호까지 적혀 있다. 이들은 대부분 폭력 시위를 주도한 당사자들이 아니라 행사장에서 언론 인터뷰에 응해 기사에 이름이 실린 유학생들이다. 중국인 유학생 A씨는 “개인정보가 공개되면서 수십통의 협박전화와 이메일이 오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살생부에는 국내 10여개 대학에 재학 중인 중국유학생 20여명의 이름이 올라 있다. 네티즌들은 ‘이들과 수업을 같이 듣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이들을 모두 추방하자.’는 등의 댓글을 달고 있다. 자성의 목소리를 낸 중국 유학생도 ‘사이버 테러’의 표적이 되고 있다. 서울 K대에 재학 중인 한 중국인 유학생은 학내 게시판에 “한국인들의 도움을 받고 있는 중국 유학생들이 친구의 은혜에 보답하기는커녕 만행을 저질러 어이가 없다. 중국인들이 반대 의견을 포용하는 도량이 부족한 것 같아 아쉽다.”며 ‘사죄 글’을 올렸다. 그러나 한국 학생들은 “가해자가 평화를 운운하는 모습이 가소롭다.”며 수십개의 악플(악성 댓글)을 달았다. 중국 출신 이주노동자들에게도 불똥이 튀고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는 “이 기회에 중국인 노동자를 모조리 몰아내자.”는 주장이 퍼지고 있다. 중국인 노동자의 집 조호진 소장은 “차별로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이 더 큰 상처를 받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감정적 대응땐 우리도 공범” 임지현 한양대 사학과 교수는 “중국의 민족주의가 한국사회에서 폭력적으로 표출된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라면서 “그러나 한국 국민이 ‘폐쇄적 민족주의’로 대응한다면 중국 유학생들과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한국도 중국과 같은 ‘공범’이 된다.”면서 “만일 중국 유학생들이 실제 폭행이라도 당한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더욱이 사태의 본질인 ‘티베트 인권’ 문제는 쑥 들어가 버렸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중국의 티베트 인권 탄압 문제를 잊고 유학생들의 과잉 행동만 비난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면서 “이런 자세는 보편적 인권 문제에 대한 중국 당국과 우리 사회의 성찰을 가로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김정은기자 leekw@seoul.co.kr
  • [시론] ‘학교자율화’ 공교육 강화 계기로/이창환 한국교총 부회장 대구 불로중 교장

    [시론] ‘학교자율화’ 공교육 강화 계기로/이창환 한국교총 부회장 대구 불로중 교장

    60년간 계속돼온 정부 시책 중심의 교육을 지역·학교 중심으로 바꾸는, 이른바 ‘4·15 학교자율화 조치’에 대해 찬반 논쟁이 뜨겁다. 국가가 1만여개가 넘는 학교교육을 규제하고 간섭하던 교육패러다임을 학생, 학부모, 교사가 스스로 책임지는 형태로 변환시키는 과정이다. 그런데 논쟁의 초점이 이른바 0교시 수업, 우열반 편성 등 자율화로 나타날 수 있는 역기능과 부작용에 맞춰져 있는 점은 문제다. 자율화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에 따른 순기능과 우리 교육이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묻혀지고 있다. 과거처럼 국가가 일일이 간섭하고 통제하던 형태가 앞으로도 국민의 학교교육 요구를 충족할 수 있을까. 연간 20조원이 넘는 사교육비와 OECD국가 중 최고의 공교육비를 부담하는 학부모의 고통이 지금의 교육으로 해소될 수 있는가. 학교는 정부와 교육청의 일방적인 지침과 규제 속에 정해진 교육을 학생에게 교육하고, 학생·학부모는 학교에서 충족하지 못한 학습을 사교육에 의존하는 형태의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데 이의를 달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도시와 농·산·어촌 지역 실정이 다르고, 시·도간 재정자립도가 차이나고, 유·초·중등 교육이 지향하는 교육목적이 상이하다. 일부에서는 자율화 이후 학교간의 성적 경쟁으로, 또 0교시 수업으로 학생의 건강권과 안전권을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자녀의 수면부족과 건강마저 해치면서 새벽부터 학교수업을 해달라고 할 학부모는 없을 것이다. 학업 충실과 학생 건강을 함께 도모하는 적정선을 학교와 학부모, 학생이 스스로 정하고, 시·도 교육청도 국민의 우려를 감안하여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된다.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수준별 이동수업을 좀더 활성화하겠다는 것을 1970년대의 우열반 부활로 과장해서도 안 된다. 현재 중·고등학교 66.3%가 영·수 과목에서 수준별 이동수업을 하고 있다. 총점에 의해 우열반을 나누는 교육은 해서도 안 되고, 그러한 형태의 교육이 국민정서상 수용될 리 없다. 그간 학교는 학생 개인의 능력과 수준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중간 수준의 획일적인 수업으로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과 학습 의욕 그리고 흥미를 떨어뜨림은 물론 하위 수준 학생들의 학습 결손을 누적시켜 왔다. 따라서 학생들의 과목별 적성, 수준, 희망 등을 통해 이동수업을 진행하되, 우열반 편성 등 파행운영은 교육청의 장학지도와 학교평가 강화를 통해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학교 교육을 활성화하고 경쟁력도 확보해서 사교육비를 줄여달라는 국민의 바람을 교육계가 외면해서는 안 된다. 공교육 활성화라는 목표를 위해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만 쳐다보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궁극적으로 학교에서 창의적이고 인성교육이 이뤄지는 것이 교육의 본질상 타당하다. 거기에 더해 학교가 교육을 책임져 학생들의 학습력 강화를 추구해야 한다. 국가는 교육청이나 학교에 권한을 다 줬으니 책임이 없다는 식이 아닌, 교육재정 확충 등 행·재정적 지원 강화를 통해 유·초·중등 교육의 책무를 더 강화해야 한다. 시·도 교육청은 학교교육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학교교육지원센터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학교장은 권한과 책임을 가지되 학생·학부모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학교실정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해나갈 때 학교자율화의 궁극적 목표인 공교육 강화가 이뤄지리라 믿는다. 이창환 한국교총 부회장 대구 불로중 교장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