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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활속에서 배우는 수학

    요즘은 초등학생 아이들 수학문제도 만만치 않다. 주부 이모(서울 둔촌동)씨는 며칠 전 일을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4학년 아들이 풀어 달라고 가지고 온 수학문제를 30분 동안 끙끙대다 손을 들었다. 기껏 사칙연산 문제일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긴 문장으로 만들어진 날짜계산 문제였다. 달력과 날짜의 규칙, 월별 날짜 수 등 한 문제를 풀기 위해 생각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수학이 변하고 있다. 공식을 암기하고 반복해서 계산하는 계산력이 수학 실력이던 시대는 갔다. 이제 생활 속에 숨어 있는 수학의 본질을 생각하게 하는 공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사고력을 기르기 위한 수학공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정에서 쉽게 사고력을 기를 수 있는 수학 공부 방법을 알아 본다. ●주변에서 수학적 흥미 끌어 낼 것 엄마와 아이의 일상생활 대부분에 수학활동이 녹아 있다. 장보기, 하루 시간표 짜기, 은행 업무, 요리하기, 청소하기 등 실제 사물이나 생활 곳곳에서 수학개념을 도입하는 것이 좋다. 가령, 지하철 안에서 노선도를 보며 가야 할 역까지 가는 방법을 찾아 보고 최단거리를 구해 본다든지, 음식점에 놓여 있는 수저통에 꼽힌 젓가락 수를 어림잡아 본다든가 음식 값을 계산하는 등 주변에 있는 실제 사물이나 생활에서 수학감각을 익히도록 한다. 또 공깃돌, 바둑알, 주사위, 여러 가지 그릇 등 아이들 주변의 다양한 숫자들이 무엇을 말하는지, 숫자는 왜 생기게 되었는지 다양한 호기심을 주어 흥미를 느끼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학습태도는 아이들이 스스로 질문하고 따져 보는 사고력 확장 태도로 형성될 수 있다. 초등 저학년의 경우 지능형 퍼즐이나 블록 도미노 같은 교구를 이용하면 좋다. 초등 고학년은 아이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영화나 게임의 한 장면에서 모티브를 얻어 수학토론을 벌일 수 있다. ●인내심을 갖는 엄마가 훌륭한 수학선생님 아이가 중심이 되어 생각을 끌어 내는 활동을 하지 않는다면 역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 조급한 마음에 엄마가 미리 답을 가르쳐 주거나 아이가 스스로 이해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가르쳐 주려고 하면 안 된다. 아이들은 수학 활동 후 자신이 깨우친 것을 연필로 풀어 확인할 때 더 기뻐하고 만족을 느낀다. 교구를 가지고 재미있게 노는 것으로 그치는 것 또한 좋은 효과를 낼 수 없다. 교구를 통해 수학적 개념과 원리를 알았다면 교구 없이도 사고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교구에만 빠져 반복적 학습도구로만 사용하거나 교구를 잘못 사용한다면 오히려 수학공부에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 반드시 활동으로 깨우친 것을 말과 수식으로 표현하게 하고 문제로 풀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도움말 시매쓰 수학연구소
  • [열린세상] 국가조직과 인력 충원의 문민화/성낙인 서울대 법학교수·한국법학교수회장

    [열린세상] 국가조직과 인력 충원의 문민화/성낙인 서울대 법학교수·한국법학교수회장

    1987년 헌법체제 아래서 다섯 명의 직선 대통령이 배출되면서 국가와 사회의 문민화가 진척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국가조직 곳곳에서 기득권에 안주하는 특정 전문가집단의 독식현상은 여전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취임 즉시 전광석화와 같이 군 내부의 최대 사조직인 하나회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을 단행했다. 군사정부의 잔재를 청산하겠다는 최고 권력자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장관을 비롯한 핵심 요직은 전현직 장군들의 독무대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 시절에 6년간 재임한 도널드 럼즈펠드와 그 후임인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모두 문민 출신이다. 게이츠는 정권교체 이후에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정부에서 국방장관으로 계속 재임한다. 외교부도 장관을 비롯한 대부분의 관료가 직업외교관 일색이다. 선진국에서는 직업외교관 출신이 아니라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가장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인물로 충원한다.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비롯해 주요국 대사는 오히려 비외교관 출신으로 충원된다. 동종번식이 계속되는 한 핑퐁 외교를 통하여 중국을 개방시킨 닉슨 대통령 시절의 헨리 키신저 같은 훌륭한 외교관이 배출되기 어렵다. 법조계의 배타적 독식현상은 더욱 심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판사출신의 젊은 강금실 변호사를 법무장관으로 전격 발탁했다. 검사들의 저항에 부딪치자 전무후무한 ‘대통령과 평검사의 대화’가 TV를 통해서 생중계됐다. 그 이후의 ‘검사스럽다’는 유행어에서 드러나듯이 노회한 변호사 출신의 대통령에게 열정만 앞선 젊은 검사들이 참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의 실험은 단명으로 끝났다. 법무부의 상층조직은 현직 검사의 독점 공간이다. 그 인적 구성에 관한 한 대검찰청과 차이가 없다. 오히려 검찰의 전위조직이나 마찬가지다. 검사는 현장에서 수사를 지휘해야 한다. 대신 법무부는 인권, 범죄예방, 교정, 법교육 같은 고유한 법무행정을 담당해야 한다. 1년이 멀다 하고 단행되는 검찰의 인사이동에 휘둘려 법무행정의 안정적 수행은 불가능하다. 대법원도 마찬가지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취임한 이후 법원행정처장을 법원장 출신이긴 하지만 비법관으로 임명한 바 있다. 하지만 후임은 종전대로 현직 대법관이 겸임한다. 법원행정처의 핵심 요직도 온통 법관으로 보임되어 있다.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법원행정처는 법원행정 전문가로 충원돼야 한다. 법관은 재판이 그의 소명이다. 그런데 심지어 법관이 해외주재 대사관 소속 또는 국회사무처 소속으로 파견 근무도 한다. 이는 법관이라는 특수한 신분에 본질적으로 어울리지 않을 뿐 아니라 헌법적 가치인 사법부의 독립 중에서도 핵심적 요구사항인 법관의 인적 독립에도 어긋난다. 국방부는 장군, 외교부는 외교관, 법무부는 검사, 대법원은 판사 출신이 행정의 수장으로 있으면 우선은 현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편할지 모른다. 하지만 국가행정은 기관이기주의에 매몰될 것이다. 물론 외부인사가 관료조직에 휘둘려 업무파악도 제대로 못한 상황에서 물러나고 마는 문제도 있다. 하지만 1년이 멀다하고 갈아치우는 장관직의 소모품화를 청산하고 장관이 실질적으로 업무를 파악하고 기관을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장관직의 안정을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 국가의 존립이유와 직결되는 국민의 신체와 재산을 보전하고 국가안보를 책임지며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하는 핵심적인 국가기관은 이제 문민화돼야 한다. 정부의 다른 부처에는 각종 직역의 다양한 인재들이 수장에 취임하고 핵심보직도 차지하지만 유독 이들 부처만은 여전히 장군, 외교관, 검사, 판사의 철옹성이다. 민주화 이후에 정권교체와 정부교체가 일상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지도자의 정치철학을 제대로 담보할 수 있는 인사들이 책임 있는 지위에서 국정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 성낙인 서울대 법학교수·한국법학교수회장
  • ‘피해 변제’ 등 선처 단골메뉴 인용

    14일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와 양도소득세 포탈 혐의 일부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원을 선고했다. 그런데 이 선고형량은 양도소득세 포탈 혐의 일부만 유죄로 인정한 1·2심과 똑같아 결과적으로 이 전 회장으로서는 이날 유죄 판결로 형량이 늘어나지 않았다. 재벌 총수에게는 항상 ‘징역 3년+집행유예 5년’ 공식이 적용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이 삼성SDS 쪽에 배임액인 227억원 이상을 납부해 피해를 회복했다는 점을 긍정적 양형사유로 밝혔다. 하지만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삼성이 지난해 1심부터 주장하던 1539억여원 납부 사실이 2008년 말 기준 감사보고서에서 누락되어 있다. 자료로 확인되지 않는 부분을 양형 사유로 참작한 셈이다. 재판부는 또 이 전 회장이 삼성SDS의 매출 증대 등에 기여한 점도 인정했다. 하지만 이 사건의 본질 자체가 이재용 전 삼성전자 전무에게 경영지배권을 넘겨주기 위한 것이라는 점은 판시도 하지 않았다. 유죄 인정 근거로 이 전 회장에게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 발행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는 점을 들었으면서 동시에 “당시 비상장사의 주식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은 다양했던 만큼 피고인이 자신이 선택한 방법이 위법임을 인식하지 못했을 여지도 있어 보인다.”고 양형 사유를 밝힌 것 역시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개혁연대는 판결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 변제’, ‘기업 발전에 기여’ 등은 재벌 총수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할 때 단골메뉴처럼 등장하는 양형 사유인데 이번 판결에도 이런 전형적 사유들이 모두 들어가 있다.”고 비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클래식과 권력, 오랜 애증 엿보기

    클래식과 권력, 오랜 애증 엿보기

    대부분 태교음악은 클래식이다. 아름다운 선율은 순수하기 그지없고, 마음을 안정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클래식의 역사는 마냥 우아하거나 순결하지 않았다. 클래식은 어떻게 정치와 권력으로부터 자유와 고고함을 지켜냈을까. ●권력자에게 매력적이던 음악 위대한 작곡가 베토벤의 교향곡 3번은 많이 알려져 있듯 나폴레옹을 위한 것이었다. 민중의 권리와 자유 정신을 옹호하며 프랑스 혁명에 관심을 가진 베토벤은 이 작품에 ‘보나파르트’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그러나 그가 황제가 됐다는 소식에 “그도 속된 사람이었어. 그 역시 자기의 야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민중을 짓밟고 누구보다도 심한 폭군이 될 거야.”라고 한탄하며 이름을 지워버렸다. 교향곡 3번에 ‘영웅’이라는 제목이 붙은 배경이다. 아돌프 히틀러는 “음악은 본질적으로 대중적 효과가 있으며…사람들을 고무시키고 격앙시키며 최면을 걸 수 있다.”는 사상을 펼쳤다. 괴벨스와 함께 음악을 선전술로 철저히 이용하고, 순수 아리아인들로 제국음악회의소를 세워 국민을 선동할 음악을 만들었다. 그의 말대로, 음악은 원하는 것을 이끌어내기 위한, 또는 마음을 전달하기 위한 최적의 수단이다. 과격한 선동 없이도 사람들의 마음을 무장해제시키고 움직일 수 있어 권력자들에게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음악은 권력에 아부하고, 권력은 음악을 이용했다.”는 말은 어찌보면 식상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제로 한 ‘음악과 권력’(베로니카 베치 지음, 노승림 옮김, 컬처북스 펴냄)이 끌리는 것은 음악가들의 치열하고 처절하며, 한편으로는 권력에 저항한 삶을 저자의 풍부한 지식으로 제대로 버무렸기 때문이다. 독일의 음악학자인 베치는 이 책에서 기원전 3000년 수메르 시대부터 21세기에 이르는 시기를 거슬러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슈만, 멘델스존, 글루크, 그레트리, 로르칭, 알레비 등 유명작곡가에서부터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이들까지 방대하게 아우르며 음악가와 권력의 관계를 조망한다. 음악과 정치의 관계는 태초부터 함께였다. 수메르 시대에는 국왕보다 막강한 권력을 가진 성직자가 연주가요 작곡가였다. 페르시아와 이집트를 평정한 알렉산더 대왕은 스승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음악을 배웠다. 중세에는 귀족계급이 성장하면서 음악가와 교류를 확대했다. 신성로마제국의 프리드리히 2세처럼 권력자는 궁정에 당대 영향력있는 작가와 작곡가들이 음악으로 자신을 찬양하길 바랐다. 궁정의 녹을 먹으면서 안정과 권세를 누리고자 했던 음악가들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국왕(영주)과 음악가(궁정악장)의 관계는 점차 끈끈해졌다. 강력한 국가와 현명한 국왕을 찬미하는 모테트(르네상스 시대의 성악곡), 오페라, 발레 등이 권력자의 지지 아래 번성하게 된다. ●저항정신이 창작의 기반 되기도 음악가가 권력에 순응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저항정신을 창작의 기반으로 삼기도 한다. 아름다움과 선량함, 목가적 정서를 작품에 녹인 슈베르트가 대표적이다. 그는 진보주의자 빌헬름 뮐러를 비롯해 괴테, 클로프슈토크, 하이네 등 시대 고발에 적극적인 작가의 글을 가사로 썼다. “힘과 행동의 시대가 묘사된 작품 속에서 커다란 고통은 미약하나마 위안을 얻는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유대인 음악가들은 반유대주의의 편견이 자신의 작품을 평가절하시킬 것을 우려하며 이름을 바꾸거나 개종했다. 부르노 발터는 흔한 유대계 이름인 슐레징어란 이름을 포기했고, 야콥 오펜바흐는 파리로 피신하면서 프랑스식 이름인 자크로 불렸다. 멘델스존은 기독교로, 말러는 가톨릭으로 각각 개종해 활동을 이어나갔다. 자크 프로망탈 알레비는 엘리아스 레비라는 이름을 버렸지만, 종교적 신념을 지키느라 고통받는 여주인공 라헬을 찬양한 ‘유대인 여자’를 만들어 정체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여성음악가들의 수난사도 인상적이다. 요제프 요아힘의 아내 아말리에 요아힘의 말대로 “훌륭한 여성 예술가이자 완벽한 가정의 안주인이 되기란 매우 어렵다.”는 것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슈만의 아내 클라라는 “내 피아노 연주는 뒷전으로 밀려났고…이대로 퇴물만 되지 않으면 좋으련만.”이라고 한탄했다. 말러는 아내 알마 말러가 다시 작곡을 시작하자 “나를 남편으로 둔 대가로 당신이 음악을 포기한다면 당신은 나와 똑같은 명예를 누릴 수 있다.”며 만류했다고 전한다. ●거장 40여명의 유착과 긴장 생생히 전달 많은 이야기 가운데 한국의 작곡가 윤이상을 다룬 대목이 특히 흥미롭다. 저자는 윤이상을 일제시대에는 한국어 노래를 부르고 싶어했고, 1945년 이후에는 끊임없이 인권을 무시하는 정권에 대항한 ‘위대한 거장’으로 소개하고 있다. 18가지 주제에, 얼핏 세어봐도 40여명에 이르는 작곡가의 삶과 대작의 탄생 이야기, 당대 정권과 유착관계, 정권에 저항한 활동 등을 생생하게 전달해 600쪽에 육박하는 분량에도 지루함이 덜하다. 작품의 초연 당시 악기 편성이나 청중의 반응도 전하는 대목은 마치 한편의 공연 리뷰를 읽는 듯한 재미도 있다. 2만 8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영화리뷰] ‘불신지옥’ 믿음과 인간 본성의 본질 파고드는 秀作

    [영화리뷰] ‘불신지옥’ 믿음과 인간 본성의 본질 파고드는 秀作

    서울에서 정신없는 대학생활을 보내던 희진(남상미)은 동생 소진(심은경)이 사라졌다는 소식에 다급히 집으로 내려온다. 교회를 다니는 엄마(김보연)는 기도에만 의존하고, 형사 태환(류승룡)은 단순 가출이라며 건성으로 수사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웃집 여자가 옥상에서 떨어지는데, 그녀의 몸에서 소진에게 남긴 유서가 발견된다. 경비원과 다른 주민들은 소진이가 신들린 아이였다는 증언을 하고 나선다. 이후 아파트에는 괴소문과 의문의 죽음이 잇따른다. 12일 개봉한 미스터리 공포영화 ‘불신지옥’은 믿음과 인간 본성의 본질을 파고드는 수작이다. 신자에겐 지극한 진리이지만 다른 사람에겐 공포일 수도 있는 종교의 양면성, 일상의 공간이 공포의 공간이 될 때의 섬뜩함 등을 잘 묘파해냈다. 이용주 감독은 신인임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자신의 장편데뷔작에서 뛰어난 저력을 과시했다. 배우들의 호연도 돋보인다. 특히 접신한 소녀를 잘 소화해낸 심은경, 히스테리한 주인공을 열연한 남상미의 연기가 빼어나다.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는 류승룡이 연기한 형사 ‘태환’이다. 태환은 희진과 마찬가지로 종교가 없는 인물이다. 하지만, 자신 딸의 생사가 걸리자 태도가 달라진다. 감독은 “태환의 변모야말로 이 영화의 지향점이자 가장 큰 테마 중 하나이다.”고 말한다. 간간이 등장하는 정체불명의 새는 ‘뭔지 알 수 없는 존재’에 대한 상징이다. “찍을 때 엄청나게 공이 들어갔다.”는 게 감독의 설명이다. 자세히 보면 밤낮이 혼재돼 있다. 새 오른쪽에 걸린 하늘은 낮이고, 왼쪽에 걸린 놀이터는 밤이다. 매혹적인 이미지가 보는 재미를 더한다. 15세 관람가.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탄탄한 내러티브·무서운 이야기가 가장 큰 관심사”

    “탄탄한 내러티브·무서운 이야기가 가장 큰 관심사”

    12일 개봉한 ‘불신지옥’(감독 이용주)은 한국 공포영화에 대한 ‘불신’을 일거에 날리는 영화다. 올해 등장한 같은 장르 영화들 가운데 만듦새와 주제의식이 가장 뛰어나다.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 이래 최고의 공포영화라는 말도 나온다. 평단에서도 호평 일색이다. 특히, 신인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란 점에서 지난해 ‘추격자’의 나홍진 감독에게 그랬던 것처럼 놀라움과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최근 만난 이용주 감독은 “좋은 반응이 고스란히 스코어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감추지 않았다. →영화가 종교나 믿음의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처음에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흔히 ‘과도한 믿음’이란 말을 많이 하는데, 굉장히 역설적인 말이다. ‘믿음’ 자체가 과도함을 내포하는 단어이지 않나. 하지만 과도한 믿음은 한편으론 지탄받는다. 믿음이 다르면, 이미 믿음 자체가 타인에게는 과도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게 공포스럽고 역설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영화화하고 싶었다. 또 한 가지는 영매, 다시 말해 인간과 신 사이 중간자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 이 두 가지 플롯의 대결이 영화의 시작점이 됐다. →제목 때문에 특정 종교와 관련됐거나 혹은 고발하는 영화라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란 말이 많이 쓰이기 때문에 자꾸만 그런 오해를 하는 것 같다. 개신교든 무속신앙이든 기존 교단을 고발할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그냥 ‘믿지 않으면 지옥 간다.’는 뜻이 이야기에 맞는다고 생각해서 붙였을 뿐이다. 상업 공포영화인데 영화를 떠난 그런 담론에 영화가 매몰될까봐 걱정이 되기도 한다. →종교 비판적 내용을 담지 않은 것에 아쉬움을 나타내는 사람도 있다. -타인의 종교 비판은 애초에 내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다만, 믿음이란 현상 자체에 관심이 있었을 뿐이다. 개인적 차원에서 믿음의 생성과정, 자기가 믿고 있다고 믿는 것의 오류 혹은 그 동기부여, 절실함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 →그럼에도 혹시 비판하고 싶었던 부분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 -우리나라 사회의 믿음은 기복신앙으로 많이 흐른다. 종교는 어떤 측면에서 세계관인데, 종교 자체를 단순히 기복의 도구로 차용하는 경우가 많다. 기복은 바라는 것이 이뤄지길 비는 것인데, 뒤집으면 협박이 되기도 한다. “이걸 안 믿으면 안 좋아질 것이다.”라고. 기복적인 측면이 너무 강화돼 믿음으로 치환됐을 때 타인에게는 충분히 공포가 될 수 있다. →주인공 희진(남상미)의 바쁜 일상을 보여주는 도입부가 인상적이다. -희진은 스스로 사는 것이 지옥이라고 생각하는 일상을 산다. 믿음이 없는 인물, 아니 상식을 믿고 있는 인물이다. 종교가 없는 사람은 신자의 입장에서 보면 역설적이게도 상식의 광신도일 수 있다. →후반부로 갈수록 장르성이 약해진다는 비판도 있더라. -공포 영화의 장르성이 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무서움 그 자체라면, 옥상 위 엄마의 눈빛, 상황 자체가 나는 무섭다. 귀신이 등장하지 않는 등 익숙해진 플롯이 안 나와서 느낀 배신감이라면 충분히 감수하겠다. 난 그게 클리셰(진부한 표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공포를 지향하려 했다. 단, 너무 새로워서 낯설지는 않게 말이다. 공포영화 장르성에 대해서 강박을 갖지 않았다. 탄탄한 내러티브와 무서운 이야기를 만드는 게 가장 큰 관심사였다. →대학 전공이 건축학이라 들었다. 어떻게 영화를 시작하게 됐나. -고등학교 때부터 꿈이 건축이었고, 재수한 끝에 건축학과에 합격했다. 대학 때는 서클인 사진부 활동을 더 열심히 했다. 졸업하고 나서 설계사무소에 4년 정도 다녔다. 그 와중에 한겨레연출학교를 1999년 중순부터 다녔는데, 단편을 한 편 찍어보니 계속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또 당시 IMF 외환위기 때문에 동료들이 많이 잘렸다. 회사생활에 환멸이 느껴져서 그해 연말 그만뒀다. 이듬해 단편을 하나 더 찍었다. →이후에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 연출부를 했다고 들었다. -‘플란더스의 개’를 보고 너무 좋아서 ‘저 사람 밑으로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운좋게 들어갔다. 지금까지 본 테스트 중 가장 힘들게 통과한 게 ‘살인의 추억’ 연출부가 되는 것이었다. 나중에 조감독님께 ‘왜 나를 뽑았냐?’고 물었더니, 컴퓨터에 능하고 스틱(수동) 운전을 할 수 있어서였다고 했다(웃음). →장편 데뷔작이다. 쉽지는 않았을 듯하다. -2003년부터 준비를 했는데, 멜로영화 두 편이 연이어 엎어졌다. 2007년 초부터 ‘불신지옥’ 시나리오를 썼고, 그해 11월 투자가 확정돼 프리 프로덕션을 시작했다. 촬영은 올해 3월부터 들어갔고. →지난 5월 별세하신 정승혜 영화사 아침 대표의 유작이 됐다. -영화판에서 엄청난 어른이었다. 나한텐 은인이시다. 영화촬영 중간에 돌아가셔서 너무 놀랐고 충격적이었다. 상태가 안 좋은 걸 일부러 안 알렸다. 너무 가슴 아프다. 요즘도 술 마시면 밤에 혼자 울고 그런다. →차기작 계획은 어떻게 되나. -아직 드릴 말씀이 없다. 바람은 두 번째 영화도 찍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웃음). 글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사진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 佛 ‘부르키니’ 금지

    히잡(이슬람 머릿수건)과 부르카(이슬람 전통 의상)에 이어 부르키니까지…. 이슬람 전통 의상 착용 금지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 프랑스 사회가 이번엔 이슬람식 수영복인 부르키니(부르카+비키니) 착용 금지를 놓고 술렁이고 있다. 일간 르 파리지앵은 12일(현지시간) “무슬림 여성이 지난 1일 머리부터 발까지 가리는 이슬람식 수영복 부르키니를 입고 파리 인근 에머랭빌시(市)의 수영장에 들어가려다 제지를 당했다.”고 보도했다. 캐롤이라고 알려진 35세의 여성은 머리부터 발까지 가리는 수영복을 입고 수영장에 들어가려다가 제지를 받았다는 것. 수영장측이 캐롤의 입장을 금지한 이유는 부르키니를 수영복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캐롤은 “너무 충격적 사건으로 명백한 인종차별”이라며 사건 즉시 인근 경찰에 신고한 뒤 12일 법원에 고소장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인종차별 반대 시민단체인 ‘SOS 인종차별’ 등에도 탄원서를 낼 계획이다. 나아가 소송에서 지면 프랑스를 떠나는 것도 불사하겠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이에 대해 알랭 캘비오 에머랭빌 시장은 “부르키니는 이슬람식 수영복이라고 할 수 없으며 이를 착용하는 것도 이슬람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반박했다. 수영장을 운영하고 있는 야닉 데콩푸아는 “이 문제의 본질은 종교가 아니라 위생”이라며 “프랑스 모든 공공 수영장에서는 옷을 입고 수영을 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며 이번 조치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프랑스에서는 2004년 공립학교에서 이슬람 머릿수건인 히잡 착용을 금지해 논란이 일어난 데 이어 지난 6월에는 이슬람 전통의상인 부르카 착용 금지를 놓고 무슬림계가 크게 반발한 바 있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열린세상] 중국 내수시장 진출에 성공하려면/이문형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열린세상] 중국 내수시장 진출에 성공하려면/이문형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9개월째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수출이 감소하면서 수출용 부품소재에 대한 수입수요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2001년 WTO 가입을 계기로 수출을 통해 일약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하였다. 그리고 한국은 일본·대만과 더불어 중국에 수출용 부품소재를 공급하면서 중국의 성장과실을 공유할 수 있었다. 이러한 패턴이 본질적으로 변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전략이 변화함에 따라 동북아 분업구조 역시 중대한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는 장기침체가 불가피할 것이라던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놀랍도록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수출은 여전히 마이너스 20%대를 기록하고 있지만 내수가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내수시장 활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 승용차 판매 실적이다. 미국발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금년 상반기 중국 승용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무려 21%나 증가하면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소비시장으로 부상하였다. 세계가 중국 내수시장의 폭발적 성장에 새삼 놀라고 있다. 가공할 중국 구매력, 얼핏 중국 내수시장은 우리 기업에도 새로운 엘도라도처럼 보인다. 그러나 중국 내수시장 진입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시장 경쟁이 매우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진입 공간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그동안 외국기업에 의존했던 산업과 제품들도 속속 중국기업들로 대체되고 있다. 섬유와 가전 등 생필품 산업은 중국계가 장악한 지 오래이며, 자동차와 휴대전화 등 첨단산업에서도 중국계 기업들의 추격이 드세다. 중국정부의 내수시장 보호의지도 강력하다. 중국정부는 기업에 독자 브랜드 개발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으며, 정부조달 등에서도 자국산 브랜드에 노골적으로 특혜를 주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발표되고 있는 10대산업 진흥계획이다. 중국 내수시장의 진입장벽은 철옹성이다. 우선 장기적 관점에서 중국 산업과 시장이 갈 방향을 예견하고 그 길목을 선점해야 한다. 향후 10년간 국민소득 3000달러에서 1만달러 시대로 성장해갈 중국이 무엇을 필요로 할 것인가를 예상하고 이에 대비한 공급체계를 구축함이 바람직하다. 반도체와 액정디바이스산업은 좋은 성공 사례였다. 또 소비재에서는 브랜드 파워 구축이 핵심 관건이다. 중국 내수시장은 그야말로 세계 최고의 명품 경쟁시장이다.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으면서 가격경쟁력까지 구비하려면 연구개발센터는 물론 유통망과 애프터서비스망의 철저한 현지화가 필요하다. 특히 중국정부의 산업정책을 철저히 파악하여 불필요한 갈등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도 현명한 조치이다. 휴대전화와 승용차의 경험을 복기해 볼 필요가 있다. 부품소재의 진출과 관련, 중국정부의 독자 브랜드 개발정책을 오히려 적극 활용해 볼 수 있다. 중국기업들이 독자 브랜드 개발은 쉽게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 속을 채울 부품소재의 생산체제를 단기간에 구축하기란 쉽지 않다. 최종재와 달리 부품소재산업에서는 중국과 한국이 상호 윈윈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중국 조립기업과 한국 부품소재 기업 간에 단단한 연계고리가 구축되어야 함은 물론 하청구조 특성상 제품개발단계에서부터 양자간 협력체체를 형성하는 것이 선행과제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현지화와 마케팅 인재 양성이다. 이미 중국에는 2만여개의 우리 투자기업들과 수십만명의 근로자들이 있지만 대부분 수출용 제품 공장들이라 중국 내수시장 진출을 위한 영업능력은 부족한 편이다. 내수를 파고들 새로운 인재와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한국은 한·중 수교와 중국 WTO 가입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역내 평화증진과 경제성장을 이룩해 왔다. 이제 중국은 과거와 다른 새로운 발전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한국 역시 대중국 경제협력 전략을 새롭게 변화시켜야 할 때다. 이문형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옴부즈맨 칼럼] 탐사보도 기사의 힘/변선영 이화여대 중어중문학과 4년

    [옴부즈맨 칼럼] 탐사보도 기사의 힘/변선영 이화여대 중어중문학과 4년

    뉴스의 ‘메가 쓰나미’ 시대다. 독자들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신문뿐 아니라 방송·잡지·인터넷 등 다양한 경로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바꿔 말해 독자들의 정보에 대한 욕구 충족문제를 해결할 곳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다. ‘뉴스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과 달리, 그 다양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생각이다.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뉴스, 보도자료, 홍보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 기사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이 뉴스들은 곧 ‘어느 매체, 어떤 기자에 의해 재가공됐는지’만 다를 뿐, 결국엔 하나의 정보를 다루고 있는 꼴이다. 이런 현실이 반복된다면, 언론매체로서 현상유지가 될진 몰라도 경쟁력을 갖기는 어렵다고 본다. 결국, 권위 있는 매체로 경쟁력을 가지려면 저널리즘의 본질로 돌아가 ‘기본에 충실함’을 통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데, 그 게 바로 탐사보도라고 생각한다. 탐사보도는 ‘사실과 진실의 본질은 동일하지 않을 수 있다.’는 명제하에 표면적으로 드러난 사건보다는 그 이면을 적극적으로 파헤치는 보도방식이다. 1974년 워터게이트 사건 폭로기사, 1976년 일본에서 활자화된 록히드 사건 폭로기사, 필라델피아의 인콰이어러지가 사법부의 부당한 인종차별을 폭로한 심층보도 등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미국의 탐사기자협회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숨기고 싶어 하는 사건이나 정보를 찾아내 보도하는 것”을 탐사보도로 정의했다. 특정 사안에 대해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묘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누군가 숨기고 싶어 하고, 누군가는 불편해하는 진실을 파헤쳐 뒤집어 보이는 입체적 글쓰기라는 말이다. 이 작업을 통해 독자들은 사회의 모순과 만나고, 한 단계 더 나아가 여론을 형성한다. 정부 당국자 역시 문제의 실상을 접하고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따라서 좋은 탐사보도는 사회의 진일보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독자들의 신뢰성 회복으로 권위 있는 언론으로 발전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서울신문이 지난 7월27일부터 31일에 걸쳐 연재한 탐사보도 ‘중고차시장 대해부’ 기사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 전반적으로 취재과정이 치밀하고 방대했다고 생각하며 기사를 읽었다. 평소 모두가 그러할 것이라 짐작하고, 암묵적으로 짐작했던 부조리한 사실들을 정확한 수치와 취재원들의 입을 통해 증명·고발해냈다. 국토해양부 이맹춘 사무관은 “이번 기사를 통해 비로소 이면계약서 작성의 현실, 법적으로 판매 금지된 폐차 부품이 유통되거나 폐차가 통째로 팔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현직 딜러 역시 “이중계약서 작성은 관행적으로 해 왔고 탈세에 대한 죄의식도 없었다.”고 고백해 놀라웠다. 이번 탐사보도를 통해 이들은 불편한 진실을 마주했다. 이 사무관은 “각 지방자치단체 단속 때도 적발사항이 없었다는 중고차 매매에 관한 불법문제에 관해 향후 각 지자체에 관련 사실을 통보해 해당 업체를 상대로 계도와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보도를 통해 그동안 잘못된 관행이 깊이 뿌리박혀 있었던 중고차매매 관련 비리가 어떤 식으로 바르게 잡혀 나가는지 지켜보는 것 역시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꽤나 흥미로운 일이다. 탐사보도의 힘은 무엇보다 ‘정확성’에 있다. 허술한 탐사보도는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공을 들여야 한다는 말이다. 인터넷을 통한 24시간 속보경쟁, 기자 한 사람이 하루에 벌어지는 몇 가지 사건들을 마감해 내야 하는 일간지 업무체제 속에서 탐사보도는 물론 쉽지 않다. 적지 않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하지만, 그 성과가 빨리 나타나지도 않는, 인내와 집념의 과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실한 탐사기사 한 편은 세상을 바꿀 정도의 가공할 만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변선영 이화여대 중어중문학과 4년
  • 동방신기 VS SM엔터 갈등…결국 ‘돈 문제’

    동방신기 VS SM엔터 갈등…결국 ‘돈 문제’

    동방신기와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가 ‘수익률 배분 문제’에 대해 각기 다른 주장을 펼치며 이들의 대립이 금전적 문제로 번지고 있다. SM 측이 “앨범 판매량에 따라 분배받는 수익금은 1인 0.4∼1.0%에 불과했다.”고 폭로한 동방신기 3인 (시아준수, 믹키유천, 영웅재중)의 주장을 뒤엎는 반박론을 제기한 것. SM은 9일 방송된 MBC ‘시사매거진2580’을 통해 동방신기의 5년간의 매출 규모 및 수익 배분율을 전격 공개했다. 이날 방송에서 SM은 “동방신기의 지난 5년간의 총 매출액은 498억원이며 이 중 SM이 투자한 비용은 224억원” 이라며 “5년간 매출 이익은 274억원에 달하며 수익금 40%를 동방신기에게 배분했다.”고 밝혔다. 또 SM은 “동방신기와 SM의 수익 배분률은 4 :6 이었다.”며 “274억원 중 110억원은 동방신기가, 나머지 164억원은 SM이 가져갔다.”고 설명했다. SM측 변호인은 “정산 때마다 동방신기 멤버 각자의 사인을 받았으며 모든 회계자료가 공시돼 매출 누락, 허위기재는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변호인은 일본 등 해외 활동에 있어 수익률은 동방신기가 월등히 높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활동 수익은 오히려 동방신기가 7, SM이 3이었다.” 면서 “해외 이벤트, 행사, CF가 있었을때 수익 배분율은 멤버들이 7, SM이 3”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일전에 소송을 제기한 동방신기 멤버들은 “멤버들의 계약금은 없었으며 단일 음반이 50만장 이상 판매될 경우에만 그 다음 앨범 발매시 멤버당 1000만원을 받을 수 있을 뿐이었다.”며 “올해 2월에 개정된 조항에서도 앨범 판매량에 따라 분배받는 수익금은 1인 0.4∼1.0%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던 바 있다. 양측의 팽팽한 공방전이 결국 수익 문제 배분 폭로전으로 치닫게 되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져만 가고 있다. 아울러 동방신기는 이번 사건의 본질이 ‘부당한 전속 계약 기간과 대우’라고 주장하는 한편 SM 측은 이들의 화장품 회사 운영이 이번 사건과 관련이 깊다고 폭로해 확연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사진 = 서울신문NTN DB 서울신문NTN 최정주 기자 joojoo@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국립대 3곳이상씩 묶어 1개 연합대학으로 만든다

    국립대 3곳이상씩 묶어 1개 연합대학으로 만든다

    3개 이상의 국립대를 하나로 묶어 통합하는 국립대 구조조정 작업이 본격화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9일 최근 사립대 구조조정안을 발표한 데 이어 국립대 구조조정에도 본격 착수키로 했다. 교과부는 이 같은 내용의 ‘2009년 국립대 구조개혁 추진계획안’을 최근 확정, 공고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 안에 따라 다음달 11일까지 각 대학들로부터 구조조정 계획서를 받는다. ●캠퍼스 그대로 두고 특성화 특징은 ‘3개 이상 대학의 연합’을 통한 대학 체제 개편을 적극적으로 추진키로 했다는 점이다. 안에 따르면 동일 권역에 있는 3개 이상의 국립대는 단일 의사결정 체제를 구성할 수 있다. 이후 각 대학은 캠퍼스를 유지하면서 특성화와 정원조정 등을 진행한다. 단일 법인으로 전환은 3년 안에 완료해야 한다. 연합에 참여하는 개별 대학의 총장 직위는 그대로 유지된다. 다만 중심 대학 총장은 가칭 ‘연합대학운영위원회’의 장을 겸임한다. 연합 대학들은 의사결정기구로 ‘연합대학운영위원회’를 구성·운영하고 법인화 이후에는 ‘연합대학 이사회’ 체제로 전환한다. 연합체로 대학을 운영하는 동안 서로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학과·학부는 통폐합해야 한다. 각각의 대학은 연구중심대학, 학부중심대학, 특성화대학 등으로 특화하게 된다. 이 같은 안은 기존 국립대 구조조정안이 비효율적이었다는 지적 때문에 나왔다. 기존 국립대 구조조정 모델은 ‘흡수 통합’ 형식을 띠고 있었다. 이에 따라 대규모 대학에 흡수되는 소규모 대학 구성원들의 반발이 컸다. 갈등이 지속되면서 통폐합 자체가 무산된 경우도 있었다. 통폐합 대상 교직원들의 반발로 통합된 복수 캠퍼스에 중복 학과가 따로 운영되기도 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한 대학이 다른 대학을 흡수하는 기존 모델은 교명을 결정하는 데서부터 구성원들 사이에 갈등을 빚을 만큼 부작용이 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일괄적인 통폐합 대신 각 캠퍼스를 그대로 인정하면서 대학 사이 기능 조정에 초점을 맞춘다면 반발과 갈등을 줄일 수 있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새달11일까지 계획서 접수 교과부는 대학들의 사업신청서를 받아 심사한 뒤 연말까지 연합 승인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승인을 받으면 내년부터 교과부의 재정 지원을 받아 학교 간 연합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교과부는 이 같은 방식을 두고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대학 시스템을 일부 벤치마킹했다.”고 밝혔다. 즉 UC(University of California, 연구중심대학), CSU(California State University, 학부중심대학), CCC(California Community College, 2년제 단과대학)로 나뉘는 캘리포니아주 대학의 모델을 국내에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립대와 사립대에 대한 구조조정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대학 사회 안팎의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충청 지역 국립대의 한 관계자는 “특성화가 말처럼 쉽지 않고 본질은 밥그릇 싸움이 될 가능성도 크다.”고 했다. 수도권 한 사립대 관계자도 “구조조정 속도가 빨라지면서 중소대학 구성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교과부는 지난 7월부터 경영난이 심하거나 학사 운영이 부실한 30여 개 사립대에 대해 집중적인 경영 실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조사는 11월까지 이어진다. 조사 결과 독자 생존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대학은 타 대학과 합병하거나 해산을 유도할 방침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학령 인구가 줄어들면서 대학 미충원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더이상 구조조정을 미루기 힘든 실정이다.”고 설명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미술과 산책 | 미술을 가까이 하는 삶은 행복하다 13]

    [미술과 산책 | 미술을 가까이 하는 삶은 행복하다 13]

    우리가 말하는 파랑은 한문으로 靑이고 영어로는 blue 이다. 파란 물감이나 빛깔은 음양오행의 우주관을 가졌던 동양에서 예로부터 청색을 오행 가운데 목(木)으로써 동쪽을 상징하는 동시에 만물이 생성하는 봄의 색, 생명과 신생을 상징하는 색이자 만복을 기원하는 색으로 귀히 여겼다. 우리에게 파란색은 바다와 하늘로 대표된다. 이 파란색은 차가움, 깨끗함, 신선함, 싱싱함, 청결함의 심리적 이미지에 심원, 명상, 냉정, 영원, 성실, 젊음 등을 상징한다. 한편 우울하고 슬픈 날을 blue day 라고도 부른다. 이 파란색이 그림에서는 어떻게 표현되었을까? 스페인 태생의 20세기 대표적인 화가 파블로 피카소(1881~1973)는 1900년 초 파리로 나오며 초기에 ‘청색시대’가 있었다. 파리 뒷거리 몽마르트르를 무대로 하층 계급의 사람들을 모델로 어렵고 어두운 분위기를 묘사해냈다. 프랑스 니스 태생의 이브 클랭(1928~1962)은 “푸른색이야말로 비물질적인 형이상학적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무한한 의미를 지닌다”는 신념을 가지고 각별한 집착과 작업으로 연결되어 자신만의 울트라마린블루(IKB)를 천명하는가 하면 블루톤의 모노크롬 작업이 활발히 연구되는 등 현대미술의 한 단상으로 자리 잡기도 하였다. 클랭은 파랗게 칠한 벽면, 바닥에 뿌려진 파란 안료, 푸른 물감을 칠한 알몸 여자를 캔버스 위에 뒹글게 해서 나온 해프닝 누드화도 남겼다. 김환기(1913~1974)의 ‘푸른빛’은 그의 전 예술생애에 걸쳐 연구, 실험된 예술 표현의 결정체였다. 김환기는 한국의 산월과 항아리, 사슴과 같은 자연상과 전통기물 등을 구체적인 모티프로 작업하던 초기시절에서 1964년 뉴욕 이주 후 순수한 색 점으로 작업하던 말년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에 걸쳐 꾸준한 청색 주조의 화면을 추구하였다. 자연의 형태를 거부하지 않은 채 대상의 본질을 파악하고 그 요소를 추출, 하나의 점으로 응축하여 그의 화제와 화력을 집중하던 뉴욕시절, 김환기의 청색조는 전면점화로써 절정을 맞는다. 이때 김환기는 블루와 그린을 넘나드는 말간 옥빛, 청자의 비취색에 가깝던 초기의 푸른색에서 쪽빛의 청색 혹은 심해의 청회색으로의 다양한 변화를 이루었다. 원은 그전의 항아리, 달과 등가의 것이고, 직선은 산을 표현하는 점선과 동질의 것이다. 거기에다 색감은 그전에 이룩한 수준 높은 미의 구현 그 자체이다. 이처럼 정리되고 요약된 회화 속에서 한 사람의 예술가가 시대에 충실하고 자기에 충실함으로써 도달한 하나의 미의 경지를 제시하였다. 그 속에서 생의 의미와 감각의 희열을 느끼게 되며 거기에 공감대가 있다. 김환기는 1950년대 파리 체류시대를 거쳐 1965년 뉴욕으로 건너가 활동하다 그곳에서 타계한 코스모폴리턴이었다. 외국에서의 세월이 점점 길어질수록 그림들은 점점 더 자신의 더욱 깊은 내면을 이야기 해 주는 것 같다. 선은 마치 하늘과 바다를 가르는 수평선처럼 가장 단조로워지고 면은 마치 한국 남해안 섬들처럼 더욱 작고 더욱 외롭게 반짝이고 있다. 그의 색은 철저히 바다 빛깔처럼 파란색의 변화로 변해 버렸다. 우주는 파란색으로 단조롭게 펼쳐져 있고 존재들은 섬들처럼 보석같이 반짝이며 외롭게 외롭게 서로에게 손짓하며 서 있다. 그는 그리운 사람들을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에 하늘의 별빛처럼 빛나는 기호로서 추상화하였다. 1970년 한국미술대상전 대상을 수상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그 많은 사각이 하나같이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고 그 속에 박힌 점이 모두 다른 표정을 지니고 있다. 점 하나 하나로 집약적으로 찍어나가며 그 자신도 결국은 하나의 점으로 귀의하여 빛을 발하고 있다. 이에 환기미술관은 2008년 김환기가 일생을 통해 추구했던 푸른색에 관한 미감이 후대로 이어지는 모습을 조망하는 동시에 세대와 지역을 초월하는 당대 작가들의 진지한 조형의식과 제작의지를 재발견하여 예술적 시야를 공감하고 열린 대화를 나누고자 공모기획전을 가졌다. 이 <푸른빛의 울림>전을 통해 12명이 ‘푸른빛’에 관한 당대의 예술 담론과 작업 양상을 살펴보고 김환기의 조형의식과 예술정신을 오늘의 예술세계 속에서 반추해 보였다. <페르난도 보테로>전 6.29~9.17 덕수궁미술관 Fernando Botero(77세)는 콜롬비아 출신으로 풍만한 양감을 통해 인체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감성을 환기시킴으로써 20세기 유파와 상관없이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추구하여 라틴미술의 거장으로 세계적인 작가이다. 이번 전시는 회화작품 89점과 야외 조각작품 3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비정상적인 형태감과 화려한 색채로 인해 그의 화풍은 인간의 천태만상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더욱이 그의 조형관은 중남미 지역의 정치, 사회, 종교적인 문제가 반영되어 있다는 점에서 사실주의 경향도 엿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크게 5부로 나뉜다. 1부 ‘정물 & 고전의 해석’은 전통적인 작품에 대하여 연구하고 자신만의 언어로 재해석하여 보테로식 화면으로 재탄생 시켰고, 2부 ‘라틴의 삶’은 라틴문화를 이루는 배경과 라틴문화의 보편적 모습을 다루는 작품. 3부 ‘라틴 사람들’은 라틴 사람들의 진솔한 모습을 서정성 어린 화면으로 담아냈으며, 4부 ‘투우 & 서커스’는 극적인 요소와 긴장감, 그리고 화려한 조명 뒤 고독을 표현한 작품들이다. 마지막 5부의 ‘야외조각’은 회화와 마찬가지로 과장된 비례의 풍만한 형태를 지니고 있는 작품 3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우리는 보테로의 밝고 유쾌하며 풍만한 작품을 보며 미술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사족으로 현대미술의 어려움에 주눅 들었던 사람은 부담없이, 자신이 비만이라고 걱정하는 사람은 위안을 삼으며 편하게 볼 수 있는 전시이다. (T.2022-0600) <드로잉 조각 : 공중누각전> 7.9~8.30 소마미술관 Drawing Sculpture : Build house in the air - 전통적인 조각의 개념으로는 양감과 물성 그리고 공간감을 들 수 있으며, 이중에서도 핵심적인 개념으로는 양감을 들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조각의 전통적 개념이면서 핵심적 개념인 양감을 결여한 조각, 가급적 실체감과 물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조각을 통해서 전통적인 조각의 개념을 재해석하고 그 범주의 확장 가능성을 모색해 볼 수 있는 전시이다. 물질에 대한 최소한의 흔적만을 견지한 이번 전시 작품들은 부드러운 조각과 공간설치 작업으로 압축해 볼 수 있다. 출품작가는 강영민, 김세일, 장연순, 전강옥, 박선기, 함연주 6명이며 조각가, 공예가이다. 주제는 공중에 떠 있는 신기루, 허무하게 사라지는 가공의 사물 등을 뜻하는 공중누각이다. 일반적 의미는 부정적이지만, 조형적으론 긍정적인 의미와 생산적인 의미로 전유되어 예술의 특수성에 맞춰 자의적으로 해석 가능한 것이다. 사족으로 소마미술관에는 국내작가 3인, 해외작가 78인이 참여하여 30×20cm 신발상자 크기 이내로 제작된 소품 조각 총 81점의 <슈박스(8월 16일까지)>와 드로잉센터에서는 외국작가 2명이 참여한 <나무가 종이를 만나다(8월 30일까지)> 전시를 함께 볼 수 있다. (T.425-1077) 글_ 김달진 김달진미술자료관 관장 www.daljin.com
  • [열린세상] 예견된 미디어법 파행/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예견된 미디어법 파행/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민주당이 의사당을 떠나 다시 길거리로 나섰다. 정치파행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충분히 예견된 결과였기에 새롭지도, 놀랍지도 않다. 그간 한국정치 행태와 정당정치 수준으로 볼 때 마땅히 벌어질 일이 일어났을 뿐이다. 정치행태와 구조, 한마디로 한국정치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는 한 이러한 정치파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미디어법 처리는 애초부터 파행을 예고하고 있었다. 여당은 미디어 시장 확대로 인한 일자리 창출을 내세웠다. 야당은 재벌에 미디어 시장을 줄 수 없다고 외쳤다. 그렇지만 본질은 지난 정권부터 우리사회 고질적 병폐가 된 이념갈등이다. 여당은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 그리고 지난해 촛불시위까지 방송의 편파적 보도가 만들어 낸 뼈아픈 패배를 되풀이할 수 없다고 작심하였다. 야당은 가뜩이나 신문시장이 보수신문에 의해 장악된 마당에 그나마 우군이었던 방송시장마저 내줄 수 없다는 각오였다. 결국 여론 장악을 둘러싼 정치적 격투가 미디어법의 본질인 것이다. 그럼에도 누구나 다 아는 본심은 숨겨둔 채 에둘러 일자리 창출과 재벌 진출 반대를 이야기하려니, 애초부터 문제의 본질이 아닌 것을 가지고 싸웠으니 여야 간에 타협이 가능할 리 만무했던 것이다. 미디어법 파행에는 보수신문과 진보방송이라는 미디어 환경도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조·중·동과 MBC·KBS가 각각 보수와 진보 여론몰이에 앞장서는 형국이니, 신문의 방송시장 침투는 곧 보수세력의 진보진영 찬탈과 다름없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언론이 사회갈등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서글픈 현실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언론은 사회갈등이 아닌 통합의 촉매자로 거듭나야 한다. 합의안 도출방식도 틀렸다. ‘미디어발전 국민위원회’라는 새로운 시도는 여야 간 정면충돌을 잠시 미룬 대리전에 불과했다. 위원들은 전문가로서의 입장보다는 자신을 추천한 정당을 실망시킬 수 없다는 사명감에 지배당했다. 중간적 위치에서 갈등을 조정하고 중재하는 세력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기에 타협안을 찾는 토론보다는 상대방 논리를 깨부수는 논쟁에 더 몰두할 수밖에 없었다. 위원회가 여야당 대리인보다는 중간적 입장에 있는 전문가들로 구성되었더라면 그나마 타협안 도출을 기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미디어법 파행의 근본적 원인은 무엇보다 극한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이념갈등의 구조적 문제에서 찾아야 한다. 지역갈등은 그나마 갈등 당사자가 영호남에 국한되었고 중간세력도 존재했다. 그런데 이념갈등은 모든 정치세력과 국민들로 하여금 진보와 보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한다. 이념적 중도 집단이 있다 하나 정치무관심층이 대부분이고, 이들도 그때그때 사안에 따라 진보나 보수 가운데 하나를 취하도록 강요받는다. 의미 있는 중간세력이 없으니 그 갈등이 점차 극단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진보와 보수를 사안에 대한 입장과 가치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이를 선과 악의 문제로 포장하니, 둘 사이에 타협은 있을 수 없고 오직 투쟁과 대결만이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의 권력구조도 여야 극한대립에 한몫을 하고 있다. 한국은 대통령과 여당이 심하게 밀착된 변형된 대통령제를 취하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도 입법부가 대통령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대통령제의 근본원리는 삼권분립에 있다. 대통령의 권력은 입법부와 사법부에 의해 견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국정수행의 효율성을 내세워 대통령의 뜻을 충실히 뒷받침하는 것이 여당의 기본 임무라 인식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의 결심이라는 높은 산을 넘어야만 여야 타협이 가능한 형국이다. 결국 문제해결의 실마리는 대통령에서 비롯하여 국회, 정당, 언론, 시민단체 나아가 국민까지 모두 패거리 정치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려 있는 왜곡된 갈등구조를 타개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지방시대] 마을을 이어주는 옛길을 걸어 보자/권선필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

    [지방시대] 마을을 이어주는 옛길을 걸어 보자/권선필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

    내가 살고 있는 대전은 경부선 철도가 개통되면서 나타난 근대도시이다. 경부선 철도가 놓이면서 대전역이 생겼고, 이 대전역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오늘날 대전 도심의 씨앗이 됐다. 이어서 1914년 목포를 연결하는 호남선 철도가 대전역에서 출발하게 되면서 대전은 자연스럽게 남한의 교통 중심지가 되었다. 대전의 정체성은 사람이 다니는 흙의 길이 아니라 기차가 다니는 쇠의 길(철도)에 따라 형성됐다고 할 수 있다. 철길이 대전에서 갈라진 것처럼 일제강점기 일본은 차가 다니는 국도도 대전을 중심으로 호남선과 경부선이 만나도록 했다. 경제개발의 상징인 고속도로 역시 대전에서 호남선과 경부선이 만난다. 이렇듯이 기차와 자동차 길로 인해 형성되고 성장한 대전 사람의 정체성은 자연히 근대적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회학자 피터 버거의 책 제목처럼 ‘고향을 잃은 사람들’의 마음과 정신세계만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고향을 잃은 사람들의 마음과 정신세계를 치유하는 한 가지 방법이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 역사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오래된 미래’를 찾아내는 작업으로 내가 사는 곳, 내가 활동하는 공간에 어떠한 역사가 있는지 되돌아보는 것이다. 역사성을 회복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 제안하고 싶은 것이 옛길을 찾아서 되살리자는 것이다. 도시가 생기기 이전에 이미 있었던 옛 마을과 이들 사이를 이어 주던 길들을 찾아서 복원하자. 그리고 그 길을 걸으면서 잊혀진 역사를 찾아볼 뿐만 아니라 잊혀진 사람과 정신을 되찾아 보는 방법은 현 시점에서 상당히 현실적이고 유효해 보인다. 역사를 돌아보면 대전 주변에 철도가 생기기 이전에도 길은 있었고,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는 마을들이 있었다. 조선 후기 김정호가 전국을 걸어서 순례하며 만들었다는 ‘대동여지도’를 보면 회덕·진잠·유성 등과 같은, 오늘날에도 쓰이고 있는 땅이름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땅이름뿐만 아니라 길도 그려져 있다. 흥미로운 것은 오늘날 대전의 중심부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큰 마을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빈 들판에 가까웠고, 오늘날의 대전 주변 지역에 큰 마을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대전 주변에 있는 공주·청주·옥천·금산 등을 연결하는 길들이 오늘날 대전의 중심부 지역을 가로질러 나 있는 것을 옛 지도는 보여 주고 있다. 옛 지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걷는 것이 주요 이동수단이었기 때문에 오늘날과는 다른 관점에서 길들이 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가능하면 평지로 길이 나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산이 많은 곳에서는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려면 반드시 산을 넘어야 한다. 산을 넘기 위해서는 두 마을을 가장 가깝게 연결하는 길을 찾아야 하고, 힘을 덜 들이고 넘으려면 다시 산줄기의 가장 낮은 부분을 찾아서 연결해야 했다. 산줄기의 가장 낮은 부분, 그곳이 산을 사이에 둔 두 마을을 이어 주는 고갯마루가 된다. 이 고갯마루를 넘어가는 것이 우리 옛길의 가장 큰 특징이다. 고갯마루를 넘어가는 것은 산 정상을 오르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요즈음 산에 간다면 대부분 산 정상을 향해 오르는 것을 말한다. 아무것도 없는 정상을 올라가면 반드시 내려가야 한다. 이에 비해 고갯마루를 걷는 옛길은 다른 사람을 만나 함께 걸을 수 있는 길이며, 사람이 사는 마을을 찾아가는 길이다. 대전 주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도시에는 이러한 옛길들이 있었다. 이런 옛길을 다시 찾아 걸어 보는 운동을 제안하고 싶다. 권선필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
  • 동방신기 팬클럽 “SM 보다 ‘존속’ 중요”

    동방신기 팬클럽 “SM 보다 ‘존속’ 중요”

    국내 최대 팬클럽을 보유하고 있는 동방신기가 소속사와 법정 분쟁에 휘말리자 팬들은 ‘SM’이 아닌 그룹의 ‘존속 여부’에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약 80만명을 넘어선 회원수로 지난해 기네스북에 올랐던 동방신기의 막강한 팬클럽 카시오페아는 현재 한 포털 사이트에서 ‘동방신기 해체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20만명을 목표로 진행 중인 이 서명운동은 시작된지 나흘 만에 2만명을 넘어선 상태다. 팬들의 대다수는 ’SM’이 아닌 ‘동방신기 3인’의 주장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시아준수와 영웅재중·믹키유천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본질적 사유에 대해 ‘전속 계약의 부당성’을 강조했고 이들이 종신계약이라 칭한 ‘13년’이란 사항이 수정된다면 해체의 위기 또한 넘길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팬클럽의 하나된 목소리다. 이들은 각 포털사이트 게시판과 서명란을 통해 “SM 측은 동방신기에게 적용한 노예 계약을 전면 수정하라.”는 의견을 쏟아내며 이번 사태로 인한 최악의 결과를 막아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탄탄히 다져둔 한류라인도 동방신기 측의 주장에 힘을 싣어주고 있다. 중국의 한 포털사이트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약 52.1%(약 4000여명)에 달하는 팬들이 동방신기 편에 손을 들어줬다. 일본 팬클럽인 ‘비기스트’(Bigest) 회원들도 현지 포털에 해체를 반대하는 댓글 릴레이를 펼치고 있다. 한편 동방신기와 SM 측의 의견 대립은 시간이 흐를수록 갈등의 골을 더해가고 있다. 동방신기는 지난 3일 법무법인 측을 통해 “전속 계약기간 13년은 사실상 종신계약을 의미하며 위약금 때문에 사실상 계약 해제도 불가능했다.”며 “가처분 신청은 동방신기의 해체를 전제로 한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전했다. 반면 SM 측은 “동방신기 세 사람과 관련된 화장품 회사 운영으로 이 같은 일이 불거졌으며 데뷔 후 동방신기는 약 11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수령했다.”고 반박했다. 서울신문NTN 최정주 기자 joojoo@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동방신기 3인 “해체 아니다…SM속박 벗고파”

    동방신기 3인 “해체 아니다…SM속박 벗고파”

    그룹 동방신기의 멤버 시아준수, 믹키유천, 영웅재중(사진 왼쪽부터)이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과의 갈등에 대해 공식 입장을 표명, ‘전속 계약의 부당성’에 대해 호소하며 “해체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들의 법무법인 세종 측은 3일 공식 보도자료를 발표, “13년이라는 전속 계약 기간은 사실상 종신 계약이며 소속사로 부터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며 “해체를 원하지 않지만 계약의 속박에서 벗어나고자 할 뿐”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 다음은 동방신기 3인의 공식 입장 전문] 김준수(예명 시아준수), 김재중(예명 영웅재중), 박유천(예명 믹키유천)은 2009. 7. 31. (주)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이라 합니다)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전속 계약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하였습니다. 1. 데뷔 후 5년간 세 멤버는 회사가 일방적으로 수립하여 진행한 일정으로 인하여 몸과 마음이 너무나 지쳤습니다. 김준수, 김재중, 박유천은 그룹 동방신기의 멤버로 2004년 초 데뷔 이후 지금까지 SM의 지시에 따라 한국, 일본, 중국을 넘나들며 1년에 일주일을 제외하고 하루 3-4시간 정도의 수면 시간 밖에 가지지 못하고 스케줄을 소화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세 사람은 건강은 크게 악화되고 정신적 피로감 역시 극에 달하였으나, SM은 동방신기의 해외 진출을 시도하면서 갈수록 더욱 무리한 활동 계획을 일방적으로 수립하였습니다. 결국 위 세 사람은 더 이상 SM에서는 아티스트로서의 꿈을 이루기보다는 회사의 수익 창출을 위한 도구로 소모되고 말 것이라고 판단하였고, 각자의 비전에 따른 연예 활동을 할 수 있기를 바라게 되었습니다. 2. 13년이라는 전속 계약 기간은 사실상 종신 계약을 의미했습니다. 그러나 전속 계약에 의하면, 계약 기간이 무려 13년에 이르고 군 복무 기간을 포함할 경우 15년 이상으로 아직까지도 10년 가까운 시간이 남아 사실상 연예계를 은퇴할 때까지를 의미하였고, 전속 계약을 해제할 경우 총 투자금의 3배, 일실 수익의 2배에 해당하는 위약금을 부담하는데다 합의로 계약을 해제할 경우에도 위약금을 물어야 하도록 되어 있어, 수천억 원에 달할 수 있는 위약금 조항으로 계약 해제도 사실상 불가능하였으므로 어쩔 수 없이 SM에 속박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3. 멤버들은 SM으로부터 노력에 합당한 대우를 받지도 못하였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멤버들이 계약 기간 동안 SM으로부터 합당한 대우를 받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계약금이 없음은 물론, 전속 계약상 음반 수익의 분배 조항을 보면, 최초 계약에서는 단일 앨범이 50만장 이상 판매될 경우에만 그 다음 앨범 발매시 멤버 1인당 1,000만원을 받을 수 있을 뿐이고, 50만장 이하로 판매될 경우 단 한 푼도 수익을 배분받지 못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이 조항은 2009. 2. 6. 에 이르러서야 개정되었는데, 개정 후에도 멤버들이 앨범 판매로 분배받는 수익금은 앨범판매량에 따라 1인당 0.4%~1%에 불과합니다. 4. 멤버들은 부당한 계약의 시정을 수 차례 요구하였으나, SM은 멤버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 사람은 SM에 전속 계약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전속 계약의 효력에서 벗어나 각자의 비전에 따른 활동을 하게 해 줄 것을 수 차례 요청하였으나, SM은 이번 일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화장품 사업 투자를 거론하며 본질을 흐리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세 사람은 최대한 원만히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자 최종적으로 양측이 만나 대화를 통해 가장 원만한 사태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협의의 장을 마련하여 줄 것까지 요청하였으나 SM은 이조차 응하지 아니한바, 이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서 SM이 보여준 태도는 더 이상 대화를 통한 해결에 대한 희망을 가지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게 하였기에 결국 세 사람은 법원에 이 문제의 해결을 호소하기에 이르렀습니다. 5. 화장품 사업 투자는 연예활동과는 무관한 재무적 투자로서 이번 가처분 신청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이 사건의 본질은 전속 계약의 부당성입니다. 한편 SM에서는 멤버들이 화장품 사업 투자로 인해 이번 가처분 신청을 하였다는 공식 입장을 표명하였지만, 멤버들이 화장품 사업에 투자한 것은 이번 가처분 신청은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SM이 거론하는 화장품 사업은 중국에 진출하는 화장품 판매 회사에 세 사람이 주주로 투자한 건으로, 연예활동과는 전혀 무관한 재무적 투자일 뿐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더라도, 중국에 진출하려고 하는 화장품 회사에 1억 원 정도의 금액을 투자한 것 때문에 그 동안 동방신기로서 일군 모든 성과를 포기하여야 할 수도 있는 이번 일을 감행하였다는 것은 누구도 납득할 수 없을 것입니다. 멤버들이 제기하는 문제의 핵심은 전속 계약의 부당성이며, SM은 계약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화장품 사업을 거론하여 문제의 본질을 흐리려는 시도를 즉시 중단하여야 할 것입니다. 6. 멤버들은 결코 동방신기의 해체를 원하지 않으며 부당한 계약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할 뿐입니다. 많은 팬 여러분께서 이번 가처분 신청으로 동방신기의 해체를 우려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가처분 신청은 절대로 동방신기의 해체를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은 비록 문제 해결 방식에 대한 견해 차이로 세 사람만이 소송에 참여하고 있지만, 멤버들 사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언제까지나 하나이겠다는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고자 하는 멤버들의 마음은 모두가 한결같습니다. 이번 일로 계약의 부당성이 시정되고 마음껏 우리의 음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면, 모두가 하나되어 팬 여러분들 앞에 설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용기를 내게 된 것입니다. 7. 더욱 성숙하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동방신기를 아껴주시는 팬들께는 세 사람의 이번 가처분 신청으로 크게 놀라고 실망하셨을 수 있어 안타깝고 죄송스럽지만, 더 큰 꿈을 위한 도약으로 생각하고 응원해주신다면 더 멋지고 성숙한 모습으로 성원에 보답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2009. 8. 3. 가수 동방신기 영웅재중, 믹키유천, 시아준수 한편 영웅재중 믹키유천 시아준수 등 동방신기의 3명은 지난 7월 3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SM엔터테인먼트의 전속계약 효력을 정지시켜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올 하반기 국내 드라마 진출 계획을 밝힌 동방신기의 또 다른 멤버 유노윤호와 최강창민은 이번 소송에 동참하지 않았으며 SM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서울신문NTN 최정주 기자 joojoo@ses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SM, 반박문 발표 “데뷔 후 110억 원 지급”

    SM, 반박문 발표 “데뷔 후 110억 원 지급”

    SM엔터테인먼트가 동방신기 세 멤버 믹키유천 시아준수 영웅재중이 3일 밝힌 공식입장에 대해 반박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3일 오후 ‘법무법인 세종 보도자료에 대한 SM엔터테임먼트의 공식입장’을 발표해 영웅재중 믹키유천 시아준수 측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세종 측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문건에 따르면 동방신기는 데뷔 후 2009년 7월까지 현금 110억 원(기 분배금 92억+선 지급금 17억 7천)과 고급 외제차(계약과 상관없는 보너스) 등을 제공받은 반면 SM엔터테인먼트는 동방신기 데뷔 후 4개년 영업적자 기록했다. SM 측은 “사업환경의 변화에 따라 가창인세, CF, 이벤트, 초상 등 각종 수입에 대한 다양한 분배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측면만(부정확하게) 부각했다.”고 강조했다. 또 스케줄 문제에 대해서도 “건강 및 스케줄은 충분히 협의해 왔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영웅재중 믹키유천 시아준수는 “데뷔 후 5년간 세 멤버는 회사가 일방적으로 수립하여 진행한 일정으로 인하여 몸과 마음이 너무나 지쳤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어 “13년이라는 전속 계약 기간은 사실상 종신 계약을 의미했다.”며 “멤버들은 SM으로부터 노력에 합당한 대우를 받지도 못했다.”고 주장한 뒤 “화장품 사업 투자는 연예활동과는 무관한 재무적 투자로서 이번 가처분 신청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이 사건의 본질은 전속 계약의 부당성”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서도 SM 측은 “화장품 사업은 이번 일이 제기된 실질적 이유”라며 “화장품 사업에 참여한 3명만 본 사건을 제기한 것이 결정적 반증”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초상권 사용, 각종 행사 참여 사실이 파악되고 있다. 동방신기 이미지 실추 및 멤버 피해를 막기 위해 조속히 조치하겠다.”고 전했다. 사진제공 = 서울신문NTN DB 서울신문NTN 정병근 기자 oodless@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동방신기 3인 “SM과 처음부터 부당계약”

    동방신기 3인 “SM과 처음부터 부당계약”

     ”회사의 수익창출을 위한 도구로 소모되고 말 것 같았다.”  5인조 남성그룹 동방신기의 멤버인 영웅재중(본명 : 김재중) 믹키유천(본명 : 박유천) 시아준수(본명 : 김준수)측이 소속사인 SM 엔터테인먼트(이하 SM)과의 갈등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들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종은 3일 오전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그 동안 동방신기가 SM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세종은 “데뷔 후 5년간 세 멤버는 회사가 일방적으로 수립하여 진행한 일정으로 인하여 몸과 마음이 너무나 지쳤다.”며 “이들은 2004년 초 동방신기로 데뷔한 이후 지금까지 SM의 지시에 따라 한국 일본 중국을 넘나들며 1년에 일주일을 제외하고 하루 3~4시간 정도의 수면 시간 밖에 가지지 못하고 스케줄을 소화했다.”고 밝혔다.또 “결국 이 세 사람은 더 이상 SM에서는 아티스트로서의 꿈을 이루기보다는 회사의 수익 창출을 위한 도구로 소모되고 말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각자의 비전에 따른 연예 활동을 할 수 있기를 바라게 됐다.”고 밝혔다.  세종은 이들이 처음부터 SM과 부당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세종은 “13년이라는 전속 계약기간은 사실상 종신 계약을 의미했다.”며 “군 복무 기간을 포함할 경우 계약기간이 15년 이상으로 늘어난다.아직도 10년 가까운 계약기간이 남았기 때문에,사실상 연예계를 은퇴할 때까지 SM과 계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어 “전속 계약을 해제할 경우 총 투자금의 3배,일실 수익((남은 계약기간의 예상수익)의 2배에 해당하는 위약금을 부담하는데다 합의로 계약을 해제할 경우에도 수 천억원에 달하는 위약금을 물어야 하도록 되어 있다.따라서 계약 해제도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SM에 속박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수익 배분에 대한 문제도 지적했다.  세종은 “이들은 계약 기간 동안 SM으로부터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며 “계약금을 받지 않았음은 물론 전속 계약상 음반 수익의 분배 조항을 보면 최초 계약에서는 단일 앨범이 50만장 이상 판매될 경우에만 그 다음 앨범 발매 시 멤버 1인당 1000만 원을 받을 수 있을 뿐이었고, 50만장 이하로 판매될 경우 단 한 푼도 수익을 배분받지 못하게 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조항은 2009년 2월6일에 이르러서야 개정되었는데, 개정 후에도 멤버들이 앨범 판매로 분배받는 수익금은 앨범판매량에 따라 1인당 0.4%~1%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세종 측은 “이들은 부당한 계약의 시정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SM은 멤버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SM측이 주장한 ‘화장품 사업’ 문제와 관련해서는 “화장품 사업 투자는 연예활동과는 무관한 재무적 투자로서 이번 가처분 신청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이 사건의 본질은 전속 계약의 부당성”이라고 반박했다.이들은 최근 부모와 함께 화장품 사업을 시작했지만 SM측이 이 사업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면서 갈등을 빚어왔다.  세종은 마지막으로 “이들은 결코 동방신기의 해체를 원하지 않으며 부당한 계약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할 뿐”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지난 7월 31일 오후 세종을 통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SM측은 다음날 보도자료를 통해 “동방신기는 국가 및 아시아를 대표하는 그룹이기 때문에 활동을 지속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또 화장품 회사와 관련해 발생한 이번 문제에 대해 조속히 대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한편 나머지 멤버인 유노윤호(본명 : 정윤호)와 최강창민(본명 : 심창민)은 이번 소송에 동참하지 않고 SM에 남을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파워블로거 원동력은 소통의 재미”⑩

    “파워블로거 원동력은 소통의 재미”⑩

     신문과 블로그의 신성장동력을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찾아 본 결과 결론은 명확했다. 신문은 ‘웹과 모바일’, 그리고 블로그는 ‘네트워크’였다.  미국 신문의 혁신의 상징으로 꼽히는 댈러스 모닝 뉴스는 지역 주민들과 함께 만드는 인터넷 신문 ‘네이버스고’로 새로운 시대를 준비중이었다. 100년 역사의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아예 인터넷 신문으로 전업했다.  블로그 기업 트위터는 서로 팔로우(follow) 하는 네트워크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했으며, 데드스핀닷컴은 인터넷 놀이터를 제공했다. ‘뉴욕의 의사’ 고수민씨는 소통하는 네트워킹의 즐거움 때문에 블로거로 성공할 수 있었고, 미디어몽구 김정환씨의 경우 수백개의 댓글이 달리는 네트워크의 마력이 전업블로거로 자리잡게 했다.  하지만 미디어 전문 블로그(themediabusiness.blogspot.com)를 운영 중이며 뉴욕과 중국에서 저널리즘을 강의하는 로버트 피카드 교수는 “미국에서는 1만4500개의 신문사가 연간 500억달러(한화 약 61조원)의 광고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면서 “구조조정의 결과지만 올 2·4분기에 뉴욕타임스, 가네트 등은 흑자를 기록했다. 신문은 하루 밤에 사라지거나 망할 산업이 결코 아니다.”라며 신문의 생명력과 영향력을 강조했다. 현재의 경제위기가 끝나면 신문 광고시장은 연간 550억~600억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피카드 교수는 밝혔다.  ●신문이 생존하려면 초심으로 돌아가야  그러나 피카드 교수는 “신문은 매스미디어로는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즉 인터넷 뉴스 때문에 많은 독자를 모아 싸게 뉴스를 파는 것이 더 이상 먹히지 않아 틈새시장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신문의 주 독자인 고소득자층과 잘 교육받고 다른 시각의 뉴스를 찾는 사람들을 위한 뉴스를 생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터넷 뉴스만 읽는 사람들은 평균 30대로 이들은 신문을 보지 않는다. 인터넷으로 뉴스를 볼 때도 헤드라인만 훑어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신문을 읽는 사람들은 인터넷으로도 뉴스를 보기 때문에 신문마다 어떻게 다른 시각의 뉴스를 보도하는 지에 관심이 많다. 신문은 이러한 핵심 독자층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카드 교수는 “아직까지 5쪽씩 주식시세표를 인쇄하는 경제신문들이 있는데 주식투자자의 입장에서 보면 말도 안 된다. 신문의 스포츠 기사를 보면 어제 밤에 무슨 일이 일어났다거나 경기 결과 통계가 많은데, 스포츠 팬들은 인터액티브한 뉴스를 선호한다.”라며 신문의 고답적인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이어 “20세기에 들어와 본격적인 대중지의 역사가 시작되었지만 신문의 시작은 구직, 부동산, 자동차 판매 등의 안내광고였다.”며 “신문이 초심으로 돌아가 이러한 광고를 하는 온라인 사이트를 사들이는 것이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양한 독자층을 겨냥한 신매체를 2~3개 이상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기자들이 큰 실수를 한 것 중에 하나가 저널리즘에만 관심을 두고 신문사의 비즈니스에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이다. 지금 기자들은 어떻게 회사가 운영되고 수익을 창출하는지 모르고 쓰레기같은 뉴스만 생산할 뿐이다.” 피카드 교수는 많은 미국의 신문사들이 문을 닫고 있지만 이는 신문산업의 오류가 아니라 대부분 경영진들의 실책이라고 지적했다. 망하는 신문사의 경영진들이 인터넷을 비난하는 것은 책임 전가일뿐이란 것이다.  신문 광고시장에 비해 온라인 광고시장은 성장세이긴 하지만 전체 규모가 120억달러에 지나지 않고, 지난해 미국 신문사들이 온라인 광고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도 40억달러 정도에 이른다.  피카드 교수는 “앞으로 수백년 동안 신문이 존재하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내일 당장 망하진 않는다. 지금 미국의 미디어 산업 현황을 보면 신문은 수익을 내고 있고 부도가 난 신문사들은 경영상의 문제일 뿐이다.”라면서 “신문 독자의 숫자가 점점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저널리즘은 앞으로도 계속 필요할 것이고 신문사 또한 다른 형태로 영원히 남으리라 본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정부의 도움이 신문의 부활을 돕진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지금 미국인들에게는 의료보험이 신문보다 훨씬 중요하다. 세금을 내는 사람들에게 사지도 않는 신문을 도울 돈을 내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 프랑스의 사르코지 정부가 신문산업에 많은 돈을 수혈했지만 미국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이어 “방송과 라디오와의 크로스오버 또한 20년전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신문산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파워블로그의 원동력은 소통의 즐거움  미국 오하이오주립대를 졸업하고 한국에서 영어강사로 일하고 있는 라이언 콜러(24)는 40여개의 블로그를 동시에 운영 중이다. 한달에 블로그에 다는 광고인 구글 애드센스를 통해 계좌에 들어오는 돈은 수십달러 수준. 한달 최대 200달러까지 번 적도 있다. 그의 블로그 정보가 대단한 것은 아니다.  ‘일본식 집’ ‘한국의 연예 스타’ 등의 제목으로 검색 사이트에서 찾으면 그의 블로그가 가장 높은 순위로 검색된다. 검색엔진 최적화(SEO)를 통해 블로그를 높은 검색 순위에 올리고 이 결과로 노출된 광고를 통해 부수입을 얻는 것이다.  콜러는 높은 순위의 검색 결과를 얻기 위해 파워블로거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링크’를 부탁하기도 한다. 다른 블로거들이 콜러의 블로그를 추천하고 링크를 걸어주면 검색엔진에서 검색 순위가 올라간다.  그는 이러한 ‘링크’의 대가로 5달러 정도를 지불하지만 수입은 이에 비해 훨씬 높다. 콜러는 “운영하는 블로그의 숫자를 100개로 늘릴까 생각한 적도 있다.”고 말했지만 그가 운영하는 수십개의 블로그 가운데 1년동안 전혀 새로운 글이나 사진이 올라가지 않은 것도 부지기수다.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블로그 파워의 원천은 신뢰와 평판”이라며 “이는 사실 기존 언론들도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덕목이었으나 우리 사회는 그러지 못한 지가 오래됐다.”라고 밝혔다.  그는 “사람들이 그동안 소통에 목말랐기 때문에 블로그가 성공했다.”면서 “기존 매스 미디어는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충분히 담아내기엔 한계가 너무나도 분명했다.”고 말했다.김 교수는 “블로그는 누구나 쉽고 자유롭게 생각·견해·전문 지식을 드러낼 수 있는 그릇 또는 공간으로 블로그를 통해 ‘소통’이란 사람들의 잠재된 본성이 분출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기존 언론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통적으로 부여된 역할인 뉴스를 취사 선택하는 게이트 키핑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여기서의 게이트 키핑은 여행을 준비할때 여행사에 의뢰하면 편하듯 알아야 할 소식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신문은 블로그처럼 본질적으로 다른 미디어와 경쟁하기 보다 고유한 역할을 해야 하고, 이를 필요로 하는 시장을 찾아야 한다. 바로 사회적인 공공 이슈에 대한 게이트 키핑과 분석을 통해 안목과 시각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신문과 블로그의 공생을 제안했다.  미국의 언론사를 포함한 기업들은 너도나도 트위터에 뛰어들고 있다. 상점들도 입구에 트위터 주소를 적어놓고 우리를 팔로우 하라고 제안한다. 그러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특종이나 뉴스 편집자와의 세미나같은 특별한 모임, 세일 정보 등을 팔로우어들에게 보내준다. 매스미디어인 신문과 1인 미디어 블로그가 공존하는 사례다.   이번 취재 과정에서 미국의 신문산업 종사자들은 컴퓨터 인터넷 화면과 휴대전화를 가리키며 우리의 미래는 여기에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미디어 기업에 소속된 미국의 파워블로거들은 트위터 등을 통해 자신이 쓴 글을 전파시키고 영향력을 넓히는 것을 필수적으로 여겼다.  이에 비해 인터넷 환경과 문화가 다른 점이 고려돼야 하지만 한국의 블로거들은 아직 ‘아마추어’ 수준이란 것이 1세대 파워블로거들의 의견이었다. 하지만 신문은 웹과 모바일로 독자들의 새로운 욕구를 충족시키고, 블로거는 네트워크로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은 양국 모두 공통된 사명으로 꼽았다.  인터넷서울신문 보스턴 윤창수·서울 최영훈기자 geo@seoul.co.kr [관련기사 보러가기] 신문과 블로그의 빅뱅 ① 한국언론 첫 트위터 창업자 인터뷰 신문과 블로그의 빅뱅 ② 19살에 미국가서 유력일간지 기자로 신문과 블로그의 빅뱅 ③블로그도 뭉쳐야 산다 신문과 블로그의 빅뱅 ④ 100년 신문사의 승부수 신문과 블로그의 빅뱅⑤ 접시닦이가 세계최대 도시 블로그 만들다 신문과 블로그의 빅뱅 ⑥ 블로그에 글 하나 썼더니 100달러가…신문과 블로그의 빅뱅 ⑨ 블로그로 또 다른 삶을 ‘클릭’한 3인
  • 현대 평범한 이웃들의 오랜된 갈등 여성 주인공들의 포용력으로 풀어

    현대 평범한 이웃들의 오랜된 갈등 여성 주인공들의 포용력으로 풀어

    소설가 한승원(70), 그가 고향인 전남 장흥에 만든 ‘해산토굴’에 들어앉은 지 벌써 14년이 지났다. 하지만 그의 몸을 가둔 토굴은 그 성정까지 가두지는 못했다. 그는 토굴을 “소통하고 사유하는 느림의 공간”이라고 말한다. 그곳에서 작가는 끊임없이 자연 그리고 세상과 소통하고 사유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를 오롯이 담은 단편집이 나왔다. 소설집 ‘희망사진관’(문학과지성사 펴냄)에 수록된 10편의 단편소설 곳곳에는 해산토굴과 장흥바닷가를 거니는 작가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책은 ‘원효’, ‘추사’, ‘다산’ 등 역사 속 영웅을 장편으로 다룬 그의 지난 행적을 볼 때 상당히 이채롭다. 작가도 이 책을 두고는 “또 다른 나의 체취가 물씬 배어나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단편들은 모두가 이 시대 우리 이웃들을 다루고 있다. 역사를 소재로 한 서사에 지친 것일까. “15년 전쯤부터 인간주의에 대한 반성이 일더군요. 세상이 인간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생각은 잔인합니다. 그걸 보완하려면 우주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했어요. 인간은 공격적이지만, 우주는 포용력이 있지요.” 작가는 “이번에 여성 주인공이 많은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한다. 그는 생명을 길러주고 안아주는 여성의 본질에서 새로운 희망을 길어올리고자 했다. ‘희망사진관’에서 작가가 희망을 찍는 사진사라면 여성 주인공들은 희망을 무한히 뿜어내는 피사체인 셈. 실제로 작품 속 여성 주인공들은 오래된 갈등을 포용력으로 끊어내는 인물들이다. ‘꽃뱀’은 노처녀 행세로 노총각들을 농락한 꽃뱀의 이야기. 그녀는 속이고 속고 빼앗고 도망가는 아수라장에 놓이지만, 결국은 과거의 삶에 허무를 느껴 스스로 악순환을 끊고 자신을 사랑해 준 노인을 위해 기도를 한다. ‘고추밭에 선 여자’는 아들을 원한 부모탓에 남성적인 삶을 살았지만, 세상이 정한 여성상에 얽매이지 않고 씩씩하고 희망찬 삶을 꾸려가는 여성 이야기다. 대리모를 다룬 ‘내 서러운 눈물로’나, 딸들의 ‘아들낳기 결투’를 다룬 표제작 ‘희망사진관’도 곳곳에서 남성 주인공에서 여성으로의 전환에 따른 희망의 메시지들이 비춰진다. 희망을 위한 작가의 전환은 문체에도 적용된다. 그간 써온 역사소설의 장중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벗고, 이번에는 한결 가벼워진 문체로 돌아왔다. “50년 가까이 소설을 써왔지만, 언어에 대한 절망 속에서 늘 몸부림쳤다.”고 고백하는 그는 고민 끝에 호흡도 짧고, 담백한 문장을 꾸미기 위해 애를 썼다고 한다. 표제작 도입부의 ‘지난 설 명절은 경호에게 슬픈 피박이었다. (중략) 그 돈보다 더 큰 노다지를 캐내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노다지는 장인어른과 장모의 흉중에 들어 있었다.’ 같은 문장은 엄숙함을 벗어나 능청스럽기까지 하다. “소설가는 주인공들하고 살기 때문에 심심할 리 없다.”고 하는 작가는 그말대로 지금도 주인공들과 노닐며 새 장편을 준비하고 있다. 그저 “역사 속 인물들을 써오면서 견고해진 생각을 반영한 현대물”이라고 하며 말을 아꼈지만 “이번 작품에서 준 변화의 연장선에 있는 건 분명하다.”고 언질을 했다. 신작은 내년 초쯤 나올 예정이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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