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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 이례적 반박 기자회견 “무기번호 매직으로 안써”

    북한 국방위원회가 지난 28일 이례적으로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천안함 사태와 북한의 관련성을 강하게 부인했다. 이에 국방부는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박림수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장은 기자회견에서 천안함을 공격한 것으로 알려진 130톤급(연어급) 잠수정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박 국장은 “130톤짜리 잠수정이 1.7톤짜리 중어뢰를 싣고 해군기지를 떠나 공해를 돌아서 ㄷ자형으로 온 뒤 그 배(천안함)를 침몰시키고 돌아간다는 게 군사 상식으로 이해가 가느냐”며 “이치에 맞지 않는 소리”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방위 정책국의 이선권 대좌는 어뢰에 쓰인 ‘1번’ 글자와 관련, “우리는 무장장비에 번호를 매길 때 기계로 새긴다”며 “매직으로 쓰인 것 같은 글자는 조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북에서는 광명성 1호 등 ‘호’라는 표현을 쓰지 ‘번’이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는다”며 “‘번’이라는 표현은 축구선수나 농구선수 같은 체육 선수에게만 쓴다”고 밝혔다. 아울러 “남측은 가스터빈을 공개해야 한다”며 “이번 사건이 어뢰 공격에 의한 것이었다면 터빈이 없어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남한의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군이 300톤급인 상어급 잠수함과 130톤급 연어급 등 모두 70여 척의 잠수함을 보유한 사실은 이미 공식 확인된 사실이고, 연어급 잠수정에도 중어뢰를 정착할 수 있다는 합동 조사단의 결론은 이미 검증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또 북한군이 조작이라고 주장하는 어뢰 추진체 안에 쓰여진 한글 ‘1번’도 우리 군이 확보한 북한 훈련용 어뢰에서 비슷한 유형의 표기를 확인했다고 거듭 강조, 작성 자체를 부인한 어뢰 관련 소책자도 무기 수출을 위해 이란과 남미 등에 북한이 직접 배포한 자료를 입수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북한의 천안함 공격을 입증할 많은 증거들이 이미 국제적 인정을 받은 만큼 북한의 반박 기자회견은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북한의 반응이 천안함 사태의 본질을 흐리려는 의도로 보고 유엔 안보리 회부 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한편 북한의 기자회견과 관련, 교도통신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끌고 있는 국방위원회가 기자회견을 개최한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며 사상 최초일 수도 있다”며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서울신문NTN 뉴스팀 기자 ntn@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박재범 칼럼] 상식으로 뜯어보는 천안함 폭침 사태

    [박재범 칼럼] 상식으로 뜯어보는 천안함 폭침 사태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두 달 전 천안함 폭침 사태에 따른 것이다. 서울신문 여론조사에 따르면 ‘천안함 침몰 원인이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이라는 합조단의 발표를 신뢰한다는 응답이 73.3%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인터넷을 중심으로 과학과 상상을 버무린 각종 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상식의 눈으로 사실을 통해 진실을 파악하는 일이 본령인 언론도 제각각이다. 현재 제기되는 각종 주장이나 의혹은 크게 서너 가지로 모아진다. 첫째는 6·2지방선거를 앞두고 노풍을 잠재우기 위한 북풍이라는 주장이다. 복잡한 현상 속에 감춰진 진실을 찾는 방법은 팩트만 연결시켜 보는 일이다. 천안함 사태의 팩트는 단순하다. 천안함이 침몰했고, 이후 방중(訪中) 과정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북한과 무관하다고 밝혔고, 국제전문가들이 참가한 조사에서 북한 공격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발표 시점이 지방선거 운동 시작날인 20일이라는 점에서 북풍설이 제기된다. 그러나 이는 발표일이 설령 작위적이라고 하더라도 사건의 본질이 변하는 것은 없다는 점에서 어색하기 짝이 없는 주장이라고 본다. 둘째는 경계실패론이다. 단적으로 말해 천안함 사태는 작전의 문제이다. 인천공원에 설치된 맥아더의 동상을 철거하려던 세력이 ‘작전의 실패는 용서받아도, 경계의 실패는 용서받을 수 없다.’는 맥아더의 언급을 들먹이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천안함 사태의 본질이 작전인 이유는 영해 내의 군함이 공격을 받았다는 점 때문이다. 군함은 주권의 연장이다. 천안함의 배치 이유와 임무를 보면 경계실패론의 허구성은 더욱 분명해진다. 천안함은 과거 서해에서 세 차례 벌어진 정규전이 재발할 것을 염려해 배치됐다. 비대칭전을 위한 목적이 아니다. 천안함이 백령도 뒤편에서 기동한 것도 북방한계선(NLL)을 넘는 북한 군함을 막기 위해 자신을 숨기는, 당연한 작전이다. 천안함이 수심 30~40m의 천해(淺海)에서 경계활동을 펼칠 수 있는 장비를 갖추고 있다면 경계실패론이 타당하다. 천해에서는 사이드스캔소나라는 특수장비가 필요하다. 천안함은 비대칭전을 위한 함선이 아니기에 이런 장비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즘 해군 사이에는 이런 말이 나돈다. ‘집 마당에서 놀던 아이가 몰래 숨어든 불량배에게 두들겨 맞자, 아이를 타박하는 격’이라는. 어떤 말로 상황을 흐리든 간에 천안함 사태의 본질은 작전 문제이다. 셋째 문책론이다. 핵심은 국방장관이다. 정치권에서 이런 주장을 펼치고 있으나 어불성설이다. 국방장관은 군정과 군령을 동시행사하지만 군령은 합참의장을 통해 대리행사한다. 장관이 민간복장을 입고, 합참의장이 군복을 입는 까닭이다. 작전은 장관과 무관하다. 군사력 운용의 대원칙이다. 이 원칙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조만간 있을지 모르는 개각에서 국방장관을 교체하는 것은 분위기 쇄신이라는 측면에서 가능할 것이나, 문책이라는 굴레를 씌워서는 결코 안 될 일이다. 사실 이런 일들보다 더 중요한 과제는 김정일의 의도를 정확히 읽는 것이다. 현재 정책 등을 살펴보면 김정일은 건강이 악화돼 있고, 방중은 경제난 극복과 3대 세습을 위한 목적이고, 천안함 사태는 세 차례 해전의 보복이라는 시각이 우세한 것 같다. 과연 그럴까. 반대로 김정일은 건강이 회복돼 자신감에 충만해 있고, 따라서 평생의 대업을 이루려는 욕구에 가득 차 있어 경제난 극복이나 세습에는 무관심하다고 볼 수는 없을까. 이 경우 전략가 김정일의 저의는 파국 일보 직전까지 한반도의 긴장을 최고조로 높이다, 돌연 민족을 위해 ‘통 크게’ 대화하자고 감성에 호소함으로써 한국 내부에 대란을 촉발시켜 한국의 정권을 취약하게 만들려는 것이 아닐까 싶다. 감정이 합리성을 휩쓸어가는 그때 정부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북한이 앞으로 끄집어낼 다양한 수단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단호한 정책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게 관건이 될 것이다. jaebum@seoul.co.kr
  • [기고] 삶의 질 높이는 과학기술 정책/박상철 서울대 의대 교수·노화고령사회연구소

    [기고] 삶의 질 높이는 과학기술 정책/박상철 서울대 의대 교수·노화고령사회연구소

    우리나라 과학기술 정책은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첨단화와 산업화의 양 방향에 집중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해외 저널 논문발표로 평가되는 과학 경쟁력과 무역 규모로 인정되는 산업화, 특허등록으로 거론되는 첨단화 등에서 우리나라와 기업들이 선진대열에 설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목적이 첨단화와 산업화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과학기술은 세상을 안전하고 온전하게 살 수 있게 함은 물론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을 제고하는 데 궁극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되돌아 보면 엄청난 기후변화, 인구변화, 경제사회변화, 국제관계의 변화 때문에 초래되는 재해·재난·질병·인권 저하 등에 무방비로 당했던 일이 흔했다. 그 때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대응을 하는 일이 흔했다. 그런 순간에도 과학기술이 본질적인 문제점을 직시하지 않고, 오로지 첨단화와 산업화에 대한 집착에만 빠져 있지는 않았는지 반성할 때이다. 국민들의 구체적인 삶과 관련된 주제에 대한 연구에는 국가의 지원이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산업화와 괴리가 있다거나 학문적인 독창성이 결여됐다거나, 상업성이 부족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예컨대 그 동안 인구 고령화에 따른 사회적·제도적 문제뿐 아니라 고령자의 일상생활에서 초래되는 불편함과 부자유스러움의 문제들에 대한 과학기술 차원에서의 대책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이번에 교육과학기술부가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공공복지·안전 연구 사업’을 추진한다고 한다. 고령사회의 문제해결을 위한 과학적 연구개발 지원이 미비한 데 아쉬움을 가져오던 차에 우리나라 국가 과학기술 정책에서 첨단화·산업화 대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이 새로운 연구주제로 등장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몇 년 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과학기술의 대상을 물었더니 건강보호, 사회안전, 생태온전, 여가선용 등의 개념이 도출됐다. 과학기술의 개발을 통해 보다 더 건강한 상태로 노후를 맞을 수 있으며, 생활주거 환경이 보다 더 안전하게 유지되며, 여가를 보다 더 보람있게 선용할 수 있다면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바로 이런 역할을 하는 과학기술의 발전을 애타게 기다려 왔다. 교과부는 국민의 삶의 질 선진화를 추구하고 따뜻한 사회를 실현시킬 방안 가운데 하나로 국가 과학기술의 범주에 고령친화 분야, 장애극복 분야, 사회재해 안전분야 등 3가지의 새로운 방향을 설정해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고령 및 장애인의 사회참여와 생산활동 증진, 요양보호에 따른 사회적 비용 경감, 복지안전 분야의 기초원천 기술 확보에 따른 신규시장 진출, 신산업 발굴 등의 산업적 후방효과를 기대한다고 했다. 욕심을 더 내자면 이처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과학기술 개발이 더 적극적이고 광범위하게 이뤄져야 하겠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첫발을 내디뎌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방향에 첨단화·산업화뿐 아니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다는 목적이 명시돼 과학기술계가 따뜻한 인간사회를 구축하는 데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만으로도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자위해 본다.
  • [제21회 김달진문학상] “이제 새로운 문학 모색할때”

    [제21회 김달진문학상] “이제 새로운 문학 모색할때”

    ■평론 부문- 홍용희 교수 ‘현대시의 정신적 감각’ “이제는 새로운 문학을 모색할 때입니다.” 제21회 김달진문학상 평론 부문 수상자인 문학평론가 홍용희(44)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수상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이어 “이 상은 오늘날 변동의 시대에 응답하는 문학적 자세를 가지라는 주문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김달진 선생의 시 ‘샘물’의 구절 ‘나는 조그마한 샘물을 들여다보며 / 동그란 지구의 섬 위에 앉았다’를 인용하며, “내 문학 역시 작은 ‘샘물’의 세계 속에서 ‘동그란 지구의 섬’을 느끼는 안목을 가질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한말 김일부 선생이 ‘정역’에서 지구 자전축의 이동을 예언하며 이때를 문화 대변동의 순간으로 인식했듯, 지금의 문학 역시 창조적 대답을 모색해야 할 때가 왔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수상작으로 결정된 평론집 ‘현대시의 정신과 감각’(천년의시작)은 이러한 새로운 문학을 위한 첫발인 셈이다. 그는 책에서 시적 창조의 기원을 가장 근원적인 정신의 차원에서 찾는 방법을 취했다. 이를 위해 현대 문학 작품들을 분석하는 데 성리학의 이기론(理氣論) 등 고전의 사상을 차용하는 독특한 방법을 활용했다. 그는 특히 ‘시중지도(時中之道)의 정신’을 강조했다. 시중지도란 ‘수시로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삶의 근원과 본질의 이법(理法)에 해당하는 도를 구현하는 것’이란 뜻으로, 일반적으로 말하는 ‘중도(中道)’와 뜻이 통한다. 그는 이 중도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구현됐느냐를 통해 문학 작품 속의 질서와 새로운 변화 가능성 등을 읽어냈다. 책에서는 백석, 정지용 등 식민지시대 시인들부터 박주택, 박찬, 신달자 등 동시대 시인들도 폭넓게 다뤘다. 올해 김달진문학상 시 부문 수상자인 홍신선 시인에 대해서도 “고졸하고 순백한 언어 감각과 태도를 통해 삶의 근원을 진지하게 노래해온 시인”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홍 교수는 고등학교 시절 시인 나혁채를 만나 처음 문학에 뜻을 두게 된다. 그는 “이 무렵 시를 쓴다는 핑계로 수업이 끝나면 월미도, 호구포 등을 찾아 다니기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대학생활 동안 시를 쓰지 못했고, 이후 김재홍 경희대 교수, 최동호 고려대 교수 등을 만나면서 비평과 문학 연구에 매진하게 된다. 그 후 지금까지, 그는 한국 현대시뿐 아니라 북한 문학에 대한 연구에도 꾸준한 업적을 남겼다. 석사 논문에서 북한 문학 문제를 다뤘던 그는 최근 연구 성과를 다시 정리해 8월 중 ‘통일시대와 북한문학’도 출간할 예정이다. 그는 앞으로 “좀더 깊은 문제의식 속에서 시대정신을 날카롭게 구현할 수 있는 글을 쓰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향후 한국 문학사에 ‘거대한 성채’처럼 남아 있는 시인들의 삶을 차례로 집중 연구하겠다는 그는 “그들의 시적 삶에 대한 연구가 즐거움으로서의 문학 공부를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평론 심사평- ‘時中之道의 정신’ 높이평가 홍용희가 수상작 ‘현대시의 정신과 감각’에서 맨 앞에 배치시킨 ‘시중지도(時中之道)의 정신’에 대해 심사위원들의 높은 평가가 잇따랐다. ‘시중지도’는 수시로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삶의 근원에서 벗어나지 않는 삶의 태도를 가리킨다. 시와 시 비평의 정도(正道)를 잡은 활동을 높이 산 것이다. 심사위원 김윤식은 이를 “종잡을 수 없이 절정으로 치닫는 감각들에 반응하며 모색되는 것이 절제와 절정의 균형 감각”이라고 말했다. 김종회는 “한국 고전과 정신주의 이론을 현대시 해석에 운용하며 우리 비평의 수준을 한 단계 더 진전시켰다는 평가로 모아졌다.”며 만장일치로 수상작을 결정했음을 밝혔다. 문흥술은 “홍용희가 보여준 가변적인 것이 아닌 불변적인 것, 물질적인 것이 아닌 정신적인 것, 비인간적인 것이 아닌 인간적인 것에 대한 지향과 성찰은 시 비평의 본래 몫”이라고 평가했다. 유성호는 “비평의 언어가 텍스트의 해석과 평가에 머무르지 않고 적극적인 자기 표현의 양식임을 선명히 보여주고 있다.”면서 “정신주의 시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원리적으로 탐색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심사위원 김윤식 김종회 문흥술 유성호 최동호
  • 대학가 기업식 구조조정 ‘몸살’

    대학가 기업식 구조조정 ‘몸살’

    대학가가 ‘기업식 구조조정’ 회오리에 휘말렸다. 지난 4월 단과대학 및 학과 통폐합안을 마무리한 중앙대를 필두로 성균관대, 건국대 등 여러 대학이 잇따라 학생·기업 수요에 따른 학과영역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대의 흐름을 반영했다고 하지만 학과영역 통폐합에 따른 논란은 커지고 있다. 24일 대학가에 따르면 성균관대는 학문의 융복합을 위한 학사구조 개편과 성과주의 보상체계 등이 담긴 ‘비전 2020’ 초안을 완성해 학내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초안에는 문과대와 사회과학부, 경제학부, 자연과학부 등을 문리과대학으로 통합한다는 계획이 담겨 있다. 입학생들은 1~2년을 학부과정에서 기초교양과정 수업을 듣고 이후 세부 전공을 선택하도록 했다. 성균관대는 삼성경제연구소에 의뢰해 이번 초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균관대는 6월 초 학생을 대상으로 첫 설명회를 개최해 의견을 수렴한 뒤 하반기에 비전 선포식을 가질 예정이다. 이에 대한 학내 논란은 거세다. 문과대 교수들은 최근 학내에 대자보를 붙이고 “비전 2020안이 대학의 본질을 심각히 훼손하고 학문의 전문화와 심화를 통해 구축되는 학문융합의 기반을 붕괴시킬 것“이라고 반발했다. 지난달 8일 이사회를 열고 구조조정안을 통과시킨 중앙대도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이밖에 건국대도 최근 충주캠퍼스의 학문단위 구조조정안을 확정해 내년도 신입생 모집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독어학과와 불어학과는 통폐합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동국대는 이미 2008년부터 학과 평가 결과 하위 15% 학과의 입학정원을 10~15%씩 줄여 우수학과에 나눠 주는 입학정원관리시스템을 도입했다. 숙명여대도 최근 학과제 개편안을 마련, 매년 10%의 정원을 우수학과에 재배정하기로 했다. 대학들이 구조조정에 나서는 이유는 ‘성과주의’ 확산에 맞춰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중심으로 교육과정과 모집인원을 조정하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상당수 대학들은 인문학 전공을 통폐합하는 대신 융합공학 등의 새로운 경쟁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윤경현(컴퓨터공학과) 중앙대 기획처장은 “학과 통폐합은 학과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합쳐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홍중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문이란 여러모로 존재 이유가 있는데 단순히 실용성과 유용성에 기초해 강압적으로 조정하려는 시도는 대단히 위험한 생각”이라며 “학문에 기업식 논리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현용 윤샘이나기자 junghy77@seoul.co.kr
  • [길섶에서]무재칠시(無財七施)/노주석 논설위원

    노자는 도덕경에서 “물은 능히 만물을 이롭게 하되 다투지 아니하고, 모든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처한다. 그러므로 도(道)에 가까운 것이다.”라고 갈파했다. 물은 일정한 모양이 없다. 둥근 사발에 담으면 둥글게 변하고, 네모난 접시에 담으면 네모가 된다. 물은 변화를 밥 먹듯 하지만 본질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 공직을 떠나 정치에 몸담은 선배의 말이다. 물을 닮고 싶은 심정이 절절하게 읽혔다. 정치란 역시 만만치 않다고 여겼다. 또 석가모니의 ‘무재칠시(無財七施)’ 가르침을 전했다. 좋은 말 한마디로도 얼마든지 베풀 수 있는 언시(言施)나, 마음의 문을 열고 따뜻한 마음을 주는 심시(心施)를 못한 것이 후회막급이라고 했다. 비록 빈털터리일지라도 가능한 나눔이요 베풂이기 때문이란다. 이제야 철이 드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나는 20년 넘게 선배의 부드러운 말과 따뜻한 마음씀씀이를 부러워했다. 하지만, 여전히 모난 말을 달고 산다. 마음도 팍팍하다. 지천명(知天命)에도 철 들긴 글렀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글로벌 시대]천안함과 중국, 안자의 고사 /민귀식 한양대 중국문제연구소 연구교수

    [글로벌 시대]천안함과 중국, 안자의 고사 /민귀식 한양대 중국문제연구소 연구교수

    천안함 침몰원인 조사결과가 발표되었다. 그런데 여전히 해명하지 못한 의문점이 남아 있다. 그래서 국내의 논쟁뿐만 아니라 주변국을 완벽하게 설득시키지 못하고 있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 방중을 둘러싼 한·중 외교갈등과 우리 정부의 미숙한 대응은 천안함 폭발 증거능력에 대한 중국의 애매한 태도와 맞물리게 되었다. 즉, 앞으로 중국을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중대한 문제에서 우리 정부의 미숙한 대응과 아전인수식 해석으로 외교협상이 늘 수세적이라는 점이다. 또한 중국 외교를 너무 모르거나, 우리가 바라는 대로 해석하는 잘못을 반복하고 있다. 청와대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조사를 기대한다.”는 후진타오의 발언을 “중국이 우리 편에 섰다.”고 해석하며 자랑했다. 하지만 김정일의 방중이 실현되자 중국에 대한 배신감을 공개 표시했고, 다시 중국이 “방중 허용은 주권사항”이라고 반발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러자 대통령이 직접 나서 “중국이 한국의 입장을 고려해 김정일 방중을 며칠 늦췄다.”고 진화하는, 외교가에서 드문 일이 연출되기도 했다. 중국의 행위를 배신으로 생각하는 순진함도 문제이고, 대통령이 곧바로 해명하는 모양새도 궁색했다. 중국인은 어떤 일에 대해 절대적 기준으로 시비를 가리기보다 잘잘못의 정도를 상대적으로 나누는 데 익숙한 현실적인 사고를 한다. 이렇게 ‘다중적 가치기준’을 가진 중국인은 명분과 실리라는 대립되는 개념을 ‘모순의 통일 혹은 모순의 극복’이라는 논리로 합리화하는 데 익숙하다. 이는 외교협상에서도 ‘전략적 원칙 고수와 유연한 전술 전개’라는 형태로 자주 나타난다. 이는 우리가 바라는 대로 중국이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김정일 방중에서 보여주었듯이 중국은 스스로 주권에 관한 사항이라고 판단되면 절대 양보를 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아니오.”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즉, 우리의 천안함 외교에 대한 요청이나 북한의 경제지원 요청에 거절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 그 사례이다. 우리가 중국의 냉정함을 탓하기 이전에 중국의 외교원칙과 외교방식을 알아야 할 이유이다. 중국인은 협상에서 이기기 위한 조건으로 독심술과 인내력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오죽했으면 공자까지도 상대를 이기려면 조급하지 말고, 자신의 속마음을 숨겨야 한다고 가르쳤을까. 우리가 외교무대에서 중국에 밀리는 경우는 이런 ‘기다림의 기술’이 약하기 때문이다. 천안함 외교를 보면 우리의 조급증이 또 도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중국은 냉정하게 기다리면서 이 사건을 남북한과 미국까지 겨냥한 카드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농후하다. 춘추시대 제나라 안자(晏子)가 황금복숭아 두 개를 가지고 장수 셋을 제거한 고사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안자는 정적인 세 명의 장수를 제거하기 위해 제후 경공(景公)에게 황금복숭아를 두 개 하사토록 해서 그들의 경쟁심을 유도했다. 공적이 많은 사람이 복숭아를 갖도록 했기 때문에, 공적이 크지만 복숭아를 갖지 못한 장수가 먼저 분에 못이겨 자살했다. 다른 두 장수도 부끄러워 자살함으로써 안자는 힘 안 들이고 셋을 모두 제거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 고사는 국내 정적을 제거하는 내용이지만, 본질적으로 이해관계가 같은 것을 서로 차지하려 다투도록 유도함으로써 주도권을 쥐게 되었다는 측면에서 현재 남북한과 중국이 처한 상황에 비유된다. 안자가 계략을 쓴 연회장에는 마침 노나라 제후(昭公)가 함께 하고 있었는데, 이 장면이 미국을 겨냥하여 중국의 존재를 과시하려는 상황과 오버랩되는 것은 상상력이 지나친 것일까. 한동안 남북관계는 경색국면을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이 와중에서 우리와 북한이 냉정을 잃을수록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우울한 시나리오가 써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안자의 고사를 활용할까 걱정하기 전에 우리가 좀더 밝은 시나리오를 쓰는 게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 [책꽂이]

    ●선인장 꽃기린(유정이 지음, 황금알 펴냄) 199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꽃을 통해서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 뒤에 숨겨진 농익은 슬픔과 통증, 화에 대해 노래한다. ‘만개하는 울음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 서둘러 입을 닫느라 몸에 돋은 가시들 / 그 상처의 소리 들리네’(‘선인장 꽃기린’ 중)처럼 꽃을 오래된 내면의 상처가 피워낸 결과물로 보는 시선이 인상 깊다. 8000원. ●백악기의 추억(박희섭 지음, 자음과모음 펴냄) 어느 봄날 한 청년이 투신 자살을 한다. 서울 생활에 회의를 느껴 지방으로 자진해 내려온 우형근 경위는 그 지방에서 투신 자살이 잇따라 이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건의 진상을 추적한다.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청소년들의 자살을 소재로, 현대 사회에서의 교육의 역할과 가족의 본질, 추억이 인격 형성에 끼치는 영향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1만 2000원.
  • 오늘 부처님오신날… 쌍둥이 스님에게 듣는다 - 한 날·한 스승에 출가 신경·인경 스님

    오늘 부처님오신날… 쌍둥이 스님에게 듣는다 - 한 날·한 스승에 출가 신경·인경 스님

    “곁에 있는 서로가 수행의 영원한 화두입니다.” 쌍둥이는 때로 함께 태어난 상대방 때문에 정체성의 혼란을 겪기도 한다. 한날한시에 태어나 같은 날 같은 스승에게 출가(出家)한 쌍둥이 스님이 있다. 신경·인경 스님이다. 속세 나이는 서른. 수행자라고 해서 속세 쌍둥이들이 겪는 고민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같은 부모를 둔 형제인데, 형도 아니고 동생도 아닌, 그런데 내 곁에서 나를 쳐다보는 저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 나는 대체 누구인가.” ☞[화보]부처님 오신날 봉축법요식 현장 지난 19일 서울 수유동 화계사에서 만난 신경·인경 스님은 “이런 고민이 결국 출가로 이어졌다.”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마 앞으로도 이 물음이 평생의 화두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부처님오신날(21일) 행사 준비를 위해 부산 통도사 반야암으로 곧 내려가야 한다는 형(兄) 신경 스님은 “부처님오신날은 관불(灌佛·불상을 씻김)하고 연등을 달면서 내 안에 있는 부처를 일깨우는 날”이라면서 “부처는 불상이 아닌, 바로 자기 안에 있다.”고 강조했다. 자기 안의 부처를 찾는 이들의 여정은 일찍 시작됐다. 이란성 쌍둥이인 두 사람은 어려서부터 보자기로 스님 가사를 흉내내기를 좋아했다. 결국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인 22살에 나란히 머리를 깎았다. 청춘을 뒤로 하고 훌쩍 속세를 떠날 수 있었던 것은 10살 때부터 시작한 절집 생활 영향이 컸다. “7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어느날 아버지가 절에 가지 않겠느냐고 묻더군요. 순간 ‘아, 절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생 인경 스님의 얘기다. 그 뒤로 형제는 아버지를 만나지 못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초등학교를 4년이나 늦게 들어갔지만 성적은 학창시절 내내 상위권이었다. 동생이 먼저 동국대 불교학과를 2005년 수석 졸업했고, 3년 뒤 형이 같은 대학 같은 과를 수석 졸업했다. 인경 스님은 동국대 대학원에서 선학을, 신경 스님은 불교학을 공부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학승(學僧)인 조계종 승가대학원장 지안 스님이 두 사람의 은사인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귀결로 보인다. 통상 형제자매 출가자들은 혈연 애착을 경계하여 일부러 멀리 떨어지기도 하지만 두 사람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우리 중 하나가 입적하면 혈연으로서 남은 자는 분명 아픔이 클 것입니다. 하지만 그저 슬픔에만 잠기지 말고, 수행자로서 그 순간을 바로 깨달음을 위한 순간으로 삼자고 서로 굳게 약속했습니다.”(신경 스님) 두 스님은 불교의 가르침으로 ‘바른 안목’을 가장 강조했다. 신경 스님은 “같은 대상을 두고 말해도 내용은 사람마다 달라진다.”면서 “불교의 가르침은 그런 주관에 휘둘리지 않고 대상의 본질을 꿰뚫어 보도록 노력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화계사에서 7일간 정진 기도 중인 인경 스님은 “사람들은 근심이 생기면 실제 상황보다 으레 더 크게 생각하고 그릇된 판단을 내린다.”며 “오늘을 가장 밝게 사는 것이 내일을 밝게 사는 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사람들은 기도할 때마저도 욕심을 부립니다. 하지만 무엇무엇을 해 달라는 기도는 통하지 않습니다. 대신 모든 것에 감사하고 모든 중생이 잘 되게 해 달라고 빌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만물과의 연결고리에 놓여 있는 나 역시 잘 되게 됩니다.” 인터뷰 말미의 두 스님 얘기가 화계사를 내려오는 길 내내 귓전을 맴돌았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지방선거 D-14] 15개시·도 교육감후보

    [지방선거 D-14] 15개시·도 교육감후보

    6·2 동시지방선거에서 전국 16개 시·도 교육감을 선출한다. 교육감 선거 후보등록을 마감한 결과 평균 경쟁률 5대1을 기록할 정도로 후보자들은 교육감 선거에 관심이 많다. 부산과 대구에서는 무려 9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학교 설립 인허가권에 교원 인사권 등 ‘교육 소통령’이라 불릴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일부 후보들은 특정 정당 색깔을 강조하기도 한다. 하지만 교육감 후보는 정당 공천이 없다. ‘기호 1번=여당 후보’, ‘기호 2번=야당 후보’라는 등식이 성립되지 않는다. 후보자들의 높은 관심에 비해 일반 유권자들은 무관심하기 그지없다. 12.3~21.0%에 불과한 역대 교육감 투표율이 이를 반증한다. 낮은 투표율은 교육감의 대표성 시비로 이어질 수 있다. 제대로 된 후보를 뽑아야 내 자녀 교육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유권자들의 후보 감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서울에 이어 15개 시·도교육감 후보들을 분석해 본다. ●경기 - 무상급식 진원지… 보수 단일화 최대 변수 경기교육감 선거는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무상급식’의 진원지가 경기도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재선에 도전하는 진보진영의 김상곤 현 교육감과 보수성향의 강원춘·한만용·정진곤 후보 등 4명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김 후보의 우세 속에 다른 후보들이 추격하는 양상이다. 지난 16일 전국지방신문협의회 소속 경인지역 3개 언론사가 여론조사 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상곤 후보가 14.1%로 강원춘 후보(8.4%)를 5.7% 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진곤 후보는 6.7%, 한만용 후보는 3.7%로 나왔다. 또 방송 3사가 TNS 등 3개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서도 김상곤 후보가 26.3%로 선두를 달렸으며 정진곤 후보 10.3%, 한만용 후보 6.9%, 강원춘 후보 6.2%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무응답 등 부동층이 50~67.1%에 달해 부동층의 향배와 함께 보수후보 단일화가 이번 선거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상곤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도 무상급식 확대 실시를 거듭 약속하면서 진보 및 개혁 성향 지지세를 결집하고 있다. 반면 다른 세 후보는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등 김 후보를 공격하고 있다. 경기교총 회장 출신인 강원춘 후보는 “무상급식은 다분히 정치적이고 대중영합주의적인 요란한 구호”라며 급식시설과 음식 질이 보장된 책임급식을 들고 나왔다. 초등학교 교사 출신인 한만용 후보는 “무상급식은 교육의 문제가 아니고 국가에서 재정형편을 보면서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 출신 정진곤 후보는 “이번 교육감 선거는 갈등과 혼란을 초래하는 김상곤 교육감의 ‘전교조식 교육정책’을 심판하는 장”이라고 말했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인천 - 지지율 15% 넘는 후보 없어… 판세 오리무중 7명의 후보가 난립했던 인천시교육감 선거는 후보 2명이 잇따라 사퇴했지만 여전히 안갯속 판세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15% 이상의 지지율을 얻는 후보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 오리무중 판세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진보단일 후보인 이청연 후보를 제외한 4명은 보수로 분류된다. 최진성·이청연 후보는 초등학교 교사 출신이고, 조병옥 후보는 중등 교사를 지냈다. 권진수 후보는 행정고시에 합격, 교육관료의 길을 걸어왔으며 나근형 후보는 인천시교육청 교육국장을 지낸 뒤 교육감에 당선됐다. 1, 2번을 뽑은 최진성 후보와 나근형 후보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됐다. 하지만 최 후보는 상대적으로 인지도나 지지율이 낮아 다른 후보들 사이에서 해볼 만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2번을 뽑은 나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앞 순위를 배정받은 데다 두 차례에 걸쳐 교육감을 지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아서다. 실제로 여론조사에서 10% 이상의 지지율을 얻은 후보는 나 후보뿐이다. 하지만 진보 성향의 특정 정당을 연상시키는 번호로 인해 보수층 공략에는 마이너스라는 평가도 나온다. 후보들이 이구동성으로 내세우는 구호는 학력 높이기다. 지난해 11월 치러진 인천지역 고3 수험생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전국 16개 시·도에서 최하위에 그쳤던 것. 같은 해 10월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 학생 등을 대상으로 치러진 학업성취도 평가에서도 대동소이한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후보들의 학력신장 해법은 약간씩 표현만 다를 뿐 본질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대전 - 후보 모두 보수성향… 교육비 경감 등 이슈 대전시교육감은 한숭동 전 대덕대 학장, 오원균 전 우송고 교장, 김신호 현 교육감 등 3파전이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현직 프리미엄과 지명도를 앞세운 김 후보를 두 후보가 쫓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부동층이 많아 승패를 쉽게 점치기 어렵다. 3명 모두 보수 성향이나 한 후보가 그나마 진보적이라는 평가다. 3선에 도전하는 김 후보와 오 후보, 한 후보는 무상급식과 학부모 교육비 부담 경감 등 여러 가지 문제를 놓고 설전을 펼쳤다. 김 후보는 1000억원 가까운 막대한 재정 투입을 들어 전면 무상급식을 반대했다. 오 후보는 초·중 의무교육기관에 친환경 무상급식 전면 도입을 주장한다. 한 후보는 “초·중등뿐 아니라 유치원까지 친환경 무상급식을 전면 실시하겠다.”며 다른 후보와의 차별화를 강조했다. 한 후보는 또 학교운영지원비를 완전히 철폐하고 교복과 참고서를 반값에 공급하겠다고 한다. 김 후보는 ‘사교육비 제로 시범학교’를 운영하겠다고 했다. 오 후보는 무료 방과후학교 운영 공약으로 맞서고 있다. 지역·학교 간 교육격차도 쟁점이다. 김 후보는 구도심인 중구·동구·대덕구의 저소득층 교육환경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오 후보는 동부지역에 창의형 기숙학교를 세우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한 후보는 구도심에 교육예산을 집중적으로 투입, 교육환경과 학생들의 학력신장에 힘쓰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충남 - 강복환후보 상대후보 금품전달미수 쟁점 김종성 현 도교육감과 강복환 전 교육감이 리턴매치하는 충남교육감 선거는 공약을 따져 보기도 전에 또다시 비리 문제가 쟁점이 됐다. 강 후보가 측근을 통해 김 후보에게 금품을 전달하려다 미수에 그친 뒤 충남지방경찰청에 제3자뇌물교부 혐의로 입건됐기 때문이다. 강 후보는 지난 1월27일 정모(57·구속)씨에게 돈을 줘 일부인 4000만원이 김모(42·구속)씨 등에게 전달됐고, 김씨 등은 이틀 뒤 “선거에 도움을 주고 싶다.”며 2000만원을 김 후보의 제자 박모(42)씨에게 건넸다. 박씨는 김 후보에게 이를 전하려 했지만 거부당하자 김씨에게 돈을 되돌려줬다. 김씨는 박씨에게 돈을 건넬 당시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뒤 지난달 8일 공주 마곡사 인근에서 김 후보와 박씨에게 보여 주고 1억 5000만원을 요구하면서 협박하자 김 후보 측이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이와 관련, 강 후보는 “사업자금으로 빌려준 것일 뿐”이라면서 “내가 이 사건과 조금이라도 연관돼 있다면 후보를 사퇴하겠다.”고 반박했다. 충남교육감은 선거 때마다 비리 문제가 불거졌다. 강 후보가 2003년 교육감 재직 시 인사비리 혐의로 구속되고, 지난해 오제직 전 교육감도 비리 혐의로 중도하차했다. 지난해 4월 치러진 도교육감 보궐선거 때 선관위의 후보자 정보는 강 후보가 당시 인사비리로 구속돼 2007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판결을 받았으나 2008년 8월 사면복권됐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교육감의 가장 큰 덕목은 도덕성”이라며 사교육비 절감과 함께 깨끗하고 투명한 교육행정을 이끌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후보는 무료 방과후 학교 운영을 통한 지역 간 교육격차 해소와 여러 학력신장 관련 공약을 내놓았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충북 - 고입연합고사 싸고 보수·진보·중도 격돌 충북도교육감 선거는 보수성향의 이기용 후보, 진보성향의 김병우 후보, 중도성향의 김석현 후보 간의 3파전으로 치러진다. 현재 3선에 도전하는 이 후보가 선두를 달리고 있고, 김병우 후보와 김석현 후보가 추격하는 양상이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이기용 후보가 27.8%, 김병우 후보가 13.1%, 김석현 후보가 7%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모름’이나 ‘무응답’이 52.1%로 나타나 섣불리 선거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교사와 교육장 등을 지낸 이기용 후보는 검증된 교육감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사람의 향기가 묻어나는 사람을 만드는 교육’을 핵심 키워드로, 안전한 학교 만들기와 사랑 가득한 유아교육실현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전교조 충북지부장과 교육위원 출신인 김병우 후보는 상대 후보들보다 젊은 50대 초반의 나이를 앞세워 ‘젊은 교육감’과 107개 시민단체로부터 추천받은 ‘민주교육감’ 후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진보성향 후보답게 친환경 무상급식 전면시행, 유·초·중학교 완전 의무교육 등이 핵심공약이다. 전남도 부교육감을 지낸 김석현 후보는 출마자 가운데 유일하게 교사 경력이 없는 교육행정가 출신이다. 그는 충북 교육계의 부패청산을 위해 교육개혁특위를 설치하고 교실 첨단화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최대 쟁점은 고입 연합고사다. 이 후보는 학생들의 학력 신장을 위해 고입 연합고사를 부활시켰지만 김병우 후보는 연합고사 폐지를 주요 공약으로 삼았다. 김석현 후보는 부득이 시행할 경우 연합고사 비율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청주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제주 - 3인 후보 무상급식 공감… 시행시기 입장차 제주도교육감 선거에는 양성언 현 제주도 교육감, 양창식 전 탐라대 총장, 부태림 전 아라중 교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지역언론 여론조사 등에서 3선에 도전하는 양성언 후보가 높은 인지도 등을 내세워 다른 후보를 앞서가고 있다. 이에 맞서는 부태림,양창식 후보는 후보 단일화 논의를 진행중이다. 후보들은 무상급식을 시행해야 한다는데는 의견이 일치하지만 구체적 시행시기 등에는 입장을 달리하고 있다. 양성언 후보는 올해부터 제주도내 모든 읍·면지역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전면 무상급식을 하고 있어 점진적으로 2015년까지 모든 학교에서 무상급식을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양창식 후보는 예산과 법적 절차, 협력기구 설치가 끝나면 당장 2011년부터 초·중학교 친환경 무상급식을 전면 시행하겠다고 공약했다. 부태림 후보는 2012년에는 제주도 내 공사립 유치원과 고등학교 단위까지 범위를 넓혀 친환경 무상급식을 전면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제주 영어교육도시에 들어서는 공립 ‘제주국제학교’(가칭) 운영 문제를 두고서도 시각차를 드러냈다. 부태림 후보는 한해 4000만원의 교육비는 과부담이라며 장학금 등을 통해 지역의 저소득층 학생에게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공약했고 양 창식 후보도 학비를 낮추고 지역학생의 입학비율을 높이는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양성언 후보는 어린 자녀를 외국에 보내고 싶어하는 학부모의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광주 - 현직후보 약간 앞서… 부동층서 갈릴 듯 광주시교육감 선거에는 5명의 후보가 경쟁에 나섰다. 재선에 도전한 현직 안순일 후보가 약간 앞서 나가는 양상이다. 안 후보는 최근 한 지역언론사가 실시한 지지도 조사에서 17.2%를 얻어 13.1%를 얻은 이정재 후보와 오차 범위 안에서 접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50%를 넘는 무응답 비율을 감안할 때 의외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안 후보는 재임기간 이뤄 낸 ‘6년 연속 수능성적 전국 1위’라는 가시적 성과를 홍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현직이란 프리미엄도 무시하기 어렵다. 그는 ‘학부모 부담 경감’과 ‘신명나는 학교 분위기 조성’을 교육복지 공약으로 내놨다. 학부모 부담 경감으로는 맞춤형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하고,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신뢰받는 학원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또 신명나는 학교분위기 조성을 위해서 자율학습 운영방법 개선이나 공문서 유통량 감축 등을 통한 교원 업무경감을 약속했다. 여성인 고영을 후보는 “교육이 변해야 미래가 있다.”며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는 교육에 ‘올인’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유치원 전면 의무교육’과 ‘교육감 급여(4년) 전액 장학금 기탁’ ‘교육감 단임제’ 등 파격적인 공약도 내걸었다. 김영수 후보는 “‘실력 광주’의 위상을 지켜 나가겠다.”며 학부모들이 가장 바라는 마음을 겨냥하고 있다. 장휘국 후보는 전교조 광주시지부장을 역임한 경력 등을 앞세워 ‘MB교육 심판론’을 외치고 있다. 해직교사로서 5년, 교육위원으로서 7년을 보내는 등 교육 현장의 문제점을 속속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진보·개혁 후보란 점도 강조하고 있다. 이정재 후보는 “창의적인 맞춤형 공교육과 인성교육 실현에 역점을 두겠다.”며 표심에 호소하고 있다. 광주교대 총장·전국 대학총장협의회 부회장·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 유치 범시민협의회장 등의 경력을 내세워 ‘검증된 CEO교육전문가’란 점도 강조하고 있다. 일부 후보는 최근 사조직 운영 혐의를 받거나 성희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전남 - 장만채 후보에 교육관료 출신 3인 도전장 7명의 후보가 등록한 전남도교육감 선거는 시민단체가 추대한 장만채 후보가 약진하고 있다. 최근 한 지역신문사의 여론조사에서 장 후보가 20.6%의 지지율을 얻어 한 자릿수를 기록한 여타 후보들보다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장 후보는 특히 지난 14일 실시된 후보 투표용지 게재 순위 추첨에서도 민주당에 해당하는 기호 2번을 뽑아 더욱 날개를 달았다. 이에 맞서기 위해 ‘3선 전남교육감’에 도전하는 김장환, 신태학, 서기남 후보 등 교육관료 출신들은 17일 만나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 단일화를 이루자고 합의했다. 그러나 18일 김장환 후보 측이 자신으로 후보 단일화가 합의됐다며 지지를 부탁하는 문자를 불특정 유권자들에게 발송하면서 단일화 합의에 급제동이 걸렸다. 이에 따라 순천대 총장 출신인 장만채 도교육감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독주하는 가운데 장 후보와 맞서기 위해 교육관료 출신 3명의 보수 후보 간 단일화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무응답 층이 절반을 넘는 점을 감안하면 판세는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이나 정책에는 비슷한 점이 상당히 많다. 친환경 무상 급식 추진과 농어촌 학교 통폐합 반대 등에 대해서는 거의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후보자 간 진보와 보수 등 뚜렷한 대결 구도가 형성되지 않거나 정책의 차별화가 보이지 않으면 연고에 의한 투표로 흐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김경택 후보는 “친환경 무상급식을 전면 실시하고 맞춤형 교과교실제, 초빙강사제 등을 도입하겠다.”며 표심에 호소하고 있다. 장만채 후보는 “농산어촌 교육을 살리고 ‘부패 없는 전남교육’을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윤기선 후보는 각계가 참여하는 ‘클린 전남도민위원회’를 구성, 공직 부패를 막고 교육 양극화 해소에 앞장서겠다며 유권자와 접촉하고 있다. 서기남 후보는 도시에서 전학 오고 싶어하는 소규모 전원학교를 만들고, 곽영표 후보는 명문고 육성과 원어민 교육 현실화 등의 공약을 각각 내걸고 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전북 - 5명 후보 접전… 논문 표절 시비 변수로 전북도교육감 선거는 최규호 현 교육감이 불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5명의 후보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현재까지 여론조사 결과 후보 5명의 지지율이 모두 10∼20% 안팎으로 차이가 크지 않고 정책면에서도 큰 차별성을 보이지 않는다. 기표 순서는 1번 오근량, 2번 고영호, 3번 김승환, 4번 박규선, 5번 신국중 후보로 정해졌다. 이번 선거는 지역에서 영향력이 큰 전주고 출신(2명)과 비전주고 출신 간의 대결, 대학교수 출신(2명)과 초·중등 교육자 출신의 대결 구도를 보이고 있다. 전교조 등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시민사회 후보의 득표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변수로 등장한 논문표절 시비, 기표 순서 추첨 등이 어떻게 작용할지도 관심사다. 초등학교 교사로 출발해 고교 교장, 교육장 등을 지낸 오근량 후보는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다. 현 최규호 교육감에게 두 번이나 고배를 마셨지만 이번에는 기필코 당선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동정표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오 후보는 학생복지인권조례를 제정, 학생들의 자율결정권을 강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고영호 후보는 ‘로또’로 통하는 2번을 뽑아 한껏 고무돼 있다. 민주당의 텃밭인 전북 지역의 특성상 2번에 대한 득표율 효과가 5~10%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교원평가를 통해 무능교사 10%퇴출 공약을 제시했다. 김승환 후보는 시민사회단체의 추대를 받아 출마한 만큼 공고한 지지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무한경쟁 위주의 현 교육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후보등록 직전에 논문표절 시비가 불거졌지만 이는 민주후보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박규선 후보는 ‘전북교육의 홈런타자’를 내세우고 있다. 풍부한 교육경력을 바탕으로 다섯 후보 가운데 조직력이 가장 막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력신장 우수학교와 지역에 인센티브를 주기 위한 기금조성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신국중 후보는 40여년 동안 교사, 교육장, 교육위의장으로 전북교육에 헌신해 온 경력을 내세워 표밭을 누비고 있다. 자율형사립고 추진과 일제고사 수능성적 공개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울산 - 보수 vs 진보 … ‘학력향상’ 공약 표심잡기 울산에선 김복만, 장인권, 김상만 등 3명의 후보가 나서 보수와 진보의 대결양상을 벌이고 있다. 김복만 후보와 김상만 후보는 보수성향으로, 장인권 후보는 진보성향으로 분류되고 있다. 김복만 후보는 “울산교육이 방향을 잃으면서 학력수준도 전국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학력을 4위권으로 끌어올리고 계파나 인맥을 떠난 공정한 인사 단행과 교육재정까지 확충할 수 있는 유일한 ‘교육 CEO’”라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그는 또 울산의 학력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학력향상 TF(교사+전문가) 운영과 친환경 무상급식용 ‘학교급식 식재료 공동구매단’ 설치, 학교 공사비리 척결을 위한 ‘학교시설 관리공단’ 설치 등을 주요 공약으로 채택했다. 장인권 후보는 “1등도 불안하게 하는 잘못된 경쟁교육 정책을 바로잡기 위해 세계 최고의 교육 모델인 ‘핀란드형 혁신학교’를 운영, 학생들의 창의력을 높이겠다.”며 표심을 파고들고 있다. 그는 중학교 교육 내실화를 위한 고입선발 내신 전형 전환과 친환경 무상급식 등 의무교육 실현, 원어민교사 축소를 통한 영어회화교사 인원 확충, 교사잡무를 줄이기 위한 교원정원 증원 등을 약속했다. 현 교육감인 김상만 후보는 “2년 5개월의 재임기간 동안 학력향상과 인성교육이란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고 노력했다. 재선되면 이런 노력이 결실을 거두면서 울산교육도 안정권에 접어들 것”이라며 유권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김 후보는 울산의 학력수준을 전국 5위권으로 향상시키기 위한 ‘울산 교육특구’ 만들기와 영어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구·군별 외국어교육센터’ 설립, ‘중학교 학교운영지원비 면제’, ‘교직원 자녀 보육교실 확충’ 등의 공약을 내놓고 있다. 논란을 빚고 있는 ‘교원평가’에 대해서는 보수성향의 김복만·김상만 후보가 찬성한 반면 진보성향의 장인권 후보는 반대했다. ‘친환경 무상급식’에 대해선 장 후보는 ‘전면 확대’, 김복만 후보는 ‘점진적 확대’, 김상만 후보는 ‘차상위계층 확대’ 등으로 차이를 보였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강원 - 3선 현직후보 선두… 고교평준화 최대 쟁점 강원 교육감 선거는 4파전이다. 3선에 도전하는 한장수(65·전 교육감) 후보와 진보진영 단일화에 성공한 민병희(57·도교육위원), 중도 보수를 표방하는 조광희(66·도교육위원), 권은석(64·전 교육국장) 후보가 출사표를 냈다. 이달 중순 지역의 5개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중도성향의 한 후보가 선두를 지켰다. 지난 8년동안 강원교육을 이끌면서 얻은 인지도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다른 후보도 개혁성과 참신성을 무기로 내세워 만만찮은 기세다. 진보 출신의 민 후보는 다른 후보와 단일화를 이뤄 스스로 ‘범 도민 단일 후보’임을 내세우고 있다. 선거는 고교평준화, 교원 평가제 시행, 학업성취도 평가, 무상급식 등이 쟁점이다. 후보들은 재원조달 등에 대해서는 의견차이를 보이지만 ‘무상급식 공동 협약’을 하자는 민 후보의 제안에 전격적으로 합의해 누가 당선되더라도 친환경 무상급식은 도입될 전망이다. 후보 간 이견을 보이는 최대 쟁점은 지역 고교평준화 문제다. 한 후보는 현행 비평준화를 유지하면서 보완,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반대 입장이다. 반면 나머지 세 후보는 평준화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권 후보는 평준화와 비평준화 지역 간 학력수준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만큼 비평준화는 학교 간 서열조장과 학습의욕 저하만 가져와 평준화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 후보도 비평준화는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 가중과 서열화 조장으로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는 데 걸림돌이 될뿐더러 독점적인 학연 구조에 의해 지역의 부패와 정체를 유발하는 요인이 된다며 평준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조 후보는 평준화를 하되 외국어와 예·체능 등의 특성화 학급을 설치해 이 방면에 소질있는 학생이 우선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특성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평준화에 찬성하지만 즉각 시행보다 제도 보완에 무게를 둔 셈이다. 또 교원평가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도 후보 간의 견해 차이가 드러난다. 권 후보와 조 후보는 교원 평가제 방식과 활용 부분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며 조건부 찬성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민 후보는 교육감부터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한 후보도 평가결과를 인사와 보수에 반영하는 데는 반대했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부산 - 현 교육감 불출마… 보수 후보 단일화 불발 부산시교육감 선거에는 3선 제한에 걸려 설동근 현 교육감이 출마하지 않는 가운데 모두 9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 중 8명이 보수 측이고 진보 측에서는 전교조 출신인 박영관 후보 한 명이다. 한때 보수 후보들 간에 단일화 논의가 있었으나 서로 주장이 팽팽히 맞서 무산됐다. 유권자들이 가뜩이나 교육감 선거에 관심이 없는 데다 후보 난립으로 대다수가 교육감 후보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어 선거가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형국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후보는 저마다 자신이 ‘적임자’라고 내세우며 얼굴 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으나 유권자의 무관심으로 애를 태우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후보별 지지율이 비슷해 자칫 기호가 당락을 좌우하는 ‘로또 선거’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7일 치러진 부산시 교육감선거 투표용지 게재순위에서는 1번을 뽑은 임혜경 후보와 그렇지 않은 후보 간에 희비가 엇갈렸다. 후보들은 저마다 공교육 정상화, 사교육비 경감, 지역 간 학력격차 해소, 교육비리 척결 등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교원노조 명단공개와 교원 평가 등에 대해서는 견해차를 보였다. 대체로 보수후보 측은 “명단 공개에 동의하지만, 법원결정은 존중해야 한다.”는 찬성 뜻을 보였고, 박영관 후보 등 일부 후보는 “개개인이 찬성하지 않는 명단공개에는 반대하며 법원결정도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반대 뜻을 분명히 밝혔다. 특히 임장근 후보는 명단공개 허가를 요구하는 헌법 소원을 청구할 정도로 명단공개에 적극성을 보였다. 교원 평가 때 인사·보수와 연계하는 문제에 대해 김진성, 임장근, 정형명, 현영희 후보는 찬성했다. 반면 박영관, 이병수, 이성호, 임정덕, 임혜경 후보는 반대했다. 그러나 찬성과 반대하는 후보들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무상급식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후보 대부분이 공감대를 형성했으나 세부적으로는 전면 시행과 단계적으로 나뉘었다. 교육비리 척결은 모든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웠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대구 - 교수 vs 초·중등 교육계 출신… 9명 난립 대구시교육감 선거는 9명의 후보가 난립, 혼전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감 후보들은 인물 알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자신의 강점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전략을 짜고 있다. 교수 출신 후보 6명과 초·중등 교육 관리자 출신 후보 3명은 대구교육계 최대 쟁점으로 공교육 강화와 활성화, 학력신장 등을 공통적으로 꼽으며 자신이 이를 해결할 식견과 경험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교수 출신의 후보는 현재 교육계가 과거 부패와 비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며 외부감사제 도입 등 청렴성을 강조했다. 초·중등 교육계 출신 후보들도 이를 반박하기보다 내부 자정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17일 지역 공중파 방송이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보수성향 단일 후보로 선정된 우동기 후보가 18.7%의 지지율을 기록, 다른 후보를 크게 앞서며 초반 기세를 잡았다. 하지만 무응답자가 52%에 달해 상당수 유권자들이 이번 교육감 선거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선응 후보는 투표용지에 첫 번째로 등재되는 점을 부각시킨, ‘대구교육 1등으로 교육감 김선응’이란 슬로건을 집중 홍보하고 있다. 계명대 사범대 교수 출신인 박노열 후보는 “수준별 이동식 수업을 실시하고 사회교육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우동기 후보는 지역간 교육불균형 해소 등 굵직한 공약을 내세웠고, 도기호 후보는 “학군제를 폐지해 고교 선택권을 부여하겠다.”며 한 발 더 나아갔다. 김용락 후보는 시민활동을 한 경험을 살려 중도개혁층의 유권자를 파고들고 있다. 진보진영의 단일후보인 정만진 후보는 개혁과 변화를 바라는 중산층과 서민층을 대상으로 차별 없는 교육정책을 부각시킬 계획이다. 유영웅 후보는 “교사부터 교육위원까지 교육계 모든 분야를 두루 섭렵했다.”며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판사, 변호사를 지낸 신평 후보는 “학력·문화·배려를 3대 축으로 교육의 질을 높이며 특정학교 중심으로 형성된 교육계 파벌을 해소하고 독점적 지위를 타파하겠다.”고 밝혔다. 윤종건 후보는 한국교총 회장을 역임한 사실을 내세워 인물론으로 상대후보와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경북 - 이념대립 없이 3파전… 도덕성 최대이슈 경북도교육감 선거는 이영우 현 교육감, 김구석 전 경북교육연수원장, 이동복 동북아교육연구소장이 3파전(투표용지 게재 순)을 벌이고 있다. 수도권처럼 보수·진보 후보 간 첨예한 대립은 없다. 이들은 모두 보수로 분류된다. 교사·교감·교육장 등을 거쳐 교육현장 경험이 풍부하고 전문성까지 갖췄다는 공통점도 있다. 하지만 선거전이 본격화되면서 도덕성이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 경찰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자를 불법 동원한 혐의로 이영우 후보 측을 수사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다른 후보들의 공세가 시작된 것이다. 김 후보는 “이영우 후보 측이 현직 프리미엄을 이용해 관권·동원 선거를 자행하는 등 불미스러운 사건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면서 “이 후보 측의 이 같은 불법 선거운동으로 인해 선거운동을 끝까지 해야 할지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이 후보를 겨냥했다. 이어 “정책선거 운동이 상대 후보의 관권·동원 선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심히 의심스럽다. 또 유권자들이 정책 선거운동을 제대로 이해해 줄지도 걱정스럽다.”며 남은 기간 정책선거, 깨끗한 선거를 주문했다. 이동복 후보도 “각종 제보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영우 후보가 교육감 시절에도 각종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있다.”면서 “깨끗한 후보라고 볼 수 없다.”고 공격했다. 또 “경북교육감 불법선거운동으로 168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보궐선거를 실시한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에는 깨끗한 사람을 교육감으로 선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영우 후보는 경찰에서 제기한 개소식 불법 동원 등의 혐의 사실과 관련, “전혀 모르는 일로 전혀 관련이 없다.”고 부인하며 상대 후보들의 공세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는 “교육감 선거는 다른 선거와 달리 학생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교육”이라며 “끝까지 혼탁·과열 선거를 지양하고 정책선거운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경남 - 전·현직 교육감 접전… 보·혁대리전 양상 경남도교육감 선거에는 전·현직 교육감을 비롯해 모두 6명이 나섰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공천제가 아니기 때문에 출마 후보들은 정당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그러나 경남은 한나라당 성향이 강한 지역이어서 교육감 선거 투표용지에 첫 번째로 이름이 오르는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인 것처럼 비춰져 득을 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에 따라 추첨으로 첫 번째 게재 순서를 뽑은 강인섭 후보의 득표 정도와 다른 유력 후보들이 득표에 영향을 받을지 등에 관심이 쏠린다. 경남도교육감 선거는 도내 보수와 진보 단체 등이 선거를 앞두고 특정 교육감 후보 지지를 선언하면서 이념 대리전 양상도 보이고 있다. 교육계와 유권자 등은 교육감 후보들의 정책과 성향 등을 바탕으로 박종훈 후보는 진보, 나머지 5명의 후보는 보수 쪽으로 분류한다. 뉴라이트 경남학부모연합과 자유교원연합, 대한교원노조 등 44개 보수단체는 보수성향 경남도교육감 후보 가운데 고영진 후보가 우파 이념에 가장 충실하다며 고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전교조와 민주노총 등 진보쪽 99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좋은 교육감 만들기 경남연대’는 특목고 설립 중단, 무상급식, 교육분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을 약속한 박종훈 후보를 좋은 교육감 후보로 선정하고 지지를 선언했다. 이념에 따른 투표가 이루어지면 후보가 난립한 보수쪽 지지표가 분산돼 후보를 단일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으나 후보자마다 의견이 엇갈려 성사되지 않았다. 최근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 따르면 현재 선거 판세는 현 교육감인 권정호 후보와 전 교육감인 고 후보가 현·전직 교육감 지명도를 바탕으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진보성향의 박 후보 등이 추격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창원 강원식기자 cghan@seoul.co.kr
  • [열린세상]촛불 백서에 담아야 할 것들/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촛불 백서에 담아야 할 것들/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많은 억측들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누구도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 “반성이 없으면 그 사회의 발전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촛불시위에 관한 공식보고서를 만들 필요가 있다면서 한 발언이다. 역사의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석 달이 넘도록 지속된 당시 촛불집회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었고, 역사의 기록으로 남길 가치가 충분하다. 공식 보고서 발간작업이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문제는 백서에 담을 내용이다. 누가, 무엇을 반성하고 그리고 역사에 어떻게 남길 것인가에 대해 찬찬히 생각해 보자. 우선 광우병 괴담과 억측에 대한 원인을 밝혀야 한다. 촛불기간 동안 떠돈 ‘뇌송송 구멍탁’과 같은 광우병 괴담, 여성 시위자 사망설과 성폭행설 같은 잘못된 소문이 시민들을 흥분하게 만들고 시위를 증폭시킨 것은 사실이다. 광우병 위험을 지나치게 과장하여 전달한 언론과 지식인도 반성해야 한다. 그렇지만 더 본질적인 문제는 왜 시민들이 정부의 발표보다 괴담과 억측에 더 귀 기울였는가 하는 점이다. 청와대는 끊임없이 광우병 괴담의 잘못을 지적했다. 인터넷에 떠도는 잘못된 소문을 바로잡기 위해 청와대 블로그에 ‘미국 쇠고기 공포 알고 보면 아니죠.’ ‘광우병 괴담 10문 10답’과 같은 정보도 올렸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시민들을 이해시킬 수 없었다. 국민들이 정부를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고소영 내각’, ‘강부자 인사’로 출범한 이명박 정부를 우리들의 정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를 자신들과 아무런 상의 없이 턱 결정해 버린 정부를 믿지 않았다. 촛불 백서에 담을 첫 번째 교훈은 국민의 신뢰를 잃은 정부가 괴담과 억측에 대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점이다. 정부 신뢰가 우선이다. 신뢰가 전제되었을 때 비로소 괴담과 억측에 대한 대책을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괴담과 억측을 유포한 자를 밝혀 책임을 묻고 처벌하면 문제는 해결될까? 2008년 광우병 파동에 이어 미네르바 사건까지 겪으면서 정부는 사이버 공간의 루머와 악성댓글을 법적 규제를 통해 다스리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였다. 인터넷 실명제 적용을 확대하고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하고자 했다. 규제와 징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하지만 바르지 못한 것들은 그 바르지 못함을 금지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바름을 세움으로써 경계할 수 있도다.”(김탁환 ´방각본 살인사건´) 사이버 공간은 네트워크를 통해 끊임없이 연결되는 흐름의 공간이다. 애초에 잘못된 것을 다 틀어막는 것도 불가능할뿐더러, 그렇다 하여 올바른 온라인 문화가 자리잡는 것도 아니다. 촛불백서에 담을 두 번째 내용은 규제와 처벌이 아니다. 그보다는 양질의 정보를 더 확산하고 건전한 토론을 만드는 온라인 토론 모델에 대한 방안이 담겨야 한다. 괴담과 더불어 2008년 촛불에 대한 잘못된 이해도 짚어야 한다. 2008년 촛불집회는 2002년 효순·미선 추모 촛불집회나 2004년 탄핵반대 촛불집회와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달랐다. 2008년 촛불은 정부와 여당뿐 아니라 진보세력과 야당도 거부하였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운동이었지만 반미 시위로 번지지 않았다. 철저하게 비정치적이고 탈이념적인 성격이었다. 6월 중순 이후부터는 촛불의 성격이 정치적 집회로 변질되었지만, 적어도 그 출발은 그랬다. 진보단체가 촛불의 선도에 서는 것을 마땅치 않아 했고 80년대 운동가요와 운동구호조차도 선뜻 받아들이지 않았다. 2008년 촛불의 주역은 운동권 대학생이나 진보단체가 아닌 중·고생과 주부들이었다. 이들은 전통적으로 정치적 무관심 층으로 분류되었던 집단이었다. 왜 이들이 나섰는지, 운동조직도 없이 어떻게 전국적으로 몇 달 동안 수백만명의 시민들이 참여하는 집회가 가능했는지, 촛불백서에서 답해야 할 부분이다. 이들은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되었고, 이념이나 정파가 아닌 생활이슈를 중시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인한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의 변화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 [사설] 신·구정권 심판론으론 중도층 못 잡는다

    6·2 지방선거전이 초반부터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구현하려는 본령은 온데간데없고 신·구 정권 심판론이 느닷없이 등장했다. 지방선거는 실종되고 중앙선거로 변질되고 있다. 정책 선거는 숨고 정치 선거가 난무한다. 공약 경쟁은 안 보이고 이념 대결이 판을 친다. 민생 선거를 지양하고 정쟁 선거를 지향하는 꼴이다. 보수와 진보를 자처하는 일부 언론들은 대립각을 뾰족이 세우면서 부추기고 있다. 최다 유권자 집단인 중도층을 짜증나게 할 뿐이다. 지방선거의 본질을 훼손하는 데는 여야가 따로 없다. 집권 여당이든 제1야당이든 지도부들이 앞장서는 형국이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명박 정권을 확실히 심판하자.”며 ‘노무현 정신 계승’을 외친다. 사상 최대 표차로 대패한 지난 대선의 교훈을 잊었는지 민주당, 국민참여당 할 것 없이 친노 인사를 시·도지사 후보로만 9명을 내세웠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이미 심판받은 구 정권을 다시 심판하자며 신·구 정권 심판론을 더 키운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권더러 분열적 행태라고 비판하더니 오히려 자신들도 같은 길을 가고 있다. 정치권의 정쟁 놀음 속에 선거 쟁점들은 뒤엉키고 있다. 세종시, 4대강, 무상급식, 행정구역 통합 등은 그나마 좀 낫다. 지역 살림의 문제라는 점에서 선거 쟁점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안들을 놓고 보수와 진보로 갈라져 찬반 논쟁을 벌이는 것은 지방선거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검찰 개혁이라는 국가 운영의 문제나 천안함 사건이란 안보 현안이 풀뿌리 민주주의를 논하는 마당에 앞세워질 이유는 없다. 유권자 중 제1지대에 있는 중도층들은 이념이 덧칠된 신·구 정권 심판론에 관심 없다. 지방선거는 정치도, 정당도 심판하는 무대가 아니다. 지역 발전을 기준으로 삼아 불량 후보냐 선량 후보냐를 고르는 데 모든 초점이 맞춰져야 할 일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는 중앙권력과 지방권력의 분리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제 국민 갈등, 지역 분열을 접고 통합과 상생 발전으로 가야 한다. 과거와 현재의 대결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동반이 돼야 앞으로 나갈 수 있다. 그러려면 신·구 정권 심판론이란 대결 구도로 지방선거를 끌고 가려는 행태는 멈춰야 한다. 이것이 최대의 표밭인 중도층을 잡는 지름길이다. 분열 조장적 보도를 일삼는 언론들도 마찬가지다.
  • [씨줄날줄] 검찰총장 파마 논쟁/박대출 논설위원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백발이다. 1992년 대선 때 염색을 시작했다. 상도동계에 흰머리가 많다. 고 김동영, 서석재 전 의원이나 최형우 김덕룡 홍인길 전 의원 등. 이들을 백두(白頭)계로 부르기도 했다. YS 정부 출범 후 염색 바람이 불었다. 실세이던 최형우, 김덕룡 전 의원 등이 앞장섰다. 언론에는 ‘문민개혁’ ‘칼국수개혁’의 상징으로 포장됐다. 2003년 4월 29일 국회 본회의장. 개혁당 유시민 의원이 첫 등원했다. 티셔츠에 흰색 면바지를 입었다. ‘빽바지’는 개혁당의 표상이 됐다. 열린우리당 때는 ‘빽바지’와 ‘난닝구’ 논쟁으로 이어졌다. 비아냥과 조소로 함축됐다. 영국에서 새 총리가 탄생했다. 만삭의 부인 서맨사 캐머런(39)이 화제다. 지난 1월 영국 패션잡지 태틀러에 옷 잘입는 여성 5위에 올랐다. 프랑스 대통령 부인 카를라 브루니는 6위였다. 세라 페일린 미 부통령 후보도 패션 아이콘 대열에 낀다. 그가 신었던 하이힐이 아마존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패션은 정치의 단골 소재다. ‘패션 폴리틱스’란 말까지 나온다. 정치적 함의를 담기도 하고, 패션 아이콘으로 눈길을 끌기도 한다. 우리는 전자에 가깝다. 서구는 후자에 가깝다. 우리 정치인 중에서 양쪽을 겸하는 이가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다. 그의 패션은 ‘단아’를 상징한다. 바지를 입으면 전투모드나 임전모드로 해석된다. 김준규 검찰총장이 파마머리 논쟁에 휩싸였다. 홍준표 의원이 불을 지폈다. 김 총장은 자연산 곱슬머리다. 그런데도 파마를 했니 안 했니가 화제다. 스폰서 검사 파문과 맞물려 증폭됐다. 마치 ‘충청도 핫바지 논쟁’을 보는 것 같다. 1995년 6·27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 중진 김윤환 전 의원이 충청도 핫바지 발언을 했다고 일부 언론이 보도했다. 본질은 온데간데없이 충청 여론은 들끓었고, 자민련 바람이 불었다. 패션 폴리틱스에는 이렇듯 주관이 개입된다. 선입견과 편견이 가끔 수반되는 민심의 거울이다. 기대 희망 찬사나, 실망 조소 비난으로 투영된다. 그 거울은 국민이 아니라 정치권이 만들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요즘 안경을 쓴다. 백내장 수술을 받은 뒤부터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재임 때 눈꺼풀 수술을 받았다. 여론의 반응은 좀 다르다. 왜 그럴까. 검찰이 되새겨야 할 대목이다. 부인이 좋으면 처갓집 말뚝 보고 절한다는 옛말이 있다. 하나가 마음에 들면 주변도 다 좋아 보인다. 싫으면 그 반대다. 우리식 패션 폴리틱스의 본질이다. 박대출 논설위원 dcpark@seoul.co.kr
  • 홍준표 “檢 간부가 파마나 하고…” 질타

    여야는 검찰 권한에 대한 견제 움직임에 반발하고 나선 김준규 검찰총장의 발언을 놓고 온도차를 보였다. 한나라당 홍준표 전 원내대표는 12일 “검찰을 올바른 검찰로 만드는 게 검찰개혁”이라면서 “검찰의 힘을 빼거나 권한을 줄이거나 하는 것은 검찰개혁이 아닌 견제”라고 말했다. 그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과 관련, “대통령 직속기구로 만들어 놓으면 오히려 중립성 시비가 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홍 전 원내대표는 “스폰서 검사 파문의 본질은 제도상의 문제가 아니고 검사의 자질과 소명의식의 문제”라면서 “검찰간부가 파마했니 안 했니 그게 신문에 나오니까 국민들이 얼마나 우습게 보느냐. 검찰간부들이 검찰간부답게 행동하지 않으니까 정치권에서 질타를 하는 것”이라고 질책했다. ‘파마’는 김 총장을 겨냥한 비판으로 해석된다. 검사장 출신인 같은 당 이한성 의원은 “최근 상설특검 도입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고비용이 드는 상설 특검보다는 검찰 수사의 공정성이 문제되는 경우에 개별적으로 특검을 운영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다만 “검찰도 인권 보호 측면에서만큼은 강화된 견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며 압수영장 요건 강화 등을 예로 들었다. 반면, 민주당 김희철 의원은 “온 국민이 스폰서 검사 문제로 검찰에 대한 신뢰와 개혁을 촉구하고 있는 마당에 검찰총장의 발언은 굉장히 우려스럽다.”면서 “지금 시점에서 검찰의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해 수사개시권과 진행권은 경찰에 맡기는 권한 분립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유지혜 허백윤기자 wispen@seoul.co.kr
  • CJ 주선 오토사용 논란 ‘아고라’서 결정

    CJ 주선 오토사용 논란 ‘아고라’서 결정

    CJ인터넷㈜(대표이사 남궁 훈)이 서비스하고, 완미시공이 개발한 온라인게임 <주선 온라인>이 ‘오토시스템’ 논쟁으로 뜨겁다. ‘오토시스템’은 자동사냥 프로그램으로 바쁘거나 시간이 부족한 이용자들에게는 편리한 기능을 제공하지만, 불법 프로그램 사용자들로 이용자간 실력차를 벌여 플레이 동기를 반감시킨다는 입장으로 크게 나뉜다.불법 프로그램 사용자들로 인해 부정적 인식이 적지 않은 가운데 <주선>이 ‘자동사냥’ 도입에 대한 유저들의 의견에 따라 도입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고, 게임 홈페이지를 통해 10일부터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는 것.CJ인터넷은 오는 16일 자정까지 찬반투표를 진행, 게임게시판과 아고라 찬반 투표를 합산해 게임 적용 여부를 결정짓는다는 계획이다. 적지 않은 부정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주선>이 같은 찬반투표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기존 또는 불법‘오토시스템’들의 단점을 시스템적으로 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월드나 필드 방식의 기존과 달리 <주선>은 채널 방식으로 무려 15개의 채널이 존재한다. 게임 내에 시스템화 하여 누구에게나 평등한 기능으로 제공되며, 초보 유저의 플레이를 돕거나 편의성에 초점을 맞춰 긍정적 기능을 극대화하고 있다.무엇보다, 지루한 단순 사냥에서 탈피해 게임의 본질인 재미요소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스템화해 게임 내 공식적으로 도입하는 것을 반기는 여론이 현재 우세한 상황이다.CJ인터넷 윤영일 차장은 “이용자 편의 기능과 게임의 본질인 다양한 재미요소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오토(자동사냥)시스템’을 준비했지만, 무엇보다 유저분들의 의견이 중요하니 그 의견에 따라 적용여부 결정할 것”이라며 “5월 20일 공개서비스 예정이나, ‘오토시스템’ 도입 여부에 따라 일정이 다소 연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진=CJ인터넷서울신문NTN 차정석 기자 cjs@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사설] 새 안보기구, 위기관리시스템 확 바꿔라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이상우 의장을 포함한 15명의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 내정자 명단을 발표했다. 이희원 새 안보특보를 포함해 육·해·공의 전직 고위장성과 민간 전문가들을 안배해 기용했다. 전군 지휘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밝힌 대로 ‘천안함 국난’을 헤쳐나가기 위한 일차 터 닦기 공사를 시작한 셈이다. 모쪼록 참여 위원들은 말로만 군개혁을 운위하지 말고 국가안보의 골조를 다시 세우는 산파역을 다하길 바란다. 천안함 참사는 대한민국 호가 북한과 중국으로부터 밀려오는 격랑의 바다에 떠 있음을 새삼 일깨운다. 군함이 외부로부터 불의의 타격을 받고도 정확한 진상조차 몰라 확고한 대응을 못하고 있는 게 위기의 진짜 본질이다. 북한의 소행이란 정황은 뚜렷해졌으나 이른바 ‘스모킹건’을 찾지 못해 중국 등 주변국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 아닌가.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는 이런 위기의 핵심을 직시하면서 안보태세를 재점검해야 한다. 잠수함과 특수부대 등 북의 비대칭전력에 맞설 전력 강화 등 군의 하드웨어를 보충하는 차원에 그치지 않고 군과 정부의 위기 대응 체계 등 소프트웨어도 개선해야 한다. 남북은 동질성을 회복해 통일의 길로 가야 할 동반자이지만 숙명적으로 체제경쟁을 하는 관계다. 혹시 이런 엄연한 남북관계의 이중성을 부지불식 지난 10여년간의 관성으로 잊고 있다가 이번 천안함 참사를 당한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참여 위원들이 군 전력 강화, 특히 무기타령에만 열을 올리는 우를 범해선 안될 말이다. 지난 10여년간 역대 정부가 국방예산을 줄였기 때문에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서해에서 군사적 도발을 한 것은 아니었지 않은가. 자주국방이니 동북아균형자니 하는 허장성세를 펴며 첨단무기를 위한 돈은 돈대로 쓰면서 연평해전 희생자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아 군의 사기를 떨어뜨렸던 과거 정부의 행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모처럼 안보태세를 되돌아 보는 소중한 기회를 맞아 한쪽 측면만 봐서는 안 될 것이다. 혹여 군출신은 국방력 증대에, 민간 전문가는 동맹외교 강화에 주안점을 두면서 이른바 ‘구성의 오류’에 빠져서는 곤란한 일이다. 북 내부나 북중 관계를 포함한 동북아 안보환경을 총체적으로 감안하는 바탕 위에서 국민의 안보의식까지 재정립하는 새 전략을 세워야 한다.
  • 시장불안 잠재우기… 금리인상론 힘 잃을 듯

    시장불안 잠재우기… 금리인상론 힘 잃을 듯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부실 때에는 문제의 본질도 파악하기 어려웠고 국제 공조도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임종룡 기획재정부 제1차관)” 남유럽발(發) 재정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정부가 9일 불안에 떨고 있는 시장에 메시지를 던졌다. 관계부처 합동 경제·금융상황 점검회의를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의 재발 우려는 없다는 정부의 인식을 전달했다. 그러나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던 세계 경제에 만만찮은 악재가 등장한 것만은 분명하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제기돼 온 조기 금리 인상론은 당분간 힘을 잃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난 6~7일 시장의 불안감이 극에 달한 만큼 정부에서 ‘영향이 제한적이니 동요하지 않아도 좋다’고 사인을 보낸 것”이라면서 “다만, 다른 나라의 금융시장이 요동치니 모니터링 체제를 강화하겠다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대(對)남유럽 익스포저(위험노출) 규모가 6억 5000만달러로 전체의 1.23%이고 수출도 81억 6000만달러로 전체의 2.18%에 불과해 직접적인 연계성이 미미하다는 입장이다. 단기외채 비중도 2008년 경제위기 이전의 44%에서 현재 37%로 낮아졌고 외환보유고도 2788억 7000만달러로 사상 최대에 이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지난 4일 스페인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요청 루머가 확산되면서 유럽과 미국 증시가 폭락한 데 이어 5일 아시아 증시가 직격탄을 맞았다. 어린이날을 건너뛴 우리 금융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코스피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지난 6일 개장 때 1009조 2510억원에서 7일 폐장 때 968조 2067억원으로 이틀간 41조원이 증발했다. 특히 이틀 동안 외국인들은 2조 29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정부가 이날 경제·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갖는 등 경계 태세를 강화한 것도 이 때문이다. 막상 정부에서 뾰족한 처방을 내놓을 건 없지만 맹목적인 불안 심리를 차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임 차관은 “개방경제의 속성상 글로벌 환경의 영향을 받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우리 경제와 남유럽 국가의 연계성에 비해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내일(10일) 새로운 장이 열리기에 앞서 투자자들이 판단할 텐데 정부에서 (남유럽 위기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리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민간 전문가들도 남유럽 위기의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판단에 대체로 동의한다. 이한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2008년 금융위기 때에는 민간부분이 문제여서 부실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면서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확산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유럽 위기가 지속될 경우 국내 금융·실물 경제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유로존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투자심리나 소비 위축 등을 불러 세계경제의 회복세를 주춤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규모 개방경제(스몰오픈이코노미)의 속성상 우리도 예외일 수 없다. 1·4분기 경제성장률(GDP)과 산업활동 동향, 수출입 동향 등 ‘어닝서프라이즈(깜짝 실적)’가 쏟아지면서 힘을 얻었던 조기 금리인상론도 당분간은 힘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임 차관은 “출구전략은 특별히 논의된 건 없다.”면서 “다만 현재 거시경제 기조를 이어간다는 게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금리인상은 말할 계제가 아니라고 선을 그은 셈이다. 하지만 출구전략에 대해서도 남유럽 위기의 영향은 일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수석연구위원은 “남유럽 사태 때문에 우리 경제가 하강세로 돌아서는 게 아니라 단지 회복 속도가 저하되는 정도”라면서 “일시적인 지연은 있겠지만, 마냥 늦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일영 이경주기자 argus@seoul.co.kr
  • 英 차기 총리 유력 캐머런은 누구

    英 차기 총리 유력 캐머런은 누구

    13년 동안 영국을 장기 집권했던 노동당 정권을 끌어내리고 ‘다우닝 10번가’(총리 관저)의 새 주인으로 유력한 데이비드 캐머런(44) 보수당 당수는 스스로 ‘기분 나쁠 정도로 특권 계층’이라는 농담을 할 만큼 엘리트다. 1966년 부유한 주식중개인 집안에서 태어난 캐머런은 명문 사학인 이튼 스쿨을 졸업, 옥스퍼드대학에 수석 입학했다. 대학에서 철학과 함께 정치·경제학을 전공하고서도 정치에는 별다른 흥미를 갖지 않았다. 오히려 폭음과 악행으로 악명이 높은 대학의 클럽 멤버로 활동한 데다 대마초를 피우기도 했다. 이 같은 전력 탓에 1988년 보수당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당수 선출 과정 등에서 수시로 경쟁자들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캐머런은 2001년 하원의원에 당선된 지 4년 만에 ‘보수당 개혁’을 외치며 39세의 젊은 나이에 당권을 장악했다. 정치적으로 시장을 중시하는 보수주의를 내세우면서도 분배에도 비중을 둔 중도 좌파의 철학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동성애자 권리나 기후변화 문제처럼 과거 보수 야당이 꺼렸던 민감한 현안에 대해 노동당보다 더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지난 2월 ‘보수당: 대처부터 캐머런까지’라는 저서를 발간한 팀 베일은 캐머런을 “보수당이 전통적으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환경, 육아, 삶의 질, 복지 등을 강조함으로써 당의 본질을 정화한 지도자”로 평가했다. 산악자전거를 즐기고 인디 록 음악을 좋아하는 캐머런은 이번 총선 과정에서 36시간 밤샘 유세 및 1만마일(약 1만 6000㎞)의 강행군 등을 실천, ‘듀라셀 토끼’라는 별명도 얻었다. 듀라셀 토끼는 ‘힘세고 오래가는’ 성능을 강조하는 건전지의 마스코트다. 1996년 부인 사만다(39)와 결혼, 3명의 자녀를 뒀으나 뇌성마비와 간질을 앓아 온 맏아들 이반은 6살 때인 지난해 2월 숨졌다. 박성국기자 @seoul.co.kr
  • ‘냉전’ 주제로 해외서 인정받은 박찬경 첫 상업화랑 개인전

    ‘냉전’ 주제로 해외서 인정받은 박찬경 첫 상업화랑 개인전

    ‘칸의 남자’로 불리는 박찬욱 영화감독의 동생 박찬경(45)씨가 전업작가로 나섰다. 다음달 11일까지 서울 화동 PKM갤러리와 BB&M에서 ‘광명천지’전을 연다. 상업화랑에서 여는 첫 개인전이다. 박씨는 ‘냉전’을 주제로 사진, 영상 등의 미디어 작업을 주로 해왔다. 여러 국제 비엔날레에 작품을 출품해 외국에서 먼저 알려졌다. 2004년에는 에르메스 미술상을 받았다. 프랑스 낭트현대미술관 등은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칸의 남자’ 박찬욱 감독의 동생 세계 최대 비엔날레인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인정받아 ‘형은 칸 박, 동생은 베니스 박’으로 불릴 수 있겠느냐고 물으니 “베니스에 한 번도 못 가봤다. 작가로서 베니스는 최고의 영광”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형 이야기는 부담스럽지만 이제는 “형에 관한 질문이 들어오지 않으면 서운할 정도”라고 한다. 그동안 작품을 판매해 생계를 유지하는 전업작가의 길이 막막해 작품을 만들면서 평론가, 시간강사 등으로 활동했다. 전시 제목인 ‘광명천지’는 판소리 심청가의 마지막 대목에서 모든 맹인과 동물들이 일제히 눈을 뜨는 장면인 “지어비금주수(至於飛禽走獸)까지 일시에 눈을 떠서 광명천지가 되었구나!”에서 따온 것. 전시의 화두이자 민간에 전승되어 온 ‘한국적 유토피아’를 그려낸 장면이다. “냉전을 작품 주제로 삼다가 본질적 문제에 접근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의 최대 타자(他者)는 북한 아니면 전통이라고 봤어요. 너무 빨리 변하잖아요.” 낯설고 두렵지만 통과해서 보면 익숙한 것은 북한과 전통의 공통점이다. 전통(또는 북한)을 쉽게 현대화할 수 있다는 믿음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작가는 꼬집는다. 그가 한국적 유토피아로 생각한 장소는 밤에 방문한 절, 대형 분재를 조경한 서울 강남의 아파트, 계룡산 등이다. 2008년 제작한 45분짜리 대형 영상 설치작품 ‘신도안’은 계룡산 아래 구체적 현실로 존재했던 유토피아를 다뤘다. 전시에서는 이러한 이상향에 대한 상상력이 현대와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회화, 사진, 설치 등으로 보여줬다. 상업 화랑에서 하는 전시인 만큼 “책임을 지겠다.”는 작가의 의지가 담긴 작품들이다. 작가는 산과 바위, 절과 마애불, 판소리와 민화의 이미지를 빌려 일종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로 전시를 꾸몄다. 그는 사진 작품인 ‘민학 바위맨’이 바로 전통문화를 바라보는 자신의 심정을 대변한다고 설명했다. ‘민학’은 1970~1973년 전국의 민속자료를 찾아다녔던 민속학자들이 출간한 책이다. 작가는 어렵게 책을 구해 그 속에 실린 사진들을 확대했다. ●사회에 대한 반성을 예술적 상상으로 그는 1980년대 민중미술의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정교한 현대 미술 언어로 결합하는 것이 작업의 지향점이라고 밝혔다. “세계, 한국, 서울은 이미 광명천지로 밝지만 북한은 만성적인 전기 부족에 시달리고 있지요. 계몽된(밝아진) 사회는 빛, 비전, 공동체로부터 멀어졌고 유토피아의 상상으로부터도 멀어지고 있습니다.” 사회에 대한 반성을 예술적 상상과 실천으로 승화한 박찬경의 ‘광명천지’전은 이렇듯 우리에게 한국적 유토피아를 새롭게 바라볼 기회를 준다. (02)734-9467.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씨줄날줄] 김정일 고소공포증/박대출 논설위원

    2007년 7월 미 뉴욕타임스에 이런 기사가 실렸다. ‘한국처럼 첨단기술 좋아하는 나라에서 무속신앙 부활’ ‘한국인 160명당 1명이 무속인’ 대선을 앞두고 역술가를 찾는 정치풍토를 꼬집은 것이다. 역대 정치인 중 역술 신봉자를 꼽으면 황낙주 전 국회의장이 선두권이다. 그는 국회부의장 시절 의장 등극을 확신했다. 단골 역술가의 예언을 믿는다고 했다. 역대 대선 후보들의 관련 일화는 적지 않다. 1992년 옛 민자당 때 관훈동 당사를 여의도로 옮겼다. 김영삼 후보는 구 당사에 사진을 남겨놓았다. 풍수지리 전문가가 구 당사의 기를 받아야 한다고 주문한 것이다. 이명박 후보 때도 풍수·지리 전문가가 후보 거처를 둘러봤다. 지금의 한나라당 정병국 사무총장이 주선했다. 김대중·이회창 후보 때도 나름의 스토리들이 있다.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단골 보도가 또 등장했다. 유명 역술인 집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한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인도는 점술의 나라다. 점술은 인도인이 열광하는 세 가지 중 하나다. 결혼·취업부터 차를 사거나, 연인에게 고백할 때도 점을 본다. 나머지 둘은 영화와 크리켓 경기다. 1985년 11월19일 레이건과 고르바초프 간에 미·소 정상회담이 열렸다. 레이건 대통령 부인 낸시 여사의 단골 점성술사가 택일했다. 처칠, 드골, 스탈린, 히틀러도 점술을 선호했다는 기록이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포린폴리시가 세계 지도자들의 독특한 집착증과 공포증을 소개했다. 점성술을 신봉하는 미얀마 독재자 탄 슈웨 얘기도 실렸다. 그는 양곤에서 전기와 수도조차 없는 네피도로 수도를 이전했다. 점성술사의 예언 때문이라고 한다. 다른 지도자들은 주로 공포증과 관련돼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이번 중국 방문 때도 열차를 이용한 배경이 보도됐다. 1976년 헬기 추락 사고로 생긴 비행 공포증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널리 알려진 얘기다. 카다피 리비아 지도자의 폐쇄공포증도 마찬가지다. 왕국을 호령하는 최고 독재자들에게 어째 어울리지 않는다. 메르켈 독일 총리가 개를 무서워하고,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말을 무서워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집착증은 기대는 심리고, 공포증은 도피하는 심리다. 상반되나 공통분모가 있다. 심리적 허약함을 채우고, 안정을 얻으려는 욕망이 그것이다. 과학적 근거 여부는 본질이 아니다. 일가(一家)를 이룬 인물들도 이렇듯 불완전한 존재다. 사소한 것에 집착하고 두려워한다. 범인(凡人)에겐 위안이 된다. 박대출 논설위원 dc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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