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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북 시대, 출판계 미래전략 보고서

    외부 환경의 변화는 늘 머릿속 대응의 속도를 앞질렀다. 최근 10년 남짓 그러했다. 누군가는 어지러운 속도감 속에 하릴없이 서성거리며 푸념했고, 또 누군가는 변화가 열어놓은 커다란 공간을 환호하며 활보했다. ‘전자책의 충격’(사사키 도시나오 지음, 한석주 옮김, 커뮤니케이션스북스 펴냄)은 단순한 번역서가 아니다. 주로 미국과 일본의 현황과 이슈 등을 중심으로 일본인 저자가 쓴 내용을 풀어놓되 국내 상황에 대한 이해도 구체적으로 높이고 있다. 전자책(e-북)의 정책, 제도, 문화적 변화의 대응 등 책의 미래에 대한 총체적 전략보고서라 할 수 있다. 책이 요구하는 독자의 폭은 넓다. ‘모름지기! 책은 종잇장 넘기는 여백 사이에서 성찰하고 모색하며 읽는 것’이라고 고집하는 보수적인 이들도, 정신없이 몰아치는 과학기술 변화에 어지럼증을 느끼면서도 잘 따라가지 못해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이들도, 오로지 전자책 안에서 출판의 미래가 보장될 것이라고 낙관하는 이들까지도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했다. 전통의 출판강국 일본의 눈으로 바라보는 킨들과 아이패드의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보여주고, 그들의 의도를 분석한다. 나아가 전자책이니, 플랫폼업체, 콘텐츠업체 등 어지러운 용어 안쪽에 숨어 있는 핵심적인 본질, 즉 출판생태계를 이루는 중요한 주체인 독자와 저자의 확장이 어떻게 이뤄질 수 있는지 짚어낸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종이책이냐, 전자책이냐가 아니라 책을 통한 인류의 지혜와 지식을 공유·소통·확장하는 것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기술적인 논의에 묻혀 자칫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다. 지난 4월 일본에서 출판된 지 채 석 달도 되지 않아 국내에서 번역됐다. 책 마지막에는 국내에서 전자책에 대해 머리 싸매고 고민하고 있는 출판사 대표, 교수, 기자 등 각계 전문가 다섯 명의 문제의식과 전망을 붙여 놓았다. 그간 파편적으로 진행된 국내 전자책 논의를 총체적으로 시작하기 위한 발제문 성격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자책의 역사와 현황, 과제를 다룬 이 책이 ‘종이책으로만’ 나왔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거나 의미심장하다. 1만 30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등단 6년차의 간단찮은 첫 소설집

    43세, 등단 6년차, 그리고 일곱 편의 단편이 담긴 첫 소설집. 지독히 과작(寡作)하는 늦깎이 소설가 혹은 소설가 문패만 걸어 놓고 유유자적하는 이의 이력 정도로 보여진다. 2004년 실천문학 중단편 신인상으로 등단한 유형수다. 그가 자신의 첫 소설집 ‘스윙 바이’(문학들 펴냄)를 내놓았다. 한데 심상치 않다. 그가 둘러보는 시선과 내딛는 발걸음은 진중하면서도 애써 경계를 짓지 않는 자유로움을 함께 지니고 있다. 남쪽 바닷가 어느 도시를 하릴없이 배회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게릴라와 민병대의 총격이 오가는 콜롬비아 산중으로 훌쩍 발길을 돌린다. 또한 ‘나’는 알파 켄타우로스 별에서 온 여인과 별빛 반짝이듯 사랑을 나누다가도 의뭉스럽게 벅수(장승)를 소개시켜주는 밥집의 당돌한 딸 ‘단감이’와 결혼한다. 1980년 5월의 고통스러움이 헌병대 군 영창의 현실로 또는 꿈틀대면서도 느릿느릿한 태권도장 간 대결로 현현되기도 한다. 종횡무진이다. 쉬 따라가기 힘겨울 정도다. 한 작가의 작품인가 싶게 일곱 편의 작품마다 풀어내는 실험적 문체와 주제의 매개물이 천변만화다. 간단치 않은 주제를 묵직히 부여쥐고 있건만 자칫 자기만의 스타일을 구축하지 못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남긴다. 그러나 모든 작품을 오롯이 관통하는 지점은 있다. 존재의 본질에 대한 끝없는 천착이다. 그리고 개인과 역사의 관계 맺기다. 그리고 일견 단단하고 견결해 보이는 문장 사이사이에 스며있는 먹먹함과 아픔의 정서다. 백인들의 침략에 고통스러워하는 남미 인디오의 의문을 얘기할 때도(‘세상의 아침들’), 북미대륙에서 인디언을 절멸시키는 백인의 뻔뻔함을 조소하면서도(‘모히칸족의 최후’), ‘끝없이 우주선을 쏘아올리자는 말일 뿐’으로 상징되는 경쟁 사회를 음울히 지적할 때도(‘혼잣말을 하는 사내’), 늘 우리 현실의 자장을 벗어나지는 않는다. 그래서 군 영창이건, 이 나라건, 이 별이건, 속절없이 갇혀 있을 뿐이라는 자조적인 인식(‘구름의 파수병 셋’)이 드러나는 것은 필연적일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작가 자신이 직·간접적으로 체험했음직한 일련의 사건들과 지독히 현실적인 상상력이 빚어낸 우화와 한데 버무러진 뒤 역사의 골짜기를 지나 실존적 고뇌의 강까지 건너가 하나의 지점을 향해서 달려간다. 그는 아파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아픔과 생채기를 빠짐없이 차곡차곡 챙겨 풀어낼 준비를 이미 마친 이다. 소설가 한창훈은 “외롭고 고단함으로써 이렇게 아픈 언어를 세상에 내놓게 된 것”이라고 유형수의 첫 소설집을 평했다. 본명(유형석) 대신 필명을 앞세워 첫 책을 내놓고, 이제는 본격적으로 장편소설을 준비 중이다. 앞으로 어느 별을 헤매면서 ‘지금, 여기’를 조우하게 해줄까.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성남시의회 모라토리엄 내홍

    경기도 성남시가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국토해양부와 갈등을 빚는 가운데 성남시의회가 한나라당과 민주당 시의원들 간 책임공방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성남시의회 한나라당협의회는 16일 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시장이 일방적이고 무모한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100만 시민의 자존심과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이 시장이 개인적이고 다분히 정치적인 쇼를 연출해 전국적인 스타반열에 올랐지만, 성남시민은 전국적으로 빚쟁이 시민이라는 오명과 함께 부정적 이미지로 추락한 도시의 시민으로 낙인되었다.”며 이 시장에게 책임을 돌렸다. 이에 대해 이 시장과 같은 당인 민주당 시의원협의회는 ‘맞불’ 기자회견을 열어 모라토리엄 선언을 옹호하고 나섰다. 민주당협의회는 “판교 조성에 써야 할 특별회계를 전용해 신청사 건립 같은 사업에 방만하게 예산을 집행해 성남시 재정이 급속하게 악화한 현실을 시민에게 알리는 일은 지극히 상식적이며, 재정과 관련한 주민의 알권리는 당연히 보장받아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협의회는 이어 “시의회, 집행부, 시민이 합심해 성남시 재정 악화를 극복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에 국토부, LH공사가 350억원만 갚으면 된다는 식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일부 언론과 정치권이 이번 사태를 정쟁으로 몰아 본질을 훼손하려는 것은 개탄스럽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18석, 민주당 15석, 민노당 1석으로 구성된 성남시의회는 의장 선출을 둘러싸고 여야 의원들의 생각이 달라 원 구성을 하지 못하는 등 파행을 겪고 있다.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채무불이행 아닌 유예선언인데…” 이재명시장, 파산설 진화 나서

    “채무불이행 아닌 유예선언인데…” 이재명시장, 파산설 진화 나서

    “5200억원은 금년 일반회계 45%에 달하는 금액이며 연간 가용예산의 1.5배에 이르는 금액은 일시변제 또는 단기간 변제 불가능하여 ‘지불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한다.”(7월 12일) “우리는 디폴트를 선언한 게 아니다. 지불능력되고 지불의사도 있다. 일시적 자금경색이다. 모라토리엄이라는 용어가 과하다 하더라도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했으면 좋겠다.”(7월 15일) 이재명 성남시장이 말을 바꿨다. ‘선언’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며 전국을 흔들어놓고 이제는 단지 당장 줄 돈이 없다는 의미였다며 ‘파산설’진화에 나섰다. 갈등을 빚고 있는 국토해양부에 대해서도 역공을 펼쳤다. 이 시장은 15일 시청 구내식당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판교개발사업의 주무 관청인 국토해양부는 판교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도록 하는 의무가 있다.”며 “4년간 판교특별회계에서 (5200억원을)막 빼다 쓴 걸 모르고 있었다면 존재 이유가 없고, 알고도 묵인했다면 직무유기이자 공범”이라고 받아쳤다. 또 “우리가 자산이 부족한 게 아니고 지금 당장 유동성이 부족해 지급을 유예해달라고 한 것인데 마치 영영 안 주겠다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며 “지급유예와 채무불이행을 의도적으로 뒤섞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시장은 “우리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을 한 게 아닌데도 자꾸 돈을 안주겠다는 쪽으로 호도되고 있다. 국토부가 저희를 길들이려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모라토리엄이라는 용어가 과하다 하더라도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자신(국토부)의 잘못을 인정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식으로 접근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시장이 자신의 폭탄 선언을 해명하고 나선 데는 파장이 예상 밖으로 커진데다 ‘정치적 쇼’라는 지적에 대한 부담이 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 시장의 발뺌에도 불구하고 “이제 망했다.”는 성남 주민들의 허탈함을 치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단순히 빚갚을 능력이 없다는 것과 모라토리엄 선언과는 시작부터 다르다는 지적도 많다. 일반적으로 모라토리엄과 디폴트는 모두 부도의 경우에 사용되는 용어로 모라토리엄은 국가, 디폴트는 개인이나 기업등에서 사용된다. 분당 주민 장모(52·경영학박사)씨는 “모라토리엄은 함부로 쓸수 없는 용어로 일상적으로 국가 부도를 의미하게 된다.”며 “단순 채무유예를 광의 모라토리엄이라고 사용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 시장은 또 민간회계 감사 도입에 대해서는 자치단체의 회계를 민간에 맡길 수 있는지를 감사원에 질의했다고 밝혔다. 시장 출마 때 공약으로 내걸었던 시립병원 건립이나 1공단 공원화 사업을 구조조정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는 “불필요한 사업을 조정하는 마당에 지금 상태로는 두 사업도 못한다”고 말했다.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시론] 모두가 함께 책임져야 하는 자살/하규섭 서울대의대 교수·한국자살예방협회장

    [시론] 모두가 함께 책임져야 하는 자살/하규섭 서울대의대 교수·한국자살예방협회장

    고귀한 생명을 자살로 잃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최고다. 게다가 자살률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소식에 많은 국민들이 안타까운 탄식과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자살 예방의 책임을 맡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움과 책임감이 크다. 우리나라의 자살은 몇 가지 측면에서 특징적인 성격과 추이를 드러내고 있다. 첫째는 최근 10여년 동안 자살률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 이유에 관한 명확한 분석은 없지만 전문가들은 IMF 경제 위기 이후의 사회변화에서 원인을 찾는다. 사회 전반에서 지나치게 효율만을 강조하는 데다 고강도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일부는 여기에 잘 적응해 오히려 이전보다 나은 삶을 사는 반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전보다 더 힘들게 일해야 하거나 실직 등으로 전보다 훨씬 극악한 상황에 내몰리게 되었다. 이런 변화는 사회 전반의 불안정성을 확대시키는 계기가 됐다. 또 다른 특징은 노인 자살률의 급증이다. 다른 연령대도 자살률이 증가하지만 그 정도가 완만한 반면, 노인 자살률은 급증세를 보여 60대는 평균의 2배, 70대는 3배, 80대는 4배에 이르고 있다. 이는 자살률이 높고, 노인인구 비율도 높은 일본 등 다른 선진국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특이 현상이다. 현재의 노년층은 개발 연대를 살아오면서 부모 봉양과 자녀 양육에 자신의 삶을 내던진 세대다. 자신들의 노후를 준비할 여유도 없었을뿐더러 이 세대가 활약했던 60~80년대는 고령화라는 사회적 어젠다도 형성되지 않았다. 당연히 노후 준비가 절실하지도 않았고, 그걸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개인이나 가정, 사회가 아무런 준비도 없이 고령화와 맞닥뜨리게 되면서 특히 저학력이면서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노년층은 노후의 삶에 거의 무방비 상태가 됐다. 그들이 병들고 외로운 노후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이라는 추정이 어렵지 않다. 자살에 대한 우리 사회의 세 번째 특징은 ‘외면’이다. 모든 국민이 높아지는 자살률을 걱정하지만 “이 문제가 곧 내 문제이기도 하다.”고는 여기지 않는다. 그러니 뭔가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 늘어가는 자살 사례를 접하면서 “세상이 왜 이러지.”라고는 생각하지만 대부분은 내 일이 아니라고 여겨 방관하고 외면하기 일쑤다. 한 번 본질에서 멀어진 마음이라 ‘자살은 예방이 가능하다.’는 사실조차도 이내 외면하고 만다. “저 죽겠다는데 그걸 누가 말리느냐.”는 식의 방관자적 사고가 팽배하다. 우리 사회의 이 같은 자살에 대한 집단적 몰지각은 우울증 등 정신장애와 자살의 관련성을 쉽게 부정하기에 이른다. 대부분의 자살이 우울증과 관련이 있다는 점이 밝혀졌음에도 우리 사회는 애써 자살과 우울증을 전혀 별개의 문제로 인식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안전벨트가 교통사고로 인한 부상이나 사망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음에도 한사코 안전벨트와 교통사고 사망률의 상관성을 부정하는 것과 같은 식이다. ‘죽으면 모든 것이 끝’이라는 인식도 자살을 예방하고 대책을 세우는 일을 힘들게 한다. 여기에다 자살을 대하는 언론도 문제다. 높은 자살률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대책을 위한 여론 조성에는 관심이 없고, 자살을 스캔들 다루듯 해 모방자살을 부추기는 듯한 행태를 보이는 언론이 적지 않다. 자살 예방대책은 효용만을 따지는 경제 논리와 “산 사람도 어려운데 죽는 사람까지 어떻게….”라는 논리에 밀려 계속 제자리걸음이다. 우리 사회의 자살 문제에서 드러난 실상이 실은 가감 없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라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다. 교통 사고가 많아지면 당연히 교통법규를 잘 지키자는 사회적 합의가 뒤따른다. 그런데 자살은 그렇지 못하다. 도대체 얼마나 더 죽어야 범국가적으로 자살 예방에 나서자는 합의가 이뤄질까. 자살 문제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이며, 모든 사회 문제의 끝에 있다.
  • ‘민간인 사찰’ 총리실직원 2명 재소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사찰 업무를 실무적으로 실행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김모 점검1팀장(서기관급) 등 2명을 재소환하고, 검사 2명을 보강하는 등 ‘비선(秘線)’을 향한 주변 수사를 강화하고 있다. 참고인과 피의자 진술이 엇갈려 사실관계를 확정하느라 핵심 수사 대상인 이인규(54) 전 공직윤리지원관의 소환은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오정돈 부장검사)은 14일 김 팀장과 조사관 원모(5급)씨를 재소환해 공직윤리지원관실이 2008년 김종익(56) 전 NS한마음 대표를 불법 사찰한 배경과 사찰과 관련해 별도로 보고를 받거나 지시를 내린 ‘비선’이 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이들의 진술이 그동안 조사한 내용과 어긋나 피해자 김씨나 주변 인물, 국민은행 관계자 등과 대질신문도 진행했다. 검찰 관계자는 “주요 사실관계와 관련해 피의자와 참고인이 상반된 진술, 일치하지 않는 진술을 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그걸 확인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수사인력도 보강했다. 이 관계자는 “중앙지검 형사1부 소속 검사 2명을 예비군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당초 밝힌 ‘신속한 수사’와 달리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 전 지원관에 대한 소환조사가 늦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혀 이 전 지원관 이후의 ‘제2라운드’를 대비한 속도조절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 전 지원관이 의혹의 열쇠를 쥐고 있는 만큼 돌다리도 두들겨 본다는 자세로 실무자급 수사에서 관련 증거를 철두철미하게 확보한 다음 사건의 본질인 ‘지휘라인’을 파고들겠다는 게 수사팀의 전략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결정의 시간’을 미루며 주변 수사를 보강하는 건 의혹이 제기된 윗선을 섣불리 소환했다가 혐의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하면 오히려 검찰에 부메랑이 될 수 있는 점을 경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법조 관계자는 “소환을 늦출수록 피의자들끼리 말을 맞추거나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주게 된다.”며 “이럴 경우 ‘윗선’에 대한 수사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제주옥돔 짝퉁 걱정 던다

    제주도는 지역의 대표 수산물인 ‘제주옥돔’이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에 등록됐다고 13일 밝혔다. 이에 따라 제주에서 가공, 생산한 옥돔만 ‘제주옥돔’이란 명칭을 사용할 수 있어 제주산 옥돔의 신뢰도와 상품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은 특산물의 명성이나 품질이 본질적으로 특정 지역의 지리적 특성에 의해 생산된 것임을 인정, 그 명칭을 법적으로 보호하는 제도다. 도는 상표등록과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 등록이 이뤄짐에 따라 제주산 옥돔을 외국산 등과 차별화해 다양한 상품을 개발, 부가가치를 높일 계획이다. 도는 10여년 전부터 ‘옥두어’라는 이름으로 수입된 저가의 중국산 옥돔이 무차별적으로 국내 시장에 유통되자 대책 마련에 고심해 왔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객원칼럼] 일제고사 논란과 사회제도로서 교육의 가치/정인학 언론인

    [객원칼럼] 일제고사 논란과 사회제도로서 교육의 가치/정인학 언론인

    이번에도 일제고사 논란이 그냥 지나치질 않았다. 일제고사가 한국교육의 본질이 되었다. 직선 교육감을 뽑았던 터라 소리가 요란하다. 한편에서 일제고사를 실시하라 지시하고 다른 쪽에선 학생에게 선택권을 줘야 한단다. 일제고사가 도입된 2008년과 똑같은 주문만 되뇐다. 하나같이 학생들을 위하고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위한다고 목청을 높인다. 교육의 본질적인 사회적 역할은 온데간데 없고 그들만의 아집만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고 있다. 교육은 다음세대를 사회화하는 사회제도다. 교육은 인류의 생존과 함께 시작되었다. 석기시대 아버지는 아들에게 돌 다듬는 법을 가르쳤고, 농경시대 어머니는 딸에게 길쌈 법을 가르쳤다. 사회가 발달하면서 교육은 전문가의 몫이 되었고 그 공동체가 필요로 하는 가치와 지식 그리고 미래의 비전과 기술을 가르쳤다. 교육은 시대, 지역에 따라 그 방식을 달리해 왔지만 언제 어디서나 국가 사회의 물리적 기반을 강화하고, 시대를 넘어 관통할 수 있는 가치를 우선 전수한다는 좌표만은 변함이 없었다. 교육은 개인의 사회화 과정이요, 공동체 전체의 영속성을 담보하는 사회제도였다. 일제고사에 대한 학생 선택권을 주어야 한다며 일제고사를 사실상 거부하는 주장에 이의 있다. 수험생인 학생은 우리 공동체를 이끌어갈 다음의 세대로 지금 교육의 결정권자가 아니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에게 일제고사 선택권을 줘야 한다면 교육감 투표권도 줘야 한다. 가치관과 세계관이 정립되지 않은 중학교 3학년 학생에게 어떻게 국가 사회라는 공동체의 영속성을 담보하는 교육을 맡긴단 말인가. 솔직해지자. 초·중·고생 인격 운운하지 말아야 한다. 초·중·고생의 생각이나 판단 준거는 그 학생이 좋아하는 교사의 그것과 닮은 꼴이기 십상이다. 일제고사는 학생이 아니라 바로 어른들이 결정해야 한다. 일제고사는 또 학교교육의 비정상화를 유발한다고 지적한다. 일제고사에 대비한다는 0교시수업과 야간자율학습의 교육적 평가는 차치하더라도 0교시수업과 야간자율학습 그 자체가 일제고사 거부의 이유가 못 된다. 학교에서 교사들이 0교시수업이나 야간자율학습을 안 하면 될 것이다. 일제고사가 없다면 0시교시수업도 하지 않을 것이니 일제고사를 거부해야 한다는 논리는 인간의 의지적 영역을 부인하는 자기모순에 빠지게 된다. 일제고사를 거부하려면 일제고사가 사회 제도로서 교육 본래의 가치에 어떻게 어긋난다는 이유를 제시해야 비로소 설득력을 얻게 된다. 그렇다면 일제고사를 실시해야 할 적극적인 가치는 있는가. 일제고사는 단편적 지식의 평가시험으로 창발적인 사고를 키워주는 방법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또 서열화를 조장해 인성계발에 적합하지 않다고도 한다. 흔히 지금을 지식정보화 사회라고 규정한다. 당연히 역량 있는 개인으로 성숙하려면 최소한 지적 기반을 갖춰야 한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한다. 확산적 사고력도 최소한의 지식적 기반이 있어야 비로소 가능한 지적 활동이다. 일제고사에 대비하는 학습활동은 절제력과 인내력 그리고 선의의 경쟁의식 등을 일깨워주는 매우 효과적인 인성 교육 수단임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한국 교육은 이제 일제고사 논란 따위는 집어 치워야 한다. 한국 교육은 학생들의 다양한 특기와 적성에 맞는 교육을 시행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학교를 다양화하는 한편 학교 교육과정의 다양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청소년들이 국가 사회에서 자기에 맞는 역할을 찾아내 능히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어야 한다. 한국 교육은 의식과 발상의 다원성이라는 교육의 가치에 눈떠야 한다.다음 세대들이 적성과 특기를 살려 자기 길을 나갈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는 방안으로 밤을 새워야 한다. 청소년들이 국가 사회의 물리적 기반을 강화하고 문화적 바탕을 살찌우도록 해주어야 한다. 교육은 개인의 사회화 과정이요 공동체의 영속성을 담보하는 사회제도라는 점을 반복해 둔다.
  • 미야자키 하야오 ‘아이패드 자위행위’ 발언 논란

    미야자키 하야오 ‘아이패드 자위행위’ 발언 논란

    일본의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가 ‘아이패드’에 대한 극단적 비난으로 눈길을 끌었다. 일본 IT 종합포털 사이트 IT미디어는 지난 11일 스튜디오 지브리가 발행하는 소책자 ‘열풍’에 실린 “내게는 연필과 종이만 있으면 좋겠다” 인터뷰 특집에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아이패드와 그를 사용하는 이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내용을 소개했다. 미야자키 감독은 대담 형식으로 진행된 인터뷰 속에서 “당신이 손에 그 게임기 같은 것을 쥐고 이상한 손놀림으로 문지르는 행동은 나에게는 혐오감을 준다.”며 “전철 안에서 이상한 손놀림으로 자위행위를 하는 것처럼 (아이패드를) 문지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표현했다. 이어 아이패드의 편리성을 옹호하는 사람들에게 본질적인 노력을 쌓아 않고 기계적인 작업에 의존해 자신의 성장을 막고 있다고 표현했다. 또 “당신은 최신제품을 손에 넣었다고 의기양양해하는 단순한 소비자에 불과하다.”며 “소비자에서 머물지 말고 생산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야자키 감독의 냉소적인 평가는 계속됐다. 그는 “초등학교 때 새 장난감을 학교에 가져가면 일시적으로 주위에 친구가 모이게 되는데, 이때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되고 소통하는 방법을 오인하고 만다.”고 설명하며 “내게는 연필과 종이만 있으면 좋겠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미야자키 감독의 파격적인 발언에 아이패드에 대한 전문 IT 지식을 가지고 있는 일본 네티즌들은 “첨단 기기를 비난하기 전에 그 소신처럼 ‘나우시카’ 같은 작품을 써라. 인어공주(벼랑위에 포뇨)나 이상한 나리의 앨리스(더부살이 아리에티)를 일본풍으로 바꾸는 것은 진정한 생산자라 할 수 없다.”고 냉정한 평가를 전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미야자키 감독 자신이 엄청난 노력파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기계에 의존하지 말고 자신처럼 되기를 바라는 것 같다.”, “연필과 종이는 나의 친구지만 아이패드 역시 나의 좋은 친구다.”, “편리함을 널리 알리고 전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은 아니다.” 등 의 냉담한 반응을 내놓았다. 반면 “늙은이 취급하지 마라, 자신의 소신을 밝힌 것뿐이다.”, “너희들이(비판여론)이 코 찔찔 흘렸을 때 자라면서 보고 들었던 만화가 누가 만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혜택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점과 부작용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등 미야자키 감독의 바언을 옹호하는 의견도 있었다. 사진 = IT미디어 화면 캡처 서울신문NTN 전설 인턴기자 legend@seoulntn.com
  • 미야자키 아이패드 발언 논란 … 한-일 네티즌 반응 ‘극과 극’

    미야자키 아이패드 발언 논란 … 한-일 네티즌 반응 ‘극과 극’

    지난 11일 소개된 일본의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의 ‘아이패드’에 대한 극단적 비유 발언을 두고 한국과 일본 네티즌들의 시각의 차이로 인해 상반된 반응를 보이고 있다. 미야자키 감독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전철 안에서 (아이패드를) 문지르는 사람들이 늘고있으며 마치 자위행위를 하는 것 같아 이들에게 혐오감을 느낀다 ”고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미야자키 감독의 파격적인 발언에 일본의 아이패드 이용자들은 “첨단 기기를 비난하기 전에 그 소신처럼 ‘나우시카’ 같은 작품을 써라. 인어공주(벼랑위에 포뇨)나 이상한 나리의 앨리스(더부살이 아리에티)를 일본풍으로 바꾸는 것은 진정한 생산자라 할 수 없다.”고 강한게 반발했다. 네티즌들 역시 “편리함을 널리 알리고 전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은 아니지 않느냐.” , “연필과 종이는 나의 친구지만 아이패드 역시 나의 좋은 친구다.”, “자신이 엄청난 노력파라고 해서 다른 사람들도 기계에 의존하지 말고 자신처럼 되기를 요구하는 것 같다.” 등 의 냉담한 반응을 내놓았다. 그러나 국내 네티즌들은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의 발언에 대해 신중한 해석과 함께 상당수가 공감을 드러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자위행위’라는 자극적인 표현에는 불편함을 드러내면서도 “따지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는 미야자키 감독이 아이패드의 편리성을 옹호하는 사람들에게 “본질적인 노력을 쌓아 않고 기계적인 작업에 의존해 자신의 성장을 막고 있다.”는 조언에 대한 공감을 드러낸 것. 네티즌들은 그간 미야자키 하야오가 자신의 작품을 통해 그려내려 했던 ‘아날로그 방식’의 감성적인 세계관이 발언의 이해를 돕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이패드라는 폐쇄적인 포맷으로 혁신을 운운하는 세태를 비판한 것뿐 그 이상 이하의 발언도 아니다.”는 결론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첫 서두를 “틀린 말이 아니다.”, “어느 정도 공감한다.”,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등으로 시작하는 동조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편 일본 IT 종합포털 사이트 IT미디어는 지난 11일 스튜디오 지브리가 발행하는 소책자 ‘열풍’에 실린 “내게는 연필과 종이만 있으면 좋겠다” 인터뷰 특집에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아이패드와 그를 사용하는 이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내용을 소개했다. 사진 = 사진 = IT미디어 화면 캡처 서울신문NTN 뉴스팀 ntn@seoulntn.com
  • “아이패드 자위행위” 미야자키 발언논란…日네티즌 벌컥

    “아이패드 자위행위” 미야자키 발언논란…日네티즌 벌컥

    일본의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의 ‘아이패드’에 대한 극단적 비유 발언으로 일본 네티즌들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미야자키 감독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전철 안에서 (아이패드를) 문지르는 사람들이 늘고있으며 마치 자위행위를 하는 것 같아 이들에게 혐오감을 느낀다 ”고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미야자키 감독의 파격적인 발언에 일본의 아이패드 이용자들은 “첨단 기기를 비난하기 전에 그 소신처럼 ‘나우시카’ 같은 작품을 써라. 인어공주(벼랑위에 포뇨)나 이상한 나리의 앨리스(더부살이 아리에티)를 일본풍으로 바꾸는 것은 진정한 생산자라 할 수 없다.”고 강한게 반발했다. 네티즌들 역시 “편리함을 널리 알리고 전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은 아니지 않느냐.” , “연필과 종이는 나의 친구지만 아이패드 역시 나의 좋은 친구다.”, “자신이 엄청난 노력파라고 해서 다른 사람들도 기계에 의존하지 말고 자신처럼 되기를 요구하는 것 같다.” 등 의 냉담한 반응을 내놓았다. 반면 “늙은이 취급하지 마라, 자신의 소신을 밝힌 것뿐이다.”, “너희들이 코 찔찔 흘렸을 때 자라면서 보고 들었던 만화가 누가 만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혜택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점과 부작용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등 미야자키 감독의 발언을 옹호하는 의견도 있었다. 이에 앞서 일본 IT 종합포털 사이트 IT미디어는 지난 11일 스튜디오 지브리가 발행하는 소책자 ‘열풍’에 실린 “내게는 연필과 종이만 있으면 좋겠다” 인터뷰 특집에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아이패드와 그를 사용하는 이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내용을 소개했다. 미야자키 감독은 대담 형식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당신이 손에 그 게임기 같은 것을 쥐고 이상한 손놀림으로 문지르는 행동은 나에게는 혐오감을 준다.”며 “전철 안에서 이상한 손놀림으로 자위행위를 하는 것처럼 (아이패드를) 문지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표현했다. 이어 아이패드의 편리성을 옹호하는 사람들에게 본질적인 노력을 쌓아 않고 기계적인 작업에 의존해 자신의 성장을 막고 있다고 표현했다. 또 “당신은 최신제품을 손에 넣었다고 의기양양해하는 단순한 소비자에 불과하다.”며 “소비자에서 머물지 말고 생산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야자키 감독의 냉소적인 평가는 계속됐다. 그는 “초등학교 때 새 장난감을 학교에 가져가면 일시적으로 주위에 친구가 모이게 되는데, 이때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되고 소통하는 방법을 오인하고 만다.”고 설명하며 “내게는 연필과 종이만 있으면 좋겠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사진 = IT미디어 화면 캡처 서울신문NTN 전설 인턴기자 legend@seoulntn.com
  • 민간인 사찰의혹·與권력투쟁 논란… 8人의 발언은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이 영포(영일·포항)라인, 선진국민연대의 ‘권력 사유화’ 논쟁으로 이어지면서 여당을 중심으로 한 권력투쟁이 정치권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신문은 12일 이번 논란의 중심이 된 관련자들의 연쇄 회견 및 인터뷰를 통해 현 상황을 짚어봤다. ■ 정두언 “권력투쟁설로 본질 희석” “이번 사건의 핵심은 청와대와 정부 내 비선조직의 존재와 불법 행태, 그리고 측근의 부당한 인사개입이다. 권력투쟁으로 몰고 가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것이다.”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총리실 민간인 사찰 의혹으로 촉발된 여권 내 권력투쟁 논란에 대해 “청와대가 사태의 본질을 파악해 대통령이 조사하라고 했고, 정리·처벌 수순에 들어간 만큼 그 과정을 지켜보면 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이 사태를 두고 저를 권력투쟁의 당사자로 모는 것은 (기자)여러분이 할 일이 아니다. 이 정부 들어 내가 한나라당에서 얼마나 외롭게 희생해왔는지 아느냐.”며 기자회견 도중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정 의원은 “권력투쟁으로 모는 세력, 야당의 분열책에 당이 놀아나선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청와대가 권력투쟁 논란을 경고했다.’는 보도와 관련, “‘권력투쟁으로 몰거나 대통령의 뜻을 왜곡시키는 일이 있으니 정 의원이 이를 정리해줬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고, 경고를 받은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친박계 이성헌 의원이 ‘영포목우회’ 관련 내용을 민주당의 신건 의원에게 제공한 인물로 총리실 김유환 정무실장을 지목한 것과 관련, “이 의원이 돌이킬 수 없는 큰 실수를 했다.”고 주장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박영준 “인사관여 주장 법적대응”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은 최근 여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자진사퇴설과 관련, “사실 무근”이라며 강력히 부인했다고 총리실 김창영 공보실장이 전했다. 박 국무차장은 총리실 직원 간담회에서 “어제 보도된 것(국무차장 사퇴설)은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그는 또 민주당 전병헌 정책위의장이 자신을 포함한 선진국민연대 출신 인사들이 메리어트 호텔에서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공기업 등 정부 내 인사 문제를 논의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사실무근”이라며 “법적 대응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차장과의 직접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이 이뤄지지 않았다. 한편 김유환 총리실 정무실장은 이날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이 영포목우회(영포회) 관련 내용을 야당에 전달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과 관련, “거짓 주장으로 인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보도자료에서 “이 의원은 더이상 의혹만 키우는 선동 정치를 즉각 중단하고 법정에서 진실을 가릴 것을 촉구한다.”면서 “이 의원이 주장한 문건의 작성이나 민주당에 제공한 일에 만의 하나 제가 단 1%라도 관련된 증거를 제시한다면, 공직 사퇴는 물론 어떠한 처벌도 자진해 받겠다.”고 강조했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이성헌 “총리실문건 버젓이 야당에” “이번 사태의 본질은 권력내부의 추악한 암투다. 권력 사유화로 내부 권력투쟁을 벌이게 되면 권력의 밑동 뿌리가 썩는다.” 한나라당 친박계 이성헌 의원은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통령도 이 문제에 대해 ‘당사자에게 단순히 경고했다.’고 들었는데 경고만 하고 끝낼 사안인지 신중히 생각해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 의원은 특히 ‘총리실이 영포목우회 관련 자료를 민주당 쪽에 제공했다.’는 전날 자신의 주장과 관련, “가장 충격적인 것은 총리실에서 생산한 문건이 글자 하나 틀리지 않고 민주당 쪽으로 넘어갔다는 점”이라면서 “그 내용 중에는 한나라당의 지도부를 공격하는 내용도 들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에도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료를 민주당에 제공한 당사자로 총리실 김유환 정무실장을, 전달받은 당사자로 신건 의원을 거명했다. 김 실장과 정 의원의 친분도 거론했다. 이 의원의 문제제기가 경쟁자인 정 의원을 겨냥한 것이라는 지적과 관련, “‘정 의원의 추천으로 김 실장이 총리실에 들어갔다.’는 말만 했다.”고 말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정운찬 “철저조사·상응조치 필요” 정운찬 국무총리는 총리실 공직윤리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과 관련, “내가 부임하기 전의 일이지만 불미한 사건이 벌어져 참으로 유감스럽다.”고 말했다고 김창영 총리실 공보실장이 전했다. 정 총리는 총리실 간부 간담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히고 “(이 문제와 관련해) 철저한 조사와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경우처럼) 법과 제도상의 주어진 권리 이상 행사하는 것은 큰 문제”라면서 “그러나 공직을 수행하는 사람이 권한이 있어도 일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는 ‘복지부동’(伏地不動) 역시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 총리는 이어 “고위직에 오르면 임기가 없는 만큼 모두 언제까지 지금의 자리에 있을지 모르지만, 마지막까지 소임을 챙기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의에서는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으로부터 ‘영포목우회’(영포회) 관련 내용을 민주당의 신건 의원에게 제공한 인물로 지목받고 있는 김유환 총리실 정무실장이 관련 경과 보고를 했다. 그러나 정 총리는 이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고 김창영 실장이 전했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홍준표 “정총리·박차장 물러나야” “대통령을 정점에 두고 작은 권력을 서로 누리겠다고 투쟁하는 게 영포게이트의 본질이다.” 한나라당 7·14전당대회에 출마한 홍준표 후보는 영포목우회 파문을 ‘여권 내 권력투쟁’이라고 진단했다. 홍 후보는 서울 여의도 자신의 선거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경선 때부터 (권력의) 양 축을 이뤘던 정두언·박영준 두 사람 사이 힘의 축이 박 차장 쪽으로 넘어가자 2008년 6월 정 후보가 ‘권력 사유화’ 문제를 제기했다.”면서 “(정 후보가) 그 작은 권력에서 밀려났다고 해서 또다시 권력 투쟁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 후보의 ‘국정농단’ 주장에 대해서도 “국정농단보다는 인사 개입으로 본다.”면서 “박 차장이 국가 의사결정에 개입할 만한 큰 힘이 없고, 핵심실세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 차장이 대선 때 선진국민연대 사람들을 공기업 감사 등으로 취업시킨 것은 국정농단과는 별개”라고 덧붙였다. 홍 후보는 “애들 불장난(권력투쟁)이 산불(게이트)로 번져 버렸다. 산불을 끄기 위해선 정운찬 총리부터 퇴진해야 한다.”면서 “박 차장도 이제는 물러나야 하고, 정 후보도 자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김무성 “정권 흔들기 발언 자제를”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이 여권 내 권력투쟁 양상으로 번져가자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인 김무성 원내대표가 진화에 나섰다. 김 원내대표는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더 이상 야당의 정권 흔들기에 악용되지 않도록 모두 애당심을 발휘해 관련 발언을 삼가주길 부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건에 대해 ‘이인규(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 권력남용사건’이라고 규정, “야당 특유의 과장과 왜곡으로 이명박 정권 흔들기, 여권 분열조작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이 나쁜 전략에 한나라당의 전당대회가 이용될 것이 우려된다.”면서 자제를 요청했다. 김 원내대표의 이같은 ‘함구령’은 전날 전대 후보인 이성헌 후보가 정두언 후보를 향해 화살을 돌리는 등 여권 내 권력투쟁은 물론이고 당내 계파간 갈등양상의 조짐까지 보이자 이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 원내대표는 또 “지금은 서로 경쟁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우리는 다음 정권 재창출을 함께해야 하는 동지인 만큼 서로에게 치명적인 상처가 되는 상호비방은 삼가해 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김성식 “정두언·이성헌 사퇴해야” 한나라당 7·14 전당대회에 출마한 김성식 후보는 영포목우회 파문 등을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는 정두언·이성헌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김 후보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일한 초계파 쇄신후보로서 끝까지 대의원 혁명으로 승리하겠다.”면서 “전당대회가 끝나면 권력투쟁과 계파싸움에 앞장설 수밖에 없는 정 후보와 이 후보는 사퇴하고, 쇄신과 화합의 과제를 저에게 맡겨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권력의 사유화’ 문제를 제기했지만 이미 권력 투쟁의 당사자가 된 정 후보는 스스로 말하는 당의 변화를 위해 사퇴할 용의가 없는가.”라고 물었다. 이 후보에게도 “계파적 이익에 집착해 황당한 폭로전으로 전당대회 판을 흐리지 말고, 화합을 위해 사퇴할 용의가 없느냐.”고 공격했다. 김 후보는 안상수 후보 역시 도마에 올렸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가 기득권체제로 돌아가는 것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면서 “청와대의 밀어붙이기 대리인이자 계파갈등의 한 축으로 활동해 왔고, 군대도 안 갔다 온 안상수 후보를 당의 얼굴로 만들려는 세력이 바로 대통령에게 부담만 안기면서 인사농단에 앞장서왔던 세력 아니냐.”고 되물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박지원 “박영준-이상득 라인 주시” “이간질로 흔들릴 한나라당이라면 집권여당의 자격이 없다. 총체적 국정문란이 이간질로 밝혀진다면 계속 이간질하겠다.”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파문으로 불거진 여권 내 권력투쟁과 ‘영포(영일·포항) 라인’의 국정문란 의혹 폭로를 주도하고 있는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영포회 명단에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이 고문으로 등재된 것도 밝혀지고 있다.”면서 “사표를 낸 이영호 비서관 하나로 정리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이 전광석화처럼 환부를 도려낼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등에 칼을 꽂는다.’ ‘KB금융회장 같은 것은 100건도 넘는다.’ ‘형님, 옛날 박영준이 아닙니다.’ 등은 모두 한나라당에서 나온 말”이라며 한나라당을 겨냥했다. 특히 10여년간 보좌했던 박영준 총리실 국무차장과 이상득 의원의 관계를 한나라당이 언급한 데 주목하며 “‘박영준-이상득 라인’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고 엄포를 놨다.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자살로 이르게 한 박연차 게이트 당시 세무조사를 전담했던 조홍희 서울지방국세청장의 비위를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적발하고도 처벌하지 않은 의혹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미야자키 ‘아이패드 발언 논란’…국내 네티즌은 공감?

    미야자키 ‘아이패드 발언 논란’…국내 네티즌은 공감?

    국내 네티즌들은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의 ‘아이패드 자위행위’ 발언에 대해 신중한 해석과 함께 상당수가 공감을 드러냈다. 미야자키 감독은 스튜디오 지브리가 발행하는 소책자 ‘열풍’ 7월호에 실린 “내게는 연필과 종이만 있으면 좋겠다” 인터뷰 특집에서 아이패드와 그를 사용하는 이들에게 “당신이 손에 그 게임기 같은 것을 쥐고 이상한 손놀림으로 문지르는 행동은 나에게는 혐오감을 준다.”며 “전철 안에서 이상한 손놀림으로 자위행위를 하는 것처럼 (아이패드를) 문지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극단적인 표현으로 눈길을 끌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자위행위’라는 자극적인 표현에 불편함을 드러내는 한편 “따지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드러냈다. 이는 미야자키 감독이 아이패드의 편리성을 옹호하는 사람들에게 “본질적인 노력을 쌓아 않고 기계적인 작업에 의존해 자신의 성장을 막고 있다.”는 조언에 대한 공감을 드러낸 것. 미야자키 감독은 인터뷰 본문에서 “초등학교 때 새 장난감을 학교에 가져가면 일시적으로 주위에 친구가 모이게 되는데, 이때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되고 소통하는 방법을 오인하고 만다.”고 현재의 상황을 빗대 설명하며 “당신은 최신제품을 손에 넣었다고 의기양양해하는 단순한 소비자에 불과하다.”며 “소비자에서 머물지 말고 생산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네티즌들은 그간 미야자키 하야오가 자신의 작품을 통해 그려내려 했던 ‘아날로그 방식’의 감성적인 세계관이 발언의 이해를 돕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이패드라는 폐쇄적인 포맷으로 혁신을 운운하는 세태를 비판한 것뿐 그 이상 이하의 발언도 아니다.”는 결론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첫 서두를 “틀린 말이 아니다.”, “어느 정도 공감한다.”,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등으로 시작하는 동조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어플리케이션 개발 전문업체 ‘와일리랩’ / ‘플라잉핑거’(Flying Finger)의 기획팀 조중식 팀장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특유의 감성적 세계관을 고려해볼 때 ‘아이패드’의 편리함이나 보편성을 비판한 것이 아니라 서로의 얼굴이 아닌 작은 터치스크린을 보며 소통하려는 세대에 대한 문제점을 걱정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하야오 감독의 작품 속에서도 일정부분 SF적인 상황과 판타지가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다소 자극적인 표현으로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21세기의 편리를 격하했다기보다는 자신의 삶의 철학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단절된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낸 것 같다.”고 전했다. 사진 = 사진 = IT미디어 화면 캡처 서울신문NTN 전설 인턴기자 legend@seoulntn.com
  • 젊은 歌客 보내는 구슬픈 이별가

    젊은 歌客 보내는 구슬픈 이별가

    노래 한 곡에 담긴 것은 그저 즐거움 혹은 사랑, 이별 등의 정조만은 아니다. 시대와의 약속, 낮은 곳에 있는 이들과의 어우러짐, 대의를 향한 다짐, 개인의 운명에 대한 구원 등이 고루 담긴다. 심각하게 사회성 짙은 메시지를 담은 노래만 그런 것이 아니다. 뙤약볕 아래 콩밭 노동의 힘겨움을 달래주는 민요 한 자락도, 황량한 안데스 산맥의 등성이를 오르내리며 불렀던 머나먼 라틴대륙의 ‘누에바 칸시온’(새로운 노래운동)도, 희뿌연 최루탄 연기 속에 쿨럭대며 불렀던 투쟁가도, 누렇게 모서리 파인 선술집 탁자 반주에 흔들거리던 뽕짝의 들썩임도…. 모두 마찬가지다. 조용호의 첫 장편소설 ‘기타여 네가 말해다오’(문이당 펴냄)는 노래를 통해 구원을 얻고자 가객(歌客)으로 치열하게 살았던 한 젊은이를 떠나보내는 구슬픈 이별가다. 나아가 노래의 선율 안팎에서 그 시대를 겪어냈던 모든 젊은이들에게 바치는 눈물겨운 송가(送歌)다. 또한 절대자의 조롱과도 같은 운명 앞에 무기력하게 놓인 개인이 죽음으로나마 불같이 맞설 수 있음을 웅변하고 있기도 하다. 조용호 자신이 젊은 시절 연행패로, 또 노래꾼으로, 노래운동을 하며 살았던 경험이 핍진하게 투영돼 있다. 작품 제목은 아르헨티나 음유시인이자 ‘누에바 칸시온’의 선구자인 아타우알파 유팡키(1908~1992)가 부른 노래 제목을 그대로 따왔다. 그는 기타 반주를 애써 아끼며 호소력 짙은 낮은 목소리로 ‘…/ 이 밤은 왜 이다지도 기냐/ 기타여 네가 말해다오.’라고 노래했다. 소설은 어느 날 훌쩍 사라져버린 시대의 노래꾼 ‘연우’와 그의 행적을 뒤쫓으며 헤매는 ‘나’와 연우의 아내 ‘승미’가 끌고 간다. 연우는 ‘나’에게 ‘나의 노래가 사라진 곳으로 떠난다.’면서 비망록을 남긴다. 비망록은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종적을 감추기 전까지 자신의 짧지 않게 격정적이었던 삶을 그저 아침, 오전, 대낮, 오후, 저녁과 같이 하루의 시간으로 갈음한다. 대학 시절 연우와 함께 노래패 활동을 했던 나, 그리고 후배 승미는 연우의 비망록을 따라 그를 찾아 나선다. 비망록에 담긴 연우의 일생, 그를 찾는 숨바꼭질과 같은 과정, 젊은 시절 그들의 치열했던 시간들이 씨줄날줄로 이어진다. 그리고 먼 대륙 칠레까지 가서 이대(二代)에 걸쳐 반복되는 연우와 ‘해금의 여인 선화’가 얽힌 기구한 운명의 농간까지 목도하게 된다. ‘40년을 훌쩍 넘겼을 터이건만, 돌이켜보니 그저 하루만큼의 삶일 뿐이었더라’ 하는 연우의 비망록은 불꽃 같은 삶을 살아온 당대 젊은이들의 바래진 청춘을 보는 듯해 가슴 저릿해진다.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에 나왔던 그이들은 밤무대로, 룸살롱 밴드로 내몰려 벌거벗은 채 취객에게 수모를 당하면서도 노래가 주는 꿈에서 헤어나지도, 혹은 내버리지도 못했다. ‘기타여’의 연우, 승미, 선화의 삶이 향하는 발길은 그들과 궤적은 약간 다를지라도, 결국 본질적으로 맞닿는다. 토지문학관, 만해문학관, 연희문학창작촌을 전전하며 6년 동안 썼다고 한다. 1998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한 뒤 단단한 단편을 주로 써온 조용호이기에 서사의 굵직함 이상으로 문체의 미려함이 돋보인다. 소설에는 실제 열일곱 곡에 이르는 노래가 침묵의 선율 속에 담겨 있다. 이 노래들이 부록으로 CD에 담겨졌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가객의 삶과 노래의 운명을 한두 걸음 뒤에서 따라가는 독자들이 소설을 읽을 때 좀 덜 숨가빴을텐 데 하는 그런 아쉬움.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어린이 한국사 2종 출시] 금동대향로는 백제 타임캡슐? 별순검은 조선의 CSI? 암기과목 아닌 즐기는 역사 이야기

    [어린이 한국사 2종 출시] 금동대향로는 백제 타임캡슐? 별순검은 조선의 CSI? 암기과목 아닌 즐기는 역사 이야기

    역사의 본질이 사람들 이야기의 총체물임을 감안한다면 역사학은 인간학이다. 어리석거나 지혜로운 사람의 삶, 꿈꾸며 성공 혹은 좌절했던 사람의 삶, 그리고 거대한 물결을 한 번도 쉼없이 밀고가는 사람들의 삶이 담겨 있는 것이 역사다. 역사를 알고 소통해야 할 이유이다. ●일반 백성중심 서술… 균형있게 접근 엄청난 이야기를 품은 보물창고 역시 역사다. 손에 땀을 절로 쥐게 하는 추리소설, 공포소설도, 가슴 한 편 애잔해지는 연애소설도, 갖은 역경을 뚫고 보물을 손에 넣는 짜릿한 판타지 소설도 결국 역사 속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역사를 즐겨야 할 이유다. 그러나 시험을 염두에 두며 공부로 접하는 아이들에게 역사는 헷갈리기만 하는 연도와, 이름조차 생경한 인물들만 난무하는 지루한 암기 과목이 되기 십상이다. 역사 이해의 기본인 사람의 변화, 사람이 만들어내는 사회의 변화 흐름을 제대로 따르지 못한 탓이다. 주욱 따라 읽기만 해도 역사의 흐름을 한눈에 꿸 수 있는 한국사 교양서 시리즈가 잇따라 완간됐다. ‘행복한 한국사 초등학교’(전국역사교사모임 지음, 휴먼어린이 펴냄, 전 10권)와 ‘이야기 한국사’(역사스페셜 작가 지음, 한솔수북 펴냄, 전 50권)다. 선사시대부터 시작해 현대사회(‘행복한’) 또는 대한제국 시기(‘이야기’)까지 모든 시대를 아우른 통사(通史)다. 더욱 분명한 공통점은 역사에 스토리텔링, 즉 서사(敍事)를 담았다는 사실이다. 결국 두 시리즈 모두 ‘역사는 재미있다.’는 명제에 아주 충실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행복한’은 ‘초등 대안교과서’를 표방하는 만큼 스토리를 중심으로 풀어가면서도 역사 교과서로서의 본질을 놓지 않았다. 현직 역사교사 2000여명의 모임인 전국역사교사모임 소속 교사들이 5년에 걸쳐 기획하고 집필한 덕분이다. 당대 사회의 구조와 성격의 변화상을 풀어가는 한편, 꼭 알아야 할 내용은 각권마다 별도로 ‘문화재를 찾아서’, ‘세계 속의 한국인’ 등 꼭지로 정리했다. ‘재미’와 ‘교육’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다. 또한 몇몇 영웅 또는 왕 중심이 아닌, 일반 백성들이 겪는 역경과 이를 극복해내는 힘 등을 중심에 놓고 역사를 서술했다. 더불어 ‘나’가 아닌, ‘주변과 이웃 속의 나’를 잊지 않도록 해 공동체 의식은 물론 주변 국가와의 관계 속에서 우리나라 역사를 균형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아동 상상력 넓히는 소설형식 반면 ‘이야기’는 KBS ‘역사스페셜’ 작가들이 썼다. 이야기로서 역사의 성격을 극대화시켜 소설적 형식을 취하고 있다. 역사적 지식 전달과 함께 아이들의 상상력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그만큼 현재 우리와의 관계 속의 역사를 상기시키며 줄곧 질문을 던진다. 예컨대 백제시대 금동대향로 편 ‘백제 성왕의 숨결이 서린 금동대향로의 비밀’에서는 ‘백제 금동대향로를 왜 사비시대 타임캡슐이라고 할까?’라고 질문하거나, ‘조선의 CSI’로 통하는 과학수사대 별순검을 다룬 편에서는 ‘박 여인을 죽인 진짜 범인은 누구일까?’라고 묻는다. 백제를 세운 온조의 어머니인 소서노, 가야의 철의 여인들, 소현세자의 강빈, 백만장자 제주 여인 김만덕, 여전사 의병장 윤희순 등 역사 속 여인들의 면모도 부각시켜 남성 중심의 역사 서술과 다른 참신한 접근을 시도했다. ‘행복한’ 각권 1만 2000원, 세트 11만 2000원. ‘이야기’ 각권 68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이대론 공멸” 여권 주도권 다툼 주춤

    영포목우회와 선진국민연대의 ‘권력 사유화’ 의혹을 둘러싸고 불거졌던 여권 내부의 주도권 다툼이 9일 당권 경쟁 구도의 변화 조짐과 함께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선진국민연대 출신 친(親)이상득계와 대척점에 선 친이 직계 정두언 의원이 전당대회 후보 단일화 움직임을 보이면서다. 권력투쟁으로 비화되면서 양쪽 모두 떠안게 될 ‘공멸’에 대한 위기감도 소강 국면 전환의 내재적 이유로 꼽힌다. 다만 앞으로 7·14 전대, 개각, 7·28 재·보선 등 권력 재편 요인의 결과에 따라 충돌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 의원의 전대 후보 단일화 시도가 긴장 완화의 단초가 됐다. 당초 장제원 의원 등 친이상득계는 정 의원을 향해 “김대식 후보에게 표 분산을 우려해 사퇴를 종용했다.”며 후보직 사퇴를 요구해 왔다. 당내 한 중진 의원은 “정 의원이 최근 불거진 권력투쟁설과 친이 분화 조짐의 출구전략으로 후보 단일화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의원 쪽은 이런 확대해석을 경계하면서도 자신에게 쏠린 당내 공세의 표적을 민주당으로 돌리는 데 집중했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권력투쟁설과 관련,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여당 내부 제보’를 운운하니까 권력투쟁으로 번졌다.”면서 “한나라당 내 일부가 이에 놀아난 것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최근 대학후배인 야당 의원의 협조 제의를 거절했다.”는 해명과 함께 ‘야당과 결탁한 공작정치의 배후’로 거론된 데 따른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친이상득계도 일단 야권으로의 공세 전환에 힘을 보탰다. 장제원 의원은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서 “민주당 전병헌 정책위의장이 (선진국민연대의) 강남 메리어트 호텔팀을 언급하며 인사개입 의혹을 제기했는데, 이는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에 들어가지 않아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식 후보는 “난 정 의원과 상당히 절친하다. 지금 박영준 국무차장과 정 의원 간에도 불편한 관계는 없다.”며 불화설을 일축했다. 그러나 표출된 갈등의 골이 쉽게 수그러들진 않았다. 양쪽의 장외공방전도 계속됐다. 정 의원은 ‘권력사유화’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권력농단은 집권 초기부터 나타나지만 잠복했다가 후반기에 권력투쟁으로 비화돼 본질이 흐려지곤 한다.”면서 “이번만큼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 권력투쟁설로 흐려질 정도로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장 의원 역시 공세의 칼끝을 거두지 않았다. 그는 최근 정 의원의 ‘2년전 바로잡지 못해 통곡하고 싶은 심정’이라는 발언과 관련, “야당의 의혹 부풀리기를 사실로 전제해 자신의 선명성을 보이겠다는 의도”라면서 “정 의원은 전대와 관계없이 야당에서 그런 내용(영포라인의 권력사유화 증거)을 받았다면 깨끗하게 증거를 대라.”고 맞받았다. 소강과 악화의 갈림길에 선 친이계의 항로는 앞으로 정 의원의 전대 후보 단일화 방향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시론] 교육비리 이번이 마지막 되길/김성규 성남중앙초등학교장·교육학박사

    [시론] 교육비리 이번이 마지막 되길/김성규 성남중앙초등학교장·교육학박사

    교육비리로 사회가 온통 시끄럽다. 선거로 덮어 두었던 일들이 다시 거론되면서 교육이 온통 비리의 온상인 양 보도되고 있다. 다른 사건들에 비해 교육비리 문제는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잊히지 않는다. 같은 사건이라도 교사나 교장 등 교육 공무원이 저지른 비리에는 우리 사회가 한 치의 용서도 없기 때문이다. 교육 분야가 가장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18일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한 ‘직업별 청렴 수준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에서도 가장 청렴한 직업으로 교사를 꼽은 응답자가 47.8%로 가장 높았다. 이번에 불거진 교장들의 비리는 크게 인사, 시설·납품, 수학여행, 자율형사립고 입학 등과 관련되어 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유형별로 구조적인 문제점이 보인다. 예컨대 인사비리는 승진 과욕과 교육감 직선제에 따른 문제가 맞물려서 터져 나왔다고 할 수 있다. 시설·납품, 수학여행 업체 선정 비리의 경우에는 교장이 한순간 실수로 30년 동안의 교육에 대한 헌신을 무너뜨린 결과로 이어졌다. 안타깝다. 사실 학교장은 학교관리·교육과정·수업지도·학교회계·시설관리 등 너무 많은 업무를 맡는다. 이 가운데 교장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업무가 학교회계와 시설공사라 할 수 있다.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되는 분야로 처음 이 업무를 맡는 교장은 대부분 선배 교장들에게 자문하기 마련이다. 관련된 업자들이 방문해 자문하고 이들의 권모술수에 일부 교장들이 넘어갔을 수도 있다. 교원들이 다른 직종 사람보다 남의 말을 잘 믿고 넘어가는 특성도 있다. 그런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요즘처럼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부끄러울 때가 일찍이 없었다. 제자들 보기에도 부끄럽기 짝이 없다. 때로는 교원이 된 것이 후회도 되고, 자괴감도 든다. 흔히 교원은 명예로 살아간다고 한다. 스승은 제자를 길러낸다는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고 청렴한 삶을 고집해 왔다. 요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교원도 일반인처럼 경제생활과 문화생활을 하며 살아가야 한다. 과거에는 교원들이 일반인보다 학력이 높았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교원을 군사부일체라고 해 높이 평가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학부모가 고학력이고 경제적으로도 월등히 우월한 분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학부모에게 교원이 무시당하는 일이 있다. 그렇더라도 이런 사정이 교육비리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이번 교육비리가 제발 마지막이 되기를 바란다. 부끄러운 일들이 터질 때마다 수많은 제자들의 눈과 귀가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경찰이 교장실을 뒤지는 사태도 이제 더 있어서는 안 된다. 교육을 교원들에게 믿고 맡길 수 있도록, 교원들이 새로운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 교장들은 깨끗하고 투명한 학교경영으로 교직원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어야 한다. 교육 공동체가 함께 이끌어가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교육의 수장이 비리로 구속되는 초유의 사건을 보면서 우리 교육이 왜 이 지경까지 왔는지 반성도 해본다. 교육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 미국이나 영국은 정권이 바뀌어도 교육 정책만은 일관성 있게 지켜간다. 지금 미국의 오바마 정부도 과거 부시 정부의 ‘어떤 아이도 뒤처져서는 안 된다.(NCLB)’는 교육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교육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바뀌어 왔다. 대학입시 정책은 조변석개했다. 그래서 우리나라 학생들은 5년마다 새로운 입시정책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이제 입시정책뿐이 아니다. 교육수장을 뽑는 교육감 선거와 교육위원 선거가 또 하나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정치에 휘둘리다 보니 교육 주체자들까지도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여론에 따라 비리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근본적인 처방이 아닐 것이다. 학생들에게 쾌적하고 안전한 교육환경과 양질의 교육과정을 제공해 미래에 행복한 삶을 갖도록 하는 교육을 실현하는 것이야말로 불거진 비리에 대한 처벌을 할 때 명심해야 할 기준이다. 이번 교육비리가 제발 마지막이 되기를 바란다. 부끄러운 일들이 터질 때마다 수많은 제자들의 눈과 귀가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경찰이 교장실을 뒤지는 사태도 이제 더 있어서는 안 된다.
  • 정혜진 24일까지 개인전…놀이·예술의 공존

    정혜진 24일까지 개인전…놀이·예술의 공존

    그림, 사진, 조각의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중견 작가 정혜진이 9~24일 서울 통의동 진화랑에서 개인전을 연다. ‘호모 루덴스 씨-진(C-Gene)’이란 제목의 전시회에서는 낯선 원색의 대비와 기괴한 형상으로 강렬한 이미지를 뿜어내는 조각과 사진, 회화 등 40여점의 작품이 선보인다. ‘C-GENE’은 ‘정혜진의 유전자’라는 뜻. 과학과 예술과의 관계, 예술 장르 간의 관계를 탐구해온 그의 작품세계를 상징한다. ‘유희의 인간’이란 의미의 호모 루덴스가 더해져 놀이와 예술의 공존을 모색한 작품들이 인상적이다. 사소한 것에서 본질을 찾는 작가의 태도는 중년 여성의 발을 카메라에 담은 ‘포텐셜리티(Potentiality)’ 시리즈에 잘 나타나 있다. 검은 바지, 초록 양말, 빨간 구두의 강렬한 대비가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인사동 거리에서 발견한 목인(木人)에서 영감을 얻어 다양한 형태의 목인에 유머와 해학을 입혀 만든 조각들도 눈길을 끈다. (02)738-7570.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민간사찰 파문] 선진연대로 총구 돌린 민주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파문과 관련, 민주당의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사찰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윤리지원관실과 ‘영포 라인’를 넘어 공기업과 금융권 인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의심을 사고 있는 선진국민연대 쪽으로 공격의 화살을 이동시키고 있다. 여권 내 권력 투쟁을 역이용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선진국민연대는 지난 대선 때 당시 이명박 후보를 지원한 외곽조직으로 박영준 국무차장이 핵심 역할을 했다. 민주당은 박 차장을 민간인 사찰 사건의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선 박 차장이 선진국민연대와 ‘영포 라인’의 ‘공통 분모’인 셈이다. 민주당 진상조사특위 관계자는 7일 “이번 사건의 본질은 영포회가 아니다.”면서 “어떤 목적으로 광범위한 민간인 사찰을 자행했는지를 밝히는 것과 국정을 흔든 비선라인의 실체를 밝히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모 기업 경영진 및 KB금융지주 회장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이 있는 선진국민연대를 파헤쳐야 비선의 실체가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금융감독원 등에 자료를 요구해 금융회사에 선진국민연대에서 활동했던 인사가 ‘낙하산’으로 들어갔는지를 파악할 계획이다. 국회 정무위 소속 한 의원은 “선진국민연대 인사가 공기업과 금융회사의 집행임원 및 감사 또는 경영고문으로 임명됐다는 소문이 예전부터 많았다.”면서 “하지만 선진국민연대 명단을 파악하기가 힘들고, 금융회사가 구체적인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실체 파악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청와대와 한나라당 쪽에서 ‘박영준 차장의 횡포를 민주당이 막아 달라.’며 제보를 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저수지 둑에 쥐구멍이 뚫린 심상치 않은 상황”이라면서 “민간인 불법사찰은 전 정권에 임명된 공기업 기관장들을 정리하고 자기 사람을 논공행상으로 심기 위해 시작됐지만, 지금은 권력투쟁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박 차장이 청와대 개편안을 작성해 청와대에 들어오겠다고 하니까 (여권 일각에서) 이를 막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인규 지원관의 불법사찰로 촉발된 영포회 파문이 박 차장이 주도한 선진국민연대 의혹,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인선 의혹 등으로 확산되는 배경을 여권 내부의 권력투쟁으로 지목한 것이다. 한편 민주당 진상조사특위 위원들은 청와대를 항의 방문해 박형준 정무수석을 만나 “대통령이 나서지 않으면 실체를 밝히기 어렵다.”며 민정수석과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 협조 체계 및 윤리지원관실의 보고를 따로 받아온 것으로 알려진 이영호 고용노사비서관의 대통령 독대 여부에 대해 자료를 제출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박 수석은 “대통령이 이 비서관으로부터 보고받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조영택 대변인은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찰 피해자 김종익씨와 소속 회사에 대해 대표직 사임과 주식이전을 강요한 것으로 알려진 국민은행을 조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정당공천제 없어져야”

    1995년 기초단체장 선거 때부터 도입된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책임 있는 지방자치를 실현하고 비례대표를 통해 전문가들의 참여를 이끈다는 대명제에도 불구하고 각종 폐해와 부작용이 6·2 지방선거에서 속출하면서 ‘정당공천제 폐지론’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정당공천제의 가장 큰 부작용은 바로 지방정치의 ‘중앙정치 예속화’다. 대부분의 정당이 국회의원 등 중앙정치권 중심으로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 자신들의 입김을 지역에 불어넣고 있다. 공천심사 역시 인물검증보다는 차기 총선이나 대선을 겨냥한 정치적인 공천이 많았다. 한마디로 무늬만 정당공천제이지 실제로는 국회의원의 사유화된 공천이라는 지적이다. 기초단체장이나 기초의원의 수준을 높이고 책임정치를 구현한다는 명분으로 도입된 정당공천제는 ‘후보검증’과 ‘전문가 영입’이라는 본질은 사라지고 당의 입맛에 맞는 후보 공천과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공식을 만들어냈다. 후보자들은 공천권자인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잘 보이려고 중앙당 행사부터 집안 대소사에까지 시시콜콜 참여하며 눈도장을 찍는 데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 또 소선거구제 하의 기초의회는 1지역 2인이 의회에 진출하기 때문에 지역의 대표성이 떨어지고, 정책협의도 중앙당의 지령을 받고 당 대 당 대결구도를 취함에 따라 흡사 여의도정치의 축소판이 되고 말았다. 이에 따라 기초의원만큼은 반드시 정당공천을 폐지하라는 목소리가 높다. 윤성이 경희대 교수는 “지역 의원들이 유권자를 위해 일하기보다 자신의 공천권을 쥐고 있는 중앙정치인의 수족 노릇에 더욱 열심이다.”면서 “지역의원을 주민을 위해 일하는 대표로 되돌려 주기 위해서는 적어도 기초의원만이라도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당 공천제의 대표적 병폐인 ‘밀실공천’ ‘공천헌금’ 역시 여전히 논란거리다. 지난 4월 이기수 전 여주군수가 지역 국회의원에게 2억원을 건네려다 체포됐고 인천 지역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기초의회 예비후보에게서 돈을 받아 물의를 빚었다. ‘특정 지역, 특정 정당 공천’만 받으면 사실상 당선이나 다름없어 ‘공천장사’라는 뒷거래가 생겼다. ‘공정가격’이 나돌 정도다. 한나라당의 경우 이번 지방선거 공천심사 과정 내내 ‘밀실공천’ 의혹에 시달렸고 ‘공천심사 기준이 객관적이지 않다.’며 탈락자들이 반발했다. 적지 않은 탈락자들이 당의 밀실공천을 비판하며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진풍경을 빚기도 했다. 이로 인한 보수층 표 분산이 서울에서 한나라당 구청장 후보들의 패인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민주당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 일부 자치구에선 경선이 끝났음에도 ‘정략공천’을 명분으로 후보자를 중앙당에서 선정, 잡음이 일기도 했다. 정당공천제가 ‘묻지마 투표’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유권자들이 별도의 후보 검증 없이 지지 정당 간판만 보고 투표하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한나라당 텃밭으로 불렸던 경상도와 강원도, 민주당 텃밭인 전라도의 경우는 ‘당 간판만 달면 당선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묻지마 투표가 성행하고 있다. 김영래 아주대 교수는 “공천제가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공식을 만들어 선거제도 자체를 무색하게 만들 뿐 아니라 공천헌금 등 관련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하루 빨리 정당공천제를 폐지, 올바른 지방자치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정치권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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