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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눈] ‘비뚤어진 호기심’은 이제 그만/이영준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비뚤어진 호기심’은 이제 그만/이영준 사회부 기자

    “성인가수 A씨가 도대체 누구야.” 지난 한 주 동안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질문을 받았다. 유명 연예기획사 대표의 연예인 지망생 성폭행 사건에서 가수 A씨가 공범으로 지목됐다는 보도가 나간 후부터다. 다들 호기심에 몸이 단 듯했다. 일반적으로 성폭행 기사는 사태의 심각성을 밝혀 재발을 막기 위한 차원에서 다뤄진다. 이번 기사 역시 연예기획사의 병폐를 솎아내기 위한 목적이다. 당연히 피의자의 혐의와 행위의 개요가 중요하다. 연예인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관심이 한층 커질 수는 있다. 문제는 비뚤어진 호기심이다. 네티즌들의 시선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섰다. 주범 장모(51) 대표에 대한 비난보다 “A씨가 누구냐.”, “성폭행한 남성 아이돌은 OOOO”, “피해 연습생 가운데 데뷔한 사람도 있다면서”라는 댓글이 더 많았다. 당사자가 알려졌다면 인터넷에서 난도질당할 것은 자명하다. 경찰서에 “A씨가 누군지 알려 달라.”는 문의 전화도 폭주했다. 마치 수사를 하듯 정황증거를 모아 용의자를 유추하는 네티즌도 나타났다. 일부 언론도 불을 지폈다. 해당 소속사를 소개하면서 사건과 무관한 다른 연예인들의 실명을 거론했다. 때문에 소속사의 가수와 아이돌이 피의자로 오해를 사는 등 곤욕을 치렀다. 심각한 명예훼손이 아닐 수 없다. 이미지가 생명인 연예인들에게는 ‘살인’과 다름없다. 사건의 본질에서 벗어난 결과다. 인터넷은 역기능도 만만찮다. 허위 사실마저도 진실인 양 가공되기 일쑤다. 연예인 자살사건 등 인터넷의 마녀사냥이 부른 폐해는 이전에도 많다. 더구나 성폭행 사건이다. 퇴행적 관심의 불을 끌 때도 됐다. 범죄자는 반드시 단죄해야 하지만 선의의 피해자를 낳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언론도 정도(正道)를 생각해 봐야 할 때다. 클릭 수를 위한 ‘낚시기사’에 얽매이고 있지는 않은가 말이다. “무심코 누른 마우스 클릭이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는 엄연한 현실을 되짚어 봤으면 한다. 보다 엄격한 성폭행 보도 준칙이 필요하다. apple@seoul.co.kr
  • [시론] 새 출발하는 금통위의 과제/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시론] 새 출발하는 금통위의 과제/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지난 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신임 위원 4명의 면면이 발표됐다. 그리고 이에 따라 일부 금통위원의 이임식도 있었다. 그러나 그 과정이 마냥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금통위원의 임명 방식과 임무, 길게는 이번 정부 취임 후, 그리고 짧게는 현 한은 총재의 취임 후 시행됐던 통화정책에 대한 평가 등 다양한 문제가 사회적인 논란거리가 됐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좀 더 살펴보자. 먼저 현재 금통위가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는 통화정책의 수행과 관련해 땅에 떨어진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점은 다시 통화정책의 독립성과 적절성 문제로 세분해 볼 수 있다. 지난 4년 동안, 특히 김중수 한은 총재의 취임 이후 통화정책의 독립성은 많이 훼손됐다. 물론 통화정책의 구체적인 행로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왜곡하려는 정치 권력의 시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한은의 행보는 이런 ‘자랑스럽지 않은 역사’를 감안하더라도 이해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무기력한 것이었다. 오죽했으면 당연직 금통위원인 이주열 한은 부총재가 이임식을 통해 통화정책의 난맥상을 공개적으로 반성했을까. 새로 구성되는 금통위는 이런 지적에 대해 소심하게 반박할 것이 아니라 그 논지의 큰 흐름을 잘 살펴 새롭게 변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통화정책의 적절성 여부는 더 미묘한 문제지만 더 본질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이것은 통화정책의 목표가 무엇이고, 과거의 의사결정은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데 적절했는가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1997년 말에 개정된 한국은행법은 물가안정을 유일한 통화정책의 목표로 상정했다. 이 원칙은 지난해 8월 말 한은법이 개정돼 금융안정의 책무가 추가로 부여된 이후에도 계속 유효하다. 그러나 한은이 이 책무를 완수하고 있다고 믿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한은은 금리를 계속 동결하고 정부는 몇 번씩 유가 안정대책을 발표하는 작금의 모습은 왜 국민들이 이런 판단을 하고 있는지를 웅변으로 말해 준다. 물론 한은은 금융안정이나 지급결제제도의 안정 등 한은법상의 다른 책무를 조용하게 추구해 왔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볼멘소리를 낼 수도 있다. 그러나 한은이 가계부채 문제나, 소매 지급결제제도의 한 축을 구성하는 신용카드 문제를 감안해 행동에 나선 적이 있는지 돌아보면 그 기억은 황량하기만 하다. 결국 지난 금통위는 실패한 조직으로 남게 됐다. 금통위의 실패는 자연스럽게 금통위원의 자격과 선임 방식에 대한 논란으로 연결될 수 있다. 물론 모든 금통위원이 화폐금융 분야의 전문가일 필요는 없으나, 한은의 역할과 통화정책 기능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보다 중요한 문제는 금통위원의 선임 방식이다. 현재 금통위원은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들이 추천하는 것으로 돼 있으나 실제로 이들 단체가 금통위원 추천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실제 추천권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그리고 청와대가 행사하고 있다. 이런 관행은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역설하는 경제원칙과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근본적인 의미에서 한은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필자는 차라리 국회가 여야 의석비율에 따라 관련 분야의 전문가를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이 좀 더 실질적인 의미에서 한은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한은 총재의 경우에는 그 임명권은 대통령이 보유하더라도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새로 출범하는 금통위는 그 어느 때보다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물가는 불안하고, 금융현실은 불안정하다. 가계부채, 저축은행 구조조정, 선진국의 재정 위기 등 국내외 돌발 변수가 도처에 산재해 있고, 중요한 정치일정까지 눈앞에 있다. 거기에 금융안정이라는 또 다른 책무를 물가안정과 적절히 조화시켜야 하는 새로운 숙제도 안고 있다. 부디 순항하기를 기원한다.
  • [데스크 시각] 오만, 소통 그리고 독선/김태균 온라인뉴스부장

    [데스크 시각] 오만, 소통 그리고 독선/김태균 온라인뉴스부장

    ‘막말’ 파문으로 자기 이름을 세상에 날리고, 민주당의 선거판도 날린 김용민이 다시 전공 분야 복귀를 선언했다. 지난 15일 트위터 계정 이름을 ‘국민 욕쟁이 김용민’으로 바꾸고 “낙선자의 근신은 끝났다.”며 ‘행동 개시’를 선언했다. 막말의 수위가 이전 같지야 않겠지만 스스로를 ‘국민 여동생’, ‘국민 남동생’의 레벨로 격상시킨 만큼 그의 C급 욕설 카타르시스 퍼포먼스는 당분간 쭉 이어질 것 같다. 지난 4·11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이나 진보정당을 찍었던 사람들 입장에서 그의 이런 모습은 대단히 논쟁적으로 비칠 것이다. 야권에 찾아온 천재일우의 기회를 날려 버린 핵심 인물이 반성도 없이 마구 설쳐 댄다고 비난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의 컴백에 그다지 큰 의미를 부여할 건 없어 보인다. 교수, 변호사 출신 낙선자들이 원래 그들이 있던 대학, 법조계로 돌아갔듯이 그 또한 일상으로 복귀한 것이기 때문이다. 김용민의 원래 직함은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진행자였다. 시사평론을 진보적 시각으로 가공해 퍼포먼스로 만드는 게 그의 생업이었다. 여의도 입성에 실패했으니 기존의 생활 터전으로 돌아간 것뿐이다. 김용민을 옹호하려는 게 아니라 더 큰 문제의 본질이 어디에 있나 따져 보자는 것이다. 과연 김용민인가, 그런 김용민을 정치 현실로 끌어낸 민주당인가. 결국 이번에도 문제는 ‘소통’이었다. 민주당은 그들을 도와줬던 청와대와 여당의 행태를 이번에 한층 집약된 형태로 반복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 선관위 디도스 공격 등 예상치 못한 호재들이 이어졌지만 여론 눈치 보기와 남들 따라하기로 일관했다. 청와대와 여당 덕에 승리의 8부 능선까지 다다랐지만 그 시점에서 오만이 판을 쳤다. 노무현의 적통을 주장하면서 그가 이뤄 놓은 일들을 백지화하는 데 앞장섰고 ‘나꼼수’의 등쌀에 정봉주의 지역구에 김용민을 세습시켰다. 그러면서 이것을 국민들과의 소통이라고 했다. 정체성과 일관성을 상실하며 과거 노무현 정부 후반기의 데자뷔를 떠올리게 했다. 지지자와 부동층이 하나둘 소리 없이 등을 돌리는데도 외면하거나 무시했다. 트위터의 젊은 유권자들도 갈수록 커지는 지지층의 균열을 막아 낼 수 없었다. 약이 될 수 있으면 독이 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는 트위터에서도 그대로 통했다. 4년 전 18대 총선(2008년 4월 9일)에서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선거판을 휩쓸었다. 참여정부 심판론을 내세워 단독으로 153개 의석을 확보했다. 친박연대 등을 합하면 당시 범(汎)보수의 의석은 200석에 달했다. 앞서 4개월 전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에 힘입어 그 누구도 집권 세력의 기세에 제동을 걸지 못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 기간은 고작 2개월을 지속하지 못했다. 18대 총선에서 여당이 축배를 든 지 1개월도 되지 않아(5월 2일)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가 열렸고, 그로부터 불과 1개월 후 수십만명이 참여하는 민주화 이후 최대 규모의 집회가 전국을 휩쓸었다. 이명박 정부는 소통이 잘못됐다며 뒤늦게 땅을 쳤지만 이미 때는 늦어 있었다. 취임 후 반년도 안 돼 대통령 지지도는 바닥으로 추락했고, 지금까지도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임기 말을 향해 가고 있다. 국민이나 유권자의 생각을 헤아리려 하지 않는 정부나 정치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소통에 기반한 것이냐, 오만과 불통에서 비롯된 것이냐는 전혀 다른 문제다. 일시적인 지지율 상승에 취하거나 일부 세력의 광적인 지지에 의존해 전체와 소통하고 있는 걸로 착각한다면, 그것은 오만이 되고 독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여론의 움직임은 과거보다 한층 빠르고 예민해졌다. 12월 대통령 선거까지 남은 8개월, 정치권에는 어느 때보다도 기나긴 기회와 위기의 시간이 될 것이다. windsea@seoul.co.kr
  • [열린세상] 공동의 선과 각이후생풍/박광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열린세상] 공동의 선과 각이후생풍/박광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공동(共同)의 선(善)이란 사람마다 역할에 따라 분출되는 다양한 욕구를 모두의 가치로 구체화하고 다시 최선의 방편을 선택하여 더불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를 찾으려는 여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공동의 선은 우리라는 연대의식에서 출발하여 자유와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이르기까지 스스로의 정체성을 유지·발전시켜 나가자는 데 당위성을 갖고 있다. 그렇다고 공동의 이익을 위해서 개인의 이익이 무시되거나 존엄성이 훼손되어도 좋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선택한 결과가 사회 전체에 작은 보탬에 그친다 하더라도 따뜻한 마음으로 개개인을 품으면서 모두에게 골고루 이익이 돌아가는 균형 잡힌 방향으로 갈 때 공동선은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공동의 선이 작금의 시대적 상황에서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수정자본주의에서 만능을 주장하는 정부가 경제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막대한 재정적자와 조세 부담에 허덕이면서 시장경제로의 확대를 표방하는 신자유주의가 전 세계로 유행처럼 번지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는 노동자의 지위가 약화되고 실업자, 가난한 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줄어들기 때문에 선진국에 유리한 개념이다. 자본과 개인의 능력에 의존한 시장중심주의는 극심한 경쟁과 개인의 탐욕을 정당화시켜 불평등을 고착시키고 사람의 삶을 무력감으로 피폐화시킨다는 점이 문제다. 공동의 선을 추구함에 있어 쟁점은 우리가 어떻게 스스로의 욕구를 조절하여 조화로운 합의에 이르도록 엮어 나갈 것인가에 있다. 사회 일부에서는 계량화된 다수결에 의하여 결정하는 것이 성공요인이라고 믿는 의견들도 있지만 이 담론은 대단히 위험하다. 왜냐하면 지구상의 모든 물질과 기운들은 나름의 분명한 존재 이유가 있기에 누군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역할의 욕구를 양보와 손해로 감내하라고 요구한다면, 이는 근본적 이치를 거스르는 것이므로 엄청난 저항과 혼란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공동의 선에 있어 물질세계는 객체로서 이용수단에 그치는 것일 뿐 본질이 아니다. 공동선은 우리의 마음세계에서 만들어지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각이후생풍(覺耳後生風)이란 ‘귀가 깨달은 다음에야 바람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우리 속담이다. 자연계에서 무수히 일어나는 변화의 소리를 알고자 한다면 단순히 귀가 뚫렸다고 들리는 것이 아니라 마음 안에 들여놓고 하나가 되었을 때 진정한 실체를 인식할 수 있다는 의미다. 만물이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고 일체인 만큼, 머리나 두뇌로 받아들이지 말고 심연(心緣)의 귀로 듣고 분별하라는 것이다. 만일, 이웃의 고통과 절규의 신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귀는 있으되 깨달은 마음 귀를 갖지 못했다는 말이다. 공동의 선에 관한 화두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어리석게도 마음 안에 있는 넉넉함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마음 밖에 있는 물질 세상에만 집착하여 스스로 고단하고 수고로운 삶을 만들어 가기를 고집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우리’라는 단어처럼 많이 사용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만큼 사람은 본능적으로 집단적 연대의식에서 동질감과 정체성을 찾으려고 한다. 그러나 이해관계가 발생하면 강렬하게 각자로 돌아가 사활을 걸고 전투태세로 몰입하는 양태를 보인다. 실망스럽지만 총선에서 그것을 보았고 이제 끝났다. 백성을 위한 민주정치가 선거라는 수단 앞에 처절한 싸움으로 변질되어 서로에게 반복해서 깊은 상처만 남기고 또 그렇게 흘러간다. 그렇지만 분명히 짚고 넘어갈 것은 ‘공동의 선’을 구현함에 있어 승자와 패자가 따로 있어서는 안 된다. 선택의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선거를 하게 된 이유가 사람답게 대우받으면서 즐거운 삶을 갖자는 데 있다. 담장에 틈이 생기면 무너지고 나무에 좀벌레가 많으면 가지가 부러지듯이 민심을 무시하고 당파적인 사적 이익에 혼을 뺏겨 백성을 속이고 착취하는 데 급급하면 백성들의 마음을 갉아먹어 나라를 무너뜨리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선거에서 보여준 진솔한 초심이라면 공동의 선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
  • ‘전업주부 논쟁’ 존재감 드러낸 롬니 부인 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의 아내 앤 롬니가 민주당 진영이 불붙인 ‘전업주부’ 논쟁으로 정치권의 중심으로 떠올랐다고 미국 언론들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평생 일한 적 없다” 공격 발단 발단은 민주당 여성전략가 힐러리 로젠이 지난 11일 CNN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었다. 그녀는 밋 롬니가 “여성들이 정말 걱정하는 것은 경제 문제라고 내 아내한테 들었다.”고 말한 점을 언급하면서 “실제 롬니의 아내는 평생 단 하루도 일한 적이 없다. 때문에 이 나라 대다수 여성들이 직면하는 양육과 생계 등 경제문제를 겪어 보지 못했다.”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앤 롬니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남자 아이 5명을 키우는 것은 힘든 일이다. 또 다른 여성들에게서 항상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면서 “금전적으로 힘들지는 않았지만 나도 정말 어려운 생활을 겪었다.”고 반박했다. 그녀는 난치병인 다발성경화증을 앓고 있으며, 2008년에는 유방암 수술을 받기도 했다. 로젠의 발언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부를 비롯한 민주당 내부에서까지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미셸 여사는 트위터에 “모든 어머니들은 열심히 일하고 있으며, 모든 여성들은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앤 “다섯 아들 양육도 힘들다” 반격 결국 로젠은 12일 성명을 통해 “앤 롬니를 비롯해 불쾌감을 느낀 분들에게 사과한다.”면서 “이런 겉치레 전쟁은 끝내고, 본질적인 문제로 돌아가자”고 주장했다. 그녀는 이어 CNN 인터뷰에서 “전업주부와 일하는 여성을 나누려는 의도는 없었으며, 경제 문제를 얘기하려고 했던 것”이라며 “선거전이 추악해지고 있다.”고 씁쓸해했다. 언론들이 ‘여성 전쟁’이라고 이름 붙인 이번 논쟁은 롬니 전 주지사가 오바마 대통령에 비해 여성 지지율이 떨어진다는 여론조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또한 앤 롬니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CBS는 앤 롬니가 호감 가는 정치인의 아내에서 중요한 정치 활동가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가을까지만 해도 소규모 여성 모임에서 남편과의 로맨스와 양육 경험 등을 얘기하는 주부의 모습에 머물렀던 그녀는 12월부터 선거 차량에 탑승해 전국을 돌며 유세장 전면에서 남편을 지원하고 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오늘의 눈] 성폭력 피해자에 책임묻는 사회/백민경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성폭력 피해자에 책임묻는 사회/백민경 사회부 기자

    이쯤 되면 ‘피해자에게 책임 묻는 사회’다. 대한변호사협회에 이어 이젠 현직 경찰관까지 성폭력 피해자를 비난하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인권을 옹호하고 약자들을 보호해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되레 피해자들에게 2차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다. 피해를 당하고도 신고를 못하게 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짓이나 마찬가지다. 2004년 ‘경남 밀양 여중생 집단성폭행 사건’ 당시 가해자를 옹호하는 글을 미니홈피에 남겼던 여학생이 경남경찰청 소속 여경으로 근무하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남경찰청 홈페이지는 비난 글로 접속이 마비됐다. 이 여경은 경찰이 되면서도 “범죄자의 입장도 생각한다. 여자가 성폭행을 당하게끔 하고 다니지는 않았는지…” 라는 글도 올렸다. 대한변협 역시 성추행을 당한 여기자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논평을 낸 뒤 사과까지 해놓고 일주일 만에 다시 “검찰과 언론의 부적절한 술자리 모임이 없어져야 한다.”며 여기자들의 처신을 문제 삼았다. 대한변협의 해당 기사 중심에 가해자는 없다. 원인 제공이 있었느니, 없었느니 피해자만 난도질할 뿐이다. 시민단체와 네티즌 등의 질타 목소리도 높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피해자로부터 귀책사유를 찾아내고자 하는 남성우월주의적이고 집단이기주의적인 미개한 사고방식이 근절되지 않은 탓”이라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피해자나 잠재적 피해자에게 공포감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업무의 연장으로 출입처 검사들과 공식적인 회식자리에 참석한 기자들을 괴롭힌 건 분명 검사다. 해서는 안 될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것은 밀양 여중생 자매가 아니라 44명의 남학생들이다. 그런데도 화살은 엉뚱한 곳을 향하고 있다. 법조인과 경찰은 법과 사회 정의에 앞장서야 할 위치에 있다. 단순히 개인적 의견 표명이라 해도 자리 때문에 큰 파급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본질에서 벗어난 책임공방, 개념 없는 막말은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줄 뿐이다. 한마디만 묻고 싶다. 당신 딸이 그런 일을 당했다면 그렇게 말할 수 있는지. white@seoul.co.kr
  • [열린세상] 산업구조 선진화는 구시대 유물인가/오영석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열린세상] 산업구조 선진화는 구시대 유물인가/오영석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세상 만물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경제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경제산업의 구조 변화를 통해 경제 발전을 모색하는 것은 경제사고의 근저에 자리잡고 있는 중요한 전통이다. 애덤 스미스는 각 경제 발전 단계는 그에 조응하는 산업구조 양태에 의해 특정화되며,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산업구조의 변화가 필수적인 것으로 보았다. 슘페터는 구조 변화는 단지 경제 발전 과정에서 나타나는 하나의 특징이라기보다는 경제 발전의 본질을 구성하는 요소로 보았다. 쿠즈네츠는 생산성의 빠른 향상은 그에 상응하는 산업구조의 변화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하였다. 미래 경제산업의 근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될 메가트렌드(mega-trend)는 산업구조 변화에 대한 요구를 증폭시킨다. 예컨대, 기술 및 산업 간 융합화 추세는 신기술에 대한 투자를 통해 새로운 비교우위를 창출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킬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저출산·고령화 추세는 고용 및 생산 구조에 커다란 변화를 초래하고, 생산가능인력의 제약을 통해 혁신주도형 산업발전의 필요성을 증폭시킬 것이다. 불안정한 원자재 가격과 국제기후변화협약에 적절한 대응 여부는 우리 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선진국의 기술우위와 개도국의 추격 사이에 직면해 있는 우리 산업은 급변하는 국제분업 변화 속에서 특화 구조의 비전과 전략을 새로이 가다듬어 나가야 한다. 산업구조의 선진화란 보다 높은 경제 발전 단계 혹은 사회 후생을 가져오는 방향으로 산업구조 혹은 경제구조가 변화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산업구조의 선진화가 진전되는 모습은 산업구조의 양태를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서 다양하고 다층적인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곧 발간될 산업연구원의 연구보고서 ‘산업구조 선진화와 산업정책’에서는 생산성, 부문 간 균형발전, 에너지 효율성, 국제분업의 관점에서 우리나라 산업구조의 선진화 위상을 분석하고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첫째, 우리나라는 1981~2008년 기간 전반에 걸쳐 요소투입형 성장 패턴이 지배적이었다. 인적자본은 양적으로는 선진국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으나 청년실업, 산업기술인력 부족 등 인적자본의 배분에서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다. 기술도 설계기술 등 핵심기술이 선진국에 비해 취약하고 기술무역, 혁신주체 간 연계 등 기술혁신 역량도 열세이다. 향후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물적 투자를 통한 자본 축적과 기술 혁신 간 조화가 필요하다. 둘째, 우리나라는 2000년대에 제조업 내 및 서비스업 내에서 노동생산성 수준이 높은 산업분야로 자원 배분이 이루어진 가운데, 선진국과의 노동생산성 격차가 좁혀져 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서비스업의 생산성 부진으로 제조업과 서비스업 간 노동생산성 격차가 선진국보다 더 빠르게 확대되었고, 이것이 전체 경제의 생산성 향상에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향후 생산성 향상의 지렛대로서 제조업의 역할을 강화하는 한편, 서비스업의 혁신과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 셋째, 우리나라는 단위 부가가치당 에너지 소비를 나타내는 에너지 원단위가 2009년에 일본의 3.1배, 독일의 1.9배로 나타나, 상대적으로 에너지 비효율적이었다. 우리나라는 생산기술 면에서 에너지 효율성을 증진시킬 여지가 많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비교우위 구조는 외형적으로 제조업 강국인 독일, 일본과 유사하나 수출 품목은 상대적으로 저부가가치 분야로 구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수입시장 내 국별 수출단가의 순위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 순위의 위상보다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적 특화전략과 질적 특화전략 간 조화가 필요하다. 산업구조 선진화를 위한 구조적 변화의 과정은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절한 산업정책적 역할이 필요하다. 산업구조 선진화는 지속가능하고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필요조건이며,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부단 없이 추구되어야 할 ‘현안과제’다. 정치사회의 변화와 무관하게 변화되지 말아야 할 경제정책 기조 중 하나는 ‘산업구조 선진화를 위한 부단한 변화’가 아닐까 싶다.
  • [공연리뷰] 英무용단 DV8 ‘캔 위 토크 어바웃 디스’

    [공연리뷰] 英무용단 DV8 ‘캔 위 토크 어바웃 디스’

    “여기 누가 탈레반보다 도덕적으로 낫다고 생각합니까(Who here feels morally superior to the Taliban?).” 무용수가 던지는 첫 질문부터 심각하다. 입을 연 무용수는 객석을 등지고 서 있는 다섯 명을 벽 삼아 몸짓을 이어간다. 마치 의자라도 있는 양 자연스럽게 앉아 팔걸이에 팔을 얹는 자세를 취하는가 하면, 두 팔을 등 뒤로 꺾어 맞잡고, 몸을 꼬고, 흔들림 하나 없이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리기도 한다. 굉장히 유연한 움직임이 마치 관절인형 같다. ●과격 이슬람 원리주의 등 소재 지난 6~8일 3일 동안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 위에 오른 피지컬 시어터 DV8의 ‘캔 위 토크 어바웃 디스’(Can We Talk about This)는 무용과 연극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공연이었다. DV8이 ‘일탈하다’의 영단어 디비에이트(deviate)에서 나온 것처럼, 예술감독 로이드 뉴슨(55)은 매 작품마다 일탈을 이어갔다. 2005년 내한공연에서 올렸던 ‘저스트 포 쇼’(Just for Show)에서는 현대사회의 허영과 환상을 들춰내고, 2008년 작 ‘투 비 스트레이트 위드 유’(To Be Straight with You)에서는 종교적 관용과 동성애의 문제를 다루었다. ‘캔 위 토크’는 과격한 이슬람 원리주의, 언론과 표현의 자유, 다문화주의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지난해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 세계 초연된 이 작품은 공연을 할 때마다 논란거리를 제공했다. 실제로 그럴 만했다. 무용수들이 무대에 서서 1990년부터 2004년을 거슬러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게 테러를 당한 사람들을 소개하며 사진들을 바닥에 떨어뜨린다. 소설 ‘악마의 시’(1988)를 집필해 암살 현상금이 걸린 영국작가 살만 루시디와 덴마크 신문의 마호메트 풍자만화 작가, 무슬림 여성들의 인권에 관한 단편영화를 찍은 후 살해당한 네덜란드 영화감독 테오 반 고흐 등이다. 바닥에 떨어진 사진 위로 검은 속옷 차림의 여성이 아름답고 유연하게 춤을 추며 자신의 몸에 펜으로 그림을 그린다. 여성이 중얼거리는 것은 이슬람 문화가 여성의 몸을 얼마나 ‘하찮고 더럽게 보는지’에 대해서다. ●테러영상 통해 문제의식 고양 이슬람 여성 인권에 대해 발언했던 영국 노동당 의원 앤 크라이어의 의견을 전하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다. 손에 찻잔을 들고 있는 왜소한 여성은 한 남성을 받침대 삼아 고난도의 동작을 보여준다. 남성을 의자 삼아 다리를 꼬고 앉는가 하면, 남성의 두 팔을 밟고 허공에 꼿꼿하게 서 있다. 남성의 등 위로 편하게 기대 누운 자세나 남성의 머리 위에 찻잔을 올려놓은 것이 마치 거실에서 자연스럽게 인터뷰를 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끊임없이 대사를 읊어대면서도 동작을 섬세하고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무용수 11명을 보면 얼마나 잘, 또는 혹독하게 훈련받았을지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런 장면 사이사이에 테러당한 인물들에 대한 기록영상이나 사건 묘사, 증언들을 보여주면서 공연 ‘캔 위 토크’는 의도했던 주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끌어올린다. 이 작품에 대해 영국 텔레그라프는 “눈을 뗄 수 없는 작품. 훌륭할 뿐만 아니라 용감하기까지 하다.”고 극찬했다. 지난 3월 런던 내셔널시어터에서 이어진 공연에서는 “폭동을 일으키려고 하느냐.”는 항의를 받기도 했다. ●무용수들의 훈련 강도 느껴져 지난 8일 공연에서 관객과 대화에 나선 로이스 뉴슨은 이런 반응들에 대해 “이것은 사실에 근거한 작품이고, 모든 무슬림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일부 극단적인 무슬림에 대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출연하는 무용수 중에도 무슬림 출신이 3명이나 있는데, 그들 역시 극단적인 무슬림들의 불관용에 공포를 느끼고 있다.”면서 “이런 문제에 도전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마지막 대사는 역설적이게도 “나는 자유로워지고 싶다. 그래서 나는 침묵해야 한다(I want to be free, so I need to shut up).”이다. 이에 대해 뉴슨은 “잔인한 조크”라고 설명했다. “침묵을 지키는 한 결코 자유로워질 수 없다. 계속 침묵하고 있었다면 유럽에서는 아직도 여성들이 마녀로 누명을 쓴 채 처형당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를 좀 더 일찍 이야기했어야만 했다.”고 덧붙였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환경운동 선구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기록으로 본 ‘기후 변화’

    환경운동 선구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기록으로 본 ‘기후 변화’

    “내가 숲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의도적으로 살아보기 위해서였다. 다시 말해서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들과 직면하기 위해서였으며, 인생이 가르치는 바를 내가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던 것이며, 그리하여 마침내 죽음을 맞이했을 때 내가 헛된 삶을 살았구나 하고 깨닫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1845년 3월. 미국 매사추세츠주 콩코드에서 남쪽으로 1마일 반쯤 떨어진 한 호숫가에서 27세의 하버드대 출신 젊은 시인이 도끼질을 시작했다. 촉망받던 시인은 16살에 하버드대에 입학한 천재였고, 그의 급작스러운 행동에 주변 사람들은 의아해했다. 자신이 살 집을 직접 짓겠다는 포부는 당찼지만 도끼질도, 톱질도 서투르기만 했다. 시행착오 끝에 오두막은 7월에 완성됐고, 그가 지출한 건축비는 28달러 정도. 현재 돈으로 환산하면 100만원 남짓이다. 당시 하버드대 기숙사의 1년 방세는 30달러였다. ●행동으로 무소유 실천 시인은 이 오두막에서 2년 2개월을 살았고, 이를 기록으로 남겼다. 1854년에 이 기록은 책으로 출간됐다. 바로 ‘은둔의 신화’ ‘에덴으로의 회귀’ ‘무위자연’ ‘정신적 낚시질’ 등 수많은 찬사를 낳은 미국 문학의 걸작 ‘월든’(또는 숲속의 생활)의 탄생이었다. 청년의 이름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은 물이 들어오는 길과 나가는 길이 알려지지 않았던 소로의 호수 이름이었다. ‘무소유’를 주장하고, 간소화를 외쳤던 소로는 아웃사이더였다. 실제로 월든을 비롯한 그의 책들 역시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하지만 물질만능주의에 대해 사람들이 염증을 느낄수록, 비인간성이 사회문제화되면 될수록 월든의 위상은 점점 높아졌다. 그가 자유롭게 사는 것을 가장 소중한 가치로 여겼다는 사실은 월든 곳곳에 나타나 있다.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라! 그렇다. 두 가지나 세 가지로 줄일 것이며, 백 가지나 천 가지가 되게 하지 말라. 간소화하라, 간소화하라. 하루 세 끼가 아니라 필요하다면 한 끼만 먹으라. 백 가지 요리는 다섯 가지로 줄이라. 이런 비율로 다른 일도 줄이라.’라는 구절은 숲속 생활에서 소로가 얻은 수많은 깨달음을 함축하는 문구로 널리 인용된다. 소로는 이렇게 얻은 신념을 행동으로 옮긴 혁명가이기도 했다. 노예 폐지에 앞장섰고, 부당한 현실과 억압에 대항하는 ‘시민의 불복종’을 써 19세기 말 시민운동의 정신적 토대를 마련하기도 했다. ●소로의 ‘봄’이 사라지고 있다 소로의 기록들은 현대에 와서 그에게 ‘자연예찬론자’이자 ‘환경운동의 선구자’라는 재평가를 선물했다.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살고 싶었던 소로는 주변의 모든 것들, 특히 자연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세심하게 살폈고, 꼼꼼하게 적었다. 들꿩 새끼는 병아리와 어떻게 다른지, 참새는 어떤 소리를 내면서 봄을 찬미하는지 등에 대한 묘사가 월든 곳곳에서 아름다운 언어로 표현돼 있다. 특히 소로는 의도하지 않게 ‘현대적 기록’도 남겼다. 일기처럼 생활을 적었기 때문에 1년의 흐름에 따라 각 날짜에 자연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알 수 있도록 정리한 것이다. 무엇보다 소로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고, 누구나 쉽게 지나치기 쉬운 것들을 놓치지 않았다. 월든 호숫가에 서식하는 꽃들이 언제 피는지를 기록해 놓은 것이 대표적이다. 150년이 지난 오늘날의 과학자들은 소로의 기록을 현재의 전지구적인 이슈인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중요한 자료로 여긴다. 태풍이 오고 혜성이 지나가는 큰 사건은 수많은 역사책을 통해 과거를 살필 수 있지만, 꽃이 언제 피는지에 대한 기록은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매사추세츠 아카디아 국립공원의 스쿠딕 연구센터 연구진은 10년 전부터 콩코드 지역의 기후변화를 연구해 왔다. 밀러 러싱 박사는 라이브사이언스닷컴과의 인터뷰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가 변하고 있다는 것은 알려져 있지만, 지역의 숲이나 동식물에 어떤 영향을 구체적으로 미쳤는지는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소로의 기록을 토대로 과거와 현재의 환경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비교해 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월든 호숫가는 물론 숲과 들판 등 소로의 모든 관심사를 오늘날 다시 살피고 측정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얻은 기록을 토대로 우선 소로가 관찰한 식물 43종의 개화시기를 오늘날과 비교했다. 그 결과 평균 10일가량 개화시기가 빨라졌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봄’이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환경변화에 민감한 식물들의 경우에는 단순히 개화시기가 당겨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소로가 기록한 21종의 난초류 중 현재 콩코드 지역에 서식하고 있는 것들은 6종에 불과했다. 기후변화가 식물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연구진은 150년 전 꽃들이 개화하는 시기의 이 지역 평균온도가 22~24도였다는 것을 거꾸로 계산해 냈다. 같은 날짜의 현재 콩코드 지역 온도는 2.4도가량 높다. 이 같은 기후변화가 꽃들의 개화시기를 당기고, 일부는 아예 사라지게 만들었다는 것이 연구팀의 결론이다. 멀러 러싱 박사는 “콩코드가 속해 있는 보스턴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도심화 등으로 인해 온난화의 영향이 더욱 빨리 나타나고 있다.”면서 “어떤 해는 꽃이 좀 더 늦게 피고, 어떤 때는 더 빨리 필 수 있겠지만 소로의 시대보다 기온이 높아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소로는 평생 ‘모든 것을 버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 더 발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자연 그대로의 것’ ‘정신의 풍요’에 무한한 애정을 가졌던 소로가 오늘날 그토록 사랑하던 월든 호수가 인간이 만들어낸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변하고, 무언가는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해진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선택 총선 2012 D-2] 선거전문가 20명 여야 판세 전망

    [선택 총선 2012 D-2] 선거전문가 20명 여야 판세 전망

    4·11 총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 전문가들도 정확한 판세를 점치지 못할 정도로 선거 환경은 매우 유동적이다. 선거전 중반에 터진 민간인 사찰 의혹, 종반에 불거진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의 ‘막말 논란’ 등이 선거의 유동성을 한껏 키워 놓은 탓이다. 서울신문이 8일 여론조사 전문가, 정치평론가, 대학교수 등 선거 전문가 20명에게 판세 분석을 요청한 결과 여야 의석수 차이에 대해서는 각각 전망이 엇갈렸지만 투표율이 제1당을 가를 주요 변수라는 점에는 의견이 일치했다. 정치권은 아직 투표할 정당을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 상당수를 야권 성향 유권자로 보고 있다. 민주통합당의 약세를 예상한 전문가들은 김용민 후보의 ‘막말 논란’이 투표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 공천에 대한 불만에 정치 혐오가 더해져 투표 의지를 반감시킬 것이란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층의 상당수가 야권 성향이기 때문에 투표율 저하가 곧 야권의 성적표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정치평론가인 박상훈 후마니타스출판 대표는 “김용민 파문이 투표율을 2~3% 포인트 떨어뜨렸다고 본다.”며 “특히 여성과 남성을 떠나 합리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관용 범위를 벗어났다. 투표율은 낮아지고 민주당 지지율도 수도권에서 떨어질 것”이라고 봤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김용민 파문으로 선거 막판 여당의 공세를 가능하게 했고, 동시에 야당은 정권 심판론을 적극 펼칠 기회를 놓쳤다.”며 “무엇보다 투표장에 나오게 해야 할 부동층의 정치 혐오감을 강화시켰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의 우세를 전망한 전문가들은 김용민 논란이 선거 흐름을 뒤바꿀 핵심 변수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김용민 발언이 각각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열혈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는 있는데, 이것이 선거의 본질적 요인은 아니다.”며 “새누리당 문대성 후보의 논문 표절 논란이 부산의 판세를 바꿀 수 없듯이 김용민 논란도 서울 노원갑과 주변 일부 지역에 제한적 영향은 미치겠지만 전체 판세에 대한 영향은 미미하다.”고 분석했다. 투표율은 전문가 대부분이 50%대 초·중반으로 전망했다. 탄핵 열풍이 불었던 2004년 17대 총선 투표율은 60.6%, 2008년 18대 총선은 46.1%였다. 민주통합당은 투표율 60%를 총선 승부를 가를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민간인 사찰 논란이 표심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전문가마다 분석이 달랐다. 총선에 대한 사찰논란 파급력을 낮게 본 전문가들은 반사효과를 표로 흡수할 만큼 민주당이 국민적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고, 대중들에게 MB 심판론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다른 쪽은 민간인 사찰 의혹이 민주당으로 하여금 더 강한 MB 심판론 메시지를 내게 했고, 결과적으로 MB 심판론의 선명성이 강화돼 야권표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야권의 제1당 여부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될 통합진보당 의석수는 전문가 상당수가 10~15석을 예상했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총선 예상의석 전망에 참여한 선거 전문가 가상준 명지대 교수 / 강원택 서울대 교수 / 고성국 정치평론가 / 김욱 배재대 교수(한국선거학회장) /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 김종배 시사평론가 / 김종욱 동국대 교수 / 김형준 명지대 교수 / 박상훈 후마니타스출판 대표 / 박왕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대표 / 박원호 서울대 교수 /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정치사회조사본부장/ 신율 명지대 교수 / 윤성이 경희대 교수/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 / 이남영 세종대 교수 / 이내영 고려대 교수/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 / 조용휴 폴앤폴 대표(이상 20명·가나다순)
  • [특파원 칼럼] 서울로 간 임사부/주현진 베이징특파원

    [특파원 칼럼] 서울로 간 임사부/주현진 베이징특파원

    ‘서울로 간 임사부.’(林師傅在首爾) 한국 여배우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인기 중국 드라마 제목이다. 중국 사천(四川)요리의 달인 임사부가 우연히 서울에서 폐업 위기에 처한 중식당을 구해 중식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사랑도 이룬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작 눈길을 끄는 것은 드라마보다 드라마가 중국인의 업그레이드된 ‘문화적 자신감’을 보여 준다고 극찬한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의 칼럼(3월 29일 자)이다. 칼럼은 우선 1989년 ‘뉴욕으로 간 베이징인’의 주인공이 중국을 버렸던 것과 달리 2012년판 임사부는 서울의 풍요로운 물질생활이 아닌 사천요리를 전파하기 위해 서울에 남기로 했다는 점에서 드라마 속 중국인의 ‘문화적 자신감’ 변천사를 읽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드라마가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베트남·태국 등 동남아 국가의 방송에서 황금시간대에 방영될 정도로 잘 팔리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다시 말해 이제 중국도 자국의 황금시간대에 주로 한국 드라마를 틀던 관행에서 벗어나 다른 나라 방송의 황금시간대에 편성될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수준이 됐다며 ‘문화적 자신감’을 가져도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드라마가 동남아로 수출이 잘 된 것은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에서 드라마 ‘아내의 유혹’으로 인기를 끌었던 장서희가 주인공으로 나오고 한류의 산실인 ‘서울’이 배경이 됐기 때문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한류 스타와 한국 드라마의 인기에 묻어 간 이른바 ‘한류의 아류’라고밖에는 볼 수 없다. 이 같은 사실을 훤히 알면서 공산당 기관지가 앞장서서 중국의 문화적 자신감이 업그레이드된 것이라고 ‘오버’한 것은 왜일까. 답을 구하려면 지난해 10월 중국 공산당 17기 6중전회에서 채택된 핵심 의제가 정치도 경제도 아닌 문화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시 회의에서 통과된 문건의 제목은 ‘문화체제 개혁을 심화하고 사회주의 문화의 발전과 번영을 촉진하는 중대 문제에 대한 결의’다. 오는 2020년까지 문화산업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키워 중국의 경제적 지위에 걸맞은 소프트파워를 확보하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경제적으로는 미국과 함께 세계 2강(G2)의 위상에 올라섰지만 문화 강국이 되지 않고서는 결코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할 수 없다는 중국 지도부의 현실 인식이 반영됐다. 실제로 중국 문화산업은 미국 할리우드 영화와 한국 드라마 등에 치인 형국이다. 최근 황금시간대에 외국 프로그램의 방영을 규제할 정도로 한국 드라마를 경계하고 있지만 거꾸로 한국 연예인을 섭외해 드라마를 제작할 정도로 한류 인기는 여전하다. 중국 문화 하면 떠오르는 아이콘이 공자·소림사·쿵후 등 예스러운 것만 가득하다는 점에서 현대적인 문화 코드를 개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결국 한류 스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를 제작해 국외로 수출한 것을 갖고도 문화적 자신감 운운한 것은 자국의 문화산업 증진을 갈망하는 조급증의 표현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문화체제 개혁’은 문화라는 소프트파워를 향한 ‘열망’과 함께 이를 건설하는 데 배치되는 내용(인터넷 통제 강화 등)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인들 스스로도 실현 가능성에 고개를 젓곤 한다. ‘중국특색 사회주의 견지’를 위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면서 중국의 문화산업이 발전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덩치를 키우면 당을 대변하는 중국의 관영 언론도 언론 자유를 표방하는 서방 언론처럼 국제 영향력과 신인도를 가질 수 있다고 믿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문화적 자신감은 문화적 소프트파워 건설을 통해 ‘세계가 좋아하는 중국’, ‘매력 있는 중국’을 만들 때 생긴다. 임사부가 굳이 서울로 가지 않더라도 세계인이 임사부를 보고 싶어 할 때, 중국의 문화적 자신감도 비로소 가능해지는 것은 아닐까. jhj@seoul.co.kr
  • [데스크 시각] 카오스(CHAOS)의 힘/오일만 경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카오스(CHAOS)의 힘/오일만 경제부 차장

    4월 11일, 남북한 모두 주요한 정치 일정이 있다. 남한은 4년간의 의회권력, 나아가 대권의 향배를 결정하는 19대 총선을 치르는 날이고 북한은 세습 3대째인 ‘김정은 체제’ 굳히기를 위한 제4차 당대표대회가 열린다. 날짜가 겹친 데에는 여러 가지 해석이 있지만 그리 중요한 포인트는 아니다. 분단 64년 동안 각자 걸어온 체제의 특징이 농축돼 있다. 선거는 원래 시끄럽다. 정반대의 견해와 이데올로기가 공존하니 갈등으로 표출되기 일쑤다. 여야 모두 격렬해질 수밖에 없다. 정책대결이 바람직하다고 하지만 상대방을 욕하고 깎아내려야 더 관심을 끄는 것이 선거판의 생리다. 초단위로 전달되는 스마트폰 혁명이 멱살잡이식 네거티브 전략에 활용되면서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북한은 일사불란함 그 자체다.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노동당 제4차 대표자회 대표자선거를 위한 조선인민군, 도·시·군 당대표 선거가 조용하고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한다. 이미 내정된 후보가 100% 당선되니 싸울 일도 없을 것이다. 아마 11일 당대표대회에서도 김정은 군사 부위원장이 위원장이나 당 총서기로 승진할 것이 확실하다. 북한 체제의 단결과 안정성을 대내외에 선전하는 좋은 호재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시끄러운 민주주의가 좋다. 당장 내일 지구가 망할 것같이 싸우더라도 우리는 미래를 낙관한다. 무정형의 혼돈 속에서 정형의 질서를 찾아가는, 바로 카오스(Chaos·혼돈)의 질서를 믿기 때문이다. 다소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생생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민주주의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오스가 질서를 찾아가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원칙이 있다. 바로 법치주의 시스템의 작동이다. 법이 전제되지 않은 카오스는 억압된 질서보다 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 인간이 자랑하는 문명사회는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는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생각하기조차 싫은 끔찍함이다. 요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민간인 불법사찰을 보자. 연일 언론들이 그 심각성을 외치고 동네 술집마다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이 안주 삼아 울분을 토로하는 이유가 대체 뭘까. 법치 시스템을 허무는 권력 남용이라는 근본적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권력은 늘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려는 속성이 있다. 권력은 국가 보위라는 거창한 명목을 앞세운다. 법이라는 것은 자신들의 통치행위를 가로막는 방해물이 되기도 하고 일반 국민들이나 지키는 권력의 부속품쯤으로 치부한다. 온갖 이유를 만들어 권력은 법망 저 밖에서 손짓하는 인치의 유혹에 빠져든다. 마치 수학공식처럼 권력의 농단은 이렇게 시작된다. 이런 의미에서 1974년 닉슨 미 대통령을 하야시킨 ‘워터게이트 사건’을 곱씹을 필요가 있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대통령이 몰래 하수인들을 시켜 불법 도청을 했는데 그들 중 일부가 법망에 걸렸다. 처음엔 단순한 절도사건으로 알려졌지만 최고 권력자와의 연결고리가 드러나면서 백악관을 향해 수사망이 좁혀진다. 대통령과 그 측근들은 권력을 이용해 증거를 은폐 조작하고 돈으로 범인들의 입을 막으려 하는 등 온갖 탈법을 저질렀다. 등장인물은 다르지만 지금 맹렬하게 번지는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의 ‘데자뷔’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38년 전 당시 미국의 사법부가 살아 있는 권력을 단죄하지 못했다면 오늘의 미국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미국의 제국주의적 속성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좌파 쪽 사람들조차 미국의 결연한 법치 시스템에 박수를 보낸 것도 이런 이유였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과 관련해 요즘 이른바 ‘깃털’들이 속속 구속되는 상황이지만 아직도 몸통은 베일 속에 가려져 있다. 역대 권력형 비리처럼 유야무야, 용두사미 격으로 막을 내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권력이 법의 감시망을 벗어나는 순간 카오스의 에너지는 파괴의 본질을 드러내게 된다. 민주주의의 역린(逆鱗·용의 노여움)을 건드리는 권력은 결국 우리 사회를 위기로 몰아넣을 것이다. oilman@seoul.co.kr
  • [서울신문·한국행정학회 공동 총선 권역별 정책 분석] (2)충청권·호남권

    [서울신문·한국행정학회 공동 총선 권역별 정책 분석] (2)충청권·호남권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자유선진당의 충청권 공약은 세종특별자치시의 원활한 추진으로 요약된다. ‘세종시 원안’ 사수의 공적과 사업의 완결을 두고 치열한 주도권 싸움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박근혜 바람’을 기대하는 새누리당은 세종시청과 경찰서, 법원을 인근 조치원읍으로 옮겨 행정중심타운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세종시 기획자’를 자처하는 민주당은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 분원 유치, 조치원에 세종시 2청사 신설을 약속했다. ‘세종시 지킴이’를 자처하는 자유선진당은 한발 더 나아가 세종시로의 국회 이전과 조치원을 기초시로 만들 것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대전-충·남북 현재 유권자 다수가 행정타운 인근 연기군민인 점을 의식한 정당들의 공약 남발은 세종시가 마치 ‘행정수도’가 될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한다. 하지만 관련법 개정에 따를 정치적 저항을 고려한다면 공약으로서의 의미보다는 선언적 수준의 말잔치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광역시·도별 공약도 정당 간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을 필요로 하는 지역현안 사업들을 그대로 나열하고 있다. 대전시의 경우 세 정당 모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충남도청 이전부지 활용 및 원도심의 주거환경개선사업 지원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다만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의 경우 충청권 광역철도망과 도시 철도 2호선 관련 공약을, 민주당은 대청호를 활용한 녹색관광 벨트 조성과 대덕특구 정부출연연 독립성 보장을 공약으로 내세운 점이 차별화된다. 자유선진당의 경우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공약이 지역 욕구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충남의 경우 백제역사문화도시 조성, 서해안 유류피해 주민 지원, 충청광역권 교통망 확충 등의 공약이 중복된다. 충북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충북내륙교통인프라 확충, 청주국제공항 활성화, 권역별 신성장 산업조성 지원 등 공약이 대동소이하다. 재원조달 방법의 현실성 차원에서 살펴보면 세 당 모두에서 구체적인 재원조달 방법과 관련한 설명을 찾을 수 없다. 오랜 기간을 두고 고민하며 만든 공약이라기보다는 그동안 제시됐던 지방정부의 이슈를 모아 백화점식으로 나열한 수준이다. 또 다른 특징은 ‘분배’보다는 지역의 ‘성장’에 초점을 맞춘 공약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이미 중앙당 차원에서 분배 차원의 공약이 다수 제시된 탓인지 분배와 관련된 의제는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포함한 지리적 균형발전에 국한되고 있다. 지속가능성 차원에서 볼 때 매우 즉흥적이고 근시안적 정책공약으로 평가된다. 예를 들어 충북경제자유구역 지정, 내포신도시 조기 안착, 대전·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등은 정책이 추구하는 근본적 가치에 대한 의미 부여와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핵심이 결여된, 단순하고 보여주기식 정책일 뿐이다. 즉 국민들을 위한 공약이 아닌 정치인 스스로를 위한 공약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점이다. 광역지자체 현안 사업과 자신들의 정치 노선이 부합된 일부 의제들을 추상적으로 제시하면서 공약의 이행여부와 책임 검증이 불투명한 ‘공약’(空約)이 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공약의 본질적 접근은 정치인들의 굳은 정책 신념과 이를 실천하기 위한 자기 성찰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볼 때 부족한 점이 많아 보인다. 곽현근 교수·최호택 교수 ■광주-전·남북 호남 지역은 지금까지 민주통합당의 텃밭으로 인식돼 온 지역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분위기는 ‘민주당 간판만 달면 반드시 당선된다.’는 공식이 서서히 깨지고 있다. 그만큼 유권자들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이들의 욕구 역시 다양해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호남권 공약은 지역적·산업적 특성을 반영하려는 노력이 잘 드러났다. 지역균형발전보다는 지역 특화성장 발전에 더욱 무게가 실렸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 상황을 고려한 각 당의 전략이 일치한 부분으로 읽힌다. 공약의 구체적 실행 계획 면에선 민주당이, 공약 효과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선 새누리당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공약의 구체적 실현 여부에 대해선 양당 모두 흡족한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 사업단위별 재원 확보, 연차별 실행계획, 사업추진 주체 등에 있어서 미흡한 측면이 드러났다. 지역별로 보면 광주광역시의 경우 양당이 광융합 복합클러스터 산업을 공통적으로 제시한 점이 눈에 띈다. 전남·북에선 두 정당이 공통적으로 지역 특성을 공약에 반영했다. 새만금 관련 사업 및 농업지원대책, 한류문화 지원, 산업단지 조성 등이 일치한다. 반면 전남에선 우주항공 산업, 해양 관광·레저 산업 지원, F1 관련 자동차 산업 지원 등 두 정당의 관심 분야가 다양했다. 새누리당은 광주광역시에선 광주 연구개발(R&D)특구 독립법인 추진, 광천동·운암동 일대 도시재생사업 추진 및 국제업무지구 개발을, 전북에선 새만금 신항만 배후 물류·산업복합단지 조성, 한류원형문화권 조성, 전주~익산권 연구개발 특구 지정을 내세웠다. 지리산·덕유산 권역 ‘리틀 스위스’ 조성 공약과 R&D특구 지정 사업은 지역 특성을 반영한 특화 사업이다. 전남에선 바다위 플랜트 아일랜드 조성, 우주항공 클러스터 구축 등이 핵심이다. 새누리당 공약은 산업기반 시설이나 제도 개선이 수반되는 사업이 많아서 공약이 실현되면 유관 산업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전주, 익산, 김제 지역에선 나름대로 지역 유권자의 이익을 잘 반영했다. 그러나 기타 후보자를 내지 않은 지역에선 해당지역 유권자들의 의견을 제대로 청취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형평성 측면에서도 세대 간, 다문화, 대기업·중소기업 간 배려가 고려된 공약은 찾아보기 어렵다. 또 공약 실현을 위해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범정부적 노력이 이어지지 않으면 자칫 공약(空約)에 그칠 위험도 커 보인다. 민주당 공약은 권역별 사업 지원을 통한 상생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광주광역시에선 아리랑 종합센터 건립, 축구전용구장 설립, 5·18 아카이브 조기완공, 경전선 전철화 등을 약속했다. 전북에선 농촌 살리기, 새만금 내부간선도로 확충, 판소리·한식 등 한류문화 지원을, 전남에선 2012 여수엑스포 개최 지원, 2013 순천만정원박람회, 서남해안 관광레저도시 개방 등을 앞세웠다. 이런 공약들은 지역별 특화 산업 지원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도 동시에 노렸다. 소통 측면에서도 지역 유권자들의 요구가 잘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실현가능성 관점에선 지방정부 숙원사업을 반영해 지역 주민들의 공약 체감도가 높다는 점이 강점이다. 반면 비교적 단시간에 구현될 수 있는 공약들은 많지만 지속적 도시 성장 등 중·장기 비전, 계획을 공약에 좀 더 반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물리적, 제도적 기반이 포함된 장기 성과 측면은 부족해 사업의 연관효과가 미미할 수도 있다. 또 근래 지역현안으로 떠오른 다문화, 도·농 간 형평성 문제 등이 누락돼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친환경 산업 지원은 전북과 전남이 모두 중점 추진하는 사업이지만 사업간 조정이 서로 이뤄진 상태에서 공약으로 설정했는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 황성원 교수·이민창 교수
  • [사설] ‘검사 성추행’ 여기자 잘못이라는 변협 성명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현직 부장검사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에 대해 그제 내놓은 “권력에 유착해 편히 취재하려는 언론의 일탈된 행동에서 비롯된 일”이라는 논평은 일반의 이해와 상식과는 거리가 먼 망발이 아닐 수 없다. 엄상익 공보이사 명의로 된 논평은 “왜 검찰이 언론인과 한계를 넘어가는 술자리를 만들고 여기자들 또한 그런 자리에 응해서 수모를 당하는지 의문”이라며 검찰과 언론의 적절치 못한 술자리 모임은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기자들이 불미스러운 사건을 자초했다는 식의 언급에 대해 비난 여론이 들끓자 변협은 엄 이사의 자의적 판단이라며 사태를 무마하는 데 급급한 모양새다. 그러나 ‘공보’ 책임자의 말을 일개 개인의 의견으로 치부하려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다. 변협의 논평은 변호사 집단의 사리분별력이 이 정도로 저열한 것인가 의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변협의 지적이 아니라도 적절치 못한 ‘한계를 넘어가는’ 술자리는 만들지도 말고 응하지도 말아야 한다. 그것은 검찰과 언론의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적절한 모임은 활발한 소통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 기자단의 공식모임에까지 ‘검·언 유착’의 혐의를 들씌우는 것은 온당치 않다. 검찰과 언론의 모임 자체가 적절치 못한 것이 아니라 검사의 절제 잃은 행동이 결국 부적절한 자리를 만든 것이다. 법과 논리를 다룬다는 변호사가 이처럼 쉽게 인과 명제의 오류에 빠진다면 이 땅의 인권은 누가 변호하고 정의는 누가 바로 세우겠는가. 우리는 사건의 본질을 호도한 시대착오적 논평의 당사자인 엄 이사는 즉각 해임돼야 마땅하다고 본다. 신영무 변협 회장 또한 사실관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논평을 내게 한 데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1만여 전체 변호사를 대표하는 조직의 수장으로서 국민에게 사과하고, 어떤 식으로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변협은 지금 공익보다 사익을 챙기는 데 골몰하는 그저 그런 이익단체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변협이 민감한 사회 현안에 대해 발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 목소리는 어디까지나 엄정하고 균형 잡힌 것이어야 한다. 변협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 우주 가속 팽창이론 입증할 은하지도 제작중

    ‘우주 가속 팽창이론’의 비밀을 푸는 실마리를 찾아냈다. 천체 과학자들이 우주 가속 팽창의 힘인 암흑 에너지의 비밀을 풀 수 있는 25만개가 넘는 은하들의 정확한 거리를 측정한 우주 지도를 제작하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암흑 에너지는 물질이 서로 끌어당기는 만유인력과는 달리 서로 밀어내는 척력(斥力)의 힘을 말한다. 이 미지의 암흑 에너지가 작용함으로써 우주가 일정한 속도로 팽창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팽창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 과학연구진은 이 은하들의 정확한 거리를 명시한 3D 지도를 완성함으로써 암흑 에너지의 힘으로 팽창 속도가 빨라진 60억년 전의 우주를 연구할 수 있게 됐다고 논문 초고 등록사이트 아카이브(arXiv.org)에 발표했다. 중입자 음향진동 관측사업(BOSS)의 하나로 연구진이 작성한 3D 우주지도는 암흑 에너지의 본질은 아직까지 밝혀내지 못했지만, 우주 팽창에 관한 다양한 가설들을 검증하는 도구가 될 전망이다. BOSS 지도의 정확성은 60억년 전 은하들의 위치를 오차 범위 1.7% 내에서 상세히 밝힐 수 있다. 미국 뉴멕시코주 아파치 포인트 관측소에 설치된 주반사경 지름 2.5m의 슬로언 망원경을 사용한 BOSS 프로젝트는 현재 약 3분의1이 완료된 상태이며 과학자들은 우주의 3D 지도 제작을 계속할 계획이다. 20세기 최대의 과학적 성과인 우주 가속 팽창이론은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에 본부를 둔 국제 과학연구진이 1998년 초신성 폭발에서 나오는 빛을 관측한 결과 우주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함으로써 정립됐다. 이전까지 천체 과학자들은 만유인력의 영향으로 우주 팽창 속도가 일정한 것으로 생각해 왔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대한변협 ‘女기자 성추행’ 몰상식 논평

    대한변호사협회가 최근 일어난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의 여기자 2명에 대한 성추행과 관련,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듯한 내용의 논평을 내 물의를 빚고 있다. 대한변협은 2일 엄상익 공보이사 명의로 낸 논평에서 “검찰과 언론의 적절치 못한 술자리 모임이 없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왜 검찰이 언론인과 한계를 넘어가는 술자리를 만들고 여기자들 또한 그런 자리에 응해서 수모를 당하는지 의문”이라면서 “부장검사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은 정권 말 무너진 공직기강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며 권력에 유착해 편히 취재하려는 언론의 일탈된 행동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술자리가 서울남부지검에서 공보 업무를 맡고 있는 차장검사가 주재한 출입기자단과의 공식적인 만찬 자리였음에도 불구, 논평은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엉뚱하게도 기자의 처신을 문제 삼은 것이다. ‘여기자가 응해서’, ‘권력에 유착해 편히’ 등의 문구를 동원, 피해자들에게도 책임을 따지는 비상식적이고 비도덕적인 가치관을 드러낸 것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도 논평을 내고 “사건의 본질을 심각하게 오도하고 전형적인 ‘피해자 유발론’적 시각을 보여 줬다.”면서 “대한변협의 회원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끼며, 남성 중심 법조 문화의 단면을 보여 준 심각한 사태”라고 대한변협을 비판했다. 또 “대한변협이 논평 작성자와 함께 피해자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변협은 논란이 확산되자 진화에 나섰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공식적으로 의논된 적이 없는 엄 공보이사의 개인적인 의견”이라면서 “변협의 입장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신영무 대한변협 회장도 “엄 이사로부터 ‘양쪽이 서로 조심하자는 취지에서 쓴다’고 듣고 사실관계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일임했다.”고 해명했다. 엄 공보이사는 “평소 소신에 대해 정의와 인권 측면에서 쓴 것”이라면서 “비난이나 욕을 감수하겠으며,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지겠다.”고 항변했다. 대한변협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법 출입기자단은 신 회장에게 대한변협의 공식적인 사과와 엄 공보이사의 해임을 정식 요구하기로 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열린세상] 해군기지 둘러싼 공동체 분열 어디까지 가려는가/한희원 동국대 법대 교수

    [열린세상] 해군기지 둘러싼 공동체 분열 어디까지 가려는가/한희원 동국대 법대 교수

    해양주권 확보를 위한 해양기지를 두고 해군기지, 해적기지라는 타협할 수 없는 용어가 대결한다. 참여정부 시절 오프라인 신문과 인터넷 매체, 지방과 서울의 대결구도를 만들어 국민들의 감성에 호소했던 정치적 유산의 저주인가? 전통적인 전라도와 경상도, 강남과 강북, 재벌과 서민의 대립구조에 더하여 정규직과 비정규직, 가진 자와 못 가진자, 강자와 약자, 20~40대와 50대 이후의 연령층, 나꼼수 대 저격수, 해군장교 대 해군병사, 99% 대 1%, 급기야 해군 대 해적이 대립구조의 목록에 올랐다. 분열 메뉴의 다양성에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대립각은 국책적으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찬성과 폐기, 강정마을 해군기지에 대한 찬성과 반대,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에 대한 단식투쟁 항의와 무관심으로 나타났다. 마치 냉전시대 소련과 미국의 무한대립 경쟁이 한국사회에서 재현된 것처럼 철천지 원수나 적과의 동침을 연상하게 한다. 하지만 극한대치 시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해적(海賊)이라는 용어 하나만 보더라도 아직 배움이 한참 짧은 20대 정치지망생이 빈정대듯 사용할 수 있는 감상적인 용어가 아니다. 해적은 인류의 공적을 의미하는 법률용어이다. 인류는 세계 평화와 안전에 위협을 초래하고 인류 양심에 충격을 주는 범죄에 대해서는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처벌할 수 있도록 세계 관할 범죄로 규정했다. 집단살해죄, 전쟁범죄, 침략범죄, 반인륜범죄가 이에 해당한다. 해적범죄가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그러므로 해군을 해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국가안보의 상징을 인류 공적으로 낙인 찍는 언어해적이다. 그런데 극한대립의 이유나 동기를 보면 어떤 심오한 이론이나 철학적 소신 때문이 결코 아니다. 핵심은 반미주의와 반정부주의이다. 직설적으로는 반이명박 대통령 정서이다. 이유 없이 싫다는 것은 그러한 표현의 압권이다. 극도의 대립각도를 가져온 사람이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인기몰이의 주역이 되는 현실이 대립을 더욱 부추긴다. 정치권은 또한 그들을 국회의원 후보자로 내세운다. 극한분열의 악순환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 명백하다. 그렇다면 공동체 사회에서 대립각도의 본질적인 문제점은 진정 무엇일까? 그에 대한 해답은 빈부격차가 공동체 사회에 제기하는 본질적인 문제점은 무엇일까에 대한 해답과 동일하다. 불평등의 심화가 공동체에 주는 진짜 위험은, 빈부격차가 커질수록 민주시민에게 요구되는 연대의식이 약화된다는 것이다. 불평등이 심화될수록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생활영역은 점점 격리되고 단절된다. 같은 사회의 시민이면서도 원수처럼 만나지 않고 서로 멀리하려 한다. 증오와 투쟁의식만 커져간다. 결국 공동체는 파멸의 길로 진행한다. 공동체 사회에서 다양성은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대립을 이념적, 정치적 그리고 개인의 인기몰이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전제인 연대감과 유대감이라는 공동체의 미덕을 본질적으로 갉아 먹는 행위이다. 그러므로 공동체 사회 지탱의 원동력인 정치는 어떤 경우에도 100%의 사회통합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아무리 이득이 된다고 하여도 해적 같은 용어를 거리낌 없이 사용하면서 1% 대 99%의 대립각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공동체 통합을 이루지 않겠다는 것이고, 나머지 1%를 공동체의 해적으로 공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인류에게 생명권, 자유권, 재산권이라는 천부인권의 축복을 선물한 존 로크는 열심히 노력하여 부자가 되라고 말했다. 진정으로 아름다운 사회는 부자가 존경받고, 많이 배우지 못했다고 좌절할 이유가 없는 사회이다. 권력이 있건 없건, 잘살건 못살건, 많이 배웠건 그렇지 못하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서로 만나서 대화하고 소주라도 한 잔 기울일 수 있는 칭찬과 격려가 넘치는 사회이다. 해군과 해적의 대립이 없고 1%와 99%가 외면 없이 각자의 처지에 맞게 공동체 구성원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회가, 정치가 앞장서고 일반시민들이 호응하여 진정으로 이루어야 할 정의로운 공동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해군과 해적의 대립이 없고 1%와 99%가 외면 없이 각자의 처지에 맞게 공동체 구성원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회가, 정치가 앞장서고 일반시민들이 호응하여 진정으로 이루어야 할 정의로운 공동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 [Weekly Health Issue] 카바 수술

    [Weekly Health Issue] 카바 수술

    건국대병원 흉부외과 송명근 교수가 개발한 카바(CARVAR·종합적 대동맥 근부 및 판막성형술)에 대한 관심이 식지 않고 있다. 이제는 환자들이 나서는 형국이다. 이들은 카바를 급여 대상으로 지정해 환자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자들은 “의료계 내부 논란 때문에 더 나은 치료를 받을 환자들의 권리가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애당초 논란에 불을 지핀 정부가 불구경하듯 방관만 할 게 아니라 무엇이 환자를 위한 것인지를 이제 결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소모적인 의료계의 논란을 지켜볼 만큼 지켜봤으니 이제는 전향적인 결정을 내려달라는 주문이다. 이렇듯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있는 카바수술에 대해 전북대병원 흉부외과 최종범 교수로부터 듣는다. ●카바가 어떤 치료술인지 설명해 달라 대동맥 근부는 좌심실과 상행대동맥을 잇는 복잡한 부위로, 대동맥판막·판막륜·발살바동(대동맥 시작 부분)·동관이행부 등으로 구성된다. 이 네 구조부가 조화를 이뤄야 대동맥판막이 원활하게 작동한다. 카바는 이처럼 이상이 생긴 대동맥 근부를 원래의 형태로 복원시켜 주고, 판막에 이상이 생기면 정밀하게 계산해서 만든 판막엽으로 복원해주는 치료법이다. 따라서 4개 주요 구조부의 문제를 다루는 카바는 단일 수술법이 아니라 네 가지 병변에 따라 적용되는 다양한 수술법으로 이해해야 한다. ●카바가 기존 치료법과는 어떻게 다른가 대동맥판막 및 근부의 문제에 대한 기존 치료법은 구조의 일부나 전부를 인공판막이나 인공혈관으로 교체하는 것이었다. 이에 비해 카바는 심장이 박동하는 상태에서 대동맥 근부의 움직임과 형태 변화를 파악해 원래의 정상적인 구조와 기능을 회복하도록 판막을 복원시키는 방식이다. 기존 수술은 인공물을 사용해 기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점이 있었고, 혈전 등의 합병증 때문에 항응고제를 복용해야 하는 문제를 갖고 있다. ●카바가 가진 장단점은 무엇인가 카바는 대동맥판막 질환의 경우 인공판막 대신 이종 조직으로 판막엽을 만들어 치료하며, 대동맥근부 이상에도 인공혈관 대신 본래의 조직을 살려 형태와 기능을 복원한다. 복원된 판막은 인공판막과 달리 판막을 둘러싼 링, 즉 판막륜의 기능이 회복돼 환자의 운동능력에 제한을 받지 않는 것은 물론 항응고제도 필요없어 임신·출산이 가능하며, 혈전색전 등의 합병증도 없다. 물론 모든 수술이 그렇듯 카바수술도 100% 내구성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기계판막이든 조직판막이든 수술 후 15년 정도 지나면 재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놀랍게도 카바수술은 지금까지 그런 기대를 충족시킬 만큼의 결과를 보이고 있다. ●카바로 치료가 가능한 질환은 무엇인가 카바의 적응증은 대동맥 근부질환과 판막질환으로 나눌 수 있다. 대동맥 근부질환에서는 말판증후군을 동반한 대동맥 근부확장증, 상행대동맥류를 동반한 대동맥폐쇄부전증과 대동맥박리증이 주요 수술 대상이며, 대동맥 판막질환으로는 판막엽이 손상된 대동맥 판막협착증과 폐쇄부전증을 들 수 있다. 특히 대동맥 판막협착증은 빠른 노령화에 따라 고령 환자가 급증하고 있으며, 최근 발생빈도가 증가하고 있는 심내막염도 주요 대상 질환으로 꼽힌다. ●카바수술의 국내 치료 성과는 어떤가 최근 4년 반 동안 카바수술 개발자인 송명근 교수에 의해 700건 이상의 카바수술이 시행됐는데, 이 중 판막만을 수술한 400여 사례에서는 아직까지 사망례가 없고, 대동맥근부 병변에 대한 수술에서도 약 2%의 낮은 사망률을 보이고 있다. 국내외 의료계에서는 이를 놀라운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부분의 기존 수술법이 국한된 병변과 한정된 환자에게만 적용되는데 비해 카바수술은 대동맥근부 및 판막질환을 가진 모든 환자들에게 적용된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필자가 곰팡이 심내막염으로 두번이나 판막치환술을 받은 뒤 다시 재발한 환자를 송 교수가 카바로 치료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그 환자는 지금까지 재감염 없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것이 카바의 실체라고 느꼈다. ●카바수술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흉부외과 학회 차원에서 아직까지 진지하게 논의해본 적이 없다. 아직도 국내의 많은 의사들이 국내 의학자가 개발한 수술법에 관심을 갖거나 그런 의술로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여긴다. 그러면서 별로 신통치 않은 외국 수술법에만 매달리는 모습을 보면 솔직히 안타깝다. 수술방법은 개별 의사가 선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의료인이라면 당연히 카바수술 등 유효한 치료법에 대해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것이 환자 중심의 의료이고, 의료 발전의 핵심 전제 아니겠는가. ●해외에서 카바수술이 관심 끄는 이유는 최근 6년 동안 매년 3∼4회에 걸쳐 해외 각국의 흉부외과 의사들이 송명근 교수로부터 카바수술 연수를 받고 있다. 1주일 기간의 아카데미 코스로 진행되는 연수에서는 돼지 심장을 이용해 수술수련을 받기도 한다. 파키스탄 등에서는 이미 카바수술과 콤바수술(승모판막 성형술)이 대대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또 의료기술에 관해서는 매우 보수적인 일본에서조차 송 교수를 초청해 직접 수술시연을 하게 하는가 하면 지난해 11월에는 일본의 흉부외과의사 모임이 송 교수를 초청, 3시간 반동안 카바수술을 강의하고 심도 있는 토론을 할 정도다. ●카바수술과 관련해 정책적인 문제는 카바수술은 세계의 어느 누구도 이뤄내지 못한 판막 복원수술을 우리 의학자가 완성한 신기술이자 업적이다. 이런 세계적 신기술을 보호·육성해야 할 정부가 무려 4년 반 동안 방치해 논란을 확대시키는 것이 안타깝다. 전문성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소신이 없는 탓이다. 그간의 논란이 카바수술 자체에 관한 것인지, 카바에 사용되는 의료제품에 관한 것인지조차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학회에서도 논의되지 않은 문제에 느닷없이 정부기관이 개입하고, 정치인들까지 가세해 국가의 경쟁력이기도 한 의료신기술을 폄훼하며, 엉뚱한 논란으로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 상을 줄 사람에게 벌을 가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정부기관이 자행하고 있다. 반드시 짚어야 할 문제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뭉개진 얼굴 드러난 본질

    뭉개진 얼굴 드러난 본질

    미술에서 시각성이 갖는 폭력에 대한 얘기들은 많다. 대상을 보되 원근법으로 투사한다는 것이 폭력적이라는 얘기다. 정물화나 초상화를 두고 그런 얘기가 나오고, 또 그림을 보는 기준이 우리 집 거실에 걸어둘 만한 것이냐 묻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겉으로 드러난 형식은 대상을 묘사하기 위해 다가서는 것이지만, 결국 그 대상을 다시 나에게 되가져오는 것, 그걸 두고 폭력적이라 말한다. 어렵게 말할 것 없이 아저씨들의 느끼한 눈길만으로도 아가씨들이 당했다 생각하고 질겁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된다. 4월 29일까지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거짓말을 하고 있어’ 전을 여는 유현경(28) 작가는 바로 이 되가져오는 시선의 폭력성을 슬쩍 놓아버렸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작가가 내놓은 작품들은 초상화인데, 초상화라면 응당 기대하는 인물들의 구체적 윤곽이나 생김새가 뭉개져 있다. 인물을 그린 뒤 지워버려서다. 작가는 “인물을 그리지만 조금 더 그려내보고 싶은 마음, 손에서 나오는 직접성으로 더 그려내보고 싶다는 의도 같은 것을 반영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니 잘 그려놓고 보면 그게 과연 그 인물이 맞느냐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지워버렸다. 대상을 그리지만 자신의 욕구를 그린 게 아니냐는 자각 때문이다. 인물을 그린 뒤 지워버림으로써 인물을다시 제자리에 돌려놓는 셈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지난해 10월부터 다섯 달 동안 독일 북동부 옛 동독 지역인 플뤼쇼브라는 자그마한 마을에 머물면서 만났던 미술작가들이다. (02)720-1524.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김병일 사람과 향기] 젊은 공자 종손이 과학보다 강조한 것은

    [김병일 사람과 향기] 젊은 공자 종손이 과학보다 강조한 것은

    얼마 전 도산서원에 귀한 손님이 찾아왔다. 공자의 79대 종손 쿵추이창(孔垂長·37)과 맹자의 76대 종손 멍링지(孟令繼·34)가 그들이다. 한국 유학의 태두인 퇴계 선생을 모신 서원에 그분이 공부했던 유학의 개창자인 공자와 맹자의 제사를 받드는 직계 후손이 방문한 것이다. 공자 종손의 도산서원 방문이 처음은 아니다. 지금 종손의 할아버지인 타이완의 쿵더청(孔德成) 박사가 1980년 첫 방문한 이후 몇 차례 찾아왔고, 2001년에는 베이징에 사는 쿵 박사의 누이 쿵더마오(孔德懋) 여사도 방문한 바 있다. 그럼에도 79대 종손의 이번 방문은 여러 면에서 유교문화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였다. 쿵더청 박사는 방문 당시 이미 60을 넘긴 나이였기 때문에 외모상으로도 ‘유교’의 이미지와 여러모로 어울렸다. 이에 반하여 손자인 지금 종손은 호주에서 유학한 30대 사업가여서 ‘공자 종손’이라는 말이 풍기는 이미지와 어떻게 조화될지 자못 궁금하였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기우였다. 겉모습은 동년배와 별반 다를 바 없었지만, 사람다움의 본질을 타인을 배려하는 ‘인’(仁)으로 파악했던 대철학자의 후손답게 그의 생각 속에는 조상의 가르침을 시대에 맞게 해석하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였다. 방문 둘째 날 선비 수련을 위해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에 입소해 있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공자 종손은 ‘과학의 시대’를 살면서 현대인들이 범하는 가장 큰 과오는 인간의 가치를 외부에 두는 것이라 역설했다. 가치 중립적인 과학을 신앙으로 떠받든 결과 현대인은 내면적 가치라는 자신의 고유한 존재 이유를 망각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인간다움의 조건을 자신에게 묻는 유학의 ‘반구저기’(反求諸己) 정신을 그는 강조하였다. 자신부터 되돌아보는 이 자세가 2500여년 전 그의 먼 할아버지가 강조했던 ‘인’의 근간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공자 종손의 이런 모습을 보며 그 조상에 그 후손이라는 생각과 함께 명문가의 전통이라는 것이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낮추며 날로 새로워지고자 하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정신이 이어지기 때문에 비로소 명문가인 것이다. 퇴계 종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80이 넘은 연세에도 방문하는 손님에게 무릎을 꿇은 자세로 퇴계 선생에 대한 한 마디 자랑도 없이 ‘예인조복’(譽人造福:남을 칭찬하는 것이 곧 자신의 복을 짓는 일이라는 뜻)을 이야기하고 글로 써 주시는 노종손의 삶 역시 자신을 낮춤으로써 스스로를 새롭게 하는 전형이다.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두 명문가가 대를 이어 우의를 쌓아가는 데에는 이처럼 지향하는 바가 같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여기서 우리는 공자와 퇴계라는 이 두 명문가 개창자의 역할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두 선현이 뿌린 덕성의 씨앗이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도 그런 지향의 밑거름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사람이 한평생 살아가면서 해야 하는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덕성의 향기를 피우는 일이라 해야 할 것이다. 동양에서 만대가 흘러도 없어지지 않을 사람의 세 가지 업적, 즉 삼불후(三不朽)로 입덕(立德:덕성을 세우는 일)과 입공(立功:공훈을 세우는 일), 입언(立言:학설을 세우는 일)을 말하면서 그 가운데 입덕을 제일로 친 것도 아마 이 때문이리라. 오늘 우리 앞에 얽혀 있는 문제를 푸는 열쇠도 결국 사람의 덕성이 아닐까? 근래 사회문제화된 학교폭력만 해도 그렇다. 부모와 교사 그리고 이웃 어른들이 평소 우리 아이들에게 절제하고 배려하는 덕성의 향기를 맡으며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면 그런 일들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전통 있는 명문가는 ‘온고’(溫故) 못지않게 ‘지신’(知新)에 의해 계승되는 측면도 크다. 역사가 일천한 현대의 명문가일수록 특히 그렇다. 지금부터라도 스스로 덕성의 씨를 뿌려 우리 모두 새로운 명문가의 개창자가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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