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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 절집의 재발견

    제주 절집의 재발견

    ‘당 오백 절 오백’이라 했습니다. 한라산은 물론, 제주의 마을마다 신당과 절들이 빼곡했다는 뜻입니다. 요즘엔 절집 찾기가 쉽지 않지요. 관광지 제주에 세월의 흔적이 쌓인 절집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경우가 더 흔할 겁니다. 관음사가 대표적입니다. 근대 제주불교의 성지로 꼽히는 절집이지요. 그런데 한라산 등산로 가운데 하나인 ‘관음사 코스’는 알아도 정작 관음사는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한라산 ‘아흔 아홉골’ 깊은 골짜기에서 마주한 석굴암의 기억도 여태 선연합니다. 눈 쌓인 계곡에 맑은 물이 흘러가는 장면은 내 나라 어디서든 흔히 봅니다. 하지만 건천이 허다한 제주에서야 어디 그런가요. 먼저 눈이 와 쌓이고, 그 뒤에 장맛비 같은 겨울비가 쏟아져야 비로소 그 같은 풍경과 마주할 수 있지요. 눈 절반, 물 절반인 계곡에서 석굴암을 만난 건 그래서 더 감동적이었나 봅니다. 제주 여행 중에 겨울비를 만나는 건 이제 아주 흔한 일이 됐다. 지구가 따뜻해진 탓일까, 한겨울에 장대비가 내릴 때도 있다. 그런데 이처럼 비바람이 세찬 날 부러 제주를 찾는 이들도 있다.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방파제를 할퀴는 비바람과 파도가 전쟁 같은 치열한 풍경을 내어 주기 때문이다. 하얗게 비산하는 포말과 시커먼 현무암, 이보다 더 극명한 대비가 있을까. 바다를 경외하며 살아온 제주 사람들에겐 외려 그게 더 제주 풍경의 본질에 가까울 수도 있겠다. 여우비가 분분히 날리던 날, 관음사를 찾아간다. 한라산 오르는 길에 만난 계곡들이 장관이다. 계곡을 꽉 채운 흙탕물이 우당탕하며 아래를 향해 쏟아져 내려간다. 평소 물이 없어 바싹 쪼그라들었던 계곡들 아닌가. 모처럼 제멋에 겨웠다. 오래전 제주에는 절이 많았다. 하지만 조선 숙종 때 이형상(1653~1733년)이 제주목사로 내려오면서 제주 불교계엔 ‘재앙’이 시작됐다. 숭유억불 정책에 충실했던 이형상은 절집이란 절집은 죄다 부숴버렸다. 이후 마을마다 당집은 조금씩 살아남았지만, 절은 상대적으로 적은 숫자만 남게 됐다. 그 가운데 관음사는 제주 근대불교의 발상지쯤 되는 곳이다. 일제강점기에 제주 불교를 중흥 시킨 여승 안봉려관이 1908년 재창건했다. 1939년 화재로 대웅전 등을 잃고, 1949년 제주 4·3사건 당시 토벌대의 방화로 전소되는 등 곡절을 겪기도 했다. 도깨비 도로에서 산록 도로를 따라 관음사 야영장 쪽으로 향하다 보면 길 왼편에서 방사탑 두 기가 나온다. 이게 관음사의 들머리다. 일주문에 앞서 제주 특유의 방사탑을 세운 게 제주답다는 느낌이다. 이미지로만 보자면, 관음사를 상징하는 건 일주문과 사천왕문 사이에 세워둔 불상들이다. 저마다 자세와 표정 등이 다르다. 절집 뒤편 만불전에도 약사여래불, 미륵불 등이 수천 개 서 있다. 절집 관계자에게 크고 작은 불상의 숫자가 몇 개나 되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많다”란다. 만불(萬佛)이라고 꼭 불상이 만 개란 뜻은 아닐 터. 숫자에 연연하는 게 부질없다. 일주문 앞 108불상의 숫자가 정말 108개인지 확인하려던 손길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다. 관음사는 4·3사건 당시 토벌대와 무장대 모두에게 전략적 요충지였다. 하루 밤낮에도 절집을 차지한 세력이 바뀔 만큼 격전이 펼쳐지곤 했다. 그 흔적들이 절집 주변과 뒤편의 아미산 자락에 남아 있다. 관음사에서 천왕사 방향으로 10분 정도 차를 몰아가면 충혼묘지 들머리다. 그런데 이 길, 참 인상적이다. 길 양쪽에 삼나무가 도열해 섰다. 제주에 풍경 빼어난 삼나무 도로가 한 두 곳일까만, 이 길에서 만난 삼나무숲은 느낌이 사뭇 다르다. 1117번 도로 등의 삼나무숲이 높고 경쾌하다면, 이 숲은 다소 낮고 무겁다. 길 또한 좁은 데다 이리저리 휘었다. 범상치 않은 느낌이다. 한라산이 1만 8000여 신들의 좌정처라더니, 그 무게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 길 끝엔 대체 뭐가 있을까 궁금해할 때쯤 갈림길이 나온다. 곧장 가면 천왕사, 왼쪽 길은 충혼묘지 가는 길이다. 석굴암으로 향하는 탐방로는 갈림길의 주차장 가운데쯤에 조성됐다. 예서 석굴암까지는 1.5㎞ 남짓. 안내판은 왕복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고 적고 있지만, 실제로는 두 시간 이상 걸린다. 석굴암은 태고종 산하의 암자다. 1947년 창건됐다. 경북 경주의 석굴암과 이름은 같지만, 규모 등 모든 면에서 도무지 견줄 바가 못 된다. 제주 석굴암의 미덕은 찾아가는 길에 있다. 석굴암은 한라산 서북 능선, 그러니까 한라산 어승생악에서 제주 시내 쪽으로 뻗어내린 이른바 ‘Y 계곡’의 오른쪽에 터를 잡고 있다. 수많은 계곡이 밀집한 지대로 아흔 아홉골, 또는 ‘구구곡’(九九谷)이라 불린다. 석굴암 탐방로는 이리 굽고 저리 휜 아흔 아홉골짜기를 따라 오르내리기를 거듭하며 이어진다. 탐방로 양 옆엔 적송들이 늘어서 있다. 주변을 가득 메운 제주조릿대의 푸른 빛과 잘 어울리는 색감이다. 길 바닥엔 수많은 판근들이 핏줄처럼 불거져 있다. 여기에 짙은 안개까지 끼면 딱 판타지 영화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석굴암 가는 길은 멀다. 비 오는 날 오르자면 힘이 곱절은 더 든다. 왜 안 그렇겠나. 예까지 오는 길의 이름이 아흔 아홉골 아니던가. 석굴암의 주지 호철 스님에게 물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아흔 아홉굽이냐고. 그랬더니 “당신 마음 속에 있는 게 아흔 아홉굽”이란다. 석굴암 탐방로를 오르다 보면 전망 좋은 곳을 몇 군데 만난다. 현지인들은 맑은 날이면 제주 해협을 온전히 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라 했다. 하지만 안개 닮은 구름이 잔뜩 낀 탓에 그런 복은 없었다. 제주에 또 하나의 명소가 탄생했다. 롯데호텔제주가 조성한 제주 최대의 야외 온수풀 ‘해온(海溫)’이다. 호텔 관계자는 기존의 야외수영장을 대대적으로 리노베이션하면서 조성 비용에만 100억원이 넘는 돈을 들였다고 전했다. 테마는 힐링과 펀(fun)이다. 수영과 온수 스파는 기본이고, 풀바와 카바나, 자쿠지, 바닥분수, 360도 입체 워터슬라이드, 건식사우나, 키즈풀, 샤워실, 탈의실 등 연인과 가족 단위 투숙객을 모두 만족시킬 만한 부대시설들이 다양하게 조성됐다. 총 4채의 카바나는 고급 소파베드와 오디오 시스템, 벽난로, 커피 머신 등으로 채웠다. 야외 자쿠지도 기존 1개에서 3개로 늘었다. 자쿠지엔 천연 미네랄과 광물질이 풍부한 사해소금 입욕제를 넣어 기능성을 강조했다. 키즈풀엔 어린이 전용 워터슬라이드를 만들었다. 방수 아이패드와 MP3 이어폰도 무료로 대여받을 수 있다. 온수풀 안에 몸을 담그고 한라산 소주에 한라봉과 유채꿀을 섞은 ‘한라티니’를 마시는 재미도 각별하다. 온수풀을 둘러싼 정원과 산책로도 ‘힐링’으로 꾸며졌다. 롯데호텔제주는 ‘해온’ 오픈기념으로 다음 달 31일까지 디럭스 한라룸과 올레 트레킹 패키지 등 이벤트를 진행한다. 1577-0360. 글 사진 제주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지역번호 064) →가는 길 관음사는 도깨비 도로에서 산록 도로를 따라 5분 정도 가면 길 왼쪽에 있다. 724-6830. 석굴암은 관음사에서 산록 도로를 따라 천왕사 방향으로 가다 충혼탑 서 있는 삼거리에서 좌회전, 충혼묘지 주차장까지 곧장 간 뒤, 주차장 가운데에 조성된 탐방로를 따라간다. 748-5335. →맛집 제주엔 돌하르방 식당이 두 곳 있다. 하나는 제주시 일도이동(752-7580)에, 다른 하나는 연동(749-1400)에 있다. 둘 다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된장 풀어 끓인 각재기(전갱이의 방언)국과 고등어회로 입소문이 났다. →잘 곳 아일랜드 트리 하우스가 서귀포 화순의 금모래 해변 인근에 문을 열었다. 넓은 창으로는 파란 제주 바다가 가득 차고, 형제섬과 송악산, 산방산 등이 사방을 둘러쳤다. 캐나다 산 가문비나무를 건축자재로 사용해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펜션 바로 앞엔 주민들이 운영하는 야외 풀장도 조성돼 있다. 2인 1실 기준 12만~18만원. 792-8777, 010- 3179-2237.
  • [세종로의 아침] 과학의 조건/심재억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과학의 조건/심재억 전문기자

    과학의 불행은 주로 권력의 강박에서 비롯된다. 강박은 권력의 셈법으로 도출할 수 있는 유일한 답이다. 성과 독점과 권력 유지 등 정치적 이용가치만을 따질 뿐 과학을 과학으로 이해하지 않는 탓이다. 권력 강화를 위한 디딤돌로 삼든가, 과학의 성과 뒤에서 과학과는 전혀 다른 계산을 할 뿐이다. 여기에 돈(예산)이 결부되면 강박은 집착으로 돌변한다. 과학은 인간과 문명에 헌신하는 수많은 체계 중에 가장 위력적이고 존엄한 분야다. 그래서 과학정책은 더 엄중해야 한다. 물론 과학이 항상 선을 지향했던 것은 아니다. 전쟁에 부역해 문명의 가치를 훼손했는가 하면 정치적 프로파간다의 소품으로 악용되기도 했다. 과학의 가치중립적 특성이 대중을 설득하기에 용이할 뿐 아니라 대중의 심리를 격발하는 촉매로도 제격이었기 때문이다. 과학이 과학 밖의 다른 힘에 의해 재단되던 시절, 과학은 발전했지만 진보하지 못했다. 우리도 다르지 않았다. 권위주의 시대는 과학을 정치적 이해로만 재단했다. 심장이 식어버린 과학은 권력의 지침에 순종했고, 과학자들은 항상 ‘국가’와 ‘애국’의 무게에 짓눌렸다. 과학의 본질이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했던 그 시절, 과학은 절대권력을 옹위하는 홍위병의 깃발 하나일 뿐이었다. 그 시절의 한국 과학은 확실히 불행했다. 지금은 어떤가. 나라가 부산하다. 정권 교체기의 변혁이 소용돌이치는 까닭이다. 그 중심에 ‘미래창조과학부’가 있다. ‘과학기술’을 ‘교육’과 얽어매 반편이로 만든 MB 정권의 과학에 대한 몰이해를 보상이라도 하려는 듯 온갖 역할과 기능을 다 그러모았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속 빈 강정이다. 승냥이떼처럼 과학을 뜯어 발긴 탓이다. 과학의 본산인 대학과 불가분의 관계인 산학촉진법과 산학 연계사업이 그렇고, 기초연구사업이 그렇다. 신성장동력사업과 원자력 비발전 분야 관련법은 또 어떤가. 그러면서도 미래창조과학부는 비대하다. 과학자들조차 “MB 정권 때와는 반대의 시각에서 우려된다”고 토로할 정도다. ‘과학을 권력의 자장(磁場) 속으로 너무 깊숙이 끌어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과학을 관장하는 부처의 영지가 확대되고, 그래서 과학을 할 토양은 척박한데 힘만 커지는 상황은 과학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위협이 될 뿐이다. 과학으로 미래를 열겠다는 새 정부의 발상은 옳다. 그러나 과학을 과학으로 보지 않는 퇴행적 관료주의가 이런 정신을 위험하게 흔들어대고 있다. 아직도 과학을 부처 간 힘겨루기의 전리품으로 간주하는 관료주의의 병폐가 ‘미래’와 ‘창조’를 잠식하고 있다. 새 정부가 과학을 말하려면 지금은 물론 이후에도 지속가능한 토대를 닦는 게 우선이며, 그 시작은 먼저 관료주의적 안배의 배제에 둬야 한다. 그래야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학이 ‘시대정신’의 희생제의가 되지 않는다. 구미 제국을 과학 강국으로 키운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상기하라고 주문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과학을 할 수 없는 부처를 만들어 놓고 함부로 ‘미래’와 ‘창조’를 말하는 것은 누가 봐도 구두선(口頭禪)일 뿐이다. jeshim@seoul.co.kr
  • [문화마당] 시대 흐름에 맞는 ‘우리말 표기법’/임형주 팝페라 테너

    [문화마당] 시대 흐름에 맞는 ‘우리말 표기법’/임형주 팝페라 테너

    필자 앞에 붙는 수식어는 ‘팝페라 테너’이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음악장르가 ‘팝페라’라는 것이다. 클래식과 오페라를 좀 더 대중에게 가깝고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팝적인 감각을 섞어서 부르고 표현하는 크로스오버 음악장르 중 하나다. 팝과 오페라의 합성어이기에 ‘팝페라’라고 부르고, 표기한다. 그런데 소수 매체들이 간혹 ‘파페라’로 표기하는 바람에 이에 따른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표준 외래어·외국어 표기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다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필자가 국내 최초의 ‘팝페라 테너’로 데뷔하고 ‘애국가 소년’으로 알려진 지난 2003년부터 줄곧 ‘팝페라’로 불렸기에, ‘파페라’가 돼 버리면 정체성의 혼란까지 느껴진다. 마치 출생의 비밀을 전해 들은 드라마 주인공 같은 당혹감이랄까. 얼마 전 일이다. 저녁식사 중 친구가 엉뚱하게 물었다. “콘텐츠가 맞을까, 컨텐츠가 맞을까.” 자신있게 “콘텐츠”라고 답했는데, 친구는 “둘 다 맞다”고 우기는 것이 아닌가. 발음대로라면 ‘컨텐츠’에 가깝지만 외래어 표기법으로는 ‘콘텐츠’가 맞다고 했는데, 친구는 주장을 ‘철회’하지 않았다. 다른 외래어·외국어 표기가 덩달아 궁금해지면서 그날 저녁식사는 한글 표기법에 대한 열띤 토론의 장으로 변모했다. ‘케이크’와 ‘케잌’, ‘슈퍼마켓’과 ‘수퍼마켓’, ‘액세서리’와 ‘악세사리’, ‘보디케어’와 ‘바디케어’ 등은 앞은 맞고 뒤는 틀린 표기였다. 수도 없는 외래어·외국어가 생활 속에 뿌리깊이 박혀 있는 것도 놀랐지만, 표기법을 대체로 혼동하고 있다는 놀라움이 더욱 컸다. 결국은 우리말인데 우리가 제대로 쓰지 않고 있다니 말이다. 물론 외국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니 각자 자기의 발음대로 사용하는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변화와 시대 흐름에 타협하지 않으려는 어문규정이 혼동을 부추기는 것은 아닐까. 어문규정에서 ‘전통’은 중요하다. 오랜 세월 동안 많은 국어학자들이 원칙을 만들고 보존해온 것은 그게 한국의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타협하고 변화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외래어·외국어의 경우라면 더더욱, 그 본질적 태생과 의미 자체에 옹고집을 세운 ‘전통’을 부여하고 지킨다는 것 자체가 어찌 보면 어불성설이요, 난센스다. 짜장면이 자장면이 됐다가 25년 만인 2011년 다시 짜장면도 표준어로 허용한 것이 한 예이다. 우리말 ‘한글’이 세계 언어 중 얼마나 실용적인 언어인지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조금씩 개정은 있었지만, 여전히 ‘정통성’을 지키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외래어·외국어까지 이미 오래전에 확립된 표기법과 형식을 무리하게 적용하는 웃지 못할 광경이 종종 펼쳐진다. 외래어·외국어는 말 그대로 다른 나라에서 온 말이지, 본래 우리말이 아니다. 외래어·외국어 표기에 필요한 ‘정통성’은 시대 흐름에 맞춰 대다수의 사람이 편하게 발음할 수 있도록 수정보완하고 개정해줄 수 있는 ‘유연한 정통성’, ‘진보적 정통성’이라고 말하고 싶다. 요즘처럼 외래어·외국어를 많이 쓰는 세상이라면, 말과 글이 달라 고통받는 백성을 불쌍히 여겨 돌아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이런 게 새 시대에 적용할 세종대왕의 뜻이라면 억지일까.
  • 새마을운동 연혁 등 사회복지실천모델 다수 출제 눈길

    새마을운동 연혁 등 사회복지실천모델 다수 출제 눈길

    ‘복지의 메신저’ 사회복지사는 사람의 권리를 찾아주는 것이 본질적인 역할이다. 최근 정부 정책에서 복지에 방점이 찍히면서 사회복지사의 인기도 덩달아 높아졌다. 복지사 자격증을 갖추면 전문성을 인정받아 사회 진출이 한층 수월해질 수 있다. 이 같은 사회복지사 1급 시험(제11회)이 지난달 26일 서울, 인천, 대구, 광주 등 11개 지역에서 치러졌다. 모두 2만 6000여명이 응시했다. 최종 합격자는 3월 27일에 발표된다. 사회복지사 1급 시험의 출제 경향을 6일 분석해 봤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에는 전공필수 10과목과 전공선택 4과목 이상을 이수하면 딸 수 있는 2급 자격증과 국가자격증 시험에 합격해야 하는 1급 자격증 등이 있다. 1급은 사회복지기초, 사회복지실천, 사회복지정책과 제도 등 3과목 240문제로 구성된다. 객관식 5지선다형이며 1문제당 1점이다. 1급 자격증의 경우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사회복지 전공을 이수해야 응시 자격이 주어진다. 2011년 합격률은 14%, 지난해는 43%였으며 합격 시에는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으로 일할 수 있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1교시 사회복지기초 과목의 ‘인간 행동과 사회환경’ 영역에 대해 에듀윌 고병갑 강사는 “인간 행동의 기초 영역에서는 성장과 성숙, 인간발달이론의 유용성, 프로이트·에릭슨·융·아들러·피아제·콜버그·파블로프·스키너·반두라·매슬로·로저스 관련 문제가 고루 출제됐고 엘리스의 합리적 정서 행동 이론(REBT), 에런 벡의 인지치료이론까지 예년보다 확장된 범위에서 모든 영역이 골고루 평이하게 나왔다”고 밝혔다. ‘사회복지조사론’ 영역에 대해 서상범 강사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이번 시험에서 조사론은 단편적으로 암기해서 정답을 맞히는 문제보다 기본적인 이해가 선행되었는지를 묻는 응용문제가 대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10문제 정도는 조사의 기본 개념을 묻는 것이었으며 측정 및 척도와 관련해 6문제, 조사 설계 및 실험 설계와 관련해 5문제, 자료 수집 및 표집에서 7문제, 질적 연구 및 내용 분석법에서 2문제 등이 출제됐다. 영역별 문제를 분류해 본 결과 측정, 척도, 조사 설계, 실험 설계, 자료 수집, 표집 등에서 많이 출제됐다. 내년에도 이 분야에 대한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2교시 ‘사회복지실천론’ 영역에 대해 전미숙 강사는 “기본적인 개념, 사례, 새로운 형식의 문제들이 골고루 출제돼 폭넓고 깊이 있게 공부하는 것이 합격의 지름길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고 평가했다. 먼저 사회복지실천론은 사회복지실천의 개관, 역사, 실천 현장, 면접 기술, 관계 기술, 통합적 관점, 사례 관리, 사회복지 실천의 과정 등 전 영역에서 고루 출제됐다. 또 사례를 예시로 들어 답을 요구하는 문제도 나왔다. 이어 ‘사회복지실천기술론’ 영역은 크게 개인 대상, 가족 대상, 집단 대상 영역에서 두루 출제됐으며 사회복지실천론보다는 사례 문제의 비중이 더 높았다. 개인 대상의 다양한 모델에 대한 개념과 개입 기법들, 가족 대상의 모델과 사례를 통한 개입 기법 적용 문제, 집단의 역동, 집단 대상 모델, 집단의 발달 과정 등 집단사회복지실천 영역을 폭넓게 공부해야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전 강사는 “제12회 사회복지사 1급 자격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2교시 사회복지실천론과 사회복지실천기술론에서 높은 점수를 얻으려면 가장 기본적인 사회복지실천의 개념을 다져야 한다. 또 현장에서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정도의 다양한 사례 문제를 적용하는 방법을 찾고 기출문제에 대해 정확하게 분석하며 새로운 형식의 문제 출제 가능성을 연구하는 등 다양한 형식의 문제들을 많이 다뤄 봐야 고득점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지역사회복지론’에 대해 고 강사는 “지난해와 비교해 난이도는 대체로 무난했으나 사회복지실천모델에서 웨일과 갬블의 모델이 3문제나 출제돼 실천모델의 비중이 로스만에서 웨일과 갬블의 모형으로 옮겨지는 듯한 분위기”라고 평가했다. 이번에 가장 많이 출제된 영역은 사회복지실천모델로 새마을 운동의 연혁까지 포함해 7문제가 나왔다. 이 가운데 웨일과 갬블의 모델이 3문제, 로스만의 모델과 관련해 3문제가 출제됐고 사회복지사의 역할 3문제까지 포함하면 실천 관련 영역에서 10문제나 출제됐다. 이번 시험에서 출제되지 않은 영역으로 지역사회의 개념, 지역사회 복지 실천의 기술, 자원봉사, 자활사업, 지역사회의 욕구 사정 등이 있는데 이를 통해 다음 시험도 예측해 볼 수 있다. 3교시 ‘사회복지정책론’ 영역에 대해 김형준 강사는 “9회와 10회에서 가장 어렵게 출제된 영역이었지만 이번에는 난이도가 잘 조절됐고 지문도 그리 길지 않았다”며 “급여 자격 기준에 관한 설명, 장애수당 수급 자격, 자활 지원과 관련 있는 내용이 출제돼 법제론의 영역과 지역사회복지론의 영역을 넘나들었다. 또 사회보험제도에 대해서도 예전과 같이 출제됐는데 국민건강보험제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에 관한 설명 문제가 출제됐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사회복지행정론’에서는 의외의 문제가 많이 출제됐다는 게 김 강사의 해석이다. 행정론이 쉬운 영역이라서 이를 전략 과목으로 삼는 경우가 많은데 올해 시험은 녹록지 않았다는 평가다. 특히 행정 지식의 중요성, 사회복지사업법 1997년 개정 내용, 감사의 유형(규정 순응감사), 바우처 설명, 기준행동, 행정조직과 사회서비스 연결 문제, 시설 평가 취지와 기대효과, 사회복지급여 공급에 관한 설명 문제가 출제됐는데 이는 법제론, 정책론 영역에서나 나올 법한 문제란 게 김 강사의 평가다. 다만 문제의 지문이 길지 않아 수험생들이 풀기엔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했다. 3교시 ‘사회복지법제론’은 사회복지정책과 제도 과목에서 가장 어려운 영역이었다. 총론에서는 기존보다 훨씬 적은 3문제가 출제됐고 각론 26문제, 판례 1문제로 모두 30문제가 나왔다. 또 각론의 법률 조문이 시험에 많이 나오는 것이 아닌 지엽적인 법률 조문이 상당수 있어 수험생들의 골치를 썩였다. 총론에서 사회복지법 법원에 관한 설명, 자치법규에 관한 설명 문제도 쉽지 않았으며 법령별 권리구제와 권익보호에 관한 설명과 법령별 청문에 관한 설명도 모든 법령을 배열해 답을 찾는 문제라서 비교적 어려웠다. 전문가들은 사회복지사 자격증 시험에 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예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문제가 나왔다면 이를 바로 해결하면서 지식을 습득하면 된다”며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벼락치기 공부법은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열린세상] 미래지향적 정부조직을 기대하며/강정석 한국행정연구원 규제평가연구부장

    [열린세상] 미래지향적 정부조직을 기대하며/강정석 한국행정연구원 규제평가연구부장

    새 정부 출범을 3주가량 앞두고 있다. 그간 인수위는 많은 일을 수행해 왔지만, 가장 큰 관심은 역시 정부조직 개편이다. 정부조직은 새 정부가 구상하는 정책과 전략의 큰 틀을 엿볼 수 있는 토대이기 때문이다. 이제 정부조직 개편에 관한 논의는 국회로 넘어갔다. 아마 앞으로 다루어야 할 논의는 크게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기능과 영역의 설정이다. 어떤 부처가 무슨 일을 하느냐다. 통상기능의 담당부처에 관한 문제라든가, 정보통신을 다루는 전담부처의 설치 등이 주요 쟁점이다. 이런 쟁점들은 규제와 진흥 기능의 분리, 가외성과 효율성의 조화 등 여러 기준에 의해 다루어질 것이다. 문제는 이에 관한 정답을 아무도 갖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이해·주장·논리가 엇갈릴 것이고, 장점이 아닌 단점만 취하는 중도적 대안의 함정에 빠질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유념할 점은 한 단계 더 높고 한 칸 더 넓은 시야를 갖추는 노력이다. 국회는 전통적으로 집단과 계층의 이해를 집약적으로 대변하는 곳이지만 정부조직의 구성만큼은 정파와 집단, 지역을 넘어서야 할 것이다. 하나 더 유념할 점은 미래 환경의 변화를 내다보는 개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통부 부활 논쟁의 핵심은 정보기술(IT)과 스마트 환경이 생태계적으로 구성되는 상황에서 과거처럼 정부 주도의 정보통신산업 정책이 향후에도 유효한가를 따져야 한다. 결국 정부가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당장의 시각이 아니라 미래의 시각에서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정부조직의 명칭과 위상의 설정도 긴요하다. 일견 단순한 문제처럼 보이지만 부처의 역할과 정책 우선순위 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명칭은 수행할 기능과 대상영역을 우선순위에 맞게 집약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실제로 식품기능이 중요하다면 부처 명칭에 포함되는 게 오해를 막고 향후 정책결정의 올바른 틀을 구성하는 토대가 될 수 있다. 최근 기상청이 기상기후청으로 명칭을 변경하자고 제안했는데, 장기적으로 기후변화 관련 업무가 큰 역할을 할 것이어서 바람직해 보인다. 문제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업무가 다른 여러 부처에서도 주요 현안인 경우가 많아 이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기능과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면서 소모적인 정책 주도권 다툼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열린 마음과 혜안이 절실한 때다. 마지막으로는 어떻게 일할 것인가, 즉 조정과 협력의 틀을 어떻게 가져가느냐다. 이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어지는 감이 없지 않다. 물론 이런 논의를 조직 개편 시기에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내적인 운영의 문제도 함께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특히 세종청사가 출범한 이후 정부의 대내외적 소통과 협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따라서 정부 내적으로 부처 간 조정체계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외적으로는 국회와 행정부의 관계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국회와의 관계는 지금까지 제대로 논의된 적이 거의 없다. 국회의 본질적인 임무를 고려하면 행정기관들이 수시로 국회와 접촉하고 설명하는 등의 절차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국정감사나 대정부 질문 방식 등은 수십년 전과 비교해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국정운영의 성과를 제고하기 위해 고쳐야 할 부분도 적지 않다. 정권 교체기의 조직 개편은 신화(myth)일 수도 있고, 필연일 수도 있다. 선진국과 달리 유독 우리나라에 정부조직 개편이 잦은 것은 사회 전반적인 안정성과 역동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정부에 거는 기대의 폭과 깊이 또한 서구 선진국에 비해 훨씬 더 강하다. 1970년대 이후 압축성장의 기억은 정부가 무엇인가 주도하길 기대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즉, 정부조직이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것은 그만큼 공공부문에 대한 기대치가 높고 그 내용 또한 지속적으로 바뀌기 때문일 수도 있다. 활력은 불안정성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도 하다. 앞으로 전개될 국회의 논의 과정에서 나라 전체의 미래를 위하여 어떤 게 가장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합리적이고 열린 토의가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 시장 점유율 10% 넘긴 수입차들 올해도 고속 질주하나

    시장 점유율 10% 넘긴 수입차들 올해도 고속 질주하나

    지난해 수입차는 역대 최대 판매 대수 기록을 달성하며 내수 점유율 10%를 넘어섰다. 즉 지난해 판매된 차량 10대 중 1대가 수입차일 정도로 국내 시장을 무서운 속도로 파고들고 있다. 4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2012년 수입차 판매는 13만 858대로 전년대비 24.6% 성장했다. 이는 현대·기아차 등 국내업체가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과 대비를 이룬다. 올해도 수입차 업계는 40여종의 신차를 선보이며 한 단계 도약을 꿈꾸고 있다. 최근 마케팅인사이트는 점유율 증감 추이와 변화도 분석을 통해 수입차 점유율이 올해 11.5%, 2014년 13.3%, 2015년 15.3%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입차 업계의 선전은 국내 업체들이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당분간 다양한 차종과 프리미엄 서비스로 무장한 수입차의 질주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는 어떤 차가 국내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까. 각 업체 최고경영자(CEO)에게 직접 들어봤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본질에 충실한 차 렉서스GS” 나카바야시 히사오 토요타코리아 사장은 올해의 차로 렉서스 ‘뉴 제너레이션 GS’를 꼽았다. 나카바야시 사장은 “보면 멋있고, 타면 즐겁고, 사면 만족하는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의 본질에 충실한 차가 바로 렉서스 GS”라면서 “고객은 렉서스의 가치를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GS는 렉서스가 ‘진정한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렉서스의 새로운 무대를 열겠다’는 강한 의지를 바탕으로 5년의 개발 기간을 거쳐 탄생한 모델이다. 차량을 구성하는 전 분야를 원점부터 재검토해 첨단 드라이빙, 안전 기술의 적용, 역동성 있는 스타일링, 소재와 디테일의 고급화 등 운전자와 동승자의 오감을 만족하게 할 수 있는 각종 편의사양을 갖췄다. 나카바야시 사장은 GS의 매력을 ‘이율쌍생’(二律雙生)으로 꼽았다. 최고급 세단에 걸맞은 편안한 승차감을 확보하기 위해 차체 치수가 커졌음에도 이것으로 인해 운전하는 즐거움이 손상되어서는 안 된다는 상반되는 요소를 잘 조화시켰다는 것이다. 또 운전자의 조작에 정확하게 반응하는 ‘감성을 울리는 주행’이야말로 GS 모델에서만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호사라고 했다. 나카바야시 사장은 “퍼포먼스와 디자인, 안락함, 편의성, 효율성, 안전 그리고 주행성능 등 모든 측면에서 이전보다 한 차원 높아진 뉴 제너레이션 GS는 비교할 수 없는 품위와 품질을 가졌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뉴 제너레이션 GS에는 직분사 방식의 V6 2.5 4GR-FSE 엔진과 V6 3.5 2GR-FSE 엔진을 장착했으며 복합연비 기준으로 GS 250 모델이 9.9㎞/ℓ, GS350은 복합 9.5㎞/ℓ다. 가격은 5950만~7690만원이다.●“스포트백은 외관도 아우디의 걸작” “뉴 아우디 A5 스포트백은 높은 효율성과 운전의 기쁨이 잘 조화된 모델이다.”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 코리아 사장은 올해 주목할 모델로 뉴 A5 스포트백을 꼽았다. 쿠페의 감성적인 스타일과 세단의 안락함 등을 갖춘 뉴 A5 스포트백은 최첨단 터보 직분사 2.0 TDI 디젤 엔진과 최적의 변속 시점을 잡아주는 7단 S-트로닉 변속기의 조합으로 177마력에 최고속도 222㎞, 15.0㎞/ℓ(복합 연비 기준)를 자랑한다. 또 풀타임 사륜구동인 콰트로 시스템으로 안전성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타머 사장은 스포트백의 디자인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는 “새롭게 디자인된 싱글프레임 그릴과 헤드라이트, 넓은 차 폭과 낮은 지상고 등으로 미끈한 실루엣과 강인한 인상을 주는 외관만으로도 아우디의 걸작임을 알 수 있는 모델”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또 “인체공학적 디자인과 최고급 마감재 등으로 아우디의 장인정신을 느낄 수 있는 차량”이라면서 “활동적인 30~40대가 선택하면 후회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 A5 스포트백은 앞좌석뿐만 아니라 뒷좌석도 넉넉한 공간을 자랑한다. 필요에 따라 뒷좌석을 접을 수 있어 기본 480ℓ에서 뒷좌석을 접었을 때 최대 980ℓ까지 적재용량이 늘어난다. 또 14개의 스피커와 10채널 앰프 등 최고의 음악을 제공하는 뱅앤올룹슨 사운드 시스템과 20GB 하드디스크와 주크박스 기능이 내장된 3세대 멀티미디어 기능, 시프트 패들 등 다양한 편의 장치로 무장했다. 가격은 5840만~6290만원이다. ●“한국소비자에 딱 맞는 차 DS5” 시트로엥의 공식 수입원인 한불모터스 송승철 대표이사는 “많은 자동차가 럭셔리와 프리미엄을 표방하고 있지만, 단순히 차량의 가격, 크기만으로 프리미엄을 말할 수는 없다”면서 “DS5는 개성 있는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한국의 소비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크로스오버 세단을 표방하는 DS5는 섬세하고 우아한 디자인이 가장 두드러진다. 송 대표는 “우아하고 품격 있는 세단의 장점에 스타일리시하고 실용적인 4도어 쿠페의 매력을 고루 갖추고 있다”면서 “다이내믹한 드라이빙 퍼포먼스, 탑승자를 고려한 다양한 안전 및 편의 장치, 친환경적 요소 등 모든 면에서 프리미엄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DS5에 대한 애정을 쏟아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의전차량으로도 유명한 DS5는 2.0 HDi 직렬 4기통 디젤 엔진과 6단 변속기의 조화로 최고 출력 163마력에 복합연비 14.5㎞/ℓ를 실현했다. 외관은 전면부의 커다란 공기 흡입구와 헤드램프에서부터 이어지는 전면부의 크롬 장식 등으로 프랑스의 개성 있는 매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실내 공간은 비행기의 콕핏(조종석)을 닮은 운전석과 고급 가죽 및 크롬 장식으로 마무리한 D자형의 스티어링휠(핸들)이 인상적이다. 프리미엄 하바나 가죽시트를 사용했고 오디오는 전문 브랜드인 데논의 최상급 하이파이 시스템을 장착했다. 가격은 4350만~5190만원이다. 송 대표는 “프랑스 자동차의 다양한 개성과 장점을 소비자들이 직접 느껴본다면 프랑스 감성에 푹 빠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폴로는 올 수입차시장 다크호스” “2000만원대 착한 가격과 뛰어난 승차감, 경제성을 고루 갖춘 신차 폴로가 올해 수입차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를 것이다.” 박동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은 오는 4월 출시할 폴로를 올해의 최고 기대주로 꼽았다. 이는 2000만원대의 가격에 실용적인 소형 해치백 모델로 내수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폴로는 현재 독일 시장에서 골프와 파사트에 이은 판매 3위를 기록 중인 인기 차종이다. 특히 1975년 출시 이후 개성 넘치는 디자인과 새로운 주행감각, 운전의 재미로 소형차 시장의 아이콘으로 등극했다는 자부심도 적지 않다.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2010 유러피언 올해의 차’와 ‘올해의 슈퍼미니’에 이어 2012 JD 파워 아시아 퍼시픽 선정 ‘최고의 프리미엄 콤팩트카’ 등을 받기도 했다. 또 안전성 면에서는 유로 앤캡(NCAP) 충돌 시험에서 별 5개를 획득했다. 박 사장은 “작다고, 가격이 싸지만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는 소형 해치백 차량”이라면서 “폴로는 1.6ℓ TDI 디젤 엔진과 7단 변속기(DSG)가 조화를 이뤄 주행 성능과 연비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합리적인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폴로의 가격은 2000만원대로 책정될 것으로 보여 국산 준중형차와의 대결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폭스바겐은 올해 폴로와 골프 등 신차를 앞세워 지난해보다 30% 이상 증가한 2만 3000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다. 박 사장은 “골프가 국내 해치백 시장의 상징적인 제품이 된 것처럼 폴로 또한 소형 해치백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경쟁력 높은 차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뉴3시리즈 베스트셀링카로 부상” “착한 가격에 BMW의 진정한 가치를 느낄 수 있는 뉴 3시리즈가 올해 베스트셀링 카로 떠오를 것입니다.”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은 지난해 5시리즈가 베스트셀링 모델이었다면 올해는 뉴 3시리즈가 바통을 이어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 사장은 “뉴 3시리즈야말로 BMW가 추구하는 ‘진정한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가장 잘 표현한 모델”이라면서 “성능과 디자인 철학까지도 1세대부터의 정통성을 이어오는 한편, 앞으로 추구하는 미래 이동 수단의 청사진을 잘 담아낸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BMW는 사륜구동인 320d xDrive와 풀 하이브리드 모델인 액티브하이브리드3 등을 동시에 출시하면서 3시리즈의 14개 모델을 완성했다. 그만큼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히고 상품성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뉴 320d와 320i는 트윈파워 터보 엔진과 8단 변속기 조합으로 최고 출력 184마력에 복합연비 18.5㎞/ℓ를 자랑한다. 또 3.0ℓ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를 장착한 액티브하이브리드 3는 최고 출력 340마력에 시속 100㎞를 불과 5.3초 만에 도달, 기존 하이브리드 차량의 이미지를 확 바꿨다. 김 사장은 “전 세대보다 더욱 향상된 고성능 엔진과 단단하면서 앞뒤 균형이 잘 맞는 차체, 후륜구동 시스템 등이 뉴 3시리즈가 대표적인 스포츠 세단으로 불리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차체가 커졌음에도 알루미늄 소재 등으로 차체 경량화와 공기저항을 최소화하는 에어로 다이내믹 기술과 프론트 휠 주위의 공기순환 상태를 개선하는 에어커튼 기술 등을 통해 한결 뛰어난 핸들링과 민첩성을 구현했다. 가격은 4430만~5570만원. ●“유럽 담아낸 미국차 포커스 디젤” 정재희 포드코리아 대표는 “유럽을 담아낸 미국 차가 바로 ‘2013 포커스 디젤’”이라면서 “동급 최고의 연비와 다양한 편의 장치로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포커스 디젤은 2012년 상반기 세계 판매고 1위를 기록한 월드 베스트셀러이자 포드의 대표 준중형 모델이다. 글로벌시장에서 이미 검증을 끝낸 차종인 셈이다. 2.0ℓ 듀라토크 TDCi 디젤 엔진과 6단 파워시프트 변속기 조화로 복합연비 17.9㎞/ℓ를 자랑한다. 정 대표는 “포커스 디젤은 경쟁 차종인 폭스바겐 골프 2.0ℓ TDI보다 출력이 더 높으면서도 연비는 오히려 더 앞선다”면서 “국내 출시된 준중형 차종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자랑했다. 또 최고출력 163마력과 최대토크 34.7㎏·m의 뛰어난 주행 성능도 자랑이다. 엔진 저회전 영역에서도 충분한 힘과 가속력을 제공할 뿐 아니라 한층 진보된 듀얼 클러치 6단 파워시프트 변속기와 토크백터링 시스템(코너링에서 바퀴의 속도를 제어하는 장치)으로 부드러우면서도 한층 역동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디젤 차량 특유의 소음과 진동을 잡았으며 세련된 실내 인테리어와 역동적인 외관 등이 장점이다. 2990만~3090만원의 착한 가격도 포커스 디젤의 무기다. 정 대표는 “높은 연비와 고출력, 첨단 사양을 갖춘 ‘포커스 디젤’은 포드가 한국 시장에 처음 선보이는 준중형급 디젤 전략 모델”이라면서 “독일 현지의 우수한 기술력으로 생산된 ‘포커스 디젤’이 국내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수입 준중형 디젤 시장에 새로운 강자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지방시대] 결혼이주여성과 다문화 정책/김민배 인천발전연구원장

    [지방시대] 결혼이주여성과 다문화 정책/김민배 인천발전연구원장

    ‘결혼이주여성들과 어떻게 상생할 것인가’. 지난 주말 일본의 기타큐슈 아시아 여성 교류연구포럼이 개최한 ‘일·한·미 다문화 공생’에서 필자가 행한 기조 강연의 키워드다. 2011년 말 현재 우리나라에는 14만 5000여명의 결혼이주여성들이 있다. 그 가운데 많은 분들이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못하고 있다. 인천의 경우 1만 2000여명 가운데 국적을 취득한 사람은 4000여명에 불과하다. 한국에 시집 와서 남편과 살고 있지만 65% 정도가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적 미취득의 이유는 다양하다. 일본에서 시집 온 신부들은 자국 국적을 포기해야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엄격한 국적취득요건이 한몫을 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거주 5년, 혼인신고 후 2년’ 조건이 그것이다. 외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귀화시험도 난제다. 언어와 풍습도 다르고 관련서류 구비도 버겁다. 남편의 의심도 문제다. 결혼하고도 위장결혼을 의심하는 남편들이 아내의 국적 취득에 소극적이다. 정부는 ‘외국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열린 사회’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결혼은 허락하고 국적 취득을 어렵게 하는 정부의 정책에 대해 외국인들은 할 말이 많다. 2011년 국제결혼은 2만 9762건으로 9%에 달한다. 그리고 140만명의 거주 외국인 시대를 맞이하였다. 불법체류 외국인도 28만여명에 달한다. 불법체류자가 늘어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차별적 대우로 나타나는 비자제도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제도적 차별 이외에도 결혼이주민들은 또 다른 고통에 직면하고 있다. 배우자와의 나이 차이, 자녀양육과 경제적 자립 문제, 문화적 차이와 언어 소통의 문제 등도 무거운 짐이다. 물론 외국인을 무조건 모두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러나 이주노동자의 장기체류와 정착이 가져올 사회적 부담과 갈등을 강조하는 점이나 국익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따라 외국인을 대하는 정책과 의식에는 자성할 점이 많다. 외국인을 노동시장 교란 주범이라거나 기초생활보호대상자라는 시각에서 과장되게 강조하는 것도 문제다. 불법 체류자에 대한 단속과 추방 그리고 범죄자 이미지가 외국인에 대한 적대 원인이 아닌가에 대해서도 검토를 해야만 한다. 그것은 좋은 문화와 나쁜 문화, 본질 문화와 가짜 문화라는 이중기준에 기초한 인종차별과 민족차별의 잣대와 같은 논거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들은 단일민족을 강조하는 한편으로 수직적 질서를 당연시해 왔다. 우리들에게 내재된 그런 사고방식과 행동들이 결혼이주자와 외국인 노동자 그리고 가족들을 배제하는 논리와 편견의식으로 진행된 것은 아닌지 자성할 때다. 글로벌화는 필연적으로 다문화 시대를 초래한다. 다문화에는 서로 다른 언어, 기억, 가치, 관행 등의 존재와 그에 대한 저항이 혼재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습, 편견, 무지가 뒤섞여 충돌과 투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다문화 사회가 진행될수록 상대방에 대한 동질성 강요가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고 공존하는 세상을 강조한다. 바람직한 다문화 정책은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배려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 [정부조직개편 입체 분석] (7·끝)쟁점 진단·대안 모색 전문가 좌담

    [정부조직개편 입체 분석] (7·끝)쟁점 진단·대안 모색 전문가 좌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마련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4일부터 본격적인 국회 심의 절차를 밟는다. 새 정부의 조직개편안은 국회 각 상임위원회에서 정부와 행정부처의 역할과 규모에 대한 첨예한 논쟁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벌써부터 각 부처들은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 및 확장을 위해 치열한 물밑 로비전에 착수, 치열한 논리싸움과 여론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서울신문은 3일 정부조직법의 올바른 개정을 위해 전문가들과 함께 대안을 찾는 좌담회를 가졌다. 5년 전 ‘이명박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 작업을 실무적으로 이끌었던 정남준 전 행정안전부 차관과 강제상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 서영복 행정개혁시민연합 사무총장 등 전문가들은 책임총리제 확립을 위해서 헌법에 보장된 국무위원 제청, 해임건의권의 실질적 행사는 물론 장관의 진퇴에 총리가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 정부 조직개편안은 경제부총리 부활,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해양수산부 부활 등이 기본적인 내용이다. 이번 조직개편안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정 전 차관 정부 조직개편의 정답은 없다. 결국 시대 상황과 국민 요구에 맞춰 필요에 따라 5년마다 부처 개편이 논의되는 것이다. 당초 공약보다 이번 개편안은 조정 폭이 줄어든 것 같다. 위헌 소지는 있지만, 경제부총리 부활은 경제를 총괄하는 책임장관으로서 의미가 있다. 민감한 경제 이슈가 대통령에게 바로 전가되는 문제도 차단될 수 있을 것이다. -강 교수 과거 정부가 신자유주의적으로 접근했다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때 ‘공동체주의’를 많이 말했다. 이번 정부 조직개편안이 모두가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는지, 공동체주의에 맞는지 봐야 하는데, 아직 전문성을 기초로 한 기능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측면이 있다. 또 융합 개념도 많이 들어가야 하는데 빠져 있다. 정부가 기능주의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면 누군가는 조정 역할을 해야 한다. 이 역할은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이 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의 기능을 정책 대상과 목표를 중심으로 다시 한번 분류하고 선도가 아닌 조정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서 총장 ‘견제와 균형’을 너무 소홀히 한 것으로 보인다. 다극적 ‘컨트롤타워’ 중심의 불균형, 쏠림현상, 비효율 등도 우려된다. 인수위가 짧은 활동기간 조직개편을 서두르다 보니 배경 설명이나 문제점 극복의 필요성, 대안의 타당성 등을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 →보수 정부인 박근혜 정부가 오히려 ‘큰 정부’를 지향하는 모습이다. 맞는 방향인가. -정 전 차관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 논란은 의미가 없다. 공직생활을 통해 보면 정부 규모는 사인과 코사인 곡선처럼 반복된다. 정부의 규모보다 운영이 중요하다. 조직개편은 정치·사회·문화 등이 모두 균형을 이뤄야 하는데 이번 개편은 경제학자들이 주도하다 보니 경제논리에 쏠린 측면이 있다. 자연과학자와 경제학자는 1 더하기 1은 2라고 생각하는데 실제 보면 0이 되기도 하고, 5도 되고, 10도 된다. 이런 논리도 스며들어야 한다. →아무래도 최근 경제위기라든지 외부 여건 때문이 아니겠는가. -정 전 차관 경제 문제가 중요하기 때문에 ‘경제마인드’로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부처 설계와 국정운영은 다르다. 국정운영은 종합적인 시각이 중요하다. -서 총장 부처 수가 늘어난다고 꼭 ‘큰 정부’는 아니다. 그래도 정부 전체 수준에서 돌이키기 어려운 반영구적 지출 행위인 인력 증원과 직급 상향 조정은 피해야 한다. 법과 원칙을 강조하면 ‘규제’ ‘정부개입’이 많아질 개연성이 큰데, 그만큼 ‘큰 정부’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강 교수 정부의 규모를 갖고 논의할 게 아니라,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할지’와 ‘그 역할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지’가 중요하다. 조직개편 초기에는 모두들 관심을 갖고 시끄럽다가 이후에는 흐지부지되는 경향이 있다. 이제부터 무엇을 하고, 어떻게 인사를 하고, 인사에 대한 역할과 책임을 어떻게 나눌지 등 논의가 필요하다. 정책의 효과가 1년 뒤에 오는 게 맞는지, 10년 뒤에 오는 게 맞는지에 대한 판단도 보통 정치 논리로 가다 보니 흐지부지되는데 이를 참을성 있게 보면서 유연하게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선인이 부처 이기주의 타파를 강조했다. 이번 조직개편이 부처 간 이기주의 타파와 융합행정 구현이 이뤄질 수 있도록 마련됐다고 보나. 아울러 책임총리제에 대해 제안할 것이 있다면 말해 달라. -강 교수 그렇게는 잘 안 돼 있다. 현재 부처가 기능주의로 구분돼 있는데, 각 부처가 존재 이유를 내세우면 부처 이기주의를 막을 방법이 없다. 각 부처에서 다른 부처와 업무를 잘 조정했는지를 중요한 평가요소로 만들면 부처 이기주의를 없앨 수도 있다. 노무현 정부 때 이런 매뉴얼이 있었는데, 현 정부에서 없어졌다. -정 전차관 대통령제에서 컨트롤타워는 결국 청와대다. 책임총리제를 한다고 해도 부처에서 (총리가) 영이 안 설 수 있다. 총리실 인력으로 한계도 있다. 예컨대 김대중 정부 때부터 장관이 청와대 수석으로 가는 역행 현상이 생겼다. 수석이 차관급이어도 대통령의 의중이 실리니 각 부 장관을 조정할 수 있다. ‘국무조정실’이 말은 참 좋지만 어려울 것이다. 총리가 헌법에 보장된 국무위원 제청, 해임건의권을 실제로 행사하느냐에 책임총리제는 좌우될 것이다. 총리가 장관의 진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각료들이 느끼면 총리에게 꼼짝 못한다.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미래과학창조부(미래부)의 성공 조건과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강 교수 미래부는 선도가 아닌 지원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연구개발(R&D), 정보통신사업 등을 정부가 100% 주도할 수 없다. 지원하는 조직으로만 남는다면 ‘공룡부처’라는 의혹도 희석할 수 있다. 더불어 미래부가 모든 것을 다 가져갈 때 어떻게 견제와 균형을 할지에 대한 논의가 앞으로 필요하다. -정 전 차관 정부의 역할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부처가 생기면 간섭과 규제를 한다. 미래부가 신설되고 간섭하기 시작하면 과학기술계가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겠는가. 연구 현장에는 없으면서, 위만 바라보는 ‘과학기술 귀족’만 만들 수 있다. 또 재정지원에서 배분 문제가 생길 것이다. 예상을 배분할 때 과거처럼 ‘돈잔치’ ‘나눠먹기식’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서 총장 단기적·가시적 효과 창출에 대한 강박증을 경계해야 한다. 협력조정, 연계체계 구축에 특별히 힘써야 한다. →외교와 통상 분리 여부도 논란이 첨예하다. -정 전 차관 외교는 본질이 아니라 수단이다. 지원업무라는 의미다. 세계 주요 국가들이 산업통상형 시스템을 갖고 있다. 외교통상형은 캐나다 정도다. 외교부는 전체 국익을 위해서 한반도 평화, 외교역량 강화 등에 집중하고 각 부처의 지원업무를 해주면 된다. IMF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재정경제원처럼 힘이 한곳에 쏠리면 문제가 생긴다. -강 교수 외교와 통상이 함께 있으면, 통상이 ‘종’(縱)으로 가는 것이 문제였다. 통상을 지식경제부로 보낸다고 하니 자기 자리가 없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해양수산부를 어디에 설치할지도 논란이다. -서 총장 지역갈등을 잠재우고, 해양과 국토, 수산과 농림, 물류 업무 연계성, 행정 효율성 등을 고려하면 세종시로 가는 게 맞다. -강 교수 부산에 설치하면 분점을 세종과 서울에도 둬야 할지 모른다. →국회 논의가 시작됐다. 혼선·혼란을 피하고 잘 마무리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인가. -정 전 차관 각자의 ‘생사’를 건 로비가 치열할 것이다. 관련 단체를 동원해 국회의원에게 압력도 행사할 것이다. 역대 조직개편 관련 공청회를 열어서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정말 공익의 관점에서 판단해야지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면 안 된다. -서 총장 정부교체기에 특히 많이 등장하는 이해관계자들의 기관 신설이나 인력증원 주장을 경계해야 한다. 기존의 법제, 행정절차, 인력, 예산으로도 할 수 있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객관적인 조사연구 자료를 공개하면서 공론화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공익을 위한 대안을 찾을 수 있다. →공직사회의 분위기도 어수선하다. 마지막으로 공직사회가 안착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말해 달라. -정 전 차관 김영삼 정부 이래 새 정부 출범과 조직개편이 몇 차례 반복되며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어느 정도 학습효과가 생겼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정권 교체 시 ‘점령군’ 행세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를 일으킨다. 특정 부처나 지자체장 등 공직 경력을 거친 대통령이 취임하면 그 기관 출신들이 인사 담당 부서에 포진해 점령군처럼 위화감을 조성한 사례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 공직자는 국민이 선택한 새로운 정부를 위해 일한다. 껴안아 주기를 바란다. 전직 관료로서 하고 싶은 말이었다. 사회 오일만 정치부 차장 정리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네 탓’만 하는 민주의 표류

    ‘네 탓’만 하는 민주의 표류

    민주통합당이 지난 1~2일 워크숍 실천 선언문에서 무계파를 통해 하나가 되겠다고 했지만 전당대회 규칙을 둘러싼 세부 규칙 마련을 놓고 친노(친노무현) 주류와 비노 비주류 간 계파싸움은 오히려 치열해졌다. 그래서 워크숍은 민주당이 안고 있는 각종 과제들을 종합적으로 확인했을 뿐, 해결책 마련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워크숍 전후 또는 대통령선거 전후처럼 본질적 변화는 없다고 우려한다. 실제 워크숍 후 민주당은 여전히 “네 탓” 공방에 변함이 없다. 서로 “우리 방식”으로 전당대회 규칙을 정하려 한다. 양보는 없고 대선평가위원회, 정치혁신위원회, 전당대회준비위원회 등 공식기구는 물론 비공식 기구나 개인 차원에서도 ‘네 탓’과 ‘우리 식’ 목소리만 들려온다. 계파별 힘겨루기의 핵심은 전당대회 개최 시기와 모바일투표 존폐 여부, 그리고 단일지도체제냐 집단지도체제냐를 둘러싼 지도체제 논란이다. 현재까지는 한 치의 진전도 없다. 민주당은 위기 때마다 특유의 위기극복 능력을 발휘했다지만 문재인 전 대선후보나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정치적 입장을 명쾌하게 밝힐 때까지 표류할 수 있다는 비관론도 있다. 3일 현재 계파별 신경전은 대선 직후부터 계속된 그대로다. 우선 전대 개최 시기 논란에서 진전이 없다. 주류 측은 전대 시기를 늦춰 5월 전대를 하려는 분위기가 강하다. 비주류는 5월 전대 시도는 친노의 대선 책임론을 희석시키기 위한 시도로 보고 3월 말이나 4월 초의 조기 전대론을 내세우고 있다. 경선 때마다 불공정 논란을 낳았던 모바일 투표에 대해 친노 측은 보완하거나 비중을 줄이더라도 유지하자는 입장이다. 비주류 측은 당장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현재 모바일투표 개선론에 기울어 있는 상태다. 모바일 투표의 부작용이 꾸준히 드러났고, 주류·비주류 모두 문제점에 공감하고 있어 최소한 비중을 줄이는 절충점을 찾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 간 권력 분담과 협력을 위해 도입된 현재의 집단지도체제가 바뀔지도 관심사다.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나 단일지도체제로 바꾸어 당 대표의 리더십을 강화해야 위기의 민주당이 재생할 길이 열릴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현재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 선출하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에 무게가 실려 있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 “차관급 외청 한계 새정부서도 되풀이될 듯”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청이 단독 입법 권한을 갖지 못하고 지식경제부로부터 몇몇 업무를 이관받는 형태로 새 정부 조직 개편의 방향이 잡힌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차관급 외청으로서 갖게 되는 한계가 새 정부에서도 되풀이될 것이라는 비판이다. 김문겸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부 교수는 31일 중소기업청의 위상 논란에 대해 “영역 싸움으로 사안이 변질, 오도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중소기업청이 부로 승격되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미국처럼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독립해 입법 발의권을 가져야 제대로 된 중소기업 정책이 마련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중소기업청은 지경부 외청이지만 이미 정책 기능을 수행하고 있어 입법 기능이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지금처럼 몇몇 업무를 이관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중소기업청이 장관급 격상을 ‘노린다’ 같은 말이 나오는데 이는 사안의 본질을 ‘물타기’ 하는 말”이라고 덧붙였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도 중소기업청의 입법 기능 확보가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임 교수는 “장관급이 돼야 부처 간 조율을 할 수 있고 입법 발의권도 가지는데 현재는 위상이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새 정부 조직 개편에 중소기업부 승격안이 포함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지식경제부(산업통상자원부)가 있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청을 부로 만들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임 교수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사업과 정책이 부처별로 나뉘어 있는데 이를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면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부 승격을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청이 지경부로부터 중견기업 업무를 이관받는 방안에 대해서도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임 교수는 “이상적으로는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가도록 해야 하는데 이 둘은 상충될 수 있다”면서 “중견기업이 더 많은 지원을 요구하다 보면 중소기업으로 가야 할 몫이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경제부총리의 역할론에 주목하는 분석도 나왔다. 이춘우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업무가 부처별로 분산돼 있는 것이 문제”라며 “대기업만이 아닌 중소기업을 위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도록 경제부총리제를 부활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오늘의 눈] “도덕성에는 공소시효가 없다”/이영준 정치부 기자

    [오늘의 눈] “도덕성에는 공소시효가 없다”/이영준 정치부 기자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명 5일 만에 낙마했다. 두 아들의 병역비리와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이 결정타가 됐다. 장애인이란 역경을 딛고 일어선 그는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통합형 국무총리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검증 과정에서 ‘특권층’, ‘귀족’의 이미지가 각인됐고 ‘투기의 귀재’라는 비난까지 쏟아졌다. 벼랑 끝에 몰린 그는 “부덕의 소치”라는 말을 남기고 스스로 후보직을 내려놓았다.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등 법조인으로서 최고의 자리까지 오른 그가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있어 치명적인 결점을 보였기 때문이다. 법조인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지역개발 정보를 미리 파악한 뒤 ‘금싸라기’ 땅이 될 서울 서초동의 허허벌판을 미리 사들였다는 의혹은 ‘서민’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할머니가 손자에게 현재 공시지가 44억원의 서초동 땅을 선물해 줬다”는 해명은 오히려 그를 ‘귀족’처럼 보이게 했다. 그 땅의 소유권을 20대였던 아들에게 넘겨준 모습은 ‘부의 세습’으로 비쳤다. 도덕적 모범을 보여야 할 국가 고위 공직자에게, 또 정의롭고 공정해야 할 법조인에게는 패악(悖惡)적인 행위였다. 같은 맥락에서 그가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또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강조하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아서다. 제기된 의혹들은 박 당선인이 내세우는 철학과 전면 배치되는 것들이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국민행복’을 전제로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새 정부에서 어떻게 구체화할지를 논의하고 있는데, 총리 후보자가 부동산 투기 등으로 오히려 ‘민생’을 위협한 전력이 드러났으니 버틸 명분이 없었다. 물론 언론의 검증이 혹독했다는 평가도 있다. 그와 그의 가족까지 ‘발가벗겨’ 놓은 것에 시시비비가 있을 수 있다. “살인자도 25년이라는 공소시효가 지나면 죄를 묻지 않는데 무려 38년 전에 일어난 일을 들추어 현행법으로 처벌할 수도 없는 도덕성 부분을 문제 삼는 것이 합리적인가”라는 비판도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도덕성에는 공소시효가 없다. 강력범죄의 공소시효 제도 역시 시간이 지나 수사의 가치가 떨어진 경우 그 죗값을 묻지 않겠다는 것이지 도덕성에까지 면죄부를 주겠다는 것은 아니다. 사회도 압축적으로 성장하면서 도덕성 잣대는 더욱 엄격해졌다. 또 정보의 디지털화로 개인 정보의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이 쉬워지면서 과거의 오점을 감추기 어려워졌다는 점도 도덕성의 공소시효를 무너뜨리는 요인이 된다. 도덕성이 중요한 이유는 리더십과 직결되는 까닭이다. 도덕성의 본질은 언행 일치이고 이는 국민들의 마음을 이끄는, 신뢰의 정치로 승화되는 것이다. 머리가 아무리 좋고 능력이 뛰어나도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인물은 리더로서 자격을 상실했다고 봐야 한다. 더구나 대통령 다음 가는 국정의 2인자인 국무총리라면 국민들이 요구하는 도덕적 기준은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고, 또 높아야 한다. apple@seoul.co.kr
  • 외교協 “산업형 통상조직은 구시대적 발상”

    퇴직 외교관 모임인 한국외교협회는 31일 외교통상부의 통상 기능 분리에 반대하는 서한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여야 대표에게 보냈다고 밝혔다. 협회는 김용준 인수위원장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인수위가 발표한 외교부의 통상 교섭 기능을 지식경제부로 이관하는 조직 개편안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대로 실행될 경우 통상뿐 아니라 외교 전반에도 심대한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협회는 “산업형 통상 조직이라는 구시대 발상으로 회귀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통상 전문성과 국내 사업과의 관계를 이유로 통상 조직을 떼어낸다면 통상 문제는 바로 외교 문제라는 본질을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고위 공직자 검증기준 그때 그때 달라지는 ‘원칙의 박근혜’

    고위 공직자 검증기준 그때 그때 달라지는 ‘원칙의 박근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 책임을 언론에 떠넘기려는 태도를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박 당선인은 31일 새누리당 소속 경남지역 의원들과 오찬을 하며 “그 시대의 관행들도 있었는데 40년 전의 일도 요즘 분위기로 재단하는 것 같다. 하마평에만 올라도 (언론이) 검증에 들어가 거꾸로 가족과 본인한테 피해가 간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전날에도 “인사청문회에서 죄인 취급하듯이 몰아붙이면 누가 후보자가 되려 하겠느냐. 청문회라는 것이 일할 능력에 맞춰져야 하는데 조금 잘못 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뜻으로 말했다고 한다. 김 전 후보자도 최근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을 통해 밝힌 사퇴 발표문에서 언론 검증의 문제점을 주장했고, 윤 대변인도 김 전 후보자와 관련한 각종 의혹 보도에 대해 “확실한 근거가 있는 기사가 아니라고,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사청문회와 여론 검증이 후보자 본인과 가족의 신상을 털어 창피를 주는 무대로 변질됐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김 전 후보자의 두 아들이 어린 나이에 부동산 투기로 큰 재산을 갖게 됐고, 체중 미달과 통풍 등 석연찮은 이유로 군 면제를 받았다면 이에 대한 의혹 제기가 국민 시각에선 합당하다는 견해가 더 많다. 알 권리 차원에서도 당연한 문제제기라고 할 수 있다. 김 전 후보자는 전임 정권 때부터 낙마 원인의 ‘단골 메뉴’였던 부동산 투기와 병역 기피, 논문 표절, 위장 전입 중 두 가지에 해당됐다. 오히려 사전에 이를 알고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 인사권자의 판단과 ‘그 시절엔 다 그랬지’라고 생각한 김 전 후보자의 의식이 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 사태의 본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 당선인도 수차례 ‘국민의 눈높이’ 인사를 강조했다. 그가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점으로 꼽은 것이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으로 상징되는 인사 실패였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임명 철회 9명, 조기 경질 1명, 인사청문회 무산 6명, 청문경과보고서 불채택 3명 등 총 19명이 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박 당선인은 지난해 8월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인사와 관련, “어떤 분이 일을 제일 잘할 수 있을까. 이 분은 국민 눈높이에서 어떨까 생각하면서 계속 찾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의 인선에서 고질적으로 나타난 도덕성 논란에 대해 “인사청문회에서 걸리고 그러잖나. 국민이 볼 때 아마 저만 한 인품과 경력이면 좋다, 이런 공감대는 (형성)돼야 하지 않겠나. (밀어붙이면) 절대 안 된다. 국민이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랬던 박 당선인도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김 전 후보자 사태로 인사청문회 제도 자체에 부정적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철통 보안을 위해 공식적인 ‘검증 시스템’을 활용하지 않으면서 역으로 인사청문회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지난해 8월 기자간담회 발언과 배치되는 태도다.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도 이날 라디오에서 “(박 당선인이) 시야를 넓히면 도덕적으로 존경받고 능력 있는 사람이 얼마든지 있다”면서 “주변에서만 사람을 찾다 보니 본인도 망신스러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野 “국회서 신상부터 꼼꼼히 따져야” 일축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31일 ‘신상문제는 비공개 검증하고 정책·업무 능력은 국회에서 공개 검증하자’며 인사청문제도 보완을 언급한 데 대해 야당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발상에 상당히 문제가 있다”며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필요로 하는 공직자를 임명하기 위해 인사청문제도를 활용해 왔는데, 새 정부가 들어섰다고 제도를 바꾸자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도 “신상 검증은 1차적으로 추천인의 몫이다. 1차 검증을 거친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로 넘어오면 국회는 다시 신상부터 정책까지 공개적으로 꼼꼼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제투성이 인사를 후보자로 내세워 비공개로 신상을 검증하라는 것은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라고 꼬집었다. 김현 대변인도 “신상과 정책을 구분해 검증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하자가 있는 사람은 추천하지 않으면 된다. 제도를 보완한다는 이유로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지 말고 기존의 인사청문 제도를 잘 활용할 생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당선인이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이은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 사태를 인사청문회 제도 탓으로 돌리며 ‘신상털기’라고 지적한 데 대해서도 야권 내 비난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김 후보자 낙마 등의 본질은 문제투성이인 인사를 그 자리에 앉히려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용진 대변인은 “총리 후보자의 자진사퇴 사태에 대한 책임은 청문회 제도나 거센 검증의 문제가 아니라 문제 인물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하고 추천한 박 당선인 본인에게 있다”고 말했다. 진보정의당 이정미 대변인은 “인사청문회가 두려운 사람은 공직후보자가 되어선 안 된다. 사전 신상털기가 더 확실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사청문제도의 역사가 깊은 미국은 인사청문회 등 상원 인준 절차를 진행하기에 앞서 연방수사국(FBI), 정부윤리처 및 윤리담당관, 대통령 자문변호사실 등이 2~3개월간 주도면밀하게 후보에 대한 사전 검증을 실시한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사설] 신입생 못 채우는 카이스트 환골탈태해야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의 올해 신입생 등록률이 1971년 개교 이래 가장 낮은 84%로 떨어졌다. 사상 처음 추가 모집까지 나섰지만 850명의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다른 대학들의 추가합격 발표가 끝나면 등록을 취소할 수도 있어 최종 등록률은 더 낮아질지도 모른다. 카이스트의 등록률은 지난해에도 89%로, 2008년 106%를 기록한 이후 80~90%대를 맴돌고 있다. 과학기술 인재 양성의 요람이라는 명성을 누려온 특별한 대학이 이러다가 그렇고 그런 대학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카이스트는 과연 이 같은 위기의 본질을 똑바로 인식하고 있는 것일까. 추가모집 미달사태까지 부른 카이스트의 수모는 갈수록 심화되는 이공계 기피현상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모든 걸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 서울대·포항공대 등 경쟁 대학들이 장학금 지급을 늘린 데 영향을 받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적어도 세계 초일류를 지향하는 대학이라면 스스로 부끄럽게 여겨야 할 대목이다. 그런 안이한 자세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요원하다. 한때 대학 개혁의 전범으로 꼽힌 ‘서남표 신드롬’의 명암만 제대로 관리했어도 카이스트의 오늘은 이렇게 초라하지 않을 것이다. 서남표 총장의 ‘불통’ 리더십은 끝없는 학내 갈등을 불러왔다. 하지만 교수 정년 심사를 강화해 ‘철밥통’ 교수사회를 흔들어 깨운 것은 누가 뭐래도 개혁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획기적 조치였다. 100% 영어수업 또한 현실 부적합성과는 별개로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한 교육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나름의 성과도 거뒀다. 학생도 교수도 고달팠지만 카이스트의 세계 대학순위는 꾸준히 상승했고 기부금 또한 크게 늘었다. 서남표식 개혁은 절반의 성공이자 절반의 실패다. 이공계 기피 풍조를 탓하고 장학금 타령을 하기 전에 위기의 원인이 무엇인지 냉철히 돌아봐야 한다. 카이스트는 모레 이사회를 열어 신임 총장을 선출한다. 세계적인 과학기술 연구중심 선도대학으로 거듭나게 할 책무가 그에게 있다. 좋은 게 좋다는 식의 현실 안주는 금물이다. 학내외에 만연된 신뢰의 위기를 극복하고 못다한 개혁을 완수하는 것만이 카이스트의 명예를 회복하는 길이다.
  • 올 봄 다큐 키워드도 ‘힐링’… 지상파 다큐멘터리 4社4色

    올 봄 다큐 키워드도 ‘힐링’… 지상파 다큐멘터리 4社4色

    올해도 수준 높은 다큐멘터리를 골라보는 재미가 쏠쏠할 전망이다. 드라마와 연예·오락 프로그램의 홍수 속에서 다큐멘터리는 인간의 갈등을 치유하거나 가장 원초적인 ‘오감’을 자극하면서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시사성이 강한 정통 다큐멘터리부터 자연·환경물, 문명·역사물까지 소재는 물론 3차원(3D) 다큐까지 형식도 다양하다. KBS의 폭력 없는 학교 연중기획 ‘이제 네가 말할 차례’, MBC 창사 51주년 특집 ‘생존’, SBS 신년기획 ‘학교의 눈물’은 각각 심야 시간대라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1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좋은 출발세를 보였다. 올봄 지상파 방송 다큐의 화두는 ‘치유’다. 지난해 집단 따돌림과 잇따른 자살로 학교 폭력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면서 방송사들은 올해에도 앞다퉈 학교 폭력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지난 13일 SBS가 첫 방영한 3부작 ‘학교의 눈물’은 ‘일진과 빵셔틀’ ‘소나기 학교’ ‘질풍노도를 넘어’ 등을 통해 학교폭력이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는 비극임을 되새기고 있다. 제작진은 가해·피해 학생 14명을 ‘소나기 학교’라 이름 붙인 시골학교에 합숙하며 문제의 근원을 살피고 치유책을 모색하는 이색적인 접근법을 시도했다. KBS는 지난 23일 내보낸 ‘이제 네가 말할 차례’에서 2011년 12월 대구에서 일어난 ‘대구중학생 자살사건’의 피해자 고(故) 권승민군의 어머니 임지영(경북 금호여중 교사)씨를 출연시켰다. 임씨는 “어떤 경우라도 자살을 선택하면 안 된다”고 호소했다. 최한결 KBS미디어 PD는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을 위해 ‘용기를 내달라’는 메시지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KBS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제작할 계획이다. EBS도 다음 달 방송예정인 6부작 특집 ‘학교 폭력’(가제)을 통해 학생 간 폭력을 다각도로 해부한다. 교육 현장의 ‘진실 은폐’에 초점을 맞췄다. 최근 다큐는 인류와 환경, 자본주의에 대한 밀착 탐구로 혹독한 생존 현장에서 인간이 한없이 작은 존재임을 보여주기도 한다. 장기 불황에 고통받는 서민에게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지난 16일 MBC가 첫 방송한 5부작 ‘생존’은 영하 40도 혹한의 땅 알래스카에서 살아가는 고래 사냥꾼 이누피아트족과 북극곰의 아슬아슬한 동거 현장, 아름답지만 혹독한 아프리카 나미브 사막에서 살아가는 힘바족과 산족(부시맨)의 삶을 다뤘다. ‘북극의 눈물’(2008년) ‘남극의 눈물’(2011년) 등 ‘지구의 눈물’ 시리즈의 완결편으로, 12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최삼규 MBC 교양제작국 부국장은 “‘생존’은 자연이 아닌 휴먼 다큐”라고 강조했다. 지상파 4개사의 다큐는 각기 다른 색깔을 띠고 있다. KBS는 ‘누들로드’ ‘슈퍼피쉬’ 등 전문적인 내용을 다룬 정통 다큐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에도 글로벌기획 ‘색, 네 가지 욕망’(4부작), ‘요리인류’(8부작) 등 색과 음식을 소재로 차별화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15억원이 투입된 ‘요리인류’는 음식에 담긴 인류의 창의성과 문명을 다룬다. 여기에다 스테디셀러라 할 수 있는 교육 문제를 다룬 ‘공부하는 인간-호모아카데미쿠스’(4부작)를 3월에 내보낸다. 2년여에 걸쳐 취재한 각 문화권이 만들어낸 최고의 공부법을 소개한다. 이어 9월쯤 3부작 ‘조선왕조의궤-8일간의 축제’를 통해 정조대왕 당시의 ‘원행을묘정리의궤’를 복원한다. MBC는 자연을 거울삼아 인간의 내면 세계를 파헤치는 게 강점이다. 올해에는 ‘남극의 눈물’을 연출했던 김진만 PD를 내세워 스토리텔링 기법을 활용한 3D 곤충다큐 ‘곤충 삼국지’를 선보인다. 또 ‘공룡의 땅‘의 이동희 PD가 ‘공룡의 땅2’를 준비했다. 음식과 건강을 연계한 특집다큐 ‘슈퍼푸드’도 방영할 계획이다. 최삼규 부국장은 “그동안 ‘지구의 눈물’시리즈가 지구 곳곳의 생태를 화면에 담아 시청자 스스로 주변을 되돌아보도록 했듯이 이번 다큐들도 비슷한 형식을 띨 것”이라고 말했다. SBS는 2010년 선보인 4부작 ‘출세만세’ 이후 ‘짝’ ‘만사소통’ 등으로 다큐에 형식 파괴의 바람을 몰고왔다. ‘짝’은 다큐와 예능의 벽을 허물며 교양프로그램으로 정규 편성돼 롱런 중이다. 박기홍 제작본부 CP는 “특별한 철학을 강요하기보다 우리 사회의 문제를 돌아보고 거리를 좁히려 했다”면서 “최근에는 양극화 심화와 이에 따른 학교폭력 빈발이란 소재에 주목해 스토리텔링과 그림 삽입 등의 기법을 덧붙여 세상에 화두를 던졌다”고 말했다. SBS는 올해에도 빈부격차, 남북문제 등을 다룬 다양한 다큐를 준비 중이다. 부자를 둘러싼 다양한 시각을 정면으로 다룬 ‘과연 좋은 부자란 누구인가’를 방송한다. 지난해 말 방영한 자본주의의 본질을 파헤친 4부작 ‘최후의 제국’의 후속 격이다. EBS는 ‘교육’과 ‘다큐’가 방송의 양대 축을 이룰 만큼 다양한 소재와 3D 다큐로 무장했다. EBS의 다큐는 매년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최대 다큐멘터리 박람회 MIPDOC에서 일본 NHK에 이어 아시아권 상위에 랭크된다. 올해 첫 테이프는 28일 방영되는 3D 다큐인 3부작 ‘위대한 바빌론’이 끊는다. 18억 9000만원이 투입된 ‘위대한 바빌론’은 기원전 5~6세기에 실존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성경 속 바벨탑을 복원했다. 기원전 6세기 것으로 추정되는 ‘바벨탑 비석’을 토대로 다큐 최초로 바벨탑의 실재를 증명한다. 제작진은 이라크 정부의 협조를 얻어 총성이 가시지 않은 유적지에서 20여일간 체류하며 촬영을 마쳤다. 김유열 편성기획 부장은 “앞으로 ‘위대한 로마’, ‘위대한 마야’를 방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문명의 씨앗을 찾아 나선 ‘시골의사’ 박경철의 여행

    어쩐지 뜸했다. ‘시골 의사’ 박경철(48)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 말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각종 TV 프로그램 등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던 그는 2011년 겨울, 느닷없이 무대에서 사라졌다. 공교롭게도 ‘절친’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서울시장 후보를 박원순 현 시장에게 양보한 직후였다. 그러고는 그리스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발자취를 좇고 싶다며 훌쩍 그리스로 여행을 떠났다. 20대 후반, 카잔차키스의 ‘예수 다시 십자가에 못 박히다’를 읽은 이후 그의 가슴 속에 똬리를 튼 그리스 문명 답사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약관에 세운 꿈은 지천명을 앞두고 이뤄졌다. 1년여 동안 세 차례에 걸쳐 그리스 구석구석을 답사한 그는 두문불출하며 집필에만 몰두했고 최근 ‘문명의 배꼽, 그리스’(리더스북 펴냄)를 세상에 내놨다. 그리스 신화와 역사, 담론 등이 뒤섞인 인문 기행서다. 왜 그리스인가. 근대 이후 세계의 패권을 쥐고 있는 서구 문명이 탯줄을 댄 곳, 쉽게 말해 서구 문명의 배꼽 같은 곳이 그리스라서다. 그는 책의 집필을 위해 그리스를 넘어 그리스 유적이 많은 대영박물관과 터키에까지 오지랖을 넓혔다. 지금도 필요할 때마다 간헐적으로 여정이 이어지고 있다. 여행은 펠로폰네소스에서 시작된다. 수도 아테네가 있는 본토와 길이 15㎞, 너비 6㎞의 코린토스 지협으로 연결된 반도다. 박 원장은 펠로폰네소스를 들머리로 정한 까닭에 대해 “그리스 문명의 어머니이자 서구 문명의 자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고대 그리스 문명의 씨앗이 뿌려지고 싹튼 땅이 바로 코린토스와 미케네, 올림피아, 스파르타 등 펠로폰네소스의 도시들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펠로폰네소스에서 싹튼 씨앗이 아테네가 있는 아티카 지역으로 넘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저자는 카잔차키스란 색안경을 끼고 그리스를 본다. 자신의 시선에 비친 게 붉건 푸르건 그리스의 본질 가운데 하나인 것만은 분명하다는 자신감에서다. 가던 길이 막혔을 때 카잔차키스와 대화를 나누고 스스로의 판단이 못 미더울 때도 그에게 조언을 구하며 여행을 이어 간다. 박 원장은 출간사를 통해 “그리스 전체를 횡단하며 발길 닿는 곳에서 시간의 강을 종단하는 이 여행은 펠로폰네소스에서 시작해 아테네가 속한 아티카, 그리스 북부의 테살로니키, 그리고 고대 그리스 권역을 아우르는 마그나 그라이키아 등으로 이어질 예정”이라며 “여행의 기록을 모두 10권의 책으로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책은 자신의 그리스 인문 기행 시리즈 가운데 첫 번째 에피소드다. 2만원.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사설] 4대강 부실시공 논란 민·관 합동조사로 풀라

    4대강 사업의 부실 설계 및 시공 여부를 놓고 정부 일각에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국무총리실과 국토해양부 등 관련 부처 대 감사원 간의 이런 불협화음은 사안의 본질에서 크게 벗어난 감정 대립이라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새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있다는 정치적 상황을 적지 않게 의식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홍수 예방과 수자원 확보, 수질 개선을 목표로 하는 4대강 사업은 자연조건에 직접 영향을 받는 초대형 물관리 사업이다. 특성상 당초의 사업 취지가 얼마나 충족되고 있는지를 제대로 검증하려면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이런 상황에서 감사원이 ‘부실’을 지적한 데 이어 해당 부처가 반박문을 내고, 총리실이 부처 합동의 재조사 계획을 잇따라 밝힌 것은 전형적 책임 떠넘기기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4대강 사업은 모두 22조원의 예산이 투입된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 국책사업이다. 국책사업이든, 민간사업이든 대형 토목사업은 아무리 철저하게 추진한다고 해도 의도하지 않은 허점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이런 문제점을 찾아내 사업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정부는 각 부처에 자체 감사 기능을 두고, 감사원으로 하여금 더욱 철저하게 점검하도록 해 보완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따라서 작금의 논란은 총리실과 해당 부처, 감사원이 사업의 정치적 상징성을 지나치게 의식한 데서 비롯됐을 개연성도 있다. 완벽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 속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문제점을 미리 밝혀내 공론화하기를 꺼린 데 상당한 원인이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4대강 사업의 핵심 목표는 이제 국민의 신뢰 확보로 전환해야 한다고 본다. 수질 개선 등 장기적 검증을 요하는 부분은 차기 정부로 넘기고, 당장에는 4대강 사업의 설계와 시공·관리 부문을 정밀하게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해 보완에 나서야 한다. 사업 과정에서는 이윤을 챙겼으면서도 논란에서는 한 걸음 비켜나 있는 시공회사가 부실의 한 이유가 아닌지도 철저히 조사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부 각 기관이 부실 시공 여부 등에 대한 객관적 진단은 미루고 상대 쪽의 주장만 공박하는 현재의 ‘정치적 행태’는 불신만 증폭시킬 뿐이다. 국민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면 정밀 진단에 민간전문가를 참여시키고, 필요하다면 정부와 여야가 공동조사단을 구성하는 방법도 검토하기 바란다.
  • [열린세상] 경제민주화와 문화민주화/권영걸 서울대 미대 교수

    [열린세상] 경제민주화와 문화민주화/권영걸 서울대 미대 교수

    정부조직과 청와대 기구 개편안이 발표되고, 향후 5년 국정의 틀과 정책의 방향이 가시화 되고 있다. 정권 과도기에 국민들은 자신의 생업과 처지에 비추어 새 정부의 정책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짚어보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집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24개 직업군, 1만 1655종의 직업이 있다. 문화예술 영역은 9번째로 직업 종류가 많은 직업군이다. 대선 기간 동안 그들은 본능적으로 문화예술 관련 정책공약을 살펴보았겠지만, 아마 찾기 힘들었을 것이다. 여야 공히 국민통합, 경제민주화, 일자리 창출, 복지정책으로 민심잡기에 여념이 없던 그 시간에 문화는 TV토론에서 언급조차 된 적이 없었고, 문화정책은 양당 정책공약집의 10대 공약에 오르지도 못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선거 기간 동안 미국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과학, 교육, 문화예술이며 이를 유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학교와 예술단체 간의 교류 확대, 예술가를 위한 의료 및 과세제도 마련 등의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국가의 문화유산뿐 아니라 미국인 삶의 기본구조인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제고하기 위해 국립인문재단의 2013년 추가예산을 요청하기도 했다. 반면 공화당 롬니 후보의 생각은 불황기 때마다 거개의 정치지도자들이 보여주는 판단과 똑같았다. 그가 재정적자 탈피를 위해 공영방송서비스(PBS)·국립예술재단(NEA)·국립인문재단(NEH)과 같은 대표적인 문화예술단체들의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하자, 언론들이 롬니는 세서미스트리트보다 월스트리트를 더 좋아한다고 조롱했다. 영국의 문화매체체육부(DCMS)는 문화기반의 교육 및 경제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 왔다. 1997년부터 창조적 영국의 기치 아래 다양한 문화예술정책을 펴나갔다. 어린이·청소년 교육에서 문화예술을 전 교과목과 연계하는 창조적 동반관계 프로젝트를 범국가적으로 추진하여 후속세대의 창의성을 증진시키는 한편, 개인의 창의성과 재능을 바탕으로 한 창조산업을 지속적으로 육성했다. 그 결과 2008년 창조산업 분야가 영국 국내총생산(GDP)의 6.4%를 차지하는 등 국가경제의 주력산업으로 급부상하게 되었다. 프랑스는 니콜라 사르코지의 소수를 위한 문화에서 프랑수아 올랑드의 모두를 위한 문화로 선회하고 있다. 올랑드에게 있어서 문화는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아는 것이다. 이른바 문화의 민주화·보편화인 것이다. 이러한 국가적 차원의 문화적 전환은 선진국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수십만명의 불우아동을 대상으로 클래식 음악교육을 시행하여, 마약과 범죄의 길로 빠질 수 있는 청소년들이 삶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지니게 되었다. 엘 시스테마로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국가 문화정책이 국민복지와 사회안정 등의 현안과 어떻게 결합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박근혜 당선인은 문화기본법 제정과 향후 5년간 2%까지 문화재정 확대를 약속했다. 문화 투자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환영하면서도, 이후 재정운용의 적실성이 다시 걱정되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자본주의 시대의 문화는 경제의 원인이자 결과이다. 대선 기간에 양당이 모두 합창을 한 경제민주화도 문화민주화가 기반이 되어야 하고, 종당에는 문화민주화로 이어져야 한다. 당선인이 말한 ‘100% 대한민국’을 위해 전국으로, 전 계층으로 문화 분산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박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국정운영의 패러다임을 국가 중심에서 국민행복 중심으로 바꾸겠다”면서 국민대통합을 약속하였다. 국민행복은 어디에 있고 어디에서 오는가. ‘행복’은 목적을 추구하는 삶, 가치를 추구하는 삶을 의미한다. 이를 구현하는 것이 다름 아닌 문화와 예술이다. 행복의 조건이 형성되고 체감되어지는 과정은 본질적으로 어울림을 바탕으로 한다. 소통을 넘어 공유로, 교감을 넘어 공감으로 하나가 되는 문화가 국민 삶의 모든 국면에 침윤되도록 해야 한다. 새 대통령이 제시한 국민행복, 국민대통합도 기실 인과관계를 가진 하나의 개념이다. 그 답은 문화에 있다.
  • “화합이 모든 것의 본질이자 시대정신”

    “화합이 모든 것의 본질이자 시대정신”

    박희태(75) 전 국회의장이 20일 자신의 정치·인생철학과 함께 굴곡 깊은 한국 정치사의 역동적인 현장을 정리한 저서 ‘화’(和)를 출간했다. 이 책은 박 전 의장이 2011년 11월 말 펴낸 것이지만 그해 12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면서 정국이 급박하게 돌아간 데다 이후 개인적인 일이 겹치면서 차일피일 미뤄 오다 경남 남해 고향 후배들의 권유로 1년 2개월 만에 출간하게 됐다. 출판기념회는 22일 오후 2시 남해군 문화체육센터에서 열린다. 검사장에 6선 의원 출신인 박 전 의장은 민정당 때부터 한나라당에 이르기까지 원내총무, 부총재, 최고위원 등 당직을 두루 섭렵한 거물 원로 정치인으로, 특히 4년 3개월간 민정당·민자당 대변인을 지내면서 촌철살인의 논평으로 당대 최고의 명대변인이라는 찬사를 들었다. ‘정치 9단’, ‘총체적 난국’,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스캔들’ 등 숱한 조어도 그가 유행시킨 것으로, 그런 조어가 나온 배경도 저서에 자세히 소개돼 있다. 저서 1부에선 공직생활을 하면서 남긴 명언과 정치권에 해 주고 싶었던 격언 등이, 2부에선 성장 과정과 검사생활, 정치입문 과정, 공천 탈락과 국회 재입성 그리고 국회의장이 되기까지의 과정 등이 소개돼 있다. 박 전 의장은 책에서 다섯 명의 대통령을 직접 겪어 본 경험을 바탕으로 제왕적 대통령제를 손질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기하고, 미국식 대통령제 도입을 주장했다. 예산권과 입법권을 국회로 돌려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고 실질적인 삼권분립을 이루자는 것이다. 책 전반을 관통하는 화두는 ‘화합’이다. 자연스럽고 자율적인 화합이 모든 것의 본질이자 시대정신에 부합한다는 것이 박 전 의장의 생각이다. 저서에도 화합을 강조하는 발언이 유난히 많다. 2011년 1월 2일 신년사에서 밝힌 태화위정(太和爲政·대화합을 정치의 근본으로 삼는다)을 비롯해 유능제강(柔能制剛·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 상선약수(上善若水·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무신불립(無信不立·신뢰가 없으면 무너지고 만다) 등이 대표적이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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