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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정치 중립 외치는 검찰 내부갈등 걱정스럽다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을 수사해 온 검찰 특별수사팀장이 전격 교체되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별수사팀을 이끌어 온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국정원 직원 3명을 체포하고 압수 수색하는 과정에서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고, 이에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이 그를 수사팀에서 빼 여주지청장으로 복귀시킨 게 논란을 촉발한 사건의 개요다. 많은 의문점을 안고 있고, 이에 따른 우려도 큰 사안이다. 윤 전 팀장은 상부 보고 누락에 대해 “수사기밀이 국정원 측에 누설될 우려 때문”이라고 언론에 말했다. ‘상부’를 믿을 수 없었다는 얘기다. 사실상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를 수사 방해 세력으로 규정하는 발언이다. 아울러 그동안 이들이 국정원 사건을 축소하려 일선 수사에 적극 개입해 왔음을 미뤄 짐작하게끔 하는 발언이다. 윤 전 팀장은 “내 할 일은 다했다”는 말로 끝낼 일이 아니다. 검찰 구성원이 아니라 국민의 공복으로서 상부의 부당한 수사 방해가 있었다면 백번 옷 벗을 각오로 이를 정정당당하게 밝히는 것이 온당하다. 그것이 검찰의 독립성을 지키고 수사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길이다. 그러나 반대로 ‘수사상황이 유출될 우려’에 대한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이는 검찰법을 어긴 자신의 ‘돌출행동’을 합리화할 제물로 삼아 검찰 수뇌부를 공격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번 파문은 지난해 한상대 검찰총장 진퇴 논란에서부터 이어져 온 검찰 내부의 해묵은 갈등과 직결돼 있다는 분석이 많다. 한 전 총장 퇴진을 이끌어낸 항명을 주도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측근이 윤 전 팀장이고, 이들이 검찰의 대표적 ‘특수수사통’이라는 점에서 황교안 법무장관을 필두로 한 검찰 내 ‘공안수사통’과 특수수사통 간 집단 갈등이 이번 파문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사실이라면 이만저만 심각한 일이 아니다. 검찰 내부의 패거리 갈등 자체도 있을 수 없는 일이거니와 이런 갈등이 사건 수사를 왜곡된 방향으로 이끌고, 이런 상황에 올라타 검사 개개인이 자신의 정치 성향을 합리화하거나 정치적 목적을 갖고 사건을 수사한다면, 그리고 이를 호도하기 위해 상대 측을 흠집 내려 한다면 이 나라 공권력의 기본질서는 순식간에 무너진다. 검찰 조직마저 지금 정치판이 돼 가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검찰은 수사 중립을 외치기에 앞서 스스로 정치화돼 가고 있지 않은지 심각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 기부와 약물중독… 뇌가 느끼는 쾌감은 같다

    기부와 약물중독… 뇌가 느끼는 쾌감은 같다

    고삐 풀린 뇌/데이비드 J. 린든 지음/김한영 옮김/작가정신/312쪽/1만 7000원 우리 주변에는 이런저런 중독자들이 많다. 음식·약물은 물론이고 운동·쇼핑, 심지어는 자선·기도에 지나치게 빠져 사는 사람들. 욕망과 충동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반복적으로 탐닉하는 이런 행태는 흔히 나약한 의지와 정신력의 소산으로 치부된다. 그 인식의 바탕에는 인간을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로 만들어주는 고유한 특성인 ‘자유의지’가 놓여 있다. 그렇다면 그런 ‘자유의지’에도 불구하고 파멸에 이를 만큼 중독에 빠지게 되는 모순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고삐 풀린 뇌’는 인류가 가진 가장 오래된 욕망인 쾌감과 그의 통제불가능한 탐닉인 중독을 뇌 속 쾌감회로를 통해 파헤친 책이다. 인간의 행동을 지배하는 건 자유의지가 아니라 뇌 속 쾌감회로라는 접근이 흥미롭다. ‘쾌감은 모든 이성적 동물의 의무이자 목표’라는 볼테르의 말처럼 인류의 역사는 욕망과 중독의 집적으로 표현되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쾌감의 본질을 꿰뚫는 발견과 성과는 신경과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최근의 일이라 한다. 첨단과학 이론과 실험을 들어 쉽게 풀어간 이 책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가장 보편적인 특성은 이성이 아니라 본능이며, 본능의 기저에는 쾌감회로가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인간의 주된 행동요인인 쾌감은 어떻게 생겨나는 걸까.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쾌감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측중격핵, 전전두피질, 백측선조체, 편도체에 분비될 때 느끼는 즐거운 감정이다. 짜릿하거나 유쾌하게 느끼는 사건을 경험할 때 뇌 속의 이 쾌감회로에 불이 켜지고 도파민이 방출되는데, 이때 시상하부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그 좋은 기분을 획득했는지 기억에 저장한다는 것이다. 이 즐거운 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뇌의 기저핵이 습관적으로 되풀이하도록 만들게 되는데 바로 그것이 중독이다.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약물과 도박처럼 즉각적이고 본래적인 즐거움에 탐닉하는 것과 기도나 명상, 자선 기부 같은 고상하고 도덕적인 행위도 인간의 쾌감회로를 동일하게 활성화시킨다. 뇌 신경계에선 선과 악이 하나로 맞닿는 셈이다. “쾌감은 인간의 존재양식을 매우 풍요롭고도 복잡하게 만들어준다”는 말 그대로, 쾌감이 인간의 행동과 문화를 긍정적으로 발전시켰다고 보는 것이다. 중독에 얽힌 모순을 놓고도 “중독을 생리적 질환이 아니라 의지의 문제로 보는 고정관념 때문에 중독 관련 치료가 보험회사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꼬집는다. 저자는 결국 미래 인간의 쾌감을 논의할 때 가장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는 과학기술이 아니라 이를 둘러싼 사회적·법률적·재정적 제도라고 결론짓는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국민연금 가입자도 아닌데 기초연금 법안 논의 말 되나”

    “국민연금 가입자도 아닌데 기초연금 법안 논의 말 되나”

    “국민연금 가입자도 아닌 분들이 모여서 국민연금을 위협하는 법안을 논의하는 게 말이 됩니까.” 기초연금법 제정안 입법공청회 좌장을 맡은 김원식 건국대 교수가 논의를 시작하자마자 청중석에서 가시 돋친 질문이 터져 나왔다. 김 교수가 “나중에 청중 질문 시간을 주겠다”며 공청회를 그대로 진행하려 하자 이번에는 노인들이 “옳소”라며 김 교수를 압박했다. 결국 김 교수는 “각자 자발적으로 국민연금 가입 여부를 밝혀 달라”며 절충안을 제시했다. 김 교수를 포함해 공청회에 참가한 주제발표자와 지정토론자는 모두 10명이었지만 자신이 국민연금 가입자라고 밝힌 사람은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한 명뿐이었다. 18일 오후 서울 은평구 불광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기초연금법 제정안 입법공청회는 거센 항의 속에서 열렸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연맹 국민연금지부 조합원들은 공청회 시작 전부터 끝날 때까지 김 교수 뒤에서 ‘국민연금 가입자는 박근혜 정부의 기초연금을 반대한다’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었다. 토론을 시작하기 전에는 한 노인이 “토론자로 참여한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가 얼마 전 ‘65세가 돼서 기초연금을 받으면 인생을 잘못 산 것’이냐고 발언했던 그분 맞느냐”고 항의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기초연금 정부안을 두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대표적인 반대론자인 김연명 중앙대 교수가 원점 재검토를 주장한 것을 비롯해 오 위원장, 권문일 덕성여대 교수, 김원섭 고려대 교수 등은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연명 교수는 “기초연금법안은 노후의 최저소득보장도 붕괴시키고, 국민연금 장기가입 유인을 약화해 노후 불안을 가중시킨다”면서 “또 국민 기본권 관련 사항을 과도하게 행정부 재량에 맡긴 것은 문제가 있다”고 ‘원점 재논의’를 주장했다. 오 위원장은 “기초연금액의 조정계수와 부가연금액이 대통령령에 위임된 것은 이후 행정부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기초연금을 삭감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원섭 교수는 “(국민연금과 연계한) 기초연금 삭감 정도가 지나치다”며 정부가 내놓은 기초연금안이 국민연금 가입의 매력을 떨어뜨릴 것을 우려했다. 배준호 한신대 교수도 “입법을 서두르기보다 거론된 문제에 대한 해법을 논의한 뒤 법제화하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다. 기초연금 정부안을 옹호하는 석재은 한림대 교수, 김용하 교수, 김진수 연세대 교수, 김성숙 국민연금연구원장 등은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국민연금 가입 기간과 연계, 10만~20만원 차등지급’하는 정부안이 현실을 감안한 적절한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국민행복연금위원에서 국민연금 연계안을 처음 제시했던 석 교수는 자신을 보편적 기초연금 지지자라고 밝히면서도 “정부안은 한편으로는 세대 간 이전이라는 공평성을, 다른 한편으로는 보편적 정액기초연금을 모두 절반씩 반영한 절충안”이라고 지적했다. 김용하 교수는 “지급 대상자를 선택하고 집중하는 방안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대상자를 70%로 결정한 것은 적정하다”고 말했다. 현재 기초노령연금 지급 대상자와 거의 겹치기 때문에 소득 상위 30%를 가려내는 일도 행정적으로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견했다. 김진수 교수는 공약 후퇴에 대한 비판에는 공감하면서도 “대상과 급여수준 하향 조정은 전체 사회복지 관점에서 합리적인 결정이며, 국민연금 연계 여부는 본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또 뭉친 김운기·이희준 콤비 ‘소극장 쇼 뮤지컬’ 막을 열다

    또 뭉친 김운기·이희준 콤비 ‘소극장 쇼 뮤지컬’ 막을 열다

    1930년대 뉴욕을 누비는 마피아, 낭만과 서늘함이 공존하는 도시에서 펼쳐지는 두 남자의 진한 우정. 창작뮤지컬 ‘미아 파밀리아’는 언뜻 묵직한 느와르의 분위기를 풍긴다. 하지만 지난 15일 첫 공연을 보고 난 뒤의 소감은 다들 “속았다”였다. 맨해튼 다운타운의 바에서 공연하는 배우 리처드와 오스카, 이들을 협박하는 마피아 스티비가 제각각 1인 3역으로 화려한 쇼를 펼치는데 오페레타와 록, 블루스를 넘나들며 B급 유머까지 담아낸다. 뮤지컬 마니아들은 “역시 김운기-이희준 콤비답다”고 입을 모았다. 김운기 연출과 이희준 작가는 최근 창작뮤지컬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이들. 뉴욕 유학 시절 부부의 연을 맺은 후 뮤지컬 ‘사춘기’(2008), ‘달콤한 인생’(2010), ‘마마 돈 크라이’(2010), ‘라 레볼뤼시옹’(2011) 등으로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두루 얻어냈다. 이들의 작품은 어느 한 장르나 한 줄 설명만으로는 담아낼 수 없는 신선함과 다채로움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첫 공연이 있은 다음 날 충무아트홀에서 만난 김운기(49) 연출은 “소극장 쇼뮤지컬의 시도”라고 입을 열었다. “소극장에서도 쇼 뮤지컬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몇 년 전부터 해왔는데 이 작품은 그 첫 번째 결과물입니다.” 10년 전 뉴욕 유학 시절 경험한 이탈리아인들의 축제가 작품의 동기로 작용했다. “이탈리아, 갱스터, 이민사회 같은 소재들은 화려함과 어둠을 동전의 양면처럼 갖고 있어요. 쇼 뮤지컬을 만들어내기에 좋은 소재죠.” “남들과 다른 걸 해야 한다”는 김 연출의 마음가짐처럼 이들의 작품은 평범함을 거부한다. 사랑을 얻기 위해 뱀파이어에게 영혼을 팔아버린 천재 물리학자(마마 돈 크라이), 갑신정변과 프랑스혁명을 오가며 펼쳐지는 젊은이들의 사랑(라 레볼뤼시옹) 등 소재부터 심상찮다. 하나의 극 속에 여러 이야기가 겹겹이 쌓이고 극중극이 펼쳐지거나 시공을 오간다. 뮤지컬이 낯선 관객들에게는 난해하지만, 마니아들의 호응은 열렬하다. ‘미아 파밀리아’ 역시 마찬가지. 리처드와 오스카는 마피아에게 매각된 바가 문을 닫게 되자 마지막 공연을 준비한다. 이들은 자신들의 최장수 레퍼토리인 낭만적인 오페레타 ‘브루클린 브리지의 전설’을 공연하려 하지만, 스티비의 협박으로 마피아 두목의 일대기를 담은 록 뮤지컬 ‘미아 파밀리아’를 준비한다. ‘브루클린 브리지의 전설’, ‘미아 파밀리아’가 극중극의 형식으로 펼쳐지는데 현실과 연기의 경계가 점차 흐려지고 우정과 사랑, 가족애의 주제가 엮이는 결코 단순하지 않은 작품이다. 창작뮤지컬만 고집해온 그이지만 ‘한국적인 것’에만 매달리지는 않는다. 뱀파이어, 마피아 등 서구적 소재를 차용함은 물론 외국어 제목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서구의 화려한 외형만 베껴온 어색함은 전혀 없다. 그는 무엇보다 ‘인간의 본질’에 주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이든 우리나라든 본질적인 것은 보편적입니다. 이탈리아인들의 축제에 가서 느낀 건 이들이 한국인들과 비슷한 면이 많다는 거예요. 엄숙하면서 또 감정적이고, 예술을 즐기는 걸 좋아하고…. 그런 인간의 본질을 그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가 앉은 테이블 위에는 메모가 빼곡히 적힌 노트 한 권이 놓여 있었다. 첫 공연을 본 후 음악, 대사, 동선 등 모든 부분에서 고쳐야 할 점을 밤새 적어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날것’으로 선보인 작품을 수정하고, 규모를 키우며 발전시킨다. 그가 항상 염두해 두는 목표는 외국에서의 공연. “외국보다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외국 무대에 서는 것”이 그와 이희준 작가의 고집이다. 내년 1월 5일까지 서울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전석 4만원. (070)7151-5797.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美·中 힘겨루기와 한국 외교] (4·끝) 한·미·중·일 전문가 제언

    [美·中 힘겨루기와 한국 외교] (4·끝) 한·미·중·일 전문가 제언

    서울신문은 최근 미국의 일본 집단적 자위권 지지 등 급변하는 동북아 안보 구도와 관련 한·미·중·일의 전문가들로부터 긴급 진단을 구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 전문가들은 저마다 한국이 자국 편에 서야한다는 논리를 펴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한국의 현주소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 新냉전 아닌 만큼 한국은 적극적인 다자외교 펼쳐야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중도성향의 한반도 외교안보 전문가인 박인휘(46)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17일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는 냉전시대와는 달리 협력과 갈등이 공존하는 만큼 ‘신(新)냉전’의 도래로 볼 수는 없다”면서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기계적인 균형외교를 펼칠 게 아니라 적극적인 다자외교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중 포위전략이 본격화되면서 동북아의 지형이 재편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이 신냉전 구도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에 동의하는가. -아니다. 2010~2011년 ‘아시아 회귀’란 외교적 목표만 설정했던 미국이 오바마 2기 행정부에서 미·일동맹 강화 등 행동을 구체화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과거 냉전과는 다르다. 20세기의 미·소 냉전시대와 현재 주요 2개국(G2) 체제의 다른 점은 협력과 갈등의 공존이다. 아무리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이 구체화된다 해도 어차피 중국의 성장과 생산을 보장해주지 않으면 세계경제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중국의 인권·환경, 북핵문제 등 갈등의 소지는 곳곳에 있지만, 미·중 모두 적당한 선에서 관리할 것이다. →미·일동맹 강화가 심상치 않은데. -미국의 동북아 전략은 기본적으로 한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짠다. 시기적으로 미·일동맹이 강화될 때도, 한·미동맹이 두드러지는 때도 있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역내 국가들의 우려가 있지만 미국은 일본을 통제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 강화에 대해 미국뿐 아니라 호주, 영국까지 지지했다.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고도의 전략적 계산인지 전략의 부재인지 알 수 없지만 지나치게 신중하다. 한국과 중국을 뺀 대부분이 자위권 강화를 지지하는 모양새라 자칫 한·중 밀월관계로 비칠 소지도 있다. 적어도 정부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강화가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는 식의 외교적 수사라도 표명하는 게 필요하다. →한국의 미국 주도 미사일방어(MD)체계 편입 논란이 거센데. -한·미동맹이 중요하지만, MD 가입은 실익이 없다. 의도하지 않게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특정 무기체계를 구입하거나, 미국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정보·감시능력을 갖춘다든지 선택적으로 할 수는 있다. 다만 그게 MD 편입은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해야 한다. →그렇다면 미·중의 힘겨루기 속에 한국 외교는 어떤 길을 찾아야 하나. -지나치게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거나 우리의 국익이 G2의 이해에 함몰되는 걸 경계해야 한다. 구현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말한 ‘동북아 균형자론’의 문제의식은 옳았다. 양자외교에만 신경쓰지 말고 경제·문화 등 다양한 차원에서 다자외교에 신경써야 한다. 자유무역협정(FTA), 공적개발원조(ODA), 국제기구 참여 등 세계적인 차원의 연결성을 확보해야 한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동아시아 패권 잡으려는 중국의 민족주의 경계하라 브루스 클링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브루스 클링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16일(현지시간)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은 중국이 일본의 행동을 왜곡함으로써 동아시아 패권을 장악하려는 의도를 정확히 간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옛 소련과 한반도 담당 애널리스트로 활동한 클링너 연구원은 미국 내 대표적 동아시아 전문가로 꼽힌다. →미국의 일본 집단적 자위권 행사 지지가 일본의 군사대국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데. -미국은 오래 전부터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지지해왔다. 그것이 없이는 일본이 미국 등 동맹을 제대로 도울 수 없기 때문이다. 집단적 자위권은 방어용이지 공격용이 아니다. 동아시아에서 진정한 군사적 위협은 중국과 북한이다. →중국 봉쇄용은 아닌가. -일본 집단적 자위권의 목적은 북한 미사일이 일본 내 미군 기지나 미국 본토, 동아시아 해역의 미 전함 등을 공격할 때 일본군이 미군 방어를 돕는 것이다. 이라크 등 다른 전장과 평화유지군(PKO) 활동에서 일본군이 미군 방어를 돕는 목적도 있다. 지금은 PKO 활동 중 미군이 다칠 경우에도 일본군은 의료 지원을 할 수 없다. →일본의 우경화에 대한 우려가 큰데. -아베 총리 등 일본 정치인들의 역사 문제 우경화는 비생산적이고 개탄할 만하다. 그들은 사실(팩트)이 아닌 주장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 7월 총선 이후 아베 총리는 민족주의적 행동을 자제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아베 정부에 비공개적으로 민족주의적 행동을 하지 말라고 강력하게 촉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역사 문제가 한국의 오해를 유발하긴 하지만 지금 한국이 걱정해야 할 것은 일본 민족주의보다는 중국 민족주의다. →일각에서는 미·일 신(新) 밀월관계가 중국을 긴장시키면서 ‘한·미·일 대(對) 북·중’의 신 냉전구도를 초래할 것이란 시각도 있는데. -미국은 북·중으로부터의 위협을 한·미·일 3자동맹으로 대처하려 하고 있다. 중국이 이런 동맹 정책을 왜곡하는 것은 동아시아 패권을 장악하려는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기 때문이다. →한·미 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와 한국의 미국 미사일 방어(MD)망 편입의 빅딜설이 일각에서 나오는데. -한국 언론의 오해다. 그 둘을 연계하는 것은 미국 정부의 정책이 아니다. →그래도 미국은 한국이 MD에 편입되길 바라는 것 아닌가. -그렇다. 북한 미사일에 대한 방어력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한·미·일의 미사일 방어 체계가 통합돼야 한다. 예컨대 야구에서 외야수들이 공을 잡을 때 서로 ‘콜’을 함으로써 공의 궤적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중국을 겨냥한 것은 아닌가. -북한 미사일 방어용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중국이 싫어한다는 이유로 MD 편입을 거부하고 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中·美 사이에서 중립 지킬 게 아니라 균형외교 펼 때 옌쉐퉁 중국 칭화대 당대 국제관계학원장 “한국은 중·미 경쟁 구도 속에서 중간점을 찾거나 중립을 지키는 게 아니라 지혜로운 균형 외교를 펴야 국가이익을 지킬 수 있다.” 중국 칭화(淸華)대 당대(當代)국제관계학원 옌쉐퉁(閻學通) 원장은 17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미국의 견제에 대응하기 위해 신형 대국관계 구축이란 개념을 내놨으나 중국의 발전에 따라 중·미 간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으며, 이런 구도 속에서 한국은 균형 외교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미 경쟁이 지역 불안을 조장하는데. -원인은 미국의 중국 견제에서 비롯됐으며 이제는 드러내놓고 견제한다. 중국 미사일이 미국과의 입찰 경쟁에서 이겨 터키에 수출하기로 되자 터키에 반대 의사를 밝히며 제동을 걸었고, 미 항공우주국 산하 연구소가 주최하는 국제 학술회의에 중국 국적 과학자의 참석을 제한했다. 나아가 일본과 이달 초 개최한 외교·국방장관 연석회의에서는 “새 도전을 함께 억제하자”며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마저 지지했다. 일본과 필리핀 등 국가는 미국의 ‘중국 견제’를 이용해 덩달아 중국에 대항하면서 불안을 조성하고 있다. →중국의 대응은. -미국의 견제가 심화하면서 중국의 국가 안전이 위협을 받고 있다. 이에 외교 정책도 경제 이익보다 국가 안전을 원칙으로 삼는다. 과거에는 ‘경제 발전’이 외교 정책을 주도했지만 이제는 ‘정치 안보’가 좌우하고 있다. →어떤 식으로 적용되나. -우선 동남아 중시정책이다. 그동안 중국과 관계가 좋은 동남아 국가들에 경제적인 지원을 하고, 그들이 중국으로부터 이득을 얻도록 하는 것이다. 지역의 경제적 협력을 통해 정치협력을 이끌고, 정치협력을 다시 안보협력으로 키우는 것이다. 동시에 미국에 대해서는 신형 대국관계 구축을 주지시킨다. 중·미 간 경쟁이 필연적이라면 그 경쟁이 평화로운 방향으로 전개되도록 ‘윈윈’을 강조하면서 각종 규범을 만들어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중국이 국방비를 대폭 증가시키는데. -충돌을 바라지 않지만 앞일을 장담할 수 없기에 안전을 강화하는 것이다. 중국은 문혁(문화대혁명) 시기와 개혁·개방 초기인 1990년대 초반까지 국방에 거의 투자하지 못했다. 현재 국방비 증강은 과거에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성격이다. →중·일이 동북아 긴장을 확대시키는데. -지금은 중국이 아닌 일본이 대화를 거부한다.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영유권에 문제가 있으니 이야기하자는 데 문제가 없다며 대화를 거부한다. →미·중 경쟁 구도에서 한국의 전략은. -중·미와 모두 동맹을 결성할 수 있다. 강소국이 경쟁 중인 두 대국과 동시에 동맹 관계를 가진 전례가 많다. 다만 양쪽과 모두 동맹을 결성할 경우 결과적으로 양쪽 모두와 비동맹이 되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지혜로운 균형 외교가 관건이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다국간 협의체 구성해 중국의 군사적 위협 줄여라 이종원 와세다대 아시아태평양연구과 교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강력히 드라이브를 거는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의 움직임이 동북아에 긴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지난 3일 미·일 외교국방장관 연석회의를 통해 공동선언문 형태로 지지를 표명하며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17일 이종원 와세다대 아시아태평양연구과 교수에게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밀어붙이는 일본의 속내와 향후 동북아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미국은 줄곧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지지했지만 공동선언문 형태로 공식화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전후 일본의 군사적 강화가 미국 정책의 틀 안에서 이뤄진 건 사실이다. 여기에 일본 보수세력의 이해관계가 합치돼 집단적 자위권 행사 추진이 진행됐다. 큰 흐름에서 미국이 일본의 군사력을 키워온 건 사실이지만 지금 동북아의 화두는 중국의 군사적 팽창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 중시 전략을 추진하지만 재정 위기 때문에 군사력을 삭감할 수밖에 없었고 이 때문에 미국은 망설이면서도 일본의 군사적 역할 확대를 허용하는 것이다. →중국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향후 문제가 될 가능성은. -미국에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양날의 칼이다. 이것이 미국의 전략적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아베 신조 정권이 그 틀을 벗어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 대한 대응에서도 미국과 일본의 방향이 다르다. 일본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댜오) 분쟁을 포함한 중·일 간의 갈등에 미국을 끌어들이며 미국과 군사적 강화를 추진하려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미국은 일본을 이용해 중국을 견제하면서도 중국과의 분쟁을 회피하려고 한다. 견제와 협조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구체적인 범위에 대해서는 올 연말 작성될 신방위대강과 2014년 말까지 결정될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안에 드러날 듯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자문기구인 ‘안전보장의 법적기반 재구축에 관한 간담회’의 기타오카 신이치 국제대학 학장의 발언을 보면 구체적인 지침이 열거되지는 않고 포괄적인 형태를 띨 가능성이 높다. 구체적인 사항은 그때그때 미국과 상의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 →주변국에서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이 ‘보통국가화’로 이어져 동북아 갈등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중국의 군사적 팽창에 대해서도 미국은 위협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 미국, 중국을 포함한 다국 간 협의체를 만들어서 중국의 군사적 위협 자체를 경감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중국과 일본이 서로 군사력을 확대하게 되면 마치 19세기 말 유럽 군비증강 게임 같은 상황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이것을 미국은 원하지 않고 한국에도 좋지 않다. 동북아에서 군사적 위협 자체를 완화시키기 위한 보다 높은 차원의 안전보장 협의체가 필요하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檢 “삭제했던 회의록 초본도 대통령기록물”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회의록 초본(이지원에서 삭제된 것을 검찰이 복구한 복구본)도 대통령기록물임을 전제로 참여정부 관계자들의 임의 삭제 및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여부를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김광수)는 지난 15일 김경수 전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10시간 넘게 조사했다. 검찰은 이날 회의록이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되지 않은 경위보다는 회의록 초본의 삭제 경위와 위법성 여부를 집중 조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초본도 대통령기록물이라는 검찰의 입장과, 초본은 이관 대상 기록물이 아니라는 참여정부 측 입장이 팽팽히 맞서 장시간 논쟁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비서관은 16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초본을 일부러 삭제한 것은 맞다. 이관 대상 기록물이 아니기 때문”이라면서 “검찰은 ‘초본도 또 하나의 완성본이고 대통령께 보고가 됐으면 대통령기록물이 아니냐. 이관해야 할 기록물을 임의로 삭제했으니 기록물법 위반’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회의록이 왜 이관되지 않았는지에 대한 조사는 전혀 없었다”며 “검찰이 생각하는 범죄 혐의에 대해서만 이리저리 물어 짜맞추기 수사라는 의구심이 들었고, 검찰 조서에도 유감의 뜻을 강하게 남기고 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적 의혹 해소를 위해선 이관되지 않은 이유를 밝히는 게 중요하다. 수사 기밀상 복구본을 보여주기 어렵다면 보고 형태나 시점 등 기본적인 정보라도 알려 달라고 실랑이를 벌였지만 끝내 거절당했다”고 덧붙였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비서관 조사 후에도) 검찰의 입장은 달라진 것이 없다”면서 “회의록 초본의 공개 문제는 법 위반의 소지가 있고 수사의 본질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참여정부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조사가 일단락됨에 따라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참고인으로 출두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으나, 검찰은 아직 문 의원에 대한 소환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의원 측은 “검찰에서 전혀 연락이 없다. 부르면 당당하게 나갈 것”이라면서 “당시 성명서는 검찰 수사 행태에 대한 질타였지, 연락도 없는데 자진해서 나갈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2013 국정감사] 고성·막말·면피성 답변·종일 대기 1분 대답… ‘꼴불견 드라마’

    국정감사 초반부터 상임위별로 열기가 과열되면서 여야 의원 간 또는 의원과 출석 증인들 사이에 고성과 막말이 오가는 추태가 올해도 재연됐다. 무성의·무책임한 증인 답변도 속출했고, 여야 합의로 나온 증인들이 종일 대기하다 증인석에 앉아 보지도 못하고 돌아가는 풍경 역시 연출됐다. 정무위의 14일 국무총리실 국감에선 정홍원 총리가 인사말만 하고 자리를 뜨면서 ‘붕어 없는 붕어빵’이란 조롱이 나왔다.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에게 “대선 개입 의혹이 불거진 박승춘 보훈처장의 사퇴가 가능한지 정 총리에게 물어봐 달라”고 요청했지만 김 실장은 “정무직 인사 해임건은 정확한 현황 등을 본 뒤에 검토해야 한다”며 답변을 피했다. 이에 같은 당 이학영 의원은 “이러니까 ‘붕어 없는 붕어빵’, ‘총리 없는 총리실 국감’이라고 비웃는다”면서 “조선시대 수렴청정하는 것이냐”고 언성을 높였다. 국무총리실 측은 “총리는 국감 대상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김 실장은 경남 밀양 송전탑 건설 현장 인권침해, 교학사 교과서의 일제 침략 미화 등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세부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다”며 양해를 구하다 질책을 받기도 했다.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은 15일 경찰청 국감에서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끝까지 선서를 거부하며 구설에 올랐다. 앞서 14일 안전행정위의 안전행정부 국감에선 증인으로 나온 신종백 새마을금고중앙회 회장의 불성실한 태도와 엉성한 답변이 의원들의 공분을 샀다. 신 회장은 급여를 묻는 민주당 김민기 의원의 질의에 “개인신상 문제라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이에 김 의원이 유정복 안행부 장관을 향해 “장관은 급여가 얼마인가”라고 물은 뒤 유 장관이 대략적인 급여 액수를 말하자 그제서야 “1억 7000만~1억 8000만원”이라고 대답했다. 신 회장은 김 의원이 “세전은 얼마인가. 급여 총액은 얼마인가”라고 추가 질의를 하자 “관심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는 답변으로 회의장에 쓴웃음을 자아냈다. 기업인 증인이 200여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지만 이들이 1분 답변을 위해 하루 종일 대기하는 상황도 속출했다. 정무위의 15일 공정거래위 국감에는 손영철 아모레퍼시픽 사장, 박기홍 포스코 사장, 백남육 삼성전자 부사장 등과 브리타 제거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대표 등 19명이 동원됐다. 하지만 종일 기다리다 단 한마디만 답변하고 돌아간 기업인들도 있었다. 14일 미래창조위의 미래부 국감에선 통신비원가산출 자료 유무와 공개 여부를 두고 고성이 오갔다. 민주당 유성엽 의원은 국정감사 시작에 앞서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관련 자료를 정보공개법을 근거로 내놓지 않는데 국회법을 잘 모르는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최문기 장관은 본질의에서 “자료가 있다. SK텔레콤이 항소 중이라 줄 수 없다”고 말을 바꾸는 등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였다. 16일 기재위의 기획재정부 국감에선 재벌 총수 일가의 증인 채택을 여당 의원들이 반대하자 김현미 민주당 의원이 “경제민주화는 이미 종 치고 막 내렸다. 새누리당과 재벌의 유착관계를 보여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한성 새누리당 의원은 “유착관계라는 표현은 도저히 참을 수 없고 모욕적인 발언”이라면서 “당장 사과하라”며 날 선 대치를 이뤘다. 부처종합·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누가 그들의 노후를 쏘았나/심재억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누가 그들의 노후를 쏘았나/심재억 전문기자

    복지는 안정의 다른 이름이다. 복지정책의 요체를 사회안전망 구축에 두는 것은 이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존립 이유는 바로 이 안정에 있다. 그간 국민연금은 임의가입자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노후복지에 대한 우려가 커진 탓이다. 55~60세에 정년퇴직으로 일손을 놔야 하는 ‘정직한 사람들’이 평균 수명 80세의 세상을 어려움 없이 살아낼 ‘용빼는’ 재주가 없기 때문에 충분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그거라도’하는 심정으로 국민연금을 ‘비빌 언덕’으로 삼은 것이다. 퇴직 후 수령액 규모를 생각하면 사회안전망이랄 것도 없지만 ‘나라가 부강하면 국민도 덩달아 잘살게 된다’는 성장론의 도그마에 취해 뭐가 뭔지 따질 염의도 내지 못하고 뼈빠지게 일만 해댄 베이비부머들은 그것조차도 ‘은전’이나 ‘시혜’라고 믿었다. 그런 국민연금이 휘청대고 있다. 기초연금 산정 방식이 불합리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미가입자에게는 월 20만원을, 가입자의 경우 20만원이 안 되는 부분만큼 채워주겠다는 국민연금 연계방식이 문제였다. 그러다 보니 가입기간이 짧아 국민연금 수령액이 적은 가입자들은 기초연금이 훨씬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기에서 촉발된 국민연금 엑소더스가 확대되어 탈퇴자가 줄을 잇는다는 뉴스가 베이비부머들의 오금에 생가시처럼 꽂힌다. 물론 국민연금에 대한 실체적 위협이 처음은 아니다. 이번 사태가 엑소더스의 단초가 된 건 맞지만 보다 본질적인 위협은 그전부터 있었다. 연금 고갈 우려가 그것이다. 급기야 정부까지 나서 지급 보장을 외쳐댄 끝에 겨우 무마됐지만 가입자들은 불안해했고, 가입을 고민하던 사람들은 발길을 되돌렸다. 여기에다 이전 정권에서 개혁의 ‘개’자도 못 꺼낸 공무원연금, 교원연금, 군인연금과의 비교도 국민연금 가입자들을 박탈감의 수렁으로 내몰고 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특정 직종의 연금을 ‘넉넉하게’ 보장하는 정부가 ‘개 대가리 등겨 털어먹듯’ 가뜩이나 속을 끓이는 국민연금 가입자들을 설건드려 놨으니, 그 엑소더스 행렬의 뒤통수에 대고 이번에는 뭐라고 강변할지 답답하기만 하다. 우리 사회에서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으로 존재하는 국민연금의 보장성을 훼손하는 일은 그래서 위험하다. 그런 만큼 국민연금은 언제든 수정·폐지될 수 있는 기초연금과 달라야 한다. 그런데 생각 없이 국민연금의 틀을 흔들어댔고, 국민연금에서 이탈한 수많은 저소득층의 노후가 심각한 불안정에 노출될 개연성이 적지 않다는 우려까지 덤으로 떠안게 됐다. 불편하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이럴 바에야 기초연금 정책자금을 국민연금에 투입해 소득분위별로 연금 보장성을 차등화하는 게 낫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없지 않다. 지금의 연금 보장방식에 트랙 하나만 더 얹으면 기초연금의 취지도 살리고 국민연금 활성화도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어떤 방식이든 정책이 노후 안정에 실질적으로 기여해야 한다는 점이며, 그러려면 국민연금의 기본 취지를 훼손하는 정책적 오류를 빨리 시정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누가 그들의 노후를 쏘았느냐’며 책임 소재를 가리는 분란을 안 겪는다. jeshim@seoul.co.kr
  • ‘한 템포 느린 삶에서 발견하는 치유의 힘’

    갯마을 주민들이 소박한 마음 담아 여는 ‘힐링 잔치’가 여행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충남 태안군 주민들이 결성한 문화그룹 ‘안면도문화학교’(교장 최정남)가 오는 18일부터 내달 22일까지 8차례에 걸쳐 태안군 일원에서 ‘2013 태안 힐링캠프 오감’을 연다. 태안군이 주최하고 안면도 문화학교가 주관하는 이번 힐링 캠프는 음식, 음악, 길 걷기, 명상 등 태안의 오감을 체감할 수 있는 테마별 콘텐츠로 구성됐다. 파인다이닝(Fine dining) 태안 밥상 토론, 힐링로드 해변길 걷기와 바닷가 힐링 명상, 힐링 푸드, 힐링 뮤직 등의 행사가 금, 토요일 저녁에 집중적으로 펼쳐진다. 특히 태안에서 생산되는 제철 식재료를 이용한 ‘힐링 푸드’ 프로그램에 각별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계 미식가들 사이에서 최신 음식 트렌드로 떠오른 ‘로컬 푸드’의 진수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문화학교 측은 “태안출신 요리사 김성운(부띠끄블루밍 셰프)씨와 궁중요리를 이수한 김은영(요리연구가)씨 등이 주말마다 태안 재래시장과 바닷가를 오가며 준비해 왔다.”며 “모든 재료는 철저하게 ‘태안산’을 고집하며 MSG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문화학교 측은 또 “태안마늘한우를 이용한 메인 스테이크와 대하, 꽃게, 낙지 등 태안해산물 부야베스, 해산물로 재해석한 궁중요리 열구자탕, 가의도 세모시 주먹밥, 안면도 호박고구마 생강청 단자 등 갖가지 음식들이 태안의 텃밭과 바다를 고스란히 식탁으로 옮겨와 힐링 푸드 정신인 ‘푸드 마일리지 0㎞’를 이끌어 낼 예정”이라고 전했다. 태안 출신의 조각가 김미란씨와 함께 해변길을 걸으며 명상 시간도 갖는다. ‘힐링 로드’ 진행시간은 약 1시간 30분이다. 걷기 뒤엔 요가 강사 김달해씨가 진행하는 명상체조 시간이 이어진다. 공해에 찌든 도시인들에게 푸른 에너지를 불어넣는 긍정의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힐링 뮤직’ 프로그램은 이달 20일과 내달 16일, 22일에 각각 진행된다. ‘수요일에는 빨간 장미를’ ‘새벽기차’ 등으로 널리 알려진 그룹 ‘다섯 손가락’의 리더 이두헌씨가 베이시스트 최원혁 등 6인의 최정상 뮤지션들과 함께 태안의 가을밤을 고즈넉하게 수놓을 예정이다. 행사를 기획한 안면도문화학교의 손현주 작가는 “사람과 자연이라는 힐링의 본질에 보다 가깝게 접근하려고 노력했다”며 “태안에 내려와 좋은 공기를 마시고 캠프에 느리게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복잡한 현대인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태안 오감캠프 관련 정보는 페이스북 ‘힐링태안’(www.facebook.com/healingtaean)을 통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된다. 태안군청 문화관광과 (041)670-2692.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2013 국정감사] “교학사 교과서 특혜” vs “기존 교과서 반미친북”

    [2013 국정감사] “교학사 교과서 특혜” vs “기존 교과서 반미친북”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첫날 일정인 14일 교육부 국정감사는 ‘역사 교과서 국감’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이 문제에 천착했다. 국감장 주변에선 ‘역사 교과서가 국감을 들었다 놨다 한다’는 총평이 나왔다. 우편향 논란을 빚은 교학사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을 증인으로 채택할지를 놓고 오전 내내 다투던 여야 의원들은 오후 3시에 가까스로 국감을 시작하는 데 합의했다. 국감용 노트북에 ‘친일독재 미화하는 교학사 교과서 검정취소’(야권) 또는 ‘좌편향 왜곡교과서 검정취소’(여당)란 시위성 스티커를 붙인 채 여야는 국감 내내 역사 교과서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치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논란의 중심에 섰던 교학사 교과서를 제외한 나머지 고교 한국사 교과서 7종이 좌편향됐다고 주장했다. 이학재 새누리당 의원은 “역사 교과서들이 오직 반이승만, 반박정희, 반미, 친북 등 네 단어를 강조하고 있다”면서 “6·25전쟁으로 인한 참상에 대해 남북한 공동 책임을 묻거나 베트남전에서 국군이 범죄를 저지른 듯 묘사하는 교과서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을 비롯해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가적으로 통일성이 필요하니 한국사를 국정 교과서 체제로 바꾸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교과서 7종의 좌편향성 지적에 대해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일부 좌편향이 있다”고 동의했다.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인정이 아닌 국정 발행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야권은 교학사 교과서를 둘러싼 친일 논란과 교육부의 교과서 8종 전체에 대한 재검토 작업의 부당함을 집중 제기했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친일’의 반대말은 ‘항일’이 되어야 할 텐데, 이 국감장에선 ‘친일’의 반대말로 ‘종북’을 꼽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우리 사법부가 친일 행적을 인정한 김성수에 대해 교학사 교과서는 민족 기업가 측면만 부각시키고 명백한 친일 행위를 다루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정 교과서 전환 주장에 대해 유기홍 민주당 의원은 “뉴라이트 계열 현대사학회의 고문이자 이승만 옹호자인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에게 교과서 편찬을 맡기려는 음모”라고 일축했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권 폄하 발언’을 했는지를 놓고 야권의 잇따른 질문에 유 위원장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응수하자,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국감장 퇴장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본질의가 끝날 무렵인 오후 7시쯤 여야 의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이 “한 역사 교과서가 ‘출처 불명’이라며 인용한 사료가 북한 책과 연관성이 있다”고 언급하자 야당 의원들이 항의하는 과정에서다. 소란 속에서 박창식 새누리당 의원이 “북한 책이 나오니 난리네”라고 하자, 야당 의원들이 항의한 끝에 박 의원의 사과를 받아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한국의 막대한 공기업 부채는 비전문 경영인 관행 잘못 크다”

    “한국의 막대한 공기업 부채는 비전문 경영인 관행 잘못 크다”

    “한국의 막대한 공기업 부채 문제는 비전문가들을 최고경영자(CEO)로 앉혀 온 잘못된 관행에 상당 부분 원인이 있다고 봅니다.” 윌리엄 도로틴스키(51) 세계은행(WB) 수석 공공정책 자문관은 14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복지와 부채 사이에서 갈등하는 우리나라의 재정정책 등에 대해 진단했다. 그는 한국이 복지 확대와 경제 성장을 동시에 달성하려면 정년 연장과 여성 인력 확대를 통해 국민연금의 부담을 줄이고 세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세 없는 복지’의 해법으로는 녹색세금(환경 피해를 유발하는 활동에 부과하는 세금)이나 술·담배 세금을 올리라고 했다. 그는 미국 재무부와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에서 12년간 근무했고, 2004년 한국 정부가 국가재정운용계획 제도를 도입할 당시 자문을 맡았다. 14∼15일 신라호텔에서 기획재정부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등의 주최로 열리는 ‘제3차 국제재정포럼’ 참석차 방한했다. →한국의 경우 공기업 부채 비율이 200%를 넘는다. -통상 공기업은 퇴직 공무원을 사장으로 선임하는데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경영 성과도 떨어지는 것이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는 일반기업에 공기업의 경영을 맡기고 엄격한 경영 평가를 한다. 터키는 도로 등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건설 비용을 모두 공공기금에서 조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증세 없는 복지 확대 가능한가. -물론 어려움이 있지만 복지 확대, 경제성장, 건전재정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한국은 여성 고용 참여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들의 취업을 확대해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 또 정년을 10년 정도 연장시키면 최근 이슈인 국민연금 고갈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세원이 확대되는 효과가 클 것이다. 교육 지출 확대는 복지 정책이지만 양질의 인력을 만드는 장기적인 투자라는 점에서 복지 확대가 꼭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향후 5년간 복지 중심 국정과제를 위해 약 135조원의 투자금을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정부 지출의 낭비 요인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 필수적인 지출만 하고 나머지 사업은 상당 부분 민간에 위임하는 것을 고려할 만하다. 또 세입 측면에서는 조세 형평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세수를 크게 확대할 수는 없지만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조세를 만들 수 있다. 녹색 조세(그린텍스), 알코올이나 담배 등에 붙는 죄악세를 강화하는 식이다. 최근 한국에서 추진 중인 지하경제 양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복지국가의 초입에 있는 우리나라 재정에 대해 조언한다면. -한국인들은 한국이 복지국가로 전환하면 뭔가 대단한 변화가 있을 거라고 오해를 한다. 물론 많은 인구가 노인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시기가 왔다. 그러면서 복지의 틀이 가족 중심에서 사회적 제도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노인을 부양하는 복지의 본질은 그대로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사설] 상아탑 무너뜨리는 대학의 이중 성적표

    전국 대학 10곳 가운데 3곳이 졸업생의 성적증명서를 내부 열람용과 외부 제출용으로 나눠 이중으로 발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학칙이나 내부 규정으로 정한 곳도 많았다. 또한 F학점을 뺀 성적증명서를 따로 발급한 대학도 여럿 있었고, 학생이 재수강을 하지도 않았는데도 이를 허위로 기재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성적을 세탁한 이른바 ‘취업용 성적증명서’다. 상아탑이란 말이 부끄러운 우리 대학의 일그러진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여간 개탄스럽지 않다.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이 그제 밝힌 교육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성적 자료를 제출한 236개 대학(일반대 160곳, 전문대 76곳) 가운데 70개 대학은 내부용과 외부용으로 성적증명서를 이중으로 발급했다. 51개 대학은 F학점을 삭제한 성적증명서를 만들었다. 외부용 성적증명서는 내부용과 달리 취업 등에 불리한 F학점과 재수강 등은 기록되지 않는다.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대학이 104곳에 이르러 이를 포함하면 편법 성적표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서울의 유명 사립대들조차 이같은 행위를 버젓이 해와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요즘 대학가에서는 성적을 높이는 ‘학점 세탁’이 일반화돼 있다고 한다. 대학의 취업률은 정부의 재정 지원과 학자금 대출 등에 주요 지표로 반영된다. 수험생이 대학을 선택할 때도 취업률은 당연한 고려 사항이다. 특히 2018년부터는 고교 졸업생이 대학의 입학 정원보다 적어져 대학으로선 취업률을 높이는 것이 생존과 직결된다. 여건이 이렇다 보니 대학의 취업률 부풀리기가 만연한 지 오래이고, 이는 공공연한 비밀로 통한다고 한다. 대학 졸업생의 90%가 B학점 이상이라는 웃지 못할 조사도 있다. 우리는 그동안 재학생 충원율, 취업률 등의 지표를 조작하는 대학의 불·편법을 익히 보아 왔다. 대학이 교육의 본질적인 지향점을 잊고 불공정의 길을 걸어서는 안 된다. 교육 당국은 학점 포기, 재수강 등을 성적표에 표기하는 등 성적증명서를 제대로 관리할 보다 건실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대학가가 공정성을 잃고 취업을 위해 공·사문서 위조나 다름없는 편법을 자행해서야 되겠는가.
  • [커버스토리] 고령화의 그늘, 세대 갈등

    [커버스토리] 고령화의 그늘, 세대 갈등

    취업 준비생 이모(28)씨는 지난달 기업 면접에서 불쾌한 경험을 했다. ‘취업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느냐’는 40~50대 임원들의 질문에 이씨가 “전공 실력과 어학 능력을 키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고 답변하자 면접관들이 “정말 여러 공부를 한 것이 맞느냐”며 한심한 듯 혀를 찼기 때문이다. 이씨는 “그분들이 대학을 다닌 1980년대는 경기가 좋아 우리 세대처럼 치열한 경쟁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면서 “대학 1학년 때부터 치열하게 새벽에 학교에 나와 학점 관리와 어학 공부에 매진한 우리에 비해 인생을 편하게 산 것 아니냐”며 불편한 속마음을 드러냈다. 부모와 자식 세대의 정서적 충돌로만 여겨졌던 세대 갈등이 고령화 사회를 맞아 자원과 기회를 둘러싼 ‘밥그릇 쟁탈전’으로 번지고 있다. 1970~1980년대 고도 성장의 과실을 향유하던 기성세대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저성장과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에 들어와서도 기득권을 쥐고 미래 세대의 기회를 빼앗는 게 아니냐는 ‘2030세대’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11일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한국 사회의 중요한 갈등의 축이 세대가 될 것으로 예견된다”면서 “사회적으로 제한된 파이를 얼마나 갖느냐를 놓고 투쟁하는 것이 세대 갈등의 본질”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정부의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연계 정책에 따라 60대 이상과 20~30대의 갈등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지난 대선을 비롯해 선거 때마다 50대 이상의 표심을 얻기 위한 복지 정책을 남발하면서 갈등을 증폭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15~64세) 100명당 부양인구는 올해 16.7명에서 2018년 20명, 2030년 38.6명, 2040년 57.2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앞으로 젊은 층의 경제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취업난과 사회 인식을 둘러싼 ‘486세대’와 20대의 갈등도 만만찮다. 최근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블로그와 게시판에는 ‘80년대 학번의 비밀’ 또는 ‘486의 양심선언’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되고 있다. 요지는 “1980년대는 지금처럼 사교육과 입시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고 청년 실업 문제도 심각하지 않았다. 486세대가 20대에게 ‘요즘 아이들은 정의감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이 글은 20~30대 취업 준비생이 몰려 있는 인터넷 카페 등에서 조회 수 2000건 이상을 기록하는 등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정부의 60세 정년 연장과 관련해 50대와 20대의 인식 차도 세대 갈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달 발표한 ‘정년 연장과 기업 인사 체계에 대한 근로자 인식 조사’에 따르면 20대의 44.2%가 ‘정년 60세 법제화 이후 세대 갈등이 심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50대 이상의 답변(16.1%)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열린세상] 대한민국엔 정치도 없고, 정책도 없다/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대한민국엔 정치도 없고, 정책도 없다/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정책과 정치의 본질은 다르다. 그러나 추구하는 지향점은 같다. 정책의 본질은 사회 전체를 위한 합리성 추구이고, 정치의 본질은 사회그룹의 이해관계 조정이지만 최종 목표는 사회를 이롭게 하는 것이다. 합리성 추구를 목표로 하는 정책 현장에서는 무엇이 옳고 틀렸는지를 논하며 사회를 이롭게 하는 선택을 하려 들고, 정치 현장에서는 어떤 그룹에게 어떤 파이를 잘라 줄 것인가를 논하며 사회를 이롭게 선택하려 든다. 정책과 정치는 공동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가는 길은 다르다. 정책 현장에서는 선과 악의 편을 가른 후 선을 따라가고, 정치 현장에서는 선과 악의 설정을 꺼린다. 협상과 타협이 선과 악의 길을 대신한다. 정책이 가는 길이 직선이라면 정치의 길은 곡선이다. 정책이 가는 길이 빠른 길이라면 정치의 길은 느리다. 뛰어도 되는데 애써 걷고, 꾸불꾸불 도는 이유는 숙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치는 선으로 포장된 정책을 숙성시키고, 파이를 얻지 못해 불만에 쌓인 그룹을 다독이는 역할을 한다. 이것이 정치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보면 정책도 없고, 정치도 없다. 정책은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력을 잃어가고, 정치는 타협과 협상 의지를 잃은 것 같다. 돌이켜보면 우리 사회를 휩쓴 사건이 있다면 서해 북방한계선(NLL) 1라운드, 채동욱 혼외자녀 의혹, 기초연금 파동, 그리고 NLL 2라운드이다. 이 넷 중 그 성질을 따져보면 기초연금만 정책현상을 다룬 사건이고, 나머지 셋은 정책도, 정치도 아니었다. 일종의 정쟁 문제였다. 지속가능한 복지, 경제 살리기, 북한 핵무장이 만든 안보위기, 그리고 일본의 재무장에 따른 군사외교 위기 등 현안이 넘쳐나는데 또다시 NLL이 무대 위에 올라왔다. NLL 게임은 1라운드에서 끝내야 했다. NLL은 대한민국의 고유 영해라는 사실을 국회 차원에서 재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했고, 사초 실종이 문제라면 법과 제도를 손질하여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한번으로 족할 일을 다시 갑론을박하다니, 정쟁은 있고 정치는 없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 자녀 의혹 사건도 그렇다. 실증적 증거를 가지고 밝히면 되는데도 진실 공방 드라마를 무대 위에 올리더니 사표 반려 게임까지 끌고나갔다. 관객의 입장에서 재미는 있었지만 정부와 정치권이 벌이는 게임치고 격조가 낮아도 너무 낮았다. 암시장 삼류 소설보다 더 유치하고 저속한 수준이었다. 젊은 학생들이 보고 들을세라 부끄러웠다. 그런데 당사자들은 사과는커녕 잘했다고 고개를 들고 다니는 현실을 정치 실종이라고 하는 것도 점잖은 말이 아닐까 싶다. 기초연금 공약 관련 설전은 그래도 의미가 있었다. 머지않아 고령사회를 거쳐 초고령사회가 될 우리의 미래를 설계하는 정책이 기초연금을 포함한 국민연금 정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에서 제시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연계안에 대한 여야 및 청와대의 공방 수준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대통령 스스로 기초연금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해 놓고서 확대 의지를 천명하다니 앞뒤가 맞지 않았다. 지속 가능하지 않다면 줄여야 바른 선택이다. 기초연금에 대한 야당의 대응도 문제였다. 확대가 어렵다는 정부와 청와대를 향해 공약 파기라고 말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스스로 노후 보장이 가능한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것을 공약 파기라고 모는 것은 비판치고 너무 옹색하다. 연금에 관한 한 노인빈곤 해결과 더불어 지속 가능성 및 재정 건전성이 중요한 정책판단의 기준이다. 그렇지 않으면 연금재정 적자의 누적으로 국가부도 위기를 맞은 그리스가 미래의 대한민국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책 현상을 정치 현상으로 해석하여 정쟁을 일삼으면 나라가 망한다. 지금 우리는 외적으로는 북한의 핵개발과 일본의 재무장, 내적으로는 경제 위기와 복지 위기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정책과 정치를 복원하지 않으면 참혹한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 말이 닿지 못해 몸이 먼저 알다

    말이 닿지 못해 몸이 먼저 알다

    여름의 맛/하성란 지음/문학과지성사/368쪽/1만 3000원 하성란의 다섯 번째 소설집 ‘여름의 맛’은 언어가 미끄러지는 곳에서 출발한다. 일본 교토에 간 표제작의 주인공 ‘최’는 금각사(킨카쿠지)를 은각사(긴카쿠지)로 잘못 알아들은 택시 기사 탓에 계획에도 없던 은각사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인 유학생은 최에게 탐스럽게 익은 복숭아 한 알을 건넨다. 한 입 가득 베어 문 복숭아의 맛은 최에게 말들의 차이로는 붙잡을 수 없는 어떤 생의 감각을 남긴다. ‘여름의 맛’에서는 말과 의식의 그물망에 걸리지 않고 존재의 잉여처럼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몸의 이물감이 도드라진다. ‘제비꽃, 제비꽃이여’의 화자는 “언제부턴가 늘 1센티미터 정도 허공을 떠서 다니는 느낌” 속에서 “내가 나처럼 여겨지지 않”으며, ‘순천엔 왜 간 걸까, 그녀는’의 주인공은 “본인조차 생경스러울 만큼 낯선 모습”의 사진을 발견하고 “‘이 여자는 누구야?’라고 되물을 뻔”한다. 그 이물감은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며 “왠지 기분이 나빠지는 이상한 어떤 것”(‘오후, 가로지르다’)이다. 말 되어지지 않은 존재의 이면이 있다는 불안과 의문은 때로는 도플갱어로(‘두 여자 이야기’, ‘순천엔 왜 간 걸까, 그녀는’) 때로는 쌍둥이로(‘알파의 시간’) 때로는 엉덩이에 돋아난 압정으로(‘돼지는 말할 것도 없고’) 불쑥 솟아난다. 화자를 달리하고 말을 변주해 설명하고(‘여름의 맛’), 무의식에서 툭 튀어나온 듯한 미지의 화자를 괄호 안에 등장시켜 부연하더라도(‘오후, 가로지르다’) 말과 사물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고 도리어 멀어진다. 말의 그물망을 벗어나 잃어버린 몸으로 인물들을 데려가는 것은 맛과 향, 촉각 같은 감각이다. ‘두 여자 이야기’의 ‘김’은 홍어애탕을 먹고 “두 콧구멍이 뻥” 뚫리며 최의 도플갱어를 본다. 감옥 같은 큐비클들의 공간에 갇혀 살던 ‘오후, 가로지르다’의 주인공은 우연히 사무실에 풀린 뱀이 발목을 휘감고 지나가는 순간 의자 위에 펄쩍 뛰어올라 자신이 살고 있던 세계를 직시한다. ‘카레 온 더 보더’의 주인공은 식당에서 카레 냄새를 맡고 10여년 전 다섯 명의 노인을 모시며 살던 친구의 집에서 “늙음과 죽음 그리고 가난의 냄새”를 맡았던 기억을 떠올린다. 몸이 환기하는 감각은 존재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본질적이고 분해 불가능한 죽음의 경험에 닿는다. 복숭아의 맛은 싱그럽되 마냥 달콤하지는 않다. ‘카레 온 더 보더’가 내뿜는 죽음의 향은 ‘여름의 맛’이 전하는 생의 감각들과 일종의 대구를 이룬다. 작가는 존재의 휘장을 슬쩍 들춰 죽음의 냄새를 맡은 뒤에도 섣부른 결론을 내리지는 않는다. 대신 “앞에 펼쳐진 풍경을 응시”(‘알파의 시간’)함으로써 삶을 감각하고 지켜볼 뿐이다. 언어가 미끄러지는 곳에서 삶의 감각은 사뿐히 몸 위에 내려앉는다. 그것을 깨닫게 하는 것은 “기껏 복숭아 한 알처럼 사소한 것”이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회의록 음원파일 공개’ 與지도부 미묘한 엇박자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음원파일 공개 문제를 놓고 새누리당 지도부가 미묘한 엇박자를 내고 있다.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나부터 소환하라”며 정면대응에 나서자 ‘문재인 책임론’을 부각하면서도 추가적인 대응을 자제하려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 지도부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정쟁 종식을 외치고 있는데 문 의원을 비롯한 친노(친노무현) 진영은 논란의 핵심과 본질을 비켜가는, 말도 안 되는 궤변으로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면서 “검찰 수사로 이 문제를 확실히 매듭지어야 논란이 종식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문 의원과 친노 진영을 직접 언급하면서 야권 내부의 친노, 비노(비노무현) 간 균열의 틈을 파고드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김기현 정책위의장도 “그동안 침묵을 지키던 문 의원이 어제 짜맞추기 수사 운운하며 동문서답을 했다”면서 “회의록 관리의 최종 책임자이자 시끄럽게 만든 장본인이 경위 설명이나 진심 어린 사죄도 없이 느닷없이 수사 운운하는 것은 뻔뻔스러운 일”이라고 비난했다. 새누리당은 일단 “검찰의 신속한 수사를 통해 사초 실종 경위를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전날 김기춘 비서실장 등 청와대 참모진과 당 지도부도 광화문 인근에서 만찬회동을 갖고 이런 입장을 공유하며 회의록 정국 대응책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회의록 논란을 종식할 마지막 카드로 꼽히고 있는 음원 파일 공개와 관련해선 지도부 내에서 다른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황우여 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조금 시기상조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당내 이견을 인정했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의 한 주요 인사는 “솔직히 음원 공개라는 극단까지는 가지 말자는 게 당 지도부의 대체적인 생각”이라면서도 “그러나 문 의원 등 민주당 친노 세력 일부가 황당한 발언을 계속하는 데 대해서는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사설] ‘묻지마’ 공사에 경종 울린 용인시 주민소송

    지자체의 대표적인 거대 선심성 사업인 용인경전철에 대한 배상을 받기 위해 주민들이 나섰다. 용인지역 시민단체와 주민으로 구성된 주민소송단은 어제 경전철 사업비 1조 127억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하라고 주민소송을 냈다. 청구 대상은 전·현직 용인시장 3명, 용인시 공무원, 시의원, 한국교통연구원을 포함한 용역기관과 연구원, 사업관계자 등 4개 기관 39명이다. 주민들의 참여는 지방자치의 본질이지만 직접 나설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기도 하다. 용인경전철은 개통 후 몇달 동안 운행해 본 결과 낮시간에는 전 구간 탑승자가 10여명밖에 안 될 정도로 쓸모없는 교통수단임이 입증됐다. 빠듯한 예산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은 시설치고는 참담한 모습이다. 소송단은 운영비 지원과 지방채 원리금 상환 등으로 앞으로 30년간 매년 1093억원이 들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혈세 먹는 하마다. 후세에까지 부담을 물려줄 것은 물론이고 자칫하면 시 재정이 파탄 날 수도 있다고 하니 보통 문제가 아니다. 제3자 매각이나 최악의 경우 철거도 고려한다지만 근본적인 문제해결 방도는 못되는 듯하다. 주민들로서는 기가 찰 노릇이다. 다른 지자체에서 벌어진 선심성 적자사업도 한둘이 아니다. 의정부와 김해 경전철, 인천 월미도 은하레일이나 아라뱃길도 용인경전철과 똑같은 길을 가고 있다. 곳간 상황은 아랑곳없이 아까운 세금을 제 돈인 양 퍼부은 결과다. 정치적 욕심에 지자체 살림을 파탄지경으로 몰아넣은 단체장들을 그냥 보아 넘길 수만은 없다. 소송을 통해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 용역비에 눈이 어두워 지자체들과 짝짜꿍해 수요를 뻥튀기해준 연구기관들 또한 책임에서 결코 비켜갈 수 없다. 정부에서는 뒤늦게 지자체들의 마구잡이식 사업을 조정하겠다고 나섰다. 전형적인 뒷북대응이다. 정부가 미덥지 않은 주민으로서는 직접 감시의 회초리를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직도 지자체는 물론이고 국가적으로도 크고 작은 전시·선심성 사업들이 남발되고 있다. 정치인들은 사업을 벌여놓고 물러나면 그만이지만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온다. 지자체는 앞으로 지금과는 전혀 다른 엄정한 잣대로 사업을 선정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와 지자체가 면밀한 비용 효과 분석을 통해 ‘포퓰리즘 사업’을 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 [열린세상] 국민을 설득하는 방법/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국민을 설득하는 방법/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조원은 얼마나 많은 돈일까? 필자가 자주 드는 예는 한 달 용돈으로 바꾸는 것이다. 한 달에 1억원씩, 그러니까 대충 하루에 300만원 정도씩, 태조 왕건이 고려를 건국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용돈으로 쓰면 대강 1조원 정도가 된다. 얼마나 엄청난 금액인가? 이 설명을 듣자 옆에 있던 분이 한 마디 거든다. 그걸 우리나라 국민에게 똑같이 나누어 주면 2만원도 채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어디 좋은 레스토랑에서 파스타 하나씩만 먹어도 다 없어지는 돈이란다. 갑자기 1조원의 위세가 꺾인다. 다소 거친 논리이기는 하지만 국가 운영에 대한 감을 느끼기에 적절한 사례라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개인적으로는 얼마 되지 않는 돈도 국민 전체로 확대하게 되면 엄청난 금액이 된다. 기초연금에 관한 논쟁도 그렇다. 복잡한 숫자는 잘 모르겠지만 정부안은 결국 모든 국민에게 다 주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정부안에서도 밝히고 있다시피 “미래세대의 부담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도 있다. 몇 만원 차이에 불과하지만 전체 국민에게 나누어 주려면 엄청난 돈이 필요하고, 그것은 누군가 일부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이 공약을 지키지 않았다고 거리투쟁에 나서고 있지만 그것이 정치 전략에 가깝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민주당이 지난 대선에서 제안한 방식이 바로 지금 정부안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왜 자신들을 따라하냐고 화를 내거나, 아니면 지난 대선에서 직언을 하는 충신을 내친 국민을 탓할 일이다. 정부안 자체는 잘못된 공약을 바로잡은 죄밖에 없다. 정부안 자체를 문제 삼을 수 없는 이유이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기초연금을 시행해야 할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사정이 다소 괜찮은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면 된다. 모든 노인들에게 다만 몇 만원씩이라도 나누어 주기 위해서는 엄청난 재원이 필요하고, 결국 그것은 우리 미래세대의 부담이라는 점을 납득시키면 되는 일이다. 국민연금과 연계한 것은 몇 가지 정책적 고려에서 ‘사정이 다소 괜찮은’ 정도를 정하는 방편으로 택한 것이다. 물론 공약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서 미안하다는 사과가 있으면 더 좋겠지만, 바쁜 세상에 그냥 지나가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다. 이런 설득이 어려운 일인가? 정부는 이 길을 놔 두고, 대통령이 나서서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연금 수령액이 많아지므로 전체적으로 보아 가입자에게 이익이다”는 논리를 설파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국민연금으로 인한 혜택일 뿐이다. 기초연금이 당초보다 줄어들었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에게, 그래도 당신들은 형편이 좋으니 양해해줄 수 있지 않으냐고 설득하는 대신, 마치 그 사람들도 생각해서 이익을 주는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올바른 설득방법이 아니다. 복잡한 숫자를 섞어 논점을 흐린다고 해서 문제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지 않아도 우리나라는 고령화의 속도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1위의 노인 빈곤율을 감안할 때 곧 커다란 사회적 재앙에 직면할 예정이다. 이 문제는 국민들 사이의 이해관계가 극적으로 갈린다는 점에서 해결하기 힘든 갈등이 될 것이다. 기초연금은 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그런데 지난 세법 개정안 파동에서도 그런 느낌이었지만, 이번 정부는 고민을 이야기하고 불이익을 입는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소통방식 대신 논점을 흐리는 복잡한 논리를 제시하면서 정책을 정당화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는 앞으로 더 심해질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기 힘들다. 저성장 상황에서 복지의 확대는 필연적으로 부의 재분배를 초래한다. 가까이는 재정 건전성의 문제가 있고 멀게는 국민연금 폭탄이 기다리고 있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결국 방법은 정공법밖에 없다. 격언에도 있듯이, 그 정공법은 바로 ‘정직이 최선의 정책’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국민에게 좀 더 정직하게 접근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진보당 경선 대리투표 첫 무죄… 엇갈린 판결에 상급심 주목

    진보당 경선 대리투표 첫 무죄… 엇갈린 판결에 상급심 주목

    법원이 지난해 통합진보당 당내 경선에서 대리투표를 한 혐의로 기소된 당원들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대리투표에 대한 도덕적인 비난과는 별개로 당원들에게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현재 같은 혐의로 기소된 당원 수백명의 재판이 전국 법원에서 진행 중에 있고 앞서 열린 11건의 재판에서는 당원들이 유죄 판결을 받아 향후 재판과 상급심의 판단이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송경근)는 7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최모(48)씨 등 45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내 경선과정에서의 대리투표에 대한 도덕적 비난과는 별개로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당내 경선은 민주적 기본질서에 어긋나거나 선거제도의 본질적 기능을 침해하지 않는 이상 헌법과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보통·직접·평등·비밀 투표라는 선거의 4대 원칙이 그대로 준수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이번 사건의 공소사실은 이를 지켜야 한다는 전제부터 잘못됐다”고 설명했다. 최씨 등은 지난해 3월 진보당의 비례대표 경선 전자투표 과정에서 당원으로 등록된 지인, 가족에게 휴대전화로 전송된 인증번호를 받아 대리투표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무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 중에는 내란음모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조양원(50) 사회동향연구소 대표, 이석기 의원이 설립한 CN커뮤니케이션즈(CNC)의 자회사 길벗투어의 직원도 포함됐다. 검찰은 공판과정에서 “진보당이 전자투표 방식을 채택한 것은 직접·평등·비밀 선거를 담보하기 위한 것으로 경선업무 담당자로 하여금 선거권자가 직접 투표한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어 경선관리업무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당내 경선의 방식을 자유롭게 규정하도록 한 공직선거법, 진보당의 당헌이나 당규에 반드시 직접투표를 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는 점, 최씨 등이 조직적인 대리투표를 하지는 않은 점 등을 감안해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원들의 대리투표 행위가 당 내부에서 조직적, 계획적, 적극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일정한 신뢰관계인들 사이에 이뤄진 위임에 의한 통상적인 수준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진보당은 가급적 많은 당원을 선거에 참여시킬 목적으로 전자투표 방식을 채택했다”며 “선거제도의 본질을 침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도입 목적에 맞도록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당내 경선에서의 대리투표 행위가 제한 없이 허용된다거나 언제나 업무방해죄가 될 수 없다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날 “선거의 4대 원칙은 국민의 대표를 뽑는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정당의 비례대표 경선에도 당연히 적용돼야 한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진보당 부정경선 의혹을 수사해 20명을 구속기소하고 442명을 불구속 기소했으며, 현재 전국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앞서 열린 재판에서는 11건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통진당 경선 대리투표 45명 무죄…“형사책임 물을 수 없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송경근 부장판사)는 7일 통합진보당 당내 경선에서 대리투표를 한 혐의로 기소된 최모(48)씨 등 45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은 당시 대리투표에 가담한 수백명을 대상으로 전국 법원에서 진행중인 재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정당의 당내 경선에서 직접투표의 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는 볼 수 없는 점, 당시 통합진보당이 대리투표의 가능성을 알면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등으로 미뤄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직선거와는 달리 당내 경선에 대해서는 헌법이나 법률 어디에도 직접투표의 원칙이 규정되지 않았고 오히려 정당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통합진보당의 당헌이나 당규에도 반드시 직접투표를 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재판부는 “통합진보당의 경선 업무 담당자들이 위임에 의해 이뤄지는 대리투표를 감수할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도덕적 비난과 별개로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최씨 등이 조직적으로 대리투표를 하지는 않은 점도 감안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대부분 직장 동료나 부부 등 일정한 신뢰관계가 있는 사람들이고 위임받은 표도 최대 4표”라며 “위임에 의한 통상적인 수준의 대리투표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당내 경선에서 대리투표가 제한없이 허용된다는 취지는 아니다”라며 “당원의 의사를 왜곡시켜 선거제도의 본질을 침해하는 대리투표는 허용될 수 없고 구체적 사정에 따라 업무방해죄 해당 여부도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무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 가운데는 내란음모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조양원(50) 사회동향연구소 대표, 이석기 의원이 설립한 CN커뮤니케이션즈(CNC)의 자회사 길벗투어의 직원도 포함돼 있다. 검찰은 지난해 벌어진 통합진보당의 부정경선 의혹을 수사해 20명을 구속기소하고 44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광주지법은 같은 혐의로 기소된 윤모씨 등 2명에게 지난 7월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대구지법은 지난 1월 당원 허모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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