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본질
    2026-07-09
    검색기록 지우기
  • 성산
    2026-07-09
    검색기록 지우기
  • 설사
    2026-07-09
    검색기록 지우기
  • 중원
    2026-07-09
    검색기록 지우기
  • 1조 달러
    2026-07-0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5,133
  • [열린세상] 고 교수의 죽음, 그리고 부산영화제/박홍규 영남대 법학과 교수

    [열린세상] 고 교수의 죽음, 그리고 부산영화제/박홍규 영남대 법학과 교수

    올해도 예년처럼 부산영화제에 참석하고 있다. 수업이 없는 닷새, 하루 서너 편씩 열심히 보지만 출품작의 10분의1도 못 보아도 나의 유일한 축제 연휴이자 가장 알찬 세계 여행, 가장 진지한 세계와의 대화이기 때문이다. 흔히들 말하는 세계화라는 것이 문화적으로는 기껏 미국 상업문화, 특히 할리우드 상업영화의 세계 독점을 뜻하는 천박한 현실에서 특히 세계 어디에서보다 그런 영화가 판을 치는 이 나라에서 비상업 세계 영화, 그것도 소위 강대국이 아닌 여러 나라 영화를 한꺼번에 뽑아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대중이나 언론의 관심은 화려한 개막제의 상업적인 스타들의 레드카펫 따위인지 모르지만 나에게 그것은 언제나 역겨울 뿐이다. 그런 역겨움이 더해져서 영화제가 생긴 뒤 처음으로 거기에 참석해야 할지를 고민한 것은 아니다. 8월 말에 돌아가신 고현철 부산대 교수 때문에 부산에 간다는 것 자체가 괴로웠기 때문이다. 누구보다도 영화를 사랑하고 부산영화제를 사랑한 그가 없는 부산영화제에 간다는 것이 괴로웠기 때문이었다. 그의 죽음을 처음 들었을 때 국가 최고법인 헌법에 명시된 대학의 자치가 권력에 의해 유린당하는 현실을 명색이 법학자라는 내가 아니라 시인 국문학자가 죽음으로 규탄하고 대학 총장 직선제라는 민주적 제도의 회복을 죽음으로 요구한 점에 나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1987년 민주화 투쟁으로 확보한 대통령 직선제 분위기를 타고 나타난 총장 직선제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대부분의 대학에서 정부가 직선제와 바꾸라고 흔드는 돈다발에 줄줄이 포기했다. 몇 사람이 반대 서명 등으로 항의했지만 사회적으로는 물론 대학에서도 이슈가 되지 못했다. 스스로 싸워 얻은 자치가 아니었으니 너무나도 쉽게 내준 꼴이었다. 교수들 대부분이 1987년 이전을 살고 있는지, 또는 돈 냄새에 너무나도 민감한 상업적 인간인지, 혹은 대학이 처음부터 상업적이었든지 정말 돈과 권력에 약했다. 진리 추구의 학문을 하는 선비 학자들은 돈과 권력을 싫어한다는데 지금은 회사원이나 정상배 같은 자들이 너무 많다. 자신들만 그런 것이 아니라 학생들조차 그렇게 몰아가 현재만이 아니라 미래까지 망치고 있다. 대학을 돈으로 제멋대로 통제 관리해 대학 민주주의를 말살하려는 지극히 물질주의적이고 획일적 정책이 시행된 것이 어제오늘이 아니지만 최근의 그것은 더욱 심해져 역사상 최초로 교수의 안타까운 투신 자살까지 결과했다. 부패한 족벌 사학이 부활하고 시대착오적인 권위주의의 망령이 대학 행정을 농단해 대학이 지녀야 할 최소한의 자율성은 물론 공공성조차 파괴하는 현실에 철저히 눈을 감으면서 권력이 요구하는 구조조정이니 성과연봉제 등에 야합하는 대부분의 대학과 교수들이 그의 죽음을 결과했다. 그래서 지난 9월 18일 전국에서 모인 교수와 직원들이 국회 앞에서 고현철 교수를 추모하며 정부의 잘못된 일방적 대학 정책을 규탄하고 총장 직선제 등의 대학 민주화를 요구했지만 정부나 국회가 그것을 눈여겨보기는커녕 뉴스조차 되지 못하는 비참한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외친다. 더이상 대학을 돈으로 타락시키지 말라. 대학도 더이상 돈으로 타락하지 말라. 헌법에 명시된 가치이자 대학으로서의 최소한의 자존심인 자치를 정부도, 대학 당국도, 교수도, 학생도 지켜야만 우리 사회가 더이상 돈에 미친 사회로 타락하지 않을 것이다. 영화도, 예술도, 학문도, 대학도, 국가도 모두 돈이 움직이는 상업일 수는 없지 않은가. 학문과 예술의 전당인 대학의 본질은 자유이고 자치다. 고현철 교수의 유언처럼 대학 민주주의는 국가 민주주의의 초석이다. 정부는 무엇보다도 먼저 대학 통제용으로 돈다발을 휘두를 정도로 돈이 남아돈다면 반값등록금이라는 선거 공약을 지키는 것이 옳지 않을까. 영화제도 돈으로 휘두르려고 한다는 고약한 소문이 있었지만 사실이 아니기를 빈다. 그래도 참혹한 현실을 정직하게 표현하는 작은 나라들의 영화는 진실, 감동 자체다. 스물을 맞은 장성한 부산영화제를 보지 못하고 가신 님이 남긴 대학 민주화의 성스러운 순교지인 부산을 순례하고 돌아가면 그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 “네가 없으면 나도 없다… 우정·사랑 위해 연대해야”

    “네가 없으면 나도 없다… 우정·사랑 위해 연대해야”

    “에로스의 종말은 타자(他者)를 상실한 탓입니다. 타자가 사라지면 자아를 느낄 수 없게 됩니다. 공허감을 극복하고 자아를 더 강렬히 느끼기 위한 개인의 선택이 셀카처럼 자기 속으로 침몰하는 나르시시즘적 행위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만난 한병철 독일 베를린예술대학 교수는 최근 펴낸 ‘에로스의 종말’(문학과지성사)에 대해 설명하며 셀카 열풍과 함께 독일에서 나타나고 있는 심각한 사회병리 현상을 소개했다. 한 교수는 “독일 청년들의 20% 이상이 자기 손목을 긋는 자해 경험을 갖고 있고 4~5%는 거의 매일이다시피 자해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셀카를 찍는 것과 자해하는 행위는 결국 모두 공허해진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가 말하는 ‘타자의 상실’은 관계를 맺는 상대방의 부재를 일컫는다. 그에 따르면 ‘타자’는 자기를 비춰 주는 거울인데, 거울이 없어지면 우울증 환자처럼 자기를 포함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 한 교수는 “만족하는 나는 타자를 통한 선물인데, 타자가 없어지면 자아도 없어지고 공허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죠. 타자를 성적 대상화하는 사회적 포르노 현상과 함께 ‘자기애’로 착각하는 ‘나르시시즘’이 주요한 이유죠.” ‘자기애’는 상대방의 존재를 전제한 상태에서 갖는 자존감이지만 ‘나르시시즘’은 자기와 상대방을 구분하지 않은 채 자기 속으로 가라앉고 마는 공허한 감정이라는 설명이다. 한 교수는 두 가지 이유를 들어 그 배경을 짚었다. 하나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 사랑에 빠지지 않으려 하는” 태도다. 그는 “상처를 받아야 자아가 성장하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이유는 사회 구조적인 부분이다. 그는 책에서 ‘자본주의는 모든 것을 상품으로 전시하고 구경거리로 만듦으로써 사회의 포르노화 경향을 강화한다. 자본주의는 성애의 다른 용법을 알지 못한다’(70쪽)고 기술하고 ‘돈은 본질적 차이를 지우며 평준화한다.… 돈은 타자에 대한 환상을 없앤다’고 썼다. 신자유주의 체제를 정면으로 겨냥한 셈이다. 자아 및 타자를 회복할 수 있는 대안 역시 그 연속선상에 있다. 한 교수는 “개인의 고립된 처지를 극복하고 우정 및 사랑을 향한 연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피로사회’부터 시작해 ‘투명사회’, ‘심리정치’, ‘권력이란 무엇인가’ 등에 이어 내놓은 ‘에로스의 종말’은 노동, 정치, 사랑 등을 창으로 삼아 현대사회를 심층적으로 분석해 내는 지적 여정으로 독일에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씨줄날줄] 문명충돌 시대의 오폭/구본영 논설고문

    오폭(誤爆)은 영어로는 ‘프렌들리 파이어’(friendly fire)라는 기발한 관용어로 표현된다. ‘(적이 아닌) 친구를 쏜다’는 뜻이다. 물론 실제 상황이 되면 엄청난 비극일 뿐이다. 최근 아프가니스탄에서 ‘국경 없는 의사회(MSF)’ 병원이 탈레반과 교전 중인 미군에 의해 폭격당한 게 그런 경우다. 스무 명 이상의 민간인이 희생됐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 쿤두즈주(州)의 MSF 외상치료센터가 공습 목표가 된 배경을 놓고 주장이 엇갈리긴 한다. 쿤두즈 주지사 서리는 외신 인터뷰에서 “병원이 명백히 탈레반의 공격 기지로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MSF 측은 환자 105명과 의료진 80여명이 있었을 뿐이라며 탈레반의 병원 침입 사실을 부인했다. 이런 공방에도 불구하고 국제 여론은 병원을 폭격한 미군에 불리하게 흐르고 있다. MSF는 세계 최대의 비군사·비정부 긴급의료구호단체다. 인종과 이념, 종교를 초월해 전 세계 분쟁 지역에서 헌신적 의료 활동을 펼치면서 1999년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결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 등 미 수뇌부도 애도와 함께 철저한 조사를 약속했다. 중동에서 오폭으로 인해 애꿎은 희생자가 늘어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아프간에서만도 2009년 5월 미군의 공습으로 140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지 않았는가. 최첨단 무인기를 동원한 폭격으로 전투 요원들의 사망 가능성은 줄지 모르나 민간인 사상자는 외려 늘어나는 것도 현대전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피아 구분조차 어려운 전장이라면 민간인 사망자가 줄어들긴 어려운 구조다. 아프간은 물론이고 이라크와 시리아 등 내전을 겪고 있는 나라들의 슬픈 운명이다. 며칠 전 러시아가 수니파 무장조직인 ‘이슬람국가’(IS)를 공습한다더니 외려 시리아 반군의 거점을 타격해 큰 피해를 준 게 그 전조다. 가뜩이나 세계의 화약고인 중동에서 무고한 민간인 희생자들이 늘어나는 근인(根因)은 뭘까. 종파와 민족, 그리고 이념이 난마처럼 뒤엉킨 문명충돌의 현장이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일찍이 미 하버드대 새뮤얼 헌팅턴 교수는 냉전 종식 이후 국제 분쟁은 문명 간 충돌 양상을 띨 것이라고 ‘예언’했다. 1996년 저서에서 “이념 갈등이 사라진 자리를 서구 기독교 문명권과 이슬람이나 유교 문명권의 충돌로 대치될 것”이라고 내다본 것이다. 요즘 중동 사태를 보면 문명충돌론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으로 보인다. 같은 이슬람 문명권인데도 사분오열된 종파끼리 더 격렬히 싸우고 있으니…. 소수 시아파인 아사드 정권에 맞서 수니파 중심의 반군과 IS가 3각 혼전을 벌이고 있는 시리아를 보라.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국가들은 반군을 지원하는 반면 러시아와 시아파 국가인 이란은 아사드 정권을 돕고 있다. 이 와중에 시리아 민간인들의 질곡은 깊어만 가고 있는 게 비극의 본질이다.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 [김지연의 직장인을 위한 서바이벌 IT] (1) 그 많던 비디오 가게는 왜 보이지 않을까?

    [김지연의 직장인을 위한 서바이벌 IT] (1) 그 많던 비디오 가게는 왜 보이지 않을까?

    아들이 올해 졸업반인데 취업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남들처럼 스펙도 쌓고 인턴도 해보지만 문은 좁다. 면접에서 평소 관심을 두지 않았던 질문들을 받는 날이면 풀이 죽어 집에 온다. 빅데이터, 사물 인터넷, 핀테크, 비콘 같은 말을 들은 적은 있지만 막상 질문을 받으면 대답이 쉽지 않다. 요즘 IT(정보기술)가 마케팅, 금융, 의료, 패션 등과 만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가 생겨나고 있어 기업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모든 것을 깊이 있게 알기는 어렵다. 하지만 기본적인 개념, 동향, 이슈 정도는 얕게라도 두루 알고 있어야 한다. 직장인이 이런 변화의 흐름을 놓치면 회사 생활이 힘들어진다. 경영자들은 보고서 한 줄, 회의 때 말 한마디로도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28년 동안 IT를 업으로 살아왔지만 지금처럼 변화가 빠르고 내일을 예측하기 어려운 때도 없었다. 일천한 경험이지만 힘겹게 직장 생활을 하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직장인을 위한 서바이벌 IT’라는 이름으로 이야기를 나누어보려고 한다.  현대 경영학의 3대 구루(guru·존경할만한 스승) 중 한 명인 하버드대 마이클 포터 교수는 ‘지능형 상호 연결 제품(Smart, Connected Product)’이 제3의 IT 변혁을 주도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기존의 변혁이 생산성을 높이고 가치사슬을 바꾸어 놓았다면, 새로운 물결은 산업의 구조와 경쟁의 본질까지도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이것을 주도하는 것은 IT의 두 축인 ‘연결’과 ‘지능’이다. IT는 대략 10년을 주기로 큰 변화가 있었다. 1990년대의 모뎀으로 컴퓨터를 연결한 PC통신을 거쳐 2000년대에는 초고속 인터넷이 등장했고 2010년대에는 스마트폰, 무선 인터넷, SNS로 대표되는 모바일이 사람을 연결했다. 또 다른 10년, 사람과 사물과 정보가 모두 지능형 네트워크로 이어지는 초연결 사회(hyper-connected society)로의 진입이 시작됐다.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는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기도 하고 직장과 사업을 한 순간에 앗아가기도 한다. 지금은 컴퓨터 속의 저장 아이콘으로만 남아 있는 플로피디스크, 한때 동네마다 성업했던 비디오 대여점, 지하철 입구에서 나누어 주던 무가지는 이제 보이지 않는다. 부동산 중개업, 음식점, 택시 업계도 스마트폰 앱으로 무장한 비즈니스의 등장으로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게 됐다. 컴퓨터가 신문기사를 작성하고 주식을 거래하거나 재판의 판례도 조사한다. 옥스퍼드대의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화와 기술의 발전으로 10~20년 이내 현재 직업의 47%가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직장인들이 새로운 10년을 고민하고 나만의 필살기를 준비해야 하는 이유이다. 회사도 자기 업무 하나만 아는 I자형보다는 한두 분야의 깊이 있는 전문성과 폭넓은 지식을 갖춘 T자, π자형 인재가 절실하게 필요한 때다.  먼저 모든 것을 연결한다는 사물인터넷부터 이야기해보자. 최근 IT 정책, 대기업의 전략, 스타트업 사업 계획, 심지어 초등학생 경진대회에서까지 사물인터넷은 빠지지 않는다. 2013년에는 셀카의 영어식 표현인 셀피(selfie)와 함께 옥스퍼드 사전에 신조어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마치 10여 년 전 인기를 누렸던 유비쿼터스의 전성시대를 보는 듯하다. 정말 사물인터넷은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의 주역이 될 수 있을까? 사람의 목숨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보안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까? 기기들을 연결하기만 하면 사업이 성공할까? 호환성을 위한 표준은 통일될까? 궁금한 것들이 많다. 이번 회에서는 사물인터넷의 배경부터 간단히 살펴보자.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이라는 용어는 1999년 P&G에서 근무하던 캐빈 애시튼이 처음으로 사용했는데 그 개념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네트워크에 접속하여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유비쿼터스(Ubiquitous)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물에 센서와 통신을 결합해서 정보를 처리하는 사물지능통신(M2M)도 유사한 개념이다. 글로벌 통신장비 업체인 시스코는 사물(Things) 대신 모든 것을 연결한다는 의미로 만물인터넷(Internet of Everything, IoE)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올해 삼성전자가 투자한 프랑스의 시그폭스(Sigfox)는 사물 간의 소규모 통신을 사용하는 소물인터넷(Internet of Small Things)으로 유명해졌다. 아직 통일된 사물인터넷의 정의는 없다. 우선 ‘사물에 센서와 통신 기능을 붙여 네트워크에 연결하고, 그 정보를 활용해서 유용한 서비스를 만드는 것’ 정도로 이해하면 무난하겠다.  그런데 왜 다시 사물인터넷이 주목을 받게 되었을까? 한때 홈 오토메이션(Home Automation)이 유행한 적이 있는데 결국 소비자에게 환영받지는 못했다. 성능도 좋지 않았고 센서나 칩의 가격은 비싸면서 덩치는 컸다. 게다가 표준마저 제대로 없어 같은 회사 제품도 호환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에 사용되던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IT 기술이 생활 속의 제품과 서비스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저렴하게 각종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센서, 안정적이고 빠르게 데이터를 보낼 수 있는 무선통신, 대용량의 정보를 저장하고 분석하는 클라우드와 빅데이터의 발전이 사물인터넷을 현실 속으로 가져온 것이다. 센서의 가격은 매년 8.2% 하락하여 2005년 평균 1.3 달러 수준이었던 것이 2020년에는 0.38 달러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컴퓨터도 점점 작아져서 인텔이 2015 소비자가전쇼(CES)에서 발표한 웨어러블용 컴퓨터 ‘큐리(Curie)’는 손톱만 한 크기에 CPU, 블루투스, 센서, 배터리가 모두 들어 있다. 무선 데이터의 전송 속도도 지난 5년간 무려 10배나 빨라졌다. 사물인터넷의 연결과 지능에 필요한 기술적 환경은 갖추어졌다. 이런 기술을 엮어 집안의 모든 가전제품을 연결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보다 연결을 통해 소비자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다.  삼성전자 자문역 jyk9088@gmail.com
  • 쌍둥이 품은 ‘엄마 별’ 포착…이중 고리 속 행성 형성중

    쌍둥이 품은 ‘엄마 별’ 포착…이중 고리 속 행성 형성중

    행성이 형성 중인 것으로 보이는 아름답고 화려한 이중 고리를 두른 젊은 ‘엄마 별’이 세계 최대 알마(ALMA) 전파망원경에 포착됐다. 지구로부터 이리자리(Lupus) 방향으로 약 456~619광년 거리에 있는 ‘이리자리 IM’(IM Lup)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별은 나이가 50만~175만 년으로, 약 45억 년 된 우리 태양과 비교해 보면 아직 어린 수준이다. 천문학자들은 알마 망원경을 사용해 이 젊은 별 주위에서 행성 형성 원반인 고리를 2개나 관측해냈다. 이들은 지름이 90AU인 내부 고리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름이 300AU인 외부 고리가 관측 가능하다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연구진은 분석 연구를 통해 이중 고리가 우주에서 가장 흔한 중이온(중원소의 양이온, 전자기를 띠는 분자) 중 하나인 ‘중수소로 치환된 포르밀 양이온’ DCO+(중수소-탄소-산소)로 이뤄져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우주에는 ‘포르밀 양이온’ HCO+(수소-탄소-산소)라는 중이온이 더 많이 분포하고 있는데 DCO+는 HCO+의 수소 원자가 ‘수소-중수소 교환’ 반응을 통해 중수소로 바뀐 것. 연구를 이끈 미국 하버드 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의 카린 외베리 박사는 “알마 망원경을 통해 행성이 형성 중인 원반에 일어나는 화학적 성질을 관찰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번 발견은 원시 행성계 원반의 외부 본질을 이해하는 새로운 단서가 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 별에서 DCO+로 이뤄진 내부 고리의 존재는 DCO+ 형성에 필수적인 ‘낮은 온도’와 ‘풍부한 일산화탄소(CO) 가스’의 적절한 조합으로부터 형성됐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 별에 더 가까운 조건은 또한 DCO+가 생기기에는 너무 따뜻하다. 하지만 좀 더 먼 곳에서는 쌓여있는 일산화탄소(CO)가 모두 얼어붙어 지름이 미크론으로 측정되는 고체 입자인 미립자(dust grains)와 원시행성으로 합쳐질 가능성이 있는 여러 미행성(planetesimals) 위에 얼음층을 형성한다. 또 연구진은 외부 고리의 존재로부터 다음과 같은 가정도 도출하고 있다. 중심 별로부터 멀어질수록 주위 환경은 차갑고 어두워지지만, 외부 고리일지라도 원반 밀도가 매우 낮은 부분은 중심 별의 빛이 외부 고리 안까지 파고들어 가는 것으로 연구진은 가정하고 있다. 이런 빛을 통해 얼어있던 일산화탄소가 승화하고 내부 순환을 통해 DCO+의 생성이 다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중수소로 이뤄진 무거운 분자가 지금까지 예상하지 못했던 장소에서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이런 무거운 분자가 우리 태양계와 다른 행성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역사를 탐구하는 유력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연구진은 말하고 있다. 외베리 박사는 “무거운 분자는 어디서 어떻게 다양한 분자로 형성됐는지를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이른바 별들 사이의 메신저”라고 말했다. 또한 “예를 들어 지구의 바다는 중수소와 산소로 이뤄진 물인 ‘중수’가 많이 포함돼 있어 지구의 물 대부분이 태양이 지금처럼 빛나기 전인 원시 태양계 성운일 때부터 존재했음을 보여준다”면서 “즉 해수는 태양보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인 ‘천체물리학회지’(The Astrophysical Journal) 최신호(9월 4일자)에 발표됐다. 사진=카린 외베리(CfA), 알마 (NRAO/ESO/NAOJ); 빌 색스턴 (NRAO/AUI/NSF)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신뢰받는 군을 위하여] 무기체계 도입의 문제

    [신뢰받는 군을 위하여] 무기체계 도입의 문제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은 지난 3월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을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이 회장은 2009년 방위사업청과 터키 방산업체 하벨산사가 공군 전자전훈련장비(EWTS)를 납품하는 계약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연구개발비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방사청을 속여 납품 대금 9617만 달러(약 1101억원)를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았다. EWTS는 조종사의 안전을 위해 대공미사일 회피 방어·훈련을 하는 장비다. 합수단은 이 가격이 원가보다 두 배가량 부풀려졌으며 이 회장 등이 500억원 이상의 부당 이익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두 배나 비싸게 주고 산 EWTS가 정작 전투기 조종사의 안전훈련이라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성능 미달 장비라는 점이다.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실에 따르면 EWTS는 2012년 7월 이후 안테나 제어 장치와 신호 전송 장치 등 주요 장비와 소프트웨어에서 329건의 결함이 발견됐다. 허술한 계약 탓에 군 당국은 툭 하면 고장 나는 ‘애물단지’를 안게 됐고 그 손해는 고스란히 납세자인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온 셈이다. 군의 무기체계 획득 비리와 부실 무기 도입은 더이상 놀랍지도 않다.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은 지난달 17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방사청 국정감사에서 ‘방산비리의 대표 사례’를 묻는 질문에 “하도 많아서…”라는 웃지 못할 답변을 했다. 합수단이 지난해 11월부터 올 7월까지 수사한 결과 밝혀진 비리와 연관된 사업 규모는 총 9809억원에 달한다. 이는 올해 방위력개선사업 예산 11조 140억원의 8.9%에 해당하는 수치다. ●방위사업청 전문성, 국제경쟁력에 회의론 확산 방사청은 2006년 1월 방위사업의 투명성과 효율성, 경쟁력 제고 등을 목표로 국방부에서 분리돼 신설됐다. 그러나 개청 10년을 바라보는 현재 조직 자체의 필요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 군의 무기체계 획득은 각 군에서 소요를 제기하면 합동참모본부가 이를 조정한 뒤 방사청에 요청하고, 방사청이 실무를 추진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방사청은 무기체계의 성격에 따라 연구 개발을 진행하거나 국내외 방산업체 등에서 구입 또는 임차해 각 군에 배치한다. 하지만 무기체계 관련 비리는 개발·구매 시 부품 시험평가 과정에서 성능 관련 서류를 조작하거나 가격을 부풀리는 양상을 보였다. 지난해 3500t급 구조함 ‘통영함’ 납품 비리는 실제로는 2억원에 불과한 음파탐지기를 41억원에 납품한 것으로 알려져 국민을 경악하게 했다. 군의 부실한 무기체계 획득은 오랫동안 전면전을 치르지 않은 군 당국이 ‘실제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안이한 태도와 불감증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명감을 갖고 무기 도입 사업을 진행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방산비리 업무를 담당하던 감사원 관계자는 4일 “불량식품 업자도 자기 자식은 불량식품을 먹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듯 전쟁에 쓸 일이 없다는 생각으로 무기를 도입하는 게 문제”라며 “몇 년 버티다 신무기가 나오면 대체된다는 식으로 부실이 구조화됐다”고 지적했다. 안보를 앞세워 보안을 강조하는 무기체계 획득의 구조적 특성상 폐쇄적 의사결정 과정도 구조적 원인으로 꼽힌다. 국방 분야, 특히 무기체계 획득은 여전히 군과 관료집단이 독점권을 행사해 시민 사회의 감시를 받기 어렵다. 방사청은 방산업계에 취업한 예비역 군 출신(군피아)과 유착된 비리를 예방하기 위해 2017년까지 전체 직원 중 현역 군인의 비중을 50%에서 30%로 축소하는 ‘문민화’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평가다. 우리 방사청 조직의 전문성과 국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김종하 한남대 정치언론국방학과 교수는 “군 출신이냐 관료 출신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문제는 획득 인력의 전문성이 떨어져 국방과학연구소(ADD) 같은 기술 집단에 휘둘리기 쉬운 구조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국방부에서 획득 업무를 담당했던 채우석(예비역 육군 준장) 한국방위산업학회장은 “방위사업청이 방산비리를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해군이 맡는 잠수함사업팀장에 공군 출신을, 상륙함사업팀장은 육군 출신을 앉히지만 오히려 전문성만 떨어질 뿐”이라고 말했다. ●미국 무기체계 편중… 협상력 떨어뜨려 비리 문제 이외에도 방위력 개선이라는 본질과는 별개로 한·미 동맹 관계 등 정무적 판단이 무기 도입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논란이 됐다. 전투기나 미사일방어체계와 같은 대규모 무기체계 도입은 외교 관계나 산업 확산 효과까지 고려한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군이 수입한 무기의 89%는 미국제로 나타났다. 외교가에서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 문제 역시 작전의 효율성보다 미국과의 외교적 관계 차원에서 정리될 여지가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미국 무기 편중 현상은 미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 외에도 이미 도입한 미국 무기체계와 호환성, 미군의 전시예비비축물자 사용 등이 명분이다. 작전 수행 시 동맹군인 미군과 탄약을 공유하거나 정밀유도무기 사용 시 같은 전자장비를 사용해야 효율이 높아진다는 논리다. 하지만 미국 일변도의 무기체계 도입은 결국 우리 협상력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사업에서 불거진 기술 이전과 관련한 부실 계약 논란도 애초부터 군이 7조 3000여억원을 들여 미국 록히드마틴의 F35A 40대를 차기전투기로 도입하기 위해 미국으로부터의 기술 이전 효과를 과대 선전한 데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김종하 교수는 “유럽이 유로파이터 전투기를 개발할 때 거의 30조원 가까운 돈을 투자해 4개국 이상이 동참해서도 20년이 걸렸다”며 “우리가 7조원을 들여 핵심 기술 연구개발을 성공시키고 국산 전투기를 개발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지난달 17일 국정감사에서 “방사청을 해체하고 모든 업무를 다시 국방부로 가져오는 방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질문했다. 이 발언은 그 타당성은 차치하고서라도 현재 우리 방사청이 보다 강도 높은 혁신이 필요하다는 국민의 인식을 반영한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커버스토리] 자동차 삼국지 판이 뒤집힌다

    [커버스토리] 자동차 삼국지 판이 뒤집힌다

    ●폭스바겐, 올 상반기 1위 도요타 제쳤는데 ‘급브레이크’ 지난해 생산량 기준으로 세계 자동차 업체 1위는 일본의 도요타다. 독일의 폭스바겐이 2위, 미국의 제네럴모터스(GM)가 3위다. 이들 완성차 업체는 아시아, 유럽, 북미 등 각 지역을 대표하며 ‘세계 자동차 시장 삼국지’를 이끌어 왔다. 특히 지난해 생산량에서 도요타에 뒤져 2위에 머물렀던 폭스바겐은 올 상반기 504만대를 생산하며 502만대의 도요타를 앞지르고 최초 세계 1위 등극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독일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의혹 사태로 인해 이 같은 ‘세계 자동차 삼국지’의 구도 재편이 불가피해졌다. 업계에서는 폭스바겐 사태가 기존에 없었던 자동차 역사상 가장 큰 파문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2009년 일본 도요타의 브레이크 및 가스페달 등의 결함에 따른 대규모 리콜,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점화장치 불량으로 인한 대량리콜 등도 있었지만 이번 폭스바겐 사태는 기존의 대량 리콜사태와는 본질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앞선 대량 리콜 문제는 각 업체가 기술적 결함을 발견했거나 알면서도 문제를 숨겼다면 이번 문제는 기업에서 의도적으로 문제를 감추기 위해 속임수를 썼다는 사실이 들통났기 때문이다. ●美 리콜 명령, 전세계 재검사로 번져 실제 미국에서 판매된 폭스바겐 차량에 대해서만 조치된 리콜 명령은 전 세계 각국 정부에서 폭스바겐 모델에 대한 재검사로 번지고 있다. 우리나라 환경부도 문제가 된 EA189 디젤 엔진이 장착된 폭스바겐과 아우디 모델 일부에 대해 재검사를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점에서 이번 파문은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자동차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 이른바 ‘폭스바겐 게이트’에서 독일 완성차 업체들을 겨냥한 ‘디젤 게이트’로까지 커졌다. 우리나라 환경부도 연말까지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디젤 차량도 조사 대상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독일산 디젤차’에 대한 환상을 키워 가던 국내 소비자들은 “폭스바겐이 전 세계 소비자들을 기만했다”며 등을 돌리고 있고 폭스바겐의 경쟁사들과 전기차 관련 업체들의 주식은 폭스바겐 사태가 발생한 이후 계속해서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다. ●독일차 몰락 위기… 5위 현대·기아차 행보 관심 ‘클린 디젤’을 앞세워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던 독일 및 유럽 중심의 디젤 엔진 자동차와 폭스바겐을 비롯해 이를 생산하던 완성차 업체들의 몰락이 예견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78년 동안 기술력을 쌓아오며 세계 1위 완성차 기업을 바라보던 폭스바겐이 쉽게 무너지진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폭스바겐 사태에 따른 ‘세계 자동차 삼국지’의 재편과 함께 지난해 생산량 기준 세계 5위를 차지한 한국의 현대·기아차의 행보도 자동차업계의 관심 대목이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한류로 키워 온 ‘소프트파워’의 미래는

    한류로 키워 온 ‘소프트파워’의 미래는

    코리안 쿨/유니 홍 지음/정미현 옮김/원더박스/320쪽/1만 4800원 후진타오(胡錦濤) 전 중국 국가주석은 한국 드라마, 특히 ‘대장금’을 좋아한다고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전 세계가 한류의 영향을 받는 게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치켜세운 적이 있다. 믿고 싶지만, 정치 지도자들의 말에서는 왠지 정치적 수사의 뉘앙스가 강하게 풍긴다. 한류는 정말 실재하는 현상일까. 불과 십수년 전만 해도 한국은 세계 대중문화의 절대적 수입국가였다. 한데 그 짧은 기간에 탄탄한 기반을 갖춘 대중문화의 수출국으로 떠올랐다? 한류의 본질에 대해 외려 한국인들이 반신반의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싶다. 새 책 ‘코리안 쿨’은 20세기의 지독한 가난과 혹독한 시대상을 딛고 21세기 들어 전 세계에 대중문화를 수출하는 나라로 급변한 한국에 대한 관찰기다. 프랑스와 미국에서 작가 겸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는 저자는 외국에서 한류의 인기가 일시적 유행이거나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국한되는 현상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는 “한류는 아시아의 표준이자 국경을 넘어선 대중 정서가 됐다”는 미국의 아시아 대중문화 전문가 제프 양의 분석과 맥을 같이한다. 저자는 한국이 이미지를 통해 행사하는 무력인 ‘소프트파워’를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이 언제부터 어떻게 대중문화 강국으로 나설 수 있었는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지난 2년간 한국의 대중문화 산업 종사자들, 정부 관계자, 문화평론가와 학자, 기업인 등을 전방위로 인터뷰했다. 책은 그 결과물이다. 책은 내용상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우선 1~5장은 1990년대 이전의 딱딱하고 틀에 박힌 한국 사회를 돌아본다. 도저히 창작과 대중문화 발전을 예측하기 어렵던 시절에 어떻게 새롭고 담대한 도전의 맹아가 싹텄는지 그 배경을 살핀다. 6~13장에선 1990년대부터 케이팝과 드라마, 영화, 게임산업 등 각 대중문화 영역의 도전 과정을 상세히 짚었다. 그동안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이면의 이야기들과 해외에서 한류를 보는 시각들도 담겼다. 운명적 경쟁자인 일본이 한국과의 대중문화 전쟁에서 어떻게 패했는가에 대한 분석도 흥미롭다. 14~15장은 한류의 내일을 조망하는 장이다. 국내 최대 기업 삼성을 사례로 한류가 경제·수출산업과 패키지를 이뤄 전 세계에 생활양식을 ‘판매’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마셜플랜으로 세계에 미국 문화를 전파하며 주도적인 위치를 만들었듯 한국도 이와 비슷한 영향력을 전파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펼쳐진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문화마당] 문화의 흔적과 문화경제/코디 최 미술가·문화이론가

    [문화마당] 문화의 흔적과 문화경제/코디 최 미술가·문화이론가

    우리나라는 1894년 갑오개혁의 혼란한 근대화를 정리하기도 전 일제 식민지 치하에 놓이게 되어 일본 근대화의 흐름을 표방하며 개화의 바람이 시작되었고, 이 과정은 대한민국 근대문화 역사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해방 후에 정치적 갈등 구조를 해결하지 못한 채 한국사는 전쟁으로 이어졌고, 그 전쟁을 통해 보여진 막강하고 부유한 미국의 모습을 부러움과 경계의 대상으로 여기며, 표면적으로 흉내 내듯 이끌려가며 또 하나의 문화화 과정이 벌어졌다. 즉 전쟁 후 가난 속에서의 탈출이라는 역사적 과제 아래 부와 힘의 상징이었던 미국의 존재는 우리에게 왜곡된 시각을 갖게 했다. 우리에게 서양과 현대사회 그리고 앞서간 문화의 개념은 미국을 통해 이해되면서, 현대화와 서양화와 미국화를 동일시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것은 국제관계와 권력구조에서 비롯된 우리 역사의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으며, 간과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자 우리의 문화화 과정이다. 이는 서구 자본주의의 본질과 역사를 이해하고 우리의 입장에 타당한 토착화를 이루었다기보다는 그들의 자본주의를 흉내 내고 편파적으로 받아들였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 불황 속에서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에 의해 성과를 만들어낸 수정자본주의는 국가 차원의 경제통제를 통해 자본주의의 결함을 제거하고, 사회 여러 계층의 소득을 평준화함으로써 소득 불평등을 해결하고 경제 불황을 극복하는 사회보장제도를 앞세웠다. 그러나 우리의 입장은 달랐다. 가난한 현실을 벗어나야 한다는 의지 아래 사회보장 제도보다는 대외적으로는 경제 발전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급급했고, 내부적으로는 몇몇 재벌 경제에 치중하게 되면서 소득의 불평등은 극대화되어 마침내 새로운 부유계층과 빈곤계층이 형성됨에 따라 고급문화와 대중문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 지점에서 빈곤계층이 즐기는 문화는 대중문화로, 부유계층이 즐기는 문화는 고급문화로 치부하게 되었다. 또한 1990년대 들어 미국의 신자유주의 경제에 영향을 받기 시작한 우리 사회는 이윤의 극대화가 강조되는 신자유주의 경제의 단적인 면이 크게 부각되어 각인돼 이윤의 획득이 도덕성을 앞서게 되면서 배금주의 현상은 현 시점의 우리의 문화를 지배하고 있는 듯하다. 단적으로 현재 우리는 문화를 내용적 가치에 의해 평가하기보다는 자본의 가치로 평가하고 측정하려고 하는 듯하다. 즉 비싸게 취급되는 문화가 곧 좋은 문화라고 착각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여성들이 값비싼 명품 백에 매료되고 있는 것은 값비싼 명품 백을 드는 순간 자신이 문화적으로 신분 상승을 하는듯한 착각에 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혹은 예술품의 가치를 예술품의 내용이나 그 저변의 철학적 사유를 뒤로 하고 수백억을 호가하는 경매가를 근거로 뛰어난 예술 혹은 위대한 작가로 여기는 사례들이 그러하다. 이러한 발상들은 문화의 경제적 가치를 숫자로 계산을 하는 직업군마저 출생시켰고, 그들은 지금도 문화경제라는 말을 신종어로 유행시키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아이러니를 발견한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경제적 가치의 틀을 벗어날 수 있는 존재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문화라는 대상을 바라볼 때, 우리는 그 속에서 경제적 가치가 아닌 정신적 의미와 위로받기를 원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기에 문화의 가치를 이처럼 경제적 수치로만 환산하는 일은 우리의 정신을 자본화시키는 과정일 수 있기에 경계를 해야 할 것이다.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16] 당신은 ‘사회적 잠’을 잡니까, ‘개인적 잠’을 잡니까?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16] 당신은 ‘사회적 잠’을 잡니까, ‘개인적 잠’을 잡니까?

    단순한 시간의 관점으로 보자면 인간은 삶의 3분의 1을 자는데 할애합니다. 전 생애를 100이라고 할 때 잠이 차지하는 시간상의 비중이 33 정도 된다는 뜻입니다. 수명이 80세인 사람이 평생 자는 시간이 27년 정도인 셈인데, 이는 그 사람이 자신의 삶에서 정말 중요하다고 믿는 것, 이를테면 누군가를 사랑한다든가, 무언가를 먹는다든가, 특별한 취향을 즐기는 일 등 어떤 것에 할애하는 시간보다 길고 오래입니다.  그러나 이런 관점은 그야말로 단순한 산술일 뿐입니다. 다양한 변수를 참고해 보정하면 잠의 가치는 이런 산술적 분석을 훨씬 뛰어넘는 중요성을 가집니다. 그 중요성이 어느 정도인가 하면 ‘잠이 없으면 삶도 없다’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잠과 삶의 관계를 ‘황금 연대’라고 규정하기도 했지요. 물론, 사람이 자기 위해서 사는 건 아니고 살기 위해서 자지만, 모든 사람의 전 생애를 통해 잠만큼 지속적으로 행복감과 안도감, 편안함과 성취감을 주는 행위는 단언컨대 없습니다.  잠은 그 자체가 생명 활동의 원천입니다. 잠이 없으면 사람에게는 어떤 가능성도 남지 않는다는 분명한 사실이 이를 증명합니다. 이는 신체적 관점에서 어떤 이의도 없는 사실입니다. ‘사흘 굶고 남의 집 담장 안 넘는 사람 없다’는 말에 빗대자면 ‘사흘 자지 않고 사람 노릇 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잠-문화의 산물  그렇다고 잠의 효용이 신체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적으로 같은 부류의 사람들은 유사한 잠의 형식과 패턴을 공유합니다. 그럼으로써 사회적 활동에 함께 참여하고, 사회적 정서를 공유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한국인에게는 한국인이 공유하는 잠의 특질이 있고, 아프리카인에게는 그들이 공유하는 잠의 유형이 따로 있어 여기에서 한국인과 아프리카인의 ‘다름’이 구체화된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잠의 특질과 유형이 달라서 생기는 차이가 바로 삶의 방식의 차이이고, 정서의 차이이고, 생산성과 목표의식의 차이를 낳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비행기를 타고 유럽이나 미주지역으로 여행을 할 때 겪는 시차라는 것도 생각해 보면 ‘다른 잠을 자는 세상’으로 진입하면서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조화와 적응의 과정임을 쉽게 알 수 있지요.  그러면 우리는 어떨까요? 굳이 이런 문제를 두고 ‘민족’처럼 고답적인 거대 단위의 설명이 필요한지는 차치하고, 잠은 생활공동체로서의 민족의 동질성을 규정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같은 곳에서, 같은 시간대에, 같은 패턴과 같은 질의 잠을 잔다는 것은 공동체의 중요한 기반이니까요. 이런 생활공동체를 마치 수학에서 미분을 하듯 세세하게 쪼개 보면 가족이라는 기본적인 생활 단위에 가닿습니다.  가족이란 기본적으로 혈연관계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혈연의 본질인 ‘핏줄’ 만으로 가족을 규정하기에는 뭔가 부족합니다. 어쩌면, 혈연이란 타의적 선택이고,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태어날 때부터 지워진 조건이어서 자의적 연대의 조건을 충족시킨다고 단언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혈연의 연대성을 공고하게 하는 것은 흔히 말하는 운명공동체로서의 체험을 같이 하는 것인데, 여기에는 목표와 환경과 인식의 공유, 노동과 식사와 휴식 같은 일상적 조건의 공유 외에도 같은 잠을 잔다는 조건이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나’는 생명체로 배태된 그 순간부터 어머니의 뱃속에서, 어머니의 체온에 의지해 잠을 자며 새로운 세상과 만날 일을 준비합니다. 뱃속에서 조용하게 잠만 자면 “그 놈, 게으름 피우는 걸 보니 복은 타고나겠다”는 말을 들었고, 잠에서 깨어 몸을 뒤척이며 요란하게 까불면 “어쨌든 손발 부지런한 놈이 잘 사는 세상이다. 천석, 만석 누리고 살겄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렇게 처음 어머니와 연계된 잠은 가족 모두의 잠으로 전이되고 치환됩니다. 태어나서도 가족 안에서의 ‘나’는 잠으로 말을 합니다. 그 잠이 아버지의 팔에 안겨서 든 잠이든, 어머니 젖가슴에 얼굴을 묻고 누리는 잠이든, 아니면 포대기에 덮여 누이의 등에 기댄 채 빠진 잠이든, 내가 아닌 또다른 누군가와의 관계가 가족이라는 연대에 포함된다는 점은 핏줄이라는 사실과 잠을 공유하는 현상으로 확인됩니다.  가족들은 내가 잠을 잘 자면 편하고 건강하다고 믿었고, 잠을 잘 자지 못하면 뭔가 불편하거나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지요. 그렇게 나와 가족은 잠을 공유하면서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생활을 하며, 같은 생애를 살아갑니다.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수 있지만, 잠은 그런 것입니다. ●이런 잠, 저런 잠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그런 잠을 ‘이래도 잠, 저래도 잠’이라고 간단하게 생각합니다. 그게 아니라도 고작해야 ‘잘 잔 잠’과 ‘잘못 잔 잠’ 정도로 나눠 생각하는 정도이지요. 하지만 잠에도 전문적인 분류법이 있습니다. 쉽게 정리하면, 깊은 잠과 옅은 잠 정도로 말할 수 있는데, 전문의들은 이를 난렘(Non REM)수면과 렘(REM)수면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REM이란 ‘Repid Eye Movement’의 약자로, 겉으로는 잠에 든 것처럼 보이지만 안구가 빠르게 움직이는 수면 상태를 뜻합니다.  이 난렘수면은 뇌파의 유형에 따라 다시 4단계로 세분화됩니다. 각성과 꿈의 경계상태인 세타파가 절반 이상인 뇌파가 90초 이상 지속되면 수면 1단계라고 말하지요. 소위 옅은 잠으로, 이 상태는 3∼10분간 계속되며, 경험해 보셨겠지만,이 때는 작은 소리나 자극에도 쉽게 잠이 깨곤 합니다.  2단계는 이보다 깊은 수면 상태로, 뇌파검사에서는 방추형의 작고 빠른 파동이 보이며, 40∼50분 정도 지속되지요. 이어 10∼20분 가량 이어지는 3∼4단계에 들면 비교적 느리고 진폭이 큰 뇌파가 나타나는데, 이 때는 ‘잠에 취했다’고 할 만큼 깊은 잠에 빠져 외부 자극에도 쉽게 반응하지 않습니다. 만약 누군가가 악몽을 꾸거나, 야뇨증 또는 몽유병 증상을 보인다면 바로 이 단계의 잠의 질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까지가 난렘수면에 해당합니다.  이 유형의 수면에 뒤이어 나타나는 유형이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는 렘수면 상태인데, 지속 시간은 20분 정도로 길지 않으며, 남자들이 수면 중 발기를 경험했다면 대부분 이 상태에서 이뤄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한 주기의 수면 사이클이 완성되는데, 여기에 걸리는 시간은 대략 90분 정도입니다. 이를 근거로 셈해 보면 하루에 7∼8시간을 자는 사람의 경우 이런 수면주기가 대략 4∼5회 정도 반복되는 과정을 거친다고 보면 되겠지요.  참고로, 인간의 뇌 활동상태를 보여주는 생체신호인 뇌파는 활동상태에 따라 크게 ▲델타파(1∼4Hz) ▲세타파(4∼8Hz) ▲알파파(8∼13Hz) ▲베타파(13∼30Hz) ▲감마파(30∼120Hz)로 구분합니다. 델타파는 깊은 수면 상태에서 발생되는 뇌파이고, 세타파는 일반적인 수면 상태에서 발생하는 뇌파로, 대부분 이 뇌파단계에서 꿈을 꾸게 됩니다. 알파파는 휴식 중에 생기는 뇌파로,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할 때 아주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베타파는 공부 등 정신활동을 할 때 생성되며, 감마파는 인지작용을 할 때 발생합니다.    ●개인적인 잠, 사회적인 잠  그러나 이런 분류는 병리학적이거나 또는 생리학적 관점의 분류이고, 이런 방식 외에도 잠의 특질을 규정할 수 있는 접근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사회적인 잠’과 ‘개인적인 잠’의 개념을 적용하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은 수면의 양태나 질을 따지고 측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한 개인이 취하는 잠의 양과 질을 사회 구성원 관점에서 조명하는 개념입니다.  왜 이런 접근이 필요한가 하면, 잠이란 극히 개인적인 생리활동의 영역에 속하지만,그 잠을 취하는 사람은 사회적 환경이나 조건에 따라 각기 다른 양과 질의 잠을 자게 되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덧붙이면, 이 방법은 학문적으로 정립된 측정 또는 평가 방식이 아니라 필자의 필요에 따라, 필자의 관점에서 적용하는 판별식임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확실히 잠은 개인적이면서 동시에 사회적입니다. 개인의 삶이 상대적으로 사회적 지배를 많이 받는 한국과 같은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직장인이든, 경찰이나 군인이든, 아니면 학생이든 어떤 경우라도 개인 또는 집단에 주어진 사회적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수면생활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의사는 진료활동에 부합하는 수면 패턴을 가지게 되고, 군인은 자신이 부여받은 임무를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수면 패턴을 지속합니다. 이는 학생이나 대학 교수, 은행원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이런 점에서 잠은 확실히 사회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잠이 사회적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은 통계로도 확인되지요. 지난해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인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 53분(413분)이었습니다. 같은 해, 통계청이 집계한 자료에는 7시간 59분이라고 나와있더군요. 무슨 이유 때문에 두 조사 결과 사이에 약 1시간의 작지 않은 편차가 존재하는지는 모르지만, 어떤 결과로 견줘도 OECD 최하위 수준에 해당합니다. 참고로, 다른 나라의 수면 시간을 보면, 프랑스(530분), 미국(518분), 캐나다(509분), 영국(503분), 이탈리아(498분), 일본(470분) 등으로 집계됩니다.  이를 근거로 보면, 선진국일수록 국민 평균 수면시간이 길다는 점을 간파할 수 있습니다. 이는 선진국들이 노동의 질을 따지는 반면 우리나라 같은 하위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 후진국 등에서는 아직까지도 노동의 양을 중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결과는 개인이 자신의 의지대로 잠을 취한다기 보다 소속 기업이나 기관의 업무 패턴 속에서 잠자는 시간을 확보하는 양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지요.  이는 연령대와 직업군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우리나라의 연령대별 수면시간을 보면, 40대가 6시간 37분으로 가장 짧고, 이어 50대 6시간 45분, 30대 6시간 56분, 20대 7시간 2분, 60대 이상 7시간 5분 등입니다.  또 직업군별로는, 화이트칼라 6시간 44분, 블루칼라 6시간 47분, 자영업자 6시간 49분, 주부 6시간 56분, 학생 7시간 6분, 농어업 7시간 8분, 무직 7시간 10분 등으로 조사됐습니다.  어깨가 무거운 가장이기도 하고, 직장 또는 사회 내부에서 책임자 위치에 올라 있는 40∼50대의 수면 시간이 가장 짧다는 것은, 이 연령대의 수면이 필요량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시간을 할애하는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외부 요인, 즉 사회적 필요에 의해 수면 시간이 제한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라고 할 수 있겠지요. 시간 운용이 비교적 자유로운 농어업 종사자나 무직자의 수면 시간이 상대적으로 긴 것 또한 잠의 사회성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할 수 있고요.  직업군 수면 분류에서 얻는 결과도 다르지 않습니다. 조직 또는 외부 필요성에 의해 수면 시간을 맞춰야 하는 화이트칼라, 블루칼라, 자영업자들의 수면 시간이 농어업 종사자나 무직자에 비해 짧다는 것은 이들의 수면 시간이 타율적으로 지배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또다른 지표라고 할 수 있겠지요.    ●선진국형 잠과 후진국형 잠  이같은 사회적인 잠은 개인의 잠을 규제하는 가장 직접적이고 영향력있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이를테면, 사회적 잠이 충실하지 못하면 개인적인 잠도 부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수면의 절대 시간이 부족한 상태에서 수면의 질로 이를 상쇄하는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3교대로 근무를 해야 하는 간호사의 경우 도식적으로는 ‘8시간 근무 후 퇴근-8시간 수면-8시간 개인 생활 후 출근’의 패턴을 반복합니다. 그러나 퇴근 후의 생활이 정확하게 8시간 단위로 돌아가지는 않지요.  이해를 돕기 위해 앞의 루틴을 재해석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8시간 근무를 마치면 업무 인수인계와 퇴근 준비 후 병원을 나서 집에 돌아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어쩌면 이 과정에서 2∼3시간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집에 도착해서도 곧장 수면에 드는 것은 아니지요. 취사와 가사노동을 하고,샤워와 식사 등을 하다보면 여기에서도 쉽게 2∼3시간을 잃게 됩니다. 더 중요한 문제는 매일 바뀌는 수면시간에 생체시계가 적응을 하지 못해 수면의 질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하루 오전 근무를 한 간호사는 다음에는 시간을 바꿔 근무를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좀 더 수면시간을 늘리고, 질 좋은 수면을 취하려 한다면 개인생활에 투입해야 하는 시간을 쪼개야 하는데, 이 경우 대부분 삶의 질 하락을 감수해야 하지요.  이 간호사가 평균적으로 6시간을 잔다고 가정할 때, 앞서 거론한 수면주기를 대입하면 프랑스 사람들보다 매일 2주기가 짧습니다. 연간으로 따지면 700 수면주기 이상을 덜 자는 셈이지요. 비단 이 간호사 뿐 아니라 많은 한국인들이 “자도, 자도 잔 것 같지 않은 잠”을 자면서 사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매일 조금씩 빼앗기고 유보한 잠이 월 단위, 연 단위로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고, 이는 조금씩 개인의 삶을 위축시키고, 건강을 좀 먹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통해 이 간호사가 근무하는 병원의 근무 조건이 철저하게 사회적 수면을 강요하는 형식이어서 개인적인 수면의 질을 유지하기란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아셨을 것입니다. 물론, 사회적 수면이 항상 개인적인 수면을 규제하는 것은 아닙니다. 프랑스처럼 국민들의 평균 수면시간이 530분(8시간 50분) 정도 되는 조건이라면 개인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수면의 질을 높일 수 있으니까요. 이런 상황이라면 시간이 충분히 주어진만큼 질의 문제만 고민하면 되기 때문이지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선진국은 개인의 삶을 중요시합니다. 선진국이라서가 아니라 먹고 살만 하면 모든 분야에서 개인적인 영역을 넓히려고 하는 건 당연한 추이지요. 잠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회적 잠을 최소화하는 대신 개인적인 잠의 영역을 확대하려고 하지요. 이에 반해 개도국이나 저개발국은 사회적 잠에 구속되기 쉽습니다. 개인적인 삶의 질을 논할 수 있는 경제적, 사회적 여유를 못 갖췄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우리는 일정 부분 경제적인 여유는 확보했다지만, 아직 선진국의 조건을 못 갖춘 상태라고 보는 것이 옳을 듯 합니다. 적어도 잠이라는 관점에서는 틀림없이 그렇습니다.[다음주 “당신은 ‘나의 잠’을 자고 삽니까”-2로 이어집니다]  jeshim@seoul.co.kr
  • 동네 뒷골목에도 ‘게릴라’ 음주단속 뜬다

    앞으로 큰 도로를 차단한 채 장시간 길을 막으며 벌이는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 풍경은 보기 어려울 것 같다. 단속 방식이 낮·밤 구분 없이 편도 2차로 이하의 이면도로의 특정 지점(스팟·spot)들을 20~30분 간격으로 메뚜기처럼 옮겨다니는 ‘게릴라식’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경찰은 또 ‘폴리스라인’을 침범할 경우 경찰 대응을 강화하는 등 집회·시위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공권력 확립 등을 위한 ‘생활 속의 법치질서 확립 대책’을 마련해 시행한다고 29일 밝혔다. 교통질서 확립 분야에서는 음주운전 단속을 ‘대로 차단형’에서 ‘스팟 이동식’으로 변경하는 것이 눈에 띈다. 장시간 길을 막으며 음주운전을 단속하면 사고 위험이 높아지고 교통 정체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 경찰이 밝히는 이유다. 최근엔 스마트폰 앱 등을 이용해 단속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돼 오랜 시간 한 장소에 머무는 방식의 단속은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경찰 음주운전 단속은 주간, 야간 구분 없이 편도 2차로 이하의 도로를 수시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게 된다. 큰 도로 구간을 벗어나 집에 거의 다 왔다고 해서 음주운전 단속 회피를 장담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식당·유흥가 인근 출발지점에서의 함정 단속은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어 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본 질서 확보 분야에서 경찰은 준법 집회시위 문화 정착을 위해 폴리스라인 침범 행위만으로도 현장에서 검거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폴리스라인 침범 행위 처벌을 현행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50만원 이하 벌금’에서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하도록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한다. 개정안에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인근도 집회 금지 및 제한 가능 장소로 추가된다. 기본질서 확보 분야에는 공무집행방해 사범 무관용 기조도 포함된다. 정복 경찰관을 상대로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하면 일선 경찰서 강력팀이 현장에 출동, 피의자를 체포해 원칙적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주취폭력 행위와 112 상습 허위신고에도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국민생활 침해 범죄 분야에서는 안전분야 비리, 동네 조폭이나 상습 무전취식·소란 행위를 벌이는 ‘동네 건달’을 엄정 수사할 계획이다. 경찰의 이런 방침에 대해 공권력 남용을 둘러싼 논란도 예상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송아람 변호사는 “국제사회는 평화적이냐 폭력적이냐의 기준으로 집회·시위를 규제하는데 유독 우리나라는 준법이냐 불법이냐 잣대로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10월 ‘책 공화국’의 시민이 되다

    10월 ‘책 공화국’의 시민이 되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표어는 거짓 명제에 가깝다. 사람들이 청량한 가을날 바깥으로 쏘다니느라 워낙 책을 읽지 않으니 제발 책 좀 읽으라는 바람을 투영시켰다는 우스갯소리다. 통계청 조사 결과 지난해 2인 이상 가구의 한 달 도서 구입비는 1만 8154원이었다. 단행본 1권의 평균가는 1만 8648원, 한 달 평균 독서량 0.8권과 정확히 맞물려 있다. ●북콘서트·시낭송회·야외공연까지 가을이건 겨울이건 간에 책을 읽지 않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독서가 공동체의 지혜와 사회의 미래 역량을 축적하는 데 여전히 유효한 수단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는 더이상 우스갯소리가 아닌, 심각한 상황이다. 다행히도 10월 들어 책 관련 축제들이 잇따라 열리니 반갑기 그지없다. 2015년 10월 ‘책 공화국’의 충실한 시민이 되는 것도 가을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은 1일부터 4일까지 서울 홍대 앞 주차장 거리 및 상상마당, 여러 갤러리 등에서 펼쳐지는 책문화예술 축제다. 벌써 11회째를 맞는 와우북페스티벌은 80여개 출판사의 거리도서전, 작가 북토크, 북콘서트, 야외 공연, 전시, 어린이책놀이터, 시낭송회 등 다채롭게 준비됐다. 특히 올해에는 ‘책, 삶을 살피다-사유의 복원’을 주제로 ‘혐오와 공감’ 시리즈 강연 프로그램을 전면에 내건 점이 눈에 띈다. 김찬호 성공회대 교수와 정희진 여성학자가 각각 거시, 미시적으로 한국사회에 만연한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과 폭력 등 혐오의 본질과 그 배경을 짚으면서 인간을 존엄하게 하는 삶과 그 방법을 성찰한다. 마지막 날에는 ‘혐오와 공감’ 포럼이 열린다. 지역, 인종, 성별, 성 정체성 등 선택할 수 없는 것에 대한 혐오주의와 공감능력 결여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극복할 방법을 모색한다. 책 하면 파주출판도시다. 5년째로 접어드는 파주출판도시의 대표 축제 ‘파주북소리 2015’는 ‘책 읽는 어른이를 위한 놀이터’를 주제로 삼았다. 5일부터 7일 동안 책을 풍성하게 만남은 물론, 말 그대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앞에 놀이터와 난장을 펼친다. ‘테마전시-시대정독(時代情讀)’은 광복 70년을 맞아 1945년부터 한국 역사를 책 역사로 개괄하는 이번 행사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꼭 책을 읽고 접하는 것만 책 축제의 맛은 아니다. 책 읽는 사람과 쓰는 사람이 만나 얘기 나누고, 책 만드는 사람이 책 행간에 껴 있는 재미난 뒷얘기를 들려주고, 또 책 읽는 사람들끼리 어울려 놀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즐비하다. 한글 활자 디자이너 최정호, 시인 이병률, 음악평론가 임진모, 소설가 은희경, 배우 손숙 등이 시와 소설, 음악, 인문학으로 노니는 방법을 알려준다. 국제적인 책행사도 잇따라 열린다. 지난 6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연기됐던 서울국제도서전이 7일부터 11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다. 올해 주빈국은 이탈리아다. 이탈리아 시인 실비아 브레가 고은을 만나 두 나라 시인을 대표해 공개 대담을 나눈다. 마르코 데라모, 플라비오 산티 등 해외 작가 10인의 강연을 들을 수 있다. 입장료는 5000원이지만 홈페이지(http://sibf.or.kr)에서 사전등록하면 무료 입장할 수 있다. ●에디터스 위크 등 책 마니아들 주목! 대중성은 약간 떨어지지만 출판 관계자가 아니라도 책 마니아라면 주목할 만한 행사도 있다. 출판도시문화재단과 한국출판인회의가 공동 주최하는 ‘2015 에디터스 위크’에는 15개 국가 70여명의 출판인이 함께한다. 5~6일 열리는 파주북시티 국제출판포럼에서는 ‘시대의 편집, 편집의 시대-동아시아의 출판편집’을 주제로 책과 편집을 삶의 중심축으로 움켜쥐고 살아온 중국, 일본, 대만의 편집자들이 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심도 깊은 얘기를 나눈다. 7~9일 ‘파주 에디터스쿨’, 8일 ‘아시아 편집자 펠로우십’ 등 행사가 열린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동네 뒷골목에도 ‘게릴라’ 음주단속 뜬다

    앞으로 큰 도로를 차단한 채 장시간 길을 막으며 벌이는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 풍경은 보기 어려울 것 같다. 단속 방식이 낮·밤 구분 없이 편도 2차로 이하의 이면도로의 특정 지점(스폿)들을 20~30분 간격으로 메뚜기처럼 옮겨다니는 ‘게릴라식’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경찰은 또 ‘폴리스라인’을 침범할 경우 경찰 대응을 강화하는 등 집회·시위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공권력 확립 등을 위한 ‘생활 속의 법치질서 확립 대책’을 마련해 시행한다고 29일 밝혔다. 교통질서 확립 분야에서는 음주운전 단속을 ‘대로 차단형’에서 ‘스폿 이동식’으로 변경하는 것이 눈에 띈다. 장시간 길을 막으며 음주운전을 단속하면 사고 위험이 높아지고 교통 정체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 경찰이 밝히는 이유다. 최근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을 이용해 단속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돼 오랜 시간 한 장소에 머무는 방식의 단속은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경찰 음주운전 단속은 주간, 야간 구분 없이 편도 2차로 이하의 도로를 수시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게 된다. 큰 도로 구간을 벗어나 집에 거의 다 왔다고 해서 음주운전 단속 회피를 장담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식당·유흥가 인근 출발지점에서의 함정 단속은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어 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본 질서 확보 분야에서 경찰은 준법 집회시위 문화 정착을 위해 폴리스라인 침범 행위만으로도 현장에서 검거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폴리스라인 침범 행위 처벌을 현행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50만원 이하 벌금’에서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하도록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한다. 개정안에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인근도 집회 금지 및 제한 가능 장소로 추가된다. 기본질서 확보 분야에는 공무집행방해 사범 무관용 기조도 포함된다. 정복 경찰관을 상대로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하면 일선 경찰서 강력팀이 현장에 출동, 피의자를 체포해 원칙적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주취폭력 행위와 112 상습 허위신고에도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국민생활 침해 범죄 분야에서는 안전분야 비리, 동네 조폭이나 상습 무전취식·소란 행위를 벌이는 ‘동네 건달’을 엄정 수사할 계획이다. 경찰의 이런 방침에 대해 공권력 남용을 둘러싼 논란도 예상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송아람 변호사는 “국제사회는 평화적이냐 폭력적이냐의 기준으로 집회·시위를 규제하는데 유독 우리나라는 준법이냐 불법이냐 잣대로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전시 소식]

    인사동서 ‘꽃화가’ 성숙온 개인전 풀꽃이나 장미, 무궁화, 해바라기 등 자연 속의 꽃을 소재로 작업하는 화가 성숙온의 개인전이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이즈에서 30일부터 10월 6일까지 열린다. 꽃과 자연에 유난히 애정을 가진 작가는 특별한 감성의 눈으로 이들을 살펴보고 테라코타와 아크릴을 함께 사용하는 독특한 작업방식으로 캔버스에 옮긴다. 단순하게 꽃을 묘사하는 차원이 아니라 자연의 생명을 머금은 그림들은 한편의 서정시처럼 위로를 안긴다. (02)736-6669. 새달 3일까지 심경보 개인전 열려 상품 가격과 정보를 담은 태그를 작업의 재료로 ‘가난한 자의 의상(Clothes of the poor man)’ 시리즈를 선보여 온 작가 심경보의 개인전이 서울 용산구 갤러리 파비욘드에서 열린다. 소비에 대한 끊임없는 욕구와 욕망에 대한 갈등, 물질적인 것들을 소비하면서 느끼는 기쁨 속 공허함이 본질적인 것의 결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소비가 현대인을 서열화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민을 갑옷, 군복, 제복 등의 구체화된 형식으로 표현한다. 2012년부터 최근까지 작품 10여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10월 3일까지.
  • DNA는 그저 대본일 뿐 운명은 당신이 연출한다

    DNA는 그저 대본일 뿐 운명은 당신이 연출한다

    유전자는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네사 캐리 지음/이충호 옮김/해나무/480쪽/1만 8000원 2000년 6월 26일 과학자들이 인간게놈(유전체) 지도를 완성했을 때 우리 인류는 드디어 건강과 질병에 관한 모든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으리라는 꿈에 부풀었다. 인류의 청사진을 손에 쥐게 되면서 생명 현상에 관한 모든 궁금증을 풀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장밋빛 전망과는 달랐다. 알면 알수록 더 많은 궁금증을 낳을 뿐이었다. 예컨대 일란성 쌍둥이의 DNA 염기서열은 같은데도 완전히 다른 인생을 맞이한다. 환경과 경험의 차이 때문이라면 어떤 식으로 유전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유전자는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원제 The Epigenetics Revolution)는 DNA 염기서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현상들을 최신 후성유전학 연구 결과에 기대어 상세하게 풀어나간다. 후성유전학(epigenetics)이란 환경에 따라 유전자가 발현되거나, 혹은 발현되지 않는 방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연구하는 유전학의 하위학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DNA는 대본에 가깝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가지고 만든 조지 큐커 감독의 1936년 작 영화와 배즈 루어먼 감독의 1996년 작 영화가 서로 완전히 다르듯이 세포가 DNA에 들어 있는 유전암호를 읽을 때에도 똑같은 일이 일어난다. DNA의 운명은 ‘사용법’에 따라 달라진다는 얘기다. 우리가 먹는 음식, 화학물질과 오염 물질, 자외선 등 수많은 환경 자극과 경험은 유전자가 발현하는 방식에 극적인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잠재적 요인이다. 저자는 “최근 생물학에서 일어난 혁명은 놀라운 후성유전 현상이 어떤 원인 때문에 일어나는지 처음으로 제대로 이해하게 해주었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본성(유전정보)과 양육(환경) 사이를 잇는 잃어버린 고리를 우리가 마침내 찾아내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는 점”이라고 했다. 잃어버린 고리는 바로 환경이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방식과 우리를 변화시키는 방식을 가리킨다. 책에 따르면 후성유전적 현상은 DNA에 메틸기(基)가 달라붙거나(DNA 메틸화), DNA가 감겨 있는 히스톤 단백질에 변형이 생기거나(히스톤 변형) 하는 현상과 관련이 깊다. 부모로부터 멀쩡한 DNA를 물려받더라도 환경 등의 영향으로 DNA 메틸화나 히스톤 변형이 일어나면 유전자가 발현돼야 하는 상황에서 발현되지 않거나, 발현되지 않아야 할 상황에서 발현되면서 몸에 문제가 쌓인다. 환경이 바뀌어도 그 패턴은 고정되며 어떤 문제는 세대를 넘어 자식, 손자에게까지 유전되기도 한다. 예컨대 임신 초기 석 달 동안 산모가 영양실조에 시달리면 태아의 세포들은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 유전자 발현을 변화시킨다. 이런 아이들의 세포는 제한된 영양 공급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후성유전적으로 프로그래밍되어 비만아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 극단적인 예로 네덜란드 대기근(1944~1945)의 생존자를 추적해 조사한 결과 임신 초기 석 달 동안 굶주렸던 산모의 아이들에게서 평균 아이들보다 비만율이 높게 나타났고 정신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비율도 더 높았다. 또 이때 태어난 여자아이가 나중에 임신해서 첫아이를 낳으면 그 아기는 대조군보다 체중이 더 많이 나가는 경향이 있었다. 20여년 전 어머니 자궁 속에서 발달하던 때의 경험이 자신의 아이에게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스웨덴 웨베르칼릭스에서 발견된 데이터도 의미심장하다. 할아버지가 9~12세 소년일 때 영양을 과다 섭취했을 경우 그의 손자가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 어린 시절 학대를 경험한 어른의 자살률이 높은 것도 후성유전학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연구 결과 어린 시절에 트라우마를 겪은 어른에게서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수록 많이 생산되는 코르티솔의 평균 생산량이 더 높다. 어린 시절 학대를 받는 동안에 몸속의 신호는 코르티솔을 과잉 발현하게 하며 이 같은 패턴이 고정되면 정상인보다 정신질환에 더 취약한 상태가 된다. 이처럼 살아가면서 겪는 경험은 후성유전을 통해 행동에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 유전자 발현에 변화가 일어나면 세포의 기능과 세포 자체의 본질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과학자들은 후성유전이 인간의 건강에 미칠 막대한 영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제약회사들은 일부 심각한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차세대 후성유전 의약품 개발 경쟁에 수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저자는 “21세기에는 후성유전학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우리가 지금까지 도그마로 간주해 온 것을 무너뜨린 뒤 아주 다양하고 복잡하고 아름다운 방식으로 그것을 다시 쌓아 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먹고 마시고 경험하는 모든 것이 유전자의 운명을 바꾼다

    먹고 마시고 경험하는 모든 것이 유전자의 운명을 바꾼다

     유전자는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  네사 캐리 지음/ 이충호 옮김/ 해나무/ 480쪽/ 1만 8000원    2000년 6월 26일 과학자들이 인간게놈(유전체) 지도를 완성했을 때 우리 인류는 드디어 건강과 질병에 관한 모든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으리라는 꿈에 부풀었다. 인류의 청사진을 손에 쥐게 되면서 생명 현상에 관한 모든 궁금증을 풀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장밋빛 전망과는 달랐다. 알면 알수록 더 많은 궁금증을 낳을 뿐이었다. 예컨대 일란성 쌍둥이의 DNA 염기서열은 같은데도 완전히 다른 인생을 맞이한다. 환경과 경험의 차이 때문이라면 어떤 식으로 유전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유전자는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원제 The Epigenetics Revolution)는 DNA 염기서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현상들을 최신 후성유전학 연구 결과에 기대어 상세하게 풀어나간다. 후성유전학(epigenetics)이란 환경에 따라 유전자가 발현되거나, 혹은 발현되지 않는 방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연구하는 유전학의 하위학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DNA는 대본에 가깝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가지고 만든 조지 큐커 감독의 1936년 작 영화와 배즈 루어먼 감독의 1996년 작 영화가 서로 완전히 다르듯이 세포가 DNA에 들어 있는 유전암호를 읽을 때에도 똑같은 일이 일어난다. DNA의 운명은 ‘사용법’에 따라 달라진다는 얘기다. 우리가 먹는 음식, 화학물질과 오염 물질, 자외선 등 수많은 환경 자극과 경험은 유전자가 발현하는 방식에 극적인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잠재적 요인이다.  저자는 “최근 생물학에서 일어난 혁명은 놀라운 후성유전 현상이 어떤 원인 때문에 일어나는지 처음으로 제대로 이해하게 해주었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본성(유전정보)과 양육(환경) 사이를 잇는 잃어버린 고리를 우리가 마침내 찾아내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는 점”이라고 했다. 잃어버린 고리는 바로 환경이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방식과 우리를 변화시키는 방식을 가리킨다.  책에 따르면 후성유전적 현상은 DNA에 메틸기(基)가 달라붙거나(DNA 메틸화), DNA가 감겨 있는 히스톤 단백질에 변형이 생기거나(히스톤 변형) 하는 현상과 관련이 깊다. 부모로부터 멀쩡한 DNA를 물려받더라도 환경 등의 영향으로 DNA 메틸화나 히스톤 변형이 일어나면 유전자가 발현돼야 하는 상황에서 발현되지 않거나, 발현되지 않아야 할 상황에서 발현되면서 몸에 문제가 쌓인다. 환경이 바뀌어도 그 패턴은 고정되며 어떤 문제는 세대를 넘어 자식, 손자에게까지 유전되기도 한다.  예컨대 임신 초기 석 달 동안 산모가 영양실조에 시달리면 태아의 세포들은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 유전자 발현을 변화시킨다. 이런 아이들의 세포는 제한된 영양 공급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후성유전적으로 프로그래밍되어 비만아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 극단적인 예로 네덜란드 대기근(1944~1945)의 생존자를 추적해 조사한 결과 임신 초기 석 달 동안 굶주렸던 산모의 아이들에게서 평균 아이들보다 비만율이 높게 나타났고 정신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비율도 더 높았다. 또 이때 태어난 여자아이가 나중에 임신해서 첫아이를 낳으면 그 아기는 대조군보다 체중이 더 많이 나가는 경향이 있었다. 20여년 전 어머니 자궁 속에서 발달하던 때의 경험이 자신의 아이에게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스웨덴 웨베르칼릭스에서 발견된 데이터도 의미심장하다. 할아버지가 9~12세 소년일 때 영양을 과다 섭취했을 경우 그의 손자가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  어린 시절 학대를 경험한 어른의 자살률이 높은 것도 후성유전학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연구 결과 어린 시절에 트라우마를 겪은 어른에게서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수록 많이 생산되는 코르티솔의 평균 생산량이 더 높다. 어린 시절 학대를 받는 동안에 몸속의 신호는 코르티솔을 과잉 발현하게 하며 이 같은 패턴이 고정되면 정상인보다 정신질환에 더 취약한 상태가 된다. 이처럼 살아가면서 겪는 경험은 후성유전을 통해 행동에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  유전자 발현에 변화가 일어나면 세포의 기능과 세포 자체의 본질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과학자들은 후성유전이 인간의 건강에 미칠 막대한 영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제약회사들은 일부 심각한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차세대 후성유전 의약품 개발 경쟁에 수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저자는 “21세기에는 후성유전학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우리가 지금까지 도그마로 간주해 온 것을 무너뜨린 뒤 아주 다양하고 복잡하고 아름다운 방식으로 그것을 다시 쌓아 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구의회 회의장서 ‘생생토론’ 풀뿌리 민주주의 ‘생생체험’

    구의회 회의장서 ‘생생토론’ 풀뿌리 민주주의 ‘생생체험’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학교 급식 잔반을 건조시켜 비료로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도봉구의회는 지난 22일 구의회 본회의장에서 신방학중학교 학생 15명이 참여하는 모의의회를 개최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날 모의의회 토론 안건은 학교 급식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는 것. 학생들은 저마다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를 하나씩 쏟아냈다. 토론에 참가했던 한 학생은 “진짜 기초의회에 와서 토론을 하니 느낌이 좀 다르다”면서 “책에서만 배우던 풀뿌리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학생들은 모의의회를 열기 전 본회의장 등을 돌며 기초의회의 역할과 기능, 회의진행 절차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입교식도 가졌다. 학생들은 의회와 집행부로 역할을 나눠 5분 자유발언, 제안설명, 질의답변, 찬반토론, 표결 등을 체험하기도 했다. 체험을 마친 학생들에게는 수료증이 지급됐다. 행사를 준비한 조숙자 구의회 의장은 “이번 청소년 모의의회 체험을 통해 청소년들이 의회의 기능과 역할을 배우고 민주적 기본질서를 익혀 민주시민으로서 자라기를 바란다”면서 “앞으로도 청소년들이 풀뿌리 민주주의를 배울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실력 평가인지 실수 평가인지”… 탄식 이어진 고3 교실

    “실력 평가인지 실수 평가인지”… 탄식 이어진 고3 교실

    지난 6월 실시된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에서 국어B와 영어를 한 문제라도 틀린 수험생들은 1등급을 받지 못했다. 문제가 쉽게 출제됐기 때문이다. 이달 실시된 ‘9월 모의평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이과 수험생들은 국어A, 수학B, 영어 등 세 과목 모두에서 만점이 아니면 1등급이 될 수 없었다. 특히 9월 평가는 ‘최악의 물수능’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2015학년도 수능보다도 더 쉽게 출제되면서 역대 모의평가와 실제 수능을 통틀어 가장 쉬웠던 시험으로 기록됐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실제 수능시험에서도 국·영·수 모두 만점을 받아야 1등급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를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6월과 9월 모의평가 출제 기조를 실제 수능에서도 이어간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와서 ‘물수능’을 막겠다고 난도를 급격히 올릴 경우 수험생의 혼란이 불가피하다. ●평가원 “수능서도 모의평가 기조 유지” 23일 모의평가 채점 결과를 받아든 고3 교실에서는 탄식과 우려가 쏟아졌다. 내신 1등급 중반대로 영어에서 실수로 한 문제를 틀려 2등급으로 떨어졌다는 서울 양천구 A고 3학년 주모(18)군은 “실제 수능도 이렇게 나온다면 실수 하나로 수시 논술의 수능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할 수도 있겠다”며 “논술 공부를 하는 동시에 수능에서 실수를 줄이는 연습도 소홀히 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교육 당국은 ‘쉬운 수능’으로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 보겠다는 복안이지만, 시장의 움직임은 기대와 달랐다. 재수생 최모(19)군은 “올해도 국·영·수가 쉬우면 결국 탐구 영역의 어떤 과목을 선택해 몇 점을 받는지가 합격, 불합격을 가르게 될 것”이라며 “학원의 과학 최종 파이널 특강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남철 정신여고 교사는 “수능을 쉽게 내도 사교육이 아주 조금 감소할 수는 있어도 확 줄지는 않을 것”이라며 “어차피 학생들이 학원을 다니는 이유는 남들보다 더 앞서기 위해서다. 문제가 쉽든 안 쉽든 본질은 경쟁이기 때문에 사교육 여부는 수능 난이도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쉬운 수능이 결국 대학별 고사를 과거 본고사처럼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강인환 배명고 교사는 “수능이 쉬워지면 학생들이 문제를 쉽게 풀기 때문에 부담이 줄어들 수는 있지만, 그 대신 수능의 변별력이 사라져 대학들은 본고사와 유사한 선발 방법을 마련할 것”이라며 “결국 수능이 자격고시화될 가능성이 크고, 대학이 신입생을 어떻게 뽑느냐에 따라 ‘사교육 풍선효과’가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수능이 주로 반영되는 정시가 아니라 학생부, 논술 등으로 뽑는 수시전형 비율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각각의 전형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어차피 사교육비가 들어간다고 푸념했다. ●“갑자기 어렵게 출제될 것도 대비해야” 사회탐구에서 만점자 비율이 가장 높은 과목은 한국사(6.62%)였고 가장 낮은 과목은 생활과윤리(0.07%)였다. 과학탐구에서는 지구과학2(4.18%)가 가장 높았고 생명과학1(0.38%)이 가장 낮았다. 국·영·수가 쉽게 출제되고 선택과목 간의 표준점수 차가 사회는 최대 10점, 과학은 6점에 달해 상위권 수험생들의 입시 성패를 선택과목이 좌우하게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또 사회와 과학이 지난해 수능에 비해 어렵게 출제됐다. 사회는 10개 과목 모두 어려웠고, 과학은 물리1과 생명과학2를 제외한 나머지 과목이 모두 어렵게 출제됐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국·영·수가 전부 쉽게 출제되기 때문에 탐구영역을 다소 어렵게 출제해 변별력을 보완하고자 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특히 이과 수험생이 응시하는 과학은 연세대, 고려대 등 주요 대학의 정시모집에서 30%를 반영하기 때문에 당락을 좌우할 정도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실력 평가인지 실수 평가인지”… 탄식 이어진 고3 교실

    “실력 평가인지 실수 평가인지”… 탄식 이어진 고3 교실

    지난 6월 실시된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에서 국어B와 영어를 한 문제라도 틀린 수험생들은 1등급을 받지 못했다. 문제가 쉽게 출제됐기 때문이다. 이달 실시된 ‘9월 모의평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이과 수험생들은 국어A, 수학B, 영어 등 세 과목 모두에서 만점이 아니면 1등급이 될 수 없었다. 특히 9월 평가는 ‘최악의 물수능’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2015학년도 수능보다도 더 쉽게 출제되면서 역대 모의평가와 실제 수능을 통틀어 가장 쉬웠던 시험으로 기록됐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실제 수능시험에서도 국·영·수 모두 만점을 받아야 1등급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를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6월과 9월 모의평가 출제 기조를 실제 수능에서도 이어간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와서 ‘물수능’을 막겠다고 난도를 급격히 올릴 경우 수험생의 혼란이 불가피하다. ●“실력이 아니라 실수 평가”  23일 모의평가 채점 결과를 받아든 고3 교실에서는 탄식과 우려가 쏟아졌다. 내신 1등급 중반대로 영어에서 실수로 한 문제를 틀려 2등급으로 떨어졌다는 서울 양천구 A고 3학년 주모(18)군은 “실제 수능도 이렇게 나온다면 실수 하나로 수시 논술의 수능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할 수도 있겠다”며 “논술 공부를 하는 동시에 수능에서 실수를 줄이는 연습도 소홀히 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교육 당국은 ‘쉬운 수능’으로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 보겠다는 복안이지만, 시장의 움직임은 기대와 달랐다. 재수생 최모(19)군은 “올해도 국·영·수가 쉬우면 결국 탐구 영역의 어떤 과목을 선택해 몇 점을 받는지가 합격, 불합격을 가르게 될 것”이라며 “학원의 과학 최종 파이널 특강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남철 정신여고 교사는 “수능을 쉽게 내도 사교육이 아주 조금 감소할 수는 있어도 확 줄지는 않을 것”이라며 “어차피 학생들이 학원을 다니는 이유는 남들보다 더 앞서기 위해서다. 문제가 쉽든 안 쉽든 본질은 경쟁이기 때문에 사교육 여부는 수능 난이도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교육비 경감 효과 없어”  쉬운 수능이 결국 대학별 고사를 과거 본고사처럼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강인환 배명고 교사는 “수능이 쉬워지면 학생들이 문제를 쉽게 풀기 때문에 부담이 줄어들 수는 있지만, 그 대신 수능의 변별력이 사라져 대학들은 본고사와 유사한 선발 방법을 마련할 것”이라며 “결국 수능이 자격고시화될 가능성이 크고, 대학이 신입생을 어떻게 뽑느냐에 따라 ‘사교육 풍선효과’가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수능이 주로 반영되는 정시가 아니라 학생부, 논술 등으로 뽑는 수시전형 비율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각각의 전형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어차피 사교육비가 들어간다고 푸념했다. 고3 학부모 최모(48·여)씨는 “수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3곳, 논술로 3곳을 지원했는데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할까 걱정스럽다”며 “학생부종합, 논술 모두 각각의 학원을 다니기 때문에 사교육비가 줄지는 않았다”고 했다. ●“꼬리(탐구영역)가 몸통 흔들라”  사회탐구에서 만점자 비율이 가장 높은 과목은 한국사(6.62%)였고 가장 낮은 과목은 생활과윤리(0.07%)였다. 과학탐구에서는 지구과학2(4.18%)가 가장 높았고 생명과학1(0.38%)이 가장 낮았다. 국·영·수가 쉽게 출제되고 선택과목 간의 표준점수 차가 사회는 최대 10점, 과학은 6점에 달해 상위권 수험생들의 입시 성패를 선택과목이 좌우하게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또 사회와 과학이 지난해 수능에 비해 어렵게 출제됐다. 사회는 10개 과목 모두 어려웠고, 과학은 물리1과 생명과학2를 제외한 나머지 과목이 모두 어렵게 출제됐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국·영·수가 전부 쉽게 출제되기 때문에 탐구영역을 다소 어렵게 출제해 변별력을 보완하고자 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특히 이과 수험생이 응시하는 과학은 연세대, 고려대 등 주요 대학의 정시모집에서 30%를 반영하기 때문에 당락을 좌우할 정도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박문각 남부고시학원과 함께하는 실전강좌] 헌법

    [박문각 남부고시학원과 함께하는 실전강좌] 헌법

    서울신문은 많은 수험생들이 응시하는 7급 공무원 시험에 대비해 헌법·경제학원론에 대한 실전강좌를 마련했다. 박문각 남부고시학원 강사들의 도움을 받아 과목별 주요 문제와 해설을 싣는다. (문제)우리 헌법의 위헌정당해산제도와 관련해 옳지 않은 것은? ①대통령이 직무상 해외 순방 중인 경우에는 국무총리가 그 직무를 대행할 수 있으므로,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위헌정당해산심판 청구서 제출안이 의결됐다고 하여 그 의결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②특정 정당에 대해 위헌정당해산심판이 청구된 경우, 당해 정당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정당의 목적과 활동은 위헌정당해산심판의 당사자가 된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과의 관련성이 인정되는 범위에서 판단의 자료로 삼을 수 있으나, 전신이 되는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 자체가 위헌정당해산심판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③특정 정당이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한다는 숨은 목적을 가지고 내란을 논의하는 회합을 개최하는 등 활동을 한 것은 헌법상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고, 이러한 정당의 실질적 해악을 끼치는 구체적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정당해산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 ④국회의원의 국민대표성은 정당 기속성에 우선하므로, 헌법재판소의 해산결정으로 해산되는 정당 소속 국회의원의 의원직 상실이 위헌정당해산제도의 본질로부터 인정되는 기본적 효력이라 할 수 없다. (해설)①, ②, ③은 헌재 2014. 12. 19. 2013헌다1에 따른 설명. ④해산 정당 소속 국회의원의 의원직 상실은 위헌정당해산 제도의 본질로부터 인정되는 기본적 효력이다(헌재 2014. 12. 19. 2013헌다1) (정답)④ (문제)긴급조치와 관련한 헌법재판소의 입장과 다른 것은? ①유신헌법에 근거한 긴급조치는 국회의 입법권 행사라는 실질을 전혀 갖지 못한 것으로서, 헌법재판소의 위헌 심판대상이 되는 ‘법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긴급조치의 위헌 여부에 대한 심사권은 최종적으로 대법원에 속한다. ②헌법재판소가 행하는 구체적 규범통제의 심사기준은 원칙적으로 헌법재판을 할 당시에 규범적 효력을 가지는 현행 헌법이다. ③정부에 대한 비판 일체를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이를 처벌하는 긴급조치 제1호, 제2호는 대한민국 헌법의 근본원리인 국민주권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부합하지 아니하므로 기본권 제한에 있어서 준수해야 할 목적의 정당성과 방법의 적절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④‘북한의 남침 가능성의 증대’라는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상황인식만으로는 긴급조치를 발령할 만한 국가적 위기상황이 존재한다고 보기 부족하다. (해설)①대법원의 입장. ②, ③, ④는 2013.3.21. 2010헌바132 등에 명시된 입장이다. (정답)① (문제)간통죄 등에 관한 우리 헌법재판소의 태도에 부합하는 것은? ①2015년 2월에 간통죄에 대한 판결이 있기 전까지 모두 네 차례의 합헌판결이 있었으며, 이 네 차례의 판결은 모두 헌법재판소의 법정의견인 합헌의견이 재판관 다수의 의견이었다. ②배우자가 있는 자가 타인과 성관계를 갖는 것을 일률적으로 형사처벌하는 간통죄는 헌법에 위반된다. ③형법에 규정된 간통죄가 위헌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이를 어떻게 개선할 지는 국회에 맡기는 것이 타당한 바, 헌법재판소는 간통죄에 관하여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④간통죄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는 점에서는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해설)①마지막 합헌결정은 위헌·헌법불합치 의견이 5인이었으나, 위헌 결정에 필요한 6인의 정족수에 미치지 못했다. ③2015. 2. 26. 2009헌바17 등의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위헌의 주문을 냈다. ④2인의 재판관은 사생활의 침해에 대해 직접 언급을 하지 않고 있고, 합헌의견을 낸 2인의 재판관은 간통죄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결론을 내고 있다. (정답)② 조기현 박문각 남부고시학원 강사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