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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뢰받는 군을 위하여] 시대에 뒤진 폐쇄적 사관학교

    [신뢰받는 군을 위하여] 시대에 뒤진 폐쇄적 사관학교

    지난해 2월 공군사관학교는 졸업성적이 1등인 정모(24·여·현재 중위) 생도에게 수석에게 주는 대통령상 대신 국무총리상(차석)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공사 측은 “학업 성적이 우수하지만 2학년 때 군사학에서 D등급, 체력검정에서 세 차례 C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라며 “졸업생도를 대표하는 상징성을 띤 대통령상 수상자로선 부적합하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체력등급이나 군사훈련 성적은 규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아닌 것으로 드러나 이런 결정은 여론의 격렬한 반발에 부딪혔다. 특히 여생도에 대한 성차별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자 공사는 결국 결정을 번복하고 정 생도에게 대통령상을 수여했다. 현재 정 중위는 전투기 조종사가 적성에 맞지 않아 서울대 의대에서 군의관이 되기 위한 위탁 교육을 받고 있다. 같은 시기 육군사관학교는 2015년 입시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과 상관없이 면접 등을 통해 군대가 적성에 맞는 군 적성 우수자를 선발하겠다고 발표했다. 해군사관학교도 수능 성적과 관계없이 체력검정과 잠재 역량 평가를 중심으로 선발하는 특별전형을 신설했다. 이는 정예 장교를 양성하는 사관학교 교육의 본질에 대한 군 당국의 고민을 보여준다. 우리 사관학교는 전장에서 싸워 이길 군인을 양성하는 군사기관의 기능과 학사 학위를 수여하고 군사응용학문을 연구하는 대학의 기능을 모두 갖고 있다. ‘공부 잘하는 학생보다 군인에 걸맞은 학생을 뽑겠다’는 정책은 ‘무골 기질’을 강화하겠다는 측면에서 일면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우리 군의 사관학교 교육이 실제로 내적 지도력을 갖춘 미래 지휘관 양성에 적합한지는 미지수다. 특히 현재 사관학교는 21세기에 걸맞은 군사기관으로서도, 대학으로서도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군생활 회의로 육사 65기 임관 5년에 14% 전역 새누리당 정미경 의원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육사에서 98명, 해사에서 41명, 공사에서 31명이 진로나 적성·건강 문제를 이유로 자퇴했다. 육사는 같은 기간 35명이 품위유지 의무 위반(부정행위, 폭력) 등으로 퇴학당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의원에 따르면 2010년 입학한 육사 70기의 경우 240명이 입학해 200명이 졸업했다. 16.67%가 중도 탈락한 셈이다. 2009년 졸업한 육사 65기의 경우 장교로 임관한 지 5년 만인 지난해 군 생활에 회의를 느껴 전역한 비율도 14.6%에 달했다. 특히 올해 6월에는 2학년 생도 22명이 과제물 제출 과정에서 표절을 한 것으로 드러나 무더기 징계를 당했고 1명은 조사 과정에서 허위 진술해 퇴학당했다. 생명을 맡긴 부하들을 이끌고 전장에 나갈 장교의 품성과는 거리가 먼 행동이다. 육사 출신의 한 장성은 22일 “사관학교를 나왔으면 국가관이 투철하고 군인으로서 가치관이 뚜렷해야 하는데 일반 대학생과 다를 바 없다는 점이 문제”라면서 “30여년 전에 구타와 기합으로 상명하복을 가르쳤지만 이제는 왜 복종과 군인 정신이 중요한지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하는 시대인데 이를 체계적으로 가르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사관학교 교육이 폐쇄적인 군 특성을 그대로 답습해 전략적 사고가 요구되는 21세기 다변화된 전장에 걸맞지 않다는 점이다. 공사 수석 졸업생을 교체했다 번복한 해프닝도 결국 군의 고질적인 현행 작전 중심 사고가 배경으로 지적된다. 이는 육군은 보병, 해군은 함정, 공군은 조종 병과가 진급과 서열에서 중심이 돼야 한다는 뿌리 깊은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같은 관행이 수십년간 지속되면서 우리 군의 현실은 미국에 의존하는 타성에 젖어 스스로 전쟁 계획을 수립할 줄 모르고, 육·해·공군 간 상호 합동 작전에 대한 이해도 부족의 결과로 나타났다.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킨 미국의 맥아더 장군은 공병 출신, 2차 대전 당시 독일의 명장 하인츠 구데리안은 통신 병과 출신이다. 육사 출신인 최병욱 상명대 군사학과 교수는 “사관학교 교육이 청교도적 성격을 지닌 미국식 모델을 맹목적으로 따라갔지만 현재도 잠재 역량을 갖춘 우수 고급 간부인재 양성기관으로 기능하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군 당국은 지난해 3군 사관학교의 3금(금혼, 금주, 금연) 제도를 완화한다고 밝혔지만 예비역과 군 내부의 반발로 개혁 작업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육사가 1979년 당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당시 생도의 11.7%가 흡연을, 25.4%가 음주를, 3.6%가 이성교제를 해 3금 제도를 위반했다고 고백했다. 당시에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제도를 후배에게 강요하는 셈이다. 최 교수는 “3금 제도는 완벽하게 지키기도 어렵고 오히려 도덕적으로 더 둔감하게 만드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현역 군인이 교수요원으로 후배를 교육하는 사관학교 교육의 폐쇄성과 학문적 역량도 도마에 올랐다. 특히 육사의 경우 별정직 군무원인 민간인 교수가 160명 가운데 4명에 불과하다. 미래의 군 지휘관이 유연한 군사전략과 다양한 사고를 함양할 기반 자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독일·일본·호주 등은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 교육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실에 따르면 육사 교수 직위(강사 포함) 가운데 박사학위 보유자는 45.9%, 해사는 39.3%, 공사는 70.8%로 나타났다. 이는 박사 학위가 있어야 시간 강사라도 할 수 있는 일반 대학의 풍토와는 다른 점이다. 이상목 국방대 국방관리대학원장은 “현역 군인이 석사학위만 갖고 가르치는데 깊은 학문적 수준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 “이 같은 교육을 받은 생도가 사고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깊지 않은 수준의 지식을 갖고 배출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래전에 대비하고 육·해·공군의 통합 작전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개혁안도 꾸준히 제기됐다. 실제로 독일과 일본, 호주, 캐나다 등은 육·해·공군이 통합된 사관학교에서 장교를 양성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을 맡았던 김태효 성균관대 정외과 교수는 “따로 놀던 3군의 통합성을 제고하기 위해 사관학교 교육 통합을 해법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각 군의 미온적 입장과 조직 이기주의에 눌려 흐지부지됐다. 국방부는 대신 2012년부터 육·해·공 3군 사관학교 1학년 생도들을 3개조로 나눠 세 차례에 걸쳐 다른 사관학교에서 6주 간격으로 순환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미완의 개혁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비둘기 낙하산·목재 탱크…1차대전 기상천외 발명품들

    비둘기 낙하산·목재 탱크…1차대전 기상천외 발명품들

    1914~1918년 동안 진행된 제1차 세계대전은 900만 명이라는 막대한 수의 전사자를 낸 전쟁이지만 제2차 세계대전과 비교해 세세한 내용이 일반 대중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당시에도 각국은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때로 황당하기까지 한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 이러한 당시의 ‘고군분투’를 엿보게 해주는 새로운 책이 최근 공개돼 관심을 끈다. 영국인 작가 피터 테일러는 임페리얼 전쟁 박물관에 소장된 제1차 세계대전 당시의 기록들을 참고, ‘기묘한 1차 세계대전’(Weird War One)이라는 서적을 출간했다. 이 책에는 적에 대항해 약간의 우위라도 점하기 위해 개발됐던 비범하고 기이한 전략 및 발명품들이 소개돼 있다. 책에 소개된 당시의 아이디어들 중에는 방탄복이나 위장복 등 현대 전쟁에서도 유사한 개념을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그러나 시대적 한계로 인한 어쩔 수 없는 투박함과 부족함이 그대로 드러나며 전쟁의 도구들임에도 불구하고 우스꽝스러운 인상을 준다. 이러한 예로 당시 미군이 만든 ‘브루스터 방탄복’(Brewster Body Shield)을 들 수 있다. 흡사 ‘오즈의 마법사’ 속 양철 나무꾼을 연상시키는 기괴한 외관을 가진 이 ‘방탄조끼’는 강철합금 재질의 흉갑과 투구로 구성돼 있다. 우스꽝스러운 모습과 달리 이 방탄복은 실제로 적의 총탄을 막아내는 효과를 발휘하기는 했다. 다만 그 무게가 무려 18㎏에 달하는데다 허리를 구부리기 힘든 구조로 인해 착용한 채로 움직이는 데는 많은 한계가 있었다. 당시 군인들은 첩보 분야에서도 기상천외한 시도를 단행했다. 그 중 하나는 다름 아닌 ‘비둘기 낙하산 부대’다. 공중을 날 수 있는 비둘기들에게 낙하산을 달아준다는 황당한 아이디어가 등장한 것은 바로 빠른 정보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영국군은 훈련받은 전서구들의 몸을 천으로 둘러싸 마음대로 날지 못하게 한 뒤 적의 정보를 제공해달라는 내용의 협조요청서와 함께 적에 인접한 민간인 지역에 낙하산으로 강하시켰다. 해당 비둘기를 발견한 민간인들이 적의 위치를 적은 쪽지를 비둘기와 함께 날려 보내기를 기대했던 것이다. 이에 맞서는 독일군 또한 비둘기를 이용한 첩보작전을 펼쳤다. 이들은 비둘기들의 몸에 소형 카메라를 장착시킨 뒤 작전지역을 날아다니도록 했다. 해당 카메라는 일정한 시간간격으로 사진을 찍는 타이머가 장착된 것으로, 독일군은 여기에 찍힌 사진을 분석해 전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이 도서는 영국군이 공격부대의 규모를 과장하기 위해 제작했던 ‘목재탱크’, 미국군이 부족한 구명조끼 대신 사용했던 ‘침대 매트리스 조끼’ 등을 보여주며 변하지 않는 전쟁의 본질을 잘 드러내고 있다.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女생도, 사관학교 수석하고 받은 것이 ‘충격’

    女생도, 사관학교 수석하고 받은 것이 ‘충격’

    지난해 2월 공군사관학교는 졸업성적이 1등인 정모(24·여·현재 중위) 생도에게 수석에게 주는 대통령상 대신 국무총리상(차석)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공사 측은 “학업 성적이 우수하지만 2학년 때 군사학에서 D등급, 체력검정에서 세 차례 C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라며 “졸업생도를 대표하는 상징성을 띤 대통령상 수상자로선 부적합하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체력등급이나 군사훈련 성적은 규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아닌 것으로 드러나 이런 결정은 여론의 격렬한 반발에 부딪혔다. 특히 여생도에 대한 성차별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자 공사는 결국 결정을 번복하고 정 생도에게 대통령상을 수여했다. 현재 정 중위는 전투기 조종사가 적성에 맞지 않아 서울대 의대에서 군의관이 되기 위한 위탁 교육을 받고 있다. 같은 시기 육군사관학교는 2015년 입시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과 상관없이 면접 등을 통해 군대가 적성에 맞는 군 적성 우수자를 선발하겠다고 발표했다. 해군사관학교도 수능 성적과 관계없이 체력검정과 잠재 역량 평가를 중심으로 선발하는 특별전형을 신설했다. 이는 정예 장교를 양성하는 사관학교 교육의 본질에 대한 군 당국의 고민을 보여준다. 우리 사관학교는 전장에서 싸워 이길 군인을 양성하는 군사기관의 기능과 학사 학위를 수여하고 군사응용학문을 연구하는 대학의 기능을 모두 갖고 있다. ‘공부 잘하는 학생보다 군인에 걸맞은 학생을 뽑겠다’는 정책은 ‘무골 기질’을 강화하겠다는 측면에서 일면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우리 군의 사관학교 교육이 실제로 내적 지도력을 갖춘 미래 지휘관 양성에 적합한지는 미지수다. 특히 현재 사관학교는 21세기에 걸맞은 군사기관으로서도, 대학으로서도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군생활 회의로 육사 65기 임관 5년에 14% 전역 새누리당 정미경 의원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육사에서 98명, 해사에서 41명, 공사에서 31명이 진로나 적성·건강 문제를 이유로 자퇴했다. 육사는 같은 기간 35명이 품위유지 의무 위반(부정행위, 폭력) 등으로 퇴학당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의원에 따르면 2010년 입학한 육사 70기의 경우 240명이 입학해 200명이 졸업했다. 16.67%가 중도 탈락한 셈이다. 2009년 졸업한 육사 65기의 경우 장교로 임관한 지 5년 만인 지난해 군 생활에 회의를 느껴 전역한 비율도 14.6%에 달했다. 특히 올해 6월에는 2학년 생도 22명이 과제물 제출 과정에서 표절을 한 것으로 드러나 무더기 징계를 당했고 1명은 조사 과정에서 허위 진술해 퇴학당했다. 생명을 맡긴 부하들을 이끌고 전장에 나갈 장교의 품성과는 거리가 먼 행동이다. 육사 출신의 한 장성은 22일 “사관학교를 나왔으면 국가관이 투철하고 군인으로서 가치관이 뚜렷해야 하는데 일반 대학생과 다를 바 없다는 점이 문제”라면서 “30여년 전에 구타와 기합으로 상명하복을 가르쳤지만 이제는 왜 복종과 군인 정신이 중요한지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하는 시대인데 이를 체계적으로 가르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사관학교 교육이 폐쇄적인 군 특성을 그대로 답습해 전략적 사고가 요구되는 21세기 다변화된 전장에 걸맞지 않다는 점이다. 공사 수석 졸업생을 교체했다 번복한 해프닝도 결국 군의 고질적인 현행 작전 중심 사고가 배경으로 지적된다. 이는 육군은 보병, 해군은 함정, 공군은 조종 병과가 진급과 서열에서 중심이 돼야 한다는 뿌리 깊은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같은 관행이 수십년간 지속되면서 우리 군의 현실은 미국에 의존하는 타성에 젖어 스스로 전쟁 계획을 수립할 줄 모르고, 육·해·공군 간 상호 합동 작전에 대한 이해도 부족의 결과로 나타났다.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킨 미국의 맥아더 장군은 공병 출신, 2차 대전 당시 독일의 명장 하인츠 구데리안은 통신 병과 출신이다. 육사 출신인 최병욱 상명대 군사학과 교수는 “사관학교 교육이 청교도적 성격을 지닌 미국식 모델을 맹목적으로 따라갔지만 현재도 잠재 역량을 갖춘 우수 고급 간부인재 양성기관으로 기능하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군 당국은 지난해 3군 사관학교의 3금(금혼, 금주, 금연) 제도를 완화한다고 밝혔지만 예비역과 군 내부의 반발로 개혁 작업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육사가 1979년 당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당시 생도의 11.7%가 흡연을, 25.4%가 음주를, 3.6%가 이성교제를 해 3금 제도를 위반했다고 고백했다. 당시에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제도를 후배에게 강요하는 셈이다. 최 교수는 “3금 제도는 완벽하게 지키기도 어렵고 오히려 도덕적으로 더 둔감하게 만드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현역 군인이 교수요원으로 후배를 교육하는 사관학교 교육의 폐쇄성과 학문적 역량도 도마에 올랐다. 특히 육사의 경우 별정직 군무원인 민간인 교수가 160명 가운데 4명에 불과하다. 미래의 군 지휘관이 유연한 군사전략과 다양한 사고를 함양할 기반 자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독일·일본·호주 등은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 교육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실에 따르면 육사 교수 직위(강사 포함) 가운데 박사학위 보유자는 45.9%, 해사는 39.3%, 공사는 70.8%로 나타났다. 이는 박사 학위가 있어야 시간 강사라도 할 수 있는 일반 대학의 풍토와는 다른 점이다. 이상목 국방대 국방관리대학원장은 “현역 군인이 석사학위만 갖고 가르치는데 깊은 학문적 수준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 “이 같은 교육을 받은 생도가 사고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깊지 않은 수준의 지식을 갖고 배출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래전에 대비하고 육·해·공군의 통합 작전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개혁안도 꾸준히 제기됐다. 실제로 독일과 일본, 호주, 캐나다 등은 육·해·공군이 통합된 사관학교에서 장교를 양성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을 맡았던 김태효 성균관대 정외과 교수는 “따로 놀던 3군의 통합성을 제고하기 위해 사관학교 교육 통합을 해법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각 군의 미온적 입장과 조직 이기주의에 눌려 흐지부지됐다. 국방부는 대신 2012년부터 육·해·공 3군 사관학교 1학년 생도들을 3개조로 나눠 세 차례에 걸쳐 다른 사관학교에서 6주 간격으로 순환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미완의 개혁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상생·공익’ 경제 민주화 지켰다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일을 지정한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처분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이 대형마트의 영업의 자유보다는 상생(相生) 등 ‘경제 민주화’라는 헌법적 가치가 더욱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로써 2012년 이후 3년 동안 지속된 지자체와 유통업계의 법적 분쟁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19일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6개사가 “영업시간 제한 등의 처분을 취소하라”며 서울 성동구와 동대문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한 원심을 패소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판결은 기업의 경제활동과 행정관청의 규제 권한에 대한 대법원의 첫 판단으로, 전국 지자체별로 진행 중인 유사 분쟁에서도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우리 헌법은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모든 영역의 기회를 균등히 해 국민 생활의 균등한 향상에 기여하는 것이 국가의 기본 운영원리임을 밝히고 있다”며 “(영업규제 조례는)대형마트 등의 시장지배와 경제력 남용의 방지 및 중소상인 등 경제 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 민주화 등 공익의 실현을 목적으로 한 경제규제에 관한 입법”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규제로 달성하려는 공익은 중대할 뿐만 아니라 보호할 필요도 크다”면서 “소비자 이용빈도가 비교적 낮은 심야나 새벽 시간 영업만을 제한하는 것이고 의무휴업일도 한 달에 이틀이어서 영업의 자유나 소비자 선택권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관 13명이 참여한 전원합의체는 “이마트 등은 법률상 대형마트가 아니다”라고 판단한 원심을 뒤집었지만 김용덕·김소영 대법관은 대형마트 안에 있는 식당이나 사진관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매장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취지의 반대 의견을 냈다. 대법원 관계자는 “공개변론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면서 “국민 경제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대형마트 규제에 대한 판단 기준을 정립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목재 탱크·비둘기 낙하산…1차대전 기상천외 발명품들

    목재 탱크·비둘기 낙하산…1차대전 기상천외 발명품들

    1914~1918년 동안 진행된 제1차 세계대전은 900만 명이라는 막대한 수의 전사자를 낸 전쟁이지만 제2차 세계대전과 비교해 세세한 내용이 일반 대중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당시에도 각국은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때로 황당하기까지 한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 이러한 당시의 ‘고군분투’를 엿보게 해주는 새로운 책이 최근 공개돼 관심을 끈다. 영국인 작가 피터 테일러는 임페리얼 전쟁 박물관에 소장된 제1차 세계대전 당시의 기록들을 참고, ‘기묘한 1차 세계대전’(Weird War One)이라는 서적을 출간했다. 이 책에는 적에 대항해 약간의 우위라도 점하기 위해 개발됐던 비범하고 기이한 전략 및 발명품들이 소개돼 있다. 책에 소개된 당시의 아이디어들 중에는 방탄복이나 위장복 등 현대 전쟁에서도 유사한 개념을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그러나 시대적 한계로 인한 어쩔 수 없는 투박함과 부족함이 그대로 드러나며 전쟁의 도구들임에도 불구하고 우스꽝스러운 인상을 준다. 이러한 예로 당시 미군이 만든 ‘브루스터 방탄복’(Brewster Body Shield)을 들 수 있다. 흡사 ‘오즈의 마법사’ 속 양철 나무꾼을 연상시키는 기괴한 외관을 가진 이 ‘방탄조끼’는 강철합금 재질의 흉갑과 투구로 구성돼 있다. 우스꽝스러운 모습과 달리 이 방탄복은 실제로 적의 총탄을 막아내는 효과를 발휘하기는 했다. 다만 그 무게가 무려 18㎏에 달하는데다 허리를 구부리기 힘든 구조로 인해 착용한 채로 움직이는 데는 많은 한계가 있었다. 당시 군인들은 첩보 분야에서도 기상천외한 시도를 단행했다. 그 중 하나는 다름 아닌 ‘비둘기 낙하산 부대’다. 공중을 날 수 있는 비둘기들에게 낙하산을 달아준다는 황당한 아이디어가 등장한 것은 바로 빠른 정보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영국군은 훈련받은 전서구들의 몸을 천으로 둘러싸 마음대로 날지 못하게 한 뒤 적의 정보를 제공해달라는 내용의 협조요청서와 함께 적에 인접한 민간인 지역에 낙하산으로 강하시켰다. 해당 비둘기를 발견한 민간인들이 적의 위치를 적은 쪽지를 비둘기와 함께 날려 보내기를 기대했던 것이다. 이에 맞서는 독일군 또한 비둘기를 이용한 첩보작전을 펼쳤다. 이들은 비둘기들의 몸에 소형 카메라를 장착시킨 뒤 작전지역을 날아다니도록 했다. 해당 카메라는 일정한 시간간격으로 사진을 찍는 타이머가 장착된 것으로, 독일군은 여기에 찍힌 사진을 분석해 전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이 도서는 영국군이 공격부대의 규모를 과장하기 위해 제작했던 ‘목재탱크’, 미국군이 부족한 구명조끼 대신 사용했던 ‘침대 매트리스 조끼’ 등을 보여주며 변하지 않는 전쟁의 본질을 잘 드러내고 있다.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정당” 대법원 판결…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정당” 대법원 판결…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정당” 대법원 판결…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정당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일을 지정한 지방자치단체의 처분이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19일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6개사가 영업시간 제한 등 처분을 취소하라며 서울 성동구와 동대문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규제로 달성하려는 공익은 중대할 뿐만 아니라 보호할 필요도 큰 반면 대형마트 영업의 자유나 소비자 선택권 등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지자체들이 규제에 앞서 관련 이해당사자에 대한 의견청취 등의 절차를 거쳤고 공익과 사익의 여러 요수를 실질적으로 고려했다”면서 영업제한이 ‘재량권 남용’이라는 대형마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판결은 대법관 11명이 영업시간 제한 등 지자체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고 2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지자체와 대형마트의 분쟁은 지난 2012년 1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 조항이 생기면서 시작됐다. 지자체들은 신설 조항에 따라 ‘자치단체장은 오전 0∼8시까지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매월 둘째·넷째주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조례를 공포하고 대형마트의 영업을 규제했다.대법원 관계자는 “국민 경제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대형마트 규제에 관련된 판단기준 등을 정립했다”고 판결 의의를 설명했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적법” 대법원 판결…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 왜?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적법” 대법원 판결…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 왜?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적법” 대법원 판결…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 왜?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정당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일을 지정한 지방자치단체의 처분이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19일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6개사가 영업시간 제한 등 처분을 취소하라며 서울 성동구와 동대문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규제로 달성하려는 공익은 중대할 뿐만 아니라 보호할 필요도 큰 반면 대형마트 영업의 자유나 소비자 선택권 등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지자체들이 규제에 앞서 관련 이해당사자에 대한 의견청취 등의 절차를 거쳤고 공익과 사익의 여러 요수를 실질적으로 고려했다”면서 영업제한이 ‘재량권 남용’이라는 대형마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판결은 대법관 11명이 영업시간 제한 등 지자체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고 2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지자체와 대형마트의 분쟁은 지난 2012년 1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 조항이 생기면서 시작됐다. 지자체들은 신설 조항에 따라 ‘자치단체장은 오전 0∼8시까지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매월 둘째·넷째주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조례를 공포하고 대형마트의 영업을 규제했다.대법원 관계자는 “국민 경제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대형마트 규제에 관련된 판단기준 등을 정립했다”고 판결 의의를 설명했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다급한 文 “安·朴과 대표 권한 나눌 용의”

    다급한 文 “安·朴과 대표 권한 나눌 용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얼굴) 대표가 18일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체제’로 내년 4·13 총선 임시지도부를 꾸리자고 공식 제안했다. 비주류 강경파의 퇴진 압박과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혁신안’ 화답 요구에 시달려온 문 대표로선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이에 대해 안 전 대표는 “당을 걱정하는 분들의 의견을 더 들어 보겠다”고 밝혀 새정치연합의 내홍은 분수령을 맞게 됐다. 문 대표는 이날 광주 조선대 특강에서 “안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과 당 대표 권한을 공유할 용의가 있다”며 “공동선대위라든지 선거기획단이라든지 총선정책준비단이라든지 인재 영입 등을 함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안·박이 함께 모일 경우 분명한 위상과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 대표는 비주류 강경파와 안 전 대표에 대한 분리 대응에 나섰다. “중요하고 본질적인 혁신이 남아 있다는 안 전 대표의 얘기는 백번 옳은 얘기”라며 “부패 문화도 청산하고 낡은 행태를 다 청산해야 한다. (내년 총선에서) 광범위한 인적 혁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안·박 체제의 열쇠를 쥔 안 전 대표의 요구에 적극 화답한 모양새다. 반면 “저를 흔드는, 끊임없이 당을 분란 상태처럼 보이게 만드는 분들도 실제로는 공천권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비주류 강경파를 반혁신 세력으로 규정했다. 이에 대해 비주류 박지원 의원은 트위터에 “영남 패권, 호남 소외를 가중시키는 구상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면서 “의원들의 고언을 불평불만으로 치부하며 공천권 확보를 위한 처사로 취급한 것은 위기를 제대로 직시하지 못한 것이고 처방도 옳지 않다”고 반발했다. 그동안 “혁신 제안에 문 대표가 응답하는 것이 먼저”라며 문·안·박 체제에 대해 부정적이던 안 전 대표는 즉각적 반응을 자제한 채 장고에 돌입했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지역별·계파별 의견 수렴을 하고 있던 터에 문 대표 제안이 있었으니 더 고민을 해보겠다는 것”이라면서 “22일쯤 입장을 내놓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시장 측은 “통합과 혁신을 모색하자는 취지에 공감하며 함께 논의해 보겠다”면서 “현행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돕겠다”고 밝혔다. 서울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광주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정당” 대법원,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 “이유는?”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정당” 대법원,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 “이유는?”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정당” 대법원,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 “이유는?”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정당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일을 지정한 지방자치단체의 처분이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19일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6개사가 영업시간 제한 등 처분을 취소하라며 서울 성동구와 동대문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규제로 달성하려는 공익은 중대할 뿐만 아니라 보호할 필요도 큰 반면 대형마트 영업의 자유나 소비자 선택권 등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지자체들이 규제에 앞서 관련 이해당사자에 대한 의견청취 등의 절차를 거쳤고 공익과 사익의 여러 요수를 실질적으로 고려했다”면서 영업제한이 ‘재량권 남용’이라는 대형마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판결은 대법관 11명이 영업시간 제한 등 지자체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고 2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지자체와 대형마트의 분쟁은 지난 2012년 1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 조항이 생기면서 시작됐다. 지자체들은 신설 조항에 따라 ‘자치단체장은 오전 0∼8시까지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매월 둘째·넷째주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조례를 공포하고 대형마트의 영업을 규제했다.대법원 관계자는 “국민 경제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대형마트 규제에 관련된 판단기준 등을 정립했다”고 판결 의의를 설명했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조난자 찾는 ‘로봇 벌’?...레이저 눈 가진 초소형 로봇 개발

    조난자 찾는 ‘로봇 벌’?...레이저 눈 가진 초소형 로봇 개발

    레이저 빔을 발사하는 기계 눈을 장착한 ‘로봇 벌’들이 언젠가 장애물에 충돌하지 않고 비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미국의 과학자들이 밝혔다. 하버드대와 뉴욕 버팔로대, 플로리다주립대 등이 참여한 연구진이 이른바 ‘레이저 눈’이라고 불리는 이 기술을 사용하면 사람들이 스마트폰이나 테블릿 PC, 노트북, 웨어러블 장치 등을 사용할 때 제스처(몸짓)만으로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연구진은 벌이라는 곤충으로부터 생물학적인 영감을 받아 초소형 비행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로보비스’(RoboBees), 이른바 ‘로봇 벌’로 불리는 80mg짜리 이 비행 로봇은 언젠가 진짜 꿀벌 대신 인공 수분(가루받이)을 하는 것은 물론 조난 당한 재해 피해자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한 용도로도 사용될 수 있다. 연구진은 이전 연구를 통해 이런 로봇 벌이 함께 비행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물에 빠졌을 때도 다시 날아오를 수 있는 뛰어난 성능을 갖출 수 있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전 로봇은 사물의 깊이를 인식하는 능력이 부족하여 벽을 피하거나 꽃에 안착하는 임무는 힘든 상태. 연구진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레이저 기반의 레이더를 시야로 사용한 신형 로봇 벌의 개발에 나섰다. ‘라이다’(LIDAR·Light Detection and Ranging)로 알려진 이 기술은 레이더에 쓰이는 라디오파 대신 ‘비가시 레이저 펄스’가 사용된다. 라이다 센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레이저가 물체에 닿은 뒤 반사돼 돌아온 시간을 측정해 해당 물체까지의 거리는 물론 물체의 크기와 형태 등을 계산한다. 또한 이 레이저 빔은 일반적인 레이저와 달리 눈에 사용해도 될 만큼 안전하다. 연구에 참여 중인 카틱 단투 버팔로대 컴퓨터과학·공학과 조교수는 “우리 기술은 당신이 엑스박스(Xbox)를 사용해 게임을 할 때 당신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키넥트(Kinect)에 달린 장치와 매우 비슷하다”면서 “이는 이미 오늘날 사람들이 일상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과 같이 매우 안전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라이다 기술은 현재 개발 중인 무인 자동차들이 주변 환경을 탐색하는 데도 사용되고 있다. 무인 차량에 쓰이는 라이다 시스템은 일반적으로 캠핑할 때 쓰는 랜턴(조명등) 정도의 크기이다. 단투 교수는 “이 기술은 본질적으로 자동차 업체들이 무인 자동차의 충돌을 막기 위해 쓰는 것과 같다”면서 “단지 우리는 이 기술을 1페니짜리 동전보다 작은 로봇 벌에 사용할 수 있게 초소형화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플로리다주립대의 컴퓨터-시야 전문가인 산지브 콥팔 조교수와 센서 전문가인 후이카이 시에 교수가 참여해 초소형 센서를 개발하고 있다. 단투 교수는 로봇 벌이 주변 환경을 분석하고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인식 및 탐색 알고리즘도 개발하고 있다. 콥팔 교수는 “라이다는 기본적으로 빛 펄스의 ‘반사’(에코)를 이용한다”면서 “이는 매우 빠르지만 복잡한 회로 없이 작은 로봇 안에 장착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또 그는 “초소형-라이다 장치는 약 2000분의 1온스(56mg)가 될 것”이라면서 “앞으로 3년 안에 초소형-라이다 센서와 알고리즘을 완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하버드대 연구진이 이 기술을 로봇 벌에 통합시킬 것이다. 이들 연구진은 초소형 라이다의 응용이 미래 로봇 곤충에만 제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또 다른 응용은 사람의 동작을 감지할 수 있는 MS의 키넥트와 비슷한 내추럴 유저 인터페이스(NUI, 직감적이고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세상과 상호 작용하는 방법)를 사용하는 모바일 장치와 우리 인간이 상호작용하는 것을 포함한다. 콥팔 교수는 “초소형-라이다로 당신은 스마트 의류와 스마트워치와 같은 웨어러블 기술에 내추럴 유저 인터페이스가 사용되는 것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하버드대 공학응용과학대학(SEAS) 마이크로로봇 연구소/비스 생체모방공학 연구소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인공 수분부터 조난자 찾기까지…레이저 눈 가진 ‘로봇 벌’

    인공 수분부터 조난자 찾기까지…레이저 눈 가진 ‘로봇 벌’

    레이저 빔을 발사하는 기계 눈을 장착한 ‘로봇 벌’들이 언젠가 장애물에 충돌하지 않고 비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미국의 과학자들이 밝혔다. 하버드대와 뉴욕 버팔로대, 플로리다주립대 등이 참여한 연구진이 이른바 ‘레이저 눈’이라고 불리는 이 기술을 사용하면 사람들이 스마트폰이나 테블릿 PC, 노트북, 웨어러블 장치 등을 사용할 때 제스처(몸짓)만으로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연구진은 벌이라는 곤충으로부터 생물학적인 영감을 받아 초소형 비행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로보비스’(RoboBees), 이른바 ‘로봇 벌’로 불리는 80mg짜리 이 비행 로봇은 언젠가 진짜 꿀벌 대신 인공 수분(가루받이)을 하는 것은 물론 조난 당한 재해 피해자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한 용도로도 사용될 수 있다. 연구진은 이전 연구를 통해 이런 로봇 벌이 함께 비행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물에 빠졌을 때도 다시 날아오를 수 있는 뛰어난 성능을 갖출 수 있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전 로봇은 사물의 깊이를 인식하는 능력이 부족하여 벽을 피하거나 꽃에 안착하는 임무는 힘든 상태. 연구진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레이저 기반의 레이더를 시야로 사용한 신형 로봇 벌의 개발에 나섰다. ‘라이다’(LIDAR·Light Detection and Ranging)로 알려진 이 기술은 레이더에 쓰이는 라디오파 대신 ‘비가시 레이저 펄스’가 사용된다. 라이다 센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레이저가 물체에 닿은 뒤 반사돼 돌아온 시간을 측정해 해당 물체까지의 거리는 물론 물체의 크기와 형태 등을 계산한다. 또한 이 레이저 빔은 일반적인 레이저와 달리 눈에 사용해도 될 만큼 안전하다. 연구에 참여 중인 카틱 단투 버팔로대 컴퓨터과학·공학과 조교수는 “우리 기술은 당신이 엑스박스(Xbox)를 사용해 게임을 할 때 당신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키넥트(Kinect)에 달린 장치와 매우 비슷하다”면서 “이는 이미 오늘날 사람들이 일상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과 같이 매우 안전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라이다 기술은 현재 개발 중인 무인 자동차들이 주변 환경을 탐색하는 데도 사용되고 있다. 무인 차량에 쓰이는 라이다 시스템은 일반적으로 캠핑할 때 쓰는 랜턴(조명등) 정도의 크기이다. 단투 교수는 “이 기술은 본질적으로 자동차 업체들이 무인 자동차의 충돌을 막기 위해 쓰는 것과 같다”면서 “단지 우리는 이 기술을 1페니짜리 동전보다 작은 로봇 벌에 사용할 수 있게 초소형화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플로리다주립대의 컴퓨터-시야 전문가인 산지브 콥팔 조교수와 센서 전문가인 후이카이 시에 교수가 참여해 초소형 센서를 개발하고 있다. 단투 교수는 로봇 벌이 주변 환경을 분석하고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인식 및 탐색 알고리즘도 개발하고 있다. 콥팔 교수는 “라이다는 기본적으로 빛 펄스의 ‘반사’(에코)를 이용한다”면서 “이는 매우 빠르지만 복잡한 회로 없이 작은 로봇 안에 장착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또 그는 “초소형-라이다 장치는 약 2000분의 1온스(56mg)가 될 것”이라면서 “앞으로 3년 안에 초소형-라이다 센서와 알고리즘을 완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하버드대 연구진이 이 기술을 로봇 벌에 통합시킬 것이다. 이들 연구진은 초소형 라이다의 응용이 미래 로봇 곤충에만 제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또 다른 응용은 사람의 동작을 감지할 수 있는 MS의 키넥트와 비슷한 내추럴 유저 인터페이스(NUI, 직감적이고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세상과 상호 작용하는 방법)를 사용하는 모바일 장치와 우리 인간이 상호작용하는 것을 포함한다. 콥팔 교수는 “초소형-라이다로 당신은 스마트 의류와 스마트워치와 같은 웨어러블 기술에 내추럴 유저 인터페이스가 사용되는 것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하버드대 공학응용과학대학(SEAS) 마이크로로봇 연구소/비스 생체모방공학 연구소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파리의 망원경, 맨눈의 서울/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옴부즈맨 칼럼] 파리의 망원경, 맨눈의 서울/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그동안 신문 때문에 불필요한 싸움들이 벌어졌다. 보수적인 색채가 강한 여러 ‘일보’들의 논조는 진보적인 성격의 ‘신문’들과 차이가 진다. 일보에는 강을 파는 일이 ‘강을 살리는 것’이라는 개발 정보가 많이 실리고, 신문의 지면에는 ‘살리기 사업’이 외려 강과, 강에 사는 물고기와, 강가에 사는 사람의 터전을 죽이고 있다는 고발 정보가 실린다. 그리하여 일보가 주장하는 진실을 믿은 일보의 독자와 신문이 내세우는 진실을 받아들인 신문의 독자가 각각의 ‘진실’ 장갑을 끼고 무시로 격돌한다. 국가가 지정한 올바른 진실을 위태롭게 만들 가능성은 교과서보다 신문이 훨씬 더 크다. 저마다의 개천에서 구부러져 흘러드는 신문의 ‘너무 많은 진실들’이 도도한 역사의 강물을 더럽히고 오염시킬 위험이 태산만 한데, 그냥 두고 볼 일은 아니다. 일보와 신문들을 통폐합해 오로지 하나의 ‘올바른 일보’로 국정화해 발행하는 꾀를 낸다면, 국민들이 서로 다른 진실들을 받아 보는 일도 없을 터이고, 그리하여 일보 독자들과 신문 독자들 간에 피 터지게 싸울 일도 없어질 터이다. 국민의 화합을 위해 그것 또한 좋을 일이다. 과연 그런가. 신문의 사명은 낱낱이 역사가 될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기록하는 데 있다. 현장의 정보는 높고 낮은 지점, 서로 다른 위치에서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의 종합을 통해 생생해진다. 역사적 진실은 정보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격렬한 토론을 통해 정교해진다. 대의제 민주주의가 성공하려면 언론에 의해 다양한 관점의 정보가 풍부하게 생산돼야 한다. 언론 정보를 섭취한 시민들이 차별과 처벌의 위협 없이 자신의 견해를 펼쳐 놓을 수 있어야 한다. 언론과 토론의 자유가 숨을 쉴 수 있는 열린 공간의 존재는 민주제의 본질이자 필수품이다. 구시대에 통용되던 단일한 ‘관보’ 시스템으로 시민들의 알권리를 충족할 수 있다는 발상은 맨발로 껑충껑충 뛰어서 달나라에 갈 수 있다는 환상보다 위험하고 무모하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격한 경쟁 속에서도 신문이 사라져서는 안 될, 쇠락하는 신문 산업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살려 내야 할 절대 이유가 거기에 있다. 단일한 국정의 역사 교과서보다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검정 역사 교과서 체제의 우월성을 일보와 신문이 옹호해 주지 않으면 도대체 저널리즘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최근 서울신문 내부에서 ‘올바른 교과서’의 보도편집 경향을 비판하는 목소리들이 나왔다. 내부 소통 망이 작동한다는 이야기다. 서울신문이 젊다는 증표이기도 하다. 비판의 요지는 국정 교과서 체제를 ‘불을 보듯 훤하게’ 명료히 비판한 재작년의 관점이 오늘에 와서 왜 어정쩡해졌는가다. 관점 없이 방관한 것이 아니냐는 문제도 제기됐다. 사설과 칼럼, 극단적 주장으로 비판받아 온 뉴라이트 전국연합 공동대표의 시론, 99.9%를 언급한 총리의 발언과 ‘올바르게 잘 만들겠다’는 취지의 부총리 발언을 따옴표로 직접 인용 처리한 여러 사례들을 보건대 내부의 비판은 일리가 있다. 사건의 성격에 비추어 산 넘고 물 건너 파리의 참극을 망원경으로 크게 당겨서 보는 것은 중요하다. 동시에 지금 여기, 편집국 창문 아래 맨눈으로도 볼 수 있는 ‘국정 교과서 현장’이 역력하다. 서울신문은 멀리 파리를 봐야 할 뿐만 아니라 품 안의 서울 거리를 더 생생하게 지켜보아야 한다. 신문 서울 아닌가.
  • 압박받는 安, 文 내민 손 잡을까

    압박받는 安, 文 내민 손 잡을까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 내년 총선을 이끌 지도체제로 ‘문재인·안철수·박원순(문·안·박) 연대’가 떠오르는 가운데 성사의 키를 쥐고 있는 안철수 전 대표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된다. 그동안 안 전 대표는 ‘문·안·박 연대’에 있어 유일하게 부정적이었으나 최근 자신과 문 대표의 협력을 촉구하는 당내 압박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 대표는 18일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문·안·박 연대’를 포함한 총선 승리 비전을 제시하고 안 전 대표를 향해 참여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안 전 대표의 권한을 보장한 공동 지도부를 제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여러 당내 의원 모임을 통해 문 대표와 안 전 대표 간 관계 회복을 시도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처럼 안 전 대표를 향한 ‘읍소’가 이어지는 가운데 결국 안 전 대표의 선택에 새정치연합의 향후 지도체제가 달려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안 전 대표의 마음은 쉽게 돌아서지 않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국회 ‘공정3법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선거체제에 돌입하고 저에게 어떤 자리를 준다는 것은 완전히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안 전 대표가 쉽게 ‘협력 모드’로 돌아설 수 없는 근저에는 앞서 자신이 요구한 혁신안(부패 척결, 낡은 진보 청산)에 대한 응답이 없다는 불만이 자리잡고 있다. 안 전 대표는 “문 대표는 공천 작업에 돌입하자고 주장하고, 저는 당의 큰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두 달 전부터 (둘 다)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문 대표의 ‘안철수표 혁신안’에 대한 수용 여부에 따라 안 전 대표의 결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수준에 그칠 경우 양측의 관계는 더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표는 주변 인사들로부터 당의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뒤 조만간 ‘중대 결단’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단순히 ‘안철수표 혁신안’을 받아들이겠다는 정도로는 만족할 수 없다”며 “당 혁신위원회가 마련한 혁신안을 ‘원점 재검토’하겠다는 정도의 결단을 내려야 협력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그는 “당과 결별하라는 의견, ‘문재인 체제’로는 총선이 어렵다는 의견 등을 듣고 있으며 조만간 안 전 대표가 직접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데스크 시각] 역사 전쟁과 진실의 연못/이지운 정치부 차장

    [데스크 시각] 역사 전쟁과 진실의 연못/이지운 정치부 차장

    영화 ‘아이히만 쇼’는 1961년 진행된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의 실제 재판을 37개국 시청자에게 전달한 세계 최초의 TV 생방송 이벤트를 다루고 있다. 올해 아우슈비츠 해방 70주년을 맞아 영국 BBC에서 기획했다는데, 우리나라에는 지난 7월 제1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다. 영화 ‘송 포유’의 감독 폴 앤드루 윌리엄스가 만들었다. ‘아이히만 쇼’는 어떤 면에서 같은 재판을 소재로 3년 앞서 나온 ‘한나 아렌트’와 유사한 문제의식을 던진다. 독일의 ‘뉴 저먼 시네마’를 대표하는 마가레테 폰 트로타 감독의 이 영화는 2013년 제1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소개됐다. 독일계 유대인 철학자이자 정치 사상가인 한나 아렌트는 나치 전범인 카를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을 보며 ‘악의 평범성’을 개념화했다. 두 영화는 관람자들에게 거악이 특별한지, 평범한지를 고민케 하는 괴로움을 던진다. 이 점에서라면 개인적으로는 영화 한나 아렌트에 좀 더 점수를 주고 싶지만 대신 아이히만 쇼는 몇 가지 의미심장한 장면들을 남겼다. 영화속 ‘쇼’의 촬영감독과 그가 묵고 있던 호텔 여주인 간의 대화가 대표적이다. 많은 이들의 의구심을 깨고 TV 쇼가 성공을 거두자 호텔 여주인은 촬영감독에게 특별한 감사의 뜻을 전하며 ‘TV 쇼 전후의 예루살렘’ 반응을 설명해 준다. 아우슈비츠에서 생존한 여주인이 예루살렘에 정착한 뒤 자신이 겪은 일들을 얘기하자 주변의 반응은 “설마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 후 여주인은 입을 닫고 살았다. 아이히만의 재판이 있기 전까지 나치에 의한 유대인의 대학살을 유대인조차 전반적으로 공유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이 영화를 보고 처음 알았다. 재판을 통해 112명의 증언이 쏟아지지 않았다면, TV를 통해 전 세계에 전달되지 않았다면 아우슈비츠의 사건을 인류가 공유하는 데 17년 훨씬 더 넘는 시간이 필요했을 수도 있다. 아르헨티나에 숨어 있던 아이히만을 기어이 찾아낸 이스라엘의 노력과 성과가 새삼 위대해 보였다. 이런 과정이 있었기에 유대인은 독일로부터 진실한 사과를 거듭 반복해 받고 있는지 모르겠다. 유대인들이 받고 있는 역사의 응당한 대접이, 가해자에게 ‘제대로 된 사과’를 구걸하다시피 하고 있는 우리의 처지를 더욱 처연하게 만든다. 더 명확한 증거를 찾으려 노력하고 있는지, 기존의 증거라도 우리 스스로 충분히 공유하고 있는지, 나아가 우리와 같은 피해자들과, 세계와 함께 공유하고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결단’을 촉구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다자회의를 앞두고 우리의 외교적 입장을 정확히 알리기 위해” 아시아·태평양뉴스통신사기구(OANA)와 마련한 인터뷰에서다. 15~16일 G20 회의장에서도 그랬고, 앞으로 많은 다자 외교 현장마다 아베 총리와 나란히 앉아 눈도 마주치고 악수도 해야 하지만 이 압박 행위는 한국의 대통령으로서는 피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실로 안팎으로 ‘역사 전쟁의 시대’를 살고 있다. 안으로든 밖으로든 현실적으로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분명한 것은 안으로 좌우의 대립이거나 밖으로 한·일 간 전쟁이 아니라는 점이다. 본질적으로는 사실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싸움이다. 주장이든 증거든 진실의 연못에 뒤엉켜 빠져들면 진실이 아닌 것은 가라앉게 돼 있다. 그렇게 해서 역사적 사실이 이기도록 하는 것 말고는 이 전쟁은 다른 방법이 없다. 빼앗긴 진실은 빼앗아 와야 하고, 지구 반대편에 숨은 아이히만은 찾아내야 한다. jj@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힘든 날들은 벽이 아니라 문이다(구영회 지음, 나남 펴냄) 저자는 33년에 걸친 방송기자 생활을 마친 뒤 지리산 속으로 푹 안겼다. 작은 구들방과 부엌만 있는 누옥에서 홀로 지내며 가끔 서울서 내려오는 부인과 가족들의 방문을 받을 따름이다. 예순을 훌쩍 넘긴 중씰한 이가 산자락에서 홀로 지냄은 자칫 세상과의 단절, 관계의 절연으로 지레짐작할 법하다. 하지만 저자는 그곳에서 사람들을 쉼없이 만났다. 그리고 성찰과 사유의 과정, 결과를 담아 ‘미생’으로 스스로 자조하는 청년들에게 말을 건넨다. 젊은 시절 무척 가난했던 그는 그 경험을 성공한 인생의 훈장처럼 회억하지 않고 더 깊숙이 자기 안으로 들어가 성찰한다. 희망, 행복의 가치, 다양함이 존중받는 세상에 대한 속깊은 바람이 절로 느껴진다. 248쪽. 1만 2500원. 카메라, 편견을 부탁해(강윤중 글, 서해문집 펴냄) 때론 한 장의 사진이 구구하게 적은 숱한 기록보다 더 강렬하게 진실을 직시하기도 한다. 익숙함과 편견의 틀을 깨는 이미지 탄생의 출발이다. 사진기자의 카메라는 고스란히 사람들의 삶을 향해 있다. 성적소수자, 장애인, 광산 노동자, 이주노동자, 철거민, 독립영화감독,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살아남은 사람들, 독거노인, 산골 분교 아이들 등 다양하다. 하지만 본질은 하나다. 사회의 외면 혹은 오해와 편견에 눈물을 떨구고 있거나, 이에 분연히 맞설 수밖에 없는 이들이다. 때로는 덤덤히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진실을 드러내고, 때로는 가슴 먹먹하게 그들의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간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기에 글의 언어, 카메라의 언어조차 따뜻하기 그지없다. 326쪽. 1만 3900원. 한반도 삼국지(이충렬 지음, 레디앙 펴냄) 박정희, 김대중, 김일성이라는 한국 현대사 속 세 정치 거인의 삶을 좇는다. 부제 ‘세 개의 혁명과 세 개의 유훈통치’에서 짐작하듯 그들이 살아생전 혁명적으로 추구했던 가치와 함께 여전히 그 자장 아래 살고 있는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한 전망과 진단이기도 하다. 각각 ‘근대화 혁명’(박정희), ‘민주주의 혁명’(김대중), ‘공산주의 혁명’(김일성)으로 규정하며 가치적 측면에서 이들로부터 시작한 갈등과 대립이 아직 끝나지 않음에 주목했다. 세 사람의 인물열전과 더불어 해방의 과정부터 시작해 70년 한반도 현대사를 정치 중심으로 풀어내면서 아직 현재 진행형인 신삼국지의 결말이 누군가의 승패가 아닌, 화해와 인류보편적 가치의 추구로 결론 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384쪽. 1만 6000원. 과거의 죄(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권상희 옮김, 시공사 펴냄) 지난 8월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담화문에서 전후 세대에게 사죄의 책임을 지울 수 없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국가 범죄의 주체는 국가이며, 특정 개인이나 세대가 사죄하고 용서받을 수 있지 않음을 뜻한다. 독일인인 저자는 나치 독일이 저지른 국가 범죄의 법적·도덕적 책임을 명쾌하게 풀어냈다. 그는 가해자 후대를 향해 ‘과거에 형성된 정체성 안에 붙들려 있으면, 그들은 과거 세대와 연대 관계를 맺게 되고, 그로 인해 과거 세대의 죄에 연루되어 그 죄를 떠안거나 그 죄에서 벗어날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고 역설했다. 죄라는 것은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친일파 문제가 새삼 언급되는 한국사회에도 경종의 소리로 들린다. 222쪽. 1만 3000원. 패션, 영화를 디자인하다(진경옥 지음, 산지니 펴냄) 옷은 일종의 메시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의 옷,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의 브로치, 박근혜 대통령의 한복 등은 외교 회담 등에서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입장과 의사를 상징했다. 영화에서 배우들이 입고 나오는 옷도 그냥 대충 걸치거나 당대의 패션 코드를 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영화 의상은 스토리텔링을 담고 있는 비밀스러운 영화 언어다. 1948년 아카데미 의상상이 제정된 이유다. 오드리 헵번의 리틀 블랙 드레스, 제임스 딘의 청바지, 옷으로 신분 상승의 변화를 보여준 ‘귀여운 여인’ 속 줄리아 로버츠, 점차 바뀌어 가는 조폭 패션의 변화를 가감없이 선보인 ‘친구’와 ‘신세계’ 등 국내외 각종 영화와 공명하며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패션 이야기다. 320쪽. 2만원.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사랑의 본질/박희진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사랑의 본질/박희진

    사랑의 본질/박희진 “사랑의 본질이 무엇인지 아는가? 그대 시인이여” 어느 철인이 이렇게 물었을 때 나는 부끄럽게도 대답 못했다. “그건 한마디로 지속성이라네”
  • 행복을 주는 건축물… ‘공간의 비밀’ 푼다

    행복을 주는 건축물… ‘공간의 비밀’ 푼다

    “사람은 건물을 만들고 그다음에는 건물이 우리를 만들어 간다.”(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1874~1965) “하나의 건물을 만든다는 것은 하나의 인생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20세기 최고 건축가로 꼽히는 루이스 칸·1901~1974) 의식주는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후 끊임없이 사람들을 따라다니는 문제였다. 사람은 자신을 둘러싼 공간에 따라 사고와 행동에 영향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거주공간에 대한 고민은 입고 먹는 것보다는 뒤로 밀려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집을 선택할 때 ‘사람’은 고려 대상의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다. 역세권에 있는지, 학군이 좋은 곳인지, 지은 지 오래되지 않아 집값이 크게 떨어지지 않거나 아예 지은 지 오래돼 재건축이 가능한 곳인지 등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한 탓이다. ●공간이 환자의 치유 능력에 직접적 영향 그러나 최근 들어 정서적 안정감이나 건강상 이유로 도심을 채우고 있는 빽빽한 아파트 숲을 벗어나 교외로 나가거나 단독주택을 지어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과학계에서도 공간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뇌과학적 차원에서 분석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공간이 어떻게 뇌에 영향을 미치는지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연구함으로써 사람을 위한 건축과 공간을 만들어 보자는 ‘신경건축학’이 바로 그것이다. 1984년 미국 델라웨어대 지리학과 로저 울리히 교수는 펜실베이니아주 교외에 있는 요양병원에서 담낭제거 수술을 받은 환자 46명을 관찰한 결과 창을 통해 작은 숲이 내다보이는 곳에 있었던 환자 23명이 담벼락만 보이는 위치에 있던 환자 23명보다 먼저 퇴원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물리적 공간이 환자의 치유 능력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최초의 연구 결과였다. 2002년 8월 미국건축가협회 존 에버하트 연구소장이 건축과 신경과학의 접점을 찾기 위해 합동 워크숍을 개최하면서 간헐적으로 이뤄지던 공간과 사람에 대한 융합연구의 바탕이 마련됐다. 이후 2003년 ‘신경건축학회’가 발족되면서 관련 분야 학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연구가 이뤄지기 시작한 것은 미국 국립정신보건원(NIMH) 에스터 스턴버그 박사와 MIT 뇌과학과 매슈 윌슨 교수가 2006년 10월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셀’에 ‘신경과학과 건축:공통의 토대를 찾아’라는 논문을 발표하면서부터다. 우리나라도 2011년 2월 신경과학자와 건축가 등이 신경건축학연구회를 만들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9월 대한건축학회에서도 학회지 ‘건축’에 신경건축학을 특집으로 다루는 등 신경건축학에 대한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는 “그동안 건축가들은 예술가적 직관과 영감, 그리고 오랜 경험과 관행으로 설계하고 디자인해 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건축학이 정교한 과학기술 분야가 되려면 심리학과 신경과학을 받아들여 공간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경제적 조건을 넘어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나가야 하는데 그런 차원에서 신경건축학은 건축학의 대안이나 보완이 아닌 기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경건축학에 따르면 건축 구조나 풍경 구조에는 본질적으로 사람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거나 마음을 편안하게 해서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어빙 비더먼 교수는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선호하는 아름다운 경치나 노을, 숲 같은 풍경을 볼 때 엔도르핀이 분비되는 경로에 있는 신경세포들이 활성화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특히 풍경에 색과 깊이, 움직임이 더해지면 더 많은 신경세포들이 활성화돼 사람들이 편안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현재 신경건축학은 사람들이 밀집해 생활하는 병원, 학교, 사무공간 등을 중심으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북유럽 학교 협동심·민주주의 습득력 높여줘 신경건축학자들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북유럽식 교육에도 공간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북유럽의 학교들은 공공건물을 집보다 편한 공간으로 느낄 수 있도록 설계하고 개방성을 강조함으로써 학교에서 협동감과 민주주의를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10대 때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인 학교 환경을 개선한 뒤 학생들의 행동 변화를 추적 연구하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주관의 ‘문화로 행복한 학교만들기’도 일종의 신경건축학적 프로젝트로 이해할 수 있다. NIMH 스턴버그 박사는 “20세기 말부터 발달하기 시작한 뇌과학 덕분에 뇌와 인체 면역체계의 연관성이 밝혀지면서 건축공간이 건강에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과학적 차원에서 연구되고 있다”며 “과학자들이 뇌와 신체에 영향을 미치고 치유를 돕는 환경의 다양한 특성을 찾아낸 만큼 이를 어떻게 공간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가가 신경건축학의 발전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신뢰받는 군을 위하여] “여군 수 대폭 늘리고 국회에 ‘국방 옴부즈맨’ 설치를”

    [신뢰받는 군을 위하여] “여군 수 대폭 늘리고 국회에 ‘국방 옴부즈맨’ 설치를”

    여군의 역할 확대는 전 세계적 추세다. 이스라엘군은 병력 18만여명 중 여군이 6만여명으로 3분의1을 차지하지만 남녀혼성군의 모범적 운용 사례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여군 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여성이 아닌 동등한 군인으로 평가하는 군 전체의 인식 변화와 병영 문화 조성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휘관의 리더십이 중요하며 특히 소수인 여군의 수를 더욱 확대하고 군에 대한 외부 기관의 감시·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박효선 청주대 군사학과 교수는 8일 “이스라엘군의 경우 밀폐된 공간인 전차 안에서 여군이 남군과 어우러져 생활하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장병들이 남녀라기보다 군인이라는 인격체로 서로를 대하기 때문”이라면서 “초급 간부 양성 과정에서부터 남녀가 같은 군인이라는 인식을 체화시키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병조 국방대 교수도 “여군 인권을 보호한다고 오히려 여군을 연약한 존재로만 인식하는 것은 적과 싸워야 하는 군의 본질적 특성과 맞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최병욱 상명대 군사학과 교수는 “남녀가 가진 신체적 특성을 무시하고 무조건적으로 여군에 모든 전투 병과를 개방하면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다”면서 “여군이 섬세한 능력을 발휘하도록 행정병과 등 보직에서의 활용도를 높이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여군 1만명 시대에 걸맞은 군대 문화를 정립하는 것으로 이들이 자긍심을 갖고 근무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중기 안동과학대학교 의무부사관과 교수는 “여군을 전우로 보지 않고 여자로 인식하는 병영 문화는 결국 여군들이 수적으로 매우 소수이기 때문”이라면서 “현재 1만명이 안되는 여군 인력을 7만여명 수준으로 늘리고 여군과 남군이 따로 평가받는 진급 심사 체계도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피우진 예비역 중령은 “결국 군의 성폭력, 성군기 문란 문제는 군이 자체적으로 인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방증”이라면서 “국방부가 꾸준히 반대해 온 국방 옴부즈맨 제도를 국회에 설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사설] 첨예한 난사군도 분쟁 능동외교로 헤쳐 가야

    한민구 국방장관은 그제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제3차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남중국해 분쟁의 평화적 해결과 항행, 상공(上空) 비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는 최근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해 항행의 자유를 강조하는 미국과 일본의 입장을 지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 정부의 고위 인사가 미국과 중국의 군사 책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처음으로 우리의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주지하다시피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간 군사적 긴장의 파고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27일 남중국해 난사군도에 건설 중인 중국의 인공섬 인근 12해리(22㎞) 이내로 구축함을 진입시키자 중국은 군함 두 척을 긴급 투입해 무력 시위로 맞대응할 정도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과 남중국해를 장악해 해양 대국의 꿈을 키우는 중국의 국가 전략이 정면으로 충돌한 것이다. 국제법상 항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함에도 중국이 암초에 매립 공사를 해 인공섬을 만드는 것은 해양 질서의 변경을 시도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문제의 해역이 자신의 영해라는 일방적인 중국의 주장에도 논리의 모순이 있다. 그렇다고 분쟁 당사국도 아닌, 미국이 공해상의 ‘자유통항권’을 앞세워 상선이 아닌 군함을 보내 무력 시위하는 것이 정당한 것인지도 국제법 전문가들 사이에선 논쟁 거리다. 앞으로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은 더욱 거칠어질 것이고 우리에게 선택을 강요할 외교안보 사안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 우리 외교가 진퇴양난인 것만은 분명하다. 남중국해 분쟁 당사자도 아닌 우리로서 제3국의 분쟁, 그것도 강대국의 첨예한 패권 다툼에 개입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더욱이 어느 한 편의 입장을 두둔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인지 논란의 소지가 많다. 선택을 강요받을 경우 한·미 동맹의 편에 서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어느 쪽이 국익을 위한 길인지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남중국해는 우리 수출 물동량의 30%, 수입 에너지의 90%가 통과하는 해상 통로인 만큼 이 해역에서 분쟁의 파고가 높아지는 것은 우리의 국익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은 자신들의 군사백서에 중국을 가상의 적으로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고 일본 역시 중국을 주적 개념으로 격상시킨 지 오래다. 우리는 다르다. 우리와 군사동맹의 관계인 미국이나 중국과 대적하는 일본의 국익이 우리와 똑같을 수는 없다. 우리는 중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있고 북핵 등 북한 문제에 협조해야 할 사안도 많다. 경제적으로 최대 교역국이자 최대 투자국인 중국의 입장을 마냥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소극적이고 수동적 외교를 펼치라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국익이 무엇인지를 냉철하게 판단해 당당하게 우리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 우리가 분쟁의 한복판에 뛰어들기보다는 국제 규범과 순리에 따라 남중국해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적 해결 방식을 모색하는 것이 현 정부가 추진하는 능동외교의 본질일 것이다.
  • 700번째 앙상블, 다시 부활을 꿈꾼다

    700번째 앙상블, 다시 부활을 꿈꾼다

    우리나라 근대 서양음악사와 그 맥락을 함께해 온 KBS교향악단(사장 고세진)이 오는 2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역사적인 700회 정기연주회를 갖는다. 창단 첫해인 1956년 12월 20일 서울 명동의 시공관에서 첫 정기연주회를 가진 지 59년 만이다. KBS교향악단은1956년 창단 이래 매년 20회 이상의 정기연주회를 포함해 특별, 기획 연주회, 어린이 청소년 음악회, 초청 연주회, 문화 소외계층을 위한 찾아가는 음악회 등 연간 100여회의 연주회를 갖고 있다. 2012년 9월 재단법인으로 새롭게 출범한 후 예술성과 전문성 강화에 매진해 온 KBS교향악단은 이번 정기연주회에서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제2번 ‘부활’을 연주하며 화려한 부활의 팡파르를 울린다. 지휘는 KBS교향악단의 음악감독이자 세계적인 말러 스페셜리스트로 정평이 나 있는 요엘 레비가 맡는다. 1997년부터 KBS교향악단과 호흡을 맞춰 왔고 지난해 음악감독 확정 이후 섬세한 지휘와 리더십으로 수준 높은 앙상블을 만들어 온 레비는 KBS교향악단과 함께 지난해 1월 말러 교향곡 1번 ‘거인’과 올해 5월 말러 교향곡 5번을 선보여 명성에 어울리는 탁월한 해석을 보여준 바 있다. 이번 700회 정기연주회에서 그는 1시간 30분 동안 연주되는 교향곡 2번 ‘부활’을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악보 없이 암보로 지휘한다. 말러는 미완성 교향곡 10번을 포함해 모두 11개의 교향곡을 남겼다. 그의 교향곡은 낭만과 웅장함, 긴장감 등 다양한 감정적 요소와 염세주의, 삶과 죽음, 존재의 본질과 같은 철학적 요소를 지니고 있다.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과 마찬가지로 합창과 함께 연주하는 대표적인 교향곡 ‘부활’은 삶과 죽음에 대한 말러의 깊은 고뇌가 녹아 있고, 뛰어난 영감이 담긴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말러의 교향곡에선 특별한 악기 사용과 대규모 관현악 편성이 늘 관심거리이다. 이번 KBS교향악단의 ‘부활’ 역시 곡의 마지막 부분에 교회 종소리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큰 종과 250명이 넘는 대규모 출연진을 주목해 볼 만하다. 특히 호른 11대, 트럼펫 8대를 포함한 120명의 KBS교향악단과 고양시립합창단, 안양시립합창단, 서울모테트합창단 등 130명의 합창단, 그리고 칠레 출신으로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세계적인 소프라노 카롤리나 울리히, 체코 출신의 메조소프라노 다그마르 페코바가 함께 ‘부활’의 웅장함을 들려줄 예정이다. KBS교향악단은 700회 정기연주회를 기념한 특별행사로 항공권, 가전제품 등 경품 추첨도 마련했다. 2만~8만원. (02)6099-7400. 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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