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본질
    2026-07-09
    검색기록 지우기
  • 유머
    2026-07-09
    검색기록 지우기
  • 대회
    2026-07-09
    검색기록 지우기
  • 판도
    2026-07-09
    검색기록 지우기
  • 전소
    2026-07-0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5,132
  • [세종로의 아침] 린뱌오 죽음과 음모론/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린뱌오 죽음과 음모론/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1971년 9월 13일 새벽 마오쩌둥(毛澤東)의 공식 후계자 린뱌오(林彪), 그의 부인 예췬(葉群)과 아들 린리궈(林立果), 수행원 등 9명을 태우고 가던 비행기가 몽골 사막에 추락, 전원 사망했다. ‘황위’를 물려받을 황태자의 갑작스런 죽음은 중국 현대사의 최대 미스터리로 떠올랐다. 중국 당국은 사고 3주가 지난 뒤에야 “린뱌오가 비행기를 타고 소련으로 도망가다 연료 부족으로 추락사했다”며 “그는 마오 암살 계획을 세웠다가 사전에 발각됐다”고 밝혔다. 소련 당국은 비행기가 원인 불명으로 추락했는데, 시체와 서류 등이 모두 불타 버리는 바람에 탑승객 신원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 일각에서는 중국군이나 소련군의 미사일 발사로 비행기가 격추됐다는 음모론이 무성했다. 음모론은 요즘도 유령처럼 떠돈다. 천안함 폭침과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등 굵직굵직한 사건에 해명되지 않은 의문이 생길 때마다 고개를 쳐든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수년 전 ‘세계 10대 음모론’을 소개했다. 9·11테러 미국 정부의 자작극설, 미 공군기지 ‘에어리어 51’ 외계인 거주설, 엘비스 프레슬리 생존설, 아폴로 11호 달 착륙 연출설, 셰익스피어 가공인물설, 예수 결혼설, 파충류 외계인 지구지배설, 에이즈 개발설, 존 F 케네디 암살 배후설, 다이애나 왕세자비 사망 영국 왕실 개입설 등이다. 당국의 발표를 믿을 수 없다며 간단없이 음모론을 제기한다. 9·11테러 자작설이나 달 착륙 연출설은 다큐멘터리로 제작돼 음모론을 부추겼다. 음모론은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거나 사회의 비판 기능이 제대로 수행되지 못할 때 자주 등장한다. 실체는 없지만 현실을 좀먹는 힘은 강력하다. 위기 상황이나 혼란스러운 시기에 주로 유포되는 이유다. 음모론자들은 사건의 인과관계가 분명해야 믿고, 누군가가 꾸민 일이라고 하면 증거나 가정이 미약해도 쉽게 받아들인다. 알기 쉽고 분명해야 하는 만큼 ‘여러 원인의 복합적 효과’로 설명하는 것은 용납이 안 된다. 탈레반처럼 자신이 믿는 것이 정답이고 진리인 만큼 절대적 확신을 가진다. 다른 사람의 판단은 의미가 없다. 배움의 많고 적음과도 별 관계가 없다. 이 때문에 사건의 원인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할 때 배후에 거대한 권력조직이나 비밀단체가 있다고 해야 직성이 풀린다. 음모론이 무서운 것은 세상사를 재단해 한쪽만을 본다는 점이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공동체 중심의 ‘덧셈의 법칙’이 깨지고, 이기적인 ‘뺄셈의 법칙’만 작동한다. 미국의 석학 노엄 촘스키는 “음모론이란 누군가 세상의 일을 좀더 자세히 알려고 할 때 그것을 방해하려는 사람이 들이대는 논리”라고 비판했다. 세상사를 명쾌히 설명할 수 있으면 오죽 좋겠는가. 그런 점에서 음모론은 매혹적이지만 사건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얼마 전 45년간 베일에 가려졌던 린뱌오 추락사의 실체가 드러났다. 여러 정황상 격추라기보다 ‘조종사의 실수’로 비행기가 추락했다는 게 몽골 조사단의 결론이다. ‘피가 흥건한 권력암투’를 기대했던 음모론자에겐 조금 맥빠진 결과다. 국가 정책부터 연예인 스캔들까지 갖은 ‘음모론’으로 도배되는 인터넷 세상에서 이들의 옥석 가리기가 너무나 힘들다는 게 문제다. khkim@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린뱌오 죽음과 음모론/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린뱌오 죽음과 음모론/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1971년 9월 13일 새벽 마오쩌둥(毛澤東)의 공식 후계자 린뱌오(林彪), 그의 부인 예췬(葉群)과 아들 린리궈(林立果), 수행원 등 9명을 태우고 가던 비행기가 몽골 사막에 추락, 전원 사망했다. ‘황위’를 물려받을 황태자의 갑작스런 죽음은 중국 현대사의 최대 미스터리로 떠올랐다. 중국 당국은 사고 3주가 지난 뒤에야 “린뱌오가 비행기를 타고 소련으로 도망가다 연료 부족으로 추락사했다”며 “그는 마오 암살 계획을 세웠다가 사전에 발각됐다”고 밝혔다. 소련 당국은 비행기가 원인 불명으로 추락했는데, 시체와 서류 등이 모두 불타 버리는 바람에 탑승객 신원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 일각에서는 중국군이나 소련군의 미사일 발사로 비행기가 격추됐다는 음모론이 무성했다. 음모론은 요즘도 유령처럼 떠돈다. 천안함 폭침과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등 굵직굵직한 사건에 해명되지 않은 의문이 생길 때마다 고개를 쳐든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수년 전 ‘세계 10대 음모론’을 소개했다. 9·11테러 미국 정부의 자작극설, 미 공군기지 ‘에어리어 51’ 외계인 거주설, 엘비스 프레슬리 생존설, 아폴로 11호 달 착륙 연출설, 셰익스피어 가공인물설, 예수 결혼설, 파충류 외계인 지구지배설, 에이즈 개발설, 존 F 케네디 암살 배후설, 다이애나 왕세자비 사망 영국 왕실 개입설 등이다. 당국의 발표를 믿을 수 없다며 간단없이 음모론을 제기한다. 9·11테러 자작설이나 달 착륙 연출설은 다큐멘터리로 제작돼 음모론을 부추겼다. 음모론은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거나 사회의 비판 기능이 제대로 수행되지 못할 때 자주 등장한다. 실체는 없지만 현실을 좀먹는 힘은 강력하다. 위기 상황이나 혼란스러운 시기에 주로 유포되는 이유다. 음모론자들은 사건의 인과관계가 분명해야 믿고, 누군가가 꾸민 일이라고 하면 증거나 가정이 미약해도 쉽게 받아들인다. 알기 쉽고 분명해야 하는 만큼 ‘여러 원인의 복합적 효과’로 설명하는 것은 용납이 안 된다. 탈레반처럼 자신이 믿는 것이 정답이고 진리인 만큼 절대적 확신을 가진다. 다른 사람의 판단은 의미가 없다. 배움의 많고 적음과도 별 관계가 없다. 이 때문에 사건의 원인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할 때 배후에 거대한 권력조직이나 비밀단체가 있다고 해야 직성이 풀린다. 음모론이 무서운 것은 세상사를 재단해 한쪽만을 본다는 점이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공동체 중심의 ‘덧셈의 법칙’이 깨지고, 이기적인 ‘뺄셈의 법칙’만 작동한다. 미국의 석학 노엄 촘스키는 “음모론이란 누군가 세상의 일을 좀더 자세히 알려고 할 때 그것을 방해하려는 사람이 들이대는 논리”라고 비판했다. 세상사를 명쾌히 설명할 수 있으면 오죽 좋겠는가. 그런 점에서 음모론은 매혹적이지만 사건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얼마 전 45년간 베일에 가려졌던 린뱌오 추락사의 실체가 드러났다. 여러 정황상 격추라기보다 ‘조종사의 실수’로 비행기가 추락했다는 게 몽골 조사단의 결론이다. ‘피가 흥건한 권력암투’를 기대했던 음모론자에겐 조금 맥빠진 결과다. 국가 정책부터 연예인 스캔들까지 갖은 ‘음모론’으로 도배되는 인터넷 세상에서 이들의 옥석 가리기가 너무나 힘들다는 게 문제다. khkim@seoul.co.kr
  • 野, 미르·K스포츠에 집중포화…‘법인세 인상’ 이슈도 끌어와

    野, 미르·K스포츠에 집중포화…‘법인세 인상’ 이슈도 끌어와

    야당이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으로 국감이 파행되자 뒤로 미뤄뒀던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에 대한 공세를 본격 재개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최고위원은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전경련이 미르·K스포츠재단을 해산하고 새로운 법인으로 통합하는 것을 추진하는데 대해 “세탁한다고 검은 옷이 흰옷이 되지 않는다. 국감이 끝나도 ‘최순실 게이트’의 전모를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더민주 의원도 법사위 국감에서 미르재단 설립등기가 통상적인 절차보다 훨씬 빨리 이뤄져 법원이 처리 과정에서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주장을 제기했다. 미르재단은 지난해 10월 27일 설립 등기를 신청해 6시간 17분 87초 만에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6계가 2014년 11월부터 올해 8월 사이 접수한 총 26건의 비영리법인 설립등기 중 당일 등기를 완료한 경우는 미르가 유일하다.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과정에 개입됐다고 알려진 전국경제인연합회도 비판 대상에 꼽혔다. 박영선 더민주 의원은 YTN 라디오에 출연해 “정경유착은 곧 민주주의와 시장질서를 가장 해친다”면서 “정경유착의 표상인 전경련이 건강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확립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 해체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경련이 사회공헌기금이라고 해서 약 3조원 가량의 자금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것이 로비자금이 되고 전경련이 압력단체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완전히 변질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더민주는 대기업들이 미르·K스포츠 재단에 기부한 돈을 사실상 준조세로 간주하고, 법인세 인상과 연계하려는 시도도 나오고 있다. 더민주 정책위 핵심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미르 게이트는 정부가 공적 권력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게 문제의 본질로, 공적 권력으로 기업들의 팔을 비틀어 모금하는 사적 유용을 막고 법인세 인상을 통해 세금을 더 거둬 공적영역으로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더민주는 본격적인 ‘세법 전쟁’을 앞두고 기업들의 준조세성 기부금 등에 대해 자료를 취합 중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현재까지 기업들이 각종 민간 재단 등에 낸 기부금 규모를 2000억원 이상으로 파악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시의회 오경환의원, 10.4남북정상선언 9주년 학술토론회 토론자 참석

    서울시의회 오경환의원, 10.4남북정상선언 9주년 학술토론회 토론자 참석

    서울시의회 오경환 의원(더불어민주당, 마포4, 교육위원회)은 10월3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10.4남북정상선언 9주년 기념 국제학술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는 노무현 재단, 한국미래발전연구원 한반도평화포럼, 통일맞이가 주관했다. 국제학술토론회는 정세현 한반도평화포럼 공동대표 개회사, 이정우 한국미래발전연구원 이사장의 기념사로 시작되었고 제1세션 <서울-베이징-평양-도쿄 도시교류와 동북아 평화>, 2세션<미국의 대선 이후 동북아와 한반도>, 3세션<사드배치와 북핵 문제, 새로운 대안을 찾아서> 순서로 진행됐다. 제1세션은 사회- 이수훈 경남대교수, 발표- 김연철 인제대 교수/ 이춘복 중국 난카이대 교수, 토론자- 오경환 시의원, 김민환 한신대 교수, 이회찬·송영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백종천 전 청와대 안보실장 등 내빈을 비롯한 약100여명이 참석했다. 오경환 의원은 “헌법 제4조에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실천하라고 명시 되어 있다”며 “이러한 헌법정신에 따라 당국간 대화가 단절되더라도 지방정부의 사회문화교류, 인도적지원 등 남북교류협력사업은 지속되어야 한다. 서울시는 남북교류협력 조례(2004년.7월) 및 평화통일 교육조례(2015년.04월)를 제정하여 실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지방정부의 남북교류협력사업으로는 여러 제약·한계가 있는데 남북관계 악화 시 통일부 지침과 5.24 조치 등 행정조치로 비정치 영역의 지방정부 교류협력사업도 제한하는 법적·제도적 한계 그리고 국제사회·정부의 대북제재 기조에 따른 정부·언론·정치권 등의 비판 여론에 대한 우려로 적극적인 추진이 어려워지는 정치적·사회적 한계 등 문제가 있다. 이런 문제들의 해결하고 남북교류협력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오경환의원은 “중앙정부와 정치권은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정부를 남북교류협력사업의 주체로 명시해야 하고 지방정부의 직접적인 남북교류협력사업의 경우 접촉·방문 등 승인요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현행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남북교류협력 기금은 약 200억원으로 5.24 조치 전후인 2005년~2010년까지 인도적 지원 및 사회문화교류 부분에서 15건/ 64억 3천 2백만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하지만 2010년 5.24 대북제재조치 등 남북관계 경색으로 2011년 이후 사실상 직접적인 교류사업은 중단 된 상태다. 2016년 남북교류협력사업은 6개 분야/ 55억원의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오경환 의원은 “유엔은 긴급대응지원금 약 48억원을 최근 북한 함경북도에서 발생한 최악의 홍수피해 지원금으로 투입했는데 박근혜 정부는 대북제재 일변도 정책으로 어떠한 대화도 하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 어떠한 경우에도 제재와 대화는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박형주 세상 속 수학] 보이지 않는 것의 중요함

    [박형주 세상 속 수학] 보이지 않는 것의 중요함

    항상 어처구니없고 허무맹랑한 계획을 내놓는 우리 시대의 돈키호테가 이번엔 화성 이주 계획을 발표했다. 2060년까지 100만명의 인간이 화성에 정착할 거란다. 전기자동차 테슬라로 자신이 사기꾼이 아님을 이미 입증한 일론 머스크 얘기다. 테슬라 전에 창업했던 우주개발회사인 스페이스 엑스는 이미 재사용 로켓을 발사하고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네바다 사막엔 단일 건물로 세계 최대 면적이라는 기가팩토리 건설이 한창인데, 전기 배터리를 대량생산해 전기자동차 세상을 만들 참이다. 머스크의 화성 계획을 듣다가 영화 아바타가 떠올랐다. 지구의 고갈된 자원을 대체하기 위해 인류가 발견한 행성 판도라가 배경이다. 재미로만 봤던 영화인데 누군가는 이걸 실현할 계획을 세우고 착착 준비를 진행했다니. 외계에서 온 듯한 이 사람을 어찌 막으랴. 입체 영화 아바타는 2010년에 세계적인 신드롬을 만들어 내며 우리나라에서 개봉됐다. 인터넷 게임 팬들은 ‘가상세계 속에서 자신의 분신’이라는 뜻의 이 단어를 사용하며 아바타를 꾸며 주기 위한 아이템을 구매하고 있었지만, 웬만한 사람은 아바타가 무슨 뜻인지도 몰랐다. 영화가 많은 관객을 동원하며 3D 영상기술이 새로운 화두가 되자 아바타 충격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불과 얼마 전에 아이폰 충격을 겪었는데 또 충격이라니. 한국이 이런 분야의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은 오히려 큰 문제가 아니다. 이런 기술이 미래를 바꿀 주요 관심 대상으로 분류되지도 않았던, 상상력의 부족이 정말 뼈아픈 것이다. 여전히 세계 최고의 정보기술(IT) 기기를 만들어 내는 우리나라가 소프트웨어와 창의적 개념의 경쟁에서는 존재감이 없다.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에만 몰입하다가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깨닫는 데는 시행착오와 각성의 시간이 필요하다. 아이폰 충격을 만들어 낸 스티브 잡스의 예를 들어 보자. 애플사를 창업한 그는 1980년대 초에 방문했던 제록스사의 연구소에서 그림(GUI)을 사용하는 컴퓨터 시제품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이 영감으로 매킨토시를 개발해 큰 성공을 거두지만, 그의 경영 스타일에 반기를 든 이사회에 의해 85년 애플에서 쫓겨났다. 좌절에 빠져 있던 잡스는 우연히 팔로알토 이웃인 노벨화학상 수상자 폴 버그 교수와 대화를 하던 중에 미래의 과학에서 가상실험이 중요할 것임을 깨닫게 됐다. 과학의 진보에 기여하는 걸 새로운 미션으로 설정하고는 넥스트 컴퓨터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가상실험이 가능한 하드웨어를 개발하는 일에 뛰어들었다. 실험 결과를 시각화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자 컴퓨터 영상화 업체를 인수해 픽사라고 개명했다. 불행하게도 넥스트 컴퓨터는 잘 팔리지 않았고, 그는 빈털터리가 될 처지가 돼서야 하드웨어를 포기하고 진짜 본질인 운영체제(OS)를 파는 일에 집중했다.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의 전환은 이렇게 힘들다. 결국 넥스트 OS는 맥의 운영체제인 OS X가 됐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던 픽사는 100% 컴퓨터그래픽스로 만든 역사상 첫 번째 애니메이션인 ‘토이스토리’로 대성공을 거두었고, 잡스는 다시 백만장자가 됐다. 특히 ‘토이스토리2’에서는 계산기하학을 애니메이션에 적용해 해상도를 자유자재로 하는 기법을 개발하는 등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었다. 수학자들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자 할리우드는 많은 수학자가 진출해 활약하는 곳이 됐다. 잡스는 디즈니사에 픽사를 팔았는데, 그가 사망할 때 그는 디즈니의 제1주주였다.
  • 한미약품 사태, 제약·바이오株에 직격탄

    한미약품발 리스크가 제약·바이오업계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그간 신약 개발 소식에 주목받았던 업체들의 피해가 컸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신약 개발주에는 관심을 끄라”는 얘기가 돈다. 하지만 제약업계는 “이번 사태의 본질은 신약 개발이 아닌 공시 과정의 위법성 여부에 있다”면서 업계로 불똥이 튀는 데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4일 혁신신약 개발에 착수했던 JW중외제약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5.15% 빠진 7만 39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신약 개발 모멘텀을 가진 인트론바이오(-3.52%), 크리스탈지노믹스(-3.27%), 큐리언트(-3.19%), 코오롱생명과학(-1.03%) 주가도 일제히 내림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한미약품의 임상 실패가 이들 업체의 기술수출 협상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신약 개발 실패 확률(90.4%)이 커 당분간 멀리하는 게 좋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신약 개발업체라도 진행 단계에 따라 ‘옥석 가리기’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임상 초기 단계는 불확실성이 크고 금액도 작지만, 후기 단계는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기 때문에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지적(노경철 SK증권 연구원)이다. 실제 바이로메드(+1.1%), 지트리비앤티(+1.41%), 에이치엘비(+0.78%) 등 일부 바이오 기업 주가는 상승 또는 보합 상태를 보였다. 한 제약사 임원은 “신약 개발 실패는 늘 있는 일”이라며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한편 다음달 예정된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주장이 있지만 바이오의약품 위탁 생산은 신약 개발과 다르다는 점에서 무리 없이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SNS 새 소통수단 이모지, 세계 공용어·신성장 동력으로

    [글로벌 인사이트] SNS 새 소통수단 이모지, 세계 공용어·신성장 동력으로

    영국의 옥스퍼드 사전이 매년 12월에 선정하는 올해의 단어는 시대 변화를 빠르게 반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3년에는 ‘셀프카메라’를 뜻하는 신조어 ‘셀피’(selfie)가, 2014년에는 전자담배를 피우다는 의미의 ‘vape’를 뽑는 등 대중의 관심을 정확히 파악했다. 그런 옥스퍼드 사전이 지난해 12월에 선정한 ‘2015년 올해의 단어’는 바로 ‘기쁨의 눈물이 가득 찬 얼굴’(Face with Tears of Joy) 모양의 이모지(emoji)였다. 일본어로 그림을 뜻하는 에(繪)와 문자를 의미하는 모지(文字)를 조합한 이 단어를 우리말로 풀이하면 그림문자 혹은 상형문자쯤 될 것 같다. 이모지가 올해의 단어로 선정된 것은 ‘2030’ 세대들이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에서 문자 대신 이모지로 소통하는 현 시대를 읽었기 때문이다. 캐스퍼 그래스워홀 옥스퍼드 사전 회장은 “강렬한 시각 효과와 빠른 속도를 요구하는 21세기 사회에서 기존 문자가 고군분투하는 사이 이모지 같은 그림문자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만 해도 페이저(삐삐)를 통해 8282(빨리빨리), 1004(천사) 등 같은 암호화된 숫자를 주고받는 수준에 머물던 그림문자들이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전성기를 맞고 있다. 1999년 일본 NTT 도코모의 디자이너 시게타카 구리타가 세계 최초로 이모지를 만들어냈을 때만 해도 종류가 176개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수만 개의 이모지가 사용되고 있다. 2~3년 전부터는 카카오와 라인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캐릭터형 이모지도 큰 인기를 모으면서 이젠 문자보다 이모지가 자신의 감정을 더 정확하게 전달하는 수단이 됐다. 외국어를 몰라도 이모지를 보면 직감적으로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어, 이모지가 세계의 공용어로 얼마나 진화할지 주목된다. ●다문화 가족 등 시대 반영 표현 추가 우리나라에서는 키보드에 존재하는 문자와 기호 등을 조합한 (^_^) (〉_〈) (-_-) (@_@) 등 이모티콘과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새로 만든 그림문자인 이모지를 구별하지 않지만, 외국에서는 보통 이 둘을 나눠서 표현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모티콘은 1982년 미국 카네기멜론대학 교수인 스콧 팔먼이 학내 온라인 게시판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보려는 취지로 처음 사용했다. 최근에는 이모티콘 사용이 줄어드는 대신 이모지가 이를 대체해 가는 추세다. 이모지 검색 사이트 ‘이모지피디아’는 이모지를 “얼굴 같은 그림들을 휴대전화에서 사용할 수 있게 만든 캐릭터들”이라고 정의한다. 현재 PC와 스마트폰, 태블릿 등을 통해 전 세계에서 매일 60억 건 이상의 이모지가 전송되고 있다. ‘온라인 그림문자’가 된 이모지는 글로벌 공용어 역할을 하는 만큼 세계 표준이 있다. 구글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들이 2009년 722개의 공통 이모지를 공개한 뒤로 꾸준히 업데이트되고 있다. 원산지가 일본이다 보니 일본 전통인형과 도시락, 화투 등의 일본풍 이미지가 상당수다. 최근에는 동성 부부와 다문화 가족 등 달라지는 시대를 반영하는 표현들이 속속 추가되고 있다. 최근 애플은 홈페이지를 통해 검은색 권총 모양의 이모티콘을 연두색 물총으로 대체하고 성별 고정관념을 깨는 여러 가지 이모티콘을 자체적으로 추가했다. 성소수자 지지의 뜻을 가진 무지개 깃발도 더했다. 특히 총 모양 이모지에 대해 애플이 특별한 언급은 하고 있지 않지만 최근 잇따른 미국 내 총기사고와 관련해 총기 규제 지지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美선 대선후보 표현 새 연구 분야 떠올라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쓰는 언어가 된 이모지는 정치 영역으로도 발을 넓히고 있다. 정치인의 본질이 이미지에 있다 보니 이모지와 가장 잘 맞는 분야이기도 하다. 핀란드에서는 지난해 8월 정부 차원에서 이모지를 제작해 공표했다. 다음달 치러지는 미국 대권 레이스에서도 민주·공화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의 이모지가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힐러리 클린턴의 이모지는 힐모지(힐러리+이모지)로도 불린다. 미국 정치학계에서는 이모지를 선거에 활용하는 ‘이모지 폴리틱스’를 새로운 연구 분야로 보고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미국 종합시사잡지 ‘애틀랜틱’은 ‘이모지로 보는 대통령 선거’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유권자들이 트위터에서 대선 주자들을 언급할 때 어떤 이모지를 사용하는지를 분석했다. 이 결과 트럼프의 경우 이모지 1위는 경찰 경광등(25.8%)이 차지했다. 클린턴 등 다른 후보들이 대부분 성조기가 1위가 된 것과 대조적이다. 트럼프가 “모든 이슬람 입국 금지” 같은 발언을 쏟아낸 것에 대해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특정 후보에 대해 한 개의 이모지가 모든 것을 설명해주고 있다. 국내에서도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가 자신의 이름 초성을 딴 ‘ㅂㄱㅎ’과 웃음 이모티콘을 결합해 만든 이모지를 사용하기도 했다. ●카카오·삼성물산·라인, 상품 사업 확대 단순한 감정표현 정도의 도구로 여겼던 이모지는 이제 캐릭터 산업과 결합하는 모습이다. 이른바 ‘이모지 비즈니스’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진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카카오프렌즈’와 ‘라인프렌즈’ 간 모바일 메신저 캐릭터 경쟁이 주목받고 있다. 카카오프렌즈는 7월에 서울 강남역에 첫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한 달 만에 누적 방문객이 45만명을 돌파하는 등 순항 중이다. 카카오프렌즈는 캐릭터를 활용한 인형, 리빙, 패션, 아웃도어, 음식, 화장품 등 1500여종의 여러 가지 제품을 갖췄다. 삼성물산의 패션 브랜드인 에잇세컨즈에서도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활용한 티셔츠와 가방 등을 내놨다. 메신저 ‘라인’의 ‘라인프렌즈’도 국내외에서 오프라인 이용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카카오보다 상대적으로 국내 사용자층이 적은 네이버는 라인프렌즈 캐릭터를 활용해 동남 아시아 지역 사업 등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라인 메신저를 대부분 사용하고 있어 시장 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카카오와 라인을 중심으로 한 국내 캐릭터 시장 규모만 해도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도 이모지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와이어드는 샴푸 회사 도브는 지금까지 공개된 이모지들이 모두 생머리를 갖고 있다면서 곱슬머리를 가진 이모지를 내놨다고 전했다. 사용자들이 이모지를 사용할 때마다 브랜드와 제품 이미지를 상기할 수 있어 마케팅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팝스타 비욘세도 비공식 뮤직비디오 ‘드렁크 인 러브’를 이모지로만 제작해 화제를 모았다. 저스틴 비버도 앱스토어에 자신의 이모지앱을 등록했다. 국내 배우인 이광수도 중국 최대 인터넷기업 텐센트의 메신저 위챗에 한국 연예인 최초로 이모지가 제작돼 관심을 모았다. ●“차세대 트렌드” vs “따라 하기 효과” 이모지 제작업체 모지의 올리버 카밀로 최고경영자(CEO)는 “모든 이들이 자기만의 이모지를 갖게 될 것”이라면서 “이는 모바일 분야에서 차세대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일부에선 지금의 이모지 전성시대가 ‘남들이 하니 나도 일단 하고 보자’는 밴드웨건 효과일 뿐이라는 지적도 한다. 특정한 이모지를 사용하기 위해 시간을 들여 찾아 다운로드하고, 스마트폰 키보드 세팅을 바꾸는 과정이 장기적으로 사용자에게 귀찮은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광고 대행사 오길비 앤드 마더의 테디린 최고 광고 책임자는 “마케터들에게 중요한 건 사용자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을 내놓는 것이지 (반짝 인기를 끄는 이모지를 내세워 제품을 내놓는 것이 아니다)”라고 최근의 이모지 열풍을 지적하기도 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사설] 한중연 원장 막말, 추락한 국회 단면이기도

    국회 국정감사에서 또 막말 논란이 재연됐다. 이번에는 피감기관의 수장이 논란의 주체다. 이기동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은 지난달 30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 과정에서 “새파랗게 젊은 것들에게 수모를 당하고 못해 먹겠다”고 발언했다. 공개된 자리가 아닌 화장실에서 보좌관에게 했던 말이라고는 하지만 결코 비난을 피할 수는 없다. 납득되지 않는 언행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이 쏟아지자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비공개 원칙인 국정 교과서의 원본을 열람했느냐는 의원들의 추궁에도 그는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더라”며 조롱하는 태도를 보였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기관이다. 어떠한 사정이 있더라도 국회의원이 민의의 대변 창구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런 국회의 국감 현장에서 불성실한 막말을 거듭했다면 국민을 농락한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이런 식의 무성의한 태도라면 국감은 아무런 소용이 없는 자리가 된다. 이 원장의 기이한 언행에 비난이 쏟아지자 교육부는 해임을 검토하겠다는 수습안을 내놓기까지 했다. 국감의 취지와 본질이 심각하게 훼손된 웃지 못할 해프닝이 아닐 수 없다. 연일 파행으로 일관하는 국감을 지켜보는 것도 모자라 덕망을 갖춰야 할 기관장의 근본 자질까지 국민이 걱정해 줘야 하는 판이다. 이번 논란 과정에는 국회도 돌아봐야 할 대목이 없지 않다. 국민들은 이런 황당한 국감 상황이 빚어진 배경이 별난 기관장의 개인적인 돌출행동에만 있다고 보지 않는다. 당장 인터넷 여론을 일별해도 국회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얼마나 낙제 수준에 와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문제가 된 사안을 냉철하고 면밀히 들여다보기도 전에 국회의 고압적인 국감 관행부터 뜯어고치라는 여론이 무성하다. 마구잡이로 증인을 불러 앉히고는 호통과 윽박 지르기, 망신 주기를 일삼는 저질 국감 체질을 먼저 바꾸라는 지적이 줄을 잇는다. 딱하게도 이런 충고가 이 원장의 막말에 대한 비판만큼 높고 따갑다. 오죽했으면 민심이 시시비비를 가려 줄 인내심마저 잃고 있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야당 의원들만 앉은 반쪽 국감에서는 국민 신뢰 또한 결국 반쪽일 수밖에 없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국회는 이런 민망한 현실의 좌표를 뼈아프게 돌아보고 각성해야만 한다.
  • [씨줄날줄] 김영란 티켓/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김영란 티켓/서동철 논설위원

    지난주 회사 주변 김치찌개집은 손님으로 크게 북적였다. 이렇게 많은 손님이 늘어선 모습은 거의 처음 보는 것 같았다. 동료들은 “김영란법 영향 아니겠느냐”고 입을 모았다. “메뉴를 있는 대로 주문하고 아무리 먹어도 김영란법을 어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농담도 뒤따랐다. 반면 자주 가는 중국집 주인은 걱정이 태산 같았다. 오래전부터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는 가격의 세트 메뉴로 손님을 끌고 있었지만, 이제 잘나가는 2만원짜리 중국술 한두 병 주문해도 ‘3만원 상한선’이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한정식집처럼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표를 달고 있는 음식점들이 ‘김영란 메뉴’를 잇따라 내놓고 있는 것은 당연한 움직임이다. 음식점만 영향을 받는 줄 알았더니 공연 시장에도 ‘김영란 티켓’이 등장했다고 한다. 김영란법이 정한 선물값의 한도는 5만원이니 티켓값을 그 가격에 맞춘 공연 관람권이다. 비싼 식재료를 쓰는 고급 메뉴 몇 가지를 들어내 채산성을 맞추는 것이 ‘김영란 메뉴’다. 하지만 ‘김영란 티켓’이라고 레퍼토리 몇 가지를 들어내지는 않을 것이다. 공연기획자들에게는 고통스러운 결정이겠지만, 겉보기에는 관람객에게도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예를 들어 12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해외 유명 교향악단의 내한공연은 2층과 3층 관람석 전체를 최하등급인 2만 5000원짜리 C석으로 팔기로 했다. 가장 비싼 R석이 30만원, S석·A석·B석이 각각 18만원·12만원·7만원이니 C석 가격은 파격적이다. 2층에는 기존에 R석으로 팔던 자리도 적지 않다. 그러니 ‘재수’만 좋다면 12분의1 값으로 30만원짜리 객석을 차지할 수 있을까. 두고 봐야겠지만 그렇게 되진 않을 것이다. 사실 유명 오페라나 교향악단처럼 제작비가 많이 드는 공연은 티켓 판매도 티켓 판매지만 기업 협찬으로 수익성을 맞추는 게 보통이다. 기업은 떠들썩한 대형 공연에 협찬해 문화 발전에 기여한다는 명분을 높인다. 기업은 더불어 협찬금의 상당 액수를 초대권으로 돌려받아 고객 관리나 사원 복지에 활용하곤 했다. 대형 공연의 티켓값이 하늘 모르고 치솟은 배경에 초대권이 있다. 협찬 액수에 근접하게 티켓을 넘겨주려니 티켓의 최고가는 높아질 대로 높아졌다. 게다가 협찬 기업이 VIP 고객에게 B석 초대권을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결코 ‘로열박스’라고 할 수 없는 변두리 객석이 R석으로 둔갑하는 일도 다반사로 벌어졌다. 그런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즉 김영란법으로 이런 관행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지갑이 얇은 공연애호가를 위한 변화라면 ‘물개 박수’라도 칠 일이다. 하지만 2장에 5만원짜리 ‘김영란 티켓’의 본질은 ‘VIP석에 김영란법에 어긋나지 않는 가격만 표시한 티켓’이라는 것이다. 결국 ‘김영란 티켓’은 또 다른 질서 문란일 수도 있겠다 싶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수학은 어떻게 예술이 되었는가(이한진 지음, 컬처룩 펴냄) 예술이 활용한 수학, 수학이 증명한 예술의 아름다움 등 수학과 예술 사이의 다양한 교류를 역사적으로 보여 주고 문화적 맥락을 살펴본다. 292쪽. 1만 8000원. 카트에 담긴 역사이야기(김대갑 지음, 노느매기 펴냄) ‘나는 쇼핑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명제로부터 출발해 상품에 담긴 침략과 세계의 근현대사를 조명했다. 336쪽. 1만 5000원. 신문명디자인(권영걸 지음, 공간서가 펴냄) 현대 문명이 겪고 있는 동시대적 문제점을 디자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이를 사회·정치·경제학적 관점과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디자인 패러다임을 모색하고 있다. 216쪽. 1만 8000원. 정조반차도(최동군 지음, 담디 펴냄) 조선 당대의 일류 화가들이 그린 정조반차도와 함께 그 시절의 문화를 만나고 18세기 조선사회를 읽어 내는 인문서. 359쪽. 1만 6000원. 공부는 망치다(유영만 지음, 나무생각 펴냄) 지식생태학자인 저자가 말하는 공부의 본질과 이유, 방법을 제시한 공부혁명법. 그는 길 위에서 길을 잃고, 다시 길을 찾는 과정이 반복돼야 진정 가야 할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324쪽. 1만 4800원. 문혜진 시인의 말놀이 동시집(문혜진 글, 정진희 그림, 비룡소 펴냄)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인의 엄마표 말놀이 동시집. 1세부터 꼭 필요한 의성어, 의태어를 리듬감 있게 전한다. 48쪽. 1만원.
  • [시론] 외환위기만 제외하면 지금은 1997년/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시론] 외환위기만 제외하면 지금은 1997년/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1997년 우리나라는 외환유동성이 바닥나며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외환위기를 경험했다.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IMF 위기’라는 명칭은 사실 적절하지 않은데, 국제통화기금(IMF)은 외환이 부족하던 우리나라에 긴급 자금을 지원한 곳이지 위기의 원인 제공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IMF가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당시 한국 경제 사정과 거리가 있는 금리 인상과 긴축 재정 등 흔히 방만한 재정으로 위기를 경험한 라틴아메리카 국가에 적합했던 처방을 내리는 실책을 범했지만, 이것이 위기의 본질은 아니었고 이 역시 곧 철회됐다. 따라서 ‘IMF 위기’라는 명칭은 위기의 성격 내지는 원인을 호도하는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는 대체로 시점을 나타내는 ‘1997’과 함께 발생지를 붙여 ‘1997년 한국 위기’로 표기하거나 위기의 성격과 관련해 외환유동성 부족을 강조하는 ‘외환위기’ 또는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졌음을 강조하는 ‘금융위기’ 정도로 부른다. 물론 어떤 특징을 강조하지 않고 일반적인 ‘경제위기’로 지칭하기도 한다. 당시 ‘외환위기’에서 촉발된 상황이 ‘금융위기’로 이어졌고, 전반적으로는 ‘실물경기 악화’가 총체적으로 영향을 미친 일종의 ‘복합위기’였음을 고려하면 가장 정확한 명칭은 ‘1997년 한국 경제 위기’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 문제는 당시의 복합위기 성격 가운데 외환위기 측면만 제외하고는 현재 상황이 1997년 경제위기 전후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1997년 경제위기 발생 직전 기업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며 중견 기업들이 붕괴됐는데, 2014년 이후에도 중견 기업들이 이미 연이어 무너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상황이 악화되면서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도 어려움에 처해 있다. 1997년 직후 구조조정이 화두였던 것처럼 한국 경제를 견인하던 대표 기업들이 구조조정 논의에 휘말린 것이 우연은 아니다. 다만 수입 감소로 인한 경상수지 흑자 유지와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 마련한 ‘거시건전성 3종 세트’ 같은 외환시장에 대한 위험관리 체계 덕택으로 외환보유고는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금융기관의 외환 위험도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다. 1997년처럼 ‘국가부도 사태’로 불리는 극단의 외환위기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은 낮아진 상태다. 하지만 외환위기 측면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경제지표들이 1997년 위기와 비슷하게 가라앉고 있다. 특히 기업 파산과 신용등급 하락, 그리고 장기실업 증가 등 실물경기 악화에 따른 장기 침체를 나타내는 지표들이 악화되고 있다. 예를 들면 법원의 파산관리 기업 수는 이미 1997년 수준에 도달했으며 신용등급이 떨어진 기업 수도 당시에 육박한다. 이러한 점들은 은행의 예대마진(예금 이자를 주고 남는 이윤)이 줄어드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위협하는 위험 요인이다. 또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은 통상 장기 실업이 많지 않아 실업자가 발생해도 비교적 신속하게 실업 상태를 빠져나오는 단기 실업 성격이었으나, 지난해를 기점으로 6개월 이상 실업에 처한 장기 실업자 비중이 급증해 실업 구조도 크게 악화된 상황이다. 더구나 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어 노동시장 사정도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1997년보다 더 우려스러운 부분은 2012년 이후 지속되고 있는 디플레이션이 경제 활력을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뜨려 실물경기의 회복 가능성은 더욱 낮아져 1997년 이후와 같은 위기 극복의 반전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복합 위기는 성격상 어느 한 정책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통화·재정·구조조정까지 위기 극복을 위한 종합적인 정책 처방의 필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그러나 1997년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것처럼 내년 2017년도 마침 대선을 준비하는 해다. 그때처럼 정치적인 진영 논리나 갈등 구조가 합리적인 경제정책 처방을 짓누르거나 총체적인 노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정책 담당자가 복지부동(伏地不動)하게 만들어서는 곤란하다. 정책 당국, 경제전문가, 그리고 언론까지 경제에 대한 위기 의식을 갖고 진영 논리에서 벗어난 합리적인 정책 토론과 집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비상한 시기에 비상한 노력이 필요하다.
  • [지금, 이 영화] ‘바다의 뚜껑’

    [지금, 이 영화] ‘바다의 뚜껑’

    이상한 영화 제목이다. ‘바다의 뚜껑’이라니. 알고 보니 같은 이름의 원작이 있다.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일본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가 2004년 발표한 소설이다. 찾아보니 이 책도 같은 이름의 음악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영화에도 잠깐 등장하는 이 노래의 가사가 소설 맨 앞에 실려 있다. 하라 마스미가 부른 곡이다. “여름의 마지막 해수욕 누가 제일 늦게 바다에서 나왔나/ 그 사람이 바다의 뚜껑 닫지 않고 돌아가/ 그때부터 바다의 뚜껑 열린 채 그대로 있네/ 벚꽃, 달리아, 맨드라미/ 해바라기, 데이지, 개양귀비/ 꽃들은 왜 또 피고 지는가/ 그대 없는 이 세상에”(요시모토 바나나, 김난주 옮김, ‘바다의 뚜껑’, 민음사, 2016) 그대 없는 이 세상에 열매가 열리고, 별이 돋는다면서 노래는 길게 이어진다. 쉽게 말하면 이 음악은 상실의 슬픔을 전한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면 노래는 물론이고, 노래의 정서를 표현하려고 한 소설과 그것을 바탕에 둔 영화의 의미까지 단순하게 뭉뚱그려진다. 하라 마스미가 상실의 슬픔이 지속되는 까닭을 닫아야 할 것을 닫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읊는다면, 요시모토 바나나는 이것을 어떻게 닫을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다. 잘은 모르지만, 뭔가를 얻기보다 뭔가를 잃으며 사는 일이 인생의 본질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잃음 자체가 아니라 잃고 난 뒤의 어떤 태도일지도 모르겠다. 되찾지 못한다는 점에서 상실은 죽음과 같다. 그러니까 상실한 다음에 우리가 통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애도의 과정이다. 애도는 사라진 대상을 위한 진혼이자, 남은 자들이 제대로 살아가기 위한 의식이기도 하다. 도요시마 게이스케 감독의 연출 포인트도 여기에 맞춰져 있다. 도쿄에서 생활하다 귀향한 마리(기쿠치 아키코)는 빙수 가게를 연다. 일손을 돕는 사람은 마리의 집에 잠시 의탁 중인 하지메(미네 아즈사)다. 두 여자는 마음의 상처를 입은 상태다. 도쿄에서의 삶은 마리에게 행복을 주지 못했다.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집안 내 재산 분쟁 탓에 이곳으로 피신한 하지메도 불행한 것은 마찬가지다. 그런데 빙수 가게에서 같이 일하면서, 바다에서 함께 헤엄치면서, 한집에서 먹고 자면서 이들은 마음의 상처를 조금씩 회복해 간다. 극적인 위로나 치유의 순간은 없다. 각자의 애도는 담담하게 이루어진다. 이런 장면들은 당밀맛·귤맛만 파는 마리 가게의 빙수 메뉴처럼 심심하다. 단출하지만 정성 들여 만든 깊은 맛이 난다는 뜻이다. 애도를 잘한다고 흉터가 안 남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충실한 애도를 하고 나면, 흉터를 감추거나 부끄러워하지 않게 된다. 어느 누구도 상처 없이 살기는 불가능하다. 상처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상처가 아문 흔적을 간직한 채 다시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슬픔이 솟구치는 바다의 뚜껑이 닫힌다.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野 “백남기 농민 유족 입장에 반하면 절대 묵과하지 않을 것”

    野 “백남기 농민 유족 입장에 반하면 절대 묵과하지 않을 것”

    야당은 28일 법원이 지난해 민중총궐기 시위에서 물대포를 맞고 중태에 빠졌다가 최근 사망한 농민 백남기씨의 부검 영장을 발부한 것에 대해 일제히 유감을 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영장 발부에 유감을 표명하며 “만약 검찰과 경찰이 무리한 영장 집행으로 고 백남기 농민에 대한 국민적 추모 분위기를 방해하거나 유가족의 입장에 반하는 행위로 또 다른 충돌을 만든다면 절대 묵과하지 않을 것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국가공권력의 부당한 사용이라는 이번 사건의 본질이 흐려지는 것을 우려한다”며 “고인이 왜 쓰러졌는지 그 진상을 밝히는 일은 외면하고 전문가들이 분석한 사인에 딴지를 거는 검찰의 태도에서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면죄부를 주려는 것은 아닌지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의당 한창민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오늘 법원의 영장 발부는 사법부가 권력의 폭력에 권력에 무릎 꿇은 것으로 사법부의 치욕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씨줄날줄] 이완구 무죄/박홍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이완구 무죄/박홍기 논설위원

    재판은 본질적으로 다툼이다. 형사재판에서는 검사와 피고인, 민사재판에서는 원고와 피고의 싸움이다. 대립하는 당사자인 만큼 공격과 방어가 치열할 수밖에 없다. 법관은 공정한 규칙을 적용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를 판단하는 심판자다. 형사재판에서 범죄의 증거는 검사가 제시해야 한다. 형사소송에서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다. 법관에게 유죄의 확신을 줄 만한 증거가 제출되지 않은 탓에 공소 제기된 사실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애매할 경우, 해당 사건은 무죄다. 형사소송법 제307조에는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해야 한다. 범죄 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고 못박아 두고 있다. 이른바 증거재판주의다. 증거는 증거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적법하게 이뤄진 조사 자료인 것이다. 증거능력은 엄격한 증명 자료로 쓰이기 위해 갖춰야 할 자격이다. 증거능력이 없으면 증거는 사실 인정의 자료로 사용될 수 없다. 자백은 ‘증거의 왕’이다. 오랜 세월 누려 온 지위다. 하지만 자백의 증거가치는 제한되어 있다. 고문 등에 의해 임의성이 의심스러운 자백은 증거능력 자체가 부인되고 있다(자백배제법칙). 헌법은 제12조 2항에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했다. 설령 자백했다 하더라도 피고인 자신에게 불리한 유일한 증거일 때에는 자백을 근거로 유죄판결을 못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자백의 증명력 제한). 자백 이외의 독립된 별개의 보강증거(자백보강법칙)가 있어야만 유죄판결이 가능하다. 1992년 후기대학 입시 문제지 도난 사건은 자백의 증거능력 한계를 보여 주는 사례다. 당시 검찰은 용의자로부터 자백을 받아냈지만 기소조차 못 했다. 범행 동기가 석연찮은 데다 도난당한 시험지의 행방도 찾지 못한 까닭에서다. 자백도 오락가락했다. 결과적으로 증거라고는 시험지가 도난당한 흔적과 한때 자백했다는 사실뿐이었다. 검찰은 유죄를 끌어낼 수 없다는 판단 아래 기소를 포기했다. 대입 시험까지 연기시킨 충격적인 사건이었지만 영구미제로 남은 이유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그제 1심 유죄와는 달리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핵심 쟁점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지난해 4월 자살 직전 남긴 ‘이 전 총리에게 불법 정치자금 3000만원을 줬다’는 내용의 녹음파일과 메모에 대한 증거능력 여부였다. 1심에서는 ‘사망 직전 거짓말을 남긴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며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2심에서는 ‘이 전 총리에 대한 강한 배신과 분노로 허위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같은 증거를 놓고 완전히 다르게 판단한 것이다. 이 전 총리는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며 결백을 주장했었다. 산 자와 죽은 자의 다툼 같다. 상고심에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 [인재 경영 특집] GS칼텍스, 어학·학점 기준 없애고 한국사 테스트

    [인재 경영 특집] GS칼텍스, 어학·학점 기준 없애고 한국사 테스트

    GS칼텍스는 경쟁력의 원천인 인재 양성을 위해 채용에서부터 임직원 교육까지 적극적인 관리에 나서고 있다. 우선 채용에서 단순 스펙 요소는 최소화하는 대신 문제 해결 능력에 초점을 맞춰 신입 사원을 뽑고 있다. 서류전형 시 학점과 어학점수 기준을 폐지했다. 직무능력검사 이외에 별도로 올바른 역사관을 지녔는지 보기 위해 한국사 테스트를 진행한다. 이공계는 물론 인문계를 상대로도 4개월간의 인턴 과정을 실시하며, 특정 프로젝트 수행 능력을 평가하는 식으로 직무능력을 검증하는 데 중점을 둔다는 설명이다. 특히 임직원들 상대로는 계층별 리더십 교육, 역량 교육, 우수인재 육성, 자기계발 지원 등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역량 교육은 업무의 본질과 관련 있는 공정 재무 등 공통 직무역량뿐만 아니라 영업, 엔지니어, 기획 등 각 직무에 따른 과정도 체계화해 운영하고 있다. 임원·팀장을 상대로는 연 2회 워크숍과 별도로 주기적인 리더 특강을 실시하고 있다. 계층별 기대 역할과 리더십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신임자 과정도 운영한다. 직무 관련 멘토링 제도와 사내 코치를 활용한 코칭 제도를 비롯해 국내외 학위 과정 및 지역전문가 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제주의 ‘물방울’ 시나브로 스며들다

    제주의 ‘물방울’ 시나브로 스며들다

    곶은 숲, 자왈은 가시덤불을 의미하는 제주방언이다. 숲과 가시덤불, 돌밖에 없어 쓸모없게 여겨졌던 제주의 곶자왈에 미술관이 들어서고, 예술인들이 하나둘씩 둥지를 틀면서 제주의 명소가 됐다.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에 또 하나의 특별한 미술관이 개관했다. ‘물방울 화가’ 김창열(87) 화백의 예술세계를 보여주는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이다. 김 화백이 6·25전쟁 당시 제주에 머물렀던 인연으로 자신의 대표 작품 220점을 기증하면서 탄생한 미술관이 지난 24일 개관했다. 김 화백은 개관식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45년간 미국과 프랑스 등 여기저기 흘러다니며 살았다. 이국생활은 유배생활과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어 정착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제주도가 받아줬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제주도는 풍광이 남프랑스와 비슷하고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 또한 흡사하다”면서 “김창열을 대변할 수 있는 작품들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으로 시기별 대표작품들을 선별해 기증했다”고 말했다. 김 화백은 1950년대 앵포르멜 작업을 시작으로 1960년대에는 두꺼운 질감을 지닌 기하학적인 회화 작업에 전념했다가 1970년대 초부터 물방을 시리즈를 시작했다. 극사실주의 기법의 물방울 시리즈는 1972년 5월 열린 파리의 ‘살롱드메’에서 처음 선보인 이후 지금까지 이어져 그에게 ‘물방울 작가’라는 별명을 안겼다. 화백은 “달마대사가 10년 동안 면벽 수행을 한 뒤 득도를 했지만 나는 40년을 넘게 물방울을 그렸음에도 보통 사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서 “그래도 내 이름을 가진 미술관을 지어 받았으니 달마대사 못지않은 보상을 받은 것 같다”고 감회를 밝혔다. 총사업비 92억원이 투입된 미술관은 지상 1층에 연면적 1587㎡ 규모로 기획전시실, 상설전시실과 특별전시실, 수장고 외에 교육실과 야외무대, 아트숍 등 편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미술관을 설계한 건축가 홍재승은 “‘신전’ 같은 모양이었으면 좋겠다는 김 화백의 생각과 대표작인 물방울, 그리고 빛을 매개로 곶자왈에 분출한 화산섬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현무암처럼 검은색의 노출콘크리트 외벽을 지닌 7개의 큰 공간이 주변의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미술관은 물방울 화가의 조형세계를 상징하듯 물의 중정을 가운데에 두고 경사진 복도를 따라 올라가는 구조다. 물의 중정에는 크기가 다른 세 개의 유리 구슬로 이뤄진 김 화백의 신작 조형작품 ‘삼신’이 설치됐다. 미술관에서는 25일부터 개관 전시로 김 화백의 전반적인 작품세계를 간명하고 핵심적으로 살필 수 있도록 1964년부터 2007년까지의 작품 30여점을 소개하는 ‘존재의 흔적들’전이 열리고 있다. 1960년대 초의 앵포르멜 시기부터 1970년대를 거쳐 1980년대까지 물방울이 형성되어온 과정을 보여주는 ‘물방울의 기원’,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회귀’연작을 중심으로 대형 작품들이 전시되는 ‘존재의 흔적들’, 한자 및 천자문 등 화면의 주제와 배경의 관계에서 더욱 풍성하고 깊이 있는 시도들을 보여주는 ‘물방울의 변주’로 구성됐다. 전시는 내년 1월 22일까지 계속된다. 초대관장을 맡은 김선희 관장은 “개관을 기념해 3개월 동안 무료로 운영된다. 이후엔 상설전시와 함께 김 선생님이 연결되는 작가들의 작품을 기획전으로 소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24일 미술관 야외특설무대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김 화백과 부인 마르틴 질롱, 원희룡 제주지사,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 박서보 화백 등 국내외 문화예술관계자들과 지역 주민 등 500여명이 참석해 개관을 축하했다. 글 사진 제주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물방울 화가’ 김창열 화백은 6·25전쟁 후 한때 경찰직 몸담아… 60년대 비엔날레로 세계무대 입성… 1970년 파리 정착하며 창작 매진 김창열 화백은 1929년 평안남도 맹산군에서 태어났다. 붓글씨를 통해 회화를 접했고 외삼촌으로부터 데생을 배우면서 화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해방 시기의 혼란 속에서 이쾌대 선생의 성북회화연구소에서 그림을 배워 1949년 서울대 미대에 입학했으나 6·25전쟁 발발로 학업을 중단하고 경찰학교에 지원해 1955년 교사자격 검정시험에 합격할 때까지 경찰 생활을 했다. 1957년 박서보, 정창섭 등과 한국현대미술가협회를 결성해 앵포르멜 미술운동을 이끌면서 세계무대로 눈을 돌려 1961년 파리비엔날레, 1965년 상파울로비엔날레에 출품했다. 1966년부터 68년까지 미국아트스튜던트리그에서 판화를 공부하고 1969년 백남준의 도움으로 파리아방가르드 페스티벌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파리에 정착하게 된다. 1970년 파리 교외의 마구간에 아틀리에와 숙소를 마련하고 창작에 매진했다. 한순간에 사라지는 삶의 본질을 물방울로 은유한 ‘밤의 행사’를 1972년 살롱드메에 출품하며 유럽 화단에 데뷔했으며 2004년 파리 주드폼 미술관에서 물방울 예술 30년을 결산하는 전시회를 가졌다.
  • [사설] 北 추가 제재 않고 대화로 풀자는 中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가 오늘 이 지경까지 이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중국의 ‘엇박자’ 행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이 북한 핵·미사일 이슈의 결정적 국면에서 국제사회의 북핵 폐기, 대북 제재 열기에 찬물을 끼얹은 사례는 많다. 멀리 북·중 혈맹 시대를 거론할 필요도 없다. 최근까지도 남북 모두에 긴장 고조의 책임이 있다는 양비론이나 자중론, 대화론으로 본질을 흐리면서 제재 효과를 반감시키곤 했다. 그랬던 중국이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에는 여러 경로를 통해 유엔 차원의 강력한 대응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혀 이전과는 달리 대북 압박에 힘을 보탤 것이라는 기대감을 심어 줬다. 몰래 북한에 산화알루미늄 등 핵 및 미사일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물품들을 수출한 랴오닝훙샹그룹에 대해 미국과 공조수사에 착수한 것도 이례적이다. 하지만 그제 유엔 총회 연단에서 한 리커창 총리의 연설은 한마디로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리 총리는 “우리는 한반도의 비핵화에 전념해야 한다”면서 “한반도 비핵화의 해결책을 위해 대화와 협상을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에 대한 제재는 입에 올리지도 않았다.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북한을 정조준한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나 “새로운 제재의 도입을 주도하겠다”는 일본 아베 신조 총리 같은 강경한 목소리까지 기대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중국의 대표로 유엔 총회에 참석한 리 총리는 최소한 북한의 막가파식 핵·미사일 도발을 꾸짖는 시늉이라도 했어야 옳다. 북핵 위협이 엄중한데 관련 당사국 총리가 19분가량의 유엔 총회 연설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는 20초만 할애하고, 그나마 미적지근한 대화론으로 얼버무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고도 ‘책임 있는 대국’이라고 자처할 수 있는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어제 유엔 총회 연설에서 북한의 핵무장 위험성과 상습적이고 악의적인 국제규범 위반 등을 지적하며 북한의 유엔 회원국 자격 문제를 진지하게 제기한 바 있다. 바로 전날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에 우호적인 43개국 외교장관들은 가장 강력한 용어를 사용해 북한의 핵도발을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대화 주장은 이 같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응징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대화는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이 드러났을 때 진행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효용성 없는 대화와 협상으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북한은 물밑에서 핵 능력을 고도화했던 것 아닌가. 따라서 중국이 진정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원한다면 대화론을 주장하기에 앞서 강력한 대북 제재에 힘을 보태야만 한다. 그제 한·중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에서 중국 측이 강력한 안보리 결의 채택에 동의했다는데 단순한 립서비스에 그쳐선 안 될 것이다. 북한이 무시로 도발하는 지금은 대화를 언급할 계제가 아니다.
  • 1000번째 경기 앞둔 토니 풀리스 감독 “요즘 선수들 영화 스타 같아”

    1000번째 경기 앞둔 토니 풀리스 감독 “요즘 선수들 영화 스타 같아”

    잉글랜드 프로축구 웨스트브롬의 토니 풀리스(58) 감독이 사령탑으로 1000경기째에 나선다. 풀리스 감독은 24일 오후 11시 스토크시티와 프리미어리그 정규리그 6라운드를 지휘하게 된다. 공교롭게도 2002~2005년, 2006~2013년까지 두 차례나 지휘봉을 잡았던 스토크시티와 대결한다. 464경기를 치러 감독 인생의 절반을 그 팀과 1000번째 경기를 벌인다. 풀리스 감독은 “어느 누가 이보다 더 멋진 각본을 쓸 수 있느냐”고 되물어 감회가 남다름을 드러냈다. 프레스턴 구장에 인조잔디가 깔려 있었고 프리미어리그가 출범했던 1992년 본머스의 사령탑으로 지휘봉을 처음 잡은 그는 그 뒤 브리스톨시티, 스토크시티, 크리스털팰리스 등을 거쳐 지난해 1월부터 웨스트브로미치의 지휘봉을 잡고 있다. 지휘봉을 잡은 팀만 여덟이나 된다. 풀리스 감독은 23일 영국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25년 가까이 지도자로 지내는 동안 선수들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고 돌아봤다. 999경기를 소화하는 동안 361승을 올렸던 그는 “지금 선수들은 다른 삶을 살고 있다. 무엇이든 가질 수 있는 세계에서 영화배우가 돼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프리미어리그가 출범한 첫 해 3부리그 본머스를 지휘하면서 그해 여름 가장 고액을 들여 영입한 선수가 스티브 플레처였는데 단돈 3만파운드였다. 그런데 올 여름 이적시장에서 웨스트브롬이 가장 고액의 이적료를 지급한 것이 나세르 샤들리의 1300만파운드로 엄청나게 뛰어올랐다. 그가 지휘한 EPL 경기는 277경기, 챔피언십(2부리그)는 282경기, 3부리그는 258경기, 4부리그는 46경기에 이른다. 풀리스는 FA컵과 리그컵, 풋볼리그 트로피와 유로파리그에서 승리를 거둔 바 있다. 질링엄과 스토크를 지휘하면서 팀이 승격하는 기쁨을 맛봤고 그 오랜 기간 그가 맡은 한 팀도 강등의 아픔을 겪지 않은 진기록을 갖고 있다. 풀리스 감독은 “오후 내내 엉덩이를 붙인 채 변해가는 것들에 대해 얘기를 할 수도 있다“고 말문을 연 뒤 ”인간이라는 존재는 변하고 있고, 세계도 변한다. 프로축구 특히 프리미어리그는 지금 내게 있어 실제 삶의 반영만은 아닌 것 같다“고 짚었다. 상당한 장광설이 이어졌다. ”우리가 삶의 본질을 바꿀 수는 없다. 시대와 더불어 나아갈 따름이다. 지금은 모든 이들이 변화를 원한다. 만약 어떤 TV 프로그램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채널을 돌려버리면 된다. 몇년 전만 해도 ITV와 BBC에만 매달렸다. 하지만 요즘은 수백만 가지 채널이 있다. 사람도 그런 것이다. 새 전화 브랜드가 나오고 두 달 뒤 또 새로운 것이 나와 젊은이들이 그걸 사겠다고 줄을 선다. 그런데 난 30년 가까이 한 전화만 쓰고 있으며 지금도 적절히 사용하는 법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난 여전히 경기를 사랑한다. 매우 운이 좋은 사람이다. 정말로 은총받았다. 난 얼마나 운 좋은지 잘 이해하고 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금요 포커스] 안전사고 예방, “뭣이 중헌디”/김기식 산업안전보건연구원장 직무대리

    [금요 포커스] 안전사고 예방, “뭣이 중헌디”/김기식 산업안전보건연구원장 직무대리

    세월호 사고로 아이를 잃은 엄마가 말한다. 아이가 죽은 것이 자기 탓이라고. 그 말을 듣고 가슴이 먹먹했다. 희생자에 대한 미안함, 죄스러움, 사고 책임자에 대한 분노, 나와 우리 사회에 대한 자괴감 등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였다.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지 2년이 지났다. 사고 후 구조 과정부터 사고 수습 과정의 책임과 보상 문제, 재발 방지와 피해 최소화를 위한 우리 사회의 반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와 해법이 진행됐고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그동안의 진행 과정을 지켜보면서 생각했던 문제들을 정리해 봤다. 우리는 사고 수습 과정에서 선장을 비롯한 몇몇의 비상식적 행동, 엇박자를 냈던 의사소통과 결정 과정, 그리고 구조를 위한 영웅적 행동을 봤다. 비난도 하고, 탄식도 했지만, 때론 감동도 받았다. 큰 사고 앞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당연한 일일 수도 있지만, 지나고 보니 우리가 감정에만 치우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고에 대한 감정적 과잉이 세월호 사고의 책임을 선주와 선장이라는 개인에게 거의 전적으로 투시해 그들을 단죄하는 쪽으로 분노의 감정을 처리하는 데 집중한 것은 아닐까. 사고의 본질적인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으로 온전히 옮겨 가지 못한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세월호 사고의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위험을 만들고 이를 통해 이득을 얻은 사람과 그 위험을 통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책임을 다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세월호 승객은 배에 짐이 어떻게 실리는지, 어떤 경로로 배가 운항하는지, 위기 상황에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이것은 일차적으로 배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책임 있는 사람들이 역할을 하지 않았다. 왜 제대로 역할을 하지 않았는지 근본적인 원인을 알아야 책임을 논할 수 있다. 시간이나 비용의 문제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면 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자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역할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를 밝혀 내고 개선해야 한다. 위험이 내포된 특정한 방법을 택할 때마다 사고가 발생한다면 누구도 그 방법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별 탈 없이 사고를 피해 가는 데 함정이 있다. 어제까지 별다른 문제 없이 운행했으니 오늘도 그럴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키우게 된다. 이것이 생명을 담보로 위험한 도박을 하는 이유다. 결국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이 역할은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관리자나 법규를 통해 규율할 수 있는 정부의 몫이다. 대기업에 임원으로 근무하는 친구가 있다. 자신은 안전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지만, 직원들이 안전하게 작업하는 것을 불편해하고 지름길을 택하려 한다고 말한다. 내가 만난 고위 관리자들 상당수도 같은 말을 한다. 그러나 근로자들 생각은 다른 것 같다. 경영진이 안전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생각하는 근로자는 가뭄에 콩 나듯이 있다. 경영진이 직시해야 할 부분이다. 말로는 안전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생산이 우선이라고 근로자에게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지, 비용을 줄이고 납기를 맞추려고 위험한 길을 택하도록 방조하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우리는 세계가 부러워할 만한 경제 성장을 이뤘다. 안전 분야도 다르지 않다. 재해 통계를 보면 경제발전만큼이나 안전 분야도 크게 성장했다. 하지만 국민도 그렇게 생각할까. 우리 사회가 예전보다 안전해졌다고 체감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소득이 높아지면서 안전이나 삶의 질에 대한 욕구는 커졌지만, 현실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여기에 최근 발생한 산업현장 사고 희생자 대부분이 비정규직이나 하청 근로자 등 사회적 약자라는 점이 국민을 분노케 한다.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좀더 엄중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어떻게 하면 세월호와 같은 사고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인가’이다. 책임을 묻는 것은 재발 방지를 위한 일련의 장치 중 하나일 뿐이다. 유병언의 추적 장면을 TV로 생중계하는 감정적 대응보다 재발 방지책을 세우는 이성적 노력이 더 값어치 있는 행동이라는 의미다. 우리 사회가 지금부터라도 사고 예방 대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꼼꼼히 살피는 데 더 많은 힘을 쏟길 기대한다.
  • 일상 속 수행을 통해 ‘참 나’를 발견한다

    일상 속 수행을 통해 ‘참 나’를 발견한다

    각박한 일상에서 희망을 찾고 수행의 가치를 알게 해주는 대규모 불교 행사가 잇따라 열린다. 다음달 15~21일 대구 동화사에서 전국선원수좌회와 선원수좌선문화복지회가 ‘간화선, 세상을 꿰뚫다’를 주제로 개최하는 제2회 간화선대법회와 오는 26~29일 밀교 종단인 진각종이 서울 진각종 총인원과 AW컨벤션센터에서 여는 제28회 세계불교도우의회(WFB) 서울총회. 간화선대법회가 대표 선지식들의 법석을 통해 ‘참 나’의 발견을 이끈다면 WFB 총회는 생활 속 수행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자리로 눈길을 끌고 있다. 국내에선 초기 불교와 명상 등 다양한 수행이 범람하는 추세. 이런 상황에서 간화선 대법회는 한국불교가 유일하게 수행 전통을 오롯이 지켜오고 있다는 간화선 수행 가치의 확인과 세계화 가능성을 진단해 보는 행사로 주목된다.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을 비롯해 무여(봉화 축서사 선원장), 혜국(석종사 금봉선원장), 함주(법주사 총지선원 선덕), 지환(동화사 금당선원 유나), 현기(지리산 상무주암 수좌), 대원(학림사 오등선원 조실) 스님 등 한국 최고의 선지식 7명이 차례로 법석에 올라 법을 설한다. 2013년 4월 서울 조계사에서 ‘올바른 참선의 뿌리를 찾아서’란 주제로 열려 연인원 1만 4000여명이 운집했던 첫 회 간화선 대법회가 간화선의 연원과 본질에 대해 탐구했다면 이번 대법회는 간화선 세계화와 간화선 수행의 대중화를 목표로 삼은 게 특징이다. 법회에선 최고 선사들의 수행체험담과 함께 도전과 극복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얻게 된 ‘참 나’의 이해, 간화선 수행법 지도가 이어진다. 특히 ‘스님들과의 대담’으로 현대인들에게 깨달음과 행복의 메시지를 전하게 된다. 간화선대법회 공동추진위원회는 “바쁜 일상 속 자신을 잃어버린 채 사는 현대인들이 삶의 본질을 묻고 직접 답을 들을 수 있는 자리”라면서 “일반인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다린다”고 당부했다. 추진위는 특히 “눈으로 보고 배우는 지식으로 살아가며 물질에 마음 뺏긴 현대인들은 벗어나는 방법을 찾기 어렵다”며 “부정적 마음을 긍정으로 돌리는 힘을 갖는 간화선 수행의 대법회는 종교를 초월한 법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진각종이 주최하는 제28회 WFB 서울총회는 ‘불교의 생활화, 생활의 불교화’를 기치로 내건 국제 행사. WFB 총회가 한국에서 열리는 것은 1990년, 2012년에 이어 세 번째다. WFB는 불교 종파를 초월해 국제사회에서의 불교 역할을 논의하기 위해 1950년 스리랑카에서 창립됐으며 2년마다 총회를 개최해 왔다. 이번 총회에는 50개국 불교대표 400여명, 국내인사 700여명이 참석한다. 공식행사는 27일 WFB 대표자회의(AW컨벤션센터), WFB 서울총회 개회식(진각종 총인원), 환영 만찬으로 시작한다. 축하연설에서 각국 WFB 지도자 10여명이 ‘생활의 불교화, 불교의 생활화’를 주제로 발표한다. 28일에는 ‘봉사를 통한 생활불교의 실현’을 주제로 불교복지봉사포럼이 열리며 마지막 날인 29일에는 ‘현세정화와 밀엄정토’를 주제로 한 학술포럼과 폐회식 및 선언문 채택, 도라전망대, 판문점 문화답사가 마련된다. 판문점에서는 전 세계 불교지도자들이 세계평화와 한반도 통일을 발원할 예정이다. 창종 70년을 맞는 진각종은 이번 총회를 계기로 진각종과 한국불교의 세계화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적인 생활불교로서의 종단 면모를 부각시키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진각종 통리원장 회정정사는 “WFB 총회는 시대의 난제를 직시하고 토론과 성찰을 통해 해결의 공감대와 실마리를 모색하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면서 “한국불교가 유구한 불교전통과 폭넓은 불자층을 갖고 있는 만큼, 이러한 신행전통을 세계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자세로 세계불교의 주역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