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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요일의 서재]난해하고 어려운 고전, 쉬운 해설로 읽는다.

    [금요일의 서재]난해하고 어려운 고전, 쉬운 해설로 읽는다.

    고전은 어렵다. 내용 자체가 어렵고,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더 어렵다. 번역을 뜻하는 ‘역(譯)’ 외에 보충 설명을 의미하는 ‘주(注)’, 해석을 가리키는 ‘해(解)’ 등이 필요한 이유다. 고전은 흔히 몸에는 좋지만 먹기 어려운 쓴 약에 비유되곤 한다. 이럴 때 적절한 해설은 달콤한 설탕막을 씌운 ‘당의정’과도 같다. 최근 어려운 고전을 친절하게 해설한 책들이 눈에 띈다. 더위가 한 꺼풀 물러간 지금, 가을을 조용히 기다리며 고전의 향연을 음미해봄은 어떨는지. ◆난해한 주역 그래픽으로 알기 쉽게=유교 3개 경전 가운데 하나인 ‘역경’은 가장 오래된 경전이자 난해하기로 유명하다. 중국 시대마다 다른 역경이 전해졌는데, 주역은 글자 그대로 주(周)나라 역(易)이란 뜻이다. 역사상 유일하게 유가와 도가 학파에서 동시에 추앙받는 경전이자, 인문사회과학, 자연과학, 생명과학 분야 모두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 고전으로도 불린다. 다만 그 방대함과 난해함으로 수많은 논쟁을 부른다. 중국 국학 연구 1인자로 통하는 장치청 북경교중의약대학 교수가 쓴 ‘주역 완전해석’(판미동)이 반가운 이유다. 역경 64괘 경문은 물론, ‘역전’의 단전, 상전, 문언전, 계사전, 설괘전, 서괘전, 잡괘전 등 모두 7종 10편에 달하는 주역 원전 전체를 수록했다. 저자는 주역의 본뜻에 어긋나지 않게 원전을 해석하고 그 가르침을 현대적으로 변용해 일상의 변화에 대응하는 원리, 길함을 따르고 화를 피해 가는 지혜를 제시한다. 입문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780여개 도판과 그래픽을 수록했다. ◆소통 관점에서 본 장자 쉽게 풀어내=중국 도가 사상가을 집대성한 장자(莊子)는 내편, 외편, 잡편으로 구성된다. 내편은 7편, 외편은 15편, 잡편은 11편이다. 내편은 장자의 정수다. 외편과 잡편은 내편의 사상을 해석한 책이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김정탁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교 교수가 최근 낸 ‘장자 내편’(성균관대학교 출판부)는 장자의 사상을 ‘소통’의 관점에서 해석한다. 저자는 이에 관해 “장자는 사람들 간의 소통을 목표로 시작했지만 결국 사람과 자연과의 소통으로 귀결된다. 첫편 ‘소요유’ 주제가 소통이고, 뒤이은 ‘제물론’이 ‘호랑나비의 꿈’으로 끝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설명한다. ‘호랑나비의 꿈’은 사람들이 꿈과 현실의 차이를 느끼지 않는 데에서 출발해 결국 삶과 죽음의 차이도 없다는 걸 보여주며, 그럼으로써 사람과 자연 간 소통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준다는 것이다. 저자는 내편의 소요유·제물론·인간세를 ‘인간과 인간과의 소통’으로, 양생주·덕충부·대종사·응제왕은 ‘인간과 자연과의 소통’을 다룬다고 설명한다. 장자가 인간끼리의 소통을 넘어서서 인간과 자연과의 소통까지를 목표로 한다고 덧붙인다. 질문을 던지고 이어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식으로 진행되는 저자의 글이 장자 속에 숨겨진 은유 등을 잘 알려준다. 형이상학적인 내용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어렵고 지루한 서양고전 핵심만 쏙=1971년 초판 출간 후 전 세계 26개 언어로 번역, ‘타임’이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책 100선 가운데 하나. 존 롤스의 ‘정의론’이다. 신학에서 출발해 윤리학과 법학을 거쳐 경제학으로 완성된 장대하고 수미일관된 체계.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 관한 설명이다. 이 책들은 유명하긴 하지만, 제대로 읽어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은 난해하고 지루한 책으로도 악명높다. 출판사 샘앤 파커스는 최근 ‘리더스 클래식’ 시리즈를 출간했다. 리더스 클래식은 ‘누구나 알지만 정작 제대로 읽어본 적 없는’ 고전을 쉽게 해석한 시리즈다. 첫 두 권으로 존 롤스 ‘정의론’과 애덤 스미스 ‘국부론’을 골랐다.이근식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의 핵심 내용을 쉽고 명쾌하게 설명한다. 저자는 애덤 스미스의 저작인 ‘도덕감정론’, ‘법학강의록’ 등에 담겨 있는 세계관을 구체적으로 살피고, 애덤 스미스 사상의 정수로 다가간다. 황경식 서울대 명예교수가 해석을 맡은 ‘정의론’은 상식에 호소하는 직관적 이해 방식, 논증적 접근 방식이라는 방식으로 정의론에 접근토록 돕는다. 정의론의 본질이자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최소 수혜자에 대한 최우선 배려’, 그리고 ‘평등한 자유’와 ‘차등’의 두 원칙으로 구성되는 정의관도 알려준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김초엽 작가의 과학을 펼치다] 기후변화·인류세… 인류는 지구를 계속 파괴할 것인가

    [김초엽 작가의 과학을 펼치다] 기후변화·인류세… 인류는 지구를 계속 파괴할 것인가

    휴먼에이지/다이앤 애커먼 지음/김명남 옮김/문학동네/468쪽/1만 8800원올여름의 더위는 유독 심했다. 앞으로도 기록을 경신하는 폭염과 한파가 나타나며 본격적인 기후변화가 진행될 것이라는 기사도 쏟아졌다. 한동안 북극의 빙하가 녹는 사진으로만 실감했던 지구온난화가 당장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과학자들은 ‘인류세’라는 새로운 지질시대의 개념을 검토하고 있다.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지구의 환경이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음을 확언하는 단어인 것이다. 이렇게 새로운 지질시대를 연 우리는, 결국 우리의 손으로 보금자리를 파괴하게 될까. ‘휴먼에이지’는 인류세에 관한 냉철하면서도 낙관적인 통찰이다. 저자 다이앤 애커먼은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넘나들며 섬세하고 아름다운 언어로 삶의 본질을 서술해 낸다는 평을 받는 에세이스트로, 국내에서는 ‘감각의 박물학’으로 먼저 알려졌다. 1990년에 집필한 ‘감각의 박물학’에서 그는 인간의 여섯 가지 감각의 기원과 진화과정을 추적했다. 약 30년이 흐른 지금, 이제 다이앤은 수십 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수준으로 확장된 감각을 갖게 된 인간에 관해 서술한다. 인간은 자신의 감각을 과학과 공학을 통해 넓혀 왔을 뿐만 아니라 자연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이 지구를 바꾸어 놓기에 이르렀다. 저자는 지구의 기후변화에서부터 인간에게 적응한 야생 생태계, 도시와 건축문화, 바다와 숲을 구석구석 비추며 인류세의 증거들을 포착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자연을 감각하는 방식조차도 본질적으로 변해 가고 있음을 조명한다. 이제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나노 규모를 자연스럽게 다루며, 디지털 세계의 픽셀화된 자연에 익숙해졌다. 3D 프린터와 같은 기술들은 사물의 정의 자체까지 바꾸어 놓을지도 모른다. 부피와 질량을 가진 실체가 있는 사물이 아니라, 비물질적이고 ‘접근 가능한’ 도면으로만 존재하는 물성으로. 다이앤은 인류가 바꾸어 갈 세계에 대한 우려만을 표하지 않는다. 그는 낙관적인 미래, 우리가 다르게 감각하고 더 폭넓게 받아들일 세계를 상상한다. 우리는 종말을 맞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자연과 공존하고, 로봇의 감정을 이해하며, 유인원들과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는, 더 놀라운 세계의 비밀들을 밝혀내는 탐구자가 될 수도 있다. 이미 지구는 우리의 손에 의해 변하고 있으며 그 사실만은 부정할 수도, 돌이킬 수도 없다. 그러나 그 변화가 어떤 것이 될지는 여전히 우리가 결정할 몫이 아닐까.
  • 경기도 ‘기본소득위원회’ 설치 시동…조례 입법예고

    경기도 ‘기본소득위원회’ 설치 시동…조례 입법예고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공약사업인 ‘기본소득위원회’가 이르면 오는 11월부터 본격 운영된다. 경기도는 30일 ‘기본소득위원회 설치 및 운영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기본소득은 재산·소득·노동활동과 관계없이 모든 도민에게 지급하는 일정액의 금전을 말한다. 조례안은 도지사 소속의 기본소득위원회를 두고 기본소득 정책의 실행계획과 정책조정, 기본소득 관련 사업의 기획·조사·연구·평가, 도민 교육·홍보 등의 사항을 심의하는 내용을 담았다. 위원회는 도지사를 공동위원장으로 해 대학교수, 도의원 등 15명 이내 위원으로 구성하며, 기획재정·시민참여·지역경제·사회복지 등의 실무위원회도 둔다. 이 지사는 “보편복지를 넘어서는 대안이 필요하고 가처분소득을 올리는 것으로는 기본소득만 한 게 없다”며 “경기도에서 관련 위원회를 구성해 기본소득제 시행을 준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성남시가 도입한 청년배당 등은 기본소득적 요소가 있지만, 기본소득이라 이름 붙이기가 어렵다. 진정한 의미의 기본소득을 위해 재원을 만들어야 하는데 지방정부에 조세부과권이 없어 본질적인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지방정부에 조세결정권을 주고, 특히 토지에 대한 지방세 부과권을 인정하면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조례안이 입법예고 등 절차를 거쳐 10월 도의회 임시회에서 처리되면 기본소득위원회는 11월부터 가동될 전망이다. 한편 최근 실시한 도민 의식조사에서 기본소득 도입에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만 20세 이상 성인 8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1%가 경기기본소득을 실시하는 것에 대해 찬성했으며, 과반수(53.3%)는 적정 기본소득액이 지급될 때 추가로 세금을 징수하는 데에도 찬성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씨줄날줄] 도쿄 이주비/박현갑 논설위원

    [씨줄날줄] 도쿄 이주비/박현갑 논설위원

    최근 집값과 2022학년도 대학입학전형을 둘러싼 논란의 공통점이라면 서울에 그 원인이 있다는 점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용산개발계획을 무기한 보류했다. 박 시장은 지난달 10일 여의도를 뉴욕 맨해튼처럼 개발하고 서울역~용산역 구간의 철로는 지하화한 뒤 마이스단지 등으로 개발한다고 밝혔다. 이후 이 지역 집값 상승률이 서울 평균을 크게 웃돌기 시작했고, 이달 들어서는 집값 상승이 서울 전역으로 확산하자 개발 계획을 접은 것이다.교육 또한 마찬가지다. 저출산으로 대학 신입생 정원이 고교 졸업자를 상회한 게 10여년 전 일이다. 대입 전형 방법을 놓고 ‘공론화’라는 야단법석은 전국 대학이 아닌 서울 소재 대학 진학을 둘러싼 갈등이었다. 수도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공공기반시설이 잘 구비돼 있다. 이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요인이다. 하지만 주거난, 교통체증, 대기오염 등 부작용도 따라온다. 도시국가에서 출발한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농경사회에서 산업화를 거치면서 빠른 속도로 도시화가 진행된 동양권일수록 이 같은 부작용이 두드러진다. 인도 뉴델리, 중국 베이징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도 예외가 아니다. ‘한강의 기적’이 수도 중심 개발의 빛이라면, ‘서울공화국’은 그림자다. 지난해 11월 기준 수도권 면적은 전국의 12%이지만 인구 비중은 2000년 46.3%에서 49.6%로 50% 달성이 멀지 않았다. 집중화 해소책이 쏟아지나 현상 개선에 그치고 있다. 혼잡통행료를 거두며 도심 차량 진입을 억제하면서도 광역버스나 지하철 등 수도권 광역교통망은 확충일로다. 수도권 신도시 개발 또한 마찬가지다. 지역균형발전과 분권이라는 본질적 대책은 구두선에 그치고 있다. 일본 같은 역발상이 필요하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도쿄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주하는 사람에게 최대 300만엔(약 3000만원)을 보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주비 보조 외에 수도권(도쿄를 비롯해 가나가와·지바·사이타마의 3개 현) 이외 지역에서 창업하면 최대 300만엔까지 보조하고, 수도권 이외 지역의 중소기업으로 이직하면 최대 100만엔을 지급한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전입자가 전출자보다 많은 ‘전입초과’는 지난해 12만명에 달하며 4년 연속 10만명을 넘어섰다. 일본 정부는 4년 전부터 오는 2020년까지 수도권 전출입 인구의 균형을 맞춘다는 목표이지만, 도쿄 집중화 현상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은 언제쯤 바꿀 수 있을까.
  • [인터뷰 플러스] “전관예우 관례 깨는 등 법조인 스스로 자정 노력해야”

    [인터뷰 플러스] “전관예우 관례 깨는 등 법조인 스스로 자정 노력해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을 중심으로 한 사법개혁이 사회의 중심이 된 요즘 연수원 동기 황동욱 변호사(한양대 88학번)와 후배인 김병길, 공성록 변호사(한양대 90학번) 등 4명이 일산의 고양지원 앞에서 새로운 운영방식으로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는 변호사들이 있다.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에 대해 사법시험 과락에 해당한다는 일침도 가하고, 사법개혁을 넘어 군사법원의 개혁도 힘주어 말하는 원용선 대표 변호사를 만나 사법개혁에 대한 담론과 그의 법 사랑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인터뷰는 지난 8월 8일 고양지원 앞 고양합동법률사무소에서 이루어졌다. 편집자 주→최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중심으로 한 사법개혁이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는데 변호사로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사법부 승진제도가 문제의 본질입니다. 고등법원 부장판사면 차관급인데, 이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에 관한 권한을 매개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전체 사법부를 장악하려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상고법원을 신설하려는 의도도 그렇습니다. 누가 임명합니까. 대법관은 대통령이 임명을 하지만 상고법원의 법관은 대법원장이 모두 임명하는 거죠. 이 막강한 인사권을 가지고 사법부 전체를 장악하려고 한 것이 양승태의 저의가 아닌지 의심이 갑니다. 저는 박근혜 탄핵 시점을 무척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만약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를 채웠다면, 양승태 임기 만료 후 차기 대법원장도 역시 박근혜가 임명했을 것이고, 대법원장의 임기가 6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권의 교체에도 불구하고 사법부의 개혁은 요원해졌을 것이에요. 더구나 최근 드러나고 있는 양승태의 사법농단 사태는 전혀 문제조차 되지 않고 그대로 덮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까요. 최근 김선수 대법관이 임명되었는데, 이 분이 대법관이 되는 일은 꿈도 꿀 수 없었겠죠. 촛불혁명이 사법부에게 매우 소중한 개혁의 기회를 국민이 부여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판사는 승진과 무관하게 재판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최근 드러나고 있는 사실에 의하면, 대법원 행정처 또는 대법관이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재판부에 구체적이고도 실질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확인되고 있어요. 폐기하지 않고 얼마 남지 않은 문건에서 드러나고 있는 사실들입니다. 이는 법질서를 문란케 함은 물론, 헌정사에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진 것이에요. 법조인들 스스로 자정 노력도 해야 합니다. 전관예우의 관례를 깨는 노력들이 보다 많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최근 박보영 대법관이 여수시 시·군판사를 지원한 것은 좋은 사례로, 대법관 퇴임 후 진로를 새로이 개척한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또 법조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곳이 많은데, 그중에 법원의 조정센터 같은 곳이 그런 곳이라 봅니다. 법조인들이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가치관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개인 페이스북에 통진당 해산과 이석기 의원직 박탈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결에 대해 ‘찌라시 수준의 헌재 결정문’이란 제목으로 글을 올렸는데 그 이유는. -사법시험에는 과락 제도가 있어요. 다른 법 과목에서 아무리 높은 점수를 받더라도 한 과목에서 40점 미만의 점수를 받으면 사법시험에 합격할 수 없죠. 법조인으로서 자질을 인정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통합진보당에 대한 헌재 재판관들의 결정문을 사법시험에서 그대로 썼다면 그 답안은 반드시 과락인 것이죠. 사실인정은 증거에 의해야 하는데 헌재 재판관들은 이를 무시했어요. 증거에 의해 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것입니다. 회합에 참석하지도 않은 사람의 이름을 거명했다는 것이 명백한 증거이고 그 방대한 양의 재판기록을 그 짧은 시간 내에 모두 검토할 수 없다는 점에서도 그렇습니다. 법원의 판결이나 헌재의 결정은 헌법과 법률에 근거하여야 하는 것이 법치주의의 근간입니다. 헌법이나 헌법재판소법 어디에도 헌재가 국회의원 자격을 박탈할 권한은 없어요. 의원 자격을 문제 삼으려면 그건 국회가 하면 되는 것인데 헌재는 헌법이나 법률에 의해 주어지지도 않은 권한을 행사한 것이죠. 정부의 국회의원 자격상실 청구는 법적 근거가 없어요. 정부의 청구를 그대로 인용한 헌재는 스스로 법치주의를 부정한 꼴이 된 거죠. 사법시험에서 헌재 결정문을 답안으로 받은 채점자는 무조건 과락에 해당하는 점수를 줄 것입니다. 법조인으로서의 기본이 안 되어 있다고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죠. →현 문재인 정부가 사법개혁을 위해 무엇을 중시하고 실행하여야 하는지. -양승태 대법관 문제와 달리 저는 최근 기무사령부의 촛불혁명 당시 계엄령 준비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하는 상황에 군사법원에 대해 말하고 싶습니다. 군사법원에는 고등군사법원과 보통군사법원이 있어요. 보통군사법원은 군단사령부 등에 설치되고 군사법원에는 ‘관할관’이 있습니다. 고등군사법원의 관할관은 국방부 장관이고, 보통군사법원의 관할관은 설치되는 부대의 사령관 등이죠. 관할관은 유기징역 등의 판결을 확인하는데, 이를 관할관의 ‘확인조치’라 하죠. 2016년 개정을 통하여 피고인이 작전, 교육 및 훈련 등 업무를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범죄로 제한하고, 선고된 형의 3분의 1 미만 범위에서 형을 감경할 수 있도록 하였어요. 그러나 전시가 아닌 평시에, 계급이 지배하여 인권 보호 차원에서 문제가 있고, 지휘관이 관할관이 되어 형을 마음대로 감경할 수 있도록 한 군사법원은 폐지되어야 마땅한 것이죠. 군사법원은 군판사와 심판관으로 구성되는데, 재판관으로서의 인격과 학식이 충분한 영관급 이상의 장교 중에서 관할관이 임명합니다. 법에 관하여 전문적 지식이 없는 장교가 재판관이 된다는 것이죠. 또한 군인들의 범죄라고 하여 일반법원과 구별되는 특별법원으로서의 군사법원에서 다룰 이유가 있습니까? 전시와 같이 특별한 상황에서 군인 범죄에 한하여 특별한 사법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전시가 아닌 평시에 군인이라고 하여 특별한 절차에 따라 수사와 재판을 받아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봐요. 이에 문재인 정부는 기무사령부를 중심으로 한 군의 개혁과제 중에 군사법원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법은 보수적이다’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지. -법학이란 학문은 무엇인가를 창조하고 개혁하고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만들어진 것, 즉 있는 것을 공부하고 가치관에 의해 해석하고 현실에 적용하는 것이죠. 법조인은 무엇인가를 개혁하고 변화를 꾀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전제가 있어요. 저는 이를 넘어서야 한다고 봐요. 법조인들 스스로 국민을 우선시하는 가치관 정립이 중요하고 법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의 시대적 관점이 필요합니다. 물론, 법을 제정하는 국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법을 제정하고 개정할 때 국민의 편에 서서 한다면 사법부나 법조인의 가치관 정립의 문제는 보다 수월해 지리라 봐요. →대학 시절 학생운동과 이후 노동운동에도 참여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저는 1987년 12월 대선 당시 KBS 점거 투쟁으로 집행유예 판결로 석방된 후 1988년도 총학생회 총무부장을 했어요. 한양대학교에서요. 총무부장 일보다는 전대협 중앙정책위원 역할을 더 많이 했어요. 당시 기억에 남는 것은 대학생 전방 입소철폐 투쟁의 성공이에요. 한양대에서 시작한 전방 입소거부 운동이 전대협으로 확산되어 1988년에 대학생의 전방 입소교육이 완전 폐지됐어요. 지금 대통령 비서실장을 하는 당시 전대협 3기 임종석 총학생회장에게 학생회 사업을 인수인계하느라 학교에 남아 후배들을 지도하고 노동운동을 위한 준비 기간을 통해 동료들과 울산으로 내려갔죠. 동료 중에 지금은 의정부지방법원에 있는 박정길 부장판사가 있어요. 그 친구도 고생 많이 했는데 아마 판사가 아닌 변호사가 되었다면 지금도 함께 일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울산에서 3년 있었어요. 제가 일했던 회사는 현대자동차 하청회사로 컨베이어에서 자동차 보닛에 고무 패킹을 삽입하는 노동을 했어요. 물론,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일했는데 당시에도 이러한 노동구조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으나 지금도 해결이 안 된 것으로 알고 있어요.→어떤 연유로 사법고시를 준비했고 고양시로 옮긴 사법연수원 1기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고양에 자리를 잡게 된 특별한 이유라도. -1993년 복적 이후 저의 미래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됐어요. 그런데 법학은 현실 문제를 해석하고 적용하는 학문이라는 면에서 현실을 잘 반영한다는 판단이 들었고 매력을 느껴서 고시 공부를 했어요. 초등 교장선생님으로 정년퇴임 하신 부친이 젊은 시절 사시 공부를 하셨기에 저에게는 제일가는 후원자가 되어 주셨어요. 당신이 이루지 못한 것을 자식이 이루길 바라는 순수한 부정(父情)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복적 후 결혼하고 1997년에는 첫째 딸도 출산했어요. 그리고 2001년에 사시 합격하고 2년간 연수원 생활을 위해 고양으로 바로 이사해서 지금까지 살고 있으니 고양은 저에게 제2의 고향과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연수원 동기였던 황동욱 변호사(한양대 88학번)는 사법시험 준비를 할 때 스터디그룹 멤버였어요. 황 변호사의 제안에 따라 고양지원장을 역임한 강현 변호사사무실을 인수·인계받은 이곳에서 황 변호사와 법조인 생활의 첫발을 내디뎠던 첫 약속을 지금도 지키며 운영하고 있어요. 즉, 두 사람의 수임료 전체를 2분의 1로 분배합니다. 보통 사람은 실행하기 쉽지 않은 방식인데 황 변호사의 제안과 도움으로 지금도 우리 두 사람은 깨지지 않는 신뢰와 믿음으로 실천하고 있어요. 이후 우리와 결합한 김병길, 공성록 변호사(한양대 90학번)도 우리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변호사 사회에서도 거의 유례가 없는 일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앞으로의 포부와 꿈이 있다면. -의뢰인이 변호사를 찾아올 때는 사건이 끝까지 간 거죠. 명확한 증거가 있다면 분쟁 소지도 없고 재판을 청구할 이유가 없겠죠. 우리 법원이 아직은 합리적인 정황 증거보다 실체적 진실을 부합하지 않는 서증을 중심으로 판결이 이루어지기에 억울한 민원인들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서증에 따른 사실보다는 여러 가지 정황증거에 따른 사실관계가 능히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서증에 따른 사실관계를 선택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기존의 관행에 맞고 상급법원에서 판결이 파기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합리적인 정황증거에 의한 판결사례가 우리 법원에서도 더 늘어나도록 노력하려 합니다. 그래야 이 사회에 억울한 사람이 적어질 것이고 법의 정의가 이루어지는 것 아니겠어요. 국민의 법조인으로서, 이 시대에 맞는 법의 정의를 실현하고자 작은 역할을 담당하고 천직으로 삼고 살고자 합니다. 김병식 객원기자 kbs@seoul.co.kr 주요 프로필 1965 강원 횡성 출생 1984 원주 진광고등학교 졸업 1985 한양대학교 경제학과 입학 1988 한양대학교 총학생회 총무부장 및 서대협 중앙정책위원 1989 노동운동 1993 한양대학교 경제학과 복직 1995 한양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2001 제43회 사법시험 합격(사법연수원 33기) 2004 고양합동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조정위원, 고양세무서 과세 전 적부심사위원, 일산동부경찰서·일산서부경찰서 상담위원 역임.
  • “개성공단·DMZ서 남북영화 동시상영할 날 곧 오겠죠”

    “개성공단·DMZ서 남북영화 동시상영할 날 곧 오겠죠”

    새달 39개국 144편 역대 최다 규모 참가 관객 만나기 힘든 구조 개선할 TF 운영“이제 비무장지대(DMZ)는 분단과 상흔이 아닌, 파격과 용기, 평화의 이름이 됐어요. 세계적으로 한반도 평화를 상징하는 현장이 된 만큼 다양한 남북 문화 교류를 상상하고 추진해 보려 합니다. 개성공단과 DMZ에서 남북한 영화를 동시에 상영하고 남북 청소년들이 영상캠프에서 함께 어울리면 어떨까요. 남북한이 영화를 통해 함께 공명하는 순간이 실현될 수 있도록 여러 로드맵을 시도할 생각입니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DMZ국제다큐영화제가 꿈꾸는 가까운 미래다. 영화제를 이끄는 홍형숙(56) 집행위원장은 26일 서울신문과 만나 “지금 분위기로 보면 꿈이 아니라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일”이라며 눈을 빛냈다. 평양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다음달 DMZ에서는 평화, 소통, 생명을 키워드로 한 영화 축제가 펼쳐진다. 9월 13일부터 20일까지 경기도 파주·고양 일대에서 열리는 ‘제10회 DMZ국제다큐영화제’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역대 최다 규모인 39개국 144편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관객과 교감한다. ‘한국 다큐멘터리계의 대모’로 통하는 홍형숙 위원장은 지난 2월 조재현 전 위원장이 성 추문으로 사퇴하면서 이달 6일 새 수장으로 임명됐다.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겸 제작자인 그는 재독철학자 송두율 교수를 통해 이념적 광기에 붙들린 한국사회를 보여준 ‘경계도시’, ‘경계도시2’ 연출자로 유명하다. 그가 말하는 다큐멘터리 영화의 본질은 선명하다. “어제를 규명하고 오늘을 질문하고 내일을 제안하고 상상하는 것”. 홍 위원장은 “당대 사람들에게 새로운 각성을 이끌어내는 문화 콘텐츠인 다큐멘터리 영화로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 축제를 꾸려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DMZ국제다큐영화제가 한국을 넘어 아시아의 다큐멘터리 영화의 새 경향과 담론을 주도하는 장이 됐으면 합니다. 이곳을 찾지 않으면 다큐멘터리 영역에서 뒤처질 수 있겠다는 긴장감을 가질 정도의 ‘머스트 플레이스’로 만드는 게 목표죠.” 수작을 만들어도 대작 쏠림 현상이 심한 영화산업의 특성상 개봉을 통해 극장가에서 관객과 만날 기회가 없다는 게 다큐멘터리 영화계의 오랜 고민이다. 이는 DMZ국제다큐영화제가 함께 짊어지고 해결해 나갈 숙제이기도 하다. 그는 “요즘 우리 다큐멘터리 영화들을 보면 인력도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풍성해지고 작품의 화법이나 주제, 소재도 매우 다양해졌다”며 “이 시기를 잘 포착하고 담아내야 영화 발전, 관객과의 소통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 영화는 극 영화와 달리 제작 이후 배급, 상영 등을 통해 관객에게 선보여질 수 있는 선택지가 지극히 좁다. 홍 위원장은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영화인, 영화 행정 전문가 등으로 꾸린 태스크포스를 꾸려 잘 만든 작품이 시장 논리에 사장되지 않고 관객과 만날 수 있도록 선순환 시스템을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고 했다. 다음달부터 내년 1월 말까지 운영할 미래비전TF를 통해서다. 영화제는 올해 열 돌을 맞아 심상정 정의당 의원, 건축가 승효상, 발레리나 강수진,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소설가 장강명 등 명사 10인이 꼽은 ‘내 생애 최고의 다큐 10편’을 소개한다. 페르난도 솔라나스(아르헨티나), 아비 모그라비(이스라엘) 등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거장들도 방한해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한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GS, 5년간 20조 투자·2만1000명 채용한다

    GS, 5년간 20조 투자·2만1000명 채용한다

    허창수 “도전·투자로 미래 먹거리 창출” 지난 3년간 평균 투자액보다 25% 증가 中企·스타트업과 상생 생태계도 확대GS그룹이 향후 5년간 20조원을 투자하고 2만 1000명을 신규 채용한다. 그룹의 핵심 사업인 애너지 부문에 14조원을 투자하는 등 신성장 사업과 해외 진출 등에 속도를 높이는 한편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과의 상생 생태계도 확대한다. “변화의 본질을 읽고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허창수 GS 회장의 경영철학과 함께 최근 삼성과 현대차 SK, LG, 신세계, 한화 등 주요 그룹으로 확산되고 있는 대규모 투자·고용 확대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GS는 26일 “미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 확보와 핵심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함께 범국가적 혁신성장 노력에 동참하고자 향후 5년간 20조원을 투자하고 2만 1000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계획에 따르면 GS의 연평균 투자금액은 약 4조원으로, 지난 3년간 평균 투자액인 3조 2000억원보다 25%가량 증가한 규모다. GS의 3대 핵심 사업 부문별로 에너지 부문에 14조원, 유통 부문에 4조원, 건설 및 서비스 등에 2조원을 투자한다. GS의 핵심 계열사인 GS칼텍스는 전남 여수 제2공장 인근에 2021년까지 연간 에틸렌 70만톤, 폴리에틸렌 50만톤을 생산할 수 있는 올레핀 생산시설에 투자하고, GS에너지의 친환경 분산형 전원인 집단에너지 분야, 자회사인 GS파워의 안양 열병합발전소 증설 공사 등에도 집중 투자를 한다. 민간 발전회사인 GS EPS의 바이오매스, 풍력 및 에너지저장장치(ESS)와 GS E&R의 신규풍력단지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 확대에도 박차를 가한다.유통 부문에서는 GS리테일의 편의점 ‘GS25’의 베트남 진출과 GS슈퍼마켓의 해외 사업 확대, GS홈쇼핑의 벤처 투자 확대 등도 속도를 낸다. GS건설은 개발 및 운영사업의 확대와 플랜트 기획 제안형 사업에 집중 투자하고, 남북 경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미래 투자에 대비한다. GS글로벌은 원유와 석탄 등 원료 생산부터 판매, 발전 사업까지 에너지 전 분야를 아우르는 밸류체인 구축 등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이 같은 사업 확대와 근로시간 단축제도 시행 등과 맞물려 고용도 늘린다. GS는 향후 5년간 2만 1000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으로, 5년간 연평균 신규 채용 인원은 4200명 이상으로 지난 3년간 평균(3800명)보다 10% 이상 늘어난 규모다.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등과의 상생 생태계 조성에도 나선다. GS칼텍스는 중소 협력사의 자금 및 자금유동성 확대를 위해 기존 상생펀드의 금액을 1000억원 늘리고 지원 대상도 70여개에서 150여개 회사로 확대하기로 했다. GS리테일은 편의점 가맹점주의 전기료 지원금 등으로 향후 5년간 4000억원을 지원한다. 한편 GS는 지난 24~25일 강원도 춘천 엘리시안 강촌리조트에서 ‘GS 최고경영자 전략회의’를 열었다. 허창수 회장과 허진수 GS칼텍스 회장 및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사업본부장 등 60여명은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등 기술 혁신이 가져올 산업의 변화와 대응 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댔다. 허창수 회장은 “끊임없는 도전과 과감한 투자를 통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해 나가야 한다”면서 “이 같은 노력이 지속돼야 한 단계 더 도약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시대적 요구에도 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법원의 잇단 영장 기각···검찰 기각 사유 조목조목 공개하며 반발

    법원의 잇단 영장 기각···검찰 기각 사유 조목조목 공개하며 반발

    고영한 전 대법관 등 전현직 판사 압수영장 또 무더기 기각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등 전·현직 판사들의 압수수색 영장이 또 무더기 기각되자 검찰이 기각 사유를 조목조목 공개하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26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 의혹과 관련해 고 전 처장과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으로 근무한 전·현직 판사 수 명의 자택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이날 모두 기각됐다. 검찰은 고 전 처장이 사건 주심을 맡았던 전국교직원노조 법외노조 상고심에서 의심되는 정황과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관심을 보인 대법원 계류 사건의 재판연구관 보고서 유출 등에 고 전 처장 등이 관여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영장이 기각되자 검찰은 법원의 기각 사유를 상세하게 공개하며 반발했다. “고 전 대법관이 직접 문건을 작성하거나 보관하고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이 해당 재판보고서를 작성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보낸 사실을 다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압수수색으로 취득하고자 하는 자료를 생성하거나 보관하고 있을 개연성이 부족하다”, “재판연구관실 압수수색은 재판의 본질적인 부분 침해가 우려된다”, “현재 대법원에 본안 사건이 진행 중이므로, 재판의 본질적인 부분 침해가 우려된다”, “법원행정처의 검토·보고문건이 재판의 형성과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 “압수수색에 앞서 먼저 소환조사나 임의제출을 요구하라” 등 검찰이 공개한 영장 기각 사유다. 검찰 관계자는 “판사의 심정적 추측을 아무 근거 없이 압수수색 영장 기각 사유로 든 것은 처음 본다”며 “수사 대상자가 어떤 태도를 보일지 조사도 하기 전에 어떻게 알 수 있나. 재판의 본질을 침해한 범죄 혐의 수사를 하고 있는데 수사를 하면 재판의 본질을 침해한다며 영장을 기각한 것도 수사를 막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40년지기’ 같은 날 2심…박근혜 25년, 최순실 20년

    ‘40년지기’ 같은 날 2심…박근혜 25년, 최순실 20년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 박근혜(66) 전 대통령과 그의 ‘40년 지기’인 ‘비선 실세’ 최순실(62) 씨는 24일 같은 법정에서 연달아 항소심 심판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김문석)는 24일 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1심의 판단을 깨고 징역 25년과 벌금 200억원을 선고했다. 앞서 1심은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지난해 10월 1심 재판 도중 보이콧을 선언한 이후 내내 법정에 불출석하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은 이날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지자들이 재판장에 출석해 “이게 재판이냐, 김문석은 역적이다. 그렇게 법을 배웠느냐”라고 고함을 쳤다. 박 전 대통령과 함께 공범으로 기소된 최순실씨에겐 ‘이화여대 학사비리’ 사건으로 별도 재판받은 점을 고려해 1심과 같은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다만 벌금액수는 박 전 대통령과 같이 200억원으로 늘었다. 최씨는 선고를 듣고 방청석을 한번 둘러본 후 조용히 구치감으로 이동했다. 최순실씨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선고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후삼국 시대 궁예의 관심법이 21세기에 망령으로 되살아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판부가 삼성·롯데·SK 등 그룹 총수들이 박 전 대통령에게 ‘묵시적 청탁’을 했다고 인정한 것을 비판하며 “앞으로 합리적이고 철저한 제약 없이 묵시적 공모가 확대 적용되면 무고한 사람(죄인)을 많이 만들 것”이라며 “이를 배척하지 못한 것은 법리가 아닌 용기의 문제”라고 비판했다.재판부는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에겐 1심보다 1년 낮은 징역 5년과 벌금 6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우선 핵심쟁점이었던 삼성의 뇌물 제공 부분에서 1심이 무죄로 판단한 영재센터 후원금도 뇌물로 인정했다. 삼성그룹 내에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작업에 대한 ‘포괄적 현안’이 존재했고, 이를 두고 박 전 대통령과의 사이에 묵시적인 청탁이 존재했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대표적인 근거로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평가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하는 과정에 박 전 대통령의 지시나 승인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은 1심처럼 뇌물로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다른 기업들처럼 불이익을 우려해 출연금을 냈을 뿐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승마 지원 부분에서도 1심과 일부 달리 판단했다. 1심은 삼성이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게 승마 지원금 213억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한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적어도 당초 합의한 2018년 아시안게임 때까지는 정유라에 대한 승마 지원을 목적으로 액수 미상의 뇌물을 수수하겠다는 확정적인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1심처럼 말 소유권이 최씨에게 넘어간 점도 인정했다. 다만 말 보험료 2억여원은 제외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롯데그룹이 K스포츠재단에 추가로 70억원을 지원한 것도 1심처럼 월드타워 면세점의 특허 재취득을 위한 뇌물로 인정했다. 명시적 청탁은 없었더라도 묵시적으로 부정한 청탁이 오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1심이 유죄로 인정한 포스코, 현대차그룹, 롯데그룹과 관련한 직권남용 혐의,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사건에서도 일부 피해자에 대해서는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큰 틀에서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유무죄 판단을 마친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을 향해 “국민에게서 위임받은 대통령 지위와 권한을 남용해 기업의 재산권과 기업경영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부도덕한 거래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하고 시장경제 질서를 왜곡시킨다”며 “이를 바라보는 국민에게 심각한 상실감과 함께 우리 사회에 대한 깊은 불신을 안겼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이 범행으로 헌정 사상 초유의 탄핵 사태를 맞았고 그 과정에서 국민과 사회가 입은 고통의 크기가 헤아리기 어려운데도, 범행을 모두 부인하며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최씨에게 속았다거나 수석들이 한 일이라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책임을 주변에 전가했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법정 출석을 거부한 것도 따끔히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정당한 이유 없이 법정 출석을 거부함으로써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진실이 밝혀지길 기대하는 국민의 마지막 여망마저 철저히 외면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공범인 최씨에 대해선 “피고인의 범행으로 국정질서가 큰 혼란에 빠지는 등 그 결과가 중대한데도 당심에 이르기까지 ‘국정농단 사건’이 기획된 것으로서 자신이 오히려 피해자라는 등 변명으로 일관했다”고 질타했다. 다만 “피고인이 이미 업무방해죄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아 확정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안 전 수석에게는 “대통령의 핵심 참모였던 피고인은 대통령의 잘못된 결정이나 지시에 대해 직언을 하고 바로잡을 위치에 있었다”며 “단지 대통령의 지시에 따랐다는 이유만으로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국정농단’ 박근혜 2심 징역 25년, 벌금 200억원…“묵시적 청탁 존재했다”

    ‘국정농단’ 박근혜 2심 징역 25년, 벌금 200억원…“묵시적 청탁 존재했다”

    ‘국정농단’ 사태의 정점으로 지목돼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심에서 형이 가중됐다. 특히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이 뇌물 관계 형성의 근거로 꼽혔던 ‘포괄적 현안’(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대해 2심 재판부는 ‘묵시적 청탁’을 인정했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김문석)는 24일 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선고공판을 열고 그에게 징역 25년과 벌금 200억원을 선고했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징역 24년 및 벌금 180억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우선 핵심 쟁점이었던 삼성의 뇌물 제공 부분에서 1심이 무죄로 판단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16억 2800만원)도 뇌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또 삼성그룹 내에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에 대한 ‘포괄적 현안’이 존재했고, 이를 두고 박 전 대통령과의 사이에 묵시적인 청탁이 존재했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본 것이다. 대표적인 근거로 재판부는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으로 평가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하는 과정에 박 전 대통령의 지시나 승인이 있었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204억원)은 1심처럼 뇌물로 보기 힘들다고 했다. 다른 기업들처럼 불이익을 우려해 출연금을 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승마 지원 부분에 있어서도 1심과 달리 판단했다. 1심은 박 전 대통령이 최씨와 공모해 이 부회장으로부터 정유라씨의 승마 지원비 등 433억원 상당의 뇌물을 받거나 약속한 혐의 중 72억 9000여만원을 뇌물액으로 인정했다. 또 삼성이 정씨에게 승마 지원을 약속한 부분은 무죄로 봤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이 가운데 말을 지원하기로 약속한 부분 등은 유죄로 인정했다. 또 1심처럼 말 소유권이 최씨에게 넘어간 점은 인정하면서도 말 보험료 2억여원은 제외해야 한다는 판단을 냈다. 재판부는 1심이 유죄로 인정한 포스코, 현대차그룹, 롯데그룹과 관련한 직권남용 혐의 등에 대해서도 일부 피해자에 대해서는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국민에게서 위임받은 대통령 지위와 권한을 남용해 기업의 재산권과 기업경영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했다”면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부도덕한 거래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하고 시장경제 질서를 왜곡시킨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에게 심각한 상실감과 함께 우리 사회에 대한 깊은 불신을 안겼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그럼에도 피고인은 범행을 모두 부인하며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최씨에게 속았다거나 (당시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이 한 일이라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책임을 주변에 전가했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법정 출석을 거부한 것도 따끔히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정당한 이유없이 법정 출석을 거부함으로써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진실이 밝혀지길 기대하는 국민의 마지막 여망마저 철저히 외면했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IT 신트렌드] 차세대 CPU 개발 나선 미국/추형석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IT 신트렌드] 차세대 CPU 개발 나선 미국/추형석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컴퓨터의 본질적 역할은 계산이다. 컴퓨터 역사를 보더라도 컴퓨터는 핵물리 실험 모사 장치로써 본격적으로 활용됐다. 이를 기점으로 과학기술도 관측과 실험 위주에서 시뮬레이션 영역으로 변했다. 과학적 시뮬레이션은 더 정확하고 빠른 예측을 위해 막대한 계산이 필요하다.슈퍼컴퓨터는 계산 기능을 극대화한 시스템이다. 현재 슈퍼컴퓨터는 엑사플롭스(초당 100경번 연산) 시스템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엑사플롭스는 가능할까.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는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 ‘서밋’으로 122페타플롭스(초당 12경번 연산)의 성능을 갖고 있다. 현재 기술력과 엑사플롭스 시스템의 성능 격차는 약 8배다.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서는 컴퓨터 계산의 핵심인 중앙연산처리장치(CPU)의 성능향상이 필수적이다. CPU는 무어의 법칙에 의해 18개월마다 2배의 성능향상을 달성해 왔다. 이 법칙이 통용된다면 엑사플롭스 시스템 개발에는 54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2022년쯤에는 최초의 엑사플롭스 시스템이 등장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최근 CPU 성능이 2배 향상되는 데 필요한 시간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CPU 공정상 물리적 한계가 걸림돌 중 하나다. 보통 10㎚(나노미터) 미만의 CPU 공정에서는 전자가 트랜지스터를 그대로 통과해버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개발에 필요한 시간이 새로운 CPU 개발을 늦추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2022년 엑사플롭스 시스템을 운영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여러 난제 속에서도 과학기술 강국이자 슈퍼컴퓨터 선도국의 입지를 다지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실제로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에서 차세대 CPU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2억 1600만 달러가 투입되는 연구를 위해 이달 연구진을 선정하는 등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특히 3차원 CPU 설계가 목표라 기존과 차별화된 접근을 취한다. 세계 최고 슈퍼컴퓨터를 보유한다는 것은 누구도 해결하지 못한 영역의 문제를 풀 수 있다는 말이다. 지난 6년간 정상을 차지했던 중국도 2020년까지 엑사플롭스 시스템을 개발하겠다고 나섰다. 우리에겐 부러운 일이지만 미국과 중국의 대결 또한 기대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저거 정치 판결 아니야?” 오해 키우는 ‘판사님 재량’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저거 정치 판결 아니야?” 오해 키우는 ‘판사님 재량’

    벌금 100만원 이상일 때 ‘당선무효’ 90만원刑에 그치는 ‘온정주의’ 남발 검찰은 ‘선거범죄구형표’ 기준 활용여느 형사재판과 다르게 선거재판은 죄를 처벌하는 기능을 넘어 또 다른 기능을 수행한다. 바로 당선무효 기능이다. 공직선거법 264조에 따라 선거법을 위반해 신체형이나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당선이 취소된다. 덕분에 선거재판 선고일의 관심은 온통 정치인에게 가해지는 형이 징역형인지, 벌금형이라면 100만원 이상인지에 맞춰진다. 형사재판의 원초적 기능이야 처벌이고 당선무효 여부는 부수적 사안이어야 하겠지만, 선거재판 방청석에 앉은 이들은 온통 당선무효 여부에만 촉각을 곤두세운다. ‘질소’를 산 것인지 ‘과자’를 산 것인지 헷갈리는 한국 과자처럼 재판의 본질이 유무죄가 아니라 당선무효 여부로 전도된 것이다. 결국 당선무효인지, 아닌지를 가리는 오엑스(O/X)의 단순 선택이 됐지만, 선거재판 결과를 예상하는 일은 다른 형사재판에 비해 훨씬 어렵다. 형사재판이 다루는 다른 여러 혐의들처럼 선거재판에서도 2009년 이후 양형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 양형 기준이 당선 유·무효를 가르는 ‘100만원’이란 기준과 동떨어져 설정된 탓이다. 예컨대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제시한 선거범죄 양형 기준에 따르면 후보자를 비방하기 위한 허위사실공표죄를 저질렀을 때 징역 8개월 이하, 혹은 100만~500만원의 벌금형을 부과한다. 비방 정도가 약하거나 전파성이 낮았을 때, 상대 후보 측이 선거 전후에 처벌을 원하지 않을 때 등 감경 요인이 있다면 재판부는 형량을 50만~150만원 사이 벌금형으로 낮출 수 있다. 감경 요인을 감안해 재판부가 내릴 수 있는 벌금형 범주 안에 당선무효 기준 벌금액인 100만원이 들어 있으니, 당선 유·무효를 가르는 재량은 전적으로 법원이 쥐는 셈이다. 선거구 주민들에게 금품·향응을 베풀었을 때 적용되는 기부행위 관련 법규를 위반했을 때에도 사정은 비슷하다. 기부행위 금지 조항을 어겼을 때엔 10개월 이하의 징역형이나 100만~500만원 벌금형이 양형 기준으로 설정돼 있다. 만일 친분 관계 때문에 기부행위 위반이 우연히 벌어졌거나 선거에 불출마하는 등 감경 요인이 생겼다면, 재판부는 형량을 50만~300만원 사이에서 선고할 수 있다. 매수죄의 경우 감경해도 100만원 이상 형을 선고하는 양형 기준을 채택하고 있지만, 당내 경선 관련 매수죄를 범했을 때 감경 양형은 50만~300만원으로 범위가 넓다. 이 같은 선거범죄 처벌 체계는 재판에 두 가지 현상을 만들어 냈다. 일단 감경 범위 안으로 들어온 범죄에 대해 벌금 90만원형이 남발되는 ‘온정주의’가 첫 번째이다. 두 번째로 법관의 양형 재량이 과도하게 커지면서 선거재판 결과 예측이 어려워지고, 선고 때마다 ‘정치적 판결’이란 비판이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법원과 다르게 검찰은 내부적으로 50만원씩 구간을 나눈 선거범죄 구형표를 활용한다. 한 검사는 “정치적 선거범죄 수사·재판을 하려면 명확한 기준을 따라야 뒷말이 안 생긴다”며 우회적으로 법원을 비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백종천의 한반도 기상도] 3축 3단계 ‘완전한 비핵화’ 로드맵을 제안한다

    [백종천의 한반도 기상도] 3축 3단계 ‘완전한 비핵화’ 로드맵을 제안한다

    2018년 8월 20일인 현재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두 달이 지났지만, 북한 비핵화는 교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일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기대로 끝났다.북한은 ‘선(先) 종전선언’을, 미국은 ‘선(先) 비핵화 조치’를 주장하면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 양측은 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부질없는 기 싸움을 하고 있다. 그나마 북·미 정상 간 ‘친서외교’에 이어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설이 나돌고 있어 다행이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 해체, 미군 유해 송환 등 본질적 비핵화와 거리가 먼 신뢰 조성 차원의 조치만 취하자 미국은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등으로 응답했다. 북한은 자신들의 ‘성의 조치’에 상응해 미국이 ‘종전선언’에 동의해 나오도록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북한이 더 본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미국과 북한이 각각 주장한 ‘선 비핵화’와 ‘선 종전선언’은 북·미 정상회담 이전의 ‘선 비핵화’와 ‘선 적대정책 폐기’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는 양상이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남북은 이러한 ‘선 비핵화’와 ‘선 적대정책 폐기’ 주장을 접목하는 방안으로 종전선언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때는 6자회담 ‘2·13 합의’에 따라 핵시설의 신고와 불능화가 순조롭게 끝나면 핵 폐기 단계로 진입하기 위한 여건 조성 차원에서 종전선언을 추진했다. 종전선언은 북·미 간 적대관계를 종식한다는 상징적·정치적 조치에 불과하지만,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한다. 이러한 경험에서 보다시피 미국이 종전선언의 필요조건으로 북한의 본질적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이처럼 부질없는 북·미 간 대립과 갈등을 해소하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북·미 또는 남·북·미가 북한 비핵화와 체제 보장, 제재 완화를 포함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야심 찬 로드맵을 만들어 추진해야 한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최단 기간 내에 최소 단계를 거쳐 압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3축 3단계 완전한 비핵화 로드맵’을 제안한다. 북한 비핵화 완료 시점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임기를 고려해 2020년 말까지로 정하고, 비핵화 단계는 초기·중간·종말 3단계로 최소화해 비핵화와 체제 보장 및 제재 완화 등 세 개의 핵심 내용을 단계적·동시적으로 균형 있게 맞교환해 상호 신뢰를 구축함으로써 안정적으로 북한 비핵화를 추진하자는 것이다. ‘3축 3단계 완전한 비핵화 로드맵’의 초기 단계는 올해 말까지로 정해 북한이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관련한 모든 시설을 동결하고, 1994년에 북한이 탈퇴했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초청해 감시·검증 등을 허용하는 것과 더불어 핵 및 ICBM과 관련한 모든 물질과 기술의 대외 이전을 금한다. 미국은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및 대적성국 교역법 적용 종료 등 적대시 정책을 폐기하고, 남·북·미·중 4자는 종전선언을 추진한다. 동시에 북한에 대한 폭넓은 인도적 지원과 함께 민생 관련 대북 제재를 완화한다. 중간 단계는 2019년 말로 정하고, 종전선언과 동시에 북한은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해 완전하게 신고하고 이에 대한 사찰·검증을 허용함과 더불어 불능화를 개시한다. 중순쯤 4자 외교장관회의를 개최해 그간의 이행 여부를 확인하고 북한 체제 보장 방안을 논의해 연말까지 완료한다. 연말까지 대북 제재 중 광물 수입과 노동자 수입, 대외 경협을 제외한 모든 제재를 완화한다. 종말 단계는 2020년 말로 정하고, 연초에 2차 4자 정상회담을 개최해 그간의 약속 이행 여부를 확인하고 북핵 폐기와 평화협정에 대한 원칙과 일정을 확정한다. 중순쯤 6자 외교장관회의를 개최해 그간의 이행을 점검하고 6자 정상회담 일정 등을 협의한다. 연말쯤 6자 정상회담을 열어 완전한 핵 폐기와 동시에 평화협정을 조인하고 지역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구축을 선언한다. 북한에 대한 모든 제재를 철회하고 북한에 대규모 경제 지원을 약속한다.
  • [색다른 인터뷰] ‘입법 미비’ 이유로 비겁하게 숨은 법원…1심은 안희정 아닌 김지은 재판이었다

    [색다른 인터뷰] ‘입법 미비’ 이유로 비겁하게 숨은 법원…1심은 안희정 아닌 김지은 재판이었다

    여성운동을 이끌어 온 활동가들은 ‘안희정 재판’이 남성 편향적인 한국 사회의 틀을 바꿀 변곡점이 되리라 기대했다. 자신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미투’(나도 피해자다) 운동에 대한 제도권의 첫 응답이었기 때문에 많은 여성운동가들이 재판에 주목하고 참여했다. 그러나 1심 법원이 수행비서 김지은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활화산처럼 타오른 미투의 분노와는 달리 우리 사회의 지반은 여전히 여성들에게는 동토(凍土)임을 확인해 줬다. 공판을 처음부터 끝까지 방청한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권김현영(42)씨가 지난 17일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재판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계속 재판을 방청한 이유는 무엇인가. -‘위력에 의한 간음죄’가 재판까지 가는 경우가 흔치 않다. 피해자가 나서기도 어렵고 법정에서 제대로 평가받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미투 운동이 여기까지 밀어붙인 셈이다. 더욱이 안희정은 내가 20년간 성폭력 상담과 관련 운동을 하면서 봐 온 피의자 중 권력이 가장 센 사람이었다. →안희정의 권력도 이미 끝난 것 아닌가. -방청 과정에서 엄청난 권력자라는 걸 새삼 느꼈다. 선고공판 당일 새벽 6시 전에 방청권을 얻기 위해 가장 먼저 법원 앞에서 줄을 선 이들이 안희정의 지지자들이었다. 변호사들의 조력도 남달랐다. 재판관을 주로 상대하는 중년 여성의 변호사, 증거 채택 문제에 집중한 두 남성 변호사, 피해자에게 송곳 같은 질문을 던진 젊은 여성 변호사 등 안희정의 변호인단은 전략적으로 치밀했다.→김씨 측은 어떠했나. -김지은을 지지하고 도운 사람들 가운데 남성 변호인이나 전문가는 한 명도 없다. 그 많던 남성 인권변호사들이 모두 외면했다. 한 줌의 여성들이 어떻게든 해보려고 나섰다. 재판 전체가 ‘위력이 행사되는 장’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유죄를 예상했나. -재판이 진행될수록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재판부가 이 사건의 쟁점을 위력이 존재하는지와 위력이 실제로 행사됐는지로 쪼개서 본다고 말했다. 그러자 변호인이 바로 “저희도 그것을 중심으로 재판을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검찰은 “위력 간음죄를 총체적, 맥락적으로 보겠다”고 했다. 재판부와 안희정 측 변호인단이 대화가 잘 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판결 가운데 가장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은 무엇인가. -책임을 입법에 돌린 점이다. 판사는 ‘비동의 간음죄’(No means no rule)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무죄를 선고한 것처럼 말했다. 그런데 비동의 간음죄보다 권력형 성폭력 범죄를 더 확실하게 처벌할 수 있는 게 ‘위력에 의한 간음죄’다. 이 조항은 한국과 일본에만 있다. 비동의 간음죄가 있는 서방 국가도 권력형 성폭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미투가 계속 터져 나오니까 오히려 위력에 의한 간음죄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위력에 의한 간음죄(형법 303조)와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성폭력 처벌법 10조)가 다 있다. 이 조항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되는데 비겁하게 입법 미비로 책임을 돌렸다. →‘비동의 간음죄’ 입법이 굳이 필요 없다는 뜻인가. -비동의 간음죄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비동의 간음죄는 ‘노’(No)라 말했을 때 상대가 ‘노’를 수용해야 한다는 것인데, 위력 관계에서는 ‘노’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때문에 비동의 간음죄는 부부나 친구 관계 등에서 발생한 성폭력을 처벌하는 데 유효한 조항이다. →위력에 의한 성폭행이라는 본질을 외면한 채 입법 논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인가. -그렇다. 미투가 비동의 간음죄 입법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입법 물타기’를 경계한다. 이번 판결은 법이 문제가 아니라 판사의 재량에 따라 본질이 왜곡된 게 문제다. 재판부 탄핵이나 젠더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성폭력 전담 재판부를 만드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 →위력에 의한 간음죄 처벌이 보편화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피해자들이 숨었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법정까지 갔을 때 잃는 게 너무 많다. 직장 여성으로서 커리어를 다 포기하고 재판을 시작해야 하니까 입을 닫는다. 김지은의 안희정 고발은 미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피해자가 용기 내기 어려운 사회였는데 미투 이후에 달라졌다. 이런 변화 속에서 법원이 “이제 우리가 가진 법을 활용할 수 있다”고 응답했어야 했다. →재판부가 판결문에 ‘성적자기결정권’ 등 여성주의 용어들을 언급하며 신경을 쓴 모습이 보인다. -우리가 재판부에 낸 의견서에 쓴 용어들을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면서 쓴 것 같다. 대표적인 게 ‘성적자기결정권’과 ‘성인지 감수성’이다. 성적자기결정권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고 침해당해선 안 되는 권리이지 행사해야 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재판부는 김지은한테 왜 그걸 행사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마치 ‘돈이 있는데 왜 쓰지 않느냐’고 책임을 묻는 꼴이다. 성적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않은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게 아니라 그걸 침해한 사람을 처벌해야 한다. 재판부는 김씨의 성인지 감수성도 문제 삼았다. 그런데 성인지 감수성은 재판관이 가져야 하는 것이다. 법관이 성인지 감수성을 갖고 성인지 감수성이 없는 안희정을 재판해야 하는 것이란 말이다. →‘김씨가 피해자답지 않게 행동했다’는 재판부의 판단도 논란이 되고 있다. -피해자답지 않다고 지적된 행동 대부분이 업무의 연장선에 있었던 일들이다. 강간 다음날 순두부를 챙겨 줬다고 하는데, 식사 챙기는 것은 권력자를 상사로 둔 비서의 기본 업무이다. 제대로 챙기지 않으면 상사가 짜증을 내는데 안 할 수 있겠나. →이번 판결에 가장 분노하는 이들이 여성 직장인들인 것도 그 때문인가. -그렇다. 비단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 직장인들도 위력에 의한 등산, 위력에 의한 회식으로 고통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전날 저녁 상사가 술자리에서 욕하고 때렸어도 다음날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출근해야 하는 게 직장 내 ‘을’들의 현실이다. 김지은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여기에 성이 개입되니까 ‘이상하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 전체가 ‘피해자다움’을 강요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성폭력을 당한 여성들은 다 쓰러져 있고, 인생 포기하고, 자살을 기도할 거라는 편견이 있다. 그런데 대다수 피해자들은 당장은 그렇게 못 한다. 대부분이 얼어붙는다. ‘내가 어제 뭘 겪은 거지’라고 그 일을 소화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김지은이 수행비서에 채용된 지 불과 3주 만에 첫 간음이 일어났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거다. 그리고 두 달간 3번의 성폭행이 일어났다. 김씨는 비서가 된 후 “이제 너는 안희정 사람”, “정치판에서는 평판이 전부”라는 이야기를 매일 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나만 가만히 있으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성폭력 피해자들은 자신의 피해를 사소화시키는 과정을 겪는다. 김지은도 그 과정에 있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고 ‘위력의 존재’가 곧 ‘위력의 행사’는 아니지 않나. -물론 양자를 동일시할 수 없다. 그런데 재판부는 안희정에게 ‘위력’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의 행사 여부를 증명할 때는 김지은에게 “왜 성적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갑자기 주어가 달라진 거다. 재판부는 안희정한테 “큰 권력을 가진 사람이, 그렇게 인권을 강조하던 사람이 왜 참모한테 그런 행동을 했느냐”고 한 번도 묻지 않았다. 안희정 재판이 아니라 김지은 재판이었다. 안희정이 “외롭다. 안아 달라”고 한 것 자체가 위력의 행사인데도 말이다. →위력에 의한 간음죄가 너무 넓게 인정되면 부하 여직원과의 불륜을 모두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다. 불륜은 둘이 좋아서 하는 것이다. 보통 위력에 의한 간음죄 재판에서는 둘이 진짜 연인이었는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같이 찍은 사진이나 하트를 보낸 문자가 있는지, 데이트를 한 흔적이 있는지 등이 주요 쟁점이다. 위력 관계 속에서도 상호 동의에 의해서 위력이 무력화될 수 있는 연인 관계로 전환됐는지도 중요하다. 그런데 안희정 재판의 쟁점은 이게 아니었다. 오히려 피해자에게 성적자기결정권 행사 여부를 물었다. 안희정은 둘이 연인이었다는 증거를 하나도 제출하지 못했다. →여성들의 분노가 남성 혐오로 흐르는 측면도 있다. 성평등 사회로 가려면 결국 남성과 함께 가야 하는 것 아닌가. -여성들만의 힘으로 1심까지 왔다면 2심에서는 남성들의 동참이 절실하다. 남성들도 겪었던 갑질 횡포에 대한 증언과 자백이 나와야 한다. 생물학적 성별을 떠나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으로서 여성들과 얼마든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공감하는 그 지점을 찾아내는 것은 남성들의 몫이다. 위력에 의한 모욕에 숨죽일 수밖에 없는, 영혼이 죽어 가는 모습들이 얼마나 많은가. →미투 이후 남성들의 젠더 감수성도 발전하고 있지 않나. -그간 남성들이 많이 놀랐을 거라고 생각한다. 강의를 하면서 여성이 겪는 폭력의 현실을 얼마나 몰랐는지 고백하는 남학생들도 많이 만났다. 밤에 택시 타고 들어갈 때 여성이 “잘 들어갔느냐”고 안부 문자를 보내면 남성은 이를 호감으로 오해한다. 그러나 이 문자는 위험 사회에 노출된 여성들의 일상의 언어이다. 이런 현실을 남성들이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 보수 정권에 비해 젠더 감수성이 진일보한 측면이 있지 않나. -현 정부는 ‘386 진보 남성’의 한계에 갇혀 있다. 보수의 한계와는 또 다르다. 진보 쪽 남성들은 자신이 다른 남성보다 낫고 매력적이라고 착각하며 여성들이 모든 것에 동의했다고 말하고 싶어 한다. 보수 남성들이 ‘왕’처럼 군림했다면 진보 남성들은 ‘왕자병’에 걸린 것 같다. 보수는 여성의 입을 막았고 진보는 듣는 척하지만, 결국 ‘너도 동의했잖아’라고 치부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나도 페미니스트다”라고 선언했지만, 페미니즘은 선언이 아니라 실천의 문제이다. 선언만으로는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다. →항소심은 어떻게 예상하나. -항소심이든 대법원이든 이겨야 한다. 1심 재판부는 안희정 편이었다. 검찰이 제기한 모든 문제에 아무것도 답하지 않았다. 대법 판례를 볼 때 폭행, 협박이 없고 김지은보다 상황이 더 안 좋은 사건에도 유죄를 내린 경우가 있다. 이번처럼 끝까지 싸우려는 피해자가 등장했을 때 권력형 성폭력 문제가 진전되어야만 한다. 여기서 이겨야 다른 피해자들도 용기를 낸다. 이창구 사회부장 window2@seoul.co.kr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권김현영은 누구 1994년 대학에 들어간 이후 줄곧 여성운동을 해 왔다. 대학 총여학생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대학원 졸업 후 이화여대, 연세대, 성균관대,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에서 강의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등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자문위원도 맡고 있다. ‘한국 남성을 분석한다’ ‘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 등 다수의 책과 연구논문을 냈다. 지난 18일 안희정 무죄에 항의하기 위해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열린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집회에 참여했다.
  • 정책 수정 vs 소득 주도… 정부·靑 고용대책 엇박자

    정책 수정 vs 소득 주도… 정부·靑 고용대책 엇박자

    김동연 “기존 경제정책 필요하면 개선” 장하성 “현 정책 안정되면 일자리 늘어” 민주당, 상가 임대료 등 구조 개선 추진 전문가 “안일한 대응, 고용 참사 키웠다”‘지난달 취업자 수 5000명 증가’라는 고용 참사로 당·정·청이 19일 긴급 회동했지만 시각차는 여전했다. 청와대는 기존의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정책을 지속할 뜻을 밝혔지만 기획재정부는 그간 추진한 경제정책을 수정하는 방향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안일한 대응이 고용 참사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청 긴급회동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고용 문제가 어려운 것은 구조 요인, 경제 요인, 정책 요인이 작용한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규제개혁과 미래성장 동력 등 혁신성장 가속화를 통해 민간의 일자리 창출력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이어 “추진한 경제정책도 그간의 효과를 되짚어 보고 필요한 경우에는 관계 부처와 당과 협의해 개선, 수정하는 방향도 검토하겠다”면서 “우선 일자리 상황 및 추경을 속도감 있게 하고 내년 재정 기조를 확장적으로 운용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면서 “청년과 노인, 저소득층 소득을 확대하고 가계 지출을 줄여 주는 방향으로 예산을 편성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우리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정책들이 효과를 내기 시작하면 저소득층과 중산층이 성장의 성과를 체감하고 고용 상황도 개선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기존 정책을 계속할 뜻을 밝힌 것이다. 장 실장은 “자영업자 대책과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면 자영업자 상황이 일부 개선되고 일부 산업에서 진행되는 구조조정이 안정화되면 고용 상황도 좋아질 것이라고 판단한다”면서 “송구스러운 마음으로 감히 말씀드린다. 정부를 믿고 조금만 기다려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앞으로 정책의 변화 가능성은 여당에 달려 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좀처럼 고용 여건이 개선되지 않은 구조적 문제가 뭔지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서 적절한 대책을 내놓겠다”면서 “진단이 정확해야 올바른 대책도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여당 지도부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본질은 높은 상가 임대료, 카드 수수료, 가맹본부의 갑질 등 구조적 문제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 융통성 부족한 주52시간제의 시행 등을 고용 부진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현실을 냉정하게 보고 실수를 인정하고 궤도 수정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상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장 실장과 김 부총리가 담론투쟁하는 듯한 모습이 보기 좋지 않다”면서 “차분하게 정책 대응을 해도 모자랄 판에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2018 서울미래유산 그랜드 투어] 일제 암흑기·근대 새벽의 경성…구보씨의 고독한 하루를 걷다

    [2018 서울미래유산 그랜드 투어] 일제 암흑기·근대 새벽의 경성…구보씨의 고독한 하루를 걷다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8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14회 서울의 문학1(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하루)편이 지난 14일 진행됐다. 여름 야행 세 번째 행사가 치러진 이날 여름의 마지막 몸부림이 느껴졌으나 서울미래유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진 못했다. 예약하지 않고 현장으로 직접 오거나 현장에서 일행을 따라나선 이들도 있어 준비된 오디오 가이드 시스템과 쿨 스카프가 동났다.이날 투어는 집결 장소인 청계광장의 소음을 피해 한국관광공사 2층 관광안내센터 ‘K-STAR 존’으로 이동,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쾌적하게 시작했다. 서울 중구 다동 10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는 구보의 옛 집터(다옥정 7번지)이다. 청계천을 따라 광교까지 나간 뒤 화신백화점(종로타워)을 보고, 나석주 열사의 동상이 서 있는 옛 동양척식주식회사(하나은행 본점)~조선은행(한국은행 화폐박물관)~소공로 낙랑파라(더플라자호텔)~숭례문~경성역(서울로7017) 구간을 걸었다. 해설을 맡은 최서향 서울도시문화지도사는 구보의 동선을 안내하면서 소설 속의 적절한 장면을 낭독했다. 참가자들은 문학 향기를 음미하면서 몰입했다. 1930년대 경성과 박태원이라는 소설가, 주인공 구보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구보가 배회했던 1930년대의 서울, 식민지의 수도 경성은 어떤 도시였을까. 일제강점기의 암흑과 근대의 새벽이 공존하는 이 시기는 식민 잔재라는 이름으로 혹은 근대유산이란 이름으로 서울 도시 공간 곳곳에, 사람들의 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다. 도시는 자연환경의 개조이고, 근대성의 임상실험이다. 이 시기 식민지 도시문화와 도시계획이 만들어 낸 지층이 우리가 사는 21세기 서울에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이다. 식민통치기 경성의 외관과 도시민의 내면에는 일본 제국주의가 주입하는 일본식 전통과 일본이 도입한 서구 문물이 혼재돼 있었다. 중국식 전통이나 중국을 경유한 서구 문물에 익숙했던 사람들이 일본으로부터 전해진 서구 문물에 눈을 뜨고, 귀가 열린 게 바로 1930년대 경성의 본질이다. 한국적 근대의 비밀은 한국인이 서구에서 직접 가져오거나, 서구에서 전해진 게 아니라 일본을 거쳐서 받았다는 데 있다. 소설 속 식민지 지식인 구보가 걸었던 소공로와 남대문로의 이국적 풍경과 우울한 독백 또한 여기에서 기인했을 수도 있다.구보가 소설에서 보고, 듣고, 생각한 경성은 사실상 새로운 도시였다. 현대 서울의 기원은 조선의 수도 한성이 아니라 경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선총독부는 1910년부터 30년 동안 경성시구개수 계획과 경성시가지 계획에 따라 경성의 간선도로망을 정비한다는 명목으로 전통적 도심 공간의 구조를 재편했다. 청계천 이북 종로 중심 도시구조를 청계천 이남 경성부청(시청) 중심의 격자형 도시로 뜯어고쳤다.광화문 네거리 정동 쪽을 막고 있던 황토마루(황토현) 고개를 밀고 광화문~남대문에 이르는 남북 간 축선도로 태평로(세종대로)를 뚫었다. 종묘관통선(율곡로)을 만들고, 식민통치 기구와 일본인 거주지가 밀집한 본정통(충무로)과 황금정통(을지로) 중심의 방사상 도로망을 구축했다. 본정통과 남대문의 교차점인 조선은행(한국은행) 앞에 광장을 조성하고, 경성부청과 조선은행 앞 광장을 잇는 장곡천정통(소공로)을 뚫어 연결했다. 동양척식주식회사(하나은행 본점) 등 일제의 경제 수탈기구와 금융기관, 백화점이 명치정(명동)·본정통(충무로)과 이어졌다. 소설의 주인공 구보는 월북 소설가 박태원(1910~1986)의 분신이다. 박태원은 이념을 배제하고 도회적인 풍물과 도시성을 작품의 배경으로 삼았다. 도시를 무대화하면서 전통의 몰락, 가족의 생성과 해체, 물질주의와 환락의 변주, 반복되는 일상을 묘사했다. 도시를 배경으로 개인의 일상을 그려 내면서 내면의식의 추이를 서술하는 모더니즘소설의 경향을 대변하고 있다. 도시 문학의 전형이다. 소설 속 구보는 집을 나서 경성 최고의 백화점을 둘러보고, 전차를 타고, 당대 대표적 건축물인 조선은행을 지나 경성역을 오간다. 낙랑파라로 대표되는 경성의 다방과 술집에서 오가는 대화와 친구와의 만남은 욕망과 소비문화의 분출을 나타낸다. 박태원의 생애에 대해서는 그간 여러 설이 구구했으나 2016년 구보의 장남 박일영이 펴낸 ‘소설가 구보씨의 일생’(문학과 지성사)이 믿을 만하다. 조부 때부터 약방을 운영했고 부친이 약종상으로 공애당약방을 운영했으며 숙부가 양의로서 공애의원을 개업했다는 이유로 그동안 개화한 중인가문 출신이라고 알려졌으나 밀양 박씨 양반 가문임을 족보를 통해 밝혔다. 구보의 첫 부인 김정애는 한약국집 무남독녀로 숙명여학교(숙명여고)를 수석졸업하고 경성사범학교(서울사대) 연수과를 수료한 뒤 진천에서 보통학교 교사를 지낸 신여성이었다. 슬하에 2남 3녀를 뒀다. 영화 ‘괴물’, ‘설국열차’를 연출한 봉준호 감독이 외손자이다.구보는 7살 때부터 소설책에 관심을 보여, 9살까지 춘향전과 심청전 등 집에서 구할 수 있었던 시중의 이야기책 50~60권을 독파했다.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경기고) 재학 중이던 17살 때 본명으로 시 ‘할미꽃’을 발표했고, 18살 때 춘원 이광수에게 사사했으며 스승의 글을 평한 ‘묵상록을 읽고’를 발표하기도 했다. “문학에 인생을 걸 천재에게 정규교육은 불필요하다”면서 휴학, 집에 틀어박혔던 시절도 공개됐다.이상한 머리 모양과 친구 이상과의 우정, 월북 후 ‘갑오농민전쟁’ 출간 스토리가 대표적 이야깃거리다. 23세에 도쿄 법정대학을 중퇴하고 귀국한 구보는 빨간 넥타이에 지팡이를 짚고, 바가지 머리 모양으로 다니면서 장안의 화제 인물이 됐다. 트레이드마크였던 ‘오갑빠머리’에 대해 구보는 ‘나는 내 머리를 다른 이들과는 좀 다른 방식으로 다스리고 있다.… 내 머리터럭은 그저 제멋대로 위로 뻗쳤다. 나는 수없이 빗과 기름을 가지고 이것들을 다스리러 들었다.… 이마 위에 간즈런히 추려가지고 한일자로 짜르는 방법이었다’고 고백했다. 이상과 구보에 대해 ‘자신만큼 아는 사람도 흔치 않다’고 장담한 언론인이자 작가 조용만은 저서 ‘구인회 만들 무렵’에서 ‘이상과 구보는 짝패였다. 이상의 더벅머리와 수염에 대해서 구보의 ‘오갑빠머리’가 한 쌍이었고, 언변에 있어 두 사람이 주고받는 결말을 들으면 포복절도할 만담가의 흥행을 보는 것 같았고…둘이 다 한가한 몸이므로 밤낮 붙어 다니며 노닥거렸다’고 기록했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원장 사진 문희일 연구위원 ●다음 일정:여름야행 4=성수동(서울숲 밤마실) ●일시:8월 18(토) 오후 6~8시 ●집결장소:지하철 분당선 서울숲역 3번 출구 역 구내 ●신청(무료):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go.kr)
  • [사설] 안희정 1심 무죄, 미투운동 본질 훼손되어선 안 돼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어제 1심 재판에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는 형법상 피감독자 간음, 성폭력처벌특별법상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권력적 상하관계에 놓인 남녀가 성관계를 가졌다는 사실만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며 “상대방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정도의 위력이 존재하고 행사돼야 하는데, 안 전 지사가 평소 자신의 위력을 행사하거나 이를 남용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억압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검찰 구형은 징역 4년이었다. 검찰은 항소하기로 했다. 이번 재판은 김지은씨가 지난 3월 5일 방송에 출연해 안 전 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선고까지 이어진 ‘미투 판결 1호’로 세간의 주목을 받아 왔다. 법원이 심사숙고했겠지만, 이번 사건이 가져온 정치·사회적 파장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다. 2심 재판부가 1심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은 ‘업무상 위력’에 대한 판단을 달리할지 지켜볼 일이다. 이번 판결로 미투운동의 본질이 훼손돼선 안 된다. 미투운동은 권력에 억눌린 성폭력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고발함으로써 ‘권력형 성폭력 문화’를 바로잡자는 사회운동이다. 지난 1월 서지현 검사로부터 시작돼 문화계, 정계, 학계 등 각계로 확산된 미투운동은 사회 저변에 만연한 권력형 성폭력 실상의 일부만을 드러낸 것으로 봐야 한다. 불법 촬영 등에서 ‘동일범죄 동일처벌’을 요구하는 여성의 목소리도 성폭력에 대한 저항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미투운동에서 누군가가 억울하게 누명을 쓰는 일은 경계해야 하겠지만, 성적 자기 결정권이 침해당하고도 죄인인 양 숨죽여 온 성폭력 피해자가 이번 1심 판결로 용기를 내지 못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한다.
  • [시론] 중앙·지방 협치의 돌파구 ‘재정분권’/손희준 청주대 행정학과 교수

    [시론] 중앙·지방 협치의 돌파구 ‘재정분권’/손희준 청주대 행정학과 교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벌써 1년이 지났고 6·13 선거를 통해 민선 7기 역시 한 달이 넘었다. 그럼에도 분권 로드맵은 오리무중이다.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자치분권 및 균형발전’을 국정 방향으로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국정 과제를 발표해 지방의 기대가 매우 컸다. 그중에서 핵심은 중앙과 지방의 재원을 배분하는 재정분권이다. 정부는 문제를 보다 합리적으로 접근하고자 ‘범정부 재정분권 TF’까지 구성했지만 딱 거기까지다.기록적인 폭염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져 그런지 마냥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린다. 그러나 결코 기다리기만 해서 해결되지 않을 일이 산더미다. 한 나라를 경영하기가 과거에 비해 녹록하지 않다. 국민과 주민은 이미 공무원이 모르는 일까지 꿰뚫고 파악해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현대 국가는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으로 정하고 독려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진리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중앙과 지방이 서로 반목하고 불신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재정분권을 놓고도 중앙과 지방의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하지만 이 역시 중앙과 지방이 서로 국가 발전을 위해 같이 가야 할 동반자라고 생각하면 쉽게 풀릴 일이다. 협치의 본질은 중앙과 지방의 협력과 상호보완과 지원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지방재정 전공자로서 지방자치가 도입된 이래 지속적으로 지방재정이 중앙에 종속되고 자율성을 상실한 채 중앙의 대리인 역할만 하는 걸 지켜보는 일은 매우 안타까웠다. 특히 현 정부는 ‘지방재정의 자립 기반을 위한 강력한 재정분권’을 위해 현재 8대2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대3, 6대4까지 개선하고 지방재정의 자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지방교부세율 상향과 국고보조사업 정비 등 이전 재원 조정 및 지방재정의 건전성 강화와 고향사랑 기부제도 도입 및 주민참여예산 확대 등을 제시했다. 현재 국세와 지방세는 77.5대22.5이나 재정사용액은 중앙이 40, 지방 45, 지방교육 15로 중앙은 내국세의 19.24%(지방교부세)와 20.27%(지방교육재정교부금)를 이전해 국세만 걷지 지출은 오히려 4대6다. 그러나 문제는 세금수입 8대2가 재정사용액 기준 4대6으로 변하는 그사이의 40%로 중앙은 국세를 걷어 지방으로 지방교부세와 보조금 등으로 주면서 구구한 조건을 달거나 일일이 간섭하는 소위 ‘갑질’을 하는 것이다. 결국 재정분권의 핵심은 이 40%를 어떻게 조정하느냐다. 중앙은 지방이 결코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법제도를 고쳐 지방을 좀더 유연하게 해 줄 의무가 있다. 지방이 아무리 몸부림쳐도 할 수 없는 거미줄 같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방 역시 중앙이 뭔가 주기만 바라는 수동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스스로 세원을 발굴하고 재정지출에 대해서는 책임지는 적극성을 보여 줘야 한다. 구체적으로 현재에도 지방이 더 잘할 수 있는 일까지 중앙이 간섭해 왔다면 과감히 이를 지방에 넘기고 이에 걸맞은 재원도 넘기는 재정분권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선도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지금까지 추가적인 사무 이양에 따른 재원 이전만이 정당하고 재정분권의 수단으로 지방소비세와 소득세를 이양하면 지역 간 재정 격차가 더 벌어져 불가능하며 재정분권을 통해 균형발전과 재정형평화 등 관련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은 지방에는 결코 돈을 넘겨줄 수 없다는 몽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또한 지방 역시 재정분권에 의한 해당 단체의 수입만 따져 상대적으로 이득이 적은 방안에 대해서는 무조건 반대하는 이기주의적 행태는 근절해야 한다. 이미 저출산 고령화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완수와 청년 실업 및 다문화 가정 등 복잡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유연하고 다각적인 지방의 대응이 더 중요하고 효율적이라는 것이 선진국에서의 경험이다. 따라서 중앙은 국가가 해야 할 국방과 외교, 사법 등에만 집중하고 지방은 다양한 주민의 삶과 복지 향상에 치중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지방의 자율과 저력을 되찾아 주려는 것이 현 정부 자치분권 정책의 목적이라고 이해한다.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재정분권을 제대로만 추진해 지방이 지방답게 발전할 수 있다면 과거 정부가 하지 못했던 중앙과 지방의 진정한 협치가 가능해질 것이다. 이를 통해 지방의 발전이 대한민국 발전으로 이어지는 진정한 의미의 발전과 성장이 가능하게 될 것으로 확신하는 바다.
  • 홍준표 또 페이스북 글 “저들은 가식, 우리는 진실”

    홍준표 또 페이스북 글 “저들은 가식, 우리는 진실”

    ‘페이스북 정치’를 끊겠다던 선언이 이미 오래 전 무색해진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또 다시 글을 올려 문재인 정부를 비난했다.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홍준표 전 대표는 13일 페이스북에 “저들은 정치를 퍼포먼스로 하는데 우리는 리얼리티로 정치를 했다”면서 “진실은 가식을 이기지 못했다”는 글을 올렸다. 이어 “그러나 가식은 본질이 곧 드러나게 된다. 영원히 숨겨지는 가식은 없다”면서 문재인 정부를 겨냥하는 듯한 발언을 남겼다. 홍준표 전 대표는 6·13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나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페이스북 정치는 끝낸다”고 선언한 바 있다. 같은 달 27일에도 페이스북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 이날까지 모두 5차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문재인 정부와 여권을 비판하는 발언을 이어왔다. 특히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별세한 직후인 지난달 29일 “어떤 경우라도 자살이 미화되는 세상은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라면서 노 의원의 죽음과 그에 대한 애도를 폄하하는 듯한 발언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 홍준표 전 대표는 9월 중순쯤 부친 제사를 포함한 신변 문제 등으로 잠시 귀국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강제징용 재판거래 의혹’ 법관 압수수색 또 무더기 기각…법관에게만 높은 ‘문턱’?

    ‘강제징용 재판거래 의혹’ 법관 압수수색 또 무더기 기각…법관에게만 높은 ‘문턱’?

    검찰이 강제징용·위안부 소송 재판거래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법원행정처 전·현직 심의관과 대법원 재판연구관, 대법관 등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무더기로 기각돼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전날 강제징용·위안부 민사소송 재판거래 의혹과 법관들에 대한 인사불이익 의혹과 관련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 10여건을 청구했지만, 이날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모두 기각했다. 검찰은 강제징용·위안부 소송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고 외교부 직원들을 접촉한 법원행정처 전·현직 심의관들과 강제징용 재판에 관여한 전·현직 주심 대법관 및 전·현직 재판연구관들이 보관한 자료들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박 부장판사는 전·현직 심의관들에 대해선 “상관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를 따른 것일 뿐”이라는 이유로, 당시 재판연구관들의 경우엔 “사건을 검토한 것일 뿐”이라는 이유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지 않았다. 또 대법관들에 대해서는 압수수색 영장은 “재판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할 수 있다”며 내주지 않았다. 박 부장판사는 그러면서 “법원행정처 자료들은 이미 충분히 제출됐고, 제출되지 않은 자료에 대해서는 법원행정처가 임의제출 요구를 거부했다는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사법행정과 관련해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는 취지의 일부 법관들의 진술을 확보하고 법원행정처 인사자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함께 청구했으나 역시 기각됐다. 박 부장판사는 “대상 법관이 직접 본인이 통상적인 인사 패턴에 어긋나는 불이익을 받았다고 진술하는 정도의 소명이 필요하다”면서 “이미 본인이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고 진술한 법관들에 대해 확인해 볼 필요는 있지만, 법원행정처에 요구하면 해당 법관들의 동의를 얻어 관련 자료를 제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영장청구를 기각했다. 검찰은 이처럼 법원에서 잇달아 무더기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된 것에 대해 유독 전·현직 법관들에게만 다른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강제징용 재판과 관련해선 외교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발부된 반면 법관들에 대해서만 영장이 기각됐다는 데 불만을 표출했다. 그러나 법원에서는 전·현직 법관들에게만 ‘관대한’ 판단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일관되게 반박하고 있다. 오히려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 만으로는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된 개별 사건에 대한 관련자들의 혐의 소명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지난 2일 “영장심사에 있어서 청구서에 특정된 피의사실과 범죄 구성요건이 충족하는지, 피의사실에 대한 소명이 됐는지 등 외에 다른 어떠한 고려사항도 있을 수 없다”면서 “법원 구성원에 대한 영장이라고 해서 예외적으로 취급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과거 영장심사 경험이 있는 부장판사는 “통상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되는 것은 범죄 혐의가 소명됐다고 보기 부족한 경우”라면서 “특히 어떤 조직의 ‘윗선’ 수사하기 위해서는 지시를 받은 하급자나 관련자들의 구체적인 진술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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