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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감 후] 되풀이되는 참사, 무엇이 문제인가/이은주 세종취재본부 차장

    [마감 후] 되풀이되는 참사, 무엇이 문제인가/이은주 세종취재본부 차장

    24명의 사상자를 낸 충북 청주 지하차도 참사는 명백한 인재(人災)였다. 지난 15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가 침수되기 4시간여 전부터 이미 사전경고음이 울렸다. 하지만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신고를 받고도 누락하거나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사이 인명 피해만 커졌다. 지난해 8월 수도권의 역대급 집중호우로 인해 피해가 속출하자 정부는 올여름 장마를 앞두고 도심을 중심으로 각종 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번엔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장마도 한 달 앞당겨졌고, 지방에 집중호우 2배 이상의 ‘극한호우’가 쏟아졌다.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예측불가능한 재난까지 미리 대비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기후 재앙’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이렇게 비가 많이 올 줄 몰랐다’는 식의 안이한 발상은 통하지 않는다. 특히 재난 상황 앞에서 서로 업무 관할만 따지는 지자체의 ‘칸막이 문화’는 이번 참사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참사 당일 새벽 금강홍수통제소는 유관기관에 홍수경보를 전달했고 미호강이 지나가는 지자체인 흥덕구청 건설과에도 알렸다. 흥덕구청은 청주시청에 해당 사항을 전달했지만 청주시는 정작 충북도에 알리지 않았다. 침수 사고가 난 궁평2지하차도는 청주시가 아니라 충북도의 관할이었다. 이후 청주시는 일부 도로를 통제했지만 궁평2지하차도의 침수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버스회사에 이곳으로 우회하라고 안내했다. 그런데 지하차도 관할 주체인 충북도는 도로 및 차량 통제 등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충북도 도로관리사업소가 홍수 위험을 알리는 연락을 수차례 받고도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동안 지하차도는 빠르게 침수됐다. 앉아서 ‘골든타임’을 놓친 셈이다. 재난 위기 상황에서는 중앙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의 재난 대응 역량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자체장이 위기 관리 리더십을 잘 갖춰야 한다. 재난이 발생하면 지자체장은 신속하게 지역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꾸려 각 기관이나 부서 간 칸막이를 허물고 재난 상황에 총체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참사 때는 이 같은 역할을 하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사고 발생 한 시간이나 지나 충북도지사에게 보고된 것만 봐도 재난 대응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 알 수 있다. 재난 안전을 담당하는 방재안전직 공무원 수가 턱없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다른 직렬 공무원들이 순환 근무를 하고 있지만 승진이 어렵고 사고가 나면 문책당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기피 부서’로 꼽힌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방재안전직을 재난안전 분야 전문가로 키우기 위해서는 인사나 처우에서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난안전사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한다는 측면에서 전쟁 상황과 흡사하다.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쉽게 예상할 수 없고 아무리 작은 사고도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안전 관리는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지자체의 가장 기본적인 일이다. 기본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지자체장의 어떤 치적도 빛날 수 없다. 지금이라도 기초부터 재난 위기 대응 시스템을 다시 만들고 제대로 돌아가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그래야 되풀이되는 참사를 막고 국가적 피해를 줄일 수 있다.
  • [세종로의 아침] ‘비수급 빈곤 리포트’를 마치며/백민경 사회부 차장

    [세종로의 아침] ‘비수급 빈곤 리포트’를 마치며/백민경 사회부 차장

    사회에서 고립된 채 병마와 생활고로 고통받던 ‘수원 세 모녀’가 세상을 등진 지 1년이다. 어쩌면 많은 이들이 세 모녀의 불행을 잊었을 것이다. 세 모녀의 주검이 발견된 옆집 주민조차 이사 온 지 1년이 안 돼 이웃의 비극을 알지 못했다. 서울신문은 119주년 창간기념으로 13명의 사회부, 전국부 기자로 구성된 특별기획취재팀을 꾸렸다. 팀장을 맡아 지난 3개월간 수원 세 모녀처럼 기본적 사회안전망인 기초생활보장 수급조차 받지 못하는 저소득 가구인 ‘비(非)수급 빈곤층’을 팀원들과 일일이 발로 뛰어 찾았다. 제도권 밖 위기가구의 목소리를 통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실태와 허점, 개선 방안을 종합적으로 짚어 또 다른 세 모녀의 비극을 막자는 취지였다. 친구, 지인, 가족은 물론 117개 기관의 협조와 도움으로 찾아낸 비수급 빈곤층의 실태는 생각보다 더 처참했다. 채민국(67·가명)씨 부자도 그중 하나다. 이들은 일용직 근로자였다. 오랜 막노동으로 처음엔 아버지가 몸져누웠고, 나중엔 아들이 허리를 다쳐 병원 신세를 졌다. 아들은 대인기피증이 생겨 5년째 방문을 걸어 잠갔다. 아내와는 20년 전 사별했다. 이런 채씨 부자의 한 달 생계비는 15만원. 채씨가 매달 받는 기초노령연금 30만원에서 아파트 월세 15만원을 제한 금액이다. 라면으로 끼니 때우는 일이 다반사였고 굶어야 하느 날도 부지기수였다. 채씨는 160㎝ 중반의 키에 몸무게가 45㎏ 정도였다. 채씨가 2021년 초부터 부산시 관할 행정복지센터를 찾았지만 기초수급 대상에서 번번이 배제됐다. 부동산 임대차 계약서 같은 증빙 서류들을 마련할 수 없는 탓이었다. 채씨 부자는 7년 전 지인의 소개로 33㎡(10평) 집에 임대차 계약서 없이 들어갔다. 여름에는 곰팡이, 벌레와 사투를 벌이고 한겨울에는 가스가 끊겨 찬물로 세수해야 하는 집이었지만 보증금 없는 월세 15만원에 감지덕지하며 이사했다. 월세가 몇 달 치 밀려 있던 채씨는 집주인에게 계약서를 써 달라고 말도 꺼내지 못했다. 이런 채씨 부자를 위해 나선 사람이 김상현 부산 남구종합사회복지관 팀장이다. 그는 2021년 5월 집주인을 만나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임대차 계약서를 받았다. 행정 절차상 문제가 해결되며 채씨는 그해 7월 기초수급 대상자로 선정됐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기까지 2~3개월 동안 김 팀장은 복지관을 통해 식료품과 생필품, 의료비도 지원했다. 지난해 2월엔 소극적이고 말주변 없던 채씨가 김 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덕담을 건넸다고 한다. 김 팀장은 “채씨가 먼저 전화한 적이 없었는데 뜻밖의 이야기에 울컥했다”고 말했다. 채씨가 수급자로 선정되며 본지 기사에는 담지 않았던 이야기다. 이웃의 관심이, 복지업무 관련 종사자들의 헌신이 빈곤층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보여 준 사례라고 생각한다. 실제 현장에서 만난 복지 담당 공무원과 공무직 직원들은 적은 인력에도, 박봉에도 위기가구 지원에 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제 국회가 비수급 빈곤층을 품기 위한 입법으로 제도의 틈새를 메워야 할 때다. 빈곤은 개개인의 노력만으로 빠져나올 수 없는 사회구조적 산물이기 때문이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선정 기준 완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한부모 가정 특례 등은 모두 법 개정 사안이다. 이제 국회가 일할 때다.
  • 野, 코인 저울추에 권영세 올렸다… 與 “김남국 물타기”

    野, 코인 저울추에 권영세 올렸다… 與 “김남국 물타기”

    여야가 오는 27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서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제명 논의를 앞두고 가상화폐 논란의 저울추를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해 애쓰고 있다. 김남국 의원으로 사태로 촉발된 가상화폐 의혹이 여권으로도 번지면서 각자의 셈법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4일 당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권영세 통일부 장관에 대해 국회 윤리위 제소를 국민의힘에 요청한다”며 “기본적으로 법 입법 관련 이해충돌이 있고 금액이 상당히 크다. 또 업무 시간에 거래가 있었다는 보도가 있어 그 부분을 종합해서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암호화폐를 자진 신고한 의원은 총 11명이다. 국민의힘에선 권 장관과 김정재·이양수·유경준·이종성 의원 등 5명, 더불어민주당에선 김상희·김홍걸·전용기 의원 등 3명,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김남국·황보승희 무소속 의원 등이다.이 가운데 권 장관은 3000만원가량을 코인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3년간 500회에 걸쳐 코인 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권 장관은 투기적 성격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김남국 의원 거액의 가상화폐 보유 논란으로 윤리특위에서 의원직 제명 논의가 예고된 상황을 고려할 때 민주당의 비례적 공세는 더 거세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압박하기 위해 김상희·김홍걸·전용기 의원에 대한 자체 조사도 나설 방침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가상화폐 업계와 관련된 김 의원의 사안과 권 장관 건은 별개라는 입장이지만, 야권에만 불리할 것으로 예상됐던 가상화폐 논란이 여야 간 정쟁으로 흐르는 것에 대해 당혹스러운 입장이다. 여권 원내 관계자는 “민주당이 김남국 물타기를 위해 권 장관을 끌고 들어가는 것은 논점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했다. 현재 자문위는 윤리특위에 김 의원에 대해 가장 높은 ‘제명’ 처분을 권고한 상태다. 윤리특위는 오는 27일 전체회의에서 김 의원 징계안을 소위원회에 부친다. 이르면 8월 임시국회에서 본회의 표결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김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 11명 중 이해충돌 정황이 드러나는 의원이 있다면 윤리특위에 징계안이 추가로 상정될 수도 있다.
  • 정치권 “교사 인권 중요”… 교사 “현장에서 늘 두려움”

    정치권 “교사 인권 중요”… 교사 “현장에서 늘 두려움”

    정치권은 24일 최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 등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는 교권 추락과 관련, “학생 인권만큼이나, 교사의 인권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교사가 행복하지 않은 교실에서 학생이 과연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지난 주말 계속되는 빗속에서도 극단적 선택을 한 초등학교 새내기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다. 한편에서는 그동안 고인과 같은 처지에서 고통받았던 선생님들이 ‘나도 당했다’라는 사연들이 ‘교권침해 미투 운동’으로까지 번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이런 교육현장의 행태를 묵과한다면 이런 상황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 올바르게 자라기를 기대할 수 있는지 조차 의문”이라고 했다. 또 “만약 학생과 학부모의 이러한 행태까지 용납한다면 이는 인권의 범위를 넘어선 방종이자, 사회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나 다름없다”고 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학생 인권과 교권은 상충하는 것도 아니고 양자택일의 문제도 아니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상호 존중과 보완 정신은 얼마든지 구현될 수 있다”며 “첫째, 선생님들을 만나겠다. 선생님들 목소리에서 근본적 방안과 문제점을 찾아내겠다”고 했다. 이어 “제도 개선은 선생님과 학생 모두 존엄과 인권을 보장받는 방향으로 만들도록 하겠다”며 “민주당은 아동학대 범죄특례법 보완과 학부모 민원을 선생님들에게 짐을 지우지 않고 합당하게 처리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학부모의 항의로 1년 동안 담임 선생이 5차례 이상 바뀌는 등 현장에서 교사들이 늘 불안과 두려움애 떤다는 주장도 나왔다. 경기 오산 금암초등학교 이상우 교사가 2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같이 소개했다. 16년 차인 이 교사는 “전에는 어떤 선생님이 당했다고 하면 ‘혹시 선생님이 좀 실수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있었었는데 요즘에는 ‘누구나 당할 수 있는 거구나’, ‘내가 그동안 운이 좋았던 거구나’, ‘아무 잘못을 안 해도 심각한 교권침해를 당하고 아동학대로 신고당할 수 있겠구나’하는 두려움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예전에는 주로 학생 자체에 대한 사건으로 부모까지 이어진 경우는 많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학부모들이 교사의 정당한 지도 행위, 수업에 대해 불만을 갖고 무리하게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거나 끊임없이 국민신문고나 교육지원청 또는 학교 교장실까지 찾아오면서 민원을 계속 제기하는 경우가 정말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 푸틴 “반격? 존재하나 실패” 美국무 “러시아 이미 졌다” 하반기 전망은

    푸틴 “반격? 존재하나 실패” 美국무 “러시아 이미 졌다” 하반기 전망은

    개전 500일을 전후로 우크라이나는 크림대교를 군사 표적으로 공식화하는 등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반격을 둘러싼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연내 괄목할 만한 전과를 올릴 수 있을지에 대해선 다소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반란 후 루카셴코 첫 대면 푸틴 “우크라 반격 실패” 23일(현지시간) 제2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 스트렐나 지역의 콘스탄티노프스키 궁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만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반격은 “실패”라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과 루카셴코 대통령이 만난 것은 지난달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끄는 러시아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 그룹의 군사반란 이후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이 “반격이 없다”고 말하자 푸틴 대통령은 “존재하지만 실패했다”고 화답했다. 우크라이나는 수개월 준비 끝에 지난달부터 반격에 나섰으나 러시아의 견고한 방어망에 막혀 성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美국무 “우크라, 잃은 땅 50% 수복…러 이미 졌다” 반면 미국은 러시아가 이미 패배했다고 평가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같은 날 방영된 CNN방송 인터뷰에서 “지금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더 되찾기 위한 전투를 치르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이미 (러시아가) 초기에 점령한 영토의 약 50%를 되찾았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는 이미 패배했다”며 “러시아의 목적은 우크라이나를 지도에서 지우고 독립과 주권을 없애 러시아에 종속시키는 것이었는데, 그건 오래전 실패했다”고 강조했다. 지지부진한 반격 상황에 대해선 “우크라이나의 반격은 아직 상대적으로 초반이고 어렵다”면서 “향후 1∼2주 내로 결정되지는 않을 테고 몇개월은 걸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그는 밝혔다. 아울러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가 탄탄한 수비를 구축했지만, 우크라이나는 ▲50여개국이 제공한 장비와 훈련을 받았고 ▲훈련된 병력 다수가 아직 반격에 투입되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조국과 자유를 위해 싸운다는 점이 결정적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18일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도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실패한 것은 아니지만 전쟁이 “길어지고 힘들고 피비린내 날(bloody)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WSJ “우크라, 올해 대반격에 큰 돌파구 없을 듯” 진단 서방 언론도 연내 돌파구 마련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방어망은 촘촘하고 서방의 무기 지원에는 한계가 있는 데다,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 신중론이 확산하고 있어 몇 달 안에 전세가 바뀌긴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다. 같은 날 미국 월스트리터저널(WSJ)은 “우크라이나의 무기와 훈련 부족이 러시아와 전쟁을 교착 상태에 빠뜨릴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가 올해 전쟁에서 큰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이 어둡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최근 국제적 논란에도 집속탄을 우크라이나에 전달하고 프랑스가 우크라이나에 순항 미사일 제공하겠다고 밝히는 등 서방 국가들의 지원이 이어지고는 있으나, 분명 한계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WSJ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내년 재선 도전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군사 지원에 조심스러운 모양새고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지원도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러시아는 병사들의 낮은 사기 등 문제가 있지만 오랫동안 구축한 지뢰, 참호 등 강력한 방어시설로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저지하는 데 여전히 유리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선을 다녀온 군사분석가 프란츠 스테판 가디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방어망을 뚫기를 원한다면 정말로 군사작전의 규모를 확대하고 (군사작전을) 동시에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우크라이나가 보병 중대 단위의 소규모 작전을 차례로 전개하면서 러시아군에 별다른 충격을 주지 못하는 만큼 전술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또 WSJ은 서방의 어떤 군대도 하늘을 장악하지 않은 채 확실히 자리 잡은 방어망을 뚫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의 공군력 열세를 언급했다. 영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더글라스 배리 선임연구원은 “러시아는 지금 항공 자산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다”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체에 대한 공군력이 우월하지는 않지만 방어 측면에서는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전장에서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막는데 드론(무인기)과 헬기를 적극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군은 옛 소련 시절 제작된 전투기와 헬기를 갖고 있지만 그 수가 많지 않고 서방에 요청한 F-16 전투기를 전달받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전황은?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주춤한 현재 러시아는 동부 루한스크에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CNN방송은 러시아군이 기본적으로 우크라이나 남부 등에서 방어 작전을 벌이고 있지만, 동부 루한스크 등 다른 최전선에서는 공격적으로 진격하려는 태세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또 흑해곡물협정 파기 후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 등에서 곡물 관련 시설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아울러 러시아는 최근 민간인 2명이 사망한 크림대교 공격 배후로 우크라이나를 지목하고 보복성 타격을 이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크림대교 공격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으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1일 미국 애스펀 안보 콘퍼런스에화상으로 참여해 “크림대교가 전쟁에서 러시아군에 탄약 등 물품을 제공하고 크림반도를 군사화하는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면서 “평화가 아닌 전쟁을 초래한다”며 군사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반격 상황과 관련해 CNN은 러시아 방어망을 돌파할 시간이 제한된다는 점이 우크라이나에 가장 큰 문제라며, 영토를 많이 수복하기에는 여름철 불과 몇개월만 남았다고 지적했다. CNBC 방송도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방어망을 뚫고 영토를 탈환할 기회의 창이 곧 닫힐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WSJ은 미국 국방부 전문가들도 올해 초 우크라이나 부대들이 전선에서 러시아의 공습에 고전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서방의 군 당국자들은 우크라이나가 용기와 지략으로 승리하기를 바란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 [데스크 시각] 부사관 처우 개선 ‘말잔치’로 끝낼 건가/정현용 플랫폼전략부장

    [데스크 시각] 부사관 처우 개선 ‘말잔치’로 끝낼 건가/정현용 플랫폼전략부장

    군의 허리 ‘부사관’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부사관 충원율은 86%에 그쳤다. 1만 2596명을 선발하려고 했는데, 1만 837명만 지원했다. 2018년부터 5년간 부사관 충원율이 90%에도 못 미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일각에선 ‘경기침체 상황에 나타난 이례적인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부사관들 사이에선 ‘당연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무리 경기가 나빠져도 질 낮은 일자리에 대한 호감도는 높아지지 않는다. MZ세대 중 군인을 ‘희생’, ‘봉사’로 여기는 이는 많지 않다. 군인도 하나의 직업인데 자신을 갈아 넣어 희생할 순 없다는 것이다. 처우 개선 없이 오로지 ‘사명감’만 강조하면서 생긴 일이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 3일 열린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부사관 처우 문제를 직접 거론하며 군심 달래기에 나섰다. 회의 시간의 3분의2가량을 부사관 등 초급간부 관련 논의로 채웠다고 한다. 하지만 부사관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말잔치’를 현실화하려면 예산이 필요하다. 국회와 기획재정부 등 단계를 거치면서 예산이 깎이고 깎여 무산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난해 군은 하사 봉급 호봉승급액 인상, 당직근무비 인상, 각종 수당 신설 등 14개의 부사관 처우 개선 사항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현실화된 것은 단기복무 부사관 장려수당 인상, 주택수당 인상 등 두 개뿐이다. 주택수당은 무려 26년 동안 8만원으로 고정됐다가 올해 들어 16만원으로 올랐다. 주택수당은 간부숙소에서 지내지 않는 부사관에게 제공하는 금액이다. 폭증한 월세를 감안하면 “큰 도움이 된다”고 여길 이는 많지 않다. 부사관 당직비는 평일 1만원, 휴일 2만원에 그친다. 일반 공무원이 휴일 6만원의 당직비를 받는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그래서 경찰이나 해경으로 진로를 바꾸는 이들이 적지 않다. 또 일반 공무원과 달리 군은 시간 외 수당을 하루 4시간만 인정한다. 그래서 부사관들 사이에선 “비상상황에 4시간만 근무하고 퇴근하라는 말이냐”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경찰로 이직하면 월급 앞자리가 달라지는데 내가 왜 사서 고생하고 있을까”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정부가 2025년까지 병사 월급(지원금 포함)을 205만원으로 인상한다고 발표한 뒤 부사관들의 불만은 폭증했다. 정치권과 재정당국은 뒷짐만 지고 있다. 부사관 처우 개선은 예산을 쓰는 일일 뿐 당장 시급한 일이 아니라고 판단한 듯하다. 그러나 재깍재깍 멈추지 않고 돌아가는 ‘저출생 시계’를 생각하면 지금도 여유 부릴 상황은 아니다. 올해 4월 출생아 수는 1만 8484명으로 1984년 통계 작성 이래 4월 기준 처음으로 2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월별 출생아 수는 7년 넘게 감소하고 있다. 출생률이 해마다 급감하면서 군의 주력 자원인 20대 남성의 수도 줄어들고 있다. 2021년 29만명인 20대 남성 수는 2030년 24만 4000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그래서 올해가 지나면 상비병력 50만명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2035년이 되면 40만명도 위태롭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부사관에게 희생만 강요한다면 대부분의 청년은 의무복무 병사로 빠져나가 버릴 것이다. 낡은 군 관사 문제는 십수년 동안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나왔던 얘기이지만,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숙제다. “발도 못 뻗는다”는 MZ세대 부사관들의 고발이 일부 반향을 일으키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나마 부사관 임용 최고연령을 29세로 늘린 것과 계급 정년 연장 논의를 시작하기로 한 데 대해선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군인 복지를 위해 예산을 모두 퍼줄 순 없다. 하지만 10년 이상 미뤄 온 부사관 처우 개선 문제는 절충점이라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게 박봉에도 묵묵하게 근무하는 군인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 [단독] “고통 덜어 주는 것과 안락사는 전혀 다른 얘기…이상적 사례로 정책 만들 순 없다”[금기된 죽음, 안락사④]

    [단독] “고통 덜어 주는 것과 안락사는 전혀 다른 얘기…이상적 사례로 정책 만들 순 없다”[금기된 죽음, 안락사④]

    <4> ‘조력사망은 최선이 될 수 없다’ 외치는 사람들 “사람들이 고통스럽게 죽어 가도록 내버려 둘 것입니까? 아니면 안락사를 허용할 것입니까? 안락사는 그렇게 접근할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의 정신과 전문의이자 생명윤리학 박사인 스콧 김 미국립보건원(NIH) 선임연구원은 안락사 및 조력자살 허용 논의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분명히 드러냈다. 네덜란드와 벨기에 사례를 연구해 온 그는 안락사 허용 범위가 차츰 넓어지다가 최근 캐나다 등에선 정신질환으로까지 확대되자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 박사는 “안락사 문제는 공공 정책의 관점에서 접근해야지 이상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①의사 표현이 명확한 사람이 ②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며 죽어 가다가 ③스스로 안락사를 선택한다는 ‘이상적이고 개별적인’ 사례를 묶어 “이렇게 안타까우니 안락사를 허용하자”는 식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그는 “윤리적으로 가능하다고 정책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 “정책은 향후 우리 사회에서 어떤 가치가 영향을 받고 어떤 결과를 초래하며 누가 이익을 얻고 누가 피해를 보게 될 것인지를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NIH의 승인을 받아 이메일로 두 차례 진행됐다. 다만 김 박사 개인적 견해로 미국 정부나 NIH 입장과는 관계없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의사들은 환자의 고통을 덜어 주는 일이라 해도 죽음을 돕는 행위가 의사의 윤리와 역할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한다. “고통을 줄여 주는 것과 안락사를 허용하는 것, 우선 이 두 가지를 구분하자. 안락사 운동은 고통을 완화하자는 게 아니라 자기 죽음을 스스로 결정하자는 것이다. 안락사를 선택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이 통증 완화가 아니라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처럼 안락사가 의료적 문제가 아닌 개인의 철학적 선택의 문제라면 이를 돕는 건 의사가 할 일이 아니다.” 미국 오리건주의 존엄사법 연례 보고서를 보면 1998~2022년 조력자살을 선택한 사람들의 가장 큰 걱정은 ‘자율성 상실’(90.3%)이었다. 이어 ‘삶을 즐길 수 있는 활동력 감소’(90.0%), ‘존엄성 상실’(71.7%), ‘가족이나 간병인에 대한 부담’(48.0%)이 꼽혔고 ‘통증 조절 또는 그에 대한 걱정’은 28.0%로 비교적 낮게 나타났다. -미국은 10개 주에서 조력자살을 시행하고 있고 다른 주에서도 도입 움직임이 있다. 미국 의료계에선 이 문제를 어떻게 풀었나. “미국 의사들 사이에서도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 안락사가 의학적 문제인지조차 논란이 있다. 세계의사협회(WMA)와 미국의사협회(AMA) 모두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미국의사협회 의료윤리강령에는 의사조력자살에 관한 내용이 나와 있다. 이를 보면 의사들은 조력자살에 관한 견해가 다를 수 있으므로 의사 개인은 전문가적 양심과 신념에 따라 행동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의사조력자살은 근본적으로 치료자인 의사의 역할과 양립할 수 없으며 심각한 사회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함으로써 반대 쪽에 무게를 실었다. -호스피스·완화의료 제도가 안락사 도입에 앞서 선행돼야 한다고 보는가. 아니면 각각 병행 추진돼야 한다고 보나.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이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안락사를 선택지로 주는 것은 항생제로 감염을 치료하기도 전에 팔다리를 절단하겠느냐고 제안하는 것과 같다.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게 아닌데도 안락사를 선택하는 일은 있어선 안 될 일이다. 캐나다를 보면 일반적인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차선책으로 안락사를 선택하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안 된다.” -캐나다에서는 내년 3월부터 정신질환자도 안락사를 신청할 수 있다.(김 박사는 캐나다에서 관련 법을 개정할 때 의회 증언을 비롯해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했다.) “캐나다에서 개정안이 시행되면 많은 ‘조기 사망자’가 발생할 거라고 확신한다. 정신질환은 치료의 불가능성을 충분히 예측할 수 없고, 죽음에 대한 환자의 욕구도 일정하지 않다. 벨기에에서 안락사를 신청한 정신과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는데, 일부는 안락사 자격이 된다는 사실만으로 ‘자신의 고통을 인정받았다’며 마음을 바꿨다. 캐나다가 과학적 증거를 무시한 채 이데올로기적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을 지켜보며 당혹스러웠다.” -개인적으로는 안락사를 임종 방식의 하나로 선택할 의향이 있나. “이 질문은 거절하겠다. 안락사는 개인적 문제로 접근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반대하지 않더라도 공공 정책으로 안락사를 도입하는 건 취약계층에겐 재앙이 될 수 있다. 유엔 인권위원회에서도 이들에게 끼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장애가 있는 수많은 사람이 죽음 대신 평등하고 존엄한 삶을 위해 싸우고 있는데 이들을 ‘국가가 승인한 사망 대상’으로 분류하는 건 다시 생각해야 한다.” ● 스콧 YH 김 박사는 누구 미국 하버드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시카고대에서 도덕철학(칸트윤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매사추세츠종합병원에서 성인정신의학을 전공한 정신의학 및 생명윤리 분야 전문가다. 2013년 7월부터 미국립보건원(NIH)의 종신 선임연구원으로 있다. 안락사 및 의사조력사망을 주요 관심 분야 중 하나로 연구하고 있으며 2000년부터 학술지와 책에 20여건의 관련 연구를 발표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1973년 가족과 미국으로 갔으며 한국 이름은 김영호다. 서울신문의 ‘금기된 죽음, 안락사’ 기획기사는 ‘인터랙티브형 기사’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R 코드를 찍거나 아래 링크를 복사한 후 인터넷 주소창에 붙이는 방법으로 콘텐츠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euthanasia/■ 기획취재부 유영규 부장, 신융아·이주원 기자
  • 존엄한 죽음의 문 열기 전, 호스피스·돌봄 등 ‘복지의 문’ 넓혀야[금기된 죽음, 안락사④]

    존엄한 죽음의 문 열기 전, 호스피스·돌봄 등 ‘복지의 문’ 넓혀야[금기된 죽음, 안락사④]

    <4> ‘조력사망은 최선이 될 수 없다’ 외치는 사람들 국민 80%는 조력사망 도입에 찬성표를 던진다. 무의미하고 고통스러운 연명의료에 매달리는 대신 죽음을 준비함으로써 삶을 존엄하게 마무리하고 싶다는 바람이 투영됐다. 하지만 한국에서 안락사나 조력사망은 여전히 입에 올리기 힘든 금기어다. 반대의 중심에는 종교계와 의료계가 있다. 그 무엇도 생명에 우선할 수 없으며 죽음은 인간이 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실적 반대론자도 있다. 편안한 임종을 돕는 호스피스·완화의료 인프라가 부족하고 돌봄이나 의료 복지도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안락사 도입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죽음에 관한 결정은 한번 시행하면 돌이킬 수 없다. 논의 과정에서 깊고 넓은 고민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의료·돌봄 지원이 먼저병원 빅5 중 1곳만 호스피스 있어안락사 허용국 의료복지 잘 갖춰 존엄사 논의가 연명의료 중단, 의사조력사망 도입 등으로 확대될 때마다 가장 먼저 부딪히는 논리는 ‘시기상조’라는 주장이다. 죽음을 허용하기에 앞서 불충분한 의료 지원을 먼저 강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대한의사협회와 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등 의료계에서는 이와 같은 이유로 여러 차례 의사조력사망 도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4월 의사 215명을 대상으로 한 서울신문 설문조사에서도 의사들이 조력사망 도입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로 ‘돌봄 및 의료 복지 강화가 우선’ (25.8%)이 꼽혔다. 실제 우리나라 호스피스 이용률은 극히 낮다. 중앙호스피스센터 통계를 보면 2021년 호스피스 이용률은 호스피스 대상 질환(암·후천성면역결핍증·만성 간경화·만성 호흡부전) 사망자의 21.5%에 그쳤다. 낮은 이용률은 인프라 부족 탓이 크다. 국내 ‘빅5’ 대형병원 가운데 환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형식인 입원형 호스피스 병동을 갖춘 곳은 서울성모병원뿐이다. 한 해 암 사망자 수(약 8만명) 대비 전국 호스피스 병상수(1600개)는 2%에 불과해 대기 번호를 기다리다가 죽는다는 이야기가 과장된 말이 아니다. 안락사를 법제화한 국가들 대부분이 호스피스 제도를 잘 갖추고 있다는 점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2021년 11월부터 조력사망을 시행한 뉴질랜드는 지난해 말까지 조력사망을 신청한 814명 중 76.8%(625명)가 신청 당시 완화의료를 받고 있었다. 지난해 미국 오리건주에서 조력사망한 278명 중 91.4%(254명)도 호스피스에 등록한 상태였다. 다시 말해 이들 국가에서는 말기 환자 대부분이 호스피스·완화의료를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정착한 상태로, 말기 환자 5명 중 1명만 호스피스를 이용할 수 있는 한국의 말기 의료 현실과는 사뭇 차이가 난다. 허대석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는 “의료 선진국들은 연명의료 결정 대상을 말기 환자부터 식물인간 상태까지 단계적으로 제도를 확장해 나갔다”면서 “한국은 아직 임종 과정에서만 연명의료 결정이 가능한 상태에 머물러 있는데, 말기 환자나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에 관한 중간 단계 논의는 건너뛴 채 조력사망 법제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미끄러운 경사길취약계층 “짐 될까 봐 죽고 싶어”합법화 땐 ‘선택’에 떠밀릴 수도 의사조력사망 도입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합법화될 경우 노인이나 장애인, 경제적 취약층이 죽음을 강요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사회적 돌봄 제도는 취약하고, 가족에 대한 부양 의무는 큰 한국에서 조력사망과 같은 안락사 제도가 한번 도입되면 ‘미끄러운 경사길’을 열어 놓는 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인 국내 노인 빈곤율이나 자살률은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또 65세 이상 노인 90.6%가 ‘가족이나 지인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죽음’을 ‘좋은 죽음’으로 꼽았다는 점(2020년 보건복지부 노인실태조사)도 노인들이 노년기에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여러 가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안락사를 선택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는 전 국민 무상의료 수준의 의료 복지가 갖춰져야 당사자가 ‘진정한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예컨대 2016년 안락사를 법제화한 캐나다의 경우 무상의료 체계가 확립돼 있어 적어도 경제적 이유 때문에 충분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이재헌 캐나다 웨스턴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캐나다에서는 노숙인도 일반인과 동일한 수준의 중환자실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면서 “한국인이 안락사를 찬성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가족에게 간병 및 치료비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인 듯하다”고 말했다. 취약계층이 떠밀리듯 안락사를 택하는 일이 없게 하려면 탄탄한 복지와 사회안전망이 구축돼야 한다. 이찬우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사는 “지금처럼 양극화가 심한 한국 사회에서 안락사를 도입한다면 노인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죽음에 대한 생각에 빠뜨릴 수 있다”면서 “죽음을 쉽게 생각하는 풍토가 되지 않도록 약자 보호를 위한 제도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락사 찬성 80% 이면사전 연명치료 포기서 썼더라도막상 죽음 인정 못해 “살려 달라” 의료계에서는 조력사망 등 죽음에 관한 일련의 논의가 현실과는 차이가 크다는 점을 지적한다. 2019년부터 이뤄진 세 차례의 국민 여론조사에서 80%가 안락사에 찬성한다고 응답했지만 당장 현실에서는 병원도, 환자도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꺼린다는 것이다. 말기 환자를 주로 보는 의사들은 더이상의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에도 이를 받아들이고 죽음을 준비하는 환자와 가족은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추가 치료가 무의미한 단계임에도 대다수는 호스피스·완화의료로 전환하거나 연명의료를 결정하는 것을 치료를 ‘포기’하는 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자문형 호스피스를 맡고 있는 서세영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써 놓은 분도 막상 말기 상황이 되면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하고, 그 상황에서 새로 써야 하는 서류가 있으면 자신의 죽음을 인정하게 되는 것 같아서인지 상당히 주저하고 미룬다”면서 “건강한 상태일 때와 죽음에 이른 상황일 때 존엄사에 대한 생각이나 태도가 많이 달라진다. 이런 점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온전한 사회적 합의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허 교수도 “간병하는 가족들 앞에서는 빨리 죽고 싶다고 말하다가도 의료진만 있으면 더 살게 해 달라고 요청하는 환자도 적지 않다”면서 “현실 앞에 서면 환자나 가족 모두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의사의 역할죽음 돕는 일, 의사 윤리와 충돌사회적 합의 따라 변화 가능성도 의료계 반대가 심한 배경에는 의사의 역할 문제도 있다. 의사조력사망이 도입되면 의사가 환자의 죽음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환자를 살리는 데 초점을 둔 의사 윤리와 부딪친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의사의 근본적인 목표는 환자를 살리는 것”이라면서 “조력사망은 의료가 환자의 죽음을 앞당기는 것을 허용한다는 점에서 근본 원칙을 뒤집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러한 반대는 종교계처럼 절대적 원칙이 아닌 만큼 사회적 합의 수준에 따라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의대 및 전공의 교육 과정에서 임종 관련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서 교수는 “의사라도 직접 말기 환자를 진료하는 경우가 아니면 임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기회가 부족하다”면서 “의료진을 대상으로 임종 관련 교육이 충분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의 ‘금기된 죽음, 안락사’ 기획기사는 ‘인터랙티브형 기사’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R 코드를 찍거나 아래 링크를 복사한 후 인터넷 주소창에 붙이는 방법으로 콘텐츠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euthanasia/
  • 이재명 “연금개혁” 민생 행보에도…대북 송금發 ‘사법리스크’ 재점화

    이재명 “연금개혁” 민생 행보에도…대북 송금發 ‘사법리스크’ 재점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정부가 내놓은 ‘생애 첫 1개월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 방안에 화답하며 연금개혁 논의에 여야가 힘을 모으자고 당부했다. 민생을 앞세워 ‘협치’ 메시지를 낸 셈인데, 이 대표가 사법리스크 재점화를 방어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정부 국민연금 개혁 논의기구가 지난 17일 제시한 ‘만 18세 청년에 대한 1개월 보험료 지원’ 방안을 언급하며 “국민연금에 대한 청년들의 불신을 해소할 좋은 방안으로, 서둘러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국가가 청년들에게 생애 첫 국민연금 보험료를 지원한다면 사회적으로 국민연금 조기 가입을 유도하고, 가입 기간이 길어지면서 연금 수령 혜택이 늘어나 청년층의 ‘연금 효능감’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전날엔 응급실을 찾아 헤매다 사망한 오정욱군 사고와 관련해 “근본적인 원인은 의료진 인력 부족”이라며 대책 마련을 약속하기도 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대응, 서울~양평 고속도로 쟁점화 등 ‘대여투쟁’에 힘을 쏟던 이 대표가 이렇게 민생 행보로 방향을 튼 배경에는 ‘사법리스크의 재부상’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검찰은 ‘쌍방울의 대북 송금 계획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진술을 확보하고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대표의 소환조사 및 구속영장 재청구가 머지않았다는 전망도 정치권 안팎에 확산 중이다. 국회는 체포동의안 표결 없이 이 대표가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8월의 절반을 ‘비회기 기간’으로 비워 뒀지만, 검찰이 민주당 내 분란을 노리고 회기 중에 청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대표가 지난 6월에 불체포특권을 포기했지만 부당한 체포동의안은 부결하자는 당내 여론도 적지 않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이 대표가 소설 운운하며 윤석열 정부와 검찰을 비난해도 이 대표가 저지른 범죄 혐의는 달라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의 무리한 입법 등이 ‘이재명 대표 리스크’를 덮기 위한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 “고통 덜어 주는 것과 안락사는 전혀 다른 얘기…이상적 사례로 정책 만들 순 없다”

    “고통 덜어 주는 것과 안락사는 전혀 다른 얘기…이상적 사례로 정책 만들 순 없다”

    “사람들이 고통스럽게 죽어 가도록 내버려 둘 것입니까? 아니면 안락사를 허용할 것입니까? 안락사는 그렇게 접근할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의 정신과 전문의이자 생명윤리학 박사인 스콧 김 미국립보건원(NIH) 선임연구원은 안락사 및 조력자살 허용 논의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분명히 드러냈다. 네덜란드와 벨기에 사례를 연구해 온 그는 안락사 허용 범위가 차츰 넓어지다가 최근 캐나다 등에선 정신질환으로까지 확대되자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 박사는 “안락사 문제는 공공 정책의 관점에서 접근해야지 이상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①의사 표현이 명확한 사람이 ②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며 죽어 가다가 ③스스로 안락사를 선택한다는 ‘이상적이고 개별적인’ 사례를 묶어 “이렇게 안타까우니 안락사를 허용하자”는 식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그는 “윤리적으로 가능하다고 정책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 “정책은 향후 우리 사회에서 어떤 가치가 영향을 받고 어떤 결과를 초래하며 누가 이익을 얻고 누가 피해를 보게 될 것인지를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NIH의 승인을 받아 이메일로 두 차례 진행됐다. 다만 김 박사 개인적 견해로 미국 정부나 NIH 입장과는 관계없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의사들은 환자의 고통을 덜어 주는 일이라 해도 죽음을 돕는 행위가 의사의 윤리와 역할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한다. “고통을 줄여 주는 것과 안락사를 허용하는 것, 우선 이 두 가지를 구분하자. 안락사 운동은 고통을 완화하자는 게 아니라 자기 죽음을 스스로 결정하자는 것이다. 안락사를 선택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이 통증 완화가 아니라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처럼 안락사가 의료적 문제가 아닌 개인의 철학적 선택의 문제라면 이를 돕는 건 의사가 할 일이 아니다.” 미국 오리건주의 존엄사법 연례 보고서를 보면 1998~2022년 조력자살을 선택한 사람들의 가장 큰 걱정은 ‘자율성 상실’(90.3%)이었다. 이어 ‘삶을 즐길 수 있는 활동력 감소’(90.0%), ‘존엄성 상실’(71.7%), ‘가족이나 간병인에 대한 부담’(48.0%)이 꼽혔고 ‘통증 조절 또는 그에 대한 걱정’은 28.0%로 비교적 낮게 나타났다. -미국은 10개 주에서 조력자살을 시행하고 있고 다른 주에서도 도입 움직임이 있다. 미국 의료계에선 이 문제를 어떻게 풀었나. “미국 의사들 사이에서도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 안락사가 의학적 문제인지조차 논란이 있다. 세계의사협회(WMA)와 미국의사협회(AMA) 모두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미국의사협회 의료윤리강령에는 의사조력자살에 관한 내용이 나와 있다. 이를 보면 의사들은 조력자살에 관한 견해가 다를 수 있으므로 의사 개인은 전문가적 양심과 신념에 따라 행동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의사조력자살은 근본적으로 치료자인 의사의 역할과 양립할 수 없으며 심각한 사회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함으로써 반대 쪽에 무게를 실었다. -호스피스·완화의료 제도가 안락사 도입에 앞서 선행돼야 한다고 보는가. 아니면 각각 병행 추진돼야 한다고 보나.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이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안락사를 선택지로 주는 것은 항생제로 감염을 치료하기도 전에 팔다리를 절단하겠느냐고 제안하는 것과 같다.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게 아닌데도 안락사를 선택하는 일은 있어선 안 될 일이다. 캐나다를 보면 일반적인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차선책으로 안락사를 선택하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안 된다.” -캐나다에서는 내년 3월부터 정신질환자도 안락사를 신청할 수 있다.(김 박사는 캐나다에서 관련 법을 개정할 때 의회 증언을 비롯해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했다.) “캐나다에서 개정안이 시행되면 많은 ‘조기 사망자’가 발생할 거라고 확신한다. 정신질환은 치료의 불가능성을 충분히 예측할 수 없고, 죽음에 대한 환자의 욕구도 일정하지 않다. 벨기에에서 안락사를 신청한 정신과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는데, 일부는 안락사 자격이 된다는 사실만으로 ‘자신의 고통을 인정받았다’며 마음을 바꿨다. 캐나다가 과학적 증거를 무시한 채 이데올로기적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을 지켜보며 당혹스러웠다.” -개인적으로는 안락사를 임종 방식의 하나로 선택할 의향이 있나. “이 질문은 거절하겠다. 안락사는 개인적 문제로 접근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반대하지 않더라도 공공 정책으로 안락사를 도입하는 건 취약계층에겐 재앙이 될 수 있다. 유엔 인권위원회에서도 이들에게 끼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장애가 있는 수많은 사람이 죽음 대신 평등하고 존엄한 삶을 위해 싸우고 있는데 이들을 ‘국가가 승인한 사망 대상’으로 분류하는 건 다시 생각해야 한다.” ● 스콧 YH 김 박사는 누구 미국 하버드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시카고대에서 도덕철학(칸트윤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매사추세츠종합병원에서 성인정신의학을 전공한 정신의학 및 생명윤리 분야 전문가다. 2013년 7월부터 미국립보건원(NIH)의 종신 선임연구원으로 있다. 안락사 및 의사조력사망을 주요 관심 분야 중 하나로 연구하고 있으며 2000년부터 학술지와 책에 20여건의 관련 연구를 발표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1973년 가족과 미국으로 갔으며 한국 이름은 김영호다. 서울신문의 ‘금기된 죽음, 안락사’ 기획기사는 ‘인터랙티브형 기사’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R 코드를 찍거나 아래 링크를 복사한 후 인터넷 주소창에 붙이는 방법으로 콘텐츠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euthanasia/기획취재부 유영규 부장, 신융아·이주원 기자
  • 당정, ‘재난대응’ 총리 직속 민관기구 검토

    기후변화가 ‘뉴노멀’이 된 가운데 당정이 집중호우를 포함한 기후재난에 대응하고자 국무총리실 직속 민관합동 상설기구 구성을 추진한다. 기존 대책으로는 갑작스러운 재해에 대응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23일 “대통령께서 (최근 국무회의에서) 재난 관리 체계와 대응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문한 후 아이디어 차원에서 민관합동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국무총리와 정무위원들의 최근 만찬에서 여야 할 것 없이 (상설기구 구성) 이야기가 나왔다”며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당정은 이날 수해 관련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기로 했으나 전국에 또 많은 비가 내리자 참석자들이 현장 대응에 집중하도록 협의회를 미뤘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재난 예방 패키지법’을 발의한다. 패키지법에는 재난 관리 매뉴얼의 정기적인 업데이트, 폐쇄회로(CC)TV 기관 공유, 별도 조례 개정 없는 수해 피해지역 지방세 감면 등의 방안이 포함된다.
  • [단독]“안락사, 이상적으로 접근하지 말라” 美국립보건원(NIH) 스콧 김 인터뷰[금기된 죽음, 안락사]

    [단독]“안락사, 이상적으로 접근하지 말라” 美국립보건원(NIH) 스콧 김 인터뷰[금기된 죽음, 안락사]

    “사람들이 고통스럽게 죽어가도록 내버려 둘 것입니까? 아니면 안락사를 허용할 것입니까? 안락사는 그렇게 접근할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의 정신과 전문의이자 생명윤리학 박사인 스콧 김 미국립보건원(NIH) 선임연구원은 안락사 및 조력자살 허용 논의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분명히 드러냈다. 네덜란드와 벨기에 사례를 연구해 온 그는 안락사 허용 범위가 차츰 넓어지다가 최근 캐나다 등에선 정신질환으로까지 확대되자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김 박사는 “안락사 문제는 공공 정책의 관점에서 접근해야지, 이상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의사 표현이 명확한 사람이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며 죽어가다가 ▲스스로 안락사를 선택한다는 ‘이상적이고 개별적인’ 사례를 묶어 “이렇게 안타까우니 안락사를 허용하자”는 식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그는 “윤리적으로 가능하다고 정책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 “정책은 향후 우리 사회에서 어떤 가치가 영향을 받고 어떤 결과를 초래하며, 누가 이익을 얻고, 누가 피해를 보게 될 것인지를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NIH의 승인을 받아 이메일로 2차례 진행됐다. 다만 김 박사 개인적 견해로 미국 정부나 NIH 입장과는 관계없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의사들은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일이라 해도 죽음을 돕는 행위가 의사 윤리와 역할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한다. “고통을 줄여주는 것과 안락사를 허용하는 것, 우선 이 두 가지를 구분하자. 안락사 운동은 고통을 완화하자는 게 아니라, 자기 죽음을 스스로 결정하자는 것이다. 안락사를 선택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이 통증 완화가 아니라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처럼 안락사가 의료적 문제가 아닌 개인의 철학적 선택의 문제라면 이를 돕는 건 의사가 할 일이 아니다.” 미국 오리건주의 존엄사법 연례 보고서를 보면 1998~2022년 조력자살을 선택한 사람들의 가장 큰 걱정은 ‘자율성 상실’(90.3%)이었다. 이어 ‘삶을 즐길 수 있는 활동력 감소’(90.0%), ‘존엄성 상실’(71.7%), ‘가족이나 간병인에 대한 부담’(48.0%)이 꼽혔고, ‘통증 조절 또는 그에 대한 걱정’은 28.0%로 비교적 낮게 나타났다. -미국은 10개 주에서 조력자살을 시행하고 있고, 다른 주에서도 도입 움직임이 있다. 미국 의료계에선 이 문제를 어떻게 풀었나. “미국 의사들 사이에서도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 안락사가 의학적 문제인지조차 논란이 있다. 세계의사협회(WMA)와 미국의사협회(AMA) 모두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미국의사협회 의료윤리강령에는 의사조력자살에 관한 내용이 나와 있다. 이를 보면, 의사들은 조력자살에 관한 견해가 다를 수 있으므로 의사 개인은 전문가적 양심과 신념에 따라 행동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의사조력자살은 근본적으로 치료자인 의사의 역할과 양립할 수 없으며, 심각한 사회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함으로써 반대쪽에 무게를 실었다. -호스피스·완화의료 제도가 안락사 도입에 앞서 선행돼야 한다고 보는가, 아니면 각각 병행 추진돼야 한다고 보나.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이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안락사를 선택지로 주는 것은 항생제로 감염을 치료하기도 전에 팔다리를 절단하겠느냐고 제안하는 것과 같다.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게 아닌데도 안락사를 선택하는 일은 있어서 안 될 일이다. 캐나다를 보면 일반적인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차선책으로 안락사를 선택하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안 된다.” -캐나다에서는 내년 3월부터 정신질환자도 안락사를 신청할 수 있다. (김 박사는 캐나다에서 관련 법을 개정할 때 의회 증언을 비롯해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했다.) “캐나다에서 개정안이 시행되면 많은 ‘조기 사망자’가 발생할 거라고 확신한다. 정신질환은 치료의 불가능성을 충분히 예측할 수 없고, 죽음에 대한 환자의 욕구도 일정하지 않다. 벨기에에서 안락사를 신청한 정신과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는데, 일부는 안락사 자격이 된다는 사실만으로 ‘자신의 고통을 인정받았다’며 마음을 바꿨다. 캐나다가 과학적 증거를 무시한 채 이데올로기적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을 지켜보며 당혹스러웠다.” -개인적으로는 안락사를 임종 방식의 하나로 선택할 의향이 있나. “이 질문은 거절하겠다. 안락사는 개인적 문제로 접근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반대하지 않더라도 공공 정책으로 안락사를 도입하는 건 취약계층에겐 재앙이 될 수 있다. 유엔 인권위원회에서도 이들에게 끼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장애가 있는 수많은 사람이 죽음 대신 평등하고 존엄한 삶을 위해 싸우고 있는데, 이들을 ‘국가가 승인한 사망 대상’으로 분류하는 건 다시 생각해야 한다.”☞스콧 YH 김 박사는 누구미국 하버드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시카고대에서 도덕철학(칸트윤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매사추세츠종합병원에서 성인정신의학을 전공한 정신의학 및 생명윤리 분야 전문가다. 2013년 7월부터 미국립보건원(NIH)의 종신 선임연구원으로 있다. 안락사 및 의사조력사망을 주요 관심 분야 중 하나로 연구하고 있으며, 2000년부터 학술지와 책에 20여 건의 관련 연구를 발표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1973년 가족과 미국으로 갔으며, 한국 이름은 김영호다.
  • 尹 재난 대응 ‘근본적 변화’ 주문에...총리 직속 민관기구 신설 검토

    尹 재난 대응 ‘근본적 변화’ 주문에...총리 직속 민관기구 신설 검토

    ‘수해 대책’ 고위당정협은 순연 기후변화가 ‘뉴노멀’(새로운 기준이 보편화하는 현상)이 된 가운데 당정이 집중호우를 포함한 기후 재난에 대응하고자 국무총리실 직속 민관합동 상설기구 구성을 검토한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재난 대응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주문한 데 대한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23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대통령께서 재난 관리 체계와 대응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 이후 다양한 아이디어차원에서 민간 합동 대응 체제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국무회의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범정부 차원에서 협업하고 전문가들이 참여해 평소에도 체계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디지털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한 바 있다. ‘극한 호우’처럼 이상 기후로 인한 재난이 이어지는 등 기존의 방재 대책으로는 갑작스러운 재해 대응이 더는 힘들다는 판단이다. 국민의힘은 기구 구성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국무총리와 정무위원들의 최근 만찬에서 여야 할 것 없이 이구동성으로 관련 이야기가 나왔다”며 “그 일환으로 대응하고 당에서도 적극 대응하겠다”고 했다. 당정은 애초 이날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폭우 피해 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수해 지원·복구·재발 대책을 논의하려 했다. 그러나 전국에 많은 비가 내리자 각 부처 장관 등 참석자들이 상황 대응과 현장 지휘에 집중할 수 있도록 협의회를 미뤘다. 국민의힘도 현장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과 보좌진, 당직자 등 300여명은 24일 충북 청주시 일대를 찾아 일제히 수해 복구 활동에 나선다.더불어민주당은 기후 위기를 고려한 ‘재난예방 패키지법’를 발의한다. 김민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하고 “기후 위기 상황을 고려해 재난 위기 관리 매뉴얼을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는 방안,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정기적으로 재산정하게 하는 방안 등을 준비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패키지법에는 재난 대응을 위한 폐쇄회로(CC)TV 기관공유, 별도 조례 개정없는 수해 피해지역의 지방세 감면 등의 대책도 포함된다.
  • 이재명 “연금개혁 논의하자” 민생 드라이브…사법리스크 재점화 뒤숭숭

    이재명 “연금개혁 논의하자” 민생 드라이브…사법리스크 재점화 뒤숭숭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정부가 내놓은 ‘생애 첫 1개월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 방안에 화답하며 연금개혁 논의에 여야가 힘을 모으자고 당부했다. 민생을 앞세워 ‘협치’ 메시지를 낸 셈인데, 이 대표가 사법리스크 재점화를 방어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정부 국민연금 개혁 논의기구가 지난 17일 제시한 ‘만 18세 청년에 대한 1개월 보험료 지원’ 방안을 언급하며 “국민연금에 대한 청년들의 불신을 해소할 좋은 방안으로, 서둘러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국가가 청년들에게 생애 첫 국민연금 보험료를 지원한다면 사회적으로 국민연금 조기 가입을 유도하고, 가입 기간이 길어지면서 연금 수령 혜택이 늘어나 청년층의 ‘연금 효능감’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 대표는 해당 내용이 자신의 공약이었다며 “당시 보건복지부의 반대 등 여러 이유로 결국 이행되지 못했는데 정부의 연금개혁기구에서 이런 제안이 나왔다니 반가운 마음도 든다. 국민의 삶을 지키는데 저작권이란 없고, 여야도 따로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전날엔 응급실을 찾아 헤매다 사망한 오정욱군 사고와 관련해 “근본적인 원인은 의료진 인력 부족”이라며 대책 마련을 약속하기도 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대응, 서울-양평 고속도로 쟁점화 등 ‘대여투쟁’에 힘을 쏟던 이 대표가 이렇게 민생 행보로 방향을 튼 배경에는 ‘사법리스크의 재부상’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검찰은 ‘쌍방울의 대북 송금 계획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진술을 확보하고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대표의 소환조사 및 구속영장 재청구가 머지않았다는 전망도 정치권 안팎에 확산 중이다. 국회는 체포동의안 표결 없이 이 대표가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8월의 절반을 ‘비회기 기간’으로 비워뒀지만, 검찰이 민주당 내 분란을 노리고 회기 중에 청구할 것이란 관측도 당내에서 나온다. 이 대표가 지난 6월에 불체포특권 포기했지만, 부당한 체포 동의안은 부결하자는 당내 여론도 적지 않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이 대표가 소설 운운하며 윤석열 정부와 검찰을 비난해도 이 대표가 저지른 범죄 혐의는 달라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의 무리한 입법 등이 ‘이재명 대표 리스크’를 덮기 위한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 “직장분쟁 예방하려면 사용자의 노동법 기초지식 필요”

    “직장분쟁 예방하려면 사용자의 노동법 기초지식 필요”

    직장분쟁 예방을 위해서는 사용자의 노동법 기초지식과 법 준수 의지가 중요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3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따르면 전국 노동위에서 일하는 공익위원과 조사관의 89.1%는 직장분쟁을 예방하려면 사용자가 노동법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한다고 응답했다. 올해 7월 기준 접수된 부당해고 등 심판사건이 8720건으로 지난해 같은기간(7270건) 대비 19.9% 급증했다. 중노위는 직장분쟁의 심각성 및 조기 예방책 마련을 위해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0일까지 전국 노동위에서 소속된 공익위원과 조사관 총 35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직장분쟁을 예방하려면 사용자의 지식이 중요하지만 정작 현장에서 노동법을 잘 아는 주체는 ‘근로자’라는 평가(54.3%)가 높았다. 중노위는 “사업을 새로 시작하는 사용자는 노동법 기초지식을 반드시 익혀야 한다”고 제언했다. 직장분쟁 예방을 위해 근로자가 노력해야 할 사항으로 ‘직원 간 상호 존중’이 27.9%로 가장 많았고, ‘성실한 근로 제공’(24.6%),‘ 직장 내 규칙 준수’(16.9%), ‘역지사지 태도’(13.4%) 등이 뒤를 이었다. 사용자 노력 사항으로는 ‘기본적인 노동법 준수’(27.6%)에 이어 ‘적정량의 업무분장과 명확한 업무지시’(16.9%), ‘성과에 대한 확실한 보상’(14.7%) 등의 순이었다. 특히 젊은 연령층(20~39세)은 ‘적정량의 업무분장과 명확한 업무지시(21.2%)’, ‘인격 모독적인 언행 않기(21.2%)’를 강조했다. 워라밸 중시 및 수평적 직장문화를 선호하는 젊은 세대의 모습을 보여준 결과로 분석됐다. 또 60세 이상은 근로자 역할에 ‘직장 내 규칙 준수’(21.0%), 사용자에 대해 ‘성과에 대한 확실한 보상’(17.6%)을 주문해 대조를 보였다.
  • “비자 나오면 도망”…노총각 국제결혼 실태 [김유민의 돋보기]

    “비자 나오면 도망”…노총각 국제결혼 실태 [김유민의 돋보기]

    2010년대 이후 한국 남성과 국제결혼하는 여성의 국적은 베트남이 중국을 넘어 거의 매년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1990년대 초반부터 ‘농촌 총각 결혼시키기’ 사업의 일환으로 국제결혼이 장려됐고, 2006년부터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노총각 혼인 사업 지원 조례’ 등을 제정해 국제결혼을 하면 1인당 수백만원을 주는 등의 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 2020년 여성가족부가 국제결혼 중개업의 현황을 조사한 결과, 국제결혼 커플의 만남부터 결혼식까지 소요된 기간은 5.7일에 불과했다. 한국인 배우자가 낸 결혼 중개 수수료는 평균 1372만원에 달했지만, 외국인 배우자가 낸 수수료는 69만원에 그쳤다. 한국인 배우자의 연령은 40~50대(81.9%)가 대부분이었지만 외국인 배우자는 20대(79.5%)가 가장 많았다. 정말 사랑해서 맺어진 경우도 있지만, 나이 차이가 많게는 30살 넘게 나는 신부가 베트남 친정에 매달 25만~30만원씩 보내는 조건으로 농촌에 오는 사실상 매매혼이 많다 보니 결혼 목적으로 한국에 왔다가 국적 취득 후 사라지는 여성들이 많다고 경험자들은 입을 모은다. 최근에도 온라인상에는 ‘베트남 여성과 결혼해 노총각 신세에서 벗어났지만 3개월 만에 아내가 집을 나갔다’라는 내용의 사연이 올라오고 있다. 베트남 신부와 딱 일주일 살았다는 A씨는 국제결혼피해센터 인터넷 카페에 올린 글에서 “돈은 돈대로 쓰고 호적만 지저분해졌다. 수소문해보니 베트남 남자와 아이 낳고 잘 살고 있다더라. 이혼 절차 좀 도와달라는 연락이 왔다”라며 “들어보니 국제결혼한 신부들 대부분이 한 달 안에 도망가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경찰에 신고해도 소용없다. 베트남에서 한국 총각은 호구 중에 호구라고 한다. 제도 개선을 해야 불법체류 신부 양산을 멈출 수 있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난해 국제결혼피해센터에 접수된 상담 건수는 300건에 달했다.이혼해도 영주권 신청 가능해불법브로커와 짜고 ‘결혼사기’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들은 결혼이민(F-6) 비자를 받게 된다. 취업 활동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 2년 이상 국내에 체류하면 영주권(F-5)으로 변경을 신청할 수 있다. 외국인 여성은 이혼했더라도 영주권에 도전할 수 있다. 베트남 여성이 한국 남성과 결혼해 우리나라 국적을 취득한 뒤 이혼하고 베트남 남성과 재혼하면 이 남성도 우리나라 국적을 가질 수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남성과 베트남 여성의 혼인신고는 3319건 중 초혼은 2250건, 재혼은 1069건이었다. 반대로 같은 해 한국 여성과 베트남 남성 혼인 건수는 586건으로, 이 중 재혼은 약 95%인 556건이었다. 초혼은 고작 30건에 불과했다. 국제결혼 주선업체를 통해 결혼한 20대 베트남 신부가 입국 한 달 만에 가출하자 혼인무효소송을 낸 40대 한국인 남편은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지난해 2월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언어장벽이나 문화적인 부적응, 기대와 현실 사이 괴리감으로 인해 여성이 결혼생활을 포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혼인은 무효’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혼인이 무효라고 판단한 항소심에 따르면 베트남 신부는 혼인생활을 시작한 이후 부부관계를 한 차례도 하지 않았고, 외국인 등록증과 여권을 챙겨 집을 나갔다.실제 피해를 입은 경우도 많지만 일부는 이혼을 위해 브로커와 짜고 가정생활을 전혀 하지 않고 남편의 욕을 녹음, 가정폭력으로 신고하는 수법을 쓰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가정폭력으로 이혼하게 되면 귀책사유는 남편에게 있어서 2년만 지나면 새로 외국인과 재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한국 남자는 다시 국제결혼을 하려면 5년을 더 보내야 한다. 이 때문에 이혼한 귀화 외국인이 외국인과 재혼할 때 최소 5년 이상 제한 기간을 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국과 함께 대표적인 결혼이민자 유입국으로 꼽혔던 대만은 국제결혼 중개업체의 상업성을 규제하는 방식으로 매매혼의 폐해를 줄이고자 했다. 대만은 2007년 12월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해 상업적 성격의 국제결혼 중개업을 제한하고 비영리 사단법인 등의 국제결혼 중개만 허용하는 정책을 2009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 “고구려 후예 발해처럼…” 무명 권발해, 스롱 피아비 잡고 16강 진격

    “고구려 후예 발해처럼…” 무명 권발해, 스롱 피아비 잡고 16강 진격

    “제 이름 발해처럼 이젠 LPBA 투어에 당당히 이름을 내밀고 싶습니다”. 지난해 여자프로당구(LPBA) 데뷔 시즌을 불과 101위로 마감했던 ‘무명’의 권발해(19)가 통산 6개의 우승 트로피를 수집한 투어 최다승자 스롱 피아비(캄보디아)를 잡고 전용 경기장 시대를 열어젖힌 하나카드 챔피언십 최대 이변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권발해는 22일 경기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LPBA 투어 하나카드 챔피언십 32강전(3전2승제)에서 90분 만에 스롱을 2-1(9-11 11-10 9-8)로 제압했다. 앞서 예선 1·2차전에서 서유리와 오지연을 제치고 64강 본선에 오른 뒤 최연주를 따돌리고 32강에 올랐던 권발해는 이날 스롱까지 제치는 이변을 연출하며 16강에 진출, 임경진을 역시 2-1로 누른 김진아를 상대로 8강 티켓에 도전한다.누가 봐도 경기 결과를 뻔히 점칠 수 있었던 경기의 흐름은 1세트 종반부터 예상 밖으로 흘러갔다. 권발해는 최다승자를 만났다는 긴장감에 초반 8이닝을 공타로 돌아섰다. 그 사이 스롱은 2이닝 4연속 득점을 포함해 6점을 솎아내며 손쉬운 승전을 예고했다. 그러나 이후 스롱의 장타가 침묵한 사이 권발해는 9이닝 3득점에 이어 10이닝 하이런 5점을 기록하는 뒷심으로 반격했다. 비록 두 점 차로 첫 세트를 내주긴 했지만 투지를 보여주기엔 충분했다. 그러나 1세트는 시작에 불과했다. 첫 이닝 3득점으로 기분 좋게 2세트를 시작한 권발해는 스롱과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이다 6이닝 이후 잡은 리드를 끝까지 지켜내며 균형을 맞췄다. 3세트는 막판이 압권이었다. 초반 5-4로 앞서가다 여섯 이닝 공타에 다시 빠지는 바람에 5-8의 매치포인트를 허용한 권발해는 스롱이 마지막 1점을 채우지 못하고 세 이닝 공타에 머무는 동안 뒤돌리기로 1점을 만회해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또 한 차례의 뒤돌리기가 충돌로 무산돼 호흡을 가다듬은 권발해는 그러나 앞돌리기와 뒤돌리기로 8-8 더블 매치포인트를 만든 뒤 회심의 옆돌리가를 성공시키면서 투어 통산의 6승의 주인공인 스롱이라는 ‘대어’를 잡았다. 경북 대구 출신의 권발해는 중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큐를 잡았다. 아마추어 경력이 전무한 그는 당구 입문 3년 만인 지난해 프로 선발전에서 낙방했지만 PBA 공식 테이블 업체의 와일드카드로 데뷔 시즌을 치러냈다. 하지만 포인트 랭킹은 101위로 초라했다. 최고 성적이 본선 64강 한 차례에 불과했던 권발해는 그러나 올 시즌 지난 두 차례 대회에서는 연속 33위에 올라 적응을 알렸고, 이날 생애 첫 16강에 진출하면서 자신의 최고 성적을 갈아치웠다. 그는 “오늘 LPBA 최강인 스롱과의 대결에서 중요한 순간 정신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면서 “다만 기본적인 공에 더 충실해야겠다는 또 다른 가르침도 받았다”고 자세를 낮췄다.발해는 대조영이 고대 고구려를 계승해 한반도 북부와 만주, 연해주 일대에 세워 통일신라 시대 당시 남북국 체제를 형성했던 국가다. 한동안 우리 민족 국가로 인정받지 못했던 나라이기도 하다. 권발해는 “제 독특한 이름은 한동안 우리 민족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역사 속에 묻혀 있었던 발해처럼 강인하고 꿋꿋하게 자라라며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이라면서 “저도 이제 무명에서 벗어나 모든 이로부터 떳떳하게 인정받는 프로 당구인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 서울시의회 “무너진 교권 바로 세우겠다”

    서울시의회 “무너진 교권 바로 세우겠다”

    21일 서울시의회는 서울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 선택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입장문을 발표했다. 다음은 서울시의회 입장문 전문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젊은 교사가 숨지는 참담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서울시의회(의장 김현기)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과 학교 현장의 선생님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서울시의회는 이 사건을 비통함 속에서 엄중하게 주시하고 있습니다. 내주인 27일 오전 조희연 교육감을 출석시켜 교육위원회를 긴급 개최할 것입니다. 관할 강남·서초교육지원청 교육장 등 학교 현장의 관련 책임 공무원 등으로부터 사건의 경위를 보고받고 무엇이 문제인지 분명하게 확인하고 점검하겠습니다. 교육 현장에서 참담한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의회는 서울교육의 근원적 제도개혁에 단호하게 나서겠습니다. 원점에서 학생인권조례 등 서울교육의 모든 제도를 재검토해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공교육을 되살리고, 무너진 교권을 회복하는 방안을 흔들림 없이 과감하게 추진하겠습니다. 의회는 그간 시민의 뜻을 받들어, 서울교육학력향상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1년여간 활동했습니다. 서울 교육의 문제점을 분명히 확인했습니다. 이에 학생들의 기본인권인 기초학력 보장을 위해 기초학력 조례를 제정했고, 3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문해력과 수리력 등 평가도구 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의회는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시민과 함께 고쳐나가겠습니다. 서울시민들은 지난 10년간 서울교육청 공교육은 처참하게 무너졌다는 평가와 함께 서울교육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의회는 모든 권한을 행사해 서울교육의 환부를 과감하게 도려내겠습니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20대 교사가 보낸 침묵의 절규에 응답이 되도록 단호하고 철저히 추진하겠습니다. 서울시의회는 전사의 심정으로 교육을 바로잡는 전선에 임하겠습니다.
  • [책으로 정책읽기]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의 뿌리, 예고없는 재난은 없다

    [책으로 정책읽기]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의 뿌리, 예고없는 재난은 없다

    앤드류 레더바로우, 안혜림 옮김, 2022, <후쿠시마>. 브레인스토어. 그날은 금요일이었다. 2011년 당시 국제부에 있었는데 남유럽 재정위기에 이집트 정권교체, 리비아 내전 등등 하루가 멀다 하고 중요한 국제뉴스가 쏟아지니 정신없이 바쁜 하루하루가 이어지다가 신기하게 그날은 조용했다. 마침 그날은 중요한 저녁 약속도 있었으니 이게 웬 횡재인가 싶었다. 국제부장이 그날 써야 할 기사를 배정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우와. 너 오늘 원고지 석장짜리 하나만 쓰면 되겠다.” 서른장이 아니라 세 장이다. 뭔가 묘했다. 부장도 그런 기분이 들었는지 한마디 덧붙였다. “너 이러고도 월급받는구나. 밥값을 해야지. 밥값을.” 둘이서 한참 웃었다. 그렇게 평화롭던 3월 11일은 국제부 한켠 벽에 걸린 TV에 2시 46분 무렵부터 긴급속보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산산조각났다. 처음엔 자료화면인 줄 알았다. 일본 동북[도호쿠] 지방에 유례없는 지진이 발생했고, 그 여파로 어마어마한 쓰나미가 몰려왔다고 했다. 생방송을 보면서도 너무 비현실적인 느낌이었다. 급하게 기사를 쏟아내느라 하루가 어떻게 갔는지도 기억이 안난다. 결국 원고지 서른장쯤 쓰고 자정 즈음까지 일해야 했다. 그런 날이 다음주까지 계속됐다. 편집국장이 고생했다며 술을 사줬다. 편집국장에 도쿄특파원을 지냈던 논설위원, 국제부장이랑 넷이서 소맥을 마셨다. 대략 3시 11분쯤 귀가했으려나 싶다. 동일본대지진 충격은 곧바로 ‘후쿠시마’ 참사로 옮겨갔다. 처음엔 후쿠시마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한 원전사고는 쓰나미라는 불가항력인 천재지변 때문에 발생해 어쩔 도리가 없는, 일본어에서 흔히 쓰는 표현인 ‘쇼오가나이(しょうが無い)’ ‘시카타가나이(仕方が無い)’ 같은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만든 후쿠시마원자력발전소 사고조사검증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던 규슈대학교 교수 요시오카 히토시(吉岡斉)가 쓴 <原子力の社会史、その日本的展開>에 따르면 이는 일본 경제산업성 원자력안전보안원이나 도쿄전력이 유포한 것으로, 사실과 한참 거리가 있었다(요시오카 히토시, 2022, <원자력의 사회사>, 295쪽 참조). 요시오카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위기예방대책과 위기관리조치의 결함이 복합 작용한 것이라고 강조한다(요시오카, 309~315쪽). 먼저 부실한 위기예방대책을 보면, 무엇보다도 지진과 쓰나미가 빈발하는 일본에 원전을 건설했고, 그것도 수많은 원자로를 한 곳에 밀집시켜 건설했다. 특히 미야기현(오나가와 1~3호기)과 후쿠시마현(후쿠시마 제1원전 1~6호기, 제2원전 1~4호기) 등 도호쿠 지방 태평양 연안은 세계 제일의 원전 밀집지역이었다. 지진과 쓰나미 대비 기준을 엄격하게 하지 않았고, 압력용기와 격납용기 파괴 가능성을 염두에 둔 대책도 부재했다. 원자로 시설 전체에서 모든 전원이 끊기는 상황을 가정한 대책이 없었다. 설마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었겠지만,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 게 후쿠시마 원전사고였다. 다음으로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나타난 위기관리조치 실패를 보면, 재난 컨트롤타워가 제 기능을 못했다. 정부는 실질적인 권한이 부족해서 후쿠시마 원전을 운영하는 도쿄전력에 요청하는 것 말고는 실질적인 권한이 없었고, 정작 도쿄전력은 민간기업이다 보니 동원능력이 한정되어 있었다. 압력용기와 격납용기 파괴 이후 대책을 준비하지 못했고, 주민들이 피폭될 가능성에 대비한 대책도 미비했다. 유효한 방재계획도 부재했다. 요시오카는 위기예방과 대응에서 나타난 기능미비를 개관한 뒤 실패의 밑바탕으로 ‘원자력 안전신화’를 지목한다. “원자력 관계자들에게 ‘원자력 안전 신화’를 부정하는 듯한 가정을 공표하는 것은 금기다. 이렇게 모든 원자력 관계자가 ‘원자력 안전 신화’에 의한 자승자박 상태에 놓인 것이다(요시오카, 315쪽).” “하지만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원전이 안전하다는 신화만 무너뜨린 게 아니었다. ‘안전대국 일본’ 담론도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었다. ‘일본=안전’을 비판적으로 되짚어보는 인식이 급속히 확산됐다.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최근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논란을 보면서 ‘일본안전신화’라는 망령이 되살아났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는다. ‘오염수는 안전하다’는 논리구조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전에 상식처럼 통용되던 <원전은 안전하다, 일본은 안전하다, 고로 일본원전은 안전하다>는 괴상망측한 3단논법을 그대로 되풀이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전에도 크고 작은 원자력 관련 사고가 잇따랐고 또 그만큼 많은 각종 은폐와 정보조작이 횡행했으며, 참사가 벌어질지 모른다며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는 외로운 외침은 계속해서 외면당하고 조롱받았다. 한국 정부와 여당에선 “과학적인 연구결과”를 내세우며 안전에 문제없다고 강조하는데, 그러려면 과학적인 연구결과가 현실에서도 그대로 작동한다는 전제가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과학적인 연구결과”에 부합하도록 행동한다는 걸 누가 어떻게 장담한단 말인가. 최근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합리적으로 행동할 것이니 믿으면 된다’는 주장만 되풀이하지만 사실 ‘합리적 행위자 모형’이야말로 인간이 얼마나 불합리한지 보여주는 반증일 뿐이라는 생각은 왜 안하는지 모를 일이다. 앤드류 레더바로우가 <후쿠시마>라는 책에서 집요하게 추적하는 것 역시 그 지점이다. 전작 ‘체르노빌’을 통해 명성을 얻은 이 영국 작가는 저자는 스스로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깨끗하고 확장 가능한 전력원으로 원자력을 지지(15쪽)”하면서도 “자연이 일으킨 동일본 대지진이 도화선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후쿠시마 제1발전소의 몰락은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였고 일본이 반드시 제대로 대비해야 했던 사고였다(12쪽)”는 냉정한 태도를 견지한다. 왜 일본 원전 관련 제도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도록 굴러갔을까, 왜 각종 위험신호를 무시했고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을까. 학벌과 낙하산, 이해충돌과 무책임으로 얼룩진 일본 원전 역사에 주목하는 이 책을 따라가다보면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이미 예고돼 있던 참사였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발전소 건설 당시 원래 해수면을 기준으로 35미터 높이였던 원전 부지를 10미터 높이까지 깎아냈고(100쪽), 방파제는 “’바로 근접한 장소에서는 심각한 지진을 겪었다는 기록이 없다’는 데 주목해 5미터 높이면 자연에서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높은 파도를 막기에 충분하다고 결정(105쪽)”했다. 하지만 1995년 한신 대지진이 발생한 뒤 일본 정부가 구성한 지진연구추진본부는 “향후 30년간 후쿠시마에서 북쪽으로 겨우 60㎞ 떨어진 지역인 미야기현 해변에 규모 7.5 이상 지진이 발생할 확률이 99%라 예측했다(180쪽).” 이 책은 1853년 일본 개항기와 뒤이은 메이지유신에서 시작해 일본이 원자력 발전에 주목하고 집착하게 된 초창기부터 추적해 나간다. 시작은 ‘에너지 자립의 꿈’이다. 마땅한 지하자원이 없는 일본 입장에서 원자력만한 에너지원이 없다. 하지만 ‘책임지지 않는 사회’의 원전정책은 심각한 결함을 갖기 시작했다. 일본 원전정책의 토대가 된 원자력기본법에 따라 1950년대 일본원자력위원회 그리고 그 산하에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생길 때부터 이런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통상산업성 직원들은 원자력안전위원회 권고를 존중해야 했으나 법에 반영해야 할 의무는 없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법을 제정하는 권한을 가지면 본질적으로 정부의 일부가 되어 독립적이지 않고 중립적이지도 않은 조직이 되기 때문에 정당화는 이상한 구조였다(134쪽).” 결국 콘트롤 타워는 사라져 버렸다. “사소한 모든 것에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과 부서가 정해져 있었지만 발전소 전체의 안전을 관리하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134쪽).” 전력회사를 규제하는 일을 하다 퇴직한 정부부처 고위공직자들이 전력회사 고문이나 이사로 자리를 옮기는 ‘아마쿠다리(天下り)’ 우리식으론 낙하산 관행, 그리고 같은 학교 출신들끼리 밀어주고 당겨주는 학벌(学閥) 문제는 동종교배와 집단사고를 낳았다. 2011년 당시 외무상 고노 다로는 이 문제를 “원자력을 비판하면 승진할 수 없고, 교수도 될 수 없고, 분명히 중요한 위원회에 발탁되지도 않는다(142쪽)”고 지적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도쿄전력 사장이었던 시미즈 마사타카는 그 해 5월 물러난 뒤 2012년 6월 후지오일 사외이사에 취임했다. 도쿄전력은 후지오일 지분 8.9%(2019년 기준)를 보유한 최대주주다(349~350쪽). 그를 포함해 “2021년 현재까지 일본 정부 산하의 어느 기관에도 참사와 관련해 기소된 사람이 없으며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듯하다(354쪽).” “원자력을 비판하면 승진할 수 없다” 일본 관료제의 오랜 관행은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 순환근무체계로 인해 정부에 핵물리학이나 공학 지식을 지닌 인재가 매우 부족했다(134쪽). “중앙기구는 아주 작고, 다양한 산업의 리더들과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지방 정부의 부서에 온갖 종류의 업무를 위탁하며 의존한다. 그 결과 때로는 직무 순환 탓에 한심할 정도로 자격이 부족한 정부 관료들이 민간 기업의 기술 전문가들에게 도움과 조언을 구한다(135쪽).” 그 결과 사이버보안 전략 부본부장 사쿠라다 요시타카가 일하면서 컴퓨터를 사용해본 적이 없다고 인정해 화제가 됐던 것 같은 시스템이 굳어지게 됐다. “사실상 규제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규제하는 사람들을 가르치게 되었다(135쪽).” 이런 난맥상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당시 총리였던 간 나오토는 이렇게 증언했다. “(원자력안전보안원 원장 데라사카 노부아키)가 내게 무엇을 말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어 ‘당신이 원자력 전문가요?’라고 물었다. 그는 해맑게 ‘저는 도쿄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습니다’라고 대답했다(285쪽).” 아이러니하게도, 간 나오토는 도쿄공업대학 물리학과를 졸업했다. <후쿠시마>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하나씩 되짚어보고 있지만 사실 2011년 3월 11일 이후 발생한 ‘사건’은 이 책에서 3분의1 가량이다. 절반 이상은 일본 원자력 담론이 시작되고 원전을 건설하고 운영하는 시기에 집중한다. 이를 통해 저자가 도출하는 결론은 한 마디로 압축할 수 있을 듯 하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재난은 드물다(393쪽).” “챌린저호 폭발사고, 딥워터오라이즌 폭발사고, 보팔 유출사고, 체르노빌 참사 모두 전문가들이 피할 수 있었던 참사를 막아보려 노력했지만 권력을 쥔 이들에게 묵살당했던 셀 수 없이 많은 사례 중 일부일 뿐이다. 아직 또렷하게 드러나지 않은 사건을 막아보겠다고 움직이기에는 돈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우리가 살펴본 일본 원자력 산업의 부상과 몰락 역시 돈과 속도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국가 안보를 위해 안전을 간과한 수많은 사례로 가득 차 있다.” 393~394쪽. 일본 후쿠시마원자력사고독립조사위원회 위원장 구로카와 기요시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일본 문화에 뿌리 깊이 배어 있는 관습에서 찾을 수 있다. 반사적인 순종, 권위를 의심하지 않는 태도, 맹신적인 계획 고수, 집단주의, 편협함이다. 다른 사람들이 이 사고의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있다고 해도 일본인이라면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5쪽).” 고통스런 자기 성찰을 우리가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건 뭘까. 우리는 과연 얼마나 다른지, 우리의 확신과 우리의 “과학”은 과연 얼마나 믿음직한지 되돌아보는 것, 바로 ‘합리적 의심’에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 금강 쓰레기도 ‘역대급’…서천군 “왜 우리만 처리비 내나” 볼멘소리

    금강 쓰레기도 ‘역대급’…서천군 “왜 우리만 처리비 내나” 볼멘소리

    “금강을 타고 떠내려온 부유 쓰레기를 다 치우는데 처리비까지 부담하라니…” 충남 서천군 관계자는 21일 서울신문과 통화에서 “우리도 폭우 피해 복구에 역대급 부유 쓰레기를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이같이 하소연했다. 충북 오송과 충남 공주·논산·청양지역에서 엄청난 인명 피해 등을 유발한 폭우와 함께 금강을 타고 떠내려온 부유 쓰레기가 금강하굿둑을 지나 현재 장항읍 등 서천군 앞바다와 해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어선 입출항의 어려움은 물론 어망을 망치거나 어선이 고장 나는 등 어민들의 피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군은 이번에 유입된 부유 쓰레기가 1400t을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유입량이 가장 많았다는 2020년 장마철의 1000t을 크게 웃도는 역대급이다. 이 때문에 장항항, 송림해수욕장 등에 거대한 쓰레기섬이 만들어졌다. 대부분 초목류지만 가전제품, 스티로폼, 플라스틱, 음료수병, 동물 사체 등으로 다양하다.군은 굴삭기, 지게차 등 중장비는 물론 각 어촌계의 협조를 얻어 어선들도 동원해 부유 쓰레기 수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일 서천군 해안에서 70여명의 인력이 나서 부유 쓰레기 55t 정도 수거했다. 문제는 수거 및 처리비다. 군은 t당 50만원씩 따져 7억 정도지만 앞으로 더 늘어날 걸 대비해 10억원을 확충할 계획이다. 처리비는 현재 국비 5억, 도비 2억 5000만원에 군비 2억 5000만원이 논의 중이다. 장마철 때마다 이같은 일이 반복되지만 부유 쓰레기를 치울 기관이 명확하지 않아 서천군이 ‘독박’ 쓰는 상황이다. 금강하굿둑은 한국농어촌공사가 맡고 그 상류는 금강유역환경청, 하류는 군산지방해양수산청이 책임 기관으로 제각각이다. 이 때문에 수면 관리자를 명확히 하는 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군 관계자는 “폭우에 금강 유역 곳곳에서 떠내려온 쓰레기로 책임질 지자체가 많은데 왜 우리만 처리비를 부담해야 하느냐”며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면 부유 쓰레기 처리비 전액을 국비로 지원하지 않았겠느냐”고 볼멘소리했다. 해양수산부의 현장 실사를 앞둔 군은 이 부분을 적극 피력할 계획이다.김기웅 서천군수는 “해마다 장마철이면 금강하구를 지나 우리 앞바다로 쓰레기가 떠내려와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상상을 초월하는 쓰레기가 유입된 이번 폭우를 계기로 충남도에 근본적 처리 체계를 갖추도록 요구하고 관철시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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