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본업
    2026-04-07
    검색기록 지우기
  • 학벌
    2026-04-07
    검색기록 지우기
  • 재심
    2026-04-07
    검색기록 지우기
  • 복식
    2026-04-07
    검색기록 지우기
  • 특강
    2026-04-07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257
  • [씨줄날줄] 남북한 인터넷/이기동 논설위원

    인터걸들이 유명세를 타던 1980년대말에서 90년대초 사이 모스크바를 가본 이라면 호텔 층마다 위압적인 자세로 버티고 앉아있던 여인들을 기억할 것이다.러시아어로 ‘제주르나야’,우리말로는 ‘근무자’쯤으로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이다.당시 이들은 본업 외에 투숙객들에게 밤의 여인들을 소개하며 부수입을 얻고 있었다.하지만 이들의 원래 임무는 투숙객들의 동태를 감시하는 일.외국인은 모두 스파이로 간주하던 시절의 유산이다. 비단 호텔뿐이랴.취재해서 기사쓰는 것보다 서울로 송고하는 일이 훨씬 더 힘들던 시절.인터넷은커녕 팩스로 기사를 송고하기 위해 국제전화 회선을 신청하면 만 하루 지나 통화시간을 잡아주는 때였다.주택도 마찬가지.혁명 뒤 러시아의 모든 대도시에는 단독주택이 싹 사라지고 모두 집단거주 아파트로 바뀌었다.통제 편의 때문이다.평양 주민도 모두 아파트에 산다.어쩌다 단독주택이 눈에 띄지만 당 고위간부나 혁명영웅들을 위한 극소수 예외일 뿐.평양의 전화 역시 과거 모스크바처럼 모든 회선을 중앙에서 통제하는 시스템이다.모든 게 이런 식이다. 지난 16일 김정일 생일을 맞아 북한에 인터넷이 개통됐다는 소식이다.최초 가입자가 1000명쯤 되고 설치비 외에 가입비가 300유로(44만원)쯤 된다고 외신이 전하고 있으니 아주 터무니없는 소식은 아닌 듯싶다.인터넷 인구 1000명이라면 이는 정부기관,군부대에 설치된 기존 노선에 이어 대학행정에까지 인터넷이 개방된다는 의미다.지난해 독일회사와 국제인터넷 서비스협약을 맺었으니 인프라는 완비된 셈이다.실제로 현재 평양주재 영국대사관은 특수 회선으로 본국과 이메일 교신을 주고받는다고 한다. 일전 국회 답변에 나선 고건 총리가 남북간 인터넷 접촉을 추진할 것이라고 답한 것은 지나친 우문우답.지금의 북한 인터넷은 일반국민용이 아니라 행정전산화 초보단계쯤으로 보면 된다.더구나 “북한 개방을 유도하기 위해 남북 인터넷 접촉을 추진한다.”는 말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희망사항처럼 들린다.체제안보를 정권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있는 정권이 어느 천년에 남북한 인터넷 접촉에 응할까.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정보가 흐르는 것은 좋은 일.큰 변화도 시작은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니까.이산가족끼리 인터넷 서신이라도 주고받을 수 있게 됐으면 좋으련만. 이기동 논설위원˝
  • [기고] 사교육비 악순환 고리 끊자/남승희 명지전문대 교수·교육학 명예논설위원

    정부의 ‘사교육비 경감대책’이 발표되자 학원가에 비웃음소리가 요란하다.‘정부 기죽이기’인지 사교육 시장의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인지 모르겠지만,이번에는 사교육 시장과 제대로 한 번 싸워봐야 한다.사실 사교육 시장의 적응력은 대단하다.사교육 시장의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은 변화하는 교육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책을 내놓으며 끊임없이 수요를 창출해 소비자인 학부모들을 유혹해 왔고,학부모들은 불안한 심리와 더불어 즉각적인 처방의 효력에 매료돼 사교육 중독에 점점 빠져들었다. ‘과외 못 받는’ 학생은 있어도 ‘과외 안 받는’ 학생은 없다는 말처럼 성적수준에 관계없이 학교급의 구분없이,소득수준도 불문하고 지역별로도 차이없이,전방위로 늘어나는 과외수요는 교육기회를 왜곡시키는 것은 물론 공교육을 빈사상태에 빠뜨려버렸다.이것이 또다시 사교육 수요를 발생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로 거듭돼 왔는데,이제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정부는 정책이나 제도로 국민을 안심시켜야 하고,학부모들도 정부를 믿고 고통을 나누어야 한다.이번 정부의 사교육비 경감대책에는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당장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한 응급 처방으로 EBS 방송 등을 통한 e-learning과 학교내의 수준별 보충학습,영어 등 특기 적성교육의 활성화로 사교육 수요를 공교육 체제로 흡수하겠다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학교교육의 기능을 회복해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것이다.옳은 방향이다.기초학력 책임 지도제 강화,교장평가제도와 교사 다면평가제도를 포함한 교원 평가제도 개선,초등교원의 수업부담 경감,학급당 학생수 감축으로 2005년부터 30명 이하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한다.당연히 교사의 수가 대폭 늘어나게 될 것이고 이를 위해 상당한 교육재정과 교사의 수급계획이 마련돼야 한다. 사실 모든 교육개혁은 ‘수업혁신’에 맞춰져야 한다.e-learning이든,수준별 보충수업이든,특기 적성교육이든,이러한 정책은 보조적 수단에 불과하고 또 그 수준에 머물러야 한다.핵심은 정규수업의 질 향상이다.학생들의 참여가 없는 ‘죽은 수업’을 살려내야 한다.‘잠자는 교실’을 깨워야 한다.학부모로부터 ‘버림받은 학교’를 매혹적인 곳으로 바꾸어내야 한다. e-learning과 같은 즉각적인 효과를 내는 처방은 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e-learning 체제가 어느 정도 구축되면 EBS 차원에서 추진하도록 하고 정부는 ‘학교 살리기’,‘교실 살리기’,‘수업 살리기’의 본업으로 돌아와 여기에 전력투구해야 한다.EBS의 과외 프로그램이 사교육비를 번창시키는 계기가 됐던 과거의 전례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교장평가와 교사평가가 모두 포함된 교원평가는 더 미룰 수 없는 사안이다.우선 솔선수범의 자세로 학교경영에 대한 교장평가부터 실시하자.그리고 교사평가는 수업평가에서 출발하자.수업받는 학생들은 끊임없이 평가를 받으면서 수업하는 교사가 제대로 가르쳤는지에 대한 평가가 없다면 수업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 수업받는 학생 입장에서 무엇이 부족한지,어떤 면이 개선돼야 하는지 의견을 들어보는 것은 교사의 권위실추와는 상관없다.대학교수의 강의평가가 대학교육의 질을 얼마나 향상시켰는지 의심하는 사람이 없듯이 말이다.수업평가의 결과는 교사 개개인에게만 제공해 수업의 질 향상을 위한 자료로 활용하게 해야 한다.이 결과를 가지고 교사 퇴출 운운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학부모의 교육관도 실용주의적으로 바뀌어야 한다.자녀의 학력 수준에 맞는 수업이 가장 효과적이다.그리고 기초학력이 다져져야 한다.그런 면에서 수준별 보충수업은 물론이고 자녀가 기초학습 부진학생으로 판별될 경우 별도의 지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을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활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차별한다며 기죽인다며 거부할 일이 아니다.학부모들의 용기 있고 현명한 결단이 사교육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 것이다. 남승희 명지전문대 교수·교육학 명예논설위원˝
  • [19일 TV 하이라이트]

    ●귀여운 여인(오후 8시20분) 세웅이 유학을 결심하자,청자는 병원으로 승은을 부른다.마침 죽을 싸들고 병실에 들어서던 세웅은 청자가 꾀병을 부렸음을 알고 승은을 끌고 나온다.병문안을 준비하는 유진에게 대웅은 그만하라고 말한다.유진은 대웅에게 청자 앞에서 파혼 얘기를 할 수 있다면 파혼해 주겠다며 비웃는다. ●세계 세계인(오전 10시40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폭탄 테러를 방지한다며 이들 거주지역에 장벽을 세웠다.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반인륜적인 행위라고 반발하고,이스라엘은 시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한다.체포의 위험을 무릅쓰고 학교와 직장을 가기 위해 매일 장벽을 넘고 있는 현장을 찾아간다. ●특선다큐(오후 10시) 1858년,인분이 거리 곳곳에 나뒹굴던 런던은 도시 전체가 배설물 더미에 파묻힐 위기에 처한다.런던의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반면 위생시설은 옛날 그대로였기 때문이다.이에 토목공학자 조제프 바젤제트는 오폐수와 배설물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을 제안한다. ●1050 정면승부(오후 10시50분) ‘버스 안에서’는 이야기 보따리를 싣고 연신내에서 일산으로 출발한다.어려운 환경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양계장 사람들과 곧 새신랑이 되는 헬스클럽 관장님 등을 만난다.‘대결 한판승부’는 도심속의 명소,다양한 볼거리가 즐비한 월미도 최고의 명인을 찾아 나선다. ●햇빛 쏟아지다(오후 9시55분) 민호는 본업인 경찰 일은 뒤로 한 채 의문사한 연우 아버지 사건의 실마리를 캐려고 뛰어다닌다.연우는 예강의 건강이 악화되어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말에 눈앞이 캄캄해지고, 집을 팔 결심을 한다.민호 또한 돈을 빌리려고 백방으로 알아보다 자신의 장기를 팔 결심을 한다. ●달려라 울 엄마(오후 9시20분) 원종은 30년 동안 바라만 보던 영애와 연애를 하면서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하지만 영애는 원종 만큼의 감정이 없어 괜히 미안해진다.말숙과 명은은 영재의 관심을 얻으려 갖은 노력을 한다.석재와 천재는 영재가 좋다면 무조건 따라하는 두 사람에게 거짓 정보를 흘리며 장난을 친다. ●백만송이 장미(오후 8시25분) 기고만장하는 순영이 못마땅한 귀분은 명주를 집으로 초대한다.갑작스럽게 명주의 방문을 통고 받은 순영은 당황스러워 한다.유경은 혜성 몰래 금자를 찾아가 모시고 살겠다고 하지만 금자는 거절한다.한편 귀분의 집을 방문한 명주는 의도적으로 현규의 사돈에 대해 묻는다.˝
  • 고철 품귀 철강대란?

    지난해 말부터 국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가운데 4∼5월 ‘고철발(發)’ 철강재 대란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등 주요 수출국들이 고철 수요가 폭증하자 수출 대신 자국 내수용으로 물량을 돌리고,국내 납품업체들은 가격 폭등 기대감에 출하를 꺼려 고철 품귀현상이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철근의 중간재인 빌릿을 단순 압연하는 중소철강업체들은 이미 조업을 중단했거나 감산 중이다.고철을 주원료로 하는 동국제강,YK스틸 등 전기로업체들은 향후 물량 확보가 여의치 않아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이에 따라 건설업 성수기인 오는 4∼5월에는 가격 폭등과 생산량 부족이 겹쳐 일대 혼란이 예상되고 있다. ●가격 t당 16만원서 26만원으로 연간 국내 고철 소비량은 2300만t.이 가운데 수입 물량이 30%,내수 조달이 70%를 차지한다. 가격은 수입산이 지난해 말 t당 217달러(약 26만원)에서 310달러(약 36만원)로 치솟았다.국내산은 16만원에서 26만원으로 뛰었다. 그러나 철강협회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고철 물량이 올들어 30% 정도 줄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철 납품업체의 출하 기피와 해외 빼돌리기가 수급 불균형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국내 가격과 국제 가격의 시세가 워낙 크게 차이가 나는 데다 향후 가격 폭등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고철 반출량을 인위적으로 조절하고 있다.여기에 중국과 일본업체들이 국내 시세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물량을 가로채고 있다.고철의 중국 수출가는 현재 t당 30만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철 수입도 어렵다.미국은 고철 수출을 통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러시아와 베네수엘라 등 수출국가들도 자국 우선 공급 정책을 취하고 있다.그나마 유동 물량은 중국이 대부분을 수입,돈이 있어도 구매를 못하는 실정이다. ●철강업계 “4월이 고비” 동국제강은 지난 1월 이후 고철 확보량이 목표치의 70%를 밑돌고 있다.관계자는 “물량이 월 6만t가량 부족하다.”면서 “한달치 재고 물량 덕분에 1·4분기는 가까스로 넘기겠지만 4월에는 심각하다.”고 밝혔다. 연간 철근 100만t을 생산하는 YK스틸도 다음달부터 고철 부족에 따른 조업중단 사태를 걱정하는 분위기다.한보철강도 5월분 고철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업계 관계자는 “INI스틸과 한국철강 등 전기로업체 대부분이 원자재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공장 가동을 멈추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압연업체들은 빌릿 부족으로 큰 피해를 보고 있다.제일제강이 조업을 중단한 데 이어 동양메이저포항공장과 부국제강,한국선제 등도 일부 라인의 공장 가동을 멈췄다.철강공업협동조합 임향균 전무는 “빌릿은 현재 부르는 게 가격”이라며 “제품 가격이 원자재 값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중소철강업체들은 공장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건설 성수기인 4∼5월에는 철근과 형강 등 기초 자재의 부족과 가격 폭등으로 대혼란이 예견되고 있다.건설자재직협의회 관계자는 “철강업체의 감산과 중간상의 사재기로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공기 차질에 따른 피해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
  • “백범암살 진실캐기는 아직 안끝났죠”워싱턴 국립문서기록관리청 방문하는 권중희씨

    권중희(權重熙·67)씨.백범(白凡) 암살범 안두희하면 바로 떠오르는 인물이다.우리 현대사에서 그만큼 집요한 사람도 드물다.안두희를 추적하며 개인차원의 응징도 여러 차례 했다.그러나 암살 배후의 전모는 끝내 밝혀내지 못했고,안씨는 몇 년전 세상을 떴다. 권씨는 요즘 다시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미국의 백범 암살 관련 여부를 캐기 위한 미국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권씨는 이달 말쯤 워싱턴 인근 칼리지파크에 있는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을 방문,미육군 정보 문서철 가운데 백범의 암살과 관련된 자료를 찾겠다는 계획이다. 권씨가 미국행을 결심한 것은 안두희로부터 백범 암살에 미국이 관련된 듯한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생전의 안두희가 “미국 정보기관에 근무하는 중령이 암살 2개월 전 찾아와 백범을 ‘블랙 타이거’로 지칭한 뒤 ‘국론분열자’‘제거되어야 할 인물’이라며 강한 살해암시를 주었다.”고 증언했다는 것이다. 권씨는 이를 밝히기 위해 오래전에 방미 계획을 세웠으나 비용 때문에 진행시키지 못했다.그러다 지난해 11월 한 인터넷매체에 이화여대 부고 박도(57) 교사의 ‘의를 좇는 사람들-권중희편’이라는 글이 실리면서 길이 열렸다.네티즌들의 모금이 3600만원에 달해 미국행이 성사된 것이다. 권씨는 그러나 고민이 많다.미국문서청에 보관된 파일이 455만개에 달하기 때문이다.백범 관련 자료를 찾기란 ‘모래밭에서 바늘찾기’와 같다.이 때문에 영문과 도서관학 관련지식이 풍부한 동행자를 찾고 있으나 체류비외에는 보수가 없기 때문인지 마땅한 지원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미국과의 외교문제도 조심스럽다.미국 개입에 대한 확증이 없는 상태에서 과거의 일을 밝히려다 역풍을 맞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권씨는 “미국이 관련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궁금증을 풀자는 차원으로 해석해 달라.”면서“그렇지만 성과가 없으면 국민 성금을 낭비한 꼴이라 무슨 낯으로 귀국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서울 신촌 이화여대 앞 사거리에서 허름한 기원을 운영하던 평범한 가장이었다.이곳의 수입으로 2남1녀를 가르치고 근근이 생계를 꾸려갔다.그러다 81년 우연히 신문에서 “백범 암살범 안두희가 미국으로의 이민을 기도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이 기사는 인생행로를 바꿔 놓았다.스스로 ‘주제넘은 일’이라고 치부하는 일에 뛰어들게 된다. 어릴 적 ‘백범일지’를 읽은 뒤 김구선생을 흠모하기는 했지만,먹고살기도 바쁜 판이어서 백범 암살에 관한 진상 규명은 ‘거창한’ 사람들이나 기관이 해줄 것으로 기대했다.하지만 수십년이 지나도 진상은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권씨는 일단 결심이 서자 안두희를 무섭도록 옭매었다.숨어 지내는 안두희를 수년간의 추적끝에 찾아내 87년 3월 서울 마포의 대로변에서 ‘민족반역자를 응징하며’라는 성명과 함께 몽둥이 찜질을 했고,이후에도 계속 거처를 옮기는 안두희를 귀신처럼 찾아내 수차례에 걸쳐 백범 암살과 관련된 귀중한 증언을 얻어냈다. 이 과정에서 다소의 폭력을 행사해 두 차례나 옥살이를 하고 ‘강압에 의한 고백’이라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그러나 그가 얻어낸 증언은 백범 암살 당시의 상황 및 관련자들의 진술과 일치돼 ‘백범 암살사’를다시 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백범 살해 당시부터 떠돌던 장은산 포병사령관,김창룡 특무부대장,이승만 대통령 개입설을 안두희가 자신의 입으로 밝힌 최초의 증언이었던 것이다. 결국 안두희는 96년 10월 23일 권씨의 ‘제자격’인 박기서(57)씨에 의해 몽둥이로 살해됐다.이때 권씨는 뜻밖에도 안두희의 죽음을 안타까워 했다.그는 “안두희를 살려두고 역사적 진실을 끝까지 파헤쳐야 했다.”고 했다. 이후 본업(?)을 잃어버린 권씨는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다.안두희를 추적할 때도 생활이 어려웠지만 부인 김영자(64)씨가 주방기기 외판업을 해 그럭저럭 살림을 꾸려갔는데 부인마저 이 무렵 다단계판매에 손댔다가 사기를 당해 1억원의 빚을 지고 거리로 내몰렸다. 다행히 권씨를 따르는 유모(45)씨가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에 있는 농장 소우리를 개조해 만든 단칸방을 내줘 거처를 옮겼다.그러나 이마저도 서울외곽순환도로 공사로 헐리자 2002년 6월부터 지인 김모(49)씨의 경기도 고양시 장항동 26평 아파트에서 더부살이하고 있다.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지정돼 매월 받는 27만원이 권씨의 유일한 소득이다.할 일이 별로 없어 틈틈이 글을 쓰고 독립운동과 민족사에 관한 책을 읽으며 소일해 왔다. 권씨는 이순(耳順)을 훨씬 넘겼음에도 아직도 꼬장꼬장하다.3년전 독립기념관 인근에 있는 천안시 목천면사무소에 민원서류를 떼기 위해 들렀을 때의 일이다.입구 조형물에 서정주의 시 ‘국화옆에서’가 새겨져 있는 것을 보고 면장을 찾아가 “하필이면 독립기념관 옆에 친일문학가의 시를 전시한 이유가 뭔가.”라고 따져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그가 사물과 현상을 판단하는 첫째 기준은 친일 여부와 민족정기다.그래서 정치권 보수세력에 대해 극도의 불신을 표시한다. “우리나라 보수세력은 일제 때는 친일,미국이 들어오자 친미,다시 군부독재에 빌붙은 전천후 기회주의자일 뿐입니다.” 그는 “전통적인 가치를 지키면서도 의기가 드높을 때 보수를 말할 자격이 있다.”면서 “보수를 한답시고 트럭으로 수 백억원씩 강탈하는 무리들은 도적떼에 불과할 뿐”이라고 질타했다. 김학준기자 kimhj@
  • 불출마선언 배경·문답/정치적 참회… 신선한 퇴진

    한나라당 오세훈 의원이 6일 17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퇴진의 변은 ‘참회’였다.‘부끄럽다.’는 것이다.그는 “정치를 바꿔보겠다고 덤벼든 무모함이 부끄럽다.”고 고백했다.” 정치권은 오로지 ‘네탓’ 공방만 벌이고 있다.스스로를 나무라는 모습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그러나 오 의원은 ‘내탓’을 고백했다.5·6공 인사들을 끌어내리는 대신 자신도 내려앉았다.퇴진 자체가 아름다운 이유다. 그는 올해 43살이다.한나라당에서 10번째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같은 당 출신인 박관용 국회의장을 포함하면 11번째다.11명 중 오 의원이 가장 젊다.40대로는 유일하다.그래서 퇴진이 더 신선하다. 불출마 선언을 놓고 해석이 구구하다.한편에선 소장파 내부 경쟁에서 밀려 고민했다는 ‘깎아내림’이 있다.자신의 서울 강남을 지구당 운영을 소홀히 해왔다는 얘기도 들린다. 또 한편으론 ‘큰꿈’을 위한 장기 포석이라는 분석도 대두됐다.주위에서 보는 그의 큰 꿈은 서울시장이다.그러나 “서울시장 선거가 2년이 더 남았는데 벌써부터 그만두는 정치인이 어디 있느냐.”고 일축했다.진위는 2년 뒤에만 가려질 일이다. 오 의원의 전격 선언으로 ‘불출마 도미노’는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최병렬 대표가 주도하는 ‘공천혁명’도 급물살을 타게 됐다.박관용,김용환,강삼재,양정규,김찬우,주진우,윤영탁,박헌기,한승수 의원 등이 이미 불출마를 선언했다.이날은 5선 중진인 김종하(경남 창원갑) 의원이 가세했다.서울 출신인 오 의원은 고려대 법학과를 나와 26회 사법시험에 합격,변호사로 활동해오다가 지난 2000년 정치에 입문했다.한나라당 부대변인,원내부총무,청년위원장 등을 거쳤다. 다음은 오 의원이 기자실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뒤 가진 문답. 정계를 은퇴하나. -정치를 그만둔다.초선 의원이고,나이에도 어울리지 않는 용어인 것 같아 정계은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불출마라고 했다. 언제 결심했나. -지난 9월 이른바 ‘용퇴론’을 제기할 때를 기억할 것이다.선배들이 잘못해서 물러나라는 게 아니고,그 시대의 역사적 소명을 다했기 때문에 아름다운 퇴장을 보고싶은 것이라고 한 것이다.그때 같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저도 그만둘 수 있다.”고 얘기했다.지구당위원장 사퇴 등 하나하나 절차를 밟아왔다.어제 운영위원회를 보고 공천갈등이 일단락되고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아 결심을 했다.대단한 결정은 아니지만 많은 선배들이 거취를 결정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으로 뭘 할 것이냐. -환경운동연합에 오랫동안 몸담았고,의정활동도 환경노동위에서 꾸준히 해왔다.몸담았던 만큼 외국에서 환경관련 공부를 할 예정이다.그 이후에는 본업인 변호사로 돌아갈 것이다. 지도부와 사전 상의했나. -미리 상의한 적 없다.어젯밤에 최병렬 대표 자택을 찾아가 말씀드렸다. 최 대표의 반응은. -여러분이 예상하는 정도다.‘왜 그러냐.’부터…. 박대출기자 dcpark@
  • “안정제 갖고다녀 동료 구했죠”‘그림그리는 119알리미’ 박주경 소방위

    “웬 신경안정제를 늘 갖고 다니냐고요? 작든 크든 사고는 누구에게나 예고 없이 나타나기 때문이죠.”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조형갤러리에서 전·현직 공무원 화가 모임인 ‘상록회’의 창립 10돌 기념 전시회를 마친 서울시 소방방재본부 박주경(사진·39·여·소방위) 주임은 작품 얘기 간간이 119구급대에 대해서도 진지함을 보였다.그는 방재본부 구급팀 소속이면서 한국미술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상록회 멤버 150여명 가운데 소방직으로서는 유일하다. 상록회는 아마추어 동호회이지만 활동이 맹렬한 한국미협 소속의 ‘프로’들이 많다.자신도 100여 차례의 전시회에 200여 작품을 내놓은 15년 경력의 베테랑이다.팬도 있다며 자랑한다. “본업인 ‘119알리미’ 역할에 힘쏟는 것은 위급한 일을 맞닥뜨렸을 경우 신속히 대처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평소 갖도록 돕는 게 가장 큰 목적입니다.소방관들의 어려운 일을 알리는 일은 그 다음이지요.” 박씨는 스러져가는 생명을 구한 소방관으로서의 소중한 경험을 털어놨다.지난해 8월 전북 남원에서 70대 동료 회원이 갑자기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가슴을 움켜쥐는 모습을 보고는 소방관 특유의 ‘감각’으로 손가방에 넣고 다니던 안정제를 먹여 생명을 구했다. 직업인으로서는 기관장인 소방서장(소방정)으로 승진해 멋진 삶을 사는 것,예술인으로서는 정년퇴직 후에도 여생을 그림 그리며 작은 화랑을 갖는 게 꿈이라는 그는 아직 미혼이다. “아무리 직장,미술활동에 협조해주는 남편을 만난다고 해도 입지가 좁아지는 건 분명해 보여 망설여져요.” 송한수기자 onekor@
  • 주5일시대 달라지는 삶의 질/””삶의 활력소””...지구촌 생활패턴으로

    주5일 근무제가 점차 지구촌의 보편적 생활 패턴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삶의 질을 중시하는 프랑스 등 북서유럽 국가는 물론 미국 등 선진국에선 주5일제가 뿌리내린 지 이미 오래다.아시아의 경제 대국인 중국과 일본에서도 주5일제를 정착시키기 위해 정부가 앞장서고 있다. 미국 |워싱턴 백문일특파원|주5일 근무제의 역사가 70년을 넘었지만 시민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서는 여전히 6일 근무제가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은행으로 토요일에도 오후 1시까지 문을 연다.물론 직원들이 반반씩 나눠 일하지만 은행부터 주5일 근무하는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이다.공무원들 역시 주5일 일하지만 우체국은 토요일에 쉬지 않는다.일요일만 쉴 뿐 토요일에도 배달원은 가정에 우편물을 날라다 준다. 학교의 경우 주5일제에서 4일제로 전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특히 농촌지역이나 산악지대인 콜로라도와 켄터키 등지에서는 주4일 수업제가 확산되고 있다.냉·난방비 및 학교버스 운행비 등의 예산절감 차원이다. 그러나 수업시간은 주5일과 같으며 학교 및 지역사정에 따라 월∼목요일,또는 화∼금요일로 수업 날짜를 정하는 등 융통성을 갖고 있다. 대기업들은 주5일 근무제가 확립돼 주당 40시간 일하지만 서비스 분야는 주6∼7일 근무하기도 한다.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른 미국 근로자의 주당 근무시간은 41.1시간. 특히 휴대전화나 케이블 TV 등 소비자와 직접 접촉하는 업체들은 토요일에도 오후 1시까지 영업한다.자동차 딜러는 일주일 내내 자정 넘어서까지 문을 여는 곳이 있으며 잡화점과 할인점 등의 도·소매점은 주7일 근무제다.이는 파트타임제로 일하는 근무여건이 조성돼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됨에 따라 미국에선 금요일 저녁에 각종 행사와 파티가 몰린다.때문에 퇴근 시간대인 오후 5시를 넘으면 오히려 시내로 들어가는 차량이 더 밀린다. 보통 밤 10시까지 영업하는 주류 판매점도 금요일에만 자정까지 문을 열기도 한다. 주말에는 가족과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특히 자녀들의 생일 파티는 어김없이 토요일 오후에 부모와 친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이를 위해생일 파티만 전문으로 대행하는 파티전문업체나 놀이업체들이 성행한다.가족 단위의 주말 나들이 인파를 위해 공원에는 바비큐 그릴 등이 마련됐다. 혼자 사는 미혼 남성들이 느는 가운데 금요일 저녁부터 월요일 아침까지 애인 집에서 주말을 보내는 신종 ‘철새족’들도 급증하고 있다. mip@ 일본 |도쿄 황성기특파원|일본의 주 5일제(일본에서는 주휴 2일제라고 표현)는 2002년 공립학교의 주5일 등교제 실시와 더불어 사실상 완성단계에 접어들었다.토요일 부모는 쉬는데,아이들은 학교에 가는 불균형이 절반쯤은 해소된 셈이다. 지금은 기업의 90.3%(2002년 10월 후생노동성 조사)가 채택하고 있을 만큼 보편적 근무형태로 자리잡았다.그래서 직장인들은 완벽하게 주 5일 근무에 바이오리듬이 맞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잔업이나 저녁 접대가 많은 사토(39·회사원)는 “토요일은 집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푹 쉬는 대신 일요일은 가족봉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토요일 집에서 쉬지 않는 날은 체력단련을 위해 테니스를 치거나 동네스포츠클럽에 다닌다. 젊은층에선 자기투자에 시간을 쏟는 사례가 많아 어학원,요리교실이 성업 중이다.거품경제 붕괴 이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토요일을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날로 정한 회사원들도 눈에 띈다. 대기업에 19년째 다니는 루리코(42·여)도 그런 경우다.독신이라 주말에 공부할 여건이 기혼자보다는 나은 편이라 영어와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등록을 했다. 레저산업도 활발하다.하네다~김포를 금요일 심야에 출발해 월요일 새벽에 돌아오는 여행상품이 날개돋친 듯 팔리고 있는가 하면,금요일 심야버스를 타거나 자가용으로 여행을 다니는 알뜰 여행족도 많다. 반면 주5일의 반작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점은 흥미롭다.아직도 유흥가는 금요일 저녁이 가장 흥청망청하지만,“이틀간 휴일을 망치지 않기 위해” 금요일을 피해 목요일 술을 마시는 ‘주당’이 늘었다.주민 불편이 늘어나자 지방자치단체나 우체국이 토,일요일에도 기본업무를 하기 시작했으며,주5일 등교제로 학력저하를 우려한 학부모를 노린 학원들의 상술도 등장했다. marry04@ 유럽연합 |파리 함혜리특파원|오래 전부터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된 유럽에서 주말 분위기는 목요일 오후부터 감지된다.편안한 마음으로 주말의 시작인 금요일을 맞이하기 위해 관공서 등에서 볼 일을 목요일까지 대부분 마무리하고,주말에 상점 문이 닫는 것에 대비해 미리 미리 쇼핑을 한다. 유럽인들은 여름 휴가가 워낙 길고 부활절,만성절,크리스마스 등 중간 중간에 2주일 정도의 휴가가 끼어 있기 때문에 평상시 주말에는 일상의 리듬을 깨는 장거리 여행은 자제한 채 스포츠를 즐기거나 취미생활을 하고,혹은 산책을 하며 휴식을 취한다. 주말의 생활 리듬은 날짜별로 조금씩 다르다.월요일부터 힘들게 일한 뒤 맞는 주말의 첫날인 금요일 저녁에는 밤 늦게까지 친구들을 만나거나 집에서 텔레비전·비디오·DVD 등을 보면서 한 주일의 긴장을 푼다. 토요일은 가장 황금같은 날이다.아침에는 평소보다 1시간 정도 늦게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게 보통이다.맞벌이 부부 가정에서 주부들은 그동안 밀린 가사일을 오전 중에 끝내고 오후에는 쇼핑을 하거나 박물관,공원 등으로 가족 나들이를 한다. 부모 형제 친지의 집을 방문하거나 이들을 초대해 여유있게 정담을 나누며 가족간의 식사를 즐기는 때도 토요일이다.토요일에는 다음날 아침 출근에 대한 부담이 없어 늦은 시간까지 여가활동이나 교제에 몰두한다. 일요일에는 새로운 한 주간의 시작에 대비해 충분히 휴식을 취한다.가까운 공원에서 산책을 하고,애완동물을 보살피거나 독서를 즐기는 등 편안히 하루를 보낸 뒤 일찍 잠자리에 든다. 여가시간을 보내는 방식은 취향에 따라 다양하다.가장 보편적 것은 아무래도 텔레비전 시청 및 비디오·DVD 감상이다.프랑스의 경우 지난해 DVD 매출이 17%정도 신장했고,홈시어터 설비 판매도 5%정도 늘었다. 유럽 각국에는 지방마다 축구장,테니스장,수영장 등 운동 공간이 마련돼 있고 조깅을 할 수 있는 공원도 도처에 있다.더구나 스포츠클럽이 발달해 있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주말에 스포츠를 즐긴다.프랑스의 경우 전국에 17만 1000개의 스포츠클럽이 있으며 2600만명이 여기서 정기적으로 활동한다.취미생활을 겸해 하는 여가활동으로는 집안수리와 정원가꾸기가 도시생활을 하는 유럽인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lotus@ 중국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중국의 주5일 근무는 1995년 5월 국무원령 개정을 통해 국가·공공기관에서 선도하면서 시작됐다. 주 5일근무의 범위를 서서히 확대하다가 1인당 GDP 732달러였던 1997년 민간에까지 전면적으로 실시했다.주5일 수업제는 96년 9월부터 전국 초·중·고에 적용됐다. 중국정부는 주5일 근무를 통해 국민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는 한편 휴일 확대로 인한 내수시장 진작,고용증대 효과를 겨냥했다.노동자 대중의 불만을 해소하려는 목적도 깔려 있었다. 당국이 추산하는 고용증대 효과는 500만∼600만명 이상이다.하지만 관공서와 학교 이외에 민간 기업에서 주5일 근무가 완벽하게 시행되지는 않고 있다.적지 않은 시중은행들도 전산망 구축 미비 등을 이유로 토요일에도 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노동보장과학연구원 스메이샤(石美夏) 연구원은 “정부는 주 40시간 근무제 시행을 위해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집중홍보하고 있으나 처벌조항과 인센티브제가 명확하지 않아 이행실적이 그리 높지는 않다.”고 밝혔다. 실제 중국에선 노동감찰제도가 있으나 주5일 근무제 미이행에 대한 감찰보다는 주로 임금 미지급 문제에 중점을 두는 상황이다.임금문제의 경우 중국 국무원은 기본급을 그대로 유지한 채 근로시간만 단축시켰다.베이징 소재 LG 필립스사의 경우 추가근로 가산금에 따른 노동비용이 주5일 실시전과 비교,1인당 13∼15%가 늘었다. 하지만 주5일 근무제 도입은 내수시장,특히 관광·레저·서비스 산업 활성화에는 상당한 도움을 줬다는 평가다.베이징청년보는 최근 주5일 근무제와 관련,92년 국내 여행자수가 3억 3000만명에서 2002년 7억 5000만명으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2일 휴일 중 1일은 가사에,1일은 자기 충전에 사용되면서 공공도서관 출입자 수 등이 증가,삶의 질도 높아지는 추세다. oilman@
  • 문화 이제 내가 만든다/생산 소비 함께하는 참여 文化활짝

    그동안 문화 소비자가 생산에 참여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비평을 통하여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전부였다.그러나 이젠 달라지고 있다.소비자와 생산자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 부터가 어려워진 데다,메시지의 전달도 일방적이라기 보다는 쌍방향적이다.이는 인터넷 등 쌍방향 매체와 매스 미디어와 구별해 퍼스널 미디어로 부를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 등의 보급과 활용으로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해지면서 전문가들의 독과점이 깨졌기 때문이다.인터넷을 통해 힘을 합친 동호인들이 생산자 못지 않게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움직임이 적극적인 자기표현과 참여로 이어져 한국 민주주의가 더 성숙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사례들을 통해 ‘이제 내가 한다.’의 모습을 살펴본다. ■공연기획 나선 ‘팬 카페' ‘젊은 소리꾼’ 김용우는 지난해 12월5일 서울 홍대 앞 라이브공간 ‘사운드홀릭’ 무대에 초청됐다.이 공연의 기획자는 다름 아닌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김용우 팬 카페’.김용우와 아카펠라 그룹 ‘더 솔리스트’를 묶어 하나의 공연을 만들었다. 1000명이 넘는 카페 회원 가운데 공연기획 전문가와 홍보 전문가 등 10여명이 “우리가 즐길 공연이라면,우리 뜻대로 한번 엮어보자.”면서 앞장섰다.이날 공연에 티켓값 1만원을 내고 참여한 사람은 300여명.이들은 김용우와 더 솔리스트가 주고받는 동서양 음악의 대화를 즐긴 다음,생맥주를 나누어 마시며 ‘스타’와 ‘팬’ 사이의 거리를 더욱 좁혔다. 김용우는 “팬들과 하나가 되어 호흡할 수 있어서 더욱 즐거웠다.”면서 “내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이 불러주었다는 사실 자체도 고맙지만,같이 가야 할 음악생활의 동반자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용우 팬 카페가 공연기획에 나선 것은 홍대앞 공연이 처음은 아니다.2002년 12월14일에는 연강홀에서 김용우의 표현처럼 ‘신나는 콘서트’가 열렸다.당시 김용우는 일본공연에 나서 장기간 국내무대를 비웠다. 팬들이 스스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한동안 만날 수 없었던 소리꾼을 불러낸 셈이다.당시 공연에는 더 솔리스트는 물론 가수 안치환도 참여하여 3시간 넘게 음악적 교감을 나누었다. 김용우 팬 카페 운영자의 한 사람인 편집디자이너 이승한(30)씨는 국악을 전혀 알지 못했던 어느날 TV에서 ‘김용우의 소리기행’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고 우리 소리에 빠져들게 됐다고 한다.국악이 좋아지니까,여기저기 공연장을 쫓아다녔고,강습회에도 나가 판소리와 민요를 직접 배웠다.이렇게 국악을 체험하고 나니 직접 뛰어다니며 좋아하는 음악가를 초청하여 음악회를 만들고 싶어졌다는 것이다. 이씨는 “소리꾼과 팬들을 이어주는 계기를 계속해서 마련하면 국악을 대중화하는 데 조금이라도 힘이 되지 않겠느냐.”면서 “앞으로도 이런 공연을 계속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동철기자 dcsuh@ ■뮤지컬 마니아모임 ‘베사모' ‘뮤지컬 마니아’였던 전경환(38·사진)씨는 이제 ‘뮤지컬 제작자’가 됐다.뮤지컬기획사 MIP의 운영팀장으로 지난 연말을 극장에서 살다시피 하며 보냈다.12월 중순 서울 논현동 시아트 뮤지컬 전용극장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때문이었다.제작과 기획홍보 마케팅을 모두 해내느라 몸이 몇개라도 모자랐다. 사실 몇달전까지는 상상조차 못할 일이었다.한해에 30편가량의 공연을 즐기고,뮤지컬배우 이혜경 팬클럽에서 활동하는 적극적인 관객에 불과했다.어느 날 2000년 이혜경이 주연한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다시 보고 싶다는 의견이 나왔다. ‘젊은…’은 창작뮤지컬로는 드물게 ‘베사모(베르테르를 사랑하는 모임)’라는 마니아 모임이 만들어졌다.전씨를 비롯한 20여명의 베사모 회원들은 쌈짓돈을 모아 3억원을 마련했다.은행 중역인 한 회원은 거액을 내놓았다.이 돈을 가지고 극단 갖가지의 심상태 대표를 찾아갔다.심대표는 투자만 하려고 했던 이들에게 직접 제작에 참여할 것을 권유했다.이렇게 해서 지난 8월말 엉겁결에 뮤지컬전문 기획·제작사인 MIP가 탄생했다. “갑자기 회사를 차리려니 쉽지 않더군요.회원들이 회사원,웹디자이너,프로그래머,사진작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직장인이나 대학생이라 전적으로 일에 매달릴 사람을 구하기도 쉽지 않고요.그래서 자의반 타의반 제가 나섰습니다.” 전씨는 본업인 유통업을 접고,회사를 떠맡았다.처음 해보는 일이라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지난 10월 연강홀에서 첫공연을 올렸다.12월초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앙코르 공연을 했고,19일부터 시아트 전용극장에서 장기공연에 들어갔다. 모든 것이 낯설어 어려움을 겪을 때면 ‘그냥 관객으로 남을 걸’하는 후회를 안 하는 건 아니다.하지만 열심히 땀흘리는 배우와 스태프를 지켜보면 그런 투정은 금세 눈녹듯 사라진다.“배우를 사랑하고,작품을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한 일인 만큼 뮤지컬을 만들어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은 없어요.다만 우리가 좋아하는 공연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일조한다면 그걸로 충분히 보람을 느낄 것 같아요.” 이순녀기자 coral@ ■저자·독자·기획 ‘삼위일체' 출판 독자는 더이상 책의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다.이제 저자와 독자,그리고 출판사가 삼위일체가 돼 함께 책을 만드는 세상이다.출판계에도 바야흐로 ‘프로슈머(prosumer)’시대가 온 것이다.독자는 책의 소비자이기 전에 어엿한 생산자다.책을 사 읽기만 하던 사람이 직접 편집을 하고 제작을 하고 홍보까지 하는 멀티 플레이형 독자가 출판·독서계에서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최근 출간된 추둘란(사진) 씨의 수필집 ‘콩깍지 사랑’이 바로 그런 예에 속하는 대표적인 책이다.소나무 출판사와 인터넷 북 커뮤니티 ‘리더스 가이드(www.readersguide)’가 공동 기획해 만든 이 책은 한마디로 독자가 저자요 또 기획자다.그동안 강연회나 출판기념회 등으로 저자와 독자가 만나는 경우는 있었지만 독자가 책이 출판되기 전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소나무 출판사는 초고를 ‘리더스 가이드’ 홈페이지에 올리고 설문을 부탁했다.설문 내용은 책의 컨셉트부터 홍보까지 편집과 마케팅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망라했다.자발적으로 참여한 네티즌 독자들은 꼼꼼하게 설문지를 적어 냈고 출판사는 그 내용을 바탕으로 책의 기본개념,목차,디자인,판형,지질 등을 결정해 책을 펴냈다. 독자로서 지적 성취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출판사측 표정 또한 고무적이다.“책을 만드는 데 가장 어려운 것은 컨셉트를 잡는 일입니다.그런데 독자들의 직접 참여를 통해 나이나 성별,직업에 따라 어떤 글을 선호하는지 분명히 알 게 됐죠.” 앞으로 ‘독자 참여 도서’ 제작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편집·제작·홍보 수준이 아니라 독자가 기획에 참여하고 직접 저자가 되기도 하는 명실상부한 ‘지식정보 네트워크’ 시대가 눈앞의 현실이 되고 있다. 김종면기자 jmkim@ ■‘인터넷 펀드' 제작 영화 만들어진 영화를 관객이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시대는 진작에 갔다.제작현장 깊숙이 예비관객들의 쌈짓돈이 들어오는 인터넷 펀드는 몇년새 충무로의 익숙한 제작관행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최고 화제작의 하나인 ‘바람난 가족’(명필름)에는 530명의 네티즌 투자자가 20억원을 투자했다.이들은 3개월의 상영기간을 거쳐 투자금액의 179.4%를 회수했다.한 제작자는 “요즘 관객들은 흥행 가능성 있는 영화를 귀신같이 알아차린다.”면서 “영화산업의 덩치가 커질수록 관객과 제작사간의 이같은 ‘윈-윈 전략’은 빛을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객들의 참여는 개봉 이후에 더욱 적극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박하사탕’‘파이란’ 등은 개봉 몇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박사모’(박하사탕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파사모’라는 자발적 동호회를 통해 다시보기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지난 3월 평단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흥행에는 실패한 ‘지구를 지켜라’는 관객들 스스로 ‘지구수호단’이란 모임을 만들어 여전히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을 정도다. 영화사 필름매니아의 마케팅 관계자는 “엑스트라가 대거 동원되는 장면에는 극중 주인공의 팬클럽이 자청해서 무료로 출연하기도 한다.”면서 “이런 분위기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사례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사들은 시나리오 단계부터 관람객을 사실상의 ‘심사위원’으로 활용하기도 한다.요즘 영화의 흥행을 주도하는 관객은 10∼20대 네티즌 세대.최근 제작중이거나 제작예정인 주요작품을 일별해보면 이들이 시나리오의 흐름을 주도하는 ‘숨은 손’이란 사실이 한눈에 감지된다. 인기를 검증받은인터넷 소설들이 앞다퉈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오는 16일 개봉하는 ‘내 사랑 싸가지'(사진) 를 비롯해 인터넷 스타작가 귀여니의 ‘그놈은 멋있었다’‘그녀를 믿지 마세요’‘내 사랑 일진녀’‘그녀를 모르면 간첩’ 등이 줄줄이 개봉할 예정이다.“1020세대가 한국영화판을 로맨틱코미디 마당으로 둔갑시키는 막후주역”이란 말이 나올 만도 하다. 황수정기자 sjh@
  • 국민銀, 부업으로 체면치레

    ‘본업에서는 죽 쑤고 부업에서만 대박 났습니다.’ 국내 최대은행인 국민은행이 한해를 마감하면서 멋쩍은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게 됐다.가계대출 연체와 거래기업 부실 등으로 은행 고유영역에서는 막대한 손해를 보고,로또복권·주식투자 같은 곁다리 일에서만 재미를 봤으니 ‘리딩뱅크’로서 체면이 좀 우습게 됐다는 얘기다.올해는 국민은행에 있어 최악의 해였다.지난해 1조 3000억원의 순익을 올렸지만 올해는 적자를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SK글로벌 사태와 카드부실 등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으로 3·4분기까지 이미 3821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이런 상황에서 로또복권과 주식투자는 각각 약 1000억원과 2300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며 더할 나위 없는 효자노릇을 했다.국민은행은 로또 운영기관으로서 전체 판매액의 2%를 꼬박꼬박 운용수수료로 챙긴다.올들어 이달 27일(56회차)까지 총 3조 8000억원의 로또가 팔리면서 760억원을 벌었다.여기에 더해 209억원의 판매수수료(판매액의 5.5%) 수입도 올렸다.자체 영업망을 통해 3800억원을 팔았기 때문이다.주식투자에서도 2300억여원의 평가이익을 냈다. 김유영기자 carilips@
  • 盧대통령 당선 1년/자갈치 아지매 이일순씨 ‘애정’

    “노무현 대통령이 다시 대통령후보로나오면 지지할 겁니다.” 지난 대선때 노무현 대통령후보 찬조연설을 하면서 일약 유명스타로 떠오른 ‘자갈치 아지매’ 이일순(사진·58)씨는 18일 “노 대통령을 지지한 것은 지금 생각해도 올바른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4일 민주당에 정식으로 입당했다.민주당을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도 밝힘으로써 열린우리당에 호의적인 노 대통령과 거리가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이씨는 “사촌동생인 이승재씨가 부산영도지구당 위원장을 맡고 있어 자연스럽게 입당하게 됐다.”고 말했다.머지않은 장래에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합당할 것이라는 기대도 내비쳤다. 선거 이후 각종 신문 인터뷰와 방송국 출연 등으로 바쁜 일정을 보낸 이씨는 지금은 본업인 장사에만 전념하고 있다고 전했다.“방송출연 등 잦은 나들이로 과로했는지 몸이 좋지 않다.”며 “지금도 고혈압 약을 먹고 있다.”고 밝혔다. 자갈치 시장에서 30여년 넘게 생선(아구) 장사를 해오고 있는 그는 요즘 너무 장사가 안돼현상유지가 어렵다며 걱정이 태산이었다. 검찰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해서는 “환자의 고인 환부를 도려 내려면 고통이 따르듯이 중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아픔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국민들이 다 잘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거쳐가는 과정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사꾼이라 정치는 잘 모르지만 국민들이 마음 편하고 잘살게 하는 게 정치라고 생각한다.”는 자갈치 아지매 이씨는 “제발 본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새해에는 정치권과 나라에서 열심히 뛰어 달라.”고 주문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
  • 강석진 전 GE코리아 회장/화실로 사무실로 하루 두번 출근하는 남자 “미술과 경영은 서로 통하죠”

    그 후 1년…. 그는 달라진 것이 없었다.여전히 사무실과 화실로 하루에 두번 출근하는 직업이 애매한(?) 사람이었다. 명함도 2개다.CEO컨설팅그룹 강석진 회장과 서양화가 강석진.보통 사람들에게는 GE코리아 전 회장이 더 친숙하게 들릴 것이다. 그가 GE코리아 회장직을 그만둔 지 1년이 됐다.어찌 보면 자연인으로 돌아간 듯 보이지만 그는 화가와 교수로,경영건설팅사의 회장으로 ‘제2의 인생’을 만끽하고 있다. ●화단서 ‘개성 강한 작가'로 정평 그의 화실은 여느 작가의 화실처럼 지저분했다.그는 “작가들이 깔끔한 것과는 거리가 멀어요.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나만의 ‘안식처’이기 때문에 그런 것(청소)에는 아예 신경을 안써요.” 강씨는 한국 서양화단에서 개성이 강한 작가로 정평이 나 있다.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풍경 구도는 이미 ‘강석진 구도’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또 광활한 논과 밭은 그의 작품에서만 드러나는 ‘전매특허’라고 한다. 그가 작품을 소개할 때는 ‘눈빛’부터 달라진다.기자의 시선이 100호 크기의 해바라기 그림에 멈추자 그는 갑자기 하모니카를 꺼내 소피아 로렌이 열연한 영화 ‘해바라기’ 주제곡을 즉석에서 연주했다.작품 배경이 영화의 주무대인 러시아 남부 코카서스 지방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의 화가 입문은 30년전 미국 뉴욕의 어느 ‘길거리화가’와의 인연에서 비롯됐다.강씨는 “퇴근길에 그의 작품을 유난히 지켜보던 동양인이 아무래도 신기하게 보인 것 같았다.”면서 “내가 화가의 길을 걷겠다고 하니 그 친구가 그림에 필요한 도구뿐 아니라 그림에 대한 조언까지 해주었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그림 공부는 한국으로 돌아온 뒤 시작됐다.고 박덕순 화백과 박기태 화백 등으로부터 풍경화와 인물화 등을 배웠다.그는 현재 한국미술협회 소속의 ‘정식 화가’다. 또 중견작가 모임인 신미술회와 신미술작전회 회원이기도 하다.본업이 화가가 아닌 그가 이런 단체에 가입된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그는 “가입할 때 회원간에 내부 논란이 많았어요.그러나 오직 그림 실력만으로 판단하자는 회원간의 합의로 가입하게 됐다.”며 수줍게 털어놓았다. 그는 개인전과 단체전,국제전을 꽤 많이 연 능력있는 화가다.올해도 세 차례의 국제 단체전에 참가했다.강 회장은 “작품전에서 그림을 팔게 되면 딸 시집보내는 느낌과 비슷하다.”면서 “그래도 내 그림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는 더욱 많이 팔려야 될 텐데….”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잭 웰치 전 회장과의 약속 그가 GE코리아 회장직에서 물러날 때 가장 먼저 축하 인사를 한 사람은 잭 웰치 GE 전 회장이었다.강 회장은 “잭 회장이 나에게 풀타임 아티스트와 교수로서의 첫 발을 축하한다.”며 “나는 당신이 부럽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이들의 첫 인연은 운명적이다.웰치 전 회장이 GE임원들과 상견례 자리에서 강 회장에게 삼성과 의료기합작사업은 ‘돈’이 되는 사업이냐고 대뜸 물었다.강 회장은 한국에서 이런 사업을 하는 회사가 없을 뿐 아니라 삼성은 한국에서 1등 기업이라며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답했다. 웰치 전 회장은 이어 기술 보안에 대해 묻자 강 회장은 ‘당신은 내가 만든 사업계획서를 봤느냐.’면서 ‘보고서에 이와 관련된 모든 내용이 있다.’고 밝혀 신임 회장을 보기좋게 한방 먹였다. 이런 인연은 둘을 평생지기로 이끌며 서로 두가지 약속을 하게 만들었다.우선 웰치 전 회장이 1년에 한번 이상 방한하는 것과 두 사람이 같은 해에 GE를 떠나는 것. 첫번째 약속은 강 회장이 웰치 전 회장에게 요청한 것으로 웰치 전 회장은 수술한 해를 빼고 매년 방한했다.두번째 약속은 웰치 전 회장이 틈만 나면 미술 욕심 때문에 회사를 그만 두려는 강 회장에게 부탁한 것이다.이 때문에 둘은 지난해 동시에 GE에서 물러났다. 강 회장의 GE 입사도 드라마틱하다.그는 당시 대한전선(옛 대우전자)의 수출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그러나 그의 능력을 높이 산 GE가 그를 파견직으로라도 보내달라며 떼를 쓰며 악착같이 매달렸다.대한전선은 가장 큰 고객인 GE를 거부할 수 없어 그를 파견직으로 보냈다.강 회장은 “2년 기한이었지만 양측의 암묵적인 합의로 계속 GE에서 일하게 됐다.”면서 “그러나 아직도 대한전선에 사직서를 쓴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GE에서도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GE에서 CEO로 22년을 보낸 경우는 웰치 전 회장과 강 회장 밖에 없다.국내 외국계 기업에서는 최장수 CEO 기록이다. 1981년 매출액 260억원이던 중소기업을 지난해 매출 4조원,17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그룹으로 성장시킨 것도 그의 능력을 보여주는 증거다.강 회장은 “당시에는 글로벌 마인드가 없어 GE본사의 임원들을 설득시키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면서 “한국과 미국을 수없이 오가며 사업을 추진했던 일은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술회했다. ●대학교 강의도 “베스트” 이렇게 열심히 살던 그도 세월의 무게는 어쩔 수 없는 것일까.나이에 대해 민감할 뿐 아니라 밝히기를 꺼려했다.강 회장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면서 “나의 정신 연령은 아직 30∼40대”라고 강조했다. 그의 열정적인 삶을 돌아볼 때 전적으로 동감하는 부분이다. 그는 현재 중소기업과 벤처 CEO를 지원하는 CEO컨설팅 회장직을 맡고 있다.주변의 설득에 못이겨 경영 전도사로 나선 것이다. 또 강 회장은 서울대 대학원에서 경영전략과목 등을 가르치고 있다.지난 학기에는 학생들이 그의 강의를 베스트로 꼽았다. “경영과 미술의 근본 자세는 똑같습니다.프로정신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하는 종합예술입니다.”강 회장은 자신있게 말을 맺었다. 김경두기자 golders@
  • 후세인 효과 설레는 업계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생포 소식으로 ‘후세인 경제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15일 서울 거래소시장에서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주말보다 16.08포인트(1.99%) 급등한 822.16으로 마감했다.기존 연중 최고치인 11월13일의 813.11을 뛰어넘었다.코스닥지수도 1.04% 상승한 47.60으로 마쳤다.아시아 증시도 동반 상승하면서 일본 닛케이 225지수는 지난 주말보다 3.16% 급등한 10,490.77로 마쳤다. 국내 건설업계와 종합상사업계도 후세인 체포가 중장기적으로 중동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현지 조직의 재정비에 나서는 등 분주한 표정이었다. ●공사미수금 회수 현대건설 최대수혜 후세인 체포로 가장 주목받는 업종은 건설업.이라크 정세가 안정되면 복구공사가 본격화되고,국내업체의 수주가 유력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대표적인 수혜업체로 꼽힌다.11억 400만달러의 이라크 공사미수금 회수 및 복구공사 수주 가능성이 커졌다.현대건설은 15일 새벽 긴급회의를 열어 향후 정세분석과 공사 수주 및 미수금 회수대책을 논의했다. 또 내년초에 본사인력을 현지에 파견키로 했다.미수금 회수를 위한 국제적인 공조도 강화할 계획이다.또 일본의 이라크 복구지원비로 발주되는 공사에 일본업체와 공동 진출하는 방안도 서두르고 있다. 그동안 미국 업체와 이란·쿠웨이트 등에서 석유화학플랜트 공사를 해온 대우건설과 LG건설도 이라크 정세가 안정되면 일감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상황변화를 면밀히 분석 중이다. ●전후 복구사업 가속도 ‘제2 중동 특수' 꿈 현대종합상사는 복구사업 참여를 위해 중동지역 바이어 접촉을 강화할 방침이다.노영돈 이라크 TFT 본부장은 “후세인이 생포 됨에 따라 경제 불안요인(달러가치 하락과 유로화 급등,비철금속과 금값 급등 등)이 일거에 제거된 셈”이라며 “전후 복구사업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현지 지사장인 김갑수 이사와 긴밀히 연락을 주고 받는 한편 현지인 고용인력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삼성물산은 이라크사업 태스크포스를 본격 가동할지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전자업계도 이라크 특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삼성전자는 이라크 상황이 안정될 가능성에 대비,최근 설치한 이라크 분소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LG전자도 지사 설립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 후세인 체포가 이라크의 정세안정에 장기적으로 기여할 수 있겠지만 이를 섣불리 활용하려는 시도는 삼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이라크와 중동에는 여전히 후세인 세력이 존재할 뿐 아니라 자칫 잘못하면 현지인들의 자존심을 자극,반한감정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따라서 서두르지 말고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며 진출방안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호재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현지 정서를 무시해서는 안된다.”며 “미국이나 일본,중동 각국과 보조를 맞춰 수주방안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증시 전문가들도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한화증권 홍춘욱 투자전략팀장은 “후세인 체포로 이라크 통치를 둘러싼 혼선이 해소되고 배럴당 32달러(서부 텍사스 중질유 기준)를 넘어선 국제 유가가 단기 안정될것”이라면서 “유가 하락이 세계 경제에 긍정적일 수 있으나 저항세력의 테러위험 등도 남아 있어 지나친 기대는 이르다.”고 말했다. 김성곤 김미경기자 sunggone@
  • 뒷돈 눈먼 얼치기 투캅스/형사버디물 ‘호미사이드’

    뒷돈(?) 욕심이 엄청난 ‘얼치기 형사’ 해리슨 포드가 상상이 될까? ‘호미사이드’(Hollywood Homicide·12일 개봉)에서 그는 종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이미지를 선보인다. 영화의 형식은 형사버디물.강력반 형사 조(해리슨 포드)와 케이시(조시 하트넷)에게는 공통점이 있다.형사만으로 만족을 못하는 ‘투 잡스(Two Jobs)족’이라는 것.조는 부동산 중개업자,케이시는 요가교실을 운영하는 배우지망생으로 본업보다 오히려 부업쪽에 더 관심이 많아보인다.둘은 인기 랩그룹의 살해사건을 담당하지만,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연쇄살인사건의 미궁으로 더 깊숙이 빠져든다. 수사 도중에도 휴대전화로 악착같이 부동산 거래를 하는 등 직업정신이 박약한 형사 역을 해리슨 포드는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게 소화해낸다.부패한 베테랑 형사와 신참 형사가 짝패를 이룬 이야기 구도는 덴젤 워싱턴·에단 호크 주연의 ‘트레이닝 데이’와 상당부분 겹친다. 영화에는 코미디 분위기가 강하다.가욋일에 눈이 먼 해리슨 포드가 요란하게 울려대는 휴대전화를 받아들 때마다객석에서는 폭소가 터진다.형사로는 얼치기인데 여자 꼬시기에는 명수인 조시 하트넷의 온탕냉탕 연기도 볼 만하다.통쾌하게 때려부수는 스케일을 기대할 수는 없다.하지만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의 지능게임과 긴장이 요령있게 균형을 이뤘다.감독은 ‘블레이즈’‘틴컵’‘다크블루’를 연출했던 론 셸턴. 황수정기자 sjh@
  • “본업은 유치원 교사라니깐요”MBC ‘타임머신’ 남우주연상 받는 소재익씨

    매주 일요일 밤,흥미로운 과거로의 시간여행으로 시청자들을 안내하는 MBC ‘타임머신’(연출 이영백 최진욱 박상준)이 14일로 100회를 맞는다.역사의 한귀퉁이에서 끄집어낸 재미있고,황당한 사건들을 특유의 과장된 재연형식으로 보여주는 ‘타임머신’은 2001년 11월11일 첫 방송 이후 평균 시청률 20%대의 높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타임머신’의 장수 비결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재연배우의 눈부신 활약. 그중에서도 소재익(사진·35)씨는 단연 눈길을 끈다.거의 매주 빠지지 않고 출연해 온갖 망가지는 역할을 능청스럽게 해내는 바람에 이젠 웬만한 탤런트 뺨치는 인기인이 됐다.그 덕에 이번 100회 특집때 ‘남우주연상’의 영광을 안게 됐다. 그는 “부족한 점이 많은데 상을 받게 돼 기쁘다.”면서 “앞으로 좀더 책임감 있고,고민하는 자세로 연기에 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브라운관에서는 ‘어쩜 저렇게 망가질 수 있을까.’싶을 만큼 우스꽝스러운데,실제 만나본 그는 의외로 진지하고,차분하다. 원래 과묵하고 내성적인 성격이란 설명.그러나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요청하니 금세 얼굴의 근육을 실룩거리는 특유의 표정을 짓는다. 본업은 유치원 교사.일주일에 ‘타임머신’촬영이 있는 하루를 빼곤 유치원 4곳에서 체육교사로 일한다.원래 꿈은 연극배우.대학로 극단 여러 곳에서 활동했고,지금도 기회만 있으면 무대에 선다.1년 전 ‘타임머신’에 처음 출연한 것도 아동극을 함께했던 동료가 주선했다. “처음엔 저도 재연배우에 대한 편견이 있었어요.이미지가 굳어질까봐요.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타임머신’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걸 보면서 오히려 재연배우의 입지를 넓히는 계기로 삼아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기더군요.” 대본을 받으면 배역에 맞는 말투와 몸동작을 밤새 연구해 촬영 전 감독과 의견을 교환하는데 워낙 순발력과 애드리브가 뛰어나 웬만한 연기는 그대로 통과된다.유치원생 엄마들이 사인을 요청할 때,식당에서 푸짐하게 서비스를 받을 때 인기를 실감한다는 그는 “재연배우들도 나름대로 고민하고 연구하는 만큼 다소 과장되고,어설프더라도 포용력있게 봐주길 바란다.”고 애교있게 당부했다. 글 이순녀기자 coral@ 사진 안주영기자 jya@
  • “청취자의 편한 음악친구 될래요”KBS 2 라디오 ‘밤을 잊은‘ DJ 복귀한 신애라

    “제 귀는 정말 평범하고 보편적이예요.침 넘기는 소리,숨쉬는 소리가 유달리 요란한 입과는 다르죠.그러니까 쓸데없는 말은 가급적 줄이고 음악을 많이 들려드릴게요.청취자 분들이 좋은 음악 들으시면서 편안하게 쉬는 시간으로 만들어 드리고 싶어요.” 지난 10월말 KBS 제2라디오 ‘밤을 잊은 그대에게’(밤12시∼오전 2시)의 진행자로 5년만에 라디오 DJ로 복귀한 탤런트 신애라(사진·36)는 오랜 공백을 걱정하는 주변의 목소리와는 달리,청취자들과 성공적으로 호흡을 맞춰가고 있는 듯했다.물론 10여개의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을 9년 동안 맡으면서 쌓은 경험 덕이다. 김연근 프로듀서는 “공백이 있긴 했지만,음악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신애라를) 선택했다.”면서 “게스트보다는 음악을 중시하는 우리 프로그램에 가장 잘 맞는 DJ”라고 칭찬했다. 신애라는 그동안 케이블TV의 요리 프로그램이나 연극에 출연하기는 했지만,주로 본업인 주부 역할에 전념했다.그래서일까.무엇을 물어도 곧장 동업자인 남편 차인표나 아들정민(6),어머니 등 가족 이야기가 튀어나온다. “예전에는 청취자들의 사연에서 ‘사랑’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는데 지금은 ‘육아’가 먼저 보이네요.제 자신이 중심이었던 20대에 비해 변해도 많이 변했지요?” 가끔은 너무 달라진 ‘환경’에 향수 같은 것을 느끼기도 한다.“왜 예전에는 사연을 담아온 편지지나 필체로 보이지 않는 상대의 정성이나 취향을 느끼는 정 같은 것이 있었잖아요.그런데 요즘은 전부 컴퓨터로 보내오니까 좀 그렇긴 하네요.” DJ에 복귀했지만 드라마를 다시 시작할 계획은 아직 없단다.“점점 시청자 입장이 되어 가는 것 같아요.연기는 좀 더 나이가 들면 중심에서 한걸음 정도 물러난 부담 적은 역으로 해보고 싶어요.주인공의 어머니 정도라면 어떨까요.(웃음)” 채수범기자 lokavid@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美 늘어나는 투잡스족

    하루에 두번씩 출근하는 미국인들이 적지 않다.직업이 두개인 이른바 ‘투잡스(two jobs)족’들이다.낮에는 버젓한 직장을 다니다가 밤무대를 뛴다거나 몸을 파는 거리의 여성들과는 차원이 다른 그야말로 직장 두곳을 소화하는 사람들이다.이유는 대체로 여러 가지다.자녀교육 때문에 정상적 시간대에는 직장을 다니기 어려운 독신 또는 미혼 가정을 꾸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하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하는 임시직 종사자들이 있다.대부분 히스패닉 등 유색인종들이다.이들은 보통 아침과 초저녁에 자녀들을 돌보고 낮과 밤에 주로 일한다. |워싱턴 백문일특파원|경기침체의 여파로 직장 하나로는 벌어먹기 힘들게 된 사람들도 있다.경기가 나아지고 있으나 노동시장은 100% 회복되지 않았다.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미국인들도 ‘파트 타임’으로 여러가지 일을 한다.특히 인터넷 등의 발달로 재택근무의 여건이 조성되면서 투잡스는 점차 보편화하는 추세다. ●자녀 뒷바라지를 위한 근무시간대 조정 제니스 키넌(39)은 미 화이트칼라의 전형적 스타일인 ‘나인 투 파이브’에 속한 주부였다.체이스 맨해튼은행의 회계원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했다.금요일에는 장부 정리를 위해 오후 6시까지 일하기도 했지만 평소 오후 5시면 ‘칼 퇴근’하는 습관은 어김없었다. 그러나 2년 전 남편이 교통사고로 죽은 뒤 상황이 바뀌었다.특히 늦 결혼으로 얻은 두 자녀 모두가 초등학생이 되면서 아이들 뒷바라지 때문에 정상적 직장생활이 불가능해졌다.남편이 있을 때는 함께 번 돈으로 보모를 둘 여유가 있었다. 지금은 형편도 어려운데다 초등학교 5학년과 2학년짜리 뒷바라지를 위한 시간을 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오전 8시 30분을 전후한 등교나 오후 3시 30분과 4시 사이의 하교시 아이들을 돌보고 과외활동을 지원하려면 ‘나인 투 파이브’로는 불가능했다.그렇다고 매일 지각하거나 조퇴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제니스는 결국 근무시간을 쪼개고 직장도 바꾸기로 결정했다. 은행의 상사가 사정을 감안,오후 1시부터 3시까지는 은행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할 수 있지만 저녁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는 자동차 딜러점의 야근을 전담하기로 했다. 수입은 줄고 몸은 훨씬 더 피곤해도 아이들이 학교를 오갈 때 엄마로서의 역할을 해 줄 수 있고 저녁 9시에 재운 뒤 다시 출근해도 잠자는 아이들의 입에서 불만은 터지지 않게 됐다.자정을 전후해 아이들만 집에 있는 게 큰 걱정이지만 큰 아이가 5학년으로 성정한 게 위안이 된다. 미국에서는 기혼자 가구의 비율이 50.7%로 떨어졌고 자녀를 낳아 함께 사는 가구는 전체의 25%에 불과하다.미 노동 인구의 42%가 미혼일 정도로 독신 가정이 늘면서 자기계발뿐 아니라 불가피하게 투잡스족이 되는 사람들이 흔해지는 추세다. ●궂은 일 마다하지 않는 이민자들의 행렬 미국의 대표적 패스트 푸드점인 맥도널드는 히스패닉에 완전히 점령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과거 백인 학생이나 흑인들이 파트타임으로 일했던 것과는 달리 요즘은 히스패닉계들이 패스트 푸드점 일자리를 독차지하고 있다. 시간당 7∼11달러의 낮은 임금이지만 이들에게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특히 낮에는 건설 현장에서,밤에는 음식점의 야간 점원이나 기업의 청소원으로 일하는 투잡스족의 전형적인 일자리가 되고 있다. 워싱턴 일대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한국계 슈퍼마켓인 ‘그랜드 마트’에서 점원으로 일하는 브라질 출신의 제니퍼(24)는 오후 2시부터 6시까지는 이곳에서,밤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는 21시간 영업점인 세븐 일레븐에서 일한다.제니퍼는 하루 8시간 근무하지만 새벽일이기 때문에 특별히 시간당 평균 14달러를 번다고 말한다. 히스패닉의 인구는 3880만명으로 3830만명인 흑인을 제치고 이미 미국내 두번째 인종이 됐다.히스패닉이 낙태와 피임을 금지하는 가톨릭 신자인 탓도 있지만 최근 10년 사이 이민자 수가 1000만명이 넘을 만큼 이민자 수가 크게 늘어났다. 한국계 이민자들도 예외가 아니다.그러나 히스패닉과 달리 미 정부의 복지혜택을 누리거나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기 위한 준비작업 측면이라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최근 냉동공조 자격증을 따고 사업을 시작한 브라이언 김씨는 이전부터 다니던 세븐 일레븐에서 일주일에 이틀간 새벽일을 한다.이유는 세븐 일레븐에서 제공하는 건강보험 혜택을 계속 누리기 위한 것. 파나마에서 이민 온 앤드루 로드리게스(42)는 전직 해군 출신이지만 메릴랜드 몽고메리 게이더스버그의 포토맥 피자점에서 주방보조로 일한다.낮에는 파나마 관광객들을 위한 가이드나 통역일도 하지만 1년 뒤 피자전문점을 내기 위해 일종의 ‘도제과정’을 거치고 있다.그는 처음부터 식당을 내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6개월을 목표로 주방일에 나섰지만 지금은 1년은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침체의 여파로 인한 과도기적 현상? 경기가 회복되고 있으나 노동시장은 여전히 취약성을 보이고 있다.10월 중 실업률이 9월 6.1%에서 6%로 낮아졌고 취업자 수도 한달 사이 12만 5000명이나 늘었으나 지난 2년간 발생한 실업자 300만명은 여전히 노동시장 주변을 배회하고 있다. 이들이 일자리를 얻는 것은 대부분 임시직인 서비스 업종이며 소득이 안정적이고 각종 수당과 보험 등의 혜택이 부여되는 제조업으로의 취업은 뚫지 못하고 있다.지난달 서비스 부문에서 취업자 수가 14만 3000명 늘었으나 제조업 부문에선 1만 7000명 감소한 게 이를 반영한다. 지난해 벤처기업인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에서 해고당한 폴 스튜어트(32)는 지금 엉뚱한(?) 일을 하고 있다. 인터넷과 전화를 이용한 부동산 업자의 개인비서를 하면서 새벽에는 술집 바텐더로 일한다.개인비서 일은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재택근무로 하기 때문에 출근은 밤 11시에 한다. 폴은 IT산업이 좋아지면 전에 다니던 회사가 재고용하겠다고 약속했기에 지금 하는 일은 임시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두가지 일을 함으로써 얻는 이득이 적지 않고 특히 재택근무로 인해 자유시간이 많아졌다고 말했다.바텐더는 많은 사람들을 사귀고 관찰할 수 있어 ‘본업’인 컴퓨터 게임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경기침체의 여파로 미국내 빈곤층이 2년째 증가한 게 투잡스의 확산을 부채질하는 한 요인일 가능성도 높다.미 민간경제정책연구소(EIO)에 따르면 미 근로자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5.15달러인 반면 근로자의 중간소득은 13.74달러로 조사됐다. 1973년 당시 최저임금이 5.75달러,중간소득이 12.25달러인 것과 비교하면 근로자 소득격차가 더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1990년대와 같은 경기호황이 재현되어도 투잡스는 새로운 사회적 현상이 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일각에서는 가계소득 감소에 따른 과도기적인 현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mip@ ■늘어나는 여성 ‘투잡스' |워싱턴 백문일특파원|미국에서 남녀간 임금 격차는 20년이 지나도록 크게 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미 회계감사원(GAO)이 최근 미국 성인남녀 9300명을 상대로 조사한 임금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미 여성의 임금은 남성이 받는 임금의 79.7%에 불과하다. 직장내 성 차별 등이 상당부분 사라졌음에도 1983년 이래 남성 대비 여성의 임금 비율은 큰 변화없이 줄곧 80%를 유지했다. 보고서는 여성이 임금을 적게 받는 이유를 밝혀내지는 못했으나 “가사 일을 책임지는 여성의 ‘이중적 노동’ 때문에 적게 일할 수밖에 없고 임금도 적을 수밖에 없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인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은 연간 2147시간을 일하는 반면 여성은 1675시간을 일한다.일하지 않는 기간은 남성이 1주일,여성은 3주나 됐다. 또한 풀 타임으로 일하는 비율은 남성이 10명 중 9명(90%)이나 여성은 3명 중 2명(66%) 꼴이다. 자녀를 가진 남성의 경우 임금이 남성 평균보다 2% 높았으나 여성이 자녀를 가졌을 경우에는 임금이 여성 평균보다 2.5% 낮아 남녀간 비대칭적 구조를 보였다. 회계감사원에 연구를 의뢰한 민주당의 캐롤라인 맬로니 하원의원은 “지금은 1983년과 크게 다르지만 임금격차는 변한 게 없다.”며 “기본적으로 남성들은 남성이기 때문에 보너스 등의 임금을 더 받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도 “남성이 주요 노동력으로 일했던 시대에 만들어진 노동정책과 관행 등이 지금껏 계속되고 있다.”며 “여성이 사회에 진출하고 있으나 가정과 자녀교육을 동시에 맡는 여성들에게는 불리한 점이 많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여성들이 풀타임 직업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점차 파트타임을 찾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투잡스를 갖게 하는 또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플래시 메모리·PDP·드럼세탁기 新사업 / 전자 코리아

    국내 전자업체들의 신사업이 달러를 낳는 ‘캐시카우’로 떠오르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플래시메모리와 LDI(LCD구동칩),삼성SDI의 PDP(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와 리튬이온전지,LG전자의 디지털TV와 드럼세탁기 등은 세계 1,2위를 다투면서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시장에 진입한 지 2∼10년만에 이뤄낸 기록이다. 시장의 변화 추이를 정확히 읽어 적기에,또한 과감하게 대규모 투자를 선행한 것이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 플래시메모리 선두 인텔 바짝 추격 삼성전자는 지난해 플래시메모리로만 11억 82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시장 점유율은 12.2%로 인텔(20%)에 이어 2위.올해는 인텔을 제치고 1위에 오를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16메가 D램을 양산하기 시작한 1994년 처음 이 사업에 손을 댔으니 9년만에 정상에 오르게 되는 셈이다.삼성전자는 90년 시작한 LDI 사업에서도 지난해 점유율 세계 1위에 오르며 7억달러를 벌었다. ●PDP도 시장 점유 47%로 日과 어깨 나란히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의 주력 제품으로 떠오르고 있는 PDP는 성장세가 더 가파르다.2001년 양산을 시작한 이후 삼성SDI와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의 점유율이 지난해 20%에서 올해 32%로 상승한 데 이어 내년에는 47%로 ‘원조’인 일본 업체들과 대등한 수준이 될 전망이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산요·소니·마쓰시타·도시바 등 일본업체들이 거의 독점해 온 2차전지 시장도 삼성SDI,LG화학 등 국내업체들이 가공할 만한 속도로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2000년 양산에 들어간 지 2년만인 지난해 국내업체들의 점유율이 15.8%를 차지했다.2005년에는 일본업체들의 절반 수준인 28.8%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가 2001년 수출을 시작한 드럼세탁기도 지난해 종주국인 유럽에서 6%의 시장 점유율을 올리며 연평균 200%대 이상 성장하고 있다. ●과감한 투자 주효… 시장진출 10년 안돼 정상 위협 급격한 성장세에 있는 품목들은 대부분 전자업계의 새로운 조류와 무관치 않다.90년대 말 이후 전자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한 디지털컨버전스(디지털융·복합)의 핵심 부품(플래시메모리)이거나 디스플레이(PDP,2차전지,LDI)와 관련된 품목들이다.강자들이 득실거리는 기존 시장을 뚫고 들어간 제품(드럼세탁기)도 있다. 휴대용 전자기기의 급부상으로 톡톡한 재미를 보고 있는 플래시메모리 사업에 삼성전자가 쏟아부은 돈은 대략 2조원.LG전자와 삼성SDI가 PDP 사업에 투자한 돈도 5000억∼6000억원에 달한다.시장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이같은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기 힘들다는 점에서 신사업의 성공이 더욱 빛을 발한다. 여기에다 전자산업 30년동안 쌓아놓은 기술력이 뒷받침된 것이 새로운 성장사업을 가능케 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해석이다. 박홍환기자 stinger@
  • 홀딱 벗은 여섯남자 의기소침 탈출 행각/변우민·임하룡 출연 뮤지컬 ‘풀 몬티’

    칼날같은 명퇴바람이 ‘사오정’‘오륙도’를 지나 ‘삼팔선’까지 무너뜨렸다는 요즘,한국 사회 중년남성들의 자화상은 그 어느때보다 초라하기만 하다.한창 일할 나이에 일터에서 밀려나 가장으로서의 권위와 자존심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이 시대의 남성들.이들에게 동병상련의 아픔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는 유쾌한 뮤지컬 한편이 온다. 새달 6일부터 내년 1월18일까지 서울 양재동 한전아츠풀에서 공연하는 라이선스 뮤지컬 ‘풀 몬티’(Full Monty,연출 한진섭)는 실직한 철강노동자 여섯 남자가 온몸(?)으로 자신감을 회복하는 과정을 코믹하면서 따듯하게 담아낸 작품이다.세계적으로 히트한 동명의 영국 영화를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각색했다. 속어로 ‘몽땅 벗는다.’는 뜻의 제목처럼 출연진들이 동시에 옷을 홀딱 벗어던지는 마지막 장면으로 유명한 ‘풀 몬티’의 연습장을 찾아 누드 연기도 불사하는 용감한(?) 여섯 남자들을 만났다. “자,음악을 잘 들어봐.그리고 몸이 따라하게 놔두란 말이야.오른발부터 파이브,식스,세븐,에잇”.단 한번의 스트립쇼로 돈을 벌기로 의기투합한 여섯 남자가 남몰래 공장 창고에 모여 스텝 연습을 하는 장면.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었던 도나 서머의 ‘핫 스터프(Hot stuff)’에 맞춰 춤을 추는 대목이다.멤버중 유일한 화이트칼라 노동자이자 경제학 박사인 해롤드(박일규)가 왕년의 실력을 발휘해 춤 선생으로 나섰다. 하지만 아들 하나 딸린 이혼남 제리(변우민),실직후 아내에게 쥐어사는 데이브(이무현),자살을 시도했던 나약한 말콤(김장섭),철없는 청년 잇슨(박준혁)등 춤과는 거리가 멀었던 남자들의 몸동작은 영 어설프기만 하다.그나마 한때 댄서였던 퇴직 흑인 노동자 호스(임하룡)가 제법 스탭을 잘 따라해 해롤드의 칭찬을 받는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 틈을 타 배우들에게 몇가지 궁금증을 물었다.우선 출연진들의 면면이 여느 뮤지컬과는 사뭇 다르다.20∼30대 배우들이 주역을 휩쓸고 있는 대다수의 뮤지컬과 달리 ‘풀 몬티’의 배우들은 전부 30대에서 50대.호스역의 임하룡이 51세로 최고령자이다. 본업도 제각각이다.탤런트 변우민,개그맨 임하룡을비롯해 화려한 춤솜씨를 자랑하는 해롤드역의 박일규는 서울예대 교수로 재직중인 전문 안무가이다.과연 무엇이 이들을 ‘벗는 공연’에 서슴없이 나서게 했을까. 임하룡은 “벗는다는 의미가 단순히 몸매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면 왜 나같은 사람을 뽑았겠느냐.”면서 “가진 건 몸뚱이밖에 없는 남자들이 자아를 찾는 최후의 수단으로 모든 것을 내보이는 의미심장한 행위”라고 설명했다.그는 요즘 뱃살빼기와 흑인 역할을 위한 선탠을 하느라 고생중이다. 박일규 교수도 “벗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지 말고,이들이 왜 그런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메시지가 명확한 만큼 일단 벗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별로 없다는 게 배우들의 공통된 의견.하지만 노출 수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이냐에 대해선 생각이 조금씩 다르다. 런던 웨스트엔드 공연에선 배우들이 중요 부위를 가린 모자를 던질때 강렬한 조명을 객석에 쏘는 ‘트릭’으로 수위를 조절했다. 이번 공연에서 마지막 장면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공식적으로 ‘노 코멘트’이다. 뮤지컬에 처음 도전하는 변우민의 각오는 남다르다.한때 음반도 냈고,모 방송국 안무단에서도 활동했던 그는 이 작품을 계기로 제 2의 연기인생을 시작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이 작품을 위해 다른 활동을 모두 접고,연습장 오가는 시간도 아까워 일산 집에서 역삼동 연습장 부근으로 거처를 옮기기도 했다. 배우들에게 만약 극중 주인공같은 처지에 놓인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을 던졌다.“가족의 생계가 걸린 일이라면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임하룡)“일본에선 생계를 위해 남자 스트리퍼가 흔하다는 얘길 들었다.우리도 그럴 가능성이 없진 않을 것 같다.”(박일규).(02)2272-3001. 이순녀기자 coral@ ■영화 ‘풀 몬티'에 대해 피터 카타니오 감독의 1997년작으로 로버트 칼라일,마크 애디 등이 열연했다.영국 남부 요크셔지방의 철강소가 문을 닫은 뒤 이혼남 가즈(로버트 칼라일)가 아들의 양육비를 마련하기 위해 스트립쇼를 제안하고,실직 등으로 생활이 어려운 다섯 남자가 이에 합류하는 과정을 그렸다.기발한 아이디어와 유머,가슴 찡한 감동이 교차하는 영화 ‘풀 몬티’는 1998년 아카데미에서 작품상,감독상,각본상,음악상 등 4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뮤지컬로는 2001년 10월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고,토니상 ‘베스트 뮤지컬’등 10개 부분에 노미네이트됐다.
  • 60년 환쟁이 인생 지그재그 변주곡 같아/ 결산전시회 여는 ‘만화계의 대부’ 신동헌 화백

    “난 내 이름(憲)과는 정반대의 삶을 살았어.” 지난달 31일부터 자신의 창작인생을 결산하는 ‘에디슨과 아인슈타인 & 신동헌’전을 경기도 이천 청강문화산업대학 캠퍼스내 청강만화역사박물관에서 열고 있는 신동헌(申東憲·77) 화백.홍익대 근처 자택에서 만난 그는 지그시 눈을 감고 “지난 인생이 마치 방랑자의 삶처럼 ‘지그재그 변주곡’ 같았다.”고 잠시 회상에 잠겼다.외곬으로 한 우물을 파기 어려운 천성 탓에 만화,애니메이션,클래식 음악,음악가 드로잉 등 다양한 것들에 빠져들며 삐쭉빼쭉 여기저기 부딪치며 하고 싶은 대로 살았다는 그는 “그래도 후회는 없어.지금도 후배들에게 예술가에게는 도전과 일탈이 필수적이라고 권한다.”고 말을 이었다. ●중학교 때부터 만화가의 길로 1927년 태어나 자란 접경지 함경북도 회령은 외래문화에 접할 기회가 많아 나운규·신상옥 같은 예술인들이 대거 배출된 곳이다.신 화백만 해도 당시 그 지역에서 명망 높던 명필인 아버지 신기철씨부터가 이른바 ‘환쟁이’에 대해 거부감이 없었다고 한다.신 화백은 집안의 관대한 분위기 속에서 이제는 고인이 된 막내 신동우 화백와 함께 초등학교 때부터 만화를 그리며 놀았다. 신 화백은 1942년 당시 중학생때 학생잡지 ‘형설시대’에 ‘묘안’이 첫 당선되면서 프로 만화가의 길을 꿈꾸었다.1946년 서울대학 예과에 입학한 뒤에도 충무로에서 미군들의 초상화를 그려주면서 그림 실력을 닦았다.스승인 ‘코주부’ 김용환 화백을 그때 만났으며 1947년 한국 최초의 만화단행본인 ‘스티브의 모험’을 내는 등,김용환 화백이 내던 주간만화신문 ‘뉴스’ 전속작가로 다양한 작품 활동을 벌였다. ●67년 한국 최초의 극장용 애니메이션 ‘홍길동’ 제작 1960년부터는 애니메이션에 손을 대 1966년까지 제자이자 동료인 넬슨 신 감독과 함께 수백편의 TV CF용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진로소주,삐콤씨,럭키치약….그 경험이 67년 동생 신동우 화백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한국 최초의 극장용 애니메이션 ‘홍길동’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전문 도료인 ‘비닐 컬러’가 없어 ‘포스터 컬러’로 셀룰로이드 위에 직접그렸지.그런데 이건 뜨거운 조명 밑에 가져가면 껍질처럼 그냥 벗겨지거든.”신 화백은 고민 끝에 셀화를 그리자마자 재빨리 촬영하는 방법을 썼다.나중에는 포스터 컬러에 풀을 섞어 보기도 했고,맨질맨질한 피막을 누그러뜨리려고 양잿물에 필름을 재웠다가 썼다.1967년 후속작 ‘호피와 차돌바위’를 마지막으로 극장용 애니메이션에서 손을 뗐는데 “당시 영화판의 분위기가 나와는 맞지 않았다.”고 그 시절을 돌이켰다.1981년 캐나다로 건너가 현지 회사에서 1년여 동안 근무했지만 천성인 방랑벽을 어쩔 수 없었다.2년 동안 알래스카 등 미국과 캐나다의 국립공원 20여 곳을 풍경화를 그리며 미친 듯이 돌아다녔다.물론 여비는 풍경화를 그려 팔아 마련했다. ●“음악가 그리는 게 더 재미있던데.” 그뒤 1983년 귀국해 MBC ‘뽀뽀뽀’용 단편 애니메이션을 10년간 제작해 주기도 했지만 애니메이션과 만화 분야에서 활동은 그리 많지 않았다.그동안 취미생활이었던 ‘음악가 스케치’가 본업이 된 것이다. 신 화백이 지난 50년대 한국을 찾은 첼리스트 피아티 고르스키를 시작으로 그동안 국내외에서 스케치해온 음악가의 수는 무려 2000여명.바이올리니스트 예후디 메뉴인,아이작 스턴 피아노3중주단 등 직접 스케치한 것을 선물한 음악가도 줄잡아 300명이 넘는다.“만나면 술 한잔 할 사이는 되지.” 신 화백은 “일본의 후루카와 타이센,프랑스의 와이즈 밧슈 등 스케치만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 각국에 음악가 한 명씩은 있다.”면서 “내 전공은 현악4중주단 드로잉”이라고 말했다.“러시아의 보로딘(현악4중주단),영국의 린제이,아일랜드의 칠린기리안….” 대충 생각나는 대로 입에 올리는 악단만 해도 10여개.지난 99년에는 그동안 모은 스케치를 모아 예술의전당에서 ‘세계의 음악가 캐리커처전’을 열었고 ‘음악가를 알면 클래식이 들린다’ 등 관련 책들도 여러권 썼다. ●“일탈을 자주 하되 기본을 지켜라” 신 화백은 자신을 굳이 ‘한국 애니메이션의 선구자’니,‘만화계의 대부’니 하는 호칭으로 묶는 것을 꺼려했다.“난 그냥 ‘문화적 방랑자’인 것 같아.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그러나 신 화백은 “일탈과 도전은 매우 중요하지만 기본을 지킬 줄 알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만화가뿐만 아니라 누구든 계획대로 평생을 살 수는 없잖아? 그래도 그때까지 열심히 쌓아온 ‘기본’은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되지.” ‘하루라도 스케치를 쉬어서는 안된다.’는 김용환 선생의 말씀을 50년 동안 지키고 있다는 노 화백이 지금까지 그린 스케치는 30만장이 넘는다.“‘기본’이라고 하는 것은 부지런히 노력해 쌓을 수밖에 없는 어떤 것이 아닐까….” 글 채수범기자 lokavid@ 사진 이언탁기자 utl@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