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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경찰 직장협의회 허용은 시기상조 아닌가

    경찰이 노동조합 전 단계인 직장협의회 설립을 추진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경찰청 산하에 발족한 경찰개혁위원회가 그제 내놓은 권고안을 따르기로 한 것이다. 직장협의회는 경찰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업무 능률을 향상하는 방안 등을 협의하게 된다. 공무원 노동계로서는 물리칠 이유가 없는, 실리와 명분을 갖춘 권고안인 셈이다. 일반 공무원들에게는 1999년 직장협의회 설립이 이미 허용됐고, 이후 2006년 공무원 노조가 생겼다. 경찰의 직장협의회도 경찰노조로 향한 숨 고르기 과정이다. 물론 직장협의회는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노동 3권을 보장받지는 못한다. 그래도 명백한 이익단체다. 11만 5000여명의 전체 경찰 인력 가운데 거의 전부인 9만 2000여명이 가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 나온다. 어떤 형태로든 실력 행사 기구가 될 가능성은 크다. 경찰의 향상된 권익이 시민의 안전으로 돌아온다면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그런데도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이유가 있다. 경찰 조직은 일사불란한 지휘와 명령 체계가 근간이어야 하는 특수한 업무 직역이다. 경찰과 소방 공무원들에게만은 지금까지 직장협의회와 노조 설립이 불법이었던 것은 그래서다. 직장협의회와 지휘부 간의 협의 사안 범주도 명확하지 않아 지휘 체계 혼란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걱정이 적지 않다. 멀리는 이익집단의 정치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소방·경찰 공무원도 직장협의회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이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올 초까지만 해도 주무 부처인 행정자치부는 “경찰청과 국민안전처가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는 이유로 개정안을 반대했다. 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라서 행자부가 개정 움직임 쪽으로 갑자기 선회한다는 비판을 모면하기 어렵다. 경찰개혁위는 직장협의회 권고안의 배경을 “경찰관에게 헌신을 일방적으로 강요할 수 없다”는 말로 설명했다. 납득하기 힘든 소리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최일선에서 지키는 경찰 본업의 골간에는 희생의 가치가 바탕이 돼야 한다. 국민 정서와의 괴리도 따져 볼 문제다. 경찰 공무원의 복지나 근무환경이 열악해 개선이 시급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당장 얼마나 된다고 보는가. 경찰이 되고 싶어 청춘을 거는 공시족 수가 해마다 자체 기록을 깨고 있는 현실이다. 경찰의 직장협의회는 여러 모로 시기상조다.
  • [월드피플+] 자신의 아파트 전체를 숲으로 만든 여성

    [월드피플+] 자신의 아파트 전체를 숲으로 만든 여성

    약 33평에 달하는 집 전체를 자연이 살아 숨쉬는 숲으로 만든 여성이 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NBC는 모델, 작가, 기업가이자 환경 보호 운동가로 일하는 섬머 래인 오크스(33)가 약 8년 전부터 뉴욕시 브루클린에 위치한 자신의 아파트를 녹색 오아시스로 만들었다고 전했다. 코넬 대학에서 환경과학과 곤충학 학위를 딴 자칭 ‘식물에 미친 여자’ 오크스는 자연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펼치기 위한 작업에 뛰어들었다. 상대적으로 기르기 쉬운 떡깔잎 고무나무(fiddle leaf fig)부터 시작해 집 내부에 각양각색의 식물을 들여다 놓았다. 자연 찬미가인 그녀는 “같이 살던 룸메이트가 나가고 나서 집안 분위기를 밝힐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다양한 식물을 가져 오는거라 생각했다”며 집 안에 정원을 꾸리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천장까지 높이 자란 관목은 그녀의 강박관념에 불을 붙였고, 현재 그녀는 670여개가 넘는 식물을 보유하고 있다. 저면관수시스템(sub-irrigation system), LED조명, 개수대 직결 접속로 등을 설치해 침실 벽 전체를 식물 85종의 푸른잎으로 채웠다. 미니 정원은 심지어 그녀의 옷장과 신발장까지 영향력을 뻗쳤다. 근처 창문에서 들어오는 남향을 이용해 오크스는 허브, 고구마, 바나나, 심지어 파인애플 경작까지 해냈다. 오크스는 하루 30분을 명상하듯 식물에 물을 주는 일 외에도 매 일요일을 식물과 자신을 위한 날로 지정했다. 그날만큼은 분갈이, 자르기, 가지치기, 물주기 등 식물을 돌보는데 최대 8시간을 보낸다. 뉴욕에 올라오기 전 시골 지역에서 자란 그녀는 “집착처럼 보일지 몰라도 할 수 없다. 식물을 돌보는 게 본업이 됐다. 힘든 가사라기보다 스스로를 이완하는 과정이며, 집 안 곳곳의 식물들은 내게 위안과 평화를 주는 휴식처다. 그래서 녹색 식물을 집 안에 들여오는 건 중요하다”면서 식물들로 둘러싸인 집이 결국 자신에게 의미있는 공간임을 강조했다. 또한 식물을 기르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새 식물을 집으로 데려올 때, 자연광이 어디에서 오는지, 몇 차례 물을 줘야하는지, 얼마만큼의 물의 필요로 하는지 등 식물의 환경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치과의사·법학도… 아이슬란드 축구 ‘월드컵 동화’

    치과의사·법학도… 아이슬란드 축구 ‘월드컵 동화’

    국토의 80%가 얼음과 화산으로 뒤덮인 북유럽의 아이슬란드가 ‘겨울 동화’ 대신 ‘월드컵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아이슬란드는 10일 수도 레이캬비크의 라우가르달스볼루르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유럽예선 I조 10차전 경기에서 1골, 1도움을 올린 길비 시귀르드손의 활약을 앞세워 코소보를 2-0으로 물리쳤다. 7승1무2패(승점 22)를 기록한 아이슬란드는 크로아티아(승점 20)를 제치고 조 1위를 확정해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아이슬란드는 처음 본선 무대를 노크한 지 60년 만에 꿈을 이뤘다. 1958년 스웨덴월드컵 예선에 처음 출전한 뒤 1974년 다시 독일대회를 시작으로 2014브라질월드컵까지 11개 대회의 문을 줄기차게 두드렸지만 한 번도 본선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아이슬란드는 그러나 지난해 프랑스에서 열린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에 처음 출전해 ‘축구 종가’ 잉글랜드를 꺾고 8강에 오르는 이변을 낳으며 이번 월드컵 돌풍까지 예고했다. 추운 날씨 탓에 1년 중 8개월은 바깥에서 공을 차기 어려워 실내축구가 활성화된 아이슬란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에버턴 소속의 시귀르드손을 비롯한 20대의 ‘인도어 키즈’가 유로 2016에서 보여 준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워 기어코 일을 저질렀다.자국 프로축구 리그가 없는 데다 7년 전만 해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12위에 그치던 아이슬란드가 ‘기적’을 연출한 건 20년에 걸친 국가 차원의 사회복지 프로그램 덕분이다. 1990년대 초반까지 청소년들의 약물 남용과 흡연율 등이 유럽 최고 수준이었다. 정부는 1998년부터 각지에 스포츠센터와 체육관을 짓고 청소년들에게 체육 활동을 권장했다. 청소년 스포츠 인구가 크게 늘면서 건강한 토양을 마련한 아이슬란드는 올림픽 등 ‘빅스포츠’에서도 괄목할 성장을 나타냈다. 핸드볼에선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은메달, 농구에선 2017유로 바스켓에서 처음으로 본선에 진출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실내축구장을 늘려 날씨를 가리지 않고 개인기와 조직력을 다지도록 도움으로써 꽃을 활짝 피웠다. 무엇보다 사회체육과 엘리트체육의 경계를 허문 게 두드러진다. 헤이미르 할그림손 축구 대표팀 감독의 본업은 치과의사다. 그는 취미로 아마추어 축구를 하다 대표팀 사령탑까지 꿰찼다. 골키퍼 하네스 할도르손은 영화감독, 또 다른 골키퍼 외그문두르 크리스틴손은 축구선수 생활을 병행하며 법학사 학위까지 받았다. 크리스틴손은 최근 스웨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은퇴 뒤 변호사의 길을 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호주는 이날 시리아와의 아시아 플레이오프 2차전을 120분 연장 접전 끝에 팀 케이힐의 두 골을 앞세워 2-1로 승리, 1, 2차전 합계 3-2로 대륙간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했다. 대륙간 플레이오프 상대는 북중미카리브해연맹(CONCACAF) 4위인데 11일 확정된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임다연, 미모의 26살 수영선수 등장 ‘의외의 이상형 조건’

    임다연, 미모의 26살 수영선수 등장 ‘의외의 이상형 조건’

    ‘이론상 완벽한 남자’ 의뢰인 임다연 씨가 등장했다.10월 2일 방송된 JTBC 추석 파일럿 예능프로그램 ‘이론상 완벽한 남자’(이하 이완남)에서는 과학적 매칭 시스템을 이용, 100% 이론상 완벽한 상대를 찾는 출연자들의 모습이 공개됐다. 이날 연애과학연구소 POP 연구진으로 MC 신동엽, 김희철, 한혜진과 언어 전문가 조승연, 기생충 박사 서민, 성 정신의학 박사 강동우 백혜경 부부가 출연했다. 또 홍익대학교 강신진 교수 연구팀이 감정 분석 시스템에 도움을 줬다. 이후 이날의 의뢰인인 26살 대학원생 임다연이 등장했다. 가끔 학부생 강연을 하고, 매일 운동을 하는 그의 본업은 수영 선수. 각종 수영 대회에서 수상 경력이 있는 그는 3년째 남자친구가 없는 상태다. 임다연은 자신의 남자친구가 되기 위한 3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임다연은 주 3회 이상 운동을 할 것, 수염을 기르지 말 것, 개를 좋아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고 8명이 선발됐다. 사진 = JTBC ‘이론상 완벽한 남자’ 연예팀 seoulen@seoul.co.kr
  • 호야 아닌 이호원, 글로리어스와 전속계약 “배우+솔로 가수 전폭 지원”

    호야 아닌 이호원, 글로리어스와 전속계약 “배우+솔로 가수 전폭 지원”

    가수 겸 배우 이호원(호야)이 글로리어스 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26일 글로리어스 엔터테인먼트 측은 “최근 이호원(호야)과 전속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전 소속사 울림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이 만료된 이호원이 홀로서기 한 이후 자신의 목표와 활동 방향성에 맞는 보금자리를 찾은 것. 글로리어스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이호원은 다양한 작품의 주조연 배우로 활약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이다. 보컬, 랩은 물론 춤 실력까지 갖춰 솔로 가수로 준비된 인재다. 이호원은 음악적 목표가 뚜렷하고 음악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회사 측에서는 원하는 활동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호원은 2010년 데뷔 이후 그룹과 유닛 활동을 통해 랩과 보컬을 다양한 모습으로 보여줬다. 지난해 방영한 춤 경연 프로그램 ‘힛 더 스테이지’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뛰어난 춤 실력까지 입증했다. 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로 연기에 도전하여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이후 드라마 ‘가면’, ‘초인가족2017’, ‘자체발광 오피스’ 영화 ‘히야’ 등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주조연으로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다. 이처럼 가수와 배우 영역 모두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진 이호원이기에 일선 연예 기획사에서 영입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호원은 연기와 본업인 음악 활동까지 지원해줄 수 있는 기획사를 원했고, 목표가 같았던 글로리어스 엔터테인먼트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됐다. 이호원은 소속사를 통해 “본업인 가수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활동을 통해 추구하는 음악적 성향을 보여드리고 싶다. 더불어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며 대중분들에게 멀티엔터테이너로 기억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계약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전과 마찬가지로 SNS 계정을 통해 팬분들과 소통해나가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직접 만나는 자리도 마련하고 싶다. 일방적으로 보여주기만 하는 것이 아닌 멋진 무대, 좋은 연기를 함께 만들어간다는 마음이 팬분들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팬 사랑을 표현했다. 이호원은 홀로서기 이후 SNS 계정을 통해 노래 녹음 영상과 춤 연습을 게재하며 앨범 작업 중임을 알렸다. 또 국민 드라마 ‘모래시계’를 무대화해 화제가 된 창작 뮤지컬 ‘모래시계’에 캐스팅됐다. 매력적인 경호원 ‘백재희’ 역을 맡아 12월부터 공연에 오른다. 뮤지션과 배우 두 영역에서 입지를 다져왔던 만큼 이호원이 어떤 음악으로 솔로 가수로의 변신을 보여줄지, 어떤 캐릭터로 브라운관과 무대에서 존재감을 보여줄지 기대감을 높인다. 한편 글로리어스 엔터테인먼트에는 배우 지창욱, 현우, 이청미 등이 소속돼 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의령군수, 돼지농장 불법용도변경하고 산지훼손 혐의로 벌금형

    돼지농장을 운영하면서 불법행위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오영호(68) 경남 의령군수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창원지법 마산지원 형사3단독 최지아 판사는 26일 건축법·산지관리법·가축분뇨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 군수에게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최 판사는 “오 군수가 건축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으나 불법 용도변경 건은 신고를 해 해소됐고 산지 불법 훼손도 나무를 심는 등 원상회복한 점 등을 참작해 벌금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오 군수는 선고 뒤 입장이나 항소 여부를 묻는 말에 아무 답변을 하지 않고 법정을 떠났다. 오 군수는 양돈업이 본업인 축산인 출신으로 의령군 용덕면에 돼지 9000 마리 이상을 키우는 대규모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2010년 4월부터 최근까지 자신이 소유한 돼지농장 안에 있는 창고 2채를 돼지 축사로 불법용도 변경한 혐의(건축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됐다. 오 군수는 또 지난해 4월 농장 인근 임야에 축대를 쌓아 배수로를 만든다며 산지 1176㎡를 훼손한 혐의(산지관리법 위반)와 농장에서 발생한 가축분뇨를 인근 하천·저수지에 흘러들게 한 혐의(가축분뇨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위반)도 받았다. 앞서 검찰은 오 군수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 등 선출직 공무원은 일반 형사사건에서 금고 이상 형, 공직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서는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직을 잃게 된다. 오 군수는 의령농지개량조합장과 의령축협 조합장을 지냈으며 2014년 지방선거에서 의령군수에 당선됐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김지섭 베트남산악마라톤 42㎞ 4시간10분 만에 주파, 남녀 모두 우승

    김지섭 베트남산악마라톤 42㎞ 4시간10분 만에 주파, 남녀 모두 우승

    “오죽했으면 결승선을 통과한 뒤 우승 소감을 묻는 주최측에게 “더 헬(지옥)”이라고 외마디 비명을 질렀을까요?” 트레일러닝계의 기린아 김지섭(29·노스페이스)이 지난 23일 베트남 북서부 라오까이주의 사파에서 열린 제5회 베트남산악마라톤(VMM) 남자 42㎞ 부문 우승을 차지했다. 4시간10분26초에 토파스 에코롯지 리조트에 마련된 결승선을 통과해 마르셸 호에케(독일·4시간29분11초)를 18분여나 따돌리고 우승했다. 대회 다음날인 24일 사파 타운에서 진행된 시상식에는 또 한 명의 한국인이 시상대 맨 위에 섰는데 장보영(32) 월간 ‘사람과 산‘ 기자가 6시간15분02초의 기록으로 여자 1위를 차지했다. 박준섭(30·웹프로그래머)은 5시간25분33초의 기록으로 남자 42㎞ 부문 7위를 차지했다. 이번 대회는 10㎞와 21㎞, 42㎞, 70㎞, 100㎞ 다섯 부문으로 나눠 42개국 2500명이 참가해 열렸는데 한국 남녀가 42㎞ 우승을 석권하는 기쁨을 맛봤다. 지난 10일 중국 백두산 천지의 서파 코스에서 열린 노스페이스 TNF 100 대회를 우승한 뒤 불과 2주 만에 또다시 우승의 감격을 맛본 김지섭은 이미 국내 트레일러닝계에서 국가대표급 기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해발고도 1100m에서 1780m까지 누적 상승 고도 2㎞를 내달려야 하는 코스를 그는 시간당 10㎞의 속도로 꾸준히 달린 셈이다. 이 대회는 지난 2008년 국내 트레일러닝계의 선구자인 유지성씨가 참가한 베트남정글·산악마라톤 대회를 계승 발전시켜 이번에 5회째가 열리고 11월 정글마라톤을 개최한다. 중국 윈난성과 접경을 이루는 지역으로 몽족 등 수많은 소수민족들이 척박한 산지에 일군 다랑이논을 배경으로 뛰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물소와 거위, 개들과 마주치는 순간들을 만나게 된다. 김지섭도 “개인적으로 12번 정도 국제 대회에 출전했는데 정말 이번 대회 코스는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개들과 여러 차례 마주쳐 2분 정도 시간을 까먹은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워낙 험한 산지에서 개최하다 보니 코스를 이탈하는 경우가 속출했다. 김지섭도 잠깐 길을 잘못 들어 500m쯤 알바(마라톤계 은어로 코스를 이탈하는 것을 가리킴)를 했다가 호에케에게 선두를 내줬으나 험한 고빗길에서 뒤를 따르며 헉헉 소리를 내 호에케가 양보하게 한 뒤 선두를 되찾고 간격을 벌렸다. 수티니 라스프(태국)를 5분 이상 앞서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한 장 기자도 다른 참가자의 잘못된 안내 때문에 엉뚱한 길을 1㎞ 정도 뛰느라 힘들었다. 장 기자 역시 그 바람에 라스프에게 선두를 내줬으나 곧바로 되찾고 끝내 결승선을 5분 앞서 골인했다. 기자가 본업인 이가 취미로 삼은 종목에서 우승까지 차지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장 기자는 “동북아시아에 관심이 많아 여행 겸 트레일러닝 대회에 참가해왔는데 처음 우승하게 돼 얼떨떨하다. 직장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도 대략 난감하다”며 “앞으로도 여행을 통해 새로운 지역을 알아가며 트레일러닝도 즐기는 생활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대회에는 지난 6월 서울 둘레길 108㎞를 돌아 뛰어 ㎞당 100원을 모금해 사파 지역 학교 화장실 두 곳을 지어준 진오(54) 스님, 박성식(52) 출판사 다빈치 대표 등 한국인이 20명이나 출전해 더욱 뜻깊었다. 장 기자는 “1위를 차지해서가 아니라 두 학교 화장실에 벽 그림을 그려넣은 작업을 하는 등 보람있는 대회였다”고 돌아봤다. 사파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틀을 깬 무대 “창작은 중독”

    틀을 깬 무대 “창작은 중독”

    최근 공연계에서 가장 ‘핫한’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정구호다. 패션디자이너인 그는 국립발레단 ‘포이즈’(2012), 국립무용단 ‘단’(2013), ‘묵향’(2013), ‘향연’(2015)에 이어 최근 국립오페라단 야외오페라 ‘동백꽃아가씨’ 등 장르를 넘나들며 공연 연출가로서 개성 있는 행보를 걸어왔다. 특히 지금까지 10여편의 무용 작품을 연출해 온 정구호는 연출가로서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바로 21~24일 무대에 오르는 2017~18시즌 국립극장 개막작이자 국립무용단의 신작인 ‘춘상’이다. 그간 전통의 현대화에 집중해 온 그가 처음으로 도전하는 극 형식의 무용 작품이다. 국립무용단의 대표 레퍼토리로, ‘한국무용 대가’ 배정혜가 안무한 ‘춤, 춘향’을 오늘날 스무살 청춘들의 사랑 이야기로 재해석했다. 최근 서울신문과 만난 정구호는 “지금까지 연출한 작품 중 가장 모던한 작품”이라고 자평했다.“배 선생님의 ‘춤, 춘향’은 춘향전을 바탕으로 ‘잘 만들어진 고전’이죠. 저는 고전을 건드릴 것이 아니라 클래식으로 놔두고 ‘춤, 춘향’의 2017년 버전을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요즘 고전 리메이크 공연이 많은데 현재 우리의 생활을 기록하는 작품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앞선 작품들에서 고전의 무게감을 강조해 왔다면 이번 작품은 좀더 밝고 대중적입니다. 20~30대 관객이 늘었으면 합니다.” ●현재 우리 생활 기록 작품 필요성 느껴 모던한 의상과 파격 연출로 주목받은 정구호의 ‘틀을 깨는’ 생각은 이번 공연의 무대와 음악에서도 그대로 묻어난다. 그는 평소 즐겨 듣던 아이유, 정기고, 볼빨간사춘기, 어반자카파, 선우정아 등 요즘 젊은층에게 주목받는 대중음악 아티스트들의 노래를 춤곡으로 제안했다. 또 보통 무대 위에 오브제를 배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무용 공연으로는 이례적으로 회전무대를 설치, 입체적인 공간감을 더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고전음악은 당시의 대중음악이잖아요. 오늘날 대중음악이 미래의 클래식이 되는 셈이니까 이번 공연에서 활용하게 됐죠. 스토리라인에 대한 관객의 감정 이입을 돕기 위해 연극적이고 오페라스러운 무대도 도입했고요.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제한되는 점이 있기는 하지만 여러 면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 다이내믹함을 보여 드리고 싶었습니다.” 변화에는 반발도 따르기 마련이다. 정구호는 ‘외부자’로서 ‘전통을 파괴한다’, ‘무용이 아니라 옷만 보인다’는 등 여러 비판에 직면해 왔다. 그는 자신에 대한 갑론을박에 의외로 유연했다. “다양한 의견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동안 보지 않았던 낯설음에 대한 의구심과 칭찬이 섞여 있다고 봅니다. 저는 장르가 파괴돼야만 새로운 돌파구가 생긴다고 생각해요. 기존 틀 안에 오래 계셨던 분들은 그 틀을 유지해야 하는 책임감이 있잖아요. 저 같은 야인들이 가끔씩 들어가 틀을 깨면 새로운 기회와 흐름이 생기지 않을까요. 그래도 아직까지 괜찮게 보는 분이 많아 계속 러브콜을 받지 않나 싶습니다(웃음).” 장르에 상관없이 그저 새로운 작품을 무대에 올릴 수 있다는 것 자체에 흠뻑 빠졌다는 그의 공연에 대한 열정은 남달랐다. “작품을 짜는 것 자체가 정말 좋아요. ‘동백꽃아가씨’와 ‘춘상’을 준비하며 새 작품을 5개 정도 짰어요. 지금 머릿속에 들어 있는 것만 10개가 넘어요. 이상하게 리허설 때마다 새 아이디어가 떠오르더라고요. 앞으로는 장르를 규정할 수 없는 언플러그드 형태의 실험 공연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장르 규정할 수 없는 실험공연 선보일 것 ‘춘상’ 뒤에는 본업으로 돌아간다. 새달 16~21일 열리는 서울패션위크의 총감독을 맡는다. 이후에는 11월 ‘묵향’, 12월 ‘향연’의 재공연, 같은 달 전통가구 평양반닫이 전시가 기다리고 있다. “제가 오페라 연출을 한다는 기사를 본 중학교 동창이 전화를 하더니 대뜸 ‘너 도대체 뭐 되려고 그러니’라는 거예요. 웃으면서 ‘나도 모르겠어’라고 했지요. 여전히 제 주변에서는 저의 행보를 많이 걱정해요. 나이 들어 돈 벌어야 하는데 지금 뭐하고 있냐고요. 전 그냥 죽을 때까지 도전하고 싶어요. 장르가 무엇이든 상관없어요. 창작은 아무래도 중독인 것 같아요, 중독. 하하하.”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성남시·LH 가성남지역 도시재생사업 업무협약 체결

    성남시·LH 가성남지역 도시재생사업 업무협약 체결

    경기 성남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성남지역 도시재생사업을 함께 추진한다. 성남시는 13일 오전 10시 30분 시청 9층 상황실에서 이재명 시장, 박상우 LH 사장 등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남형 도시재생사업 수행을 위한 기본업무 협약’을 했다. 이번 협약은 시가 수정·중원 본 도심 주거환경개선 패러다임을 전면 철거 방식에서 주민 중심의 도시재생사업으로 전환함에 있어 LH와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맞춤형 재생사업을 발굴·시행함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사업 추진 땐 수정·중원지역이 1970년대 초 서울시 무허가 판자촌 철거민 이주단지로 조성되던 당시, 구릉지에 66㎡(20평) 규모로 쪼개 분양돼 노후 주택 밀집, 좁은 도로, 주차장 부족 등의 문제를 안고 있는 지역 특성을 고려한다. 이를 위해 양측은 이달 말 실무협의회를 구성해 협업 사업의 내용과 시기를 구체화할 계획이다. 우선 태평2·4동, 태평4-2, 단대논골 지역의 도시재생 활성화 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성남시는 청년층의 주거안정을 지원하는 행복주택 건립, 소규모 재건축인 가로주택정비사업, 비용을 최소화한 조립식 주택인 모듈러 주택 도입 등의 공공임대주택 확대 방안이 포함된 도심재생 안을 놓고 LH와 협의해 시범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이후 매년 사업목표를 정해 도시재생 사업 모델을 공동 발굴하고, 성남시 전역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정비 사업을 협력 시행한다. 성남시는 LH가 참여하는 사업과 관련해 각종 인·허가나 관계 기관 간 협의가 필요한 경우 행정적으로 업무를 지원한다. 원주민의 원활한 이주와 재정착을 유도하기 위한 순환용 주택건설이 필요한 경우 LH와 협의하며, 이주단지 조성에 적극 협력한다. 이번 협약은 성남시 도시재생사업 전반에 성공적인 추진이 마무리될 때까지 유지될 전망이다. 성남시는 LH와 협력체계를 이뤄 도시재생 뉴딜정책 동력을 확보하고, LH는 도시기반 사업 추진 여건이 풍부한 성남지역에서 정비사업의 새로운 모델을 찾게 될 전망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LH는 성남 신도시 조성뿐만 아니라 지역 기여도로 볼 때 성남 역사의 일부분”이라면서 “앞으로 성남시가 해야 할 도심재생사업과 외곽지역개발사업 관련해서도 그동안 쌓은 노하우와 역량을 가지고 성남시에 크게 기여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맥덕기자의 맛있는 맥주이야기] [시즌 2] ⑪ 한국 크래프트맥주의 산실, ‘사계’를 떠나보내며..

    [맥덕기자의 맛있는 맥주이야기] [시즌 2] ⑪ 한국 크래프트맥주의 산실, ‘사계’를 떠나보내며..

    ●펍, 사계를 아십니까.  좋아하는 맥줏집(펍)이 있으십니까? 가장 자주 가는 펍은요? 맥주를 좋아한다면 펍은 단순히 맥주 마시러 가는 곳 이상의 의미를 지닐 겁니다. 피곤한 날, 심심한 날, 단골 펍의 바(Bar) 석에 앉아 펍 매니저와 담소를 나누며 맥주 한잔 하면 스트레스가 풀리곤 합니다. 때로는 친한 친구에게도 하지 못하는 속 마음을 꺼내 놓기도 하고, 요즘 유행하는 맥주 스타일에 대해 토론을 하기도 하면서요. 그러다보면 펍이 마치 집처럼 따뜻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맛있는 맥주와 좋은 사람들이 가득한 공간, 모두가 꿈꾸는 이상적인 펍의 모습이죠. 한 펍이 있었습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해밀턴호텔 삼거리 인근, 좁은 골목길 건물 지하에 있는 ‘사계’(Four Season)라는 펍입니다. 주방 공간이 협소해 레스토랑과 견줄만한 음식 메뉴도 갖추지 못했고 눈에 띄는 위치도 아니었습니다. 20평 남짓한 공간에 바 석엔 5명 겨우 앉을 수 있는 크지 않은 공간이었고요. 그러나 한국에서 맥주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가장 고향같고 편한하며 의미있는 펍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종종 이 펍의 이름을 들을 수 있을 겁니다.이 펍이 왜 특별하냐고요? 바로 한국 크래프트맥주의 산실이기 때문입니다. 사계는 홈브루잉을 즐기던 ‘맥덕’ 5명이 모여 스스로 마시고 싶은 맥주를 실컷 마시기 위해 2013년 11월 문을 열었습니다. 이곳에서 이들은 ‘크래프트 정신’을 발휘, 덕업일치를 이뤘는데요. 당시 한국에 알려지지 않은 새롭고 다양한 스타일의 맥주 레시피를 구상해 위탁양조(주문자가 직접 짠 맥주 레시피를 다른 양조장에서 생산하는 것)하는 방식으로 손님에게 크래프트맥주를 소개하고 저변을 넓히는 역할을 했습니다. 현재 거의 모든 한국 크래프트맥주 양조장이 만들고 있는 ‘세종’ 스타일의 맥주를 처음 상업 양조해 판매했던 곳도 사계였습니다. 한국에서 크래프트맥주가 본격적으로 날개를 단 시점이 주세법개정안이 시행된 2014년 4월 이후이니, 초창기 ‘맥주덕후’들이 사계를 얼마나 좋아했겠습니까. 사계의 단골손님인 A(28·남)씨는 “장안에서 맥주 좀 마신다는 사람들은 사계의 바석에 앉아 크래프트맥주를 논했는데, 당시 스스로 맥주 내공이 부족하다고 느껴 테이블에서 조용히 맥주를 마시다가 맥주 공부를 열심히 한 뒤 당당하게 바석에 앉았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습니다. 사계 직원들도 ‘맥주를 사랑해서, 맥주를 더 알고싶어서’ 일하러 온 친구들이었지요. 사계를 거쳐간 직원 20여 명 가운데 무려 절반 이상이 맥주업계에 남아 양조사, 수입업자, 펍 매니저, 홈브루잉 심사위원 등으로 활약 중입니다. 사계가 한국크래프트맥주의 사관학교라고 불릴 정도입니다.실컷 펍을 소개해놓고 아쉬운 소식부터 들려드리자면 현재 이 펍은 문을 닫았습니다. 펍 운영을 맡은 이인호(34)씨는 “월세가 매년 법정 최대 인상치인 9%씩 올라가는데, 복리로 오르니 도저히 월세를 감당 할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사계가 영업을 했던 지난 몇년 동안 한국 크래프트맥주 시장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한 자릿 수였던 전국의 맥주 양조장은 90여개로 늘어났고요. 이젠 어디서든 수제맥주 간판을 흔히 볼 수 있으며 마트에서도 다양한 스타일의 맥주를 구입할 수 있게 됐죠. 한국 크래프트맥주는 분명 성장했는데, 이 성장을 최전선에서 이끈 공간이 사라진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영국에서 맥주 양조를 했던 굿맨브루어리의 책임양조사 조현두(39)씨는 “영국이라면 이런 의미가 있는 펍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아쉬워하더군요.  그런데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지난 7월, 사계가 페이스북을 통해 “재고를 다 소진하면 문을 닫겠다”고 알리자마자 손님들이 몰려와 3일 만에 맥주를 동낸 것도 모자라 사계의 영업이 완전히 종료된 이후에도 이곳에서 두번이나 사계에 헌정하는 크래프트맥주 팝업스토어(임시 매장)가 열린 것입니다. 먼저 외국크래프트맥주 수입업체를 운영하는 정혁준(30·아래사진 오른쪽) 준트레이딩 대표가 지난달 이곳에서 1주일 동안 자사 수입맥주를 파격적인 가격으로 팔더니, 지난 5일부턴 충남 아산의 브루어리304 소속 민성준(28·아래사진 왼쪽) 양조사가 닫혀있던 사계의 ‘관 뚜껑’을 또다시 열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대학생때 사계에서 일을 하면서 맥주의 세계에 눈을 떴고, 졸업 이후 맥주를 업(業)으로 삼았다는 것입니다.●“사계는 ‘맥덕’들의 첫사랑입니다.” 정혁준 대표·민성준 양조사  지난 8일, 사계에서 열린 ‘브루어리304 팝업스토어’에서 만난 정 대표는 “사계가 없어진다는 소식을 접하고 며칠 동안 펑펑 울었다”며 “나를 맥주의 세계로 이끈 첫사랑 같은 존재인 사계와 이별하는 시간이 필요해 처음 팝업스토어를 열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사계는 저뿐만 아니라 맥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안식처 같은 곳이었어요. 사계의 ‘알바생’이 아니라 외국 크래프트맥주를 소개하는 ‘업자’가 되어 다시 사계에 돌아왔는데, 곧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니 복합적인 감정이 들더군요.”  정 대표에게 사계는 ‘나를 찾아준 곳’입니다. 미국에서 대학을 다닌 친구의 영향으로, 크래프트맥주의 맛에 눈뜬 그는 맥주를 좀 더 깊이 알기 위해 2014년 여름, 사계의 아르바이트 자리에 지원했습니다. 맥주를 사랑하는 정 대표에게 사계는 늘 즐거운 일터였습니다. “하루는 국내에 들어오지 않는 귀한 맥주를 손님들과 나눠먹으려고 가져갔는데, 이 맥주를 마시기 위해 바석을 중심으로 순식간에 두 줄이 만들어지더라고요. 인원이 많아 한 모금씩 마셨지만, 내가 가져온 맥주로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통해 제가 행복해진다는 것을 느꼈죠.“ 그가 졸업하고 ‘맥주 수입업’을 하기로 결심한 이유입니다. 정 대표와 달리 민성준 양조사는 사계에서 ‘맥주 양조’에 눈을 떴습니다. 그는 “사계에서 일하는 8개월 동안 맥주만 500종을 마셨다”며 “이 가운데 400종 이상의 시음기를 쓰면서 맥주에 들어가는 재료와 맛에 대해 연구했다”고 진지하게 말했습니다. “맥주 좀 안다는 사람들은 한국에 들어오지 않는 희귀한 맥주를 가지고 사계로 몰려왔어요. 외국인, 유학생들도 많았죠. 덕분에 다양한 맥주를 마실 수 있었는데, 양조를 하지 않으니까 맛을 느끼는데 한계가 오더라고요. 손님들이 날카롭게 맥주에 들어간 재료를 맞추고, 맛을 표현하는 모습을 보고 부럽기도 했고요.” 그는 사계 공동대표 가운데 한명인 김만제(현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교육이사)씨에게 홈브루잉을 배우고 본격적으로 양조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양조의 매력에 흠뻑 빠진 성준씨에게 사계 손님들은 훌륭한 조언자였습니다. “제가 만든 맥주를 손님들에게 나눠주면, 피드백이 왔어요. 다들 맥주를 엄청나게 좋아하고, 많이 아는 분들이다 보니 제게 정말 필요한 조언이었죠. 덕분에 맥주를 더 열심히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는 어느새 맥주를 본질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브루마스터’(책임양조사)를 꿈꾸게 됐습니다. 사계를 관두고 양조에 더욱 매진한 그는 2016년 3월 문을 연 ‘브루어리304’에 양조사로 합류, 서울와 아산을 오고가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날 정혁준 대표와 민성준 양조사는 “사계가 사라진 다는 것이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며 “한달 뒤, 두달 뒤에 와도 여전히 있을 것만 같다”고 서운해했는데요. 이들 뿐만 아니라 행사 기간 내내 수백명의 손님들이 사계에 찾아와 이 특별한 펍의 마지막을 함께 했습니다. 단골 손님 B씨(32·남)는 “비록 공간은 사라지지만, 이 곳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과 추억이 남으니 괜찮다”고 덤덤하게 말하기도 했고요. 민성준 양조사는 “행사를 위해 맥주를 정말 많이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맥주가 너무 일찍 떨어져 다른 맥주를 주문했다”고 웃으며 투덜거리더군요. 그만큼 사계와 작별하기 싫어하는 이들이 많다는 얘기겠지요.●사계, 크래프트스러운 이별. 그저 맥주가 좋아서, 원하는 맥주를 실컷 만들고 마시기 위해 만들어진 이 펍에 지난 3년 반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다녀갔습니다. 이미 맥주에 푹 빠진 단골 손님들도 있었지만, 사계에서 처음 맥주 맛에 눈떠 맥주를 사랑하게 된 이들도 많았죠. 이들이 뿜어낸 맥주에 대한 뜨거운 열정은 공간을 가득 메워 밖으로 퍼져나갔고, 덕분에 ‘맥주 불모지’였던 한국에도 다채로운 맥주 맛의 매력을 알아가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어쩌면 사계는 크래프트맥주와 사람들 사이에 다리를 놓아주는 제 역할을 다 한 뒤 사라진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은 맥주는 사람들을 모이게 합니다. 영업이 종료된 사계의 문이 두번이나 다시 열릴 수 있었던 것도 사계가 크래프트맥주를 가장 순수하게 팔았던 펍이었기 때문일 겁니다. 비록 사계는 사라졌지만, 이 곳에서 생성된 엄청난 에너지는 앞으로도 한국 크래프트맥주 발전의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 “사계, 굿바이(Good bye)!”●“사계, 꼭 다시 살리겠다” 이인호 대표  “많이 아쉽죠. 하지만 이렇게 사랑받는 펍을 운영했다는 사실이 새삼 느껴져서 뿌듯하기도 합니다.” 지난 1일 서울 마포구의 미스터리양조장에서 만난 사계 이인호 대표는 “비록 사계 문을 닫았지만, 언젠가는 다른 장소에서 사계를 꼭 다시 열고 싶다”며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이인호 대표는 한국에서 크래프트맥주 붐이 일어나기 전인 2012년, ‘비어포럼’이라는 홈페이지를 만들어 회원들을 대상으로 각종 시음회와 강연을 진행해온 대표적인 크래프트맥주 1세대 인물입니다. 사계는 이 대표를 포함, 비어포럼 운영자 5명이 의기투합해 “크래프트맥주를 제대로 다뤄보자”며 문을 연 공간입니다. 당시 크래프트맥주라는 개념은 홈브루잉 동호회 사이에서만 알려져 있었고, 이를 상업적으로 파는 펍은 이태원 소재 외국인이 운영하는 1~2곳에 불과했습니다.  “새로운 맥주에 대한 수요가 폭발 직전인 시기였어요. 각종 수입 크래프트맥주 시음회도 비어포럼이 개최했는데, 시음회 공지 글을 올리면 3분 만에 매진될 정도였으니까요.” 시음회가 잦아지고, 크래프트맥주 관련 세미나도 활발해지자 비어포럼 운영자 5인은 공간의 필요성이 절실해졌습니다. “워낙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어서 우리가 직접 펍을 열어서 맥주도 실컷 마시고, 크래프트맥주 알리는 일도 마음껏 해보자는 심산이었죠.”설립자 5인 모두 본업이 있었기 때문에 사계로 딱히 돈을 벌 생각은 없었습니다. “우리도 좋아하는 일 하면서 손해만 안보자는 생각으로 즐겁게 맥주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뜻밖에 장사가 정말 잘됐죠.” 그의 말대로 한때 사계는 이태원에서 크래프트맥주를 마신다면 누구나 1순위로 꼽는 핫플레이스였습니다. 이 대표도 다니던 온라인교육 회사를 관두고 본격적으로 맥주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위탁양조의 한계 때문인지 가끔 마음에 들지 않는 맥주도 나왔지만, 다양한 맥주 스타일을 손님들에게 소개해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실제로 사계에 가면 세종, 스카티시 에일, 마이복, 코코넛포터, 싱글홉IPA 등 일반 양조장이 시도하지 못하는 실험적인 맥주들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사계는 이 부분에서 독보적이었습니다. 돈 냄새가 나지 않는 펍이었죠. 그러나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매출이 줄기 시작했습니다. 동시에 크래프트맥주가 인기를 얻으면서 이태원이 아닌 서울 각 지역의 동네 상권에도 크래프트펍이 생겨 손님이 분산됐죠. 이후 사계는 다시 일어서지 못했습니다. 실험적인 맥주와 과감한 수입 맥주 라인업은 맥덕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지만 대중적으로 손님을 끌어오진 못했습니다. 수익은 예전같지 않은데 하필 월세는 법정 최고치로 매년 인상됐고요. 차츰 손해를 보면서 펍을 운영하게 됐고, 결국 폐업이라는 뼈 아픈 결정을 해야했습니다. “사실 돈 빼고 다 얻은 가게에요. 마감하고 문 닫은 뒤 안에서 단골들과 홈브루잉한 맥주, 미수입맥주를 마눠마시며 밤새 음악을 듣고 맥주 이야기를 했어요. 당시 손님들과 친구가 되서 잘 지내고 있고요. 자부심과 사람을 얻은 소중한 펍이었습니다. 이렇게 사랑을 받는 펍이 또 나올 수 있을까 싶어요.” 이 대표는 “사계 운영 이후 정말 좋아하는 일을 제대로 하려면, 돈을 벌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최근 새로운 출발을 했습니다. 지난달 ‘미스터리양조장’ 이라는 브루펍(매장에서 맥주를 만들어 음식과 함께 판매하는 펍) 개업한 그는 “미스터리양조장은 맥주덕후들과 맥주를 잘 모르는 사람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며 “사계를 시작할 때만 해도, 사업은 잘 모르고 맥주만 좋아했는데 이제는 조금 (운영에 대해) 알 것 같다”고 자신있게 말했습니다. “물론 장사가 잘 되어야 하겠지만 저는 양조장을 대규모로 하고 싶지는 않아요, 일이 많아지면 좋아하는 맥주를 못마시니까요(웃음).하지만 제가 만든 맥주를 언젠가 크래프트맥주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평가받아보고 싶은 꿈은 있습니다. 그때까지 열심히 달려봐야죠.”  글·사진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맥덕기자 : 소맥 말아먹던 대학생 시절, 영어를 배우러 간 아일랜드에서 스타우트를 마시고 맥주의 세계에 빠져들어 아직까지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업(業)으로 삼아보고자, 2016년 맥주 연재 기사인 [맥덕기자의 맛있는 맥주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올해 [시즌 2] 에서는 좀 더 깊이있고 날카로우면서 재미있는 맥주 이야기를 잔뜩 전해드리겠습니다.
  • [퍼블릭IN 블로그] “세금으로 해준 게 뭐냐”→“세금으로 나라 바꾸자” 되는 그날까지

    [퍼블릭IN 블로그] “세금으로 해준 게 뭐냐”→“세금으로 나라 바꾸자” 되는 그날까지

    세금 징수가 본업인 세무공무원조차 자신이 내는 세금을 “뜯긴다”고 표현하는 게 현실이다. ‘피’와 ‘폭탄’은 우리말에서 세금을 달리 부르는 단어다. 세금 내기 좋아하는 국민은 어디에도 없다지만 우리 국민들의 조세 거부감은 유별나다. 게다가 갈등 수위도 갈수록 높아진다. 노무현 정부는 ‘세금 폭탄’에 휘청댔다. 이명박 정부는 ‘부자 감세’에 요동쳤다. 박근혜 정부는 ‘서민 증세’에 홍역을 치렀다.# 고혈·폭탄… 의무보단 착취의 상징 된 세금 생각해 보면 이해 못 할 일도 아니다. 조선 말기 ‘삼정(전정·군정·환곡)의 문란’에서 시작해 일제 식민지, 6·25전쟁, 권위주의 정권,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세월호 참사 등으로 이어진 200여년 동안 우리는 세금을 권리이자 의무로 인식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온 국민이 각자도생(各自圖生)을 생존 원리로 체득한 나라에서 세금이란 그저 수탈과 착취를 고상하게 부르는 이름이었을 뿐이다. 세금을 이르는 흔한 표현인 ‘혈세’(血稅)가 그 증거다. 혈세란 원래 메이지유신 당시 일본에서 ‘전쟁에서 피를 흘리는’ 병역 의무를 가리키는 용어였다. 하지만 이 땅에선 이미 1920년대부터 ‘민중의 고혈을 빠는 세금’이라는 용례로 나타난다. 종합부동산세 도입에 반발하면서 나온 ‘세금 폭탄’ 역시 조세에 대한 적대감을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용어다. ‘불공평한 세금’은 가뜩이나 불만에 찬 민초들의 심장에 불을 질렀다. 금융자산과 부동산은 막대한 세제 특혜를 받는 반면 체감할 수 있는 복지 지출은 턱없이 부족했다. 부당한 세금에 저항하는 것은 독립운동이요 민주화운동이었다. 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이 발표한 결의문에서 두 번째 요구사항이 바로 “서민의 세금을 대폭 감면하고 국민경제의 밑받침인 근로대중의 최저생활을 보장하라”였다. 서슬 퍼런 유신정권조차 부가가치세 시행에 반발해 세무서 직원들이 피습·살해당하고 세무서가 불탔다는 보고에 긴장하기도 했다. # 모두를 위한 ‘보편 증세’, 국가 신뢰에 달렸다 천만다행으로 세상은 바뀌었다. 이 나라는 더이상 세월호 참사로 국민 노릇 하는데 자괴감을 주던 최모씨의 나라가 아니다.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빛나는 ‘촛불 혁명’의 온기가 지속되려면 우리도 이제 발상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국가가 내게 해준 게 뭐냐’에서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우리 나라를 나라답게 가꾸자’로.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가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어주길 기대한다. 사실 새로운 것도 아니다. 헌법은 인권 증진(제10조), 고용 증진과 적정임금 보장(제32조 제1항), 사회복지와 재해예방·재난안전(제34조), 환경 보전과 쾌적한 주거 보장(제35조), 소득 분배와 경제 민주화(제119조 제2항) 등 국가의 의무로 가득하다. 다만 역대 정부가 ‘국민들이 세금 내기를 싫어한다’거나 ‘증세에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논리 뒤에 숨었을 뿐이다. 국가가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제 구실을 하려면 결국 지금보다도 훨씬 더 적극적인 조세·재정 정책이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기획재정부가 좀더 담대한 조세정책으로 국민들에게 ‘보편 증세’를 설득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유진모의 테마토크] 내려올 줄 아는 이효리의 겸양지덕

    [유진모의 테마토크] 내려올 줄 아는 이효리의 겸양지덕

    이효리가 JTBC ‘효리네 민박’의 인기 때문에 쇄도하는 30억원 상당의 상업광고 및 PPL 제안을 2012년의 ‘상업광고 출연 거부’ 공약에 따라 모두 걷어찼다. ‘벌 만큼 벌었기 때문’이라는 그녀는 왜 ‘손뼉 칠 때 내려가겠다’고 선언했을까. 핑클로 활동하던 10대 후반~20대 초반만 하더라도 그녀의 인격적 자아는 완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솔로 데뷔 후 그녀는 대한민국 연예계의 섹시 아이콘이라는 벼슬을 얻은 대신 핑클의 신비주의라는 허물을 벗고 대중에게 친밀하게 다가갔다.소주 광고의 패러다임을 바꾼 중심 인물이 그녀라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녀는 모든 남자들의 성적 판타지의 종착역인 동시에 어느 남자건 피곤한 업무가 끝난 지친 저녁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상상 속의 술친구라는 이상 및 공상의 대리 만족을 동시에 아우른 것이다. 여기까지도 이효리는 완전하고 확고한 자아를 완성하지 못한 못갖춘마디였다. 그녀가 인격, 이념, 개념, 인식을 확고히 정립하게 된 계기는 아마 4집 ‘에이치 로직’인 듯하다. 모든 걸 다 갖춘 듯하지만 정작 본업인 음악에서는 부유하는 인물이었다. 연주, 작곡, 가창 등에서 그녀는 부족했다. 그래서 심혈을 기울여 음악 공부를 하고 회심의 앨범이라며 발표한 데서 다수 곡이 표절이란 의혹에 휩싸이면서 그녀는 더욱 좌절했다. 바로 여기서 그녀의 내면의 긍정과 부정이 다퉜고, 자신이 연예인으로서 올바로 정립했다고 믿었던 자아의 실체가 못갖춘마디라는 반정립으로 작용함으로써 부정의 부정을 통한 진정한 완성의 긍정을 향해 나아가는 껍질 깨기의 과정이 이뤄졌을 것이다. 그리고 되돌아온 그녀는 소셜테이너 운동에 더욱더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그녀는 유기동물 보호,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후원, 위안부 문제 해결, 빈곤층 지원 등에 앞장서는가 하면 채식주의를 선언했고, 물론 지난해 촛불집회에도 얼굴을 내밀었다. 실권도 없는 리더라는 ‘완장’만 찼던 핑클 시절 그녀는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동생들에게 ‘잘하자’만 외치며 복종을 유도하는 ‘부역자’였다. 그렇게 거래적(합리적) 리더십의 맏언니였다면 이젠 후배들에게 변력적(감성적) 리더십을 펼친다. 그녀가 마다한 상업광고와 협찬은 당연히 후배들에게 돌아갈 터. 높은 데서 내려올 줄 아는 게 진정한 승자라고 몸소 실천한다. 자본주의적 계급 대립에 대해서도 확고한 자세를 지키고 있다. 평소 그녀는 ‘노동자 등 약자들의 생명이 돈과 강자들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자본주의가 가진 모순에 대한 비판적 묘출을 서슴지 않았다. 유기동물을 입양하고, 제 주머니를 털어 기부하며, 집회 현장에 몸을 던지는 것을 보면 그녀는 공상적 낭만주의자가 아닌 혁명적 낭만주의자가 맞다. 청담동 고급 빌라가 아닌 먼 제주도에서 자연과 살다 할 말 있을 땐 거침없이 도시로 진격하는. 이제 그녀가 대중을 끌어들이는 페로몬은 섹시가 아닌 아니무스(여성의 남성성)다. 방송 등을 통해 신비로운 에로스라기보다는 털털하면서도 공격적이며 때론 모성 본능이 철철 넘치는 적극적 아니무스를 뿜어내는 연예계의 게릴라적 인텔리겐차. 그녀는 자신이 완벽하지 못하다는 걸 잘 안다. 게다가 순환의 순리는 더 잘 안다. 장강의 도도한 물결은 한곳에 머물지 못하고 항상 뒤의 신선한 물결에 밀려난다는 건강한 선순환의 진리를 잘 알기에 박수갈채를 받을 때 후배들에게 자리를 양보하겠다는 겸양의 미덕을 완성하고자 솔선수범하는 것이다.
  • ‘해피투게더3’ 한채영 “남편과 부부싸움 하다 쌍코피..공포영화 수준”

    ‘해피투게더3’ 한채영 “남편과 부부싸움 하다 쌍코피..공포영화 수준”

    ‘해피투게더3’에 출연한 배우 한채영이 시트콤 뺨치는 가족 스토리로 관심을 집중시킨다.KBS 2TV ‘해피투게더3’의 7일 방송은 유연석-오만석-한채영-진지희가 출연하는 ‘해투동-혜자 캐스팅 특집’과 김경호-소찬휘-소유-최유정-김도연이 출연하는 ‘전설의 조동아리-내 노래를 불러줘 2부’로 꾸며진다. 이날 ‘해투동-혜자 캐스팅 특집’에서는 게스트들이 혜자스러운(풍성하고 알차다는 의미의 신조어) 토크 보따리를 풀어 시청자들의 귀를 사로잡을 예정. 최근 진행된 녹화에서 한채영은 다섯 살 아들과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놔 귀를 쫑긋하게 만들었다. 한채영은 ‘아들이 엄마가 유명한 배우라는 걸 아냐’는 질문에 “아이가 TV를 보기 시작한 지 얼마 안됐다. 처음에 많이 보여준 게 ‘언니들의 슬램덩크’였는데 아들이 유치원에 가서 ‘우리 엄마는 노래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더라”며 본의 아니게 본업이 전도된 사연을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한채영은 ‘언니들의 슬램덩크’ 출연 당시 남편에게 굴욕을 당했다고 고백했다. 한채영은 “원래 남편이 레코딩 틀어놓듯이 ‘너무 예뻐’, ‘너무 최고야’를 자동으로 하던 사람이다. 근데 10년을 살다 보니 솔직해지더라”며 운을 뗐다. 이어 한채영은 “’언니들의 슬램덩크’를 보더니 남편이 ‘너 몸치랑 음치뿐만 아니라 박치까지 있는 것 같아’라고 하더라”면서 남편의 3단 디스에 큰 충격을 받았음을 털어놨다. 급기야 한채영은 “솔직한 걸 원했지만 그렇게 솔직한 건 기분 나쁘다”며 울분을 토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는 후문. 그런가 하면 이날 한채영은 결혼 초 남편과 부부싸움을 하다가 쌍코피를 흘린 이야기를 꺼내 주변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더욱이 한채영은 “쌍코피 나오지 눈에서는 레이저 나오지, 정말 공포영화였다”고 덧붙여 사건의 전말에 궁금증을 수직 상승시켰다는 전언. 이에 한채영이 공개할 ‘쌍코피 사건’ 풀스토리에 관심이 높아지는 한편 ‘예능 신생아’ 한채영의 털털하고 수더분한 입담이 폭발할 ‘해투동-혜자 캐스팅 특집’ 본 방송에 기대감이 증폭된다. ‘해피투게더3’는 오는 7일 밤 11시 10분에 방송된다. 사진= KBS 2TV ‘해피투게더3’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미녀 모델, 달러로 만든 옷 입고 지하철 탄 사연

    황당한 행동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아온 한 여성 모델이 또다시 주요 지면을 장식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포스트 등 현지언론은 아르헨티나 출신의 플레이보이 모델 빅키 시폴리타키스(31)가 지폐가 더덕더덕 붙어있는 옷을 입고 뉴욕 지하철을 활보했다고 보도했다. 사진공유서비스인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활동상을 공개한 빅키의 행동은 역시나 이번에도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총 1100달러(약 120만원)에 달하는 지폐가 가득 붙어있는 옷을 입고 지하철에 나타나 사람들에게 적선한 것. 실제 공개된 영상에는 빅키가 승객과 노숙자에게 옷에 붙어있는 돈을 뜯어가게 하거나 직접 건네주는 모습이 담겨 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이같은 행동에 대해 빅키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제는 내가 노숙자, 지하철 승객 등 돈이 필요한 사람을 도와줄 차례"라고 밝혔다. 사실 그녀는 성인모델이라는 본업보다도 이런저런 사건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아왔다. 대표적으로 2년 전인 지난 2015년 6월 그녀는 비행 중이던 한 여객기 조종석에 앉아 기장, 부기장과 함께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렸다가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 사진 한 장으로 문제의 두 기장은 항공사로부터 해고통보를 받았다. 또한 그 다음달인 7월 중순에는 파라과이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기 위해 낯뜨거운 복장으로 환영객들 앞으로 나섰다가 경찰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한국의 잡스 찾아낸다… 29만명 등재된 ‘인재도서관’

    한국의 잡스 찾아낸다… 29만명 등재된 ‘인재도서관’

    미국 텍사스주 크기만한 행성이 시속 약 3만 5000㎞ 속도로 지구로 돌진하고 있다. 이 사실을 안 미국 정부가 인류 파멸을 막고자 행성에 약 250m 깊이의 구멍을 뚫고 핵탄두를 폭발시켜 쪼개는 방법을 고안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세계 최고 유정 굴착 전문가인 해리 스탬퍼(브루스 윌리스 분)를 찾아가 “우주왕복선을 타고 소행성 중앙으로 가 핵폭탄을 설치하고 돌아오라”는 작전을 부탁한다. 언뜻 봐서는 형편없어 보이는 ‘괴짜’ 해리와 그의 동료들은 고민 끝에 제안을 받아들이고 지구를 구하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아마겟돈’(1998년작)에서 보듯 정부가 예측 불가능한 위기 상황에서 어렵사리 해당 분야의 달인을 찾아내 “국가를 위해 일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할리우드 영화의 오래된 공식이다. 이는 미국 정부가 장기간에 걸쳐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의 목록을 확보해 꾸준히 관리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인재풀이 우리나라에도 있을까. 일반인에게는 낯설지만 우리도 유사한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바로 인사혁신처가 운영하는 ‘국가인재 데이터베이스’(www.hrdb.go.kr)다. ‘대한민국 두뇌 용광로’라고 불리는 국가인재DB를 살펴봤다.# 공무원 5만명·민간인 24만명 등록 국가인재DB는 김대중 정부 때인 1999년 중앙인사위원회(현 인사혁신처)가 만들었다. 당시만 해도 정부 고위직 인사는 대통령 등 인사권자의 자의적 판단이나 학연·지연 등에 따른 관행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더이상 주먹구구식 인사로는 대한민국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특정 직위에 가장 적합한 자격과 능력을 갖춘 인물을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는 인재정보 시스템이 필요해졌다. 국가인재DB는 사회 각계각층에서 활약하는 공무원과 우수 인재들의 경력과 능력에 대한 정보를 모아 놓은 도서관이라 할 수 있다. 올해 5월 기준 중앙부처 5급 이상, 지방자치단체 4급 이상 공무원 5만 930명과 국민 추천 및 자기 추천을 통해 등록된 민간인 24만 7301명 등 모두 29만 8231명이 등록돼 있다. 지금도 해마다 2만명 정도가 새로 등재된다. 사망자는 자동으로 말소된다.국가인재DB를 관리하는 인사처 인재정보담당관실은 각종 정보를 검색해 ‘국가인재’를 찾아낸 뒤 이를 DB화해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현행화)한다. 하루 평균 50~60명씩 국가인재를 발굴해 DB에 수록한다. 국가인재DB를 책임지는 김정일 인재정보기획관도 과거 행정고시(32회) 출신이자 민간 인사컨설팅 전문가로 국가인재DB에 오른 덕분에 지금의 자리를 맡게 됐다. 최근 인기 논객 유시민(58)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한 시사프로그램에서 국가인재DB의 존재를 언급해 화제가 됐다. 김 기획관은 “유 전 장관의 발언 뒤로 나를 대한민국 고위공무원 인사를 뒤에서 조종하는 ‘막후 실력자’로 생각하는 이들도 생겨났다”면서 “하지만 그가 말한 것처럼 국가인재DB에 한 개인의 모든 정보가 적나라하게 실려 있는 것은 아니다. 학력과 경력 등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근거해 제한된 수준의 정보만 입력된다”고 설명했다. # 숨은 고수 찾아 삼고초려 이들이 국가인재DB 관리만 하는 것은 아니다. 등재된 우수 인재를 필요한 자리에 배치하는 업무가 더욱 힘들다. 각 부처에서 자신들이 직접 구하기 힘든 인재가 필요할 경우 인사처에 ‘스카우트’를 요청한다. 그러면 인사처는 우선적으로 국가인재DB에서 적합한 인물을 3배수 정도 발굴해 해당 부처에 추천한다. 해당 부처는 인사처가 추천한 인재들을 직접 만나 확인한 뒤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문제는 DB에 등재된 이들 대부분이 현업에서 최고 능력을 발휘하고 있어 영입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지금의 위치에서 가장 잘나가는 이들이다 보니 이직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업계 최고 전문가 10명에게 연락해 공직을 제안하면 평균 1~2명 정도만 공직에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 인사처 설명이다. ‘애국심’을 자극해 어렵사리 후보자를 설득해도 곧바로 가족의 반대에 부딪히곤 한다. 정부 고위직이라지만 연봉이 지금 받는 수준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허다해 배우자나 자녀가 달가워할 리 없다. 민간 전문가를 직접 발굴하는 ‘헤드헌터’ 김근호 사무관은 “특정 부처에서 고위직 인재 1명을 찾아 달라고 하면 최소 30~40명과 접촉해야 한다. 이들 모두에게 공직의 당위성을 설득하는 길고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최종 후보 3~4명을 얻는다”고 말했다. 에피소드도 다양하다. 청와대에 자기 프로필을 보내 총리나 장관 자리를 주선해 달라고 떼를 쓰듯 조르는 이들도 십수명이라고 한다. “나를 고용노동부 장관에 앉히면 100일 안에 질 좋은 일자리 1만개를 만들 수 있다”, “해양수산부 장관이 되면 임기 내에 그리스를 능가하는 선박강국으로 탈바꿈시키겠다” 등 다소 황당한 주장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자신의 진정성을 보여 주려고 모든 서류를 손으로 직접 써서 가져오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주기적으로 인사처에 전화해 “이번에 개각하던데 내가 들어가는 거냐”, “새 장관 후보자가 나만 못하던데 지금이라도 나로 바꾸면 안 되겠냐” 등 ‘웃픈’(웃긴데 슬픈) 이야기도 술술 꺼낸다. 정영학 사무관은 “이들의 말을 끝까지 다 들어준 뒤 마음을 다치지 않게 보듬는 것도 우리가 하는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 # 최고 전문가 영입, 공직사회 질 높여 그렇다면 국가인재DB 등을 통한 민간 인재 영입이 공직사회에 어떤 효과를 줄까. 좋은 민간 전문가는 공직사회 전체의 질을 높이는 ‘메기’ 역할을 한다는 게 인사처 생각이다. 이동규(72) 기상청 수치모델링센터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32년간 서울대 기상학과 교수를 역임하며 한반도 지형에 최적화된 기상예측 모델을 구축한 이 분야 최고 전문가다. 최근에는 한국인 최초로 지구과학 분야의 최고 권위상인 ‘엑스포드 메달’도 받았다. 국립정신건강센터장으로 일하는 이철(68) 전 울산대 총장도 민간 영입의 우수 사례로 손꼽힌다. 국가인재DB 관리 ‘베테랑’ 강동필 주무관은 “이분들은 더이상 돈이나 명예가 필요 없을 만큼 자신의 분야에서 세계적 성과를 거둔 분들”이라면서 “그럼에도 대한민국을 바꿔 보겠다는 소명의식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어 존경스럽다”고 했다. 민간 스카우트가 모두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공직사회의 경직된 분위기와 달라진 자신의 역할에 적응하지 못해 중도에 그만두거나 재계약을 포기하는 경우도 생긴다. 김근호 사무관은 “민간 분야 전문가 시절에는 업계 최고 권위자로 존경받으며 자신의 본업만 하면 됐지만 고위 공직자가 되면 직접 기획재정부와 국회, 시민단체 등을 찾아다니며 이들을 설득해 ‘예산을 따 오는’ 일이 가장 중요해진다.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들이 종종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 4차산업 리드할 ‘괴짜’를 찾아라 애초 국가인재DB는 고위 공직자를 발굴하기 위한 것이지만 최근에는 우리 사회 모든 분야의 숨은 고수들을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사고 당시 구조·재난대응 분야 전문가를 찾지 못해 대한민국 전체가 혼돈에 휩싸였던 뼈저린 경험이 계기가 됐다. 우리 사회 ‘전문가 부재’ 현실을 절감한 정부는 영화 ‘아마겟돈’에서처럼 평소 민간 전문가 정보를 잘 관리해 뒀다가 예측 불가능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이들을 활용할 수 있도록 자료 축척에 나섰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각 분야 괴짜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무허가 민박업(에어비앤비)이나 자가용을 이용한 불법 택시영업(우버)이 불과 몇 년 사이에 전 세계의 판도를 바꾸는 비즈니스 모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려면 우리가 전혀 관심을 두지 않던 각 분야 전문가들이 융합된 인재풀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인사처는 강조한다. 김정일 인재정보기획관은 “국가인재DB의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면서 “어느 분야에서든 스스로 전문가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주저하지 말고 정보를 올려 달라. 이미 DB에 등재된 분들도 꾸준히 정보를 업데이트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글 사진 세종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신규 대형투자·인수합병 ‘올스톱’… 그룹 경영 차질 불가피

    “10년 뒤의 삼성을 고민할 사람이 사라졌다.”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법원이 징역 5년형을 선고함에 따라 삼성그룹은 역대 유례없는 총수 부자(父子) 동시 유고라는 엄중한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이 부회장은 2014년부터 와병 중인 부친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경영 일선에 나섰고, 2014년 5월 이 회장이 병석에 누운 이후 사실상 그룹 총수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이날 1심 판결로 영어의 몸이 되면서 59개 계열사를 거느린 우리나라 최대 재벌 기업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오너 공백’ 상태에 놓이게 됐다. 특히 삼성그룹을 뒤에서 지켜 왔던 이른바 ‘가신(家臣)그룹’의 핵심 인사들까지 이날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며 삼성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다가 이날 법정구속돼 구치소에 수감된 최지성(66·부회장) 전 미래전략실 실장과 장충기(63·사장) 전 미래전략실 차장은 가신 중에서도 핵심으로 꼽히는 이들이다. 지난 15일 증인 자격으로 재판에 출석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최지성 부회장-장충기 사장-김종중 사장의 4인 집단지도체제”라고 증언했을 정도다. 최 전 부회장은 평사원으로 시작해 사장에 오른 뒤 오너가(家)를 직접 챙긴 성공 신화로 유명하다. 장 전 사장은 명실공히 가신그룹의 ‘넘버2’로 이 부회장의 브레인 역할을 해 왔다. 삼성 측은 곧바로 항소심 준비에 들어갔지만 특검법상 피고인 구속 기간을 고려하면 최소한 오는 연말, 적어도 내년 2월까지는 총수 없이 버텨야 한다. 삼성은 일단 집단지도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있는 삼성전자는 당분간 권오현 부회장(반도체), 윤부근 사장(가전), 신종균 사장(모바일) 등 3인 대표이사 체제로 공백을 메워 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벌써부터 총수 공백 장기화에 따른 경영 차질 우려가 나온다. 실제 지난 2월 이 부회장이 구속된 이후 삼성의 주요 의사결정은 모두 올스톱된 상태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경영위원회가 전년도의 절반인 2차례만 열렸고, 안건도 신규 투자·인수합병 건은 전무했다. 이날 1심 유죄 선고는 그룹 경영에 커다란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피고인 신문에서 이 부회장은 “(나는) 처음부터 삼성전자 소속이었고, 95% 이상 삼성전자와 이 회사 계열사 관련 업무를 했다”며 그룹 전반에 대한 경영과는 사실상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날 유죄 선고를 계기로 항소 과정에서 모종의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그룹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논란을 불식시키면서 자신은 ‘본업’인 삼성전자 등기이사 겸 부회장 역할에만 전념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 삼성문화재단 이사장 등 나머지 직위를 모두 내려놓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그룹은 집단경영 체제로, 계열사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이원화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1심 이후 이어질 재판 결과를 알 수 없듯이 향후 삼성의 권력 구도도 외부 변수에 따라 부침이 심할 것”이라며 “단, 어떤 상황이 오든 기존 이건희 회장이 구가했던 막강한 권력이 이후 세대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실형 5년 이재용 모종의 ‘결단’ 가능성은?

    실형 5년 이재용 모종의 ‘결단’ 가능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이 부회장의 변호인 측은 즉각 항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재판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향후 이 부회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무죄’를 주창하는 이 부회장은 당분간 항소 절차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 7일 결심 공판에서 “오해와 불신이 풀리지 않으면 저는 삼성을 대표하는 경영인이 될 수 없습니다. 오해를 꼭 풀어주십시오”라고 말했다. 경영권 승계 등을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 씨에게 수백억원 상당의 뇌물을 제공했거나 주기로 약속했다는 특검의 주장을 ‘오해’라고 반박한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날 이 부회장을 유죄로 판단했다. 향후 그룹 경영에서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그는 이달초 피고인 신문에서 “(나는) 처음부터 삼성전자 소속이었고 95% 이상 삼성전자와 이 회사 계열사 관련 업무를 했다”면서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한 ‘그룹 경영’과는 선을 그었다. 향후 경영 일선에 복귀할 경우 이런 기조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차제에 그룹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논란을 불식시키면서 자신의 ‘본업’인 삼성전자 사내이사 겸 부회장 역할만 충실히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그룹과 이 부회장이 모종의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럴 경우 삼성그룹은 앞으로 계열사별 전문경영인 체제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여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일시적으로라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재계 일각에서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오빠 이재용 부회장의 불행한 일에 이부진 사장이 자신의 역할론이 제기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는 것이 호텔신라 측의 전언이다.재계 관계자는 “여전히 무죄임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뗄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 “어쨌든 복귀하더라도 그동안 보였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역할은 분담된 삼성 특성상 이 사장의 등판론은 가능성이 희박하다”고도 했다. 지난 2014년 부친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그룹경영을 총괄해온 이 부회장은 ‘총수 대행’ 기간에 사업적으로는 많은 성과를 거뒀으나 갖가지 돌발악재를 맞으며 적지 않은 시련도 겪었다. 미국 전장(전자장비) 전문기업 하만(Harman) 인수,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 지분 투자 등 3년간 수많은 인수합병(M&A)에 성공하면서 ‘미래먹거리’를 확보했다. 과감한 연구개발(R&D) 및 설비 투자를 통해 올해 반도체 부문을 중심으로 사상 최고 실적을 내는 데 기초를 닦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2015년 삼성서울병원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유행 진원지로 지목되면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지난해에는 갤럭시 노트7 발화 사태를 겪은 데 이어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면서 그룹 총수로서는 처음으로 구속되는 불명예 기록을 남겼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장겸 MBC 사장 “경영진 퇴진 없다”…방통위원장 “제작중단 사태 위법 확인”

    김장겸 MBC 사장 “경영진 퇴진 없다”…방통위원장 “제작중단 사태 위법 확인”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이하 MBC노조)가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면서 오는 24일 파업 찬반투표에 돌입한다.현재 MBC는 취재기자와 PD, 카메라기자, 아나운서 등 280여명이 이미 제작 거부에 돌입해 일부 방송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에 김장겸 MBC 사장은 23일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불법적이고 폭압적인 방식에 밀려 경영진이 퇴진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합법적으로 선임된 공영방송 경영진이 정치권력과 언론노조에 의해 물러난다면, 이것이야말로 헌법과 방송법에서 규정한 언론의 자유와 방송의 독립이라는 가치가 무너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김 사장은 “방송의 독립과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서라도 정치권력과 언론노조에 의해 경영진이 교체되는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된다”며 “그렇게 해야 MBC가 정치권력과 고리를 끊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이날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MBC나 KBS와 같은 공영방송에 대한 방송감독권을 통해서 방송의 공적 책임과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 행위 등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방통위원장은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MBC, KBS의 제작 중단 사태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방통위가 이를 조사할 수 있다”고 언급한 데 대해 “위법사항도 확실하게 확인을 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며 이와 같이 말했다. 이 방통위원장은 또 “실태 조사를 충분히 하고 여러 가지 종합 의견도 청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방통위원장은 이어 박 의원이 “MBC 김장겸 사장이 오늘 간부회의에서 ‘문화방송의 브랜드 가치가 뚝뚝 떨어졌는데 그 원인은 12번의 파업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전하면서 의견을 묻자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유능한 사람들을 부당하게 엉뚱한 곳에 전출시키고 해직·징계해 본업에 종사할 수 없도록 만든 것도 중요한 원인”이라고 답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25년째 답사기 굴레… ‘궁궐의 도시’ 서울 다뤄”

    “25년째 답사기 굴레… ‘궁궐의 도시’ 서울 다뤄”

    “1993년 첫 책이 나올 때만 해도 3권까지 쓰곤 본업(미술사가)으로 돌아가고 싶었죠. 그런데 북한을 가게 되면서 팔자가 그렇게 안 됐어요. 답사기의 굴레를 벗어나기 힘든 게 우리 지역은 왜 안 써 주느냐는 항의가 심해요. 올해로 25년째, 국토의 반을 써 왔는데 아직도 안 쓴 게 더 많네요. 20권쯤 쓰면 끝나지 않을까요(웃음).”전국에 답사 열풍을 일으킨 유홍준(68) 전 문화재청장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창비)가 사반세기 만에 서울로 들어섰다. 8권의 국내 편과 4권의 일본 편을 합쳐 380만부가 팔린 스테디셀러답게 9, 10권인 서울 편은 이미 예약판매만 8000부에 이른다. 16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난 유 전 청장은 “문화재청장을 3년 반 했기 때문에 미세하게 알 수 있었던 게 많아 국민들이 같이 알아야 할 걸 쓰다 보니 뜻밖에 어려워졌다”면서도 “이 책을 읽고 현장에 가 보면 느낄 수 있을 것이란 마음으로 썼다”고 했다. 네 권으로 구상한 서울 편 가운데 먼저 나온 1권은 창덕궁, 창덕궁 후원, 창경궁 등 궁궐 이야기, 2권은 한양도성과 자하문 바깥의 별서 등에 얽힌 서울의 매력과 내력을 짚었다. “세계적으로 일본 교토는 ‘사찰의 도시’, 중국 쑤저우는 ‘정원의 도시’로 공인돼 있죠. 하지만 세계 어디를 가 봐도 궁궐 5개가 모여 있는 도시는 서울밖에 없어요. 영욕의 세월이 얽혀 있지만 다른 나라, 도시와 다른 특성을 보여 주는 우리의 자랑이라 할 수 있죠. 궁궐에 대한 책은 많지만 대부분 건물 이야기에 그치는 데 반해 조선시대 그곳에서 국가 시스템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그 안에서 인간이 어떻게 살았는지 스토리텔링에 주력했습니다.” 화재로 그를 문화재청장 자리에서 불명예 퇴진하게 했던 숭례문 이야기는 서울편 3권에 담길 예정이다. “(숭례문 화재 사건은) 실화도 아니고 방화인 데다 지방자치단체에 관리 책임이 있으니 마지막엔 억울했죠. 포커에서 돈 잃었을 때는 빨리 털고 가야지 개평이나 얻을까 하고 있으면 추해지니 빨리 나간 거죠. 사람들은 숭례문이 불타서 없어졌다고 잘못 알고 있지만 중환자실에서 고쳐 살아난 거예요. 당시 참여정부가 언론과 불편한 관계에 있어 기사의 상품적 가치가 원없이 커졌다고 생각합니다.” 서울 편에 이어 중국 편 답사기도 함께 집필 중인 그는 “속을 알 수 없는 중국에 대해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대선 과정에서 광화문 대통령 공약 기획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유 전 청장은 “청와대 집무실 광화문 이전과 광화문광장 변경 등은 현재까지 결정된 건 없다”며 “다음주쯤 사업 규모와 방향에 대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사설] 간호사 ‘12만 장롱면허’ 끌어낼 방도 찾아야

    중소병원뿐 아니라 대학병원까지 간호사 구인난이 심각하다. 농어촌 지역에선 간호사를 못 구해 정상적인 병상 가동이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응급조치가 본업인 응급구조사가 간호사를 대체하는 지경이다. 응급실을 폐쇄하는 정도가 아니라 병원 문을 아예 닫게 생겼다는 하소연까지 들린다. 국내 실제 활동 간호인력은 인구 1000명당 6명으로 독일(13.1명)이나 일본(11명)에 턱없이 못 미친다. 보건복지부가 간호 인력 확충 방안을 담은 종합대책을 오는 11월에 내놓을 것이라고 한다. 뒤늦게나마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다는 뜻이니 다행이다. 이 대책에는 인력 공급 확대를 위해 대학 간호학과 정원을 늘리는 방안이 담긴다. 구인난 속에 정원이 증가한 만큼 청년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므로 기대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간호사 인력난은 사실 총량이 부족해 생긴 현상은 아니다. 서울 대형병원 쏠림이 심해지는 데다 경력 단절과 열악한 근무 여건 탓에 ‘장롱면허’가 급증하는 게 문제다. 간호사 면허 보유자는 34만여명이지만 실제 병원 종사자는 18만여명에 불과하다. 비의료기관 종사자 3만 5000명을 뺀 12만 4000여명의 면허가 장롱 속으로 숨어 버렸다. 면허 등록자의 53%가량만 활동하고 있는 셈이다. 말이 하루에 8시간씩 일하는 ‘3교대 근무’이지 10시간 넘게 일하는 간호사가 허다한 것이 우리 현실이다. 간호사가 월급을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도 않다. 연봉이 2000만원을 못 받는 이가 수두룩하다. 평균 연봉은 개인병원 종사자가 2700만원, 종합병원이 3200만원 선이다. 대학병원 간호사는 평균적으로 4000만원을 받는다. 매년 신규 간호사 1만 3000여명의 3분의2가 첫 직장을 떠난다. 이러다 보니 1년 내내 간호사 구인 광고를 내거나, 입사 100일을 채우면 떠나지 않아서 고맙다는 뜻으로 100일 파티를 열어 주는 중소병원이 적지 않다고 한다. 당장 내년에 부족한 간호사가 12만명, 2030년에는 15만명을 웃돌 것이란 전망도 있다. 간호학과 정원을 늘리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들이 왜 일터를 떠나는지, 면허가 왜 장롱으로 숨어드는지에 대한 진지한 원인 분석이 따라야 한다. 현장을 떠나는 인력을 붙잡지 못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기준을 명확히 정하고, 충족시키지 못하는 병원에는 수가를 지급하지 않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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