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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순영 칼럼] 정직한 시민,정직한 사회

    [홍순영 칼럼] 정직한 시민,정직한 사회

    공자는 나라를 세우는 데 필요한 세 가지 요소로 주민이 배불리 먹을 양식, 외적으로부터 나라를 지켜주는 병사, 군주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를 열거하고 나서 세 가지 중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군주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라고 가르쳤다. 주민들은 신뢰할 수 있는 군주를 따라가서 군주가 거하는 곳에 나라를 세울 수 있다고 가르쳤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라는 미국인 정치학자는 ‘신뢰(trust)’라는 저서에서 세계 각국의 선진화 수준을 그 사회의 ‘신뢰도’로 측정한다는 깊이 있는 명제를 제시한 바 있다. 정직은 가르치고 훈련하여야 하는 것이며 삶의 덕목에 속하는 것이므로 공자는 이를 군주의 덕목으로 지목한 것이리라. 자유민주주의, 그리고 시장경제의 나라가 번창하고 성장하는 근저에는 나라의 시민들이, 그리고 지도자들이 자기의 오늘과 내일, 나라의 오늘과 내일을 있는 그대로 내다보고 생각하는 정직의 문화가 있다. 정직함의 반대는 허장성세이고 과대망상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자유민주주의는 끊임없는 자기반성, 자기혁신(self-renewal)의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를 확보하기 위하여 견제와 균형 그리고 법치주의의 대원칙이 있다. 그러므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견제와 균형의 원칙과 함께 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해방 이후 많은 정부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자기 정부만이 정통성이 있고 최선의 정치를 하는 정부라고 자부하여 왔다.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라는 정부 별명도 그런 사고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자기 정부만이 정통성이 있으므로 과거 정부를 비판하고 매도하며 자기를 고집하고 야당을 배제하고자 한다. 그러한 습관이 오늘의 정치에 반영되고 있음을 본다. 정직은 정치에서만 통하는 미덕이 아니다. 외교에서도 똑같이 통하는 미덕이다. 외교 교과서는 정직이 최고의 외교정책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거짓말 같지만 이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독일 통일 과정에서 막중한 기여를 한 겐셔 외무장관에게 어떻게 소련의 지도층에 독일의 약속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득할 수 있었느냐는 질문을 한 일이 있다. 그는 “과장 없이 솔직하게 말하였지요. 저들은 나의 정직을 신뢰하였습니다.”라며 조용히 대답했다. 정직은 시장에서 더욱 큰 덕목으로 통한다. 자본가이건 경영인이건 정직하지 않은 기업인은 신용할 수 없는 기업인이 되어 크게 성장하지 못한다. 정보화시대, 글로벌시대에 정직하고 인간을 존중하는 기본 덕목이 없이 성공하는 기업인은 거의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미국에서 한창인 최고경영자 구인(head-hunt) 경쟁에서 낙점되는 경영자의 근본적 강점은 결국 그의 도덕적 결백(ethical cleanness)에 있다는 결론이 나 있다. 정직은 나라의 문화, 원천적으로는 교육에서 나온다. 영어권 국가들의 경우 정직으로부터 인격이 나온다고 가르치고 있다. 법정에서는 위증이 큰 죄목이다. 구약성경은 거짓 증거하지 말 것을 십계명의 하나로 두고 있다. 세상에는 큰 공동체의 가치와 원칙보다는 자기가 속하는 부족을 귀하게 여겨서 지연·혈연·학연에 매여 작게 세상을 보는 것이, 그리고 그것이 전체라고 생각하고 고집하는 본능이 있다. 세상의 많은 지도자들이 나라의 지도자가 되지 못하고 거꾸로 그의 가신과 측근들의 포로가 되어 가치 없는 임기를 마치고 있음을 본다.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를 지향하는 우리나라에 부족 동아리의 온정주의 굴레를 벗어버리고,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이라는 큰 가치 그리고 이를 떠받치는 정직의 도를 귀하게 여기는 시민자각운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운동은 끊임없이 계속되어야 한다. 정직한 시민이 정직한 지도자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때에 우리나라의 장래가 밝아질 것이다. 홍순영 전 외교부·통일부 장관
  • [1일 TV 하이라이트]

    ●미디어포커스(KBS1 오후 10시30분) ‘미디어포커스’가 방송 200회를 맞았다.2003년 6월 스스로 KBS를 비판한 ‘KBS,KBS를 말한다.’를 제 1회로 내보낸 이래 지금까지 500여개 아이템을 방송했다.200회 특집으로 호주 공영방송 ABC가 20년 넘게 방송하고 있는 매체비평 프로그램 ‘미디어 워치’를 소개한다. ●드라마시티(KBS2 오후 11시15분)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는 주간단막극 ‘일단뛰어’의 연출자 지병현 PD가 그려내는 사회극 연작의 세번째 드라마다. 첫 번째 꿈결 같은 세상, 두 번째 김동수 살인사건에 이어 이번 작품은 80년대의 아픔을 담담히 그려내며 경쟁에 내몰린 인간군상들에게 성찰의 울림을 주고 있다. ●깍두기(MBC 오후 7시55분) 동진은 지해가 자신이 맡는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결정된 것을 알고 흥분한다. 방송이 끝난 후 지해는 은호와 첫 대면을 한다. 지해는 은호에게 아직 프로그램 파악이 되지 않았다며 이제까지 모아놓은 원고를 보여달라고 하고는 커피 한 잔도 달라고 한다. 은호는 당황하지만 이내 웃음을 지으며 잠시 기다리라고 말한다. ●작렬! 정신통일(SBS 오후 6시40분) 김관장파 김용만, 신정환, 은지원, 이계인, 바다, 데프콘과 현관장파 현영, 브라이언, 올라이즈 밴드, 김동완, 고영욱, 윤아가 출연한다. 가요계 선후배들이 팀의 명예를 걸고 정신통일에 도전한다. 바다와 윤아가 두뇌의 벽에 도전장을 내밀고 불빛 하나 없는 깜깜한 호랑이 굴에서 기막힌 상황들이 벌어진다. ●글로벌 코리안(YTN 오전 10시35분)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소비재박람회에 6개의 한국 장애인 기업이 참가했다. 첨단 소재와 기술로 만든 제품을 대하는 독일 바이어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한국장애경제인협회는 이번 박람회를 계기로 장애인 기업 활동을 파악해 중증 장애인 창업교육 등 다양한 지원을 해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파원 현장보고(KBS1 오후 11시) 2005년 8월, 미국 남부 뉴올리언스에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덮쳤다. 도시의 80%가 물에 잠기고 1800명의 사망자와 20만명의 이재민을 기록했다. 하지만 아직도 당시의 상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과 민주당의 대선 쟁점으로까지 부상하고 있는 뉴올리언스를 찾아가본다. ●국제다큐멘터리페스티벌 ‘법조계의 자매들’(EBS 오후 3시50분) 카메룬의 한 작은 법정에서 일어난 일들을 유쾌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검사 베라 느가사와 판사 베아트리체 은투바는 이슬람 여성들을 돕는다. 그들은 언어폭력으로 희생당하고, 침묵하라는 가족과 사회의 압박에 처한 여성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고, 지혜·명언·정의를 나누어준다. ●국제다큐멘터리페스티벌 ‘신의 물방울, 몬도비노’(EBS 밤 12시55분) 와인학자이기도 한 감독 조너선 노시르테르는 세 대륙을 횡단하며 와인 산업을 탐구한다. 서구문명의 상징이었던 와인을 미국의 와인생산지 나파 밸리의 가족사를 짜맞추며 지역과 연합, 소작농과 산업자본가 사이의 와인 전쟁을 담는다.
  • [사설] 일선기자들의 분노 가벼이 보지 말라

    ‘취재 지원’을 빙자한 정부 각 부처의 언론통제 기도가 갈수록 노골적으로 드러남에 따라 언론계 반발 또한 더욱 거세지고 있다. 그저께만 해도 서울시내 경찰서를 담당하는 17개 언론사 기자들과 노동부 출입기자단이 각각 해당 기관의 ‘언론통제책’을 거부하고 나섰다. 같은 날 외교부가 새로 마련한 브리핑룸에서 처음 실시한 브리핑은, 국정홍보처 산하 KTV 등 2개사를 제외한 나머지 언론사 기자들에게 철저히 외면 당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노릇이다. 대한민국 경찰이 어떤 조직인가.20년전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에서 최근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보복폭행 사건’에 이르기까지 경찰 스스로 조직의 비리를 공개하고 이를 반성한 적이 있는가. 박군 사건 때는 언론 보도가 나온 뒤에도 “탁자를 턱 치니 억하고 죽었다.”고 발뺌했다. 김 회장 사건으로는 고위 간부가 줄줄이 옷을 벗었고 일부는 사법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굳이 큰 사건을 예로 들 것도 없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출범후 지난달까지 집계한 인권침해 피해신고를 보면 전체 2만여건 가운데 4567건이 경찰로 비롯된 것이다. 이처럼 인권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경찰이, 정권의 언론통제 시도에 편승해 한술 더 뜨려 하니 이를 어찌 기자들이 방관하겠는가. 경찰청·외교부를 비롯한 정부 각 부처의 일선기자들이 분노하며 집단행동에 나서는 까닭을 정부는 숙고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민주사회의 기본가치인 언론자유를 통제하려는 온갖 시도를 즉시 중단할 것을 다시 한번 엄중히 촉구한다.
  • 아베 선거 후폭풍 ‘휘청’

    |도쿄 박홍기특파원|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7·29선거’의 거센 후폭풍에 휘청거리고 있다. 게다가 총리직 사퇴를 요구하는 여론 또한 47%(아사히신문)로 만만찮다. 아베 총리는 1일 선거기간 내내 정치자금 의혹을 불러왔던 아카기 노리히코 농림수산상의 사표를 수리했다. 자민당 내부뿐 아니라 야당의 요구에 따른 고육책이다. 나아가 ‘자기 사람 챙기기식’의 인사 병폐도 인정한 셈이다. 아베 내각 출범 이후 각료의 교체는 네번째로 역대 최다이다. 아카기 농림상은 지난 6월1일 마쓰오카 도시카쓰 전 농림상의 자살로 취임한 직후부터 자신의 정치단체를 본가와 처가에 두고 사무실의 운영비와 인건비를 허위 계상한 사실이 드러나 사퇴의 압력을 받아 왔으나 아베 총리는 줄곧 “문제가 없다.”며 감싸왔던 터다. 아카기 농림상은 사표제출 뒤 “선거전에 영향을 줬고 여당이 패배한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등 야당은 아카기 농수상의 사퇴와 관련,“그만둬서 되는 문제가 아니다. 통치 능력이 제로인 아베 총리도 그만 둬야 한다. 총리의 책임도 면할 수 없다.”며 아베 총리에 대한 공세 수위를 한층 높였다. 특히 아베 총리는 오는 11월 시한이 종료되는 테러대책특별조치법의 재연장 추진과정에서 제1당이 된 민주당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자,“국제공헌의 근거인 법안에 대해 민주당이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예전과는 다른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거세지는 총리직 사퇴 압력에도 “정치의 공백은 용납할 수 없다.”는 원론적인 대응 이외에 손을 놓은 상태다.1일 아사히신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47%가 사퇴를,40%가 유지를 주장했다. 더욱이 내각 지지율은 26%로 출범 이래 최저를, 반면 지지하지 않는 비율은 60%로 최고를 기록했다. 중의원 해산 여부에 대해선 54%가 ‘서두를 필요가 없다.’,39%는 ‘빨리 해산해야 한다.’고 답했다. hkpark@seoul.co.kr
  • 재경부-금감원 ‘한 정부 두 목소리’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원이 인수·합병(M&A)에 관해 의견충돌을 빚고 있다. 권오규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4일 “M&A 규제가 지금보다 강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외국자본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하루빨리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부총리,“M&A규제 바람직하지 않다.” 권 부총리는 이날 제주 신라호텔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로 열린 하계포럼에서 ‘자유무역협정(FTA) 시대의 경제정책방향’이라는 강연을 통해 “최근 일부 기업이 여러 M&A 방어책을 도입하고 있지만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자본의 원활한 이동이 가능하도록 보다 우수한 경영진, 경영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자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M&A 규제도 현재보다 강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만약 현 시점에서 이(M&A)를 가로막는 새로운 정책이 생긴다면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국내 자본가가 인수 안목이 없고 모험정신이 없어 인수하지 않은 기업을 외국자본이 인수한 뒤 수익을 내는 것을 배아파하면 경제의 선진화는 어렵다.”면서 “기업유지, 고용, 납세 등 긍정적인 측면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외자 도입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촉구했다. ●금감원,“M&A 방어책 필요” 그러나 금감원은 이날 정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금융감독원 전홍렬 부원장은 최근 제기된 삼성전자의 M&A 설과 관련,“우리와 유사한 법체계를 가진 일본에서 이미 ‘포이즌 필(Poison Pill:독소 조항)’ 제도를 도입했다.”면서 “관련 법 개정 등에 대비해 연구를 하고 정부에 건의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이즌 필이란 적대적 매수자가 일정 지분 이상의 지분을 취득할 경우 적대적 매수자 외의 주주에게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말한다. 또한 적대적 방법으로 기업이 매수되더라도 기존 경영진의 신분을 보장할 수 있도록 사전에 필요한 장치를 해놓는 황금낙하산(Golden Parachute)의 의미로도 사용된다. 주로 M&A 대상기업의 경영진이 적대적 M&A로 임기 전에 물러날 경우 거액의 퇴직금을 지급하기로 한다는 조항을 회사 정관에 삽입, 인수비용을 늘리는 방법이 이용된다. 전 부원장은 “우리 상장기업들은 42조원에 이르는 자사주를 스와핑하는 방식으로 경영권 방어에 나서고 있다.”면서 “이는 상당한 고비용이 발생하는 전략”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경영권 방어장치가 도입될 경우 자사주 매입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설비투자 등으로 돌릴 수 있어 기업 경쟁력이 한층 강화된다는 설명이다. 전 부원장은 “일본은 이미 350여개 기업이 포이즌 필을 도입했다.”면서 “최근 일본 법원은 포이즌 필 제도에 대해 주주 평등의 원칙도 중요하지만 다수결의 원칙에 의한 주주 총이익이 더 중요하다고 해서 적법 판정을 내린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강조했다. ●재경부,“한마디로 월권” 재정경제부는 이에 대해 한마디로 ‘월권’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무엇보다도 권 부총리가 기업들이 M&A 방어책을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 뒤라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재경부 관계자는 “금감원이 밝힌 ‘포이즌 필’ 등의 방어책은 감독 차원이 아니라 법의 제·개정 문제”라면서 “누구든 검토할 수는 있지만 정례브리핑에서 감독당국의 공식 입장으로 발표할 성질은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전홍렬 부원장을 가리키며 “상황 판단을 잘못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사적 의견과 당국의 견해는 다르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설령 사적인 의견을 개진할 경우에도 주무 부처와 사전에 조율, 혼선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했다고 질책했다. 금감원이 일본의 포이즌 필 도입 사례를 참고했는지 모르지만 우리와는 사정이 전혀 다르며 앞으로 M&A 문제는 글로벌 스탠더드 기준에서 봐야지 우물안 개구리식 시각을 가져서는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서귀포 최용규·서울 백문일 문소영기자 ykchoi@seoul.co.kr
  • [서울신문 창간103주년] 문화키워드

    [서울신문 창간103주년] 문화키워드

    ■ 신문 연재소설로 본 시대상 신문 연재소설에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심과 열망과 한숨이 배어 있다. 이것은 대중과 호흡을 함께해 나가는 신문이 그들의 이목을 끌고 그들을 지면에 이끌어 들이고자 만들어 내는 현상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신문 연재소설을 써나가는 주체란 단순히 작가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신문과 독자, 그리고 그들과 함께 당대를 만들어 나가는 사회 그 자체라 할 것이다. 우리는 저 멀리 ‘대한매일신보’가 숨쉬던 구한말에서 애달픈 식민지 시대, 해방공간, 한국전쟁, 긴 독재체제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아주 긴 목록의 신문 연재소설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한국인들이 무엇을 알고 싶어 했고 무엇에 아파했으며 무엇을 원했는지 보여준다. 신문 연재소설은 우리에게 당대의 문화적 코드가 무엇이었는지 알려준다. 신문 연재소설을 통해 당대의 문화키워드를 살펴본다. 구한말의 문화적 키워드는 단연 나라 지키기에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당시 애국계몽을 표방한 신문 ‘대한매일신보’에는 ‘소경과 안즘방이 문답’(1905.11.17∼12.3),‘거부오해’(1906.2.20∼3.7) 같은 작품들이 연재되었다. 이 과도기적 ‘소설’들에는 어떻게 기울어가는 나라를 개혁할 것인가, 외세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복합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1910년대의 지식인들은 국권을 침탈당한 비극적 분위기 속에서 현실을 헤쳐나갈 수 있는 길을 여전히 유학과 교육과 계몽에서 찾았다. 문단으로 보면 이때는 이광수와 최남선의 시대였다. 이광수의 ‘무정’(‘매일신보’,1917.1.1∼6.14)은 경성학교 영어교사인 이형식과 기생 영채의 사랑의 엇갈림을 그리면서 그들, 그리고 과거와 현재가 하나가 될 수 있는 길을 새로운 학문을 위한 유학에서 찾았다. 여기서 이광수는 과학이라는 새로운 구호를 제창했다. 1920년대는 3·1운동의 좌절이 가져다 준 절망적 분위기 속에서 고독한 자아의 구원을 열망하는 흐름과 절망을 대신할 새로운 사회적 희망을 추구하는 흐름으로 나뉘었다. 어머니를 잃고 오빠와 함께 살아가는 혜숙의 가련한 운명을 그린 나도향의 ‘환희’(‘동아일보’,1922.11.21∼1923.3.21)는 전자의 흐름을,3·1운동의 좌절을 배경으로 순영과 봉구의 사랑과 죽음, 기약을 그린 이광수의 ‘재생’은 후자의 흐름을 대변한다. 1930년대는 어두운 현실에 대한 인식과 식민지 근대의 성숙 과정에서 배태된 대중문화, 그리고 여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때였다. 한 예로 염상섭의 ‘삼대’(‘조선일보’,1931.1.1∼9.17)는 타락한 윗세대와 사회주의 운동이 풍미한 복잡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삶의 균형을 고민하는 새로운 세대의 주인공을 그리고 있다. 1940년 8월10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폐간되자 신문 연재소설의 현장은 다시 ‘매일신보’로 넘겨졌다. 이태준, 채만식, 박태원, 이효석 같은 대작가들은 가혹한 천황제 파시즘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체제의 강압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고민과 문제의식을 그들의 소설들에 각인시켰다. 예를 들어 이효석의 ‘창공’(‘매일신보’,1940.1.25∼7.28)은 천일마라는 주인공이 만주 하얼빈에서 만난 러시아 여성 나아자와 결혼하여 함께 조선의 문화를 공유해 나가는 이야기를 통해 천황제 파시즘의 대동아주의 이데올로기에 균열을 냈다. 해방공간과 한국전쟁 발발에 이르기까지 잠시 침체한 양상을 보였던 신문 연재소설이 새로운 활력을 얻게 된 것은 1950년대였다. 대중의 폭발적인 반향을 얻으면서 논쟁에까지 휩쓸려 이른바 낙양의 지가를 올린 정비석의 ‘자유부인’(‘서울신문’,1954.1.1∼8.9)은 대학의 국문학 교수 장태연과 그 부인 오선영의 뒤얽힌 생활상을 통해 당대의 문화 풍속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1960년대에 들어서자 한국사회는 군사독재 체제, 산업화, 타락과 부패라는 복합적인 문제들에 봉착하게 된다. 손창섭의 장편소설들, 예컨대 ‘이성연구’(‘서울신문’,1965.12.1∼1966.12.30)나 이호철의 ‘서울은 만원이다’(‘동아일보’,1966.2.8∼10.31) 같은 작품들은 대도시화한 서울을 배경으로 간척사업, 공공사업 등과 같은 당대적 사건들을 다루면서 물신주의가 팽배한 1960년대 사회의 기묘한 위선, 타락, 무질서, 음모를 그려나갔다. 1970년대에 들어서자 민중이 사회적 관심사로 부상하기 시작한다. 군사독재와 산업화 속에서 짓눌린 민중에 대한 관심은 수많은 문제작들을 낳았던바 신문 연재소설에서 이것은 대하소설이라는 문제적인 양식과 접맥된다.‘서울신문’에 1979년 6월부터 1983년 2월까지 약 4년에 가깝게 연재된 김주영의 ‘객주’는 보부상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조선 후기 역사적 상황과 생생한 민중생활 양상을 풍부하게 재현한 문제작이다.‘한국일보’에 1974년부터 1984년까지 10년씩이나 연재된 황석영의 대하소설 ‘장길산’도 단 몇 줄의 역사기록밖에 없는 인물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민중의 애환과 바람을 그린 작품이었다. 1980년대에서 1990년대로 이어지는 역사적 격변의 시대에 신문 연재소설의 주된 테마를 이룬 것은 한국현대사에 대한 관심이었다.1983년부터 잡지에 연재하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태백산맥’에 이어 1998년부터 ‘한겨레신문’에 연재한 조정래의 대하소설 ‘한강’은 파란으로 점철된 한국현대사에 연속성을 부여하려 한 작가적 신념의 소산이다. 여러 곳에 나뉘어 연재되면서 1994년에 완간된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되어야 할 거작이다. 2000년대에는 민주주의가 사회적 원리로 정착해 나가는 대신에 자본주의의 물질적 독점력이 새로운 문제로 부각된다. 고도로 국가화·독점화한 자본주의가 과거의 정치적 독재를 대신하여 새로운 권력적 힘을 발휘하는 시대가 바로 2000년대다. 경제적 갈등, 반목과 생존 경쟁, 물신주의가 이처럼 일상을 확고히 지배한 시대는 일찍이 없었다. 여기에 민주주의가 낳은 정신적 타락 및 비속화·비소화한 시민들의 삶은 새롭고 숭고한 정신적 가치를 찾아 헤맨다. ‘서울신문’에 2004년 1월5일부터 최근까지 장기간 연재됐던 최인호의 ‘유림’은 그러한 숭고에 대한 열망이 투영된 소설이라고 하겠다.‘상도’에서 ‘유림’에 이르는 최인호의 집필과정은 시대의 추이를 예민하게 감지할 줄 아는 능력의 존재를 시사한다. 이렇듯 신문 연재소설은 한국사회 및 대중의 관심사와 그 문화적 추이를 깊이 있게 받아들이고 촉진한 시대의 바로미터와 같은 역할을 해왔던 것이다. 방민호(문학평론가·서울대 국문과 교수) ■ 서울신문 연재소설 소개 ▶ 소경과 안즘방이 문답 1905년 11월17일부터 12월3일까지 대한매일신보에 연재된 개화기 신소설로 신문에 실린 최초의 소설 형태의 글이다. 개화로 인해 생활이 어려워진 복술가 소경과 망건장수 앉은뱅이의 대화가 전개되는 문답체로 자주적 국권 의식을 강조하는 작품이다. ▶ 무정 1917년 1월부터 6월까지 이광수가 매일신보에 연재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장편소설이다. 한국 현대 문학의 출발점이 된 작품으로 근대문명에 대한 동경과 신교육 사상, 자유연애 찬양, 남녀 평등 사상 등을 주제로 내세우면서 대중계몽 역할을 꾀해 독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근현대문학 사상 가장 많이 읽혀지고 연구되어온 이광수의 대표작이다. ▶ 자유부인 1954년 1월부터 8월까지 서울신문에 연재된 작품으로 한국 신문 연재 소설 사상 최고의 화제를 낳았다. 성윤리에 대한 논란을 비롯, 갖가지 유행어를 탄생시키며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정비석의 화제작. 대학교수 부인 오선영의 ‘일탈’를 통해 6·25전쟁 직후 만연한 퇴폐적인 사회 풍조와 전쟁 미망인들의 취업상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 객주 1979년 6월6일부터 1983년 2월29일까지 서울신문에 1465회 연재돼 역사소설의 새 지평을 연 작가 김주영의 역작.3부작으로 구성됐으며 조선 후기 보부상과 노비, 관료, 농민들의 갈등과 유착을 다루며 당시 사회의 변동상을 그려냈다.19세기 말의 풍속을 구체적으로 재현했으며 평민층의 입말을 잘 살려내 사실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 유림 1977년 서울신문에 소설 ‘파란 꽃’을 첫 연재한 최인호가 2004년 1월5일부터 2006년 12월30일까지 연재한 장편소설. 유교가 흘러온 2500년의 역사를 조망한 작품으로 왕도국가를 세우려다 실패한 조광조와 이상국가를 꿈꿨던 공자, 성리학을 발전시킨 퇴계 이황 등 유학자들의 삶을 엮었다.‘유림’은 유교와 유학자들을 소설로 형상화해 독자들의 많은 호응을 얻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프론티어 5인이 말하는 미래 문화키워드 서울신문은 창간 103주년을 맞아 문화계 인사들로부터 미래 사회의 문화를 이끌 화두가 무엇인지 들어봤다. 문학·영화·방송·음악·미술 방면의 전문가 5명은 한마디로 규정하기 어렵다면서도 명징한 키워드로 향후 문화에 대한 전망을 제시했다. ‘예술가 사회’‘글로벌’‘탈경계’‘다양화’‘탈장르’ 등으로 요약되는 이 문화 핵심어들은 저마다 고유한 속성을 지니면서도 의미있는 공통분모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진지한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 “장르파괴 가속화” 최완규 ‘주몽’ 드라마 작가 “앞으로는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가 점점 줄어들 것입니다. 물론 지금까지도 드라마 연출자가 영화 감독을 맡거나 영화제작사가 드라마를 제작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이렇다할 성공 사례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제작인력의 양분화가 점차 미미해지고 두 장르간 벽을 허무는 사례들이 쏟아져 나올 것입니다.” 국민 드라마 ‘주몽’의 최완규(43) 작가는 미래 방송계의 키워드를 이처럼 ‘탈경계’란 말로 압축해 표현했다.‘종합병원’‘허준’‘올인’ 등 사극과 현대물을 오가며 인상깊은 작품들을 남겨온 그는 현재 그 자신도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 “요즘 우리나라에 미드(미국 드라마) 열풍이 불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미국 사람들도 새삼스럽게 미드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할리우드의 우수한 영화 제작인력과 기획력이 드라마로 대거 투입된 결과로 볼 수 있어요. 우리도 이같은 탈경계 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드라마 제작환경은 아직까지 그리 여의치 않다. 최 작가는 “현재 방송사·외주제작사들은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십중팔구는 제작비를 맞추지 못해 적자를 떠안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드라마는 한류 열풍을 등에 업고 규모를 급속도로 키워 왔지만, 그 수혜가 몇몇 연기자와 작가들에게 집중되는 등 문제점도 함께 키워 왔다.”고 덧붙였다. 최 작가는 “‘CSI’나 ‘프리즌 브레이크’는 작가 한명의 머리에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작품”이라며 “무엇보다 사전제작을 염두에 둔 시리즈물이 일반화돼야 하며, 밀도 높은 작품을 위한 집단창작시스템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권고도 잊지 않았다. 시청률이나 해외 마케팅에 신경쓰기 앞서 ‘질적 완성도가 높은 작품은 시청자들이 먼저 알아 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도 강조했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프로·아마 벽 무너져” 김영하 소설가 “미래는 모두가 예술가가 되는 세상입니다.‘예술가 사회’라 하면 어떨까요?” 소설가 김영하(39)는 20세기 후반, 자본가가 된 우리 모두는 21세기가 끝나기 전에 예술가가 될 거라 장담했다. “요즘 삼청동에 가보면 사진기자들이 쓸 만한 장비를 들고 수백명이 순례를 하고 있어요. 모든 예술의 진입장벽이 낮아진 거죠.” 그는 프로가 좋은 작품을 만들고 아마추어가 ‘후진’ 작품을 만들 것이라는 경계는 무너질 것으로 내다봤다.“문학이야말로 아마추어가 하는 겁니다. 뭐든 쓸 수 있죠. 랭보와 카뮈도 아마추어였어요. 문학사는 아마추어가 쓴 엄청난 작품을 많이 알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영하는 ‘개인’도 미래의 문화 키워드로 꼽았다. 사람들간에 공통적인 경험이 줄어들고 다른 처지에서 세상과 직면하기 때문이다. 그는 1950년대,60년대 문학과 같은 트렌드는 사라지고 작가 개인의 문체 특성이 한층 심화될 것으로 전망한다.“문학도 이제 개인의 내면과 경험을 제출하는 방식입니다. 김영하 다르고, 박민규 다르죠. 공통분모를 찾는 건 부질없는 노력입니다. 서구 비평가들이 하듯 한 작가에 천착하게 되고 작가는 우주의 별처럼 존재하게 될 것입니다.” 그는 장편소설 대망론을 믿으면서도 최근 출판사와 일부 언론에서 일고 있는 ‘장사 논리’는 경계했다.“문학을 해외시장에 수출하기 위해, 일본 문학에 대응하기 위해 장편소설을 내라는 건 박정희 시대의 논리죠. 요즘 일부 언론에서 만든 문학상이나 출판사들은 새로운 네이밍을 통해 작가들에게 대중소설이라는 수요를 창출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필요로 하는 건 독자들이 원하는 거죠. 잘 된 장편은 독자를 일주일간 기쁘게 해줍니다.” 김영하는 ‘예술가 사회’에선 모두가 행복해질 거라고 내다봤다.“미래에 나쁜 일만 생길 거라 보는 문화적 비관주의는 언제나 실패해왔습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영어제작으로 월드마켓 공략” 이승재 LJ필름 대표 “향후 한국영화 산업을 지배할 키워드는 ‘글로벌’이다.” 이승재(43) LJ필름 대표는 “지난 15년 동안 꾸준히 성장해온 한국영화 산업은 현재 한계점에 다다랐다.”면서 “이제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인력, 유통 등 성장을 담보하는 제반 여건이 다 갖춰진 한국영화 내수시장은 더이상 ‘파이’를 늘릴 수 없는 상태라는 것. 그는 비용 대비 수익률이 마이너스 30∼40%에 달하는 현 시점에서 대안은 해외시장 개척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영화를 잘 만들어 수출하는 단순한 차원을 넘어 우리의 문화를 영어로 제작해 알리는 방식이 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럽이나 아프리카 영화인들이 자신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세계 공용어인 영어로 제작해 알렸듯이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는 ‘괴물’을 예로 들면서 아무리 훌륭한 콘텐츠라도 자국 언어로 제작되면 ‘월드 마켓’에서 뛰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전망을 대변하듯 올들어 충무로에서는 해외 합작이 심심찮게 추진되고 있다. 나우필름이 미국 영화사 VOX3과 손잡고 만든 첫번째 합작영화 ‘두번째 사랑’이 얼마 전 한국 관객과 만났고, LJ필름 또한 ‘프린세스 줄리아’를 한·미합작으로 제작한다. 영화는 조선의 마지막 황태손이었던 이구와 그의 미국인 부인 줄리아 멀록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와호장룡’ 등을 제작한 미국 유니버셜 포커스와 손잡은 이 영화는 현재 시나리오 마무리 단계에 있다. 이 대표는 “미국에서 2억달러를 벌어들인 그리스 영화 ‘나의 그리스식 웨딩’처럼 한국적인 소재이면서도 다같이 공감할 수 있는 ‘크로스컬처 아이템’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대가보다 다수 결집 창작 증가” 김현철 작곡가 겸 가수 가수 김현철(39)은 미래 대중음악의 키워드로 ‘다양화’를 제시했다. 그것은 또한 21세기와 이전의 대중음악을 구분짓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2000년 가까이 전해져 내려온 음악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0년쯤 전입니다. 대중에게 대량으로 접근할 수 있는 음반이란 형태의 ‘디바이스(도구)’가 등장한 덕분이죠. 현재도 CD를 거쳐 MP3 등으로 더욱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고요. 이런 다양한 형태의 도구들이 급격한 음악시장의 변화를 가져왔고,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튈지는 아무도 쉽게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21세기 대중음악의 트렌드는 소수의 대가가 아니라 다양한 뮤지션들이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 특징. 방송과 몇몇 가요제가 가수 등용문의 전부였던 예전과 달리 UCC 등을 통해 누구라도 쉽게 가수가 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대중이 음악을 접하는 도구 또한 공중파 방송 일변도에서 모바일, 케이블 음악방송, 인터넷 음악전문 사이트 등으로 다양하게 재편되고 있다. “음악을 전달하고 수용하는 도구의 확대는 음악가들에게 더욱 다양한 음악을 생산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장르의 융합단계는 이미 넘어섰습니다. 이제 모바일에 적합한 음원은 물론, 데커레이션 음악(장난감에 사용되는 음악)까지도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다양성이 양질의 음악 생산까지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공연문화가 활성화되면서 ‘공연 브랜드’가 많이 등장하게 될 겁니다. 또한 음악가와 다양한 ‘디바이스’를 연결해주는 기획·프로모션 부문에 현재보다 한층 진보된 ‘새로운 사람들’이 등장하게 될 겁니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표현도구 다양화” 정연두 최연소 ‘올해의 작가’ “한국 현대미술의 미래는 밝고 발전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동안 작품의 질에 비해 저평가돼 왔죠.” 회화, 조각 등으로 경계를 나누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한 현대미술. 사진,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독특한 접근방식을 보여주는 작가 정연두(38) 역시 한마디로 규정하기 힘들다.‘탈장르’로 규정되는 현대미술의 흐름을 그는 멀티 플레이어적인 작업으로 보여준다. 국립현대미술관이 95년부터 매년 뽑는 ‘올해의 작가’에 30대로는 처음 선정된 정연두는 현대미술의 변화와 흐름을 잘 보여주고 대처하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무형에 의해 지배되는 유형’처럼 현대 미술에서 장르의 경계를 만드는 것 자체가 우습다.”며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확실한 세계가 있다면 어떤 표현매체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 역시 대학에서는 조소를 전공했지만 요즘 주로 사용하는 표현방식은 사진과 비디오다. 정연두는 앞으로 그처럼 작품활동만 하는 한국의 전업작가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전업작가 한 명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한 작가를 공부하고, 응원하는 팬이자 컬렉터가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지금은 대한민국 인구의 겨우 1%가 컬렉터지만, 그 수가 늘어나면 전업작가 시스템도 더욱 탄탄해질 것으로 보인다. 작가들은 일회성이 아닌 꾸준한 작업태도를 견지할 수 있고, 컬렉터층도 극소수의 부유층이 아닌 개미군단으로 넓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궁지 몰린 ‘아베 내각’

    |도쿄 박홍기특파원|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내각이 오는 29일 치러질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아카기 노리히코(48) 농림수산상의 ‘정치자금’이라는 새로운 악재에 부딪혔다.지난 3일 원폭투하 정당화 발언으로 사임한 규마 후미오 방위상의 사태가 채 수습되지도 않은 상황에 불거진 만큼 정치적 타격도 훨씬 클 듯싶다. 더욱이 지난 5월29일 ‘정치자금’에 연루돼 자살한 마쓰오카 도시카스 전 농수상의 후임으로 지난달 1일에야 입각한 탓에 내각과 자민당은 더욱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민주당을 비롯, 야당 4당은 “명백히 부적절한 처리인 만큼 파면시켜야 한다.”며 일제히 공세에 나섰다. 선거 쟁점으로 삼을 방침도 분명히 했다. 아카기 농수상의 문제는 지난 7일 처음 부각됐다. 아카기 농수상은 2005년까지 지난 10년 동안 자신의 정치후원단체가 본가에 사무실을 둔 것처럼 꾸며 인건비·전기료 등 불투명한 운영비 1억엔(약 7억 5000만원) 정도를 허위로 책정, 지출한 의혹을 사고 있다. 또 다른 후원단체는 도쿄의 처갓집에 사무실을 설치한 것처럼 가장, 해마다 100만엔 정도의 운영비를 썼다는 것이다. 아카기 농수상은 이와 관련,“(농수상을 지낸) 조부 때부터 사무실로 이용해온 곳으로 허위로 계상한 것이 아니다.”라며 적극 해명했지만 입증할 만한 자료를 제시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도 8일 아침 후지TV에 출연,“확실하게 설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카기 농수상을 옹호하며 야당측의 주장을 일축했다. 반면 야당들은 “아카기 농수상의 설명은 구체성이 부족하다.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아베 총리가 아카기 농수상을 파면하거나 농수상 스스로 사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hkpark@seoul.co.kr
  • [시론] 올바른 성과임금제도로 가는 길/신은종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

    [시론] 올바른 성과임금제도로 가는 길/신은종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

    성과임금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기업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이달부터 시행된 비정규직 관련법 때문이다. 새 법이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임금차별을 금지하자, 기업들은 차별시비로부터 벗어나고 비용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성과급을 확대하거나 직무급을 도입하는 식으로 임금제도를 손질하고 있다. 가령 우리은행은 비정규직 31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대신 개별성과급을 통해 노동의 질에 따라 임금에 차이를 두기로 했다. 대형 유통업체들도 직무가치에 따라 보상을 달리하는 직무급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성과임금제도는 주로 미국에서 발달했으나,1990년대 이후에는 연공임금이 주를 이뤘던 우리나라나 일본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버블붕괴 이후 장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성과임금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성과임금제도를 도입한 기업은 1999년 17.7%에 불과했으나 2005년 40.9%로 두배 이상 증가했다.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대 중반 이후 신인사제도의 확산으로 성과임금 도입이 늘기 시작해, 현재 32.1%의 기업이 연봉제나 성과급제를 실시하고 있다. 성과임금의 확산은 연공임금의 배경이 된 고성장과 장기고용이 불가능해지면서 이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령화의 진전으로 인건비 상승 압박이 더해지자 확산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성과임금제도는 연공이나 능력보다는 실제로 나타난 성과나 업적에 따라 보상에 차이를 두는 제도다. 가장 큰 장점은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 준다는 점이다. 동기부여 효과가 커 근로자들의 직무만족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건강한 경쟁문화는 창의를 높이고 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킨다. 또한 업적에 따라 보상이 이뤄짐으로써 임금제도의 공정성도 높인다. 그러나 잘못 운용될 경우 부정적 효과도 있다. 근로자들의 경쟁이 합리적 수준을 넘어 갈등으로 치닫기도 하고,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평등주의가 발달한 문화권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증폭시켜 생산성을 저해하기도 한다. 성과임금제도는 양날의 칼과 같다. 성과임금제도가 제구실을 하려면 과학적 평가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가 선행돼야 성과임금제도가 갖는 장점이 발휘될 수 있고, 근로자나 노동조합의 자발적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 특히 인사관리시스템의 선진화가 함께 이뤄져야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근로자들이 성과를 높일 수 있도록 인적자원개발 투자가 병행돼야 하며, 경력개발 기회도 충분히 주어져야 한다. 경쟁에서 탈락한 근로자들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그들이 부족함을 채워 회사의 가치 성장에 기여할 수 있게 훈련기회가 제공돼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노사가 인식을 새로이 해야 한다. 근로자와 노동조합은 성과임금의 확산이라는 시대적 요구와 불가피성을 인정해야 한다. 기업은 지속가능성장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제시해 근로자들의 자발적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성과임금을 단순한 인건비 절감책으로 보는 좁은 안목에서 벗어나야 한다. 성과임금에 대해 근로자들이 불편해하는 이유는 성과주의의 근본가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비전이 없기 때문이다. 남이 하니 나도 한다는 식의 어설픈 추종전략도 금물이다. 기업의 성장과 고용안정에 대한 명확한 철학을 보인다면 성과임금은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지점이 될 것이다. 신은종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
  • [한국인 13명 탄 ‘캄’ 전세기 추락] “금실 좋았는데…” 가족들 ‘망연자실’

    [한국인 13명 탄 ‘캄’ 전세기 추락] “금실 좋았는데…” 가족들 ‘망연자실’

    25일 캄보디아 시엠레압 공항을 출발한 뒤 50여분 만에 추락한 AN-24기에는 유독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이 많아 국내에 남은 가족과 지인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쌍둥이 한명 처가에 맡겨두고 가 탑승자 명단에 조종옥(36·KBS 기자)·윤현숙(34·여) 부부와 윤후(6)군, 돌도 지나지 않은 윤민군 등 일가족 4명이 탑승했다는 소식을 접한 KBS 보도본부 동료들은 “정말 사실이 아닐 거야.”란 말로 사고를 애써 믿으려 하지 않았다. 조 기자는 지난해 말 아들 쌍둥이를 낳아 축하를 받았고, 그동안 고생도 많이 했기에 모처럼 가족끼리 여행을 잘 다녀오라고 했던 동료들의 안타까움은 더욱 컸다. 태어날 때부터 외가에 맡겼던 또다른 쌍동이 윤하군은 장인 내외가 맡아주어 사고를 피했다. 조 기자의 대구 본가에서는 사고 소식을 듣고 망연자실한 상황에서도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아버지 조한기씨는 “믿기지 않는다.9개월짜리 윤하를 처가에 맡겨두고 휴가차 캄보디아로 간다고 했다.”고 말했다. 특히 KBS는 1997년 8월 KAL기의 괌 추락 사고로 홍성현 당시 보도국장을 잃었던 터라 더 충격이 컸다. 경기 부천시에 살고 있는 장인 윤창도씨도 “결혼 8년만에 휴가를 내 처음 해외여행을 간다고 막내를 맡겨두고 갔다.”며 사고 소식을 믿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윤씨는 “금실이 좋은 부부였는데 무슨 청천벽력이냐.”며 허공만 바라보았다. ●방학 맞아 온 가족 앙코르와트로 이번 사고로 일가족 4명이 실종된 이충원(47)씨의 경기 용인시 상현동 아파트에는 이웃 주민들과 이씨 자녀 친구들이 방문,“이씨 가족이 변을 당한 것이 맞냐.”고 취재진에게 진위를 되물으며 당혹했다. 이씨의 한 이웃 주민은 “아저씨가 사업을 해 부부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 여행도 다니고 사이가 좋았어요. 신앙심도 깊었던 분들인데 이국에서 변을 당하다니….”라며 안타까워했다. 또 “이씨 부부의 자녀 정민(16·여)이와 준기(15)는 충북 음성에서 기독교계 대안학교(글로벌비전 크리스천 스쿨)에 다녔는데 1주일 전 방학을 해 온 가족이 앙코르와트를 보러 간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씨 집을 찾은 정민양의 친구 강태현(16)군은 “소현중학교를 1학년 때부터 함께 다니다가 정민이가 중3때 전학을 간 뒤 싸이월드를 통해 새로 사귄 친구이야기나 공부가 어렵다는 얘기를 했었다.”면서 “항상 쾌활하고 발랄한 친구였다.”고 말했다. ●“함께 가려다 안따라갔는데…” 추락한 전세기에 탑승한 최찬례(49)씨의 남편 박희영(42·사업)씨는 인천 부평구 산곡동 자택에서 “이런 일은 남들한테나 일어나는 일인 줄 알았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는지…. 이럴 줄 알았으면 보내지 않는 건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박씨는 아내와 딸에게 이런 변이 닥쳤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듯 계속 바닥과 천장만 번갈아 쳐다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인근에 사는 형 내외도 비보를 듣고 찾아와 박씨를 위로하며 초조한 표정으로 뉴스를 지켜봤다. 박씨가 마지막으로 아내와 통화한 것은 지난 23일 비행기를 타기 직전이었다고 한다. 대학교 3학년인 둘째 딸 유경씨가 기말 시험을 끝낸 뒤 바람을 쐬고 싶다고 해 모처럼 어머니와 함께 여행을 떠났던 것. 박씨는 “원래 함께 가려 했다가 모녀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내라는 뜻에서 따라가지 않았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박씨는 최씨와의 사이에 1남4녀를 두고 있다. 박씨는 “원래 배낭 여행을 하겠다는 걸 걱정이 돼 만류하고 여행사에서 짜놓은 여행코스를 따라가도록 했는데 이렇게 될 줄 몰랐다.”며 가슴을 쳤다. 그는 “아직 살아 있을 거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김학준 대구 한찬규 용인 윤상돈기자 kimhj@seoul.co.kr
  • 경제의 진실/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지음

    시장체제, 소비자 주권, 노동 찬양, 관료주의, 미래예측…. ‘불확실성의 시대’ 등의 명저를 남긴 현대 자본주의 경제의 도덕적 비판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1908∼2006)가 열거한 현대 자본주의의 사기 행각은 이렇게 끝이 없다. 거대 기업들과 거대 금융기관들은 이처럼 그럴듯한 언사로 시민들을 현혹하면서 사기 행각을 일삼지만 전혀 처벌받지 않는다. 현실과 사회적 통념의 괴리 때문이다. 이런 유의 사기는 사회적 통념상 죄가 되지 않는다. 지난해 4월 타계한 갤브레이스는 마지막까지도 비판적 경제학자로서 현대 자본주의와 거대 기업들의 횡포를 고발하고 있다. 그의 유작 ‘경제의 진실’(이해준 옮김, 장상환 번역감수, 지식의날개 펴냄)은 100쪽이라는 얄팍한 분량, 에세이 형식의 가벼운 문투에도 불구하고 전혀 부족함 없이 몰두하게 만드는 역작이다. 원제는 ‘결백한 사기의 경제학’(The Economics of Innocent Fraud). 그는 거대 기업들의 사기행각을 ‘결백한 사기’로 규정하고 있다. 사기임에 분명하지만 사회적 통념 때문에 죗값을 받지 않는 사기라는 것. 갤브레이스는 미국의 사례를 열거하고 있지만 우리에게도 전혀 낯설지 않다. 시장경제와 기업의 사회공헌 등을 역설해온 전국경제인연합회나 삼성,LG, 현대차,SK 등의 재벌들로서는 감추고 싶었던 치부가 드러나는 것이어서 무척이나 곤혹스러울 법하다. 갤브레이스는 오늘날 자본주의를 시장경제라는 이름으로 바꾸어 부르는 것부터 사기라고 규정한다.‘자본주의’는 마르크스 이래로 자본가의 지배력과 노동자의 종속성을 함축하는 동시에 착취적일 뿐 아니라 자기파괴적이라는 부정적 의미까지 안고 있었다. 그것을 ‘시장체제’라는 그럴듯한 말로 감추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경제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기업의 실체를 감추려는 ‘변장’에 다름아니라는 게 갤브레이스의 생각이다. 기업과 정부가 누누이 강조하는 ‘소비자 주권’ 개념도 현실을 호도하는 사기다. 현실은 기업들이 인기 광고모델을 동원해 소비자의 선택과 주권을 통제하고 있다.‘노동 찬양’은 더욱 극악한 사기행각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먹고 살기 위해 고통을 겪으면서 일할 뿐이고, 부자들은 일하지 않고 우아하게 지내면서도 사회에서 존경(?)과 부러움을 받고 있다. 민간과 공공이 나뉘어 있다고 역설하는 것도 사기다. 실제로는 국가적 행위인 전쟁마저도 민간기업이 수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왜 이같은 사기행각은 처벌받지 않는 것일까. 갤브레이스는 사회적 통념과 회계부정을 꼽고 있다. 공교롭게도 그가 이 책을 쓰고 있던 시절 미국 역사상 최대규모의 회계부정 사건인 ‘엔론 사태’가 발생했다. 이후 회계 투명성에 대한 규제가 한층 강화됐지만 갤브레이스는 ‘사기 시스템’ 자체가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갤브레이스는 경영진이 행사하는 기업권력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죗값을 치르지 않는 사기가 결국에는 기업권력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경제와 정부, 기업 모두에게 돌아온다고 역설한다. 줄기차게 주류 경제학에 비판적 자세를 견지해온 갤브레이스의 마지막 목소리는 우리에게도 큰 교훈을 주고 있다. 장상환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의 기업권력을 지배하고 있는 재벌 문제는 미국보다 더 심각하다.”면서 “이 책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대기업과 재벌총수 권력에 대해 한번 더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줄 것”이라며 일독을 권했다.1만원.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씨줄날줄] 데릴사위/육철수 논설위원

    고대나 중세에나 있을 법한 데릴사위제가 요즘도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는 나라가 일본이다.‘국화와 칼’을 쓴 미국작가 루스 베네딕트의 눈에는 이런 풍습이 꽤나 신기했던 모양이다. 그는 이 책에서 일본의 데릴사위(무코이리)에 대해 자세히 소개했다. 일본에서는 아들이 없는 집안에서 대를 잇기 위해 딸 가운데 하나를 골라 데릴사위를 맞는데, 데릴사위는 본가의 호적에서 말소되고 장인의 성(姓)을 따른다고 한다. 데릴사위는 처가에 들어가서 장인·장모에게 복종해야 할 ‘기리(義理)’가 생기고, 죽으면 처가의 묘지에 묻힌다는 것이다. 데릴사위로 유명한 사람은 다나카 나오키 전 농림수산 부대신(현 자민당 참의원 의원)이다. 그는 총리를 지낸 다나카 가쿠에이의 딸 다나카 마키코 전 외상(현 민주당 중의원 의원)과 1969년 결혼했다. 원래 성은 ‘스즈키’였으나 데릴사위가 되면서 장인의 성인 ‘다나카’로 바뀌었다고 한다. 문제는 일본인들이 중시하는 ‘기리’ 때문에 데릴사위 당사자는 평생 아내한테 기죽고 구속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점이다.“쌀 세 홉만 있으면 데릴사위가 되지 말라.”는 일본 속담은 그 어려움을 잘 대변한다. 어느 결혼정보회사에서 1000억원대 재산가가 딸과 결혼할 데릴사위를 찾는다는 내용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 화제다. 딸은 키 158㎝에 나이(37)는 좀 들었지만 재산이 20억원이고 연봉이 6000만원이라는 사실까지 공개했다. 그런데 재산가의 요청을 토대로 결혼정보회사에서 만든 배필감의 조건이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외모와 가정교육은 기본이고, 종교가 같고 딸처럼 대학원을 나와야 하며, 돈과 자존심을 따지지 말아야 하고, 경제적으로 독립능력이 있어야 하며, 차남이나 막내…. 이런 조건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수백명의 총각들이 줄을 섰다니 꿈도 참 야무지다. 결혼이란 모름지기 사랑이 바탕이고, 두 가정의 문화가 교류하는 것이다. 자녀를 한둘 낳은 세대에서 사위는 아들이고, 며느리는 딸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돈만 눈에 보이고 아내될 사람과 그 가족은 뒷전이면 일찌감치 배필감 자원을 포기하는 게 낫지 않을까.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이젠 포스트 BRICs] (17) 취재기자 방담

    [이젠 포스트 BRICs] (17) 취재기자 방담

    서울신문은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기획물 ‘포스트 브릭스(Post Brics)’를 연재,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칠레 등 신흥국가로 성장하고 있는 8개국을 소개했다. 현장 취재에 나섰던 기자들은 방담을 통해 이제 우리나라도 우리가 최고라는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서로를 인정하고 공생하는 지혜를 익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취재기자들의 방담 내용을 간추린다. -무엇보다 이번 취재는 동남아시아, 남미, 아프리카의 힘이 놀랄 만큼 폭발적으로 늘고 있음을 확인한 계기가 됐습니다. 세계는 이들 ‘이머징 마켓(emerging market)’에 깜짝 놀라고 있고 어떻게 하면 이들 시장을 더 확보할까, 어떻게 투자하고 이들의 부상에 어떻게 대응할까에 머리를 싸매고 있습니다. 기자 스스로 세계 경제와 지구촌 부의 지도를 역동적으로 재편하고 있는 나라들의 변화에 너무 무지했구나 하는 반성도 했습니다. 이번 기획이 이들의 놀라운 성장과 부상을 확인하고 한국경제 활력의 방안을 궁리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취재를 통해 느낀 것은 한국사람들 스스로 좀더 겸손해져야겠다는 것, 그리고 한국에 대한 홍보가 더욱 강화돼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멕시코와 칠레의 경우 한국을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삼성과 LG의 첨단제품을 사면서도 한국이란 나라를 떠올리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그저 LG란 회사, 삼성이란 회사의 물건을 사는 것일 뿐인데도 일부 한국 기업인들은 그들을 한수 아래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카자흐스탄의 대도시는 땅투기하는 한국인들로 넘쳐났습니다. 한국 식당에서 한국인들끼리 즉석에서 거래가 되기도 하더군요. 성공한 한국인은 땅장사 잘한 사람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입니다. 그런 한국인들의 속성을 이용해 “대통령과 친하다, 총리랑 친하다.”면서 한국인에게 접근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습니다. -남아공 한인사회에 나도는 소문중 하나는 움베키 대통령이 한국을 싫어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부통령 시절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괄시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한국인들의 남아공 및 아프리카에 대한 태도와 시각의 일단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인들의 국제사회에서의 매너, 그리고 길게 보고 장기적으로 임하는 자세가 아쉽습니다. ●태국 장관급인사 홀대하다 되레 당해 -우리나라가 겉모습만 따지다가 큰코를 다친 적도 있답니다. 몇 년전 태국 장관급 인사가 우리나라를 방문했다가 공항에서 쫓겨났답니다. 그 인사가 점퍼에 청바지 차림이었는데, 공항에서 불법노동자라고 판단, 입국이 거부된 것이지요. 그후 태국에서 한국기업이 활동하는 데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베트남은 사정이 좀 다릅니다. 베트남에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미국, 일본, 중국보다 훨씬 좋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한국의 경제성장을 매우 부러워하고 아직도 하노이에서는 대우그룹 김우중 전 회장이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LG, 삼성, 포스코, 오리온제과 등이 다른 외국브랜드를 제치고 한국 브랜드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다만 앞으로도 선두를 유지하기 위해선 정부가 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동남아 진출시 우리와 불가분 맞부딪치는 일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일본이 없으면 상상이 안 될 정도로 일본과 엮여 있습니다. 예속이라기보다는 함께 성장한다는 의미가 강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봉제, 원목가공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이제 IT(정보기술)산업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을 원하고 있지만 우리는 저임금으로 원하는 것만 빼먹으려는 게 눈에 보이더군요. 분석적인 접근도 배울 점인 것 같습니다. 제트로(JETRO·일본무역진흥공사)에서 얻은 자료가 코트라나 대사관,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준 자료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자세했습니다. -태국에서는 외국인 소유주식의 지분·의결권을 50% 미만으로 제한하는 외국인 기업법을 개정할 움직임이 있습니다. 이에 JETRO는 태국에 진출한 일본기업 7000여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대다수 기업들은 외국인 기업법이 개정되면 태국에서 사업을 확장하기 어렵다고 응답했습니다. 결국 설문조사로 태국정부에 보이지 않는 압력을 행사한 셈이지요. 반면 우리 기업들은 “외국인 기업법을 개정하지 못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 외에는 별다른 대응 전략이 없더군요. 위기 대처법도 한국과 일본이 상당히 달랐습니다.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려는 현지화의 노력도 중요합니다. 상당수 멕시코인들은 ‘빨리 빨리’로 대표되는 한국인의 스타일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한국인 주재원으로부터 업무와 관련해 채근을 당하면 돌아서서 “인생을 즐길 줄 모르는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혀를 차곤 한답니다. -베트남은 유교권 국가인 데다가 얼핏 한국과 많이 비슷하기 때문에 쉽게 보는 경향이 있지만 베트남 사람만큼 자존심이 강한 사람들도 없습니다. 전쟁의 기억 때문인지 동포애, 민족애도 매우 강합니다. 만만하게 봤다가 큰코다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게 현지인들의 이야기입니다. -한 나라를 접근할 때 한덩어리로 보면 안 됩니다. 종족이 다양하고 소득수준과 성향도 다릅니다. 기업가들은 우리의 사고방식을 그들에게 주입하려고 하기 보다는 이해를 바탕으로 기반을 다지는 작업에 충실해야 할 것입니다. ●외국진출때 위축도 문제지만 과신도 문제 -현지 진출때 해당국 정보가 너무 없어 지레 위축되는 것도 문제이지만 잘 안다고 과신하는 것도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컨대 터키는 한국전 참전국가로, 우리나라와는 ‘형제의 나라’라고 불립니다. 그러다보니 터키 사람들의 ‘선호 외국인 1위’도 한국인이지요. 문제는 한국사람들이 이를 악용, 터키와 터키사람들을 은근히 얕잡아보는 경향이 있다는 겁니다. 사업이든, 이민이든, 별다른 준비도 없이 “형제의 나라인데 (터키에) 가면 어떻게 되겠지.”하며 만만하게 보고 덤빈다는 겁니다. 터키의 한인협회장은 “그러다가 쓴맛을 본 사람들이 부지기수”라며 “그래놓고는 터키의 행정절차가 복잡하다느니, 취업 허가증을 잘 안내준다느니 터키 탓만 한다.”고 혀를 찼습니다. -신기했던 것 중 하나가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가들은 하나같이 수하르토 군부정치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민주화과정은 부정한 채 “옛날엔 군부만 잘 다루면 쉽게 성공했는데….”라면서 옛 군부세력과 결탁해 노조를 억압한다든지, 시대에 뒤떨어진 행동을 하는 겁니다. 그런 면에서 기업가들의 생각은 바뀌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에 취재대상이 됐던 대부분의 국가들은 양극화 현상에 직면해 있었습니다. 우선 빈부격차가 극심했고 교육기회의 불평등도 심각했습니다. 나라가 좀더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현지의 지식인들이 한목소리로 주장하는 것도 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기업이 진출할 때 이런 방식으로 현지 사회 공헌도를 높이는 것이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 차이를 우리 기준으로 볼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민주주의 등 보편화된 가치 방향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한 듯합니다. 짧은 시간 안에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육이나 의료분야에 비정부기구(NGO)를 통해 진출할 필요가 있습니다. 도와주는 한국에 고마워하면서 같이 성장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카자흐스탄에서 고려인협회의 안내를 받아 도서관에 갔더니 ‘한국에서 보내주었다´면서 자랑하듯 책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80년대에나 봤음 직한 책들인 데다 워낙 자료가 빈약해 미안할 정도였습니다. -양극화는 터키에서도 심각한 문제였습니다.CJ의 사료공장이 있는 이네겔을 방문했을 때 건너편 섬유공장의 사장만 해도 자가용 헬기를 두 대나 갖고 있을 만큼 부자들은 돈이 넘쳐납니다. 인구가 7500만명이나 되는 데다 부유층이 이렇듯 확실하다 보니 터키가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오른 거지요. 하지만 중산층이 상대적으로 빈약해 약점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각국의 빈부격차 해소에 도움주길 -카자흐스탄도 대도시를 조금 벗어나면 아스팔트길이 흙길로 변하고 담이 없는 양철지붕집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빈부격차 현상을 보이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20년 가까이 집권 중입니다. 일부에선 부정축재를 많이 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보내고 있는데 현지인에게 ‘왜 대통령을 바꾸지 않느냐?´고 물어보자 “새 사람을 세워서 또 부정한 부를 축적하느니 현재 대통령을 일하게 하는 게 낫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의식이 참 신기했습니다. -맞습니다. 빈부격차보다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더 재밌습니다. 태국에선 에어컨 없는 300원짜리 버스에서부터 3000원짜리 지상철, 더 비싼 택시까지 각자 주머니 사정에 따라 골라 타고 다니는데 이점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없었습니다. 태국인들이 분노할 때는 오로지 국왕을 모독할 때뿐이라고 합니다. -인도네시아는 좀 다릅니다. 수하르토 이후 부정부패와 싸워가며 여러번 정권이 바뀌었습니다. 이런 역사적 배경 때문인지 공공의 문제에 대해서는 엄격하지만 개인적인 문제로 돌아서면 낙관적입니다.30평이 넘는 집에 하인이 먹고 자는 방은 2평 남짓했습니다. 한국인 집 주인이 큰 방을 사용하라고 했지만 스스로 거절을 하더랍니다. -종교의 영향도 큰 것 같습니다. 대부분 동남아는 이슬람국가인데 이들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버는 것을 바람직하게 생각지 않고 부자가 가난한 사람에게 돈을 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고 합니다. 역시 베트남은 좀 다르다는 얘기인데 유교국가인 덕분에 열심히 일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는 의식이 매우 강합니다. 부모들의 뜨거운 교육열은 마치 우리나라 1960∼70년대를 방불케 합니다. 젊은이들은 회사를 다니면서 야간대학, 어학학원을 다니면서 자기개발을 아끼지 않습니다. 이런 부분은 베트남의 성장가능성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터키 등 이슬람국 투자의 가장 큰 애로점은 역시 ‘인샬라(신의 뜻대로)’로 모아지더군요. 투자협상을 진행할 때나, 현지 근로자들을 다룰 때나, 뭔가 일이 꼬이거나 벽에 부딪친다 싶으면 어김없이 이 인샬라를 외치는 통에 복장이 터진다고 합니다. 오죽했으면 터키에서 만난 한 자영업체 한국인 사장이 이슬람권 적응과정은 곧 인샬라 적응과정이라고 했겠습니까. ●이슬람국가선 ‘인샬라(신의 뜻대로)´가 애로점 -아프리카의 경우 가장 특징적인 것은 검은 자본가, 검은 중산층, 검은 기업 등 블랙파워의 빠른 성장과 확산입니다. 시장확보는 물론 전략자원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서도 현지 흑인기업들과 전략적인 제휴관계를 만들어 나갈 때라고 이구동성으로 강조합니다. 눈에 띄게 성장한 블랙파워의 부상은 아프리카 지역뿐 아니라 지구촌 차원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블랙파워의 부상에 어떻게 편승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미국 같은 큰 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을 게 아니라 우리와 가까이 있는 동아시아, 그 다음 큰 나라로 확대해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우리가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으면 합니다. -남아공을 취재하면서 우리 경제, 우리의 생존이 상당 부분 해외에 의존해 있으면서도 이를 절실하게 느끼지 않고 있었구나 하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특히 자원전쟁시대 아프리카의 중요성과, 그 관문이자 교두보인 남아공의 위상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국가적인 장기계획이나 대책이 정말 있기나 하는지 반문하게 됐습니다. -한국의 베트남에 대한 투자가 다른나라를 제치고 올해 1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시장이 개방되면서 각국이 앞다투어 베트남 시장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이미 보이고 있습니다. 현지 기업인들이 베트남을 ‘엘도라도(황금의 나라)’라고 칭송하면서 우르르 몰려오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기회의 땅인 것은 맞지만 시장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열려 있는 만큼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이라는 얘기였습니다. -포스트 브릭스(Post Brics) 국가들의 성장은 장기적으로 한국의 경쟁상대들이 늘어난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경계해야 할 대상이기도 합니다. 어느새 급속도로 성장해 한국을 일본과의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처럼 만든 중국의 예에서도 분명히 나타납니다. 해당 국가들이 어떤 방향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발전노력을 기울이는지를 면밀히 분석해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이를테면 칠레의 경우 핀란드를 모델로 해서 IT 생명공학(BT)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특히 네트워크 연동기술은 이미 상당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들과 경쟁관계가 되든 협력관계가 되든 상대국가들의 발전모델을 우리나라의 이익에 어떻게 접목시킬지에 대한 분석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잔인한 혼수전쟁

    “결혼 날짜를 잡아 놓고 무리한 혼수 때문에 아예 혼사를 깨버리는 집안들이 비일비재한 것이 현실이다. 거의 수습이 어려울 정도로 망가져 버린 우리의 흉한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려고 한다.” (2003년 김수현 극본 추석특집 드라마 ‘혼수’의 기획 의도 중에서) 사랑만 있으면 살 것 같은 예비 부부들에게 ‘혼수’는 결혼이라는 산봉우리에 오르기 위한 마지막 걸림돌 구실을 한다. 결혼 당사자들끼리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집안간의 갈등 문제로 비화될 경우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혼수’는 드라마의 주요 갈등 소재로 단골처럼 등장한다. 결혼을 하지 않은 남녀들에게는 식상하기 짝이 없는 뻔한 설정으로 치부되지만 막상 닥치고 보면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혼수로 인한 온갖 우여곡절 끝에 결혼에 골인한 여성과 남성들한테서 혼수에 얽힌 속앓이를 들어봤다. ●‘과도한 혼수는 남자도 괴롭힌다’ “부모님이 원하는 것은 과도한 혼수가 아니라 정성인데….” 중소기업에 다니는 결혼 4년차 김모(32)씨는 맞벌이를 하는 아내가 원하지 않아 아직 아기가 없다. 어머니는 결혼 때부터 장남인 김씨 부부에게 손자를 간절히 원했다. 그런데 정작 김씨가 아내에게 아기를 갖자고 밀어붙이지 못하는 이유는 혼수를 너무 많이 받아서라고 한다. 아내는 고급 승용차에 밍크코트까지 혼수로 해왔다. 아기 문제로 부부 싸움을 할 때면 아내는 “내가 남들처럼 혼수를 적게 했느냐, 아니면 부모님 보약을 안 해 드렸냐.”며 따진다고 한다. 김씨는 “결혼 전에 어머니는 과도한 혼수가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말씀하셨는데 좋아서 덥석 받은 것이 후회스럽다.”고 전했다. 중소기업 영업부에서 근무하는 양모(27)씨는 신부측에서 보내온 예단비 500만원 때문에 맘고생을 했다. 보통 예단비의 절반을 처가로 돌려보내는 것이 관례인데 처가에서 돈 액수에 대해 짝수가 아닌 홀수로 돌아오는 것이 관습이라고 말한 것이다. 하지만 양씨 어머니는 가족이 많은 형편상 200만원 이상 보낼 수 없다고 하셨고, 속앓이를 하던 그는 결국 자신의 돈 100만원을 보탰다. 양씨는 “남자의 입장에서 처가에 우리집을 능력 있게 보이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결혼한 지 1년이 지났는데 아직 아무도 이 사실을 모른다.”고 말했다. 또 “여자와 달리 남자는 혼수 문제에 대해 상담할 곳이 전혀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고시를 준비하다가 대기업에 들어간 지 6개월 만인 지난 3월 결혼식을 올린 송모(33)씨는 “자신을 너무 대단하다고 믿으시는 어머니 때문에 고민”이라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아내는 4년 고시준비기간 동안 늘 옆에서 힘이 돼 주고 실패해 좌절하던 자신에게 ‘다른 길이면 어떠냐.’며 취업 준비까지 도와준 둘도 없이 고마운 사람이다. 하지만 결혼 준비가 시작되면서 어머니는 자신이 고시에서 떨어진 이유를 아내에게 돌리며 불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고의 명문대를 나온 아들이 혼수도 많이 못 받고 결혼한다며 안타까워하셨다. 송씨는 “오히려 나와 결혼하기에는 아까운 여자라고 말해도 어머니께서는 도리어 네가 최고인데 무슨 소리냐며 역정을 내신다.”면서 “아내와 어머니 사이에서 맘고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혼수 문제 ‘사전 조율로 대처하라’ 대기업에 다니는 이모(31)씨는 “아내와 어머니 그리고 장모님은 서로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관계지만 사전 조율만 잘하면 혼수 문제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씨는 평소 아버지의 완고함을 아는지라 결혼준비 중 혼수문제로 얼굴이 붉어질 것을 예상하고, 자신의 돈 300만원으로 전자 제품의 일부를 사서 나중에 혼수로 가져오라며 처가에 드렸다. 그리고 지방에서 올라오시는 본가 손님들을 위해 버스 대여 비용을 대줄 것을 부탁했다. 다음은 아버지를 뵙고, 처가에서 알아서 본가의 손님들을 대접한다고 하니 우리도 양보할 것은 양보하자고 권했다. 그 결과 양쪽집이 알아서 서로를 배려하게 됐고, 결국 처가에서 결혼식 비용 일체를 지불하겠다고 나섰다. 그는 “혼수는 알고 보면 돈 문제가 아니라 자존심의 문제인 것 같다.”면서 “한번쯤 상대측이 우리 편을 대우해 준다는 느낌을 받으면 서로 더 많은 배려를 하는 선순환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출판사에 다니는 이모(30)씨는 부부가 합의하여 모든 혼수 과정을 생략해 문제가 전혀 없었다. 연애를 하는 5년 동안 부모님께 계속 ‘서로 형편을 뻔히 아니 전세를 얻는 데 모든 돈을 넣고 싶다.’고 자신들의 뜻을 말씀드렸다. 처음에는 의아해하시던 부모님도 이곳 저곳 할인점 등을 돌아다니며 한푼 두푼 아끼는 자식을 보면서 마음이 달라졌다. 이씨는 “요즘 실속 있는 결혼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널리 퍼진 ‘트렌드’”라면서 “부모님께서 전셋집에 좋은 세간살이가 있어봤자 2년에 한번씩 이사하다가 망가지기 일쑤라며 우리를 이해해주셨다.”고 전했다. 또 “과도한 혼수로 인해 파경에 이르는 커플에 대한 소문은 있지만 주위에서 실제로 본 적은 없다.”면서 “내 주변에는 부부가 한 통장에 돈을 모아 함께 혼수를 장만하러 다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아내와 함께 유학준비 중인 장모(30)씨는 오히려 처가에 예단비를 드렸다. 물론 부모의 허락을 얻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주위 친구들이 겪는 혼수 문제를 말씀드리면서 자신은 딸을 곱게 키워 보내주시는 장인·장모에게 오히려 옷 한 벌 해드리고 싶다고 졸랐다. 부모님은 결국 ‘형수들에게 예단은 받을 만큼 받았으니 4형제 중 막내아들 결혼은 다르게 해보자.’며 승낙하셨다. 장씨는 500만원을 마련해 처가에 보냈고, 처가에서는 그 중 300만원을 돌려보냈다. 장씨는 “예단이나 혼수를 굳어진 전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쉽게 보면 배우자를 잘 길러 주셔서 감사하다는 표현이 예단이고, 같이 살 물건을 마련하는 것이 혼수”라면서 “감사의 뜻을 표현함에 남녀가 다를 것이 없고, 혼수를 마련하는 데는 힘을 합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무리한 요구에 스트레스 ‘팍팍’ 결혼 7년차 주부 경모(35)씨는 결혼 당시 시부모가 ‘1억원짜리 아파트를 사주겠다.’고 해서 친구들로부터 부러움을 샀다. 그런데 시부모는 아파트 한 채로 온갖 위세를 부렸다. 예단비로 1000만원을 요구했다. 보통 예단비에서 많게는 절반, 적게는 30∼40%를 돌려주는 게 관례다. 경씨도 시부모가 그렇게 할 줄 알았지만 시부모는 한 푼도 돌려주지 않았다. 그래도 친정이나 경씨는 1억원짜리 집을 사준다는 생각에 꾹 참고 넘어갔지만 알고 보니 5000만원은 남편 명의로 대출받은 돈이었다. 경씨는 “시부모님이 이자만 내고 있으면 1년 있다 원금을 전부 갚아주겠다고 했지만 결국은 우리 부부가 고스란히 갚았다.”면서 “시부모님 마음도 이해는 가지만 과도한 혼수를 요구받았다는 생각은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다.”면서 허탈해했다. 결혼 5년차인 양모(35)씨는 결혼할 당시 남편은 실직 상태였다. 결혼 자금이 한참 모자라 별 수 없이 결혼하면 시댁 옥탑방에 들어가 살기로 했다. 주변에서는 반대가 심했지만 양씨는 사랑 하나만 믿고 결혼을 약속했다. 신접 살림을 차리려니 준비할 게 많았다. 시어머니와 의논해서 가전제품, 가구, 그릇 등을 모두 샀다. 그런데 양씨가 혼수로 사간 C그릇세트에 대해 시어머니 말씀이 양씨에게 두고 두고 상처를 줬다. “‘애들 소꿉장난도 아니고, 품위도 없는 이런 그릇을 사왔느냐.’며 대놓고 면박을 주더라고요. 당신 아들 능력 없어서 옥탑방에서 신혼살림 시작하는 형편은 생각 안 하고 그릇 가지고 그렇게 구박을 하시니 제 기분이 어떻겠어요.” 황모(34)씨는 백화점에서 일하는 친구 덕분에 시부모에게 드릴 반상기 세트와 이불 세트를 유명회사 제품으로 저렴하게 살 수 있었다. 그런데도 시어머니는 그게 마음에 안 드셨다고 한다. “시어머니는 특정 회사를 거론하면서 이불 세트와 반상기 세트를 그걸로 바꿔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예단이라는 건 양가가 서로 예의로 주고받는 선물 아닌가요. 친정에선 남편쪽 예물에 아무 말이 없는데 시어머니는 왜 이것저것 바라는 게 많은 걸까요.” 아들을 둔 황씨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나도 나중에 우리 아들이 결혼한다고 하면 그때 우리 시어머니처럼 될까.” 지난달 결혼한 새색시 장모(28)씨는 결혼 준비를 시작할 때 시어머니에게 “이불이나 예단은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면서 의견을 구했다. 시어머니는 대뜸 “나는 그런 거 신경 안 쓴다. 너 알아서 해와라.”고 말했고, 장씨는 그 얘길 듣고 젊은 시어머니라 역시 다르구나 싶어 친정 엄마에게 자랑까지 했다고 했다. 그러나 일주일 후 시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이불은 무슨 무슨 색으로 한다. 재료는 비단을 써야 한다. 반상기는 칠첩반상으로 해야 하고….” 장씨는 “친정 엄마가 그 얘길 듣고는 ‘어련히 다 알아서 할까.’라며 불쾌해하셨다.”면서 “처음엔 안 그럴 것처럼 그러시다가 나중에 달라지니까 더 당황스러웠다.”고 털어놨다. ●힘들고 어려울 때 ‘남편’은 ‘남의 편’ 유모(40)씨는 “시어머니가 50만∼60만원 하는 열돈짜리 금팔찌, 유명 브랜드 이불세트 하는 식으로 이것저것 요구하니까 나도 자꾸 계산을 하게 됐다.”면서 “처음엔 예물을 조금만 하려 했지만 나중에는 ‘나도 남들 하는 만큼 예물을 받아야겠다.’고 남편에게 말했다.”고 한다. 그러자 남편은 “당신은 항상 이렇게 계산적이냐. 결혼하는 데까지 이렇게 주판을 튕겨야겠느냐.”며 유씨를 몰아붙였다. “정작 자기 어머니가 장래 며느리될 사람에게 그렇게 주판알을 튕기는 것에 대해서는 모른 척하면서 나한테 그런 얘길 하는 걸 보고 기가 막히더라고요.” 나모(34)씨는 혼수를 비롯해 결혼과 관련해 신부쪽에서 해야 할 중요한 문제를 다 자기가 결정해 친정부모에게 양해를 구했다. 친정 부모도 나씨 뜻을 다 받아줬다. 그런데 남편과 결정한 문제가 사사건건 시부모 간섭을 받았다. 남편은 나씨와 협의한 다음에는 시부모 허락을 받아놨다고 말했다. 하지만 며칠만 지나면 시어머니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남편과 자신이 결정한 것을 밥먹듯 뒤집어 버렸다. 나씨는 “사전에 혼수문제로 분란 생기지 않게 각자 자기집안을 잘 챙기기로 했는데 남편은 그걸 제대로 못해 사사건건 시어머니 간섭을 받게 됐다.”면서 “한마디로 혼수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그 잘난 남편은 ‘없었다.’”고 털어놨다. 결혼 3년차 김모(34)씨는 “정도 차이가 있을 뿐이지 텔레비전 드라마에 나오는 다소 과장돼 보이는 ‘혼수’ 얘기가 여자들에겐 남 얘기가 아니다.”면서 “결혼 전에 혼수에 대해 친정 부모님, 시부모님 등의 의견을 미리 들어 본 뒤 남편과 함께 원만한 해결 방법을 상의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한국기업 매력적… 추가투자 검토”

    ‘투자의 귀재’‘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76) 버그셔 해서웨이 회장이 “한국 기업은 여전히 매력적”이라며 한국 시장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버핏은 5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연례 주주총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현재 포스코와 대한제분을 비롯해 한국 주식 20종목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 그는 한국 기업을 추가로 매수하기 위해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버핏은 또 버크셔의 최고투자책임자(CIO) 후계자 공모에 600∼700여명이 신청서를 냈다며 이중 3∼4명을 고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버핏은 최근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버크셔의 보험 사업과 관련해 “보험 수입이 낮아지는 추세에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면서 “자연재해 발생으로 우리는 많은 보험금을 지급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버크셔의 주택건설 사업도 미 주택경기 하강 속에 둔화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며 다만 최근 불거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의 문제가 미 경제 전반을 위축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버크셔 주총에서는 수단 다르푸르 대학살 사태와 관련, 수단에 투자하고 있는 중국 석유회사 페트로차이나에 대한 투자분 33억 1000만달러를 회수하라는 제안이 표결에 부쳐졌으나 압도적 표차로 부결됐다. 지난해 말 현재 버크셔의 페트로차이나 지분은 1.3%로 외국인 주주 가운데 최대 규모다. 주총장에서는 또 2명의 주주가 버크셔에 환경을 해친다며 댐 2곳을 파괴하라고 요구해 눈길을 끌었다. 주총에는 버크셔의 이사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을 비롯해 2만 70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버핏은 버크셔 연례 주총 행사를 지난 1960년대 말 열린 우드스톡 페스티벌의 이름을 따 ‘자본가들을 위한 우드스톡’ 축제라고 부른다.이순녀기자 연합뉴스 coral@seoul.co.kr
  • 경제지표·제도 현실 반영 못한다

    #1:가구당 사교육비 월 14만원? 한달 사교육비로 가구당 14만원을 쓴다고요. 누가 그런 소리를 합니까. 유치원생 1명만 있어도 20만원은 더 쓰는데.(경기도 용인시 주부) #2:사치품에 물리는 특소세 車에? 자동차가 사치성 품목입니까. 특별소비세를 왜 물리나요. 정부가 쉽게 세금을 걷겠다는 생각은 지워야 합니다.(서울 송파구 30대 회사원) #3:어음 안쓰는데 어음부도율? 어음을 쓰지 않는데 어음부도율이 무슨 의미가 있나요. 체감경기와 어음부도율은 따로 노는 것 아닙니까.(서울 신당동 중소기업 대표) ●사교육비·주택보급률 통계는 시장 왜곡 현실과 동떨어진 경제 지표나 제도들이 아직도 주요 통계나 정책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사치성 품목이나 소비억제 차원에서 1970년대에 도입된 특별소비세나 인터넷 시대를 예측하지 못한 어음부도율 등이 대표적이다. 사교육비 통계와 주택보급률은 시장을 왜곡시켜 정책 혼선을 부추길 수 있다. 23일 관련부처에 따르면 통계청이 발표하는 교육비 가운데 학원·개인교습비 등 사교육비 지출은 지난해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14만원으로 조사됐다. 도시근로자 가구는 가구주가 임금근로자인 2인 이상 가구를 뜻한다. 따라서 자녀가 성장해 교육비가 전혀 들지 않는 가구는 많지 않다. 다만 자녀가 없는 가구는 있을 수 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표본가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사교육비 내역을 그대로 밝히는 가구는 거의 없다.”면서 “사교육비 통계는 과소평가됐다.”고 인정했다. 때문에 통계청도 9월부터는 조사 대상을 가구에서 초·중·고생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원비나 개인과외비가 세원에 포착되지 않는 한 사교육비 조사는 ‘수박 겉핥기’로 끝날 수밖에 없다. 특소세의 경우 주무부처인 재경부내에서조차 의견이 엇갈린다. 한 관계자는 “교통혼잡이나 대기오염 등을 감안해 자동차와 유류 등에 특소세를 부과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다른 관계자는 “호화 사치품의 개념이 주관적인데다 소득 2만달러인 시대에 맞지 않기 때문에 폐지하고 부가가치세나 개별 소비세제로 대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車 특소세´ 재경부내부도 “불가피” vs “폐지” 정부도 특소세 개편에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세수의 중립적 차원에서 다른 세원을 찾을 때까지는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행정 편의적 발상이다. 특소세는 현재 녹용·향수·보석·귀금속·고급사진기·고급시계·승용차 등 12개 품목과 휘발유 등 유류, 경마장·골프장·카지노·유흥업소 등에 부과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어음부도율도 전자결제방식이 보급됨에 따라 유명무실해졌다. 어음부도율은 과거 경기의 흐름을 파악하는 주요 지표로 당좌거래정지업체를 기준으로 작성된다. 하지만 어음거래가 급격히 주는데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대기업의 부도는 사실상 사라졌다. 숙박·음식업 등 자영업체도 어음을 쓰지 않아 어음부도율은 중견기업의 경기동향만 반영하는 ‘반쪽 지표’다. 실제 지난 3월 어음부도율은 0.01%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이는 전자결제방식으로 ‘사실상 부도’가 ‘연체’로 처리됐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해 부도처리된 서비스업체 2529개 가운데 음식·숙박업체가 19개에 그친 것은 비현실적이다. ●전자결제 보편화… 어음부도율 유명유실 건설교통부가 발표해 온 주택보급률 역시 실상을 부풀린 대표적 지표이다. 주택보급률은 전국의 주택 수를 가구 수로 나눈 비율이다. 하지만 분모인 가구 수 가운데 외국인 가구와 1인 가구 등은 제외됐다. 지난해 1인 가구가 500만을 넘은 것을 감안하면 주택보급률이 5% 이상 높아진 셈이다. 정부가 주택공급을 게을리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때문에 정부는 ‘1000명당 주택수’를 주요지표로 쓰겠다고 밝혔지만 뒤늦은 감이 있다. 정부가 소주세율을 높이기 위해 주장했던 ‘고도주 고세율, 저도주 저세율’ 논리도 억지라는 지적이다. 그동안 맥주가 부유층이 먹는 주류라 해서 세금을 많이 물렸는데 맥주업계 반발로 세율을 낮추면서 세수에 구멍이 생기자 알코올 도수가 높은 소주 등의 세율을 올리려 했다는 것. 정부 관계자는 “도수와 관계없이 술을 많이 마시면 건강에 나쁜데 마치 저도주는 괜찮다는 인상을 심어줬다.”고 말해 문제점을 시인했다. 백문일 이영표기자 mip@seoul.co.kr
  • 車 ‘그들만의 선택’ 이유있네

    車 ‘그들만의 선택’ 이유있네

    쏘나타 3.3과 그랜저 2.7이 있다면? 3.3은 배기량 3300㏄,2.7은 2700㏄를 말한다. 쏘나타는 중형, 그랜저는 대형이다. 가격은 쏘나타 3.3이 3348만원(선택사양 제외).‘형님’격인 그랜저(2.4,2.7)보다 오히려 비싸다. 이 때문에 대개는 그랜저 2.7을 선택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반문할지도 모른다.“그 돈이면 그랜저 2.7을 사거나 좀 더 보태서 그랜저 3.3을 사지 누가 쏘나타를 사나.” 하지만 그런 사람이 있다. 물론 많지는 않다. 그러나 엄연히 존재한다.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4명이 그런 선택을 했다. 왜? ●그랜저급 쏘나타 3.3 올 4대 판매 22일 현대차의 ‘차종별 고(高)배기량 판매현황’ 자료에 따르면 ‘중형 아닌 중형’ 쏘나타 3.3은 지난해 23대 팔렸다. 전체 쏘나타 판매량(9만 8372대)의 0.02%다.1만명 중에 2명이 선택했다는 얘기다. 쏘나타는 2.0,2.4,3.3 세 가지 모델로 출시된다. 올 들어서는 3월말까지 그랜저급 쏘나타 3.3이 4대 팔렸다. 에쿠스급 그랜저도 있다. 그랜저 2.4,2.7,3.3,3.8 네 가지 모델 중 3.8을 선택한 고객은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158명. 전체 판매량(1만 9435대)의 0.81%다. 기본가격은 4059만원. 역시 이 돈이면 초대형급 에쿠스 3.3을 넘볼 수 있다. 지난해에는 1050대나 나갔다. 쏘나타급 아반떼 2.0도 같은 기간 55대(0.19%)가 팔렸다. 차값이 2000만원에 육박한다. 2.0과 2.7 두 가지 모델이 있는 투스카니는 100명 중 7명가량(7.44%)이 2.7을 선택했다. ●성능 중시 등 4가지 고객 유형 현대차는 이들 고객을 크게 네 가지로 분류했다. 첫번째 유형은 ‘폼보다 내실을 따지는 성능파’다. 배기량이 높으면 동급 차종에서는 힘과 성능이 좋을 수밖에 없다. 예컨대 아반떼 2.0은 중형 이상 고급차에만 적용되는 차체자세 제어장치(VDC)를 달았다. 준중형급으로는 최초다. 쏘나타 3.3은 그랜저나 에쿠스에 들어가는 람다 엔진을 얹었다. 유난히 큰 차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대다수 소비자들의 눈높이에서 보면 ‘튀는’ 소비자들이다. 이들에게 ‘동가홍상(同價紅裳·같은 값이면 다홍치마)’이란 말은 통하지 않는다. 두번째 유형은 ‘정말로 그 차를 사랑하는 마니아’들이다. 가격과 관계없이 디자인이나 성능 등을 따져 그 차만을 고집하는 계층이다. 중고차라도 무조건 큰 차부터 찾고 보는 ‘폼생폼사족’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그랜저 3.8을 산 고객 중 적지 않은 이가 “에쿠스의 둔탁한 느낌이 싫어서”라고 그랜저 선택 이유를 밝혔다. 세번째 유형은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다. 체면을 중시하는 우리나라 소비자와 달리 외국인들은 각자의 취향이나 용도를 중요한 구매 잣대로 삼는 편이다. 네번째 유형은 ‘직위를 감안해 차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기업체 임원들’이다. 아무리 좋은 차를 타고 싶어도 사장이나 직속 상사보다는 한 급 아래 차종을 선택하는 게 기업체 임원들의 관례다. 현대차 관계자는 “어찌보면 틈새 모델을 선택하는 고객이야말로 로열티(충성심)가 가장 강할 수 있다.”며 “수요가 적더라도 이들 모델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라고 전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앞으로 30년간 세상에 무슨일이 생길까?

    앞으로 30년간 세상에 무슨일이 생길까?

    “앞으로 30년 내에 중산층이 칼 마르크스가 주창한 ‘계급 혁명’을 주도할 새로운 주도 세력으로 떠오를 것이다.” 영국 국방부가 자본가 계급에 대항한 프롤레타리아(노동자 계급)의 혁명이 중산층으로부터 재점화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아 주목받고 있다. 영 가디언 인터넷판은 9일 국방부 산하기관인 ‘발전, 구상&독트린센터(DCDC)’가 ‘2007-2036년 세계 전략 경향’ 보고서에서 ‘마르크스주의의 부활’을 예고했다고 소개했다.DCDC는 미래 국방 전략을 연구하는 산하 기관이다. DCDC는 보고서에서 2035년 세계 인구가 85억명에 이르며 중동 지역은 같은 기간 132%,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의 인구는 13억명으로 81%나 급증한다고 추산했다.2010년이면 세계 인구의 50%가 도시에 거주하고 2035년까지 도시 인구가 60%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반도는 30년 이내에 북한 붕괴로 통일 시대를 맞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테러 혐의자, 주요 범죄자의 두뇌에 무선 ‘정보 칩’을 이식하는 기술이 본격적으로 선보인다. 이슬람 무장단체뿐 아니라 극단적인 환경주의자, 초국가주의자(Ultra-nationalist)가 결집된 ‘테러 연합’이 등장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조선후기 신지식인 한양의 中人들] (14) 서예가 마성린의 일생

    [조선후기 신지식인 한양의 中人들] (14) 서예가 마성린의 일생

    임준원과 홍세태, 유찬홍 등의 낙사(洛社) 동인들 이후에도 인왕산과 필운대는 여전히 중인문화의 중심지였다. 위항시인들이 대개 한양성의 서쪽 인왕산에 많이 모여 서사(西社)라는 이름을 썼지만, 고유명사라기보다는 막연한 지칭이다. 최윤창이 ‘이른 봄 서사에서 두보 시에 차운하여(早春西社次杜詩韻)’라는 시에서 “백사에 한가한 사람들이 있어/술을 가지고 와서 안부를 묻네.”라고 한 것처럼 백사(白社)라는 이름을 즐겨 썼다. 최윤창이 지은 시 ‘서사에서 주인 엄숙일에게 지어주다(西社贈主人嚴叔一)’라는 시를 보면, 명필 엄한붕의 아들인 엄계흥의 집에서 한동안 서사가 모였음을 알 수 있다. 지금 그 집터는 없어지고, 필운대 옆의 누상동 활터에 엄한붕이 ‘백호정(白虎亭)´이라고 쓴 글씨만 바위에 새겨져 있다. ●중인의 일대기 평생우락총록(平生憂樂總錄) 백사의 동인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자 모임의 장소가 자연히 김성달의 함취원(涵翠園)으로 바뀌면서 구로회(九老會)로 발전하였다. 마성린(馬聖麟·1727∼1798)과 최윤창·김순간을 중심으로 한 이 모임도 주로 인왕산에서 모였다. 마성린은 대대로 호조와 내수사의 아전을 해오던 집안에 태어나, 넉넉한 살림으로 위항시인들의 후원자가 되었다. 그의 문집인 ‘안화당사집(安和堂私集)’ 뒷부분에는 그 자신이 엮은 연보 ‘평생우락총록(平生憂樂總錄)’이 실려 있어 보기 드물게 위항시인의 생장지와 교육, 교유관계, 모임터를 찾아볼 수 있다. 마성린은 1727년 3월28일 서울 황화방 대정동(大貞洞·지금의 중구 정동) 외가에서 태어나, 외가와 두석동 본가 및 다방동 외종가를 다니면서 자랐다.11세에 동네 친구인 김순간·정택주 등과 함께 인왕산 누각동 김첨지 집에서 글을 배웠다.12세에는 김팽령·원덕홍과 함께 두석동 고동지 집에서 글을 읽었다. 이즈음 문덕겸·최윤벽·최윤창·김순간·김봉현 등의 중인 자제들과 더불어 글을 지으며 놀았다. 이들은 평생 글친구가 되었으며, 나중에 백사와 구로회의 동인이 되었다. 15세에는 첨지 한성만의 여섯째 딸과 혼인한 뒤에 육조동 어귀에 있는 친구 김봉현의 집에서 함께 글을 읽었다.16세에는 유세통 형제와 더불어 유괴정사(柳槐精舍)에서 글씨 공부를 했다. 유괴정사는 필운대 아래 적취대(積翠臺) 동쪽, 첨지 박영이 살던 곳이다. 위항의 예술가들이 모여 예술활동을 하던 곳으로 마성린은 어린 나이에 선배들과 함께 어울리던 기억을 이렇게 기록했다. 매번 꽃이 피고 꾀꼴새가 우는 날이거나 국화가 피는 중양절이면 이 일대의 시인·묵객·금우(琴友)·가옹(歌翁)들이 이곳에 모여 거문고를 뜯고 피리를 불거나, 시를 짓고 글씨를 썼다. 그중에서도 여러 노장들 즉 동지 엄한붕, 사알 나석중, 선생 임성원, 별장 이성봉, 동지 문기중, 동지 송규징, 첨정 김성진, 동지 홍우택, 첨지 김우규, 주부 문한규, 첨지 이덕만, 동지 고시걸·홍우필·오만진·김효갑 등이 매번 시회(詩會) 때마다 나에게 시초(詩草)를 쓰게 하였다. ●겸재 정선에 산수화 배워 선배들이 흥겹게 시를 읊으면, 나이 어린 마성린은 옆에서 받아 썼다. 십여년 글씨공부 끝에 마성린은 명필로 이름을 날리게 되었다. 중인 예술가들은 꽃이 피거나 꾀꼴새가 울거나 국화가 피면 그 핑계로 모여 시를 지었다. 수십명이 한자리에 모여 같은 제목으로 시를 짓다 보니 아름다운 자연과 즐거운 인생을 노래하는 시들이 수백편씩 쏟아지게 되었다. 필운대풍월이라는 말이 천편일률적인 유흥시라는 뜻으로 전락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직을 통해 안정된 수입을 얻은 데다 더 이상 승진할 수 없는 신분적 제한 때문에 유흥에 빠지기 쉬웠던 것이다. 그는 18세에는 필운동으로 이사했으며, 인왕산 언저리에 살던 겸재 정선의 문하에 드나들며 산수화를 배웠다.19세에는 한의학 서적을 보면서 몸조리를 하는 틈틈이 필운동 어귀에 있는 처갓집 노조헌(老棗軒)에서 글과 글씨로 나날을 보냈다. 이때 유세통 형제와 김순간·최윤창·최윤벽 등 여러 친구들이 날마다 이 집에 모여서 시를 지으며 노닐었는데 이 모임이 7∼8년 계속되었다. 24세에는 봄과 여름 동안 여러 친구들과 더불어 인왕산의 명승지인 곡성(曲城)·갓바위·필운대·적취대 등을 찾아다니며 시를 짓고 노래를 불렀다.43세에는 필운대 아래 북동으로 이사하였다. 집안에 정원이 있었으며, 정원 아래에는 초가 삼간이 있었다. 안화당(安和堂)이라고 이름 지은 이 초당에는 시인·가객(歌客)·화사(畵師)·서동(書童)들이 날마다 모여들었다. 48세에는 인왕산의 청풍계·도화동·무계동에서 노닐었으며,49세에는 누각동에 있는 직장 권군겸의 집인 만향각이나 옥류동에서 모였다. 51세에는 신윤복의 아버지인 신한평이나 김홍도 같은 화가들과 함께 중부동에 살던 강희언의 집에 모여 그림을 그리거나 화제(畵題)를 써주었다. ●시·노래·글씨·그림의 유산 ‘청유첩’ 그는 52세 되는 1778년 9월14일에 이효원·최윤창과 함께 김순간의 집인 시한재(是閑齋)에 모여 국화꽃을 구경하며 시를 지으려고 하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거문고를 타는 이휘선과 가객 김시경, 화원 윤도행이 약속도 없이 찾아오자 밤새도록 촛불을 밝혀 놓고 시와 노래, 글씨와 그림을 즐겼다. 이날의 모임을 기록한 시첩이 바로 ‘청유첩(淸遊帖)’이다. 마성린은 그 모임을 이렇게 그렸다. 주인옹(김순간)은 왼쪽에 그림, 오른쪽에 글씨를 걸고 중당에 앉았는데, 맛있는 안주와 술을 차리고 손님들에게 권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마루에 올라 안부 인사를 마친 뒤에 술잔을 잡고 좌우를 살펴보니, 대나무 침상 부들자리 위에 두 사람이 앉아서 바둑을 두는데, 바둑돌을 놓는 소리가 똑똑 들렸다. 왼쪽에 용모가 단정한 사람은 이효원이고, 오른쪽에 점잖게 차려입은 사람은 최윤창이다. 술동이 앞에 한 사람이 있는데, 떠돌아 다니는 분위기로 걱정스럽게 앉아서 춤추는 듯한 손으로 거문고를 탔다. 거문고 소리가 고요하고도 맑았는데, 은연 중에 높은 하늘 신선들의 패옥소리가 들렸다. 이 사람이 바로 세상에 이름난 금객(琴客) 이휘선이다. 그 곁에 한 소년이 또한 거문고를 껴안고 마주 앉아, 그 곡조와 어울리게 함께 연주하였다. 소리소리 가락가락이 손 가는 대로 서로 어울렸다. 길고 짧고 높고 낮은 가락이 마치 둘로 쪼갠 대쪽이 하나로 합치듯 하였으니, 묘한 솜씨가 아니라면 어찌 이같이 할 수 있으랴. 이 사람이 바로 전 사알(司謁) 지대원이다. ●늘그막에 소장품 팔아 위항시인 후원 두 거문고 사이에 한 사람이 의젓하게 앉아서 신나게 무릎을 치며 노래를 불렀다. 노랫소리가 어울려서 그 소리가 구름 끝까지 꿰뚫었으니,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도 모르게 손발이 춤추게 하였다. 노래를 부르는 이 사람은 누구인가? 당시에 노래를 가장 잘 부르던 김시경이다. 창가에서는 한 사람이 호탕하고 노숙한 자세로 술에 몹시 취해 상에 기대어 앉았는데, 거문고 가락과 가곡을 평론하던 이 사람은 전회(典會) 유천수였다. 책상 위에 붓과 벼루를 마련하고 그 곁에다 한 폭의 커다란 종이를 펼친 채, 하얀 얼굴의 소년이 베옷에 가죽띠 차림으로 붓을 쥐었다. 이 자리의 모습을 그리는 이 사람은 윤숙관이다. 사알은 액정서의 정6품 잡직인데, 왕의 명령을 전하는 역할을 맡았다. 전회는 내수사의 종7품 관직으로 수입이 많은 경아전이다. 중인 신분의 시인·음악가·미술가·서예가들의 이 모임은 그뒤에도 봄가을마다 시한재에서 자주 모였다. 이듬해인 1779년 3월에는 필운대 아래에 있는 오씨의 화원에서 모였다. 이날의 모임도 역시 청유첩으로 엮어졌다.(필운대 화원 이야기는 9회에 소개) 마성린은 58세에 다시 승문원 서리로 들어갔다. 늘그막에는 집안 살림이 어려워져서 집안에 전해 내려오던 명필들의 작품을 재상 집안에 팔아넘겼다. 가난한 위항시인들의 후원자 노릇을 하기가 그만큼 어려웠던 것이다. 옥류동에 사는 천수경이 1791년에 위항시인 70∼80명을 불러 왕희지의 난정고사(蘭亭故事)를 본받아 풍류 모임을 열자, 마성린도 초청을 받고 나아가 시축에 시를 써주었다. 이때부터 최윤창·김순간 등 서사(백사) 동인들도 자주 옥류동 송석원으로 찾아가 후배들과 어울리면서 위항시사의 주축이 서사에서 옥계사 쪽으로 넘어갔다. 허경진 연세대 국문과 교수 ●다음 주에는 대원군시대 가객으로 필운대에서 제자들을 가르쳤던 박효관 이야기를 소개한다.
  • [고위공직자 재산공개/행정부·자치단체장] 고위공무원 55% ‘버블 지역’ 부동산 보유

    [고위공직자 재산공개/행정부·자치단체장] 고위공무원 55% ‘버블 지역’ 부동산 보유

    고위 공무원의 으뜸 재테크 수단은 역시 부동산이었다. 참여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억제정책 속에서도 중앙부처 고위공무원들은 부동산 가격 급등 지역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배우자 명의로 여러 채의 부동산을 서울 강남 등 ‘버블세븐’지역 등에 보유하고 있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일부 재력가들은 본가나 처가에서 상속받은 재산이 상당수 있었다. 30일 정부가 공개한 재산변동사항 공개목록을 분석한 결과, 재산 공개자 625명 가운데 55.2%인 345명이 강남·서초·송파·분당·과천·목동 등 6개 부동산 급등지역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지역 외에 용산구 동부 이촌동이나 용인 수지 일산 평촌 등지까지 포함하면 부동산 급등지역의 부동산을 보유한 고위 공직자가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靑 19명 과천등 버블지역 부동산 보유 청와대의 경우는 이병완 비서실장이 송파구 오금동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고, 변양균 정책실장은 과천시 문원동과 갈현동에 단독주택과 상가를 각각 보유하고 있는 등 모두 19명이 이들 지역에 부동산을 갖고 있다. 정부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재정경제부의 경우, 권오규 부총리가 용인시 구성면에 본인 명의로 142평 규모의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고, 모친 명의로 강남구 일원동에 13평의 아파트를 갖고 있다. 재경부 소속 전체 재산공개자 8명 중 7명이 6개 지역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건설교통부는 공개대상자 4명 가운데 이용섭 장관(서울 송파구 가락동)과 이춘희 차관(경기 과천시 별양동), 강교식 중앙토지수용위 상임위원(서울 강남구 청담동) 등 3명이 급등지역에 재산이 있다. ●이철 철도公사장 배우자 명의 103억 신고 신현확 전 부총리의 아들로 정부 부처에서 가장 많은 재산을 보유한 신철식 국무조정실 정책차장은 경기 광주·양평·화성 등 수도권의 주요 요지에 31건의 임야와 논·밭, 대지를 보유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용산구 이촌동, 충남 태안, 경기 양평군 등에 아파트와 단독주택도 신고했다. 본인과 배우자 등의 명의로 8억 3456만원의 예금과 106억원 상당의 유가증권도 포함돼 있어 부동산, 예금, 유가증권 등에 구애받지 않고 골고루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103억여원으로 지난해 3위에서 2위로 한계단 오른 이철 한국철도공사 사장은 재산이 주로 재혼한 배우자 명의로 돼 있다. 이 사장의 부인은 서울 강남에 아파트 2채와 상가 1채 등 모두 112억원대의 부동산을 갖고 있으며 13억원대의 유가증권도 모두 부인 명의다. 지난해 54억 9656만원을 신고해 행정부 재산순위 7위를 기록했던 정성진 국가청렴위원장은 경기 평택시와 서울 장충동·등촌동에 보유한 부동산의 공시지가 상승으로 무려 40억 2092억원이 증가한 95억 1748만원을 신고,3위를 기록했다. 청렴위는 “오래전에 처가에서 상속받는 부동산의 공시지가가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홍수 농림 -2941만원 ‘가장 가난´ 반면 국무위원 중 박홍수 농림부 장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이치범 환경부 장관, 이재정 통일부 장관 등 386세대이거나 재야 운동가 출신 장관들의 재산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농민운동가에서 농림부 장관으로 변신한 박 장관은 본인과 배우자, 자녀 등 온가족의 저축으로 1억 3512만 2000원이 늘었지만 전체 재산은 마이너스(-) 2941만 8000원으로 국무위원 중 가장 가난했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보유재산 왜 늘었나 고위 공직자 A씨는 지난 2000년에 5억원짜리 아파트를 샀다. 값이 계소 오르더니 공시 가격으로 10억원이 됐다. 지난해까지는 매매나 증여 등 거래가 없다면 재산변동 항목에 넣지 않았다.5억원으로 유지돼 온 것이다. 신고 재산과 실제 재산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올해는 달라졌다.5억원이 늘었다고 신고해야 한다. 처음으로 부동산과 상장주식, 골프회원권 등의 시세를 반영해 재산공개가 이뤄진 것이다. 사실상 재산 재공개로, 지난 1993년 공직자 재산등록제도 도입 이후 14년 만에 가장 큰 변화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공직자 윤리법 시행령을 개정, 올해부터는 거래가 없었더라도 전년 말 기준 변동된 공시가격으로 신고토록 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6월부터 이렇게 달라진다 오는 6월부터 직계존비속 소유의 재산 공개를 거부하려면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 기존 공직자 윤리법은 공직자 자신은 물론, 직계존비속의 재산도 공개토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독립적인 생계를 유지하거나, 타인이 부양하는 직계존비속에 대해서는 ‘고지 거부’를 할 수 있다. 이번에도 행정부의 공개 대상자 625명 가운데 33.1%인 207명이 고지 거부했다. 올해 신규로 고지 거부한 공직자는 31명이다. 이처럼 고지 거부할 경우 전체 재산내역을 파악할 수 없는데다, 공개 검증도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6월부터는 현행 사후심사제인 고지거부를 사전허가제로 바꾼다. 고지 거부를 하려면 법 시행 후 15일 이내에 관할공직자윤리위원회에 허가를 신청해야 하며, 위원회는 1개월 안에 허가 여부를 통보하게 된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이색 재산’ 공직자들 공직자 중에는 부동산이나 예금자산 외에 회원권, 예술품, 저작재산권 등 이색 재산 보유자도 눈에 띄었다. 191억 1172만원을 신고해 정부공직자 가운데 재산총액 1위를 차지한 신철식 국무조정실 정책차장(신고 당시 기획예산처 정책홍보관리실장)은 모두 5억 900만원 상당의 골프·헬스·콘도 회원권 6개를 가지고 있다. 김청 함경북도 지사도 골프회원권 5개를 포함, 모두 7개의 회원권으로 12억 3400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감사원 이석형 감사위원은 골프 3개, 헬스 2개, 콘도 2개 등 7개 회원권을 보유하고 있다. 금액으론 9억 1600만원가량이다. 예술품 애호가도 있다. 박종구 과학기술혁신본부장(신고 당시 국무조정실 정책차장)은 황주리 화백의 작품을 비롯해 회화 8점과 조각 1점을 신고해 가장 많은 예술품을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석동연 외교통상부 재외동포영사대사는 중국 작가의 작품 3점을 포함해 도자기 등 총 4점을 공개했다. 서덕모 기획예산처 사회서비스향상기획단장은 김기창 화백의 동양화 1점, 위성락 주미국정무공사는 미당 서정주·김상학 화백의 시화 1점을 배우자 소유로 신고했다. 김중근 외교통산부 본부대사는 아이보리코스트산 높이 100㎝지름 15㎝의 천연상아를 공개목록에 넣었다. 저서 16권의 저작권을 갖고 있는 유흥준 문화재청장 다음으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노무현은 왜 조선일보와 싸우는가’‘유시민의 경제학 까페’ 등 5권의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김신일 교육부총리는 교육사회학 등 4권의 재산권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경재 교육인적자원부 정책홍보관리실장은 1985년식 쏘나타2를 신고해 22년된 ‘골동품 승용차’를 가지고 있는 공직자로 기록됐다. 박 실장은 쏘나타 외에도 마티즈, 모닝 등 1000㏄이하의 경차만 2대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16개 자치단체장 재산 현황 지난해 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된 16명의 자치단체장 가운데 12명의 재산이 증가했다. 시도지사의 경우 재산의 대부분은 부동산으로 나타났으며 오세훈 서울시장의 재산이 가장 많이 증가했다. 또 단체장보다는 지방의회 의원들 가운데 자산가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오세훈 시장 금융자산 33억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7월1일 취임 당시(24억 8473만원)보다 19억 8171만원이 늘어난 44억 6644만원을 신고했다. 재산이 크게 늘어난 것은 선거 전에 쓴 비용(13억 3600만원)이 부채로 처리됐다가 취임 이후 선거 규정에 따라 15억원을 돌려받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보유주식 매각대금과 봉급이 쌓여 4억원가량이 증가했다. 오 시장 재산의 특징은 다른 단체장과 달리 금융자산이 많다는 점이다. 재산 가운데 집과 임야 등을 포함해 부동산은 17억 4151만원으로 전체의 38.8%에 그쳤다. 반면 예금(31억 9643만원)과 유가증권 등 금융자산이 32억 9643만원이나 됐다. 빚은 6억 5000만원이었고, 골프장 회원권과 콘도미니엄 이용권을 부친 명의로 각각 1장씩 보유하고 있다. 헬스클럽 회원권(3500만원)은 팔았다. 김흥권 행정1부시장(5억 8633만원)은 건물의 평가액 증가 및 부채 상환 등으로 3억 3570만원의 재산이 늘었으며, 최창식 행정2부시장(12억 6773만원)도 건물 평가액 증가 등으로 1억 9827만원이 늘었다. 권영진 정무부시장(2억 8333만원)은 연금합산반납금 납부 등으로 1621만원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시의회 의장단 가운데 박주웅 의장(35억 6463만원)은 토지 평가액 및 예금 증가 등으로 25억 9230만원, 김기성 부의장(62억 7880만원)은 건물 매각과 예금·채권 증가 등으로 11억 4033만원, 이종필 부의장(67억 3100만원)은 토지. 건물 평가액 증가로 15억 1916만원이 늘었다고 각각 신고했다. 재산이 가장 많은 사람은 이종학 시의원으로 161억 9899만원이었다. ●10억원 넘는 자산가 7명 단체장 가운데에는 정우택 충북지사가 49억 4200만원의 재산을 신고, 최고 재산가로 등재됐다. 이어 오세훈 서울시장, 이완구 충남지사(27억 6000만원), 박광태 광주시장(19억 3800만원), 김범일 대구시장(18억 1400만원), 안상수 인천시장(12억 1100만원) 순이었다. 단체장 가운데 10억원이 넘는 재산가는 7명으로 나타났다. 허남식 부산시장은 9억 8800만원으로 10억원대 자산가에는 들지 못했다. 김태호 경남지사는 3800만원으로 재산이 가장 적었다. 김문수 경기지사(2억 2900만원), 박맹우 울산시장(2억 8000만원), 박성효 대전시장(4600만원) 등도 재산이 거의 없는 것으로 분류됐다. 전국 종합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유홍준청장 예금만 16억 8795만원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예금만 16억 8795만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해 ‘현금부자’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미술사학자로 베스트셀러 작가인 그의 재산총액은 30억 5000만원. 장남과 차남을 제외한 본인과 배우자 명의의 예금 총액은 15억원이다. 이 가운데 12억원가량은 배우자 이름으로 각 금융기관에 예치되어 있다. 대부분은 공전의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3권짜리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비롯해 3권짜리 ‘완당평전’과 2권짜리 ‘화인열전’같은 저서의 인세로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 청장은 예금 대부분이 배우자 명의로 되어 있는 데 대해 “문화단체 등에 기부를 많이 할까봐 아내가 1996년쯤 인세가 들어오는 통장을 ‘압수’했으며, 아내에게 ‘부동산과 증권은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고 통장을 넘겼다.”고 밝힌 바 있다. 이성원 문화재청 차장은 7억 3000만원, 이종철 한국전통문화학교 총장은 4억 9000만원을 신고했다.
  • 서로주체성의 이념/김상봉 지음

    1987년 6월 항쟁 이후 20년, 진보진영에서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얘기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추종에 따른 양극화의 심화 등은 20년전 들고 일어난 민중들이 기대했던 사회상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기 때문이다. 재야에서 주류 철학계를 강도높게 비판하다 2년전 강단에 복귀한 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의 현실 진단도 마찬가지다. “인권변호사 출신의 대통령은 신념을 가지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밀어붙이고, 민청학련 사형수 출신의 철도공사 사장은 KTX 여승무원 문제에서 보듯, 그들이 비판했던 자본가들과 한치의 다름도 없이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있다.” 이런 실태를 단순히 이들의 ‘변절’로만 해석할 수 있을까. 김 교수의 원인분석은 좀 다르다. 김 교수는 “이 모든 위기적 징후가 우리 모두의 정신의 빈곤에서 비롯됐다.”고 단언한다.‘투쟁과 쟁취 이후’의 세상을 미처 그려놓지 못했기 때문에 서구 등 남이 만들어 놓은 ‘지도’와 ‘설계도’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그것은 결국 지금 눈앞에 보이는 위기를 몰고왔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누구도 자기의 세계상을 스스로 정립하지 못한 채 자기가 사는 세상의 주인이 될 수는 없다.”면서 “정신의 빈곤은 남이 만들어 놓은 세계에서 마름이나 노예의 상태에 떨어질 위험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 우리 자신이 형성한 세계관, 우리 자신의 역사적 삶에서 길어낸 ‘철학’만이 해답이라고 주장한다. 신간 ‘서로주체성의 이념’(김상봉 지음, 길 펴냄)에서 김 교수는 이런 독특한 신념과 철학체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이미 5년여전 우리가 추종하고 있는 서양정신·서양철학을 ‘나르시시즘’으로 비판한 바 있다. 서양정신과 서양철학은 기본적으로 자기우월과 배타성이 특징인 ‘홀로주체성’이어서 다른 주체를 인정하지 않는 한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때 김 교수가 대안으로 제시한 개념이 바로 ‘서로주체성’이다. 서로주체성은 기본적으로 다른 주체와의 만남과 연대를 통해 형성된다. 홀로주체성이 정복과 착취의 역사로 발현되는 반면 서로주체성은 연대와 나눔의 형태로 모습을 드러낸다. 김 교수는 ‘철학의 혁신을 위한 서론’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을 통해 무비판적으로 몸에도 맞지 않는 서양철학을 앵무새처럼 되뇌었던 주류철학계에도 냉철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324쪽,2만원.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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