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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시대] ‘자원봉사 인생’ 최형하 옹

    [인간시대] ‘자원봉사 인생’ 최형하 옹

    ‘월·화요일 노원구 보건지소 치매·중풍 노인 돕기 수·목요일 서울시노인복지센터에서 거동불편 노인 돕기 금요일 호스피스’ 어느 자원봉사자의 주간 일정이다. 월∼금요일까지 꽉 짜여진 일정이 자원봉사자가 아닌 어느 직장인의 주간 스케줄을 연상케 한다. ●“도울 힘 있는 한 계속” 봉사활동으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주인공은 올해로 만 80세가 된 최형하(서울 노원구 상계9동) 할아버지. 남들 같으면 도움을 받을 나이지만 그는 “도울 힘이 남아 있는 한 봉사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최 할아버지를 1일 노원구보건소 앞 정원에서 만났다. 80세라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최 할아버지는 노익장을 과시할 만큼 건강해 보였다. 기억력도 비상해 메모 한 장 없이 지난 일들을 술술 풀어냈다. 부인 권영선(74)씨와 단 둘이 산다. 딸이 있지만 출가했다. ●60년 직장생활 “누린 만큼 베풀겁니다” 최 할아버지는 60년가량 직장생활을 했다. 일제에서 해방을 맞이한 1945년 19세의 나이로 경찰공무원이 돼 58세까지 30년을 일했다. 경찰을 떠난 뒤에는 중국계 여행사에 입사했다. 이 회사에서도 그는 70세까지 무려 12년을 근무했다. 하지만 그의 직장생활은 이후에도 지속된다. 이번에는 경기도 하남시의 한 빌딩 관리회사에 취직,9년여를 일하다가 79세가 되던 지난해 그만뒀다. 보통 사람은 30년도 제대로 채우기 쉽지 않은 직장생활을 무려 60여년이나 하는 행운을 누린 것이다. “복이 많은 셈이지요. 첫 직장에서 정년퇴직한 뒤 곧바로 일자리가 생겼어요.60년을 일했으니 받은 만큼 베풀어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어요.” ●“봉사활동과 나이는 무관” 최 할아버지의 봉사활동은 뿌리가 깊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틈틈이 자원봉사 활동을 해왔다. 인연은 75세 때인 2000년에 찾아왔다. 당시 경기도 하남시 주최로 국제환경박람회가 열리자 일본어 통역 자원봉사를 했다. 이렇게 자원봉사단체와 인연을 맺은 최 할아버지는 이후 자원봉사 마니아로 변신한다. 자원봉사자가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갔다. 그동안 그가 활동안 봉사활동 분야만 해도 초등학생 한자교육, 여중생 금연지도, 지체장애인 나들이 동행 등 12개나 된다. 특히 하남시 역사박물관에서는 7년 동안 우리문화 해설자로 일했다. 이 공로로 2003년에는 하남시 자원봉사자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말 다니던 직장과 우리문화 해설사 일을 그만 둔 최 할아버지는 올들어 “좀 쉬시라.”는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다시 자원봉사를 찾아 나섰다. 이에 따라 문을 두드린 곳이 월계동 소재 노원구 보건지소다. 이 곳 주간보호센터에 치매나 중풍노인들을 돌보는 프로그램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 때문에 들어가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 동안의 자원봉사 경력과 수상경력 등을 들고 직접 찾아가 설명한 후에야 자원봉사를 할 수 있었다고 최 할아버지는 털어 놓았다. 이 곳에서 그는 매주 월·화요일 이틀 동안 노인들의 식사 도우미에서부터 율동을 곁들인 운동치료를 돕는다. 수·목요일에 최 할아버지는 종로에 있는 서울시 노인복지센터에 나간다. 이 곳에서도 그는 급식봉사 도우미로 활동하고 있다. “자원봉사에는 나이가 없어요.” 이렇게 말하는 최 할아버지의 표정이 밝게 빛난다. ●이젠 호스피스에 도전 요즘 최 할아버지는 또 다른 자원봉사를 구상하고 있다. 다름아닌 죽음을 앞둔 말기암 환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호스피스다. 이를 위해 6주짜리 ‘사(死)는 기쁨이다’라는 호스피스 도우미 과정에 등록, 지난달 30일 수료했다. 등록은 30여명이 했지만 마지막까지 이수한 사람은 절반에 불과했다. 최 할아버지는 이 마지막까지 남은 이수자들과 동아리를 만들었다. 이달부터는 금요일을 택해 봉사활동을 시작한다. “80이라는 나이를 느끼지 못해요.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가야지요. 보람도 있고, 세상에 대한 보답도 되고요.” 나이를 잊고 사는 최형하 할아버지의 도전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한번에 3장·두차례 투표…복잡해서” 무효표 2배 늘듯

    5·31 지방선거의 투표방식이 복잡해 무효표 비율이 4년전 선거 때보다 2배 가량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전국 각지의 투표소에서는 복잡한 투표방식 때문에 기표를 제대로 하지 못해 무효표가 속출하는 등 혼선이 빚어졌다. 유권자 한명이 한번에 3장씩 두차례에 걸쳐 모두 6장의 투표용지에 기표해야 하는데다, 기초의원 중선거구제 도입으로 유권자들이 헷갈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구 1∼4가 제2투표소를 찾은 이모(87) 할머니는 먼저 받은 투표용지 석장 중 한장에만 기표해 투표함에 넣는 바람에 나머지 두장은 무효처리됐다. 이 할머니는 “지지하는 당 하나에만 찍으라는 줄 알았다.”고 안타까워했다. 투표사무원 장혜진(28·여)씨는 “‘석장 여기 먼저 넣으세요’란 말을 많이 했다.”며 “투표함이 2개라 투표함에 어떤 용지를 넣을지 헷갈려 하는 노인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또한 지역구별로 2∼4명의 기초의원을 뽑는 중선거구제가 도입된 데 따른 유권자들의 실수도 적지 않았다. 복수의 기초의원을 뽑는 것을 투표용지에 복수의 후보를 찍으라는 뜻으로 잘못 이해한 것이다. 서울 관악구 봉천4동 선거관리위원은 “기초의원 후보 한사람에게만 기표해야 한다고 계속 안내를 해도 ‘두명을 찍는 것 아니냐’고 문의하는 유권자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아울러 투표가 2차례에 걸쳐 진행되자 유권자들이 투표소 동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오락가락하는 사례도 속출했으며, 처음 기표한 3장을 투표함에 넣고 다시 최초 투표용지를 받은 곳이나 밖으로 가는 경우도 발생했다. 투표사무원들까지 이번 선거방식에 적응하지 못해 기초와 광역 투표용지 배부순서를 거꾸로 하는 촌극도 빚어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선거의 무효표 비율을 잠정집계한 결과 3∼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2년 지방선거에서 무효표 비율은 2% 안팎이었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5·31 지방선거운동 결산] 인물·정책 무관심 黨대결 양상

    [5·31 지방선거운동 결산] 인물·정책 무관심 黨대결 양상

    제4회 지방선거 투표가 31일 실시된다. 이번 5·31 지방선거에서는 3867명의 내 고장 일꾼을 뽑는다. 광역단체장 16명을 비롯해 기초단체장 230명, 광역의원 655명, 광역비례 78명, 기초의원 2513명, 기초비례 375명 등이다. 투표율은 사상 최저인 40%대 초·중반으로 예상되고 있다. 참 이상했다. 이번 5·31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가운데 거의 유일한 격전지라는 대전과 제주에 갔을 때다. 대전시장·제주지사로 누구를 뽑겠냐고 물으면 열에 일곱, 여덟 정도는 “먹고 살기 어렵다.”고 한탄한 뒤 “그러니까 열린우리당은 죽어도 싫고, 한나라당을 찍겠다.”고 답했다. 누가 지역을 위해 적임자인지는 별로 관심이 없고 정당 대 정당으로 치르는 선거가 된 듯했다. 지나치게 한쪽으로 쏠린 답변만 나와 적잖이 당황도 했다. 한나라당에는 돈 받은 국회의원, 성추행한 국회의원까지 있다고 말했더니 “의원 한 명의 잘못일 뿐, 한나라당 전체 잘못은 아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심지어 대전의 한 택시기사는 “돈을 받은 게 뭐 잘못이냐. 그래도 전에 한나라당이 (정권을)잡았을 때는 이렇지 않았다.”고까지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아주 좋아 지지한다는 말은 별로 없었다.‘다 같은 정치인’이라는 말은 정치권을 향한 국민의 지독한 불신감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후보자 공약을 살피거나 정책을 뜯어볼 여력은 없고 중앙 정치권 무대가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에도 고스란히 적용되는 것이 아쉬웠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도 대전에서는 “(열린우리당)염홍철 후보는 (한나라당을)속인 사람”이라면서 “또 당선되면 국민을 속일 것”이라고 말했다. 네거티브 선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30일 다시 제주로 가는 길. 김포공항까지 가면서 택시를 탔다.60대로 보이는 택시기사는 박 대표를 만나면 꼭 이런 말을 전해달라고 했다.“복을 열 가지 얻으면 아홉은 남에게 돌려줘야 한다.”면서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당연히 크게 이기겠지만 이 말을 명심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초심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한나라당 박 대표 피습 사건의 피의자가 열린우리당 기간당원인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수원에서 만난 한 30대 남성은 “박 대표를 찌른 범인이 매달 여당에 2000원씩 낸 당원이 아니냐.”고 했다가 ‘사실과 다르다.’는 기자의 설명을 듣고 “그런 줄 몰랐다.”며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찍어야 될 사람이 너무 많다는 불만도 있었다. 지방자치단체장부터 기초의원까지 무려 6명을 뽑는 선거다 보니 누가 누구인지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투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군포역 앞에서 만난 한 50대 여성은 “한꺼번에 6명씩이나 뽑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 투표는 해야겠고 그냥 좋아하는 당 후보에게 표를 주겠다.”고 했다.‘후보들의 공약에 관심이 있다.’고 한 유권자들도 정당을 우선시하는 경우가 많았다.‘공약 중에 기억에 남는 게 있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특별히 없다.”고 했다. 선거 이후 정국에 대해 묻는 유권자들도 의외로 많았다. 부천 소사역 근처 성가시장의 한 상인은 “어차피 판세는 한나라당이 우세한데, 선거 끝나고 나면 다른 정당들은 어떻게 되느냐. 신당을 만들 가능성이 크지 않으냐.”고 했다. 고건 전 국무총리의 행보에도 관심이 많았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선거가 끝나면 고 전 총리를 중심으로 판이 짜일 공산이 크다.”는 말들이 나왔다. 광주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통합, 이원영 의원의 ‘5·18 군부대 투입’,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부산 정권’ 발언 등이 혼재돼 어수선했다. 택시기사에서부터 장터에서 고추를 파는 아주머니, 학생들까지 선거 얘기를 꺼내면 10분 이상씩 소신을 밝힌다. 높은 정치 관심도를 실감했다.5·18을 기념해 광주로 올인한 정치권을 향해 ‘정치 과잉’을 비판하는 목소리부터 높았다. 이면에는 여전히 광주만의 의제가 작동하고 있음을 실감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몰표와 탄핵 이후 4·15 총선의 압승을 이루게 해준 이른바 광주의 전략적 판단이 이번에는 통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일만 구혜영 박지연 황장석기자 oilman@seoul.co.kr
  • [세이프 코리아] 장마철 피해예방 대책

    [세이프 코리아] 장마철 피해예방 대책

    장마가 다가온다. 이번 장마에는 국지성 집중호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보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수해를 입은 제방 등 공공시설의 30%는 아직 복구가 끝나지 않은데다, 해마다 수해 지역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해마다 같은 지역서 대형피해 반복 29일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지난 한해 동안 침수 등 수해를 입은 농경지 1351㏊에 대한 복구는 100% 완료됐다. 또 주택 425동 가운데 91%인 387동이 새롭게 지어져 수재민들이 입주를 마쳤다. 그러나 수해를 입은 공공시설 5132곳 가운데 복구가 완료된 곳은 현재 70%가량인 3622곳에 그치고 있다. 나머지 1510곳은 여전히 복구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장마가 본격화될 경우 피해가 재연될 위험에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해마다 같은 지역에서 대형 수해피해가 발생하는 양상”이라면서 “반복되는 수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기는 어렵겠지만,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지역별 특성에 맞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수해 발생→땜질 처방→피해 재발’의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정부가 수해관련 예산 배정의 우선 순위를 복구에서 예방으로 옮겨야 한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90년대 물난리 지역의 대명사였던 임진강 인근 경기 파주시 문산읍은 강수량과 지면의 높이 등을 고려해 제방을 다시 쌓았으며, 대형 배수펌프장도 건설했다. 그 결과 문산은 현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LCD 단지로 탈바꿈했다. ●장마철 대비요령은 장마철에는 통상 12시간 동안 80㎜ 이상의 비가 내릴 경우 호우주의보가,150㎜ 이상이면 호우경보가 내려지는 만큼 미리미리 대비해야 한다. 우선 비가 내리기 전, 집에서 비가 새거나 무너져내릴 곳이 없는지 확인하고 하수구와 배수구를 점검한다. 주택의 출입문이나 창문은 닫아두고, 집 안팎의 전기수리는 금물이다. 붕괴 위험이 있는 낡은 축대나 담장, 구덩이, 공사장 등지에 안전표지판이 제대로 설치됐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특히 저지대·상습침수지역 주민들의 경우 침수에 대비, 대피장소와 비상연락망 등을 미리 알아둔다. 또 물이 집안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모래주머니 등도 챙겨둬야 한다. 무엇보다 TV나 라디오, 인터넷 등을 통해 기상예보와 호우상황을 파악해 ‘인재’가 생길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하수도를 통해 물이 역류해 나올 경우 즉각 대피한다. 대피에 앞서 전기차단기는 내리고, 가스밸브는 잠가야 한다. 물에 잠긴 도로는 맨홀과 하수도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흐르는 물에서는 깊이가 15㎝ 정도에 불과하더라도 휩쓸려 갈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아울러 바위나 자갈 등이 흘러내리기 쉬운 비탈면이나 산사태가 일어날 수 있는 지역은 통행을 삼가야 한다. 경사도가 30도 이상이면 산사태 위험이 높다. 비가 그친 뒤 침수된 지역에서 물이 빠져나가고 있을 경우 물이 오염됐거나 지반이 약화돼 붕괴 위험도 있다. 물에 잠겼던 집안은 가스가 차 있을 수 있으니 창문을 열어 충분히 환기시킨 후 들어가야 한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커리어 우먼] 이경순 ‘아드보카트 넥타이’ 누브티스 사장

    [커리어 우먼] 이경순 ‘아드보카트 넥타이’ 누브티스 사장

    4년 전 한국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었던 거스 히딩크는 특유의 ‘어퍼컷 세리머니’와 함께 월드컵 4강 신화를 완성해 갔다. 그가 주먹을 치켜올릴 때마다 태극문양이 물방울처럼 수놓인 넥타이도 펄럭였다.‘히딩크 넥타이’ 또는 ‘행운의 넥타이’로 불리며 많은 관심을 받았고, 사람들은 외국의 유명 디자인 회사가 만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넥타이를 디자인한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서울 성북구 장위동에 있는 산업디자인 전문회사 누브티스의 이경순(49) 사장. 그녀가 ‘히딩크 넥타이’의 제작자로 알려지자 수천명이 넥타이를 사겠다고 몰려 들기도 했다. 이 사장은 무작정 히딩크를 찾아가 “당신의 넥타이를 만들어 주겠다.”고 했고, 히딩크는 흔쾌히 승낙했다.28개 업체가 ‘짝퉁’을 만들어 팔다가 적발될 정도로 대박이었다. ●100대 기업 60여명의 CEO들이 애호하는 넥타이 이 사장은 “다시 한 번 신화를 이뤄달라.”며 딕 아드보카트 감독을 위해 독일국기와 태극기의 다섯 색깔을 접목시킨 ‘아드빅 넥타이’를 만들었다.“황(黃)은 우주의 중심, 청(靑)은 생성과 복, 백(白)은 진실, 적(赤)은 창조·정열, 흑(黑)은 지혜를 관장하는 동양사상의 ‘오방색’입니다. 지혜로운 선수들이 창조와 열정을 더해 진실한 승리를 이뤄 세계의 중심이 되라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이 사장의 ‘정체’를 한마디로 규정하기는 힘들다.1주일에 이틀은 꼬박 디자인에 매달리는 디자이너이자, 국내 100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60여명에게 자신의 넥타이를 판매한 수완 좋은 마케팅 담당자이다. 머릿속에 떠오른 아이디어는 반드시 사업으로 연결시키고 마는 천부적인 사업가이기도 하다. 그녀는 “디자인은 사업이고, 아이디어는 돈”이라고 강조한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나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등 ‘국빈’들의 목에도 여지없이 그녀가 만든 넥타이와 스카프가 걸렸다. 반기문 외교부 장관의 ‘독도넥타이’, 김명곤 문화부 장관의 ‘징넥타이’도 그녀의 손끝에서 나왔다. 열린우리당 강금실,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코디도 맡았다. 국빈과 CEO, 유명인사들에게 ‘맞춤형 패션’을 제공하는 게 주력 사업이지만 그녀의 비즈니스 욕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함평나비축제 브랜드인 ‘나르다’ 등 수많은 지방자치단체 브랜드를 개발했다. 대기업, 은행, 대학의 이미지(CI) 개발과 각종 기념품 제작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디자인, 더 이상 예술의 영역이 아닙니다.” 이 사장이 요즘 가장 애착을 보이는 사업은 ‘행복한 CEO’이다. 이 사업은 CEO들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에 선물을 보내주고, 지방 출장 때 승용차에 동승해 시를 읽어주거나 사무실로 난과 허브를 배달해 주는 서비스이다. 넥타이 등으로 해당 CEO 특유의 개인이미지(PI)를 연출해 주기도 한다.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자살 직후 한 CEO 모임에 참석했던 이 사장은 많은 CEO들이 자살 충동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 이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장은 “CEO가 행복해야 직원도 행복하고, 국가경제도 4강에 진출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홍익대 공예과와 미국 필라델피아 텍스타일 디자인 과학대학을 졸업한 그녀는 미국 디자인 회사에 취직,5년 동안 디자이너 밑에서 컬러링(색칠) 작업만 하다 아예 회사를 차리면서 사업의 길로 뛰어들었다. 디자인이 예술의 영역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믿는 그녀는 디자이너 타운을 건설하는 게 꿈이다. 이 사장은 “국내에서만 한 해 디자이너 2만 5000명이 배출되지만 대부분 월 100만원이 안 되는 저임금에 허덕이고 있다.”면서 “젊은 후배들에게 막힌 유통구조를 뚫어 줘 마음놓고 디자인하고, 제값 받고 창작품을 팔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 이경순 사장은 ▲1957년 서울생 ▲홍익대 미대, 미국 텍스타일 디자인과학대, 핀란드 헬싱키 경영대학원 졸업 ▲히딩크·아드보카트 감독 넥타이 기획·함평브랜드 ‘나르다’ 개발 ▲통일부 통일브랜드 ‘Be The One’ 개발 ▲하이서울 페스티벌 디자인 자문위원 ▲조달청 조달디자인경영 자문위원 ▲남북디자인 교류진흥협회 회장 ▲한국텍스타일 디자인협회 이사 ▲홍익대 미대 겸직교수, 서울대 경영대 초빙교수, 국제디자인대학원 겸직교수 글 이창구 사진 류재림기자 window2@seoul.co.kr
  • [토요일 아침에] 헤링 신부님/이동익 신부 가톨릭대 교수

    어느덧 계절은 한 해의 복판을 지나고 있다. 만물이 소생하여 푸름은 날로 더해가고 새들도 저마다 다르게 노래 부른다. 해마다 이즈음이 되면 아름다운 자연을 보면서 마음도 다시 살아나는 듯하다. 아름다운 5월,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많은 사랑의 날들을 지내면서 사랑의 기억과 함께 나의 삶을 돌아보기도 한다. 바쁜 일상이지만 내게도 아름다운 사랑의 순간들이 떠오른다. 지금이라도 한 번 꼭 뵙고 싶은 분들도 있지만 긴 세월을 핑계대면서 그냥 추억 속에 묻어두고 있으니,5월에는 이 때문에 늘 부끄러운 마음이 떠나질 않는다. 오늘은 로마 유학 시절 은사이신 헤링 신부님을 기억하고 싶다.1949년부터 40년 동안 로마의 성 알폰소 대학원에서 가르치셨던 헤링 신부님과의 만남은 교수와 학생의 평범한 관계에서 이루어졌지만 내 일생을 통틀어 매우 운이 좋은 일 중의 하나였다. 그 만남은 어설픈 유학생이던 나에게 작은 충격이기도 하였다. 한국에서부터 그분의 명성을 익히 잘 알고 있었지만 내가 직접 만나본 그분은 언제나 포근한 마음씨의 할아버지셨다. 윤리신학계의 세계적인 거장이셨지만 그분의 강의에서는 어떤 박식함도, 예리함도 발견할 수 없었고, 다만 지극히 평범하고 단순하게 여겨질 정도의 복음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세계적인 학자의 강의치고는 너무 단순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신부님의 마지막 은퇴 강연을 들으면서 신부님의 강의는 물론, 신부님의 삶 전체를 아주 명확하게 이해할 수가 있었다. 마지막 강연은 신부님께서 한결같이 강조하셨던 윤리신학이라는 학문에서 가져야 할 복음주의적 시각에 관한 내용이었고, 신부님의 다음 말씀은 내게 매우 생생한 감명을 주었다. “현대 세계에서 우리는 두 가지 형태의 매우 큰 힘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이 지구 전체를 완전히 없애버릴 수도 있는 핵무기로 무장된 물리적 힘이고, 나머지 하나는 그와는 반대로 이 세상의 모든 증오와 반목, 전쟁과 미움을 사랑과 우정으로 한꺼번에 변화시킬 수 있는 복음의 힘입니다. 지금은 핵무기에 의한 물리적 힘이 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복음의 힘이 이 세상을 이기고 모든 것을 변화시키게 될 것입니다. 이 변화가 바로 여러분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일생동안 헤링 신부님께서는 강단에서, 그리고 수많은 저서들을 통해서 아주 단순하게 ‘그리스도를 닮음’을 가르치셨고, 그래서 그리스도를 닮아 복음적 사랑을 사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희망을 심고, 나아가 어두움을 밝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용기와 확신을 주신 것이다. 그렇다. 헤링 신부님께서는 ‘박식함’이나 ‘예리함’도 ‘단순함’을 능가하지 못한다는 참된 지혜를 가르치셨다. 복음의 단순함을 몸소 학생들에게 보여주셨고, 또 가르치셨던 신부님의 단순하고 포근한 모습에 참된 위대함이 배어 있었던 것이다. 학기말에 신부님 과목의 시험을 치르러 갔던 때의 일이다. 시험은 모두 구술시험이었고, 낯선 타국에서의 첫 학기 시험에 잔뜩 긴장하고 앉아 있던 나에게 신부님께서는 “어제 차붐이 한 골 넣었는데, 그 축구 경기를 보셨나요?”하고 물으시는 게 아닌가. 시험 시간의 반은 축구 이야기로 지나갔고, 나머지 시간도 거의 신부님께서 혼자 말씀하셨으니 시험 시간 동안 내가 한 것은 별로 없었다. 시험 시간이 끝나고 방을 나서는 나에게 신부님께서는 “아주 잘했습니다. 다음 시험도 편안하게 잘 준비하세요.”라고 말씀하셨다. 복음의 단순함을 몸소 내게 보여주신 신부님, 언제나 포근한 마음씨의 할아버지, 예상했던 성적보다 좋은 성적을 받아든 나는 아마 그때부터 헤링 신부님을 존경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이동익 신부 가톨릭대 교수
  • 儒林(611)-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47)

    儒林(611)-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47)

    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47) 그러자 선왕이었던 명종 못지않게 퇴계를 마음 속 깊이 존경하고 있던 선조는 즉시 퇴계에게 예조판서를 제수하고 퇴계를 자신의 곁에 붙잡아두려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종의 인산이 끝나기도 전에 퇴계가 낙향하려 하자 조정에서는 여기저기서 퇴계를 비난하는 소리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였다. 원로대신 이준경은 퇴계를 가리켜 산 속에서만 살고자 하는 고상한 척하는 위선적인 ‘산새(山禽)’에 비유하였고, 퇴계의 문인 중의 한 사람이었던 남언경(南彦經)까지도 퇴계의 학문을 자신만을 위하는 ‘위아지학(爲我之學)’이라고까지 비난하였던 것이다. 퇴계를 스승으로 존경하고 있던 율곡은 이때 한양의 숙소로 퇴계를 찾아가는데, 두 사람이 처음으로 만난 지 거의 10년 만의 일이었다. 전날 백면서생이었던 율곡은 이때 이조좌랑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었다.10년 만에 스승 퇴계를 만난 율곡은 삼배를 올려 제자로서의 예를 올린 후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고 기록은 전하고 있다. “어린 왕이 처음 들어서고 시사에도 어려움이 많으니, 분의(分義)를 헤아려 보시더라도 스승님께서는 물러가실 수가 없습니다.” 새로이 왕 위에 오른 선조는 일찍부터 퇴계의 학덕을 듣고 있었으므로 문교를 주관하는 예조판서가 퇴계에게 가장 적합한 자리라고 판단하고 있었던 것이다. 선왕이었던 명종이 후사 없이 죽자 덕흥군의 셋째아들이었던 하성군이 15살의 어린나이로 왕위에 올랐는데, 그가 곧 선조였다. 선조는 새 왕이 즉위하는 새 시대에는 낡은 폐습을 물리칠 수 있는 인격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퇴계를 이조판서에 제수하였는데, 퇴계는 한사코 모든 것을 거절하고 물러가려 하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율곡은 선조의 어명을 받고 퇴계를 설득하러 나선 특사자격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퇴계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신하된 도리로서는 비록 물러설 수는 없으나 내 자신을 보면 물러갈 수밖에 없소이다. 몸에 이미 병이 많고 재주도 무능하기 때문이오.” 율곡의 직책인 이조좌랑은 ‘관리의 등용을 주관하는 직책’. 비록 정6품의 당하관에 속하는 낮은 직책이었으나 인사권이 막강하여 제도적으로 상관인 이조판서도 추천권을 함부로 빼앗을 수 없는 요직이었던 것이다. 비록 선조는 15세의 어린 나이로 즉위하였으나 매우 침착하고 사려가 깊어 행동하는 것마다 예절에 맞았다고 한다. 즉위하자마자 그를 키운 유모가 수를 놓아 꾸민 호화 가마를 타고 대궐을 찾아와 개인적으로 청원을 하자 ‘네가 어찌 감히 가마까지 탈 수 있느냐.’하고 불호령함으로써 유모는 울면서 걸어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는데, 이를 본 명나라 사신들이 ‘이러한 현군을 얻은 것은 동국의 복이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따라서 율곡은 새 임금 밑에서 새 시대를 열고 싶은 야망으로 간곡히 찾아와 스승에게 참정을 권유하였던 것이었다.
  • [우리는 맞수 CEO] 심봉천 디보스 사장 VS 이상훈 디지탈디바이스 사장

    [우리는 맞수 CEO] 심봉천 디보스 사장 VS 이상훈 디지탈디바이스 사장

    디보스 심봉천(46) 사장과 디지탈디바이스 이상훈(42) 사장은 LCD(액정표시장치) TV 등 디지털 TV 시장에서 ‘가격 벽’을 무너뜨린 중견 세트 업계의 대표적인 최고경영자(CEO)이다. 국내 디지털 TV의 대중화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심 사장은 LG전자 출신으로 20년 이상 TV 개발에 몸담아온 전문가이며,㈜대우 전자사업본부 출신인 이 사장은 디지털 TV 벤처기업을 세워 10년 이상 밑바닥을 다진 베테랑이다. 하지만 이들은 아이로니컬하게도 디지털 TV 판매의 최대 호기인 독일 월드컵을 맞아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디지털 TV 가격을 내리면서 100만원 이상 벌어졌던 ‘가격 메리트’가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이다.‘위기의 계절’인 요즘 이들의 생존 돌파구는 뭘까. ●사업 다각화 vs 유통구조 혁신 심 사장과 이 사장은 대기업의 공격적인 시장 마케팅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하면서도 극복하지 못할 난관은 아니라고 자신한다. 다만 이를 고 나갈 방법에선 좀 다르다. 심 사장은 사업다각화와 틈새 시장을 주목한다. 그는 “디지털 TV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으며,TV만 보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면서 “컨버전스 제품을 개발하고 유비쿼터스 시대에 부합하는 TV를 개발하는 것이 중소기업만의 시장을 개척하는 동시에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 사장은 우선 대기업과의 경쟁이 덜 치열한 미국의 특수용 LCD TV를 특화할 방침이다. 시장이 ‘터프’한 미국에선 정면 대결보다 우회 공략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방송, 병원, 호텔용 LCD TV 시장은 경쟁이 덜하면서도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면서 “지난해 10% 수준이었던 특수 LCD TV의 매출 비중을 올해는 5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했다. 심 사장은 또 사업다각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엔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자회사인 ㈜컨텐츠플러그와 공동으로 다음 TV포털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지난 4월에는 한국3M과 LCD 패널을 이용한 DID(디지털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 사업 진출을 위한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반면 디지탈디바이스의 이 사장은 생존 전략으로 유통 구조를 선택했다. 복잡한 유통단계를 간결하게 만들어 이에 따른 이익을 소비자에게 돌려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그는 “대형 양판점이나 백화점은 유통마진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면서 “가격을 낮추기 위해 모든 오프라인 매장을 철수하고 본사 직영으로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과 테크노마트 직영점만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TV업계의 ‘동지’ 중견 세트업체로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이들 CEO는 상대방을 어떻게 생각할까. 심 사장은 이 사장에 대해 “한 배를 같이 탄 동지”라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 TV 시장은 현재 기회와 위협의 요인을 골고루 갖고 있다.”면서 “이 사장은 차세대 TV 및 블루오션을 개척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전문가”라고 치켜세웠다. 이 사장도 심 사장에 대해 “기술이 뛰어난 CEO”라고 했다. 그러나 이들의 덕담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초기 시장을 이끌었던 중견 세트업체들이 점차 밀려나고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들이 시장 대부분을 차지해 나가고 있다. 일각에선 중견 세트업체들의 경영 환경을 놓고 고사 직전이라는 진단도 내린다. 최근의 위기를 ‘성장통’으로 보는 이들 CEO가 앞으로 제2의 성공 신화를 어떻게 다시 그려낼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진진할 것으로 보인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이라크 주권정부 ‘불안한 출범’

    이라크 주권정부 ‘불안한 출범’

    국방·외교·재정 등 모든 정책 분야에 걸쳐 완전한 주권을 행사하는 통합정부가 이라크에 들어섰다. 후세인 정권 축출을 목표로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지 3년 2개월만이다. 그러나 준(準)내전 상태에 이른 종파 갈등과 악화된 치안 역량이 정부 출범을 계기로 쉽게 안정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누리 알 말리키 총리는 전날에 이어 21일에도 테러와 맞서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임을 천명했고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자유 이라크 출범이 알카에다에 통렬한 패배가 될 것”이라고 치하했지만 테러 공격은 이틀째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17개 장관직 시아파 연합에 돌아가 이라크 의회는 20일 알 말리키 총리가 제출한 내각 구성안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그가 지명한 36명의 장관은 이날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절반에 가까운 17개의 장관직이 의회 다수파인 시아파 연합에 돌아갔다. 쿠르드와 수니파 연합이 각각 7개 자리를 배정받았고 나머지 5개 자리는 이야드 알라위 전 임시정부 총리가 이끄는 세속주의 연합에 돌아가 일종의 거국내각이 성립됐다. 그러나 국방·내무·국가안보장관 등 핵심 장관직 3개는 공석으로 남았다. 치안을 담당하는 내무장관직을 요구했던 시아파와 군을 관할하는 국방장관직을 고집했던 수니파 모두 양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헌법의 각료 구성 시한에 쫓긴 말리키 총리는 결국 대행 체제로 운영하는 편법을 택했다. ●석유 배분·외국군 철수 일정 갈등 잠복 말리키 총리는 새 정부의 핵심 정책과제로 저항세력 소탕과 치안 회복, 외국군의 철수를 제시했다. 하지만 정파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는 지금 상황에선 어느 것도 해결하기 쉽지 않다는 게 지배적 전망이다. 이미 실질적인 내전 상황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있다. 말리키 총리의 공약을 비웃기라도 하듯 20일 수차례 테러 공격으로 33명이 희생된 데 이어 21일에도 바그다드 카페에서 폭탄 테러로 13명이 목숨을 잃었다. 헌법 개정 문제는 종파간 갈등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임시정부 구성을 위한 지난해 12월 선거 등을 보이콧했던 수니파는 정부 참여를 조건으로 헌법 개정을 약속받았다. 지난해 시아파와 쿠르드족이 주축이 돼 마련한 새 헌법은 연방제 도입과 함께 입법·행정·사법권을 행사하는 지역정부 구성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수니파는 이라크를 분열시키고 시아파와 쿠르드족에 석유 자원과 권력을 집중시키게 될 것이라며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석유 대부분이 시아파와 쿠르드족의 관할지역인 북부와 남부에 매장돼 있기 때문이다. 외국군의 철수 일정도 핵심 이슈다. 미국은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13만 2000여명 규모의 주둔군을 단계적으로 철수시킨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이라크의 치안 조직이 저항세력에 맞설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내각 출범에 즈음해 외국군 철수 일정을 구체화시키겠다는 말리키 총리의 약속은 공수표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외국군의 전면 철수를 바라는 이라크 여론은 말리키 내각을 괴롭히는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싼~ 연료비 디젤차 경제성 싣고 ‘쌩쌩’

    싼~ 연료비 디젤차 경제성 싣고 ‘쌩쌩’

    신 고유가시대를 맞아 연료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디젤승용차 출시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가솔린차보다 비싼 차값과 승차감, 소음 등 단점도 적지 않지만 자동차메이커들은 계속 디젤 모델을 내놓고 있다. ●가솔린보다 비싼 차값·소음 등 단점 극복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에 판매된 승용차 7만 2348대 가운데 24.6%인 1만 7786대가 디젤 모델이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기가 시들해졌음에도 디젤승용차 모델이 늘어나면서 전체 판매량도 늘었다. 지난해 5월 국산차 처음으로 디젤 모델이 출시된 기아차 프라이드는 최근 들어 주춤하긴 했지만 여전히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출시 첫달 전체 판매의 37%를 차지해 기아차 관계자들을 만족시킨 프라이드 디젤은 지난해 12월 비중이 62%까지 치솟았다. 올들어서는 58%,53%,48%에 이어 지난달 45%까지 내려앉았지만 기아차는 고유가 현상이 계속되면서 하반기 판매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기아차는 프라이드 디젤 판매가 호조를 보이자 지난해 7월 쎄라토 디젤을 내놓았고 이번달부터는 로체 디젤도 팔고 있다. 현대차의 베르나 디젤은 판매비중이 올 1월 34.7%에서 2월 34.6%,3월 31.1%로 줄었지만 지난달 43.5%로 급상승했다. 베르나 디젤(1.5)은 연비가 17.4㎞/ℓ에 이르러 1.4 가솔린 모델(13.3)보다 30.8%나 좋다. 소형차들의 디젤 모델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중형차는 ‘찬밥’ 신세다. ●4월 점유율 24.6%… 업계 새모델 출시 잇따라 올초 선보인 현대차의 쏘나타 디젤 판매비중은 1월 11.5%에서 2월 11.9%로 소폭 늘었지만 3월 7.4%,4월 5.1%로 급격히 줄고 있다. 쏘나타 디젤은 연비가 13.4㎞/ℓ로 가솔린(10.7)보다 25% 우월하지만 차값은 300만원 이상 비싸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형차 고객들은 상대적으로 기름값에 덜 민감한 편인데다 소음이나 승차감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어 디젤 판매가 여의치 않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국시장에서는 디젤승용차가 성공하기 어렵다는 ‘섣부른’ 판단이 나돌고 있지만 디젤 모델은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차는 올 연말쯤 그랜저 디젤을 출시할 계획이고 최근 연산 25만대 규모의 디젤엔진 라인(전북 군산)을 가동한 GM대우는 하반기 토스카 디젤을 내놓은뒤 준중형 라세티에도 디젤 엔진을 탑재할 계획이다. 르노삼성도 하반기 SM3 디젤모델을 내놓은 뒤 시장반응에 따라 5·7시리즈로 확대할 계획이다. ●수입차도 디젤 비중 9%로 선호 두드러저 디젤 모델 선호는 수입차 업계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 4월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1만 2950대의 수입차 가운데 디젤차의 비중은 9.4%인 1218대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수입 디젤승용차 판매는 237대에 불과했었다. 폴크스바겐코리아는 최근 파샤트 TDI, 파사트 바리안트 TDI 스포츠, 제타 TDI 등 디젤 모델 3종을 새로 내놓으면서 디젤 모델을 6종으로 늘렸다. 하반기에도 골프 GT TDI, 투아렉 5.0 V10 TDI 모델 등을 추가로 출시할 예정이다. GM코리아도 최근 사브 9-3 스포츠 세단 디젤과 사브 9-3 스포츠콤비 디젤을 출시하며 디젤승용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가솔린모델과 똑같은 가격을 책정했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경제정책 돋보기] 발표 미룬 저출산대책 속사정

    [경제정책 돋보기] 발표 미룬 저출산대책 속사정

    ‘출산율 1.08’의 충격으로 서둘러 발표하려던 정부의 저출산대책이 한달 뒤로 미뤄졌다. 오는 3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속사정은 정부 및 ‘저출산·고령화대책 연석회의’ 참석자들이 총론에는 공감하면서도 아동수당 도입과 보육시설 지원 확대 방법 등 구체적인 정책에 들어가서는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다음달 20일까지도 사회협약을 체결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며 우려하고 있다. 문제는 한정된 재원을 놓고 어느 정책이 가장 효율적인가를 놓고 부처간·참여단체간 입장이 엇갈리는 것이다. 특히 보육은 ‘국가 의무’이기 때문에 시장원리를 도입하는 건 문제라는 인식과 최소한의 시장원리 도입을 통해 보육의 질적 향상과 선택의 폭을 확대해야 한다는 인식이 맞서고 있다. 재정당국 입장은 분명하다. 보육 등 복지와 교육 예산은 앞으로 계속 늘려 나가되 재정투입에 앞서 효율적인 방법을 강구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효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아동수당 도입은 미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동수당 도입 시기상조” 복지부는 아이를 낳으면 만 3세가 될 때까지 소득과 상관없이 부모에게 매달 10만원 정도의 아동수당을 지급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매년 1조 5000억원의 예산이 든다. 이에 대해 여성부와 재정당국 등 다른 정부 부처는 물론 연석회의에 참석하는 경제계와 시민단체들도 반대하고 있다. 아동수당 도입 그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재원문제가 있어 당장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 대세다. 경제계는 비효율적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고, 시민단체들도 그 재원을 보육시설 지원 확대에 투입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는 생각이다. 연석회의 참석자는 또 “부모의 소득과 상관없이 모든 아동에게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것은 ‘예산 낭비’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고 전했다. ●국·공립시설 대폭 확충 vs 민간시설 지원 확대 아동수당 도입과는 달리 연석회의 참석자들과 정부 부처들은 보육시설 확충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 보육시설을 확충하고 보육서비스 질을 높일 것이냐를 놓고는 입장이 엇갈린다. 때문에 더욱 민감한 사안인 ‘보육료 자율화’ 문제는 아예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현재 3∼5% 수준인 국·공립 보육시설의 확대 폭을 놓고 여성계와 노동계의 시각차가 크다. 노동계와 일부 여성계는 국·공립 보육시설 비율을 50%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국·공립시설은 영아 보육이나 소규모·열악한 회사 등 특수지역에 한해 확충하고 남아 도는 민간보육시설을 활용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재정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민간보육시설에 대해 지원하는 대신 평가를 철저히 하고 시설이 아닌 유아에 대한 지원으로 지원방식을 바꾸는 것도 민간보육시설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동수당 도입 미뤄질 듯 복지부를 뺀 나머지 정부 부처들과 연석회의 참석단체들은 현재 동원 가능한 재원과 이를 근거로 정책의 효율성을 따져볼 때 아동수당 도입은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따라서 사회협약에는 아동수당 도입 문제를 장기 과제로만 포함시키고 공청회를 열어 여론을 수렴한 뒤 구체적인 추후에 내용은 결정한다는 정도에서 타협을 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신 보육 프로그램을 다양화해 보육수요를 맞추는 선에서 절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보육의 공공성을 확대하는 동시에 시장구조를 바꾸는 식으로 절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돈이 많이 드는 만 1세까지 영아 보육은 정부가 맡는다. 공공성을 확대하는 것이다.2∼5세의 보육프로그램은 수요 계층에 따라 지원 정도를 차등화하고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화한다. 즉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은 늘리고 중산층 이상은 자기 부담으로 보육시설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여성부가 가장 경계하는 보육료 자율화와 직결돼 난항이 예산된다. 하지만 이에 대해 현재 유치원 수준의 자율화가 허용한다면 무리가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김균미기자 kmkim@seeoul.co.kr
  • [우리구 최고야!] 중구 젊은층 명소 ‘동대문패션타운’

    [우리구 최고야!] 중구 젊은층 명소 ‘동대문패션타운’

    지난 12일 동대문운동장 축구장 옆 흥인문로에서 마장로로 들어가는 입구에 새로운 조형물이 등장했습니다. 국제적 감각에 걸맞은 디자인은 발전과 화합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 조형물의 모습이 많은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상징 조형물 설치… 구정 소식도 상세히 소개 이 조형물은 ‘동대문패션타운 관광특구’를 역동적으로 표현하는 상징물로 공모전을 통해 당선된 예술품입니다. 조형물의 중간에는 LED판이 설치돼 시민들에게 각종 구정소식을 실시간으로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야간에는 레이저 빔 등 빛을 이용한 다양한 연출로 독특한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동대문패션타운은 우리가 알다시피 우리나라 의류산업의 총 본산으로 하루 유동인구만 100만명, 연간 25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하는 세계 최대의 ‘패션밸리’이며, 관광명소입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2002년 5월 23일 중구에서 2번째 관광특구로 지정되었습니다. 그럼 왜 사람들은 동대문패션타운으로 몰리는 것일까요. 그것은 최신 유행을 즐길 수 있고, 브랜드에서 볼 수 없었던 감각적인 상품들을 접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 들어 젊고 실력있는 디자이너들이 몰리기 시작하면서 동대문패션타운은 새로운 유행의 발신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곳에서 다양한 종류의 상품들을 경험하고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한 상가에만도 1500여개 매장, 총 1만여명의 디자이너들이 만들어내는 상품들로 가득합니다. 한마디로 최신 유행을 맛볼 수 있는 멀티패션타운의 선두에 서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두타와 밀리오레, 헬로에이피엠 등 소매 기능이 강한 대형 쇼핑몰들이 동대문패션타운의 축을 형성하면서 도매시장을 다니며 발품을 팔던 이전 쇼핑보다 편해졌고 가격정찰제, 반품 및 환불 등 서비스 개선을 통해 고객 접근이 용이해졌습니다. ●유행 선도·공연 활발·먹을거리 풍부… 이런 점을 감안해 보면 소비자들은 이제 동대문을 값 싼 제품을 사기 위한 것이 아닌 자신만의 독특한 감성을 충전하기 위해 찾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동대문패션타운이 단지 상품만을 구매하는 곳은 아닙니다. 매일 저녁에는 각종 공연이 활발하게 펼쳐지는 문화공간이기도 합니다. 대형 공연장이 아닌 간이무대에서 펼쳐지는 이 공연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스럽게 펼쳐지는 것이 특징이지요. 관객들도 아무런 부담없이 자연스럽게 볼 수 있고요. 동대문패션타운의 또 다른 맛은 바로 먹을거리가 풍부하다는 것이지요. 곳곳에 있는 포장마차와 음식점에서는 24시간 내내 영업을 하며 배고픈 사람들의 배를 든든이 채워주고 있습니다. 쇼핑과 공연감상을 끝낸 후 먹는 음식은 꿀맛과 다름없지요. 이제 동대문패션타운은 지난해 10월 복원 공사가 완공된 청계천과 인접해 서울시민들이 즐겨찾는 서울의 또다른 관광명소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 곳을 관내에 둔 중구 주민들은 정말 복이 많은 사람들입니다. 이상준 공보주임
  • [문화마당] 젊은 인도,잠깨어 온다!/이옥순 연세대 인도사 연구교수

    우리나라 출산율이 사실상 세계 최저를 기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2040년경에는 인구가 감소하면서 미래를 향한 우리의 질주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내가 공부하는 인도는 그때쯤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인구를 가진 나라가 될 것이다.2001년 11억명을 돌파, 세계 인구의 16%를 차지한 인도의 인구는 해마다 호주 인구(1600만명)만큼 증가한다.1950년대 이래 10년마다 20%씩 증가한 셈이다. 이러한 폭발적 인구 증가는 브릭스의 일원으로,‘친디아’로 주목받는 인도의 장래에 복이 될지, 독이 될지 궁금하다. 인도 정부가 인구 문제를 다룰 강한 의지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 다음의 일화가 그 답이 될 것이다.1950년대 초, 인구 세미나에 참석한 네루 총리는 인구 증가를 억제하는 갖가지 방법이 논의된 뒤에 마지막 발언자로 나섰다.“지금 논의된 방법들은 교육률이 높은 선진국에서나 가능합니다. 우리나라에선 더 단순하고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참석자들을 죽 둘러 본 네루는 말을 이었다.“그건 한 잔의 물을 마시는 겁니다.” 어리둥절한 참석자들은 “언제요? 전에요, 후에요?”라고 물었고, 네루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그 대신에요.” 네루의 말은 농담이었으나 인구 문제를 다루는 인도 정부의 느슨한 태도와 방식을 알려준다. 물론 인도 정부가 인구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건 아니다. 1970년대 초에는 출생률을 줄이려고 여러 가지 구호를 내세우고 비상한 아이디어를 도입하였다. 불임수술을 받은 사람에겐 라디오를 지급하거나 재정적인 지원을 했으며 불임관련 물품을 무료로 나눠줬다. 긴급조치가 내려진 뒤에는 농촌이나 낮은 계층을 상대로 강제 불임시술을 실시하는 강경책도 썼다. 하나 인도인의 정서를 무시한 인구 정책은 역효과를 가져왔다.1차 산업에 종사하는 대다수 인도인은 자식의 탄생을 ‘먹을 입’이 느는 것이 아닌 신의 선물이자 ‘일할 손’의 증가로 여겼다. 사람들은 강제시술을 피하려고 사탕수수밭에 숨거나 나무 위로 올라갔고, 관리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외출을 자제했다. 인구 정책으로 민심이반을 겪은 인디라 간디 정권은 이어진 총선에서 대패했다. 특히 가족계획을 강하게 추진한 지역에서 큰 패배를 기록했다.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난 오늘날, 강력한 인구 정책은 없어도 교육과 의료 서비스의 증진, 경제발전으로 인도의 인구증가율은 1960년대 4%에서 1.7%로 크게 줄었다. 여성 1명당 아이의 비율도 6명에서 3명으로 감소했다. 인도 정부는 ‘두 자녀 갖기’를 내세우지만 실천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발전한 계층의 성장률은 둔화됐으나 낙후한 계층의 증가율이 여전한 것도 문제점이다. 그렇다면 인구는 인도 미래의 복인가, 독인가? 인도는 인구 10억명을 넘기고도 몬순에 의존하는 농업이 자급자족한다는 점에서 지난 200년간 금과옥조로 여겨온 맬서스의 인구법칙을 무색하게 만든다. 최근 인도가 고급인력 중심의 지식기반산업으로 경제성장을 이뤄가는 사실을 보건대, 인구가 많다는 것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인적 자원에 의한 과학기술의 발전이 기존 자원을 이용하고 새로운 자원을 개발하며 사람들의 생활을 증진시킬 수도 있다. 장차 인도의 인구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고민하게 될 세계를 위한 노동력의 보고가 될 것이다. 인구문제가 곧 현실화될 우리도 하늘색 터번을 매거나 카레를 끓이는 인도인을 이웃으로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인도 인구의 70%가 35세 이하,50%가 25세 이하로 매우 젊다는 사실이다. 인도에 관한 자료를 뒤적이다가 나는 옛 유행가 가사를 바꿔 불러본다.“젊은 인도, 잠깨어 온다.” 젊은 그대, 인도가 달려온다! 이옥순 연세대 인도사 연구교수
  • 춘향·몽룡의 여름나기 배워볼까

    춘향·몽룡의 여름나기 배워볼까

    오는 31일은 단오. 지금은 아스라해진 우리네 고유명절. 조상들은 이날 보양식을 먹고 한바탕 신나게 놀면서 다가올 무더위에 대비해 몸을 추슬렀다. 오늘날. 에어컨을 사는 것 말고 여름을 이기기 위해 우리들이 준비하고 있는 것은 무얼까. 물질문명속에서 우리가 잊고 있는 것은 명절이 아니라 명절속에 담긴 조상들의 지혜가 아닐까. 건강한 여름나기를 준비했던 조상의 슬기를 찾아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본다. 향단이가 준비해놓은 창포물 앞에 앉은 춘향. 솜털이 보송보송한 귀밑머리까지 한올한올 정성들여 머리를 감는다. 행여 한방울이라도 흘릴세라 여간 조심하지 않는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머리를 매만지며 이번엔 화장대앞에 앉아 분을 바른다. 예사로운 분이 아니다. 아침 해뜨기전 텃밭의 상추잎에 맺힌 이슬을 모아 개어 놓은 분이기 때문. 얼굴에 바르면 버짐이 피지 않고 피부가 아기의 그것처럼 고와진다. 분단장 마친 춘향. 비단결처럼 부드러운 머리를 찰랑대며 어서 나가자고 향단이를 채근한다. 오늘은 단옷날. 집안에만 갇혀 지내다 모처럼 자유롭게 바깥을 돌아다닐 수 있는 날이다. 이날을 얼마나 손꼽아 기다려왔던가. 은근한 눈초리로 힐끔대는 뭇남정네들의 시선을 한껏 즐기며 신나게 그네를 탄다. 옷고름이 휘날리는 모양새가 마치 하늘에라도 닿을 듯하다. 저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이몽룡. 마치 그네를 타는 선녀라도 보듯 넋이 빠져있다. 저고리 앞섶이 보일 듯 말 듯 나풀거리는 모습에 애간장이 탄다. 하릴없이 허리춤에 괸 창포뿌리만 매만진다. 단옷날 남정네들은 창포뿌리를 허리에 차고 다녔다. 사악한 기운을 쫓는 효험이 있다는 믿음 때문. 단오선(端午扇)을 부쳐대며 안달복달하는 이몽룡을 보다 못한 메신저, 방자가 춘향에게 다가가 수작을 걸어본다.“아씨, 저희 도련님께서 호젓한 곳에 가서 수리떡이나 같이 드시자고 하십니다요.” 아마도 이몽룡과 성춘향은 이렇게 단옷날을 즐기지 않았을까. 예로부터 단오는 추석과 설에 버금가는 명절이자 축제날. 모내기를 마치고 잠시 쉬며 다가올 뜨거운 여름을 준비하는 날이었다. 이날 먹었던 음식이나 행했던 풍속들을 보면 여름을 이기기 위한 조상들의 슬기가 가득 배어있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넘어오며 잃어버린 우리의 소중한 전통. 단오를 제대로 알면 건강한 여름을 보낼 수 있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도움말 김흥술 강릉시청 학예연구사, 김경남 민속학자, 조규돈 강릉단오보존회 회장 단오가 지나면 곧바로 무더위와 장마가 이어진다. 단오에 벌어지는 풍속들은 더운 여름철에 건강을 유지하는 지혜와 재액을 멀리하고 풍농을 기원하는 습속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 창포물에 머리감기 창포는 기름의 유화작용과 분산작용이 뛰어난 천연세제. 해마다 단오무렵이면 논주변이나, 연못 등에 무성하게 자라났다. 머리카락의 때를 빼고(샴푸), 부드럽게 해주는 것(린스)은 물론, 영양을 공급(트리트먼트)해주는 다양한 기능을 가졌다. 그래서 단옷날이면 부녀자들이 창포뿌리 삶은 물을 희석시켜 머리를 감았던 것. 비듬이나 피부병을 없애주는 효과도 있었다. 또 머리를 감은 다음엔 은은한 향을 발산해 향수대용으로도 그만이었다. ● 단오장(端午粧) 화려한 외출을 위해서, 또 나쁜 귀신을 쫓는다는 주술적인 의미에서 여인네들은 단옷날 아침 공들여 치장을 했다. 먼저 아침해가 뜨기전 창포나 상추에 맺힌 이슬을 모아 분을 개 얼굴에 발랐다.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는 것은 물론, 얼굴에 버짐이 피지 않고 피부가 고와진다고 믿었기 때문. 창포뿌리를 잘라 비녀를 만들어 꽂기도 했다. 두통을 없애 머리를 맑게 하고, 서캐 등의 기생충을 물리치는 효과가 있었던 것. 비녀에 수(壽)와 복(福)자를 새겨 복을 기원하기도 했다. 요즘도 강릉단오제 때에는 할머니들이 머리에 창포비녀를 꽂고 나오기도 한다. 남자들은 창포뿌리를 허리에 차고 다녔다. 물론 재액을 멀리한다는 주술적인 의미에서다. ● 대추나무 시집보내기 농촌에서 설날이나 정월대보름에 과일나무 시집보내기를 하듯, 단옷날 오시(午時, 오전 11시30분∼낮12시30분)에는 대추나무 시집보내기 행사를 벌였다. 단오는 대추가 막 열매를 맺기 시작하는 계절. 여성을 상징하는 대추나무 가지사이에 남성을 상징하는 둥근 돌을 끼워넣어 풍년과 다산(多産)을 기원했던 것이다. ● 단오부채 선물하기 부채는 더위를 식히고 파리나 모기 등의 해충을 쫓는데 유용한 도구. 조선시대에는 국왕으로부터 평민에 이르기까지 단오부채를 선물하는 풍습이 있었다.‘5월부채 동지책력’이라 해서 왕은 단오선이란 부채를 신하들에게 골고루 나눠주었고, 영호남의 지방관리들은 각지역 특산부채를 왕에게 진상하기도 했다. 재료는 달랐지만 평민들도 단오부채를 주고받았다.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라는 의미를 담았음은 물론. ● 기타 단옷날 오시에 목욕을 하면 무병한다고 해서 단오물맞이를 하고 모래찜을 하기도 했다. 부녀자들은 음식을 장만해 창포가 무성한 못가나 물가에 가서 물맞이 놀이를 즐겼다. 또 설날이나 추석처럼 어른아이할 것 없이 모두 단오빔을 해 입기도 했다. 단오를 앞두고 밀린 공사대금 등은 모두 정리했고, 머슴들에게는 동짓날 ‘겨울살이’처럼 옷과 용돈 등 ‘여름살이’가 지급됐다. 노인들은 모아놨던 용돈을 이날 하루에 모두 써버리기도 했다. 약으로 사용하기 위해 쑥과 익모초 등을 뜯는 날이기도 했다. 익모초는 더운 여름날 즙을 내 마시면 입맛을 돋우는 효능을 가진 식물. 이맘때 나는 단오쑥은 특히 약효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슬 맺힌 쑥을 캐다 막걸리를 뿌려 말린 다음 환으로 만들어 먹으면 식중독이나 배탈 등에 탁월한 효과를 보였다. 마당에 쑥불을 피워 전염병을 옮기는 모기 등의 해충을 쫓기도 했다. 소에게는 코를 뚫는 ‘성년식’의 날. 간장을 소의 코에 뿜어 소독한 다음, 날카로운 나무로 소의 코를 뚫었다. 천방지축 날뛰던 송아지가 비로소 양순하고 일 잘하는 어른소가 되었던 것. ■ 강릉단오 29일 절정 경산·영광서도 열려 # 단오놀이 그네뛰기는 여인네들이 즐겼던 대표적인 놀이. 누가 더 멀리 뛰는가를 겨뤘다. 멀리 뛸수록 하늘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다는 주술적인 의미도 있었다. 춘향전에서 보듯, 그네를 타는 곳은 일종의 남녀간 미팅장소이기도 했다. 모처럼 외부출입이 자유로웠던 단옷날, 여인네들은 그네를 타며 남자들과 수작을 벌이기도 하고, 세상밖을 구경하기도 하며 해방감을 만끽했던 것. 강릉지역에서는 파리와 모기 등의 해충을 쫓기 위해 그네를 타기 시작했다는 일화도 전해온다. 반면 남정네들은 씨름을 즐겼다. 각희, 각력이라는 별칭처럼 다리의 힘을 주로 겨루는 경기. 농번기를 앞두고 다리힘을 기르는데 씨름처럼 좋은 놀이가 없었다. # 단오음식 단옷날 먹는 음식들은 미각을 돋울뿐만 아니라 여름을 건강하게 날 수 있는 영양식이기도 했다. 대표적인 음식이 수리떡.‘수리’는 태양을 상징하는 고어(古語)다. 즉, 양기가 가장 성한 날 태양모양의 떡을 만들어 먹었던 것이다. 주재료는 산에서 뜯어온 쑥. 솜털이 나있어 솜쑥이라고도 불린다. 들에서 나는 쑥보다 뛰어난 약효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금님은 이날 제호탕을 마셨다. 제호탕은 여러 한약재를 달여 꿀을 섞은 것으로 여름철 건강을 유지하는데 탁월한 효능을 보였다. 팥죽도 만들어 먹었다고 전해진다. 예로부터 붉은색의 팥은 귀신을 쫓는데 사용한 곡식. 대문이나 장독대 등에 널어두었던 팥으로 단오팥죽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이밖에 송홧가루에 꿀을 섞어 갈증해소를 위해 마셨던 송화밀수나 초여름 보양식 준치만두, 그리고 앵두화채, 수리취떡 등도 단오때 먹던 제철음식들이었다. # 가볼 만한 단오행사 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로 지정된 강원도 강릉단오제(danoje.festival.org)는 최대의 단오축제. 신주빚기 등 사전 행사가 열리는 5월2일부터 6월2일까지 강릉시 남대천변 단오장과 지정행사장에서 열린다. 영신제 등 본행사가 열리는 5월29일부터가 절정. 창포 머리감기, 그네타기 등의 체험행사는 물론, 관노가면극과 학산 오독떼기 공연 등 놀거리와 볼거리가 풍성하다. 정동진 등 유명관광지가 인근에 산재해 있어 5월 나들이코스로는 제격이다. 문의 강릉단오제위원회 (033)641-1593. 중요무형문화재 제44호로 지정된 경북 경산시의 자인단오제(gyeongsan.go.kr)도 가볼 만하다.3m에 달하는 화려한 화관을 들고 추는 여원무와 가장행렬인 호장굿 등이 장관.5월31일부터 6월2일까지 자인면 계정숲에서 열린다. 문의 경산시청 문화관광과 (053)810-6062. 전남 영광의 법성포단오제(yeonggwang.jeonnam.kr)는 5월28부터 31일까지 법성포 숲쟁이공원 주변에서, 충남 대전의 금강단오제(dano.or.kr)는 6월3일 대청댐 잔디광장에서 각각 열린다. 서울의 국립민속박물관(nfm.go.kr), 남산골 한옥마을(hanokmaeul.org)등에서도 단오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 단오의 유래 입하(立夏)를 지나 태양의 열기가 뜨거움을 더해가는 음력 5월5일. 모내기를 마치고 첫번째 김매기를 앞둔 사이에 거행된 단오는 여름철 세시풍속의 중심적인 명절이었다. 조선시대에는 설과 추석, 한식 등과 함께 4대명절 중의 하나이기도 했다. 음양사상에 따르면 오(五)가 두번겹치는 5월5일은 일년중 양기가 가장 왕성한 날. 홀수를 양의 수라 하여 길수(吉數)로 여겼던 전통사회에서 단오는 길일중의 길일이었다. 조상에게 제사를 올리는 날이기도 했지만, 신분의 높낮음에 관계없이 모두가 일상의 시름을 털고 한바탕 신나게 노는 축제의 날이기도 했다. 머슴이라 할지라도 배불리 먹고 즐기는 해방된 날이었던 것. 단오제로 유명한 강릉지역에서는 “단오장에서 돌베개 베고 안 자본 사람 없고, 안 망가진 보리밭 없다.”는 말이 전해질 만큼 음주가무가 어우러진 질펀한 축제의 장이었다. 특히 바깥출입이 자유롭지 않았던 부녀자들에게는 모처럼 외부출입이 허용된 특별한 날이기도 했다. 남쪽으로 갈수록 추석을 성대히 치른 반면, 단오는 북쪽으로 갈수록 더 큰 명절로 여겨지기도 했다. 원인은 기후.5월이 되어서야 추위가 사라지는 북쪽지역에서 내복을 벗는 날인 단오는 가장 경사스러운 날이었던 것. 단오의 유래에 대해서는 중국 유입설이 유력하다. 초나라의 충신 굴원이 멱라수에 몸을 던져 자결한 날이 5월5일. 중국인들이 굴원을 기려 제사를 지내던 풍습이 우리나라의 단오가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견도 만만치 않다.‘수릿날’이라고도 하는 단오는 고대 마한시대부터 시작되었다는 것. 마한시대의 습속을 다룬 ‘위지(魏志)’에 기록된 ‘5월제’가 단오의 시초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명절이자 농사와 관계있는 절기인 단오를 특정인의 제삿날과 연관짓는 것은 무리라는 얘기다. 특히 강릉단오제는 지난 2005년 중국의 공동등재 요청에도 불구하고, 단독으로 유네스코(UNESCO)의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걸작’으로 지정됐다. ■ 남녀노소·빈부귀천 없이 단오엔 모두가 한마음 강릉의 단오제를 지켜본 유네스코 심사위원들이 “아직도 인류에 이런 축제가 남아 있다는 것은 기적”이라고 표현했듯, 단오는 모든 사람들이 상하귀천 없이 함께 어우러진 축제의 장이었다. 거나하게 술이 오른 사람들은 너나없이 돌베개를 벤 채 흐드러지게 잠을 자고, 그새 눈이 맞은 남녀들은 단오장 주변 보리밭이 남아나지 않을 만큼 질펀하게 놀곤했다. “창포꽃 피는 단옷날이 오면 동네 어귀에 있는 송백수 가지에/ 높이 높이 그네줄 매어놓고 붉은 댕기 비단치마 바람에 나부끼며/ 그네뛰던 옛고향이 그리워지기도 한다.”는 어느 시인의 탄식처럼 이제는 세인의 관심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는 단오. 기억 저편으로 보내기엔 너무도 소중한 전통이다. 단오와 관련된 자료사진들을 모아봤다. 아스라해진 기억의 한 자락을 되돌아볼 겸 잊혀져가는 우리의 고유명절을 다시한번 생각해보기 위해서다. ■ 자료제공 강릉시청·강릉문화원
  • [줄기세포 수사결과 발표] 군대식 위계·성과 압박·사익 추구 결국 ‘몰락’으로

    [줄기세포 수사결과 발표] 군대식 위계·성과 압박·사익 추구 결국 ‘몰락’으로

    김선종 연구원이 황우석 교수팀이 갖고 있던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 12개를 섞어심기는 했지만, 연구 총책임자인 황 박사는 MBC PD수첩의 취재가 시작된 뒤에야 이 사실을 눈치챘다. 오히려 황 박사는 줄기세포 2개를 수립하는 데 성공했다며 직접 논문 조작을 하거나 지시했다. 논문 조작에는 열성적이었던 데 반해 관련 데이터를 챙기는 데 소홀했던 황 박사는 줄기세포 조작 사태를 방지할 기회를 번번이 놓친 셈이다. 김 연구원이 줄기세포 섞어심기를 감행한 이면에는 황 박사의 책임도 크다는 지적이다. 소심한 성격의 김 연구원이 섞어심기에 나선 가장 큰 이유를 황 박사의 종용에서 찾을 수도 있다. 생명공학자들은 연구내용과 역할, 가설 등을 공유하는 일반 연구실과 달리 황 교수팀의 연구실이 군대적인 위계질서가 강한 분위기였다고 증언한다. 매일 오전 6시에 나와 계대배양 업무를 하고 줄기세포를 관찰하는 것 자체가 웬만한 ‘군기’로는 안된다는 설명이다. 수사 발표문 곳곳에서도 연구팀 내에서 황 박사가 가졌던 권위가 엿보인다.2004년 사이언스 논문부터 당시 데이터 조작을 지시하면 항변 한마디 없이 실행하는 연구원의 모습에서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의 총체적 조작이라는 대형사고 가능성이 배태되고 있었던 셈이다. 복제 전문가지만 줄기세포 배양에는 문외한이나 다름 없었던 황 박사가 연구와 데이터 정리를 주도하며, 곳곳에서 조작의 여지가 생겨난 것이다. 교수 3명을 제외하고는 박사후 연구원 하나 없는 연구실이기에 조작이 가능했을 수도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권위적인 분위기에서 연구원들은 황 교수팀 연구에 전념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개인적 이익 추구를 위해 매진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 연구원이 미국 유학을 위해 상습적으로 섞어심기에 나선 것이 좋은 예이다.2005년 논문 7번째 공저자인 김 연구원은 논문 공저자 순위를 매기는 시점을 앞두고 집중적으로 섞어심기를 통해 자신의 ‘자질’을 드러내려 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강연 등에서 발표한 황 박사의 미래 청사진도 연구원들을 옥죄는 요인이 됐다. 검찰은 황 박사가 올해 말까지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 임상실험을 하는 로드맵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황 박사는 또 미국 시장에 진출할 꿈을 갖고 미국 시민권자의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NT4) 수립에 유독 관심을 쏟아, 김 연구원에게 오염사고로 죽은 NT4번을 복제하라고 채근하기도 했다. 최신 학문을 다루는 연구실에 맞지 않는 비민주적 의사결정 방식이 연구원들의 일탈과 도덕적 해이를 부른 것이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열린세상] 안창호는 왜 좌절하지 않았을까/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

    요새 도산 안창호 평전을 쓰고 있다. 글의 성격이 평전이기 때문에 도산선생의 실천 마디마디 앞뒤의 정세와 그의 처방을 따져봐야 하는 작업이다. 최근에 발굴된 자료나 연구논문도 가능한 대로 읽어보고 참조해서 쓰고 있다. 도산의 끊임없는 고뇌와 침식을 잊은 실천을 따라가기 바쁘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눈물이 너무 많이 나온다는 것, 온몸을 던지는 실천에도 불구하고 일제에 의해 좌절과 실패에 직면하지만 결코 멈추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끊임없이 구체적인 독립운동의 조건을 따져 실천했다는 점을 느꼈다. 도산이 동지들의 배신과 모략, 견제와 폄하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끝까지 독립운동의 동지로 대하고 섬기고 살려는 자세를 견지한 것은 아무리 독립운동의 대의에 충실한다 하더라도 인간으로서는 참기 힘든 일이다. 도산을 공산주의자로 모략한 이승만에 대해 독립운동하는 사람 가운데 그런 이가 있을 리 없다며 아예 그가 누구냐를 묻지 않았다. 왕년의 동지들이 주변의 모략과 폄하를 방치하고 배제하려는 태도를 보여도 그들에 대해 나쁜 말을 하지 않고 그들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통일독립방안을 제시하고 실천하려 애썼다. 섬세하고 치밀한 그였기에 속이 썩어 문드러졌을 텐데도 내색을 하지 않았다. 시베리아 열차를 타고 유랑의 길을 다닐 때 혼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거나 신민회 운동이 실패한 뒤 망명에 오르면서 옹진해협의 산꼭대기에서 눈물의 기도를 하거나 대전 형무소를 나와 환대하는 동지의 집에서 ‘동포를 위해 한 일이 아무것도 없는 나는 죄인’이라며 우는 도산의 모습은 저절로 눈물이 나올 정도로 감동적이고, 안타까움과 탄식이 절로 나왔다. 무엇보다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 잃어버린 옛 나라를 찾아 복된 나라를 만들려는 도산의 지칠 줄 모르는 의지이다. 도산은 상식적으로 보면 실패한 삶을 살았다. 독립협회와 만민공동회에 뛰어들어 기울어져 가는 나라를 일으켜 세워보려 했지만, 수구파와 외세의 탄압으로 실패했고, 고향에서 신식교육과 개간사업을 전개했지만 수구파들의 탄압정국 조성으로 지원이 끊어지면서 그만두어야 했다. 할 수 없이 미국으로 건너가 노동을 하면서 공부하려고 했으나 이민노동자들의 무권리상태와 빈궁한 생활을 해결하기 위해 학업을 포기하고 팔을 걷어붙였다. 좌우파를 망라한 민족유일당 건설 호소와 남북만주를 오고간 분투에도 불구하고 좌익모험주의 때문에 허사가 되고 말았다. 도산은 공리공론이나 주체적 역량에 걸맞지 않은 투쟁보다 구체적 현실에 바탕을 둔 실천가능한 방안을 추진했고 그런 작업을 통해 일제와 전면적인 독립전쟁을 치러 조국의 광복과 새로운 공화국을 건설하기를 꿈꿨다. 경제위기나 양극화에 대한 말싸움만 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보면 수백년 동안 내려온 DNA가 참 끈질기기도 하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60평생에 실패를 거듭한 실천에도 불구하고 그가 끝까지 절망하지 않고 끊임없는 항일독립과 혁명을 추구한 원동력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알 듯하면서도 확실한 해답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물론 힌트는 있었다. 흥사단을 창단하면서 ‘나 혼자라도 동지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든가 ‘만주동포들의 비참한 현실을 이대로 놔둘 수 없다.’든지 ‘죄인을 용서해주소서.’라는 기도에 해답이 있는지 모른다. 아마 자신의 첫사랑이었던 한반도와 겨레에 대한 사랑, 일제의 혹독한 고문과 학살로 죽어간 동지들에 대한 의리, 해외에 떠돌고 있는 동포들의 참상을 방관할 수 없었기에 도산은 쓰러졌다 다시 일어서 조국의 광복과 혁명을 위해 싸웠던 것은 아닐까. 도산은 미지의 인물이다. 그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개량주의, 준비론자, 문화주의자라고 딱지를 붙이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도산보다 종합적이고 현실적인 실천을 한 애국자가 없는 것 같다.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
  • 트렌디족, 드라마에 꽂혔다!

    트렌디족, 드라마에 꽂혔다!

    TV 드라마의 묘미는 단순히 드라마 내용과 스타들의 얼굴을 보는데 있는 것이 아니다. 스타들을 더욱 멋지게 만드는 스타일리스트들의 안목을 읽어내고, 요즘 유행하는 패션의 트렌트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TV드라마를 보면서 주인공을 죽이네 살리네 논쟁만 할 게 아니다. 패션에 관심 있는 당신,TV드라마 속에서도 유행을 발견하고, 스타일을 찾아내자. 우리는 가끔 드라마를 본다.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또 있다. 드라마 속의 옷을 보고 화장의 맵시도 본다. 아름답기에 여러 가지 상황을 즐겁게 떠올려 보기도 한다. 어느날 눈의 각도를 한번쯤 달리하고 드라마 속의 패션을 슬쩍 바라보자. 멋있는 모습이 다가온다. 더없이 아름다운 옷차림과 패션 센스를 선사하는 장면이 감동으로 눈맞춤한다. 요즘 인기드라마인 손예진과 감우성이 열연하는 ‘연애시대’는 예고편이 뜨자마자 그들의 의상을 묻는 질문이 포털사이트에 올라올 정도로 관심의 중심에 자리잡았다. 다양하게 변신하는 드라마 속 손예진(은호 역)과 감우성(동진 역)의 스타일을 통해 유행도 알아보고, 나의 멋도 찾아보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까칠한 이혼녀 은호,TPO 변신 은호 패션의 기본 코드는 ‘자연스러운 스타일’이지만 시간(time), 장소(place), 상황(occasion)에 따라 품격을 잃지 않도록 노력한 모습이 엿보인다. 스포츠센터에서 일할 때나 친구들을 만날 때는 캐주얼하면서도 편안한 의상을 입는다. 하지만 특별한 외식을 하거나 초대를 받을 때는 단아한 품격을 갖춘다. 집이나 스포츠센터에서 입는 의상의 기본 원칙은 레이어드(겹쳐 입기). 출근길에 가방을 메고 자전거를 이용하는 은호는 세련된 라인의 청바지에 모자티나 얇은 소재의 재킷을 즐기는 모습이다. 스포츠센터에서는 요즘 유행하는 스트라이프나 캐릭터 티셔츠(사진4·11)를 레이어드한 의상이 많다. 간간이 몸에 붙으면서 어깨를 드러내는 오프숄더 티셔츠와 민소매를 겹쳐 입은 모습을 보여준다. 스포츠센터 이외에 친구들을 만날 때에도 대부분 한두 가지 아이템을 레이어드하고, 귀여움을 강조하기 위해 어깨에 주름을 잡아 풍성해보이는 퍼프 셔츠 등을 함께 입기도 한다. # 특별한 날에는 로맨틱하게 특별한 약속이 있는 날에는 로맨틱과 여성스러움을 컨셉트로 내세운다. 동진을 만나는 회상장면(사진7·12·15)에 나온 은호는 분홍색 머리띠와 레이스가 있는 블라우스를 입어 귀여움을 한층 뽐냈다. 맞선을 보거나 데이트를 하는 자리에서는 성숙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의 정장(사진5)을 즐겨 입는다. 올해 유행 색상으로 꼽히는 하얀색을 많이 활용한다. 맞선 자리에서는 미니스커트와 흰색 블라우스(사진6)를 매치해 각선미를 살짝 내보이기도 했다. 하얀색 블라우스는 귀여우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여기에 파란색 조끼나 밝은 니트 등 강한 색상의 겉옷으로 패션에 지루함을 덜었다. # 평범한 직장인 동진, 그러나 과감한 포인트 대형서점에서 근무하는 동진의 의상은 평범한 직장인답게 정장(사진9·10)이 주류다. 이 가운데 포인트가 되는 타이나 니트, 조끼를 매치해 패션 감각을 은근히 드러낸다. 특히 단조로울 수 있는 정장을 다채롭게 변신시키는 패션 아이템인 타이를 한 회에 서너 번씩 바꾸기도 해 동진의 타이를 감상하는 쏠쏠한 재미도 준다. 일상의 동진은 역시 은호처럼 자연스러운 레이어드. 집에서는 트레이닝 복을 레이어드해 입기도 하고, 친구들을 만날 때는 셔츠와 니트, 카디건(사진8·13·14)을 주로 입는다. 평상시에도 비즈니스 캐주얼을 즐기는 동진은 유행 색상인 하얀색 셔츠에 화사한 색상의 니트, 또는 카디건과 같은 색상의 줄무늬가 들어간 셔츠를 입고, 밝은 회색 재킷으로 차분한 캐주얼 차림을 연출한다. 여기에 커다란 크로스백을 이용해 활동적인 느낌을 더한다. ■ 여주인공 헤어스타일 ‘뱅’으로 통하다 문제. 최근 인기를 얻은 드라마 여자 주인공 헤어스타일의 공동점은? 정답, 뱅 스타일(bang style)! 앞머리를 눈썹 위까지 내려 이마를 가리는 뱅 스타일은 어려 보이는 얼굴을 만드는 대표적인 머리모양. 동안(童顔) 열풍에 편승해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SBS ‘연애시대’ 속 손예진의 머시룸 뱅 스타일, 얼마전 종영한 KBS ‘굿바이 솔로’의 김민희식 웨이브 뱅 스타일,MBC ‘Dr. 깽’에서 한가인이 보여주는 롱 레이어 뱅 스타일, 모두 앞머리를 포인트로 연출한다. 손예진 스타일(사진1)은 광대뼈 밑에서부터 층을 내고 약간의 웨이브를 준 모양으로, 앞머리가 눈썹을 살짝 덮어 청순하면서 가볍지 않은 여성스러움을 표현한다. 중앙보다 양쪽의 앞머리가 조금 더 길어서 일명 바가지 스타일, 또는 머시룸 스타일이라고 한다. 얼굴이 살짝 길거나 광대뼈가 있지만 턱이 뾰족한 역삼각형이나 마름모형의 얼굴에 잘 어울린다. 소년 같은 의상이나 여성스러운 원피스 모두 소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 김민희의 ‘미디움 웨이브 뱅 스타일(사진2)’은 어깨보다 조금 긴 길이에 층을 많이 준 연출이다. 파마를 한 후 앞머리를 눈썹 살짝 위로 잘라 옆 가르마로 넘겼다. 귀엽고 어려 보이는 스타일이면서도, 화장이나 의상에 따라 섹시한 연출도 가능하다. 둥근 얼굴, 약간 각이 있는 얼굴형에도 무난히 잘 어울린다. 한가인의 머리 모양(사진3)은 어떻게 보면 매우 평범해 보이면서도 귀여움을 더한다. 얼굴 선을 따라 층을 주어 얼굴형을 보완한다. 앞머리를 일자로 자른 뒤 머리카락의 질감을 살려 어려 보이는 장점이 있다. 얼굴이 너무 길거나 각이 심하다면 옆머리에 살짝 웨이브를 주고 앞머리는 조금 더 길게 잘라 주는 것이 좋다. 앞머리를 중앙보다 양 옆이 더 길게 자르면 얼굴이 작아보이는 효과가 있다. ■ 도움말 파크끌로에(www.cloebeauty.com) 헤어디자이너 유키
  • [생각나눔] 오늘 제1회 입양의 날…복지부·기획처 지원방법 이견

    [생각나눔] 오늘 제1회 입양의 날…복지부·기획처 지원방법 이견

    국내 입양을 활성화하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입양아동에 대한 ‘최소한’의 정부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부처간 협의가 쉽지 않아 고전하고 있다. 재정당국도 입양아동에 대한 지원 자체에 무턱대고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어떻게 하면 지원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 그리고 직접적인 재정 지원이 과연 입양아동에게 도움이 될지 등을 고민하고 있다. 복지부는 내년부터 아동 입양 가정에 입양 아동이 만 18세가 될 때까지 매월 10만원의 양육비를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또 입양할 때 입양기관에 내는 알선료 200만원을 입양 장려금 명목으로 전액 일시불로 지급하고, 입양 아동이 취학 전에 유치원이나 보육시설 등을 이용할 때 매월 15만∼30만원을 지원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기획처는 아직 입양아동에 대한 지원 방안에 대해 부처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올해 입양아동 관련 정부 예산은 63억원이다. 지난해의 45억원보다 19억원 늘었다. 입양아동에 대한 의료급여지원이 38억원으로 60%를 차지한다. 현재 입양아 가정에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인천, 경기도 과천, 전북 등 3곳이다. 복지부 등 입양아에 대한 양육비 등의 지원을 요구하는 쪽은 입양에 따른 경제적 책임을 입양 부모에게만 떠넘겨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처럼 사교육비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경제적 부담이 사회적 편견 못지않게 국내 입양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고 주장한다. 한연희(48) 한국입양홍보회 회장은 “입양아 수만 늘리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입양을 성공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입양아에 대한 지원을 입양 부모가 아니라 아동보호 서비스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입양아 가정에 대한 재정지원에 대해 재정당국 관계자들은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입양을 하는 부모들이 지원금 때문에 아이를 더 입양하고 덜 입양하겠느냐는 것이다. 입양 지원금을 받으면 하루 빨리 ‘내 아이’로 차별없이 키우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 때문에 입양 가정에 대한 직접 지원보다 국내 입양기관에 대한 지원 쪽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입양 가정의 58%가 도시가구 평균소득인 월 340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반박한다.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가정만 입양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홀트아동복지회에 따르면 현재 입양기관에 대한 정부 지원은 연간 1400만∼2500만원. 이 때문에 입양수수료 명목으로 입양부모들에게 일정 금액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어버이날이 더 슬픈 사할린 귀국동포들

    어버이날이 더 슬픈 사할린 귀국동포들

    서울까지 비행기로 3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서 수십년을 살았다.1990년대 초 타향살이에 지쳤다며 자녀, 손자들을 두고 혼자 혹은 배우자와 함께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제는 두고 온 가족들을 그리며 산다. 영주권을 취득해 귀국한 사할린 동포 1세들의 얘기다. “무슨 날인지 모르고 지내는 게 편하지. 말하면 뭐해. 애들이 더 보고 싶기만 하지.” 99년 영주 귀국한 이정희(77) 할머니. 어버이날을 앞두고 사할린에 두고 온 가족들이 더 그립다. 영주 귀국한 사할린 동포들을 위한 요양시설인 대한적십자사 산하 인천사할린동포복지회관에서 지내고 있는 할머니는 몸은 편하지만 마음은 늘 한 구석이 빈 듯하다. “죽어도 고국 땅에 묻히고 싶어서 왔지. 여기 시설도 만족하고. 근데 사람 마음이란 게 참 재밌지. 한국에 오니까 이제는 자식들이 눈에 밟혀.” # 몸은 편해도 마음 한구석은 늘 허전 침대 머리에는 영주 귀국을 기다리다 96년 먼저 세상을 뜬 남편의 사진이 전부다. 귀국했을 때 많은 사진을 챙겨왔지만 다시 사할린으로 돌려보냈다. 이곳에서 죽고 나면 영영 없어질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복지회관 내 최고령자인 정언년(95) 할머니는 경기도 안산에 함께 귀국한 아들이 있지만 사할린에 두고 온 두 딸이 늘 그립다. 귀국 초기에는 그렇게 반기던 친척들도 지금은 발길이 뜸하다. 그럴수록 혈육은 더 그리워진다. 낙이라고는 매월 생활비로 나오는 4만 5000원을 아껴 전화로 딸의 목소리를 듣고 사할린행 비행기표 값을 모으는 것이다. 정 할머니는 “산천초목은 저렇게 젊은데 나는 늙어가기만 한다.”면서 “자식도 못보고 눈을 감게 생겼는데 지금 한국에 와 살고 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했다. 사할린 동포1세들은 대부분 일제 때 강제 징용으로 이주해 종전 후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이다.1989년부터 한·일 양국이 사할린 동포 지원 사업 추진에 합의했다.94년 사할린 동포 영주 귀국자를 위한 요양원을 짓기로 해 99년 인천사할린동포복지회관이 문을 열었다. 10여년 동안 귀국한 동포들은 1000여명에 이른다. 인천 복지회관에서 지내는 동포는 85명. 그들 중 매년 한두 명은 사할린에 다니러 갔다가 돌아오지 않고 있다. 그렇게 고국 대신 가족을 선택한 사람이 지금까지 11명이다. # 매년 1~2명은 사할린갔다 안돌아와 인천에 사할린 동포를 위한 복지회관이 문을 연지 햇수로 8년. 하지만 지역주민 대부분이 복지회관의 존재 자체를 모른다. 그래서 복지회관은 오는 11일 사할린 동포 1세들과 지역 주민들의 화합의 장을 준비 중이다. 이날은 연예인 봉사단의 공연과 함께 결혼식이 있을 예정이다. 처음 복지회관 입소 조건이 독신이었기 때문이 4쌍의 부부가 국적을 취득할 때도 호적 정리를 못하고 법적으로 미혼으로 살아왔다. 결혼식을 앞두고 있는 김금학(88) 할아버지는 “반세기 넘게 함께 해서 그런지 특별히 떨리지는 않는다.”면서 “사할린과 북한에 있는 자식들도 함께 하면 좋을 텐데….”라며 말을 흐렸다. 김주자 관장은 “아버지·형제들과 한번, 자녀·손자들과 또 한번, 이렇게 두번의 이산을 겪은 이들인 만큼 좀더 많은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심상덕의 서울야화] (5)당주동의 뚱뚱보 선생님

    [심상덕의 서울야화] (5)당주동의 뚱뚱보 선생님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의 지명을 알면 서울의 역사도 함께 알게 됩니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당주동’이란 동네를 아시는지요. 세종문화회관 뒤쪽에 있는 ‘당주동’은 북쪽으로는 ‘내수동’, 남쪽으로는 ‘신문로 1가’, 서쪽으로는 ‘신문로 2가’로 둘러싸여 있고요. 마치 부채를 활짝 핀 것과 같은 그런 지형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한복판 ‘종로구 당주동’의 옛 이름은 ‘야주개’였고 말입니다. 이 ‘야주개’라는 이름은 한자로 ‘밤 야(夜)’자에 구슬 주(珠)’자를 쓰는데요, 당주동과 신문로 1가에 걸쳐 있는 나지막한 고개를 그 예전엔 ‘야주현’이라고 불렀습니다. 이 야주개라는 고개에 올라서면 경희궁의 정문인 흥화문의 현판 글씨가 보였는데 그 현판이 얼마나 빛이 났는지 캄캄한 밤에도 마치 밝은 구슬처럼 …꼭 그런 느낌이었던 겁니다. 이 ‘야주개’를 중심으로 형성된 마을을 그 예전엔 ‘야주갯골’이라고 불렀던 거죠. 이 ‘야주갯골’이 지금의 ‘당주동’인 겁니다. 그런데 5월5일 어린이 날인 오늘,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인물, 소파 ‘방정환’은 당주동에서 태어난 서울 토박이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07년 전인 1899년 11월9일, 어물전과 미곡상을 경영하던 방경수의 맏아들로 태어났고, 그 왜 독립선언서 33인 중의 한 사람인 손병희의 사위였습니다. 그리고 방정환이 저만치 당주동 골목길을 지나가면 먼발치에서는 이런 소리가 자주 들려왔다는 겁니다. ‘어유 어쩌면 저리도 미남이실까, 아이휴.’ 이렇게 땅이 꺼져라 하고 한숨 소리가 들려 올 만큼 그 정도로 대단한 미남이었다는 거죠. 그러나 소파 방정환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어린이 잡지의 발행을 끝까지 고집하다가 과다한 부채로 인한 정신적 압박에 과로까지 겹쳐 한창 큰 뜻을 펴나갈 나이인 32살에,‘우리 어린이를 어떻게 하오.’라는 이 같은 말 한마디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으니, 여간 애석한 게 아닙니다. 그가 1923년, 그 당시는 5월1일을 어린이날로 정했었는데, 그때 방정환이 지은 어린이날 노래의 가사는 이랬습니다. ‘기쁘고나 오늘날 어린이날은 우리들 어린이의 기쁜 날일세. 복된 목숨 길이 품고 뛰어논 날, 오늘이 어린이 날. 만세 만세를 같이 부르며 앞으로 앞으로 나아갑니다.’ 어린이 운동가요, 동화구연가요, 계몽운동과 독립운동에까지도 앞장섰던 소파 방정환, 그는 또 이런 말을 남긴 적도 있습니다. ‘새싹을 위하는 나무는 잘 커가고, 싹을 짓밟는 나무는 죽어버립니다.’ 근데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어른들이 돈에 눈이 멀어 불량식품을 만들어 팔기도 하고 어린이 유괴와 성추행이 판을 치고 있잖아요. 소파 방정환, 그가 세상을 떠난 지 이미 오래지만, 지금도 세종문화회관 뒤편 당주동길을 걷다 보면 ‘야 저기 저기 뚱뚱보 선생님이 지나가신다. 선생님 방정환 선생님.’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골목마다 어린이들이 뛰어나오면서 그를 부를 때, 그의 별명은 뚱뚱보 선생님이셨습니다. 이 얼마나 정다운 별명입니까. 그는 사실 몸집이 뚱뚱했습니다. 당주동 골목길의 뚱뚱보 선생님, 소파 방정환, 그는 늘 이런 걸 원했을 겁니다. 때 묻고 구겨진 ‘잡기장’같은 어른들의 세계가 아니라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어린이들의 하얀 백지 위에다 어른들은 제발 때 좀 묻히지 말아 달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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