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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본영 칼럼] 복지는 좋지만 내 지갑은 못 연다는데…

    [구본영 칼럼] 복지는 좋지만 내 지갑은 못 연다는데…

    작금의 경제위기 국면에서 복지재원 조달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한다면 여야 모두 가면을 벗고 정치적 타협을 모색해야 한다. 가급적 다수가 단계적으로 복지 혜택을 받도록 하는 게 현 시점에서 선택가능한 차선의 대안일 듯싶다. 막연한 선입견과 달리 유럽에서 사회보장제도 확대에 시동을 건 쪽은 대개 보수정당 지도자들이었다. 국민연금을 도입한 이는 독일의 철혈 재상 비스마르크였다. 영국에서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기치로 사회보장 확대 보고서를 낸 ‘베버리지 위원회’를 구성한 총리도 보수당의 처칠이었다. 2차 세계대전 중인 1942년에 나온 베버리지 보고서는 당시까지 가난한 사람들에게 편중해 제공하던 사회복지 혜택을 전체 국민에게 제공하려는 지향점을 담고 있었다. 선별적 복지에서 보편적 복지로 가는 레일을 깐 셈이다. 이후 노동당 정부에서 구체화된 무상의료체계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영국의 자랑(?)인 공공의료서비스가 끝내 한계를 드러낸 것인가. 최근 영국 사회가 시끌시끌하다. 지난 7년간 ‘건성건성 공짜 치료’를 한 탓에 숨진 환자가 1만 3000여명에 이른다는 보고서가 나오면서다. 한마디로 여건은 안 되는데 전 국민에게 제공하려다 ‘무늬만 무상 치료’가 된 꼴이다. 역설적이지만, 베버리지 사후 40년인 올해 보수당 정부가 베버리지 식 복지제도의 대수술에 나선 배경이다. 하긴 멀리 볼 것도 없다. 우리의 반쪽인 북한주민의 평균수명이 남한 주민보다 12년 이상 짧다고 한다. 영양 결핍에다 기초 치료약조차 턱없이 모자란 탓이다. “전 인민에게 100% 무상 의료를 제공하는 지상낙원”의 남루한 실상이다. 절대빈곤의 늪에 빠져 있는 북한이야 그렇다 치자. 선진국에서는 복지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은 이른바 ‘눔프(NOOMP, Not Out Of My Pocket) 현상’이라고 한다. 복지 시책은 적극 환영하지만, 이에 필요한 세금은 내지 않으려는 심리다. 어쩌면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한 박근혜 정부가 싸워야 할 유령도 바로 눔프일 듯싶다. 지난 대선에서 여야가 민심잡기 경쟁을 벌이면서 복지 확대가 시대적 화두처럼 됐지만, 이를 감당할 재원이 막막하다면 말이다. 누구나 스웨덴 등 북유럽국의 복지수준을 부러워한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국민이 세금과 사회보장기금으로 소득의 거의 절반을 부담한다는 사실을 외면해선 곤란하다. 우린 어떤가. 지하경제 양성화 드라이브 등으로 세원 포착에 안간힘을 썼건만, 올해 세수는 4월 말 현재 이미 8조 7000억원이나 펑크가 난 상황이라지 않은가. 눔프 현상은 개인 차원을 떠나 지자체에도 팽배해 있다. 올해 무상보육 예산 증가분 부담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각 지자체 간 핑퐁게임을 보라. 16개 지자체 중 살림살이가 그나마 넉넉한 편인 서울시마저 전체 보육예산 가운데 부족분 3500억원을 부담할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는 듯하다. “(부동산 경기 악화로)지방세 수입이 줄었다”는 핑계와 함께. 박원순 시장 역시 2011년 보선에서 공공 무상보육 실현을 공약했건만, 부담은 정부에 떠넘길 기세다. 이처럼 “복지는 좋지만, 내 지갑은 노 터치”라는 심리가 만연하는 한 보편적 복지는 언감생심일 수밖에 없다. 베르디의 오페라처럼 중세 유럽사회에서는 ‘가면무도회’가 유행했다. 상대를 대충 짐작하지만, 짐짓 모른 체하며 짜릿한 일탈을 즐기던 풍속이었다. 당시 상류사회의 위선이 읽힌다. 여야가 확실한 재원조달 대책 없이 무상복지 경쟁에만 매달리는 것은 가면무도회와 무엇이 다른가. 무상보육이든 무상급식이든, 아니면 기초노령연금 지급이든 지속가능하지 않을 줄 뻔히 알면서 보편적 복지를 소리 높이 외치는 것은 위선일 뿐이다. 문제는 역시 정치다. 허위의식에서 벗어나 문제를 정직한 눈으로 들여다봐야 올바른 해결책도 나오는 법이다. 작금의 경제위기 국면에서 복지재원 조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음을 인정한다면 여야 모두 가면을 벗고 정치적 타협을 모색해야 한다. 국민들 중 국가의 부조(扶助)가 절실한 계층 순으로, 가급적 다수가 단계적으로 복지 혜택을 받도록 하는 게 현 시점에서 선택가능한 차선의 대안일 듯싶다. kby7@seoul.co.kr
  • ‘빈곤’ 지워야 할 인류의 숙제 지울 수 있을까?

    ‘빈곤’ 지워야 할 인류의 숙제 지울 수 있을까?

    빈곤 문제는 인류가 태초부터 직면해온 숙명의 과제다. 산업혁명 이후 물질적 풍요가 확산됐지만 저개발국은 여전히 절대 빈곤으로 고통받고, 선진국은 빈부격차로 인한 상대적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하루 생활비 1.25달러 이하의 절대 빈곤 상태에 놓여 있는 인구는 12억명이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지난 4월 절대 빈곤층 비율을 현재 21%에서 2030년까지 3%로 낮추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하면서 “빈곤 문제가 에이즈보다 더 어려운 문제”라고 현실적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빈곤은 무엇이고, 왜 생기며,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이 복잡다단한 문제를 심층 분석한 연구서 2권이 나왔다. ‘빈곤의 사회과학’은 연세대 부설 빈곤문제연구원이 철학, 국제정치학, 경제학, 경영학, 사회복지학적 관점에서 빈곤 문제를 두루 살펴본 책이다.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성원의 다양한 가치관을 최대한 반영하는 다원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공통된 인식에서 출발해 학제적이고도 다학문적인 연구 결과를 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책은 빈곤의 본질과 관련, 아우구스티누스와 애덤 스미스, 마르크스, 하이에크의 철학적 이해를 먼저 살펴본다. 이를 통해 빈곤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만연된 사회적 현상인지 그리고 빈곤의 본질적 원인에 대한 이해와 처방이 금욕과 욕망, 경쟁과 나눔에 대한 인식과 가치판단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한다. 이어 빈곤의 정도를 계측하는 다양한 지표의 정의와 의미에 대해 살펴보고, 국제정치학에서 빈곤 주제가 차지하는 위치 등에 대해 설명한다. 경영학적 관점에선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다룬다. 경쟁과 나눔을 조화시키는 사회적 기업의 활동이 빈곤 문제의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고리라는 점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독일과 영국, 스웨덴 등 유럽 선진국의 복지제도를 통해 한국의 복지정책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와 서재욱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연구원이 함께 쓴 ‘빈곤’은 빈곤 퇴치를 위한 복지정책의 중요성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책은 빈곤이 개인의 게으름과 무능 때문이라는 사회적 통념에 대한 한계를 지적하는 데서 논의를 시작한다. 이를테면 세계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 악화로 수많은 영세 자영업자들이 빈곤층으로 전락한 상황을 고려하면, 가난을 개인의 근로 윤리문제로 돌리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주장이다. 저자들은 “편견과 차별로 빈곤의 원인을 손쉽게 재단할 때 빈곤문제 해결은 더욱 요원해지며 빈곤을 재생산하는 기제로 작동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첨예한 논쟁이 되고 있는 복지정책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에 대해서도 명쾌한 답을 내놓는다. 가령 복지와 경제성장은 양립할 수 없는지, 또 복지를 확대하면 국가 재정이 파탄날 것인지 등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와 사례를 들어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의 빈곤 현황과 정부의 정책을 우리 상황과 비교하면서 빈곤을 줄이고 복지를 확대하는 국가정책의 새로운 전망을 모색한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공기업 탐방-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작년 경쟁률 150대1…우수 인재들 몰려

    [공기업 탐방-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작년 경쟁률 150대1…우수 인재들 몰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지난해 하반기 신입직원 채용 경쟁률은 150대1이었다. 40명을 뽑는 데 약 6000명이 몰렸다. 올 상반기 100명을 뽑는 청년인턴 채용을 진행하면서도 70대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구직난이 심각한 탓도 있지만 안정적인 직장으로 취업 준비생들에게 인기가 있는 공기업이라는 점이 그 이유로 꼽힌다. 캠코는 상반기에 청년인턴을 채용해 일부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하반기에 공채를 실시하는 방식으로 신입직원 채용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사회적 형평성을 고려해 지역 인재 부분 할당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장애인과 취업 지원 대상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차상위 계층, 한 부모 가족 등 사회 취약계층에게 가점을 준다. 채용 전형은 서류전형→필기전형(인성검사·직무능력검사·논술)→1차 면접(실무진 면접)→2차 면접(임원 면접)으로 진행된다. 올 상반기 이를 통해 선발된 100명의 청년인턴들은 6개월 동안 근무하게 되며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정규직(주임·대리 직급인 5급)으로 전환된다. 신입직원 연봉은 약 3600만원이다. 주택 구입 및 전세자금 지원 등 사내 복지제도가 있다. 캠코의 인재상은 ‘미래 가치를 창출하는 캠코인’이다. 통찰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 고객가치를 창출하는 인재, 신뢰와 화합 속에 변화와 혁신을 선도하는 인재, 사명감을 갖고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인재를 찾는다. 이를 위해 1차 면접은 1박2일 합숙면접으로 치러진다. 면접관들이 제시하는 다양한 과제를 지원자들이 풀어가는 모습을 보고 그들의 역량을 평가한다. 2차 면접은 인성과 가치관 평가가 중심이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한국 국가경쟁력 3년 연속 22위…1위는?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이 3년 연속 세계 22위를 유지했다. 기획재정부는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2013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가 60개국 가운데 22위를 차지했다”고 30일 밝혔다. 한국은 2011년 이후 3년째 같은 순위를 지키고 있다. 중국은 21위, 일본은 24위에 올랐다. 미국과 스위스가 작년보다 한 단계씩 올라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위였던 홍콩은 3위로 내려앉았다. 아랍에미리트(UAE)는 2년 연속 순위가 크게 상승하면서 28위에서 8위로 훌쩍 뛰었다. 반면 대만은 6위에서 11위로 2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재정 위기를 겪은 스페인(45위)이나 포르투갈(46위) 등은 순위가 내려갔으나, 다변화된 경제와 강한 중소기업 등을 가진 스위스(2위)나 스웨덴(4위) 등은 높은 경쟁력을 유지했다. IMD는 종합순위를 최초로 발표한 1997년 이후 25주년을 기념해 각국의 경쟁력 수준 변화정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한국은 국가별 최저순위 대비 상승폭을 기준으로 1999년 41위에서 2013년 22위로 19단계나 올라 60개국 가운데 2위를 차지했다. 1997년과 2013년의 순위 변화를 기준으로도 한국은 8단계나 상승해 ‘승자’로 분류됐다. 총 46개국 중 4위에 올랐다. 국가경쟁력 순위를 결정하는 주요 4개 부문 순위를 보면 한국의 ‘경제성과’는 지난해 27위에서 20위로, ‘정부 효율성’은 25위에서 20위로, ‘인프라’는 20위에서 19위로 상승했다. 그러나 ‘기업 효율성’은 25위에서 34위로 9단계나 추락했다. 경영활동이나 생산성ㆍ효율성 부문을 중심으로 순위가 전반적으로 떨어졌다. IMD는 “연평균 근로시간(3위)ㆍM&A 활동(7위)ㆍ고객만족도 강조(8위) 등은 강점이나 회계감사의 적절성(58위)ㆍ이사회의 경영감시(57위)ㆍ노사관계 생산성(56위) 등은 약점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총 333개 세부항목 가운데 장기 실업률(1위)ㆍ공공부문 고용(2위)ㆍ기업의 R&D 지출비중(2위) 등 21개 항목은 상위권에 들었다. 그러나 이사회의 경영감시(57위)ㆍ노사관계 생산성(56위)ㆍ관세장벽(56위) 등 23개 항목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IMD는 한국이 앞으로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약점으로 지적된 부문에 대한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경제의 도전 과제로 △가계부채 완화 △실업률 관리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 △재정건전성 강화 △낮은 물가 및 맞춤형 복지제도를 통한 저ㆍ중소득 가구 지원 △북한 위협에 대비한 경제체질 강화 등을 제시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오늘의 눈] 무상보육 재정부족, 서울시 탓만 하는 복지부/강국진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무상보육 재정부족, 서울시 탓만 하는 복지부/강국진 사회부 기자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얼마 전 기자간담회에서 ‘무상보육’으로 인한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부족 문제에 대해 입을 열었을 때 무척 놀랐다. 이런 취지였다. “지난해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지방비 부담 증가분 문제를 지자체와 합의했다. 문제될 게 없다. 그런데도 예산부족사태 얘기가 나오는 건 지자체에서 제도 변화를 감안하지 않고 예산을 예년 기준으로 편성했기 때문이다.” 며칠 뒤 복지부의 설명회와 배포자료는 좀 더 직설적이었다. “재정 자주도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서울시는 양육수당예산을 2012년 기준(0~2세 소득하위 15%)으로 설정해 필요한 재원보다 크게 부족하게 편성했다. 다른 지자체에 비해 예산편성 의무이행 의지가 매우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설적으로 해석하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입만 열면 복지 복지 하는데, 알고 보니 겉다르고 속다른 것 아닌가’라는 것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갑을(甲乙) 관계다. 그걸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지방자치 확대를 금과옥조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가의 역할에 더 관심이 많다. 하지만 중앙정부가 지방을 상대로 ‘갑질’을 일삼는 건 차원이 다르다. 외환위기 이후 분권이니 위탁이니 하는 이름으로 많은 권한을 지방과 민간에 이전한다고 했지만 그건 겉모습일 뿐이다. 노무현 정부는 복지분권화를 지방과 별다른 논의 없이 하루아침에 해버렸고 이를 위한 예산과 인력은 제대로 주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부자 감세를 밀어붙이면서도 줄어든 세금이 각종 교부세 감소로 이어져 지방재정이 수렁에 빠진다는 건 이해하지 못했다. 2011년 연말 느닷없이 등장한 무상보육은 ‘생색은 정부가 내고 부담은 지방에 떠넘기는’ 한국식 복지제도의 결정판이었다. 논란과 아우성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해 9월 13일 김황식 국무총리는 지자체에 약속했다. “보육체계 개편은 지자체와 긴밀히 협의하겠다. 추가 재정부담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 서울시는 이를 근거로 2012년 수준으로 무상보육 예산을 편성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국회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보육체계 개편이 이뤄졌다. 추가 재정부담도 발생했다. 그나마 국회에선 여야 가릴 것 없이 전액 국가가 부담하자고 했다. 그걸 거부한 건 복지부였다. 더구나 국고보조사업은 지자체에서 힘들다고 발을 빼버리면 강제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결국 복지부로선 자업자득인 셈이다. 진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대선 당시 복지공약을 세울 때 예산추계를 충분히 했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믿고 싶다. A4 넉 장짜리 ‘대선공약집 소요재원’에는 ‘0~5세 보육 및 유아교육 국가완전책임제 실현’이라고 한 다음 ‘교부금 13조원’이라고 돼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시 24개 구청장들이 예산편성이 어렵다고 호소할 때 미리 알려줬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재원 조달에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냈다고 하니 이제라도 집행만 하면 될 일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진 장관에게 ‘완전한 국가 책임’과 ‘예산추계 이행’을 기대한다. betulo@seoul.co.kr
  • STX 임금·복지 다 줄인다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채권단의 공동관리를 통해 경영 정상화를 꾀하고 있는 STX그룹의 임직원들이 강도 높은 고통 분담에 나섰다. 비상경영 계획은 한마디로 ‘줄일 수 있는 것은 다 줄인다’로 요약된다. STX그룹은 12일 ▲임금 삭감 ▲조직 슬림화 및 임원 감축 ▲복리후생 축소 ▲경비 절감 ▲자산 매각 등 5대 방향에서 자구노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사장단과 임원의 임금을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30%, 20% 삭감했고, 직원들의 임금은 당분간 동결한다. 지난달 급여는 지난 5일 기준으로 생산직은 75%, 사무관리직은 50%만 지급한 바 있다. STX조선해양과 STX엔진은 조직 통·폐합과 대(大)팀제 운영을 위해 실 단위 조직을 폐지했고, ㈜STX, STX중공업 등도 본부, 팀 등 조직 규모를 대폭 줄였다. 계열사별로 조직을 30∼70% 축소한 셈이다. 이를 통해 그룹 전체의 임원 수는 지난해와 비교해 320여명에서 250여명으로 22% 줄었다. STX그룹은 또 임직원에게 제공하던 자녀 학자금 지원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축소하고, 건강검진도 격년제로 실시할 예정이다. ‘선택적 복지제도’ 차원에서 개인별로 연간 100만∼200만원가량 지급되던 복지비는 하반기부터 지급하지 않는다. 한편 지난해 STX에너지의 지분 50%를 확보해 최대 주주가 된 일본 금융회사 오릭스가 최근 추가 지분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오릭스가 STX그룹의 위기를 틈타 STX에너지의 경영권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이에 대해 ㈜STX(지분율 43.2%)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민사·형사상 대응도 밝히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김경운 기자 kkwoon@seoul.co.kr
  • [시론] 경기 대책 좌고우면할 때가 아니다/현정택 인하대 경상대 교수

    [시론] 경기 대책 좌고우면할 때가 아니다/현정택 인하대 경상대 교수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전망하면서 주요 아시아 회원국 중 한국이 꼴찌에서 두 번째로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았다. 이 같은 한국 경제의 어두운 전망은 실제 나타난 여러 지표로도 확인되고 있다. 한국 경제성장의 견인차라 할 수 있는 수출은 4월까지 불과 0.5% 늘어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고, 광공업 생산은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며, 설비투자는 두 자릿수 이상의 큰 폭으로 하락했다. 경기 침체의 여파로 건설·해운·조선 업종을 비롯한 기업의 부실이 확대되고, 이에 따라 주요 금융기관의 순이익도 작년의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 경제는 그동안 세계 경제 사이클과 같이 움직였는데, 최근 미국과 중국 등에서 회복 기운이 일고 있는 데에도 불구하고 깊은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세계 제일의 경제 대국인 미국에서는 생산·판매·고용 등의 지표가 개선되고 뉴욕 증시의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3월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유럽의 불안감은 지속되고 있지만, 중국 경제는 견실한 성장을 하고 장기 불황에 시달리던 일본 경제도 아베 신조 총리의 부임 이후 경제 활력을 회복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거시경제정책의 방향을 올바로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럽과 같이 재정구조가 매우 취약한 나라에서도 팽창정책을 펼친 2012년에 상대적으로 재정여력이 있는 한국은 균형재정이라는 목표 달성에 우선순위를 부여해 적극적인 부양정책을 쓰지 않았다. 또 통화정책에 있어서도 지난 2년간의 계속적인 성장률 하락 속에서 단 두 차례 각각 0.25% 포인트의 소폭 금리 조정만 했다. 미국이 2015년까지 제로 금리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나 일본이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때까지 무제한의 통화를 방출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뚜렷이 대비된다. 그 결과, 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에 그쳤고 올해 성장률은 한국은행 전망대로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2.6%에 불과하다. 한국이 경제발전을 시작한 1960년대 이래 경제성장률이 2년 연속 이렇게 낮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사실 2%대 경제성장률은 매우 성숙한 선진국인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 볼 수 있는 수준인데, 문제는 이런 추세가 계속되는 경우 한국이 지속적인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잠재성장률 자체가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경제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경기부양에 두고 정책 역량과 수단을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 복지제도 확충, 지하경제 양성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 정립, 미래의 창조적인 성장동력 확보 등 중요하고도 반드시 달성해야 할 국가 경제과제가 많지만 현재 가장 시급한 과제는 경제가 더 이상 가라앉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경기 부양 대책의 효과를 좌우하는 것은 내용보다도 시기와 규모에 있다. 국회에 제출된 추가경정예산안은 지금 통과되더라도 하반기가 돼서야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므로 많이 늦은 셈이다. 더 이상의 지연이 없도록 이번 회기 내에 통과시켜야만 한다. 규모 면에서도 추경 중 실제 부양효과가 있는 것은 세금 감면과 지출 증대를 포함하여 13조원 정도이므로 필요하면 추가 부양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통화정책에서도 최근 유럽중앙은행과 인도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한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물론 재정 지출이 늘어나는 데 따라 나랏빚을 걱정해야 하고 돈을 푸는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을 고려해야 하지만 좌고우면하고 있을 처지가 아니다. 일본이 장기 불황을 겪게 된 근본 원인도 미흡한 경기부양과 때이른 긴축정책을 번갈아 가며 사용했던 데에 있다. 지난달 발표된 국제통화기금의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는 ‘희망’ ‘현실’ ‘리스크’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국 경제가 처한 현실을 직시해 추락의 위험을 예방하는 정책을 펼쳐나감으로써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다.
  • “10년간 가난한 신부전증 환자 치료… 법 바뀌며 중단돼”

    “10년간 가난한 신부전증 환자 치료… 법 바뀌며 중단돼”

    비영리 사회복지법인인 ‘모퉁이재단’ 백락운(50) 이사장은 ‘인천의 슈바이처’로 불린다. 백 이사장이 운영하는 인천재활의원은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재활시설 중 유일하게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내적 장애인(내부 기관이 장애)을 대상으로 의료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2003년 2월 개원한 이래 형편이 어려운 만성 신부전증 환자 36만여명에게 본인부담금을 받지 않고 무료 신장투석을 해줬다. 의료비로 따지면 70억원이 넘는다. 백 이사장은 “힘들지만 봉사의 기쁨으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백 이사장은 “신부전증 환자는 신장이식을 받지 않는 한 평생 주 3회, 1일 4시간의 신장투석을 받아야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2급 중증 장애인”이라며 “그런데도 차차상위계층으로 분류돼 복지혜택을 못 받는 경우가 많아 무척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만성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60세 이상 노인이어서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이 약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복지제도는 이들에게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당수의 신부전증 환자는 월 30만원에 이르는 치료비 부담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게 백 이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인천재활의원을 이용하는 환자들은 1회에 1만 5000원인 본인부담금을 내기 힘든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런 점 때문에 인천시 등 지역사회의 후원을 받아가면서까지 무료 신장투석 사업을 펴 왔지만 의료법상 문제가 돼 지난해 2월부터 중단됐다. 지금은 유료 환자만 받고 있다. 백 이사장은 “의료법보다 장애인법이 우선 되어야 한다”며 “우리 재단은 장애인재활시설로 허가가 났는데도 장애인복지법에 규정된 지원은커녕 의료법을 적용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여전히 집 밖에 나서기도, 입에 풀칠하기도 어렵다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우리나라는 장애인 활동지원제도, 장애인연금 등 장애인을 위한 복지제도를 꾸준히 확충해 왔지만 지난해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이 화재로 사망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부실한 장애인 복지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올랐다. 보건복지부가 가족 중 장애인이 있는 3만 8231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1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들의 소득과 취업률 등은 비장애인들의 절반 수준이다. 장애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98만 2000원으로 당시 전국 월평균 가구 소득(371만 3000원)의 53.4%였으며 장애인의 취업률은 35.5%로 전체 취업률(60.1%)의 절반을 약간 웃돌았다. 장애인이 일하는 직종은 단순 노무 종사자(30.1%), 기능원 및 기능 종사자(12.5%), 장치·기계 조작 조립(12.4%) 등 단순 노무 위주였으며 이들의 임금은 월 142만원에 그쳤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중증장애아동 돌봄서비스 등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돌봄서비스가 확충되고 있지만 장애인들은 여전히 일상생활과 사회 활동에서 불편을 경험하고 있었다. 장애인 중 27.5%가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했지만 일상생활을 도와주는 사람의 84.2%가 가족 구성원이었다. 집 밖에서 활동할 때 불편하다는 장애인은 40.7%에 달했으며 불편한 이유는 장애인 편의시설 부족(54.9%), 외출 시 동반자가 없어서(31.9%), 주위 사람들의 시선(11.1%)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정부에 가장 요구하는 사항은 소득 보장(38.2%), 의료 보장(31.5%), 고용 보장(8.6%), 주거 보장(8.0%) 등이었다. 복지부는 새 정부 국정 과제에서 ‘장애인의 권익 보호 및 편의 증진’이라는 구호 아래 다양한 계획을 내놓았다. 장애 유형 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발달장애인의 권리 보호를 위해 올해 안으로 발달장애인법을 제정하기로 했으며 그동안 장애인들에게 낙인감을 준다는 비판이 제기된 장애등급제는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그 이전에 6등급으로 세분화된 등급 체계가 경증과 중증의 2단계로 단순화되고 장애인 개개인의 욕구와 환경적 요인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변화된다. 그 밖에 활동지원제도의 대상과 급여가 확대되며 중증 장애인을 위한 응급 안전 시스템이 구축된다. 정충현 복지부 장애인정책과장은 “장애계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다른 부처의 장애인 국정 과제도 원활히 이행되도록 최대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여전히 집 밖에 나서기도, 입에 풀칠도 어렵다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우리나라는 장애인 활동지원제도, 장애인연금 등 장애인을 위한 복지제도를 꾸준히 확충해 왔지만 지난해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이 화재로 사망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부실한 장애인 복지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올랐다. 보건복지부가 가족 중 장애인이 있는 3만 8231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1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들의 소득과 취업률 등은 비장애인들의 절반 수준이다. 장애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98만 2000원으로 당시 전국 월평균 가구 소득(371만 3000원)의 53.4%였으며 장애인의 취업률은 35.5%로 전체 취업률(60.1%)의 절반을 약간 웃돌았다. 장애인이 일하는 직종은 단순 노무 종사자(30.1%), 기능원 및 기능 종사자(12.5%), 장치·기계 조작 조립(12.4%) 등 단순 노무 위주였으며 이들의 임금은 월 142만원에 그쳤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중증장애아동 돌봄서비스 등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돌봄서비스가 확충되고 있지만 장애인들은 여전히 일상생활과 사회 활동에서 불편을 경험하고 있었다. 장애인 중 27.5%가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했지만 일상생활을 도와주는 사람의 84.2%가 가족 구성원이었다. 집 밖에서 활동할 때 불편하다는 장애인은 40.7%에 달했으며 불편한 이유는 장애인 편의시설 부족(54.9%), 외출 시 동반자가 없어서(31.9%), 주위 사람들의 시선(11.1%)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정부에 가장 요구하는 사항은 소득 보장(38.2%), 의료 보장(31.5%), 고용 보장(8.6%), 주거 보장(8.0%) 등이었다. 복지부는 새 정부 국정 과제에서 ‘장애인의 권익 보호 및 편의 증진’이라는 구호 아래 다양한 계획을 내놓았다. 장애 유형 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발달장애인의 권리 보호를 위해 올해 안으로 발달장애인법을 제정하기로 했으며 그동안 장애인들에게 낙인감을 준다는 비판이 제기된 장애등급제는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그 이전에 6등급으로 세분화된 등급 체계가 경증과 중증의 2단계로 단순화되고 장애인 개개인의 욕구와 환경적 요인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변화된다. 그 밖에 활동지원제도의 대상과 급여가 확대되며 중증 장애인을 위한 응급 안전 시스템이 구축된다. 정충현 복지부 장애인정책과장은 “장애계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다른 부처의 장애인 국정 과제도 원활히 이행되도록 최대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폐업 위기 진주의료원] 민주 “휴업취소訴 등 법적 대응”

    [폐업 위기 진주의료원] 민주 “휴업취소訴 등 법적 대응”

    민주통합당은 4일 경남도의 진주의료원 휴업 방침에 대해 법적 대응을 포함해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당 김용익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주의료원 정상화를 위한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김 의원은 단식에 들어가기에 앞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논리대로라면 정부가 시행하는 무상보육, 기초연금과 같은 복지제도를 모두 없애야 한다. 휴업조치는 우리나라 공공의료체계에 대한 선전포고”라면서 진주의료원 폐업을 강행하고 있는 홍 지사를 비판했다. 그는 특히 “못사는 사람은 쓰레기란 말인가”, “진주의료원 환자는 경남 도민이 아니라는 것인가”, “홍 지사는 쓰레기 같은 사람의 도지사가 될 수 없다는 것인가”, “정치를 그렇게 오래한 사람이 공공병원에 대해 이렇게 무식하냐”는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냈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인 김 의원은 의사 출신으로 참여정부에서 사회정책수석을 지냈다. 앞서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홍 지사가 자신의 연임을 위해 돈 안 되는 진주의료원과 표가 되는 경남도청사 제2청사를 맞바꾸려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면서 “사실이라면 공공의료를 팔아 표를 사겠다는 실로 경악할 만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우 수석 부대표는 오는 7일 진주의료원에서 당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하는 등 여론의 관심을 모으는 데 적극 나서기로 했다. 민주당 경남도당은 이날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휴업처분 취소 소송과 휴업처분 집행정지 가처분신청 등 법적 대응도 고려하고 있다”며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휴업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복지예산 100조 시대… 복지공무원의 ‘그늘’] (상) 현 시스템 무엇이 문제인가

    [복지예산 100조 시대… 복지공무원의 ‘그늘’] (상) 현 시스템 무엇이 문제인가

    지난달 경기 성남시의 한 주민센터에서 일하던 사회복지직 공무원이 업무 과중을 호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무상보육, 저소득 학생 교육비 지원 등 연초 생각지도 못하게 늘어난 업무를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했던 상황에서 내린 극단적 선택이었다. 복지제도와 복지서비스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이를 담당할 공무원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한 해 100조원을 넘어선 복지예산의 집행을 현장에서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황과 대안을 2회에 나눠 싣는다. “언론을 통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층이 자살 등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제가 담당하는 동네에서도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하지만 일이 너무 많아 주민센터에 매여 있으니 주민들이 어디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알 방법이 없네요.”(서울의 한 주민센터 복지 담당 공무원)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이 도입돼 복지업무의 상당 부분이 자동화됐지만 어려움에 처한 저소득층을 찾아내고 필요한 복지 지원을 연계하는 것은 복지 공무원의 몫이다. 그러나 인력이 부족하면 이런 복지 공무원의 역할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주민들의 복지 체감도는 떨어지고 지원이 필요한 곳에 손길이 닿지 않다 보니 복지 사각지대가 양산된다. 지난달 경기 양주시에서는 일하던 공장에서 해고된 뒤 실직 상태로 생활고에 시달리던 40대 남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 11월에는 월세가 7개월째 밀린 모녀가 동반 자살했다. 이처럼 생계를 비관한 자살이나 고독사 등 안타까운 소식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들이 정부나 민간의 복지 지원을 받을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기초수급자나 한부모가정 등 복지 지원 대상자가 아니더라도 자격 기준에 부합하면 복지부의 긴급 복지 지원 제도를 통해 생계비나 의료비 등을 받을 수 있었다. 그게 아니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나 대한적십자사 등 민간 단체에서 생계비나 식료품 등을 지원받을 수도 있었다. 문제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좀체 ‘발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소득층이 스스로 복지 지원 제도를 찾아 신청하거나 이웃들이 알려주지 않는 한 과다한 업무를 떠안은 복지 공무원이 직접 발굴해 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복지 지원 대상자들의 소득 조사 업무를 맡은 시·군·구청의 복지 공무원도 복지 사각지대를 관리할 여력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서울의 한 구청 복지 공무원은 “200여개에 이르는 복지사업 지침과 자격 조사에 파묻혀 있다 보니 민간 단체를 찾아다니거나 개인 기부를 독려하는 등의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사례 관리 또한 지침 속에나 있는 말”이라고 했다. 복지 공무원들의 사기는 급격히 저하되고 있다. 복지 상담과 신청 접수, 소득 조사와 같은 업무는 공무원들 사이에 ‘3D’ 내지는 ‘기피 업무’로 여겨진다. 복지직 공무원으로 일했던 김이배 부산대 박사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모두 바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복지업무는 맡으려 하지 않는다”면서 “인사권을 쥐고 있는 상급자에게도 복지업무는 복지직이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깊게 자리 잡혀 있다”고 말했다. 복지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직렬을 구분하고 복지직에 감당할 수 없는 업무가 떨어지는 것에 대해 ‘차라리 복지직과 일반행정직을 통합하라’고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런 가운데 주민들의 복지 체감도도 쉽게 높아지지 않고 있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기초생활수급자 전모(45·여)씨는 “주민센터에 찾아가도 다들 바쁘니 눈치를 보며 한두 가지 물어보는 게 전부”라면서 “맘 편히 어려움을 털어놓고 싶어도 내가 무리한 걸 요구하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저소득층이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주민센터를 방문했다가 제대로 된 상담을 받지 못해 답답함을 토로하는 사람들의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사회복지 상담 한번에 ‘OK’

    도봉구는 구청 1층 민원여권과에 희망복지정보센터를 설치해 사회복지 종합상담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한다고 6일 밝혔다. 어느 부서에서 어떤 업무를 담당하는지 몰라 방황하던 민원인들이 한결 수월하게 복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희망복지정보센터는 복지민원 업무 담당자와 즉시 연계해 주고, 이용 가능한 서비스를 한 번에 종합 안내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이달부터 찾아가는 이동상담실을 운영하며 적극적으로 복지제도를 소개하고 상담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 예정이다. 생활이 어려운 가구를 적극 발굴·지원하는 예방적 복지행정을 펼치기 위해서다. 상담을 통해 발굴된 위기 가구에 대해서는 지원 가능 여부 판단 후 법적 보호 신청 및 부서 안내, 민간자원 연계 등 가구별 욕구와 상황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자리센터, 보건소(건강e음터), 금융상담 등의 서비스에 대해서는 즉시 연계가 가능토록 지원 체계도 구축했다. 구는 희망복지정보센터 운영을 통해 구민의 복지행정 만족 체감도를 대폭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동진 구청장은 “사회변화에 맞는 따뜻한 복지, 체감도 높은 맞춤형 복지 실현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서울광장] 무엇이 우리의 행복지수를 높여줄까/함혜리 논설위원

    [서울광장] 무엇이 우리의 행복지수를 높여줄까/함혜리 논설위원

    인간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행복한 삶이다. 죽는 순간까지도 행복에 대한 열망을 버리지 못한다. 그런데 행복은 물질적인 풍요만으로는 얻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 경제규모에 1인당 소득 2만 3000달러로 성장했지만 국민들의 행복감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경제 양극화, 높은 실업률, 불안한 노후, 각종 범죄, 높은 자살률, 후진적 정치행태 등이 국민들의 불쾌지수를 높인 결과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부강하고, 국민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한 사람의 행복도 장담하기 어려운데 국민 모두의 행복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의 어깨는 참으로 무거울 것이다. 어떻게 하면 국민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일까. 대다수 국민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복지 선진국의 사례에서 배울 점을 찾아 우리 시스템에 맞게 적용하면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국민행복시대에 훨씬 빠르게 당도할 수 있다. 1990년대 초 높은 실업률과 경제 부진을 극복하고 성장과 수준 높은 복지를 구가하고 있는 스웨덴은 훌륭한 산 교과서다. 스웨덴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순위에서 노르웨이, 덴마크에 이어 3위를 차지하는 나라다. 분배지수를 보여주는 지니계수는 세계 2위이며, 사회갈등지수는 세계에서 가장 낮다. 복지에 많은 돈을 쏟아부으면 경제에 부담을 준다는 게 상식이지만, 스웨덴은 성장과 분배의 딜레마를 극복하고 진정으로 국민이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찾았다. 생애주기에 맞춰 촘촘하게 잘 짜여진 스웨덴의 복지제도는 국민의 삶의 질을 보장해 주고, 위기 상황에서 기댈 수 있는 일종의 방파제 역할을 한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스웨덴의 경제발전이 복지제도와 함께 이뤄졌다는 점이다. 스웨덴의 복지제도는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해 형평적 분배수단인 세금을 통해 균등하게 재분배하되 성장과 고용의 선순환을 이끌어 내는 구조로, ‘생산적 복지’의 이상적 모델이다. 국민과 기업은 높은 세금을 내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골고루 혜택이 돌아오기 때문에 기꺼이 부담한다. 형평성 있는 분배가 이뤄지면 개인, 지역, 계층 간 차이가 적고 따라서 반목, 위화감, 갈등도 줄어든다. 사회는 안정되고 사회적 관용도는 높아진다. ‘기회의 평등’도 중요한 개념이다. 수준 높은 무상교육을 받아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모두에게 주어지기 때문에 가난의 대물림이 적다. 일시적 재난이나 좌절, 실직, 실패의 늪에 빠진 사람들은 국가의 보조금을 받으며 교육과 훈련을 받고 재기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제공하는 성인교육, 자발적으로 하는 성인학습, 실업자 등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직업훈련, 재직근로자 대상의 직업훈련 등 다양한 성인교육이 학교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성인교육 참여율이 61%로 세계 최고인 스웨덴에서는 인생 3모작까지도 가능하다. 스웨덴 쇠데르턴 대학의 최연혁 교수는 저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에서 “스웨덴 사회복지제도는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확신과 믿음을 주기 때문에 인생을 비관적으로 보거나 극단의 방법을 택하지 않을 수 있게 해준다. 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혁신적 생각을 현실에 적용해 볼 수 있게 만든다”고 했다. 복지의 최전선에 있는 고위관료에게 우리나라 복지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국민들이 복지의 개념을 모르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지금이라도 한국판 베버리지 보고서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복지제도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필요한 개선책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꿈꾸는 복지국가는 당장엔 실현이 불가능하다. 수십년 앞을 내다보고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행복은 구호를 외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국민은 수혜자로서 책임을 다하고, 정부는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국민이 낸 세금을 잘 관리해 복지라는 이름으로 공평하게 되돌려 줄 때에 가능하다. lotus@seoul.co.kr
  • “기초노령연금 도입 전 노후소득 체계 먼저 효율화 해야”…국책硏, 박근혜 복지정책에 쓴소리

    “기초노령연금 도입 전 노후소득 체계 먼저 효율화 해야”…국책硏, 박근혜 복지정책에 쓴소리

    박근혜 정부가 내년 7월부터 시행하기로 한 기초노령연금제도가 복지 사각지대 해소 효과는 떨어진 채 재정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쓴소리가 나왔다. 민간이 아니라 정부가 중심이 돼 작성한 보고서에서다. 기초노령연금을 둘러싼 논란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조세연구원이 주도하고 기획재정부,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금융연구원, 국제금융센터 등이 참여한 거시경제금융회의 작업반은 27일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거시경제금융안정보고서를 발표했다. 작업반은 거시경제금융회의에 보고·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이번 보고서를 작성했다. 거시경제금융회의에는 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이 참여하고 있어 향후 정부 정책에 보고서 내용이 반영될 전망이다. 가장 눈길이 쏠리는 부분은 재정 부문 위험요인 점검 중 노후소득보장 관련 지출 증가다. 보고서는 “기초노령연금제도의 실효성 논란과 더불어 대상 확대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의 재구조화를 통한 노후소득보장 체계의 효율화가 선결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에 기초노령연금을 더 얹어 주는 게 아니라 노후 소득을 보장한다는 큰 그림을 그린 뒤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을 연계 지급하는 등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뜻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 21일 소득 수준에 따라 4만~20만원씩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하고, 재원은 국고와 지방비로 부담하겠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국민연금과의 연계 운용 방안도 논의됐지만 여론의 반발에 밀려 분리 운영하기로 했다. 보고서 중 재정 분야를 담당한 최성은 조세연 장기재정전망센터 연구위원은 “하위 70% 노년층을 대상으로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하는 것은 막대한 재정 투입이 이뤄져야 하지만 실효성은 떨어지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부유한 노년층에게 월 4만원을 주는 대신 국민연금 보험료조차 낼 돈이 없는 전체 31.4%의 빈곤 노인층에게 연금을 더 많이 주는 게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최 연구위원은 “정치적 여건에 따라 비용만 크고 효과는 떨어지는 제도를 확대하는 대신 2060년에 고갈될 것으로 우려되는 국민연금까지 합쳐 노후소득보장체계의 전체 모습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체 보고서 집필을 주관한 송인호 KDI 부연구위원도 “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의 비용과 효과를 면밀히 분석, 노인복지제도의 구조를 바꾸는 게 제도 시행 전에 선행돼야 한다”고 거들었다. 보고서는 또 최근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와 관련해 “환율 변동에 따른 우리 기업의 환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면서 “외국인 채권자금 유입 확대는 자본의 급격한 유출 위험을 높이고, 국가 전체의 외채를 증가시키면서 대외채무 상환 위험도 끌어올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채권거래세 등 ‘한국형 토빈세’ 등 외환 유출입 장벽이 추가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 밖에 보고서는 최근의 투자 부진이 계속된다면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약화되면서 저성장 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원화 가치 상승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성장세를 둔화시킬 수 있고, 경기 부진이 장기화되면 청년층 등을 중심으로 고용 여건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사설] 복지공무원 손톱 밑 가시 빼줄 방안 찾을 때

    복지업무를 담당하는 경기도 성남시 여성 공무원이 그제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복지재원 부담을 놓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맞서는 등 복지대란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빚어진 불상사다. ‘일하기 힘들고 어렵다’는 유서를 남겼다니 일단 업무 과중에 따른 부담을 못 이겨 투신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00년 국민기초생활보장제가 도입된 이후 과중한 업무 부담을 이유로 복지공무원이 자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확한 진단을 거쳐야 하겠지만, 자살에 이를 정도로 업무가 과다하다면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업무가 과중하면 복지도 부실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복지가 선택적 복지에서 보편적 복지로 전환되면서 복지 담당 공무원들의 업무는 크게 늘어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07년부터 5년간 복지재정 정책은 45%, 복지제도 대상자는 157.6% 증가했으나 복지담당 공무원은 4.4% 늘어나는 데 그쳤다. 결혼 3개월을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한 성남시 공무원만 하더라도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290명, 장애인 1020명, 보육료 양육수당 대상자 2659명, 기초노령연금 대상자 800명 등 20여 가지 사회복지 업무를 맡아왔다. 임용된 지 1년이 채 안된 9급 공무원으로선 수습직원 1명, 임시직 도우미 5명과 함께 4만 9000여 주민들의 복지업무를 담당하기에는 힘에 부쳤을 것이다. 특히 연초인 1, 2월에는 복지업무 수요가 일시적으로 늘어난다. 복지 공무원은 또 상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대민 접촉이 많은 궂은 업무인 데다 복지 혜택에서 제외되는 사람들의 거친 항의와 반발에 수시로 직면하기 때문이다. 이런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새내기 공무원은 목숨을 끊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복지공무원을 올해 1800명 등 내년까지 7000명을 늘릴 계획이다. 그러나 이 계획이 지난 2011년에 만들어진 만큼 적절한지 점검해 보길 바란다. 선거 등을 거치면서 복지업무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재정 부담으로 인력 확충이 어렵다면 업무 조정, 전환배치 등의 방법을 통해 업무 부담을 줄여야 한다. 차제에 복지정책을 총점검해 중복된 업무를 통합하거나 복지전달체계를 개선해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 [열린세상] 이탈리아와 노르웨이의 엇갈린 행보/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

    [열린세상] 이탈리아와 노르웨이의 엇갈린 행보/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

    대표적 복지 공약인 기초연금과 중증질환 보장 범위에 대한 엇갈린 해석과 이행 여부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이와 관련해서 관심을 끄는 두 나라가 있다. 이탈리아와 노르웨이다. 찬란했던 로마제국의 후예인 이탈리아. 반도국가이며 오페라·칸초네로 대표되는 음악과 스파게티를 좋아하고, 감성에 민감하다는 측면에서 우리와 유사점이 많다. 노르웨이도 우리와 공통점이 여럿 있다. 오랜 기간 주변국으로부터 피해를 보며 살아왔다는 점, 산악지대가 많아 대구 무역이 번성했던 항구 도시 베르겐 지역을 제외하고는 국민의 삶이 풍족하지 않았다는 점이 비슷하다. 두 나라는 20세기 후반 이후 복지정책, 그중에서도 후세대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연금·재정 정책에서 엇갈린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끈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상당수 남유럽 국가들은 방만하게 운영해 온 국가재정이 지속불가능해짐에 따라 특급 소방수를 투입해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을 역이용하는 정치세력을 의미하는 ‘P의 공포’(Politics, 정치의 공포)가 나타나고 있다. 이탈리아 ‘P의 공포’의 장본인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다. 총리 재직 시절 온갖 기행을 일삼던 그가 회생을 위해 몸부림치는 마리오 몬티 정부에 비수를 들이댔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탄생한 몬티 정부가 추진 중인 구조조정을 원위치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걸며 표심을 얻겠다고 나선 것이다. 연금제도 개혁 경험만 따지자면 이탈리아는 세계 챔피언 감이다. 지난 20여년 동안 7차례나 연금제도를 손봤는데도 제대로 된 개혁을 못했다. 그러다 보니 앞날이 온통 잿빛이다. ‘P의 공포’ 주도 세력이 사태를 악화시킨 전직 총리란 점은 아이러니다. 구조조정이 고통스러워 옛날이 그리운 것은 이해되나, 이탈리아의 장래에 대한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다. 노르웨이의 행보는 이탈리아와 대조적이다. 노르웨이는 과거에 풍족하게 살지는 못했으나 버려진 땅에서 대규모 유전이 발견되면서 돈방석 위에 올라앉았다. 갑자기 천문학적 규모의 천연자원이 발견되면 축복보다는 저주가 되기 십상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서로 자원을 차지하려고 동족 간 갈등이 심화되고 끝내는 내전으로 치달아 무수한 인명이 살상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르웨이의 사례는 신선하다. 매년 막대한 석유 수입이 있음에도, 정부 예산편성 시 적자 폭이 5%를 넘지 않도록 준칙화했다. 당장의 욕심을 버리고 고령화 등으로 미래세대의 부담이 커질 것에 대비해 석유자원 대부분을 남겨두고 있다. 덧붙여 향후 도래할 고령화·저성장 사회에서도 지속가능할 수 있게 연금제도를 고쳤다. 반면에 자신들이 누리는 복지 혜택은 높은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평균 소득세율이 45% 안팎이다 보니, 높은 수준의 복지를 하고 있음에도 국가부채비율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50% 선을 약간 웃돌 정도다.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는 물론 부채비율이 GDP 대비 200%가 넘는 일본의 국가부채 규모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우리와 공통점이 많은 두 나라의 대조적인 행보가 관심을 끄는 이유가 있다. 복지정책의 원칙과 지향점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제도의 운영 원칙과 목표 지향점을 명확히 하여 사회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모두의 중지를 모아야 할 때라서 더욱 그러한 것 같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최소화할 수 있는 튼튼한 사회 안전망 구축, 취약계층이 더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는 복지제도, 열심히 보험료를 낸 사람이 손해를 보지 않는 연금제도, 그리고 후손에게 큰 부담을 지우지 않는 복지제도 설계를 우리가 추구하는 복지국가의 원칙과 목표로 설정한다면 사회적 합의 도출이 그리 어려울 것 같지 않다. 복지문제, 특히 연금과 관련한 많은 논쟁이 결국은 인구 고령화에 기인한다는 인식 하에 정쟁을 자제하며 정치권이 합심해 지속가능한 제도로 바꾼 노르웨이. 반면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연상시키며 ‘P의 공포’에 떨고 있는 이탈리아. 두 나라는 복지 확대를 추진 중인 우리에게 중요한 타산지석이 될 것이다.
  • [주말 인사이드] 엘리트·부자 부모는 자녀에게 ‘직업 지위’ 어떻게 세습할까

    [주말 인사이드] 엘리트·부자 부모는 자녀에게 ‘직업 지위’ 어떻게 세습할까

    ‘엘리트·부자 부모의 자녀가 좋은 일자리를 얻을 것’이라는 세간의 추측이 최근 연구 결과로 입증됐다. ‘이구백’(20대의 90%가 백수), ‘청백전’(청년백수 전성시대) 등으로 표현되는 극심한 청년실업이 계속되면서 구직 시장에서 부모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헬리콥터 부모(헬리콥터처럼 자녀 주변을 맴돌며 사사건건 개입하는 부모)들은 자녀를 원하는 직장에 입사시키려고 사교육으로 학벌·영어성적 등 ‘스펙’을 만들어주는 것은 물론 급할 때는 인맥까지 총동원해 좋은 직장에 취업시켜 준다. 계층별 부모들이 자녀의 취업을 돕기 위해 활용하는 다양한 전략을 살펴봤다. 한국고용정보원의 김종성 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청년층 노동시장 이행의 계층화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한국노동패널조사 10년치(1999~2009년)를 분석해보니 부모의 직업지위가 20~30대 자녀에게 대물림되고 있었다. 노동패널은 국내 가구를 대표하는 표본 구성원(5000 가구에 거주하는 가구원)을 대상으로 해마다 실시하는 조사로 계층별 가정의 소득과 소비, 교육, 직업 등을 추적할 수 있는 기초자료다. 분석 결과 전문 관리직·고용주(CEO) 자녀의 직업지위 점수 평균이 48.60점으로 가장 높았고 사무직노동자 48.09점, 자영업자 45.19점, 숙련 노동자 44.15점 등의 순이었다. ‘화이트칼라’ 계층 자녀의 직업지위 점수가 다른 계층에 비해 높게 나타난 것이다. 직업지위 점수는 사회·경제적으로 해당 직업이 얼마나 인정받는지 수치화한 것으로 직업의 사회적 위신, 고용 상태 등을 토대로 매긴다. 예컨대 법조인이나 의사, 교수 등은 점수가 높고 일용직 노동자 등은 점수를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하는 식이다. 특히 직업지위가 높은 부모를 둔 자녀일수록 취업 뒤 자기계발을 통해 스스로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믿었다. ‘개인발전 가능성’을 지표로 나타내 보니 전문관리직·고용주 자녀는 3.26점(5점 만점)이었고 사무직 노동자 3.21점, 자영업자 3.10점, 숙련 노동자 3.09점, 비숙련 노동자 3.05점, 농업 노동자 3.01점 순이었다. 분석 대상인 20~30대 직장인들이 중·장년이 됐을 때는 어떤 부모를 뒀느냐에 따라 직업지위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부자·엘리트 부모에게는 다른 계층의 부모와 달리 직업 지위 세습을 위한 뭔가 특별한 전략이 있다는 얘기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계층을 대표하는 20~30대 청년 취업자 33명을 심층 면담해 부모의 전략에 대해 물었다.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공기관 직원 정모(27·여)씨는 어린 시절 부모가 했던 말이 지금껏 귓가에 맴돈다. 판사 아버지와 의사 어머니는 TV에 여의사, 여성 변호사 등이 나올 때마다 딸을 불러 “봐봐, 너도 저런 직업을 가졌으면 좋겠다. 여자도 좋은 직업 가져야 대접받는 세상이야”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정씨의 어머니는 딸의 진로계획서 희망직업란에 직접 ‘변호사’라고 써서 제출하기도 했다. 변리사인 이모(32)씨도 비슷한 기억이 있다. 부모는 어린 이씨에게 “직업에도 다 귀천이 있는 거야”라고 말하고 또 말했다. 또 딸과 병원에 갈 때마다 “의사 선생님 참 멋있지? 가운도 좋고. 너도 나중에 꼭 의사돼야 해”라고 강조했다. 이씨는 “소득이 높은 변리사를 직업으로 택한 건 부모님의 영향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직·CEO 등 부자·엘리트 부모의 자녀들은 면접에서 “성장기에 부모님이 늘 좋은 직업과 나쁜 직업을 구분해 질 좋은 직업을 가져야 한다고 일상적으로 강조했다”고 답했다. 아이가 지위가 높은 직업을 가질 수 있게 고급 사교육과 정보, 인맥을 동원한 구직 지원 등 알려진 방식 외에 ‘의식화 전략’도 구사한다는 것이다. 위신이 높은 직업을 가지면 누릴 수 있는 혜택을 설명해 환상을 자극하고 반대로 낮은 지위의 직업을 가질 때 불편한 점을 설명해 자녀의 목표의식을 자극하는 식이다. 김모(32·출판사 직원)씨 역시 직업에 귀천이 있다는 사고를 주입받았다. 출판사 대표인 부친은 어린 아들과 아침 밥상에 마주 앉아 ‘왜 좋은 직업을 가져야 하는가’를 주제로 일장 연설을 곧잘 했다. “사회에서 대접받으려면 사(士)자 들어가는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김씨는 “그 효과 때문인지 형과 누나는 사자 들어가는 직업을 가졌다”고 전했다. 김모(29·회사원)씨는 특정 직업을 경계하는 부모의 말을 들으며 자랐다. 교장 선생님이었던 아버지는 “쓰레기 치우는 사람, 똥 푸는 사람이 하고 싶어서 그 일을 하겠니. 그러니까 열심히 공부하라”고 자주 강조했다. 일용직 근로자 등 사회적 지위가 낮은 직업을 가진 부모도 자녀에 “질 좋은 직업과 안 좋은 직업이 있으며 직위가 낮은 직업을 갖지 말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그러나 김 연구원은 “부모가 술을 마시고 들어와 ‘아버지처럼 살기 싫으면 공부하라’고 말하는 등 체계적으로 의식화하지 않고 순간순간 언급하는 정도여서 목표의식을 갖게 하는 데 큰 효과가 없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부모들이 귀천 의식을 주입해 동기부여를 하는 것은 국내 사회구조가 반영된 결과라고 풀이했다. 김안나 이화여대 교수(교육학)는 “잘 정비된 복지제도 덕에 직업 간 위신의 차이가 적은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직업별로 삶의 질 차이가 크다”면서 “자녀에게 좋은 직업에 대한 선망을 자극할 수 있는 건 이런 사회 구조 때문”이라고 말했다. 능력 있는 부모들이 직업지위의 대물림을 위해 전통적으로 활용하는 도구는 교육이다. 어머니는 탄탄한 재력과 정보력을 바탕으로 사교육을 진두지휘한다. 학부모 모임은 사교육 정보의 장이기 때문에 절대 빠지지 않는다. 대형 학원이 부족한 지방에서는 서울의 스타 강사를 고액에 데려와 그룹과외를 하기도 한다. 영어 교육을 위해 엄마·아빠를 따라 외국에 3~4년 머물다 들어오는 일도 흔해졌다. 전문 관리직 부모들은 자녀의 공부습관이나 부족한 과목 등을 면밀히 분석해 맞춤형 사교육을 시킨다. 이 점에서 ‘강남 엄마 따라하기’로 일관하는 숙련노동자, 사무직 노동자와 전략상 차이가 난다. 수입이 괜찮은 숙련노동자 부모는 돈과 사교육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은 있지만 전략이 부족해 TV광고에 나오는 대형학원에 아이를 보내는 식으로 모방하는 전략을 편다. 다니는 학원 수는 많지만 효과는 전문관리직 부모의 자녀만큼 크지 않다. 자녀의 학업 성적이 부모의 기대만큼 나오지 않을 경우에는 취업에 직접 개입하기도 한다. 공공기관에 다니는 신모(28·여)씨의 사례가 그렇다. 고위공무원인 아버지는 신씨에 공부를 강요했지만 딸이 받아들이지 못하자 이후 전략을 바꿨다. 2년제 대학을 졸업한 신씨는 아버지 지인의 도움으로 공공기관에 입사했다. 아버지가 자기 회사로 자녀를 취직시키는 경우도 있다. 김모(32)씨는 회계사와 세무사 시험에 계속 떨어지자 아버지 회사에 입사해 영업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면접 결과, 부모의 지원이 든든한 자녀는 취업 뒤에도 경력 계발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고위공무원의 자녀와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김모(32)씨는 “고위 공무원 딸이라니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서인지 그 딸을 챙겨주려는 사람이 많더라”고 말했다. 또 경영학 석사(MBA) 유학 등 재력을 기반으로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는 덕에 발전 가능성이 높다. 반면, 직업지위가 낮은 부모의 자녀들은 대기업 등 원하는 기업에 입사하면 거기서 목표가 사라져 정체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부모들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직업지위가 대물림되는 데 우려하며 청년층의 계급 이동을 돕기 위한 맞춤형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류기락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은 “저소득층은 그저 빨리 취업하는 것뿐 아니라 좋은 일자리로 보낼 수 있는 복합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양한 인재 유입을 위해 기업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금재호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도 대학처럼 다양한 채용방식을 마련해야 다채로운 인재들이 들어올 수 있다”면서 “토익과 학점 위주의 채용이 아니라 잠재력, 협력성, 진취성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안락사 선택한 쌍둥이 형제의 기구한 사연

    안락사 선택한 쌍둥이 형제의 기구한 사연

    과연 이들 쌍둥이 형제의 안락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지난달 1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대학병원에서 안락사 시술이 시행됐다. 이날 죽음을 선택한 사람은 특이하게도 일란성 쌍둥이 형제인 마크와 애디 버베셈(45). 이들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기구하다. 청각장애인으로 태어난 쌍둥이 형제는 지금까지 한번도 서로 떨어져 살아본 적이 없다. 형제는 바깥과 소통을 거부한 채 평생을 같은 지붕 아래에서 구두 수선일을 하며 뜨거운 우애를 나눴다. 그러나 최근 이들에게 불행이 찾아왔다. 지병으로 청각도 모자라 시력도 잃을 위기에 놓인 것. 결국 더이상 서로간의 소통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은 형제는 고심 끝에 안락사가 합법인 자국에서 함께 세상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세상을 떠나는 날 형제는 병원에서 마지막 커피를 마시며 가족과 작별했다. 그리고 형제는 담담히 가족을 향해 손을 흔들었고 이것이 이승에서의 마지막 인사였다. 큰 형인 더크는 “사람들이 동생들의 극단적인 선택에 의구심을 갖지만 난 이해할 수 있다.” 면서 “동생들은 평생 병으로 힘들어했지만 더 큰 고통은 이제 서로 듣지도 볼 수도 없다는 사실이었다.”며 눈물을 떨궜다. 안락사를 시술한 의사 데이비드 뒤푸르도 “모든 조건이 갖춰져 안락사를 승인했다. 죽는 순간 형제들은 매우 행복해 했으며 그들의 고통은 끝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안락사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벨기에 가톨릭 대학 의학 윤리과 교수인 크리스 게스트만스는 “안락사라는 것이 과연 인간적인 일인가?”라고 반문하며 “스스로 죽을 권리를 선택하는 것은 결코 올바른 행동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사회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복지제도 처럼 인간의 정신적 빈곤도 보호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벨기에는 지난 2002년 네덜란드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안락사가 법적으로 승인됐으며 지난 2011년에만 총 1,133명의 안락사가 이루어졌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미혼모·성매매 여성… 약자 편에 서준 당신, 고맙습니다

    미혼모·성매매 여성… 약자 편에 서준 당신, 고맙습니다

    이순옥(34·여·사법연수원 35기) 울산지검 특수부 검사는 지난해 11월 뺑소니 혐의로 구속된 폭력조직원 최모(20)씨를 조사하면서 최씨가 동거녀 권모(18)양의 임신 소식을 접한 뒤 조직을 탈퇴, 조직의 보복 폭행을 피하려다 뺑소니 사고를 낸 것을 알게 됐다. 미성년자인 권양은 최씨가 구속되면서 돌봐줄 사람이 없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이 검사는 권양에게 출산장려금 지원 등 사회복지제도를 알려주고 출산용품을 선물했다. 사건 처리 후에도 권양에게 꾸준히 연락하며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법무부는 이 검사를 비롯해 왕선주(34·여·연수원 38기) 대구지검 김천지청 검사, 김진(32·여·연수원 40기) 대구지검 형사2부 검사 등 인권 수사 및 보호 활동에 기여한 검사 3명과 이기석(38·8급) 광주지검 수사관, 황승민(48·6급) 창원지검 마산지청 수사관, 박성길(47·7급) 창원지검 통영지청 수사관 등 수사관 3명을 ‘제1회 우수 인권검사·수사관’으로 선정해 법무부장관 표창을 했다고 30일 밝혔다. 왕 검사는 27건의 허위 고소사건을 만들어 피해자를 괴롭힌 피의자를 무고죄로 처벌한 공로를, 김 검사는 성폭행 피해자인 미국 여성이 정신과 치료를 받게 주선하고 치료비 지원까지 받게 한 점을 인정받았다. 이 수사관은 지난해 하반기 조직 폭력배들이 운영하는 광주의 성매매 업소에서 지적장애(3급) 여성 A(27)씨가 폭행을 당하며 성매매를 강요당한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수사관은 A씨를 구조하기 위해 해당 업소를 수색했지만 A씨는 이미 다른 업소로 넘겨진 뒤였다. 이 수사관은 휴대전화 통화내역 분석과 실시간 위치 추적으로 A씨가 강원도의 한 업소에 있는 것을 파악하고, 지난 10월 강원도를 찾아 A씨를 구조한 뒤 여성단체에 인계했다. 황 수사관은 또래 여고생을 강간·성추행한 남학생의 혐의를 입증해 피해 여고생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2차 피해를 막은 공로가, 박 수사관은 폐업한 회사의 근로자들에게 체불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받게 도와준 공로가 인정됐다. 법무부는 각 검찰청에서 대상자들을 추천받은 뒤 2차에 걸친 심사를 통해 수상자를 선정했다. 법무부는 구성원들의 인권의식을 높이고 인권 수사·보호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반기마다 우수 인권검사와 수사관을 선정할 계획이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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