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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도, 내년 농촌지역서 기본소득 실증 실험

    경기도, 내년 농촌지역서 기본소득 실증 실험

    경기도가 전 국민 기본소득에 대한 공감대 확산을 위해 내년에 도내 농촌지역에서 기본소득 실험을 하기로 하고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경기도는 기본소득 사회실험의 첫 단계로 ‘농촌지역 기본소득 사회실험’ 설계용역을 추진한다고 18일 밝혔다. 설계 용역은 입찰을 통해 재단법인 지역재단과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을 용역 업체로 선정했으며, 지난 10일 착수 보고회를 했다. 이번 설계용역을 통해 성과지표, 실험마을 선정기준, 지급금액 및 인원수 등 구체적인 방안을 10월 말까지 제시하고 연말까지 실험마을을 선정해 내년부터 사전 실태조사를 거쳐 기본소득을 지급할 계획이다. 그동안 경기도가 추진해온 농민기본소득은 농민 개인을 대상으로 한 기본소득이라면 이번 농촌지역 기본소득은 특정 지역에서 이뤄지는 사회실험이란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도는 설명했다. 경기도 청년기본소득이나 재난기본소득과 같이 일부 계층이나 일회성 지급에 한정됐던 기본소득을 전 국민 기본소득으로 확대하기 전에 실시하는 사전단계 성격의 실증실험이라는 것이다. 도는 이번 실증실험을 통해 기본소득 도입으로 국민의 삶이 어떻게 변화되는지 살펴볼 계획으로, 농민뿐 아니라 해당 지역에 사는 주민 모두를 대상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할 예정이다. 기본소득 사회실험은 핀란드, 미국, 네덜란드, 인도 등 일부 국가에서 진행됐으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6개 가입국 중 농촌지역에서 사회실험을 하는 것은 경기도가 최초라고 도는 밝혔다. 도 관계자는 “국가마다 경제적·사회적 여건이 다른 상황에서 대한민국 상황에 맞는 기본소득 도입방안 마련을 위한 사회실험을 시행하는 것은 전 국민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단초를 마련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도는 현재 농민기본소득 도입을 추진 중으로, 정부의 직불금이나 다른 지자체의 농민수당과 달리 농가가 아닌 개별 농민에게 매달 일정액의 지역화폐를 지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제도 신설 협의를 완료했으며 조례 제정과 함께 농민·농촌기본소득 대상자 선정, 정보관리, 지급관리, 마을자치 규약 관리 등을 위해 통합지원시스템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오늘부터 공적마스크 일주일에 10장까지 구매 가능

    오늘부터 공적마스크 일주일에 10장까지 구매 가능

    앞으로 공적 마스크를 일주일에 10장까지 살 수 있다. 다만 마스크 중복구매 확인 제도는 유지되기 때문에 판매처에 갈 때는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가족이나 장애인, 요양병원 환자 등을 위한 마스크 대리구매를 할 경우에도 필요한 서류를 가져가야 한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18일부터 공적 마스크 구매 허용 한도가 대폭 확대됐다. 기존에 19세 이상은 일주일에 3장, 18세 이하(2002년 이후 출생자)는 5장까지로 각각 제한돼 있던 공적 마스크 구매 허용 한도는 일주일에 최대 10장까지 구매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가령 이달 15∼17일에 마스크를 3장 구매했다면, 18∼21일에 7장까지 추가로 살 수 있다. 공적 마스크 판매처는 약국과 하나로마트(서울·경기 제외), 우체국(대구·청도 및 읍·면 소재) 등으로 동일하다. 한편 보건용 마스크 생산업자가 공적 판매처로 출고해야 하는 의무공급 비율은 ‘60% 이상’에서 ‘50% 이하’로 조정됐다. 이는 민간 시장에서 유통되는 비말 차단용 마스크의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조치다. 비말 차단용 마스크는 입자 차단 능력이 뛰어나면서도 통기성이 좋아 수요가 폭증하고 있지만 공급량이 부족해 품귀 현상을 겪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비말 차단용 마스크 생산량은 지난 15일 기준 40만장에 불과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거리 두라는 방역당국, 빗장 푸는 지자체… 국민 불안 커진다

    거리 두라는 방역당국, 빗장 푸는 지자체… 국민 불안 커진다

    서울 룸살롱 집합금지 해제 번복 않기로 확진자 발생에도 중대본 “市 판단 영역” 광주·충남선 음성 번복 놓고 신경전 벌여 방역 당국 미온적 태도로 일관 혼란 가중수도권 코로나19 방역 강화 조치를 놓고 방역 당국과 지방자치단체가 엇박자를 내며 혼란을 키우고 있다. 수도권 코로나19 유행이 비수도권으로 확산하는 것을 저지하려면 중앙과 지방정부가 ‘2인3각 경기’를 벌여야 하지만 최근 상반된 행보를 하며 국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심을 잡아야 할 방역당국도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엇박자의 대표적 예는 서울시가 지난 15일 룸살롱 등 일반 유흥시설에 내렸던 집합금지명령을 해제하고 집합제한명령을 내린 것이다. 집합금지는 사실상 영업금지를, 집합제한은 조건부 영업 허가를 의미한다. 공교롭게도 집합금지명령을 해제한 날 강남구 유흥주점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성급한 행정 조치였다는 비판에도 서울시는 집합금지명령 해제 결정을 번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방역 당국은 연일 수도권 방역 조치 강화를 강조하면서도 서울시 조치에 대해 딱 떨어지는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지난 16일 브리핑에서 “많은 국가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나 봉쇄를 완화하면 재유행이 발생하듯이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도 유사한 양상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 조치에 대한 평가를 묻자 “해당 지자체의 판단이다. 이러한 조치들이 방역에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협력하겠다”고만 답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수준의 방역 수칙을 지키라면서도 서울시의 조치는 ‘해당 지자체 판단의 영역’이라고 하니 방역 당국 메시지에도 혼선이 생긴 상황이다. 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장은 17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방역 당국과 지방정부가 유기적으로 공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감염병 대응에서는 메시지가 중요한데 국민이 느끼기에 지금의 메시지는 일관성이 없다”고 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유흥업소에서 엄청난 민원을 서울시에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며 “문을 닫아도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업종이 아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풀어 준 것인데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과 지방뿐 아니라 중앙사고수습본부(보건복지부)와 중앙방역대책본부(질병관리본부)의 논점도 약간씩 다르다”면서 “위기 상황에서 호흡을 잘 맞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방역 당국과 지자체의 엇박자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3월에는 집단감염을 일으킨 신천지 신도들의 격리해제를 놓고 당국과 대구시가 갈등을 빚었고, 확진환자 동선 공개 문제를 놓고도 엇박자 행정을 했다. 룸살롱 등 8대 고위험시설에 내린 행정 조치가 지자체마다 천차만별이어서 시설별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또 코로나19 검체 검사 과정에서 광주·충남 의심환자 3명에 대한 양성 판정이 뒤늦게 음성으로 번복되면서 방역 당국과 지자체가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정세균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코로나19 진단검사 음성 번복 사례로 많은 국민들께서 혼란스러워하셨다”며 “신속하고 정확한 검사는 K방역의 핵심 성공 요인이다. 검사의 신뢰도를 지키기 위한 보완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박능후 “질병관리본부 승격 과정 보도 어이없어”

    박능후 “질병관리본부 승격 과정 보도 어이없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7일 질병관리본부의 질병관리청 승격과 관련해 산하기관 이관 여부로 논란이 빚어진 데 대해 “싸우는 것처럼 언론에 보도돼 어이없이 바라봤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질병관리청 승격시 복지부와의 업무분장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묻자 “청과 부는 기능의 구분이다. 우리 간에는 아무런 오해가 없다”며 이같이 답했다. 민주당 권칠승 의원이 “질본 승격 과정에서 잡음이 불거진 이유가 뭔가”라고 질의하자 “내부적으로 잡음이 없었다”고 거듭 설명했다. 박 장관은 “질병관리청은 보다 빠르게 현장 방역업무를 맡고, 복지부는 질병관리정책국 정도를 두고 그 안에 감염병관리과와 질병관리과를 넣어 제도적으로 서포트해주면 어떨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설되는 복지부 2차관 조직과 관련해서는 “평상시 국민의 건강을 증진하는 건강정책실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당초 행정안전부는 질병관리청의 신설을 추진하며 질병관리본부 산하의 국립보건연구원을 국립감염병연구소로 확대·개편하고, 연구소 소속을 복지부로 바꾸는 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연구 기능이 축소되는 등 ‘무늬만 승격’이라는 논란이 일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일 해당 개편안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정부는 개정안 의결에 이어 이르면 이번주 중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복지부 고령자친화기업에 ‘금천일자리주식회사’ 선정

    서울 금천구가 보건복지부 주관 2020년 고령자친화기업 공모에 ‘금천일자리주식회사’가 선정됐다고 16일 밝혔다. 고령자친화기업 공모는 노인의 경륜과 능력을 활용해 민간영역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지속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을 발굴하는 사업이다. 금천일자리주식회사는 어르신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유성훈 금천구청장이 민선 7기 공약으로 추진하는 일자리 사업이다. 가산동 대륭테크노타운 12차 사무실에 8월 문을 연다. 출범 초기 안정적인 사업 운영을 위해 펫푸드 사업과 공공업무 대행사업으로 시작하고, 매년 새로운 사업을 발굴해 확대할 계획이다. 주식회사를 설립하기 위해 자본금 2억 9000만원을 확보한 상태며, 이번에 고령자친화기업에 선정되며 운영비 3억원을 확보했다. 금천일자리주식회사가 설립되면 구가 지속적으로 예산을 투입하지 않아도 자체적으로 수익을 창출해 안정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 구청장은 “고령자친화기업 선정에 힘입어 금천일자리주식회사 설립 추진에 날개를 달게 돼 기쁘다”며 “급격한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해 어르신 능력에 맞는 적합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어르신의 사회참여 및 소득창출 등 종합적인 복지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사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의 전환 논의해야

    코로나19의 2차 유행을 우려할 만한 징후들이 중국 등에서 나타나고 있다. 중국 베이징의 최대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일어난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어제까지 79명의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생활 방역 중이던 베이징은 등교를 취소하고 거주지 봉쇄를 확대했다. 산둥, 쓰촨, 윈난, 네이멍구, 신장 등 지방 정부는 최근 14일 동안 베이징 내 고위험 지역을 방문한 사람에게 14일간 격리를 명령했다. 톈진을 비롯해 광둥성, 허난성, 간쑤성 등 5개 성·시는 해산물, 냉동 정육, 가금류 등에 대해 대대적인 식품 안전검사를 실시하고 대형식당과 편의점 등 식품취급 업체에 대한 방역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베이징 내 감염자가 발표된 것보다 더 많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제 때문에 록다운을 풀었던 미국의 주요 도시에서는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 등이 영향을 미친 탓에 확진자들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지난 5월 황금연휴 이후 연쇄적인 소규모 집단감염으로 고전 중인 한국에 베이징의 상황은 경종을 울리고 있다. 중국은 그간 극단적으로 폐쇄적인 방법으로 수도 베이징을 감염으로부터 보호해 왔지만, 잠깐의 방심으로 집단감염을 피하지 못했다. 수도권은 지난 2주 해외 유입을 제외한 수도권 지역사회 감염자 수는 하루 평균 36.5명으로, 이전 2주간의 20.4명에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일일 평균 신규 확진환자 수는 5월 24~30일 30.6명, 6월 7~13일 40.3명으로 상승했다. 바이러스의 전파가 어디서 시작됐는지를 알 수 없는 ‘깜깜이 감염’이 10%를 넘었다. 방역 당국은 이미 여러 차례 “빠른 전파 속도를 따라잡기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며 시민들에게 “재택”을 호소했다. 6개월 가까운 방역에 의료진의 피로도 누적된 상황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수도권의 감염 상황이 심각하다”면서 “이 감염이 춘천 지역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최근 2주간 신규 환자 가운데 60세 이상 고령 확진자 비율이 약 40%라는 점도 걱정이다. 중·고령층 중증환자 증가는 치명률로 이어지는 탓이다. 정부는 “가용한 모든 자원을 활용해 수도권 감염 확산을 막고 있다”고 했지만, 생활방역 체제 속에서 이것이 가능할지에 대해 시민들은 의구심을 품고 있다. 어제도 서울 송파구의 한 물류센터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하루 30~50명의 확진자가 계속 나오는 상황이면, 한 달 뒤에는 매일 800여명의 확진자가 나온다는 분석도 있다. 이 때문에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전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특별한 결단이 필요하다면, 미뤄서는 안 된다.
  • 발달장애인들에게 송파의 특별한 선물

    서울 송파구는 민관이 협력해 장애인 카페 2곳을 열고, 이곳에 중증발달장애인 20명과 매니저 3명을 채용한다고 15일 밝혔다. 16일 장지동 글마루도서관 1층에 문을 여는 장애인 카페 1호점은 사회적 나눔으로 모든 즐거움을 가진다는 의미를 담아 ‘아이 갓 에브리싱’(I got everything)으로 이름 지었다. 이 카페에서는 매니저 1명과 발달장애인 4명이 근무한다. 구는 발달장애인 바리스타 인력풀을 제공하고, 도서관은 공간을 무상 제공한다. 또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인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카페 인테리어를 지원했다. 오는 18일 송파동에 문을 여는 2호점의 이름은 희망을 상징하는 고래 ‘블루웨일’이다. 2호점은 지역 내 기업인 윤창기공이 와이씨에프엔비㈜를 설립해 장애인을 바리스타로 채용, 전담 관리한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카페 조성 비용을 지원했다. 2호점에는 발달장애인 16명과 매니저 2명이 고용됐다. 박성수 송파구청장은 “지역 기업과 협의해 3호점 개소를 준비하고 있다”며 “장애인 카페의 긍정적인 효과를 널리 알려 장애인의 취업 꿈을 현실로 실현하는 송파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보건연구원, 질병관리청 소속으로 감염병 정책 독자적으로 수립·집행

    보건연구원, 질병관리청 소속으로 감염병 정책 독자적으로 수립·집행

    만성질환·보건산업은 복지부 소관 3개 기관 유기적 협력체 구성키로 박능후 장관 “비대면 의료 확대 불가피” 보건복지부 이관 문제로 논란이 일었던 국립보건연구원이 결국 질병관리청 소속 기관으로 남게 됐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15일 오전 당정청 협의회를 열어 질병관리본부 승격을 비롯한 정부 조직 개편안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초 정부가 발표했던 조직 개편안에선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시키되 국립보건연구원은 복지부로 이관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를 놓고 ‘무늬만 승격’ 논란이 일자 문재인 대통령은 ‘조직 개편안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결국 이날 당정청은 보건연 소속 감염병연구센터를 국립감염병연구소로 확대 개편해 감염병 감시부터 치료제와 백신 개발, 민간 시장 상용화 지원까지 전 관리를 질병관리청이 주관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청은 예산·인사뿐만 아니라 감염병 정책 수립과 집행도 독자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문제가 다 해소된 건 아니다. 보건연의 연구 기능은 감염병, 만성질환, 보건산업으로 구분하는데 이 가운데 만성질환과 보건산업은 복지부 담당이다. 따라서 질병관리본부가 독립 외청이 되고 나면 만성질환·보건산업 관련 사안을 놓고 매번 복지부, 보건연, 질병관리청이 3자 협의를 할 수밖에 없다. 당정청은 우선 이 3개 기관이 함께 모여 논의할 수 있는 유기적인 협력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처음 보건연을 복지부 산하에 두기로 한 것은 일부에서 지적한 ‘복지부 영역 확대’와는 전혀 무관하다”며 “질병관리본부가 필요로 하는 (감염병·백신개발·역학조사) 단기적 연구기관을 따로 만들려 했는데 몇몇 감염병 학자들이 마치 복지부가 욕심을 내 조직 개편안을 낸 것처럼 오해를 했다”고 털어놨다. 질병관리본부가 정말로 원했던 것은 역학조사 관련 연구·교육, 정책 개발을 강화할 수 있는 별도의 연구기관을 세우는 것이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질병관리본부가 청으로 승격하더라도 연구 기능은 필요하다’고 지난 4일 브리핑에서 말했던 것은 역학 연구, 정책개발 연구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는 얘기였다”면서 “정부조직법이 개정되면 하위 법령을 만들 때 질병관리청 조직을 어떻게 구성할지 구체안이 도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비대면 진료 도입과 관련해 박 장관은 “첫 진료는 대면으로 하더라도 2, 3차 진료는 굳이 의료기관에 가지 않더라도 신속히 약을 처방받고 화상으로 간단히 진료받도록 하는 비대면 의료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여성 노인에겐… 자식은 ‘웬수’·남편은 ‘남 편’

    여성 노인에겐… 자식은 ‘웬수’·남편은 ‘남 편’

    노인 10명 중 9명 가족에게 학대 당해 가해자 37%가 아들… 배우자 뒤이어서울에 사는 A(75) 할머니는 아들(50)이 찾아오는 날이 두렵다. 몇 년 전 일을 그만둔 아들은 가끔 할머니를 찾아와 모아 둔 돈을 내놓으라며 난리를 피운다. 할머니는 생활이 넉넉하지 않지만 돈을 주지 않으면 아들이 폭언과 욕설로 괴롭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돈을 준다. 아들의 학대를 견디다 못한 할머니는 결국 서울시가 운영하는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연락해 거처를 옮긴 뒤에야 아들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인학대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 10명 중 9명이 아들과 배우자 등 가족으로 나타났다. 15일 서울시가 ‘세계 노인학대 예방의 날’을 맞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시가 통계를 처음으로 작성한 2005년 590건이던 서울 지역 노인학대는 지난해 1963건까지 늘었다. 보고서는 시가 운영 중인 노인보호전문기관 운영보고서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노인학대 피해자는 여성(81.5%)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노인학대를 한 사람 10명 중 9명은 가족(89.1%)이었다. 가족 내에선 아들(37.2%)과 배우자(35.4%)가 각각 1·2위를 차지했고, 딸(11.9%)이 뒤를 이었다. 성별로 보면 어르신을 학대한 행위자는 남성(78.3%)이 많았다. 서울시는 “고령화로 사회와 가족의 부양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부양 부담자의 스트레스나 부담을 가중시켜 학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노인학대는 서울뿐 아니라 전국에서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날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9년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34개 지역 노인보호전문기관을 통해 신고된 노인학대 건수는 1만 6071건, 이 중 학대 사례로 판정된 건수는 5243건이었다. 신고는 전년 대비 3.8%, 학대 사례는 1.1% 증가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2016년 노인복지법 개정으로 ‘노인에 대한 금지 행위’ 조항에 정서적 학대 행위가 추가되면서 노인학대 신고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방역당국이 이태원 클럽 직원들 검사한 뒤 놀란 이유

    방역당국이 이태원 클럽 직원들 검사한 뒤 놀란 이유

    지난 5월 초 촉발된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 속에서 클럽 직원 중에선 단 한 명도 클럽에서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5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이태원 클럽 종사자 중 단 한 명도 (클럽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다”면서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박 장관은 “지난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으로 200명 가까이 감염되면서 방역당국은 클럽에서 상시 근무하는 종업원들 대부분 감염됐을 것으로 예상하고 검사를 진행했다”면서 “놀랍게도 그 중 딱 1명만 감염됐고, 그 사람도 동거인이 확진자여서 그 동거인으로부터 감염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이 장시간 노출됐는데도 감염이 안 된 것은 일할 때 다 마스크를 쓰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런 극적인 사례는 몇 건 더 있다”고 덧붙였다. 박 장관이 이날 이태원 클럽 종사자 사례를 전한 것은 여름 휴가철을 대비한 방역 지침에 대한 질의를 받은 데 대한 대답이었다. 박 장관은 “마스크를 통한 방역 효과가 상상 못할 정도로 크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귀찮고 힘들겠지만, 마스크만 제대로 쓴다면 코로나19 감염 확산은 제대로 막을 수 있다”면서 “여름 휴가를 갈 때도 마스크만 꼭 쓰면 감염되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주)디지털존, ‘경상대학교병원 의료증명서 인터넷 보안 발급 서비스’ 오픈

    (주)디지털존, ‘경상대학교병원 의료증명서 인터넷 보안 발급 서비스’ 오픈

    전자문서 전문 기업 (주)디지털존이 지난 8일부터 경상대학교병원 ‘의료증명서 인터넷 보안 발급 서비스’를 오픈했다고 밝혔다. ‘의료증명서 인터넷 보안 발급 서비스’는 이용자가 의료증명서를 필요시 시간과 장소에 제약받지 않고 병원 증명발급 포털인 메드서티 또는 의료기관 홈페이지를 통해 발급받을 수 있는 서비스이다. 해당 서비스를 통해 발급 가능한 경상대학교병원의 의료증명서는 진단서, 영수증, 세부내역서 등 총 11종으로, 공인인증서 또는 아이핀을 통해 본인인증 후 의료증명서를 즉시 발급받을 수 있다. 발급된 증명서는 즉시 출력해 사용할 수 있으며, 이메일 및 팩스 전송 기능을 통해 손쉽게 실손의료보험을 청구할 수 있어 이용자의 편익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인터넷을 통해 발급된 의료증명서의 경우 16자리 문서 확인 번호를 제공해 발급 홈페이지를 통해 진위여부 확인이 가능하도록 했으며, 환자 개인정보 및 증명서 위변조를 방지하기 위해 문서 보안기술을 적용해 보안성을 강화했다. (주)디지털존은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강북삼성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주요병원 중심으로 의료증명서 인터넷 보안 발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2018년~2020년 상급종합병원 기준 시장 점유율 70%를 달성했다. 또한 (주)디지털존의 의료증명서 인터넷 보안발급 서비스는 중소형 병원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의료증명서 발급 서비스에 탄탄한 입지를 다지며 의료기관의 전자문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한편 (주)디지털존 관계자는 “2011년 서울성모병원을 시작으로 현재 200여개의 병원에서 의료증명서 보안 발급 서비스를 이용 중이며 민감한 의료정보에 대한 외부 유출 없이 안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향후 보험사 연계를 통해 발급된 의료증명서를 기반으로 실손의료보험 청구가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내 돈 내놔” 경제 문제로 노인학대…가해자는 남편·아들

    “내 돈 내놔” 경제 문제로 노인학대…가해자는 남편·아들

    지난해 노인학대 신고 3.8% 증가노인학대 피해자 4명 중 1명 치매 의심학대받는 노인 대부분이 가정에서 아들, 배우자에게 당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9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1만 6071건이다. 이는 전년(1만 5482건)보다 3.8% 증가한 수치다. 전국의 노인보호전문기관 34곳이 지난 한 해 동안 접수한 신고·상담 사례를 분석한 결과, 노인학대에 해당한다고 판단된 사례는 총 5243건이다. 노인학대는 여러 유형의 학대 행위가 동시에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정서적 학대 피해를 호소한 사례가 42.1%로 가장 많았고 신체적 학대(38.1%), 방임(9.0%)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허락 없이 연금, 임대료, 재산 등을 가로챈다’, ‘빌린 돈을 갚지 않는다’, ‘귀중한 물건을 돌려주지 않는다’ 등 경제적 이유로 학대한 사례는 2018년 381건에서 지난해 426건으로 11.8% 증가했다. 학대는 주로 집 안에서 발생했다. 가정에서 발생한 사례가 4450건으로 전체의 84.9%를 차지했다. 이어 생활시설 486건(9.3%), 이용시설 131건(2.5%) 순이었다. 가해자는 가족(총 5777명)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아들 1803건(31.2%), 배우자 1749건(30.3%) 순으로 많았다. 의료인을 비롯해 노인 복지시설 종사자 등에 의한 학대 사례도 1067건(18.5%)으로 적지 않았다. 노인이 스스로 돌보지 못하거나 일부러 방치하는 ‘본인 학대’도 200건(3.5%)이나 됐다. 특히 피해 노인 중 치매를 진단받았거나 치매가 의심되는 사례가 4명 중 1명에 달했다. 지난해 치매 의심 및 진단 사례는 총 1381건으로 전체 학대 사례 대비 26.3%를 차지했다. 복지부는 노인학대를 조기에 발견하고 재학대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강화할 계획이다. 당사자의 의사에 반해 재산이나 권리를 빼앗는 경제적 학대를 막고자 통장관리 서비스, 생활경제 지킴이 사업 등을 시범 운영한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당정 “질병관리청, 이름만 ‘청’ 아닌 독립성 부여”(종합)

    당정 “질병관리청, 이름만 ‘청’ 아닌 독립성 부여”(종합)

    김태년 “감염병 대응역량 획기적 강화할 것”조정식 “개편안 국민적 공감대 충분히 마련”진영 “질본 승격안, 충분히 검토 했어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15일 당정협의를 갖고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는 동시에 독립적 권한을 갖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감염병 대응역량 강화를 위한 질병관리청 개편방안 당정협의’에서 “질병관리본부를 이름만 청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 역할과 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기능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무늬만 개편’ 논란을 빚은 질본 개편안에 대해 “개편안 내용과 관련해 여러 전문가들의 지적과 이견이 있었고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이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조정해 국민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역체계를 마련해달라는 취지로 재검토를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조 의장은 “민주당은 학계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국회 토론회를 거쳐 다양한 의견과 제안을 청취했고 이를 근간으로 정부와 여러차례 협의를 진행했다”며 “오늘 당정회의를 통해 정부여당이 국민께 약속한 감염병 대응체계의 핵심과 공중보건 대응체계를 구축해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개편안 마련 과정에서 국민과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점에 대해 충분히 검토했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심도 있는 토론을 통해 바람직한 개편안이 마련되도록 힘을 보태달라”고 당부했다. 애초 행안부는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하면서 국립보건연구원을 보건복지부로 옮기는 안을 발표했지만, 연구 기능이 축소되는 등 ‘무늬만 승격’이라는 논란이 일자 문 대통령이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바 있다. 코로나19 2차 대유행 막기 위한 범정부 차원 특단 조치 촉구 김 원내대표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소규모 집단감염과 확산, 2차 대유행 현실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국민 피로감이 높아지고 생활방역이 느슨한 모습도 나타나는데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며 “2차 유행 차단에 K-방역 성패가 갈린다. 코로나19 2차 유행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 역량을 총동원하는 특단의 조치를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정협의에는 민주당에선 김태년 원내대표, 조정식 정책위의장, 윤관석 정책위 수석부의장,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참석했다. 정부에선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 권준욱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장 등이, 청와대에선 강기정 정무수석, 김연명 사회수석 등이 자리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CCTV 속 ‘유령수술’ 또렷한데… 검사님, 대희 죽음이 실수입니까

    CCTV 속 ‘유령수술’ 또렷한데… 검사님, 대희 죽음이 실수입니까

    2016년 9월, 25살 청년 권대희씨는 서울 강남구 한 병원에서 수술을 받다 의식을 잃었다. 49일간 병상에 있던 대희씨는 결국 눈을 뜨지 못했다. 수술 당시 폐쇄회로(CC)TV와 의무기록지 등을 살핀 가족들은 대희씨가 단순히 의료사고로 사망한 게 아니란 사실을 알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수술을 책임진다’던 원장은 동시에 3명을 수술하는 ‘공장식 수술’을 진행했다. 원장이 비운 자리는 의사면허를 갓 딴 신입 의사가 채웠다. 이른바 ‘유령의사’였다. 출혈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의료진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채 바닥에 떨어진 피만 밀대로 밀어댔다. 대희씨의 어머니 이나금(60)씨는 이런 정황들을 밝혀내기 위해 아들의 수술 장면이 담긴 CCTV를 500번 넘게 보고 또 봤다. 도무지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수술이 이뤄졌지만, 관련자들은 사과는커녕 오히려 ‘법대로 하라’며 응수했다. 이들에 대한 처벌을 위해 법적 분쟁 중인 이씨는 안이한 병원의 태도에 괴로워하면서도 ‘투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소송을 시작한 이유는. “대희가 입원해 있는 동안 수술실 CCTV와 의무기록지 등을 받아 살펴보니 단순히 실수라고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는 걸 알게 됐다. 급박한 상황에서 병원이 해야 할 조치가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는데 병원 원장은 ‘법대로 하라’고 말했다. 또 ‘의료사고는 피해자에게 입증 책임이 있어서 쉽지 않은데 형사고소를 왜 했냐.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진정성 있는 사과를 기대했지만, 책임을 대학병원으로 돌리는 원장의 태도에 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CCTV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었나. “대희는 겁이 많은 아이였다. 수술을 받기 전 온갖 병원들을 알아보며 안전한 병원을 찾았다. 해당 병원은 ‘14년 무사고’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 원장’이라는 라는 광고 문구를 내세웠다. 대희가 받으려던 안면윤곽 수술에 대해서는 ‘오늘 수술 받으면 내일 퇴원한다’고 설명했다. 대희가 친구와 함께 가려던 계획을 바꾸고 혼자 가도 된다고 생각한 건 원장의 그런 말 때문이었다. CCTV를 통해 본 수술실 모습은 그런 광고나 원장의 말과는 거리가 멀었다. 당시 원장은 대희를 포함해 3명을 동시에 수술하고 있었다. 동물 수술도 이렇게는 하지 않을 거다. 수술대 아래로 엄청난 양의 피가 떨어지는데 누구 하나 출혈량을 체크하는 사람이 없었다. 수술실에 버젓이 수혈 팩이 있었지만 그게 사용되는 일도 없었다. 감정 결과 대희는 수술실에서 70㎏ 남성의 혈액량의 60%가 넘는 3500cc 이상의 피를 흘렸다. 대희는 ‘의료사고’로 죽은 게 아니었다.” -CCTV를 보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병원에서는 수술 영상을 갖고 있더라도 제공하지 않는 게 보통이다. 수술실 내 CCTV 설치가 의무가 아니므로 없다고 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대희 사건은 수술 영상과 의무기록지를 모두 확보할 수 있었다. 처음엔 너무 두려웠다. 아들이 어떻게 죽었는지를 들여다본다는 게 부모로서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그걸 보지 않으면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 건지, 의료진의 잘못이 뭔지 정확히 알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7시간 30분에 달하는 영상을 볼 때마다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났다. 그렇게 500번 이상을 봤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감성이 아니라 이성으로 본 거다. 초 단위로 분석해 수술 시간표를 만들었고 그렇게 만든 자료를 수사기관과 법원에 제출했다. 이걸 보고 의료진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알아달라는 호소였다. 수술 영상은 대희가 우리에게 남긴 유증이자 이번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열쇠다.” -수사·기소 과정은 어땠나. “처음 2년간 경찰에서 수사를 진행했다. 당시에는 이번 사건의 핵심이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했다. 대희가 피를 흘리는 동안 간호조무사가 35분간 혼자서 지혈을 했는데 그게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거였다. 원장은 무면허 의료행위를 방조한 거다. 보건복지부에서도, 전문 감정기관에서도 이번 사건이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그런데 검찰에서 1년간 재수사를 하더니 이 혐의를 빼버렸다. 의사들은 지금 받는 혐의인 ‘업무상 과실치사’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수술하다 환자가 사망하는 건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몇 명이 죽든 엄중한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 무면허 의료행위는 다르다. 이게 인정되면 의사 자격이 상실될 수 있고 병원 문을 닫아야 할 수 있다. 지금 진행 중인 형사소송에서 의료진이 유죄로 인정되더라도 집행유예로 풀려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검찰의 기소에 문제를 제기하는 재정신청을 한 거다. 기소되기까지 과정도 매우 어려웠다. 검찰에 기소가 늦어지는 이유를 묻자 처음엔 가습기 살균제 사태 때문이라고 했다. 그다음 번엔 인보사 사태만 끝나면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조국사태가 터지자 또 차일피일 기소가 늦어졌다. 그 과정에서 검찰 측에서 병원과의 합의를 종용하기도 했다. 담당 검사가 병원 측 변호사와 친분 관계가 있다는 사실도 그때 알게 됐다. 수사기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자 내가 나서야겠다는 생각에 거리에 나서게 된 거다” -가족들의 삶이 많이 변했을 것 같다. “대희가 세상을 떠나고서 몸과 마음이 모두 피폐해졌다. 대희의 형은 동생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는 생각에 오랜 시간 무력감과 허무함, 자괴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첫째까지 나를 떠날지도 모른다는 지옥 같은 생각 속에서 수년간을 지냈다. 가족들은 병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원장은 ‘하고 싶으면 해라.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면 그만’이라는 태도였다. 구체적으로 병원 이름이나 원장의 실명을 밝힐 수도 없었다. 모든 게 사실 적시 명예훼손에 해당했다. 지난해 말 검찰이 의료진을 기소하자 원장은 홈페이지를 새로 단장하면서 구인광고를 올렸다. 피해자 측은 진실을 밝히려고 재판에 모든 것을 쏟고 있는데 피고인들은 의료행위를 지속하는 등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법이 사회적 약자를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피해자에게 족쇄를 채운다는 생각이 들었다.”-1인 시위에 나선 이유는. “대희는 한참 예민하던 사춘기 때 턱 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으면서 큰 상처를 받았다. 성인이 돼서도 그 상처가 사라지지 않아 수술을 받게 된 거다. ‘하루아침에 외모가 바뀔 수 있다’는 병원의 허위·과장 광고에 속을 수밖에 없었다. 요즘 청년 중에 성형을 미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고등학생부터 대학생,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까지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면서 수술대에 오른다. 부작용으로 불구가 될 수도 있고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현장에서 우리 청년들이 더이상 희생돼선 안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흔적도 없이 수술대에서 사라지는 수많은 피해자들이 있다. 지금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누구나 피해자와 유족이 될 수 있다. 우선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해서 의료진이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장식 수술, 예정에도 없던 의사가 와서 수술하는 유령 수술은 엄벌을 처해야 한다. 입증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것도 그만둬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청년들의 꿈과 희망을 빼앗아 기성세대가 부를 축적하는 잘못된 시스템이 바뀔 수가 없다.” -많은 사람이 연대해주고 있다. “대희 사건이 알려지면서 문제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재판 방청을 와주고 있다. 저 멀리 제주에서도 ‘힘을 보태고 싶다’며 찾아온다. 16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대희 사건의 해결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써줬다. 이렇게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싸움을 지속할 수 없었을 거다. 어느 날 한 고등학생이 ‘대학에 가면 성형수술을 하려고 했는데 어머님 사연을 보고 마음을 접었다’면서 ‘정말 감사하다’고 했었다.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대희는 이 세상에 없지만 대희로 인해 소중한 한 생명을 살렸단 생각까지 들었다. 싸움이 언젠가는 끝나겠지만 그때까진 절대 멈출 수가 없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지원금 탐내는 뻔뻔한 부모 많아… 시설 아동들 소원도 꽁꽁 묶였다

    지원금 탐내는 뻔뻔한 부모 많아… 시설 아동들 소원도 꽁꽁 묶였다

    일부 부모들, 지원금 수령 문의 빗발쳐 ‘인출 불가능한 통장에 전액 입금’ 지침 친권자라는 이유로 ‘부모 돈’ 인식 경향 “아이들 갖고 싶은 물건 못 사 아쉬워해”부모의 학대 등으로 가정을 떠난 아이들을 보살피는 생활가정(그룹홈)과 아동양육시설 직원들은 지난달 말 빗발치는 전화에 대응하느라 진땀을 뺐다. “아이 앞으로 지급되는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받아 갈 수 없느냐”는 부모들의 요청 때문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그룹홈 관계자는 “정서적·물리적으로 자녀를 학대한 부모가 친권자라는 이유만으로 아이 앞으로 지급된 각종 지원금을 ‘부모 돈’으로 여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코로나19로 학교에 가지 않아 늘어난 아이들의 식비나 의류비 등 필요한 곳에 지원금을 썼다. 이런 지출을 모두 증빙하고 설명하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일부 부모는 보건복지부에 “왜 아이 몫의 재난지원금을 보호시설이 받아 쓰느냐”며 민원을 넣었다. 결국 복지부는 보호대상아동에게 지급된 코로나19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수시 인출이 불가능한 디딤씨앗통장(CDA)에 전액 입금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 통장은 저소득층 아동·청소년의 자립금을 마련하는 용도의 저축통장이다. 돈을 넣으면 만 18세 전에는 쓸 수 없다. 복지부 관계자는 14일 서울신문에 “기초생활수급비를 받는 보호대상아동은 재난지원금이 시급하지 않고, 2~4세 아동은 본인 의사에 따라 돈을 쓰기 어렵다”며 “디딤씨앗통장에 넣으면 정부가 추가 납입금을 보태기 때문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궁여지책에 재난지원금을 기대하던 보호대상아동·청소년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룹홈 관계자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비로 생활하는 아이들은 생활이 넉넉하지 못하기 때문에 평소 갖고 싶은 물건이 있어도 생필품이 아니면 사지 않고 참는다고 한다. 일부 ‘양심 불량’ 부모의 항의에 아이들은 인당 40만원이 지급되는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기회를 놓치게 됐다. 한 아동양육시설 관계자는 “고등학생인 아이들은 성인이 된 다음 쓸 자립금을 마련하기 위해 디딤씨앗통장에 넣는 것도 괜찮다고 받아들였지만 못내 아쉬워했다”고 전했다. 한 그룹홈 관계자는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이기 때문에 또래 친구들이 갖고 있는 물건들에 신경을 많이 쓴다”면서 “이번에는 친구들처럼 축구화를 사고 싶다며 잔뜩 들떠 있는 아이가 많았는데 안타깝다”고 밝혔다. 또 다른 아동양육시설 관계자는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이면 설명을 해 주면 본인이 재난지원금을 받고 저금을 했다고 이해한다”며 “초등학생들은 장난감이나 옷을 많이 사고 싶어 하고 여학생들은 기초 화장품을, 남학생들은 자전거를 원했다”고 말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학대 부모들 자녀 재난지원금 요구에 아이들 못 쓰고 통장 ‘동결’

    부모의 학대 등으로 가정을 떠난 아이들을 보살피는 생활가정(그룹홈)과 아동양육시설 직원들은 지난달 말 빗발치는 전화에 대응하느라 진땀을 뺐다. “아이 앞으로 지급되는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받아 갈 수 없느냐”는 부모들의 요청 때문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그룹홈 관계자는 “정서적·물리적으로 자녀를 학대한 부모가 친권자라는 이유만으로 아이 앞으로 지급된 각종 지원금을 ‘부모 돈’으로 여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코로나19로 학교에 가지 않아 늘어난 아이들의 식비나 의류비 등 필요한 곳에 지원금을 썼다. 이런 지출을 모두 증빙하고 설명하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일부 부모는 보건복지부에 “왜 아이 몫의 재난지원금을 보호시설이 받아 쓰느냐”며 민원을 넣었다. 결국 복지부는 보호대상아동에게 지급된 코로나19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수시 인출이 불가능한 디딤씨앗통장(CDA)에 전액 입금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 통장은 저소득층 아동·청소년의 자립금을 마련하는 용도의 저축통장이다. 돈을 넣으면 만 18세 전에는 쓸 수 없다. 복지부 관계자는 14일 서울신문에 “기초생활수급비를 받는 보호대상아동은 재난지원금이 시급하지 않고, 2~4세 아동은 본인 의사에 따라 돈을 쓰기 어렵다”며 “디딤씨앗통장에 넣으면 정부가 추가 납입금을 보태기 때문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궁여지책에 재난지원금을 기대하던 보호대상아동·청소년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룹홈 관계자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비로 생활하는 아이들은 생활이 넉넉하지 못하기 때문에 평소 갖고 싶은 물건이 있어도 생필품이 아니면 사지 않고 참는다고 한다. 일부 ‘양심 불량’ 부모의 항의에 아이들은 인당 40만원이 지급되는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기회를 놓치게 됐다. 한 아동양육시설 관계자는 “고등학생인 아이들은 성인이 된 다음 쓸 자립금을 마련하기 위해 디딤씨앗통장에 넣는 것도 괜찮다고 받아들였지만 못내 아쉬워했다”고 전했다. 한 그룹홈 관계자는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이기 때문에 또래 친구들이 갖고 있는 물건들에 신경을 많이 쓴다”면서 “이번에는 친구들처럼 축구화를 사고 싶다며 잔뜩 들떠 있는 아이가 많았는데 안타깝다”고 밝혔다. 또 다른 아동양육시설 관계자는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이면 설명을 해 주면 본인이 재난지원금을 받고 저금을 했다고 이해한다”며 “초등학생들은 장난감이나 옷을 많이 사고 싶어 하고 여학생들은 기초 화장품을, 남학생들은 자전거를 원했다”고 말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정 총리 “수도권 코로나19 확산, TK와 비교 안 될 만큼 클 수도”

    정 총리 “수도권 코로나19 확산, TK와 비교 안 될 만큼 클 수도”

    정세균 국무총리가 14일 “전체 인구 절반이 밀집된 수도권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감염이 확산될 경우, 그 피해는 대구·경북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정 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건강용품 방문판매업체 등 수도권에서 산발적 집단감염이 지속하는 상황에 우려를 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정 총리는 “서울과 경기 지역 확진자가 각각 1천명을 넘어섰고, 퇴원하는 환자보다 새롭게 입원하는 환자가 는다”며 “현재 서울에서 치료 중인 환자는 420명까지 늘어 지금까지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어 “보건복지부는 수도권의 의료자원 현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한 단계별 자원동원 계획을 조속히 국민께 설명드릴 수 있게 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서울포토] ‘예배 참석하려면 QR코드 찍으세요’

    [서울포토] ‘예배 참석하려면 QR코드 찍으세요’

    14일 서울의 한 성당에서는 교인들이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전자출입명부(QR코드)를 찍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정부는 지난 10일부터 교회, 학원, 영화관 등 다중이용시설에 해당 시스템을 의무화 했다. 계도 기간인 이달 30일 이후 QR코드를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방역 당국은 전자출입명부 의무 도입 대상에 학원과 PC방을 추가했고, 함바식당 및 종교 포교시설, 건설현장 등을 새로운 고위험 시설로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박능후 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2일 오전 브리핑에서 “고위험시설의 전자출입명부를 차질없이 도입하고 수도권의 학원과 PC방도 설치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미 보건당국, 트랜스젠더 인정 안 한다…“생물학적 성별만 보장”

    미 보건당국, 트랜스젠더 인정 안 한다…“생물학적 성별만 보장”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보건 분야에서 트랜스젠더(성전환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안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미 보건복지부(DHHS)는 12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1557조항 시행에 있어 태생부터 결정되는, 남성이나 여성 같은 평범한 성별에 따라서만 정부가 성차별을 해석하는 것으로 돌아가겠다”고 알렸다. 1557조항은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의 건강보험 개혁안인 ‘오바마케어’(ACA)에 포함된 반(反)차별 규정이다. 정부의 재원이 들어가는 보건 프로그램이나 활동에서 인종이나 피부색, 출신, 성별, 나이, 장애 등을 이유로 차별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오바마 정부는 이 ‘성별’의 개념에 ‘성적 정체성’을 포함해 의료인이나 보험사가 트랜스젠더 환자들에게도 의학적으로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고, 이에 대한 의료비를 지원하도록 의무화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앞으로는 성적 정체성이 아닌 생물학적 성별만 인정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트랜스젠더의 의료 접근성이 대폭 제한될 전망이다. AP통신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결정은 남성, 여성, 그 어느 쪽도 아닌 무성, 양쪽이 다 혼합된 성 등 개인의 내적 인식에 따른 결정을 폭넓게 이해하려 한 오바마 시대의 규정을 다시 쓰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DHHS의 발표에 관련 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트랜스젠더 평등센터(NCTE)의 로드리고 헹레티넨 부소장은 “의료인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찾아온 사람도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거절할 여지를 열어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성소수자를 위한 인권캠페인재단(HRC)은 성명을 내고 “보건분야에서 기본권을 공격하는 행위가 제한 없이 이뤄지도록 하지 않겠다”며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핵심은] “내 새끼 내 맘대로” 아동학대 눈감는 체벌권

    [핵심은] “내 새끼 내 맘대로” 아동학대 눈감는 체벌권

    천안·창녕 아동학대 국민적 분노‘친권자 징계권’ 민법 개정 추진“집으로 돌아가기 싫어요, 학교는 가고 싶어요.” 부모로부터 가혹한 학대를 당하다 가까스로 탈출한 9살 아이의 호소입니다. 지난달 29일 잠옷 차림으로 창녕의 한 도로에 뛰어든 여자아이를 한 시민이 발견했습니다. 아이는 온몸이 멍들고 손발에는 화상 자국이 있었습니다. 의붓아버지가 불에 달군 쇠젓가락과 프라이팬으로 손발을 지졌다고 했습니다. 지난 9일에는 충남 천안에서 9살 초등학생이 여행용 가방 안에서 숨졌습니다. 친아버지와 사실혼 관계에 있던 동거녀가 가로 44cm·세로 60cm 가방 안에 7시간 넘게 가둬둔 겁니다. 아이가 자신의 말을 안 들었다는 이유였습니다. 소수의 아이가 겪는 비극 같지만 아닙니다. 보건복지부의 ‘2018 아동학대 주요 통계’에 따르면 국내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3만여 건이 훌쩍 넘습니다. 최근 5년간 학대로 숨진 아동은 132명에 이릅니다. 가해자의 약 80%는 부모입니다.■ 핵심 ① 민법상 친권자의 징계권을 없앤다 친권자는 그 자(자녀)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 친권자의 ‘징계권’을 규정한 민법 915조입니다. 이 조항이 그간 부모의 폭력을 합법적으로 용인하는 근거로 쓰여왔습니다. 아동복지법에는 ‘보호자는 아동에게 신체적 고통이나 폭언 등 정신적 고통을 가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지만, 부모가 자녀 교육적 차원에서 징계했다고 주장할 경우 처벌하는 데 한계가 생깁니다. 포용적 가족문화를 위한 법제개선위원회는 4월 이 민법상 징계권 조항을 삭제하고 ‘훈육’으로 대체하도록 권고했습니다. 우선 훈육에 대한 부모의 권리와 의무를 명시하되, 가정 내 처벌에 대한 인식이 점차 개선되면 이 역시 삭제하라고도 했습니다. 법무부는 이를 받아들여 친권자의 징계권 조항을 개선하고 체벌 금지를 명문화하는 민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앞으로는 부모가 훈육을 목적으로 체벌하는 것 또한 원칙적으로 안 됩니다. ■ 핵심 ② ‘사랑의 매’는 한국에서만 통한다 두 아이의 참혹한 사건이 알려진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아동학대 엄벌에 처해주십시오’, ‘가정폭력 피해 아동을 위한 아동학대 법률을 강화해주세요’, ‘학대로부터 아이를 지켜주세요’라는 청원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습니다. 이처럼 간곡한 청원 내용이 선진국에서는 당연하게 지켜지는 것들입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 등 국제법은 아동이 모든 형태의 학대와 방임, 폭력으로부터 보호받도록 합니다. 1979년 스웨덴이 가장 먼저 아동학대법을 만든 이후 전 세계 54개국에서 부모의 자녀 체벌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미국도 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체벌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폭력의 고의성이나 피해 정도를 따져 처벌합니다. 가까운 일본도 가정 내 폭력으로 아이들이 사망하는 사건이 끊이질 않자, 올해 4월부터 친권자의 자녀 체벌 금지를 규정한 법을 개정해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 핵심 ③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창녕 아동학대 피해 아이는 3살 때부터 친모에게 학대당했지만,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지방자치단체에는 아이가 학대당한 정황이 기록돼 있었는데도 말이죠. 친권자의 징계권을 없애는 건 사실상 선언적 의미에 불과합니다. 법 조항 하나를 바꾼다고 아동학대가 사라지진 않습니다. 다만 더는 훈육을 구실로 체벌해선 안 된다고 명시함으로써 인식의 변화를 이끄는 데 방점이 찍혀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스스로를 구원할 힘이 없습니다. 아동학대의 사슬을 끊는 건 법과 제도를 바꿀 수 있는 어른들의 몫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요? 법으로 명문화하는 것 이상의 실질적 변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토요일 아침, 한 주간 가장 뜨거웠던 이슈의 핵심을 짚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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