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넓고 크게 열린 마음으로/김석준 이대 정보과학대학원장(시론)
새해를 맞으면서도 국민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늘어만 가는 무역적자와 외채,수많은 중소기업들의 도산과 서민생활의 불안,대권경쟁과 대결만 일삼는 정치권,실업증가에 따른 「고개숙인 아버지」의 양산,공동체의 전체이익보다 자기몫 찾기에만 열중하는 사회분위기,이처럼 열거하기 조차 싫은 숱한 난제들 위에 노동법과 안기부법개정이 가져온 파업정국의 확산은 새해를 과히 국가적 위기로까지 몰고갈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 국민들의 우려를 더하게 한다.
문제는 더욱 번지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고 책임을 져야할 주체들의 노력은 턱없이 부족하기만 하다.혼선과 무기력까지 보인 정부·여당의 국정운영능력 미숙,국민에 대한 설득과 호소에 성공하지 못한 연두기자회견,노사 모두의 눈치만 보느라 대안마저 제시하지 못하는 야당들의 기회주의적 태도,외국세력과의 연대투쟁까지 구사하는 노동조합의 정교한 투쟁전술,노사관계의 당사자이면서도 사태해결에 수수방관만 하는 기업들의 무책임성.이들 모두가 위기국면을 극복하여 난국을 타개하기보다 반대로국민들의 걱정을 가중시키는 요인들이다.이 때문에 국내문제에 대해 외국언론기관들은 물론 국제기구들과 외국단체들의 개입마저 초래하여 국가이미지 손상외에 국민들의 자존심마저 크게 훼손하기에 이르렀다.
○국가 이미지마저 손상
이제 관련 주체들은 물론 모든 국민들이 난국타개를 위해 새로운 결연한 각오로 나서야 한다.우리 모두가 더 넓고 크게 열린 마음으로 나라의 장래와 후손들의 내일을 생각해야 한다.「한강의 기적」을 이룬 우리가 이대로 몰락할 수는 없다.우리는 남미의 국가들이 밟았던 전철을 다시 반복할 수는 없다.대통령과 정부·여당,야당들,노동조합과 기업들,시민단체와 언론 및 전문가들 모두가 힘을 모아 슬기롭게 난국을 극복하여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첫째,김영삼 대통령은 더 넓고 크게 열린 마음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노동자와 야당까지 궁극적으로 포용할 수 있는 사람은 불행히도 대통령뿐이기 때문이다.남은 임기동안 대통령이 할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일은 대통령 자신을 포함한 사회각계와 모든 국민의 기(기)를 되살리는 일이다.
둘째,여당이 책임지는 자세로 적극적인 노력을 보여야 한다.당초 정부안대로만 통과시켰어도 사태가 이렇게까지 악화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일부의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야당과 노동계 및 사회지도층에 대한 홍보를 위한 노력만이 아니라 국가이익 실현을 위한 본질적인 합의도출에 진실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본질의 측면에서 복수노조 즉시 인정을 포함하는 법률 재개정이 필요하다면 형식적·절차적 문제때문에 그르치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셋째,야당들도 잠재적인 수권정당의 모습을 이번 난국타개에서 보여야 한다.대권쟁취를 위한 양당공조 노력때문에 노사간 첨예한 이해관계대립 상황에서 공식적인 당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야당은 국민의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대안제시 없이 절차적 문제에만 집착하여 정권타도나 파업확대운동을 벌인다면 이는 매우 무책임한 일이다.먼저 공식적인 대안을 만들어 법 재개정안으로 국회에 제출하기 바란다.그뒤 여야대화를 통해 노동법 재개정에 진력해야 할 것이다.
○경제살리기에 총력을
넷째,노동조합도 현 국가적 위기국면을 직시하여 투쟁일변도의 내몫찾기만이 아니라 먼저 경제를 살리고 모든 노동자의 이익을 생각한 후 노조원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성숙된 자세를 보여야 한다.투쟁전술에서의 정교성이 국가이익과 노동자 전체이익에도 공헌하는 본질적인 복지국가의 성숙된 노조로 나타날 수 있기를 바란다.총파업이나 전면투쟁의 경직된 태도만으로 노정갈등과 대결국면을 심화시키는 대신 항목별 노동법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의 성숙된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여기에는 대화를 중시하는 자세와 공동체우선의 문화가 필요하다.
이제 모든 국민들이 객관적 입장에서 노사문제와 노동법에 대한 본질적인 공론화를 통해 열린마음으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당사자만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나라를 살리는 자세로 나설때 파업정국이나 경제난국이 도리어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될 수 있을 것이다.우리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온 민족이기 때문이다.새해에는 모든 국민이 기를 되살려 다시 일어서는 거국적인 노력이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