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복지국가
    2025-12-18
    검색기록 지우기
  • 친정
    2025-12-18
    검색기록 지우기
  • 맞벌이
    2025-12-18
    검색기록 지우기
  • 여객선
    2025-12-18
    검색기록 지우기
  • 대기업
    2025-12-18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057
  • 복지한국,미래는 있는가 /고세훈 지음

    참여정부 내내 경제분야에서 가장 시끄러웠던 주제는 ‘성장이냐, 분배냐.’였던 것 같다. 신자유주의 국가가 추구해야 할 지상목표가 되면서 분배는 이제 ‘먼 나라 이야기’로 넘어가고, 우리 사회는 양극화의 나락으로 빠져든 지 오래다. 분배는 곧 복지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복지국가 위기론’이 싹튼다. 신간 ‘복지한국, 미래는 있는가’(고세훈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에서 저자인 고려대 공공정책학부 고세훈 교수는 이런 유의 ‘복지국가 위기론’을 이데올로기적으로 깨부순다. 복지국가의 이상은 사라질 수 없다는 것이다. 복지국가 위기론은 사실상 이데올로기화한 신자유주의 또는 부자들의 반란일 뿐이라는 게 이 책의 핵심주장이다. 고 교수는 일관되게 사회민주주의 전파에 열중하는 학자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에게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복지’ 공약이나 복지관 운영이 이권이 되어버린 사회상황은 어떻게 해석될까. 복지관련 책의 대부분이 사회복지사 수험서인 학계의 현실은 또 어떤가. 고 교수는 한국사회가 ‘반(反)복지의 덫’이라는 심연에 빠져들고 있다고 진단한다. 한국사회의 복지수준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실제 2007년 국가예산 가운데 복지관련 지출은 국민총생산의 6% 수준에 불과하고, 실업급여의 소득대체율은 선진국의 4분의 1 정도인 20%를 밑돈다. 국가복지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차상위계층 비율은 남한 총인구의 10%에 이른다. 고 교수는 3년전의 전작 ‘국가와 복지’에서 ‘생산적 복지’란 이름 아래 진행된 한국 복지개혁의 내용과 문제점을 명쾌하게 분석한 바 있다. 이번에도 그는 5부로 구성된 책에서 복지국가를 추구해야 하는 까닭을 설파한 뒤 한국복지의 현황을 짚고,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고 교수는 책 전반에서 강한 현실비판을 추구한다. 복지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전혀 복지국가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복지한국의 미래는? 고 교수는 한국 복지개혁의 미래와 관련,‘이해관계자 복지’를 설파한다. 종업원, 주주, 하청업체 직원, 지역주민, 소비자 등 시장 내부의 이해관계자들뿐 아니라 실업자, 장애인, 노약자 등 시장으로부터 탈락한 이해관계자들의 복지도 포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을 유독 강조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397쪽,1만 7000원.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사설] 사회적 일자리 일과성 안돼야

    정부가 그제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사회서비스 일자리 보고회’를 갖고 2010년까지 매년 20만개씩, 모두 80만개의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올해엔 기존에 계획된 사회적 일자리 11만개 외에 2조 2703억원의 예산을 추가로 투입해 9만개의 일자리를 더 만들기로 했다.‘고용 없는 성장’이 현실화되면서 복지정책의 핵심인 일자리 공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부가 사회적 일자리 창출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것은 잘한 일이다. 우리가 선진복지국가에 진입하려면 사회서비스가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회서비스업 종사자는 전체 취업자의 13%로 선진국의 평균 20%에 비해 7%포인트가량 적다. 따라서 정부가 약속한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 계획은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물론 비생산부문의 일자리 한개당 1135만원의 세금을 투입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사회적 일자리는 민간 부문의 효율성과 수익성을 잣대로 재단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삶의 질 향상이라는 기본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반드시 필요한 사회적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부가 ‘재정지원형’에서 ‘자립형 사회서비스사업’으로 지향하겠다고 공언한 점을 주목한다. 생산적 복지를 지향하겠다는 의미인 것 같다. 당연히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정부는 사회적 일자리가 양질의 일자리로 정착될 수 있도록 사후관리 대책도 세심하게 강구해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사회적 인프라 없이 선진국이 될 수 없다.
  • [서울광장] 중국이 정말 부러운 이유/함혜리 논설위원

    [서울광장] 중국이 정말 부러운 이유/함혜리 논설위원

    중국의 약진이 눈부시다. 각종 경제지표들을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다. 지난해 2월 말 8536억달러로 일본을 앞지르고 세계 최대의 외환보유국이 된 중국은 지난해 말 1조 663억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규모다. 올해엔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수출국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중국의 질주는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최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국과 서비스 무역협정을 맺고 18억명 단일시장을 향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아세안뿐 아니다. 중국은 아랍, 중앙아시아, 아프리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들 지역과의 친교를 통해 안정적으로 천연자원을 공급받고, 국제사회에서의 발언권도 강화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우주공간도 예외일 수 없다. 중국은 지난 11일 위성공격용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지상으로부터 약 859㎞ 떨어진 대기권 궤도를 돌던 자국 기상위성 ‘펑윈’을 격추시켰다. 전세계가 놀랐지만 특히 미국은 충격에 빠졌다.20년전 미·소 냉전체제가 와해된 이후 미국이 독점하고 있던 우주무기 개발경쟁에 중국이 도전장을 냈기 때문이다.2003년 유인우주선 선저우호를 발사했을 때 이미 예견된 일이긴 하지만 이 정도로 빨리 발전할 줄은 아마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중국은 개혁 개방을 통해 각 분야에서 이처럼 경이로운 성공신화를 일궜다. 그런데도 모자라 전문가들은 ‘제2의 천지개벽’에 관한 예측 시나리오들을 쏟아내고 있다. 증권사 CSFB(크레디트스위스퍼스트보스턴)는 중국이 2014년쯤 미국을 제치고 세계경제의 최대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미국 추월을 단지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고속성장에 따른 부작용도 많은데 이런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는 이유는 왜일까. 코트라 중국지역본부의 박한진 차장은 저서 ‘10년 후, 중국’에서 “수많은 불확실성을 압도하는 강력한 어떤 밑그림이 숨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어떤 밑그림이란 덩샤오핑이 생전에 마련한 ‘국가경영대계’를 일컫는다. 원바오(溫飽), 샤오캉(小康), 다퉁(大同)으로 구분되는 이른바 3단계 발전론이다. 원바오는 1979년부터 20년동안 춥고 배고픈 문제를 해결하자는 단계다.2000년부터 2020년까지 이르는 샤오캉은 좀더 여유있는 생활을 할 수 있는 단계다. 다퉁은 2020년 이후의 시기로 세계 선두권의 현대화된 복지국가 건설이 목표다. 중국은 치밀한 전략과 강력한 추진의지로 원바오 단계를 무난하게 통과했으며 지금은 샤오캉 단계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정권의 주역이 바뀌어도 이 밑그림을 절대 훼손시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덩샤오핑이 천명한 연경화(年輕化)원칙에 따라 중국에서는 자연스럽게 권력의 세대 교체가 이뤄졌다. 하지만 밑그림은 유지됐다. 장쩌민의 ‘국가어젠다 21’‘국가 지속가능발전 보고’, 후진타오의 ‘중국현대화 보고’ 등은 모두 3단계 발전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전술적 차원의 조치들이다. 이렇게 시대를 관통하는 일관성은 중국만이 지닌 경쟁력이다. 오늘의 중국은 미래를 바라보는 든든한 밑그림과 이를 바탕으로 그림을 그려 나가는 강력한 리더십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그 아무것도 변변하게 가진 것이 없는 우리로서는 부럽지 않을 수 없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비정규직 양산 노무현 정부는 우파”

    “비정규직 양산 노무현 정부는 우파”

    국내 대표적인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인 김수행(65)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무현 정부를 우파로 규정하고, 정부의 경제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김 교수는 “노무현 정부는 집권 이래 장기불황의 극복 전략으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면서 “실업자와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농민을 희생시키는 것은 우파이지 좌파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10일 ‘자본론´ 번역·출간 20주년을 맞아 열리는 ‘한국의 맑스주의 지형연구´ 강좌에서 현 정부의 우파적 성향에 대해 강의한다. 9일 미리 배포한 ‘한국사회와 자본의 세계화´라는 주제의 강의자료에서 그는 “노무현 정부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보수대연합 등을 통해 노동자·민중을 제압할 수 있는 헤게모니를 구축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현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으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모토로 한 정책 정비 ▲비정규직 관련법 제정 ▲노동의 유연화와 노동운동의 무력화 ▲여러 국가와 자유무역협정 추진 등을 꼽았다. 김 교수는 “재벌을 앞장 세워 한국경제를 부흥시킨다는 아이디어는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힐난한 뒤 “재벌은 국내에서 이윤을 낼 수 없다면 언제든 한국 땅을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정규직 확대 등 노동자를 ‘임금노예´로 만들어 고용을 증가시키려는 정부의 시도는 성공할 수 없다.”면서 “노동자들이 건전한 소비자가 될 수 있도록 고용과 임금을 보호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유럽의 선진국들은 1945년에 이미 복지국가를 건설했는데 한국은 지금도 자살, 범죄, 인권유린이 판치는 야만상태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양극화 해소→내수기반 확충→안정적 경제성장→인권유린과 증오의 해소→사회적 타협의 확대´라는 유럽 선진국의 길을 따라야 한다고 제시했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김수행 교수는 대구상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서울대에서 경제학 석사, 런던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1982년 귀국, 한신대에서 강의하다 87년부터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그는 “사회과학 서적 가운데 가장 중요한 책은 ‘자본론’”이라고 말할 정도로 국내 대표적인 마르크스 경제학자이다.
  • [01일 TV 하이라이트]

    ●3만달러 시대의 조건 1편 ‘아일랜드와 일본에서 배운다’(YTN 오전 8시25분) 희망봉에 아침해가 솟아 오른다.2007년 대한민국은 희망이 있는가? 국가 부도의 위기 상황에서 20년만에 국민소득 4만달러의 복지국가를 만든 아일랜드. 세계 최고의 저출산 고령화 속에서도 경제 부활에 성공한 일본. 그들은 어떻게 성공했는가를 알아본다.   ●눈꽃(SBS 오후 9시55분) 동우의 작업실을 찾아간 강애는 그 자리에서 결혼하자는 말을 들려주며, 앞으로 동우와 새출발을 할 거라고 말해 동우를 기쁘게 한다. 잠시 후 동우는 강애에게 샴페인을 따르며 웃음을 멈추지 않는다. 다미는 일본 이곳저곳을 다니다가 우연히 강애가 쓴 방명록에서 자신을 걱정하며 쓴 글을 보고는 눈물이 쏟아진다.   ●숨은 여행 찾기(EBS 오후 8시) 서로의 나라를 바꿔 여행을 시작한 고운이와 성원이의 탐방기 두번째 이야기. 고운이는 영화 ‘더 비치’의 촬영지 피피섬을 찾는다. 한편, 난생처음 스키를 타보게 된 성원. 평균기온이 29도를 웃도는 태국에서는 결코 해볼 수 없는 경험이다. 그들이 서로의 나라에서 느끼는 짜릿한 감동과 신비가 펼쳐진다.   ●닥터스(MBC 오후 6시50분) 큰 수술비의 부담을 안고 결심한 다섯번째 수술. 운교는 궁금한 것이 많다. 어떤 방법으로 수술을 할까, 회복할 때 많이 아프지 않을까, 어떤 얼굴로 변할까, 혹시 실패하면 어떻게 될까…. 무섭지 않다며 엄마 아빠에게 환하게 웃어준 운교. 하지만 수술대에 누울 시간이 다가오자 두려움을 이기지 못한다.   ●김동건의 한국 한국인(KBS2 밤 12시45분) 정해년 새해, 한국을 대표하는 민족시인, 고은이 이야기하는 우리 문학계의 현주소와 미래를 들어본다.2006년 한국문학의 화두와 성과, 비판 등 지난해 한국 시단을 뜨겁게 달구었던 문학적 논쟁과 남은 과제를 들어본다. 우리 문학이 이뤄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와 미래도 전망해 본다.   ●TV, 책을 말하다(KBS1 밤 12시50분) 21세기는 지식의 시대다. 하루에도 수백 페이지 분량의 지식이 무차별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지식과잉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렇다면 이 넘쳐나는 지식들 속에서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올바르게 판단하고 있을까? 지식의 범람 속에서 자신만의 지식을 만들고 경영하는 방법을 배워본다.
  • 한나라 빅3 ‘대운하 논쟁’ 점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 이른바 ‘빅3’로 불리는 유력 대선주자들이 대권 행보의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최근 여권의 정계 개편 논의와 맞물려 한나라당 ‘빅3’의 경쟁도 한층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최근 이들의 경쟁구도는 박 전 대표와 손 전 지사가 지지율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이 전 시장을 협공하는 형국이다. 손 전 지사는 6일 자신의 싱크탱크가 될 ‘동아시아미래재단’ 발족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손학규가 있기에 한나라당이 민주정당·개혁정당·평화정당이 될 수 있고, 저 손학규가 한나라당의 미래를 대표한다.”며 대선 출마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박 전 대표의 대선후보 경선출마 선언에 이어 대선 후보경선 참여를 공식화한 셈이다. 손 전 지사는 국가 지도자에게 필요한 자질로 국민 열정을 일깨우는 ‘북돋움의 리더십’과 역량을 하나로 모아내는 ‘아우름의 리더십’을 꼽은 뒤 ‘국가체질개선론’을 미래 비전으로 제시했다. 이어 “과거 개발시대의 패러다임으로는 ‘21세기 선진강국’이 될 수 없으며,70∼80년대 권위주의적 리더십이나 몇 개의 산발적인 프로젝트로 선진복지국가를 만든다는 것은 환상”이라며 이 전 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구상을 우회 비판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단국대 천안캠퍼스에서 특강을 가졌다. 대표 퇴임 이후 처음으로 대학생을 대상으로 ‘특강정치’를 재개한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21세기 국가경쟁력의 원천은 지식과 정보 그리고 사람”이라며 “이제는 건설, 공장짓는 것으로 국민을 먹여 살리는 시대가 지났다.”며 이 전 시장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그는 당내 라이벌인 이 전 시장의 ‘경부운하’ 구상과 관련,“운하가 경제정책이라고 말하는 것은 조금 어폐가 있다.”며 “그것은 국정운영이나 경제정책이라기보다는 어떤 건설의 계획안, 개인적인 안이라고 생각한다. 건설이 경제정책의 틀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몰아세웠다. 박 전 대표는 또 지난 2002년 방북 당시 만경대 방문 논란과 관련,“공연을 하는 만경대센터에는 갔지만 (김일성 생가가 있는) 만경대엔 가본 적도 없다.”고 분명히 했다. 이 전 시장도 전날 원불교 종법사 대사식에 이어 이날 ‘뉴라이트 불교연합 발대식’에 참석, 서울시장 재직시 ‘서울시 봉헌’ 발언으로 꽁꽁 얼어붙은 ‘불심(佛心)’을 녹이는 데 주력했다. 이에 앞서 이 전 시장은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당내 대선후보 경선방식에 대해 “어떻게 하든 상관없다.”며 ‘지지율 1위’에 걸맞은 자신감을 보였다. 한편 이 전 시장측은 두 경쟁주자의 ‘협공성’ 발언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 무대응 방침을 밝혔다.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스웨덴식 복지 패배 아닌 승리”

    “스웨덴식 복지 패배 아닌 승리”

    지난달 17일 스웨덴 총선에서 우파연합이 승리하자, 한국에서는 유럽식 사민주의 복지모델이 드디어 파탄났다는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그런데 정작 스웨덴을 공부한 학자들은 보수언론이 주도한 얄팍한 아전인수식 해석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이번 기회에 스웨덴 모델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요청에 ‘오해의 결이 워낙 두껍게 쌓여 있어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조차 모르겠다.’(안상훈 서울대 교수)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다 안재흥 아주대 교수가 아예 ‘2006년 스웨덴 총선 결과의 해석-스웨덴 모델의 특성과 신정치의 아이러니’라는 글을 본지에 보내왔다. 이번 스웨덴 총선의 전말과 의미를 분석한 글이다. 안 교수는 서강대, 미시간대를 거쳐 스웨덴 웁살라대학에서 유럽 사민주의를 연구한 정치학자다. ●스웨덴 총선결과는 ‘시장의 완패’ 환호성의 배경에는 ‘사민당 패배=스웨덴 모델의 패배=시장의 승리’라는 공식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안 교수는 이번 총선결과가 외려 스웨덴 모델의 철저한 승리라 분석한다. 이번에 승리한 보수당은 지난 총선에서 한나라당 같은 부자당·친기업당의 단골 메뉴인 ‘감세안’을 들고 나왔다가 창당 이래 최대의 참패를 당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감세안을 던져버리고 스웨덴 모델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힌 끝에 승리했다. 보수당마저 스웨덴 모델을 지키겠다고 선언하고서야 집권할 수 있었으니 스웨덴 모델의 진정한 승리가 아니냐는 얘기다. 거꾸로 사민당의 패인은 실업과 복지같은 좌파적 이슈를 외면하고 ‘성장’,‘균형예산,‘물가안정’ 같은 우파 레퍼토리만 읊어댔다는 데 있다. ●사민당 패배는 복지개혁의 아이러니 안 교수는 이를 신정치, 즉 비난회피정치의 아이러니로 봤다. 세계화 시대 새로운 정치는 복지국가 개혁에 초점을 맞춘다. 문제는 총대를 누가 메느냐다. 복지혜택자들의 반발을 무릅써야 하는 위험은 크다. 이 비난을 피하는 데 사민당은 일단 유리하다. 최소한 ‘사민당이라면 엉뚱한 짓은 안 하겠지.’라는 믿음 때문이다. 이게 바로 감세안처럼 급진적 처방을 내건 보수당이 대패하고 사민당이 계속 집권할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러나 이게 이번 총선에서 역전됐다. 사민당은 1994년 재집권한 뒤 보편적 복지주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복지개혁을 진행하면서 5%대의 높은 경제성장률까지 이뤄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완전고용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고 이런 성과만 강조하다 보니 신자유주의적으로 비쳐졌고,‘그래도 스웨덴 모델은 포기하지 않겠습니다.’라고 약속한 보수당보다 더 반노동자적으로 인식된 것이다. ●‘극적인 전환’은 없다 그렇기에 안 교수는 ‘사민당의 우향우, 보수당의 좌향좌’ 현상이 이번 총선에서 두드러졌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극적인 전환’이라는 데는 동의하지 않았다. 스웨덴 정당사에서 이런 유연함은 언제나 있어왔다는 것이다.20세기 초 노조를 기반으로 집권한 사민당은 외려 “정치권력을 장악했으니 이제 민간기업에 우호적인 조건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한걸음 물러선 뒤 법인세 감면, 임금억제 등 온갖 투자유인책을 마련했다. 동시에 우파인 자유당은 스웨덴 모델의 가장 큰 문제점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소유집중을 해결하기 위해 ‘임노동자기금’(이윤의 일부를 주식 형태로 노조에 줘 소유집중을 완화하자는 방안)을 제일 먼저 구상했던 정당이다. 스웨덴 총선에서 진정으로 배울 것은 현실에 탄력적으로 반응하는 정당의 이런 모습이라는 주장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열린세상] ‘사회적 기업’의 육성이 시급하다/정무성 숭실대 사회복지대학원장

    최근 우리나라는 여러 사회변화의 영향으로 사회서비스 욕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사회서비스란 개인 또는 사회전체의 복지증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사회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를 말한다. 보육, 아동·장애인·노인 보호, 간병 등과 같은 보건복지서비스와 방과후 활동과 같은 교육서비스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우리 사회는 급속한 고령화 진행으로 치매·중풍 노인 등에 대한 간병 및 수발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맞벌이 부부의 증가와 함께 보육, 가사, 방과후 활동 등의 돌봄 서비스 수요가 늘어나면서 사회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사회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서민층은 욕구는 있으나 구매력이 부족하고, 사회보장범위가 충분치 않아 불편을 겪고 있는 반면, 중상층의 경우는 구매력은 있으나 원하는 수준의 서비스 구매가 곤란하여 만족감이 떨어지고 있다. 그 결과 치매·중풍 환자 발생에 따른 가정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으며, 심한 경우 형제간 갈등, 가정불화 및 가족해체까지 초래하고 있다. 이와 같이 만족도가 떨어지는 이유는 양질의 다양한 사회서비스 공급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 우리나라 사회복지가 저소득 취약계층에 대한 기초적 지원에만 치중하고, 일반 서민 및 중산층의 삶의 질 제고를 위한 보편적 서비스에는 소홀한 데서 기인한다. 앞으로 잠재수요가 큰 일반 서민과 중산층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는 지원체계가 강화되어야 한다. 구매력이 충분한 상위소득계층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체계도 구축되어야 한다. 사회서비스 확대는 고용확대를 가져올 수도 있다. 경제 성장의 둔화와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고용창출 능력이 저하되고 있는 시점에서 고용을 높일 수 있는 주요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사회서비스 분야가 전체 고용창출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5년간 늘어난 취업자 중에서 약50%가 사회서비스 분야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사회서비스 고용비중은 13.1% 정도로, 선진국의 20∼25% 수준과 비교해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선진국도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에서 2만달러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사회서비스 부문 고용비중이 증가하였다. 특히, 여성 일자리가 대폭적으로 확대되었는데, 이제 우리나라도 선진국형 사회로 발전하면서 사회서비스 고용비중을 확대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나라 사회적 일자리는 국가의 재정지원에만 의존하여 단기적 임시직으로 저임금 일자리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민간과 공공의 자원이 결합된 제3섹터에서의 사회적 기업이 모색되어야 한다. 사회적 기업은 영리적인 기업 활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창출된 수익은 사회적 목적을 위해 환원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사회서비스를 제공하여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면서 동시에 양질의 고용을 창출하는 사회적 기업 방식은 선진복지국가의 일반적 추세가 되고 있다. 특히, 일을 통한 복지(workfare)라는 차원에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국가의 전통과 이념에 따라 시장 지향적인 기업의 성격이 강한 방식이 있고, 정부 보조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방식이 있지만, 어느 경우든 국가의 복지재정이 절감되고 사회 서비스는 확대되는 효과가 있다. 우리나라도 소규모 사회적 일자리 사업 중에서 전망이 있는 사업을 선택하여 집중적으로 지원하여 기업으로 발전시키는 사회적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는 계류 중인 사회적기업지원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고, 빠른 시일 내에 하위법령의 제정을 추진해야 한다. 또한 사회적 기업에 대한 사회적 투자자를 발굴하고 인센티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기업인 스스로도 경영역량을 강화하여 경쟁력을 갖추어 나가야 한다. 정무성 숭실대 사회복지대학원장
  • [유럽 정치의 지각변동] 左는 右로, 右는 左로…이념경계 넘나든다

    [유럽 정치의 지각변동] 左는 右로, 右는 左로…이념경계 넘나든다

    지난해 39세의 데이비드 캐머런을 새 당수로 선출한 영국 보수당은 당의 새 슬로건으로 ‘변화가 필요하다.’를 내걸었다. 반면 1997년 이후 4기에 걸친 연속집권을 노리는 노동당의 캐치프레이즈는 ‘연속성이 중요하다.’였다. 역사적으로 과거와의 급진적 단절을 추구한 진영이 좌파였고, 우파는 전통을 보존하고 변화를 조절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 왔음을 상기한다면 충격적인 반전이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신노동당에 이론적 기초를 제공한 앤서니 기든스 교수의 말대로 “좌파는 보수화되고 우파는 급진화됨으로써” 견고하게만 여겨지던 좌·우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셈이다. ●“좌파는 보수화, 우파는 급진화” 유럽의 정당정치에서 좌·우파의 경계파괴는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특히 영국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권자들의 ‘정치적 진자운동’에 의해 좌·우파의 정치적 부침이 반복된 나라들일수록 경제·복지정책에 있어 양측의 차별성을 찾기란 쉽지 않다. ‘좌파정당의 우경화’는 독일 사민당이 세계 최초로 의회 진출에 성공한 19세기말 이래 꾸준히 제기됐다. 복지국가 위기론이 대두되기 시작한 1970년대를 계기로 그 양상이 급진화됐고,1990년대 영국 노동당의 ‘제3의 길’과 독일 사민당의 ‘신중도 노선’에 이르러 수위는 절정에 달했다. 그러나 최근의 ‘경계 파괴’는 좌파가 아닌 우파에 의해 주도된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물론 집권을 노리는 정당이 유권자의 다수가 모여있는 ‘중간지대’로 정치적 무게중심을 이동시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란 시각도 있다. 그러나 2000년 스페인을 필두로 최근 스웨덴, 영국 등 서유럽 우파정당들이 보여주고 있는 뚜렷한 ‘좌선회’는 이런 일반론의 차원을 넘어선다. ●가속화되는 우파의 탈주 주목할 만한 점은 환경·복지 등 좌파의 전유물로 간주되던 영역에서 우파의 ‘탈주’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스웨덴 등 좌파의 집권기간이 길었던 나라들에서 두드러진다. 좌파정부 주도아래 만들어진 사회 시스템이 이해당사자들로부터 견고한 지지를 받고 있는 까닭에 우파가 집권해도 그 경계를 넘어서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세계화에 있다는 게 중론이다. 상품·자본·금융에 이어 노동시장까지 국경없는 경쟁에 노출됨에 따라 그 ‘파괴적 부작용’들로부터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압력이 좌·우를 막론한 모든 정치세력에 가중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런 진단엔 세계화에 우호적인 영·미 언론들도 동의한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3월 프랑스 대도시를 휩쓴 최초고용계약(CPE) 반대시위를 두고 “지난해 유럽헌법 국민투표 부결에 이어 미국식 시장주의를 유럽에 이식하려는 시도가 거센 사회적 저항에 직면한 두번째 사례”라고 분석했다. ●목표는 ‘세계화의 인간화’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도 최근 유럽에서 강화되고 있는 경제적 보호주의가 “자본·노동시장의 개방압력이 유럽인들에겐 실업과 빈곤에 대한 잠재적 위험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고 진단했다. 세계은행 부총재를 지낸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의 진단도 다르지 않다. 그는 10일 영국 주간 옵서버와 인터뷰에서 “무역확대로 인한 이익을 고르게 나누기 위한 급진적인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한 세계화는 보호무역주의의 성난 파도에 휩쓸려 버릴 위험이 높다.”고 경고했다. 그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사회안전망 개선과 교육 투자 확대, 진보적 조세제도의 구축이다. 서유럽 우파에 의해 시도되는 ‘횡단의 정치’의 핵심 의제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셈이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정책 닮은꼴’ 좌·우 혼재시대로 |파리 이종수특파원|유럽의 정치 지형은 1990년대 동구권 붕괴와 유럽연합(EU) 출범 등으로 더욱 복잡해졌다. 이념적으로 워낙 다양한 스펙트럼인 데다 중도의 외연이 넓어 좌우의 양 극단을 제외하면 정책·정강 등의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유럽 좌파의 전성기는 1998년까지였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그해 9월 독일 총선에서 사회민주당(SPD)이 승리함으로써 당시 EU 15개국 가운데 13개국에서 좌파가 집권한 것이다. 그러나 2000년 3월 오스트리아 총선을 계기로 우경화 바람이 불었다. 특히 1년 뒤 9·11 테러를 전후해 치러진 8개국 선거에서 우파가 잇따라 집권하는 역풍이 몰아쳤다. 우파의 대약진은 2004년 3월 그리스에서의 승리로 절정에 이른다. 이번엔 15개국 가운데 12개국에서 우파가 집권했다. 유권자의 균형 심리가 작용한 듯, 이후 좌파의 반격이 시작됐다.2004년 3월 프랑스 지방선거에서 사회당·공산당·녹색당 등의 좌파연합이 50%를 득표하면서 약진했다. 이를 신호탄으로 같은 해 4월 스페인 총선에서는 좌파인 사회노동당이 우파인 국민당을 따돌리고 승리했다. 포르투갈 사회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45.3%의 득표율로 정권을 탈환했다. 같은 해 6월 불가리아 총선,9월 노르웨이 총선을 거쳐 올 6월 이탈리아 총선에서 ‘왼쪽의 힘’은 되풀이 됐다. 영국 노동당도 지난해 총선에서 의석은 줄었지만 재집권에 성공했다. 그러나 우파의 버티기도 만만치 않았다. 지난해 2월 덴마크 총선에서 자유·보수당 등이 연합해 재집권에 성공했다. 독일도 중도우파인 기독교민주당·기독교사회당 연정이 다수 의석을 확보,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탄생시켰다. 여기에 ‘좌파의 보루’로 여겨지던 스웨덴에서 프레드릭 라인펠트 당수가 이끄는 보수당 중심의 중도우파 연합이 승리함으로써 통합된 유럽의 정치적 스펙트럼은 더욱 다변화됐다. vielee@seoul.co.kr
  • [씨줄날줄] 스웨덴 복지모델/육철수 논설위원

    한국에서 교통법규를 위반한 사람들에게 소득에 따라 범칙금을 차등 부과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부자와 중산층의 등쌀에 아마 정권붕괴를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소득의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내라고 한다면 또 무슨 일이 터질까. 가렴주구에 용감히 맞서는 폭동이 일어나거나, 차라리 놀고 말지 일은 뭣하려 하느냐며 나자빠질 사람이 숱할 것이다. 우리의 사고방식으론 어려운 일이겠지만, 유럽의 복지국가 국민들은 세금 많이 내고 능력에 따른 평등을 당연하다고 여긴다. 오늘날 그들이 세계 최고의 복지를 누리게 된 배경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핀란드에서는 소득에 따른 범칙금 부과를 실시 중이다. 그게 그들의 법 정신이며, 부자들은 불평 한마디 않는다니 신통한 일이다. 스웨덴 덴마크 같은 나라에서는 소득의 50∼60%를 뭉텅뭉텅 세금으로 걷어가도 아무 소리 안 한단다. 세금을 내면 돌아오는 혜택도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번 스웨덴 총선에서 보수당의 라인펠트(41) 당수가 중심이 된 우파연합이 근소차로 승리했다. 워낙 이변이어서 이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지난 70∼80년동안 세계 최고이던 이 나라 복지모델이 국민으로부터 심판을 받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좌파 집권당이 복지에 치중한 결과 실업률의 증가와 공공부문의 비효율성이 커지면서 유권자에게 외면당했다는 것이다. 스웨덴의 복지모델은 120년이란 긴 역사를 갖고 있다.1889년에 벌써 노동자보호법 및 복지법을 도입한 나라다. 우리는 이제야 국민총생산의 6%를 복지에 쓰고 있지만, 스웨덴은 벌써 1920년에 5%를 투입했다. 이런 토대 위에 1932년 집권한 사민당은 그동안 9년을 빼고 65년간 복지모델을 성장·발전시켜온 정당이다. 그런데 정권을 내놓고 복지모델의 실패라는 비난까지 받게 생겼으니 억울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우파연합도 복지모델을 보완하겠지만 큰 틀을 흔들지는 않겠다고 한다. 스웨덴 복지모델에 잔뜩 관심을 쏟아왔던 참여정부도 섭섭하겠지만 실망할 것까지는 없다. 유념할 점은, 적어도 세계 제일의 복지국가를 닮겠다면 우리의 국민의식을 한번쯤 돌아봤으면 좋겠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스웨덴 복지모델 마침표 찍나

    스웨덴 복지모델 마침표 찍나

    높은 세금(소득세율 30∼55%)으로 질 높은 공공 서비스와 복지 혜택 제공, 사회주의적 시장경제 체제와 자본주의 기업의 절묘한 결합, 중앙집중화된 임금 교섭, 피고용자의 30%가 공공 부문에 종사할 정도로 ‘큰 정부’ 지향….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조차 부러워해 온 스웨덴의 복지국가 모델이 중대한 기로에 놓여 있다.65년간 집권해온 사회민주당(SDP) 주도의 중도좌파연합이 17일 총선에서 우파중도연합에 정권을 내줄지도 모르는 위기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선거 판세는 어느 쪽 승리도 장담할 수 없는 박빙이다. 영국 BBC는 “스웨덴 모델의 미덕이 기로에 서있다.”고 지적했다. ●좌우파 엎치락 뒤치락 계속 지난주 여론조사에서 보수당, 자유당, 중도당, 기민당의 우파연합은 47.7% 지지율로 예란 페르손(57) 총리가 이끄는 좌파연합(46.7%)을 앞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조금 앞서 실시된 조사에선 사민당, 녹색당, 좌파당의 좌파연합이 0.7%포인트 차로 우파를 앞선 것으로 집계됐다. 선거 막판에 자유당 운동원들이 SDP의 선거 전략이 들어있는 컴퓨터를 해킹한 사실이 들통나 자유당 당수가 사임하는 등 홍역을 치르고 있는 것이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좌파연합의 실권 위기가 초래된 것은 높은 실업률 탓이다. 올해 전반기 실업률은 5.7%로 집계됐지만 직업훈련 프로그램에 종사하는 이들의 2.7%가 누락된 것이라고 BBC는 전했다. 야당은 실업률이 20%에 육박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매킨지 글로벌 연구소는 15% 수준이라고 짚었다. 여기에 에릭슨, 이케아, 볼보 등 뛰어난 글로벌 기업들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 나라 50대 기업 가운데 1970년 이후 창업한 것이 한 군데에 불과할 정도로 세금과 각종 규제 때문에 기업 활동이 위축됐다는 것이 선거 쟁점이 되고 있다. 24세 이하 청년들이 복지 시스템을 믿고 취업을 하지 않아 그 부담이 그대로 납세자에게 전가되고, 조직률이 80%나 되는 노동조합이 너무 쉽게 파업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한 노동 관련 법률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고 BBC는 덧붙였다. ●우파연합 승리해도 노선 보정(補正) 그칠 듯 따라서 우파연합의 기치는 당연하게도 ‘시장 개혁’으로 모이고 있다.370억크로네(약 4조 7500억원) 규모의 세금 감면안을 제시하고 과감한 민영화를 통해 기업 효율성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복지 모델의 근간이 위협받게 된다. 그러나 우파연합이 승리하더라도 영미식의 대폭 감세와 과감한 민영화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고 BBC는 전했다. 우파연합 스스로도 4년 전 총선에서 급진 개혁을 내걸다 표심을 잃은 기억 때문에 중도 성향을 강화하는 데 신경을 쏟고 있다. 즉 좌파적인 복지 모델의 근간은 유지하면서 정부와 기업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식으로 유권자를 설득하고 있다. 이에 3기 연임을 노리는 페르손 총리는 250억크로네(2조 9500억원)의 재정지출 증가를 통해 실업보험금과 육아비, 의료비 보조를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인 프레드릭 카렌은 “유권자들은 세금을 그렇게 걱정하지는 않으며 다만 변화를 원하고 있다. 그 변화는 복지센터, 학교, 병원 등에서의 선택권을 넓혀 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기업인은 “스칸디나비아에서 자유주의 혁명은 있을 수 없으며 영미식 개혁에 휩쓸릴 수도 없다. 다만 약간의 변화가 필요한데 많은 이들이 기업을 새로 시작하거나 일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열린세상] 복지와 경제,상생할 수 있다/정무성 숭실대 사회복지대학원장

    현대사회에서 국가의 복지개입을 통한 사회통합 노력은 국민 개개인의 행복추구를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다. 복지국가로부터 제공되는 각종의 복지혜택은 소외계층의 생존능력을 증진시키고, 상대적 박탈감을 약화시켜 국민의 생활만족도 향상에 기여하게 된다. 따라서 국가 경제가 성장하면서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복지 투자 비율 확대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동안 우리는 국가의 복지적 역할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해 왔다. 공공의 복지 투자보다는 민간의 자발적 자선에 의존한 복지제도는 경제 수준에 걸맞지 않게 낮은 사회복지 제도화를 이루어 왔다. 한국의 경제성장은 취약계층의 삶의 질을 담보로 하여 이루어 놓은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결과 한국 사회는 ‘돈만 있으면 살기 좋은 나라’라는 자조 섞인 소리가 많다. 국민의 일부는 높은 삶의 질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에 일부 소외계층은 극도의 박탈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유난히 소외계층이 많은 사회이다.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핵가족화와 가족해체의 증가로 소외된 아동이나 노인, 여성들이 많이 발생하였다. 산업재해와 교통사고의 다발, 공해로 인한 장애인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 인구적인 측면에서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는 극도의 저출산·고령화 추세는 성장의 잠재력마저 약화시키고 있다. 이에 대한 사회전체의 근본적인 복지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최근 정부는 내년 복지예산에 올해(56조원)보다 10% 정도 늘어난 61조∼62조원을 배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안전망 확충, 저출산·고령화 대책 본격 추진 등으로 다른 분야에 비해 복지예산을 더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복지예산이 너무 확대되는 것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경제수준에 비해 국가의 복지투자가 가장 낮은 나라 중 하나이다. 한 사회의 복지수준을 평가하는 가장 객관적인 기준은 국가에 의한 복지비 지출 비율인데, 우리나라는 선진 복지국가의 3분의1 수준밖에 안 된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대비 사회보장비 지출비율(8%)은 공공부문 복지를 최소화하는 미국(15%)과 비교해도 절반 수준이다. 선진국일수록 보건과 복지 분야에 돈을 많이 쓴다. 사회복지체계가 허술해서는 경제성장 동력을 강화하기 위한 구조조정을 뒷받침하기 어렵다. 현재와 같은 심각한 불평등 구조를 방치할 경우 사회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 경제난과 함께 지금과 같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지속될 경우 소외계층의 인간존엄성 훼손과 함께 사회적 분노가 고조되어 노사간 신뢰의 파괴, 계층간의 갈등 고조 등 경제사회가 감당할 수 없는 사회적 비용이 초래될 수 있다. 특히 상대적 박탈감과 함께 자포자기형의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사회 전체적으로 엄청난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이제 경제 성장만을 강조하던 과거 행태에서 벗어나 분배와 소외계층의 복지를 고려하는 정책 대안을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 경제성장의 궁극적인 목적이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면, 복지는 국민 전체가 기본적인 삶의 질을 보장받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복지와 경제성장의 목적은 서로 상충되는 것이 아니며, 서로가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할 때 국가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지출의 우선순위를 소득재분배 효과가 큰 복지 분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정부의 재원만으로는 사회복지에 필요한 자원이 충분하게 조성될 수 없기 때문에 민간의 활력적 참여도 유도하여야 한다. 사회복지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그동안 누적된 국민적 갈등과 대립의 모순을 극복하고, 갈등구조를 타파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창출해야 한다. 그리하여 함께 더불어 잘사는 복지사회를 이룩해야 한다. 정무성 숭실대 사회복지대학원장
  • [씨줄날줄] 파파쿼터/이목희 논설위원

    지난봄 한 남자 후배가 육아휴직을 선언했다.“남자가 뭘, 농담이지.” “바쁜 기자가 애 본다고 쉬냐.” 몇몇 선배들의 걱정 속에 후배는 결단을 실천했다. 그가 3개월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돌아오자 걱정은 격려로 바뀌었다. 특히 그보다 아랫 기수들은 “물꼬를 터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앞다퉈 건넸다. 5,6년전 한 고참 기자가 자녀교육 문제로 장기휴가를 신청했었다. 연월차와 안식월을 사용한 합법휴가였다. 그럼에도 그 선배에게 쏟아진 비난은 상당했다. 휴가에서 돌아온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생각하면 어이없는 손가락질이었지만 당시엔 그랬다. 지면에선 육아휴직 확대를 주장하면서 정작 기자들이 가겠다고 나서면 뜨악해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몇 년만에 바뀐 사내 문화는 남성 육아휴직제가 곧 정착되리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후배가 스스로 체험한 장점은 한두가지가 아니었다.“평생 잊을 수 없는 경험, 아이의 정서발달을 가슴으로 느낌, 가족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관심, 부부사랑 확인….” 인터넷 동호회를 활용하면 아이 돌보기 정보는 무궁무진했다. 불편한 점은 두가지뿐. 첫째, 아무래도 직장 눈치가 보였다. 둘째, 월 40만원의 보조금으로는 생활이 어려웠다고 했다. 후배가 느낀 두가지 고충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제도가 파파쿼터제다. 북유럽을 중심으로 앞서가는 복지국가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도입 의지를 천명한 데 이어 열린우리당 우원식·김형주 의원이 올 정기국회 기간 중 입법 추진 의사를 밝혔다. 기존의 육아휴직 기간을 1개월 늘려 남성에게 의무 할당하고, 월급도 100% 보전해주는 것이 입법안의 골자다. 파파쿼터제 시행에 있어 비용문제가 나온다. 한국청년연합회(KYC) 등 제도 도입을 주도하는 시민단체에 따르면 실시 초기 연 400억원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기업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용보험기금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투입재원에 비춰 출산율을 높이는 데도 효율적이라고 본다.KYC는 파파쿼터제 도입을 촉구하기 위해 12월까지 ‘출산파업’을 시작했다. 정부 정책당국자나 국회의원들이 20,30대와 눈높이를 맞춘다면 파파쿼터제는 당장 실현될 수 있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기고] 핀란드 알면 선진국 가는 길 보인다/조동성 서울대 경영대 교수·주한 핀란드 명예총영사

    노무현 대통령이 7∼8일 북부유럽의 중심국가이자 IT 강국인 핀란드를 국빈 방문한다. 지난 1973년 수교 이래 우리나라 대통령의 첫 핀란드 방문으로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핀란드는 거리로는 가장 먼 나라의 하나이지만, 러시아 한 나라만을 사이에 둔 가까운 나라이기도 하다. 산타클로스가 사는 동화 속 나라로 알려져 있던 핀란드는 오늘날에는 노키아란 세계 제1의 휴대전화 회사와 껌의 소재인 자일리톨을 생산하는 산업 강국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핀란드로부터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최근 세계 각국을 비교한 분석에서 네차례 연속해서 1위에 오른 저력이다.2005년 WEF의 국가경쟁력 보고서에서 117개국 중 1등을 한 핀란드는 국제투명성기구(TI)가 146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반부패지수(CPI)에서 1등, 환경지속성지수(ESI)에서도 146개국 중 1등, 그리고 OECD가 44개국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국제학력평가(PISA)에서도 1등을 했다. 핀란드가 독일, 스웨덴, 미국, 러시아라는 4개 강국에 둘러싸인, 군사력으로는 보잘것없는 나라이면서도, 세계와의 경쟁에서 4관왕을 차지한 원인으로 네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독립에 대한 의지’이다. 핀란드는 1200년대 이후 스웨덴, 러시아로부터 끊임없이 침공을 당하면서도 언어와 민족적 동질성을 유지하면서 독립을 추구했다. 특히 인구의 10%가 넘는 사상자를 낸 소련과의 독립전쟁에서 패전했음에도,1945년 당시 한해 GNP보다 많은 배상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독립을 쟁취했다. 핀란드는 배상금을 마련하기 위해 제지·기계·조선 산업을 일으켰고,1956년까지 배상금을 다 갚았다. 이후 핀란드는 이들 산업에서 나오는 자금을 고스란히 경제발전에 퍼부었다. 둘째는 ‘지정학적 조건의 활용’이다.1945년 냉전체제가 시작되면서 유럽은 미국을 축으로 한 서유럽 국가들과 소련을 맹주로 한 동유럽 국가들 간에 무역 등 일체의 경제협력을 하지 않는 준전시체제를 유지했다. 이때 핀란드는 중립국을 표방하며 양 진영 사이에서 절묘한 곡예를 펼쳤다. 서유럽의 산업제품과 동유럽의 농산물 및 천연자원을 교환하는 중계무역 역할을 담당한 것이다. 이런 국가전략은 핀란드를 전후 가장 빨리 성장한 선진국으로 만들었다. 셋째는 ‘국민교육’이다.1989년 동독이 무너지고 1990년 소련이 붕괴되면서 냉전체제가 종식되자 유럽국가들은 더 이상 핀란드의 중계무역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었다. 그 결과 핀란드 경제는 순식간에 40%가 줄고 하루아침에 실업자 대국이 됐다. 이 때 핀란드 정부는 다른 복지국가들과 달리 실업수당을 주지 않았다. 대신 대학교의 문을 활짝 열고 실업자들을 정규 학위과정에 받아들이도록 했다.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들이 주로 대기업에서 직장을 구하는 것과 달리, 정규 대학교에서 새로운 과학기술을 연마한 30∼40대들은 뜻이 맞는 이들과 벤처기업, 엔지니어링 회사, 컨설팅회사를 차렸다. 자금력과 사회경험, 인적네트워크를 갖춘 이들은 첨단과학으로 무장하고 고부가가치를 내면서도 시장친화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냈다. 콜레스테롤 없는 버터, 염화나트륨 없는 소금은 이들이 개발한 신제품이다. 넷째는 공평한 분배를 구현하기 위한 ‘투명한 행정’과 부정을 용납하지 않는 ‘사회윤리’이다. 핀란드에도 소득 격차는 존재한다. 그러나 부자는 부자대로, 가난한 사람은 가난한 대로 필요한 복지혜택을 누리고, 소득수준에 맞는 부담을 한다. 과속으로 걸리는 경우에도 운전자는 소득에 비례해 벌금을 차등 납부한다고 한다. 모든 국민의 소득과 납세액은 인터넷에서 조회할 수 있다. 이웃의 소득을 알 수 있으니 부정한 돈이나 뇌물로 분에 넘치는 소비생활을 하며 살아갈 방법이 없다. 애당초 지하경제란 발생할 여지가 없는 셈이다. 위의 4개 국가 비교에서 한국은 17등,47등,122등,2등을 했다. 이번 노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통해 정보통신, 과학·기술, 물류분야 등에서 양국이 보유한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활발한 교류, 증진이 이뤄지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선진국으로 가는 네 가지 조건을 갖춘 핀란드에서 선진국으로 가는 길을 배우길 기대한다. 조동성 서울대 경영대 교수· 주한 핀란드 명예총영사
  • 2030년 세계10위 복지국가에

    2030년 세계10위 복지국가에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세계 10위의 복지국가로 도약시킨다는 내용의 중장기 비전을 제시했다.2030년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4만 9000달러로 현재의 1만 6000달러에 비해 3배로 높아지고,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원(IMD) 기준 국가경쟁력은 29위에서 10위로, 삶의 질은 41위에서 10위로 각각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정부는 이를 실현하려면 2030년까지 모두 1100조원(국채발행시 이자비용 포함 1600조원)이 추가로 필요하며, 재원 확보 방안은 국민적 논의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장병완 기획예산처장관은 이날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국무위원, 민간 전문가 등 1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전 2030 보고회의’를 갖고 이같은 내용의 ‘비전 2030-함께 가는 희망한국’이라는 중장기비전 보고서를 발표했다. 정부는 저출산·고령화, 양극화를 해결하지 않고는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복지국가를 실현할 수 없다며 이를 위해 ▲성장동력 확충 ▲인적자원 고도화 ▲사회복지 선진화 ▲사회적 자본 확충 ▲능동적 사회화 등 5대 전략을 내놓았다. 정부는 감소 추세에 있는 노동인구를 늘리기 위해 군입대 연령을 낮추고 여성과 중고령자의 취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가기로 했다. 또 취학 연령을 낮추고 초·중·고의 방과후 활동 확대로 5년 안에 사교육을 흡수하는 정책방안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공적연금 수급률은 2005년 17%에서 2010년 30%,2020년 47%,2030년 66%로 높여 노인의 3분의 2가 연금혜택을 받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진료비 대비 건강보험 지원비율도 2005년 65%에서 2030년 85%로 대폭 끌어 올리겠다고 밝혔다.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를 늘리기 위해 보육시설을 대폭 확충, 육아서비스 수혜율을 현재 47%에서 74%로 높이고 대신 육아비용 부모부담률은 현재의 절반 수준인 37%로 낮출 계획이다. 또 대학의 구조개혁과 질적 향상을 위해 국립대학 통폐합과 함께 입학정원을 현재 8만 3000명에서 2009년 7만 1000명으로 줄이고 서울대·울산국립대·인천시립대 등 5개 안팎 대학의 법인화를 추진키로 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200개 과제를 선정,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마련하고 특히 시급성과 중요도를 감안해 50대 핵심과제를 선정했다. 정부는 이같은 비전을 실현하려면 2006∼2010년에는 국내총생산(GDP)의 0.1%,2011∼2030년에는 GDP의 2.1%에 이르는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2007∼2010년에 필요한 4조원은 증세 없이 세출구조조정, 비과세·감면 축소, 전문 자영업자 세원노출 등을 통해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11∼2030년의 1096조원은 증세로 충당할지, 국채발행으로 해결할지, 아니면 국채와 증세를 혼합할지 등에 대한 국민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한미 FTA·뉴딜은 엇갈림 정책”

    “한미 FTA·뉴딜은 엇갈림 정책”

    요즘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뉴딜’을 내걸고 있다.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잡겠다는 목적은 같은데,FTA는 외부의 충격을 강조하고 뉴딜은 내부의 타협을 더 중요시 하는 정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엇갈림에 대해 이국영 성균관대 교수의 의견을 들었다. 이 교수는 독일에서 제3세계 발전이론을 전공한 정치학자다. 평등과 분배를 중시하는 복지국가야말로 자본주의 성장의 원동력이었다는 ‘자본주의의 역설’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종속 vs 쇄국’, 생산적 FTA 논의를 막는다 “한·미FTA 하면 싼 제품이 들어오니까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이 올라간다는 말은 맞습니다. 그러나 이는 뒤집어 말해 비싸게 생산해오던 기존 일자리는 줄어든다는 얘기입니다. 이 플러스 마이너스를 실제 비교해봤는지 궁금합니다.” 그래서 한·미FTA 논란에서 가장 위험한 논리는 ‘안 하면 바보된다.’,‘하면 종속된다.’는 식의 극단적 주장이다. “유럽연합(EU)으로 상징되는 유럽경제통합과정을 보면 경제통합으로 인한 수혜자가 누구냐, 피해자는 누구냐, 그렇다면 수혜자의 이득을 어떻게 피해자들에게 나눠주느냐가 논쟁의 핵심이었습니다. 이를 두고 정치인들은 정책을 내놨고 국민투표를 통해 승인받았습니다. 이런 생산적 논쟁을 전혀 못하고 있다는 게 제일 큰 문제입니다. 극단적인 반대론도 문제지만, 밀어붙이기식으로 FTA를 추진하면서 ‘그러면 쇄국하자는 것이냐.’는 식으로 이들을 몰아세운 정부와 시장주의자들의 책임이 더 큽니다.” 이 교수는 ‘안 하면 바보된다.’는 논리에도 그다지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정부에서는 중국·일본·한국·타이완 빼고는 다 FTA를 했다 하는데, 거꾸로 말하면 이들 나라는 성공적인 수출드라이브 때문에 굳이 FTA를 할 필요가 없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외려 이들 국가에 밀리거나 밀릴 것 같으니까 미국이나 유럽은 NAFTA나 EU 방식의 경제통합이라는, 다른 방법을 찾았다는 설명도 가능합니다.” ●진정한 ‘뉴딜’이나 고심하라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요즘 들고나온 ‘뉴딜’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강하게 비판했다. 대공황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식의 ‘족보있는 정책’인 줄 알았는데 내용을 보니 재계와 노동계의 타협안에 불과하더라는 것. 그런 수준의 뉴딜이라면 “그걸 하겠다고 나선 기존의 노사정위원회가 왜 실패했는지부터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 교수는 진정한 뉴딜 정책을 하고 싶다면,‘작은 정부’·‘균형재정’의 신화에서 벗어나라고 주문했다. 복지비용을 ‘낭비’가 아닌 ‘투자’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수라는 것.“대기업 노조 얘기가 나오면 흔히 안정적인 고임금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독식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들도 그 월급으로 집 사고, 애들 키우고, 가르치려면 빠듯하다고 합니다. 잘리면 갈 곳도 마땅치 않습니다. 주택비·양육비·교육비에다 실업대책까지 모두 개인 부담이라 그렇습니다. 국가가 탁아소나 양로원을 확대하고, 장기임대주택을 늘리고 실업대책도 세운다면 이런 사회적 비용 부담이 줄게 되고, 그러면 임금을 조정할 수 있는 여지도 더 커집니다.” 또 모두가 그토록 애타게 부르짖는 ‘일자리 창출’도 사회복지 부문에서 대대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이런 개념이 진지하게 논의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서구 선진국에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예산 비중이 최소 15∼17%(미국·일본)에서 최대 25∼30%(유럽)에 이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이 1980년에 이미 19%였는데 한국은 고작 6∼7% 수준이다. 그렇게 목매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가장 못미치는 분야가 바로 복지부문이라는 것. 대안으로서 이 교수는 비례대표제 확대를 제안했다.“어차피 1년반 임기내 사회경제적 개혁을 못하겠다면 그 기반이 될 수 있는 비례대표제를 확대하는 것만 해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글 사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책꽂이]

    ●사막을 여행하는 물고기(잘랄 앗 딘 알 루미 지음, 최준서 옮김, 하늘아래 펴냄) 120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난 루미는 총 6권,2만7000여 대구로 된 대서사시 ‘영적인 마스나위’를 남긴 이슬람 최고의 신비주의자이자 시인.‘영적인 마스나위’는 700여 가지 이야기를 중심으로 수피즘의 교의, 역사, 전통을 노래해 오늘날 ‘신비주의의 바이블’‘페르시아어의 코란’ 등으로 불린다. 이 책엔 루미의 작품 중 80편이 실려 있다.‘이슬람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는 수피 루미가 들려주는 불안한 영혼들을 위한 지혜의 노래.1만원.●이스라엘(김종철 지음, 리수 펴냄) 이스라엘 국기에 담긴 뜻은 유대인조차 말하기를 꺼릴 정도로 예사롭지 않다. 위아래 파란 줄과 가운데 다윗의 별. 이는 이스라엘의 영토가 북쪽으로는 유프라테스강 이남부터 남쪽의 나일강 북쪽임을 뜻하는데, 유프라테스강이 있는 이라크나 남쪽 이집트의 입장에서 보면 땅을 칠 노릇이다. 가장 평화스러워야 할 성서의 땅이 첨예한 갈등의 땅이 돼버린 역사의 아이러니. 평화가 사라진 5000년 성서의 나라 이스라엘을 분석한다.1만5900원.●세계 명상음악 순례(김진묵 지음, 정신세계사 펴냄) 일부 원시부족은 기존의 의식이 빠져나가고 새로운 의식이 들어오면 치유능력이 생긴다고 믿고 그 매개로 음악을 활용한다. 음악을 통해 의사소통이 가능하기도 하다. 미국의 흑인들은 노예시절 드럼을 의사소통 수단으로 활용해 백인들에게 저항한 적이 있다. 음악에는 사람을 취하게 하는 기능도 있다. 함께 찬송가를 부르거나 록 콘서트에 열광하는 젊은이들은 공통된 심장 박동을 느낀다. 명상 혹은 명상적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데 사용하는 것이 명상음악. 음악 속에 내재된 ‘명상성’을 살폈다.1만원.●인연산책(서문성 엮음, 미래북 펴냄) 인생은 인과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게 불교의 가르침. 지금 나의 모습은 전생에 지은 업의 소산이다. 모든 것은 인연과(因緣果)의 진리에 의한 것이다. 책은 남이 지은 죄와 복을 내가 대신 받을 수 없고 내가 지은 죄와 복을 남이 대신 받아갈 수도 없는 것이 인과의 이치임을 강조한다. 부록으로 ‘불설삼세인과경’과 ‘업보차별경’이 실렸다.9000원.●대통령으로 산다는 것(허원순 지음, 한국경제신문 펴냄) 청와대 출입기자가 지켜본 대통령과 청와대 뒷이야기. 적막하다 못해 절간 같다는 관저 생활, 정치보다는 법치가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대통령의 의식세계, 마이 웨이를 고집함으로써 반대세력을 포용하지 못한 점 등을 다뤘다.1만2000원.●핀란드 들여다보기(이병문 지음, 매경출판 펴냄) 자녀품위비까지 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사회복지, 노키아를 키워낸 경제저력, 소득 50% 수준의 과다한 세금, 산업전사를 키우는 교육제도, 외로운 늑대를 닮은 국민성…. 이 책은 북유럽 복지국가의 대표 모델인 핀란드의 경쟁력을 살핀다. 국가경쟁력 1위의 배경은 탄탄한 소프트웨어. 헬싱키 예술디자인대학에서 디자인경영을 공부한 저자는 핀란드는 상대방이 말을 하면 있는 그대로 믿어주는 아너 시스템(honor system)을 갖춘 나라라고 말한다.1만2000원.
  • [생각나눔] 김근태의 ‘뉴딜’구상

    [생각나눔] 김근태의 ‘뉴딜’구상

    열린우리당 김근태 당의장의 ‘뉴딜(New Deal)’구상은, 당 안팎의 역풍에도 불구하고, 한국적 복지국가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적이다. 평생을 민주와 개혁에 투신한 ‘정치인 김근태’가 구체제와의 뒷거래 정도로 비춰질 것을 알면서도, 욕먹을 각오하고 뉴딜을 제안한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의문에서 생각은 가지를 친다. ●김근태를 위한 변명(?) 뉴딜 제안의 요지는 재벌의 경영권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대신 근로자의 ‘사회적 시민권’을 확보하자는 것으로 이해된다. 경제든, 정치든, 노동이든 더이상 ‘인간’을 배제하고 소외해선 장기적인 성장 동력이 잠식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을 깔고 있는 것이다. 뉴딜 구상의 내용은 사실 새로울 것도 없다.1930년대 스웨덴·스위스를 비롯한 북유럽과 70년대 스페인 등의 사회적 대타협 모델은 자본가의 소유권 인정과 노조의 발언권 강화, 사회평화 구축 등을 통해 복지와 성장, 사회통합이라는 난제를 풀어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 학계에서도 복지국가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97년 이후 워싱턴 컨센서스와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 빈곤이 일상화되고, 공동체성이 해체되고 있는 현실에서, 뉴딜 구상을 ‘정략적 우향우’,‘정치적인 제스처’ 정도로 해석하는 것은 생산적인 담론과 상상력의 부족을 드러내는 것에 다름 아닐 것이다. ●한계 극복은 신뢰와 연대에서… 하지만 발상의 전환이 현실화되기에는 여건이 결코 녹록지 않다.87년 민주화 이후에도 양보와 공유의 경험이 일천한 사회 풍토에서 ‘마지노선’없는 타협의 도출이 연목구어만큼이나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는 노사정위원회의 한계에서 이미 현실로 드러났다. 특히 지지율 10%대를 오락가락하는 여당이, 그것도 레임덕에 빠져들고 있는 참여정부 후반기에, 사회·경제·정치 주체들의 대타협을 일궈낼 추진력과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시각이 많다. 당내에서조차 뉴딜 구상이 이념 논쟁과 주도권 다툼으로 변질되는 상황에서 야당과 정부, 재계, 노동계 등 다양한 주체들을 담론 속으로 끌어들이기에는 힘이 부쳐 보인다. 생각의 가지는 다시 정치로 돌아간다.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받는 정부가 출범 초 강력한 의지와 실천력을 토대로 대타협의 구상을 내놓았다면, 상황은 많이 달랐을 것이다. 물론 현실이 어렵다고 한국적 상황에 부합하는 복지 모델의 구축이나 사회통합을 위한 시도를 멈출 순 없다. 그런 점에서 김 의장의 행보는 시대의 고민과 의미를 담고 있다는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다만 현 시점에서 김 의장의 제안이 현실로 한걸음 더 내딛기 위해서는 정교한 프로그램과 지속적 신뢰의 형성을 간과할 수 없다. 내년 대선에서 대타협을 이슈로 내걸고 국민의 지지를 확인하거나, 지금부터라도 신망받는 각계 지도자들과 연대의 틀을 만들어가는 방안도 고려해 봄 직하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Book Review] 너무나 우쭐한 영국인 자화상

    ‘근대 서구문명의 어머니’. 사람들은 흔히 영국이라는 나라를 이렇게 인식한다. 일찌감치 근대국가를 이룩한 영국은 많은 분야에서 서구문명을 선도하고 가꾸어왔다. 정치적으론 의회민주주의와 시민사회를 탄생시켰고, 경제적으론 산업혁명을 일으켜 자본주의 사회를 열었으며, 사회적으론 복지국가의 실험을 본격적으로 펼쳤다. 문화적으론 ‘셰익스피어의 나라’라는 한 마디로 충분할 만큼 찬란한 문학과 예술의 금자탑을 쌓았다. 유라시아 대륙 끝자락에 붙어 있는 섬나라. 우리는 이 작지만 큰 나라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영국을 제대로 이해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우리 주위엔 여전히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웨일스는 같은 나라인데 왜 축구경기를 할 때는 각각 나오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잉글랜드 바로 옆에 있는 아일랜드가 아직도 영국의 식민지인 ‘슬픈 아일랜드’로 알고 있는 이들도 있다. 서울대 서양사학과 박지향 교수가 쓴 ‘영국적인, 너무나 영국적인’(기파랑 펴냄)은 영국인들의 국민 정체성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형성되고 논의되고 재구성됐는가를 살핀 책이다. 저자의 전작 ‘영국사:보수와 개혁의 드라마’(1997)가 영국의 정치·사회·경제에 치중한 정통 역사서라면, 이번 책은 영국인의 문화에 초점을 맞춘 문화교양서다. 책은 환경, 몸, 신화, 정신 등 네 개의 범주로 나눠 영국적인 것(Britishness)의 본질을 밝힌다. “신은 영국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영국인의 자부심과 자기 확신은 하늘을 찌른다. 그것은 때로 ‘너무나 영국적’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야말로 영국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단면이다. 보수적이고 전통을 중시하며 내성적 성향과 겸양의 미덕을 가지고 있는 영국인. 그들의 심성은 종종 기후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프랑스 사람들이 사랑을 하고 이탈리아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고 미국 사람들이 돈을 벌 때 영국인들은 날씨와 씨름한다는 말도 있듯, 날씨는 무엇보다 영국인의 국민성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저자는 “차갑지만 아주 춥지는 않은 기후, 따뜻하지만 너무 덥지는 않은 날씨, 비가 자주 오지만 넘쳐흐를 정도는 아닌 강수량 등 영국의 날씨가 영국인들의 가장 중요한 자질인 ‘중용’을 가르쳐준다.”고 말한다. 그러나 기후보다 더욱 확실하게 잉글랜드적인 이미지를 지닌 상징은 풍경이다. 영국인들에게 풍경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국가적 가치관의 표징이다. 영국 사람들만큼 풍경을 소중한 유산으로 여기는 민족도 드물다.‘전원적인 잉글랜드’라는 이상은 영국인들에겐 영원히 변치 않는 향수로 작용한다.20세기 전반 두 차례나 총리를 지낸 스탠리 볼드윈은 “잉글랜드는 시골이고 시골이야말로 잉글랜드”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영국은 근대 스포츠를 탄생시킨 나라다. 축구, 럭비, 크리켓, 골프, 테니스, 경마 등 인기 스포츠들은 거의 다 영국인들에 의해 발명되거나 체계를 갖췄다. 여기서 지적해야 할 것은 영국의 경우 ‘스포츠가 민족주의를 부추기고 사회통합의 역할을 한다.’는 명제가 반드시 타당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영국의 스포츠는 상위개념인 영국(Britain)과 하위개념인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의 문화가 때론 부딪치고 때론 화합하면서 빚어내는 복잡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장(場)이다. 스포츠는 연합왕국 내 하위집단들의 충성심을 확인하는 한편,‘켈트 변두리’ 지역에선 문화적 민족주의를 재생산하기도 한다. 저자는 영국에서 축구가 노동계급의 스포츠이고 럭비가 중간 계급의 스포츠라면, 크리켓은 보편적인 스포츠이자 ‘국민적 게임’으로서 잉글랜드와 동일시되고 있음을 밝힌다. 제국주의 시대를 주도한 영국은 영광의 역사 못지 않게 추악한 이면의 역사를 지닌 ‘야누스 국가’다. 미개한 인종을 문명화하는 것은 ‘백인의 책임’이란 미명 아래 제국주의적 침탈을 일삼은 야만의 역사를 감추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선 자랑스러운 얼굴만 보인다. 일그러진 자화상은 찾아보기 힘들다. 아쉬운 대목이다.2만 3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7·3개각 관련자 프로필] 권오규 경제부총리 내정자

    경제정책·대외경제 및 사회정책 등 여러 분야에 걸쳐 탁월한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 실용적 사고의 소유자이지만 원칙적 문제에서는 쉽게 타협하지 않는다. 업무스타일도 깔끔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OECD 대사 재직시 통일후 독일의 경제상황과 독일의 대연정 배경, 스웨덴식 복지국가에 대한 보고서는 일반에 공개될 정도로 노무현 대통령에게 깊은 감명을 줬다는 후문이다.▲강원 강릉(54)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미네소타대 대학원 ▲중앙대 경제학 박사 ▲IMF 대리대사 ▲청와대 재정경제비서관 ▲조달청장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청와대 정책실장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