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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선거와 재벌 ‘불편한 관계’] ‘적정분배’ 헌법 119조 기치 든 與野, 같은 듯 다른 재벌개혁 공세

    [커버스토리-선거와 재벌 ‘불편한 관계’] ‘적정분배’ 헌법 119조 기치 든 與野, 같은 듯 다른 재벌개혁 공세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이 ‘헌법 119조’를 정책 기조의 기본 가치로 뽑아들었다. ‘균형 성장’과 ‘적정 분배’, 그리고 ‘경제주체 간 조화를 통한 경제민주화’를 향해 앞을 다투기 시작한 것이다. 4월 총선을 겨냥한 선거 전략이라는 지적도 있으나, 한국 정치의 두 축인 양당이 탈(脫)자유시장경제의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나라당은 기회 균등의 공정경제에, 민주통합당은 사회주의적 분배정의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의 결은 다르다. 그러나 분명한 것 한 가지는 대기업에 대한 정치권의 대대적 정책 공세가 시작됐다는 점이다. ■與 “기회 균등의 따뜻한 경제” 한나라당이 당 정강정책의 기본 가치에 ‘경제민주화의 실현’을 담기로 했다. 정치는 뒤로 돌리고 ‘공정경제’를 바탕으로 복지와 일자리 창출을 전면에 내세우기로 했다. 박정희 정부 때의 산업화에 이은 김영삼 정부 시절의 정치민주화를 넘어 보수정당의 패러다임이 시대 변화에 맞춰 경제민주화로 넘어가고 있음을 웅변하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당명 개정과 함께 이명박 정부와의 결별이라는 함의도 담고 있다. 대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크게 강조해 나갈 것임을 시사한 것이기도 하다. 당 비상대책위원회 정책쇄신분과는 27일 오전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으로 정강정책 개편을 추진하기로 했다. 성장을 중시한 자유시장경제 중심의 보수주의에서 경제적 기회 균등을 강조하는 ‘따뜻한 경제’로의 전환을 선언한 것이다. 이는 헌법이 정한 경제 가치로의 복귀를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헌법 제119조 2항에는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정책쇄신분과 권영진 의원은 브리핑을 통해 “지금처럼 재벌들의 과도한 탐욕이 시장질서를 무너뜨리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영역까지 침해하며 생존권을 박탈하면 공정한 시장이 될 수 없다.”면서 “그런 관점에서 재벌·대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담아냈고 그것을 통칭해 경제민주화의 실현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권 의원은 “야당은 경제민주화를 분배 정의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거대 경제세력으로부터 시장과 중소기업, 소비자를 보호하는 공정 경제의 실현 관점에서 도입하기로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책쇄신분과 위원장인 김종인 비대위원은 이러한 정강정책 개정에 대해 “정부가 시장경제에서 해야 할 일이 뭐냐 하는 차원에서 경제민주화 조항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경제민주화 조항이 담기면서 재벌에 대한 규제도 적시되는지에 대해서는 “거기에 입각해 소위 경제 세력과 관련된 정책들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책쇄신분과는 이와 함께 기존의 정강정책의 강령이 ‘미래지향적 선진정치’를 제1조로 시작했던 것을 고쳐 앞부분에 ‘모든 국민이 행복한 복지국가 건설’을 배치하고 이를 위해 일자리 창출을 경제정책의 핵심으로 내세우기로 했다. 이 같은 정강정책의 수정은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747공약’(연평균 7% 성장, 소득 4만 달러 달성, 선진 7개국 진입)으로 상징되는 현 정부의 외형 위주 경제성장 정책기조를 질적 수준이 향상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작지만 강한 정부’와 같이 독점과 불균형·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을 강조했다. 정강정책 수정 작업이 완료되면 한나라당은 ‘경제민주화 실현’을 목표로 4·11 총선 공약 차원에서 재벌 개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9일 현 정부에서 이뤄진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보완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한 바 있고 당내에서는 대기업의 중소기업 업종 침범 및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등을 막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대기업이 빵집이나 카페 등 골목 상권 영역에 침범하는 것에 대해 “국제무대에서 활약해야 할 박지성 같은 선수가 동네 골목 축구로 돌아와 대장 노릇하려는 것이냐.”면서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대기업 집단의 탐욕을 규제하기 위한 여러 제도 및 조치, 정책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재벌 개혁에 나설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 것이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野 “양극화 없는 나누는 경제” 일찌감치 당내 ‘헌법119조 경제민주화특별위원회’를 설치하며 경제민주화의 기치를 한껏 끌어올린 민주통합당은 ‘분배정의’에 방점을 찍으며 4월 총선에서 재벌을 정조준한 공약을 내놓을 계획이다. 핵심은 ‘한국판 버핏세’인 1% 부자 증세와 재벌 개혁을 통한 중소기업 보호,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을 통한 노동시장 민주화, 조세 개혁 등이다. 대기업과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와 부자 감세로 대표되는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에 주안점을 뒀다는 게 민주당 측 설명이다. 민주당 경제민주화특위는 29일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과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근절 대책, 다음 달 7일에는 비정규직 및 정리해고 대책과 중소기업 보호·지원 정책 등을 잇따라 내놓을 예정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양극화 해소를 위한 분배에 초점을 맞춘 재벌 개혁이다. 재벌 개혁의 일환으로 대기업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사기·공갈·횡령·배임 등 불법 행위로 얻은 이득액에 따른 처벌을 기존 5억~50억원 미만 3년 이상 징역, 50억원 이상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에서 500억원, 5000억원 초과 시 현행보다 가중 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이다. 또 출자총액제한제 부활을 비롯해 ▲순환출자 금지 및 지주회사 규제강화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근절 ▲중소기업 단체의 하도급 분쟁 조정협의권 인정 ▲금산분리 강화 및 계열분리 청구제 ▲종업원 대표의 이사 추천권 등을 통해 재벌에 편중된 경제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유종일 경제민주화특위 위원장은 “재벌 독식 경제가 양극화의 주범”이라고 꼬집었다. 한국판 버핏세 도입에도 당력을 집중할 예정이다. 상위 1% 소득층에 대해 소득세뿐만 아니라 법인세·종부세 등 전 세목에 대한 증세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용섭 정책위의장은 “‘1% 부’에 대한 증세를 통해 ‘99% 국민’의 세 부담을 높이지 않으면서 복지 재원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소득세는 1억 5000만원 초과 시 기존 38%(전체 소득자 0.16%)가 아닌 40%로, 법인세는 2억~100억원 미만은 22%, 100억~1000억원은 25%, 1000억원 초과는 30%로 하는 최고세율 구간 신설을 내세웠다. 1%의 대기업에 대한 증세를 통해 99%의 중소기업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한명숙 대표는 “부자 감세 등의 ‘MB노믹스’는 민생대란, 지방경제 고통으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부동산 보유세도 대폭 강화해 다주택자들의 부동산 투기를 막기로 했다.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소득 공제가 이뤄져 고소득자일수록 소득 공제 혜택이 커지는 조세 감면 제도도 뜯어고친다. 대기업들이 불로소득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상장주식과 파생금융상품의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아울러 종합소득 과세표준 계산에 포함되는 이자 소득과 배당 소득의 종합과세 기준금액을 현행 4000만원에서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지난해에만 조세 감면액이 30조 6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노동개혁 공약으로 기업은행 등 공공 금융기업을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전담 국책은행으로 전환하고, 정부의 예산지원으로 개발된 프로그램 등 지적재산권은 대·중소기업이 공유 연계해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기술 독립에 힘을 실어 주기로 했다. 정보기술(IT)·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젊은이 펀드’도 조성,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2010년 기준 2193시간의 근로자 평균 노동시간을 다음 정부 임기 말인 2017년까지 2000시간 이내, 2020년까지 1800시간으로 줄이기로 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여야 ‘경제민주화’ 경쟁

    여야가 4·11 총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를 정책 전면에 내세웠다. 사실상 ‘재벌 개혁’ 경쟁에 뛰어든 것이어서 향배가 주목된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산하 정책쇄신분과는 27일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헌법에 명시된 경제민주화 실현을 당의 정강정책에 담기로 했다.”고 권영진 의원이 전했다. 경제민주화 조항은 복지국가 건설, 일자리 창출 등과 함께 정강정책의 강령 제1조에 전면 배치된다. 기존 제1조에 있던 ‘정치’ 관련 조항은 뒤로 밀려난다. 권 의원은 “야당은 경제민주화를 분배정의 관점에서 접근하지만, 한나라당은 거대 경제세력으로부터 시장과 중소기업, 소비자를 보호하는 공정 경제의 실현 관점에서 도입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총선 공약 차원에서 대대적인 재벌 개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에 따른 부작용 보완을 비롯해 중소기업 적합 업종 지정, 대기업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차단, 프랜차이즈 불공정 거래행위 근절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민주통합당도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 등을 핵심으로 한 총선 공약을 29일 발표한다. 여기에는 출총제 부활과 지주회사 규제 강화, 금융·산업자본 분리 등 현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전면 재조정 방안이 포함돼 있다. 기존 ‘3+1’(무상급식·무상보육·무상의료+반값등록금)에 주거와 일자리를 더한 ‘3+3’ 보편적 복지를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한명숙 대표는 “보편적 복지, 경제민주화는 포퓰리즘이 아니라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라면서 “1% 부자 증세, 법인세 인상을 통한 재벌 증세를 반드시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세훈·강주리기자 shjang@seoul.co.kr
  • ‘千 vs 鄭’ 천정배 동작을 출마 정몽준과 한판 승부

    ‘千 vs 鄭’ 천정배 동작을 출마 정몽준과 한판 승부

    4선인 천정배(왼쪽) 민주통합당 의원이 한나라당의 잠룡인 정몽준(오른쪽) 전 대표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4·11 총선에서 정 전 대표의 지역구인 서울 동작을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천 의원은 24일 “19대 총선에서 동작을에서 출마해 정몽준 전 대표와 한판 승부를 벌이겠다. 수도권에 출마한 한나라당 후보 가운데 가장 센 인물과 맞서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정 전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동작을에서 승리해 수도권 승리를 이끌겠다.”고 밝혔다. 천 의원은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위해서는 경제 민주화와 재벌개혁이 필수적”이라면서 “(현대중공업의 대주주인) 정 전 대표야말로 재벌과 보수기득권을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덧붙였다. ●민주통합 일각 “명분쌓기용 출마” 동작을에서는 정 전 대표 외에도 이계안 전 의원, 허동준 전 민주통합당 부대변인, 김종철 진보신당 부대표가 대결을 벌이게 됐다. 천 의원은 지난해 8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4선을 지낸 경기 안산 단원갑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중진인 천 의원의 출사표에 대해 ‘명분쌓기용 출마’에 불과하다는 비판 여론도 일고 있다. 그가 진정 수도권에서의 바람몰이에 앞장서겠다면 서울 강남구나 서초구처럼 한나라당의 ‘텃밭’에 출마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몽준측 “막말 정치인 출마안돼” 천 의원의 출마선언에 대해 정 전 대표 측은 내심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정 전 대표 측 한 관계자는 “천 의원은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을 ‘3류 소설’이라고 폄훼하는 등 물의를 빚었다.”면서 “호국영령을 모시는 국립현충원이 있는 지역구에 이런 막말 정치인이 출마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강주리·허백윤기자 jurik@seoul.co.kr
  • [씨줄날줄] 직업선호도 1위/우득정 수석논설위원

    교사는 인원 수도 많고 임금과 근로조건이 공무원과 비슷해 국가 간 중하위 전문직 비교지표로 자주 활용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0개 회원국과 6개 비회원국의 교육 관련 지표를 분석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그 나라의 공무원과 전문직의 임금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국제 비교가 가능한 2007년 통계를 기준으로 하면 우리나라 국공립 중학교 15년 경력의 교사 임금은 1인당 국민소득(GNI·2016만원)의 2.2배다. 비슷한 경력의 공무원 임금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대표적인 복지국가로 꼽히는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는 같은 경력의 교사가 각각 0.9배, 1.13배, 1.12배, 0.68배를 임금으로 받는다. 다른 선진국도 별반 차이가 없다. 미국은 0.97배, 영국과 프랑스는 각각 1.26배, 1.04배이다. 교사 임금이 다소 높다는 일본과 독일도 1.45배, 1.69배이다. OECD 회원국 평균은 1.23배이다. 우리나라 교사와 공무원이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임금으로 따지자면 북유럽 국가들에서는 같은 돈으로 우리나라보다 2배나 많은 교사를 뽑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선진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교사나 공무원이 직업선호도에서 항상 윗자리를 차지한다. 지난해 10월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미혼남녀 직장인을 상대로 조사한 배우자 선호도에서도 남성은 배우자로 교사를, 여성은 공무원을 가장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국의 고교생 2156명과 학부모 187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진로교육 현황 조사에서도 고교생들이 선호하는 직업으로 교사에 이어 공무원을, 학부모 역시 공무원에 이어 교사를 꼽았다고 한다. 올해 서울과 경기도에서 명예퇴직을 신청한 교사들이 지난해에 비해 각각 25.6%, 44.7% 늘어나면서 교권 추락이 명예퇴직 증가의 원인인 양 요란을 떤 적이 있다. 하지만 직업 선호도에서 드러났듯 교사 희망자는 넘쳐나고 있다. 교육전문가로 자처하는 이들은 광범위하게 확산된 고용 불안이 고교생조차 교사나 공무원과 같은 안정 직장을 선호하는 분위기를 낳은 게 아니냐는 진단 결과를 내놓고 있다. 그러면서 미래에 대한 도전의식이 사라지고 있다며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다. 이들은 과연 교사 임금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우리나라 교사는 선진국보다 2배나 나은 대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는 것일까. 고교생이나 학부모들은 알고 있는 것 같다. 우득정 수석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열린세상] 사회보장기본법 전면 개정의 함의와 기대/이봉화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장

    [열린세상] 사회보장기본법 전면 개정의 함의와 기대/이봉화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장

    지난해 말 ‘사회보장기본법 전부 개정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사회보장기본법은 국가가 어떤 이념과 방향으로 복지정책을 추진할 것인지를 규정하는 복지정책의 기본 틀이 되는 법률로 1995년 제정되었다. 그간 선언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던 것에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법률로 재정비했다는 점에서, 또한 그동안 논쟁에만 그쳤던 사회복지의 법적·제도적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 이번 사회보장기본법의 전면적인 개정을 통해 우리나라의 복지 패러다임은 소득보장 중심에서 소득과 사회서비스의 균형 보장으로 바뀌게 됐다. 흩어지고 다원화된 복지정책들이 효율적, 효과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정책 관리 및 조정의 틀을 통합할 수 있게 된 것도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이는 선진복지국가로 나아가는 데 있어 또 하나의 토대를 마련한 것에 불과하다. 사회보장 관련 재정의 확보, 하위법령의 정비, 지속가능한 복지제도 및 국민 체감형 정책 마련, 효율적이고 투명한 전달체계의 작동 등이 내년 시행 이전에 함께 준비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사회보장기본법이 온전히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된다. 이제 복지는 국가의 핵심가치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국민이 바라는 이상적인 복지국가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아마도 “전 생애에 걸쳐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따라서 국가는 국민이 맞닥뜨릴 위험(social risk)을 예측하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사회보장 제도와 정책을 마련하고 실행하는 데 역량을 집중시켜야 할 것이다. 아직 복지국가의 초기단계에 있는 우리나라는 서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의 다양한 경험을 참고하여 우리나라의 상황에 맞는 선제적·예방적이며 지속가능한 복지정책과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평생 안전망을 구축하는 국민 맞춤형 복지국가로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올해 정부는 92조여원의 재원을 다양한 복지사업에 투입할 예정이다. 이는 정부 총 예산 326조원 중 28.2%에 달해 규모면으로는 역대 최고수준이다. 국민이 생애주기별로 겪게 되는 위험의 범위가 더 크고 깊어지고 있기 때문에 복지예산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러한 복지예산은 국민의 조세부담으로 귀착될 수밖에 없으므로 지속적인 복지 재원 확보를 위해서는 소통을 통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사회적인 합의가 필수적이다. 지난해 우리는 복지의 방향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라는, 즉 선별적 복지냐 보편적 복지냐의 논쟁을 통해 ‘합의하고 선택’하는 문제에 대해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또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라는 커다란 정치적 변화를 앞두고 있다. 따라서 지난해보다 더 많은 복지 이슈가 부각되고 논쟁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와 관련한 ‘합의와 선택’은 결국 정치적인 이해와 맞닿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복지를 위한 정치여야 한다. 정치를 위한 복지가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지속가능한 복지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 복지를 둘러싼 정치적 논쟁의 가열은 국민 행복을 위한 복지의 범위와 내용 및 수준을 정하는, 일종의 바로미터를 함께 만드는 일이라는 측면에서는 고무적이다. 미국의 경우도 보수주의와 신자유주의 간 끝없는 논쟁을 통해 미국식 복지모델을 만들고, 복지개혁에 성공했으며, 또 최근의 공공의료보험 정책에 대한 합의와 선택을 이끌어냈다. 유럽에서도 전통적인 복지국가 모델에 대한 개혁과 패러다임의 전환이 핵심적인 정치적 논쟁거리였던 점은 선거를 앞두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사회보장기본법의 전면 개정을 계기로 우리 국민의 삶이 더욱 편해지고 행복해지기 위해 진정 무엇을 합의하고 선택해야 하는지, 또 어떻게 결정하고 실천할 것인지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 더욱 뜨거운 논의와 깊이 있는 모색이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선진복지국가는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이자 목표다.
  • 2040·노동계 표심잡기 한목소리… ‘9인1색’ 민주통합 서울 TV토론회

    2040·노동계 표심잡기 한목소리… ‘9인1색’ 민주통합 서울 TV토론회

    민주통합당 당권주자들이 시민선거인단 마감을 하루 앞둔 6일 가장 많은 참가자들의 거주 지역으로 꼽히는 서울 지역 TV합동토론에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모바일 선거인단의 주요층인 2040세대와 노동계의 표심에 적극 호소했다. 그러나 후보 9명 모두가 2040세대와 노동계 공략에 집중하며 한목소리를 내는 바람에 후보 간 변별력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구구동성(九口同聲)의 토론회가 된 셈이다. 후보들은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열린 SBS 주최 TV토론에서 젊은 층으로 추정되는 모바일 시민 선거인단(전체 선거인단의 93%)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정치권 대폭 참여와 청년 실업 해소, 공천·인적 쇄신을 하나같이 외쳤다. 이날 시민 선거인단은 54만명을 돌파했다. 시민 선거인단 지지 기반이 취약한 호남 출신 이강래 후보는 “대대적인 물갈이로 인적 쇄신을 이뤄내야 한다.”며 호남권 내 금기어로 분류되던 ‘물갈이’를 직접 언급했다. 박지원 후보도 “파벌을 없애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정당을 추진해 젊은 층과 소통하겠다.”며 일 안 하는 대표 등에 대한 ‘당원 소환제’ 도입을 시사했다. 박영선 후보는 “직능별 비례대표를 모시고 모바일 투표로 비례대표 순번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한명숙 후보는 “모바일 투표는 내가 처음 제안했다. 소수 실세들의 밀실공천을 과감히 없애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성근 후보는 “40대 이내 후보들에게 가산점을 두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0명의 대의원과 100만명에 이르는 조합원을 보유한 한국노총 등 노동계에 대한 후보들의 애정 표시도 남달랐다. 김부겸 후보는 “죽어가는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동자, 일자리 없는 청년을 위해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박용진 후보는 “노동 존중, 복지국가로 가야 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학영 후보는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을, 이인영 후보는 비정규직 차별 철폐와 함께 “재벌 지배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라며 고위 공직자 재산 형성 과정 공개법 도입을 주장했다. 후보들은 한노총의 노동정책 수용과 ‘론스타 먹튀’ 국정감사, 농협 신경 분리 유예 추진에 대해서도 입을 맞췄다. 유력 후보에게 견제구도 날렸다. 이학영 후보는 “호남 의원과 국회의원 오래한 분들은 후배들을 위해 기득권을 과감히 버리라.”고 말했다. 이강래 후보는 참여정부 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찬성했던 박영선 후보에게 “투자자국가소송제(ISD)나 역진방지조항은 처음부터 문제였다.”며 비판했고 박 후보는 “당시 비자 면제국 문제가 걸려 있었다. 이명박 정부가 굴욕적인 재협상을 했기에 전면 무효화해야 한다.”고 맞섰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자유주의… ‘진보’ 더하거나 빼거나

    자유주의… ‘진보’ 더하거나 빼거나

    요즘 한국 사회의 뜨거운 이슈는 자유주의다. 뜨거운 이유는 이론적 격렬함도 있지만 1980년대 비판적 지지론과 비슷하게 현실 정치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서다. 자유주의는 바로 진보 진영의 화약고랄 수 있는 ‘반MB연합의 정체성’ 문제를 건드리기 때문이다. 해서 자유주의자들이 의회를 통해 점진적이고 제도적인 개혁을 얘기하는 순간 불판 자체를 갈아 버리자는 진보 쪽에서는 ‘너희가 대체 보수와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낸다. ‘자유주의는 진보적일 수 있는가’(최태욱 엮음, 폴리테이아 펴냄)는 그런 진보 진영에서 던지는 질문이다. 아니, 질문이지만 몰라서 묻는 게 아니라 이미 답은 정해져 있다. 충분히 진보적이고도 남음이 있다는 결론이다. 진보적 자유주의라면 진보주의자들이 이상향으로 내거는 사회민주주의와 내용상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이다. 내친김에 한 걸음 더 뻗어 보자면 사회민주주의를 내세우는 것보다 자유주의를 내걸었을 때 색깔론 공세로부터 진보의 가치를 더 잘 지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학자 8명이 참가했는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의 ‘민주주의와 자유주의 사이에서’와 고세훈 고려대 공공행정학부 교수의 ‘진보적 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적 검토’라는 두 글이다. 글 제목에서 드러나듯 최 교수는 자유주의에 대한 옹호론에, 고 교수는 비판론에 서 있다. 최 교수는 보수 진영이 말하는 자유주의는 간단히 기각한다. “슬로건·구호로는 말하면서 이를 실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서 최 교수는 자유주의에 대한 진보 진영의 폄훼를 겨냥한다. 그가 보기에 현실 정치를 보는 시각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윤리학’으로, 다른 하나는 ‘실천이성’으로 보는 시각이다. 최 교수는 여기서 실천이성을 택한다. “정치현상, 정치행위라는 것은 역사적 성격을 갖는 것이어서 영속적인 문제들을 추구하는 규범적 이론에 관심을 두기보다 정치를 현실 속에서 가능한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 또는 기예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부’ 여부가 아니라 ‘그래서 이뤄낸 것이 대체 무엇이냐’라는 질문이다. 이는 “진보적 엘리트들의 정서적 급진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인간의 불완전성이라는 본원적 한계를 무시한 채 “진보적이고 올바른 이론과 기획에 의해 이상적 공동체가 일거에 성취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신 현실 정치는 “다양한 특수 이익과 사적 이익들이 특정 시점에서 만나 힘의 균형을 이뤄 만들어 낸 구성적 산물”이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정치는 고귀한 성전이 아니라 질퍽한 뻘밭에서 벌이는 싸움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그 조건 아래서 무엇을 성취해 낼 것인가라고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유주의가 이 대목에서 유용하게 쓰일 때, 한국의 진보에 도움을 준다는 주장이다. 고 교수도 최 교수의 진단에 일정 정도 동의를 표한다. 냉전의 반공 이데올로기 때문에 너무나 왜곡된 자유주의에 제자리를 찾아 줘야 하고, 좌파라고 하면 일단 빨간색부터 연상하는 분위기를 감안할 때 자유주의가 인기를 끌 만도 하다는 것이다. 동시에 현재 한국의 진보가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도 지적한다. “오늘날 진보 진영의 정책 가게에서 경쟁력 있는 상품이 없다.”거나 “진보의 내용보다 진보라는 깃발 자체를 더 중시하면 진보 자체가 단기적 권력투쟁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기 쉽다.”고 비판한다. 진보인가, 아닌가를 두고 싸우는 것보다 진보의 내용을 어떻게 채우고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고민하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고 교수는 자유주의를 끄집어내기는 싫다는 입장이다. “자본주의하에서 민주주의는 노동의 대항 권력이 항시적으로 제도화되는 것을 제1원리”로 삼기 때문이다. 노동이 사회적 권력을 키워 밑에서부터 올라온 개혁을 이끌어 내지 못하는 이상 진보는 진보가 아니라는 것이다. “파이를 나누는 방법에 합의하지 않고 파이를 키우자는 전략에 동조하는 것은 기만적”이고 “대체 파이가 얼마나 더 커져야 하는가를 정하는 일도 노동이 있는 민주주의에서만 실효를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해서 진보 진영이 해야 할 일은 진보를 위해 자유주의를 끌어들이는 것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고 고통스럽더라도 계급정치적 관점을 되살리는 것이 진보에 걸맞다고 본다. 이근식 서울시립대 교수가 쓴 ‘진보적 자유주의와 한국 자본주의’도 눈길을 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활동한 이 교수는 시민운동 진영에서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입장을 가지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그가 ‘상생적’ 자유주의를 화두로 삼았을 때 보수적인 입장이 아니겠느냐는 전망이 나왔다. 그런데 완전히 다른 면모를 보인다. 보편복지와 선별복지 논란에 대해 “둘 다 필요한데 엉뚱한 논란만 일고 있다.”고 밝히는가 하면 “진보적 자유주의에 입각한 합리적 복지국가”를 한국 사회의 미래상으로 제시한다. “기회주의로 권력에 편승했던 사람들은 자손대대로 부귀영화를 누려온 역사” 때문에 우리 사회에 천민 윤리가 만연하게 됐다는, 자유를 사랑한다고 주장하는 이 땅의 보수주의자들을 격노케 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을 연상케 하는 주장도 눈에 띈다. 1만 5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국민들이 몸으로 느끼게…”

    “국민들이 몸으로 느끼게…”

    2일 시무식에서 부처 장관들이 던진 화두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추진으로 요약된다. 장관들은 덕담 수준을 넘어 공직사회가 어두운 밤길의 북극성처럼 분명한 이정표 역할을 해 줄 것을 당부했다. 현 정부의 임기 마지막 해이자 총선·대선을 비롯해 불안정한 한반도 평화, 세계적 경제위기 속 민생문제 등 굵직한 일들이 안팎으로 놓여 있는 상황을 감안, 공직사회가 각종 난관을 헤쳐 갈 수 있는 길라잡이 역할을 해 달라고 부탁하는 자리였다. ●현안 해결·구체적 과제 제시 교육, 노동, 행정, 복지 등 사회 관련 분야 장관들은 중점 추진 정책을 직접 화두로 던졌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아예 구체적인 정책을 낱낱이 언급했다. 이 장관은 시·도교육청 취업지원센터 설치, 보육료 지원 3세까지 확대, ‘브레인-리턴 500프로젝트’ 등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목표 과제를 제시했다.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해 우리 전자정부가 국제사회에서 최고 수준으로 자리매김한 성과를 바탕으로 ‘SOS 국민안심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실종 아동을 찾기 위한 관련 정보의 연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 ‘전자정부 한류 수출’과 산업 활성화를 위한 디지털 공공정보 개방, 스마트 정부 구현, 개인정보 유출 없는 안전한 사이버 세상 만들기, 정보 격차 해소 등 실무적 과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파고를 넘기 위해 고령 농업인을 위한 경영이양 직불제를 확대하며 여성 농어업 경영인의 권익 향상을 위한 지원도 강화할 것”이라며 농어촌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예고했다. 이어 현안 문제인 농협 개혁도 약속했다.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일자리 마련을 위한 여러 가지 정책을 제시했다. ‘열린 노동시장’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시간제 근로 업무 발굴, 저임금 근로자 사회보험료 지원, 영세 자영업자 고용보험 적용,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 개선 등을 다짐했다. ●큰 틀 정책·중장기 비전 제시 구체적인 정책 대신 큰 틀의 과제 또는 미래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복지국가를 향해 기반을 든든히 다지는 한 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장관은 또 “주변의 어르신과 어린이, 장애인들에게 한 번 더 관심을 갖는 것은 어떤 정책보다 더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국민들의 동참도 호소했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한·미 FTA가 발효되는 상황을 언급하며 ‘무역 2조 달러’를 위한 경제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중소 기업 간 동반성장, 청년 일자리 확대 등 실물경제 둔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성도 언급했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 “정책 목표를 ‘희망찬 국토해양, 모두가 행복한 선진국가 실현’으로 설정했다.”면서 “신성장 동력을 적극 발굴해 지원하고 연구개발(R&D)을 지원하는 것은 미래 지속 발전을 위한 최우선 과제”라고 언급했다. 부처종합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신년사설] 격동의 임진년 대한민국 새 좌표를 세우자

    2012년 임진년 새 아침이 밝았다. 해가 바뀌면 으레 하는 다짐이지만 올해는 더욱 각별하다. 나라 안팎으로 격동의 해이기 때문이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들어선 김정은 3대 세습체제는 앞날을 가늠하기 힘들다. 우리는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이라는 국가 대사를 앞두고 있다. 미국·중국·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강국들 또한 권력 교체기를 맞았다. 격변하는 국제정세 속에 남북관계를 재정립하고 양대 선거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는 한 해다. 그러나 날로 심화되는 사회 양극화와 세대 갈등은 여전히 분열과 갈등의 골을 깊게 하고 있다. 유럽발 경제위기는 끝의 조짐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 만만찮은 도전과 시련의 시기를 우리는 하나가 되어 넘어서야 한다. 다 함께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소통과 화합, 변화와 혁신의 좌표를 새로 세우는 한 해로 삼아야 한다. 올해 대한민국호(號)가 한반도를 둘러싼 역사적 격랑을 잘 헤쳐 나가려면 온 국민의 역량을 한데 모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한민국은 1945년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독립한 140여개 신생국 중 민주화·산업화를 동시에 이룬 유일무이한 나라다. 평화적 정권교체와 언론자유, 그리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 2만 달러, 무역 규모 1조 달러 달성 등이 그 징표다. 정보화와 K팝 열풍에서 보듯 일부 문화지표에선 선진국을 앞선 단계다. 그러나 개발독재와 권위주의의 그늘 속에 십수년째 선진국의 문턱에서 맴돌고 있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더구나 지역 및 계층 간 갈등에다 이 정부 들어 세대 간 갈등까지 더해져 우리 사회는 ‘분노의 도가니’로 변한 느낌이다. 그것도 모자라 온·오프라인에서 진보와 보수가 사사건건 편을 갈라 삿대질하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해 무상급식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등을 놓고 벌인 여야의 타협 없는 드잡이는 목불인견이었다. 이제 국력과 국격 신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정치권부터 변화시켜야 한다. 청와대는 국민이 공감하는 정책과 소통 역량을 키워 임기 말을 잘 관리해야 한다. 여야도 ‘안철수 바람’을 교훈 삼아 당리당략에 함몰되지 말고 대화와 절충으로 ‘숙의 민주주의’를 꽃피움으로써 정당정치의 유용성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시대는 사분오열된 우리 사회를 하나의 공동체로 묶는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양대 선거는 그런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는 인물을 뽑는, 축제의 장이 돼야 할 것이다. 여야의 무한 정쟁 대신,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선의의 경쟁을 통해 대한민국을 선진복지국가로 업그레이드하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 바탕 위에서 자신감을 갖고 남북대화와 교류를 새롭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국민적 컨센서스를 모아 북한 주민의 인권을 개선하고 북한 체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는 데도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우리 내부적으로도 인권 신장 등 모든 면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향하면서 신장된 국력에 걸맞게 공적개발원조(ODA)를 늘리는 등 국제사회 기여도도 높여 나가야 한다. 그래야 국제 무대에서 우리의 발언권도 커져, 6자회담 등을 통해 북한의 핵 폐기에 소극적인 중국에 대해서도 국제 사회의 보편적 기준을 지키라고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올해 우리 경제는 낙관론보다 비관론이 우세하다. 설비투자의 격감 속에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는 잠재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3.7%로 떨어졌다. 취업자 증가 폭은 지난해 40만명에서 올해에는 28만명으로, 수출 증가율은 19.2%에서 7.4%로 주저앉을 것이라고 한다. 빚더미에 올라앉은 가계의 소비여력이 바닥을 드러낼지도 모른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자칫 기업의 투자 위축-소득 감소-소비 위축-경기 침체라는 악순환의 늪에 빠져들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반기 중 정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럽 재정위기, 20여년 만의 양대 선거, 북한 리스크 등 ‘3중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한다. 지난해부터 세계 경제를 불확실성 시대로 몰고 가고 있는 유럽 재정위기의 경우 2~4월 위기의 진원지인 남유럽 채권 8300억 달러 중 3300억 달러가 만기 도래한다. 유로존 채권국들이 유럽중앙은행(ECB)을 통한 국채 매입으로 금리를 통제하지 못하면 재정위기 심화, 실업률 급등, 성장률 둔화 등 걷잡을 수 없는 혼돈에 빠져들 수 있다. 양대 선거를 의식한 정치권이 ‘표(票)퓰리즘’ 경쟁에 나서게 되면 2013년 균형재정 달성은 고사하고 우리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인 재정건전성이 돌이키기 힘든 손상을 입을 수 있다. 김정은 3대 세습체제 정착 과정에서 불안이 야기되면 한반도 리스크 증가로 금융 불안과 외국인 자본 이탈 등에 직면할 수 있다. 여기에 대처하려면 체력을 비축하는 길밖에 없다. 무엇보다 엄격한 재정 규율을 통해 나라 곳간을 굳건히 지켜야 한다. 추경 편성과 복지 확충 등 정치권의 과도한 요구에 대해서는 ‘결사 항전’의 자세로 맞서야 한다. 위기가 집중되는 상반기에 지출 비중을 늘리는 등 탄력적인 재정 운용도 필요하다.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서민들의 고단함을 덜어주는 정책적 배려에도 결코 인색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회적으로 갈등 조정 기능이 미약하고 남에 대한 배려 등 공동체 정신이 자리를 잡지 못한 것도 올해는 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 사회 안전판이 갖춰지지 않은 가운데 양극화가 심화돼 사회 통합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에 현재 가장 필요한 정책은 사회 통합이라고 지적한 것은 뼈아픈 우리의 자화상이다. 우리 청소년들의 더불어 사는 능력이 최하위라는 조사도 절망감을 안겨 준다. 소통하기 위해서는 나만이 옳다는 독선적, 편향적 자세에서 벗어나 남의 권리와 주장도 수용하는 경청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고 공생하는 문화가 확립되지 않으면 소외와 단절의 골은 메워질 수 없다. 정부의 갈등 조정 및 중재 기능도 확립해야 한다. 소통을 통한 주민의견 수렴, 이에 바탕을 둔 정책 등으로 정부가 공정한 조정자·중재자라는 인식을 국민에게 확실히 심어 주어야 한다. 특히 양대 선거를 틈탄 이익단체들의 ‘떼법’은 법과 원칙으로 엄정하게 다스려야 한다. 가정과 학교는 미래를 짊어질 신세대들이 ‘성공’이라는 단선적 가치에만 매몰되지 않고, 약자를 보듬고 살아가는 공동체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교육은 사회적 신분 상승의 통로다. 능력과 열정이 있는 학생이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대학에 못 다니는 일이 없도록 등록금 실질 인하 등 고등교육에 대한 접근권을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지난해 확산된 고졸채용 정책을 착근시키고, 학력 간 임금격차를 해소해 묻지마 식 대학 진학에 따른 학력 낭비도 진정시켜야 한다. 대한민국호가 격랑을 헤치고 다 함께 행복한 나라를 향해 순항하는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커버스토리] 복지바람 거셌던 2011… 새해도 복지전쟁 예고되지만

    [커버스토리] 복지바람 거셌던 2011… 새해도 복지전쟁 예고되지만

    올 한해는 ‘복지바람’이 거셌다. 사회 전반에 걸쳐 복지가 화두였다. 무상급식과 반값 등록금 논쟁은 복지 전쟁을 부추겼다. 보편적 복지니, 선별적 복지니 하는 개념도 상당부분 사회 저변에 똬리를 틀고 있다. 때문에 2012년 임진년은 총선과 대선이 맞물린 탓에 ‘복지바람’이 훨씬 세차게 불 수밖에 없다. 태풍 수준 이상일 수도 있다. 돌변할 낌새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공약이 난무하고 있다. 여야 모두 “내년 예산의 핵심은 민생복지”라고 공언할 정도다.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에도 아랑곳없다. ‘복지국가 건설’은 한국의 미래다. 복지담론은 화려하다. 그러나 복지현장은 침침하다. 어두운 곳도 적잖다. 복지의 첨병으로 현장을 뛰는 사회복지사들의 눈에 비친 한국 복지의 현주소는 “아직 갈 길이 멀다.”이다. 낙제점이다. 송인석 서울 강서구 등촌4종합사회복지관 관장은 “기초생활수급자나 독거노인, 장애인은 서류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의 관리가 필요한데 실제로는 단 한번 인사만 하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에게 내밀 손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일반적으로 사회복지사 10명이 800가구를 관리하고 있다. 그렇기에 의료서비스나 정서적인 지원, 경제문제 상담 등의 집중관리는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복지 서비스 정보조차 알리기도 벅차다.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의 경우, 일자리 제공과 더불어 심도 있는 보살핌이 절실하다. 그러나 사회복지사 3명이 400가구를 담당하는 사례도 있다. 사회복지사 1명이 20~25가구를 담당하는 선진국과는 판이한 것이다. 야쿠르트 아줌마가 안부를 묻는 서비스까지 나왔다. 한 사회복지사는 “복지 예산을 확대하지 않고 단순히 안부만 전하는 복지전달체계가 굴러가는 상황에서 이들이 어떻게 자립할 수 있겠으며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겠나.”라면서 “복지 공무원뿐만 아니라 정치인들도 현장을 살펴 실상을 깨우쳐야 한다.”고 흥분했다. 아동 복지의 질도 낮다. 특히 교육과학기술부와 보건복지부의 사업이 중복돼 있는 탓에 아동을 유치하려는 쟁탈전까지 벌어지고 있다. 지역아동센터의 경우 아동 30명당 2명의 인력을 배당, 월 200만~250만원의 인건비와 110만원의 운영비를 지원해 주고 있다. 때문에 임대료를 내지 못해 인건비를 전용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마저도 사회복지사가 수시로 바뀌어 관리도 허술하다. 임채휘 돈보스꼬아동복지센터 팀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복지 확대를 외치고 있지만 올해도 명목상의 보육 예산만 늘어났을 뿐 생활반경이나 복지환경을 튼튼하게 만드는 데는 소홀했다.”고 토로했다. 우하영 대전 유성노인종합복지관 사무국장은 “하루 300명이 복지관을 이용하는데 직원이 11명에 불과한 상황”이라면서 “그나마 사회복지사는 6명밖에 안 되는데다 4명은 관리직이어서 남은 2명이 대부분의 노인과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관리업무를 맡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전반적인 복지 예산증액으로 전담 공무원은 늘고 있지만 사회복지사 같은 실무자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다.정현용·이영준기자 junghy77@seoul.co.kr
  • 朴 ‘한국형 복지’·孫 ‘협동조합 기업’ 국회 관문 넘었다

    朴 ‘한국형 복지’·孫 ‘협동조합 기업’ 국회 관문 넘었다

    여야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가 심혈을 기울였던 두 개의 법안이 29일 나란히 국회를 통과했다. 박 위원장은 사회보장기본법 전부 개정을 통해 자신의 복지 구상을 구체화했고, 손 전 대표는 협동조합법 제정으로 새로운 경제사회 발전 모델을 제시했다. ■ 朴 주도 사회보장법 내용·의미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주장한 ‘한국형 복지’의 기본 철학을 담은 사회보장기본법 전부개정안이 29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은 이명박 정부 들어 ‘잠행’하던 박 위원장이 처음으로 대선을 염두에 두고 ‘정책 행보’를 벌인 것으로 평가돼 왔다. 특히 법안 제출 당시에는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친박근혜)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기 때문에 누가 법안에 서명할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는데, 친이계 의원 40여명이 서명해 눈길을 끌었다. 이후 박 위원장은 야권과 ‘복지 프레임’ 선점 경쟁에 나섰다. 당의 정책 노선도 성장에서 복지로 바뀌었다. 개정된 사회보장기본법은 ‘평생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맞춤식 생활보장형 복지국가’로의 전환을 명시하고 있다. 아직 복지국가 초기단계에 있는 우리나라도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복지정책이 필요해졌고, 소득보장형 복지국가에서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나머지 모든 국민도 평생 동안 생애주기별로 겪게 되는 다양한 위험에서 벗어나도록 소득 및 사회서비스를 함께 보장한다는 것이다. 법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장관은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해 사회보장 기본계획 및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시·도지사 및 시장·군수·구청장은 사회보장 기본계획과 연계해 관계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사회보장에 관한 지역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의 사회보장수급권 보장 및 재정의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 사회보장급여 관리체계를 구축·운영하고, 보건복지부장관은 사회서비스의 품질기준 마련, 평가 및 개선 등을 위한 전담기구를 설치·운영할 수 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孫 주도 협동조합법 내용·의미 FC바르셀로나, AP통신, 알리안츠의 공통점은? ‘협동조합’ 형태의 소유구조를 가진 기업이라는 것이다. 29일 ‘협동조합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우리나라에도 이런 기업이 생길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 법을 대표 발의한 의원은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다. 그는 지난 4·27 분당을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로 돌아온 이후 법 제정에 심혈을 기울였다. 대선 행보를 앞두고 ‘손학규법’을 만든 셈이다. 협동조합법에 따르면 경제·사회·문화 모든 분야에서 5인 이상이 모여 시·도지사에게 신고만 하면 자유롭게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 대리운전 협동조합도 가능해지는 셈이다. 불공정거래행위 등을 제외하고는 협동조합에 대해서 원칙적으로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적용을 배제했다. 다만 최근의 저축은행 사태 등을 감안해 금융업 및 보험업은 협동조합 설립을 할 수 없도록 했다. 우리나라는 1961년 농협법 제정 이후 1차 산업 위주의 협동조합 활동이 시작되었으나, 법 미비로 2차 및 3차 산업에서는 사실상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없었다. 유럽에서는 19세기 중반 경제적 약자들이 불황기를 극복하기 위한 자구조직으로 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 공동소유, 출자금과 상관없는 1인 1표 의결권의 민주적 운영 방식, 이윤극대화가 아닌 조합원의 편익 추구 등이 특징이다. 손 전 대표는 “영세상공인이 원재료 공동구매, 공동판매, 공동배송 등 전통·재래시장 및 골목상권 활성화의 수단으로 협동조합을 활용할 수 있고, 노동자 협동조합도 크게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최동호 새벽을 열며] 노벨상 시상식에서 바라본 한국

    [최동호 새벽을 열며] 노벨상 시상식에서 바라본 한국

    지난 10일 스톡홀름에서 거행된 노벨상 시상식에 참여했다. 한국 문인으로서는 처음 참여한 이 자리에서 복잡다단하게 뒤엉클어진 한국의 현실을 떠올려 보게 됐다. 먼저 강하게 부딪쳐 온 것은 부의 재분배다. 우선 자신이 축적한 부를 인류문화 발전에 전액 희사한 노벨의 유언을 합리적인 절차와 운영으로 실천한 노벨상이 세계에서 가장 권위를 인정받는 상이 됐을 뿐만 아니라 모범적인 부의 분배로 스웨덴이 남유럽과 같은 재정 위기를 겪지 않는 복지국가가 됐다는 사실을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오늘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부의 양극화 현상이며 이를 완충시켜 줄 중산층의 몰락이다. 최근 한 통계에 따르면 중산층은 점점 몰락해 가고 있으며 자신의 다음 세대도 이를 극복할 가능성이 없다고 믿는 세대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한국 사회의 디지털적인 발전 속도에 적응하지 못하는 계층이 느끼는 소외감을 말해 주는 것일 터다. 그로 인한 적대감이 사회 전체에 점증하고 있는데 이를 치유할 복지선진화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다음으로 생각나는 것은 자원 빈국인 스웨덴이 오늘과 같은 강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 창의적인 인재 양성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최근 한국 학생들을 가르쳐 본 외국의 석학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한 것은 한국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질문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생들 자체가 잠재력이 없는 것이 아니다. 진도를 위해 질문하지 않는 것이 미덕이라 여기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스웨덴의 교육은 기존의 지식을 전하는 데 집중하지 않는다.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기 위한 질문을 통해 학생들의 지적 성장을 유도한다. 기존의 지식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지식에 의문을 갖도록 하고 스스로 이를 해결해 나가는 것을 교육의 중심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지식 중심 교육은 일시적으로 빠른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인류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창의적 발견이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내는 데 동적인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스웨덴인들의 정치적 싸움이다. 스웨덴 격언 중에 ‘잘난 척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그들도 누가 잘나가는 것을 참고 보지 못하는 질투심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결과가 나오는 과정에서는 온갖 싸움을 다 걸지만 일단 결과가 나오면 이를 수용하고 협조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정치적인 문제를 막론하고 온갖 문제에서 쉽게 합의하지 못한다. 또 일단 합의했다고 하더라도 자신과 의견이 다를 경우 이에 불복하고 끝까지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가 빈발한다. 이는 기득권자들에 대한 소외 집단의 분노로 발전하기도 한다. 이런 분노가 유발하는 행동들은 정의감으로 나타나며, 그것이 때로는 한도를 넘어설 경우에도 너그럽게 통용된다. 어떤 주장이 사실이냐, 아니냐가 판단의 기준이 아니다. 그것이 어떻게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기존 세력의 부당성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호소하느냐가 중요성을 갖는 것이다. 지금까지 말한 세 가지 요소는 서로 밀접한 상관성을 갖는다. 부의 양극화, 질문 없는 지식 교육, 절차적 과정의 정당성 결여 등은 모두 사회질서를 왜곡하고 양극단의 충돌을 심화시키는 요인들이다. 경제적 발전만이 모든 것은 아니다. 사회 발전에 따라 다양한 욕구가 분출하고 이를 충족시켜야 할 필요가 발생한다. 한국 사회가 한 단계 더 성숙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속도주의가 아니라 균형감각을 회복하고 복지 선진화를 위한 속도조절이 요구된다. 정치적 이익만을 위해 복지주의 경쟁을 한다면 한국은 내적 갈등 요인의 심화로 불안정하고 위험한 성장의 엔진을 멈추고 말 것이다. 노벨상은 누가 받고 싶어 외친다고 주어지는 것 같지는 않다. 100년 이상 이 상을 주관하면서 세계적 권위를 지켜 온 그들의 신중하고 확고한 자세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를 느낀다.
  • [사설] 통일재원 마련 경제여건 감안하는 게 옳다

    그제 류우익 통일부 장관이 55조 9000억원 규모의 통일 재원을 미리 조성하자는 ‘통일 항아리’계획을 공개했다. 온겨레의 소망인 남북통일을 무리 없이 일궈내기 위한 밑거름을 비축하자는 데 토를 달 이유는 없다. 다만 세계적 경제 한파가 엄습하고 있는 시점인 만큼 당면한 경제 여건과 국민 여론을 살펴가며 단계적·신축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사실 동서독 통일과정에서도 보았듯이 통일비용 조성의 당위성은 차고도 넘친다. 통일열차가 잘 달리도록 레일을 까는 데도, 종착역에서 만난 헐벗은 북녘 주민과 여건이 나은 남쪽 주민이 민족적 동질성을 회복하는 데도 비용은 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는 결국 우리 국민의 어깨에 짐을 지우는 일이기도 하다. 통일기금 조성 방법론과 절차부터 깊이 고민해야 할 이유다. 그런 맥락에서 정부가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현 단계에서 조세저항이 예견되는 목적세인 통일세 징수를 유보한 점은 수긍이 간다. 통일계정을 신설키로 한 것에 대해서도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현행 남북협력기금 불용액 중 일부를 통일기금으로 적립한다면 재정건전성을 해치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마중물 삼아 민간 통일기금을 확보하겠다는 발상에 대해선 긍정적 취지와 별개로 절차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결국엔 준조세 성격을 띠게 될 기업을 상대로 한 대규모 모금은 애당초 경계해야 마땅하다. “기금을 낸 국민의 이름을 동판에 새겨 통일국가의 보물로 지정하겠다.”는 모금 취지에 어울리게 온 국민이 형편에 따라 통일한국의 크고 작은 벽돌을 쌓는 일에 동참하도록 하는 것이 옳다는 뜻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명박 정부 다음 정권에서까지 지속가능한 모금이어야 국민경제에 주름을 주지 않고 성공할 수 있다. 무엇보다 범국민적 모금운동이 성공하려면 국민 다수가 기꺼이 ‘통일 항아리’에 쌈짓돈을 집어넣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기반한 복지국가라는 통일국가의 미래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부터 확보해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느슨한 연방제’ 운운하며 마치 북한의 김씨 세습체제나 일당독재까지 용인하는 듯한 인상을 주어 젊은 세대들에게 통일무용론을 심어준 과거 정부의 전철을 다시 밟아선 안 된다.
  • MB정권 비판 대안을 논하다

    MB정권 비판 대안을 논하다

    이명박 정권 비판은 식상하다. 관건은 비판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명박 정권과 다를 수 있느냐다. 진보학계의 큰 어른 격이자 분단체제론으로 유명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 문제를 ‘2013 체제’라는 말로 요약했다. 손쉬운 비판 말고 어떤 대안을 내놓을까 고민하자는 것이다. 그는 계간지 실천문학 여름호에 기고한 ‘2013 체제를 준비하자’라는 글을 통해 “이명박 정권에 지칠 대로 지쳤기 때문에 이명박 정권만 아니면 그 누구라도 좋다, 야당만 집권하면 된다는 얘기는 작은 원에 불과하다.”면서 “조금 더 큰 원을 그리자.”고 제안했다. 1987년 체제가 형식적, 절차적 민주주의의 성취였다면, 내년 대통령 선거를 거쳐 새 정권이 들어서는 2013년 체제는 실질적 민주주의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남북평화체제, 복지국가, 공정·공평사회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오는 25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세교연구소(이사장 최원식)와 한반도평화포럼(이사장 임동원·백낙청) 공동주최로 열리는 심포지엄 ‘2013년 체제를 향하여’는 이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다. 1부에서는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2013체제에 담길 외교·안보·통일 정책에 대해, 이일영 한신대 교수가 경제·사회분야에 대해 발표한다. 2부 토론에서는 백낙청 명예교수 주재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박영선 민주당 정책위 의장,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 윤여준 평화재단 평화교육원장이 2013 체제의 핵심 의제를 다룬다. 이 의제를 실현하기 위한 정치연합에 대해서도 토론한다. 정현곤 세교연구소 상임운영위원은 “2013체제 자체에 대한 동의 여부를 떠나 앞으로 한국 사회는 어떻게 변모해야 하는지 큰 비전에 대한 합의점을 찾아나가는 게 심포지엄의 궁극적 목표”라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야권통합 두 갈래 속도전

    범야권이 광폭 행보를 내디디며 통합 고지에 다가서고 있다. 일단 두 갈래 길에서 출발한 뒤 제휴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 시민사회가 오는 20일 출범키로 한 야권 대통합을 위한 제 정당·정파 연석회의’(연석회의) 구성을 앞두고 동참 의사를 밝힌 세력들이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새진보 통합연대 등 ‘선(先) 진보통합’ 진영은 ‘그들만의 리그’부터 치르기로 했다. 대통합 리그엔 17일 한국노총과 창조한국당, 당초 진보적 대중정당을 건설하기로 했던 ‘진보통합 시민회의’가 새롭게 결합했다. 이미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 박원순 서울시장, 김두관 경남지사 등은 힘을 모은 상태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연석회의에 앞서 복지정책 전문가·시민사회 그룹인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지도부와 오찬을 나눴다. 범야권 관계자는 “범야권이 대통합을 위해 몸집만 불리는 게 아니라 노동과 복지를 중심으로 가치 동맹을 맺게 됐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연석회의에 불참하기로 한 진보정당을 압박하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진다. 국민참여당의 상임고문단(이병완·이재정 상임고문)도 대통합 대열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범야권 대통합파는 신설 합당 방식을 통해 통합정당을 창당하기로 했다.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 관계자는 “통합 참여세력이 늦어도 27일까지 창당준비위원회(창준위)를 꾸려 다음 달 17일 통합 전당대회를 통해 민주당과 창준위가 합당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통합정당 지도부는 일괄 경선에 따라 대표와 최고위원을 한꺼번에 뽑는 방식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한편 진보소통합 진영은 강령, 당헌을 포함한 최종 합의를 금명간 완료한 뒤 다음 달 초까지 통합 진보정당 출범을 위한 전당대회를 치르기로 했다. 진보진영의 통합정당은 각각 1인씩 3명의 공동대표 체제를 꾸리고, 필요에 따라 1∼2인의 공동대표를 추가하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대의기구 구성 비율은 민노당 55%, 참여당 30%, 통합연대 15%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지방직 사회복지직렬 시험 D-23 과목별 마무리 가이드

    지방직 사회복지직렬 시험 D-23 과목별 마무리 가이드

    9급 사회복지직렬 지방행정공무원 공채 필기시험이 새달 10일 전국 16개 시·도에서 일제히 치러진다. 사회복지직렬만 따로 뽑는 것은 처음으로, 사상 최대 규모인 2147명을 한꺼번에 선발한다. 16일 서울신문이 경쟁률을 잠정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제주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의 경쟁률이 10대1 안팎으로, 올 국가직 9급 공채(93.3대1) 및 지방직 9급 공채 평균 경쟁률(32대1) 등 기존 9급 경쟁률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당초 예정에 없던 시험이라 미리 시험에 대비하지 않았던 수험생들이 대거 응시한 것으로 보여 합격선은 더 낮아질 전망이다. 필기시험의 난이도도 올해 치러진 지방·국가직 9급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다소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무원 수험가에서는 “과목당 점수가 40점 미만이면 과락인데, 과락자가 많으면 선발 예정 인원을 채울 수 없으니 출제기관이 난이도 조절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돈다. 수험 전문가들은 “결국 얼마나 기본기를 잘 다졌느냐가 시험의 당락을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기출분야 기본서 확인·함정 점검을 무엇보다 행정법은 시험을 보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암기해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과목이다. 2~3일 정도 따로 시간을 내 기본 개념들을 꼼꼼히 정리해야 막판 암기에 힘을 덜 들일 수 있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또 올해 기출문제의 출제 분야를 기본서로 확인해야 하고 관련 쟁점들은 다시 정리해야 한다. 특히 질서위반행위규제법, 행정조사법, 행정절차법, 행정심판법, 행정소송법은 찬찬히 기출문제와 비교하며 어떻게 문제화되고 어떤 함정이 만들어질지 점검하는 것이 포인트다. 남부행정학원고시 황남기 강사는 “건성으로 읽는 횟수만 늘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면서 “계속 실수한 부분을 꼼꼼히 공부해야 실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사회복지학개론의 경우 평소 이 과목에 자신이 있는 수험생이라면 모의고사를 풀고 이를 복습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법령 정리를 하는 것이 좋다. 반면 시험 준비기간이 짧아 기본개념이 부족한 수험생은 조급하게 문제를 풀면 자신감만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고득점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남은 기간 기본서와 기출문제집을 최대한 반복해 공부해야 한다. 출제비중이 높은 부분으로는 사회복지일반론(개념·가치·이념·모델·발달사), 사회복지실천(사회복지사의 역할·체계이론·관계론·면접론·실천과정·사례관리), 사회복지실천모델, 지역사회복지(실천모델·사회복지사업법 관련 내용), 사회복지정책(발달이론·복지국가·정책분석틀), 사회복지행정·사회보장이론·공공부조법, 아동복지서비스, 노인복지법, 장애인복지 등이 있다. 국어도 대체로 지엽적인 문제 없이 무난하게 출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원칙대로 모든 영역에서 고루 출제될 수 있으므로 대비해야 한다. 우선 문법은 표준발음, 띄어쓰기, 로마자, 외래어 표기, 맞춤법, 표준어 어법을 중심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다. 한자는 주로 독음과 한자성어를 중심으로 출제되니 기출문제를 정리해 둬야 한다. 문학은 작품 감상법을 작품에 적용시켜 보는 연습을 해야 하고, 독해·쓰기는 단락 순서 문제와 정보 확인 문제를 중심으로 하루 3~4개씩 연습해 실전 감각을 익혀야 한다. 영어에서 독해 영역은 개별 문제에 천착해 시간을 많이 들여서는 안 된다. 이보다는 문제 풀이 요령을 익혀 실전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는 것이 시험이 임박한 상황에서의 효과적인 대처법이다. 문법의 최근 출제경향을 보면 기존에 수험생들을 괴롭히던 지엽적인 문법사항들이 거의 출제되지 않고 있다. 대신 구조를 알아야 풀 수 있는 문제가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특수구문과 관계사 등이 자주 출제되고 있다. 두형호 강사는 “하루도 거르지 말고 독해를 해서 시험장까지 실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도·조선 의궤 등 이슈 파악 필요 한국사는 2년에 한 번씩 출제되는 핵심문제 위주로 반복해서 정리해 둬야 한다. 고려 전시과·조선 과전법, 각시대별 불교·군사제도·지방제도나 대동법·균역법 등은 자주 출제되는 부분이다. 또 독도문제 조선왕조 의궤 등 최신 이슈와 관련된 문제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선우빈 강사는 “이번 한국사 시험은 수능 수준의 난이도로 쉽게 출제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기본 개념을 잘 정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도움말 에듀스파
  • 눈물 흘린 박근혜, 조카 은지원 만나다…

    눈물 흘린 박근혜, 조카 은지원 만나다…

    내년 총선·대선의 바로미터가 될 서울시장 보궐선거일인 26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선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32주기 추도식이 열렸다. 이날은 역사적으로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닌 날이다. 1979년 궁정동 대통령 안가에서 당시 중앙정보부장이었던 김재규의 총탄에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거한 것 외에도 1909년엔 안중근 의사가 중국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날이기도 하다. 특히 올해는 대선급 광역단체장 선거로 불리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포함해 전국 42개 선거구에서 재·보선이 실시된 날로 기억될 것이다. 한나라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동생 지만씨 등 유족들은 물론이고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인 나경원 후보와 친박(친 박근혜)계 의원 30여명이 참석해 고인을 추념했다. 박 전 대표는 추도식 시작 10여분 전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식장을 찾았고, 뒤이어 나 후보가 도착하자 반갑게 악수하며 자리를 안내했다. 박 전 대표는 옆자리의 지만씨를 한 칸 옆으로 이동하게 한 뒤 나 후보를 유족석에 앉도록 배려했다. 초박빙의 선거구도로 인해 살인적인 선거일정을 소화해낸 나 후보는 전날 저녁 박 전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추도식 참석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이날 오전 중구 신당2동 장수경로당 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한 뒤 선대위의 강승규·이두아 의원 등과 함께 현충원을 찾았다. 그는 선거전 ‘강행군’으로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꼿꼿한 자세로 추도식을 지켜봤다. 지만씨는 유족 인사말을 통해 “아버지는 부의 양극화를 염려하고, 한국적 민주주의를 생각했다.”며 “국민 모두에 공평한 기회를 통한 선진 복지국가 건설이 아버지의 꿈이었다.”며 고인의 뜻을 기렸다. 이어 박세환 재향군인회장이 울먹이며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과거 사례를 말하자 박 전 대표도 만감이 교차하는 듯 입술을 굳게 깨물고는 붉어진 눈시울로 먼 산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그러나 끝내 눈물을 떨구지는 않았다. 박 전 대표는 추도식 전후 간간이 나 후보와 대화를 나눴고, 유족 인사말이 끝난 뒤 묘소로 자리를 옮기는 과정에서도 나 후보를 친절하게 안내하는 등 예를 갖췄다. 박 전 대표는 헌화와 분향을 마친 뒤 “(유족 대표로서) 저는 여기 남아서 오신 분들 손을 일일이 잡아드려야 한다.”면서 나 후보를 배웅했다. 특히 추도식에는 박 전 대표의 조카인 가수 은지원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은지원은 고 박정희 전 대통령 누나의 손자로, 박 전 대표가 은지원의 5촌 당고모다. 이외에도 이해봉 허태열 안홍준 유정복 이성헌 이혜훈 정희수 최경환 구상찬 김옥이 배영식 손범규 이진복 이학재 이한성 조원진 허원제 의원 등 친박계 의원 30여명이 참석했고 조문객도 4000명에 육박하는 등 예년 수준을 크게 웃돌았다. 전광삼·이재연기자 hisam@seoul.co.kr
  • [美 FTA 비준 이후] 발언시간 두고 충돌… 끝장 못 본 ‘끝장토론’

    [美 FTA 비준 이후] 발언시간 두고 충돌… 끝장 못 본 ‘끝장토론’

    끝내지 못한 ‘끝장 토론’이 됐다. 17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에 대한 찬반 토론에서는 첨예한 입장차만 재확인됐다. 서로 평행선만 달리다 파행으로 마무리됐다. 외통위 한나라당 간사인 유기준 의원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에는 찬성 측 토론자로 최석영 외교통상부 한·미 FTA 교섭대표와 이재형 고려대 교수가 나섰다. 반대 측에서는 송기호 변호사와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이 참여했다. 토론은 투자자 국가소송제도(ISD), 한·미 FTA의 법적 효력 등 주요 쟁점별로 이뤄졌다. 최 교섭대표는 “한·미 FTA는 한·미 동맹관계를 업그레이드하고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지키는 데 중요한 채널이 될 수 있다.”면서 “민주당이 주장하는 ‘10+2 재재협상안’은 오해에 기초한 것으로, 10가지 중 9가지는 참여정부 때 합의한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정 원장은 “한·미 FTA를 추진하는 것은 무역뿐만 아니라 미국의 선진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것인데 지금 미국의 금융위기는 미국 시스템의 붕괴를 의미한다.”면서 “망한 시스템을 수입해 우리가 복지국가를 이룰 수 있겠느냐. 복지국가의 가능성을 없애는 한·미 FTA는 필요없다.”고 역설했다. 또 미국법과 충돌하는 한·미 FTA는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지적과 관련, 이 교수는 “한·미 FTA를 각자의 법체계에 따라 받아들이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주장”이라면서 “미국 국내법이 한·미 FTA를 무효화하지 않는다. 한·미 FTA가 한국 법률에 우선한다는 주장도 오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송 변호사는 “미국의 이행법안은 자국의 편의를 위해 한·미 FTA에 조약의 지위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면서 “똑같은 협정이 한국에서는 법률의 지위를 갖게 되지만 미국에서는 법률보다 못한 지위밖에 갖지 못하며,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날 선 공방을 벌이던 토론회는 2시간여 만에 ‘돌발 변수’를 만났다. 송 변호사와 정 원장이 발언시간을 제한하는 토론방식에 불만을 제기한 뒤 오후부터 토론장에서 자진 퇴장한 것. 퇴장에 앞서 송 변호사는 “발언시간을 5분으로 제한하는 게 말이 되느냐. 취지가 끝장토론인데 왜 시간에 제한을 두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반대 측 진술인 퇴장 사태와 관련, 민주당 김영록 의원은 “(이번 토론회가) 요식 행위라는 오해를 받기 충분했다.”고, 같은 당 김동철 의원도 “한·미 FTA라는 전문 분야에 대해 일회적 토론, 짧은 토론으로는 누가 승복할 수 있겠나.”라고 각각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은 “지금까지 토론회는 200회 이상 했다. 토론방식에 대한 진술인 주장은 지나친 요구였다.”고 반박했다. 토론회 진행을 맡았던 유 의원은 “방송 생중계 때문에 주제를 정하고 발언시간을 정한 것”이라면서 “국회가 모처럼 마련한 토론회가 중도 무산된 것은 상당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도 지난 14일에 이어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한·미 FTA 관련 이행법안 및 피해보호법안 상정 문제를 논의했지만, 여야 간 이견을 좁히는 데 실패했다. 한나라당 이종혁 의원은 “한·미 FTA는 정당이나 정파의 이해를 떠나 국익과 국민경제 차원에서 의사일정을 진행해야 한다.”고 상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민주당 조경태 의원은 “정부가 중소 유통상인 대책에 대한 명확한 답을 주지 않은 상태에서 법안만 상정하면 중소상인 대책은 공염불이 될 수 있다.”고 맞섰다. 이날 회의에서는 또 민주당 소속 김영환 지경위원장이 지난 14일 회의를 시작하면서 “안건을 일괄상정한다.”고 한 발언을 놓고 상정 여부에 대한 논란도 빚어졌다. 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지난번 회의 때 위원장이 일괄상정한다고 말했지만, 오늘 국회 수석전문위원은 ‘실수다. 그냥 지나가자’고 말한다.”면서 “발언이 국회 속기록에 있기 때문에 해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제 실수가 있었다. 그러나 상정하려면 해당 법안을 읽는 절차가 있어야 하지만 그런 것도 없었다.”면서 “이후 논의과정에서 ‘여야 합의가 없어 상정을 못 한다’고 분명히 발언했다.”고 해명했다. 이날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난 외통위와 지경위는 각각 18일 회의를 다시 소집해 한·미 FTA 처리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복지천국’ 스웨덴식 보편적 복지국가 핵심은

    복지정책의 쟁점은 수혜자가 아니라 부담자다. 결혼, 출산, 육아, 교육, 실업 등 삶에서 누구나 부딪히게 될 위험에 국가적 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하자는 데 뭐라 할 사람은 없다. 해서 반대론자들은 늘 부담자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한다. 복지논쟁이 불붙으면서 이 부분도 비교적 상세히 거론되기 시작했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최근 내놓은 ‘역동적 복지국가의 길’(도서출판 밈 펴냄)에서 주목되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이들이 복지국가를 좌파적 이념이 아니라 새로운 자본주의로 본다는 점이다. 좌파가 아니라는 점은 보편적 복지가 결국 자본가들에게도 이득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결혼, 육아, 실업 등에 대한 노동자들의 부담이 적어야 임금인상 압박이 줄고, 구조조정이 용이해진다. 역사적으로도 복지국가론은 우파보다 좌파들의 공격 대상이었다. 무크지 창간 형식이다. 2, 3, 4권을 내면서 지속적으로 ‘계몽’하겠다는 의미다. 또 한 가지는 복지국가소사이어티라는 단체 자체가 야권과 깊은 연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민주당이 내건 ‘증세 없는 복지’를 비판한다는 점이다. 정치인에게 증세 주장이란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와 같다. 그래서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때문에 이들의 목표는 정치권 비판 그 자체라기보다, 증세 주장의 토양을 마련해주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13편의 논문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글은 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연구위원의 글 ‘복지국가의 조세재정-역사에서 배운다’이다. 국민대 교수를 지낸 정 위원은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교수와 함께 베스트셀러 ‘쾌도난마 한국경제’를 쓰기도 했다. 복지재정 확충을 위한 증세라고 하면 흔히 부유세를 떠올린다. 고소득층에게 고도의 누진적 과세를 부과하자는 것이다. 정 위원은 한국적 상황에서 참고할 점은 있으나, 문제가 있는 방식이라고 본다. ‘복지의 전범’으로 꼽히는 스웨덴 사례를 예로 든다. 1930년대 사민당 집권기에 가장 먼저 추진된 정책 가운데 하나가 법인세 인하다.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권의 법인세 인하를 비판하는 사람들로서는 다소 뜻밖이다. 아울러 재분배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부가가치세율이 한국은 10%, 스웨덴은 25%다. 그런데 스웨덴은 복지천국이다. 정 위원이 보기에 부유층에게 고액의 소득세를 매기는 행태는 정치적 불안정의 결과다. 실제 미국과 영국은 1929년 대공황 이후 개인소득세 최고세율을 80~90%대까지 높였다. 가장 손쉬운 방법이 부자를 쥐어짜는 것이어서다. 대공황과 세계대전 와중이라 반대할 명분도 없다. 반면, 스웨덴은 최고세율이 47%를 넘지 않았다. 그럼에도 미국·영국의 조세 수입 가운데 소득세와 법인세 비중은 40%에 그친 반면, 스웨덴은 1940년대부터 50%를 넘어섰다. 정 위원이 분석해 보니 미국, 영국은 급하게 세율을 올리는 데 따른 정치적 저항을 무마하기 위해 각종 공제제도와 감면제도를 마련했다. 명목상 최고세율은 치솟는데 조세 수입은 크게 늘지 않은 이유다. 반면 스웨덴은 세율을 높이지 않되 예외가 되는 구멍을 막았다. 예나 지금이나 인구의 대다수는 고소득층이 아니라 중·저소득층이다. 조금 적더라도 더 넓게 걷다 보니 더 많은 조세가 가능했다. 정치적 필요에 따라 등장한 고도의 누진적 과세는 정치적 변동에 따라 언제든 급격히 사라진다. 최고세율을 79%에서 33%로 대폭 깎아내린 미국 레이건 정권이 대표적 예다. 정 위원은 이런 비교작업을 통해 복지국가는 재분배에 역진적이라는 소비세 비중이 오히려 높고, 복지에 후진적인 나라들은 개인소득세와 법인세에 크게 의존한다는 역설적인 상황을 제시한다. 결론적으로 보편적 복지란 부자가 가진 것을 뺏어와 나눠 갖는 개념이 아니라, 낸 것을 다시 되돌려받는 개념이라고 말한다. 물론 소득에 따라 부담하는 세금의 차이는 있지만 이 차이는 좀 더 부드러워야 하고, 대신 감면·공제제도는 대폭 간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 위원은 “이렇게 해야 왜 내가 낸 돈으로 남들이 이득을 보느냐는 정치적 불만을 제압할 수 있고, 이는 복지정책 자체의 제도적 안정성에 기여한다.”고 지적한다. 보편적 복지를 위해서는 보편적 증세가, 다시 말해 “돈 많은 너희들이 세금 다 내라.”가 아니라 “돈 없는 나도 버는 만큼 세금을 내겠다.”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한국, 과거 투명하게 논의할 때 통일 원동력 얻어”

    “한국, 과거 투명하게 논의할 때 통일 원동력 얻어”

    “과거 특정한 시기의 과오에 대해 되돌아보는 것은 국가적 자존심과 연결되어 있어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분명히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두운 과거는 솔직히 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결국 이득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反월가 시위, 자본주의 시스템 바꿀 것” 독일 학술원 종신회원이자 유명한 사회사학자인 위르겐 코카(70)의 언급이다. 훔볼트대학 국제연구센터 종신 펠로이기도 하다. 코카 교수는 11일까지 서울 태평로 서울플라자호텔에서 한국학중앙연구원 주최로 열리는 ‘2011 문명과 평화 국제포럼’의 기조연설자로 방한했다. 그는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反)월가 시위와 관련해 “자본주의 시스템을 개혁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코카 교수는 “1873년(파리코뮌)과 1929년(대공황) 서구 세계에서 깊은 수준의 자본주의 위기가 일어났고 그에 따른 고통이 있었지만 자본주의 시스템을 개혁하는 계기도 되었다.”면서 “예컨대 1873년 이후 유럽에서는 복지국가 개념이 등장하고 1929년 이후에는 케인스의 정책이 나왔다.”고 상기시켰다. 이런 역사적 사실에 비춰볼 때 2008년 이후 세계금융 및 자본주의의 위기와 그에 따른 시위로 인해 정책 입안자들이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를 개혁하게 될 것이라고 코카 교수는 내다봤다. 개혁 방안으로는 ▲금융 시스템에 대한 규제 강화 ▲자본주의 원칙에 맞지 않는 시스템 개혁 ▲분배·소득·재산 불균등 개선 ▲환경과 기후변화에 대응한 지속가능한 발전 방안 마련 등을 역설했다. 코카 교수를 이해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특수한 길’(Sonderweg·존더베크) 논쟁이다. 2차대전과 홀로코스트의 비극은 독일의 특수한, 정체되고 후진적인 길 때문이었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그러나 독일에서는 우파의, 한국에서는 탈근대론자들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됐다. 늘 그래 왔던 근대자본주의국가에서 독일만 특별히 이상한 길을 걸었을 리 없다는 비판이다. ●“어두운 과거 솔직히 말하는 게 이득” 이는 동아시아에서 변용 수용됐다. 최근 일본과 한국의 역사교과서 논쟁, 정확히는 극우적 주장과도 흐름을 같이한다.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세력이 ‘자유주의 사관에 기초한 보통국가론’을 외치듯, 한국에서 역사교과서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뉴라이트는 ‘성공한 나라’임을 강조하고 ‘민주주의 대신 자유민주주의’를 내세운다. 이런 비판론에 맞서 코카는 “그래도 독일이 과거에 대해 사죄할 수 있는 방법은 특수한 길”이라고 보는 입장이다. 코카는 이를 독일 통일과 연관지어 설명했다. “독일 통일 당시 유럽에서는 통독이 지역불안 요인이라는 의심의 눈이 많았습니다. 통일에 대한 합의를 유도해 내기 위해 독일은 유럽통합이라는 이상을 제시한 겁니다.” 통독과 유럽통합의 뿌리는 같은 데 있다는 것이다. 곧 유럽통합은 침략하고 전쟁하는 대신 유럽 공동의 이익 수호에 앞장서며 독일이 그 앞줄에 서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렇게 선언할 때 과거의 오점에 대해 솔직하고 열린 논의를 통해 반성했다는 것, 그것이 독일의 발전과 통일의 과정에 크게 도움이 됐습니다.” 한국도 과거의 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논의할 때 통일의 원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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