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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고]

    ●김광모(전 청와대 비서관)씨 상배 태연(일본 거주)도연(미국 거주)씨 모친상 17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8일 오전 9시 (02)3410-6914●팽동준(안진회계법인 고문)씨 모친상 24일 분당 서울대병원, 발인 26일 오전 6시 (031)787-1507●김상대(고려대 건축공학과 교수)씨 부친상 25일 고대안암병원, 발인 28일 오전 8시 (02)921-2899●이진우(전 유림실업 부사장)씨 별세 경수(이디컴 이사)씨 부친상 25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7일 오전 9시 (02)3010-2240●심형섭(대구 서부경찰서 경장)씨 부친상 김재봉(현대증권 자양동지점장)씨 빙부상 24일 대구 경북대병원, 발인 26일 오전 8시 (053)420-6149●고용희(모간 부사장)영열(하나투어라인 이사)씨 부친상 박재섭(삼성농협 상무)홍성록(노원지구 도시개발사업 이사)씨 빙부상 24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6일 오전 8시 (02)3010-2295●이연수(경기 시흥시장)씨 빙모상 손경돈(사업)효돈(대구산부인과병원장)씨 모친상 25일 대구 파티마병원, 발인 27일 오전 8시 (053)956-4448●박래선(창복공영 대표)래형(고문건설 〃)래봉(법무사)래정(자영업)씨 부친상 김창호(왕복종합건설 대표)김영균(자영업)씨 빙부상 24일 고대안암병원, 발인 27일 오전 9시30분 (02)929-0099●정기봉(현대증권 영동지점 과장)씨 모친상 25일 인천 새천년장례식장, 발인 28일 오전 7시 (032)554-8188●송광호(오로미디어)태호(삼성전기)씨 부친상 구형준(LG CNS 차장)씨 빙부상 24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6일 오후 1시30분 (02)3410-6920●방동진(인천시 동부교육청 시설과)씨 모친상 이희동(전 경인일보 기자)박병호(일영기계 상무이사)이규진(인천시교육청 교육지원과장)씨 빙모상 25일 부천 성가병원, 발인 27일 오전 8시 (032)340-7301●조대훈(한화 화약 과장)씨 부친상 김재남(LG전자 차장)이호(종합건축사사무소 건원 이사)씨 빙부상 25일 이대목동병원, 발인 27일 오전 6시30분 (02)2650-2745●진정헌(미8군 121병원 방사선과)씨 부친상 박영근(혜인인터네쇼날 대표)조용진(주노상사 〃)씨 빙부상 23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7일 오전 6시 (02)3010-2294
  • [책꽂이]

    ●세상을 바꾼 사진(페터 슈테판 엮음, 이영아 옮김, 예담 펴냄) 20세기 역사의 신기원을 이룩한 사진들을 실었다. 영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을 극복하기 위해 물레를 돌려 실을 잣는 고전적인 생산방식을 장려한 간디, 최초로 8848m 에베레스트 최고봉에 올라 영웅이 된 에드먼드 힐러리 경과 셰르파 텐징 노르가이,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록 페스티벌 우드스톡….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은 “사진은 아무 것도 바꾸지 않는다. 그 영향력을 온 사방으로 퍼뜨릴 뿐이다.”라는 비키 골드버그의 말을 증명하듯,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고 사회적 변화를 일으키는 촉매제가 됐다.3만원.●지혜는 천 개의 눈을 가졌다(마빈 토케이어 지음, 김하 엮어옮김, 토파즈 펴냄) ‘책의 민족’이라 불리는 유대인에게 배움은 곧 신에게 봉사하고 기도하는 것이다. 그런 만큼 유대인은 배움, 즉 교육에 열성이다. 유대인들은 종교적 계율을 철저히 지키기로 유명한 민족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신의 권위에 맹목적으로 복종하지 않고 항상 권위를 의심하라고 교육받아 왔다. 심지어 신에 대한 조크도 서슴지 않으며, 그리스도교도처럼 신을 두려워 하거나 무서운 존재로 여기지도 않는다. 이 책은 ‘탈무드형’ 인간으로 거듭나라고 충고한다.9000원.●구스타프 슈바브의 그리스 로마 신화 3,4권(구스타프 슈바브 지음, 이동희 옮김, 물병자리 펴냄) 트로이아 전쟁은 영웅들끼리 싸운 것만이 아니다. 배후에서 조종하고 개입하는 신들이 있었다. 올림포스의 신들은 그리스 편, 트로이아 편으로 갈라져 인간들을 돕고 세력다툼을 벌였다. 헤라, 아테나, 포세이돈, 헤르메스, 헤파이스토스는 그리스 편을 들었다. 한편 영웅 아이네이스의 어머니인 아프로디테와 아폴론, 아르테미스, 레토는 트로이아 편이었다. 이런 신들의 세력다툼을 읽어내지 못하면 트로이아 전쟁은 밋밋한 이야기가 돼 버린다. 이런 점들을 분명히 한 게 이 책의 특징이다. 각권 1만원.●미디어렌즈(데이비드 에드워즈·데이비드 크롬웰 지음, 복진선 옮김, 한얼미디어 펴냄) 세계적인 미디어비평 그룹 ‘미디어렌즈’의 공동설립자가 쓴 미디어비평서. 스스로 진보적이라 말하고 세상도 진보적인 미디어라고 믿는 영국의 가디언과 BBC, 그리고 세계의 유수 주류미디어들이 세상을 어떻게 왜곡하고 진실을 감추는지 밝힌다. 세상의 진실을 전달하지 못하는 미디어기업의 구조적인 무능력도 살핀다. 이 책은 새로운 미디어 모델로 ‘동정적인 미디어’를 제안한다. 언론, 그 너머의 진실을 밝힌 책.1만 8000원.●푼돈의 경제학(장순욱 지음, 살림 펴냄) ‘개구리 증후군(Boiled Frog Syndrome)’이란 게 있다. 미국의 한 대학에서 찬물에 개구리를 넣고 밑에서 알코올로 서서히 가열하는 실험을 했다. 그런데 개구리를 점점 올라가는 온도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비커에 그대로 남아 있다가 죽었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낭비되는 푼돈도 사람들을 곤경에 빠뜨릴 수 있다.9800원.
  • 멕시코 대선 우파 승리유력…좌파 “예비개표 불복종”

    좌·우파 후보간 1%포인트의 초박빙 접전을 벌이고 있는 멕시코 대선에서 집권 우파 국민행동당(PAN) 펠리페 칼데론 후보의 승리가 유력한 가운데 ‘부정선거 의혹’이 거세게 일고 있다. 좌파 후보가 ‘300만표 실종’ 의혹을 제기하며 ‘개표 불복종’을 선언, 최악의 경우 당선자 확정까지 수주에서 수개월까지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4일 AF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멕시코 연방선거관리위원회는 칼데론 후보가 40만 2708표차로 좌파 민주혁명당(PRD)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예비 개표가 98.4%까지 이뤄진 이날 칼데론 후보의 득표율은 36.38%, 오브라도르 후보는 35.34%로 약 1%포인트 차이를 기록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선관위 관계자를 인용, 재검표 결과에서도 그 순위가 뒤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AP통신은 승리를 선언한 칼데론 후보가 멕시코 정치 사상 처음으로 ‘좌우 연정정부’를 구성하는 안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그는 현지 라디오방송 포뮬러와의 인터뷰에서 “연정만이 합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내각의 일정 지분을 야당에 주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오브라도르 후보는 3일(현지시간) 현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실종된 300만표가 있다.”고 주장했다. 오브라도르 후보는 정부가 추산한 대선 참가 유권자수는 4100만∼4200만명이지만 연방선거관리위원회가 집계한 총 투표수는 3800만표로 큰 격차를 보이는 점을 ‘300만표 실종설’의 근거로 내세웠다. 그는 ‘개표 불복종’을 선언하면서 “선관위의 예비개표 결과는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오브라도르 진영은 (경우에 따라) 아예 투표용지 뭉치를 풀어 한표씩 재검표하는 방식도 요구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민주혁명당 헤라르도 페르난데스 대변인은 “필요하다면 소송을 할 것”이라고 언급, 법적 공방이 이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선관위는 5일 공식 재검표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당선자 확정은 재검표가 종료된 이후에나 가능하다. 그러나 일부 PRD 당원들이 개표조작 의혹을 제기하는 등 진통이 커 험로가 예상된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정부 “법외 전공노 33명 징계·해임”

    정부가 합법노조 전환을 거부하고 있는 전국공무원노조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경남도는 행정자치부가 지난달 25일 농촌진흥청 직급단일화에 따른 다면평가 저지시위 가담자들에 대한 징계를 요구해 왔다고 22일 밝혔다. 징계 대상자는 당시 시위과정에서 수원 중부경찰서에 연행된 노조원 중 가담 정도가 심한 것으로 분류된 39명. 이들 중 지도부 33명에 대해서는 ‘배제징계(파면·해임)’토록 통보했다. 경남의 경우 징계 대상자는 모두 11명이며, 배제징계 대상자는 정유근 전공노 경남본부장과 백승렬 사무처장, 시·군 지부장과 부지부장 등 7명이다. 도는 지난 13일 이들이 소속된 시·군에 징계절차를 밟으라고 통보했다. 그러나 시·군은 징계하기에는 사유가 미약하다며 자체 조사를 벌인 후 징계 수위를 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공노도 “무리한 징계”라며 반발하고 있다. 당시 집회는 합법적이었고, 입건여부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징계하는 것은 절차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정유근 경남본부장은 “직무명령권이 없는 행자부가 명령불복종으로 징계를 요구하는 것은 월권”이라며 “시·군이 징계를 강행할 경우 내년 주민소환제가 시행되면 해당 시장·군수의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행자부의 태도는 확고하다. 징계대상자들의 행위는 공무원법상 집단행동 금지 규정을 위반했으며, 불법단체에 가입해 탈퇴권유를 무시한 것은 명백한 직무명령 불복종이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징계요구에 미온적인 지자체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가한다는 방침이다.창원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여자가 그린 내무반 생활 ‘軍금해’

    여자가 그린 내무반 생활 ‘軍금해’

    남자는 끊임없이 말하고 싶어하고 여자는 끔찍히도 듣기 싫어하는 게 군대 얘기라는데 이 두 여자, 참 특이하다. 남자들이 차마 말하지 못했던 병영생활의 어두운 이면을 선 굵은 드라마와 힘있는 연출로 무대에 재현해 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대학로 우리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백중사 이야기’(7월23일까지,02-745-0308)의 고연옥(35) 작가와 문삼화(39) 연출가가 그들.“군대 얘기는 이제 정말 신물이 나요. 몇달 동안 배우들과 군대 얘기만 했더니 마치 군대 갔다온 듯한 기분이에요.” 연출가가 짐짓 엄살을 부리자 작가가 옆에서 거든다.“어느 관객이 관극평에 ‘작가가 분명히 군대를 갔다왔을 거다.’라고 썼더라고요. 물론 군대 근처에도 안 가봤지요.(웃음)” ‘백중사 이야기’는 1990년대 초반 산골부대를 배경으로 계급과 명령, 복종만이 전부인 집단에서 청춘의 한 시절을 통과해야 했던 젊은이들의 고뇌를 그린 수작이다. 밑바닥 인생에서 벗어나고자 직업군인의 길을 택한 백 중사, 명문대 운동권 출신으로 강제징집된 이 병장, 선배의 폭력에 길들여져 후배를 괴롭히는 박 상병, 온갖 수모와 굴욕을 당하는 신참 정 이병 등은 군대라는 특수한 조직이 낳은 우리 시대의 서글픈 자화상을 보여 준다. 10년 전에 초고를 썼다는 고씨는 “극단적인 상황 설정을 통해서 권력이 인간의 본질을 어떻게 훼손하는지를 발언하고 싶었다.”고 했고, 문씨는 “경직된 시스템에서 수동적으로 살 수밖에 없는 극중 인물의 비겁한 모습을 통해 우리 자신을 돌아 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작가와 연출가 모두 군대 경험이 없다 보니 내무반의 세세한 일상을 표현하는 일은 남자 배우들의 몫이 됐다. 문씨는 “작가나 연출이 제대로 모른다고 염려해서인지 배우들이 자발적으로 군대 시절 경험담을 떠올리며 디테일한 장면들을 만들어줘 작업하기가 편했다.”며 웃었다. 둘은 남자들의 이야기를 즐겨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다. 고씨의 데뷔작 ‘인류 최초의 키스’는 청송감호소에 수감된 남자 죄수들이 주인공이고, 현재 공연 중인 ‘일주일’은 살인사건 용의자로 체포된 네명의 남자가 일주일 동안 겪는 일을 다뤘다. 문씨가 지난해 연출한 ‘라이방’은 386세대인 세 남자의 꿈과 좌절을 담아낸 작품이다.“특별히 남자들 세계에 호기심이 있다기보다 사회구조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다 보니 자연스럽게 남자들 이야기를 하게 되더라.”는 게 이들의 설명. 데뷔 연도에 비해 상복이 많은 것도 비슷하다. 고씨는 2001년 ‘인류 최초의 키스’로 평론가협회 선정 베스트3상을, 두번째 작품 ‘웃어라 무덤아’로 2004년 문화예술위원회 올해의 예술상을 수상했다. 문씨 역시 2003년 데뷔작 ‘사마귀’로 베스트3상을 받았고, 이듬해 ‘라이방’으로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젊은 연출가전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근래 대학로에서 가장 주목받는 30대 여성 연극인들의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사학단체 “불복종운동” 성명

    한국사학법인연합회는 13일 다음달 1일로 예정된 개정 사립학교법 시행을 유보하고 즉각적인 재개정을 촉구했다. 한국사립초중고법인협의회와 한국전문대학법인협의회, 한국대학법인협의회는 이날 오전 회장단 회의를 갖고 이런 내용의 성명서를 채택했다. 회장단은 여야 정치권이 개악된 사립학교법을 7월1일 이전에 재개정하고 헌법재판소는 개정 사학법에 대해 엄정한 결정을 내려줄 것을 요구했다. 회장단은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종교계 및 교육계, 학부모단체와 연대해 법률 불복종 운동을 강력히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8일 개봉 ‘러닝 스케어드’

    8일 개봉한 액션 영화 ‘러닝 스케어드(Running Scared)’는 일반 관객들에게는 참 ‘불친절한’ 영화가 될 성싶다. 인물설정이나 대립구도에 대한 뚜렷한 설명없이 시동걸자마자 피튀기는 총격전으로 관객들의 RPM을 마구 끌어올린다.‘어라∼’ 싶은 순간 영화는 이내 무슨 자동차 추격전마냥 미국 저소득층의 뒷골목을 구석구석 휩쓸며 내달린다. 시속 100㎞까지 속도를 올리는데 몇 초도 안 걸리는 스포츠카 같다.‘이쯤에서 쉼표 한번 찍어주겠지.’ 하는 기대감은 이런 속도에 밀려 멀찌감치 사라진다. 막판 반전에 가서도 ‘지금 이게 바로 반전이거든요.’하는, 혹시 모를까봐 딱 꼬집어 설명해주는 상냥함도 없다. 마치 굳이 관객 시선을 끌 생각이 없다는 듯 군다. 관객들 입맛에 맞게 차려낸 밥상이 아니라는 말이다. 거꾸로, 그렇기에 뭔가 찾아 먹으려 드는 영화팬들에게는 이만한 요깃거리가 없어 보인다. ‘러닝 스케어드’는 한마디로 ‘권총 찾아 삼만리’.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는 사건의 뿌리에는, 조그만 은색 크롬 권총 한 자루가 놓여 있다. 주인공 조이는 총격전 끝에 경찰이 죽자 마피아 조직의 보스로부터 범행 은폐를 위해 총을 없애라는 지시를 받는다. 조이는 지하실에 이 총을 고이 모셔두는데(여기서부터 시작되는 조이의 이상한 언행은 마지막 반전에서 명확해진다.), 그만 옆집 꼬마 올렉이 가져가서는 양아버지를 쏘고는 달아나버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 양아버지, 러시아계 마피아 조직원이다. 경찰이 총을 가진 올렉을 먼저 잡아버리면 이전 경찰관 살인사건이 탄로나고, 불복종 때문에 조직에서 제거당할 수 있는데다, 러시아계 조직과 한판 붙어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조이는 필사적으로 올렉과 총을 찾아 나서는데…. 이 영화에서 제일 흥미진진한 대목은 올렉의 여행이다.‘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이 선보인 아마드의 여행에 비교할 수 있는데, 방향은 정반대다. 아마드가 안내하는 세상이 확트인 자연과 순수한 동심의 풍경화라면, 올렉이 보여주는 세상은 온갖 욕구불만의 더러운 찌꺼기들이 쓸려내려오는 하수구다. 올렉의 여행이 어떤 결말을 맺을까 궁금해질 무렵, 영화는 극적인 반전 카드를 관객들에게 던진다. 탄탄한 이야기가 깔린 영화지만, 쿠엔틴 타란티노풍 스타일은 여기서는 단점에 가까워보인다. 맺고 끊는 게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부글대기만 하는 배우들의 연기는 부담스럽다. 그래선지 올렉역을 소화해낸 캐머런 브라이트의 무표정한 열굴이 더 기억에 남는다.18세 이상 관람가.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부여·고구려 세력이 거란 장악”

    부여·고구려 세력이 거란 장악”

    요(遼·916-1125)나라를 세웠다지만 국가나 민족을 남기지 못한 거란(契丹)은 무시당하기 일쑤다. 아니 발해를 멸망시키고 고려에 침입했고, 송나라를 중국 남방 ‘만지’(蠻地·남쪽 오랑캐 땅)로 밀어내고 중원 노른자위 땅을 차지했던 전력 때문에, 한국에서도 중국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로까지 비친다. 그래서인지 ‘대하(大賀)’라는 거란 왕족의 성씨에 대해 일본학자가 몽골어를 빌려다가 ‘당나라에 복종한 사람’이라는 해석을 내놔도, 이제껏 제대로 뒤져본 사람이 없어보인다. 이에 대해 ‘대하’는 한 씨족의 성씨가 아니라, 거란을 주도했던 한 부족의 이름이고 그 뜻은 큰 세력을 가진 부족장, 즉 ‘대칸’과 같다는 해석이 나왔다. 20일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열리는 중앙아시아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이런 주장을 담은 이재성 동국대 강사의 논문 ‘대하에 대한 기존 학설의 비판과 새로운 견해’이 발표된다. 이 강사는 ‘하(賀)’는 기본적으로 고구려와 부여와의 관계에서 나온 단어라고 추정한다. 왜냐하면 고구려와 부여 언어에서 ‘∼하’,‘∼가’는 부족장이나 왕을 뜻하기 때문이다. 부족연맹체에서 국가로 발돋움했던 고구려에는 대가(大加), 소가(小加)라는 ‘∼가’ 돌림의 명칭이 엿보인다. 여기에 스스로를 남부여라 칭했던 백제에 대한 기록은 흥미를 더한다. 백성들은 왕을 ‘건길지(吉支)’라 불렀는데 지배층 스스로는 왕을 ‘어라하(於羅瑕)’라 불렀다는 점이다. 이는 만주에서 내려온 지배층이 한반도 남부 토착민들과 다르게 ‘왕’을 불렀다는 얘기다. 어쨌든 중요한 사실은 여기도 ‘∼하’의 존재가 확인된다는 점. 다시 말해 만주일대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은 지배적인 부족장에게 ‘∼가’,‘∼하’와 같은 명칭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대하(大賀)란 한자어 대(大)에 왕(칸)을 의미하는 ∼하(賀)를 붙여 만든 말로 위대한 왕이라는 의미를 가지게 된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원래 부족으로 흩어져 살던 시절 부족장을 ‘막불’(莫弗·‘용감한 전사’라는 뜻)이라 불렀던 거란이 세를 키우기 시작하는 7세기 무렵에야 ‘대하’라는 명칭을 쓴다는 사실이다. 이 강사는 이를 “북방 유목세력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세력에서 동방의 부여와 고구려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세력으로 거란의 지배층이 교체됐다.”고 해석한다. 고구려의 후예임을 자처하는 서희의 ‘말빨’에 소손녕과 거란 정부가 순진할 정도로 흔쾌히 강동6주를 내어주는 까닭도 혹 여기 있지 않을까. 또 한가지. 홍콩 항공사 이름으로 더 알려진 ‘캐세이(cathay)‘라는 단어는 키타이(Khitai·거란)에서 왔다. 거란이 완전히 지워진 것은 아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新경제대국 꿈꾸는 인디아 리포트] (2) IT 인재산실 인도공과대

    [新경제대국 꿈꾸는 인디아 리포트] (2) IT 인재산실 인도공과대

    |첸나이(인도) 이기철특파원|“우린 미국의 학생들보다 30% 가량 더 많이 가르칩니다. 미국 대학에서의 석사과정을 우린 학부에서 끝냅니다. 석사과정에서는 외국의 박사과정을 공부시킵니다.”인도 정보기술(IT)혁명의 최대 인재 공급원이며 ‘인도 최고의 명품’인 인도공과대학(IIT). 지난 3월 중순 마드라스의 대학본부 회의실에서 만난 아난드 IIT총장은 IIT 경쟁력의 비결을 “공부를 많이 시킨다.”는 단순한 답변으로 잘라말했다. 남방셔츠 차림에 도수높은 안경을 낀 그는 인도 최고의 대학 총장이라지만 소탈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학문의 연륜이 깊은 듯 눈빛은 ‘구루(guru·구도자)’처럼 형형했다. IIT 학생들은 4년 졸업할 때까지 165학점,5년제는 180학점을 이수한다.4년제의 경우 우리의 포항공대나 미국 평균 120학점보다 45학점이 더 많다.“특히 전공분야의 필수학점이 85학점으로 미국의 55∼65학점보다 훨씬 높습니다.”아난드 총장의 설명이다. 반면 교육비는 싸다.IIT에서 4년제 공학도의 경우 수업료 802달러와 기숙비를 포함해 연간 1458달러가 든다.MIT는 IIT보다 25배 비싼 3만 6030달러. 포항공대는 지난 2004년 기준으로 등록금 210만원을 포함해 연간 4800만원이 들었다. 하지만 IIT출신이 졸업후 버는 수입은 MIT출신과 거의 차이가 없다.“적은 비용으로 고효율의 교육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력도 높아집니다.” “IIT가 최고의 대학 반열에 든 것은 교수법이 좋다기보다는 JEE를 통한 인도 최고의 천재들을 선발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난드 총장은 “학생들만큼이나 많은 인구에서 선발된 교수들도 역시 천재이며 교수법이 훌륭하다.”고 웃어 넘겼다. 그러면서 100개의 독립된 특별 실험실 등 시설을 자랑했다.IIT에는 휴강은 없다.“교수가 출장 등으로 수업을 못할 경우 학생 사정을 고려해 아침 7시, 또는 저녁 9시 심지어 주말이라도 반드시 보충수업을 합니다.”휴강이면 ‘하루 땡쳤다.’며 좋아하는 우리네의 교수·학생들과 대비가 됐다. IIT 졸업생의 3분의 1이 취직 또는 유학으로 미국으로 간다. 나머지는 인도행정직공무원(IAS)을 준비하거나 IT쪽으로 빠진다.‘손에 기름을 묻히는’ 현장으로 가는 졸업생은 극히 드물다. 전공분야를 외면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아난드 총장은 “IIT는 경쟁력을 키우고, 분석적이고 종합적인 사고방법을 가르친다.”며 “직업 선택은 학생들의 자유”라고 강조했다. 또 “두뇌 유출보다는 인재가 개발되지 않음을 더 걱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IIT마드라스에는 독일·스위스·프랑스·이집트 등 외국인 학생이 25명뿐이다. 아난드 총장은 “국제학생을 600명 가량으로 올렸으면 한다.”고 내심을 털어놨다. chuli@seoul.co.kr ■ 유학생 김형득씨 인터뷰 “최고의 인도전문가가 되겠습니다. 그러기엔 IIT 인맥이 가장 좋습니다.IIT 인맥을 따라가면 인도 전체가 그려집니다.” IIT의 유일한 한국 유학생 김형득(36)씨는 시장 잠재력이 큰 인도 지역 전문가가 되는 방법으로 IIT를 택했다.IIT 졸업생들이 인도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 공무원·기업인들도 안식년 등으로 IIT에 들어와 많이 공부한다. IIT마드라스 경영학 박사과정 2년차인 그는 2000년 5월 인도 남부의 폰디체리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쳤다. 그는 인도 최초 한국인 MBA로 기록돼 있다. 그는 인도에 진출한 한국 중소기업 소디프인디아 인도지사장도 맡고 있다. 낮에는 회사생활을 하고 퇴근후 공부한다.“매일 오후 9시부터 밤 1시까지 도서관에 있습니다.4시간씩 공부를 하지만 입학 친구들은 ‘그렇게 공부해서 졸업이나 하겠느냐.’며 걱정합니다.”입학 동창들은 연구실에서 ‘칼잠’을 자며 공부하는 ‘독종’들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그가 가장 어렵게 느끼는 것은 독서 스피드.“책을 읽는 스피드가 어릴 때부터 영어를 쓴 학생들에게 많이 밀립니다. 독서량에서 밀리는 게 가장 어려운 점입니다.”인터뷰를 마치고 중앙도서관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 IIT는 어떤 학교 세계 최대의 휴대전화 서비스 회사인 영국 보다폰의 최고경영자(CEO) 아룬 사린, 갈색 왜성을 발견한 천체물리학자 슈리니바스 쿨카르니,IT 산업에 혁명을 일으킨 선마이크로시스템스 공동설립자 비노드 코슬라, 세계적인 휴대전화 제조회사인 모토롤라의 부회장 파드마스리 와리어…. 세계 IT업계를 움직이는 이들 인사는 모두 인도 IIT 출신이다. 포천 선정 세계 500대 기업 거의 모두에 IIT 동문들이 임원으로 포진해 있다. 그래서 인도인들이 미국 실리콘밸리를 ‘식민지’로 만들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인도를 넘어 세계 IT뿐만 아니라 경제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화려한 네트워크와 실력 때문에 IIT 졸업생은 세계 유수기업의 ‘러브콜’ 대상이다. IIT는 독립 인도의 초대 총리 네루가 1951년 8월18일 콜카타 서쪽 카라그푸르에서 개교했다. 미국 TV CBS의 추적 60분 사회자 레슬리 스탈은 “미국의 하버드대, 메사추세츠공과대(MIT), 프린스턴대학을 합친 대학이 IIT”라고 소개한 바 있다. IIT 모델은 미국 MIT. 첫 IIT 캠퍼스는 카라그푸르의 히즐리 강제수용소이다. 마하트마 간디가 주도했던 시민불복종 운동의 지지자들을 수감하기 위해 영국이 1930년대 세웠던 건물이다. 이후 2001년 아시아 최초의 공대인 톰슨공대를 IIT루르키로 이름을 바꿨다. 인도 전역에 7개의 캠퍼스가 있다. 서로 로고를 다르게 사용할 정도로 독립적이다. 인도 대통령은 IIT 각 캠퍼스의 장학사 자격을 갖는다. 장학사는 IIT이사장을 지명한다. 이사회는 IIT가 있는 주정부가 지명한 명망있는 과학기술자와 기업가 각 한 명, 교육·자연과학·공학 분야의 전문지식이나 실제 경험을 보유한 인물 4명,IIT교수 2명으로 구성된다. IIT의 예산 대부분은 국가에서 지원받는다. 예산 집행은 1961년 제정된 ‘IIT법’에 의해 IIT 이사회가 결정한다. 지난 80년대 한 변호사출신 교육부 장관이 IIT에 지시를 내리기 위해 IIT법을 읽고는 도저히 간섭할 길이 없음을 알고는 사무실 바닥에 내팽개쳤다는 일화가 전한다. 이후 정치인들도 IIT를 자랑스러워하기 때문에 간섭하지 않는다. IIT가 독립적인 데는 교수진의 노력도 담겨 있다.IIT마드라스 연구처장 나라야난 교수는 “교수들이 연구활동에 바빠 정치문제 등에 신경을 쓰지 않으며, 교수진의 명성이 대단하고 자부심이 강해 다른쪽으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 특별취재반 이상일 편집국 부국장(반장) 이석우 국제부 차장 이기철 산업부 차장 전경하 경제부 기자 이운용 영산대 인도연구소장
  • 얘들아, 요정 ‘지니’ 만나러 갈래?

    얘들아, 요정 ‘지니’ 만나러 갈래?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화려한 의상과 신나는 음악이 펼쳐지는 뮤지컬을 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 보자. 창동문화체육센터는 이런 시민들의 바람에 맞춰 오는 12(금)∼14(일)일 가족뮤지컬 ‘알라딘’을 공연한다. 군주이자 마법사인 술탄이 아라비아 왕국 아그라바에 사는 용기있는 청년 알라딘과 모험심 강한 술탄의 딸인 자스민 공주를 괴롭힐 때 램프 속에서 요정 지니가 나와 이들을 구해주는 내용은 누구나 한 차례씩 접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모두 3막 7장으로 이뤄진 장편 뮤지컬로 내용 구성이 탄탄하고 등장인물도 개성이 강해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작품에 빠진다고 한다. 동굴 속 신비한 보석과 아라비아 궁전의 화려함뿐만 아니라 중동지방을 배경으로 한 풍물과 의상도 충분한 볼 거리다. 음악 또한 창법이 특이하고 주옥같은 곡이 많아 즐거움을 더해 준다. 음악은 블루밍사운즈 대표 김효석 감독 지휘 아래 4명의 작곡자와 4명의 편곡자 등 다수의 연주가들과 엔지니어들이 함께 노력해 들려준다. 알라딘이 부르는 곡은 그의 낙천성을 밝게 표현하고 요정 지니가 부르는 노래 또한 새 주인이 된, 알라딘에게 복종함과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신의 힘을 표현한다. 자스민 공주의 노래는 이 작품을 대표하는 곡으로 부각된다. 안무는 2005년 한국뮤지컬대상 안무가상을 받은 이란영씨가 맡았다. 이미 뮤지컬 ‘신데렐라’와 ‘꽃피는 모란봉’ 등 다수의 작품에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날 아리비아 전통 의상을 입은 배우들이 나와 중동 특유의 춤을 선보인다. 금요일엔 저녁 7시 30분 한 차례 공연을 하고 13일과 14일엔 낮 12시, 오후 2시,4시 하루에 모두 3차례 공연을 한다. 관람료는 일반 1만원, 전화예약은 8000원, 회원은 7000원,20명 이상 단체 관람료는 4000원이다.02)901-5211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녹색공간] 한·미FTA 국민투표를 활용하라/우석훈 초록정치연대 정책실장

    세상에서 제일 외교를 잘하는 나라를 꼽으라고 하면 아마도 스위스 외교를 거론할 것 같다. 역사상 스위스 외교 최대의 위기는 역시 나치에 맞서 중립을 선택한 2차 세계대전 직전의 상황일 것인데, 유럽으로 봉쇄된 스위스에 유럽 각국의 난민들이 몰려들어 스위스 내부에서 극심해졌던 식량난은 역시 전쟁을 피해나갔다고는 하지만 내부의 고통까지 피해나가지 못한 경우이고, 이때에도 수많은 스위스 사람들 역시 연합국이나 연맹국 중에 한 진영을 선택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았었다. 또 다른 스위스 외교위기 중의 하나가 최근에 벌어진 이라크 전쟁에 대한 파병문제의 경우였었는데, 유엔 가입을 계기로 높아진 스위스 좌파 계열의 정치인들은 이라크 파병으로 EU 가입 및 각종 국제외교에서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스위스 정부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이라크 파병에 긍정적이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이때 이라크 파병을 문제 삼으면서 전면적으로 문제제기한 세력은 민족주의 극우파 정당인 ‘중앙민주연합(UDC)’이었는데, 이들은 국민투표에서 중도좌파와 중도우파의 연합세력을 이기고 결국 스위스는 이라크 파병을 철회하게 되었다. 이런 스위스 외교의 특징은 거의 정보낭비라고 할 정도로 외교 협상의 다양한 문서들을 공개하고 또 주요 협상은 국민투표에 부쳐지기 때문에 사실상 스위스 외교관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 카드 하나를 더 가지고 있는 셈이다. 아주 현실적으로 협상에 임할 때 나름대로 ‘비준’이나 ‘국민투표’ 혹은 ‘공청회’ 같은 카드들을 준비하는데, 한미 FTA의 경우도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주도하는 정부협상팀도 상원의 우선협상권을 일종의 카드로 가지고 나온 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한·미 FTA와 관련해서 별 특별하게 준비된 자료도 없고 예측치도 대외경제연구원의 일반적 경제 모델링 자료 외에는 없을 뿐더러 게다가 준비된 외교카드도 전무한 실정이다.4년 넘게 각종 자료를 준비했던 한·일 FTA가 여러 가지 난항에 의해서 일단 정지한 것에 비하면 한국 경제를 넘어 사회 일반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한·미 FTA에 대해서는 너무 무방비로 진행되고 있다. 한·미 FTA에 의해서 가장 많이 영향을 받을 도시 자영업자들은 아직 이 협상이 미칠 파장에 대해서 별로 설명을 들은 적도 없고 무역도 수조원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하면서 서비스업의 구조개선에 의해서 결국은 잘 살게 될 것이라는 불투명한 간접효과로 한·미 FTA를 정부가 강행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우리나라 외교 시스템의 투명성과 진행과정에 아직은 제도적 미비점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헌법 72조의 국민투표는 이 경우에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헌법 제도로 보인다. 정부도 국민투표라는 또 다른 카드가 있다면 양자협상에서 더 많은 양보를 받아내기에 좋을 것이고, 국민들도 실질적으로 우리나라에는 EU 가입만큼이나 경제적 영향이 높을 한·미 FTA에 대해서 의견을 갖고 표명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모든 FTA를 다 국민투표를 할 필요는 없겠지만 한·미 FTA는 국민투표건이 될 정도로 큰 일이기도 하다. 국민투표는 좌파나 우파 모두 활용하는 선진 민주주의 기법인데, 우리나라는 한 번도 정책 국민투표를 해본 적이 없다. 정부는 소신껏 협상을 하고, 국민들에게 잘 설명하면 찬성과 반대의 양극단에서 적절하게 현실적 타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와 같이 ‘좋은 것이다’라고 무조건 강행하면 반대하는 국민들은 ‘국민불복종’ 외에는 할 수 있는 의사표시 방법이 없다. 다른 이해관계가 부딪칠 때를 위해서 민주주의 시스템은 투표라는 제도를 준비하고 있는데, 한·미 FTA는 국민투표라는 ‘레퍼렌덤’이 꼭 필요해 보인다. 지금의 밀실외교는 너무 불안해 보인다. 현실적으로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면 더 좋은 협상결과가 생겨날 것이고, 그렇게 해서 국민투표에서 이기면 될 거 아닌가. 이것이 민주주의다. 우석훈 초록정치연대 정책실장
  • 이도운특파원 反테러 기지 美 중부사령부 가다

    이도운특파원 反테러 기지 美 중부사령부 가다

    |탬파(미국 플로리다주) 이도운특파원|작열하는 태양과 푸른 바다, 백금가루 같은 백사장과 쭉쭉 뻗은 야자수….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의 남쪽에 자리잡은 맥딜 공군기지는 군 시설이라기보다는 휴양지에 가까웠다. 이 기지 안에 63개국으로 구성된 연합군과 함께 ‘테러와의 전쟁’을 총지휘하는 미 중부사령부가 자리잡고 있다. 미 중부사는 6일(현지시간) 미국에 주재하는 30개 언론사를 초청, 이라크전과 연합군의 현황을 브리핑하는 특별행사를 가졌다. 행사에는 영국의 BBC, 프랑스의 르몽드, 일본의 NHK 등이 초청됐다. 한국 언론사로는 서울신문이 유일하게 참석했다. 기자들은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아 이날 아침 9시에 중부사의 데이비스 콘퍼런스 센터에 도착했다. 기지 안에서 사진 촬영은 엄격하게 제한됐고, 화장실을 갈 때도 안내요원이 따라다녔다. 15분뒤 이라크 주둔 미군의 대변인으로 얼굴이 많이 알려진 마크 키미트 기획처장(준장)이 브리핑을 시작했다. 브리핑의 제목은 ‘장기전(Long War)’. 다소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이 바로 중부사가 외신 기자들을 불러들인 이유였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키미트 준장은 “테러와의 전쟁은 이라크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며 알 카에다의 뿌리를 뽑아야만 한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매우 오랜 기간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키미트 준장은 “대(對) 테러전에 참가한 나라들의 크고 작은 모든 협력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에 대해서는 “전투에 참여하지 않아도 재건 등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협력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부사 관계자는 키미트 준장이 이날 브리핑한 장기전이 지난해 말 미 국방부내에서 ‘냉전(Cold War)’을 이어받는 개념으로 개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라크전 장기화에 대한 비판의 화살을 피해보려는 의도도 담겨있는 것 같다. 키미트 준장의 브리핑에 이어 ‘연합군 협력 센터’에서 열린 연합군 고위 관계자들의 브리핑에서 미국이 장기전이라는 기치를 내건 이유가 좀더 명확해졌다. 한 고위 관계자는 “현재 63개국으로 구성된 연합군을 어떤 ‘기구’로 변화시키는 연구가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연합군의 다른 관계자는 “현재 중부사 소속인 연합군을 국방부 소속으로 바꿔 중동지역은 물론이고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 등 세계 각 지역에서 장기적으로 계속될 테러와의 전쟁 등에 활용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구상”이라고 전했다. 브리핑이 끝나자 ‘기구화’에 대해 각국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질문의 내용은 기자들이 소속된 국가가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 군대를 파견했는가 여부에 따라 극명하게 달랐다. 유럽과 아시아 기자들은 연합군의 동맹화 또는 나토화 가능성을 물었다. 아랍국 기자들은 장기전의 개념과 연합군 성격 변화에 대해 비판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한 연합군 관계자들의 답변도 눈길을 끌었다. 이라크전에 강하게 반대했던 유럽 국가의 고위관계자는 “미국과 테러전의 시각을 공유한다.”며 적극적으로 미국측을 두둔하다가 일부 기자의 야유를 받기도 했다. 분위기가 고조되자 뒷자리에서 참관하던 미국측 최고위관계자가 직접 앞으로 나와 붉어진 얼굴로 기자들과 논전을 벌이기도 했다. 연합군 내의 정보 공유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연합군 고위 관계자는 “영국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만이 미국과 최고급 정보를 공유한다.”면서 이들을 ‘다섯 눈(Five Eye)’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특작사의 공보담당관인 켄 맥그로는 “지난 2월 현재 한국을 포함한 세계 83개 국가 및 지역에 8653명의 특수부대원이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가운데는 중국도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맥그로는 그러나 “북한에는 특작사 요원이 없다.”고 말했다. dawn@seoul.co.kr ■ 파견근무 중인 한국군 5명 |탬파(미국 플로리다주) 이도운특파원|“길에서 마주치는 미군과 연합군 장교들이 태극기 견장을 보면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를 해옵니다.”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미국 중부사령부에 파견된 한국군 대표단의 단장인 김동욱 준장은 6일(현지시간) 현지를 방문한 서울신문 기자와 만나 “연합군 내에서 자이툰 부대의 위상이 대단하다.”면서 “민사업무는 한국군에게 배워야 한다는 말이 상식처럼 되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다 보니 주로 이라크에 머물고 있는 존 아비자이드 중부사령관도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져 지난달 말 일시 탬파로 돌아왔을 때는 김 준장에게 “한국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매우 잘했다.”고 축하인사를 하기도 했다. 김 준장은 연합군들로부터 한국군이 높이 평가를 받게 된 비결에 대해 “사병은 지휘관에 복종하고 소대장, 중대장은 웃통을 벗어던지며 솔선수범을 보이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준장은 63개국이 중부사에 대표단을 파견했지만 미국과의 관계나 국력 등에 따라 위상과 활동이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또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독일이나 프랑스도 미군과의 협조에 매우 적극적이라고 김 준장은 전했다. 현재 중부사에 파견된 한국군 장교는 김 준장과 이라크 업무를 담당하는 최철환 육군 중령, 아프가니스탄 업무를 맡은 이현모 육군 중령, 아프리카 북부 지역 담당인 김부국 공군 중령, 연합기획팀에 별도로 파견된 최재협 육군 중령 등 모두 다섯명이다. ‘최근 한·미 관계가 껄끄러워 업무 협조에 영향이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 김 준장은 “군과 군 사이에는 끈끈한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dawn@seoul.co.kr
  • ‘王의 힘’

    올해로 즉위 60주년을 맞은 푸미폰 아둔야뎃(78) 태국 국왕은 태국인들의 존경과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으며 막후의 해결사로 통한다.현재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권좌에 있는 푸미폰 국왕은 태국 정치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다. 총리를 해임할 권한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적 영향력 때문이다. 그래서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국왕의 역할이 결정적이다.1992년 민중 봉기 때도 총리를 궁궐로 부른 뒤 TV를 통해 유혈 군사정부의 하야를 요구했다. 당시 총리였던 수친다 장군은 민중의 요구와 국왕의 명령에 결국 사임했다.1973년 방콕대학교에서 시위가 발생했을 때도 국왕은 총리와 총리 측근을 불러 나라를 떠날 것을 요구했고, 그들은 복종했다.재임 중 15번의 정권 개혁과 20명의 총리, 수많은 쿠데타를 거치면서 국왕은 정치적으로 엄격한 중립을 유지, 위상을 높였다. 이번 반 탁신 시위대들도 국왕에게 정치 혼란 해결을 위한 ‘간여’를 애걸했을 정도로 그의 의견은 영향력을 발휘한다. 푸미폰 국왕은 재즈 색소폰 연주가, 작곡가, 사진가, 요트 조종자로도 뛰어난 실력을 과시하는 현대적 국왕이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감독과 선수,상생의 파트너

    선수의 입장에서 감독은 생사여탈권을 쥔 절대적인 존재다. 선수를 선발하고 조련하고 경기에 출전시키는 게 감독의 역할. 때문에 선수들은 그야말로 ‘두사부일체’의 심정으로 그를 따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명색이 프로 선수이고 국가대표라면 인생의 아름다운 절정기를 함께 뛰는 동반자이자 선후배로서 마음 속의 깊은 신뢰와 치밀한 전술의 교감으로 뛰어야 한다. 큰 그림은 감독이 그리지만 어떤 색으로 채울 것인가는 선수의 몫이다. 좀 더 창의적일 필요가 있고, 감독조차 놀랄 만한 경이로운 플레이를 추구할 권리도 있다. 잉글랜드대표팀의 스반 예란 에릭손 감독을 보자. 어쩌면 그는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감독일지 모른다.2002년 월드컵 때 8강에 올랐지만 경기 내용은 신통치 않았고, 브라질에 치욕스럽게 끌려다닌 끝에 패하고 말았다. 유로2004 성적도 저조했다. 그럼에도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그를 아직까지 신뢰하고 있다.‘축구는 영원하고 감독은 경질된다.’는 축구계의 명언이 그에겐 해당되지 않는다. “축구장 안에서는 언제나 잉글랜드 사람”이라고 말하는 에릭손은 스웨덴 출신이다. 이번 독일월드컵 B조 조별리그에서 그는 고국의 심장에 화살을 겨눠야 한다. 그럼에도 그가 행운의 감독인 까닭은 바로 잉글랜드의 선수들이 감독을 이해하고 격려하기 때문이다. 팀 전력의 절반으로 평가받는 미드필더 프랭크 람파드는 “현대 축구에서 대표팀 감독의 출신지를 따지는 건 일차원적이다. 에릭손 감독은 우리가 경기하는 상대팀에 따라 최고의 전력을 구성하고 있다.”고 말한다. 물론 몇몇 선수와 에릭손의 관계는 불편하다. 마이클 오언은 자신에 대한 감독의 비판적 발언을 아직까지 씻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종의 묵묵무답으로 그저 따라가는 수동적인 인상은 찾기 어렵다. 언제나 대화하고 때로는 비판한다. 국내 프로축구와 대표팀에서도 분위기는 많이 바뀌었다. 감독의 전술에 대해 선수가 평가를 하는 것은 금도를 넘는 행위지만 과거처럼 판에 박힌 듯한 발언이나 묵묵한 복종은 줄고 있다. 물론 선수와 감독은 협상의 상대가 아니다. 그러나 상명하복의 수직구조도 아니다. 축구는 영화와 같다. 축구나 영화나 그 지휘자는 감독으로 불린다. 영화 감독은 자신의 창조적 세계를 실현하기 위해 뛰어난 배우를 앞세운다. 그런데 배우들은 감독들이 제시한 틀을 지키되 그곳에 매몰되지 않고 놀라운 창의를 빚어낸다. 그런 창조적 관계가 우리 축구계에도 필요하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탁신 “화해委서 요구땐 사퇴”

    탈세 및 권력 남용 혐의를 받고 있는 태국 탁신 치나왓 총리가 3일 사임을 공식 표명했다. 탁신 총리는 이날 방송에서 “정치적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독립적인 국가화해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며 이 위원회에서 사퇴를 요구하면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화해위원회에 각각 3명의 전직 총리·전직 대법원장·전직 국회의장 등 9명이 참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탁신 총리가 이끄는 ‘타이 락 타이(TRT)’당은 2일 실시된 ‘반쪽짜리’ 총선에서 57%의 득표율을 얻었다.수도 방콕에서 절반 이상의 유권자가 기권표를 던지는 등 민심(民心)은 집권 여당으로부터 떠났다. 탁신 총리는 지난 1월 자신이 소유한 태국 최대 재벌인 ‘친’그룹의 지주회사 지분을 매각하면서 세금 한푼 내지 않고 733억바트(1조 8500억원)를 챙긴 것으로 드러나 거센 사임 압력을 받았다. 이날 탁신 총리가 사임을 공식적으로 표명했지만 그의 사임까지는 또 다른 ‘변수’가 있다. 그가 밝힌 ‘독립적인 국가화해위원회’이다. 시민단체 등 반(反)탁신 세력이 요구한 즉각 사임보다는 수위가 낮은 것이어서 또 다른 ‘정치적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될 수 있다.‘정국 혼미’가 지속될 수도 있는 것이다 태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잠정 집계에서 탁신 총리가 이끄는 TRT는 전국 76개주 400개 하원의원 선거구 가운데 362곳에서 승리한 것으로 나타났다.또 전국 득표율 5% 이상인 정당에 배정되는 전국구 의원(100명)을 독식했다. 야 3당이 빠진 총선에 참여한 17개 군소정당 중 5% 이상을 득표한 정당은 한 곳도 없었다. 현지 iTV 방송은 조기총선 투표율이 85%라고 전했다.AP·AFP통신 등의 중간 개표결과 보도에서 방콕 투표율은 63.5%로 이중 50.1%가 ‘기권란’에 기표하며 ‘시민 불복종’의 뜻을 표명했다. 그나마 전통적인 지지 기반인 북부 등 농촌지역에서 체면을 차렸다. 과연 탁신이 제안한 ‘국가화해위원회’를 ‘국민 민주주의 연대’(PAD) 등 반 탁신세력이 받아들일 것이냐도 관심꺼리이다. 총리 사임을 공식 국가기관에도 없는 위원회가 심사한다는 점에서 정당성 논란이 일수 있다. 위원회의 권고안에 시민단체가 승복할 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일각에서는 그가 포킨 파나쿤 부총리에게 총리직을 이양한 다음 재기를 노리는 방안을 고려한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 PAD 5인 지도부인 잠롱 스리무엉 전 방콕시장은 “시민들의 기권란 기표 결과는 집권당의 정치적 파산을 의미한다.”면서 “국민 다수는 더 이상 탁신을 원하지 않는다.”고 즉각 사임을 주장했다.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우리도 미국인이다”

    “우리도 미국인이다”

    ‘이민자의 나라’ 미국이 새 이민법 제정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불법 체류자 단속과 국경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센센브레너법’을 둘러싸고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거센 분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것이다. 25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LA)에서는 50만명의 인파가 모여 새 이민법안 반대시위를 벌였다. 앞서 밀워키와 피닉스, 애틀랜타에서도 23일과 24일 수만명이 참여한 이민자 시위가 열렸다. 상원 법안심의를 앞둔 정치권도 이 문제를 쟁점화할 태세다.11월 중간선거에 미칠 파괴력을 의식한 탓이다.LA타임스는 경찰발표를 인용,“60년대 베트남전 반대시위는 물론 역대 최대 규모였던 1994년 이민정책 반대시위보다 훨씬 많은 수가 모였다.”면서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이민자 시위”라고 보도했다. 히스패닉계가 대부분인 참가자들은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다.”“우리는 범죄자가 아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앞세운 채 성조기와 멕시코 국기 등을 흔들며 행진을 벌였다. 현장에는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 LA 시장과 길 세디요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 등 정치인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민자 권리를 위한 일리노이 연합의 조슈아 호이트 사무총장은 “정치인들이 잠자는 거인을 발로 찼다.”면서 “오늘 집회는 이민자 시민권 투쟁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위는 이민자 단체뿐 아니라 노조, 교계, 인권단체의 지지를 얻고 있다. 가톨릭의 로저 마호니 추기경은 성직자들에게 법안이 통과될 경우 불복종 운동을 벌이라는 지침을 내렸다. 시위는 노동계와 시민단체가 행동의 날로 정한 새달 10일 정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법안 찬성측 움직임도 심상찮다. 워싱턴과 보스턴에서는 27일 국경통제 강화와 불법 이민자 추방을 요구하는 이민법 지지시위가 예정돼 있다. 새 이민법안은 하원 법사위원장인 제임스 센센브레너 공화당 의원 주도로 지난해 12월 하원을 통과했다. 그러나 불법 체류자를 고용하는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과 함께 교회 등 봉사단체의 인도적 지원까지도 불법화함으로써 교계와 인권단체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28일 법안심의에 들어가는 상원은 자진신고한 체류자에 한해 일정기간 특정 직업에 종사할 수 있게 한 외국인 임시노동자(guest worker) 제도 등을 담은 수정안을 마련해 두고 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히스패닉계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민자 집단을 지지층으로 두고 있는 민주당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법안 통과를 막겠다며 벼르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지난 22일 “새 법안은 천박하기 짝이 없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반면 공화당의 입장은 양분돼 있다. 빌 프리스트 상원의원 등 주류 보수파들이 안보 문제를 이유로 이민자 통제 강화를 주장하는 반면, 재계 이익을 옹호하고 히스패닉의 표심을 잡으려는 현실주의 분파들은 법안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말 그대로 샌드위치 신세다. 그는 25일 주례 라디오 연설에서 “새 이민법은 미국인에게 ‘열린사회’와 ‘법치사회’ 사이의 양자택일을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며 절충안을 주문하고 나섰다.1150만명 정도로 추산되는 미국내 불법 체류자들은 대부분은 농업이나 건설·서비스 산업의 저임금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부부싸움이 동맥경화 부른다

    부부 싸움이 정신 건강에 좋을 리 없지만, 동맥경화에 걸릴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미국 유타 대학 연구진이 150쌍의 부부들에게 돈, 인척 관계, 자녀, 휴가와 집안 허드렛일에 대해 대화하게 하면서 신체 반응 등을 조사한 결과다. 영국 BBC는 5일 “부부의 말다툼은 동맥경화에 걸릴 위험을 높여준다.”고 보도했다. 동맥경화의 발병 경로는 성별에 따라 달랐다. 아내들은 배우자의 적대적인 태도에 ‘열받아’ 동맥에 노폐물이 쌓이는 반면, 남편들은 충동을 억제하느라 동맥경화에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 부부는 한쪽 배우자가 60세 이상이면서 심혈관계 질환을 앓은 적이 없는 이들로 구성됐다. 부부의 대화는 비디오로 촬영돼 배우자 각자의 태도를 호의적, 적대적, 복종적, 우위적, 통제적으로 분류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예를 들어 “정말 멍청하게 군단 말이야.”나 “당신은 매사에 너무 부정적이야.” 같은 말은 적대적, 또는 우위적 표현으로 분류됐다. 그 결과 적대적인 언사를 가장 많이 날린 아내들은 동맥경화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편도 공격적이고 비우호적인 태도로 맞받을 경우 그 위험은 현저히 높아졌다. 그러나 남편들은 아내가 매우 공격적이거나, 본인이 우위적이거나 참는 경우 더 심각한 동맥경화 현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연구진은 아주 적대적인 태도를 보인 부부에 한해 결혼상담소를 찾을 것을 권고했다고 BBC는 전했다. 그러나 이들 부부 중 어느 한 쌍도 의학적으로 긴급한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의사를 빨리 찾아가라는 조언을 들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구애 마케팅’이 글로벌브랜드 만든다

    ‘구애 마케팅’이 글로벌브랜드 만든다

    ‘플레이 보이와 루이뷔통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은 어떨까. 네슬레와 P&G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어떤 감정을 자극해 접근될까.’ 삼성경제연구소가 이들 글로벌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감정을 기초로 ‘구애 마케팅’에 대한 필요성을 지적했다. 연구소는 1일 내놓은 ‘소비자의 브랜드 사랑’ 보고서에서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느낌과 생각, 이에 따른 행동은 경영 성과와 직결될 뿐 아니라 기업 이미지와 명성을 좌우한다.”면서 “일시적 호감이나 반복 구매에 따른 충성도, 이성적 평판 등을 뛰어넘어 소비자의 ‘사랑’을 얻어야 진정한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사랑 요소를 크게 친밀감과 열정, 책임감 등으로 보고, 이들 요소의 상대적 강도 차이에 따라 ▲소꿉친구형 ▲탐닉적 ▲실리적 ▲낭만적 ▲가족같은 ▲복종적 ▲완성된 사랑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했다.7개 제품을 예시로 들었다. 세계 최대 식품업체인 네슬레는 소비자의 생활 일부로 자리잡아 친숙한 반면 브랜드에 대한 열정과 약속 관계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세계 소비자들의 어린시절 친구라는 네슬레의 지향과 브랜드 이미지가 잘 맞는다. ‘탐닉적 사랑’을 받는 브랜드로는 젊은 시절의 비밀스러운 경험을 상징하는 성인 잡지 ‘플레이보이’가 대표적으로 제시됐다. 친근감이나 충성도에 비해 소비자의 사용 욕구(열정)가 매우 강하다는 것이다. 또 소비자의 이성적 판단을 통해 편리성과 안정성에서 경쟁력을 갖춘 비자카드는 ‘실리적 사랑’, 친근하면서 소비 욕구도 자극하지만 충성도가 크지 않은 맥도널드는 ‘낭만적 사랑’의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됐다. 친밀감과 충성도를 확보한 생활용품업체인 P&G는 대(代)를 이어온 살림 도우미로서 ‘가족같은 사랑’을, 권위와 지위를 상징하는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은 ‘복종적 사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마지막으로 ‘완성된 사랑’을 얻고 있는 대표적 브랜드로 미국의 컴퓨터업체 애플을 꼽았다. 애플 상품은 소비자들에게 좋은 감정을 유발하는 동시에 지속적 히트 상품 출시로 소비 욕구와 충성도까지 모두 충족시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순화 수석연구원은 “분야별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파고들기 위해서는 브랜드 역사와 전통, 개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단계별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자사의 대표 제품을 주연으로, 지원 제품군을 조연 배우로, 고객을 관객으로 설정하고 스토리를 갖춘 드라마를 연출하듯 브랜드를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해병대 ‘장병기본권 전문상담관’ 최상용 씨

    해병대 ‘장병기본권 전문상담관’ 최상용 씨

    ‘일선 군부대 장병들과 함께 생활하는 민간인 보신 적 있나요?’ 해병대 병사들과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최상용(50)씨의 공식직함은 ‘장병기본권 전문상담관’이다. 이 직함이 생긴 것은 지난해 전방 전초기지(GP) 총기사건 이후. 병영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민간 전문상담가가 필요했다. ●육군 7명, 해병대 2명 시범 운영 국방부는 지난해 7월 전문상담관 9명을 공개선발해 육군에 7명, 해병대에 2명을 배치했다. 최씨는 요즘 서해안 최북단인 말도, 주문도, 볼음도, 서검도, 교동도에서 경계근무에 나서고 있는 청룡부대 병사들과 매일 만난다. 최씨는 24일 전문상담관의 역할에 대해 “병사들의 고민이나 갈등 등 부대생활에서 힘든 고충을 덜어줘 보다 즐거운 병영생활이 되도록 도와주는 것이 임무”라고 소개했다. 그는 “처음엔 병사들이 어색해 하며 경계했지만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다 보니 지금은 큰형이나 아버지처럼 생각하며 고민을 털어 놓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불화 끝에 부모가 모두 자살한 것을 놓고 고민하는 병사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힘들었던 상담사례도 들려줬다. “갑작스러운 부모의 사망소식에 괴로워하는 병사의 마음을 잡아주기 위해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힘들게 살아온 병사의 이야기를 듣고 감정이 북받쳐 서로 부둥켜 안고 한동안 눈물을 흘렸다.”면서 “이 병사가 제대한 후에도 가족의 일원으로 후원자가 되기로 약속까지 한 상태”라고 했다. 그는 부대에 적응하지 못해 자살을 기도하려던 초임병의 마음을 간파하고 설득끝에 정상적인 병영생활을 하도록 도와준 일을 얘기하며 뿌듯해 했다. 최씨가 상담관으로 뽑힌 것은 군 경력과 사회에서 심리상담가로 활동한 이력이 크게 작용했다. 그는 1977년 해병대 소위로 임관하여 20여년 간 군 생활을 하다 1997년 소령으로 예편했다. 현역시절 고려대와 대학원에서 위탁교육으로 교육심리학을 전공했다. 예편 후엔 해병대 정신을 접목시킨 ‘불가사리 교육’을 창안, 청소년과 회사원들의 정신무장을 강화하는 전문강사로 활동했다. 이런 공로로 정부로부터는 ‘신지식인’에 선발되기도 했다. ●“병영은 심신수련의 도장 돼야” 최씨는 “군대라고 하면 예전엔 무작정 복종을 요구했지만 지금은 가정이나 학교처럼 인성교육의 장으로 바뀌고 있다.”고 달라진 병영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병영생활은 인생관과 국가관을 심어줄 수 있는 심신수련의 도장이 돼야 한다.”면서 “병사들의 입장에서 고민하고 멋진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정감 있는 상담관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국방부는 전문상담관제를 시범운영한 뒤 반응이 좋으면 전군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강화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7) 생각하는 사나이와 미륵반가사유상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7) 생각하는 사나이와 미륵반가사유상

    필자의 고교 재학시절엔 고교생 교양지 ‘학원’이 있었다. 그 잡지에 프랑스 조각가 로댕(A.Rodin·1840~1917)의 ‘생각하는 사나이(le Penseur)’의 조각상이 가끔 사진으로 실렸었다. 그 사진을 보면서 나는 이상한 생각에 잠기곤 했다. 왜 생각하는 사나이가 저토록 근육질인가? 얼굴은 침통하고 심각한데, 몸은 온통 근육질로 누볐다고 할까? 이상했다. 대개 공부하고 사색적인 사람의 몸은 근육질이 아닌데, 로댕의 저 조각은 별났다. 뒤에 서구에 유학가서 로댕 박물관을 둘러보았다. 정말 로댕은 희대의 조각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미켈란젤로의 조각과 로댕의 것은 나의 마음에서 그 감동이 지워지지 않는 두 개의 걸작이다. 걸작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한국의 불상들이다. 석굴암의 불상, 서산의 백제 마애불의 미소, 산자락의 바위나 돌에 새겨진 미륵불의 잔잔한 모습…. 로댕의 저 작품은 단테의 ‘신곡’에 영향을 받아 지옥을 내려다보고 있는 사나이를 묘사하기 위하여 조각된 것임을 뒤에 알았다. 지옥을 보는 사나이의 얼굴이 밝을 리 없다. 로댕은 그가 살고있는 시대상을 지옥으로 표상했다. 로댕의 연구가인 타양디에의 책 ‘로댕’을 읽고서 저 조각상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로댕은 당시 비공산계열 사회주의 노선의 철학교수였고 국회의원을 지낸 장 조레스(Jean Jaures·1859~1914)로부터 많은 정신적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나이’는 그 당시 프랑스 사회의 부조리를 혁파하려는 강한 의지에 불탄 젊은이였음에 틀림없다. 그 사나이의 근육은 지옥 같은 사회를 혁명하여 천국으로 만들려는 강렬한 불굴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오른팔로 받쳐든 그의 얼굴은 굳어 있으며 심각하고 우수에 깃들어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세상을 구하는 것은 진지한 고뇌에 젖은 얼굴이 아니라, 부드럽게 미소짓는 얼굴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한국의 불상을 참으로 좋아하게 되었다. 저런 불상을 조각한 장인의 마음은 대단한 수행의 깊이에서 우러나는 공덕이 아니면 불가능하리라 여겨진다. 나는 신라의 미륵반가사유상을 생각한다. 로댕의 저 작품처럼 이 반가사유상도 오른팔로 얼굴을 살짝 받치고 있다. 이 작품은 로댕의 작품처럼 고뇌스럽게 무엇을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이 전혀 아니다. 그 얼굴은 눈을 내리 떠서 고요한 마음으로 보고 있으나 생각에 집착되어 있는 것 같지 않다. 그 사유상은 능동적으로 생각하기보다 오히려 생각의 어떤 빛이 그의 마음에 솟아오르기를 고요히 기다리는 것 같다. 그래서 그의 얼굴은 심판하는 자의 모습이 아니다. 왜냐하면 심판하는 자의 얼굴은 입을 꼭 다물고 있기 때문이다. 그 얼굴에는 긴장의 모습이 전혀 없이 안온한 미소가 입가를 스칠 뿐이다. 그 모습은 무엇을 대적하는 적대감을 띠고 있지 않다. 존재하는 모든 것을 겸허하게 다 긍정하고 그것들과 함께하려는 자비로운 모습이 얼굴에 넘쳐흐른다. 안온한 표정은 진정된 마음의 고요를 표현하고 있고, 탐욕과 분노의 고집을 지워버린 무심의 마음에서 솟아오르는 마음의 열락을 맛보고 있는 듯하다. 그의 몸과 얼굴에서 무엇을 하겠다는 결의와 결심의 흔적이 없다. 그의 몸은 전투적이지 않고 세상과 싸우겠다는 강한 자의식의 긴장과 저항의식도 보이지 않는다. 무근육의 밋밋한 몸매가 이를 말해준다. 로댕의 조각에는 지옥 같은 세상에 대한 고통과 뒤엉킨 찌푸린 불만의 얼굴이 긴장된 근육과 함께 나타나 있지만, 신라의 저 사유상에는 그런 능위적(能爲的) 의지와 동시에 불만스러운 세상에 대한 저항이 결여되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부조리한 세상을 확 바꿔야겠다고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진군가를 목 터져라 부르는 이상주의자들의 혈기가 거기엔 없다. 오랜 세월동안 인류는 저런 이상주의자들의 기개를 너그럽게 봐주었다. 왜냐하면 좋은 세상을 만들려 하는 저들의 생각이 가상하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 인류는 저런 이상주의자들이 헛농사를 지어 왔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런 깨달음은 세상을 새로 만들려는 이상주의적 구상을 흩어버리려는 철학사상으로서의 해체철학의 등장과 맞물려 있다. 서양의 해체철학은 동양의 불교와 노장사상과 상통한다. 세상은 인간의 이상적 생각을 적용시켜 수리될 수 있는 대상도 아니고, 도덕적 당위의 명령에 복종하는 기계도 아니다. 이미 우리가 두 번째의 글에서 세상은 헌집 수리하듯이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자가 ‘도덕경’ 29장에서 세상은 ‘신기(神器)’가 되어서 인간이 취득할 수 없다고 천명했다. 신기는 무한대의 큰 그릇의 의미로서 인간의 어떤 생각도 그 그릇을 다 채울 수 없다는 것을 나타낸다 하겠다. 이 말은 세상이 인간의 어떤 이상이나 고매한 도덕률로서 소유될 수 없다는 것을 뜻하겠다. 세상은 객관적 대상처럼 마음 앞에 서 있는 실재가 아니라, 세상 안에 살아가는 모든 마음의 기(氣)가 동시에 표출하는 복합적 욕망들의 그림이기에 세상은 욕망들의 환영(幻影)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노자의 이야기는 세상이 신기여서 소유적인 욕망으로 취득되지 않으므로 세상을 생각하는 욕망의 방식을 바꾸라는 것이다. 고매한 이상주의와 도덕주의가 어째서 세상을 소유하려는 욕망인가? 경제적 정치적 지배욕은 소유욕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쉽게 알아차리는데, 이상과 도덕으로 세상을 고치겠다는 것은 소유욕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렇게 세간에 선전되어 왔었다. 그러나 이제 알아야 한다. 이상주의적 도덕주의의 설계로 세상을 다시 고치겠다는 발상도 형이상학적 소유욕이라는 것을. 왜냐하면 이상주의자나 도덕주의자들은 그들이 생각한 이상과 도덕률로서 세상이 지배되어 다스려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마치 더럽고 부조리한 세상을 성스러운 새 이념으로 깨끗이 덮어버릴 수 있는 것처럼. 그런 욕망이 형이상학적 정신적 소유욕이다. 그런데 이상주의적이고 도덕주의적 이념이 보편적인 진리라면, 그런 이념을 소유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진리를 모독하는 말이 아닐까? 우리는 뒤에 때가 오면 보편성의 의미를 분석해 보겠으나, 여기서 먼저 보편적인 진리가 해와 달처럼 객관적으로 존재한다는 생각은 허구적이라고 나는 말하겠다. 해체적 불교와 노장사상의 가르침대로 세상은 한없이 복잡다단한 방식으로 존재하는 마음의 욕망이 그린 사이버에 불과하다면, 그 사이버 환영을 아무리 고치려고 애써 봐야 그것은 결국 인류가 그동안 헛되이 바친 도로(徒勞)에 다름 아니겠다. 우리는 기존의 구악을 일소하기 위하여 일으킨 인류의 제반 혁명이 곧 신악을 새로 낳는 역설로 둔갑해 왔다는 역사적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우리는 이런 도덕적 이상주의자들의 착각에 다시 속아서는 안 된다. 즉 우리는 세상을 우리의 이상대로 바꾸려는 설계도의 작성보다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욕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상을 형이하학적으로나 형이상학적으로 소유하려는 욕망을 존재론적 욕망으로 마음의 방향을 전회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존재론적 욕망은 생소하고 쉽게 이해되지 않는 개념이겠다. 존재론적 욕망은 인간이 이상의 이름으로 세상을 지배하고 간섭하려는 소유의지의 포기와 함께 간다. 그런데 그것이 욕망인가? 인간의 마음은 기의 욕망이라는 것을 앞에서 언급했다. 이것은 인간의 마음이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어하는 기호와 같다는 것이다. 마음의 기호는 두 가지다. 하나는 소유하려는 본능적 기호로서 세상을 장악하려는 욕망이며, 또 다른 것은 산은 산이고 물은 물처럼 세상을 존재하는 그대로 다 긍정하면서 세상에 이익을 시여하려는 본성적 기호이다. 어디 산을 산처럼 물을 물처럼 안보는 사람이 도대체 있는가? 탐욕의 인간은 산과 물을 오직 돈으로서만 본다. 소유론적 욕망은 취득하려는 욕망이고, 존재론적 욕망은 주려는 욕망이다. 주려는 욕망만이 세상의 모든 것을 자기중심적 탐욕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긍정한다. 주려는 욕망은 마음이 흥분해서 격정적으로 요동치지 않으며, 고요의 마음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이것이 본성의 욕망이다. 미륵반가사유상은 세상의 더러움은 본디 세상의 것이 아니고, 세상을 보는 마음들이 소유욕과 자아의지로 비뚤어졌기에 생긴 것이라고 믿는다. 저 사유상은 자아의 선의지로 세상을 다스리겠다는 생각을 포기하고, 소유욕과 자아의지를 버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그 사유는 지옥 같은 현실을 뜯어고치겠다는 능위적 사고가 아니라, 내 안에 있는 본성이 이익의 꽃을 피워서 세상에 그 이익을 보시하게끔 본성의 사유가 나타나기를 안온하게 기다리는 모습을 띠고 있는 것 같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나이’의 사유는 데카르트 이래로 개발된 ‘내가 생각한다(cogito).’의 철학이다. 그러나 반가사유상의 사유는 ‘본성이 생각한다.’의 철학이겠다.‘본성이 생각한다.’는 말은 ‘본성에 의하여 생각되어진다.’라고 말해도 괜찮겠다. 자아라는 개념이 거의 사라진 사유다. 자아가 거의 사라진 상태에서 내가 부자가 되어도 탐욕스럽지 않고, 벼슬이 높아도 거만하지 않고, 학식이 많아도 잘난 체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존재론적 욕망은 나의 욕망이 아니고, 본성의 욕망이다. 인간의 마음에는 이런 본성의 욕망이 있다. 앞으로 한국의 미래 교육은 이 숨어 있는 본성이 사유하고 활동하도록 도와주는 데로 가야 하리라. 세상을 심판하는 ‘코기토(나는 생각한다)’는 세상을 구원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코기토’는 자아의 자존심과 그것을 정당화하려는 욕망을 결코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죽을 때에 내가 가져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이승에서 존재해온 삶의 방식만이 저승으로 넘어갈 것이다. 죽음은 삶과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는 기의 욕망이겠기 때문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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