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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대군인(장기복무 뒤 전역) 57% 갈 곳이 없다

    황모(32)씨는 8년간 육군 장교로 복무하다 지난 3월 대위로 제대했다. 사회인으로 할동하고 싶었지만 사회의 벽은 높기만 하다. 황씨는 “장교 출신을 우대한다는 건 옛말이다. 요즘은 우대는커녕 어디 한 곳 들어갈 만한 곳도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른을 넘긴 나이로는 기업의 신입사원 모집에서 서류통과조차 쉽지 않았다. 경력직에는 더더욱 내세울 게 없었다. 6년간 육군 부사관으로 복무하다 지난해 말 중사로 제대한 한모(30)씨는 “제대군인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의 폭이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한씨는 “제대한 선배들 중 취업자의 대부분은 보험사나 제품 영업직에 종사한다.”면서 “기업들은 영업을 위해 군 인맥을 활용하려고 하지만 이로 인해 인간관계가 틀어지는 등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국군의 날(1일)을 맞는 제대군인들의 마음은 어둡기만 하다. 불황에 청년실업이 높다고 하지만 이들의 그늘은 더 짙다. 지난해 10월 서울 신림동에서 중사로 제대한 20대 남성이 잇따른 취업 실패와 사회 적응의 어려움을 호소하다 자살한 사건이 단적인 사례다. 30일 국가보훈처가 지난 7월 한 달 동안 제대 또는 제대를 앞둔 중장기 복무 군인 134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7.3%가 ‘취업시 정보 부족’을, 36.9%는 ‘전문기술 부족’을 호소했다. 이같은 현상은 국가보훈처의 ‘전역자별 취업현황’에서도 잘 나타난다. 2006년 제대군인 5034명 가운데 2689명(53.4%)이 취업에 성공했다. 하지만 2008년에는 5414명 가운데 취업자가 2333명(43.1%)에 그치는 등 갈수록 취업난을 겪고 있다. 정부는 제대군인을 지원하기 위해 2004년 서울, 부산 등 5곳에 제대군인 지원센터를 열었지만 효과가 크지 않다. 이훈구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제대군인은 명령과 복종 중심의 군 문화에 익숙해 있다가 당장 사회로 내몰리게 되면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면서 “제대군인은 심리적 긴장 상태에서 취업 실패가 반복된다면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시국대회 공무원 11명 파면·해임

    공무원노동조합 시국선언 탄압규탄 대회를 주도한 공무원에 대해 파면·해임 등 중징계 결정이 내려졌다. 행정안전부 중앙징계위원회는 30일 ‘7·19 공무원노조 시국선언 탄압규탄대회’를 기획·주도하거나 적극 참여한 전 민주공무원노조 홍성호 수석부위원장, 이언구 본부장 등 2명을 파면 조치하고 9명을 해임하는 등 11명 전원을 중징계키로 의결했다. 시국선언으로 인해 공무원을 파면·해임키로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징계 대상 공무원들은 ‘시국대회 참여를 독려하고 시국선언을 지지한다.’는 내용을 신문에 전면광고 또는 릴레이광고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 민공노 간부들이다. 행안부는 공무원들의 이 같은 집단 행동이 공무원노조의 정상적 활동과 무관하고 정치적 의사를 집단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간주했다. 또 국가공무원법상의 성실·복종·품위유지 의무와 공무원노조법상의 정치활동 금지 등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밝혔다.김진수 행안부 복무담당관은 “정부의 거듭된 경고와 자제 권고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으로서 정부 정책에 반대하고 정치활동을 금지한 법을 위반했다.”며 중징계 배경을 설명했다.이에 대해 이충재 통합공무원노조 공동집행위원장(전 민공노 사무처장)은 “시국선언은 자유권이며 기본적 권리인데 징계 양정과 이유가 터무니없다.”면서 “통합공무원노조 차원에서 법적 소송을 통해 정면 대응할 것이며 향후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도 더욱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경주 토종개 ‘동경이’ 보금자리 생긴다

    경주 토종개 ‘동경이’ 보금자리 생긴다

    멸종위기의 경북 경주 토종개인 ‘동경이( 東京犬)’ 사육마을이 생긴다. 경주시와 ㈔경주개동경이보존협회는 21일 경주시 강동면 양동마을에서 동경이 사육마을 지정식과 함께 첫 분양식을 갖는다고 20일 밝혔다. 사업은 동경이를 경주의 상징동물로 육성하고, 관광상품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양동마을은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추진 중인 곳으로, 조선시대 양반마을이다. 이번에 처음으로 양동마을 10가구에 분양되는 동경이는 천연기념물 지정을 위한 혈통 고정작업 이후 출생한 3~4대의 우수 혈통을 가진 개체다. 동경이는 1669년 ‘동경잡기’라는 경주의 지리·역사서에 등장하는 등 우리나라 토종개 중 문헌 기록으로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개다. 동경이는 고려시대 경주를 동경으로 불렸던 데서 유래된다. 경주지역에서 많이 사육됐다. 꼬리가 없거나 5㎝ 미만으로 매우 짧은 신체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런 이유로 재수가 없다고 여겨져 많이 희생돼 멸종위기에 처했다. 성격이 온순하고 친화력이 뛰어난 한편 주인에게는 복종심이 강할 뿐만 아니라 사냥 능력이 매우 탁월한 토종개이다. 동경이는 현재 경주지역 35농가와 보존협회, 서라벌대학 등에서 200여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경주시 등은 동경이 보호를 위해 2005년 11월부터 천연기념물 지정에 나서 동경이의 혈통 고정과 개체 확보를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2011년까지 혈통 관리를 통해 400~500마리의 개체수를 확보해 천연기념물 지정을 신청한다는 것이다. 최석규 동경이보전연구소장은 “양동마을에 이어 앞으로 경주 최부자집 마을을 동경이 마을로 추가 지정하고, 천연기념물 지정 후에는 일반에도 분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주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한수원 본사 이전지 경주 장항리로 확정

    한수원 본사 이전지 경주 장항리로 확정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지가 경북 경주시 양북면 장항리와 경주 도심권 등 2곳을 놓고 장기간 논란끝에 장항리로 최종 결론났다. 경주 출신 정수성(무소속) 국회의원과 백상승 경주시장, 최병준 경주시의회 의장, 김종신 한수원 사장은 31일 경주시청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경주로 이전할 한수원 본사 위치를 최초 결정지인 장항리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그동안 양북·양남면과 감포읍 등 동경주 주민 대표들과 수 차례 만나 한수원의 도심 이전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이들 지역 주민들이 도심 이전을 강력히 반대했다.”면서 “이에 따라 지난 30일 밤 경주시장, 시의회 의장, 한수원 사장과 토의를 거쳐 당초 결정대로 본사를 장항리로 옮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지난 2006년 12월 장항리가 한수원 본사 이전지로 결정된 이후 2년 8개월간 펼쳐졌던 적정성 논란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도심이전 주장 주민·시민단체 반발 하지만 그동안 한수원 경주 도심 이전을 주장해 온 도심권 주민과 시민단체, 한수원 노조가 이번 결정에 반대하고 나서 상당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경주지역 87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경주 국책사업추진 협력범시민연합’ 조관제 상임 대표는 “일부 시민·사회단체와 주민들이 이번 결정에 거세게 반발해 아직 공식적 입장을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사옥준공까지는 3~4년 걸릴듯 한수원 노조도 지난 20일 보도자료를 내고 “한수원 본사 이전지가 당초 장항리로 결정된 것은 정치적 결정에 따른 것”이라며 “본사 위치가 경주 도심권으로 변경되지 않을 경우 방폐장 특별법 위헌 제청 및 불복종 운동, 방폐장 반납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반면 동경주 주민들은 “뒤늦게나마 장항리가 한수원 본사 이전 부지로 확정된 것을 환영한다.”면서 “한수원 본사 이전 사업이 일부 정치권 인사들의 개입 등으로 많이 지연된 만큼 신속히 공사를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수원 본사 이전지는 당초 장항리로 결정됐지만 부지가 협소해 관련 기업의 동반 이전이 어렵고 시내권과 멀어 시너지 효과가 반감된다는 이유로 도심권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됐다. 한편 경주는 2005년 방폐장을 유치하는 조건으로 한수원 이전과 함께 특별지원금 3000억원을 받았으며, 한수원은 현재 본사 경주 이전을 위한 장항리 일대 편입 토지·지장 물건의 보상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 본사 사옥 준공까지는 앞으로 3~4년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경주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충격적 사건들의 근원은 고대에 있다

    오늘날 일어나는 굵직한 사건들이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다.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대립에서 뿌리를 찾는 9·11테러를 비롯해 각국의 민주화 운동의 원인을 찾아가면 수천년 전의 고대사까지 거슬러 올라가기도 한다. 이중 오늘날까지 회자되는, 심지어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15건의 사건을 추려낸 책이 ‘현대사를 바꾼 고대사 15장면’(플루타르코스 외 지음, 로시터 존슨 엮음, 정명진 옮김, 부글 펴냄)이다. 미국의 편집자 로시터 존슨은 헤로도토스·타키투스·함무라비·가스통 마스페로·바르톨트 게오르크 니부어 등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역사학자나 정치가, 고고학자 등의 글을 엮고 글마다 ‘엮은이 서문’으로 간략한 설명을 보탰다. 프랑스의 이집트 전문 고고학자 마스페로는 문명의 동이 튼 고대 이집트의 역사를 소개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루타르코스는 아테네를 하나의 도시이자 왕국으로 만든 테세우스를 이야기한다. 그리스 아테네를 건설한 사람을 보통 이집트 출신의 사이스로 지목하지만, 아테네의 진정한 창설자는 테세우스였다. 프랑스 사회심리학자 귀스타브 르 봉은 인도의 카스트 제도를 조망한다. 계층제도는 다른 나라에도 존재하지만 힌두인들에게 카스트 제도는 단순히 계층 구분의 의미를 넘어선다. 유일한 사회적 끈이며 국적 구분보다도 더 뿌리가 깊다. 영국의 지배를 받던 당시 2억 5000만명에 이르는 인도인이 6000여명의 이방인(영국)에게 불평 한마디 없이 복종했던 현상도 카스트 제도로 이해된다. 이 밖에 영국 역사학자 헨리 하트 밀먼은 예루살렘 신전을 건설한 솔로몬을, 영국 신학자 프레드릭 윌리엄 파라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사건을 소개한다. 고대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에게서 문명의 중심이 서구로 옮겨가게 된 계기를 제공한 페르시아의 그리스 침공을, 소설가 에드워드 불워 리튼에게서는 화산재에 뒤덮인 폼페이 이야기를 듣는다. 지금까지 존재하는 유물 중 가장 중요한 랜드마크의 하나로 통하는 ‘함무라비 법전’은 조항을 통으로 옮겼다. 기원전부터 바빌로니아 제국의 몰락까지 인간의 삶을 세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획기적이거나 충격적이었던 고대 사건을 알고 싶다면, 그 정수가 여기 망라돼 있다. 1만 3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현대인의 일’ 그 의미 되짚어보기

    ‘현대인의 일’ 그 의미 되짚어보기

    “아, 일이 많아서 미치겠어.”라거나 “너무 일하기 싫어. 이 따위 회사 확 때려 치울까.” 많은 직장인들이 하루에도 열두번씩은 떠올리는 말이다. “요즘 같은 때에 할 일이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지.”라는 말로 이 모든 불만을 잠재우기는 하지만, 불평은 늘 반복된다. 또 “과연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라는 질문을 던져 보지만, ‘생존’이라고 답하자니 비참하고 ‘보람’이라고 하자니 추상적일 뿐이다. ●독특한 상상력-생생한 현장 맞물려 스위스 태생의 소설가이자 수필가인 알랭 드 보통은 최신작 ‘일의 기쁨과 슬픔’(정영목 옮김, 이레 펴냄)에서 이런 질문의 답을 에둘러 말한다. 저자는 한국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현대의 일하는 세계의 아름다움, 권태, 기쁨, 그리고 가끔씩 느껴지는 공포에 눈을 뜨게 해 주는 책을 쓰고 싶었다. 특히 일이 우리에게 삶의 의미를 줄 수 있다는, 그 엄청난 주장을 한번 파헤쳐 보려 했다.”고 전한다. ‘불안’, ‘여행의 기술’, ‘행복의 건축’ 등 일상과 인생을 새롭게 발견하는 글로 ‘일상성의 발명가’로 불리는 저자는 현대인들의 ‘일’에 시선을 꽂고 그 곳에 담긴 감정을 찾아 나선다. 상상력과 철학에 기대는 대신 직접 일터에서 느끼는 사람다운 감정과 소박한 현실을 보기 위해 물류단지, 비스킷 공장, 직업상담소, 화가의 집, 위성발사 현장, 에어쇼 등을 헤맨다. “200년 전 우리 선조들은 자신이 먹는 음식이나 소유하는 한정된 수의 물건 하나하나의 정확한 역사와 유래, 나아가서 그 생산에 관여한 사람이나 연장까지 알았을 것이다. …구매가능한 물품의 범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과 반비례로… 물건들의 제조와 유통 과정이 어떠한지는 전혀 상상할 수 없다. 이런 상상의 빈곤과 실제적인 풍요에서 핵심적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물류라고 알려진 사업분야다.” 이런 전제로 저자는 영국 중부의 한 물류 창고부터 들렀다. 가장 큰 창고인 슈퍼마켓 체인 창고를 두고 저자는, “공중에 높이 떠 있는 컨베이어 벨트에서 국민의 식사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건물을 둘러싸고 경주를 벌인다. 거대한 식량 창고는 인간이 수천년의 노력 끝에 마침내 다음 끼니를 어디서 찾아 먹을까 안달하는 일로부터 벗어난 유일한 동물이 되었음을 보여 준다.”고 묘사한다. 그 시간에 인간은 미적분을 익히거나, 더 빠른 속도로 작업하는 기계를 만들 연구를 하고, 인간 관계의 진정성을 걱정할 수 있는 시간 여유를 얻게 됐다. 어느 때보다도 편해지고 법을 잘 지키며 고분고분하게 사는 듯하지만 새로운 형태의 감금과 복종 밑에서는 소리 없이 분노가 쌓여 간다. ●비스킷 공장서도 ‘엄숙함’ 느껴 간식거리를 만드는 비스킷 공장에서 5000명이 6개 작업장에 나뉘어 일에 매달린다. 이 일이 존재의 짐을 덜어 주는 숭고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거의 없다. 그러나 저자는 공장을 오랜 시간 지켜보며 ‘공항 관제탑에서나 느낄 수 있을 법한 엄숙한 분위기’와 ‘병원을 운영하는 데 필요하다고 해도 좋을 만큼의 헌신과 자기 규율’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사소한 것을 팔아 부(富)를 늘리면서 유지, 발전하는 현대 문명의 본질도 되새긴다. 최첨단 위성 발사의 현장인 프랑스령 기아나에서는 현대 과학문명의 아이러니와 마주한다. 위성과 발사대는 인간의 놀라운 재능과 오만이 결집된 현실적인 업적인 동시에 일차적으로는 믿음 체계의 혁명적 변화의 산물이다. 유럽의 정신이 그 전의 길고 어두웠던 마법의 시대로부터 점차 벗어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일은 특별한 감정·품위 안겨주는 존재 저자의 여정은 생존을 위해서든, 개인의 보람을 위해서든 ‘일’ 자체는 사람들에게 온 정신을 쏟도록 하며, 특별한 감정과 품위를 안겨 주는 존재라는 점으로 귀결된다. 우리는 일에서 행복해하고 고통받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자아 내거나 고통을 줄여 주는 것을 느끼며 일의 의미를 알게 된다. 저자는 10월 말 어느 흐린 일요일에 런던 가장자리의 한 부두에 서서 거대한 화물선을 지켜 보는 남자들을 보고 영감을 얻어 책을 쓰게 됐다고 한다. 배의 크기에 놀라 환호하고, 배의 프로펠러를 보려고 몸을 낮추기도 하는 모습은 작가의 호기심과 탐구심을 끄집어 냈다. “일터의 지성과 특수성, 아름다움과 두려움을 노래해 보고 싶었다.”는 저자는 “부두에서 신전에 이르기까지, 의회에서 회계사무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보여 주는 18세기의 도시 풍경화와 비슷한 기능을 하기 바란다.”고 말한다. ‘일의 의미’를 찾는다는 것은 대부분 거창하고 추상적이며 때로는 지루할 수 있지만, 책 속에 녹아든 이 여정은 소설가의 독특한 상상력과 생생한 현장이 맞물려 재미를 더한다. 1만 5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팔 ‘파타’ 20년만에 全大… 세규합 나선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이끄는 ‘파타’가 20년만에 요르단강 서안 지구 베들레헴에서 3일간의 전당대회를 개최, 세력 회복을 도모하고 있다. 일부 지도층의 부패와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 실패 등으로 급속히 세력이 약화된 파타는 2006년 총선에서 강경파인 경쟁세력 하마스에 패배한 뒤에 2007년에는 가자지구를 빼앗기고 서안지구만 통치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끝나는 전당대회에서 당원 2000명은 새로운 강령을 채택하고 의사결정기구인 중앙위원회와 혁명위원회 위원들을 뽑는다. 파타의 청·장년층이 의사결정기구에 새로운 피를 수혈할 수 있도록 전당대회 개최를 끊임없이 요구해 왔기 때문에 위원들의 면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새 강령에는 이스라엘의 불법 점령에 대한 저항 외에도 이스라엘과 평화협상을 추구하는 것이 주요 정책으로 채택될 예정이다. 20년 전인 1989년 튀니지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무장투쟁만 언급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저항에 대해서도 다양한 형태가 가능하지만 반드시 매주 집회, 행진 등 불복종 운동을 먼저 시도해야 한다고 명시된다.서방의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같은 연유에서다. 파타의 세력이 급속히 약화되긴 했지만 이스라엘과 평화협상을 이끌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이번 전당대회를 계기로 파타가 잃어버린 팔레스타인의 민심을 회복할 수 있다면 이달 중 카이로에서 열릴 파타와 하마스의 협상에서 파타가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하지만 파타의 우위를 원하지 않는 하마스는 가자지구에 거주하는 파타 당원 400명이 가자지구를 떠나는 것을 불허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베들레헴에서 전당대회가 열렸다는 것 자체로도 파타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전당대회 참석자들은 이번 전당대회가 파타의 회생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 여기고 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파타는 1965년 고(故) 야세르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에 의해 결성됐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시국대회 참가 공무원 105명 중징계

    지난달 야당과 시민단체가 주최한 범국민대회에 참가해 시국대회를 연 공무원 100여명이 무더기로 파면·해임 등 중징계 처분을 받게 됐다. 정부가 공무원의 집단행동에 대해 대규모 중징계 결정을 내린 것은 2004년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파업 이후 처음 있는 일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행정안전부는 4일 지난달 서울역 광장 시국대회와 ‘시국선언 탄압 규탄대회(2차 범국민대회)’에 참석한 공무원 16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고발 대상자 15명을 포함한 105명을 소속 기관에 중징계토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5년 전 전공노 파업 때는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었으나 이번에는 단순 참가자까지 처벌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정부 노사 간 갈등이 극심해질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법리검토와 고발된 공무원을 소환 조사한 뒤 사법 처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고발 대상자에는 전국민주공무원노조(민공노)의 정헌재 위원장 등 핵심간부 5명과 법원노조의 오병욱 위원장이 포함됐다. 중징계 대상자들은 해당 기관의 징계위원회를 거쳐 파면, 해임, 강등, 정직 등의 처분을 받게 될 예정이다. 행안부는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의 집단행위 금지 규정과 성실의 의무, 복종의 의무, 품위 유지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핵심간부 5명이 고발된 민공노 측은 “공무원 개개인이 휴일에 합법적인 집회에 참석한 것을 집단행위라고 징계하는 것은 징계권 남용”이라면서 “공무원 시국선언을 다시 열고 기관과 법정에 정부 조치의 부당성과 시국대회의 당위성을 알리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강주리 장형우기자 jurik@seoul.co.kr
  • [사회플러스] 전교조 교사 징계위 불출석

    일제고사를 거부해 징계위원회 출석을 통보받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 10명 전원이 29일 열린 징계위원회 출석을 거부했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이날 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징계는 (정부의) 일괄 지침에 의한 것으로 보복성 징계”라며 징계 철회를 요구했다. 시교육청은 지난 3월 치러진 학력평가 당시 ‘불복종 선언’을 한 교사 122명을 경고처분하고, 사안이 중하다고 판단되는 교사 10명의 징계를 추진해 왔다. 시교육청은 다음달 초 2차 징계위원회를 열 예정이지만 출석을 거부하면 직권으로 징계를 결정할 방침이다.
  • [책꽂이]

    ●혁명과 우상(김경재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박사월이란 가명으로 김경재 전 국회의원이 썼던 김형욱 회고록을 재간행했다. 원래 4권이던 것을 ‘박정희 시대의 마지막 20일’을 추가해 5권으로 늘렸다. 각권 1만 2000원. ●미술의 불복종(김정락 지음, 서해문집 펴냄) 서양의 명화들이 아름다운 자연이나 풍광, 인간들을 그렸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림 이면에는 권력에 대한 저항, 주류 철학에 대한 반항, 통속에 대한 거부 등이 코드로 숨어 있다. 철학박사가 된 미술학도가 예술로 표현된 세상의 갈등을 보여준다. 1만 2900원. ●너는 꽃이 되어라 나는 흙이 되리라(박종록 지음, 굿북 펴냄) 신정아 · 황우석씨의 변호를 맡았던 저자의 자서전. 신정아씨나 황우석씨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의뢰인’이란 이름으로 그들의 상황을 표현하고 있다. 언론이 선정적인 시선으로 사건을 한쪽으로 몰아가는 데 대한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1만 2000원. ●손녀딸의 부엌에서 글쓰기(차유진 지음, 모요사 펴냄) 전문 요리사이자 푸드 칼럼니스트인 저자가 동서양 고전은 물론 다양한 현대 작품 속에서 사건 전개나 주인공의 삶에 중요한 모티브가 된 갖가지 음식들을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이야기와 함께 버무려 맛있게 이야기한다. 1만 4500원. ●러시아역사 다이제스트100(이무열 지음, 가람기획 펴냄) 20세기 초 사회주의 혁명으로 세상을 나눴고, 혁명으로 이룬 장벽을 무너뜨리며 세상을 다시 봉합한 러시아 격변의 역사 가운데 핵심적인 사건 100가지를 골라 알기 쉽게 간추렸다. 1만 5000원. ●중국을 낳은 뽕나무(강판권 지음, 글항아리 펴냄) ‘차이나’의 유래를 뽕나무에서 찾는 강판권 계명대 사학과 교수는 중국 문명을 보는 새로운 시각으로 ‘비단’에 집중한다. 비단은 단순히 의복 소재가 아니라 중국의 이미지이자 동서무역의 기폭제, 문화의 중심이었다. 1만 9800원. ●지방의 역습(이케다 히로무 지음, 반광식 옮김, 강형기 감수, 한국행정DB센타 펴냄) 일본이 작은 도시 니가타가 경제 효과 1억엔을 일궈낸 기적의 원동력은? 니가타를 통해 도시와 지방간 지역격차를 없애는 방법과 사회와 정부, 개인과 사업가 등의 태도를 폭넓게 짚으며 한국 사회에도 메시지를 전달한다. 9800원. ●마지막 일기(헨리 나웬 지음, 성찬성 옮김, 바오로딸 펴냄) 심리학자이자 대표적 영성가인 헨리 나웬 신부가 선종 전 1년간 가족과 친구들을 방문하며 쓴 일기. 나웬 신부는 자기 성찰을 통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곁에 있는 것이며, 다양한 사람들 속에서 친밀함과 애정에 대한 갈망을 채울 수 있다고 말한다. 1만 2000원.
  • [사설] 시국선언 전교조 민주노총 바로 보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어제 표현의 자유 보장과 시국선언 교사에 대한 징계 철회, 경쟁만능 교육정책 중단 등을 촉구하는 2차 시국선언을 감행했다. 1차 때보다 1만여명이나 많은 2만 8000여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교사들의 시국선언 참여는 국가공무원법상 집단행위 금지 및 성실·복종의무 등을 위반한 것으로, 1차 선언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교사가 2차 선언에도 참여한 경우에는 가중처벌한다는 방침이다. 또 시국선언 징계교원 수를 학교별로 공개하기로 했다. 교과부는 지난달 1차 시국선언 참여 교사 1만 7000여명 가운데 주동자급 88명을 중징계한 바 있다. 시국선언 교사들은 “민주주의를 제대로 가르치고 싶다.”고 말한다. 다양한 이해를 조정하고 보편적인 가치를 실현해 나가는 것이 민주주의임을 감안하면 자신의 ‘정치적’ 주장만 내세우는 것은 이미 민주주의가 아니다. 전교조는 엊그제 KT노조 탈퇴로 정점에 이른 ‘민주노총 엑소더스’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KT노조의 선택에서 보듯 정치색을 띤 투쟁일변도 노동 운동에 따뜻한 눈길을 줄 국민은 없다. 전교조는 이제 대립과 갈등을 조장하는 ‘시국선언 강박증’에서 벗어나 진정한 참교육 운동에 나서야 한다. 교사가 길거리에서 구호를 외치고 교단 전체가 지명수배받다시피 하는 현실은 교육적이라고 하기 어렵다. 교육당국의 대처 또한 교사들이 국가로부터 각종 지원과 보장을 받는 특수한 신분이라는 점에서 이해는 되지만 교육적인 해결방안과는 거리가 있는 만큼 재고할 필요가 있다.
  • 전교조 2만8000여명 2차 시국선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19일 정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2차 시국선언을 강행했다. 시국선언에 참가한 교사는 모두 2만 8635명이다. 지난달 18일 있었던 1차 시국선언(1만 7000여명) 때보다 1만여명이나 많다. 하지만 교육과학기술부는 교사들의 시국선언 참여가 국가공무원법상 집단행위의 금지 및 성실·복종의 의무, 교원노조법의 정치활동 금지 규정 등을 위반한 것이라며 경고한 터라 대량 징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교조는 이날 서울광장에서 ‘민주주의 수호 교사 선언’이라는 이름으로 된 시국선언문 발표를 통해 ▲헌법상 표현의 자유 보장과 시국선언 교사의 징계 철회 ▲특권층 위주의 교육정책 중단과 사교육비 경감, 양극화 해소 정책 추진 ▲자사고 설립 등 경쟁 정책의 중단 및 학교운영 민주화 보장 등을 촉구했다. 전교조는 선언문에서 “교사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민주와 인권을 가르치라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시국선언 교사 대량 징계는 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파괴하는 공권력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전교조측은 1차 선언 때와 달리 상당수 비조합원 교사들이 서명에 동참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이에 대해 교과부는 “1차 시국선언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교사가 2차 시국선언에 다시 참여했을 경우 가중처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두 차례 시국선언으로 징계받은 교사 숫자를 전국 학교별로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앞서 교과부는 지난달 18일 1차 시국선언을 주도한 전교조 간부 등 교사 88명을 중징계하고 검찰에 고발했다.박현갑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열린세상] 개헌과 권력의 분산/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개헌과 권력의 분산/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바야흐로 개헌논의가 불붙을 전망이다. 혹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가 무한 책임을 지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병폐와 연관되어 있다고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이 권력을 분산시키는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는 근거로 풀이되는 중이다. 그래서 분권형 대통령제 또는 이원집정제를 대안으로 꼽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국방과 외교는 대통령이 책임지고, 내치는 총리가 맡는 이른바 프랑스식 이원집정제가 주목을 끌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프랑스의 이원집정제는 본질적으로 권력의 분산이라는 정신과 부합하지 않는다. 프랑스 대통령은 매우 강력하게 집중된 권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이원집정제는 제2차 세계대전 뒤 드골 대통령이 강력한 권한을 보유할 수 있게 만든 제도이다. 프랑스의 대통령은 비상대권을 행사할 수 있고 의회를 해산할 수 있다. 게다가 프랑스의 이원집정제는 과거 박정희 대통령 시절 유신헌법의 모델이 아닌가. 프랑스의 이원집정제는 기대와 달리 안정적이지도 않다. 프랑스의 이원집정제 아래에서는 좌파 대통령과 우파 총리 또는 우파 대통령과 좌파 총리가 공존하는 동거정부가 세 번이나 발생했다. 헌법 조문 몇 가지로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을 모든 방면에서 명확하게 규정하기는 어렵다. 대통령과 총리는 서로 자신의 권한을 크게 해석하고 확대하기 때문에 동거정부는 항상 불안정했다. 역설적이게도 한국의 이원집정제론자들은 이러한 동거정부 형태가 가장 권력이 분산된 대안으로 여기는 듯하다. 동거정부가 아닌 때는 현재의 사르코지 대통령이 잘 보여주듯이 강력한 대통령제로 작동하는 것이 프랑스식 이원집정제이다. 유럽에서 이원집정제가 출현한 것은 바이마르 공화국 시절이다. 의회가 자주 해산되고 정부가 너무 자주 바뀌었다. 국민이 대통령을 직접 선출하여 좀 더 지속성 있고 책임성 있는 정치를 보장하고자 했다. 영국과 같이 군주가 살아남은 유럽 국가들은 왕이 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의원내각제를 유지했다. 이에 비하여 왕이 없는 유럽 국가들은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의 모델을 본떠 대통령을 직접 선출하는 이원집정제를 채택했다. 한국이 이원집정제 또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도입하는 것은 사람이나 자리를 통하여 권력을 나누는 시도이다. 성공할 수 있을까? 한국의 대통령들은 현행 헌법이 규정하듯이 대통령을 보좌하고 대통령의 명에 따라 행정에 관하여 내각을 통할하도록 보장한 총리의 권한을 인정하지 않았다. 사실 따지고 보면 애초부터 한국의 정부형태는 이원집정제에 매우 가깝다. 이를 제대로 실천하지도 않은 채 다시 이원집정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은 큰 모순이다. 대신 한국에서 진정한 권력의 분산은 입법부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다. 입법부가 명실상부하게 대통령의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며 독립적으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지름길이다. 이를 위해서는 개헌을 통하여 행정부가 더 이상 법안 발의를 못 하도록 해야 한다. 과거 행정부가 우수한 공무원들을 통해 좋은 법안을 양산해 왔다. 이에 따라 입법부는 오랫동안 통법부 역할에 그쳤다. 시대가 변했는데 여전히 대통령이 법안을 추진하고 의원들은 대통령에 복종한다. 입법부는 여전히 통법부이고 대통령은 무한 권력을 행사한다. 미국의 대통령제는 삼권의 분립 및 견제와 균형이 철저하다. 의회가 입법권을 보유하고 의원만이 법안을 발의할 수 있다. 대통령의 권한이 그만큼 약하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관련법안들을 통과시키기 위하여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 상하의원들과 수시로 전화하고 만나며 대화와 타협을 시도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개헌으로 국회의원만이 법안을 발의할 수 있게 만든다면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줄이는 제도와 장치를 마련하는 셈이다. 사람이나 자리가 아닌 행정부와 입법부라는 제도와 기관으로, 권력을 제대로 나누게 될 것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열린세상] 녹색성장이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서는/황기돈 한국고용정보원 선임연구위원

    [열린세상] 녹색성장이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서는/황기돈 한국고용정보원 선임연구위원

    사춘기 아들에게 큰 고민거리가 생겼나 보다. “우리는 만족하면서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지요?”라는 질문을 던진다. 긍정적인 답을 기대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럼, 당연히 그렇지!” 거리낌 없이 대답했지만, 금방 깊은 고민에 빠져 든다. 과연 그런가? 아들이 성인이 될 때쯤이면 가능할까? 지금 이대로 가면 불가능해 보인다. 만족, 행복, 삶, 권리. 삶의 질을 구성하는 핵심 개념들이다. 모든 것을 경제성장이 해결해 줄 것이라 배웠고 그렇게 믿으며 살아온 지도 오래된 일이다. 그런데 이번 경제위기를 겪으며 지난 반세기를 지배해 오던 도그마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신뢰를 회수하고 있다. 경제성장 패러다임과 GDP라는 기준에 복종한 결과 경제가 성장한 만큼 모두가 잘살지는 못하고, 국제경제의 동시적 불안정성이 날로 심해지며, 전쟁과 환경 파괴도 인류의 삶 자체를 위태롭게 하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비판이다. 대안 찾기에 많은 사람들이 나서고 있다. 미국 사람들의 바람도 기존 도그마에 대한 실망과 희망 찾기라는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터다. 한국도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국정과제로 채택된 녹색성장론이 그 중 하나다. 상호 모순으로 보이던 녹색과 성장이라는 두 개념을 합성한 녹색성장론이 명실상부하게 환경 개선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논의와 준비된 실천이 필요하다. 논의와 실천이 필요한 만큼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녹색성장의 경제적 이득과 위기 극복책으로서의 의미 설파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성장 패턴을 친환경적인 것으로 바꾸는 데 필수적인 변화, 즉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살기와 경제활동하기, 그로 인한 불편함 감수 등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찾아보기 어렵다. 언론과 정당들도 여론 형성이나 실행방안 마련에 적극적이지 않다. 특히 정당의 입장에서는 경제위기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계기로 만들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국민의 지지율 상승을 기대하는 것이 가장 정치적인 행위라는 것이 분명함에도 말이다. 한국과는 달리 외국에서는 오래전에 대안을 찾아 실천해온 사례가 있다. 예를 들면 1972년 로마클럽이 제출한 ‘성장의 한계’라는 보고서에 대해 대부분의 경제학자, 정치인들이 무시하거나 적대시했다. 이와는 달리 독일의 금속노조는 ‘삶의 질’이라는 주제로 전국대회를 열어 좋은 삶이란 무엇이고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하고 실행 전략을 수립해 조직적으로 실천하는 데 이르렀다. 이런 노력은 후에 체르노빌 사건, 녹색당 도약과 맞물려 독일의 모든 정당이 어떤 형태로든 환경 개선과 삶의 질 향상을 정책 목표로 삼을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독일이 최근 경제대국인 동시에 환경대국으로 우뚝 설 수 있는 기반을 노조가 주도해 만들어낸 것이다. 물론 지금의 시스템 내에서도 보다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소비를 통해 만족감을 얻고,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한 생태계 파괴와 기후변화는 현재와 미래의 인류 공동체가 삶을 담보로 갚아 나가야 할 부채다. 따라서 지금보다 더 자연에 대해 지속가능하게 대하고, 돈과 경제적 합리성만을 기준으로 하는 사회적 우선순위를 바꾸고, 이로 인한 단기적 불편함을 흔쾌히 감수하는 등 사고와 행위의 전면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삶의 질을 전면에 내세우는 패러다임의 전환은 일부 개인이나 조직이 감당할 만한 주제가 아니다. 학교와 가정, 근로현장은 물론 사회 전반에서 학생, 학부모, 노사, 언론 그리고 정치가 사회의 핵심 문제로 다루고 누구든 먼저 조직적 실천에 나서야 할 더 미룰 수 없는 주제다. 특히 녹색성장을 국가적 과제로 삼은 한국에서는 국가의 지도력 문제와 직결된다. 우리와 다음 세대가 만족하면서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 권리를 정치적, 경제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국가의 존재 의미이기 때문이다. 황기돈 한국고용정보원 선임연구위원
  • 돈에 예속되는 자유 그 안에서 병들어가는 현대인

    돈에 예속되는 자유 그 안에서 병들어가는 현대인

    전래동화 ‘선녀와 나무꾼’은 누구 편에서 읽느냐에 따라 이야기 서사구조가 완전히 달라진다. 이야기의 얼개는 착한 노총각 나무꾼이 어느날 사냥꾼에 쫓기던 사슴 한 마리를 구해주고, 그 대가로 예쁜 선녀가 목욕하고 있는 옥녀탕에 대한 따끈따끈한 정보를 받는다. 사슴은 그 중 한 선녀의 날개옷을 숨기면 선녀가 하늘로 올라갈 수 없으니 나무꾼과 결혼할 것이라고 말한다. 사슴은 또한 둘 사이에 아이가 셋이 될 때까지는 나무꾼이 파놓은 함정에 대해 고백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나무꾼은 아이 둘을 낳고 나자 마음이 풀어졌는지, 또는 양심의 가책을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웠는지 과거를 고백한다. 다음날 아침 개운한 마음에 일어난 나무꾼은 날개옷을 입고 아이 둘을 데리고 하늘로 올라가는 아내를 발견하고 목을 놓아 운다. ●소비욕구=자기파멸적인 욕망의 충족 이 전래동화의 교훈으로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는다든지,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를 손꼽는다면 나무꾼의 입장에서 서사구조를 지켜본 것이다. 선녀 입장으로 돌아가면 그 결혼은 원천 무효다. 양쪽이 자유의지를 가진 대등한 관계에서 결정된 결혼이 아니라 선녀의 날개옷을 나무꾼이 불법점유하고, 거짓과 속임수로 완성된 결혼이기 때문이다. 특히 선녀의 날개옷은 평범한 의상이 아니다. 날개옷이 타인이 침해할 수 없고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는 선녀의 자유의지를 표상하는 것이라면, 자유를 되찾은 선녀는 나무꾼과 같이 살 이유가 없다. 나무꾼과 사슴의 관계도 되돌아봐야 한다. 나무꾼이 진정 착한 나무꾼이었다면, 착한 일을 한 뒤 사슴이 제공하는 은밀한 정보를 듣고, 불같이 화를 냈어야 한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한 착한 일에 대해 왜 너는 불법적인 일을 하라고 제안하느냐.”고 말이다. 사실 이같은 은밀한 거래는 뇌물과 같은 것이라, 슬쩍슬쩍 넘어가 이익을 취하다 보면 부패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선녀와 나무꾼’을 통해 ‘상처받지 않을 권리’(프로네시스 펴냄)의 저자 강신주씨는 ‘산업자본주의 사회를 사는 현대인이 처하고 있는 상황이 날개옷을 잃어버린 선녀와 비슷하지 않느냐.’라고 반문하고 있다. 저자는 현대인들이 날개옷(자유)를 잃어버리고, 자신이 자유를 잃어버린 줄도 모르고 세속적인 삶에 젖어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저자는 자본주의 하에서 자유란 진정한 자유가 아니라고 말한다. 노동을 팔 수 있는 자유와 노동을 해서 번 돈으로 소비할 수 있는 자유, 소비로 탕진해 다시 노동을 팔아야 하는 자유로, 돈에 예속되고 복종하는 자유라는 것이다. 이는 자본주의 체제의 생존 비결로,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자신의 노동을 팔게 하기 위해 화려한 도시의 윈도와 불빛, 멋진 점원 등을 활용해 돈을 쓰도록 유혹하고 욕망하게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저자는 자본주의 안에서의 소비욕구는 자기파멸적인 욕망의 충족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암세포처럼 번식하는 욕망은 우리의 소비 욕망이 치열해질수록 자본의 힘을 강화시킬 것이고, 그 안에 사는 우리의 삶은 점차 병들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물신주의에 푹 빠진 인류는 내세의 행복을 이야기하는 신(神)을 현세의 행복을 약속하는 돈으로 대체하고, 교회를 은행으로 바꾸고, 간절한 기도 대신 저축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자유를 꿈꾸면서 자본에 묶인 현대인들은, 또한 산업자본주의가 낳은 대도시에 살면서 다른 한편으로 지독한 고독과 권태를 경험한다. 인격과 인격을 교환하는 방식이 아니라, 돈과 물건을 교환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유란 비인격적·비개성적으로 존재한다. 따라서 어쩌다 들른 편의점의 늙수그레한 점원이 젊고 버릇없는 고객에게 단 한마디라도 조언이나 충고를 한다는 것은 가당치 않은 일이다. 이는 독립성과 자율성을 가진 젊은 고객을 충고하는 점원을 피해 다른 가게로 옮겨가게 할 뿐이다. 이런 대도시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누리기 위해서 사람들은 상호무관심과 속내 감추기를 지속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조건이 우글거리는 군중 속에서 쓸쓸함과 권태를 느끼게 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현대인들이 가정에서 답답함을 느끼는 이유도 간명하다. 대도시의 익명성에 익숙한 개인들이 가정이라는 간섭과 충고가 가능한 세계로 진입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삶에 대한 철학적 분석·진단 선녀와 나무꾼과 같이 익숙한 동화를 통해 자유의 문제를 돌아보는 저자는 익숙한 것과의 결별, 거리두기를 통해 현대인들의 좌표를 확인해보고자 했다. 우리 내면을 탐색하고 성찰함으로써 현재 자본주의적인 삶에 대한 답을 찾아보려고 하는 것이다. 성찰의 방식은 19세기 프랑스 파리의 모던보이인 시인 보들레르, 20세기 경성의 모던보이인 소설가 이상의 감수성을 철학자 벤야민과 지멜을 통해 분석했다. 인간의 허영과 욕망을 노래한 시인 유하와 투르니에의 사유를 철학자 부르디외와 보들리야르를 통해 진단했다. 보들리야르의 “우리가 소비하는 것은 실제의 물건이 아니라 ‘기호소비’”라는 진단은 유효하다. 저자는 노동자가 소비자로 환치되는 사회가 아니라, 노동자가 자본가로도 환치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고 한다. LETS(Local Exchange Trading System:지역교환거래제도)의 도입 등을 짧게 다뤘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2009 ‘우수 저작 및 출판 지원 사업’ 교양부문 선정작이다. 1만 70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공연리뷰]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

    완벽한 절망으로 닫힐 듯하던 무대는 마지막 순간 실낱 같은 희망의 틈새를 열어 두었다. 성적을 비관해 자살한 모리츠, 낙태수술을 받다 숨진 벤들라의 무덤 앞에서 이 모든 비극의 원인 제공자인 멜키어는 끝내 죽음의 유혹을 떨치고 일어선다. 자신들을 절벽끝으로 몰아붙인 기성 사회와는 다른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노라 다짐하면서. 10대 청소년들의 욕망과 절망을 이토록 과감하고 격정적으로 드러낸 무대가 또 있을까.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누구나 경험했고, 익히 알고 있지만 감히 입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것들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임신과 낙태, 자살, 동성애 등 감추고 싶고, 부정하고 싶은 것일수록 더욱 환한 조명아래 노출시키는 대범함은 이 작품이 왜 도발적이고, 파격적인 뮤지컬로 불리는지를 입증한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명확한 이분법적 대립구조를 바탕으로 한다. 권위와 억압으로 무조건적인 복종을 강요하는 기성 세대와 사춘기의 충동과 열정에 사로잡힌 청소년들. ‘어른도 아이도 아닌 몸’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성에 대한 호기심은 어른들의 무지와 무관심에 의해 왜곡되고,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의 몫으로 남겨진다. 성애 묘사와 노출신은 예상만큼 충격적이진 않다. 단순히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한 장면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령 줄에 매달린 이동 무대에서 불안하게 이뤄지는 벤들라와 멜키어의 성애 장면은 줄타기하듯 위태로운 그들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오히려 교복 품안에서 마이크를 꺼내 세상을 향해 절규하듯 노래를 부르고, 있는 힘껏 발을 구르며 내면의 분노를 날 것 그대로 보여 주는 장면이 기성세대에겐 더 심리적인 충격일 수 있다. 김무열(멜키어)과 조정석(모리츠), 김유영(벤들라) 등 주연 배우들에게선 잠재적 기량이 엿보였지만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하려면 좀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2010년1월10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02)744-4337.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문화재 지킴이 훈련견 충남 9월 첫 현장투입

    국보1호 숭례문 전소를 계기로 충남도가 국내 처음 도입한 ‘목조문화재 지킴이 훈련견(犬)’이 오는 9월 현장에 투입된다. 도는 1일 도내 16개 시·군에 공문을 보내 문화재 지킴이 훈련견 신청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도는 신청 지역의 전통사찰과 향교 등 목조문화재의 가치 등을 따져 10곳을 선정한 뒤 9월부터 훈련견 1마리씩을 배치, 화재와 절도 예방활동에 나서게 할 계획이다.도는 생후 1년 미만의 진돗개 5마리와 셰퍼드 5마리 등 10마리를 구입, 지난 3월부터 인명구조협회 충남지부에 맡겨 훈련을 시키고 있다. 화재 및 절도 감지, 주인에 대한 복종으로 이뤄진 이 훈련은 다음달 말 끝난다. 개는 후각이 매우 발달해 외부인 침입이나 인화성 물질, 화재 초기 감지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산절감 효과도 좋다. 마리당 구입비 100만원과 훈련비를 합쳐 300만원 수준이다. 충남의 310개 국가·도 지정 문화재에 모두 훈련견을 배치해도 9억 3000만원밖에 들지 않는다.사람을 쓸 경우 연간 90억원 이상이 드는 것으로 도는 분석했다. 현재 2인 1조의 인력이 배치된 충남 11개 국가지정 목조문화재 관리비는 연간 3억 2000만원이 들어간다. 개는 평균 수명이 18년으로 최소 10년 이상 활용할 수 있다. 문봉식 충남도 문화재담당은 “훈련견은 주로 인적이 드문 야간에 활동할 것”이라면서 “효과가 좋으면 크게 확대하겠다.”고 말했다.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시국선언 전교조 88명 해임·정직

    시국선언 전교조 88명 해임·정직

    교육과학기술부가 26일 시국선언에 참여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교사 1만 6171명 대부분을 징계해 달라고 시·도교육청에 요청했다. 이와 별도로 정진후 위원장 등 88명은 검찰에 고발했다. 1999년 전교조 합법화 이후 최대 규모의 징계다. 전교조는 이에 반발해 40만 교원이 참여하는 2차 시국선언을 하고 안병만 교과부장관과 시·도교육감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이날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시·도 부교육감 회의를 긴급 소집해 이같은 고발 및 징계 방침을 밝혔다. 전교조는 지난 18일 서울 대한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쇄신, 언론·집회, 양심의 자유 보장 등을 내용으로 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교과부는 시국선언문에 이름을 올린 교사 가운데 선언을 주동하거나 적극 가담한 88명을 고발하기로 하고 정진후 위원장과 시·도지부장 등 41명은 서울중앙지검에 직접 고발했다. 시·도교육청은 30일까지 교과부에서 고발한 시·도지부장 16명을 포함한 63명을 관할 지검에 고발하도록 했다. 교과부는 이와 별도로 정 위원장 등 10명에 대해서는 해임을, 나머지 고발대상자 78명에 대해서는 정직시켜 줄 것을 시·도교육청에 요청했다. 일반 교사들에 대해서도 각 시·도교육청에서 가담 수위 등을 조사한 뒤 주의, 경고 등 경징계 조치를 하도록 요청했다. 교과부는 교사들의 시국선언 참여가 국가공무원법 제56조 성실의 의무, 57조 복종의 의무, 63조 품위 유지의 위무, 66조 집단행위의 금지 등 복무 관련 조항에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국선언의 내용이 근로조건과 관련이 없는 정치 상황에 대한 것이어서 정치활동 금지를 규정한 교원노조법에도 위반된다고 덧붙였다. 박현갑 박창규기자 eagleduo@seoul.co.kr
  • [열린세상] 남편으로 살아가기/박준철 한성대 인문과학연구원장

    [열린세상] 남편으로 살아가기/박준철 한성대 인문과학연구원장

    가끔 아내와 노래방에 가면 부르는 노래가 있다. 요절한 천재가수 김광석이 남긴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라는 노래다. 삶을 마감한 아내를 그리며 함께 살아온 인생의 편린들을 회상하는 주옥같은 노랫말이 서정적 선율을 타고 잔잔히 흐른다. 웬 청승이냐며 시비를 거는 아내도 슬며시 따라 부르니, 세월은 정녕 속일 수 없는 모양이다. 나이가 들수록 배우자밖에 없다는 말을 선배들로부터 자주 듣는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았던 아이들마저 머리가 커지면 무릇 딴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온갖 뒷바라지를 하고 모든 것을 다 퍼주었건만, 제 갈 길 바쁜 자식들은 부모들의 ‘뜬눈으로 지내던 밤들’과 ‘흘리던 눈물방울’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열 효자 악처 하나만 못하다.’ 소리가 절로 나오고, ‘사위 밥은 서서 먹고, 아들 밥은 앉아 먹고, 영감 밥은 누워 먹는다.’는 말에 무릎을 치게 된다는 것이다. 부부간 애정과 결속이 더욱 요구되는 세태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이혼율은 이미 세계 최고수준에 도달했고, 더욱이 ‘황혼이혼’이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 번 맺은 부부의 인연을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이라 생각하며 살았던 시대는 어느덧 아득한 과거가 되어버렸다. 무엇보다도 아내들은 더 이상 온당치 못한 현실에 순응하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다. 작년 서울에서 청구된 이혼 소송을 분석한 한 보고서에 따르면 소송 3건 가운데 2건은 여성이 제기하였다. 여성의 학력과 경제력 그리고 의식수준이 신장되면서 이제 부당한 대우나 불평등한 부부관계는 용인될 수 없다는 메시지가 울려 퍼지고 있는 셈이다. 남편들의 간담을 서늘케 하는 통계수치도 제시되었다. 결혼생활 10년이 넘은 이혼소송의 경우 여성의 절반이 재산의 50% 이상을 차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었으니 외도나 폭력 앞에서도 ‘웬만하면 참고 살겠지’를 기대한다면 큰코다치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아내들의 반란’은 가부장주의라는 유구한 문화적 전통에 대한 저항이다. 가부장주의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들의 의식과 심성 속에 깊이 내면화되고 가정문화 속에 공고히 안착된 이념이다. 예나 지금이나 부부간의 애정과 협력은 가정의 초석으로 인정되어 왔지만 그것은 줄곧 남편의 권위와 아내의 순종을 전제로 하는 애정과 협력이었다. 여성은 가정이라는 울타리에 만족해야 하고, 가사와 양육을 전담해야 하며, 군림하는 남편에게 복종하고 헌신해야 한다는 젠더의 이데올로기는 유서 깊은 사회적 당위로 존속해 왔던 것이다. 불세출의 혁명가 마르틴 루터의 사례를 보자. 절대자 앞에서 만인은 평등하다는 교리로 세상을 온통 뒤집어 놓았던 그였건만, 정작 그의 가정에서 평등은 한낱 공허한 이념에 불과하였다. 그는 불혹을 넘긴 나이에 배필로 맞은 전직수녀 카타리나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나는 카타리나를 프랑스나 베네치아와 바꾸지 않겠다.’며 지극한 애정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혁명가 루터는 ‘여성은 벽에 박힌 못처럼 집에 있어야 한다.’면서 수구적 여성관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아내들의 반란’은 이미 오래전 잉태된 것이다. 여건이 달라진 현대사회에서 좋은 남편으로 살아가기는 결코 만만한 과제가 아니다.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부단히 학습되지만 내심 탓할 바 없다고 생각하는 가부장주의에 미련을 떨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공교롭게도 ‘가장이 그것도 못 하느냐.’라는 질책을 받을 때는 가부장적 문화가 차라리 야속하다. 무엇보다도 아내들의 높아진 기대치는 유능함과 자상함을 동시에 요구한다. 안타깝게도 이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량이 턱없이 부족함을 수시로 절감하게 된다. 남성위주로 전개되어 온 역사의 채무자라도 된 듯하다. 남편으로 살아가기, 이 시대 남성들이 거듭 숙고해야 할 화두임이 틀림없다. 박준철 한성대 인문과학연구원장
  • 이란시위 정치지형 변화 새 변수로

    2주간 계속된 이란의 반정부 시위가 정부의 강경대응으로 소강상태에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극심한 혼란을 낳은 이번 사태는 이란 국내외 정치지형에 상당한 여진을 남길 전망이다.●시위 여파 국내정치 지형변화 예고국내 정치의 변수 중 하나는 전문가회의 의장인 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이다. 전문가회의는 최고 지도자를 선출·탄핵할 수 있는 ‘명목상의’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물론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가 탄핵당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전문가회의를 등에 업고 라프산자니가 하메네이를 압박한다면 최고 지도자로서의 정치적 위상은 크게 손상될 것이 자명하다.의회도 또 하나의 변수다. BBC방송은 이란 의회가 보수파가 다수임에도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에게 호의적이지 않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개혁파와 현 정부에 비협조적인 보수 정파가 약진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회가 오는 7월26일부터 진행되는 신임 내각 인준 과정에서 시위 진압 등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현 정부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크다.이번 반정부 시위가 향후 파업 등 다른 형태의 시민불복종 운동으로 진화할 가능성도 감지된다. 특히 1979년 이슬람 혁명 당시 팔레비 국왕을 몰아낸 바자르 상인들까지 과거의 기억을 되살린다면 이란 정부로서는 더욱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아마디네자드, 오바마 맹비난국외적인 관심사는 여전히 핵 문제이다. 서방 국가들이 이란의 반정부 시위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은 이번 사태가 이란의 핵 문제와도 복잡하게 얽혀 있는 까닭이다. 일단 아마디네자드 정권은 시위 정국을 타개하기 위한 돌파구로 ‘핵 개발’ 카드를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 시위로 인해 정국 주도권 획득에 부담이 커진 아마디네자드 입장에서 국민의 관심을 외부로 돌리는 전략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시위로 인해 이란 당국이 핵문제 등을 통해 미국에 더욱 강경한 노선을 취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아마디네자드 정권이 시위 탄압을 규탄하는 서방 국가들을 향해 ‘내정 간섭’이라고 비난하는 것도 보수층 결집 효과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25일 이번 사태 이후 처음으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을 겨냥, 비난발언을 쏟아냈다. 이날 석유화학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그는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내정간섭을 중단해 주길 바란다.”며 “만일 이것이 당신의 입장이라면 서로 논의해야 할 것은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맹비난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이경원 안석기자 cct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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