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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정원 댓글 활동은 선거운동… 원세훈, 사이버팀과 공모”

    “국정원 댓글 활동은 선거운동… 원세훈, 사이버팀과 공모”

    “사이버팀 활동 조직적·계획적” 집권 여당 홍보·야당 인사 비판 원 前원장 ‘회의 지시’도 근거로 논란됐던 증거 능력은 판단 안 해 국가정보원의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한 재판이 5번 열리는 동안 재판부의 판단이 동일하게 유지된 건 국가정보원법에 대한 유죄 판결뿐이었다. 법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 증거 능력과 범위, 양형 등 다양한 쟁점과 이유에 대한 판단을 달리했다. 대법원은 재상고심에서 공모관계가 성립되는지에 대해 중점적으로 점검했다.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는 원 전 원장의 상고를 기각하며 징역 4년, 자격정지 4년을 확정했다. 정치 개입(국정원법 위반)과 선거 개입(선거법 위반)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2012년 18대 대선 당시 이뤄진 국정원의 선거 개입 혐의는 박근혜 정부 출범의 정당성을 뒤흔들 핵심 혐의로 그동안 유·무죄가 엇갈렸다. 대법원은 그동안 쟁점이 됐던 증거의 범위와 증거 능력 인정 여부에 대해 별도로 살펴보지 않고 파기환송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재판부는 비록 원 전 원장 등이 댓글 작업이나 트위터 활동을 직접 수행하거나 지시하지 않았고, 각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가담 여부에 대한 증거가 없더라도 공모 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2인 이상의 공범 관계에서는 전체 모의 과정이 없더라도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순차적·암묵적 결합이 이뤄지면 공범 관계가 성립한다. 재판부는 “범죄구성요건이 되는 행위를 직접 분담해 실행하지 않은 사람도 범행에 가담할 의사를 갖고 범죄에 중요한 일부 기능을 분담했다면 공범이 될 수 있다”며 “공모 관계를 인정하려면 엄격한 증명이 요구되지만, 피고인이 부인하더라도 이와 상당한 관련성 있는 간접 사실이나 정황 사실로 증명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정원이 원장 1인을 정점으로 엄격한 상명하복 관계가 존재하는 정보 기관이고, 직원들이 업무 지시와 명령에 복종해 이행한다고 전제했다. 국정원의 업무 수행 체계, 사이버팀 직원들의 활동 모습과 방법, 피고인들의 지위와 역할 등을 종합해 보면 순차적으로 공모한 사실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국정원 직원들이 명령에 복종하고, 이에 대한 처리 결과를 위에 보고하는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만큼 사이버팀의 활동도 조직적·계획적으로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원 전 원장의 내부 회의 지시 내용에 ▲집권 여당의 정책 성과를 홍보할 것 ▲야당이나 야당 정치인의 주장을 비판하면서 공박할 것 ▲사이버팀 조직을 확대·개편할 것 등이 포함된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재판부는 “18대 대선 국면에 접어든 후 정치권과 외부에서 사이버팀에 의한 불법적인 선거 운동에 대한 의심을 제기했지만 원 전 원장은 직원들의 불법 활동 여부를 점검하거나 단속하지 않았고, 오히려 집권 여당에 대한 홍보 활동을 계속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인터넷 댓글이나 트위터 계정 등의 증거 능력과 관련된 판단은 별도로 하지 않았다. 검찰은 국정원 심리전단 산하 사이버팀이 트위터 계정 1157개를 이용해 댓글 작업을 벌였다고 주장했지만 그간 심급별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1심 재판부는 트위터 175개만을, 2심은 716개를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중에서 425지논과 시큐리티 파일의 증거 능력을 부정하면서 여기에 기재된 트위터 계정 691개를 인정하지 않았다. 파기환송심은 391개에 대해 인정했고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만델라 前부인·인권운동가 ‘흑인 마마’ 위니 만델라 별세

    만델라 前부인·인권운동가 ‘흑인 마마’ 위니 만델라 별세

    남아프리카공화국 민주화의 상징인 고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전 부인이자 정치적 동지인 위니 마디키젤라 만델라가 2일(현지시간) 숙환으로 별세했다. 81세. AFP통신은 이날 위니가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의 한 병원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고 전했다. 위니는 지병으로 이 병원에 오랫동안 입원해 있었다. 그는 만델라 전 대통령의 두 번째 부인으로, 1958년부터 38년간 결혼 생활을 이어 갔다. 결혼한 지 5년 만에 만델라 전 대통령이 수감되면서 27년 동안 두 딸을 홀로 키우며 옥바라지를 했다.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당원으로서 남편을 대신해 ‘아파르트헤이트’(흑인 차별 정책)에 맞서 싸워 흑인들로부터 ‘마마’(엄마)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2011년 남아공판 노벨평화상인 ‘우분투상’을 받았다. 하지만 오명도 만만치 않다. 위니는 ‘비폭력운동’을 지향하던 만델라 전 대통령과 달리 타협 없는 급진주의적 성향을 보였다. 그는 자신의 경호대로 활동했던 만델라연합축구클럽(MFC)이 1988년 경찰 정보원이라는 의심을 받은 14세 소년을 살해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았다. 1994년 만델라가 대통령이 되자 그는 예술문화교육기술 차관에 임명됐지만 이듬해 명령불복종을 이유로 해임됐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스포트라이트] 文 대 文 대결 된 수사권 조정… 이번엔 헌법의 門 열릴까

    [스포트라이트] 文 대 文 대결 된 수사권 조정… 이번엔 헌법의 門 열릴까

    해묵은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번엔 해결될까. 최근 공개된 ‘대통령 개헌안’에서 검사의 영장 청구권 조항이 삭제되면서 이 문제가 관심을 끌고 있다.  수사권 조정 논란의 시작은 1948년 미 군정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검찰청법은 ‘경찰은 범죄수사에서 검사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후 양 기관의 ‘상명하복’ 관계는 70년간 지속돼 왔다. 검찰은 ‘수사 지휘권’이란 기득권 유지에 조직의 운명을 걸다시피했다. 경찰은 이같은 태생적 ‘멍에’를 벗기 위해 몸부림쳤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법조계는 “경찰에게 수사종결권과 기소권을 준다면 인권 침해가 우려된다”며 늘상 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경찰은 “시대가 변한 만큼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으나 양 기관이 대립하면서 유야무야됐다.그러나 지금의 문재인 정부는 다르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싱징되는 권력기관 구조 개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1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등 검찰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구체적 내용의 개혁안을 내놨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경찰개혁위는 ‘수사구조 개혁 방안’에서 경찰은 수사를, 검찰은 기소와 공소유지를 각각 맡는 수사·기소 분리 방안 등을 담은 권고안을 발표했다. 정부와 경찰은 이처럼 수사기능 조정 등 검찰의 권력 분산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최근 광주경찰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검·경이 협의하다 보면 시대가 요구하는 큰 틀에서의 공통분모가 나올 것”이라며 수사권 독립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검찰과 대한변호사협회 등 법조계는 이에 반기를 들고 있다. 형사소송법 개정 등 실질적 입법권을 쥔 국회 사법개혁특위 소속 여야 의원들의 견해도 천차만별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난항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최근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사건’도 불거졌다.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은 경찰대 졸업식에 참석해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경찰이 수사기관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다하도록 하는 일”이라며 ‘경찰의 독자적 수사권 확보’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문무일 검찰총장은 같은 날 국회 사법개혁특위 업무보고에서 “검찰이 갖고 있는 경찰 지휘권, 수사종결권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수처 설치에 대해서는 위헌 가능성을 제기했다. 정부의 수반인 대통령과 그 행정부의 외청 수장인 검찰총장이 같은 사안을 놓고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이다. 청와대는 검찰이 개혁안에 ‘딴지’를 거는 것처럼 보이자 “세부사항은 조정하고 있다”며 논란으로 번지는 것을 차단했다. 대한변협도 국회 사법개혁특위 보고에서 “경찰 권한을 대폭 늘리면 국민의 인권침해가 증가할 수 있다”며 수사권 조정에 반대하고 나섰다. 변협은 그 근거로 경찰이 한 해 검찰로 송치하는 사건이 전체 형사사건의 98%인 150만 건에 이르지만 무혐의 처분된 것이 2011년 10만명에서 2015년 15만명으로 급격히 증가했다는 점을 제시했다. 변협은 또 헌법에 명시된 검찰의 독자적 영장청구권도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는 이처럼 현 정부·경찰 대 검찰·법조계의 대립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역대 어느 정부도 명쾌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현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검찰의 ‘권력 줄이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나 결과를 낙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이 문제를 푸는 열쇠는 외형상 국회로 넘어간 듯 보인다. 국회의 ‘개혁 의지’가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국회 사법개혁특위는 최근까지 경찰, 검찰, 대한변협 등 관련 기관의 보고를 청취했다. 이어 이들 기관의 개혁위원회가 내놓은 권고안 등을 토대로 수사권 조정 등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다. 그러나 오는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사개특위가 정치적 문제로 겉돌면서 21일 현재 분야별 소위마저 구성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경찰개혁위가 최근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에 청와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내는 등 조속한 개혁 추진을 압박하고 나섰다. 그럼에도 청와대와 검·경, 여야 의원 등 개혁 주체별 입장이 제각각이어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광주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이전처럼 ‘말잔치’로 끝날 수 있다”며 “최근 남북상황 등 대형 이슈에 묻혀 권력기관 개혁이 중단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검·경 조직내 분위기도 ‘기득권 지키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 40대 검사는 “매일 새벽 1~2시에 퇴근할 정도로 업무량이 많지만 수사권을 통째로 넘기는 것은 안 된다”며 “다만 자치경찰제가 논의되고 있는 만큼 교통·식품·위생 등 특정 분야에 대한 수사권 이관에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광주지역 50대 경찰관(경감)은 “경찰이 독자적인 수사권을 확보하고 전문성·도덕성을 강화해 나간다면 국민 불신도 점차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씨줄날줄] 버스 음식물과 ‘시민 복종’/황수정 논설위원

    [씨줄날줄] 버스 음식물과 ‘시민 복종’/황수정 논설위원

    말쑥한 교복 차림의 여학생이 시내버스에 오르자 남학생들의 시선이 쏠린다. 유유히 걸어 맨 뒷좌석에 다소곳이 앉은 여학생. 그러나 반전의 순간. 버스는 급정차하고 여학생의 가방에서 나온 삶은 계란, 고구마들이 버스 안 곳곳으로 굴러 흩어진다. 시내버스와 고구마, 김치 반찬통 등은 그렇게 오랫동안 하이틴 영화나 잡지의 코믹 소재였다.버스 음식물 논쟁이 서울 도심에서 때아니게 시끌시끌하다. 서울시의회가 지난 1월부터 버스로 음식물을 반입할 수 없다는 조례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어서다. 음식물 반입을 막으려는 버스 기사들과 제지당하는 시민들이 여기저기서 옥신각신한다. 조례의 모호한 기준은 논쟁의 불씨가 될 만도 하다. ‘시내버스 운전자는 여객 안전 및 피해 예방을 위해 음식물이 담긴 포장 컵 또는 불결·악취 물품의 운송을 거부할 수 있다’고 조례는 규정한다. 뜨거운 음료나 냄새가 심한 음식이 아닌데도 탑승이 거부되는 사례가 많아 승객들의 불만이 쏟아지는 것이다. 기사마다 ‘유권해석’이 제각각이니 현장의 시비는 더 커진다. “껌이나 사탕은 허용되느냐”고 낯을 붉히는 승객도 있다. 맥락이 비슷한 갑론을박은 공중화장실에서도 한창이다. 지난 1월부터 전국의 공중화장실에서는 휴지통이 일제히 치워졌다. 행정안전부가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적용한 결과다. 공중화장실이 청결해졌다는 찬성 여론에 반대 여론도 팽팽하다. 마구잡이로 휴지를 버리니 막힌 변기가 곳곳에서 말썽이다. 위생용품 휴지통이 따로 비치된 여자 화장실은 공간이 좁아져 불편하다는 호소도 많다. 화장지가 섞인 하수를 처리하는 추가 비용, 수질 환경오염을 지적하기도 한다. “○○회사는 왜 하필이면 지금 물에 더 잘 녹는 공중화장실용 화장지를 출시했을까?” 이런 황당한 ‘정부 짬짜미’ 음모론까지 떠돈다. 버스 음식물과 공중화장실 갑론을박의 불씨는 판박이 닮은꼴이다. 누가, 왜, 무엇 때문에 생활밀착형 공공 정책을 갑자기 바꿨는지 대부분의 사람은 깜깜하다. 실제로 행안부와 서울시의 정책 홍보는 의아스러울 만큼 부실했다. 공청회 등 대중 의견을 충실히 묻는 과정이 생략되다시피 했다. “정책이 시민의 자유의지에 일방적으로 개입해도 좋은지” 뒤늦게 따지는 이들이 그래서 많다. 다수의 동의를 얻을 만한 정책이라도 일방통행은 짚어 볼 문제다. “정부는 작을수록 좋다.” 이 문구를 먼저 떠올리게 한다면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정책이다. ‘시민 불복종’의 빨간불이 켜질 수 있으므로. 황수정 논설위원 sjh@seoul.co.kr
  • ‘비전향 장기수’ 강용주 1심서 보안관찰 위반 무죄

    1985년 ‘구미 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14년간 옥살이를 한 최연소 비전향 장기수 강용주(56)씨가 1심에서 보안관찰법 위반 혐의를 벗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조광국 판사는 21일 보안관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조 판사는 “강씨를 보안관찰법 위반죄로 처벌하려면 신고 기간 갱신 처분이 적법해야 한다”며 “강씨가 재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이유가 있었는지를 놓고 적법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강씨가 체제를 부인하거나 보안관찰 제도 자체를 부인하는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보안관찰 불복종을 한다 해도 헌법상 보장되는 정치적·양심의 자유를 벗어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의사인 강씨는 1985년 구미 유학생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1999년 2월 25일 김대중 전 대통령 취임 1주년 기념 특별 사면으로 출소했다. 법무부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3년 이상 복역한 강씨를 보안관찰 대상자로 지정했다. 보안관찰 대상이 되면 만난 사람과 일시 및 장소, 여행지 등 주요 활동내역을 3개월마다 관할 경찰서에 신고해야 하는데 강씨는 이를 거부해 재판에 넘겨졌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경찰복 입고 딸과 발레 동작 함께하는 아빠

    경찰복 입고 딸과 발레 동작 함께하는 아빠

    총, 수갑, 무전기 등으로 가득한 무거운 벨트를 허리에 두르고 모자와 경찰복까지 잘 갖춰 입은 젊은 경찰관 아빠가 화제다. 단순한 발레 수업 참관이 아닌 딸과 발레 동작을 함께 해야하는 수업에 이 복장으로 왔기 때문이다. 지난 20일(현지시각) 외신 데일리 메일이 소개했다. 영상엔 딸과 함께 발레하는 아빠의 모습이 보인다. 이미 설명했듯이 딸은 발레복, 아빠는 경찰복 차림이다. 사랑스런 딸의 발레수업을 참관하기 위해 근무 중 잠시 시간을 허락받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야하는 발레 동작의 민망함도 잘 알고 있었지만 딸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었나 보다. 모든 아빠들이 그러듯이. 수업이 시작됐다. 근무 현장에서 늘 험악하고 무시무시한 범인들을 대해 왔던 아빠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두 다리를 다소 곳이 모은 채 딸과 함께 서있기도 하고 음악에 맞춰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기도 한다. 다리를 벌리라는 딸의 ‘명령’에 절대 복종한다. 그리곤 다시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한다. 아무리 민망해도 미소 가득한 아빠의 얼굴은 딸을 사랑으로 쳐다본다. 아빠에게 이 순간만큼은 ‘범죄 없는 천국’이다. 사랑스러운 딸과 멋진 아빠다.사진·영상=Daily Mail/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청와대 사랑채에서 명절 기분 내볼까

    청와대 사랑채에서 명절 기분 내볼까

    한국관광공사는 서울센터와 청와대 사랑채에서 설 연휴기간 중(15~18일) 국내외 관광객이 참여할 수 있는 설 맞이 문화체험 이벤트를 실시한다. 청계천로의 공사 서울센터에서는 민속놀이 체험, 드론택시 VR체험 등의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한복입기체험(1시간)은 매일 오전10시∼오후6시 진행된다. 향주머니만들기 체험과 제기차기, 투호놀이 등의 민속놀이 체험은 15~17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야외광장에서는 오전 10시~오후 6시에 성화봉송 체험과 드론택시 VR체험을 즐길 수 있다. 드론택시는 360도 드론으로 촬영해 마치 하늘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며 여행하는 듯한 이색 체험 프로그램이다. 이벤트는 3월 30일까지 계속된다. 한류스타존과 관광지 VR체험도 매일 운영된다. 모든 체험 프로그램의 참가비는 없다. 다만 단체의 경우 반드시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02-729-9457)에 예약해야 한다.종로구 효자로의 청와대 사랑채에서도 다양한 이벤트를 즐길 수 있다. 한복종이접기는 15일 오전10시∼오후4시, 국악연주는 16일 오후1시~오후5시에 1층 로비에서 각각 열린다. 제기차기 등 민속놀이 체험은 18일 오전11시~오후4시 야외광장에서 열린다. 사랑채는 단체도 단체도 예약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청와대 사랑채 (02)723-0300.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문경근의 서울&평양 리포트]‘북한판 유배’ 신세 황병서와 평창 오는 김영남의 차이

    [문경근의 서울&평양 리포트]‘북한판 유배’ 신세 황병서와 평창 오는 김영남의 차이

    5일 국가정보원은 황병서 전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해임이후 혁명화 교육 중이라고 밝히면서 혁명화 대상의 면면에 대해 관심이다. 혁명화란 북한판 ‘유배’(流配)에 해당하는 것으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집권이후 이같은 ‘충격요법’이 자주 사용된다.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당시에도 간부들을 대상으로 혁명화는 있었지만, 지금처럼 북한 당·정·군의 수뇌부들이 실각, 복권, 승진 등 반복적으로 교체되는 일은 없었다. 2012년 김정일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최고 권력자에 오른 김정은은 자신의 후견인이자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했다. 북한이 그를 처형한 죄목은 ‘불경죄’였다. 단순히 실각으로 끝내지 않고 불온의 싹을 잘라낸 것이다. 현영철 인민군 총참모장도 태도 불손으로 처형당했다. 장성택 처형이후 남은 자들에게도 파면, 복권, 재임명 등 롤러코스트는 반복됐다. 최룡해 당 조직지도부장도 2015년 인민군 총정치국장에서 실각이후 혁명화를 거쳐 지난해 사실상 북한 내 2인자인 당 조직지도부로 재신임 받았다. 당시 최룡해를 실각시킨 배후는 현재 혁명화 중인 황병서와 김원홍 전 국가보위부장으로 전해졌다. 황병서도 패턴으로 봐서는 최룡해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황병서는 김정은이 후계자로 내정되기 이전부터 그를 보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황병서는 김정은 앞에서 ‘절대 복종’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정은이 지시를 할 때 무릎을 끓고 있거나, 보고를 할 때도 입을 손으로 가리고 하는 등 극도로 조심하는 행동을 보여왔기 때문이다.불나방 같은 북한 간부들에게 있어 혁명화는 일상처럼 보이지만, 이마저도 피해가는 인물들이 있다. 오는 9일 북한 대표단을 이끌고 내려오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 같은 인물들이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세습 내내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친 인물들이지만, 눈에 뛰는 과오 없이 버티고 있어 주목 받고 있다. 올해 나이 90인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북한 외무상과 당 외교담당 비서 등 외교분야에서 김일성, 김정일의 신임을 받았다. 김정은 집권이후 명목상의 국가수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태복도 김책공업종합대학 총장과 교육부총리, 당 비서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와 김기남 당 비서 등 고령의 원로 정치인들은 현재 북한 권력지도에서 사라진 상태다. 이를 두고 한 대북소식통은 “혁명화도 권력의 중추로서 실세여야 가능한 일종의 ‘훈장’과 같은 개념이다”며 “권력의 시각으로 봤을 때 김영남, 김기남, 최태복, 양형섭과 같은 인물들은 견제를 하지 않아도 되는 인물들이어서 내부에 적이 별로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누군가를 죽여야만 했던 존재 투견 베토벤, 근황 공개

    누군가를 죽여야만 했던 존재 투견 베토벤, 근황 공개

    ‘죽이지 않으면 죽는 존재, 6년 동안 누군가를 죽여야만 했던 존재’ 동물보호단체 케어가 지난 3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투견 현장에서 구조된 ‘베토벤’의 최근 근황을 전했다. 지난해 1월 15일이었다. 베토벤은 경기도 광명시의 한 공터 비닐하우스에서 벌어진 투견 도박판에 급습한 경찰과 케어 관계자들에게 구조됐다. 당시 베토벤의 온몸에는 깊은 상처가 난 상태였다. 상처의 통증 때문인지 녀석은 몸을 계속 떨고 있었다. 케어 측은 베토벤의 죽을 날이 이미 예정돼 있었다고 전했다. 승률조작을 위해 늙은 베토벤이 링 위에 올라가게 된 것이며, 예상대로 경기에 진 베토벤의 상태는 처참했다. 이미희 케어 동물구호팀 PD는 “(베토벤은) 엉덩이 살이 찢겨 앉지도 못하고 서성였다. 여기저기 크고 작은 상처들 때문에 피를 계속 흘리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구조된 베토벤은 수의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녀석의 당시 상태에 대해 이 PD는 “병원으로 이송했을 때 잘 먹지도 못하고 기력도 없었다”며 안타까워했다.그로부터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현재 베토벤은 몸도 마음도 회복 중이다. 이 PD는 “지금은 다른 펜스에 개들이 있는데도 안 달려든다. 사람한테 다가와서 냄새도 맡고 그런다. 정말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살기 위해 상대를 죽여야만 하는 존재인 투견들은 공격성을 높이기 위해 마약성 약물을 맞아 가며 근육과 공격성을 높인다. 상대 개를 물어뜯는 행동은 오랜 시간 학대를 통해 구축된다. 그렇게 만든 투견들은 인간에게만 복종한다. 이에 대해 이 PD는 “투견들은 사람에게는 절대 복종하지만, 다른 동물은 공격한다. 물어뜯고 한번 잡으면 놓지 않도록 세뇌를 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3월에 바뀌는 법에 따르면, 동물 학대로 적발되면 2년 이하의 징역 혹은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동물 학대 기준도 ‘죽이는 행위’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로 좀 더 광범위해진다. 투견 등 도박을 목적으로 동물을 이용하거나 상품이나 경품으로 동물을 제공하는 행위, 영리목적으로 동물 대여하는 행위 등이 모두 동물 학대로 간주한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김응교 교수 작가의 탄생] 설움에 설움에 설움 더해…꺾이지 않는 긍지로 피다

    [김응교 교수 작가의 탄생] 설움에 설움에 설움 더해…꺾이지 않는 긍지로 피다

    넉넉한 가문이었지만 이미 가세가 기울어진 집에서 김수영은 제대로 공부하지 못했습니다. 일본에 가서도, 만주에 가서도, 연희전문에서도 공부를 마치지 못했어요. 맘에 들지는 않지만 시인으로 등단했고, 의용군으로 북한에 갔다가 거제도 수용소에 갇힙니다.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갇혀 그는 짐승스러운 설움을 체험합니다.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나는 벌써 인간이 아니었고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포로가 되었다는 것, 포로는 생명이 없는 것이라는 것, 아니 그보다도 포로가 되었길래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던들 지금쯤은 이북 땅 어느 논두렁에서 구르고 있는 허다한 시체 속에 끼여 고향을 등지고 이름도 없이 구르고 있을지도”(시인이 겪은 포로생활·1953) 모른다며 “허무하고도 서러운 일뿐”이라고 썼습니다. 가장 허무하고도 서러운 일을 체험할 때 쓴 시가 ‘긍지의 날’입니다. 이 시는 1953년 9월호 ‘문예’에 처음 발표되었으니, 가장 서러웠을 전쟁 중 혹은 포로수용소에서 구상했을 듯합니다.제목이 긍정이 아니고 긍지입니다. 한자로 ‘肯志’가 아니라 ‘矜持’로 쓰여 있습니다. 긍(矜)자는 ‘창 모’(矛)와 ‘이제 금’(今)으로 이루어진 한자입니다. 긍지라는 한자는 ‘지금 자루를 쥐고 있다’는 뜻일까요. 자긍심(自矜心)이라고 하지요. 긍지를 가지면 창자루를 쥔 듯 든든할까요.누구나 매일 밥 먹고, 일하고, 잠자는 뻔한 일상을 ‘순환’하며 살아갑니다. 순환의 원리를 너무나 잘 알기에 일상은 지겹고 뻔해요. 일상의 피로를 ‘나’는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내 삶에는 설움과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설움은 상처이고, 아름다움은 환상이죠. 상처와 환상의 증환(症幻)을 품고 우리는 살아갑니다. 사실 설움과 아름다움으로만 지친 삶을 이겨내기는 쉽지 않아요. “설움과 아름다움을 대신하여” 긍지를 만날 때 우리는 성장합니다. 설움과 아름다움이 충돌하여 긍지에 이릅니다. 긍지가 없는 사람은 상황에 복종하는 노예가 됩니다. 긍지가 있는 사람이 창조하고 책임지고 모진 운명에 맞섭니다. 우리는 힘든 나날을 “몇 개의 번개 같은 환상”으로 견뎌 왔지요. 나의 꿈은 교훈이며 청춘이며 물이며 구름입니다. 스쳐 지나가는 것들이죠. 다만 사라지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긍지입니다. “피로들이 몇 배의 아름다움을 가하여 있을 때도” 나의 원천과 나의 최종점은 긍지입니다. 내가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견뎌야 합니다. 파도처럼 흔들려서(혹은 흔들려도), 소리가 없고, 퍼붓는 비에도 젖지 않는 강한 긍지로 화자는 살아가겠다고 합니다.당연히 모든 피로는 내가 만듭니다. 멋진 모습을 보이기 위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의 도구가 되기 위해 퇴근 후에도 헬스클럽에 다니고 운동장을 뜁니다. 포도당 링거를 맞아 가며 일하고 공부하는 도핑(doping) 사회입니다. 성과를 올리기 위해 내가 나를 착취합니다(한병철·피로사회). 피로도 내가 만들지만, 진짜 해야 할 일은 긍지를 스스로 만드는 겁니다. 오스트리아 극작가 페터 한트케는 사람들을 고립시키는 ‘고독한 피로’와 반대되는 ‘우리-피로’라는 개념을 내놓습니다. 내 성공만을 위해 미친 듯 살아가는 삶을 넘어, 내 삶을 나누는 피로를 그는 ‘우리-피로’라고 명명했습니다. 나만을 위한 ‘분열적인 피로’와 달리 ‘우리-피로’는 ‘화해시키는 피로’라고 합니다. 긍정적인 피로겠죠. 이 겨울에 독거노인 댁에 도시락이나 연탄이라도 나를 때 나의 지겨운 피로는 의미 있는 긍지로 변합니다. ‘우리-피로’를 나누는 순간 회춘(回春)한다고 합니다.내 설움과 피로를 극복하는 순간, 그때 “그러할 때면은 나의 몸은 항상/한치를 더 자라는 꽃”으로 핍니다. 긍지의 날은 꽃이 피는 날입니다. 설움에서 싹튼 긍지는 꽃으로 피어납니다. 가장 피로한 ‘오늘’이야말로 긍지의 날이다. 첫 연에서 말했던 지겹게 피로한 “순환의 원리”를 깨달은 이후에는 새로운 순환, 풍성한 반복으로 변합니다. “모든 설움이 합쳐지고 모든 것이 설움으로 돌아가는”. 거울 앞에서 “나는 잘할 수 있다”고 수십 번 자기세뇌하는 ‘아Q정전’식 사이비 정신승리에 반해, 김수영의 긍지는 전혀 다릅니다. 설움을 망각하려는 긍정과 달리, 김수영의 긍지는 설움을 설움으로 이겨내는 단독자의 긍지입니다. 어제 겪은 설움의 힘으로 오늘 겪는 설움을 이겨나가는 포월(匍越), 기어서 넘어가는 경지입니다. 그 설움은 다시 아름다움을 만나 새로운 긍지의 꽃을 피워낼 설움이지요.“나는 너무나 자주 설움과 입을 맞추었기 때문에/ 가을바람에 늙어가는 거미처럼 몸이 까맣게 타버렸다.” (거미·1954) 전쟁 후에도 김수영은 설움을 겪었습니다. “늙어가는 거미처럼 몸이 까맣게 타”버릴 만치 그는 설움 속에 살아갑니다. 사랑하던 여자가 지인과 함께 살고 있고, 남동생은 월북이 아니건만 월북으로 오해받아 연좌제 때문에 가족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아내에게 포르노 소설까지 쓰게 했던 숨기고 싶은 비루한 순간은 얼마나 서러웠을까요. 비단 개인적인 설움으로 그가 이렇게 괴로워했을까요. 그를 낳고 기른 이 나라는 그야말로 서러운 눈물의 나라였습니다. 지지리도 못난 식민지 시대를 거쳐 해방된 줄 알았더니 미군정이라는 새로운 식민지에서 좌우가 싸웁니다. 거의 3차 세계대전이라 할 수 있는 민족상잔을 겪습니다. 전쟁 후에도 닭장 앞에서 모이를 주며, 까마득히 사라져 가는 민주주의를 서럽게 그리워하는 그의 처지는 안팎으로 설움과 피로 자체였습니다. 그를 버티 게 한 것은 눈물을 곱씹으며 설움을 오히려 긍지로 승화시키는 다짐이었습니다. 이제는 절대로 더러운 글은 쓰지 않겠다고 그는 다짐합니다. “곧은 소리를 곧은 소리를 부른다”(폭포)며 곧은 글만 쓰기로 다짐합니다. “우선 나는 지금 매문(賣文)을 하고 있다. 매문은 속물이 하는 짓이다. 속물 중에도 고급 속물이 하는 짓이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매문가의 특색은 잡지나 신문에 이름이 나는 것을 좋아하고, 사진이 나는 것을 좋아하고, 라디오에 나가고, 텔레비에 나가서 이름이 팔리고, 돈도 생기고, 권위가 생기는 것을 좋아한다.”(이 거룩한 속물들·김수영 전집 2 산문) 그는 매춘하듯 글을 싸구려로 매문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속물이 되고 싶지 않았고, 긍지 있는 글만 발표하고 싶었습니다. 정직한 글을 쓰며 서러운 시대를 견디고 싶어 김수영은 무, 파, 상추 등 채소와 닭을 키워 팔기 시작합니다. 닭을 키우는 “양계는 저주받은 사람의 직업입니다. 인간의 마지막 가는 직업으로서 양계는 원고료 벌이에 못지않은 고역입니다”(양계 변명)라면서도 그는 “나는 양계를 통해서 노동의 엄숙함과 그 즐거움을 경험했습니다. 내가 양계를 시작한 지 2년인가 3년 후에 나는 노모에게 병아리 천 마리를 길러 드린 일이 있습니다”라며 의미를 찾습니다. 닭을 키우면서도 자기의 설움에 그치지 않고 “근 10년 경영에 한 해도 재미를 보지 못한 한국의 양계는 한국의 원고료 벌이에 못지않게 비참합니다”라며 한국의 경제상황을 함께 봅니다. ‘긍지의 날’을 여럿이 읽으면 간혹 당혹스러운 반응을 만나곤 합니다. 피로에 지친 여사원은 이 시를 낭송하다가 눈물을 훔쳤습니다. 노숙인들을 위한 민들레 교실에서 노숙인 한 분은 이 시야말로 감동 자체라고 합니다. 성매매 체험 여성들과 함께 읽고, 돌아가면서 어떤 설움을 경험했는지 대화하다가 숨죽여 운 적도 있어요. 김수영의 시가 공감을 일으키는 핵심에 설움이 있습니다. 설움이야말로 긍지를 꽃피우는 씨앗이지요. “내 맘에 서러움 알알이 맺힐 때 아침동산에 올라 작은 미소를” 피우는 그런 아침이슬의 긍지입니다. 모짊의 시간은 긍지를 증폭시킵니다. 한 해를 시작하면서 둘러봅니다. 나의 설움은 나의 긍지를 만듭니다. 설움이 클수록 긍지도 커집니다. 남을 위해 피로를 나누는 사회적 영성은 더욱 생기롭습니다. 서러운 오늘이야말로 내가 자라는 날입니다. 오늘은 설움으로 긍지의 꽃을 피우는 긍지의 날입니다. 시인·숙명여대 교수
  • [서울광장] 방관자도 공범이다/임창용 논설위원

    [서울광장] 방관자도 공범이다/임창용 논설위원

    흑인 차별 의식이 미국 사회 깊숙이 고착화돼 있던 1960년대 초. 항공우주국(나사)에서 계산 업무를 하던 흑인 여성 캐서린은 어느 날 우주임무센터에 투입된다. 복잡한 계산이 필요해지자 캐서린의 뛰어난 수학적 재능을 활용하기로 한 것. 흑인 여성으로선 첫 센터 입성이었다. 캐서린은 그러나 뿌리 깊은 편견과 차별에 숨 막히는 나날을 보낸다. 출입구부터 화장실과 식당, 커피포트에까지 ‘유색인 전용’이란 표시가 붙어 있었다. 어려운 계산을 하다 말고 800m나 떨어진 화장실에 뛰어갔다가 오기를 반복해야 했다. 어느 날 실험에 문제가 생겨 급박한 상황에서 보스가 캐서린을 찾는다. 화장실에 다녀오느라 늦어 보스로부터 질책을 들은 그녀는 급기야 쌓인 분노를 터뜨린다. 모든 차별적 환경을 조목조목 지적한다. 주목되는 장면은 그녀의 보스인 알 해리슨의 대응. 그는 직접 화장실로 가 ‘유색인 전용’이란 푯말을 깨부순다. 나사엔 유색인 화장실이 아니라 그냥 화장실이 존재할 뿐이라면서. 이후 나사에선 제도적으로 흑인 차별이 사라졌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히든 피겨스’에 나오는 이야기다. 우주를 향한 미국과 소련의 경쟁이 치열할 때 나사 내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폭로 사태를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왜 우리 검찰엔 나사의 해리슨 같은 보스가 한 명도 없을까’란 의문이었다. 장관이든 부장검사든 단 한 사람이라도 ‘싸워 보자, 도와줄게’라고 나섰다면 어떻게 됐을까. 장례식장에 동석했던 그 많은 선배 검사들은 왜 한 명도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라고 나서지 못했을까. 서 검사는 치욕적인 성추행을 당하고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너무 부당하다고 얘기하고 싶었으나 많은 사람이 말렸다”고 했다. 그저 자신의 무능을 탓하며 입 다물고 근무하는 것 외에 달리 방도가 없었다고 했다. 성추행 피해자가 외려 마녀사냥감과 따돌림의 대상이 되는 분위기 속에서 8년간 눈물만 삼켜 왔다는 것이다. 서 검사는 검사이기 이전에 누군가의 아내이자 엄마다. 익명의 진정서나 투서도 아닌 실명으로 본인의 성추행 피해 이야기를 그토록 세세하게 폭로한 용기에 경외심이 들 정도다. 하지만 당사자의 용기만으로 진실을 밝히기엔 힘이 부쳐 보인다. 켜켜이 쌓인 한 조직의 치부는 은밀하고 단단하다. 구태의 관성은 웬만해선 멈추지 않는다.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와중에도 법무부나 검찰의 모습을 보라. 서 검사의 폭로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아침과 저녁 때의 말이 다르다. 검찰도 처음엔 내부 감찰로 끝내려다가 파장이 확산되자 진상조사단을 꾸리는 등 마지못해 끌려다니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은밀한 범죄가 저질러지고 은폐되기 쉬운 권위적 조직문화는 검찰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깔려 있다. 성추행이나 차별, 인격 모독적인 갑질 행태가 자주 일어나는 이유다. 모르는 체, 못 본 체하는 방관자들로 가득한 조직문화는 이런 범죄를 부추긴다. 이젠 서 검사의 주변인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용기를 발휘할 때다. 두렵더라도 보고 들은 대로 진실을 이야기해야 한다. 장례식에선 차마 용기가 없어 모른 체했지만 이제라도 돕겠다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진실이 덮이지 않고 검찰의 조직문화도 바뀐다. 역사적으로 성추행과 고문 같은 은밀하게 저질러지는 범죄의 진상은 주변인들이 방관을 거부하는 용기를 냈을 때 비로소 밝혀졌다.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의 진실도 현장을 본 한 의사의 용기 있는 증언이 있었기에 드러날 수 있었다. 시인 김수영은 이미 1970년대에 ‘무서워서 편리해서 살기 위해서’ ‘그저 그저 쉬쉬하면서’ 살고 있느냐며 불의를 방관하는 우리를 질타했다. 뻔히 알고 뻔히 보이는데도 각종 핑계를 대고 자기를 합리화하며 입 다물고 살고 있지는 않은지 모두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우선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는 김수영의 시 제목을 가슴에 품고 말이다. 아니면 복종을 강요하는 권위가 내리는 명령에 조용히 따르면서 평생을 보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방관자도 공범이다. sdragon@seoul.co.kr
  • “삼청교육대 5000명 특수교도소에 영구 격리 추진”

    “삼청교육대 5000명 특수교도소에 영구 격리 추진”

    과거 전두환 정권에서 운영한 삼청교육대에서 일부 수용인원을 사회에서 완전히 격리하고자 특수교도소를 설립하려 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조기 퇴소 대상자 중 실형 선고를 받은 전과 3범 이상 수용자는 퇴소 대상에서 제외해 훈련 기간을 늘리기도 했다.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은 지난해 기준 비공개 기록물 134만여건의 공개 여부를 재검토해 이 가운데 88%에 해당하는 111만건을 공개(부분공개 포함)하기로 했다고 1일 밝혔다.공개 기록물 가운데 삼청교육대 사건 관련 기록물이 관심을 모은다. 삼청교육대 사건이란 1980년 군·경이 상급전과자 등 6만여명을 검거한 뒤 이 가운데 4만여명을 군부대에 설치된 ‘삼청교육대’(1980년 8월~1981년 2월)에 보내 강제 수용했던 것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사망자 54명 등 다수 피해자가 생겨났다. 삼청교육대 자료에는 당시 법무부가 특수교도소 건립을 위해 계엄사령관에게 보낸 ‘협조 지원 의뢰’라는 제목의 공문이 포함돼 있다. 1980년 11월 28일자로 작성된 이 공문에서 법무부는 수용인원 5000명 규모의 특수교도소 건립을 추진하면서 후보지를 답사한 뒤 무인도 수용과 오지광산 개발, 섬 개발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했다. 교도소 건립에 필요한 부지는 99만~132만㎡(약 30만∼40만평) 규모로 추정했고 ‘사회와 단절감을 느낄 수 있는 거리와 환경’, ‘유사시 긴급 군 지원 가능 거리’ 등이 조건으로 제시됐다. 특수교도소가 실제로 건립되지는 않았지만 이후 경북 청송에 비슷한 성격의 ‘청송감호소’가 세워졌다고 기록원 측은 설명했다. 또 계엄사령부 참모장 명의 협조전에는 삼청교육대 순화교육 대상자에게 ‘조정급식’을 하라는 내용도 담겨 있다. 입소 뒤 4일간은 하루 2끼분을 3끼로 나눠서 급식한 뒤 이후 정상급식으로 전환하라는 것이다. 수용자에게 공복감을 느끼게 해 육체적 반발과 저항력을 줄이고 질서 유지에 필요한 복종심을 키우기 위한 의도라고 설명돼 있다. 이완범 기록물공개심의회 위원장은 “이번에 공개한 삼청교육대 관련 문서를 통해 1980년 신군부의 인권탄압 실태를 심층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것이어서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차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전두환 정부, 삼청교육대 ‘특수 교도소’ 설립까지 추진

    전두환 정부, 삼청교육대 ‘특수 교도소’ 설립까지 추진

    1980년 전두환 독재정권이 삼청교육대에서 수용인원들을 사회와 완전히 격리시키기 위해 ‘특수교도소’ 설립까지 추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은 비공개 기록물 약 134만건 중 공개 여부를 재분류해 이런 내용이 담긴 삼청교육대 자료 등 111만건을 공개(부분공개 포함)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1일 밝혔다. 기록원이 공개한 삼청교육대 자료에는 당시 법무부가 특수교도소 건립 차 부지물색을 위해 계엄사령관에 보낸 ‘협조 지원의뢰’라는 제목의 공문이 포함돼 있다. 1980년 11월 28일자로 작성된 이 공문에서 법무부는 특수교도소 수용인원을 5000명으로 예상하면서 시설 기능으로 교육생의 ‘사회와 완전 격리’ ‘근원적인 악성교정’을 들었다. 교도소 건립에 필요한 부지는 30만∼40만평 규모(99만㎡∼132만㎡)로 추정하기도 했고, 부지 선정 시 유의사항으로 ‘사회와 단절감을 느낄 수 있는 거리와 환경’ ‘유사시 긴급 군지원 가능 거리’를 조건으로 달았다. 특수교도소 후보지로는 충북 1곳, 강원 4곳이 거론됐으나 실제 건립되지는 않았고, 이후 청송감호소라는 이름으로 경북 청송에 문을 열었다고 기록원 관계자는 설명했다. 또 함께 공개된 당시 계엄사령부 참모장 명의의 협조전에는 삼청교육대 순화교육 대상자에 대해 ‘조정급식’을 하라는 명령도 담겨 있다. 조정급식 요령으로 ‘하루 2끼니분을 3끼니분으로 나눠 급식’하라고 하면서 입소 4일간 조정급식을 한 뒤 정상급식으로 전환하라고 공문은 명령했다. 조정급식의 이유는 공복감을 느끼게 해 육체적인 반발과 저항력을 감소시키고, 질서 유지에 필요한 복종심을 키우는 한편 본인의 과오에 대한 회개속도를 증가시켜 성공적인 순화교육이 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B급 교육생은 정밀심사를 거쳐 근로봉사 기간의 연장 여부를 결정하고, 조기퇴소 대상자 중 실형 선고를 받은 전과 3범 이상인 자는 조기퇴소 대상에서 제외해 훈련기간을 연장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또, 1980년 10월 제8차 개헌 국민투표를 앞두고 삼청교육대 수용인원의 부재자투표 실시지침과 사망 위로금 지급 등의 내용도 들어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씨줄날줄] 전자인간 기본권/진경호 논설위원

    [씨줄날줄] 전자인간 기본권/진경호 논설위원

    SF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로봇 3원칙’을 제시한 때는 1950년이다. 로봇이 뭔지도 몰랐을 68년 전에 이 선각자는 저서 ’아이 로봇’을 통해 로봇의 행동을 규제할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끼쳐선 안 되며, 위험에 처한 인간을 방관해서도 안 된다.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반드시 복종해야 한다. 로봇은 자기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아시모프의 이 로봇 3원칙은 인간을 중심에 둔 개념, 로봇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기 위한 개념이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이 인간 지시를 단순히 이행하는 차원을 넘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강지능’의 단계로 나아가면서 이런 로봇 담론에도 근본적 변화가 일고 있다. 로봇의 권리, 즉 로봇을 인간과 대등한 ‘전자인간’으로 간주하고 그에 상응한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미 하와이대학의 미래학자 짐 데이토 교수가 2007년 ‘로봇 권리장전’ 제정을 촉구하면서 촉발된 이 ‘전자인간 기본권’ 논의는 2016년 6월 EU 의회 법사위원회가 ‘전자인간’(electronic person)의 권리와 의무를 법률로 규정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마련한 뒤로 본격화하고 있다. EU의 이 보고서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자율주행차의 사고나 AI 의사 ‘왓슨’의 오진에 따른 피해를 누가 어떻게 져야 하는지를 따지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고서는 대안의 하나로 로봇보험 가입 의무화와 대량실업 유발금을 로봇산업에 물리는 방안 등을 내놓았다. EU 보고서가 제기한 로봇의 권리는 엄밀히 말해 AI 로봇을 인간처럼 대하자는 취지라기보다는 AI 로봇산업 관련 법령을 정비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산업 차원의 논의와 별개로 최근엔 실제로 인간의 기본권, 즉 생각하는 인격체로서 누려야 할 권리를 AI 로봇에게 부여해야 한다는 논의도 급부상하고 있다. 로봇이 그저 기계 노예가 아니라 인간처럼 기쁨과 슬픔, 고통을 느끼는 인격체인 만큼 그에 상응한 권리와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범주의 논의에선 인류가 ‘유기인류’ 인간과 ‘전자인류’ AI 로봇으로 양분되고, 두 인류의 공생을 위한 규범들이 거론된다. 청소로봇이 열심히 일한 자신을 대견해하며 행복해하는 데 인간 주인이 로봇의 전원을 꺼버린다면 이것이 온당한가 하는 식의 논의다. 세계 최초로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시민권을 얻어 화제가 된 AI 로봇 ‘소피아’가 지난 30일 서울에서 로봇의 기본권에 대해 말했고 수백 명의 인간이 이를 경청했다. 인류의 분화, 멀지 않은 듯하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완벽한 아내’ 양육 실험한 18세기 영국 남성

    ‘완벽한 아내’ 양육 실험한 18세기 영국 남성

    완벽한 아내 만들기/웬디 무어 지음/이진옥 옮김/글항아리/472쪽/2만 1000원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은 상류층 남성이 자신의 취향에 딱 맞는 신붓감을 찾지 못하자 고아원에서 소녀를 입양해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로 만들기로 한다. 소설처럼 들리는 이 이야기는 계몽주의가 싹 트던 250년 전 영국에서 실제 일어난 사건이다. 18세기 영국의 시인이자 반노예제 운동가, 아동도서 작가였던 토머스 데이(1748~1789)는 여성도 남성처럼 똑같은 양육과 교육을 받으면 남자와 똑같은 지적 수준이 될 수 있다는, 당시로서는 꽤 진보적인 사고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의견에 동조하고 그의 방식에 맞춰 살고자 하는 여성이 나타나지 않자 교육과 훈련을 통해 ‘완벽한 아내’를 양육하기로 결심한다. 양육 실험은 비밀리에 이뤄졌다. 데이는 친구 명의를 빌려 고아원에서 두 소녀를 입양한다. 두 소녀는 그로부터 새로운 이름을 받는데 그 대목에서 여성에 대한 적나라한 시선이 드러난다. 첫 번째 소녀에게는 존 밀턴의 희곡 ‘코무스’에서 여성의 정숙함을 칭송하는 데 쓰인 사브리나라는 이름을 붙였다. 두 번째 소녀의 이름은 왕의 아들에게 겁탈을 당한 후 자살함으로써 로마 공화정의 시대를 여는 계기를 만든 비극적인 여인 루크레티아에게서 따왔다. 경악스러운 건 데이가 당시 자연주의 교육철학으로 혁신을 불러일으킨 루소의 ‘에밀’을 아내 양육의 지침서로 삼았다는 사실이다. 루소는 여성은 남성과 평등하게 태어났다고 주장하면서도, 소설 속 인물인 소년 에밀을 위해서는 급진적이고 진보적인 교육안을 구상한 반면 여성 인물인 소피에게는 남성에게 순종적이고 가정에 충실할 것을 요구한다. 데이나 루소나 사상적으로는 진보적인 행보를 보였지만 여성관은 권위적이고 그 시대의 눈높이에서 봐도 시대착오적이었다. ‘완벽한 아내’라는 환상에 젖은 데이의 관념에는 여성 혐오가 흐른다. 어린 시절 자신을 맹목적으로 사랑해준 ‘완벽한 여성상’이었던 어머니가 계부를 맞은 후 받게 된 상처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데이는 아내로 점찍은 사브리나의 팔과 등에 뜨거운 왁스 덩어리를 떨어 트리며 인내와 복종을 훈련한다. 결국 이 실험은 노예 같은 처지를 깨달은 사브리나가 저항하면서 실패로 끝난다. 저자는 데이의 황당무계한 실험을 통해 ‘피그말리온 신화’(이상적인 여성을 조각으로 만들어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부터 여성을 ‘아바타’로 여기는 남성주의적 관점을 꼬집는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씨줄날줄] 남북 오케스트라 합동 공연/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남북 오케스트라 합동 공연/서동철 논설위원

    KBS교향악단은 1956년 서울방송관현악단으로 창단됐다. 1961년 한국교향악단, 1969년 국립교향악단으로 바뀌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KBS교향악단이라는 이름으로 돌아갔다. 한마디로 국가대표 오케스트라다. 북한의 조선국립교향악단이 중앙교향악단으로 출범한 것은 1946년이다. 두 악단은 2000년과 2002년 서울과 평양에서 합동공연을 가졌다.외견상 남북 교향악단이 가장 다른 것은 악기 편성이다. 북한은 1956년부터 이른바 민족악기의 개량에 나서 1968년 평양대극장에서 열린 개량악기전시회에 모두 60종을 내놓기도 했다. 고음단소와 고음저대, 대피리, 저음피리, 대비파, 저비파, 장새납, 대해금, 소해금, 4현 아쟁, 라각 등이 그것이다. 행진음악 취타에 쓰던 라각은 과거 소라껍질로 만들었다. 민족악기의 개량에 따라 서양음악의 전통에 충실하던 북한의 교향악계도 배합관현악의 창작과 연주를 본격화한다. 조선국립교향악단의 대표 레퍼토리라고 할 수 있는 북한 작곡가 최성원의 1976년 작품 ‘아리랑환상곡’에도 장새납 독주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북한의 개량 악기는 서양 음계를 따랐다. 서양식 교향악단과 연주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따라서 배합관현악 작품은 일반 교향악단이 연주하기에도 큰 어려움이 없다. 2008년 지휘자 로린 마젤이 이끈 뉴욕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평양 연주회에서도 ‘아리랑환상곡’의 장새납 독주 부분은 피콜로가 대신했다. 장새납은 태평소를 개량한 것이다. 북한 교향악단이 과거 사회주의권의 다른 나라 교향악단과 다른 것은 특유의 레퍼토리다. 민족악기 개량과 배합관현악에 나선 것도 ‘서양악기를 민족악기에 복종시킨다’는 목표를 세운 데 따른 것이었다. ‘서양음악을 민족음악에 복종시킨다’는 목표와 다름없을 것이다. 북한 오케스트라가 서방 세계에 마지막으로 모습을 보인 것은 2012년 3월 14일이다. 정명훈이 지휘하는 라디오 프랑스 오케스트라와 파리의 플레이엘홀에서 합동 공연을 가진 것이다. 북한의 은하수관현악단은 가야금과 소해금이 협연하는 이른바 민족기악 2중주와 관현악 ‘비날론 삼천리’ 등을 연주했다고 한다. 남북은 오늘 평창동계올림픽에 북측 예술단 파견 문제를 협의하는 실무접촉을 갖는다. 북측 대표단에는 현송월 관현악단 단장과 김순호 관현악단 행정부단장도 포함됐다. 하지만 파리 공연 당시 은하수관현악단을 지휘한 윤범주는 막판 교체됐다. 남북 합동 공연 성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변화가 아니길 바란다. dcsuh@seoul.co.kr
  • “시키는대로 다 하면 안된다는 것은 개도 안다”

    “시키는대로 다 하면 안된다는 것은 개도 안다”

    “맹인 인도견들도 주인의 명령이 정당하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때는 이에 따르지 않도록 훈련받는데, 하물며 사람이...”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의 저명 칼럼니스트 로저 코헨은 13일(현지시간) 신문 1면에 뉘른베르크 전범재판과 맹인 인도견 훈련과정을 거론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선제공격론’은 불법적인 생각이며 ‘트럼프 시대 불복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코헨은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에서 상부의 지시에 따랐더라도 불법적인 명령에 대한 복종은 개인의 형사책임을 면해주지 못한다는 원칙이 확립됐다”며 “맹도견은 주인의 명령이 차도나 지하철 철로, 낭떠러지에 떨어지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면 이에 따르지 않도록 훈련받는다”고 칼럼에 썼다. 그는 인류 사회의 안녕은 물론 개인의 평안을 위협하는 불법적인 지시에 따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개도 안다”라고 지적했다. 코헨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맹도견 훈련 자선기관인 ‘시잉 아이’의 짐 컷시 대표와 대화를 인용해 “시잉 아이의 맹도견은 주인의 명령이 주인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아닌지 판단해 정지하거나 좌우로 방향을 틀어 주인을 위험에서 구하도록 훈련받는다”고 말했다. 맹도견은 불복종을 배우는 이 마지막 과정에서 많이 탈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헨은 “불복종이 복종보다 고등한 인지 기능이며 얼마나 본질적인가를 시사하는 사례”라며 “20세기 전반은 전 세계가 문명 보존을 위해 불복종의 도덕성과 합법성을 배우는 시기였다”고 설명했다.1,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서는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 상사에 대한 절대복종을 요구하는 ‘지도자 원칙’이 지배했는데 코헨은 “지도자 원칙이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가는 길을 닦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전후 독일은 야만에 저항할 수 있도록 하는 “내면의 도덕적 나침반”을 갖게 됐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은 탄창을 삽입해 장전한 상태라고 하면서 핵무기 사용을 공공연히 이야기하며 미국의 위대성을 군사력과 동일시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영국인들 대부분은 트럼프를 예측 불가 위험인물로, 독일인은 웃음거리로, 아시아에서는 북한에 대해 그의 의도를 두려워 한다”고 지적했다. 코헨은 지난달 의회 청문회에 참석한 존 하이트 미국 전략사령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핵 공격 명령이 있더라도 “불법한 것이면 ‘대통령, 그것은 불법합니다’라고 말할 것”이라고 진술한 처럼 “불복종이 인류가 종말전쟁으로 뛰어드는 것을 막아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특파원 생생 리포트] 남편에게 복종하라… 최고의 혼수는 ‘정조’다?

    [특파원 생생 리포트] 남편에게 복종하라… 최고의 혼수는 ‘정조’다?

    “女노예 만드는 학원” 비난 일자 폐쇄명령 아버지·남편에 의해 대다수 강제로 입학“남편에게 무조건 복종하라. 때리면 맞아라. 세 명 이상의 남성과 성관계를 가져 정액이 섞이면 독이 돼 죽을 수 있다. 가장 귀한 혼수는 정조다.” 중국 랴오닝성 푸순시의 한 ‘여성도덕’ 교육학원의 강의 동영상이 중국 여성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중국 동영상 공유사이트를 통해 퍼진 이 학원의 강연 내용은 “절대로 이혼하지 마라. 남편이 무엇을 요구하든 아내의 대답은 ‘예, 즉시 하겠습니다’여야 한다. 여성이 운영하는 회사는 망한다” 등으로 채워져 있다. 환구시보 등에 따르면 이 학원은 2011년 문을 열었다. 전통문화 교육을 통해 교양 있는 여성을 육성한다고 선전해 왔다. 수강생들은 대부분 가정주부였다. 영상에 등장한 한 여성은 “남편이 여성의 가치와 복종을 배우라고 나를 여기에 보냈다”고 말했다. 동영상이 퍼지자 중국 여성들은 분노했다. “여성 노예를 만드는 학원”이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푸순시 당국은 즉각 현장 조사에 나서 “사회주의 가치관에 위배되는 학원”이라며 폐쇄 명령을 내렸다. 학원 측은 “일부 강연이 와전된 것”이라고 항의했지만, 강제로 폐쇄됐다. 인민일보는 지난 5일 평론을 통해 “여성도덕이란 허울뿐인 명분으로 전통문화를 욕되게 했다”고 비판했다.문제는 ‘여덕반’(女德班)이라고 불리는 이런 학원이 중국 전역에서 성업 중이라는 데 있다. 학원생들은 대부분 아버지나 남편에 의해 강제로 입학당했다. 인민일보는 “가장들의 잘못된 교육관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반항적인 딸이 스파르타식 교육을 통해 요조숙녀가 되고, 남편에게 대들던 아내가 ‘삼종지도’에 충실한 현모양처가 된 ‘성공 스토리’로 가부장적인 아버지들과 남편들을 꾀어냈다. 신경보는 “학원들은 강연 동영상 판매, 출판, 심지어 미용실 운영 등으로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허베이성 전통문화연구회 부회장인 딩쉬안은 ‘여덕(女德) 대모’로 불리는 유명 강사다. 딩쉬안은 지난 5월 한 대학 강연에서 “미니스커트 착용은 부모를 욕보이는 짓이다. 여자는 종족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남자를 바꿔서는 안 된다. 강간은 집안의 수치이므로 발설해선 안 된다”는 망언을 했지만, 여전히 활발한 강연 활동을 벌이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1949년 신중국 수립 당시 헌법에 남녀평등을 규정했다. 마오쩌둥 주석은 “세상의 반은 여성”(婦女能頂半邊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남녀 차별이 가장 심각한 국가로 남아 있다. 딩쉬안은 여권 신장을 책임지는 공산당 중앙 기관인 전국부녀연합회의 초빙 강사다. 상하이 부녀연합회는 지난 10월 ‘가정폭력 남편에게 대처하는 방법’을 공식 웨이보에 올렸다. “남편이 폭력을 휘두를 때 조용히 남편을 안으면 처음에는 더 때리지만, 어느 순간부터 어찌할 바를 모르고 폭력을 멈춘다. 남편이 후회하기 시작하면 부부 갈등은 눈 녹듯 사라진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2명에 100만원 금지 액수 안 넘어… 만찬은 하급자 격려 해당”

    “2명에 100만원 금지 액수 안 넘어… 만찬은 하급자 격려 해당”

    고위 검찰 간부의 첫 번째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면서 이 법을 둘러싸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관행적인 부정한 청탁과 금품 제공을 막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법이지만 정작 형사재판에선 엄격하게 법리 적용을 하다 보니 ‘사회상규’로 풀이될 여지가 많다는 지적이다.8일 이영렬(59·사법연수원 18기) 전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조의연)는 ‘죄형법정주의’(범죄와 형벌은 법률로 정해져야 한다는 원칙)에 따른 엄격한 해석을 강조했다. 법을 해석할 때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하거나 유추해선 안 된다는 것으로, 관행이나 사회상규로 인식되던 행위들에 대해선 더욱 엄격하게 법률규정에 근거해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재판부는 우선 이 전 지검장이 법무부 과장 2명에게 제공한 9만 5000원 상당의 식사와 100만원이 든 현금 봉투를 각각 음식물과 금전으로 나눠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가 그 명목과 관계없이 동일인에게 1회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거나 요구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전체 액수(109만 5000원)로 해석해 이 전 지검장을 기소했지만, 재판부는 “제공된 금품의 종류나 제공 형태에 따라 각각 예외사유를 따져 수수 금지 금품의 가액을 산정해야 한다”면서 ‘100만원 돈 봉투’는 금지 금액을 초과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식사에 대해선 ‘상급 공직자가 하급자에게 위로·격려·포상 등의 목적으로 제공하는 금품’(청탁금지법 제8조 3항의 1호)으로, 예외사항이라고 봤다. 특히 ‘상급 공직자’의 기준을 반드시 같은 기관 소속으로 명령·복종 관계에 있어야만 상하 관계라고 보는 것은 지나치게 좁은 해석이라고 했다. 법무부 근무 검사들이 일선 검찰청 검사를 겸직한 점, 법무부 과장들이 이 전 지검장을 직무상 상급자로 명확히 인식한 점 등을 근거로 이들을 상하 관계로 규정했다. ‘위로·격려 목적’에 대해선 이 만찬이 지난 4월 17일 이 전 지검장이 지휘한 국정농단 사건 특별수사본부가 수사결과를 발표한 뒤 이뤄졌고 “장관도 없는데 고생 많았다”며 격려한 점으로 비춰 그에 합당하다고 풀이했다. 청탁금지법 적용 1년이 지났지만 예외 사항이 많아 법보다 관행이 우선시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홍승욱)는 지난 2월 정년퇴임한 서울대 의대 교수 A(65)씨에게 시가 760만원 상당의 고급 골프채를 선물한 후배 교수 17명과 A씨를 전원 기소유예 처분했다. 후배들이 관행에 따라 퇴임기념 선물을 준 것을 처벌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취지다. 앞서 9월 대전지방법원 형사12부(부장 박창제)도 투자 사기 혐의로 구속된 아이카이스트 김성진 대표에게 대가를 받고 아내와 전화 통화 등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한 혐의로 기소된 교도관 B(29)씨에게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B씨의 수수행위가 청탁금지법상 명문화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청탁금지법 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 신봉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청탁금지법이 다양한 예외규정과 특히 ‘사회상규’라는 포괄적인 예외조항이 있어 아직은 불확정적인 개념이 많아 상황별로 해석이 다를 수도 있다”면서 “당분간은 판례가 축적돼야 명확한 해석 기준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는 “청탁금지법에 대한 유권해석 기관일 뿐 법원 판결에 대해 옳다, 그르다를 판단하는 곳은 아니다”라면서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았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돈 봉투 만찬’ 이영렬 前지검장 김영란법 무죄 이유는

    ‘돈 봉투 만찬’ 이영렬 前지검장 김영란법 무죄 이유는

    법원 “밥값은 격려금·돈봉투는 처벌 제외…100만원은 처벌 대상 안돼” ‘돈 봉투 만찬’에서 후배 검사들에게 위법한 ‘격려금’을 주고 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에게 8일 무죄를 선고한 법원의 판단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원은 “밥값은 격려금이며 돈봉투 100만원은 처벌 대상이 아니다”라며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엄격한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법원은 제공된 격려금과 식사 비용을 분리해서 각 사안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했다. 그뒤 당시 저녁 자리의 성격, 검사인 참석자들의 직급상 상하 관계 등을 토대로 유죄를 인정할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 앞서 검찰은 이 전 지검장이 만찬 자리에서 법무부 간부 두 명에게 각각 9만 5000원 상당의 식사와 각 100만원이 든 격려금 봉투를 전달해 1인당 109만 5000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했다고 보고 이 전 지검장을 기소했다. 김영란법이 명목과 관계없이 동일인에게서 1회에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거나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는데 이 조항에 근거해 이 전 지검장을 기소한 것이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조의연 부장판사)는 “동일한 기회에 여러 종류의 금품이 제공·수수됐고 각 예외사유의 해당 여부가 다퉈지는 경우, 제공된 금품의 종류나 제공 형태에 따라 각각 예외사유를 따져 수수 금지 금품의 가액을 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 전 지검장이 제공한 금품을 음식물과 금전으로 구분해야 한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검찰은 두 사안을 합산해 109만 5000원을 범죄 금액으로 보고 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봤지만, 법원은 이를 뭉뚱그리지 말고 각각 나눠 개별적으로 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평가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우선 식대의 경우 김영란법상 예외 조항, 즉 공공기관이 소속 공직자나 파견 공직자 등에게 지급하거나 상급 공직자가 위로나 격려, 포상의 목적으로 하급 공직자에게 제공한 금품이라고 판단했다. 이 전 지검장과 만찬장에 나온 법무부 간부들의 경우 상하관계라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죄형법정주의상 엄격한 해석의 원칙과 ‘상급’의 사전적 의미 등에 비춰, 좁은 의미의 ‘동일한 공공기관에 소속돼 있고 현실적으로 담당하는 직무에 관해 명령·복종 관계’에 있어야만 예외사유의 ‘상급, 하급 공직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특히 “검사는 1∼2년 주기로 전보나 겸직 등 인사이동을 하고 있고, 정부조직법상 검찰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인데 법무부 근무 검사들은 일선 검찰청 검사로 겸직하고 있다”고 근거들을 설명했다.또 “법무부 검찰국의 분장 사항은 일반적인 검찰 업무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고, 격려금을 받은 법무부 간부들도 이 전 지검장을 직무상 상급자로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따라서 이 전 지검장과 법무부 간부들은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계층적 조직체의 일원으로서 직무상 상하관계에 있어 예외사유에서의 상급자와 하급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결과적으로 당시 만찬이 국정농단 수사가 끝난 뒤 격려 목적에서 이뤄진 점, 대화 주제도 국정농단 사건의 공소유지 계획이나 특별검사팀과의 협업, 검찰 개혁 같은 검찰 내외의 현안이었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9만 5000원 상당의 식사비는 청탁금지법의 예외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나머지 100만원의 격려금의 경우 그 액수가 각 100만원을 초과하지 않아 청탁금지법상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다만 재판부는 이 100만원에 대해선 “수수 금지 금품의 금액이 100만원 이하일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한 조항의 해당 여부가 문제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형법상 형벌인 벌금이 아니라 행정제재 조치로서 행정벌인 과태료 사안인지의 문제라는 취지다. 김영란법은 누구든지 공직자에게 수수 금지 금품을 제공한 경우 그 가액이 100만원 초과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지만 100만원 이하의 금액을 제공한 사람에 대해선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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