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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지휘부 비판하다 파면된 경찰 복직하다

    경찰 지휘부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파면당한 경찰관이 최근 복직한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당시 경찰 지휘부를 비판하다 파면된 표모(35) 경장이 지난 8일 인천경찰청 소속으로 복직했다. 표 경장은 인천 남구의 한 치안센터로 발령받았다. 2007년 순경 공채로 경찰관이 된 표 경장은 2017년 7월 인천남부경찰서의 한 지구대 소속으로 근무하다 파면당했다. 당시 경찰 감찰팀은 “표 경장이 지난 3년간 지시 사항을 11차례 위반하거나 거부해 국가공무원으로서의 성실의무, 복종의무 및 품위유지 의무 등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표 경장은 2015년부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경찰지휘부의 과도한 실적 경쟁과 비민주적 조직 문화 등을 비판해왔다. 파면 직전인 2017년 4월에는 경찰 내부게시판에 체납 과태료 징수 실적을 지적하는 공문에 대한 비판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런 배경에서 표 경장을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경찰 지휘부가 표 경장에 대한 ‘표적 감찰’을 진행한 뒤 파면 조치를 내린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표 경장은 경찰 옷을 벗은 뒤 인권연대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경찰 내부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 왔다. 아울러 인천지법에 ‘파면을 취소해달라’며 행정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달 14일 1심에서 승소했다. 1심 재판부는 “경찰 조직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가 과도하게 고려된 높은 수위의 징계”라고 판단했다. 경찰은 고심 끝에 항소를 포기했다. 이어 표 경장에 대한 파면 처분을 취소함과 동시에 복직 명령 내렸다. 현재 경찰은 표 경장에 대한 재징계를 위해 징계위원회를 구성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씨줄날줄] 개물림 사고/박현갑 논설위원

    [씨줄날줄] 개물림 사고/박현갑 논설위원

    반려동물 인구 1000만명 시대다. 애견병원 등 관련 산업으로 돈벌이를 하는 사람들도 늘어났으나 반려동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늘고 있다.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개에 물려 다친 환자는 2015년 1842명에서 2016년 2111명, 지난해 2405명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다. 한국소비자원 통계도 마찬가지다. 반려견에게 물리는 사고가 2012년 560건에서 2014년 676건, 2016년 1019건에 이어 지난해에는 1408건으로 늘었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애완견을 가장 많이 기르는 나라인 미국의 경우 해마다 약 400만건 이상의 애완견 물림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의사회, 우정청, 질병조사국 합동으로 매년 5월에 ‘전국 개 물림 예방주간’을 마련해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애완견을 가장 많이 기르는 일본에서도 연간 4000여건의 애완견 물림 사고가 생기고 있다. 개물림 사고 증가는 사람 보호를 위한 입법으로 이어지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3월 동물보호법을 개정해 반려견에게 목줄을 매지 않는 등 안전 조치를 위반하면 소유자에게 부과하는 과태료를 최대 1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인상했다. 내년부터 모든 반려견은 길이 2m 이내인 목줄 착용이 의무화된다. 2021년에는 사람을 공격해 상해를 입힌 이력이 있는 개와 체고(바닥에서 어깨뼈까지 높이) 40㎝ 이상이면서 공격성 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관리대상견은 엘리베이터, 복도 등 건물 내 협소한 공간과 보행로 등에서의 입마개 착용이 의무화된다. 하지만 이 같은 처벌 방안에 대해 동물보호단체나 애견인들의 반대는 거세다. 특히 관리대상견에 대한 입마개 착용 의무화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국내 반려견의 절반 이상이 관리대상견에 해당될 수 있는데 객관적 근거가 없는 규제라는 비판이다. 정부는 개물림으로 인한 중상해 및 사망 사고 대부분이 맹견과 체고 40㎝ 이상 중대형견에 의해 생겨 입마개 착용 기준을 정했다. 개물림 사고는 대부분 소유자들의 관리 소홀에서 발생한다. 전체 가구의 24% 정도가 개를 기른다지만, 반려견에 대한 충분한 지식 없이 기르면서 유기견도 증가하고 있다. 개는 기본적으로 복종성과 공격성을 내재하고 있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명 시대에 걸맞은 소유자 교육 및 훈련 확대가 중요하다. 우리 사회도 이제 비반려인, 반려인으로 구분할 정도로 동물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반려견에 대한 사회화 훈련이 충실히 이행된다면 동물과 함께하는 비반려인의 삶도 더이상 불편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 리용호 北외무상 “비핵화 의지 확고하지만…” UN연설에 담은 北의 의지

    리용호 北외무상 “비핵화 의지 확고하지만…” UN연설에 담은 北의 의지

    북한이 일방적인 핵무장 해제는 없을 것이라고 국제 사회를 향해 천명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기조연설에 나서 “비핵화를 실현하는 우리 공화국 의지는 확고부동하지만, 이것은 미국이 우리로 하여금 충분한 신뢰감을 가지게 할 때만 실현 가능하다”면서 “미국에 대한 신뢰 없이는 우리 국가의 안전에 대한 확신이 있을 수 없으며, 그런 상태에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먼저 핵무장을 해제하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리용호 외무상은 이날 15분간 진행된 연설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동시 행동과 단계적 실현 방침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북미 간 신뢰 구축을 앞세워 미국의 상응 조치를 요구했다. 북한이 실행한 “중대한 선의의 조치”로서 핵·미사일 실험 중단 및 핵실험장 폐기 등을 꼽으며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와 핵기술을 이전하지 않을 것에 대해 확약했다”면서 ‘비확산’ 의지도 나타냈다. 그러면서 “미국의 상응한 화답을 보지 못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조선반도 평화체제 결핍에 대한 우리의 우려를 가셔줄 대신 선 비핵화만을 주장하면서 그를 강압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제재 압박 도수를 더욱 높이고 있으며 종전선언 발표까지 반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리용호 외무상은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의 망상에 불과하지만, 제재가 우리의 불신을 증폭시키는 게 문제”라면서 “조미 공동성명의 이행이 교착에 직면한 원인은 미국이 신뢰 조성에 치명적인 강권의 방법에만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70년 전 공화국이 탄생한 첫날부터 우리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실시해왔으며, 자국 기업들이 우리나라와 나사못 한 개도 거래하지 못 하게 하는 철저한 경제 봉쇄를 감행하고 있는 나라”라면서 “미국땅에 돌멩이 한 개 날아간 적이 없지만, 미국은 조선반도 전쟁 시기 우리나라에 수십발의 원자탄을 떨구겠다고 공갈한 적이 있는 나라이며 그 이후에도 우리의 문턱에 끊임없이 핵전략 자산을 끌어들인 나라”라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조선반도를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기 위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리용호 외무상은 역설했다. 그러면서 “수십년간 지속된 핵 위협에 대처할 방위력과 전쟁억지력을 다져놓은 상황에서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해야 할 역사적 과업에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리용호 외무상은 6·12 북미정상회담에서 채택된 북미 공동성명이 이행되면 “조선반도에 조성된 현재의 완화 기류는 공고한 평화로 정착되고,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도 실현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세계 최대의 열점이었던 조선반도는 아시아와 세계 안전에 기여하는 평화와 번영의 발원지로 전환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동성명이 원만히 이행되려면 수십년 쌓인 불신의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면서 “조미 두 나라가 과거에만 집착해 상대방을 무턱대고 의심만 하려 든다면 이번 공동성명도 지난 시기 실패한 다른 조미 간 합의들과 같은 운명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조선반도 비핵화도 신뢰 조성을 앞세우는 데 기본을 두고 평화체제 구축과 동시 행동 원칙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단계적으로 실현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며 동시행동과 단계적 실현 원칙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리고 “조미 수뇌회담의 가장 중요한 정신 중의 하나는 쌍방이 구태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가기로 합의한 것”이라면서 미국이 싱가포르 북미 공동성명을 성실히 지키는 것이 “궁극적으로 미국의 국익으로 이어진다는 선견지명 있는 판단을 내리고 조미 관계 해결의 새로운 방식을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내 비핵화 협상 회의론 또는 비관론에 대해 ‘정치적 반대파들의 정적 공격’으로 규정, 이를 견제하는 메시지도 강조했다. 리용호 외무상은 6·12 북미공동선언의 이행이 무산되는 상황을 ‘미국 국내 정치의 희생물’로 표현하면서 “예측 불가능한 후과의 가장 큰 희생물은 바로 미국 그 자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리용호 외무상은 “우리 공화국을 믿을 수 없다는 험담을 일삼고, 받아들일 수 없는 무례한 일방적 요구를 들고 나갈 것을 행정부에 강박하여, 대화와 협상이 순조롭게 진척되지 못하게 훼방하고 있다”면서 “불신을 고취하면서 강권에 매달리는 것은 결코 신뢰 조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다시 한번 비판했다. 다만 이러한 일련의 비판 발언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름은 단 한번도 거론하지 않았다. 한국에 대해선 우호적인 태도를 나타냈다. 리용호 외무상은 최근 남북 관계 개선 상황을 거론하면서 “만일 비핵화 문제의 당사자가 미국이 아니라 남조선이었다면 조선반도 비핵화 문제도 지금 같은 교착 상태에 빠지는 일이 없었을 것”이라면서 “우리가 공동성명의 이행을 위해 조미 사이의 신뢰 조성을 중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에서 유지되고 있는 대북 제재 결의들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리용호 외무상은 “(핵·미사일) 시험들이 중지된 지 1년이 되는 오늘까지 제재 결의들은 해제되거나 완화되기는커녕 토 하나 변한 게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남조선 주둔 유엔군사령부가 북남 사이의 판문점 선언의 이행까지 가로막는 심상찮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유엔의 통제 밖에서 미국의 지휘에 복종하는 연합군 사령부에 불과하지만, 아직도 신성한 유엔의 명칭을 도용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비난했다. 이는 최근 남북 철도 연결 사업을 위한 북측 구간 철도 현지공동조사에 유엔군사령부가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날 리용호 외무상의 연설은 국제 사회를 향한 북한의 비핵화 관련 공식 입장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평양 남북정상회담과 연이은 친서 외교, 그리고 지난 24일 한·미 정상회담으로 북미 간의 비핵화 논의가 재개되는 국면에서 예상보다 강경한 내용이 나오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이윤택 1심 징역 6년… 유명인 미투 첫 실형

    이윤택 1심 징역 6년… 유명인 미투 첫 실형

    극단 단원들을 상습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던 이윤택(66)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올해 초 시작된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으로 기소된 유명인사 중 실형 선고는 이번이 처음이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황병헌)는 19일 이 전 감독의 유사강간치상 및 상습강제추행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 징역 6년을 판결했다. 재판부는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취업제한 10년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연출자로 높은 명성과 권위를 누리던 피고인이 자신의 절대적 영향력 아래 있는 배우들을 상대로 오랜 기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성추행 범죄를 저질렀다”며 범행의 상습성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대부분은 별다른 사회 경험이 없이 연극에 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피고인 지시에 수긍했던 사람들”이라면서 “꿈을 이루기 위해 피고인에게 복종할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들의 처지를 악용했다”고 질책했다. 이 전 감독은 2010년 7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연희단거리패 여성 배우 9명을 25차례에 걸쳐 상습 성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이 중 법정 증언을 거부한 2명에 대한 혐의만 무죄가 나왔고, 연기 지도 및 발성 연습 등의 명목으로 추행한 18개 공소사실들은 유죄로 판단됐다. 이 전 감독은 피해자들이 연기 지도 방식에 동의했다고 거듭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추행 당시 적극 문제제기를 하지 않거나 참고 계속했다고 해서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단원 상습추행’ 이윤택 징역 6년…“추행 명백한데 책임 회피” 질타

    ‘단원 상습추행’ 이윤택 징역 6년…“추행 명백한데 책임 회피” 질타

    극단 단원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윤택(66)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미투 운동’으로 고발된 유명인 사건 중 첫 실형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황병헌)는 19일 오후 2시 유사강간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이씨의 공소사실 상당 부분을 유죄로 인정,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80시간의 성폭력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의 아동청소년기관 취업제한 등도 명령했다. 다만 재범의 위험성이 크다며 검찰이 청구한 보호관찰 명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씨는 연희단거리패 창단자이자 실질적인 운영자로서 절대적 권한을 이용, 2010년 7월~2016년 12월 여성 배우 5명을 25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2016년 12월 여성 배우의 신체 부위에 손을 대고 연기 연습을 시켜 우울증 등 상해를 가한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절대적 영향력 아래 있는 단원을 지도한다는 명목으로 반복적인 성추행 범죄를 저질렀다”면서 “연극을 하겠다는 소중한 꿈을 이루기 위해 피고인의 권력에 복종할 수밖에 없던 피해자들의 처지를 악용해 범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단원들이 여러 차례 항의나 문제 제기를 해 스스로 과오를 반성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하지 않았다”면서 “자신의 행위가 연극에 대한 과욕에서 비롯됐다거나, 피해자들이 거부하지 않아 고통을 몰랐다는 등 책임 회피로 일관하고 ‘미투 폭로’로 자신을 악인으로 몰고 간다며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했다”고 강하게 꾸짖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 중 피해자가 법정에서 증언하지 않아 증거가 부족하거나, 일반적인 발성 연습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일부 범행을 제외하고 총 8명에 대한 18회의 추행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렇게 유사한 방식의 추행이 반복된 만큼 상습성도 인정했다. 추행을 저질러 배우의 우울증을 발현·악화시켰다는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각 혐의의 유·무죄를 판단하면서 “피해자가 이의 제기를 못 하고 묵묵히 따랐다고 해서 동의했다고 볼 수 없고, 명백히 동의하지 않은 이상 어떻게 해도 수긍할 수 없는 추행이 명백하다”면서 ‘피해자들이 거부하지 않아 몰랐다’는 이씨의 해명을 반박했다. 또 ‘독특한 연기 지도 방법이었다’라는 이씨 측의 항변에 “발성 지도 명목이라 해도 결코 용납될 수 없고, 나중에 문제가 된 뒤 피해자가 연기 지도라고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범죄가 성립되는 데는 영향이 없다”고도 판단했다. 또 “연기 지도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신체 접촉은 용인된 것으로 보이지만, 접촉 부위 등이 수치심·혐오감을 느끼게 하고 상대가 동의하지 않는 이상 연기 지도로 인정할 수 없다”면서 “대부분 범행이 일방적인 추행이고, 피해자들은 단지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하지 못했을 뿐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피해자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이씨 측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상당한 고통과 심리적 부담을 느낄 피해자들이 미투 운동에 용기를 얻어 늦게나마 피해 사실을 밝힌 것으로 보일 뿐이지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면서 “법정에서의 진술 내용도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일관되고 구체적이어서 신빙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씨 측은 범행이 ‘갑자기’ 이뤄지지 않은 만큼 강제추행의 요건인 폭행·협박이 없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강제추행의 본질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을 행사해 성적 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면서 “피고인의 범행은 강제추행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법정에는 일부 피해자들과 변호인들이 참석해 재판부의 선고를 직접 방청했다. 일부 피해자들은 재판부의 선고 결과를 들으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부패 호랑이’ 때려잡다 인권 놓친 시진핑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부패 호랑이’ 때려잡다 인권 놓친 시진핑

    SCMP에 따르면 시 주석 집권 이후 처벌을 받은 부패 관료는 150만명이 넘는다. 올해 상반기에만도 ‘반부패 8항규정’을 위반한 3만 6618명의 공직자가 처벌됐다고 반부패 총괄기구인 공산당중앙 기율검사위원회(기율검사위)가 밝혔다. ‘중국판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반부패 8항규정은 차량·접대·연회의 간소화, 회의시간 단축, 수행인원 축소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인권침해 원흉은 구금 조사하는 쌍규 관행 반부패 조사 과정에서 일어나는 인권침해의 ‘원흉’으로 지목되는 것은 중국 당국이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휘두르는 ‘쌍규’(雙規) 관행이다. 쌍규는 “(피의자에 대해) 규정한 시간, 규정한 공간에서” 조사를 진행한다는 뜻이다. 기율검사위가 8900만여명의 공산당원들 가운데 비리 혐의가 있는 당원을 연행해 구금 상태로 조사하는 것이다. 통상 조사가 이뤄지기 전 당원들의 자유를 제한하는 일종의 격리 감찰권이다. 이처럼 격리해서 처분하는 까닭은 외부와의 연락을 차단하고 자살을 막기 위해서다. 기율위가 쌍규 처분을 내리는 순간 피의자의 모든 직무가 정지되고 인신의 자유가 박탈된다. 압수수색, 압류, 계좌 추적과 동시에 피의자의 모든 재산도 동결 조치된다. 쌍규 기간에는 일반인은 물론 가족과 변호사의 접견조차 제한된다. 기간은 3~4개월이지만 사안의 중요도에 따라 최장 2년까지 연장 가능하다(일반인 구속은 일반사건 최장 14일, 특수사건 최장 37일). 쌍규 처분이 내려지면 각급 검찰기관의 공소 제기나 법원의 재판, 형의 선고와 집행 등은 요식행위에 불과할 뿐이다. 영장심사나 구금기간 제한이 보장되지 않는 만큼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 저우융캉(周永康) 전 당중앙 정법위원회 서기이자 전 정치국 상무위원, 보시라이(薄熙來)·쑨정차이(孫政才) 전 충칭(重慶)시 당서기이자 전 정치국원 등 최고위급 관료도 끝내 쌍규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자백해야 했다. ●국가감찰위, 비당원 재산몰수 ‘무소불위’ 사정이 이러니 부패 혐의를 인정하는 거짓 자백을 한 사례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에 따르면 쌍규 처분을 받은 후 풀려난 이들은 한결같이 “창문이 없는 방에서 12시간 연속 앉아 있거나 12시간 연속 서서 조사를 받는다”고 증언했다. 9일간 철제 의자에 손과 발이 묶인 채 조사를 받기도 했다고 폭로한 이도 있다. 인권침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중국 정부는 쌍규 대신 ‘유치’(留置) 제도를 도입했다. 반부패 숙청을 합법화하는 이 제도는 구금기간이 3개월을 초과할 수 없고 특수 상황에서 상급기관의 승인을 받아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가감찰위원회는 유치 제도를 통해 인권 상황을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국가감찰위는 국무원 감찰부, 국가예방부패국, 인민검찰원 반부패 조직 등을 통합해 지난 3월 출범한 사정조직이다. 당원뿐 아니라 비당원 공직자도 감찰할 수 있고 조사·심문·구금은 말할 것도 없고 재산 동결과 몰수 권한까지 부여받아 ‘무소불위’의 반부패 사정기구로 등장했다. 그러나 국가감찰위의 주장과는 달리 유치 조치를 당하는 피의자들도 쌍규와 마찬가지로 변호인 접견권이 보장되지 않아 인권침해 가능성은 여전하다. ‘형사절차법’에 따라 변호인 접견권 등 기본적 인권보호 조치를 적용받는 살인 피의자만큼도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셈이다. 실제로 푸젠(福建)성 난핑(南平)시 정부에서 운전기사로 일했던 천융(陳勇)은 지난 5월 시 부구청장이었던 린창(林强)의 엄중한 기율위반 혐의와 관련해 구금돼 조사를 받다가 사망했다. 천의 누나는 “동생의 얼굴이 흉하게 망가져 있었고, 뺨과 허리에 멍이 들어 있었다”며 “동생은 고혈압으로 약을 먹고 위가 좋지 않았으나, 다른 질병은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허난(河南)성 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을 지내다가 2010년 부패 혐의로 사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베이징시 북부 친청(秦城)교도소에 수감된 쑨산우(孫善武)는 “수사관들이 내 집과 계좌를 뒤졌지만 아무런 돈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친구와 동료들은 고문과 협박에 못 이겨 허위 자백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쑨의 아내가 뇌물을 받았다고 증언했던 한 사업가는 “그들은 나를 고문했고 잠도 못 자게 했다”며 “그들이 원하는 대로 진술할 수밖에 없었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증언하고 싶다”고 말했다. 쑨은 자신에 대한 수사가 불법적으로 이뤄졌다며 당국에 재심을 청구한 상태다. 그의 지인들은 쑨이 중국 최고 지도부인 당중앙 정치국 상무위원 중 한 명이었던 당 원로의 청탁을 거절했다가 미운털이 박혔다고 주장했다. 이 원로의 친척은 국유 광산을 불하받길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후이(安徽)성 국토자원청 부청장으로 재직하다가 비리 혐의로 조사받은 천량강(陳良剛)은 “그들은 내 방 바로 옆에 아내를 가뒀는데, 날마다 아내의 비명이 들렸다”며 “석방된 후에 아내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척추 손상, 신장 질환 등의 진단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中 유치제도, 피의자 접견권 보장 안 해 중국 법률 전문가들은 중국 재판의 유죄판결 비율이 무려 99.9%에 이를 정도로 수사 당국에 일방적으로 치우친 시스템이라며 이러한 제도를 개선해 피의자 인권을 개선하고 수사 공정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이징 장옌성 변호사는 “중국의 법 집행은 항상 정치와 관련된다”며 “지도자를 모욕했다는 이유로 투옥되기도 하고, 파벌 싸움에 얽히거나 정적 제거의 희생양이 돼 감옥에 갇히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런 만큼 유치 제도가 중국판 ‘스페인 종교재판’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경고했다. 스페인 종교재판은 15세기 가톨릭 왕들이 통치력 강화를 위해 과거 신앙을 은밀하게 믿는 이교도 30만여명을 붙잡아 고문하고 재산을 몰수하는가 하면 3만 2000여명을 화형에 처한 사건이다. 유치 제도 역시 피의자들의 변호인 접견권을 보장하지 않고 구금기간도 국가감찰위가 자의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등 인권침해의 소지가 큰 탓이다. 더군다나 국가감찰위는 당원이 아닌 공무원과 국유기업 임직원, 판사, 검사, 의사, 교수, 유치원 교사 등 공공인사 수천만명을 대상으로 하는 등 감찰의 적용 범위가 매우 넓다. 중국 법률제도 전문가인 제롬 코언 뉴욕대 교수는 “이번 제도 변경은 변호인 접견권, 고문받지 않을 권리 등 피고인에 대한 법적 보호제도 수립을 위해 지난 수십년간 기울여 온 노력을 ‘완전’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정치 지도자들과 정부 간부들, 재계 임직원, 판검사, 변호사,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 교수들은 자의적인 중국 제도의 다음 희생자가 될 것으로 보고 두려워하고 있다”며 “유치 제도는 중국판 ‘스페인 종교재판’”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버클리대 법학대학원의 스탠리 루브먼 교수도 “이는 당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것이며 당에 대한 사법권의 복종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이 기사는 서울신문 인터넷 홈페이지에 연재 중인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goo.gl/sdFgOq)의 전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 생후 10개월된 딸을 종교적 이유로 아사하게 만든 부모

    생후 10개월된 딸을 종교적 이유로 아사하게 만든 부모

    종교상의 이유로 의료기관을 불신하고, 치료를 거부한 부모가 10개월 된 딸을 영양실조와 탈수증으로 죽게 내버려뒀다. 8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 뉴욕 데일리 등 외신은 미시간 주 시더 스프링스시 출신의 세스 웰치(27)와 타티아나 푸사리(27)가 딸 메리를 숨지게 해 지난 6일 ‘1급 아동학대와 중죄모살(살의 없이 범한 살인)’로 기소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2일 아침 웰치는 유아용 침대 안에서 딸 메리가 숨을 거둔 것을 목격하고 구조대에 신고했다. 당시 아이는 눈이 퀭하고 볼이 움푹 들어가 보기에 안쓰러울 정도였다. 다음날 사체 부검 결과, 메리의 사망 원인은 방치로 인한 영양실조와 탈수로 밝혀졌다. 이에 부모는 경찰에 연행돼 받은 조사에서 딸이 죽기 한 달 전부터 바싹 여위고 저체중이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인정했다. 켄트 카운티 법원 서류에 의하면 두 사람은 아동 보호 서비스(Child Protective Services)를 부르는 것을 두려워했고, 의료 서비스에 대한 믿음과 신뢰 부족, 종교적 이유들 때문에 의학적인 도움을 구하지 않았다. 의사들을 ‘의학관련 신흥 종교집단의 성직자들’로 간주해 그들의 의견을 묵살했다. 웰치는 평소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신앙과 복종, 의사에 대한 불신을 언급해왔다. 그는 신이 병에 대한 주권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기에 메리를 포함해 각각 2살, 4살인 나머지 자녀들에게도 백신을 맞히지 않았다. 진화와 적자생존을 거론하며 ‘약한 자는 죽도록 놔두고 강한 자가 생존하게 해야한다’고 말했다. 뒤늦게 자신들이 최악의 부모임을 깨달은 두 사람은 나머지 아이들을 할머니와 할아버지 댁으로 보냈고, 막내딸의 죽음을 가슴아파했다. 현재 넷째 아이를 임신 중인 푸사리와 웰치는 20일 법정에 재출두해 중죄모살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남은 생을 감옥에서 보내야한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인권침해의 그늘이 짙어지는 중국 반부패 사정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인권침해의 그늘이 짙어지는 중국 반부패 사정

    중국에 반부패 사정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2012년 11월 집권한 이후 반부패 사정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인권침해 행위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의 최대 치적으로 꼽히는 반부패 사정 드라이브에 고문과 협박 등 비인간적인 수단이 사용된 사례가 적지 않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지난달 25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시 주석이 집권한 이후 처벌을 받은 부패 관료는 150만명이 넘는다. 올 상반기(1~6월)에만도 ‘반부패 8항규정’을 위반한 3만 6618명의 공직자들이 처벌됐다고 반부패 총괄기구인 공산당중앙 기율검사위원회(기율검사위)가 밝혔다. ‘중국판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반부패 8항규정은 차량·접대·연회의 간소화, 회의시간 단축, 수행인원 축소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반부패 사정과정에서 일어나는 인권침해 행위의 ‘원흉’으로 지목되는 것은 중국 당국이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휘두르는 ‘쌍규’(雙規) 관행이다. 쌍규는 “(피의자에 대해) 규정한 시간, 규정한 공간에서” 조사를 진행한다는 뜻이다. 기율검사위가 8900만여명의 당원들 가운데 비리 혐의가 있는 당원을 연행해 구금 상태로 조사하는 것이다. 통상 조사가 이뤄지기 전 당원들의 자유를 제한하는 일종의 격리 감찰권이다. 이처럼 격리해서 처분하는 이유는 외부와의 연락을 차단하고 자살을 막기 위해서다. 기율위가 쌍규 처분을 내리는 순간 피의자의 모든 직무가 정지되고 인신의 자유가 박탈된다. 압수수색, 압류, 계좌 추적과 동시에 피의자의 모든 재산도 동결조치된다. 쌍규 기간에는 일반인은 물론 가족과 변호사의 접견조차 제한된다. 기간은 3~4개월이지만 사안에 따라 최장 2년까지 연장 가능하다(일반인 구속기간은 일반사건 최장 14일, 특수사건 최장 37일). 쌍규 처분이 이뤄지면 각급 검찰기관에서의 공소 제기나 법원의 재판, 형의 선고와 집행 등은 요식적인 절차에 불과할 뿐이다. 영장심사나 구금기간 제한 등이 보장되지 않는 만큼 인권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을 수밖에 없다. 저우융캉(周永康) 전 당중앙 정법위원회 서기이자 전 당중앙정치국 상무위원, 보시라이(薄熙來)·쑨정차이(孫政才) 전 충칭(重慶)시 당서기이자 전 당중앙 정치국원 등 최고위급 관료도 끝내 쌍규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자백해야 했다. 이런 까닭에 반부패 사정 과정에서 고문과 협박에 못 이겨 부패 혐의를 인정하는 거짓 자백을 한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에 따르면 쌍규 처분을 받은 후 풀려난 이들은 한결같이 “창문이 없는 방에서 12시간 연속 앉아있거나 12시간 연속 서서 조사를 받는다”고 증언했다. 9일간 철제 의자에 손과 발이 묶인 채 조사를 받기도 했다고 폭로한 이도 있다. 이처럼 쌍규 관행이 인권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중국 정부는 대신 ‘유치‘(留置) 제도를 도입했다. 반부패 숙청을 합법화하기 위해 도입된 이 제도는 구금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할 수 없고 특수 상황에서 상급기관의 승인을 받아 한차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가감찰위원회는 유치 제도를 통해 인권 상황을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국가감찰위는 국무원의 감찰부, 국가예방부패국, 인민검찰원 반부패 조직 등을 통합해 지난 3월 출범한 거대 사정 조직이다. 공산당원은 물론 비당원 출신의 공직자를 모두 감찰할 수 있고 조사·심문·구금은 물론 재산 동결과 몰수 권한까지 부여받아 ‘무소불위’의 반부패 사정 기구로 등장했다. 그러나 국가감찰위의 주장과는 달리 유치 조치를 당하는 피의자들도 쌍규와 마찬가지로 변호인 접견권이 보장되지 않아 인권침해 가능성은 여전하다. ‘형사절차법’에 따라 변호인 접견권 등 기본적 인권보호 조치를 적용받는 살인 피의자만큼도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셈이다. 실제로 푸젠(福建)성 난핑(南平)시 정부에서 운전기사로 일했던 천융(陳勇)은 지난 5월 시 부구청장이었던 린창(林强)의 엄중한 기율위반 혐의와 관련해 구금돼 조사를 받다가 사망했다. 천의 누나는 “동생의 얼굴이 흉하게 망가져 있었고, 뺨과 허리에 멍이 들어 있었다”며 “동생은 고혈압으로 약을 먹고 위가 좋지 않았으나, 다른 질병은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조사 도중 피의자가 사망하면 조사관이 책임을 지도록 했으나 이번 사망 사건의 진상이 제대로 밝혀질 지는 의문이다. 허난(河南)성 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을 지내다가 2010년 부패 혐의로 사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베이징시 북부 친청(秦城)교도소에 수감된 쑨산우(孫善武)는 “수사관들이 내 집과 계좌를 뒤졌지만 아무런 돈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친구와 동료들은 고문과 협박에 못 이겨 허위 자백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쑨의 아내가 뇌물을 받았다고 증언했던 한 사업가는 “그들은 나를 고문했고 잠도 못 자게 했다”며 “그들이 원하는 대로 진술할 수밖에 없었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증언하고 싶다”고 말했다. 쑨은 자신에 대한 수사가 불법적으로 이뤄졌다며 당국에 재심을 청구한 상태다. 그의 지인들은 쑨이 중국 최고 지도부인 당중앙 정치국 상무위원 중 한 명이었던 당 원로의 청탁을 거절했다가 미운털이 박혔다고 주장했다. 이 원로의 친척은 국유 광산을 불하받길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후이(安徽)성 국토자원청 부청장으로 재직하다가 비리 혐의로 조사받은 천량강(陳良剛)은 “그들은 내 방 바로 옆에 아내를 가뒀는데, 날마다 아내의 비명이 들렸다”며 “석방된 후에 아내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척추 손상, 신장 질환 등의 진단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중국 법률 전문가들은 중국 재판의 유죄 판결 비율이 무려 99.9%에 이를 정도로 수사 당국에 일방적으로 치우친 시스템이라며 이러한 제도를 개선해 피의자 인권을 개선하고 수사 공정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이징 장옌성 변호사는 “중국의 법 집행은 항상 정치와 관련된다”며 “지도자를 모욕했다는 이유로 투옥되기도 하고, 파벌 싸움에 얽히거나 정적 제거의 희생양이 돼 감옥에 갇히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런 만큼 유치 제도가 중국판 ‘스페인 종교재판’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경고했다. 스페인 종교재판은 15세기 가톨릭 왕들이 통치력 강화를 위해 과거 신앙을 은밀하게 믿는 이교도 30만여명을 붙잡아 고문하고 재산을 몰수하는가 하면 3만 2000여명을 화형에 처한 사건이다. 유치 제도 역시 피의자들의 변호인 접견권을 보장하지 않는 것은 물론 구금 기간도 국가감찰위가 자의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등 인권 침해의 소지가 큰 탓이다. 더군다나 국가감찰위는 당원이 아닌 공무원과 국유기업 임직원, 판사, 검사, 의사, 교수, 유치원 교사 등 공공인사 수천만 명을 대상으로 하는 등 감찰의 적용 범위가 매우 넓다. 중국 법률제도 전문가인 제롬 코언 뉴욕대 교수는 “이번 제도 변경은 변호인 접견권, 고문받지 않을 권리 등 피고인에 대한 법적 보호제도 수립을 위해 지난 수십년간 기울여온 노력을 ‘완전’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정치 지도자들과 정부 간부들, 재계 임직원, 판·검사, 변호사,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 교수들은 자의적인 중국 제도의 다음 희생자가 될 것으로 보고 두려워하고 있다”며 “유치 제도는 중국판 ‘스페인 종교재판’”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버클리대 법학대학원의 스탠리 루브만 교수도 “이는 당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것이며 당에 대한 사법권의 복종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새 제도를 마련하게 되면 반부패 작업이 질서 있게 추진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최저임금 불복”… 소상공인들 29일 거리 투쟁

    “범법·폐업자 속출”… 경기선 삭발 항의 업종·규모별 구분 적용 법개정도 추진 내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확정 고시되자 불복종 방침을 밝힌 소상공인들이 대규모 거리 투쟁을 예고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오는 29일을 ‘전국 소상공인 총궐기’의 날로 정하고 ‘최저임금제도 개선 촉구 국민대회’ 등 불복종 운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5일 밝혔다. 이 단체는 종로 광화문에 ‘소상공인 119민원센터’를 설치해 최저임금 인상 등에 관한 불만과 피해 사례를 받고 자체 노사 자율협약 표준 근로계약서를 작성해 배포할 계획이다. 경기도소상공인연합회는 6일 지하철 1호선 수원역 앞에서 ‘삭발투쟁’과 기자회견을 하는 등 연쇄 삭발투쟁 등에 나선다. 소상공인들은 급작스럽게 오른 인건비로 인해 이미 최저임금을 지키지 못하는 범법자와 폐업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연합회 관계자는 “2년 새 30% 가까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들이 사업의 존폐를 고민해야 한다”며 “이제는 최저임금 제도개선을 위해 직접 거리로 나가 국민에게 호소하겠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들과 소상공인은 이번 정기 국회에서 최저임금의 업종·규모별 구분 적용 의무화가 담긴 개정안의 입법화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현재 의안정보 시스템에 올라온 최저임금 관련 개정안은 50개가 넘는다. 개정안에서 중소기업들의 주장이 담긴 제도개선 관련 발의안에는 최저임금 결정 시 업종별 구분 적용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가장 많다. 앞서 박성택 중기중앙회장은 지난달 말 김학용(자유한국당) 환경노동위원장을 만나 ▲최저임금 업종·규모·지역별 구분 적용 의무화 ▲최저임금 결정 주기 확대와 방식 개선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 확대 등을 건의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길거리 돼지X 죽이고 싶다” 게시글에… “죽여도 돼” 댓글 수두룩

    양성평등교육진흥원 커뮤니티 8개 분석유튜브 ‘성차별’ 최다… 161건 중 38건 “페미(니스트) 때문인지는 몰라도 요즘은 길거리에서 돼지X들 보면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6월 3일 인터넷 한 커뮤니티에 이와 같은 여성 혐오 표현 글이 올라왔다. ‘체구가 큰 여성’을 속되게 부르며 ‘죽이고 싶다’는 폭력성까지 드러낸 이 글에는 “죽여도 된다”는 동조 댓글이 심심찮게 달렸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2018 대중매체 양성평등 모니터링 사업’의 하나로 서울YWCA와 함께 지난 6월 1일부터 일주일간 온라인 커뮤니티 8개를 대상으로 모니터링한 결과를 31일 공개했다. 게시글 1600개와 해당 게시글에 달린 1만 6000개의 댓글을 살펴본 결과 성차별적 글 161건(혐오·비난 90건, 폭력·성적대상화 71건)을 발견했다. 한 커뮤니티에는 “좋은 아내 진단표를 만들어 봤다”며 아내를 남편의 성적 도구이자 복종의 대상으로 보는 글이 올라왔다. 이 진단표에는 아내는 ‘남편과 시댁식구를 잘 받들고’, ‘남편이 말을 시작하면 듣기만 해야 하며’, ‘남편이 폭력을 행사해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등 왜곡된 인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8개의 커뮤니티 가운데 성차별적 내용의 게시글과 댓글이 가장 많은 커뮤니티는 ‘유튜브’였다. 전체 161건 가운데 38건(24%)이 유튜브에서 발견됐다. 세계 최대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이곳에서는 여성 배우들의 신체노출 장면만 편집해 올린 영상 등이 손쉽게 공유되고 있었다. 유튜브의 성차별적 콘텐츠들은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내놓은 ‘2016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10명 가운데 3명(27%)은 유튜브와 아프리카TV를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학생이 32.3%로 가장 높았고 고등학생 24.8%, 초등학생 22.6% 순이었다. 양평원 관계자는 “표현의 자유를 지키면서도 성차별적인 언어와 혐오 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제도적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는 8월에는 워마드 등 여성 이용자가 많고 최근 이슈가 되는 커뮤니티들도 포함해 모니터링해 9월 중 다시 한번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서울광장] ‘전지적 문재인 시점’ 벗어나기/황수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전지적 문재인 시점’ 벗어나기/황수정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에서는 예전에 못 보던 장면들을 볼 줄 알았다. 참모들이 대낮에도 청와대 문을 여유 있게 들락거릴 줄 알았다. 걸으면 십분 거리의 삼청동 수제비집(청와대 아래 맛집)에 들러 수제비 한 그릇을 더러는 옆자리에서 땀 닦으며 먹게 될 줄 알았다. 그 덕분에 대통령의 ‘1호 인사’인 조국 민정수석이 ‘강남 좌파’라는 형용모순의 별명만은 털어낼 줄 알았다.문 대통령에게 걸었던 파격의 기대는 당연히 더 크고 야무졌다. 휴일 저녁이면 대통령이 광화문 교보문고쯤에 홀연 나타나 신간을 뒤적이곤 할 줄 알았다. 청와대 주변 마을로 불쑥 산책을 나서려는 통에 경호팀이 식은땀깨나 흘릴 줄 알았다. 그런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 ‘낭만 청와대’는 애초에 현실에 존재할 근거가 없는 거였다. 나른한 백일몽에서 사람들이 하나둘 깨어나는 것 같다. 그 징후들을 본다. 청와대가 다급해졌다. 문 대통령은 26일 저녁 광화문의 호프집을 깜짝 방문했다. 퇴근길 시민 속으로 들어가겠다던 공약을 취임 1년여 만에야 지켰다. 앞서 지난 23일에는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행간 깊은 작심 발언을 여럿 했다. 그중에서도 어렵게 꺼낸 본론은 “혁신성장 가속화”였다. 다만 소득주도성장과 병행해야 하는 것이지 선택의 문제는 아니라는 단서를 붙였다.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으로 청와대의 소득주도성장론이 연일 난타를 당하니 방향을 좀 틀긴 하겠는데, 그렇다고 백기를 든 게 아니라는 완곡어법. 본론 중에 진짜 본론은 “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노동계와 직접 만나겠다”였다. 기업과 노동계는 직간접으로 그래도 소통했던 경제 주체들이다. 지금 구애 신호를 정조준해 쏴야 할 대상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다. 최저임금 1만원, 그 선의의 공약 길목길목에 뇌관은 예상했으되 이렇게 허망하게 위협적으로 터질 줄은 미처 몰랐다. 발등의 불은 빨리 끄는 게 상책이다. 최저임금 수직 인상에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들은 불복종 운동에 들어갔다. 업종별 차등 적용에 반대 몰표를 던진 최저임금위원회가 현실을 완전히 외면했다고 반발한다. 내년도 최저임금 8350원을 무시하고 현장에서 알아서 정하는 불법투쟁을 진작에 선언했다. “최저시급을 감당 못해 망하나 범법자로 망하나 똑같다”며 광화문에 천막본부를 만들겠다고 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170년 전 목청 높였던 ‘시민 불복종’은 어쩌다 이 염천에 서울 광화문의 구호가 됐을까. 시민 헹가래로 탄생한 시민 대통령에게 시민 불복종만큼 속 쓰릴 일은 없다. “자꾸 덩치만 키워서 ‘청와대 정부’ 만들 일 있냐”는 십자포화에도 청와대는 결국 자영업 비서관을 신설했다. 뒷북 외통수다. 바닥 민심을 조금만 일찍 챙겼어도 영세 자영업자들의 분노를 덜 키울 수 있었다. 택시만 타도, 동네 분식집에만 가봐도 일목요연하게 정리되는 불만들이 있다. 식당 아줌마 품귀 현상이 그런 거다. “같은 시급 받고 왜 종일 설거지하냐는 거죠. 면접들만 보고는 연락이 없어요.” 어쩌다 들른 식당의 안주인은 “그 아줌마들이 에어컨 빵빵한 병원 간병인으로 몰려 간다”며 식당에 사람 구하기가 하늘 별 따기라고 혀를 찼다. 나 같은 사람도 주워듣는 민심을 청와대는 못 듣는 게 아니라 안 듣고 있는 것이다. 대영제국의 ‘국민 작가’였던 찰스 디킨스는 한때 날마다 밤을 새워 도시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녔다. 불면증을 이기려는 처방이었지만, 런던 골목마다 생계로 밤을 새우는 시민 군상을 몸소 겪으며 문학의 방향을 틀었다. 노숙을 체험하고는 빈민 복지 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새벽까지 파이나 뜨거운 감자를 팔던” 그때의 런던 서민들보다 한 집 건너 한 집인 손바닥만 한 편의점에서 인건비도 못 건져 헉헉대는 서울의 서민들이 나을 게 있겠나. 일자리가 씨가 마른 우리 사정이 해가 지지 않았던 빅토리아 여왕의 호시절보다 아무려면 더 낫겠나. 우리는 아무도 걷지 않는다. 청와대의 누가 골목 민심을 챙기려고 걸어 내려왔다는 소문을 들은 적 없다. 시급 몇십 원을 놓고 을과 병은 멱살 잡는데, 현실 정치가 불면증은커녕 문학보다 덜 치열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고전이 된 디킨스의 산문 ‘밤 산책’에 현장의 고민들이 현재형으로 녹아 있다. 시민의 곁을 어떻게 걸어 현실을 기록해야 하는지, 대통령 참모들은 휴가길에 꼭 한번 읽어 보시라. 헛다리 짚지들 마시라. 현장에 깜깜한 ‘전지적 문재인 시점’을 벗어나야 이 현실은 수습된다. sjh@seoul.co.kr
  • [사설] 최저임금 일파만파, 고통 분담만이 해법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후폭풍이 일파만파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 오른 8350원으로 인상한 것으로 두고, 소상공인들은 광화문 천막농성과 ‘최저임금 불복종’ 운동을 선언하고 나섰다. 노동계는 “최저임금에 상여금이나 식비, 교통비 등이 산입된 것을 고려하면 인상폭이 너무 작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이 물 건너갔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사회적 약자인 ‘을 간의 전쟁’으로 비화하자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을 재심에 부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 판이다. 급기야 문 대통령이 어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대선 공약을 지키기 어려워졌다”고 사과하고 “올해 인상폭을 감내하기 위해 노사정 모든 경제주체들이 함께 노력해 줄 것”을 당부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는 문 대통령이 이번에 직접 1만원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솔직히 시인하고 사과했다는 점을 주목한다. 경제 여건을 반영해 최저임금 속도 조절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소득주도성장을 추구했지만, 월간 취업자 증가 수가 5개월간 10만명대에 머무는 등 경제지표는 개선되지 않고, 우리 경제는 최저임금 문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 김동연 부총리까지 나서 “내년도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이 (고용 등에 있어서) 하반기 경제 운용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자인했을 정도다. 그렇다고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을 재심의하는 것은 더 큰 혼란을 초래할 뿐이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솔로몬의 해법이 없다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선 경제주체들이 나서야 한다. 최저임금 문제는 각 경제주체가 양보하고, 부담을 나눠 져야만 해결할 수 있다. 다행히 최저임금위가 소상공인에 대한 각종 지원을 통해 실질인상률이 명목인상률의 절반 수준이 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한다. 당·정·청도 오늘 최저임금 보완책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고 하니 일자리안정자금 확대 및 연장과 근로장려세제(EITF) 확대 등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을 것을 주문한다. 대기업들도 나서야 한다. 오늘부터 개정 하도급법이 시행돼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 하도급업체의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면 대기업 등 원사업자에게 대금 인상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하도급 업체가 요구하기 전에 상생 차원에서 대기업이 먼저 이를 제시하는 것은 어떤가. 가장 우려되는 곳은 국회다. 정부가 지원책을 내놔도 국회에 가면 부지하세월이다. 정부가 가맹사업법을 개정해 ‘가맹점주 단체 신고제’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제때 통과될지 미지수다. 상가임대차보호법 등도 몇 달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말로만 민생법안 최우선 처리를 외칠 게 아니라 제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 주길 바란다. 노동계도 인내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경제 상황이 이 지경인데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 [팩트 체크] 최저임금 29% 과도한 인상?… 노태우 정부 5년간 117% 올라

    [팩트 체크] 최저임금 29% 과도한 인상?… 노태우 정부 5년간 117% 올라

    내년도 최저임금(시급 8350원, 월급 174만 5150원) 인상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두 자릿수 인상을 기록한 최저임금을 두고 생존 싸움으로까지 번지는 모습이다. 불공정거래 관행 개선과 프랜차이즈 가맹수수료 인하, 상가임대료 인하, 카드수수료 인하 등에 대한 논의보다 ‘기·승·전·최저임금’식의 일방적인 책임론이 자주 등장한다. 이러한 일방 주장에 대한 사실 여부를 짚어 봤다.→2년간 최저임금이 29.1%(연평균 13.6%) 올랐다. 과거 정부에선 이렇게 높은 인상률이 없었나. -아니다. 정부별로 최저임금 인상률을 살펴보면 노태우 정부였던 1990~1993년(4년간) 연평균 인상률이 13.8%를 기록했다. 게다가 1988년 업종별로 차등 적용됐던 금액이 1989년 모든 업종에 동일 적용된 때의 인상률은 23.7%와 29.7%였다. 이를 반영하면 연평균 인상률은 더 높아진다. 최저임금법은 1986년 12월 제정됐고 1988년부터 적용됐다. 노태우 정부 5년간 최저임금은 462.5원(1988년)에서 1005원(1993년)으로 117.3% 정도 올랐다. 문재인 정부의 연평균 인상률은 13.6%로, 노태우 정부 다음으로 높다. 김대중 정부도 2001년과 2002년 최저임금을 각각 16.6%, 12.6% 인상했다. 2년간 32.1% 올린 것이다.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시간당 임금은 이미 1만원을 넘었나.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실제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1만원을 넘는 것은 사실이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에게 주 1일 이상의 유급휴일을 주면서 하루치 임금(주휴수당)을 줘야한다. 예컨대 주 5일 기준으로 법정 근로시간인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을 일하면 일주일에 33만 4000원을 지급받지만, 하루 유급휴일이 포함돼 6만 6800원을 더 받는다. 이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총 40만 800원을 받는데 이를 실제 일한 시간으로 계산하면 1만 20원이 된다. 하지만 현행 법에서 주휴수당은 최저임금 산입 대상이 아닌데다가 최저임금제도이 시행되기 이전부터 유지돼 온 제도다. 주휴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사업장이 다수 있는 데다 법적 권리를 최저임금과 합산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주 15시간 미만 근무자에게는 주휴수당이 적용되지 않아 반은 명백하게 틀린 셈이다. →정부와 여당만 대폭 인상을 내걸었나. -아니다. 대선뿐 아니라 지난 20대 총선에서도 지금의 야당 역시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2016년 20대 총선 공약으로 2022년까지 최대 9000원까지 올리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대선에서는 모든 후보가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020년까지 1만원을 공약했고, 다른 후보들도 달성 시기만 최대 2년 차이가 났을 뿐이다. 당시 홍준표 한국당 후보의 공약집에는 ‘최저임금 1만원 임기(2022년) 내 달성’이 명시돼 있고,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도 ‘2018년부터 매년 연평균 약 15%씩 인상’을 공약으로 내걸었다.→최저임금 불복종의 일환으로 개별 노사 자율협약을 통해 임금을 정할 수 있나. -불가능하다. 현행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주면 노사가 합의했더라도 처벌 대상이 된다. 사업주가 최저임금보다 임금을 적게 주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그럼에도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노동자 가운데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13.3%나 된다. 지금도 최저임금이 무의미할 정도로 낮은 임금을 주는 곳이 많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저임금 위반으로 적발된 건 지난 5월까지 584건에 그쳤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된 최저임금이 바로 확정되나. -그렇진 않다. 원칙적으로는 재심의 절차를 거친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다음달 5일까지 고시를 통해 금액을 확정한다. 효력은 내년 1월 1일부터 발생한다. 노사 어느 한쪽이 고시 전까지 고용부 장관에게 이의를 제기하면 장관은 최저임금위원회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1990년 최저임금 820원이 높다며 사용자 측이 처음으로 재심의를 요청한 이후 수차례 노사의 요청이 있었지만, 한 차례도 받아들여진 적은 없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中企·편의점주 “갑질 방지 대책 달라”… 소상공인은 천막농성

    가맹 수수료·임대료 인하 건의 동맹휴업·심야영업 중단 유보 최저임금 인상에 반발하고 있는 중소기업계와 편의점주들이 정부와 가맹본사를 상대로 실질적인 보완책을 주문하고 나섰다. 최저임금 인상이 ‘을과 을의 싸움’의 양상으로 흐른다는 우려 속에 편의점 가맹 수수료 인하, 임대차 보호법 강화 등 ‘갑질’로부터 소상공인들을 보호할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17일부터 ‘소상공인 생존권운동연대’를 구성해 서울 광화문 등에서 천막 농성을 벌이며 최저임금 불복종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16일 서울 성북구 전편협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맹휴업이나 심야영업 중단 및 가격 할증 등의 단체 행동을 일방적으로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에 보완책을 요구했다. 이들은 예고했던 투쟁의 속도를 다소 늦추는 대신 정부에는 5인 미만 사업장 최저임금 차등 적용과 담배 등 판매로 인한 카드수수료 분담을 요구했고, 가맹본사에는 가맹수수료 인하와 근접 출점 금지 전면 확대를 요구했다. 계상혁 전편협 회장은 “공은 정부와 가맹본사에 넘어갔다”면서 “대안과 대책을 들어보고 정부와 본사에서 양보가 없으면 단체 행동을 그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 및 편의점주 단체들이 요구하는 것은 5인 미만 사업장에의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다. 전편협과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 차등화 방안이 부결된 데 대해 고용노동부에 이의신청을 제기해 재심의를 이끌어내겠다는 계획이지만 최저임금위의 의결 뒤 재심의가 이뤄진 적은 없다. 중소기업연합회 관계자는 “내년에 최저임금을 다시 논의할 때도 지금과 같은 (단일 적용) 시스템이 유지돼선 안 된다”면서 “사업장별 차등 적용을 계속해서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높은 카드 수수료와 임대료 등 소상공인들의 실질적인 부담을 완화해 달라는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최저임금 차등 적용과 함께 일자리 안정자금 제도 현실화, 카드가맹점 우대수수료 적용대상 확대, 온라인 영세자영업자 결제수수료 부담 완화,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등을 건의했다. 이재원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지원본부장은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된 만큼 정부는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지원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사설]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 정부 더이상 불구경 안돼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오른 시간당 8350원으로 결정됐다. 당초 노동계는 8680원, 경영계는 동결을 주장해 양측의 간극이 컸지만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측이 내놓은 수정안으로 통과됐다. 벌써부터 이번 결정에 대한 반발이 크다. 노동계는 문재인 정부가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실현 공약을 폐기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분을 고려하면 실질인상률은 9.8%에 그친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재계는 두 자릿수 인상으로 영세·중소기업의 존폐가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결정에 불복종하는 ‘모라토리엄’ 실행과 심야 가격 인상, 동맹휴업 등을 예고했다.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소상공인의 월평균 영업이익은 209만원으로 근로자 평균 급여인 329만원의 64% 수준에 그친다. 내년엔 200만원을 밑돌 수 있다. 2017년 기준 16.3% 수준인 최저임금 미지급률은 더 높아질 여지가 크다. “폐업이냐, 인력 감축이냐 선택할 수밖에 없는 기로에 몰렸다”는 이들의 절규를 단순히 ‘업종 이기주의’로 치부할 수 없는 까닭이다. 이런 혼란은 다름아닌 정부가 자초했다는 게 우리 입장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문재인 정부가 표방한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수단으로 경제민주화와 맞물려 있다.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대기업이나 건물주 등 갑의 횡포에서 벗어나 적정한 이윤을 얻을 수 있어야 최저임금 인상분을 감내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인건비 인상분의 납품단가 반영, 상가 임차인의 계약갱신 청구권 기간 연장, 편의점 개런티 책정방식 개선 등 경제민주화 정책의 각론을 대부분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갑과 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대신 ‘을과 병의 싸움’을 강 건너 불 구경하듯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식이면 소상공인들이 최저임금을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일자리 대란은 더욱 악화하고, 이는 소득분배 지표의 추가적인 후퇴로 이어질 공산도 크다. 정부는 18일 발표할 저소득층 지원 대책에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과 카드 수수료 인하 등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실제로 줄여줄 수 있는 구체안을 내놔야 한다. 사업주에게 고용 비용을 지원해주는 일자리 안정자금도 늘릴 필요가 있다. 또한 안을 만들었으면 어떻게든 현장에서 실현되도록 해야 한다. 국회는 제 일처럼 입법화에 나서고, 대기업들도 상생협력과 동반성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협력사들에 이달 안에 200억원대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한 것 등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 외에도 노동자들의 소득을 직접 늘려줄 수 있는 근로장려세제(EITC)도 확대 시행돼야 한다. 영세 자영업의 과당경쟁을 줄이는 구조 혁신과 복지지출 확대 등도 장기 대안으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우버 한다고 20만 택시기사 일자리 없어지진 않는다”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우버 한다고 20만 택시기사 일자리 없어지진 않는다”

    제조업을 비롯한 모든 산업영역에서 디지털 전환이 일어나는 4차 산업혁명시대다.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있다. 국내는 위기다. 올 상반기 월평균 취업자 증가 수는 14만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증가 폭(36만명)에 비해 절반 이하다. 소상공들은 최저임금 부담으로 최저임금 불복종 투쟁을 선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기업과의 소통 행보에 나서며 이 같은 위기상황 돌파를 모색하고 있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위기를 기회로 삼고자 지난해 10월 4차 산업혁명위원회(4차위)도 출범시켰다. 4차 산업혁명 정책 전반을 심의 조정하는 대통령 직속의 민관 합동 기구다. 장병규(45) 위원장을 만나 그간의 성과와 4차 산업혁명시대 우리의 경쟁력 제고방안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 5일 서울 광화문 4차위 사무실에서 했다.→‘IT업계 살아있는 전설’이라던데 ‘복지부동’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하는 공무원들과 일해보니 어떤가? -벤처 20년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이 자리는 비상근이다. 9개월 전엔 술자리에서 가끔 공무원을 욕했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두둔한다. 다만 공무원을 이렇게 만든 시스템을 내가 욕한다. 관료와 공무원이 그렇게 움직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건 공무원 시스템 때문이다. →그러한 시스템, 체제는 공무원들이 만든 건 아닌가? -공무원 인사혁신 문제, 감사원의 감사 정책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엮여 있다. 국회와 청와대의 개선의지가 분명히 있어야 하고 국민 공감대도 형성돼야 한다. →성과 중 하나만 꼽으라면? -서슴없이 ‘규제·제도 혁신해커톤’이라고 말하고 싶다. 해커톤은 해킹과 마라톤 합성어다. 숙의민주주의와 공청회의 중간쯤 된다. 원전폐기 문제를 논의했던 공론화위원회 같은 숙의민주주의는 3~4개월 하는 반면 공청회는 길어봤자 2시간 정도 토론해 답답함을 안고 헤어져야 한다. 그런데 해커톤은 4~5주 숙의 기간을 포함해서 1박 2일 이해관계자가 모여 10시간 이상 논의한다. 해커톤에 참여했던 분이 ‘사람은 자기 이야기 다하기 전까지는 남의 얘기 안 듣는다’고 하더라. 여기 오면 다 얘기하니 듣기도 한다. 참여했던 분들이 다들 만족해한다. 그 결과로 예를 들자면 지난해 11월에 논의했던 위치정보보호문제는 방통위에서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위치정보보호법은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에 만든 법이다. 그러니 이후 나온 드론, 자율주행차, 스마트폰에서 위치정보를 활용하려면 고쳐야 하지 않느냐. 해커톤에 참여했던 산업계, 시민단체, 변호사, 교수 등 20명은 자기들끼리 주기적으로 만나서 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 및 활용에도 합의해 관련 주체들이 스스로 움직인다. 특히 부처 과장급 얘기를 들어보면 지난 정부에서도 개인정보 보호 활용에 대해 얘기를 많이 했는데 ‘개망신법’ 때문에 아무것도 안됐다고 하더라. 개망신법은 개인정보보호법, 망통신법, 신용정보보호법을 말한다. 그런데 4차위는 이런 얘기할 토대를 만들어준다. 이렇게 해서 개인정보보호법 등 장기존속 규제들을 개선하고 있다. →해커톤 할 때, 어려움은 없었나? -지원단 설득이 힘들었다. 지원단은 위원장 지원조직인데 그분들이 일단 안 믿더라. 그다음 설득하기 힘든 분들이 관료더라. 이해관계자로 불안하니 서로 싸우더라. 하지만 3차례 해커톤 이후 바뀌었다. 장차관 입에서 가끔 해커톤 애기가 나온다. 일을 해보면 규제를 풀어야 하는데 잘 안된다. 잘될 것 같으면 지난 정부에서도 했을 것이다. 지금처럼 하면 안 되겠다 싶어 고민하다 보니 해커톤이 보이는 거다. 해커톤이 잘 자리잡으면 저는 하루아침에 규제를 다 바꾸긴 어렵지만, 꾸준히 바꿀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방안이 될 것이라고 본다. →많은 이해당사자가 합의하려면 시간이 걸리지 않나? -주무부처 장관이 총대 메야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긴데 사회주체가 다 다르다. 해커톤은 사회합의 포맷이다. 조금씩 설득하면서 가는 것인데 풀리면 확실히 풀린다. 결과적으로 이게 더 빠른 것이다.→햄버거 가게에서 주문받던 사람이 사라지고 터치스크린을 활용한 전자주문이 대세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노동의 소외가 우려되지 않나?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우선 4차 산업혁명 내지 기술발전으로 인한 기존 일자리 감소는 대세다. 대안 중 하나는 기존 일자리를 점진적으로 계승, 발전시키는 것이다. 제조업도 스마트 팩토리가 되면 기존 형태가 아니라 협동로봇과 함께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기존 일자리를 강화 내지 발전시킬 수 있다. 독일의 ‘노동 4.0’은 사람과 로봇이 함께해 생산성을 높여서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또 하나는 새 일자리 창출이다. 지난해 11월에 대응방안으로 1.0 발표했고 이게 미흡해서 연말엔 2.0 대응방안을 보완 발표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에서 어떤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더 높아지나? -적당히 공부한 사람들이 대체될 확률이 더 높다. 로봇 대체로 가성비가 많은 사무직, 중산층 등이다. 예를 들면 대학을 건성건성 다니는 분들이 진짜 위험할 수 있다. 이분들은 눈높이가 높아 임금이 높은 곳을 본다. 그런데 기업은 기술과 로봇으로 바꾸길 원한다. 그러면 악순환이 된다. 우리는 4차 산업혁명으로 위험한 나라가 됐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정부가 투자한 대졸자들이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우리가 더 취약한 나라니 더 능동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래서 제 마음이 매우 무겁다. 속도가 느려서 고민이다. 단순노동자는 이미 제조현장에서 자동화로 많이 대체됐다. →속도문제는 말하자면 기득권과의 갈등 조정이 필요한 것 아닌가? -‘밥통 문제’가 제일 크다. 누군가 얘기하더라. “밥통 갖고 싸우는 것은 성전”이라고. 그만큼 중요한 문제라는 거다. 이를 단순 기득권, 가진 자의 횡포로 보면 안 된다. 기득권으로 표현하지 말고 밥통문제, 일자리를 잘 풀자고 접근해야 한다. 이것이 갈등조정의 첫 번째 자세다. 그리고 이런 문제일수록 더 빨리 논의해야 한다. 무 자르듯 한꺼번에 해선 안 된다. 밥통 가진 분들이 점진적으로 변화할 시간을 줘야 한다. 속도감도 중요하지만, 장기적 방향성도 가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독일은 부럽다. ‘인더스터리 4.0’, ‘노동 4.0’은 제조업 현장은 스마트팩토리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것을 수년 전부터 준비해 독일은 변하고 있다. 우리는 이를 못하고 있다. 그러면 갈수록 힘들 것이다. 지금 실업률이 높다. 언제까지 추경이나 세금으로 대처할 수 있겠나. 한국 체력이 좋고 국가부채가 양호할 때 변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본다. →그 단초는 대통령이 제시한 것 같다. 네거티브 규제로 규제 정책의 변화를 주문했더라.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 가자는 것인데 쉽지 않다. 시간이 걸린다. 관료의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안 바뀐다. 대통령이 말한 효과는 2~3년 뒤에 나올 것이다. 방향은 옳지만, 2~3년까지 기다리지 말고 주무 부처가 움직여야 한다. →우버와 같은 승차공유 사업 활성화를 위해 해커톤을 시도했는데 국내 운송업자와의 갈등 끝에 무산된 것으로 알고 있다. 다시 한번 논의할 필요는 없나? -카풀은 많이 아쉽다. 절차적인 것에 대해선 고민이 많다. 아까도 말했듯 밥통 문제는 성스러운 거다. 그런데 우버한다고 해서 운전기사가 없어지느냐? 일자리 없어지지 않는다. 친노동과 친노조는 다르다. 이런 얘기하면 (택시노조에서) 삐쳐서 논의를 거부할 것 같아 말하기 조심스러우나 20여만명의 택시기사 일자리 없어지지 않는다. 우버든, 택시든 모는 것 아니냐. 난 보수도, 진보도 아니다. 나라가 잘됐으면 좋을 뿐이다. eagleduo@seoul.co.kr
  • ‘철거 위기’ 강남향린교회… 천막 예배 100일, 끝나지 않은 갈등

    ‘철거 위기’ 강남향린교회… 천막 예배 100일, 끝나지 않은 갈등

    거여 지구 재개발 사업으로 부활절 이틀 전에 ‘강제 봉쇄’ 신자들 “성전 침탈·종교 침해” 법원·재개발조합 “문제 없다” 일요일인 지난 8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송파구 거여 2-1 재개발지구 속 강남향린교회. 커다란 가림막이 처진 교회 앞 작은 천막 안으로 사람들이 속속 들어앉는다. “안녕하세요. 어떻게 돼 가고 있나요.” 반가운 인사에 얹힌 불안과 경계의 목소리들. 성경이며 찬송집을 앞에 놓고 손을 모으는 50여명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다.11시쯤 주일 예배를 알리는 인도자의 초대 말씀에 이어 모두 함께 입을 모아 낭송한 시편. “주님 저희가 가는 길에서 부딪치는 돌이 없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다만 넘어지게 하는 돌을 발판이 되어 가게 하십시오.” 경건하고 엄숙한 예배의 초입에 왜 이런 고난과 극복의 말씀들이 가득할까. 예배 후반 다 함께 외친 찬송도 예외는 아니었다. “뜻 없이 무릎 꿇는 그 복종 아니요. 문명에 맡겨 사는 그 생활 아니라 우리의 믿음 치솟아 독수리 날듯이 주 뜻이 이뤄지이다. 외치며 사나니….” 강남향린교회가 위치한 거여 2-1 재개발지구는 2029년 완료될 거여·마천 뉴타운사업 지역에 포함돼왔다. 거여2-1재개발조합은 이 지역에 공동주택 1945가구 등을 공급할 계획이다. 사태의 발단은 부활절 이틀 전인 지난 3월 30일 오전으로 거슬러 오른다. 서울동부지방법원 집행관과 용역 수십명이 이른 아침 강남향린교회에 들이닥쳐 교회 안의 십자가며 성물, 문서 자료들을 모두 트럭에 실어 외부로 반출했다. 교회 출입문은 철판으로 봉쇄됐고 교회 전체는 가림막으로 가려 신도들의 출입이 통제됐다. 성금요일 예배와 부활절 예배를 준비하던 신도들은 영문도 모른 채 아연실색했고 이후 재개발조합과 서울동부지법을 찾아 항의하며 해명과 사과를 거듭 요구했다. 혹시 있을지 모르는 교회 철거에 대비해 교회 앞에 천막 기도처를 친 지 101일째. 주일 예배도 15번이나 이곳 천막에서 이어졌다. 향린공동체뿐만 아니라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총회까지 나서 조합의 공식사과와 진상규명, 펜스 즉각 철거, 교회 물품 원상복귀, 이전 시까지 예배당 사용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천막 예배에서 만난 신도들도 입을 모았다. “마지막 예배를 교회에서 드릴 수 있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추가보상을 요구하는 것도 아닌데…” “박근혜·이명박 정권 시절에도 없었던 성전 침탈이고 종교 침해잖아요”….서울동부지법과 재개발조합은 강남향린교회에 대한 강제집행에 법적 하자가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서울신문 취재 결과 법원 측은 교회의 재개발 관련 소송을 돕던 변호사에게 강제집행 사실을 알리는 계고장을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 교회와 재개발조합 간 명도소송 1심에서 조합 측이 승소했고 이에 따른 강제집행인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교회 측의 주장은 사뭇 다르다. 계고장에 강제집행 시점이 명시되지 않은 만큼 예고 없는 강제집행이라는 것이다. 보통 강제집행은 1~2주간 충분한 예고를 거친다. 이와 관련해 교회 측은 조합에서 법원 집행관사무소에 3월 26일자로 탄원서를 제출한 사실도 밝혀냈다. ‘강제집행을 예고하게 되면 교회 신도들의 강력한 저항이 예상되기 때문에 예고를 하지 않고 신속하게 집행하여 주십시오.’ 따라서 강제집행이 탄원서 제출 4일 만에 전격 진행된 예고 없는 조치이며 집행관사무소와 조합 측의 결탁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김동한 비상대책위원장(65·강남향린교회 장로)은 “우리 교회는 인근 오금동에 건물을 매입해 잔금을 치르고 5월 초쯤 이주할 계획이었지만 조합 측은 교회의 이주 계획을 몰랐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기독교의 가장 큰 절기인 부활절과 성금요일 예배 때 예고 없는 강제집행으로 상처받은 신도들과 전례 없는 종교 침해에 대한 사과가 먼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1시간쯤 진행된 주일 예배. 예배 말미에 신도들은 손에 손을 맞잡고 둥그렇게 둘러선 채 이런 찬송을 함께 불렀다. “한 주일 동안 주님 말씀 굳게굳게 새기며 궂은날도 흐린 날도 활짝 열어 가세. 힘써 섬기는 일터마다 웃음꽃 만발하고 함께 섬기는 온 땅 위에 정의가 넘치도록 허이.” 글 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최저임금 발목 잡는 ‘고용 쇼크’… 내년 인상폭 영향 줄 듯

    최저임금 발목 잡는 ‘고용 쇼크’… 내년 인상폭 영향 줄 듯

    경영계 “소상공인 부담 더 가중” 노동계 “1인 月생계비보다 적어”‘고용 쇼크’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최저임금과 고용의 연관성이 명확히 분석된 바는 없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올해 16.4%로 대폭 인상된 최저임금이 고용 감소의 주요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저임금 속도 조절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에서 합리적 결정을 기대한다”고 말했다.최저임금 결정 시한을 이틀 앞둔 12일 노동계와 경영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두고 ‘3260원’(노동계 1만 790원·경영계 7530원)이라는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특히 경영계가 소상공인·영세 자영업자의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최저임금 불복종’까지 주장하고 있어 노사 합의안 도출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결국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공익위원들이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할 전망이다. 최임위의 내부 검토 자료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최근의 고용 쇼크가 최저임금 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취업자 증가폭(14만 2000명)이 지난해(31만 6000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고 지난 2월부터 5개월째 증가폭이 10만명대에 그쳤다. 경영계는 “(이런 고용 쇼크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소상공인의 부담이 가중돼 일자리를 축소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최임위의 현장방문 조사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 감소를 우려해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8000원대의 금액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감소의 원인이라고 단정 짓기엔 어렵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노동연구원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올해만 놓고 보면 고용 감소 효과가 크지 않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낸 바 있다. 특히 올해 대폭 오른 최저임금(157만 3770원·월급 기준)으로도 지난해 결혼하지 않은 노동자가 혼자 살 때 필요한 생계비(193만 3957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노동계가 “최저임금으로 생계 유지가 불가능하다”며 인상을 요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산입범위 확대로 소득분위 1~3분위에 속하는 저임금 노동자 19만 7000명은 내년 최저임금이 15%(8660원) 올라도 실질 인상률은 4.5%에 그친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고용 감소의 원인을 최저임금 인상이라고 말하기에는 이르다”며 “임대료, 카드 결제 수수료, 프랜차이즈 로열티, 불합리한 원·하청 구조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얽혀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임위는 13~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리는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한다. 최저임금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시간당 임금 단위이고, 모든 업종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사법개악 반대” 촛불 든 폴란드

    “사법개악 반대” 촛불 든 폴란드

    우파 정권, 사법부 장악 밀어붙여 대법관 73명 중 27명 ‘강제 퇴임’ 대법원장 “연장 신청 안해” 불복 발효 전날 시민 수만명 집결시위 EU “사법재판소 제소 벌금 부과”폴란드 우파 정권의 사법부 장악 시도에 국민들이 촛불 시위에 나섰다. 폴란드 대법원장이 앞장서 정부에 맞서기 시작했고, 수도 바르샤바에서는 5000여명의 시민들이 거리 시위를 전개하며 정부를 비판했다.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사법개혁안을 강행하고 나섰다고 독일 도이치벨레 등이 보도했다. 새 법안은 이날 0시에 발효됐다. 대법관의 은퇴 연령을 종전 70세에서 65세로 낮추고, 대법관의 임기 연장 요청 수락 또는 거부권을 대통령에게 부여하도록 한 법안이다. 두다 대통령은 지난 3일 “말고르자타 게르즈도르프 대법원장의 임기가 2020년까지이지만 4일 퇴임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대법원장을 포함해 대법관 73명의 가운데 약 3분의1인 27명이 65세 이상이다. 새 법안대로라면 이들은 법복을 벗든지 아니면 충성 맹세를 하고 임기 연장을 대통령에게 요청해야 한다. 타임지에 따르면 퇴직 대상에 포함된 대법관 일부는 두다 대통령에게 임기를 연장해 줄 것을 요청했다. 게르즈도르프 대법원장은 퇴임을 거부하고 이날 바르샤바의 대법원 건물로 출근했다. 그는 “나는 정치에 관여하려는 것이 아니다. 나는 법치를 수호하고, 헌법을 지키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를 증명하려고 하는 것”이라면서 “법적 질서가 이 땅에 돌아오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임기 연장 신청은 굴복을 의미한다”며 임기 연장을 요청하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은 “게르즈도르프 대법원장이 일단 휴가를 써 시간을 벌 것”이라고 내다봤다. 3일 밤 시민 수만명이 폴란드 전역에서 정부의 사법개혁에 반대하는 촛불시위를 열었다. 바르샤바의 대법원 앞에만 시민 5000여명이 모여 폴란드 국가를 부르고 “법원에 자유를”, “독재 정권 타도” 등 구호를 외쳤다. 시민들은 “정부가 헌법을 어기고 사법부를 파괴하고 있다”면서 “사법개혁안은 반(反)정부 성향의 특정 재판관을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98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존경받는 정치인인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은 불복종 운동 전개를 시사했다. 그는 “만약 현 정권이 대법원장 등을 강제로 제거하면 나는 바르샤바에 가서 싸울 것”이라면서 “나에게는 총이 있고, 자기방어를 위해 총을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국내외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집권 여당인 법과정의당이 법원에 대한 통제권을 틀어쥐고 정치적인 이득을 보려 한다”면서 “이 같은 움직임은 필연적으로 권위주의적 지배로 귀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지난 2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폴란드의 새로운 법은 판사들을 쫓아냄으로써 법치를 종식하려는 행위”라고 비판하고 “폴란드를 유럽사법재판소(ECJ)에 제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폴란드가 ECJ로부터 대규모 벌금을 물 수도 있다”면서 “일시불 또는 폴란드가 EU법을 준수하게 될 때까지 매일 얼마씩 부과하는 형식을 띨 수 있다”고 전했다. 콘라트 시만스키 폴란드 외무차관은 “ECJ는 어려운 일을 맡게 될 것”이라면서 “이번 판결은 EU가 회원국의 자치권을 어디까지 침해할 수 있는지 결정한다는 점에서 EU에 매우 중요할 것이다. 우리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면서 법안 철회 의사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서울광장] 우리는 과연 단일민족이었나/김성곤 논설위원

    [서울광장] 우리는 과연 단일민족이었나/김성곤 논설위원

    그리스 아테네의 전성기 때 인구는 3만여명이었다고 한다. 신생국이었던 로마는 기원전 6세기 세르비우스 톨리우스 왕 시절 전체 인구가 8만 3000명이었다고 에드워드 기번은 그의 역작 ‘로마제국 흥망사’에서 기술하고 있다. 이런 로마는 기원전 130년경 동원할 수 있는 군사만 46만 3000명에 달했다. 반면 아테네의 인구는 2만여명으로 쪼그라든다. 왜 그랬을까. 로마는 시민의 기준을 로마의 성벽 안에 가두지 않고 이탈리아 전역으로 확대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감이 붙자 적이든 노예든 로마에 보탬이 되는 것은 모두 수용하고, 시민권 혜택도 속주민에게까지 확대한다. 반면에 그리스인들은 쇠락해 가면서도 외부 문물에 대해 폐쇄적이었다. 이런 폐쇄성 때문에 인구는 줄고, 본토는 피폐해졌다.13세기 초 몽골의 인구는 100만명이었다. 칭기즈칸은 여기서 뽑은 10만명의 군사로 세계 정복에 나선다. ‘복종하면 민족도, 종교도 가리지 않고 받아들였다. 그렇게 해서 인구 6000만명의 송나라를 정복한다. 세계사적으로 흥한 나라는 대부분 포용적이었다. 이민자들이 세운 미국은 앵글로색슨은 물론 유럽, 아프리카, 한국을 포함한 동양계까지 인종의 용광로다. 그들의 역동성은 오늘날 미국을 세계 최강국으로 만들었다. 트럼프가 지금 반이민 정책을 펴고 있지만, 언젠가는 다시 원상복귀할 것으로 본다. 제주도에 들어온 예멘 난민들이 우리 사회에 뜨거운 논란을 낳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난민이 아니라 제도를 악용해 난민으로 가장했다는 주장에서부터 탈레반이나 헤즈볼라 등이 숨어들어와 우리 사회에 테러를 가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반면 무턱대고 반대할 것이 아니라 전쟁과 종교 등의 차이로 위협받는 약자를 보호하고, 이들을 포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소수다. 2013년 7월 1일부터 난민법이 발효됐지만, 우리는 난민 판정에 인색하다. 1994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3만 2733명의 난민 신청자 가운데 난민 판정을 받은 사람은 고작 706명(2.1%)에 불과했다. 올 들어 제주를 통해 입국한 예멘인 549명 가운데 486명이 제주출입국청에서 심사를 받고 있다. 나머지는 출국하거나 이미 제주도를 벗어났다고 한다. 아마 이들도 극소수만 난민으로 인정받을 것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우리 사회는 또 양분돼 갈등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원칙이 정해졌으면 한다. 일제는 우리를 침탈했고, 나중에는 우리말과 문화 말살 정책까지 폈다. 수십만 명의 동포가 고국을 등지고 만주, 러시아, 심지어는 중앙아시아까지 난민으로 떠돌았다. 그때 저항 수단은 우리의 민족의식을 일깨우는 ‘단일민족’이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우리의 기저에 남아 있는 것이 ‘순혈주의’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수천 년 역사를 통해 다양한 이민족을 받아들여야 했다. 우리 민족의 30%가량이 귀화인이라고 한다. 한국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15년 현재 한국의 성씨는 5582개에 달한다. 이 중 한국 전래의 성씨는 270여개에 불과하다. 최근 새롭게 추가돼 한자로 표기할 수 없는 성씨도 4075개나 된다. 유전자 분석에서도 한국인의 피에서 중국과 몽골, 일본, 남방계의 DNA가 검출된다고 한다. 그렇지만 아무도 우리를 복합민족국가라고 하지 않는다. 프랑스의 민족주의 이론가인 르낭(1823~1892년)은 지구상에 순수한 종족이란 극소수에 불과하고 심정적 민족만이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난민을 받을 때 적법성과 기준을 따라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법 위에 있는 것이 인권이다. 그 과정에 피부색이나 종교, 출신 국가가 개입돼서는 안 된다. 시대는 변해서 우리는 세계화 속에 살고 있다. 수십 수백 명의 예멘 난민 때문에 우리 사회의 통합이 깨지는 것도 아니다. 설령 예멘 난민 때문에 우리에게 다소의 불편이 따르고 잃는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다양성과 포용성을 갖춰서 얻는 이득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젠 순혈주의의 틀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하자. sunggon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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