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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짝퉁에 발목 잡힌 중국의 항공모함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짝퉁에 발목 잡힌 중국의 항공모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해 미국과 베트남의 관계가 41년 만에 정상화하기 바로 직전인 지난 21일 중국은 베트남과 가까운 남중국해에 함대를 투입해 실탄 사격 훈련을 하며 노골적인 무력시위를 벌였다. 10년 넘는 긴 시간 동안 전쟁을 했고, 그 후로 40년간 적대적 관계를 유지했던 미국과 베트남의 관계가 갑자기 우호적으로 변한 것은 중국이라는 공동의 적 때문이었다. 중국은 2000년대 들어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해 군사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인접한 거의 모든 국가에 영토·영유권 시비를 걸고 있다. 이같이 군사력을 바탕으로 주변을 제압하려는 중국의 군사굴기(軍事崛起)의 정점에는 역시 항공모함이 있다. 중국은 2012년 최초의 항공모함 랴오닝함을 취역시키고 현재 2척의 항공모함을 더 건조하고 있는데, 이들 항공모함이 ‘짝퉁’ 때문에 당분간 빈껍데기로 전락할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짝퉁왕국’의 전투기 개발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자 ‘세계의 공장’이라 불릴 만큼 거대한 산업 규모를 가지고 있는 국가이지만, 주요 선진국들 입장에서는 자국의 고급 기술을 훔쳐다가 불법 복제품, 일명 ‘짝퉁’을 만들어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골칫거리로 악명이 높다. 우리나라의 삼성전자나 미국의 애플이 연간 수 조원의 연구개발(R&D) 예산을 들여 첨단 제품을 개발하면 중국에서는 며칠 내로 그 제품의 불법 복제판이 시장에 풀리기 일쑤고, 심지어 기술이 유출되어 신제품의 출시 이전에 짝퉁 제품이 먼저 시장에 나오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지난해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미국의 주요 기업 165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의 기업이 산업스파이에 의한 기술유출 피해를 입었는데, 이들 산업스파이의 95%는 중국으로 밝혀졌으며, 당시 조사를 담당했던 랜달 콜맨(Randall C. Coleman) 방첩부분 부국장 역시 “중국 정부가 산업스파이 행위에서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발표할 정도로 중국은 민간은 물론 국가적 차원에서 외국의 첨단기술을 빼돌리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행태는 무기 개발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 중국군이 운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무기들은 기본적으로 외국의 무기체계를 모방해 개발한 것들이다. 지상군의 주력전차인 96식 전차는 밀수한 T-72 전차를 재설계해 디자인만 약간 바꿔 개발했고, 해군의 주요 전투함들은 껍데기만 자체 개발일 뿐 탑재된 함포와 미사일, 레이더, 헬기는 미국과 프랑스, 러시아제 장비를 카피한 장비들이 많다. 그러나 전차는 땅에서 굴러가면서 포탄만 잘 나가면 되는 것이고, 군함이야 물 위에 잘 떠다니면 별 문제가 없으니 짝퉁이라 하더라도 그럭저럭 쓸 수 있겠지만 하늘을 날아다니는 전투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작은 결함만 있어도 추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항공모함 보유를 결정한 중국은 이 항공모함에서 운용할 전투기를 판매해 줄 것을 러시아에 요청했었다. 러시아는 중국의 랴오닝과 자매함인 어드미럴 쿠즈네초프(Admiral Kuznetsov)에서 오랜 기간 Su-33 전투기를 운용해 왔기 때문에 중국의 첫 항공모함에서 운용할 전투기로 Su-33이 1순위 후보로 꼽혔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러시아는 중국의 Su-33 전투기 판매 및 라이센스 생산 요청을 거부했다. 같은 시기 중국은 러시아와 Su-27SK 전투기 200대 라이센스 생산 계약을 체결했었는데, 라이센스 생산 과정에서 중국이 계약을 어기고 불법으로 전투기 부품을 몰래 복제 생산하는 것이 적발됐다. 러시아는 중국에 엄중 항의했으나 중국은 러시아가 불량 부품을 납품했기 때문에 부품을 자체 제작한 것이라고 받아쳤고 이에 격분한 러시아는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부품 인도를 중단한 바 있었다. 하지만 중국은 이미 Su-27SK 전투기를 완전히 뜯어보고 기술 유출을 마무리한 상태였으며, 이렇게 훔친 기술과 부품을 바탕으로 J-11B를 만들어냈다. 이런 중국에게 러시아가 또 첨단무기를 팔 리 없었다. 중국은 러시아가 Su-33 판매를 끝내 거부하자 다른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중국이 찾은 해답은 우크라이나에 있었다. 우크라이나에는 소련연방 시절 전투기 개발을 담당하던 수호이(SUKHOI) 설계국의 전투기 조립 및 시험평가 시설이 있었고, 여기에 Su-33 전투기의 프로토 타입 T-10K-3가 남아 있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정부에 접근, T-10K-3를 구입해 중국으로 가져오는데 성공했다. 중국은 Su-33의 원형인 T-10K-3 기체를 바탕으로 J-11B를 불법 복제하면서 만든 부품을 끼워 넣어 J-15라는 항공모함용 전투기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러시아와 미국 등 해외 전문가들은 이 불완전한 J-15가 항공모함에서 작전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혹평을 쏟아냈지만, 2012년 중국은 보란 듯이 항공모함 이착함 훈련을 성공시키며 자신들의 항공기술력을 과시하면서 본격적인 항공모함 보유국가 대열에 진입했음을 선포했다. ‘진품’에 한참 못 미치는 ‘짝퉁’의 한계 하지만 이러한 기쁨도 잠시였다. 예정대로라면 이미 대량 생산이 진행되어 수십여 대가 배치됐어야 할 J-15의 생산이 잠정 중단된 것이다. 생산 중단의 원인은 엔진 때문이었다. 당초 J-15의 프로토타입에는 러시아제 고성능 엔진인 AL-31F가 탑재되어 있었다. 그러나 중국이 AL-31F를 불법 복제하면서 러시아가 이 엔진의 추가 수출을 거부했고, 중국은 AL-31F를 베낀 WS-10 엔진을 만들어 J-15에 탑재했지만 이 엔진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것이었다. 사실 WS-10 엔진의 문제점은 이미 오래 전부터 중국공군에서 제기된 바 있었다. 중국정부는 이 엔진을 탑재한 J-11B나 J-16 등 신형 전투기들이 최강의 작전 성능을 가지고 있다고 선전했지만, 이 엔진의 실제 성능과 신뢰성은 재앙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우선 추력이 형편없었다. 러시아가 1981년 완성한 AL-31F 엔진은 123kN의 추력을, 2012년 개발한 개량형 AL-31F M2 엔진은 145kN의 추력을 가지고 있지만, WS-10 엔진의 추력은 89kN에 불과했다. 똑같이 베낀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오리지널보다 거의 30% 가까이 성능이 떨어진 것이다. 전투기의 크기와 무게는 러시아제 오리지널과 비슷한데 엔진 추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은 쉽게 비유하자면 ‘쏘나타’ 승용차에 ‘아반떼 엔진’을 얹은 격이다. 제대로 가속이 될 리가 없고 제원 상 나타난 최대 속도를 낼 수도 없다. 이 엔진은 추력만 부족한 것이 아니었다. 비행 중 엔진의 진동이 너무 심했고, 심지어 비행 중에 엔진이 정지되는 사고도 발생하는 등 신뢰성에 있어서도 심각한 문제를 노출했다. 이 때문에 중국공군은 지난 2014년 WS-10 엔진이 탑재된 J-11 전투기 인수를 거부한 바 있었다. 비록 불법 복제품이었고 성능과 신뢰성에서 심각한 문제를 드러낸 WS-10 엔진이었지만,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의 판단은 달랐다. 이 엔진을 중국공군과 해군항공대 전투기의 주력 엔진으로 결정하고 인수를 거부한 공군 장령을 질책하는 등 엔진 실전배치를 밀어 붙인 것이었다. 항공모함용 전투기로 개발된 J-15 역시 양산형 기체에는 WS-10 엔진을 탑재했다. 하지만 육상에서보다 운용 조건이 더 가혹한 해상에서 이 엔진은 더 심각한 문제점을 계속 노출했고, 비행 시험 과정에서 2대가 추락해 조종사 2명이 사망했다. 결국 중국은 J-15 전투기에 WS-10 엔진의 탑재를 포기하고 전투기 생산을 중단했다. 문제는 러시아가 AL-31F 엔진의 판매를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 이상 엔진을 공급받을 수 없는 상태에서 J-15의 추가 생산은 무의미했고, 이 때문에 현재 중국해군 항공대의 J-15 전투기는 개발 초기 러시아로부터 공급 받았던 AL-31F 엔진을 탑재하고 간헐적으로 비행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중국은 오는 2020년까지 적어도 2척 이상의 항공모함을 추가로 배치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일대를 완전히 석권하겠다는 야욕을 품고 있지만, 항공모함에 탑재되는 전투기가 발목을 잡으면서 중국 항공모함은 당분간 항공모함으로써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반쪽짜리 항공모함으로 전락할 상황에 몰리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한 대안으로 현재 육상용으로 개발 중인 J-31 스텔스 전투기의 항공모함 탑재형을 개발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이 전투기도 기본적으로는 미국의 F-35 기술을 상당 부분 도용한 짝퉁이고, 특히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엔진 역시 J-15와 마찬가지로 초기 생산형에는 러시아에서 직수입한 RD-93 엔진을, 양산형에는 RD-93의 복제품인 WS-13을 탑재할 예정이기 때문에 양산 단계에서 J-15와 비슷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중국은 신형 전투기용 엔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적어도 1500억 위안(약 28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했고, 앞으로도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지만 아직까지 엔진 분야에서 이렇다 할 성과는 거두지 못한 채 러시아제 엔진에 대한 수입 의존도만 높아지고 있다. 중국이 J-20과 J-31 등 스텔스 전투기를 자체 개발했다고 자랑하는 와중에서도 러시아에서 Su-35 전투기를 수입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전투기의 핵심인 엔진과 레이더 부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중국은 Su-35에 탑재된 고성능 엔진과 레이더 기술을 빼돌리기 위해 러시아에 24대의 Su-35를 판매해 줄 것을 오래 전부터 요구해 왔으나, 기술 유출 의도가 뻔히 보이는 중국의 요구를 러시아가 묵살하면서 협상은 수년을 끌어왔다. 요지부동 러시아를 움직인 것은 역시 돈이었다. 중국은 Su-35와 S-400 등 첨단 무기체계 도입을 위해 러시아와 무려 4000억 달러, 우리 돈 410조원 규모에 달하는 천연가스 구입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이 체결되고 얼마 후 Su-35 거래 계약이 성사됐다. 중국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이런 식으로라도 러시아 기술에 접근해 자국산 무기의 기술적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렇게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어도 항공모함용 전투기와 전투기용 엔진에서 나타난 기술적 문제점들은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는 한 중국 항공모함은 앞으로 상당 기간 동안 제대로 된 전투기 없이 항공모함 흉내만 내는 전시용 군함을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짝퉁’이 결국 중국군의 자존심인 항공모함의 발목을 잡게 된 것이다. 이일우 군사 전문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자연선택 관점에서 풀어 쓴 생명체의 진화

    자연선택 관점에서 풀어 쓴 생명체의 진화

    리처드 도킨스의 진화론 강의/리처드 도킨스 지음/김정은 옮김/옥당/472쪽/2만 2000원 자연선택에 초점을 맞춰 복잡한 생명체의 진화 과정을 풀어냈다. 치밀한 논거와 합리적 추론을 토대로 쉽고 간명하게 서술했다. 책에 따르면 30억~40억년 전 원시 지구 바닷속 단순 유기 화합물의 묽은 혼합액(원시 수프)에서 우연히 최초 복제자가 발생했다. 이 최초 복제자는 수십억년에 걸쳐 다양한 생명체와 그 구성 요소들로 진화했다. 저자는 “생명의 기원이 되는 최초 복제자는 우연한 화학적 사건을 통해 저절로 생겨났고 자가 복제는 한 특성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떤 복제든 완벽할 순 없다. 복제를 거치는 동안 무작위적인 실수, 즉 돌연변이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돌연변이는 자가 복제 능력을 잃고 집단에서 사라지기도 하고 더 빠르고 효율적인 복제 성질을 획득해 집단에서 다수를 차지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런 과정이 자연선택의 과정이었다”며 “복잡한 생명체는 자연선택의 점진적인 축적에서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눈이나 다른 생체 기관의 복잡성을 들며 설계자를 거론하는 ‘지적 설계론’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만약 우리가 신을 우주의 설계자로 생각한다면, 우리는 우리가 처음 출발했을 때와 정확히 같은 위치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생명체들의 화려한 배치를 구성할 수 있는 설계자라면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지적이며 복잡해야 할 것이다.’(118쪽) 이 책은 영국왕립연구소의 대중 과학 프로그램 ‘크리스마스 강연’ 내용을 보완하고 재구성했다. 저자는 1976년 펴낸 ‘이기적 유전자’에서 생명체는 이기적인 유전자를 운반하는 도구에 불과하다고 주장해 과학계를 발칵 뒤집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생명은 소중”… 국내 첫 ‘생명존중 선언문’ 나왔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기주의, 물질만능주의,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 부족, 지나친 경쟁 위주의 교육 등은 인간의 생명을 경시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우리는 이를 극복하고 생명 존중을 위한 핵심적 가치들을 구현함으로써 우리의 삶과 사회를 좀 더 평화롭고 조화롭게 만들어 가야 한다.” 최근 ‘묻지마 살인’과 급증하는 자살, 안전사고 등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 소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26일 생명 존중 가치를 담은 ‘생명 존중을 위한 선언문’을 발표했다. 우리나라에서 생명 존중과 관련한 선언문이 발표된 건 처음이다. ‘생명은 소중하다’로 시작하는 이 선언문에는 생명을 존중해야 할 일차적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는 책임성, 모든 생명은 평등하다는 평등성, 안전한 삶을 위해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는 안전성, 나누는 삶 속에서 생명은 더욱 성장하고 풍성해진다는 관계성 등 4가지 핵심 가치가 담겼다. 이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위원회는 6가지 실천 과제를 제시했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할 것과 가정과 학교에서 생명 존중을 교육하고 실천할 것, 직장에서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을 보장할 것 등이다. 특히 위원회는 선언문에서 “국가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이를 위협하는 사회 환경적 요소를 제거하고 안전한 삶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은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위원장은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생명 존중을 위한 선언을 마련한 첫 사례”라며 “아직은 선언문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현실에 적용할 수 있을지 더욱 고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위원회는 앞으로 연구기관이 체세포 배아복제 연구를 재신청할 때 심의·의결 기준을 새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2009년 체세포 배아복제 연구를 했다 실패한 차병원 연구팀은 최근 연구 계획을 다시 제출했으며 위원회는 이를 조건부 의결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의약품 수출 2조 7500억원 사상 최고

    의약품 수출 2조 7500억원 사상 최고

    지난해 국내 의약품 수출액이 2조 8000억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바이오시밀러(생물학적 복제약품)와 바이오신약을 모두 포함한 바이오의약품의 수출도 눈에 띄게 성장했다.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제약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의약품 수출액은 약 2조 7727억원(23억 2809만 달러)으로 2014년 대비 28.5% 증가했다. 바이오의약품 수출액은 같은 기간 약 9156억원(7억 8915만 달러)으로, 전년 약 6664억원(5억 8892만 달러)보다 37.4% 규모가 커졌다. 수출액 1위 품목인 셀트리온 ‘램시마’의 수출액이 2014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램시마 수출액은 2014년 2424억 4768만원(2억 477만 달러)보다 2배 이상 증가한 4940억원(4억 3932만 달러)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바이오의약품 수출 실적의 절반 이상(54.3%)을 차지하는 규모다. 국내 바이오시밀러 시장 규모가 3년 이내 15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날 한국제약협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기준 800억원 규모로 추정된 국내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정부의 적극적인 바이오 육성 정책과 주요 기업의 대규모 생산시설 구축, 신제품 출시에 힘입어 2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2012년 램시마를 시작으로 총 5개 바이오시밀러(램시마주 100㎎, 허쥬마주 150㎎, 허쥬마주 440㎎, 다빅트렐주사 25㎎, 브렌시스 50㎎, 렌플렉시스)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다. 현재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바이오시밀러 품목은 12개에 이른다. 국내 기업들은 연구·개발(R&D) 투자 금액이 크고 임상 실패 위험이 큰 바이오신약보다 상대적으로 위험 요소가 적은 바이오시밀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식물이 동물보다 열등하고 영혼이 없다고?

    식물이 동물보다 열등하고 영혼이 없다고?

    예부터 사람들은 식물도 어느 정도 지능을 갖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본능에 따라 반응하는 붙박이장 쯤으로 여겼다. 이같은 인간 중심적인 알량한 생각은 찰스 다윈에 이르러 산산조각 난다. 다윈은 “식물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진보한 생물체”라며 자신의 저서를 통해 인간의 오만을 꼬집었다. 그리고 그가 제시했던 담론, 그러니까 ‘진보한 생물체’로서의 식물의 본질은 까마득한 후배들이 지은 새책 ‘매혹하는 식물의 뇌’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과학적으로 입증된다.  인간이 식물을 깔보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움직이지 못 한다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이는 식물을 “동물보다 열등하고 영혼이 없는 존재”라며 노골적으로 낮춰 봤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식물도 운동한다. 인간이 ‘시차’ 때문에 이를 알아채지 못 할 뿐이다. 심지어 운동의 방향성과 목적까지 한 치 오차 없이 설정한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등을 통해 끈끈이주걱 같은 곤충 잡아 먹는 식물 이야기는 익히 들었을 텐데, 이는 그야말로 새발의 피다. 한술 더 떠 ‘사기 행각’까지 벌이는 고단수의 식물도 있다. 특히 흉내쟁이 난초류에 이런 사기꾼들이 많은데, 책에 따르면 난초류를 통틀어 3분의1 가량이 벌을 기만하며 산다고 한다. 예를들어 오프리스 아피페라는 암벌 흉내를 낸다. 외모는 물론 솜털 같은 세세한 부분까지 복제해 낸다. 암벌 특유의 페로몬을 뿜어내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야말로 암벌보다 더 암벌스럽게 치장한다. 눈 뒤집힌 수벌이 교미에 나서지만 제대로 될 리 없다. 결국 수벌은 헛물만 잔뜩 켠 채 꽃가루 배달부 노릇만 하고 만다. 움직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저자들은 “식물이 인간의 오감 외에 열다섯 가지나 더 많은 감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단지 이를 감지하는 눈, 귀 등 형태상의 기관이 없을 뿐이다. 이같은 감각들을 총지휘하는 게 뿌리의 말단, 즉 근단이다. 근단은 인간의 뇌처럼 서로 다른 부위들의 요구사항을 조율하고, 습도와 이산화탄소 농도 등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뿌리 뻗을 곳을 결정한다. 이때 뿌리와 뿌리가 네트워크를 이뤄 동물의 뇌신경과 유사한 전기신호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더 놀라운 건 모든 감각들이 전신에 분포돼 있다는 것이다. 어느 한 부분을 잃더라도 생명에 전혀 지장이 없다는 얘기다. 한 자리에 고정돼 있기 망정이지, 식물이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나무의 정령들처럼 움직일 수 있었다면, 인간은 ‘만물의 영장’은 고사하고 하마터면 노예로 살 뻔했다. 스테파노 만쿠소, 알레산드라 비올라 지음/양병찬 옮김/행성B이오스/248쪽/1만 6000원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LG전자 ‘LG페이’, ‘IC칩’ 탑재해 반격 나선다

    LG전자 ‘LG페이’, ‘IC칩’ 탑재해 반격 나선다

     LG전자가 개발 중인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LG페이’가 IC칩을 탑재하며 강력한 범용성을 갖추게 됐다. LG전자는 18일 국민은행 세우회 본점에서 KB국민은행과 LG페이를 위한 전략적 업무제휴를 체결하고, LG페이에 IC 및 스마트 OTP(일회용 패스워드) 관련 기술을 구현하기로 했다.  모바일 간편결제 후발주자인 LG페이가 IC칩을 탑재하게 되면서 상당한 범용성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LG페이는 IC칩을 활용한 결제와 ATM, 스마트 OTP 등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게 됐다. 마그네틱 결제 단말기 뿐 아니라 IC칩 전용 결제 단말기에도 사용할 수 있으며, ATM에서의 현금 입출금과 계좌이체 등도 가능해진다. 또 마그네틱 결제 방식을 IC 방식이 대체해 가는 금융권의 트렌드에도 발빠르게 대응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현재 카드결제 단말기와 ATM은 마그네틱 결제 방식과 IC 방식이 공존하고 있지만, 카드 복제 등 보안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마그네틱 결제 방식 대신 IC 방식으로 일원화되는 추세다. 대부분의 ATM은 IC카드만 사용 가능하며,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2018년 7월부터는 일반 상점에서의 카드 결제도 IC 방식만 가능해진다.  LG전자는 KB국민은행과 금융상품 연계방안 모색과 신규 사업분야 공동 발굴 등에도 나설 계획이다. LG전자는 LG페이의 제휴사를 롯데카드와 하나카드, BC카드, NH농협카드 등 주요 카드사로 확장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씨줄날줄] 대작(代作) 논란/강동형 논설위원

    [씨줄날줄] 대작(代作) 논란/강동형 논설위원

    글이나 노랫말의 표절처럼 회화에서는 위작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표절과 위작은 범죄 행위다.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는 아직도 시시비비를 가리지 못하고 원점을 맴돌고 있다. 그림을 모방하는 것은 그림에 입문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그림을 베끼면서 색감이나 구도를 자연스럽게 터득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창작 세계를 구축하지 못한 작가 중 일부는 위작을 만들거나, 그림을 대신 그려 주는 일로 생계를 유지하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 화단에는 대작(代作) 논란이 뜨겁다. 한 무명 화가가 7년 동안 가수이자 화가인 조영남씨의 화투 그림 300여점을 그려 줬다며 조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조씨는 “논란이 일어난 데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300여점은 터무니없고 조수가 대신 작업을 하는 것은 미술계의 관행”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화단의 반응은 엇갈린다. 한 화단 관계자는 “유명세를 이용해 화단을 농단했다”고 비판하면서도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화단에서 쉬쉬한 것은 사실이지만 잘못된 관행이라는 의견이다. 미술평론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대체로 순수 미술 분야에서는 대작의 관행도 없고 용납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현대 회화의 조류이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설치 미술이나 팝아트 같은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분야에서는 허용될 수 있다고 한다. 팝아트의 대가 앤디 워홀도 실제로 실크 스크린 복제 등은 대행을 시켰다는 것이다. 웹툰에서는 이런 관행이 일반화돼 있다. 이런 경우도 문제는 콘셉트(개념)는 작가 자신의 것이어야 한다고 평론가들은 말한다. 미학을 전공한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핵심은 콘셉트다. 작품의 콘셉트를 누가 제공했느냐다. 그것을 제공한 사람이 조영남이라면 별 문제 없는 것이고, 그 콘셉트마저 다른 이가 제공한 것이라면 문제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렇다면 문제는 조씨의 그림을 팝아트 형식의 현대미술로 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래도 대작을 하고 있다는 것을 떳떳하게 밝히고 그에 걸맞은 작품값을 받았다면 면죄부를 줄 수도 있겠지만 조씨는 밝히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작품에 일관성이 부족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소비자 기만행위가 아닐 수 없다. 조씨의 행위는 일부 전문가들의 눈에는 관행일 수 있다. 그러나 백번 양보해도 순수하게 보이지 않는다. 작품을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판화처럼 찍어 내 비싼 가격을 받고 판매하는 것을 용인해서는 안 될 것이다. 유럽에서 활동했던 유명 작가의 작품이 예년만 못하다고 한다. 대작 소문이 난 탓이다. 화단에서는 연예인이라는 유명세를 이용해 대작을 양산하는 사례가 조씨 외에도 몇 명 더 있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도 ‘조영남 스캔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강동형 논설위원 yunbin@seoul.co.kr
  • ‘나무 복제’ 세계 첫 성공

    ‘나무 복제’ 세계 첫 성공

    보존 가치가 높은 천연기념물이나 경제적 가치가 뛰어난 노령목을 대량생산해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18일 체세포배 복제기술을 통해 천연기념물 제305호인 ‘청원 음나무’ 복제 묘목 생산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밝혔다. 체세포배 복제기술은 식물의 줄기나 잎 등을 재료로 시험관 내에서 조직배양하는 것으로 한번에 대량으로 묘목을 생산할 수 있다. 지금까지 성숙한 나무에서 체세포배 발생 조직을 유도해 식물체를 복제하는 기술은 매우 어려운 것으로 평가돼 왔다. 이번에 얻은 체세포배 발생 조직은 종자 유래의 배 발생 조직과 비교해 차이가 거의 없는 데다 생산된 묘목이 일반 종자의 묘목과 유사하고 생장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았다. 산림과학원은 지난 3월 관련 특허출원을 마쳤으며 연구 결과는 산림 분야 국제저널인 ‘트리스’(Trees)지에 실릴 예정이다. 문흥규 산림생명공학과장은 “노령목을 대상으로 완전한 형태의 복제 묘목을 대량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음나무는 두릅나뭇과에 속하며 보통 ‘엄나무’라 불린다. 새순은 ‘개두릅’이라는 산나물로 인기가 많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울산 암각화 포르투갈서 특별전

    국보 285호 반구대암각화와 국보 147호 천전리각석 등 울산 암각화가 포르투갈에서 특별전을 갖는다. 반구대암각화가 학계에 보고된 이후 45년 만에 첫 해외 전시다. 울산암각화박물관은 선사시대 유적인 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각석 등 울산 암각화 관련 자료 300여점을 다음 달 18일부터 10월 16일까지 포르투갈 코아박물관에 전시한다고 18일 밝혔다. 특별전은 ‘울산 반구대 인 코아 밸리’(Ulsan Bangudae In Coa Valley)를 주제로 코아박물관 3개 기획전시설 모두를 사용한다. 전시물은 반구대암각화 모형과 천전리각석 탁본, 복제유물, 사진, 동영상, 그림 등 300여점이다. 반구대암각화 모형은 축소 또는 부분 모형을 3D프린팅으로 제작할 계획이고, 가로 10m·높이 3m의 천전리각석은 실제 크기로 탁본할 예정이다. 이 밖에 국내 소규모 암각화와 신석기·청동기 유물 일부도 전시한다. 울산시는 특별전 개막일에 맞춰 행정부시장을 단장으로 한 방문단을 포르투갈에 파견할 예정이다. 이상목 울산암각화박물관장은 “암각화로 유명한 코아박물관이 해외 암각화를 전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반구대암각화가 세계적인 문화유산임을 알릴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체세포 배아복제 연구 7년 만에 사실상 재개

    체세포 배아복제 연구 7년 만에 사실상 재개

    차병원 줄기세포연구팀이 제출한 체세포 복제 배아 연구 계획을 대통령 직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지난 12일 조건부 의결했다. 체세포 복제 방식의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7년 만에 재개될 전망이지만 아직 난자 불법 채취 행위 등을 감시할 시스템조차 갖추지 못해 논란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는 17일 “체세포 복제 배아 연구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요구대로 난자와 체세포를 얻는 과정의 적법성과 인간 복제에 잘못 이용될 가능성에 대한 전문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을 마련해 6월쯤 최종 승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체세포 복제 배아 연구는 핵을 제거한 사람의 난자에 체세포 핵을 이식해 배아(수정란)를 만들고, 이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것이다. 배아줄기세포는 인체 조직의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만능줄기세포로, 치료제가 없는 난치성 질병 치료에 사용할 수 있지만 2005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논문 조작과 난자 불법 매매 사건 이후 연구가 사실상 중단됐다. 당시 황 전 교수는 불임 시술을 받으러 온 여성에게 시술비를 감면해 주는 대가로 연구용 난자를 받고 체외 수정에 쓰여야 할 가장 좋은 난자를 연구에 사용하는 등 불법 거래를 했다. 황우석 사태 이후 정부는 불임 시술에 사용하고 남은 동결 보존 난자, 폐기될 난자, 미성숙 난자 또는 비정상적인 난자만 줄기세포 연구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금전적 보상을 하고 난자를 거래하는 행위는 물론 연구원의 자발적인 난자 기증도 법으로 금지했다. 하지만 2009년 차병원 연구팀이 체세포 복제 배아 연구 계획을 제출한 이후 7년간 연구 승인을 요청한 곳이 없어 난자 채취 과정을 감시할 시스템까지 갖춰 놓진 못했다. 난자를 연구기관에 제공하는 곳은 배아생성의료기관(불임클리닉)이다. 배아생성의료기관과 연구기관이 같은 재단에 있다면 팔이 안으로 굽듯 더 많은 난자를 연구기관에 제공하고자 난자를 얻는 과정에서 편법을 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줄기세포 연구 계획서를 낸 차병원 연구기관도 배아생성의료기관과 재단이 같다. 복지부 관계자는 “불임 시술을 받는 여성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대충 설명하거나, 을(乙)의 처지일 수밖에 없는 환자가 싫은데도 눈치가 보여 동의서에 사인하는 일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 관계자는 “과배란 유도 주사를 맞으면 난자가 여러 개 나오는데, 환자는 난자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으니 병원이 얼마나 채취해 갔는지 알 수 없다”며 “이를 투명하게 관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사이언스 톡톡] 에볼라·인플루엔자 공포 끝?… ‘만능 항바이러스제’ 뜬다

    [사이언스 톡톡] 에볼라·인플루엔자 공포 끝?… ‘만능 항바이러스제’ 뜬다

    IBM연구센터 등 국제공동연구진 기술융합의 진수 보여 주는 ‘성과’반갑네. 나는 독일의 세균학자 파울 오토 막스 프로슈(1860~1928)일세. 1897년 베를린 전염병연구소에서 근무하던 나는 선배인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요하네스 뢰퍼(1852~1915) 박사와 함께 바이러스의 존재를 처음으로 발견했다네. 베를린 전염병연구소는 결핵균과 콜레라균을 발견한 미생물학자 로베르트 코흐(1843~1910) 박사가 세운 감염병 전문연구기관이었어. 1921년 로베르트 코흐 연구소로 이름을 바꿨는데, 지금도 독일 연방보건부의 핵심연구센터 역할을 하고 있지. 당시 뢰퍼 선배와 나의 관심사는 소나 돼지, 염소 같은 동물들의 입과 발굽에 수포가 생겨 앓다가 죽는 구제역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밝히는 데 있었어. 이전에도 많은 학자들이 구제역의 원인에 대해 주목하고 있었지만 정확하게 밝혀내지는 못했지. 그러던 중 우리는 구제역 병원체가 세균 여과기를 통과하는 것을 보고 바이러스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게 됐어. 물론 실제 바이러스의 모습은 전자현미경 기술이 등장한 다음에서야 볼 수 있었지만 말이야. 라틴어로 ‘독’이란 뜻의 바이러스는 다른 생물체의 세포에 들어가 기생하며 자기 증식을 하는 것이 특징이야. 흔히 ‘감염’이라고 하는 현상은 바이러스가 증식하는 과정을 말하는 거야. 바이러스는 하나의 뿌리를 갖고 있더라도 생존 환경에 따라 자기를 변형시키기 때문에 치료제나 예방백신을 만들기가 쉽지 않아. 감기 백신을 만들 수 없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지. 그런데 화학과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매크로 몰레큘스’ 15일자에 아주 재미있는 논문이 실렸더군. 싱가포르국립대 의대, 미국 일리노이대 미생물 및 면역학 교실, 일본 도쿄 치의대, 요코하마시립대 의대 연구진이 IBM 알마덴연구센터 연구자들과 함께 성질이 다른 여러 바이러스를 하나의 단일한 바이러스로 바꿔 주는 고분자 물질을 개발했다는 거야. 연구진은 뎅기열과 치쿤구니야, 인플루엔자, 에볼라 등 7가지 종류의 바이러스를 동물에게 감염시킨 뒤 이번에 개발한 고분자 물질을 주사하는 실험을 했는데 그 결과 바이러스 숫자가 현저하게 줄었을 뿐만 아니라 바이러스가 면역세포를 감염시키는 것까지 막는다는 걸 확인했다는군. 연구진이 만능 항바이러스제를 개발한 방식은 기존의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법과는 좀 다르더군. 보통 항바이러스제를 개발할 때는 유전물질인 RNA와 DNA를 타깃으로 하는데 이번에는 아예 그것들에 관심도 갖지 않았지. RNA와 DNA는 수시로 변이가 일어나기 때문에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던 거야. 대신 바이러스의 당단백질을 타깃으로 했더라고. 모든 종류의 바이러스 바깥쪽에 위치한 당단백질은 바이러스가 몸속에 들어와 감염시킬 때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 아주 영리한 전략이었어. 연구진은 여러 가지 바이러스에서 뽑은 항원으로 구성된 거대분자를 만든 거야. 이 거대분자는 전기장을 띠고 있어서 몸속에 들어가면 바이러스의 당단백질에 접근해 달라붙게 돼. 거대분자에 붙은 바이러스는 세포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자기복제도 못하니 감염을 일으킬 수가 없게 되는 거야. 놀라운 것은 이번 연구를 주도한 것이 일반인들에게는 정보기술(IT) 기업으로 알려진 IBM이었다는 거야. 요즘 IT, 생명공학(BT), 나노공학(NT) 등 기술융합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실질적 효과는 별로 나타나지 않아 정책당국이나 관련 기업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 같던데, 이번 성과야말로 기술융합이 무엇인가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아닌가 싶어.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10년 내 인조인간 만든다?… ‘과학자 150명 비밀회의’ 시끌

    10년 내 인조인간 만든다?… ‘과학자 150명 비밀회의’ 시끌

    DNA 유전체 화학적 합성 논의 세계 생명과학계 윤리논쟁 촉발 미국 하버드대에서 복제 인간을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인공 유전체(게놈)’ 생산을 논의하기 위해 세계 최고의 과학자들을 비밀리에 모아 회의를 가진 게 드러나 윤리적 논쟁이 예상된다.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하버드 의대는 지난 9일 보스턴에서 과학자 150여명을 초청해 비공개 회의를 열고 인간 DNA 유전체 전체를 화학적으로 합성하는 계획을 논의했다. 주최 측은 이들에게 이 회의의 일차적 목표를 “10년 안에 세포 단위에서 모든 인간 게놈을 합성해 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1990~2003년 진행된 ‘인간게놈계획’(HGP)이 인간 DNA의 30억개의 염기쌍 배열을 ‘해독’하는 데 목적을 뒀다면 이번 회의에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30억개의 염기쌍을 인간이 직접 만드는 계획을 다루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현실화될 경우 생물학적 부모 없이도 게놈 합성을 통해 ‘인조인간’을 제조할 수 있는 첫 단추를 꿰게 된다. 당연히 전 세계 생명과학계에서 이번 회의를 두고 심각한 윤리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에 대해 주최 측인 조지 처치 하버드대 유전학 교수는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인간을 만들어 내려는 것이 아니라 생물의 세포 전반에 걸쳐 게놈 합성 능력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주최 측이 모든 관련자에게 언론 인터뷰를 불허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재도 금지하는 등 이번 회의를 극히 폐쇄적으로 진행했다는 점에서 의구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단순히 세포 전반에 걸쳐 게놈 합성 능력을 높이려는 순수한 취지의 회의였다면 이렇게까지 비밀리에 일을 진행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드루 엔디 스탠퍼드대 생명공학과 부교수와 로리 졸로스 노스웨스턴대 의학윤리 교수 등은 초청을 받고도 참석을 거절했다. 이들은 이번 회의를 비판하는 내용의 공동 기고문을 통해 “아인슈타인의 게놈을 배열하고 합성하는 것이 옳은가? 만약 그렇다면 누가 해야 하는 것인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엔디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당신들이 연구를 비밀리에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 그건 무언가 잘못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DNA는 말해준다, 당신의 ‘가방끈 길이’를 …(연구)

    DNA는 말해준다, 당신의 ‘가방끈 길이’를 …(연구)

    인간의 학업 기간에 유전자가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남가주대와 뉴욕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자유대 등이 이끈 국제 연구팀이 유럽인 29만3723만 명의 DNA를 조사해 위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 DNA 데이터를 제공한 참가자들의 평균 학업 기간은 14.3년이었다고 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인간의 학업 기간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 74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들 유전자 중에서 변이가 있는 사람들에게 공통점이 있었다는 것. 사실, 유전자가 학업 기간에 미치는 영향은 식생활이나 가정환경, 교육 기회 등 환경 요인과 비교하면 무시할 수준이다. 그 비율은 0.5%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 하지만 이번 결과는 개인적 차이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사회적 수준에서 의지가 강하고 논쟁을 좋아하는 유전적 성격적 특징이 학업 성취도와 일치한다는 결론을 낼 정도로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교신저자인 다니엘 벤저민 남가주대 교수는 “가장 영향이 큰 유전자 변이에서 복제가 있는 사람이 복제가 없는 사람보다 학업 기간이 평균 9주가량 더 길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팀은 이번 결과를 학업 능력을 높이는 유전자를 발견한 것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Nature)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타미플루, 게 섰거라”… ‘한미플루’ 맹렬 추격

    “타미플루, 게 섰거라”… ‘한미플루’ 맹렬 추격

    한미약품의 ‘한미플루’가 ‘타미플루’의 대항마로 입지를 다졌다. 로슈의 ‘타미플루’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시판되던 독감 치료제로 지난 2월 물질특허가 끝났다. 한미플루는 현재 시장에 출시된 타미플루의 유일한 복제약(제네릭)으로 타미플루의 ‘염 특허’를 피해 복제약 승인을 받았다. 10일 제약시장 조사 기관 IMS에 따르면 타미플루는 지난 3월 41억원어치가 처방됐다. 지난해 같은 시기 74억원 처방됐던 것과 비교하면 33억원 줄어든 수치다. 지난 2월 말 출시된 한미플루는 지난 3월 8억 8057만원을 기록했다. 출시 두 달 누적액은 약 9억 2810만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타미플루보다 약 25% 가격이 저렴하고 시장 반응도 좋다”면서 “독감 유행 시즌보다 늦게 시장에 나온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실적이다. 한미플루 출시로 약가 인하와 시장 경쟁에 직면한 타미플루가 고전했다”고 분석했다. 중위 제약사들의 복제약 승인도 줄을 잇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유나이티트제약은 지난 2월 ‘타미셀바’를 승인받으며 품목 허가를 취득하여 출시를 목전에 두고 있다. 또 테라젠이텍스는 ‘타미렉스캡슐’로, 동구바이오제약은 ‘동구오셀타미비르캡슐’, 대원제약은 ‘오셀타원캡슐’로 복제약 허가를 받았다. 앞서 대웅제약, 유한양행 등 상위 제약사는 타미플루 물질특허가 말료된 2월 이전부터 일찌감치 복제약 승인을 받아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마쳤다. 다만 타미플루의 인산염특허에 걸려 본격적인 출시는 염 특허가 끝나는 내년 8월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염은 의약품의 안정성을 높이는 등의 기능을 한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MS “서울·부산에 신규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강화”

    MS “서울·부산에 신규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강화”

    마이크로소프트(MS)가 국내에 데이터센터 2곳을 만들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확대한다. 고순동 한국MS 대표는 11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년 초 서울과 부산에 신규 리전 데이터센터를 열겠다고 밝혔다. 리전은 복수의 데이터센터를 일컫는 말로 클라우드 서비스의 핵심 기반이다. 국내에 데이터센터가 생기면 애저, 오피스365 등 MS 클라우드 품질이 향상될 전망이다. 또 데이터센터 간 데이터 복제가 가능해져 사업 안정성과 연속성도 강화할 수 있다고 MS는 설명했다. MS는 클라우드 사업 강화를 위해 150억 달러(약 17조 5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업계에 따르면 2020년이면 전체 데이터의 45% 이상이 클라우드에서 생성되고 시장 규모가 2400억 달러(약 280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 대표는 “국내 및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면서 “국내 투자를 늘려 고객에게 더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하고 국내 기업의 혁신과 비즈니스 성장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한음저협, 11일 프랑스 음악저작권협회와 공동으로 심포지엄 개최

    한음저협, 11일 프랑스 음악저작권협회와 공동으로 심포지엄 개최

    한불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국내에서 각종 문화 행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사)한국음악저작권협회(회장 윤명선, 이하 한음저협)와 프랑스 음악저작권협회(회장 로랭 쁘띠지라르-Laurent Petitgirard, 이하 SACEM)가 공동으로 <한국과 프랑스 관점에서 보는 디지털 시대의 창작 및 저작권>이란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2016년 5월 11일(수)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아카데미 홀 3층 나눔관에서 진행될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한국과 프랑스 각국의 문화산업분야 구조화’, ‘작가들의 권리에 대한 발전 현황’,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는 양국의 창작가들과 작가들이 마땅히 맡아야 할 역할과 그에 대한 보상’ 등이 주요 내용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규호 교수의 사회로 진행될 이날 심포지엄에는 한음저협 윤명선 회장, SACEM 로랭 쁘띠지라르 회장을 포함해 벤자민 응(Benjamin Ng; 국제저작권연맹 아시아〮태평양 위원회 이사장), 김병준 (한국복제전송저작권협회 부회장), 클레어 지라우딘(Claire Giraudin; SACEM 홍보수석), 전민재(작곡가) 등 국내외 저작권 관련 저명인사들이 한데모여 한국과 프랑스 양국의 음악 저작권 현안 및 발전 방안들을 심도 깊게 논의 할 예정이다. 사진=한국음악저작권협의회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덕후 아재 혹은 20세기 소년 “장난감은 늘 장난이 아니었다”

    덕후 아재 혹은 20세기 소년 “장난감은 늘 장난이 아니었다”

    그는 묘하게도 우리를 1970년대 과거의 풍경 속으로 이끈다. 그의 개인 박물관이자 개인 수집사가 담긴 ‘조립식 플라모델’(플라스틱+모델)이 쌓여 있는 장난감 전시관 ‘뽈랄라수집관’을 보면 그렇다. 1966년생 장난감 연구가 현태준(50)씨 얘기다. 1970년대 초반 장난감은 비싸고 귀한 것이었다. 10원짜리 딱지나 구슬, 종이인형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난생처음 보는 물건이 문방구에 등장하며 ‘20세기 소년들’을 울렁거리게 만들었다. 바로 조립식 플라모델. 상자 안의 부품을 설명서에 나온 대로 맞추다 보면 사진으로만 봤던 탱크와 비행기가 내 손 안에서 탄생했다. 이 얼마나 놀라운 경이인가. ●국산 장난감 15만여점 수집…5만여점 전시중 만화가이기도 한 그가 수집한 국산 장난감 규모는 15만여점. 뽈랄라수집관에 5만여점이 전시돼 있고, 자택이 있는 서울 연희동의 은밀한 창고에 10만여점의 잡동사니 완구들이 보관돼 있다. ‘덕후(특정 분야에 심취한 사람) 1세대’이자 국내 덕후의 원조 격인 그는 이른바 ‘덕밍아웃’(자신이 덕후임을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것)은 하지 않았다. 자신을 덕후보다는 ‘서민생활 연구자’ 혹은 ‘플라모델 컬렉터(수집가)’로 부른다. 하지만 현씨의 장난감에 대한 열정은 덕후보다 더 뜨거우면 뜨겁지 덜하지 않다. “1998년 외환위기(IMF) 와중에 편집 디자인 일이 끊기자 그 길로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3년간 전국을 돌며 사모았지요.” 당시만 해도 몇 만원을 들고 가면 한 박스씩 장난감을 모을 수 있었다. 문방구마다 버리지 못해 쌓아 둔 재고가 산더미 같았다. 만화가로 일러스트를 그리고, 여행책 작가로 이름을 날려 돈도 꽤 벌었지만 장난감 수집에만 강북 아파트 30평(약 99㎡) 한 채 값이 들었다. 그래서 아내한테 늘 ‘눈총’을 받고 사는지도 모르겠다. ●플라모델史 집대성 ‘소년생활대백과’ 펴내 여전히 20세기 소년에 머물러 있는 현씨는 최근 국내 플라모델의 역사를 정리한 책 ‘소년생활대백과’(휴머니스트)를 냈다. 전작인 ‘뽈랄라 대행진’(2001)과 ‘아저씨의 장난감 일기’(2002)에 이어 그가 수집·보존해 온 장난감을 집대성한 3부작에 해당한다. 장난감을 분류하는 등 집필 준비 기간만 10년이 걸렸고, 600쪽 분량의 원고는 3년 만에 겨우 마쳤다. 책 한 권을 펴내는 데 13년의 ‘덕질 내공’이 녹아 있는 셈이다. 왜 장난감일까. 짜장면 한 그릇이 30원이던 시절 100~1000원 하던 조립식 플라모델은 그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군것질을 참으며 장난감에 빠졌다. 명동의 코스모스 백화점에 있던 전문 플라모델 가게에 전시된 탱크와 전투기, 자동차 모형을 보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죄악시됐던 장난감, 과학 교재 둔갑하기도 “우리 세대의 놀이문화는 황무지나 다름없었어요. 노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지만 대놓고 놀 수 없는 세대였죠. 장난감도 죄악시됐고, 그러다 보니 플라모델을 과학 교재로 둔갑시켜 팔았어요. 지능 개발에 도움이 된다고 부모들을 설득했죠. 그런 점에서 우리는 참 위선적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그가 진단하는 ‘20세기 소년들’은 나이 먹어서 이상해졌다고 한다. “맨날 대의명분 찾지만 밤에는 음지에서 이상하게 놀고, 거짓말도 잘하는 두 얼굴을 가진 세대예요. 그렇지 않아요? 흐흐.” 영세했지만 꾸준히 소년들의 사랑을 받았던 국내 모형 업계는 1988년 올림픽 개최국이 되면서 세계저작권협약에 가입한 후 막을 내리게 된다. 그의 문제의식은 이렇다. “국내 플라모델은 지금도 거의 다 일본제나 중국제 등 수입품이에요. 1970년대부터 외국 것을 카피하는 게 주가 되다 보니 우리 자체만의 콘텐츠 발전이 없었고, 국제적으로 저작권법에 걸리게 돼 복제를 더이상 할 수 없게 되니 망한 것이지요. 그 와중에 만화도 불량 문화로 인식되다 보니 만화 산업도 뒤처지게 된 거예요.” 덕후로서 현씨의 인생 모토는 수집관 이름과 같은 ‘뽈랄라’다. “오늘도 난 구질구질하지만 ‘뽈랄라’ 인생만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70~80년대 청소년 性문화 다룬 웹툰도 준비 ‘뽈랄라’는 ‘뽀(포)르노’와 ‘랄랄라’를 합성해 그가 만든 용어다. 1970~80년대 포르노(야동)가 귀했던 시절, 그 야동을 찾아 떠날 때의 즐겁고 설레는 마음을 표현한 것으로, 죄책감이나 부끄러움을 느끼지 말고 인생을 즐기자는 삶의 지침이다. 그는 최근 1970~80년대 중고교생의 성과 놀이문화를 다룬 ‘19금의 사생활’을 탈고했다. 곧 웹툰 연재도 시작할 예정이다. 현씨는 “저처럼 전 세계의 구질구질한 아저씨들에 대한 얘기도 쓰고 싶은데 출판사에서 받아줄지 모르겠다”며 “우리나라 99% 서민들의 생활을 미시적으로 조명하는 책들을 연작으로 써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현태준은 B급 감수성으로 발랄하면서도 독특한 일러스트레이션을 창작해 온 만화가이자 전방위 예술가.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미대 공예과를 졸업하고, 한국에서 종이 장난감과 액세서리 등을 개발하는 ‘신식공작실’을 만들었다. 서울예술대학 등에 시간강사로 출강했고, 지금은 책을 기획하고,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린다. 그동안 모아 온 15만여점의 장난감으로 할 수 있는 재미난 일에 골몰하고 있다.
  •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 이야기] 국경·도로·전쟁터… 역사 품은 임진강 천혜 요새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 이야기] 국경·도로·전쟁터… 역사 품은 임진강 천혜 요새

    서울에서 개성을 거쳐 평양으로 가려면 자유로에서 통일대교를 건너 개성·평양 간 고속도로를 타는 것이 상식이다. 그동안 대부분의 남북교류도 이 루트를 따라 이루어졌다. 하지만 임진강 하류 남북교통로는 조선왕조가 한양에 도읍한 이후에나 일반화된 것이다. 하류는 강폭이 넓어 배로 건너기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의주대로의 임진강 도하지점은 통일대교 상류의 임진나루였다. ●물줄기 급격히 좁아져… 배 안 타고 건너 고려시대에는 임진나루에서도 한참을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호로탄(瓠蘆灘) 혹은 호로하(河)에서 강을 건넜다. 강 북쪽은 경기 연천군 장남면, 강 남쪽은 경기 파주시 적성면이다. 호리병 모양의 강줄기를 뜻하는 호로하는 표주박 모양의 물줄기를 의미하는 표하(瓢河)로도 불리웠다. 임진강이 호리병이나 표주박처럼 급격히 좁아지는 곳이다. 임진강에서 장마철이 아니라면 배를 타지 않고도 건널 수 있는 최하류에 해당한다. ●고려 때 개성-서울 잇는 핵심 도로 이 길은 고려시대 수도 개경에서 오늘날의 서울인 남경을 포함한 남부 지역을 잇는 핵심 간선도로였다. 장남과 적성은 지금 한적하기만한 농촌 소도시지만 고려시대에는 ‘국도 1호선’이 지나는 핵심요지였다고 할 수 있다. 조선시대 옛 양주관아터가 의정부에서 동두천에 이르는 국도가 아닌 덕정에서 적성으로 연결되는 350호 지방도에 위치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양주관아가 있던 곳은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남북 간선도로의 중심축에 자리잡은 요충지였다. ●고구려~신라 임진강 국경 군사요새 이렇듯 남북을 손쉽게 이어주는 교통로가 지나니 고구려, 신라, 백제가 대치하고 있던 삼국시대 호로하의 군사적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었다. 고구려는 475년 한성백제를 공주로 쫓아내면서 한강 일대와 임진강 일대를 모두 차지했다. 하지만 6세기 중반 신라 진흥왕 때 한강에서 밀려나면서 임진강은 두 나라의 국경이 됐다. 호로고루는 호로하가 눈앞에 내려다 보이는 임진강 북안에 고구려가 당시 구축한 군사요새라고 할 수 있다. 고루(古壘)란 옛 성을 뜻한다. ●한국전쟁 땐 북한군 건넌 호로하 호로고루의 임진강 건너편에는 칠중성(七重城)이 있다. ‘당나라의 유인궤가 병사들을 이끌고 호로하를 끊은 뒤 신라의 칠중성을 공격했다’는 기록이 전한다. 처음에는 고구려가 쌓았지만 신라의 군사기지가 됐다. 일대는 ‘삼국사기’에도 여러 차례 전투 기사가 등장할 만큼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이었다. 6.25전쟁 당시 북한군의 주력 전차부대가 장단을 우회하여 임진강을 건넌 곳도 호로하 일대였다. 호로하의 군사적 중요성은 오늘날에도 전혀 퇴색하지 않았다. 호로고루는 임진강과 임진강에 합류하는 작은 하천이 만들어낸 삼각 지형의 한쪽에 성벽을 쌓은 평지성이다. 임진강 쪽에는 높이 20m의 기둥이 겹쳐 있는 주상절리가 이어져 자연 방어선을 형성한다. 성의 전체 둘레는 401m에 이른다. 발굴조사 결과 자연지형을 따라 목책을 구축하고 시간이 흐른 뒤 대규모 토목공사로 성 내부를 평탄하게 조성하고 동쪽 성벽을 쌓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외부 침입이 쉽지 않은 지형을 최대한 이용한 천혜의 요새다. ●삼국시대 ‘미니 고구려 박물관’ 이곳에서는 구석기시대 주먹도끼를 비롯해 삼국시대, 통일신라, 고려시대,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물이 출토됐다. 특히 남한지역에서 가장 많은 고구려 기와가 나왔다. 깃털이나 비늘 문양이 있는 치미 조각과 착고 기와가 출토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용마루 양끝을 장식하는 치미와 일종의 보조기와인 착고는 위계가 높은 건물의 존재를 증명한다. 입 부분 직경이 55㎝로, 묶을 수 있도록 3열의 구멍을 일정한 간격으로 뚫은 고구려 타악기가 출토된 것도 흥미롭다. 임진강 일대는 남한에서 고구려 군사유적이 가장 잘 남아 있는 지역이다. 그동안 남한에서 확인된 고구려 성곽은 70곳에 이르는데, 18곳이 임진강 주변에 몰려 있다. 호로고루, 은대리성, 당포성은 상당 부분 복원도 이루어졌다. 호로고루에는 지난주 ‘연천 호로고루 홍보관’이 문을 열었다. 북한에서 만들었다는 광개토왕비 복제품도 홍보관 앞에 세웠다. 아쉬운 대로 임진강 지역의 삼국시대 역사를 담은 작은 고구려 박물관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술 안 마셔도 음주 반응이?운전자가 조심해야 할 것들

    술 안 마셔도 음주 반응이?운전자가 조심해야 할 것들

    최근 개그맨 이창명씨가 음주운전 혐의로 입건되면서 음주운전 단속과 관련한 황당한 에피소드가 화제다. 술을 단 한 방울도 먹지 않았는데 음주 단속에서 ‘음주운전’으로 걸렸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는 것. 이는 실제로 존재하는 사례들로 대부분 술이 아닌 식품이 체내에서 소화되는 과정에서 발효되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진짜 술 말고 운전자들이 조심해야 할 식품과 제품들을 소개한다. 1. 발효식품류(배맛 아이스크림, 매실 원액, 술빵, 슈크림빵 등) 발효된 과일을 사용한 식품은 조심하는 것이 좋다. 특히 대표적인 것이 ‘탱크**’와 같은 배맛 아이스크림이다. 갈아 만든 배로 인해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몸 속에서 발효가 일어나 알코올 성분으로 바뀌는 것. 그러나 갈아 만든 배 음료는 이와 무관하다. 배맛 아이스크림은 제조·보관상 발효가 생겨 배맛 음료와 달리 알코올 성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매실청 및 매실차도 매실이 발효하는 과정에서 에탄올이 소량 생성되기 때문에 주의해야할 식품이다. 음주운전 단속과 가장 거리가 멀어보이는 식품은 빵이다. 그러나 제빵류에서도 발효로 만들어진 ‘술빵’과 ‘슈크림빵’은 주의해야 한다. 막걸리를 발효해 만든 술빵과 달리, 슈크림빵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다. 슈크림빵의 경우 향과 색을 내기 위해 증류주의 일종인 럼주가 쓰이기 때문에 음주수치가 나올 수 있다. 2. 피로회복제류 일반 의약품으로 분류되는 마시는 피로회복제는 제조 과정에서 비타민과 타우린 등 주성분을 녹이기 위해 보조제로 소량의 알코올(에탄올)을 사용한다. 이는 타우린 함량이 높은 기능성 음료도 마찬가지다. 시중에 유명한 액상 소화제에도 알코올 성분이 들어가니 음주운전 단속 시 알아둘 필요가 있다. 3. 액상 구강청결제류 액상 구강청결제는 소주에 함유되어 있는 에탄올이 주성분이다. 이미 가글을 한 사람은 물로 다시 입을 몇 번 헹구면 정상수치로 나오지만, 이를 게을리하고 운전할 경우 음주 단속에서 오해 받기 쉽다.  이지연 인턴기자 julie31080@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주체적이지 못한 북한 ‘주체 로켓 기술’의 실체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주체적이지 못한 북한 ‘주체 로켓 기술’의 실체

    곧 다가올 제7차 노동당대회를 기념하기 위한 축포 성격으로 지난 15일 무수단 중거리 탄도미사일이 발사되었지만 발사 직후 공중에서 폭발했다. 가뜩이나 화가 나서 미사일을 발사한다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화를 더욱 돋우게 됐다. 정보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28일 오전 6시 40분께 원산 일대에서 무수단으로 추정되는 발사체 1발을 동해상을 향해 발사했지만, 이 발사체는 발사대를 떠난 지 몇 초 만에 수백 미터도 날아가지 못하고 그대로 해안에 추락했다. 정상적인 미사일이라면 무서운 속도로 치솟아 우리 군의 탄도탄 조기경보레이더에 탐지되었겠지만, 발사와 거의 동시에 추락했기 때문에 이번 발사 실패를 포착한 것은 미국의 정찰위성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발사 실패는 최근 드러난 ‘광명성 4호’ 사기극에 이어, ‘위대한 수령의 영도 아래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주체조선의 로켓기술’의 수준을 국제적인 웃음거리로 만들기에 충분한 것이어서 당분간 북한 로켓 기술자들은 숙청의 공포 속에 살얼음판 위를 걷게 됐다. 모방으로 시작된 미사일 개발 북한이 처음 탄도 미사일(Ballistic Missile)이라는 물건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부터였다. 핵무기 만능론이 판을 치던 이 시절 주한미군 제7보병사단이 핵전쟁용 부대(Pentomic Division)으로 개편되면서 한반도에는 일명 ‘어네스트 존(Honest John)'으로 불렸던 MGR-1 단거리 로켓과 MGM-1 마타도르(Matador) 지대지 순항 미사일이 배치되기 시작했다. 주한미군에 핵무기가 배치되자 김일성은 소련에게 당시 소련군이 단거리 핵미사일로 운용하던 스커드(SCUD) 미사일을 제공해줄 것을 간청했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스커드 미사일 제공은 미국을 과도하게 자극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브레즈네프가 스커드 미사일 대신 사정거리 50~70km 수준의 단거리 로켓인 프로그(FROG)-5/7 정도만 넘겨주기로 하면서 북한은 스커드 미사일 확보에 실패했다. 소련으로부터 스커드 미사일 도입이 어렵다는 것을 깨달은 김일성은 제3국으로 눈을 돌려 1973년 제4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상대로 고전하고 있던 이집트에 접근했다. 당시 이집트는 이스라엘 공군에게 호되게 당하면서 제공권 열세로 고전하고 있었는데, 이집트가 필요로 하던 것이 무엇인지 간파한 김일성은 소련으로부터 이제 막 선물 받은 최신형 MIG-21 전투기 1개 중대를 이집트로 파병하는 파격적인 조치를 취했다. 이집트는 전쟁에서 졌지만, 김일성의 ‘의리’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김일성이 그토록 갖고 싶어 하던 스커드 미사일, 그것도 미사일 본체와 발사차량, 심지어 정비 매뉴얼과 교범까지 통째로 북한에 넘겨주었다. 이집트의 이같은 조치에 소련은 노발대발했지만, 결국 김일성은 스커드 미사일을 손에 넣게 되었고, 이 미사일을 철저하게 연구한 끝에 1980년대 초, 스커드-B 미사일의 북한 복제판인 화성 5호 개발에 성공했다. 스커드와 동급의 미사일 개발에 성공한 북한은 이 미사일의 대량 생산을 시작했는데, 이 미사일들은 북한군이 아니라 이란 혁명수비대에 먼저 공급됐다. 당시 이라크와 전쟁을 벌이고 있던 이란은 이라크의 스커드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북한으로부터 100여 발의 화성 5호 미사일을 수입했는데, 이란은 이 100발을 무차별 발사해서 이라크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화성 5호는 이란에 100여 발이 수출된 이후 입소문을 타고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도 25발이 수출되었지만, UAE는 이 미사일의 성능평가를 실시한 뒤 실전배치를 포기하고 전량 폐기했다. ‘정품’ 스커드 미사일이 아닌 ‘짝퉁’이었기 때문에 안전성이 크게 떨어졌고, 명중률 역시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이란은 화성 5호에 크게 만족하면서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고 기술진과 부품까지 수입해 화성 5호의 이란 버전인 샤하브(Shahab)-1을 개발하기도 했다. 북한은 이란이라는 고객을 확보함으로써 화성 5호의 대량생산체제를 갖출 수 있었고, 화성 5호를 더욱 개량해 사정거리를 550km까지 늘린 개량형 화성 6호를 개발, 1990년대 중반까지 600발 이상의 화성 5/6호를 실전에 배치했는데, 이로써 북한은 1960년대부터 김일성이 가장 두려워했던 주한미군의 전술 핵무기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카드를 손에 넣게 되었다. ‘주체식 로켓 기술’의 실체 화성 5/6호를 통해 단거리 탄도 미사일에 대한 기술적 바탕을 확보한 북한은 1980년대 후반부터 한반도를 넘어 일본까지도 공격할 수 있는 중거리 탄도 미사일 개발에 나섰다. 일본은 유사시 주한미군의 후방기지 역할을 하기 때문에 남침 전쟁에서 확실한 승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전면 남침에 앞서 일본에 있는 주일미군 기지들을 파괴해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목적으로 개발이 추진된 것이 화성 7호 즉, 노동 1호였다. 화성 7호는 사정거리와 탄두중량을 화성 6호에 비해 2배 이상 늘리는 것을 목표로 개발되었는데, 스커드를 모방한 500km급 로켓 기술만 가지고 있던 북한이 단시간 내에 이를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때부터 북한은 외부의 힘을 빌리기 시작했다. 우선 1000km 이상 날아가는 미사일에 반드시 필요한 고출력 로켓 엔진 개발을 위해 소련 붕괴로 어수선하던 러시아에 검은 손을 뻗었다. 높은 보수와 고급 주택, 고급 자동차 등을 조건으로 내걸고 북한이 빼돌리기 시작한 것은 러시아의 미사일 기술자들이었다. 북한의 유혹에 가장 먼저 넘어간 것은 구소련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 Submarine Launch Ballistic Missile) 개발을 주관하던 마카예프 설계국(Makeyev Rocket Design Bureau)이었다. 과거 소련공산당 청년동맹 기관지이자 현재도 유력 일간지로 발행되고 있는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Komsomolskaya Pravda) 보도에 따르면 마카예프 설계국의 기술주임 이고르 벨리치코(Igor Velichko) 박사가 1992년 5월 평양을 방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로켓 산업의 과학적 토대 마련’이라는 명분하에 기술인력 파견 계약을 체결했다. 북한은 조선영광무역회사라는 업체를 설립한 뒤 이 회사를 통해 마카예프 설계국에 300만 달러, 이와 별도로 기술 인력들에 대한 급여와 주택, 차량 등을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구소련 기술자들을 대거 평양으로 불러 모으기 시작했다. 소련 붕괴 직후 러시아 정부는 전략 미사일을 개발하던 마카예프 설계국의 고급 인력에 대한 인건비를 지급할 여력이 되지 못했고, 연구원들은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었기 때문에 앞 다퉈 평양행을 자원했다. 이들 가운데는 마카예프 설계국 연구원들뿐만 아니라 로켓 엔진 개발에 관여하던 이자예프 설계국(Isayev Design Bureau)의 아르카디 바흐무토프(Arkdaiy Bakhmutov) 박사, 바츠코브 특수기계제작과학연구소(Scientific Research Institute of Special Machine Building in Bachkovo) 소장인 발레릴리 스트라호프(Valerily Strakhov) 박사, 미사일 설계 전문가 유리 베사라보프(Yuriy Bessarabov) 박사도 있었다. 러시아 미사일 기술 인력의 북한행 러시는 1990년대 초반에 집중됐다. 1992년 12월에는 모스크바 인근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서 북한으로 떠나려는 36명의 과학자들과 그들의 가족까지 무려 60여 명이 경찰에 체포, 구금된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 가운데는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에 참여했던 연구원도 있었는데, 이들은 러시아 정부 종합기계건설부와 연방보안국(FSB)으로부터 출국 허가를 받고 평양으로 떠났다. 노동 1호는 이 러시아 기술자들의 손에서 탄생했다. 이 기술자들은 1960년대 개발된 SLBM인 R-21(SS-N-5) 기술을 바탕으로 R-21과 거의 유사한 형상과 크기, 성능을 갖는 노동 1호를 만들어낸데 이어 R-27(SS-N-6) SLBM을 바탕으로 무수단을 개발해 냈다. 서방측 정보기관들이 노동 1호를 노동-A(Nodong-A), 무수단을 노동-B(Nodong-B)로 분류하는 이유는 이처럼 태생이 같기 때문이다. 이렇게 탄생한 노동 1호는 전략적으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노동 1호는 이란과 파키스탄이 수입해 각각 샤하브(Shahab)-3와 가우리(Ghauri)-2 미사일의 원형이 되었다. 특히 파키스탄 핵무기의 아버지라 불리는 압둘 카디르 칸(Abdul Qadeer Khan) 박사와 현재는 사망한 전병호 前 조선노동당 군수담당비서가 주고받은 편지에 의하면 파키스탄은 노동 1호 미사일과 부품, 설계 기술을 이전받는 조건으로 북한에 우라늄 원심분리기와 핵탄두 설계기술, 부품을 제공하기도 했다. 화성 5/6호와 노동1호, 무수단 미사일 기술은 이후 개발되는 북한 장거리 미사일의 기술적 바탕이 되었다. 노동 1호와 무수단 미사일이 마카예프 설계국 출신 기술자들의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이 그토록 자랑하는 ‘선군조선의 주체과학기술’의 실체는 비싼 돈을 주고 모셔온 러시아 과학자들의 작품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주체적이지 못한 주체식 기술 개발 우리 국민들에게는 대포동 시리즈로 더 익숙한 은하 시리즈는 한때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 능력을 갖췄다는 쇼크를 불러일으켰던 장거리 미사일이지만, 그 내부 구조를 뜯어보면 기술적으로 대단히 조악한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저궤도에 위성을 올려놓을 수 있을만한 고성능 로켓 엔진 기술을 보유하지 못한 북한은 그동안 개발했던 미사일들을 이리저리 이어 붙이는 방법으로 은하 시리즈를 개발했다. 1998년 발사된 대포동 1호(은하 1호)는 1단 추진체에 노동 1호를, 2단 추진체에 화성6호를 붙인 것이며, 2006년 등장한 대포동 2호(은하 2호)는 화성5호 로켓엔진 4개를 묶어 만든 1단 추진체에 무수단 미사일을 2단 추진체로 이어 붙인 물건이었다. 이름만 바꿔 두 차례 발사했던 은하 3호와 광명성 4호는 1단 추진체로 노동 미사일 4개에 보조엔진 4개, 2단 추진체로 무수단 미사일의 변형 위에 3단 로켓을 얹은 물건이었다. 즉, 북한은 기존에 러시아 기술자들이 만들어 놓은 로켓 엔진들을 이리저리 붙이고, 여기에 압력센서와 온도감지기, 단 분리 원격 제어를 위한 송수신 장치 등 핵심 부품은 해외에서 수입하거나 기술 절취를 시도해 조달했다. ‘주체식 로켓’에 들어간 핵심 기술은 주체적이지 못했던 셈이다. 북한은 이후 개발한 대부분의 미사일도 기존에 마카예프 설계국 기술자들이 남긴 유산에 집착했다. 단거리 탄도 미사일 KN-02는 러시아의 OTR-21(SS-21) 전술 탄도미사일을 베낀 것이고, 300mm 방사포 쇼크를 일으켰던 KN-09도 실상은 중국제 WS-1 시리즈를 모방한 것이었다. 북극성 1호 SLBM은 무수단에 적용된 SS-N-6 SLBM 기술을 바탕으로 이란제 세질(Sejil) 지대지 탄도 미사일에 들어간 고체연료 로켓 모터를 가져와 개발한 물건이라는 사실도 이스라엘 정보당국 발표를 통해 확인되었다. 이렇게 ‘짝퉁’이 ‘주체기술’로 둔갑한 사례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이동식 ICBM인 KN-08도 예외는 아니었다. 북한이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했던 KN-08 개량형 ICBM은 그 형상과 크기, 심지어 탄두부 주변에 부착된 종말단계 자세 제어용 보조로켓까지 마카예프 설계국이 1980년대 중반 개발했던 R-29RM(SS-N-23) SLBM과 대단히 흡사하다. 북한이 2000년대 초부터 무수단 미사일을 생산해 2007년 실전에 배치하기 시작했고, 2012년에 KN-08 미사일을 선보인 후 실전배치를 목전에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단 한 번도 시험 발사를 하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수십 년 전에 개발 및 배치되어 성능과 신뢰성이 검증된 미사일들을, 그것도 그 미사일을 직접 개발하고 제작했던 기술자들을 직접 데려와 미사일을 만들었으니 별도의 시험 발사가 필요 없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러나 무수단은 개발 과정에서 소련제 원형보다 3m 가까이 커졌고, KN-08 역시 원형보다 2~3m 가량 커지고 형상 역시 다소 달라졌다. 크기가 커진 만큼 중량도 증가했을 것이고, 늘어난 중량만큼 액체연료와 산화제의 분사 압력을 조절하는 장치도 교체하고 이를 검증해야했지만, 성능 검증보다 당장 한국과 미국을 위협할 협박용 카드가 급했던 북한으로서는 블러핑(Bluffing) 전략 즉, ‘뻥카’의 일환으로 무수단과 KN-08의 실전배치를 강행했지만, 무수단의 3차례 연속 실패로 인해 이제 그 밑천이 드러나게 됐다. 50여 발 이상 실전배치된 무수단은 당분간 쓸 수 없게 되었고, 비슷한 과정을 통해 개발된 KN-08 역시 그 실체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면서 당분간 미국과 한국에게 블러핑 카드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디자인만 살짝 바꾼 조악한 ‘짝퉁’, 그것이 북한 미사일 쇼크를 일으키고 ‘최고존엄’을 기만했던 북한의 ‘주체식 로켓기술’의 실체였던 것이다. 이일우 군사 전문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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