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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론] 쏠림현상과 정부실패/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학 연구위원

    [시론] 쏠림현상과 정부실패/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학 연구위원

    600년 만에 돌아온 황금돼지 해라는 소문 때문인지 2007년 정해년을 맞는 국민들의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커 보인다. 하지만, 정책담당자들은 새해 벽두부터 가계부채발 금융위기의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금융시장의 쏠림현상이 금융위기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면밀한 모니터링과 함께 정책적 대응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 한국은행 총재, 금감위원장은 물론 대통령도 신년사에서 금융위기의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철저한 관리를 언급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9월말 개인금융부채가 559조원으로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9월말 186조원을 3배나 넘었다. 한 가구당 3500만원의 빚을 진 셈이다. 여기에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은행권 신규가계대출 36조원의 66%인 24조원이 주택담보대출이었다. 집값 급등을 봐온 국민이 너 나 할 것 없이 빚을 내 부동산을 마련하는 데 안간힘을 쓴 셈이다. 이처럼 시중유동성이 부동산시장에 과도하게 쏠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 정부와 한국은행은 지급준비율 인상이나 대출규제 강화 등의 정책들을 다양하게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시장의 쏠림현상을 탓하며, 시장실패를 은연중에 강조하던 정책당국이 이제는 정책의 쏠림현상을 고민해야 할 판이다. 최근 은행권 부동산담보대출의 97% 정도가 변동금리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대출자들은 금리인상에 취약한 편이다. 만약 경기침체로 가계소득이 크게 줄고 이자비용 부담이 늘면 버티지 못하는 한계대출자가 속출할 수 있다. 여기에 국민들사이에 향후 집값 급락 예상이 확산되면 부동산을 투매하거나 대출변제 대신 부동산담보를 포기하는 상황이 나타나면서 집값이 일제히 하락할 수도 있다. 이러한 집값 급락에 따른 가계 부실화가 금융기관 부실화로 이어지는 가계부채발 금융위기의 가능성을 정부는 걱정하고 있는 듯하다. 부동산시장으로 유동성이 과도하게 몰리는 것과 같은 쏠림현상은 단기적 시야를 가진 시장참여자들에 의해 발생하는 일종의 시장실패로 지적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쏠림현상은 정부정책에 의해 유발되는 측면도 크기 때문에 시장실패가 아닌 정부실패로 볼 수도 있다. 정부가 부동산가격 안정화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오히려 부동산가격이 상승하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지켜봤던 국민들은 더 이상 정부정책을 믿지 못하고 있다. 시중유동성이 부동산시장에 쏠려 부동산가격이 급등한 현상은 시장실패일 뿐 아니라 정책실패의 책임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11일 정부는 분양원가 공개 등을 담은 부동산대책을 서둘러 발표했다. 정부의 기존 주장을 180도 선회한 내용이다. 부동산값 급등에 당황한 나머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정책들을 봇물 터지듯 쏟아내는 모습도 정책당국의 쏠림현상으로 볼 수 있다. 우리 경제의 쏠림현상은 다른 나라보다 더 뚜렷할지 모른다. 그게 우리의 국민정서이고 시장성격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그걸 탓하기에 앞서 정책담당자는 그런 시장의 특성과 정책의 효과나 시차 등을 충분히 감안해 그런 시장에 걸맞은 정책을 보다 정교하게 수립해서 추진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최근의 상황을 살펴보면 시장만을 탓하는 정책당국마저도 쏠림현상에 휘둘리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학 연구위원
  • [서울신문 신춘문예-평론 당선작] ‘시적 에피파니’를 위하여-이장욱론/이찬

    1. ‘인공정원’ 으로서의 ‘시’를 넘어서 시인은 자신의 기억 속에 아로새겨진 어떤 체험의 순간을 지금-여기로 다시 불러오는 존재이다. 가치 있다고 여겨지는 시작품들 가운데, 이 순간을 상투적인 표현들로 재생하고 있는 경우는 없다. 구체적인 체험 속에 깃들어 있는 고유한 생(生)의 순간들과 그 감각적 비의(秘義)들은 관례화된 문법을 통해서는 결코 표현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시’ 장르의 전래적인 형식과 표현을 충실하게 계승하고 있는 ‘전통적인 서정시’가 되었든, 지금까지 ‘시’가 보존해 온 관습적 전범을 파괴하면서 새로운 시의 문법을 과격하게 실험하는 ‘전위적인 현대시’가 되었든, 이러한 ‘상투성’으로부터의 이탈은 ‘문학’(literature)이라는 현대적인(modern) 산물에 요구되었던 필수불가결한 조건이자 ‘문학’이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자신을 보존할 수 있었던 근원적인 힘이다. 이장욱의 시는 세계에 존재하는 사물과 사건과 풍경들을 1인칭 화자의 감정과 의식과 가치를 표상하기 위한 대리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왕(旣往)의 관례화된 ‘시’의 문법으로는 이해될 수 없다.“서정은 만상을 일인칭의 내면적 고도(高度)에 걸어두는 방식이다.”(‘꽃들은 세상을 버리고’,《창작과 비평》,2005년 여름,70쪽)라는 그의 진술은 우선 ‘시’(‘서정’) 장르의 일반적 원리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더불어 통상적인 ‘시’ 문법에 대한 그의 반감(反感)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장욱이 재래(在來)의 ‘시’의 문법에 대해 품고 있는 회의와 반감은 그것이 필연적으로 이 세계의 ‘만상’들을 1인칭 화자의 자기 동일적인 영혼을 표상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유(專有)하며, 마침내는 ‘천변만화’하는 세계의 다양하고 풍요로운 실상을 “하나의 가치와 체계로 휘발시키는”, 조작된 ‘인공정원’의 숙명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인식으로부터 비롯된다. 더불어 이러한 ‘인공정원’으로서의 ‘시’(‘서정’)가, 세계의 그 풍요로운 다양성을 또한 사물과 사건 그 자체가 지닌 고유한 육체적 질감들을 “하나의 가치와 체계로 밀폐된 서정적 우주”로 복속시켜 버리거나 혹은 그 바깥으로 추방시킨다는 확신으로부터 나온다. 결국 그에 따르면, 통상적이고 관례적인 ‘시’의 문법은 ‘세계의 풍요로운 실재성’을 표현하기는커녕 시인의 ‘일관된 가치와 의미와 정서’에 의해 세계의 만상들에 얼룩져 있는 ‘혼탁한 사물성’을 그 바깥으로 밀어내는 ‘폭력적’이고 ‘권위적’인 ‘조화’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는 1인칭 화자의 나르시시즘적인 ‘인공정원’이 가공될 수 있을 뿐, 세계 그 자체의 참다운 실상들이 발견될 수 없다. 2. 표상의 외부와 마주침의 유물론 “객관적인 아침/나와 무관하게 당신은 깨어나고/나와 무관하게 당신은 거리의 어떤 침묵을 떠올리고/침묵과 무관하게 한일병원 창에 기댄 한 사내의 손에서/이제 막 종이 비행기 떠나가고 종이 비행기,/비행기와 무관하게 도덕적으로 완벽한 하늘은/난감한 표정으로 몇 편의 구름, 띄운다./지금 내 시선 끝의 허공에 걸려/구름을 통과하는 비행기와/종이 비행기를 고요히 통과하는 구름./이곳에서 모든 것은 단 하나의 소실점으로 완강하게 사리진다./지금 그대와 나의 시선 바깥, 멸종 위기의 식물이 끝내/허공에 띄운 포자 하나의 무게와/그 무게를 바라보는 태양과의 거리에 대해서라면./객관적인 아침. 전봇대 꼭대기에/겨우 제 집을 완성한 까치의 눈빛으로 보면/나와 당신은 비행기와 구름 사이에 피고 지는/희미한 풍경 같아서.”(‘객관적인 아침’ 전문) ‘객관’(object)이란 철학적 인식론에서 주체의 의식 바깥에 놓여 있는 외부 대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주체의 시선과 지시작용(designation)의 테두리를 벗어나 있는 어떤 미지(未知)의 영역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곧 ‘객관’이란 주체의 의식 바깥의 공간을 점유하는 사물 혹은 세계이기는 하나, 주체의 시선과 자기의식에 의해 호명되고 포획되어, 이미 ‘있다’고 알려진 어떤 인식적 대상을 가리킨다. 그러나 이장욱에게 ‘객관’은 이렇게 인식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객관적인 아침’은 ‘나’와 ‘당신’과 ‘침묵’과 ‘종이 비행기’가 서로 ‘무관하게’ 자신들의 사건들을 발생시키는 시간이다. 따라서 ‘객관적인 아침’이라고 명명(命名)된 것은 주체의 시선과 사유에 이미 포착되어 있는 어떤 외부적 대상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주체의 자기회귀적인 의식의 궤도로 환원되지 않는 세계의 풍요로운 실재성 또는 사물 그 자체가 지닌 복수적 다양성을 표현한다. 기왕(旣往)의 장르적 문법에 충실한 시작품의 경우라면, 위의 시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러 사물들은 ‘단 하나의 소실점’을 위해 봉사하였을 테지만, 그리고 그것은 시인의 내면 풍경의 표상(表象)들로 고용되었을 것이지만, 여기에서 그것들은 시인이 설정한 ‘소실점’과는 ‘무관하게’ 그 자신의 존재를 보존한다. ‘내 시선의 끝’에서는 모든 사물이 “단 하나의 소실점으로 완강하게 사라진다.” 그러나 지금 ‘그대와 나’라는 인간의 ‘시선 바깥’에선 ‘멸종 위기의 식물’이 생명을 잉태하기 위해 ‘허공’에 ‘포자’를 ‘띄우’고 있는 중이다. 또한 ‘까치의 눈빛으로 보면’ 인간이 설정한 세계의 위계질서와 그것의 ‘소실점’ 역시 하나의 ‘희미한 풍경’에 지나지 않는다.‘하늘’이라는 자연물이 ‘도덕적으로 완벽한’ 까닭은 분열되고 오염된 우리의 경험 세계와는 ‘무관하게’ 존재하는 ‘마음의 도원(桃園)’을 표상(表象)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1인칭의 유토피아적 영혼은 자기 내부에서 발아한 동일자의 표상(representation)들만을 세계로부터 수집할 따름이며, 그 바깥에 존재하는 위(僞)와 악(惡)과 추(醜)를 볼 수 없으며, 그것들과 결코 마주칠 수 없다. 이 영혼은 자신이 알고 싶은 것만을 보며, 보고 싶은 것만을 고백하며, 고백하고 싶은 것만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등뒤에 있다”는 ‘절규’의 첫 구절은 시인 이장욱이 가진 인식론적 지평을 축약하여 드러낸다. 이것은 그의 시에서 다양한 상징적 편린(片鱗)들로 산포되어 나타난다. 이 편린들은 예컨대 “고백은 지겹다. 모든 고백은 거짓이다”(‘감상적인 필름’),“두 그루 전신주는 아름답고 밤눈은 내리고 녹슨 제 땅에서 제 어둠을 파 내려갔으므로 단 한 번도 송신할 생애를 갖지 못한 그 오래된 이야기”(‘이상한 나라’),“꽃은 15층 베란다에 서서 까마득한 지상을 가늠하는 자와 그 흐린 눈을 마주치지 않음으로써 꽃은, 오로지 나무일뿐 인 무서운 나무들 사이에서 아직도 견고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다.”(‘사라지는 꽃’),“하지만 너무 흔한 최면처럼 아직도 나를 중심으로 돌고 있는 하늘이 너무 흔한 최면처럼 실편백에 내리는 빗물이, 다시 나를 이끈다는 것 돌아온다는 것은 얼마나 상투적인가 돌아오지 않기 위해 내가 치를 수 있는 무엇이, 더 있었을 것이다”(‘너무 흔한 풍경’) 등과 같은 것들이다. 이 시구들은 1인칭의 나르시시즘적인 영혼이 웅변하는 ‘기억’과 ‘고백’과 ‘이야기’가 ‘거짓’이거나, 세계의 풍요로운 실상과 ‘송신할 생애를 갖지 못한’ 폐쇄적인 ‘아름다움’에 불과하다는 이장욱의 인식론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1인칭의 유토피아적 영혼이 볼 수 있는 것은 반복적으로 순환하는 자기 자신일 뿐이며, 그것이 도취하고 열망하는 자연의 풍경은 ‘너무 흔한 최면’일 따름이다.‘하늘’이 “나를 중심으로 돌고 있”지 않을 때에만, 그리하여 모든 자연과 사물의 풍경이 ‘나’로 ‘다시’ ‘돌아오지 않을’ 때에만, 시인은 ‘너무 흔한 풍경’을 재생하지 않을 수 있고,‘이 당대적 상투성의 거리’(‘상투적’)를 벗어날 수 있다. 이 벗어남은 1인칭의 고백적 화법이 마련한 자기 동일적인 표상체계 바깥으로부터 느닷없이 밀려닥치는 우발적 사건과 그것에 수반되는 ‘낯선 것의 폭력’을 통해 시작된다. 세계의 혼탁하면서도 풍요로운 실재성과의 마주침은 바로 이 순간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나는 뚜레쥬르 베이커리를 지나간 것이다. 뚜레쥬르 베/이커리를 지나가는 하오의 육신 쪽으로 수직 낙하하는 겨/울 잎, 겨울 잎 안에서 천천히 사라져간 햇빛도 있었던/것이다. 물론 나는 내가 겨울 잎의 풍경 속을 지나간다고/는 생각지 못했으나./그것은 무성하고 울울한 저 너머, 횡단 보도 앞에서 푸/른 신호를 기다리는 여자가 오래도록 통과할 숲의 풍경./나무에 깃들여 사라진 벌레들을 나는 보지 못했지만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지나가는 아이의 어젯밤 꿈속을 나는 거/닐었는지도. 말하자면 그 꿈속의 눈 내리는 거리를./그러므로 이곳은 겨울 잎과 햇빛과 벌레들이 이루는 세/계. 뚜레주르 베이커리의 문을 열고 나오는 늙은 사내는/어젯밤의 아주 쓸쓸한 수음에 대해 생각했던 것이다. 그/와 나는 떨어지는 겨울 잎에 눈을 두고 지나쳐갔으나 우/리가 그 겨울 잎이 기억하는 햇빛과 벌레와 바람을 떠올/렸던 것은 아니다.”(‘의심의 여지가 없는 겨울 잎’ 부분) 이미 드러나 있는 세계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무수한 사태들의 일부로서 성립된다. 우리가 그 자신들의 눈앞에 어떤 사물과 사건의 잔상(殘像)조차 데려다 놓지 못한다고 해서, 그 사물과 사건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이 시의 화자가 ‘지나가는’ ‘겨울’의 ‘거리’에 드러나 있는 것은 ‘겨울 잎’이나,‘겨울 잎 안’에는 ‘천천히 사라져간 햇빛도 있었던 것이’며,‘우리’가 ‘떠올리지 않’는 ‘햇빛과 벌레와 바람들이 이루는 세계’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은 모든 1인칭의 시점(視點) 내부에 선재하는 명석 판명한 대자의식(對自意識)으로서의 ‘나’의 확실성이 아니라,1인칭 주체의 시선으로 포착되지 않는 세계의 다양한 만상들이며 그것들이 이루는 변화와 이행의 과정이다. 결국 시인 이장욱이 보고 느끼고 감각하고자 하는 것은 뚜렷한 형태와 공간적 점유들로 구분지어진 사물과 사건의 가시적(可視的) 외면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그 구분의 경계들을 횡단하는 힘들의 배치이며, 모든 존재자들이 지닌 복수(複數)의 가면(假面)으로서의 ‘자세’와 ‘포오즈’이며,‘지나가’고,‘사라지’고,‘통과하’는 것으로서의 세계의 실재성이다.‘겨울 잎’ 속에는 ‘사라진 햇빛’이 ‘있었’듯이,‘나’와 ‘그대’의 ‘생’에는 ‘사라져가’고 ‘흘러간’ 것으로서 ‘무성한’ ‘잎 새’와 ‘숲’과 ‘천천히 사라진 햇빛’도 ‘있었던 것’이다. 설혹 그것이 우리 자신의 명징한 감각과 사유가 아니라,‘꿈속을 거닐었는지도’ 모를 상상(想像)을 통해서만 겨우 감지될 수 있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이 ‘있었던 것’들이다. 위의 시에서 자주 활용된 ‘지나가다’,‘사라지다’,‘통과하다’ 등등의 동사들은 어떤 사물과 사건의 고정된 상태를 표상하는 것이 아니라, 뚜렷하게 어떤 경계를 구분지울 수 없는 사태의 진행 과정을 나타낸다. 따라서 이 동사들은 ‘시’ 장르의 통상적인 화법 내부에 선재하는 자기의식의 투명성을 표상하는 언어가 아니라, 그것 외부에 존재하는 세계의 다양성과 그 변화의 과정을 나타내는 언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여러 시편들에서 빈번하게 활용된 ‘지나치다’,‘건너가다’,‘흐르다’,‘멀어지다’,‘스쳐가다’ 등과 같은 동사들 역시 세계의 ‘천변만화’하는 실재성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또한 모든 사물과 존재자들의 다양성과 이질성들을 1인칭 화자의 자기 표상적인 감정과 가치로 바꾸어버리는 ‘시’ 장르의 관례화된 문법을 벗어나기 위한 그의 시적 전략의 하나이다. 3. 假面과 ‘脫’ 인격적 주체로서의 화장 이장욱의 시가 ‘시’ 장르의 통상적인 문법에 내재되어 있는 ‘유토피아적 자기회귀’라는 ‘상투적’인 ‘최면’을 벗어나기 위해서 자주 활용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시적 화자’를 단일한 감정과 의식을 지닌 하나의 인격체로 전제하는 관례적(慣例的) 설정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것은 보다 구체적으로 말해,‘서정적 자아’의 단일한 목소리를 ‘시적 화자’의 분열적이고 다수적(多數的)인 목소리로 전환시키는 것이며,‘서정’의 화법에 내재하는 나르시시즘적인 순결성과 엄숙한 고백체를 조롱하고, 그것 속에 은폐되어 있는 숱한 가면(假面)들을 폭로하는 것이다. “감정은 어떤 포우즈 금홍아 금홍아 마당귀 화단에 잘린 벽돌들 녹슬어 고요한 철대문, 어쩌다 딱딱한 것들과 친해졌는지 (중병에 걸려 누웠으니 얼른 오라)고 금홍아 금홍아 나는 네게 엽서를 띄우고 싶어 이십세기와 (짱껭뽕)을 해서라도 금홍아 금홍아 나는 네 품에 안기고 싶네 하루 종일 내 딱딱한 그림자는 어디 가서 나를 어떻게 하려는 음모에 골몰중인지 다만 나 자신을 위조하는 것이 할만한 일일뿐 금홍아 금홍아아 하지만 디테일 때문에 속는다거나 해서야 되겠니?”(‘금홍아 금홍아’ 부분) 이 시의 화자는 표면적으로 ‘이상’(李箱)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의 경험적 역사 속에 존재했던 단 하나의 인격체로서의 ‘이상’과 그의 작품들 속에서 ‘나’로 표기되는 여러 작중 화자들이 동일한 존재일 수 없듯이, 이 시의 화자는 ‘이상’(李箱)이면서 ‘이상’이 아니며, 또한 ‘이장욱(李章旭)이면서 ‘이장욱’이 아니기도 하다. 다시 말해,‘이상’의 작품들 속에 등장하는 화자 혹은 주인공으로서의 ‘나’는 이 세계의 유일한 인격적 실체로서의 고유명사 ‘이상’(李箱)이 아니라, 그가 어느 한 시점(時點)에서 취한 하나의 정념과 태도로서의 ‘나’(假面)일 뿐이듯이, 이 시의 화자는 인격적 자기동일성을 전제하는 고유명사 ‘이상’(李箱)이거나 혹은 ‘이장욱’(李章旭)이 아니라, 어떤 특정한 정황과 그 순간적 배치 속에서만 존재하는 하나의 정념(情念)과 태도로서의 ‘나’일 뿐이다. 더불어 이러한 ‘나’는 그 정황과 배치의 변화에 따라 무한히 변양(變樣)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시의 부기(附記),“금홍이는 시인 이상의 애인이다.箱(1910-1937)과 나(1968-)의 불편한 관계를 표시하기 위해 그의 소설 ‘날개’,‘逢別記’,‘終生記’ 등에서 몇 구절을 차용했다.”에서 ‘箱과 나의 불편한 관계’란 하나의 자기 동일적인 인격체로서의 ‘이장욱’이 ‘이상’이라는 또 다른 인격체로서의 시적 화자를 차용하거나 혹은 ‘이상’(李箱)의 목소리를 재연(再演)하는 데 있어서, 어떤 불화(不和)가 개입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이상’의 목소리 속에 ‘이장욱’의 목소리가, 또는 ‘이장욱’의 정념(情念) 속에 ‘이상’의 정념이 서로를 전제하면서 공명(共鳴)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러나 이 공명은 ‘이상’과 ‘이장욱’이라는 경험적 인격체 전반이 공유하는 동일성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또한 이 둘이 여전히 ‘불편한 관계’일 수밖에 없는 것은 이 공명이 어떤 특정한 한 순간에만 존속(存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나 자신을 위조하는 것이 할 만한 일일뿐”이라는 구절은 ‘시적 화자’, 더 나아가 모든 발화의 상황 속에 놓인 화자의 존재론적 특성을 축약하여 표현한다. 이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시’ 장르가 전제해왔던 화자의 자기 동일성은 실상 ‘위조’된 것일 뿐이며, 화자는 시인의 전(全) 인격체 그 자체가 아니라, 단지 특정한 시적 정황과 맥락 속에서 구성되어지는 하나의 가면(정념)에 불과하다. 이장욱의 시에서, 화자의 이러한 변양과 분열을 의식하지 못하는,1인칭 고백체의 화법은 ‘사기’,‘거짓’이라는 명칭을 부여받는다.“사기치지 말라,高手는 그냥 느낀다, 그대 생을 증거하는 단 하나의 표식은, 그대의 육체이다”,“고백은 지겹다. 모든 고백은 거짓이다.”(‘감상적인 필름’),“당신이 당신을 증언하고 있으니 그것은 참된 증언이 못됩니다.”(‘편집증 환자가 앉아있는 광장’) 등은 이장욱이 1인칭 화자의 자기애적(自己愛的) 순결과 정직을 신뢰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모든 1인칭의 발화 속에 잠재되어 있는 ‘위조’와 ‘위장’과 ‘가장’을 들추어내려 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그의 거의 모든 시 속에 스며있는 위악적(僞惡的) 포즈와 하드보일드 문체(hard-boiled style)는 1인칭의 발화 상황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고백적 화법의 위선(僞善)에 대한 그의 근원적인 혐오로부터 나온다. 이러한 위선을 거부하거나 회피하기 위하여, 그의 시에서 빈번하게 활용된 시적 방법은 두 가지이다. 그 하나는 시적 화자를 자기의식(自己意識)의 명석 판명함을 입증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정상적인 주체로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정상성의 외부로 추방될 수밖에 없는 병리적(病理的)이거나 환상적(幻想的)인 혹은 괴물과 같은 존재자들로 설정하는 것이다. 그의 시에 등장하는 ‘편집증 환자’,‘투명인간’,‘킬러’,‘도플갱어’,‘뱀파이어’,‘좀비’ 등과 같은 화자들이 바로 이러한 사례에 해당된다. 다른 하나는 화자의 진술 자체를 신빙성(信憑性)이 결여되거나 불명료한 어사(語辭)들로 구성함으로써, 시작품 내부의 단일한 ‘의미화’(signification) 주체로서의 화자를 그 중심의 자리에서 주변부로 밀어내는 것이다. “내가 어느 이상한 날에 그를 지나 그녀를 지나 그대를/지나 내가 어느 이상한 날에 정오를 지나 새벽을 지나 오/후 네 시를 지나 그리고 어느 이상한 날에 빈 공터와 당구/장과 동대문 운동장을 지나 문득 흥겨운 술집의 죽은 친/구의 화사한 여자들의 기나긴 과거를 걸어가는 어느 이상/한 날”(‘결국,’ 부분) “그렇지. 나는 어쩌면 모든 일을 예견하고 있었는지/도, 혹시 모른다. 행복할 리도 황폐할 리도 없는 바람들/이 애초에 공릉동의 주민이었는지도 혹시 모르지. 이곳/에서 모든 빛들은 현재형으로 명멸한다. 너무 상투적인/가? 하지만 그때 한 마리 늑대가, 월계동 쪽의 불빛 속으/로 천천히 사라지는 것을 나는 보았다. 문득 망망한 비가/내렸는지도, 혹시 모르지. 그의 마른 등을 향해 몇 장의/ 낡은 신문이 날아들었는지도.”(‘공릉동의 바람 속으로’ 부분) “어두운 골목을 지난 적 있다. 어떤 생각이 나를 사로잡/아, 나는 더 이상 걸을 수 없었다. 어쩌면 여행중이었던/거야, 아니 맥주를 사러 가게로”(‘생각하는 사람’ 부분) 위의 시편들에서, 화자들은 자신의 감정이나 사유를 명징하고 확실한 것으로 진술하지 않는다. 아니, 그들은 ‘결국,’에서처럼, 특정한 공간과 시간을 나타내는 ‘동대문 운동장’과 ‘정오’와 ‘오후 네 시’라는 구체적 지시어들을 능동적으로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이상한’이라는 형용사의 집요한 반복에 의해 정상적인 언어의 체계 혹은 일상적인 개연성의 세계로부터 추방된다. 또한 ‘공릉동의 바람 속으로’에서 볼 수 있듯이, 화자는 과거 추측의 의미를 지닌 어미(語尾),‘-이었는지도’의 반복과 기억의 불명확성을 표현하는 ‘모른다’라는 서술어의 반복에 의해 자기의식의 자명성을 상실한다. 결국 그의 시의 화자들은 이러한 어법들로 인해 자신의 어떤 감정이나 기억, 이야기 등과 같은 의식 내용을 능동적으로 진술할 수 있는 지위를 박탈당하게 된다. “어두운 골목을 지난 적 있다. 어떤 생각이 나를 사로잡아 나는 더 이상 걸을 수 없었다.”라는 ‘생각하는 사람’의 한 구절은 화자인 ‘나’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생각’이 화자를 ‘사로잡아’ 그를 지배하는 것처럼 언술됨으로써, 시의 의미화의 ‘소실점’으로서의 화자(주관)와 그 구성 요소로서의 대상(객관)의 관계를 역전(逆轉)시킨다. 이 시에서 여러 번 반복된 “어쩌면 여행 중이었던 거야. 아니 맥주를 사러 가게로”라는 구절 역시, 화자의 진술을 합리적으로 독해될 수 없는 ‘이상한’ 것으로 만들면서, 화자의 의식으로부터 기원하는 어떤 의미의 계열도 자명하지 않은 것이 되게 하거나 또는 어떤 신비에 둘러싸인 미지(未知)의 것이 되게 한다. 결국 이러한 어사(語辭)들의 반복적 활용은 전래의 시적 관습에서 전제되었던 단일한 의미화의 ‘소실점’으로서의 화자를 그 의미화의 중심에서 주변으로 물러나게 하는 시적 효과를 발생시킨다고 할 수 있다. 이장욱의 시는 재래의 ‘시’ 장르에서 화자에게 관례처럼 부여되어왔던 의미화의 지배권을 박탈함으로써, 화자의 단일한 감정과 의식과 가치가 아니라,‘脫’인격체로서의 시적 주체의 복수적인 가면들과 정념들, 그리고 사물들 그 자체의 다양한 변양들을 시의 새로운 의미 내용으로 새겨 넣는다. 아마도 그는 ‘천변만화’하는 세계의 실재성과 마주칠 수 있는 하나의 유력한 방법으로 이러한 시적 화법을 고안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4. 비선형적 시간과 존재의 주름 이장욱의 시에서, 화자를 자기의식의 자명성을 의심하고 회의하는 분열적 주체로 조형하는 또 다른 방법의 하나는 바로 시제(時制)이다. 그의 시는 시간의 일정한 단위 분절을 통해서만 수립되는 ‘현재’의 시제 속에 ‘이미 지나간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중첩시킨다. 즉 어떤 특정한 외연(外延)으로 수렴되는 ‘현재’라는 시간 속에 그 외연을 넘어서 존재하는 비동시적인 사건들을 병치시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의 시에서는 (과거-현재-미래)로 연속되어지는 선형적(線形的) 시간의 투명성이 사라지게 되며, 그것의 명료한 경계 분할이 흐릿해지게 된다. “나는 오로지 지금 이곳에 있다./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시작된다./단 하나의 생각이 나를 결박한다./ 나는 얼어붙는다./오 분 전과 머나먼 미래가 한꺼번에 다가온다./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결정’ 부분) “최선을 다해 개인적인 관계들을 생각하자/드디어 당신과 나는 10년 후의 야구를 이해한다./누군가 플레이 볼이라고 외치자/나는 있는 힘껏 배트를 휘둘렀다./그리고 10년 후의 1루 베이스를 향해/필사적으로 달려갔다”(‘10년 후의 야구장’ 부분) “자꾸 다르게 보여/당신은 이미 태어났는데/당신은 사랑을 했었는데/당신은 지난해의 가을을 여행 중인데/당신은 오래 잊고 있었던 무엇인가를/막 떠올려 미소 지었는데”(‘정확한 질문’ 부분) ‘결정’에서 ‘오 분 전’과 ‘머나먼 미래’는 ‘다가온다’라는 현재시제 동사의 주어가 됨으로써 ‘지금 이곳’에 공존하는 것으로 나타나며,‘10년 후의 야구장’에서는 ‘1루 베이스’가 ‘10년 후’의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시점에서,‘달려갔다’는 과거시제 동사의 목적어가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또한 ‘정확한 질문’에서는 ‘지난해의 가을’이라는 과거 시점의 명사가 ‘여행 중인데’라는 현재진행형의 동사와 결합되는 시제의 혼란이 나타난다. 이러한 시제의 혼란과 비동시적인 것들의 동시적 공존은 어떤 특정한 현재적 사태 속에 감싸여져 있는 잠재성(virtuality)의 차원을 시의 표면으로 솟아오르게 한다. 위의 시들에서 표현된 ‘생각’과 “오래 잊고 있었던 무엇인가”는 화자의 자기동일성을 구축하는 명징한 자기의식과 기억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과거-현재-미래)라는 선형적 시간 위에서 구축되는 주체의 실존적 동일성과 연대기적 서사(narrative)를 일그러뜨리는 존재의 주름들이자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잠재성의 차원들이다. 이 잠재성의 차원에서 시제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 예컨대,“일어나지 않았던(일어났던)”이라는 과거시제나 “일어나지 않을(일어날)”이라는 미래시제는 모두 현실성(actuality)의 척도를 통해서만 측정되고 구분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드러나 있는 것들로 구성되는 현실성의 차원은 실상 아직 드러나지 않은 잠재성의 차원들 가운데 그 일부가 선택되거나 배제됨으로써 성립된다고 할 수 있다. 잠재성의 차원은 그러므로 일정한 외연을 가진 어떤 ‘현재’로 수렴되지 않으며, 선형적이고 연대기적인 시간으로 귀속되지 않는다. 그것은 ‘과거’에나 ‘현재’에나 ‘미래’에나 늘 존속(存續)하고 있는 것이며, 하나의 주어진 물질적 사태로서 아직 현실화되지는 않은 것이지만, 항상 ‘실재하는 것’(reality)이라 할 수 있다. “그때 그 오래된 눈빛은 우연한 것이었으나 아, 이런 바/람은 괜찮은데, 모든 우연을 우리는 미리 알고 있었네 삼/년 전의 문 열리고 삼십 년 전의 그대, 마른 등 보이네/눈뜨면 그때인 듯 상한 눈발 날리고 모래처럼 우연한 노/래들 내 잠 깊은 모래산, 모래산에 쌓이네//용서를 빌러 그곳에 갔네 그곳에 오래 앉아 있었으나/깔깔한 모래들 아직도 내 잠 속 떠나지 않네 삼 분 전의/잠에서 깨어 삼 일 전의 기슭을 배회하는 자 삼 일 전의/잠에서 깨어 삼 년 전의 독백을 기억하는 자 그리고 모래/산 바람 부는 그대의 모래산”(‘삼 분전의 잠’ 부분) 이 시를 단지 특정한 ‘잠’ 속에 나타난 잡다하고 무질서한 꿈의 내용 혹은 그 환상적 이미지들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이해한다면, 그것의 많은 부분들을 놓치게 될 것이다. 오히려 이 작품은 화자의 현실적 의식으로 포착되지 않는 망각과 오해와 무의식의 무한한 잠재성을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꿈속에서 우리는 ‘삼 분 전의 문’과 ‘삼십 년 전의 그대’와 ‘삼일 전의 기슭’이 동시에 결합되거나 병치되는 상황을 체험하게 된다. 꿈속에서 ‘일어났던 것’(과거)과 ‘일어나고 있는 것’(현재)과 ‘일어날 것’(미래)은 선형적인 질서를 벗어나 한데 뒤엉키며, 시간은 산술적 단위로 분명하게 구분되는 연대기(年代記)를 벗어난다. 이것은 곧 꿈의 본질적 특성이 비선형적(非線形的) 시간의 조합에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삼 분 전의 잠에서 깨어 삼 일 전의 기슭을 배회하는 자 삼 일 전의 잠에서 깨어 삼 년 전의 독백을 기억하는 자”라는 구절은 이 시의 의미가 단지 화자의 ‘잠속’에 나타난 꿈 이미지들의 재구(再構)를 통해서만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네 번이나 반복된 ‘잠에서 깨어’는 이 시의 화자가 위치하고 있는 공간이 ‘잠’의 안쪽만이 아님을 보여주기 때문이다.“모래산에 쌓이네”에서 ‘쌓이네’라는 술어(述語)는 ‘모래산’이 퇴적(堆積)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게 한다. 또한 ‘내 잠 깊은 모래산’은 그것이 화자의 신체에 부수되는 어떤 행위적인 것이 아니라, 내면적인 것임을 알려준다. 내면적인 것인 동시에 퇴적의 의미를 지니는 것은 ‘기억’이다. 따라서 ‘잠’이 비단 현실적인 ‘잠’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면,‘내 잠 깊은 모래산’은 ‘내 안에서 잠자고 있는 기억’ 혹은 ‘나의 의식에서 지워져버린 망각들’로 해석된다.‘기억’ 또한 의식 주체의 선택과 배제를 통해서 가공되고 재구성되는 것이므로 세계의 실상 그 자체일 수 없다. 그것은 오히려 인칭과 시점에 따라 상이하게 구축되는 개연적 서사(허구)에 가깝다. 따라서 ‘기억’의 내부에는 망각되고 삭제된 그 무엇이 여전히 어떤 잉여로서 남아있게 된다. ‘잠재성’의 차원은 단지 환상이나 몽상의 세계가 아니다. 그것은 아직 현실화되지는 않은 것이지만, 이미 실재하는 것이다. 잠속의 꿈과 의식되지 못한 무의식과 기억의 사슬에 무수하게 주름 잡혀 있는 망각들이 바로 그러한 것들이다.‘내 잠 깊은 모래산’에 무수한 망각과 오해와 왜곡이 기거하고 있듯이 ‘바람 부는 그대의 모래산’ 또한 인칭과 시점을 달리한 숱한 망각과 오해와 왜곡으로 점철되어 있음은 자명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자명성은 주체의 의식과 기억의 자명성이 아니라, 주체에게 의식되지 않고 기억되지 않는 잠재성의 차원들이 실재한다는 것의 자명성이며, 주체의 단일한 의식(기억)이 조작된 서사와 허구를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의 자명성이다. 모든 1인칭들은 자신들의 기억을 그들의 처지와 욕망과 권력에 따라 서로 다르게 구성하기 때문이다. 1인칭 주체의 자기의식은 그것을 구성하는 내용이 아무리 많이 추가되고 보충된다고 하더라도, 결코 이 세계 그 자체의 실상을 포착할 수 없다. 또한 그 어떤 충만한 기억도 ‘모래산’처럼 부서지기 쉬운 공허(空虛)와 무의미(無意味)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모든 우연을 우리는 미리 알고 있었네”는 삶의 근원적인 공허와 무의미를 이미 깨달아버린 자의 언어이며, 이러한 현자(賢者)만이 지닐 수 있는 지혜와 여유를 표현한다. 현실성의 내부에 잠재성이, 의식의 내부에 무의식이, 기억의 내부에 망각이, 무한한 주름들로 감싸여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자에게만,‘우연’은 이 세계의 진상을 목도(目睹)할 수 있는 어떤 에피파니(epiphany)의 순간을 가져다줄 것이기 때문이다. 5. 시적 에피파니’를 위하여 “서랍 속으로 사라진 것들이/어느 날 문득 서랍 속으로 돌아오듯/어느 날 다시 돌아오는 오래전의 목소리./……/어느 순간 너를 습격하는 상형문자들./너의 내부에서 드디어/다른 목소리들이 흘러나오는 날이 있다./혹은 돌아오는 날.”(‘복화술사’ 부분) ‘시적 에피파니’가 도래하는 시간은 시인이 어떤 신비를 능동적으로 예감하는 시간이 아니다. 그것은 ‘너를 습격하듯이’ 밀려닥치는 우발성의 시간이며,‘상형문자’로서의 시적 언어가 시인의 관습적 감각과 사유를 폭력적으로 뒤흔들어 놓으면서 섬광처럼 스쳐지나가는 순간이다. 이 순간은 그러므로 능동태(能動態)의 시간이 아니라 수동태(受動態)의 시간이다. 또한 이 시간은 시인에게 이미 알고 있다고 여겨졌던 세계의 만상들이 그 자신들의 풍요로운 다양성을 열어젖히는 순간이다. 따라서 이 순간은 “너(시인)의 내부에서 드디어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날”이기도 하며 ‘돌아오는 날’이기도 하다. 이 ‘목소리’는 이미 실재하고 있었던 것이지만, 시인의 명징한 의식과 관습적 표상작용에 포착되지 않았던 것이기에,‘돌아오는 목소리’(반복)인 동시에 ‘다른 목소리’(차이)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반복되는 것(‘돌아오는’)은 이미 실재하고 있었던 세계의 풍요로운 만상들이며, 이 반복을 통해 차이(‘다른’)를 발생시키는 것은 ‘너의 목소리’ 곧 시인의 관례적인 감각과 도식들이다. 김수영이 ‘絶望’에서 “바람은 딴 데에서 오고/救援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오고/絶望은 끝까지 그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라고 표현한 것처럼, 모든 미학적 실천과 시적 창조의 공간에서 우리들 자신의 관례적 감각과 도식을 매번 혁파하기 위해서는, 섬광처럼 우리를 헤집고 지나가는 모든 우발성들을 용기 있게 승인해야 하며, 이 우발성들이 우리들에게 가해 오는 ‘낯선 것의 폭력’과 과감하게 마주쳐야만 한다. 이장욱의 말처럼 “이 고투를 통과한 자에게만”,‘시적 에피파니’는 비로소 그 자신을 개방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 이 고투를 체험하지 않은 자에게는 그 어떤 ‘에피파니’의 순간도 도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장욱의 시에서 인간 내면에 깃들어 있는 충직한 순결성을, 일상적 경험 속에서 피어나는 순박한 인간애를, 그 아름다운 빛으로 충만해 있는 시적 감동의 순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에게 있어서, 이러한 것들은 세계 그 자체의 실상이 아니라 1인칭의 자기애적인 영혼이 미리 전제하고 있는 어떤 관념적인 조화이자 이상적인 도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의 시는 이것들이 배제하거나 은폐하고 있는 세계의 잔인한 리얼리티를 포착하려는 지점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그의 이러한 관점과 태도가 진정으로 한국시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혜안(慧眼)과 비전을 담지하고 있는 것인지는 쉽게 단언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의 시가 우리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그 무수한 가면과 정념을, 우리를 포함한 모든 존재자들의 그 혼탁하면서도 풍요로운 만상을, 현대적 일상의 그 지루한 반복과 권태를, 저토록 리얼하고 또 잔인하게 묘사해준다면, 그의 시는 하나의 예술로서 그것이 존재해야 할 이유와 근거를 충분히 입증하게 될 것임에 틀림없다. 이찬
  • “테러전쟁 명분으로 인권희생 안돼”

    “테러전쟁 명분으로 인권희생 안돼”

    오는 31일 10년 간의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끝내고 떠나는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11일(현지시간) 사실상의 고별 연설에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미국의 일방주의적 외교노선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아난 총장은 이날 미국 미주리주 인디펜던스시에 있는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의 기념관을 연설 장소로 선택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힘을 가진 미국이 60년 전 트루먼의 국제사회 지도력과 모범을 회복해야 한다.”며 미국에 대해 “멀리 내다보는 지도력”을 발휘할 것을 호소했다. 그는 “어떤 나라도 자국을 지키기 위해 다른 나라를 지배하려 해선 안 된다. 트루먼 대통령이 말했던 것처럼 강대국의 책임은 지배하는 게 아니라 봉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민주주의의 원칙, 인권존중 이념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난 총장은 “힘, 특히 군사력은 국제사회가 옳은 목적이라고 확신해 정당성을 부여하는 경우에만 사용돼야 한다.”면서 “미국이 자국의 이상과 목표를 포기하는 것처럼 비쳐졌을 때 해외의 미국 우방들은 곤경에 처하고 혼란에 빠지게 된다.”고 밝혔다. 다분히 이라크 전쟁을 겨냥한 말.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 결과, 미국의 도덕적 위상이 손상됐음을 지적한 것이다. 이날 아난 총장은 부시 대통령을 구체적으로 거명하진 않았다. 하지만 연설 장소인 트루먼 기념관의 주인공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은 유엔 창설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이다. 아난 총장은 이날 트루먼 대통령의 정치 철학을 반복적으로 역설했다. 의도적으로 부시 대통령과 비교하며 작정하고 쓴소리를 뱉은 것으로 분석된다. 아난 총장의 연설 내용과 관련, 미 정부는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숀 맥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아난 총장은 의견을 말할 권리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엄밀히 말해 미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들의 정책에 대해 유엔 사무총장이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 패권주의의 국제질서 속에서 나름의 역할로 갈등·분쟁의 현장을 찾아다닌 아난 총장은 이날 연설에서 총장 재임 기간 배운 교훈 ‘5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집단책임과 지구적 유대, 법치, 상호책임, 다자주의 등 5가지 교훈은 “미래의 국제관계에 필요한 원칙”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법치는 특히 미국을 겨냥한 것이다. 아프리카 빈국 가나 출신으로 미국·스위스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아난 총장은 1962년 유엔사무국 직원으로 출발,‘세속의 교황’으로 불리는 유엔 사무총장 자리까지 올랐다. 임기 내내 이라크 전쟁과 수단 대량학살 사건 등 쉼없이 이어진 사건 속에서 평화의 전도사 역할을 해왔다.20001년엔 노벨평화상도 수상했다. 그러나 임기 후반 자신의 아들이 ‘이라크 오일·식량 프로그램’ 부패 스캔들에 휘말리고, 유엔사무국 직원들의 추문이 잇따라 터지면서 이미지가 퇴락했다.14일 반기문 제8대 유엔사무총장의 취임 연설과 함께 아난 총장은 실질적으로 퇴장하게 된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녹색공간] 송년모임과 환경보건/김판기 용인대 산업환경보건학과 교수

    연구실 창밖의 부아산의 단풍이 아름답기만 하더니, 어느새 열린 창으로 차가움이 밀고들어와, 따뜻함이 그리운 계절이 되었다. 출근길 라디오에서 언제부터인가 크리스마스 캐럴이 흥을 돋운다. 벌써 12월 중순으로 접어들고 있다. 한해를 보내는 마당에 미진한 일에 아쉬움이 남는 것은 당연한 일인가 보다. 의미있는 송년모임 사진이 눈길을 끈다.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인천시장이 만남을 가졌다. 수도권 광역현안에 대해 공동합의문을 채택한 자리였다. 경유차량의 매연저감장치 부착으로 인한 대기환경의 개선과 대기오염 측정망의 공유, 한강보호와 수질개선 재원의 확보 등을 위해 공동노력하기로 약속했다. 대기환경, 수질환경의 문제 그리고 이러한 환경문제로 인한 건강영향에 대한 것들은 행정구역에 국한해 발생하거나 관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역과 지역이 연결된 문제 또 국가와 국가간의 문제이다. 그래서 지구촌의 공동관심이 중요하다. 환경문제는 생태계와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므로 환경과 건강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진다. 환경과 관련된 건강문제를 논의하는 한국환경보건학회는 국제교류사업의 일환으로 금년에는 타이완과 환경보건포럼을 가졌다. 타이완의 명문인 국립성공대학교(National Cheng Kung Univeristy)의 산업환경보건학과와 지난 9일부터 이틀간 포럼을 개최하였다. 이 대학은 타이베이에서 비행기로 남쪽으로 40분거리의 타이난에 위치하고 있다.1931년에 설립돼 현재 의과대학을 포함한 학생수가 2만여명이나 되는 큰 대학으로 뛰어난 학문적 성과를 자랑하고 있다. 이번 포럼에서는 한국환경보건학회 회원 33명과 타이완 환경산업보건 과학자 200여명이 참석하였다.15편의 연구논문이 구두로 발표되었고,60편의 포스터 논문이 발표되어 성황을 이루었다. 대기와 수질을 포함하는 환경보건문제와 작업장과 실내환경의 건강문제 등이 주요 발표내용이었고, 요인별 특성과 위해성 그리고 노출 및 영향에 대한 생물학적 지표를 탐구하는 분자생물학적 논문의 발표가 눈에 띄었다. 매우 뜻깊고 의미있는 일이었다. 타이난 과학자의 발표논문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남녀고교생 100만명 대상의 연구결과, 일산화탄소 같은 공기오염물질 노출이 천식발생률 증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집, 사무실 혹은 다른 실내환경에서 포름알데히드 고농도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암과 만성질환 발생이 증가하였다. 실내환경중 계절에 따른 미생물(곰팡이)농도 변화가 명백하였는데, 겨울농도가 최고였고, 여름에 최저였다. 황사에 함유된 성분을 연구한 결과 거의 대부분의 곰팡이 포자가 증가함을 확인하였다. 이외에 타이완의 공기오염과 관련된 건강문제, 하이테크 산업장의 통제환경과 건강문제, 단백질분석에 의한 생물학적 지표탐구, 다환방향족 탄화수소 공장의 근로자노출과 샘플링 개발, 공장인근 수은 오염지역의 건강기능과 혈중 유기수은 함량, 납중독에 의한 남성생식 내분비계 영향, 농약중독에 대한 특정 요인의 예방효과를 동물과 사람 폐상피세포주를 이용한 연구, 나노입자의 심폐질환 유도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대한민국의 주요 발표논문은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황사중 분진과 이산화황의 수준이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 일부 산업단지와 주변지역 주민에 대한 코호트연구, 절삭유 노출과 건강문제, 수자원중 환경의약품 오염과 위해성, 서울지역의 중금속 오염과 심장근세포의 독성학적인 영향 모니터링이 주요내용이었다. 우리보다 빠른 산업발전으로 다양한 환경오염을 겪어온 타이난의 환경보건문제는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바라보는 두나라에서 비슷하지만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한해가 지나기 전, 이웃나라와의 환경보건 공동관심을 터놓고 이야기함으로써 대책의 실마리를 찾아나가고자 하는 환경보건학회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며, 그 만남의 열매가 풍성하기를 기원한다. 김판기 용인대 산업환경보건학과 교수
  • 서울 6개대학 정시 논술 특징·평가 방법

    서울 6개대학 정시 논술 특징·평가 방법

    ‘정답에 연연하지 말고 자신만의 생각을 드러내라.’ 올해 대입 정시모집에서 논술고사를 실시하는 대학 입학처장들이 한목소리로 강조하는 대목이다. 논술의 형식이나 글솜씨도 중요하지만 이에 신경 쓴 나머지 정작 가장 중요한 자신의 독창적인 생각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조언이다. 정시모집에서 논술고사를 실시하는 서울의 6개 대학 입학처장들에게 대학별 논술고사의 특징을 들었다. ■ 서강대학교-자기 주장 뚜렷한 간결한 단문 선호 우리 대학은 1000자 이내의 비교적 짧은 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세 가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 우선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개성이 드러날 수 있도록 공격적으로 서술해야 한다. 우리 대학은 자기 주장이 뚜렷하고 공격적으로 글쓰는 학생을 선호한다. 따라서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서론, 본론, 결론’ 또는 ‘기승전결’ 형식보다는 두괄식이나 수미쌍관식으로 답안을 작성하는 것이 좋다. 자신의 의견이 충분히 개진될 수 있도록 본론에 분량이나 내용면에서 모두 비중을 둬야 한다. 둘째, 단문 위주로 글을 쓰는 것이 좋다. 채점자에게는 간결한 단문이 호소력을 갖는다. 마지막으로 풍부하고 정확한 어휘를 사용해야 한다. 부정확한 표현이나 동어반복적인 단어 사용을 피하고 문맥에 맞는 정확한 어휘를 사용하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문항은 두 문제가 출제된다. 각 800∼900자와 500∼600자 분량이다. 시험 시간은 120분이지만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아 적절한 시간 안배가 중요하다. 학원에서 배운 대로 단순하게 암기해 작성한 글이나 알맹이 없이 미사여구로 치장된 문장으로는 결코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남의 생각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창의적이고 논리적으로 표현하되 구체적인 대안과 논거가 함께 제시될 수 있는 글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 서울대-논리적 비약·반론 없는 주장은 감점 학생들에게 친숙하지만 다각도의 깊이 있는 사고를 요구하는 문제를 출제한다. 정답을 찾아내는 능력이 아니라 논제와 제시문에 녹아 있는 정답에 대한 비판적 사고력을 보려는 것이다. 올해에도 지난해처럼 하나의 논제와 복수의 제시문을 주고 세 시간 동안 2500자 안팎 분량으로 써야 한다. 채점 기준은 논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지, 창의적으로 문제를 설정하고 해결하는지, 논리적으로 서술하는지 등이다. 양비론이나 양시론에 입각한 절충형 답안이나 외워 쓴 답안, 학원에서 익힌 정형화된 논리나 상투적인 예시로 채워진 답안은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창의적 사고를 보여줘야 한다. 짧은 기간이라도 교과서에서 주제를 선택해 친구들끼리 토론한 뒤 자신의 생각을 글로 써보는 것이 좋다. 특히 하나의 주장에 다각도의 반론을 제기하고 각각의 반론이 정당한지 논증해보는 연습이 중요하다. 답안을 쓸 때는 일관적이지 못하거나 논리적 비약, 반론과 논증이 없는 일방적 주장은 피해야 한다. 제시문의 요약과 예시, 인용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답안은 바람직하지 않다.‘요약-주장-예시-주장 반복’의 구성도 논증 과정이 빠져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특히 ‘누구 누구에 의하면(따르면)’ 등의 구절은 부정적인 인상을 준다. 정답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자신이 누구인지 보여주는 글을 써야 한다. ■ 고려대학교-객관적인 서술 능력·사고력에 주안 논술에는 정답이 없다. 그렇다고 오답이 없는 것은 아니다. 논리가 빈약하거나 논리적 비약이 있는 답안, 원고지 작성법이나 분량 등 형식적인 요건에 미달한 답안은 결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관건은 공통 주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분명한 논거를 통해 일관성 있게 전개해 밝힘으로써 설득력 높은 글을 쓰는 것이다. 우선 스스로 제시문을 분석해 자신만의 글을 쓰는 것을 중요시 한다. 채점에서는 수험생의 독자적인 가치관이나 견해 자체를 평가하지 않는다. 답안에 제시된 객관적인 서술 능력과 종합적 사고력이 주요 평가 대상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올해 정시 논술은 지난해와 같이 서울 안암 캠퍼스 인문계 지원자에 한해 10% 반영한다. 전통적인 고대 정시모집 논술 형식인 언어논술을 따르되, 교육부의 가이드 라인에 따라 영어 제시문 등은 지문에 포함하지 않는다. 공통된 주제를 지닌 3∼5개의 국문 지문을 출제한다.120분 동안 1600±100자 분량을 써야 한다. 논제에서는 주어진 제시문에 대한 공통 주제를 말하고, 제시문들 사이에 연관관계를 밝힌 뒤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쓰도록 요구한다. 논제는 현대 사회와 관련된 것이 많다. 특히 사회과학이나 사회철학의 이론과 쟁점이 자주 출제된다. 질서의 의미나 바람직한 질서(2006학년도 정시), 사회정의와 효율성(2007학년도 1학기 수시) 등이 대표적인 예다. ■ 연세대-논제 독해·창의·표현력 등 종합 평가 일반서술형 고전 텍스트 논술로, 중·고교 교과 내용과 관련된 한국 및 동서고금의 중요한 텍스트에서 발췌한 제시문을 바탕으로 출제한다. 논제(지시문)와 함께 제시문으로 일정한 텍스트를 주고 이를 얼마나 정확하게 읽었는지, 그 텍스트에서 문제를 어떻게 파악했고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전개했는지를 총체적으로 평가해 수험생의 독해력과 창의력, 논증·표현력을 평가한다. 따라서 논제와 각 제시문을 정확히 분석해 논제에 맞게 자신의 의견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표현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단 정해진 답안 분량을 채우지 못하거나 크게 넘치는 경우, 제시문의 상당 부분을 그대로 옮겨 적거나 문제와 관련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경우에는 감점된다. 제시문은 동서양의 고전과 현대사회에 관한 여러 책에서 고루 선정하고, 미술작품을 활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제시문이 나온 책을 직접 읽지 않거나 그림을 보지 않아도 꾸준한 독서를 통해 다양한 지적 경험을 쌓은 학생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다. 시간은 150분, 분량은 1800자 안팎이다. 올해에는 지난 몇 년 동안의 논술고사의 기조를 유지하되, 비교적 평이한 수준의 문제를 출제할 계획이다. 일상에서 접하는 사건이나 현상을 자신의 관점으로 정리, 분석해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 성균관대-복수 제시문 논리적 연결능력 검증 통합교과형 논술로 수시모집 논술고사의 출제의도나 방향과 같다. 동·서양 고전과 문학작품, 고교 교과서, 신문, 잡지, 논문, 통계, 그림, 도표 등을 참고해 철학이나 사상, 문학,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영역을 아우를 수 있는 복수의 제시문을 주고 이를 논리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다양한 영역의 제시문을 하나의 주제로 연결할 수 있는 사고력을 평가한다는 얘기다. 올해에는 하나의 큰 주제와 연관된 찬·반 또는 관련된 내용의 4∼5개의 지문을 제시할 계획이다. 문항은 4문제 정도 출제할 예정이다. 독자적인 문제가 아니라 각 단계에 따라 순서대로 답하도록 하는 과정중심적 평가가 특징이다. 제시문의 논지와 내용을 이해하고 요약하기, 상반된 논거를 비판적으로 평가하기, 통계·도표 등의 분석능력과 문제상황에 대한 창의적 해결책 제시하기 등의 질문이 대표적이다. 특정 교과의 암기된 지식을 묻는 문제나 수리적 답을 내는 문제, 영어와 한자를 포함해 외국어 제시문의 번역이나 해석을 필요로 하는 문제는 출제하지 않는다. 채점 및 평가기준은 네 가지다. 제시문의 내용을 얼마나 이해했는지, 통계자료 등을 정확히 해석하고 있는지, 논리 전개가 명확하고 문장력을 갖추고 있는지, 창의성 및 비판능력과 통찰력이 있는지 등이다. 시간은 150분이며, 분량에 제한이 없다. 원고지가 아니라 대학 답안지 형태의 B4용지를 답안지로 쓴다. ■ 이화여대-제시문 이해능력·논증 논리성 초점 예년의 정시 논술 형식을 유지한다. 문제 유형은 4개 안팎의 제시문을 주고 하나의 논제에 대해 답하도록 하는 ‘지문제시형’이다. 시간은 150분,1500자 안팎으로 써야 한다. 수시모집 때와는 달리 수리적 사고 관련 문항을 출제하지 않는다. 지문은 동서고금의 명작·명문이며, 논제는 되도록 시사적인 내용을 피하고 있다. 최근 출제된 논제로는 ‘언어가 사회공동체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2006학년도),‘비일상성과 비현실성의 사회적 기능’(2005학년도),‘소비사회의 특징과 삶의 방식’(2004학년도) 등이다. 평가 영역은 크게 표현력과 사고력으로 구분할 수 있다. 표현력은 띄어쓰기와 맞춤법, 원고지 사용법 등 어법과 적절한 어휘나 바른 문장을 썼는지, 혹은 표현이 유려하고 참신한지 등을 보는 언어구사 능력, 단락이나 전체 구성을 적절히 하고 논지 전개력이 있는지를 보는 구성력에 주안점을 둔다. 사고력 평가에서는 문제와 제시문의 이해능력을 비롯해 비판·문제의식과 논증의 논리성과 예시의 적절성, 관점의 확립 여부 등을 보는 논증 능력, 창의력과 사고의 폭과 독서 경험 등을 보는 종합적 논술 능력을 평가한다. 채점 교수들은 ▲지문과 질문을 정독하고 논제의 핵심을 정확하게 파악할 것 ▲논제와 무관한 불필요한 내용을 덧붙이지 말 것 ▲자신의 목소리나 색깔이 담기도록 할 것 ▲문장 작성법과 맞춤법을 지킬 것 등을 조언한다. 정리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뇌졸중 그게 뭐야! 이게 아냐?

    ■ 60세이상 노인 56% “잘 모른다” 우리나라의 60세 이상 노인 절반 이상이 특히 노령층에서 자주 발생하는 질환인 뇌졸중(중풍)의 개념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뇌졸중과 뇌경색 등 뇌혈관 질환은 국내 사망률 2위를 차지할 만큼 발병 빈도가 높은 질환이다. 질병관리본부 뇌질환팀 안상미 박사와 고려대 의대 한창수 박사팀은 ‘안산지역사회 노인 코호트(역학조사)’에 참가하고 있는 60세 이상 노인 2767명을 대상으로 2003년부터 최근까지 뇌졸중 인식도를 조사한 결과 뇌졸중이 뇌혈관성 질환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44.8%에 불과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밖에 28.2%는 뇌졸중이 어떤 질병인지를 아예 몰랐으며, 나머지는 틀린 정보를 갖고 있었다. 특히 갑작스런 수족 마비나 무력증, 언어 및 시야장애, 심한 두통 등 뇌졸중의 정확한 전조 증상을 2가지 이상 알고 있는 사람은 응답자의 24.3%에 그쳐 노인을 비롯한 성인층을 대상으로 한 뇌졸중 교육과 홍보의 필요성을 새삼 확인시켜 주었다. 이 조사 연구 내용은 국제학술지인 ‘BMC퍼블릭 헬스’에 최근 실렸다. 뇌졸중 위험인자에 대한 조사에서는 68.3%가 고혈압, 비만, 흡연 등 중요한 위험인자를 2가지 이상 꼽았다. 반면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당뇨병과 심혈관질환을 든 응답자는 27.6%와 17.9%에 그쳤다. 뇌졸중 치료법으로는 양·한의학이 비슷한 비율로 나뉘었다. 응답자의 58.7%는 과학적이라는 이유로 서양의학을,41.3%는 효능이 있다는 이유로 한의학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성별은 남자 1215명(43.9%), 여자 1552명(56.1%)이었다. 교육 수준은 무학 18.1%(500명), 초등학교 졸업 37.0%(1025명), 중학교 졸업 33.9%(939명), 고교 졸업 이상 11.0%(303명) 등이었다. 경제 수준은 부유 42.6%(1169명), 보통 25.7%(706명), 빈곤 31.7%(871명) 등으로 조사됐다. 안 박사는 “국민병으로 불리는 뇌졸중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서는 특히 교육 수준이 낮은 계층을 대상으로 한 공공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뇌혈관외과학회 ‘6가지 오해’ 소개 대한뇌혈관외과학회가 최근 일반인들이 잘못 알고 있는 ‘뇌혈관 질환에 대한 오해’를 골라 이를 상세하게 설명했다. 이들 흔한 오해는 학회가 올해 ‘뇌건강의 해’를 맞아 뇌혈관질환에 대한 대국민 홍보 및 교육을 벌이면서 파악된 것이다. # 두통, 어지럼증, 뒷목이 뻣뻣하면 뇌졸중? 두통과 어지럼증, 뒷목이 뻣뻣한 증상이 있다고 반드시 뇌졸중은 아니다. 하지만 평소에 경험하지 못한 심한 두통이나 어지럼증, 신체 감각이나 운동 이상을 동반한 경우에는 뇌졸중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자가진단에 의존하지 말고 병원을 찾는 게 좋다. # 신체마비는 한번 오면 회복이 어렵다? 뇌 조직은 일단 손상되면 재생이 어렵지만 시간이 지나면 뇌기능이 재정리돼 신체마비 현상을 일정 부분 회복할 수 있다.2차 재발을 막기 위해 실시하는 예방적 수술도 임상 증상을 70%까지 호전시켜 준다. 뇌혈관 질환 회복률을 높이고 관절이 뻣뻣하게 굳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재활치료가 도움이 된다. # 뇌출혈에는 치료약이 없다? 뇌경색에는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혈전용해제가 유용하게 사용되지만, 뇌출혈에는 치료제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혈액응고에 효과가 있는 혈우병 치료제가 출혈성 뇌졸중 환자의 재출혈을 막아 환자 사망과 후유증을 줄인다는 임상 결과가 보고되면서 부분적으로 약물 치료가 가능하게 됐다. # 손을 따거나 우황청심환을 먹으면 나아진다?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때 의식을 깨우기 위해 뺨을 때리는 행동 등은 오히려 환자에게 해가 된다. 손가락을 따거나 억지로 약을 먹이는 경우도 통증으로 혈압을 올리거나 기도를 막아 질식이나 폐렴을 유발할 수 있다. # 아이나 젊은 사람은 뇌졸중과 무관하다? 소아에서는 모야모야병이,10∼30대에서는 뇌혈관기형이 뇌출혈이나 뇌경색 원인이 될 수 있다. 학회 조사 결과, 고혈압성 뇌출혈 환자의 21.4%가 40대 이하의 젊은 층이었다. # 뇌졸중과 치매는 비슷한 병이다? 뇌졸중과 치매는 전혀 다른 병이다. 그러나 뇌졸중이 반복적으로 생기면 전반적으로 뇌기능이 떨어져 치매 증상이 나타날 수는 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홍두식의 루어낚시 따라잡기] 늦가을 안동호 배스낚시

    [홍두식의 루어낚시 따라잡기] 늦가을 안동호 배스낚시

    국내 최고의 배스낚시 메카를 꼽으라면 단연코 안동호를 떠올릴 것이다. 호수 주변으로 진입할 수 있는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에 도보낚시보다는 보트낚시가 활발히 이루어진다. 현재 안동호 수위는 만수위 대비 80%정도. 예전보다 현저히 줄어든 개체수와 까다로워진 입질탓에 토너먼트를 뛰고 있는 프로선수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지만, 깊은 수심으로 파고드는 짜릿한 손맛 때문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안동호와 같은 거대한 호수들의 늦가을 패턴은 섈로(얕은 곳)와 딥(깊은 곳)이 공존하는 것이다. 수온이 15℃ 안팎인 경우, 딥과 섈로우를 오고가며 겨울철 대비 먹이활동이 비교적 활발하기 때문이다. 딥의 경우 현재 보통 12∼13m, 더 깊게는 16∼17m권 스트럭처에 낱마리로 분포 되어 있으며, 예전처럼 많은 개체가 스쿨링(군집)하는 경우는 발견하기 어렵다. 루어는 주로 20g,30g의 메탈지그를 사용한다. 메탈지그는 낙하속도가 빨라 낙하시간을 줄여주고, 지깅 테크닉도 비교적 단순한 편이다. 포인트를 찾아내 루어를 들어 올렸다가 가라 앉히면서 수직으로 액션을 연출하는데, 이 기법을 버티컬 지깅이라 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배스의 위치를 찾는 것. 섈로의 경우는 햇볕이 잘 드는 얕은 곳의 잔가지가 드러난 곳에 의외로 대물 배스가 숨어 있기도 하는데, 경계심이 강하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접근을 필요로 한다. 베이트 피시(먹이가 되는 물고기)를 따라 얕은 곳에 은신 중인 배스를 공략하는 방법은 무게가 나가는 미노우 종류의 롱캐스팅과 반복적인 액션이 효과적이다. 텍사스 리그나 지그헤드를 수몰된 나무 옆에 바짝 붙여 물어 줄 때까지 기다리는 낚시 방법도 효과적이다. KSA 한국스포츠피싱협회 에코기어 스텝
  • [세이프 코리아] (끝) 특별 좌담회

    [세이프 코리아] (끝) 특별 좌담회

    “내년은 재해·재난 발생의 최대 위기이자 기회가 될 것이다.” 서울신문과 소방방재청이 최근 공동으로 주최한 ‘세이프 코리아-안전한 나라를 만듭시다’ 특별좌담회에서 문원경 소방방재청장,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부 교수, 김찬오 서울산업대 안전공학과 교수, 이재복 강원대 소방방재학부 교수 등 참석자들은 이같이 입을 모았다. 서울신문 조덕현 차장 사회로 진행된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소방방재청 개청의 성과와 문제점, 자연재해 및 인위재난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망과 과제 등에 대해 열띤 토론도 벌였다. 이로써 안전문화 확산을 위해 지난 1월1일부터 연재한 연중기획 시리즈는 특별좌담회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하지만 서울신문과 소방방재청은 앞으로도 안전문화 확산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계획이다. ■ 전망 - 기상이변 날로 심해져 발생빈도·강도 증가세 ●문 청장 올해는 장마가 길었고, 장마 기간에 태풍도 왔다. 하지만 피해규모는 줄었다. 하늘이 도운 것이 아니고, 노력한 성과다. 재해·재난관리는 리스크를 줄이는 게임이다. 다만 한 해 결과만으로 평가하기는 무리다. ●조 교수 동의한다. 통계적으로 우리나라 자연재해는 4.5년을 주기로 반복하는 경향이 짙다. 지난해가 재해·재난 발생이 가장 적었으며, 올해는 발생 빈도와 피해 규모가 늘어나는 주기의 첫 해였다. 내년은 피크가 될 것이다. ●김 교수 기상이변이 심해지면서 기존 피해패턴을 따라가지 않고, 빈도와 강도 모두 상승하고 있다. 피해를 완벽하게 막을 수 없다. 하지만 재해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최소화할 수는 있다. 방재도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교수 응급대처 능력과 체계는 잘 갖춰져 있다고 본다. 이제는 방재분야에서도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조 교수 재해·재난 현장에 가면 모두가 전문가다. 보편화되지 않은, 정리되지 않은 전문성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현장에 대한 통제·관리 시스템을 보다 체계화해야 한다. 언론의 지적대로라면 재해·재난 복구 과정에서 제대로 하면 ‘늑장 행정’, 빨리 하면 ‘날림 공사’다. 응급복구 상태에서는 재해·재난이 반복해서 발생할 수 있고, 개량복구(항구복구)를 위해서는 시간과 예산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이 교수 올해 강원도는 강한 바람과 너울성 파도로 해안 피해가 컸다. 예전에는 소규모 항구가 많이 필요했을지 모르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항구가 생기면 물길이 달라져 해안 침식을 유발한다. 침식을 방지하기 위한 콘크리트 구조물은 연안류의 속도를 증가시키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원인이 된다. 강릉 경포대가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소나무숲이 피해를 걸러준 양양의 경우 백사장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항구를 집중화해 해안 피해를 줄이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피해 최소화에 식물을 활용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 과제 - 항구의 집중화등 통해 해안 피해 최소화 절실 ●김 교수 우리나라의 안전불감증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해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관심조차 없는 ‘조기 망각’ 현상이 나타난다. 국민들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안전문화가 형성되려면 교육이 뒷받침돼야 하나, 제대로 된 교육시스템이 없는 실정이다. ●조 교수 우리나라의 케치프레이즈는 ‘다이내믹 코리아’이다. 국민들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기도 한다. 이같은 역동성의 그림자는 불안정성이며, 불안정성은 안전불감증을 낳는다. 교육대학 교과과정에 안전교육을 의무화하고, 군대에서도 안전문화 체험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안전문화 확산을 위한 안전평가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이 교수 안전불감증을 우리 국민들의 특성으로 간주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경제성장 과정에서 안전문제를 소외시켜오면서 누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문 청장 안전문화 확산을 위해 한국재난안전네트워크 형성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벤트성 행사에 그치고 있다. 수백만명에 이르는 회원들이 체계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이다. 국민들에게 안전문제를 자율적으로 맡길 수도 있지만, 교육이나 인센티브·페널티제도를 통해 학습효과를 높이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확생들의 사회봉사활동에 안전체험도 포함시켜야 한다. ●사회 곳곳에 위험물이 방치돼 있다. 우리나라 안전지수를 5점 만점으로 평가한다면. ●조 교수 보행권 확보가 가장 큰 문제다. 입간판과 간이매점, 노상변압기 등은 엄청난 문제를 안고 있다. 불법시설물이 많은 상태에서 안전확보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안전에 대한 희망은 4점, 실천은 2점 정도다. ●김 교수 1.5점이다. ●이 교수 2.5점이다. ●문 청장 시설만으로 안전을 평가하기는 어렵다. 부실공사나 대형사고는 대폭 줄었다. 적어도 안전관리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는 것만은 틀림없다. 이제는 체계적으로 어떻게 잘 관리하느냐가 중요하다. ●김 교수 인위재난은 다양한 보험과 연계된 반면, 자연재해에 대비한 풍수해보험은 도입 단계다. 풍수해보험을 활성화하려면 정부 주관으로 보험을 운영한 뒤 안정되면 민영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피해보상 차원을 넘어 국민들의 생존권 보장 취지에서 특별재난지역은 의미가 있다. ●조 교수 특별재난지역의 ‘특별’은 사행심을 조장할 수 있다. 정부 지원이 달라진다면 형평성의 문제가 심각할 수 있다. 국민 입장에서 보면 똑같은 피해다. 특별재난지역을 사후에 지정하는 것보다, 예상지역을 대상으로 사전에 선포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예방 활동을 통해 국민들의 경각심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 ●문 청장 올해 풍수해보험 가입자가 9800원만 내고 1500만원의 보상을 받기도 했다. 민간보험회사는 수익성이 떨어져 풍수해보험을 적극적으로 판매하기 어려운 만큼 행정에서 보완할 것이다. 현재 재해·재난 발생 이전에는 재난사태 선포제도를, 이후에는 (특별)재난지역 지정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교수 재난관리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대학에 관련 교육과정이 우후죽순처럼 늘었지만, 맞춤형 인재양성은 미흡하다. 소방산업은 중소기업 위주여서 기술개발이나 국제경쟁력에서 뒤지고 있다. 방재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IT 기술과 접목하면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 ●조 교수 소방관련법만 무려 122개다. 아무리 우수한 방재·소방장비도 법령에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방재안전 분야는 통합기술이 적용되는 만큼 법령 정비도 시급하다. 방재·안전관리는 국민 복지, 국가 안보의 초석인 만큼 위상과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문 청장 우리가 장점을 지닌 IT분야와 방재분야를 접목시켜 국가전략산업으로 발전시킬 경우 안전산업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 환경변화에 대응하려면 과학방재가 필요하다. ■ 성과 - 소방방재청 개청 2돌 피해줄어 ‘절반의 성공’ ●문 청장 지난 7월 태풍 ‘에위니아’와 집중호우로 62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와 비슷한 규모의 1987년 태풍 ‘셀마’와 2002년 태풍 ‘루사’의 인명피해 178명,246명에 비해 대폭 줄었다. 재산피해도 감소하고 있다.2004년 6월 소방방재청 개청의 성과다. 모든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니지만, 독립된 재해·재난관리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재난관리 통합행정시스템에는 미흡한 점이 있고, 사후복구가 아닌 사전예방 체계도 보완해야 한다. 지진해일 등 비정형적 재해·재난 대응체계를 갖추고, 안전의식도 높여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조 교수 국가 안보의 관점에서 국방·외교가 저만치 있다면, 방재·안전은 국민들 코앞에 있는 문제다. 독립적으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소방방재청을 설립한 것은 긍정적이다. 다만 기능적으로 통합행정을 실현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이르다. 앞으로 방재업무는 복구중심에서 예방중심으로 옮겨가야 하며, 이는 경제성 분석이 전제돼야 한다. 예컨대 1000억원을 들여 7000억원의 피해를 4000억원으로 줄였다면 2000억원 이익이 났다는 식으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김 교수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지방재난관리조직 확충 등 많은 일을 했다. 재해·재난관리업무가 범국가적 사무로 인식되는 계기도 마련했다. 그러나 사후관리가 통합적으로 이뤄지는 반면 사전관리는 개별·산발적으로 이뤄지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사전대비가 부족할 경우 같은 유형의 재난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등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소방방재청이 사전·사후관리를 총괄조정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돼야 한다. ●이 교수 소방방재청 개청으로 국가재난관리업무가 체계화됐지만, 아직 지방자치단체 등 하부 조직의 경우 혼선이 빚어지기도 한다. 정리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20&30] 이태백 끝 또다른 절규 시작

    [20&30] 이태백 끝 또다른 절규 시작

    고시(考試)가 따로 없는 시대다. 어느 회사에 들어가든 학교 나와 직장을 잡기만 한다면 그 자체로 옛날 장원급제라도 한 듯한 축하와 찬사를 받는다. 거기다 한참 나이 먹은 뒤까지 안정적으로 몸 담을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남들의 부러움을 사면서 원하는 일자리를 잡은 2030, 그들이 전하는 입사 전후의 얘기를 들어보자. ■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여전… 인생 로드맵 스스로 짜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지원서를 쓰고, 왜 떨어졌는지조차 알 수 없어 답답했었죠.”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영어시험 토익 900점대, 스페인어 모국어 수준, 대안학교 어린이 경제교육 강의…. 완벽해 보이는 경쟁력의 소유자 최지희(여·24)씨에게도 대기업 입사가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여러 차례 탈락의 쓴 맛을 본 끝에 결국 취업문을 열 수 있었던 것은 평소 맺었던 ‘지독한 인연’ 때문이었다. “KTF와 2000년 여름 고객으로 처음 만나,2004년 소비자 모니터 개념의 ‘모바일 퓨처리스트’로 활동하고,2005년 인턴으로 또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 안에서 KTF가 어떤 일터인지, 어떤 사람들이 일하는 곳인지 배웠던 경험은 막상 취업이 닥쳤을 때 이 회사, 저 회사를 뒤져 내미는 평범한 정보와는 비교할 수 없는 자산이었죠.” 그는 “평소 ‘좋은 기업’을 선정해 꾸준히 특별한 인연을 만들어 보는 게 좋은 전략”이라면서 “요즘 기업들은 20대 젊은이들과 다방면으로 끊임 없이 소통하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근 신입사원 채용전형에 면접 진행요원으로 나간 최씨는 ‘구직자’일 때 보지 못했던 점이 눈에 들어왔다고 한다. 지나치게 튀려 하기보다는 더불어 함께 할 때 빛이 나는 지원자들이 눈에 띈다는 것.“면접에서 ‘튀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게 마련이지요. 하지만 개성 강한 요즘 젊은이들은 튀는 부분은 대개 하나씩 갖고 있게 마련이죠. 혼자서 지나치게 튀려는 사람보다 면접장 밖에서 자기 조원들을 챙기거나, 조원들의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먼저 말을 건네는 사람들을 눈여겨 보게 되더라고요.” 구직자들이 범하기 쉬운 또 하나의 오류는 원하는 회사에 들어와도 사회 생활에 대한 로드맵이 자동적으로 그려질 줄 안다는 것이라고 최씨는 덧붙였다. 그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취업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회사는 가야할 길까지 정해 주지는 않습니다. 내년부터는 저의 소속인 인재교육 분야에서 활동하는 선배님들을 다양하게 만나 제가 나아가야 할 길을 좀 더 진지하게 궁리해 볼 계획입니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눈앞의 취직턱보다 적성궁합 우선 고려를 “공부만 열심히 하면 누구나 선생님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선 ‘행복한 선생님’이 될 수는 없겠죠.” 교사가 되려는 사람들에게는 당장 눈 앞에 가로놓인 ‘임용시험’의 벽은 까마득히 높아 보인다. 비교적 취직이 잘 되는 전자공학을 포기하고 대학에 다시 들어가 선생님의 꿈을 이룬 박성섭(30)씨는 선생님으로서 행복을 결정지은 요인은 적성이라고 강조한다. “군대에서 야학 선생님을 꼭 해보고 싶었어요. 제대하자마자 야학에서 아주머니들을 가르쳤는데 ‘선생님처럼 잘 가르치는 분 처음 봤다.’는 말을 듣고 이거다 싶었죠.” 적성에 맞는 길을 찾은 박씨는 앞뒤 재지 않고 달려 들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다시 봐 같은 학교 물리교육과로 재입학했다.3학년 때 결혼하고,4학년 때 아빠가 된 뒤 하루 빨리 교사가 돼야겠다는 절실함이 더욱 강해졌다. 박씨는 같은 과 11명 중에서 6등으로 졸업했을 만큼 성적이 뛰어난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과에서 1등을 해도 붙기 어렵다는 서울지역 중등 임용시험에 당당히 합격했다. 합격의 기쁨보다 더욱 컸던 것은 이제 드디어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됐다는 성취감이었다. 하루 중 가장 행복한 때가 점심시간에 아이들과 농구하는 시간이라는 박씨는 “놀면서 돈 버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수업에 들어가기 전 선생님들은 딱 두 부류로 갈립니다.‘어이구, 또 수업이야.’라면서 괴로워하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즐거운 표정을 짓는 분들이 있죠. 임용시험은 적성을 테스트하지 않지만 정작 교사로 생활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을 얼마나 좋아하느냐인 것 같아요.” 박씨는 “공부는 오히려 잘못하던 사람이 오히려 선생님을 더 잘 할 것 같다.”면서 “학교 다닐 때 공부를 별로 잘하는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아이들이 모른다고 하면 ‘나도 몰랐다.’면서 경험담을 들려주는데 그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사시합격=부와 명예? 새로운 도전 기회일 뿐 이준석(31)씨는 법무법인 광장의 새내기 변호사다.2003년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사법연수원을 거쳐 변호사 생활을 시작한 지 이제 1년쯤 됐다. 갓 변호사 세계에 뛰어든 그에게 이 직업은 ‘위기이자 기회’로 보인다.“사법시험에 합격해도 예전처럼 부와 권력이 저절로 따라오지 않습니다. 이런 점에서는 위기이고, 개인이 좀 더 노력하면 과거보다 더 큰 부와 권력, 명예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기회라 할 수 있죠.” 2000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이 변호사는 부와 명예가 보장된 의사의 길을 버리고 사법시험 도전을 결심했다. 인생의 큰 방향 전환에 대해 뭔가 거창한 이유가 있을 것 같지만 그는 “적성 때문”이라고 간단히 말했다.6년 동안 누군가 시켜서 어려운 공부를 했지만 적성이 맞지 않아 끊임 없이 방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법시험 공부를 시작한 3년 동안은 단 한 차례의 흔들림이나 망설임도 없었다. 그는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한번쯤 법과 자신의 적성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법시험 합격 1000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법조인의 희소가치가 많이 떨어졌어요. 예전처럼 법조인이 무조건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런 이유에서라도 자신이 법률과 얼마나 궁합이 맞는지 반드시 따져봐야 합니다.”그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자신이 가진 법률적 지식을 활용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굳게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도 변호사들에게는 큰 힘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도 변호사 배지를 달기 전에는 변호사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잘 몰랐다고 한다. 그저 서민들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최상급 기득권층으로만 어렴풋이 인식해 왔다고 하는 게 옳을 것이다. 당연히 변호사에 대해서도 ‘사법시험=부와 명예’라는 공식을 막연하게 떠올렸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1년간 주변에서 퇴출되는 변호사들이 많아지면서, 끊임 없는 자기계발과 자기혁신 없이는 어떤 자리에 있더라도 도태된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지켜봤다. “사법시험 합격은 절대 결승점이 아닙니다. 자기와 사회를 향한 새로운 도전의 발판일 뿐입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톱니바퀴 같은 공무원 생활 자기계발로 극복 “공무원이 거대한 톱니바퀴의 한 조각일 뿐이란 생각이 들면 실망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한 조각이 없으면 톱니가 돌아가지 않게 되죠.” 지난해 100대1의 경쟁률을 훌쩍 넘은 서울시 지방공무원(9급) 시험에 합격해 현재 용산구청에서 근무하고 있는 최지영(28·여)씨는 ‘톱니론(論)’이 공무원 생활의 핵심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만 보면 초라해지지만 전체로 생각하면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어느 회사나 마찬가지겠지만 처음엔 단순 반복적인 일이 전부입니다. 공무원은 그런 과정이 더 길고요. 그런데 시험에 붙기 전 공무원에 대한 기대치가 워낙 높아서인지 그런 일들이 주어지면 실망하고 곧잘 회의에 빠지게 됩니다.” 입사 초기 이런 슬럼프를 겪은 최씨는 주변의 유능한 선배들을 보면서 어려움을 이겨냈다고 한다. 물론 ‘복지부동’이나 ‘철밥통’이란 별명이 어울릴만한 공무원도 일부 있지만, 대다수 선배 공무원들은 자기 계발에 적지 않은 노력을 하고 있다. “‘세상에 멋있는 직업은 없다. 다만 그 일을 멋있게 만드는 사람만이 있을 뿐이다.’라는 문구가 공무원에게 딱 맞는 것 같아요. 공무원의 자기계발은 곧 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직결 되잖아요. 자신을 위한 노력이 결국 국민을 위한 것이 된다는 점을 잘 활용하면 멋진 공무원이 될 수 있겠죠.” 지금 이렇게 생각하는 최씨도 사실 처음엔 공무원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에 도전하게 된 것은 현실적인 요소가 많이 작용했다고 솔직히 말한다.“한번쯤은 ‘청렴’과 ‘봉사’를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해요. 공무원에 대한 사회적 잣대는 가혹할 정도로 엄격하거든요.”최씨는 요즘처럼 자기 주장이 뚜렷하고 다양한 욕구를 쏟아내는 민원인들을 상대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시험 공부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이런 자질이 자기에게 있는지 곰곰이 새겨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책꽂이]

    ●빅토리아의 발레(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 김의석 옮김, 문학동네 펴냄) 피노체트 독재정권이 물러간 뒤의 칠레 사회를 해학적 필치로 그린 소설. 파블로 네루다, 루이스 세풀베다와 함께 칠레문학을 대표하는 스카르메타는 동세대 남미작가들이 마술적 사실주의 등을 통해 정치색 짙은 무거운 작품을 쓴 것과 달리,‘거리의 언어’로 생에 대한 긍정과 활력 넘치는 작품을 썼다. 스카르메타는 영화 ‘일 포스티노’의 원작 ‘네루다의 우편배달부’의 작가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다. 스페인 최고의 문학상인 플라네타 상 수상작.1만 2000원. ●한국 공포문학 단편선(이종호 등 지음, 황금가지 펴냄) 공포소설은 문학의 한 갈래로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다. 각종 연기설화와 신이담(神異談), 전기(傳奇)소설과 신마(神魔)소설, 한국 고전소설의 한 종류인 공안(公案)소설, 서양의 고딕소설 등 종류도 다양하다. 디스토피아적인 통제사회의 비극을 그린 장은호의 ‘하등인간’, 하드보일드한 묘사력이 돋보이는 우명희의 ‘들개’, 인격의 분리 즉 ‘해리성 장애’로 인한 참극을 다룬 이종호의 ‘아내의 남자’등 신세대 스릴러 작가 10인의 작품이 실렸다.9000원. ●설득(제인 오스틴 지음, 조희수 옮김, 현대문화 펴냄) 행복한 사람은 그 사랑의 빛을 주위에 발산함으로써 행복을 전염시킨다. 사랑을 찾아가는 소설 속 주인공 앤 엘리어트가 바로 그런 유형의 인물이다. 사랑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고 껴안아주는 앤. 그는 오스틴이 창조해낸 가장 지혜롭고 훌륭한 여성이라는 평을 듣는다. 오스틴의 여섯 작품 중 마지막 작품.1만원. ●새들백(바히이 나크자바니 지음, 이명 옮김, 황매 펴냄) 메카와 메디나 사이의 사막길을 여행하는 아홉명의 인물이 새들백(saddlebag)을 매개로 펼치는 이야기. 새들백은 안낭(鞍囊, 안장 뒤쪽에 다는 자루)을 가리키는 말. 서로 맞물려 긴박하게 돌아가는 초서식의 반복적인 이야기 구조가 눈길을 끄는 소설.9800원.
  • [홍두식의 루어낚시 따라잡기] LA 캐스테이크 호수

    [홍두식의 루어낚시 따라잡기] LA 캐스테이크 호수

    미국 캘리포니아주 대부분의 호수들은 수백㎞ 떨어진 대형호수에 연결된 수로를 통해 물을 지원받아 담수된다.1년에 비가 몇차례 오지 않는 사막기후 때문에 자체적으로 댐의 수량을 보충할 수 없는 호수들이 대부분이다. 주로 농업용수로 많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매일 수위 변화가 있는 것도 특징. 게다가 주말만 되면 찾아오는 수많은 보트들의 질주에 의한 파도와 제트스키·수상스키 인파,40도에 가까운 뜨거운 날씨와 건조한 바람, 물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맑은 물과 수초나 수몰된 나무들이 거의 없는 밋밋한 지형이어서 배스를 낚아내는 데에 있어선 결코 좋은 여건이 아니다. 이번에 필자가 찾은 곳은 LA외곽의 캐스테이크 호수. 호수주변에 낚시를 하게끔 나무로 설치해 놓은 피어(물가쪽에 나무로 만들어 놓은 다리)에서 낚시를 즐겼다. 하루에 12달러 하는 피싱라이선스를 사야 낚시가 가능하고 어종마다 가져 갈 수 있는 길이나 크기 제한이 엄격하다. 배스는 루어낚시 주 대상어. 미국인들은 지렁이나 생미끼 종류도 굉장히 선호하는 편이다. 릴낚시에 방울을 달아 던지거나, 찌를 이용한 채비에 지렁이를 사용하기도 한다. 루어낚시의 경우, 프레셔가 많은 환경에서 배스를 잡기 위해서는 반사적인 입질유도나 철저한 리액션 바이트만이 효과를 볼 수 있다. 공격적인 배스의 습성을 이용하여 루어를 물게 만드는 테크닉이다. 캐스팅 후 천천히 리트리브하며 끌어주는 액션보다는, 약간이라도 수중에 돌이나 험프, 또는 수초가 있는 곳을 반복적으로 공략하는 것이다. 루어의 갑작스러운 출현을 의식한 배스로 하여금 반사적으로 공격을 하게 유도하는 방법이다. 먹을 것에 관심이 없는 상태이거나, 프레셔가 심하고 주변 환경들이 불안정할 때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미국내 토너먼트의 경우 크랭크베이트를 많이 사용한다. 이 경우도 먹이활동보다는 반복적으로 배스를 자극하여 공격하게 만드는 과학적인 루어형태라고 볼 수 있다. 배스의 습성이나 생태를 연구해야 여러가지 루어를 쓰임새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주변상황들을 파악하여 배스를 효과적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루어의 선택은 반드시 배스의 습성을 파악하여야 가능하다고 본다. 수만가지 종류의 루어 사용법과 상황에 맞는 채비법, 액션 등을 파악하고, 그것을 응용해야만 더욱 좋은 조과를 얻을 수 있고 재미를 더할 수 있다. KSA(한국스포츠 피싱협회) 홍보이사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문화적 관점에서 본 스포츠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서 스포츠는 일반적인 생활과는 동떨어진 특수한 행위처럼 취급받아왔다. 경제적으로 어려웠고 문화복지시설이 거의 없었다. 운동은 ‘선수’들만 하는 매우 고된 노동처럼 여겨져왔던 것이다. 과거 독재정권 치하에서 스포츠는 ‘국민통합’의 강력한 통치 이념으로 작용했다. 스포츠의 특성상 조직력과 승부에 대한 몰입, 이를 위한 통제와 규율, 그리고 반복적인 훈련이 필수적인데 스포츠가 가진 이러한 내적 성질을 사회 통합의 도구로 삼았던 것이다. 이러한 국가주의적 스포츠 정책은 개인의 사적인 감정보다는 집단의 이념과 목표에 순응할 것을 요구하게 되는데, 바로 이 점 때문에 지난 수십년 동안 각 종목의 선수들은 한결같이 ‘나 자신보다는 팀을 위하여…’라는 말을 반복해왔다. 반복되는 훈련과 목표지상주의에 따른 수미일관된 명령체계는 스포츠 선수들에게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 일반 시민에게도 강제되는 군사적 규율이었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90년대 이후 스포츠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87년의 정치적 민주화를 통해 사회정치적 그늘이 많이 해소됐고,90년대의 대중문화 발전에 의해 개인의 취향과 관심이 다양하게 분출되었으며, 이를 경제적 성장이 적절히 뒷받침해 주었다. 스포츠가 오로지 ‘국위선양’에 매진하는 특수행위에서 시민들이 일상의 곳곳에서 즐기고 국가대항전의 성취도 바로 이런 바탕 속에서 얻어져야 한다는 인식이 퍼졌다. 스포츠를 문화적 관점에서 조명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스포츠가 어마어마한 황금시장으로 성장하면서 이제 이 격렬하고도 아름다운 육체적 행동에 미디어와 자본과 관객이 몰려들고 있는데, 이는 곧 스포츠가 ‘거대한 구경거리’라는 현대 문화의 특성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스포츠와 자본, 그리고 미디어가 결합하면서 여타의 장르적 문화(연극, 소설, 영화)와는 비슷하면서도(팬덤 현상) 조금은 다른(국가주의적 잔영) 문화 현상을 낳고 있다. 예컨대 ‘꽃미남’ 축구스타 안정환이나 신예 스타 박주영에 대한 환호가 단지 두 선수의 뛰어난 골 결정력 때문만이 아니라, 이미 대중문화의 발전과 동시에 성장한 젊은 팬들이 그들을 당대의 문화적 아이콘으로 승인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심지어 매일 밤 저 대륙 건너편의 유럽 축구를 실시간으로 시청하는 축구 마니아를 생각하면 이제 스포츠 선수에 대한 동경은 ‘애국심’의 차원이 아니라 글로벌한 문화적 관심으로 더욱 확대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국내의 수많은 프로 스포츠가 관중 감소와 적자 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데 스포츠를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과 같은 매우 흥미로운 ‘구경거리의 문화’로 창조해가는 과정에서 극복되는 것이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시론] 사회보험 관리체계 개혁, 미뤄선 안돼/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 교수

    [시론] 사회보험 관리체계 개혁, 미뤄선 안돼/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 교수

    정부는 2009년부터 국세청 산하에 사회보험징수공단을 설립해 사회보험료를 일괄적으로 거두겠다고 한다. 그동안 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 등 이른바 4대 사회보험 관리와 관련, 각 제도를 관장하는 공단에서 개별적으로 징수하면서 효율성과 형평성, 편의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사회보험료는 부과·징수 방법이 국세청의 소득세와 대동 소이하고 대상자도 거의 중복되는데도 불구하고 각 공단이 따로 소득을 파악하고 보험료를 부과, 징수하는 것은 누가 봐도 비효율적임을 알 수 있다. 가까운 예로 수도·전기요금은 관리하는 곳이 다르지만 통합 고지·징수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개혁작업이 제대로 추진될지에 대해서 벌써부터 비관적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왜냐하면 지난 1999년 DJ정부 초기, 서슬이 퍼렇던 시기에도 사회보험통합추진기획단이 구성되어 통합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되었지만 이해당사자의 반발로 유야무야로 끝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사회보험 제도는 복지부와 노동부 등 2개 부처,3개의 공단이 관련되어 있고,2만명의 인력과 2조원의 예산이 관리운영에 투입되고 있다. 당연히 이해관계가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다. 따라서 통합논의는 매우 민감하게 될 수밖에 없어 강한 부처 및 조직 장악력이 필요하지만 정권 후반기라는 시기적인 제약이 엄존한다. 우리나라는 급속한 인구고령화와 세계화로 인한 경쟁격화로 사회적 위험이 급증하고 있어 복지지출의 증가는 피할 수 없는 사정이다. 그러나 복지지출을 감내해야 할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증세를 통한 재원조달은 한계에 부딪혀 있다. 따라서 복지시스템의 효율성 제고를 통한, 예산 절감으로 복지수요의 증가에 대응하는 것이 시급한 실정이다. 특히 사회보험은 관리 인력의 절반 이상이 보험료 징수에 매달려 있기 때문에 부과징수체계의 통합만으로도 관리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보다 효과적인 개혁이 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통합징수안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사회보험료 징수업무만이 아니라 국세청의 조세징수업무와의 통합도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별도의 징수공단 없이 사회보험료 징수 자체를 국세청이 직접 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보험료가 그 성격상 조세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사회보험료 징수와 조세징수를 독립적인 것으로 전제할 필요성이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조세 징수시 사회보험료를 덧붙여 거둘 경우 통합징수공단 조직을 신설하지 않고도 보험료 징수가 가능하다. 이 경우 통합징수공단 신설에 따른 비용부담을 우려하는 시각도 일소할 수 있다. 한편, 보험료 부과징수업무가 국세청으로 위탁될 경우 현재의 사회보험공단 조직은 정보통신(IT)의 발전 등 새로운 기술환경의 발전에 부합하면서 국민의 다양한 서비스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구조로 개편되어야 한다. 현재의 사회보험 운영체계는 전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미흡하고 과거의 제한된 업무만을 처리하기에는 너무 비대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보험료 징수 등 단순 반복적인 업무는 통합 일원화를 통해 신속 간편하게 처리하고, 국민건강 및 안전관리, 고용안정 및 소득관리 등 다양한 사회적 서비스가 필요한 영역들에 대해서는 보다 밀착된 고급 서비스의 제공을 통해 수요자중심의 운영체계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 교수
  • 코끼리도 ‘자기 인식’

    인간과 영장류, 돌고래 등에게만 있는 것으로 여겨졌던 ‘자기 인식’ 능력이 코끼리에게도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미국 야생동물보존협회 연구진이 뉴욕 브롱크스 동물원의 34세 된 아시아 코끼리 ‘해피’를 대상으로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의 인식 여부를 실험한 결과 해피가 거울에 비친 상이 자신의 것임을 알아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AP통신이 31일 보도했다. 연구진은 “해피의 눈 위에 X 표시를 한 뒤 거울 앞에 세우자 코로 자신의 눈 위를 반복적으로 건드렸다.”면서 “X는 거울을 통해서만 볼 수 있게 표시된 점으로 미뤄 이는 해피가 거울에 비친 상을 자신으로 인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실험에서는 다른 두 마리의 암컷 코끼리 역시 거울을 보며 코끝으로 입 속을 휘저어 보는가 하면, 한 귀를 거울 쪽으로 잡아 당기는 동작을 하는 등 거울 속의 자기 모습을 관찰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같은 자기인식 능력이 코끼리 무리가 갖고 있는 복잡한 사회성의 기초를 형성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비보이 그것이 알고 싶다

    비보이 그것이 알고 싶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요즘 대중문화판을 점령하다시피 한 ‘비보이(B-Boy·브레이크댄스를 추는 춤꾼)’가 딱 그렇습니다. 한국 비보이계의 선두주자인 ‘익스프레션’이 결성된 1997년만 해도 일탈 청소년들의 뒷골목 문화쯤으로 철저히 무시당했던 비보이가 지금은 차세대 한류상품으로 치켜세워지며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으니까요.CF계에서 시작된 비보이 바람은 퍼포먼스 공연, 드라마, 영화, 온라인 게임 등 먹성좋은 괴물처럼 인접 장르들을 마구 집어삼키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길거리나 빈 공터를 전전해야 했던 비보이 춤꾼들은 이제 기업의 프로모션 행사에서부터 정부가 주관하는 축제의 게스트까지 오라는 곳도, 가야 할 곳도 많은 인기 스타가 됐고요. 그런데 잠깐, 여러분은 비보이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한 고난도의 현란한 기술로 수년째 세계 대회를 휩쓸고 있는 그들, 하지만 여전히 ‘배고픈’그들 세계의 빛과 그늘을 비보이 붐업의 주역 팝핀현준(27·본명 남현준)을 통해 들여다봅니다.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비보이(B-boy)라는 용어는 1960년대 말 미국 뉴욕의 한 DJ로부터 전파됐다. 파티 중간 브레이크타임(음악을 틀다가 비트만 나오는 구간을 반복적으로 들려주는 것)에 “비보이들 나와.”라고 소리치면 춤꾼들이 나와 브레이크댄스를 춘 데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여자 춤꾼은 ‘비걸(B-girl)’로 불린다.DJ,MC, 그래피티아트와 더불어 힙합문화의 4대 요소로 꼽히는 비보이는 춤 스타일과 기술에 따라 수백가지의 종류로 나뉜다. 머리를 땅에 대고 도는 헤드스핀, 풍차처럼 팔과 다리를 돌리는 윈드밀, 몸의 관절을 튕기듯 끊어주는 파핑, 허공에서 몸동작을 순간적으로 정지하는 프리즈 등 기본동작만도 수십가지이고, 여기에 춤꾼에 따라 자신만의 스타일을 섞어 새로운 춤을 만들어낸다. ■ ‘비보이 코리아’ 총안무 팝핀현준 그를 만난 곳은 대학로의 한 연습실이었다.‘난타’의 제작사 PMC프로덕션이 세계 시장을 겨냥해 야심차게 준비 중인 퍼포먼스 ‘비보이코리아’의 연습이 한창인 그곳에 그가 있었다. 힙합리듬의 비보이를 국악 장단과 결합시키는 것이 ‘비보이코리아’의 컨셉트. 언뜻 생뚱맞아 보이는 이 조합을 매끄럽게 잇는 것이 팝핀현준, 그의 임무다. 각종 CF와 드라마 ‘오버 더 레인보우’, 영화 ‘플라이 대디’등 댄서는 물론 가수, 연기자까지 팔방미인으로 활동 중인 팝핀현준은 이번 공연의 총안무를 맡았다.“평소 발라드와 국악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에 비보이를 응용하는 걸 즐겼다.”는 그는 “국악인 조통달 선생님과 여러차례 공연하면서 국악 장단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만큼 안무를 짜는 데 별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특히 비보이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 ‘오버 더 레인보우’출연 이후 주가가 한층 치솟고 있다. 하지만 지금 여기에 이르기까지 비보이 춤꾼으로 그가 걸어온 길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어릴 적, 마이클 잭슨의 브레이크댄스를 따라추며 일찌감치 춤에 소질을 보였던 팝핀현준은 고교 1년때 자퇴하고, 백댄서 오디션을 봤다. 무작정 춤이 좋았던 그는 선배 댄서들의 구타를 이를 악물고 참아가며 연습에 매달렸다. 그러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이주노에게 발탁돼 ‘영턱스클럽’의 백댄서로 참여했고, 이후 비보이 춤꾼으로 명성을 쌓았다. “지금은 좀 달라졌지만 90년대 초반엔 어땠는지 아세요. 힙합 바지만 입고 있어도 택시가 안 잡혔어요. 레게머리 때문에 파출소에 끌려간 적도 있고요. 대놓고 양아치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었지요.” 그런데, 세상이 변하긴 변했나보다. 그는 “요즘은 초등생 아이에게 춤을 가르쳐달라고 찾아오는 부모들도 많다.”며 웃었다. 기업체에 협찬을 요청하러 갔다가 문전박대당한 것이 불과 2∼3년전. 지금은 오히려 기업들이 나서서 협찬을 해주겠다며 줄을 선다. 비보이가 뜨면서 춤을 배우겠다는 사람들은 점차 늘고 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화려함 이면의 뼈를 깎는 혹독한 수련 과정에 기겁을 하고 내빼는 이들이 대다수다.“비보이들은 대개 하루 10시간 이상 연습해요. 밥먹는 시간, 잠자는 시간 빼고 하루 14시간씩 연습한 적도 있어요. 그러니 10명에 1명도 버티기 힘들지요.” 예전에 비해 격세지감이 들 정도로 대중의 인기와 명성을 얻었지만 여전히 비보이의 삶은 고단하다.“10년 전 백댄서의 방송 출연료가 5만원이었는데 지금도 똑같아요. 가수나 다른 연예인들보다 턱없이 낮은 대우지요. 비보이팀이 늘다 보니 출연료를 덤핑하는 경우도 있어서 더 힘듭니다.”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비보이들을 ‘불량 청소년’쯤으로 여기는 세간의 선입견을 바꾸는 일도 쉽지 않다. 그는 “비보이가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활용되는 것에 우려를 나타내는 시각이 있지만 대중성을 발판삼아 비보이 고유의 정신을 살린 공연들이 확산될 것”이라면서 “발레나 현대무용처럼 비보이도 무용의 주류 장르로 당당히 대접받는 날이 곧 오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힙합·국악 결합등 다양한 변화 모색 비보이 공연은 찰흙같다. 만드는 이의 손길에 따라 어떤 형태로든 자유자재로 변모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20분 안팎의 길거리 공연은 비보이,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지만 1시간이 넘는 극장 공연에서는 플러스알파가 필요하다. 비보이가 전통무용, 인형극, 국악, 코미디 등 이웃 장르와 적극적으로 전략적 제휴를 모색하는 이유다. 지난 9월 공연된 ‘더 코드’는 전통무용가 백향주와 비보이 그룹 ‘T.I.P’의 만남으로 많은 화제를 뿌렸고, 이달 중순 막내린 ‘마리오네트’는 줄인형극인 마리오네트에 브레이크댄스를 가미한 새로운 형식의 댄스극으로 관심을 모았다. 현재 제작 중인 비보이 공연물 가운데 눈길을 끄는 작품은 ‘난타’제작사 PMC프로덕션이 만드는 ‘비보이 코리아’와 ‘점프’제작사 예감의 ‘피크닉’이다.‘비보이 코리아’는 비보이 댄스에 사물놀이와 드라마를 가미한 퍼포먼스로 11월18일 정동 스타식스 전용극장에서 오프런으로 무대에 오른다. 일본 최대 엔터테인먼트사인 아뮤즈사와 탤런트 배용준이 대주주인 키이스트로부터 제작투자를 받은 ‘피크닉’은 코미디와 비보이를 결합해 전 연령대의 공감대를 노리고 있다. 내년 4월 초연 예정이다. 지금까지 무대에 오른 비보이 공연들은 가능성과 동시에 한계를 드러냈다. 현란한 춤 테크닉은 훌륭한 볼거리였지만 엉성한 구성과 아마추어적인 연기력은 온전한 문화상품으로 인정받기에 불충분했다. 한 공연 관계자는 “춤으로만 보여줄 수 있는 20분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 비보이공연의 숙제”라고 지적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CEO칼럼] 경청(敬聽)/석강 신세계 백화점부문 대표

    [CEO칼럼] 경청(敬聽)/석강 신세계 백화점부문 대표

    기업 경영에 있어서도 이와 같은 경청의 덕목이 요구된다. 고객의 소리는 물론, 직원의 소리, 협력회사의 소리를 외면하는 기업은 고집과 독단에 휩싸여 도태되기 십상이다. 최근 남녀간의 심리를 다룬 전 세계적인 밀리언 셀러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저자인 존 그레이 박사가 방한해 특강을 했다. 그는 부부간의 관계 개선을 위해 남녀의 차이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하며 특히 남편들에게 “하루 20분씩 아내 말을 들어라.”라고 강조했다. 여자의 가장 흔한 불만은 남자가 여자의 얘기를 귀담아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통신 기술의 비약적인 발달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는 더욱 많아졌지만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의식은 점점 균형을 잃어 가고 있는 것 같다. 흔히 귀가 두 개이고, 입이 한 개인 이유를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많이 들으라는 창조자의 배려라고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그 본연의 의미를 망각하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데 두 개의 귀를 사용하고 있다. 공자도 나이 60세가 되어서야 이순(耳順)이라고 했으니 잘 듣는 것이 이립(而立), 불혹(不惑), 지천명(知天命)보다 훨씬 높은 경지라는 뜻이라 할 수 있다. 영어에 ‘hear’가 단순히 듣는 행위를 의미하고,‘listen’이 귀 기울여 듣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면, 공경하는 마음으로 듣는다는 ‘경청(敬聽)’은 상대방의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함을 동반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기업 경영에 있어서도 이와 같은 경청의 덕목이 요구된다. 고객의 소리는 물론, 직원의 소리, 협력회사의 소리를 외면하는 기업은 고집과 독단에 휩싸여 도태되기 십상이다. 다양한 대화의 채널을 확보하고, 고객과 시장의 니즈를 파악하여 새로운 문화를 선도하고 가치를 창조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필자가 몸 담고 있는 회사에서도 여러 채널을 통해 고객은 물론 내부 직원 및 협력 회사의 소리를 경청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젊은 사원들의 신선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자 ‘주니어 보드(Junior board)’라는 정기 모임을 운영하고 있으며, 사내 제안 제도의 활성화를 통하여 임직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자 노력하고 있다.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등록하는 ‘고객의 소리(Voice Of Customer)’시스템은 연간 수천건의 자료가 올라오는 소중한 정보의 보고이다. 고객의 소리에는 고객이 원하는 것, 불편해 하는 것은 물론, 살아 있는 현장의 소리들이 여과 없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 자체로 훌륭한 교육자료이며 현장경영의 초석이 되는 것이다. 필자도 하루 업무의 시작을 고객의 소리와 함께 하고 있다. 고객의 소리는 기업인에게는 일기장과도 같은 존재로, 하루를 돌아보게 하고 새로운 내일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커뮤니케이션은 듣기와 말하기의 반복적인 활동이다. 외부의 소리를 경청하고, 그에 어울리는 자신의 소리를 진실하게 표현하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의 바람직한 모습이다. 이러한 이상적인 균형이 깨어질 때 커뮤니케이션의 불협화음이 발생한다. 즉, 전체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자신의 소리만을 고집할 때 대화의 균열이 생겨나는 것이다. 제대로 귀 기울이지 못한다면 개인은 집단에서 소외되고, 기업은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경청은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듣는 것인 동시에 생산적이고 발전적인 행위가 되어야 한다. 단순히 듣는 데 그치지 않고, 분석하고 반성하여 더 나은 미래를 구상하는 초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석강 신세계 백화점부문 대표
  • [19일 TV 하이라이트]

    ●글로벌 코리안(YTN 오전 10시25분) 한글과 중국어로 쓰여 있는 옌볜 시내의 상점 간판. 조선족 자치주 운영 규정에 따른 것이다. 시민이나 관광객들은 많은 한글 간판에 놀라고 읽을 수만 있고 뜻을 몰라 또다시 놀란다. 맞춤법이 틀린 한글을 사용하고 중국어를 잘못 번역해 왜곡된 경우도 많다.   ●살림의 여왕(EBS 오전 11시) 신장의 기운을 보하고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흑미의 효능 등 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본다. 전체 인구의 90%가 경험한다는 두통. 그 중에서도 가장 골칫거리는 메스꺼움과 구토까지 동반하며 반복적으로 재발하는 편두통. 편두통의 원인과 증상은 물론 생활 속 예방법과 치료법을 알아본다.   ●무적의 낙하산요원(SBS 오후 9시55분) 순진은 강이 연락도 없이 집에 들어오지 않자 걱정한다. 선은 형 걱정은 하지 않고 LK연구소로 가게 되었다고 자랑한다. 강은 출근하던 주연을 만나 자신의 휴대전화에 기록된 파일을 보내달라고 부탁한다. 한편, 정보국으로 찾아간 순진과 대치는 아들을 범죄자 취급하는 수길에게 거세게 항의한다.   ●레인보우 로망스(MBC 오후 6시50분) 기범은 마지막으로 은아를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은아를 자상하게 챙겨주는 것은 물론 멋진 이벤트까지 준비하는데…. 치킨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명훈. 그런데 치킨집 사장의 딸 박슬기라는 아이가 명훈에게 한눈에 반한다. 슬기는 명훈에게 자신에게 오면 돈과 명예를 주겠다며 유혹한다.   ●해피투게더(KBS2 오후 11시5분) 외모는 훤칠한 장군감. 그러나 하는 짓은 반 내 최고의 까불이, 박상민. 박상민에게 할 말 많고 추억 많은 초등학교 친구들이 출연하여 따뜻하고 즐거운 만남을 가진다. 여자들과는 달리 유독 남자들에게 사납게 굴었던 안선영. 개그우먼에서 연기자로 거듭난 안선영과 부산 친구들의 반가운 만남이 이루어진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KBS1 오전 10시) 잠을 잘 못 자고 일어나거나 고개를 잘못 돌렸을 때 몸을 꼼짝 못하고, 특정 부분의 근육을 건드리면 극심한 통증이 생겨 고생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같은 근육통이나 감각 이상과 관련한 것을 흔히 담이라고 표현한다. 담이 생기는 원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예방법 등에 대해 전문가와 함께 알아본다.
  • [토요영화]

    [토요영화]

    ●나비효과(MBC 밤1시20분) 한번 퍼득인 나비의 날갯짓이 태평양 건너 저 편에서는 태풍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게 나비효과다. 언뜻 황당무계한 소리 같지만 흥미진진한 얘깃거리임은 분명하다. 특히 시간여행에서는 더 그렇다. 시간여행을 다루는 SF물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불행했던 과거를 조금씩 수정했을 때 현재가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라는 소재를 반복적으로 다루는 것도 이 때문이다. 80년대 초반 첫 선을 보였던 ‘터미네이터’가 이 아이디어의 한자락을 펼쳐 보였다면, 우발적으로 저지른 살인사건을 되돌리기 위해 과거로 되돌아가지만 희생자는 점점 더 늘어난다는 역설을 다룬 ‘레트로액티브’는 본격적으로 이 문제를 다뤘다.‘나비효과’는 독립영화의 신선한 아이디어로 꼽힌 ‘레트로액티브’를 대작상업영화로 업그레이드한 격이다. 데미 무어와 나이를 뛰어넘은 닭살 연애로 유명한 애시튼 커처가 주인공 에반역을 맡아 이전까지의 청춘 코믹물 배우라는 틀을 벗어나려 한 작품. 정신병을 앓고 있는 대학생 에반은 왜 자신의 삶이 이렇게 꼬였을까 고민하다 어릴 적 첫사랑 켈리를 둘러싼 이런저런 사건들이 원인이라고 결론짓는다. 때마침 옛 일기장에서 우연히 과거로 되돌아 갈 수 있는 시간터널을 발견하게 되고, 에반은 드디어 과거를 주물러서 행복한 현재를 만드는 일에 뛰어든다. 그러나 과거를 1㎜ 바꾸면 현재는 10㎝가 바뀌어 있고, 아차 싶어 다시 과거로 뛰어들어 1㎜를 바꾸면 이번에는 현재가 1m 바뀌어 있다. 어떻게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 영화에 대한 평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스토리나 반전구도가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평이었다. 그나마 결론이 다른 감독판에 대한 평가는 후한 편이었다.2004년작,113분. ●주홍글씨(KBS2 밤12시25분) 한석규와 그를 둘러싼 엄지원·이은주·성현아 세 여자의 이야기를 다뤘다. 여자들이 숨기고 있던 사연들이 차차 밝혀지는 구조의 스릴러 영화다. 반듯한 부인 수현(엄지원)에다 서로에게 깊이 중독된 애인 가희(이은주)까지 있어서 남부러울 게 없는 강력계 형사 기훈(한석규)은 어느날 맡게 된 살인사건을 수사하다 피해자 부인 경희(성현아)에게 묘한 느낌을 갖게 된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배우 이은주의 마지막 작품인데다 부드러운 이미지의 한석규가 악역으로 나와 화제를 모았다.2004년작,118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김숙기 가족클리닉] 명절만 지나면 아내와 싸워요

    Q매년 명절 후유증으로 고민이 많은 40대 남자입니다. 올해에도 추석연휴를 고향에서 잘 보냈는데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내와 싸우고 지금까지 냉전 중입니다.5형제 중 셋째라 가사에 대해 그리 부담도 없고 자식들 걱정으로 연로하신 부모님을 기껏해야 명절 때 찾아뵙는 건데 무슨 불만이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시댁에 갔다 오기만 하면 모든 게 스트레스라고 합니다. 처가를 사정상 못 가는 적이 많은데 그래서 그런 걸까요? 아내의 후유증이 이번엔 또 얼마나 갈지 걱정됩니다. - 하명중(가명·46) - A 명절 후유증으로 크고 작은 부부싸움을 하고 우울증, 공황장애, 소화불량, 신체장애 등 명절 스트레스 증후군을 호소해 오는 분이 많습니다. 즐겁고 행복해야 할 명절이 그 이름값을 못하게 된 것이 언제부터인지 안타까울 뿐입니다. 긴 명절 연휴를 보내고 일상 속으로 돌아왔지만 냉전과 불안감에 싸여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하니 이번을 계기로 현실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셨으면 합니다. 매년 명절 때마다 자신이 태어난 고향을 찾아가는 사람과 결혼 후 부부가 돼 어쩔 수 없이 따라가야만 하는 사람의 느낌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남편의 입장에서는 어머니 품속 같은 고향의 옛 추억을 음미하면서 자신의 성장과정을 더듬어보고 교통체증이나 다소의 고통이 따르더라도 감내할 수 있지만 모든 것이 생소한 아내 입장에서는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도 어렵고 고통을 이겨내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귀경길에 위험한 차 안에서 싸울 정도로 아내의 불만이나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출발 전부터 아내와 대화를 많이 나누고 시댁생활과 가족분위기에서 아내가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남편으로서의 적절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매년 후유증으로 고생했다는 것은 아내가 시댁 또는 남편의 태도에 대한 불만이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며 아내의 스트레스가 남편에게 반복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명절 스트레스는 이제 아내뿐만 아니라 남편들의 몫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고향에 내려가 남편들이 오랜만에 가족이나 친척들과 만나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을 그 시간에 명절 음식과 차례 준비하고 밥상, 술상을 수없이 차리고 설거지를 반복하면서 아내들이 허리 한번 펴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요. 모처럼의 연휴기간이라 아내도 편하게 휴식을 취하면서 재충전하고 싶은 기대감이 있는데 얘기가 이쯤 되면 남자만의 명절일 뿐 여자에게는 노동절이니 결코 반갑지 않겠지요. 더군다나 연휴기간이 비교적 길었던 이번 명절에도 거리가 멀고 도로교통상의 이유로 처가에 가지 못한 것을 당연시했다면 아내는 서운함을 많이 느꼈을 것입니다. 다음 명절에는 양쪽 고향을 함께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매년 번갈아 찾아뵌다는 마음으로 시댁과 친정의 균형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남성 중심적인 가치관이 바뀌고 양성평등적인 가족문화를 느낄 수 있도록 변화된다면 명절 증후군이나 후유증에서 더 빨리 벗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이라도 ‘남들 하는 일 잠시 하고 온 건데 왜 그렇게 유별나게 구느냐?’고 불만을 표시하기보다 아내의 마음을 이해하고 다독여주면서 ‘많이 힘들었지?’‘다음엔 친정에 먼저 가보자.’‘정말 고마워.’라는 말을 표현해 화난 감정에서 빠져나오도록 도와주세요. 이때 아내가 시댁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표현을 하더라도 자기 느낌이고 감정표현일 뿐이니 말을 자르거나 미리 방어하지 말고 무조건 들어주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중요한 것은 남편이 아내의 속마음을 알아주고 아내가 이해받고 인정받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또 실제 아내가 편히 쉴 수 있도록 집안일을 적극적으로 분담하거나 하루 이틀 휴가를 줘서 남편이 말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 주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장> ●가족클리닉의 상담 의뢰는 인터넷 서울신문(www.seoul.co.kr)에서 받습니다.
  • 佛 세계 첫 무중력수술 도전

    프랑스의 보르도 대학병원 의료진이 오는 27일 세계 최초로 무중력 상태에서 외과 수술을 실시한다고 현지 언론이 22일 보도했다. 수술팀을 주도하는 도미니크 마르탱 박사는 한 남자의 팔뚝에서 지방질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이 특별히 준비된 에어버스 항공기가 3시간 운항하는 도중에 이뤄진다고 밝혔다. 의료진은 외과의 3명과 마취의 2명으로 구성되며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공수부대원들도 배치된다. 이 환자는 수술받기를 자원했다. 이 항공기는 기체 내부에서 반복적으로 수 초간의 무중력 상태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수술 도구들은 자석에 의해 필요한 위치에 고정된다. 이번 무중력 수술은 심장과 신장 이식 같은 수술에는 아직 적용될 수 없지만 우주 여행자들을 위한 원거리 통신 수술로 가는 선구적인 시도로 평가된다.함혜리기자 lot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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