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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10배 보복/주병철 논설위원

    보복(報復)이란 국제법상 상대국의 부당한 행위에 대하여 자국(自國)이 동일 또는 유사한 부당행위를 하는 일을 말한다. 상대국의 행위가 국제위법 행위여야 할 필요는 없고 도덕적 또는 정치적·경제적으로 부당한 행위이면 된다. 그래서 보복적 조치(Retaliation)라는 용어도 있다. 국제적인 보복 사건으로는 1885년 비스마르크가 러시아의 부당한 수입관세 정책에 맞서 자국의 국립은행에 러시아 국채를 담보로 하는 융자를 금지시킨 게 대표적이다. 미국통상법 301조에 대표되는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한 보복도 있다. 법외적인 차원에서 보복은 원한에 사무친 복수를 의미한다. 개인이나 혈연관계, 정당정치에서 곧잘 등장한다. 최근 총선을 앞두고 보복공천이란 말도, 여야 간의 정권교체를 통한 보복정치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복수를 한다는 것이다. 구약성서 출애굽기에는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발은 발로, 화상은 화상으로, 멍은 멍으로 갚아야 한다.’고 돼 있다. 함무라비법전에는 ‘남의 눈을 하나 찌르면 자기 눈도 하나 찔린다.’고 했고,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는 ‘타인을 손상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에는 그 복수를 겁낼 필요가 없을 만큼 철저하게 때려눕혀야 한다.’고 했다. 세인트헬레나의 유배지에서 거친 바다를 바라보면서 이를 갈고 눈물을 흘리며 땅을 친 나폴레옹의 복수의 외침은 저주 그 자체다. ‘어둡다. 요란하다-우렛소리/번갯불/바람은 천지를 쓸어 가려는 건가. 파도소리/수십 길 절벽을 뛰어넘어 이 집을 쓸어 가려는듯, 차라리 집까지 섬까지 삼켜 버려라.’ 춘추시대 춘추 오패 중 오왕(吳王)인 합려(闔閭)와 월왕(越王)인 구천(句踐)의 싸움도 복수의 섬뜩함을 말해주는 사례다. 합려가 월나라 침범에 실패하고 죽자 아들 부차(夫差)가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밖에 장작을 쌓아놓고 그 위에서 잠을 자며 복수심을 키웠다. 그로부터 2년 뒤 월나라를 쳐부수었는데 구천은 살려주었다. 그러자 구천이 20년간 와신상담(臥薪嘗膽)한 끝에 부차를 무찔러 그동안 당한 수모를 앙갚음했다. 김관진 국방장관이 그제 서해 연평도 해병부대를 방문해 “적 도발 시 사격량의 10배까지도 대응사격하라.”고 격려했다고 한다. 공개석상에서 ‘복수’ ‘굴복’ ‘10배 대응사격’ 등의 강한 표현을 사용한 것은 북한이 그동안 ‘불바다’ ‘천배 만배 보복’ 등의 표현을 쓴 데 대한 보복 성격도 있다. 같은 민족끼리 대화를 촉구하면서 보복을 다짐하고 있으니 참 딱한 노릇이다.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 이재오 “감정적 보복공천 말라” 경고

    이재오 “감정적 보복공천 말라” 경고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8일 “당은 감정적, 보복적 공천은 하지 말고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작업을 해주기 바란다.”면서 “낙천자들에게 납득할 수 있는 자료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공천 과정에서 진수희 의원 등 자신의 측근들이 모두 낙마한 데 대해 불만을 터뜨린 것이자, 당 지도부에 경고를 던진 셈이다. 18대 국회에서 이 의원이 국회 기자회견장에 선 것은 처음이다. 그는 이어 “시스템 공천은 계파와 친소관계에 따른 공천, 당내 반대진영 제거를 위한 공천이 아닐 것”이라면서 “‘25% 컷오프’ 조항을 공정하게 적용하고 있다면 최소한 컷오프 탈락자들에게는 조사결과를 열람시켜 주거나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직접 언급하며 “‘낙천자도 당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했는데 그들이 승복할 수 있을 때만 그 말이 성립된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국민은 당이 불공정하게 공천했다고 할 경우에 총선에서 표로 되돌려줄 것”이라며 우회적인 경고를 남겼다. 그러나 이 의원은 아직은 ‘최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공천을 반납할 가능성을 묻자 “저는 당을 사랑합니다.”라며 웃음을 지었고 친이계 일부에서 탈당 등 집단행동을 논의하는 데 대해 “당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한다면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천이 마무리되면 결과를 보고 입장을 정하겠다.”며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반발이 거세지자 권영세 사무총장은 “당사자들에게는 개별적으로 전화로 연락을 하고 있다고 이미 얘기했고 공개할 생각”이라면서 “자료라는 게 결국 교체율과 당내경쟁력, 외부경쟁력 등 100%로 구성되는데 그 부분에 대해선 다 공개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른 사람 자료를 보는 것은 문제가 있고 본인 것은 다 공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14일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대비 이렇게

    새학기가 시작된 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고등학생들은 어느새 열흘 남짓 앞으로 다가온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코앞에 두고 있다. 특히 본격적인 수험 레이스에 접어든 고3 수험생들은 지난 겨울방학 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이번 시험 준비에 여념이 없다. 첫 단추를 어떻게 꿰느냐에 따라 한해 수험생활의 성공 여부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새학기 들어 시행되는 첫 학력평가는 최근 수능의 출제 경향과 난이도를 상세히 분석해 문제에 이를 적극 반영하기 때문에 학력평가 대비가 곧 최근 수능의 문제 유형을 익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한편 학력평가 결과는 자신의 위치와 취약점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기회다. 자신의 실력을 최대로 끌어올려 학력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공부비법을 알아봤다. 시험을 치르기 전 우선 유의해야 할 것은 3월 학력평가에는 직전 해의 수능 출제경향이 충실히 반영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2012학년도 수능 기출문제를 살펴보거나 유형을 파악하는 것이 시험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언어영역은 듣기·쓰기·비문학· 문학 등 장르의 세부요소 및 지문 구성, 문항 수 배분이 직전 수능과 거의 동일하다. 이런 특징은 문학 부문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때문에 이번 시험의 문학 장르 구성은 직전 수능을 그대로 따를 것으로 보인다. 2012학년도 수능에서 문학의 지문 구성을 보면 현대시와 고전 시가를 엮은 시가 복합과 극을 선정해 이번 학력평가 문학의 지문 구성도 2012 수능과 마찬가지로 시가 복합, 극, 현대 소설, 고전 소설의 4지문이 될 확률이 높다. 또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강력하게 ‘쉬운 수능’을 예고하고 있어, 이번 학력평가는 지난해 3월의 학력평가보다 다소 쉽게 출제될 수 있다. ●전년도 수능 출제경향 충실히 반영 본격적인 언어영역 대비를 위해서는 자주 출제되는 문제 유형을 미리 익혀둬야 한다. 특히 언어영역의 경우 기본적인 문제유형의 틀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출제된다고 해도 대부분 기존에 나왔던 유형을 약간 변형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2012학년도 수능의 경우, ‘쓰기’에서 기출 문제 유형을 변형한 문제들이 많이 출제되었는데 학력평가 이전에 이들 유형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여러 번 풀어보는 것이 좋다. 또 다른 과목과 달리 언어영역은 최선답지를 정답으로 골라야 하므로 문제를 풀 때 정답처럼 보이는 오답을 찾아내는 훈련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본격적인 수능체제에 들어선 만큼 주어진 시간 내에 모든 문제를 풀어내는 연습도 중요하다. 언어영역은 80분 동안 50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듣기평가 시간인 12분을 제외하면 68분 내에 10개의 긴 지문을 읽고 45문제를 풀어야 한다. 시간 배분에 실패하면 한두 세트를 아예 못 풀 수 있으므로 시간을 정해 놓고 50문제를 푸는 훈련을 해 두어야 한다. 이 밖에 시, 소설 등 문학 지문에서 출제되는 문제에 대비해 소설의 시점과 서술 방식, 시의 여러 가지 표현법, 각 문학 장르의 특성 및 감상 방법 등 문학에 관한 기본적인 이론을 잘 익혀 두면 도움이 된다. 수리 영역의 지난 3년간 3월 학력평가 결과를 분석해 보면 평균점수가 가형은 40점대, 나형의 경우 27점대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지난 2012학년도 수능도 쉽게 출제됐었기 때문에 올 학력평가의 난이도는 이전의 3월 학력평가 시험보다 다소 쉽게 출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시험이 쉽게 출제될수록 1문항이라도 실수하면 큰 타격을 입게 되므로 실수하지 않도록 훈련이 필요하다. 또 상위권 변별을 위해 고난도·신유형 문항이 3~4개 정도 출제될 것으로 예상돼 고난도 문항에 대비하는 정확한 개념이해가 필수적이다. 지난 2011년 6월과 9월, 2012학년도 수능 수리영역 출제 경향을 분석한 결과, 기초적인 계산실력을 평가하는 문제에서부터 고난도 문항까지 다양하게 출제됐다. 지수와 로그에서는 기본적인 계산문제, 수열의 극한에서는 그래프나 도형과 연계돼 체감 난이도가 높은 문제가 출제됐다. 외국어영역은 학생들의 체감 난이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과목이다. 지난 3년간 3월 학력평가에서 외국어 영역 원점수 평균을 살펴보면 직전 해의 수능보다 낮게 나왔는데 이번 시험 역시 2012학년도 수능보다 평균이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외국어영역은 매해 변별력 강화를 위한 고난도 문제들이 출제되고 있다. 빈칸 추론·어법·어휘·주어진 문장이 들어갈 위치 찾기·무관한 문장 찾기·글의 순서 배열하기·문단 요약·장문 독해 등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고난도 문제 유형이다. 고득점을 노리는 학생들은 이 유형을 반복적으로 학습해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특히 빈칸 추론 문제는 출제 비중이 가장 높고, 고도의 사고력을 요하는 대표적인 고난도 유형이므로 시간과 노력을 충분히 할애해 학습해야 한다. 외국어영역 역시 70분 안에 50문제를 모두 풀어야하므로 시간 안배에 유의해야 한다. 문제에서 요구하는 내용을 빨리 찾아 결론을 내리는 신속한 판단력이 요구되는 만큼 이를 위해 실전처럼 정해진 시간내에 문제를 푸는 연습을 통해 실전감각을 익혀야 한다. 전체 50문제 가운데 17문제를 차지하는 듣기평가는 잠시만 게을리해도 감을 잃기 쉬워 꾸준히 듣는 연습을 해야 한다. 대본을 보지 말고 받아쓰는 연습을 꾸준히 하고, 놓친 부분은 반드시 확인해 강세와 억양을 체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성·이해력 고려해 탐구영역 과목 선택을 사회탐구·과학탐구는 가장 먼저 선택과목을 선택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사회탐구는 11개 과목 중에서 일부 과목만을 선택해 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본인의 적성과 이해력을 고려해 잘할 수 있는 과목을 집중적으로 학습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탐구는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여러 단원에서 다루는 내용을 복합해 출제하는 경향이 있어 관련있는 개념은 단원이 다르더라도 서로 연결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시사적인 소재를 활용하거나 일상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내용을 교과 개념과 연계한 문항이 일정 비율 출제되어 관련 교과 내용을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 최근 수능에서 과학탐구는 그림, 그래프, 표 등 주어진 자료를 재해석하거나 이를 변형할 수 있는지를 묻는 형태로 출제되고 있다. 따라서 교과서에 나와 있는 자료를 다른 형태로 재해석할 수 있도록 꼼꼼히 살펴두는 것이 좋다. 또 사회탐구와 마찬가지로 과학탐구에서도 심화선택Ⅰ의 경우, 과학개념을 실생활과 연관시키는 경우가 많아 교과서에 소개된 읽기 자료나 심화 자료는 물론 과학 잡지나 인터넷을 통해 평소에 관심을 갖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시사 관련 문항으로는 최근 이슈가 되는 쓰나미, 지진, 온난화 등에서 출제 가능성이 높으므로 관련 교과 내용을 점검해 둘 필요가 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선택! 역사를 갈랐다] (2) 묘청과 김부식

    [선택! 역사를 갈랐다] (2) 묘청과 김부식

    1135년(고려 인종 13년) 정월 묘청이 서경(지금의 평양)에서 반란을 일으켜 국호를 대위라고 선포했다. 또 천개라는 연호를 쓰고 ‘하늘이 보낸 충의로운 군대’라고 표방했다. 개경 정부는 김부식을 총사령관으로 삼아 토벌군을 파견해 14개월 만에 진압했다. 이 내전은 그보다 9년 전에 일어난 이자겸의 정변과 함께 고려 중기 정치 격변을 대표하고, 이후 무인정변(1170년)으로 이어지는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치는 등 의미가 적지 않다. ●흔들리는 고려사회 고려왕조는 12세기에 접어들 무렵 번영의 고조기를 지나고 있었다. 그동안 대외적으로도 평화기였다. 그렇지만 점차 사회모순이 드러나기 시작하여, 부가 편중된 가운데 가난에 몰린 농민들이 저항했다. 지배층 내에서는 문벌과 신진관료들 사이에 이해다툼이 일어나고 국정 운영방안을 놓고도 분열이 생겼다. 그 결과 이자의의 난, 이자겸의 난 등 변란사건들이 이어졌다. 더구나 그 시기에 여진족이 흥기하여 국제질서가 재편되고 있었다. 본래 여진족은 고려의 영향권 안에 있으면서 부모의 나라로 인식했다. 그러다가 세력이 강성해져서 1115년에 금을 세우고 황제를 칭했다. 금은 거란과 송을 공격하는 한편 고려에 군신관계를 강요했다. 당시 집권했던 이자겸 세력은 굴욕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사대외교가 불가피함을 들어 그 요구에 따랐다. 서경의 승려였던 묘청은 이자겸 세력을 숙청한 직후 정계에 등장했다. 실추된 왕권을 강화하려는 국왕과 측근관료, 비상한 수단을 써서라도 사회를 개혁해야 한다고 보거나 대외적 자존심을 고양하려고 하던 인물들이 묘청을 지지했다. 묘청은 왕조 중흥의 혁신적 비전을 제시했다. 풍수도참설에 따라 서경으로 천도하면 국력이 강해지고 주변국들이 복속할 것이라고 했다. 수도 이전이라는 비상한 방법을 통해 국가를 혁신하자는 주장이었다. 또 황제를 칭하고 독자적인 연호를 사용해 국격을 높이며, 금을 정벌하여 국치를 해소하자고 주장했다. 그때는 이자겸의 난 과정에서 개경의 궁궐이 소실되고 왕의 권위가 추락했으며 여진에 대한 사대로 대외적 자존심까지 손상된 상황이라서 호응을 받을 수 있었다. 더구나 풍수도참설이 국초부터 유행하면서 태조 왕건이 서경은 우리나라 지맥의 근본이고 대업을 길이 이끌어갈 땅이라고 유훈을 남겼기 때문에 설득력이 있었다. 묘청은 백두산 호국신 등을 모시는 팔성당을 설치하고 제사를 올린다든지, 비밀리에 기름떡을 대동강 물속에 가라앉혀 두고 기름이 조금씩 새어 나와 오색 빛깔로 물 위에 떠오르게 한 다음 신룡이 침을 토해 대동강에 상서로운 기운이 서렸다고 주장하면서 서경천도론을 선전하였다. 그러나 김부식 등은 묘청세력의 주장이 위험하다고 여겼다. 수도 이전은 그 추진세력에게 정치 주도권이 넘어가고 기득권 세력에게는 타격이 될 것이었다. 그런 이해관계를 배제하더라도, 김부식은 유교 관료정치와 사회윤리 구현에 애쓴 인물이었다. 그는 사회가 혼란할수록 종교에 의지한 기복적이고 비상한 정치행위보다 합리적인 유교이념에 바탕을 두어 지배질서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보았다. 대외적으로는 막강한 군사대국 금에 대적하여 모험하기보다 사대외교로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겼다. 현실적으로 볼 때 종교에 의탁한 기복적 전시성 행사는 효과가 의심스럽고 그런 식으로는 사회문제가 해결될 리 없기 때문에, 추진세력에게 부메랑이 될 수 있다. 묘청이 민심을 끌려고 조작했던 술수들이 마침내 탄로 나고 자연재해까지 자주 발생하면서 그의 주장이 설득력을 상실했다. 이는 묘청 일파가 정치적으로 실세(失勢)한다는 것을 뜻했고, 이에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서경에서 반란을 일으켰던 것이다. ●“조선 역사상 일천년래의 제일대사건” 일제강점기 민족주의 역사가 신채호는 묘청의 서경반란을 우리 역사상 의미가 가장 큰 사건이었다고 평가했다. 자주 독립이 그의 역사의식에서 최대의 화두였다. 나라를 잃은 것은 일제의 침략 때문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사대주의가 만연해 자주성을 상실한 탓이 크고 그 사대주의는 고유의 자주적 사상을 짓누른 유교문화에 기인했다고 파악했다. 그는 서경반란을 고유의 낭가사상 대 유교사상, 바꾸어 말해 자주적·진취적 사상 대 보수적·사대적 사상의 대결로 이해했다. 그리고 그 대결에서 전자가 패하고 후자가 승리했기 때문에 우리 역사가 독립적·진취적 방면으로 진전되지 못했으니, 그 내전이야말로 우리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오늘날은 시대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 평가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그런데 천하관의 관점에서는 수긍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중화문명국이나 강국에 대한 화이론적 또는 형세론적인 사대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천하관과 고려가 해동천하의 중심으로서 황제를 칭하고 독자적인 연호를 사용할 수 있다고 보는 다원적 천하관 등이 국초부터 공존해 왔다. 그런 가운데 사대외교를 하더라도 고려 국내에서는 황제국의 위상을 갖추고 팔관회의 국가의례에서 여진, 일본, 심지어 송에서 온 사람들로부터 조하를 받았다. 묘청이나 김부식의 주장이 갑자기 튀어나와 대립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다만 12세기에 여진족이 성장해 고려에 군신관계를 요구하면서 고려가 해동천하의 중심이라는 인식이 크게 위협받는 상황에서 대응방안의 차이가 내전으로까지 번진 것이다. 그리고 그때 금국정벌론이 타격 받은 뒤 몽골의 간섭으로 이어지는 동안 고려의 자존적인 천하관이 위축되고 말았다. ●정치개혁의 두 가지 길, 혁신과 보수 묘청이 일으킨 내전은 근본적으로 지배층 내의 국정인식 차이에서 연유했다. 고려 중기에 사회모순이 드러나고 국운이 쇠퇴한다는 위기의식이 고조되면서 그에 대한 대응책, 특히 정치개혁에 대한 인식 차이가 내전으로 번졌다고 보는 것이다. 이자겸 세력을 숙청한 직후 1127년(인종 5년)에 이른바 ‘유신(維新) 조서’를 발표했다. 이 조서는 정변의 후유증을 극복하고 새 출발을 다짐하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서 민생 안정, 관리 기강 확립, 관직 구조 조정 등을 개혁안으로 제시했다. 당시 정계에는 국왕 측근 세력과 김부식 세력이 있었고, 발표 직전에 국왕이 서경에 행차해 묘청을 만나고 있었다. 조서의 내용은 그 세력들이 합의한 것으로서 유교적 왕도정치에서 강조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런 수준이라고 하더라도, ‘유신’이라는 새로운 개혁정치를 표방한 것은 당시 정치권에서 위기상황이라고 공히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후 정파 간에 국정인식의 차이가 벌어져 갔다. 묘청과 정지상 등의 신진관료들은 국왕 측근 세력과 어울려 기왕의 체제로는 개혁에 한계가 있으니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황제를 칭하고 독자적인 연호를 사용하자는 주장은 국왕권을 강화한다는 의미가 있고, 금국정벌론은 부국강병책을 통해 대외적 위신을 회복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서경으로 수도를 이전하자는 주장은 풍수도참설과 전통적인 서경 중시 사상에 의탁해 혁신적 의제를 제시하고 정치의 주도권을 장악하여 위의 두 주장을 현실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 당시 윤언이처럼 칭제건원론에는 찬동하지만 서경천도와 금국정벌론에는 비판적인 인물도 있었으나, 보통 이 세 주장은 한 세트라고 여겨졌다. 그런 주장에 반대한 김부식 세력은 반개혁론자였을 뿐인가? 그는 수도 이전이나 부국강병책 등은 민생의 곤란과 사회혼란만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그런 혁신적 제도 개혁보다는 인격 수양에 바탕을 둔 도덕적 지도력의 확보가 우선이라고 보았다. 정치담당자가 소양을 갖추지 못하면 아무리 제도를 개혁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으며 오히려 백성들의 부담만 늘리고 정치가 왜곡될 뿐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변동기의 사회상황에 대응하려면 유교이념과 윤리 교육에 힘쓰고 그에 기반해서 정치·사회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운영에서 국왕의 전제력 강화나 측근 세력이 권력을 농단하는 것을 경계하고 재상 중심의 관료정치를 중시했다. 그리고 평화를 위해서라면 강대국에 사대하는 것은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보았다. ●내전의 결과 우리는 묘청과 김부식에게서 사회 변동에 대응한 위기 극복의 두 가지 방안을 볼 수 있다. 묘청은 수도 이전과 같은 비상한 조치를 통해 국왕의 전제력을 강화하고 부국강병책을 기획했다. 그렇지만 술수를 부려 이벤트성 행사를 자주 하고 서경에 궁궐을 건설하는 대규모 공사를 벌이는 바람에 백성들의 부담을 늘리고 정치적 입지가 사상적·지역적으로 좁아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런 비합리성과 함께 정권 장악에 조급한 나머지 실패하고 끝내 내전을 일으켜 고통을 안겼다. 반란 직후 묘청은 내분으로 살해되고, 이후 정부의 강경자세를 확인한 서경 지역민들이 생존을 위해 싸우는 항쟁으로 바뀌었다. 김부식은 유교적 합리주의에 충실하고 도덕적 지도력의 확보가 통치의 근간이 되어야 하며 그렇게 되면 현실상황도 개선된다는 입장이었다. 그는 내전 진압에서 중심역할을 맡았다. 그의 주도하에 정국이 안정되고 금과도 우호를 유지했다. 그러나 혁신 개혁을 저지하고 지배질서의 안정을 우선시한 나머지 실효성 있는 개혁방안 마련에 미흡했고, 그 결과 수구적으로 비추어졌다. 뒤이어 의종 때에는 보수적 개혁방안도 이어지지 못했다. 국왕 측근 세력 중심으로 기복적 종교행사와 관념적으로만 태평성대라고 선전하는 데 치중했다. 그 결과 정치적으로 파행을 빚어 결국 무인정변이 일어나고 농민, 천민의 항쟁이 폭발하는 상황을 초래하고 말았다. 채웅석 (가톨릭대 국사학과 교수) 서울신문·푸른역사 아카데미 공동기획
  • 반경 100m내 전자장비 마비·파괴 EMP탄 기술 국내 첫 개발

    반경 100m내 전자장비 마비·파괴 EMP탄 기술 국내 첫 개발

    미국·러시아 등 군사강국의 전유물이던 전자기탄(EMP탄)을 우리 군이 독자 개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26일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최근 고출력의 전자기파를 반복적으로 발생시키는 기술 개발을 완료했다. 합참의 요청이 있을 경우 EMP탄 개발 등 무기화를 추진할 것” 이라고 밝혔다. EMP탄은 폭발과 함께 강력한 전자기파를 방출해 적의 전자장비를 무력화하거나 파괴하는 무기다. 적의 지휘통제 체계, 방공망, 전산망 등이 순식간에 마비된다. 군 관계자는 “지금까지 개발된 EMP 기술은 반경 100m 이내의 전자장비를 마비시키는 ‘소프트 킬’ 수준으로 평가된다.”며 “기술을 한 단계 더 진전시키면 전자칩 등 장비를 실제 파괴하는 ‘하드 킬’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3월 당시 박창규 ADD 소장은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군에서 EMP탄 관련 기술에 대해 전력화를 요구하면 전력화할 수 있는 수준까지 될 것 같다.”고 답변했다. EMP탄은 인명 피해 없이도 지하 수십미터 깊이의 핵시설 기폭 장치나 미사일 유도장치 등 전자기기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무력화할 수 있는 최첨단 전력으로 꼽힌다. 또한 항공기 탑재가 가능하고 유도탄이나 순항미사일의 탄두에 장착할 수 있다. 우리 군은 지휘소 등 군 주요 시설에 EMP 방호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하종훈기자 artg@seoul.co.kr
  • [시론] 의도가 좋다고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다/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시론] 의도가 좋다고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다/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장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말 공무원채용시험계획을 발표했다. 그중에서 시선을 끄는 것은 9급 공무원 시험과목의 변경이다. 종전에 필수과목이었던 행정학과 행정법을 선택과목으로 변경하였다. 이에 따라 9급 일반직 시험의 필수과목은 국어, 영어, 한국사가 되고, 선택과목으로는 행정학, 행정법, 사회, 수학, 과학 중 2과목이 된다. 이와 같은 시험과목의 변경은 고졸자의 합격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한다. 현재 9급 공무원시험에서 고등학교 이하의 졸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0년은 1.6%에 불과하다. 즉, 합격자의 98.4%가 대학 재학 이상의 학력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고등학교 졸업자들의 합격률을 높이는 방안을 찾는 것이 공직사회의 다원성과 학력지상주의를 극복하는 데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를 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것처럼 행정학과 행정법을 선택과목으로 전환하면 고졸 이하 학력자들의 합격률이 높아질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행정법과 행정학을 필수로 하는 경우에 대학생이나 대졸자가 고졸자보다 유리한 것인지에 대해서 우선 의문의 여지가 있다. 만약 9급 공무원을 지망하는 학생들이 대부분 행정학이나 행정법을 교육받은 대학생 이상이라는 점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9급 공무원 응시자의 대부분은 대학에서 이들 과목을 정규과목으로 교육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고졸 이하의 졸업자들이나 다를 것이 없다. 행정학과 행정법을 선택과목으로 변경한다면 대부분 수험생들은 행정학이나 행정법 대신에 사회나 과학, 수학 중에서 2과목을 선택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고졸 이하의 학력자가 고학력자보다 유리할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대학에 진학한 수험생들은 고졸 이하보다 이들 과목에서 대부분 우수하다. 그렇다면 선택과목을 변경함으로써 고졸 이하의 학력자들이 많이 합격하도록 하려는 행정안전부의 의도는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렵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즉, 의도가 좋다고 해서 결과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결과는 현재와 별반 달라질 것이 없을 것이고 오히려 더 악화될 수도 있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공무원 시험과목은 공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필요한 지식과 능력을 검증하는 것이어야 한다. 일반공무원으로서 공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대부분 수험생들이 채택하게 될 사회나 수학, 과학이 어느 정도로 활용될 것인지 의문이 든다. 수학이나 과학 활용도가 낮은 것은 차치하고 사회과목도 공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수준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만약 9급 공무원을 단순하고 반복적인 노무자 수준으로 평생을 묶어둘 의도가 아니라면, 행정정책과 행정법규에 대한 지식은 필수적이다. 이들 지식이 없이는 간부공무원으로는 합목적적이고 합법적인 정책결정이나 처신이 어려워진다. 행정안전부의 계획대로 행정학과 행정법을 필수에서 선택으로 전환하게 되면 이는 9급 공무원의 질적 수준 저하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9급 공무원의 승진도 사실상 봉쇄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 틀림없다고 하겠다. 정부의 정책이 목적 달성에 실패한다면 처음 의도가 좋았다고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부의 의도대로 고졸 이하 학력자의 합격률을 높이는 방안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예컨대, 9급 공무원 합격자의 일정한 비율을 고졸 이하 학력자의 몫으로 할당하여 고졸 이하 학력자 간에 경쟁을 하도록 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행안부가 제안한 방안보다는 훨씬 부작용이 적고 목적 달성은 확실하다. 정부가 다른 대안을 검토해 보지도 않고 득은 없고 심각한 부작용이 예측되는 정책을 강행하려는 것은 오만하고 미련할 뿐만 아니라 용서받을 수 없는 공권력 남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이라도 행정안전부는 좋은 의도를 실현하기 위한 좋은 방안을 찾고자 학계와 시민사회의 광범한 의견을 구하는 겸손함을 보여야 한다.
  • [장태평 징검다리] 경마의 경쟁력

    [장태평 징검다리] 경마의 경쟁력

    경마하는 날 경마장엔 함성이 이어진다. 탄력이 넘치는 건강한 말들이 갈기를 휘날리며 달린다. 근육이 펄떡이는 움직임과 간발의 겨룸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경주를 하는 10여 마리의 말들이 함께 뭉쳐 질주하면서 뽀얀 먼지 구름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면 장관이다. 거기에 자기가 우승마로 지정한 말이 앞으로 차고 나온다면 감동적이다. 함성이 절로 나온다. 경마는 재미있는 레저스포츠이다. 경마가 사행산업의 일종으로 인식되어 눈총을 받지만, 다소 억울한 점이 있다. 경마가 돈을 걸어 흥미를 더하게 한 것은 사실이나, 어디까지나 ‘말의 경주’가 뿌리이고, 돈을 거는 것은 곁가지이다. 축구시합에 돈을 거는 스포츠토토가 있다고 해서 축구가 사행산업이 아니듯 말이다. 경마는 스피드를 즐기는 스포츠이다. 현대를 스피드의 시대라고 하지만, 스피드는 옛날부터 인간이 좋아해온 속성이다. 개인의 일이나 사업은 물론이고, 국가의 운명도 스피드가 결정한 경우가 많았다. 몽골이 세계를 제패한 것도 말을 활용한 속도전에 근원이 있다. 자동차·기차·비행기가 나오면서 말은 무대의 뒤쪽으로 처지게 되었지만, 스티븐 스필버그가 말한 것처럼 그래도 우리 인간의 DNA 속에는 말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잠재되어 있다. 말의 경주를 보면 시원하다. 경쾌하다. 짜릿하다. 말이 빠를수록 흥미가 증폭된다. 말의 속도가 경마의 재미와 품질을 결정한다. 그러면, 우리 말은 얼마나 빠를까? 1600m를 경주한다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른 말이라도 일반적으로 국제대회에서 우승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말들에 비해 50~60m는 떨어진다. 실력 면에서 엄청나게 뒤진다. 그래서 아직 우리 말은 국제대회에 나가기 어렵다. 그만큼 우리 경마는 수준이 낮다. 어떻게 해야 잘 뛰는 말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우선 혈통이 좋아야 한다. 경주에서 많은 우승을 하면서 능력이 입증된 말들이 대를 거듭하면서 반복적으로 선별된 결과가 혈통이다. 그래서 좋은 종마는 수백억원을 넘는다. 또한 잘 키워져야 한다. 생산기술이 축적되어 좋은 자동차를 만드는 것과 같이 말 생산기반도 내공이 있어야 한다. 또 좋은 조련사들에 의해 잘 훈련되어야 하고 이들이 정성을 다해 연구해야 한다. 매일매일 잘 보살펴서 건강하고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근로자들도 있어야 한다. 말을 잘 부리는 우수한 기수도 있어야 한다. 그리고 관련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 일례로 경주에서 우승하면 서울경마장은 전체 상금의 54%를 받고, 부산경남경마장은 57%를 받는다. 부산경남이 보다 경쟁적이다. 우승 상금을 높여야 당연히 경기가 치열해진다. 수입되는 말의 가격을 제한하여 좋은 말의 수입을 막고 있는데, 이것도 자율화해서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 말을 보살펴 주는 근로자도 협회에 소속되어 월급을 받는 방식이 있는가 하면, 개별 조련사들에 고용되어 자기가 맡고 있는 말의 성적에 따라 수입이 좌우되는 방식도 있다. 후자의 근로자들은 좋은 말을 만들기 위해 한 번이라도 손길을 더 주고, 약재를 섞어 좋은 사료를 먹이려고 애를 쓰며, 퇴근시간도 넘기기 일쑤이다. 당연히 후자 방식의 말이 잘 달린다. 여기에도 어김없이 경쟁의 원리가 적용된다. 경쟁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된다. 경쟁은 싸우는 개념이 아니다. 강자와 약자의 편 가르기가 아니다. 경쟁은 좋은 성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정성과 노력을 더 하는 개념이다. 정성과 노력을 더한 사람은 그만큼 대접을 더 받아야 한다. 물론 경쟁에서 뒤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그들을 도우려면 별도의 지원정책을 써야 한다. 시장에서는 기본적으로 경쟁이 유지되어야 한다. 좋은 상품과 서비스가 더 대접받도록 해야 산업이 발전하고 나라가 발전한다. 경쟁을 없애서 평균적으로 만들어서는 발전이 없다. 우승을 위해 말도, 말의 생산자도, 기수도, 말을 돌보는 근로자들도 땀을 흘리고 경쟁해야 한다. 경쟁이 치열해야 경마도 재미있고 국제화가 될 것이다.
  • ‘1분戰’…취업난에 대학 인기강의 선점 클릭경쟁

    대학마다 수강신청 열기가 뜨겁다. ‘1분간의 전쟁’이라고 불릴 정도다. 온라인상에서는 특정 교과의 수강신청이 불과 1분도 안 돼 마감되는 사례가 적잖기 때문이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취업 속에 학점 인플레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유리한 수업을 선점하려는 학생들이 치열하게 수강신청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 “등록금 수백만원 내는데…” 특히 복수전공이 많은 경영학과 등 일부 학과의 인기 강의는 제한 인원의 4~5배나 되는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 수강신청 접수 후 불과 3초 만에 ‘정원에 도달했습니다.’라는 안내 메시지가 뜨는 사례도 있다. 이화여대 경영학과 4학년 최모(24)씨는 “졸업에 필요한 경영통계 과목이 수강신청 1분 만에 모두 마감돼 난감했는데 매크로(반복적으로 마우스를 작동해 수강신청을 해주는 프로그램)를 이용해 겨우 신청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공과목 수강신청에 실패한 서강대 경영학과 3학년 이모(25)씨는 “수백만원이나 등록금을 내고도 듣고 싶은 강의를 못 듣는 게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전공이나 취향에 따라 ‘듣고 싶은 수업을 들을 수 있는’ 대학 생활을 꿈꿔 온 신입생들은 처음 겪는 수강신청전쟁이 더욱 당혹스럽다. 서울의 한 사립대 입학을 앞둔 최현우(20)씨는 “입학 전 오리엔테이션에서 만난 선배들로부터 수강신청이 어렵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면서 “2학년 전공선택이 학점순으로 결정될 수 있기 때문에 신입생들 사이에서 학점을 잘 주는 전공기초 과목을 들으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전했다. ●대학들 “서버 과부하 막기” 안간힘 수강신청 때마다 반복되는 서버 과부하 등의 문제 때문에 대학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대는 올해부터 수강신청 때 반드시 보안문자를 입력하도록 절차를 강화했다. 한양대는 동일한 수업을 50회 연속 클릭할 경우 수강신청 프로그램이 일시 정지되도록 조치했다. 건국대는 올 1학기부터 번호표 대기제를 도입, 수강을 원하는 과목의 정원이 찼을 경우 순서대로 번호표를 배부해 수강생이 빠져나갈 때마다 문자메시지로 통보해 주기로 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洪 “거취 당 일임”… 與중진 용퇴 물꼬틀까

    洪 “거취 당 일임”… 與중진 용퇴 물꼬틀까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4·11 총선에서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한 지 하루 만인 8일 홍준표 전 대표도 같은 길을 선택했다. 인적 쇄신의 칼날이 친박(친박근혜)계 중진 의원은 물론 친이(친이명박)계 핵심 의원까지 압박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반응은 아직 뜨뜻미지근하다. 홍 전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의 쇄신 노력에 부응하기 위해 공천 신청을 하지 않겠다.”면서 “총선 불출마를 포함한 모든 거취의 결정을 당에 일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당에서 현 지역구(서울 동대문을)가 아닌 다른 곳을 맡기면 응하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용퇴론에 대한 승부수로 해석된다. 전직 대표로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만큼 ‘기득권 포기’에 부응하는 동시에 역으로 당 지도부에 자신에 대한 재평가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실세 용퇴론’의 진원지인 이상돈 비대위원은 이날 또다시 이재오 의원을 비롯한 친이계 인사들의 총선 출마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 위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4대강 전도사인 이재오 의원과 (서울시 무상급식에 반대했던) 나경원 전 의원이 출마하는 건 총선 국면을 위해서 좋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구체제를 상징하는 분들이 또 총선에 나가면 국민이 볼 때 과연 이게 바뀐 정당이냐 하는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면서 “새로운 흐름에 현저하게 배치되는 분들은 물러나야 한다는 공감대가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에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친이계 의원들의 용퇴를 거듭 촉구한 것이다. 쇄신파 김성태 의원도 “박 위원장의 자기희생적 모습에 당내 구성원들의 공감대가 더 형성될 필요가 있다.”면서 “영남 중진 의원들도 결단을 내려야 고삐가 당겨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진 의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대부분 공천을 신청할 계획이다. 친이계 핵심인 정몽준(6선)·안상수(4선) 전 대표 측은 공천 신청 계획을 재확인했으며 이재오(4선) 의원도 공천 신청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비대위 등에서 반복적으로 용퇴론이 제기되면서 친이계 내부에서는 “박 위원장과 측근들이 치고 빠지는 식으로 서로 짜고 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친박계 영남권 중진 의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허태열(3선) 의원도 “제일 중요한 건 당선 가능성이다. 나이나 선수만 보고 잘라서는 안 된다.”면서 “수준 낮은 짓”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허 의원은 9일쯤 공천 신청을 할 계획이다. 홍사덕(6선) 의원은 “(박 위원장이) 대선 때까지 몇 번은 고비가 있을 텐데 그때 중심을 잡아 줄 사람은 역시 다선 중진들”이라면서 공천 신청 대열에 합류했다. 박종근(4선)·이경재(4선) 의원 등도 “공천 신청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박 위원장에게 몰리고 있다. ‘자발적 용퇴’의 시한인 공천신청 마감일이 다가오는 만큼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인적 쇄신 의지를 거듭 천명하는 것으로 중진들에게 최후통첩을 보내거나 직간접 대화를 통해 당사자들에게 용퇴를 설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 위원장은 이날 당 상임고문단과 점심을 함께 하며 “(4월 총선) 공천을 아주 공정하게 해서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세훈·허백윤기자 shjang@seoul.co.kr
  • [Weekly Health Issue] 심근경색 치료제 등 3종 출시

    줄기세포 치료제의 개발 현황과 전망은 모든 난치성 질환자들에게 ‘포기할 수 없는 희망’이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청이 허가한 치료제는 3종. 지난 1월에는 그동안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 온 첨단 바이오신약의 신속 제품화 지원 정책에 따라 동종 제대혈 유래 연골재생 줄기세포 치료제 ‘카티스템’과 자가지방 유래 크론성 누공 치료제 ‘큐피스템’이 허가를 받았으며, 앞서 지난해에는 급성 심근경색 치료제 ‘하티셀그램-AMI’가 허가를 취득했었다. 퇴행성 또는 반복적 외상으로 인한 골관절염 환자의 무릎 연골 손상 치료제로 허가된 메디포스트의 ‘카티스템’은 동종 줄기세포 치료제로는 세계에서 처음 품목 허가를 얻었으며, 인공관절 치환술 이전의 퇴행성 관절염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크론병에 따른 누공 치료제인 안트로젠의 ‘큐피스템’ 역시 세계 첫 지방 줄기세포 치료제로, 아직 대체 치료제가 없는 희귀 질환인 크론병 환자에게 희망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곧 상용화가 될 것으로 보이는 치료제로는 메디포스트의 조혈모세포 이식 보조 치료제, 파미셀의 급성 뇌경색 치료제와 만성 척수 손상 치료제, 안트로젠의 복잡성 치루 치료제 등이 꼽힌다. 이들 치료제는 현재 임상 2∼3상 단계에 와 있다. 또 임상 1상 단계의 치료제로는 알앤엘생명과학의 자가지방 유래 버거병 치료제와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 호미오세라피의 동종 골수 유래 이식편대숙주질환 치료제, 코아스템의 자가골수 유래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치료제, 제대혈 줄기세포 응용 사업단의 하지허혈증 치료제 등을 꼽을 수 있다. 메디포스트 대표 양윤선 박사는 “현재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치료제는 빠르면 1년, 늦어도 3년 안에 제품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아직 이 단계에는 이르지 않았지만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친다면 향후 3∼7년 내에 상용화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기타 치료제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교사들 왕따·일진 역할극 해보니… “학교폭력 처벌보다 치유가 대안이죠”

    교사들 왕따·일진 역할극 해보니… “학교폭력 처벌보다 치유가 대안이죠”

    “쟤를 친구로 생각하지 않아요. 짱이랍시고 우리를 때리고 욕했던 것 사과도 안 했어요.” “잘 모르겠어요. 정말 친구라고 생각해서 장난친 거예요.” 31일 오전 10시 서울 관악구 청룡동 좋은교사운동 세미나실. 한바탕 역할극이 펼쳐졌다. 일진의 역할을 맡은 것도 왕따의 역할을 맡은 것도 모두 교사들이다. 개학을 코앞에 둔 교사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도통 말이 통하지 않는 학교폭력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간에 교사가 소통의 방법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실험방식은 ‘회복적 서클’(Restorative circle). 회복적 서클은 1990년대 중반 브라질 빈민가에서 시작된 대화 모델로, 갈등을 겪고 있는 이들이 서로 마주 보고 상처와 고통을 이야기함으로써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이다.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는 학교폭력 등의 문제가 있을 때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 깨진 관계를 회복하고,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널리 이용된다. 이를 학교폭력에 적용하면 가해·피해학생의 ‘치유’에 초점을 두게 된다. 마주 보고 대화하게 함으로써 가해학생은 피해학생의 상처를 이해하게 하고, 관계의 회복을 이뤄내도록 한다는 것이 좋은교사운동 측의 설명이다. 지난 30일부터 이틀간 열린 ‘회복적 서클 실무 진행자 워크숍’에는 전국에서 교사 26명이 참가했다. “그냥 학교에 안 나오거나 아는 척하지 말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피해학생 역을 맡은 한 교사가 단호한 표정으로 말하자 ‘짱’ 역할을 맡은 다른 교사가 한숨을 쉰다. “친구들이랑 잘 지내고 싶은데…. 저보고 왕따로 살라는 것 같아요.” 1시간 정도 이어진 대화. 학생들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작은 공통분모를 찾아낸다. 교사가 끼어든다. “소통이 전혀 안될 것 같지만 대화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을 거예요. 생각할 시간을 갖고 충분히 소통을 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라며 역할극을 마무리 지었다. 권순홍 시흥 연성중학교 교사는 “완벽한 정답은 아니겠지만, 교사들이 스스로 대안을 찾아가는 시간을 가졌다는 데서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정병오 좋은교사운동 대표는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상처만 남길 뿐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서 “학생들이 대화를 통해 마음을 치유하는 것이 학교폭력의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靑·赤·黃·白·黑…민족의 색채 ‘오방색’을 찾아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靑·赤·黃·白·黑…민족의 색채 ‘오방색’을 찾아

    지난 23일 임진년 새해 설맞이 공연이 한창인 국립국악원 예악당. 호탕한 모습의 가면을 쓴 무동(舞童)들이 오방색(五方色)의 옷을 입고 장단에 맞춰 한바탕 춤사위를 펼친다. 소매에 매달린 흰색 한삼 자락이 느린 음률을 타고 천천히 공중에 치솟았다 땅으로 떨어진다. 춤꾼들의 절제되고 수려한 몸놀림엔 힘이 넘친다. 벽사진경(?邪進慶). 새해 벽두에 액을 물리치고 희망을 기원하는 처용무(處容舞)다. 국립국악원 강여주 학예사는 “다섯 처용이 입고 있는 오방색의 옷은 오방과 오행, 사계절의 상생과 조화를 상징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전통 오방색은 음양오행에 기반을 둔 민족적인 색채 의식을 기반으로 한다. 국립민속박물관 장장식 학예연구관은 “청, 적, 황, 백, 흑의 오방정색이 각각 동, 남, 중앙, 서, 북쪽을 가리키며 정색 사이사이 중간 방위에 오방간색이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선조들은 이와 같은 정색과 간색의 10가지 기본색을 음양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해 우주의 질서를 유지하고 화평을 얻고자 했다. 우리의 의식주 생활 전반에 걸쳐 다양한 음양의 원리가 오방색과 함께 젖어 있는 것이다. 단청은 이러한 오방색을 건축에 사용한 대표적인 예다. 다채로운 색조의 대비로 화려한 색깔을 사용했고, 흰색과 검은색을 잘 수용해 격조 있는 색채 감각을 표현하고 있다. 남산 팔각정의 단청을 카메라에 담고 있던 관광객 크리스틴(23·캐나다)은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무늬에서 한국만의 독특한 미적 감각을 느낄 수 있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예로부터 새해가 되면 오방색이 조화를 이룬 음식을 만들어 한 해의 안녕과 소망을 빌었다. 오방색은 눈으로 즐기고, 맛을 돋보이게 할 뿐만 아니라 건강을 지키는 열쇠였다. ●단청·신선로·비디오아트 등 곳곳에 오방색 담겨 국립민속박물관 안정윤 학예사는 “전통적으로 맛에서는 맵고 달고 시고 짜고 쓴 오미(五味)를, 색상에서는 오색을 조화시키려 한 예가 많다.”며 “특히 신선로와 같은 궁중음식에서 전형적인 오방색의 이미지가 드러난다.”고 말했다. 색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통해 돌이나 동지, 설 같은 날에 잡귀를 물리치고 무병장수를 기원하기도 했다. 팥죽의 붉은색으로 귀신을 쫓고 아기를 낳거나 제를 지낼 때 붉은 고추를 끼워 금줄을 치는 것도 모두 양의 색으로 잡귀를 물리치려는 방편이었던 것이다. 최근 들어 동양의 오행 철학에 한의학의 치료 원리가 더해진 일명 ‘음양오행 테라피’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한때 수지침이 선풍적인 인기를 받으면서 손이 우리 몸의 축소판으로 알려졌다. 손의 경락에 침을 놓는 대신 ‘색’을 칠해 아픈 부위를 낫게 한다는 ‘수지색채요법’은 대체의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높다. 우리 전통의 채색에 현대미술의 감각을 더하면 어떤 느낌일까. 국립현대미술관 이수연 학예연구사는 “백남준의 대표적인 비디오 조각인 ‘다다익선’은 천여 개의 TV 화면을 캔버스처럼 이용해 오방색의 한국적 미감을 표현한 새로운 시도였다.”며 “작가는 이를 서로 다른 재료가 각각의 맛을 잃지 않으면서도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비빔밥’에 비유했다.”고 말했다. ●손에 침 대신 色을 입혀라… ‘수지색채치료’에 활용 이처럼 오방색은 음양오행 사상이 전래된 이래 오늘날까지 우리 의식 속에 뿌리 깊게 잠재해 있어 일상생활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오방색에는 단순한 빛깔로서의 색뿐만 아니라 방위와 계절, 더 나아가 종교적이며 우주관적인 철학이 담겨 있다.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복을 바라는 마음으로 오행에 따라서 용도와 신분에 맞게 색을 사용한 선조들의 가치관과 지혜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것이다. 일주일 후(2월 4일)면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立春)이다. 오방색이 든 오신채(五辛菜)는 다섯 가지 매운 맛이 나는 모둠 나물로 입춘 날의 시절음식이다. 겨우내 추위에 입맛을 잃어 고생하던 시절 시고 매운 생채나물 요리는 새봄에 미각을 자극했을 것이다. 이번 입춘엔 선조들이 물려준 오방색의 지혜를 되새기며 봄나물을 준비해 보면 어떨까. 글 사진 jongwon@seoul.co.kr
  • 단체장 ‘수상한 행보’

    단체장 ‘수상한 행보’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부적절한 처신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총선에 출마할 특정 후보를 간접적으로 지지하거나 근무시간에 자신과 가까운 출마 예상자가 주최하는 행사에 참석하는 등 단체장으로서 적절치 못한 행동을 하고 있다. 전남 영암군 선거관리위원회는 최근 민주통합당 소속인 김일태 영암군수에게 선거 중립을 지켜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지난달 28일 열린 황주홍 전 강진군수의 출판기념회에서 김 군수가 한 행동과 발언이 문제가 됐다. ●특정후보 반복 지지·동행땐 선거법 위반 이날 김 군수는 김옥두 전 의원의 축사 도중 단상에 올라가 김 전 의원, 황 전 군수, 이명흥 장흥군수와 손을 잡고 “우리가 하나가 됐습니다. 여러분도 하나가 돼 주세요.”라며 황 전 군수를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황 전 군수는 조만간 민주통합당에 입당해 총선에 출마할 예정이다. 충북 음성군 선거관리위원회는 이필용 음성군수가 같은 당 소속인 한나라당 경대수 예비후보의 선거를 돕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사실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 지역 현역 의원인 민주당 정범구 의원 측과 경 후보와 공천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나라당 김영호 예비후보는 이 군수가 각종 행사나 모임에 경 후보를 참석시켜 지인들에게 소개하고 읍·면 방문 시 자주 동행하는 등 사실상 선거운동을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관위 “과도한 규제” vs 시민연대 “엄격 규제를” 선거법상 단체장이 특정인을 지지, 또는 치적을 홍보하거나 특정인의 인지도 향상을 위해 반복적으로 행사장에 동행하면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 이 군수는 “선거 중립을 훼손하는 일은 절대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지난 10일 옥천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이재한 남부3군(보은·옥천·영동) 당협위원장 출판기념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열린 도의회 본회의 중간에 자리를 떠서 적절치 못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 지사는 앞서 민주통합당 노영민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하기 위해 도의회 정례회 도중 본회의장을 빠져나온 적도 있다. 선관위는 별 문제가 없다는 안이한 인식을 하고 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총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인 만큼 단체장들이 행동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단체장의 출판기념회 행사 참석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는 과도한 규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충북 참여자치 시민연대 송재봉 사무처장은 “직무 시간에 정치적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주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SNS 악용 ‘사이버 따돌림’ 처벌법 추진

    스마트폰 메신저인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악용하는 학교 내 ‘사이버 따돌림’을 방지하기 위한 법안 도입이 추진된다. 민주통합당 전병헌 의원은 17일 사이버상에서 행해지는 따돌림 행위를 학교 폭력으로 규정하고 엄격히 처벌하는 내용의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는 인터넷·휴대전화 등 정보통신기기를 이용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심리적 공격을 가하거나 특정 학생에 대한 개인 정보나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를 ‘사이버 따돌림’으로 정의하고 신종 학교폭력(사이버 불링·cyber bulling)으로 명확히 규정해 강력히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과거와 달리 휴대용 인터넷기기 등을 이용해 이메일, 휴대전화로 24시간 피해 학생을 협박하거나 성매매 사이트 등 불법·음란성 인터넷 게시판에 신상정보를 노출해 ‘퍼나르기’로 확산시키는 등 교내 폭력이 사이버상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신속성과 익명성을 무기로 욕설·비방 등 언어폭력을 행사하고 동영상·합성 사진 등으로 인한 시각적 충격 피해가 심각했지만 마땅한 제재 규정이 없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 학생 5명 가운데 한 명꼴로 사이버 폭력을 경험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개정안에는 이와 함께 학교 이미지 실추 등을 이유로 해당 학교의 교장, 교사가 학교 폭력을 은폐·축소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매년 2회 이상 교육감에게 실태를 보고하는 등 교육감과 교장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앞서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도 지난해 11월 교사들의 학교 폭력 방치를 막기 위해 인지하고 신고하지 않는 교사 등을 징계하는 내용의 학교폭력예방·대책법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Weekly Health Issue] 인터넷 중독

    [Weekly Health Issue] 인터넷 중독

    인터넷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인터넷은 더 이상 편의의 세계가 아니다. 선택사항의 단계를 지나 광범위하고 구체적으로 현대인의 삶과 결속한다. 모든 세상의 변화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 세계는 넓고 흥미롭다. 그래서 ‘정보의 바다’라고 한다. 그러나 인터넷이 준 ‘편리’의 대가 역시 심각하다. 바로 ‘인터넷 중독’이다. 상상을 뛰어넘는 첨단 정보전달 체계가 낳은 치명적인 독성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인터넷 중독에 대해 서울시 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최정석(서울대의대) 교수로부터 듣는다. ●먼저, 인터넷 중독이란 어떤 상태를 말하는가. 인터넷이 생활을 지배하는 세상이 됐다. 인터넷 자체는 틀림없는 문명의 이기다. 그러나 인터넷 사용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사회생활이나 학업·직장생활에 지장이 생긴다면 중독을 의심해 봐야 한다. 이런 상태에서는 인터넷에 접속해야 마음이 편하고, 인터넷을 못 하는 상황이면 불안해지며, 그러는 사이에 인터넷 사용 시간이 길어져 학생의 경우 학업에, 직장인은 일에 집중을 못하며, 심하면 감정조절이 잘 안 돼 과격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인터넷 중독 등 습관의 중독이 약물중독과는 어떻게 다른가. 보통 중독이라고 하면 알코올이나 마약 같은 물질 중독을 떠올린다. 알코올중독의 경우 음주량이 점점 늘어나는 내성 증상이 생기며, 이 단계에서 술을 안 마시면 손이 떨리고, 식은 땀이 나며, 안절부절못하는 등의 금단증상이 나타난다. 인터넷이나 도박중독처럼 특정 행동에 집착해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를 행위중독이라고 한다. 이런 행동은 일상적인 행위여서 “좀 더 한다고 문제가 될까.”라고 여기기 쉬운데, 내성과 금단 등의 중독 현상이 나타나면 인터넷 중독도 약물중독과 다를 바 없게 된다. ●중독에 빠지는 원인은 무엇인가. 중독은 개인적인 특성, 환경적·생물학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해 발생한다. 즉, 개인의 성격이나 스트레스 강도, 우울증·불안증 같은 정신과적 문제, 그리고 뇌기능 장애 등과 관련이 있다. 인터넷 중독 환자의 뇌 기능을 측정해 보면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과 관련된 뇌 영역의 기능에 이상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뇌의 쾌락중추 영역에 이상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의지만으로는 극복이 어려운 것이다. 게다가 이런 뇌 영역은 물질중독에서도 관찰돼 인터넷 중독과 약물중독의 원인에 유사성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의 중독 추이를 짚어 달라. 인터넷 중독 문제는 세계적 관심사지만 특히 우리나라는 인터넷 인프라가 발달해 더욱 심각하다. 매년 전국 단위로 실시하는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고교생들의 인터넷 중독은 점차 감소하는 양상이나 초등학생은 더 늘고 있다. 대학생과 젊은 성인들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최근 들어 스마트폰이 일반화되면서 스마트폰 중독이 인터넷 중독의 또 다른 유형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중독 증상을 단계별로 상세히 짚어 달라. 처음에는 재미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다 점차 인터넷에 깊이 빠져든다. 인터넷에 흥미를 느껴 몰입하고, 서핑을 하면서 스트레스나 고민을 잊는 경험을 하게 되며, 이런 경험이 반복돼 중독으로 이어진다. 이어 중독이 중반기에 접어들면 실생활보다 사이버 생활이 더 편하게 느껴져 평소에도 인터넷 활동을 갈망하게 되며, 인터넷을 접속하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등 금단증상이 심화되면서 대인관계가 위축되고, 가족 간에도 마찰이 잦아진다. 중독 후반기가 되면 각종 부작용이 두드러진다. 충동조절이 잘 안 되고, 판단력이 흐려져 과격하거나 돌발적인 행동을 하는 등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도 성격이 변한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당연히 경제적 어려움이 따라 인터넷 사용에 따른 비용이 늘어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돈을 자주 빌리거나 대출을 받는가 하면 불법적인 방법으로 돈을 마련하려고 궁리하기도 한다. 이 단계에서는 우울증이나 충동조절장애와 같은 정신과적인 문제도 함께 나타난다. ●인터넷 중독은 어떻게 진단하는가. 정신과 분야에서 아직까지 인터넷 중독에 대한 진단기준을 정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곧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금은 물질중독이나 도박중독 등 진단기준을 차용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인터넷 사용 시간이 점차 늘어나는 내성증상, 인터넷을 못할 때 보이는 금단증상, 대인관계나 학업·사회생활 유지에 지장을 주는 증상들이 나타나면 중독으로 진단한다.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는가. 중독의 원인이 여러 요인들의 상호작용이기 때문에 치료도 다양한 방식의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심리검사와 면담을 통해 우울증·불안증 등 정신과적 문제를 찾아 해결해야 하며, 약물치료로 뇌 기능의 이상을 교정한다. 여기에 인지행동치료와 바이오피드백 훈련을 병행하면 치료 효과를 더 높일 수 있다. 치료 과정에서는 환자 가족의 고통도 함께 다뤄야 한다. 한번 중독 상태에 빠지면 스스로 극복하기가 어려우므로 가족 등 주변 사람들의 세심한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며, 필요하면 가족들도 함께 치료를 받아야 한다. ●기존 치료의 임상적 유효성과 한계도 짚어 달라. 하지만 치료 유지가 쉽지 않다. 환자 스스로 중독을 인식하기 어려워 치료에 순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고 치료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다. 아직 효과가 검증된 약물은 없지만 인터넷 중독 역시 물질중독이나 도박중독 등과 유사한 발병 기전을 갖기 때문에 이들 질환에 사용하는 항갈망제가 도움이 되며, 공존 질환으로 나타나는 우울증·불안증·충동조절장애에 대한 치료도 병행한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암기 위주 수학교육 올해부터 확 바뀐다

    암기 위주 수학교육 올해부터 확 바뀐다

    공식 암기와 반복적인 문제풀이 위주로 진행돼 온 초·중·고교의 수학교육이 전면 개편된다. 수학은 ‘공식을 외워 문제를 푸는 과목’이라는 인식을 깨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수학교과서는 원리를 실생활과 연계해 이야기처럼 풀어내는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쉽고 재미있게 새로 제작된다. 수학을 못하는 학생을 위해 전·현직 교사와 교수들로 구성된 수학클리닉도 개설된다. 수학시간에 계산기나 컴퓨터를 활용하는 연구시범학교도 운영된다. 특히 교육과정에서 선행학습형 시험을 출제하는 등 입시위주의 수학교육을 하는 학교에 대해 제재가 이뤄진다. 교육과학기술부는 10일 수학의 흥미를 높이고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을 마련했다. 해방 이후 처음 있는 수학교육 혁신이다.초등학교는 오는 3월 새학기부터, 중·고교는 내년부터 본격 적용된다. 정부는 민간출판사가 참고할 수 있는 모델 교과서를 올해 안에 개발하기로 했다. 우선 수학과 사회·음악·미술 등 다른 과목과의 통합교수학습이 시도된다. 미술 작품 속에 숨어 있는 수학적 요소를 깨닫게 하거나 선거구 획정에 쓰이는 수학적 기법 등이 대표적인 예다. 또 초등학교의 일부 단원에 스토리텔링 기법을 쓰고, 중·고교에는 스토리텔링 모델 교과서를 제작해 보급하기로 했다. 암호 제작 과정에 사용되는 수학적 원리나 우리 조상들의 수학적 사고방식 등을 이야기로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하는 학습법이다. 게다가 계산능력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풍토를 없애기 위해 중·고교의 수학 시간이나 과제 수행 때 계산기나 컴퓨터 등 공학도구를 사용하는 연구시범학교도 지정할 계획이다. 교과부는 시·도 교육청과 공동으로 수학 교육과정 운영 실태를 연 2회 일제 점검, 중간·기말고사 시험지를 제출받아 교육과정에 맞게 출제했는지와 선행학습 유발 요인은 없는지 등을 살피기로 했다. 교과부 측은 “진도보다 앞선 과정을 출제, 사교육을 부추기는 학교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제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어디선가 본 듯한 작품들 점·선·면으로 향수 부르다

    어디선가 본 듯한 작품들 점·선·면으로 향수 부르다

    “뉴욕에 계실 때였어요. 편지를 보내셨는데, 그 내용이 참…. ‘낮엔 햇볕이 아까워 그림을 그리고, 밤엔 전깃불이 아까워 그림을 그린다’고 하시더군요. 하루에 16~18시간 정도 그림만 그리셨던 거 같아요.” 딸 금자(75)씨에게 김환기(1913~1974)는 대가 이전에 아버지다. 남들은 모두 3000여 점의 작품을 그렸고 구상과 추상을 한데 아울렀으니 ‘한국의 피카소’라고 부른다지만, 낮이나 밤이나 그림만 그리는 아버지가 안쓰러웠다. ●구상·추상 넘나드는 한국의 피카소 더구나 후기 추상에 접어들면 본격적으로 점으로만 작업한 작품들이 줄을 잇는다. 남들은 아버지 작품에 등장하는 무수한 점이 뿜는 색깔과 기기묘묘한 배치를 보고 예쁘다, 좋다 했지만 딸 머릿속엔 ‘저 많은 걸 다 그리려면 얼마나 힘들었을까.’라는 생각뿐이었다. “이번에 전시한다고 해서 다시 작품들을 보니 참 행복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저거 그리느라 그렇게 돌아가셨나 싶고 그래요.” 김환기의 작품 세계를 더듬어 보는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 김환기’ 회고전이 6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 본관과 신관에서 열렸다. 2010년 박수근, 2011년 장욱진에 이어 갤러리현대가 기획한 ‘한국근현대미술의 거장전’ 세 번째다. 5월쯤엔 유영국(1916~2002)을 조명한다. 이번에는 모두 60여 점의 작품이 걸렸다. 박명자 갤러리현대 회장은 “700여 점의 유화들 가운데 대표작으로 꼽을 수 있는 70여점을 추려냈고, 그 가운데 60여 점을 전시했다.”면서 “작가의 일생에 걸친 작품 경향과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앞으로도 다시 보기 어려운 전시라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전시작 가운데 유족이나 화랑 소유 작품은 없다. 1년여의 준비과정을 거치면서 소장자들에게 일일이 연락하고 부탁해 받아온 작품들이다. 박 회장은 “다행히도 1984년 국립현대미술관과 10주기 기념전시를 공동으로 열면서 소장자들을 파악해 뒀는데, 그게 참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공개되는 작품도 있다. ‘메아리’(1964년작), ‘귀로’(1950년대), ‘항아리와 꽃 가지’(1957), ‘무제’(1964~65) 등 4개다. ●우리 정서 반복적 구현으로 시선 끌어 전시는 크게 본관과 신관으로 나뉘어 있다. 본관은 한국과 프랑스에서 활동했던 1963년까지의 작품들이다. 한국전쟁의 참혹함이 끼여 있었던 시기였던 만큼 헐벗고 가난했던 시절들에 대한 구상화들이다. 자그마하면서도 어두운 느낌이 드리워져 있다. 신관에는 흔히 ‘뉴욕시대’라 불리는 본격 추상화 작업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점, 선, 면으로 이뤄져 단순하면서도 울림이 큰 대작들이다. 워낙 유명한 현대미술의 대가였던 만큼 문외한의 눈에도 어디선가 본 듯 익숙한 작품들이 많다. 그런데 구상에서 추상으로 넘어가고, 서울과 파리와 뉴욕을 오갔다지만 작품 경향이 단박에 알아챌 정도로 크게 변화했다고 느끼긴 어렵다. 오히려 오밀조밀한 기하학적인 요소들, 여백을 둔 공간배치, 깊숙하게 우러나오는 듯한 색감, 우리 땅 어디선가 한번은 본 듯한 바다와 하늘과 산의 느낌, 그리고 산·달·학·매화·백자 같은 주요 소재들이 일정한 차이는 있다지만 반복된다는 느낌이 강하다. “프랑스에서 물 한 잔만 마시고 와도 작품이 확 바뀌는데 김환기만은 변하지 않아 좋다.”던 미술사학자 최순우(1916~1984)의 평, 그리고 그 평을 가장 좋아했다는 김환기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부대행사도 준비했다. 10일 오후 2시에는 신관 지하 전시장에서 유홍준 명지대 교수의 특강이 열린다. 2월 20일에는 유홍준의 안내로 김환기의 생가를 둘러보는 ‘신안 김환기 생가 투어’도 준비됐다. 유홍준은 서양적 기법에다 한국적 정감을 담아냈다는 의미에서 김환기를 ‘동도서기’(東道西器)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아왔다. 특강과 생가투어 문의 (02)2287-3500. 전시는 2월 26일까지. 3000~5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지긋 지긋한 가난의 굴레

    우리나라 가구의 27.4%가 장기적 또는 반복적으로 빈곤 상태에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빈곤층 급증은 서비스업 부진으로 일자리와 임금이 줄어든 탓인 만큼, 고용 지원과 소득 보전 등의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우리나라의 탈공업화는 선진국과 달리 서비스업이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 상태에서 진행됐고, 그 결과 서비스업의 생산성이 둔화되면서 충분한 일자리와 임금을 제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5일 ‘90년대 이후 한국경제 구조변화가 빈곤구조에 미친 영향과 정책적 함의’ 보고서에서 항상 빈곤 상태에 있거나 3회 이상 빈곤 경험이 있는 가구주는 전체의 27.4%에 달했다고 밝혔다. 노동패널이 2000~2008년 9차례에 걸쳐 실시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분석한 수치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비스업 특히 영세업체 종사자의 실질임금은 지난 2002~2009년 거의 변동이 없었다. 1인 자영업자는 같은 기간 영업소득이 오히려 13.9% 감소했다. 4인 이하 영세업체 종사자의 평균 임금은 2009년 기준으로 124만원에 불과했다. 제조업과 비교한 서비스업 종사자의 보수는 지속적으로 하락해 2008년 현재 57% 수준에 불과하다. 윤 위원은 또 1990년대 들어 무역과 산업구조 등 경제 구조 변화로 10년간 246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추산했다. 일자리 감소는 곧 빈곤층 확대로 이어졌다. 항상 빈곤 상태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 가구주 80.2%는 미취업자였으며, 빈곤을 3회 이상 경험한 가구주 중에서는 55.9%가 직업이 없었다. 윤 위원은 “대기업 위주의 경제발전이 충분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시대는 종료됐다.”며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현금 지원이 아닌 고용 지원과 소득보전 등을 확대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시론] ‘성적 부풀리기’와 ‘줄 세우기’ /이윤미 홍익대 교육학과 교수

    [시론] ‘성적 부풀리기’와 ‘줄 세우기’ /이윤미 홍익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과학기술부가 최근 2014학년도부터 고등학교 내신평가를 절대평가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등수에 의해 일률적으로 학생을 상대평가하는 대신 교육과정에 제시된 학업성취 수준의 달성도에 따라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1981년 고교내신제 시행 이래 상대평가와 절대평가가 반복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셈이다. 절대평가가 보다 교육적인 방식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절대평가는 성취 준거가 명확하고 공정성과 객관성 논란이 크지 않을 때 효과적 시행이 가능하다. 이러한 조건들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절대평가의 도입만으로 교육이 개선되기는 어렵다. 예상되는 문제들이나 정책목표 실현을 위한 후속 조치들이 충분히 제시되지 않은 채 정책이 발표되고 있어 염려된다. 왜 이 시점에서 도입되며, 당장의 직접적인 수혜자가 누구인가 하는 점도 주목된다. 교과부는 상대평가제가 학생들에게 과도한 스트레스를 가져오고 배타적 경쟁심을 조장하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본다. 학생들의 스트레스와 경쟁심이 상대평가제도 때문인가? 자사고, 특목고, 국제중 등의 확대로 초등학교부터 입시경쟁이 시작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교육을 왜곡하는 경쟁구조를 정책적으로 심화시키면서 상대평가제도의 결함만을 언급하는 것은 침소봉대이다. 학생들의 고통에 대한 근본적 성찰은 생략되어 있다는 인상이다. 선발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교육’보다 ‘변별’이 중시되어 왔다. 무엇을 제대로 알고 있는가보다는 누가 더 나은가를 가려내는 것이 평가의 목적이 되어 왔다. 경쟁으로 인해 절대평가로는 성적을 부풀렸고 상대평가로는 맹목적으로 줄세우기를 했다. 상대평가에서는 정해진 비율에 맞춰 누군가는 최하등급에 배치되어야 하기 때문에 우수학생들이 집중되어 있는 학교들에서는 문제가 심각하다. 최근 몇 년간 특목고와 자사고 입학경쟁률이 낮아진 데는 상대평가로 인한 내신 불이익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어 왔다. 지난 수년간 ‘2부 리그’로 전락한 일반학교들에서 그나마 상위권 학생들의 버팀목이 되어준 것이 상대평가제도였다는 역설을 생각할 필요도 있다. 절대평가는 결국 서열구조 안에서 이미 ‘기득권자’인 자사고, 특목고 학생들을 유리하게한다. 이 때문에 절대평가 도입이 현 정부가 집요하게 추진해온 자사고 정책의 완성을 위한 것이라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당장의 문제는 그렇다 치고 현재의 절대평가제도가 장기적으로나마 학교교육을 정상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절대평가를 하려면 교육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나 규준이 체계적으로 설정되어야 하고, 평가자인 교사와 학교에 대한 교육적 신뢰가 확고해야 한다. 절대평가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된 국가들에서는 교사의 수업자율성과 평가권이 존중되고 있다. 절대평가는 체계적 준비와 인식의 공유 없이 성공하기 어렵다. 치밀하게 준비되지 못한 절대평가가 객관성이나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지 않고 교육적 명분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절대평가의 교육적 장점은 배워야 할 것들을 제대로 배웠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의 상대적 지위만을 보여주는 상대평가와는 크게 다르다. 제대로 된 절대평가를 하려면 교사들의 종합적이고 면밀한 피드백이 요구된다. 평가에 대한 철학이 없는 상태에서는 변화에 대한 착시(錯視)만 일으킬 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어떤 정책이나 제도가 지닌 교육적 특성이나 장점을 부각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중요한 가치들이 실현될 수 있어야 좋은 제도가 된다. 현재 논의되는 절대평가방식은 사회적 형평성이나 교육의 공공성이라는 가치와 부딪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변별 위주의 왜곡된 교육과 심화된 학교 서열구조에 대한 근본적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전제 없이 평가방식만을 바꾸어서는 성적 부풀리기와 줄 세우기의 지루한 반복을 넘어서기 어려울 것이다.
  • ‘물가관리 실명제’ 도입

    ‘물가관리 실명제’ 도입

    ‘배추 전담 농수산식품부 김○○ 국장, 석유 전담 지식경제부 이○○ 국장….’ 신년 연설을 통해 물가 안정에 새해 국정의 역점을 두겠다고 밝힌 이명박 대통령이 3일 민생 관련 부처에 ‘물가관리 책임실명제’를 도입하라고 지시했다. 배추, 고추, 마늘, 돼지고기, 석유 등 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품목별로 관계부처 공무원을 지정해 해당 품목의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오르지 않도록 책임지고 수요·공급을 관리토록 하라는 지시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농축산물을 중심으로 품목별 물가관리 목표를 정해 일정 가격 이상 오르지 않도록 하는 확고한 정책이 있어야 한다.”면서 이같이 지시했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배추 등 생필품을 포함한 물가가 올라가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을 못 봤다.”면서 “서민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물가다. 물가 문제는 공직을 걸고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열린 사회인 만큼 수급 예측을 잘하면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다.”면서 “특히 농축산물은 수급을 잘 조절해 적정 가격을 유지하는 게 소비자에게도 좋고 농민에게도 좋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난 20~30년간 농수산물 가격 파동이 반복적으로 터졌고 사후 대책을 마련하는 데 급급했는데, 앞으로는 책임을 지고 품목별로 수급을 예측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지시가 유통구조 개선 등 제도적 안정책보다 공무원 개인의 책임을 지나치게 강조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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