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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틱 장애’ 환자도 장애인…대법 “유사한 장애 찾아 등급 적용”

    ‘틱 장애’ 환자도 장애인…대법 “유사한 장애 찾아 등급 적용”

    신체를 반복적으로 움직이거나 특정 소리를 내는 ‘틱 장애’ 환자도 장애인복지법 적용을 받는 장애인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A씨가 경기도 양평군을 상대로 낸 장애인등록신청 반려처분 취소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현행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에 따르면 틱 장애 환자는 장애인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때문에 조항 중에서 틱 장애와 유사한 유형을 찾아 장애등급을 부여하라는 취지다. A씨는 초등학교 2학년 무렵부터 틱 장애를 앓았다. 2005년 4월 병원에서 음성 틱(소리를 내는 틱)과 운동 틱(신체를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틱)이 함께 나타나는 ‘투렛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입원 치료와 약물치료 등을 꾸준히 받았으나 호전되지 않아 학업 수행과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A씨는 2015년 7월 틱 장애를 이유로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장애인등록 신청을 했다. 그러나 양평군은 ‘틱 장애는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에서 정한 장애의 종류 및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은 지체장애인, 시·청각장애인, 지적장애인 등 장애 기준을 15가지로 규정해놨는데 틱 장애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이에 A씨는 ‘틱 증상이 심각해 일상생활에 심각한 제약을 받고 있음에도 장애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며 행정 소송을 냈다. 1심은 “일정한 종류와 기준에 해당하는 장애인을 장애인복지법의 적용 대상으로 삼아 우선적으로 보호하도록 한 것이 평등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틱 장애에 관해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은 행정입법 부작위(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로 인해 합리적 이유 없이 장애인으로서 불합리한 차별을 받고 있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도 “A씨의 장애가 시행령 조항에 규정돼 있지 않다는 이유만을 들어 장애인등록 신청을 거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는 A씨가 지닌 장애와 가장 유사한 장애 유형 규정을 유추 적용해 A씨의 장애등급을 판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엄마 청소하고 올게용~” 범행 후 고유정 웃는 음성에 방청객 경악

    “엄마 청소하고 올게용~” 범행 후 고유정 웃는 음성에 방청객 경악

    檢 “성폭행 당할 뻔한 평범한 여성이 이렇게 태연히 통화 가능한지 의문”檢, 고유정 졸피뎀 사용 흔적 없앤 정황 제시고유정, “피해자 아무것도 안 먹어” 주장아들, 피해자와 카레먹고 엄마는 안 먹었다 진술우발적 범행 주장에 “15곳에서 공격행위”피해자 어머니 “살인마에 법정 최고형을”제주에 아들을 만나러 온 전 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해 유기한 고유정(36)의 6차 공판에서 고유정의 계획적 범행임을 입증할 검찰의 새로운 증거들이 공개됐다. 특히 고유정이 범행 직후 아들에게 “엄마 전화하고 올게용~”라며 태연하게 펜션 주인과 밝게 웃으면서 통화하는 내용에서 방청객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제주지법 형사2부(정봉기 부장판사)는 4일 오후 2시 201호 법정에서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에 대한 여섯 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는 고유정의 이동 동선이 찍힌 폐쇄회로(CC) TV 영상과 통화 내역 등 고유정의 범행 과정, 사건 쟁점을 확인하며 프리젠테이션(PT)을 하는 형식으로 검찰의 서증조사(문서증거조사)가 이뤄졌다. 법정에서는 사건 당일 고유정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오후 8시 10분부터 9시 50분까지)을 전후해 펜션 주인과 통화한 내용이 공개됐다. 3차례에 걸쳐 이뤄진 통화녹음에서 고씨의 목소리는 매우 태연했다. 펜션을 이용할 때 주의할 점을 설명하는 펜션 주인의 말에 중간마다 웃으면서 고맙다고 대답하는 등 고씨는 시종일관 밝게 전화 통화를 했다.특히 범행 직후인 오후 10시 50분쯤 고씨의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던 아들이 펜션 주인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바꿔주자 “(아들에게) 먼저 자고 있어요. 엄마 청소하고 올게용∼”이라며 웃으면서 말하는 부분에서 방청객들 전부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때는 고씨가 범행 후 피해자를 욕실로 옮긴 뒤 흔적을 지우고 있었을 시각이었다. 검찰은 “성폭행당할 뻔했던 피고인이, 평범한 여성이 이렇게 태연하게 펜션 주인과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고씨가 졸피뎀 사용에 대한 흔적을 의도적으로 감추려 했던 정황과 증거를 제시했다. 검찰에 따르면 고씨는 제주에 오기 전 청주에서 감기약을 처방받았으며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 7정을 함께 처방받았다. 그러나 검찰은 나중에 압수된 5일치 약봉지에는 다른 약은 그대로였지만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 7정이 모두 사라졌다고 설명했다.앞서 고씨는 유치장에 구속된 상황에서 현 남편을 접견했을 때 자신의 분홍색 파우치(간단한 소지품을 넣는 작은 가방)가 압수됐는지 여부를 집요하게 질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현 남편은 해당 질문의 의도를 처음에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중에 우연히 고씨의 여행용 가방 안에서 분홍색 파우치 안에 감기약이 들어있었고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만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서 경찰에 제출했다. 고씨는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사건 현장에 있던 아들은 피해자와 함께 카레라이스를 먹었으며 고씨만 먹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검찰이 특히 주목한 것은 고씨가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이었다. 해당 사진에는 싱크대 위에 카레라이스를 다 먹고 난 뒤 햇반과 빈 그릇, 졸피뎀을 넣었던 분홍색 파우치가 담겨있었다. 검찰은 이어 범행 장소에 남겨진 혈흔 형태에 대한 국과수의 분석 결과를 통해 우발적 범행이라는 고유정 측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검찰은 펜션 내부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칼로 찌른 뒤 혈흔이 묻은 칼을 수차례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공격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흔적(정지 이탈흔)이 발견된다고 설명했다. 최초 공격이 일어난 다이닝룸에서 피해자가 도망치려고 현관까지 이동하기까지 총 15곳에서 앉은 자세와 서 있는 자세 등으로 공격행위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고씨가 다이닝룸에서 피해자를 우발적으로 찔렀을 뿐이고 도망치다 피해자가 쫓아오는 과정에서 혈흔이 펜션에 묻었을 것이라는 고씨의 주장은 이와 같은 혈흔 분석과 명백하게 배치된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검찰은 고씨가 성폭행 정황을 꾸며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내역과 컴퓨터 화면에 검색창 30개를 띄워놓고 범행 관련 검색을 한 내용을 함께 증거물로 제시했다. 검찰은 “고씨의 검색 내용은 단순히 우연하게 이뤄진 검색이 아니다”라면서 “해당 검색 내용을 갖고도 고씨가 당시 무엇을 생각했고, 다음 무슨 행동을 했을지에 대해 알 수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이날 고씨 측은 검찰의 주장을 부인하면서도 범행 펜션에 대한 현장검증 요청을 철회했다. 고씨는 유족들의 증언이 진행되는 내내 머리를 커텐처럼 늘어뜨려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재판에 임했다. 4시간에 걸친 재판이 끝난 뒤 피해자의 동생은 “고씨가 과거 민사재판에서 그랬듯이 이번 재판에서도 조카를 방패막이로 이용하고 있다”면서 “아직도 형의 시신을 찾지 못해 제대로 된 장례로 치르지 못하고 사망신고조차 못 했지만, 고씨는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피해자에게 억울한 누명만 씌우고 있다”고 고씨를 비판했다. 동생은 “형의 목숨은 지키지 못했지만, 명예는 꼭 지켜주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법정에서 진행된 피해자 유족에 대한 검찰 측의 증인신문에서 피해자의 어머니는 “지금, 이 순간 내 아들을 죽인 살인마와 한 공간에 있다는 게 참담하고 가슴이 끊어질 것 같다”면서 “내 아들을 잔인하게 죽이고 명예를 더럽힌 저 살인마에게 법정 최고형을 내려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간청했다.고씨의 다음 재판은 이달 18일 오후 2시 열릴 예정이다. 고씨는 지난 5월 25일 오후 8시 10분부터 9시 50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남편 강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혐의는 살인과 사체손괴·은닉이다. 이 사건과 별개로 고씨는 또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청주지검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제주지검은 고씨가 지난 3월 1일 의붓아들 A(5)군이 잠을 자는 사이 몸을 눌러 숨지게 했다고 보고 금주 내에 고씨를 재판에 넘길 예정이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플랜코리아, 현대건설과 함께 국내 최초 재난방재용 경안전모 전달식 및 재난안전교육 실시

    플랜코리아, 현대건설과 함께 국내 최초 재난방재용 경안전모 전달식 및 재난안전교육 실시

    국제구호개발 NGO플랜코리아가 현대건설, 건설산업사회공헌재단, 블루인더스등 NGO단체, 사회적 기업과 함께 ‘재난방재용경안전모 보급 및 재난 안전교육 사업’을 진행한다. 이번 사업은 지진과 같은 재난 발생 시 일차적으로 신체, 특히 머리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모와 반복적 대피 훈련의 중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학생의 안전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방안을 마련키 위해 4자가 공동으로 참여한 사회공헌 사업으로 추진됐다. 본 사업을 통해 경주를 비롯한 지진 피해지역 초등학생 3000여 명, 특별히 지진 발생 시 큰 피해가 예상되는 저소득 가정 아동을 중심으로 안전모가 지급될 예정이다. 기존 복구 중심의 재해 재난 지원 사업에서 재해 예방을 위한 사회공헌활동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이날 배포된 안전모는 국내 최초 재난 방재용 안전모로 아동이 휴대 및 사용이 용이하도록 320g의 가벼운 무게로 접어서 휴대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보호대와 에어백부의 2중 보호로 구성되어 내충격성이나 내관통성에도 우수하다. 국내 최초로 무선인식(RFID)태그가 삽입되어 긴급 구조 및 위치 추적도 가능하다. 안전모 지급과 더불어 소화기 사용, 응급처치 및 심폐소생술 등과 같은 지진 안전 종합 교육, 지진대피교육, 재난 안전 구호 키트 제작 및 배포 등 재난 안전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지원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특별히 기존에 영상과 교재만 활용한 이론 중심 교육이 아닌 지진송 배우기, 안전모 배포 및 착용법을 포함한 모의 대피 훈련 진행 등 ‘체험형 안전 교육’으로 진행되어 실제 재난에 대비하게 된다.론칭 행사는 지난 1일 경북 경주에 위치한 감포초등학교에서 진행되었다. 행사에는 현대건설, 플랜코리아, 건설사업사회공헌재단, 블루인더스를 비롯해 경주교육지원청, 한국아동청소년 안전교육협회가 참가해 감포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재난방재용안전모를 전달했다. 또한 플랜코리아 김대희 홍보대사가 참석해 감포초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지진송을 배우고, 직접 안전모를 착용하고 대피하는 모의 대피 훈련에도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플랜코리아 관계자는 “관측 이래 최대 규모인 5.8의 2016년 경주 지진 이후로 지진 발생 횟수가 늘고 있다. 이번 사업을 통해 아이들이 모여 있는 학교시설 지반침하와 벽면 붕괴 등 안전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훈련과 위급 상황 시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찬바람에 마음까지 시리다면… 햇볕으로 나가보세요

    찬바람에 마음까지 시리다면… 햇볕으로 나가보세요

    가을이 깊어지며 제법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유독 많은 이들이 특별한 이유 없이 우울감을 호소한다. 누구든 이맘때면 또 이렇게 한 해가 간다는 씁쓸함에 허무함을 느끼지만, 우울감이 병적인 상태로 악화할 수 있어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우울증은 계절의 영향을 받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1년 주기로 매년 특정한 시기에 우울증이 반복되며 주로 가을이 되면 우울감과 무기력에 빠졌다가 봄이 되면 나아진다. 이런 우울증을 ‘계절성 우울증’이라고 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일반인도 15% 정도가 가을·겨울철에 다소 울적한 기분을 느끼고 이 중 2~3%는 계절성 우울증으로 악화한다고 한다. 계절성 우울증 증상은 전형적인 우울증과 조금 다르다. 우울증 환자에게선 대개 불면증과 식욕감소 증상이 나타난다. 반면 계절성 우울증 환자는 오히려 온종일 자고 싶은 생각만 들고 식욕이 증가한다. 추위가 다가오면 동물들이 겨울잠을 자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하지만 아무리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아 만사가 짜증스럽다. 우울 증상은 주로 밤에 심해진다. 게다가 탄수화물이 많은 라면이나 빵 등 단 음식 섭취가 늘고 활동은 줄어 체중이 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우울증의 평생 유병률은 남성이 5~12%, 여성이 10~25%인데 계절성 우울증은 여성 환자의 비율이 이보다 높다. 지역별로도 차이를 보인다. 강지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3일 “계절성 우울증은 고위도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서 더 많이 나타나 북유럽에서는 흔한 병”이라며 “전체 우울증 환자의 10~20%가 계절적 요인에 따라 증세가 악화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조량이 줄어 가을, 겨울철에 우울한 감정을 더 느끼는 것으로 추정했다. 뇌 신경계 물질은 기분이나 욕구, 수면 리듬 등을 조절한다. 이 물질들은 스트레스나 날씨 등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일조량이 줄면 멜라토닌이란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 분비량이 줄어 우울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뇌신경 전달물질인 세로토닌과 노르아드레날린, 도파민 분비량의 균형도 깨져 기분이 가라앉게 된다.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현재까지의 연구로는 햇빛 부족이 에너지 부족과 활동량 저하, 슬픔, 과식, 과수면을 일으키는 생화학적 반응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계절성 우울증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건강한 신체리듬을 유지해야 한다. 나른하고 무기력한 느낌이 들더라도 낮에 야외활동을 즐기고 유산소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특히 혼자 사는 사람은 밤낮이 바뀌는 일이 많은데, 자꾸 낮에 자게 되면 외부의 빛과 소음, 신체리듬의 엇박자 때문에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신체기능을 회복하기 어렵다. 낮에 햇빛을 쐬어야 몸에서 항우울 호르몬인 세로토닌이 합성되기 때문에 낮게 깨어 있어야 한다. 늦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는 일조량이 감소해 햇빛 에너지를 받아 체내에서 합성되는 비타민D가 줄게 되고 비타민D가 부족하면 세로토닌도 적게 분비돼 우울해질 수 있다. 낮에는 커튼을 걷고 창문을 향해 사무실 의자를 배치하는 등 최대한 햇볕을 쬐도록 노력해야 한다. 계절성 우울증은 일조량 감소가 주된 원인이므로 강한 광선을 반복적으로 쬐어 멜라토닌 분비량을 늘리는 광선치료가 효과적이다. 광선치료로도 충분한 효과를 보지 못하면 약물치료를 하거나 운동요법 등을 병행한다. 김선미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운동을 해야 뇌 세포에 혈액과 영양이 잘 공급되고 뇌 세포와 신경망이 재건돼 우울한 감정을 조절하는 뇌 부위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다”며 “주 3회, 30분 이상 유산소운동과 근력 운동, 장력운동을 8주 이상 꾸준히 해야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우울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알코올은 일시적으로 쾌감과 안정감을 줄 수 있지만 자칫 알코올 중독이 될 수 있어 습관처럼 마시는 것은 위험하다. 자주 음주하다 보면 술을 마시지 않았을 때 불안, 우울함이 더 심해질 수 있어 자제해야 한다. 가끔 술을 마시더라도 특정 요일을 정해 놓고 마시는 게 좋다. 세로토닌과 멜라토닌을 합성하는 트립토판이 풍부한 음식을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바나나는 트립토판이 풍부하고 비타민 함량이 높은 대표적인 음식이다. 대부분의 계절성 우울증은 생활습관을 바꾸고 가까운 사람들이 도우면 많이 호전될 수 있다. 강 교수는 “혼자 고립돼 있지 말고 친구도 만나고 사람들과 대화의 기회를 자주 만들어 외부 활동을 단절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증상의 정도에 따라 약물치료와 광선치료, 전문의 상담 같은 적극적 개입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계절성 우울증 일부는 조울증일 가능성이 있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정 교수는 “누구나 한 번쯤 걸릴 수 있는 우울증은 흔히 ‘마음의 감기’로 불린다. 감기처럼 걸리기 전에 미리 예방하고 초기에 잘 치료만 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이라며 “우울한 기분이 든다 싶으면 혼자 있는 시간을 줄이고 가까운 사람들과 꾸준히 대화를 시도하면서 극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오직 성과로 평가받는 인재만 강조하는 4차산업혁명위 권고안

    “주 52시간제는 개인의 일할 권리를 국가가 막는 것이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4차위)의 장병규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52시간제가 노동자의) 건강권과 기본권을 보호한다는 측면이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의도치 않게 혁신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이끄는 4차위는 이날 주 52시간제 개선 등을 포함한 ‘4차 산업혁명 대정부 권고안’을 발표했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역할과 정책 방향을 담았다는 게 4차위의 설명이다. 하지만 “반(反)노동적”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권고안을 요약한 권고문에 따르면 4차위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요소로 ‘인재’를 거론하며 시간과 무관하게 성과를 내고 해고·이직을 반복적으로 겪는 존재로 정의했다. 전통적인 노동자와 구분되는 ‘인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글로벌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노동시간이 아닌 오직 성과만으로 평가받고 해고와 이직이 일상인 인재는 과연 누구를 위한 인재인가”라며 “4차위의 반노동적 권고를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4차위가 시급한 과제로 꼽은 ‘노동제도 개혁’도 논란이 됐다. 4차위는 “우리 노동제도는 여전히 2차 산업혁명 시대에 머물러 있다”며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다양화되는 노동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혁신을 이끄는 인재를 포용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플랫폼 노동자의 등장과 변화를 담아내지 못한다”며 “주 52시간제의 일률 적용 때문에 개별 기업, 노동자는 주도적·자율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은 “주 52시간제의 ‘일률 적용’을 반대하는 내용의 권고는 기업의 이득에 복무할 것”이라며 “장시간 노동을 선택할 권리가 아니라 출퇴근 시간과 휴가를 노동자 자율로 보장하자고 요구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권고문에 ‘인재’가 아닌 현재 노동시장에서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에 대한 대책은 전혀 담기지 않았다. 기술 발전에 따라 사라져 갈 일자리에 대한 진단과 대책도 없고, 기술 발달로 인한 플랫폼 노동자 양산 등 불안정한 노동시장에 대한 언급도 없다. 권고안에는 취약계층의 증가,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규제 개선 등의 내용이 일부 포함됐지만 이를 요약한 권고문에는 아예 빠져 있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이 지난 1일 고용노동부의 정책연구를 통해 배달대행, 퀵서비스, 대리운전 등 플랫폼 노동자들의 실태를 파악한 결과 이들의 월수입은 165만 2000원이었다. 평균 313만 3000원에서 중개업체에 지출하는 수수료, 보험료, 프로그램비를 제외하고 순수하게 손에 쥐는 돈이다. 또 하루 평균 근무시간(이동 시간 등 제외)은 9.7시간이었고, 한 달에 평균 24.5일을 일했다. 사고 등 위험 노동환경에 내몰린 플랫폼 노동자들의 산재보험 가입률은 15.2%에 그쳤다. 노동계는 4차위의 권고에 대해 이런 현장의 실태에 눈을 감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4차위 위원으로 참여했던 황선자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부원장은 “노동법이 보호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4차위가 그리는 사회는 계획도, 주도권도, 통제권도 상실한 채 적자생존의 무한경쟁만이 통용되는 사회”라고 지적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소외받는 노동권 지켜라… 노동자 없는 ‘AI 유토피아’는 없다

    소외받는 노동권 지켜라… 노동자 없는 ‘AI 유토피아’는 없다

    “(정규직 고용 촉구 농성을 하는) 톨게이트 수납원이 없어지는 직업이라는 게 눈에 보이지 않느냐”는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발언은 노동계는 물론 우리 사회에 작지 않은 충격을 줬다. 급격한 기술 발전에 따른 일자리 구조의 변화 그리고 이면에서 불안에 떠는 노동자를 현 정부의 정책결정자들이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로봇공학 등을 앞세운 4차 산업혁명은 농업, 제조업 분야에서 자동화 과정을 안착시켰고 이제 판매, 계산, 배달 등 서비스업까지 확산되고 있다. 로봇은 공장 조립라인을 넘어 패스트푸드점, 편의점, 카페 등 우리 일상에서도 목격된다. 하지만 기술 혁신에만 맹목적으로 열광해 그 뒤에 서 있는 사람을 보지 않는다면 자본만 배 불리고 인간은 소외돼 감당하지 못할 역효과가 불어닥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충북 청주의 LS산전 공장에서는 저압차단기와 개폐기(전기회로를 열었다 닫는 기기) 등 전압전력기기를 만든다. 이곳의 14개 생산라인에는 ‘스마트공장 체제’가 도입돼 있다.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무인화 시스템이 자동으로 생산공정을 진행한다. 무인 운반차가 부품과 완성 제품을 나르고, 로봇이 품질 검사를 한다. 제품 조립, 용접, 접착, 검품, 포장까지 사람 손길이 닿는 공정은 없다. 예전에는 라인당 10명 이상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2명만 있으면 된다. 이들은 상황판을 보면서 라인별 업무를 관리한다. 다만 기계가 노동자 대신 할 수 없는 업무도 많다. 이 회사 권도엽 과장은 “긴급 상황 대응 업무 등에는 여전히 사람의 손이 필요하다”며 “원래 생산라인에서 일했던 직원들은 업무 재조정을 통해 구조조정 없이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신 기술을 적극 활용하면서 고용은 줄이지 않는 업체도 있지만 국민들은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 수가 역의 상관관계에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2017년 20~50대 시민 10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4차 산업혁명으로 전체적인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항목에 응답자의 89.9%가 동의했다. 또 ‘4차 산업혁명으로 빈부 격차가 심해질 것’이라는 항목에는 85.3%가, ‘내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항목에는 76.5%가 뜻을 같이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4월에 내놓은 ‘2019년 노동의 미래’ 보고서에서 “앞으로 15~20년 사이 저숙련·저임금 노동을 중심으로 현재 일자리의 14%가 자동화로 대체될 것이며, 작업 단위로 따지면 기존의 32% 정도가 변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오은주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특별한 직종을 꼽기보다는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패턴화된 업무라면 단순 노무직이나 고숙련 사무직 모두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은 틀린 얘기일 수 있다”고 말한다. 기술 발전에 따라 로봇 등이 대체할 직무가 늘어나겠지만 이 기술을 활용해 인간이 직접 해야 할 직무도 그만큼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실제 세계경제포럼(WEF)은 2018년 낸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를 통해 2022년까지 기존 일자리 중 7500만개가 기계 등으로 대체되는 대신 1억 3300만개의 새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간의 일자리가 오히려 늘어난다는 전망이다. 다만 클라우스 슈바프 WEF 회장은 “기술에 따른 고용 증가를 기정사실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노동자들을 위한 훈련과 교육에 많은 투자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정부와 기업 등이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고용 문제를 어떤 관점으로 대비하느냐에 따라 기술 개발이 노동자에게 유토피아가 될지, 디스토피아가 될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기술 발전 탓에 정작 사람이 소외되는 부작용을 막으려면 노동자를 위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인간을 중심에 둔 혁신 틀을 짜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안국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빠르게 변하는 산업구조에 적응하려면 직업능력을 키우기 위해 자신에게 투자해야 하는데 빈부 격차에 따라 능력의 불평등이 심화할 수 있다”면서 “국가가 나서서 직업능력 개발을 필수적으로 지원해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동자에 대한 교육훈련을 보강하고, 실업급여 강화 등 사회안전망도 더 단단하고 촘촘하게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정부나 기업이 이런 노력을 하지 않으면 자칫 1차 산업혁명 때 노동자들이 분노하며 일으켰던 ‘러다이트 운동’(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빼앗는 직조기계 등을 파괴했던 운동) 같은 과격한 반대 움직임이 가시화될 수도 있다. 사회적 혼란도 불가피해진다. 기술 격차에 따른 양극화, 직무 변화로 인해 달라지는 업무 방식이 노동법 등 우리 사회의 규범과 충돌하는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해외에서는 이미 혁신의 이름 앞에 소외받는 노동권을 지키기 위한 입법 등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지난 9월 차량 호출 서비스인 ‘우버’의 운전자 등 플랫폼 노동자(사용주와 근로계약하는 대신 스마트폰 등 플랫폼에 기대어 노무를 제공하는 배달·운전 등 노동자)를 포함한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개인 사업자가 아닌 피고용인으로 분류하는 내용의 ‘AB5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이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면 플랫폼 노동자들도 최저임금·실업보험·유급 육아휴직·초과근무수당과 같은 법적 보호를 받게 된다. 이웃 나라인 일본에서는 ‘우버이츠’ 배달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는 등 세계적으로도 기술 발전에 대응해 노동자를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OECD는 2019년 노동의 미래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가 실업부조 도입이나 관련 법 개정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도전’하는 중”이라며 “플랫폼 노동을 포함해 자영업과 임금근로 사이의 회색지대에 있는 고용 형태로까지 노동법 적용 영역을 넓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100억弗 트럼프 장벽, 100弗 가정용 톱에 뚫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슈퍼카 ‘롤스로이스’에 비유하며 극찬했던 미국과 멕시코 사이의 국경장벽이 가정용 전기톱에 뚫렸다. 강경한 반(反)이민 정책을 고수하며 일명 ‘트럼프 장벽’ 건설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뚫지 못할 벽은 없다’는 우려가 적중한 셈이 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2일(현지시간) 미 관리들과 국경순찰대의 말을 인용해 밀수 조직들이 새로 건설된 장벽에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구멍을 냈다고 보도했다. 밀수업자들은 철물점에서 100달러(약 11만 6700원)면 사는 흔한 무선 전기직쏘(왕복톱)에 특수 날을 장착해 최근 몇 달간 반복적으로 장벽에 구멍을 뚫었다. 장벽은 상단 패널에 연결된 5~9m 높이의 여러 개의 강철 말뚝이 지면 아래 콘크리트에 일렬로 심어진 형태로 말뚝의 내부 하단은 철근과 콘크리트로 채워져 있다. 그러나 밀수업자들은 불과 15~20분 만에 말뚝의 하단부를 절단할 수 있었고, 상단 패널에만 고정된 기다란 말뚝을 밀어 통로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밀어낸 말뚝은 제자리로 되돌릴 수 있기 때문에 적발의 위험 없이 이용할 수 있었다. 관리들은 이렇게 만든 통로를 통해 멕시코 범죄 조직들이 막대한 부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가 된 국경 장벽은 트럼프가 후보자 시절부터 밀어붙인 대표적인 공약 중 하나로 지금까지 투입된 예산만 100억 달러(약 11조 670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날 “우리는 매우 강력한 장벽을 갖고 있지만 아무리 강한 장벽도 뚫릴 수는 있다”면서 “자르는 것은 매우 쉽게 고칠 수 있다. (장벽을) 이렇게 만든 이유 중 하나”라며 대수롭지 않아 했다. 앞서 “사실상 뚫을 수 없는 장벽”이라면서 불법 이민자들이 통과할 수 없는 ‘명품’이라고 호언장담한 것과는 상반된다. 한편 미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답변은 나오지 않았으며, 미 세관국경보호국(CBP) 또한 장벽 훼손 발생 건수나 장소, 보수 절차 등에 대한 정보 제공을 거부했다. 다만 한 관리는 “절단 사고 일부가 장벽 건설 과정에서 자동전자센서가 부착되지 않은 지역에서 발생했다”면서 “센서가 부착되면 더 빨리 감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대통령 약속은 지켰지만...벌칙 조항 빠진 ‘인권보호수사규칙’

    대통령 약속은 지켰지만...벌칙 조항 빠진 ‘인권보호수사규칙’

    법무부, 12월 1일부터 시행짧은 입법예고 ‘졸속입법’ 비판검찰에 불편한 조항 빠졌다‘반복적 영장 청구 지양’ 삭제감찰 조항도 ‘총장 보고’ 수정법무부가 수사 과정에서 검찰권 남용을 막겠다며 새롭게 정비한 인권보호 규정이 제정됐다. 당초 초안에는 장시간·심야조사 금지 등 검찰 조사를 받는 당사자의 인권을 두텁게 보호하면서 이를 위반한 검사를 상대로 ‘감찰’을 하는 강력한 조항이 들어가 있었지만 최종안에는 ‘벌칙’ 조항이 빠졌다. 지나치게 짧은 입법예고 기간도 또 도마에 올랐다. 법무부가 지난 31일 관보를 통해 공포한 ‘인권보호수사규칙’은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시행 시점을 늦춘 것으로 보인다. 이 규칙은 조 전 장관 사퇴 다음날인 지난 15일 초안이 공개돼 18일까지 나흘간 입법 예고됐다. 이후 대검찰청 의견 등을 반영한 수정안이 지난 25일부터 29일까지 닷새간 재입법 예고됐다. 이 기간에는 주말도 끼여 있었다. 재입법 예고 기간이 끝난 뒤 법무부가 검토 작업을 거친 건 단 하루였다. 이달 안에 제정하겠다고 밝힌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은 지켜졌지만 이 과정에서 국민 의견이 얼마나 반영됐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졸속 입법’이란 비판 속에 최종안은 초안과도 큰 차이를 보였다. 우선 초안에는 검사가 피의자 등 사건 관계인의 인권을 침해했거나 적법 절차를 위반했다고 볼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감찰을 실시할 수 있다고 나와 있었다. 그러나 최종안에는 감찰 대신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또 초안과 달리 최종안에는 인권 침해 앞에 ‘현저하게’란 단서가 추가했다. 인권 침해 정도가 크지 않다고 자체 판단하면 보고 사항조차 안 되는 것이다. 이처럼 수위가 낮아졌는데도 법무부는 “보고 조항을 통해 실효성을 강화했다”고 했다. 검사의 반복적인 구속영장 청구에 제동을 걸기 위해 영장을 재청구 때는 검찰시민위원회 심의를 거치는 등 국민 의견을 반영하자는 조항도 초안에 있었지만 최종안에서는 사라졌다. 검사가 없을 때 수사관이 피의자 등 사건 관계인을 조사하지 못하도록 한 단독조사 금지, 형사부 검사의 직접수사 최소화 조항도 빠졌다. 국회의원 수사 등 중요 사건은 수사 개시 전 관할 고검장에게 보고하도록 한 조항도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관할 고검장에게 ‘지체 없이’ 보고한다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검찰총장에게 쏠린 권한을 분산시키기 위해 도입된 조항이 상위 법령과 위배된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수정된 것으로 보인다. 이 규칙이 시행되면 1회 조사시간이 총 12시간, 식사·휴식, 조서 열람 시간을 제외한 실제 조사시간이 8시간을 넘길 수 없다. 조서 열람시간을 제외하고 오후 9시부터 오전 6시 사이에 이뤄지는 심야조사도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살아남아 롤모델 될 때까지… 여성디자이너 ‘생존꿀팁’ 나눠요

    살아남아 롤모델 될 때까지… 여성디자이너 ‘생존꿀팁’ 나눠요

    그래픽디자인 스튜디오 ‘오늘의풍경’을 운영하는 신인아 디자이너는 지난 3월 그래픽디자인 관련 회사 114곳에서 근무하는 1644명의 직급별 성비를 조사했다. 1644명의 디자이너 중 여성은 1142명(69%), 남성은 502명(31%)이었다. 직급이 낮을수록 여성 디자이너의 비율이 남성에 비해 높았고(인턴·프리랜서 등 비정규직 90%, 일반 사원 76%, 대리 및 주임급 76%), 중간관리자(팀장)급에서는 남녀(여성 55%, 남성 45%)의 성비가 비슷했다. 임원급으로 올라가면 성비는 크게 역전된다. 대표나 실장, 본부장 등을 맡고 있는 남성은 87명(74%), 여성은 31명(26%)이었다. 이 숫자들이 모든 것을 말해 준다고 보긴 어렵지만 직급이 높을수록 남성 디자이너가 많아진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다. 대학에서 디자인 학과에 입학하는 여학생과 남학생의 비율이 7대3인 것에 비추어본다면 자연스러운 결과는 분명 아니다.현업에 있는 여성 디자이너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디자인계가 크게 기울어져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회사 대표는 물론이고 대학교수도, 강연자로 나서거나 행사를 주최하는 사람도, 매체에서 ‘유명 디자이너’라고 조명하는 주인공도 대다수가 남자다. 남성 디자이너들이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끼리끼리’ 문화 속에서 여성 디자이너들은 업계의 핵심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로부터 자주 소외된다. 리더로 성공한 여성 롤모델을 찾기 쉽지 않아 여성들은 임원이 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지 못한다. 지난해 7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 클럽’(FDSC)이 탄생한 배경도 이와 맞닿아 있다. 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팁이나 노하우를 얻을 수 없어 고립됐다는 생각이 들었던 여성 그래픽디자이너들이 ‘우리끼리 아는 것이라도 함께 나눠서 잘 살아남자’는 마음에 여성 동료들을 모으기 시작한 것이다. FDSC의 대표를 맡고 있는 신인아 디자이너를 비롯해 김소미, 양민영, 우유니게 디자이너가 함께 만든 이 커뮤니티는 현재 120여명의 회원이 활발하게 활동하며 외연을 넓혀 가고 있다. 프리랜서부터 소규모 스튜디오, 대규모 에이전시 등 일하는 형태뿐만 아니라 1년차 신입부터 20년차 베테랑까지 다양한 회원들로 구성돼 있다. 요즘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핫한 소셜 클럽’으로 통하는 FDSC의 운영진 16명 가운데 네 명을 만났다. 양으뜸(33), 이예연(28), 이자인(28), 이지선(32) 디자이너는 여성 디자이너들이 처한 불평등한 현실부터 FDSC가 여성 디자이너들과 연대하는 과정, FDSC가 추구하는 미래에 대해 들려줬다. -네 분은 어떤 계기로 FDSC 회원이 되셨나요. 활동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요. 이자인 “FDSC가 SNS에서 여성 디자이너의 작업물을 소개하는 ‘페디소’(페미니스트 디자이너를 소개합니다)를 진행하고 있어요. 그걸 보고 FDSC에 오고 싶었어요. 대학생 때 롤모델로 삼았던 디자이너는 거의 남성밖에 없었거든요. 그런데 FDSC에는 멋진 여성 디자이너들이 많더라고요. 그분들과 협업도 하고 시너지도 내고 싶었습니다.” 양으뜸 “저도 비슷한데 몇 년 전 여성 그래픽디자이너들의 작업을 사진으로 기록한 전시 ‘W쇼’에 갔다가 되게 놀랐어요. 이름을 처음 들어본 여성 디자이너의 작업물을 봤는데 다 멋지더라고요. 여성 디자이너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도 놀라웠고요. 멋진 여성 디자이너를 더 많이 만나고 싶어 FDSC에 가입하게 됐죠.” 이지선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고립된 섬처럼 지내다 보니 여성 디자이너들이 모인 자리에 가고 싶더라고요. 디자인 프로그램의 오류와 같이 제가 모르는 사소한 부분까지 편하게 물어볼 수 있고, 쓸데없이 경쟁하지 않고 도움을 나눌 사람들이 생겼다는 사실이 정말 든든해요.” 이예연 “저는 1인 작업자로서 부딪치게 되는 한계나 어려움,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답을 구할 수 있는 점이 유익하더라고요. 다른 많은 여성 디자이너들의 활동 방식과 행보를 보면서 영감을 얻고 스스로 발전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현실의 벽] FDSC는 “페미니스트가 만들어 가는 새로운 문화를 고민하고 노력하는 안전한 공간”을 표방한다. FDSC의 운영방침에 이런 주제 의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야근, 격무, 회식이 당연시되는 문화는 여성과 사회적 약자를 배제함을 인지하고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공부하고 실천한다’, ‘개인적 관계(지인)에 기반한 채용이나 협업은 지양한다’, ‘공짜로 일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 직업과 기술에 자부심을 가지고 그 결과물에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법을 공부하고 실천한다’, ‘성폭력, 성추행, 성희롱 그리고 모든 혐오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 등이다. 이 원칙을 마련한 건 안타깝게도 현실이 원칙에 미치지 못한다는 방증이다. -여성 디자이너들이 현업에서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이예연 “여성이라서 벌어지는 일이 많아요. 예를 들면 저는 기혼자인데 결혼을 한 순간 고객들로부터 ‘계속 일하냐’는 질문을 받았어요. 남자라면 굳이 받지 않아도 될 질문이죠. 전 개인 사업자라 혼자 일을 하는데 ‘대표가 맞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해요. 제가 나이도 어리고 여자이기 때문에 책임지는 사람으로 보지 않는 거죠.” 양으뜸 “디자인계에는 돈 이야기를 하는 걸 멋없다고 느끼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돈을 좇는 디자인은 진짜 디자인이 아니라는 거죠.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초봉 1800만원’은 흔한 임금 수준이에요. 조금 올랐다고는 하지만 20년 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어요.” 이지선 “예전에 연봉 협상을 할 때 회사에서 적은 금액을 제시하길래 ‘그만큼은 못 받는다. 더 받아야 한다’고 하니까 ‘여자 애가 혼자 사는데 그 정도면 충분하지’ 그러는 거예요. 여성 디자이너들이 연봉 협상할 때 자주 듣는 말이 ‘그렇게 큰돈이 왜 필요하냐’는 거예요. 아니면 ‘쟤는 자기 좋은 것만 챙기는 독한 애’라고 하기도 하고요. 이런 반응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돈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많이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자인 “연차가 쌓여도 그 연차에 맞는 직급을 주지 않는 경우도 흔하죠. 회사 규모가 작으면 ‘너가 잘하니까 회계 업무도 좀 맡아줘’라는 식으로 업무 외의 일을 시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고요.” 양으뜸 “제 주변에서 결혼을 하고 육아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는 분들을 봤거든요. 롤모델이 될 수 있는 분들인데 더이상 일을 안 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워요.” 이예연 다른 FDSC 회원들에게 들었는데 이런 경우도 있더라고요. 규모가 있는 디자인 스튜디오에 여성 디자이너들이 많았는데 외부에서 남성 디자이너가 들어왔대요. 그 사람이 경력이 제일 짧은데도 잡무는 여성 디자이너들이 다 했다고 하더라고요. 조직 내에 경력이 충분한 여성 디자이너가 있는데 굳이 외부에서 남성 디자이너를 영입해 리더 자리에 앉혀 기존에 해온 일을 다 헤집어 놓기도 하고요.” -여성 디자이너들에게 왜 리더의 자리를 못 맡기는 걸까요. 이예연 “리더는 나 혼자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리더로 세워 주는 거잖아요. 팔로어십도 있어야 하고요. 근데 남자들은 ‘알탕 문화’라고 해서 자기들끼리 추켜세우고 따르는 게 있는데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개인주의적이고 모래알처럼 흩어지는 경향이 있어요. 여성들에게도 큰일을 도모하고 서로 잘했다고 칭찬해 주는 그런 문화가 더 많아져야 할 것 같아요.” 양으뜸 “여성들은 공정하게 보이기 위한 자기 검열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FDSC 원칙 중에 ‘지연을 기반으로 일하지 않는다’는 항목이 있는데 저는 여성들 사이에서는 그것이 보여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크루’처럼 보이는 여성 디자이너 집단이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봐요. 남자 디자이너들은 자기들끼리 ‘누구와 누구랑 친하다’고 말하고 다니는데 여자 디자이너들은 왜 그런 모습을 보이면 안 되나 싶어요.” 이지선 “저도 그래요. FDSC 원칙 중 그 항목에 대해서만 생각이 좀 달라요. 우리도 서로 관련이 돼 있고, 우리도 누군가를 호출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연대의 장] FDSC는 여성이 조직 안에서 더 많이 벌고,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도록 서로의 성장을 돕는 ‘연대의 장’이다. 회원들은 여성 디자이너들이 오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이들의 성과를 밖으로 많이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FDSC가 실무에 도움이 되고 경력을 강화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자주 기획하는 이유다. 예를 들면 다소 민감할 수 있는 계약서·견적서 작성 노하우나 정당한 보수를 계산하는 방법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고, 평소 궁금했던 디자인 스튜디오나 디자이너의 작업실을 방문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다양한 위치에서 일하는 여성 디자이너들로부터 ‘생존 꿀팁’을 들어보는 팟캐스트 ‘디자인FM’을 개설하면서 업계 디자이너들의 호응을 얻었다. 뿐만 아니라 FDSC 회원들이 멘토가 돼 그래픽디자인 분야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포트폴리오를 보면서 조언을 나누는 자리도 가진다. -프로젝트나 소모임에 참여한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이예연 “견적서 작성하는 법을 공유하는 모임은 늘 반응이 뜨거워요.” 양으뜸 “계약을 의뢰받은 디자이너가 개인이냐 혹은 소규모 스튜디오냐 대규모 에이전시냐에 따라서도 다르지만 고객이 속한 조직 규모에 따라 견적서를 작성하는 방법이 달라지거든요. 디자이너들이 견적서를 공유하면서 ‘이 고객은 이 정도 규모의 일도 하는구나’, ‘그렇다면 이 정도의 금액을 요구할 수도 있겠구나’ 알게 되죠. 사실 프리랜서 디자이너들은 그런 정보를 접하기 쉽지 않거든요.” 이예연 “일주일에 한 번씩 운동 소모임도 열고 있는데 회원들 반응이 괜찮아요. 디자이너들이 계속 앉아서 반복적으로 신체를 움직이잖아요. 그래서 뭉친 근육을 풀고 거북목도 고칠 겸 여성 트레이너와 함께 마사지나 도구를 사용한 근력 운동을 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어떤 일들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이자인 “저는 FDSC에 회원으로 합류한 지 몇 달 안 됐는데 이번에 FDSC 웹사이트를 만드는 ‘대장’ 역할을 맡게 됐어요. 다른 회원 4명과 기획 단계를 마치고 이제 막 디자인을 하려는 중입니다. 12월 중에 오픈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어요.” 이예연 “FDSC 충청 지부가 곧 생겨요. 11월에 대전에서 충청 지역 여성 디자이너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이 열려요. 지역의 여러 디자이너들을 오프라인에서 먼저 만나고 내년쯤 ‘FDSC 충청’을 발족시킬 계획이에요. 앞으로 여성 단체와의 협업도 꾸준히 할 계획입니다.” -FDSC가 닿고 싶은 목표나 지향점이 있나요. 이지선 “FDSC의 다른 회원들이 이런 말을 전해 달라고 했어요. 믿을 만한 여성 디자이너를 구할 때 꼭 찾는 곳, 동아시아 그래픽디자인계의 대표적인 커뮤니티, 가입하고 싶은 디자이너들이 만명씩 줄을 서는 곳이 되길 바란다고요(웃음).” 이예연 “이런 이야기도 있었어요. ‘여성 디자이너들 모두 팀장이 되고, 이사가 되고, 사장이 되고 세상을 호령하기를’.”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검찰권 남용 시 벌칙 조항 뺀 ‘인권보호수사규칙’ 제정

    입법예고 짧아 국민 의견 충분 반영 의문 ‘인권침해’ 감찰→총장 보고로 수위 낮춰 법무부가 수사 과정에서 검찰권 남용을 막겠다며 새롭게 정비한 인권보호 규정이 31일 제정됐다. 당초 초안에는 장시간·심야조사 금지 등 검찰 조사를 받는 당사자의 인권을 두텁게 보호하면서 이를 위반한 검사를 상대로 ‘감찰’을 하는 강력한 조항이 들어가 있었지만 최종안에는 ‘벌칙’ 조항이 빠졌다. 지나치게 짧은 입법예고 기간도 또 도마에 올랐다. 법무부가 이날 관보를 통해 공포한 ‘인권보호수사규칙’은 오는 12월 1일부터 시행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시행 시점을 늦춘 것으로 보인다. 이 규칙은 조 전 장관 사퇴 다음날인 지난 15일 초안이 공개돼 18일까지 나흘간 입법 예고됐다. 이후 대검찰청 의견 등을 반영한 수정안이 지난 25일부터 29일까지 닷새간 재입법 예고됐다. 이 기간에는 주말도 끼여 있었다. 재입법 예고 기간이 끝난 뒤 법무부가 검토 작업을 거친 건 단 하루였다. 이달 안에 제정하겠다고 밝힌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은 지켜졌지만 이 과정에서 국민 의견이 얼마나 반영됐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졸속 입법’이란 비판 속에 최종안은 초안과도 큰 차이를 보였다. 우선 초안에는 검사가 피의자 등 사건 관계인의 인권을 침해했거나 적법 절차를 위반했다고 볼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감찰을 실시할 수 있다고 나와 있었다. 그러나 최종안에는 감찰 대신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수위가 낮아졌는데도 법무부는 “보고 조항을 통해 실효성을 강화했다”고 했다. 검사의 반복적인 구속영장 청구에 제동을 걸기 위해 재청구 때는 검찰시민위원회 심의를 거치는 등 국민 의견을 반영하자는 조항도 초안에 있었지만 최종안에서는 사라졌다. 검사가 없을 때 수사관이 피의자 등 사건 관계인을 조사하지 못하도록 한 단독조사 금지, 형사부 검사의 직접수사 최소화 조항도 빠졌다. 이 규칙이 시행되면 1회 조사시간이 총 12시간, 식사와 휴식시간을 제외한 실제 조사시간이 8시간을 넘길 수 없다. 조서 열람시간을 제외하고 오후 9시부터 오전 6시 사이에 이뤄지는 심야조사도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AI, 단순 일자리 대신할 것… 인간은 창조적 업무로 이동”

    “AI, 단순 일자리 대신할 것… 인간은 창조적 업무로 이동”

    토비 월시 UNSW 교수·손미나 작가 대담 인간 존엄 지키기 위한 디지털 규제 필요 단기적으론 무기 전용 가능성 가장 우려“인간과 공존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손미나 작가) “그동안 디지털 분야 기술에 대해서는 규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혁신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렇지만 AI가 인간의 존엄성을 무너뜨리지 않는 기술이 되기 위해서는 결국 어느 정도의 규제가 필요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토비 월시 교수)10월 마지막 날인 31일 열린 ‘2019 서울미래컨퍼런스’의 대미는 아나운서 출신 손미나 작가와 인공지능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토비 월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UNSW) 교수가 장식했다. 이들은 ‘빠른 시대, 느리게 생각하기’라는 주제로 점점 가까워지고 빠르게 변화하는 AI의 시대를 맞아 사회 전체가 어떻게 바뀔지에 대해 차분히 생각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가능케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에 관해 진지하지만 대중이 이해하기 쉽게 다양한 사례를 들며 논의를 이어 갔다. 지난해 초 전 세계 57명의 인공지능 전문가와 함께 카이스트의 인공지능 무기화 연구에 우려를 표명하고 공동연구 보이콧을 주도해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월시 교수는 “AI는 분명히 장기적으론 긍정적 측면이 크지만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면이 눈에 많이 띄는 것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무기로 전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과 함께 기술 접근성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불평등 문제가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단언했다.월시 교수는 이날도 “인공지능이나 기계가 자율적으로 전쟁을 수행하도록 한다면 전쟁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아져 이전보다 더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며 “예를 들어 자율주행 기술과 드론이 결합돼 무기까지 장착되면 테러 위험이 상시화돼 지금보다 위험한 사회가 될 것이 너무나도 뻔하다”고 말했다. 손 작가가 ‘많은 사람이 AI가 등장하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걱정을 한다’고 지적하자 월시 교수는 “인공지능 때문에 일자리가 사라지고 사람의 할 일이 없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외의 답변을 내놨다. “현재도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고 앞으로도 그런 부분들이 늘어날 겁니다.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기 시작한 산업혁명 때를 생각해 봅시다. ‘주말’이란 개념도 산업혁명 때문에 생긴 겁니다. 인간이 하기 싫어하는 지루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인공지능과 로봇이 대신해 주는 겁니다. 그러면 사람은 좀더 창의적이고 로봇이나 인공지능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될 겁니다.” ‘생각하는 기계’인 인공지능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월시 교수는 호주 언론에서 디지털 혁명을 이끄는 ‘100명의 대중스타’에 선정되는 등 과학 대중화에도 열심인 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단독] 가장 효과적인 칫솔질은 ‘회전법’? 틀렸습니다

    [단독] 가장 효과적인 칫솔질은 ‘회전법’? 틀렸습니다

    서울대 조현재 교수팀 칫솔질 효과 검증사선·원 그리기·수평 동작 세균막에 효과시간요인 더하자 ‘수평 동작’ 유의미한 결과“‘회전법’ 강조하는 획일적 교육 개선해야”치주질환과 충치 등 치과질환을 예방하는 ‘칫솔질’ 방법 중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회전법’이 세균막 제거 효과가 가장 낮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회전법은 칫솔을 치아에 밀착시킨 뒤 손목 회전을 이용해 쓸어 올리거나 내리는 형태로 치아를 닦는 방식이다. 미국, 일본 등의 해외 선진국들은 치은연(치아와 잇몸이 만나는 경계) 부위를 청결하게 하는데 용이한 ‘바스법’, ‘스크러빙법’ 등 수평 동작을 권하는데 반해 유독 한국에서만 회전법이 ‘금과옥조’처럼 여겨지고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 학계에서 나오고 있다. 31일 조현재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예방치학교실 교수팀이 최근 대한구강보건학회지에 보고한 ‘칫솔질 방법 간 치면세균막 제거 효율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회전 동작, 수직 동작, 수평 동작, 원 그리기 동작, 사선 동작 등 5가지 대표적 칫솔질 방법 중 ‘회전 동작’의 치아 세균막 제거 효과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회전법은 과거 치아를 청결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려졌지만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회전법 가장 좋다” 홍보했지만…정반대 결과 이번 연구는 만 19~30세 성인 남녀 30명을 대상으로 초소형 카메라로 칫솔질 방법을 촬영하고, 각 치아의 세균막 지수를 측정해 평균을 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영상을 5배 확대한 뒤 재생 속도는 0.8배속으로 줄여 칫솔질 방법을 평가했고, 1초 이상 칫솔로 닦은 부위만 분석했다. 분석 결과 전체 부위에서 칫솔질을 하지 않았을 때 세균막 지수는 2.52±0.81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은 회전 동작(2.44±0.64)이었다. 칫솔질을 하지 않았을 때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을 정도다. 이어 수직 동작(2.24±0.79), 수평 동작(2.06±0.7), 원 그리기 동작(1.85±0.91), 사선 동작(1.74±0.82) 등의 순이었다. 앞니와 어금니, 좌·우측 치아 모두 사선 동작, 원 그리기 동작, 수평 동작 등에서 세균막을 더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또 시간 요소를 더해 다시 분석한 결과 수평 동작, 원 그리기 동작, 사선 동작 등 3개 방법에서 세균막 지수가 감소했고, 특히 ‘수평 동작’을 한 부위에서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가 나왔다. 한 부위를 10초 이상 닦을 때는 회전 동작과 칫솔질을 하지 않았을 때를 제외한 모든 방법에서 세균막 지수가 감소했다. 조 교수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단순히 칫솔을 수직으로 움직이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전법은 다른 칫솔질 방법보다 치면세균막 감소에 효과적이지 않으며,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회전법을 권장하거나 교육하는 것은 이론적인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선행 연구들의 결과와 마찬가지로 회전 동작은 치면세균막 제거에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아니며, 회전 동작과 수직 동작과 같이 상하로만 움직이는 칫솔질보다 수평 동작, 사선 동작, 원 그리기 동작처럼 좌우로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칫솔질 방법이 세균막 제거에 효과적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특히 조 교수는 “한 해외 연구에서는 회전법을 권장하는 국가는 없는 것으로 보고되기도 했다”며 “따라서 한국에서도 회전법만 획일적으로 추천할 것이 아니라 칫솔질 방법별 치면세균막 제거 효율성에 대한 충분한 근거를 확보하고 치아우식뿐만 아니라 치주질환도 예방할 수 있는 칫솔질 교육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국 같은 나라는 아이에게 특정한 방법으로만 획일적인 교육을 하지 마라고 권장한다”며 “이미 의학 교과서에서는 4~5년 전부터 회전법을 권장하지 않고 있고 학계에서 공감대도 형성됐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새로운 방법을 권해야 할 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아쉽다”고도 했다.●미세모 유행하면서 수직 동작 효율 떨어져 칫솔모 재질 변화도 새로운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과거에는 딱딱한 재질의 칫솔모를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미세모’가 유행하고 있어 회전법 등의 수직 동작으로는 끈적끈적한 세균막을 깨끗하게 닦아내는데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과거에는 잇몸 상처 위험 때문에 수평 동작을 권하지 않은 측면도 있는데 최근에는 미세모가 많아지면서 새로운 동작을 권해야 할 당위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전체 치아를 16개 구획으로 나눴는데 1개 구획 당 최소 10초 이상 닦아야 세균막 제거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1회에 최소 3분 이상의 칫솔질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치아 안쪽 부위 중 칫솔질이 미치지 않는 비율이 52.9%로 절반을 넘었다. 바깥면은 제대로 닦지 않는 비율이 7.1%로 비교적 적었다. 조 교수는 “칫솔질만으로는 100점 만점에 평균 50점 정도의 효과만 볼 수 있다”며 “칫솔질 외에도 치간 칫솔 등 보조기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물을 이용하는 구강세정기에 대해서는 “세균막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지만 두께를 얇게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식기세척기’로 비유하면 적당하다”며 “완벽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한국예탁결제원 “잠자는 실기주과실 찾아가세요”

    한국예탁결제원 “잠자는 실기주과실 찾아가세요”

    한국예탁결제원은 실기주과실을 찾아주기 위해 나섰다. 실기주로부터 발생한 실기주과실(배당금·배당주식·무상주식)이 배당금 374억원, 주식 180만주(시가로 환산 시 20억원)에 달하는 것에 따른 것이다. 발행회사로부터 실기주과실을 모두 도맡아 관리하는 한국예탁결제원은 해당 실기주주의 청구 시 심사 후 지급해주고 있다. 특히 실기주주들의 환급신청이 없으면 실기주식에서 반복적으로 실기주과실이 발생함에 따라 최근 각 증권회사에 실기주과실이 발생한 실기주권의 출고·재입고내역과 대량 실기주과실이 발생한 회사내역을 알려주고 있다. 또한 증권회사 본지점에 실기주과실을 환급해 갈 것을 권유하는 홍보 리플릿을 배포하고, 증권사 홈페이지 배너존 및 공지사항에 안내문을 게시하는 등 실기주과실을 찾아주기 위해 대대적인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실기주과실이 있는지 확인하려면 예탁결제원 홈페이지 내 ‘실기주 과실 조회서비스’ 메뉴에서 가능하며, 권리가 확인돼 실기주과실을 받아 가려면 실기주권을 입고 또는 출고한 증권회사에 실기주과실 환급 신청을 하면 된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초등생 얼굴에 ‘공 맞히기’ 교사 징역형…“친구에게 공 던져 맞혀라”

    초등생 얼굴에 ‘공 맞히기’ 교사 징역형…“친구에게 공 던져 맞혀라”

    재판부 “교육과정 매우 부적절·반복적 학대”“폭력 현장 목격과 동참 요구로 아동들 충격”교사, 축구공 보관함에 아이들 가두고 잠가수업 시간에 늦었다는 이유로 초등생을 세워 놓고 같은 반 친구들에게 공을 던져 맞히게 하고 자신도 초등생 얼굴에 공을 던져 맞히며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교사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1심은 다수의 아이들을 관리·통제하는 상황에서 발생한 점 등을 고려해 벌금형을 선고했지만 2심은 교육 방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며 형량을 높였다. 대전지법 형사항소1부(심준보 부장판사)는 29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충남의 한 초등학교 체육교사 A(33)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는 가해 교사의 행동이 피해 초등생은 물론 해당 초등생이 맞는 모습을 현장에서 목격하고 강제로 공을 던져 맞혀야 했던 다른 초등생들에게도 폭력 동참에 따른 정신적 충격을 줬다며 형량을 1심보다 높게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교육 과정에 매우 부적절하고 폭력적인 방법을 사용했고 학대 행위도 반복적으로 이루어졌다”면서 “피해 아동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행위를 목격하고 폭력에 동참할 것을 요구받은 다른 아동에게도 정신적인 충격을 준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 양형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A씨는 지난해 4∼5월 수업에 늦은 학생을 향해 친구들이 공을 던져 맞히도록 하고, 같은 해 3월에는 수업 시간에 떠든 학생을 벽에 기대 세운 뒤 자신이 직접 얼굴을 향해 공을 던져 이마를 맞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수업 시간에 장난을 치는 아이들을 축구공 보관함에 들어가게 한 뒤 밖에서 잠가 약 10분간 나오지 못하도록 한 혐의도 적용됐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노 “직접고용 통해 노동자 보호” 사 “안전은 도급 아닌 시스템 문제”

    노 “직접고용 통해 노동자 보호” 사 “안전은 도급 아닌 시스템 문제”

    “2022년까지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절반으로 줄이겠다.”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이다. 노동자들은 열광했다. 더는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누릴 거라는 기대였다. 그러나 안전한 일터는 아직도 요원하다. 불법 다단계 하도급과 위험의 외주화라는 구조에서 노동자들은 목숨을 걸고 일하고 있다. 서울신문은 이달 초 ‘세이프 코리아 리포트’ 긴급진단을 시작해 국내외 산업현장의 안전관리 실태를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28일 기획보도의 마지막으로 노사정과 학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산업안전의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제언이 쏟아졌다. 고재철 한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장, 안홍섭(한국건설안전학회장) 군산대 건축공학과 교수,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백대진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조직처장 등이 참석했다. 오일만 서울신문 편집부국장이 사회를 맡았다.-우리나라 산업안전의 현주소는. 백대진 후진국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경영계는 겉으로만 안전을 강조한다. 여전히 안전보다는 성과와 실적을 우선시한다. 2017년 산업재해현황 분석에 따르면 전체 산재에서 요양기간이 30일 이상인 중상해 사고 비율이 85%가 넘는다. 가벼운 사고는 산재 처리를 하지 않고 은폐된다는 뜻이다. 우리 사회의 산업안전 인식의 현주소다. 류기정 과거보다 재해율이나 사망자수가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다. 다만 산재가 주로 중소 영세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대기업의 사망사고는 언론에서 크게 주목하지만 실제로는 50인 미만 기업에서 산재 사고의 80%가 발생하고 있다. 행정 서비스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산재 사망사고의 원인을 위험한 업무를 하청업체로 넘기는 위험의 외주화에서 찾는다. 백대진 김용균씨 사망사고로 사회적 문제가 됐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위험한 업무를 비정규직을 통해 처리하는 것은 안전보건 관리의 근간을 흔드는 불합리한 제도다. 이를 금지하는 꼼꼼한 규제가 필요하다. 노동자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원·하청 구조를 깨뜨리고 직접고용을 확대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류기정 위험의 외주화는 노동계가 설정한 프레임이다. 사고들을 보면 반드시 2인 1조로 해야 할 작업을 1명이 맡는 등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서 발생한 것이 많다. 공정의 분업화와 전문화는 세계적인 추세다. 모든 도급을 금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안전관리는 도급의 여부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다. 원청의 책임을 강화한다면서 관리·감독할 권한은 주지 않는다. 원청에서 하청업체의 안전을 관리하다가 자칫 ‘불법파견’으로 판정이 나면 모두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 원·하청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홍섭 도급 자체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안전한 작업환경을 갖췄는지 확인을 깐깐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건설현장에서 비계(작업대) 설치는 안전을 담보하는 기본이기에 매우 위험한 작업이다. 이런 어려운 작업일수록 전문적인 역량을 갖춘 업체가 그 일을 수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원청이 도급을 줄 때 하청업체에 가격을 ‘후려치지’ 않고 제값을 지불했는지, 작업을 안전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줬는지 등을 잘 살펴야 한다. -이른바 ‘김용균법’이라고도 불리는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이 내년 시행된다. 백대진 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취지가 퇴색했다.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한다고 했지만 ‘경제 사정’을 고려한다면서 알맹이는 쏙 뺐다. 하위법령 개정안에서도 도급 금지 작업이 오히려 상위법보다 후퇴했다. 원청의 책임을 강화한다면서 건설기계 분야를 제외한 것도 반드시 되짚어 봐야 할 부분이다. 고재철 법 개정 절차가 김용균씨 사망사고로 급물살을 탔다. 산안법은 원칙적으로 사고의 책임을 사업주가 지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사고 자체를 없앨 수는 없는 노릇이다. 생산 과정에 참여하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역할을 분담하는 게 중요하다. 산업안전은 단순히 노동법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우리 사회 모든 주체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앞으로 이런 방향으로 더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류기정 과연 사업주만 처벌하는 것이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시대가 변화하는 만큼 전반적인 법의 틀을 재구조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런 과정이 없이 너무 급속하게 통과된 측면이 있다. 안홍섭 영국은 건설안전법을 따로 둔다. 그런데 한국의 산안법은 제조업과 건설업 등 모든 업종을 묶어서 관리한다. 제조공장과 건설현장은 속성이 전혀 다르다. 제조공장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산안법을 아무리 뜯어고쳐도 건설업에서는 실효성이 없는 이유다. 앞으로는 건설업의 속성을 담을 수 있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의 사업주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기업살인법 제정은 어떻게 보나. 백대진 영국에서 시행하고 있고 실질적인 효과를 거뒀다. 우리나라에서 사업주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에 가깝다. 기업이 안전에 신경 쓸 이유가 없는 것이다. 노동자를 소모품으로 취급하게 된다. 기업살인법을 도입해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를 강력하게 처벌하고 이것이 예방으로 선순환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류기정 또 다른 사회 문제를 발생시킬 것이다. 산안법은 이미 사업주를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규제다. 정부에서 특별감독을 나오면 수천 건의 지적사항이 나오고 수억원의 과태료를 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법원이 사업주에게 낮은 형량을 내리는 이유는 사업주가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게 아니기 때문이다. 대부분 사고는 재래형 사고를 포함해 노동자의 ‘불안전 행동’(위험한 행동)에서 발생한다. 고재철 노동자의 불안전 행동은 사고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자신이 죽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위험한 행동을 하는 노동자는 없다. 노동자의 불안전 행동을 줄이려면 그 행동이 왜 위험한지 이해를 시키는 것이 먼저다. 규칙을 만들고 반복적으로 지키도록 해야 한다. 무의식적으로 불안전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기업에서도 일정한 비용을 들여야 한다. 산안법 규정에서 정한 2시간짜리 교육으로 의무를 다했다고 하는 것은 곤란하다. 기업살인법은 법이 사회에 전하는 메시지다. 안전은 생명이고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기업살인법의 메시지는 근로자를 고용해서 죽거나 다치게 하려면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산재 사망자수를 실질적으로 줄이려면. 류기정 안전에 대한 경영자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지적에는 공감한다. 정부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소중히 한다는 방침을 밝힌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양적인 수치에만 골몰하면 질적인 측면에서 개선을 이룰 수 있는 문제를 놓칠 수 있다. 산업안전 분야에서 대기업은 이미 선진국 수준으로 진입했다. 문제는 중소 영세사업장이다. 이들이 따라올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적절한 지원을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산업안전은 노사가 대결하는 게 아니라 협력해야 하는 문제다. 안홍섭 이번 정부에서는 엄청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확실하게 안전에 대한 문제를 각인시킨 것은 중요하다. 과거에는 각 부처에서 나눠서 했다면 이제는 관계부처가 협업하고 있다. 긍정적인 부분이다. 다만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려면 기존의 방식을 뛰어넘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건설현장을 단순하게 점검해서 바꾸는 방법은 비효율적이다. 다수의 이해당사자가 개입하는 산업현장의 실태를 정확히 반영하는 제도와 절차가 필요하다. 정리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걸어서 10분이면 닿는 생활복지… 중구민 위한 ‘洞 정부’ 열린다

    걸어서 10분이면 닿는 생활복지… 중구민 위한 ‘洞 정부’ 열린다

    서울 중구의 면적은 9.96㎢로 서울시의 1.6%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그 안에 온갖 매력이 다 있다. 수많은 역사자원과 문화예술시설, 대형 쇼핑가와 대기업 등 주요 문화와 산업이 몰려 있다. 38개에 달하는 전통시장과 노포(老鋪)도 있고, 최근에는 한때 야간 공동화로 고심했던 을지로 골목까지 젊은 사람으로 가득한 ‘핫플레이스’가 됐다. 반면 개발과 지원이 필요한 곳도 많다. 회현동 쪽방촌과 신당동 개미골목, 황학동 여인숙촌, 중림동 호박마을 등 군소 단위의 생활 쪽방지역이 여럿 있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역대 구정이 겉으로 보이는 도시의 화려함에 치중했던 것과 달리 민선 7기는 ‘중구민을 위한 도시’를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말한다. 노인복지와 젊은층을 위한 보육·교육 등 주민의 삶을 바꾸는 도시를 만들고 있다. 이를 위해 서 구청장은 올해 2월부터 트레이닝복에 운동화 차림으로 매일 새벽 황학동 집을 나서 중앙시장, 신당동 아리랑고개 등 지역 곳곳을 걸으며 주민들의 소리를 들은 뒤 구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지난 21일 중구 직영 초등돌봄교실 2호점이 있는 중림동 봉래초등학교 뒷마당에서 그를 만나 180도 바뀐 중구의 구정 패러다임에 대해 들었다.-‘중구민을 위한 도시’를 구정 목표로 잡았는데. “신당동, 약수동, 황학동 등이 있는 중구 동부에 구 전체 인구의 70%가 산다. 그런데도 생활환경과 공공서비스 체계는 부실하다. 일례로 올해 1월 황학동 중앙시장 인근 다세대주택 밀집지로 이사했는데 동네에 공원과 공영주차장, 공공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생활폐기물 무단 투기, 불법 주차 등의 문제도 심각하다. 중구 문제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역대 구정은 이렇게 어두운 면보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에 치중했다. 그러다 보니 도시에 따뜻함이 없었고 사회적 약자들은 소외됐다. 중구는 외형적 성장보다 사람에 대한 강력한 투자가 필요하다. 도시가 노후화되고 젊은이들이 떠나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래서 노인들에게는 ‘어르신 공로수당’을 지원하고, 젊은층이 떠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보육·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어르신 공로수당과 보육·교육(교육 4종 세트) 사업은 중구가 올해 각각 150억원과 200억원을 투입한 핵심 전략사업이다.”-교육 4종 세트 사업 가운데 가장 속도가 나는 분야를 꼽는다면. “교육 4종 세트란 초등돌봄교실, 국공립어린이집, 진학상담센터, 진로체험버스 직영이다. 그 가운데 전국 최초 ‘구 직영 초등돌봄교실’은 학부모들이 돌봄에서 원하는 부분을 잘 파고들었다고 생각한다. 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학교와 같은 안전한 곳에 내 아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충족했다. 지난 7월에는 행정안전부가 전국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개최한 ‘지자체 저출산 우수시책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에 선정돼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내년 상반기 중에는 ‘박정희 기념공원’의 의혹을 낳았던 동화동 공영주차장 사업지에 교육혁신센터가 완성된다. 지하 2층~지상 3층으로 구 직영 교육 4종 세트 등 교육 프로그램은 물론 구 교육정책 전반을 조율하게 된다.” -어르신 공로수당의 경우 현금복지 논란도 있었는데. “보건복지부의 고충을 이해하기 때문에 협의 중이다. 다만 중구는 65세 이상 비율이 17%로 서울 자치구 평균(14%)보다 높다. 85세 이상 어르신과 독거 어르신의 빈곤율도 서울시에서 가장 높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 사회복지 지출을 보면 우리나라는 전체 GDP에서 복지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1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0%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나라에서 취약계층을 직접 돌볼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현금복지라는 말 자체가 난센스다. 지금은 지방정부든 중앙정부든 복지정책을 확대해 나갈 때다. 복지 경쟁이 필요하다.” -어르신 공로수당과 교육·보육 외에 주민 삶 개선을 위한 ‘동 정부’ 구축 방안도 눈에 띄는데. “주민들 입장에서는 구보다는 동이 생활 거점이다. 지난 4월부터 주민들을 찾아다니며 동 정부 등 구가 하려는 중요 사업들을 설명했다. 몇 명이 모이든 상관없이 가서 설명하고 질문을 받았다. 7~9월 동안 103회에 걸쳐 5372명을 만났다. 동 정부는 공공서비스와 각종 생활복지시설 운영의 축을 동주민센터로 옮기는 것이다. ‘어디서든 걸어서 10분’ 내에 생활 사회간접자본(SOC)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구청에 집중된 업무와 권한을 동주민센터로 분배하려고 한다.”-구도심인 을지로에는 기계·공구·정밀·조명·인쇄 등 산업이 밀집해 있는데 발전 청사진은. “중구의 전통 산업들은 지원·육성하면서 지역 개발도 해야 한다. 기계·공구·정밀업체가 몰려 있는 을지로 3구역은 서울시가 협의 중이다. 6구역에는 인쇄업체들이 몰려 있는데 산업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로 밀려나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구 주도로 서울메이커스파크(SMP)를 만들려고 한다. SMP는 도심 산업의 순환적 재생을 촉진하는 역할을 맡는다. 주거·산업·문화 복합시설을 만들어 인쇄업체들이 SMP에 저렴하게 입주해 기술 지원 등으로 경쟁력을 키워 정비가 끝나면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중구 발전 방향이 역대 구정과 달라진 만큼 이를 실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구정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서는 모든 역량을 모아야 한다. 이에 따라 구의회, 구청 직원, 구민들이 함께 힘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 주민을 대표하는 구의회와도 힘을 합쳐 중구를 발전시키려고 한다.” 진행 주현진 부장 jhj@seoul.co.kr정리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그가 걸어온 길 운동권 → 정치인 → 구청장…맨몸으로 달린 비주류의 길…시사평론가로도 종횡무진전태일 평전과 광주민주화운동 기록 등을 읽고 뜻을 세워 대학에서 학생운동에 전념했다. 1987년 숭실대에 입학했지만 그 탓에 복적과 제적을 거듭했고 2003년에야 졸업할 수 있었다. 1987년 6월 항쟁에 뛰어들었고 전국대학생연합에서 정책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운동권 선배들을 돕기 위해 1995년 지역위원회 자원봉사자로 정당 활동을 시작했다. 이듬해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창당한 새정치국민회의에 입당했고 4년 뒤 김희선 국회의원 보좌관이 되면서 정치인으로서 길을 열었다. 그 길은 철저한 비주류의 길이었다. 2002년 대선에서는 노무현 후보 캠프에서 일했다.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김근태 전 국회의원과 이인제 전 국회의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나왔고 그는 계파 없는 비주류인 ‘노무현’을 선택했다. 맨몸 하나 앞세워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노 전 대통령을 보며 그의 삶은 전환점을 맞는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 후 서 구청장은 청와대 정무비서실 행정관으로 4년 동안 일했다. 그리고 2007년 홀연히 청와대를 나와 중앙당으로 옮겨 당대표 비서실, 전략기획위원장을 지냈다. 대선을 앞둔 시기였다. 보수는 이명박 후보를 통해 혁신을 시도하는데 진보는 기득권만 지키려 하는 모습을 비판하며 진보 진영의 외연 확대를 주장했다. 2011년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서 조직특보를 맡았고 2016년에는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을 지냈다. 그리고 이 무렵부터 종편과 라디오에서 시사평론가로 활약했다. 정치라는 종목에서 선수로만 뛰다가 해설가를 한 셈이다. 선거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는 일주일에 30개 프로그램까지 출연했다. 그 덕에 서울 중구청장이 된 지금도 어떤 주민은 그를 만나면 (구청장인지 모르고) 왜 요샌 TV에서 안 보이냐는 얘기를 한다. ▲경남 창녕 출생(1967) ▲서울 석관초, 서울 경희중, 서울 청량고, 숭실대 철학과 졸업 ▲김대중 대통령 후보 선대위 청년특위 부위원장(1997) ▲김희선 국회의원 보좌관(2000) ▲노무현 대통령 후보 선대위 전략기획실 메시지전문위원(2002)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무비서실 행정관(2003)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조직특보(2011)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2016)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2018) ▲민선 7기 서울 중구청장(2018~) ▲저서 ‘길 위에서 만난 중구’
  • 방글라 법원, 성추행 고소 여학생에 불 질러 숨지게 한 16명에 “사형”

    방글라 법원, 성추행 고소 여학생에 불 질러 숨지게 한 16명에 “사형”

    방글라데시 법원이 교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고소했다는 이유로 19세 여학생 누스랏 자한 라피의 몸에 등유를 끼얹고 불을 붙여 숨지게 만든 16명 모두에 사형을 선고했다. 지난 3월 26일(이하 현지시간) 수도 다카에서 160㎞ 떨어진 페니 마을의 마드라사(무슬림 학교)에 재학 중이던 누스랏은 시라지 우드 둘라 교장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고소한 지 열하루 만인 4월 6일 이런 끔찍한 변을 당해 닷새 뒤 눈을 감았다. 보통 이 나라에서는 재판이 1년 이상 끄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이 사건 재판은 아주 예외적으로 신속히 진행돼 반년 만에 결론이 내려졌다고 영국 BBC가 24일 전했다.하페즈 아메드 검사는 취재진에게 “방글라데시에서 누구도 살인을 저지르고 빠져나갈 수 없다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그녀 몸에 불을 붙인 이들 가운데 같은 학교 학생 2명이 가담했으며 교장을 비롯해 3명의 교사는 감옥에서 누스랏을 살해하라고 지시했으며 여당의 지역 지도자인 라훌 아민, 막수드 알람에게도 마찬가지로 유죄가 선고됐다. 일부 경찰관은 가해자들과 짜고 그녀가 자살해 세상을 떠났다고 거짓 뉴스를 퍼뜨리게 했다. 교장실에 불려간 누스랏은 교장이 반복적으로 몸을 더듬어 도망쳤다. 보수적인 이 나라의 여느 가족과 달리 누스랏 가족은 딸의 주장을 믿어줬고 용기를 낸 그녀는 진술 조서까지 작성했다. 당연히 경찰은 안전한 곳에 그녀를 보호하고 피해 사실을 입증할 수 있도록 도와야 마땅했지만, 한 경관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그녀 모습을 동영상에 담아 현지 언론에 유출했다. 이 과정에 경관은 한사코 얼굴을 가리려는 그녀의 손을 치우려고까지 했다. 교장은 체포되면서도 “별 일 아니다”라고 말했고, 사람들이 몰려와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두 남학생과 지역 정치인들이 항의 시위를 주도했다. 지난 4월 6일 누스랏은 시험을 치르려 오빠와 함께 학교에 갔지만 교실에 들어가지 못했다. 몇몇 여학생들이 한 친구가 구타 당했으니 가보자며 학교 지붕으로 이끌었다. 부르카를 입은 네다섯 명이 누스랏에게 교장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라고 압박하자 누스랏은 그렇게 못한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녀 몸에 불을 붙였다. 수사 책임자는 가해자들이 “자살한 것처럼 꾸미려고까지 했다”고 밝혔다. 사람들이 달려와 불을 끄려고 했고, 그녀는 자신이 당한 상황을 설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신의 80%가 화상을 입은 것으로 진단됐고, 다카의 큰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시름시름 앓던 그녀는 결국 지난 10일 숨을 거두고 말았다. 누스랏은 소생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았던지 앰뷸런스 안에서 오빠의 휴대전화에 마지막으로 다음 내용을 녹음했다. “선생님이 날 만졌다. 마지막 숨이 붙어 있을 때까지 이 범죄와 싸울 것이다.” 그녀의 동영상을 언론에 유출한 경관은 다른 부서로 좌천됐다. 장례식에 수천명이 운집해 고인을 애도했고 방글라데시 전역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해야 한다는 시위와 집회가 연이어 열렸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브렉시트 합의안 표결 또 무산… 존슨, 법제화로 맞서

    英정부, EU탈퇴 법안 24일 처리 추진 일부 의원 “미래 바꿀 결정에 3일 짧아” EU 잔류·제2국민투표 발의 가능성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유럽연합(EU)이 맺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합의안이 영국 하원에서 또다시 표결에 실패했다. 영국 정부는 곧바로 110쪽 분량의 EU 탈퇴 합의 법안(WAB)을 공개하며 이번 주중 하원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원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그로부터 일주일 뒤 예정대로 브렉시트를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존 버커우 하원의장은 동일 회기 내 같은 사안을 표결에 상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의회 규약을 근거로 존슨의 브렉시트 합의안 표결을 거부했다. 총리의 합의안은 지난 19일 올리버 레트윈 경의 수정안이 통과되며 한 차례 승인이 보류된 바 있다. 버커우 하원의장은 존슨의 표결 시도가 “반복적이고 무질서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곧장 브렉시트 합의안을 영국법으로 전환하고 비준 권한을 정부에 넘기는 WAB를 공개하며 24일 의회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이컵 리스 모그 보수당 하원 원내대표는 이를 위해 법안 관련 토론 시간을 제한하고 의회를 밤늦게까지 열 수 있도록 하는 계획안을 내놨다. 22일 하원이 계획안에 승인하고 상원이 이에 동의하면 사흘간 법안을 두고 일종의 끝장 토론이 진행된다. 일부 의원들은 법안을 면밀히 살피기에 3일은 지나치게 짧다고 지적했다. 무소속 실비아 허먼 의원은 “존슨 총리는 북아일랜드를 방문해 그들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결정을 단 3일간만 논의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계획안이 통과하더라도 토론 과정에서 제1야당인 노동당이 영국이 EU 관세 동맹에 잔류토록 하거나 제2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개최하는 내용의 수정 안건을 발의할 가능성도 있다. 두 안 모두 존슨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한 것들이다. 영국 정부는 이러한 계획을 전달하면서도 합의 없는 ‘노 딜’ 브렉시트 준비가 최종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밝히며 의회를 압박했다. 존슨으로부터 ‘서명 없는’ 브렉시트 연기 요청을 받은 EU도 의회의 결정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자치광장] 회복적 경찰 활동, 치안서비스 향상/김재규 강원지방경찰청장

    [자치광장] 회복적 경찰 활동, 치안서비스 향상/김재규 강원지방경찰청장

    큰 병을 잘 고치는 것 못지않게 병이 커지기 전에 예방하고 초기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다. 경찰은 뛰어난 수사력으로 범인을 검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범죄가 발생하거나 큰 범죄로 이어지지 않도록 예방 및 초기 대응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절실하다. 실제 예방과 초기 대응이 경찰 활동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경찰은 법을 적용하고 강제력을 행사하기에 앞서 평화로운 문제 해결을 지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웃 사이의 사소한 말다툼이나 층간소음 문제의 당사자들은 경찰에 신고했을 때 법의 규정에 따라 누군가 처벌 받기보다는 문제의 확대를 막고 원만한 해결에 도달하도록 경찰이 도움을 주길 원한다. 학교폭력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놀림이나 따돌림의 피해 학생이나 그 부모는 가해 학생을 징계하거나 형사 처벌해 달라고 표면적으로 요구하지만 사실 가해 학생이 반성하고 사과하며 같은 피해가 더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원한다. 현장에서 이런 사례들을 마주하면 경찰은 정식 사건 처리보단 설득하거나 중재하며 어떻게든 사태를 진정시키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적대감과 의심, 오해를 해소하는 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때 경찰 활동에 당사자들이 문제 행동의 근본 원인과 영향을 살펴보고 스스로 해결점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절차가 마련된다면 강제력과 처벌 없이도 갈등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회복적 경찰 활동이 추구하는 길이다. 경찰은 현재 수도권과 강원도에서 회복적 대화모임을 진행하는 전문가들과 함께 회복적 경찰활동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지난 4월 30일부터 8월 31일까지 모두 65건을 접수했다. 그 가운데 44건에서 사과, 재발 방지 약속, 피해 변제 등 서로 만족하는 성과를 얻었다. 앞으로 회복적 경찰 활동이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되면, 경찰 활동은 기계적 법집행에서 벗어나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근본 문제를 해결하는 적극적 활동으로 변할 것이다. 또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질 때 각종 민원 사건들을 회복적 절차와 연계해 원만한 갈등 해결로 마무리함으로써 경찰 활동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이 더욱 만족하는 치안서비스 제공의 길이 열리게 될 것이다.
  • 10대 소녀 집단 성폭행범들 집으로 돌려보낸 판사…크로아티아 발칵

    10대 소녀 집단 성폭행범들 집으로 돌려보낸 판사…크로아티아 발칵

    크로아티아 법원이 10대 소녀를 집단 성폭행한 남성들을 모두 집으로 돌려보냈다가 다시 구속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18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크로아티아 법원은 지난 주말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19~20세 사이 남성 5명을 모두 석방했다. 이들은 최근 1년간 15세 소녀 한 명을 반복적으로 성폭행하고 범행 영상을 보내 협박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피의자를 모두 석방하라는 판결을 내렸다.이해할 수 없는 법원 판결에 시민들은 분노했다. 인권 단체들은 법원이 성폭력에 제대로 된 대처를 하고 있지 않다며 항의했다. 언론도 “판사가 (성폭행) 피해자를 가해자에게 배달해주었다”라고 비판했다. 크로아티아의 첫 여성 대통령인 콜린다 그라바르-키타로비치 역시 “폭력에 눈감아서는 안 된다. 그것은 피해자들을 더 욕보이는 것”이라며 이번 사건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다.여론이 들끓자 재판부는 최초 판결을 번복하고 용의자 5명을 다시 구속했다. 그러나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성난 시민들은 19일 거리로 나와 "범죄를 처벌하지 않는 것도 범죄"라며 법원을 규탄했다. 크로아티아는 현행법상 성폭행 피의자에게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90% 이상이 1년 이하의 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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