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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낮보다 아름다운 밤 제주목 관아… 24일간 9만 2000명 다녀갔다

    낮보다 아름다운 밤 제주목 관아… 24일간 9만 2000명 다녀갔다

    제주목 관아는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답게 빛났다. 국가유산청과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9일까지 24일간 제주목 관아에서 열린 미디어아트 전시 ‘펠롱펠롱 빛 모드락’이 총 9만 2000여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으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고 21일 밝혔다. 국가유산청과 제주도 세계유산본부가 공동 주최하고 국가유산진흥원이 주관한 이번 전시는 지난 18일 2003년 복원 개관 이후 22년 만에 하루 최대 관람객 8081명을 기록했다. 올해 제주를 대표하는 야간관광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최고 기록은 지난 10월 7일 6712명이었다. 인천에서 온 관광객 김모씨(42)씨는 “벽면에 말 탄 인물들이 행차하는 탐라순력도를 주제로 한 장면에선 진한 감동을 느꼈다”며 “예전에 스치듯 낮에 다녀갔을 땐 몰랐는데 목관아가 밤이 되자 마치 조선시대로 돌아가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특히 제주목 관아 외대문에 걸려 있는 시간을 알리는 종을 형상화한 대형 조형물, 귤림당을 물들인 귤빛 홀로그램 팬, 고목이 말을 거는 듯 연출된 망경루 미디어파사드 등은 관람객들에게 주목을 받으며 감탄사를 연발하게 했다. 개막 전부터 전 회차 매진을 기록한 우련당 다도(청귤차) 체험도 인기를 끌었다. 행사기간 동안 원도심 상가 매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인근에서 소품숍을 운영하는 상인 고모(50)씨는 “매대에 물건이 금세 동날 정도로 장사가 모처럼 잘 됐다”고 반겼다. 관광 전문가들은 이번 행사가 야간 관광명소 조성과 원도심 활성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성공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탑동 인근에 쇼핑 왔다가 들렀다는 이은경(57) 씨는 “사람들이 북적거려 들어가보니 미디어아트가 너무 아름다웠다”면서 “제주에선 밤이 되면 볼거리가 거의 없어 아쉬웠는데 이런 행사가 자주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흥행의 배경에는 완성도 높은 전시물과 치밀한 홍보 전략이 주효했다. 제주공항 도착 터미널에 상영된 ‘펠롱펠롱 빛 모드락’ 홍보영상은 그 자체로 하나의 전시였다는 평가다. 고종석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장은 “미디어아트는 문화유산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그 가치를 더 많은 이들이 향유할 수 있도록 한다”며 “내년에도 제주목 관아를 원도심을 잇는 야간 관광명소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제주목 관아는 관덕정(보물 제322호)을 포함해 국가사적 제380호로 지정돼 있다. 탐라국 이래 조선 시대에 이르기까지 제주 행정의 중추 역할을 해왔던 제주 목관아지를 1991년부터 1998년까지 4차례 발굴 조사한 결과 홍화각, 연희각, 우련당, 귤림당 등 30여 채의 건물 흔적이 확인됐다. 한편 국가유산청 미디어아트전은 강원도 철원(10월 26일까지), APEC이 열리는 경주(24일부터 11월 16일까지)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 김영성·이광복·조재량씨, 국가무형유산 ‘대목장’ 보유자

    국가유산청은 국가무형유산 대목장(大木匠) 보유자로 김영성·이광복·조재량씨를 각각 인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새 대목장 보유자가 나온 것은 25년 만이다. 대목장은 나무를 마름질하고 다듬을 뿐 아니라 건축 공사 설계·감리 등 전반을 모두 아우르는 목수를 뜻한다. 건물을 짓는 전 과정을 책임지는 장인이다. 김씨는 1977년 고택영(1918~2004) 보유자에게 기술을 배운 뒤 50년 가까이 한 길을 걸으며 대목장 기술 보전 및 전승을 위해 힘써 왔다. 조희환(1944~2002)·신영훈(1936~2020)씨로부터 대목장 기술을 배운 이씨는 20년 이상 전통 사찰 건축·보수 업무를 맡아 활동했다. 신응수 전 대목장 보유자로부터 기술을 익힌 조재량씨는 2006년 이수자가 된 이후 다양한 국가유산을 복원·보수했다.
  • 1600년 만에 깨어난 신라 장수… 무덤 밑 또 다른 무덤 있었다

    1600년 만에 깨어난 신라 장수… 무덤 밑 또 다른 무덤 있었다

    가장 오래된 서라벌 금동관 출토 경주 무덤 밑 상당수 발굴 가능성시종으로 추정되는 순장 인골도 신라 장수의 것으로 추정되는 4세기 후반~5세기 초 무덤에서 역대 신라 왕경(서라벌) 발굴품 가운데 가장 오래된 금동관이 출토됐다. 해당 무덤이 5세기 후반 무덤 바로 밑에서 발견됐다는 점에 비춰 학계는 현재 발굴된 경주 무덤 아래 이런 형태의 무덤이 상당수 있을 것으로 보고 주목하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경주 신라 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사업 중 하나인 황남동 120호분 적석목곽분(돌무지덧널무덤) 밑에서 적석목곽분 이전 시기에 먼저 조성됐던 1600년 전 목곽묘(덧널무덤)를 새롭게 확인했다고 20일 밝혔다. 적석목곽분은 나무로 짠 곽 주변에 돌을 쌓고 봉분을 조성한 신라 특유의 무덤이며, 덧널무덤은 나무로 관을 넣어 두는 널방을 만든 무덤이다. ‘경주 황남동 1호 목곽묘’로 이름 붙은 무덤 안에서 사람과 말의 갑옷과 투구 일체, 금동관 일부, 무덤 주인으로 추정되는 남성 장수 인골과 순장된 시종 추정 인골 등 165점의 유물이 발굴됐다. 이번에 발굴된 무덤은 신라의 무덤 양식이 목곽묘에서 적석목곽분으로 변화하는 전환기적 요소를 보여 주는 과도기적 양상을 띠고 있다. 현장 자문을 맡은 심현철 계명대 사학과 교수는 “적석목곽분 밑에 앞선 시기의 목곽묘가 있는 전모를 보여 준 첫 번째 사례”라며 “지금 경주의 묘들은 5세기 후반~6세기 전반의 적석목곽분인데 그 하부에 또 다른 형태의 무덤이 잔뜩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존 목곽묘 자리에 100년도 채 지나지 않아 적석목곽분을 또 만든 이유와 두 무덤의 관계는 앞으로 학계가 확인해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목곽묘는 주곽(主槨)과 부곽(副槨)으로 구성돼 있다. 주곽에서는 무덤 주인공의 치아가 확인됐다. 치아 마모 상태를 토대로 국가유산청은 30세 전후로 추정했다. 오른쪽 상체 부근에서는 철제 큰 칼이 발견됐으며 머리 위쪽에서는 금동관 일부가 출토됐다. 무덤 주인공이 신라의 장수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부곽에선 각종 부장품과 함께 시종으로 추정되는 순장 인골 1구가 확인됐다. 순장 인골은 팔을 벌린 상태였으며 다리는 ‘오’(O)자 형태로 벌어진 채 발견됐다. 성별은 알 수 없지만 160~165㎝ 신장으로 추정됐다. 김헌석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학예연구사는 “대부분의 순장은 사지를 똑바로 펴서 매장하는 신전장(伸展葬) 형태지만 이번 순장자는 순장 공간에 비해 키가 커 부자연스러운 자세로 무덤에 넣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목숨을 끊은 뒤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부곽에서는 사람과 말의 갑옷과 투구 일체도 출토됐다. 말이 착용하는 갑옷인 마갑(馬甲)은 경주 쪽샘지구 C10호분에 이어 신라 고분에서는 두 번째로 발견됐다. 중장기병의 실체와 함께 5세기 전후 신라의 강력한 군사력과 지배층의 위상을 보여 주는 자료다. 유산청은 이번에 발굴한 유물 전체와 발굴 현장을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을 맞아 일반에 공개한다. 황남동 1호 목곽묘 발굴 조사 현장은 APEC 기간을 포함해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공개되며, 주요 출토 유물은 같은 기간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신라월성연구센터(숭문대)에 전시된다.
  • [단독] 李 “납득 안 가는 ODA 많아”… 캄보디아발 구조조정 시사

    [단독] 李 “납득 안 가는 ODA 많아”… 캄보디아발 구조조정 시사

    “K컬처·AI 접목 등 새 방향 모색을”연간 수조원 사업 내실화 작업 지시 이재명 대통령이 기존의 공적개발원조(ODA) 방식을 재검토하고 ‘K컬처’와 ‘인공지능(AI)’ 등을 접목하는 새로운 방향을 찾으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 정부의 ODA 관련 논란이 이어진 데다 캄보디아 납치 피해 사태로 ODA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가운데 전면적인 방향 전환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정부 관계자는 20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이 대통령이) ODA에 전통적인 원조 방식에서 벗어나 K컬처나 AI 같은 좀더 지혜로운 방식을 적용해 보자고 지시했다”며 “ODA를 너무 구태의연하게만 하지 말자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께서) ODA 사업에 대해 방향을 제시해 준 것이고 상세한 내용은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국제개발협력위원회에서 구체화해야 하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22일 비공개 국무회의에서는 “연간 수조원이 들어가는데도 납득이 가지 않는 해외 원조사업이 많다”며 “국위 선양과 외교상 목적에 맞게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지 정리해서 보고해 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K컬처 및 AI 접목은 ODA 재검토에서 지시가 더욱 구체화된 셈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 같은 지시가 나온 데 대해 “지난 정부의 ODA 사업 일부의 오용이 논란이 되면서 국내의 ODA에 대한 국민들의 수용도가 낮아졌다”며 “이러한 국내외적 환경 변화가 이번 ODA 정책 방향 전환의 기저에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ODA 사업 조정과 관련해 주무 부처도 작업에 착수했다. 국무총리실 소속 국제개발협력본부 관계자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문화사업과 관련된 ODA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검토하고 있을 것이고, AI 분야는 초기 단계라 이제 막 사업을 발굴해 보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과거의 문화 관련 ODA가 문화재 복원이나 콘텐츠 산업 역량 전수 등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K컬처를 ODA에 보다 창의적으로 접목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K컬처를) 직접적으로 연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문화를 직접적으로 확산하고 이런 것은 사업의 취지에 맞지 않을 수도 있는 만큼 어떻게 그것을 유연하게 적용할 건지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특히 캄보디아 관련 ODA 예산이 급증하면서 논란이 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캄보디아 ODA 사업과 건진법사 청탁 의혹의 연관성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캄보디아 ODA 지원 예산은 ▲2022년 1789억원 ▲2023년 1805억원 ▲2024년 2178억원으로 매년 늘었다. 특히 올해 지원 규모는 4353억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이번 캄보디아 사태를 계기로 ODA 예산 삭감을 주장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또 “최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공여국들이 원조 규모를 줄이고 있고 과거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원조기관(USAID) 폐지 추진에서 보듯 전 세계적으로 ODA가 축소되는 추세”라며 “원조 규모가 줄어들수록 자연스럽게 원조의 효과성과 효율성에 대한 요구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다만 기존 ODA 사업들의 예산과 관련한 전수조사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ODA와 관련된 예산은 원래 다 비공개”라며 “특정 ODA 예산의 액수를 갖고 어떻게 한다 이런 개념하고는 좀 다르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관련 부처의 후속 조치 보고에 대해 “구체적인 실행 계획에 대해서는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 [데스크 시각] 절망을 수출하지 않으려면

    [데스크 시각] 절망을 수출하지 않으려면

    범죄의 얼굴에는 두 개의 그림자가 겹친다. 하나는 분명한 가해자의 얼굴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가 만들어 낸 피해자의 자화상이다. 사람들은 종종 둘을 분리하려 한다. 단죄해야 정의가 선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단순하지 않다. 가해자는 피해의 뿌리에서 자라고, 피해자는 또 다른 폭력을 낳는다. 그 고리를 어떻게 끊을지가 우리 시대의 과제다. 그림자가 드리운 곳에 또 한 대의 비행기가 떴다. “아버지, 돈 벌러 잠깐 다녀올게요. 3주면 돼요.” 청년이 향한 곳은 캄보디아였다. 일자리를 구한 게 아니라 탈출구를 찾고 있었다. 외교부에 따르면 캄보디아 내 한국인 납치·감금 피해는 2021년 4건에서 2024년 220건으로 급증했고 올해는 330건을 넘었다. 피해자의 절반 이상이 스무 살 안팎의 청년이다. ‘월 300만원, 숙식 제공’이라는 문장이 그들을 비행기에 태웠다. 그러나 도착과 동시에 여권은 압수됐고, 이름은 감금된 방 안에서 사라졌다. 일부 피해자가 불법행위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사기에 속아 끌려간 이들이다. 범죄조직은 청년의 불안을 파고들었다. 불법의 책임은 개인에게 있지만 그 절망의 구조를 방치한 책임은 사회에 있다. 정의가 단죄로만 귀결될 때 우리는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근본적 원인은 묻지 않는다.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는 피해자·가해자·공동체 사이의 관계를 복원해 상처를 치유하는 정의다. 처벌이 아니라 관계의 복원에서 정의를 다시 세우는 일, 청년을 불법의 공범이 아닌 구조적 희생자로 바라보는 일, 그것이 사회의 책무다. 회복은 용서가 아니라 관계를 다시 잇는 일이다. 범죄를 낳은 구조를 바꾸고 상처 입은 사람을 공동체로 되돌리는 것이 국가의 정의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나누기보다 그 사이의 틈을 메워야 한다. 법은 처벌을 말하지만 사회는 연대를 말해야 한다. 연대의 언어가 사라질 때 정의는 사라지고 분노만 남는다. 1970년대 젊은 노동자들은 중동의 모래바람 속으로 떠났다. 건설사 깃발 아래 플랜트와 도로를 세우며 땀을 수출하고 희망을 수입했다. 그 길의 끝에는 부모의 웃음과 집 한 채가 있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또 다른 세대가 떠난다. 이들을 부르는 건 기업이 아니라 소셜미디어(SNS)의 그림자 광고다. 노동은 사라지고 표류하는 개인만 남았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청년 체감실업률은 20.6%, 서울의 평균 월세는 91만원, 비정규직 청년의 월소득은 182만원이다. 이 숫자들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일해도 나아지지 않는 삶’이라는 구조적 절망의 지표다. 그 틈을 범죄가 파고든다. 청년이 범죄의 피해자가 되기 전에 이미 사회의 피해자였다는 뜻이다. 정부는 지난해 ‘해외취업사기 주의보’를 냈지만 피해는 폭증했다. 경고는 있었으나 보호는 없었다. 외교·노동·치안의 대응체계는 따로 놀고, 청년은 브로커의 말만 믿은 채 비행기에 오른다. 해외취업 정보 검증제도와 브로커 단속 전담팀은 아직 시범 단계다. 전국 지자체 중 10곳만이 상담창구를 운영한다. 경고가 아니라 구조가 필요하다. 외교부·고용노동부·경찰청을 묶는 통합 피해대응센터, 지자체가 참여하는 청년 해외안전망 네트워크를 서둘러 제도화해야 한다. 보호는 경고보다 먼저여야 한다. 캄보디아행 비행기를 막는 방법은 단속이 아니다. 살아도 괜찮다는 이유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청년이 자신을 시장의 경쟁자가 아니라 사회의 한 사람으로 느낄 때 비행기는 멈춘다. 희망은 복지가 아니라 국가의 기반이다. 절망을 수출하는 사회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 절망을 수출하지 않으려면 청년이 돌아올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언젠가 그들이 돌아오는 길 위에서 이 나라도 가야 할 방향을 배울 것이다. 그 길이 곧 희망이 되길 바란다. 유영규 전국부장
  • ‘탁본 명장’ 흥선 스님, 국립중앙박물관에 탁본 1000여점 기증

    ‘탁본 명장’ 흥선 스님, 국립중앙박물관에 탁본 1000여점 기증

    40여년간 오로지 탁본(拓本)으로 우리 역사와 기억을 복원해 온 흥선(興善) 스님이 작품 1000여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박물관은 “대한불교조계종의 탁본 명장 흥선 스님으로부터 금석문(金石文) 탁본을 비롯해 모두 558건 1143점의 자료를 기증받았다”고 19일 밝혔다. 탁본 자료 기증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탁본은 돌이나 금속, 나무 등에 새긴 글씨나 그림을 종이와 먹으로 찍어 내는 것을 말한다. 흥선 스님은 금석문 탁본 분야 전문가다. 불교중앙박물관장, 경북 김천 직지사 주지 등을 역임했고 2013년부터 불교중앙박물관의 금석문 사업을 총괄하며 관련 연구의 기반을 닦았다. 지난해 조계종의 첫 탁본 분야 명장으로 인정받았다. 이번에 기증한 탁본은 스님이 직접 채탁하거나 감독해 제작한 것이다. 시대적으로는 삼국시대에서 조선시대까지 아우른다. 승려의 행적을 기록한 탑비, 승전비, 묘비 등 탁본 종류도 다양하다. ‘장흥 보림사 보조선사탑비’(보물) 탁본의 경우 예술성과 조형미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통일신라시대 승려인 보조선사 지선을 기리며 세운 탑비는 머릿돌에 구름과 용의 모습을 조각했고, 몸돌에는 보조선사 관련 기록을 담아 가치가 크다. 충무공 이순신을 기리는 비석 탁본, 당대 최고의 서예가인 추사 김정희의 서체를 엿볼 수 있는 광산김씨 묘비 탁본 등도 기증 자료에 포함됐다. 박물관은 기증 자료를 전시, 온라인, 아카이브 등에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유홍준 관장은 “이번 기증은 탁본의 예술성과 금석문 연구의 중요성을 국민과 공유하는 출발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국립중앙박물관의 연간 누적 관람객이 501만 6382명(15일 기준)을 돌파하면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연간 관람객 500만명대를 기록한 건 1945년 박물관 개관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동기 대비 약 70% 증가한 수치로, 이대로라면 전 세계 박물관 가운데 프랑스 루브르 등에 이어 관람객 수 5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 산불 피해 딛고 청송을 다시 청송답게… ‘사과 산업’ 재도약 올인

    산불 피해 딛고 청송을 다시 청송답게… ‘사과 산업’ 재도약 올인

    산불 피해 복구에 4300억원 투입 달기약수탕 일대엔 특별재생사업산림지역에 골프·파크골프장 조성올해 사과 생산량·가격 모두 안정미국 수입 대비 브랜드 전략 강화 “산불 피해 극복 위해 축제 찾기를”“대형 재난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더 건강하고 아름다운 청송을 만들겠습니다.” 윤경희 경북 청송군수는 지난 17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3월 초대형 산불로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 마을과 산림, 농업 분야를 ‘재창조’ 수준으로 되살리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군수는 ‘산소카페 청송’이라는 도시 브랜드에 걸맞게 산불 피해지역을 청송다운 청송으로 만드는 혁신적 공간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한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산불특별법을 근거로 골프장과 리조트를 유치하는 ‘산불극복 재창조 프로젝트’, 마을 단위 피해 복구와 공동체 복원 지원, ‘공동영농모델’ 도입 및 스마트팜 조성 등을 대표 사업으로 내세운다.다음은 윤 군수와의 일문일답. -산불 피해 복구는 어떻게 진행되나. “먼저 산불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시는 주민들께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전한다. 청송은 인근 의성 지역에서 시작된 산불이 확산되면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복구에만 4311억원이 들 정도다. 지금까지 공공시설 약 30%, 도로 등 사회기반 시설 대부분을 복구했다. 피해 주민의 빠른 일상 회복과 안정을 위해 복구 작업에 모든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산불 이재민 상당수가 조립식주택 등 임시주택에 거주한다. “주민 840명이 임시주택 501채에 거주한다. 피해 주택 101동이 복구 중이다. 하지만 많은 주민이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주민 불편 최소화를 위해 임시주택 전담 공무원 배정과 주택 복구 행정 절차 간소화 등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산불로 초토화된 청송 8경의 하나인 달기약수터 일대를 명품 상권으로 새단장한다. “청송읍 달기약수탕은 산불로 상가 32곳 중 29곳이 전파·반파돼 주민 생계 기반이 무너졌다. 참으로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다. 앞으로 이 일대에 총사업비 445억원을 투입하는 국토교통부 특별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된다. 피해·노후주택 정비, 도로·상하수도 정비와 함께 달기약수터 관광단지 사업을 위한 테마파크와 힐링로드 조성 등이 추진된다. 청송의 새로운 테마 관광지이자 랜드마크로 주목받도록 하겠다.” -산불극복 재창조 프로젝트의 골자를 소개하면. “산불특별법은 산림투자선도지구 지정, 관광단지 개발 요건 완화, 인허가 간소화 등의 조항을 담았다. 이를 기반으로 청송 면적의 82%를 차지하는 산림지역에 27홀 규모의 대중제 골프장과 클럽하우스 건설, 54홀짜리 공공파크골프장 등을 조성해 산림 복구 및 체육 인프라를 동시에 확충할 수 있게 됐다. ‘바라보는 산’을 ‘돈 되는 산’으로 대전환하는 게 목표다.” -청송사과축제 개최를 열심히 준비 중이다. “청송은 사과가 농·축·임산물 수입 가운데 60% 정도를 차지하는 제1소득원이다. 하지만 올봄 산불과 냉해에 이어 우박까지 겹치면서 많은 피해를 입었다. 이럴 때일수록 청송사과 산업 육성에 ‘올인’해야 한다. 특히 그 중심에 있는 청송사과축제를 성공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청송사과축제는 축제를 통해 산불 피해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청송이 재도약한다’는 선언의 무대가 된다.” -정부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 카드로 사과 수입을 추진하는데 올해 사과 작황과 가격 전망은. “다행히 올해 청송사과 생산량은 걱정했던 것보다 양호하다. 지난해와 같은 7만 5000t 정도로 예상된다. 가격도 ‘노란 사과’인 시나노골드 20㎏당 기준 8만원 선으로 평년 대비 10% 정도 높은 편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산 사과 수입이 검토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과 재배 농가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에 맞서 청송군은 사과 산업 체질과 맷집을 키우기 위해 출하 시기 및 물량 분산을 통한 가격 안정화와 품질 차별화, 브랜드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산불피해 극복을 위한 ‘청송사과축제 참가 기부’를 당부한다. “청송은 올봄 이상기온 등 엄청난 충격과 도전에 직면했으나 군민들의 단합과 저력으로 빠르게 극복하고 있다. 이럴 때 국민들께서도 환난상휼(患難相恤·어려울 때 서로 돕는 것)의 정신으로 청송과 함께해 주시면 고맙겠다. 피해 지역민을 배려해 오지 않는 것보다 축제에 참여하는 게 진정한 ‘여행 기부’이고 빠른 일상 회복을 돕는 일이다. 기꺼이 환대할 준비가 돼 있다.” -축제장에서 청송사과 시식 및 판매가 이뤄지는데. “청송사과뿐만 아니라 사과 요리 및 디저트 시식 코너, 할인 판매 등이 진행된다. 모든 품목 택배비는 무료다. 특히 바가지요금 근절과 진품 청송사과 유통을 위해 농협 등 농업 관련 공조직을 활용한다. 청송사과 품질은 군수가 100% 보증한다.” -마지막으로 민선 8기 임기가 채 1년도 남지 않았다. 공약 이행을 소개하면. “공약사업 73건 중 36건은 완료됐고 26건은 추진 중이다. 현재 공약 이행률은 67%에 달한다. 주요 완료·추진 사업으로는 황금사과 연구단지 조성, 전국 최초 농어촌 무료버스 운행, 8282 민원처리반 운영, 청송사랑화폐 발행 및 유통, 지방상수도 현대화 및 공급지역 확대 등이 있다. 그 결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주관한 ‘2025 전국기초단체장 공약이행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SA(최우수)를 받았다. 전적으로 군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력 덕분이다.”
  • 與 전현희, 캄보디아 관련 “군사적 조치 배제 안 돼…ODA 중단 검토”

    與 전현희, 캄보디아 관련 “군사적 조치 배제 안 돼…ODA 중단 검토”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납치·살인 사태와 관련해 군사적 조치도 배제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여권에서 나왔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19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한민국은 외교·군사·정보 등 국가가 보유한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구출해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군사적 조치 또한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것은 결코 전쟁하자는 게 아니라, 우리 군대는 바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존재한다는 헌법적 당위성을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윤석열 정권 3년간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는 급증해 수조 원대에 이르렀다”면서 “이재명 정부의 외교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캄보디아 정부의 비협조가 이어져 우리 국민의 희생이 계속된다면, 정부는 캄보디아에 대한 ODA 원조 중단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군사적 조치에 대한 것은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면서 “군은 근본적으로 무법성을 인정받지 않는다. 발언을 굉장히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재외국민 안전대책단장인 김병주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캄보디아 현장 방문 관련 브리핑을 열고 군사 조치 가능성과 관련해 “고려 요소가 아니라고 본다”면서 “캄보디아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의 의지를 이해하고 공감했기 때문에 지금 하는 수순으로 계속 공조한다면 다시 캄보디아와 대한민국의 관계가 복원되고 동포 피해도 조기 해소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의 ‘보여주기식 범죄자 무더기 송환’이라고 비판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피해자 구출이라는 최우선 과제를 뒤로한 채 피의자 송환을 ‘실적’으로 포장한 정부의 대응은 국민 안전을 포기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김재섭 주진우 의원도 각각 “피해자를 구하랬지 누가 범죄자를 구해오라고 했나”, “캄보디아에서 구금된 사람은 현지에서 합동 조사하고, 순차 송환했어야 맞다”고 지적했다.
  • ‘도새기’를 아시나요… 제주서 가장 맛있는 축제가 열린다

    ‘도새기’를 아시나요… 제주서 가장 맛있는 축제가 열린다

    #25일 애월 새별오름에서 2025 제주도새기축제 개막… 최대 25% 돼지고기 할인 판매가을 억새가 물결치는 새별오름에 ‘제주 도새기(‘돼지’ 제주어)’의 고소한 향이 번진다. 제주양돈농협와 대한한돈협회 제주도협의회는 ‘제주에서 가장 맛있는 축제’로 불리는 2025 제주도새기축제가 오는 25일부터 26일까지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 일원에서 열린다고 19일 밝혔다. ‘도새기’는 제주 흑돼지를 상징한다. 올해 축제는 ‘도새기의 매력에 빠지다’를 주제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체험과 먹거리, 공연 프로그램으로 꾸며진다. 축제장에서는 제주산 돼지고기 시식과 최대 25% 할인 판매가 진행돼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푸드트럭과 향토음식점이 마련돼 도민과 관광객 모두가 제주 흑돼지의 진한 풍미를 즐길 수 있다. 주최 측은 “지난해에는 2만여 명이 다녀갔던 축제에 올해는 이보다 2배 가까운 인파가 몰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축제는 단순한 먹거리 잔치를 넘어 친환경·동물복지형 축제를 지향한다. 다회용기 사용을 권장하고 1회용품을 최소화하며, 살아있는 돼지를 활용한 체험 대신 교육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제주양돈농협 관계자는 “이번 축제는 ‘먹고 버리는 축제’가 아닌 즐기면서도 지속가능한 축제를 실천하는 ‘배우고 공감하는 축제’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 황금돼지도니이벤트·도새기 사생대회·축하공연 등 풍성첫날인 25일 오전 11시 개막식에 앞서 10시 30분 길트기 공연이 분위기를 돋운다. 이어 제주의 딸 가수 양지은의 축하무대를 비롯해 도니레이싱, 피그컬 100, 피그패밀리 콘테스트, 제주산 돼지고기·특산물 즉석 경매 등이 펼쳐진다. 특히 금 1돈이 담긴 ‘황금돼지도니 이벤트’가 이틀간 진행돼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 전망이다. 둘째 날엔 지역공연단의 무대와 참여형 이벤트가 이어지며, 가수 스컬&하하가 흥겨운 축하공연으로 열기를 더한다. 이 밖에도 ‘도새기 사생대회’, 돼지 캐릭터 플리마켓, 시식 코너 등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축제장 곳곳에서 진행된다. 제주 사람들에게 돼지는 단순한 가축이 아니다. 삶과 제의(祭儀), 그리고 공동체의 상징이었다. 혼례 날이면 도감(돼지고기 담당자)이 따로 있었고, 마을 굿에서는 돼지고기로 재수를 빌었다. 한때 ‘똥돼지’라 불렸던 제주 재래흑돼지는 통시(전통 재래식 화장실) 근처에서 자라며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고 퇴비를 만드는 ‘생태 돼지’였다. 비위생적이라며 사라졌지만, 그 유전자는 지금도 살아 있다. 김대철 제주도 축산생명연구원장은 “1986년 5마리의 재래흑돼지(Jeju native black pig)를 확보해 복원 사업을 시작해 국가유산청이 2015년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며 “현재 250마리를 보존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돔베고기, 고기국수, 몸국, 접짝뼈국 등 잔칫날 만나던 다양한 요리 선보여 제주의 잔칫날엔 언제나 ‘도새기’가 올라왔다. 축제에서도 삶은 돼지고기를 도마(돔베)에 썰어 내는 돔베고기, 뼈육수에 면을 말아 먹는 고기국수, 해조류 모자반을 넣어 끓인 몸국, 그리고 접짝뼈로 우려낸 접짝뼈국까지 맛볼 수 있다. 제주 흑돼지는 육질이 단단하고 지방이 촘촘해 구이용으로 특히 인기가 높다. 멜젓에 찍어 먹으면 느끼함은 사라지고 감칠맛이 프리미엄급이다. 제주양돈농협 고권진 조합장은 “도새기축제를 제주의 대표 미식축제로 키워가겠다”며 “제주의 자연과 맛, 그리고 흥이 어우러진 가을의 향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김동욱 서울시의원 “게임·AI가 외교의 언어로”… 한중일 문화협력 선언 제안

    김동욱 서울시의원 “게임·AI가 외교의 언어로”… 한중일 문화협력 선언 제안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 소속 김동욱 의원(국민의힘, 강남5)이 중국 장쑤성 옌청에서 열린 ‘장쑤성인민대표대회(장쑤성인대) 한일 지방의회 원탁회의’에서 AI와 e스포츠를 매개로 한 새로운 한중일 문화협력 선언을 제안했다. 이번 회의는 장쑤성인대의 초청으로 열린 국제 지방의회 교류 행사로, 한국과 일본의 지방의회 대표단이 참석해 문화·환경·청년정책 등 다양한 의제를 논의했다. 서울시의회도 대표단을 구성해 참여했으며, 지방의회 간 실질적 교류 확대와 상호 이해 증진 방안을 중심으로 의견을 나눴다. 김 의원은 ‘인문교류를 통한 상호 이해와 협력 기반 마련’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그는 AI 시대의 청년세대가 이미 언어와 국경의 장벽을 넘어 같은 문화를 경험하고 있다며, e스포츠와 디지털 콘텐츠를 통한 교류가 한중일 관계를 새롭게 연결할 수 있는 통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한국·중국·일본의 청소년들이 같은 게임 화면 앞에서 함께 환호하며 소통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공유된 경험이 정치적 갈등보다 강한 연대의 기억을 쌓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AI 시대에 기술 발전이 인간의 주체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세 나라가 공동의 윤리 기준과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 의원은 한중일 3국이 공동으로 추진할 ‘2030 East Asia Cultural Innovation Pact(동아시아 문화혁신공동선언)’을 공식 제안했다. 이 선언이 e스포츠·AI·디지털문화·데이터협력을 하나의 틀로 통합해 단순한 교류를 넘어 실질적인 문화외교 협력체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정치적 합의보다 문화와 기술을 통한 신뢰의 복원이 더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며 “2030세대와 미래세대가 게임과 AI를 통해 평화와 협력의 언어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서울시의회도 한중일 지방의회 간 실질적 교류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의회는 이번 교류를 계기로 환경, 스마트시티, 문화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사업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끝으로 김 의원은 “지방의회 간 문화외교는 신뢰와 존중을 기반으로 한 협력의 과정이며, 궁극적으로는 세 나라의 소프트파워를 함께 높이는 발판이 될 것”이라며 “작은 성과를 꾸준히 쌓아 동아시아가 함께 중장기적 미래를 설계하는 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기호의 서로서로] 공공도서관 늘어나는데 책 구입비는

    [한기호의 서로서로] 공공도서관 늘어나는데 책 구입비는

    오는 11월 9일 창업 80주년을 맞이하는 현암사를 상징하는 책은 1959년 3월에 첫 출간된 대한민국 최초의 법령집인 ‘법전’이다. 과거 법전은 효자 상품이었지만 지금은 계륵이 됐다. 법조인들은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홈페이지에서 법조문을 검색하며 국회나 법원처럼 법 관련 공공기관도 해마다 새로 출판되는 법전을 구입하지 않아 생산을 중단해야 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그 이전에 ‘국어사전’의 수요가 대폭 줄었다. 신학기에는 학생들에게 국어사전을 반드시 사 주었지만 인터넷이 일반화되면서 이런 분위기는 완전히 사라졌다. 2000년에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이 종이책 생산을 중단하자 무수한 언론이 종이책의 장송곡을 틀어 댔다. 파트워크(시리즈나 한 질로 나온 책)로 다룬 책들도 급격하게 시장에서 사라졌다. 학술서 수요도 급격하게 줄고 있다. 연구자들이 도서관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검색 몇 번으로 해외 논문을 원문 그대로 읽으면서 논문에 필요한 모든 자료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판사가 책을 내주지 않으니 학자들은 이제 직접 학술서를 전자책으로 출간해 아마존 같은 서점에서 세계시민과 만나기 시작했다. 디지털 전환이 급격하게 이뤄지면서 독서문화 생태계의 한 축인 도서관이 학술서 구입을 주저한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사용이 보편화하고 있으니 이런 흐름은 가속화될 것이다. 이미 종이책을 보관하고서 사용자를 만나는 대학도서관, 학술도서관, 전문도서관은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급기야 지난 9월 세계 45개국의 전문도서관과 그곳에 소속된 사서들을 지원해 온 116년 역사의 세계전문도서관협회(SLA)가 해산 수순을 밟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공공도서관은 점점 늘어난다. 시민들이 여전히 책을 열렬히 찾으며 상상력을 키우고 있는 공공도서관은 이제 커뮤니티 플랫폼으로의 변신을 꾀하기 시작했다. 지난 4월 서울시의회 정책토론회 ‘사람, 읽다: 인문학 도시로서의 서울’에서 김지혜 서울도서관 도서관정책과장은 공공도서관은 “지식의 저장소가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경험과 교류의 장으로 재정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도서관 이용자와 커뮤니티의 확장된 밀착만이 공공도서관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에 따르면 1296개 공공도서관 자료 구입비는 지난해 1136억원에서 올해 827억원(관당 6382만원)으로 27%나 삭감됐다. 디지털 자료비가 급증하는 반면 종이책을 사는 비용은 그야말로 참담한 수준이다. 이런 탓에 독서문화 생태계의 다른 두 축인 서점과 출판사는 완전히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그러니 내년의 공공도서관 도서 구입비는 최소한 삭감 이전 수준으로 복원하는 것을 넘어 늘어난 도서관 수와 새로운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2000억~3000억원 규모로 확대해야 한다. 그래야 K콘텐츠의 위력이 더 강력한 인문 강국이 실현되지 않겠는가.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 연구소 소장
  • [기고] 정부 전산망 화재, 국가핵심기반의 경고

    [기고] 정부 전산망 화재, 국가핵심기반의 경고

    지난 9월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실에서 발생한 화재는 단순한 시설 사고가 아니었다. 정부 전산망이 멈추자 주민센터 민원서류 발급, 복지서비스, 우편금융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된 행정 기능이 일시에 중단됐다. 정부 주요 정보시스템 600여개가 먹통이 됐고 복구에 2주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전국 곳곳에서 민원이 마비되고 행정이 멈춘 이번 사태는, 단 한 곳의 화재가 국가 기능 전체의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 준 충격적 사건이었다. 이번 화재가 ‘일반 화재’와 다른 이유는 피해의 중심이 국가의 뼈대인 핵심 기반시설이었다는 점이다. 전력·통신·교통·금융·의료 등 국가핵심기반은 국민의 생명과 정부 기능을 지탱하는 시스템으로, 존재 이유는 ‘중단 없는 서비스’에 있다. 어떤 재난 상황에서도 필수 행정과 생활 서비스를 멈추지 않는 것이 곧 국가의 신뢰다. 따라서 그 기반이 한순간이라도 멈추면 물리적 피해를 넘어 사회 전체의 기능이 마비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에너지, 정보통신, 교통수송, 보건의료 등 10개 분야 400여 기관이 국가핵심기반으로 지정돼 있다. 각 기관이 보안과 복구체계를 수립하도록 의무화돼 있지만 이번 사태는 예산 제약과 노후 장비, 형식적 훈련 등으로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음을 드러냈다. 보호체계가 여전히 ‘서류상의 방호’에 머물러 있다는 의미다. 해외 주요국은 국가핵심기반을 국가 안보의 축으로 본다. 미국은 9·11 테러 이후 16개 분야를 지정하고 국토안보부 산하 사이버인프라안보국(CISA)을 중심으로 관리체계를 일원화했다. 모든 연방기관은 지리적으로 분리된 이중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며 전원·서버·네트워크를 이원화하고 정기적 전환 테스트를 의무화한다. 피해가 발생해도 다른 거점이 즉시 서비스를 이어받는 구조다. 독일은 2025년 시행될 ‘KRITIS 법’을 통해 에너지, 금융, 의료 등 핵심 인프라 운영자에게 취약점 평가와 비상계획 수립, 장애 보고를 법적으로 의무화했다. 일정 규모 이상은 ‘특별 관리대상’으로 분류해 정부가 점검·제재한다. 민간도 국가안보의 일원으로 편입한 셈이다. 일본은 동일본대지진 이후 지역 집중형 인프라의 위험을 절감하고 서일본 지역에 예비 데이터센터를 구축했다. 전국 데이터센터를 이원화하고 내진설계·비상전력 확보 등 재난 대응을 시설 설계 단계부터 의무화했다. 세 나라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국가핵심기반은 ‘효율보다 안정’을 우선해야 한다는 점이다. 평상시에는 중복 투자로 보이더라도, 재난 시에는 그것이 사회를 지탱하는 최후의 버팀목이 된다. 대비는 비용이 아니라 위험이 현실이 되기 전에 미래를 지키는 투자다. 우리도 핵심기반을 시설 관리가 아닌 ‘국가 운영의 연속성’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중앙집중형 전산 구조에서 벗어나 지역 간 이원화·백업체계를 강화하고 공공·민간이 함께 관리하는 통합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정기적인 전환훈련과 복원 테스트를 통해 실질적인 ‘무중단 행정’이 작동하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경쟁력은 데이터 처리 속도보다 서비스의 지속성에 달려 있다. 서버 한 곳의 불꽃이 행정과 산업 전체를 멈추게 해서는 안 된다. 국가핵심기반을 지키는 일은 단순한 기술 관리가 아니라 국민의 일상과 국가의 신뢰를 지키는 일이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 핵심기반 보호는 미래를 지키는 인프라다. 송창영 광주대 방재안전학과 교수
  • 겨울만 제철 아냐… 훈수꾼에게 맞설 ‘감칠맛 냉면 역사’

    겨울만 제철 아냐… 훈수꾼에게 맞설 ‘감칠맛 냉면 역사’

    유독 냉면 앞에선 훈수를 두는 사람이 많다. 평양냉면은 육수를 먼저 맛봐야 하고 함흥냉면은 비빔이 제맛이라고 한다. 면은 가위로 자르면 안 되고 삶은 달걀은 제일 먼저 먹는 것이다. 냉면의 기원을 찾고 문학 속 냉면을 꺼내어 과학과 경제로 연결해 해석한 이 책으로 전문 지식을 조금 더 덧댈 수 있을 듯하다. 부산대 한문학과 명예교수인 저자는 지난해 여름 “한가한 이야기를 하던 끝에” 냉면에 대한 역사를 정리해 보자는 생각으로 틈틈이 글을 써 책을 완성했다. 국수 관련 유물도 없고, 공양 관련한 불교 문헌에서도 찾을 수 없던 냉면의 첫 역사는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1924)에 언뜻 보인다. 신라 진흥왕이 북부 시찰을 나갔을 때 무더위에 음식이 상하는 바람에 화전민이 먹던 메밀국수에 얼음을 띄워 먹었다는 내용이다. 경주에 남아 있는 석빙고가 이때 시원한 맛에 감동한 진흥왕의 지시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로도 이어진다. 1936년 6월 4일자 조선중앙일보에 “기나긴 밤에 꿩고기 동치밋국을 담아서 듬뿍 한 그릇 먹어… 뜻뜻히 땐 아랫목에 이불을 들쓰고…”라는 기사가 있다. 이 때문인지 냉면은 겨울에 먹는 게 제맛이라는 말도 한다. 저자는 18세기 문헌을 들어 여름에 얼음을 넣은 고기장국에 메밀면을 말아 먹었을 가능성을 ‘진지하게’ 따진다. 1900년대 초반 대한매일신보나 황성신문 등에 실린 냉면집에서 일어난 사건이나 미담 기사를 보며 평양냉면집이 종로와 광화문에도 퍼진 사실을 확인한다. 고려 문인 이색의 ‘하일즉사’나 조선 문장가 장유의 ‘자줏빛 장물에 말아낸 냉면’ 같은 문학으로 인문학적 접근을 하고, 찰기 없는 메밀로 면을 뽑는 국수틀과 1930년대 특허를 받은 제면기를 복원하며 과학적으로도 풀어냈다. 냉면을 빨리 먹었다가 지인에게 ‘야만인’ 소리도 듣고 “잘 먹는다”며 사장에게 한 그릇 더 대접받기도 했다는 저자는 “거창한 글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꽤 촘촘하게 역사를 짚었다. 50쪽 가까이 되는 주석에서 저자의 노력이 읽힌다.
  • 양천구, 지양산 내 불법시설 철거…‘열린 운동공간’ 설치

    양천구, 지양산 내 불법시설 철거…‘열린 운동공간’ 설치

    서울 양천구는 지양산 내 불법 체육시설을 철거하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열린 운동공간으로 새롭게 조성했다고 16일 밝혔다. 40년 넘게 방치돼 주민 불편과 갈등의 원인이 되어왔던 곳이다. 지양산은 오솔길과 울창한 숲이 어우러진 양천구 대표 산림지역이지만, 전체 면적의 약 87%가 사유지인 탓에 구의 체계적 관리에 한계가 있었다. 특히 일부 단체가 능선에 운동기구와 공작물을 무단 설치·운영해 일반 주민의 출입이 제한되고, 노후 시설물 방치로 민원이 잇따랐다. 이에 구는 토지 소유주 8명을 수십 차례 만나 설득 끝에 무상사용 계약을 체결, 약 5억원의 보상비를 절감했다. 또 무단 점유 체육시설 회원들과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65차례 이상 현장을 방문하며 상생 방안을 도출했다. 구는 불법 공작물 3동과 노후 운동기구 130점을 철거하고, 주민 의견을 반영해 데크와 벤치, KC 인증을 받은 운동기구 17종을 새로 설치했다. 시설 규모를 축소해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고 산벚나무와 화살나무 등 1500여 그루를 심어 산림도 복원했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이번 정비는 끊임없는 소통으로 사유지를 공공에 개방한 적극 행정의 모범 사례”라며 “지양산이 구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열린 쉼터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57년 만에… 제주~칭다오 바닷길 열렸다

    57년 만에… 제주~칭다오 바닷길 열렸다

    제주와 중국 칭다오를 잇는 첫 국제 컨테이너선 정기항로가 공식 개통됐다. 제주항이 무역항으로 지정된 후 57년 만에 처음 개설된 해상 국제직항로 취항이다. 또한 제주~칭다오 항로는 2008년 5월 제주도와 산둥성의 실무교류도시 체결을 시작으로 17년간 이어진 협력의 결실이다. 제주도는 산둥항만장비그룹이 맞춤 제작한 컨테이너선 ‘SMC 르자오’호가 16일 칭다오 국제크루즈부두에서 취항식과 함께 첫 운항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선박은 길이 118m, 폭 20.8m로, 712TEU(20피트 표준 컨테이너 712개) 적재 능력을 갖췄으며 연 52회 운항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냉동 콘센트 109개를 보유해 신선식품과 냉장화물 운송에 적합하다. 새 항로는 매주 월요일 칭다오를 출발해 수요일 제주에 도착하고, 토요일 다시 칭다오로 복귀하는 일정으로 운영된다. 첫 항차에는 페트칩, 가구, 기계장비 등 약 40TEU가 제주로 수입된다. 취항식에는 오영훈 지사를 비롯한 제주도와 제주테크노파크, 제주상공회의소 등 제주 방문단과 린우 산둥성 서기, 정짠릉 칭다오시 서기, 훠고우웬 산둥항구그룹 대표, 류창수 주칭다오대한민국총영사 등 중국 측 주요 인사 100여 명이 참석했다. 오 지사는 축사에서 “대한민국의 변방이 아닌 대한민국의 미래를 선도하는 제주가 세계로 나아가는 기회를 갖게 됐다”며 “제주와 칭다오 항로의 연결은 양 지역의 교류 협력 강화뿐만 아니라 제주가 칭다오항을 통해 중앙아시아와 유럽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새로운 세계화의 계기를 확보한 것으로, 제주가 새롭게 도약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 당나라의 역사서인 ‘당서’와 대한민국의 역사서 ‘삼국사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서기 666년 제주 탐라왕국의 사신들이 당 고종 황제가 거행한 태산 봉선제에 참석했던 기록이 남아있다”며 “이는 천년의 항로를 탐라 해상왕국과 당 제국이 함께 운영해왔던 사실을 확인해주는 것으로, 우리는 이 천년의 항로를 21세기에 들어 새롭게 복원해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첫 화물선에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먹는 샘물인 제주 삼다수의 페트병 원료인 페트칩이 26개 컨테이너나 선적된다”면서 “이는 삼다수가 한중 협력의 결과로 생산되고 유통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린우 산둥성 서기는 “제주와 산둥은 1200여 년 전 진나라 서복이 동쪽 바다로 건너가 제주도에 도착해 서불과차(徐市過此)라는 비문을 남긴 오랜 교류의 역사가 있다”면서 “고대의 서복이 제주로 향했던 그 마음처럼, 오늘 우리는 새로운 시대의 항해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번 항로 개설로 제주는 기존의 부산항 경유 시보다 운송 기간이 2일 정도 단축되고, 약 62.3%의 물류비 절감 등 제주 수출입 물류 환경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중국은 페트칩·건축자재·생필품을, 제주는 용암수와 농수축산물 등 청정 특산품을 보다 안정적으로 교역할 수 있게 됐다. 신선도 유지가 중요한 제주산 농수산물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칭다오에서 출발한 컨테이너선의 제주항 첫 입항을 기념하는 입항식은 오는 18일 오후 2시 제주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한편 기존 항로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해수부가 허가를 유보하면서 항로개설이 지연됐으나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8개월 만에 항로개설이 성사됐다.
  • UN이 인정한 한국의 산불 피해지 산림생태 ‘복원’

    UN이 인정한 한국의 산불 피해지 산림생태 ‘복원’

    지난 2022년 3월 4일 야산에서 시작해 213시간 동안 축구장 1만 9800여개에 달하는 산림 1만 4140㏊를 태운 경북 울진 산불 피해지가 복원 모델로 전 세계의 인정을 받았다. 16일 산림청에 따르면 15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제2회 세계복원대회’에서 산림 생태복원 우수 사례로 선정됐다. 세계복원대회는 2019년 유엔(UN)이 선언한 ‘생태계 복원 10년’ (2021∼2030) 계획의 하나로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유엔환경계획(UNEP) 주관으로 2022년 처음 열렸다. 올해 두 번째를 맞는 대회에서는 전 세계 200여개의 사례 중 10개가 우수 사례로 선정된 가운데 산불 피해 복원으로는 유일하다. 울진 산불피해지는 복원 과정에서 보호구역 산림을 생태적이고 건강한 숲으로 복원하기 위해 시민참여 등 거버넌스 구축과 자생식물 공급센터를 통한 복원 소재 공급 등 체계적인 원형 복원 노력을 인정받았다. 산림청은 산불 피해지 중 보호구역(1013㏊)에 대해 2023~2027년까지 자생식물과 자연 재료 등을 활용한 산림생태복원을 추진 중이다. 복원 대상지에는 국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부자의 숲도 조성했다. 김인호 산림청장은 “울진 산불 피해지 사례를 기반으로 생물다양성 증진과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할 수 있는 산림생태복원을 추진하는 동시에 한국의 산림복원 모델을 세계와 공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데스크 시각] ‘냉부해’ 후속편이 필요하다

    [데스크 시각] ‘냉부해’ 후속편이 필요하다

    대학 시절 선배들은 참 고루했고, 그래서 어려웠다. 97세대로 운동권 끝물에 속하는 그들은 친근하게 소주잔을 기울이다가도 어느 순간 정색하며 분위기를 깨곤 했다. 그럴 때마다 등장하는 말은 “그걸(또는 그 사람을) 희화화해선 안 돼”였다. 그 술자리에선 어떤 사건이나 어느 진영의 정치인, 직업군, 젠더, 또 한반도의 특정 지역은 농담의 소재가 될 수 없었다. 자리가 조금 재미있어지려 하면 매번 그런 식으로 제동을 걸었고 대화는 결국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 따위로 되돌아갔다. 그러니 안 그래도 끝물인 학생회에 후배들이 모일 리가 없었다. 학생회 선거는 저조한 투표율로 연장에 연장을 거듭하기 일쑤였다. 이재명 대통령 부부의 ‘냉장고를 부탁해’ 출연 논란이 끝나질 않는다. 추석 연휴를 지나 국정감사에서는 JTBC를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야당의 비판에 일견 수긍할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나 이게 국감까지 끌고 올 문제인지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또 여당은 이 논란을 두고 야당 대표를 고발까지 했다. 아무리 정치의 사법화가 일상화됐다 해도 지나친 일이다. 이번 논란을 보면서 운동권 끝물 선배들을 떠올린 건 한 치의 틈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이런 경직성 때문이다. 정치는 민심을 얻기 위한 각 진영의 대결장인 동시에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협력장이다. 그런데 지금 여야는 서로의 존재 자체를 아예 인정하지 않겠다는 투다. 극한의 대결이 벌어지는 긴장 상태니 작디작은 포용의 여유가 있을 리 없다. 안 그래도 국민들의 삶은 팍팍한데 정치권에선 유연한 협상가보다 우직한 투사만 주목받는다. 이런 현실이니 대통령 부부의 명절 연휴 예능 출연은 물론 여야 의원들의 PC방 회동 같은 것이 용인될 리 없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과 추석맞이 기부 행사로 ‘스타크래프트’ 대결을 하려던 모경종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원에게 사과까지 하고 행사에 불참했다. 이재명 정부에 걸었던 기대는 ‘코스피 5000’ 못지않게 계엄과 탄핵으로 갈라진 대한민국의 통합과 협치 복원에 대한 것도 컸다. 이 대통령은 수시로 ‘모두의 대통령’을 표방했다. 지금까지 노력은 충분히 인정할 만하지만 효과는 크지 않은 듯하다. 지난달 오찬 회동에서 이 대통령은 여야 대표의 악수를 끌어냈으나 그걸로 끝이었다. 이번 ‘냉부해’ 논란을 바라보며 느낀 진짜 아쉬움은 여기에 있다. 이 콘텐츠는 한식 세계화에 기여하고 수출 활성화를 촉진하겠다는 의도로 기획됐다고 한다. 전략산업 콘텐츠로 K컬처의 중요성이 점증하고 있는 점, 추석 연휴라는 시기적 특성 등을 고려하면 꽤 괜찮은 시도였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한 국정이지만 한식 세계화·수출 활성화 역시 그에 못지않은 중대사다. 그럼 그 중요한 국정을 야당과 함께 하면 어땠을까. 정치인의 예능 출연은 국민에게 친근하고 소탈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는 기회다. 정권마다 대통령의 예능 출연 논란이 반복되는 데는 이런 기회를 승자만 누린다는 불만도 한 원인으로 작용했을 성싶다. 엄숙한 표정을 내려놓고 추석 민심에 다가가고픈 마음은 야당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야당이라고 한식 세계화에 무관심할 이유도 없다. 이번 추석에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는 전통시장과 노인복지관에서 떡메를 치지 않았나. 이왕이면 오는 연말연시, 늦어도 내년 설날 연휴에는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함께 예능 프로그램에서 웃고 귓속말하는 모습을 보여 주면 어떨까. 그러면 적어도 ‘시래기 피자’를 먹으며 희희낙락했다고 국감에서 싸우고 고발까지 할 일은 없을 거다. 그리고 셰프들은 협치와 화합을 주제로 한 기상천외한 메뉴를 만들어 낼 것인데, 뭐가 됐든 매번 먹어 봐야 효과도 없는 비빔밥보다는 낫지 않을까. 강병철 정치부장
  • “경주 APEC 정상회의 통해 세계에 한국 민주주의 복원 알릴 것” [김미경의 다른 시선]

    “경주 APEC 정상회의 통해 세계에 한국 민주주의 복원 알릴 것” [김미경의 다른 시선]

    무역 갈등에 다자주의 역할 중요한국이 실질적인 협력 방안 도출 국익 중심 실용외교로 성과 낼 것의전·경호·숙소 서비스 철저 점검고대의 숨결과 현대의 K팝 ‘조화’역동적 한국 문화 느낄 행사 준비경주선언서 ‘AI 전환’ 비전 제시저출생·고령화, 정책적 대응 촉진회복·성장 메시지도 담길 가능성“경주 APEC 정상회의 개최는 민주주의 복원을 이룬 대한민국을 국제무대에 완전히 알려 국제사회의 신뢰와 지지를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단순한 외교적 의미를 넘어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실천하겠습니다. ‘경주선언’에는 AI 비전과 저출산·고령화 대응, 회복과 성장 메시지를 담을 것입니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2025 APEC 정상회의 준비기획단’ 부단장을 맡고 있는 김진아(46) 외교부 제2차관을 지난 2일 외교부 청사에서 만나 APEC 의장국으로서 이번 APEC 정상회의의 개최 의미와 행사 준비 상황, 기대효과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이후 15일까지 서면 등으로 추가 내용을 인터뷰했다.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한국외국어대 교수 등을 거친 국제정치학자 출신으로 외교부 제2차관에 발탁된 김 차관의 언론 인터뷰는 지난 6월 취임 후 처음으로, 인터뷰 내내 APEC 정상회의 개최 준비에 대한 노력과 열의가 느껴졌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 -20년 만에 한국에서 다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는 어떤 의미인가.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 이후 다시 열리는 이번 APEC 회의는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우리의 역량을 세계에 알릴 중요한 무대다. 이번 정상회의가 국제경제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열리는 만큼 회원 간 다자적 협력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있다고 보며 그 중심에서 한국이 실질적 협력 방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CEO(최고경영자) 서밋’ 등 국내외 유수 기업이 참여하는 행사를 통해 우리 기업인들의 네트워크 확장 등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경제 성과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 한국이 해양과 대륙을 잇는 지역적 위치 및 국제적 위상 측면에서 선진국과 개도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주요 글로벌 어젠다에 공감대를 끌어내는 기대에 부응하고자 한다. 인공지능(AI) 전환, 인구 감소 대응과 같이 정치적 갈등이 덜한 공통 의제 논의에 집중하면서 한국이 협력 리더십을 확인하는 기회로도 활용할 것이다.” -회원국 참석 현황은. 대규모 행사이다 보니 숙소 등에 대한 일각의 우려도 있는데. “APEC 정상회의는 21개 회원국이 참석해 매년 열리는 만큼 올해 또한 모든 회원의 참석을 전제로 준비하고 있다. 대다수의 회원 정상이 참석 예정임을 공식·비공식적으로 알려 왔다. 주어진 인프라에서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해 의전, 경호, 숙소 서비스 등에 문제가 없도록 세심히 점검하고 있다. 정상 만찬 시 현지어 메뉴 비치, 세탁 서비스 불가 숙소에 ‘찾아가는 세탁 서비스’ 운영, 이슬람 국가 배정 숙소에 할랄 푸드존 마련 등 행사장인 컨벤션센터와 호텔 대연회장, 숙소 등에서 전문가가 집중점검을 하고 있다.” -문화 행사 등 소개할 만한 행사는. K문화 붐으로 더욱 관심을 끌 것 같다. “경주를 방문하는 정상, 경제인, 언론인이 한국의 문화를 느끼고 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신경 쓰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지닌 고대의 숨결과 오늘의 K팝이 보여 주는 역동적인 에너지를 함께 느낄 수 있는 문화행사들을 준비 중이다. 경북도 APEC 준비지원단은 17일부터 보문단지에서 멀티미디어쇼를 통해 ‘낮보다 아름다운 경주의 밤’을 조성해 방문객에게 잊지 못할 경주의 밤을 선사하고자 한다. 또 이달 말부터 신라시대 6개 금관을 모두 모아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전시할 예정으로 가 보시기를 권한다.” -APEC 정상회의의 주제와 중점과제가 ‘우리가 만들어 가는 지속 가능한 내일: 연결, 혁신, 번영’인데 어떤 의미를 갖나. ‘경주선언’이 나온다면 어떤 내용이 담길까. “올해 APEC의 주제와 중점과제는 2020년 채택된 APEC의 미래 청사진인 ‘푸트라자야 비전 2040’을 계승한다는 취지가 있다. 특히 세 가지 중점과제인 ‘연결, 혁신, 번영’은 APEC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염두에 두고 선정됐다. 우리는 이러한 주제가 현실의 새로운 경제 흐름을 반영해 보다 적실성을 가질 수 있도록 AI 기술의 급부상, 저출산·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대응을 핵심 성과로 선정하고 올해 APEC 논의를 이끌어 왔다. ‘APEC AI 이니셔티브’를 통해 AI를 혁신과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인식하고 성공적인 AI 전환을 위한 APEC 차원의 비전을 제시할 예정이다. 또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공동 프레임워크’를 통해 각 회원이 저출생·고령화와 같은 사회구조 변화에 정책적으로 대응할 것을 촉진하고 회원 간 협력을 제안하고자 한다. ‘경주선언’에는 특히 우리 정부의 비전인 ‘회복과 성장’에 대한 공감을 확산시킬 수 있는 메시지를 담을 계획이다. 정상선언 문안 협의 과정이 결코 녹록지 않을 것이라 예상되나 회원들과의 긴밀한 소통으로 아태지역 경제협력과 공동번영의 원칙 아래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협력 방안에 합의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APEC이 경제협력체인 만큼 협력 강화가 중요한데 관세 전쟁에 미중 경쟁 등으로 예전 같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APEC 등 다자협력체의 중요성과 역할은. “오히려 미중 경쟁과 보호주의적 무역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다자주의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회원 간 전략적 입장 차가 커지면서 의제 합의의 난도가 높아지는 것이 사실이나 세계 경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APEC 정상들이 한데 모여 공통 관심사를 논의하는 것으로도 회원 간 신뢰를 구축하고 협력을 촉진하는 토대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상회의에 앞서 다양한 분야의 장관급회의가 개최됐고 회원 간 이견을 극복하고 향후 정책 방향과 협력 의지에 대한 컨센서스를 도출했다. APEC은 비구속적 협력체로서 합의에 강제력은 없지만 그만큼 유연성이 있다. 이 유연성으로 인해 새로운 의제를 자유롭게 논의하고 협력을 모색하는 ‘아이디어의 요람’이다. 올해 의장국으로서 제시한 AI 협력 및 인구구조 변화 대응도 아태지역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변화에 대해 APEC 차원의 공동 비전과 협력 방안을 제시하기 위함이다.” -APEC 정상회의 개최로 우리나라가 거둘 수 있는 효과는 무엇인가. “경제성장을 위한 대외적 여건 마련과 우리 기업들의 비즈니스 네트워크 구축 지원 등을 통해 경제적 파급 효과를 도모하고 있다. 외교적 측면에서는 한미, 한중 정상회담 등 21개 회원국과의 활발한 양자 정상외교 활동은 물론 개최국으로서 미중 정상회담 등 회원들 간 활발한 양자 및 소다자 외교활동을 적극 지원할 것이다. 또 APEC 최초로 지난 8월 문화산업 고위급대화를 개최하는 등 역내 경제성장의 동력으로서 문화산업 관련 논의를 주도했다. 문화산업 생태계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중요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K문화의 위상 제고와 이를 통한 경제적 파급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APEC 참석 계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동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제기되는데. “지난 8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이 연내에 김 위원장을 만날 의향이 있다고 언급한 만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우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진전이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로서는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준비해 나가겠다.” 김미경 논설위원
  • AI 가 ‘소실점’ 활용… 자율주행 눈 밝힌다 [과학계는 지금]

    AI 가 ‘소실점’ 활용… 자율주행 눈 밝힌다 [과학계는 지금]

    울산과학기술원(UNIST) 인공지능대학원 주경돈 교수팀은 르네상스 최대 발명품으로 불리는 ‘소실점’을 활용해 카메라 기반 자율주행차가 주변 환경을 더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오는 19일부터 25일까지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지능형 로봇 분야 국제 학술대회 ‘IROS 2025’에서 발표된다. 자율주행차와 로봇에 장착된 인공지능(AI)은 카메라나 레이저 시각 탐지 기술인 라이다로 주변을 인식한다. 카메라는 라이다보다 저렴하고 가벼우며 색과 형태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지만 3차원 공간을 2차원 이미지로 표현해 거리에 따른 왜곡이 크다. 가까운 물체는 더 크게, 멀리 떨어진 물체는 더 작게 인식하면서 멀리 있는 사물을 놓치거나 가까운 사물만 강조되는 오류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에 연구팀은 AI가 소실점을 기준으로 정보를 재구성하도록 설계해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소실점은 르네상스 시대부터 사용된 원근감 부여 기법이다. 차선이나 철로, 길 양쪽으로 나무가 늘어선 거리처럼 실제로는 평행하지만 멀리서 맞닿는 것처럼 보이는 소실점은 평면에 깊이감을 더해 준다. ‘VPOcc’라고 이름 붙여진 소실점 활용 AI 모델은 소실점을 기준으로 영상을 보정해 원근 왜곡을 줄이는 모듈, 거리에 따라 균형 잡힌 정보를 추출하는 모듈, 원본과 보정 영상을 합쳐 보완하는 모듈 등 세 개의 모듈로 구성돼 있다. 실제 실험을 통해 VPOcc는 공간 이해 능력과 복원 능력 모두 기존 모델을 뛰어넘고 도로 환경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 확인됐다.
  • 정몽준 “한일, 채워지지 않은 물컵 반 잔…일본이 채우는 노력해야”

    정몽준 “한일, 채워지지 않은 물컵 반 잔…일본이 채우는 노력해야”

    정몽준 아산정책연구원 명예이사장이 15일 한일 관계를 두고 ‘채워지지 않은 물컵 반 잔’이라며 “일본이 진심 어린 마음으로 나머지 반 잔을 채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이날 일본 도쿄 국제문화회관에서 아산정책연구원과 일본 민간연구소 아시아퍼시픽이니셔티브(API) 공동 주최로 연 ‘2025 한일 정책 대화’에서 “급변하는 지역안보 상황에 따라 보다 긴밀한 한일 협력 관계 구축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밝혔다. 정 이사장은 “미국 펜실베니아대 이정식 교수에 따르면 위안부는 20만명, 강제징용은 200만명, 강제 징병은 20만명에 달했다고 한다”며 “일부 일본 정치인이 강제징용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진정성 있는 사과와 실질적인 보상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상대방의 아픔을 배려하고 진심을 다하는 노력, 미래세대에도 올바른 역사의 교훈을 물려주겠다는 약속이야말로 양국 관계의 신뢰를 쌓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특히 “북한의 핵 위협과 북러 군사 밀착 등 지역 안보 상황과 기후변화 등 다양한 도전 속에 한일 양국의 협력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며 “양국의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북한의 핵 위협 등에 대처하기 위해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에서 한발 더 나아가 새로운 협력 틀을 발전시켜야 한다며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한때 주장한 ‘아시아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설립 제안에 공감한다고도 말했다. “역내 자유 민주주의 국가들이 참여하는 집단안보 체제 구축이 절실한데, 한국과 일본이 함께 이 길을 열어나가야 한다”는 강조도 덧붙였다. 정 이사장은 또 “한국에서는 핵 잠재력을 가져야 한다는 여론이 퍼지고 있다”며 “한국과 일본이 핵 잠재력을 강화해 인도태평양 지역 핵전력을 구축한다는 대안도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 윤덕민 전 주일 한국 대사 등도 참석해 북핵 대응을 위한 한일 및 한미일 협력, 한일 협력의 도전과 과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기시다 전 총리는 축사에서 자신이 재임할 때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가 복원돼 12차례에 걸쳐 대면 회담이 이뤄졌으며 지난 8월 방일한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17년 만에 공동 발표문을 채택했다며 “양국 정부가 긴밀히 의사소통을 계속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보 환경이 점점 더 엄혹해지는 가운데 협력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연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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