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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복싱 프로모터 돈 킹 김정은에 대회 개최 요청

    세계적인 프로복싱 프로모터 돈 킹(81)이 북한에서 권투대회와 음악행사 개최를 추진 중이라고 CNN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뉴욕 방문 중 북한 측 대표를 만났으며, 북한의 새 지도자인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이런 제안을 담은 편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아직 북한 측으로부터 답변을 받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권투대회를 추진하게 된 이유에 대해 “(내 말이) 믿기 힘들겠지만 한국을 생각하면서 ‘하나의 한국’(one Korea)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킹은 1974년 무하마드 알리와 조지 포먼의 ‘빅매치’를 성사시키는 등 흥행의 귀재로 이름을 날렸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올림픽과 나-이병효] 태권도, 살아남으려면…

     24년 전 서울올림픽이 끝난 직후 취재기자 방담에서 이런 말을 했던 기억이 있다. “올림픽에는 왜 ‘뒤로 달리기’가 없나? ‘깽깽이발로 뛰기’는? 수영에는 자유형, 평영, 접영, 배영, 혼영이 모두 있는데…. 육상은 흑인이 휩쓸어도 수영은 백인이 독점하니까 육상 인구보다 수영 인구가 훨씬 적은데도 수영에 금메달이 꽤 많이 걸려 있는 것은 아닐까?”  서울올림픽에서 남미 국가 수리남의 앤소니 네스티가 100m 접영에서 금메달을 따낸 첫 번째 흑인이 됐지만 그 뒤 올림픽 수영 금메달리스트에 오른 흑인 선수는 모두 미국인으로 단 둘에 불과했다.  일주일 전 막을 내린 런던올림픽에 걸린 메달을 살펴보면 종목의 편파성이 도드라진다. 우선 수영에 주어지는 금메달만 34개다. 미국의 마이클 펠프스와 미시 프랭클린은 이번 대회에서 각각 4관왕이 됐고, 펠프스는 역대 올림픽에서 모두 18개의 금메달을 땄다. 한 사람이 이처럼 많은 금메달을 획득한 것은 개인의 우수성을 보여준 결과이지만 달리 보면 비슷비슷하게 겹치는 종목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실 50m 자유형이 왜 필요한지 이해하기 어렵고, 남녀 모두 6개의 금메달이 걸린 혼영은 존재 이유 자체가 모호하다. 10종경기나 근대5종처럼 전인적 능력이 중요하다면 5종수영을 하면 될 것이 아닌가.  수영에서 모두 9개국이 1개 이상의 금메달을 얻고, 미국이 16개의 금메달을 거머쥔 데 반해 육상에서는 모두 23개국이 1개 이상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더욱이 육상은 모든 스포츠의 기초 종목일 뿐 아니라 전차경주, 승마, 복싱, 레슬링, 5종경기와 함께 고대올림픽 종목이기도 했다. 또한 미국, 러시아, 영국 등이많은 금메달을 따냈어도 자메이카, 케냐, 에티오피아 등이 복수의 금메달을 얻는 한 선진국에만 유리한 종목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따라서 육상에 걸린 47개 금메달은 타당성이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정말 우스운 것은 카누(금 16개), 사이클(금 18개), 조정(금 14개), 요트(금 10개) 등 선진국이 독점하는 종목이다. 말이 좋아 선진국이지, 실은 유럽 및 유럽 이민국가들이 금메달을 독차지한 종목들이다. 모두 58개의 금메달 가운데 비유럽 국가라고는 요트에서 금메달을 하나 따낸 중국과 사이클에서 각각 하나씩 따낸 남미 콜롬비아와 카자흐스탄이 있을 따름이다.  세계적으로 경기 인구가 적은 이들 종목에 이처럼 많은 금메달이 걸린 것은 올림픽이 유럽에서 시작됐고, 유럽이 규정을 제멋대로 정해왔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격(금 15개), 펜싱(금 10개)도 원래 유럽 강세 종목들인데 최근 한국(사격 3개, 펜싱 2개)과 중국(사격 2개, 펜싱 2개)이 치고 올라오면서 판도가 바뀌고 있다. 한국과 중국이 계속 이런 추세로 올라오면 사격과 펜싱의 세부종목이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농반 진반’도 들린다. 승마(금 6개)는 유럽 국가들이 우승을 독차지한 종목인데 메달 수가 비교적 적은데다 고대 올림픽의 역사성 때문에 축소하자고 하기는 곤란할 듯하다. 체조(금 18개)와 역도(금 15개)는 모범 종목이라 할 수 있다. 체조는 중국(5개), 러시아(3개), 미국(3개) 등 3강 외에도 한국, 일본, 루마니아 등 7개국이 금메달 1개씩을 수확했고, 역도(금 15개)는 중국(5개), 카자흐스탄(4개), 북한(3개) 등 3강과 이란, 폴란드, 우크라이나가 하나씩 땄다.  결국 각국의 올림픽 메달 경쟁은 엘리트 스포츠 투자와 우수 선수 육성 등에 앞서 자국에 유리한 종목이 올림픽에 채택되도록 유도하고, 또 최대한 많은 메달이 걸리도록 로비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나라가 서울올림픽 이후 2000년 시드니 올림픽 한차례를 제외하고 종합 10위 안에 들 수 있었던 것은 ‘메달밭’ 양궁에 단체전이 도입되고 태권도가 정식 종목으로 승격된 데 힘입은 바 크다. 스포츠 외교력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개최국의 종목 선정을 좌우하고, 종목 채택이 성적을 결정하는 것이 염연한 현실이다.  이런 맥락에서, 태권도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이후 정식 종목으로 남아 있을 수 있는가는 궁극적으로 IOC 안의 ‘표 싸움’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채점 및 경고제도 변경, 경기장 크기 축소 등 경기 룰을 바꿔서 태권도를 재미있게 만들고, 전자호구를 도입해서 판정의 정확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올림픽 종목 퇴출 여부와 관련한 ‘스포츠 외교전’의 구도를 잘 파악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번 대회 태권도에서 한국이 금1, 은1의 부진한 성적을 올린 것은 대단히 유감이고 장래를 위해 바람직한 것이 전혀 아니다. 다만 한국을 포함한 8개국이 금메달을 하나씩 나눠 갖고 가봉, 아프가니스탄, 태국 등 21개국이 메달을 획득한 것은 ‘태권도 지키기’ 캠페인에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모쪼록 세계의 태권도인들이 소극적 방어보다는 적극적 공세로 나가 태권도를 올림픽 종목으로 지켜내고 나아가 무도의 으뜸으로 만들어주기를 바랄 뿐이다.  스포츠칼럼니스트 bbhhlee@yahoo.co.kr
  • 자메이카 하면 육상 북한 하면 역도

    자메이카 하면 육상 북한 하면 역도

    36개 종목에 302개의 금메달을 놓고 1만 91명의 선수들이 사전경기까지 포함해 열전 19일을 치른 런던올림픽. 27개의 세계신기록이 나온 이번 대회에서 모두 85개국이 962개의 메달을 수확했다. 14일 영국 BBC는 ‘숫자로 본 런던올림픽’을 통해 이번 대회 성과를 돌아봤다. 4개 이상 메달을 수확한 나라 가운데 한 종목에서 전체 메달의 절반 이상을 수확한 ‘작지만 강한’ 나라들이 눈길을 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북한. 모두 6개의 메달을 땄는데 역도에서만 4개를 쓸어담았다. 자메이카 역시 12개의 메달을 모두 육상에서만 수확했고 케냐와 에티오피아도 마찬가지였다. 아일랜드는 5개의 메달 중 4개를 복싱에서만 따냈다. 이란을 비롯해 아제르바이잔, 우즈베키스탄, 그루지야 등 이웃 나라들이 레슬링 메달을 분점한 것도 눈에 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시상식 남자 도우미 OK 남자 싱크로 출전은 NO…양성, 정말 평등했나

    피에르 쿠베르탱 남작은 “올림픽에서 여성의 역할은 메달을 나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120여년이 흐른 뒤인 제30회 런던올림픽. 각 종목 시상대 옆에서 쟁반을 받쳐 든 메달 도우미들 중에는 심지어 수염이 덥수룩한 남성들도 눈에 띄었다. 런던올림픽의 기치로 내걸린 ‘양성 평등’은 임기 내 마지막 올림픽을 치른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확고한 의지이자 차기 임기에 대한 공약이다. 302개 세부 종목 가운데 여자복싱이 마지막 금녀의 벽을 깨고 올림픽 무대에 올랐고 히잡을 쓴 아랍의 여자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유도장 매트에서 뛰고 굴렀다. 4년 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여자럭비도 올림픽에 뛰어든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이번 대회에서 퇴출된 소프트볼도 야구와 단일 경기단체로 힘을 합쳐 올림픽 재입성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양적으로만 균형을 맞추는 게 전부일까. 성(性)별 균형은 남녀의 특징과 우성의 기질을 전제로 맞춰져야 하지 않을까. 시상식 도우미는 어딘가 어색하다. 양성 평등이란 점보다 연방국가인 영국의 다인종, 다문화, 다채로움의 표현으로 먼저 봐야 하지 않을까.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언론인은 “여자 선수 두 명을 런던에 보낸 건 그러지 않을 경우 다음 올림픽에 사우디의 참가를 금하겠다는 IOC의 협박 때문이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남자 선수들의 ‘역차별 불만’은 양성 평등의 그늘이다. 대회 개막 나흘 뒤인 지난달 31일 로이터통신은 “최초의 양성 평등 올림픽에서 오히려 남성들이 차별받고 있다.”며 “복싱이 여성에게 마지막 문을 열어 26개 전 종목에 여성들이 참가하게 됐지만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과 리듬체조 등 여성 전용 종목은 여전히 남성들에게 굳게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6월에는 영국의 남자 싱크로팀 ‘아웃 투 스윔 에인절스’(Out To Swim Angels)가 “시대착오적인 조치는 바뀌어야 한다.”고 싱크로의 문호 개방을 요구했지만 IOC는 “남자 선수들이 수적으로는 늘고 있지만 올림픽에 참가할 정도의 능력을 갖고 있지 않은 게 문제”라며 일축한 바 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금쪽같은 은빛주먹 16년만에 희망주먹

    금쪽같은 은빛주먹 16년만에 희망주먹

    “올림픽 마지막을 금메달로 장식하고 싶었는데….” 한순철(28·서울시청)은 못내 아쉬워했다. 12일 런던 액셀 사우스 아레나에서 열린 남자 복싱 라이트급(60㎏) 결승전.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24년 만에 금메달에 도전하는 한순철의 머릿속에는 “이겨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러나 상대가 워낙 강했다. 현재 이 체급 세계랭킹 2위인 바실 로마첸코(24·우크라이나)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페더웨이트급 금메달에 이듬해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거머쥔 강호 중의 강호였다. 한순철은 “지레 겁을 먹었다.”고 했다. “이전 경기처럼 공격적으로 가려고 했으나 겁을 먹어 뒤로 빠졌다. 내주지 말아야 할 점수를 많이 내줬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힘 한 번 제대로 써 보지 못하고 경기 내내 끌려갔다. 1라운드(3분) 로마첸코의 기습적인 원투 스트레이트에 안면을 계속 얻어맞아 2-7로 끌려갔다. 2라운드에서도 반격 기회를 노렸지만 상대는 빈틈이 없었다. 5-11로 조금 따라가긴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승배 감독이 “편하게 하라.”고 주문했지만 한순철의 귀에는 잘 들리지 않았다. 흥분해서 덤벼들기만 했다. 로마첸코는 여유 있게 한순철을 따돌렸다. 결국 9-19로 완패했다. 상대 전적도 3전 전패가 됐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이 감독이 은메달을 딴 뒤 16년 만에 메달을 추가한 한순철은 그제야 가족들의 이름을 불렀다. “그동안 응원해 줘서 고마웠어. 우리 딸 도이, 도이 엄마 사랑해.”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한국에 가면 딸과 수영장에 놀러 가고 싶다.”는 한순철은 한국 복싱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경기용품부터 다른 종목보다 지원이 부족하다. 연맹 회장님도 자주 바뀌니까 선수들 입장에서도 안정이 되지 않는다. 한국 선수들은 기술 면에서는 뒤지지 않는다. 국제대회 경험만 보완하면 다음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한순철은 후배 신종훈(23·인천시청)에 대한 애정도 숨기지 않았다. “금메달로 종훈이를 위로해 주면 좋았을 텐데 미안하다. 아직 어리고 기회도 많으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종훈이가 금메달을 꼭 딸 것”이라고 다짐하듯 말했다. 런던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런던 her story] 禁女, ‘女’되다 116년만에

    [런던 her story] 禁女, ‘女’되다 116년만에

    근대올림픽 종목 중에 유일하게 금녀(禁女)의 벽으로 남겨졌던 복싱. 116년의 벽을 허물고 런던올림픽 세부종목 가운데 302번째로 올림픽 대열에 당당히 합류한 여자복싱의 첫 ‘금녀’(女)는 니콜라 애덤스(왼쪽 29·영국)로 기록됐다. 애덤스는 10일 런던 엑셀 사우스아레나에서 벌어진 런던올림픽 복싱 여자 플라이급(51㎏) 결승에서 런찬찬(중국)을 16-7 판정으로 꺾고 여자 선수로는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복싱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런던올림픽에서 여자 복싱은 1896년 아테네대회부터 버텨온 금녀의 장막을 찢고 플라이급, 라이트급(60㎏), 미들급(75㎏) 등 세 체급을 정식종목으로 채택했다. 애덤스는 세 체급 가운데 플라이급 결승이 가장 먼저 치러지면서 첫 금메달리스트에 올랐다. 애덤스는 지난 2010년과 2012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자신에게 패배를 안긴 런찬찬을 맞아 힘든 경기를 벌일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애덤스는 날카로운 잽과 오른손 연타로 1라운드를 4-2로 앞서 승기를 잡은 뒤 2라운드 들어서는 한 차례 다운까지 빼앗는 등 경기를 압도한 끝에 런에게 당한 두 차례의 패배를 완벽하게 설욕하며 시상대 가장 높은 자리에 섰다. 애덤스는 경기 뒤 영국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꿈이 이루어졌다.”면서 “평생 이 순간을 기다려 왔다. 금메달을 걸고 내 고향 리즈로 돌아갈 수 있어서 정말로 기쁘다.”고 말했다. 경기 방식과 메달 수에서도 여자 복싱은 남자 복싱과 다른 점이 없다. 올림픽 복싱은 준결승에서 패배한 2명에게 3, 4위전 없이 나란히 동메달이 주어진다. 이날 플라이급에서는 런찬찬이 은메달을 차지했고, 동메달은 말렌 에스파르자(미국)와 충네이장 메리 콤 흐만그테(인도)에게 돌아갔다. 이어 열린 라이트급 결승에서는 케이티 테일러(오른쪽·26·아일랜드)가 소피아 오치가바(러시아)를 10-8 판정으로 누르고 여자 복싱 두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테일러는 세계선수권에서 4차례, 유럽챔피언십에서 5차례나 챔피언에 오른 이 체급의 최강자다. 개회식에서 조국 아일랜드의 국기를 들고 입장하는 기수로 뽑힐 만큼 금메달 후보 ‘0순위’로 꼽힌 테일러는 그를 보기 위해 1만석 규모의 경기장을 가득 메운 아일랜드팬들에게 금메달로 보답했다. 클라레사 실즈(17·미국)는 나데즈다 톨로포바(러시아)를 19-12 판정으로 꺾고 미들급 챔피언이 됐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이번 주말 ‘빅게임’ 잇달아 열립니다

    이번 주말 ‘빅게임’ 잇달아 열립니다

    16일 동안 지구촌을 달군 런던올림픽이 막바지에 들어섰다. 지난 9일까지 금메달 12개를 수확하며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치고 있는 우리 대표팀의 메달 레이스 역시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의 눈과 귀를 집중시킬 ‘별들의 전쟁’은 남아 있다. 브라질 축구대표팀은 11일 오후 11시 ‘축구의 성지’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멕시코와 결승전을 치른다. 월드컵에서 다섯 차례나 우승하는 등 명실상부한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브라질은 1952년 헬싱키올림픽부터 꾸준히 축구팀을 출전시켰지만 한 번도 금메달을 따 본 적이 없다. ‘제2의 펠레’로 불리는 네이마르를 앞세워 홍명보호를 침몰시킨 브라질이 조별리그에서 한국과 0-0으로 비긴 멕시코를 물리치고 무관의 한을 풀 수 있을지 눈길을 끌고 있다. 여자배구 준결승에서 한국을 꺾은 미국은 12일 오전 2시 30분 런던 얼스코트에서 브라질을 상대로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세계 랭킹 1위 미국은 베테랑 세터 린지 벅과 톰 로건, 데스티니 후커의 좌우 쌍포를 앞세워 막강한 화력을 자랑한다. 랭킹 2위 브라질도 만만찮은 전력이긴 하지만 이미 조별 예선에서 미국에 1-3으로 완패한 적이 있다. 이날 오전 5시 올림픽 스타디움에서는 남자 육상 400m 계주 결선이 열린다. 100m와 200m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2관왕에 오른 ‘전설’ 우사인 볼트(자메이카)가 개인 통산 여섯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며 새로운 전설을 써 나갈지가 관전 포인트다. 예선은 11일 오전 3시 45분에 열리는데 이변이 없는 한 결선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오후 7시에는 ‘올림픽의 꽃’ 남자 마라톤이 시작된다. 버킹엄 궁전에서 출발한 뒤 템스강과 빅벤, 웨스트민스터 사원 등 런던을 대표하는 명소들을 끼고 42.195㎞를 달려 버킹엄 궁전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세계기록 보유자인 패트릭 마카우(케냐)는 출전하지 않지만 윌슨 킵상(케냐), 모하메드 파라(영국) 등 쟁쟁한 실력자들이 메달을 노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진혁(건국대), 장신권(서울시청), 이두행(고양시청)이 출전한다. 마라톤이 끝난 뒤 오후 10시 30분부터 런던 엑셀 사우스아레나에서는 세계 최고의 ‘주먹’을 가리는 남자 복싱 슈퍼헤비급(91㎏ 이상) 경기가 열린다. 앞서 11일 오전 6시 30분·45분에는 마고메드라술 메지도프(아제르바이잔)과 로베르토 켐마렐레(이탈리아), 이반 디츠코(카자흐스탄)와 앤서니 조슈아(영국)가 4강전을 치른다. 누가 금메달을 따도 이상하지 않을 실력자들이다. 오후 11시 런던 노스그리니치 아레나에서는 남자농구 결승전이 벌어진다. 미프로농구(NBA) 스타들이 망라된 미국이 유력한 금메달 후보지만 대회 내내 골밑에서 약점을 드러내며 불안한 모습을 보여 대회 막판 이변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체육회, KABF 국제연맹서 제명통보 ‘쉬쉬’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대한아마추어복싱경기연맹(KABF)이 국제아마추어복싱연맹(AIBA)으로부터 제명 통보를 받은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경기력이나 판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인데도 대한체육회는 사태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은커녕, 이런 사실을 감추는 데만 급급했다. 펜싱 신아람 파문 이후 외교력 부재 지적도 재연될 조짐이다. 8일 체육회에 따르면 AIBA는 지난달 26일 영국 런던에서 집행위원회를 열고 KABF의 제명을 결정했다. 안상수 전 회장이 물러난 뒤 권한 대행을 맡고 있던 김영기 신임 회장(전 부회장)을 선출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제명이란 초강수 징계를 단행한 것이다. 지난 4월 안 회장이 사퇴한 뒤 대의원총회가 네 차례나 무산되는 등 신임 회장을 선출하지 못하자 AIBA는 “정식 절차에 따라 7월 25일까지 신임 회장을 선출하지 못하면 제명시키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KABF는 지난달 10일 정기 대의원총회에서 김 권한대행을 연말까지 회장으로 추대한다고 했지만 AIBA는 정관이 정한 회장 선거 관리 규정을 지키지 않고 회장직에 올랐다며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선수들이 런던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게 될 위기에 처하자 AIBA는 KABF의 제명을 다음 총회에서 추인받는 것으로 해 한국선수의 올림픽 출전을 허용했다. 잠정 징계 카드로 운영의 묘를 살린 셈이다. 그러나 연맹 내부의 불협화음 탓에 24년 만의 금메달에 도전한 신종훈(23·인천시청), 한순철(28·서울시청)이 받아야 할 지원은 물론 올림픽 경기에서 있을지 모르는 판정 불이익 등에 대한 대비가 이뤄지지 않은 점은 여전히 문제로 지적된다. 더욱이 다음 국제대회에 출전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체육회는 KABF의 제명이란 최악의 사태를 막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체육회 관계자는 “원래 복싱이 문제가 많아 여러 차례 경고를 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 우리도 처음 겪는 일이어서 얼떨떨하다. 꾸준히 회장 선거를 종용했지만 대의원들이 반기를 들어 일이 지연된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사실이 밖으로 알려지자 체육회는 “AIBA와 KABF, 체육회 간의 합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보안이 유지돼야 할 내용이 유출된 것은 유감”이라며 입단속에 급급했다. 런던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감독님이 끓여준 곰탕이 메달 보약”

    “감독님이 끓여준 곰탕이 메달 보약”

    “런던에서 내내 감독님이 직접 끓여준 곰탕 덕에 이겼어요.” 한순철(28·서울시청)은 땀이 비오듯 흘러내리는 얼굴을 닦으며 이렇게 말했다. “심지어 설거지까지 해주세요. 그런 분이 세상에 어딨어요. 그 보답으로 꼭 이기고 싶었어요.” 감독의 믿음, 집에서 애타게 승리를 기다리고 있을 부인 임연아(22)씨와 두살배기 딸 도이, 그리고 16강에서 좌절한 후배 신종훈(23·인천시청)의 이름으로 한순철이 해냈다. ●“이겨야 軍문제 해결… 목숨 걸고 링 올라” 그는 6일(현지시간) 런던 엑셀 사우스 아레나에서 열린 복싱 남자 라이트급(60㎏) 8강전에서 파즐리딘 가이브나자로프(우즈베키스탄)를 16-13으로 꺾고 동메달을 확보했다. 복싱은 3, 4위 결정전이 없어 준결승에만 오르면 최소한 동메달이 주어진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체중 조절 실패로 16강 탈락의 아픔을 겪은 한순철은 두 번째 도전에서 꿈에 그리던 메달을 땄다. 노련미에서 상대를 앞섰다. 2010년 러시아 포펜첸코 국제복싱대회에서 가이브나자로프에게 이긴 적이 있는 한순철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여유 있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1라운드에서 상대 공격 때 왼손 가드가 내려가는 틈을 놓치지 않고 곧바로 얼굴에 오른손 스트레이트를 꽂아넣는 작전으로 포인트를 쌓아 7-5로 앞섰다. 2라운드에서는 상대적으로 큰 키와 리치(팔을 뻗쳐 닿는 거리)를 활용해 치고 빠지는 전략으로 13-9까지 달아났다. 마지막 3라운드에서는 공격하는 척하다 빠지는 전술로 리드를 유지하며 완승을 거뒀다. ●“지면 아내·딸 어떡할래” 감독이 투지 북돋워 환하게 웃으며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으로 들어온 한순철은 “말로 표현 못할 정도로 기쁘다. 마지막에 주심이 내 손을 들어주는 순간, 정말 짜릿했다.”고 말했다. “상대가 들어올 때 스트레이트로 맞선 전략이 주효했다. 3라운드 중반 승리를 예감했다.”는 한순철은 “목숨을 걸고 링 위에 올랐다. 오늘 이겨야 군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이라고 가장다운 면모를 보였다. 한순철은 이번에 메달을 따지 못하면 혼인신고만 하고 예식을 올리지 못한 부인과 어린 딸을 두고 군 입대를 해야 할 처지였다. 사실상 마지막 기회인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이승배 감독은 “네가 지면 아내는 어떡할래? 딸은 어떡할래?”라고 자극하며 투지를 북돋웠다. ●8강 좌절 신종훈도 “내 몫까지…” 응원 24년 만의 금맥을 뚫어줄 0순위로 꼽혔지만 16강에서 아쉽게 떨어진 신종훈도 한순철이 짊어진 짐이다. 이날 선배를 응원하러 경기장을 직접 찾은 신종훈이 “내 몫까지 꼭 이겨줘.”라 했다고 전하며 한순철은 “같이 나와서 같이 메달을 따면 좋았을 텐데…. 종훈이를 대신해 이겨야 한다는 생각도 컸다.”고 했다. 한순철은 11일 오전 5시 15분(한국시간) 에발다스 페트라우스카스(리투아니아)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런던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김민희 기자의 런던 eye] 軍 징병제 폐지한다고 올림픽 향한 열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복싱 국가대표 한순철(28·서울시청)에게 ‘호환마마’보다 더 무서운 것은 군대였다. 링에서 사투를 벌이는 동안 그의 머릿속을 맴돈 것은 “군대에 가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런던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하면 자신만 바라보고 있는 어린 아내와 딸의 먹고살 길이 막막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올림픽축구 대표팀의 수문장 이범영(23·부산)에게 군대는 일생일대의 승부를 승리로 이끌어준 최고의 자극제였다. 영국과의 8강전 승부차기에서 선방을 펼쳤던 그는 “경기 전 라커룸에서 ‘이등병의 편지’가 흘러나왔다. 아마 병역 혜택을 생각하면서 힘을 내자는 퍼포먼스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외신들은 “병역 혜택을 받으려는 한국선수들의 집중력이 영국을 꺾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런던올림픽에 참가한 한국선수단의 화두 하나는 군대다. 한국 남자라면 누구나 짊어지는 병역 의무이지만, 몸이 재산인 운동선수들에겐 더욱 높다란 장벽이다. 군대에 가기 싫어서 운동을 열심히 했다는 선수들의 솔직한 목소리들이 나오는 걸 보면 시대가 많이 바뀌긴 했다. 그동안 군 면제는 남자 선수들에게 큰 동기 부여가 되긴 했지만 대놓고 공론화하기에 버겁고 껄끄러운 주제였다. 황금 같은 선수생활의 나날을 군생활에 빼앗기지 않겠다는 선수들의 절절한 바람을 이해하는 국민도 적지않다. 이는 군대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는 방증일 터다. “모든 남자는 군대를 가야 한다.”는 당위에서 “왜 꼭 군대를 가야 하나.”는 의문이 더해지고 있는 게 요즘 분위기다. 외국처럼 다양한 대체복무의 선택지도 없는 한국의 징병제는 어쩌면 이미 낡은 틀인지 모른다. 남과 북의 대치 상태는 이미 반세기를 지나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 방위산업이 최첨단을 달리는 요즘에 20대 청년들을 일제히 모아 훈련시키는 것은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누구는 양심적 병역 거부로 ‘빨간줄’이 그어지기도 하고, 누구는 평생의 업으로 삼은 운동을 포기해야 하며, 또 누구는 사랑하는 이들과 생이별을 하고…. 징병제를 폐지한다고 해서 올림픽에 나서는 우리 선수들의 결의가 엷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병역혜택 말고도 선수들이 올림픽이란 축제를 제대로 즐길 이유는 차고 넘친다. 한순철과 이범영의 환한 미소를 보며 기자는 열심히 군 복무를 하고 있을 수많은 청년들을 떠올렸다. haru@seoul.co.kr
  • [데스크 시각] 런던올림픽 오심을 바라보는 자세/문소영 문화부 차장

    [데스크 시각] 런던올림픽 오심을 바라보는 자세/문소영 문화부 차장

    “힘없는 나라의 백성은 어디 가도 서러움을 받는다.” 충남 부여군의 한 음식점에서 머리카락이 하얀 노인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보던 신문을 옆으로 밀어놓았다. 그는 이제 주방에서 막 가져온 김이 무럭무럭 올라오는 콩나물 국밥을 먹을 참이다. 아마도 그는 런던올림픽에서 박태환 선수가 수영 자유형 400m 예선에서 1등을 하고도 심판의 오심으로 실격처리됐다는 기사와 유도 남자 66㎏급 조준호가 8강에 올랐지만, 심판의 판정 번복으로 판정패해 억울하다는 식의 기사를 신문에서 읽었을 것이다. 아침 시간이라 식당에는 식사 팀이 두 팀밖에 없었고 그 노인의 발언은 귀에 쏙~ 들어왔다. 귀에 쏙 들어온 이유는 맞장구를 치려는 마음이 생겨서가 아니었다. 뭔가 어색하다고 느껴진 탓이다. 88서울올림픽 때 미국의 로이 존스 주니어가 복싱 라이트미들급 결승에서 압도적인 경기를 펼치고도 한국의 박시헌에게 판정패당했던 것은 미국이 힘없는 나라였기 때문이었나? 뭐 이런 생각이 느닷없이 튀어올랐다. 여름 휴가지에서 TV 생방송을 더 열심히 챙기고, 박태환의 실격 동영상이 스마트폰으로 무제한 반복 제공되면서 왜 ‘실격’ 판정이 내려진 것이냐며 의아해했지만, 오심의 이유를 힘없는 나라의 백성 탓이라고는 떠올려보지 않았다. 또 10대인 청소년 여행 동반자는 박태환에게 실격을 선언한 심판이 중국계라는 루머가 카카오톡으로 물밀 듯이 쏟아지자, 중국을 비난하는 등 아시아 국가들 사이의 고질적인 불화를 재현했기 때문에 더욱 그런 생각을 못했다. 70세 안팎으로 보이는 그 노인과의 나이 차이를 가늠해 보고, 서로 살아온 세상이 다르고, 경험이 다른 만큼 생각도 다르겠구나 했다. 40대인 소설가 김연수는 최근 펴낸 에세이 ‘지지 않는다는 말’에서 일제강점기를 경험한 70대인 그의 아버지가 국가대항 축구경기를 결연한 표정으로 보다가 우리나라가 선제골을 먹으면, 보던 TV를 끄고 결과를 더 돌아보지도 않은 채 돌아누워 힘없는 목소리로 “졌다, 졌어.”라고 했다고 써놓지 않았던가. 다른 한편으로 언론들이 ‘힘없는 나라의 백성’이라는 트라우마를 불필요하게 자극한 것은 아닐까 하는 분석을 해봤다. 휴가지에서 돌아와 여러 신문을 펼쳐놓고 비교해 보니 ‘역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론들은 한국이 세계 15위 수준의 교역국가이거나,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개최로 국격이 높아졌다는 식의 불편한 자랑을 늘어놓다가도, 스포츠에서 과도하게 피해의식을 조장하곤 한다. 일제강점기나 1950년 한국전쟁 직후부터 보릿고개를 힘겹게 넘어야 하던 1960대, 아니 최근까지도 국가대항 스포츠는 그저 스포츠가 아니라 전쟁에 가까운 것이고, 그렇다면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한국인들은 달라졌다. 언론이 찌질하게 100년 전 사고로 뒷북을 때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박태환이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따고,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가 피겨스케이팅에서, 모태범·이승훈·이상화가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우리는 올림픽 금메달에 대해 제법 쿨해졌다. 권투니 레슬링이니 하는 격투기 종목만이 아니라, 이른바 선진국형 금메달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먹고살 만해진 결과가 스포츠에도 반영됐다고 흐뭇해했다. 금메달에만 환호하지 않고, 은·동메달에도 환호했다. 2~3년 전처럼 스포츠를 스포츠로 즐기는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가 경기의 승패나 금메달에 집착할 때는 주로 정치적으로 핍박을 받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어, 스포츠를 통해 위로받고자 하는 강력한 욕구가 생길 때였다. 그러나 최근 세계경제 불황이니, 애그플레이션 우려니, 깡통 아파트 속출, 자녀 진학 등의 고통과 불안이 금메달이 추가될 때마다 해소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다행인 것은 올림픽 축구팀이 런던올림픽의 주최국인 영국의 텃세를 극복하고 최초로 4강에 올라갔고, 6일 현재 한국은 목표 금메달 10개를 획득했다. 이제 나머지는 덤이니 편히 즐기자. symun@seoul.co.kr
  • [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하드 아이스께끼’

    6교시였으니 오후 3시쯤이었을 것이다. 장마 끝 ‘쌩볕’이 가시처럼 살갗에 박혔고, 아스팔트가 내뿜는 지열은 숨을 턱턱 막았다. 애들은 오와 열을 맞춰 그 길을 뛰었다. 코로 빨려드는 더운 바람이 화덕의 열기 같았다. 밑창이 닳은 운동화로 감싼 발바닥이 이내 뜨거워졌다. 그렇게 3∼4㎞쯤 갔을까. 뒤쪽에서 첫 낙오자가 나왔다. 자전거를 탄 교련 선생이 신경질적으로 호루라기를 불어댔다. 얼마 안 가 또 한 놈이 나자빠졌다. 대열을 세운 교련 선생은 쓰러진 애를 군화발로 냅다 걷어차며 “그따구 정신으로 뭘 하겠냐.”고 눈을 부라렸다. 항상 정신이 문제였다. ‘침략의 무리들이 노리는 조국’을 지키기 위한 대오의 전면에는 군대, 2선에는 예비군, 3선에는 학생이 있었다. 그러니 학생이라고 군사훈련을 피할 수 없었다. 애송이 고등학생들이 뭘 알까만 목이 터져라 ‘진짜 사나이’를 불러댔다. 그런 교련으로 멍이 드는 것은 몸보다 마음이고 정신이었다. ‘반공’ ‘승공’ ‘멸공’으로 이어지는 날선 구호들이 좀벌레처럼 정신을 갉아댔다. 그 집요한 세뇌는 국민정신 개조로 이어졌다. 뉴스 앞자리에 ‘영도자’ 소식이 나오지 않으면 이상했고, 챔피언이 된 복싱선수가 대통령을 먼저 외치지 않으면 불경스럽다고 쳤다. 요즘 우리가 보는 북한 선수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불과 얼마 전의 우리 자화상이었다. ‘교련대회’라는 이름으로 고등학생들에게 M-1총 들리고, 배낭 지워 달리게 해 충성의 강도를 겨뤘던 그 덥고 길었던 시절. 목이 타고 침이 말라붙어도 물을 찾지 않았다. 그런 나약함으로는 ‘호국의 간성’이 될 수 없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그 날, 행군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와서도 낙오자들은 ‘쪼인트’가 까이는 가중처벌에 식은땀을 흘렸고, 하굣길 구멍가게에서 산 ‘하드 아이스께끼’를 빨며 무력한 청춘을 위로해야 했다. 어느덧 나이 들고말았을 교련 세대들은 그때 온몸으로 더위의 무서움을 배웠다. 정신만으로는 감당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는 극한의 폭염 속에서 몸을 자빠뜨리며 정신을 지켜냈던 세월. jeshim@seoul.co.kr
  • 런던올림픽 오심의 희생양 한국, 역대 대회 ‘수난과 수혜’

    런던올림픽 오심의 희생양 한국, 역대 대회 ‘수난과 수혜’

    국제복싱연맹(AIBA)은 3일 성명을 내고 전날 복싱 남자 밴텀급 16강에서 터무니없는 오심으로 물의를 일으킨 심판 이샨굴리 메레트니야조프(투르크메니스탄)를 퇴출시켰다고 밝혔다. 메레트니야조프는 시미즈 사토시(일본)가 마고메드 압둘하미도프(아제르바이잔)를 한 라운드에서 다섯 번이나 다운시켰는데도 계속 경기를 진행시켜 시미즈가 결국 17-22로 판정패하게 만들었다. 아마추어 복싱 규정은 한 라운드에서 3번 다운당하면 자동으로 지게 돼 있다. 시미즈는 항의 끝에 승자로 번복됐다. 런던올림픽이 열전을 거듭할수록 수준 이하의 판정과 오심으로 얼룩지고 있다. 때문에 사람들은 이번 올림픽을 “열받게 한다.” “심판이 XX같다.”는 뜻으로 ‘열림픽’ ‘병림픽’ ‘오심픽’ 등으로 낮춰 부르고 있다. 과거에는 어땠을까. 유난히 이번 대회 억울한 일을 당한 한국은 늘 피해자였을까. 한국을 중심으로 올림픽 주요 오심을 들여다보자. 4년 전 베이징올림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테네올림픽에서 감동의 은메달을 따며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만들어 낸 한국 여자핸드볼은 준결승에서 북유럽의 강호 노르웨이와 만났다. 스페인 심판이 배정됐다. 경기 내내 노르웨이에 우호적인 판정이 이어졌다. 27-28로 노르웨이에 끌려가던 종료 6초를 남기고 문필희가 득점에 성공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연장에서 결승 진출을 노려볼 만 했다. 그러나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 종료 버저와 동시에 노르웨이의 골이 터진 것. 임영철 감독은 공이 종료 버저가 울린 뒤 들어갔다고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심판진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중에 생중계 영상을 분석한 결과 노르웨이의 결승골은 경기 종료 뒤 한국 골망을 가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은 국제핸드볼연맹(IHF)에도 제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체조의 양태영은 명백한 심판의 실수 탓에 메달 색이 바뀌었다. 양태영은 남자 개인종합 결선에서 10점 만점 난도의 평행봉 연기를 펼쳤다. 하지만 심판진이 9.9점으로 잘못 매겼고, 결국 양태영은 종합점수 57.774점으로 57.823점을 얻은 폴 햄(미국)에 0.049점 뒤지며 동메달에 그쳤다. 당시 한국은 채점 오류라며 국제체조연맹(FIG)에 항의했고, 그 뒤 FIG는 해당 심판의 자격을 정지하고 햄에게 금메달을 포기하라는 내용의 서한까지 보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한·미 외교 갈등으로까지 비화했고, FIG가 체조 채점 방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이 밖에 베이징올림픽 야구 쿠바와의 결승 9회 말에 강민호(롯데)의 99마일 미트 사건도 국내 팬들의 기억에 또렷하다. 당시 선발 포수인 강민호는 9회 말 수비 상황에서 푸에르토리코 출신 주심이 투수 류현진(한화)의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온 투구를 연이어 볼로 판정하자 주심에게 가볍게 어필했고, 주심은 강민호를 즉각 퇴장시켰다. 강민호는 덕아웃으로 향하면서 미트를 집어던졌는데 한 외신이 “미트를 던진 속도가 시속 99마일(약 159㎞)은 돼 보였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올림픽 최악의 오심에 1988년 서울올림픽 남자 복싱 결승을 빼놓지 않는다. 당시 로이 존스 주니어(미국)는 박시헌에게 거센 주먹을 날리며 경기를 일방적으로 이끌었으나, 심판진은 3-2 판정으로 박시헌의 손을 들어줬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주말의 올림픽]

    [주말의 올림픽]

    4일(토) (이하 한국시간) ■사격 여자 ●50m 소총 3자세 예선 ●사격 여자 트랩 예선 이상 오후 5시 ■탁구 남자 단체 1라운드 vs 북한 오후 6시 ■육상 여자 장대높이뛰기 예선 오후 6시 20분(최윤희) ■사이클 남자 옴니움 250m 플라잉스타트 오후 6시 30분 ■펜싱 여자 단체 에페 8강 vs 루마니아 오후 6시 30분 ■하키 여자 예선 A조 vs 네덜란드 오후 6시 45분 ■핸드볼 남자 예선 B조 vs 세르비아 오후 7시 15분 ■요트 남자 ●레이저 1인승 딩기 오후 8시 ●470 2인승 딩기 ●RS:X 윈드서핑 이상 오후 10시 5일(일) ■사이클 남자 ●옴니움 30㎞ 포인트 레이스 0시 54분 ●옴니움 엘리미네이션 레이스 오전 2시 25분 ●옴니움 4㎞ 개인 추발 오후 6시 여자●스프린트 예선 오후 6시 58분 ■육상 남자 20㎞ 경보 오전 1시(김현섭) 여자 마라톤 오후 7시 ■역도 남자 94㎏급 오전 3시 여자 75㎏이상급 오후 11시 30분 ■복싱 남자 49㎏급 16강 오전 5시 15분(신종훈) ■배구 여자 예선 B조 vs 중국 오후 7시 30분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55㎏급 예선 ●74㎏급 예선 이상 오후 9시 ■하키 남자 예선 B조 vs 인도 오후 9시 45분 ■요트 남자 RS:X 윈드서핑 오후 10시 ■수영 여자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듀엣 테크니컬 루틴 오후 11시
  • 추억의 스포츠스타 봉사하며 런던올림픽 응원

    추억의 스포츠스타 봉사하며 런던올림픽 응원

    왕년의 스포츠 스타들이 전남 고흥군에 딸린 섬 소록도에서 한센인들을 위한 사랑의 ‘봉사 올림픽’을 열었다. 1983년 세계복싱챔피언 장정구(49), 1984년 LA올림픽 레슬링 금메달리스트 김원기(50),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 이은철(45)씨 등이 참여한 사단법인 ‘스포츠 봉사단’은 2일 나란히 소록도를 찾아가 자장면 봉사 행사를 가졌다. 행사에는 스포츠 봉사단원과 박병종 고흥군수 등 100여명이 참여했다. 행사는 한센인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올림픽 메달리스트 등 스포츠 스타 3명은 직접 반죽한 면으로 자장면을 만들어 한센인 600여명에게 배달했다. 이들은 배달한 자장면을 비벼주거나 먹기 좋게 잘라주며 한센인들과 한때나마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김원기씨는 “우리 선수들이 영국 런던올림픽에서 선전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자리를 마련했다.”면서 “한센인들이 자장면을 맛있게 드셔서 무척 기쁘다.”고 밝혔다. 예술가들의 봉사도 이어졌다. 소록도에서 전시회를 진행 중인 서예가 김동욱씨는 대형 붓을 이용해 한센병 시인 한하운(1920~1975) 선생의 작품 ‘보리피리’를 광목 80m에 쓰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슬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무용가 김영옥씨는 살풀이춤으로 마음을 달랬고, 노래하는 서예가 양영희씨는 열창을 했다. 박형철 국립소록도병원 원장은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데 소록도에서는 금메달리스트들의 봉사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이번 행사를 계기로 많은 분들이 한센인에게 관심을 가져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흥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나 몰라?…올림픽 관광객으로 방송 출연한 홀리필드

    나 몰라?…올림픽 관광객으로 방송 출연한 홀리필드

    진짜 나 몰라? 프로복싱 역사상 가장 유명한 선수 중의 한명인 미국의 에반더 홀리필드(49)가 취재진에 의해 ‘굴욕’을 당했다. 런던올림픽을 맞아 현지를 찾았다가 이를 알아보지 못한 방송사 취재진에 의해 일반 관광객으로 인터뷰 당한 것. 특히 이 방송사는 자국의 NBC 방송으로 알려져 더욱 화제를 뿌렸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NBC 투데이쇼는 런던 버킹엄 궁전 앞에서 올림픽 개막식과 관련한 질문을 담은 인터뷰를 관광객을 상대로 진행했다. 방송은 이중 야구 모자에 파란색 티셔츠를 입은 한 흑인남성 인터뷰를 내보냈고 남자는 “(개막식이)훌륭했다.”는 멘트를 남겼다. NBC 스태프들 누구도 이 남자를 못 알아봤으나 이 남자가 바로 홀리필드 였다. 홀리필드는 다음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나와 인터뷰한 누구도 내가 누군지 못 알아봤다.” 면서 “내가 야구 모자를 써서 알아보기 힘들었던 것 같다. 다른 기자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적었다. 약간의 섭섭한(?)감정을 재치있게 트위터를 통해 밝힌 것. 홀리필드의 유쾌한 발언은 최근에도 화제가 된 바 있다.         과거 전세계 프로 복싱팬들을 충격에 빠뜨린 일명 ‘핵이빨’ 사건 15주년을 맞아 마이크 타이슨(45)에게 ‘강펀치’를 날린 것. 홀리필드는 자신의 새 사업인 BBQ소스를 홍보하며 “내 새 소스는 누군가의 귀를 물어뜯게 만들 것이다. 마이크 타이슨에게 물어보라.” 며 ‘선방’을 날렸다. 이에 타이슨은 “홀리필드의 귀를 BBQ소스에 찍어 먹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재치있게 화답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인터넷뉴스팀 
  • [런던 her story] 여성, 기수 접수하다

    [런던 her story] 여성, 기수 접수하다

    런던올림픽 개회식에 각국 선수단을 이끌며 입장하는 기수들의 적지 않은 숫자가 여성이 될 것 같다. 아직도 적지 않은 국가의 선수단 기수가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26일 아일랜드 기수로 여성 복서 케이티 테일러(26)가 낙점됐다. 그녀의 영광은 조금 더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녀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네 차례, 유럽선수권대회에서 다섯 차례나 챔피언에 올랐지만 올림픽에 나설 수 없었다. 올림픽 복싱에 여성의 접근이 차단됐기 때문. 하지만 이번 대회에 여자복싱이 추가되면서 출전 기회를 잡았고 그녀는 개회식에 조국의 국기를 들고 입장하게 됐다. 테일러는 여자축구 대표 출신인 데다 가수 타이니 템파의 앨범에 래퍼로 참여하기도 한 다재다능한 선수. 이날 미국올림픽위원회(USOC)도 100년 만에 금메달을 안긴 여자 펜싱 선수 마리엘 자구니스(27)를 기수로 내세우기로 했다. 스콧 블랙먼 USOC 위원장은 “사상 처음으로 여자 선수 수가 남자 선수 수를 앞지른 선수단의 기수로 여자가 더 어울린다.”고 말했다. 앞서 사상 처음으로 여자 선수를 올림픽에 출전시키는 카타르가 기수로 여자 사격 선수 알 하마드(19)를 선정한 이후 러시아, 독일, 폴란드, 짐바브웨, 멕시코, 일본, 남아공 등이 뒤를 따랐다. 금녀(禁女)의 빗장이 풀린 지 오래지만 최근까지 기수로 선뜻 여성을 선택한 국가는 많지 않았다. 이들이야말로 올림픽이 진정한 양성(兩性) 평등의 축제로 탈바꿈했다는 하나의 상징이 될 전망이다. 조국의 첫 여성 기수란 영예를 안은 선수도 많다. 성 정체성 논란을 일으켰던 남아공의 여자 육상 800m 스타 캐스터 세메냐(21)도 첫 여성 기수로 선발됐다. 미녀 테니스 스타 마리아 샤라포바(25)가 러시아 선수단 기수로 나서는 것도 이례적이다.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남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기수로 선정해 왔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 [런던올림픽 D-1] “혜인아, 메달 따서 프러포즈할게”

    [런던올림픽 D-1] “혜인아, 메달 따서 프러포즈할게”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던 24일 오후(현지시간). 런던 브루넬대학 한켠에 자리 잡은 복싱장에서는 1970년대 펑크 음악이 흘렀다. 리듬을 타며 경쾌한 스텝을 밟는 신종훈(23·인천시청)의 표정은 음악만큼이나 가벼웠다. 이승배 감독을 스파링 파트너 삼아 원투 스트레이트를 날렸다. “파이팅!”이라고 내지르는 특유의 기합 소리도 여전했다. 어느 때보다도 밝아 보이는 신종훈을 두고 이 감독은 “준비된 자의 여유 아니겠느냐.”고 했다. 나이 스물셋 청년에게 그동안 삶은 너그러울 때보다 가혹할 때가 더 많았다. 이제는 승리의 여신이 그를 향해 웃어 줄 때가 됐다. 남자 복싱 최경량급인 라이트플라이급(49㎏ 미만) 세계랭킹 1위인 신종훈은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노린다. “웃음이 많아졌다고요? 줄어든 건데?”라며 신종훈은 기자의 질문에 웃으며 대답했다. “관심을 많이 받으니 좋기도 하지만 부담도 된다. 금메달을 따면 좋겠지만 안 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며 신종훈은 인생 최대의 승부를 앞둔 부담감을 털어놨다. ‘금메달 0순위’로 꼽혔던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결승에도 가 보지 못하고 8강전에서 고꾸라졌던 아픈 경험은 독보다 약이 됐다. “지고 내려오면 아무도 널 쳐다보지 않는다. 지금 관심을 받는다고 마냥 들뜨면 안 된다.”는 박종길 태릉선수촌장의 당부에 “예, 알고 있습니다. 광저우 때 겪어 봤어요. 그때는 울었지만 이번엔 웃으면서 내려오겠습니다.”라고 한다. 인생에선 가드를 단단히 올리고 정면승부를 해야 하는 몇 번의 결정적 순간이 찾아온다. 신종훈에게는 지금이 바로 그때다. “복싱 국가대표가 돼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겠다.”는 목표는 그가 오랜 시간 품어 온 꿈이었다. 방황하던 10대, 폭주하는 기관차 같던 그를 잡아 준 것은 복싱이었다. 구미 신평중 2학년 때 복싱을 접한 뒤 “이 길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경북체고 3학년 때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뽑혔고, 첫 국제대회였던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맞으면 덤비는 심성이 문제였다. 광저우에서의 실패를 통해 심리적인 부분을 많이 보완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목표 말고도 런던올림픽에선 한 가지 목표가 더 생겼다. 7년간 사귀어 온 여자친구인 김혜인(23·고성군청)씨에게 당당히 프러포즈를 하고 싶다는 남자로서의 목표다. “고1 겨울에 학교에서 사격을 하는 혜인이를 만난 뒤 한 번도 설레지 않은 적이 없었다. 부모님도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면 결혼을 허락해 주신다고 했다.”며 수줍게 프러포즈 계획을 밝혔다. “혜인아, 사랑해. 나 지켜봐 줘.”라며 왼손으로 하트 반 개를 그린다. “나머지 반 개는 혜인이가 채워 줄 거예요.” 런던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런던올림픽 D-1] ‘호형호제’하던 선수들마저도… 냉랭한 남북

    경색된 남북 관계가 런던올림픽에도 반영되고 있다. 대회장 곳곳에서 남북한 선수들의 서먹한 장면들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22개 종목에 245명의 선수를, 북한은 여자축구와 역도, 레슬링, 유도, 사격, 양궁, 복싱, 수영, 탁구, 육상 등 10개 종목에 56명의 선수를 파견했다. 남북 모두 강세 종목인 역도와 사격, 양궁 훈련장 등에서 자주 마주치지만 분위기는 차갑기만 했다. 가볍게 눈인사만 나눈 뒤 훈련에만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역도 관계자는 “바로 옆 플랫폼에서 북한 선수들과 훈련했지만 대화는 없었다.”고 말했다. 사격 훈련장인 왕립포병대사격장에서도 역시 눈인사만 있을 뿐이었다.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자주 만난 남북 선수들은 ‘호형호제’하는 사이였다. 북한 양궁의 권은실도 한국 선수들과 낯이 익은 사이지만 우리 선수들과의 접촉을 꺼리는 듯한 인상마저 받았다고 양궁 관계자는 전했다. 2000년 시드니에 이어 2004년 아테네대회에서도 남북은 개회식에 공동 입장했고, 탁구는 개막 전 합동 훈련까지 했다. 한 자리에서 식사하고 기념 촬영도 했다. 하지만 베이징올림픽에서 단일팀은 물론 개회식 공동 입장마저 무산되면서 남북 관계가 냉랭해졌고, 이번 대회에서는 교류 자체가 아예 실종됐다. 특히 북한 선수단의 폐쇄적인 태도는 해외 언론의 빈축을 사고 있다. AP통신은 “북한 여자축구대표팀이 훈련 중인 글래스고에서는 선수들을 호텔 밖에서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중국 양쯔완바오(揚子晩報)는 “지난 23일 히스로공항에서 선수단을 마중 나온 북한 인사 4명이 악수하거나 촬영을 하지 못하도록 통제했다.”면서 “그러자 현지 자원봉사자들이 ‘같은 별에 사는 사람 같아 보이지 않는다’고 빈정거렸다.”고 전했다. 한편 김병식 체육성 부상이 단장을 맡은 북한 선수단은 이날 오후 올림픽파크에서 중국, 케냐, 사모아, 수리남과 함께 선수촌 공동 입촌식을 가졌다. 여자축구대표팀을 제외한 30명이 참석했다. 북한은 4년 전 베이징에서 금 2개와 은 1개, 동메달 3개를 땄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조은지 기자의 런던eye] 친구야, 널 위해 펀치를 날린다

    [조은지 기자의 런던eye] 친구야, 널 위해 펀치를 날린다

    신종훈은 다급하게 친구를 불렀다. “재경아, 빨리 와라. 너도 같이 해야지. 얼른얼른!” 취재진이 많아질수록 목소리는 커졌고 톤은 높아졌다. 거듭된 러브콜에도 친구는 한사코 손을 내저었다. 신종훈이 기자와 카메라에 둘러싸여 재잘거리는 동안 그는 멀뚱히 앉아 땀을 식혔다. 부럽거나 부끄럽거나 그 언저리 어디쯤의 감정이었다. 24일(현지시간) 런던 브루넬대학 훈련캠프 복싱장에서의 일이다. ●친구이자 복싱파트너 김재경, 구슬땀 김재경은 신종훈의 훈련 파트너로 런던 땅을 밟았다. 둘은 국가대표 상비군 생활을 함께 하며 서로를 속속들이 아는 사이. 김재경이 52㎏급으로 신종훈(49㎏ 미만)보다 한 체급 위지만 ‘거사’를 앞두고 마음 편하게 훈련할 도우미를 찾던 신종훈이 오랜 친구에게 손짓했다. 김재경은 고민 없이 덥석 손을 잡았다. 김재경은 “종훈이는 굉장한 노력파다. 친구고 동료지만 존경한다.”고 했다. “종훈이가 부럽기도 하다. 하루하루 열심히 하면서 나도 언젠간 좋은 순간을 맞이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도 했다.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며 조곤조곤 말하는 모습이 왠지 짠했다. 조금은 울컥하기도 했다. 김재경의 표정에서 지난날 기자의 모습을 봤는지도 모르겠다. 태극마크를 동경하다가 공개 선발전에 나갔고 국가대표로 뽑혔고 무섭게 몰입했다. 지난해 반 년 동안 염치없게도 신문기자 월급을 받으면서 대표팀 합숙훈련을 했다. 다리가 후들거리게 뜀박질을 하고 온몸이 멍투성이인데도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경기에 뛰고 싶었기 때문이다. 국제대회에서 직접 마주한 ‘덩치’들을 보고 움츠러들었지만 그래도 그라운드에서 한 번 부딪치고 싶었다. 나는 절반은 잔디를 누볐고 절반은 벤치에 앉아 있었다. 그래서 조금은 알 것 같다. 김재경의 마음을. 경기에 뛰고 싶지 않은 선수는 없다. 아니, 뛰고 싶지 않다면 선수가 아니다. 더군다나 올림픽은 모든 운동선수의 ‘로망’ 아니던가. 빛나는 축제에 초대받았지만 주인공은 아닌, 어쩌면 주연 옆이라 더욱 캄캄한 터널 속으로 느껴지는 그곳에 김재경이 있었다. ●“부럽지만 내게도 좋은 때 올 것”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실전 못지않은 강펀치를 신종훈에게 날리는 일이다. 더 세게, 빠르게 잽을 몰아치는 게 메달의 연금술이다. 세계 랭킹 1위 신종훈이 금메달을 걸더라도 조명은 여전히 비켜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김재경의 심장은 신종훈 못지않게 콩닥거리고 있다. 런던에 이런 ‘특급 조연’이 딱 60명 있다. zone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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