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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해첫날 호텔 욕조서 숨진 승무원…11명 집단성폭행 혐의 기소

    새해첫날 호텔 욕조서 숨진 승무원…11명 집단성폭행 혐의 기소

    새해 첫날 필리핀 특급호텔 욕조에서 승무원 한 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5일(현지시간) 일간 선스타는 필리핀 북부 마카타시에서 승무원 사망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부검에서 집단성폭행 흔적을 확인한 경찰은 총 11명을 강간 및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 1일 필리핀 북부 마카타시의 한 4성급 호텔에서 필리핀항공 소속 승무원 크리스틴 안젤리카 다세라(23)가 변사체로 발견됐다. 숨진 승무원을 최초로 발견한 남자 동료는 “새해 첫날 오전 10시쯤 일어나 보니 다세라가 욕조에 누워 있었다. 욕조에서 그대로 잠이 든 줄로만 알았다”고 진술했다. 담요를 덮어주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는데, 몇 시간이 지나도 다세라가 일어나지 않아 병원으로 옮겼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이송 당시 이미 체온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던 다세라는 병원 도착 직전 대동맥 파열로 사망했다.부검 결과 다세라의 몸에서는 집단성폭행 흔적이 다수 발견됐다. 이를 토대로 수사를 벌인 경찰은 다세라가 호텔에 투숙했을 당시 현장에 있었던 남성 11명을 강간 및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경찰은 “차례로 잡아들인 11명 중 3명은 동료이며, 나머지는 다세라와 전혀 관계가 없는 낯선 인물들”이라고 밝혔다. 다세라는 새해전야 파티에 동료들만 있는 줄 알고 참석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 CCTV에는 사건 당일 호텔방으로 다세라를 끌고 들어가는 남성의 모습과, 다음 날 아침 다세라를 다시 본래의 방으로 옮겨놓는 남성의 모습이 포착됐다. 경찰은 피해자가 약을 탄 술을 마시고 정신을 잃었을 것으로 보고 약물 감식을 의뢰했다.10만 명 넘는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이기도 했던 다세라가 약물을 이용한 집단성폭행에 희생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현지에서는 애도 물결이 이어졌다. 필리핀항공도 자사 승무원의 사망에 깊은 애도를 표했다. 필리핀항공은 “훌륭한 동료를 잃었다”면서 “사법 정의 실현으로 진실이 드러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필리핀 복싱영웅 매니 파퀴아오는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범인을 잡는 분에게 50만 페소(약 1132만 원)을 주겠다”며 현상금을 내걸기도 했다. 한편 필리핀 관광부는 사건이 벌어진 호텔에 어떻게 손님을 받게 된 것인지 그 경위를 해명하라고 명령한 상태다. 해당 호텔은 코로나19 사태 속에 자가격리 및 무증상자 격리시설로 전환돼 개인 이용은 원칙적으로 불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요가는 종교시설” 주장까지…지구촌 헬스장도 곳곳 ‘방역불복’

    “요가는 종교시설” 주장까지…지구촌 헬스장도 곳곳 ‘방역불복’

    실내체육시설들이 코로나19에 따른 영업 금지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운데 해외에서는 지자체를 상대로 고소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미국 지역매체 샌디에이고 유니온 트리뷴은 최근 보도에서 25개 이상의 피트니스센터가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주 보건의료 관계자, 샌디에이고 카운티를 상대로 영업금지 철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체육시설은 시민들이 정신적·신체적으로 건강을 지키고 개선하기 위해 가는 곳”이라며 “좋은 건강은 좋은 면역체계를 의미하며, 이는 우리가 (코로나와 같은) 질병에 맞서는데 도움이 된다”고 호소했다. 최근 한국에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에 반발하며 ‘항의성 개장’을 하는 헬스클럽들이 나타난 것처럼 해외에서도 정부의 봉쇄령을 어기고 영업을 재개하다 제재를 받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워싱턴주의 한 요가 학원은 자신들은 운동시설이 아닌 종교 시설이라고 주장하며 문을 열기도 했다. 이 지역에서는 실내체육시설의 운영은 금지된 반면 종교시설은 제한적으로 운영이 가능한데, 이 학원은 “요가는 심신을 수양·수련하는 장소이기 때문에 헬스장 등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시설이 한계에 내몰리자 제한적으로나마 영업을 허용하는 지역도 생겼다. 미네소타주는 지난달 중순부터 체육관에 수용 가능한 인원의 25%만 입장을 허용하도록 조치했다. 시설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하고 사람간 간격도 12피트(3.65m)를 유지해야 한다. 미네소타의 이같은 조치는 헬스장과 실내 암벽등반 센터, 복싱클럽 등에 모두 적용되고 있다. 업체들 사이에서는 이같은 ‘사회적 피트니스’ 허용에 대해 그나마 다행이라는 반응이 나온다고 abc뉴스는 전했다. 미국은 지난해 3월 봉쇄령이 내려진 뒤 실내체육시설 등의 영업이 제한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미국의 피트니스 산업 매출은 전년 대비 15.6% 줄어들어 매출 감소액이 50억달러에 이른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리버풀의 영원한 응원가 ‘YNWA’ 부른 게리 마스덴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리버풀의 영원한 응원가 ‘YNWA’ 부른 게리 마스덴

    잉글랜드 프로축구 리버풀 FC 팬들에게 국가와도 같은 응원가 ‘유윌 네버 워크 얼론(YNWA)’을 불렀던 게리 마스덴이 7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고향 리버풀을 무대로 활동했던 팝 밴드 ‘제리 앤 더 페이스메이커스’의 리더 겸 보컬리스트였던 고인이 3일(이하 현지시간) 코로나19와 관계 없는 짧은 질환을 앓다가 숨을 거뒀다고 BBC가 전했다. 딸 이베트 마벡은 아버지가 심장에 심각한 혈액 감염이 발견돼 복싱 데이(연말 선물 포장하는 시즌)에 병원에 입원했다고 전했다. 그녀는 공영 PA 통신에 “워낙 짧게 앓아 이렇게 빨리 가실줄 몰랐다”면서 “그는 우리 아빠였으며 영웅이었다. 따듯했고 재미있으며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분이었다”고 돌아봤다. 리버풀 구단도 소셜미디어 계정에 마스덴이 남긴 말들이 “우리와 함께 영원히 살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인은 2003년 대영무공훈장(MBE)을 수여받았는데 힐스보로 참사 희생자들을 돕는 자선 활동을 많이 펼친 공로를 인정받아서였다. 그의 밴드는 리버풀이 속한 머지사이드 지역에서 많은 인기를 누린, 이른바 머지비트 시대에 가장 성공한 밴드 중 하나였다. 같은 리버풀 출신의 비틀스는 당시 독일 함부르크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비틀스를 세계적인 밴드로 키운 매니저 브라이언 엡스타인이 이 밴드 매니저로도 일하면서 이들의 히트곡인 ‘하우 두 유 두 잇’ 곡을 선사하기도 했다. 비틀스와 애덤 페이스의 데뷔 싱글로 쓰라고 엡스타인이 건넸는데 받지 않자 이 밴드에게 차례가 돌아온 것이었다. 폴 매카트니 경은 이 밴드가 머지사이드 무대에서 최대 라이벌이었다고 돌아본 적이 있다. 매카트니 경은 “늘 고인을 미소와 함께 기억할 것”이라고 추모했다. 1963년 ‘YNWA’을 발표했는데 지금도 리버풀의 홈 구장인 안필드 출입문 위에 노래 제목이 새겨질 정도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고인은 2018년 안필드 관중석에서 이 노래를 불렀는데 관중들이 떼창으로 화답한 장면은 감동 자체였다. 응원가 답지 않게 느릿한 선율이지만 떼창으로 부르면 장중한 멋이 두드러진다. 2005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이른 시간에 0-3으로 끌려가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3-3 동점을 만들고 승부차기에서 이겨 우승을 차지하며 감동의 순간에도 함께 불렸다. 이듬해 ‘페리 크로스 더 머지’를 내놓았는데 마스덴의 자작곡으로 영국 차트 8위에까지 올랐다. 싱어송라이터였지만 그는 1945년부터 제작된 뮤지컬 ‘로저스와 해머스타인’의 커버곡을 세 번째 싱글로 밀어붙여 가장 오래 히트한 노래로 기록됐다. 고인은 2013년 리버풀 구단 홈페이지 인터뷰를 통해 1963년 차트 1위를 차지하자마자 유윌 네버 워크 얼론이 팬클럽 응원가로 채택된 사연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안필드에 있었던 때가 기억난다. 그들은 톱차트 10위부터 1위 곡까지 경기 전에 틀었는데 그 노래가 나오자 팬들이 함께 부르기 시작했다. 10위에서 벗어나자 방송 리스트에서 빠졌는데 콥(서포터 그룹)들이 ‘우리 노래 어디 갔어?’라고 연호했다. 그래서 구단도 되돌려야 했다. 이제는 내가 경기에 갈 때마다 그 노래가 나오면 난 여전히 소름이 끼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노래를 부른다.” 힐스보로 참사 때 팀을 지휘했던 케니 달글리시 경은 트위터에 그의 죽음이 슬픔을 안긴다며 그 노래가 “리버풀 축구클럽의 내밀한 부분이며 앞으로도 그런 곡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블랙(ABOUT THE DARK)/우솔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블랙(ABOUT THE DARK)/우솔미

    등장인물 수용 29세/ 벽을 허무는 집주인 이리 30세/벽을 허무는 집주인의 친구옥형(노파) 88세/벽이 허물어지는 집 아랫집 거주자 때2017년 어느 가을 곳수용의 집 무대 벽이 있다. 벽의 좁은 면이 관객을 향하고 있다. 벽을 가운데 두고 하수로 붉은 조명, 상수로는 햇살 같은 밝은 조명. 붉은 조명은 빌라 주민들이 삼삼오오 돈을 모아 만든 ‘특수학교 설립 반대’ 현수막의 붉은 천에 빛이 투과된 것이다. 무대 뒤쪽, 현관문이 벽과 같은 방향으로 있고 문과 이어지는 계단은 불투명한 박스와 닿는다. 박스는 사람 하나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크기로 옥형의 집이다. 옥형은 수용의 집 아래층에 사는 노파이지만, 우리가 만드는 것이 무대이니만큼 상상력을 발휘하여 수용의 집보다 위에 있다고 약속하자. 공업용 마스크를 낀 수용 하수 등장. 낡은 후드와 트레이닝 바지 차림의 수용은 어딘가 무기력해 보이지만 분무기와 김장비닐을 든 손에는 비장함이 은근하게 뿜어져 나온다. 수용, 비닐을 바닥에 깐다. 아주 꼼꼼히. 그사이 이리, 상수 등장. 붉은 천을 허리와 목에 두르고 양손에 커다란 망치를 하나씩 끌고 온다. 옆이 트인 롱스커트 사이로 보이는 다리와 팔뚝의 타투들과 붉은 천, 망치의 조화는 길거리 행위 예술가를 연상시킨다. 이리 (붉은 방을 둘러보며 기운을 한껏 느껴본다) 느껴져. 느껴져, 느껴져! 느낌이 팍! 온다, 와. 수용 … 이리 딱이야, 딱. 아주 먹고 죽기 딱이야. (손을 까딱거리며 허공에서 술잔을 넘긴다) 뭐랄까, 아주 옥보단스러워. 수용 일조권을 침해받는 참혹한 현장이야. 전혀 옥보단스럽지 않아. 이리 하루만 빌려줘라. 네가 우리 집에 가서 자. 수용 얼마 줄 건데. 이리 얘 봐라. 무슨 돈을 달래. 서울 살더니 양아치 다 됐다. 수용 나 원래 서울에서 태어났는데? 이리 서울시장은 뿌듯하겠어. 서울시민이 이렇게 우정보다 돈이 먼저인 양아치라서. 수용 (가만히 생각에 빠져든다) 뿌듯하기보다는 머리 아프지 않을까. 네 말대로 서울에 살면 돈만 밝히는 양아치가 되면, 서울시민은 곧 양아치란 말인데. 이 많은 양아치들을 다 관리하려면 시장은 최고의 양아치가 해야겠네. 이리 하여튼. 또 이상하게 진지해지지. 으, 진지충. 헛소리는 됐고, 하루만 빌려줘. 수용 (마스크를 하나 주며) 네 룸메 코 골아서 싫어. 이리 오랜만에 나비랑 오붓하게 시간 좀 보내 보자. 수용 나비? 이리 말 안 했나. 애인. 뉴 원. 수용 그새? 울고불고할 땐 언제고. 체력도 좋다. 이리 능력이 좋은 거지. 수용, 비닐을 다 깔고 일어서는데 비틀 이리 (곰곰이) 체력도 좋긴 해야겠다. 하여튼, 진짜 진지하게 말하는 거야. 하루만 빌려줘. 어? 알겠지? 수용 너 오늘 우리 집에 왜 왔어? 이리 네가 오라며 새끼야. 수용 내가 왜 오라고 했어? 이리 하, 진짜 장난치나. (가만 돌이켜보다 손에 망치를 보고) 아… 벽…! 수용 그래, 오늘이면 옥보단도 안녕인데. 뭘 자꾸 빌려 달래. 수용, 마스크를 끼고 벽 앞에 선다. 이리 진짜 하게? 수용, 이리에게 마스크 하나를 주고 망치 하나를 받는다. 심호흡. 수용, 벽을 내리친다. 엄청난 진동과 소음 그리고 뿌옇게 이는 먼지. 삭막함이 감돈다. 수용, 다시 벽을 내리치려는데 이리 말린다. 이리 야, 잠깐만. 수용 왜? 이리 아니, 아랫집에서 올라오겠어. 진동이 장난 아닌데? 수용 아랫집만 올라 오냐. 엄청 커다란 직사각형 박스 하나에 벽을 댄 게 다인데. 다 쫓아오겠지. 이리 그냥 저번처럼 해. (몸에 두르고 있던 붉은 천을 흔들며) 두 번 했는데 세 번은 쉽지. 수용 세 번짼 수선비를 청구하겠대. 이리 얼만데, 얼마면 되는데. 누나가 해결해 줄게. 멀쩡한 벽을 허무는 것보다는 수선비가 낫지 않냐. 수용 빛 없이 사는 삶을 네가 알아? 숲세권 남향에 사는 네가 빛이 없어서 사람이 바싹바싹 말라가는 기분을 알 리가 없지. 머리랑 마음이 건조해지다 못해 바스러지는 기분이야. 이리 빛이 많아야 바싹바싹 마르지 없는데 왜 말라. 그냥 문을 열어 놓고 살던가. 수용 문이라는 건, 열고 닫으라고 있는 거야. 그게 문의 역할이지. 한 번 열면 언젠간 닫아야 제 역할을 다하는 거라고. 닫히지 않는 문은 문이 아니지. 그럴 바엔 없는 게 나아. 이리 그럼 창문을 만들자. 수용 (벽을 치며) 만들고 있잖아. 엄청 커다란. 창틀도 없고 유리판도 필요 없는 실용적인 창문. 이리 극단적인 놈. 수용 뭐든 확실한 게 좋잖아. 수용, 다시 벽을 허물기 시작 이리 어떻게 세상이 모 아니면 도, 흑 아니면 백으로 굴러가. 너 그거 강박이야. 괜히 바짝바짝 마르는 게 아니라고. 그래도 뭐 마른 장작이 잘 탄다더라. (쿵) 수용 이렇게 살다 죽겠지 뭐. 이리 무모한 놈. (쿵) 수용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나는 자살할 것 같아. 이리 또 데드타임! 웬일로 그냥 넘어가나 했다. 수용 데드타임? 이리 그래, 너 죽는다는 소리 하는 거. 수용 왜 사람들은 이름 짓길 좋아할까. 이리 언젠 병에 걸려 죽을 것 같다며. 수용 엄밀히 말하면 병이긴 하지. 내 죽음의 원인은 내 안에 우울이니까. 있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사람이 세상에 있대. 말이 돼?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세상을 그렇게 살아질 수가 있는 건가. 이리 오늘은 아니지? 수용 뭐가? 이리 데드타임. 수용 오늘은 벽을 허물어야지. 그때, 관리실 방송. 수용과 이리, 방송이 나오는 천장을 가만 본다. 방송 아아, 관리실에서 알려드립니다. 잠시 후 2시부터 특수학교 설립 반대 관련 7차 회의가 있을 예정입니다. 회의 후 시위가 바로 시작되니 참석을 희망하시는 모든 주민들은 2시, 아니 정정하겠습니다. 1시 50분까지 늦지 않게 관리실로…. 수용 다 저기 가느라 벽이 무너지는지, 빌라가 무너지는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신경도 안 써. 그러니까 오늘 끝내야 돼. 수용, 다시 망치질을 시작하고 이리, 소음과 먼지 속에서 분무기로 물을 뿌려 먼지를 잠재운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이리, 수용의 얼굴에 물을 뿌린다. 수용 야! 이리 바싹바싹 마른다길래. 그때, 무대에 노파 등장. 노파가 있는 곳은 수용과 이리가 있는 공간과 다른 공간. 지팡이를 짚고 느린 걸음으로 나오는 노파는 명절에 자식이 사준 듯한 빳빳한 꽃무늬 재킷에 펑퍼짐한 배바지를 입고 낡은 크로스백을 맨 채 천천히, 아주 천천히 무대를 둘러 계단으로 향한다. 이리 (창밖을 보다) 야, 근데 저기에 아랫집 할머니는 없는 것 같다? 수용 네가 아랫집을 알아? 이리 오다가다 몇 번. 그 할머니가 좀 인상적이잖아. 정제되지 않은 순수함이 있다고 해야 되나? 직설적이면서 약간 자기 방어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게 꽤 녹록지 않은 삶을 살았겠다 싶지. 괜히 과거를 상상하게 만들잖아. 수용 순수는 무슨. 그냥 괴팍한 할머니야. 아는 것도 없으면서 아는 척만 하는 딱 옛날 사람. 이리 와우. 노인 혐오야? 수용 무슨 내가 그런 몰상식한 사람이야? 이건 정당한 혐오야. 이리 (웃음이 터진다) 세상에 정당한 혐오도 있어? 수용, 상의를 걷어 올리자 시퍼런 멍이 배에 크게 있다. 이리 그래, 언젠가 너 맞을 것 같더라. 수용 야. 이리 누구야, 누가 이랬어. 남의 집 귀한 자식을…. 왜 맞고 다니냐 너는, 속상하게. 수용 정제되지 않은 순수함을 갖고 계신 분. 이리 할머니한테? 이게 할머니가 만든 멍이라고? 수용 어. 이리 역시 호기심을 자극한다니까. 아니 그렇잖아. 지팡이에 겨우 의지해서 걷는 할머니가… 또 네가 싹수없게 굴었지. 수용 내 싸가지도 가릴 건 가려. 이리 근데 진짜 왜 그런 건데? 수용 이름 석 자 부탁한 대가야. 이리, 한쪽에 놓인 빈 서명지를 들어 본다. 이리 자가인가? 수용 뭐? 이리 아니, 그 정도로 반대하는 거 보면. 강경한 표현이잖아. 수용 강경한 정도가 아니라 말 그대로 폭력적이지. 이리 너무 텅 비었다. 나라도 서명 해줄까? 학교 설립 찬성해. 수용 너는 우리 구민이 아니라서 소용없어. 빌라 주민들의 소란스러운 소리. 장애학교 반대 시위가 시작됐다. 이리 서명이라는 게 굉장히 순수한 방식이야. 동시에 직설적이기도 해. 굉장히 너답다. 수용 내가 순수하고 직설적이라고? 이리 나 이사 올까? 그럼 나도 지역구민 되잖아. 수용 됐어. 이리 나도 해본 말이다 뭐. 수용 불편과 불만을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행동을 해야 해소되는 건 맞지. 그게 옳은 방향이야. 하지만… 그 사람들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지만, 과연 옳은 방향인가 의문을 던질 수는 있잖아. 저 사람들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 어떻게 확신하고 있는 거지. 저 확신은 대체 어디서 오는 건데. 나는 그게 무지라고 생각해. 그사이, 노파 집 앞에 도착해 가방을 뒤지고 깜빡깜빡하는 현관 비밀번호를 적어 놓은 노트를 찾는다. 이옥형이라 커다랗게 적힌 노트를 꺼내는데 노트 사이에서 날이 시퍼런 과도가 뚝! 떨어진다. 떨어진 건 작은 과도지만 운석이 떨어진 듯한 소리와 진동이 무대를 흔든다. 수용과 이리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아래로 향하고 잠시 사이. 노파가 과도를 주워 넣는 그사이, 무대에 흐르는 묘한 긴장감. 노파 천천히 과도를 집어넣고 비밀번호를 확인하곤 집으로 들어간다. 밖에 소리가 무대를 환기하고 이리 (창밖을 보곤) 열정적이네. 그래도 생각해 보면 너무 비난만 할 수 없는 문제이긴 해. (수용의 시선을 느끼고) 야, 레이저 나오겠다. 분명히 말하는데 옹호하는 거 아니야. 그냥 공감능력을 지닌 인간으로서 감정이입을 해보자는 거지. 사실 그렇잖아. 누가 좋아해, 동네에 특수학교가 들어서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말도 있고. 수용 부동산이 떨어진다는 실질적인 증거는 어디에도 없어. 집값이 떨어진다는 가설은 무지에서 시작된 삐뚤어진 믿음이야. 수용, 망치질을 시작한다. 이리 그래 좋아, 뭐가 됐든. 그 믿음이 아틀라스처럼 세상을 지탱하고 있잖아. 저 자리가 원래 학교 부지란 이유 말고 다른 이유는 뭔데. 학군 빵빵한 동네가 지하철로 네 정거장만 가면 되잖아. 그렇게 멀지도 않아. 공사부지 맞은편은 곱창에 포차, 막걸리 온갖 술집이 줄 서 있더만. 워싱턴 노래방 간판이 애들 하굣길을 밝혀 주겠지. 이 동네보다는 그 동네가 백 번 나아. 안 그래? 수용 …. 이리 기시감 들지 않아? 수용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이리 한국전쟁 이후 국가적으로 밀고 있는 꽤 전통적인 방식인데. 그놈의 낙수효과야말로 삐뚤어진 믿음 아니야? 이게 진짜 먹힐 거라고 생각하는 뿌리 깊은 믿음. 네 말대로 무지에서 비롯된 거지. 될 놈만 건지고 나머지는 버리겠다는 걸 그럴듯하게 이름 붙여서 포장을 해요. 항상 그럴듯해 보이는 게 사람 눈 돌아가게 만들잖아. 난 그놈의 낙수효과가 대한민국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해. 수용 가부장제의 근본이라 생각하기도 하고. 이리 야 너. 짜식, 평소에 내 말을 아주 허투루 듣는 건 아니었구나. 수용 그럼. 귀는 문이 아니잖아. 닫히질 않아. 이리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수용 가끔은 닫혔으면 좋겠지만…. 이리 삐뚤어진 세상을 바로잡는 건 중요해. 근데 이 망할 놈의 세상은 밑 빠진 독이라서 어딘가는 새게 되어 있잖아. 수용 왜 날 봐. 계속해. 이리 성장이 제1의 명분이 되는 시대는 흘러가고 있어. 이젠 희생의 이유도 살펴봐야 할 때가 왔다는 거지. 최소한의 납득과 보상은 있어야 한다는 말이야. 수용 애들만으로는 부족한 거야? 이리 뭐가? 수용 아이들이 배울 곳이 필요하다. 이걸로는 최소한의 납득과 보상으로 부족해? 이리 무엇보다 중요하지 수용 꼭 물질적인 보상이 아니더라도 인류애적인 충만함을, 정신적인 보상을 얻을 수도 있어. 안 그래? 이리 …. 수용 왜 아무 말도 안 해? 이리 것도 능력이야. 한 번에 양쪽을. 수용 양쪽을 뭐. 이리 아냐. (쿵) 이리 하여튼 지금은 어떤 이유도 저 사람들한텐 먹히지 않을 수도 있어. (쿵) 이리 (밖을 보며) 한껏 쫄아 있으니까. 나는 저 사람들의 확신이 무지에서 나온 게 아니라 이번에도 버려질 거란 공포에서 나왔다고 봐. (쿵) 수용 시끄럽지? 수용, 음악을 튼다. life is killing - type O negative 수용 소음에는 락이지. 소음은 음악소리에 묻히고 뿌연 먼지 사이로 둘, 망치질. 벽을 타고 온 진동이 노파의 아크릴 박스를 사정없이 흔든다. 노파, 공포에 질린 비명이 락에 묻히고 노파의 사정과는 별개로 망치질을 하는 수용과 이리의 모습은 오락실에서 게임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등록금 인상에 반대 시위를 하는 프랑스 청년들의 모습과 겹쳐 보이기도 하고 어느 삭막한 공사장의 인부 같아 보이기도 하다. 일순간 음악이 멈추고 노파가 있는 불투명 박스에 조명 노파 아주 발광을 허네! 수용, 노래를 멈춘다. 이리 왜? 수용 뭐라고 하지 않았어? 이리 아니. 수용 (귀를 파며) 아닌가. 이리 살살해, 스윙에 감정이 실렸다. 누구 생각해? 수용 여럿 (쾅) 생각하지. 이리, 분무기로 먼지를 잠재운다. 수용 사람들이 타격감에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하잖아. 복싱이나 야구공 치는 것처럼. 아무래도 난 때리고 (쾅) 던지고 (쾅) 치고 박으면서 (쾅) 스트레스 푸는 거엔, 적합한 사람이 아닌 것 같아. 수용, 손목을 턴다. 이리 (덥다. 옷을 펄럭) 너도 참, 손목 아프단 말을 장황하게 한다. 수용 (보곤) 옷 빌려줄까? 이리 아니, 됐어. 수용 먼지 엄청 붙었네. 이리 블랙이 적나라하지. 수용 하나 가져다줄게. 이리 아냐, 됐어. 수용 아냐 가져다줄게. 이리 아니 괜찮아. 수용 불편해 보여. 가져다줄게. 이리 진짜 괜찮다고. 수용 나도 진짜 괜찮아. 이리 아니. 괜찮다니까? 수용 왜 화를 내. 이리 화를 낸 게 아니라. 됐다고 했는데 못 알아들으니까. 크게 얘기 해준 거지. 수용 아니 그게 아니라 나는. 이리 남자들 종족 특성이야? 왜 노를 못 알아듣지? 강요하지 마. 수용 내가 언제 강요를 했다고 그래. 이리 방금. 수용 그냥 물어본 거잖아. 불편해 보이니까. 이리 필요 없다고 분명히 말했잖아. 일곱 번째로 말해줄게. 됐어. 필요 없어. 난 이 옷이 좋아. 불편하든 더러워지든 이미 나랑 한몸이라고. 네가 신경 쓸 거 아니란 거지. 알겠어? 수용 그래. 그럼. 이리, 망치질 이리 넌. 매사에 모든 걸 통제해야 속이 시원해? 왜 그래? (쾅) 이리 무지에서 나온 삐뚤어진 믿음? 웃기네. 야, 이름 짓기 좋아하는 건 나보다 네가 더해. 벽을 마구 치며 쏟아낼 대로 쏟아낸 이리, 숨을 고르고 이내 머쓱해진다. 수용 …. 이리 야. 미안하다. 수용 …. 이리 미안하다고. 수용 어. 이리 된 거지? 수용 …. 이리 미안해. 너도 알잖아. 내가 한 번씩 예민해지는 거. 수용 한 번씩이 아니잖아. 항상 예민해. 이리 항상은 아니지. 수용 맞아. 그리고 네가 알아둬야 할 게 있는데, 나도 너 못지않게 예민해. 난 화장실에 앉아서도 생각하는 걸 멈출 수 없어. 잘 때도 먹을 때도 머리가 빙글빙글 돌아서 미쳐버릴 것 같아. 어쩌면 이미 미쳐버린 걸지도 모르지. 차라리 미쳐버렸으면 좋겠다 싶어. 그게 더 확실하잖아. 어중간하게 미쳐 있는 것보단 명백한 환자가 되는 게 낫지. 이리 무슨 그런 말이 있냐. 수용 나는 그렇다고. 정상도 아니고 비정상도 아닌 경계에 서서 가랑이가 찢어질 것 같은 기분을 네가 알아? 이리 알지. 내가 여자 좋아하는 걸 알았을 때 그랬지. 수용 … 말이 나와서 말인데. 어머니한테 커밍아웃 언제 할 거야? 이리 갑자기 그 말이 왜 나와? 확실한 건 네 인생만, 내 인생은 내가 알아서. 수용 말이 나올 만하니까 하는 거야. 성 서방 밥은 잘 먹고 다녀? 불쑥불쑥 연락 올 때마다 무시도 못하고 답장도 못하고 얼마나 난감한 줄 알아? 3년이야. 이사 도와준 대가가 이렇게 부담스럽고 죄책감 드는 건 줄 알았음 도와 달라고도 안 했지. 커밍아웃을 하느냐 마느냐는 네 선택이지만 나까지 죄책감 들게 만들지는 말아 주라. 이리 … 말을 하지 그랬냐. 둘 다 입 꾹 다물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 수용 나는 그렇다 쳐도 너희 어머니는 아니었을걸. 네가 보기에 내가 무모하고 강박적으로 보이겠지만 내가 볼 때 넌 무책임하게 도망만 다니는 걸로 보여. 시간은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아. 그냥 유예시킬 뿐이지. 편한 선택은 그만할 때도 됐잖아? 이리 내가 편하게 사는 것 같아? 수용 최소한 네 멋대로 사는 걸로는 보여. 이리 진짜 멋대로 사는 게 누군데. 세상이 어떻게 모 아니면 도로 돌아가. 불가능한 걸 바라면서 이게 왜 불가능하지 왜 이렇게 안 되지, 사람들이 왜 서명을 안 해 주지. 하루라도 징징거리는 걸 멈추고 저 사람들이 왜 저러는지 궁금해하긴 해봤어? 아니지. 네가 생각할 때 저 사람들은 나쁜 사람이니까. 안 그래? 그렇게 결론지었잖아. 왜? 그게 쉽고 편하니까. 수용 그래! 맞아! 왜냐고? 누구나 배울 권리가 있으니까! 이리 정신적 보상 같은 소리하고 있네! 누가 아니래? 수용 아니라잖아! 그러니까 저러지. 수용과 이리 사이에 침묵이 잠시 흐른다. 이리 내 말 듣긴 했니? 수용 내 귀는 문이 아니니까. 이리 칸트도 너보단 융통성 있을 거야. 알지 칸트? 골방에 틀어박혀서 글만 쓰던 외톨이. 제발 사람 좀 만나. 글로 배우지 말고. 그러다가 너도 청혼 승낙만 7년 고민하는 수가 있어. 결혼해야 하는 이유 354가지,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350가지 쓰면서. 수용 … 내내 날 그렇게 생각했어? 이리 언제부터 내 생각이 중요했냐. 넌 너 이외의 사람들은 다 멍청하고 덜떨어졌다고 생각하잖아. 수용 내가 언제. 이리 자신을 한 번 돌아봐. 수용 … 그만 가주라. 이리 왜 도와 달라며. 아, 그래서 불렀니? 옛말에 무식한 놈이 힘세다고 이런 일엔 내가 나서야지. 수용 됐어, 가. 네 도움 필요 없어. 이리 정말? 수용 그래. 이리 후회 안 하지? 수용 그래! 정말 진짜로 필요 없어. 이리 그래 그럼! 이리, 돌아갈 채비 하는데 초인종 소리. 수용, 현관으로 가(계단의 문이 아닌 객석을 향해) 손님을 확인하는데 이리 간다 수용, 이리를 잡고 숨을 죽인다. 이리 왜? 문 두드리는 소리 이리 놔. 수용 (속삭이듯) 아랫집. 이리 이런 게 자승자박이란 거다. 이리, 문으로 향하고 수용 어디 가. 이리 가라며. 수용 할머니 가면 가. 이리 벽은 허물면서 저깟 문은 하나 못 여냐. 수용 그게 아니라. 손에 뭐가 있어. 이리 뭐? 수용 몰라. 뾰족하고 날카로운 걸 쥐고 있어. 송곳이나 드라이버 같아. 이리, 현관(객석을 향해)으로 가 보면 커다란 스크린에 할머니의 모습이 뜬다. 모니터로 보이는 노파는 인터폰 렌즈에 왜곡된 모습이다. 괴이하고 위협적으로 느껴진다. 이리 진짜네…. 수용 잘못하다간 오늘 피 보겠어. 이리 피는 무슨. 수용 말했잖아 전형적인 옛날 사람이라고. 이리 나도 난데 너 너무 고정관념으로 뚤뚤 뭉친 거 아니냐. 그냥 할머니야. 우리랑 똑같은 사람이라고. 수용 네가 안 맞아 봐서 그래! 이리 쫄았구만. 수용 … 얼마나 아픈데. 이리, 다시 현관으로 가 동태를 살피곤 이리 안 가시네…. 수용 그냥 없는 척하자. 층간소음에 살인도 난다잖아. 이리 그 난리를 쳤는데 없는 척이 돼? 수용 해보고 말해. 왜 안 해보고 그래? 이리 넌 이상한 데서 긍정적이다? 수용 넌 남 일에만 용기를 내잖아. 이리 그래, 알겠어. 집주인 마음대로 해. 말 그대로 집주인이 주인이니까. 이리, 가방을 대충 던지곤 의자에 털썩 앉는다. 가만 보던 수용은 멀찍이 떨어진 바닥에 앉는다. 이리 왜 바닥에 앉아? 수용 왜. 이리 지금 눈치 주냐. 수용 그건 무슨 피해망상이야. 이리 네가 나중에 또 뭐라고 할까 봐 그러지. 불만 있을 땐 말 안 하고 한참 지나서 말하잖아. 수용 내가 쌓아 두는 게 아니라 네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거지. 이리 실수가 실순지 어떻게 알아, 말을 안 하는데. 수용 어떻게 몰라? 이리 넌 아니? 수용 당연하지. 내가 네 입장이었으면. 이리 그런 가정은 하지 말자. 넌 내가 아니잖아. 나도 네가 아니고. 수용 상식에 대한 얘기야. 이리 이젠 내가 상식도 없다? 수용 (난감하지만 거짓말을 할 순 없지) 가끔. 이리 너한테 난 대체 뭐냐? 수용 친구. 이리 원래 친구한테 이래? 아님 나한테만 이래? 수용 내가 뭘…. 이리 방금! 수용 조용히 해. 이리 내가 상식이 없다며 아까는 정상 아니라고 하더니 넌 상식도 없고 정상도 아닌 애랑 왜 친구 하냐. 노파 (문 쿵쿵) 안에 없어? 있지? 수용 가끔 그렇다고. 왜 이렇게 발끈해? 나도 가끔은 상식 없이 굴어. 이리 정말 박수를 보낸다. 노파 있네. 문 좀 열어봐, 총각! 이리 저 할머니 말귀 어두운 거 맞아? 별로 크게 말 안 하는데 다 들어. 수용 그래 내가 미안하다. 미안해. 이리 아이고, 엎드려 절 받기다. 수용 그래, 그것도 내가 미안해. 이리 할머니 아니었음 절대 안 했을 말이지. 노파의 문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수용, 무릎을 꿇는다. 이리 뭐하냐? 수용 미안. 이리 일어나…! 수용이 일어나지 않자 이리도 같이 무릎 꿇고 이리 뭐 하자는 거야. 수용 네 방식대로 사과하잖아. 이리 이게 무슨 내 방식이야. 수용 날 감정적으로 굴복시키고 싶어 하잖아. 이리 날 그런 쓰레기로 봤어? 수용 내 사과를 사과로 인정하질 않잖아. 이리 그건 맞는데. 수용 그것 봐. 이리, 노파가 만들어 내는 소음과 수용의 행동에 머리가 터질 듯하다. 이리 나중에 하자. 제자리걸음이야. 차라리 저쪽을 선택할래. 수용, 이리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이리 뭐해…! 수용 가지 마. 이리 왜 이래, 얘가…! 수용 이대로 나갔다가 무슨 일을 당할 줄 알고! 이리 하지 마. 기분 되게 이상해. 두 사람 잠시 실랑이를 벌인다. 그 순간 노파의 문 두드리는 소리가 멈춘다. 두 사람 문을 가만 바라보고 노파, 집 안 소리를 듣기 위해 문에 귀를 대 본다. 이리 봐, 조용해졌어. 수용 안 갈 거지? 이리 어! 수용, 이리를 놓아 준다. 이리, 문으로 향하니 수용은 움찔거리고 이리 안 가! 이리, 문에 귀를 대 본다. 수용 (조심스레) 갔어? 이리 (속삭이며) 몰라. 노파 이봐! 이리, 화들짝 놀라 되돌아온다. 수용 거 봐. 이리 오늘 무슨 날이냐. 미치겠네. 벽하고 말하는 것 같아. 수용 나 말하는 거야? 이리 총체적으로 다. 노파, 문틈에 종이 한 장을 끼워 놓고 돌아간다. 수용 내가 벽이면, 나도 이렇게 부숴버릴 거야? 이리 부수는 건 네 아이디어잖아. 귀찮게 뭐 하러 그래. 나였음 그냥 이사 갔어. 수용 … 지금 절교 선언한 거야? 이리 아니. 뭐래 정말. 지금 벽 얘기하던 거 아니었어? 수용 그래, 벽 얘기하고 있었지. 네가 벽이랑 얘기하는 것 같다며. 이리 아니, 내가 말한 벽은 이 벽이고, 나라면 그냥 이사를 갔을 거라고! 네가 말한 벽은 그러니까 너고 네가 벽이라면 나는 이사를 가는 게 아니라, 그냥 문을 하나 내든가 창문을 하나 뚫든가 어? 뭐가 이렇게 어렵지. 울어? 이리, 적잖이 당황스럽다. (이쯤 노파는 자리를 뜨고) 수용 …. 이리 미안해. 수용 네가 왜 사과하는데? 이리 내가 남자 눈물에 약하잖아. 몰라, 그냥 튀어나왔어. 넌 왜 우는데. 무슨 일 있어? 오늘이 그날은 아니지? 아까 분명히 아니라고 했다? 수용 무슨 날. 이리 데드타임. 수용 아니야. 그냥…. 조기 갱년기 같아. 이리 이제 스물아홉이 웃기네. 수용 아예 가능성 없는 얘기는 아니지. 요즘 애들 사춘기 일찍 온다며. 아니면 비타민D 부족 우울증이든가. 모르겠어. 세상에 거대한 벽이 느껴져. 이리 세상에 혼자 남은 것 같고? 수용 너도 그래? 이리 생리 전 증후군이 딱 그래. 너도 정신적 생리하니? 수용 장난치지 마. (사이) 나는 그냥 햇빛을 보며 살고 싶어.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건가. 이리 내가 아까 했던 말은…. 수용 동구에 특수학교 설립이 2012년에 결정됐어. 근데 어떻게 된 줄 알아? 예정대로라면 올해 3월에 개교를 해야 했거든? 근데 아직 벽돌 한 장 못 얹었어. 여기는 그렇게 되면 안 되는데…. 희망이 안 보여…. 이리 희용소는 눈에 보이는 게 아니지. 수용 희용소? 이리 희망, 용기, 소망. 희용소. 수용 (한숨) 오늘은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마. 이리 장난치는 거 아냐. (잠시 생각을 고른다) 사랑이 눈에 보이니? 느끼는 거지. 사람을 움직이는 건 생각보다 사소해. 아주 작은 떨림이면 충분하거든? 나는 내가 처음 좋아했던 애를 떠올리면 지금도 손끝이 떨려. 심장은 말할 것도 없지. 여기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파동이니까. 내가 그 애랑 잘되지 않았다고 해서 걜 사랑하지 않게 되는 걸까? 내 첫사랑은 지독한 이성애자고 나는 더 지독한 레즈비언이라서 영원히 평행선에 설 수밖에 없지만, 걘 여전히 내 첫사랑이야. 결과가 본질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희망도 똑같아. 느끼는 거지. 수용 그러면 더 확실하네. 왜냐면 내가 요 근래 느끼고 있는 건 절망과 인류에 대한 혐오뿐이거든. 이리 진동을 만들고 있어서 그런 거 아닐까. 네가 심장인가 보지, 네가 망치인 거야. 아까 망치질해 봐서 알잖아. 망치질하는 놈 손목은 아 나는 거라고. 그래서 네가 지금 힘들고 또 뭐냐, 절망과 인류에 대한 혐오를 느끼는 거야. 누군가는 네가 만든 진동을 느끼고 있어. 수용 … 희망사항이다. 이리 최소한 나는 느껴. 그러니까 너무 그러지 마. 이리, 수용의 곁으로 가 가만 안아 준다. 수용, 이리의 어깨에 머리를 가만 기댄다. 이리의 서툰 위로가 마음에 닿는다. 수용 내가 여자가 되면 날 사랑해 줄래? 이리 무슨 소리야. 수용 몰라, 그냥 튀어나왔어. 이리 난 널 사랑해. 네가 나에게 주는 스트레스와 삶의 충만함을 어떻게 외면할 수 있겠어. 수용 스트레스는 알겠는데 삶의 충만함은 뭐야? 내가 너한테 그런 걸 줘? 이리 응. 수용 …. 수용, 쿵쾅쿵쾅 뛰는 심장을 느끼며 일어서 문으로 향한다. 이리 왜? 수용 좀 덥지 않아? 난 좀 덥네. 이리 열게? 수용 어. 열어드리게. 이리 이제 안 무서워? 수용 아니. 어. 아니. 내가 언제 무서워했다고 그러냐. 그냥, 혼란스러웠던 거지…. 가신 것 같기도 하고. 아직 계시면 나한테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걸 테니까…. 이리 갑자기 용감해졌네. 수용 도와주겠지 뭐…. 이리, 그런 수용을 보며 미소 짓고 수용, 머쓱하게 돌아서며 현관문(계단에 있는 문)을 연다. 무대 위 작은 무대, 노파는 종이 한 장을 날려 보낸다. 종이는 수용 앞으로 떨어진다. 특수학교 설립 찬성 서명서다. 이리 뭐가 적혀 있는데? 수용과 이리, 적힌 글을 보고 내가 배움이 짧아 글을 몰랐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알게 되어 늦게나마 표를 줍니다. 내 이름 석 자가 좋은 일에 쓰여 참 기쁩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아프게 해서 미안합니다. 이웃사촌 김옥형. 옥형이 있는 아래를 본다. 글쓰기 연습을 하는 옥형의 모습에서 암전.
  • [길섶에서] 이시영의 등근육/문소영 논설실장

    여배우 이시영의 등근육이 화제다.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에 출연 중이었다. 검색해 봤더니 CG를 썼나 싶을 정도의 엄청난 근육이 나타났다. 등짝은 물론이고 어깨와 등허리의 근육까지도 멋졌다. 발레리나의 등근육은 잔근육이 가득한데 이시영의 근육은 그것보다는 좀더 커보였지만 여성 근육의 특성을 고려할 때 얼마나 운동했을지 알 만해 감동이 차오르는 것이었다. 발레리나와 여배우, 패션모델의 공통된 특징은 마른 몸매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점은 발레리나는 발레를 하니 온몸에 잔근육이 가득하기 때문에 공연장에서 볼 때마다 감탄을 하게 된다. 반면 여배우나 패션모델들은 날씬하지만 건강해 보이지 않은 젓가락 몸매라 부러움이 없었다. 그런데 이시영의 등근육은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오는 부러움 그 자체였다. 이시영은 복싱선수이자 국가대표상비군이라는 타이틀도 가지고 있다. 그가 놀랍게도 권투선수 신인전에 참가해 난타전으로 코뼈가 부러졌을 때부터 눈여겨봤다. 외모로 승부하는 여배우가 얼굴이 퉁퉁 붓는 권투를 시도한다는 자체가 참신했다. 그의 멋진 등근육까지는 아니더라도, 오랜 마우스질로 견갑골에 찾아온 통증을 치유하기 위해서라도, 새해에는 운동하는 ‘노오력’을 기울여야겠다.
  • 세계유산 하회마을, 7년째 방문객 100만명 명성 이어가지 못해

    세계유산 하회마을, 7년째 방문객 100만명 명성 이어가지 못해

    6년째 100만 명이 방문한 관광지로 명성을 이어가던 세계유산 경북 안동 하회마을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방문객이 급감했다. 12일 하회마을관리사무소에 따르면 하회마을에는 올 12월 1일을 기준으로 39만 2000여명이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하회마을 연간 방문객 7년째 100만명 달성이 어렵게 됐다. 하회마을 또한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때문으로 분석됐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1월 만해도 방문객이 전년 동기 5만 7700명보다 1만 1000정도가 많은 6만 7800명이었다. 하지만 2월 들어 코로나 확진자가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방문객이 3만 4000명으로 절반 정도 줄었다. 3월에는 전국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방문객이 5800명으로 급감했으며, 이후 단체 관광객의 발길은 아예 끓겼다. 이 때문에 하회마을 방문객 입장 수입은 물론, 마을 내 상가와 인근 풍산·풍천지역 경제가 침체됐다. 하회마을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올해 코로나 사태로 인해 방문객 100만명 명성을 이어가지 못해 무척 아쉽다”면서 “마을 방역에 철저를 기해 방문객들의 안전에 문제가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1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하회마을은 2014년 105만 5153명이 찾아 ‘100만 관광객 시대’를 연 뒤 2015년 103만 5760명, 2016년 102만 1843명, 2017년 104만 5493명, 2018년 105만 3416명, 2019년 117만 1000명 등 6년 연속 100만 명을 돌파했다. 하회마을은 국내·외 관람객들 뿐 아니라 세계적인 명사들도 즐겨 찾는 관광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1999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하회마을을 방문해 ‘가장 한국적인 모습을 간직한 곳’이라 극찬, 하회마을의 보편적 가치가 재조명됨으로써 세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후 각국 주한 대사는 물론 부시 전 대통령 부자가 2005년과 2009년 연이어 찾아 한국의 전통문화를 즐겼다. 지난해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차남인 앤드루 왕자가 여왕 방문 20주년을 기념, 하회마을을 찾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내외, 복싱 전설 필리핀의 파키아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도 방문했다. 지난해에만 예능, 다큐멘터리, 유튜브 촬영 등 100여건의 촬영 허가가 났다.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34세 여성 복서, 61세 남편 때려 숨지게 해

    34세 여성 복서, 61세 남편 때려 숨지게 해

    여성 복서가 남편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8일 영국 텔레그래프 등 외신에 따르면 세계복싱협회(WBA) 여자 슈퍼 페더급 챔피언 출신의 비비안 오베노프(34)가 호텔경영자인 남편 토마스(61)를 숨지게 한 혐의로 전날 체포됐다. 남편은 지난 10월 19일 자신이 운영하는 스위스 인터라켄 식당 위층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남성이 피해자가 지속적인 폭행을 당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남편이 사망하기 약 3주 전부터 별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부부는 지난 1월 27살의 나이 차를 극복하고 결혼했다. 현지 매체는 오베노프의 지인들을 인용해 “그녀가 질투심이 강하고 다혈질이어서 링 안팎을 불문하고 싸움을 잘한다. 우발적인 폭행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브라질에서 태어난 오베노프는 2004년 복싱을 시작해 2014년 프로로 전향했다. 2018년 WBA 인터내셔널 여자 슈퍼 페더급 타이틀을 차지했다. 2017년 IBO(국제복싱기구) 여자 경량급 타이틀, 2018년 IBF(국제복싱연맹) 여자 슈퍼 페더급 타이틀, 2019년 IBO 여자 슈퍼 페더급 타이틀 등에도 도전했다. 2011년 전 남자친구 사이에서 아들을 낳았고, 2014년부터 아들과 함께 스위스에서 살며 인터라켄에서 여성을 위한 체력과 호신술 강사로 일했다. 그는 2017년 런던에서 생일파티 도중 자신을 성추행한 남성 등 2명을 폭행한 혐의로 체포된 적도 있다. 당시에는 400파운드(약 58만원)의 벌금과 반성문을 내고 풀려났다.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몇 대 때려야 하나” 조두순 출소 D-4…커지는 응징론[이슈픽]

    “몇 대 때려야 하나” 조두순 출소 D-4…커지는 응징론[이슈픽]

    온라인서 “응징하겠다” 예고 잇따라조두순 응징 시연 게임 영상도 등장“분노” 종합격투기 선수도 보복 예고 12년 전 등교하던 8살 어린이를 납치해 성범죄를 저지른 조두순(68)의 출소가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온라인상에서 “조두순을 응징하겠다”는 예고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유튜브 채널에는 ‘조두순 응징’을 주제로 한 영상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출소 당일 현장에서 생방송을 진행하며 응징에 나서겠다는 내용이다. 심지어 조두순 응징을 시연하는 게임 영상도 등장했다. 한 유튜버가 올린 조두순 응징 관련 영상은 8일 현재 조회 수가 60만회를 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유튜버는 영상에서 “가서 몇 대 때려야 하나, 내가 맞더라도 때리고 와야지”라고 언급했다. 조두순 응징 예고는 조두순 관련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제기돼 왔고, 그 때마다 많은 네티즌들의 관심을 불렀다. 지난 9월 온라인커뮤니티 보배드림에 게시된 ‘나 안산 산다. 조두순 출소를 기원한다’는 제목의 글은 8일 현재 13만 6000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추천 수는 2700여건, 응원 댓글도 480여건에 달했다. 해당 글 게시자는 “검도 4년, 복싱 5년, 유도 1년 배운 거 총동원해서 아픔을 당하신 가족분들이 조금이나마 속 시원해지길 바란다. 깜빵(감옥)가겠다”며 조두순에 대한 보복을 실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 커뮤니티에서는 지난해에도 비슷한 글이 게재돼 화제가 됐다. ‘조두순 출소일 환영 인사 가실 분’이라는 제목의 글로, 9만여 조회 수에 1100이 넘는 추천 수를 기록했다. 종합격투기 선수 명현만(35)도 조두순에 대한 응징을 예고했었다. 그는 올해 초 한 방송에 출연해 조두순에 대한 분노감을 표출하며, 조두순이 복역 중인 것으로 알려진 포항교도소에 면회를 갔던 일화를 밝히기도 했다.법무부, 출소 방법 고심…12일 만기출소 법무부 교정당국은 이런 여론에 조두순의 출소 방법을 두고 고심 중이다. 교정당국 관계자는 “관련법에 따라 형 만료일 0시부터 출소 가능하다. 통상 대중교통 상황에 맞춰 출소를 한다. 보호자가 찾아올 경우 출소 당일 시간은 앞당길 수 있다”면서 “대중교통이 없는 청송교도소 같은 경우, 지역민 안전을 위해 터미널이나 역까지 후송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조두순의 보호관찰을 담당하게 되는 안산준법지원센터나 안산단원경찰서 측에서 조두순 출소에 관여해 신변을 관리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조두순은 현재 수도권의 한 교도소에 재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13일 출소로 알려졌지만, 실제 그의 만기출소일은 12일로 파악됐다. 조두순은 출소일부터 7년간 전자발찌를 부착하며 5년간 ‘성범죄자 알림e’를 통해 신상정보가 공개된다. 경찰은 사적 보복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비보이도 국가대표 선수 된다 “2024년 파리올림픽 종목 채택”

    비보이도 국가대표 선수 된다 “2024년 파리올림픽 종목 채택”

    브레이크댄스가 2024년 파리 하계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추가된다. 파리올림픽은 여성 출전자의 비율도 정확히 50%가 돼 남녀 성비가 같아지는 첫 대회가 될 전망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8일(한국시간) 끝난 집행위원회에서 브레이크댄스, 스케이트보드, 스포츠 클라이밍, 서핑 등 4개 종목을 파리올림픽 정식 종목에 포함하기로 했다. 브레이크댄스를 제외한 나머지 3개 종목은 내년 7월 열리는 도쿄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열리며 브레이크댄스는 파리에서 올림픽 무대에 데뷔한다. IOC는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고자 브레이크댄스를 비롯해 전 세계 청소년의 관심을 끄는 4개 종목을 파리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추가했다. 파리 올림픽은 정식종목이 32개로 도쿄올림픽 종목 중 야구와 소프트볼, 가라테가 빠졌다. 야구는 2028년 로스앤젤레스 하계올림픽 때는 다시 정식 종목이 될 가능성이 크다. IOC는 또 올림픽 남녀 출전 선수 수에서 완벽한 성비 균형을 달성하고자 메달이 걸린 세부 종목 수를 도쿄올림픽의 339개에서 329개로 10개 줄였다. 파리 올림픽 출전 선수 규모도 내년 1만 1000명 수준에서 600명 감소한 1만 500명으로 제한했다. 파리올림픽 종목 감소로 복싱과 역도가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역도 남녀 출전 선수 수는 120명으로 줄어 2016 리우 올림픽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복싱 출전자 수도 도쿄올림픽보다 30명 감소한 252명에 불과하다. 1932년 로스앤젤레스 대회부터 치러진 전통 있는 종목인 남자 50㎞ 경보는 파리 올림픽에서는 볼 수 없다. IOC는 남자 50㎞ 경보 종목을 빼고 혼성 종목으로 대체할 참이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3주간 올스톱 실내체육시설 ‘하소연’… “필라테스 1대1 레슨은 하게 해달라”

    3주간 올스톱 실내체육시설 ‘하소연’… “필라테스 1대1 레슨은 하게 해달라”

    코로나19 확산세를 저지하기 위한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8일 0시부터 2.5단계로 격상되면서 실내체육시설 운영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8~9월 2주간 겪었던 영업 중단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 시설 문을 닫아야 하는 처지가 된 자영업자의 절망이 분노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특히 필라테스나 실내테니스 강사들은 집단감염 위험이 적은 일대일 개인지도만이라도 허용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수도권의 거리두기 2.5단계 격상 발표가 있던 다음날인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실내체육시설 집합금지에 대한 섬세한 재검토를 부탁드린다’는 청원이 올라왔다. 서울에서 필라테스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한 청원인은 “2.5단계에서 실내체육시설의 규모와 운영 형태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집합금지를 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대일 레슨은 가능하게 해달라”며 “강사들도 코로나19에 걸리고 싶지 않아 마스크 착용을 철저히 한다. 특히 일대일 수업은 목소리를 높여 비말이 튈 우려도 현격히 적다”고 주장했다. 음식점 운영은 허락하면서 체육시설은 강제로 문 닫게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원인은 “마스크를 벗을 수밖에 없는 식당과 목욕탕은 운영 가능한데 마스크 잘 쓰는 체육시설은 문 닫게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한 달 평균 유지 관리비만 600만원이 넘는다. (영업 중단은) 다 폐업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호소했다. 이 청원에는 오후 4시 기준 1만여명이 동의했다. 격한 움직임이 덜한 다른 체육업도 불만을 쏟아내는 건 마찬가지다. 당구장 역시 그중 하나다. 실내체육시설에는 헬스장, 실내 골프연습장, 실내 테니스, 당구장, 복싱장 등이 포함된다. 서울 마포구에서 당구장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당구처럼 넓은 간격을 유지하면서 게임을 할 수 있는 실내 체육이 또 어디 있느냐. 다른 운동처럼 땀이 나는 경우도 극히 드문데 집합금지 대상에 포함돼 이해할 수가 없다”며 “취식을 금지하고 거리두기를 유지하는 선에서 영업을 허용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번 거리두기 격상 조처로 발생할 수 있는 풍선효과를 우려했다. 3주간 영업정지가 이뤄지면 아직 거리두기 2단계인 수도권 인근 지방의 실내체육시설을 찾는 ‘운동 철새’가 나타날 것이라는 얘기다. 서울에서 퍼스널 트레이닝(PT) 강사로 활동하는 박모씨는 “연예인처럼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사람들은 기구가 갖춰진 본인 집에서 일대일 피티를 할 텐데 결국 돈 있는 사람만 운동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실내체육시설 영업을 무작정 못하게 하는 건 탁상행정”이라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3차 재난지원금 규모는 ‘3조+α’… “소상공인·자영업자·특고 등 집중”

    3차 재난지원금 규모는 ‘3조+α’… “소상공인·자영업자·특고 등 집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확산으로 피해를 본 국민들에게 내년초 ‘3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지원 대상은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에 따라 영업에 제한을 받은 소상공인·자영업자와 대면 서비스업 위축으로 생계 위협을 받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등 고용취약계층이 될 가능성이 크다. 1일 국회와 정부 당국에 따르면, 이러한 내용이 담긴 3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3조원 이상의 자금을 코로나19 3차 확산으로 피해를 본 업종·계층에 지급한다는 원칙만 정했을 뿐, 구체적인 집행 계획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이날 발표한 ‘2021회계연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합의문’을 보면, 양당은 코로나19 3차 확산으로 피해를 본 업종과 계층을 위한 지원 예산으로 3조원을 우선 증액하기로 했다. 이는 현 상황에서 판단하는 예산 규모로, 코로나19 확산 정도와 거리두기 격상에 따른 피해 누적의 정도에 따라 더 늘어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예결위 간사인 박홍근 의원은 이런 이유로 재난지원금 지급 규모를 ‘3조원+α’라고 표현했다. 지급 방식은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때와 유사한 ‘선별 지급’ 방식이다. 국민의힘 예결위 간사인 추경호 의원은 브리핑 질의·답변 과정에서 “국민에 고르게 일정액을 지급하는 보편적 지급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고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업종과 계층에 선별적으로 하게 될 것이다. 4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때와 유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과 추 의원의 발언은 국회가 정부에 요청한 3차 재난지원금의 규모의 지급 방식을 의미한다. 이 요청에 따라 정부가 재난지원금 지급 방침을 만들어낼 예정이다.규모 면에서 보면 이번 3차 재난지원금(3조원+α)은 4차 추경(7조8000억원)에 담았던 2차 재난지원금과 상당한 격차를 보인다. 4차 추경 당시 소상공인 경영안정·재기지원에 3조4000억원, 긴급고용안정 패키지에 1조5000억원, 저소득층 긴급 생계지원 패키지에 4000억원 등 3대 피해계층 지원에만 5조3000억원을 편성했다. 다만 4차 추경에 편성된 각종 지원금 가운데 잔액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잔액이 3차 지원금 사업으로 넘어올 수 있고, 집행률이 떨어지는 사업이라면 이번에는 지급을 편성하지 않을 수도 있다. 2차 확산 당시 거리두기 격상 과정에서 부과했던 각종 영업금지·제한 조치의 범위가 이번에 더 좁은 점도 재난지원금 소요 감소 요인이 된다. 이번 거리두기 2단계 상에서 헌팅포차·감성주점·단란주점·유흥주점·콜라텍 등 5개 업종은 영업금지된 상태다. 이후 줌바·태보·스피닝·에어로빅·스텝·킥복싱 등 격렬한 ‘GX’(Group Exercise)류의 시설, 학원·교습소·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관악기와 노래 교습도 영업금지 대상에 추가됐다. 목욕탕의 경우 사우나·한증막 시설(발한실)의 운영이 중단됐다. 하지만 앞서 2차 확산 당시 14개 업종에 영업금지 조치를 내렸음을 감안하면 대상이 크게 줄었다. 2차 확산 당시 집합금지 업종이었던 뷔페, 300인 이상 대형학원, 노래연습장, 실내체육시설, PC방, 10인 이상 학원, 독서실, 스터디카페 등이 이번엔 영업 제한업종이다. 대신 이들 업종 대부분은 오후 9시 이후 영업이 중단된다. 음식점은 이 시간 이후로 포장·배달 판매만 허용된다. 이러한 변화 또한 재난지원금 지급액 감소 요인이 된다.특고나 프리랜서 등 고용취약계층 역시 3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큰 계층이다. 거리두기 격상에 따라 타격을 받는 대면서비스업 종사자 비중이 큰 만큼 이들에 대한 추가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지원금 예산 규모는 줄었지만 거리두기에 따른 영업제한 규모도 줄었다는 점을 볼 때, 3차 재난지원금은 2차 지원금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지원금 수준이 다소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3차 재난지원금의 구체적인 지급 규모와 방식은 현재 검토 중인 상태로 아직 방향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소문난 잔치에 ‘핵주먹’ 없었다… 실망만 안긴 타이슨 복귀전

    소문난 잔치에 ‘핵주먹’ 없었다… 실망만 안긴 타이슨 복귀전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54)의 복귀전은 싱거운 무승부로 끝났다. 타이슨은 29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무관중으로 펼쳐진 로이 존스 주니어(51)와의 프로복싱평의회(WBC) 2분 8라운드 ‘논타이틀 매치’에서 졸전 끝에 무승부를 기록했다. 국내 TV 중계 해설을 맡은 ‘4전 5기’의 홍수환(70) 해설위원은 “링 사이즈가 정식 규격보다 작아 한쪽 길이가 4.5m 정도로 보인다”며 “정식 규격은 6.0m 안팎인데 둘의 합친 나이 105세를 감안한 배려인 듯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날 경기는 ‘쇼’에 불과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라운드별 점수를 매기는 부심을 두지 않았다. 경기도 대폭 줄인 2분 8라운드로 치러졌다. 또 10온스 대신 아마추어가 주로 착용하는 12온스짜리 글러브를 착용하도록 했다. 50대의 나이지만 근육질을 뽐낸 타이슨은 몸놀림이 가벼웠다. 타이슨은 경기를 위해 무려 45㎏을 감량한 것으로 알려졌다. 탐색전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불꽃 튀는 펀치 교환도 이뤄지지 않은 채 1라운드가 끝났고 이후에도 가쁜 숨을 내쉬며 서로 클린치를 연발하는 상황이 8라운드까지 이어졌다. 4라운드 30초를 남기고 타이슨이 존스 주니어의 복부를 두 차례 노려 그를 휘청거리게 했지만 바닥에 누이지는 못했다. 5라운드가 끝날 무렵 지친 표정이 역력한 존스 주니어와 달리 타이슨은 전성기 때처럼 스텝을 밟았으나 그게 다였다. 7라운드 타이슨의 오른손 훅에 존스 주니어의 턱이 돌아갔지만 존스 주니어는 타이슨보다 8㎝ 긴 팔로 타이슨을 버텼다. 3명의 전직 복서로 꾸린 비공식 채점단이 발표한 승자는 없었다. 타이슨은 경기를 마친 뒤 “우리는 다시 한번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존스 주니어는 “무승부에 결코 만족하지 못한다. 난 내가 충분히 이겼다고 생각한다”고 대꾸했다. 대전료로 1000만 달러(약 110억원)를 받은 타이슨은 경기에 앞서 “노숙자, 마약의 위험에 빠진 이들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절차는 밝히지 않았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수도권 코로나 ‘2+α’ 단계…전국 1.5단계 격상 “경제타격 고려”(종합)

    수도권 코로나 ‘2+α’ 단계…전국 1.5단계 격상 “경제타격 고려”(종합)

    내달 1일부터 전국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수도권은 2단계 유지하되 핀셋 규제 ‘2+α’코로나19 확산세를 막기 위해 정부가 다음달 1일부터 전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1.5단계로 일제 격상한다. 이미 2단계가 적용되고 있는 수도권은 현행 2단계를 유지하되 방역사각지대의 감염다발시설에 대한 추가 조치를 취하는 ‘2+α’가 시행된다. 나머지 7개 권역 중 환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부산, 강원 영서, 경남, 충남, 전북 등은 2단계 상향조정이 추진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이같이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다음 달 1일부터 적용되며 비수도권에선 14일까지 2주간, 수도권에선 7일까지 1주간 각각 적용된다. 정부가 이번에 비수도권의 거리두기 단계를 높인 것은 이번 ‘3차 대유행’이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수도권은 2.5단계로 격상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중소 자영업자들이 막대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2단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집단감염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시설을 중심으로 조치를 강화하는 ‘핀셋 방역’ 대책을 도입했다.특히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한 사우나 등의 목욕장업, 에어로빅 학원 등 실내체육시설, 학원·교습소 등에 대한 방역 조치를 강화키로 했다. 목욕장업은 현행 2단계에선 이용 인원을 제한하고 음식 섭취를 금지하고 있으나 이에 더해 사우나·한증막 시설의 운영을 중단하도록 했다. 또 실내체육시설은 현재 오후 9시 이후 운영이 중단되지만, 다음 달 1일부터는 줌바·태보·스피닝·에어로빅·스텝·킥복싱 등 격렬한 ‘GX’ 류의 시설은 아예 문을 닫도록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아울러 학원·교습소·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관악기와 노래 교습도 비말(침방울) 발생 가능성이 높고 학생·강사의 마스크 착용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금지하기로 했다. 다만 2021학년도 대학 입시 일정을 고려해 대학 입시를 위한 교습은 제외된다. 아파트·공동주택 단지 내 헬스장과 사우나, 카페, 독서실 등의 복합편의시설도 운영을 중단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호텔, 파티룸, 게스트하우스 등 숙박 시설에서 주관하는 연말·연시 행사나 파티 등도 모두 금지했다. 거리두기 1.5단계 지역에서는 기본적으로 다중이용시설의 이용 인원이 제한되고, 2단계 지역에서는 인원 제한 확대와 함께 유흥시설 5종 영업금지, 노래방 밤 9시 이후 영업중단, 100명 이상의 모임 및 행사 금지 등의 조치가 진행된다. 또 2단계에서 카페는 영업시간과 관계없이 테이크아웃만 허용되고, 음식점도 밤 9시 이후에는 포장·배달만 가능하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돌아온 ‘전설의 복서’ 타이슨…경기 앞두고 45kg 감량 모습 공개

    돌아온 ‘전설의 복서’ 타이슨…경기 앞두고 45kg 감량 모습 공개

    ‘전설의 복서’ 마이크 타이슨(54)이 28일(현지시간) 치러지는 경기를 앞두고 사전행사에 참석했다. 타이슨은 27일 사전 행사에 등장해 취재진 앞에 서 포즈를 취하며 건재한 모습을 보였다. 은퇴 후 15년 만에 복서로 복귀전을 갖는 타이슨은 이번 경기를 위해 45kg 가량을 감량한 것으로 전해진다. 타이슨과 맞붙는 상대는 4체급 석권 전설을 썼던 로이 존스 주니어로 두 선수 모두 50대이고 은퇴 후 치러지는 경기여서 더욱 이목을 끌고있다. 이벤트성으로 열리는 이번 헤비급 경기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무관중으로 치러지며 은퇴한 둘의 나이를 고려해 2분 8라운드로 진행된다. 또 프로 선수들이 착용하는 10온스보다 큰 12온스 글러브를 착용해 충격을 줄인다. 선수 중 한 명의 피부가 찢어지거나 경기 양상이 KO쪽으로 흘러가면 주심은 경기를 중단할 수 있으며, 부심을 두지 않고 승패도 가리지 않을 예정이다. 다만 WBC(세계복싱평의회)는 비공식적으로 전직 복서 3명을 채점단으로 구성해 점수가 높은 선수에게 명예 벨트를 수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타이슨은 1986년 당시 최연소 WBC 헤비급 챔피언에 올랐다. 통산 58전50승2무6패의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KO승만 44차례이다. 지난 2005년 케빈 맥브라이드에게 6라운드 KO패를 당한 뒤 은퇴했다. 강경민 콘텐츠 에디터 maryann425@seoul.co.kr
  • 타이슨, ‘핵주먹’으로 돌아올까, ‘핵이빨’로 돌아올까

    타이슨, ‘핵주먹’으로 돌아올까, ‘핵이빨’로 돌아올까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54)과 ‘4체급 석권’ 로이 존스 주니어(51)의 복싱 전설 경기가 열린다. 타이슨과 존스 주니어는 오는 29일 오전 11시(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 마련된 사각의 링에서 격돌한다. 코로나19 때문에 경기는 무관중으로 열린다. 현지에서는 49.99달러(5만 5000원)의 페이퍼뷰(PPV)로 생중계 된다. 한국에서는 KT가 올레tv와 시즌(Seezn)을 통해 무료 제공한다. 전 헤비급 세계 챔피언 타이슨은 별명이 말해주는 것처럼 강펀치로 1980~90년대를 풍미하며 통산 50승2무6패를 기록하면서 44차례 KO승을 거둔 레전드다. 현역 말년에 상대를 경기 중 물어뜯는 등 기행으로 ‘핵이빨’ 별명이 붙기도 했다. 2005년 케빈 맥브라이드에게 6라운드 KO패를 당한 뒤 링을 떠났다. 은퇴 이후에도 구설수에 자주 올랐으나 올해 초부터 링에 오르기 위해 몸을 만들어 왔다. 존스 주니어는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낸 뒤 프로로 전향한 존슨 주니어는 미들급, 슈퍼미들급, 라이트헤비급, 헤비급까지 4체급을 석권한 또 다른 전설로 2018년 은퇴했다. 화끈함이 기대에 못미칠 수도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체욱위원회가 선수 안전을 위한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했다. 현역이 아니라는 점과 적지 않은 나이를 감안해서다. 경기는 2분 8라운드로 치러지며 두툼한 12온스 글러브를 낀다. 원래 헤드기어를 착용시키려 했으나 선수들이 반대했다. 피부가 찢어지거나 코뼈가 부러지는 부상이 발생하면 즉각 경기가 중단된다. 앤디 포스터 위원장은 “KO를 노려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지만 타이슨과 존스는 규정은 규정일 뿐이라며 화끈한 대결을 다짐했다. 경기는 부심 없이 주심만으로 진행된다. 승패를 가리지 않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세계복싱평의회(WBC)는 전직 복서 3명으로 비공식 채점단을 꾸려 승리한 선수에게 명예 벨트를 수여할 예정이다. 타이슨은 이번 대결로 1000만 달러(110억원)의 파이트 머니를 보장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슨은 수익 전액을 기부하겠다고 했지만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성인무대 뛴 13세 소녀… 아빠 DNA 보인다

    성인무대 뛴 13세 소녀… 아빠 DNA 보인다

    미국 스포츠문화 전문 웹사이트 ‘블리처 리포트’의 편집장 애슐리 앤더슨은 지난 6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5쌍의 ‘부녀(父女) 스포츠 스타’를 선정해 스포츠 베팅업체인 ‘베트 아메리카’에 올렸다. 그는 주먹 하나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무하마드 알리를 가장 첫 줄에 언급했다. 본명이 ‘캐시어스 클레이 주니어(2세)’인 알리는 2016년 6월 고향인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74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다. 알리의 딸 라일라는 아버지의 ‘복싱 유산’을 고스란히 물려받아 1999년 프로복싱에 데뷔한 이후 ‘마담 버터플라이’란 애칭을 얻으며 2007년 은퇴할 때까지 24승 무패, 21KO승이라는 화려한 전적을 남겼다. 이들 외에도 이름만 들어도 무릎을 탁 칠 만한 ‘아버지와 딸’이 앤더슨의 기고에서 ‘스포츠 DNA의 대물림’을 가감 없이 증명해 보였다. ●아빠 ‘커리어 트레블’ 해낸 날 겹경사 제75회 한국테니스선수권대회 본선 첫날 경기가 열린 지난 9일 충남 천안종합운동장 테니스 코트. 여자복식에 나선 13세의 이재아가 자신의 서비스를 에이스로 장식한 뒤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이 대회는 2013년부터 출전 연령 제한을 없앴다. 아마추어와 실업 선수가 ‘계급장 떼고 맞붙는’ 대회다. 이재아는 최근 프로축구 전북 현대의 여덟 번째 우승 합작을 마지막으로 K리그 그라운드와 작별한 ‘골잡이’ 이동국(41)의 딸이다. 소문난 ‘다둥이 가족’을 꾸린 이동국은 ‘대박이’로 더 알려진 막내아들 시안이를 비롯해 다섯 명의 자녀를 뒀다. 첫째와 둘째를 모두 쌍둥이로 얻었다. 이재아는 첫째 쌍둥이 가운데 언니 재시보다 조금 늦게 세상에 나온 서열 두 번째 딸이다. 이재아는 하루 전인 지난 8일 대회 여자복식 예선 결승에서 이서연(18)과 호흡을 맞춰 송수연(21)-이유빈(18) 조를 2-1(6-1 3-6 12-10)로 제치고 본선에 올랐다. 대회 여자복식 최연소 본선 출전자로 단박에 유명세를 탔다. 공교롭게도 아빠 이동국은 같은 날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대한축구협회(FA)컵 우승까지 합작하며 ‘커리어 트레블’을 달성했다. 이재아는 생애 처음으로 성인테니스대회 본선에 자력으로 출전했지만 2번 시드를 받은 최지희-정영원 조에게 1회전에서 0-2(1-6 1-6)로 완패했다. 그렇지만 풀이 죽지 않았다. 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이재아는 “언니들과 경기를 한다는 게 도무지 안 믿어졌다. 그저 배운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나섰다”면서 “대진표도 제가 뽑은 건데 2번 시드 언니들과 만나 안 좋았다고 잠시 생각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런 기회가 다신 없을 것 같더라. 차라리 다행이었다”며 활짝 웃었다. 이재아는 또 “1회전 목표는 제 서비스 게임에서 2~3게임을 따는 것이었는데 목표를 이뤄 기쁘다”고 말했다. 이재아 조가 따낸 두 게임 중 첫 게임은 이재아의 ‘에이스’가 결정적인 단초가 됐다. 그는 “스트로크는 밀리지 않았지만 랠리가 길어지면 못 따라가서 어려웠다”며 “랠리가 길게 이어지면 급해져 서둘러 때리려고 하다가 실수를 많이 했다. 우선 스텝(다리)이 문제다. 더 빨라질 수 있다면 지금보다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조목조목 경기를 되짚었다.●“아빠? 롤모델이지만 기대 너무 커” 아빠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전날 “같은 운동선수로서 분명 아빠는 제 롤모델이지만 너무 저를 ‘프로’ 눈높이에서만 내려다보려 하신다. 기대치가 너무 높은 것 같다”고 투덜댔던 이재아의 푸념이 다시 시작됐다. 그는 “아빠는 ‘라떼’(‘나 때는~’으로 시작되는 나이 먹은 이들의 훈계를 비꼬는 속어)다”라는 말로 아빠 이동국을 향해 쏘아붙였다. “아빠는 테니스에 대해서는 말하는 법이 없다. 오직 운동선수로서 해야 할 것에 대해서만 말한다. 자기 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말하는 건 좋지만 사소한 잔소리가 너무 많다”고 아예 고자질을 했다. 그러면서도 “경험이 훨씬 많은 운동 선배로서 하는 도움의 말이라는 것을 잘 안다”며 “이젠 은퇴하셔서 제 경기에 자주 오실 것이다. (아빠가 오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젠 달라질 것이고 익숙해질 것”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선 애틋함이 묻어났다. 이재아는 왜 하필이면 테니스라는 운동에 꽂혔을까. 엄마 이수진씨는 “남편이 아들을 낳으면 축구를, 딸을 낳으면 테니스를 시킬 것이라고 했지만 사실 저희 부부는 아이들에게 운동을 시킨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재아가 어릴 때부터 운동에 소질이 있는 것 같아 수영, 골프 등 많은 종목을 경험하게 했다. 그중에 테니스에 가장 소질을 보이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키 169㎝·큰 손 유리” 테니스계 기대 이재아의 경기 모습을 지켜본 곽용운 대한테니스협회장은 “13세 나이에 키 169㎝라는 신체적 유리함이 돋보인다. 특히 손이 큰데 이는 그립을 견고하게 하기엔 좋은 조건”이라며 “다만 다소 느린 스텝에서 야기되는 민첩성과 순발력 부족은 꾸준한 훈련으로 극복해야 할 단점”이라고 평가했다. 박원식 홍보팀장은 “재아가 한 게임만 건져도 좋겠다고 했는데, 그 이상 했다”고 거들었다. 이날 이동국은 지방에서 열린 지도자 강습회에 참가하느라 이재아의 경기 모습을 지켜보지 못했다. 그는 전화통화에서 “재아는 미국 대학 입학을 목표로 잡고 있다”며 “현지 유명 대학에 진학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종목이라는 판단하에 테니스를 시작했다. 물론 본인의 의사가 더 컸다”고 말했다. 이재아는 현재 자택에서 전 과목을 영어로 공부하는 홈스쿨 8학년에 재학 중이다. 이동국은 이어 “재아는 아직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선수지만 프로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고 말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저절로 프로 선수가 돼 있을 것”이라면서 “진정한 스포츠인이 갖춰야 할 덕목들을 지금부터 쌓아 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언젠간 호주오픈 우승 오사카처럼” 현재 아시아테니스연맹(ATF) 주니어 랭킹 5위인 이재아의 꿈은 여자프로테니스(WTA) 세계랭킹 50위 안에 드는 것이다. 테니스계에서 롤모델이자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2018년 호주오픈 여자단식 챔피언 오사카 나오미(일본)다. “당시 경기장에서 오사카를 직접 봤다. 사인도 받았다”고 자랑한 이재아는 “저도 언젠가 반드시 그랜드슬램 코트에 서고 싶다. 오늘 그곳을 향해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당차게 말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앱으로 담배 끊어 보세요”… 광진, 금연환경 조성 복지부장관상

    “앱으로 담배 끊어 보세요”… 광진, 금연환경 조성 복지부장관상

    서울 광진구 보건소가 지난달 29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2020년 지역사회 금연환경 조성 및 금연상담 우수사례 평가’ 시상식에서 우수기관 선정과 함께 금연상담 우수사례 최우수상을 받아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고 3일 밝혔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공동 주관한 이번 평가는 전국 시군구 보건소를 대상으로 금연사업 계획 목표 달성도와 지자체별 추진 실적 등을 평가하기 위해 마련됐다. 구는 자체 개발한 금연 모바일 앱으로 비대면 금연 클리닉을 진행하는 등 코로나19로 인한 새로운 일상에 발맞춘 금연 지원 사업을 추진해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특히 전국 최초로 ‘흡연 관련 과태료 감면 신청’ 기능을 앱에 추가해 과태료 신청 비대면 원스톱 서비스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청소년 스스로 참여하는 청소년 금연 프로그램 ‘광진, 아자!’를 운영해 금연상담 우수 사례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은 코로나19로 등교가 중단됨에 따라 흡연 청소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1대1 상담과 더불어 복싱교실, 문화체험 등 다양한 활동도 함께 진행돼 호응을 얻었다. 김선갑 광진구청장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진행할 수 있는 비대면 금연 클리닉을 추진해 지역사회에 건전한 금연 환경이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서울 광진구, ‘금연환경 조성 및 금연상담’ 우수기관 선정

    서울 광진구, ‘금연환경 조성 및 금연상담’ 우수기관 선정

    서울 광진구 보건소가 지난달 29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2020년 지역사회 금연환경 조성 및 금연상담 우수사례 평가’ 시상식에서 우수기관 선정과 함께 금연상담 우수사례 최우수상을 받아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고 3일 밝혔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공동 주관한 이번 평가는 전국 시군구 보건소를 대상으로 금연사업 계획 목표 달성도와 지자체별 추진 실적 등을 평가하기 위해 마련됐다. 구는 자체 개발한 금연 모바일 앱으로 비대면 금연 클리닉을 진행하는 등 코로나19로 인한 새로운 일상에 발맞춘 금연 지원 사업을 추진해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특히 전국 최초로 ‘흡연 관련 과태료 감면 신청’ 기능을 앱에 추가해 과태료 신청 비대면 원스톱 서비스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청소년 스스로 참여하는 청소년 금연 프로그램 ‘광진, 아자!’를 운영해 금연상담 우수 사례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은 코로나19로 등교가 중단됨에 따라 흡연 청소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1대1 상담과 더불어 복싱교실, 문화체험 등 다양한 활동도 함께 진행돼 호응을 얻었다. 김선갑 광진구청장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진행할 수 있는 비대면 금연 클리닉을 추진해 지역사회에 건전한 금연 환경이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이와 더불어 청소년의 금연 동기 강화를 위해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금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건강한 광진’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2030 세대] 로코와 그의 형제들/김현집 미 스탠퍼드대 고전학 박사과정

    [2030 세대] 로코와 그의 형제들/김현집 미 스탠퍼드대 고전학 박사과정

    루키노 비스콘티의 1960년 작품 ‘로코와 그의 형제들’은 오랫동안 보고 싶던 영화였다. 이탈리아 남부 루카니아 지방에서 시골의 고향을 떠나 북쪽의 부유한 대도시 밀라노로 이주한 어느 가난한 가족 이야기다.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고, 어머니와 다섯 형제 비첸조, 시모네, 로코, 치로 그리고 루카가 있다. 고향에선 본 적도 없는 하얀 눈이 내리자 눈 치우는 일이 생겼다며 기뻐하는 다섯 형제들은 밀라노에 자리를 잡아간다. 둘째 시모네는 곧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 ‘늑대 이빨’을 가진 그는 복싱을 배우고 경기에도 나간다. 그러나 시모네는 방탕해지고 애인에 대한 집착은 그의 삶을 벼랑으로 몰고 간다. 셋째 로코만이 그런 형을 참아낸다. 로코 역은 당시 스물다섯이었던 알랭 들롱이 맡았는데 이보다 더 나은 배역은 없을 듯싶다. 순수한 로코는 엄청난 너그로움으로 가족을 위한다. 형의 여자를 사랑했지만 가족이 절대적으로 우선인 로코는 여자를 떠난다. 아니, 버린다. 형을 위한 그의 희생은 아름다워 보인다. 하지만 불운은 계속된다. 질투에 고통스러워하던 형 시모네가 여자를 살해하고, 온 가족이 시모네를 비난하지만 로코는 짐승처럼 울부짖으면서도 형을 감싼다. 로코처럼 우리는 ‘우리 가족’이라면 마음과 이성이 허물어진다. 이를 조지 오웰은 ‘내셔널리즘 비망록’에서 꼬집는다. ‘민족주의 비망록’이라 잘못 번역되기도 하는 이 작품에서 오웰은 민족주의가 아니라 내셔널리즘을 얘기하는데, ‘특정집단이 절대로 옳다’고 믿는 자들이 바로 내셔널리스트라는 것이다. 게다가 이들은 자신이 선택한 조직의 이익과 우월에 집착하고, 범죄도 ‘우리 편’의 행위라면 덮어버린다. 오웰이 말하는 ‘내셔널리즘’은 나라에 충성하는 것만이 아니라 공산주의, 시오니즘, 반유대주의, 트로츠키주의, 평화주의, 백인우월주의 등이 모두 포함될 수 있다. 악법이라 비난하다가도, 합법적이니 괜찮다 하고, 학술논문을 들먹이다가, 이론과 실제의 차이를 얘기하고, 다른 나라들의 전례에 호소하다가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을 고집한다. 어떤 행동의 정당성이 중요한 게 아니고 우리편이냐 저편이냐가 가름의 기준이 된다. 판단의 힘이 여름날의 선로처럼 휘어버렸다. 소수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모두는 로코다.” 로코와 같이 ‘우리 가족’이라면 죄도 더이상 죄가 아닌 것이 되었다. 오웰은 편향을 인정하는 정도가 최선이라 했다. 균형있게 판단할 수 없는 현대의 사람들을 탓하지도 않았다. 이런 이유로 플라톤은 객관적 진실을 확고히 하고자 했다. 제 입맛에 맞춰 논증을 가져다 붙이는 것에 플라톤은 질려 했다. 감정에 호소하지 않고 이성으로 입증할 수 있는 진실을 확립하길 원했다. 서양철학의 기원은 인생의 불가사의한 의미에 대한 사색이 아니라 바위같이 묵직한 진실을 하나라도 확립하고 싶어 하는 마음에서 왔다 할 수 있겠다.
  • 단 한 명을 위한 ‘마추픽추’

    단 한 명을 위한 ‘마추픽추’

    코로나19 사태로 폐쇄된 페루의 관광명소 마추픽추를 구경하기 위해 현지에서 7개월이나 끈질기게 기다린 일본인 관광객이 마추픽추를 ‘황제 관광하는 영광’을 누렸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페루 쿠스코 관광 당국은 11일(현지시간) 일본 나라현에서 온 복싱 코치인 제시 다카야마(26)에게 마추픽추 관람을 허용했다. 알레한드로 네이하 페루 문화부 장관은 화상 기자회견을 통해 “그(다카야마)는 (마추픽추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 페루에 왔다”며 “그는 마침내 공원 책임자와 함께 마추픽추를 둘러봤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여전히 코로나19 대유행의 한복판에 있다”며 “마추픽추를 재개장하기 위해 정성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카야마는 앞서 지난 3월 중순 마추픽추 관문도시 쿠스코에 도착해 입장권을 구입했다. 그는 당초 쿠스코에 3일 동안 머물며 마추픽추를 관광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예약일 전날 코로나 확산 탓에 마추픽추가 폐쇄됐다. 페루 정부가 항공편 출입국과 도시 간 이동 등을 모두 금지하는 바람에 다카야마 등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의 발이 묶였다. 이후 7개월에 걸쳐 다른 나라 국적 여행객들은 모두 본국으로 돌아갔으나, 다카야마는 마추픽추를 꼭 보고 가겠다는 일념으로 쿠스코에서 계속 버텼다. 다카야마의 이런 사연이 ‘마추픽추 마지막 관광객’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알려지자 관광 당국이 특별 조치에 나섰고, 그는 마침내 혼자 마스크를 쓴 채 마추픽추를 유유히 누볐다. 그는 마추픽추 산 정상에서 녹화한 비디오를 통해 “정말 놀랍다. 감사하다”며 “오로지 경이로운 마추픽추를 보기 위해 남았다. 보지 않고는 가고 싶지 않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페루의 관광명소이자 198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마추픽추는 오는 11월 정식으로 재개장할 예정이다. 이곳은 하루 정상 수용인원(675명)의 30%가량의 관광객만을 허용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시행할 계획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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