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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마로 본 공직사회] 다양해진 공무원교육 강사

    지난해 11월 작고 마른 체구의 한 여성이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의 강단에 올랐다. 중앙부처 5급 사무관 승진자 300여명 앞에 선 그녀는 수줍은 듯 웃으며 자신을 소개했다. 세계 복싱 사상 첫 4대 기구 챔피언, 발가락뼈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을 한 뒤 9개월 만에 통합타이틀을 거머쥔 불굴의 권투선수. 바로 김주희 선수다. 김 선수가 중공교의 요청으로 이날 하루 권투선수가 아닌 공무원 교육 강사로 나선 것. 과거 정부 고위 공무원, 대학교수 일변도였던 공무원 교육 강사가 다양화되고 있다. 지난해 5월 민간 출신인 윤은기 원장 취임 이후 공무원 교육에 전문성과 감성적 접근을 강조하면서 나타난 변화다. 윤 원장은 취임 직후 그간 경직된 분위기의 교육 문화를 지적하며 교육 프로그램과 강사 전문화에 나섰다. 김 선수 이후 최근까지 산악인 허영호 대장, 프로씨름 천하장사 출신 이만기 교수, 방송인 박상원씨 등도 각자의 전문 분야에 대한 강의를 진행했다. 허 대장은 세계 최초로 3극지 7대륙 정상에 오르면서 겪은 고난과 극복 과정을 전하며 공무원들에게 도전 정신과 극복 의지 등을 강조했고, 이 교수는 선수 시절 혹독한 훈련과 엄격한 자기 관리 등을 소개하면서 “자신의 일에 프로정신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유명 인사뿐만 아니라 이주여성 출신 공무원, 북한 이탈 여성 1호 박사, 서울신문과 행정안전부가 함께 선정한 ‘지방행정의 달인’ 등 다양한 계층의 인사들도 강단에 올랐다. 필리핀 출신 귀화 경찰관인 아나벨 카스트로(여) 경장은 지난 3월 ‘다문화 가정의 이해’라는 주제로 특강에 나서 이주여성으로서 자신이 직접 격은 어려움을 밝히고, 중앙부처 공무원들에게 “이주민들이 생활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불편 사항을 찾아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해 달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건강을 회복한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도 19일 특강에 나선다.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삼호주얼리호 구출 과정에서 뛰어난 통솔력과 위기 대처 능력을 발휘한 석 선장은 중앙부처 5급 사무관 승진자과정 참가자를 대상으로 ‘생사의 기로에서 결코 굴복할 수 없었다’를 주제로 강의할 예정이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최현미 방어전 등 군단위 세계타이틀 최다유치

    최현미 방어전 등 군단위 세계타이틀 최다유치

    충남 예산군이 여자복싱 열기로 뜨겁다. ‘탈북 복서’ 최현미(21·동부은성)가 지난 4월 예산에서 열린 4차 방어전을 무사히 치르고, 17일 서울과학기술대 특설링에서 5차 방어전에 나서기 때문이다. 군민들은 예산이 최현미를 후원한 고장이라는 자부심 속에 주말의 경기 결과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예산군은 지난 4월 29일 윤봉길 의사를 기리는 매헌문화제를 맞아 덕산면 충의사 야외특설링에서 세계복싱협회(WBA) 여자 페더급 챔피언 최현미의 4차 방어전을 유치하고 수천만원을 후원했다고 15일 밝혔다. 최현미는 많은 군민과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캐나다 샌디 차고리스를 3라운드 KO승으로 장식했다. 이무희 군 기획계장은 “예산에서 원래 복싱이 인기종목인 데다 최 선수가 탈북의 아픔을 딛고 선수로 열심히 사는 것에 군민은 물론 최승우 군수도 감동을 받아서 기꺼이 후원했다.”고 말했다. 이인경(58) WBA 수석부회장이 예산 출신인 점도 예산군이 복싱 후원에 적극적인 이유다. 예산군에서는 2007년 4월 이화원(당시 26) 선수가 예산중학교 특설링에서 케냐의 주디 와구티 선수와 WBA 여자 페더급 챔피언 결정전을 벌이고, 지난해 7월 김효민(28) 선수가 같은 장소에서 일본 미즈타니 치카 선수와 WBA 여자 슈퍼페더급 챔피언 타이틀전을 치렀다. 유망한 복싱 선수도 많이 배출했다. 1980년대 초 문태진 선수가 주니어라이트급 동양챔피언, 박봉관 선수가 1995년 웰터급 동양챔피언이었다. 박 선수는 농촌에서는 이례적으로 예산읍내에 복싱체육관을 차려 후배를 양성하고 있다. 이인경 수석부회장은 “예산은 좋은 복싱 선수를 많이 배출한 고장이라는 자부심 덕분에 여전히 복싱 열기가 뜨거운 곳”이라면서 “내년 매헌문화제 때도 최 선수의 6차 방어전을 유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예산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인기짱’ 호두까기 인형 2만원이면 볼 수 있다고?

    ‘인기짱’ 호두까기 인형 2만원이면 볼 수 있다고?

    서울 동북권 ‘유일무이’ 문화예술회관을 가진 노원구에서 연말과 성탄절을 맞아 가족과 연인끼리 ‘착한 가격’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공연을 다음 달 마련한다고 29일 밝혔다. 서초동 예술의전당이나 종로 세종문화회관까지 나오지 않아도 집 근처에서 수준 높은 공연을 즐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이원국과 함께 떠나는 ‘발레여행’ 1일 오후 7시 30분 소공연장에서 이원국 단장의 재미있는 해설을 곁들인 발레가 공연된다. 돈키호테, 백조의 호수, 지젤, 해적 등 유명한 작품들의 주요 장면을 발췌해 갈라 형식으로 진행한다. 전석 1만원. ●세상에서 가장 작은 개구리 왕자 3~10일 소공연장에서 동화 ‘개구리 왕자’를 각색한 작품을 선보인다. 제17회 서울어린이 연극상 최우수작품상, 최고 인기상, 특별상을 받은 작품으로 만 2세 이상 관람할 수 있다. 단체는 오전 10시와 11시 20분, 일반 관람은 오후 1시와 3시다. 8000~1만 5000원. ●‘코리아W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클래식 한마당 9일 오후 7시 30분 대공연장에서 마에스트로 김남윤의 지휘 아래 베토벤과 드보르자크의 교향곡을 연주한다. 만 7세 이상, 2만~3만원. ●정태춘과 함께하는 송년음악회 16일 오후 7시 30분 대공연장에서 정태춘과 박은옥 부부가 1970~80년대 추억의 음악을 선사한다. 앞서 성남시립국악단과 ‘칠갑산’을 부른 가수 주병선이 무대를 꾸민다. 2만원. ●호두까기 인형 공연 23일 오후 7시 30분, 24·25일은 오후 2시와 6시 대공연장에서. 발레리노 이원국이 이끄는 ‘호두까기인형’ 공연은 6년간 전석 매진을 기록하는 등 크리스마스 시즌에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인기 짱’ 발레 공연이다. 2만원. ●Goodbye 2011 송년가족음악회 29일 오후 7시 30분 대공연장에서 한국 대표 성악가들과 함께하는 선율로 저물어 가는 한 해를 되돌아 보고 새해 새 각오를 다진다. 복서 출신 테너 조용갑과 바리톤 김진추, 소프라노 김지현 등이 출연한다. 2만원. 궁금한 내용은 노원문화예술회관 홈페이지(www.nowonart.kr)를 방문하거나 전화(2116-4770)로 문의하면 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링 위에서 치마 입으라고?

    ‘링 위에서 치마를 입으라고?’ 여성 복서들이 단단히 뿔 났다. 국제아마추어복싱연맹(IABA)이 “내년 런던올림픽에서 여성 복서들이 링에서 치마를 입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히면서 성차별주의 논란이 거세게 불거지고 있다. 런던올림픽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여자 복싱은 25일부터 사흘간 영국 런던의 액셀 아레나에서 3개 체급으로 나눠 예선전을 갖는다. 올림픽에서 치마를 입을지에 대한 최종 결정은 내년 1월에 나지만 4개 대륙 21개국에서 온 선수들은 예선전을 하루 앞둔 24일 이 논란에 대해 공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라이트급에 출전하는 영국의 나타샤 조나스는 “축구나 크리켓 같은 다른 종목에서 여성이라고 치마를 입으라고 강요당하지는 않는다. 복싱도 당연히 그래야 한다.”면서 “치마를 입는 것은 전혀 편안하지도 않다.”고 분노했다. 영국 대표팀 코치 데이브 앨러웨이 역시 “그들은 복서일 뿐 여성 복서는 아니다. 복서라면 당연히 규격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연맹 측은 “치마를 입는 것이 여성 복서들을 남성 복서들보다 돋보이게 해 준다.”는 입장이다. 몇몇 여성 복서들은 실제로 치마를 입기도 한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문화마당] ‘배리어프리’ 영화와 소통/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 영화평론가

    [문화마당] ‘배리어프리’ 영화와 소통/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 영화평론가

    ‘블라인드’ ‘도가니’ ‘오직 그대만’ ‘글러브’의 공통점을 아시겠는가. 올해 상영된 한국영화 중에서 화제가 된 작품들이고, 주인공이 장애를 가졌다는 점이다. ‘블라인드’는 시각장애를 가진 여성이 사건에 대해 증언하면서 사이코 살인자에게 쫓기는 내용이고, ‘도가니’는 광주 인화학교에서 발생한 청각장애 학생들에 대한 성폭행 사건을 다룸으로써 사회적 충격과 파장을 몰고 온 작품이며, ‘오직 그대만’은 시각장애인 여성과 복서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로서 올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었다. ‘글러브’는 충주 성심학교의 청각장애인 야구부가 봉황기에 출전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을 다룬 작품이었다. 영화가 장애인과 관련된 이야기를 다루는 것은 드물지 않지만, 올해처럼 명실상부한 주인공으로서 김하늘·한효주 같은 스타배우들이 타이틀 롤을 맡고 영화적으로 화제를 모으며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한국 영화가 네 편이나 등장했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런데 정작 장애인들이 이 영화들을 보기 어렵다는 것은 곤혹스럽다. 이는 무엇보다 관람 환경이 비장애인 중심이고, ‘함께한다’는 인식이 부재한 탓이다. 다른 분야도 그렇겠지만 장애인들의 문화접근권 향유는 정말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런 와중에 우리나라에서도 ‘배리어프리(barrier-free) 영화 설립 추진위원회’가 만들어져 장애인의 영화 관람을 수월하게 하기 위한 노력에 들어갔다. ‘배리어프리’란 장애인 및 고령자 등의 사회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물리적 장애물이나 심리적 장벽을 없애기 위해 실시하는 운동 및 시책으로서 ‘배리어프리’, 즉 장벽을 없앤다는 뜻을 담고 있다. 영화분야에서도 그동안 극장에 장애인 좌석을 만든다든가, 장애인들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영화진흥위원회가 주관하여 한글자막과 화면해설 서비스 사업을 실시한다든가 하여 배리어프리를 위한 노력을 해온 바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장애인들이 그러한 노력의 효과를 누리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장애인 영화관람권 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작년 개봉영화 168편 가운데 한글자막이나 화면해설을 제공한 영화는 15편에 불과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배리어프리 영화 설립 추진위원회’의 존재와 지난 10월 28일부터 31일까지 열린 배리어프리 영화 심포지엄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특히 ‘블라인드’와 ‘술이 깨면 집에 가자’ 등 두 편의 영화가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상영된 것은 특기할 만한데, 이 배리어프리 영화들은 청각장애인을 위해 대사자막을 가로로 배치하고, 음악이나 음향 등을 설명하는 자막을 세로로 배치하여 영화의 상황을 좀 더 상세하게 전달하고 느낄 수 있게 했다. 그간의 자막 서비스보다 진일보한 형태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상황설명 내레이션도 추가됨으로써 역시 영화 본디의 모습에 더 접근할 수 있는 형태가 된 것이다. 무엇보다 배리어프리 영화에 감독과 배우 그리고 전문성우가 참여함으로써 영화의 완성도나 의도를 훼손하지 않고 장애인의 영화관람을 풍부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제작단계부터 배리어프리를 염두에 둔 영화들도 나올 것이라고 하니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그렇다고 배리어프리 영화의 전망이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장애인도 영화를 즐길 권리가 있고 그러한 인식의 당위성이야 누구나 지지하겠지만, 현실적인 측면에서 배리어프리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제작비가 늘어난다는 의미이므로 제작사들이 선뜻 나서지 않을 게 자명하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메이저 영화사들의 사회적 기여에 대한 의식전환이 보태져 장애를 불문하고 함께할 수 있는 영화관람 문화가 조성되기를 또한 요청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될 때 우리 사회의 공감과 소통을 가로막는 ‘배리어’ 하나가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배리어프리가 비장애인들에게 또 다른 ‘배리어’로 작용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론에 대한 모색도 고민해야 할 부분임은 당연하다.
  • 알리를 처음 쓰러뜨렸고 간암에 끝내 쓰러졌다

    미국의 레전드 복서 조 프레이저가 극복하지 못한 것이 결국 두 개로 늘어났다. 하나는 평생의 라이벌이었던 무하마드 알리(69)의 그림자, 다른 하나는 자신의 간암이다. 전 헤비급 챔피언인 프레이저가 8일 67세로 사망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알리에 가려 2인자 취급을 받았지만 프레이저 역시 걸출한 복서였다. 전성기의 그는 주먹에서 연기가 날 정도로 인파이팅한다고 해서 ‘스모킹 조’라고 불렸다. 전광석화 같은 레프트 훅을 앞세워 화끈한 복싱을 구사했다. 1944년 1월 12일 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남쪽의 작은 도시인 보퍼트에서 태어난 그는 아버지 농장의 흑백텔레비전에서 복싱을 보며 꿈을 키웠다. 아마추어 시절엔 맞수가 없었다. 1962년부터 2년간 단 한 번만 졌다.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는 왼쪽 엄지손가락 부상에도 금메달을 따내 미국을 열광케 했다. 1965년 프로로 전향한 뒤에도 엄청난 펀치 파워로 명성을 얻었다. 1970년 세계권투협회(WBA) 챔피언 지미 엘리스에게 TKO승을 따내며 헤비급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했고, 1973년 1월까지 29승 무패를 달렸다. 특히 1971년 미국 뉴욕의 매디슨스퀘어 가든에서 알리와 벌인 ‘세기의 대결’은 그의 복싱 인생의 최정점이었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경기 중 하나인 이 경기에서 프레이저는 알리에게 첫 패배를 안겼다. 초반 아웃복싱의 알리에게 밀린 프레이저는 중반부터 치고 나갔다. 프레이저는 15라운드 승부 끝에 판정승했다. 그러나 1973년 조지 포먼에게 KO패를 당하며 타이틀 방어에 실패했고 1974년 알리와의 두 번째 대결에서는 12라운드 판정패를 당했다. 1975년 10월 1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챔피언 알리에 도전, 세 번째 맞대결했지만 무참히 패배했다. 15라운드에서 프레이저의 한쪽 눈이 안 보일 정도로 부어 오르자 트레이너가 수건을 던져 경기를 포기했다. 프레이저는 트레이너를 결코 용서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37전 32승 4패(27KO)의 화려한 전적을 남긴 프레이저에게 패배를 안긴 것은 포먼과 알리뿐이었다. 1976년 은퇴한 프레이저는 1981년 복귀를 시도했지만 한 경기만을 치른 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은퇴 뒤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던 프레이저는 필라델피아에서 복싱 체육관을 운영하며 조용한 삶을 꾸렸다. 자신을 ‘엉클 톰’, ‘고릴라’라고 부르며 조롱한 알리에 대해 수십년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지만 말년에는 “알리의 모든 행동을 용서한다.”고 했다. 지난달 간암 판정을 받은 프레이저는 필라델피아의 호스피스 시설에서 투병했다. 그의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팬들은 “내 간을 기증하겠다.”고 나섰다. 알리도 “간암과의 싸움에서 꼭 이기라.”고 응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프레이저는 인생이라는 링 위에서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알리 눕혔던 ‘전설의 복서’ 조 프레이저 위독

    무하마드 알리와의 세기의 대결로 유명한 ‘전설의 복서’ 조 프레이저(67)가 간암으로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6일 프레이저의 매니저 레슬리 울프의 말을 인용, “프레이저가 간암 진단을 받고 미국 필라델피아의 호스피스 시설에서 요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는 “아주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1964년 도쿄올림픽 복싱 헤비급 금메달리스트인 프레이저는 프로 전향 후 알리와의 3번에 걸친 ‘세기의 대결’로 유명한 복서다. 1971년 3월 8일 미국 뉴욕의 메디슨스퀘어 가든에서 복권된 알리와 챔피언 프레이저의 첫 번째 대결이 벌어졌다. 알리는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는’ 아웃복서였고 프레이저는 저돌적인 레프트 훅이 일품인 인파이터였다. 이날 경기 15라운드에서 프레이저가 왼손 훅으로 알리를 다운시키는 모습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되는 명장면이다. 알리는 곧 일어났지만 심판진 전원이 프레이저의 손을 들어줬다. 3번 열린 프레이저·알리의 대결에서 프레이저가 승리한 것은 첫 번째 경기가 유일했다. 그가 패한 상대는 알리와 조지 포먼뿐이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영화 ‘커플즈’ 주연 오정세 “대중들은 날 몰라봤으면 좋겠네”

    영화 ‘커플즈’ 주연 오정세 “대중들은 날 몰라봤으면 좋겠네”

    데뷔 15년차. 출연작이 벌써 40편을 넘겼다. 그중 19편이 단역. “처음엔 심사위원들이 덜덜 떤다고 느낄 만큼 심하게 긴장했다. 열 번에 한 번쯤 안 떨었는데, 그렇게 단역으로, 조연으로 한 편씩 출연작을 늘린 게 어느새 40편이 됐다.” 수백번 오디션을 봤다는 얘기다. 그만큼 스스로를 채찍질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지난해 ‘방자전’(호방 역), ‘부당거래’(김기자 역), ‘쩨쩨한 로맨스’(만화가 해룡 역) 등 화제작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배우 오정세(34)의 얘기다. 오는 3일에는 그가 주연한 ‘커플즈’가 개봉한다. 같은 날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에서도 주인공 황경민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섭외 0순위’, ‘충무로 대세남’으로 떠오른 그를 지난 25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가문의 영광’ 2·3편을 연출했던 정용기 감독이 연출한 ‘커플즈’는 흥미로운 로맨틱 코미디다. 하루 사이에 다섯 독신남녀-유석(김주혁), 복남(오정세), 나리(이시영), 병찬(공형진), 애연(이윤지)-가 얽히고설킨 사건을 각각의 시각으로 번갈아 보여 준다. 김주혁과 이시영 등 로맨틱 코미디 달인들 틈바구니에서 가장 돋보인 이는 의외로 오정세였다. 흥신소를 운영하는 ‘도시의 하이에나’ 복남은 친구 유석의 부탁으로 문자 한통 남기고 사라진 나리의 흔적을 쫓는다. 하지만 복남은 전부터 나리를 짝사랑했던 터. 그녀의 정체가 꽃뱀이란 걸 알고서도 복남은 나리가 벌이는 소동극에 휘말린다. 오정세는 “마땅히 붙일 수식어가 없다 보니 ‘대세남’이 된 것 같다.”고 웃으며 입을 뗐다. “같은 날 개봉한다지만 ‘커플즈’와 ‘돼지의 왕’은 경쟁 구도가 아니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어 기쁘다.” ‘커플즈’의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가 궁금했다. 잠시 머뭇거렸다. “어제 이전은 다 같은 과거다. 대사도 잘 외우지 못한다. 빠른 친구들은 1시간이면 외워버리던데 나는 천천히 몇 번을 읽어야 비로소 뿌연 이미지가 걷힌다.” 고치고 싶은 단점이라고 털어놓았지만 배우로서 장점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오정세는 집요하게 캐릭터를 파고드는 걸로 소문난 배우다. “곰곰 생각해 보니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독특한 구성에 끌린 것 같다. 나리를 정말 사랑하는데 친구의 여친이라 말도 못 하는 인물을 머릿속에 깔아 놓았다. 웃기되, 좀 다르게 하고 싶었다.” 영화에서 건달들의 위협으로 팬티 바람이 되는 장면이 있다. 한동안 포털사이트에는 오정세의 연관검색어로 D라인(작은 사진)이 등장했다. “시나리오에는 ‘옷이 벗겨지는 복남’이 전부다. 어차피 벗을 거면 캐릭터적인 재미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몸짱보다는 몸꽝이 어울렸다. 그때부터 폭식과 야식으로 살을 찌웠다. 원했던 그림은 가녀린 팔에 배만 불룩 나온 ET의 모습인데 시간이 부족했다. 어정쩡하게 살이 쪄 몸 관리에 게으른 배우로 비칠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시사회에서 보니 반응이 좋더라.” 코믹한 캐릭터의 속성상 애드립을 많이 할 법했다. 하지만 그는 “현장에서 돌발상황이 발생하거나 상대가 약속하지 않은 대사, 행동을 하면 그에 맞춰서 리액션을 할 뿐”이라고 했다. “개인기성 애드립은 독”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준비과정부터 시나리오와 캐릭터에 대해 엄청나게 고민을 한다. 그 결과물은 현장에 가기 전에 다 내버린다. 그런데 한 번 고민했던 거니까 밑바닥에는 남아 있다. 상대배우와 호흡이 생각해 뒀던 상황으로 전개되면 내 안에서 (의도된 애드립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리액션이 나온다.” 강펀치를 휘두르는 인파이터가 아니라, 상대 허점을 연구하고 집요하게 외곽에서 잽을 던지는 아웃복서의 느낌이 점점 강해졌다. 오랜 세월, 단역·조연으로 현장에서 다져진 내공도 느껴졌다. 그가 데뷔한 건 1997년 장길수 감독의 ‘아버지’를 통해서다. 배우를 꿈꿨지만, 연극영화과 입시에 모조리 낙방했다. 모 대학 신문방송학과에 소속만 걸어놓고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체계적인 연기를 배운 건 배우 명계남이 운영했던 ‘액터스21’이란 연기학교에서의 6개월이 전부. “4년 정도는 번번이 오디션도 다 떨어졌다. 그러다 ‘거울 속으로’(2003)에서 박 형사 역할로 스물 몇 신 정도를 찍었는데 이후로 들쭉날쭉했다. 2007년 ‘라듸오 데이즈’, 2009년 ‘시크릿’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쭉쭉 치고 나가지 못했다. ‘커플즈’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흥행이 터져 내 커리어를 밀어줄 거란 기대도 솔직히 조금은 있다. 하지만 휘둘리거나 조바심을 내지 않는다. 그게 내 무기다.” 하긴 일희일비했다면 십수 년째 영화판에서 버티는 게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원래 낙천적인 편이다. 배우로서 욕심이 많으면 많지 적지는 않다. ‘왜 저렇게 치열해?’란 소리를 들을 만큼 죽기 살기로 한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결과에 대해서는 접어 둔다. 조바심 낸다고 달라질 건 없다. 잘되면 보너스다. 짧게 보지 않는다. 평생 할 일이니까. 그래야, 스트레스도 덜 받는다. 하하” 그는 “배우 오정세와 개인 오정세가 겹쳐지는 건 싫다.”고도 했다. 배우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한편으론 자연인 오정세로도 남고 싶다는 얘기다. 그는 “나른한 오후에 삼청동 길을 걷고, 담배를 피우고, 가끔 침도 뱉고 그럴 수 있지 않은가. 그런데 유명해져서 시선을 의식하고 스스로 삶을 제약하는 건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 딱 좋은 것 같다. 영화판에서는 조금씩 인정받고 있지만, 거리로 나가면 아직 알아보는 사람이 없다. 이율배반적이지만 감독들은 더 날 불러 주고, 대중들은 이대로 몰라봤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오정세는 70대에도 배우로 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연기는 살아가는 목적인 동시에 살아가는 수단도 되어 준다.”면서 “완벽하게 무채색의 배우이고 싶다. 진한 빨강을 원하는 영화에서는 그 색을 입었다가 다음에는 또 파란색을 입는 거다. 웃기는 혹은 잔인한 캐릭터처럼 하나의 색깔로 규정되고 싶지 않다.”고 다짐하듯 말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새달 3일 개봉 ‘워리어’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새달 3일 개봉 ‘워리어’

    물리학 선생인 브렌든(조엘 에저튼·오른쪽)은 정직을 당한다. 선생 신분으로 무허가 격투기에 나선 게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아픈 딸의 치료를 위해 돈이 필요한데, 집을 저당 잡은 은행은 그를 빚쟁이로 몬다. 그의 동생 토미(톰 하디·왼쪽)는 중동지역 전투에 참전했다 돌아와 아버지를 찾아간다. 14년 만에 만난 아버지에게 지난날의 울분을 토한다. 알코올 중독인 아버지로부터 도피하던 어머니를 병으로 잃고서 토미는 깊은 상처를 품고 살았던 것. 분노의 탈출구가 절실한 토미는 우연히 격투기 챔피언십 리그를 접하고 출전을 결심한다. 이어 브렌든도 출전 기회를 얻으면서 소원하던 형제는 링 위에서 재회한다. ‘워리어’는 그룹 ‘더 내셔널’의 노래를 짧게 삽입하며 시작한다. ‘복서’ 앨범에 수록된 ‘전쟁을 시작하다’라는 영화의 주제를 잘 요약한다. 기대했던 미래가 오지 않았을 때, 문제를 회피하면 전쟁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어린 시절에 형제가 꿈꾼 미래는 현재와 달랐을 것이다. 아버지가 초래한 비극은 죄 없던 형제를 서먹서먹한 관계로 만들었고, 형의 허무한 손짓은 성난 동생을 위로하지 못한다. ‘워리어’의 마지막 경기를 보노라면 누구의 편을 들지 갈등할 수밖에 없다. 슬픔으로 무장한 형제가 피 터지게 싸우는 광경이 가슴을 적신다. 브렌든은 중산층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무너진 가장이다. 초라한 아파트에 살다 돈을 모아 예쁜 집을 장만한 것까지는 좋았다. 부동산 시장의 붕괴는 그에게 다시 하층민의 삶을 떠안긴다. 부동산 평가액이 은행 차입금 아래로 떨어지면서 그와 아내는 밤낮으로 돈벌이에 매달린다. 동생 토미는 평생 하층민의 삶 속에서 허덕인 남자다. 군인이 되어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나눈 기쁨도 잠시, 전쟁은 그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명예심마저 앗아버린다. 격투기 리그를 개최한 인물은 아이러니하게도 헤지펀드로 갑부가 된 자다. 우승 상금은 그에겐 최소단위 투자액에 불과한데, 하층민의 양산을 가져온 인간이 내민 알량한 미끼를 희생자들이 덥석 문 형국이다. 하층민 선수의 이야기란 점에서 ‘워리어’는 작년에 좋은 평가를 받은 ‘파이터’와 얼핏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야수 같은 남자들의 격투가 빚는 진한 드라마는 멀리 월터 힐의 ‘투쟁의 그늘’부터 가까이로는 데이비드 마멧의 ‘레드 벨트’의 영향 아래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연출을 맡은 개빈 오코너는 10여년 전 ‘텀블위즈’로 소개된 감독이다. 모녀의 갈등을 유머러스하고 섬세하게 묘사했던 그는 표정을 완전히 바꾸어 거친 형제와 부자의 묵직한 드라마를 완성했다. ‘워리어’는 여러 빈틈을 지녔으나 주먹이 매서운 격투기 선수를 닮은 작품이다. 첨언할 사실은, 영화의 허술한 면이 수입사의 삭제 탓이라는 거다. 원본에서 20분 가까운 장면이 사라졌으니 영화가 구멍을 드러내는 건 당연하다. 요즘 인도영화를 사들인 몇몇 회사를 필두로 일부 영화사들이 자진해서 상영시간을 줄여 극장에 내걸고 있다. 그들은 대중성을 감안해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한다. 바람직하지 못한 상영 행태는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디지털 상영이 늘어나면서 장비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아 열악한 화질로 상영되는 일도 빈번한 실정이다. 두 가지 문제점은 지적해 마땅하다. 영상 문화 발전을 저해하는 실수들이 고쳐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11월 3일 개봉. 영화평론가
  • [여의도 블로그]안철수 원장, 게릴라 아니면 아웃복서?

     “(서울시장 출마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9월 2일) “(서울시장 출마) 결심이 서면 직접 말하겠다.”(9월 3일) “이상한 사람이 서울시를 망치면 분통 터질 것이다. 그것이 서울시장 출마 고민의 시작점이었다.”(9월 4일) “(불출마 선언 직전) 한나라당도 지지할 수 있다. 바뀌기만 한다면?.”(9월 6일 불출마 선언 직전) “제가 국가 공무원 신분이라?선거에 관여하지 않겠다.”(9월 6일 불출마 선언 직후) “대권 도전 생각해 본 일 없다. 학교로 돌아가 학교 일에 집중하고 있다.”(9월 9일) “(박원순 후보 쪽에서 지원 요청하면) 그때 가서 고민해 보겠다.”(10월 9일) “(박 후보 지원 여부 관련) 제가 인문학은 아는데 정치 쪽은 모른다.”(10월 12일) “(박 후보에게) 바라시는 바 이루시길 바란다.”(10월 24일)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한 뒤 24일 무소속 박원순 후보를 공식 지원하고 나서기까지 기자들에게 한 말들이다.  그간 그의 행보를 보면 일관성을 찾기 어려울 만큼 혼란스럽다. 후보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가 1주일도 안 돼 박 후보에게 양보한 뒤 학교로 돌아갔지만 잊혀질 만하면 다시 등장해 한마디씩 던지며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켜 온 셈이다. 스스로 정치 쪽은 모른다고 했지만 정치적 언행을 멈추지는 않았다. 서울시장 선거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박 후보를 공식 지지하고 나섰다. 그때그때 말이 달랐다. 대권 도전을 생각해 본 적 없다고 했지만 그 말 역시 곧이 들리지 않는다.  물론 그의 언행에 대한 반응도 엇갈린다. 범야권에서는 사람이 순수하고 진정성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반면 범여권에선 고도로 계산된 정치적 술사로 보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그간의 말들이 ‘일관성 없는 치고 빠지기’였다는 점이다.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게릴라식 선동 전술’을 구사해 왔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안 원장을 중심으로 한 제3의 정당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더욱이 차기 대선주자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상황이다. 이쯤 되면 분명한 입장을 보여줄 때도 된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바람처럼 일어나 단기간에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복안이라면 기성 정치권보다 더 정치적이지 않은가. 정치를 하려거든 이제라도 당당하게 나서서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소신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더 이상 대학을 정치적 은신처로 활용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서울시장 보선 D-6] 羅 ‘경차유세’ 바닥민심 훑기

    [서울시장 보선 D-6] 羅 ‘경차유세’ 바닥민심 훑기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는 19일 상대적으로 열세인 서북 지역의 시장과 골목 등을 돌며 박원순 범야권 후보와의 ‘격차 좁히기’에 주력했다. 나 후보는 오전 성북구 장위시장과 성신여대 지하철역 등지를 찾아 ‘경차 유세’를 통해 ‘안정감 있는 집권 여당 후보’임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아토피 건강급식 시범학교인 성북구 장곡초등학교를 찾아 전문가 및 학부모들과 건강급식 정책간담회도 가졌다. 시민과 접촉 면을 넓히는 동시에 지지자들과의 교감을 강화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어 오후에는 은평구 대림·연신내시장, 서대문구 유진상가와 홍제역 인근 등에서 유세 활동을 벌였다. 특히 연신내시장 유세에서는 홍준표 대표도 합류해 ‘한나라당 결집’ 효과도 드러냈다. 살엄음 판세 속에서 선거 당일 투표장으로 지지층을 최대한 끌어내는 게 최대 승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나 후보의 공동 선대위원장인 이종구 의원이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나 후보가 맹렬히 추격하고 있지만 지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잠자는 보수’를 깨우려는 의도가 담긴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뉴서울시민연대’가 이날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출범식을 갖고 나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서울 지역에서 활동하는 보수 성향 300여개 단체로 구성된 뉴서울시민연대는 출범 선언문에서 “21세기 서울의 미래를 이끌 적임자로 나경원 후보를 지지한다.”면서 “생활공감 행복서울 만들기를 추구하는 나 후보와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영화프리뷰] ‘리얼스틸’

    [영화프리뷰] ‘리얼스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상상 속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을 마치 눈앞에서 벌어지는 것처럼 현실감 있게 그려내는 재주가 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그랬고, ‘AI’와 ‘트랜스포머’가 그랬다. 그가 새롭게 제작한 ‘리얼 스틸’도 그러한 범주에 들어가는 영화다. 로봇 복싱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기존의 작품들보다 한단계 진화한 양상을 보여준다. 전작 ‘트랜스포머’가 변신 로봇의 화려한 외양에 초점을 맞췄다면, ‘리얼스틸’은 로봇에 감정을 이입시키는 것은 물론 인간과 로봇의 교감까지 표현했다. 영화는 인간들이 직접 치고받는 경기가 사라지고 로봇 복싱인 ‘리얼스틸’ 경기가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로 자리 잡은 2020년을 배경으로 한다. 챔피언 타이틀 도전에 실패한 복서 찰리 켄튼(휴 잭맨)은 삼류 로봇 복싱 프로모터 겸 로봇 조종사로 살아간다. 상금이 걸린 시합이라면 무조건 출전하지만, 낮은 승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켄튼은 점점 쌓여가는 빚과 팍팍한 삶에 찌들어 간다. 그러던 어느 날, 헤어진 부인의 부음 소식과 함께 존재도 모르던 아들 맥스(다코다 고요)가 찾아온다. 갑자기 닥친 상황에 어색함을 느끼는 켄튼과 자존심 강하고 당돌한 맥스. 이들은 사사건건 부딪치지만, 부자의 정은 점점 쌓여간다. 그러던 중 맥스가 절벽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하고, 극적으로 고철 로봇에 옷이 걸려 생환한다. 그는 이 고철 로봇 ‘아톰’을 집에 데려오고 로봇 파이터로 만들자고 제안하지만 아버지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는다. ‘트랜스포머’의 흥행 성공에서 입증됐듯이 로봇에 대한 남성 관객들의 무조건적인 동경과 애정은 영화의 중요한 버팀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간과 함께 춤을 추는 로봇, 머리가 둘 달린 로봇, 핵주먹을 가진 로봇 등이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데다 로봇들의 복싱 장면은 마치 컴퓨터 게임을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쾌감이 있다. ‘박물관이 살아있다’의 숀 레비 감독은 배우의 몸에 센서를 부착시켜 인체의 움직임을 기록하는 모션캡처 방식과 실제 크기로 제작한 로봇을 함께 사용해 사실적인 로봇 연기를 이끌어 냈다.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기계적인 차가움을 최대한 배제하고 따뜻한 인간애를 부각시킨 데 있다. 고철이었던 아톰이 최고의 로봇 파이터가 되는 과정을 통해 켄튼이 복서로서 자신감을 되찾고 아들과의 따뜻한 정을 회복하는 과정이 때론 코끝을 시큰하게 한다. 제작진은 가까운 미래를 표현하기 위해 로봇을 제외한 배경은 복고를 선택했다. 영화적인 공간은 과거의 모습이 남아 있는 소박한 느낌의 도시로 표현했고, 켄튼의 의상도 복고 컨셉트로 제작됐다. 휴 잭맨의 철없는 아버지 연기도 자연스럽지만, 아들 역의 다코다 고요의 똑부러지는 연기도 인상적이다. 다만 예상 가능한 뻔한 전개는 약점이다. 로봇에 별 흥미가 없는 관객이라면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 12일 개봉.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7초 만에 매진 개막작 ‘오직 그대만’

    7초 만에 매진 개막작 ‘오직 그대만’

    소지섭과 한효주의 애절한 감성 멜로가 부산의 가을밤을 촉촉하게 적셨다. 6일 부산 해운대 영화의전당에서 처음 공개된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오직 그대만’은 앞을 보지 못하는 여자와 그녀의 곁을 지켜 주는 남자의 가슴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다뤘다. 영화는 다소 통속적인 멜로의 범주에 속하지만, 감독의 절제되면서도 디테일이 살아있는 연출이 돋보인다. 캐릭터에 꼭 들어맞는 배우들의 흡인력 있는 연기도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꽃섬’, ‘거미숲’ 등 예술영화들로 작가주의 감독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송일곤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서 다른 변신을 선보이며 대중에게 한발 더 다가섰다. ‘오직 그대만’은 세상을 향해 마음의 문을 굳게 닫고 살아가던 전직 복서 철민(소지섭 왼쪽)과 서서히 시력을 잃어 가면서도 늘 명랑하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텔레마케터 정화(한효주)가 중심 축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볼 수는 없지만, 마음속 깊이 애틋한 감정을 나눈 두 사람은 서로를 의지하면서 살아간다. 꿈을 잃어가던 철민은 정화를 사랑하면서 삶에 대한 의지를 확인하고, 정화 역시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뒤 홀로 된 외로움을 철민을 통해 위로받는다. 그러나 철민은 정화 부모님의 교통 사고에 자신이 관련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괴로움에 빠진다. 자신을 자책하던 철민은 정화의 각막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목숨을 던져 사각의 링에 오른다. 이 작품은 주연 배우 소지섭과 한효주가 갖고 있던 기존의 이미지와 캐릭터에 상당 부분 기댄 영화다. SBS 드라마 ‘찬란한 유산’과 MBC ‘동이’ 등을 통해 밝고 씩씩한 캔디형 여주인공으로 대중적인 사랑을 받은 한효주는 이번 작품에서도 자신의 이미지를 더욱 증폭시켰다. 특히 섬세한 시각장애인 연기와 한결 성숙해진 표현력으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한효주는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전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의 성장하는 모습과 가족 간의 사랑에 역점을 뒀다면 이번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 사람을 사랑하는 멜로라는 점이 다르다.”면서 “전작의 캐릭터보다는 멜로 영화 주인공으로서 여자의 느낌이 더 강하게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연기에 대해서는 “보이는데 보이지 않는 척을 하면서 연기하려니 조금만 잘못해도 가짜처럼 보일 위험이 높아서 부담감을 많이 느꼈지만, 익숙해지니까 어느 순간 편해졌다.”면서 “감정적으로 기복이 심한 역할이기 때문에 깊은 감정을 유지하고 전체적으로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 드라마보다 어려웠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멜로 영화 나들이에 나선 소지섭도 감정 연기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처음엔 과연 시력을 잃어가는 정화를 사랑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지만, 감독과 계속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랑에는 이유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빠르게 촬영이 진행되는 드라마에 비해 영화는 몇 시간씩 똑같은 감정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에서 유독 많이 맞고 과격한 액션 연기를 선보인 그는 “촬영 한 달 전에 연습하다가 양쪽 손목 인대가 늘어나는 부상을 당해서 실제 촬영 때 고생을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을 꼽아 달라는 기자들의 주문에 “벗은 내 상체?”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한효주는 “소지섭과의 키스 장면이 너무 예쁘게 나와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찰리 채플린이 시각장애인 여성을 사랑하고 그 여자를 위해 모든 것을 다 하는 내용의 영화 ‘시티 라이트’에서 모티프를 따왔다고 밝힌 송 감독은 “통속적이고 상투적인 이야기지만, 정통적인 멜로를 이 시대에 맞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처음부터 마지막 클라이맥스를 위해 영화의 모든 장면이 달려가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말했다. 부산 이은주기자 erin@seoul.co.k
  • 새달 6일 개막 BIFF 화제작 풍성… 최고의 궁합을 찾아라

    새달 6일 개막 BIFF 화제작 풍성… 최고의 궁합을 찾아라

    해마다 9월 말이면 영화팬들은 마음이 급해진다. 10월 초면 절로 부산으로 발길이 향한다. 아시아 최대, 최고의 영화잔치인 부산국제영화제(BIFF) 때문이다. 새달 6~14일 열리는 제16회 부산영화제는 도약을 꿈꾼다. 정들었던 남포동과는 작별이다. 4000석 규모의 야외극장과 17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4개 상영관을 갖춘 영화제 전용관 ‘영화의전당’이 완공됐다. 영화의전당, CGV·롯데시네마 센텀시티, 메가박스 해운대 등 해운대 일대의 5개 극장에서 상영된다. 영문 표기법 변화(Pusan→Busan)를 수용, 올해부터는 PIFF(P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가 BIFF로 바뀌었다. ●개막작 ‘오직 그대만’ 예매 7초 만에 매진 올해에는 송일곤, 이정향, 이와이 슌지, 정지영 등 오랜 기간 팬들을 기다리게 했던 감독들의 복귀작이 눈에 띈다. 개막작의 스포트라이트는 송일곤 감독이 6년 만에 발표한 ‘오직 그대만’이 차지했다. 세상을 향해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근 전직 복서와 시력을 잃어가면서도 명랑한 텔레마케터의 사랑. 스토리만 보면 최루성 멜로다. 게다가 소지섭과 한효주다. 1시간 36분을 한번의 호흡으로 찍어낸 ‘원 테이크 원 컷’ 방식의 ‘마법사들’(2005) 등 실험적인 작품을 찍어온 감독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하지만 ‘송일곤답게’ 뻔한 사랑 이야기를 통속적이지 않게, 특유의 절제 미학으로 그려냈다는 평가다. 26일 예매 시작 7초 만에 매진(현장판매분 제외)됐다. 지난해 기록(18초)을 크게 경신해 송 감독의 바람대로 ‘개막작 징크스’(개막작 흥행 부진)를 깰 수 있을지 주목된다. 폐막작인 하라다 마사토 감독의 일본 영화 ‘내 어머니의 연대기’도 1분 23초 만에 매진됐다. ‘오늘’은 ‘미술관 옆 동물원’(1998) ‘집으로’(2002)의 이정향 감독이 9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약혼자를 죽인 17세 소년을 용서한 다큐멘터리 PD가 1년 후 자신의 용서가 뜻하지 않은 결과를 불러온 것을 알게 되면서 겪는 혼란과 슬픔을 통해 사형 제도와 폭력적 가부장 질서의 이면을 짚어낸다. ‘패티시’(미국) ‘일대종사’(중국) 등 해외 활동에 주력하던 송혜교가 ‘황진이’ 이후 4년 만에 한국영화에 출연했다. 1995년 ‘러브레터’로 일본영화 열풍을 몰고 온 이와이 슌지도 5년 만에 단독 작품 ‘뱀파이어’를 내놓았다. ‘릴리 슈슈의 모든 것’(2001) ‘하나와 앨리스’(2004)에서 열연했던 아오이 유도 함께했다. 인터넷으로 자살 희망자를 찾은 뒤 온몸의 피를 뽑아내는 살인마 사이먼. 그가 자살을 원하는 소녀와 사랑에 빠지고, 끝없이 자살을 시도하는 또 다른 소녀에게 연민을 느끼면서 영화는 종착역을 향해 달린다. 대학교수가 부장판사를 공격한 석궁 테러사건을 극화한 ‘부러진 화살’은 정지영 감독이 ‘까’ 이후 13년 만에 내놓은 복귀작이다. 60대 중반이지만, ‘남부군’(1990) ‘하얀전쟁’(1992) 등 전성기의 문제의식을 여전히 끌어안고 있는 듯 보인다. 안성기가 교수 역을 맡았다. ●칸과 베니스 화제작, 고스란히 부산에 뤽 베송 감독의 ‘더 레이디’도 흥미롭다. 오락영화 달인인 그가 미얀마의 국민영웅 아웅산 수치의 일대기를 다뤘다. 어느새 쉰 살을 코앞에 뒀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량쯔충(楊紫瓊)이 수치 여사로 열연했다. 천커신(陳可辛) 감독은 정통 무협영화 형식에 현대적인 수사물의 긴장감을 더한 ‘무협’을 내놓았다. 전쯔단(甄子丹), 진청우(金城武), 탕웨이(湯唯) 등 화려한 캐스팅이 기대치를 끌어올린다. 올해 세계 3대 영화제(베니스·칸·베를린)에서 주목받은 거장들의 신작도 국내 첫 선을 보인다. 알렉산더 소쿠로프의 ‘파우스트’(베니스·황금사자상), 라스 폰 트리에의 ‘멜랑콜리아’(칸·여우주연상), 다르덴 형제의 ‘자전거 타는 소년’(칸·심사위원대상), 테렌스 멜릭의 ‘트리 오브 라이프’(칸·황금종려상), 울리히 쾰러의 ‘수면병’(베를린·감독상), 빔 벤더스의 ‘피나 3D’(베를린·경쟁부문), 구스 반 산트의 ‘레스트리스’(칸·주목할 만한 시선), 난니 모레티의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칸·경쟁부문) 등이 눈에 띈다. 셀프 다큐멘터리 ‘아리랑’으로 칸과 충무로를 뒤집어 놓았던 김기덕 감독이 뚝딱 찍어낸 로드무비 ‘아멘’과 배우와 감독의 경계를 넘나드는 구혜선의 ‘복숭아나무’, 3차원(3D)으로 돌아온 봉준호의 ‘괴물’도 예약전쟁을 일으킬 만한 유력 후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바다’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바다’

    수희는 여자 헤비급 복서다. 코치를 사랑하지만 그는 그녀의 마음을 모른다. 그녀는 잘생긴 그가 자기처럼 뚱뚱하고 못생긴 여자를 사랑할 리 없다고 생각한다. 문득 수희는 자살을 결심한다. 진이는 룸살롱의 호스티스다. 웨이터로 일하는 남자와 살림을 꾸미고 임신까지 했는데, 바람둥이인 그는 다른 호스티스에게 치근덕댄다. 홧김에 진이는 그 호스티스의 차를 몰고 달아난다. 태성은 눈이 먼 소년이다. 보지 못하는 세상과 사람을 그림으로 표현하던 소년은 바다를 보러 길을 나선다. 다음 달 1일 개봉하는 ‘바다’는 세 사람이 우연히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태성이 진이의 차에 치이고, 수희가 진이의 차에 뛰어든다. 그리고 세 사람은 바다를 향해 떠나기로 마음을 모은다. 요즘 많은 영화들이 인물에게 무책임하다. 마음대로 쓰다 버리는 건 예사고 죽음마저 함부로 행사한다. 폭력을 묘사하는 것과 인물에게 폭력적인 건 다른 문제다. 작가는 자신이 창조한 인물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 신조차도 피조물에게 책임을 느낀다. 왜 종교가 존재하겠는가. 작가는 인물에게 무자비한 삶을 강요하면 안 된다. 근래 개봉한 두 작품 ‘제7광구’와 ‘블라인드’를 비교하면 확연히 드러나는 사실이다. 두 영화는 공히 익숙한 인물을 재활용한 경우다. 하지만 전자가 인물을 무성의하게 방치한 반면, 후자는 어미가 자식을 돌보듯 인물에게 성의를 다한다. 관객이 후자에 더 공감하는 건 당연한 결과다. 다행스럽게도 ‘바다’는 후자에 해당하는 영화다. 상처를 지닌 사람들의 이야기는 흔하다. 게다가 스타라곤 없는 영화다. 관객 앞에 선 ‘바다’는 콤플렉스를 품을 법하다. 그러나 ‘바다’는 주어진 상황에서 제대로 할 수 있는 한 가지에 충실한 영화다. 영화는 상심한 인물을 따뜻하게 보듬기로 한다. 주변의 삶을 사는 세 사람의 마음을 읽으려 노력하고, 그들의 여행에 동참하나 부산을 떨지 않는다. 때론 심심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바다’가 과욕을 부리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아웃사이더들이 잠시 일탈하는 순간에 대단한 일이 벌어진다면 그게 이상한 거다.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인물과 편안하게 랑데부한 덕분이다. 미소로 상대방을 다독이는 태성은 귀여우며,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은 지인은 사랑스럽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고수희가 연기한 수희다. 수희는 착하고 연약한 두 친구를 위해 싸우는 인물이다. 그녀가 폭력적인 세상에 대항하는 모습은 판타지에 가깝다. 폭력에 폭력으로 맞서는 방식으로 그리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주먹이 허공을 가를 때면 웃음이 나오고 박수를 치고 싶어진다. 영화를 보다가 바다에 가보고 싶을 때가 있다. ‘바다’를 보다 그랬다. ‘바다’로 데뷔한 윤태식 감독은 상업영화에서 보기 드문 감성을 선보인다. 슬랩스틱의 경쾌함과 애니메이션의 엉뚱함, 그리고 로드무비의 여백이 만나면 이런 영화가 나올까. 더욱이 윤 감독은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생략할지 알고 있다. 쓸데없는 설명은 과감히 버리고 진심어린 장면에선 길게 매달린다. ‘노킹 온 헤븐스 도어’와 ‘웨스턴’이 연상되는 결말부가 지나치게 낭만적이라 거슬리긴 하지만, 이 정도면 미워하기 힘든 데뷔작이다. 영화평론가
  • 소지섭 여자속옷 모델로 발탁

    소지섭 여자속옷 모델로 발탁

    배우 소지섭이 여성 속옷 브랜드 ‘비비안’의 전속 모델로 파격 발탁됐다.‘비비안’의 2011년 가을을 책임질 대표 얼굴로 선정된 것. 여성 속옷 브랜드에 남자 배우가 모델을 맡게 된 것은 국내 최초다. 이제까지 여성 속옷 브랜드는 톱 여자배우들의 격전지로 꼽혀왔다. 그 시즌에 가장 핫한 여배우들이 모델로 발탁돼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뭇 여성들이 동경하는 이미지를 펼쳐냈기 때문. 하지만 남성 최초로 여성 속옷 브랜드 모델로 나서게 된 소지섭은 이번 광고에서 이전의 여성 모델들과는 다른 감성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다수의 작품을 통해 부드러움과 카리스마를 동시에 선보였던 소지섭은 이번 광고를 통해 내 여자를 위하는 진정한 남자의 모습을 그려낼 예정. 약간은 무심한 듯 보이지만 사랑하는 여자를 생각하고 배려하는 진정성 있는 이미지가 여심을 뒤흔들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비비안 홍보팀의 김선 과장은 “이제 더 이상 광고에 속옷에 관한 구체적인 제품 정보를 담지 않기 때문에, 여성 속옷 브랜드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은 남성 모델을 통해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이번 광고에서는 소지섭이 사랑하는 여자를 빛나게 하고 지켜주는 것처럼, 비비안이 여성들의 볼륨을 완성시킨다는 메시지를 감각적인 비주얼을 통해 전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 남자와 시력을 잃어가는 한 여자의 절절하고 애달픈 사랑이야기인 영화 <오직 그대만>에서 전직 복서 철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올 가을 개봉될 예정이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데스크 시각] ‘써니’ 유감까지는 아니지만/안미현 문화부장

    [데스크 시각] ‘써니’ 유감까지는 아니지만/안미현 문화부장

    ‘써니’의 강형철 감독이 한국 영화사를 새로 썼다는 소식은 두 가지 점에서 놀라웠다. 강 감독은 데뷔작 ‘과속스캔들’에 이어 ‘써니’에서도 7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700만 흥행몰이에 성공한 영화를 두 편 갖고 있는 감독이 그동안 국내에 전무했다는 사실과 그 기록의 주인공이 ‘써니’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복합상영관 증가 등으로 10년 전의 100만명과 지금의 100만명이 같은 의미를 지닐 수는 없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겠지만, 강 감독의 기록이 한국 영화계 풍토에서 ‘대박’을 낸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상기시켜 준 것만은 분명하다. 맨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어, 맞나?’ 싶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봉준호, 윤제균, 강제규, 강우석 등 흥행 감독의 얼굴이 스쳤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러나 1000만명이라는 대형 장외 홈런은 쳤어도 또 다른 작품에서는 700만 고지를 넘지 못했다. 그런 힘든 기록을 ‘써니’가 세웠다고 하니 느낌이 묘했다. ‘써니’를 폄하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지난 5월 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 주위에 곧잘 ‘써니’를 추천하곤 했다. “끝이 좀 거시기한데….”라는 단서를 붙이기는 했지만. 그랬다. ‘써니’의 결론은 못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학창 시절 칠공주를 현재 시점으로 불러내 맛깔스럽게 잘 요리해 나가던 영화는 끝에 이르러 난데없이 돈잔치를 벌인다. ‘카리스마 죽여주며 껌 좀 씹던’ 주인공이 암에 걸려 진짜 죽어가는 모습으로 나타났는데 알고 보니 엄청난 부자여서 다른 여섯 명의 친구들에게 유산을 나눠 준다는 결말이다. 개봉 직후부터 따라다닌 ‘결말 시비’가 700만 돌파로 다시 부각되자, 강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돈을 천박하게 보는 사고방식이 문제”라고 응수했다. 듣기 좋은 꽃노래도 자꾸 들으면 지겨운데 계속되는 ‘지적질’에 내심 마음 상했을 감독의 심기가 헤아려졌다. 슬몃 미안해졌다. 그래도 강 감독의 주장에 동의하기는 어렵다. 돈을 천박하게 봐서가 아니라 불필요한 ‘보상’ 장치였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어서다. 영화 끝자락의 핵심은 각기 다른 형태의 ‘고단한’ 삶에 치인 옛 칠공주 멤버들이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소중한 뭔가-그게 우정이라는 이름이든-에 이끌려 ‘짱’의 장례식에 오느냐 안 오느냐 아니었던가. 해석이야 각자의 몫이니 길게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지만 그런 점에서 영화 ‘위험한 상견례’도 유감스럽다. 복서 배우 이시영과 사투리 쓰는 배우 송새벽을 등장시켜 지역 감정 문제를 유쾌하게 풀어 가던 영화는 끝에 이르러 삼천포로 빠진다. 몇 십년을 척지고 살던 영남과 호남의 가장(家長)이 옛 추억을 더듬는 야구 경기 한판으로 ‘쿨하게’ 오해를 풀고 화해하는 결말이라니…. 그 단순한 해법에 우리 사회를 그토록 오랜 시간 병들게 했던, 아니 지금도 병들게 하고 있는 지역 감정이 무색해질 정도다. 혹자는 ‘영화는 영화다’라고 실눈을 뜰지도 모르겠다. 두어 시간 즐기고 나오면 될 것을, 뭐 그리 따지느냐고 타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가 무엇인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 놓기도 하고 사회를 변화시키기도 한다. 문학이나 음악도 마찬가지다. 그 무한한 무형의 힘을 믿기에 예술가들은 배 곯아 가며 자신만의 철학을 작품에 담으려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게 상업영화인가, 예술영화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웃기려면 철저하게 웃기고, 풍자하려면 제대로 비틀어야 한다. ‘쌈마이’(삼류)로 곧잘 공격받는 윤제균 감독은 “쌈마이가 아니라 서민 정서”라고 반박한다. 따지고 보면 윤 감독이나 강 감독이나 본인도 미처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 한국 영화계를 움직이는 ‘파워맨’으로 부상하면서 남들보다 더 엄격한 잣대를 요구받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랴. 높아지는 위상만큼 기대치도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을. 영화의 힘을 믿는다면 감독들은 좀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름 석 자에 무게가 실린 감독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hyun@seoul.co.kr
  • 하지원 “기죽지 않는 여전사, 길라임과 닮았죠”

    하지원 “기죽지 않는 여전사, 길라임과 닮았죠”

    당차고 씩씩한 스턴트 우먼 길라임이 괴물과 사투를 벌이는 여전사가 되어 돌아왔다. 국내 최초의 3차원(3D) 블록버스터 영화 ‘7광구’(8월 4일 개봉)의 여주인공 하지원(33) 이야기다. 한국의 앤절리나 졸리로 불리며 작품마다 강인한 인상을 남긴 그녀지만, 인터뷰 내내 소녀처럼 해맑고 소탈했다. 지난 27일 서울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그녀를 만났다. →재난 영화(‘해운대’)에 이어 이번엔 괴수 영화다. 힘든 영화를 즐기는 편인가. -뭐든 처음하는 것은 재미있다. 안해본 것을 하니까 설레기도 하고, 원래 안정적인 것보다 모험을 즐기는 편이다. 영화가 가진 힘이나 재미가 크고 좋으면, 아무리 힘든 캐릭터라도 감수하고 도전하는 편이다. →‘7광구’의 매력은. -제주도 남단에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라서 우선 끌렸다. 무엇보다 괴물에 맞서 싸우는 여전사 차해준의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다. →차해준은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길라임을 떠올리게 할 만큼 강하고 터프하다. -방영은 ‘시크릿 가든’이 먼저였지만 촬영은 ‘7광구’가 먼저였다. 길라임이 차해준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다모’나 ‘형사’ 등 기존의 작품에서는 액션을 연기하면서도 사랑과 인간적인 흔들림도 있었다. 하지만 해준은 여린 면은 찾아볼 수 없는 거침없는 인물이다. 표정, 말투, 서 있는 자세까지 보이시하다. 절대 기죽지 않는 여전사다. →괴물이 눈앞에 있는 것처럼 연기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대상을 직접 보면서 울부짖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면서 연기해야 하기 때문에 힘들었다. 나중에 컴퓨터그래픽(CG) 작업으로 괴물과 맞춰야 하기 때문에 짜여진 콘티대로 정확히 움직여야 했다. 괴물과 사투를 벌이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눈빛을 교환하면서 교감하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어서 아쉬웠다. →흥행 스코어는 어느 정도를 기대하나. -잘 나오면 좋겠지만 그런 얘기는 해 본 적 없다(웃음). →강펀치를 날리는 복서(영화 ‘1번가의 기적’) 등 유독 강한 이미지의 역할을 많이 한다. -예쁘다는 말보다 멋있다는 말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배역도 내숭을 떨기보다는 센 역할을 맡게 되는 것 같다. →이젠 웬만한 영화는 밋밋하게 느껴지겠다. 작품마다 검술, 복싱 등 열심히 익힌 장기를 하나씩 선보였는데. -아니다. 난 여린 여자다(웃음). 학창 시절 체력장에서 특급을 받았을 정도로 운동을 좋아하긴 한다. ‘7광구’를 찍으면서 스쿠버다이빙과 오토바이 운전 자격증을 땄다. 골프와 테니스도 좋아한다. 성격이 외향적이기도 하지만, 솔직히 자신을 피곤하게 만드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요즘엔 탁구 영화 ‘코리아’를 찍고 있어서 탁구에 매진하고 있다. 주변에서 철인 8종 경기에 나가야 되는 것 아니냐고들 농담한다. →이번 영화의 제작자인 윤제균 감독과 계속 작업을 함께 하고 있는데. -영화 ‘색즉시공’(2002)으로 첫 인연을 맺었는데, 감독님이 내가 할 수 없는 캐릭터를 끄집어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주셨다. 그때 믿음이 생겼다. 그런데 ‘1번가의 기적’ 때는 속았다는 기분이 들었다. 리얼하게 찍고 싶다면서 상대 배우와 합도 맞추지 않은 채 나를 난타하라고 주문하는 것 아닌가. 마지막 촬영날, 감독님을 링 위로 올렸다(웃음). ‘해운대’ 때는 큰 변신을 보이려 하지 말고 사투리 하나만큼은 완벽하게 해서 관객들에게 보여 주라고 조언해 주셔서 3개월 동안 사투리에만 매달렸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해운대’를 비롯해 출연작마다 흥행 불패다. -정말 기분이 좋다. 배우들이 열심히 하는데, 흥행까지 하면 다음 작품을 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시나리오를 고를 때 캐릭터뿐 아니라 작품의 힘과 재미도 본다. 대본을 다 읽고 난 뒤 작품에 울림과 진정성이 있는지 먼저 생각하고 그 다음에 캐릭터를 살펴본다. 객관성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어차피 최종 결정은 내가 하는 것이니까. →돈도 많이 벌었을 것 같다. 결혼 계획은. -돈 때문에 작품을 한 적은 없다. 다만 돈을 잘 쓰고는 싶다. 학교를 만들거나 기부 활동도 하고 싶다. 결혼은 아직 잘 모르겠다. ‘시크릿 가든’ 이후 갑자기 소개팅이 많이 들어오긴 했는데, 곧바로 영화를 찍느라 해본 적은 없다(웃음). →머리를 기르고 예쁜 역할을 해보고 싶지 않나. -왜 아니겠나. ‘코리아’ 촬영이 끝나면 머리를 기를 생각이다. 그리고 가슴 찡한 멜로 영화를 찍어 보고 싶다. 액션 연기는 살짝 쉬고 싶다. 무엇보다 지난해부터 너무 쉬지 않고 달려왔기 때문에 지금은 충전이 좀 필요하다. →안티팬이 없는 대표적 여배우로 꼽힌다. 전략인가. -계산해서 뭘 한 적은 없다. 다음을 별로 생각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카메라가 돌아갈 때는 마음을 다 비우고 그 순간을 순수하게 즐기려고 한다. 예전에는 여자 팬들이 더 많았는데, ‘시크릿 가든’ 이후 어린 남자 팬들도 많아졌다(웃음). 대중적으로 더 친밀해진 것 같아 좋다. 요즘 하지원의 고민은 좋은 선배가 되는 것. 어느덧 촬영장에서 선배 연기자가 된 그녀는 후배들에게 힘이 될 방법을 늘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7광구’의 차해준처럼 독하지는 않지만, 자신이 한번 내린 결정에 있어서는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책임을 지려고 노력한다는 하지원. 이런 근성과 책임감이 그녀가 10년 넘게 충무로의 대표적인 흥행 여배우로 롱런할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글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사진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 유효서명자 충족… 투표율 33.3%가 관건

    유효서명자 충족… 투표율 33.3%가 관건

    서울시가 ‘소득과 무관한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주민투표를 8월 말쯤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힘에 따라 지난해 12월 이래 8개월 가까이 끌어온 시내 초·중학교 무상급식 논쟁이 한달 남짓 뒤 결판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주민투표 청구심의회 개최, 청구요지 공표, 주민투표 발의, 주민투표 실시만 남게 됐다. 먼저 오는 15일 전후로 이뤄질 주민투표 청구심의회는 열람기간이 종료된 날 또는 이의신청 심사 결과를 통지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주민투표 청구심의회’를 개최해 이의신청 내용 및 청구인 서명부 유·무효 여부를 심의·의결하게 된다. 의결이 끝나면 오는 25일쯤 청구요지를 공표해야 한다. 이후 유효서명 총수가 41만 8005명을 넘어 주민투표 청구가 적법하다고 인정되면 서울시장은 이를 수리하고 그 요지를 시보와 시 홈페이지에 공표한 뒤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 통보해야 한다. 현재로선 유효서명자가 충족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장은 청구요지 공표일로부터 7일 이내에 투표일·투표안·실시구역 등을 명기해 주민투표 발의 공고 절차를 거치게 된다. 시는 발의를 26일로 예상했다. ●발의 순간부터 투표운동 가능 발의되는 순간부터 투표 전일(다음 달 24~25일쯤)까지 누구나 주민투표에 부쳐진 사항인 ‘전면 무상급식안’과 ‘단계적 무상급식안’ 중 하나의 안을 지지하는 주민투표 운동을 할 수 있다. 투표권이 없는 자, 국회의원, 공무원(지방의원 제외), 선관위원, 언론인 등은 주민투표 운동이 금지된다. 아울러 서울시 공무원은 물론 선거관리위원회직원도 여느 투표와 달리 투표 참가를 독려할 수 없다. 투표에 부쳐진 사항은 주민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1 이상의 투표와 유효 투표수 과반수의 득표로 확정된다. ●3분의1 이상 투표해야 개표 서울시 관계자는 “33.3%의 투표율이 나오지 않으면 투표함은 개봉되지 않으며, 투표 이전 상황이 유지된다는 게 행정안전부의 유권해석이어서 현재처럼 서울시의 예산 지원 여부와 관계없이 교육청과 자치구 예산 중심으로 무상급식이 진행된다.”고 말했다. 김미경 시의회 민주당 대변인은 “투표 절차를 진행하기에 앞서 일주일 동안의 추가 열람이 필요하다.”면서 “이런 조치 없이 강행하면 불법 서명운동을 한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와 묵인·방조한 시 공무원을 사법당국에 고발하고, 투표중지 가처분 소송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강희용 시의원(민주당)은 “대리서명이나 중복서명, 청구권자와 수임권자를 제외한 자가 받은 서명, 양식을 벗어난 서명 등은 위법·불법으로 주민투표에 대한 절차적 하자이기 때문에 주민투표가 원천적 무효”라고 말했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프로복서 출신 유럽 오페라 주역 테너 조용갑

    [김문이 만난사람] 프로복서 출신 유럽 오페라 주역 테너 조용갑

    태양이 이글거리기 시작하는 6월에 매우 정열적인 오페라 하나 잠시 감상해 본다.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별은 빛나건만’으로 유명한 푸치니의 ‘토스카’ 내용이다. 호색한 스카르피아는 국가의 주요 행사 때마다 무대에 서는 오페라 가수 토스카의 미모에 반해 어떻게든 그녀를 차지하려고 호시탐탐 노린다. 하지만 토스카는 카바라도시와 열애 중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스카르피아는 카바라도시를 정치범으로 엮어 교수대로 보내고 토스카를 차지할 계략을 꾸민다. 토스카는 간교한 스카르피아의 덫에 걸리고 카바라도시는 스카르피아의 집무실에서 모진 고문을 당한다. 연인의 목숨을 구하려는 토스카는 극한의 고통과 갈등 속에서 ‘예술과 사랑을 위해 살았을 뿐 누구에게도 몹쓸짓을 한 적이 없는 저에게 왜 이런 가혹한 벌을 내리시나요?’라는 노래를 애절하게 부른다. 그러면서 토스카는 ‘스카르피아, 하느님 앞에서 보자!’라는 말을 남기고 안젤로 성벽 꼭대기에서 몸을 던진다.1900년 1월 14일 로마에서 초연된 ‘토스카’는 격정적인 내용으로 공포와 괴기극 기법을 도입, 관객들로 하여금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도록 한다. 1막의 성 안드레아 성당, 2막의 파르네제 궁, 3막의 성 안젤로 성채 등 로마의 명소이자 역사적인 장소들을 무대로 삼았다는 점도 흥미를 끄는 대목이다. 호른의 음색이나 양치기의 서글픈 노랫가락, 성당의 종소리 등도 인상적이다.여기에서 토스카의 연인 카바라도시(테너)에 주목해 본다. 화가이자 자유주의자로 정치적 사상을 가지고 있지만 열정적인 사랑을 추구하는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다. 유럽 무대에서 카바라도시 역할로 인기를 얻고 있는 한국인 오페라 가수가 있다. 테너 조용갑(41)씨. 이탈리아와 프랑스, 독일 등지에서 300여회 공연을 가져 ‘동양의 파바로티’로 불린다. 특이하게도 그는 프로복서 출신이다. 하여 ‘가장 드라마틱한 테너’로 유럽 무대에서는 꽤 유명하다. 이런 그가 처음으로 국내 무대에 선다. 다음 달 2~6일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카바라도시 역할로 국내 팬들과 만나는 것. 유럽에서 오페라 가수로 활약해 온 지 14년만의 일이다. 어부의 아들-신문배달원-자장면 배달부-복싱 선수-오페라 가수로 이어지는 그의 삶은 참으로 드라마틱하다. 그는 목포에서 남서쪽으로 136㎞ 떨어진 가거도에서 3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가거도는 인구가 400여명밖에 안 되고 흑산도에서도 65㎞를 더 가야 하는 말 그대로 적막한 절해고도(絶海孤島)이다. 여기에서 유럽 무대를 평정하는 오페라 가수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경이롭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방배동에 있는 ‘베세토 오페라단’(이사장 강화자) 연습실에서 조씨를 만났다. 상대역인 토스카 김지현씨와 한참 연습 중이었다. 음악에서 남성의 최고 영역답게 테너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면서도 감미롭다. 사랑을 주고받는 정열적인 동작은 더욱 인상깊게 다가온다. 잠시 후 연습실 한쪽에서 조씨와 마주 앉았다. 국내 첫 공연을 갖는 소감이 어떠한지부터 물었다. “한국에는 가끔 옵니다. 어머님도 시골에 계시고…. 그동안 한국 무대를 늘 그리워했습니다. 얼마 전 한국에 왔다가 제2회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 무대가 열린다기에 공개 오디션에 응했고 기쁘게도 발탁이 됐지요. 14년 전 성악가의 꿈을 안고 이탈리아로 떠난 후 이제야 국내 무대에 비로소 서게 됐습니다. 저에게는 매우 뜻깊은 일입니다. 잘해야 한다는 긴장감도 있고요.” 유럽 무대에서는 어떤 활약을 했을까. “소프라노 조수미씨가 졸업한 산타 체칠리아 학교에서 음악공부를 하다가 캄포바소(Campobasso)라는 국립음악원을 졸업했습니다. 국제 콩쿠르에서 20여회 입상한 경력을 인정받아 그동안 오페라 주역으로 300회 정도 공연을 했지요. 2009년에는 현존하는 최고의 바리톤 레나토 브루손과 함께 ‘오셀로’ 주역을 맡아 이탈리아 순회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기도 했습니다.” 이에 앞서 2006년 독일 레겐스부르크 국립극장에서 오페라에서 가장 어렵고 최고로 여기는 ‘오셀로’의 주역을 맡아 각종 신문과 잡지에서 ‘리틀 파바로티’라는 찬사를 받았다. 대개 성악가라고 하면 음악대학을 나와 성악의 본고장 이탈리아로 유학가는 것이 일반적인 코스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조씨는 음대 출신이 아니다. 더구나 프로복싱에 몸담았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프로복서가 됐을까. “고2 때였지요.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를 도와주다가 패거리들한테 엄청 맞은 적이 있습니다. 너무 억울해서 친구와 청량리에 있는 권투도장에 갔지요. 복수를 해 줄 생각이었어요. 처음 3개월 동안은 잽만 가르치더라고요. 나중에 스파링을 1년 넘게 한 사람이 아마추어 시합을 앞두고 저 보고 스파링 상대를 하라고 하더군요. 별로 배운 것도 없었던 상태였습니다. 그렇게 스파링 상대를 해주는데 맞아서 코피가 나잖아요. 화가 나서 막 공격을 했더니 관장님이 근성이 있다고 하면서 제대로 가르쳐 주더군요.” 이때 그는 서울기계기술고등학교 전자과에 다니면서 신문팔이, 자장면 배달, 호떡장사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러던 중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해군에 입대했고 제대 후 곧바로 프로로 전향했다. 집이 워낙 가난해서 돈벌이를 위해 무작정 프로무대에 뛰어들었던 것. 22살때의 일이다. 이 무렵 남동생도 시골에서 올라와 권투를 시작했다. “저 때문에 동생도 프로복서가 됐지요. 원래 저는 군 제대 후 목사가 되려고 신학교에 진학했습니다. 전철에서 물건을 팔면서 학비를 충당했는데 프로복서가 훨씬 돈벌이가 되더라고요. 시합을 하고 나면 돈이 일단 생기니까요. 그렇게 5년 정도 복서생활을 했습니다.” 전적이 궁금해졌다. 그는 “한국 챔피언 전초전까지 치렀다. 9전 5승정도, 그러니까 (승률)반타작은 한 것 같다.”며 웃는다. 동생은 동양챔피언 3차방어까지 치렀다고 귀띔했다. 복서에서 성악공부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공릉동에 있는 드림교회에 다녔습니다. 목사님이 ‘자네의 목소리는 조영남씨와 비슷하다. 성악을 공부해 보면 어떠냐.’고 권유하더군요. 그래서 금전적인 도움을 받아 1997년 1월에 이탈리아로 떠나게 됐습니다. 그 목사님은 아버지나 다름없는 분이지요. 그렇게 해서 페루자에서 1년 동안 어학공부를 한 뒤 산타 체칠리아 학교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으로 성악공부를 하게 됐습니다. 하루 8시간 이상씩 하느라 목에 결절이 생겨 위험한 순간을 겪기도 했습니다.” 이탈리아에 유학한 지 2년 만인 1999년 오르비에토(Orvieto) 국제 콩쿠르 1위에 입상하면서 이름을 알렸고 이듬해 오페라 ‘라보엠’의 주역을 맡아 오페라 무대에 정식 데뷔했다. 한국에서 음대를 나와 같이 유학했던 동료들보다 일찍 무대가 열리기 시작했던 것. 이쯤 되면 천부적인 목소리를 타고났다고도 할 수 있겠다. 가거도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아버지는 어부 생활을 했고 어머니는 약초 캐러 다니시고…. 빚에 쪼들려 제대로 먹지도 못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의 한 맺힌 노래를 들었고 어머니의 눈물을 보면서 자랐습니다. 아버지는 술을 드실 때마다 밤12시가 넘어도 저한테 노래를 시키곤 했습니다. 한을 달래려고 그러셨던 같아요. 저는 그런 것이 싫어서 집을 뛰쳐나오기도 했고 바닷가로 달려가 막 소리를 지르기도 했습니다. 전기도 없이 호롱불을 켜는 열악한 환경에서 자랐지요.” 가거도에서 중학교(분교)를 나온 뒤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술을 배우겠다는 일념으로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성수동에서 용접기술을 배웠다. 그러던 중 누나가 서울로 올라와 “그래도 고등학교 졸업장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권유해 할 수 없이 포기했던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그가 현재 살고 있는 곳은 이탈리아 로마. 프리랜서 오페라 가수로 1년에 50여회 공연을 소화하고 있다. 아울러 연주자 전문과정을 위한 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실력 있는 후배 음악인을 키우고 있다. 이곳 출신 가운데 솔리스트 5명이 올해 국내 첫 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그는 결혼한 지 10년째. 부인 최에스터씨는 소프라노 가수로 활약할 때 만났다. 장모가 이탈리아에 여행을 왔을 때 관광 가이드를 하는 조씨의 성실함에 반해 딸을 소개해 줬다. 슬하에 1남 1녀를 두었으며 여섯 살 된 딸이 노래를 제법 해 훌륭한 성악가로 키울 생각이다. 그에게 복서와 성악가의 공통점이 있느냐고 묻자 “폐활량과 호흡의 리듬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탈리아 국영방송에 4차례나 단독 출연했다. 2002년 월드컵 때 한국과 이탈리아 축구경기에 앞서 파바로티가 평소 즐겨 불렀던 오페라 투란도트의 아리아 네순 도르마(Nessun Dorma·승리하리라)를 열창해 이탈리아 전 국민을 잠 못 이루게 했다. 그에게 꿈을 물었더니 “내년 한국과 이탈리아를 오가며 정명훈씨가 지휘하는 ‘오셀로’를 공연할 예정”이라면서 한국인으로 자랑스럽게 세계무대를 누비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토스카역의 김지현씨에게 조씨의 노래실력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소탈하고 아주 멋지다.”는 말로 대신했다. 편집위원 km@seoul.co.kr 새달 2일 ‘토스카’로 돌아온 그는… 1970년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에서 어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중학교(분교)를 졸업한 뒤 서울로 올라와 성수동에서 용접공 생활부터 시작해 신문팔이, 호떡장사 등 궂은일을 닥치는 대로 했다. 서울 기계기술고등학교 2학년때 권투도장에서 스파링 상대역을 했고 해군 제대 직후 프로복서 무대에 뛰어들었다. 전적은 9전 5승. 한국챔피언 전초전까지 치른 뒤 1997년 27살의 늦은 나이로 이탈리아 유학길에 올랐다. 안정환 선수가 몸담았던 페루자에서 어학공부를 마친 뒤 조수미 등 세계적인 성악가를 배출한 산타 체칠리아(Santa Cecilia) 학교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인 성악공부를 시작했다. 테너의 거장 잔니 라이몬디(Gianni Raimondi) 등에게 사사를 받았고 2000년 ‘라보엠’에서 주역을 맡아 오페라 무대에 정식 데뷔했다. 이후 파르마에서 열린 베르디 콩쿠르(2005)에서 1위 등을 비롯해 20여회 국제콩쿠르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이탈리아의 국영방송(RAI)에 한국을 대표하는 성악가로 출연, 전 유럽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라 트라비아타’ ‘토스카’ ‘라보엠’ ‘가면무도회’ ‘아이다’ 등에서 주역을 맡았고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지에서 모두 300여회의 공연을 가졌다. 다음 달 2일 예술의전당에서 ‘토스카’의 테너 주인공 카바라도시 역으로 국내 첫 무대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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