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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지로 떠나는 시간여행] (23) 경남 거창군 가북면 개금마을

    [오지로 떠나는 시간여행] (23) 경남 거창군 가북면 개금마을

    가야산 자락의 경남 거창군 가북면 개금마을. 거창의 동북부 해발 800m 고지 비탈면에 자리잡은 하늘 아래 첫 동네다. 북으로 경북 성주군과 맞닿아 있고 동으로 재를 넘으면 합천 해인사가 나온다. 개금(開金)은 옛날에 금이 많이 나와 붙여진 이름. 지금도 금광의 흔적이 있다. 20여가구 70명 남짓 주민들은 배추, 감자 등 신선한 고랭지채소를 일구며 살아간다. 요즘은 고(高)부가가치 작물인 오미자를 주로 재배한다. 이곳 오미자는 해발 800m의 고지대에서 자라나 병충해에 강하다. 농약을 사용할 필요가 거의 없고 딴 자리에서 바로 먹을 수 있을 만큼 청정하다. “감기래도 올라카믄 고마 한컵 마시뿔면 그냥 난다 안캅니꺼. 맛은 또 얼매나 기가 막힌데예.” 마을이장 신일기(54)씨가 오미자 차를 권하며 자랑한다. 오미자는 동의보감에 폐와 신장을 보하고 피곤함, 목마름, 해소 등을 낫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투명한 붉은 빛깔의 오미자차는 약효뿐 아니라 맛도 탁월하다. 설탕에 잰 오미자원액에 물을 섞고 얼음을 띄워 내온 오미자 냉차. 그 어떤 여름 청량음료도 이것과 비교할 수 없을 듯하다. 신이장은 작년에 1500평 밭에서 2000㎏의 오미자를 수확해 20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워낙 품질이 좋아 판로는 걱정을 하지 않는다. 개금마을의 또 다른 특산물은 마(麻)다. 마을 어귀 마밭에서 지줏대를 세우던 김용호(56)·정연옥(47)부부.“여기 마는 많이 다르지예. 우선 고마 단단하면서도 진이 많고, 짧지만 야물지예. 보관도 오래 간다 안캄니꺼.” 부부가 재배하는 마밭은 600평 남짓.4월에 파종해 10월에 수확한다. 작년에는 박스당 6만원씩 300박스를 생산해 수입이 짭짤했다. 위장에 좋다는 마즙을 갈아 요구르트와 섞어 먹으면 맛도 그만이려니와 속이 든든해지고 원기회복도 빠르다고 한다. 마을 아래 하개금에는 목탁만을 만들며 살아가는 가족이 있다. 목탁장인으로 유명한 김종성(61)씨. 그는 평생 목탁을 만들어 절을 찾아 다니며 팔던 선친의 뒤를 이어 ‘목탁장이’가 됐다. 다 쓰러져가는 200년 쯤 된 흙집은 선친 때부터 목탁을 만들어 온 작업장이다. 성철 큰 스님으로부터 ‘성공(成空)’이라는 법명(法名)을 받았다는 김씨.“불심(佛心) 하나로 이 작업을 해왔지… 목탁은 모양새 암만 좋아야 소용 없대이. 소리가 좋아야제. 그럴라문 혼을 불어 넣어야 하는기라.” 동생 종경(51)씨와 골칼로 목탁의 구멍을 파는 그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다. 목탁의 재료는 100년 이상 묵은 생강 나무 뿌리. 진을 빼기 위해 3년을 진흙에 묻어 두었다가 소금물에 적셔 가마솥으로 쪄 낸 뒤 그늘에 사흘동안 말린 다음 작업을 시작한다. 일주일을 꼬박 깎고 파고 다듬은 뒤 들깨 기름을 일곱 번 발라 완성한다. 그의 목탁은 공장에서 찍어내는 것과는 소리와 내구성면에서 비교할 수 없다. 작업실인 2평이 못되는 방의 흙벽에는 ‘불평보다 인내를’이라는 글이 적힌 액자가 걸려 있다. 몇 년전부터는 서울에서 일류호텔 요리사를 하던 둘째 아들 학천(36)씨가 3대째 가업을 잇겠다고 내려와 함께 목탁을 만들고 있다. 아비로서 안쓰럽고 걱정되지만 내심 고맙고 장하다며 눈시울을 붉힌다.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마을의 유일한 초등학생인 아홉살 경선이가 조그만 바구니를 들고 고샅길을 나선다. 몇걸음 가지 않아 길가 옆에 지천으로 널린 산딸기를 따기 시작한다. 노래를 흥얼거리며, 연신 먹어가며 열매를 따 바구니에 넣는다.“산딸기가 맛있을라문요, 알맹이가 크고 물렁물렁하면서 새빨개야 한대요.” 묻지도 않았는데 친절하게 산딸기 골라따는 법을 설명해 준다. 오늘 딴 산딸기는 일흔이 넘어 자신을 낳아준 아빠에게 줄 간식거리다. 금란화가 함초롬 핀 흙 담장에 길게 그림자가 드리운다. 저녁을 짓는 집의 굴뚝에선 연기가 피어 오른다. 저마다 사연을 안고 살아가는 산꼭대기 마을의 하루가 저문다. 사진 글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 “문단 위기, 장편소설이 활로 아니다”

    “문단 위기, 장편소설이 활로 아니다”

    2000년대 한국 문단의 희망은 장편소설이다? 최근 문단과 언론에서 장편소설의 활성화에 대한 주문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특히 올해 ‘창작과 비평’ 여름호에 실린 ‘한국 장편소설의 미래를 열자’는 특집은 ‘장편소설 대망론’에 더욱 구체적으로 접근했다. 그런데 최근 색다른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2일 권성우 숙명여대 국문과 교수는 창비주간논평을 통해 장편소설 대망론에 제동을 걸었다. 한마디로 장편소설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얘기다. ●세계관·문학적 가치 지나치게 경시 권교수는 기존의 논의가 “세계관의 문제나 문학적 가치의 문제를 지나치게 경시하고 있다.”면서 “현재 소설의 위기가 장편소설로 돌파될 것이라는 생각은 일면적인 견해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소설가 황석영이 강조한 것처럼 소설의 위기는 형식이나 분량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에서 멀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권 교수는 결국 시대에 대한 성찰 부족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중·단편, 상업적 이해관계서 자유로워 권교수는 중·단편소설의 움직임이 활발한 우리 문단의 특성이 극복·청산의 대상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드러냈다. 자본의 영향력이 강해진 출판계에서 오히려 중·단편소설은 상업적인 이해관계에서 자유롭다는 게 그의 주장. 그는 “현재의 논의들은 김남천 등에 의해 1930년대 말에도 활발하게 대두된 바 있다.”면서 지금의 비판이 과거에도 반복되어 왔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소설의 분량이나 형식 차원이 아니라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려는 시대사적 문제의식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권교수는 “장편소설이 지금보다 활발하게 창작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고 한발 물러나면서도 “다만 장편소설 대망론에 앞서 시대적 성찰과 비평적 대화를 통해 장편소설의 가치와 질을 논의해봐야 한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를 통해 장편소설이 진정한 문학적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실과 거리 좁히기 요구 젊은 비평가들도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예중앙 여름호에 실린 젊은 비평가들의 좌담 ‘젊은 비평, 젊은 고뇌’에서 문학평론가 복도훈은 “문학이 뭔가를 모른 척하고 외면 할 때가 의외로 많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문학이 제 때에 정말 해야할 무언가를 방기하는 것은 아닌가.”라며 현실과의 거리 좁히기를 요구했다. 한편 문학평론가 조강석은 “장르의 문제나 새로운 문학의 문제는 특정 장르나 현재의 문학현상에 대해 성분과 함량을 따지는 실체론적 관점에서 접근할 것인지, 혹은 관계론적 양상을 통해 접근할 것인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문학에 대한 일방적인 재단을 경계했다. 한국 문학의 세계화라는 화두와 맞물리면서 촉발된 장편소설 대망론. 비판과 역비판을 거듭하는 과정 또한 문학 위기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라는 점에서 의미있는 논의라 할 수 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현대車노조 反FTA 파업 역풍

    오는 25일부터 29일까지 예정된 현대차노조(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의 파업에 대한 역풍이 거세다. 울산시민은 규탄집회를 준비하고, 노조 내부에서도 파업거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행복도시 울산 만들기 범시민협의회’(행울협)는 17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반대하는 금속노조의 지침에 따른 현대차 노조의 파업은 정치파업이라며 이를 저지하겠다고 밝혔다.지역 내 140개 시민·사회·경제단체로 구성된 행울협은 공동위원장 긴급회의를 갖고 현대차노조의 파업이 회사와 지역·국가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준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행울협은 현대차노조가 끝내 금속노조의 총파업에 동참하면 회사 앞 피켓시위, 가두캠페인, 규탄대회 등을 통해 노조의 부당성을 알릴 계획이다. 노조원들 간에도 파업 반대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번 파업이 조합원들의 찬반투표를 거치지 않았으며, 조합원들의 권익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노조간부 이모씨는 16일 “조합원이 정치파업에 부담을 느끼고 국민여론이 따갑다.”며 대의원직을 사퇴했다. 지난 15일 3공장 식당 게시판에는 파업을 비난하는 대자보가 붙었으나 일부 조합원에 의해 내려졌다. 이와 관련, 현대차노조 장규호 부장은 “이번 파업은 결코 정치파업이 아니다.”라며 “한·미 FTA협정으로 우려되는 고용불안을 사전에 방지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현대자동차노조신문을 통해 “이번 파업은 현대차지부만의 파업이 아니라 15만 금속노동자 전체가 함께 참여하는 파업이고, 노동자들의 고용과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울산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탐사보도-석면의 공포] (중) ‘위험지역’ 지하철역

    [탐사보도-석면의 공포] (중) ‘위험지역’ 지하철역

    “예상보다 심각하다. 곳곳에서 석면이 검출됐을 뿐만 아니라 석면이 공기중에 날리는 비산(飛散) 가능성도 크다.” 서울신문이 한양대 노영만 교수팀이 작성한 방배역 ‘석면지도’를 분석한 결과 승강장·역무실·매표실·대합실·복도·계단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 석면이 검출된 것으로 12일 나타났다. 지하철 석면지도는 국내에서 처음 작성된 것이다. 정부·학계·지하철노사·시민단체의 석면 전문가 20명으로 꾸려진 태스크포스(TF)팀은 방배역 석면지도를 보고 심각성에 의견을 같이했다. 방배역은 내년 초부터 폐쇄될 전망이다. ●석면지도 작성… 예상보다 심각 승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방배역 승강장 천장의 35개 채취 시료에서 모두 석면이 발견됐다. 승강장 천장에서 석면이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했고, 바닥에 떨어진 2개 시료에서도 석면이 검출됐다. 승강장 천장에 뿜칠된 석면은 열차 통과시 발생하는 강한 열차풍으로 비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됐다. 승강장 천장과 벽, 내부 계단 천장, 민원실 바닥에서는 백석면 외에 트레몰라이트 등 독성이 강한 석면이 검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성균관대 의대 김동일 교수는 “트레몰라이트 등은 백석면보다 발암 위험이 100배 이상 높다.”면서 “대부분 백석면이 수입된 것으로 기록돼 있으나, 독성이 강한 다른 종류의 석면도 많이 수입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백석면보다 발암위험 100배 김 교수는 “공기중 석면 농도는 공공장소 기준치(0.01개/㏄)보다 낮지만 기준치는 다분히 상징적인 의미일 뿐이고, 극소량에 의해서도 중피종이 유발된다.”고 경고했다. 신설동역도 대표적인 위험 지역으로 꼽힌다.TF팀은 역사 폐쇄보다는 심야 시간대 작업을 권고했다. 환승역이어서 폐쇄가 쉽지 않은 데다, 승강장 천장보다는 열차가 지나는 선로 천장에 석면 뿜칠이 많이 돼 있어 운행을 전면 중단하지 않는 한 역사 폐쇄가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서울메트로는 일단 방배역과 신설동역의 석면부터 처리한 뒤 석면이 검출된 다른 역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영등포구청·한양대·을지로입구·신림·시청·선릉·상왕십리·삼성·봉천·문래·낙성대·교대·서초·충무로·숙대·성신여대입구 등 조사한 17개 역에서 모두 석면이 검출됐다. 서울메트로 노조 허철행 산업안전부장은 “조사한 역은 의심이 가는 곳을 선택해 조사한 것뿐이며, 서울의 다른 역사나 개통된 지 오래된 부산지하철도 조사를 하면 석면이 검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의 자체 조사결과에서 서울 1·2·3·4호선에 건축마감재와 환기 및 전기설비, 전동차 부품 등에 석면이 사용됐다.1∼4호선 모두 1993∼2000년 실시된 역사 리모델링 공사에서 석면자재를 철거한 다음에 다시 석면자재로 재시공됐다. 심각성에 비해 석면 제거 작업은 더디기만 하다. 비산 가능성이 있는 방배역은 이달 중순부터 응급조치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제거작업 업체도 선정되지 않았다. 서울메트로 김근수 시설본부장은 “제대로 된 업체가 없어 섣불리 나섰다가는 오히려 비산을 촉진시킬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창구 김민희기자 window2@seoul.co.kr
  • “1만4000여명 직원들 심리 꿰뚫었죠”

    “어둡고 소외된 곳만 찾아갑니다. 공연이 가슴을 파고들 때 진정한 행복을 느낍니다.” 건강보험공단 이정백(40) 과장은 공단 내에서만큼은 이사장보다 유명한 사람이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공기업에서 전문 MC로 일하며 1만 4000여명 직원들의 생리를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신입·경력직원을 대상으로 해마다 이뤄지는 직무교육에서도 그의 공연은 필수 코스다. 덕분에 복도라도 걸을라치면 누구나 이 과장을 알아보고 웃으며 말을 건넨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는 223명 회원이 활동하는 팬카페(cafe.naver.com/jbrec)도 있다.1년에 한 차례 갖는 팬미팅에는 초등학생부터 대학생,50대 아주머니까지 30여명의 팬이 찾아온다. 7월까지 공연스케줄이 가득찬 이 과장의 인기비결은 무엇일까. 그가 18년간 건보공단에 몸담은 ‘정통 공단맨’이란 사실을 알고 나면 궁금증은 더욱 커진다. 이 과장은 1989년 공단에 입사한 뒤 징수·인사·총무 등을 두루 거쳤다. 공단은 대학 졸업 후 잡은 첫 직장이다. 하지만 ‘끼’는 어쩔 수 없었다. 중·고생 때부터 연예인을 꿈꿨던 터라 군 제대 후 대학로 연극무대를 잠시 기웃거리기도 했다.90년대 후반엔 3차례나 방송사 개그맨 시험에 응시했다. 물론 공단에 몸담던 시절이다. 기회가 찾아온 것은 2004년 11월쯤. 당시 공단에선 “숱한 대내외 행사에 필요 이상의 돈이 지출된다.”며 사내 MC를 공모했다.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이 과장은 등 떠밀려 ‘전향’에 성공한다. 이때부터 총무부 사회공헌지원팀에 몸담게 된 이 과장에겐 ‘웃음치료 전문가’,‘웃기는 마술사’,‘이벤트 프로듀서’ 등의 애칭이 따라붙었다. 업무도 2배 이상 늘었다. 양로원, 고아원 등을 찾아 공연만 펼치는 게 아니라 공연기획·섭외·헌혈·안구기증 등 사회공헌과 관련된 업무가 뒤따랐다.이는 이 과장을 도와 키보드·드럼·기타 등을 치는 다른 8명 직원에게도 마찬가지다. 일은 고되지만 이 과장의 행복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월 한강성심병원 화상환자들과 함께한 공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그는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행복을 더 전해줄 수 있다면 그것이 곧 나의 행복”이라고 힘줘 말했다.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정치적 파장 고려… 7시간 20분 열띤 토론

    정치적 파장 고려… 7시간 20분 열띤 토론

    7일 과천 중앙선관위 청사 4층. 오전 10시부터 굳게 잠겼던 회의실 문이 오후 4시쯤부터 간헐적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선관위 실무 직원들이 하나둘씩 들락거렸다. 선관위원들도 손을 씻기 위해 잠시 복도로 나왔다. 회의장 바깥에서 기자들이 따라 붙었지만 선관위원과 선관위 직원 모두 “곧 결정이 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결국 오후 5시20분, 회의 시작 7시간20분만에 결과가 발표됐다. 양금석 공보관이 2층 브리핑실에서 A4 2장 분량의 발표문을 읽었지만, 기자들의 질문은 받지 않았다. 회의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퇴근하는 고현철 선관위원장에게 기자들이 ‘청와대 반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지만,“충분히 토론해 결론 내렸다.”는 짧은 대답만 돌아왔다. 사전선거운동 여부와 관련해 선거위원장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정도로 격론을 벌인 선관위원들은 후련한 듯하면서도 피곤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출근할 때의 경직된 모습은 많이 가셨다. 출근하던 선관위원들은 전망을 묻는 기자들에게 “논의해봐야 한다.”며 급히 엘리베이터를 탔다. 심지어 회의 시간이 어느 정도 소요될지 물어도 “알 수 없죠.”라며 웃을 뿐이었다. 한 위원은 청와대의 변론기회 신청에 대한 견해를 묻자 “양측 의견이 이미 나와 있는데요.”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펴다가는, 변론 절차가 필요 없다는 뜻이냐고 다시 묻자 “의논해 봐야죠.”라며 말을 아꼈다. 오전 10시 고 선관위원장이 “선관위 전체회의를 개의합니다.”라고 의사봉을 두드리며 노 대통령의 참평포럼 연설내용에 대한 위법성 여부 심사가 시작됐다. 선관위원석에는 선거·정당·정치자금 법규집과 대법전, 선거관리위원회 법규집, 국민투표법령집 등 4권의 책자가 놓였다. 일본 출장 중인 임재경 위원을 제외한 선관위원 전원과 조영식 사무총장을 비롯한 선관위 간부 10여명이 배석했다. 회의실 바깥에는 선관위 직원이 배치돼 외부인의 출입을 막았고, 청사 주변에도 전경 1개 중대를 배치했다. 공무원 중립의무 위반, 사전선거운동 여부 판단, 사조직 관련 내용 등 안건이 한꺼번에 회의석상에 올라갔지만, 오전에 선관위원들은 청와대의 의견진술 요청에 대한 심리를 먼저 했다. 청와대 요청을 기각하기로 했다는 결정은 서면으로만 공개됐을 뿐 구두 설명은 없었다. 청와대 요청을 받아들이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전례도 없고 의무도 없으니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후문이다. 회의장에 있었던 한 관계자는 오후 4시쯤 사실상 결론이 났었다고 귀띔했다. 그는 “문구를 작성하고 다듬는 데 1시간 정도가 걸렸다.”면서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고 설명했다. 사안별 표결 내용과 소수 의견 내용을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결정도 회의에서 결정했지만 취재경쟁 끝에 공개됐다. 홍희경 나길회기자 saloo@seoul.co.kr
  • [사설] 동탄 보상금 땅값 불안 악순환 안돼야

    이달 초 동탄2신도시 건설계획 발표 당시 우려했던 사태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주변지역뿐 아니라 그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서울 강남지역까지 땅값·집값이 들썩이고 있다고 한다. 특히 신도시 건설지역에서는 무허가 건축물 난립, 과실묘목 식수 등 보상금을 노린 각종 편법·탈법행위가 성행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토지보상금이 당장 풀리는 것은 아니지만 동탄2신도시는 토지보상금 6조원을 포함, 전체 사업비가 1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신도시 개발사상 최대 규모다. 우리는 참여정부 들어 추진된 기업·혁신도시, 행정중심복합도시, 신도시 등의 개발계획과 더불어 유입된 투기자금과 토지보상금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주변지역까지 땅값·집값을 폭등시킨 사실을 기억한다. 개발계획이 집값·땅값을 자극하고 보상금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분양가를 폭등시키는 악순환을 반복했던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을 차단하지 못하면 정부가 공언한 동탄2신도시의 분양가 800만원대 약속은 공염불이 된다. 정부는 앞으로 내놓을 추가대책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투기꾼들을 저인망식으로 걸러내야 한다. 우리는 한국경제가 과잉 유동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점에 주목한다. 더구나 올해부터 행복도시와 혁신도시 등의 토지보상금으로 20조원 정도가 풀린다.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인다면 부동산시장이 다시 불 붙을 여건이 마련돼 있는 셈이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공급 확대정책이 부동산 시장 불안으로 귀결돼선 안 된다.
  • 본사 주최 베트남 ‘다이내믹 코리아 필름 페스티벌’ 폐막

    |하노이 박상숙특파원|한국과 베트남 수교 15주년을 기념해 서울신문사와 베트남문화공보부가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공동개최한 ‘다이내믹 코리아 필름 페스티벌´이 3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달 31일 박찬욱 감독과 영화배우 김아중, 가수 이정현 등이 참석한 가운데 화려한 축하공연과 함께 막을 올린 이번 영화축제는 4일간 2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성황을 이뤘다. 특히 개막작 ‘미녀는 괴로워´의 주인공 김아중의 대형 현수막이 외벽을 뒤덮은 행사장을 향해 오토바이 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현지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영화제가 열린 하노이 국립컨벤션센터는 3700석 규모. 영화제에는 매일 4000명이 넘게 찾아와 복도까지 꽉꽉 들어차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폐막일인 3일 상영된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오후 3시)와 ‘왕의 남자´(오후 7시30분)에도 4000여명이 찾아와 관람했다. 가장 인기를 끈 작품은 1일 상영된 ‘괴물´.5600여 명이 넘게 몰려 결국 1000명가량은 아쉬움 속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베트남에서 외국영화에 자막을 달아 상영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일 정도로 축제기간 내내 높은 관심과 호응속에 진행됐다. 아울러 현지 관계자들로부터 한국영화에 대한 위상을 한차원 높이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제와 관련한 현지 언론의 보도 또한 200건이 넘게 쏟아졌다. 베트남문화공보부 관계자는 “베트남에서 열린 행사 중 가장 성공적인 행사였다.”고 의미부여를 했다. 뿐만 아니라 연합뉴스, 뉴시스,KBS 연예가중계 등 국내 언론들도 ‘다이내믹 코리아 필름 페스티벌´을 비중있게 보도하며 베트남에 일으킨 한류 영화 열풍에 대해 반색을 표시했다. alex@seoul.co.kr
  • [데스크시각] 진주와 마산,그리고 혁신도시/정기홍 지방자치 부장

    경남에 마산과 진주란 자치시가 있다. 진주가 전통·문화의 도시라면, 마산은 공업·상업도시다. 마산은 또 이곳 출신의 이은상 시인이 작곡한 ‘내고향 남쪽바다’로 시작되는 가고파의 도시이기도 하다. 진주는 논개로 대변되는 충절의 땅이자, 예향(藝鄕)과 교육 도시다. 이웃사촌과도 같은 두 도시가 최근 ‘혁신도시’를 두고 딴 목소리로 언성을 높여가고 있다. 두 지역간의 미묘한 신경전은 혁신도시 지역이 결정된 2년전부터 시작됐다. 경남의 혁신도시는 진주로 결정돼 주민에 대한 토지보상을 앞두고 있다. 이제는 첫삽을 뜰 준비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 중간에 마산이 끼어들었다.‘준혁신도시’를 인정, 한국주택공사 본사 등 일부 기관을 마산으로 이전해 공동화하고 있는 마산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혁신도시특별법에 규정된 ‘지역의 특성과 이전 기관의 특수성을 고려한 개별이전’을 근거로 삼은 모양이다. 혁신도시란 참여정부가 행복도시(세종시), 기업도시와 함께 ‘최대의 치적으로 삼겠다.’고 내놓은 국토균형 발전을 위한 작품이다. 전국에서 10군데가 지정됐다. 오는 10월쯤 진주를 비롯해 김천, 울산 등에서 본격 착공될 예정이다. 중앙 정부로서는 정권이 바뀌기 전에 틀을 확실히 잡아놔야 한다는 것쯤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런데, 최근 경남도지사와 충북도지사가 함께 “혁신도시를 못하겠다.”며 정부의 코앞에 ‘칼날’을 세우고 나왔다. 혁신도시를 하려면 기관의 분산이 전제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충북은 음성·진천이 선정됐지만 제천에 분산해야 한다는 논리다. 시도들에도 혁신도시 관련 권한이 일부 있다. 그러나 당사자인 건설교통부나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이제 와서….”라며 변경은 있을 수 없다며 입장이 강경하다. 기관들이 흩어지면 이 사업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내세운다. 경남의 경우를 들여다보자. 진주 혁신도시에는 주택공사, 토지공사, 도로공사 등 12개 기관이 오는 2010년까지 이전을 하게 돼 있다. 경남에서 진주가 선정된 것은 경남의 중부도시인 마산·창원·진해보다 낙후됐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다. 문제는 지난해 경남도지사 선거때 한나라당 후보였던 김태호 현 지사가 진주 혁신도시에 들어설 3개 기관을 마산에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면서 불거졌다. 이때 혁신도시가 ‘정치적 게임’에 빠져들었다는 일부 지적도 나왔다. 현 구도상으로 보면 진주는 중앙정부의, 마산은 경남도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봐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마산의 논리는 이렇다. 마산은 최근 수년간 도청이 있는 인근 창원으로 빠져나가 인구가 줄고, 도시의 세력이 자꾸 작아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마산지역에서는 지난달 말에 ‘마산시 공공기관이전 범시민준비위원회’가 경남도청 앞에서 3개 공공기관의 마산 개별이전 이행을 촉구하는 집회까지 가졌다. 한때 마산시는 개별이전을 요구하는 충북 제천시와 연대하기도 했다. 진주는 어떤가. 여기도 시끌시끌하다. 혁신도시가 두개로 쪼개지면 지방세의 경우 106억원이 마산으로 가고, 진주는 87억원의 세수입만 갖는 ‘껍데기 혁신도시’란 주장이다. 마산의 입장은 혁신도시의 취지를 무참히 깨는 행위라는 것이다. 두 곳 다 타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정책의 잘잘못은 국민, 즉 여론이 평가한다. 경직되거나 일방적인 정책은 안 된다. 이기적인 지역주의도 안 된다. 혹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면 문제는 또 달라진다. 일부 마산 시민은 “김 지사가 의지만 내세울 뿐 애매모호한 입장에다 이행 노력이 전무하다.”는 비난을 했다고 한다. 도지사의 주장이 큰 고충속에서 나왔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우리는 ‘우는 아이에게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을 안다. 정기홍 지방자치 부장 hong@seoul.co.kr
  • [데스크시각] 총리님 역량을 보여주세요/임창용 공공정책부 차장

    한덕수 총리님. 취임하신 지 벌써 두 달이 되어 갑니다. 오시자마자 숨가쁜 일정을 소화하시며 민생현장을 챙기시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간부들이 바짝 긴장한 모습이 자주 눈에 띕니다. 임기말 참여정부의 현안을 마무리할 ‘해결사’로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요즘 기자실 문제로 나라가 시끌시끌합니다. 한데 어찌된 일인지 총리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항상 현안에 바짝 다가가 해법을 모색해온 총리님이셨기에 궁금증이 생깁니다.‘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을 내놓은 국정홍보처가 총리 직속기관이기도 하고요. 이 방안을 사이에 두고 대통령과 언론·정치권의 공방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그동안 쌓아오신 ‘해결사’로서의 총리님 역량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와 관련,‘현장’과 ‘담합’에 대해 한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총리님 판단에 조금이나마 참고가 될까 해서입니다. 결국 이번 정부 방안이 “기자들이 (현장은 안 가고) 죽치고 앉아 담합한다.”란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에서 시작됐으니까요. 총리님도 오시자마자 공무원들에게 현장을 강조하셨지요. 책상머리에서 청사진이니, 기획이니 만들어내지 말고, 현장에 나가 보라고 말입니다. 쪽방촌, 생활지원센터, 환경미화원의 청소현장 등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그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셨습니다. 공무원이 그러한데 하물며 기자는 어떻겠습니까.18년 전 입사 후 지금까지 가장 자주 듣는 단어가 바로 ‘현장’입니다. 기사에 현장이 담겨있지 않으면 데스크에게 그야말로 ‘박살’나지요. 대통령은 기자로서 기본중의 기본이랄 수 있는 자세를 제대로 꼬집어 준 것입니다. 한데 이번 안이 정말 현장을 중요시하는지 의문이 듭니다. 기자를 오히려 현장에서 내몰고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으셨는지요. 새 방안은 각 부처에 설치돼 있는 브리핑룸과 송고실을 통합브리핑센터로 몰아넣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무원 만나는 절차를 엄격히 하는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합니다. 총리실 기사를 담당하는 제게 가장 중요한 현장은 총리님과 주변 공무원들입니다. 정책을 쏟아내는 각 부처를 담당하는 기자에겐 장관과 주변 참모들이겠지요. 사건기자에게 가장 유용한 현장은 사건들이 취합되는 경찰서입니다. 공무원들의 입을 열게 하고, 감추고 있는 것을 조금이라도 더 보아야 기사를 쓸 수 있습니다. 취재원에 가까운 곳이 곧 현장입니다. 취재원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통합브리핑센터는 기자에게 현장이 될 수 없습니다. ‘담합’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요즘 송고실은 그야말로 삭막합니다. 기자들이 송고실 부스에 죽치고 않아 있는 듯하지만 실은 경쟁 언론사 기자의 발과 입에 눈과 귀를 항상 대고 있습니다. 소위 ‘물먹으면’ 깨지니까요. 안 듣는 척하면서도 귀동냥하고, 모르는 척 따로 취재해 쓰기도 하지요. 하지만 제 것은 보여주려고 하지 않습니다. 언제 한번쯤 시간 나실 때 출입기자 송고실이 있는 10층 복도에 슬쩍 와보셨으면 합니다. 출입기자가 송고실 밖 복도나 비상구를 서성거리며 통화하는 걸 쉽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왜 그럴까요. 취재 내용을 드러내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기사로 먹고사는 기자들의 눈치가 보통입니까. 단어 한마디만 들어도 무얼 취재하고 있는지 귀신같이 찾아냅니다. 혼자 썼다고 뿌듯한 마음으로 신문을 보는데, 다른 신문에 난 것을 보는 순간 맥이 탁 풀립니다. 담합은 서로 이익이 될 때 가능합니다. 요즘 같은 무한경쟁 환경에서 기자들간 기사 담합은 있을 수 없습니다. 전제가 잘못되었다면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도 달라져야 하겠지요. 총리님의 합리적 판단과 적극적 역할을 기대하겠습니다. 임창용 공공정책부 차장 sdragon@seoul.co.kr
  • “응급실 진료기다리다 죽겠네”

    “응급실 진료기다리다 죽겠네”

    최상위 응급의료기관인 ‘국립대병원 권역응급센터’에서 근무하는 의료진 10명 중 8명이 환자를 더 이상 수용하지 못하는 ‘응급실 과밀화’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응급실은 월요일 오후 4∼8시가 가장 붐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급실 과밀화란 일반적으로 환자가 6시간 이상 복도나 바닥에서 진료받거나 의사를 만나기까지 1시간 이상 걸리는 경우, 입원 대기 환자 수가 병상의 30% 이상인 상태 등을 말한다. 응급실 과밀화는 결국 긴급한 중증 환자들의 응급 처치가 지연돼 사망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실정이다. ●응급실 의료진 75% “과밀현상 1주일에 4일이상 ” 27일 충남대의대 응급의학교실 유인술 교수가 서울대병원, 경북대병원, 전남대병원, 충북대병원 등 4개 권역응급센터에 근무하는 의사와 간호사 449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9.7%가 ‘응급실이 과밀하다.’고 답했다. 1주일에 4일 이상 과밀화 현상이 발생한다고 답한 응답자도 75.5%에 달했으며,3∼4회가 27.3%로 뒤를 이었다. 환자와 환자 가족들의 인식도 의료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들 4개 병원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보호자 491명이 참여한 설문 조사에서 ‘응급실이 과밀하다.’는 응답이 평균 78.1%나 됐다. 병원별로는 충남대병원 84.6%, 경북대병원 79.6%, 전남대병원 76.8%, 서울대병원 71.4% 순이었다. 반면 ‘한가하다.’는 응답은 2.5%에 그쳤다. 유 교수는 지난 23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연세 세브란스 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응급실 과밀화 해소방안 마련을 위한 기초연구 공청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대형병원 선호·응급진료체계 지역 분산 실패 탓 응급실 과밀화 현상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요일은 ‘월요일’이라는 응답이 43.6%로 가장 많았다. 시간대별로는 오후 4∼8시(40%)와 낮 12시∼오후 4시(34.5%)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설문조사에서 응급실 과밀화 이유로는 대형 병원 선호 현상과 지역간 응급 진료 체계의 분산 실패로 인한 영향이 뚜렷했다. 실제로 55개 권역·지역응급센터를 조사한 결과, 권역응급센터는 과밀화 현상을 경험한 비율이 90%였지만 지역응급센터는 68.2%로 훨씬 낮았다. 특별시나 광역시에 있는 병원 응급센터는 85.2%가 과밀화를 경험한 반면 중소도시는 59.3%로, 지역별 과밀화 정도가 20%포인트 이상의 격차를 보였다. ●중소병원 인력·시설 지원 확대해야 과밀화의 원인으로 의료진들은 유명 병원을 선호하는 경향과 부적절한 병원 이송, 병상 및 의료진 부족 등을 꼽았다. 환자들은 유명 병원에 대한 선호도와 소규모 병원에 대한 신뢰성 부족, 야간 진료시설 부족 등을 꼽았다. 무엇보다 응급실 과밀화의 피해 당사자는 환자다. 유 교수는 “과밀화는 응급 환자가 내원할 때 필요한 치료를 신속히 진행하는 데 장애 요소로 작용하고 치료 결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서 “입원 중 응급센터 내 환자 사망도 증가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대한병원협회 정영호 보험이사는 “권역응급센터, 지역응급센터, 지역응급의료기관의 연계를 통해 체계적인 환자 이송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중소병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등 응급의료 인력 및 시설에 재투자하도록 해 지역적으로 응급의료기관이 골고루 있게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의사 한송이의 요리짱건강짱] 초여름 보양식 전복 요리

    [의사 한송이의 요리짱건강짱] 초여름 보양식 전복 요리

    집에 계신 어르신이 몸이 불편하실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면 아마 ‘전복죽’일 것이다. 영양 면에서도 뛰어나고 소화도 잘 되며 고급음식이라는 인식 때문인 것 같다. 전복요리는 예부터 궁중요리의 재료로 쓰이던 매우 귀중한 요리이고 지금도 매우 비싼 요리이다. 진시황이 불로장생에 좋다고 구했던 것 중에 우리나라 제주산 전복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전해 온다. 중국과 일본에서도 전복이 생산되지만 우리나라 전복이 가장 맛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엔 5종 서식… 수심 4~20m서 분포 전복은 복족류에 속하는 조개로 수심 4∼20m까지 종에 따라 널리 분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다섯 종이 서식하고 있다. 현재의 자연산은 대부분 참전복이고 제주 지방에 말전복, 까막전복, 오분자기 등의 전복이 서식하고 있다. 살아 있는 것은 생복(生鰒), 말린 것은 건복(乾鰒) 또는 명포(明鮑)라 하고 익힌 것을 숙포(熟鮑)라 한다. 제주도에서는 전복껍질을 ‘거평’이라 하며 ‘동의보감’에서는 석결명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전복은 ‘뇌공포회론’에서는 ‘진주모’로,‘도홍경’에서는 ‘복어갑’으로,‘본초강목’에서는 ‘천리광’ 등으로 다양한 문헌에서 발견된다. 긴 타원형의 껍데기는 두께가 얇고 표면이 울퉁불퉁하며 물이 통과하는 3∼4개의 흡수공이 있다. 전복의 일종인 오분자기는 일반적인 전복에 비해 크기가 작고, 흡수공이 바깥으로 튀어나와 있지 않아 껍질의 표면이 매끈한 것이 특징이다. 전복은 특유의 오돌오돌하게 씹히는 촉감이 좋아 회로 즐기며, 익혀 먹으면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술안주로 먹기도 하고, 죽을 쑤어 먹기도 한다. 내장은 게웃이라 하여 생으로 먹기도 하고, 젓갈을 담가 먹기도 한다. 다만 4∼5월 산란기에는 내장에 독성이 있으므로 생식은 피하고 살짝 익혀서 먹는 것이 좋다. 바위에 붙어서 갈색조류를 먹이로 하기 때문에 창자에서 해조류의 독특한 냄새가 나고 맛도 별나다. 필자도 전복의 내장을 무척 좋아하는데, 파, 마늘, 고춧가루, 풋고추 등을 넣고 무친 게웃무침은 특히 일식집에 가면 꼭 청해 먹는 메뉴이다. ●간 해독작용과 심장기능 향상시켜 전복에는 아미노산의 하나인 타우린이 풍부하게 들어 있고 칼슘과 철분 등의 무기질, 비타민B1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타우린은 담즙 분비를 도와 담석증을 예방하고 콜레스테롤 함량을 낮춰줄 뿐 아니라 심장기능을 향상시키고 간의 해독작용을 돕기 때문에 병후 원기 회복에 효과적이다. 노약자나 환자의 회복식으로 전복을 넣은 죽을 권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가장 좋은 것은 살아 있는 전복이지만 너무 비싸서 보통 냉동 전복을 쓰는데, 생전복을 쓸 때는 파란 내장인 게웃을 터뜨려 넣어서 끓이면 은은한 녹두색에 향기도 매우 좋다. 냉동품으로 만들 때는 내장을 넣으면 안 된다. 전통음식 중 하나인 전복장아찌는 마른 전복을 불리거나 생전복을 데쳐 얇게 저며서 썰어 간장과 설탕을 넣고 저민 쇠고기와 함께 조린 것이다. 전복을 데치거나 생으로 칼집을 내어 유자껍질, 배, 무, 파, 고춧가루 등을 넣고 김치를 담가 먹기도 한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위치한 ‘참전복마을’은 값 비싸 먹기 힘들었던 전복을 대중화한 프랜차이즈 음식점이다. 전남 완도 노화도에 직영 양식장을 차려 직접 전복을 생산, 공급하고 유통단계를 줄여 가격을 낮춘 탓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전복 메뉴를 실컷 맛볼 수 있다. 모두 활전복으로만 요리하는데 전복회, 전복죽, 전복찜 외에 전복초밥, 전복구이, 전복삼계탕(해신탕), 전복해물찜 등의 메뉴가 있으며 여러 가지 전복요리를 맛보고 싶다면 참전복특정식을 권한다. 싱싱한 생전복은 단단하게 오도독 씹히는 질감이 매력이고, 익힌 전복은 탄력있고 부드러운 질감에 혀끝에서 느껴지는 감칠맛이 매력이다.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는 야채를 넣고 얼음을 동동 띄운 새콤달콤한 전복물회를 청해 먹어 보는 것도 좋겠다. 전화 (02)421-5551. 참전복죽 1만원, 해신탕 1만 3000원, 참전복회. 참전복구이 3만원씩, 참전복특정식 3만 5000원. 영업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여성전문병원 유비여성클리닉 원장
  • [시론] 진정한 행복도시를 위하여/박경난 경실련 정책위원 이학박사·주거환경학

    [시론] 진정한 행복도시를 위하여/박경난 경실련 정책위원 이학박사·주거환경학

    차량출입을 막기 위한 볼라드, 가로수, 지하철 출입구·급배기구, 상품진열대, 간판, 쓰레기통, 전기 및 통신분전함, 신호등, 정류장표지판, 그리고 자전거, 오토바이, 불법주차 차량까지. 지난해 여름부터 서울 영등포구와 손잡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도시환경개선사업’에 참여한 주거복지연대는 실태조사를 하면서 보도(步道)에 이렇게 다양한 시설물이 있는지 새삼 놀랐다. 보행자를 위한 보도가 아니라 도시에 필요한 시설을 모두 올려다 놓았다는 것이 맞았다. 일단 영등포구에 한해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관공서, 병원, 초등학교, 경로당, 공원과 지하철역, 사거리 주변 등 주요시설중 271곳을 사회적 약자의 관점에서 조사했다. 보도 위의 다양한 장애물에서 적절하지 않은 점자블록, 건물입구의 이용이 어려운 경사로 등 205곳에서 1228가지 문제점이 발견됐다. 개별적인 장애물은 물론이고 보도의 연속성이 확보되지 않아 보행약자뿐만 아니라 일반 주민들도 안전한 보행을 위협받고 있었다. 이는 영등포구가 특별히 열악하다기보다는 오래된 도시지역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최근 지자체별로 시설물을 정비하고 노점상을 단속하고 주민을 상대로 계도하며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지만, 새로 정비한 보도에도 보행을 방해하는 편의시설이나 가로수 등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보도가 보행을 위한 시설이라는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한 새로 건축한 공공건물과 공공시설에서도 경사로와 시각장애인을 위한 유도블록 등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게 확인됐다.‘장애인·노인·임산부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한 편의시설 설치의 기본원칙이나 접근권을 어떻게 이해하고 계획에 반영했는지 의문스러울 정도다. 이동거리는 차량보다 짧지만 이용빈도는 훨씬 높은 게 보행이다. 그리고 사회적 약자인 어린이, 노인, 장애인과 유모차를 사용하는 아기 엄마들은 지역에 머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은 주요 보행자들이다. 일반인에겐 편리함과 불편함의 차이이지만 유모차나 휠체어가 갈 수 없는 길은 아이 엄마나 휠체어 이용 장애인에겐 불가능한 길이다. 차도가 비어 있어야 차량이 제 속도를 내듯 보도도 비어 있어야 한다. 보도에서는 보행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라는 시각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제는 공공시설인 보도를 시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영등포구는 지적된 장애물들을 관련 부서별로 검토해 오는 6월까지 개선계획을 수립하고 우선 순위를 정해 2008년까지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렇게 변화를 시작하자. 시민과 공공기관이 손잡고 시민 모두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거리, 그래서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들자. 길가 상점에 사람이 북적여서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살기좋은 도시로 만들어 보자. 행복도시는 정부가 충남 연기군 일대에 건설 중인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을 일컫는 말이다. 도시 전체에 보행자 전용도로가 구현된다는 행복도시는 목표인구 5만명이다. 그래서 ‘누구나 와서 살기좋은 도시’로 건설된다고 해도 누구나 가서 살 수는 없다. 도시의 모습은 이래야 한다고 믿는다면 행복도시를 기다리지 말고 우리가 하나씩 바꿔보자. 영등포구에서 출발해 서울의 25구를 거쳐 전국의 도시까지 변화시키자. 신도시에서만이 아니라 오랫동안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온 모든 도시를 그렇게 만들자. 박경난 경실련 정책위원 이학박사·주거환경학
  • ‘소방시설 안전관리법’ 30일부터 시행

    ‘소방시설 안전관리법’ 30일부터 시행

    오는 30일부터 다중이용업소에 대한 소방시설의 설치 기준이 대폭 강화된다. 그러나 제도 자체보다는 관리 과정에서 부실 가능성이 높고, 소형·불법 다중 이용업소는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아 있어 보완 대책도 필요하다. 22일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제도 시행을 한달여 앞둔 지난달 말 현재 적용 대상 다중이용업소 11만 9120곳 중 규정에 맞는 소방시설을 갖춘 업소는 10만 1751곳으로, 설치율만 따지면 85%를 넘어섰다. 하지만 서울신문이 최근 소방방재청·서울시소방본부 등과 공동으로 실시한 현장 점검을 동행 취재한 결과, 소방시설 미설치 업소뿐 아니라 설치 업소에서도 허점이 상당 부분 발견됐다. ●비상구에 화재 취약한 잡동사니 수두룩 ‘젊음의 거리’인 서울 종로구 대학로 S노래방. 지하 1층에 위치해 비상구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비상구 입구는 에어컨 실외기에 막혀 있다. 비상구 밖 통로 역시 같은 건물 1층을 임대한 음식점에서 사용하는 LP가스통으로 가로막혀 있다. 인근 K노래방도 사정은 마찬가지. 비상구가 남자 화장실 내부에 있어 위치를 확인할 수조차 없다. 게다가 통로는 1층 음식점에서 주방으로 사용, 싱크대와 식자재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어 제 구실을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학로 6층 건물의 4층에 세들어 있는 C비디오방은 1평 남짓한 좁은 방들이 미로처럼 얽혀 있다. 비상구를 내고 완강기까지 설치했지만, 비상구에는 화재에 취약한 목재 등 잡동사니가 수북이 쌓여 있다. 서울 영등포구의 ‘유흥삼각지’에 자리한 지하층 M단란주점도 비상구 통로를 ‘도우미 대기실’로 변형시켰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비상구 등 소방시설을 임의로 변형시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면서 “단속 기간에만 소방시설을 제대로 관리하는 그릇된 관행도 깨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 H고시원은 6층 건물로,100여명의 수험생들이 머물고 있다. 하지만 복도계단 외에 비상계단은 없다. 층마다 발코니가 마련돼 있으나, 복도계단과 중복돼 대피 시설로 제 구실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건물 내부가 아닌 외부에도 있다. 노량진 고시원 중 상당수는 언덕 위로 구불구불 이어진 폭 3∼4m의 도로 주변에 지어져 있다. 특히 불법 차량이 도로를 점거하고 있어 소방차량 진입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400여명의 학생들이 동시에 이용하는 노량진 P학원 역시 창문을 뚫어 비상계단을 냈다. 하지만 책상 등 장애물에 비상구가 가려 있고, 유도등도 없는 ‘무늬만’ 소방시설이다. ●고시원 주변 불법차 점거… 소방차 진입 불가 학원의 경우 수용 인원 300인 이상에 한해 강화된 규정이 적용된다. 때문에 노량진에는 173개의 크고 작은 학원이 있으나, 관리 대상은 36.4%인 63곳에 불과하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등 주택가에 밀집해 있는 초·중·고교생 대상 소규모 학원은 적용 대상에서 빠져 있다. 이와 함께 호스트바나 속칭 ‘대딸방’,‘인형방’ 등 최근 급속도로 번지고 있는 불법 변태업소 역시도 관리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 서울시소방본부 관계자는 “영세 업주들의 경제적 부담 등을 고려해 대상 업소의 범위를 축소한 것”이라면서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업소를 단속할 경우 영업행위 자체를 인정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는 만큼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글 사진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다중이용업소 소방시설 어떻게 바뀌나 화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2004년 ‘소방시설 설치 및 안전관리 특별법’이 제정됐으며,3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30일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다중이용업소는 층수에 관계없이 출입구 외에 비상구를 설치해야 한다. 비상구 확보가 구조적으로 어려울 경우에 한해 자동소화시설(스프링클러)을 갖추거나, 칸막이와 벽지 등 실내 장식물의 90% 이상을 불연재로 할 수 있다. 대상은 노래방, 유흥주점, 음식점, 고시원,PC방 등 19개 업종이다. 규정을 어기면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 광물부존·생산량 세계1위…지난해 외국인 투자 7배↑

    광물부존·생산량 세계1위…지난해 외국인 투자 7배↑

    |요하네스버그(남아공) 이석우특파원|독일의 고속도로 아우토반을 연상시키는 쭉쭉 뻗은 도로, 대로를 가득 메운 벤츠와 BMW, 도요타 등 고급 승용차, 깔끔한 유럽풍 주택들과 도심의 마천루…. 아프리카 전체 산업생산의 40%, 아프리카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7%를 차지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의 경제수도 요하네스버그와 항구도시 더반, 관광거점 케이프타운 등 주요도시들의 모습이다. 요하네스버그의 5월은 늦가을에서 겨울로 달음박질치고 있었다. 낮에는 섭씨 20도를 웃돌지만 아침 저녁은 8∼10도 정도로 쌀쌀했다. 연중 섭씨 17도. 말라리아나 황열병 접종을 받지 않아도 홀가분하게 입국할 수 있는 아프리카의 몇 안 되는 곳이다. 가문 여름이 끝난 탓인지 체류 기간 동안 여러 날 빗방울이 거리에 우거진 사이케드 나무와 팜 트리, 보틀 브러시와 비치우드를 적셨다. 중심가를 벗어나면 포장조차 안 돼 차도 다니기 어려운 여느 아프리카 도시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곳곳에 거대한 인공 언덕처럼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폐광 흔적들로 ‘금광의 도시’ 요하네스버그, 그리고 아프리카에 왔음을 겨우 실감할 뿐이다. ●아프리카 국가중 사회간접시설 최고 인근 나미비아, 보츠와나, 짐바브웨, 모잠비크는 말할 것 없고 석유로 각광받고 있는 앙골라로 가기 위해서도 이곳을 거쳐야 한다. 인구 548만명의 요하네스버그. 이곳의 OR 탐보공항은 연 1700만명 이상을 수송하는 아프리카 제1의 국제공항이다. 시내 힐튼호텔서 만난 일본 브리지스톤의 하야시 우치무라는 “앙골라에 가려면 탐보공항에서 갈아타야 하는데 정보를 모으기 위해 하루 이틀씩 남아공에 묵었다 간다.”고 말했다. 그는 “앙골라에 원유수송 파이프를 팔아 재미를 봤다.”고 말했다.53개 아프리카 국가 가운데 최고의 사회간접시설을 보유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돈과 정보가 몰려든다.“남아공은 남부 아프리카의 물류중심지이자 내륙 국가로 이어지는 통로”라고 이종건 코트라 남아공 무역관장은 설명했다. ●자원시장 큰손 포진… 뉴욕증시 좌지우지 남아공의 또 다른 강점은 천혜의 자원을 보유한 자원 대국이란 점. 백금, 망간, 금, 크롬 등은 부존량과 생산량에서 모두 세계 1위다. 원자력 발전에 필수적인 우라늄 부존량 4위, 철 생산량 7위다. 수출의 30%가량이 광석이란 점도 아프리카 전체 광물생산의 45%를 차지하는 광산국가 남아공의 위상을 보여준다. 세계 자원시장의 큰손과 세계 최고의 자원 관련 기업들이 이곳을 본사나 지역 거점으로 삼고 있다는 점은 남아공의 힘이다. 아프리카 30대 기업 가운데 26곳이 남아공에 뿌리를 뒀다. 앵글로 아메리칸,Bhp빌리톤, 사솔, 하모니 골드마이닝…. 뉴욕증시에 상장돼 있는 세계자원시장을 좌지우지한다. 광업·금속회사인 앵글로 아메리칸의 시가총액은 67조원,Bhp빌리톤은 42조원…. 이밖에 랭킹 안에 드는 통신, 금융, 부동산 회사들도 아프리카는 물론 중동, 남미까지 손을 뻗치고 있는 ‘공룡’들이다.“이들 공룡에게 남아공은 아프리카와 중동의 ‘포식자’로서 활개칠 기회를 제공하는 교두보가 되고 있다.”고 부통령실 경제고문인 논라밀라 음조이 음쿠베는 설명했다.“철의 주요 생산지로 제철업이 발달한 남아공에 벤츠와 BMW, 도요타 등이 들어와 생산공장을 설치한 것은 산업적·지리적 입지를 결합한 자연스러운 결정”이란 설명도 이어졌다. ●광물값 폭등으로 몸값 갈수록 치솟아 근년 들어 자원민족주의와 국제적인 자원확보 전쟁이 불붙으면서 석유, 구리, 우라늄 등 치솟는 광물자원 가격 덕택에 ‘아프리카의 유럽’으로 불리는 남아공의 몸값은 더 올라가고 있다. 음쿠베 고문은 “남아공에 대한 외국직접투자(FDI)가 지난해 64억달러로 전년도인 2005년 8억달러에 비해 7배나 늘었다.”면서 “광물자원 확보와 2010년 월드컵 등으로 가파른 경제 성장이 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자본 유입”이라고 설명했다. 자원 확보의 거점으로서뿐 아니라 암흑의 대륙이던 아프리카가 지구촌 마지막 성장엔진으로 떠오르면서 ‘진출 교두보’인 남아공의 진출 러시도 뜨거워지고 있다. jun88@seoul.co.kr ■ 남아공 기술력의 상징 ‘사솔’ |요하네스버그(남아공) 이석우특파원| ‘석탄에서 석유를.’‘기술로 목마른 지구촌에 석유를.’ 석탄과 천연가스에서 석유를 추출해내는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액화석유기술을 보유한 사솔의 구호다. 시가총액은 23조원. 세계 최초 심장이식수술(1967년)을 한 의학수준과 함께 국민적 자부심이 되고 있다. 요하네스버그 로즈뱅크 스트로드거리 2196번지 사솔 본사. 남아공에서만 볼 수 있는 사이케드 나무가 심어진 정문을 지나 흰색 건물에 들어서니 복도와 로비에 그림과 조각들이 가득해 회사라기보다 미술관 같다. 홍보실장 요한 반 리드에게 물어 보니 “흑인 문화인들을 지원하기 위한 투자”라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전문 큐레이터가 정식직원으로, 작품 구입과 설치를 전담하고 있었다. 리언 스트라우스 사장은 “콩고, 아랍에미리트 등 아프리카·중동지역 8곳, 독일, 영국 등 유럽 27개 곳에서 탐사 및 공장을 가동 중”이라며 “카타르에선 ‘가스를 액화석유로 만드는 공장’(GTL)을 지난해 완공, 가동에 들어갔고 나이지리아에서도 2009년을 목표로 GTL을 건설 중”이라고 소개했다. 전세계적으로 탄광, 가스전을 개발하고 이를 석유로 만들어 다시 수출한다. 이런 사솔 역시 화두는 중국과 인도였다. 특히 중국의 구애 속에 산시(山西)성과 닝샤(寧夏)에 대단위 공장건설을 준비 중이다.“지난해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짧은 남아공 방문 일정 속에서도 이곳에 들러 협력을 다짐받고 갔다.” 스트라우스 사장의 설명에 “석탄 매장량 세계 3위인 중국의 자원과 사솔의 기술이 결합을 모색해 온 결과”라고 배석했던 리드 실장이 거들었다. 쩡페이옌(曾培炎) 부총리도 2002년 사솔을 방문, 피터 콕스 사장과 협력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이런 중국 최고지도층의 열성아래 사솔과 중국 신화(新華) 석탄은 하루에 8만배럴 규모의 액화석유공장을 5년내 짓는다는 합의까지 했다. “중국에 액화기술을 뺏길 염려는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신기술이 계속 개발되고 있어 낮은 단계의 기술 이전은 관계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석탄매장량 세계 4위 인도와의 협력사업은 분권적 정치제도, 관료들의 더딘 업무 진행으로 진전이 더디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한국과의 협력 가능성을 묻자 “아직 신경쓰지 못했다.”는 대답을 들어야 했다. 스트라우스 사장은 “지속 가능한 성장이 사솔과 남아공의 목표며 이를 위해 기술개발에 어떤 때보다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jun88@seoul.co.kr ■ “입찰·행정등 영국식제도 정착” 마이클 스파이서 남아공경제인협회 사무총장 |요하네스버그(남아공) 이석우특파원| “최근 들어 남아공 경제의 두드러진 추세는 인수·합병(M&A)으로 집약된다.” 마이클 스파이서 남아공경제인협회(비즈니스 리더십 사우스아프리카) 사무총장은 “폭등하는 자원가격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관련 회사를 M&A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백인 최고경영자(CEO)의 입장을 대변하는 우리의 전경련으로, 그 역시 광산재벌 앵글로 아메리칸의 부회장 출신이다. 별장지 같은 느낌의 고급주택지 파크타운의 사무실도 과거 금광지주가 사용했던 넓은 정원의 유서깊은 유럽식 주택이었다. ▶M&A 효과는. -최근 영국 바클리은행이 남아공 금융계의 핵인 압사 은행을 50억달러에 합병했고, 인도의 타타그룹은 국영기업인 이스코스틸을 먹어치웠다. 주요 M&A가 지난해 요하네스버그 증시에서만 35건이 된다. 자원 관련 기업 등에 대한 지분참여는 셀 수 없이 많다. 외국직접투자(FDI)가 지난해 7배나 증가한 것도 지분참여를 통한 자원확보를 시도한 것이다. 광산기업 등 아프리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여기를 발판으로 시장과 자원에 접근하려는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백인 기술인력 유출이 심각한가. -흑인정권 등장 후 백인의 20%에 달하는 100여만명이 나라를 떴다. 전문기술인력의 유출은 타격이다. 하지만 남아공은 입찰 등 행정 제도 및 투명성에서 영국식 합리적 제도가 정착돼 있다. 이처럼 완비된 제도를 소프트웨어 차원에서 어떻게 잘 운영해 나갈지가 관건이다. 정권을 쥔 흑인들이 백인들의 공백을 어떻게 메우며 효율과 투명성을 높일지가 과제다. ▶흑인기업의 지분확대와 흑인 의무고용을 정부가 압박하고 있는데. -남아공의 강점은 강한 소비력이다. 흑인 중산층의 성장은 이를 더 강화시켜줄 것이다. ▶강성노조 때문에 투자를 주저하는 외국기업도 있다. -BMW 남아공 공장은 전세계 BMW 공장 가운데 효율이 가장 높다. 임금 교섭도 3년마다 한다. 어떻게 운영해 나가느냐가 중요하다. ▶올 12월 흑인여당 범아프리카회의(ANC) 총재선거에 우려가 높다. -선거 영향으로 ‘차베스 스타일’의 대중선동적인 경향이 높아진다거나 토지몰수 등 급격한 개혁프로그램의 진행에 대한 걱정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핵심 정책기조엔 변화가 없을 거다. 남아공 15대 기업 대표들과 정부간의 제도적인 대화통로도 잘 작동되고 있다. jun88@seoul.co.kr
  • ‘행복도시’ 區없이 읍·면·동 체계로

    충남 연기와 공주 일원에 들어서는 행정중심복합도시는 ‘세종특별자치시-읍·면·동’으로 이뤄진다. 중간에 자치구를 두지 않는다. 행정자치부는 21일 행정중심복합도시의 명칭·지위·행정구역을 규정한 ‘세종특별자치시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 예고했다고 밝혔다. 세종특별자치시는 광역과 기초를 통합한 2단계 행정체계이며, 인구는 경남 창원시 규모로 계획됐다. 이로써 행정체계는 크게 3가지로 달라진다. 기존 행정체계는 특별시·광역시-시·군·구-읍·면·동 등 3단계로 이뤄져 있다. 시장·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은 모두 민선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구조는 도 밑에 행정시를 두고, 그 밑에 읍·면·동으로 가는 3단계다. 그러나 행정시장은 임명직으로 민선 기초단체장과 다른 개념이다.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소매치기를 한방에…” 85세 중국 할아버지 화제

    65세부터 20년간 수많은 도둑을 직접 때려 잡은 할아버지가 있어 화제다. 중국 란저우(蘭州)의 신문 시부상바오(西部商報)는 “85세의 류완차이(劉萬才) 할아버지가 주민들에게 ‘시민경찰’로 널리 알려졌다.”고 소개했다. 류 할아버지는 20여년 동안 젊은 시절 배웠던 쿵푸 솜씨로 란저우시 일대에서 수많은 소매치기들을 직접 때려잡았다. 때문에 류 할아버지가 받은 상장과 표창장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 할아버지는 “과거 소매치기에게 돈을 몽땅 털린 할머니를 보고 가슴에 분노가 타올랐다.”며 소매치기들과 전쟁을 선포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 당시 할아버지는 너무 화가나 한 달 동안 그 소매치기를 잡으러 다녔으나 잡은 건 다른 소매치기범들 뿐. 그 때부터 ‘소매치기 잡기’ 가 류씨 할아버지의 ‘제2의 직업’이 되었다. 할아버지는 “처음에는 경험이 없어서 오히려 소매치기들에게 조롱 받았다.”며 “그러나 지금은 소매치기들의 무엇을 노리는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며 자신있게 말했다. 할아버지의 이같은 활약이 두드러지자 소매치기들이 집으로 와 유리창을 부수거나 도둑질을 하는 등 보복도 적지 않았다 류 할아버지는 최근 고령으로 건강이 좋지 않아 거동이 불편하다. 류 할아버지의 딸은 “아버지의 건강이 좋지 않아 도둑을 잡으러 나가겠다고 하면 가족들이 극구 만류한다.”고 최근의 상황을 전했다. 나우뉴스 신청미 기자 qingmei@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도로공사·인천공항공사 등 우량공기업들 증시 상장 “아직은…”

    도로공사·인천공항공사 등 우량공기업들 증시 상장 “아직은…”

    ‘그래도 정부 품안이 따뜻해.’ 정부가 우량 공기업에 대해 증권시장 상장방침 운을 띄우자 해당 공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최근 주요 우량 공기업의 주식 20∼30%가 거래될 수 있도록 상장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한 총리의 이 같은 언급에 대해 공기업들은 드러내놓고 반대 의견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시기상조론’을 흘리는가 하면 일부 공기업 노동조합은 사내 전산망에 성명서를 띄우는 등 반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공기업 민영화는 기본 방침” 그러나 정부의 구체적인 움직임은 아직 표면화되지 않고 있다. 강계두 재정경제부 국고국장은 “참여정부에서 공기업 민영화는 기본 방침이다.”면서 “이런 차원에서 실태 파악은 하고 있지만 공기업을 상장시키는 논의가 부처간에 구체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해 이런 기류를 전했다. 공기업 상장과 관련, 박주원 기업책임을 위한 시민연대 사무차장은 “공기업 지분 일부 상장은 지배구조와 사슬구조가 바뀌는 만큼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직원들이 상장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철밥통’을 놓치기 싫어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일 한국도로공사·한국지역난방공사 등에 따르면 법률 개정 없이 즉시 상장이 가능한 공기업도 있지만 이해 관계자들의 반대가 만만찮아 당장 상장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상장 대상 공기업으로 한국도로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지역난방공사, 대한주택보증, 한국감정원, 한국공항공사 등이 지목됐다. 김수영 인천국제공항공사 홍보팀 과장은 “사실상 주주가 국가인 상태에서 방향이 정해지면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닌가.”라며 “김대중 정권부터 민영화 이야기는 계속 나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천공항 노동조합은 단호하다. 노조는 지난 16일 사내 전산망에 ‘상장 관련 움직임에 철처히 대응할 것’이라는 성명서를 띄웠다. 노조는 성명서에서 “공기업의 민영화는 특정 민간기업에 사업독점을 넘겨줘 국부유출과 공공성을 후퇴시킨다.”며 “직원의 권익보호를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지역난방공사 담당팀장은 “한 총리가 국무조정실장때도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며 총리 개인소신으로 치부하며 무게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다른 관계자는 “경기 분당과 일산 신도시 주민들의 반대로 민영화 추진이 무산된 바 있다.”며 “주민들은 ‘지역 주민들이 활용하는 시설의 상장은 기존의 주주들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며 위헌소송을 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자산대비 자본금이 적기 때문에 상장되면 행복도시·혁신도시의 신규사업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일부 공기업 노조 성명서 내 장순자 한국공항공사 홍보팀장은 “아직 가치가 너무 낮기 때문에 상장하기는 시기상조”라고 했다. 변상훈 한국도로공사 홍보팀장은 “정부 보유분 주식에 대해 뭐라 말할 입장이 아니다.”면서도 “1만원짜리 주당 배당 가능금액이 15원(0.15%)에 불과할 정도로 투자가치가 낮다.”고 방어막을 쳤다. 김종안 한국감정원 홍보실장은 “자본금이 60억원이어서 정부의 재정기여도가 매우 낮다.”고 했고, 이상범 대한주택보증 기획본부장은 “지침이 없어 아직 구체적으로 준비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부가 이들 공기업의 상장을 추진한다면 공공성이 강한 기업들을 100% 민영화하기는 어려운 만큼 기존 주식의 일부를 매각하거나 유상증자를 통해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활황세인 주식 시장에 힘입어 정부는 공기업 상장을 통해 상당한 재정 수입을 확보할 수 있다. 투자자는 우량 기업에 대한 투자 기회가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 시민연대 박주원 차장은 “상장하는 공기업은 쉽게 자금 조달을 하고, 경영 효율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안미현 백문일 이기철 임일영기자 hyun@seoul.co.kr
  • [깔깔깔]

    ●가장 중요한 것 젊은 여자가 오피스텔에서 샤워를 하고 있는데 지진이 일어났다. 그녀는 놀라서 가운조차 잊어버리고 복도로 뛰쳐나왔다. 그녀를 본 점잖은 남자가 그녀를 세우더니 말을 했다. “음, 저 아가씨, 뭔가 잊으신 것 같은데.” 여자는 뭔가를 잠시 생각하더니 알았다는 듯이 소리를 지르며 뛰어갔다. “꺄악, 어떻게 해 내 핸드백.”●염라대왕의 좌절 옥황상제가 염라대왕에게 명퇴를 권했다. 염라대왕은 억울해했다. 그 모든 건 한국인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인들은 성형수술과 연예인 따라잡기를 통해 모두가 비슷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에 천 당 갈 사람을 지옥으로 보내고 지옥 갈 사람을 천당으로 보낸 것이다. 특히 지옥으로 보낸 한국인들은 ‘찜질방’에서 단련된 체력을 바탕으로 지옥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염라대왕을 좌절케 하는 한마디. “길동아빠, 드디어 유황불 나왔다. 빨랑 들어가서 땀 쫙 빼자.”
  • [서울 4色 탐험-역사의 숨결] (6) 이화장

    [서울 4色 탐험-역사의 숨결] (6) 이화장

    # 덧댈 수 없을 때까지 바느질하다 이승만 박사는 스웨터와 바지는 물론 속옷까지 기워 입었다. 영부인 프란체스카 여사가 밤새 옷을 손질해 놓으면 다음날 기꺼이 낡은 옷을 걸쳤다. 남편을 먼저 떠나 보낸 뒤 여사는 손자들의 옷을 기웠다. 바지길이가 넉넉한 것을 구입해 아랫단을 잘라 놓았다가 무릎이나 엉덩이가 해지면 그 조각천을 덧대었다. 여러 번 기워 덧댈 수 없을 때까지 바느질했다. # 몽당연필로 가계부 쓰다 프란체스카 여사는 1971년부터 10년간 며느리와 함께 가계부를 썼다. 콩나물·멸치·사탕 하나까지 일일이 적었다. 며느리는 “보름마다 가계부를 검사받았는데 검사 전날에는 밤새우기 일쑤였다.”고 회상했다. 지출 내역과 잔액이 맞지 않으면 구입물품을 지어내느라 애도 먹었다. 그럴 때 여사가 “내 생애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남편이 대통령이 돼서 첫 월급을 받아오던 날이란다. 그 소중한 돈을 한푼도 낭비하지 않는 것이 아내의 도리가 아니겠느냐.”며 며느리를 다독였다고 한다. ●프란체스카 여사의 체취 가득 서울 종로구 이화동 ‘이화장’은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박사와 프란체스카 여사가 머물던 사저이다. 이 대통령을 기념하는 ‘우남 리승만 박사 사적관’도 이곳에 있다. 그러나 16일 방문한 이화장에서는 이 박사보다 프란체스카 여사의 손길이 훨씬 많이 느껴졌다. 이 박사는 대통령 취임 전 1년밖에 머물지 않았지만, 여사는 20년간 이곳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 대통령의 아들 이인수(76)씨와 며느리 조혜자(65)씨가 살고 있다. 이화장 자리는 원래 경관이 빼어나기로 유명했다. 조선 중종 때 학자 신광한(1484∼1555)과 인조대왕의 제3왕자 인평대군(1622∼1658)이 여기에 저택을 지었다. 정문을 통과하자 이 박사의 동상과 사적관이 보였다. 아름드리 나무 주변을 까치 한 마리가 한가롭게 산책하고 있었다. 돌길을 따라 들어갔다.1937년 지어진 한옥 기와집, 본채가 나왔다. 이 박사 부부가 여생을 보낸 곳이다. 본관 입구에는 본래 이 박사가 아내를 위해 심은 은방울 꽃이 있었지만 1992년 여사가 저세상으로 떠나자 시들시들 죽어버렸다고 한다. ●사적관엔 고부가 52년 입은 예복도 이 박사 부부의 유품과 사진자료로 가득했다. 프란체스카 여사가 15년간 입은 속옷,22년간 요리한 냄비·프라이팬,30년간 사용한 양산이 놓여 있었다. 특히 이 박사가 선물했다는 검정 예복은 프란체스카 여사가 40년, 며느리 조혜자씨가 12년 입었단다. 본채에서 조각당으로 오르는 정원은 조형을 살려 꾸민 덕분에 자연미가 넘쳐났다. 길가에는 하얀 철쭉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자연연못에는 붉은 물고기가 여유롭게 헤엄쳤다. 굴곡 많은 우리 근현대를 속삭이듯 굽이굽이 휘어진 고송이 굳건히 자리했다. 도심 수목원처럼 공기도 맑고 상쾌했다. 조각당은 마루가 딸린 단칸방인데 서너명도 앉기 힘들 만큼 좁았다.1948년 7월24일 이 박사가 초대 내각의 명단을 발표했다. 벽에 걸린 한 장의 사진이 역사적인 순간을 기록하고 있었다. ●전화 예약은 필수 이화장을 방문하려면 전화 예약(762-3171)이 필수. 최근까지 무료로 개방했지만 운영방식을 바꾸었다. 지원금이 없어 안내·관리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산책로도 폐쇄했다. 낙엽이 수북이 쌓여 발이 푹푹 빠지는데 청소 비용이나 인력이 없단다. 조혜자씨는 “어머님은 동네 아이들이 마당에서 뛰노는 것을 좋아하셨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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