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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상에 지친 당신‘을’ 위하여

    일상에 지친 당신‘을’ 위하여

    종합상사 ‘원 인터내셔널’에 낙하산 인턴으로 들어온 장그래는 동기들 사이에서 ‘왕따’다. 명문대 출신으로 높은 스펙을 자랑하는 동기들은 고졸 학력이 전부인 그를 비웃는다. 윤태호 만화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tvN 드라마 ‘미생’에 비친 직장의 풍경이다. 1987~1993년 KBS에서 방송된 ‘TV손자병법’을 시작으로 MBC ‘신입사원’(2005), KBS ‘직장의 신’(2013)까지 직장 드라마들은 끊이지 않았다. ‘TV손자병법’과 이후의 직장 드라마들을 비교해 보면 IMF 외환위기가 바꿔놓은 직장의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현실생활 바로미터 직장 드라마 ‘TV손자병법’과 ‘미생’의 배경은 종합상사지만 풍경은 정반대다. ‘TV손자병법’ 속 진산그룹은 요즘의 직장 문화에 견줘 보면 ‘가족 같다’는 느낌에 가까운 곳이었다. 어리바리한 만년 과장과 둥글둥글한 성격의 대리, 깐깐한 상무 등이 투닥거리는 모습은 시트콤을 보는 듯했다. 사내 정치, 승진 누락 등 직장의 현실이 그려졌지만 코믹한 분위기를 잃지 않았다. 반면 ‘미생’ 속 원 인터내셔널은 살벌한 전쟁터다. 사원들은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인턴들은 입사 기회를 놓고 생존경쟁을 벌인다. 업무 과로에 찌든 모습은 오상식 차장의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대변된다. 20년 전과 달라진 종합상사의 위상도 두 드라마의 분위기를 가른다. 1970년대 경제 성장기에 출범한 종합상사는 기업들의 수출 창구 역할을 담당하며 손꼽히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들이 수출 업무를 직거래로 전환하면서 종합상사의 역할은 크게 위축됐다. 이재문 ‘미생’ PD는 “‘미생’ 속 종합상사는 국내 기업과 해외 바이어 양쪽에 머리를 조아려야 하는 ‘을’(乙)의 공간으로 묘사된다”고 설명했다. ●주인공 직급 점점 낮아져… 신입사원서 인턴으로 2000년대 중반부터 직장드라마 주인공의 직급은 점점 낮아졌다. 대졸 공채 신입사원(‘신입사원’), 계약직 여직원(‘직장의 신’) 대졸 인턴(‘미생’) 등 사내 역학구조의 가장 아래에 있는 ‘을’의 시선에서 이들의 설움을 대변한다. 취업 준비생들의 스펙은 점점 높아졌다. ‘신입사원’의 LK그룹 신입 이봉삼은 명문대 출신의 그룹 장학생 정도로 묘사된다. 반면 ‘미생’의 인턴 안영이는 영어와 러시아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장백기는 국제무역사 자격증 등의 스펙과 프레젠테이션 능력으로 무장했다. 그럼에도 취업 준비생들의 고충은 더 커졌다. 2000년대 후반 대기업들의 채용연계형 인턴제도가 활성화되면서 또 다른 시험대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미생’의 인턴들은 정규직도 아닌 2년 계약직이 되기 위해 자신들의 능력을 증명해 보여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을’ 승리는 통쾌한 판타지… 점점 승리의 열매 작아져 ‘을’의 이야기는 통쾌한 판타지였다. ‘신입사원’의 주인공 강호는 지방대 사회체육과 출신으로 스펙은 없지만 타고난 뻔뻔함과 천운으로 LK그룹에서 승승장구한다. 계약직인 미옥도 정규직 전환에 성공하며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직장의 신’은 정규직들이 쩔쩔매는 만능 계약직 ‘미스 김’이 다른 계약직들의 설움을 한 방에 해결한다. 코믹한 분위기의 이면에는 불합리한 노동 현실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있었다. 반면 드라마 ‘미생’에는 판타지도, 노동 현실의 전복도 없다. 원작 웹툰이 인기를 끌 당시 독자들은 오상식 차장과 같은 ‘좋은 상사’마저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씁쓸해했다. 또 개인을 쥐어짜는 조직에서 살아남으려 애쓰는 인물들을 두고 “일중독 사회를 미화한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이재문 PD는 “직장의 현실은 갈수록 고착화되고 직장인들은 여전히 힘겹게 살아간다”면서 “직장인들의 고단한 일상을 통해 공감과 위로를 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김주혁 선임기자의 가족♥男女] “가정은 가장 중요한 공동체… 즉각적인 사회적 지원 가능해야”

    [김주혁 선임기자의 가족♥男女] “가정은 가장 중요한 공동체… 즉각적인 사회적 지원 가능해야”

    →한국건강가정진흥원(한가원)을 소개해 달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가교 역할을 맡아 가족정책 서비스의 품질을 관리함으로써 대한민국 가정의 행복 증진에 기여하는 곳이다. 이를 위해 전국 151개 건강가정지원센터와 217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필요한 매뉴얼 개발, 교재 제공, 사업 컨설팅과 평가, 종사자 교육 등 실질적인 업무를 진행한다. 아이돌봄사업 수행기관 216곳을 지원하고, 가족역량강화지원사업, 가족친화지원센터와 다누리콜센터 운영 등을 맡고 있다. 2005년 중앙건강가정지원센터로 문을 연 뒤 2011년 재단법인 한국건강가정진흥원으로 거듭났고 2014년 1월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 내년부터 특수법인 정부출연기관으로 전환돼 독립성이 강화된다. 양육비 이행관리원도 내년 3월 25일 한가원 내 기구로 출범한다. →한가원이 필요한 이유는. -가족은 작지만 가장 중요한 공동체다. 가정의 행복은 대한민국의 행복과 직결된다. 청소년 문제와 가정폭력 성폭력 등 사회적 문제들이 모두 가정의 문제에서 출발한다. 가족 환경이 급변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공존하는 가운데 가족의 안정과 행복에 필요한 사회적 서비스의 적극적 개발과 관심이 요구된다.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발전되도록 가정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는 기능이 중요하다. 한가원이 존재하는 이유다. 그러나 정치권 등은 가족관계가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사후 대처에 급급해 사전 예방에는 예산 지원이 잘 안돼 아쉽다. →가정의 행복도를 높이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가족이 행복하려면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면서 좋은 추억을 만들고 사랑도 쌓아야 한다. 가족 간에 서로 즐겁고, 재미있는 놀이를 찾아서 하고 대화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정 행복이 중시되고, 부모 노릇도 배워야 잘하고, 아버지들도 육아에 적극 참여하는 시대다. 가까운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부모 교육을 받아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정 해체 문제가 심각하다. -가족이 경제적 자립과 자녀 양육, 가족부양 기능을 감당하지 않으면 사회적 책임으로 확대되고 결국 사회문제로 이어지게 된다. 가정 해체는 어린 자녀들이 돌아갈 안식처를 잃는 것이기 때문에 더 큰 문제가 된다. →해결 방법은 뭐라고 생각하나. -가족 친화적인 문화가 확산되고, 가족의 가치가 중시되는 사회가 돼야 한다. 가정문제를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도움이 필요한 가정에 즉각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는 사회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일하는 엄마들이 아이를 낳아서 마음 놓고 키울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 민간이 하나가 돼 양육을 지원하고, 보육을 함께 책임져야 한다. 전반적인 사회문화가 변하도록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새해에는 어떤 일을 중점 추진하나. -우리 사회의 모든 가족이 행복해지도록 국민 모두가 가족 관련 서비스를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수요자가 원하는 정책 실현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특히 가족 서비스의 품질 향상을 위해 한가원의 기획업무 및 고유 기능의 전문성을 강화하도록 조직개편과 직원 역량 강화를 중점 추진할 계획이다. happyhome@seoul.co.kr
  • [부동산 특집] 신길뉴타운 래미안 에스티움, 80% 남향… 외부 침입 자동녹화

    [부동산 특집] 신길뉴타운 래미안 에스티움, 80% 남향… 외부 침입 자동녹화

    삼성물산은 다음달 초 서울 영등포구 신길뉴타운에서 ‘래미안 에스티움’(조감도) 아파트를 분양한다. 39~118㎡ 규모 1722가구가 들어서며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788가구가 일반 청약자의 몫이다.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가 84%를 차지한다. 입지여건이 빼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단지 앞에 지하철 7호선 신풍역이 있고 보라매역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강남 및 여의도로의 이동이 쉽다. 여의도 금융권 종사자들이 많이 찾는 지역이다. 편의시설도 잘 갖춰졌다. 타임스퀘어, 디큐브시티, 여의도IFC몰, 신세계백화점 등을 이용하기 쉽다. 고려대의료원 구로병원, 한림대부속강남성심병원, 여의도성모병원 등 대형 병원도 가깝다. 단지 주변으로 초·중·고교가 들어섰다. 걸어서 10분이면 보라매공원에 닿는다. 80% 이상을 남향으로 배치했다. 맞통풍과 채광에 유리한 3~4베이 평면을 주로 적용했다. 현관수납장, 다용도 복도장, 주방 팬트리 등을 설치, 수납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거실에는 외부인 침입 영상을 자동으로 녹화하는 장치를 설치했고, 헬스케어 기능이 추가된 ‘활동량계 원패스 시스템’도 설치한다. 녹지율이 법적 기준보다 높은 44%에 이르고 둘레길 1㎞가 조성된다. 신재생에너지 시스템을 도입, 관리비도 줄어든다. 2017년 3월 입주 예정. (02)848-2600. 류찬희 기자 chani@seoul.co.kr
  • “키스 자주하는 부모, 자녀 양육 성공률↑” (연구)

    “키스 자주하는 부모, 자녀 양육 성공률↑” (연구)

    키스와 포옹 등을 평소에 자주하는 부모는 그렇지 못한 부모들에 비해 자녀 양육 성공률이 훨씬 높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영국 민간사회연구센터(NatCen), 이스트앵글리아 대학교, 토머스 코럼 연구센터 공동 연구진이 ‘평소 스킨십이 잦은 부모는 자녀에 대한 주의력과 애정 또한 많아 양육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구진은 총 5000가구를 대상으로 심층 조사한 결과, 평소 서로에 대한 애정과 행복도가 높고 키스, 포옹 등 스킨십이 잦은 부모들은 자녀들에게도 무척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은 아이들에게 소리를 질러 혼내기보다 칭찬과 격려를 해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해당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밝고 긍정적인 사회 친화적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 반면, 평소 스킨십이 거의 없이 자주 언쟁을 벌이고 대립 관계를 형성하거나 이혼을 고민하는 경우가 많은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짜증을 내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경우, 아이들이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가지 더 흥미로운 것은 남녀관계에서 보다 더 긍정적, 낙천적 생각을 많이 하는 쪽은 여성보다 남성으로 조사됐다는 점이다. 두 사람의 관계에서 ‘크나큰 행복’을 느낀다고 답한 비율을 보면 남성들은 69%, 여성들은 65%로 조사됐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는 부부간에 서로를 아껴주고 배려해주는 마음이 강할수록 자녀 양육 역시 성공적으로 이어진다는 연관성을 증명해준다. 영국 민간사회연구센터(NatCen) 스베틀라나 스페이트 박사는 “평소에 행복한 마음을 꾸준히 유지하려 노력하는 남성, 여성이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런던 대학교 교육 연구소 마가렛 오브라이언 교수는 “부부간의 잦은 스킨십이 유발하는 충만한 사랑이 자녀 양육 성공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자료사진=포토리아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해외여행 | 당신에게도 하롱베이

    해외여행 | 당신에게도 하롱베이

    Vietnam Ha Long Bay 당신에게도 하롱베이 내가 하롱베이를 사랑하게 된 것은 하롱베이가 보여 준 어떤 풍경 때문이었다. 바다와 섬, 새벽의 안개와 밤의 별, 쓰다듬 듯 불어와 주는 바람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나를 스쳐가며 만들어 준 풍경. 그것들로 인해 이제 나는 하롱베이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하롱베이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동쪽으로 170km에 있는 북부 통킹만 인근의 넓은 바다를 지칭한다. 석회암 지대가 오랜 시간 바닷물과 비바람에 침식되어 생긴 수천개의 섬들이 잔잔하고 투명한 바다 위로 솟아 있다. 섬과 섬 사이로 유람선을 타고 지나며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할 수 있음은 물론, 넓고 신비로운 동굴과 기암괴석 등 자연의 신비도 함께 느낄 수 있다. ‘하롱’은 용이 내려왔다는 뜻이다. 베트남의 국립공원이며 1994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하롱베이 사실 하롱베이에 뭐가 있겠어 하는 생각으로 짐을 꾸렸다. 왜 하롱베이였는지도 기억에 없다. 오래 전의 영화 <인도차이나>에서 봤던 바다와 사람들의 모습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을 뿐. 푸껫, 세부, 보라카이 등의 휴양지를 두고 굳이 하롱베이여야 하는 이유 또한 알지 못했다. 별다른 생각 없이 하롱베이로 갔다. 그저 어딘가에서 잠시 쉬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하노이 공항에 내려 하롱베이로 향할 때 보았다. 숙소에서 준비해 준 승합차를 타고, 앉아서 가며 보았다. 천천히 달리는 베트남의 자동차들, 자동차를 추월해 가는 많은 오토바이들. 고속도로의 모든 차가 저속의 협약이라도 맺은 듯 느리게 달렸다. 물론 내가 사는 나라의 기준으로 그랬다. 시속 60km 남짓. 답답해 보였다. 좀 밟아요, 아저씨. 나는 속으로 말했다. 내가 아직 베트남의 속도에 익숙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 아직 여행의 속도에 진입하지 못한 것. 여행은 느려야 아름다운 법이니. 나는 천천히 맥주를 한 캔 마셨다. 깨어 보니 하롱베이였다. 호텔의 정문이었다. 파라다이스 호텔이었다. 깨어 보니 ‘파라다이스’, 혼자 중얼거렸다. 그러자 호텔 직원이 답했다. “Here is your paradise.” 그래서였을까, 정말 파라다이스였다. 맑고 부드러운 남중국해의 바람. 유럽을 옮겨 온 듯한 호텔. 조금만 걸어가면 볼 수 있는 항구와 떠날 채비를 마치고 나를 기다리는 유람선들. 멀리서 찾아온 친구처럼, 저기 손 흔드는 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롱베이에 가면 누구나 유람선을 타게 된다. 낮시간 동안 짧게 인근해에 머물다 돌아와도 되고 하룻밤 또는 그 이상 바다에서 묵어도 된다. 크고 작은 배들이 항구에서 여행객을 기다린다. 호텔과 연계된 크루즈 상품을 미리 선택하면 편하다. 호텔 근처 선착장에서 쉽고 가깝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 유람선을 타고 항구를 빠져나가면 쉽게 섬의 바다에 닿는다. 먼 옛날, 외세의 침략에 맞선 용이 적들을 향해 뿜어낸 여의주가 그대로 섬이 되었다는 전설을 기억하며 그 풍경 속에 젖어 든다. 그것이 하롱베이를 즐기는 최선의 방법. 나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하롱베이에 간다는 것은, 바다 위를 아름답게 떠돌며 수많은 섬들과 직접 만난다는 것이니까. 그렇게 하려고 나는 하롱베이에 왔다. 짐을 풀고 바다로 나갔다. 크루즈에 올랐을 때 놀랐다. 당신도 놀라게 될 것이다. 호텔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침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배의 몸으로 호텔이 떠서 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유럽풍의 고급스러운 침실과 바다 곁의 발코니. 텔레비전과 커피머신. 따뜻한 물이 끝없이 나오는 샤워룸. 커튼을 닫으면 호텔이고 창문을 열면 크루즈였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 하지만 그런 것들 때문에 내가 하롱베이를 사랑하게 된 것은 아니다. 돛을 펼치고 배가 움직이자 풍경이 다가왔다. 섬들이 손에 닿을 듯 가까웠다. 섬들은 나와 가깝고 또 나와 멀었다. 나는 가만히 서 있는데 섬들이 내게 다가오고, 내게서 멀어져 갔다. 어쩌면 그때 나는 섬이었고 하롱베이의 모든 섬들은 여행자였는지도 모른다. 수천개의 섬이 오히려 나를 여행한 것. 하롱베이에서 크루즈가 움직이자 오후의 바람이 한잔처럼 취하게 불고, 나는 그대로 섬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비로소 여행의 속도에, 하롱베이의 속도에 동행할 수 있게 되었다. 섬이 내게 오는 속도와, 내가 섬을 지나는 속도가, 이 유람선이 바다 위에 안기 듯 나아가는 속도가, 나란히 내 삶의 평속이 된 것이다. 나는 느려졌고 느려지면서 느긋해졌고 더 오래, 길게, 하롱베이에 닿을 수 있었다. 아마도 그때쯤 나는 하롱베이를 사랑하게 된 것이리라. 그러니까 당신도 언젠가 하롱베이에 와야 한다. 섬들의 향연 속에서 내가 스스로 섬이 되는 놀라움을 느껴야 한다. 아니, 섬이 나를 마음껏 여행하도록 허용하며 생에 한 번쯤 내가 섬이 되는 경험을 해야 한다. 작은 배로 갈아탄 뒤 내려 걷게 되는 신비로운 동굴과 어느 섬에 올라 바라보는 대양의 석양 속에서, 작은 배를 타고 다가와 과일과 음료수를 판매하는 현지인의 웃음 속에서, 붉고 노랗고 파란 현지인의 의상 속에서, 오랜 정박과 섬의 도열과 바람의 회항 속에서, 당신도 이제 하롱베이를 만나야 한다. 그때 당신은 나와 같이 하롱베이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하나의 도시를 함께 사랑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덧붙여 나는 이야기한다. 그 밤, 크루즈에서 바라보던 섬의 어두운 실루엣과 저 멀리 하늘의 수많은 별빛을. 만져질 듯 가까워서 별을 향하여 손을 올렸다가 내린 사실을. 그 손으로 한잔의 술을 마시고 바다와 함께 취한 이야기를. 그 밤이 너무 아름다워서 잠깐 울어 버렸다는 고백을. 잠들지 못한 채 당신께 편지를 썼다는 말을.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바다의 가득한 안개 속에서 바라본 희미한 섬들은, 전날의 선명함보다 더 아름다웠다는 것을. 그것은 현실 속에 이미 다가와 있는 추억 같은 것이었음을. 잊어야 할 것은 잊을 수 있고 잊지 못할 것은 더 선명해지는 풍경이었음을. 그리고 그런 풍경들 속에서 나는 이미 하롱베이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최성규 취재협조 호텔앤에어닷컴 사진제공 Paradise Cruises ▶travel info Airline 하노이까지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베트남항공 등에서 매일 운항한다. 인천공항에서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까지 4시간 30분, 시차는 우리나라보다 2시간 느리다. 공항에 내려 고속도로를 4시간쯤 달리면 하롱베이에 닿는다. 일반 버스를 이용할 경우 6시간 정도 소요된다. Luxury Cruise 하롱베이에 가면 누구나 유람선을 타고 바다로 나가 신비로운 섬들을 관광하게 된다. 바다에서 하룻밤 이상 묵을 것인지, 짧게 인근의 섬들만 보고 돌아올 것인지를 선택하면 된다. 하루쯤 바다에 머무는 일정을 추천한다. 일정 수준 이상의 크루즈 상품을 선택할 경우, 호텔의 시설과 서비스를 크루즈 안에서도 그대로 즐길 수 있다. 크루즈에서 작은 배로 갈아탄 후 근처 섬과 동굴 등을 둘러보거나 카약 등의 수상 스포츠도 즐길 수 있다. 하노이로 입국하여 하롱베이를 즐긴 뒤, 근처 앙코르와트 등의 도시를 여행하는 연계 상품도 많다. Hotel 하롱베이에서 즐기는 풍요로움 파라다이스 스위트 호텔 지금까지 하롱베이 여행은 은퇴 후 효도 관광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막상 하롱베이에 가보면 휴양을 즐기러 온 젊은 유럽 여행자를 많이 만나 볼 수 있다. 앞으로 우리에게도 하롱베이는 유럽인들에게처럼 근사하고 럭셔리한 여행지로 다가올 수 있지 않을까? 그 출발점에 호텔 파라다이스가 있다. 하롱베이 최초의 럭셔리 부티크 호텔 하롱베이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럭셔리 호텔이다. 크루즈 선착장과 가깝고 아늑한 경관으로 최근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뚜언처우섬에 있다. 2008년 건설을 시작하여 최근 완공된 유럽형 부티크 호텔이다. 156개 전 객실이 스위트룸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높지 않은 가격으로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 하노이, 사이공 등 베트남 주요 도시 이름을 딴 4개의 건물로 구분되며, 옛 도시의 사진을 각층 복도 등에서 관람할 수 있다. 하롱베이 전통 음식은 물론 세계 각국의 다양한 요리와 와인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이 1층에 있고 그곳에서 밤마다 유명 밴드의 공연이 진행된다. 피트니스센터, 스파, 컨퍼런스룸까지 다양한 부대시설도 갖춰져 있다. 편안한 여행을 즐기려는 외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특히 파라다이스 호텔의 경우 편안하고 안락한 휴식은 물론, 호텔과 연계된 다양한 여행 상품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롱베이 여행의 필수 코스라 할 수 있는 크루즈 상품을 직접 운영하여 서비스와 가격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 크루즈 상품의 경우 원하는 여행 스타일에 맞춰 다양한 등급의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크루즈 내부에 호텔 객실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시설도 훌륭하다. 호텔과 같은 침실 및 완벽한 냉난방, 객실별 샤워시설, 다양한 요리의 레스토랑, 선상의 일광욕과 바비큐 등의 서비스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작은 배로 잠시 갈아탄 후 승솟동굴, 원숭이섬, 티톱 전망대 등의 연계 관광도 기본으로 제공한다. 프러포즈 등 나만의 특별한 이벤트를 원할 경우 신비로운 동굴 속 만찬도 선택 가능하다. 이와 더불어 하롱베이 시티 투어, 골프 등의 연계 상품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Place 베트남 불교의 본산 옌뜨YEN TU 국립공원 하롱베이와 하노이의 중간쯤에 위치한 국립공원으로 한국인들도 많이 찾는다. ‘백년 불공을 드려도 옌뜨에 가보지 못하면 깨달음을 얻지 못한다’는 베트남 속담이 있을 정도로 베트남 사람들에게 유명한 산이다. 외세의 침략에 맞선 3명의 왕이 부처가 되어 산을 지킨다는 전설도 함께한다. 10여 개의 사찰과 수백개의 사리탑이 남아 있다. 매년 정월 초하루가 되면 수많은 인파가 소원을 빌러 찾아가는 곳이다. 봄마다 불교축제가 열리고 이때 수백만명이 찾는다. 케이블카를 두 번 갈아탄 후 조금 더 걸으면 정상까지 오늘 수 있다. 중간 지점에 천년고찰 화옌HOA YEN이 있다. 계단을 걷는 도중 많은 사탑과 유적을 지나게 된다. 정상까지는 가파른 계단을 걸어야 하므로 무릎이 안 좋을 경우 정상까지의 관람은 힘들 수 있다. 전설이 깊은 승솟SUNG SOT동굴 하롱베이의 섬 속에 있는 동굴이다. 무인도에 원숭이가 살고 있는 것을 이상히 여긴 어부에 의해 1993년 우연히 발견되었다. 유람선에서 작은 목선으로 갈아탄 후 섬에 내려 조금 걸어 오르면 동굴 입구가 나온다. 스피드보트 등으로 동굴만 관람하는 코스도 있다. 길이가 100m를 넘을 정도로 넓고 긴 석회암 동굴인데 다른 동굴과 달리 석회암이 위로 자란다 하여 솟아오른다는 뜻의 ‘승솟’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오랜 시간 석회암이 자라고 변형되며 기묘한 풍경을 이루었다. 가이드가 곳곳에 서서 동굴 벽을 향해 레이저 포인터로 동그라미를 그리며 닮은 형상을 설명해 준다. 천궁동굴天宮洞窟이라고도 불린다. 신비로운 고립 원숭이섬HANG LUON 병풍처럼 둘러싸인 섬 한쪽에 낮고 좁은 구멍이 있고 그 사이로 작은 배 또는 카약 등을 타고 겨우 들어갈 수 있다. 안쪽에 들어서면 섬 사이로 호수처럼 넓고 둥그런 공간이 나오는데 한쪽에 원숭이들이 모여 살고 있다. 준비해 간 사과 조각을 던지면 원숭이들이 가까이 다가와 먹이를 먹는다. 물결은 잔잔하고 기암절벽과 그 위로 푸른 나무들이 아름답다. 원숭이를 보러 들어가지만, 섬의 중심에 들어가 잔잔한 바다 위로 떠 가는 경험이 더 이채롭다. 중앙쯤에서 박수를 치면 그 소리가 메아리쳐 들려온다. 바닷물의 수위가 올라가면 들어갈 수 없는 곳이다. 우주비행사의 이름을 딴 티톱TI TOP섬 러시아의 유명한 우주비행사 티토프Gherman Titov, 1935~2000의 이름을 딴 섬. 그는 호치민이 러시아에 유학생 신분으로 머물 때 많은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베트남에 초대된 티톱이 하롱베이의 아름다운 절경에 반하게 된 것을 기념하여, 호치민의 배려로 섬 하나를 그의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월남전을 대비하여 소련에 원조 및 비행술을 지원받기 위해 러시아 최고의 비행사 티토프를 초대했다는 말도 있다. 400여 개 계단을 한참 걸어오르면 하롱베이의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잔잔한 바다 위로 아름다운 하롱베이의 섬들이 파노라마로 펼쳐지고 저 멀리 유람선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섬 아래 인공으로 조성한 작은 해변에서 한가롭게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도 만나게 된다. 파라다이스 스위트 호텔(베트남) Tuan Chau Island, Halong City, Quang Ninh Province, Vietnam +84 33 3842 368 www.paradisecruises.vn 호텔앤에어닷컴(국내) 서울특별시 중구 소공동 91-1 02-310-2600 www.hotelnair.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차가운 도시와 각박한 현대인에 숨 불어넣는 정원

    차가운 도시와 각박한 현대인에 숨 불어넣는 정원

    속도와 경쟁으로 지친 도시인들은 몸과 마음의 휴식, 소통이 가능한 공간을 필요로 한다.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16일 밤1시 10분 MBC 다큐프라임 ‘정원, 도시를 디자인하다’ 편에서는 도시를 생명의 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해답을 정원에서 찾아본다. 2004년 영국 청년 리처드 레이놀즈는 집 앞의 버려진 화단에 매일 밤 몰래 꽃과 나무를 심는 모습을 인터넷에 올렸다. 이 영상을 본 전 세계 30여개국에서 ‘남의 땅을 불법으로 꽃밭을 가꾸는’ 게릴라 가드닝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 정원·원예박람회 ‘첼시 플라워 쇼’에서 2관왕을 차지한 한국인 정원사 황지해씨는 지극히 한국적인 모습의 정원을 가꾼다. 각자의 위치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정원을 꾸미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문화인류학자 케이트 폭스는 “영국인들에게 집은 견고한 성(城)이고, 정원은 천국”이라고 말했다. 영국은 ‘첼시 플라워 쇼’가 열리는 곳이자 직업 행복도 조사에서 정원사가 1위를 차지하는 나라다. 영국의 정원 디자이너들로부터 ‘좋은 정원’이란 어떤 것인지 들어본다.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생활권 도시 숲의 면적은 7.95㎡에 불과하다. 이는 세계보건기구의 권고 수준인 9㎡에도 못 미친다. 그런 서울도 변하고 있다. 주민참여 골목길 가꾸기와 동네 꽃 축제들이 서울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있는 것이다. 스페인 마드리드, 영국 메도우 등 세계 여러 도시에서 정원이 도시를 바꾸고 사람들의 삶을 바꾸는 현장을 찾아가본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작은 친절에 큰 감동… 민원 만족도는 ‘쑥쑥’

    작은 친절에 큰 감동… 민원 만족도는 ‘쑥쑥’

    ‘아기의 출생신고 가족관계등록이 완료되었습니다’로 시작한 편지는 ‘다시 한번 아이의 탄생을 축하드리며 건강의 축복도 함께하시길 바랍니다’로 끝을 맺었다. 최근 아이의 출생신고를 마친 이모(30)씨는 14일 “집으로 배달된 뜻밖의 편지에 놀랐다”며 웃었다. 감동 백배였다. 서울 중구청 민원실에서 보낸 축하 편지엔 처리 결과 통보서도 들어 있었다. 처리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구청을 다시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덜게 됐다. 민원여권과 친절 서비스 동아리 활동이 주민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민원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과장급 이하 직원 9명이 자발적으로 꾸렸다. 지난 7월 말부터 매주 1회 퇴근 후 모여 아이디어를 짠다. 동아리에서 나온 아이디어 중 채택된 내용도 다양하다. 혼인신고 가족관계등록 처리 결과 통보 서비스를 비롯해 친절한 민원안내 문구 작성, 민원실 음수대 종이컵 돌리미 설치, 깨끗한 민원창구 조성을 위한 소품 배치 등이다. 구 관계자는 “예산을 적게 들이면서 민원인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김찬곤 부구청장 제안으로 이런 모임을 만들었다”며 “안내 문구라도 딱딱한 행정 용어를 쓰지 않고 듣기에 부드럽게 바꾸는 등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는 이 밖에도 감동을 주는 민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이달 초에는 주민들이 구청업무 처리 과정에서 느끼는 불편 사항을 개선하기 위해 민원여권과에 ‘규제개혁 접수함’과 ‘불편엽서’를 비치했다. 접수된 구청업무 불편 사항을 주 1회 취합해 해당 부서와 규제개혁팀에 통보한다. 해당 부서에서는 검토 내용과 처리 결과를 제안한 민원인에게 직접 전화나 문자로 친절하게 알린다. 감동을 주는 인사 방법, 민원인과의 대화 방법, 화목한 사무실 분위기 조성을 위한 아이디어, 누구나 민원을 안내할 수 있는 업무 매뉴얼 제작 등도 추진하고 있다. 최창식 구청장은 “앞으로도 주민들에게 감동을 안길 수 있는 친절 민원행정을 펼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해외여행 | 바랄 것이 더 있을까 한여름 날의 다낭·호이안

    해외여행 | 바랄 것이 더 있을까 한여름 날의 다낭·호이안

    Fall in Love with Vietnam 여행에서 돌아와 당신이 어떤 도시를 사랑하게 되었다면, 당신은 그 도시의 특정한 장소가 아니라 그곳에서 흘러간 당신의 시간을 사랑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높고 아름다운 건물 그 자체보다 건물의 서쪽 벽면에 얼굴처럼 붉게 비추인 오후 다섯 시의 햇살을 더 사랑하는 것. 아니면 어느 저녁, 숙소로 돌아가며 올려다본 하늘의 푸른 별, 휘파람을 불며 걸어가던 꼬마아이, 끝없이 젖고 또 마르던 해변의 모래들, 멀리서 들리는 이국어의 함성들. 그렇게 당신을 스쳐 지나간 그 도시의 어떤 순간들을, 당신은 사랑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결국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어떤 풍경이다. 장소와 시간이 연인인 듯 서로 껴안은 채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한 순간. 그 찰나의 찬란함이 적금처럼 모여 쌓인 여행의 잔고들. 그 기억을 우리는 풍경이라 부르고, 쉽게 사랑에 빠져든다. 글·사진 Travie writer 최성규 ●Vietnam Da Nang · HoI An 다낭 & 호이안 바랄 것이 더 있을까 한여름 날의 다낭·호이안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고 했던가. 너그러워져도 괜찮은 몇몇 휴양지에서도 이 문장을 스스로 완성시켜 보겠다는 듯 종종걸음을 치곤했다. 그렇게 나는 내 여행 세포가 기억하는 감각을 복기하며 다낭에 떨어졌다. 마음을 다잡았던 것과 달리 그곳에서 나는 한결 차분해졌다. 해변의 선베드, 노천카페의 앉은뱅이 의자, 고도의 담벼락. 그곳이 어디든 나는 비스듬히 기대 나른해지곤 했다. 다낭 & 호이안 다낭은 베트남 중부의 항구도시로 참파왕국, 안남왕국 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지금은 해안선을 따라 리조트가 개발되면서 베트남의 대표적인 휴양도시로 알려져 있다. 호이안은 다낭에서 남쪽으로 25km 떨어진 옛스러운 도시로 특히 일본과의 교역이 활발하여 지금도 일본의 영향력을 느낄 수 있다. 구시가지는 199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DaNang 오늘의 알람은 태양 다낭에서의 며칠, 단잠에 빠진 나를 흔들어 깨운 것은 요란한 휴대전화의 알람 대신 눈가를 실룩이게 만든 아침 해였다. 그러나 서울과의 두 시간여 시차를 생각하더라도 ‘am 06:00’ 글자 선명한 그 순간에 잠을 깨고 싶진 않았다. 뭉그적거리다 보니 다시 졸음이 밀려왔다. 침대 위로 쓰러지고 잠시 후, 잠결이지만 꽤 잘 자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느지막하게 일어났지만 잠에 쏟은 시간이 그다지 아깝지가 않을 만큼. 그래봐야 호텔 조식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만큼 여전히 아침나절. 다낭의 태양은 아침을 거르게 하지 않았다. 그 시절을 직접 겪지 않았지만 베트남이라 하면 우리가 흔히 월남전이라 부르는 베트남 전쟁의 이미지가 컸다. 다낭은 그랬던 베트남의 이미지를 오히려 낯설게 만들었다. 남북으로 길쭉한 지형에 동쪽으로 바다가 두르고 있는 베트남은 북쪽에 위치한 수도 하노이를 시작으로 무려 3,444km에 달하는 해안선을 따라 그들만의 문화유산과 풍광을 간직한 고도古都를 품고 있다. 그 가운데 아름답고 활기찬 분위기의 휴양 도시로 손꼽히는 곳이 다낭이다. 겹겹이 밀려오는 파도는 속이 알싸해지는 느낌을 줄 만큼 꽤 드세다. 다낭의 미케My Khe 해변은 그 끝이 어디쯤인지, 선 자리에서는 가늠이 되지 않을 만큼 아득하게 펼쳐졌다. 몇 번 피해 봤지만 이내 파도가 두 발을 덮친다. 머리 가르마는 따가운데 발끝은 시원하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동안에는 머나먼 타국에서 온 몇몇 여행자들이 해변을 독차지한다. 베트남 전쟁 기간에는 다낭에 주둔했던 미군들의 휴양지였다고 한다. ‘르 말 뒤 페이Le Mal Du Pays.’ 아주 간단하게는 ‘향수’로 번역되는 프랑스어 구절. 풀이하면 전원 풍경이 불러일으키는 영문 모를 슬픔이라는데 하루키의 어느 소설에서 보았던 그 구절이 떠올랐다면 너무 감상적인 것일까. 천국이든 극락이든 바라는 것은 매한가지 바다인 줄 알았는데 강이었다. 다낭 해변 안쪽으로 친근한 이름의 ‘한강Song Han’이 흐른다. 한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꺼우롱Cau Rong·龍橋’ 주변으로 시가지가 형성되어 있는데,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에 그 언저리에 눈에 띄었던 건축물이 있다. 고운 핑크빛의 다낭 대성당Chinh Toa Da Nang. 문을 밀어 보지만 꿈쩍을 안 한다. 기웃댔더니 자신을 자원봉사자라고 소개한 청년이 맨발로 뛰쳐나와 안내를 해준다. 정작 궁금했던 것은 ‘성당 안을 둘러볼 수 있나 없나’인데 본분에 충실한 이 청년, 프랑스 식민지 시절에 지은 성당으로 하늘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고자 했던 중세 사람들의 소망을 반영한 고딕양식이라는 등 속사포로 설명을 한다. 순박한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며 들을 수밖에 없었다. 대개 미사를 하는 일요일에 개방을 하고 다른 날은 방문객이 있을 때만 열쇠를 가진 직원이 와서 열어주는데 그 직원이 지금 어디에 갔는지 모르겠다고. 결과적으로 성당 안을 볼 순 없었지만, “괜찮아요, 그대의 친절한 안내가 충분히 인상적이었으니.” 시내를 살짝 벗어나면 차창 밖으로 대번에 고개를 빼게 되는 풍경을 마주한다. 다낭 사람들이 신성시 여기는 응우한썬Ngu Hanh Son이다. 목썬Moc Son, 호아썬Hoa Son, 터썬Tho Son, 낌썬Kim Son, 투이썬Thuy Son 등 5개의 산봉우리가 우뚝우뚝 솟아 군락을 이루고 있는 응우한썬은 한자어로 오행산五行山이다. 각각의 봉우리는 나무木, 불火, 흙土, 쇠金, 물水을 상징한단다. 그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큰 투이썬은 산길을 따라 오르는 것이 아니라 동굴을 따라 관통하는 산이다. 흙벽에 새긴 부조와 동굴 곳곳 불상이 영험한 분위기를 증폭시켰다. 동굴 가장 아래 공포가 느껴지는 곳을 지옥, 동굴 속 깎아지를 듯한 156개의 계단을 타고야 맞이할 수 있는 전망대를 극락이라고 했다. 계단을 기다시피 극락에 올랐다. 응우한썬의 나머지 4개 봉우리와 그 아래로 야트막하게 내리깔린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말에 피식 웃었지만 속에서는 부지런히 소원을 읊어댄다. 좋은 구경 실컷 하고 소원도 빌었지만 마른 목은 도무지 해결되질 않는다. 습하고 뜨거운 베트남의 낮 공기엔 ‘카페 쓰어 다Caphe Sua Da’가 정답이다. 철들지 않은 어린 양, 어리석은 중생에겐 앉은뱅이 의자에 앉아 커피 한잔을 맛볼 수 있는 노천카페가 곧 천국이고 극락이랄까. 무슨 사람이 그리 가볍나 핀잔을 줄지 모르겠으나 그거야말로 모르는 말씀이다. 이 커피 한잔을 제대로 즐기려면 나름의 내적갈등을 이겨내야 한다. 강하게 볶은 원두를 양철 필터를 통해 한 방울씩 추출한 베트남 커피는 에스프레소 샷보다 몇 배나 더 진하다고. 여기에 설탕과 우유 대신 연유를 넣어 차갑게 즐기는 베트남식 아이스커피가 바로 ‘카페 쓰어 다’. 극단적으로 쓰고, 극단적으로 단맛이 어우러지는 이 커피는 얼음이 녹을 때까지 기다렸다 천천히 음미하며 마셔야 제대로. 조급하지 않게 여유로운 삶을 영위하려는 베트남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HoiAn 고도의 싱그러움이란 소낙비가 내리던 오후, 서글픈 생각이 들었지만 다낭에서 25km 가량 남쪽에 위치한 호이안을 향해 길을 나섰다. 다행히 호이안에 가까워지자 비가 잦아들었다. 오늘의 호이안은 베트남 중부를 유유히 흐르는 투본Thu Bon강과 지류가 하나로 이어지는 호아이Hoai강변의 자그마한 마을이다. 그러나 16~17세기 무렵의 옛 호이안은 인도, 포르투갈, 프랑스, 중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의 상선이 드나들며 크게 번성했던 무역항이었다. 호이안을 소개하는 자료에는 ‘해상 실크로드의 중심지’라는 수식어가 빠지지 않는다. 자연스레 마을은 다양한 문화권의 영향을 받아 독특한 색채를 품게 되었다. 베트남 고유의 문화적 토대 위에 일본과 중국 그리고 프랑스를 비롯한 서구 문화를 두루 흡수하여 조화를 이뤄낸 고도古都 호이안은 이후 무역의 중심이 다낭으로 옮겨가면서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덕분에 베트남 전쟁의 마수를 피해 옛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그 역사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마을 전체가 199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되었다. 때문인지 이 작은 마을에는 여느 메트로폴리탄 못지않게 다양한 낯빛의 여행자들이 모여든다. 강물 잔잔한 마을 가운데에 아치형으로 지붕이 있는 목조다리 ‘꺼우 라이 비엔Cau Lai Vien·來遠橋’이 있다. 호이안이 가장 번성했던 17세기, 특히 일본과 중국의 상인들이 이곳에 거주하며 각각의 마을을 형성했는데 당시 일본 상인들이 돈을 모아 두 마을을 연결하는 다리를 놓았다고 한다. 라이 비엔은 멀리서 온 친구란 뜻이다. 호이안은 이 다리를 중심으로 구시가와 신시가로 구분된다. 다리 주변에 중국 복건성 상인들의 회합장소였던 ‘쭈어 푹 끼엔Chua Phuc Kien·福建會館’과 베트남 상인 ‘풍흥Phung Hung’의 고택 등 옛 시간을 머금고 있는 명소가 이웃한다. 호이안의 옛 거리에는 분위기 좋은 카페와 레스토랑, 쨍한 색감이 인상적인 갤러리, 수공예품을 파는 기념품 상점, 감각적인 디자인 숍 등이 촘촘하게 들어차 있다. 시간이 멈춘 고도라지만 호이안은 잿빛을 허락하지 않았다. 소낙비 때문만은 아닐 테다. 파스텔 톤의 건물과 푸른 잎사귀 무성한 가로수가 더욱 선명한 빛을 내비친다. 손잡고 걷거나, 나란히 자전거를 탄 젊은 연인들이 많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들의 뒤를 따라 자박자박 걷는다. 벽도 쓰다듬어 보고, 빗방울 매달린 나뭇잎도 건드려 보고. 베트남에서 느낀 뜻밖의 싱그러움. 이번 여행에서도 등 돌리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서진영 취재협조 비엣젯항공 VietJet Air, 02-399-4500, www.vietjetair.com ▶travel info Resort 다낭에서 한껏 여유를 부릴 수 있었던 것은 안락한 잠자리는 물론이고 굳이 바깥나들이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 싶을 만큼 근사한 비치프론트 리조트에 머물렀던 것이 컸다. 어디 근사한 비치프론트 리조트가 한둘이냐 하겠지만 다낭의 해변은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6대 해변 가운데 하나로 꼽힐 만큼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경쾌한 낮과 평화로운 밤 푸라마 리조트 다낭Furama Resort Danang 오아시스라고 했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건축 스타일에 베트남 전통 양식을 가미한 건물이 삼면을 둘러싸고 있는 리조트 중앙 뜰에 서면 코코스야자가 도열한 끝에 수영장과 백사장, 다시 그 너머로 푸른 바다가 차례로 주단을 펼친다. 수영장 끄트머리에 턱을 괴고 바라보는 박미안Bac My An 해변은 물론이고 그 뒷모습 또한 필름에 담게 할 만큼 인상적이다. 이처럼 태양을 즐길 줄 아는 투숙객들은 수영장과 해변을 오가며 다낭의 낮을 만끽한다. 다이빙과 스노클링 등 다양한 해양 스포츠 서비스를 제공하는 푸라마의 다이빙 센터는 마운틴 반도와 참섬에 이르기까지 최고의 다이빙 포인트로 안내해 주는 다낭 유일의 다이빙 센터이다.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자 하는 이들은 열대식물 가득한 정원 가운데의 라군 수영장 또는 스파를 이용하며 쌓인 피로와 긴장을 풀어낸다. 최고급 리조트답게 푸라마 스파는 자체 브랜드 제품을 사용하는데 페이셜 아로마 케어나 전통 베트남 마사지 등 기본 타입의 경우 우리 돈으로 3~5만원 수준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더욱 만족도를 높인다.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면 리조트 곳곳에 달아 놓은 등에 불이 들어온다. 한밤의 푸라마는 더욱 나긋나긋한 표정을 짓게 만든다. 시원한 맥주든, 은은한 와인이든 매일 밤 파도 소리 시원한 해변 테라스에 기대어 잔을 들도록 했기에. Truong Sa Street, Khue My Ward, Ngu Hanh Son District, Danang City +84 511 3847 333 www.furamavietnam.com 조용하고도 뜨거운 나절 라구나 랑코Laguna Lang Co 반얀트리 호텔 앤 리조트 그룹이 2013년 11월 베트남 중부 랑코 해안에 ‘앙사나 랑코Angsana Lang Co’와 ‘반얀트리 랑코Banyan Tree Lang Co’라는 걸출한 리조트와 챔피언십 골프 코스, 마린센터 등을 겸비한 복합 리조트 ‘라구나 랑코’를 오픈했다. 다낭 도심에서 한 발짝 떨어져 때묻지 않은 해안가와 울창한 열대 우림 뒤로 높다란 산봉우리가 한데 어우러진 자연 속에 자리하고 있어 어느 때보다 조용하고 뜨거운 나절을 보낼 수 있다. 베트남 후에 왕조의 성벽 창문 양식에서 영감을 받은 리조트 전반의 장식은 매우 감각적이다. 흙빛에 밝은 자색으로 포인트를 준 색감, 옻칠한 기물, 비단 자수를 놓은 직물 등이 차분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홀에서 복도를 지나 객실에 이르기까지 반얀트리 호텔이 자리 잡은 세계 각지의 인상적인 풍광을 담아낸 사진과 그림을 내걸고 있어 리조트 전체가 세련된 갤러리처럼 느껴질 정도로 작품을 감상하는 묘미가 있다. 마냥 널브러져 쉰다고 에너지가 보충되는 것은 아니다. 너른 숲 한 켠에 나무를 심고, 리조트 내 수로를 따라 자전거 페달을 힘껏 굴리거나 바다 위에서 카약 패들을 젓는 동안에 맺힌 땀방울은 한층 개운한 기분을 들게 해준다. 모두 라구나 랑코에서 느낄 수 있는 기쁨이다. Cu Du Village, Loc Vinh Commune, Phu Loc District, Thua Thien Hue Province 02-2250-8051(한국사무소) www.angsana.com(앙사나), www.banyantree.com(반얀트리) Airline 베트남으로 가는 새로운 하늘길 비엣젯항공 여행의 설렘이 최고조로 달하면서도 얼마간 불안이 공존하는 비행시간. 국적기가 아니라면 승무원에게 사소한 도움을 청하는 것도 마냥 쉽지만은 않다. 2007년 설립된 베트남 제2의 항공사 비엣젯항공은 승객들에게 비행의 즐거움을 전하고 안전한 하늘길로 안내하고자 보다 젊고 발랄한 이미지로 단장했다. A320, A321 등 평균 기령 3년 이내의 최신형 기종으로 운항하고 있으며 저렴한 항공 요금에도 불구하고 인천-하노이, 인천-다낭 구간의 경우 따뜻한 기내식을 무료로 제공한다. 또한 한국인 승무원이 탑승하여 직접적인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호치민, 나트랑 등 베트남 내 8개 도시를 연결하는 국내선과 방콕,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 도시를 오가는 국제선을 연계하면 선택의 폭은 더욱 넓어진다. 9월10일까지 운행하는 다낭행 전세기는 매일 1회 11:05에 인천VJ8737을 출발해 14:30에 다낭에 착한다. 귀국편VJ8736은 01:50 다낭 출발, 08:00 인천 도착이다. 하노이 정기편VJ8977은 매일 11:05에 인천을 출발하며 14:10에 현지에 도착한다. 귀국편VJ8976은 01:45 하노이 출발, 07:55 인천 도착이다. ACTIVITY 시클로Cyclo는 우리의 인력거를 연상케 하는 바퀴 셋 달린 베트남식 소형 오토바이이다. 대중교통의 하나지만 요즘에는 이색적인 문화 체험으로 인기가 있다. 하노이와 호치민에 비해 한결 호젓한 다낭과 호이안은 시클로 드라이브에 더없이 좋은 환경. 바퀴의 움직임과 강바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시클로를 타고 골목골목 베트남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다. 30분~1시간이면 충분. 호객행위가 상당하니 가격은 흥정하기 나름. 대략 10만~30만VND. FOOD 다낭 여행자들이 꼭 찾아서 맛보는 음식이 있다. 베트남 쌀국수냐고? 다낭에서는 단연 미꽝Mi Quang이다. 다낭의 명물 면 요리로 면은 쌀로 만들었지만 우동 면에 가까울 만큼 오동통하고, 땅콩가루와 함께 국물 없이 자작자작하게 비벼먹는 양념장이 독특하다. 일종의 비빔쌀국수인 셈. 새우, 돼지고기, 닭고기, 해파리 등 고명의 종류를 선택할 수 있다. 다낭 중심가인 한시장 주변으로 미꽝을 맛볼 수 있는 현지 식당이 많다. 가격은 2만5,000~4만VND.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해외여행 | 실크로드를 따라 1,200km를 달리다

    해외여행 | 실크로드를 따라 1,200km를 달리다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가슴 한 켠에 품고 있을 실크로드. 동양과 서양이 만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낸 용광로 같던 그곳. 건조한 바람만이 퍽퍽하게 불어대는 길을 낙타에 비단을 싣고 한 걸음씩 나아갔을 대상들. 그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두근두근 뛴다. ‘실크로드’는 1877년 독일의 리히트호펜이라는 지리학자가 비단이 오갔던 곳이라 하여 붙인 이름. 실크로드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만 이 길을 통해 오간 것은 비단뿐만이 아니다. 각종 물품과 보석, 불교와 이슬람교가 그 길을 통해 흘러가고 흘러들어왔다. 기원전 한무제 때 장건이 사신으로 서역에 다녀온 후 길이 트이기 시작한 실크로드는 세계무역의 중심지였다. 아름다움만큼 약탈 경쟁으로 인한 아픔을 품고 있는 실크로드. 굽이굽이 내려오고 있는 역사와 문화, 자연과 사람들을 만나며 실크로드의 발자취를 찾아 떠나 보자. ●황허의 도시,란저우에서 만리장성의 서쪽 끝, 자위관으로 황토색이 지배하는 간쑤성의 성도 중국 지도를 펼쳐 보면 한가운데에 ‘란저우蘭州’라는 지명이 있다. 이번 실크로드 여행의 출발점은 란저우. 1,400여 년의 역사를 품고 있는 란저우는 실크로드 문화유산이 풍부한 간쑤성의 성도로 교통과 문화, 역사, 경제의 중심지다. 칭하이성에서 발원한 황허가 처음 만나는 대도시로 중국인들이 ‘어머니의 젖줄’이라는 황허가 도시 가운데를 유유히 관통하고 있다. 그래서 란저우에 가면 어디에서든 황토색이 눈에 들어온다. 란저우 시민들과 여행자들은 시내에 있는 물레방아 공원에서 유유히 산책을 하며 황허를 만난다. 란저우를 황토색으로 보이게 하는 것은 황허뿐만이 아니다. 희토류를 비롯한 35종류의 광물이 매장되어 있는 누런 산들이 란저우를 둘러싸고 있다. 황토색 물에 황토색 산, 란저우에 가면 세상이 온통 황토색으로 이루어진 것만 같다. 실크로드의 문화유산이 가득 모여 있는 간쑤성 박물관과 함께 란저우에서 손꼽히는 것 중 하나는 란저우 라멘이다. 중국 다른 지방에 가도 ‘란저우 라멘’이라는 이름을 걸고 있는 음식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고기를 곁들인 란저우 라멘의 맛은 매콤한 것을 좋아하는 우리네 입맛에도 잘 맞는다. 란저우에서 나와 허시후이랑河西走廊을 따라 달린다. ‘허’는 황허를 뜻하는 단어로 허시후이랑은 황허강 서쪽의 긴 복도라는 뜻이다. 한쪽에는 평균 해발 4,000m의 치렌산맥이, 또 다른 한쪽에는 황무지 같은 사막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900km 길이에 폭은 40~100km. 실크로드 상인들은 이 좁고 긴 평지를 따라 비단을 나르고 전쟁을 하고 오아시스를 찾았을 것이다. 일직선으로 뻗은 허시후이랑에는 허시사군으로 불리는 우웨이, 장예, 주취안, 둔황 같은 오아시스 도시들이 이어져 있다. 먼지를 풀풀 내며 달리고 또 달려도 창밖의 풍경은 변하지 않고 사막은 건조하기 이를 데 없다. 버스를 타고 있는데도 온몸이 사막으로 변해 가는데, 그 옛날 대상隊商들은 어떠했을까. 이곳을 말과 낙타를 타고 지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절로 머리가 조아려진다. 자연이 그린 수채화 허시후이랑을 따라가다가 장예를 만난다. 장예는 란저우에서 510km 떨어진 도시로 마르코폴로가 1년간 머물렀던 곳이다. 장예에서 꼭 가 봐야 할 곳은 자연이 만든 예술품인 치차이산七彩山. 어떻게 흙에서 저런 색이 날까 의문이 들 정도로 빨간색과 노란색이 섞여 오묘한 빛을 내는 산들이 펼쳐져 있다. 정식명칭은 ‘장예단하국가지질공원’으로 ‘단하’는 붉은 노을을 의미한다. 오랜 세월 동안 풍화와 퇴적작용으로 만들어진 치차이산은 계곡을 따라 510km나 이어져 있다. 전체 공원은 4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각 구역마다 조금씩 다른 맛을 보여 준다. 희게 보이는 곳은 소금 성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이 넓은 곳이 과거에 바다였다는 설도 있다. 치차이산의 아름다움에 반해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산에서 뿜어내는 색을 가지고 주름치마를 만들어 입고 싶을 정도로 탐나는 자연의 색이다. 비가 오면 색이 진해져 더 아름답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장예를 찾은 날은 구름만 가득했다. 곽거병의 술샘 치차이산의 감동을 안고 서쪽으로 가다 보니 유인 우주선 발사기지가 있는 주취안酒泉에 닿는다. 주취안이라는 지명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한무제가 전쟁에 승리한 곽거병 장군에게 승리의 선물로 술을 한 병 내렸는데 곽거병 장군은 이 술을 혼자 마실 수 없다며 앞에 있는 샘에 술을 부어 부하들과 함께 마셨다는 것. 이 정도의 리더십은 있어야 실크로드에서 장군이 될 수 있는 것이었을까. 곽거병 장군이 술을 부은 샘이 있는 곳이라 도시 이름이 주취안이 되었고 주취안에 가는 대부분의 사람이 꼭 들르는 곳이 그 샘이다. 둔황을 향해 허시후이랑을 따라 부지런히 또 달린다. 이번에 나타난 곳은 만리장성의 서쪽 끝 자위관이다. 웅장하고 장엄하다. 자위관은 서역의 침입에 대비해서 1372년 명나라 때 만든 것으로 높이 10m, 둘레 733m의 거대한 성이다. 자위관의 크기만으로 서역의 군사들이 겁을 먹지 않았을까. 자위관에는 적의 동태를 살피는 3개의 망루가 있으며 박물관에서는 당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실크로드의 꽃,둔황 세계 불교 미술의 보고 둔황의 백미는 모가오쿠다. 과거 실크로드를 오가는 이들은 거친 땅과 예측할 수 없는 기후, 적들의 침략 속에서 항상 불안했다. 그들은 무사안녕을 빌기 위해 석굴을 파고 그 안에 불상을 세웠다. 그리고 벽화를 그려 넣었다. 그렇게 1,000년 동안 무려 1.7km에 달하는 깎아지른 절벽에 735개의 석굴이 만들어졌다. 석굴 하나는 절 하나와 마찬가지. 735개의 사찰이 아파트처럼 옹기종기 모여 있다고 상상해 보자. 처음 석굴에 들어가 벽화를 보았을 때 소름이 돋고 전율이 흘렀다. 모가오쿠가 처음 생긴 것은 16국 시대인 366년. 낙준이라는 승려가 석산 위에 나타난 부처의 상을 보고 만든 것이 시작이다. 이후 14세기까지 여러 시대에 걸쳐 수많은 승려와 조각가가 석굴을 정성스럽게 만들었다. 석굴 안의 불상과 벽화에는 당시의 생활상이 상세하게 담겨 있다. 놀랍게도 건조한 기후와 빛이 들어가지 않은 굴 속에 자리해 1,000년 전 신비로운 색이 남아 있다. 까맣게 변한 것도 있고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도 있지만 오묘한 아름다움을 풍기는 옥색이나 자주색, 노란색 등 여러 색이 석굴 안을 아름답게 빛내고 있다. 수많은 석굴 중 가장 중요한 석굴은 17호 굴. 16호 굴에 들어가자마자 오른편에 난 문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혜초 스님의 <왕오천축국전>이 발견된 17호 굴이다. 고대의 불교경전이 쌓여 있던 굴로 장경동이라고도 불린다. 17호 굴이 발견된 것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 1900년대 초 석굴을 관리하던 왕원록이라는 노인이 모래를 치우다 우연히 작은 굴을 발견했는데 그 안에 책이 가득했던 것. 보물창고를 발견한 것이다. 둔황에서 실크로드의 중요한 문서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이들이 세계 각국에서 날아들었다. 영국의 스타인, 프랑스의 펠리오, 일본의 오타니 탐험대, 러시아의 올덴부르그, 미국의 워너가 수만 점의 보물들을 각자의 나라로 빼돌렸다. 문서와 유물을 가져간 것에서 그치지 않고 벽화를 뜯어가기까지 했다. 그래서 모가오쿠에 가면 1,000년 전 벽화의 아름다움에 한번 놀라고 약탈 현장의 처참함에 또 한번 놀라게 된다.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이 둔황이 아니라 프랑스 박물관에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17호 굴을 보고 난 후에는 61호 굴을 챙겨 봐야 한다. 61호 굴은 현존하는 세계 최대 실사 지도로 꼽히는 오대산지도라는 벽화가 있는 굴로 지도에서 신라 고승의 사리탑으로 추정되는 탑이 그려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또 220호 굴과 335호 굴에 그려진 벽화에는 새의 깃털을 꽂은 조우관을 쓰고 있는 인물들이 있는데 조우관은 고구려시대에 흔하게 발견되던 모자다. 우리 선조들도 실크로드를 통해 교류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되니 실크로드의 이야기들이 한층 가깝게 느껴진다. ▶모가오쿠 남아있는 석굴은 수백 개에 이르지만 관람객들이 볼 수 있는 석굴은 몇 개 되지 않는다. 미리 예약을 해서 가이드와 함께 1시간 동안 10여 개 정도 석굴을 돌아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특별히 보고 싶은 석굴이 있으면 가이드에게 미리 요청을 해 놓는 것이 좋다. 모래로 만들어진 거대한 산 모가오쿠를 본 후에 사막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둔황 시내에서 남쪽으로 5km 위치에 바람이 불면 모래가 노래를 한다는 밍샤산鳴沙山이 자리하고 있다. 거대한 크기에 입구에서부터 입이 떠억 벌어진다. 높이 1,600m에 동서로 40km, 남북으로 20km나 이어져 있는 모래산. 실크로드 하면 떠오르는 사막을 가르는 낙타의 행렬이 눈앞에 펼쳐진다. 요즘에는 과거 대상들 대신 여행자들이 낙타 위에 앉아 있다. 초승달 모양의 작은 오아시스인 웨야취안月牙泉을 보기 위해 사막을 오른다. 곱고 부드러운 모래에 발이 푹푹 빠진다. 땀이 흐르지만 건조한 날씨에 금세 증발한다. 발가락 사이를 간질이는 모래산에 올라 뒤돌아보니 신비로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2,000여 년 전부터 기록에 등장하는 웨야취안은 오랜 시간 동안 사막의 나그네들에게 생명수를 제공해 주었다. 모래산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수천년간 마르지 않았다는 사실이 신비롭기만 하다. 연간강수량 39mm에 증발량이 2,800mm라니 더욱 놀랍다. 밍샤산에 오르면 웨야취안만 보이는 것이 아니다. 멀리 둔황이라는 또 다른 오아시스가 보인다. 모래산을 타고 내려가는 사람들, 모래 사이를 오토바이로 질주하는 사람들, 곱디 고운 모래로 장난을 치는 사람들, 그윽한 눈으로 멀리 둔황시내를 바라보는 사람들. 같은 밍샤산에 올랐지만 이곳을 느끼는 방법은 사람들마다 모두 달랐다. 끝과 시작이 있는 곳 시안西安을 시작으로 란저우와 장예, 자위관을 거쳐 둔황에 도착한 상인들은 이곳에서 서역으로 갈 채비를 한다. 실크로드는 둔황에서 북로와 남로로 갈라진다. 북로로 가려면 옥문관을 통해, 남로로 가려면 양관을 통해서 길을 떠나게 된다. 둔황 시내에서 80~100km 떨어져 있는 옥문관과 양관은 단순한 통로가 아니다. 비단을 낙타에 실은 상인들에게 익숙한 곳의 끝, 새로운 서역의 시작을 의미한다. ‘옥’이 오갔다고 해서 이름 붙은 옥문관은 거대한 문 하나만 달랑 남아 있고, 서역 남로 입구인 양관은 높이 4.7m의 봉화대만 남아 있다. 옥문관을 넘어 바라보는 길도 아름답지만 양관의 봉화대에서 내려다보는 풍광은 더 없이 황홀하다. 높은 곳에서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고비사막을 내려다보면 끝없이 펼쳐져 있는 길이 안겨 주는 막막함과 그 길을 헤쳐 나가야 하는 비장함이 함께 느껴진다. 당나라 시인 왕유는 양관에서 ‘그대에게 한 잔의 술을 권하니, 서쪽 양관으로 나가면 옛 벗이 있겠는가’라고 읊기도 했다. 익숙한 것과 이별하고 새로운 것을 향해 나가는 두려움. 얼마나 위험한 일이 펼쳐질지, 얼마나 흥미진진한 일을 만나게 될지 모르는 그 마음. 실크로드 여행을 마무리하는 양관에서 수천년 전 실크로드를 통해 서역으로 나간 그들의 심정을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travel info Airline 동방항공이 인천-란저우 노선을 운영하고 있으며 소요시간은 약 3시간이다. 대한항공 특별 전세기는 인천에서 우루무치까지 약 5시간 소요된다. 두 항공편 모두 10월 초까지 주 2회 운영한다. TIP 시차 베이징과 동일하게 서울보다 1시간이 늦지만 서쪽에 위치해 밤 10시가 되어야 해가 진다. 주의사항 건조하기 때문에 물을 잘 챙겨 마셔야 하며 수분크림과 미스트를 준비해 가면 도움이 된다. 선글라스와 모자는 필수. activity 둔황 야시장도 놓치지 마세요 둔황 여행을 더욱 즐겁게 해주는 것은 둔황 야시장. 과일과 견과류, 각종 기념품과 먹거리가 넘친다. 함께 여행하는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밤을 즐기기 좋은 곳. 여러 먹거리가 있지만 양꼬치가 특히 인기다. 원하는 부위를 고르면 즉석에서 구워 준다. 꼭 맛봐야 할 것이 하미과. 멜론처럼 생겼는데 겉은 노랗다. 둔황에서 세상에서 가장 달달한 메론을 맛보게 될 것이다. 기념품으로 많이 찾는 제품은 밤에도 보인다는 술잔과 실크로드의 아이콘인 낙타인형이다. 그리고 한 땀 한 땀 손으로 파 낸 목판 장식품이 있다. 야시장에서는 낙타의 모습이 담긴 각종 기념품들이 인기다 에디터 손고은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채지형 취재협조 중국국가여유국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서초구 새 조직은 ‘안전 중심’

    서초구가 주민 안전과 주거환경 개선 등을 겨냥해 도시안전과와 주거개선과 신설을 골자로 하는 조직 개편에 나선다고 14일 밝혔다. 구의회와 합심해 민선 6기 행정환경 변화에 걸맞은 조직개편을 추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현재 조직체계로는 재난·재해 예방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주민 맞춤형 문화콘텐츠와 복지수요 증가·재건축 활성화 등 행정수요 변화에 미흡한 점을 해결하는 한편 ‘구민이 주인’인 구정 철학을 실현하고, 주요 정책사업을 성공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먼저 민선 6기 핵심공약과 주요 사업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5개 과를 신설했다. 재난·재해 예방 및 대응 시스템 구축을 위해 안전도시과를 만들었다. 또 주거환경 개선과 재건축 활성화·도시관리 기능 강화를 위해 주거개선과를, 증가하는 복지수요에 대응하고자 어르신청소년과를 새로 꾸렸다. 홍보정책과를 부구청장 직속의 ‘소통담당관’으로 변경해 구정 홍보와 주민과의 소통을 강했다. 주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안전치수과를 물관리과로, 기업환경과를 푸른환경과로, 토목과를 도로과로, 총무과를 행정지원과로 바꿨다. 내년 1월 1일자로 시행되면 현재 1담당관, 5국 25과, 1소 3과, 18동, 1의회에서 5개 과와 1개 지소가 늘어 2담당관, 5국 28과, 1소 4과 1지소, 18동, 1의회의 행정조직이 된다. 조은희 구청장은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주민과 소통을 키우도록 준비했다”며 “앞으로도 열린 마음과 맑은 행정으로 행복도시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강수진의 亂… 천 조각 하나 걸치고 엑스레이 찍듯 곡선미 뽐내는 ‘파격 발레’로 돌아오다

    강수진의 亂… 천 조각 하나 걸치고 엑스레이 찍듯 곡선미 뽐내는 ‘파격 발레’로 돌아오다

    남자 무용수들이 힘차게 웅비한다. 팬티에 가까운 천 조각 하나만 달랑 걸쳤다. 근육질의 몸매에서 야성적인 에너지가 뿜어져 나온다. 여자 무용수들도 팔을 위로 뻗고 쉴 새 없이 질주한다. 몸에 딱 달라붙는 ‘유니타드’ 차림이다. X선을 찍은 듯 곡선미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강수진(47) 국립발레단장이 ‘난’()을 일으켰다. 발레의 고정관념을 산산이 부쉈다. 지난 2월 취임 이후 8개월 만에 선보이는 모던발레 ‘봄의 제전’에서다.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등 전통발레의 정적인 움직임, 고즈넉함은 찾아볼 수 없다. 상체를 고정하고 춤추는 테크닉도 없다. 발레용 신발인 토슈즈도, 치마풍의 발레복도 벗어던졌다. 파격 자체다. 1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국립발레단 연습실. 남녀 무용수들이 스트라빈스키의 역동적인 음악인 ‘봄의 제전’에 맞춰 격렬하게 움직였다. 뛰고 또 뛰었다. 거친 숨소리가 연습실을 가득 메웠다. 웃통을 벗어젖힌 남자 무용수들이 각자의 파트너인 여자 무용수들의 허리를 한 팔로 감고 번쩍 들어 올렸다. 두 발로 엉덩이를 받쳐 들어 올리기도 했다. 고난도의 서커스를 연상케 했다. 국립발레단 측은 “이번 봄의 제전은 남자들의 춤”이라며 “생명력 넘치는 원초적인 봄을 남자들의 힘과 역동성을 통해 보여 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무용수들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연습한다. 남자들은 아침저녁 체력 단련도 필수다. 지난 6일부터 ‘런 스루’(실제 공연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하는 연습)의 강행군을 이어오고 있다. 과격하고 격정적인 동작이 많아 발목, 허리, 어깨 등 부상도 많다. ‘봄의 제전’은 봄의 신에게 제물을 바치는 슬라브족의 원시 제전을 담고 있다. 이번 작품은 1974년 글렌 테틀리 안무작으로, 국내에선 처음 선보인다. 국립발레단의 첫 모던발레 도전작이기도 하다. ‘봄의 제전’과 함께 공연하는 ‘교향곡 7번’은 베토벤 교향곡 7번에 맞춰 우베 숄츠가 안무를 짠 작품이다. 무용수들이 음악에 맞춰 제각각 하나의 음표가 되어 ‘음표의 군무’(群舞)를 연출하는 게 장관이다. 두 작품은 16~1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1913년 5월 29일 밤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극장에서 ‘봄의 제전’이 첫선을 보였을 때 세계 무용계는 경악했다. 발레의 아름다움을 파괴하고 구부정하고 삐딱한 춤 동작으로 추함을 표현했기 때문이다. 그날의 충격이 100년을 넘어 서울에서 재현된다. 강수진 단장은 말한다. “즐겨라. 그 하나면 충분하다.” 글 사진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한강변 고급 아파트촌 때 아닌 ‘쥐 잡기 운동’

    서울 송파구의 고급 아파트 단지에서 1960~70년대에나 있었던 ‘쥐 잡기 운동’이 재연되고 있다. 12일 송파구 등에 따르면 지난달 한강변에 있는 E아파트 단지에 ‘구서작업’(쥐 잡기)을 실시할 예정이니 애완동물을 밖에 내보내지 말아 달라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었다. 이 아파트는 111㎡(33평) 한 채가 9억∼10억원에 거래되는 고급 주거단지이지만 놀이터, 정원, 아파트 복도 등에서 쥐가 발견되는 일이 잦아지자 관리사무소에서 쥐약 살포를 계획한 것이다. 하지만 쥐약 살포계획은 대폭 축소됐다. 동물보호단체와 고양이 애호가들이 구와 관리사무소에 집단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쥐약을 먹은 쥐를 길고양이들이 잡아먹고 죽는 등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입주민들은 “쥐들이 집까지 들어와 각종 세균과 병원체를 옮기는 상황인데 고양이 때문에 쥐를 못 잡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반발했다. 지난달 초에는 한 입주민이 현관 앞에서 쥐에 물려 응급치료를 받는 일까지 발생했다. 쥐에 물리면 두통, 고열, 구토 등을 유발하는 병원체에 감염될 수 있다. 어린 자녀를 둔 한 입주민은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한강 둔치에서 수를 불린 쥐떼가 유입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해충방제업체 관계자는 “한강 둔치에 사람이 많이 몰리는 여름철 음식물 쓰레기를 먹이 삼아 수가 불어난 쥐들이 먹이를 찾아 주변 아파트로 유입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특정 지역에 쥐 개체 수가 급증하는 데 대해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시 관계자는 “현재로선 개체 수 등을 모니터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행복도시 대형건설사 빅매치

    행복도시 대형건설사 빅매치

    행복도시에서 대형 건설사 간 아파트 분양 빅매치가 펼쳐지면서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경쟁이 붙은 곳은 설계 공모를 통해 택지를 공급한 2-2생활권 특별 설계구역. ‘행복도시의 강남’으로 불린다. 모두 7481가구가 들어서는 대규모 단지로 4개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2-2생활권은 ‘행복도시의 명동’으로 조성될 상업지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으며 상업지역을 지나 호수공원과 수변공원으로 연결된다. 세종청사까지는 2~3㎞ 떨어져 있다. 행복도시에서 대형 건설사들이 자체 사업을 벌이는 것은 이곳이 처음이다. 그만큼 단지·평면 설계 특화 경쟁도 치열하다. 3.3㎡당 분양가도 처음으로 900만원을 넘어섰다. 공무원 특별분양 물량이 70%에서 50%로 줄어들어 일반 청약통장 가입자들의 청약 기회가 높아진 것이 특징이다. 일반 청약은 같은 날 전국 단위로 실시하되 세종시 거주자에게 우선 당첨권이 주어진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달 분양된 P4구역의 금성백조주택 ‘세종 예미지’ 아파트는 평균 30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에서 청약이 마감됐다. 이어 이달 초 공급된 롯데건설·신동아건설의 ‘캐슬&파밀리에’ 아파트 역시 평균 12대1의 청약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두 지역의 아파트 분양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행복청과 업체 간 분양가 인상 줄다리기도 일단락됐다. 업체들은 당초 3.3㎡당 1000만원대로 신청했지만 행복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3.3㎡당 분양가는 860만~890만원대로 잡혔다. 다만 P2구역 일부 85㎡ 초과 아파트는 택지공급 가격이 비쌌기 때문에 3.3㎡당 921만원으로 결정됐다. 분양가 승인이 나면서 대우건설·현대산업개발·계룡건설·현대엔지니어링 등 4개사는 지난 10일 모집공고를 내고 2-2생활권 P3구역 아파트 ‘메이저시티’ 분양에 나섰다. 15일부터 청약을 받는다. 포스코건설·현대건설은 P2구역에서 ‘세종 더샵 힐스테이트’ 아파트를 이달 하순 분양할 예정이다. 메이저시티는 지상 29층짜리 43개 동에 3171가구(전용 59~120㎡)로 이뤄졌다. 선호도가 높은 전용 84㎡ 이하 중소형 비율이 74%를 차지한다. 3.3㎡당 분양가는 859만~890만원이다. 대형 수납공간을 제공하고 단지 내 데크 부위에 옥외 엘리베이터 및 경사로도 설치했다. 대단지를 아우르는 통합형 조경설계도 이 아파트의 자랑거리. 힐링포리스트, 로맨스가든, 키즈벨트, 아쿠아가든, 생태연못 등이 단지 곳곳에 조성된다. P2구역에 나오는 세종 더샵 힐스테이트 아파트는 지하 2층~지상 29층 28개 동에 1694가구(전용면적 59~133㎡)다. 세종시 핵심 교통 수단인 간선급행버스(BRT) 정류장과 붙어 있다. 백화점 등 생활편의시설도 가깝다. 행복도시 부동산중개업소들은 “다른 아파트단지보다 분양가가 비싸게 결정됐는데도 청약 경쟁률이 높은 것은 새로운 설계와 대형 건설사 브랜드의 영향 때문”이라며 이달 분양되는 아파트 청약도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했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곳곳 휘발유 뿌리고 기름통 놓아둔 채 불질러…대형 참사날 뻔 “아찔”

    곳곳 휘발유 뿌리고 기름통 놓아둔 채 불질러…대형 참사날 뻔 “아찔”

    경남 양산경찰서는 여장을 한 채 어머니가 사는 아파트에 불을 지른 혐의(현주건조물방화)로 김모(27)씨를 구속했다고 10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 2일 오전 4시 10분쯤 어머니가 사는 양산시내 한 아파트 5층과 16층 사이 계단과 복도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낸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또 16층에서 5층까지 불이 쉽게 번지도록 계단 틈 사이로 나일론 끈을 늘여뜨려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일회용 라이터와 신문지를 이용해 5층 나일론 끈에 불을 붙이고 달아났지만 때마침 귀가하던 주민이 불이 난 것을 발견하고 아파트 바깥에 있던 수돗물을 대야에 받아 불을 끈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 아파트 복도에는 김씨가 두고 간 휘발유가 든 20ℓ짜리 기름통 3개, 2ℓ·500㎖짜리 페트병 22개, 부탄가스통 10개가 있었던데다 해당 라인에는 주민 100여명이 살고 있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아파트 엘리베이터 내부 등에 찍힌 CCTV를 통해 긴 머리에 분홍 점퍼 차림을 한 20대 여성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추적에 나섰다. 그러나 이후 그 여성이 탄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 운전자가 그 아파트에 사는 한 여성의 아들인 김씨인 것으로 확인된 점, 여성과 김씨 체격 등이 비슷한 점 등에 미뤄 여장 범행 가능성을 두고 수사에 착수했다. 잠복 수사를 하던 경찰이 지난 4일 김씨가 자신이 사는 원룸 근처에 버리고 간 쓰레기봉투를 확인해보니 안에는 CCTV에 찍힌 여성이 입은 옷과 범행 계획표 등이 발견됐다. 경찰은 지난 6일 새벽 어머니가 살던 아파트로 들어가던 김씨를 검거했다. 김씨는 “분식집 운영 등 사업이 실패해 사회에 대한 불만이 컸다”며 “범행을 들키지 않으려고 여장을 했다”고 진술했다. 과거 우울증 치료를 받기도 한 김씨는 이날 오전 1시간여 동안 진행된 현장 검증에 순순히 임했으며 다소 불안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씨의 정확한 범행 동기를 확인하기 위해 조사를 계속 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바람을 가르며 편안한 라이딩 ‘쌩쌩’

    바람을 가르며 편안한 라이딩 ‘쌩쌩’

    어느 스포츠나 옷을 제대로 갖춰 입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자전거복도 바람과 싸워야 하기 때문에 특별히 신경 써야 한다. 토종 아웃도어 브랜드 바이원클럽이 선보인 상의 제품 로드메이트는 흡한속건 소재를 사용하고 자전거 주행 특성에 맞게 허리를 굽혀도 피로감이 적은 사방스판 원단을 적용했다. 이 제품은 효성의 특수 원단을 사용해 자외선 차단에도 효과적이다. 상의 제품으로는 젠사원단 냉감셔츠 그레이셔도 있다. 합리적인 가격도 반갑다. 각각 9만 8000원, 5만 8000원이다. 바이원클럽 관계자는 “라이딩 의류는 착용감과 체온 유지가 핵심”이라면서“ 땀이 나는 이유는 몸이 공기와 마찰 면적을 넓혀 몸을 식히겠다는 것인데 이때 찬 공기를 갑자기 접하면 체온 유지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 라이딩 바지와 달리 딱 달라붙지 않고 주머니가 있어 일상생활에서 입기 좋은 로드 팬츠는 7만 8000원이다. 이 제품은 지퍼가 달려 있어 입고 벗기도 편한 게 특징이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종이값만 40억 ‘아날로그 국감’

    종이값만 40억 ‘아날로그 국감’

    올해 국정감사도 어김없이 ‘종이의 홍수’다. 컴퓨터의 발달에 이어 스마트폰, 태블릿PC까지 등장하며 디지털 소통이 보편화된 시대에 국회는 아직도 종이 인쇄물에 의존한 아날로그식 국감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국감이 시작되면 국감장마다 피감 기관이 국회에 제출한 인쇄물이 한가득 쌓인다. 그러나 이 두꺼운 자료를 빼놓지 않고 정독하는 의원은 드물다. 이 자료들은 또 ‘하루살이’에 불과하다. 국감이 끝나면 국회 복도 한구석에 쌓여 있다가 고스란히 폐기 처분된다. 의원실에서 앞다퉈 ‘뿌리는’ 보도자료도 산더미다. 여야 의원들이 내는 자료를 1부씩만 모아도 성인 평균 키 높이를 족히 넘는다. 의원 보좌진의 땀이 밴 인쇄물들이지만 이 또한 폐지 신세를 면치 못한다. 대부분 수거돼 수레에 실려 국회 밖으로 나간다. 9일 국회와 정부 등에 따르면 국감 기간 동안 피감 기관이 마련하는 인쇄물 비용 등을 모두 합하면 대략 4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에서는 의원실마다 차이는 있지만 한 곳당 연평균 1200만원 정도를 인쇄 비용으로 지출한다고 한다. 국감 때는 적게는 300만원에서 많게는 500만원까지 든다. 나머지는 의정보고서, 토론회, 세미나 자료 제작 비용으로 쓰인다. 일부 의원들은 국감 자료를 의정보고서 양식으로 만들어 자신의 지역구에 다량 배포하기도 한다. 의원 정수가 300명인 점을 감안하면 어림잡아 연 36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정부와 국회가 동시에 쏟아내는 종이값만 연 80억원에 달한다는 얘기다. 국감에서 종이 낭비가 심하다는 지적은 국감제도가 부활한 1988년 13대 국회 때부터 줄곧 제기돼 왔다. 2010년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를 비롯해 각 상임위에서 종이 낭비를 줄이자는 결의도 수차례 했었다. 하지만 단 한번도 제대로 실천되지 않았다. 원활한 국감 진행과 더불어 종이 낭비를 막기 위해 지난 16대 국회(2000~2004년) 때 상임위 의원석에 노트북이 한대씩 설치됐지만 현재 이를 제대로 활용하는 의원은 거의 없다. 노트북이 그저 장식용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300명이라는 의원 수를 감안하면 이 노트북 구입비만도 수억원대에 이른다. 그나마 이번 국감에서 교육부가 USB와 CD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미군 에볼라 실험실 설치 “미군 에볼라 환자와 직접 접촉 가능성” 경악

    미군 에볼라 실험실 설치 “미군 에볼라 환자와 직접 접촉 가능성” 경악 에볼라 바이러스 관련 시설 건립 등을 위해 서아프리카에 파견된 미군 중 일부는 에볼라 실험실에 배치될 예정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에볼라 환자와 직접 접촉하게 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 아프리카사령부(AFRICOM) 사령관인 데이비드 로드리게스 대장은 7일(현지시간) 국방부 브리핑에서 “병원과 치료소, 실험실 등 에볼라 관련 시설 건립을 위해 파견된 일부 미군이 에볼라 실험실에도 배치된다”면서 “실험실별로 3∼4명씩 배치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군은 현재 3개의 실험실을 건립했으며, 앞으로 4개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로드리게스 사령관은 “이동식 실험실에서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에볼라 감염 여부를 테스트하게 되는데 그 중 일부는 이미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수도 있다”고 말해 실험실 배치 미군이 에볼라 환자와 직접 접촉하게 될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실험실에 배치되는 미군들은 핵이나 생화학 분야에서 고도의 훈련을 받은 전문가들로, 방호복도 입을 것”이라면서 “이들 미군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설명했다. 미군의 에볼라 환자 직접 접촉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국방부는 즉각 “실험실 배치 미군은 에볼라 환자와 직접 접촉하지 않고 혈액 샘플만 관리하게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의회전문지인 더 힐을 비롯한 미 언론은 로드리게스 사령관의 발언을 토대로 미군이 에볼라 바이러스와 직접 접촉하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에볼라 퇴치를 위해 서아프리카에 약 4천명의 미군을 파견하기로 했으며, 현재 350명의 미군과 130명의 노동자가 현지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네티즌들은 “미군 에볼라 실험실 설치, 대단하네”, “미군 에볼라 실험실 설치, 무섭다”, “미군 에볼라 실험실 설치, 어떻게 저런 곳에 실험실을”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미군 에볼라 실험실 배치 “에볼라 창궐 지역에 왜?” 이유는

    미군 에볼라 실험실 배치 “에볼라 창궐 지역에 왜?” 이유는 에볼라 바이러스 관련 시설 건립 등을 위해 서아프리카에 파견된 미군 중 일부는 에볼라 실험실에 배치될 예정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에볼라 환자와 직접 접촉하게 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 아프리카사령부(AFRICOM) 사령관인 데이비드 로드리게스 대장은 7일(현지시간) 국방부 브리핑에서 “병원과 치료소, 실험실 등 에볼라 관련 시설 건립을 위해 파견된 일부 미군이 에볼라 실험실에도 배치된다”면서 “실험실별로 3∼4명씩 배치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군은 현재 3개의 실험실을 건립했으며, 앞으로 4개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로드리게스 사령관은 “이동식 실험실에서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에볼라 감염 여부를 테스트하게 되는데 그 중 일부는 이미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수도 있다”고 말해 실험실 배치 미군이 에볼라 환자와 직접 접촉하게 될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실험실에 배치되는 미군들은 핵이나 생화학 분야에서 고도의 훈련을 받은 전문가들로, 방호복도 입을 것”이라면서 “이들 미군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설명했다. 미군의 에볼라 환자 직접 접촉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국방부는 즉각 “실험실 배치 미군은 에볼라 환자와 직접 접촉하지 않고 혈액 샘플만 관리하게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의회전문지인 더 힐을 비롯한 미 언론은 로드리게스 사령관의 발언을 토대로 미군이 에볼라 바이러스와 직접 접촉하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에볼라 퇴치를 위해 서아프리카에 약 4천명의 미군을 파견하기로 했으며, 현재 350명의 미군과 130명의 노동자가 현지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네티즌들은 “미군 에볼라 실험실 배치, 정말 무서운 곳이네”, “미군 에볼라 실험실 배치, 어떻게 이런 일이”, “미군 에볼라 실험실 배치, 실험실 배치되면 정말 무섭겠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상봉~망우역 상권 살려 경제 자족 도시로

    상봉~망우역 상권 살려 경제 자족 도시로

    “임기인 2018년까지 새 일자리를 4만개 만들어 자족도시를 일구겠습니다. 사회적기업 일자리, 노인 일자리, 장애인 일자리 등 사회적 약자 일자리 창출을 중심으로 말이죠. 교육을 통한 정주도시 조성도 민선 6기의 큰 축입니다.” 나진구 중랑구청장이 6일 이 같은 ‘행복도시 중랑’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구청 집무실에서 만난 그는 “아프고 고독하고 할 일 없고 소득도 없는 노인의 4중고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일자리”라면서 “매년 10%씩 노인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일자리 증가는 인구증가와 세수증가로 이어져 다시 주민들에게 혜택으로 돌아가는 자족도시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기업을 유치해 민간 일자리 확대 없이 공공일자리만 늘릴 경우 예산만 투입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나 구청장은 상권개발, 첨단기업유치, 전통산업 부활 등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해 11월 마트와 쇼핑몰을 갖춘 초고층 주상복합빌딩이 들어섰고, 5년간 흉물처럼 서 있던 주상복합빌딩(41층 2개동)도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상봉터미널 부지에도 52층 주상복합빌딩이 들어설 예정이고 망우역사를 복합역사로 개발하는 등 상봉역~망우역 일대에 중랑 코엑스를 조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내택지지구에는 중·장기적으로 첨단기업을 유치할 계획이다. 면목선 경전철, 6호선 신내역 복선화 등이 완료되면 지하철 6·7호선, 중앙선·경춘선 전철, 동부·북부 간선도로 등 기존 교통망과 연계돼 기업들이 관심을 보일 것으로 봤다. 또 면목동 일대를 면목특정개발진흥지구로 지정한다. 2017년부터 매년 100여개의 일자리가 생길 전망이다. 나 구청장은 “봉제산업은 우리 구 제조업종의 68%이지만 영세업체여서 한계가 있다”면서 “조직화, 협업화 등을 통해 중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고 귀띔했다. 이밖에 새로 생기는 관광호텔 등에 구민을 우선적으로 채용하도록 요청하는 방식도 검토 중이다. 정주도시를 만드는 기틀은 교육이라고 운을 뗐다. 기금 123억원인 중랑장학금은 현재 성적우수자를 중심으로 지원하는데 앞으로 저소득층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나 구청장은 “명문고를 유치하고 길러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육의 기틀은 ‘책 읽는 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며 “작은 도서관을 많이 만들어 부모와 아이가 함께 독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끝맺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문화 In&Out] 문화재 ‘정통복원’ 강박관념

    [문화 In&Out] 문화재 ‘정통복원’ 강박관념

    도리아 양식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그리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언덕 위 육중한 자태를 뽐내는 이 건축물은 로마와 터키의 지배를 받던 시절 조금씩 모양이 바뀌었고 급기야 1687년 베니스군과 오스만 튀르크군의 교전으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파괴됐다. 하지만 1900년대 초 강철빔과 시멘트까지 동원돼 이뤄진 ‘수복’(修復) 덕분에 오늘날 세계 곳곳의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으로 전파됐던 폴란드의 바르샤바 수복도 상상력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어느 정도 제대로 복원됐는지 학자들 간 의견이 분분하지만 아크로폴리스와 마찬가지로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목록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노트르담 대성당 등을 복원한 프랑스의 전설적 건축가 비올레 르뒤크(1814~1879년)는 수복을 보호·수리·재건보다 한 단계 상위 개념으로 규정했다. 복원 자체가 지금 이뤄지는 행위이기에, (상상력을 동원해)어떤 시대에도 존재하지 않았을 건물로 되돌리는 행위라고 봤다. 이 같은 개방성 덕분에 유럽의 문화재 관리는 비교적 수월하게 이뤄져 왔다.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정적들을 격퇴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이탈리아 로마의 ‘콘스탄티누스 아치’(315년)는 앞선 트라야누스, 하드리아누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 시대에 세워졌던 각각의 기념물들에서 장식 부분을 떼어오거나 개조해 완성했다. 심지어 전투장면을 묘사한 석조 부조는 그대로인 채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머리가 그대로 콘스탄티누스의 머리로 교체되기도 했다. 1990년대 후반까지 복구 공사가 이어졌는데 학자들 사이에선 얼마나 많은 재료가 재사용됐는지 의견이 분분할 정도다. 로마의 메디치가 저택(1459년)과 베드로 대성당(1626년)도 여러 고대예술품을 재활용했다. 콜로세움의 경우 19세기 이뤄진 복원에선 처음부터 경제적 이유로 석재 대신 벽돌을 사용했다. 이후 원래의 석조 부분과 복원된 부분을 구분 짓기 위해 벽돌이 그대로 활용돼 왔다. 고전주의와 후기 고딕양식이 뒤섞인 영국의 웨스트민스터사원을 비롯해 유럽의 여러 옛 건물과 담장들이 다양한 시대 양식을 품은 이유다. 지난해 숭례문 부실 복원으로 불거진 논란은 최근 첨성대의 부실 보존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면에는 무조건 옛 모습을 완벽히 되살려야 한다는 ‘정통 복원’에 대한 강박관념이 자리한 듯 보인다. ‘단일민족’의 역사성을 지켜야 한다는 자존심이 배경이다. 과학의 발달은 다양한 DNA 검사로 단일민족 신화에 대한 허상을 낱낱이 밝혀내고 있다. 또 옛 모습 그대로 문화재를 복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퍼포먼스에 불과했던 숭례문의 전통방식 복원이란 결과를 낳았다. 최병하 문화재위원회 건축분과 전문위원은 “유럽에서도 과거 민족주의가 강성했던 시절 문화재 복구가 활기를 띠었다”고 설명했다. 조금 더 여유를 갖고 차분한 마음가짐으로 우리 삶의 모습을 투영한 문화재 수복은 한국에서 불가능한 것일까. “건축(문화재)도 (당시) 문화에 의해 지배받는다”는 미국의 문화인류학자인 클리퍼드 거츠의 말을 되새겨 보자.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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