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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이 암살단 보냈나…트럼프, 코앞에서 총격 발생하자 보인 반응 [핫이슈]

    이란이 암살단 보냈나…트럼프, 코앞에서 총격 발생하자 보인 반응 [핫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 힐튼 호텔에서 열린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 중 총격 사건이 발생해 긴급 대피했다. CNN 등 현지 매체의 이날 보도에 따르면 오후 8시 30분쯤 만찬장이 마련된 워싱턴 힐튼 호텔 연회장 바깥 복도에서 총성이 울렸다. 총기를 휘두른 무장 괴한은 연회장 입구의 금속탐지기 앞까지 접근했고 이후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그를 제압했다. 법 집행기관 관계자들은 CBS에 “총격범은 사살됐다”고 전했다. 총성이 울리자 비밀경호국 요원들은 무대 위에 있던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를 즉시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켰다. 무대 위에는 곧바로 소총으로 무장한 경호 요원들이 배치됐다. 당시 현장에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카시 파텔 연방수사국(FBI) 국장, 메흐멧 오즈 메디케어·메디케이드서비스센터(CMS) 국장, 스티브 스컬리스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 등도 참석해 있었다. 이들은 경호 요원의 호위를 받으며 만찬장을 빠져나왔다. 현장에 있던 참석자들은 흰색 식탁보가 덮인 둥근 테이블 아래로 몸을 숨긴 것으로 전해졌다. CNN 소속 울프 블리처 앵커는 “복도에서 총성을 듣자마자 경찰관이 나를 바닥에 눕히고 그 위를 덮쳤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제이크 태퍼 앵커도 “순식간에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통로로 달려들어 왔고 사람들이 테이블 밑으로 뛰어들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쇼는 계속돼야 한다”트럼프 대통령은 안전한 장소로 피신한 뒤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비밀경호국과 법 집행기관이 훌륭히 임무를 수행했다. 그들은 신속하고 용감하게 행동했다”면서 “총격범은 체포됐고, 나는 ‘쇼는 계속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다만 전적으로 법 집행기관의 판단을 따르겠다”고 적었다. 이어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오늘 저녁은 당초 계획과 많이 달라질 것이다. 결국 우리는 이 행사를 다시 한번 치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행사에 참석한 것은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뉴스는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사건 이후 만찬장 건물을 완전히 떠나지 않고 안전 구역에 머물렀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만찬장으로 돌아가길 원했지만 비밀경호국이 만류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권고’대로 이후 만찬은 재개됐다. 백악관출입기자단협회(WHCA) 회장인 웨이자 장 CBS 기자는 단상에서 “비밀경호국이 현재 이 호텔의 통제권을 쥐고 있다”면서 프로그램이 재개된다고 알렸다. 비밀경호국과 법무부는 사건 직후 추가 위협은 없다고 밝혔다. 총격범의 신원과 범행 동기는 공개되지 않았다. 암살 위협 잇따르는 트럼프이번 총격의 범인이 노린 사람이 트럼프 대통령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운동 시절에도 가까스로 암살을 모면하는 등 위협을 받아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유세 기간이던 2024년 7월 버틀러에서 연설하던 중 총상을 당했다. 용의자는 토머스 매슈 크룩스로, 현장에서 비밀경호국에 의해 사살됐다. 해당 사건은 주요 인사에 대한 중대한 보안 실패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에도 위협 제보, 온라인 협박 등이 이어졌고 대선 국면과 맞물려 경호 수준이 대폭 강화됐다. 지난 2월 28일 이란 전쟁이 시작한 뒤 이란 내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복수는 반드시 이뤄진다”며 암살을 암시하는 위협적 발언이 나온 바 있다.
  • 네타냐후 역시나 ‘휴전’ 통수…레바논 공습에 기자 포함 5명 사망 [핫이슈]

    네타냐후 역시나 ‘휴전’ 통수…레바논 공습에 기자 포함 5명 사망 [핫이슈]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또 휴전 국면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스라엘이 22일(현지시간) 레바논 남부를 재차 공습해 종군기자를 포함한 5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지난 18일 열흘 휴전이 발효된 뒤 하루 기준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온 날이다. 미국이 중재하는 평화협상을 앞두고 공습이 이어지면서 이스라엘이 사실상 휴전 약속을 또 흔든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AP와 AF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레바논 일간지 알아크바르 소속 아말 칼릴 기자는 남부 알티리에서 전황을 취재하다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숨졌다. 함께 있던 프리랜서 사진기자 제이나브 파라즈는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두 사람은 앞서 폭격당한 차량 인근을 취재하던 중 다시 공격을 받았다. 이들은 차량으로 이동하던 중 바로 앞 차량이 폭격을 받자 인근 주택으로 몸을 피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이 주택도 곧바로 다시 폭격했다. 이 과정에서 칼릴 기자가 목숨을 잃었고 파라즈는 중상을 입은 채 구조를 기다려야 했다. 구조대는 현장 접근을 시도했지만 추가 공격과 사격 때문에 한동안 수색을 중단했다고 레바논 당국은 밝혔다. 같은 날 알티리에서는 다른 주민 2명도 공습으로 숨졌다. 레바논 보건당국과 외신 집계를 종합하면 이날 하루 레바논에서 최소 5명이 사망했다. 이는 이번 열흘 휴전이 발효된 뒤 하루 기준 최다 사망자 수다. ◆ 기자 숨진 날, 휴전 뒤 최다 사망 국경없는기자회(RSF)는 칼릴 기자를 수색하고 시신을 수습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압박해 달라고 촉구했다. 구조대는 약 4시간 뒤 현장에 다시 접근했고 3시간 넘는 수색 끝에 칼릴 기자 시신을 찾아냈다. 시신 수습은 자정 무렵에야 끝난 것으로 전해졌다. AP는 칼릴의 죽음으로 올해 레바논에서 숨진 언론인이 9명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군사 시설에서 차량 2대가 출발했고 이들이 휴전 조건을 위반해 즉각적 위협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차량 1대를 먼저 공습한 뒤 현장에서 달아난 이들이 숨은 구조물도 다시 타격했다고 밝혔다. 또 기자를 겨냥하지 않았고 구조대 접근도 막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레바논과 언론단체의 판단은 다르다. 휴전이 유지돼야 할 시점에 취재진까지 숨졌고 구조 작업도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AP는 레바논 관리들과 언론 자유 단체들이 이번 공격을 국제법 위반이자 전쟁범죄라고 규정하며 국제적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헤즈볼라도 이날 저녁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의 휴전 위반에 대응했다”며 레바논 남부의 이스라엘군 표적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휴전 발표 뒤에도 양측 충돌이 이어지면서, 휴전이 이름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협상 직전 또 공습…반복된 휴전 훼손 논란 이번 공습을 두고 단발성 사건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2024년 11월 휴전도 발효 다음 날부터 위반 공방에 휘말렸다. 당시 로이터는 이스라엘이 남부 레바논에 탱크 사격과 공습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이후에도 이스라엘은 레바논에서 거의 매일 공격을 이어왔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가자지구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반복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2025년 3월 하마스가 휴전 연장안을 거부했다며 직접 대규모 공습을 지시했고 그 공격은 두 달 가까이 이어진 휴전 국면을 사실상 깨뜨렸다. 이후 로이터는 이스라엘이 가자 휴전을 깨고 레바논 전선에서도 다시 공습 수위를 높였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번에도 시점이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정부는 23일 미국 워싱턴DC에서 미국 중재 아래 대사급 평화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협상 직전까지 공습과 사망자가 이어지면서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과 협상 국면을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AP도 이번 기자 사망 사건이 예정된 휴전 회담을 바로 앞두고 벌어졌다고 짚었다. 결국 이번 공습은 휴전이 얼마나 불안정한지 다시 보여줬다. 발표문상으론 열흘 휴전이지만 현장에선 폭격도 보복도 멈추지 않았다. 기자까지 숨진 이번 공격은 레바논 전선의 불씨가 아직 꺼지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 현대엔지니어링, 인천 예술회관역 바로 연결… GTX 호재도

    현대엔지니어링, 인천 예술회관역 바로 연결… GTX 호재도

    현대엔지니어링이 인천 남동구 구월동 옛 롯데백화점 부지를 개발해 선보이는 ‘힐스테이트 구월아트파크’를 분양한다. 인천 원도심 중심 입지에 들어서는 데다 지역 개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는 상징성을 갖춰 수요자들의 높은 관심이 예상된다고 분양 관계자는 설명했다. 단지는 지하 6층~지상 최고 39층의 4개동 규모로 들어선다. 전용면적별로는 84㎡A 248가구, 84㎡B 124가구, 101㎡ 124가구 등 총 496가구로 구성된다. 힐스테이트 구월아트파크는 인천 1호선 예술회관역과 단지가 직접 연결되는 역세권 입지를 자랑한다. 한 정거장 거리인 인천시청역에는 GTX-B 노선이 예정돼 있어, 개통 시 여의도와 서울역 등 서울 주요 도심까지 20~30분대 이동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주거 환경도 쾌적하다. 약 35만㎡ 규모의 중앙공원이 단지 바로 앞에 있으며 승학산, 인천애뜰 등이 가깝다. 롯데백화점, 구월동 로데오거리, 가천대길병원 등 기존 인프라에 더해 단지 내 약 6337평의 대규모 상업시설이 함께 들어서 원스톱 라이프를 누릴 수 있다. 브랜드 가치에 걸맞은 특화 설계도 돋보인다. 커튼월룩 외관 설계를 적용해 랜드마크의 위용을 갖췄으며, 전 가구 남향 위주 배치와 4베이 판상형 구조를 적용했다. 타입별로 현관·복도 팬트리, 파우더룸, 드레스룸 등을 구성해 수납공간과 공간활용성을 높였다. 
  • “이재명씨가 주범이 되고” 후폭풍… 정성호 “檢 반성부터 해야”

    “이재명씨가 주범이 되고” 후폭풍… 정성호 “檢 반성부터 해야”

    지난달 20일 시작된 ‘정치검찰 조작기소 진상규명 국정조사’가 출범 한 달 차에 접어들면서 반환점을 돌았다. 특히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의 수사와 기소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해 사건이 조작된 정황이 드러났고, 이에 국정조사특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대장동 등 사건 수사 책임자들에 대해 당 차원의 고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다음달 8일 마무리를 앞두고 있는 국정조사에서 지금까지 논란이 돼 온 주요 쟁점을 짚어 봤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국정조사에서는 ▲쌍방울 대북송금 조작 기소 ▲대장동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등과 관련한 수사 내용 전반에 대해 점검이 이뤄졌다. 정치권과 법조계의 가장 큰 관심이 쏠린 지점은 ‘쌍방울 대북송금 조작 기소’ 의혹이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변호인이었던 서민석 변호사가 당시 수사를 맡았던 박상용 검사와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며 파문이 일었다. 이에 박 검사가 특정 진술을 위해 회유하려 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박상용, 형량 거래 시도했나서민석 “자백 대가로 거래 시도”박상용 “변호인 종범 문의 거절”“전체 맥락 확인과 별개로 부적절”2023년 6월 19일 통화에서 박 검사는 “이재명씨가 완전히 주범이 되고 이 사람이 종범이 되는 식의 자백이 있어야 저희가 그거를 할 수가 있고”, “추가 수사들을 중단해 놓고 있으니까 검사들은 검사들대로 불만 넘치고, 아무튼 제가 완전 샌드위치가 돼 가지고 막 너무 힘든 상황이에요”라는 등의 발언을 했다. 해당 녹취는 박 검사가 이 전 부지사의 허위 자백을 대가로 형량 거래를 시도하는 내용이라는 게 서 변호사의 주장이다. 당시 박 검사가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통령이 대북송금 사건의 주범’이라는 진술을 하면 공범이 아닌 종범으로 처리해 줄 수 있고, 추가 수사들도 중단하겠다”는 취지로 설명했다는 것이다. 서 변호사는 “정치 검찰이 저를 공격해 정작 중요한 메시지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며 “이 사건의 본질은 검사가 피의자와 그 변호인에게 때로는 압박하는 방법으로, 때로는 회유하는 방법으로 그들의 계획에 맞춰 설계된 거짓 진술을 이끌어 내려 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검사는 서 변호사가 정치적 목적으로 녹취록의 일부만 짜깁기해 프레임 공격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검사는 “특수 수사는 완벽하게 해도 비판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더욱 철저하게 정해진 절차를 따라야 한다”면서 “대화의 전체 맥락을 확인하는 것과 별개로 변호인에게 그런 발언을 한 것 자체가 수사관으로서 적절치 못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남은 변수는 녹취록 전문 공개 여부가 될 전망이다. 양측 주장이 엇갈리면서 해당 대화의 전체 맥락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박 검사는 녹취록 전문을 공개해 줄 것을 요구했고, 서 변호사도 서울고검 인권침해점검 태스크포스(TF)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으며 녹취록 전문을 이미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별건 수사 해당하나이화영 “별건 수사로 압박 지속”박상용 “처음엔 배임 수사” 인정‘다른 수사로 점프’ 檢 관행 논란대북송금 사건은 ‘별건 수사’ 논란에도 휘말렸다. 해당 수사는 쌍방울을 둘러싼 각종 의혹의 시발점이 된 ‘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에서 출발했다. 시민단체의 고발로 시작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외화 밀반출 등 쌍방울의 대북송금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이 전 부지사는 “검찰로부터 별건 수사를 통한 추가 구속 기소 등 지속적 압박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박 검사도 최근 인터뷰에서 “당시 수원지검 공공수사부가 이태형 변호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쌍방울 횡령 배임 사건 압수수색 영장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해당 영장 유출 혐의를 수사하다가 이 전 부지사의 뇌물 사건을 포착했고, 그 뇌물의 대가성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대북송금 사건으로 수사가 이어진 것이라는 취지다. 법무부는 대장동 수사팀 검사 9명에 대해 별건 수사 등을 이유로 진상 조사를 진행 중인 상태다. 이를 두고 절차적 적법성에 관대한 검찰 수사 관행과 관련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과정에서 영장에 적시된 사건과 무관한 증거로 또 다른 수사에 착수했다면 별건 수사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檢 무리수 수사 의혹남욱 “구치감에서 3일 대기·조사아이 사진 보여주고 회유 반복도”부장검사 “무리한 수사로 볼 여지”검찰의 ‘무리수 수사’도 도마에 올랐다. 대장동 개발업자인 남욱 변호사는 2022년 9월 구속 상태에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서울구치소로 복귀하지 못하고 서울중앙지검 청사 내 구치감에서 2박 3일간 대기하며 조사받았다고 주장하면서 강압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이 ‘배를 가른다’는 취지의 폭언과 자신의 아이 사진을 보여 주는 회유를 반복했다고도 밝혔다. 한 부장검사는 “구속 피고인에 대한 심야 조사를 제한하고 있어 구치감에서 대기하게 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무리하게 수사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은 왜 국민의 신뢰를 잃었는지 반성과 성찰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대법원 판결을 언급하며 “실수로 어깨만 부딪쳐도 그 자리에서 사과하는 것이 상식있는 사람의 도리지만, 검찰은 한 사람의 삶을 파괴하고도 지금까지 피해자는 물론 국민에게 사과하지 않았다”고 했다.
  • [서울신문·삼성 공동 캠페인] ‘골칫거리’ 지방 빈집, 청년 불러 모으는 자원이 되다

    [서울신문·삼성 공동 캠페인] ‘골칫거리’ 지방 빈집, 청년 불러 모으는 자원이 되다

    강진, 빈집 리모델링해 ‘무상 임대’ 취업·공동체 프로그램 묶어 지원 전국서 청년 몰려… 경쟁률 10대 1정선, 폐광촌 건물들 호텔로 활용 주민·청년활동가들이 직접 추진 5년간 1만명 투숙… 관광 명소 부상“도시재생, 공동체 회복이 가장 중요 주민이 직접 앞서고 관은 뒷받침을”빈집에 대한 정의가 바뀌고 있다. 방치나 철거가 아닌 재활용을 통해 청년을 불러 모으고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골칫거리’에서 지역을 살리는 ‘자원’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새 옷’으로 갈아입는 빈집이 아직 많지는 않지만 과감하고 도전적인 실험을 통해 빈집의 가치가 서서히 재평가받고 있다. 지방 소도시이자 전형적인 농촌인 전남 강진이 2~3년 전부터 활기가 돌고 있다. 외지 청년들의 발걸음이 이어져서다. 이들을 불러들인 것은 빈집. 강진군이 2023년 시작한 빈집 리모델링 프로젝트 ‘강진품애(愛)’를 통해 서울, 경기, 부산, 광주, 충남 등에서 온 110여명이 강진군민이 됐다. 군이 5000만~7000만원을 들여 개축한 빈집을 월세 1만원에 최장 6년 동안 쓸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입주 경쟁률이 10대 1에 달할 정도다. 공사비를 최대 3000만원 지원하는 ‘자가 거주 리모델링’ 사업도 호평받는다. 이를 통해 지난 2년간 40여명이 강진으로 이주했다. 새로 고친 빈집을 최장 6개월간 무료 임대하는 ‘병영스테이’ 프로젝트에는 5개 팀 12명이 참가했고 이 중 11명은 강진에 둥지를 틀었다. 임대를 마친 빈집은 주민과 청년들이 공동 운영하는 마을호텔로 쓰일 예정이다. 강진군의 빈집 정책이 청년들의 관심을 끄는 데는 이유가 있다. 단순한 주거 공간 제공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취업, 공동체 프로그램까지 묶음 지원하며 이주부터 정착까지 돕고 있다. 병영스테이에 참가한 청년들은 군이 연결한 전남도 ‘로컬픽’, 서울시 ‘넥스트로컬’ 등의 청년 창업 지원 사업을 통해 강진의 특산물 여주로 피클을 만들어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강진의 쌀과 귀리로 맥주를 빚는 양조장을 차리기도 했다. 장미 도시재생지원센터장은 “청년들이 창업해 제공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통해 지역의 정주 여건이 개선되고 원주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효과도 내고 있다”며 “고령화를 걱정하는 여느 농촌과는 다른 풍경”이라고 전했다. 또 청년들은 병영스테이에 머무는 동안 집값 대신 마을 벽화 그리기, 관광 홍보 영상 제작, 요리 교실 운영 등의 재능 기부로 주민들과 교류하며 ‘관계망’을 형성했다. 조정희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누구든 집만 보고 거주지를 택하지 않는다. 전반적인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며 “빈집 정비를 활용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주택에 인구, 청년, 경제가 더해진 복합적인 정책이 이뤄져야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마을호텔의 원조는 강원 정선 고한에 있는 ‘마을호텔18번가’(이하 18번가)다. 2020년 5월 문을 연 18번가는 고한18리 마을 전체가 하나의 호텔을 이룬다. 문 닫은 음식점을 개조한 게스트하우스가 객실이고, 옆으로 이어지는 40년 전통의 중식당과 한식당, 카페, 세탁소, 사진관 등 15개 상점은 부대시설이다. 골목길은 복도, 마을회관은 컨벤션룸, 마을정원은 테라스가 된다. 운영은 상점주로 구성된 18번가 협동조합이 총괄한다. 투숙객은 부대시설 이용료가 5% 할인된다. 야생화마을 핫플 탐방, 은하수 별빛투어, 18번가 도슨트 워크 등 지역의 역사·자연·문화에 스토리텔링을 입힌 여행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18번가는 입소문을 타고 관광객의 발길을 끌었다. 지난 5년간 투숙객이 1만명에 가깝다. 여름 성수기는 예약이 일찌감치 동나 방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1980년대 말 광산이 문을 닫은 뒤 쇠락의 길을 걸으며 소멸 위기에 처했던 폐광촌이 관광 명소로 환골탈태한 것이다. 이 호텔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관(官)이 아닌 주민 스스로 일궈낸 결과여서다. 2018년 마을 되살리기에 뜻을 모은 주민과 청년 활동가 등 20여명이 위원회를 설립했다. 이들은 골목길 청소, 전선 정리, 쓰레기봉투 내놓지 않기 등 소소한 일부터 손을 댔다. 이후 활동 범위를 넓혀 십시일반 모은 돈과 정선군 지원 예산으로 노후 주택들을 수리했다. 또 강원도와 국토교통부 등의 공간 재생 사업에 공모하기도 했다. 마을 곳곳에 조성한 화단과 정원을 활용해 골목길정원박람회를 여는 등 새 단장을 마치자 관광객이 찾는 마을로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18번가 개장으로 이어졌다. 김진용 18번가 협동조합 대표는 “행정기관이 짜놓은 계획이 아니라 주민이 직접 설계, 추진하고 부족한 부분을 지원받아 채우는 방식으로 진행한 점에서 다른 도시 재생 사업과 뚜렷한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폐광촌의 변신은 현재진행형이다. 조만간 책방과 공예 가게도 문을 열어 18번가에 참여하는 상점이 17곳으로 늘어난다. 이영주 강원연구원 연구위원은 “도시 재생에 있어서 공동체 회복과 유지가 가장 중요하고, 그 중심에 주민이 있어야 한다”며 “주민이 이끌고 공공이 뒷받침할 때 사업이 시너지를 내고 지속가능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교사 대상 중대 범죄 급증… ‘학생부 기재’ 해법 될까

    교사 대상 중대 범죄 급증… ‘학생부 기재’ 해법 될까

    충남 계룡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이 교사에게 흉기를 휘두른 사건이 최근 발생하면서 중대한 교권 침해에 대해선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해야 한다는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폭언과 폭행을 넘어 흉기까지 등장하자 ‘기록을 통한 억제 필요성’과 ‘실효성 한계’를 둘러싼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14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 따르면 한국교총과 전국 17개 시·도교총 등은 15일 국회 정문 앞에서 ‘교권보호제도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연다. 교총은 이 자리에서 학생의 중대 교권침해 행위를 생활부에 기재하는 방안 등을 포함한 제도 개선을 촉구할 계획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학생이 교사를 흉기로 위협하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교사들 사이에서 “최소한 기록이라도 남겨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평택시의 한 고교 교사 우모(32)씨는 “과거 근무하던 학교에서 교사를 위협하던 학생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이전 학교에서 교사를 폭행해 강제 전학 온 경우였다”며 “이런 사실이 기록으로 남지 않는 구조가 또 다른 피해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반면 학생부 기재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인천에서 근무하는 또 다른 고교 교사 박모(34)씨는 “교사 대상 폭행은 계획적이라기보다 순간적인 감정 폭발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며 “기록이 남는다고 해서 행동이 억제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후 기록보다 교실 내 물리적·제도적 안전장치 마련이 더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교권침해는 증가 추세다. 한국교총에 따르면 2024년 하루 평균 3.5건이던 교육활동 침해행위는 지난해 1학기 기준 4.1건으로 늘었다. 일선 교사들은 현재 교실 상황을 ‘임계점에 가까운 상태’로 진단했다. 경기 파주시의 한 초교 교사 서모(26)씨는 “복도 벽에 교사 이름과 함께 비속어가 적히는 일이 일상화됐다”고 전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초교 교사 이모(36)씨 역시 “교사를 향한 폭언이 거의 매일 반복된다”며 “언제든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이 크다”고 말했다. 앞서 교육부는 교내 사건이 잇따르자 교권침해 사안의 학생부 기재를 교권 강화 방안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최종 보류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상해나 폭행은 가해자가 청소년이라 하더라도 명백한 형사처벌 대상”이라며 “교권보호위원회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법적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부 기재 등 책임을 명확히 하는 장치와 함께, 예방 중심의 대응 체계도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수줍은 고백같은 ‘연인의 성지’ 불과 바람이 빚은 ‘신들의 그릇’

    수줍은 고백같은 ‘연인의 성지’ 불과 바람이 빚은 ‘신들의 그릇’

    ‘설국’ 작가의 데뷔작 ‘이즈의 무희’ 백석도 책 읽고 홀로 여행 갔을 듯그 시대 관통하는 정서 만나는 일흩어져 있는 일곱 폭포의 계곡 지나묵직한 일본의 근대사와 만나기도파도가 깎아 만든 해식 동굴 수두룩파괴와 창조의 신 머무는 오무로산오름 안에 ‘300m 평지형 바닥’ 유명 감탄사만 나오고 묘사할 방법 없어 ‘해발 0m 온천’ 등 아타미도 가 볼 만네 남자가 오래전 노르웨이로 자동차 여행을 떠났다. 담당 업무만 같았을뿐, 속한 회사나 나이, 성격 등은 판이한 이들의 여행이었다. 당시엔 노르웨이에서 렌터카를 빌려 여행하는 것이 흔하지 않았던 시절이다. 좌충우돌하며 다니다 ‘어마무시한’ 장소를 발견해 버린 과정을 당시 동행한 후배가 글로 썼다. 그 재기발랄했던, 그러면서 묵직하기까지 했던 글을 지금 오마주하려 한다. 무대는 일본 시즈오카로 바뀌었고, 일행 역시 초로의 친구들로 변했다. 그래도 ‘원동기의 마력’에 기대 가없이 시원한 자유를 만끽했다는 것만은 그대로다. 일본 도쿄에서 남서쪽으로 약 100㎞, 태평양을 향해 삐죽이 뻗어 내린 이즈반도는 오래전부터 문학과 낭만의 땅이었다. 소설 ‘설국’으로 1968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가와바타 야스나리(1899~1972)가 소설의 무대로 삼은 적이 있고 조선 땅에서 건너온 청년 시인 백석이 홀로 걸었던 곳이다. 그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정은 사실 단순한 관광이 아니다. 한 시대를 관통한 정서와 만나는 일이다. 그 길에 문학의 ‘문’ 자도 모르는 네 남자가 섰다. 일본어를 잘하는 사람도 없고 그렇다고 영어가 능숙한 사람도 없다. 걸핏하면 휴대전화를 꺼내 번역기를 돌려야 했고, 밥 먹고 나면 “아리가토 고자이마스”(고맙습니다)만 고장 난 녹음기처럼 반복했다. ‘이타다키마스’(잘 먹겠습니다)라든가 ‘오이시캇타 데스’(맛있었습니다) 같은 인사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뇌를 지나 입 밖으로 나올 기미가 없었다. 거의 우격다짐이나 다름없는 1박 2일이었다. 이즈반도는 도쿄 사람들의 쉼터다. 승용차나 기차로 1~2시간 거리인 데다 무수히 많은 온천이 있어 근교 여행지로 딱이다. 시즈오카현에 약 2500개의 원천(源泉)이 있는데, 그중 약 2300개가 이즈반도에 집중돼 있다. 거기에 바다는 또 얼마나 푸른가. 도쿄 맞은편 거대 산업도시 나고야 사람들도 너댓 시간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찾는 곳이다. 이즈 여정의 초점은 (물론 목표는) 문학 기행이다. 가와바타가 걷고, 백석(1912~1996)이 뒤이어 방문했던 공간들을 찾는다. 그 코스가 다행히 이즈반도 여행의 모범 답안과 같다. 1930년대 도쿄 서점가는 가와바타의 데뷔작 ‘이즈의 무희’ 열풍이 불고 있었다. 당시 도쿄 유학 중이던 백석이 이 소설을 읽지 않았을 리 없다. 그는 1930년대 초 어느 겨울방학 때 혼자 이즈반도로 여행을 떠났다. 그 여정의 배경에 ‘이즈의 무희’가 있었을 거란 추정은 자연스럽다. 당시 도쿄에선 기선(氣船)으로 이즈반도 최남단 시모다까지 오가는 것이 유행이었다. 물론 요즘처럼 기차로 오는 방법도 있었지만 백석이 택한 건 기선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소설 속 무희의 연희패가 걸었던 코스를 돌아보려면, 그러니까 소설의 출발지였던 아마기 고개를 넘고, 금귤 익는 마을을 지나 시모다항에 이르려면 정서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배가 유리했기 때문이다. 시모다항에 내린 백석은 그러나 화려한 항구에 머물지 않았다. 그가 택한 곳은 인근의 작은 어촌 가키사키였다. 대나무 울타리 너머로 파도 소리와 배창에 고기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만큼 포구와 가까운 민박이었다. “저녁밥때 비가 들어서/ 바다엔 배와 사람이 흥성하다// 참대창에 바다보다 푸른 고기가 께우며 섬돌에 곱조개가 붙는 집의 복도에서는 배창에 고기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즉하니 물기에 누굿이 젖은 왕구새자리에서 저녁상을 받은 가슴앓는 사람은 참치회를 먹지 못하고 눈물겨웠다// 어득한 기슭의 행길에 얼굴이 해쓱한 처녀가 새벽달같이/ 아 아즈내인데 병인(病人)은 미역 냄새 나는 덧문을 닫고 버러지같이 누웠다”(백석 ‘시기(柿崎)의 바다’) 1936년 출간된 백석의 시집 ‘사슴’에 실린 ‘가키사키의 바다’라는 시로, ‘시기’의 일본어 발음이 가키사키다. 그의 작품이 대체로 그렇듯, 평안도 사투리가 알알이 박혀 있는 이 시를 통해 백석은 대나무 꼬챙이에 꿰어 말리는 파란 고기와 왕골자리의 습기, 저녁 비 내리는 포구의 냄새를 그대로 담아냈다. 참치회를 먹지 못하고 눈물겨워하던 ‘가슴앓는 사람’은 시인이었을까, 병든 어부였을까. 백석의 이즈행을 이끌었을 ‘이즈의 무희’는 가와바타가 1927년 발표한 단편소설이다. 스무 살의 도쿄 제국대 엘리트가 이즈 여행을 하다가 떠돌이 연희패와 우연히 동행하며 열네 살 무희 가오루와 순수하고 애틋한 교감을 나누는 이야기를 담았다. 그들이 가슴 아픈 이별을 하는 곳이 장돌뱅이 연희패에게 고향과 같았던 시모다항이었다. 이른바 ‘문학기행’은 이즈반도 중심부의 가와즈에서 시작된다. ‘가와즈 나나다루’(河津七滝)라는 일곱 폭포가 약 1.5㎞ 구간에 흩어져 있는 계곡이다. ‘다루’는 폭포를 뜻하는 ‘타키’의 가와즈 지방 사투리다. 소설 속 연희패가 넘어온 아마기산은 오늘날에도 차로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군데군데 위험한 비포장길이다. 주로 20㎞ 길이의 ‘오도리코(무희) 트레일’을 걷는 트레커나 아마기산 등산객이 걸어서 찾는다. 대한민국에서 온 네 명의 남자들 역시 여느 관광객처럼 잘 정비된 계곡길로만 다니기로 결정했다. 초로의 몸은 소중하니까. 첫 번째 폭포인 오다루 옆에 작은 노천온천이 있다. 아마기소라는 료칸에서 운영하는 온천이다. 폭포는 공공 지역, 온천은 사유지다. 여기서 ‘이즈의 무희’ 동경제대 학생이 주인공 가오루의 벌거벗은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는 장면이 탄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온천 료칸 측이 ‘연인의 성지’라 공공연하게 홍보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관광객 대부분은 보통 네 번째 폭포인 쇼케이다루까지만 다녀온다. 소설 속 어린 무희와 함께한 시간들을 놓아보내고 아주 자연스럽게 제국의 중심부로 되돌아가는 학생의 청동상이 방문객을 이야기의 세계로 이끈다. 쇼케이 폭포 등 ‘나나다루’ 전경을 보기 위해 좀 더 위로 올라갈 수도 있지만, 갈 곳 많고 시간 없는 여행자에겐 언감생심이다. 이즈반도 남단, 시모다 일대의 풍경이 무척 곱다. 그리 진하지 않은 파란 바다와 화산이 만든 근사한 풍경이 어우러졌다. 이런 풍경을 마주할 때마다 초로의 남자들 입에서 터져 나오는 감탄의 문장이란, 대개 이런 꼴이었다. “이야, 이 XX들, 잘해놨네! 으아… 진짜, 이건 뭐 XXX….” 이야, 으아, 진짜 등 감탄사에다 욕설을 빼고 나면 남는 게 없다. 품은 풍경은 곱지만 짊어진 일본 근대사의 무게는 묵직하다. 시모다는 1854년 이른바 ‘검은 배’(구로후네)가 닻을 내린 항구다. 미일화친조약 이후 일본 최초로 서구에 문을 연 개항지로, 당시 들어온 미국 함대의 검은 배는 지금도 이 도시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포구 뒷골목에 ‘페리 로드’가 있다. 미국의 매튜 페리 제독이 협상 중에 걸었다는 700m 길이의 골목이다. 버드나무가 늘어서고 검은 벽에 흰 다이아몬드 무늬를 입힌 ‘나마코카베’ 양식의 전통 건물들이 즐비하다. 골목 끝에 미일 최초의 외교 관계를 상징하는 료센지 사원이 있다. 이즈반도 남단에는 해식동(海食洞)이 많다. 파도가 절벽의 연약한 지층을 오랜 세월 깎아 만든 동굴이다. 이 가운데 천장 일부가 무너져 하늘이 드러난 형태를 천창(天窓)이라 부른다. 류구쿠츠(龍宮窟)는 이즈반도에 산재한 천창동 가운데 최대 규모다. 우리 말로는 ‘용궁굴’인데, 안으로 내려서면 황갈색 화산재 지층이 층층이 드러난 벽면과 코발트블루 바닷물이 어우러지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바깥 길로 돌아 위에서 내려다보면 바닥이 하트 모양으로 보인다. 여기도 으레 ‘연인의 성지’다. 동굴 옆 사구는 이른바 ‘샌드 스키장’으로 쓰인다. 동쪽 해안길을 따라 반도를 거슬러 오르면 이토시 어름에서 오무로산과 만난다. ‘신들이 사는 그릇’이라 불리는 곳. 마치 누군가 거대한 그릇을 뒤집어 이즈의 해안에 살며시 올려놓은 듯하다. 여기쯤에서 다시 시작된 육두문자 퍼레이드. 침과 욕을 감탄처럼 뿜어낸다. 네 남자의 어휘력으로는 도무지 오무로산의 자태를 온전히 묘사할 방법이 없었던 거다. 약 4000년 전, 오무로산은 화염을 토했다. 분화구 주변에 스코리아(화산분출물)가 산처럼 쌓였고, 용암은 이즈반도의 지형을 다시 그렸다. 이후 오무로산은 이즈 사람들에게 파괴와 창조의 신이 머무는 산으로 각인됐다. 오무로산은 제주도 아부오름과 같은 화산체다. 규모가 두 배가량 크다. 아부오름이 해발 301m, 오무로산은 580m이다. 화구 깊이는 각각 78m, 70m로 별 차이 없지만, 깔때기 형태인 아부오름에 견줘 오무로산은 지름 300m 정도의 평지형 바닥이 있는 시루 형태다. 이 안에 신사와 도리이, 활터 등이 있다. 국가 천연기념물이어서 등반은 불가하고 리프트로만 오를 수 있다. 초봄을 앞두고는 제주의 명소인 새별오름처럼 불을 놓는 행사가 오무로산에서 일종의 제의처럼 열린다. 시즈오카에선 이를 ‘야키야마’라 부른다. 멀리 떨어진 두 지역이 거의 같은 시기에 같은 방식으로 봄을 맞이한다는 사실이 묘하게 반갑다. 이즈반도에선 온천과 음식이 한 쌍이다. 도쿄에서 신칸센으로 35분이면 닿는 아타미는 복고풍 온천 마을이다. 1908년에 지어진 기운카쿠 옛 료칸 등 오래된 건물이 줄지어 있다. 이토는 일본에서 온천수가 가장 많이 솟는 도시다. 1928년 지어진 목조 3층 료칸 도카이칸 등에서 당일치기 온천을 즐길 수 있다. 홋카와 온천의 노천탕 구로네이와는 ‘해발 0m 온천’으로 불리며 태평양이 수평선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역시 당일치기 입욕이 가능하다. 가와즈, 아마기유가시마, 시모다 등에도 개성 있는 온천이 즐비하다. 이즈반도 음식의 중심에는 금눈돔(긴메다이·金目鯛)과 와사비가 있다. 시모다항은 일본 최대 금눈돔 어획지다. 금눈돔 조림이 대표 요리. 두툼하게 튀겨 빵 사이에 끼운 ‘시모다 버거’도 인기다. 와사비는 아마기산 기슭의 청정한 계곡물에서 재배된다. 갓 간 와사비를 얹은 아마기 와사비 덮밥, 와사비 소프트아이스크림이 명물이다. 아마기산 사슴 카레도 있다. [여행수첩] -백석(白石)은 평안북도 정주 출신의 시인이다. ‘남에는 정지용, 북에는 백석’이라 불리는 한국 근현대시의 태두다. 1930~1934년 도쿄 유학 중 이즈반도를 여행해 ‘가키사키의 바다’, ‘이즈국의 가로를 달리다’ 등의 시와 산문 ‘해빈수첩’을 남겼다. 서울 성북동의 요정 대원각을 운영하다 법정 스님에게 맡겨 길상사로 재탄생시킨 김영한과의 애사로도 유명하다. -삼국시대 백제계 신을 모신 미시마 타이샤, 차와 로프웨이로 오를 수 있는 주코쿠 패스 등도 꼭 여정에 넣길 권한다. 이즈반도가 시즈오카시, 하코네시 등과 경계를 이루는 지역에 있다. 반도 동쪽의 고무로야마 릿지워크 미소라는 태평양을 보며 차를 마실 수 있는 카페 겸 전망대다. 로프웨이를 타고 간다. 도카이칸은 1928년에 문을 연 온천 여관이다. 투숙객이 아니어도 온천, 커피 등을 즐길 수 있다. 오무로산 인근 카도와키 현수교도 이즈반도의 명소 중 하나다. 다만 최소 30~40분 정도 해안길을 걸어야 한다. 반도 서쪽에선 ‘연인의 절벽’이란 뜻의 고이비토 미사키가 유명하다.
  • [양창섭의 클래식 한마디] 미완의 선물, 버르토크 ‘백조의 노래’

    [양창섭의 클래식 한마디] 미완의 선물, 버르토크 ‘백조의 노래’

    버르토크 벨러라고 하면 클래식 음악팬들 중에도 고개를 내젓는 사람들이 있다. 어렵다고. 공연기획자들은 버르토크 앞에서 항상 고민한다. 티켓이 안 팔린다고. 버르토크답지 않은 버르토크의 진수, 피아노 협주곡 3번은 어떨까. 헝가리의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버르토크는 환갑을 맞은 1940년 미국으로 떠났다. 그는 나치가 유럽을 전쟁에 몰아넣는 것을 잠시나마 피하고 싶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은 민속음악 연구원 자리를 제안했고 피아니스트로 돈도 벌 수 있었다. 행복도 잠깐. 미국이 2차대전에 참전하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연구원 자리도, 피아니스트 기회도 사라졌다. 설상가상으로 병마가 습격했다. 본인은 몰랐지만 백혈병이었다. 그를 안타깝게 여기던 보스턴 심포니의 음악감독 쿠세비츠키가 거금을 주며 작곡을 부탁했다. 그렇게 태어난 곡이 걸작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이다. 젊은 아내는 혼자 남게 될 것이었다. 1945년 유명 비올라 연주자 프림로즈가 비올라 협주곡 작곡을 부탁했지만 버르토크는 피아니스트인 아내 디터의 깜짝 생일선물이 될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작곡하느라 바빴다. 자신이 죽은 후에도 아내가 연주하면서 돈을 벌 수 있어야 했다. 열심히 작곡했지만 마지막 부분을 마치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다행히 동료가 곡을 마무리 지었다. ‘백조의 노래’여서일까. 평소 그의 음악에서는 만나기 힘든 의미가 녹아 있다. 압권은 느린 2악장. 나지막한 첫 부분은 절대자에게 드리는 기도다. 베토벤이 병에서 겨우 회복해 신에게 감사드린다며 악보에 적었던 현악사중주 15번을 닮았다. 버르토크도 잠시 병세가 호전되었을 수도 있고, 전쟁이 끝나고 고국의 친구와 가족이 무사함에 감사했을 수도 있다. 높은 곳을 바라보았던 시선은 자연으로 옮아간다. 피아노와 관악기가 표현하는 새소리는 신비하고 청량하다. 1악장과 3악장에서는 민속음악이나 옛 스타일을 가져왔는데, 그의 시선은 저 먼 고향과 과거로도 향해 있다. 음악으로만 불러올 수 있는. 아내는 혼자 남았다. 곡은 피아니스트에게도 어렵지 않고, 관객에게도 난해하지 않았다. 아내가 이 곡을 잘, 그리고 자주 연주하게 하기 위해서 그렇게 작곡한 것이다. 하지만 아내는 버르토크 사후 오랫동안 이 곡을 연주하지 않았다. 아니, 연주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곡을 완성했던 셰를리는 디터를 끈질기게 설득했고 1960년대에 음반녹음이 이루어졌다. 음반은 구하기 힘들지만, 유튜브에서 찾아 들을 수 있다. 유명 피아니스트들보다 훨씬 느리지만 곡의 배경이나 의미를 곱씹으면 충분히 설득력 있다. 마침 오늘(4월 1일) 교향악축제에서 국립심포니와 쇼팽 콩쿠르 입상자 빈센트 옹이, 7월에는 서울시향과 현대음악 스페셜리스트 피에르로랑 에마르가 이 곡을 연주한다. 그들의 연주는 어떤 생각을 표현할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관객과 기획자는 어떤 표정을 지을지도. 양창섭 음악칼럼니스트
  • 기타케이스에 소총 숨겨 등교한 아르헨 10대 총기 난사…9명 사상

    기타케이스에 소총 숨겨 등교한 아르헨 10대 총기 난사…9명 사상

    아르헨티나의 한 중고등학교에서 학생이 총기를 난사해 학생 9명이 사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이 발생한 도시는 애도 기간을 선포하고 피해자 지원에 나섰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건은 30일 오전(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산타페주의 도시 산크리스토발에 있는 마리아노모레노 중고등학교에서 발생했다. 월요일 첫 수업을 앞두고 학교는 전교생이 참석하는 국기게양식을 준비 중이었다. 학생들이 화장실을 오가며 분주할 때 용의자 학생은 소총을 꺼내 화장실에서 난사했다. 총을 맞은 13세 학생이 현장에서 사망했고 8명이 부상했다. 현장에 있다가 기적처럼 목숨을 건진 한 남학생은 “총성이 울리고 친구들이 쓰러지기 시작하자 학생들이 저마다 피하느라 난리가 났다”고 밝혔다. 학교 관계자는 “총성을 들은 학생들이 유리를 깨고 대피하는 등 당시의 다급했던 상황이 학교에 그대로 남아 있다”고 전했다. 총을 쏜 학생은 15세 남학생이었다. 화장실에서 총을 난사한 후 장총을 들고 복도로 나온 그를 한 교직원이 몸을 날려 덮쳐 제압하면서 더 큰 참사를 막았다. 학교는 이날 수업을 포기하고 학생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경찰에 따르면 용의자 학생은 기타 케이스에 소총을 넣어 학교에 가져갔다. 평소 기타를 갖고 등교하는 일이 잦았고 학교에서 기타를 꺼내 연주도 즐겼던 학생이어서 기타 케이스에 총기가 들어 있을 것이라고 의심한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범행에 사용한 총기는 가족 소유였다. 부모 등 용의자 학생의 가족은 평소 취미로 사냥을 즐겨 총기 여럿을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경찰은 “범행에 사용한 장총을 비롯해 가족이 소유한 총기는 모두 허가를 받은 총기로 관련 규정 위반은 없었다”고 확인했다. 용의자 학생이 범행을 저지른 동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품행이나 사회성엔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교사와 친구들의 증언이 쏟아져 사회의 충격과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같은 반 친구라는 한 학생은 “친구들과 잘 어울려 대인관계에서도 문제가 없었고 학업에도 큰 문제가 없었다”면서 “그런 친구가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했는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해 충격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한편 시는 애도 기간을 선포하고 피해자 지원을 시작했다. 시는 이번 주에 잡혀 있던 모든 행사를 취소하고 피해자 지원에 집중하기로 했다. 특히 큰 충격을 받은 학생들 중 일부가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어 심리치료를 집중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한편 현지 언론은 이번 사건이 20년 전 발생한 교내 총기 사건과 판박이처럼 비슷해 악몽이 되살아난 산타페 주민들에겐 특히 충격이 크다고 지적했다. 2004년 산타페에선 15세 학생이 교실에서 총을 난사해 학생 3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당시 문제의 학생은 촉법소년(형사미성년자)이라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다. 아르헨티나는 최근 형법을 개정해 촉법소년 연령을 16세에서 14세로 낮췄다.
  • 5부제 확대·운항 축소… 산업계 ‘에너지 비상경영’

    5부제 확대·운항 축소… 산업계 ‘에너지 비상경영’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한달을 넘긴 가운데 산업계가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15년 만에 ‘에너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중동산 원유와 가스 공급이 끊기면서 제조업, 통신·정보기술(IT), 유통, 제약 등 대부분 기업이 에너지 절약 방안을 도입했고, 항공업계는 손실 줄이기에 나섰다. 2011년 유가 급등 당시의 단순 절약을 넘어 인공지능(AI) 기술과 공급망 다변화 등으로 고유가 장기화 국면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전 계열사 차원의 에너지 절약 대책을 강화한다고 29일 밝혔다. 현대차·기아 본사를 중심으로 시행하던 차량 5부제를 전 그룹사로 확대하고 사업장 에너지 관리도 고도화한다. 평일, 휴무일, 점심시간, 야간 등 전기 사용 유형을 구분해 전력 소모를 줄이고, 국내 출장도 최대한 화상회의로 대체하기로 했다. 복도, 주차장 등의 폐쇄회로(CC)TV에 AI 기능을 접목해 일정 시간 사람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으면 조명을 자동 소등하는 시스템도 도입한다. 데이터센터 등 AI에 따른 고전력 시설이 늘고 있는 정보통신(IT)업계도 에너지난에 대응하고 있다. 통신 3사는 AI와 가상화 기술을 ‘구원투수’로 투입했다. SK텔레콤은 차세대 가상화 기지국과 고효율 AI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데이터 처리 효율을 극대화했고, KT는 전국 통신실 냉방 온도를 실시간 제어하는 AI 최적화 솔루션을 전면 가동했다. LG유플러스 또한 저전력 장비 도입 확대와 더불어 연구개발(R&D) 센터에 1000㎾급 자가 태양광 발전 설비를 구축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 역시 운영비 최소화를 위해 중장기적인 에너지 효율화 전략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업계는 이번 유가 파동이 기술 기반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수위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약업계는 의약품 포장재와 일부 원료를 확보하느라 비상이다. 동아제약과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선발주 등을 통해 원료 확보에 나섰고 기초수액제 공급사인 JW중외제약, HK이노엔, 대한약품공업은 나프타 수급 불안에 따른 수액백 부족 가능성에 대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의약품은 포장재 소재가 변경되는 경우 안정성 영향성이 달라질 수 있어 식약처 허가를 다시 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항공업계는 고유가·고환율 이중고에 비행기 운항을 축소하고 있다.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 등 국내 저비용항공사 5곳이 일부 노선 운항을 중단하기로 했다. 전쟁 이전보다 항공유 가격이 2배 이상 급등한 여파다. 한국해운협회는 호르무즈 봉쇄로 인한 선박 억류와 운항 중단, 전쟁 보험료 상승 등 손실이 크다며 정부에 선박 피해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요청했다. 앞서 삼성·SK·LG·롯데·한화·CJ·GS 등 재계 주요 그룹도 차량 운행 제한과 사업장 에너지 사용 모니터링 등 절전 경영에 들어갔다.
  • 낙조에 흘려보낸 못난 마음… 그래서 당신은 잘 지냈나요[박상준의 문장 여행]

    낙조에 흘려보낸 못난 마음… 그래서 당신은 잘 지냈나요[박상준의 문장 여행]

    한 편의 영화 같은 봄날‘파반느’ 스크린에 비친 도시고가 아래 이화달팽이길가로등 불빛 아래 나눈 진심용기와 희망을 품은 동네한 줄의 사랑 담은 책방방산종합상가 A동 132호빛나지 않는 존재들의 반짝임서로가 서로를 발견하는 곳그래서, 그곳 이름이 ‘그래서’“사람들이 말하는 꿈같은 일이란 실은 별다른 일이 아니야. … 그냥 살아가듯이 그냥 사랑하는 거야. 기적 같은 사랑이란 그런 거라구. 보잘것없는 인간이 보잘것없는 인간과 더불어…누구에게 보이지도, 보여줄 수도 없는 사랑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나가는 거야.”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박민규) 中 외롭고 막막하여 단단한 벽, 자꾸만 세상의 바깥으로 떠미는 원심의 힘. 이데올로기가 된 외모와 그마저 수정 가능한 자본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소설 속 요한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구심은 사랑을 상상하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누군가를 향한 맹목의 사랑은 애당초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었던 일이므로. 거친 숨을 내쉬며 낙산의 계단을 오르다가, 가쁜 숨들이 오가는 시장을 거닐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면 나를 닮은 그들이 있다. ●사뿐사뿐 이화동 영화 ‘파반느’를 보고 원작 소설을 다시 꺼내 읽는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위즈덤하우스)는 못생긴 ‘그녀’, 상처를 가진 ‘나’ 그리고 요한의 사랑과 우정에 관한 이야기다. 박민규 작가는 “아주 못생겼어도 나를 사랑했겠느냐”라는 아내의 질문을 받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도시를 살아가는 우리는 누구나 품 안에 못생긴 상처 하나씩을 안고 살아간다. 소설 속 그녀를 연기한 고아성 배우의 말을 빌리면, 아름다워야만 한다는 세상의 묵시와 그러므로 더 아름다워지고 싶다는 욕망의 이면에는 우리 각자의 “사랑할 자신이 없는 못난 마음”이 있다. 영화 ‘파반느’는 영상에 익숙한 오늘의 세대와 같이 도시 속을 거닐며 그 상상을 조금 더 익숙한 언어로 풀어놓는다. 소설 속 그 무대는 1980년대의 서울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 도시가 정확히 어디인지, 어느 시대를 살아가는지 말하지 않는다. 대신 많은 장면을 서울에서 촬영했다. 이종필 감독은 오늘의 서울에서 용기와 희망이 되는 장소들을 찾아 카메라에 담는다. 이화동, 방산시장, 신촌의 창전동 골목, 주인공들이 배드민턴을 치던 연희동 궁동공원, 신수동 도프레코드 같은 쌈지의 장소는 오래도록 변하지 않은 서울의 동네다. 그래서 영화가 그린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의 도시는 노란색 조명처럼 따뜻하다. 그 가운데 이화동은 나(영화 속 경록)와 그녀(영화 속 미정)의 사랑이 시작되는 장면으로 인해, 가장 밝게 빛난다. 영화 속 미정의 집은 이화달팽이길 위쪽 골목이다. 이화달팽이길은 그 모양이 달팽이 집 문양과 비슷해 달팽이길이다. 높은 옹벽을 마주한 채 다리 아래에서 위로 나선을 그리며 오른다. 경록과 미정이 가로등 불빛 아래, 봄 햇살 같은 진심을 주고받던 장소는 이화달팽이길 위쪽의 충신4나길과 낙산성곽서길 사이 콘크리트 계단 앞이다. 그리고 다음 날, 미정은 나비처럼 손끝을 팔랑거리며 이화동 계단을 경쾌하게 내려온다. 찬란한 하루의 시작, 그때 미정은 처음으로 고개를 든 채 걷는다. ●한양도성 그리고 고궁을 걷는 길 미정의 집에서 조금 더 오르면 낙산성곽서길이다. 서울 한양도성 가운데 비교적 걷기가 편하고 전망이 빼어나며 쉼터가 많은 구간이다. 영화가 담지 못한 장면의 바깥에서, 미정과 경록은 한양도성을 동무 삼아 낙산 정상과 한양도성박물관 사이를 반복해 오래 걷지 않았을까. 사람들과 부대끼지 않으며 내 사는 도시의 전경을 곁에 두고 나란히 걸을 수 있는 길은, 막 사랑에 빠진 이들이 서로를 곁눈질하고 발을 맞추기에 알맞다. 또 해 질 녘에는 서로의 수줍은 마음을 붉게 물든 노을 속에 숨길 수 있다. 그 길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놓지 못하는 인간들은, 그래서 서로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현실의 연인들은 낙산 정상에서 곧장 창신동 쪽으로 넘어가기도 한다. 낙산5길의 채석장전망대 카페 낙타는 옛 채석장 산기슭에 기댄 ‘十’자 모양의 건물이다. 카페 낙타의 ‘一’자에 해당하는 내부에서는 창신동과 숭인동 군락과 동망봉이 보인다. 동망봉(東望峰)은 슬픈 역사가 깃든 장소다. 그 이름은 동쪽을 바라본다는 뜻이다. 동쪽은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도 나오는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를 가리킨다. 단종의 비 정순왕후는 82세까지 동망봉 정업원(청룡사)에서 지내며 단종을 그리워했다. 동망봉 반대편은 옛 한양의 압도적인 풍경이 금세 그 쓸쓸함을 지운다. 성곽을 곁에 두고 걷기에는 이화동 낙산성곽서길이 좋지만 한양도성을 포함한 전망은 한양도성 일대보다 낙산5길이 낫다. 한양도성과 남산 위 N서울타워와 시가지 전경은 들뜬 마음을 한껏 더 부풀게 한다. 그래서 주변의 카페나 식당은 하나같이 그 전망을 품고 있다. 옥상 전망대, 테라스의 난간, 실내의 통창, 주택을 개조한 자그마한 방 등 형태가 다양해 선호대로 택할 수 있다. 영화 ‘파반느’가 이화동에서 사랑을 시작했다면,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가 택한 장소는 고궁이다. ‘가고 싶은 곳 없어요?’라는 나의 말에 그녀는 얼마간 머뭇거리다 ‘고궁’이라고 답한다. ‘어느 한가한 도서관을 열 배는 확장’시켜 놓은 옛 궁궐을, 두 사람은 자주 찾는다. 그때 고궁을 걷는 그녀의 마음은 사랑에 대한 믿음과 상실에 대한 두려움, 왕녀와 시녀 중 어느 쪽에 속했을까. 소설에 고궁의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고궁을 나와서는 화랑에 들렀고 드립 커피를 마셨다고만 쓰여 있다. 궁궐을 따라 걷는 코스는 정동길이나 국립현대미술관이 있는 사간동 일대가 운치 있다. 그러나 소설의 두 사람에게는 사람이 적어 한적한 창덕궁 서쪽 원서동이 적당하다. 창덕궁 돈화문에서 원서동빨래터까지 700m 남짓한 거리는 북촌에서도 가장 고즈넉한 골목이다. 곧 창덕궁 후원의 숲과 맞닿아 푸르고 길이 끝날 즈음에는 종로구립 고희동미술관이 반긴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 춘곡 고희동이 40여 년간 머문 옛집에는, 고희동 화백과 동료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군방자재(群芳自在)’는 고희동 외 일곱 명의 작가가 같이 그린 작품이다. 매화와 국화와 수선화가 계절과 무관하게 한데 피어 있어 오래도록 들여다보게 한다. 봄날에는 창덕궁 역시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고궁의 봄은 어디든 아름답지만 봄꽃으로만 치자면 단연 창덕궁이다. 특히 성정각 담을 낀 후원의 입구는 매화의 천국이다. 겹겹이 붉은 자시문 앞 만첩홍매를 시작으로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낙선재 쪽으로 가지를 드리운 수양벚나무는 이르지만 여느 꽃들은 3월 하순이면 활짝 피어난다. 그즈음 성정각 안쪽에서는 담 위로 높게 자란 살구꽃이 곱다. ●그래서 책방, 방산시장의 숨은 발견 영화와 소설에는 세 사람이 근무하는 백화점 ‘유토피아’와, 멀지 않은 단골 술집 ‘켄터키HOPE’가 자주 등장한다. 영화는 유토피아를 나와서 희망(HOPE)을 찾아가는 길로 방산종합시장을 택한다. 어느 날 경록은 사람을 상대하는 것보다 비를 상대하는 게 쉽다는 미정 쪽으로 제 옷이 젖는 줄도 모르고 우산을 기울이며 걷는다. 그 또한 방산종합시장 동남쪽 오거리에서 촬영한 장면이다. 방산종합시장은 6·25 전쟁을 전후해 미군의 식료품이 거래되는 ‘양키시장’이었으나 1976년 옛 방산국민학교 터에 시장이 개설되며 지금의 형태를 갖췄다. 지류와 인쇄, 포장 재료가 주를 이루고 판촉물 가게가 여럿이다. 다른 존재를 빛나게 하는, 주연보다 조연들의 시장인 셈이다. 이종필 감독이 방산시장을 택한 건 그런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빛나지 않는 존재들의 반짝임. 그리고 시장 안에는 정말 그런 장소가 숨어 있다. 박민규 작가는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서 요한의 입을 빌려 “인간은 하나의 극을 가진 전선 같은 존재”라고 썼다. 그러므로 서로가 서로의 영혼에 불을 밝히고 서로를 발견해야 한다고. 방산종합상가 A동 2층 132호에 있는 책방 ‘그래서’는 방산시장의 발견이다. 상가는 무뚝뚝한 복도를 사이에 두고 라벨, 인쇄, 포장 자재를 다루는 사무실과 작업실이 마주한다. 그 틈에 뿌리내려 7년을 살아낸 책방은 낯설어 진귀하다. 이현행, 오주현 씨는 책방 안에서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자꾸만 묻는다. 그래서 요즘은 어떻게 지내요?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그래서 당신은 어떻게 사는지, 어떤 꿈을 꾸는지,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그래서, 책방의 이름이 ‘그래서’다. 작고 사소한 존재들을 응원하는 그들만의 방식이다. 책방에 그치지 않는다. 전시하는 쇼룸과, 워크숍이 이뤄지는 워크룸까지 포함한다. 때로는 방산시장에서 남은 자투리 종이처럼, 쓸모를 다한 것들을 지역 예술가와 되살리는 프로젝트를 하는데, 이는 전시로, 워크숍으로 그리고 다시 기록으로 남겨져 순환한다. 그렇게 책방과 연을 맺은 작가들이 방산시장 안에 하나둘 자리를 잡고 연대한다. 아직은 대여섯 곳에 불과하지만 첫 프로젝트로 6월 서울국제도서전 기간에 맞춰 ‘서울자체도서전’을 열 계획이다. ●두릅과 귀여운 할머니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좋은 여름)’를 쓴 하정 작가의 여름맨션(A동 3층 78호)도 그중 한 곳이다. 작가의 작업실이지만 책이나 굿즈를 파는 곳이기도 해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는 작가가 여행 중에 덴마크 모녀를 만나 빚은 추억의 기록이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서로의 삶을 밝히는 이야기라 좋다. 그렇게 방산시장을 오가다 보면 간판 하나, 상자 하나, 라벨 하나도 예사롭지 않다. 작은 것들의 반짝임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의 주인공 그녀는 스스로를 오래전 “마음속에서... 얼굴을 도려낸 여자”라고 고백했다. 하지만 인간은 서로를 사랑하는 한 “스스로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는 동물”이다. 그녀 또한 사랑을 추억하므로 소설의 바깥에서 귀여운 할머니로 늙어가고 있지는 않을까. 방산시장을 나와서는 ‘희망’으로 옮겨간다. 퇴계로 방면으로 10여 분 거리에는 두릅이라는 술집이 있다. 영화 ‘파반느’에서 세 사람의 단골 술집 켄터키HOPE의 외관이 두릅을 빌려왔다. 켄터키HOPE의 간판이 빛나던 자리에는 다시 두릅의 한자인 ‘吻頭(문두)’가 걸려 있다. 김도현 씨는 작은 선술집을 내고 싶어 주류 도매업체와 기획사에서 일하며 두릅을 준비했다. 두릅 하면 자연스레 나물이 떠오르는데 실은 이유 없이 붙인 이름이다. 그래서 로마자 표기는 Dureup에서 ‘eu’(이유)가 없는 Durp다. 영화 ‘파반느’에서는 호프(HOP)에 ‘E’가 붙어 희망(HOPE)이 되었던가. 자신의 가게에 ‘세월이 묻는 게 좋다’는 그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파반느’의 두 주인공이 즐겨 찾기에는 힙(hip)한 술집이기는 하다. 글·사진 박상준 여행작가
  • 멀린 美 국토안보장관 취임… 셧다운 등 과제 산적

    멀린 美 국토안보장관 취임… 셧다운 등 과제 산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기 집권 이후 처음으로 국토안보부 장관을 교체했다. 크리스티 놈 장관의 후임으로 임명된 마크웨인 멀린 신임 장관은 취임과 동시에 부처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해소와 악화한 여론이라는 이중 과제를 떠안았다. 멀린 장관은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취임 선서를 하고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멀린 장관과 함께 우리는 불법 외국인 범죄자를 추방하는 기록적인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멀린 장관이 아메리카 원주민인 체로키 부족 출신이라며 “내각에서 봉사하는 최초의 원주민 출신 인물이 됐다”고 말했다. 공화당 오클라호마주 상원의원 출신인 멀린 장관은 레슬링 선수 출신으로 프로 종합격투기(MMA)에서 활동한 이색 이력의 정치인이다. 전날 상원은 본회의에서 멀린 장관 인준안을 찬성 54표, 반대 45표로 가결했다. 멀린 장관 앞에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민주당이 이민세관단속국(ICE)에 대한 개혁을 요구하며 국토안보부 예산 처리를 거부하면서 부처가 지난달 중순부터 셧다운에 들어간 데다 무급 업무에 지친 교통안전국(TSA) 직원들의 잇따른 퇴직 등으로 미국 내 공항을 찾은 승객들의 큰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국토안보부 예산안을 최우선 과제인 ‘유권자 신분증 제시 의무화’ 법안과 연계 표결할 것을 요구하면서, 셧다운 해소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 법안에 강경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신뢰 회복도 급선무다. 놈 전 장관 재임 시절 미니애폴리스에서 벌어진 강경 단속 과정에서 ICE 요원의 총격으로 미국 시민 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여론은 극도로 악화해 있다. 이에 멀린 장관은 상원 국토안보위원회의 인준 청문회에서 ICE 운영에 대해 국토안보부가 6개월 후 “매일 뉴스의 1면을 장식하지 않는 게 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 “너도 가스 못 쓴다”…트럼프 ‘에너지 시설 파괴’ 경고, 미군 투입 검토 [핫이슈]

    “너도 가스 못 쓴다”…트럼프 ‘에너지 시설 파괴’ 경고, 미군 투입 검토 [핫이슈]

    미국이 이란 전쟁 확대를 위한 병력 증원을 검토하고 있다. 에너지 시설을 둘러싼 충돌이 격화하면서 지상군 투입과 핵시설 확보까지 포함한 작전 시나리오가 동시에 부상했다. 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행정부는 중동 작전을 강화하기 위해 수천 명 규모 병력 증파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전쟁이 3주째에 접어들면서 공습 중심 전략에서 다음 단계로 전환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미군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항로를 확보하는 해상 작전을 추진하는 동시에, 필요할 경우 이란 연안에 병력을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전장이 해상에서 육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 “가스 vs LNG”…에너지 전쟁 전면화 이스라엘은 이란 최대 가스전 사우스파르스를 타격했고 이란은 카타르 라스라판 LNG 시설을 공격하며 맞대응했다. 에너지 인프라가 전면 충돌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라스라판은 전 세계 LNG 공급의 약 20%를 담당하는 핵심 거점이다. 공격 직후 대규모 화재가 발생하며 글로벌 시장이 즉각 반응했다. 에너지 공급망 자체가 전장으로 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이란에 강경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카타르 에너지 시설 공격이 이어질 경우 이란의 에너지 시설을 전면 파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공격이 중단되면 보복도 멈출 수 있다고 밝히며 긴장 완화 신호도 함께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국제유가는 상승 폭을 일부 반납했고 미국 주가지수 선물은 상승세로 돌아섰다. 블룸버그통신은 에너지 충돌이 시장 불안을 키우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진화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 하르그섬·핵시설…작전 범위 확대 미군은 이란 원유 수출의 핵심 거점인 하르그섬도 주요 목표로 검토하고 있다. 이 지역은 이란 원유 수출의 약 90%가 통과하는 핵심 인프라다. 군사 전문가들은 시설을 파괴하기보다 직접 통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본다. 섬을 장악하면 이란의 에너지 수출을 사실상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전력으로 인해 작전 위험은 상당히 높다. 미국은 고농축 우라늄 저장시설 확보를 위한 특수부대 투입도 검토하고 있다. 지하시설 구조와 방사능 위험, 방어망까지 고려해야 하는 고난도 작전이다. ◆ “7800회 공습”…이미 장기전 신호 미군은 2월 28일 개전 이후 7800회 이상의 공습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이란 함정 120여 척이 파괴되거나 손상됐다. 미군 피해도 늘고 있다. 현재까지 13명이 사망하고 약 200명이 부상을 입었다. 지상전 없이도 피해가 누적되면서 전쟁이 장기전으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지상군 투입 여부는 최대 변수다. 군사적으로는 작전 선택지를 넓히지만 정치적 부담도 크다. 백악관은 모든 옵션을 열어두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결정은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 통제, 에너지 인프라 장악, 핵시설 확보로 이어지는 작전이 현실화할 경우 이번 충돌은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서울 복도식 아파트 디지털 계량기로 교체

    서울시가 수도계량기 동파를 예방하기 위해 복도식 아파트 약 30만 가구에 설치된 기계식 수도계량기를 ‘디지털 계량기’로 전면 교체한다. 시는 2027년까지 441억원을 투입해 복도식 아파트에 비대면 검침이 가능한 스마트 원격검침 전환을 추진한다고 17일 밝혔다. 최근 5년간 서울 수도계량기 동파는 연평균 3802건 발생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복도식 아파트에서 나왔다. 계량기함이 외부 복도에 설치된 복도식 아파트는 한파에 직접 노출돼 동파 발생 비중이 높다. 주용태 서울아리수본부장은 “동파 방지를 위해 계량기 보온덮개를 설치했지만 영하 10도 이하의 강추위에서는 한계가 있었다”며 “계량기 유형별 실증 실험 결과 영하 20도에서도 동파가 잘 발생하지 않는 디지털 계량기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시는 올해부터 자치구별 균등한 물량을 배정해 2년간 15만개씩 디지털 계량기를 설치한다. 검침 방식도 디지털 기반으로 전환돼 누수 조기 발견과 비대면 검침으로 편의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 [사설] 벌통 같은 호텔 화재라니… BTS 공연 안전 대책 만전을

    [사설] 벌통 같은 호텔 화재라니… BTS 공연 안전 대책 만전을

    방탄소년단(BTS)의 광화문 컴백 공연을 일주일 앞두고 서울 명동 인근 캡슐형 숙박업소에서 불이 나 외국인 관광객 10명이 다쳤다. 중상자 3명 가운데 일본 국적 50대 여성 1명은 아직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K팝 공연과 관광을 위해 한국을 찾은 이들에게 악몽 같은 사고가 아닐 수 없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합동 감식을 통해 화재 원인과 대응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철저히 밝혀야 한다. 불이 난 숙소는 저렴한 요금으로 외국인 이용 빈도가 높던 곳이다. 내부는 한 사람이 겨우 누울 수 있는 침대 공간이 벌집처럼 이어진 구조로, 객실이 좁아 여행객들이 짐을 복도에 놓는 경우도 흔했다고 한다. 이런 구조에서는 작은 불씨도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반경 2㎞ 안에 비슷한 형태의 숙소가 여러 곳 있는 것으로 파악돼 우려를 더한다. 사고 당시 3층 예약 인원만 66명에 달했고 실제 체크인 인원도 45명이었다. 캡슐형 구조를 고려하면 결코 적지 않은 인원이 한 층에 머물렀던 셈이다. 그런데도 문자메시지로만 체크인을 확인하는 방식 탓에 화재 당시 일부 투숙객의 소재조차 즉각 파악되지 않았다고 한다. 기본적인 투숙객 관리가 제대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 외국인 이용 비중이 높은 숙박 시설일수록 투숙객 현황 파악과 비상 상황 대응 체계가 더 엄격하게 작동해야 한다. 피난 통로 확보와 소방 설비 관리 같은 기본 안전 기준이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졌는지도 따져 봐야 한다. 관광객이 몰리는 도심 숙박 시설에서 이런 기본이 허술했다면 단순한 사고로 넘길 수 없다. 세계가 주목하는 초대형 K팝 공연을 앞두고 발생한 이번 화재는 도심 숙박 안전의 허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공연장 주변 질서 유지에만 신경 써서는 충분하지 않다. 외국인 관광객 3000만명 시대를 말하려면 관광객이 머무는 숙박 시설의 안전 기준부터 촘촘히 설계해야 한다.
  • 다닥다닥 캡슐호텔 화재 반복… ‘벌집’ 안에 갇힌 낡은 안전

    다닥다닥 캡슐호텔 화재 반복… ‘벌집’ 안에 갇힌 낡은 안전

    복도 좁고 침대 밀집돼 대피 취약 법 개정 전 건물, 소방 규정 미적용숙박시설 스프링클러 설치 14%뿐 규정 소급 법안 발의… 3차례 좌절 서울 도심의 ‘벌집 구조’ 캡슐형 숙박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해 외국인 투숙객들이 다치는 사고가 나면서 숙박시설 안전 관리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과거에 지어진 건물들은 여전히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같은 사고가 반복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후 6시 10분쯤 서울 중구 소공동에 있는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불이 나 외국인 8명을 포함해 총 10명이 다쳤다. 이 중 3명은 중상자이고, 50대 일본인 여성은 여전히 의식불명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건물 3·6·7층은 게스트하우스로 분류되는 숙박시설로, 3·6층은 객실 대신 한 사람이 누울 수 있는 공간이 벌집처럼 이어진 ‘캡슐호텔’ 형태로 운영됐다. 좁은 복도와 밀집된 침상 구조로 인해 화재 발생 시 신속한 대피가 쉽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6층에 투숙했던 영국 관광객 캘리허(20)는 “불이 났을 때 다행히 밖에 있었지만 소지품이 모두 안에 있다”며 “사고 이후 방에 들어가지 못해 계속 떠돌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명동 인근의 다른 캡슐호텔에 가보니 상황은 비슷했다. 한 객실에 침대 8개가 배치돼 있었고, 복도 폭은 성인 한 사람이 서면 꽉 차는 수준이었다. 노르웨이 관광객 요하임(29)은 “복도가 좁아 불이 나면 대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핀란드에서 온 헨릭(25)도 “체크인할 때 비상구 위치 등을 안내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밀집된 구조는 과거 숙박시설 화재에서도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 2024년 경기 부천의 한 호텔에서 화재로 7명이 숨진 사고에서도 좁은 복도와 작은 창문 구조로 피해가 컸다. 소방 안전시설이 충분히 설치되지 않은 점도 문제로 꼽힌다. 2022년 12월부터는 숙박시설 면적이 600㎡ 이상이면 일반 스프링클러, 300㎡ 이상이면 간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규정이 바뀌었지만 개정 이후 건물에만 적용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전국 숙박시설 3만 1271곳 중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곳은 4252곳(13.6%)에 그쳤다 국회에서는 2024년 사고 이후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를 노후 건물까지 소급 적용하는 법안이 3차례 발의됐지만 여전히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캡슐호텔처럼 좁은 공간에 이용객이 밀집된 시설도 다중이용업소 수준의 소방 안전 기준을 적용하고,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 설치 여부를 평가하는 제도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구민 위해 소송도 불사하는 ‘강수’… 마포 행복 ‘묘수’ 되다[2026 새해 포부-서울 단체장에게 듣는다]

    구민 위해 소송도 불사하는 ‘강수’… 마포 행복 ‘묘수’ 되다[2026 새해 포부-서울 단체장에게 듣는다]

    상암동 소각장 서울시 상대 소송 2승 국힘 소속이라 못 싸울 거라 전망 “내 첫 번째 목표는 마포구민 대변” 최종 이길 때까지 긴장 안 놓을 것DJ 사저 국가등록문화재 지정 쾌거 민주당 인물 사업 추진 오해 많아역사는 이해관계 떠나 후손의 몫당적 아닌 평화와 화합 가치 추구작년 행복지수 서울 자치구 1위경제·생활·여가·건강 만족도 높아3년 6개월의 정책 인정받아 기뻐대장홍대선 DMC역 반드시 필요박강수(67) 서울 마포구청장은 고집이 세다. 마음먹은 것은 되게 만들어야 직성이 풀린다. 구민들을 위해 필요하다면 갈등을 피하지 않고 이름처럼 ‘강수’를 둔다. 상암동 자원회수시설(소각장)을 둘러싼 서울시와의 충돌이 대표적이다. 취임 첫해인 2022년부터 서울시와 각을 세우기 시작해 결국 소송전으로 갔다. 현재 2심까지 진행됐는데 마포구가 모두 승소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 동교동 사저를 국가등록문화재로 만든 과정도 비슷하다. 처음 박 구청장이 DJ 사저를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해야 한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과연 될까’란 의구심을 가졌다. 그런데 결국 해냈다. 박 구청장은 “구민들에게 필요한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지난해 서울서베이 행복도 조사에서 마포구는 서울 자치구 중 1위를 했다. 박 구청장의 ‘강수’가 ‘묘수’가 된 것이다. 그가 또 어떤 수를 둘 지 궁금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마포구청장으로 3년 반이 넘었다. 소회부터 이야기해 달라. “시간이 정말 빨리 흐른 것 같다. 취임 이후 월화수목금금금, 말 그대로 ‘주 7일’ 일했다. 주중에는 행정 업무와 민원인을 만나는 데 집중했다. 또 현장을 찾아가서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를 보고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주말에는 지역에 크고 작은 행사가 몰려 또 나가봐야 했다. 휴가를 언제 갔는지 기억도 안 난다(웃음).” -취임하고 나서 얼마 안 돼 서울시와 크게 충돌했다. 2022년 시가 상암동에 소각장을 짓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된 갈등이 생각보다 오래갔는데. “처음 상암동 쓰레기 소각장을 반대하고 나왔을 때는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국민의힘 소속이기 때문에 같은 당인 오세훈 시장이 추진하는 정책을 반대하고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런 생각들은 다 착각이다. 나는 마포구청장이고 나의 첫 번째 고객은 마포구민이다. 주민들이 뽑아 준 기초자치단체장이기 때문에 구민들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대변해야 한다.” -2심까지 승소했다. “맞다. 상암 쓰레기 소각장 관련 소송을 두 차례 모두 이겼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소각장 문제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한다.” -DJ 사저도 결국 국가등록문화재가 됐다. “다 도와주신 덕분이다. 사실 처음 김 전 대통령 사저를 국가문화재로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을 때 오해를 많이 받았다. 왜 국민의힘 소속 구청장이 민주당의 거목인 김 전 대통령 사저 사업에 이렇게 열심히 하냐고 말이다. 그때마다 이렇게 답한다. ‘역사는 우리가 이해관계나 상황에 따라 뜯어고치는 것이 아니라 교훈으로 삼는 것이며 평가는 오롯이 후손들의 몫’이라고. 마포구는 김대중 사저뿐만 아니라 최규하 전 대통령 가옥,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관 등 출신 지역과 당적이 다양한 전직 대통령들의 역사가 있는 곳이다. 마포구만큼 평화와 화합의 가치가 잘 드러나는 지역이 없다고 생각한다. 일을 하는 데 당적이 중요한가? 오히려 되묻고 싶다.” -현장을 참 많이 다닌다. “일 많이 하라고 주민들이 뽑아 줬으니 많이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필요한 일을 하려고 구청장이 됐으니 좀 바쁘게 일하려고 한다. 생각해 보니 3년 6개월 동안 적지 않은 일을 한 것 같다. 취임 후 경의선숲길부터 홍대, 당인리발전소까지 이어지는 2㎞ 구간의 홍대 문화예술관광특구를 관통하는 ‘레드로드’를 만들었는데 이제 글로벌 관광명소가 됐다. 2023년 4월 전국 최초로 시작한 ‘효도밥상’도 원스톱 맞춤형 노인복지 정책으로 평가받으면서 전국에서 배우려고 찾아온다. 기분이 좋다.” -최근 좋은 소식이 들렸다. 마포구가 2025년 서울서베이에서 행복지수 1위를 했더라. “마포구가 1위를 했으니 중요한 조사 아니겠는가(웃음). 서울서베이 행복지수는 건강 상태와 재정 상태, 주위 친지·친구와의 관계, 가정생활, 사회생활에 대한 행복 정도를 종합하여 산출하는 지표다. 한마디로 돈만 많다고 1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측면과 생활, 여가, 건강 등 여러 측면에서 만족도를 보여 주는 것이다. 이번에 마포구는 건강 상태에서 7.54점, 주위 친지·친구와의 관계 7.17점, 사회생활 7.04점을 받았다. 2025년 행복지수에서 시 평균은 10점 만점에 6.61점인데, 마포구는 그보다 0.44점 높은 7.05점을 받았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자랑을 하나 더 하면 통계청(현 국가데이터처)이 실시한 2025 지역사회 조사에서도 마포구는 ‘현재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전반적인 생활 만족도’ 7.85점, ‘전날 행복도’ 7.40점을 받으며 지난해에 이어 전체 자치구 중 1위를 했다.” -마포유수지 공영주차장 부지 2만㎡의 소유권을 서울시로부터 넘겨받았다. “땅 찾는다고 고생을 많이 했다. 이 땅은 과거 마포구 소유였지만 서울시가 민자 사업 방식으로 활용해온 곳이다. 수십 년간 서울시가 운영해온 땅인데, 소유권을 바로잡은 것이다. 기존 지상 주차장을 철거하고 지하에 주차장과 체육시설을, 지상에는 공연장·영화관·프로그램실 등을 갖춘 ‘마포365문화체육센터’를 조성하려고 한다.” -대장홍대선역 신설도 힘을 쏟고 있다.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는데. “대장홍대선과 관련해 마포구는 DMC 환승역 신설 등을 요구하며 소송을 하고 있다. 대장홍대선은 경기 부천 대장지구와 홍대입구역을 잇는 광역철도 노선인데, 당초 거론됐던 디지털미디어시티(DMC) 환승역과 상암고 인근 역사 계획이 축소·변경되면서 국토교통부 등을 상대로 소송을 하고 있다. 마포구가 사업에 동의한 이유는 상암동 주민들의 교통 개선 때문이다. DMC역은 공항철도·경의중앙선과 연결되는 핵심 환승 지점인데 이 역이 빠지면 노선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올해 각오를 이야기해 달라. “각오라고 따로 말할 것이 없다. 항상 현장에서, 주민들과 함께 하면서 일을 하겠다. 구민들께서도 불편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 말씀해달라.”
  • 걸을 때 운동화 ‘삑삑’ 소리 왜 날까[유용하 과학전문기자의 사이언스 톡]

    걸을 때 운동화 ‘삑삑’ 소리 왜 날까[유용하 과학전문기자의 사이언스 톡]

    새로 산 신발을 신고 복도를 걷는데 아기 신발처럼 삑삑거리는 소리가 나서 당황스러웠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농구장처럼 매끄러운 바닥에서 운동화가 미끄러지면서 내는 날카로운 소리 때문에 신경이 거슬릴 때도 있다. ●밑창 표면의 마찰로 폭발적 파동 미국 하버드대 응용과학·공학부, 영국 노팅엄대 공학부, 프랑스 르망대 음향학 연구실, 이스라엘 히브리대 물리학 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운동화가 내는 소리는 부드러운 소재가 표면과의 마찰로 순간적으로 미세 변형돼 물결파를 만들면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이런 효과를 조절하는 방법도 찾았다. 재료 간 마찰력을 제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는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네이처’ 2월 26일 자에 실렸다. 합성 소재부터 지질학적 단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스템에서 마찰 현상은 발생한다. 부드러운 소재가 단단한 표면 위를 미끄러질 때 삑삑대거나 ‘끼익’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생긴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표면 간 상호작용과 마찰을 조사한 기존 연구들은 두 물질이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 ‘스틱-슬립’ 현상에서 진동이 생성되기 때문에 소음이 발생한다고 봤지만, 이는 저속 이동 상황만 살펴봤을 때 나온 결론이라는 한계가 있다. ●신발 단단할수록 거슬리는 소리 이에 연구팀은 빠른 속도에서 소음이 발생하는 표면 간 상호작용을 밝혀내기 위해, 농구화가 매끄러운 유리판에 부딪히고 미끄러지면서 소리를 내는 장면을 초고속 촬영해 분석했다. 그 결과, 운동화 고무 밑창 변형이 표면을 가로질러 폭발적 파동 형태로 퍼져나가는 모습이 확인됐다. 이때 발생하는 소음의 높낮이(피치)는 파동이 발생하는 빈도와 일치하고, 신발 밑창의 단단함(강성)과 두께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지진·타이어 마찰 등 제어에 도움 연구팀은 추가 실험에서 부드러운 표면이 매끄러운 밑창과 마찰을 일으킬 경우는 파동이 불규칙하게 발생해 뚜렷한 소리가 나지 않지만, 운동화 바닥 패턴처럼 요철이 있는 표면은 일정한 파동 주기를 생성해 높은음의 거슬리는 소리를 낸다는 것도 확인했다. 연구를 이끈 카티아 베르톨디 하버드대 교수(응용물리학)는 “이번 연구는 미끄러짐과 마찰의 본질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며 “농구화 제작뿐만 아니라 지진 연구, 타이어나 기계 부품의 마찰, 스마트 기기 표면 질감 제어를 통한 햅틱 기술에도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노후 아파트 ‘판박이 화재’…절반이 스프링클러 없어

    노후 아파트 ‘판박이 화재’…절반이 스프링클러 없어

    의대 진학을 꿈꾸며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로 이사 온 10대 여학생이 화재로 숨지면서 노후 아파트의 안전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스프링클러 부재로 초기 대응이 늦어지며 인명 피해로 이어지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어서다. 이에 전문가들은 화재경보기 확충 등과 함께 자동확산 소화기 도입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25일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전국 아파트 4만 9810단지 중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곳은 2만 4401단지(49.0%)에 달했다. 아파트 두 곳 중 한 곳은 불이 나면 소방대 출동에 의존해야 해 초기 진화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의미다. 지역별로는 제주가 807단지 중 698단지(86.5%)로 미설치율이 가장 높았다. 아파트가 가장 많은 서울은 1만 6763단지 가운데 3897단지(23.2%)가 스프링클러를 갖추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소방시설법은 6층 이상 건물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1992년16층 이상 아파트에 처음 적용된 뒤 2005년 11층 이상, 2018년 6층 이상으로 대상이 확대됐다. 그러나 법 개정 이전에 준공된 아파트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아 제도적 공백이 남아 있다. 노후 단지의 화재 피해는 되풀이되고 있다. 전날 은마아파트를 비롯해 지난해 8월 서울 마포구 아파트 화재(2명 사망·13명 부상), 대구 아파트 화재(3명 사망·3명 부상), 같은 해 7월 경기 광명시 아파트 화재(7명 사망·60여명 부상) 등 인명 피해가 컸던 사례 대부분이 스프링클러 미설치 단지에서 발생했다. 구축 아파트 주민들은 “개인 소화기에만 의존하고 있다”며 전면적인 스프링클러 설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현실적 제약이 크다. 배관 신설과 펌프실 확보 등 대규모 공사가 필요해 25평 기준 설치비가 500만원대에 달한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화재경보기와 소화전 확충과 함께 설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정기 점검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은마아파트 화재 당시 복도 소화전과 화재경보기 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소방재난본부는 대안으로 ‘자동확산 소화기’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자동으로 소화 약제를 뿌려주는 장치다. 설치비는 10만~13만원 수준으로 스프링클러보다 크게 낮다. 경찰은 은마아파트 화재와 관련해 합선이나 누전 등 전기적 요인에 무게를 두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불은 주방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까지 방화 등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전날 소방 당국과 현장 감식을 마치고 조명기구 등 전기 설비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감식을 의뢰했다.
  • 건설 일자리 13만개 감소… 경제 중추가 흔들린다

    건설 일자리 13만개 감소… 경제 중추가 흔들린다

    작년 3분기 고용 14만개 늘었지만건설업 일자리는 8분기 연속 감소소비·투자 등 악영향으로 이어져기업 경기전망 4년 만에 첫 낙관 건설은 제자리… 장기 침체 우려 국내 증시가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고 기업 가치도 천정부지로 뛰었다. 하지만 최근 경기가 살아났다고 느끼는 국민은 찾아보기 어렵다. 핵심 원인 중 하나로 고용 유발 효과가 큰 ‘건설업 불황’이 꼽힌다. 건설업은 고용·소득뿐만 아니라 투자·소비에까지 경제 전반에 온기를 불어넣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물 경제와 체감 경기 회복도 건설 경기 부활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가데이터처는 24일 발표한 ‘2025년 3분기 임금근로 일자리 동향’에서 지난해 8월 기준 전체 임금근로 일자리가 2092만 7000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만 9000개 증가했다고 밝혔다. 사회복지 서비스업(8만 3000개), 보건업(4만 7000개), 협회 및 단체(2만 5000개), 법률 자문·경영 컨설팅 등을 아우르는 전문 서비스업(1만 9000개) 등이 일자리 확대를 주도했다. 하지만 경제의 중추인 건설업 일자리는 175만 4000개로 12만 8000개(6.8%) 감소했다. 2023년 4분기 이후 8개 분기 연속 감소했다. 산업의 근간인 제조업 일자리도 429만 4000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만 5000개(0.3%) 감소하며 3개 분기 연속 뒷걸음질 쳤다. 건설업의 고용 안정성도 악화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건설업의 고용보험 상시가입자는 전년 대비 1만 2000명 줄며 30개월 연속 감소했다. 고용보험 가입은 통상 ‘질 좋은 일자리’의 척도인 만큼 이 숫자의 감소는 안정적인 상시 고용 인프라가 해체되고 그 빈자리를 단기 아르바이트나 플랫폼 노동이 채우고 있음을 의미한다. 경기 전망도 온통 먹구름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102.7로 집계됐다. BSI가 기준치인 100을 웃돌면 전월 대비 경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100을 밑돌면 부정적으로 본다는 의미다. 전망치가 100을 넘어선 것은 2022년 3월(102.1) 이후 4년 만이다. 하지만 비제조업 가운데 건설업은 100.0으로 전월과 같았다. 부문별로 보면 투자 부문 BSI에서 건설은 83.3에 그쳐, 건설 경기 위축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건설업은 고용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와 직결되는 산업이다. 숙련되지 않은 인력도 비교적 쉽게 진입할 수 있어 취약계층의 생계를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왔다. 건설 경기가 회복되면 고용이 확연하게 좋아지고 저소득층의 소득도 큰 폭으로 늘어난다. 이는 소비와 투자 확대로 이어져 내수도 살아난다. 또 건설업이 살아나면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되고 국민의 자산 양극화도 해소될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투자는 연 9.9% 감소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 기여도는 -1.4% 포인트로 집계됐다. 건설업 불황이 경제성장률 1.4% 포인트를 깎았다는 의미다. 건설투자가 보합 수준만 유지했어도 지난해 성장률이 2.4%에 달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업 부진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주택 건설 침체, 원전·발전소 같은 대규모 건설 사업의 중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출 규제 강화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으로 분양과 신규 공급이라는 민간 주택 시장의 고리가 끊겨버린 상태”라면서 “2~3년간 침체국면이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 건설 수요가 줄어들면 공사 발주가 감소했다”면서 “반도체, 인공지능(AI) 등의 활황에 따라 공장·데이터센터 등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다면 건설업 일자리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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