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정부 5년김 대통령 퇴임간담회 문답
◎“국민에 큰 고통 안기고 떠나 죄송”/DJ와 40년 민주화 동지… 적극 도울것/금융실명제 등 문민평가 역사에 맡겨
김영삼 대통령은 20일 청와대에서 재임 5년을 마무리하는 기자간담회를 가졌다.다음은 인사말과 일문일답 요지.
▷인사말◁
저는 며칠 뒤면 제 일생에서 가장 영욕이 크게 점철된 청와대를 떠나 상도동으로 돌아갑니다.그 동안 저로서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습니다만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치 못하였습니다.특히 IMF 금융지원 체제로 국민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드리게 되어 어떻게 죄송스런 말씀을 드려야 할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그러나 사태가 이렇게 된 책임은 오직 대통령인 저에게 있으므로 저는 어떠한 책임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저는 김대중 차기대통령에게 너무나도 어렵고 큰 짐을 남기고 떠납니다.그러나 우리 국민은 온갖 시련을 이겨낸 용기와 경륜을 갖춘 김차기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쳐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고 21세기를 향한 재도약에 성공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일문일답◁
퇴임후 계획은.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갈 것입니다.정치활동을 할 생각은 전혀 없으며,그런 일이 없을 것입니다.대통령도 퇴임하면 모든 것을 끝내는게 우리나라를 위해 옳은 일이라고 봅니다.
한나라당 이회창 명예총재와의 관계는 어떤지요.
▲이명예총재는 내가 감사원장,총리,당대표로 임명했고 당총재가 되도록 총재자리를 넘겨주었습니다.퇴임후 상도동으로 오겠다는 전갈을 받았습니다.
문민정부 5년을 스스로 평가해 주십시요.
▲평가는 먼훗날 역사에 맡기겠습니다.대통령으로 일하는 동안 개혁이 성공한 면도 있습니다.그러나 5년을 보내면서 영광의 시간은 짧고 고뇌의 시간은 아주 길었습니다.
지난 대선때 검찰의 ‘DJ비자금’ 사건 수사유보는 김대통령이 지시한 것입니까.배재욱 사정비서관이 한나라당에 자료를 넘겨준 것을 몰랐습니까.
▲당시 검찰의 조사가 이뤄졌다면 이번 대선은 안됐다고 생각합니다.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불행한 일이 됐을 것입니다.검찰이 독자적으로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은 아주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이런 생각을 가진 내 입장에서 무엇을 누구에게 전달할 수 있겠습니까.나는 정정당당하게 사는 스타일입니다.
‘DJ 도쿄 납치사건’ 관련 중앙정보부 극비문서가 발견됐습니다.
▲20년이 더 됐지만 진실이 밝혀지는 것은 당연할 뿐 아니라 옳은 일입니다.역사상 큰 사건은 묻힌 것이 많은데 영원한 비밀은 없습니다.그러나 현재 안기부는 서류를 안가지고 있다고 어제 안기부장에게 보고받았습니다.
재임중 어려운 일,보람된 일은.
▲금융실명제 실시와 관련돼 비밀리에 착오없이 단행한다는 것이 어려웠고 매우 고뇌했습니다.30여년만에 지자제의 전면 실시를 단행하는데도 용기가 필요했습니다.제일 큰 보람은 지난 12월 대통령선거를 공정하게 치른 것입니다.모든 기관에 강력히 지시했고 한치의 오차라도 있으면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지난 개혁의 결과를 되돌아보면서 “개혁이 혁명보다 더 어렵다”는 말을 절감합니다.
나사본 오찬에서 ‘DJ 적극지원’을 당부했습니다.상도동계와 동교동계의 재결합까지도 의미하는 것입니까.
▲나의 참뜻인데….김당선자와는 40년 넘게 고락을 같이 했습니다.캄캄하고 어두울 때,누구도 소리를 지를 수 없는 때에 함께 민주화를 위해 고락을 같이 했다고 생각합니다.어려운 때 김당선자가 책임있게 나라를 이끌어 나가도록 뒷받침하는게 국민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외환위기에 구체적으로 어떤 책임이 있다고 봅니까.
▲당시 경제부총리,경제수석을 비롯해 누가 나라가 잘못되기를,국가가 부도나기를 생각한 사람이 있었겠습니까.외환위기와 관련해 대통령인 내게 책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향후 조사를 받을 일이 있다면 응할 생각입니까.
▲내가 얘기한 그대로를 받아들이면 됩니다.
퇴임후 상도동으로 간 뒤 추후 거제도로 옮길 생각이 있습니까.
▲상도동에서 30년이상 살았으니까 거기로 돌아갑니다.10년,20년후의 일을 얘기할 것은 없다고 봅니다.
퇴임후 일상생활은.
▲상도동에 가서 모든 생활에 대해서는 아무런 계획도 없습니다.운동을 한다,안한다를 결정하는 것부터 그때 그때 생각해 보지요.
◎문민정부 일지
▷93년◁
▲2월 25일=제14대 대통령 취임
▲2월 27일=대통령 재산공개
▲3월 4일=정치자금 안받겠다고 선언
▲7월 1일=신경제 5개년계획 발표
▲8월 12일=금융실명제 단행
▲12월 9일=쌀개방 관련 담화
▷94년◁
▲7월 8일=김일성 사망,남북정상회담 무산
▲10월 21일=성수대교 붕괴
▲11월 17일=시드니에서 세계화구상 발표
▲12월 3일=재경원 설치 등 정부조직개편 단행
▲12월 16일=WTO 비준동의안 국회통과
▷95년◁
▲1월 9일=부동산실명제 실시결정
▲6월 14일=고용보험제도 도입
▲6월 21일=북한에 쌀 15만톤 지원 합의
▲6월 29일=삼풍백화점 붕괴
▲11월 16일=노태우 전 대통령 구속
▲11월 24일=5·18특별법 제정 지시
▲12월 3일=전두환 전 대통령 구속
▷96년◁
▲4월 16일=4자회담 제안
▲4월 24일=신노사관계 구상 제시
▲5월 31일=2002년 월드컵 유치
▲10월 11일=OECD 회원국 가입
▲12월 26일=노동법·안기부법 여당단독 국회통과
▷97년◁
▲1월 23일=한보철강 부도
▲2월 25일=한보관련 대국민담화
▲5월 30일=92년 대선자금관련 담화
▲7월 15일=기아그룹 부도유예
▲11월 21일=IMF구제금융 공식요청
▲12월 3일=IMF 협상타결
▲12월 20일=전·노 전 대통령 사면복권
◎퇴임후 거취/상도동 자택으로… 사무실 내지 않기로
김영삼 대통령은 퇴임을 앞두고 상도동 자택 수리를 끝마쳤다.대부분의 이삿짐도 이미 옮겨졌다.오는 24일 하오 부인 손명순 여사와 함께 상도동으로 돌아간다.
앞으로 상도동 생활에 있어 김대통령의 마음은 편치않을 것 같다.연금(월 8백여만원)만으로 지내기에는 어려움이 크리라 예상된다.
퇴임후 김대통령을 공식적으로 보좌할 사람은 3명의 법정 비서관.김기수 수행실장(1급)과 표양호 정무비서관,김상봉 부속실비서관(2급)이 그들이다.그리고 김대통령 재임 시절 수석을 지낸 몇몇 인사들이 돕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이원종 전 정무·유도재 전 총무수석과 함께 문종수 민정·신우재 공보·유재호 총무수석 등도 당분간 김대통령을 보좌하겠다는 자세다.특히 경제청문회 등을 감안,법률보좌역이 주목되는데 김광일 정치특보가 그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상도동 측근들은 퇴임후 김대통령이 아주 신중하게처신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이와 관련,김대통령은 퇴임후 비서진 사무실도 따로 내지않기로 했다.차량도 본인의 경비로 국산차(체어맨)를 구입했다.